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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의 봄 - The spring of thirty years
서른살의 봄 - The spring of thirty years
봄
서른살의
봄
글그림 이성균
서른 살의 봄 몇 해 전부터 봄이 오는 게 좋았다. 따듯한 기운이 돌고 파릇파릇한 색을 보
면 힘이 난다. 나도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동시에 들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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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했고 관심도 없었는데, 좋은 향이 나서 무슨 향수를 쓰는지가 궁금했다. 말을
틀 정도의 사이가 된 후에 물었는데, 그에 대답으로는 향수도 샴푸도 비누 냄
새도 아니란다. 더불어 같이 일 하던 내 친구들은 향기를 못 맡았다고 한다.
그 때 했던 당황이 아직도 내 기억속에 있다. 물론 그 친구는 그 때 잠시 같이
일하고 다신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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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괜찮은 여자는 많다. 젠장!
길 가다 가끔 고깃집 간판을 볼 때가 있다. 간판에는 돼지나 소가(특히 돼지) 길을 걷다 보면, 자주 괜찮은 여자들을 마주친다. 그럴 때면, 결국은 절대 일
불 위에서 웃고 있다던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어나지 않을 일이란 걸 알면서도 그 빌어먹을 혹시나 때문에, 의식하며 걷는
데, 이게 선뜻 이해 가지 않는다. 데 에너지를 쏟게 된다. 그 본능적인 쇼맨십과 함께 혹시나 했던 일은 언제나
역시나가 되면서 괜찮았던 그 여자는 내가 자기를 의식하고 있는지 모르는지
주인이 웃고 있다거나 먹는 사람들이 웃고 있으면 모를까 자신이 죽임을 당 내 옆을 무심히 지나간다.
해서 먹히는 건데 웃고 있다니. 그런 간판을 맨 처음 생각한 사람은 누굴까?
그리고 그 간판을 마냥 사용하는 사람들은 누굴까? 그렇게 지나친 여자가 도대체 몇 명일까 하는 생각이 을지로 3가를 걷다 문
득 떠 올랐다. 내 기억력이 안 좋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내 기억에 같은 여
자를 두 번 이상 마주친 적은 없는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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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과 판단 진도 뺄 생각은 안 하고 그 다음엔 PHP, 애프터 이펙트 등 도서관에서 빌리
는 책의 종류만 달라졌다. 그렇게 하다 보니 지금은
HTML/CSS “뭐 어느 정도는……”
자바 스크립트 “잘 몰라”
PHP “제자리…..”
플래쉬 “그냥..”.
.
.
난 욕심이 많은 편이다. 이것저것 관심도 많고, 흥미 있는 건 조금이라도 내 이렇게 됐다. 뭐 잘하는 거 있나 물어오면 자신 없다. 그냥 이것 찔끔 저것 찔
손으로 하나씩 해 보고 싶다. 예를 들면 블로그가 그렇다. 블로그를 시작해보 끔 그렇다. 블로그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해서 모션 그래픽, PHP까지 왔다.
려고 하는데 내가 아는 네이버 블로그 말고도 스킨을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 그것도 오로지 관심만.
는 티스토리란 게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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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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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히 하다 보면 뭔가 보이겠지 라는 것인데, 이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은 하얀 도화지 가운데 서 있는 것과 같다. 이제 열심히 자신의 목표를
찾아서 달리면 되는 것이다. 목표를 찾기 위해 열심히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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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디자이너
ⓒ Anirudh K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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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2일 리조리 뒤지더니 결국 내가 잘 먹지도 않는 칼국수집으로 들어갔다. 좀 춥다
했는데 따뜻한 국물도 괜찮겠다 싶었다. TV에선 올림픽 준결승 야구가 생중
계됐다. 한일전이라 시청률이 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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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겠다. 옆구리에 빌린 책을 끼고 걸었다. 비는 거의 멈췄다. 늘을 썰어 넣고 그냥 볶았다. 구수한 냄새! 오래된 닭가슴살은 꽝꽝 얼어 있
었다. 전자레인지에 꽤 돌렸더니 좀 풀어진다. 그런데 왜 닭가슴살 냄새는 그
18:30 리 역겨울까? 물로 꽤나 씻었는데도 냄새가 났다. 그래도 일단 굽는 거다. 옥
지나가는 빨간색 광역버스의 색이 분명하다. 영국버스 같은 느낌도 난다. 물 상에 올라가 번개탄에 불을 붙였다. 은은하게 구워지는 닭가슴살 냄새가 좋
론 영국을 가본적은 없다. 공기가 신선하다. 늘 그러하듯 무단횡단을 노리고 았다. 비가 조금 내렸는데 왠지 운치 있는 거 같았다. 정말 맛있게 구워진 닭
신호등 앞에 서 있었다. 맞은 편 할머니도 서 계시다가 같이 무단횡단을 하신 가슴살과 제육볶음+스크램블로 상을 차리고 TV를 보며 먹었다. 정말 맛있
다. 걱정 된다. 무단횡단을 하고 나서 걷다가 개미를 발견했다. 밟지 않으려 게 구워진 닭가슴살은 정말 맛이 없어 두입 먹고 버렸다. 퉤!
고 발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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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냥 평범했어 서 스스로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나 봐. 분명 그랬어. 아는 애는 많은데 정작
친한 친구는 없는.
특별히 대학가고 싶은 이유는 없었어. 그렇다고 대학을 안 가겠다는 맘도 없 인생의 목표는 점차 정해지고 있는 거 같아. 나라는 사람의 가능성이란 것이
었지. 고등학교 졸업하면 다음은 당연히 대학이라고 생각했어. 점점 눈에 보이는 거지. 괜찮은 사람이 될 거야. 주위 사람들한테 그런 소리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단 한번도 한 적 없었지. 를 듣는. 그게 내 인생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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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
무등...무등...무등산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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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와 누룽지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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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른 아침.
두 개의 건물.
봄이다.
ⓒ foxypar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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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장난하나? 데…… 이미 지각은 했고, 얼마나 더 지각하는지가 문제인 상황에 차분하기
가 힘들다. 모른 체 하려고 휴대폰 음악이나 듣자 싶은데, 휴대폰 이어폰을
안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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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버스에서
화장실에서 응가 눌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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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B점포는 A점포를 가는 길목에 있다. 분명 그 길을 걸었음에도 B점포에 대한
기억이 없다.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잡생각에 못 볼 수 있지만, 아까 한 얘기
가 떠 오르면서 안타깝다. 뒤 돌아 가서 확인하기엔 피곤하다.
‘어! B는 왜 못 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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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다.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았어도 기대반 걱정반이 분명한 감정일 텐데 그 엄
마의 얼굴은 기대와 설렘이 많이 비친다. 나까지 들뜬다. 그 앞에는 옷만 바
뀐 아주 똑 같은 풍경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는 교회의 풍선을 잡고 집
으로 간다. 아이는 오늘이 자신의 인생에서 무슨 의미를 가진 날인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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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3.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말한다.
…….
말하고 듣고 말하고 듣고, 언뜻 보면 이상적인 대화형식이겠지만, 좀 더 들여
다보면 A는 남의 말을 듣고 반응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잘 하고 상대방에게 말을 할 시간을 주는 것뿐이다. 상대의 시간이 끝나면 다
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대화는 상대의 말과 나의 말이 오가면서 차곡
차곡 쌓이는 맛이 있어야 한다.
A는 말을 잘한다. 말 하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한마디 네 의견이 그래? 듣고 보니……근데 내 의견은 이래 이런 말들이 오가야 대
허투루 던지는 건 없다. 되려 말 하나하나가 정확해서 정곡을 콕콕 찌른다는 화이다. 내 의견은 이래. 니 의견은? 응응 알았어. 근데 내 의견은 이래. 이것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 A의 대화 방법이다. 이런 대화 방법이 더 힘든 건 A는 자신이 대화를 잘
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일 게다. 왜냐면 앞서 말했듯이 A는 정확한 사람이기
그런데 A는 대화를 잘 못한다. 그와 대화하고 있으면 답답하다. 그는 유려한 때문이다.
말솜씨로 그 공간의 분위기를 압도하며, 마치 자신 이외의 사람들의 말을 집
어 삼키는 것 같다. (갑자기 번쩍이는 표현이) 마치 열심히 지어 놓은 모래집 사회에 나갔을 때 A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 능력이 좀 있으면서 자신의 말만
을 파도가 그 모래를 휩쓸어 백지로 만들어 버리듯 그와 대화하는 일은 파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확실하기도 하고 책임감도 있으니 좋을 때도 있지만 대
앞에 모래집을 짓는 것 같다. 개 사람들은 그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싫어한다. 이 때 사람들이 쓰는 것이
그 사람 하라는 대로 하게 둬. 말 해도 안 통해. 자기가 하라고 하고 자기가
그러고 보면 A는 상대가 말을 할 때 딴짓을 많이 한다. 딴짓하는 A를 보면서 책임 지겠지 하는 식이다. 아쉬운 순간이다.
말을 하는 것은 때론 상당히 당황스럽다. ‘내 말을 듣고 있는 걸까?’ 하는 생
각이 내 말을 방해한다. 그래도 가끔 끄덕이는 걸 보면 듣고 있기는 한 것 같 커뮤니케이션은 듣고 말하기다. 여기서 듣는 것은 상대에게 말하는 시간을
다. 아니면 듣고 있는 척을 하던지…… 주는 게 아니라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번 상황은 저 사람이 말이 옳을
수도 있어 하면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A의 대화 패턴은 이렇다.
글을 쓰고 보니, 나나 잘하자!!
1.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말한다.
2. 상대의 말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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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
신경 신경
핵심
신경 신경
신경 신경
핵심
신경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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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햄버거는
ⓒ pointnsh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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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생각 때려치우는 방법
생각을 잘 안하고 사는 것 같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힘들고 드러우면, 때려치워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뭐 버스에서 화장실에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긴 하지만 것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생각이다. 이럴 때 때려치우는 것에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의미 있는 생각’들은 안 하고 사는 것 같다. 도 방법이 있다. 힘들고 드럽다고 바로 때려치우면 자칫 ‘도피’나 ‘나약’으로
생각은 않고 그냥 사는 것이다. 그저 익숙한 생활패턴에 빠져 사는 것이다. 비춰질 수 있다. (실상은 정말 힘들고 드러워서 이지만... ) 때문에 이럴 땐 더
욱 악착같이 일을 해야 한다. 해서 그 고된 일을 모두 이겨 내고, 주위에서 인
컴퓨터나 TV 앞에서는 그냥 앉아 있는 것이다. 의미 있는 일들을 할 때도 있 정을 받기 시작할 때쯤, 때려치우자. 그리고 이렇게 말하자.
지만 대개는 시간 때우기다. 멍하니 앉아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거 해보니까 못해 먹겠더라고!”
이제 하루에 30분 정도는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떻게 살 것인지 등의 것들을 생각해봐야겠다.
차를 한잔 한다거나 가볍게 운동을 하면서 말이다. 지루한 일상이나 바쁜 일
상에 빠져서 생각하는 방법을 잊어버리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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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서른살의 봄
지은이 이성균
blog http://skleeidea.tistory.com
e-mail skleeidea@gmail.com
판형 A5
출력 집에 있는 프린터(EPSON TX203)
제본 한 권씩 수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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