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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ns Focus 2020-05k (인남식)
Ifans Focus 2020-05k (인남식)
Mar. 3, 2020
미국-탈레반 평화 합의의 의미
인남식
미주연구부 교수
미국-탈레반 평화 합의의 의미 1
시작, 넷째 아프가니스탄 내부의 항구적이고 포괄적 일단락된 셈이니 전쟁을 끝낼 이유도 충족된 것으로
인 정전 협상 추진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향후 135일 보는 듯하다.
내에 미군 병력을 12000명에서 8600명으로 감축하고, 두 번째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다. 공약
나토 및 다국적 군은 5개 기지에서 철수한다는 내용이 이기도 했다. 전쟁을 반대하는 국내 여론이 우세한 가
담겨있다. 이후 연말까지 (9개월 반 이내에) 완전한 운데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가시적인 성과가
철수를 추진할 계획이며, 일련의 신뢰 구축 조치로 3월 필요했다. 시리아 미군 철수를 선언했을 때 동맹국들
10일까지 5천 명의 탈레반 포로와 1천 명의 아프가 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철군 찬성률은 60%를
니스탄 정부군 및 동맹군 포로를 교환할 것임을 천명 넘었다. 이번 합의 이후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미군 병사
했다. 들이 귀가하게 되면 선거 일정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
합의문은 또한 모든 외국군의 전면 철군으로 인한 지지도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안보 공백을 막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내부의 정치 협상 세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이 반영되었
(intra-Afghan negotiation)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 다. 국제사회 공공의 적이라 할 수 있는 반정부 단체
혔다. 탈레반은 여하한 형태의 테러 행위와 단절해야 탈레반과 직접 협상하는 부담이 적지 않았을 법하다.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과 이를 위한 구체적 실행 내역 그럼에도 당사자와 직접 승부를 걸고 일을 진척시키
을 적시했다. 이후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위한 경제협 는 스타일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적과 합의하
력을 검토하고 탈레반과의 관계도 우호적으로 유지할 고 우방이라 할 수 있는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끌어들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더불어 유엔 안보리에서 이는 형식을 취했다. 이례적이다.
이 합의를 추인 받음으로써 국제적 약속이 이행되도
록 할 것임을 밝혔다.
지금까지 미국이 이란 또는 북한과 협상하는 과정 4. 도전 요인들
에서 보여주었던 상대의 선이행, 후조치와는 다른 패턴
첫째로 관건은 탈레반을 믿을 수 있는가이다. 합의문
이다. 미국과 동맹국의 철군을 먼저 추진하고 이 과정
에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다.
에서 탈레반의 우호적 태세를 확인하는 유형이다. 탈
그러나 막상 미군 및 나토 동맹군이 철수하게 되면 탈
레반이 약속대로 적대행위를 계속 중단하면 합의가
레반의 무장력을 견제할 수 있는 아프가니스탄 내 공
유지되고, 합의를 위반하면 다시 미군이 개입한다는
권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군 역시 다양한 부족의
구조다. 트럼프 정부의 미군 철군 의지가 그만큼 강력
구성원으로 되어 있어 단일 지휘·통제 체제로 일사불
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란하게 움직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다시 말해 탈레반
이 아프가니스탄 국내 정치에 정상적인 주체로 참여
3. 미국이 탈레반과 협상한 이유 하기보다 폭력적 행태를 나타낼 때 이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현재 아슈라프 가니
미국 내 전쟁 피로감이 첫 번째 이유다. 이라크 전쟁과 행정부는 여러 부족들 간 이견을 조율하는 것만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막대한 전비와 희생을 감수했 도 벅찬 모양새다.
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이라크에 둘째는 탈레반의 정치 참여가 곧 아프가니스탄 내
서는 여전히 종파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탈레반은 여성 인권, 종교의 자유, 법치주의, 문화 증진 등의
아프가니스탄 전체 영토의 70% 지역에서 발호하고 가치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집권 여부와 상관
있다. 나토 전 회원국이 18년 넘는 전쟁을 해도 특정 없이 보수적 이슬람 원리주의를 신봉하는 이들은 전체
국가의 반정부 세력 하나 근절시키지 못하는 모습에 적인 보수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집권 당시 여성
전쟁 회의론은 점증했다. 출구가 필요했다. 전쟁 초기 을 교육에서 배제하고, 참혹한 종교탄압 및 문화재 파괴
명분이었던 오사마 빈라덴 문제와 알카에다 타격도 등으로 악명 높았던 탈레반이 여타 정파와 마찰 없이
미국-탈레반 평화 합의의 의미 2
자신들의 신념을 양보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있다. 고립주의 기조를 표방하는 미국의 철군이 나름
셋째, 탈레반과 폭력적 극단주의 세력과의 직간접적 대로 이어져 온 적대적 균형추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연대 가능성이다. 시리아와 이라크를 거점으로 삼았던 수도 있다. 이 점을 염두에 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소위 이슬람국가(ISIS: Islamic State of Iraq and 향후 철군 계획 과정에서 연말까지 못 박힌 시한이 재
Syria)는 쇠퇴 국면을 맞자 일부 세력들을 인근 국가 조정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로 이전시켰다. 리비아와 아프가니스탄 및 예멘이 대 가장 중요한 것은 아프가니스탄 내부 정치 거버넌스
표적이다. 주로 내정이 불안정한 국가들이다. 과거 알 의 확립이다. 탈레반이 국제사회의 규범과 조응하는
카에다의 심장부였던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은 물론 정치 세력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일차적으로 아프
부족 간 갈등과 긴장이 오래된 곳이므로 외부세력이 가니스탄 정치가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한 국제사
잠입하기 용이하다. ISIS는 현재 호라산(Khorasan) 회의 협력과 지원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그동안 탈
지부, 즉 ‘ISIS-호라산’의 이름으로 아프가니스탄과 레반 격퇴전과 관련된 안정화 작전에 투입되던 자산
파키스탄에서 2년 전부터 폭력 도발 수위를 높이고 과 노력은 이제 탈레반을 정상적 행위자로 받아들여
있다. 아직까지 탈레반과 구체적 연대 정황은 밝혀지 국가 건설로 방향을 틀게 되었다. 어쩌면 격퇴전보다
지 않고 있으나 수니파 이슬람 전통주의(근본주의) 훨씬 더 어려운 과정일 수 있다.
‘살라피즘’에 공히 뿌리를 둔 이들이 향후 아프가니스 이 과정에서 늘 예의주시해야 하는 것은 아프가니
탄 국내 정치에서 여하한 형태의 정치적 연대를 맺지 스탄 여성의 인권 문제다. 최악의 사례로 각인된 탈레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반 집권기로 결코 돌아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감시
더불어 탈레반의 배후인 파슈툰 족의 생활영역이 및 캠페인 장치를 상시적으로 운영하여 퇴행의 길을
파키스탄까지 광범위하게 펴져 있기에 향후 파키스탄 밟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
의 아프가니스탄 정치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
이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아무리 미국과의 합의
틀 안에서 움직이려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음을 의미
한다. 파키스탄의 강성 원리주의 탈레반과의 연계가
살아있는 한 언제든 극단주의로 경사될 수 있기 때문
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외세 개입 통로가 될 수도 있다.
[편집: 고 동 우 연구원]
미국-탈레반 평화 합의의 의미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