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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 형성기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

- 『매일신보』에 연재된 조일재의 번안소설 삽화를 중심으로


The Narrative Theory of the Illustration in the 1910's Newspaper Novel

저자 공성수
(Authors) Kong, Soung-su

출처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61, 2013.12, 141-180 (40 pages)


(Source) Korean Literary Theory and Criticism 61, 2013.12, 141-180 (40 pages)

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
발행처
The Association of Korean Literary Theory and Criticism
(Publisher)

URL http://www.dbpia.co.kr/Article/NODE02332194

APA Style 공성수 (2013). 근대 소설 형성기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 한국문학이


론과 비평, 61, 141-180.

이용정보 서강대학교
163.***.1.208
(Accessed) 2017/11/08 00:2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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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_소설 뺷한국문학이론과 비평뺸 제61집(17권 4호), 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 2013. 12.

근대 소설 형성기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


— 뺷매일신보뺸에 연재된 조일재의 번안소설 삽화를 중심으로

공성수

<목 차>
1. 서론 : ‘메타텍스트’로서의 소설 삽화 읽기
2.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원리 (1) :
장면의 극적 재현과 미장센의 강조
3.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원리 (2) :
구성되는 풍경과 응시하는 주체의 등장
4. 소결 : 근대적 독서 텍스트로서의 번안소설과 삽화

<국문초록>

소설 삽화란 소설가가 생산한 텍스트에 대한 최초의 독해이면서, 동시에 원 텍


스트를 재해석한 새로운 판본으로서 존재한다. 따라서 삽화 이미지가 소설에 관한
메타텍스트로서의 성격을 부여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지도 모른다. 삽화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것이 재현하고 있는 소설 텍스트의 특별한 성격을 공
유하고, 소설 텍스트가 서사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을 닮아있으며, 또 종종 소설 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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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의 무의식적인 욕망마저도 재현한다.


본고에서 연구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1910년대 중반의 번안소설 삽화의 경우,
공교롭게도 그것의 발생은 근대적 소설 장르의 모색기와 겹쳐진다. 신소설의 쇠퇴와
새로운 읽을거리를 원하는 독서대중의 변화하는 취향, 연극공연예술의 유행,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본에서 재수입되어 번안된 서구 소설들의 대중적 성공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유래 없는 문화적 실험 시대의 한 가운데에 번안소설과 번안소설 삽화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번안소설 삽화의 연구는 바로 그런 시기
에 근대적 독서 텍스트를 지향했던 번안소설의 내면을 연구하는 셈이 된다.
사실, 번안소설 삽화는 이전의 삽화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미학적 지향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이야기의 줄거리나 사건의 얼개를 재현함으로써 독
자들에게 일종의 ‘스토리 가이드’로서 존재했던 신소설의 삽화와 달리, 번안소설
삽화는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짐으로써 스스로 해석되기를 기다
리는 하나의 기호처럼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 번안소설 삽화는 독자
들이 적극적으로 서사적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고안되는, 일종의 ‘극
적 연출물’로 간주될 필요가 있다. 삽화가 단순히 소설을 재현하는 데에서 멈추
지 않고, 오히려 소설과 공존함으로써 보다 풍요로운 서사적 커뮤니케이션을 형성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삽화의 변화가 결국에는 소설의 변화를 반영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독자에게 일방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텍스트로부터, 독자
들이 능동적으로 향유하고 즐기는 텍스트로 변화하고자 하는 소설의 욕망을 우리
는 삽화 안에서 함께 발견하게 된다. 확실히, 번안소설 삽화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변화들은 근대적 독서 텍스트를 지향했던 번안소설의 특수한 성격과 함께 연관시
켜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장면의 극적 연출과 미장센에 대한 증가하는 관심,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회화적 표현들과 장면을 은유하는 풍경의 이미지들에 이
르기까지, 번안소설 삽화의 많은 특징들이 결론적으로는 번안소설의 특징 그 자체
와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삽화를 단순히 회화 연구의 대상이 아니라, 문학적 연구
의 대상으로도 함께 보아야만 하는 이유, 요컨대 삽화가 가진 문학사적 의미를 결
코 간과할 수 없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빳주제어빳 신문연재소설, 삽화, 이미지, 언술, 서사적 커뮤니케이션, 번안소설, 재현, 미장센, 스토리, 담
화, 풍경, 주체, 시선, 메타텍스트, 1910년대, 매일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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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 형성기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 143

1. 서론 : ‘메타텍스트’로서의 소설 삽화 읽기

1910년대 초반까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뺷매일신보뺸의 문예면을 주도하고 있


었던 신소설이 한순간 자취를 감추면서, 그 공백을 대체한 것은 일본에서 수입되
어 재번역 된 번안소설들이었다. 특히, 「불여귀(不如歸)」와 「쌍옥루(雙玉淚)」의
번안을 통해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었던 일재 조중환은 또 다른 그의 작품
「장한몽(長恨夢)」에 이르러 독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게 되고, 이후 그의 저
작들이 뺷매일신보뺸의 문예면(신문연재소설란)을 연이어 장식하게 된다. 「국(菊)
의 향(香)」, 「단장록(斷腸錄)」, 「비봉담(飛鳳潭)」, 「속편 장한몽」과 같은 작품들
이 1915년까지 잇따라 연재되면서, 말 그대로 이해조의 신소설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고 조일재 등이 주축이 된 번안소설 시대로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게 되는 것
이다.
물론 이것은 뺷매일신보뺸라고 하는 한정된 지면에만 국한된, 지엽적인 현상으
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문학연구자의 입장에서라면, 이처럼 한 시대를 풍미
했던 신소설이 번안소설의 등장과 함께 그토록 갑자기 사라져버린 상황이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다. 게다가, 당시 일제의 검열정책에 의해 정상적인 문예 활동을
벌일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차단된 상태에서 뺷매일신보뺸가 가진 문학적 공간으로
서의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신소설과 번안소설 사이의 이러한 세대교체는 사실
놀라울 정도로 갑작스러우며, 그래서 또한 흥미로운 문학사적 단속(斷續)의 지점
일 수밖에 없다. 도대체 무엇이 한순간 신소설의 몰락을 가져오고, 또 어떤 이유
로 번안소설은 독자들의 마음을 그토록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일까? 한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그런 순간은 그래서 늘 궁금한 질문들로
가득 차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본고는 기존의 선배 연구 방법과는 조금은 다
른 방향에서 접근해보고자 한다. 즉, 번안소설에 관한 그와 같은 질문들을 해결하
기 위해 소설 그 자체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반영하고 있는 일종의 ‘메
타텍스트’로서의 번안소설 삽화를 연구함으로써 문제에 우회적으로 접근하는 전
략을 취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실, 소설 삽화는 기본적으로 소설 텍스트를 기반으
로 생성된다는 점에서, 소설의 많은 지점들과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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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수밖에 없다. 가령, 삽화가 이미지를 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많은 화소


(畵素)들은 기본적으로 소설 텍스트의 스토리와 담화들로부터 나온다. 삽화가 재
현하고 있는 내용은 소설 언술과의 관련 속에서만 비로소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
으며, 삽화의 특별한 회화적 기법 역시 소설 담화의 표현적 기교들과 완전히 동떨
어져 존재할 수는 없다. 요컨대, 삽화와 소설이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질적인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서사적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셈
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소설 삽화를 연구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곧장 우리에게 삽화
가 재현하고 있는 바로 그 소설의 중요한 성격을 함께 보여줄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삽화가 소설 텍스트의 어떤 특정한 ‘내용’을 계속해서 재현하고 있다면, 그
처럼 반복된 부분에는 소설이나 삽화 텍스트 안에 잠재했던 강박적 욕망이 투영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삽화가 이미지를 재현하는 특별한 ‘시선’들
안에는 소설 속의 서술자가 대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태도나 취향이 은연중에 포
함되어 있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더욱이 삽화가 생산되는 과정을 염두에 둔다면, 삽화가 단순한 소설 언술의 반
복적 재현을 넘어 소설의 생산 과정에 관한 메타텍스트로서 존재할 수 있는 가능
성은 더욱 높아진다. 가령, 본고가 정의하고 있는 소설 삽화란, 소설가가 생산한
텍스트에 대한 최초의 독해이면서 동시에 원 텍스트를 재해석한 새로운 판본으로
서 존재한다. 그러므로 소설을 삽화화(揷畵化)한다는 말은, 원 텍스트를 소비하
는 동시에 다른 것으로 새롭게 생산한다는 의미에서, 텍스트가 생산되고 유통되
며 소비되는 커뮤니케이션의 과정 전체를 포함하게 된다. 다른 말로 하면, 소설이
특정한 독자를 향해 이야기를 만들어 소통하는 방식—요컨대 텍스트 내부의 서사
적 요소들을 구성하고, 그것들을 특정한 법칙에 따라 조직하며, 텍스트가 상정하
는 이상화된 독자들의 취향에 맞도록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들—은 종국에는 ‘메
타텍스트’로서의 소설 삽화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
설 삽화의 연구가 삽화 이미지 그 자체에 대한 연구이면서 동시에 그 텍스트가
생성되고 전달되는 서사적 소통 상황에 대한 연구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
기에 있다.
물론, 이러한 결과들은 기본적으로 삽화 이미지에 대한 충실한 연구가 선행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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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얻어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다음의 본론들에서 주로 다룰 내용들은 우선


번안소설 삽화의 내재적 구성 원리에 관한 것들로 집중된다. 특히, <본론1>에서
는 번안소설 삽화가 소설 언술을 선택하고 재현하는 주된 방식을 이야기할 것이
며, 그것은 주로 소설의 담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번안소설 삽화의 재현 원리
와 이미지의 구성에 관한 문제가 될 것이다. 즉, 번안소설 삽화가 소설 언술의
어느 부분을 선택하고, 그것을 어떻게 시각적 이미지로 재현하고 있는지, 그 기본
적인 패턴과 특성을 살펴보는 것은 <본론1>의 중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미장센의 강조로 대변되는 장면의 극적 연출
이야말로 번안소설 삽화의 중요한 특징인 것처럼 보인다. 소설 속의 특정한 사건
이나 행위를 주로 재현했던 신소설 삽화와 달리, 번안소설의 삽화는 오히려 장면
이나 분위기의 묘사와 같은 소설 서사의 부수적 요소들을 강조하거나, 중핵 사건
그 자체가 아닌 그와 관련된 다른 장면을 선택해 그것을 극적으로 재연출하는 경
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본론2>에서는 번안소설 삽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풍경의 이미지가
어떤 점에서 특별한 지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확실히 번안소설 삽화에서 풍경
의 이미지는 대단히 자주 발견되는 특별한 현상이다. 하지만 단순한 양적 증가를
넘어서 그것이 중요한 이유는, 번안소설 삽화의 풍경이 소설 속에 존재하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번안소설 삽화 속에서 풍경은 거
의 대부분 인물의 내면 심리나 장면을 은유하는 하나의 기호처럼 사용된다.
더욱이 서사적 소통의 상황에서 본다면, 이와 같은 풍경 이미지의 증가는 번안
소설의 변화된 서술양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 흥미롭다. 텍스트 외부의 절대
적 서술자가 낭독을 통해 독자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신소설
서술의 중요한 특징이었다면, 그것은 번안소설 텍스트에서 분명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번안소설에서 텍스트의 소통은 말하고 듣는 방식이 아닌 보고
읽는 방식으로, 그리고 일방적인 권위자의 서술이 아닌 내적 인물들의 다양한 목
소리를 통해 이뤄지는 서술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결
국, 번안소설 삽화의 풍경 이미지는 그와 같은 소설의 소통 방식의 변화들을 반영
하는 일종의 메타텍스트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연구가 번안소설 텍스트를 규명하고, 또한 당대의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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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과 독서 대중을 가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므로


마지막 결론에서, 본고는 본론에서 규명했던 번안소설 삽화의 여러 가지 내재적
원리들이 어떻게 서사 커뮤니케이션의 외재적인 맥락들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간
략하게나마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본고의 관점에서라면, 번안소설 삽화가 보여
주는 수많은 변화들은 근대적 독서 텍스트를 지향하는 당대 소설의 변화상을 보
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들이다. 요컨대 서두에서 언급했던 신소설의 소멸과 번안소
설의 대두라는 이 특별한 문학사적 현상은 번안소설이 당대 독서 대중의 취향과
정확하게 부합했기에 벌어진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정말로 그것이 사실
이라면, 당대의 독서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었던, 신소설과는 다른 번안소설만의
특별한 서사 전략을 우리는 소설 삽화를 통해서 다시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메타텍스트로서의 삽화에 대한 연구가 마침내는 문학사의 중요한 질문에 대한 해
답의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 바로 그것이 본 논문의 근본적인 출발점인
셈이다.

2.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1) : 장면의 극적 재현과 미장센의 강조

신소설 삽화의 서사적 재현 전략이 스토리의 재현을 강조했다면, 번안소설은


이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설 텍스트를 재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삽화 이미
지가 소설 텍스트의 언술을 시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신소설 삽화와 번안소설
삽화가 동일하지만, 그것이 재현하는 서사적 국면은 전혀 다른 지점에 초점을 두
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장한몽」 이후의 번안소설 삽화는 이전의 신소설 삽화와 달
리 소설 서사의 스토리를 재현하기 보다는, 좀 더 제한적인 시공간의 한 ‘장면’을
극적으로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요컨대 신소설 삽화가 그 회 연재분의 가장
중요한 소설적 사건이나 서사적 갈등을 재현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줄거리를 일목
요연하게 보여주도록 노력했다면, 번안소설 삽화는 그처럼 사건을 직접 제시하거
나 스토리를 설명하는 데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번안소설 삽화
의 경우, 소설의 중핵 서사와는 상관없이 상황의 분위기나 인물의 내면 심리,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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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배경에 대한 묘사와 같은 부수적 서사들이 훨씬 더 자주 선택되는 경향을 보인


다.
예를 들어, 번안소설 「장한몽」에서 인용된 다음 부분은 소설 속에서 갈등이 시
작되는 중요한 장면으로, 삽화(<그림1>)는 김중배의 청혼을 받은 순애가 내적인
감정의 동요를 겪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소설 언술의 내용을 고려한
다면, 여기에서 나타나는 삽화는 이전의 신소설 삽화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화
면을 구성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얘, 너는 건넌방으로 좀 건너가서 있거라. 너의


어머니하고만 조용히 할 말이 있으니.”
순애는 대답하고 일어나서 나가며 생각한다. 무
슨 은근한 말이 있어서 어머니에게 하는 말을 자식
되는 나를 피하는고. 필연 수상한 곡절이 있음이니
기어이 그 말을 내가 엿들으리라 하여 건넌방으로
들어가는 체하고 다시 건너와 안방 지게문 뒤에 숨
어 서서 방안에서 조용조용히 하는 말을 이윽히 듣
<그림1> 고 있다. 방 안에서 하는 말을 참척히 듣고 섰던 순
애는 홀연 얼굴이 벌게진다. (중략)
건넌방은……순애의 날마다 쓰는 손그릇과 경대와 책상과 벼루와 학교에 다닐 때 보던
책권과 의복을 넣는 장 등속까지 이 방에 있고……순애는 화로에 불을 두 손으로 쪼이며
정신없이 그 병에 꽂힌 복사 가지를 바라보니 온전한 정신으로 그 가지를 바라봄이 아니라.
실상은 다른 생각을 하는데 주목하여 보는 것이 없고 다만 얼굴만 들어 정신없이 바라보는
데 그 둘째 손가락에는 골무가 껴 있고 또 한편에는 바느질하느라고 바늘을 끼워놓은 옷감
이 놓여 있다.
「장한몽 9」, <번민1>, 뺷매일신보뺸, (1913. 5. 22)

소설 「장한몽」의 이 연재분에서 중핵 서사를 구성하는 사건은 김중배가 심순애


에게 청혼을 해왔다는 것이다. 뚜쟁이 김소사가 순애의 어머니를 찾아와 혼담을
중매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몰래 엿들은 순애는 돈과 사랑 사이에서 중요한 결정
을 내려야만 한다.
삽화는 바느질 하던 손을 잠시 멈춘 채 홀로 고민에 빠진 순애의 바로 그 모습
을 담고 있다. 꽃병에 꽂힌 복사 가지를 바라보지만, “실상은 다른 생각을 하는데
주목하여 보는 것이 없고 다만 얼굴만 들어 정신없이 바라보는” 순애는, 지금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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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상념에 빠져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오죽하면 그녀는 “손가락에는 골무가


껴 있고, 또 한편에는 바느질하려고 바늘을 끼워놓은 옷감”이 들려 있는 것도 잊
고 있을 정도가 아닌가. 삽화 이미지 속의 공간 묘사는 그런 순애의 복잡한 심경
을 대변한다. 배경 속에서 ‘경대’와 ‘장롱’은 소설 언술 속의 건넌방에 관한 묘사
그대로이며, 소설 속의 진술에 따르면 사실 그곳은 순애가 “홀로 앉아 깊이 무슨
생각”하기를 즐겨하는 공간인 것이다.
그런데 이때, <그림1>의 삽화가 이미지를 구성하는 방식을 이전의 신소설 삽화
와 비교한다면, 두 유형의 삽화가 대상을 재현하는 방식이 서로 전혀 다르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무엇보다도 우선, 번안소설의 삽화 <그림1>은 지금 이야
기 속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했는지, 혹은 이 연재분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 무엇인
지와 같은 스토리를 더 이상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기에서 삽화가 선택하는
소설 속의 내용들은 좀 더 짧은 시간동안 나타나는 인물의 행위와 내면에 관한
묘사 혹은 배경과 같은 담화 차원의 부수적인 언술들로 국한된다. 번안소설 삽화
는 이야기의 중핵 서사와 관련된 사건(‘혼담의 전달’)을 직접 보여주지 않으며, 대
신 그 사건으로부터 발생한 결과(‘순애의 번민’)를 극적으로 연출한 특정한 장면
(‘바느질하던 손을 멈추고 딴생각에 빠져 버린 바로 그 순간’)으로 재현한다. 가능
한 한 많은 정보를 보여줌으로써 텍스트의 수용자로 하여금 스토리의 전개를 다
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던, 이른바 ‘비밀의 해설자’로서의 신소설 삽화의 구성방식
을 번안소설 삽화에서는 더 이상 발견하기 어렵다. <그림1>에서 보여주는 것처
럼, 번안소설 삽화가 이미지를 구성하는 방식은 스토리 전체가 아닌 담화 차원의
일부이며, 그것은 삽화 속에서 특정한 장면의 극적 연출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1)

1) 만약 이 장면을 신소설 삽화의 재현 방식에 따라 다시 그려본다면 삽화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신소설 삽화는 지금 이렇게 넋을 놓고 앉아 있는 순애의 모습보다
는, 이 보다 앞서 언급되었던 사건, 즉 순애의 집으로 불쑥 찾아온 김소사의 모습이나 혹은 김소사
와 순애 모친 사이의 밀담을, 또는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 순애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보여주려
고 노력할지도 모른다. 신소설 삽화의 구성 방식은 어디까지나 스토리의 재현이며, 그것은 사건과
관련된 행위와 정보를 전달하는데 제1의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이상 신소설 삽화의 구성원
리와 성격에 관해서는 다음의 논문을 참조할 것. 공성수, 「근대 소설 형성기 신문연재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뺷매일신보뺸에 연재된 이해조의 신소설을 중심으로」, 뺷한국문학이론과 비평뺸(59),
201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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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 형성기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 149

마찬가지로, 다음의 삽화(<그림2>) 역시 장면의 극적 재현이라는 번안소설 삽


화의 특징은 그대로 드러난다. 사실, 다음에서 인용된 내용은 소설 「장한몽」의
초반부에 일어난 가장 극적인 사건 중 하나다. 대동강변에서 벌어지는 두 남녀의
이별 이야기는 두 주인공 순애와 수일 사이의 잠재된 갈등이 폭발하는 바로 그
순간이며, 동시에 「장한몽」이라는 이야기 전체를 추동하는 근원적인 갈등 사건으
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필이면 바로 이 부분에서, 번안소설 삽화가 이야
기를 재현하는 방식은 독자들의 예상을 뒤집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아, 나는 어찌하면 좋단 말이오. 여보시오, 내가 만일 갈 것


같으면 당신은 어찌하실 터이요. 그 말씀을 좀 하여 주시구려.”
그 말 한 마디에 수일은 순애의 몸을 두 손으로 떠밀치며
“그러니까 아무리 하여도 너는 김중배를 쫓아가겠다 하는 말
이로구나. 이토록 누누이 알아듣도록 말을 하여도 듣지를 않는
다 하는 말이지. 아무리 못생긴 년이기로, 이년, 내가, 너 같은
간부하고 말하는 내가 오히려 그르다.”
하며 수일이는 다리를 들어 순애의 허리를 걷어찬다. 순애는 땅
위에 모로 쓰러져서 다시 일어날 생각도 아니하고 모래 위에 엎
뎌 울고 있다. (중략)
순애는 다시 목소리를 높이하여 수일의 이름을 부른다. 그러
나 대답이 없다. 순애는 몸을 반쯤 일어나 몸을 길게 하여 사방
<그림2> 을 살펴보나 검은 그림자도 사라진 것같이 없어지고 다만 적적
한 공산에 소나무 그림자만 우뚝우뚝 서있고 대동강 변에 흐르
는 물결소리만 슬프게 들리는데 삼월 십사일 밤 교교한 달빛은 근심을 가득히 머금었더라.
「장한몽 22」, <대동강안4>, 뺷매일신보뺸, (1913. 6. 6)

<대동강안(大同江岸)>이라는 부제와 함께 연재되는 순애와 수일의 이 이별 장


면은 뺷매일신보뺸에 4회분 이상에 걸쳐 길게 연재된다. 소설 속에서 인물의 심리
는 치밀하게 묘사되며, 사뭇 비장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그들의 대화로 갈등은
계속 고조된다. 특히 지독한 배신감에 이성을 잃은 수일이 순애에게 물리적 폭력
을 가하는 순간, 그리고 마침내 순애가 수일을 목 놓아 부르는 바로 그 순간, 실연
한 두 연인 사이의 비감(悲感)은 최고조에 도달한다.
그런데 독자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도 있을, 가장 극적인 이 부분에서
정작 삽화가 예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대동강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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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61집

마지막 삽화에서, 사각의 프레임 속에 남은 것은 텅 빈 대동강변의 풍경뿐이기


때문이다. 삽화는 수일과 순애의 비극적인 이별사(離別事)를 눈으로 직접 보여주
지 않고, 소설 속의 그 애절한 별리(別離)를 한 폭의 풍경으로 대체해 놓는다. 삽
화가 스토리 차원의 핵심적인 사건이나 인물의 행위를 직접 설명하는 대신, 그것
을 극적으로 연출된 한 편의 풍경화로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처럼 명확한 사건이나 행위가 구체적으로 드러
나지 않는 삽화만으로 스토리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려울 지도 모른
다. 보름 즈음의 달빛으로 빛나는 대동강의 밤물결과 인적 없는 을밀대, 그리고
그늘에 가려진 금수산의 풍경은 독자들이 소설을 다 읽기 전에는 그저 하나의 의
미 없는 풍경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독자들이 소설을 다 읽은 후라면, 이제
상황은 달라진다. 별다른 의미 없이 존재했던 객관적인 자연의 풍광이 소설 언술
과 소통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기 때문이다. 삽화(<그림2>)가 보여주는
것처럼, 이미지 내부의 풍경이 소설 언술과 결합할 때 비로소 그것들은 “적적한
공산”이나 “슬프게 들리는 물결소리”, “근심을 가득히 머금은 교교한 달빛”과 같
은 내면을 은유하는 공간으로서 재탄생하는 것이다.2)
따라서 소설 언술에 앞서 미리 소설의 내용을 예고하는 신소설 삽화와는 달리,
번안소설 삽화는 독자들이 소설을 다 읽고 난 뒤에야 비로소 그것의 정확한 의미
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사건의 내용을 일목요연한 이미지로 직접 설명하지 않는
번안소설 삽화의 경우, 독자들의 적극적인 독서활동을 통해야만 비로소 이미지
기호와 의미 사이의 관계는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와 같은 특

2) 게다가 번안소설 삽화가 보여주는 이와 같은 장면 구성방식이


일본에서 출판된 「장한몽」의 원작, 뺷金色夜叉뺸의 삽화 텍스트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물들
의 행동을 감추고 그 장면을 독자들의 상상에 맡겨놓는 「장한몽」
의 삽화는 소설의 가장 충격적인 사건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뺷
金色夜叉뺸의 삽화(<그림3>)와도 분명하게 구별된다. 결국, 이러
한 차이는 뺷매일신보뺸의 번안소설 삽화가 이전의 작품들—바로
앞선 신소설의 삽화는 물론, 원작인 일본의 삽화들과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그림3> <그림3>
의 도화는 다음의 논문에서 재인용, 김지혜, 뺷1910년대 뺷매일신
보뺸 번안소설 삽화 연구—<장한몽>과 <단장록>을 중심으로뺸, 이
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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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 형성기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 151

별한 해석 과정의 필요야 말로, 번안소설 삽화의 특별한 지점, 요컨대 ‘직접 설명


하는 요약적 이미지’가 아닌 ‘눈으로 보여주는 극적 이미지’로서의 삽화 성격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건의 내용을 요약적으로 제시하는 신
소설 삽화의 이미지를 설명적이고 구술적(telling)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와는
정반대로 사건의 한 장면을 시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보여주는 번안소설 삽화는
보다 극적(showing)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3)
그런데 우리는 여기에서 간과할 수 없는 번안소설 삽화의 중요한 특징을 발견
하게 된다. 즉, 번안소설 삽화가 보여주는 극적 이미지로서의 성격이, 자연스럽
게 삽화가로 하여금 화면을 구성하는 미적 효과들로 관심을 돌리게 만든다는 것
이다.
삽화가 단순히 소설 언술의 내용을 반복하는 스토리 재현의 규율로부터 벗어날
때, 회화(繪畫)의 자기표현은 이전보다 더 자유로워진다. 따라서 이제 번안소설
삽화에서 스토리가 사라진 그 빈 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특
별한 미학적 효과들이다. 번안소설 삽화는 단순한 스토리의 전달 이상의 것, 즉
서사적 재현의 상황에서 회화가 전달할 수 있는 다른 미술적 효과들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번안소설 삽화에서 어떻게
공간을 지배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 역시 자연스럽게 핵심적인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회화적인 의미에서, 공간이란 단순한 여백이 아닌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
고 의도된 효과를 만드는 중요한 ‘담화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가령, 신소설 삽화에서 공간적 배경은 사실감을 극대화하고 사건의 핍진성을
높이는 데에 분명 일정 부분 기여하지만, 그러나 의미론적 차원에서 특정한 해석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는 않다. 반면, 번안소설 삽화에서 공간을 구성하는 일은
단순히 배경을 채우는 작업으로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공간
을 구성하는 삽화의 섬세한 조작과 회화적 연출은 문자 언어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새로운 효과를 창조해내는 이미지의 놀라운 힘을 보여준다. 예컨대, 많은 번안소설

3) ‘보여주기(showing)’를 강조하는 번안소설 삽화의 장면 구성 전략은 사실 본고의 3장에서 번안소


설 삽화의 특징을 밝히는 과정에서 더욱 깊게 논의될 것이다. 본고는 낭독의 텍스트로부터 묵독의
텍스트로의 변화라고 하는 신소설로부터 번안소설 텍스트로의 전환이 삽화를 통해서 그대로 예증
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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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61집

삽화들이 점과 선, 면과 질감, 빛과 구도라는 미술적 요소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그것들은 이미지가 공간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표현의 방식으로
기능한다. 번안소설 삽화가 공간을 그려내는 작업을 단순한 공백의 소멸이 아닌,
특정한 서사적 발화행위의 일부로 보아야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번안소설 삽화 속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특징을 ‘미장센의 강조’라
는 측면에서 다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 미장센이 단순히 무대배경이나 미술을
지칭하는데 그치지 않고 무대 위에 존재하는 모든 서사적 요소들에 대한 총체적
연출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삽화 프레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요소들이 배치되고
구성되는 방식 역시 특별한 서사적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이뤄지는, 공간의 지배를
위한 회화(繪畫) 전략의 일부로 보아야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라
면, 다음의 삽화(<그림4>)는 소설 언술 속의 한 장면을 포착하고 그것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미장센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4)

국향은 마루 끝에 기둥을 의지하고 서서 먼 산만 바


라보기를 한참하더니 문득 길게 한숨지으며 다시 몸을
돌리여……안방으로 건너 오며 재떨이에 떨어진 재와
궐연 물뿌리의 어지러히한 곳을 치워놓을 즈음에, 문득
눈에 뜨이는 것은 재털이 옆에 지갑 하나이 보인다. 자
세히 보니 이는 곳, 지금 리현섭이가 품속에서 내여보
이든 지갑이라.
국향은 깜짝 놀래며 가슴이 두근거리며 지갑을 열어
<그림4>
보니 과연 아까 보이던 돈 삼백원이 들어있다. (중략)
국향은 어찌할 줄 모르고 망조하야 하는 때에, 건넌방에서 남편의 병든 기침소리가 괴로히
들리인다.
「국의향 51」, <간계3>, 뺷매일신보뺸, (1913. 12. 5)

4) 번안소설 삽화에서 보이는 미장센의 강조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어쩌면 우리는 1910년대 초반의
소설들이 연극으로 빈번하게 공연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 시기,
소설과 연극 사이의 교섭은 대단히 중요한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삽화가 소설 언술로부터
이미지를 구성하는 작업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매체간의 전이(轉移)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매체사이의 전이가 문자 언어로부터 시각적 언어로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소설 언술의 삽화
화는 한 편의 희곡이 공연으로 연출되는 과정과 유사해 보이기도 한다. 희곡의 연출이란 결국
이종의 매체 간의 각색의 과정을 수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자 언어를 시각적인 이미지로 형상
화하는 과정에서 언어 텍스트의 서사담화들을 활용해야한다는 작업 조건은, 연극 연출과 소설
삽화가 처한 유사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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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 형성기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 153

<그림4>에서 주로 재현되고 있는 장면은 홀로 앉아 무언가 고민에 빠져있는 소


설 속 주인공 ‘국향(국희)’의 모습이다. 그녀는 지금 방바닥에 놓인 어떤 물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돈 삼백 원이 들어있는 지갑이다. 사실
이 지갑은 소설의 후반부 플롯을 결정하는 대단히 중요한 소재로 사용된다. 국향
을 자신의 아내로 삼으려는 ‘현섭’이 일부러 놓고 간 이 지갑은 그녀를 보편적인
윤리와 실리적인 이해 사이에서 갈등하게 만드는 문젯거리이며, 이후 그녀를 파
국으로 몰고 가는 치명적인 유혹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삽화는 그와 같은 극적
인 장면에서 사건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소재를 시각적 이미지로 재현해낸다.
국향은 과연 지갑을 도로 주인에게 가져다 줄 것인가, 아니면 지갑에 든 돈으로
빚을 갚고 남편의 병을 고칠 것인가? 삽화는 지갑이라고 하는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그 극적인 순간, 순애의 심리적 갈등을 포착한다.
이때, 흥미로운 부분은 조명을 통한 빛의 대비가 그런 인물의 심리를 더욱 부
각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서 삽화는 빛의 위치를 조작함으로써 갈등에
빠진 국향의 모습을 극적으로 제시한다. 가령, 삽화 속에서 국향의 얼굴은 빛이
제대로 들지 않는 그늘 속에 들어가 있다. 따라서 어두운 그늘 속에 감춰져 있는
그녀의 얼굴 표정은 쉽게 해석되지 않으며, 그것은 마치 그녀가 경험하고 있는
복잡한 내면 상황을 상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대로, 그녀를 유혹하
고 있는 지갑은 같은 방에서도 조명을 받는 밝은 부분에 놓여 있다. 어둡게 처리
된 국향의 얼굴과는 달리, 밝은 곳에 놓여있는 지갑의 모습은 그것이 특별한 의미
를 지니고 있는 사물임을 암시한다. 게다가 빛에 노출된 지갑은 독자들의 시선을
유인하기도 쉽다. 어쩔 수 없는 불우한 상황 때문에 지갑 앞에서 영혼을 빼앗기고
마는 불행한 여주인공처럼, 삽화를 바라보는 독자들 역시 지갑이 흘리는 위험한
유혹을 함께 경험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여기에서 번안소설의 삽화는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 속 인물의 상황에 공감할 수 있도록 빛의 연출을 통해 이미지를 조직
하고 있는 것이다.5)

5) 미장센에 관한 이론이 연극이나 영화 분야에서 더욱 폭넓게 연구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번안소설 삽화 속의 미장센을 연구하기 위해, 기존의 영화・연극이론을 살펴보는 것은 대단히
유용한 작업인 것처럼 보인다. 가령, 자네티는 그의 저서를 통해 미장센의 효과, 특히 조명의 역할
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는데, 이것은 번안소설 삽화의 특징을 이해하는데 시사하는 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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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61집

번안소설 삽화에서 빛이나 조형을 통한 장면의 연출은 인물의 내면과 극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보다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된다.

한편, 소설 「단장록」에 삽입된 다음의 삽화는 스치듯 지나가는 소설 언술조차


하나의 공간으로 재탄생되고 있다는 점에서, 번안소설 삽화가 가지는 미장센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예컨대, “선명한 초하(初夏)의 일상에 띄워 있
는 배의 돛이 배불렀다”는 진술은 소설에서는 배경을 설정하는 미시적인 서술에
불과하지만, <그림7>에서 그것은 분명한 시각적 재현의 대상으로 선택되며, 창밖
의 선명한 이미지로 나타나고 있다.

적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관객의 눈은 화면 전체를 둘러보지 않고 그 장면의 전후 맥락에 의거하여 화면의
특정한 부분으로 눈의 관심을 집중시키게 마련이다. 감독은 지배 요소라고도 일컫는 주요 대조를
사용하여 이를 유도한다. 지배 요소란 분명하고도 강력한 대조 때문에 즉각적으로 우리의 주의를
끄는 화면 영역이며, 그것은 한 영상에 다른 요소로부터 분리된 듯이 보이는 영역이다. 흑백 영화
에서 주요 대조는 명암의 병치를 통해 주로 얻는다. 가령 감독이 관객으로 하여금 배우의 얼굴보다
손을 먼저 보게 하고 싶다면, 손에 떨어지는 빛을 얼굴에 떨어지는 빛보다 강하게 하고 얼굴의
조명은 좀 더 약하게 할 것이다. 천연색 영화에서는 한 색조를 다른 색조보다 두드러지게 함으로써
지배요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사실상 형태, 선, 질감 등의 어떠한 형식적 요소도 주요 대조로
사용될 수 있다.” 자네티의 이러한 진술은 회화와 사진, 삽화의 스틸 쇼트를 분석하는데 대단히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본적으로 삽화란 기본적으로 빛과 색, 선과 형태를
바탕으로 하는 시각 예술이기 때문이다.(루이스 자네티 지음, 김진해 옮김, 뺷영화의 이해:이론과
실재뺸, 현암사, 1987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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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 형성기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 155

아침부터 흐리던 일기는 정오 때에 이르러 청랑


하여지며 푸르고 맑은 하늘에는 뭉얼뭉얼 흰구름
조각이 여기저기 흣터졌다. 선명한 초하(初夏) 일
상에 띄워있는 배의 돛이 배불렀고 멀리 전차 왕래
하는 소리 들리는 사이로 어떠한 곳에서는 (중략)
이때 제지회사 응접실 겸 식당에서는 모다 이십여
세씩 되어 보이는 청년사원들이 마침 점심을 마치
고 권연들을 피우면서 쓸데없는 한담이 시작되었더
<그림5> 라. (중략)
“……그러나 지금 사장은 아무리 보아도 일꾼이
아니야, 그래도 엇더튼 일하는 것은 전사장 황의택씨가 용하얏느니.” (중략)
“……요사이 김정순이는 웬일인지 아무리 보아도 행동이 수상한데, 자네들이 보기에도 그
렇지 않은가?”
「단장록 2」, <제지회사2>, 뺷매일신보뺸, (1914. 1. 4)

하지만 이 삽화가 무엇보다 흥미로운 부분은 번안소설 삽화가 장면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섬세한 공간의 연출력을 발휘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는 사
실이다. 이 삽화에서 장면을 구성하고 있는 공간의 구도와 미장센의 배치들은 단
순한 배경에 관한 묘사에서 머무르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은 소설 속에 내재한
잠재적 갈등을 보다 감각적으로 형상화하는데 기여한다. 특히, 이 삽화에서는 하
나의 프레임 안에 공존하고 있는 서로 구별되는 성격을 가진 공간들이 충돌을 일
으키면서 특별한 서사적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뜻 겉으로 보이는 삽화 속의 이미지는 대단히 평화롭고 일상적인 풍경처럼
느껴진다. 한가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인물들의 모습이 평화로운 창밖의 풍광
과 함께 겹쳐질 때, 여름 한 낮의 평온한 일상은 독자들의 눈앞에 펼쳐지게 된다.
따라서 아직 소설을 읽지 않은 독자들이 삽화 속에서 어떤 갈등을 즉각적으로 발
견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이와 같은 분위기와는 달리, 실제 대
화의 내용들은 예사롭지 않다. 과연, 인용된 소설 속의 언술들은 직원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의 내용이 실은 소설 속의 주요 인물에 대한 비판적인 논평과 그 인물들
의 문제적인 개인사를 담고 있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삽화 이미지가 전달하는 평
화로운 풍경과 문제적인 소설 속 언술들이 충돌하면서, 이 장면에 잠재적인 갈등
의 요소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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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61집

소설 언술 속에 포함된 그와 같은 잠재적 갈등들은, 삽화에 존재하고 있는 또


다른 이질적인 공간의 이미지를 통해서도 다시금 드러난다. 프레임의 한쪽 옆에
서 홀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전화부스’의 공간이 바로 그것으로, ‘전화부스’는
화면 속의 이 공간이 실은 회사라는 공적인 장소임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그래서
일까? 직원들이 앉아있는 공간과 전화 부스의 공간은 서로 섞이지 않고 분리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과연 이 삽화 속에서 직원들의 대화 공간이 삽화 프레임의
한 가운데 놓여있지 않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소설 속 주된 서술의 대상임에
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하필이면 한쪽 구석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그래서
감히 전화 부스의 공간을 침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면에서,
전화 부스의 공간은 억압적이고 권위적이다. 게다가 전화의 역할이란 누군가를
끊임없이 호출하거나 혹은 어떤 메시지를 수락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더
욱이 지금 직원들이 사장 몰래 은밀히 그의 험담을 늘어놓고 있는 중임을 감안한
다면, 전화가 가진 그와 같은 공적 엄숙성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어쩌면 혹시
전화기는 그들의 이야기를 몰래 듣고 있거나, 또는 감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어쩌면 그와 반대로 전화의 감시를 피해, 직원들이 비밀스런 이야기를 나누
고 있는지도 모른다. 해석의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처럼 ‘명령 전
달’과 ‘응답 요구’라는 전화의 상징성이 평화로운 휴식의 분위기와 충돌하면서 보
는 이로 하여금 미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서로 다른 공간 사이의 갈등이 이미지 안에서 끊임
없이 은폐되고, 감춰진다는 점이다. 마치 누군가의 등 뒤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대화의 비밀스런 내용을 그대로 노출시키지는 않으려는 것처럼, 삽화는 이미지
내부의 공간을 평화롭고 일상적인 장면으로 위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들을
은폐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바로 창밖의 풍경이다.

6) 창밖의 풍경이 보여주는 평온함과는 정 반대로, 실제로는 지금 이 순간 직원들이 대화를 통해


나누고 있는 대화의 내용은 사실 대단히 위험하고 긴장감이 넘치는 진술이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직원들의 대화는 회사의 신입사장 ‘정준모’의 무능을 담고 있고, 그리고 미국에서 돌아온
누이 덕택에 갑자기 부자가 된 ‘김정순’과 그 누이의 기묘한 개인사(個人史)를 들추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소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지금 직원들이 나누고 있는 이 이야기들이 매우 중요한 단서
였음이 드러난다. 정준모의 허술한 일처리가 회사를 부도에 이르게 만들고, 미국에서 돌아온 김정
순의 누이, 김정자가 실은 정준모의 전처였음이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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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 형성기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 157

<그림6> <그림5>의 부분 확대

사실, 창밖의 공간은 이 삽화 속에서는 무척 특별한 위치에 있다. 먼저, 기술적


인 관점에서 볼 때, 창밖의 공간은 소설 텍스트의 공간을 딥-포커싱(deep
focusing)함으로써 화면의 공간을 확대한다. 피사계 심도가 깊이 놓인 창밖 배경
의 묘사와 원근감 있는 구도는 평면의 공간에 입체감을 부여할 뿐 아니라, 삽화
프레임 내부의 공간을 외부의 공간으로 확장시킨다.
게다가 기능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창밖의 평화로운 풍경이 장면 전체에 특별
한 분위기를 부여한다는 점은 더욱 흥미롭다. 독자들이 소설 속 인물들의 대화
장면을 바라보는 그 순간, 그와 동시에 펼쳐지는 창밖의 풍경이 장면 전체를 평화
롭고 일상적인 것으로 느껴지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창밖의 풍경이 환기하
는 분위기가, 오히려 인물들의 위험천만한 대화의 내용들을, 혹은 전화부스의 공
적 공간과 비밀스런 대화 공간 사이의 잠재적인 갈등을 의도적으로 화면 뒤에 숨
겨놓는 셈이다.
요컨대, 화면 속에서 투명하게 그려진 창밖의 풍경은 너무도 사실적이고 객관
적인 풍경 그 자체로 존재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 이미지 안에 감히 어떠한 의
도적인 개입이 존재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할 수도 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투명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 장면 속에 어떠한 의도가 담길
가능성은 완전히 망각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가장 먼 곳까지 초점이 잡힌 투명
하고 사실적인 이미지는 화면 속의 장면이 ‘지금,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라는 환
상을 끊임없이 부여한다. 그러나 물론 삽화가 취하는 이러한 태도는, 역설적으로
삽화가 이미지 속의 상황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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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61집

의 기만적인 전략인 것처럼 보인다. 모든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객관적인 사진


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프레임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는 그
자체가 이미 연출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눈은 천리안이 아니며, 또한 망막
에 맺힌 모든 것들을 단번에 유의미한 정보로 처리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모든
피사체가 명확하게 드러난 ‘사실적인’ 이미지란, 실은 그 자체로 이미 삽화가 가
진 특정한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 특별한 연출물인 셈이다.
번안소설 삽화가 보여주는 이러한 특징들은 결국 이미지 속의 미장센이 단순히
여백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우연한 사물이 아님을 다시금 확인하게 만든다. 번
안소설 삽화에서 공간은 특정한 의미들을 창출하기 위해 고안된 고도로 조직된
기호들의 장인 것이다.

머리는 흐트러지고 옷은 어지러워졌는데 무거운


몸을 일어 부신 논으로 방 안을 돌아보니 꿈결인지
생인지 분변키 어렵다. 몸은 이 방 안에 확실히 있음
을 알았으나 정신은 중천에서 방황하는 것 같다. 귀
를 기울이고 듣건대 강가에서 어부의 뱃소리가 간간
이 들린다. 문을 열고 마루 끝으로 나가 보니 달은
벌써 중천에 높이 떠서 있다.
아, 벌써 밤이 깊었나보다.
<그림7> 하며 순애는 홀로 기둥에 몸을 의지하여 달을 향하
고 물끄러미 바라보며 가슴속으로는 저녁때에 지낸
일을 생각한다. 「장한몽 65」, <투신2>, 뺷매일신보뺸, (1913. 7. 27)

재미있는 것은 번안소설 삽화의 이와 같은 장면 구성 전략이 디테일의 촘촘한


묘사와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나타남으로써, 또 다른 효과를 가져 오는 경우도 있
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공간의 정보를 촘촘하게 배열하고 미장센을 배치하는
앞의 삽화들과 달리, 삽화(<그림7>)는 프레임 내부의 배경을 모두 소거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오직 화면 속의 피사체에만 집중할 것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삽화는 이전까지 보아왔던 번안소설의 삽화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장면을
구성하고 있다. 미장센을 강조함으로써 공간 속의 서사적 요소들을 촘촘하게 배
치했던 다른 삽화들과 달리, 여기에서 삽화는 배경을 대부분 날려버린다. 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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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 형성기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 159

아니라 흑백의 대비가 강조되는 강한 콘트라스트(contrast)의 화면은 피사체로


놓여있는 인물의 모습을 보다 부각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화면
속에 홀로 앉아있는 인물의 상황과 그의 내면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화면의 구도 또한 예사롭지 않다. 피사체는 한쪽으로 완전히 치우쳐 있으며,
나머지 공간은 하얀 공백으로 남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아
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그 여백이 결코 텅 빈 공간으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더욱이 소설 언술에서 나타나고 있는 순애의 절망적인 상황, 즉
김중배에게 겁탈을 당하고 비탄에 빠진 순애의 모습을 연결시켜본다면, 오히려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배경은 “정신은 중천에서 방황하는 것 같은” 순애의 현
재 심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인물의 시선이 왼쪽의 여백으로 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른쪽의 좁
은 프레임을 향하고 있다는 점도 이 삽화의 놀라운 공간 연출력을 보여주는데 한
몫 한다. 대개의 인물화에서 인물의 시선은 보통 화면 속의 보다 넓은 공간을 향
함으로써 시선이 멈추는 지점, 이른바 루킹 룸(looking room)을 화폭 안에 남기
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삽화에서는 인물의 등 뒤에 너 많은 공간을 남기고 그녀
가 바라보고 있는 피사체를 프레임에서 제거함으로써 오히려 인물의 시선을 프레
임 바깥까지 확장시키는데 성공한다. 독자들은 프레임을 뚫고 나가는 순애의 시
선을 상상함으로써 소설 언술이 보여주는 그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프레임
안으로는 도저히 가둘 수 없는 순애의 깊은 절망과 한탄이 삽화적 연출을 통해
더욱 심화되어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3.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2) :

구성되는 풍경과 응시하는 주체의 등장

번안소설 삽화는 그 시각적인 재현의 대상을 소설의 스토리가 아닌 담화 차원


에서 주로 선택한다. 삽화는 미장센을 강조함으로써 공간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
고, 소설 언술 속의 부수적인 요소들을 재구성해 극적으로 연출한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번안소설 삽화에서 유독 자주 보이는 ‘풍경’의 이미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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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61집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번안소설 삽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풍경의 이미지들이


결국엔 번안소설 삽화가 서사적 공간을 지배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
다. 중요한 것은 번안소설 삽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풍경의 이미지, 혹은 배경의
공간들이 실은 결코 있는 그대로의 객관적인 자연물이라거나 혹은 누군가를 위한
낭만적인 완상(玩賞)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요컨대 번안소설 삽화 속에서
풍경의 이미지는 거의 언제나 특정한 서사적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안된 ‘의
도된 연출’로서만 존재한다.

확실히 번안소설 삽화에서 풍경의 증가는 특별한 현상이다. 자연 풍광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나 일상의 정물(靜物), 전통화에서 흔히 보였던 산수(山水), 그리고
배경처럼 구성된 인물 소묘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종류의 풍경이 삽화로 등장한
다. 물론 미장센의 강조를 통해 공간을 구성하는 번안소설 삽화의 특징을 염두에
둔다면, 「장한몽」 이후의 신문연재소설 삽화들에서 유독 풍경이 많이 발견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번안소설 삽화의 풍경은 단순한 양적
증가를 넘어, 그것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성격에서 더욱 특별하다. 번안소설 삽화
에서 풍경의 이미지는 단순한 소설 언술의 재현이 아니라, 소설 속의 담화들을
재해석하고 재구성한 결과물들이기 때문이다.
가령, 다음 <그림8>의 풍경 이미지는 조일재의 번안소설 「장한몽」에 수록된 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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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 형성기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 161

화로, 화면 속의 풍경은 소설 언술의 단순한 모사(模寫)가 아니라, 그것을 삽화적


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라고 보는 편이 훨씬 타당해 보인다.

망망한 세상에 홀로 내친 바가 되어 한 사람의 골육지친도 없거늘


하물며 따뜻한 애정을 몸에 받지 못하는 수일은 거친 들에 홀로 누워
있는 바윗돌과 같이 차고 적막하다. 수일이가 심택의 집에 부쳐 있을
때는 순애를 사랑하여 그 아름다운 음성과 보드라운 손과 따뜻한 마
음을 혼신에 받고 지낼 때는 그 즐거움이 다시 어느 곳에 구할 바가
없었더라. (중략)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의 순애를 얻음으로 일만 나무
가 일세 꽃이 핌과 같아서 거친 들에 놓여있는 바위로도 물에 젖고 안
개에 취하여 봄 해에 편안히 잠들어 있는 것 같다. 그 사랑과 그 정의
가 날이 갈수록 더하여갈 때에 어느 곳에 경쟁하는 자가 있어 잠시 동
안에 나의 아내를 빼앗기를 손길 한번 뒤집는 것보다도 용이히 하였
<그림8> 으니 수일의 그 마음이 어떠하였으리오.
「장한몽 45」, <자탄1>, 뺷매일신보뺸, (1913. 7. 3)

삽화(<그림8>)는 지금 바람 부는 들판의 쓸쓸한 풍경을 그려 내고 있다. 하지


만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허공을 날고 있는 들새, 그리
고 바위를 담은 풍경의 이미지가 실제로—적어도 소설 언술을 통해 만들어진 허
구적 실재로— 존재하는 자연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사실 여기에서
보이는 풍경의 이미지는 외부 세계의 객관적인 사물을 재현하고 있는 것이 아니
라, 수일의 내면을 비유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순애를 잃고 난 수일의 심정에 대해 소설은 흡사 “거친 들에 홀로 누워 있는 바윗
돌과 같이 차고 적막”한 상태라고 묘사한다. 그리고 소설 언술을 통해 나타나는
이러한 비유들은 삽화 이미지 속에서 다시 바람 부는 “거친 들”, “바윗돌”, 허공을
나는 새들과 구름 등의 자연물을 통해 구체화된다. 그러므로 <그림8>의 삽화에서
그려진 풍경이란, 결국 실제 존재하는 외부의 자연이 아닌, 주인공 수일의 적막한
내면을 의미하기 위해 삽화적으로 구성된 풍경으로 보는 편이 보다 타당해 보인
다.
신소설 삽화와 비교할 때, 번안소설 삽화의 이러한 속성은 더욱 분명해 진다.
사실, 신소설 삽화에서도 드물기는 하지만 풍경에 대한 묘사가 존재한다. 그러나
신소설 삽화가 풍경을 구성하는 방식은 번안소설 삽화의 그것과는 본질적인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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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61집

가 있다. 신소설 삽화에서 풍경은 삽화의 자의적인 해석이라기보다는, 단지 소설


언술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모방인 경우가 훨씬 더 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음의 삽화(<그림9>)는 이해조의 신소설 「소학령」의 삽화로, 풍경
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번안소설 삽화의 풍경 이미지와 동일하지만 이미지
를 구성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여기에서 풍경은 소설 속
배경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모사로서만 존재할 뿐, 다른 내포적인 함의의 가능성
을 가지지 않는다. 풍경으로 나타난 집의 모습은 소설 속에 존재하는 있는 그대로
의 1차적인 사물 그 자체를 지칭할 뿐이기 때문이다. 신소설 삽화의 프레임 안에
존재하는 풍경의 이미지들은 소설 언술이 지시하고 있는 구체적인 실재들로 한정
되며, 그 안에 삽화의 자의적인 해석이 들어갈 여지는 그만큼 감소할 수밖에 없
다. ‘스토리의 지향’이라고 하는 신소설 삽화의 특성은 풍경의 재현에서도 분명히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축동 우거진 나무에 저녁연기가 일자로 끼었는데, 제비


둥우리 같은 집이 두서넛 보이는 것은 홍구여 사는 불랑케
얼이라. 한영이가 수작하던 말을 뚝 그치고 손을 들어 가리
키며,
(한) 아우님, 저기 보이는 집이 내 주인 홍구여의 집일세.
내 먼저 들어가서 주인 있나 보고 나올 것이니, 이야기는 이
때 할 차로 여기 잠깐 서 있게.
이해조, 「소학령 40」, 뺷매일신보뺸, (1912. 6. 16)
<그림9>

반면, 번안소설 삽화에서 풍경의 이미지는 대부분 소설 언술을 넘어서 존재한


다. 앞서 살펴 본 것처럼, 소설 언술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을 통해 이미지를 구성
하는 것은 서사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번안소설 삽화의 주요한 전략이기 때
문이다. 그러므로 번안소설 삽화의 풍경이 소설 언술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경우
라 할지라도, 그 이미지와 풍경의 관계를 단순한 실재의 재현으로만 국한해 이해
서는 안 된다.
더욱이, 삽화 속에 나타난 풍경의 이미지가 소설 언술 속에서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 그 풍경은 보다 많은 해석가능성을 내포하는 자유로운 기호처럼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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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 형성기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 163

이게 된다. 독자들은 풍경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이미지를 끊임없이 소설 언술


과 연결시켜야하며, 그 과정에서 이미지와 언술이 결합할 수 있는 실마리를 직접
찾아야만 한다.
가령, 다음의 삽화들은 각각 조일재의 소설 「비봉담」과 「장한몽」에 수록된 삽
화들로, 여기에서 제시된 풍경의 이미지들은 소설 언술의 어느 부분에서도 그 구
체적인 내용을 찾을 수 없다. <그림10>에서 보이는 폐허가 된 화단의 모습이나,
<그림11>에서 나타나는 여주인공 순애의 발밑에 떨어진 백합(점선으로 강조)은
사실 소설 텍스트에서 결코 언급되지 않는다.7) 이 장면은 모두 삽화가 소설을 넘
어 자의적으로 구성해 만들어 놓은 풍경의 이미지들인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삽화 속의 풍경을 해석하기 위해서, 독자들은 소설 언술과 삽화 이미지를 함께
읽어가면서 풍경이 부여받을 수 있는 의미의 가능성을 직접 한정해야만 한다. 소
설 언술과 삽화 이미지가 맺고 있는 서사적 소통 상황을 독자들 스스로가 재구함
으로써, 소설에는 직접 나오지 않는 풍경의 의미를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왜 지금 이 순간 풍경이 등장하는가? 그것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가?
이렇게 스토리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깨뜨리고 갑자기 나타난 풍경의 이미지는 단
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이제 해독해야할 하나의 기호로 변화한다.
사실 신소설 삽화에서 자주 보이는, 사건과 행위를 그대로 재현하는 이미지는
그 자체의 구상성(具象性)만으로도 독자에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
다. 인물의 행위나 사건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어느 정도는 삽화의 의미를
유추하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번안소설 삽화의 풍경은 비록 그것이
지극히 사실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풍경의 도상적 이미
지만으로 그것이 지칭하고 있는 구체적 대상을 확신하기는 쉽지 않다. 풍경의 이
미지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표면적으로 지시하는 대상풍경(실재자연)과의
외연 관계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것이 삽화 화면에 등장한 바로 그 순간 소설 언
술과 관련됨으로써 발생하는 내포적이고 2차적인 의미 작용까지도 함께 고려해
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림10>과 <그림11>에서 삽화 속의 도상적 이미지
를 단순히 ‘깨진 화분’이나 ‘떨어진 백합’이라는 외연을 지시하는 것으로만 이해해

7) <그림10>: 「비봉담(55)」, 뺷매일신보뺸, (1914. 10. 15),


<그림11>: 「장한몽(110)」, 뺷매일신보뺸, (1913.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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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61집

서는, 이미지에 대한 제대로 된 해


석에 도달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 경우, 삽화는 그것이 반영하고
있는 소설 텍스트와 함께 읽혀질
경우에만 비로소 정확한 의미를
드러내게 된다. ‘깨어지고 망가진
화단’은 살인혐의를 뒤집어 쓴 채
감옥에 갇혀 있는 여주인공 화순
의 비참한 상황을, 그리고 ‘땅바닥
에 짓밟힌 꽃’은 절망에 빠진 순애
<그림10> <그림11>
의 비극적인 내면을 은유하는 사
물이라고 여기는 편이 소설 속의
상황을 고려할 때 훨씬 더 타당해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번안소설
삽화의 풍경이란 단순한 자연물에 관한 묘사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통해 다른
무언가를 끊임없이 환기하게 만드는 서사적 기호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어쩌면 누군가는 이러한 해석이 실제 삽화의 의도와는 무관한, 지나치게
주관적인 해석에 불과하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누군가는 ‘초기 삽화의
연출력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인가’와 같은 삽화의 깜냥에 대해
의구심을 보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번안소설 삽화는 생각보다 훨씬 더 사
려 깊고 훨씬 더 교묘하게 구성된다. 삽화는 소설 언술을 꼼꼼하게 읽지 않고서는
상상할 수 없는 내용들을 재현하거나, 높은 수준의 비유와 상징을 통해 대상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화면 속의 이미지들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으며, 치밀
한 계획 속에서 (도출 가능한) 정답과 연결되도록 고안된다. 이를 테면, 다음의
삽화 <그림12~13>들은 앞에서 살펴보았던 풍경의 은유적인 의미가 사전에 의도
된 계획 아래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그림12>는 소설 「비봉담」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난 뒤, 맨 마지막
회에 수록된 삽화다. 여기에서 갈등이 해결되고 인물이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고
하는 소설 속의 내용은 활짝 만개한 화분의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더구
나 이미지 내부에서는, 화분과 주인공 ‘화순’이 한 공간에서 서로 인접해 존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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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 형성기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 165

으로써 그 두 화소畵素는 서로를 끊임없이 반영하게 된


다. 화순의 옆에 존재하는 활짝 피어있는 화분을 통해,
앞에서 보았던 <그림10>의 깨어진 화분이 실은 바로 화
순의 고난을 비유하는 사물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
다.
마찬가지로 <그림13>에서는 수일의 꿈속에서 나타난
백합의 모습이 다름 아니라 실은 순애를 은유하는 고도의
비유였음으로 판명되기도 한다. 삽화 <그림13> 속에서
백합이 지시하고 있는 대상은 자못 분명해 보인다. 수일
의 꿈속에 나타난 순애가 “한 송이 백합꽃”으로 변해, “사 <그림12>

람의 얼굴같이 가득히 피어 어깨 너머로 드리웠다”는 소설 속의 진술을 읽고 난


독자들은, 삽화 속에 등장한 ‘백합’의 이미지를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 특정한 의
미로 이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삽화 이미지가 소설 언술과 만나는 순간, 그것
은 특정한 이미지로 제한된다. 소설 텍스트를 읽는 동안, 독자들은 (풍경처럼 나
타나는) 순백의 백합꽃이 실은 죽음을 통해 자신의 순정을 호소하고 있는 순애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이러한 사례들은 번안소
설 삽화의 풍경 이미지들이 소설 언술의 관한 순수한 재현이 아닌, 삽화가의 의지
를 반영하는 중요한 서사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순애의 신체를 일으켜 등에 업으려 한즉 가볍기가 한 조


각 종이와 다름없다. 괴이히 여겨 뒤로 돌아보니 향기로운
냄새가 코에 엄습하며 한 송이 백합꽃이 사람의 얼굴같이
가득히 피어 어깨 너머로 드리웠다. 깜짝 놀라 눈을 뜨고
깨달아 보니 아침 날에 춘몽이 깊었는데, 창밖에서는 참새
소리만 짹짹—.
<그림13> 「장한몽(92)」, 뺷매일신보뺸, (1913. 8. 29)8)

8) 여기에서 인용된 삽화 <그림13>은 뺷장한몽(93)뺸(1913. 8. 30)에 실린 삽화로, 인용된 소설의 내용


과는 하루의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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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61집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처럼 번안소설 삽화 속의 풍경을 조사하는 과


정에서, 이 시기 삽화가 지니는 또 다른 중요한 특징과 만나게 된다는 사실이다.
특정한 의도를 위해 구성되는 풍경의 이미지를 만나는 바로 그 순간, 우리는 그
이미지를 구성하고 있는 어떤 특별한 시선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소설
에서는 변두리 언술의 한 조각으로 존재하던 풍경들이 이제 삽화 안에서 중심적
인 이미지로 포착될 때, 우리는 그 풍경의 삽화 속에 존재하는 특별한 시선-풍경
을 인식하고 응시하며 그것을 프레임 안에 담고 있는 특정한 주체의 시선-을 감
지하게 될 수밖에 없다.9)
분명, 삽화에서 풍경은 우연히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필이면 그 풍경
이 지금 그곳에 놓여있는 이유, 그것은 누군가 그 풍경을 의식하고 포착했기 때문
이며, 또한 그것을 삽화라는 ‘인식의 격자’ 속에 묶어 놓고 있기에 비로소 가능해
진다. 풍경의 이미지는 소설 언술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재현 가능한 담화들 중에
서 그 누군가에 의해 선택된 유일한 이미지이며, 단순한 소설 언술의 동어반복이
아니라 특정한 의도에 맞도록 재구성된 이미지라는 점에서 그 누군가의 분명한
의지를 포함하게 된다. 우리가 번안소설 삽화의 풍경 이미지를 바라보는 순간,
그와 동시에 우리는 그것을 선택하고 있는 그 누군가의 특별한 서사적 시선도 함
께 만나게 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확실히 번안소설 삽화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풍경의 존재는, 지금 그 풍경을 대상화하고 있는 바로 그 ‘시선의 주체’에 관해

9) “풍경의 탄생과 성립을, 일상적 체험의 수준에서부터 예술적 규범에 이르는 방대한 영역에서 진행
되었던 시지각적 재현 체계 혹은 근대적 시각 체제의 구조적 변동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일군
(一群)의 학문적 관점에서, “풍경이란 단순한 미학적 완상의 대상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풍경의
향수자가 세계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일종의 제도적 세계상”으로 간주된다.(각주에서 인용된 부분
은 다음의 논문을 참조. 김홍중, 「문화사회학과 풍경(風景)의 문제 : 풍경 개념의 구성과 그 가능성
에 대한 이론적 탐색」, 뺷사회와 이론뺸(6), 2005)
같은 맥락에서, 풍경의 발견과 내적 인간의 등장을 통해 ‘언문일치’로 표상되는 일본 근대 소설의
시작을 규명하고자 노력했던 고진이나, 또는 벨라스카스의 「시녀들」에 숨겨져 있는 시선들을 탐색
함으로써 고전주의적 에피스테메를 찾아내고자 했던 푸코의 논의들도, 결국은 풍경이 내적 주체의
시선과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1910년대 초반 삽화에 등장하는 ‘재현된 자연’으로서의 풍경 이미지 역시 그 기저에 내포
하는 인식론적 토대를 재구함으로써 당대의 사유 체계를 탐색하는 중요한 재료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고진과 푸코의 논의와 관련해서는 다음의 저서를 참조. 가라타니 고진, 박유하 옮김, 뺷일
본 근대문학의 기원뺸, 도서출판b, 2010; 미셸 푸코, 이규현 옮김, 뺷말과 사물뺸, 민음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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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 형성기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 167

질문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도대체 누가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가? 그것은 텍스트의 외부에 존재하는 권위
적인 서술자의 시선인가? 혹은 텍스트의 내부에 존재하는 이야기 속 등장인물의
시선인가? 혹은 그것은 외부의 시선에 의해 사로잡힌 내부 인물의 시선이라는 복
합적인 이중의 결과일 수도 있는가? 번안소설 삽화에 자주 등장하는 풍경의 이미
지는 우리로 하여금 이러한 질문들에 대하여 고민하게 만든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다음의 <그림14>는 풍경을 인식하고 있는 바로 그 시선의 위치를 보여준
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일재의 소설 「비봉담」에 삽입된 연못의 풍경
은 이야기의 중심 사건이 벌어지는 중요한 배경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의 출발점, 요컨대 풍경을 응시하는 주체의 위치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별안간에 일어나는 근심이 더욱 초조하여 이날 저녁에


림의사가 오기를 고대하여 부친의 눈을 긔이고 림의사를
이끌고 대문을 나서 비봉담 못가로 갔도다 그 못가에는
반석 같은 바위가 두어개 있어 첩은 항상 저녁이면 그 바
위 위에서 넓은 못물을 내려다보고 산보하는 일이 많았음
으로 이날저녁에도 림의사를 그곳으로 인도하여 셔셔히
한담이나 할 생각으로 그곳까지 함께 옴이로다.
「비봉담」(3~4회), 뺷매일신보뺸, (1914. 7. 23~24)
<그림14>

앞서 보았던 번안소설 삽화들의 사례처럼, <그림14>에서도 역시 풍경은 그 자


체로 삽화의 중요한 주제다. 하지만 여기에서 풍경이 조금 더 독특한 까닭은, 지
금 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그 시선의 주체에 관한 흔적이 소설 언술 속에서,
그리고 또 다른 삽화를 통해서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소설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 서술자의 진술을 통해, 우리는 지금 이 풍경이 여주인공
화순의 시점에서 그려진 이미지일 수 있다는 가능성과 만나게 된다. “첩은 항상
저녁이면 그 바위 위에서 넓은 못물을 내려다보고”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 삽
화 속의 풍경이 외부의 서술자의 시선이 아닌, 내부의 여주인공에 망막에 투영된
대상을 그려낸 것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사실은 뒤이어 등장하는 또 다른 삽화가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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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61집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다음의 삽화 <그림15>는 난간에


앉아 창밖을 응시하는 화순의 모습과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연못, 바로 비봉담의 풍경을 보여줌으로써 <그림14>의 풍경
을 여주인공 화순의 시선과 분명하게 연결시키고 있다.10)
본고의 관점에서라면, 번안소설 삽화가 보여주는 이러
한 이미지들은 대상을 포착하고 응시하는 주체가 삽화 텍
스트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앞서 살펴본 삽화
<그림14>에서 풍경은 텍스트 내부의 등장인물의 시선에
<그림15>
의해 포착된 이미지이며, 따라서 그 안에서 여주인공 화
순의 시점으로 대변되는 텍스트 내부의 초점화자를 발견
하게 된다. 즉, 거의 모든 삽화가 텍스트 외부의 어떤 절대적인 시선에 의해 재현
되었던 신소설 삽화와 달리, 번안소설 삽화는 텍스트 내부의 인물을 통해 존재하
는 어떤 특별한 내적인 시선을 재현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이 풍경의 삽화를 통해 번안소설 삽화가 보여주는 서술
방식의 커다란 변화를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외부의 서술자에 의해, 그리고 오로
지 그 절대적인 서술자의 목소리에만 의지해 스토리를 설명했던 소설 삽화로부
터, 텍스트 내부와 외부의 다양한 위치에서 출발하는 시선을 가진, 그러므로 다양

10)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비봉담임을, 즉 <그림14>와


<그림15>가 서로 연결된 동일한 공간을 그리고 있음
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그 두 이미지는 우연
히 비슷한 연못 풍경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러한 의구심은 삽화 내부에 존재하는 미장센을 통
해 해결된다. 지금 여주인공 화순이 바라보고 있는
연못 언덕 위에 서 있는 ‘세 그루의 소나무’가 바로 그것이다. 즉, 그녀가 늘 “저녁이면……내려다보
곤했다”는 비봉담에 서 있는 세 그루의 소나무가 두 삽화에 모두 존재함으로써, 두 공간의 일치를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실존론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소나무는 우연히 그 공간에 놓여있는 평범한
사물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사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나무들은 시공간의 일치를 확인하게
만드는 중요한 기술적 장치로 간주된다. 서로 분리된 두 화면에 동시에 존재하는 동일한 ‘세 그루
의 소나무’가 서로 동떨어진 두 개의 개별적 공간을 일치시킴으로써, 일종의 ‘시공간적 이정표’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림15>에서 풍경으로 존재하는 이미지 내부의 소나무를 반전
시켜보면, 그 실루엣은 놀랍게도 <그림14>의 소나무들과 거의 일치한다.(<그림15>는 「비봉담」,
뺷매일신보뺸, (1914. 7. 25)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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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 형성기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 169

한 서술의 주체를 통해 장면을 보여주는 소설 삽화로의 변화가 바로 이 지점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림15>의 경우는 텍스트 내부에서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등장인물의
시선을 (그녀(화순)의 등 뒤에서) 다시금 텍스트 외부의 초점화자가 재현한다는
점에서, 이중의 복합적인 시선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삽화 속에
서, 화순의 눈으로 본 비봉담이라는 풍경과 그런 그녀의 모습조차 풍경화(대상화)
하는 외부의 초점화자를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삽화 이미지가 텍스트의 내부와
외부에 동시에 존재하는 이중의 시선에 의해 다층적으로 구성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러한 시선의 다양한 분화는 소설 삽화가 대상을 포착하는 방식이
텍스트 외부에 존재하는 절대적 서술자의 권위로부터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번안소설 삽화는 이미지를 대상화하는 다양한
시선들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음의 삽화(<그림16>)는 이제 삽화 속에 존재하는 바로 그 시선조차
연출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번안소설 삽화의 놀라운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
다. <그림16>은 소설 「장한몽」에 삽입된 삽화로, 내용상 김중배가 끼고 있는 금
강석 반지에 관한 진술들과 관련된 이미지이다. 그러나 미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 삽화가 가져다주는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바로 이 삽화가 당대의 신문연재소
설 삽화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그야말로 최초의 ‘클로즈 업(close up)’ 이미지라
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그 신사가 여러 사람 앉아 있는 가운데로 지나갈 때


에 그 손 넷째 손가락 무명지에 광채 나는 물건이 있는
데 심상치 아니하고 그 굳센 광채는 등불 빛과 한 가지
로 찬란하여 거의 바로보기 어렵도록 눈이 부신다. 그
신사는 그 방중에 있는 사람으로 일찍 말은 들었으나
보지 못하였던 금강석 반지를 꼈더라. 좌중에 있던 여
러 남녀는 그 반지의 광채를 보고 모두 한 번은 놀라기
를 마지 아니한다.
<그림16>
「장한몽 3」, 뺷매일신보뺸, (1913.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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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61집

“……김형순이라고 유명한 재산가로 자기가 홀로 세운 은행인데 그 김형순이가 순애를 자


부로 삼겠다고 통혼을 하기에……”
김형순의 아들이라 하니 이는 곧 지나간 정월 십오일에 다동 김소사의 집에서 윷놀이할 때
에 만나 보던 오백 원짜리 금강석 반지를 꼈던 김중배로다 하고 수일은 그윽이 조소하기를
마지아니한다. (중략) 순애를 앗고자 하는 사람은 금강석이로다.
「장한몽 14」, 뺷매일신보뺸, (1913. 5. 28)

‘클로즈 업’, 그것은 대상을 분할하고 선택하는 시선을 표현하는 다른 방식의


말이다. 클로즈업은 대상을 절단하고 분리하며, 그 조각난 대상을 오히려 과장함
으로써 욕망하게 하는 페티쉬(fetish)다. 보고 싶은 것만을 더 가까이 보려고 하
는, 그러므로 불필요한 다른 모든 것은 아예 제거해버릴 수 있는, 그런 욕망하는
의도로 가득 한 시선의 힘이 클로즈업 된 이미지를 통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림16>에서 시선은 절단된 신체와 조각난 파편들을 확대함으로써 그것을 특
별한 욕망의 대상으로 변화시킨다. 삽화에서 화폭에 그려진 이미지는 표면적으로
‘금강석 반지를 끼고 있는 김중배의 손’이지만, 특정한 대상만을 클로즈업한 이미
지는 그 안에서 ‘금강석 반지를 끼고 있는 손’, 그 외의 것들은 모두 소거해 버린
다. 따라서 ‘김중배’가 사라진, 주인 없는 손의 이미지는 그것을 바라보는 누구의
손으로도 교환될 수 있는 사물로 변화하며, 그러므로 보는 이들의 욕망을 불러일
으킨다. 더욱이 주인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그 손은 누구나 쉽게 자신을 이입할
수 있는 대상이기에, 반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환상은 보다 쉽게 유포될 수 있다.
수일도 순애도,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좌중의 여러 남녀들도” (그리고 심지어
는 텍스트 외부의 독자들마저도) 모두 반지의 “굳센 광채”에 사로잡히며, 그 손의
주인이 되기를 소망한다. 분할된 신체(물신)를 담은 이미지는 그래서 이제 삽화
속에서 하나의 풍경이 되고, 그 풍경을 응시하고 있는 주체 역시 텍스트의 안팎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게 된다. 과연, 번안소설 삽화에서 풍경이란 단순한 자연
세계의 모사나 재현이 아니라, 주체가 인식함으로써 생겨나는 ‘대상화 된’ 사물
그 자체를 모두 포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번안소설 삽화에서 보여주는 풍경의 증가는 그것을 응시하는 주체에 대
해서도 그만큼 많은 것을 말해주게 된다. 풍경은 그것을 응시하는 주체가 누구인
지, 그리고 그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그 풍경을 왜 바라보고 있는지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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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 형성기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 171

많은 문제들을 설명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통해, 우리


는 번안소설 삽화의 풍경이 대단히 다양한 종류의 시선을 통해 구성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정말로 번안소설 삽화에서 시선은 여기저기 존재한다. 예컨대,
번안소설 삽화에서 인물들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바라보는 존재다. 그들은 대상
을 목격함으로써 그것을 의심하고, 그것을 응시함으로써 선망하며, 무언가를 바
라봄으로써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본고의 관점에서라면, ‘~을 바라본다’는 그 행위가 단순히 인물 차원으


로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시선’을 사용하는 것은 오로지 인물들의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그것은
소설 텍스트의 서술자에게도 역시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실제로 조일재의 번안소설에서는 “~을 본다”고 하는 특정한 어간의 형태가 전대
의 신소설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령, 다음에서 인용된 소설 「국의향」 속에서는 반지를 “내려다보며” 놀라고,
또 그것을 전해준 의붓동생의 얼굴을 “내려보며” 비로소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인
물의 모습이 ‘~을 본다’고 하는 분명한 행위의 서술어를 통해 드러난다. 그리고
삽화(<그림17>)는 바로 그처럼, 소설 속에서 나타나는 종결형식의 변화를 구체적
인 이미지를 통해 시각적으로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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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61집

효연을 눈물을 씻으며, 왼편손에 끼었던 반지를


빼여 김용남의 손에 놓아준다. (중략)
김용남은 지향없는 회포로 달을 향하여 잠시동
안은 정신을 잃은 사람같이 서서 있다가, 문득 손
안에 무엇을 쥐어주는 셔음에 깜짝 정신을 차리여
내려다보니 달빛에 광채가 영롱한 반지 한 개라.
김용남은 놀래여, 효연의 얼굴을 내려보며,
“이 반지는, 왜 나를 주어?”
<그림17> 「국의향 11」, 뺷매일신보뺸, (1913. 10. 15)

특히, 다음의 소설 「비봉담」의 경우, 그와 같이 ‘~바라 본다’고 하는 시선에 관


한 묘사가 1인칭 서술자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난다는 점에서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첩은 그 병든 노인의 얼굴을 자세히 보고 놀래기를 마지아니하였도다. 독자시여 그


병인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첩의 부친이로다. 첩은 집을 떠난 이후로 오늘날까지 많은
세월을 보내지 아니하였거늘 부친의 형상이 변함은 거의 타인으로 알아보기 쉬우리로
다. (중략) 병이 깊이 들었다하는 말은 들었더니 과연 첩의 불초한 죄로 하여 부친을 저
와 같이 늙고 병들게 하였음인가. 첩은 부친의 그 모양을 보고 놀라운 가슴을 진정치
못하여 다만 이윽히 바라보기만 하다가 솟아 나오는 눈물을 그칠 바를 알지 못하고……
「비봉담 42」, 뺷매일신보뺸, (1914. 9. 30)

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여기에서 인용된 「비봉담」이 (보다 근대적인 서사 장르


로서 존재하는) 최초의 1인칭 소설 텍스트로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하필
이면, 이 최초의 ‘1인칭 서술자의 등장’이 번안소설 삽화 속에서 등장하는 ‘응시하
는 주체의 출현’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 그렇다면 혹시 이 시기
에 1인칭 서술자가 처음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토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번안
소설 삽화 속에서 발견되는 응시하는 주체와 그들의 다양한 시선들도 함께 고려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시선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는 주체, 그리고 그가 인
식한 세계를 대상화하는, 근대적인 의미의 사유하는 주체를 우리가 만약 번안소
설 삽화의 응시하는 시선의 자리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시기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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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 형성기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 173

의 1인칭 서술자의 등장을 좀 더 필연적으로 여길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한 상관성만으로, 번안소설 삽화의 ‘응시하는 주체’와 ‘1인칭 서술자’
의 등장을 어떤 특정한 인과관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대상
에 대한 응시하는 시선들을 하필이면 1920년대 번안소설과 그 삽화 속에서 만나
고 있다는 이 사실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치부하는 것 역시 타당해보이지는 않
는다.
게다가 어쩌면 이것은 청각적 언어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소설 텍스트의 소통
방식이, 이제 읽고 보는 형태의 보다 시각적인 소통으로 변화하고 있는 당대의
독서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낭독의 소
설로부터 묵독의 소설로의 변화가 어떤 면에서는 근대적 소설 장르의 탄생, 더
나아가 근대적 독자(주체)의 탄생과 맞닿아있다고 할 때, 번안소설 삽화가 보여
주는 이러한 변화들이 실제로 그러한 독서 환경의 변화와 조응하고 있기 때문이
다. 앞장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신소설 삽화의 말하고 듣는 구술적 소통의 방식
(telling)은 번안소설 삽화에 이르러 이제 보여주고 바라보는 방식(showing)으로
변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스토리 지향의 신소설 삽화가 소설의 내용을 일목요연
하게 말해주는 텍스트로 기능했다면, 번안소설 삽화에서는 더 이상 스토리를 해
설하지 않으며, 오히려 극적인 장면을 담은 특정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그것이
해석될 때까지 말없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기본적으로 신소설이라는 텍스트는, 말하고 듣는 방법으로 (서사를)
소통하는 세계에 속해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그 때문인지, 항상 무엇인가를
엿들음으로써 세계의 문제를 인식했던 신소설 속의 인물들은 당시의 삽화에서 빈
번하게 발견된다(<그림18>을 참조). 그러나 물론 이것은 번안소설 삽화에 이르
러,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변화한다. 신소설에서 자주 발견되곤 했던, 귀를 곤두
세워 세계를 염탐하는 소통의 방식이, 번안소설 삽화의 세계에서는 더 이상 유효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점에서 본다면, 번안소설 삽화에서 묘사되
는, 응시함으로써 비로소 세계를 이해하는 인물들의 모습들은 바로 이와 같은 ‘듣
는 세계’로부터 ‘보는 세계’로의 전환이라고 하는 소통의 대전환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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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61집

<그림18>
신소설 삽화 속에서 인물들은 언제나 무언가를 들음으로써 세계를 인식하는 존
재들로 묘사된다. 하지만 물론 이는 번안소설 삽화의 세계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사실, 우리는 종종 소설 삽화가 소설 텍스트에 대한 재현이라는 사실을 지나치


게 제한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삽화가 소설 담화와 스토리를 재현
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설 삽화는 때로 단순한 소설 텍스트
의 동어반복 이상의 내용을 보여준다. 이를 테면, 소설 텍스트가 메시지를 전달하
는 서사적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은 삽화가 소설 언술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은연
중에 반영된다. 삽화가 소설을 재현한다는 말은 결국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가능
한 모든 서사적 행위가 이미지를 통해 (메타적으로) 재현된다는 말이기도 한 것이
다.
그렇다면 지금 번안소설 삽화는 바로 그와 같은 서사적 소통 상황에서 발생하
고 있는 헤게모니의 변화를 포착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청각이 아닌 시각을
통해 세계를 받아들이는 주체, 시선을 통해 대상을 포착하고 시선으로 욕망을 인
식하며, 시선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보다 근대적인 주체가 탄생하는 순간을 번
안소설 삽화가 지금 온몸으로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4. 소결 : 근대적 독서 텍스트로서의 번안소설과 삽화

이미 일본의 독자들로부터 한차례 흥행성을 검증받은 번안소설들은 새로운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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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 형성기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 175

을거리에 대한 개화기 독자들의 욕구를 세련된 스토리와 감성으로 채워나간다.


소설의 사회적 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상투적인 이야기 형식을 반복하거
나, 소설적 미학의 규준이 여전히 확보되지 않은 채 사건의 전개나 플롯의 진행에
만 급급했던 신소설과는 달리, 조일재의 소설은 이야기의 구성이나 문체에 있어
서 이전의 소설들과는 확실한 차이를 보여준다. 가령, 그의 번안소설들은 플롯의
역동적인 전개보다는 오히려 인물들의 내적 심리와 서사 담화의 표현적 측면에
더욱 주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설은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
하며, 소설적 갈등을 사회적 상황이 아닌 개인적 상황에서 발견하려는 경향을 보
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 속 인물의 갈등을 남이 아닌 바로 독자 자신의
것으로 이입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이해조의 신소설과 조일재의 번안소설 사이에 존재하는 이러한 차이는 소설 삽
화에 있어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소설 서사에서 보이는 차이만큼이나 분명한
변별점들이 소설 삽화 속의 여러 가지 특징적인 지점을 통해 나타나고 있기 때문
이다. 가령, 신소설 삽화가 스토리 지향의 특징을 지니고 이야기 내부의 중요한
사건들과 행위를 재현하는데 집중했다면, 번안소설 삽화는 그와는 달리 소설 담
화 차원의 부수적인 (그러나 중요한) 지점들을 재현하려고 노력한다. 앞에서 살
펴보았던 것처럼, 「장한몽」 류의 번안소설에서 강조되었던 내면 심리에 관한 묘
사나 표현의 기교들은 번안소설 삽화에서도 동일하게 재현된다. 삽화 속의 장면
은 인물의 내면 심리를 은유하고 상황의 분위기를 극대화하며, 독자들의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 극적인 이미지로 연출된다. 삽화는 미장센을 강조함으로써 공간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한편, 소설 담화로부터 재구성된 사실적인 이미지를 통해
독자들이 극적 환상을 유지하도록 돕기도 한다.

그러므로 「장한몽」 이후의 번안소설 삽화들이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특징, 그


것은 우선 서사적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이전의 삽화와 결정적으로 구분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장한몽」 이후의 번안소설 삽화들은 더 이상 독자에게 스토리
의 비밀을 해설하지 않으며, 사건의 전체나 행위의 이유를 노골적으로 보여주지
도 않는다. 어떤 점에서는 번안소설 삽화의 이와 같은 성격을 ‘징후적’이라는 말
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른다. 비를 맞고 떨어지는 꽃잎, 어디선가 처연하게 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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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61집

조일재 소설의 삽화들은 사건의 ‘환부’를 직접 설명하기보다는 오히려


겉으로 보이는 담화적 ‘징후’들을 시각적인 장면으로 제시한다.

오는 바람과 외로운 새 한 마리, 그리고 뻐끔뻐끔 연기를 뿜어낼 뿐인 장죽처럼


조일재 소설의 삽화들에서 공간을 채우고 있는 화소(畵素)들은 소설 담화의 재현
이면서, 동시에 사건의 ‘환부(患部)’에 관한 은유적인 재현으로 기능한다. 떨어지
는 꽃은 인물의 몰락과 절망을, 바람은 그의 외로운 심사를, 담배 연기는 그가
겪고 있는 내면의 고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소재들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
이는 담화차원의 징후들을 통해 사건의 경과를 우회적으로 제시하는 번안소설 삽
화의 이미지는 그러므로 이제 해독해야만 하는 하나의 기호이며, 소설 언술은 그
해답에 관한 모종의 단서가 담긴 텍스트로 변화한다.
하지만 신소설 삽화와 구별되는 번안소설 삽화의 이와 같은 불친절이 역설적으
로 독자들을 보다 능동적인 존재로 만든다는 점은 흥미롭다. 삽화가 비밀을 온전
히 드러내지 않은 채 다만 사건의 양상만을 조금씩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독자들
을 적극적으로 텍스트의 커뮤니케이션 상황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번안소설의 독자들은 이제 삽화 이미지와 소설 언술 사이의 관
계를 적극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스스로 그 장면의 의미를 구성해야만 할 처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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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 형성기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 177

놓인다. 소설 삽화와 언술을 결합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독자는 단순한 메시지


의 수동적인 수용자로부터 벗어나 보다 능동적으로 메시지를 재구성하는 존재로
변모할 것을 요구받는 것이다.
3장에서 살펴보았던, 번안소설 삽화가 보여주는 시선에 대한 실험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 가령, 삽화에서 프레임은 눈에 보이는
대상을 포획하고,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들을 분리하며, 그 사이에 임의의 경계
를 구획하는 역할을 한다. 프레임이란 결국 대상을 바라보는 주체의 시선 혹은
그의 인식의 격자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번안소설 삽화
의 풍경 이미지는 결국 그것을 응시하는 특정한 주체의 자리를 재구하도록 만든
다.
번안소설 삽화에서 대상을 풍경으로 만드는 시선의 주체들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때로 그것은 텍스트 외부의 권위적 서술자의 시선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때로는 텍스트 내부의 다양한 인물들의 시선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흥미로운 것은, 독자들이 번안소설 삽화를 읽는 동안 바로 그와 같은
다양한 시선에 대한 실험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는 점이다. 외부의 고정된 시점에
서 세계를 구성했던 신소설 삽화와는 달리, 다양한 시점에서 삽화 속의 세계를
구성하는 번안소설 삽화의 경우, 독자들은 다양한 시점에서 스토리 세계를 바라
볼 수 있게 된다. 독자들은 인물 내부의 시점에서 외부의 세계를 바라볼 수도 있
으며, 혹은 텍스트 외부에서 인물의 내면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도 있다.
삽화를 읽는 동안, 클로즈업된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대상에 직접 투시하
거나, 은유된 풍경의 이미지를 통해 인물의 심리와 감정을 함께 교감하는 일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일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번안소설 그리고 번안소설 삽화가 제공하는 새로운 독
서 체험이 당대의 독자들에게 그토록 매혹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번안소설과 삽화가 가지고 있었던 가장 중요한 서
사적 전략은 바로 이처럼 독자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
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신소설과 번안소설이 스토리 차원에서 대단히
많은 차이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사건의 내용이나 이야기의 주제, 혹은 인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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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61집

상투성 같은 문제들은 여전히 번안소설에서 해결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번안소설 그리고 삽화는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이전의 소설들과는
다른 전략을 취한다. 즉, 텍스트의 서사적 소통과정에서 독자의 역할을 가능한
부여함으로써, 그들에게 새로운 형식의 읽는 즐거움을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다.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해설해주지 않는 번안소설의 삽화가 불친절하고 잘못된
텍스트로 여겨지지 않고 오히려 독자들에게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일처럼 즐겁게
다가올 수 있었다면, 그것은 분명 서사적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성공을 의미한다.
삽화를 통해 독자가 인물의 심리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거나, 혹은 프레임 너머
의 대상에 대한 호기심과 욕망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서사적 소통에
서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확실히 번안소설 삽화의 이미지들은 해석
가능한, 성공적인 기호들로 충만해 있다. 그렇다면 독자들로 하여금 보다 많은
참여를 요구하는 번안소설과 삽화의 독서 방식이 독자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새로
운 읽기의 즐거움을 제공했을 가능성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삽화 이미
지와 소설 언술이 공존함으로써 생성되는, 이 특별한 이중의 텍스트가 독자들로
하여금 이전보다 더욱 풍요로운 서사적 소통을 향유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빳필자빳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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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 형성기 번안소설 삽화의 구성 원리 연구 179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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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재, 「비봉담」, 뺷매일신보뺸, 1914. 7. 21. ~ 1914.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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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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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 김인식 편역, 뺷이미지와 글쓰기뺸, 세계사, 1993.
루이스 자네티, 김진해 옮김, 뺷영화의 이해 : 이론과 실제뺸, 현암사,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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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논문
김지혜, 뺷1910년대 뺷매일신보뺸 번안소설 삽화 연구뺸,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사
학위논문,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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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61집

<Abstract>

The Narrative Theory of the Illustration in the 1910's


Newspaper Novel

Kong, Soung-su

An illustration represents a story. In other words, an illustration functions as a


narrative text and also as a meta-text of the story. Naturally, an illustration is similar
to how a story is told in many ways. They share a lot of narrative elements such
as character, event, setting, style, discourse and even narrative desire.
Particularly, the illustration in the adapted novel of the early 1910s is very important
because of its historical meaning. The 1910s was the period when the modern novel
was beginning to form in Korea. Adapted novels from Japan were very popular
at that time and they instantly replaced former narrative stories. The reason why
it was possible is that adapted novels had a different storytelling style that attracted
the readers.
The illustration played a vital role in such change. It reflected the special style
and communicative method of the adapted novels and prepared the readers to
understand such material. Therefore studying the illustration will help us understand
not only adapted novels but also the readers of the 1910s.

빳Key words빳 illustration, adapted novel, 1910s korean literature, modern novel,
metatext, narrative, communication, intertextuality, representation

∙ 이 논문은 2013년 11월 5일에 접수되어 2013년 12월 4일에 심사완료되고 2013년 12월 6
일에 게재가 확정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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