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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국, 최효정, 준하, 유빈 2021년 3,4월 1

“가시떨기에 뿌려졌다는 것은… 말씀이 막혀 결실하지 못하는 자요(마 13:22)”

깻잎을 키워보니 마음에 다가오는 말씀입니다. 확실히 마음 밭이 중요합니다. 밭에 잡스러운 것들이


많으니 깻잎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줄기가 썩어가며 시들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무리 우리
마음에 말씀을 심어도 마음 밭이 거칠다면 삶의 열매를 맺기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생명의 신비 1

아이들과 함께 깻잎씨를 거두고 꽃은 실내로 들여놓으며 겨울이 지났습니다. 깻잎이 자라던


화분은 흔적만 앙상히 남았습니다. 올해는 무엇을 심을까 하던 차에 화분에서 잡초가 파릇파릇
돋아났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 깻잎 모종이었습니다. 작년에 깻잎 씨를 걷어낼 때 아마도 떨어진
씨앗이 겨우내 숨죽이다가 때가 되자 새싹으로 돋아났습니다. 생명이란게 이렇게 신기한 것이었습니다.

꽃도 사고, 흙과 화분도 사서 옮겨 심었습니다. 깻잎 모종은 작년에 다섯 개였는데 올해는


오십여개나 되어 행복했습니다. 작년에 사왔던 꽃들도 화분에 옮겨 심었더니 생명이 참 질기긴 합니다.
그런데 깻잎은 뿌리를 잘 내리지 못하고 잎이 누래지며 점점 시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올해 새로 사온
흙에 톱밥, 잔가지 등이 많이 섞여있어 어린 모종들이 뿌리를 길게 내리는게 힘겨웠던 것 같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분갈이하며 흙을 고르게 갈아주었더니 곧 땅에 뿌리를 잘 내렸습니다. 작년에
경험했으니 올해 어떻게 되겠지 하며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베란다 화분에서 이뤄지는 이 작은
일들도 새로 배우며 낯선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잃어버리기엔 너무 소중한 사람들

예전에는 사역지에서 사람들을 만났다면 코로나가 지나는 요즘은 시장에서 알바니아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작년 10 월에 마지막으로 만나고 한동안 볼 수 없어서 마음을 불안하게 했던 할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셨다는 것을 한참 지나서 우연히 그 아들을 만나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는 아니었고
심장관련 질환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할아버지가 계시던 자리를 지날때면 몇 년간 그 할아버지를 만났던
기억들이 스쳐지나갑니다. 그 아들은 그 이후 몇번 같은 자리에서 여전히 상품성이 많이 떨어지는 호박,
당근 등을 팔았는데 그나마 요새는 잘 보이지 않아 무슨 일인지 궁금합니다.

한 집시 소녀는 작년에 한달여간 만나다가 오랜시간 만나질 못했습니다. 집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생계가 어려워 혹시 시골로 내려갔는지 궁금했는데 얼마전에 다시 예전처럼 어린 남동생을
데리고 나와 약간은 지쳐보이는 웃음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물어보니 어린 여동생도 잘 지내고
온가족 다 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어 반가웠습니다. 이렇게 시장을 지날 때면 사람들과 눈인사하며 또
말을 섞어가며 관계를 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속에서 제 스스로에게 느낀 것은 조급함, 무기력함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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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닫습니다. 그 조급함에 성급히 다가섰다가 때론 사람을 잃기도 하고 사역자로서의 무기력함에 낙심이


될 때도 있습니다.

호자 할아버지 내외는 열심히 물배달로, 안마로 만나다가 코로나 때문에 만나기가 어려워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염불보다 잿밥인 안마에 관심이 있으셨는지 간단한 안마도구를 하나
드렸더니 그 집을 방문해 대화를 나눌 일이 사라졌습니다. 물론 가게에 나가면 꾸준하게 그 자리를
지키시는 할아버지를 만나 커피도 마시지만, 예전처럼 지속적으로 못만나는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할아버지는 당뇨 수치가 제법 높은 편이라 약을 드시며 운동하시는데 마침 봄도 오고 같이 함께 걷고
싶어 할머니와 함께 티라나 호수를 나갔습니다. 두분과 함께 호수를 천천히 그리고 편안하게 사람이 2
적은 길로 찾아다니며 호젓하게 걸었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산과 호수에 날씨도 따뜻한 봄날이라
두분이 기분이 좋으셨던 것 같습니다. 길을 거닐다 카페에 들려 커피를 마시는데 연신 웃으시고
웨이터에게 저를 소개하시기도 하며 오랜 시간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른들 이야기는 더구나
알바니아어를 알아듣기 힘들지만 대화는 언어를 넘어서서 마음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좋은 시간을 가져도 어쩔 수없이 선교사라 마음 속을 항상 맴도는 질문이
“이분들 구원받았을까?”입니다. 벌써 몇번이나 복음을 전하고 함께 소리내어 기도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제자리에 계신 것같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구원에 이르는 복음을 경험했는지 확신이
안섭니다. 그러고보니 코로나를 지나며 우리에게 주신 선물은, 우리 자신도 날마다 두렵고 떨림으로
구원을 이루어가야 함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저희들을 비쳐주신 모습을 보니 복음이 어느새
진부해지고 실제보다는 관념인 능력없는 신앙임을 알았습니다. 구원이 하나님과 어린양께만 있음을
철저히 깨닫고 주님의 은혜만을 사모하며 영원한 생명을 얻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기도제목

1. 주님 앞에서 순종하는 법을 훈련받고 있습니다. 교만한 마음을 꺽고 온전히 굴복하도록

2. 매일 저녁마다 온 가족이 예배드릴때 모두에게 말씀이 심겨지고 뿌리내리도록

3. 동기와 과정을 지나 결국은 사랑의 열매를 맺어가도록, 그분을 닮은 모습으로 자라가도록

4. 알바니아 사람들에게 주님의 도구로 온전히 사용되도록, 기회가 주어질때 복음을 전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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