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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1. 사랑의 집 은비의 방. 인터뷰


어색한 미소로 카메라를 보고 있는 은비

은비 학교요? 가기 싫은데 안 가면 불안해요.


만약에 학교를 영영 못 다니게 된다면...
또 되게 가고 싶을 것 같아요. 이상하죠?

은비 학교에서 제일 싫어하는 시간은..... 쉬는 시간? (씁쓸하게 웃는)

서랍에서 통장 두 개 꺼내 보인다. 뿌듯하다.

은비 알바 세 개 정도 뛰어요. 졸업하면...
우선‘사랑의 집’나가서 독립도 해야 하구요,
제 꿈은 선생님 되는 거거든요. 음....
아이들이 하는 말, 숨긴 말, 또 거짓말까지 척척 알아듣는 선생님?

쑥스러운 듯 해맑게 웃는 얼굴에서

#2. 통영누리여고 교정. 아침


평화로운 등굣길.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 둘 셋씩 짝지어 간다.
싱그러운 미소로 재잘재잘 수다 떠는 행복한 모습들,
그 위로 경쾌한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진다.

수미/경진(E)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소영이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3. 누리여고 교정 일각. 아침


고깔모자 쓰고 눈 가린 소영.
수미에 이끌려 교정 으슥한 창고 쪽으로 따라가며

소영 (재밌는) 야! 뭐야! 어디 가는데?


수미 다 왔어! (멈춰 서면)
수미/경진 서프라이즈!!!!

수미, 소영의 눈에 안대를 치워 짠! 하고 보여주면


창고 입구, 아이들에 둘러싸여 코너에 몰려 서있는 은비.
그 때, 손 쓸 새도 없이 은비의 머리로 날아드는 계란

은비 아야!! (아파하며 두 팔로 얼굴을 감싸고 주저앉는다.)


경진 계란 풀고!! 밀가루 반죽을 한 다음!!

은비의 머리 위로 밀가루 쏟아지면, 콜록콜록 기침 하며 괴로워한다.

-1-
곤죽이 된 머리에 또 다시 뿌려지는 정체불명의 검은 액체

수미 특제 소스를 듬뿍 뿌려주면, 스페셜 케이크 완성!!

은비,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우두커니 돌처럼 굳어 있다.


친구들, “생일 축하해!” 소영을 향해 손가락 하트 날린다.

소영 (차갑게 보다가) 초가 없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표정 급 밝아지며) 땡큐! 알라뷰!!

#4. 누리여고 운동장 수돗가. 낮


체육복 차림의 은비. 얼굴, 머리카락, 목까지 박박 닦고 있다.
머리카락 가져다 냄새 맡아보면 여전히 지독하다.

은비 (머리카락 다시 헹구며, 씩씩하게) 2년만 참자. 그래, 그깟 2년!


금방 간다. 금방 (하다가 울컥 눈물 쏟아진다.) 금방은 무슨...
하루가 이렇게 미치게 긴데......

#5. 누리여고 교실. 낮


수업중인 교실, 은비 자리만 비었다.

소영 (작게) 근데, 마지막에 뿌린 그 특제 소스는 뭐야?


수미 (작게) 아, 그거?

교실 뒷문이 열리고, 체육복 차림에 머리카락 잔뜩 젖은 은비 들어선다.


은비가 지나가면 코를 막는 아이들, 난처한 얼굴로 자리에 앉는 은비

소영 (냄새 맡았다.) 뭐야, 까나리 액젓?

소영과 수미 마주보고 푸하하 웃음 터뜨린다.


은비, 괴로워하며 손 부채질하는 짝을 향해

은비 지독하지? 비누칠을 몇 번 해도 냄새가 잘 안 빠지...(네)


은비짝 좀 떨어져 줄래?
은비 어. 그래 (책상 창문 쪽으로 밀고 가 뚝 떨어져 앉는다)

아이들, ‘어우, 냄새!’, ‘미치겠다.’웅성웅성 거리자


판서하던 선생님 “조용!!!” 하며 뒤돌아보는데, 수업 마치는 종 울린다.

담임여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책 챙겨 나가며, 표정 굳은)


이은비! 교무실로 좀 올래?

#6. 누리여고 교무실. 낮

-2-
담임 앞에 앉아 있는 은비

담임여 하루 이틀도 아니고, 왜 혼자만 매일 체육복을 입고 있어?


은비 ......
담임여 저번에도 주의 준 것 같은데... 혹시 누가 괴롭히니?
은비 선생님...... (간절한 얼굴로 담임을 본다.)

#7. 누리여중 교실. 낮. (은비의 회상 #7~10, 2년 전)


작고 뚱뚱하고 여드름 많은 왕따 정아, 칠판에 수학 문제를 풀고 있고,
선생님은 풀이과정이 맞는지 지켜보고 있다.
반 전체 아이들은 몰래 핸드폰을 들고 카톡 중이다.

소영(E) (문제 푸는 정아의 뒷모습 사진 찍어 올리고)


오정아 5등신 황금비율! 진정한 오......등신임

카톡 창에 ‘ㅋㅋㅋ, ㅋㄷㅋㄷ’ 등의 아이들 반응 올라오고


아이들 키득거리자 담임 돌아본다. 일제히 핸드폰 집어넣고 칠판 보는.
정아, 땀 뻘뻘 뒤통수에서 전해져오는 아이들의 조롱을 느끼고 있다.
참다못한 은비, 메시지 찍는다.

은비(E) 얘들아. 그만 좀 해. 특히 강소영.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드니?


소영(E) 올!! 반장 정의의 사도인줄!!
수미(E) 은비 짱!! 열라 박력 넘침!
소영(E) 반장! 쉴드친다고 오등신이 팔등신되냐?
경진(E) 자꾸 등신등신 하지 마염. 듣는 오등신 기분 나빠염.

은비,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라 아이들을 둘러본다.

은비 (손 번쩍 들고, 강단 있게)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아이들, 일제히 설마 하는 눈으로 은비를 본다.

#8. 누리여중 교무실. 은비의 회상. 낮


담임 앞에 앉아 있는 은비

담임남 반장! 용기 내줘서 고맙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다 우리 반 아니니?


선생님이 도울 테니까 이제 걱정 안 해도 돼! (어깨 토닥여주면)
은비 (마음이 편치 않은)

#9. 누리여중 복도. 은비의 회상. 낮


교내 방송이 나오고 있고, 복도를 오가는 아이들 웅성웅성 거린다.
은비,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교장(E) 최근 3학년 교실에서 수업 중 빈번하게 발생한 SNS 왕따 사건을

-3-
계기로 우리학교는 평화로운 교실, 왕따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을
실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10. 누리여중 교실. 은비의 회상. 낮


담임남, 교탁 앞에 서 있고 아이들 표정 불만이 가득하다.

담임남 오늘부터 전교생 모두 조회 시간에 핸드폰을 걷고,


종례 시간에 돌려받는다.
일동 어어어!! 말도 안돼요!!!
담임남 조용!! 거기에 한 가지 더! 우리 반 전체가 가입되어 있는 톡방의
계정을 탈퇴하고, 앱을 삭제했다는 부모님의 확인서를 받아 올 것!!

(안내문 뭉치 은비에게 주며) 반장 이거 나눠 주고 핸드폰 걷어 와!!


강소영은 교무실로 오고! (복도로 나간다.)

은비가 들고 있는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는 아이들의 표정 사납다.


“혼자 잘난 척은”, “착한 척 재수 없어” 어쩌고저쩌고 들려온다.
은비, 정아의 폰 받는데, 정아 오히려 더 풀죽은 눈으로 은비를 본다.

소영 야! 이은비! 니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려줄까?


난 정학 3일이면 땡이지만, 오정아는 우리 반 오등신에서
전따 오등신 됐어!
은비 (정아 표정 살피며) 너 아직도! 자꾸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소영, 책상을 발로 확 차 넘어뜨리면 은비와 정아를 맞히고 쓰러진다.

은비 (버럭) 뭐하는 짓이야 위험하게?

소영, 위협적으로 다가오면, 정아 앞을 막아서며 노려보는 은비.

은비 약한 친구 괴롭히지 말고 할 말 있으면 나한테 해!


소영 (은비에게 얼굴 들이밀며 피식피식 웃다가) 괜찮겠어?
은비 (지지 않고 보는)
소영 그래!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게!

팽팽히 맞선 은비와 소영의 눈빛에서

#11. 누리여고 교무실. 낮 (#6에서 연결)


은비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담임여

담임여 혹시 누가 괴롭히니? 니가 솔직하게 얘기해야


선생님이 도와줄 수 있어!
은비 (맘 무겁지만, 활짝 웃으며) 아뇨! 그런 거 없어요!
담임 하긴, 중학생도 아니고... (킁킁 맡는, 냄새 지독하다.)

-4-
청결, 복장 및 용모 단정도 중요한 규칙인거 알지?
또 걸리면 벌점이야! 가봐!
은비 네! 주의하겠습니다. (일어나 간다.)

#12. 누리여고 복도. 낮


은비, 복도를 걸어가면,
냄새 난다고 피하고, 손가락질하며 비웃는 아이들이 길을 터준다.
뻥 뚫린 긴 복도를 외롭게 걷는 모습 위로

은비(N)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고 했다.


맛없는 초콜릿과 맛있는 초콜릿이 뒤섞인.
나는 오늘, 또 한 개의 맛없는 초콜릿을 먹었을 뿐이다.
대신 내 상자 안에는, 아직 맛있는 초콜릿이 가득 남아있다.

#타이틀 < 후.아.유? >

#소제목 < 제1교시- 쉬는 시간, 10분 >

#13. 보육원, 사랑의 집 - 주방 겸 식당. 밤


앞치마에 머릿수건 두른 은비, 아이들에게 배식하는 중이다.
국그릇 하나를 양쪽에서 잡아당기며 싸우는 남자 아이 둘

은비 (국자 든 채로, 엄하게) 어허! 영호 승민이 지금 뭐하는 거


야?
영호 (당기며) 이게 내꺼야!
승민 (지지 않고) 내꺼라니깐!!

순간, 국이 출렁 넘쳐 은비 옷에 쏟아진다.
은비, 참느라 후욱- 입 바람 내불면,
조용히 식탁에 국그릇 내려놓는 영호 승민

은비 식탁에 국 잔뜩 놔두고 왜 싸워?


라진 (국그릇들 가리키며) 여기엔 파랑 무랑 별로 안 들었거든.
야채 남기면 언니한테 (주먹 내밀어 보인다.)
은비 이게 다아아.... 너희들 튼! (하려는데)
아이들일동 튼튼하게 자라라고 그러는 거야!
승민 (봐 달라 조르는) 그래도 누나아!
영호 한 번 만! 파만 빼줘!

은비, 예쁘게 흘기면, 아이들 똘망똘망한 얼굴들

은비 (미소로) 귀여운 녀석들. 이러면 누나 마음이.....


(단호한) 약해질 줄 알았겠지만!! 어림도 없어.
야채 하나도 남김없이 싹싹!

-5-
아이들일동 어어어~~~
은비 (눈썹에 힘주고 터프하게) 다 같이 합죽이가 됩니다!!
일동 합!! (조용해진)
은비 다 먹고 그릇 싱크대에!! 양치는 구석구석!! 잘 할 수 있지?

#14. 사랑의 집 - 세탁실 (또는 베란다). 밤


바구니에 담긴 아이들 빨래, 건조대에 널고 있는 은비
손으론 빨래 털고, 눈으론 창틀에 펼쳐 놓은 영어 단어장 외우고 있다.

은비 (중얼중얼 반복하며) actual... 실제의.. capability... 능력...


awareness 인지....

라진이의 티셔츠를 널다가, 깜짝 놀라 도로 걷어내 살피면


옆구리가 북 찢어져 있다.

#15. 사랑의 집 - 은비의 방. 밤


라진이 데리고 방에 들어오는 은비,
라진이 옷 들춰보면, 옆구리에 멍들어 있다.

은비 (놀랐지만 차분히) 라진아, 여기 왜 이래?


라진 (눈 피하며, 옷 내려 가린다.) 넘어졌어.
은비 왜, 어쩌다가 넘어졌는데, 응?
라진 (계속 시선 피하며) 그냥..... 애들이랑 놀다가......
은비 !! (라진이 얼굴 잡아 눈 똑바로 맞추고 보며)
언니 눈 보고 얘기해. 괜찮아!
라진 ....... (은비 눈 보다가, 실룩실룩 결국 울음 터뜨리는) 으아앙!

#16. 동우네 집 대문 앞. 밤
동우 엄마, 불쾌한 얼굴로 팔짱 끼고 서 있고,
동우, 엄마 뒤에 몸 반쯤 보이게 숨어 있다.

동우모 학생!! 애들끼리 놀다가 장난 좀 친 걸가지고 왜 이리 유난이야?


은비 (잔뜩 화난, 똑 부러지게) 아줌마! 장난은요,
당하는 사람도 재밌어야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 라진이는 재미 하나도 없고, 아팠다잖아요!!
동우모 (짜증) 그래서어어?
은비 (동우모와는 말이 안 통한다.)
동우! 우리 라진이한테 진심으로 사과 해!
다시는 안 괴롭힌단 약속도 하구!
그러기 전엔, 누나 오늘 밤에 여기서 꼼짝도 안 할 거다!
(털썩 주저앉는)

#동우네 집 앞을 지나가던 소영무리, 귀에 익은 목소리에 보면, 은비다.

-6-
수미 저러구 다니면 안 쪽팔리냐?
경진 혼자 졸라 개념 있는 척은!
소영 그러게! 따순이 아직두 버릇 못 고쳤네?
(마주보고 키득거리며 지나가고)

동우모 (질렸다. 뒤에 숨어 있는 동우 잡아다 앞으로 내밀며)


숨긴 왜 숨어? 그까짓 거 사과하면 그만이지. 얼른 해!
동우 (진심이다.)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라진 (끄덕끄덕) 약속! (손가락 내밀면)
동우 (손가락 걸며, 웃는데)
동우모 학생! 됐지? (동우 홱 데리고 대문으로 들어간다.)

쾅 닫히는 대문.
은비, 라진이 어깨동무하고 골목으로 걸어 나오는데

동우모(E) 독하다. 독해. 부모 없이 자라 그런가?


(동우 나무라며) 넌 어디 놀 애가 없어서 저런 애를!
동우(E) 아얏! 엄마 아퍼!!

라진, 우뚝 걸음 멈추면. 은비, 라진이를 향해 밝게 웃어 보이며

은비 언니가 업어 줄까?

#17. 주택가 골목. 밤


가로등이 켜진 골목길. 라진이를 업고 걸어가는 은비.

은비 라진아! 아무리 친한 친구래도,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돼.


싫은 건 싫다고,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그래야 다음번엔 너한테 함부로 하지 않아.
라진 아까 언니가 했던 거처럼?
은비 (씁쓸한) 응...
라진 고마워! 언니! (은비 목 꼭 끌어안으며)
언니는, 하느님이 엄마대신 보내준 선물이야.

옅은 미소 짓는 은비의 얼굴 위로

은비(E) 세라에게는 마법 같은 일들이 날마다 일어났습니다.

#18. 사랑의 집 - 은비의 방. 밤


라진 옆에 기대, 동화책 ‘소공녀 세라’ 읽어 주는 은비.

은비 밤에 돌아와 다락문을 열 때마다, 새로운 물건들이 생겨나


초라했던 다락방은 어느새 아름다운 공주님의 방이 되었습니다.
원장 (방문 열리고, 들여다보며) 은비야. 잠깐 나와 볼래?

-7-
은비 네! (옆을 보면 라진 이미 잠들어 있다.)

은비, 라진 이불 잘 덮어주고, 머리 쓰다듬어주고 나간다.

#19. 사랑의 집. 거실. 밤


은비 앞에 택배 상자 하나 내밀어주는 원장

원장 낮에 받아뒀던 건데 깜빡했네? 강남구로 되어 있는 거 보니까


전에 운동화 보내셨던 그 분이니?
은비 (기뻐하며) 네! 그런가 봐요!
원장 누군진 몰라도 우리 은비 참 예쁘게 보셨나보다.
때마다 잊지 않고 챙기는 거 보면

은비, 상자 열어보면 후드티셔츠와 메모 나온다.

은비 (메모 읽으며) 우리 딸 옷 사러 백화점에 갔다가


은비양 생각이 나서 하나 더 샀어요! 송미경 (선물 꺼내본다.)
원장 예쁘다!
은비 신기해요! 저번 운동화도 발에 딱 맞았었는데!
이것도 완전 내 취향!

은비, 기뻐하며 몸에 대본다. <F.O>

#20. 서울 - 은별의 집 전경. 오전 <F.I>

은별(E) (왕짜증) 엄마!!! 제발!!

#21. 은별의 집 - 거실. 오전


한쪽에 여행용 캐리어 펼쳐져 있다.
테이블 위엔 각종 비상약, 응급처치용품, 바디용품, 돈 등
잔뜩 늘어놓은. 은별이 황당한 얼굴로 보고서서

은별 엄마! 세계일주 아니거든? 경상남도 통영! 3박 4일,


버스타고 미륵사 찍고, 그냥 오는 거야!
은별모 누가 아니래?
은별 대체 이 많은 게 왜 필요한데?
은별모 너 혹시 놓치는 거 있을까봐 세팅해 논거야.
여기서 꼭 갖고 가고 싶은 것만 골라가!
은별 분명히 말했다?
은별모 그으래. 너는 엄마를 못 믿니?

은별, 돈만 쏙 집어 주머니에 넣으면

은별모 끝?

-8-
은별 (캐리어 지퍼 닫으려 하며) 끝!
은별모 (막으며) 어우 얘 그래도!
은별 엄마!!!!
은별모 알았어! 그럼 딱 이거 하나만 더 챙겨!

은별모, ‘김선생 기말대비 시크릿 노트’라고 써진 공책 내민다.


은별, 어이없어 보고만 있으면

은별모 너어무 놀다 보면은 분명히 지겨울 때가 있을 거야.


고 때 그냥 잠깐씩 심심풀이로 보라구!
은별 진짜 허걱! 이다.
은별모 (캐리어에 넣다가 #19와 똑같은 후드티 보이면, 꺼내며)
못 보던 건데?
은별 (확 뺏어서 ‘시크릿 노트’와 함께 얼른 넣으며)
친구랑 같이 산거야! (캐리어 휙 닫는다.)
은별모 아오! 쌀쌀맞기는! 엄마가 만지면 뭐 묻니?

#22. 은별모 차. 오전
운전하며 통화중인 은별모, 보조석에 은별

은별모 정문 앞. (사이) 응. 은별이 내려주고 바로 갈게. 브런치 하자.


애들 없을 때가 우리 방학이지 뭐 (미소로) 그래!

은별모, 전화 끊자마자 바로 은별에게

은별모 금요일에 도착하기 전에 전화해. 데리러 올 테니까


은별 응!
은별모 그 날 저녁에 문학이랑 수1 보충 있는 거 알지?
은별 응!

은별모, 차 정문 앞 길에 세운다.

은별모 참! (스카프 풀러 은별이 목에 매주며)


저녁 때 쌀쌀하면 이거 꼭 목에 둘러라.
너 호흡기 약해 감기 잘 걸리니까.
은별 (피식 웃음) 응, 그럴게.
은별모 왜 이렇게 고분고분해? 너 혹시!!
은별 ...?
은별모 중간고사 망했니?
은별 (버럭) 엄마!!!!!
은별모 알았어알았어!! 어우 얘 근데, 니가 큰소리치니까
왜 이렇게 마음이 놓이니? (떠보는) 잘 봤다는 얘기네?
은별 못 말려....

-9-
은별모 웃으며 보면 은별, 기가 막혀 따라 웃는다.

은별 엄마... 있잖아.... (쌍둥이 동생 얘길 꺼내려다)


은별모 응? 말해!
은별 ...... (말 삼키고) 아무것도 아냐!
나 없는 동안, 두 다리 뻗고 좀 푹 쉬어! (내린다.)
은별모 알았어! 잘 다녀 와! 우리 딸!!!
은별 (교복 입고, 환하게 웃는)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캐리어 끌고 신나서 가는 은별의 뒷모습


흐뭇하게 바라보는 은별모.

#23. 세강고 운동장. 오전


높은 주상복합 아파트 사이로 자리 잡은 세강고.
수학여행 대절버스 대기 중이고,
캐리어 끌거나 백팩 멘 학생들 반별로 대열해 있는 운동장,
들뜬 아이들, 시끌벅적 하다가 갑자기 한 곳으로 시선 집중된다.
은별, 그 시선 따라가 보면, 선글라스 끼고 우아하게 걸어오는 송주.

시진 (손 흔들어) 여기야 여기!!!


송주 (시진 발견하고, 가까이 오자마자 신경질적으로 선글라스 벗으며)
어우 짜증나! 이노무 교복엔 뭘 걸쳐도 스타일이 안사냐?
은별 괜찮아. 넌 몸매 자체가 엣지잖아!
송주 (감탄의 박수 치며) 정확한 지적이다! 공별!!
(손으로 뒷머리 한 번 확 날려주는)
은별 (코웃음) 조오탠다!

시진, 송주의 발을 보다가 문득 은별이 발을 보면


둘, 똑같은 운동화를 신었다. 섭섭한 마음 밀려오고

시진 (뚝뚝) 니네 운동화 예쁘다.

은별 송주 동시에 뒤 돌며 “짜잔!!”하면 백팩도 같은 거다.

시진 (부럽지만, 쳇) 어우 쪽팔려. 사귀냐?


송주 이거뿐인 줄 알지? 우리 빤스까지 완벽 깔맞춤이다?
은별 아참!!! (깜빡했다. 슥 송주 눈치 보면)
송주 (은별 표정 읽고) 핫핑크!! 까먹었지?
은별 (정색하고) 입었어!
송주 뻥치시네. 넌 찔리는 거 있으면 정색하더라! 어디 봐!
무슨 색깔인가 어디 봐!! (쫓아가는)
윤재 (같이 따라가며) 뭔데뭔데? 무슨 색인데? 나두 보여줘!
은별 (까르르 도망가다가 윤재 보더니 눈 부릅뜨며)

-10-
뭐래? 뭘 보여줘? 얘 미친 거 아냐?
시진 (장난치는 둘의 모습 보며, 소외감 드는)

김준석(E) 자! 자! 주목!

#김준석, 아이들 맨 앞쪽에 선다.

김준석 다시 한 번 당부하지만, 즐거운 수학여행의 필수조건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다!
기태 (뼈 있는) 담탱이 참 안전한 거 좋아하는데.
(인상 구기고 진권 보면)
진권 (기태 마주 보며, 우리 얘기다.) 아.. 어쩌다 이런 조합을 만났어?
김준석 반장! 아직 안 온 사람 있나?
민준 한이안이요! 오늘 중요한 경기 있잖아요!

은별, 손목시계를 확인한다. 이안이 경기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간다.

방송(E) 3번 레인 세강고등학교 한이안 선수!

#24. 대구 체육관 - 수영장. 오전


수영 400미터 결승전을 앞두고, 선수 소개 중인 수영장.
이안, 가볍게 몸을 풀며 관중석을 둘러본다.
은별이 못 온다는 걸 알면서도 아쉬운 표정이다.

#탕!!! 출발신호와 함께 일제히 물속으로 뛰어 드는 선수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힘차게 팔 다리를 젓는다.

#중계석

중계1 남자 자유형 400미터 결승전이 치러지고 있는


대구 체육관입니다.
중계2 3번 레인의 한이안 선수, 지난해 수영선수권 대회에서
정말 혜성처럼 등장하지 않았습니까?
중계1 네. 그렇죠. 오늘 컨디션도 아주 좋아 보이는데요?
중계2 예선 기록이 아주 좋았어요. 3분 49초 50!
전국체전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3번 레인의 이안, 4번 레인의 선수와 1, 2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며 첫 번째 반환점을 돈다.
응원의 열기 뜨거운 관중석, 맘 졸이며 지켜보는 코치.

#25. 수학여행 버스 안. 오전
줄지어 버스에 올라타는 학생들

-11-
맨 앞줄에 김준석 앉고, 그 뒤로 민준이 앉는다.
은별, 송주, 시진이 올라타더니, 맨 뒷줄로 가는데
기태의 어깨에 기댄 해나와 진권 민석 효은 주르르 앉아 있다.
그 앞으론 두 자리 비어있고, 건너편에 영은 혼자 앉아있다.

은별 (귀찮은 듯) 대충 앉자!
송주 (기태와 해나에게) 어이 커플! 둘이 꽁냥꽁냥 하기에는
(맨 뒷줄 바로 앞자리 가리키며) 여기가 낫지 않냐?
시진 그래. 요긴 뽀뽀해도 안 보여!
해나 (솔깃하다.) 기태야! 우리 절루 갈까?
진권 오오!!! 하게?
민석 걍 여기서 해! 못 본 척 해줄게!
기태 해나야. 버스 맨 뒷줄 오석은 힘의 상징이야.
꽁냥꽁냥 따위에 현혹 돼서 포기하면 되겠니 안 되겠니?
해나 (바로 이어서) 안 되겠다!
아이들 (좋은 구경 놓쳤다.) 에에에에!!!

은별 짜증스런 표정으로 앞자리 가리키며

은별 둘이 앉아. 나 이쪽에 앉을게!


시진 내가 혼자 앉아도 되는데...
송주 (얼른 시진의 말 받으며) 그럴래? (은별이 당겨 두 자리 쪽 앉으면)

시진, 건너편 영은이 옆자리에 앉는데, 기분이 좋지 않다.


애써 웃어 보이지만 영은도 불편한 기색 역력하다.

#26. 거리. 오전
줄지어 출발하는 수학여행 버스들.

#27. 버스 안. 오전
-윤재 김준석 뒷자리에서 고개 디밀며

윤재 샘!! 수학여행 가는데 분위기 좀 띄워도 되겠습니까?

김준석, 각자 휴대폰 보고, 이어폰 끼고, 책 보고, 자고....


혼자만의 유리벽에 갇힌 듯 한 아이들을 휘 둘러본다.

김준석 글쎄다. 띄운다고 띄워질지 좀 의문이다.


윤재 아..... 샘도. 트로트로 못 띄울 분위기가 어딨습니까? 하하하
(가방에서 확성기 꺼내 버스 통로로 나가며 바로 노래로 이어)
아하 당신은 못 믿을 사람! 아아 당신은 철없는 사람!
(하고 민준에게 확성기 들이대면)
민준 (책보다 말고) 미안, 무슨 노랜지 몰라
윤재 (뻘쭘해 다시 이어 혼자 부르며 뒤로 가) 아무리 달래 봐도

-12-
어쩔 순 없지이~만 마음 하나는 괜찮은 사람
(송주에게 확성기 들이대는데)
송주 (마스카라 중이다.) 야야!! 치워! 이거 삐지면 너 죽는다!
윤재 (에라 모르겠다. 건너뛰고)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땡벌!!
운전사 (크게) 학생!! 위험해! 자리로 가서 앉아!!
윤재 네!! (급 멈추고, 돌아서 자리로 가면)
김준석 호응 짱이지? 혼자 수업하는 내 맘 알겠냐?
윤재 (울먹이며) 새앰!! 저 이제 안 잘게요!!

-은별, 이어폰 끼고, 창밖을 보고 있다.

중계(E) 네! 한이안 선수 앞서 가고 있습니다. 다시 김도훈 선수!!


네. 두 선수, 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할 만큼 나란히,
접전을 펼치고 있는데요!

-은별, 잔뜩 긴장한 표정. 핸드폰을 들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28. 대구 체육관 - 수영장. 오전 (#24에서 연결)


응원 열기 뜨거운 경기장.
이안, 4번 레인 선수와 거의 동시에 반환점을 돈다.
사력을 다해 마지막 스퍼트를 하는 이안
결국 간발의 차이로 먼저 터치 패드를 찍고,
금메달을 확인하며 물 위로 뛰어 올라 기쁨의 환호 지른다.

중계(E) 네!!! 한이안선수 금메달입니다!!


기록 보세요!! 정말 대단한 선수가 나왔어요!!!

#29. 버스 안. 오전
이안의 우승을 확인 한 은별, 기쁘다.

송주 뭐 들어?
은별 (당황) 그.. 그냥...
송주 같이 듣자! (불시에 한 쪽 이어폰 빼서 귀에 꽂으려 하면)
은별 (송주 얼굴 가리키며) 어! 너 화장 떴다!!
송주 (깜짝 놀라, 이어폰 팽개치고 버럭) 뭐?

송주, 주머니의 거울 꺼내 얼굴을 이쪽저쪽 살피면


그 사이 얼른 중계방송 꺼버리고 시치미 떼는 은별

#30. 대구 체육관 - 라커룸. 오전


시상식 직후, 금메달 목에 건 채, 라커를 여는 이안
문 안쪽에 붙어 있는 빛바랜 사진, 수영복을 입은 11살 이안과 은별이다.

어린은별(E) 축하해! 한이안!!

-13-
#31. 수영장. 이안의 회상. 낮
11살, 수영복 입은 이안과 은별, 수영장에 나란히 앉아 발만 담그고 있다.
물장구치는 둘, 이안 목에 금메달 여러 개 걸려 있다.

은별 좋겠다. 넌 메달도 많이 따고
이안 (무뚝뚝하게 보면)
은별 근데 이거 진짜 금이야? (만지며) 나 하나만 줘!
이안 (치우며) 안 돼!
은별 치!
이안 (퉁명) 그렇게 갖고 싶으면 니가 따! 금메달!
은별 난 너만큼 수영을 못하잖아. (흘기며) 왕치사. 안 가져!
이안 ...... (화났나? 살피더니) 이건 주기 싫어.
대신 나중에 전국대회에서 처음 메달 따면 그거 너 줄게. 됐지?
은별 흥! 안 믿어! 이런 시시한 메달도 안주면서
그렇게 큰 대회 메달을 준다고?
이안 바보야! 시시하니까 안 주는 거야!
은별 (골똘히 생각하는)
이안 으이그 됐다! 넌 그 머리로 공부 잘하는 거 보면 정말 신기하다.
은별 야!! 뭐라구?

은별 화나서 이안 확 물속에 밀다가 ‘어어어!’ 중심 잃고 같이 빠진다.

#32. 대구 체육관 - 라커룸. 오전 (#30에 이어)


피식 웃으며, 라커에 기대 핸드폰 메시지 보내는 이안.

이안(E) 금메달 득템!

‘띠링!’바로 답장 온다. 톡 주고받는

은별(E) 어쩌라구?
이안(E) 그냥 그렇다구.
은별(E) 아싸! 휴게소다!
이안(E) 어쩌라구?
은별(E) 그냥 그렇다구.

이안 웃는데, 코치 들어온다.

코치 소감이 어때? 말로 표현이 안 되지? 그 기분 잘 기억해 둬라!


이제 시작이니까!
이안 네!
코치 오늘 푹 쉬되, 긴장 풀지 마! 내일 100미터도 잘해야 된다!
이안 네. 저기... 코치님!

-14-
코치 뭐? 말해!!
이안 (망설이다, 삼키며) 아.. 아닙니다.

이안, 아쉬운 표정으로 목에 걸린 금메달을 본다.

#33. 강남 - 카페 앞. 낮
통 유리창으로 안에 모여 앉아있는 민준모와 엄마들 보인다.
카페 앞 한쪽 구석에서 안을 살피는, 은별모와 시진모

은별모 (민준모 가리키며) 베이지색 트렌치코트 입은 여자가 돼지엄마야!


시진모 어휴...... 같은 반 엄마 얼굴 한 번 보기가 이렇게 힘들어?
은별모 (풋 웃으며) 조인성 원빈 만나기보다 어려워. 그치?
시진모 자기야! 정말 고마워!
은별모 밥 사! 아주 비싼 걸루! 들어가자!

#34. 카페 안. 낮
엄마들 은별모를 보고 “왔어?” 반갑게 인사하다가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시진모 발견하고 어색하게 표정 바뀐다.

은별모 우리 은별이 친구 엄마야! 남편이 국제성형외과 원장님


시진모 반가워요. 잘 좀 부탁 드려요!
민준모 (시진모의 화려한 차림새 훑으며, 비꼬는)
근데, 모델이라고 해도 믿겠다!
독설맘 그러게! 애 공부시키는 엄마가 자기 치장할 시간도 있고,
부럽네. 비결이 뭐에요?
시진모 (예쁘고 화려해서 욕먹어 보긴 처음이고)
글쎄요, 비결이라면 몸매가 타고 났다는 (거?)
은별모 (말 자르고, 시진모 옆구리 찌르며) 아냐! 오늘 처음 인사한다고
특별히 신경 쓴 거야! 그치?
시진모 응... 응 맞아! (어색하게 웃는)
은별모 (작게) 그렇게 튀지 말라고 했는데....

어색한 정적이 흐르고, 시진모 가시방석인데

민준모 나 먼저 일어날게! 오후에 지방 강연이 있어서


엄마들 같이 일어날까? (서로 속닥대면)
은별모 (시진모 신경 쓰여) 우리 이제 막 왔는데 10분만 더 있다 가자.
나두 금방 가게 가봐야 돼서 오래 못 있어!
엄마들 (떫은 얼굴로 앉아 있으면)
민준모 (먼저 일어나며) 그래! 또 봐! (인사 나누고 나간다.)
시진모 (얼른 따라 걸어가며) 꼭 한번 만나고 싶었어요!
민준모 네! (익숙하다. 답례로 고개 까딱하며 그냥 가면)
시진모 이렇게 헤어지기 아쉽다.
민준모 (인심 쓰듯 걸음 멈춘다. 가방에서 명함 한 장 꺼내 내밀며)

-15-
전화 한 번 주세요!
시진모 (납작) 어머! 감사합니다!

명함 확인하면 개인 정보 아래 <내가 손대면 반드시 올라간다.> 박혀 있다.


감동 어린 눈으로 명함을 품에 안는 시진모

#35.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낮


화장실 안에서 문 뻥 박차고 “꺅!!” 호들갑스럽게 뛰어나오는 송주
손 씻는 은별을 붙잡고 팔짝팔짝 뛰며

송주 공별!! 한이안.... (뜸들이다) 금메달 땄대! 금메달! 완전 멋지지?


은별 (모른 척, 뚱하게) 그래? 잘했네.
송주 그게 다야? (실망해서)
은별 다지 그럼! 내가 메달 땄냐?
송주 어이그! 또 싸웠구만! 니넨 왜 그렇게 서로 못 잡아먹어서 난리냐?
은별 어릴 때부터 볼꼴 못 볼꼴 다보고 자라서 그런다. 왜!
그럼 어떡해야 되는데? 뭐, 춤이라도 출까? 이렇게?

은별 가볍게 몸 흔들며 화장실 밖으로 나가면,


송주 깔깔깔 웃으며 따라 나가는데

#36.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앞. 낮


은별의 핸드폰 메시지 수신음 울린다.
장난치던 밝은 얼굴로 무심결에 확인하면.
‘지나간 일이라고 해서, 없던 일이 되진 않아 - 정수인’
순식간에 표정 하얗게 질리는 은별. 불안하고 두려운 눈빛.
덜덜 떨리던 손에 힘이 풀려 핸드폰 놓치면, 바닥에 툭 떨어진다.
뒤에서 아직 은별의 표정 보지 못한 송주,

송주 (핸드폰 주워 건네며) 칠칠맞기는!


은별 (누가 볼까, 사납게 핸드폰 확 뺏어서 가버린다.)
송주 (너무 놀라) 야!! 공별!!

송주, 저만치 서둘러 가는 은별의 뒷모습 바라보며 어리둥절하다.


핫바 들고 오다가 무슨 일인가 송주와 은별을 보고 있는 시진

#37. 카페 앞. 낮
은별모를 제외한 엄마들 카페에서 나오는데,

설레발맘 참! 나 어제 수인이 엄마 봤다!


독설맘 수인이?
설레발맘 왜 작년 이맘때 학교 한 번 들썩
독설맘 아아!! 걔?

-16-
설레발맘 다시 이사 왔대. 케르체 타워!

뒤늦게 카페에서 나오는 은별모

시진모 저도 거기 살아요. 근데 작년 이맘때 학교가 왜?


무슨 일 있었어요?
은별모 (멈칫)
독설맘 은별이 엄마한테 물어보세요.
수인이랑 은별이 친했다고 하지 않았어?
은별모 아냐! 그냥 예전에 한 번 같은 반이었어.

은별모 앞서서 차로 가는데, 표정 좋지 않다.

#38. 버스 안(통영 톨게이트). 낮


은별, 굳은 표정으로 창밖만 응시하고 있고,
옆 자리의 송주와 건너편의 시진, 은별의 기분 살피고 있다.
시진의 손에 머스터드소스 뿌려진 핫 바 세 개 들려 있다.

시진 (작게) 무슨 일 있었어?
송주 (작게) 아니! 뭔 일이 생길 틈도 없었다니까!
(은별 쪽 보며) 공별! 갑자기 왜 그래? 응?
은별 ...... 아무 것도 아냐.
송주 (시진이 손에서 핫 바 하나 가져다 은별에게 내밀며)
안 좋은 일 있어? 답답해! 이거 먹구 말 좀 해봐.
은별 (짜증 참으며, 낮게) 생각 없어.

송주, 시진에게 손짓과 입모양으로 ‘봤지? 얘 진짜 왜 이래?’ 하면


시진, ‘나도 모르겠다.’는 듯 어깨 으쓱 해 보인다.

송주 사람 성의 개무시하구! 진짜 이러기냐?
(은별의 입에 핫 바 왔다 갔다하며) 냄새 맡으니까 확 땡기지?
아! 아! 해보라니까!! 아아!!
은별 (송주의 팔 확 치우며, 버럭) 싫다는데 왜 이래 진짜!!!

핫 바 송주의 교복으로 툭 떨어진다. 머스터드 범벅 된 블라우스

시진 (휴지로 닦아주며) 괜찮아?


송주 야! 공별!! 너 너무 심한 거 아냐?

송주와 은별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놀란 시진의 얼굴

윤재 (큰 소리로) 통영이다!!

-17-
버스 앞창으로 ‘통영 톨게이트’가 지나간다.

#39. 사랑의 집 - 은비의 방. 낮


이불 목까지 덮고, 찬수건 이마에 얹고, 앓아누워 있는 은비
라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수건 가져가 대야에 넣고 조물조물.

은비 (아직 아프지만, 일어나며) 라진아! 이제 그만 해. 언니 괜찮아!


라진 (걱정스런 눈으로 은비 이마 짚으며) 아직두 뜨거운데?
은비 정말이야. 우리 라진이 덕에 다 났어!
(귀엽게 보며) 걱정 많이 했어?
라진 (끄덕끄덕) 언니는 학교 가면 친구도 많고,
사랑의 집에서도 인기 짱이지만, 언니 아프면....
난 아무도 없단 말야.
은비 (마음 짠하고) 그래, 이제 절대 안 아플게. 간식 만들어 줄까?
라진 우와!! 신난다!!

라진, 좋아하며 웃는데, 밖에서 울리는 초인종 소리

라진 누구지? (문 밖으로 뛰어 나간다.)


라진(E) 언니! 빨리 나와 봐!

라진, 방 문 열고 들여다보며 기쁜

라진 친구들 왔어! 언니 아픈 거 알고 병문안 왔나봐!


은비 내... 친구?!!! (불길한)

#40. 사랑의 집 - 거실. 낮


테이블에 둘러앉은 소영, 수미, 경진, 사랑의 집 원장.
방에서 나오는 은비, 소영 무리 확인하고 표정 굳는데,

소영 (걱정 가득한 눈으로) 은비야! 괜찮아?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다구!


은비 여긴..... 어떻게.....
소영 (원장에게) 저희가 원래 노인복지센터에 봉사활동을 가기로
돼있었거든요. 그런데 은비 아프다는 소식 듣고 병문안도 할 겸
봉사활동 장소를 변경했어요. 괜찮죠?
원장 우리야 고맙지. 은비 친구들이니,
그냥 놀러오는 것도 언제든 환영이구!
소영무리 (동시에) 감사합니다!!!

아이들 은비를 향해 웃으면, 은비 어쩔 줄 몰라 하며 원장의 표정 살핀다.


다행히 아무것도 모르고 기뻐하는 원장.

#41. 사랑의 집 - 마당. 낮


목장갑 낀 소영, 수미, 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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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틀 닦기,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노는.
은비가 안에서 나오자, 목장갑 빼서 은비 얼굴에 던지며

수미 따순이! 니가 해! 니네집이잖아!
경진 여기가 다 우리 부모님들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 아니냐?
그러니까 염치가 있으면 우리한테두 봉사 좀 하고!
소영 (은비에게 다가가 툭툭 뺨 때리며)
그래, 그저 받으려고만 하지 말구 응? 응?

은비, 그만 하라는 듯 소영의 손을 잡는 순간

라진(E) 언니!! (소영의 행동에 놀란 눈으로 보고 서 있다.)


은비 (깜짝 놀라 뒤돌아보고 얼른 소영의 손 놓는다.)
소영 (라진의 시선 느끼고, 반갑게 다가가며) 어머! 너구나?
은비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 이름이 뭐랬더라?
라진 (풀죽어) 라진이요.....
소영 아! 이제 생각났다. 라진이!
라진 (울 것 같다.) 근데 방금 울 언니한테 왜 그런 거예요?
은비 (가슴 아프고) 라진아! 그건
소영 딱 보면 몰라? (양 손으로 은비 뺨 짝짝 치며)
장난치는 거잖아!
라진 (소영에게 똑 부러지게) 장난은요, 당하는 사람도 재밌어야 되는
거거든요? (은비에게) 언니 지금 재밌어? 아니면 아파?
소영 (제법인데? 웃으며 은비를 보면)
은비 (라진에게 애써 웃어 보이며) 장난 맞아. 라진아. 언니도 재밌어.
라진 (오해해서 미안한 듯 표정 밝아지며) 아아... 그렇구나.
하긴, 은비 언닌 인기 짱이니까!

소영 무리 풋! 동시에 웃음 참으며 은비를 본다.

소영 (은비에게 작게) 너 이러고 노냐? 순진한 애들 데리고?


라진 울언닌 못하는 거 없어요! 떡볶이도 엄청 맛있게 만들어요!
그치 언니? 그치이?
은비 (괴롭지만 미소로 끄덕끄덕) 으....음!
소영 그으래애? 떡볶이에 뭐가 들어 가길래 그렇게 맛있어?
혹시 까나리 액젓???

아이들, 까나리 액젓에 모두 나가떨어져 발을 구르며 웃는다.


은비, 주먹을 꼭 쥐는, 치욕스럽다. 하지만
영문 모르고 덩달아 즐거워하는 라진을 향해, 아프게 웃어 보이는

#42. 사랑의 집 - 거실. 낮


봉사활동 확인서에 도장 찍는 원장

-19-
원장 (한 장씩 나눠주며) 오늘 정말 고마워요!
은비 ...... (말없이, 식은땀 흘리고 있는)
소영 별말씀을요. 그런데 은비가 아직도 많이 아픈 것 같아 걱정이에요.
(슬쩍 째리며, 야유하듯) 표정 좀 풀어!
원장 땀 좀 봐. 은비야. 괜찮니?
은비 (어렵게) 저.... 원장님
소영 (무슨 얘기 나올까 싶어 말 자르며) 아 참!!

은비와 원장 아이들 소영에게로 집중하면

소영 저희 아빠가 운영하시는 장학회에서 이번에 새로운 후원처를


찾고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여기 사랑의 집을 추천할까 하는데요.
원장 그래만 준다면야 정말 감사한 일이지!
수미 얘네 아빠 강일산검사님이세요! 아시죠?
원장 그럼!! 통영에서 그 분 모르면 간첩이지. (소영의 손잡으며)
사랑의 집 은인이신 분 따님을 몰라봤네!
소영이 마음 씀씀이가 따뜻한 게, 아버지 인품을 닮아 그렇구나?
은비 !!!
소영 아니에요. 제가 은비한테 신세 진 게 많아요.
서울서 처음 전학 오던 날부터 절 많이 도와준 친구거든요.

소영 무리와 원장 화기애애 웃는 모습을 바라보는 은비

#43. 리조트 - 남자 숙소 안. 밤
가방에서 쏟아지는 짐들. 김준석, 날카로운 눈으로 점검에 들어간다.
생수병 열어 맛보면 소주다. 프링글스 통 안에서 나오는 양주 미니어처.
볼펜 열면 나오는 담배개비들

김준석 (한심하게 보며) 아니 어떻게 나 수학여행 때 쓰던 수법에서


단 1퍼센트도 발전한 게 없냐? 실망이다. 이건 전부 압수!
기태 (정색하고) 샘! 저도 실망입니다.
한 두 개쯤은 보고도 못 본 척 눈 감아 주실 줄 알았는데.
김준석 그래! 눈치 없는 담임 만나 니들이 고생이 많다. (씨익 웃는)

김준석, 술 담배 등이 담긴 10리터 정도 크기 봉투 집어 들고 나가면,


아이들 소리 안 내고 바닥에 뒹굴며 좋아한다.

기태 어우 담탱이 순진해가지구, 저럴 땐 진짜 귀염 돋지 않냐?

#44. 리조트 - 복도
김준석, 봉투 들고 방에서 나오는데, 저만치에서 학주가
다섯 배쯤 큰 봉투를 낑낑거리며 끌고 오는 게 보이면

김준석 (큰 보따리 보며) 벌써 한 층을 다 도신 거예요?

-20-
학주 네에? 방 하나 뒤졌습니다. (알만 하다는 듯, 김준석 보따리 본다.)

#45. 리조트 - 남자 숙소 안. 밤
기태, 창 아래를 보면 치킨 배달 오토바이 서있고,
배달원, 줄에 묵직한 비닐봉지 묶어 준다.
기태 신나서 줄을 잡아 올리면, 치킨과 맥주캔 보따리 따라 올라온다.
아이들 막, 맥주 하나씩 따서 건배하고 입에 대는데, 벌컥 열리는 문

학주 동작 그만!!
아이들 (입술에 캔 댄 상태로 멈춰 있다.)

눈 딱 마주친 기태를 향해 악마의 미소 지어 보이는 학주.

#46. 리조트 - 은별의 숙소. 밤


똑같은 파자마를 입고 수다 떨거나, 음악 나눠듣는 등 즐거운 아이들.
구석에 혼자 앉아‘김선생의 시크릿 노트’들여다보고 있는 은별
하지만 공부하는 척하며, 잘라서 공책에 끼워놓은 신문기사를 보는 중이다.
<통영시청직원들 ‘사랑의 집’에 진짜 사랑 전해> 제목 아래
후원 물품 앞에서 기념 촬영한 원장 은비 라진이 등의 사진이 실려 있다.

진동 울리는 핸드폰. 은별 노트를 깊숙이 가방에 넣고 일어나 나가는데,


마주 들어오던 송주와 서로 못 본 척 스쳐 지나간다. 냉랭한 두 사람.

#47. 사랑의 집 거실. 밤


원장, 가계부 등을 펴놓고 계산기 두드리며 한숨 쉬는데
은비, 다가와 봉투 하나 내려놓는다.

은비 이거 먼저 쓰세요! 요즘 밤에 잠도 통 못 주무시고. 걱정돼요.


원장 (도로 주며) 싫어! 너 대학등록금 다 모일 때까진
절대 안 받을 거야.
은비 또 채우면 돼요! 아직 2년이나 남았는데요 뭐
괜찮아요. 받으세요. 얼른!

은비, 봉투 다시 내밀고, 애써 미소 짓지만 마음 무겁다.

#48. 공사장 일각. 밤


공사장으로 들어가는 은비. 한쪽에 건축용 자재들이 높이 쌓여 있고,
어둡고 구석진 곳에 먼저 와 기다리고 있는 소영 보인다.
은비,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아 망설이다가, 마음먹고 다가간다.

소영 (은비 보고) 너 이제 별짓 다 한다? 늦은 밤에 사람 오라 가라.


은비 (마주 서면)
소영 할 말이 뭔데?

-21-
은비 물어볼 게 있어서. 아까 너희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장학회에서
후원처 찾고 있다는 말 진짜니?
소영 왜? 관심 있어? 난 또, 니가 나 때문에 싫다고 할 줄 알았지
은비 (싫지만) 운영난 때문에 요즘 원장님이 좀 힘들어 하셨어.
내가 좋다 싫다 할 상황이 아니거든......
소영 칫! 얘 뭐하자는 거야? 야! 부탁을 하려면 똑바로 해!
그래서, 도와 달라는 거냐? 싫다는 거냐?
은비 ....... 도와 줘. 부탁할게.
소영 (혼잣말로, 핸드폰 찾는 척하며) 아빠가 집에 오셨나?
지금 당장 전화를 해보지 뭐. 어? 핸드폰을 두고 왔네.
(핸드폰 빌려달라는 듯) 줘봐! 물어봐줄게. 상당히 급해 보이는데.

은비, 뭔가 불안하지만, 천천히 핸드폰 내밀면


홱 낚아채가는 소영.

#49. 리조트 야외 일각. 밤


은별, 뒷모습이 보이는 남자(이안)과 심각한 듯 얘길 하고 있고,
멀리서 시진, 나무 뒤에 숨어 그 모습 지켜보고 있다.
은별과 시선이 마주치는 것 같자, 얼른 몸을 숨기는 시진.

시진 누구지? (다시 조심스럽게 고개 내밀어 본다.)

남자, 은별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면, 뿌리치는 은별.


감정 격해지는 두 사람.
은별, 남자를 놔두고 쌩하니 가버리면. 따라가는 남자
그렇게 더 어두운 곳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두 사람.

#50. 공사장 일각. 밤 (#48에서 연결)


한참을 문자를 찍으며 킥킥 대는 소영
그 모습 애가 타는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은비

은비 뭐.... 뭐라셔?
소영 좋은 소식이 있을 테니까, 조용히 기다려 봐! (피식피식)

은비의 핸드폰에 전화 들어온다. 소영 통화 버튼 눌러 건네며

소영 받아 봐! 얼른!
은비 (전화기 받아 조심스레 귀에 대며) 여...보세요?
수미(E) (버럭) 이은비! 이X같은 게, 뒈질라고 환장했냐? XXX! XXX!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육두문자에 당황한 은비,


얼른 통화종료 누르고 보면 소영, 배꼽이 빠져라 웃겨 죽는
얼굴 하얗게 질린 은비, 핸드폰 문자 확인해보면
발신인 은비, 수신인 수미, 경진으로 된 협박성 문자들 가득하다.

-22-
‘내가 너 조만간 밟는다!’, ‘찌그러져 살아라!’,
‘또 한 번 깝치면 니네집에 불 질러 버린다’

소영 장학회는 무슨! (자꾸 삐져나오는 웃음 참으며) 라진인가?


걔가 그러더라. 나중에 커서 꼭 너같이 멋있는 언니 될 거라고.
불쌍한 것!! 그래 소원이라는데, 니 동생 라진이, 커서 꼭 너같이
되라고 기도해줄게! 잘 가라! (큭큭 웃으며 가려하면)
은비 (단호하고 낮게) 너 정말 구제불능이구나?
소영 (웃음기 거두고 매서운 눈빛으로 보는) 뭐?
은비 넌 지금껏, 원하는 모든 걸 다 가졌다고 생각하지?
근데 그거 알아? 내 눈엔, 초등학교 때 전학 오던 날부터 쭉,
니가 참 불쌍해 보여!
소영 !! (은비의 뺨을 때리며 한걸음 두 걸음 위협적으로 다가간다.)
그래? 그동안 속마음 숨기고, 참고 사느라 힘들었겠다.
어디 더 해봐! 더! 더!

은비, 맞으며 뒤로 뒤로 밀리다가 막다른 담 앞에 막힌다.


소영, 담 위에 설치 된 CCTV를 슬쩍 확인하고, 은비를 보면
덜덜 떨던 은비, 바로 옆에 놓인 각목을 집어 든다.

은비 (각목 내밀고 서서) 저리 가! 저리 가라구!! 가!!


소영 칠 수 있으면 쳐봐! 내 얼굴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주제에
뭐? 불쌍해? (은비를 확 밀치면)

은비, 높이 쌓인 자재를 쿵 들이받고 바닥에 쓰러진다.


놀라는 소영의 얼굴, 무너지는 자재더미 올려다보는 은비.

은비 소영아!!! (온 힘을 다해 소영의 몸을 감싼다.)

꼼짝 못하고 깔려 있는 소영과 은비,


은비의 이마가 찢어져 피가 흐른다.
(E) 달려오는 구급차 소리 요란하게 들린다. <F.O.>

#51. 미륵산 전경. 낮 <F.I.>

#52. 미륵산 케이블카 안. 낮


밖으로 펼쳐진 절경. 다른 아이들 수다 떨고 사진 찍느라 바쁜데,
송주, 은별, 말없이 창에 얼굴을 기대고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다.
시진, 궁금함과 걱정으로 냉랭한 두 사람을 본다.
은별, 더운지 목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쓸어 올리는데
긁힌 상처 주위에 멍이 들어 있다. 놀라는 시진.

#플래시백 (#49. 리조트 야외 일각. 밤)

-23-
-은별의 어깨를 붙잡고 흔드는 남자, 뿌리치는 은별.
-더 어두운 곳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두 사람.

#시진, 의미심장한 눈으로 다시 한 번 은별을 본다.

#53. 미륵산 공원일각. 벤치. 낮


카페가 보이는 벤치. 창 안에 일하는 은비 보인다.
혼자 앉아 핸드폰 보고 있는 은별
‘사랑의 집’으로 저장 된 번호를 띄워 놓고 망설이다가 전화를 건다.

은별 여보세요? 거기 ‘사랑의 집’이죠? (사이) 안녕하세요?


저 은비 친구... (지어내는) 경아라고 하는데요. 네?
주.. 중학교 때 친구요. 은비 핸드폰 번호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
요?

#54. 미륵산 휴게소 카페. 낮


은비, 앞치마 두르고 아르바이트 중인 카페
상처에 밴드 붙이고, 야구 모자를 눌러 썼다.
문득 창밖으로 오가는 또래 친구들을 부러운 듯 바라본다.
끼리끼리 모여 사진도 찍고, 서로의 얼굴에 아이스크림 묻히며 노는 모습
천진난만하고 즐거워 보인다.

은비담임(E) (차가운) 너 어떻게 그런 무서운 짓을 할 수가 있니?


학폭위 소집되기 전에, 소영이 입원 한 병원 찾아가서
용서 빌고, 합의 봐!
알바생 (은비 툭 치며) 전화 오는 거 아냐? 계속 울리는데
은비 네? (앞치마에서 전화기 꺼내보면 끊긴다.)

알바생이 준비된 음료 넘겨주면, 전화기 얼른 도로 넣고


쟁반에 담아 테이블에 올리는 은비.

은비 대기번호 A-7번 손님,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시진 (다가와 음료를 받다가 은비 얼굴을 본다.
낯이 익지만 모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은비 고맙습니다. (뒤돌아 일하면)

고개 갸웃하며 송주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는 시진


은비,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 입고 있던 앞치마 서둘러 벗는.

은비 (알바생에게) 언니!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조금만 일찍 퇴근해도 될까요?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송주, 시진 음료 막 내려놓고 앉는데

-24-
뒤쪽으로 카페 빠져나가는 은비 보인다.

시진 은별인? (음료수 건네면)


송주 (받으며) 난들 알겠냐? 아우 냅둬 짜증나!
시진 은별이 좀 이상하지? 실은 어젯밤에... (어떤 남자랑 싸우는 걸 봤
어)
송주 알아! 방구석에서 혼자 공부하셨다며?
시진 ...... (그게 아닌데)
송주 친구지만 가끔 정말 재수 없어. 버럭버럭 성질내서 다른 사람
기분 다 망쳐놓고 지는 책이 눈에 들어 오냐?
시진 좀 그렇긴 해
송주 야! 공별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우리끼리 신나게 놀자.
시진 뭐할까?
송주 일단! (시진을 위아래로 훑더니) 따라와!

시진의 어깨동무 하고 끌고 나가면,


시진 송주가 다시 자신의 단짝이 된 것 같아 기쁘다.

#55. 미륵산 공중화장실 안. 낮


거울 앞에 서 있는 송주, 시진의 눈에 스모키화장 해주고 있다.
조명이 밝지 않아 어두컴컴하다.

송주 여기 왜 이렇게 어두워?
시진 낮인데도 으스스 하다.
송주 니 눈이 더 으스스 하거든? 다 됐어! 거울 봐봐!
시진 (보자마자) 야아! 너무 진해! (웃으며 손으로 지우려 하면)
송주 (말리며) 떽!! 건들지 마! 완전 섹시해! 사진이라도 남겨야 돼!

둘 깔깔 웃으며 귀여운 실랑이 중인데, 화장실로 들어서는 은별.


거울 앞의 둘을 보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는다.
섭섭함 반, 미움 반으로 은별을 바라보던 송주,
시진의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가자는 눈짓 한다.

#56. 미륵산 공원일각. 낮


송주와 시진 함께 걸어가다가 시진, 걸음을 멈춘다.

시진 화장실에 파우치 두고 왔다. 잠깐만 기다려!


송주 웬일이야? 꼼꼼한 이시진이? 얼른 갔다 와!

시진, 다시 화장실 쪽으로 돌아간다.

#57. 미륵산 공중화장실 안. 낮


은별, 변기 위에 옷 입은 채 멍하니 앉아 있는데
동시에 화장실 불이 모두 꺼지고.

-25-
칠흑 같은 어둠속에 똑똑 노크소리 들린다.
불안한 표정으로 ‘똑똑’사람 있다는 표시를 하고 난 은별.

은별 (두렵지만 차분히) 거기 누구 있어요? (아무도 대답 없고)


또...... 너야?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건데!!

적막한. 은별, 이상한 느낌에 위를 올려다보고 “꺅!!” 비명을 지른다.

#58. 미륵산 공원일각. 낮 (#56과 동장소)


기다리고 있는 송주를 향해 걸어가는 시진.
시진의 뒤를 따라오던 민준

민준 (지나가며) 야! 단체사진 찍는대. 빨리 와!!


시진 알았어! (화장실 쪽을 한 번 돌아본다.)

송주를 향해 밝게 달려가는 시진

#59. 미륵산 공원일각. 낮


은비, 야구모자 깊이 눌러쓰고 바쁘게 걷고 있다.
가까이에 은별의 반 아이들 모두 모여 단체 사진 찍느라 소란스럽다.
그 모습 무심히 한 번 보고, 지나가는 은비.
(E) 찰칵! 화면 스틸되면, 은별은 없고,
우연히 함께 찍힌 은비의 옆모습 작게 보이는 단체사진 찍힌다.

#60. 미륵산 케이블카 하행 승차장. 낮


먹구름이 잔뜩 껴 어둑해진 미륵산 공원.

김준석 다 왔나?
윤재 안 온 사람 손들어!!
민준 (숫자 세고) 세 명 비어요! (하다가 저쪽에서 해나 효은 어슬렁
걸어오는 거 보이면) 한 명 빼고 다 왔는데요!
김준석 그 한명이 누구냐?

송주, 시진 아이들 사이를 구석구석 살피는데 은별이 없다.


불길한 예감에 표정 굳는다.

송주 (김준석에게 다가가) 선생님!! 은별이가.... 없어요.


김준석 전화 좀 해봐!
시진 (핸드폰 걸고 있는) 꺼져 있어요.
김준석 (전체에게) 고은별 마지막으로 본 게 어디야?

#61. 미륵산 공중화장실 안. 낮


다급하게 달려와 화장실로 들어오는 송주, 시진

-26-
손 씻던 사람 한명이 마저 빠져 나가고 텅 빈 화장실
문 하나씩 열며 “고은별!! 은별아!!” 부르던 둘
마지막 하나 남은 닫힌 문 앞에 다가가자 불안한 기분이 든다.
조심스럽게 밀어보면 텅 빈 화장실 안,

송주 대체 어딜 간 거야!

#62. 미륵산 일각. 낮


아이들과 김준석 “고은별!! 고은별!!” 부르며 뛰어 다닌다.

시진 송주야! 은별이 별 일... 없겠지?


송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공별! 만나기 만해, 죽었어!!
(울먹이며, 고래고래) 공별!! 제발 나와라! 은별아!!!!

#땀범벅인 김준석, 멈춰 서서 숨 고르며 주위를 둘러본다.

안내방송(E) 10분 후 금일 케이블카 하행운행이 종료됩니다.


케이블카를 이용하실 관광객 여러분은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63. 미륵산 관리실, CCTV통제실. 낮


멀티 모니터로 CCTV화면을 뒤지고 있는 직원들
김준석, 은별이와 비슷한 학생 보이자 가리키며

김준석 저기 저기요! 교복 입은 학생 확대 좀 해주세요!


(들여다보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알아 볼 수가 없는)
직원 이렇게 몇 분 뒤져갖고 못 찾아요.
카메라가 수십 대에 사람이 몇 명인데...
김준석 (걱정, 마른세수 하는)

#64. 미륵산 공원 주차장. sky


텅 빈 주차장에 덩그러니 남은 3반 버스 안에 아이들 모두 타 있고,
김준석과 학주 송주 시진이 버스 앞에 서 있다.
버스 위로 펼쳐진 미륵산 스산하다. 저 어둡고 깊은 산 속,
어디에서 은별을 찾을 수 있을지 막막해 보이기만 하는데

학주 혹시 은별이가 뭐 특별한 얘길 하거나,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진 않았고?
송주 기분이 좀 안 좋긴 했지만, 가끔 예민할 때 있잖아요! 왜요?
김준석 시진이는? 혹시 뭐 이상한 점 못 느꼈어?
시진 ....... (망설이는) 저기.....
김준석 (눈 동그래서) 음, 말해봐!
시진 어젯밤에 은별이가 어떤 남자랑 싸우는 걸 봤어요.
송주 (께름칙한 눈으로 시진을 본다) 야! 이시진!!

-27-
시진 (두려운) 그렇게 보지 마! 은별이 찾아야 될 거 아냐!
학주 차송주 가만있어! (의혹의 눈길) 어떤... 남자?

<인서트>
운행이 종료되어 정리를 마친 케이블 카 한 곳에 죽 정렬해 있고,
마지막 조명마저 소등되면 칠흑같이 어두운 미륵산 일대

#65. 서울 - 은별의 집. 밤
TV보며 차 마시는 은별모, 하지만 TV눈에 안 들어온다.

은별모 으이... 나쁜 기지배. 전화 한통이 없어!


(전화기 들었다가, 내려놓으며) 벌써 자나? 하기는, 밤새 놀겠지?
(망설이다 다시 전화기 들고 ‘우리공주’ 연결한다.)
사서함(E)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66. 리조트 – 은별의 숙소. 밤


구석에 송주, 시진,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다.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송주 놀라서 얼른 받으며

송주 여보세요? 네? (놀라는, 두려움의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아..줌...마!!! 은...은별이가요.....

#67. 은별의 집 앞 - 차 안. 밤
사색이 되어 운전석에 앉은 은별모.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겨우겨우 억지로 차 키를 꽂고 시동을 건다.
후진을 하고 다시 핸들을 꺾어 빠져나가려는 순간,
담벼락을 향해 돌진하고 만다. 충격으로 핸들에 얼굴을 묻고 멍하니 있는.

#68. 대구 체육관 - 선수 대기실. 낮


트레이닝 복 입은 이안, 헤드셋 끼고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안내방송(E) 잠시 뒤 남자 고등부 자유형 100미터 결승경기가 열립니다.


출전 선수들은 경기장으로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안, 허리 스트레칭 하느라 몸을 숙였다가 일으키는데


지나가던 선수와 툭 부딪혀 헤드셋이 바닥에 떨어진다.
다시 무심히 주워 귀에 대다가 멈추는,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다.
핸드폰 진동이 울리는 라커. 경기장으로 나서는 선수들 사이에서,
나가려던 발걸음 멈추고 다시 한 번 라커를 돌아보는 이안.

#69. 대구 체육관 - 수영장. 낮


100미터 경기가 열리기 직전. 출발 대기 중인 선수들.

-28-
관중들의 응원 열기 뜨겁고,
선수들, 상대방의 숨소리가 들릴 만큼 팽팽한 신경전 중인데.
이안 어딘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표정 멍하다.

#중계석

중계1 사실 남자 100미터 경기는 김우진 선수의 독무대가 될 거다.


이렇게 예상하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중계2 네! 그런데 한이안 선수가 400미터 금메달에 이어
100미터 예선 1위를 기록하면서 파란을 일으켰죠?
중계1 오늘 경기, 어떤 명승부가 펼쳐질지 아주 기대가 큽니다.
네! 경기 시작합니다!

#경기장, 심판 준비 신호를 알린다. 긴장 된 순간.


탕!!! 총소리 울리고 일제히 물속으로 뛰어드는 선수들.
하지만, 준비자세 그대로 멈춰있는 이안.

중계2(E) 아!!!!!! 이게 어떻게 된 건가요?


중계1(E) 한이안 선수! 아예 출발을 못했어요!!
중계2(E) 글쎄요! 출발을 못 한건가요, 안 한건가요?

나머지 선수들이, 필사적으로 팔다리를 저으며 반환점을 도는 동안


얼음처럼 굳어 망연자실 앞만 보고 있는 이안

#70. 리조트 - 회의실. 낮


창백한 얼굴로 앉아있는 은별모.
김준석, 은별의 짐을 가지고 들어와 내려놓는다.
은별모, 은별의 캐리어와 소지품들 보는

#플래시백- #22에서
캐리어 끌고, 교복 입고, 밝게 인사하는 은별

은별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은별모 (믿을 수 없고) 선생님!! 우리.. 우리... 은별이는요?


김준석 (식은 땀 닦으며) 저희도 연락을 기다리는 중인데,
은별모 왜... 다른 아이들은 다 있는데, 우리 은별이만 없냐구욧!!

은별모, ‘우어어억!’ 가슴이 막힌다.


소리 지르고 싶은데, 새어나오지 않는 목소리

은별모 다 같이 갔는데,.... 왜... 왜 우리 애만 안 데리고 오셨어요!


왜 우리 딸만 집에 못가고 있냐구요. 왜!! 왜요!!
(김준석 옷을 잡고 흔들며)

-29-
학주 어머니! 이러지 마시고 진정을 좀!
은별모 여기 있으면 어떡해요? (팔 잡아끌며) 가요! 가서 찾아야죠!
김준석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으니까요 조금만 기다리...
은별모 (김준석 확 밀쳐내고, 고래고래)
밤새 무슨 일이 생겼을 줄 알구요오오!
나 우리 애 없으면 못 살아요!
(숨이 안 쉬어지는 듯 가슴을 쥐어뜯다가,
은별의 가방 끌어안고서야 터지는 눈물, 서럽게 울부짖으며)
은별아!! 은별아! 우리 딸!! 은별아!!

학주와 김준석, 차마 보지 못하고, 난감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한다.


<F.O>

#71. 누리여고 회의실. 낮 <F.I>

위원장(E) 지금부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우리학교 학폭위 위원 9명 중 6명이 참석하여
성원이 되었음을 보고합니다.

학폭위가 열리고 있는 회의실.


교감, 경찰, 변호사, 학부모 대표 등의 위원들과 소영, 강검사, 소영모 있고
맞은편에 보호자 없이 앉아, 불안한 듯 손톱을 뜯고 있는 은비

#모니터에 #50 공사장 CCTV가 플레이 되고 있다.


으슥한 공사장, 소영을 향해 각목을 휘두르는 듯 보이는 은비
자재가 무너지면서 바닥에 깔리는 소영과 은비.
소영모 차마 못 보겠는지 외면하며, 손수건으로 눈물 찍어 닦는다.

소영모 (소영의 손 꼭 잡은 채 간절한 얼굴로)


우리 소영이, 심리 상담이 필요한 상태랍니다.
(은비 노려보며) 가해학생과 한 자리에 있는 이 순간도,
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럽겠습니까?
소영 (은비를 슬쩍 째리다가, 누가 볼까 얼른 아픈 표정 짓는)

표정 없이 소영과 소영모를 바라보는 은비

<시간 경과>

위원장 이은비 학생! 강소영 학생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세요!


은비 ...... (단호한 어조로) 저는... 잘못 한 게 없습니다!
일동 !!! (은비를 바라보며 웅성웅성)
은비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보고 한 번 더 생각해봐도....
저는 떳떳합니다.

-30-
소영모, 충격 받은 얼굴로 분을 못 이겨 손 치켜들면
강검사, 소영모의 손목 잡아 말리며

강검사 여보!
소영모 (부르르, 위원들에게 위협적으로) 위원님들의 현명한 판단과,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부탁드립니다. 가자! (소영 끌고 가는)

강검사 못 마땅한 듯 헛기침 하며 교감을 째려보고 나가면,


그 뒤로 몇몇의 위원들 “강검사님!!”, 절절매며 따라 나선다.
남은 위원들 웅성웅성, 우두커니 앉은 은비를 향해 쯔쯔쯔 혀를 찬다.

#72. 누리여고 교무실. 낮


교감과 담임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자퇴서에 사인하는 은비.
교감, 사인 끝나기 무섭게 서류 휙 가져가 버린다.

담임 자퇴서는, 2주간의 숙려기간이 지난 다음 처리 될 거다.


이제 가도 돼! (일어서려는데)
은비 (담담한) 선생님! 저 오늘 수업, 끝까지 다 듣고 갈게요.
학교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인데,
쫓겨나듯이 가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미소)

#73. 누리여고 교실. 낮


시끌벅적한 교실에 투명인간처럼 앉아있는 은비
책상 위 빼곡한 조롱과 욕설의 낙서들 보인다.
‘따순이, 재수 없어. 이걸레. 꺼져! 축사망 이은비! XXX’ 등등
그 때, 은비의 자리를 둘러싸고 앉는 소영 수미 경진

수미 이은비! 퇴학 당하셨다며?
경진 우리한테 그 따위 협박문자 날리고,
소영이 입원 시킨 거에 비하면, 처벌이 너그러워!
소영 나 못 볼까봐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
너 알바 하는 데로 종종 찾아가서 재밌게 놀아줄게!
은비 마지막으로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정말 그 때 그 일 때문이야?
소영 궁금해? 그럼 알려줘야지. (은비에게 얼굴 들이밀며) 그!!냥!!
이은비라서 다 싫어! (코 막으며) 어우!! 이은비 냄새!

소영 수미 경진 깔깔 웃으면

은비 강소영! 너......어디까지 더 내려갈래? 지금도 최악인데


소영 이게 진짜! (화내려다 픽 웃더니) 야! 커텐 쳐!

-31-
#74. 누리여고 교실. 시간경과. 낮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교실 창으로, 하얀 커튼이 나부낀다.
창밖으로, 체육복 입은 아이들 깔깔 웃으며 뛰어 다닌다.
교실 안,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음악 듣거나, 공부하거나,
낮잠 자는 아이들... 평화로워 보이는 쉬는 시간 풍경.

하지만, 시리도록 하얗게 빛나는 커튼 안쪽에서


힘겹게 터져 나오는 은비의 흐느끼는 소리.
잠시 뒤,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소리가 온 학교에 울려 퍼진다.

소영(E) 또 한 번 나대면, 이 동영상 확 풀어버린다!

소영과 아이들이 촬영한 핸드폰 들고, 커튼 밖으로 빠져 나오면


은비, 눈물범벅인 얼굴로, 교복 블라우스를 추스르며
그대로 교실 밖으로 뛰쳐나간다.
방관하던 교실의 아이들, 그제야 은비가 나간 곳을 슬쩍 바라본다.

#75. 누리여고 교정. 낮


서럽게 울며 교문으로 뛰쳐나가는 은비
은비 너머로 보이는 교실에선 아무 일 없는 듯 수업이 진행 중이다.

#76. 누리여고 교실. 낮


수업중인 고요하고 평화로운 교실. 창문으로 바람이 휙 불어와
은비의 책상 위에 쌓인 톱밥 날려버리면, 드러나는 칼로 새겨진 글씨,
은비의 마지막 인사다. ‘안녕! 친구들!’

#77. 사랑의 집 - 은비의 방. 낮


라진이 은비의 책상 위에 놓인 편지를 뚫어져라 보다가
“원장님!!” 부르며 집어 들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78. 통영 거리 일각. 낮
은별을 찾아 통영 거리 이쪽저쪽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이안.
이안, 은별과 비슷한 뒷모습을 발견하고, 달려가 확인해보면 다른 사람이다.
멈춰 서서 숨 고르며 주머니 속 메달을 꺼내 본다.
그 때 길 건너편에 넋 나간 얼굴로 가는 은비.
눈 동그래져, 신호 무시하고 미친 듯이 차도로 달려들지만,
눈 깜짝할 사이 사라져 버렸다. 안타까운 얼굴로 사방 둘러보는 이안.

#79. 다리 위. 낮
발아래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다리 위에 우두커니 서있는 은비.
그 때, 핸드폰 수신음 울리고, 확인하면
‘축! 퇴학 기념!’메시지와 함께 동영상이 첨부되어 있다.
절망스런 얼굴로 삭제 버튼 누르는 은비,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32-
은비(N)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고 했다.
맛없는 초콜릿과 맛있는 초콜릿이 뒤섞인.
그래서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나는
맛있는 초콜릿을 하나 아껴뒀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바람에 나부끼는 머릿결,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 보이는 표정.

은비(N) 하지만 초콜릿 상자는 찢어졌고, 곧 깨달았다.


내가 받은 상자엔 처음부터 맛있는 초콜릿 같은 건 없었다는 걸......

다리 바깥쪽으로 한 걸음 발을 옮기는,

#80. 물속. 낮
짙푸른 물 속, 두 눈을 감은 채 평온한 얼굴의 은비.
온 몸에 힘을 빼고 천천히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데
그 때 은비의 손을 잡는, 누군가의 하얀 손에서 <1회 끝>

-33-
<제2회>

#1. 통영 거리 일각. 낮
은별모, 며칠 째 못 먹고 못 잔 듯 까칠한 얼굴
손엔 은별 사진 담긴 전단 뭉치 들고 있다.

은별모 우리 딸 못 본지, 오늘로 딱 열흘 됐습니다.


(북받치는, 잠시 시선 돌려 눈물 참고. 다시 카메라 보는)

은별모 수학여행 출발할 때요? 이상한 점이라뇨. 전혀요.


완전히 들떠서 갔거든요. (큰 소리로)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간 아이가 아직 못 오고 있네요.

은별모 저 혼자 어떻게 집에 가겠어요? 우리 애 없는 빈 방, 도저히 볼


자신 없어서... (눈물 참으며) 두고 보세요. 찾아서 손 꼭 잡고
같이 갈 겁니다. (지친 몸, 전단 들고 다시 일어나는)

#2. 2-3반 교실. 오전


막 등교해 교실로 들어서는 송주,
각자 자기 할 일 하는 아이들 보며 마음 허전하다.
민준 영재 초원을 중심으로 교탁 앞자리 인강을 듣거나 참고서보고,
중간부터는 핸드폰 보거나 자거나 수다 떨고 있다.
송주, 은별의 빈 책상 위에 놓인 국화 한 송이를 발견하고 다가간다.

송주 (국화 집어 들고) 이거 뭐냐? (아이들 둘러보는데 반응 없자 크게)


이거 뭐냐고!
기태 (자다가 짜증나 눈 치켜뜨며) 아씨... 꽃이잖아아아!
송주 누가 놨어? 오늘 제일 먼저 학교 온 사람 누구냐?

아이들, 대부분 민준 쪽을 보거나 가리키면

민준 (인강 듣다 돌아보며) 난데? 왜?


송주 너 왔을 때도 이거 있었어?
민준 모르겠는데 있었는지 없었는지
윤재 당연하지! 우리 민준이는 절대 옆을 돌아보는 법이 없어!
(책을 들고, 고개 들었다 책 봤다 흉내 내며, EXID노래 맞춰)
위! 아래! 위위! 아래! 위! 아래! 위위! 아래!
기태 야! 시끄러이씨!
윤재 응! (멈추고 자리 앉으면)
기태 (송주에게) 너 같으면 그래 나다! 하겠냐? (다시 엎드리려다가
궁금하고 한심하다는 듯) 근데 진짜 누구냐? 할 일 드럽게 없네!
있을 때 못 까고, 왜 저 짓을 해? 지 돈 써, 꽃 가게 가, 포장도
했네? 븅신
송주 (이 악물고) 나 장난 칠 기분 아니다!

-1-
시진 (기태 표정 살피며) 참아!
해나 (송주 화난 얼굴 보고) 그거네. 은별이가 아니라 너 열 받으라고
한 짓 같은데? 그렇잖아! 고은별이 아냐? 지 책상에 꽃이 있는지
똥이 있는지?
기태 (감탄하며 박수치는) 오!! 설득력! 조해나! 지적인 여자였어!
송주 그래! 고은별 없어졌다고 달라질 거 하나 없겠지. 공부 할 사람
공부하고! 잘 사람 자고, 놀 사람 놀고!! 다 같이 걱정해달란 말은
아냐! 그치만!! (꽃 집어 들어 보이며) 이건 아니지 않냐?

송주, 국화 반으로 뚝! 꺾으며 아이들을 둘러본다.

송주 (화 누르고, 피식 웃는) 누군진 모르겠지만, 똑똑히 알아둬라!


고은별은 핑크색 장미를 좋아하거든?

송주, 국화 바닥에 툭 떨어뜨리고 천천히 발로 짓이긴다.

#3. 세강고 회의실. 낮


교감과 김준석 앞에, 은별모 지친 얼굴로 마주 앉아 있다.

은별모 (기막힌) 그러니까 우리 은별이가, 남자 문제로 가출을 했다.


이 말씀인가요?
김준석 어머니 꼭 단정 짓자는 게 아니구요,
교감 (O.L) 뒷받침 할 만 한 친구들의 증언도 있고 하니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을 해보자는 겁니다.
은별모 하! 기막혀. 하하하하하!! (미친 여자처럼 큰소리로 웃으면)

선생들 놀라서 쳐다보는데

은별모 (차분하게) 왜 우리 앨 자꾸 이상한 쪽으로 몰아가세요?


교감 아니, 학생이 염소두 아니고 모.. 모몰아가다니요?
은별모 문제 있는 아이가 없어지면, 안 찾아도 되나부죠?
김준석 무.. 문제라기 보단 청소년기엔 누구나 방황할 수 있는 (거니까요.)
은별모 (말 자르며) 친구랑 둘이 놀러갔다가 생긴 일이 아니에요!
학교가.... 선생님들이 책임지겠다! 그러고 데려가신 거잖아요?
신나서 놀러갔던 애가 열흘 넘게 행방불명인데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한 얘길 하실 수가 있어요?!!
교감 (옳거니 하고 받으며) 그게 바로 저희가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은별 학생 개인의 무책임한 일탈행동으로 인해,
학교 입장이 아주 괴롭습니다!
은별모 (할 말 잃고, 버럭) 이보세요! 교감선생님!!
교감 어머님! 목소리 낮추세요! 며칠 지나 애 멀쩡히 돌아오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나 허!
김준석 (눈빛으로 말리며 안절부절) 예. 조금 흥분을 가라앉히시고...
은별모 (O.L. 조소로) 선생님들은 두려우신 게 많은가 보네요.

-2-
교감 (열 받고) 아니! 두.. 두렵다니요?
은별모 전 지금 우리 딸이 제 옆에 없다는 거!
그거 하나 말곤 두려울 게 없습니다.

은별모, 자리에서 일어나 당당하게 나가면,


교장, 교감, 김준석, 불안한 눈으로 쳐다본다.

#4. 이사장실. 낮
기자들 쉴 새 없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린다.
당황하는 이사장, 온 몸을 던져 카메라 앞을 막아서는 교감과 비서

교감 그 엄마, 자꾸 일 크게 만드시네! 아, 카메라 치우세요!!!


기자1 왜 실종 당일 신고를 안하신겁니까?
기자2 사건을 은폐하려했다는 의혹이 있는데요?
교감 허허!!! 사건, 사건 좀 하지 마세요!! 단순 가출이라니까요!
아이고!! 발 밟혔어요!!

#소동이 지나가고 차분한 분위기. 기자들 지켜보는 가운데


이사장 앉아 있고, 교감 옆에 서 있다.

이사장 (허리 굽혀 정중히 사과 하며) 정말 죄송합니다.


(교감 노려보며) 이게 개인이냐 학교냐 책임 따질 문제인가요?
교감 (납작) 혹시 나머지 수백 명의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그만.
제 불찰입니다. (허리 숙이며) 죄송합니다!
이사장 (안타까운) 모두들 쉽게, 다수를 위해 뒤처지는 아인 버리고 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 교육철학은 다릅니다.


나머지 수백 명의 아이들에게 같이 기다려주자고 가르쳐야죠.
문제 있는 아인 더 끌어안아야죠.
그래야 입시 학원이 아닌 학교가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해 꼭 찾아내겠습니다.

끄덕끄덕 하는 기자들.

#5. 통영 몽타주. 낮
#통영시내 거리- 은별의 사진이 담긴 전단지 나눠주는 은별모
행인 받자마자 툭 버리고 가면, 은별모 주워들고 따라가며

은별모 (사정사정) 버려도 되니까, 한 번 만! 그냥 한 번만 봐주세요!


(들이밀며) 네?
행인 (민망해 다시 받아 들고 가면)
은별모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통영의 관공서 병원 등을 돌아다니며 은별의 사진 보여주는

-3-
민간조사원 또는 경찰. 한 간호사가 은별의 사진을 유심히 본다.

#6. 수영장 근처 벤치. 낮


나무 아래 아늑한 벤치. 트레이닝복에 헤드셋 한 이안,
의욕 없는 얼굴로 멍하니 하늘을 보고 누워 있다.

#7. 통영 리조트 야외일각. 이안의 회상. 밤 (1회 #49과 동씬)


이안, 은별에게 통화 연결하다가 어둠속에서 걸어 나오는 은별 발견한다.

이안 고은별! (부르고 다가가면)


은별 (당황한, 차갑게) 대회 중에 여기까지 무슨 일야?
이안 (미소로 은별의 표정 살피며, 툭)
수학여행이 재미없는 거야? 내가 온 게 별론 거야?
은별 (냉랭한) 둘 다!
이안 (피식) 리조트 밥이 맛이 없었네!
고은별 배고프면 성질 나빠지는데!
은별 (상대하기 귀찮고) 실없는 소리하러 온 거면, 가라.
이안 (웃으며, 주머니의 메달 꺼내 뒤춤에 감추고)
맞춰 봐! 나 왜 왔을까? 힌트! 7년 전에 내가 했던 약속!
은별 (짜증스럽게 손 이마에 갖다 대고 잠시 있다가, 버럭)
기억 안 나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아. 가도 되지? (뒤돌면)

이안, 메달을 씁쓸하게 보다가 도로 주머니에 넣고


저벅저벅 다가가 은별 어깨 돌려 세우는

은별 (터지는, 울 것 같다.) 또 뭔데에에???


나 좀 그냥 내버려 두라고! 제발!!!!
이안 (검지로 귀 후비적 하고, 담담하게) 난 왜 그 말이,
나 내버려 두면 큰일난다...이렇게 들리냐?
내일도 대회 있으니까 다른 덴 안 되고 (머리 들이밀며)
야!! 쳐!! 화 풀릴 때까지 맞아 준다. 내가! 이런 기회 흔치 않다!
은별 (나지막이) 지겨워.. 다 지긋지긋해...

이안, 심상치 않은 은별의 태도에 굳은 얼굴로 고개를 들다


은별의 목에 상처 봤다.

이안 이거 뭐냐? (머리카락 치우고 보려는데)


은별 (거칠게 이안 밀치고 돌아서 가려하면)
이안 (은별의 팔 잡으며, 크게 지르는) 뭐냐고?
은별 (이안의 손 떼고 뒤로 한 발짝 거리 두는. 냉정하게)
한이안! 잘 봐! 나 어릴 때 은별이 아냐.
우리 너무 컸구, 많은 게 달라졌어.
이제 날 위해 니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어!

-4-
충격으로 멍하게 보고 있는 이안을 지나쳐,
어두운 곳으로 사라지는 은별의 뒷모습

#8. 수영장 근처 벤치. 낮 (#6에서 연결)


떠올리니 더 괴로운 듯 눈을 감아버리는 이안.
그 때, 벤치 앞을 가로막고 서는 3학년들.
발로 툭툭 건드리면 이안 한 쪽 눈을 가늘게 뜨고 본다.
선배1 거칠게 헤드셋 빼서 저만치 던져버리며

선배1 이제 선밸 봐도 일어나지도 않냐?


이안 (그제야 알아보고 일어나 목례하는)
선배1 금메달 따, 신기록 세워! 뭐, 다 우습겠지!
(깐족대며) 근데 100미터 땐 왜 그런 거냐?
신문에 났던데? 물이 두려운 마린보이 (킥킥대면)
이안 (눈에 힘주고, 참는) 그런 거 아닙니다.
선배1 (손으로 어깨 툭툭 치며 몰아가는) 허! 방금 그 눈 뭐야?
(가슴을 툭툭 치며) 여기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인다? 해! 해!
이안 (밀리는 몸 바로 세우며) 없습니다. 그런 거.
선배1 허 이거 봐라! 눈 안 깔어? (가슴을 확 밀치면)
이안 그만 하시죠! 참을 기분이 아닙니다.
선배1 이게 진짜! (주먹을 드는 찰나)

이안, 순식간에 제압해 바닥에 눕힌 다음

이안 참을 기분 아니라고 했잖아!!!!! (주먹 들면)

코치 (저만치 뒤에서 다가오며) 이 자식들 뭐하는 거얏!!!!!


쌈질로 기운 뺄 만큼 훈련이 느슨했지?
30초 안에 전원 야외풀로 집합한다! 뛰어!!!!
일동 네!!

선배들 야외 수영장으로 뛰어 가는데 이안, 우두커니 서있다.


코치, 굳은 얼굴로 이안을 본다.

#9. 라커룸. 낮
코치 앞에 엎드려뻗쳐 하고 있는 이안
몽둥이로 이안의 엉덩이 여러 번 힘껏 내려치는 코치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듯 표정 없이 묵묵히 맞고 있는 이안
코치 몽둥이 툭 내던지고

코치 난 재능 믿고 까부는 놈 못 봐! 이 따위로 할 거면 때려 쳐!!!!


(문 쾅 닫고 나가 버린다.)

부들부들 떨리는 팔, 이안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풀썩 쓰러진다.

-5-
#10. 통영 리조트 객실. 낮
은별모, 지친 몸으로 방으로 들어서다가 현기증에 비틀한다.
손에 있던 전단 놓쳐 바닥에 쫙 흩어지면, 담담히 쪼그려 앉아 줍다가
‘사람을 찾습니다.’아래 웃고 있는 은별의 사진 바라본다.

은별모 웃지 마! 이 나쁜 기집애. 너... 진짜 어딨는 거야 응?


엄마가 널 위해 산다고 했던 말, 다 틀렸어. 니 덕에 살았던 건데.
잘해준답시고 한 일이 너 숨 막히게 했나, 자꾸 걱정이 돼.
은별아...... 다시 엄마한테 와 줄 거지?

간절하게 품에 꼭 안는데, 가방에서 울리는 핸드폰벨소리


안 좋은 소식일까 두려워 선뜻 움직이지 못하다가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 꺼내 든다.

은별모 여...보세요? 네. 맞는데요. (대답도 못하고 가만히 듣고 있다가


엉엉 울음 터뜨린다.)

#11. 2-3반 교실. 낮


윤재, 심각한 얼굴로 교실 들어오며

윤재 (목소리 깔고) 방금 교무실에서 들었는데 고은별......


(눈물 훔치는 척)
송주 (불길한 예감에) 은별이가 왜?
윤재 아... 어떻게 말해야 돼... (뜸 들이는)
시진 (긴장해서) 안 좋은 소식이야?
민준 (인쇄물 뭉치 가져와 교탁에 놓으며, 송주에게 담담히)
은별이 찾았대! 오늘 아침에 연락 왔대!
윤재 야잇! 반장!!

윤재에게 쏟아지는 필통, 지우개, 포스트 잍

송주 (기뻐서 울먹이며, 달려가 윤재 때리며) 야!! 너 죽을래?


뭔 일 생긴 줄 알고 열라 쫄았잖아아!!
윤재 (맞으며) 아야! 아얏!! 원래 중요한 얘긴 60초 후에 공개하는
거잖아요 누나! 안 그래요?

송주, 윤재와 아옹다옹 하는데, 교실로 들어서는 김준석.


지친 얼굴로 안도의 미소 지으며 보다가

김준석 조용!! 모두 자리 앉아!

#타이틀 <후아유>

-6-
#12. 통영 병원 전경. 낮
차에서 내려 병원으로 뛰어 들어가는 은별모

#13. 통영 병원 - 병실. 낮
병실에 들어 온 은별모, 잠들어 있는 은별(은비)를 본다.
침대 옆, 협탁에 스카프 놓여있다.
은별모, 다가가 애틋하게 은비의 손을 잡는다.

은별모 은..... 은별아!!!

은비의 시선에서, 가물거리던 불빛, 점차 선명해지는 시야.


침대에 누워 힘겹게 눈을 뜨는 은비,
눈앞에 은별모, 은비의 손을 꼭 잡고 바라보고 있다.

은별모 (눈 붉어지며) 하느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은비 ......
은별모 (울먹이는) 정신 좀 들어? 엄마야!
은비 ..... 엄... 마?
은별모 그래. 엄마 알아보겠어?
은비 (고개 가로 젓는다. 기억 안 나면서도 다시) 엄...마?
은별모 (놀라는) 응, 그래!
은비 엄...마....엄...마.... (눈에서 주룩 눈물 흐르면)
은별모 (안타까워, 은비를 꼭 안아주며) 괜찮아! 이제 아무 걱정 마!

#14. 통영 병원 - 복도. 낮
복도를 걷고 있는 은별모

의사(E)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기억상실 같습니다.


일시적일수도 있고, 평생 기억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어서
회복속도는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15. 통영 병원 - 병실. 낮
컨디션 많이 회복 된 은비, 은별모가 들어서자 환하게 웃는다.
은별모 다가가 은비의 머리카락 다정하게 쓸어 넘겨주는

은별모 서울에 집 근처 병원으로 옮기자.


은비 (끄덕끄덕) 의사선생님이 뭐래요?
은별모 너 많이 안아주고, 예뻐해 주래!
그럼 예전 기억 금방 다 돌아오니까, 아무 걱정 하지 말래!
은비 (웃으며) 다행이다.
은별모 (은비 손 끌어다 꼭 잡으며) 엄마 아직도 꿈꾸는 것 같애.
은비 (따뜻하다.)
은별모 우리 딸... 돌아와 줘서 고마워.....

-7-
행복한 얼굴로 마주보고 웃는 은별모와 은비

#16. 통영 병원 앞. 낮
은별모 차를 가지러 가고, 병원 앞에 혼자 서서 기다리는 은비
병원으로 걸어오던 소영, 은비 발견하고 다가온다.

소영 학교 짤리고, 가출했단 소식은 들었는데,


딱히 갈 데가 없었나보다? 거 봐! 너한테 말시켜주고
놀아주는 사람 나밖에 없지? 응? (은비 볼 툭툭 치면)
은비 (빤히 보다가 소영의 팔 확 치운다.)
소영 오오.... 어차피 짤린 거 막나가자 이거냐?
은비 누구세요?
소영 (푸핫 웃다가 빤히 보는) 너 많이 늘었다?
기억이 안 나나세요? 그럼 나게 해줘야지!

소영, 순식간에 은비의 머리카락 한 움큼 휘어잡으면,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은비,

은비 악!! 누구세요? 정말 왜.. 왜 이래요?

은별모, 깜짝 놀라 차(사고 흔적 남은)에서 내려 뛰어 온다.


있는 힘껏 소영이를 떼어내 밀치면
소영, 저만치 나가떨어져서 깜짝 놀란 얼굴로 본다.

은별모 다친 데 없어? 무슨 일이야?


은비 (모르겠다. 고개 가로젓고) 다짜고짜 달려들어서
소영 (당황하고)
은별모 (매섭게) 너 누군데 이런 무식한 짓을 하니?
소영 가던 길 가세요! 아줌만 누군데 남의 일에 참견이에요?
은별모 나 얘 엄마 되는 사람이다!
(버럭) 어디 감히 내 딸 몸에 함부로 손을 대! 절대 용서 못해!
(핸드폰 들고) 경찰에 신고 할 거야. 꼼짝 말고 있어!

소영, 뚫어져라 다시 본다.


고급스러운 은별모의 옷차림과 어딘지 달라 보이는 은비.

소영 죄송해요! 사람을 잘 못 본 것 같아요.

털고 일어나 꽁지가 빠지게 뒷걸음 쳐 도망가는 소영


불쾌한 얼굴로 지켜보던 은별모와 은비 차 쪽으로 가면,
소영, 걸음 멈추고 의아한 눈으로 은별모녀를 돌아본다.

#17. 은별모 차 안. 낮

-8-
은별모의 차,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면 봄 햇살 쏟아진다.
운전 중인 은별모.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봄바람 만끽하는 은비.
은별모, 기쁘고도 걱정스런 눈으로 은비 바라보다가 눈 마주치면

은별모 음악 틀어줄까?
은비 (미소 지어 보이고, 다시 창밖을 본다.)

음악이 흐르는 차 안, 창으로 스쳐 지나가는 통영의 봄 풍경을 바라보는


은비의 얼굴에서. <F.O>

#18. 서울 - 한국대학병원. 낮 <F.I>


온 빌딩에 요란스럽게 비상벨 울리고 있다.
로비 복도 할 것 없이 사람들 쏟아져 나와 웅성웅성.
의사, 간호사, 휠체어 타고 깁스 한 환자들 까지 모두 우왕좌왕 난리다.

#19. 한국대학병원 - 건물 옥상. 낮


태광이 빌딩 외벽 유리창 닦기 용 로프를 타고 아슬아슬 곡예중이다.
간호사 얼굴 잔뜩 얼어서 태광을 진정시키고 있다.

간호사 공태광 환자! 내려가면 위험해요! 얼른 이리와요!

태광이 탄 로프 바람에 한번 크게 휘청 하면
얼굴을 가리고 “악!!!”비명을 지르는 간호사

태광 그러게, 외출증 끊어달랄 때, 진작 끊어줬으면 이럴 일 없었지?


( 발아래를 보면 천 길 낭떠러지 , 아찔하고 스릴 있다 . ) 우어어어
어!!!!!
그러니까 나 죽으면 누구 책임?
간호사 (옥상 벽에서 아래를 내려 보며)
제발!!! 미안!! 태광아! 잘못했으니까 내려와 응? 부탁이야!!
태광 (버럭) 나 죽으면 누구 책임이냐고???
(로프를 풀어 쭉 아래로 떨어지면)
간호사 꺄악!!!!! 내 책임! 외출증 안 끊어 준 내 책임, 됐지?
태광 근데, 누나!! 죽고 나서 책임지면 뭐하냐?
살아있을 때, 나 그냥 누나 꺼 할까?

태광, 간호사를 향해 윙크 하고 씩 웃다가,


문득 창 안쪽 누군가를 본다.

#20. 병실 안. 낮
은비, 이어폰 끼고 창밖을 보느라 밖의 소란 알지 못한다.
로프에 매달려 내려오는 태광과 눈 마주치는.

#21. 건물 외벽. 낮

-9-
태광, 유리창 안쪽에 있는 은비를 보고 방긋 웃는다.

태광 (손 흔들며) 하이! 고은별! 이렇게 만나니까 새롭네?

영문 모르고 멍하니 쳐다보는 은비

태광 아.. 저 싸가지! 하여간 인사를 받아쳐먹기만 하고,


주는 적이 없어!! 넌 기브 앤 테이크도 모르니? 캭!!

태광, 입 비죽 올려 시니컬한 미소 보이고,


주욱 미끄러져 내려가면

#22. 병실 안. 낮
은비, 태광이 죽었나 싶어 깜짝 놀라 아래를 내려다본다.
1층 잔디밭, 환자복 입은 채 로프에서 몸 빼내고,
유유자적 병원 밖으로 뛰쳐나가는 태광 보이자, 안심하는 은비.

#23. 패스트푸드 점. 낮
온 전신에 한국대학병원이라고 프린트 된 환자복에 삼선슬리퍼 차림으로,
정신없이 햄버거를 먹어치우는 태광.
맞은편에 팔짱 끼고 앉아,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고 있는 송주.

송주 햄버거 하나 먹을라구 목숨 건 탈출을 했어?


태광 미쳤냐? 목숨까지 걸었는데 세 개는 먹어야지.
송주 아...... (한숨 나는, 혼잣말) 이 또라이....
(쟁반 째로 들이 밀어주며) 자자! 실컷 먹어라.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따가운 시선 느낀 송주, 선글라스 꺼내 쓴다.


입술에 케찹 잔뜩 묻힌 태광.

송주 (안쓰럽다.) 태광아! 넌 나중에 뭐 해먹고 살래?


태광 (호탕하게 웃고) 니가 남 걱정 하니까 왤케 웃기냐
송주 (여전히 태광 보며) 나를 보는 울 엄마 심정이 이런 건가?
천천히 먹고 가라! (일어나며, 좀 불쌍한)
다 먹을 때까지 같이 있어주고 싶은데,
늘 남들 시선 받고 사는 나도, 너는 감당이 안 된다. (가면)
태광 (먹다 말고 문득, 얼굴 들며) 야!
송주 (돌아보며) 왜!
태광 우리 병원에 고은별 입원했더라?
송주 (뒤통수를 퍽 갈기며 빽!!) 걸 왜 이제 말해!!

가게 안의 모든 사람들 동시에 쳐다보고

태광 (어이없는, 남들 시선 아랑곳 하지 않고 더 크게)

-10-
지금 생각났으니까!!!!!!

송주, 거리로 달려 나간다.

#24. 거리 일각. 낮
송주, 한 손 흔들며 다급하게 택시를 잡는다.

송주 택시!! 택시!! (택시 멈추면 타는)

#25. 택시 안. 낮
송주, 핸드폰 문자 찍는다.

송주(E) 이안아! 은별이 서울 왔대. 한국병원 앞에서 기다릴게.

#26. 한국대학병원 앞. 낮
병원 정문 앞에 송주 기다리고 있고, 그 앞에 택시 멈춰 선다.
송주, 이안을 발견하고 수줍고 반갑게 다가가는데,
송주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병원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이안.

송주 어!? (속상한, 뒷모습 보며 부르는) 이안아! 야!! 한이안!!!!!


이안 (못 듣고, 계단을 두 세 개씩 밟아 올라, 벌써 건물로 들어섰다.)
송주 (섭섭한 맘에 짜증) 멍충이! 저러다 부상당하면 어쩔라구. 씨!

송주, 기운 빠져 터덜터덜 천천히 병원으로 들어간다.

#27. 병원 로비. 낮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멈추는 이안.
로비의 카페에서 음료 받아 돌아서는 은비를 발견하고,
숨 고르며, 얼굴 가득 환한 미소 번진다.
이안, 은비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는데,
마주 오던 사람과 부딪혀 지갑 떨어뜨리는 은비.
이안, 지갑 집어 건네며, 눈 마주치는 두 사람.

이안 으이그 (뭐라 말을 하려는데)


은비 (꾸벅) 고맙습니다!

은비, 이안에게 미소 지어 보이며 스쳐 지나간다.


우두커니 서 있는 이안. 정신 차리고 다시 은비를 따라간다.
닫히려는 엘리베이터 문을 막아서자 도로 열리고
또 한 번, 안에 타있는 은비와 눈이 마주치는 이안

은비 안 타세요?
이안 (잠시 망설이다 얼른 탄다.)

-11-
#28. 엘리베이터 안. 낮
이안 몇 층인지 안 누르고 은비를 보고 있다.

은비 ... 몇 층 가세요?
이안 ...... (빤히 보는)
은비 (약간 겁이 나는데)

둘만을 태우고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은비, 시선 느껴져 힐끗 돌아보면, 여전히 뚫어져라 보는 이안.
은비, 슬금슬금 먼 쪽으로 발을 옮긴다.
이안 뭔가 말을 하려고 은비 쪽으로 다가가면 잔뜩 긴장하는 은비

이안 (은비 어깨를 가볍게 툭 치며) 저기....


은비 (움찔하는)

엘리베이터 문 열리자, 빠른 걸음으로 도망가는 은비

#29. 병원 복도. 낮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서둘러 가는 은비의 뒷모습을
반갑고도 어이없는 심정으로 우두커니 서서, 보고 있던 이안.

이안 (크게 부르는) 고은별!!

은비, 복도 끝에서 우뚝 멈추고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플래시백 #7. 통영 리조트 야외일각. 이안의 회상. 밤>

은별 (이안의 손 떼고 뒤로 한 발짝 거리 두는. 냉정하게)


한이안! 잘 봐! 나 어릴 때 은별이 아냐.
우리 너무 컸구, 많은 게 달라졌어.
이제 날 위해 니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어!

이안을 뚫어져라 보며 서 있는 현재의 은비,


거침없이 은비를 향해 걸어가는 이안,

이안(N) 한 발 물러나는 게 니 맘이면, 한 발 다가서는 건 내 맘이다!


그래! 우리 너무 컸구, 많은 게 달라졌어.
그래서 뭐! 어쩌라구!

이안, 은비의 손 잡아당겨 와락 가슴 깊이 끌어안는다.

이안(E) 왔으니까.... 됐다. 고은별!

은비, 눈 동그래져 얼음처럼 굳어 있다가, 이안 확 밀쳐내며

-12-
은비 누구세요?
이안 누구세요? 허!! (헤드락 걸며) 장난하냐? 재미없그든!!?
은비 (빠져 나오려 애쓰며) 이거 놓고 얘기 하세요!
이안 하세요오? 고은별 완전 맛 갔네? (다시 헤드락 걸면)
은비 악!! 진짜 왜 이래요?
이안 야! 기억 날 때까지 이거 안 풀어 줄 거니까
(머리 꿀밤 때리며) 여기! 빨리 원상태로 복구해라! 알았냐?

복도 끝에 두 팔 허리에 얹고 씩씩대며 서 있는 송주,


티격태격하는 이안과 은비 귀엽게 흘기며 투덜투덜

송주 만나자마자 또 싸우네. 저것들! 아오 꼴배기 싫어! 치!

#30. 병실 안. 낮
황당한 표정으로 은비를 바라보고 있는 이안과 송주

송주 다? 나도?
이안 나도?
은비 (끄덕끄덕) 내 이름도...... 기억 안나.
이안/송주 ......헐 (입 다물지 못하고)
은비 (반가움으로) 와줘서 고마워! 우리 되게 친한 사이였구나?
이안.송주 (동시에 냉정하게) 아니!!

은비, 멋쩍은 표정으로 씩 웃는

이안 나 훈련 도중에 나온 거라 빨리 가봐야 돼. (일어나며)


송주 (따라 나서며, 약속 없지만) 어! 나두 약속 있어.
버스정류장까지 같이 가면 되겠다. 공별! 또 올게!
은비 응! 그래! 잘 가!

송주, 나가고. 뒤따라 나가려던 이안 도로 들어와


은별의 머리 흩뜨리며

이안 (장난기 반, 진심 반) 기억 찾으면 니가 좀 알려주라.


우리 친했는지 (씩 웃는 얼굴에서)

#31. 은별의 집 현관. 저녁


퇴원해 지금 막, 현관으로 들어서는 은비와 은별모
은비, 낯설지만 넓고 아늑한 거실을 둘러본다.
은비, 어디가 어딘지 몰라 두리번거리고 있으면

은별모 (은별의 방 가리키며) 저기야! 니 방!

-13-
#32. 은별의 방. 저녁
방으로 들어서는 은비. 빼곡한 책장, 어린 시절 사진 액자들 구경한다.
옷장 열면, 가득 걸려 있는 화사한 옷들, 하나 꺼내 거울에 대본다.
각종 경시대회 상장과 상패마다 ‘고은별’이름이 박혀있고,
벽에는 빳빳한 새 교복이 걸려 있다.
방 한 쪽에 놓인 가방 열어, 이것저것 뒤적거리다가
‘김선생의 시크릿 노트’를 꺼내 훌훌 넘기면,
‘사랑의 집’신문기사 나온다. 막 보려는데

은별모(E) 저녁 먹게 얼른 나와!
은비 (보지 못하고 노트 덮으며) 네!!

#33. 은별의 집 - 거실. 저녁


식탁에 마주 앉아 있는 은별모와 은비

은비 (양 볼에 미어지게 밥 넣고, 바닥까지 싹싹 긁어 비우면)


은별모 (흐뭇하게 보며) 요즘 잘 먹어서 아주 이뻐!
전엔 맨날 깨작깨작 밥 알 새고 앉아있더니 (엉덩이 퉁퉁 해주면)
은비 내가 그랬어? (행복하게 웃으며 일어나 빈 그릇 정리한다.)

주부 9단처럼 척척 남은 반찬 모으고,
빈 그릇 개수대에 넣어 설거지하기 좋게 물 뿌려 놓는 은별,
은별모, 정수기에서 물 받아 건네주려다 깜짝 놀라 말리며

은별모 아유, 참 안 하던 짓은! 얼른 샤워하고 잘 준비나 해!


(비키라는 듯 엉덩이로 퉁 치면)
은비 (엉덩이로 맞받아치며) 알았어용!!

행복하게 웃는 모녀의 뒷모습에서

#34. 은별의 집 - 욕실. 밤


욕조 속에 머리끝까지 담그고 물장난을 하던 은비

<인서트-은비의 기억. 물속>


깊은 물속에서 발버둥 치는 은비, 고통스럽다.

깜짝 놀라 욕조 위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가쁜 숨을 몰아쉰다.

#35. 은별모의 침실. 밤


잠옷 갈아입은 은별모와 은비. 침대 위에서 사진 앨범 보고 있다.
놀이동산에서 찍은 어린 시절 가족사진 보며

은별모 요맘때 아빠랑 셋이 놀이공원 자주 갔었거든.

-14-
은비 내가 놀이기구 타는 거 무지 좋아했구나?
은별모 아니! 니 아빠가! 넌 무섭다고 맨날 울었어.
은비 뭐어? 진짜 여기도 우네 (웃다가, 앨범 뒤적뒤적 넘겨보며)
근데, 왜 더 애기 때 사진은 없어?

은별모, 당황한 얼굴로 은비를 본다. 의아한 은비

은별모 나중에 기억 돌아오면 어차피 알게 될 텐데,


(어깨동무하며) 우리, 너 다섯 살 때 처음 만났어.
은비 (놀라는) 어? 입양... 한 거야?
은별모 그렇게 놀랄 거 없어! 너 다 알고 있었으니까.
은비 그...래?
은별모 그런 거 아무 상관없이, (이마 부비며)
우린 세상에 둘도 없는 모녀랍니다!
은비 (애틋하게 보며) 나.... 참 행복한 애였구나? 좋다!
은별모 그러엄!! (하다 문득 시계보고)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얼른 가서 자. 내일 학교가려면 일찍 일어나야 되는데
은비 응!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은별모 그래! 우리 딸 잘 자!

은비, 방을 나간다. 은별모 앨범 치우고, 이불 바로 펴는데


똑똑 노크 소리, 은비 문 빼꼼 열고 고개 디밀며

은비 나 그냥 여기서 자면 안 돼?
은별모 어어? 웬일이야? 방문 꼭 걸어 잠그고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더니?
은비 내가 그랬어? 에이 몰라! 혼자 자기 싫어! (베개 들고 우다다
뛰어 들어와 침대로 쏙 들어가며, 은별모 꼭 끌어안는다.)
음..... 엄마 냄새 좋다!
은별모 어우 얘가 왜 이래!? 징그럽게 (하지만 싫지 않은)
간지러워! 저리 가!!

은별모와 은비의 행복한 웃음 끊이지 않는다.

#36. 은별의 방. 오전
교복 입고 학교 갈 준비를 모두 마친 은비
방 한쪽에 높이 쌓인 카프라 성에 다가간다.

은비 우와! 이게 진짜 내가 만든 거야?

은비, 조각 하나를 집어 조심조심 맨 위쪽에 올리고,


가방 들고 방을 나선다.

은비(E) (밝은)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15-
#37. 세강고 정문. 오전
#정문 앞에 서서 낯선 학교를 보고 있는 은비.

#정문 앞 거리 일각. 고급 자동차에서 내리는 태광.


기태 진권 민석 껄렁껄렁 걸어오다가 표정 구겨진다.

민석 공태광 아냐?
기태 아나.... (피곤하다. 뒷머리 벅벅 긁으며)
이번엔 입원이 좀 길거라고 하지 않았냐?
진권 나둬. 금방 또 들어 갈 거니까
기태 정신병원 들락거리는 새끼 끈질기게 안 짜르는 이유를 모르겠네!
아..... 안되겠다. 한 대 피고 가자.
민석 피하는 거야?
기태 저 자식이랑 붙으면 (주먹에) 시원한 맛이 없고 짜증만 나!
패면 팰수록, (머리 가리키며) 멘탈 털리는 기분? 싫다 싫어!

기태 민석 진권 태광을 피해 골목으로 간다.

#은비, 불안 한 듯 손톱을 물어뜯다가,


차마 들어갈 용기가 안 나는지 돌아서 가려하는데,
태광과 딱! 맞닥뜨린다. 둘이 동시에, 왼쪽으로 한 발
다시 오른쪽으로 한발, 움직일 때마다 마주치자

태광 뭐하냐? (멈춰 선 채 손짓으로 ‘너 먼저 가라’하면)


은비 (고개 꾸벅 인사하고 지나간다.)
태광 싸가지 지금 인사 한 거야? 나한테?!
송주 (저 멀리서 요란하게 달려오는 송주)
야!! 공태광 고은별 간만이다!

송주, 태광과 은비 양쪽으로 와락 어깨동무 하는데


태광은 슥 빠져나가버리고.

송주 공별! 내가 보내준 애들 사진이랑 이름 다 봤지?


은비 어! 거의 다 외웠어!
시진 (다가오며) 왔냐? 또 한 번, 우리 놀래키면 가만 안 둔다.

송주 시진의 팔에 이끌려 경쾌하게 학교로 들어가는 은비.


걱정스럽던 표정이 조금 밝아진다.

#38. 2-3반 교실. 오전


송주, 은비, 시진이 들어서자 시선 집중되고
특히 영은, 놀란 눈으로 은비를 본다.

하윤 (옆자리 친구에게) 야야! 고은별 왔다!

-16-
초원 (은별 보고, 비웃으며)
신경 꺼! 관심종자한텐 무관심이 답이야! (책 보는)
윤재 (은별 옆으로 와 에스코트하듯) 와우! 이게 누구세요?
수학여행 실종사건으로 핫! 뜨거 앗! 뜨거 했던 S고의 K양?
송주 (윤재 밀치며) 꺼져라! (은별의 자리 가리키며 살짝 알려주는)
은별아 저기, 니 자리!!

송주, 교탁 앞에 서서 손바닥으로 팡팡 내리치며

송주 야!! 나 할 말 있어!

아이들, 각자 일 하던 그대로 송주를 보면

송주 고은별이 사고로 약간, 아주 약간의 부분기억손실이 왔댄다.


혹시 예전 공별 답잖게 좀 어리버리 하더라도 이해해주고,
도와주자. 알았지?
병규 진짜? 오!! 신기해! 기억상실증 걸린 사람 첨 봐!
효은 척 하는 건 아니구?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거나. 농담이야 농담!

아이들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은비를 본다.


은비, 비어있는 좌우 두 책상 중 어딜까 보는데

해나 고은별! 오랜만!
은비 (무심결에 뒤 돌았다가 깜짝 놀란다.)
해나 (눈 주위에 마스카라가 번져 판다처럼 시커멓다.)
자리도 못 찾는 거보니까 진짠가 보네? 대애박!!
(‘은★’표시 된 책상을 툭 쳐서 ‘여기야’알려주고 간다.)

자리에 앉는 은비, ‘은★’낙서를 손가락으로 만져보다 고개를 든다.


그 때 은비의 눈에 포착되는 태광, 열린 창문으로 가방을 들고
던질까 말까 조준하고 있다. 방향, 기태 옆 빈자리를 향하고 있다.
짜증스런 표정으로 지켜보는 기태

기태 (혼잣말) 아...... 조용히 살기는 다 틀렸구나.


새꺄! 똑똑히 봐라! 내가 눈 하나 깜빡하나!

하는 순간, 날아오는 가방.


눈 부릅뜬 기태 이마를 정확히 맞히고 떨어진다. 이런 씨!
기태, 살벌하게 일어나 태광의 가방 집어 들고 복도로 나간다.
은비, 긴장한 눈으로 보고 있는데 민준 다가온다.

민준 (다가와) 고은별! 담임이 교무실로 오래.


은별 응. 근데 교무실이 어디야?

-17-
민준 따라 와! 나두 같이 오랬어.

#39. 복도. 오전
민준과 은비 복도로 나오는데, 기태 태광 대치중이다.
기태, 태광의 가슴을 향해 가방 세게 집어 던지고,
거침없이 다가가 한 번에 태광을 눕히면, 지나던 아이들 깜짝 놀라 피한다.

태광의 위에 올라 타 앉아 한 손으로 멱살을 잡고,


반대쪽 주먹을 높이 치켜드는 기태
하지만 칠까말까 주먹을 들었다 놨다 움찔움찔 하다가 멈추며

기태 (열 불나는) 아우우우우우!!!!!!!!! (바닥 한 번 내리치고 일어난다.)


태광 (기대에 차있던 얼굴 실망하며) 기권?
기태 건들지 마라. 인생 꼬지 말고 가능한 직선으로 살아 볼라니까!
태광 아쉽네. 한 대 맞고 보건실에 누울까 했는데.

태광, 가방 집어 들고 교실로 들어가는데, 은비와 눈 마주친다.


쌩하니 차가운 얼굴로 스쳐가는 태광, 그 모습 어딘지 쓸쓸해 보이고
놀란 눈으로 바라보던 은비. 병원의 기억을 떠올린다.

<플래시 백. 은비의 회상 #21. 건물 외벽. 낮>


로프에 매달려 아슬아슬 곡예중인 태광
유리창 안쪽에 있는 은비를 보고 방긋 웃는다.

민준 안 오고 뭐해?
은비 어! 미안!

싱겁게 끝난 싸움에 아이들 흩어지고.


은비, 민준 따라가며 책상에 엎드린 태광의 얼굴 한 번 더 돌아본다.

아성 근데 태광이가 그렇게 세? 기태한텐 안 될 것 같은데!


윤재 열 주먹이 상 또라이 하나 못 이긴다. 못 들어 봤어?

#40. 복도-> 계단. 낮


민준이를 따라 복도를 걷는 은별, 눈 마주치자 어색한 미소 지어 보이면

민준 (떠보는) 기억상실증에도 뇌에 이상이 생긴 경우와


일시적으로 뇌에 충격이 간 경우가 좀 다르다고 하더라구.
은별 아...... (끄덕끄덕)
민준 후자의 경우, 롱텀메모리를 출력하는 기관이 일시정지 한 거라
빠른 시일 안에 기억이 다시 돌아오기도 한 대.
은별 (뭔 소린지 모르겠고) 그래?
민준 (호기심과 기대감) 넌.... 어느 쪽이야?
은별 글쎄.... 뇌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래.

-18-
민준 (실망감 감추며) 그럼, 공부하는 덴 지장 없겠네?
(미소로) 아니, 혹시 노트 필기 같은 거 필요하면 말하라구.
빌려줄게.
은별 (밝아지며) 고마워!

#41. 교무실. 오전
김준석, 옆자리 정주리에게 선물 하나를 내밀며

김준석 정샘! 통영 갔을 때 산건데요,


하도 정신없는 일이 많아서 이제 드리네요.
정주리 (도도하게 경계하며, 철벽녀) 김샘! 이게 뭐에요?
김준석 통영에서 산 기념품...이요!
정주리 그러니까 왜 통영 갔다 온 기념품을 저한테 주시냐구요.
무슨 뜻이에요?
김준석 (이마를 긁적이며) 뜻을 담기에는 너무 약소한데.
정주리 (준석 책상으로 도로 밀며) 이 세상에 의미 없는 물건이 어딨어요?
이쑤시개를 하나 줘도 이를 쑤시라는 명확한 이유가
담겨 있는 건데. 안 그래요? (찬바람 불게 일어나서 가는)

김준석,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데


은비와 민준, 준석 앞에 와 선다.

민준 선생님 고은별 데려 왔어요.


김준석 어! 걱정 돼서 불렀는데 표정이 밝네? 차라리 잘 된 건가?
은비 뭐가요?
김준석 안 좋은 일 다 잊으면 맘 편하잖아?
은비 ...... 안 좋은 일이요?
김준석 아니, 수학여행 때 니가 좀 힘들어 했다길래 해본 말이다.
은비 (무슨 일이 있었나 궁금하고)
김준석 당분간 민준이가 은별이 좀 도와 줄 수 있어?
공부하느라 바쁘겠지만 반장! 부탁 좀 하자!
민준 괜찮아요!
김준석 (민준 어깨 토닥토닥) 그래, 가 봐!

은비 민준 인사하고 나가면
교감, 못 마땅한 듯 은비의 뒷모습 보다가 다가온다.

교감 내가 저 학생 예의주시 하고 있는 거 잘 아시죠?
공태광도 다시 등교 시작하구요?
김준석 (이쪽저쪽 치여 괴로운) 예!
교감 김선생! 기간제 떼고 정교사 단지 얼마나 되셨죠?
김준석 2년 됐습니다.
교감 (끄덕끄덕) 3반! 애들 단속 잘해서 사고를 치지 말든지,
입단속을 잘해서 밖으로 새지 않게 하든지,

-19-
우리 하나라도 잘 좀 합시다. 무슨 뜻인지 아시죠?

#42. 교무실 앞 복도. 오전


민준 벌써 저 앞에 가고, 문 앞의 은비, 교감과 김준석의 얘기 듣고 있다.

김준석(E) 문제 안 생기도록 신경 쓰겠습니다.


교감(E) (의미심장한) 네에! 꼭 그래야 할 겁니다!!

은비, 복도를 걷는데,


지나는 아이들 몇몇이 알아보고 수근 대며 길을 터준다.
“쟤 맞지?”,“수학여행!”어쩌고저쩌고 그 순간, 떠오르는 기억

<플래시백 1회 #12. 통영누리여고 복도. 낮>


은비, 복도를 걸어가면,
냄새 난다고 피하고, 손가락질하며 비웃는 아이들이 길을 터준다.
뻥 뚫린 긴 복도를 외롭게 걷는 모습

은비, 현기증이 나는 것 같다.


조금 혼란스럽지만 떨쳐내고 담담히 다시 걷는다.

#43. 은별모 차 안. 낮
스피커폰으로 통화 연결하는 은별모, 수신명 ‘민준엄마’.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면,

은별모 민준엄마! 계속 통화가 안 되네. 문자도 미확인이구.


우리 은별이 월요일부터 다시 수업 보낼까 하는데.
확인하면 연락 줘..

#44. 카페 안. 낮
민준모, 시진모를 비롯한 엄마들 차 마시는 중이다.
민준모, 못 마땅한 표정으로 음성 메시지 확인하고, 핸드폰 내려놓으면

설레발맘 은별 엄마?
민준모 응!
시진모 (귀가 쫑긋해서, 나긋나긋) 뭐래?
민준모 월요일부터 다시 과외 보낸다구

정적. 엄마들, 서로서로 말없이 눈짓 오고 간다.

민준모 (조심스레) 애 무사히 돌아온 건 참 다행인데 솔직히 좀


걱정이긴 하네?
독설맘 나두. 자기 이름도 기억 못하는 애가 공부나 제대로 하겠어?
민준모 (생각이 많다.) 거야 뭐, 앞으로 지켜봐야지

-20-
시진모 (민준모 표정 읽고, 작게 슬쩍) 신경 쓰이겠다!
(떠보는) 문제 있는 애 바로바로 아웃 안 시키면, 관리 어렵지?
민준모 그렇지
시진모 (옳거니 걸렸구나 싶은)

#45. 카페 앞 은별모 차 안. 낮
운전 중인 은별모, 문득 창밖을 보다 시선 고정
카페에서 함께 나오는 민준모와 시진모 엄마들 보인다.
은별모, 반가운 마음에 가까운 쪽에 차를 세우는데.
그 사이 독설맘, 설레발맘 각자 자기 차에 올라타 출발하고,
시진모 “나 좀 잠깐 봐!”하며 민준모를 구석으로 부른다.
그 모습 지켜보며 차에서 내리는 은별모

#46. 카페 앞. 낮
시진모, 자동차 보조석에서 명품로고가 박힌 쇼핑백을 꺼내 건네면

민준모 (정색하고) 이게 뭐야? (돌려주며 마다하면)


시진모 뭐긴, 다 정이고 마음이지! (다시 건네는)
시진이 아빠 학회 때문에 엊그제 파리 다녀왔거든! 기념품!
민준모 (못 이기는 척) 아유... 참....
시진모 은별이 나가면, 김선생 그룹에 우리 시진이 좀 넣어줘!
민준모 아까 들었잖아! 이번 중간고사 성적 나오는 거 봐서 결정하기로
한 거! (좋으면서 화난 척) 그리구 자기! 나 확실한 사람이다.
다 애들 실력대로 팀 짜는 거지, 이래봐야 아무 소용없어!
시진모 알어! (삐져나오는 웃음) 근데 우리 시진이 말이,
엄청 떨어진 것 같대.
민준모 그래?
시진모 이번 실종 때도 성적비관이다 남자 문제다 말이 많았잖아!
잘 봤을 리가 있어?

민준모, 시진모 속닥거리며 하하호호 하다가,


바로 앞에 와 있는 은별모 발견하자 웃음기 싹 가시는

은별모 (부르르, 하지만 애써 웃으며)민준엄마! 왜 이렇게 얼굴 보기 힘들어

민준모의 달갑지 않은 반응, 외면하는 시진모.


은별모,‘일부러 나를 피하는 구나’깨닫고 표정 어두워진다.

은별모 다 들었어! 엄마들 의견이 그렇다는데, 뭐 어쩌겠어?


성적 나오는 거 봐서 결정합시다!

은별모 미소 지으며 뒤돌더니 표정 싸늘하게 굳는다.

-21-
못마땅한 듯 보고 서있는 민준모와 시진모.

#47. 2-3반 교실. 낮


종례시간. 김준석 성적표를 나눠주고 있다.
아이들 호명하면 차례대로 나와 성적표 받아 들어간다.
기태 받자마자 확 구겨버리고, 손으로 가리고 보는 등 가지각색인데.
은별, 차례가 되어 교탁 앞에 서면 미소 지어 보이는 김준석.

김준석 잘했어! 하필 이 중요한 시기에 기억상...... (말 멈추고 걱정되는)


얼른 회복해서 앞으론 성적 관리 하나만 신경 쓰자!
은비 네 (얼떨떨하게 고개 끄덕하고 성적표 받는다.)

은별의 성적표. 반 석차 1등 이다. 어안이 벙벙하다.


부러워하는 반 아이들의 얼굴들. 민준과 시진의 표정 좋지 않다.

김준석 미성년자 유흥업소 출입, 집중 단속기간이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유흥은 짧지만, 내신과 생기부(생활기록부)는 영원한 거
잘 알고 있지?

김준석, 손짓으로 인사 생략하고 교실 밖으로 나가면

해나 집중단속? 참 희한해! 왜 담탱이가 하지 말라면,


별 생각 없던 것도, 이렇게 미치게 하고 싶냐?
기태 (목소리 쫙 깔고) 해나야! 그게 너야!
중력을 거슬러 하늘로 솟구치는, 튕김의 매력! (씩 웃어 보이면)
해나 (앙탈 부리며 기태 어깨에 기댄다.)

송주, 은별, 시진 가방 메고 나서는데, 한 손 들어 막는 기태

기태 우리 해나가 원한대. 간만에 한번 뭉칠까?


송주 콜!!

#48. 은별모의 가게. 낮


토탈 인테리어 샵. 은별모, 손님에게 상품 설명을 하다가
가게로 들어서는 시진모 발견한다.

시진모 (미안함 만해해 보려) 우리 식구 침대시트 싹 다 바꿀 거야.


봄신상으로 추천 좀 해줘!
은별모 (전화벨 울리자) 잠시만! (받는다.) 어! 은별아! 그래애?
1등을 했어? 애썼네. 우리 딸!
시진모 (표정 굳는다.)
은별모 그럼. 괜찮지. 실컷 놀고 와. 사랑해!!!

은별모, 여유로운 미소 지으며 시진모에게 다가간다.

-22-
은별모 미안! 아까 뭐 필요하다고 했지?
시진모 (속상함 참고 웃어 보이는 시진모) 침대..시트
은별모 (다정하게 염장 질) 근데 어쩌냐. 티오 안 나겠다.
괜히 내가 미안하네?
시진모 (부글부글, 못 참고) 어우 이럴 줄 알았어.
나 사실 은별엄마가 오해한 것 같길래 맘 불편해서 온 거야.
과외자리 욕심나서 내가 은별이 빼자고 한 거 아니다.
은별모 (아니면??) 누가 그렇대?
시진모 (말 열기 껄끄럽다.) 동네에 자꾸 이상한 얘기 나온대.
수인인가 하는 애 엄마 이사 오고 나서부터
은별모 이상한 얘기라니?
시진모 그건 나두 몰라. 그래서 엄마들이 은별이 빼잔 얘기 솔솔 나오길래,
옳거니 기회다 싶어 찔러 본 거야!
은별모 정말 웃기는 사람들이네?!! (불쾌하고 걱정스런)
시진모 (궁금함, 한편 고소한 표정으로 보는)

#49. 세강고 교정 일각. 낮


하교하는 아이들. 은별과 송주 시진 앞에 걸어가고.
뒤쪽에 기태와 해나 무리 따라오고 있다.
시진의 핸드폰 울려댄다. 확인하면 발신인‘어마마마’.
끊어지며 부재중 전화 18통 뜬다.

시진 (한숨 쉬더니 핸드폰 끄며, 혼잣말) 정말 빠르다 빨라.


벌써 고은별 1등 했단 소식 들은 거야?
송주 공별! 우리가 예전에 얼마나 어떻게 재미있게 놀았는지,
오늘 이 언니가 다 알려준다. 가자! (하다가) 아!
(교복에 손 찌르며) 지갑을 두고 왔네!
은비 교실에? 다시 가볼까?

셋 모두 학교 방향으로 뒤 도는데, 은별 무리를 향해 오는 영은 보이고

송주 찾았다. 내 지갑!! (영은에게 얼른 오라 고갯짓 하면)


은별 !! (진짜 지갑을 찾은 건지, 설마 영은이를 말하는 건지 헷갈리는)

송주의 리드에 어깨동무 하고 가는 넷. 영은의 표정 어딘지 불편해 보인다.

#50. 체육관. 낮
코치 앞에, 이안을 비롯한 선수들 대열해 있다.

코치 다시 평상시 훈련스케줄로 돌아간다. 내일부터는


오전 수업 마치고 모두 오후 훈련에 참가하도록!! 자 해산!!
일동 네!! 감사합니다!!

-23-
이안, 초조하게 시계 보다가 총알처럼 달려 나간다.

#51. 세강고 정문 앞. 낮
담에 기대 정문 안 쪽 기웃기웃 하는 이안. 은별이 나오는지 살피는데

태광 (이안을 알아보고, 반갑게 다가가는)


저기 혹시 수영 400미터 금메달리스트 한이안 선수 아니십니까?
이안 네, 맞는데요?
태광 경기 봤거든요! 축하드립니다!
(기뻐하며, 손을 슥슥 옷에 문지르더니 악수 청하는)
이안 (악수 하고) 감사합니다. (가려는데)
태광 근데 저기, 이왕 인사 나눈 김에 인증샷 하나... (씩 웃어 보인다.)

태광, 핸드폰 카메라 허공에 얼짱 각도로 들고 사진 찍는다.


찰칵 찰칵 담기는 두 남자의 셀카

태광 근데 몇 학년 몇 반이세요?
이안 2학년 3반인데요?
태광 2학년.... 네? (하다가) 뭐?
이안 저기요. 너! 나랑 같은 반 이거든?
난 경기 때문에 학교 안 나오지만, 넌 왜 안 나오는 거냐?
태광 (얼빠진 표정으로 보는데)

이안과 태광 옆으로 멈추는 고급 승용차 한 대. 태광 얼굴 굳는다.


문을 열고 내리는 공재호. 태광 한 번 슬쩍 보더니 이안에게 다가가면

이안 (밝게) 안녕하세요? 이사장님!


공재호 (밝은 얼굴로, 어깨 가볍게 안아주며) 어이 한이안! 애썼다!
이안 감사합니다. 이사장님 덕분이에요.
공재호 우리 오랜만에 밥 한 번 먹어야지?
이안 코치님이랑 같이 찾아뵐게요.
공재호 (친근한) 그래! 연락 다오! (가려는데)
태광 (투명인간 취급 불쾌하다) 거기 저도 좀 껴도 될까요?
얘랑 같은 반 공! 태광이라고 하는데요? 공! 재호 이.사.장.님?
공재호 글쎄, 건 좀 곤란하겠는데?

공재호가 이안과 손 인사 나눈 뒤, 차를 타고 사라지는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태광, 눈빛 차갑다.

태광 (속이 꼬인) 이야... 한이안 선수 대단하네? 이사장이랑 밥도 먹고


(이안 보는데)

이안 못 듣고, 멀리서 즐겁게 아이들과 함께 걸어 내려오는 은비 보고 있다.

-24-
이안 (걱정했는데 다행인, 혼잣말) 뭐가 저렇게 좋아? (돌아서 가면)
태광 (이안의 시선 따라가 은비 쪽 한 번 보고 간다.)

#52. 이안의 집 거실 겸 주방. 저녁


협소하고 초라한 마루, 하지만 한쪽 벽엔 이안이 받은 메달과 상패들이
자랑스럽게 반짝이고 있다. 된장찌개 끓이는 이안, 맛보고 만족스럽다.
조촐한 반찬 몇 개 놓인 상에 찌개 올리며

이안 아부지! 저녁 식사 하세요!!
이안부 (막 샤워하고 나온 차림으로) 어우 냄새가 제대로다 야!
이안 맛은 더 끝내줄걸요? 나 없다고 맨날 라면만 드시고
이안부 아냐아! 라면만 먹긴!
이안 그러엄! 소주도 같이 먹었지?
이안부 (허허 웃으며) 자식! 예리하긴!! 얼른 먹자!

화기애애 웃으며 식사를 시작하는 부자

#53. 태광의 집. 밤
공허한 눈빛으로 게임에 빠져 있는 태광
고가의 레이싱 게임장비 등이 넓은 방을 채우고 있다.
태광 기록을 깨지 못하자 게임기를 발로 차며 화풀이 하는데
도우미 노크하고 문 연다. 멈추는 태광.

도우미 이사장님 식사 마치셨어! 얼른 나와 밥 먹어!


태광 네! 갈게요! (하지만 도우미 나가자 몇 번이나 더 게임기를 향한
발길질 이어지고)

#54. 태광의 집 거실. 밤


넓은 복도를 외롭게 걷는 태광. 투명 유리로 된 서재 안,
싸늘한 표정으로 개인 업무를 보고 있는 공재호.

#55. 주방. 밤
넓은 식탁에 태광만의 1인용 식사가 차려져 있다.
의자에 놓인 <월간 피플> 잡지 들어 보는 태광
공재호의 인자한 얼굴 표지에 장식 되어 있다.
밥을 먹으며 기사를 펼쳐 읽는다.

태광 (밥 씹으며) 공부 못해도 좋으니, 우리 학교에 행복한 학생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풋!! (웃음 터진)

사레가 걸려 콜록거리면서도 자꾸 웃음 삐져나온다.


도우미 얼른 다가와 물을 따라 내밀어 준다.

도우미 괜찮아?

-25-
태광 아줌마!! 하하하! 우리 아빠가 이렇게 개그감이 뛰어난 줄
난 몰랐네? 우와!! 진짜 10년 동안 봤던 개콘 다 합쳐서
최고로 빵터졌네! 이야!! 대단하시다!

공재호 주방을 지나다가 태광의 얘기를 들었다.


태광, 공재호와 눈 맞추고 씨익 웃는다.

태광 존경합니다. 아버지!
공재호 (싸늘하게 보면)
태광 아버지의 유머감각을..... (또 풋 터지는, 킬킬대면)
공재호 (못마땅한)약은 잘 챙겨 먹고 있냐?
태광 (계속 잡지 보며) 이거 진짜 아버지가 한 말 맞아요?
(읽으며) 문제 있는 아이는 더 끌어안아야지요. 아닌데에?
문제 있는 애는 정신병원 보내야지. 그게 아버지 스타일이지.
안 그래요?

공재호, 말없이 보다가 인상 구기고 지나간다.

태광 (표정 굳어, 밥숟가락 탁 놓고 나가며) 잘 먹었습니다!

#56. 도로 일각. 밤
헤드셋 끼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태광.
태광의 귀에 시끄러운 음악 쩌렁쩌렁 울린다.
태광, 텅 빈 도로를 향해 “아아아아아악!!!!!!”소리지르며
미친 듯 질주하는 모습 위로

(E) (요란한 가라오케 소음이 겹쳐지면서)

#57. 가라오케 룸. 밤
기태파와 해나파 송주 시진이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놀고 있다.
구석 자리에서 그 모습 멍한 얼굴로 지켜보는 은비와,
좌불안석인 영은

송주 공별! 기억상실증이어도 니 주량은 몸이 기억하고 있을 거라니까!


(깔깔 웃는)
은비 아냐! 난 됐어. (어색하게 웃는다.)

#아이들 무대로 은비를 끌어내려하면, 엉덩이를 빼고 버틴다.

기태 고은별! (내숭) 이거이거 아냐. 컨셉 잘 못 잡았어!


해나/송주/시진 (동시에) 너 춤 잘 춘다니까!
은비 (정색하고) 그럴리가! 난 화장실 좀!

-26-
#은비가 나가고 난 뒤, 분위기를 살피며
근심어린 얼굴로 조용히 빠져나가는 영은.

#58. 가라오케 카운터. 밤


안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 시끄럽게 울리고,
영은 긴장한 표정으로 카운터로 가서 카드 내민다.
주인, 카드를 긁어 보더니

주인 손님! 카드가 거래정지라고 나오는데요?


영은 (하얗게 질려) 그럴 리가 없어요!
주인 (다시 해보고) 맞는데......
영은 (두려워 지는)

#59. 가라오케 앞. 밤
핸드폰으로 엄마와 통화중인 영은, 흥분해서 고래고래

영은 말도 없이 카드를 정지 시키면 어떡해!!!


애들 앞에서 내 꼴이 뭐가 되냐고!!
나 죽는 거 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어?
몰라! 카드 살리면 나도 사는 거고!
아니면 그게 엄마 뜻이라고 생각할게! 됐지?? (확 끊어 버린다.)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그 모습 지켜 본 은비
영은이 가라오케로 들어가고 나면, 얼굴 굳어져 따라 들어간다.

#60. 가라오케 룸. 밤
음악 꺼지고 조용한 가운데 죄인처럼 앉아 있는 영은.

해나 이게 무슨 망신이냐? 노래방이나 가자니까 겁나 통 큰 척 하더니!


송주 그러게 말야. 왜 책임 못질 말은 해가지구.
영은 미.... 미안해.....

차가운 표정으로 해나와 송주 외면하고 있고,


은비, 영문 몰라 이쪽저쪽 바라보다가

은비 다 같이 놀아놓고, 왜 자꾸 영은이한테만 그래?


일단 우리 가진 거라도 다 합쳐보자!

은비, 지갑에서 만 원 몇 장, 천 원, 동전까지 다 테이블 위에 쏟아놓으면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

기태 (터프하게 벌떡 일어나, 멋있게) 내가 낼게! 얼마라구?


해나 꺄악!!!!! 우리 기태! 저러니 안 사랑하고 배겨?

-27-
기태, 폼 잡고 문을 나선다.

#61. 경찰서. 밤
고개 푹 숙인 기태와 아이들 주욱 앉아 있고.
김준석, 초췌한 얼굴로 경찰서에 들어선다.

김준석 민준이 아버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애들 흘기며, 냄새 킁킁 맡는) 술을 마셨습니까?
박형사 네 선생님! 마시다 뿐입니까? 돈 안내려고, 주인을 협박했습니다.
김준석 협.. 협박이요?
박형사 미성년자한테 술 팔았으니까 신고한다고 했답니다.

김준석, 아이들을 째려보면, 아이들 일제히 기태를 째려본다.


한쪽에 가라오케 주인 씩씩대며 앉아 있고, 김준석, 기가 막힌다.

<인서트>
교감 얼굴 화면에 가득 잡히며

교감 3반! 애들 단속 잘해서 사고를 치지 말든지,


입단속을 잘해서 밖으로 새지 않게 하든지,
우리 하나라도 잘 좀 합시다. 무슨 뜻인지 아시죠?

김준석, 열 받는 감정 꾹 누르며
가라오케 주인을 데리고 구석진 곳으로 간다.

김준석 어떻게 하면 화가 풀리실지..... 여기서 무릎이라도 (꿇으려하면)


주인 (말리며) 아.. 아니, 왜 이러십니까?
김준석 제 자신이 부끄럽고 용서가 안돼서 그럽니다. (또 꿇으려하면)
주인 ...... 아유. 거 참
김준석 (넘어 올 듯한 주인 표정 읽었고) 제자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죄로 술값과 벌금은 제가 내도록 할 테니
한번만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죠?
주인 ...... 나 이거! 영업정지 각오하고 신고한 겁니다!!
김준석 저도 사표 쓸 각오하고 매달리는 겁니다! 사장님!
주인 ......

<시간경과>
김준석 배배배배백 이십만원이요?
(어지럽다. 분노 삭히며) 혹시 12개월 할부.... 될까요?

#62. 경찰서 앞. 밤
김준석 뒤로 풀죽어 따라 나오는 아이들

김준석 니들을 어떻게 할진, 앞으로 곰곰이 생각해 볼 테니까

-28-
일단 집으로 가서 자라! 알겠냐?
일동 네에... 안녕히 가세요...

뿔뿔이 흩어지는 아이들.

#63. 버스 정류장. 밤
“내일 봐!”,“잘 가!”서로 인사 나누고,
송주와 시진이 먼저 도착한 버스를 타고 출발한다.
둘이 남으니 영 어색한 은비와 영은
은비, 미소 지어보이지만 영은은 냉랭하기만 한데

은비 (걱정하지만, 가볍게) 오늘 너, 몇 달 치 용돈 다 썼겠더라.


내일은 내가 살게. 학교 매점도 괜찮다면?
(팔짱 끼며) 같이 먹어 줄 거지?
영은 (움찔, 조심스레 팔 빼며 가증스럽게 보다가)
너 진짜 기억 안 나는 거야? 모른 척 하는 거야?
은비 미안. (민망한 미소로) 별로 좋은 사이 아니었구나?
영은 (뭔가 말을 꺼내려다 깊은 한숨만) 넌 참 편하겠다. 먼저 갈게.
은비 (뒤에서 부르는) 영은아!! 영은아!!! 같이 가!!
영은 따로 가자!

앞서 가는 영은의 뒷모습 바라보는 은별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인데.


메시지 수신음 울리고 확인하면 은별모다.

은별모(E) 너무 늦었는데! 데리러 갈까?


은비(E) 아냐! 10분 후 도착 예정!

다시 표정 밝아지는 은비, 발걸음 서둘러 간다.

#64. 은별의 집 앞. 밤
걱정스런 얼굴로 집 앞에 기다리고 있던 은별모.
건너편에 경찰차 서 있고, 영은모 경찰과 얘기 중이다.
경찰 가고 나면,

은별모 영은엄마! 무슨 일이야?


영은모 패물이 없어져서 신고 했어!
은별모 도둑 든 거야?
영은모 든 게 아니라 도둑을 모시고 살았지. 도우미 아줌마밖에 더 있어?
한 번에 훅 없어진 게 아니라 진짜 표 안 나게 야금야금
이라니까? 고단수!! (오고 있는 영은 발견하고) 영은아!
영은 (은별모 향해) 안녕하세요?
은별모 그래! 들어 가! (영은모와 인사 하는데)

멀리서 엄마 확인하고 신나서 달려오는 은비

-29-
은비 엄마아!!! (뛰어 가 안기면)
은별모 (야단치며) 아주아주 실컷 놀으랬다고 밤 샐 작정이었어?
밤길 위험한데 혼나! 알았어?
은비 네!
은별모 갑자기 존댓말은! (밉지 않게 흘기며 웃는다.)
은비 엄마아!! (웃으며 엄마 품으로 파고드는 은비)
은별모 (걱정 감추며) 재밌었으면 됐어!

팔짱 끼고 걸어가는 은별모와 은비의 다정한 뒷모습에서 <F.O>

#65. 은별의 방. 새벽 <F.I.>


탁상시계의 초침 새벽 다섯 시 정각을 가리키자
은비, 침대에서 90도 각도로 벌떡 몸을 일으킨다.
문득 시계를 본다. 왜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66. 은별의 집 앞-> 산책로. 새벽


#트레이닝 복 입고 조깅하는 이안. 은별의 집 앞을 지나는데,
마침 대문으로 자전거 끌고 나오는 은비를 발견하고 놀란다.
자전거 탄 은비와 달리는 이안 나란히 가며

이안 (다가가며) 야! 너 어디가냐?
은비 아침운동!
이안 (놀라며) 아침운동??
은비 알람도 안 맞춰 놓는데, 왜 새벽 다섯 시만 되면
자동으로 몸이 벌떡 일으켜지지?
나 되게 부지런한 애 였나봐?
이안 아니!! 너 아침잠 많아서 세수도 못하고 학교 갈 때 많았거든!!
은비 헐... 진짜? 그럼 뭐지? 사고 후유증인가? 나 어떡해!!
전에 풀었던 문제집을 봤는데, 반 넘게 모르는 내용이더라구!
이안 큰일 났다 고은별!! 너 이제 어떡할래?
얼굴도 못생겨. 몸매도 별로야. 성격도 싸가지....
은비 (노려보며) 야아!!
이안 내세울 거라곤 공부 잘하는 거 하나밖에 없는데!!
에효!!! (한숨 크게 내쉬고 도망가며 전속력 내면)

은비, “야!!”소리치며 따라가는데 따라 잡을 수 없다.


아옹다옹 하며 산책로를 달리는 두 사람

#67. 양재천 일각. 오전


후드 뒤집어쓰고 물에 발 담그고 앉아 있는 두 사람

이안 기억 안 나서 많이 답답하지?
은비 담임샘이 그러는데 수학여행 때 내가 좀 안 좋아 보였대.

-30-
나 왜 사라졌던 걸까?
이안 글쎄
은비 하긴, 넌 경기 때문에 수학여행도 못 갔는데 알 리가 없지!
이안 갔었어. 밤에 잠깐.
은비 너 왔던 거 아무도 모르던데?
이안 당연하지! 보고 싶은 사람만 살짝 만나고 왔으니까!
은비 누구?
이안 내가 그걸 너한테 왜 갈켜주냐?
(은비의 후드티 줄 쭉 잡아당겨 얼굴 마주보다가) 가자!!

#이안, 은비의 자전거 뺏어 타고 먼저 출발해 버리면,


“야!!!”소리 지르며 뛰어 가는 은비
잠시 뒤, 은비 이안의 뒷자리에 타고, 공원을 달리는 두 사람

#68. 2-3 교실. 오전


사물함 앞, 머릴 맞대고 서있는 은별과 송주.
은별의 칸에 번호열쇠 잠겨있고.
송주, 눌러본 숫자조합 공책에 X표시 하며 지쳐있다.

은비 (번호 돌리며) 공..팔..일..사! (이것도 아니다. 실망하는)


윤재 (뒤에서 지나가며) 영원히 못 찾는다에 10원!
자물쇠 뽀갠다에 50원 겁니다!!
송주 (작은 틈새로 사물함 들여다보며)
대체 뭐가 들었기에 이렇게 철통보안이냐?
은비 그러게... 혹시?
송주 (두 손 모으고 설레듯) 설마 러브레터?
(표정 확 구기며) 이딴 소리 할 거면 꿈 깨라.
이 언니 몰래 먹으려고 숨겨둔, 빵이나 썩고 있겠지. 쯔쯔쯔......
은비 우엑.... 겨우? (장난스런 표정 짓다가) 이따 다시 해봐야겠다.

은비, 송주 자리로 가며

은비 참, 혹시 영은이 무슨 연락 없었어?
송주 (관심 없다) 아니! 왜?
은비 (당황스런) 어제 학교 안 나왔잖아. 몰랐어?
송주 (자리로 가며, 쌔한) 알아야 돼?
은비 ...어..!? (송주의 싸늘한 태도 낯설다.)

영은의 빈자리 걱정 반, 궁금 반으로 바라보는 은비

#69. 학교 상담실. 오전
박형사와 마주 앉아있는 영은

박형사 엄마가 분실 신고하신 귀금속 알지?

-31-
영은 모르는데요.
박형사 누군가 그걸 금은방에 처분하는 장면이
CCTV에 찍혔는데 확인해 볼래?
영은 (긴장하고)

박형사, 노트북의 동영상 플레이 하면,


화면 속 영은이가 귀금속을 내려놓고 돈 받는 장면 재생된다.
얼굴 하얗게 질리는 영은

박형사 이거 너 맞지?
영은 ......
박형사 며칠 전에 우리 경찰서에서도 만난 적 있고. 그렇지?
왜 그랬니? 나머지 물건은 어딨어?
영은 ......

#70. 2-3 교실. 낮


여학생1, 2 얘기 중이고, 은비는 자리에 없다.

초원 어제 울 엄마 생일 꽃바구니 주문하러 들어갔다가


주인아저씨랑 서영은이 얘기 하는 거 들었어!
이제 국화 필요 없냐고..
하윤 진짜야?
초원 고은별이 얼마나 재수 없게 굴었으면
죽지도 않은 애 자리에 국화를 갖다놓겠냐?
송주 (교실로 들어오다가 멈칫, 책 높이 들어 치우며) 무슨 얘기야?
초원 빨리 줘! 시간 없거든?
송주 이름 세 글자 말하는데 2초면 끝나지 않냐?
초원 서영은! 됐지?

송주, 얼굴 굳어 책 내려놓는다.

#그 때, 교실로 들어서는 학주와 영은


이안 태광도 막 등교하는 길이다.

학주 고은별! 어딨어? 고은별 사물함 열어!


은비 (교실로 들어서다가 얘기 듣고 다가가)
아직 비밀번호를 찾지 못해서 열지 못했는데요.
학주 반장! 망치 가져와!
민준 네!

교실의 싸늘하고 이상한 공기, 이안 의아한 눈으로 은비를 본다.


태광, “야야 비켜!!” 송주와 은비 어깨로 밀쳐낸다.
의자 거꾸로 들더니, 등받이로 자물쇠를 확 내리꽂으면
바닥에 부서져 툭 떨어지는 자물쇠

-32-
아이들, ‘오오!!!’환호성 하며 웃고 떠들면
학주, 목검으로 뒷문을 팡팡 치며

학주 (버럭) 조용!!!!
김준석 (옆에 나타나며) 무슨 일이세요? 제가 주의 시키겠습니다.

그 때, 은별의 사물함 문이 저절로 열린다.


텅 비어 있는 사물함 안에, 작은 보석함 들어 있고.
은비, 놀라서 꺼내 본다. 뚜껑 열어보면 화려한 목걸이 등이다.

영은 저거 우리 엄마 거 맞아요!

학주, 얼굴 차갑게 굳는다.


아이들, “뭐야, 저거?”,“진짜 보석 맞아?”웅성웅성.
태광과 송주 시진도 할 말 잃고 우두커니 서 있다.
이안, 불길한 예감에 걱정스런 눈으로 은비를 본다.

김준석 (낮지만 차갑게) 고은별! 따라와!

은비, 우두커니 그냥 서 있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고요 속에


반 전체의 눈이 은비를 주시하고 있다.

김준석 (표정 더 굳어져) 고은별! 선생님 말 안 들려?

이안, 안쓰럽게 은비를 본다.


은비, 떨리는 손을 진정시켜 보려 주먹을 꼭 쥔다.
김준석, 은비에게 다가가 “고은별!” 부르며 팔을 잡으려 하면
한 발 먼저 은비의 손목 낚아채는 이안.
어리둥절한 은비, 이안의 힘에 못 이겨 교실 밖으로 이끌려가고
화난 김준석, 뒤에서 소리 지른다.

김준석 한이안! 한이안! 거기 안 서!!!

이안과 은비를 바라보는 태광과 송주의 표정

#71. 복도. 오전
은비의 손목을 꽉 잡고,
비장한 얼굴로 거침없이 복도를 걸어가는 이안의 모습에서. <2부 끝>

-33-
<제3회>

#1. 영은의 인터뷰. 교정 일각. 낮

영은 일진이요? 요즘 고등학교에 그런 게 어딨어요!


셔틀.....삥...? (고개 갸웃, 웃음) 그런 것도 없을 걸요?
시킨다고 당할 애들도 없죠.
서로 신경 안 써요. 각자 자기 공부하느라 바빠서

영은 유독 혼자 지내는 애들? ......반마다 꼭 있죠.


걔네는 둘 중 하나거든요. 선택했거나, 은따거나.....
근데... 다 난 혼자 있는 게 좋아! 라고 하지
은따 당해서! 라고 말하는 애는 한 번도 못 본 것 같아요.
사실.... 당연히 그렇겠죠.

영은 저요? (웃음기 가시고) 만약에 저라면....


네... 인정하기 싫을 것 같아요.
(서둘러 옆에 놓인 책 챙겨 들며) 죄송해요. 가도 되죠?
학원 숙제 열라 많은걸 깜빡 했어요.

쌩하니 자리를 뜨는 영은의 모습에서

#2. 2-3반 교실. 오전 (2회 #70과 동씬)


은별의 사물함 문이 저절로 열린다.
텅 비어 있는 사물함 안에, 작은 보석함 들어 있고.
은비, 놀라서 꺼내 본다. 뚜껑 열어보면 화려한 목걸이 등이다.

영은 (눈치 살피며) 저거..... 우리 엄마 거 맞아요....

학주, 얼굴 차갑게 굳는다.


아이들, “뭐야, 저거?”, “진짜 보석 맞아?”웅성웅성.
태광과 송주 시진도 할 말 잃고 우두커니 서 있다.
이안, 불길한 예감에 걱정스런 눈으로 은비를 본다.

김준석 (낮지만 차갑게) 고은별! 따라와!

은비, 우두커니 그냥 서 있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고요 속에


반 전체의 눈이 은비를 주시하고 있다.

김준석 (표정 더 굳어져) 고은별! 선생님 말 안 들려?

이안, 안쓰럽게 은비를 본다.


은비 떨리는 손을 진정시켜 보려 주먹을 꼭 쥔다.
김준석, 은비에게 다가가 “고은별!” 부르며 팔을 잡으려 하면
한 발 먼저 은비의 손목 낚아채는 이안.
어리둥절한 은비, 이안의 힘에 못 이겨 교실 밖으로 이끌려가고
화난 김준석, 뒤에서 소리 지른다.

김준석 한이안! 한이안! 거기 안 서!!!

이안과 은비를 바라보는 태광과 송주의 표정


아이들 “오오오오!!!”환호하면

김준석 서영은 따라오고! 반장 고은별 오면 상담실로 보내라!


민준 네!
김준석 나머진 조용히 자습하고 있어! (나간다.)
민석 뭐야아! 아침부터 분위기 좋아!!
윤재 의자로 빡!! 했더니 보석이 딱!! 캬!
송주 지금 뭐가 어떻게 된 거냐?
시진 은별이 사물함에서 저런 게 왜 나와?

태광 자리로 가 엎드리면

윤재 하나 깨 뿌셨으니 또 편안히 주무셔야지요? 네네!!


민준 (아이들 소란스럽고) 야! 담임 말 들었지? 이제 공부 좀 하자!
해나 야! 한이안 오늘 뭐 잘못 먹었나봐?
기태 아... 새끼! 진짜 오글거리지 않냐?
해나 아니! 완전 멋있어!
기태 (바로 일어나 해나 팔목 잡고 끌고 나가며) 나와! 매점 가자!!

은비처럼 끌려가는 해나

#3. 교정 일각. 오전
은비의 손을 꽉 잡고, 거침없이 걸어가는 이안

은비 이거 놔! (이안의 손 확 잡아떼며) 놓으라구우!!!


무슨 일인지, 어떻게 된 건지 알아야 할 거 아냐!
이안 알면?
은비 잘못한 게 있으면 벌 받고, 없으면 오해를 풀어야지!
이안 어떻게? 그 목걸이 뭔데? 니가 훔쳤어? 아니면 뺏었어?
은비 ...... (대답할 수 없고)
이안 뭐라고 할 거야? 아무것도 기억 못하면서
어떻게 오해를 푸냐!!!
은비 피하면, 해결 되구?
이안 누가 피하래?
은비 그럼 뭔데?
이안 (성질나는) 답답해서 그랬다!! 뭔 일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쫄아가지
구!
너 답지 않게 왜 그러냐 진짜!!!
은비 (버럭) 나다운 게 뭔데에!!
이안 (안쓰럽게 보다가) ......이 사람 저 사람, 막 떠들어대니까,
누구 말 믿어야 될지 모르겠지?
잘 들어! 지금 니가 믿어야 할 사람! 다른 누구도 아냐.
고은별! 너야!
은비 ......
이안 너! 싸가지 없고, 가끔 재수 없고,
패주고 싶을 만큼 미운 짓도 많이 하는데,
겉으로 보이는 그게 다야. 사물함에 남의 물건 숨기는,
한심하고 치사한 짓, 죽어도 못해!
은비 정말? 나....나 믿어도 돼?

은비 달래주려, 이안 애써 웃으며 고개 끄덕끄덕하면


은비 불안한 표정으로 보다가 힘없이 뒤돌아 간다.
미소 짓던 얼굴 굳으며 걱정에 싸이는 이안의 얼굴에서

#타이틀 <후. 아. 유>

#4. 상담실. 오전
김준석과 마주 앉아 있는 영은

김준석 (설마하며) 그러니까 고은별이 유흥비를 마련해오지 않으면


가만 안두겠다 협박을 했고, 그래서 엄마 패물에 손을 댔다. 맞니?
영은 네!
김준석 (푸념이 툭) 니들 정말 나한테 왜 이러냐... (하다 멈칫)
그래! 근데 현재 은별이 상태가, 양쪽 얘길 모두 들어보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거 알지?
영은 고은별이 그랬을 리 없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구요?
성적 1등에 모범생이니까!
김준석 난 그런 말 한 적 없다! 부모님 모시고 와! 말고는,
당분간 해결할 방법이 없단 얘기지!
영은 할 수 없죠 뭐. 아까 박형사님께 들었는데요.
가족끼린 절도죄가 성립 안 된다면서요?
어차피 훔친 것도 저고, 남은 물건도 돌려받았으니까
없던 일로 해주세요! 저도 애들한테 알려지는 거 쪽팔려요!
김준석 니 말이 사실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영은 엄마한텐 제가 잘 말하면 돼요!
김준석 (개운치 않은 얼굴로 보는)

#5. 상담실. 오전
난처한 얼굴로 말없이 마주 앉아 있는 김준석과 은비,

김준석 ...... (노트에 볼펜 콕콕 치며) 그래.... 음.... 아직 기억난 게 없지?


은비 자꾸 문제 일으켜서... 죄송해요.
김준석 (애써 미소로 끄덕끄덕)

#6. 운동장. 낮
남학생들 축구하고, 은비 시진 송주 수돗가 쪽으로 가며

시진 담임이 뭐래? 오해가 있었대지?


은비 (김준석이 한 말 그대로 읊으며)
너한테 물어본들 무슨 소용 있겠니? 일단 교실로 가라!
......그랬어!
송주 뭔가 일이 벌어지긴 했는데, 너무 조용하단 말야.
찝찝해!! 자꾸 걸려 그 국화도!! (하다가 입을 막는)
시진 영은인 만나봤어?
은비 아직. 아프다고 보건실에 가있대.
송주 피하는 거 아니구?

저만치 건물에서 다급하게 달려 나오는 영은을 발견하는 송주

송주 어? 쟤 서영은 아냐?

학교 쪽으로 들어가려는 영은모와


펄쩍 뛰며 엄마의 진입을 막으려 애쓰는 영은을 보는 셋

시진 (걱정되는) 영은이 엄마 출동한 것 같아!


은비 물어볼 게 있는데, 나 사실 저번에 좀 이상했어.
영은이가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더라구. 혹시......
송주 (약간 찔리긴 하지만) 어우 야! 그런 거 아냐!
우리가 삥이나 뜯구 다닐 애들이냐?
은비 (안심하고) 그치? 아니지?

송주와 시진 손 씻으며 물장난 한다.


은비, 불안함 떨치려는 듯, 물 확 틀어 세수하다가 문득!!

<플래시 백 1회 #4. 누리여고 운동장 수돗가. 낮>


얼굴, 머리카락, 목까지 박박 닦다가 주저앉아 울음 터뜨리는 은비

떠오르는 기억에 젖은 얼굴 그대로, 낯설게 학교를 둘러보는 은비,


그 때, 축구공 은비의 어깨를 툭 맞추고 떨어지면

시진 괜찮아?
은비 어!
송주 야! 조심 못하냐?
태광 알아서 좀 피해라! 가만 있길래 헤딩하는 줄 알았거든?
(건성으로 보내라는 손 짓 하며) 야! 공이나 내놔!!
송주 공태광! 아까부터 봤는데 넌 책상은 뻥뻥 잘 차면서,
공은 왤케 못 차냐? 잘 봐라! (보란 듯이 뻥 찬다.)

공, 기태 머리 정통으로 맞히면 송주 헉! 놀라 재빨리 뒤돈다.

태광 (공가는 방향 보며 박수 치는) 오호오!!! 나이스!! 브라보!!!

태광, 박수 치며 좋아하는 얼굴 그대로 기태와 눈 마주치면


기태, 인상 구기고 태광을 보다가 주먹 한 번 들어 보인다.

#7. 교무실 앞. 낮
엄마와 실랑이 하고 있는 영은

영은 집에 가서 얘기하자고 했잖아!!!
영은모 이미 다 듣고 왔어! 멀쩡한 딸래미 도둑 만든 애를
어떻게 그냥 넘어가주니? 은별이 걔 그렇게 안 봤는데!
영은 그런 거 아니라니까!!
영은모 아니면? 달라는 대로 다 주는데, 왜 용돈이 모자라서
니가 패물에 손을 댔겠어? 이유가 없잖아 이유가!!
영은 암튼!! 학폭위는 안 돼! 절대 안 돼애!

교무실 문을 열고 나오는 학주와 눈 마주치는 영은,


불안함에 어쩔 줄 모른다.

학주 (목례하며) 서영은 어머님 되십니까?

#8. 교무실. 낮
학주와 김준석 앞에 나란히 앉아있는 영은과 영은모.

김준석 예. 일단 고은별 사물함에서 목걸이가 발견 된 건 맞습니다.


영은모 허! 기막혀! 정식으로 학폭위 요청합니다!
영은 전 싫어요! 절대! (엄마에게) 걔 아무 것도 기억 못해!
소용없다니까! 제발 조용히 (넘어가자)
영은모 엄마가 다 알아서 한다는데 얘가 왜 이래 정말?
영은 (짜증 성질내며) 학폭위 열면 얻는 게 뭔데?
서영은! 애들 지갑 노릇이나 하는 찌질이 왕따다!
공식 선언 하는 거거든?
김준석 (목소리 줄이란 제스처 하며) 서영은! 여기 교무실이다!
영은모 (이마 짚으며) 어우 머리야! 아니 이건 또 무슨 얘기야?
니가 뭐? 찌질이 왕따 취급을 받았어? 걔들은 누구야?
명단 불러 빨리이!! (버럭) 누구냐고!!!
선생들 시선 일제히 집중 된다.

영은 (창피하고 화나 영은모 노려보며)


진짜 가식 쩐다! 언제부터 내 걱정 그렇게 했다고
(폭발하며, 일어나) 그냥 하던 대로 해!!!!
왜 갑자기 좋은 엄마 코스프레하는데! 재수 없게!

김준석, 학주 놀라서 얼굴 하얗게 굳고

학주 (일어나 버럭 호통 치며)
너 이 자식 엄마한테 무슨 말버릇이얏!!!!! 당장 용서 빌지 못해!!!!
영은모 (일어나 학주에게 삿대질하며)
아니 왜 우리 애한테 소릴 지르세욧?
평소에도 학교에서 애들 이런 식으로 잡나요?

김준석과 교무실의 선생들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고 있다.

학주 (허탈하다. 낮게) 어머니! 선생이 이럴 때 야단 안치면


학생한테 뭘 가르쳐야 됩니까?
영은모 가정교육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선생님이나 당장 우리 애한테 사과하세요!

영은, 눈물 핑 돌아 엄마 노려보다가 밖으로 확 뛰쳐나가 버린다.


우두커니 서서 씁쓸한 미소 짓는 학주와 한숨 내뱉는 김준석

#9. 교정 일각. 낮
은비, 영은에게 핸드폰 걸고 있는데 안 받는다.

사서함(E)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

은비, 통화종료하고 문자 메시지 찍는다.


<영은아! 잠깐 얘기 좀 해>

#10. 포장마차. 밤
학주와 준석 안주와 소주병 놓고 앉아 있다. 취기 어린 두 사람

김선생 이런 말씀 드리기 부끄러운 거, 저도 아는데요.


요즘은 적당히 모른 척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최선생님!
학주 김선생! 교권이 뭡니까? 교사의 권리? 교사의 권위?
아닙니다. 난 교사가 가르쳐야할 권리! 라고 생각해요!!
애들 잘못도 야단 안치는 건,
스스로 교권을 포기하는 겁니다아!!!!
김준석 그냥 쬐끔만 포기하세요오!!! 제발!
징계 받고 소송 걸리기 밖에 더해요?
교사도 밥은 먹고 살아야 될 거 아닙니까?
학주 (빈 잔에 술 따라주며), 허허 참 그나저나 서영은어머니!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걱정은 걱정이네요.

포장마차로 들어오는 안주리, 옆 테이블에 앉으며

안주리 이모! 여기 닭발이랑 쏘! (주! 하려다가 김준석과 눈 딱 마주치면)


세지 볶음 하나 주세요!
김준석 (반갑게) 어? 안샘!! 이 근처 사세요?
안주리 아! 네(목례하는)
아줌마 (물병과 컵 가져다주며) 닭발이랑 쏘주 아니고 쏘세지 맞어?
안주리 (정색하고) 네에! 배가 많이 고파서요.
두 분 다 오늘 많이 속상하셨을 텐데, 술잔 나누시면서
확 털어 버리세요!
학주 네에! 그래야죠!
김준석 안새앰! 이리 오세요.
안주리 ...... (괜찮다는 몸짓하고, 살짝 등지고 않는데)
김준석 오세요오! 선생님들끼리 이렇게 모였는데 허심탄회하게....
한잔 안할래요?
안주리 (O.L 미소로) 안할래요!
김준석 (기분 좋게 웃으며) 에에이! 그러지 말고 합석해요!
안주리 (O.L 미소로) 안해요!!
김준석 저희가 그 쪽으로 갈까요?
안주리 (일어나며) 아줌마! 제 꺼 포장이요!!

김준석, 입을 떡 벌리고 쳐다본다.

학주 안샘... 나... 조...좋아하나?

#11. 영은의 방. 밤
발신인 ‘은별’로 핸드폰 울리면 통화 거절 누르는 영은
불편한 마음으로 생각에 잠긴다.

#12. 버스 정류장. 영은의 회상. 낮


영은 버스 기다리고 있으면, 은별 알아보고 다가간다.

은별 너 우리 반 맞지? 나 3반인데!
영은 (어색한) 어! 안녕!
은별 (웃고, 담백하게) 잘 지내자!

그 때, 은별을 부르며 다가오는 송주와 시진 등.


은별 주위를 에워싸고 시끌벅적 떠드는데, 버스 도착한다.
아이들과 함께 가며, 은별 영은에게 뒤돌아 가볍게 잘 가란 손짓 한다.
부러운 눈으로 아이들을 보는 영은

#13. 3반 교실 학기 초. 영은의 회상. 오전


자리에 앉아 있는 은별을 중심으로, 아이들 모여 수다 떤다.
영은 몇 번이나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망설이다가
가까이 가는데, 아이들 “배고파”“난 스파게티”“난 고기!!”
메뉴 부르며 왁자지껄 떠들고 있으면, 분위기에 슬쩍 끼며

영은 (당당하게) 이따 패밀리 레스토랑 갈래? 내가 살게!

아이들 “진짜?”, “오예!!”각자 환호한다.


은별 영은에게 눈길 주지 않고 가볍게 웃고 있다.

#14. 영은의 방. 밤
영은 핸드폰 확인하면 문자메시지 떠 있다.

은비(E) 영은아!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


전화나 문자 좀 부탁해!

영은, 마음 무겁고, 두렵고, 엄마가 미워서 돌아버리겠다.


이불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아아아악!!!!!!”소리 지른다.

#15. 영은의 방 앞. 밤
영은모, 안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에 걱정이 태산이다.
잠긴 손잡이 흔들며

영은모 (절절매며) 영은아!!! 영은아??


영은(E) 내 이름 부르지 마!!!!
엄마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 나 미칠 것 같으니까!!!
영은모 (달래며) 영은아! 카드 정지 풀었으니까 엄마 좀 봐줘!
근데, 그동안 너한테 신경 못써준 거 미안해서라도
학폭위는 절대 양보 못한다!

#16. 은별모 가게 앞. 밤
은비, 가게 입구로 들어서려는데,
마주오던 수인모 알아보고 다가오며

수인모 너 은별이 맞지?


은비 안녕하세요? 근데 누구..세요?
수인모 초등학교 때 우리 집에 자주 놀러왔었는데 나 모르겠어?
수인이 엄마야!
은비 아.... 수인이요?
은별모(E) 은별아!
은비 (돌아보며) 엄마!!
은별모 (가게 앞으로 서둘러 나오며) 안녕하세요?
수인모 (미소로 목례한다.)
은별모 (걱정으로) 왜 가게로 왔어? 10분이면 간다니까!
은비 엄마! 10분 더 보고 싶어서!! 나 밖에 없지?
은별모 그래! 우리 딸 밖에 없다.

은별모, 은비 다정하게 감싸 안고 얼른 가며 표정 굳는다.


행복한 은별모녀를 부럽고 속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수인모.

은비 엄마 수인이 알아? 나랑 친했다는데?


은별모 어? 어..... 초등학교 때!
은비 지금 우리학교 다녀?
은별모 아닐 걸? (말 돌리며) 너무 늦었다!
나중에 얘기하고 얼른 들어가 저녁부터 먹자!

#17. 은별의 집 앞. 오전
이안 조깅중이다. 뛰어서 은별의 집 앞을 휙 지났다가
다시 뒤로 달리기하며 되돌아 왔다가, 다시 앞으로 뛴다.
은비가 나오나 슬쩍 대문을 살피며 다시 뒤로, 뒤로 달리는데

은비(E) 너 뭐하냐?

이안, 뒤 돌면 바로 뒤에 서 있는 은비 보고 깜짝 놀란다.

이안 (애써 침착하게) 뭐하긴! 운동하지!


은비 난 벌써 한 바퀴 돌고 오는 길이야! 잘 하고 가라!

은비 대문으로 들어가려는데, 이안 뒤에서 후드 죽 잡아당기면


은비 넘어질랑말랑 공중에 팔 휘저으며 버티고 있다.

은비 아아악!!! 뭐야!!!
이안 (뒤에서 은비 어깨 밀며 달리는) 야! 한 바퀴 더 뛰어!
은비 싫어! 내가 왜?
이안 너 요즘 너무 먹더라! 좀 있으면 달리는 게 아니라 굴러가겠어!
은비 야! 나 힘들어!!!

아옹다옹 달려가는 은비와 이안

#18. 산책로 일각. 오전


이안 은비 함께 걸으며

이안 어제 나 오후 훈련 간 사이 별 일 없었냐?
은비 아직까지는 조용해! 그게 더 답답하긴 하지만!
이안 괜찮을 거야! 내 말 믿어!
은비 근데 어제 니가 한 말! 첨엔 쫌 고맙다가
생각할수록 기분 나쁘더라?
이안 뭐가?
은비 내가 뭐? 싸가지 없고, 재수 없고, 패주고 싶다고?
(이안 찍 노려보며) 넌 그런 애랑, 왜 친구 하냐?
이안 내 말이!! (앞장 서 걷다가 웃으며 돌아보는데)

은비, 더워 손부채질 하다가 머리카락 쓸어 올려 묶으면


흉터 하나 없이 하얗게 드러나는 목

이안 상처 다 낫네? (자신의 목 가리키며) 이쪽! 꽤 깊어 보였는데


은비 (목 짚으며) 여기? 상처 없었는데? 언제 다쳤어?
이안 (수학여행 때) ......났으면 됐지!

고개 갸웃하는 이안

#19. 세강고 전경. 오전

#20. 여자화장실. 오전
은수 예지 성연 거울 앞에 모여 있다.

은수 우리 도우미 아줌마가 그러는데, 서영은네 엄마가


그 집 아줌마 도둑으로 몰았다가 된통 당했대.
예지 웬일이야! 근데 그걸 어떻게 고은별이 갖고 있었어?
은수 이상하지? 우리 딸 협박해서 돈 뜯은 애들 가만 안둔다고
학교 와서두 난리 쳤다는데...혹시!
성연 설마... 고은별이 센캐이긴 해도 그런 짓 할 애는 아니지 않냐?
서영은이 뒤집어씌운 거 아니고?
예지 야! 증거가 있잖아! 무섭다. 걔 기억상실증도 진짜 뻥 아냐?

아이들 화장실 빠져나가고 나면, 안에서 힘없이 걸어 나오는 은비


화장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뚫어져라 본다.

은비(E) 고은별! 너 대체 어떤 애니?

여학생1 (E) 3반 얘기 들었어? 사물함에 숨겨 논 도난품 걸렸대!

두 세 명의 아이들 화장실로 들어서자 시선 피하는 은비


아이들 피해 서둘러 화장실 밖으로 빠져 나간다.

#21. 세강고 옥상. 오전


은비, 옥상 난간에 기대 운동장 내려다보며 숨 크게 들이쉬는데
발에 와서 툭 부딪히는 RC카!
태광(E) 야! 타!

은비 돌아보면, 개구지게 웃으며 태광 열심히 조종 중이다.


버리는 나무들 늘어 만든 미니 레이싱 경기장도 있다.

은비 (발로 툭 차버리며) 이거 말고!


나도 여기서 줄 타고 내려가 보고 싶다.
전에 병원에서 너 처음 봤을 때처럼!
그럼 답답한 게 좀 시원해지려나?
태광 그거 입구? 오호오!!!
은비 (교복 치마 내려다보며 질겁하는) 야!!
공태광! 넌 나랑 친했냐?
태광 설마!
은비 웃기지? 만나는 사람마다 제일 먼저 이렇게 물어봐야 된다는 거!

태광 정문으로 들어오는 공재호의 자동차 보고 있다.

태광 이걸 말해줘야 하나? (진지하게) 기억을 상실해서 뭘 모르나본데...


내가 받아주지 않아서 그렇지,
예전에 니가 나 엄청 따라다녔어!
문자에 전화에 얼마나 귀찮게 했는데!
은비 ......그랬어?
태광 그렇다니까.
은비 (쓰게 웃고)
태광 그리고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은비 뭔데?
태광 나 사실 저 사람 아들이다.

은비 태광 아래를 내려다보면, 차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가는 이사장

태광 존경받는 세강고 이사장의! 또라이 아들!


(자기 가리키고 큭큭 웃으면)
은비 (얼굴 굳고, 나지막이) ......재밌지?
태광 (분위기 파악 못한)뭐 가?
은비 나 말야....
태광 ??
은비 니가 아무렇게나 지껄여도 그게 진짠지 가짠지
알 수가 없으니까. 가지고 놀기 차암 재밌을 거 같아서.
태광 .......!!! (그건 아닌데, 당황해서) 아니거든! 너 진짜 재미없거든!

은비, 태광을 못마땅하게 보다가 쌩하니 가면,

태광 야! 고은별! 알았어. 진짜로 말해줄게!


니 사물함 그거 문짝 날아간 거 내가 한 짓 맞는데!
이번이 아니라 예전에 부서진 거야! 확실한 건!
나 그때 이미 너한테 욕먹을 만큼 먹었다!
그리고 그게 너랑 말 섞은 유일한 기억이고! 끝!!
은비 (한심하게 돌아보면)
태광 그래! 지금 그 표정! 한마디로 넌 날 사람 취급 안했다는 거지!
이게 팩트!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지나가버리는 은비

#22. 교무실. 오전
교무회의. 교감, 학주, 김준석, 안주리 등 모여 있다.

학주 서영은 어머님이 학폭위 요청하셨습니다.


안주리 학폭위가 잘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건 좋은데,
발생 건수가 점차 잦아지네요!
교감 아이들 당사자 의견은 아랑곳없이, 행정적으로 일만 크게 벌이려는
학부모들 때문에 (흥분하다가 골치 아픈 표정 지으며)
이게 진짜 애들 문젠지 어른 문젠지 헷갈립니다.
김준석 그런데 아시다시피 고은별은 사건에 대한 기억 자체가
없는 상태인데, 어떡하죠?
교감 공정해야죠! 이번 일 계기로, 걸리는 애들마다
다 기억 안 난다고 버티면 그만이게요?
반 아이들은 대충 알거 아닙니까?
김준석 일단 학교폭력실태조사 설문지 돌리고, 관련 학생 모아
상담조사 시작하겠습니다.

#23. 3반 교실. 낮
학주 설문지 들고 문 옆에 서 있고, 교탁 앞에는 김준석 있다.

김준석 3반! 학교폭력전담교사이신 최우성샘이 진행하시는 절차에


모두 적극 협조하도록!!

학주 들어오고, 김준석 목례하고 나간다.


학주 설문지 나눠주면 작성하는 아이들
아이들 ‘없음’,‘관심 없음’, ‘고은별’,
‘고은별 사물함에서 서영은 엄마 목걸이 나옴’등등 적고,
태광, ‘1짱 권기태!’라 적는다.

은비, 고개 들지 못하고 풀죽어 있고, 이안 안쓰럽게 은비를 본다.


아이들 각자 의심, 궁금함, 걱정으로 은비의 눈치 살핀다.

#24. 교무실. 낮
걷어진 설문지 심각한 얼굴로 보고 있는 김준석
휙휙 넘기다가 멈추면 태광이가 쓴 설문지다.
<1짱 권기태 하지만 공태광한테는 발림> 이라 적혀 있으면

김준석 (한숨 쉬며, 메모하는) 권기태 공태광 추가!


교감 (어깨너머로 보다가, 기태 태광 가리키며)
얘들이야 원래 그렇다 치고 고은별은, 아무 문제없이
공부만 잘하던 학생 아닙니까?
왜 김샘 반이 되더니 이렇게 조용할 날이 없을까요?

눈치 보던 김준석, 교무실로 학주 들어서는 게 보이면


교감 눈 피해 슬쩍 다가가며

김준석 최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학주 말씀하세요!
김준석 아직 교감선생님께 보고를 안 드린 사안이라...
(난처한 듯 머리 긁적인다.) 일전에 저희 반 아이들이 사고를
친 적이 있는데요, 이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 확인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25. 상담실. 몽타주. 낮


학주 앞자리에 아이들 차례로 한명씩 따로 불려와 앉으며
영은의 얘기를 한다.

학주 그 날 가라오케에서 거래 정지 되었다는 카드가 누구 꺼니?


시진 ......서영은이요! 같이 놀 때 영은이가 돈을 좀 많이 쓰는 편이에요.
내가 영화 보여줄게.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평소에 그런 얘기도 많이 하구요.
/
효은 영은이한테 화장품 선물 받은 적 있어요.
학주 평소에 친하게 지냈나보구나?
효은 그건....아닌데....아주 가끔 어울려 놀긴 해요.
/
해나 돈 쓰는 게 서영은 취미예요.
반애들 중에 용돈으로 치면 재벌 1위?
/
학주 음..... 강요한 적은 없다?
송주 당연하죠. 많이 받으니까 많이 쓰나보다! 다 그렇게 생각했을 걸요?

학주 (끄덕끄덕)
송주 근데 은별인 진짜 아니에요.
영은이가 주는 선물도 절대 안 받는 앤데.
그런 짓을 시켰을 리가 없어요.
학주 사물함은 고은별 게 확실하고?
송주 그건...... (끄덕끄덕) 네!
/
학주 고은별이랑 무슨 얘기 했냐?
이안 특별한 얘기 안했는데요.
학주 그럼 왜 끌고 나갔어?
이안 멍 때리고 있길래, 정신 차리라고
소리 몇 번 질러주고 데리고 왔습니다.

#학주, 못마땅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기태 샘! 저 요즘 진짜 조용히 살거든요?
제 이름 적은 거 공태광이죠?
학주 그건 알거 없고!
기태 걔만 없애주시면 전 앞으로도 쭉 조용히 살겠습니다!
/
학주 (설문지 내밀며) 이거 니가 쓴 거지?
태광 그걸 어떻게! 작성자 보호하려고, 익명으로 내는 거 아닙니까?
학주 가해자 란에 지이름 써 놓고 무슨 보호!!? 이 자식아!!

#26. 세강고 옥상. 낮


태광 옥상 난간에 기대 운동장 내려 보고 있는데
기태 저벅저벅 위협적으로 다가가 태광의 목에 팔 걸어 돌려세운 뒤 누르면
태광의 몸 옥상 아래로 떨어질 듯, 난간 밖으로 쏠려 위태로워 보인다.

기태 (여유 있게) 공태광! 너 편히 쉬라고 내가 옥상 출입도 끊었잖냐!


태광 에이! 안 그래도 돼애! 난, 너 하나도 안 불편하다!
기태 (픽 웃으며) 그렇다 치고!
근데 오늘은 꼬옥 알려줄 게 있어서 왔거든!
태광 (목 졸려 목소리도 잘 안 나오는)
잘왔어... 언제든.. 환영이라니까...
기태 너나 나나 폭탄이긴 한데, 종류와 질이 좀 다르잖냐?
넌 던지면 기냥 터지는 수류탄이지만!
난 시간 정해놓고! 나름 계획적으로다가 터지는 시한폭탄!!
(한 손 태광 멱살 잡은 채, 나머지 한 손 자신의 눈썹께 가리키며)
근데 지금 빨간 줄 따악!! 여까지 왔거든? 잘해라!!

기태 태광 당겨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손 확 놓으면


숨 몰아쉬며 콜록대는 태광

태광 야!! 넌 나 알면서, 그런 고급 정보를 알려주면 어떡하냐아아!!


곧 터질 때 됐다는 얘기네? (씩 웃으면)

기태, 분이 안 풀리지만 꾹 누르고 태광 쳐다보다가


휙 돌아서 가며 바닥에 놓인 RC-카 발로 한번 콱!! 밟으며“아우!!”
소리 지르고 간다. 태광, 바닥에 털썩 앉아 조종리모콘으로 움직여 보면
‘끼잉’다 죽어가는 소리 내며 제자리에서 꿈틀거리는 자동차
손으로 툭 치우며 ‘에잇!’드러누워 버린다.

#27. 카페 안. 오전
은별모를 제외한 민준모, 시진모, 엄마들 모여 있는데

설레발맘 은별이 또 1등 했다며?


(뼈 있는) 시진 엄마 얘기 듣던 거랑 결과가 좀 다르네?
시진모 (찔려서) 내가 뭐 그럴 것 같댔지! 꼭 떨어질 거다! 그랬나?
우리 학교 때도 보면 놀 거 다 놀고 공부 잘하는 애 꼭 있잖아!
제일 얄미운 스타일!
민준모 근데, 아무래도 한 팀 짜긴 좀 무리일 것 같아.

엄마들 놀라서 쳐다보면

민준모 중간고사 결과 따라 결정하기로 해놓고, 말 바꾸는 것 같아 좀


걸리긴 하는데...... 은별이 사물함에서 도난품이 발견됐대!
곧 학폭위 열린다는데?
시진모 (흥분해서) 뭐어? 어쩜 걔 그렇게 안 봤는데!
민준모 (당신도 그럴 상황 아니라는 듯 보며)
참, 우리 남편이 시진이 봤다는데, 말 안 해?
시진모 아... 학교에서? 민준아버님 학교 전담이시잖아!
민준모 학교 전담 맞는데, 시진이 만난 건 경찰서!
시진 왜? 우리 시진이를 경찰서에서....

시진모 당황하는데, 카페 안으로 들어서는 은별모.


은별모, 엄마들 있는 곳으로 밝게 다가가는데 분위기 어색하다.

은별모 좀 늦었지? 우리 매장에 급한 일이 생겨서 (앉으면)


민준모 바쁜 거 아는데 은별이한테 신경 좀 써라!
이 중요한 시기에 적어도 다른 애들한테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은별모 그게 무슨 뜻이야?
민준모 우리 다 서로서로 잘하자는 뜻!
그럼 강사리스트 보강 되면 다시 연락드릴게요!

민준모 일어나자 엄마들 후루룩 빠져 나간다.

시진모 (미안하지만, 마음 급하고) 자기야! 나두 약속 있어서 먼저 가볼게!

은별모 그래! 알았어!

카페 앞으로 나가는 엄마들, 뭔가 분주히 문자와 눈빛 주고받으며


각자의 차로 흩어진다.

#28. 도로 일각. 은별모 차 안. 낮


은별모 신호대기 중에 문득, 창밖의 카페를 보는데
자신을 제외한 엄마들 모두 모여 수다 떨고 있다.
속상하고 자존심 상해 외면한다.

#29. 교실 앞. 낮
교실을 나오는 은비 송주 시진. 해나와 효은 다가오며

해나 야! 고은별 사물함에서 목걸이 나왔는데 왜 자꾸


우리 가라오케 간 얘기가 나오냐?
송주 어. 강요한 적 없다고 말하긴 했는데,
학주 표정 완전 구기고 있더라.
효은 서영은이 뭔 말 했겠지? 걔 뭐야 진짜?
은비 (둘러보며) 근데, 그 목걸이 아는 사람 정말 아무도 없어?

아이들 다 고개 젓고. 영은 교실에서 나오자


시진을 제외한 아이들 영은을 차가운 눈으로 보는데

시진 (영은 못보고) 은별이 사물함은 진짜 이상하긴 한데,


(찔리는) 우리가 공짜 지갑 취급한 건 사실이잖아!
일동 (O.L, 영은을 의식하며) 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영은 고개 숙이고 지나간다.

해나 어우 답답해! 암튼 둘 사이에서 우리 뭔가 상당히


잘 못 엮인 느낌이다.

#30. 급식실. 낮
영은 혼자 구석에서 밥 먹고 있다.
옆의 아이들 떠드는 소리 들린다.

초원 둘 중 하나겠지! 고은별이 뭔 짓 해놓고 잊어버렸거나,


서영은이 뒤집어씌웠거나
하윤 하나 더 있지! 고은별이 잊어버린 척 하거나 (웃는데)
초원 암튼 고은별 인생의 수치다! (웃으면)
송주 (식판 들고 지나가다가, 테이블 손으로 한 번 팍 치고)
야! 니네 말 그렇게 할래?

#은비와 시진 앉아있는 자리로 송주 다가와 식판 팍 놓는다.


은비, 멀리 혼자 풀죽어 밥 먹는 영은의 모습 안타깝게 보는데
영은, 통영의 은비로 오버랩 된다. 문득 떠오르는 기억
#31. 누리여고 급식실. 은비의 기억. 낮
은비 구석에서 혼자 밥 먹고 있는데
은비의 식판으로 아이들이 남긴 잔반과 김칫국물들이 주루룩 떨어진다.

여학생(E) 우리 따순이! 많이 먹어!


(E)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환청처럼 들려오다가)

시진(E) 은별아!! 고은별!!

#32. 급식실. 낮
정신 차리고 송주와 시진을 바라보는 은비
은비 얼굴 두려움에 가득 차 있으면

시진 어디 아파?
송주 요즘 스트레스 받을 일이 좀 많았냐?
시진 보건실 가서 좀 쉬는 게 어때?
은비 아냐! 잠깐 어지러웠는데 괜찮아졌어!

#33. 은별의 집 거실. 저녁


은별모와 은비 얼굴 가득 오이 붙이고 누워 있다.

은별모 (은비 옆구리 쿡 찌르며) 몇 분 지났니?


은비 (까르르 웃으며) 엄마! 그만 좀 찔러! 자꾸 떨어지잖아!
은별모 이러고 있으니까 좋다! 엄마랑 너랑 예전에는 이렇게 오이마사지도
자주 하고 목욕탕도 같이 가고, 밤새 수다도 떨고 그랬는데
은비 그랬는데?
은별모 사실 너 기억 잃기 전에, 지금처럼 큰 소리로 웃은 적
별로 없다!
은비 정말? 난 엄마랑 매일매일 재밌게 지낸 줄 알았지?

은비와 은별모 일어나 앉는다. 오이 그릇에 담으며

은별모 너 사라졌을 때, 나 반성 많이 했어.


공부 신경 쓰느라 우리 딸에 대해 몰랐던 게 너무 많았구나.
은비 .......
은별모 다 들었어. 영은이 엄마한테. 왜 말 안했어?
은비 만약 진짜 내가 그런 거면 어떡해?
엄마 실망시키는 거 그게 제일 겁나.
은별모 잘못했으면, 다신 안 그러면 되지!
엄만 엄마대로 너 도울 방법 알아보고 있으니까
걱정 말구 씩씩하게 부딪혀! 알았지?

은비, 씩씩하게 고개 끄덕이고, 행복하게 웃는 두 사람.


#34. 영은의 방. 오전
영은 교복 입은 채 웅크리고 앉아 있다.

#35. 영은의 방 앞. 오전
영은모 문 앞에 바짝 붙어서, 애타는

영은모 너 자꾸 엄마 속상하게 할래?


이게 다 너 학교 편하게 잘 다니라구 하는 짓인데
왜 학교를 안 가? 응? 영은아!
영은 ........
영은모 엄마 바빠서 나가니까 이따 다시 얘기하자!
(방문에 귀 대보다가 시계 보더니 서둘러 나가는)

#36. 영은의 집 주방. 오전


텅 빈 휑한 식탁에 오만 원 권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다.
가방 메고 나온 영은, 오만 원 휙 집어 주머니에 구겨 넣고 나간다.

#37. 교무실. 낮
학폭위 전담기구 회의 중이다. 교감 학주 김준석.

학주 서영은 같은 경우를, 말하자면 자발적인 삥이라고 하죠!


교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돈을 쓴 거니,
책임을 묻기도 애매하긴 하네요!
학주 하지만 따돌림을 피하기 위한 최후의 방편이었다고 한다면
또 얘기가 달라지죠.
김준석 그렇긴 한데 아시다시피 고은별은 기억이 없어서
사전조사 자체가 의미가 없는데 어떡해야 될까요?
학주 하지만 피해자 측이 강력하게 피해사실을 주장하고 있고,
증거도 확실해서 개회를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요?

김준석, 난감하다. 곰곰 생각하고 있으면

교감 그럼 그렇게 정리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38. 게시판. 낮
게시판에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개회/대상 2학년 3반 고00’
공지문 붙어 있다. 구경하는 아이들 틈으로 내용을 확인한 영은
얼른 자리를 뜨려는데, 송주 시진 해나 효은이 막아선다.

송주 서영은! 이제 그만 피하고 우리랑 얘기 좀 하자!

#39. 교정 일각. 낮
영은과 아이들 대치 중 이다.
송주 서영은! 은별이 자리에 국화꽃 갖다놓고
죽은 사람 취급하더니, 사물함은 또 무슨 꿍꿍이냐?
해나 학주한테 우리가 가라오케 돈 너한테 몰빵 했다고 꼰질렀지?
영은 (억울하다. 노려보는)
시진 우리랑 얘기 하고 풀자. 너 같은 반 친구들한테
대체 왜 이러는 건데?
영은 (비웃고) 니들이 언제부터 날 같은 반 친구라고 생각했어?
너도 인정했잖아? 니들이 날 3반 공식 지갑으로 여긴 거!!
시진 나.. 아니 그건!!
해나 우리가 언제 너한테 돈 내라고 한 적 있냐?
영은 없지. 하지만 평소엔 투명인간 취급하다가,
어쩌다 한 번 같이 갈래? 물어보는 거! 돈 내란 뜻이잖아.
정말 나랑 같이 가고 싶단 게 아니라!
송주 피해의식 쩐다. 그럼 싫다고 하지!
효은 싫어! 한마디면 끝날 일을 이게 뭐냐?
영은 (울컥하는) 그래! 니들한텐 쉬운 일이겠지!
같이 갈래? 물어보면 싫다고 하라고?
같이 갈래? 그 말 들으려고 내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데에!
아이들 !!!
영은 니들은 전부 내가 아니라, 돈이 필요한 거 뻔히 알면서도
난 싫다는 말 못해! 왠지 알아? 싫지 않으니까!
그렇게라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으니까!!

아이들, 아무 말 못하고 보고 있으면

영은 정말 쪽팔려서 마지막까지 학폭위는 안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뀐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고은별뿐만 아니라 니들 다 벌 받았으면 좋겠어!

영은, 울먹이며 멀리 뛰어가 버리고,


남은 아이들 뭔지 모를 미안함에 우두커니 서있다.

#40. 3반 교실. 낮
김준석 수업하러 들어왔는데 영은이 자리 비어있다.

김준석 서영은! 어디 갔어? 아는 사람? (기다리다가) 아무도 없어?


반장도?
민준 (관심 없다) 모르겠는데요?

대답 없는 아이들 잠시 둘러보다가 김준석 책 편다.


이안이 없고, 송주와 시진 해나 효은 한 번 씩 영은의 빈자리 흘끔 본다.

김준석 자, 지난 시간엔 미정계수를 이용해 함수의 연속성에 대해 확인하는


법을 배웠다. 거기서 함수가 불연속인 조건이 세 가지 있었지?
민준 (바로 나오는) 극한값이 존재하지 않을 때,
함수값이 존재하지 않을 때, 극한값과 함수값이 같지 않을 때.
김준석 (민준에게)오케이. 이 대답은 1초도 안돼서 딱 나오네? 너무 쉽지?

“어려워요!!”“꺅”짜증내는 아이
“뭐래!!! 짱나!!”혼잣말 하면서 태광과 뒷자리 아이들 주르르 엎드린다.

김준석 수학이 아무리 어려운들 니들만큼 어렵겠냐?

김준석, 돌아서 문제 적기 시작한다.


모든 실수 에 대하여 연속인 함수 는 를 만족시키고,
폐구간 [0, 4]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41. 교무실. 낮
김준석 앞에 와 서 있는 은비.

김준석 내일 학폭위 열리는 거 알고 있지?


은비 ...네
김준석 학폭위 개회를 어떻게든 잘 막아보고 싶었는데
영은이 어머님 쪽이 워낙 완강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은비 네. 알고 있어요.
김준석 그치만 니가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는 걸,
위원들이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아마 큰 징계 받을 일은 없을 거다. 가 봐.

#42. 세강고 전경. 낮


삼삼오오모여 하교 하는 아이들 사이에 송주와 시진 있다.

시진 학폭위 때문에 은별이 많이 심란하겠다.


송주 응! 근데 서영은은 교실에 놔두고 간 가방 찾아 갔나?
시진 니가 웬일로 영은이 걱정을 다 하냐?
송주 미쳤냐? 걱정은 무슨!
시진 나는 영은이 마음 쪼끔 알거 같애.
그 비슷한 기분 종종 느끼거든!
송주 니가 왜?
시진 그런 게 있어!

시진, 송주 옆으로 해나와 효은이 지나간다.

해나 야! 나 하루 종일 서영은 때매 기분 열라 꿀꿀한 거 아냐?


효은 나두나두!!
시진 오늘 영은이 얘기 하는 사람 많네!
#43. 2-3반 교실. 저녁
어둡고 텅 빈 교실에 들어서는 사람, 영은이다.
영은,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피다가
구석 자리의 사물함 열고 짐을 꺼내는데,

은비(E) 서영은!

영은, 깜짝 놀라 사물함 닫고 돌아보면 은비 서있다.

은비 뭐해?
영은 (당황한 기색 감추며) 뭐하긴! 니들 마주치기 싫어서,
아무도 없을 때 가방 가지러 왔다!

은비, 다가가 목걸이가 나왔던 사물함 문을 연다.


멀쩡해 보이는데, 가볍게 툭 치니 한쪽이 쑥 빠지며 기울어진다.

은비 이 문짝 이번에 떨어진 게 아니었더라구.


공태광이 예전에 망가뜨렸고, 그래서 내가 아무도 안 쓰는
자리에 잠깐 짐을 옮겨뒀었는데.
수학여행 직전에 말야. 내 짐 니가 다 버렸니?
영은 너! 기억 다 돌아온 거야?
은비 ......!!
영은 잘됐네! 가서 말해! 서영은 혼자 쇼하다 열폭한거라고!
은비 (설마 했는데) 맞아? 맞구나?
영은 (불안함으로 쏘아보면)
은비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그럼 나 가해자로 몬 거,
사물함 때문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야?
아님 내가 정말 싫어서 그런 거야?
영은 어! 니가 싫었어!
은비 (충격이고)
영은 할 수만 있다면 니 생활기록부, 니 자존심, 전부 다
망가뜨리고 싶었어! 너도 남들 앞에서 창피하고,
비참한 기분 드는 게 뭔지 꼭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
은비 왜? 왜 그런 건데?
영은 ...... (상처가 깊은, 낮게) 너... 기억... 돌아왔다며?

영은, 교실 밖으로 쌩하니 나가버린다.


충격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은비

#44. 버스 정류장. 밤
버스를 기다리는 영은
영은 옆으로 웃으며 재잘재잘 수다 떠는 여학생들 서있다.
여학생들 바라보는 영은, 영은의 회상으로 이어지며
#45. 패밀리 레스토랑. 영은의 회상. 밤
테이블에 식사 마친 빈 그릇들 가득하다.

시진 영은아! 잘 먹었어! (걱정) 근데 너무 많이 나오는 거 아냐?


영은 괜찮아!
송주 다 같이 영은이에게 감사의 박수 세 번!

아이들 장난스럽게 박수 세 번 ‘짝짝짝!!’치고 일어난다.


은별, 지갑에서 2만원 꺼내 테이블 위에 놓으며

은별 내껀 이걸로 해! (대답도 듣지 않고 쌩하니 가버린다)


영은 은별아! (뒤에서 부르지만 이미 갔다.)

#46. 멀티플렉스. 영은의 회상. 낮


영은 영화관 매표소 앞에서 영화표를 예매하고 있다.
은별 다가가 지갑을 열면

영은 은별아! 괜찮아! 내가 할게!


은별 (차갑게) 난 안 괜찮아! (현금 내밀며) 한 장은 이걸로 해주세요!

은별과 영은 표 받아 돌아서는데

은별 (앞서 걷다가 우뚝 멈추고 영은 보며)


근데 니가 맨날 돈 주고 사는 건 뭐야? 밥? 영화표? 친구?
아니면 시간?
영은 무슨 뜻이야?
은별 맞네! 돈 쓰는 동안만 니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의 시간!
(표 흔들며) 난 내 10분도 너한테 팔기 싫어!

영은, 상처 받아 우두커니 은별의 뒷모습을 본다.

#47. 버스 정류장. 밤(#44에서 연결)


쓸쓸한 얼굴로 서 있는 영은,
그 앞으로 기다리다 그냥 지나가 버리는 버스들

#48. 수영장. 밤
수영장 끝에 발만 담그고 앉아 있는 은비와 트레이닝 복 입은 이안

은비 니 말이 다 맞는 것 같더라!
이안 어떤 말?
은비 나는 정말 싸가지 없고, 재수 없고,
패주고 싶은 애가 맞나봐!
이안 (풋) 이제 알았냐?
은비 다행히 목걸이 혐의는 벗게 된 것 같은데.....
마음은 더 무거워!
이안 학폭위 때문에?
은비 응! 아무것도 기억 못하면서.... 사과해봤자 아무 소용없겠지?
이런다고 오늘 밤에 당장 기억이 돌아올 리도 없고!

은비 침울해 보이면, 이안 얼굴 장난스럽게 바뀌고

이안 (물 사정없이 뿌리며) 야! 누명 벗었으면 됐지! 뭐가 이렇게 심각해!


은비 (물 튀기는 거 막으며) 야! 씨!! 하지 마!!
이안 (멈추며) 하지 마? (다시 마구 뿌리며) 싫어! 그래도 할 건데?

은비 일어나 도망가다가, 바닥에 물 뿜어져 나오는 긴 호스 발견하고


집어 든다. 은비를 본 이안도 도망치며 호스 하나 집어 든다.
호스 끝을 손으로 막아 서로 정신없이 물 뿌리고 도망치다가

이안 야!! 우리 딱 3초간 공격 후 휴전이다!


은비 좋아!
이안,은비 하나, 둘, 셋! (하지만 둘 다 멈추지 않았고)
이안 야! 고은별 실망!
은비 그러는 너는? 이 배신자!!

수영장 위로 치솟는 물줄기 사이를


행복한 얼굴로 뛰어다니는 두 사람, 웃음소리 울려 퍼지는 가운데
뒷걸음치던 은비 호스 끝을 밟고,
수영장 물속으로 주욱 미끄러져 들어간다.

#49. 물 속. 밤
첨벙! 물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은비

#50. 플래시백. 1회 79. 다리 위. 낮


발아래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다리 위에 우두커니 서있는 은비.
바람에 나부끼는 머릿결,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 보이는 표정.
다리 바깥쪽으로 한 걸음 발을 옮기는,

#51. 플래시백. 1회 80. 물속. 낮


짙푸른 물 속, 두 눈을 감은 채 평온한 얼굴의 은비.
온 몸에 힘을 빼고 천천히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데
그 때 은비의 손을 잡는, 누군가의 하얀 손

이안(E) 고은별!! 고은별!!

#52. 수영장. 밤
은비가 가라앉는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이안
물속으로 뛰어 든다.
#53. 물 속. 밤
이안, 은비를 안아 물 위로 올려주면
기침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은비

이안 고은별! 괜찮아?

은비의 어깨를 잡고, 괜찮은지 살피는 이안


은비 두려운 눈으로 이안을 본다.
떨리는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이안의 손을 치우고 일어나는 은비.
휘청휘청 위태롭게 걸어가면
갑작스럽게 달라진 은비의 태도에 당황스런 이안,
걱정 어린 눈으로 본다.

#54. 수영장 앞. 밤
젖은 채로 걷고 있는 은비.
이안 저벅저벅 다가가 은비 앞을 막아선다.

이안 야! 이 꼴을 하고 어디 가는 거야?

가지고 나온 긴 점퍼 입혀주고 모자 뒤집어 씌워준다.


표정 없이 이안의 얼굴 가만히 들여다보는 은비

#55. 거리 일각. 밤
자전거 뒷자리에 탄 은비. 이안의 등에 기대 눈물을 참고 있다.

#56. 은별의 방. 밤
방에 들어서는 은비. 또다시 낯설게 느껴지는 은별의 방.
사진과 물건들을 둘러보다 책상의 책들을 우르르 쏟아내 정신없이 뒤지다가

‘김선생 시크릿 노트’에서 빠져나온 신문기사 발견한다.


‘사랑의 집’과 자신의 얼굴이 담긴 사진 보는 순간
깜짝 놀라 신문조각 놓치는 은비,
두려움과 충격에 뒤로 뒤로 뒷걸음치다 떨리는 손끝이 카프라 성에 닿으면
위태롭게 흔들리던 조각들 결국 와르르 무너져 버린다.

#57. 플래시백. (1회 #50. 공사장 일각. 밤)


은비, 높이 쌓인 자재를 쿵 들이받고 바닥에 쓰러진다.
놀라는 소영의 얼굴, 무너지는 자재더미 올려다보는 은비.

은비 소영아!!! (온 힘을 다해 소영의 몸을 감싼다.)

꼼짝 못하고 깔려 있는 소영과 은비,


은비의 이마가 찢어져 피가 흐른다.

#58. 은별의 방. 밤
천천히 이마에 손을 갖다대보는 은비
화장대 거울로 보이는, 옆 이마의 확연한 상처 자국
은별모 방문 열고 들어오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은별모가 책상 위에 떨어져 있는 신문기사 보게 될까
두려워지는 은비

은별모 뭘 그렇게 놀래? 왜 이렇게 젖었구? 밖에 비 오니?


은비 .......
은별모 (걱정스런) 안 좋은 일 있었어?
은비 ....... (말없이 굳은 얼굴로 보고 있으면)
은별모 묻지 말라는 거지? 으유! 한동안 안 그런다 했더니
(다정하게) 알았어! 나갈게! 담부터 꼭 노크도 할게!! 엄마가 미안!!

은별모, 돌아서서 가려하면, 은비 달려가 와락 은별모 허리 안는다.

은별모 (이뻐서) 얘가 왜 이래? (그러다 이상한 예감에)


은별아! 너...... 괜찮아?

은비,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는 눈물.


은별모의 등에 얼굴 묻고 소리 없이 흐느낀다.

#59. 세강고 전경. 오전

#60. 2-3반 교실. 오전


수업중이다. 학생주임 앞문을 노크하고 들어와

학주 예! 고은별 좀 데리고 가겠습니다. 고은별! 나와!

수업 듣던 은비 담담하게 일어나면,
이안 송주 시진 등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본다.
영은은 자리에 없다.

#61. 회의실. 낮
학폭위원들 둘러 앉아 있고, 학주와 은비 서 있다.

학주 말씀드렸던 것처럼 고은별 학생은,


아직 기억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이유로
사건에 대한 사실 확인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은비 (말 자르며) 아니요! 선생님.. 완전하진 않지만
저 기억 찾은 것 같아요.
학주와 위원들 놀란 눈으로 본다.

#62. 상담실. 낮
김준석과 마주 앉아 있는 영은

영은 빈 사물함에 잠깐 넣어 둔건데, 갑자기 박형사님이 학교로


찾아오시니까 너무 겁나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거짓말해서....
김준석 아냐! 이제라도 용기 내줘서 고맙다.
아직 진행 중이니까 지금 가서 전하면 될 것 같은데!
영은 제가 직접 얘기 할게요.
김준석 괜찮겠어?
영은 네.

#63. 회의실. 낮
조심스럽게 회의실 문을 열고 영은과 김준석 들어온다.
은비 영은이 들어온 것 보지 못하고

위원1 기억을 찾았다고 했으니 얘기해 보세요!


서영은학생 말이 사실입니까?
은비 네! 맞습니다!

김준석과 영은 놀라서 은비를 보는데

위원1 서영은에게 협박한 사실 인정하는 건가?


은비 네!
위원1 무슨 협박을 했지?
은비 제가 아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이요.
영은 !!!
은비 이제... 나... 너랑 친구 안 해!!

<플래시 백. 1회 #5. 누리여고 교실. 낮>


수업중인 교실, 책상 창문 쪽에 뚝 떨어져 앉아 있는 은비.
반 아이들의 차가운 시선, 외로워 보이는 은비의 얼굴

은비 교실 안의 모든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고 느끼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아마 없을 거예요.
전 그 마음이 어떤 건지 너무나 잘 알거든요.
영은 (은별이가 맞나 싶은)
은비 많이도 필요 없이 딱 한명이면 되는데
왜 아무도 내 옆에 와 주지 않을까?
영은이를 두렵게 만든 건, 제가 맞습니다!!

#64. 세강고 정문. 낮


하교하는 아이들
#65. 복도. 낮
아무도 없는 텅 빈 복도 걷고 있는 영은
그때 ‘끼이이잉’힘겨운 소리 내며 #26에서 망가진 태광의 RC-카가
영은에게 다가간다. 곳곳에 테이핑 되고 방향도 잘 못 찾는다.
영은의 발 앞에 와서 겨우 멈추면 그 위에 화살표 모양 포스트잇
붙어 있고, ‘FOLLOW ME!!’써 있다. 영은 두리번거리지만 아무도 없다.

#66. 3반 교실 안. 낮
RC-카를 따라 교실 안으로 들어가는 영은.
RC-카가 사물함을 쿵쿵 박으면 영은 고개 갸웃하다가
자신의 사물함 열어보는데, 작은 상자 하나 들어있다.
영은 조심스레 상자 열어보면 스프링 끝에 매달린 손바닥 장난감이
훅 튀어 나온다. 깜짝 놀랐다가, 뒤이어 상자 뚜껑에 적힌 메모 발견한다.
<마음에 박힌 가시를 빼주는 것은 친구의 손 밖에 없다. - C. A. 엘베시우스
영은아! 내 손 잡아 줄 거지? - 은별>
영은 살며시 눈가가 촉촉해진다.

#67. 복도. 낮
복도 창밖으로, 교정을 걸어가는 영은이 보인다.

태광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RC-카를 바라보며)


아... 얘 완전히 운명하셨네....
은비 떠나기 전에 좋은 일 했음 됐지....
(자동차 집어 쓰다듬어주며) 애썼다!!
태광 (휙 뺏어 들고 가면)
은비 어디가?
태광 묻어 주러 간다!

복도 끝으로 걸어가는 태광, 은비 창밖에 멀어지는 영은을 본다.

#68. 세강고 주차장. 영은모의 차 안. 낮


운전석에 앉은 영은모. 보조석에 앉은 영은.
영은모 차 시동을 걸려는데

영은 (지갑에서 신용카드 빼 엄마에게 내밀면)


영은모 왜? 망가져서 안 긁혀?
영은 나 이제 이거 필요 없어. 용돈도 아주 조금만 받을게.
영은모 별일이네.....
영은 나 전학갈래. 새롭게 시작해보고 싶어. 친구랑도 엄마랑도.....
이제 돈 말고 다른 방법으로...... (영은 미소로 보면)
엄마 (미안해지는)
#69. 은별의 방. 오전
깨끗이 정돈 된 책상 위에 편지와 핸드폰 올려놓는 은비
편지봉투에 ‘이은비 드림’이라 적혀 있다.

은별모 (문 열고 들여다보며) 은별아! 다 했니?


은비 (밝게) 응 엄마! 나가!

은별모 먼저 나가고, 은비 텅 빈 방을 한 번 둘러본다.

#70. 3반 교실. 오전
김준석 조회중이고, 영은의 자리만 비어 있다.

김준석 오해로 시작된 고은별 학폭위는 화해로 잘 마무리가 되었다.

김준석 은비를 보면, 은비 미소 짓는다.

송주 샘! 근데 오늘 서영은 왜 학교 안 와요?
시진 오오오!!! (하며 송주 보고 웃으면)
송주 (쑥스러워, 내가 뭐! 윽박지르는 표정 지어보이는)
김준석 아쉬운 소식을 하나 전하게 됐는데,
서영은은 어제 날짜로 전학 처리 됐다.

‘네?’반 아이들, 미안함 아쉬움 놀람 각각의 반응 보이는데

김준석 (안심시키는) 강제전학이 아니라 본인이 원해서 간 거야!


은비 인사도...... 없이요?
김준석 어? 영은이는 이미 인사 했다고 하던데? (이마 긁적이는)
오늘 조회는 이상! (출석부 들고 나가다가, 걸음 멈추고)
참 근데 니들 그거 아냐?
영은이가 만화를 정말 잘 그리는 친구였다는 거?

아이들, 처음 듣는 얘기다.
수업 종 울리고, 몇몇의 아이들 책 꺼내러 사물함으로 몰려가는데
문 열고 다들 “이거 뭐야?”웅성웅성 거린다.
사물함마다 한 장씩 각자의 얼굴 캐리커처가 담겨 있다.

<인서트1>
전 날, 빈 교실에서 친구들 얼굴을 그리고 있는 영은

<인서트2>
사물함 틈으로 한 장 한 장 그림을 넣는 영은의 미소 띤 얼굴

송주 야! 얘는 마지막까지 이렇게 짜증나게 구냐?


미안하게.... (눈물 핑 도는) 사과할 기회도 안주고!
태광 아씨...... 내 얼굴이 이렇게 막 생겼냐? 어?

그림마다‘00아 안녕? 친구에게 마음으로 다가가는 나의 첫 걸음!’


이란 메모 작게 남겨져 있다.

#71. 세강고. 낮
떠나기에 앞서 은비, 교정을 둘러보며 걷고 있으면
훈련 마치고 다가오는 이안 보인다.

이안 오늘 전화를 왜 이렇게 안 받냐?


은비 집에 두고 왔어!
이안 (은비 머리 흩뜨리며) 으이그!! 칠칠맞기는!
은비 (미소로 보며) 전화 왜 했는데?
이안 (은비와 마주본 채 뒤로 걸으며)
고은별! 나 오늘 훈련에서 비공식 신기록 세웠다!
은비 그래? 오오.... 축하해!
이안 (김새는) 야..... 진짜 적응 안 된다 너!
은비 뭐가?
이안 옛날의 너라면 이랬을 걸? (퉁명스런 말투로)
어쩌라구? 야! 난 비공식 같은 거 안쳐줘!
공식 기록 세우면 그 때 다시 와라!
은비 (피식 웃는, 언니 생각하며) 어우 고은별, 멋진데?
이안 성질 좀 죽이라고 맨날 구박했더니,
너 내 말을 너무 잘 듣는 거 아니냐?

은비, 정문 앞에 다다라 걸음 멈춘다.


고마움과 아쉬움으로 이안을 본다.

은비 나 갈 데가 있어서,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자!


이안 응!
은비 나 그동안 너무 답답해서 기억 찾으려고 무지 애썼는데......
그러지 말걸......
이안 왜?
은비 (애써 밝게) 그냥! 아무것도 기억 못했던 시간이
많이 그리울 것 같아.
이안 ......
은비 한이안! 잘 가라! (손 내밀면)
이안 뭐야아! (웃으며 손잡아 흔드는) 너도 잘 가라!

은비, 뒤돌아 걷는데, 아쉬움에 울컥 쏟아지는 눈물


은비 뒤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밝게 웃고 있는 이안의 얼굴이
한 화면에 잡히면서
<3회 끝>
<제4회>

#1. 고속터미널 대합실. 은비의 인터뷰. 낮.


통영행 버스표를 들고 앉아 있는 은비

은비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있고, 집에 오면 엄마가 있고......


그냥 행복했어요. 전부 다..... (아쉽고, 그리운)
다시 태어나면 그 땐 진짜 우리 엄마, 진짜 내 친구들로
꼭 다시 만나고 싶어요. 은별이 언니도 같이...

은비 내가 쌍둥이였다는 게 아직도 안 믿어져요. 전혀 몰랐어요.


신기하고 정말 좋은데... 걱정이 많이 되죠.
언닌 대체 어디 있는 걸까요?
빨리 만나보고 싶어요.

안내(E) 5시에 출발하는 통영 직행버스를 이용하실 승객 여러분은


승차를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승차장을 향해 가는 은비의 쓸쓸한 뒷모습

#2. 고속터미널. 저녁

은비(E) 통영행이요..

막 고속버스 표를 받아 돌아서는 은비.

#3. 은별의 방. 저녁
정리된 빨랫감을 들고 들어오는 은별모.
옷장에 정리하는데 드륵드륵 진동 소리 들려 쳐다보면,
책상 위에 놓인 은비 전화기.

은별모 또 전화기 두고 갔네....

다가가 받으려고 집어 들면 뚝 끊어지는 전화


도로 내려놓다가 ‘이은비 드림’이라 적힌 편지를 발견하고
꺼내 읽어본다.

은비(E) 직접 말씀드리지 못하고 이렇게 편지로 남기는 걸 용서하세요.


저는 통영 ‘사랑의 집’에서 자란 이은비라고 합니다.
얼굴이 똑같아, 구조될 당시 뭔가 차질이 생긴 것 같아요.

은별모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는데....
<플래시백- 3회 #58. 은별의 방. 밤>
은별모, 돌아서서 가려하면, 은비 달려가 와락 은별모 허리 안는다.

은별모 (이뻐서) 얘가 왜 이래? (그러다 이상한 예감에)


은별아! 너...... 괜찮아?

은비,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는 눈물.


은별모의 등에 얼굴 묻고 소리 없이 흐느낀다.

은비(E) 따뜻한 기억 남겨주셔서 감사하고... 또... 죄송합니다.

은별모, 정신이 아득해진다.

#4. 고속버스 안. 저녁
고속버스에 타있는 은비, 버스 앞 유리에, 통영행 안내판이 보인다.
은비, 은별의 방 액자에서 빼 온,
은별과 은별모가 함께 찍은 사진을 꺼내 애틋하게 바라본다.

#타이틀 <후. 아. 유?>

#5. 은별의 방. 낮 (2일 전, 1회 #58에서 연결)


눈물 얼룩진 얼굴의 은비,
문득 무너진 카프라 더미 사이로 비죽 튀어나온
은별의 일기장 모서리를 발견 한다. 일기장을 펴면,
은별의 똑같은 사진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고
각각의 위에 펜으로 은비, 은별이라 쓰여 있다. 놀란 눈 커진다.

은별(E) 쌍둥이끼리는 정말 텔레파시가 통할까?


공유하는 물건이 많아질수록 거울을 보며 자주 묻곤 한다.
은비야! 너 오늘 뭐 입었어? 무슨 음악 듣니?

#은비, 은별의 침대 밑에서 큰 상자 하나를 꺼내 열어본다.


발송인 송미경으로 표기된, 부치지 못한 편지와 택배 상자,
은비와 나눈 물건들 음악 CD, 문구, 모자 등이 들어 있다.

#(은비의 상상)은별의 방. 후드티셔츠 두 장이 바닥에 놓여 있다.


은별, 흐뭇한 표정으로, 그 중 하나를 상자에 넣고 겉에
‘받는 사람 이은비’주소와 ‘보내는 사람 송미경’이라 적고 있다.

#6. 플래시백 (1회 #19. 사랑의 집. 거실. 밤)


은비, 택배 상자 열어보면 후드티셔츠와 메모 나온다.

은비 (메모 읽으며) 우리 딸 옷 사러 백화점에 갔다가


은비양 생각이 나서 하나 더 샀어요! 송미경 (선물 꺼내본다.)
원장 예쁘다!
은비 신기해요! 저번 운동화도 발에 딱 맞았었는데!
이것도 완전 내 취향!

은비, 기뻐하며 몸에 대본다.

#7. 은별의 방. 저녁
현재, 은별모 은별의 일기장을 읽고 있다.

은별(E) 또 똑같은 꿈을 꾸었다.


다섯 살 때, 처음 엄마를 만났던 날의 기억이다.

#8. 고아원. 낮 (과거, 13년 전)


놀이터에 은비(5세)를 비롯한 아이들 여럿 신나게 뛰놀고 있는데,
한쪽 구석에 멍한 표정으로 침울하게 앉아 있는 은별(5세).

보육교사 (다정하게 은비에게 다가가 먼지 털어주며) 또 새카매졌네!!


은비야! 저번 일요일에 만났던 분 기억나지?
은비 (반가움에) 그 예쁜 아줌마요?
보육교사 응! 우리 은비 보러 오늘 또 오신대!
은비 우와!!!신난다!!
보육교사 그러니까 조금만 더 놀고 들어가 옷 갈아입자!
은비 네!!!

보육교사 돌아서 가는데,


신나서 미끄럼틀 아래로 폴짝 뛰어내리는 은비,
갑자기 다리 붙잡고 으앙 울음 터뜨리면
보육교사 깜짝 놀라 은비에게 달려가

보육교사 은비야! 괜찮아? (다리가 부러진 듯) 어머 어떡해!! 얼른 병원 가자!

보육교사 은비를 업고 운동장 가로질러 달려간다.

#보육원 일각. 은별의 앞으로 미소 지으며 다가오는 송미경

송미경 (다정한) 안녕? 나 기억나지?


은별 ........(보는)
송미경 니가 너어무 보고 싶어서 빨리 왔어!! (손 내밀면)

은별(E) 보육원으로 다시 돌아온 지 3일만의 일 이었다.


파양을 당해 상처가 깊었던 내게,
천사처럼 예쁜 아줌마가 다가와 말을 걸어 주었다.
송미경, 우두커니 바라만 보고 있는 은별을 가만히 안아준다.

송미경 (마음 짠해져) 나랑 같이 우리 집으로 갈래?

은별(E) 어린 나는, 그 품이 너무 따뜻해서......


아줌마가 만났던 아이는 내가 아니라고...말하지 못했다.
아니, 말하기 싫었다.

#송미경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가는 은별의 뒷모습을


보육원 건물 뒤에 숨어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은비.
은별, 미안한 표정으로 은비를 한 번 돌아본다.

은별(E) 은비가 불행한 모습을 상상하면 견딜 수가 없다.


만약 시간을 되돌려.....
은비와 나의 자리를 원래대로 바꿔놓을 수만 있다면....
그 땐, 다섯 살 때의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9. 은별의 방. 낮 (#5에서 연결)


일기장을 읽는 은비, 벅참 서글픔 만감이 교차한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자, 거칠게 뭉텅 찢어져 있는 것 보이면.
은비, 가만히 일기장 덮어 가슴에 꼭 안아본다.

은비 (눈물 맺히는)언...니.....

#10. 통영 고속터미널. 밤
버스에서 내리는 은비

#11. 통영병원. 몽타주. 밤


#안내데스크 앞에 서 있는 은비

은비 한 달 쯤 전에 여기 입원했던 환잔데요.
혹시 그날, 저랑 같이 들어온 사람이 또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요?

간호사 “확인이 안 된다”정도의 대답과 함께 고갯짓하면


실망하고 돌아서는 은비

#병원 로비. 공중전화 걸고 있는 은비

은비 네! 맞아요! 혹시 그날 저 말고 구조된 사람이 또 있나요?


구조대(E) 구한 건 아니고.....며칠 뒤에 같은 장소에서 시체가 한 구
발견됐는데요....
은비 (겁에 질려) 시....시체요? (전화기 귀에서 떼고 멍하니 서있는)
#병원 앞. 밤
힘없이 걸어 나와 병원 앞 계단에 털썩 주저앉는 은비

#12. 은별의 집 앞. 은별모 차 안. 밤


네비게이션에 ‘통영 사랑의 집’찍혀 있다.
가슴에 손을 얹고 떨리는 가슴 진정시키는 은별모,
차를 출발시킨다.

#13. 이안설비 앞. 새벽
이안부 가게 안에서 각종 장비와 자재들 꺼내,
바깥에 세워져 있는 트럭에 싣고 있다.
새벽 운동 나가던 이안, 아버지가 짐 잔뜩 지고 나오는 것 보면

이안 벌써 나가세요? (얼른 달려가 짐 받으려 한다.)


이안부 (짐 든 채 몸피하며) 어구구구! 저리 가! 안 돼애!
이안 안 되긴! 이리 주세요! (기어이 받아 들며)
이안부 넌 몸이 재산인데 이눔아! 이깟 일에 힘쓰지 말어!!
이안 (짐 든 채, 아령 하듯이 위아래로 움직이고 가며)
이런 게 다 운동이지. 아부지는......
이안부 (놀라며 혼내는) 어구구구! 허리 다친다!
이안 (웃고, 트럭에 짐 올리며) 힘드시죠?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수영 열심히 해서
이안부 (말 자르며)쓸 데 없는 소리! 이 자식이.....
너임마! 내가 아들 덕이나 보고 탱자탱자 할 인간으루 보이냐?
이안 그런 뜻 아닌 거 아시면서......

이안의 하얀 트레이닝복에 검은 기름 때 먼지 묻은 거 보이면

이안부 으이구 이것 봐! 기름 때 잘 지지도 않는데......


(속상해서, 손등으로 박박 닦아내며)
니 몸에는 물만 묻혀! 내가 무슨 희망으로 사는지 알지?
이안 (듬직하게) 네!

이안부, 운전석에 타 차 출발시키려 하면

이안 아부지! 식사 거르지 마세요!


이안부 그래!!! 얼른 가! 얼른!! 뛰어!!

이안, 미소 지어 보이고 앞서 달려가면


그 모습 보며 흐뭇하게 차 출발시키는 이안부

#14. 이안 몽타주. 오전
#활기차게 달리는 이안. 은별의 집 앞을 지나며 대문 한 번 슬쩍 본다.
#산책로를 달리며 두리번 거려보지만 은별이 보이지 않는다.

#양재천에 은별이 것과 똑같은 자전거 서 있다.

이안 고은별.... 자전거 세워 놓고 어디 간 거야?

이안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가는데, 낯선 사람 다가와 자전거에 올라탄다.


아쉬운 이안의 얼굴

#15. 태광의 집 온실. 아침


이사장 온실에서 화초에 물주고 있는데 도우미 다가온다.

도우미 이사장님! 며칠 뒤에 태광이 학생 생일인 거 아시죠?


어떻게 할까요?
이사장 (얼굴 굳는다. 무심히) 맘에 드는 선물 하나 골라 놓으라고 하세요.
도우미 생일상은.... 준비할까요?
이사장 (맘에 걸리지만) 스케줄 봐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도우미 인사하고 나가는데, 등교하는 태광 무심히 지나가면


이사장 근심과 안쓰러움으로 본다.

#16. 세강고 전경. 아침

보험직원(E) 고객님 5월3일 날짜로 자동차보험이 계약 만료 되셨는데요.

#17. 학교 뒤 공터. 아침
전화기 귀에 댄 김준석. 지나는 아이들 인사하면 손짓으로 답례하며
사람 없는 쪽으로 가 통화를 한다.

김준석 (수화기 가리고) 아...네! 근데 제가 얼마 전에 예상치 못한


큰 지출이 있어가지고......며칠 뒤가 월급날이니까요,
그 때 다시 한 번 전화 주시죠.

벽 뒤에서 꽁초를 바닥에 던져 발로 비벼 끄고, 걸어 나오는 태광.

김준석 (호기롭게 웃으며) 아 예! 제가 12년 무사곱니다.


글쎄 며칠 사이에 사고 안 나니까!
네에 절대절대 안 나니까 다시 전화 주세요. (끊고)
(혼잣말, 속 쓰린) 아....피 같은 내 백 이십 만원.....(가려하면)
태광 샘! 세상일은 모르는 건데, 누군 미리 알고, 사고 당하나요?
(담임 코앞에 서며) 용돈이라도 좀 빌려드려요?
김준석 어우 냄새....너 담!!! (담배 폈지? 하고 볼 한 번 꼬집어 주려하다
멈춘다. 손 내리고 말 삼키며)
공태광! 걱정 마라. 매사 안전거리 확보가... 내 모토거든.
앞 차와 뒤차 사이에도, 샘과 학생 사이에도

김준석, 씩 웃고 돌아서 가며, 손으로 입에 지퍼 채우는 제스처 한다.

#18. 3반 교실. 오전
민준, 노트 뭉치 들고 와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민준 각자 수학 노트 찾아 가! (우진에게 다가가)
엄마가 레벨 테스트 받으러 학원으로 한 번 나오래.
우진 (좋지만, 걱정 어린) 어?
민준 왜? 너 오래 기다렸잖아
우진 금액이 좀 부담스럽다고는 하셨는데...
(욕심나는) 아냐, 갈게! 테스트 받는 사람 많아?
민준 둘인 것 같던데? 너하고 이시진!
우진 (예상외다.) 이시진?

교실로 들어서던 시진, 얘기 들었다.

시진 나... 뭐?
민준 너희 엄마한테 얘기 못 들었어?
우리 팀 들어오고 싶다고 했다며?
우진 (악의 없이)생각보다 커트라인이 그렇게 높진 않은가보다?

시진 부르르 우진을 쳐다보는데,

#19. 복도 일각. 낮
시진, 전화기 붙들고. 화나지만 큰 소리도 못 내며

시진 엄마 때문에 내가 못살아.
떨어질 게 뻔하니까 기회라도 주는 척 하는 거라니까!!
왜긴 왜야! 엄마가 쏟아 부은 게 있으니까.. 겠지
(답답한) 엄마가 민준이 엄마랑 친하게 지낸다고 내가 민준이가 돼?
거기 끼어만 있는 다고, 성적이 오르냐고? 아..몰라! 몰라! 끊어!

복도 끝에 담임 걸어오다가 시진 발견하고

김준석 아침부터 왜 이렇게 저기압이냐?


시진 .....저희 엄마가요. 요즘 아주 물이 안 좋은 친구를 사겨서요.
김준석 (걱정스럽게 보며)어..그래. 친구가 중요하지...

시진, 쌩하니 교실로 들어가면 김준석 따라 들어간다.

#20. 3반 교실. 오전
은별의 자리 비어 있다.
김준석 고은별! 아직도 안 왔어?
미리 연락 받은 사람 없었고?

송주, 이안을 보며 손가락 핸드폰 만들어 귀에 대는 시늉하면


이안, 연락 없었다는 듯 고개 가로 젓는다.

김준석 (책 펴며) 진도 어디까지 나갔지?

이안, 근심어린 눈으로 은별의 빈자리 본다.

#21. 사랑의 집 거실. 오전


원장 문 앞에 서 있고, 사랑의 집으로 들어서는 은별모.

은별모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온 송미경이라고 하는데요..


원장 네에. 서울에서 여기까지 어쩐 일로....(하다가 생각난 듯)
송...미경....어머머! (다가가 손 덥썩 잡으며, 가슴 아파)
우리...은비 보러 오신 거죠?
은별모 그걸.... 어떻게 아세요?
원장 우리 은비가 서울서 택배 보내오실 때마다
얼마나 좋아했게요......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요......
은별모 택배요?

원장, 구석으로 가 박스 하나 끌어와 열어 보이며

원장 유품이라곤 이게 단데, 없애야지... 없애야지.. 하다가도


차마 결심이 안서서...이렇게 나뒀네요.
은별모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유품이라니요?
원장 (놀라며) 이를 어째? 우리 은비 죽었단 소식 듣고 오신 게
아니에요?
은별모 네에? (충격이고)
원장 (눈물 울컥 쏟아지고) 그 불쌍한 것이....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지독하게 괴롭힘을 당했다는데,
되려 억울한 소리 듣고, 퇴학까지 당하고 보니
너무 상처가 컸는지...(쉴 새 없이 눈물 찍어 내고)
다 제 죕니다. 엄마 대신이라는 사람이...
애가 혼자 죽을 결심을 하도록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은별모 (혼란스럽다. 박스 만지며) 좀 봐도 될까요?
원장 네...그럼요....

박스 안에서 나오는 은별이 보낸 카드들. 교복...


라진이 등과 찍은, 은별과 똑같이 생긴 은비의 사진들.
은별모 보고도 믿을 수 없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데.
은별모 이..아이... 지금 어디 있나요?

#22. 납골당. 낮
유골함 앞에 밝게 웃는 은비의 사진 장식 되어 있다.
은비 넋 놓고 자신의 사진 바라보는데, 그 옆으로 다가오는 은별모
옆에 선 은비 보고, 납골함 안의 은비 사진보고,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면

은비 (부축하며) 괜찮으세요?
은별모 은별아! 어디 갔었어? .....엄마 한참 찾았잖아.
(볼 쓰다듬으며)너.... 우리 은별이 맞지?
은비 .........(차마 입이 안 떨어지고)
은별모 (가방에서 은별의 스카프 꺼내 내보이며, 간절하게)
이거...엄마가 수학여행 가는 날 아침에 니 목에 둘러 준거잖아.
기억 안나? 병원에서 찾았을 때 니가 가지고 있었어!!
제발....잘...생각해 봐.....응?
은비 (눈물 나는) 죄송해요.....잘 모르겠지만.....
언니가 절 구하려다.....이렇게 된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해요......
은별모 (목 메이고)너...너... 왜 자꾸 엄마 놀려 응?
아니지? 우리 은별이 (은비 안으며) 은별아! 아니잖아...그치?
은비 (울음 참지 못하고) 죄....송해요.....
은별모 (은비 어깨며 등을 세차게 때리며, 소리 지르는)
이..이 나쁜 기집애....너 자꾸 엄마 속상하게 할래?
엄마 미치는 거 보고 싶어어어?
은비 .......(말없이 고개 떨구고 울고 있으면)
은별모 (흐느끼며 은비 두 손 꼭 잡고 마주보며, 가슴 미어져)
아니잖아....너 왜 그래...응? 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아...
(스르르 주저앉으며) 우리 은별이 살아있어!
우리 은별이 죽은 거 아니야! (소리 지르며)
우리 은별이 안 죽었어!!!! 안 죽었어!!!! 안 죽었어어!!!!!

은별모 바닥에 주저앉아 가슴 쥐어뜯으며 소리치면,


은비 울먹이며 아프게 보다가, 마주 앉아 은별모 꼬옥 안아준다.
은비 품에서 한참을 애끓게 울어버리는 은별모

#23. 은별모 차 안. 낮
사랑의 집 앞. 차 안.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가고,
지친 얼굴로 은별모와 은비 나란히 앉아 있다.

은별모 (차분한, 안타깝게) .....아르바이트 하면서 어린 동생들 챙기느라


고생 많이 했다면서?
은비 고생은요..... 제가 좋아서 한 건데요...
은별모 (은비 불쌍하고, 화난다.) 부모 없이도 씩씩하게 살아보려는 친구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괘씸한 것들.........
(은비 손 끌어다 잡으며 애잔하게 보는)
편들어주는 사람 하나 없이 얼마나 사는 게 힘들었으면
그런 끔찍한 생각을 다 했을까....
은비 .......
은별모 우리 은별이가 알면 정말 속상하겠다.....
(또다시 눈시울 붉어지고)
도움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은비 네..... (얼굴 못보고)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지만......너무 죄송해요.....저 때문에....
은별모 (눈물 난다. 차마 입 안 떨어져 고개만 끄덕이는)
은비 .......안녕히 가세요...

은비, 차에서 내려 한 번 더 꾸벅 인사하고


천천히 사랑의 집 쪽으로 걸어간다.
은별모 축 처진 은비의 뒷모습 바라보다 외면하고 차를 움직이는데...

<플래시백-2회 #13. 통영 병원 - 병실. 낮>

은별모 (울먹이는) 정신 좀 들어? 엄마야!


은비 ..... 엄... 마?
은별모 그래. 엄마 알아보겠어?
은비 (고개 가로 젓는다. 기억 안 나면서도 다시) 엄...마?
은별모 (놀라는) 응, 그래!
은비 엄...마....엄...마....(눈에서 주룩 눈물 흐르면)
은별모 (안타까워, 은비를 꼭 안아주며) 괜찮아! 이제 아무 걱정 마!

<플래시백-2회 #35. 은별모의 침실. 밤>

은비 나 그냥 여기서 자면 안 돼?
은별모 어어? 웬일이야? 방문 꼭 걸어 잠그고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더니?
은비 내가 그랬어? 에이 몰라! 혼자 자기 싫어! (베개 들고 우다다
뛰어 들어와 침대로 쏙 들어가며, 은별모 꼭 끌어안는다.)
음..... 엄마 냄새 좋다!
은별모 어우 얘가 왜 이래!? 징그럽게 (하지만 싫지 않은)
간지러워! 저리 가!!

은별모, 은비와의 행복했던 기억들 떠오른다.


눈물 꾹 참으며 독한 맘먹고 핸들을 돌리다가 우뚝!! 급정거한다.
정신없이 서둘러 차에서 내려 은비를 향해 달려가 덥썩 손잡는 은별모
젖은 눈으로 보는 은비

은별모 (차마 이대로 보낼 수 없고) 난.....왜 아직도 니가 내 딸같니......


믿기지가 않는 건지, 믿고 싶지가 않은 건지.....
아직도 내 눈엔 니가..... 우리 은별이 같아......
은비 ........
은별모 며칠 전처럼, 여기 기억 다 지우고..... 나랑 같이 갈래?
은비 ........(눈물 참고 보는)
은별모 은별이가 너랑 나를 이어주려고 떠났나 그런 생각도 들고.....
지금 너마저 이렇게 보내고 나면.....
내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자신이 없다......
은비 .........(아프게 보는)
은별모 그냥..... 우리 은별이로 살아주면 안될까?
은비 ..... (눈물 떨구며) 말도 안 돼....어떻게....어떻게 그래요......
은별모 .....아무 것도 몰랐을 때처럼.....
우리...너랑 나랑...둘이..보듬고...살자...응?
은비 ......

은별모 은비를 가슴 깊이 끌어안으면 은비, 눈물 쏟아진다.

#24. 거리 일각. 은별모의 차 안. 낮


은별모와 은비가 나란히 앉아있는 차 도로를 달리고 있다.

<플래시백-1회 #75. 누리여고 교정. 낮>


서럽게 울며 교문 밖으로 뛰쳐나가다가
‘이은비’라 써진 명찰을 빼서 바닥에 내팽개쳐버리는 은비

#25. 수영장 전경. 오후

#26. 수영장 일각. 오후


훈련이 끝나고 트레이닝복 입은 선수들 코치 앞에 대열해 있다.
(전체 열 명 정도).

코치 내일! 5월 대회 참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전국체전 서울대표 선발전이니까,
얼마나 중요한진 두 말하면 입 아프고!!
한 종목당 두 명까지만 출전 할 수 있는 거 알지?
선수들 네!!
코치 한이안은 자유형 100, 200, 400미터 결정 됐으니까,
나머지는 각자 세 종목씩, 신중하게 선택해서 찾아오도록.
선수들 (불만인 몇몇 이안을 못마땅하게 보며, 볼륨 확 줄어) 네에.
코치 목소리가 왜 이래? 정신 무장 단단히 하고! 알겠어?
선수들 (크게) 네!!!
코치 이상!!
선수들 감사합니다!!

코치 나가면, 선배1 이안에게 슬쩍 다가가며

선배1 (비아냥) 꿀종목 몰아주고 나머지 중에 골라 먹으라네...


친구1 (중재하며) 아이, 선배 또 왜 그러세요..
선배1 이렇게 쉽게 기회를 주니까, 대회 나가서 장난질을 치지....
이안 .....(담담히 보면)
선배1 (치켜뜨며) 왜? 또 한 번 개겨 봐!
이안 죄송합니다! 다신 그런 일 없습니다!
선배1 (너무 순순히 나오니 할 말 없고)

이안 선배1에게 깍듯이 목례하고 라커룸으로 들어간다.


친구1도 밝게 인사하며 따라 간다. 못마땅하게 보는 선배1.

#27. 수영장. 밤
불 꺼진 어두운 수영장에 다시 불이 켜진다.
모두가 돌아가고 없는 텅 빈 수영장으로 혼자 들어서는 이안.
늘 그래왔던 것처럼 준비 운동을 하고 물속으로 뛰어 든다.
지나가던 코치, 열린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고 흐뭇한 얼굴이다.
코치 사라지고, 잠시 뒤 물 밖으로 나오는 이안,
통증이 오는 듯 찡그리며 한 손으로 어깨 짚어보다가
다시 물속으로 뛰어 든다.

#28. 과외 오피스텔. 밤
우진이와 시진이 단둘이 멀찍이 떨어져 앉아 수학시험지 풀고 있다.
고요한 가운데 우진이 여유롭게 다음 장을 넘기면,
시진이 흘끔 보며 마음 조급해진다.
머리 쥐어뜯으며 하나라도 더 풀어보려 애쓰는 시진의 얼굴.
우진이 다 풀고 나가면, 혼자 남은 시진 화가 나 시험지 마구 구겼다가
다시 정신 차리고 팔뚝으로 쓱쓱 문질러 편다.

#29. 카페. 밤
시진 테이블에 한쪽 볼 착 붙이고 엎어져 있다.

송주 (찬 음료수 시진 볼에 갖다 대면)
시진 앗차거!!
송주 정신 좀 차려! 깨진 계란이냐?
시진 (한 숨 깊다.)
송주 보여줄 거 있는데!
(교복 모델 모집 신청서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교복 모델 뽑는데....나 이거 접수할거다! 되면 크게 쏠게!
(기대에 차서) 아....누구 눈에 확 들어가지구
데뷔나 했으면 좋겠다!!
시진 그렇게 연예인 되고 싶어? 부럽다......
송주 (의외다.) 진짜? 한 장 더 있어! 줄까? (가지라는 듯 내밀면)
시진 (도로 주며) 그게 아니라......
넌 좋겠다.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송주 돼야 좋은 거지이.
시진 그건 그 다음 문제고..... (스스로가 답답해)
어떻게 하기 싫은 건, 백만 가지도 넘는데......
하고 싶은 게 하나도 없을 수가 있냐?
난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

속상한 시진, 다시 무기력하게 테이블로 엎드린다.

#30. 태광의 집 거실. 밤


어두운 거실, TV에 연예 정보 프로그램 방송 중이다.

리포터(E) 톱스타 송희영씨가 세 번 째 결혼 발표를 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 팔에 스케이트보드 들고, 막 거실로 들어서는 태광

리포터(E) 예비 신랑은 여섯 살 연하의 사업가로 알려졌는데요.


일반인인 예비 신랑을 위해 결혼식은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네요....(갑자기 뚝 꺼지는 TV)
도우미 (당황해서 눈치 보며) 왔어?
내일 뭐...특별히 먹고 싶은 거 없어?
태광 (태연한, 밝게) 아뇨! 아줌마가 해주는 건 다 맛있는데 뭐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태광

#31. 태광의 방. 밤
책상 서랍 구석에서 가족사진 꺼내보는 태광.
공재호, 송희영, 8살 태광이 함께 찍은 것이다.

#32. 태광의 집 거실. 과거. 밤


식탁에 테이블보 깔려 있고,
그 위에 케이크와 여러 음식들 와인, 와인 잔 화려하게 차려져 있다.
태광 신나서 거실을 뛰어다니면

도우미 태광이 좋겠네! 생일파티도 하고, 오랜만에 엄마 얼굴도 보고!

그 때, 문 열리고 인기척 들리면


태광 테이블 밑으로 숨어 들어가며

태광 (작게)아줌마! 나 여기 숨어있다는 거 말하면 안돼요!


엄마 깜짝 놀라게! 비밀이야!! (태광 손가락 입에 대고)쉿!
도우미 그래! 알았어! 비밀!! (태광처럼 손가락 입에 대고) 쉿!

#33. 태광의 집 주방. 밤


테이블 아래. 태광 삐져나오는 웃음 참느라 손으로 입 막고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쾅! 하는 문소리에 깜짝 놀라는 태광의 얼굴.
공재호와 송희영 저벅저벅 식탁 쪽으로 걸어오는 소리 들린다.

공재호 (차갑지만 나지막이) 촬영은 잘 끝난 거야?


송희영 다 알잖아! 당신이 붙인 사람 한 달 내내, 내 뒤 따라다닌 거
모를 줄 알아? (서류 봉투 식탁에 내려놓으며)
이혼 서류야. 정리 되는 대로 보내줘.
공재호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서류 찢으면)

송희영 부르르 떨다가 와인병 집어 바닥에 탁! 떨어뜨린다.

공재호 (버럭) 뭐 하는 짓이야!!!!

태광의 시선에서 깨진 병 사이로 붉은 와인이 피처럼 번진다.


두려움에 덜덜 떨리는 눈빛의 태광
테이블보를 살짝 걷고 밖을 내다보면
죽일 듯이 노려보는 엄마 아빠 보이고

송희영 어차피 당신 나 사랑해서 결혼 한 거 아니었잖아!


(지르며) 우리 만난 것도! 태광이 태어난 것도! 결혼한 것도!
다 실수였잖아! 안 그래?
공재호 (나지막이) 그래서 이제껏.... 벌 받고 있잖아?
송희영 (고래고래 울음 터지며) 당신한테는 태광이랑 내가 벌이야!!!!!?
태광 악!!!!!!! (테이블 밖에 서서 귀를 막고 비명 지르는)

태광 사나운 눈빛으로 엄마 아빠 노려보다가


테이블보를 확 잡아당기면
케익과 차려진 음식들 유리그릇들 와장창 바닥으로 떨어지며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주방

#34. 태광의 방. 밤
게임에 빠져 있는 태광.
“오예에!”일부러 더 큰소리 내며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35. 은별모 방. 오전
바싹 타들어간 입술, 병이 나서 누워 있는 은별모.
은별의 스카프 손에 꼭 쥐고 소리 죽여 울고 있다가
힘들게 몸 일으켜 눈물 쓱쓱 닦고,
문 앞에서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바꾸며 나간다.

#36. 은별의 거실. 오전


은비 앞치마 두르고 죽을 끓이고 있으면
은별모,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나와
은별모 (야단치듯) 뭐하는 거야? 학교 갈 준비 안 하고?
은비 내일부터 갈게요.
은별모 얘가얘가 무슨 소리야? 얼른 준비해!
은비 많이 아프신 것 같아서 걱정 돼요.
은별모 (아무렇지 않은 척) 갑자기 존댓말은...?
달라진 거 아무것도 없어. 하던 대로 해!
은비 ......(죽 대접에 퍼서 식탁에 놓으면)
은별모 나둬! 너 데려다주고 와서 내가 먹을게.
은비 죽 드시는 거 보고 오늘은 혼자 버스 타고 갈게요.
은별모 (말 자르며) 또! 또! 버스타고 갈게! 엄마!
은비 (어렵지만) 응! 엄마....
은별모 음.....맛있겠다. (앉아 죽 한 숟가락 떠먹으며)
우리 딸 제법인데?
은비 (애쓰는 모습 안쓰럽게 보며 웃는)
은별모 길도 잘 모르면서...버스 괜찮겠어?
은비 친구들이랑 여기저기 다녀봐서 이제 괜찮아......엄마....
은별모 (밝게) 그래! 그럼...
은비 어! 이러다 진짜 지각하겠다. (방으로 가면)

은별모, 씩씩한 척 죽을 먹다가 눈시울 붉어지면


고개 돌려 쓱 닦아내고 마음 진정시키려 애쓴다.

#37. 은별의 방. 오전
교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선 은비. 명찰의 고은별 이름 한 번 본다.

은비(E) 언니! 나 정말...... 고은별로 살아도 돼?


항상..... 언니가 같이 있다고 믿을게.
언니 이름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게!

은별에게 약속하듯, 또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거울을 바라보는 은비

#38. 태광의 집 주방. 오전


1인상 차려져 있는 식탁에 도우미 미역국을 올려놓는다.
태광 다가와 식탁 앞에 앉으면

도우미 (딱해서) 으이그 쯔쯔....생일날도 혼자 밥을 먹어 어떡해...


태광 (밝게) 나 그런 거 없어요. 아줌마...
(미역국을 스윽 멀리 밀어놓고 밥만 열심히 퍼먹는다.)
도우미 왜애...? 따뜻할 때 몇 숟갈 먹어! 응?
태광 별로 안 좋아해요.
도우미 (달래느라) 아...그래...미역국은 원래 생일인 사람이 먹는 게 아냐.
애 낳은 날 맞춰 그 엄마가 먹는 거지.
(하다 엄마 얘기에 놀라 입을 막는다.)
태광 (반응 없고)
도우미 이사장님이 같이 식사 못해서 안타까워 하셨어.
좋은 선물 하나 골라놓으래!
태광 (밝게) 그러죠 뭐! 잘 먹었습니다.

태광, 기분 좋은 얼굴로 일어난다. 도우미 오히려 불안하게 보는

#39. 버스 정류장. 아침
등굣길. 이안, 정류장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학생들을 싣고 막 출발하려는 버스 한 대. 흘려보내려다
버스 뒤쪽 손잡이 잡고 서 있는 은비 보이면,
이안, 갑자기 다급해져 우다다 달려가 기어이 올라탄다.
버스 앞쪽에 손잡이 잡고 서있는 이안.

#40. 버스 안. 아침
이안, 핸드폰 문자 찍는다. 핸드폰 창으로 글자 뜨며

이안(E) 결석했더라! 아팠냐?

은비, 핸드폰 확인하는 모습 슬쩍 쳐다보는 이안

은비(E) 아니!
이안(E) 그럼.... 땡땡이?
은비(E) 응!
이안(E) (웃음으로) 너.... 고은별 맞냐?

은비 문자 확인하고 괜히 가슴 철렁해져.
뭔가를 찍을까 말까 망설이다 답장 보내지 않으면

이안(E) (대답이 없자) 고은별! .......고은별!! .......

은비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데,


정류장에 버스 멈추자 많은 아이들 우르르 몰려 탄다.
이안 속수무책 뒤로 뒤로 밀리더니 은비 옆에서 딱 멈추면
어색하게 눈 마주치는 두 사람.

이안 (같이 타고 있는 것 들켜 민망하지만 툴툴) 왜...대답이 없어...?


은별 ......(어색하게 웃어 보인다.)

#41. 태광의 차 안. 오전
기사 딸린 고급세단 신호대기 중이다.
뒷자리 상석에 널브러져 앉은 건, 교복 입은 태광.
이어폰 꽂고 노래 흥얼흥얼거리면
기사 노래를 다하구, 오늘 뭐 좋은 일 있어?
태광 (아무렇지 않은 척) 뭐... 그냥 그래요. (이어폰 빼고)

태광, 답답한지 창문을 확 열어 밖을 보다가, 뒤차의 김준석을 발견한다.


김준석, 늦을까봐 시계를 보며 차를 바짝 붙이면
태광, 한쪽 입 꼬리 올려 씨익 웃는.
신호 바뀌고 차가 출발하자 때를 기다리다가, 이때다!

태광 (순식간에 달려들어 백기사 목을 안으며) 으아악!! 저기저기저기!


백기사 으악! (덩달아 소리 지르며 급브레이크 밟는)

뒤이어 쿵!! 하고 충격 오면 태광 “예쓰!!”

백기사 (앞을 살피며) 뭐...뭔데 그래? 지나갔어?


태광 (태연히 인도 쪽 가리키며) 저어어기 저 여자, 겁나 예쁘죠?

백기사, 또 당했구나 싶은 얼굴로 보면.


태광, 교복 재킷, 가방, 주섬주섬 챙겨 서둘러 내린다.

#42. 도로 일각. 오전.


사고현장 뒤로 자동차들 빵빵거린다.
김준석, 고급 외제차를 박았음을 확인하고 사색이 된다.
태광, 뒷목을 잡고 오만상 찌푸리며 “아이구..아야야....”하며 다가오면

김준석 어..너? (걱정 반 의심 반인 얼굴로) 괜찮냐?


태광 (정색하고) 아.니.요!!!
김준석 그래, 미안.
태광 쌤!! 들이 받고 이런 거 쌤 스타일 아니잖아요?
늘 적정 거리를 유지해야 안전하죠. (다가와 작게)
앞 차와 뒤차 사이에도, 샘과 학생 사이에도! 잘 아시면서!
김준석 (어디서 들어본 얘기 같고)
태광 (찌그러진 부분 툭툭 치며) 어떡하냐. 꽤 나올 텐데...
김준석 보험 처리 해야지.. (하다가 멈칫, 뭔가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는 듯 머릴 감싸 쥐는)
보험직원(E) 고객님 5월3일 날짜로 자동차보험이 계약 만료 되셨는데요.

김준석, 태광의 뒷모습 보며 주먹 부르르 쥐고 있고,


사고 현장 뒤쪽 차들에서, 한 손에 참고서 든 채 서둘러 내리는 학생들
그 옆으로 공재호가 탄 차 멈춰서더니 창문 내려가면
태광,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공재호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학교로 뛰어 들어 가는데
마침, 사고현장 쪽으로 다가오던 은비 그 모습 본다.
이안 (김준석 향해) 샘! 괜찮으세요?
김준석 어! 가벼운 접촉 사고야! 들어가서 자습하고 있으라고 전해라!
이안 네!

못마땅한 표정으로 태광을 바라보다가 창문 닫고 가는 공재호


은비, 공재호의 얼굴 뚫어져라 본다.

#43. 3반 교실 앞. 오전
태광, 교실로 가려다 방향 틀어 보건실로 들어간다.

#44. 3반 교실 안. 오전
어수선한 교실. 윤재 아성 병규 앞쪽에서 신나게 떠들고 있으면

민준 공부하고 있는 애들 안 보여? 조용히 좀 하자!


윤재 그래 야! 담탱이가 사고 났다는데
분위기 너어무 즐거운 거 아니냐?
민준 니가 제일 신나 보이거든?
윤재 응! 미안!

윤재 아성 병규 못마땅한 얼굴로 뒤로 가서 놀자 눈짓하며 간다.

은비 시진아! 나 어제 세계사 노트 필기 한 것 좀 빌려 줘!
시진 어! (노트 꺼내 넘겨준다.)
은비 고마워! (자신의 노트 펴 필기 시작 하면)
송주 (은별에게 다가와 필통에서 펜 하나 꺼내며)
공별! 나 이거 좀 쓸게! (하다가 은비의 노트 본다.)
대박! 야! 기억상실증 걸리면 글씨체도 바뀌냐?
시진 진짜? (시진 고개 디밀고 은비 글씨 보면)
은비 (글씨 쓰다가 멈추고 애써 웃으며) 뭘... 그렇게 봐...
시진 완전 신기하다.

시진, 가방에서 예전에 은별에게 받은 쪽지 꺼내


노트 옆에 나란히 두고

시진 봐봐!! 고은별! 이거 예전에 니가 나한테 준 쪽지야!


완전 달라! 너두 신기하지?
은비 (당황스러워) 어..그..그러네?
시진 영화에서 보면 기억은 못해도, 몸으로 익힌 건 다 그대로 하던데?
잘하는 운동이나, 피아노 같은 거!
송주 (장난스럽게) 맞아! 한이안이 기억상실증 걸린다고 수영을 못하겠
냐?
그치 이안아?
이안 글쎄....영화가 틀렸을 수도 있지 (은비 보면)
은비 (이안과 눈 마주치자 마음 불편해져) 나중에 해야겠다.
(노트 덮는다.)

수업종이 울린다. 은비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나면

송주 종쳤는데 어디 가?
은비 나 보건실에 가서 약 좀 받아 올게. 두통 때문에 (나간다.)

이안, 왠지 긴장한 듯 한 은비를 본다.

#45. 보건실 안. 오전
태광, 사방에 커텐 쳐진 침대에 누워 있다.

보건샘 (아차! 잊고 있었다) 공태광! 수업종 울렸어. 얼른 교실로!


태광 (엄살 부리며) 샘! 교통사고 후유증이라니까요.
보건샘 안 좋으면 이제라도 병원을 가보던가!
태광 그 정도는 아니구요! 전치....두 시간?
보건샘 으휴......행정실 다녀올 테니까 조용히 쉬고 있어!
태광 넵!!

문 닫히는 소리 들리면, 태광 무표정하게 천천히 일어나 앉는다.


핸드폰으로 송희영 기사 씁쓸하게 보는데
보건실 문 열리고 누군가 들어서는 소리 들린다.
은비, 보건샘 찾으며 다가가는데, 커텐 사이로 태광 보이면
옆 침대에 걸터앉으며

은비 공태광! 사고 난 것 같더니....어디 다쳤냐?


태광 말 시키지 마라! 상태 심각하니까
은비 저번에 니가 그랬지? 내가 너 사람 취급 안했었다고
우리 서로 말 섞어 본 적도 없다고......
그럼 넌 나에 대해 아는 게 없겠네?
태광 하나는 있지!
은비 뭔데?
태광 기억상실증이잖아 너!
은비 그래! 맞아! 나도 너 모르고, 너도 나 모르고! .......
공평하네! 좋다!! (웃으면)

태광, 커텐 확 쳐서 은비 얼굴 보며 어이없다.

태광 좋냐? 기억상실증 걸려서?


은비 나도 비밀 하나 알려줄까?
(거짓말 해야만 하는 게 쉽지 않다. 미안하고 불편하고 두려운)
.......내가 하는 말 아무 것도 믿지 마...나 완전 거짓말쟁이니까
태광 나보다?
은비 있잖아.....내 이름..... 고은별이다...
태광 (어이없어 혀 끌끌 차며) 어이구....내가 너 이럴 줄 알았다!
그렇게 미치게 공부하는데, 안 미치면 이상하지.
질 수 없다. (핸드폰 창에 송희영 기사 내 보이며)
야! 너 톱스타 송희영 알지? 이 여자 우리 엄마다! (킬킬 웃으면)

은비, 짠한 얼굴로 태광을 본다.

#46. 교무실. 오전
김준석, 핸드폰 통화중이다.

김준석 (흥분해서 크게) 치..치..칠백이요? (하하하 웃고) 그럴리가요.


뭔가 착오가 있으셨나본데, 범퍼랑 번호판 조금 찌그러진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김준석, 동료 교사들 의식하며 마음 진정시키려 애쓰며

김준석 아...예...일단, 알겠습니다. (끊고 심호흡하는데)


교감 (지나가며) 아니 무슨 차를 받았길래 그럽니까??
안주리 보험사에 연락 하셨어요?
김준석 네? 그게 저기....
안주리 (표정 구겨지며) 설마 무모험이에요?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네요!
김선생님!! 범법자셨어요?
김준석 범...범법자요?

안주리, 상대하기 싫다는 듯 컵 들고 쌩 하니 가버린다.


김준석 골치 아픈 듯 머리 쥐어뜯다가 핸드폰 진동 울리면.
‘이사장님’확인하고 심란해진다.

#47. 이사장실. 오전
이사장 앞에 와서 서는 김준석

김준석 (사무적으로) 이사장님! 부르셨습니까?


이사장 (따뜻하게) 준석아....
김준석 (마지못해) 네...선생님....
이사장 오전에 사고 났지? 지나다 봤다.
태광이 녀석이 또 장난을 한 모양이던데...
김준석 아닙니다. 제가 부주의했습니다.
이사장 사고처리는 신경 쓰지 마라.
김준석 (단호한) 아뇨!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이사장 (한숨 한 번 쉬고) 태광이녀석 정 감당 안 되면....
김준석 (말 자르며) 선생님과 상관없이 그냥 저희 반 아이들과
똑같이 대하고 있습니다.
이사장, 차가운 김준석의 태도 마음에 걸린다.

이사장 너... 나한테 실망 많이 한 거 알고 있다.


김준석 실망은요. 저도 그런 말 할 자격 없는 놈인데요. 뭐
이사장 .......
김준석 선생도 어차피 그냥 월급쟁이라고 생각하고 사니까....
뭐 나쁘지 않아요! 가보겠습니다!

담담하게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 나오는 김준석

#48. 복도. 오전
김준석, 이사장실에서 나와 복도를 걸어가는데
마주 오는 은비. 은비, 목례하고 준석을 스쳐 지나는 순간
두 사람의 핸드폰 문자메시지 수신음 동시에 울린다.
김준석, 확인하고 멈춰 서는데 표정 좋지 않다.
은비, 핸드폰 확인하면
<좋았던 기억이라도 간직해줄래? -수인>

<플래시백-3회 #16. 은별모 가게 앞. 밤>

수인모 초등학교 때 우리 집에 자주 놀러왔었는데 나 모르겠어?


수인이 엄마야!

은비 (혼잣말) 수인이?
김준석 (놀란 표정 감추며) .....뭐라고?
은비 아니.....이상한 문자가 와서요...근데 선생님!
혹시 우리 학교에 수인이라는 애 있어요?
김준석 글쎄....전교생 이름을 다 알 순 없지.

김준석 무거운 표정으로 복도 끝으로 걸어간다.

#49 . 3반 교실. 낮
태광 엎드려 자고 있고, 기태 책상 주위에 아이들 모여 떠들고 있다.

해나 (송희영 결혼기사 뜬 핸드폰 내밀며)


야.. 대박 대박! 송희영이 우리 이사장 옛날 부인이라며?

은비, 놀라서 태광을 슬쩍 보면, 태광 눈 감고 있다.

효은 아.. 이사장 완전 불쌍하다! 자기는 아직 혼자 사는데,


송희영은 벌써 세 번째잖아!
진권 에이씨! 이사장도 애인 있겠지! 완전 어린 여자!
해나 근데, 우리 엄마가 아는 사람한테 들었다는데..
이 여자, 돈 많은 남자랑 결혼해서 위자료 두둑하게 챙기는데
선수랜다, 야.
기태 야! 송희영이 위자료 뜯어 가가지구,
우리 체육관 사이즈가 반으로 줄었다는 썰이 있어!!!

아이들 까르르 웃으며 장난치는데

태광 (몸 일으켜 앉고) 아...진짜 드럽게 시끄럽네!!!!!!

태광 순식간에 일어나 기태 책상 발로 확 차버리면


우당탕 책상 넘어가고, 의자 채로 뒤로 나자빠지는 기태
아이들 “악!!!”소리 지르며 사방으로 피한다.

기태 이 미친새끼!! 내가 경고했지? (태광의 멱살을 잡으면)

태광, 기태 밀쳐내고 주먹으로 턱을 날린다.


기태, 입술의 피 슥 닦아내고 기막혀 “허!!”하고 웃으며

기태 너 완전 돌았구나?
해나 (윤재 앞으로 떠밀며) 야!! 말려말려! 저러다 공태광 죽어!!!
윤재 (두려운) 말리다 내가 죽어...
송주 야! 어떻게 좀 해봐!!!
효은 내가 선생님 불러올게! (달려 나간다.)

기태, 달려들어 태광의 얼굴 한 대 치면,


넘어졌다 바로 일어나 또 다시 기태를 향해 돌진하는 태광.

#50. 교무실. 낮
두리번거려도 김준석 보이지 않자
학주를 향해 달려가는 효은

효은 선생님! 큰일 났어요! 공태광이랑 권기태 싸워요!!

깜짝 놀라 달려 나가는 학주

#51. 3반 교실. 낮
기태, 태광의 멱살을 움켜쥐고 쉴 틈 없이 주먹을 날리면
다시 나가떨어지는 태광
피떡이 된 얼굴로 태광 씩 웃으며 기태를 향해 또 한 걸음 떼는데

은비 (다가가 태광의 팔을 붙잡으며) 이제 그만 해!!!!!!


태광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은비 확 밀치면)

은비, 우당탕 사물함에 몸을 부딪치고 쓰러진다.


그 때, 교실로 들어오다 그 모습 보는 이안, 깜짝 놀라 달려가며

이안 고은별!!!! (다가가 은비 붙잡고) 괜찮아?


은비 어.....

송주 해나 시진 “은별이 어떡해!!” 하고 은비 둘러싸면


이안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
기태에게 달려들려고 몸부림치는 태광을 뒤에서 꽉 안으며

이안 그만해 이새끼들아아아!!! 고은별 다쳤잖아!!!!!!!

교실 문 앞에 와 서있는 학주

학주 (버럭)무슨 짓들이야!!!!!!!

일순 조용해지는 교실
진권 필사적으로 기태를 붙잡고 있고,
태광, 그제야 정신 차리고 뒤를 돌아보면
은비, 바닥에 쓰러져 있다.
태광,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미안한 얼굴로 다가가
은비 일으키려 하면,
이안, 태광을 거칠게 밀쳐내고 은비를 부축한다.

학주 공태광! 권기태! 따라 와!!!!

#52. 세강고 일각. 오후


하굣길. 은비 오른 쪽 팔에 드레싱밴드 붙어 있다.
송주 시진과 함께 걸으며

시진 너 완전 하늘이 도왔거든!!
송주 어디 겁두 없이, 기태랑 태광이 싸움에 끼냐?
옛날에 고은별 같았어봐!
시끄럽다고 책 들고 바로 도서관으로 갔을 걸?

송주, 시진 얼굴 마주보며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송주 너, 기억 돌아오면 말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수학여행 때부터 진짜 이상해 고은별!
은비 내가.... 어땠는데?
시진 우리 수학여행 간 리조트에서 너 어떤 남자랑 싸우고,
목에 상처까지 났었어!
은비 (이안이 말 떠오르고) 상처? 수학여행 때 다친 거구나...
송주 너 우리랑 말도 안하고.,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니까?
은비 어떤....남자? 그게 누군데?
시진 너무 어두워서 자세히는 못 봤어. 키가 되게 크구.....
은비 혹시....한이안 아냐?
송주 이안이는 거기 안 왔었단 말이야.
은비 정말? 아무도 한이안 못 봤어?
송주 수학여행 내내 대회였다니까?

은비, 그 남자가 누굴까 궁금하고 혼란스럽다.

은비 얘들아! 먼저 가! 나 잠깐 들릴 데가 있어!

은비 서둘러 뒤 돌자마자, 간발의 차로


송주와 시진 옆을 스쳐 지나가는 소영
은비, 몇 걸음 가다가 설마 하는 눈으로 소영의 뒷모습을 잠시 본다.

#53. 수영장. 오후
연습 마치고 나오던 이안, 은비를 발견하고 속상한 얼굴로 다가온다.

이안 (은비 팔 보고 표정 굳는, 퉁명스런) 안 아프냐?


은비 많이 다치지두 않았는데 뭐....
이안 또 그러면 진짜 혼난다!
은비 너.... 수학여행 때 잠깐 들렀댔지? 혹시 그 때 나 봤어?
이안 (당황스럽다. 떠오르는 기억)

<플래시백-2회 #67. 양재천 일각. 오전>


후드 뒤집어쓰고 물에 발 담그고 앉아 있는 두 사람

은비 하긴, 넌 경기 때문에 수학여행도 못 갔는데 알 리가 없지!


이안 갔었어. 밤에 잠깐.
은비 너 왔던 거 아무도 모르던데?
이안 당연하지! 보고 싶은 사람만 살짝 만나고 왔으니까!
은비 누구?
이안 내가 그걸 너한테 왜 갈켜주냐?

#이안, 잠시 망설이며 은비 보면

은비 나... 봤냐구...
이안 (시치미) 못 봤거든?
은비 송주랑 시진이가 그러는데, 내가 리조트에서
어떤 남자랑 싸우는 걸 봤대. 목에 상처가 날 정도로 심하게
이안 (억울한) 야.. 그건..
은비 누구지? 혹시 짐작 가는 사람 없어?
이안 글쎄.... (말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54. 태광의 집 복도. 밤
화를 누르며 저벅저벅 태광의 방으로 가는 공재호

#55. 태광의 방. 밤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공재호.
본 척도 하지 않고 게임에만 열중하고 있는 태광,
얼굴 곳곳에 밴드 붙이고 상처 났다.
공재호, 화가 치밀어 멀티탭에 다다다 꽂혀 있는 플러그들을
확 뽑으면, 시끄럽던 소음 일순 사라지며 툭! 꺼져버리는 게임기.
적막한 가운데, 태광 정지화면처럼 가만히 앉아 있다.

공재호 (단호하게) 내일부로 학교 자퇴하고 유학 준비해라.


태광 왜요? 한두 달.. 정신병원 보내는 걸론 성에 안 차세요?
공재호 너나 나나 서로 안 보고 사는 게 약인 것 같다!
태광 (픽 웃고) 그렇지....이제 진심이 나오시네...
치료는 무슨!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은 거면서!!

태광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의자 뱅글뱅글 돌리고 있다.

태광 (비아냥거리며)오늘 무슨 날인지 아시죠?


선물은 됐고, 10년 만에 세 식구 모여서 밥이나 먹는 거 어때요?
엄마! 세 번 째 결혼도 축하할 겸!
공재호 (열 받고, 경멸의 눈으로 보며)
넌 갈수록 하는 짓마다.... 니 엄마랑 똑같구나....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감정 표현이 안 돼.....

태광 다가가 아버지 얼굴 뚫어져라 보며, 눈빛 살벌해져

태광 궁금하네.....엄마 아들이라 닮은 건가....?


혹시 아버지랑 살면 다 이렇게 되는 거 아니구요?
공재호 (못 참겠다. 터지며)한심한 놈!!
언제까지 이렇게 어리광만 부리면서 살 거야!!!!!!
그렇게 못 견디겠으면 이 집에서 나가!!!!
태광 (상처가 깊은) 아니요!!! 벌 받는 중이라면서요!!!!
저를 태어나게 만든 게 죄라면서요!!
그럼 그냥 쭈욱 벌 받으셔야죠!
제가 죽으면 끝나겠네요!!!
공재호 (버럭) 그게 애비한테 할 소리야!!!!!(짝!! 뺨 한 대 갈기면)
태광 (눈물 핑 돌아) 잘 생각해 보세요!
뭘 보고 뭘 듣고 자라면 아들이 이따위로 크는지!!!!

태광, 슬프고 분노어린 눈으로 방문을 뻥!! 차고 밖으로 나가면


공재호 참담한 심정으로 우두커니 서 있다.
#56. 도로 일각. 밤
헤드셋 끼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태광.
태광의 귀에 시끄러운 음악 쩌렁쩌렁 울린다.
텅 빈 도로를 향해 “아아아아아악!!!!!!”소리 지르며
미친 듯 질주하는 태광

#57. 은별의 집 앞. 밤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 나서는 은비

#58. 이안의 집. 밤
이안, 금메달을 손에 들고 고민 중이다.
어항 뒤로 금메달 늘어뜨려 시계추처럼 휘휘 저으며

이안 후회 한다..안 한다...후회 한다...안 한다....


후회 한다..안 한다...

이안 결심 굳힌 듯, 금메달 탁 손에 쥐어 주머니에 넣고
핸드폰 문자메시지 찍는다.

이안(E) 고은별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잠깐 나와.

이안,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59. 은별의 방. 밤
아무도 없는 텅 빈 방. 책상에 놓인 은별의 핸드폰에
이안이 보낸 문자메시지 떠 있다.
<고은별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잠깐 나와.>

#60. 양재천 일각. 몽타주. 밤


#각각 다른 곳에서 걷고 있는 이안과 은비
#이안과 은비 두 사람의 거리 점점 가까워지는 듯 보이다가
은비, 누군가를 알아보고 ‘어?’하고 놀라면
#은비 옆을 스쳐 지나가는 스케이트보드 탄 태광
잠시 뒤, 끽!! 하고 멈추며, 태광과 은비 뒤돌아 마주 본다.

태광 (우울한 상태다. 은비에게 다가가며 퉁명스럽게)


야! 넌 왜 남의 일에 끼어들어가지구 이씨!
(팔 보며) 많이 다쳤냐?
은비 나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태광 혹시 그거 안 괜찮으니까 신경 좀 쓰란 말이냐?
니가 하는 말은 다 거짓말이라며?
은비 맘대로 생각해! (가려하면)
태광 .......야! 근데..... 나 지금 되게 혼자 있고 싶거든!
은비 누가 뭐래? (다시 가면)
태광 아이...말귀 되게 못 알아먹네!

은비, 멈춰 서서 태광을 돌아본다.

#61. 양재천 징검다리. 밤


이안, 설레는 표정으로 징검다리 쪽으로 가다가
멀리 나란히 앉아 있는 태광과 은비를 보고 얼굴 굳는다.
손에 들고 있던 금메달 힘주어 꼭 쥐는 이안

#62. 세강고 전경

#63. 3반 교실. 오전
등교하는 이안과 은비.

은비 어제 할 말 있다는 게 뭐야?
핸드폰 두고 나가서 몰랐어.
이안 ......별일 아냐

이안, 표정 없이 먼저 교실로 들어가 버리고, 은비 뒤따라 들어가는데..

태광 (교실로 들어서는 은비 보고) 고은별!


어제 니가 말한 음악 찾아서 들어봤거든!
분노를 가라앉히기는...... 야! 잠만 오더라!
은비 (못 말린다는 듯 풋 웃으면)

이안, 자리에 가방 내려놓고, 기분 나쁜 표정으로 태광을 본다.


그 때, 교실로 들어서는 기태. 아직 화가 덜 풀린 듯
껄렁껄렁 다가가 태광의 어깨 툭 부딪히고 지나가며 자리에 앉는다.

#64. 3반 교실 앞 복도. 오전
김준석 출석부를 들고 복도를 걸어오는데
그 뒤로 보일 듯 말 듯 전학 온 여학생 뒤따라오고 있다.

#65. 3반 교실 안. 오전
아이들 소란스럽고, 은비도 송주와 시진에 둘러싸여
즐겁게 웃고 떠드는데, 교실 앞문이 열리더니 김준석 들어선다.

김준석 자자!! 조용!!

아이들 못 듣고 계속 떠들고 있으면,


손바닥으로 책상 두어 번 두드리며 “주목!!!”하는 김준석

김준석 3반!! 우리 반에 새로 온 전학생이 있다.


진권 (교실 문 넘겨보며) 야! 여자다 여자!!
기태 이쁘냐?
해나 (소리 없이 기태 팔뚝 꼬집는다.)
김준석 낯설 테니까 적응 할 때까지 많이 도와주고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 들어 와!

은비, 송주와 속닥속닥 수다 떨다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앞을 보는데,
수줍게 들어서는 전학생 고개를 들면 소영이다.
충격에 휩싸이는 은비

김준석 자기소개 좀 해볼까?


소영 나는 통영 누리여고에서 전학 온 강소영이라고 해!

아이들, “통영?”“우리가 또 통영을 좀 잘 알지!”


어쩌고저쩌고 떠드는데

소영 친하게 지내자! 잘 부탁....

밝은 웃음으로 아이들을 둘러보던 소영.


뚫어져라 자신을 바라보는 은비와 눈 딱 마주치면 깜짝 놀란다.
하지만 곧 은비를 보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소 지어 보이면
은비의 얼굴 하얗게 질리면서

<4회 끝>
<제5회>

#1. 이안의 인터뷰. 수영장 일각. 낮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는 이안.

이안 수영천재라는 말, 좋죠. 좋은데... 무겁죠


처음엔, 제대로 뜨지도 못했어요.

이안 맨날 앞서 가는 친구들 등을 보는데 화가 나더라구요.


그때부터 한 시간 먼저 오고, 두 시간 늦게 가고...
(웃으며) 천재 아니라 그러면, 실망하려나?

이안 네? 소중한 거요? 수영이 전부는 아니죠.


우리 아버지랑....또....

은비를 떠올리며 쑥스럽게 웃는 이안의 얼굴에서....

#2. 양재천 징검다리. 밤 (4회 #61. 양재천 징검다리. 밤)


이안, 설레는 표정으로 징검다리 쪽으로 가다가
멀리 나란히 앉아 있는 태광과 은비를 보고 얼굴 굳는다.
손에 들고 있던 금메달 힘주어 꼭 쥐는 이안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선다.

#3. 은별의 집 앞. 밤
마당을 지나 걸어 들어가는 은비, 현관문에 매달린 금메달을 발견한다.
집어 들고 보면 수영대회라 써져 있고,
은비, 이안 떠올리며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4. 은별 방. 밤
책상 앞에 앉은 은비, 핸드폰 문자 확인하고 답장 보낸다.

은비(E) 메달.. 니가 놓고 간 거야?


이안(E) 응, 너 주기로 약속 했던 거야.
기억 안 나겠지만....
은비(E) ......고마워

은비, 메달을 가만히 보다가 책상 가장 아래 서랍을 연다.


메달 넣고 문 닫으려다가 구석에 있는 작은 상자 발견하고 꺼낸다.
상자 열어보면, 은별의 어린 시절 물건들이 들어 있다.
은별과 이안이 어린 시절 수영장에서 함께 찍은 사진들,
낡은 어린이용 머리핀, 이안에게 받은 크리스마스카드,
도서대출카드 등을 차례로 꺼내보는 은비
서글픈 미소로 메달을 상자에 넣고 뚜껑을 닫는다.
#5. 3반 교실 안. 오전
아이들 소란스럽고, 은비도 송주와 시진에 둘러싸여
즐겁게 웃고 떠드는데, 교실 앞문이 열리더니 김준석 들어선다.

김준석 자자!! 조용!!

아이들 못 듣고 계속 떠들고 있으면,


손바닥으로 책상 두어 번 두드리며 “주목!!!”하는 김준석

김준석 3반!! 우리 반에 새로 온 전학생이 있다.


진권 (교실 문 넘겨보며) 야! 여자다 여자!!
기태 이쁘냐?
해나 (소리 없이 기태 팔뚝 꼬집는다.)
김준석 낯설 테니까 적응 할 때까지 많이 도와주고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 들어 와!

은비, 송주와 속닥속닥 수다 떨다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앞을 보는데,
수줍게 들어서는 전학생 고개를 들면 소영이다.
충격에 휩싸이는 은비

김준석 자기소개 좀 해볼까?


소영 나는 통영 누리여고에서 전학 온 강소영이라고 해!

아이들, “통영?”“우리가 또 통영을 좀 잘 알지!”


어쩌고저쩌고 떠드는데

소영 친하게 지내자! 잘 부탁....

밝은 웃음으로 아이들을 둘러보던 소영.


뚫어져라 자신을 바라보는 은비와 눈 딱 마주치면 깜짝 놀란다.

소영 (다시 표정 밝게 바꾸고) 잘 부탁해!!

소영, 은비를 보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소 지어 보이면


은비의 얼굴 하얗게 질리면서

#타이틀 <후. 아. 유?>

#6. 휴게실. 낮
은비, 송주, 시진, 해나, 효은 핸드폰 보며 수다 떨고 있는데
소영이 수줍게 다가와
소영 (미소로)나두 앉아두 돼?

은비, 시선 피하고,
시진, 송주 옆으로 당겨 앉으며

시진 어, 그래! 여기 앉아!!
소영 고마워! (시진 옆에 앉는다.)
시진 야! 우리 얼마 전에 통영으로 수학여행 갔다 왔는데...
은비 !!
해나 (새침하게) 통영에 쭉 살다가 서울로 이사 온 거야?
소영 (표정 한 번 움찔하고) 어...이번에 아빠가
서울지검으로 발령 받아서.

저쪽에서 오후 훈련 가는 이안 다가오자
쭈뼛거리며 서있던 여자 후배 두 명이 달려가
간식거리 담긴 바구니 내밀며

여학생 선배!! 훈련 하다 이거 드세요!


이안 (받으며) 고맙다!

여학생들 부끄러워 서둘러 도망간다.


그 모습 지켜보던 송주와 아이들 “오예!! 간식 타임!!” 하면
이안, 늘 그래왔던 것처럼 무심히 다가가
은비에게 툭 건네면, 은비 어색한 미소로 바구니 받는다.
이안 가며 아이들과 인사하고, 아이들 간식 꺼내 신나서 먹는데

소영 (은비에게) 되게 친한 사인가보다
송주 이안이랑 은별이 8살 때부터 친구야!
은비 (소영의 시선 부담스럽고)...나 화장실 좀...

은비, 일어나 가면 뒷모습 뚫어져라 보는 소영

#7. 화장실. 낮
은비, 세면기에서 손 씻는데, 누군가 옆으로 다가와 물을 튼다.

소영 (무심히 손 씻으며 담담하게) 너, 나 기억 안나?

은비,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거울 속 소영과 눈 마주친다.

은비 (굳어서) 기억.... 안 나는데?


소영 (웃으며, 미안한 듯) 왜...통영 병원에서 내가 너한테 실수했잖아?

<플래시백-2회 #16. 통영 병원 앞. 낮>


소영 기억이 안 나세요? 그럼 나게 해줘야지!

소영, 순식간에 은비의 머리카락 한 움큼 휘어잡으면,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은비,

은비 (안도와 불안함으로) 아....그 때 너구나?


소영 (은비의 긴장한 얼굴 의심스럽다.) 진짜 미안했어.
잠깐 사이가 안 좋았던 친구가 있었는데, 너랑 착각 했어.
은비 (화도 나고) 친..구? 사이가 안 좋다고, 친구한테 그런 짓을 해?
소영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어! 오해하지 말구! 잘 지내자? (웃으면)
은비 (마지못해) ...그래!

#8. 학교 중앙 현관. 낮
중앙 현관 통유리 창 앞에 나란히 서 있는 기태와 태광
그 앞에 굳은 얼굴로 서 있는 김준석

김준석 내가 맞은 게 아니기 때문에, 벌점이나 주고


조용히..... 넘어가보려 했지만!!
우리 반의 평화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닦는다! 실시!!

기태, 태광 얼굴 구기고 양쪽 끝으로 멀찍이 떨어져 걸레질 시작하면

김준석 아냐아냐! (고개 저으며 둘이 붙어 서라는 손짓한다)

#기태와 태광 유리 창 사이에 두고 거울 보듯 마주 서서
눈 마주친 채, 손바닥 속도 맞춰 걸레질 하고 있다.

김준석 이 벌의 핵심은 걸레질이 아니다!


시선 피하지 말고, 정확히 속도 맞춘다!!

기태, 부글부글 꼴 보기 싫어 죽겠는 표정이고,


태광, 싱글싱글 웃으며 하아아!!! 입김도 불고,
마주서서 걸레질 하는 두 사람.
그 때 옆으로 지나가는 은비와 송주

송주 공태광! 니가 웬일이냐? 도망 안 가고
착하게 벌을 다 받고?
태광 (은비 한 번 스윽 보고) 그러게! 내가 왜 이러구 있냐?

그 때, 태광의 핸드폰 문자메시지 수신음 울린다.


확인하면 발신인 ‘법적대리인’뜬다.

공재호(E) 수업마치면 바로 집으로 와라!


#9. 세강고 정문 앞. 낮
하교하는 태광 옆으로 빠져나가는 공재호의 차

태광 (조금 섭섭하고) 그렇게 급하면 싣고 가든가....

#10. 수영장 라커룸. 오후


이안 트레이닝 재킷을 벗다가 작게 “아!”하고
찡그리며 불편한 어깨를 만진다.
근심에 싸이는 이안의 얼굴

#11. 수영장 일각. 오후


선수들 일렬로 서 있고, 선배2 한 발 앞에 나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코치 선배2 앞에 서서

코치 (격앙된) 야 이자식아! 부상이 생겼으면 제때제때 보고를


했어야 될 거 아니야!!!!
선배2 ......(침울한 표정으로 말없이 듣는)
코치 (고래고래) 작은 부상 숨기고, 경기 욕심냈다가
골로 가는 자식들 한 둘인 줄 알아!!!!
선배2 (간절하게) 코치님!! 저 아직 괜찮습니다.
코치 이번 대회 빠지고 재활이나 신경 써!!
선배2 (사정하듯) 저 이번 대회 꼭 나가야 됩니다!!
코치 (버럭) 너 5월 경기만 뛰고 선수생활 접을 거야?
(전체 선수들에게) 니들도 조금이라도 이상 느끼면
바로바로 말 해! 알았어??
일동 네!!
이안 .....

코치, 화가 나 문밖으로 나가면,


선배2 “코치님!!” 부르며 따라 나간다.
부상 얘기가 남 일이 아니다. 이안의 무거운 표정에서

#12. 태광의 집 서재. 밤


공재호 앞에 마주서있는 태광. 공재호 책상 위에 서류 내밀며

공재호 (차분하게) 입학절차 다 밟아놨으니까 준비해라.

태광, 예상했던 일이다.


말없이 서류 휙 받고, 뒤돌아 서재를 나간다.

#13. 태광의 방. 밤
불 꺼진 어두운 방에 요란한 게임 영상 번쩍이는데
그 앞에 외롭고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태광
핸드폰 만지작거리다가 생각에 잠긴다.

#14. 양재천 일각. 태광의 회상. 밤(4회 #61 동씬)


이어폰 한쪽씩 나눠 끼고, 약간의 거리를 두고 앉아 있는 태광과 은비
각자 다른 곳 무심히 보다가

태광 (다른 곳 보고 있는 채, 툭)야! 너 집에 안 가냐?


은비 (역시 다른 곳 본 채) 너 지금 혼자 있고 싶다며?
태광 (은비를 보면)
은비 (여전히 시선 멀리 둔 채) ....나두 그렇거든....

다른 곳을 보는 은비와,
담담하게 은비를 오래도록 바라보는 태광

#15. 태광의 방. 밤. (#12에서 연결)


태광, 핸드폰으로 고은별 통화 버튼 눌렀다가
연결 되자마자 화들짝 놀라 종료버튼 다다다다 눌러 꺼버린다.

태광 에이씨!! (핸드폰 옆에 툭 던져버리며 벌렁 드러눕는다.)

#16. 그룹과외 오피스텔. 밤


민준 시진을 비롯한 다섯 명의 아이들 수업 듣는 중이다.
화이트 보드에 문제 풀이하고 있는 강사
민준 눈 반짝이며 집중하고 있고, 시진은 힘겨워 보인다.

<판서내용>
문) 함수 에서 〖〗 일 때, 다음 극한값을 로 나타내시
오.

( 1 ) 〖 〗 〖 〖〖 〗〗 〖〖 〗〗 〗 〖
〗 〖 〖〖 〖〗 분자판서부분 〗〗 〖〖 분모판서부분
〗〗 〗 〖〗

(2) 〖 〗 〖 〖〖 〖 〗 〗〗 〖〖 〗〗 〗=

과외샘 (열정적으로) 자, 1번 문제, 풀어보겠다. 리미트 엑스가 2로 갈 때,


분모와 분자에 대입해 보면, 분모는? 빵,
분자 대입하면 얼마 돼? 빵. 그럼, 무한소 분의 무한소는 맞지?
무한소분에 무한소 꼴이 나오면, 뭘 쓸 수 있다?
민준 로피탈 정리.
과외샘 그렇지, 로피탈 정리. 그럼 한번 풀어보자.
로피탈의 정리에서 리미트 엑스가 2로 갈 때,
분모 미분하면? (시진을 가리키면)
시진 (풀죽어 고개 떨구는)
학생1 1
과외 (못마땅하게 시선 돌리며) 그렇지. 1(보드 분모 부분에 쓴다.)
분자, 미분하면, 자, 이거 중요하다. 이거 몇 차식이야?
민준 일차식!!

시진, 바보 된 것 같아 절망적인 얼굴이다.

#17. 그룹과외 오피스텔 앞 민준모 차 안. 밤


민준모 운전석에 앉아 있고, 옆자리에 앉은 시진모

민준모 (단호하게) 이제라도 빨리 예체능으로 돌리던지,


제대로 된 컨설팅을 받던지!!
시진모 아직 2학년인데 벌써 컨설팅을 받아요?
민준모 (영업 중이다.) 자기... 몸매 신경 쓰는 만큼만
애한테도 신경 좀 써!! 3학년 돼서 상담 받는 건
말기 암 환자 돼서 의사 찾아 가는 거야.
시진모 아아...(솔깃하다)
민준모 아무리 뛰어난 의사도 말기 암 환자한테는 해줄 게 없지?
아무리 뛰어난 입시전문가도 3학년한테는 해줄 게 없어!
시진모 (넘어갔다.) 컨설팅 한 번 만 받으면 우리 시진이도 진짜
한국대 갈 수 있을까?
민준모 한 번 만에 완쾌 되는 환자가 있고,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있잖아?
더 늦기 전에 나 만난 거 다행인 줄 알아!
시진모 (시진모, 감격의 눈으로 보는데)
민준 (똑똑 창문 두드리며) 엄마!

시진모 다가오는 시진 확인하고 얼른 차에서 내린다.

#18. 그룹과외 오피스텔 앞. 밤


저 뒤에 시진이 걸어오고 있고, 시진모 민준을 반갑게 맞으며

시진모 어머! 니가 민준이구나!


민준 안녕하세요? 근데...누구세요?
시진모 나 시진이 엄마야. 시진이!! (시진을 가리키며)
민준 (시진과 시진모 번갈아 보며, 너무 다르게 생겼다.)
이...시진요?
시진모 그래! (시진 부르며) 시진아 얼른 일루와서 인사해!

시진, 입 댓발 나와서 터덜터덜 걸어온다.


시진 (민준모에게 꾸벅) 안녕하세요?
민준모 어! 그래! (마지못해) 아유 참 착하게 생겼네!
아빠 닮았구나?

부글부글, 표정 샐쭉해지는 시진의 얼굴에서

#19. 은별의 방. 밤
인터넷 검색하고 있는 은비, 불안한 표정으로 화면에 뜬
‘통영 N여고, 왕따 당하던 여고생 자살’기사 보고 있다.

<플래시백#7-세강고 화장실>

소영 (무심히 손 씻으며 담담하게) 너, 나 기억 안나?

은비, 괴로운 표정으로 책상에 엎드리는데


컴퓨터에 ‘띠링!’메시지 도착음 울리면, 고개를 든다.
화면에 뜬 팝업창 클릭하면, 광고 이미지다.
은비 삭제하고 창 닫으려는데,
‘보낸 사람 정수인’으로 된 미확인 메시지 두 개 보이면.

은비 정수인? (확인한다.)

2014년 4월 26일 토요일


<은별아! 이제 너 귀찮게 안할게!
내일 마지막으로 한번 만 만나주면 안 돼? 도서관에서 기다릴게>

은비, 궁금한 표정으로 다음 메시지 클릭하면

2014년 4월 27일 일요일


< 아808.3-3-23-12 >

은비 어? 도서관 책 번호?
(은비 갸웃하며 메모지에 < 아808.3-3-23-12 >를 적는다.)

#20. 세강고 입구. 오전


비가 내리는 등굣길. 색색의 우산 쓴 아이들의 행렬.
그 사이에 이안도 섞여 있다.
이안, 저만치 가는 은비를 봤다.
하지만 부르지 않고, 조용히 따라간다.
아이들의 우산에 가려 보였다 안 보였다....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은비의 모습...
이안, 미소 지으며 은비를 향해 저벅저벅 가는데
그 때 이안의 우산으로 후다닥 뛰어드는 누군가.
이안, 깜짝 놀라 슥 바라보면 활짝 웃는 태광

이안 (태광의 손에 들린 우산 봤다. 어이없고)


야! 너 우산 있잖아!
태광 (귀찮은 표정 지으며) 이왕 핀 거 같이 좀 쓰자!
이안 (기막혀) 허!

한 우산 쓰고 등교하는 이안과 태광.


이안, 은비를 눈으로 쫓아보지만 사라지고 없다.

#21. 세강고 도서관. 오전


은비, #20에서 적어 놓은 메모지 손에 들고 책을 찾고 있다.
< 아808.3-3-23-12 >

은비 (책을 훑으며 쭉 걸어간다.) 아...팔공팔...삼...

은비, 찾았다. 책에 붙어 있는 라벨 확인하고 꺼내 본다.


책장 후루룩 넘겨보고, 앞뒤도 살펴보고 털어도 보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면,

은비 이게 아닌가? (고개 갸웃 하며 도로 꽂아 놓는다.)

#22. 3반 교실. 오전
은비, 교실로 들어서는데,
송주와 시진 소영 재미있게 떠들고 있는 모습 보이면,

은비 (잠시 긴장했다가, 마음 다잡고 웃으며 다가간다.)


송주 공별!! 나 교복모델 2차 오디션 오라고 연락 왔다!!
은비 우와! 차송주 완전 축하해!!
시진 (부러움으로) 이러다 너 진짜 스타 되는 거 아냐?
송주 미리 싸인 해줄까?
소영 (웃다가 은비 보고 얼른 자리 비켜주며)
어머! 미안! 여기, 니 자리지?
은비 (담담하게 앉으며) 어! 고마워!
소영 (은비에게 밝게) 이따 점심시간에 나 학교구경 좀 시켜줄래?
은비 어?
송주 (풋 웃으며) 얘 뭐래? 야! 고은별두 지금 학교에서
길 잃어버리게 생겼는데.
소영 그게 무슨 말이야?
시진 은별이가 수학여행 때 사고가 좀 있어서 약간 기억을 잃었어.....
소영 (놀란 표정으로 은비 보며) 통영에서? 어머..어떡해...
송주 어떡하긴? 우리 공별 아무 문제없거든? 금방 돌아 올 거야!
(다정하게 은비의 어깨동무하면서) 그치이?
고개 끄덕이며 애써 웃는 은비,
소영, 의심스러운 눈으로 은비를 보며 웃는다.

#22-1. 상담실. 오후
김준석, 태광과 마주 앉아 있다.

김준석 아버님께 연락 받았다! 유학 가기로 결정했다며?


태광 ......(말없이 쓰게 웃는)
김준석 (태광 표정 읽었다.) 너도... 동의한 거 맞아?
태광 아버지 뜻이 정 그렇다면... 뭐 해야죠!

태광 자퇴서 들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순식간에 싸인해 버리고 툭 건넨다.

김준석 (맘에 걸리지만) 자퇴서 싸인하면,


2주는 숙려 기간 거쳐야 되는 거 알지?
태광 그러시든가요!

태광,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돌아서 가면


김준석 씁쓸한 마음으로 태광과 자퇴서 번갈아 본다.

#23. 카페. 낮
민준모와 은별모 마주 앉아 있다.

민준모 (곤란한) 강사리스트 보강되면 연락 준다고 했잖아!


은별모 그럴 필요 없어! 팀 짤 때 우리 은별이 다 빼줘!
민준모 으이그!! 뭐 섭섭한 거 있구나?
은별모 (여유로운 미소로) 솔직히 다들 사교육에 목매니까,
불안해서 시키긴 했지만, 그동안 우리 은별이 보면서
딱할 때 많았어! 이제 내 욕심에 애 힘들게 안하려구!
민준모 (웃으며) 눈물 난다! 자기... 그거 사랑 같지? 무책임이야!
잘 생각해 봐! 한 번 나가면 영영 끝일 수도 있다?
은별모 알아! 나 끝내려고 온 거야!

은별모, 가방 들고 쌩하니 나가버리면


민준모, 열 받은 표정으로 본다.

#24. 3반 교실. 오전
수업 마치고 책 덮는 안주리.

안주리 곧 전국모의고사 있는 거 알지?


아이들 어어어......(한숨)
안주리 EBS교재에 나오는 영어지문 해석만 달달 외운다고
영어 점수 잘 받는 때는 지났어!
수업종 치고, 아이들 벌써 산만하고 소란해지는데

안주리 (크게) 그 시간에 영어 단어를 하나라도 더 외워!


알겠어??

아이들 우르르 밖으로 몰려 나간다.


교실 앞문으로 나가려다가 안주리와 딱 마주치는 해나, 송주

안주리 쯔쯔쯔....니들은 학교 올 때 숙제는 빼먹어도


화장은 꼭 해야 되지?

송주와 해나 너무 당연한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끄덕 하면

안주리 피부 썩어!! 이것들아!!

#25. 급식실. 낮
이안, 은비, 나란히 앉아 있고, 맞은편에 송주와 시진 있다.
식판을 들고 지나가던 태광, 자연스럽게 은비의 옆자리에 털썩 앉는다.
그 때, 송주 어딘가를 향해 손짓 하며

송주 전학생!! 이리와!!
소영 (식판 들고 미소로 다가와 송주 옆에 앉는다.)
혼자 밥 어떻게 먹나 걱정했는데...고마워!

은비, 소영을 보고 사레들려 켁켁거리면


이안, 스윽 자기 앞에 있던 물잔 은비쪽으로 밀어주는데
은비 잡으려는 순간. 태광, 자연스레 그 물 낚아채 자기가 마시며

태광 밥을 혼자 먹지 그럼 누가 먹여주냐?
이안 (태광이 거슬리고)
시진 (소영에게) 얘가 하는 말은 신경 쓰지 마!
소영 (이안과 은비 보며) 니네 여덟 살 때부터 친구라며?
이안 어! 맞아!
은비 ........
태광 (조금 샘나서) 한이안 성격 좋아! 저 싸가지랑?
소영 싸가지? (풋 웃고, 은비 빤히 보며)
근데....다시 봐도 정말 너무 닮았다!
은비 (눈빛 흔들린다.)
송주 공별이? 누구랑?
소영 있어! 예전에 통영에서 우리반이었던 애!

아이들 즐겁게 밥 먹는데,


이안, 굳은 얼굴로 조용히 숟가락 내려놓는 은비의 얼굴 본다.
#26. 세강고 일각 /(화면분할) 누리여고. 낮
하교하는 아이들. 소영 걸어가며 조용히 (수미와) 핸드폰 통화중이다.

수미 얼마나 닮았길래?
/
소영 닮은 정도가 아니라 완전! 완전! 똑같다니까?
(사이) 살아 돌아왔다고 해도 믿겠어!
/
수미 그게 말이 되냐?
/
소영 (수미가 안 믿자 답답한) 야! 사진 찍어서 보여줘?

그 때 뒤에서 송주 은별 시진 다가오는 소리 들리면,


얼른 전화 끊고 밝은 얼굴로 “잘 가!!” 인사하는 소영

#27. 체육관 앞. 밤
이안, 민규와 함께 훈련 마치고 나오는 중이다.
광고회사 관계자 이안을 기다리고 서 있다가 알아보고 다가가며

광고 한이안 선수죠? (명함 내밀며)


일전에 전화 드렸던 K-기획 이상윤팀장인데요!
이안 (명함 받으며) 아...예!
민규 (명함 들여다보며) 오..여기 엄청 유명한 광고회사 아냐?
광고 거절한 거 아는데 아쉬워서 다시 한 번 찾아 왔어요!
요즘 떠오르는 스포츠 유망주들 중에 한선수만큼
인기 있는 사람 찾기 힘드니까요!!
이안 (예의바르게) 죄송한데요, 5월에 중요한 경기가 있어서
연습에만 전념해야할 것 같습니다.
광고 (아쉽지만) 예! 그래도 혹시 생각 바뀌면 연락 주세요!

목례하고 받은 명함을 대충 주머니에 슥 넣고 가는 이안

민규 시간이 안 되긴! 훈련 없는 날 하면 되지?


이안 (픽 웃으며) 야! 내 체질 아니야!

#28. 이안의 집 앞. 밤
-6부로 넘김

#29. 이안의 집. 밤
-6부로 넘김

#30. 은별의 집 앞 골목. 밤


이안, 정신없이 달려오다가 은별의 집 앞에 멈춰
무릎에 두 손 얹고 가쁜 숨 몰아쉰다.
불 켜진 은별의 창 문 올려다보다가
이안 핸드폰을 꺼내 ‘뭐하냐?’썼다 지우고
‘자냐?’썼다 지우는데 갑자기 은별의 방 창문 확 열리면
순간 당황해 담 밑으로 숨는다.
슬쩍 고개 돌려 창문 보면 은별이 없고

이안 (앉아있는 채, 스스로 어이가 없어) 아니...왜 숨어?

이안, 옷의 먼지 털며 일어나다가 표정 화들짝 놀라면,


저만치에 팔짱 끼고 서서, 보고 있는 은비

이안 (민망해서, 왜 그렇게 보냐는 듯) 뭐? 왜? 뭐?

은비, 표정 없이 터덜터덜 바로 앞까지 다가와 이안의 얼굴 빤히 보면


이안, 두근두근하는 마음 숨기며 보는데

은비 야! 나 배고픈데.....
이안 (그제야 긴장 풀려 장난스럽게 은비 목 확 걸며) 가자!!

#31. 편의점 앞. 밤
야외 테이블에 마주 앉아 사발면 먹고 있는 이안과 은비

이안 (먹으며, 툭) 금메달 잘 있냐?


은비 어! 근데...무슨 약속 이었어?
이안 전국대회에서 처음 딴 메달, 너 주기로 한 약속!
은비 아...수학여행 내내 대회였다 그랬지? 그때 딴 거야?
이안 응! (별일 아닌 듯) 나...그날 바로 통영 갔었는데......
못주고 그냥 왔어. 니가 화가 많이 나있었거든....

은비, 먹다가 멈추고, 떠오르는 기억

<플래시백-2회 #67. 양재천 일각. 오전>

은비 너 왔던 거 아무도 모르던데?
이안 당연하지! 보고 싶은 사람만 살짝 만나고 왔으니까!
은비 누구?
이안 내가 그걸 너한테 왜 갈켜주냐?

은비, 의아한 눈으로 이안 빤히 보면

이안 다 먹은 거냐?
은비가 남긴 사발면 그릇 가져가 맛있게 먹어치우는 이안

이안 우리 예전에, 여기서 라면 자주 먹었었는데...지금처럼!


은비 ......그랬어?
이안 (섭섭하다.) 심하다! 어떻게...하나도 안 남기고 싹 지웠냐?
기억 찾을 수 있게... 내가 도와줄까?
은비 아니!! (고개 저으면)
이안 나...기억하기....싫어?
은비 ...... (눈 마주치지 못하고 피하면)

이안, 서운한 표정으로 애써 웃어 보인다.

#32. 은별의 방. 밤
#4의 상자 열려있고, 은비, 이안의 메달 만져본다.

은비 (은별의 사진 보며) 언니....알고 있었어?


한이안이....언니 많이 좋아했나봐....

미소 짓고 있지만, 조금 서글퍼 보이는 은비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은비,


엄마를 떠올리며, 일어나 베개 집어 드는 은비

#33. 은별모의 방 앞. 밤
은비, 베개 끌어안고 노크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 쓸쓸하게 뒤돌아선다.

#34. 버스정류장. 오전
등굣길. 은비, 정류장을 향해 걸어가다가
버스 기다리는 이안을 발견한다.
이안, 시계도 한 번 보고, 두리번두리번 은비를 찾으면
한 두 걸음 다가가다가, 멈칫하고 정류장 뒤에 숨어버리는 은비
이안, 도착한 버스 타고 가버리면,
은비, 그제야 사라지는 버스 물끄러미 바라본다.

#35. 세강고 휴게실. 낮


은비 송주 시진 휴게실에 앉아 즐겁게 얘기 나누고 있는 모습이
핸드폰 화면에 잡힌다. 송주의 머리에 가려,
은비의 얼굴 보일 듯 말 듯 하는데
순간 핸드폰 앞으로 확 뛰어드는 태광

소영 (깜짝 놀라 핸드폰 놓치며) 악!!

비명소리 듣고, 저만치에 있던 송주 시진 은비,


알만하다는 듯 소영에게로 다가온다.

시진 (소영 잡으며) 괜찮아?


송주 (한심해서) 야! 공태광! 또 뭔 짓 했냐?

태광, 소영의 핸드폰 주우려 하면 얼른 먼저 집어 드는 소영

태광 사진 찍고 있길래... (은별이파 가리키며)


얘들 보다는 내 얼굴이 좀 낫지 않냐?
시진 사진...이라니?
은비 (표정 굳어 소영을 본다.) 너...몰래 우리 찍으려고 한 거야?
소영 (애써 침착하게) 어....미안!! 니들... 노는 게 너무 예쁘고 좋아보여서
송주 (장난 반으로) 야! 그렇다고 도촬을 하면 되냐?
나 무지 비싼 얼굴이거든? (소영의 핸드폰 뺏어 태광이 주며)
야! 공태광! 한 장 찍어 봐! 발만 찍어노면 죽는다!!

태광, 핸드폰 받아들면


송주, 소영의 옆으로 서며 시진과 은별의 어깨동무 하는데,
은비, 차가운 얼굴로 송주의 팔에서 벗어나며

은비 (싸늘하게) 난 찍기 싫어! 먼저 갈게!

은비, 소영의 얼굴 한 번 노려보고 가버리면

태광 (가면서) 그럼 그렇지! 저 싸가지! 저래야 정상이지!!


한동안 좀 이상하다 했다!!

가는 태광의 뒤, 소영, 조금 분한 표정으로 은비를 보고 서있다.

#36. 화장실. 낮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핸드폰 들여다보고 있는 소영.
핸드폰에 은별모가 은별의 실종당시 배포했던 전단지 이미지 떠있다.
소영, 놀란 표정으로 수미와 문자 주고받는다.

수미(E) 야! 대박! 니가 서울에서 만났다는 애가 얘냐?


이은비 죽었을 때, 얘는 실종됐었네? 뭐야? 쌍둥이야?
소영 (놀란 표정으로 혼잣말) 실종?? 은비...은별...

의심이 커지는 소영의 얼굴

#37. 교실. 낮
수업 전인 어수선한 교실. 이안은 오후 훈련 가고 없다.
태광 엎드려 자고, 은비, 언짢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데
소영, 음료수 하나를 들고 들어와 은비에게 다가간다.
소영 (음료수 건네며) 은별아! 아까 기분 많이 나빴어?
은비 ?? (보는, 무슨 수작이지?)
소영 (어쩔 줄 몰라 하며) 미안해! 난 그냥 별 뜻 없이...
앞으로 조심할게. 화 풀어 응?
은비 (말없이 외면하고 있다.)
송주 (다가와 은비 어깨동무 하며) 공별!! 다 내 죄다!
너무 예뻐서 찍었대잖아!!
은비 (그제야 소영의 얼굴 차갑게 올려다보는데)

소영, 애교 있게, 봐달라는 듯 은비를 향해 미소 지어 보이며

소영 (손 내밀어 악수 청하듯) 사과 좀 받아 주라!!!

주변의 몇몇 아이들, 은비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데...


은비, 소영의 속내 이미 읽었고, 아이들의 눈빛 둘러본다.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소영의 손 툭 뿌리치며 냉정하게 교실 밖으로 나가버리는 은비.

송주 야!! 공별!! 그냥 좀 받아주지!!


윤재 아.... 역시 까칠해, 까칠해.....
해나 고은별 기억 돌아 왔나봐! 성질 안 죽었다야!!

소영, 풀죽은 표정으로 힘없이 자리로 간다.


태광, 어느새 눈 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스윽 몸을 일으켜 표정 없이 소영의 뒷모습을 본다.

#38. 세강고 복도. 낮


수업직전이라 텅 빈 복도.
은비, 울고 싶은 심정으로 혼자 걷고 있다.
그 때, 맞은편에서 은비를 바라보며 다가오는 한 학생, 미주다.
은비와 스쳐지나가는 순간, 은비의 손목 잡는 미주

미주 (담담하게) 은별아.....
은비 (당황해서 미주를 보며) 누구......(하다가 문득)
너 혹시...수인이니?
미주 너 기억 잃었다는 얘기 들었어!
아직 안돌아왔구나?
은비 .....
미주 (은비를 안타깝게 보며) 수인이.....죽었잖아......1년 전에
은비 !!! (충격이다.)

<인서트-4회 #48. 복도. 오전>


은비, 핸드폰 확인하면
‘좋았던 기억이라도 간직해줄래? -수인’

<플래시백-3회 #16. 은별모 가게 앞. 밤>

수인모 초등학교 때 우리 집에 자주 놀러왔었는데 나 모르겠어?


수인이 엄마야!

<인서트-#19. 은별의 방. 밤>


컴퓨터 모니터에 떠 있는 메시지 ‘2014년 4월 26일 토요일’
‘은별아! 이제 너 귀찮게 안할게!
내일 마지막으로 한번 만 만나주면 안 돼? 도서관에서 기다릴게‘

은비 도서관? (뭔가가 떠오른 표정이다.)

#39. 거리일각. 낮
은비, 교복 입은 채 집을 향해 정신없이 달려간다.

#40. 은별의 방. 낮
은비, 방으로 뛰어 들어와 책상 서랍을 연다.
#4에서 메달을 넣어둔 상자를 꺼내 뒤적뒤적 거리다
‘국립어린이도서관’도서 대출카드를 찾아 꺼내어 바라본다.

#41. 학교 앞 - 오후
아이들 하교 하는 중이다.
송주와 시진,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려오고 있다.
송주 은비의 가방 들고 있다.

시진 은별이가 수업을 제끼다니...전화도 안 받고....


송주 근데...그게 그렇게 화 날 일이야?
시진 야! 말도 없이 남의 사진 찍는 거, 나두 완전 짜증나거든?
송주 그런가? 내가 보기엔 소영이 괜찮은데,
공별은 영 맘에 안 드나 봐. 그치?

그 때, 뒤에서 걸어오는 태광.


송주, 지나가는 태광에게 은비 가방을 휙 건네며.

송주 무거워! 정류장까지만 들어!


태광 이거 고은별 꺼냐?
송주 어!!

태광, 가방 들고 성큼성큼 앞장 서 가버리면


송주 (황당한) 야!! 공태광!! 가방 갖고 어디 가?
태광 (돌아보며 해맑게 으쓱 하고 그냥 가면)
송주 어쩌려고?! 야!! (크게) 너 낼 아침에 꼭 가져와야 된다!!
(뭔진 정확히 모르겠지만) 쟤 요새 좀 이상하지?
시진 늘 이상하지 않았어?
송주 (끄덕이고) 아하? 하긴! 우리 떡볶이 먹고 갈래?
시진 (얼굴 확 시들며) 나.. 과외...
송주 (가엾단 얼굴로 확 안아주며) 으구으구 이시진 힘내..!

#42. 도서관 안. 낮
은비, < 아808.3-3-23-12 > 메모지 손에 들고,
책장 사이를 오가며 번호를 확인하고 있다.
거의 근접한 번호의 책장을 확인하고
손가락으로 책 번호 훑으며 쭉 따라 들어가
꼭대기 칸 구석에 똑같은 번호가 달린 책 한 권 발견한다.
두껍고 아무도 읽지 않은 듯 먼지 내려앉아 있다.
은비, 까치발 들고 낑낑거리며 책을 꺼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조심스럽게 펼쳐 본다.
중간 중간 글자마다 형광펜으로 색칠이 되어 있고,
은비, 이게 뭔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소리 내어 연결해보면
수인이가 남긴 메시지가 완성 된다.

은비 (띄엄띄엄 페이지 넘겨가며 읽는) 은....별....아...


나..못..본..척..해도 괜찮아...그래도 넌 나의 하나뿐인 친구야...

메시지가 마무리 되고, 은비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데


저절로 여러 장 후루룩 넘어가는 페이지,
책 틈에, 뭉텅 찢겨져 있던 은별의 일기장 나머지 부분이 끼워져 있다.
은비, 일기장의 나머지 부분 집어 들어 보다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손에 힘 툭! 풀리면
책 바닥으로 떨어지며, 한 장 한 장 흩어져 날리는 찢어진 일기들

중간타이틀 <후. 아. 유>

#43. 그룹과외 오피스텔. 오후


민준, 시진과 학생 1,2,3 문제집 풀고 있고
강사, 아이들 뒤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민준과 학생1,2,3 무섭게 집중하는데
시진 그 분위기와 어려운 문제지에 질식할 지경이다.
핼쑥한 얼굴로 다시 문제집에 코를 박는.

#44. 그룹과외 오피스텔 화장실. 오후


시진, 찬물로 세수한다.
#45. 그룹과외 오피스텔. 오후
휴식시간. 민준, 여전히 책상 앞에 앉아 공부에 열중하고 있고
학생 1,2,3 맞은편에 앉아 얘기 나누고 있다.
학생1, 민준의 책상 톡톡 치며 말 건다.

학생1 야! 니네반 걔, 이 수업 알아듣긴 하는 거냐?


민준 (별로 관심 없다.) 이시진한테 직접 물어봐
학생2 (픽 웃고) 걔 몇 등급이냐? 아까도 문제집 못 풀어서 끙끙대던데.
학생3 우리랑 성적 차이 심하지 않아?
이럴거면 애초에 레벨테스트는 왜 하는 거야?
민준 (건조하게) 왜겠냐? 고은별 대신 오기로 한 애가 펑크 냈어!!
이시진 덕에 니들 한 명당 오십만 원씩 돈 굳은 거야!
일동 아.... (그제야 고개 끄덕이면)

#46. 오피스텔 복도. 오후


살짝 열린 문 옆, 벽에 기대어 서서 듣고 있는 시진.

학생3(E) (웃으며) 앞으로 잘해줘야겠다. 우리 후원자네?

시진, 상처받아 눈에 눈물 고이며 입술을 꼭 깨문다.

#47. 시진모 차 안. 오후
시진모 운전 중이고, 풀죽은 표정으로 옆자리에 앉아있는 시진

시진 (차마 들었던 얘기 하지 못하고)


나...과외 그만 하면 안 돼?
시진모 (달래듯이) 며칠이나 했다고 벌써 그런 얘길 해!
시진 (진심으로) 하기 싫어... 나랑 수준도 안 맞고...
시진모 (갑자기 화가 솟구치는) 아우...넌 그게 문제야! 약해 빠져가지구!
독하게 노력해서 수준을 맞춰야지!!
해보지도 않고 나가떨어지니?

시진, 속상해서 눈물 뚝뚝 떨어뜨리며 흐느끼면


시진모 놀래서 슬쩍 쳐다보고

시진모 뭘 또 울어? (다시 달래듯) 알았어.....


그럼 이제라도 예체능으로 돌리자.
시진 (기막혀 붉은 눈으로 엄마 쳐다보는데)
시진모 (앞만 보고 운전하며, 진지하게)
미술 할까? 민준 엄마가 그러는데 비싼 레슨 붙이면
아직 가망 있대! (확신에 차) 음악은 틀렸어!
시진 (엄마 제발..하듯이) 엄마아아..... (더 서럽게 펑펑 울면)
시진모 어우 열불 나! (소리 빽) 그럼 뭐해서 대학 갈건데?
하고 싶은 게 뭔데에? 우리가 돈이 없어 뭐가 없어?
말만 하면 다 해준다는데 왜 우는 거야아??!
시진 (참고 참았던 울분 빵 터지며) 하고 싶은 게 없어서 운다!! 왜?
시진모 (전혀 이해 안 된다는 표정으로) 어우 속 터져......
시진 아빠 닮아 머리가 좋던지! 엄마 닮아 쭉쭉빵빵이든지!!
날 왜 이렇게 났어? 안 좋은 것만 섞어놨냐구! 왜?

시진, 서럽게 울어버리면, 기가 차서 혀를 끌끌 차는 시진모

#48. 은별의 방. 오후
은비, 심각한 표정으로 #41에서 찾은
은별의 일기장 나머지 부분을 들고 읽고 있다.

#49. 은비의 상상. 거리 일각.밤

은별(E) 오늘도 그 아이는 내 뒤를 따라다닌다.


뒤돌면 누군지 알 수 있는데......
나를 위협하는 친구의 얼굴을 보게 될까봐 두렵다.

은별, 어두운 골목길 불안한 얼굴로 혼자 걷고 있다.


누군가가 뒤따라오는 것은 느끼는 듯
자꾸만 뒤를 힐끔힐끔 돌아보려다
끝내 용기내지 못하고 걸음을 서둘러 도망간다.

#50. 은비의 상상. 그룹과외 오피스텔. 밤

은별(E) 내가 혼자 있을 때 불을 끄고 문을 닫는다.
그리고 흔적을 찾기 전에 사라진다.

혼자 남아 공부하고 있는 은별
갑자기 강의실 불이 툭 꺼지고 칠흑 같은 어둠 속,
딸깍 하고 문 닫히는 소리 들리면 은별의 얼굴 하얗게 질린다.
은별 두려운 얼굴로 천천히 일어나 문을 열고 밖을 보면
텅 빈 공간, 아무도 없다.

#51. 은비의 상상. 은별의 방. 밤


침대에 모로 누워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작게 흐느끼는 은별

은별(E) 엄마에게 말을 할 수도 소리 내 울 수도 없다.


나는 벌을 받아 마땅한 아이니까

#52. 은별의 방. 현재. 오후 (#47에서 연결)


은비,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은별의 일기장을 펼친다.
도서관에서 찾은 종이 뭉치를
뭉텅 찢어져 있는 일기장 빈자리에 대보면 딱 맞는다.
#53. 수영장 앞. 밤
훈련을 마친 이안, 가방을 메고 나온다.
벤치에 앉아 발끝으로 땅을 톡톡 치고 있는 은비
무표정 하던 이안, 얼굴이 확 밝아지며 은비에게로 간다.
이안, 은비 옆 자리에 털썩 앉으며

이안 무슨 생각 하길래 사람이 오는지도 모르냐?

은비, 불안한 표정으로 말없이 이안을 바라보면


이안 밝던 얼굴 근심으로 바뀌며

이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은비 (결심한 표정으로) 한이안!! 나..기억 찾게 도와준댔지?
도와 줘. 알아야겠어. 내가 어떤 애였는지.

이안, 가만히 은비를 보고만 있는다.

은비 (단단한 얼굴로 이안을 보며)


나 진짜 예전의 고은별이 되고 싶어.

이안, 걱정되지만 분위기 바꾸려 밝게 웃는다.


은비의 머리카락 흩뜨리며

이안 그래! 내가 니 기억 책임지고 찾아준다!


대신 내덕에 기억 찾으면 소원 하나 들어주기다?
(새끼손가락 내밀며) 약속!!

은비, 지킬 수 없는 약속이다. 대답 못하고 시선 피하면


이안 억지로 은비의 손 잡아당겨 손가락 걸며 웃는다.

#54. 양재천 일각. 밤


양재천 구름 다리위에 서서 팔을 물 쪽으로 쭉 뻗고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셀카 찍는 태광.
팔 끝에 은비의 가방이 대롱대롱 위태롭게 걸려있다.

#55. 은별의 집 앞. 밤
걷고 있는 두 사람. 이안, 은별의 집 앞에 다다라
들어가란 인사를 하려고 마주보는데
울리는 은비의 핸드폰 문자메시지 수신음
은비 확인하면, #53에서 찍은 태광의 사진 떠 있고

태광(E) 10초 준다.


은비, 복잡한 얼굴로 짧게 한숨 내쉬는데
핸드폰 가져가 확인하고 표정 굳는 이안

#56. 양재천 일각. 밤


태광, 은비 가방을 베고 물가 벤치에 벌렁 드러누워 있다.
그 위로 드리워지는 긴 그림자. 이안이다.
태광 눈 떠서 보고, 깜짝 놀라는데
이안, 태광이 베고 있는 은비 가방을 홱 빼내면
태광, 머리가 쿵 바닥으로 떨어진다.

태광 (일어나며) 아이씨!!! (은비가 있나 둘러본 뒤,


이안이 온 게 기분 나쁘고) ....뭐냐?
이안 (무심히) 너, 가방 주러 온 거 아냐? 줬으면 됐잖아!
태광 (이안 눈 뚫어져라 보며, 장난스럽게)
아닌데....나 고은별 보러 온 건데?
이안 ......

이안, 태광 팽팽하게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안, 표정 풀고 태광 어깨 툭툭 쳐주며

이안 (가볍게) 내일 봐라!! (하고 돌아선다.)

태광, 지기 싫다. 멀어지는 이안을 끝까지 바라본다.

#57. 태광의 방. 밤
공재호가 준 유학서류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 태광.
서류 휙 내던지고 침대에 벌렁 드러눕는다.

#58. 은별의 방. 오전
교복 입은 은비, 벽에 걸린 은별의 사진 바라보며

은비(E) 행복한 줄만 알았는데....


언니두.... 참... 힘들었구나?
우리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걸.... 보고 싶다.....

#59. 은별의 집 주방. 오전


은별모와 은비 아침 식사 중이다.

은별모 (애써 밝게) 은별이 뭐 필요한 거 없어?


은비 아니, 괜찮아..
은별모 옷 사줄까?
은비 (웃으며) 옷장에 옷 많은데 뭐....
은별모 (은비의 마음 알겠다.) 은별아! 필요한 거,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말해.
원래 딸은 엄마한테 그래도 되는 거야. 알겠지?
은비 (울컥했지만, 밥 한 입 크게 떠먹고)
엄마! 나, 다음 시험 성적 많이 떨어질 것 같은데 어떡하지?
은별모 (다정하게 반찬 하나 올려주며) 부담 갖지 마...
은비 그래도 엄마 나 열심히 해볼게
은별모 (짠하지만, 엄한 표정 지으며) 당연하지!
엄마가 도와줄게. 걱정 하지 마!

은비와 은별모 아직 어색하지만, 다정하게 웃으며

#60. 세강고 입구. 오전


이안과 은비 걸어가고 있으면 뒤에서 다다다 달려오는 송주와 시진

송주 (놀라서 가방 보며) 야!! 공태광이 가방 줬어?


시진 어떻게??
송주 뭐야아? 갖다 버리지나 않을까 걱정했더니!!

그 때, 이안과 은비 옆으로 시선 두지 않고 저벅저벅 지나가는 태광

시진 아아.... 오다가 만났구나?

은비, 태광의 뒷모습 본다.

#60-1. 이사장실. 아침
이사장 앞에 굳은 얼굴로 서있는 김준석
태광이 싸인한 자퇴서 스윽 책상 위에 놓으며

김준석 태광이 자퇴섭니다. 아버지 뜻이 그렇다면 가겠다던데요?


이사장 ....(자퇴서 내려다보는)
김준석 본인의 선택이... 아니라는 뜻이겠죠!
이사장 (못 들은 척) 언제쯤 처리 되니?
김준석 꼭 보내셔야겠습니까?
이사장 태광이... 나 보란 듯이 사고치는 거다!
내가 옆에 없는 게 걔를 위해서도 좋아!
김준석 이번에도 또 그런 식으로 합리화하시네요...
1년 전이랑 똑같이....
이사장 준석아! 그냥 내 말 들어라.
김준석 (자퇴서 다시 집어 들며) 이건 제가 보관하고 있겠습니다.
태광이 또 한 번 사고 치면, 그땐 선생님께 보고하지 않고
제 선에서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김준석 단호한 얼굴로 이사장실을 빠져나간다.

#60-2. 세강고 옥상. 아침.


김준석, 옥상 문을 열고 들어와 태광이 있나 둘러보면
벤치에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태광 보인다.
안쓰러운 눈으로 물끄러미 태광을 바라보는 김준석.

김준석 야야!! 공태광! 수업종 쳤어! 교실 가서 자!!

태광, 김준석을 스윽 한 번 보고
옆에 던져놓은 교복 자켓으로 얼굴을 확 덮어버린다.

#61. 학교 화장실 - 아침
해나, 효은 거울 보면서 화장 중이다.
마스카라 정성 들여 올리는 해나.
화장실에서 나오는 소영,

소영 안녕?
해나,효은 (화장에 열중하느라 대충) 안녕.
소영 (분위기 맞추느라 옆에 서서 주머니에서 립글로스 꺼내 바르며)
저기... 고은별 말이야.
해나 공별? 왜?
소영 기억상실 왔을 때 막 너네도 못 알아보고 그랬어?
효은 그거뿐이게? 완전 딴사람이 돼서 왔다니까?
해나 어 맞어. 그 쎄하던 고은별이 나 처음 보자마자
(고개 숙여 인사하던 은별이 흉내 내며) 안...녕? 이랬다?
효은 이시진이 공책 빌려 줬는데 글씨체도 완전 달라졌다더라.
소영 (의심 커지고) 어머, 정말?
해나 완전 대박이지? (무심히 툭)
근데, 넌 왜 그렇게 공별한테 관심이야?
소영 (미소) 아니. 그냥..신기해서....

해나, 효은 다시 화장에 열중하는데


소영 웃으며 돌아서자마자 표정 차가워진다.

#62. 교실. 오전
교실로 막 들어서는 은비, 자리로 가 가방 내려놓는데
소영, 은비에게 다가와

소영 (다정하게) 은별아! 나랑 얘기 좀 할래?

은비, 담담하게 소영을 본다.

#63. 옥상. 오전
은비 앞서 걸어와 난간 앞에 서면,
소영, 뒤따라 들어와 마주선다.
은비 할 말이 뭐야?
소영 (한 발 가까이 다가서며, 다정하게) 내가 고민이 하나 있는데...
은비 니 고민 같은 거 듣기 싫어! 다른 사람 찾아 봐!
(하고 가려하면)
소영 (난간에 기대 은비 뒤에다 대고, 나쁘지 않게)
통영에 있을 때, 우리 학교에 유명한 왕따가 하나 있었거든!

은비, 그 자리에 우뚝 선다.

소영 중학교 때까진 반장도 하고 잘나갔었는데....


잘난 척 하고 나대다가 한 방에 훅 갔어....

은비, 주먹을 꽉 쥔다. 은비의 기억.

<플래시백-1회 #7. 누리여중 교실. 낮. >


작고 뚱뚱하고 여드름 많은 왕따 정아, 칠판에 수학 문제를 풀고 있고,
선생님은 풀이과정이 맞는지 지켜보고 있다.
반 전체 아이들은 몰래 핸드폰을 들고 카톡 중이다.

소영(E) (문제 푸는 정아의 뒷모습 사진 찍어 올리고)


오정아 5등신 황금비율! 진정한 오......등신임

카톡 창에 ‘ㅋㅋㅋ, ㅋㄷㅋㄷ’ 등의 아이들 반응 올라오고


아이들 키득거리자 담임 돌아본다. 일제히 핸드폰 집어넣고 칠판 보는.
정아, 땀 뻘뻘 뒤통수에서 전해져오는 아이들의 조롱을 느끼고 있다.
참다못한 은비, 메시지 찍는다.

은비(E) 얘들아. 그만 좀 해. 특히 강소영.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드니?


소영(E) 올!! 반장 정의의 사도인줄!!
수미(E) 은비 짱!! 열라 박력 넘침!
소영(E) 반장! 쉴드친다고 오등신이 팔등신되냐?
경진(E) 자꾸 등신등신 하지 마염. 듣는 오등신 기분 나빠염.

은비,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라 아이들을 둘러본다.

은비 (손 번쩍 들고, 강단 있게)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아이들, 일제히 설마 하는 눈으로 은비를 본다.

<시간경과>
소영 야! 이은비! 니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려줄까?
난 정학 3일이면 땡이지만, 오정아는 우리 반 오등신에서
전따 오등신 됐어!
은비 (정아 표정 살피며) 너 아직도! 자꾸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소영, 책상을 발로 확 차 넘어뜨리면 은비와 정아를 맞히고 쓰러진다.

은비 (버럭) 뭐하는 짓이야 위험하게?

소영, 위협적으로 다가오면, 정아 앞을 막아서며 노려보는 은비.

은비 약한 친구 괴롭히지 말고 할 말 있으면 나한테 해!


소영 (은비에게 얼굴 들이밀며 피식피식 웃다가) 괜찮겠어?
은비 (지지 않고 보는)
소영 그래!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게!

팽팽히 맞선 은비와 소영의 눈빛에서

<플래시백-왕따 당하던 은비의 기억들>


#계란 맞는 은비
#수돗가에서 우는 은비
#사랑의 집-고무장갑으로 뺨 맞는 은비
#공사장에서 뺨 맞는 은비
#누리여고 복도를 외롭게 걷는 은비

#현재, 천천히 뒤를 돌아보는 단단한 은비의 얼굴

소영 (착하게)사실 친구들끼리 장난 좀 칠 수 있는 건데....


걔가 죽는 바람에, 잘 못 한 것도 없는 내가
전학까지 오게 됐잖아....
은비 (차갑게)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소영 (천천히 은비에게로 다가와서)
죽었던 애가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은비 (눈빛 흔들리고)
소영 다른 사람 행세하면서...
주변 사람 다 속이고 말이야....
은비 !!!
소영 그래서 좀 알아보려고! 그 왕따 죽었는지 살았는지.....
은비 친구가 죽었는데, 겨우 이런 생각밖에 못하니?
너...참 불쌍하다!
소영 !!!! (은비임을 확신하는)

은비, 차갑게 뒤돌아 문 쪽으로 가는데...

소영 (은비 뒤에다 대고, 혼잣말 하듯) 니가 그 말 할 줄 알았지...


따순이! 변한 게 없네.....

그 때,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태광,


한 쪽 구석에서 스윽 몸을 일으켜 앉는다.

소영 (표정 살벌하게 바뀌면서) 야!!! 이은비!!!


은비 (멈춰 선다.)

태광, 돌처럼 굳어있는 은비의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은비, 천천히 소영을 향해 돌아선다.
소영, 은비를 향해 여유로운 미소 지어 보인다.
팽팽히 대치중인 두 사람 사이로 보이는 태광
긴장감이 느껴지는 세 사람의 모습에서.
<제5회 끝>
<제6회>

#1. 태광 인터뷰. 낮
태광의 방. 둥근 창틀에 기대 앉아 게임하며 건성으로

태광 학교요? (찡그리고) 아...재미없어요.


그래서 끊임없이 재밌는 일을 찾는 거죠. (씩 웃고)
근데...그거 아세요? 학교 보다 더 재미없는 게
이 인터뷰거든요?

카메라를 향해 날아드는 태광의 주먹


치지직... 화면 깨지는 소리 들리며 암전

#2. 세강고 옥상. 오전


옥상 구석에 누워 눈감고 있는 태광

소영(E) 통영에 있을 때, 우리 학교에 유명한 왕따가 하나 있었거든!

#난간에 기대있는 소영, 가려던 길 멈추고 우뚝 서있는 은비

소영 중학교 때까진 반장도 하고 잘나갔었는데....


잘난 척 하고 나대다가 한 방에 훅 갔어....

천천히 뒤를 돌아보는 단단한 은비의 얼굴

소영 (착하게)사실 친구들끼리 장난 좀 칠 수 있는 건데....


걔가 죽는 바람에, 잘 못 한 것도 없는 내가
전학까지 오게 됐잖아....
은비 (차갑게) 그래서...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소영 (천천히 은비에게로 다가와서)
죽었던 애가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은비 (눈빛 흔들리고)
소영 다른 사람 행세하면서...
주변 사람 다 속이고 말이야....
은비 !!!

#감고 있던 눈을 스르륵 뜨는 태광의 얼굴 위로

소영(E) 그래서 좀 알아보려고! 그 왕따 죽었는지 살았는지.....

#은비, 소영 마주 서있다.

은비 (화난 감정 누르고 차분하게)


친구가 죽었는데, 겨우 이런 생각밖에 못하니?
너...참 불쌍하다!
소영 !!!!(은비임을 확신하는)

은비, 차갑게 뒤돌아 문 쪽으로 가는데...

소영 (은비 뒤에다 대고, 혼잣말 하듯) 니가 그 말 할 줄 알았지...


따순이! 변한 게 없네.....

그 때, 태광, 한 쪽 구석에서 스윽 몸을 일으켜 앉는다.

소영 (표정 살벌하게 바뀌면서) 야!!! 이은비!!!


은비 (멈춰 선다.)

소영, 성큼성큼 다가가 은비의 어깨 거칠게 돌려 세운다.

은비 .....(차갑게 노려보면)
소영 (손가락으로 은비의 뺨을 톡톡 치며) 야!

은비, 소영의 손 확 쳐낸다.

소영 (악에 받쳐) 내가 너 때문에 통영에서


무슨 꼴을 당했는 줄 알아??

소영, 은비를 향해 손을 치켜드는데


그 때, 소영의 손목 꽉 잡는 누군가의 손
은비, 보면 태광이다.

태광 (싸늘하게 소영에게) 죽을래?


소영 !!! (당황)
태광 아이씨... (분위기 확 풀며) 나 자는데 방해하는 거 엄청 싫어하거든?
소영 허!! (황당해서 태광의 팔 확 뿌리친다.)
은비 ...... (낮지만 단호하게) 나도 해줄 얘기가 하나 있어!
통영에 살았던 내 쌍둥이 여동생! 니가 말한 이은비!!

태광, 소영 놀라서 은비 바라본다.

은비 여기 친구들은 아무도 몰라.


나도 얼마 전에 알았거든!
친구들한테 괴롭힘 당하다가 죽었다는 소식 듣고
통영에 다녀왔는데......

소영, 패닉이다. 뒤로 한걸음 움찔 물러나는데

은비 (매서운 눈으로 차분하게) .......너였구나?


소영 (당황해서) ..뭐?
은비 나... 니가 한 짓 다 알고 있어!
너... 어떻게 해줄까?
소영 (하얗게 질려 있고)
은비 앞으로 생각 좀 해봐야겠다.

은비, 싸늘하게 뒤돌아 나가면,


태광, 소영에게 두 손 펴 보이며 어깨 한 번 으쓱하고 따라 나간다.
소영, 자리에 우뚝 서서 혼란스러움과 분노로 이를 악 문다.

#3. 옥상 문 앞 계단. 오전
옥상 문을 열고 나온 은비, 현기증에 계단 손잡이를 잡는다.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리는데,
뒤따라 나온 태광, 은비의 힘겨운 모습 본다.
은비, 태광을 올려보고 눈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
계단 아래로 서둘러 도망간다. 불안한 은비의 모습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태광의 얼굴에서

#타이틀 <후.아.유?>

#4. 3반 교실. 오전
영어 수업중인 교실. 영어 책 또는 빔 프로젝터스크린에 띄워 놓은 본문
(You also get /a much more datailed version /of the story/ than the one
a movie gives you./ For example, /in the movie Twilight, / the scene when
Bella realizes /that/ Edward han super powers /is much less dramatic than
in the book. /Like many other movies,/ this one also/ leaves out/ some i m p o
rtant parts from the book,/ such as the story of how Alice became a vampire.)

안주리 (본문 해석 중이다. 끊어 읽으며, 습관적으로 문장 시작할 때 마다


‘자!’라는 말을 덧붙여) 자, 정리 해보면, 예를 들어, 영화 트와일
라잇에서 자! 에드워드가 초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벨라가 깨달았던
장면은, 자! 책보다 훨씬 덜 극적이다.

태광, 진지한 표정으로 앞을 보고 있다. 떠오르는 기억

<플래시백-4회 #45. 보건실 안. 오전>

은비 나도 비밀 하나 알려줄까?
(거짓말 해야만 하는 게 쉽지 않다. 미안하고 불편하고 두려운)
.......내가 하는 말 아무 것도 믿지 마...나 완전 거짓말쟁이니까

은비 있잖아..... 내 이름..... 고은별이다...


#태광,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면,
해나, 태광을 기막힌 표정으로 바라보며

해나 야! 공태광 미친 거 아냐?
기태 쟤가 안 미친 적 있었냐?
해나 수업을 듣고 있잖아!! (강조) 공태광이!!!
기태 (이제야 태광 보며) 그러게.....저 새끼 또 병원 갈 때 됐네!!

안주리 다음! 자! Like many other movies, 자! 많은 다른 영화처럼 /


this one also 자! 이것도 또한.. 자! 엄청 쉬운 숙어 나왔지?

안주리, 아이들을 둘러보면 태광 반짝이는 눈빛으로 집중하고 있다.

안주리 공태광! leave out! 자, 무슨 뜻이지?

태광, 안주리 질문하자마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엎어져 자면

안주리 박민준!!
민준 무엇 무엇을 빼다. 배제시키다....
기태/해나 (태광 엎드리자 마주보고 고개 끄덕이며) 그럼 그렇지......

#5. 급식실. 낮
이안 은비 송주 시진이 같이 밥을 먹고 있다.
저 쪽에서 태광이가 식판 들고 은비 쪽 자리로 걸어오는데,
소영, 중간에 나타나 태광의 앞을 딱!! 가로막으며

소영 (조심스럽게) 나랑 먹자!
태광 .... (거슬리지만)

소영, 앞서 가 빈자리에 앉으면


태광, 따라가 앞자리에 앉는다.
태광 소영 저쪽에 마주 앉아 밥을 먹는 모습을
입을 떡 벌리고 보고 있는 송주와 시진.
은비, 불안한 눈으로 태광 보면
이안, 대수롭지 않게 밥 먹다가 은비의 시선 느낀다.

시진 전학생.... 공태광 좋아하나?


송주 (걱정 되는) 강소영 어떡하냐?
이안 (숟가락으로 은비 식판 툭툭 치며)
또또 멍 때린다...... 무슨 생각해?
은비 어!? 아냐... (어색한 미소로 밥 먹는다.)

#태광 맛있게 밥 먹고 있다.


소영 아까 내가 했던 말....
태광 (태연히) 야! 좀 황당하긴 한데 진짜 재밌더라.
소영 그거... 누구한테 얘기 했어?
태광 걱정 말고 밥 먹어..... 니가 아직 잘 몰라서 그러는데,
난 여기서 알아주는 또라이라 내가 무슨 얘길 해도
아무도 내 말 안 믿어!
소영 (기막히지만 한 편 다행이다 싶고) ...그래?
부탁인데, 못 들은 걸로 해줘!
태광 야! 나한테 이럴 게 아니야. 너.... (은비 가리키며)
고은별 쟤 성질 얼마나 드러운지 알아?
학교에서 쟤 아무도 못 건드려. 빨리 가서 수습해라!
소영 ....... (할 말 잃고 보면)
태광 같이 밥 먹자더니 왜 하나도 안 먹냐...아깝게..
(소영의 식판에 소시지 하나 집어 먹는다.)

태광, 식판 들고 일어나 가버리면,


소영, 어두운 표정으로 따라 일어난다.

#6. 교정 일각. 오후/화면분할 누리여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휴대폰을 꺼내 수미에게 전화를 거는 소영

소영 수미야! 어.. 난데 부탁 하나만 하자!


/
수미 뭔데?
/
소영 사랑의 집 가서 따순이 글씨체 알아볼 수 있는 거
있나 좀 찾아 봐!!
/
수미 그거야 뭐 어렵지 않지! 오케이!!

#7. 3반 교실. 오후
수학 수업중이다. 아이들, 문제 푸느라 조용하고,
기태, 태광, 민석 등은 자고 있다.

김준석 (교탁 옆에 의자 두고 앉아, 눈 감은 채)


5분 후에 나와서 풀이 시킬 거야.

송주, 문제 안 풀리고 졸리기만 한데, 징-하고 울리는 핸드폰 진동


김준석 슬쩍 살피고, 핸드폰 꺼내 보는 송주.

송주 (벌떡 일어나며) 꺅!!!


김준석 (깜짝 놀라며) 차송주! 수업 중에 뭐하는 거야?

아이들도 너무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차송주 또 뭐야!”반응 하는데

송주 (흥분해서) 샘!! 저 됐어요!! 됐어!! 저 광고 찍어요!!

아이들 ‘오오오...’박수쳐 준다.

김준석 일단 축하하고, 차송주! 일어난 김에 나와서 풀어!!


송주 아이씨!!(인상 쓴다)

#8. 하굣길 세강고 앞 도로. 오후


은비, 걸어가고, 몇 걸음 뒤에 태광이 모른 척 따라간다.
은비,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뒤돌아 다가가서

은비 (편치 않고)너...나한테 물어볼 게 참 많은 거 아는데,


좀...참아줄래?
태광 나 물어볼 거 없어!
은비 근데 왜 자꾸 따라와?
태광 (어이없는 척) 야!! 너 무슨 자신감이냐?
학교 끝나서 집에 가는데?

은비, 의심스러운 눈으로 멈춰 서있으면,


태광, 마지못해 은비를 지나쳐 버스정류장에 어정쩡하게 선다.
잠시 뒤, 태광 두리번거리며 은비를 찾지만 보이지 앉자
다시 거리로 나서는데, 골목 사이에 숨어 있던 은비와
딱! 눈 마주치면, 들켰다 싶은.

은비 (화나는) 알고 싶은 게 뭐야?
태광 (억울하고, 화나고) 야이씨! 그런 거 없댔지?
나 아무것도 안 궁금해! 니 일에 관심 없거든!!
은비 (터지는) 그럼 왜 자꾸 내 뒤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하는데에?
태광 (크게) 걱정 돼서!! (급 목소리 작아지며) 그러겠냐? 설마 내가?
어? 어? 내가 니 걱정을 왜 하는데에?

태광, 화나고 민망해 휙 돌아서 가버리며

태광 에이씨!!! (혼잣말) 저! 싸가지 볼 날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속이 시원하다!!!

#9. 이안의 집 앞. 밤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이안
이안설비 앞에서 얘기 나누는 이안부와 집주인을 본다.

집주인 (화난) 아니... 한 달만, 한 달만 한 게 언제부터예요?


이안부 (미안해하며) 아이고오...죄송합니다.
집주인 돈이 안 될 것 같았으면 재계약을 하지 말았어야죠!!
사정 봐서 딱 천 만 원 올린 건데!
요즘 그 보증금으로 이런 집 못 구해요!!

이안, 집주인의 얘기 듣고 표정 심각해진다.

이안부 (사정사정하며) 이번엔 진짜예요! 다음 달에 꼭 드린다니까요!

이안부, 저만치에서 다가오는 이안 발견하더니 당황해서


이안이 들을까 서둘러 집주인 등 떠밀어 보내며

이안부 (딴소리 하듯이) 예예!! 아무 걱정 마시고 얼른 들어가세요!!


집주인 (떠밀려 가며) 아이 왜 이래요?
이안부 (눈 찡긋찡긋 하며 작게) 이따 바로 전화 드릴게요.
집주인 (끙 하고 가며) 이번이 마지막예요!!
이안 아버지!! (부르며 다가와, 집주인 가는 모습 확인하고, 걱정스런)
무슨 일이예요? 보증금 올려 달래요?
이안부 일은 무슨 일!! 넌 몰라두 돼! 얼른 들어가자!

이안부, 이안을 데리고 서둘러 간다.

#10. 이안의 집 안. 밤
이안부 바닥에 앉아 핸드폰으로 이안의 경기 동영상 보고 있고,
그 뒤에서 등에 파스 붙여드리는 이안
이안, 파스 자국 얼룩덜룩한 아버지 등, 가슴 아프다.

이안부 (다시 봐도 긴장 되는 듯, 움찔움찔하면서)


그렇지!! 그래! (금메달 확정되자 처음 보는 듯 좋아하며)
아유!!! 잘했다 잘했어 우리 아들!!!
(핸드폰 뒤로 건네며) 다시 한 번 틀어봐!
이안 (못 말린다는 듯 픽 웃으며) 또오? 도대체 몇 번 째에요?
이안부 (흐뭇하게 껄껄 웃으며) 이건 100번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야!

이안, 짠한 맘으로 다시 동영상 플레이해서 내밀면


이안부, 핸드폰 받으며 슬쩍 뒤 돌아 보고

이안부 (농담 반, 믿음 반) 아들!! 5월 대회도 기대해도 되냐?


이안 당연하죠!! 내가 누구 아들인데?

이안부, 허허 웃고 또 다시 “그렇지! 그렇지!”하며


동영상에 열중하고 있으면, 이안 걱정에 잠기는 표정에서

<시간경과>
답답한 표정으로 명함 찾고 있는 이안.
가방과 옷가지들 뒤지다가, 빨래 바구니 속 트레이닝복 주머니에서
구겨진 명함을 꺼낸다.

#10. 이안의 집 옥상. 밤


광고회사에서 받은 명함을 손에 든 이안.

광고(E) 요즘 떠오르는 스포츠 유망주들 중에 한선수만큼


인기 있는 사람 찾기 힘드니까요!!

광고(E) 혹시 생각 바뀌면 연락 주세요!

잠시 망설이다가 결심 한 듯 핸드폰을 집어 든다.

이안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저.....한이안인데요...


저번에 말씀하셨던 광고 모델이요......네......

#11. 은별의 방. 밤/화면분할 사랑의 집


은비, 책상 앞에 앉아 ‘김선생 시크릿노트’ 사이에 끼워진
‘사랑의 집’신문기사를 그리운 눈으로 보고 있다.
은비, 조심스럽게 핸드폰 들어 ‘사랑의 집’에 전화를 건다.
벨소리 울리다가 통화연결 되면 긴장하는 은비

라진 여보세요?

은비, 손으로 입을 가리고 숨죽인다.

라진 (대답이 없자) 어? 여보세요? 저 라진인데요? 누구세요?

은비, 서둘러 통화종료 누르며 눈시울 붉어진다.

은비 라진아.....

그 때, 방문을 노크하고 들어오는 은별모, 우유 한잔 들었다.


은비, 허겁지겁 눈물 닦아보지만 은별모 이미 은비의 마음 안다.
은별모 따뜻한 눈으로 다가와 은비를 꼭 안아준다.

은별모 괜찮아... 울고 싶으면 울어! 우리 힘들 땐, 눈물 참지 말고


같이 울면서 살자! 응?
은비 응... 엄마....

은별모, 은비를 향해 눈물어린 미소로 등 토닥여 준다.


#12. 체육관 앞. 낮
이안과 민규 훈련 마치고 나오는 길이다.

민규 밝을 때 훈련 마치니까 왜 이렇게 좋냐?


뭐할까? PC방?
이안 (웃으며) 나, 갈 데 있어. 미안!!
민규 (버럭) 야!! 너 또 고은별 만나러 가냐?

이안, 신나게 뛰어 가다가, 뒤돌아 쑥스럽게 웃으며 손 흔든다.

#13. 은별모 가게. 낮


은별모, 손님 응대하느라 바쁘고,
은비 가게 구경하고 있는데

은별모 (다가오며) 은별아! 이제 나가자!


은비 뭐 할 건데?
은별모 데이트!!

은별모 은비 어깨동무 하고 다정하게 나간다.

#14. 의류매장. 낮
은비, 거울 앞에 서서 입고나온 옷, 보고 있다.
은별모, 자신이 골라온 옷 여러 벌 들고 은비에게 다가온다.

은별모 (밝게) 은별아! 이거 완전 니 스타일이지?


은비 (자기 취향 아니지만 말 못하고) 어? 어어....예..쁘다....

은별모, 그제야 은별이 아닌 은비라는 사실 떠올라 당황스럽다.

은비 (자신이 골랐던 옷 점원에게 모두 건네며)


엄마! 그걸로 한 번 입어 볼게.
은별모 아니야! 너 입은 거 잘 어울린다.
니 맘에 드는 걸로 해!

은별모, 미소 지어 보이면 은비, 따라 웃는다.


그 때 울리는 전화벨, 은비 확인해보면 이안이다.

#15. 도서관. 낮
은비, 책장 앞에 서서 까치발 들고, 책 꺼내려 하고 있는데
누군가의 손이 다가와 먼저 책을 쑥 꺼내면,
은비 놀라서 뒤돈다. 이안의 가슴에 닿을 듯 한 은비의 얼굴
은비, 한걸음 물러서 이안 올려다보면

이안 여기서 만나자고 해서 놀랐다.... 기억 난거야?


은비 (놀라는) 이 도서관 너랑 나도 자주 왔던 데야?
이안 바로 옆에 우리 초등학교 있잖아!
일주일에 한 번씩 여기서 수업도 했는데?
은비 그랬구나.....

은비와 이안 걸음 옮기며

은비 저기 있잖아....내가 실종되기 전에,


누군가에게 쫓긴다거나 괴롭힘 당한다는 얘기...
너한테 한 적 없어?
이안 (우뚝 멈추며, 걱정으로) 아니! 왜 그런 걸 물어봐?
(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기억)
아 참.....저번에 내가 말했던 니 목에 상처 말야.
수학여행에서 나 만나기 바로 전에 생긴 거 같았어.
은비 ....아...그래? (생각에 잠겨)
이안 왜? 뭔데?
은비 ....... (털어내듯, 밝게) 아무것도 아냐.
이안 뭔진 모르지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나한테 얘기해야 된다.
알겠냐?
은비 (미소로 끄덕끄덕) 응.....
이안 (씩 웃으며) 따라와!

#16. 초등학교 운동장. 몽타주. 낮

- 이안과 은비 정문을 들어서 운동장을 바라보면


저 멀리 어린 이안과 어린 은별이 달리기를 하고 있다.

- 철봉에 매달린 은비와 이안의 얼굴


하지만 은비 곧 떨어지고 다시 이안을 보면
이안, 키가 커서 다리 땅에 닿은 채 가짜로 힘든 표정 짓고 있다.
은비 화난 표정으로 흘겨보면 도망가는 이안

- 어린 이안 도망가고, 어린 은별 따라가다가 넘어진다.


어린 이안 다가가 무릎에 깨진 상처 호호 불어주고
캐릭터밴드 붙여주면, 미소 짓는 어린 은별

- 힘들어서 주저 앉아있는 은비를 예쁘게 바라보는 이안

#17. 장례식장. 과거. (이안의 회상). 낮


어린 이안, 상복 입고 엄마의 영정사진 앞에서
훌쩍훌쩍 울고 있으면..어린 은별 다가가
이안의 가슴에 캐릭터 밴드 붙여주고 씩 미소 지어 보인다.
이안 울음 그치고, 눈물 어린 눈으로 은별을 본다.
#18. 초등학교 운동장. 몽타주. 낮(#16에서 연결)
앉아있는 은비에게 손을 내미는 이안.
은비, 손을 내밀다 말고, 문득 은비가 아닌 은별의 추억이란 생각에
미안한 얼굴로 이안을 바라보면.
이안, 낚아채듯 은비의 손잡아 일으켜 준다.

은비 ......한이안! 미안해!
이안 뭐가?
은비 두 사람의 어린 시절을....
한 사람만 기억하는 추억으로 만들어서....
이안 (이마에 딱밤 때리며) 그래서 여기 빨리 원상복구 하라고 했지?
은비 아얏..... 야!!
이안 (어깨동무해서 데리고 가며)
고은별! 넌 몰라도 돼! 내가 다 말해주면 되니까...
근데 지겨워도 참아라! 10년 치 얘기하려면 한참 걸려!

#19. 민준의 집 안방. 아침


커다란 안방 벽 책장 가득 빽빽하게 꽂혀 있는 책들.
사방이 막힌 1인 독서실용 책상, 문제집 잔뜩 쌓여 있고
수학 공식 등이 적힌 색색의 포스트 잇 빼곡하게 붙어 있다.
교복 차림의 민준, 가방을 챙긴다.

#20. 민준의 집 거실. 아침


민준, 책가방 들고 나와 힐끗 문간방을 보면
박형사, 사각팬티 차림으로 궁색하게 앉아 양말을 신고 있다.

박형사 (내다보고) 넌 아빠 보고 인사도 안하냐?


민준 안녕히 주무셨어요?
박형사 그래 임마!!

민준, 손에 문제집 들고 식탁에 앉아 밥 먹기 시작한다.

민준모 임마가 뭐야아? 부모가 자식을 존중해야 크게 되는거야아!


박형사 좋은 대학 가라고 안방 내줘! 시끄럽다고 TV도 못봐!
자식 눈치 보느라고 숨도 크게 못 쉬는데,
뭘 어떻게 더 존중하냐?
민준모 당신이 할 소린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버는 돈이 다아 우리 민준이 덕인 거 몰라?
박형사 집안 꼴 잘 돌아간다!!

민준모, 냉장고에서 한약 꺼내 데우며 민준에게

민준모 너희 반에 소영이라는 애 전학 왔지?


민준 어떻게 알아요?
민준모 소영엄마라고 내 얘길 못 들었겠니?
지방에서 온 애한테 밀리면 엄마 망신인거 알지?
민준 (밥 맛 떨어지고) 네!
민준모 (컵에 담긴 한약 내밀며, 뿌듯한)
잘난 남편 둔 여편네들 사이에서 찍소리도 못하던 내가!
우리 아들 덕에 큰 소리 치고 산다!!!

민준, 듣는 둥 마는 둥 신경도 쓰지 않는다.

#21. 세강고 전경. 등굣길. 아침

#22. 3반 교실. 오전
텅 빈 교실. 소영, 주위를 살피며 은비의 자리에 다가가
서랍 안을 뒤적인다. 은비의 책과 노트를 꺼내 후루룩 넘겨보다가
‘고은별’ 이름이 적힌 노트 한권을 챙긴다.
책 보며 교실로 들어서던 민준, 문득 고개를 들어 소영을 보고

민준 뭐해?
소영 (화들짝 놀라 공책 접어 뒤로 숨기며)
반장!!.... 뭘 좀 떨어뜨려서
민준 (뭔가 숨기는 거 봤지만) 어...너 일찍 왔다?
소영 (서둘러 자기 자리 쪽으로 가며)
응! 오늘 좀 일찍 일어났어!
민준 그래?

민준, 피식 웃고 자리에 앉으면 소영, 불안한 얼굴이다.

#23. 세강고 화장실. 오전


소영, 화장실 문을 잠그고 교복 뒤춤에서 은비의 노트를 꺼낸다.
수미에게서 받은 종이 펼쳐보면 맨 위에‘사랑의 집 규칙’
손글씨로 적혀있고, ‘기상 8시’,‘양치는 하루 세 번’등의
열가지 항목들, 맨 아래 ‘대장 이은비’써진.
소영 두 가지 나란히 펼쳐보면 글씨체 똑같다.

소영 (혼잣말) 헐... 완전 똑같애...

의심이 커지는 소영의 얼굴.

#24. 휴게실. 낮
송주 시진 은비 음료수 들고 휴게실 의자에 앉으면
태광 소리 없이 다가와 음료수 하나 집어 들고 마신다.

송주 (태광의 뒤통수 때리며) 야! 넌 맨날 뺏어먹지만 말고 좀 사라!


태광 아이씨!!

태광, 입주위에 음료수 흐르자 송주 팔 잡아 슥슥 닦아낸다.

송주 (기겁) 악!!! 공태광!!! 하던 대로 잠이나 자!!


너 왜 자꾸 이 사람 저 사람 졸졸 따라 다니냐?
태광 야... N극과 N극은 서로 밀어내는 성질 있는 거 알지?

그 때, 태광의 눈치 보며 지나가던 소영, 눈 마주치면 움찔한다.


태광 그런 소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태광 또라이 옆엔 또라이가 안 와! 알겠냐?


은비 ...... (태광의 시선 피하고 있다.)
시진 아우.....얘 또 뭐래? 야! 가자!

아이들 우르르 일어나 가면, 또 다시 졸졸 따라가는 태광.

#25. 3반 교실. 오후
이안이 없는 교실.
앞문이 팍 열리면서 런웨이 모델처럼 걸어 들어오는 송주
아이들 “쟤 뭐야?” 하며 피식피식 웃으면

송주 (교탁 앞에 서서, 들뜬) 얘들아! 나 오늘 촬영이다!!!

은비와 시진 못 말린다는 표정 지으며 따라 들어온다.

송주 (조퇴증 자랑스럽게 내 보이며) 먼저 갈게! 미안!


기태 야! TV도 아니고 지면 광고가지구...작작해라!!
송주 (뻐기며) 권기태! 지면으로 시작해서 TV로 가고 영화로 가고
다 그러는 거거든? 잡지만 나왔다 하면 콜이 줄을 설 거다.

송주, 자리로 가 가방 메고 경쾌한 걸음으로 나간다.

#26. 촬영장 . 오후
화려한 차림으로 스튜디오로 들어서는 송주.
스튜디오의 활기찬 공기를 음미하며 들떠 서 있는데
저 멀리 관계자와 함께 들어오는 이안. 송주, 이안을 봤다.

송주 어? 한이안!! (다가가며) 너 여기서 뭐해??


이안 (쑥스러워서) 어? 나 촬영있어서...
송주 (반갑고, 놀라운) 진짜? 나둔데....
(좋아서) 야, 우리 둘이 파트넌거야? 너무 좋다아!!!

그 때, 감독과 함께 들어오는 메인모델녀.


그리고 우르르 들어오는, 교복차림 엑스트라들.
송주, 어리둥절하다.

감독 한이안 선수!! (오라는 손짓 하면)


이안 네!! (송주에게) 이따 보자.
송주 어어.. (분위기 이상함을 느낀다.)

감독, 이안과 메인 모델녀에게 뭔가 말하느라 바쁜데,


스텝, 송주에게 다가와

스텝 옷 갈아입고 (엑스트라 무리 가리키며)


저기 가서 대기 하세요.
송주 (충격으로 멍한)

#27. 스튜디오. 오후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다.
맨 앞에 이안과 메인 모델녀 포즈를 취하고 있고,
뒤쪽에 엑스트라 모델들 주륵 늘어서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구석자리에 있는 송주.
감독의 큐 싸인에 맞춰 이리저리 포즈를 취하는 일동과 달리,
송주, 웃으려 애써 보지만 자꾸 굳어지는 표정.

감독 컷! 야! 거기 오른쪽 맨 끝. 너 초상집 왔냐?


표정 뭐야 어?
송주 (꾸벅) 죄송합니다!!
이안 ... (안쓰러운 표정으로 본다.)
감독 야! 이번에 메인들 표정 좋았는데
(버럭) 너 때문에 다시 가야 되잖아!!!
(이안에게) 한이안선수! 미안해요! 금방 끝나요!!
이안 저는 괜찮습니다.
송주 (눈물이 날 것 같지만, 촬영용 어색한 미소 지으려 애쓰는)
감독 다시 갑니다!! 슛!!

잘해보고는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아 헤매는 송주의 괴로운 얼굴

#28. 세강고 3반 교실. 오후


은비와 소영 책상 사이 통로에서 딱 마주친다.
은비, 기분 나쁜 표정으로 피하려 하면

소영 (다정한 미소로, 은비 팔 잡으며) 고은별! 나랑 잠깐 얘기 좀!!

은비, 싫지만 마지못해 따라 나선다.


엎드려 자던 태광 문득 눈 뜨면,
소영과 은비 막 교실 문을 빠져나가는 것 보인다.
태광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켜 교실 문을 향해 달리는데,
기태와 어깨 부딪히면

기태 (표정 험해지며) 이씨!! 아직도 정신 못 차렸냐?


태광 (시선 온통 은비 사라진 쪽에 쏠려 놓칠까봐 전전긍긍, 대충)
미안! 미안! 미안!

기태 피해 달려 나간다.

기태 (흐뭇하게) 몇 대 맞더니, 저 새끼 쫄았네 쫄았어!


(자기 주먹 들여다보며 뿌듯한) 영 효과가 없진 않아!!!

#29. 운동장 일각. 오후


은비와 소영 마주 서있다.

소영 (간절하게) 저번에 내가 말한 게 다가 아냐!


니 동생이 어떤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알고 보면 내가 더 피해자야!
은비 (주먹을 꽉 쥔다.) 그래서?
소영 너도 힘들겠지만, 은비 그렇게 된 거 나도 가슴 아파!
상처도 많이 받았구.....그러니까
우리 서로 없던 일로 하자...응?
은비 (싸늘하게) 없던 일?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니?
소영 (지지 않고) 그래서...어떡할 건데?
은비 (차가운 미소로) 신중해야지! 아직...결정 못했어. 나...

#태광 정신없이 두리번거리며 은비를 찾다가


구석에 마주 서있는, 은비 소영 발견하고 얼른 달려간다.

소영 (한 걸음 다가가) 숨겨야 할 게 많아서 그런 건 아니구?

태광, 은비를 보호하려는 듯, 한 팔로 살짝 은비를 막아서면


소영과 은비 동시에 태광을 본다.

태광 야야야!! 니들 이러지 말고 둘 다 까자.


고은별은 쌍둥이 였다는 거 까고.
강소영은 친구 괴롭히다가 강전 당한 거 까고.
어때? 완전 공평하지? 애들 모아놓고 내가 해줄까?

소영, 태광을 한 번 흘기고, 팩 돌아선다.


소영이 사라지자마자 은비 맥이 탁 풀리고

태광 야! 시작을 같이 했으면 끝도 같이 해야지!


난 궁금한 거 못 참거든? 너 쟤 만날 때 꼭 나불러라. 알겠냐?
(하다가 문득 은비를 보면)

은비, 화나고 떨리는 마음 진정시키려고 애쓰는데


눈물 고여, 손끝이 파르르 떨린다.
태광 어쩔 줄 몰라 바라보다가,
손바닥으로 대충 쓱 은비의 눈물 닦아주고
은비의 팔 잡아끌며

태광 가자!!

태광에게 끌려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 은비의 슬픈 얼굴

#저만치 가던 소영, 기분 나쁜 표정으로 뒤를 돌아,


멀어지는 태광과 은비의 모습 본다.

#30. 스튜디오 일각. 저녁


엑스트라 모델들 여기저기 바닥에 앉아 조촐한 도시락 먹고 있고,
좀 떨어진 테이블에 고급 도시락 2개 놓여 있다.
이안과 메인 모델녀 앉아 있는데,
이안, 고개 돌려 송주를 본다.
송주, 손에 든 도시락 망연히 바라보며
주저앉아 있는 모습 애처로워 보이고.
이안 도시락 들고 일어난다.

#송주 곁으로 와서 털썩 주저앉는 이안.


송주 보면, 무심히 송주 도시락 뺏고 자기 도시락 턱 안겨주는.

송주 (보고, 기분 상해서) 야! 너 이러는 거 더 기분 나쁘거든?


이안 (밥 먹기 시작하는) 먹자! 배고프다!

송주, 눈물 겨우 참고 먹으면, 이안 송주 한 번 슬쩍 보고
앞에 놓인 음료수 하나 툭 건넨다.

#31. 거리. 저녁
막 어둑어둑 해지는 거리. 송주, 이안 걷고 있다.

송주 (퉁명스럽게) 나 한심하지?
이안 뭐가?
송주 애들한테 모델 됐다고 난리난리 부렸는데... 꼴좋다. 차송주!!
(툴툴) 한이안! 넌 좋겠다!
이안 뭐가?
송주 넌 꿈도 있고, 딱 맞춰 재능도 있고, 얼마나 복 받았냐?
이안 (피식 웃는) 수영 처음 시작할 때,
첫날은 그냥 물 익히기라는 걸 한다?
물속에서 숨 참기, 배 깔고 잠수하기 같은 거.
그 담에 호흡법, 수평뜨기, 발차기.....
하나라도 빼 먹으면 다음 단계 못 가!
송주 .......
이안 그니까 너 지금 멋지게 헤엄치려고,
숨 참는 것부터 하고 있다고 생각해.
송주 ...... (이안 슥 올려다보고)
이안 (앞만 보고 있다.)
송주 (고맙지만 괜히) 치! 내가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너 아까 포즈 완전 별로더라!
오늘 실력발휘를 못해서 그렇지, 너보단 내가 훨씬 낫거든?
이안 (피식 웃고) 누가 뭐래?

송주 퉁명스럽던 얼굴 풀고, 그제야 피식 웃는다.


다시 한 번, 이안의 옆모습 빤히 바라보는 송주

#32. 은별의 집 앞. 밤
태광, 은비 뒤에 몇 걸음 떨어져 걷고 있다.
은비, 대문 앞에 멈춰 서서 그냥 들어가려다
태광의 얼굴 한 번 돌아본다.

은비 ........공태광!! (뭔가 말을 하려는데, 마음 복잡한)


태광 야! 됐고... 그냥 들어가라!!

태광, 휙 돌아서 왔던 길 되돌아간다.


은비, 집으로 들어가고, 태광 슬쩍 뒤돌아 확인한 뒤
그제야 안심 되는 듯 걷는데,
저 앞으로 이안이 다가오고 있다.

이안 (표정 굳어) 니가 왜... 거기서 오냐?


태광 (멈춰서 이안 얼굴 보다가) 오늘은... 고은별 불러내지 마!
이안 허! (기막히고) 공태광! 너 뭐야....?
(걱정되고, 화나고) 은별이한테 무슨 일 있어?
태광 ......건 알 거 없고!

태광 무심히 이안을 지나쳐 가면, 이안, 열 받는다.


핸드폰 꺼내 전화를 걸까 망설이다가 참고,
가는 태광의 뒷모습 굳은 얼굴로 바라본다.

#33. 교정일각. 등굣길. 아침


공재호 반가운 얼굴로 다가가, 강일산 검사를 맞이한다.

이사장 강일산 검사님이시죠? 아유! 반갑습니다!!


악수하는 두 사람을 향해 “아빠!”부르며 쪼르르 달려가
강일산 검사의 팔짱 끼는 소영

강일산 우리 소영이 잘 좀 부탁드립니다. 이사장님!!


이사장 (인자한 미소로) 성적 우수한 인재가 우리 학교에 와줘서
제가 더 고맙죠...
소영 (수줍게 웃는다.)

등교하던 태광, 은비, 송주, 시진


이사장 일행이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을 일각에서 보고 서있다.
은비, 표정 흔들리면, 태광 놓치지 않고 본다. 아이들 가며

시진 야! 쟤 소영이 아니야?
송주 그러게! 이사장이랑 무슨 사이길래?

#34. 2-3반 교실 안. 오전
김준석, 조회 중이다.

김준석 자리 바꾸는 날이지? 랜덤 프로그램이 에러가 나서


추억 돋는 방법으로 자리를 바꿔보도록 하겠다.

김준석, 칠판에 바둑판 모양 그려놓고, 숫자를 적는다.


교탁 위에 접혀있는 쪽지들 놓여 있다.

김준석 맨 뒷줄부터 나와서 하나씩 뽑아 가!


기태 (비웃으면서 나가는) 아우... 초딩도 아니고....

그 뒤로 줄줄이 나와 쪽지 하나씩 집어 드는 아이들


칠판에 같은 번호 확인하고,
어수선하게 새로운 자리 찾아 이동을 시작하는데
이안, 뽑힌 자리로 가서 앉으면
잠시 후 태광 설렁설렁 이안의 옆자리로 와 앉는다.
두 사람 눈길 팽팽하게 부딪히고!
은비, 새로운 자리로 가보면 옆자리에 소영 앉아있다.

김준석 뽑힌 대로 앉아라! 니들 맘대로 바꾸지 말고!!

은비, 할 수 없이 조용히 자리에 앉는다.

<시간 경과>
여학생들은 없고, 남학생들 체육복 갈아입은 상태다.
우르르 복도로 나가는데,
이안과 태광 동시에 문을 빠져나가려다 비좁아 턱! 걸린다.
서로 마주보며 “아이씨...”신경전 한 뒤,
태광 먼저 나가버리면, 이안 표정 부글부글 끓는다.

#35. 체육 시간. 몽타주. 낮


허공을 가르는 피구공.
여학생들 편을 나눠 피구 시합 중이다.
송주와 소영 한 편이고, 은비와 시진 상대편이다.
둥그렇게 몰려 꺅꺅대며 공을 피하는 무리

그 옆으로 남학생들 농구 시합 준비 중이다.


5명씩 팀을 짜고 한 팀만 조끼를 입어 구분을 했다.
5대 5로 마주보고 서있는 아이들.
이안과 태광 상대팀이다. 관심 없는 듯 귀찮은 표정인데

#날아오는 공을 맞은 송주, 아웃되어 수비 진영에 선다.


날아오는 공을 잡은 소영, 은비에게 던지려다 송주에게 패스한다.
공을 받은 송주, 은비를 맞추고 “예!!”이겼다는 환호성

#설렁설렁 뛰는 둥 마는 둥 하던 이안과 태광
이안, 태광의 공 인터셉트 하면
갑자기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기 시작하는 태광

#경기 멈추고 서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


보면 골대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거칠게 둘만의 시합 중인
이안, 태광. 서로 부딪히고, 공 뺏고, 넘어지고 난리다.
나머지 아이들 고개를 절레절레..

기태 (크게) 야! 종쳤어!! 쟤들 뭐하냐?


진권 돈 내기 한 거 아냐?
민석 얼마를 걸었길래!!
기태 난 한이안에 오백 원!!

아랑곳없는 둘. 이안 붕 날아올라 슛을 쏘는데


태광,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블로킹 팡! 공 막아내는.

#36. 3반 교실. 오후
하윤이와 초원이 머리 맞대고 잡지책 보며 키득키득 웃고 있다.
잡지 중간 광고지에, 이안과 메인 모델 뒤
수많은 엑스트라들 사이에 아주 작게 보이는 송주의 모습
지나가던 윤재 휙 보며

윤재 어우!!! 이것들!! 한이안 사진보면서 좋탠다!!!


하윤 아닌데? (하며)
하윤, 손가락으로 콩알만 하게 잡힌 송주의 얼굴을 가리킨다.

윤재 (가까이 들여다보며) 얘 누군데?


초원 (풋 웃음 참으며) 차송주!!
윤재 (놀라며) 오!! 이걸 찾아낸 니들이 더 신기해!!
하윤 (비웃음) 난 또, 뭐 대단한 거 하나 했다!
초원 그니까!!

윤재, 잡지책 들고 신나서 아이들 쪽으로 가며

윤재 (리듬 타며) 차송주를 찾아라!! 차송주를 찾아라!!

아이들 우르르 윤재를 향해 몰려간다.

학생1 여기 차송주가 있긴 있는 거냐?


학생2 얜가?
윤재 땡!!!
학생3 뭐가 보여야 찾지이...

교실 문 앞에서 그 모습 보고 있던 송주 시진과 은비,


시진과 은비 난처한 얼굴로, 열 받은 송주의 표정 살핀다.
송주, 참지 못하고 복도로 뛰쳐나간다.
자리에 앉아있던 소영 표정 없이 보고 있다.

#37. 복도. 오후
복도 끝으로 뛰어가는 송주.
은비와 시진 “송주야!!”부르며 따라 가면

송주 (멈추고 뒤돌아, 굳은 얼굴로)


나 잠깐 혼자 있고 싶으니까 따라오지 마!

#38. 운동장 스탠드 일각. 오후


송주, 쓸쓸히 앉아있는데, 송주 곁으로 와 앉는 소영

소영 괜찮아?
송주 (자존심 상해 큰소리) 너 같으면 괜찮겠냐?
소영 나 처음 전학 와서 교실 들어갔을 때
너밖에 안 보였어! 너무 예뻐서!
송주 (싫지 않지만) 뭐래....
소영 야! 메인 모델보다 니가 훨씬 낫더라.
송주 됐거든!!
소영 우리 삼촌이 제이엔터 대푠데, 너 소개해줄까?
송주 ??
소영 안 그래도 학교에 괜찮은 애 없냐고 맨날 물어봐!
송주 (솔깃하지만 태연한 척) 진짜?

소영, 다정한 미소로 끄덕끄덕 하며 송주를 본다.

#39. 카페. 오후
은비, 송주, 시진 카페에 모여 수다 떨고 있다.

시진 차송주! 극복?
송주 야! 내가 그깟일로 기죽을 사람이냐?
은비 이제야 차송주 답네!!
송주 모델료가 코딱지만해서 비싼 건 못 사준다.
주는 대로 먹어라! 알았지?
은비/시진 (즐겁게) 네에!!!

그 때, 훈련 마치고 오는 이안,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온다.

송주 (반갑게) 이안아!! 여기야 여기!!


시진 한이안! 왤케 늦게 와! 빨리 가자!! 나 배고파!
은비 나두나두!!

은비와 시진 신난 얼굴로 서둘러 일어나는데,

송주 (손으로 막으며) 잠깐만!! 한 명 더 올 거야!


시진 누구?

카페 문으로 들어서는 소영, 아이들을 향해 밝게 웃으며 다가오면


은비, 표정 순식간에 싸늘해진다.

소영 너무 늦었지?
송주 야! 괜찮아. 이안이도 방금 왔어! 그럼 가볼까요?

아이들 즐거운 표정으로 우르르 일어나는데,

은비 (표정 굳은 채) 송주야! 난 같이 못 갈 것 같다. 미안해!

은비, 가방 챙겨 들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면


아이들 모두 당황해 은비를 본다.

송주 공별! 공별!! (부르다가) 쟤 갑자기 또 왜 저래?


이안 (소영의 얼굴 한 번 슬쩍 보고, 얼른 따라 나가며)
미안! 내일 보자!!!
송주 한이안!! 야!! (화나고 섭섭한) 너네 뭐야 진짜?
소영 ......내가 괜히 왔나보다.
은별이 나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던데...
송주 (입김 훅 날리며) 야! 신경 쓰지 마! 우리끼리 가자!
시진 우리... 끼리?

#40. 거리 일각. 오후
은비, 어두운 표정으로 걷고 있는 모습을,
이안, 오히려 귀엽다는 듯 쳐다보며

이안 하여간 고은별!! 싫으면 얼굴부터 확 구겨져가지고...


점점 옛날 성질 돌아온다. 너!!
은비 ......
이안 (아직 분위기 파악 못하고, 머리 흩뜨리며)
전학생 뭐가 그렇게 맘에 안 드냐?
왜? 너보다 공부 잘하냐?
은비 (냉정하게 이안의 손 뿌리친다.)
이안 (당황, 그제야 은비의 심각한 얼굴 알아보고)
왜 그래... 너 무슨 일 있지?
은비 ......없어! 그런 거!
이안 무슨 일 생기면 제일 먼저 나한테 얘기 하라고 했잖아!!
은비 (말 자르며) 제발!! 묻지 마!!
이안 고은별!!
은비 한이안!! 너한테... 말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있고!
들키고 싶지 않은 것도 있으니까!!!
(눈물 참고 고래고래) 제발!! 아무것도 묻지 말아달라구!!
이안 (상처다.) 내가 ..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야?
(화나지만 참으며) 나한테 못 할 말이 뭔데?
나한테까지 숨겨야 될 일이 뭔데!!!
말 몇 마디에 달라질 만큼! 너랑 내가 그거 밖에 안 돼?

은비, 속상한 마음에 이안을 두고 걸어가면,


이안, 우뚝 멈춰 서 서글프게 은비의 가는 뒷모습을 보다가
은비를 지나쳐 먼저 앞서 가버리면,
은비, 이안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 주룩 흘러내리고...
그렇게 점점 멀어지는 두 사람의 거리...

#41. 등굣길. 아침
은비 걷고 있으면, 뒤에서 다가오는 시진,
저만치 앞에 소영과 다정하게 걸어가는 송주 보인다.

시진 소영이가 송주한테 기획사 소개시켜줬대.


자기 삼촌이 하는 덴데, 내일이 오디션이라더라.

불안한 눈으로 송주를 바라보는 은비의 얼굴에서


#42. 화장실. 오전
세면기 앞에서 송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은비
송주, 문 열고 나오자마자 은비 얼굴 보고 표정 싸늘하다.

은비 송주야.... 어제 미안...
송주 ...... (시선 피하고) 됐어!!
은비 내일 오디션 보러 간다며?
송주 (무심히 손 씻으며) 어!
은비 (걱정으로) 거기...확실한 데야? 혹시 이상한 데 아니구?
잘 알아본 거 맞아?
송주 (은비 보며)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은비 아니... 나는 걱정이 돼서...
송주 (한숨) 공별!! 신경 꺼!!
은비 강소영 믿을만한 애가 아닐지도 모르잖아....
송주 (실망한 눈으로 보며) 그만해!! 너....친구 사이 이간질 시키는..
그런 애 아니잖아... 자꾸 나 실망시키지 마라!
은비 ... (속상하고)

송주, 차갑게 화장실 밖으로 나가고 나면


안에서 나오는 소영, 은비와 눈 마주친다.

소영 고은별! 송주가 정말 섭섭했겠다.


난 송주가 너무 원하는 일이라, 어렵게 자리 마련한 것 뿐이야....
은비 (입술 앙 물고) 송주 상처주면 너....가만 안 둬!

은비, 화장실 밖으로 쌩하니 나가 버린다.

#43. 복도. 오전
은비 복도를 걸어가는데, 마주 오는 이안
교실 문 앞에서 마주치는 두 사람.
은비, 어색한 눈길로 안타깝게 보는데
이안, 은비를 지나쳐 교실로 들어가 버리면
우두커니 서서 아쉬운 눈으로, 이안을 바라보는 은비.

#44. 급식실. 낮
송주와 소영 마주 앉아 다정하게 밥 먹고 있고,
시진, 난처한 얼굴로 은비 팔을 잡아 흔들며

시진 은별아아! 그러지 말구 같이 앉아서 밥 먹자!! 응?


은비 아니야. 정말 생각이 없어서 그래.
나 신경 쓰지 말구 너 가서 먹구 와
시진 (갈등하면)
은별 괜찮다니까!
시진 그럼 나 진짜 밥 먹으러 간다!

시진, 쭈뼛대다 송주, 소영에게로 가면,


은비, 뒤돌아서, 걷는다.

#45. 2-3반 교실. 낮


아무도 없는 텅 빈 교실.
은비, 들어와 제 자리에 툭 엎드린다.

#46. 복도. 낮
복도를 지나고 있는 김준석, 교과서 몇 권 손에 들고 있다.
3반 교실 앞 지나다, 열린 문 안으로 문득 시선 주면
엎드려 있는 은비 보인다.

<플래시백- 준석의 회상. 과거의 교실>


텅 빈 교실에 혼자 엎드려있는 한 여학생(수인)

준석의 얼굴 하얗게 질리며 손에 든 교과서 스르륵 놓치고...


교실로 들어선다.

#47. 3반 교실. 낮
문 열리며 들어오는 김준석
긴장한 표정으로 은비의 자리에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김준석 (세게 은별을 흔들며) 고은별! 고은별!! 고은별!


은비 (놀라 몸 일으키는) 선생님..!

김준석, 긴장 확 풀어지며 그제야 정신 드는

은비 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
김준석 (안도의 한숨) ..너 ..너 점심시간인데 왜 혼자 이러구 있어?
은비 네? (김준석 지나치게 당황한 모습 의아하게 보면)
김준석 아.. 아냐.. 쉬어라..

김준석, 차분하려 애쓰며 서둘러 교실을 빠져 나간다.

#중간 타이틀<후.아.유?>

#48. 교실. 오전
이상한 분위기의 교실. 은비는 아직 등교하지 않았다.
삼삼오오 모여 수군대는 아이들
소영, 교실에 들어오면 아이들 일제히 소영을 본다.
소영, 긴장한 눈으로 아이들의 시선 느끼고..
조용히 자리로 가서 앉는데, 속닥거리는 소리 들린다.
학생 1,2,3 핸드폰에 떠 있는 <통영 N여고 왕따 자살>
기사 보며

학생1 (작게) 설마... 그래보이지는 않는데...


학생2 (작게) 얼굴에 써있냐?
학생3 (작게) 어우... 무섭다...

그 때, 송주 학생 1,2,3 에게 다가가 핸드폰 뺏어들고


소영에게로 다가온다.

송주 (핸드폰 내밀며) 야! 애들이 이거 너래!


소영 (질겁하고)
송주 (믿고 싶지 않은) 아니지?
소영 !!!! (입술을 문다.)

#49. 옥상. 오전
소영과 태광 대치중이다.

소영 (매서운 눈으로) 너지?


태광 뭐가?
소영 이상한 소문 낸 거!
태광 무슨 소문??
소영 알고 있는 사람... 너랑 고은별 밖에 없잖아!
아.... 고은별인 척 하는 이은비라고 해야 되나?
태광 (놀랐지만) 야! 걔 고은별 맞다니까!
나 다니는 병원 좀 소개시켜줄까?
소영 (찢어진 노트한 장과 ‘사랑의 집’종이 내밀어 흔들며)
똑똑히 봐!! 통영 이은비랑 고은별 글씨체야. 완전 똑같지?
아빠한테 부탁해서 감정 받아 볼 생각이야!!

태광, 종이 들여다보고 얼굴 굳는다.

소영 이렇게 된 이상, 니 말대로 둘 다 까야겠네! 그치?


그래야 공평하지!!
태광 !!!!

#50. 세강고 정문 앞. 아침
교문을 들어서고 있는 은비
태광, 은비의 손 잡아끌고 무작정 걸어간다.

은비 (놀라서) 야!! 공태광!! 너 뭐야?


태광 (심각하지 않은 척) 고은별!! 우리 땡땡이치자
은비 싫어!! 너 미쳤어? 왜 이래?

은비, 문득 태광의 얼굴 보면
태광 아무렇지 않은 말과는 달리 표정 심각하다.

태광 그냥 따라와라!!

#51. 버스 정류장. 아침
막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
앞문이 열리고, 태광과 은비 올라탄다.
뒷문에서 내리는 이안.
버스 출발하고 이안, 문득 버스를 돌아보면
버스에 올라 탄 은비와 태광이 보인다.
이안, 멀어지는 버스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서있다.

#52. 버스 안. 오후
사람 없는 버스. 은비, 버스 카드 찍고 뒷자리로 가는데
태광 아무생각 없이 은비 따라 들어가면

버스기사 (버럭) 학생!! 카드 안 찍어?

태광, 당황해서 주머니 더듬더듬 해보지만 아무것도 없다.


태광, 멍한 표정으로 은비 쳐다보면
은비, 되돌아와 카드 한 번 찍어주고 자리로 가 앉는다.
태광, 텅 빈 자리 다 놔두고 은비 옆자리에 붙어 앉으면

은비 무슨 일인데! 말해봐!
태광 잠깐만..... 잠깐만 있다가.....
은비 .........

은비, 이어폰 꺼내 양쪽 귀를 막고 창밖을 본다.


태광, 무심히 앞을 보고 가다가 은비의 한 쪽 이어폰 빼며,

태광 야!
은비 ... (그제야 태광을 쳐다보는)
태광 한명쯤은...... 있어도 되지 않냐?
니 진짜 이름 불러줄 사람?
은비 ....!!
태광 그거... 내가 하면 안 돼?

마주보고 있는 태광과 은비의 얼굴에서

<제 6회끝>
<제7회>

#1. 비밀 과외 방. 시진의 인터뷰. 밤


시진, 책상에 무기력하게 턱 괴고 앉아 있다.

시진 어른들이 그런 얘기하잖아요?
제 나이 때는...평범하지만 학생다운게 제일 예쁘다고...
전 그 말이 정말 싫어요.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다는 거니까....

시진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뭘 하고 싶고, 뭘 잘하는 지....
그런 건 대학가서 생각하면 된다는데..
그럼 지금은... 아무런 꿈도 없이 살아도 되는 걸까요?

시진의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얼굴에서..

#2. 옥상. 오전
소영과 태광 대치중이다.

소영 (찢어진 노트한 장과 ‘사랑의 집’종이 내밀어 흔들며)


똑똑히 봐!! 통영 이은비랑 고은별 글씨체야. 완전 똑같지?
아빠한테 부탁해서 감정 받아 볼 생각이야!!

태광, 종이 들여다보고 얼굴 굳는다.

소영 이렇게 된 이상, 니 말대로 둘 다 까야겠네! 그치?


그래야 공평하지!!
태광 !! (놀랐지만, 태연히) 그래! 받어! 야! 나도 진짜 궁금하다!
근데 니네 둘 다 깠을 때 누가 더 불리할 거 같냐?

태광, 뒤돌아 가려하면

소영 !! (자신 없고, 다급하게) 야!! 공태광!!


태광 (유유히 뒤돌아) 왜? 자신 없어?
(걱정하듯)그럼, 결과 나올 때까진 너두 조심해라.

소영, 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 옥상 밖으로 휙 나가버리면,


태광, 태연하던 얼굴 순식간에 심각해진다.

#3. 세강고 정문 앞. 아침
교문을 들어서고 있는 은비
태광, 은비의 손 잡아끌고 무작정 걸어간다.
은비 (놀라서) 야!! 공태광!! 너 뭐야?
태광 (심각하지 않은 척) 고은별!! 우리 땡땡이치자!
은비 싫어!! 너 미쳤어? 왜 이래?

은비, 문득 태광의 얼굴 보면
태광 아무렇지 않은 말과는 달리 표정 심각하다.

태광 그냥 따라와!!

#4. 버스 정류장. 아침
막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
앞문이 열리고, 태광과 은비 올라탄다.
둘을 못 본 채, 뒷문에서 내리는 이안.
버스 출발하고 이안, 문득 버스를 돌아보면
버스에 올라 탄 은비와 태광이 보인다.
이안, 멀어지는 버스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쥔다.

#5. 버스 안. 오전
버스에 나란히 앉아있는 은비와 태광

은비 (걱정으로) 무슨 일인데! 말해봐!


태광 잠깐만..... 잠깐만 있다가.....
은비 .........

은비, 이어폰 꺼내 양쪽 귀를 막고 창밖을 본다.


태광, 무심히 앞을 보고 가다가 은비의 한 쪽 이어폰 빼며,

태광 야!
은비 ... (그제야 태광을 쳐다보는)
태광 한명쯤은...... 있어도 되지 않냐?
니 진짜 이름 불러줄 사람?
은비 ....!!
태광 그거... 내가 하면 안 돼?

마주보고 있는 태광과 은비의 얼굴에서

#타이틀 <후.아.유?>

#6. 휴게실. 오전
송주, 소영의 앞에 핸드폰 들고 서있다.

송주 왜 대답을 안 해? 이거 너...아니지?
소영 ......
송주 (혹시나 싶은) ...맞아?
소영 (웃으며) 당연히 아니지!
통영에 N여고가 누리여고 뿐인 줄 알아?
송주 ......
소영 아빠 따라 서울 온 거라고 내가 얘기 했잖아!
다른 이유 같은 거 없어!
송주 ......아님 됐어!

송주, 가려는데, 소영, 송주의 팔 잡는다. 송주 돌아보면

소영 참! 송주야! 삼촌이 급히 해외 출장 가게 돼서
오디션 날짜를 며칠만 미루자고 하셨는데, 괜찮아?
송주 (담담히) ...응! 난 괜찮아!
소영 (불쌍한 얼굴로) 근데, 나 교실 들어가기 조금 겁난다.
송주 너 아니라며, 뭐 어때? 사실... 오해할 수 있지.
통영 N여고에 전학시기도 딱이잖아....
소영 그러니까....
송주 (힘내라는 듯 웃으며) 으유...나랑 같이 들어가자.

송주, 소영을 데리고 교실로 간다.

#7. 교실. 오전
송주와 함께 들어서는 소영,
아이들 소영을 보며 여전히 수군수군 표정 곱지 않은데
송주, 학생 1,2,3, 앞에 다가가

송주 야!! 소설을 써라. 소설을!!


강소영 아니라니까 괜한 헛소문 내지마!

학생 1,2,3 “잘 못 알았나?” 하는 표정으로 서로 바라본다.


이안, 교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아, 은비와 태광의 빈자리 본다.

#8. 공원일각. 오전
은비, 태광, 벤치에 앉아있다.

은비 (말하고 싶지 않은) ...니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은비, 자리에서 일어나 가려하면,


태광, 은비 팔 잡아 그 앞을 막아서면서

태광 (화나지만, 은비의 마음 이해되고)


그래! 알았다! 너..... 고은별이잖아...
그러니까 진짜 고은별답게 굴어!
그렇게 죄인처럼 있지 말고!!
은비 ......
태광 야! 나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니가 강소영 앞에서 쩔쩔매는 거 진짜 꼴 보기 싫거든!!
은비 그러니까 내 일에 신경 쓰지 말라고 했잖아!
태광 (버럭) 신경 쓰지 않게 해 그럼!
강소영이, 니 뒷조사 같은 거 하고 다니지 않게
확 밟아버리라구! 넌 고은별이니까!!!
은비 !!
태광 강소영은 벌써, 이은비랑 고은별 글씨체 똑같다는 것까지
다 알아버렸는데, 넌 언제까지 난 아니야 소리만 하고 있을 건데?
은비 !!!
태광 (화 누르며) 그니까 내가 도와주겠다고.
니가 고은별로 살 수 있게!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은비, 태광을 보는 얼굴에서

#9. 교실. 낮
막 수업 끝나는 종이 울리는 교실. 태광, 뒷문을 열고 들어온다.

김준석 공태광! 경고야! 수업 시간 지켜!!

태광, 대답 없이 자리에 가 앉으면,


이안, 은별이 없이 혼자 들어온 태광을 노려본다.
김준석, 수행평가 점수표 한 장 들어 보이며

김준석 수학 수행평가 결과다! (갸웃) 어려웠나.. 만점자가 한 명 뿐이네?


점수표 뒤에 붙여 놓을 테니까 확인하고!
다른 과목 수행평가도 잘 준비해라!!

김준석, 민준에게 점수표 건네고 나가면, 받자마자 확인하는 민준.


강소영, 20점/ 박민준, 19.5/ 고은별, 16.5/......
하윤, 초원 달려들어 점수 확인하더니, 민준과 함께 동시에
놀란 눈으로 소영을 본다.

초원 박민준이 아니라, 강소영이야?


민준 뒤에 붙이면 봐. (종이 가져간다.)
하윤 (고소한, 초원에게) 고은별 점수 봤어?
초원 공부하는 덴 지장 없다더니.. 아니네..
소영 !! (의심스런 눈으로 듣고 있다.)

#민준, 점수표 교실 뒤에 붙이면, 아이들 우르르 몰려간다.


해나 효은 등 얼른 가 매직으로 자기 점수 지우며 “짜증나!!”
송주, 은별의 점수 놓고 수근 대는 아이들 향해

송주 야! 니들 점수나 신경 써! (윽박지르고)
(아직 화 안 풀렸지만 걱정되는, 혼잣말)
고은별은 또 어디 간 거야...

점수 확인한 시진, 인상 쓰고 한 숨 깊다.


기태파와 태광은 관심 없고, 조용히 자리에 앉아있는 민준
민준, 공부하는 듯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펜으로 종이가 찢어질 듯 마구 긋고 있다.

#10. 은별모 가게 안. 오전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은비.
은별모 놀란 눈으로 보며 다가온다.

은별모 왜 벌써 왔어? 어디 아파?


은비 응.. 몸이 좀 안 좋아서 조퇴했어.
은별모 (걱정되고)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구?
은비 (잠시 고민하다가) 응...
은별모 병원 갈까?
은비 그 정돈 아냐...
은별모 얼굴 안 좋다. 그냥 집에 가서 쉬지, 여긴 왜 왔어?

은비, 다가가 은별모의 허리 안으며

은비 그냥.....엄마 옆에 조금만 있다 갈게.


그럼 금방 괜찮아질 것 같아.

은별모와 은비 다정하게 웃고 있는데, 가게로 들어서는 수인모 다가온다.


은비 은별모 웃음기 가신 얼굴로 본다.

수인모 안녕하세요?
은별모 네....여긴 무슨 일로...?
수인모 우리 딸 옷 사러 잠깐 들렀어요.
은비 안..녕하세요?
수인모 그래.. 은별아..

수인모 은별의 어깨에 손을 대려고 하면,


은별모 당황한 기색 감추며, 은비를 서둘러 집으로 보내려는 듯

은별모 (은비에게) 몸 안 좋다며? 얼른 집으로 가!!

은비, 엄마의 당황한 기색 읽고,


어색한 미소로 목례하며 가게 밖으로 나간다.

#11. 교실. 낮
이안, 훈련 가는 길이다. 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가려다
문 앞에서 도저히 열 받아 그냥 갈 수 없다.
엎드려 있는 태광의 앞으로 가, 발로 책상을 툭툭 찬다.
태광, 짜증스런 얼굴로 고개를 들면

이안 (너무 화가 나지만, 낮게) 야! 너 어디 갔다 왔냐?


태광 (어이없고) 뭔 상관?
이안 .....(뚫어져라 보면)
태광 .....그게 왜 궁금하냐고?
이안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수업 좀 들어!
태광 걱정해 주는 거냐?
이안 (이 악물고) 어!!! 나...... 엄청 걱정 되거든!!
그러니까...잘 해라!!!

이안, 휙 돌아서 교실 문 쾅 닫고 나가버리면

태광 뭐야? 저 새끼....

태광, 다시 자리에 엎드린다.

#12. 세강고 일각. 오후


하굣길. 송주, 시진 나란히 걷고 있다.
시진, 은별에게 온 문자메시지 확인하고

시진 은별이 괜찮대!
송주 (삐진) 누가 물어봤냐?
시진 (풀죽은 얼굴로) 송주야. 나 오늘 과외 땡땡이 칠 테니까
우리 놀러 갈래?
송주 야! 너 엄마한테 괜찮겠어?
시진 아...몰라...
송주 소영이랑 영화보기로 했는데, 같이 갈까?
시진 (기분 상해) 됐어....야! 근데 너 너무한 거 아니냐?
송주 뭐가?
시진 강소영 전학 온지 며칠이나 됐다고...
은별이가 그렇게 싫어하는데...
송주 이유도 없이 그냥 싫다는 게 말이 돼?

그 때, 뒤에서 소영이 반갑게 달려와 송주 옆에 서며

소영 송주야!!

송주와 소영 즐겁게 수다 떨고 장난치면


시진, 섭섭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본다.

#13. 민준의 방. 밤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

민준모 (차분하게 수행평가 시험지 내밀며)


일단 김선생한테 풀이과정 검토 요청했어.
민준 확인했어요. ....제가 실수 한 거 맞아요.
민준모 (찡그리며) 그래?
민준 네...정답은 맞는데, 그래프를 조금 잘 못 그려서
감점 처리 됐어요!
민준모 왜 그런 실수를 해? 지필시험 점수 잘 받아 놓고
수행평가 점수 깎이는 거 너무 짜증나지 않아?
민준 엄마...0.5점이예요!
민준모 아들! 0.5점 우습게 알면 안 돼! 0.1에도 갈리는 게 당락이야!!
민준 (말문 막혀서 고개 떨구는)
민준모 아들, 엄마가 무슨 일 하는지 알지?
지는 아들을 둔 엄마가 어떻게 이기는 법을 가르쳐?
민준 (눈 질끈 감았다 뜨며, 참는)
민준모 그치? 실패한 아들을 둔 엄마가 가르쳐주는 성공 비결이
신뢰가 가겠냐구?
민준 저 실패 안 해요..
민준모 (웃으며) 그래야지. 이제 나가서 밥 먹을까?
얼른 하고 나와! (나가려다) 참! 강소영이라는 애는
몇 점 나왔니?
민준 모르겠는데요...

민준모 끄덕끄덕 하고 방을 나가면,


민준, 수행평가 시험지 한 손으로 확 구긴다.

#14. 소영의 집 거실. 밤


식탁에 둘러 앉아 밥 먹는 강검사 소영모 소영, 분위기 무겁다.
강검사, 소영모와 소영에게 눈길 주지 않고,
식탁 위에 올려놓은 탭북으로 뉴스를 읽고 있다.

소영모 (다정하게) 학교는 어때?


소영 좋아요. 하나만 빼고..
소영모 그게 뭔데?
소영 (눈치 보며 망설이는) 통영에 걔 있잖아요...사랑의 집...
소영모 그 죽은 애 말이니?
소영 네...이은비! 저희 반에 걔랑 똑같이 생긴 애가 있어요.

그제야 표정 없이 고개 드는 소영부, 어이없는 눈으로 소영을 본다.

소영 떨어져 살던 쌍둥이 언니라는데, 뭔가 이상해요!


(얼른 은별의 필체 종이 내밀며)
보세요! 똑같죠? 이은비가 살아있는 것 같아요.
강검사 (차갑게) 말도 안 되는 소릴!!
소영 제 느낌이 확실해요! 아빠 이거 감정 좀 받아주시면 안돼요?

강검사, 종이 받아들자마자 보지도 않고 좍좍 찢어 쓰레기통에 넣으면


소영, 너무 놀라 흔들리는 눈빛으로 아빠를 본다.

소영모 여보! 애 얘기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강검사 (냉정하게) 너... 내가 10년 세월 공들여 다져온 표밭 버리고,
서울로 온 이유를 잊었니?
소영 (기죽어서) 알아요. 아니까.....친구 죽였다는 누명 벗으려고
이러는 거잖아요...
강검사 누가 뭐래든 그 사건은, 그 애가 가해자고,
니가 피해자인 채로 끝났어.. 들쑤시지 말고 공부나 해!
소영 그래도... 소문이..
강검사 (말 자르며, 단호하게) 그깟 소문이 무슨 힘이 있어!
길어야 1, 2년이지! 약하게 굴다가 된서리 맞지 말고
너부터 잊어버려!

강검사 차갑게 자리를 뜨면,


상심해서 서 있는 소영.

#15. 소영의 방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풀고 있는 소영.
집중이 되지 않는다. 소영의 귀에,
통영에서 들었던 친구들의 이야기 들리는 듯하다.

여학생1(E) (속닥거리는) 살인자는 좀 심했다. 강소영이 죽인 건 아니잖아.


여학생2(E) 강소영 때문에 죽었으면 그게 살인이지...

소영, 펜 던지듯 내려놓으며, 분노 치밀어 오르는.

소영 이은비......멀쩡히 살아있으면서 날 그 꼴로 만들어?


나..절대 포기 안 해....

#16. 소영의 집 거실. 밤


쓰레기통에서 #15. 의 구겨진 종이 다시 꺼내 드는 손.
소영의 아빠다.

#17. 몽타주. 밤
#은비의 집 앞.
대문 앞을 서성이는 은비. 텅 빈 거리 쓸쓸하다.

#체육관 라커룸.
트레이닝 복 갈아입은 이안
핸드폰을 들고 망설이다 가방을 들고 그냥 나선다.

#은비의 집 앞
은비의 방 닫힌 창문을 뚫어져라 올려다보는 이안

#체육관 앞
서성이다, 벤치에 앉아 이안을 기다리는 은비

#18. 은비의 집 앞. 아침
은비, 자전거를 옆에 세워두고 집 앞에 서있다.
이안을 기다리는데, 오지 않자 시계 보며 마음 초조하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이안. 하지만 은비를 스쳐 지나가버린다.
은비, 속상한 마음에 뒷모습 바라보다가,
차마 부르지 못하고 천천히 따라간다.

#19. 양재천 산책로 일각. 아침


여전히 자전거 끌고 이안의 뒤를 따라가는 은비,
이안, 멀어지자 급한 마음에 자전거에 올라타는데,
출발하려는 순간 철컥 하고 체인이 빠진다.
은비, 따라가지도 부르지도 못하는 상황에 표정 울컥하는

<플래시백-6회 #40. 거리 일각. 오후>


은비를 두고 돌아서 가버리는 이안

<플래시백-6회 #43. 복도. 오전>


이안, 은비를 지나쳐 교실로 들어가 버리면
우두커니 서서 아쉬운 눈으로, 이안을 바라보는 은비

은비 (크게)야!! 한이안!!

이안, 뛰다가 멈추고 천천히 돌아본다.

이안 (차갑게) 왜?
은비 .....
이안 (그냥 본다.)
은비 나.....(무슨 말을 하려다, 버럭) 자전거 체인 빠졌어!!
이안 (퉁명스럽게) 어쩌라구?
은비 (진심 말하지 못하고, 다시 버럭) 나 자전거 체인 빠졌다구!!!
이안 (퉁명스럽게) 그래서!!!
은비 ......(속상한, 눈물 날 것 같다.) 난... 너한테 못 가!
내가 못가니까....니가...와주면 안 돼?

이안, 저벅저벅 은비에게 다가간다.


은비, 양 볼에 눈물 흐르고,
이안, 은비 바로 앞까지 다가와 피식 웃음 터지며

이안 (반갑지만 툴툴) 야! 왜 울어? 자전거 고장났다고 우냐?


은비 (울며) 그래! 자전거때매 운다!!
이안 으이그....고은별!! (머리 흩뜨리며) 너 언제 클래?

이안, 예쁘게 은비를 보고, 은비도 눈물 닦으며 웃는다.

#20. 공원 벤치. 아침
샌드위치와 우유 먹으며 앉아 있는 이안과 은비
은비 입가에 묻은 우유 손가락으로 쓱 닦아주는 이안

이안 맛있냐?
은비 아니, 별로!
이안 맛없는데 이렇게 잘 먹어?
은비 배고파서 억지로 먹는 거거든?
이안 치!! 너... 눈물로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는데!
힘들 때 성질만 부리지 말고, 나한테 얘길 하라구!
은비 (미안한 맘에 샌드위치 먹다가 멈추며)
뭐든? 다 이해해줄 수 있어?
이안 (미소로) 어! 뭐든!!
은비 (말 돌리려 일어나며) 학교 늦겠다. 갈까?
이안 아....지각하고 싶다!
은비 그래라!

은비, 먼저 일어나 자전거 끌고 가면,


이안, 예쁘게 흘겨보며 얼른 따라간다.

#21. 은별의 방. 아침
은비, 교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서있다.
고은별 명찰을 뚫어져라 본다.

<플래시백-6회 #29. 운동장 일각. 오후>

소영 니 동생이 어떤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알고 보면 내가 더 피해자야!

소영 (한 걸음 다가가) 숨겨야 할 게 많아서 그런 건 아니구?

<플래시백-5회 #63. 옥상. 오전>

소영 니가 그 말 할 줄 알았지...
따순이! 변한 게 없네.....
<플래시백-#8. 공원일각.오전>

태광 그래! 알았다! 너 고은별이잖아...


그러니까 진짜 고은별답게 굴어!
그렇게 죄인처럼 있지 말고!!

결심을 단단히 한 듯, 단호한 눈빛으로 자신의 모습을 본다.

#22. 교실. 아침
등교하는 은비, 왠지 예전의 은별과 많이 닮은 듯
당당한 걸음, 차가운 눈빛으로 교실로 들어선다.
태광과 눈 마주치면 태광, 씨익 미소 지어 보인다.

#23. 화장실. 아침
소영,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데,
화장실 안에서 나오는 은비, 세면기 앞으로 오다가
거울에 비친 소영을 싸늘하게 본다.
은비, 무심히 손을 씻고 있으면

소영 고은별! 안녕?
은비 (못 들은 척하는)
소영 어제 결석했더라! 진짜 아팠던 거 맞아?
은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손 씻는)
소영 아니면 공태광한테 무슨 얘기 듣고 도망갔니?
은비 (도도하게) 무슨 얘기?
소영 (주위를 둘러보며, 빈정대는) 이렇게 아무데서나 얘기해도 돼?
은비 (차분하게) 강소영! 따라 와! (앞장 서 나가면)
소영 치!!

비웃으며 은비를 따라가는 소영

#24. 옥상. 아침
소영과 은비 팽팽하게 시선 마주보고 대치중이다.

은비 (담담하게) 너! 어제 많이 놀랐다며?
소영 (태연하게) 신문기사 얘기 하는 거야?
놀라긴. 이은비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는데...
은비 (도도하게) 너! 내가 안 무섭니?
소영 (비웃으며) 뭐? 무서워?
내 얼굴만 봐도, 벌벌 떨던 따순이 많이 컸네?

은비, 소영을 뚫어져라 보다가 기막히다는 듯 여유롭게 웃는다.

은비 너도 참 안됐다. 많고 많은 학교 중에 왜 하필 세강고니?
나를 안 만났으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
소영 (동요하지만, 감추며)
야, 너무 애쓰지 마! 안쓰러워서 못 보겠다.
나 전학 오던 날, 니 눈 보자마자 딱 알았거든?
아.....나는 망했구나....하던 그 표정! (큭큭 웃으면)
은비 (픽 웃고) 그래서? 필적감정을 한다구?
난 니가 무슨 말을 해도, 아무도 널 믿지 않게 만들 자신 있는데,
괜찮겠어? 고작 그걸로?
소영 (은비 같지 않은 모습에 혼란이 오고)
은비 또 쫓기 듯 전학 가서 적응하려면, 참 피곤하겠다!
아, 전학이 아닌가? 내 동생한테 한 짓 다 밝혀지면
넌 학교가 아니라, 아마 다른 곳으로 가야 될 거야.
그게 어딘진 말 안 해도 알지?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소영, 손으로 은비 어깨 툭툭 밀며

소영 뭐? 어딘데? 그게 어디냐구? 할 수 있으면 해봐!

은비, 소영의 팔목 잡아 반대쪽으로 확 꺾으면


깜짝 놀라며 “악!” 소리 지르는 소영

은비 (소영의 팔 꽉 잡은 채) 내 동생은 당하고만 있었는지 몰라도


난 아냐. 너! 사람 잘 못 봤어!

은비, 소영의 팔 확 밀듯이 놓으면


몸의 균형 잃고, 휘청 하는 소영, 은비를 보려보며

소영 누가 누굴 잘 못 봤는지, 두고 보면 알겠지!

소영, 휙 돌아 나가면, 지친 듯 털썩 벤치에 앉는 은비


태광, 어느새 다가와 은비 앞에 선다.
은비의 눈높이 맞추며 쪼그려 앉아,
힘겨워 보이는 은비를 향해 따뜻한 미소 지어주는 태광.

#25. 카페. 오전
민준모 시진모 카페에 마주앉아 있다.

민준모 전학생 알지? 그 엄마 곧 올 거야.


시진모 아...그 강소영인가 하는 애?
민준모 응!
시진모 걔 수학 수행평가 혼자 만점 받았다면서?
민준모 !!!!
시진모 (눈치 없이) 으이구! 그런 거 보면 강남이고 뭐고
잘하는 애는 다 따로 있나봐!
민준모 큼!!! (차 한 모금 마시는데)

입구로 들어서는 소영모, 두리번거리다 다가온다.

소영모 안녕하세요? 소영이 엄마예요!

민준모, 시진모와 마주 인사한다.

소영모 하도 바쁘다고 하셔서....본론부터 말씀드릴게요.


(가방에서 소영의 성적표 여러 장 꺼낸다.)
어차피 테스트 거치겠지만, 참고하시라고 가져왔어요.

시진모, 얼른 성적표 들여다보며

시진모 (깜짝 놀라서) 힉!!! 전 과목 죄다 일등급이네?


민준모 (도도하게) 수선 좀 떨지 마! (성적표 힐끗 보고)
성적 훌륭하네요. 근데..지금은 정원이 꽉 차서...
시진모 (금시초문이다.) 한명 더 들어와도 되는 거 아녔어?

민준모, 시진모를 슬쩍 찌르면.


소영모 알만 하다는 듯이 웃으며

소영모 (미소로) 왜요? 민준이보다 성적 좋은 애랑 같은 팀 되면


민준이 사기 떨어질까 봐요?
민준모 (하하하 웃으며) 그럴리가요.
소영모 (여유롭게) 오해라면 죄송해요, 듣자니까
돼지엄마들이 자기 자식보다 살짝 떨어지는 애들로만
팀 꾸린다는 말이 있어서..
시진모 어머, 그래요?
소영모 아뇨... 민준 어머님이 그러신단 얘긴 아니구요..
민준모 (웃으며) 뭐...충분히 오해하실 수 있죠.
아직 이쪽 분위기를 잘 모르시니까..
소영모 (지지 않고) 모르긴요, 우리 소영이 통영에서도
대치동 유명강사한테 꾸준히 학습코칭 받아왔어요!

민준모 소영모 미소 짓고 있지만, 분위기 살벌하다.


양쪽의 표정 보고 놀라는 시진모의 얼굴

#26. 급식실. 낮
송주 시진 소영 밥 먹고 있다.
은비, 급식실로 들어서, 송주 쪽 자리로 다가가면,
소영, 불쾌한 얼굴이고, 송주, 의외라는 눈으로 보는데
은비, 송주 옆자리에 식판 툭 놓고 앉는다.
송주 (뚱해서) 뭐하냐?
은비 (태연히) 너랑 밥 같이 먹을려구 한다. 왜?
소영 ...!!
송주 (싫지 않은) 치! 무슨 변덕이냐?
은비 내 맘이다! (하고 밝게 웃으면)
송주 (은별을 흘겨보다가 픽 웃음기 머금고)
어우 미워! 고은별!!

소영, 못마땅한 얼굴 애써 감춘다.


그 때, 차례로 이안 태광 자리로 와 앉는다.

은비 송주야! 오디션은... 봤어?


송주 (먹으며 툭) 어..날짜가 좀 미뤄졌어..
소영 삼촌이 출장 때문에 좀 바쁘시다고 해서
은비 (소영 흘깃 노려보며) 아....

이안, 깨작깨작 밥 먹는 은비를 향해

이안 너 배 안고프지?
은비 어! 별로 생각이 없네.
이안 (웃으며) 야! 그럼 아침에 샌드위치를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
배가 고프겠냐?

이안, 은비의 밥 푹 퍼서 자기 식판에 담는다.


태광 송주, 신경 쓰이는 얼굴로 이안과 은비를 본다.

시진 언제 만나서 샌드위치를 먹었어? 니네 진짜 부지런하다!


소영 그러게, 너희 아침도 같이 먹는 사이야?
이안 어!
태광 (화나서) 야! 밥 같이 먹는데, 무슨 사이가 필요하냐?
은비 (톡 쏘며) 근데, 강소영! 넌 나한테 왜 그렇게 관심이야?

아이들, 달라진 은비의 말투에 시선 집중 한다.

#27. 교실. 오전
안주리 교탁 앞에 서 있다.

안주리 영어 수행평가... 통영 여행 브로셔 제작하는 거 알지?


아이들 우우--
안주리 조용!! 수학여행 다녀왔으니까 어려울 거 없지?
3명씩 팀 짜왔으니까 합심해서 잘 만들어 보도록.
반장! (종이 건네며) 각자 조 확인해!!
아이들, 반장에게 다가와 각자 조 확인한다.
(민준, 송주, 시진/ 소영, 하윤, 초원/ 은별, 해나, 효은/
이안, 태광, 기태/ 윤재, 아성, 은수/ 우진, 병규, 진권/
민석, 승호/)

#조 확인한 아이들 각자 같은 조끼리 모여 웅성거리고 있다.

#28. 카페. 오후
사복차림의 이안, 태광, 기태 서로를 외면한 채,
갑갑한 표정으로 말없이 앉아 있다.
서로 음료수만 벌컥벌컥 들이키다가

기태 (이안 태광 둘러보며) 조를 짜줘도....씨...


태광 지는....씨...
기태 영어는 점수를 주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이안 어떻게 할 건데? 일단 조 이름부터 정하자!
태광 (표정 없이) 꿈도 희망도 없조...?
기태 (정색하며) 진짜 답없조...
이안 (진지하게) 이대로는 무리조...

셋이 마주보고 동시에 한숨 쉬며 “예이씨!!!”

이안 권기태! 너는 수학여행 갔다 왔잖아.


사진 찍은 거 있지?
기태 (자신 있게) 자료는 빵빵하지!! (핸드폰 내밀면)

이안, 태광, 기태의 사진 보는데, 배경은 없고


해나와 붙어 찍은 셀카만 잔뜩이다.

태광 야! 여기가 통영인지 뉴욕인지 뭘 보고 확인해야 되냐?


기태 아이씨!! 우리 조는 끝났어! 야! 5만원씩 내!
브로셔 업체에 맡기자!
태광 콜!!
이안 그럼 나 이제 훈련가도 되지?

기태, 귀찮은 듯 손짓으로 가라는 손짓하면,


이안 태광 자리에서 일어난다.
뒤따라 일어나던 기태, 건너편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는 민영을 본다.

기태 야야!! 저기저기 (가리키며) 오!!! 이쁜데? 번호나 따봐?

이안 태광, 무시하고 나가버리고,


기태, 잠시 망설이다가 개구지게 웃으며 정민영에게로 간다.
기태 (민영 앞에 서서) 안녕하세요? 잠깐 앉아도 될까요?

#29. 카페 앞. 오후
이안, 태광 카페 밖으로 나온다.
인사 없이 서로 등지고 걷기 시작하는데,

이안 (돌아보며) 야! 공태광!!

태광, 멈춰서 돌아본다.

이안 고은별 괴롭히지 마라!


태광 (툭) 내가? 니가 아니구?
이안 사고 쳐서 다치게도 하지 말구!
태광 (억울한) 야! 그건!
이안 가라!

이안, 돌아서려는데

태광 야! 한이안!
이안 (다시 태광 보면)
태광 나 고은별 안 괴롭히고, 절대 다치게도 안할 거다!
그러니까 신경 꺼라!

이안, 태광 잠시 바라보다 동시에 뒤돌아 간다.

#30. 휴게실. 오후
은비, 해나, 효은 노트북 펼쳐 놓고 수행평가 준비 중이다.
노트북에 띄워져 있는 수학여행 단체 사진

해나 이 사진에 너만 없잖아!
이 때 너 없어져가지구 얼마나 난리였는지 알아?
은비 그래? (웃는데)

단체사진에 작게 찍힌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 은비. 생각에 잠긴다.

<플래시백-6회 #15. 도서관. 낮>

이안 아 참.....저번에 내가 말했던 니 목에 상처 말야.


수학여행에서 나 만나기 바로 전에 생긴 거 같았어.

해나 그럼, 미륵산은 고은별이 맡고, 동피랑 마을은 효은이!


나는 해저터널 됐지?
효은 그래! 그럼 일단 소개글 만들고 편집은 따로 모여서
다시 얘기하자!

해나, 효은 은비가 아무 반응 없자 쳐다보고 있다가

해나 고은별!! 고은별!!! 정신 차려!


은별 응? 뭐라 그랬어?

#31. 휴게실 구석. 오후


통신사에 전화를 걸고 있는 은비

은비 저, 한 달 전쯤 통화기록을 확인하고 싶은데요...


상담원(E) 네, 대리점에 방문하시거나 인터넷으로도 열람이 가능하시구요...

#32. 번화가. 저녁
시진, 가방을 메고 무심히 거리를 지나다가
멀티 화장품샵 통유리 안으로 화기애애한 송주와 소영을 본다.
서로 매니큐어 색깔 고르고, 발라주며, 까르르 웃는 두 사람.
씁쓸한 표정으로 송주와 소영을 보다가 지나가는 시진

#33. 카페. 저녁
민준, 시진 기다리고 있는데 송주가 오지 않는다.
민준, 컴퓨터로 수학여행 사진 보고있다.

민준 차송주 왜 이렇게 안 와?
시진 (삐진) 걸 내가 어떻게 알아?
궁금하면 니가 전화해보든가!

시진, 기분 안 좋은 표정으로 카페 창 밖 바라보는데


송주, 소영과 다정하게 인사 나누며 헤어지는 모습 보인다.
송주, 카페 안으로 들어오며

송주 미안!! 조금 늦었지?
시진 (샐쭉하게) 어!
송주 니들 과외 다 끝났어?
시진 (안 쳐다보고) 어!
송주 (시진의 반응 이상하고)야! 이시진 너 뭐 안 좋은 일 있었냐?
시진 .......
민준 나 시간 없으니까 빨리 파트 나누자.

민준, 송주, 노트북에 뜬 수학여행 사진 넘겨보고 있다.


시진 기분 상해 보는 둥 마는 둥 하는데,
은별이 없는 미륵산 단체 사진 나오면

송주 (안타까운) 여기 단체 사진에 고은별 없잖아.


그 때 화장실에서 억지로 끌고 나왔으면
실종되고 그런 일도 없었을 텐데....
민준 단체사진 찍기 직전에 그 화장실?
시진 !!!
민준 (의아하게 시진이 보며) 근데, 이시진 너 화장실에서 나오고 나서
무슨 비명소리 같은 거 못 들었냐?
송주 (놀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시진 ......

#34. 은별의 방. 몽타주. 저녁

#책상 앞에서 통신사 홈페이지를 열어 통화기록을 보고 있는 은비.

#프린터에서 전화번호 목록이 출력된다.

#은비, 핸드폰 주소록을 비교하며 아는 번호를 하나씩 지운다.

#목록 전체에 빨간 줄이 그어져 있고, 딱 한 개의 번호가 남아 있다.

은비 (통화시간 보며) 2015년 4월.. 27일.. 밤 9시 45분...

은비,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다.


받지 않아 끊임없이 이어지는 통화 연결음
은비, 막 끊으려는데 ‘찰칵’ 하고 연결되면 놀란다.

미주(E) ......은별이야?
은비 (조심스럽게) 누구세요?

#35. 공원 일각. 저녁
은비, 공원 산책로를 걷고 있다.
저만치 벤치에 미주가 앉아있는 모습 보이면,
가볍게 손 흔들고 다가간다. 은비 미주 옆 자리에 앉는다.

미주 갑자기 연락 와서 놀랐어.
은비 미안, 급하게 물어볼 게 있어서...
미주 ...뭔데?
은비 혹시, 수학여행 간 날, 밤에 나한테 전화했었니?
미주 (은비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기억.. 났어?
은비 !!!
미주 그 날 밤에 너랑 나랑 만났었잖아....
은비 !!!!

#36. 미주의 회상. 리조트 야외 일각. 밤


은별, 인적 드문 어두운 곳에 미주와 마주 서있다.
미주, <지나간 일이라고 해서 없던 일이 되진 않아-수인> 이라는
문자메시지가 담긴 핸드폰 내 보이며

미주 (두려움, 화남) 이거...... 너지?


은별 (차갑게) 잘 봐! 수인이가 보낸 거잖아!
미주 (격앙된) 그러니까...... 정수인 이름으로 이상한 문자 보내는 사람,
너냐고!!!
은별 (피식 비웃으며) 왜? 뭐 찔리는 거 있어?
이렇게 무서울 짓을 왜 했어?

미주, 흥분 상태로 달려들어 은별의 몸을 뒤지며

미주 (거칠게 몸싸움 하며) 수인이 핸드폰 니가 가지고 있지?


내 놔! 어딨어? 어딨냐구우!!!
은별 왜 이래! 나 아냐! 나 아니란 말야!!
미주 수인이 핸드폰 어딨어어어! 이러다 나도 죽을 것 같단 말야!!!!!!
은별 악!!

몸싸움 도중 넘어지며 나무 (또는 파이프 돌기 등에) 목을 긁히는 은별

은별 (손으로 목을 감싼 채, 울먹이는)
미주 (울 것 같다.)
은별 (울며) 그 문자......나도 받았어.
수인이가 보낸 거...... 맞아!
미주 (눈물 쏟으며, 버럭) 너 미쳤어? 죽은 애가 어떻게 문자를 보내!!
은별 자꾸... 수인이가 나타나. 매일 나를 따라다녀......
미주 ......!!!!
은별 나... 무서워 죽겠는데... 그만 오라는 말을 못하겠어.
수인이한테 너무.... 너무 미안해서......

은별, 주저앉아 참았던 울음 쏟아 낸다.

#37. 공원일각. 저녁 (#35에서 연결)


은비, 놀란 얼굴로 미주를 보고 있다.

#38. 카페. 저녁
송주와 시진, 곧 터질 듯 날이 서 있다.
민준 피곤한 표정으로 둘을 보다가,
가방과 노트북을 들고 일어나 나간다.

송주 (궁금해서) 야! 이시진! 너 파우치 가지러


혼자 다시 화장실 갔을 때,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시진 (당황하면)
송주 야...뭔데...? 너 좀 이상하다.
시진 이상하다니? 너 지금 무슨 상상을 하는 건데?
내가 은별이한테 나쁜 짓이라도 했다는 거야?
송주 그렇잖아!! 어떤 남자랑 싸웠다는 얘긴 잘만 하더니!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은 왜 말 안 해?
이상한 게 있으면 나한테 얘길 하던가,
고은별을 데리고 나왔어야지!!

당황스럽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 그렁한 시진의 얼굴에서

#39. 미륵산 공중화장실 안. 낮


시진, 화장실로 들어와 세면기 옆에 있는 파우치 발견하고 집어 드는데
깜빡거리다 툭 꺼지는 조명, 놀라는 시진
순간, 안에서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 들리고

은별 (두렵지만 차분히) 거기 누구 있어요?

시진, 소리 나는 쪽으로 다가가 노크하려 손을 올리는데

은별 또...... 너야?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건데!


시진 (손 내리고, 주위 둘러보면 아무도 없다. 작게) 은별...이야?
은별 .........
시진 (혼잣말) 통화중인가?

적막. 시진, 잠시 망설이다 화장실의 음산한 기운 느껴져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40. 카페. 저녁
시진이 울먹이고 있고, 송주도 마음 답답하다.
감정 고조된 두 사람

시진 (억울하고, 화난) 그래! 나도 이상하긴 했어!


근데! 불러도 아무 대답 없었어!
은별이 그 전날부터 기분 안 좋았으니까
누구랑 통화하면서 싸우나보다, 설마 별 일 없겠지...
하면서 모른 척 했어!
송주 (화나서) 뭐? 그걸 말이라고 해?
시진 수학여행 내내 너랑 단짝처럼 다니는 게 좋아서
잠깐 모른 척 한 거 맞아! 그치만 은별이 사라지고 나서
내가 얼마나 후회하고 힘들었는지 너는 모르지?
송주 (미안한, 조금 누그러져) 야...이시진....

시진, 가방 챙겨 들고 카페 밖으로 달려 나간다.

#41. 공원 일각. 밤
은비, 패닉 상태로 앉아 있다.

은비 (충격이다.)......수인인 왜.....어떻게 죽은 거야?


미주 그건 나도 몰라. 어느 날 학교 갔더니
전날 수인이가 죽었다는 얘기만...들렸어.
은비 (혼란으로 멍한, 혼잣말하듯) 난....수인이랑 어떤 사이였을까?
왜 환영에 시달릴 만큼 괴로워했던 걸까?
미주 내가 아는 건, 나만큼은 아니지만
너도.... 정수인을 싫어했다는 거야.
은비 !!!!

#42. 은별의 방. 밤
은비, 수인이 은별에게 남긴 메모 보고 있다.

수인(E) 은별아! 나 못 본 척 해도 괜찮아.


그래도 넌 나의 하나뿐인 친구야...

은비, 생각이 많아지는 표정에서

#43. 은별모 방. 밤
은별모, 침대에 앉아,
은별의 어린 시절 사진 앨범을 보며 울고 웃다가
똑똑 노크소리 들리면 얼른 눈물 닦고, 앨범 덮어 치운다.
방 문 열리고, 은비 베개 끌어안고 들어온다.

은비 엄마!
은별모 응....
은비 나 오늘 엄마랑 자두 돼?
은별모 (눈물 참으며) 당연하지. 얼른 이리와!

은비, 은별모 옆으로 들어가 눕는다.

은비 엄마 있잖아....
은별모 응? 뭔데? 말해 봐!
은비 아니야...엄마 옆에 있으면 잠이 잘 올 것 같아서....

#중간 타이틀 <후.아.유?>

#44. 태광의 집 거실. 아침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는 기사아저씨.
태광 등교 차림으로 기사를 스쳐 나가며,

태광 (버스카드 내밀며) 저 오늘 버스 타고 갈게요!!


기사 (놀라서) 괜찮겠어?
태광 타봐야 알죠!!

태광, 미소 지어 보이며 경쾌하게 간다.

#45. 버스정류장 앞. 아침
태광, 경쾌한 발걸음으로 걷다가, 정류장에 서있는 은비를 본다.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보이는 은비가 활짝 웃는다.
태광, 자신을 향한 웃음인 줄 알고 손 들어 인사하며 걸음 옮기려는데,
태광의 옆을 스쳐 지나며 은비에게로 달려가는 이안.
태광, 굳어서 들었던 손을 내린다.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 때문에 이안과 은비 태광을 보지 못했다.
다정하게 서로를 보고 웃더니, 등을 돌려 가는 이안과 은비를
우두커니 서서, 보고 있는 태광에서.

#46. 복도. 아침
해나, 효은 복도를 지나가는데,
안주리, 출근해 막 교무실로 들어가는 것 보이자

해나,효은 (서둘러 피하며) 안녕하세요?


안주리 어! (무심히 지나가려다 말고 눈 부릅뜨며) 일루와일루와!!

해나 효은, 가다 급 멈춰서며 표정 일그러진다.


복도 한쪽으로 입 내밀고 서는,

안주리 (팔짱끼고 뾰족한 눈으로) 내가 윗도리만 입구 돌아다니면


풍기문란이라구 했지?

아이들, 작게 “아이씨”하며,
양손으로 치마 꾸역꾸역 내리지만 소용없고

안주리 더!더!더!! (끌끌 혀 차며) 다 잘라먹고 뭐 남은 게 있어야 내리지!


해나 (입 삐죽이며) 샘.... 어제 선보셨죠?
효은 (가엾다는 듯) 잘... 안되셨어요?
안주리 이것들이! 니들 지금 그 표정 뭐야?
(버럭) 말 돌리지 마!!

그 때, 복도 끝에서 다가오는 정민영, 발랄한 미니스커트 차림이다.


안주리에게 반갑게 다가와 인사하며

정민영 안녕하세요?
안주리 누구...시죠?
정민영 (싹싹하게) 저 이번에 교생실습 온 정민영입니다!
안주리 (도끼눈 뜨고, 민영의 짧은 치마를 뚫어져라 보며)
선생님도 첫 출근부터 하의를 깜빡 하셨네요?
정민영, 당황해서 해나, 효은처럼 치마를 슬슬 내린다.

안주리 (못마땅한 듯 고개 절레절레하며) 따라 오세요!


니들두 가봐!!

#47. 교실. 아침
소란스러운 교실.
송주와 시진 사이에 냉랭한 분위기가 흐르고
은비, 양쪽을 의아한 눈으로 번갈아 쳐다본다.

은비 (시진에게, 작게) 무슨 일 있었어?


시진 (시선 피하며) 아냐....

엎드린 채 은비를 바라보는 태광.


그 때, 교실로 들어서는 김준석, 그 뒤로 정민영 따라 들어온다.

기태 민영을 알아보고 입이 떡 벌어지는데,


정민영, 교실의 아이들 한번 주욱 둘러보다가,
기태와 눈 마주치자 여유로운 미소 지어 보인다.

김준석 자자!! 오늘부터 한 달간 수학과목 교생실습 오신


정민영 선생님이시다! 아이들한테 인사 하시죠?
정민영 여러분! 반가워요! 한 달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들, 박수 쳐주며 환호한다.

병규 샘!! 몇 살이에요?
윤재 남자친구 있어요?
민석 저 어때요?
정민영 질문은 천천히 받을게요!!

아이들 까르르 웃으면,

김준석 또! 또! 오바한다! 친구 아니고! 누나 아니고!


선생님이시란 걸 잊지 마라! 알겠냐? 이상!!
(민영에게) 짓궂은 질문에 일일이 대답 안 하셔도 됩니다!

김준석과 정민영 교실 밖으로 나간다.

#47-1. 복도. 아침
김준석과 정민영 막 교실에서 복도로 나오는데
기태, 얼른 따라 나와 정민영을 잡는다.
김준석, 앞서 가고
기태 (머리 긁적이며 씩 웃는) 샘!! 저 기억나시죠?
민영 (모른 척) 글쎄...누구더라?
기태 샘이나 저나 숨기고 싶은 맘이 똑같네요. 그쵸?
민영 아....그 때 카페에서 봤던 그분?
기태 (헤헤헤 웃으며) 번호 달라고 한 저나, 달란다고 주신 샘이나
쌤쌤이니까 그냥 없던 일로 하죠?
민영 어? 난 세강고 학생인거 알고 줬는데?
기태 에헤이!!! 거짓말!! 저..대학생인줄 아셨잖아요!
민영 너희 영어 수행평가, 브로셔 업체에 맡긴다는 얘기 다 들었어!
기태 에이씨!!! 걸 믿으셨어요? 농담이었거든요?
민영 어머! 방금 영어샘한테 말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역시 아니었구나? 그럼 잘 만들어서 제출해!!

민영, 기태 어깨 토닥토닥 해주고 가면


기태, 창피하고 화나 표정 질끈! 하고, 교실로 휙 들어가 버린다.

#48. 교정 일각--> 체육관 앞. 낮


점심시간, 식사 마친 아이들 곳곳에 흩어져 쉬고 있다.
이안, 은비 나란히 체육관을 향해 걷고 있다.
은비, 이안의 가방 하나 들고 있는

은비 야! 이제 가방 셔틀까지 시키냐?
이안 (엄살 부리며) 내가 요즘 5월 대회준비 때문에 많이 힘들어.
훈련을 너어무 열심히 하다보니까 팔도 아프고...
은비 치! (웃는)
이안 수영이 얼마나 체력소모가 많은지 너도 알지? (하다가)
참! 근데... 너 수영 되게 잘하거든?
은비 !!!
이안 다음엔 무서워하지 말고 한 번 해봐!
저번처럼 물에 빠져서 나 놀래키지 말구!

은비, 당황해서 들고 있던 가방 이안에게 내밀며

은비 자! 엄살 부리지 말고 니가 들고 가....이렇게 가벼운데...


이안 싫어!! (도로 가방 떠넘기며, 기막혀) 어우...이 바보야! 너 진짜 몰
라?
내가 왜 이런 쓸데없는 부탁하는지?
은비 ....(알지만, 말없이 보면)
이안 많은 길 다 놔두고, 너희 집 앞으로 아침 운동가고,
기다리던 버스와도 너 올 때까지 몇 대씩 지나보내고,
훈련 사이 한 시간 빌 때마다,
기어이 너 불러내는 이유가... 뭐겠냐?
은비 ......(설레지만 슬픈)
#체육관이 앞에 보인다. 은비, 멈춰서 이안에게 가방 내밀며

은비 (어색하게 웃는) 이제 다 왔으니까 받아!


이안 (가방 받는다.) 어유...고생했다! 고은별!!
은비 .....훈련 잘해!

은비, 돌아서 가면, 이안도 돌아서 체육관 쪽으로 간다.

#49. 스탠드. 낮
은비, 복잡한 얼굴로 걸어오다가 스탠드에 누워있는 태광을 본다.
은비, 태광의 앞에 서면, 한쪽 실눈 뜨고 쳐다보는 태광.

은비 뭐해?
태광 광합성!!

은비, 심각한 표정으로 태광이 누운 스탠드 한 칸 아래 앉는다.

태광 (누운 채 고개 돌려 은비 보며)
야! 너 또 왜 이렇게 인상 구기구 있냐?
은비 공태광!! 내 거짓말...
절대로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어...
태광 .....(보는)
은비 그리구.... 전부 다 말해버리고 싶은 사람도 있다.
태광 ......
은비 근데.. 그게 같은 사람이면, 나 어떻게 해야 돼?
태광 !!!!!!! (충격이다.)

<플래시백- 7회 45씬. 버스정류장 앞. 아침>


서로를 보고 다정하게 웃는 이안과 은비.

태광 그냥...아무것도 하지마라.

태광, 일어난다. 마음이 아프다.


쓸쓸하게 앉아 있는 은비의 등을 가만히 본다.

#49-1. 운동장 일각. 낮


차에서 내려 건물 쪽으로 걸어가던 소영부
스탠드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는 은비를 본다.

<플래시백- 1부 #71 학폭위>

은비 ...... (단호한 어조로) 저는... 잘못 한 게 없습니다!


일동 !!! (은비를 바라보며 웅성웅성)
은비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보고 한 번 더 생각해봐도....
저는 떳떳합니다.

소영부 믿어지지 않는 표정으로,


은비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걷고 있는데
저 만치에서 소영 “아빠!” 부르며 달려온다.
소영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은비와 소영을 번갈아 본다.

#50. 은별의 집 전경. 밤

#51. 은별의 방. 밤

#은비, 옷장을 열어 쇼핑백(6회 #14에서 산)을 꺼낸다.


설레는 표정으로 새 옷 꺼내 이것저것 몸에 대 본다.

#새 옷을 입은 채, 핸드폰을 켜는 은비.

#52. 은별의 집 앞. 밤
이안, 은별의 집 앞에 서있다.
핸드폰 들고 문자 찍으려는데, 마침 울리는 문자메시지 수신음

은비(E) 어디야?

이안, 망설이다가 메시지 찍는다.

이안(E) 나 훈련마치고 이제 집에 가려구


은비(E) 그럼 지금 바로 체육관 앞으로 갈게

이안, 메시지 받자마자 깜짝 놀라,


은비에게 들킬까, 얼른 체육관 쪽으로 후다닥 뛰어 간다.
곧 이어 대문 열리고 나오는 은비

#53. 체육관 앞. 밤
이안, 숨 고르며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51 옷 입은)은비 다가온다.
은비, 이안 앞에 거의 다다라 피식 웃으면
이안 표정 환해지며 은비에게 간다.

#54. 분식집. 밤
이안과 은비 앉아있는 테이블에
주인 김밥 떡볶이 등을 내려놓으면,
이안, 김밥에서 당근을 쏙쏙 빼내 접시 옆에 놓는다.

은비 으이그...야! 골고루 먹어!


운동하는 애가 당근을 골라 내냐?
(당근이 있는 김밥 하나를 입에 쏙 넣으면)
이안 (기막혀 피식 웃으며) 야...너 때문에 뺀 거야.
너 당근 싫어하잖아...
은비 ...그래?
이안 잘됐네. 고은별 가리는 거 엄청 많은데,
이 기회에 좀 고쳐라!
은비 난 뭘 좋아했어? 뭘 싫어했구?
이안 (줄줄 읊는) 니가 좋아한 건, 아이스크림은 바닐라!
커피는 라떼! 과일은 딸기! 그리고 싫어 한 건....
당근, 브로콜리, 건포도..
은비 넌 나보다 날 더 잘 아네?
이안 우리 아버지 다음으로 제일 많이 본 사람이 넌데,
그럼 그 정도도 모르겠냐?
은비 지금의 나는, 니가 아는 고은별이랑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우리.... 좋은 친구지?
이안 (장난스럽게) 너 하는 거 봐서!
근데 나...달라진 고은별이 더 좋을 때도 많아!
은비 !!!

이안, 밝게 웃으면, 은비, 환하게 웃어 보인다.

#55. 몽타주. 밤
#은비, 이안, 거리 곳곳을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아이스크림 먹으며 거리를 걷고 있는 은비 이안

#스티커 사진 찍는 은비 이안

#노점에서 분식 먹으며 즐거워하는 은비 이안

#56. 야구연습장. 밤
은비에게 타격 폼 가르쳐 주는 이안.
공이 날아오고 은비 헛방망이질만 계속 한다.
그러다 빗맞은 공 은비의 어깨를 툭 치고 떨어지면
이안 깜짝 놀라 은비에게로 다가간다.

이안 괜찮아?
은비 (즐거운) 응!
이안 조심해야지...어디 봐!

이안, 은비의 반팔 티셔츠 살짝 걷어 보는데,


팔 위쪽에 흉터 하나 보이면
이안 (무심히) 무슨 흉터지?
은비 (무방비 상태에서 툭)
열 살 때, 두 발 자전거 배우면서.....!!!!!

하다가 문득 말을 멈추는 은비

이안 열 살 때? (반가운, 기뻐하며) 너 기억... 돌아 온 거야?


은비 ....... (얼어붙은 얼굴로 이안을 본다.)
이안 (피식 웃고, 가볍게) 야! 근데 틀렸어!
자전거는 중학교 때 내가 가르쳐줬......

이안, 이상한 예감에 말을 멈추고 은비를 보면


은비, 떨리는 눈빛,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미 패닉 상태다.
이안에게 떠오르는 기억들

<플래시백-3회 #18 산책로일각. 오전>

이안 상처 다 낫네? (자신의 목 가리키며) 이쪽! 꽤 깊어 보였는데


은비 (목 짚으며) 여기? 상처 없었는데? 언제 다쳤어?

<플래시백-6회 #18. 초등학교 운동장. 밤>

은비 ......한이안! 미안해! 두 사람의 어린 시절을....


한 사람만 기억하는 추억으로 만들어서....

<플래시백-3회 #52. 물 속. 밤>


이안, 은비를 안아 물 위로 올려주면
기침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은비

이안 고은별! 괜찮아?

<플래시백-6회 #40. 거리일각. 오후>

은비 한이안!! 너한테... 말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있고!
들키고 싶지 않은 것도 있으니까!!!
(눈물 참고 고래고래) 제발!! 아무것도 묻지 말아달라구!!

<플래시백-3회 #70. 세강고. 낮>

은비 나 그동안 너무 답답해서 기억 찾으려고 무지 애썼는데......


그러지 말걸......
이안 왜?
은비 (애써 밝게) 그냥! 아무것도 기억 못했던 시간이
많이 그리울 것 같아.

이안의 표정 싸늘해진다.
미안함과 두려움이 섞인 은비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다.
이안, 믿을 수 없는 눈으로 그런 은비를 뚫어져라 보다가
은비의 어깨에 두 손 얹고 두 눈 똑바로 마주보며

이안 .......(애써 미소 지으며) 고은별!! 생각 나냐?


은비 (보는) .......
이안 (다정하게) 너 기억 돌아오면.....
내 소원 하나 들어주기로 약속했던 거!
너 열 살 기억 찾았으니까 나.... 소원 말해도 되지?
은비 ......
이안 (진지하고 단호하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에 무조건...
맞다고 대답해라!
은비 (서글픈) .......
이안 (간절하게) 너...... 고은별.... 맞지?
은비 (눈 질끈 감으면 눈물 후두둑 떨어지고)
이안 !!!!!! (가슴 무너지는)

눈물 쏟으며 떨고 있는 은비와
은비의 어깨에 손 올린 채 망연자실 멈춰 서 있는 이안
서글프게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제7회 끝>
<제 8 회>

#1. 야구연습장. 밤
은비에게 타격 폼 가르쳐 주는 이안.
공이 날아오고 은비 헛방망이질만 계속 한다.
그러다 빗맞은 공 은비의 어깨를 툭 치고 떨어지면
이안 깜짝 놀라 은비에게로 다가간다.

이안 괜찮아?
은비 (즐거운) 응!
이안 조심해야지...어디 봐!

이안, 은비의 반팔 티셔츠 살짝 걷어 보는데,


팔 위쪽에 흉터 하나 보이면

이안 (무심히) 무슨 흉터지?
은비 (무방비 상태에서 툭)
열 살 때, 두 발 자전거 배우면서.....!!!!!

하다가 문득 말을 멈추는 은비

이안 열 살 때? (반가운, 기뻐하며) 너 기억... 돌아 온 거야?


은비 ....... (얼어붙은 얼굴로 이안을 본다.)
이안 (피식 웃고, 가볍게) 야! 근데 틀렸어!
자전거는 중학교 때 내가 가르쳐줬......

이안, 이상한 예감에 말을 멈추고 은비를 보면


은비, 떨리는 눈빛,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미 패닉 상태다.
이안에게 떠오르는 기억들

<플래시백-3회 #18 산책로일각. 오전>

이안 상처 다 낫네? (자신의 목 가리키며) 이쪽! 꽤 깊어 보였는데


은비 (목 짚으며) 여기? 상처 없었는데? 언제 다쳤어?

<플래시백-6회 #18. 초등학교 운동장. 밤>

은비 ......한이안! 미안해! 두 사람의 어린 시절을....


한 사람만 기억하는 추억으로 만들어서....

<플래시백-3회 #52. 물 속. 밤>


이안, 은비를 안아 물 위로 올려주면
기침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은비
이안 고은별! 괜찮아?

<플래시백-6회 #40. 거리일각. 오후>

은비 한이안!! 너한테... 말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있고!
들키고 싶지 않은 것도 있으니까!!!
(눈물 참고 고래고래) 제발!! 아무것도 묻지 말아달라구!!

<플래시백-3회 #70. 세강고. 낮>

은비 나 그동안 너무 답답해서 기억 찾으려고 무지 애썼는데......


그러지 말걸......
이안 왜?
은비 (애써 밝게) 그냥! 아무것도 기억 못했던 시간이
많이 그리울 것 같아.

이안의 표정 싸늘해진다.
미안함과 두려움이 섞인 은비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다.
이안, 믿을 수 없는 눈으로 그런 은비를 뚫어져라 보다가
은비의 어깨에 두 손 얹고 두 눈 똑바로 마주보며

이안 야! 고은별!
은비 ....(떨리는 눈빛)
이안 (설마 하는) 너... 고은별.... 맞지?

떨고 있는 은비와,
은비의 어깨에 손 올린 채 망연자실 멈춰 서 있는 이안

은비 (어렵게) ...한이안! 나...


이안 (혼란스러운 마음 떨치듯)
야! 니가... 달라도 너무 다르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한다. 내가...
은비 .....
이안 (애써) 가자! 집에 데려다 줄게.
은비 ...(멈춘 채, 미안한 얼굴로 계속 보면)
이안 (달래듯) 야! 고은별! 화는 이럴 때 내는 거야.
내가 니 걱정 할 때가 아니라...알겠냐?

은비, 맥이 탁 풀린다.
은비를 보는 이안의 얼굴에서

#타이틀 <후.아.유?>
#2. 이안의 집 옥상. 밤
이안, 옥상 평상에 누워 하늘 바라보고 있다.

은비(E) 열 살 때, 두발 자전거 배우면서....

혼란스러운 마음에 벌떡 일어나 앉아,


생각 떨치듯이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한다.

#3. 은별의 집 거실. 밤


차 한 잔씩 앞에 놓고, 식탁에 마주 앉아 있는 은별모와 은비

은비 엄마...
은별모 응...
은비 나... 집에 오면 엄마가 있고,
학교에 가면 친구가 있어서 참 좋다!

은별모, 짠한 눈으로 은비를 보며 미소 짓는다.

은비 근데...엄마...
은별모 응?
은비 엄만 어때? 엄마도...(조심스럽다.) 내가 있어서 좋아?
은별모 그럼, 당연하지.
은비 ...다행이다...(슬프지만, 웃으며)
은별모 왜 그런 걸 물어?
은비 나 볼 때마다 엄마가 더 힘든 건 아닌가...걱정이 돼서...
(이안의 얘기다.)내가 행복한 대신,
다른 사람 상처 주면 안 되는 거잖아...
은별모 (은비 볼 때마다 아프기도 하지만) 쓸데없는 소리...

은별모 애써 따뜻하게 웃어준다.

#4. 민준의 방. 밤
책상에 앉아서 공부 중인 민준.
그 뒤에 딱딱한 의자와 작은 책상을 두고 앉아 있는 민준모.
각종 입시자료들 살펴보는 중이다.
피곤한 얼굴의 민준, 살짝 뒤를 돌아보는데
엄마와 딱 눈이 마주친다.

민준 피곤하실 텐데 가서 쉬세요!
민준모 엄만 괜찮아...니 할 일 계속 해!
민준 ...(계속 엄마 얼굴 보면)
민준모 집중 못해? 니가 이러니까 암것도 아닌 걸로
0.5점 날려 먹고 그러는 거야.
민준 (몸 돌려 바로 앉는다)
민준모 영어 수행평가는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거지?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무조건 만점 받어. 무조건.
또 소영인가 뭔가 하는 애한테 밀리면 엄마 가만 안 있어!
민준 (펜을 잡은 손에 힘 들어가고)
민준모 어? 아들? 알았지?
민준 (겨우 누르며) 네.
민준모 그래. 계속 풀어.

민준, 눈을 꾹 감았다 뜨고, 다시 문제집에 집중한다.

#5. 버스정류장. 오전
은비, 버스에서 내리다가,
정류장에 서있는 이안을 보고 멈칫 한다.
이안, 어색한 은비의 표정 읽고, 오히려 더 밝게 다가가

이안 (걸으며)야! 아침 운동 왜 안 나왔냐?
은비 늦잠 잤어.
이안 으이그... 한동안 웬일인가 했다!
은비 ......

태광, 은비와 이안의 뒤를 따라오며,


둘의 대화 듣고 인상 구긴다.

이안 내일은 꼭 나와라!! 혼자 뛰기 심심하니까.


은비 응!
이안 저녁에 훈련 끝나고, 영화나 보러갈까?
태광 (은비 옆에 서며) 좋은데! 뭐 보러 갈래?

이안, 태광을 스윽 노려본다.


태광, 은비, 이안 순서로 나란히 걷는데,
앞에서 오토바이 은비 쪽으로 다가오면
태광 은비를 피하게 해주려고 손을 내민다.
하지만 순식간에 이안,
은비의 어깨를 감싸 안아 반대쪽으로 데려가며

이안 괜찮아?
은비 응!
이안 (화나서, 오토바이 돌아보며)
인도에서 저렇게 속도를 내면 어떡해!!

태광, 다정하게 대화하는 둘의 모습 못마땅한 얼굴로 본다.

#6. 교실. 아침
아이들, 수행평가 조대로 삼삼오오 모여서,
노트북 들여다보며 얘기 나누고 있다.
마감 시간을 맞추기 위해 분주한 분위기다.

#.민준의 조 - 민준, 송주, 시진


민준이 자리에서 노트북으로 브로셔 작업을 하고 있다.
송주, 냉랭한 시진의 곁에 서서 보고 있는.

송주 (어렵게 말 걸어보려는데) .....이시진...

시진, 컴퓨터 화면만 보고 있으면

송주 (속상한 얼굴로 보다가 괜히 툴툴)


야! 박민준, 멀었어? 마무리 해 온다더니 뭐냐?
민준 (무심히) 마감 전까진 다 할 수 있어. 걱정 마.

#소영의 조-소영, 하윤, 초원


소영, 노트북 전원이 들어오지 않자 당황하며

소영 어? 이게 왜 이러지?
하윤 왜? 안 켜져?
초원 (놀라며) 설마, 다 날아간 거 아니지?
하윤 야! 이거 날아가면 나 콱 죽어 버릴 거야.
11시에 학원 끝나고, 숙제하고, 이거까지 하느라
밤 꼴딱 샜는데!!

하는 순간, 노트북 전원 들어온다.

소영 (안도하며) 어휴...다행이다!

그때, 김준석과 정민영 들어온다.


아이들, 각자 자리로 흩어진다.
김준석 교탁에 서고,
정민영 옆에서 수첩을 열어 전달사항 꼼꼼하게 체크 중이다.

김준석 전달 사항이 있는데, 곧 하복 착용 하는 거 알지?


새로 맞출 사람 보건실 가서 치수 재고 신청해라.
뭐 하실 말씀 있으세요?
정민영 네!

김준석 비켜서면, 정민영 교탁 앞에 선다.

정민영 여러분!! 곧 스승의 날인 거 아시죠?


김준석 !!! (무슨 말을 할지 불안한)
아이들, 정민영의 말투에 풋풋 웃음 터진다.
남자 아이들, 유치원생처럼 “네!!!!”큰소리로 놀리듯 대답한다.

해나 (기태에게) 어우 닭살!! 열라 귀여운 척 하지 않냐?


기태 (찔려서) 응? 응? 그...그러게...

정민영 학교 홈페이지에 보면, 선생님 별로 익명 게시판이


개설되어 있으니까, (김준석을 가리키며)
담임선생님께 감사 인사, 평소 마음에 담아 놨던 말들...
많이 남겨주세요!!
민석 샘!! 익명 맞아요?
윤재 IP추적하면 다 나오는 거 아녜요?
김준석 (서둘러) 이상!!

#김준석, 정민영 얼른 교실을 빠져 나간다.

#7. 복도 일각. 낮
사람 없는 복도 구석에서 삼촌과 전화 통화중인 소영

소영 어! 삼촌! 흔한 얼굴이야...
그냥 잠깐 봐주는 척만 하면 된다니까?
15분이면 될 텐데, 그걸 못해줘?
일단 이거저거 시켜봐. 실력이 안 돼 떨어졌다는데
뭐 어쩌겠어? (하다가 화들짝 놀라는)

은비, 소영의 뒤에서 나타나 노려보고 서있다.

소영 (미소로) 응! 삼촌! 날짜 잡으면 연락 주세요!!


은비 (화난) 강소영!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소영 (눈 하나 깜빡 하지 않고) 송주 오디션 스케줄 잡잖아!
은비 너 내가 경고했지? 송주 상처주면 가만 안둔다고!
당장 가서 솔직하게 얘기하고 오디션, 없던 일로 해!
소영 왜? 왜 그래야 되는데?
은비 왠지 몰라?
소영 응! 내가 기회 준댔지, 합격 시켜준다고는 안했잖아?

소영, 돌아서려다가, 앞에서 걸어오는 이안을 본다.


은비, 바로 뒤까지 이안이 다가온 줄 꿈에도 모르고
소영의 팔을 붙잡으며

은비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소영 (이안이 들으라는 듯)
고은별! 넌 이은비랑 생긴 것만 똑같은 게 아니라
하는 짓도 똑같구나! 이러니 내가 헷갈릴 수밖에!!!
이안 !!!!!!

은비, 뭔가 말을 꺼내려는데, 소영 문득 이안에게 시선 주며

소영 (놀란 표정 짓는) 어머! 한이안!!


은비 !!!!!
소영 둘이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난 그만 꺼져줄게!

은비, 놀란 눈으로 이안을 보고 있다.


이안, 다 들었지만 담담하려 애쓰며

이안 전학생이랑 또 싸웠냐?
은비 .......(긴장하고 보는)
이안 (은비의 표정 심상치 않다. 미소로)
이따 영화 보기로 한 거 안 잊었지?
훈련 끝나고 전화할게!
은비 ......응..

은비, 서둘러 돌아서 가면,


이안 무거운 얼굴로 은비의 뒷모습 본다.

#8. 교실. 낮
수업을 앞둔 교실, 소란스럽다. (이안은 없다.)
수업종 울리고. 은비, 마음 추스르며 책상 서랍 뒤지는데 노트가 없다.
문득 떠오르는 기억

<플래시백-#8 공원일각. 오전>

태광(E) 강소영은 벌써 이은비랑 고은별 글씨체 똑같다는 것까지


다 알아버렸는데, 넌 언제까지 난 아니야 소리만
하고 있을 건데?

은비, 표정 싸늘하게 바뀐다.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은비 혹시, 내 문학노트 본 사람!!


소영 !!!
은비 아무도 없어?

아이들, 못 봤다는 제스처 하면, 은비 소영을 노려본다.


소영, 지지 않고 은비 보다가,
갑자기 몰려오는 복통에 잠시 인상 찌푸린다.
민준, 의심스러운 눈으로 소영을 본다.
교실로 들어서는 문학 선생님
#9. 소영부의 차 안. 오후
대기 중인 운전기사, 내려서 뒷좌석 문을 연다.
올라타는 소영부.

기사 (서류봉투 내밀며)
검사님! 말씀하신 필적 감정 결과 받았습니다.

강일산, 무거운 표정으로 서류 받아 들고 확인 한 뒤,


깜짝 놀라는 얼굴에서.

#10. 계단일각. 오후
체육복을 갈아입고 우르르 내려가는 아이들
송주와 시진 마주치지만, 어색한 눈길 주고 받고 말없이 지나간다.
소영, 컨디션이 안 좋은 듯 배를 잡고 아파하면
송주 다가가서

송주 괜찮아?
소영 어... 어제 밤샜더니 몸이 좀 안 좋네...
송주 그럼 내가 학주한테 말해줄테니까 보건실가서 쉬어!
소영 그래줄래? 고마워...

송주를 비롯한 아이들 빠른 걸음으로 다다다 내려가는데,


소영, 계단 난간을 짚고 잠시 멈춰 있다.

#11. 3반 앞 복도. 오후
텅 빈 복도 끝으로 걷다가, 코너를 돌아가는 민준의 뒷모습
민준 사라지자마자, 반대 쪽 끝에서 나타나 걸어오는 소영.
소영, 3반 문을 열고 들어간다.

#12. 체육시간. 오후
학주, 앞에 서있고, 아이들 대열해 있다.
몇몇은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인체 모형을 놓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학주 오늘은 학교 내 안전교육을 실시하겠다.


교내에서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119 도착하기 전에 친구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는
응급처치니까 다들 집중해서 배운다!
반장!! 아직 안 왔어?

아이들 민준을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 건물 쪽에서, 응급처치 키트 등을 들고 달려오는 민준
학주, 민준을 봤다.
학주 앞줄부터 세 명씩 나와!

아이들 인체 모형으로 학주가 하는 대로 따라한다.

학주 (시범 보이며) 먼저, 갑작스러운 의식 장애를


비롯하여 호흡 순환기능이 급정지되었을 경우!!
귀를 코에 대고 호흡을 확인한다. 그 때 손은 가슴에 얹어
심장 박동을 동시에 확인한다.

학주, 설명하는 동안 대열에 합류하는 민준.


민준, 긴장한 표정 감추느라 애쓴다.

#13. 운동장 일각. 오후


아이들 자유롭게 쉬고 있고,
시진, 송주 서먹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
은비, 둘 사이에서 난처한 표정 짓고 있다가
송주에게 다가가

은비 시진이랑 좀 풀어. 왜 그런 거야? 응?


송주 (말하기 곤란한) ...에이 몰라!
은비 송주야.. 있잖아.. 너..
송주 얘가...무슨 말을 하려고 이래?
은비 (조심스럽게) 강소영이 소개해준 오디션.. 진짜 안 가면 안 돼?
아까...우연히 걔가 통화하는 걸 들었는데..
송주 야! 공별!! 아직도 그 얘기냐?
왜 해보기도 전에 자꾸 관두래?
은비 강소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으면
나두... 축하하고 잘해보라고 했을 거야. 근데....
송주 야! 너 소영이랑 뭐 있어?
혹시 전학 오기 전부터 아는 사이야? 응?
은비 ......(말 할 수 없고)
송주 이해가 안 되잖아. 진짜 왜 그래?
좋든 별로든 내가 부딪혀 보겠다는데!!!
은비 ......

속상한 얼굴로 가버리는 송주, 잡지 못하는 은비.


그런 은비를 미안한 얼굴로 보다가 쓸쓸히 가는 시진.

#14. 운동장 스탠드. 오후


은비, 무릎에 턱 괴고 멍하니 혼자 앉아있다.
태광, 뒤에서 조용히 다가와
은비 얼굴 앞으로 핸드폰 든 손 쑥 내밀어
불시에 사진 한 장 찍으면
은비 야아!
태광 (사진 내보이며 딴소리 하는) 이거 봐! 이거 봐!
야! 너 이런 얼굴 하고 있지 말랬지?
눈 부릅뜨고 목에 힘 빡 주고!! 어?
은비 (쓸쓸하게 웃으며) 그래..알았어...
조금만 쉬고 ...

태광, 은비 옆 자리에 털썩 앉는다.

은비 (편안히) 거짓말 들키니까 좋네!


니 앞에선 애쓰지 않아도 되니까....

태광, 지친 은비를 안쓰럽게 보다가


웃겨주려는 듯 개구진 표정 지어보인다.
은비가 피식 웃자, 금방 행복해져 활짝 웃는 태광의 얼굴에서

#15. 교실. 오후
체육을 마치고 들어 온 아이들, 옷 갈아입느라 부산스럽다.
앞문 열리며 안주리 고개만 쓱 들이밀고,

안주리 3반, 수행평가 제출 안한 조가 왜 이렇게 많지?


5시에서 1초만 넘어가도 안 받아준다, 오케이?

안주리 나가고,
태광, 교실로 들어와 기태에게 다가가

태광 야! 어떻게 됐냐?
기태 아이씨....4시까지 메일 주기로 해놓고 왜 연락이 안 돼?
태광 니가 하는 일이 그렇지..
기태 이씨! 건들지 마라...
태광 (손가락으로 쿡 건들고 간다.)
기태 아....진짜...

그 때, 파리한 얼굴의 소영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하윤 소영아, 우리 조 제출했어?
소영 어? 이제.. 내기만 하면 돼.

소영, 컴퓨터를 켜는데, 시스템 화면으로 넘어간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소영,

하윤 야.. 뭐야?
소영 커...컴퓨터가 이상해.
초원 (달려오며) 뭐?? 아까도 말썽이더니!! 어떡할거야?
백업 해놨어?
소영 (고개 젓고..)
하윤 아씨..뭐야 진짜..지금 다시 편집하면 얼마나 걸려?
초원 한 시간으론 택도 없어!! 망했어, 몰라아!!
소영 (당황과 짜증으로 컴퓨터만 만지는)

아이들, 웅성거리며 몇몇 급하게 노트북 꺼내 켠다.


민준도 노트북을 꺼내는.
그때 효은의 비명 “어떡해!!”
다들 시선 집중되는데, 해나,효은,은비 모여 있다.

해나 뭐야, 이 것도 이상해, 왜 이래?


승호 (해나 조의 노트북 들여다보며) 완전 포맷 된 거 같은데?

그때, 민준, 시진과 송주 쪽으로 몸을 돌린다.

민준 (애써 침착하게 무표정으로) ...우리 컴퓨터도 안 돼.


체육시간 전에 분명 괜찮았었는데..
송주 말이 되냐? 노트북 세 대가 동시에?
해나 (아이들 향해) 야! 체육시간에 교실에 있었던 사람 없어?
소영 !! (당황하고)
효은 맞아! 야, 강소영! 너 아프다고 들어가지 않았냐?
소영 (잠시 멈칫하다, 효은을 째려보는)
송주 아냐, 소영인 보건실에 있었어. 교실 아니고. 그치?
소영 (싸늘하게 보며) 어. 보건실에 있다가 막 왔어.
효은 (소영 눈빛에 찔끔해서) 누가 뭐래. 그냥 뭐 본 거 없나
물어본 건데?

아이들, 다시 어수선해지고, 하윤, 엎어져 울기 시작한다.

#16. 교무실. 오후
회의 탁자에 모여 앉은 교감, 김준석, 안주리

교감 또 3반입니까?
김준석 죄송합니다.
교감 어떻게 하실 거예요?
안주리 원칙대로 하겠습니다.
김준석 원칙대로 하신다함은...
안주리 평가 기준에, 기한 내 제출이 분명히 명시 되어 있는 만큼,
포맷이 됐든 어쨌든 5시까지 제출 된 결과물만으로
평가 하겠습니다.
김준석 저..안 샘, 그래도 애들이 열심히 한 거고,
안주리 그렇죠, 열심히 했겠죠. 누군들 열심히 안했겠습니까?
그렇지만 이번에 시간을 더 줘버리면,
다음번에, 비슷한 방법으로 시간을 벌려는 애들이
안 나온단 보장이 없어요.
김준석 믿고 싶진 않지만, 누군가 고의로 낸 사고면...
죄 없는 아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습니까?
안주리 (고민스럽고) 그럼 3개 조 내일 점심시간까지 제출하고,
5점씩 감점하는 정도면 될까요?
김준석 (한숨 쉬는) 네...
교감 (입맛 쓰다) 3반 담임 김선생! 더 조사해 보시구요!!
학부모들 항의에 미리미리 대비해 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교감, 안주리, 일어나 나가고, 김준석 괴롭다.

#17. 수영장. 밤
텅 빈 수영장에 불이 켜지고 혼자 들어서는 이안,
이안, 수영장으로 몸을 던지고,
생각 떨쳐내듯이 거침없이 헤엄친다.

#18. 물 속. 밤
온 힘을 다해 팔 다리를 젓는 이안의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

은별(E) 야! 한이안!!

#19. 교정일각. 1년 전. 이안의 회상. 낮


이안, 공 가지고 놀고, 은별 벤치에 앉아 책보고 있다.

은별 야아!
이안 (공 멈추고 보며) 어?
은별 (가볍게) 만약에... 내가 쌍둥이면 어떨 것 같냐?
이안 뭐?
은별 나랑 똑같이 생긴 애가 한 명 더 있어서,
같이 학교 다니고, 너랑 셋이 재밌게 놀고...
그랬으면... 어땠을까?
이안 (어이없다. 무신경하게) 어떻긴! 헷갈리겠지!
은별 그게 다야?
이안 또? 내가 엄청 피곤하겠지!
못생기고 성질 나쁜 애가 둘이면?
은별 치! (귀찮다는 듯 손짓하며) 됐다. 놀아라!!

은별, 다시 책 보면
이안, 은별을 향해 공 툭 던진다.
공, 은별의 머리에 쿵 맞으면

은별 (눈 부릅뜨며) 야!!!!!!!!!!
이안, 재밌어 죽겠다는 듯 웃는다.

#20. 수영장. 밤
전속력으로 질주하던 이안, 점점 속도 늦어지다가
순간 모든 동작을 멈추고, 물 위에 엎드린 채
죽은 듯이 둥둥 떠 있다.

#21. 태광의 집 주방. 밤


각종 음식준비로 바쁜 주방. 화려하게 차려진 식탁,
태광, 식탁에 세팅된 음식 손으로 하나씩 집어 먹으며

태광 (도우미에게) 누구 와요?

도우미, 태광이 안쓰러워 대답 피하는데

공재호 재단 사람들 초대했으니, 부를 때까지 방에 있어!


태광 오늘은 몇 시간짜리에요?

공재호, 대답 없이 차갑게 돌아서 가면,


태광, 익숙하게 접시에, 손으로 음식 이것저것 수북하게 담아
방 쪽으로 간다.

#22. 태광의 방. 밤
태광, 음식 손으로 집어 먹으며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팔을 격하게 움직이다가 음식 담긴 접시 바닥에 엎어지면,
짜증 나 들고 있던 총 부서져라 내던지는 태광
“에이씨!!”열 받아 자리 박차고 일어난다.

#23. 태광의 집 주방. 밤


공재호와 손님들 음식 먹고 담소 나누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데,
검은색 복면을 하고 긴 복도를 저벅저벅 걸어오는 태광
여자 손님 중 한명이 화장실에서 나오다
“꺅!!” 비명을 지르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대로 현관으로 나가버린다.
손님들 놀란 눈으로 공재호를 바라보면
공재호 치미는 화를 누르며 애써 미소 짓는다.

#24. 카페 앞. 밤
이안, 카페 앞에 우두커니 서서,
통유리 안으로 보이는 은비의 얼굴을 한참동안 보고 있다.

#25. 카페 안. 밤
은비, 이안을 기다리고 있는데,
표정 불안하고 초조해 보인다.
그 때, 은비 머리 톡톡 치는 손 이안이다.
이안, 밝게 웃어 보이면,
그제야 마음 조금 편안해져 따라 웃는 은비.

이안 (자리에 앉으며) 야! 많이 기다렸냐?


은비 어? 조금...

이안, 뚫어져라 은비의 얼굴을 본다.


대화가 끊겨 서먹해진 두 사람

#테이블 아래.
이안, 어색한 분위기 깨보려 은별의 운동화를 톡톡 차며

이안 무슨 생각해?
은비 ......
이안 (시계보고) 시간 다 됐다. 나갈까?
은비 그래!

이안, 은비의 어깨에 손 올리려다가 한 번 망설이고,


다시 장난치듯 팔을 두른다.
다정하게 카페를 나가는 두 사람

#26. 공원 일각. 밤
혼자, 아무렇게나 주저앉아있는 태광
핸드폰에 저장된 #14의 은비 사진 보고 있다.
핸드폰 걸어보지만 받지 않는다.
쓸쓸해 보이는 태광의 얼굴

#27. 영화관. 밤
은비와 이안 영화를 보고 있다.
다른 관객들 웃고 즐거워 보이는데,
마음 무거워 무표정한 얼굴의 두 사람
은비, 조심스럽게 이안을 보면 정면 바라보고 있다.
잠시 뒤, 이안 조심스럽게 은비를 보면,
역시 정면만 바라보고 있다.
엇갈린 시선, 거리감이 느껴지는 분위기.

#28. 번화가. 밤
영화관에서 나오는 이안과 은비.
은비의 지치고 풀죽은 얼굴 안쓰럽게 바라보던 이안,
분위기 바꿔보려 밝게 웃으며
이안 고은별!! 영화 재미없었냐?
얼굴 완전 심각해 너!!
은비 (웃으며) 난 재밌었는데?
이안 그럼 다행이구! 가자!

이안, 편하게 어깨동무하고 은비 데리고 간다.


여기저기 쇼윈도 구경하며 걷다가,
팬시용품 가게로 들어가는 두 사람

#29. 인형가게 안. 밤
은비와 이안, 악세서리 소품 등을 둘러보다가
인형 코너 앞에 선다.
은비, 인형 이것저것 들어보고 안아보고 좋아하는데
그 모습 예쁘게 지켜보다가, 떠오르는 이안의 기억

#30. 게임장. 이안의 회상. 밤


인형이 진열돼 있고, 풍선 터뜨리기 등의 게임장 펼쳐져 있다.
이안, 뽑은 인형 자랑스럽게 들고 와
은별의 머리 위에 툭 올려놓으면

은별 (짜증내며) 야! 안 치워?

은별, 재채기 하면, 이안, 귀엽게 보는

은별 야! 나...털 날리고 먼지 날리는 거,


딱 질색인 거 몰라? 너나 가져!!

은별, 인형을 이안의 품에 팍 안겨주고 앞서 걷는다.


인형 들고, 못 말린다는 듯 웃는 이안

#31. 인형가게. 밤
커다란 인형을 끌어안고 좋아하는 은비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 이안
은별이 아닌 것 같은 의심은 들지만, 은비가 싫지 않은...
이안, 인형 안은 그대로 은비를 카운터에 데리고 간다.

#32. 은별의 집 앞 거리. 밤


이안과 인형 끌어안은 은비 나란히 걷고 있다.

은비 생일도 아닌데 웬 선물? 고마워!


이안 맘에 드냐?
은비 응! 완전!!
이안 (서글픈 미소로 본다.)
태광, 멀리서 다정하게 걸어오는 이안과 은비 본다.
둘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태광.
은비와 이안 앞에 우뚝 선다.

은비 (놀라서) 공태광!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태광 야! 니네 집 앞에 너 보러 왔지 뭐 하러 왔겠냐?
이안 (태광을 저지하며) 고은별, 들어가.
은비 (미안한 듯 태광을 보며) 공태광.. 너무 늦었어.
내일 학교에서 보자...

은비, 대문으로 들어가 버리면,


태광, “에이씨...” 화 치밀어 오른다.

이안 너 언제부터 그렇게 고은별한테 관심이 많았냐?


태광 그러게. (담담히) 예전의 고은별은...
나랑 눈도 한 번 안 마주치던 애였는데, 그치?
이안 !!!!! 무슨 뜻이야?
태광 (진심으로 진지하게) 지금의 고은별한텐,
너보다 내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뜻!

이안, 열 받아, 태광의 멱살 잡아 벽으로 밀며


하루 종일 참아왔던 감정 터지고

이안 야 이 새끼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예전이랑 지금 고은별이...
(버럭) 다른 사람이라도 된다는 거야!!!!?
태광 !!!!

태광, 같이 멱살을 잡고 한 판 붙으려다


이상한 낌새 느껴진다.
흥분한 이안의 얼굴, 지지 않고 노려 보다가
멱살 잡은 손 확 풀어버리며

태광 왜 내가 하던 짓을 하고 그러냐.... 안 어울리게...

태광, 먼저 앞서 가고,
이안, 불길한 예감에 우두커니 서 있다.

#33. 버스 정류장. 아침
등굣길. 버스정류장에 은비가 타고 있는 버스가 멈춘다.
이안, 걸어오다 창가에 앉은 은비를 본다.
충분히 잡을 수 있지만 다가가다 멈칫 하는..

#34. 버스 안. 아침
은비 버스에 앉아,
핸드폰으로 이안에게 문자를 찍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문득 창밖을 보면 이안이 서있다.
눈 마주친 채, 버스 출발하고,
은비, 멀어지는 이안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

<플래시백-4회 #39 버스 안. 아침>


앞 뒤 자리에 앉아 문자 주고받던 이안과 은비
이안, 불쑥 은비 옆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안 대답 안하냐?

은비를 바라보며 해사하게 미소짓는 이안

#다정하던 이안을 떠올리며,


눈물이 가득 고이는 은비의 슬픈 얼굴에서

#35. 화장실. 아침
송주, 해나, 효은 거울 앞에 서서 단장 하는 중이다.

해나 아씨, 완전 짜증나. 다시 한 것도 열 받아 죽겠는데


다른 조보다 5점이나 까고 시작하면 어쩌자는 거야?
효은 그니까!! 우리 잘못이냐고!! 우린 피해잔데...
송주 근데 진짜 누굴까?
해나 일단 포맷된 조 3개 빼고, 나머지들 중에 있겠지!

#36. 상담실. 오전
<씨씨티비 영상>

#3반 앞 복도. 오후 (#11의 CCTV영상)


교실 문 닫고 나오는 민준의 모습
잠시 후 교실 문을 여는 소영.

아래 찍힌 시간 : 2015.05.13. 15:10:29

영상, 스틸 되면서.
보고 있는 준석의 심각한 얼굴.
책상 위에는 포맷된 노트북 3개 놓여 있다.

#37. 상담실 안. 낮
소영과 준석 마주 앉아 있다.
당황한 얼굴의 소영.

준석 (차분하게)교실에 있었던데, 왜 보건실에 있었다고 했니?


소영 보건실에 먼저 갔다가... 빈 침대가 없어서
그냥 교실로 간 거예요.
아파서 책상에 엎드려 잤어요. 그게 다예요, 선생님!
준석 근데 왜 애들한텐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어?
소영 갑자기 물어보니까, 당황해서..
(준석 살피다가) 제가, 왜 그런 짓을 해요!
우리 조 노트북도 지워졌는데요?
준석 (한숨 쉬고) 알겠다, 일단 가봐라.

#38. 상담실 앞 복도. 오전


불안하고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상담실에서 나오던 소영
상담실 앞을 지나가던 은비와 마주친다.

소영 야! 엿들었어?
은비 내가 너니? 지나가는 길이거든!!

은비, 차갑게 외면하고 가버리면.


소영,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상담실 벽에 기대어 이를 악 문다.

#39. 교실. 낮
소영이 들어와 앉는데 교실 공기 이상하다.
주변 둘러보며 자리에 앉으면, 아이들 한 마디씩 하는.

해나 (조소로) 강소영, 너 뭐야?


소영 (보면) 뭐가?
효은 너 씨씨티비에 찍혔다며? 어제 체육시간에 교실에 있는 거.
소영 !!!! (놀라 일어나는)
학생1 왜 거짓말 해?
소영 보건실 갔었어!! 갑자기 이상하게 몰리니까 당황해서...
학생2 떳떳하면 왜 당황을 해?

소영, 불안한 눈으로 둘러보다 송주와 눈 마주치면


송주, 실망했다는 표정이고

소영 우리 조 과제도 날아갔는데, 내가 왜 그런 짓을 했겠어?


하윤 그날 아침부터 우리 노트북 이상했잖아.
해나 (알겠다는 듯) 아? 니네 조 노트북 맛 가니까
다른 조 것도 망쳐버린 거 아니야?
공부 잘하는 애들로만 딱 골라서?
소영 (열 받고) 아니야!! 난 그런 적 없어!!!
학생3 이렇게 되고 보니, 얼마 전 그 왕따 기사 생각난다.
그것도 진짜 너 아니냐?
소영 (들이받으며, 반 전체에 대고) 니들 확실한 증거도 없이
이런 식으로 사람 몰아가도 되는 거야?
소영, 둘러보면, 아이들 차가운 눈빛으로
일제히 자신을 보고 있다. 아득해지는데,
은비, 소영을 보고 피식 냉정한 웃음 지어 보이면
소영, 이성을 잃는 표정 팽팽하게 서로를 보는 둘.
태광, 그런 두 사람을 본다.

소영, 은비 쪽으로 천천히 걸음 옮긴다.


태광, 긴장 된 눈으로 움찔하며 벌떡 일어난다.
거의 은비 앞에 다다른 소영.
아이들 의아한 눈으로 집중 하고 있다.
은비, 떨리지만 차갑게 소영을 노려보고 있고,
태광, 소영의 옆에 서는데, 일촉즉발의 순간
수업 종 울리자, 소영 은비의 얼굴 뚫어져라 보다가 자리에 앉는다.
태광, 안도의 한숨 내쉬면서 자리로 간다.

#40. 상담실. 낮
민준과 준석 마주 앉아 있다.

민준 (담담한) 챙길 게 많아서 좀 늦게 나갔어요. 3시 10분쯤?


보건실 들러서 응급키트 가지고 운동장 나가니까
15분 쯤 됐었던 것 같아요.
준석 그래. 알았다. 가봐.
민준 (일어나 꾸벅 인사하고 나가는)
준석 (골똘히 생각하는)

#41. 옥상. 낮
소영, 은비 팽팽한 눈빛으로 서 있다.

은비 (여유로) 애들이 그런 눈으로 널 보는 거 어땠어?


소영 뭐?
은비 그거, 니가 내 동생한테, 또 다른 친구한테
늘 했던 짓이잖아. 받아 보니 어땠냐구?
소영 (픽 웃는) 별 거 아니던데?
내가 누구처럼 벌벌 떨 줄 알았어?
치! 어이가 없어서.. 곧 밝혀지겠지만,
난 컴퓨터 같은 거 건드리지도 않았거든?
은비 (당차게) 그래? 잘 됐다!
소영 뭐?
은비 그럼 이 번 기회에, 하지도 않은 잘못 덮어쓰는 기분도
한 번 느껴봐! 니가 한 짓도 아닌데,
아무도 니 말 들어주지도 않고,
믿어주지도 않을 때.... 얼마나 아픈지!!!
소영 !!!!!
은비, 돌아서 나가는 등 뒤에

소영 (악에 받쳐) 야아!!! 이제 니가 뭐든 상관없어!!


너 밞아 버릴 거야!

가고 있는 은비의 어깨를
뒤에서 확 부딪히며 앞서 나가는 소영

#42. 교정 일각. 오후
벤치에 앉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 소영.
어쩔 줄 몰라 하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결심한 듯 핸드폰을 꺼내 ‘한이안’을 선택하고
문자를 찍기 시작한다.

#43. 수영장. 오후
훈련 쉬는 시간. 휴식 중인 선수들 수영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안, 혼자 물속에 남아 여전히 전력 질주 하는.
코치, 수영장으로 들어오면

민규 한이안! 몇 시간 째 저러구 있는데요 코치님?


코치 (표정 사나워지며 이안을 따라 가며, 고래고래)
한이안!! 야 이 새꺄!!! 그만 두지 못해?

#44. 수영장 일각. 오후


트레이닝복을 입은 이안 코치 앞에 서서 혼나고 있다.

코치 (호통 치는) 연습을 하는 거야 화풀이를 하는 거야!!


몸 관리도 실력인 거 몰라!!
이안 ......
코치 (누르고)부담 되는 거 알지만, 그래도 어떡하냐?
이번 5월 대회 성적에 따라서 지원금도 결정 되고
니가 잘해야 3학년 애들.. 계영에서라도 메달 하나 따서
좋은 대학 가지 않겠냐?
그러자면 니가 중심을 딱 잡고 있어야 한다.
흔들리지 말고, 페이스 조절 잘해, 너 믿는다. 알았지?
이안 (표정 없이) ...네.

코치, 이안 어깨 툭툭, 두드려 주고 나간다.

#45. 수영장 라커룸. 오후


이안, 지친 몸으로 라커를 열고 옷을 꺼내는데
핸드폰에 메시지 도착해 있다.
확인하고 얼굴 사색이 되는 이안.
소영(E) 니가 엄청 궁금해 하는 사람 여기 있는데...
잘 찾아 봐!

이안의 핸드폰에 ‘사랑의 집’후원 신문기사 떠 있다.


이안, 화면 확대해서 큰 사진으로 보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은비의 얼굴.
이안,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보다가
힘없이 라커에 등을 기댄다.

#46. 초등학교 운동장. 밤


운동장에 넋 나간 얼굴로 누워있는 이안

<플래시백- 1회 #68. 대구 체육관 - 선수 대기실. 낮>


트레이닝 복 입은 이안, 헤드셋 끼고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핸드폰 진동이 울리자 전화를 받는다.

송주(E) 이안아! 은별이가 실종 됐어!!

하얗게 질리는 이안의 얼굴

#47. 통영 거리 일각. 낮 (1회 #78)


은별을 찾아 통영 거리 이쪽저쪽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이안.
이안, 은별과 비슷한 뒷모습을 발견하고,
달려가 확인해보면 다른 사람이다.
멈춰 서서 숨 고르며 주머니 속 메달을 꺼내 본다.
그 때 길 건너편에 넋 나간 얼굴로 가는 은비.
눈 동그래져, 신호 무시하고 미친 듯이 차도로 달려들지만,
눈 깜짝할 사이 사라져 버렸다.
안타까운 얼굴로 사방 둘러보는 이안.

<플래시백- 2회 #29. 병원 복도. 낮>


이안을 뚫어져라 보며 서 있는 은비,
거침없이 은비를 향해 걸어가는 이안,
이안, 은비의 손 잡아당겨 와락 가슴 깊이 끌어안는다.

이안(E) 왔으니까.... 됐다. 고은별!

#48. 초등학교 운동장. 밤


이안, 운동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다가 가만히 눈을 감는다.

#49. 소영의 방. 밤
책상에 앉아 공부 중인 소영.
울분이 치미는 듯, 펜을 던지고 눈에 고인 눈물 쓱 닦아낸다.
그때 들리는 노크 소리,
소영 돌아보면,
소영부, 문을 열고 들어와, 책상 앞에 선다.

소영부 (내밀며) 혹시나 해서 검사해보니 한사람의 글씨체가 맞더구나.


소영 (반색하며 받는) 아빠!!
소영부 (서류 놓지 않고 소영을 보며)
그애랑 너랑 악연이 깊은 모양인데
고작 그런 애한테 우스운 꼴 당하지 말고 똑똑하게 굴어.
소영 (받으며) 고마워요, 아빠!

소영부, 나가면 회심의 미소 짓는 소영.

#50. 거리 일각. 밤
김준석과 정민영 나란히 걷고 있다.

김준석 저 혼자 가면 되는데, 뭘 동행씩이나...


정민영 한 달간은 저도 부담임인데,
당연히 알아야 할 책임이 있죠.
김준석 (좀 귀찮기도 하지만) 아 예! 뭐 그러시든지요.

#51. 컴퓨터 수리점. 밤


김준석, 직원에게 포맷된 노트북을 보여주고 있다.

직원 복구하시게요?
김준석 아뇨, 혹시, 포맷이 된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을까요?
직원 (고개를 갸웃 하며) 글쎄요...그건 좀...

낙심하는 김준석의 얼굴

#52. 포장마차. 밤
김준석과 정민영, 술과 안주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다.
생각에 잠긴 김준석의 얼굴

직원(E) 한 개는 하드웨어 고장인 것 같구요,


나머지 두 개는 포맷을 시킨 것 같습니다.
두 개 동시 진행하면 5분에도 가능하죠.

<플래시백- #39 상담실. 낮>


민준과 준석 마주 앉아 있다.

민준 (담담한) 챙길 게 많아서 좀 늦게 나갔어요. 3시 10분쯤?


정민영 김선생님!! 김선생님!!
김준석 (정신 차리고) 아 예!
정민영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김준석 아, 애들 노트북이요...(한숨)
정민영 그 직원 말대로라면, 하드웨어 고장 난 노트북 학생이
나머지 2개를 포맷 시켰을 확률이 큰 거네요.
김준석 확실하지는 않지만..그렇..죠..(착잡하고)
정민영 어쩔 생각이세요?
김준석 일단 더 얘기 나눠 보려구요.
정민영 퇴근 후 까지 애들 생각뿐이시네요.
3반 학생들은 좋겠어요.
김준석 (자조적으로 웃으며 술 한 잔 들이켜는. 쓰다.)

#. 꽤 늘어난 술병. 두 사람 다 좀 취해서.

김준석 (고개 주억거리며) 전 뭐 어디로 이끌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이끌 자격도 없는 놈이구.... 그렇습니다아....
정민영 (진지하게) 왜요. 선생님이시잖아요.
김준석 저는 스승이니, 선생이니 그런 거 싫고요.
그냥..직업인이고 싶거든요. 수학 잘 가르치고, 기안 잘 쓰고
공문 잘 보내는 그냥 그런...
정민영 (준석을 보는)

#. 준석 계산중이다.
포장 밖으로 기다리는 민영의 모습 보인다.

그때, 들리는 메시지 수신음.


준석 핸드폰 열어보면,

<내가 사라지니까 이제 행복해? 정수인>

준석, 우뚝 굳는다.
밖에 있던 민영, 뒤 돌아 다시 준석에게로 온다.
멍하게 서 있는 준석의 등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는.
준석 화들짝 놀라 돌아보면,

정민영 (맑게 웃으며) 선생님, 안 나오세요?


김준석 (보는)

#53. 은별의 방. 밤
은비, 침대에 앉아, 이안에게 받은 인형 안고 있다.
스탠드 불을 끄고, 막 눕는데,
협탁에 놓아 둔 핸드폰에서 메시지 수신음 울린다.
은비, 핸드폰 열어서 보면,
<내가 사라지니까 이제 행복해? 정수인.>

은비, 놀라 벌떡 몸을 일으킨다.

#중간 타이틀 <후.아.유?>

#??. 공원 일각. 밤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는 은비와 이안

은비 한이안! 너한테 꼭 해야 될 말이 있어.


이안 .......
은비 나, 사실은.... 기억 돌아온 지... 한 참 됐어.
이안 !!!

이안, 은비 앞으로 가 은비어깨 꽉 잡고 서서

이안 ....... (애써 미소 지으며) 고은별!! 생각 나냐?


은비 (보는) .......
이안 (다정하게) 너 기억 돌아오면.....
내 소원 하나 들어주기로 약속했던 거!
너 기억 찾았으니까 나.... 소원 말해도 되지?
은비 ......
이안 (진지하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에 무조건...
맞다고 대답해라!
은비 (서글픈) .......
이안 (간절하게) 너...... 고은별.... 맞지?
은비 (눈 질끈 감으면 눈물 후두둑 떨어지고)
이안 !!!!!! (가슴 무너지는)

눈물 쏟으며 떨고 있는 은비와
은비의 어깨에 손 올린 채 망연자실 멈춰 서 있는 이안
서글프게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이안 (애써 피식 웃으며) 야! 어려운 소원도 아니잖아...


울지 말고...대답해... 너...고은별 맞지?
은비 .......

이안, 가만히 은비 따뜻하게 안아준다.


은비, 이안의 품에서 서글프게 흐느끼다가
천천히 이안 밀어내고 바라본다.
은비 ...미안해
이안 !!! (보면)
은비 ...미안해
이안 (다시 은비의 어깨 꽉 잡고, 버럭)
미안해가 아니라! 맞다고 대답하라고!!! .....응?
은비 ......(대답 못하고)

이안, 온몸에 맥이 풀리며,


은비의 어깨 잡고 있던 팔이 힘없이 툭 떨어진다.
은비, 그런 이안을 잠시 안타깝게 보다가 서둘러 도망가 버리면,
혼란스러움에 어쩔 줄 모르겠는 이안의 얼굴에서
<제 9 회>

#1. 교정일각. 오후
누워 있는 태광에게 쑥 내밀어지는 서류봉투
태광, 눈 떠보면 소영이 서있다.

소영 공태광! 시작을 같이 했으면 끝도 함께 하자며?


자! 감정 결과 나왔어!
태광 (걱정스런 표정으로 일어나 봉투 받아 꺼내보고)
이야...너 좋겠다!
소영 뭐 별로..예상했던 결관데 좋긴...
태광 고은별은, 이거 봤어?
소영 어!
태광 뭐래?
소영 자기 입으로 다 밝히고, 떠난다는데?
태광 (작게) 에이씨....

#2. 공원일각. 오후
공원 이곳저곳 은비를 찾아 헤매는 태광
태광, 두리번거리며 정신없이 뛰어 다닌다.

#3. 공원 일각. 저녁
천천히 산책하듯 걷고 있던 은비와 이안
은비, 걸음 멈추고 이안을 마주본다.
이안의 생기 없는 얼굴, 안타깝게 보는 은비

은비 (결심하고, 미안한) 한이안!


이안 응!
은비 (어렵게) 나... 너한테 할 말 있는데.....
이안 ....뭔데?
은비 나, 사실은.... 기억 돌아온 지... 한 참 됐어.
이안 !!! (놀라는)

이안, 피하고 싶었던 순간이다.


은비 어깨에 편안히 두 손 얹고

이안 .......진짜? (애써 미소 지으며)


고은별!! 생각 나냐?
은비 (보는) .......
이안 (다정하게) 너 기억 돌아오면.....
내 소원 하나 들어주기로 약속했던 거!
은비 .......
이안 너 기억 찾았으니까, 나 소원 말해도 되지?
은비 ......
이안 (진지하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에 무조건...
맞다고 대답해라!
은비 (서글픈) .......
이안 (간절하게) 너...... 고은별.... 맞지?
은비 (눈물 고이고)
이안 !!!!!! (가슴 무너지는)

둘 다 알고 있지만, 막상 확인하기 두렵고 괴롭다.


은비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은비 어깨에 손 올린 채 망연자실 멈춰 서 있는 이안
서글프게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이안, 가만히 은비 따뜻하게 안아준다.

이안 (애써 피식 웃으며) 야! 어려운 소원도 아니잖아...

은비, 천천히 이안 밀어내고 바라본다.

이안 울지 말고...대답해... 너...고은별 맞지?


은비 ...미안해
이안 !!! (보면)
은비 ...정말.....미안해
이안 (다시 은비의 어깨 꽉 잡고, 버럭)
미안해가 아니라! 맞다고 대답하라고!!! .....응?
은비 ......(대답 못하고)
이안 (고래고래) 너 나한테 왜 이러는데?
니가 어떻게 고은별이 아닌데?
그럼 그동안 나한테 했던 게 다 거짓말 이었던 거야?
왜 진작 말 안했어! 너 누군데에에!!!!!!

멀리서 이안과 은비를 발견하고 다가오는 태광


울고 있는 은비의 손목을 낚아채듯 잡으면

태광 가자!
이안 (열 받아) 공태광! 그 손 놔라!
태광 (못 들은 척 은비의 손 끌면)
이안 그 손 놓으라구!!!!!

은비, 태광에게 따라가지 않으려 버티고 있는 모습


안타깝고 슬픈 눈으로 잠시 바라보는 태광
이안과 태광 살벌하게 눈빛 부딪힌다.
은비, 눈물범벅인 얼굴로 태광에게 이끌려 가는데
혼란스러움에 어쩔 줄 모르던 이안
순간, 표정 차갑게 굳으며 다가가
은비의 반대쪽 손을 꽉 잡는다. (8부 엔딩)
#은비, 태광이 잡고 있는 쪽 손을 빼며

은비 공태광!
태광 (O.L) 내가 아무것도 하지 말랬지?
은비 아니! 나... 말해야 돼...다 말할 거야...

가는 두 사람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는 태광


텅 빈 태광의 손, 상처다.

#4. 공원일각. 시간경과. 저녁


이안, 은비 마주 서있다.
매서운 눈으로 보던 이안,
잔뜩 긴장해 떨고 있는 은비가 안쓰러워 조금 누그러진다.

은비 (눈물 나지만, 단단히 결심하고)


한이안! 나...고은별 아니야...
이안 (믿고 싶지 않은, 고개를 젓는다.)
아니! 아무래도 내가 뭔가 착각한 거 같으니까
나중에....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은비 이제... 너도 알잖아...
이안 ......(원망스럽게 보는)
은비 기억 잃은 동안, 태어나서 처음 받아본 사랑이
너무 따뜻하고 좋아서...(울음 참으며)
잘못된 선택을 했었던 것 같아.
그 땐, 너한테 이렇게까지.. 큰 상처를 주게 될지 몰랐어...
이안 ......(눈물 그렁해 보는)
은비 이미 너무 늦은 거 아는데,
거짓말해서 정말 미안해....
이안 (화 누르고 낮게) 나...니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아무것도 모르겠어.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은비 ......

은비, 고개 떨구고 눈물 쏟으면


이안, 절망적인 얼굴로 바라본다.

#5. 몽타주. 밤

#은별의 집 앞. 밤
은비, 힘없이 걸어가는데, 먼 거리를 두고 뒤에서 따라가는 태광.
은비가 대문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보고 있다.

#은별의 방. 밤
책상에 엎드려 흐느끼는 은비

#공원일각. 밤
#4 공원 그 자리에 그대로 우두커니 있는 이안

#타이틀 <후. 아. 유?>

#5-1. 등굣길. 아침 - OMIT (--> #7-1로 이동)

#6. 교실. 아침
김준석 정민영 조회중이다.
태광과 이안의 자리 비어있고,

김준석 전달 사항이 있는데, 곧 하복 착용 하는 거 알지?


새로 맞출 사람 보건실 가서 치수 재고 신청해라.
(민영에게)뭐 하실 말씀 있으세요?
정민영 네!

김준석 비켜서면, 정민영 교탁 앞에 선다.

정민영 여러분!! 학교 홈페이지 리뉴얼 된 거 아시죠?

아이들, 정민영의 말투에 풋풋 웃음 터진다.


남자 아이들, 유치원생처럼 “네!!!!”큰소리로 놀리듯 대답하면
정민영 흐뭇해하고, 김준석 눈짓으로 혼내는

해나 (기태에게) 어우 닭살!! 열라 귀여운 척 하지 않냐?


기태 (우쭈쭈)우리 애기 좋탠다.

해나, 기태를 찍 노려본다. 움찔하는 기태.

해나 뭐래?
기태 (찔려서 시치미) 응? 내가 뭐라고 했어?

정민영 홈페이지에 선생님 별로 익명 게시판이


개설되어 있으니까,(김준석을 가리키며)
담임선생님께 감사 인사, 평소 마음에 담아 놨던 말들...
많이 남겨주세요!!
일동 (놀리듯) 네!!
민석 샘!! 익명 맞아요?
윤재 IP추적하시는 거 아녜요?

그 때, 교실 뒷문이 열리고 검은색으로 염색한 태광 들어선다.


아이들, 태광의 달라진 모습에 반응하고,

김준석 공태광! 염색하고 오느라고 지각했냐? 일찍 다녀라!

태광, 웃음기 없이 자리로 가 엎드린다.


김준석 정민영 앞문으로 나가며,

정민영 여러분! 오늘도 힘내기!!


윤재 야! 교생 오더니... 세강유치원이 됐냐?

윤재, 병규, 아성 한 줄로 졸졸 따라다니며


“오리!! 꽥꽥!! 병아리!! 삐약삐약!! 학주!! 야이새끼들아!!!
정민영!! 여러부우운!!!”흉내 낸다.

#7. 2-3반 교실 앞 복도. 아침


조회 마치고 가는 학주와, 지나가던 교감에게 밝게 목례하는 정민영

교감 어때요? 오늘도 아이들이 말 잘 듣던가요?


정민영 네! 제가 들어가자마자 자리에 딱 앉구요, 대답도 크게 잘하구요.
(뿌듯한)전 바로 수업이 있어서 (목례하고 가면)
학주 (안됐단 얼굴로 보는) 애들이 작당해서 놀리는 줄도 모르고...
김선생이 귀띔이라도 해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
김준석 해줬죠.
교감 그런데요?
김준석 (안쓰럽다는 듯) 아이들의 순수함을 믿는답니다.

교감과 학주 안타까운 얼굴로 본다.

#7-1 교실. 오전
은비, 교실로 막 들어오는데
나가려던 소영과 딱 마주친다.
은비, 그냥 지나쳐 가려는데
소영, 이안의 빈자리 보며 피식 웃는다.

소영 (작게 속삭이듯) 한이안 결석했네?? 걔도 별 수 없구나?


학교까지 결석한 거 보면, 충격이 컸나보다.
은비 !!! (노려보면)
소영 왜? (안됐다는 듯) 설마... 니가 고은별 아닌 거 알고서도
쉴드 쳐줄 거라 착각한 거야?
은비 강소영!!!
소영 (은비의 귀에 빠짝 입을 대고) 괴롭겠지...
학교에서 애들이 널 고은별이라고 부를 때마다
한이안은 무슨 생각이 들겠니? 뭐? 날 치워?
니가 여기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걔한테 상처라는 걸 알아야지....(쯔쯔쯔)

소영, 은비를 지나쳐 복도로 나가버리고,


은비, 화나고 마음 아프다.

#8. 복도일각. 오전
송주, 핸드폰 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제이엔터(E) 오디션 일시 결정됐습니다. 연락주세요.

송주, 마음 무겁다. 그 때 송주 앞에 서는 소영

소영 (다정하게) 연락 받았지?
삼촌 바쁜데.. 시간 빼달라고 엄청 졸랐어.
잘 해야 돼!!
송주 ......

송주, 내키지 않지만, 갈등되는 표정으로 소영을 본다.

#9. 교무실 앞 복도. 오전


도도하고 차가운 표정의 민준모.
복도를 걸어온다. 교무실 앞에 다다르자 거침없이 문을 여는.
그 모습을 지나가던 우진이 보고 갸웃한다.

#10. 교무실. 오전
민준모, 앞씬의 표정과 달리 한껏 미소 띠고 교무실에 들어선다.

교감 (민준모 보고 서둘러 달려 나가며)


아이고 민준어머님 아니십니까!
민준모 (우아하게) 안녕하세요? 교감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교감 예예, 저야 뭐... 요즘도 많이 바쁘시죠?
민준모 바쁘죠. (미소 짓지만 뼈가 느껴지게)
그런데 또 이렇게 학교에 올 일이 생기네요?
교감 (큼... 뭔지 알겠고, 회의 테이블로 안내하며)
자, 일단 이리로 좀 앉으십시오.
민준모 (앉으며) 민준이 영어 담당 선생님을 좀 봬야겠는데요.

#11. 교실. 낮
어수선한 교실. 민준 문제집을 푸느라 정신없는데,
교실로 막 들어선 우진, 민준 곁을 지나다가

우진 민준아, 너네 엄마 오셨더라?
민준, 놀라서 교실 밖으로 나간다.

#급식실로 우르르 나가는 아이들 틈에 은비 있다.


태광, 은비에게 다가와

태광 (아무 일 없었던 듯) 야! 밥 먹으러 가자!


은비 ?? (어색하다. 놀란 눈으로 보면)
태광 뭐? 점심시간이잖아!!
은비 어.... 나 밥 생각 없어.
태광 (선뜻) 그래? 알았다.

태광, 은비를 지나쳐 간다.


은비, 태광과의 거리감 느껴지고, 한 숨 쉰다.

#12. 운동장 일각. 낮


은비, 스탠드에 앉아 있는데, 태광 옆자리에 와 앉는다.

은비 공태광! 너 급식실 안가고 또 왜 왔어...


태광 너 요즘 착각이 좀 심하다?
나두 밥 생각이 없어!!
은비 치....

그 때, 운동장을 가로질러 오는 배달 오토바이


태광, 갑자기 벌떡 일어나 두 팔을 높이 들고 흔들며

태광 여기요!! 여기!!

배달맨의 오토바이, 스탠드 앞에 멈추더니


철가방 들고 다가온다.

태광 (감탄의 박수 치며)
이야~역시 우리나라, 배달민족 아니냐?
배달맨 (메모 확인하며) 세강고 운동장 스탠드, 위에서 세 번째 줄!
맞으시죠?
태광 정확하게 찾아오셨네요!!

배달맨, 은비와 태광 앞에, 짜장면 두 그릇과 단무지 만두 놓는다.


은비, 어이없어 태광을 바라본다.

은비 공태광....
태광 야! 밥맛이 없을 때는 짜장면이지....

태광, 짜장면 한 그릇 휙휙 비벼 은비의 손에 올려준다.


은비, 굳어 있던 표정 풀어지며 피식 웃고 만다.
은비 (짜장면에 시선 두고 젓가락으로 괜히 휘휘 저으며)
공태광... 너는.... 내가 밉지도 않냐?
태광 (열심히 먹으며) 불면 맛없다. 먹어라!!
은비 ......
태광 그래서 어제 얘기는 잘 했냐?
은비 응.....
태광 거짓말 들켜서 좋냐?
은비 .....아니! (슬프다.) 나...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조금 더 컸나봐

태광, 샘나고 안됐고 짜증나서 보다가


단무지 하나 들어서 은비 입에 넣어준다.

태광 야! 그만 말하고 먹기나 해...

은비, 웃으며, 고맙고 미안한 맘으로 태광을 본다.

#저만치에서 막 차에서 내리던 이사장,


처음 보는 태광의 밝은 미소과 은비의 얼굴 무표정하게 바라본다.

#13. 교무실. 오전
회의 테이블에 김준석과 안주리 민준모와 마주 앉아 있다.

민준모 (미소로) 제가, 말 돌려 하는 걸 잘 못해서요,


(커피 한 모금 천천히 마시고) 듣자하니, 강소영이라는
학생이 혼자 교실에 있을 때, 사건이 일어났다던데...
그 학생은 교실에 없었다고 거짓말까지 했다구요.
그런데 죄 없는 애들 점수까지 깎으면서
쉬쉬하는 이유가 뭔가요?
김준석 (당황해서) 민준이가 그런 말을 하던가요?
민준모 걘 착해서 그런 거 이를 줄 도 모릅니다.
다른 아이 엄마한테서 들었어요. 이미 반에는
소문이 파다하다는데 선생님께선 모르셨나봐요?

김준석과 안주리 난처한 얼굴로 잠시 마주 보고

김준석 소영이가 교실에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노트북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민준모 그럼 확실한 증거를 찾으시던가, 아님 우리 민준이 점수
복원해주세요. 세상에, 5점이라니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그런 불이익을 당해야 하나요?
안주리 제 시간에 제출한 아이들과 형평성 문제도 있고,
아예 감점을 안 할 수는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민준모 (일어나며 끝까지 미소로)그러시군요.
학교문제에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선생님들께서 해결해 주지 못하시니,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요!
저희 민준 아빠가 학교전담 경찰관인 건, 다들 알고 계시죠?

놀라서 보는 김준석과 안주리, 뒤에서 교감 벌떡 일어난다.

#14. 교무실 앞 복도. 낮


열린 문틈으로 엿보고 있던 민준.
민준모 일어나는 모습 보이자,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
얼굴에 당혹과 절망이 가득한

#14-1. 이안의 집. 낮
침대에 복잡한 얼굴로 기대앉은 이안.
은별이와 8살 때 함께 찍은 사진 아프게 보다가
벌떡 일어나 나간다.

#15. 은별모의 가게. 오후


이안, 은별모의 가게에 들어선다.
무심히 입구를 바라보던 은별모, 이안을 발견하고
잠시 놀랐다가 반갑게 웃는다.

이안 안녕하세요?
은별모 이안아! 오랜만이다. (짐작 가지만)
은별이한테 연락 안하고 여긴 어쩐 일이야?
이안 저.... 아줌마 뵈러왔어요.
은별모 ....그래? 그럼 잠깐만 기다려!

은별모, 하던 일 정리하고 겉 옷 챙겨 든다.

#16. 카페. 오후
이안, 은별모와 마주 앉아 있다.
묻고 싶은 말은 많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 이안,
곤란한 표정으로 은별모의 눈치 보며 미소 짓는다.

이안 잘..지내셨어요?
은별모 응....(이안의 심정 알겠고) 괜찮아. 얘기해.
너...은별이 궁금해서 온 거지?

은별모, 눈물이 글썽해서 이안을 본다.

#16-1. 오디션장. 오후
널따란 기획사 연습실.
소영의 삼촌 비롯한 심사위원들 2-3명 앉아 있고
송주 긴장 된 얼굴로 서 있다.

심사 시작하세요.

음악 터져 나오고, 송주 몸이 부서져라 춤추기 시작한다.

#. 진지한 얼굴로 노래를 부르는 송주.

#. A4 용지를 들여다보며 즉석 연기를 보여주는 송주.

심사 위원들 흡족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송주, 분위기가 좋다는 것 느끼고 뿌듯해 한다.

#17. 도서관. 오후
은비, 시진 도서관에 책 펴놓고 턱 괴고 앉아,
각자의 생각에 빠져 있다.

은비 있잖아..어른이 되면 좀 쉬워질까?
시진 뭐가?
은비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잊고...그런 거
시진 그게 나이랑 무슨 상관이냐?
얼만큼 좋아하는 사람인지가 중요하지.
은비 오...이시진!! 그런가?
시진 은별아! (망설이다가) 나 너한테 되게 고마워!
은비 뭐가?
시진 (마음의 무거운 짐 내려놓듯이) 실종됐다가 무사히 돌아 와줘서...
은비 야!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시진 (눈물 글썽이면)
은비 (놀라서) 이시진! 야아!! 너 왜 그래?
시진 그냥..그런 게 있어!!

은비와 시진 마주보고 웃는다.

#18. 카페. 오후 (#16 연결)


마주 앉은 이안과 은별모

은별모 이전 학교에서, 그런 몹쓸 생각까지 할 만큼


끔찍하게 괴롭히던 애가 있었나보더라...

이안, 충격으로 은별모를 보다가 떠오르는 기억

<플래시백>

<5부 #5. 3반 교실 안. 오전>


소영 안녕? 나는 통영 누리여고에서 전학 온 강소영이라고 해!

<5부 #25. 급식실. 낮>


아이들 식사 중인데, 소영 식판 들고 미소로 다가오면
은비, 소영을 보고 사레들려 켁켁거린다.

<6부 #39. 카페. 오후>


카페 문으로 들어서는 소영, 아이들을 향해 밝게 웃으며 다가오면
은비, 표정 순식간에 싸늘해진다.

은비 (표정 굳은 채) 송주야! 난 같이 못 갈 것 같다. 미안해!

은비, 가방 챙겨 들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면


아이들 모두 당황해 은비를 본다.

<6부 #40. 거리 일각. 오후>

은비 (말 자르며) 제발!! 묻지 마!!


이안 고은별!!
은비 한이안!! 너한테... 말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있고!
들키고 싶지 않은 것도 있으니까!!!
(눈물 참고 고래고래) 제발!! 아무것도 묻지 말아달라구!!

<8부 #7. 복도 일각. 낮>


은비와 마주서서 얘기하던 소영, 앞에서 걸어오는 이안을 본다.

소영 (이안이 들으라는 듯)
고은별! 넌 이은비랑 생긴 것만 똑같은 게 아니라
하는 짓도 똑같구나! 이러니 내가 헷갈릴 수밖에!!!
이안 !!!!!!
소영 둘이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난 그만 꺼져줄게!

은비, 놀란 눈으로 이안을 보고 있다.

은별모 아직 어린 애가, 너무 힘들게 사는 게...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그 때...그 애도 나도,
서로 맘 붙일 곳이 우리 둘 뿐이었어.
다른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안 ......네
은별모 많이 놀랐지?
이안 아직 믿어지지가 않아서...
은별모 (애써 미소로) 근데 내 욕심에 무작정 붙잡아 놓고....
정신차려보니 가슴이 덜컹 하더라.
아무리 사랑을 준다한들, 다른 사람으로 사는 게...
마음 편하겠니?
이안 ......(마음 짠하다.)
은별모 그래서 곧 이사도 하고, 전학도 시키려고...
이안 ??(놀라서 보는)
은별모 그 때까지만 모른 척 해줄 수 있지?
이안 ......

복잡한 심정으로 은별모를 바라보는 이안의 얼굴에서.

#19. 교실. 오후
종례 중인 김준석
정민영, 뒤에 서서 참관 중이다.

김준석 어...마지막으로, 노트북 사건 말인데..


심증만으로 친구를 의심하는 짓은 하지 말자.
일단 결론이 날 때까지 기다려주길 바란다. 이상!

소영, 입술을 깨물고.


민준 무표정하다.
김준석, 민준을 보는데, 민준 일어나 나가버린다.
그 바람에 책상에 있던 연습장 툭 떨어진다.
준석 다가가 주워서 무심코 펼쳐보면,
온통 까만볼펜으로 죽죽 그어댄 자국이 가득하다.
김준석, 심란해지는

#20. 상담실. 오후
민준과 김준석 마주 앉아 있다.

김준석 (조심스레)어제 노트북 수리점에 갔더니 하나는 고장이고,


두 개는 일부러 포맷을 한 거라더라.
너희 조 노트북이 고장이라는 거 알고 있었니?

민준, 지치고 불안한 얼굴이다.

민준 (툭 던지듯) 제가 저희 조 노트북이 갑자기 고장 난 걸 알고,


강소영, 고은별이 속한 조 노트북을 포맷 시켰어요.
김준석 (놀란다)
민준 라고... 말하면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김준석 (!!)
민준 (준석을 빤히 보며) 체육시간 전까지 저희 조 노트북 멀쩡했고,
저는 아무 것도 손 안 댔어요.
민준, 무릎 위에 놓인 주먹을 꽉 쥔다.
김준석, 민준의 불안이 느껴져 마음 아프다. 민준을 보다가,

김준석 거짓말을 하고 나서, 그걸 바로 잡는 거 진짜 힘든 일이다.


많은 걸 잃을 수도 있고,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른 척 외면해버리면,
바로잡는 길은 더 멀어지고, 결국 비겁해지는 쪽을 택하게 돼.
지나간 일이 없던 일이 되지도 않구. (씁쓸하게)
민준 (동요하지 않으려 이를 악무는데)
김준석 다 잘못되고 끝난 거 같아도, 좀 만 용길 내면
다시 제대로 된 길로 돌아 올 수 있어.
(옅게 웃으며) 니 나이엔 그래 임마.

#21. 하굣길. 오후
은비 혼자 걸어가고 있는데 전화벨 울린다.
은비, 받으면, 뒤에서 따라가며 통화중인 태광 나타난다.

은비 (핸드폰 들고) 공태광!! 왜?


태광 (핸드폰 들고) 내 전화 하도 안 받길래
수신거부 해놨나 확인 해봤다!!
은비 그럴 리가 있냐?

태광, 좋아하며 불쑥 나타나 은비 옆으로 나란히 선다.

은비 (놀라서 보는, 웃는다) 뭐야...


태광 (걱정되는)야! 강소영... 신났던데? 너 떠난다구?
은비 (결심한 듯)......응. 내가 걔 먼저 치워 놓구
떠나겠다고 했어.
태광 (놀랐지만) 그럼... 강소영 얼른 보내버려야겠네.
(은비 흘기며) 그래야 이 얼굴 그만보지...
은비 치....
태광 치...(따라하는)
은비 으이그....
태광 으이그....(따라하는)

은비 열 받아 노려보면, 태광, 같이 째려본다.


은비, 시선 돌리고 나면,
태광, 장난스럽던 웃음 사라지며
떠날지도 모를 은비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22. 운동장. 밤
어둡고 텅 빈 운동장.
이안이 혼자 농구를 하고 있다.
복잡한 얼굴로 슛을 연거푸 날려보지만
링을 벗어나기만 하는 공.

몇 번 더 던져보다, 화가 난다는 듯 힘껏 공을 던져
농구대 백보드를 텅- 맞히는.

벌렁 드러누워 버리는 이안.


그 옆으로 또르르 공이 굴러온다.

#23. 은별의 방. 밤
은비, 책상 서랍에서 은별의 추억 상자를 열어
이안에게서 받은 금메달 꺼내 바라본다.

#24. 고속버스 터미널. 오전


통영행 버스가 출발 대기 중이고,
그 안에 은비가 타고 있다.
지치고 가라앉은 얼굴의 은비.
은비가 탄 버스 서서히 출발하기 시작하고
이안, 막 들어서 또 다른 버스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간발의 차이로 서로를 보지 못하고 스쳐 지나는 두 사람

#25. 납골당. 낮
이안, 조심스럽게 다가가 우뚝 멈춰 선다.
유골함 앞에 밝게 웃는 은비의 사진 본다.
한쪽으로 이안이 선물한 금메달도 놓여있다.
담담하게 바라보다가 먹먹해져 눈 감는 이안.
유리문에 이마를 대고, 가볍게 쿵쿵 머리를 부딪쳐도 보지만....
슬픔을 어쩌지 못해 뒤돌아 등을 기대고, 결국 고개를 떨군다.

#26. 납골당 입구. 낮


은비, 납골당 입구를 나오다가 걸음 멈추고 숨는다.
침울해 보이는 라진이와 영호 승민이가
대학생 자원봉사자 두 명과 함께 걸어오는 모습 보인다.

영호 은비 누나 보고 싶다.
라진 (울 것 같은 얼굴로) 지금 만나러 가잖아...
영호 (떼쓰는) 아니이!!! 진짜 은비 누나!
저기 가도 누나 없잖아!!
승민 맞아! 상장 가져가면 뭐해? 누나가 보지도 못할 텐데...
라진 (울음 참고) 은비언니 저기 있어! 우리 눈에는 안 보이지만...
승민이가 상 받은 거 알면 언니가 얼마나 좋아할 텐데...
옛날에 그랬었잖아...
승민 맞아! 칭찬도 해주고 떡볶이도 만들어주고 그치?
라진 응! 맞아!
대답하다가 참았던 눈물 터지는 라진,
하지만 곧 씩씩하게 스윽 닦아낸다.

영호 누나 울어?
라진 아니! 내가 울면 은비 언니 속상하니까 절대 안 울 거야!

라진, 젖은 눈으로 영호를 향해 웃어 보인다.


숨어서 아이들 모습 지켜보는 은비,
서글프고 반가운 마음에 눈물 쏟아진다.

은비 라진아....

울고 있는 은비의 뒤에서,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 있는 이안.

#27. 고속버스. 낮
이안, 창가 자리에 앉아 밖을 바라보고 있다.
한 여자, 아이 둘을 데리고 타서, 한 아이는 이안의 옆에 앉힌다.
8살 여자아이가 가지고 있던 장난감 모서리가
이안의 손을 스치며 작게 상처를 낸다.
아이, 이안의 다친 손을 쳐다본다.

아이 어떡해.... 손 다쳤어요?
이안 (고개 돌려 아이를 바라보며, 미소로) 괜찮아!

아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분홍색 캐릭터 밴드를 꺼내


이안의 손등에 붙여 주면, 따뜻하게 웃어주며.

이안 (담담히) 고마워! 이제 하나도 안 아프다.

이안, 여자아이의 얼굴을 미소로 바라보다가 생각에 잠긴다.

#28. 장례식장. 과거. (이안의 회상). 낮


어린 이안, 상복 입고 엄마의 영정사진 앞에서
훌쩍훌쩍 울고 있으면..어린 은별 다가가
이안의 가슴에 캐릭터 밴드 붙여주고 씩 미소 지어 보인다.
이안 울음 그치고, 눈물 어린 눈으로 은별을 본다.
따뜻하게 마주 보는 두 아이의 천진한 얼굴

#29. 고속버스. 낮
이안, 아이가 붙여준 캐릭터 밴드를 들여다보다가
의자에 몸을 기대고,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이안 담담한 표정으로 햇빛 가리는 듯,
한 팔을 들어 눈을 가린다.
잠시 후, 가볍게 들썩이는 어깨,
이안의 볼을 타고 쏟아지는 뜨거운 눈물...
은비, 이안과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다.
같은 버스를 탄지 알지 못한 채,
쓸쓸하게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30. 고속터미널. 밤
버스에서 내린 은비와 이안
같은 버스에 타고 있었음을 알고 놀란다.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
정지화면처럼 멀찌감치 서서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

#31. 커피숍. 밤
김준석, 민준모와 마주 앉아 있다.
민준모,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지만
앞에 놓인 커피잔을 드는 손이 덜덜 떨린다.

김준석 (담담하게) 물론 이런 정황들이 민준이가 그랬다는


확실한 증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건 소영이 역시 마찬가지구요.
민준모 (일어나며) 선생님, 말 뜻 잘 알았습니다.
말씀대로 확실한 증거 아무것도 없는데 괜히
우리 아이 들쑤시지 마세요.
김준석 (일어나며) 어머님도 그래주시죠.
민준모 (준석 보다가, 인사하고 나간다)
김준석 (긴장 풀리며, 한숨 크게 쉬는)

#32. 민준의 집. 밤
과외 마치고 현관으로 들어오는 민준.
기다리고 있던 민준모,
아무 말 없이 민준을 거칠게 끌고 방으로 가는.
민준 예상하고 있던 일이다.

#33. 민준의 방. 밤
가방을 벗지도 못하고 침대에 앉은 민준, 앞만 보고 있다.
그 앞에 선 민준모 얼굴 벌개져서.

민준모 아니지? 니 담임이 뭘 잘 못 안거지?


민준 .......
민준모 아들? 대답 안해?!!
민준 (민준모 올려다보면)
민준모 (진짜구나. 입술 깨물고 당황으로 보다가)
......확실한 거 없다고 하니까 입 다물고 있어!!
씻고 공부 준비해!
민준모, 나가버리면
민준, 미칠 거 같은 심정이다.
가방을 벗어 바닥에 거칠게 던진다.

#34. 선술집. 밤
조촐한 안주와 소주 놓인 테이블
이안부, 혼자 빈 잔에 소주를 따르고 있는데
문 열리고, 이안 들어온다.

이안부 어이! 아들!! 일루와일루와!!


이안 (앉으며) 많이 드셨어요?
이안부 많이는.... 야! 너 언제 커서 아빠랑 같이 한잔 할 거야? 응?
이안 내가 아버지보다 훨씬 큰데?
이안부 까분다!! 키만 삐쭉 크다고, 그게 큰 거냐?
술맛도 모르는 자식이....
이안 술맛이... 어떤데요?
이안부 밥을 아무리 먹어도 속이 허전할 때,
요고 한잔이 딱!! 들어가면 (하다가 이안 표정 본다.)

이안, 쓸쓸한 얼굴로 미소 지어보이면

이안부 그럼 어디 한 잔 받아볼래?

이안부, 떠보듯이 소주잔 내밀며 눈짓으로 권하면


이안, 답답한 마음에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이안 (웃고) 내일 모레 대회 끝나면... 한잔 주세요.


아부지 말대로, 허전한 속이 차나 안차나...한번 보게...
이안부 (뿌듯하게 보며) 어이구 기특한 자식! 그래! 메달 따고
이 애비가 주는 술 한 잔 꼭 받아라!!
이안 ...네

이안, 이안부의 빈 잔에 소주 한잔 가득 채운다.

#35. 은별의 방. 아침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는 파리한 얼굴의 은비
이마에 올려진 하얀 물수건,
은비 천천히 눈을 뜬다.
곁에서 밤을 새운 듯 한 은별모가 엎드려 있다가 몸을 일으킨다.

은비 엄마.....
은별모 좀 괜찮아? 학교 하루 쉰다고 연락할게.
은비 아냐.. 다 났어... 엄마 밤 샌 거야?
은별모, 미소 지으며 일어나려하면
은비, 고마운 마음에 은별모의 손을 잡는다.

#35-1. 세강고 전경

#35-2. 학교 화장실. 아침
들어오는 은비. 세면대 앞에 선 송주와 마주친다.
은비 다가와 손을 씻으며 송주를 살피는데

송주 (은비 안색 안 좋고) 야! 공별! 너 얼굴 왜 그러냐?


어디 아프냐?
은비 응....별 거 아냐...
송주 (건조하게) 나 오디션 봤다.
은비 (!!) 그랬어?
송주 니가 기대한 그런 일 없었고, 계약도 할 것 같아.
은비 (놀라는) 송주야...
송주 (속상해서 퉁명스레) 공별, 오디션 준비하면서
내가 얼마나 너한테 응원 받고 싶고,
또 자랑하고 싶었는지 알아?
대체 너 우리 사일 왜 이렇게 만들었냐?
은비 송주야....난...
송주 ........

송주 쓸쓸하게 나가버리고, 은비 그런 송주를 보며 착잡하다.

#36. 교실. 아침
은비, 여전히 힘겨운 얼굴로 앉아있고,
이안, 막 교실로 들어선다.
김준석, 조회 중이다.

김준석 한이안! 경기 앞두고 오랜만에 학교 왔으니


응원들 많이 해줘라!

아이들, 환호하며 박수 쳐준다.


은비, 해쓱한 얼굴로 이안을 바라본다.
이안, 무표정하게 정면 보고 있다.

김준석 3반, 노트북 사건 때문에 걱정들 많이 하고 있는 거 안다.


씨씨티비 확인하고, 이것 저것 정황을 따져 봐도...
확실한 증거는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아이들, 의혹과 짜증으로 소영을 일제히 보고.


김준석 (분위기 느끼고, 엄하게) 방금 말한 거 같은데.
확실한 증거 하나도 없다고!
함부로 친구 의심하고 몰아가는 거 아니다.
그것도 여러 명이 한 사람에게 그러는 건 명백한 폭력이야.
우리 반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 불만으로 야유하면,

김준석 조용!! 그러니까 내 말은, 이 사건을 해결 할 수 있는 건


당사자의 고백 뿐이라는 뜻이다. 이틀의 시간을 주겠다.
이 노트북 사건에 대해 뭔가 할 말이 있다면,
내일 저녁 9시까지 나를 찾아와라.
전화도 좋다. 문자도 오케이.
내가 최대한... 같이 방법을 찾아 줄 테니까.
이상 조회 끝!

김준석 나가버리면, 아이들 웅성거리고.


민준, 무심히 펼쳐 두었던 문제집을 다시 보는데
눈빛 흔들린다.

#은비, 힘겨운 얼굴로 책상에 엎드린다.


시진,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며,

시진 고은별!! 고은별!!

은비, 고개를 들어 시진을 보다가 이안과 눈 마주친다.


은별이라는 이름이 나올 때마다 이안의 눈치 보이는.
이안, 무표정하게 고개 돌리고 헤드셋 끼면
은비, 상처받은 얼굴이 된다.

시진 (은비의 이마에 손 짚어본다.)


은별아.. 열 많이 나는데? 일어나 나랑 보건실 가자!

시진, 은비 일으키려는데,
태광 다가와, 은비의 어깨 감싸 안고 데려 간다.
이안, 안 보려고 애쓰지만 자꾸 신경 쓰여, 주먹을 꽉 쥔다.
송주, 마음 불편하고 걱정되어 은비에게 갈까 말까 하다가
의아한 눈으로 가만히 있는 이안을 본다.

#37. 보건실. 오전
은비, 눈감고 침대에 누워있고,
태광, 옆 침대에 은비 쪽으로 돌아누워 있다.

태광 (표정엔 걱정 가득인데) 야! 너 진짜 아픈 거 맞어?


꾀병 아냐?
은비 (힘들다.) 공태광... 자꾸 말시키지 말고
가서 수업이나 들어...
태광 야...나두 아프거든!!!

은비, 잠든 듯 눈 감고 대답이 없으면,


태광 사랑스럽게 은비를 보다가, 누가 볼까 당황스러워
커튼 신경질적으로 확 닫아 버린다.

#38. 몽타주. 오전

#수업중인 교실.
선생1 뒤돌아 판서 중인데,
이안, 신경이 온통 은비의 빈자리에 가 있다.

#보건실 앞.
열린 문 앞을 서성이는 이안

#보건실 안
이안, 조심스럽게 들어와 잠들어 있는 은비의 얼굴을
한참동안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

#은비를 바라보던 이안, 돌아서 나가면


은비, 가만히 눈을 뜨고 이안의 뒷모습 본다..
흘러내리는 눈물.

#커텐 틈으로 울고 있는 은비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태광

#39. 교실 앞 복도. 오후
보건실에서 나와 텅 빈 복도를 걸어오는 은비.
뒤에서는 태광이 하품을 하며 따라 오고 있다.

반대편으로 걸어가고 있는 정민영의 뒷모습 보인다.


그런 민영을 지나쳐 걸어오는 시진.
은비와 태광의 뒤에다 대고

시진 고은별!

은별의 이름을 듣자마자, 시진을 사이에 두고


각각 복도 양끝으로 걷고 있던 은비와 민영,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민영, 마주친 은비의 얼굴을 의미심장한 눈으로 본다.

#40. 도로 일각. 오후
인도를 걷고 있는 민영.
도로가에 정차하는 차 한 대.
빵- 하고 졍적을 울리고, 민영 돌아보더니 반색하며 문을 연다.

민영 (운전석 보며) 웬일이에요, 엄마?

운전석, 민영을 보고 웃어주는 사람. 수인엄마다.


민영, 문을 열고 올라타는 데서.

#중간 타이틀 <후. 아. 유?>

#41. 버스정류장. 오후
은비, 태광, 시진 걸어 와 선다.
버스 와서 서면, 시진, 은비 출입문 쪽으로 걸음 옮긴다.
시진 먼저 타고, 뒤 돌아 보는데
막 올라타려는 은비의 가방을 쭉 잡아당기는 태광.

은비 당황하고, 혼자 올라 탄 시진도 어어어- 하는 사이


버스 출발한다.

은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면, 씩 웃는 태광.


대뜸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태광 다 나았네? 가자!

#42. 한국대 병원 옥상 앞 계단. 밤


옥상문 앞에 서 있는 태광과 은비.
여유로운 태광과 달리 은비 불안..초조..

태광 주변을 휘휘 둘러보더니, 꼬챙이 하나 주워 후후 불고


능숙하게 열쇠 구멍에 넣고 이리저리 돌리는.
잠시 후 딸깍, 열리는 문.
태광, 봤냐? 하는 표정으로 자랑스레 웃는.

#43. 한국대 병원 옥상. 밤


열린 옥상문으로 뛰어드는 태광과 은비.
난간쪽으로 은비를 이끄는.
은비 바라보면, 탁 트인 야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후련한 느낌으로 크게 숨 쉬어 보는 은비.
태광 난간에 몸을 기대며 은비를 마주 본다.

태광 기억나냐?
은비 뭐가?
태광 (2회 21씬처럼 방긋 웃으며) 하이? 고은별!
<플래시 백 2회 #21. 건물 외벽. 낮 >
태광, 유리창 안쪽에 있는 은비를 보고 방긋 웃는다.

태광 (손 흔들며) 하이! 고은별! 이렇게 만나니까 새롭네?

영문 모르고 멍하니 쳐다보는 은비

은비 (기억났다, 픽 웃는)
태광 다시 할까, 인사? (밝지만 진지하게) 하이, ....이은비!
은비 (!!! 놀라 보면)
태광 (아무렇지도 않게) 배 고프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니가 사라.

휙 돌아 옥상 문 쪽으로 가는 태광.
은비 그 뒷모습 보고 서 있는데,
이은비라는 이름이 낯설기도, 그립기도하다.
살짝 눈물 고이는데,

태광 후딱 안 오면 문 잠근다!
은비 (따라가며) 뭐 먹을 건데?
태광 너 뭐 좋아하냐?
은비 나?
태광 그래 너. 니가 좋아하는 거 먹으러 가자.

#44. 상담실 안. 밤
김준석 탁자에 앉아 있다.
시계를 보면, 8시 52분.
준석, 착잡함에 한숨 내쉬는데

(E) 노크 소리.

준석, 벌떡 일어난다.
문을 응시하는데, 열리지 않는.
준석 조금 더 기다리다가 걸어가 열어본다.

#45. 상담실 앞 복도. 밤


문 여는 준석.
아무도 없는 텅빈 복도.
이쪽 저쪽 둘러보다 씁쓸한 표정으로 천천히 문을 닫는다.

#46. 복도 일각. 밤
어두컴컴한 복도 한 편에 우두커니 서 있는 민준.
자괴감과 창피함과 서러움이 뒤엉키는 얼굴에서.
#47. 은별의 집 앞. 밤
은별의 집 근처, 어느 집 담에 몸을 기대고 서 있는 이안.
운동화 끝으로 땅을 툭툭 차며 복잡한 표정이다.
이따금씩 고개를 들어 은별의 집을 본다.
누구를, 왜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48. 카페. 밤
마주 앉아 있는 태광과 은비
케잌과 쿠키, 머핀 등을 잔뜩 늘어놓고.
은비, 맛있게 먹기 시작한다.

태광 야! 너 케익 먹더니 쌩쌩해졌다?
은비 어. 단 거 먹으니까 기분 좋아졌어. (웃어 보이면)
태광 야! (섭섭한 듯) 얘가 나보다 낫네!

은비, 태광 안보고, 케익에 포크 가져가면


태광, 약간 삐진 듯 자기 포크로 못 먹게 방해하면서

태광 내가 이 케익 만도 못하냐?
은비 뭐래...

태광, 짠하게 보다가, 케익 다 은비 앞으로 밀어주며

태광 그래! 먹어라 먹어! 먹고!! .....아프지나 마!


은비 (그제야 태광 보면)
태광 (마음 들킬까)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

말없이 케익 와구와구 먹는 태광을 고맙게 바라보는 은비.

#49. 버스 정류장 앞. 밤 -OMIT

#50. 은별의 집 앞. 밤
은비와 태광 나란히 걸어온다.
은비, 문 앞에 서서 태광을 보며, 뭐라 말하려는데,

태광 뭐? 고맙다고? 알았으니까 들어가.


은비 (피식 웃고) 학교에서 보자.
태광 (끄덕인다)

들어가는 은비를 보고 서 있는 태광.

#51. 은별의 집 앞. 밤 (50씬에 이어)


저만치 집으로 들어가는 은비와 배웅하는 태광 보인다.
이안 가라앉은 눈으로 가만히 보고 있는.

#52. 교정 일각. 오전
이안, 스텝버스에 동료들과 함께 오르려는데,
저만치에서 소영이 다가오고 있다.
이안, 소영을 매섭게 바라보며 떠오르는 기억

은별모(E) 이전 학교에서, 그런 몹쓸 생각까지 할 만큼


끔찍하게 괴롭히던 애가 있었나보더라...

소영 한이안! 너 나한테 고맙다는 인사도 안하냐?


이안 (하..기막혀 피식 웃는) 내가 왜?
소영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넌 내 맘 이해할 줄 알았는데?
이상한 애가 와서 고은별 행세하는 거
너두 솔직히 열 받잖아!!
이안 (소영 얼굴 앞으로 화난 얼굴 들이밀며, 낮게)
그런 짓까지 하게 만든 사람이..너라며...
소영 지금까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하지만 아직 풀어야할 얘기가 많으니까 기대해라!

소영, 당차게 이안을 지나치는 순간,

이안 근데 전학생!
소영 (바라보면)
이안 (주먹 꽉 쥐고 차갑게 노려보다가, 힘 풀며)
그쯤 해둬라. 안돼 보인다.

이안, 돌아서 가면
소영 모멸감에 부들부들 떤다.

소영 (!!!!!) 뭐? 안 돼 보여? 허!!

#53. 복도. 오전
소영, 평소와 다름없이 등교 중인데,
복도를 지나는 아이들 중 몇몇 소영을 알아보고 수근댄다.
소영, 시선 느끼고 의아한 눈으로 고개 갸웃하며
교실로 들어선다.

#54. 교무실. 오전
김준석, 컴퓨터로 학교 홈페이지의
‘3반 담임 김준석 익명 게시판’클릭하면,
10개 남짓 글 제목 리스트 뜬다.
김준석, 흐뭇한 표정으로 <샘! 사랑해요! > 클릭하면
“10분 일찍,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할 때만..” 등등의
장난스러운 글들... 김준석, 표정 굳어

김준석 으이구...그럼 그렇지...(하고 픽 웃는데)

<통영 N여고 자살사건 가해자가 2학년 3반에 있다.>


라는 글 제목 눈에 띈다.
김준석, 무심히 확인하면 기사 링크 되어 있고,
가해자 K양 강소영, 쓰여 있다.
놀란 눈으로 빠르게 글을 읽어 내려가는 김준석의 얼굴

#55. 교실. 오전
소영, 자리에 앉아 있고,
아이들 핸드폰과 노트북 들고,
삼삼오오 모여 웅성웅성 떠들고 있다.

학생1 야! 차송주! 우리더러 소설 쓴다더니...이거 뭐냐?


해나 설마 옆 학교의.. 이름까지 똑같은 애라고는 안하겠지?
효은 하필 도망쳐온 학교가 울 학교야? 너무 싫다....

소영, 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떨리는 표정이다가 이를 악물고 벌떡 일어난다.
순간 경직되는 교실 분위기.
핸드폰 보던 태광, 조용히 다가가 은비를 발로 툭 차서
밖으로 나오라는 몸짓 한다.
아이들, 경멸과 두려움을 담아 소영을 일제히 주시한다.
소영,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휘청하고.
둘러보다 문득 송주와 눈이 마주친다.

소영 소..송주야..
송주 (저도 모르게 주춤 뒤로 물러나는)

소영, 그런 송주를 노려보다, 매섭게 밀치며 나가버린다.

#56. 옥상. 오전
태광, 은비, 마주 서있다.

태광 (걱정으로) 야...이게 어떻게 된 거냐?


혹시 니가 지른 거냐?
은비 (담담히) 나 아냐.
태광 너 괜찮냐?
은비 솔직히 좀 무서운데,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도 들어
태광 (속상해서) 뭐가! 뭐가 잘됐는데!!
강소영 치우고 그 담에, 너도 이 학교 떠나면 그만이라고?
은비 ......
태광 (섭섭한) 하긴, 속 시원하겠지... 뭐 좋은 기억이 있겠냐..
은비 넌 나랑 좋은 기억 하나도 없어?
태광 (당황하고) 어?
은비 난 여기 와서 정말 행복했어.
너도.. 그 중 하나야
태광 (마지막 인사 같아 속상하고)
너! 지금 당장 어디 가는 거 아니거든!!
마음 단단히 먹어라!

태광, 은비, 나란히 걸어간다.

#57. 수돗가. 오전
혼자 수돗가에 우두커니 서 있는 소영
물은 콸콸 쏟아지고 있는데,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다.
힘없이 늘어뜨린 손이 덜덜 떨리고 있다.
떨리는 손을 진정시켜보려 주먹을 힘주어 쥐는 소영
반격을 결심하듯 이를 악문다.
핸드폰 열어, 문자메시지를 찍는다.

#58. 체육관. 수영장. 오후

#수영 100미터 결승전을 앞둔 수영장.

#뜨거운 관중들의 응원 열기

안내(E) 잠시 뒤 남자 고등부 수영 100미터 결승전이 열립니다....

#59. 서울 체육관. 라커룸. 오후


100미터 결승전을 앞두고 있는 선수 대기실
이안, 라커를 열고 핸드폰을 넣으려는데,
울리는 메시지 수신음, 확인하고 얼굴 하얗게 질린다.

소영(E) 한이안! 오늘 고은별 정체 다 밝힐건데


너 좋은 구경 놓쳐서 아쉽겠다. 경기 잘해!!

다른 선수들 입장이 시작되고, 갈등하는 이안

#60. 교실. 오후.


소영, 교실 뒷문으로 들어서는데
아이들 한걸음씩 물러나며 길을 터준다.
경멸하는 시선들, 귓가에 이명처럼 울리는 숙덕거림
소영, 치밀어 오르는 감정 누르며 은비를 한 번 노려보고
대차게 교탁 앞으로 나간다.

#61. 체육관 앞. 오후
이안, 미친 듯이 체육관 밖으로 뛰쳐나간다.

#62. 횡단보도 앞. 오후
어딘가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가는 이안,
지나는 사람과 부딪치면 가볍게 목례하고 서둘러 간다.
신호등 파랑불이 깜빡깜빡 꺼져가는 횡단보도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드는데, 이안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자동차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이안, 자동차 위로 굴러 올라갔다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사람들의 비명소리...
하지만 곧 툭툭 털고 일어나는 이안,
부상이 오기 시작한 어깨를 잡고 고통스러워한다.

#63. 교실. 오후.


아이들을 서늘한 눈빛으로 보고 있는 소영

소영 (담담하게) 야! 너희들 요즘 나 씹고 다니느라고 재밌지?

아이들, 어이없는 표정으로 집중한다.

소영 그래! 그 기사에 N여고 내가 나온 누리여고 맞아.


K양도 나 맞고!

아이들, 깜짝 놀라 웅성웅성 거리면

소영 근데, 그 죽었다는 왕따 피해자 말야.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지 않니?
(핸드폰 들어 보이며) 내가...보여줄까?

은비, 너무 놀라 눈빛 떨리고,
태광, 벌떡 일어나 소영 쪽으로 막 가는데
교실 문이 벌컥 열리고 이안 들어선다.
다급한 표정으로 은비 바라보는 이안
소영, 흥미롭다는 듯 피식 웃는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긴장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는
은비, 이안, 태광, 소영 네 사람의 눈빛에서

<9회 끝>
<제 10 회>

#1. 체육관. 수영장. 오후

#수영 100미터 결승전을 앞둔 수영장.

#뜨거운 관중들의 응원 열기

안내(E) 잠시 뒤 남자 고등부 수영 100미터 결승전이 열립니다....

#2. 서울 체육관. 라커룸. 오후


100미터 결승전을 앞두고 있는 선수 대기실
이안, 라커를 열고 핸드폰을 넣으려는데,
울리는 메시지 수신음, 확인하고 얼굴 하얗게 질린다.

소영(E) 한이안! 오늘 고은별 정체 다 밝힐건데


너 좋은 구경 놓쳐서 아쉽겠다. 경기 잘해!!

다른 선수들 입장이 시작되고, 갈등하는 이안

#3. 교실. 오후.


소영, 교실 뒷문으로 들어서는데
아이들 한걸음씩 물러나며 길을 터준다.
경멸하는 시선들, 귓가에 이명처럼 울리는 숙덕거림
소영, 치밀어 오르는 감정 누르며 은비를 한 번 노려보고
대차게 교탁 앞으로 나간다.

#4. 체육관 앞. 오후
이안, 미친 듯이 체육관 밖으로 뛰쳐나간다.

#5. 교실. 오후.


아이들을 서늘한 눈빛으로 보고 있는 소영

소영 (담담하게) 야! 너희들 요즘 나 씹고 다니느라고 재밌지?

아이들, 어이없는 표정으로 집중한다.

소영 그래! 그 기사에 N여고 내가 나온 누리여고 맞아.


K양도 나 맞고!

아이들, 깜짝 놀라 웅성웅성 거리고

#6. 횡단보도 앞. 오후
어딘가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가는 이안,
지나는 사람과 부딪치면 가볍게 목례하고 서둘러 간다.
신호등 파랑불이 깜빡깜빡 꺼져가는 횡단보도로
거침없이 달려드는데, 이안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자동차
이안, 고개 돌려 자동차 본다. 사고를 직감하는 표정에서

#7. 교실. 오후
소영, 놀란 눈으로 보고 있는 아이들 향해

소영 근데, 그 죽었다는 왕따 피해자 말야.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지 않니?
(핸드폰 들어 보이며) 내가...보여줄까?

은비, 너무 놀라 눈빛 떨리고,
태광, 벌떡 일어난다.
소영, 흥미롭다는 듯 피식 웃는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긴장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는 은비, 태광, 소영

#8. 횡단보도 앞. 오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이안, 자동차 위로 굴러 올라갔다
바닥으로 떨어진다. 부상이 오고 있던 어깨가 도로 위에 툭!
떨어지는 순간, 사람들의 비명소리...
하지만 곧 툭툭 털고 일어나는 이안,
다친 어깨를 잡고 고통스러워하다가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9. 교실. 오후
교탁 앞에 서 있는 소영
아이들, 집중하고 있다.

소영 그 왕따 피해자랑 똑같이 생긴 애가 이반에 있어.

은비 태광 놀라고. 아이들, 웅성거린다.


소영, 핸드폰을 들어 보이면,
선명하게 보이는 은비의 누리여고 학생증 사진.

학생1 야, 저거 고은별 아니야?


학생2 헐 근데 이름이 다른데?

아이들, 일제히 은비를 쳐다보며 소란스러운데


저벅저벅 다가온 태광, 은비와 시선을 맞춘다.
할 수 있지, 하는 표정으로 은비를 보면,
은비, 떨리는 표정으로 일어난다.
태광, 은비를 교탁으로 데리고 나온다.
태광 강소영! 너 전학 온 지 며칠이나 됐냐?
소영 (태광을 째려보면)
태광 니가 고은별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안다고 나대?
소영 공태광! 너 또 무슨 수작..

태광, 손가락으로 소영의 어깨를 쭉 밀어버리면,


소영 휘청하며 옆쪽으로 밀린다.

#10. 교실 문 앞. 오후.
이안, 문 뒤에 서서 교실의 소리 듣고 있다.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태광

태광 고은별, 너랑 니 가족 얘기니까 니 입으로 얘기해.


은비 ......

은비, 교탁 앞에 서서 떨리는 눈으로 반 아이들을 본다.


아무 말도 못하는 은비. 소영, 고소한 듯 웃는데
이안, 안쓰러운 눈으로 은비를 보다가 문을 연다.

#11. 교실. 오후
교실 앞 문 열리고 이안 들어선다.
아이들, 이안의 등장에 놀란 표정인데,
이안, 은비를 가만히 보다가

이안 (매서운 눈으로 소영을 보며)


야! 너 이런 짓 하려구 나한테 문자 보낸 거냐?
소영 !!!
이안 (담담하게) 고은별이 아직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내가 대신 얘기할게.
소영 니가 뭔데?
이안 여기서 나보다 얘 잘 아는 사람 있어?

아이들, 말없이 수긍하면

이안 고은별이 너희들한테 말하지 못한 게 있어.


다섯 살 때 지금 엄마한테 입양 됐고,

송주, 시진 깜짝 놀라 은비를 본다.

이안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됐어.


소영 (비웃으며) 쳇.. 너두 또 그 소리니?
이안 (무시하고) 너희가 본 그 기사에 피해자가 바로 얘 동생이야.
해나 뭐야? 그럼 고은별 동생이 강소영 땜에 죽었다는 거야?
소영 (버럭) 야! 내 말 아직 안 끝났거든!! 그런 거 아니라니까!
태광 야, 강소영! 말 돌리지 말고 대답해.
니가 죽게 만든 통영의 이은비, 고은별 동생 맞냐, 틀리냐?
소영 야! 이은비 안 죽었거든!!?
이안 (독기 품은 눈으로 소영 보며, 한 발 다가가, 낮게)
그래? 그럼, 누가 죽었는데?
걔 대신 누가 죽었냐고?
소영 고.. (하다가 이안의 눈빛에 주눅 들고, 아이들 얼굴 둘러보다가
하얗게 질린다.) 고.....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한 교실.


아이들, 소영의 대답을 기다리며, 의심 가득한 눈으로 보고 있다.
분위기에 압도당해, 극도로 긴장한 채 서 있는 소영.

학생3 쟤 지금 뭐하는 거냐?


학생4 그러게, 저렇게 나서서 자랑할 일 아닌 거 같은데.
기태 야, 왜 말을 하다 마냐? 사람 궁금하게?
효은 근데 강소영, 고은별한테 왜 저렇게 당당해?
소영 (차마 은별의 얘기 하지 못하고)
암튼!!! 통영의 이은비!!! 안 죽었어!!!

소영, 어쩌지 못해 부들부들 떨다가 교실 밖으로 나간다.


태광, 고개 떨군 은비를 걱정스럽게 본다.
이안, 잠시 짠한 눈으로 은비를 보다가 외면하고
교실 밖으로 나가버리면, 은비 그제야 이안을 따라 나선다.

#12. 복도. 오후
이안, 교실 문 앞을 나서자마자 힘이 풀리며 풀썩 무릎이 꺾인다.
깜짝 놀라 다가가 이안을 잡는 은비의 얼굴에서

#타이틀 <후.아.유?>

#13. 운동장. 오후
운동장을 가로질러 나가는 앰뷸런스

#14. 옥상. 오후
소영, 떨리는 맘으로 난간 앞에 서 있다.
마음 추스르지 못하고, 심호흡 하는데, 다가오는 태광.

소영 (이를 악물며) 야, 공태광!


태광 (서늘하게) 너 내가 경고 했지?
둘 다 까면 누가 더 불리할 것 같냐고.
소영 ......
태광 이은비라고 우기려니, 죽은 게 고은별이 되고,
고은별이 너 땜에 죽었다고 하면 일이 훨씬 커질 거 같고...
고민 되겠다.

태광, 차갑게 웃으며 소영을 일별하고 나간다.


소영, 휘청하며 난간을 손으로 짚는다.

#15. 병원 진료실. 오후

의사(E) 회전근개 파열을 동반한 관절순 손상입니다.

의사 앞에 앉아 있는 코치와 이안부.
의사, 조영사진 보면서 설명중이다.

의사 사고당시 어깨가 바닥에 부딪히면서


어깨 상완부를 잡아주는 힘줄들이 파열되며
관절순도 같이 떨어지게 된 상황이네요.

코치, 이안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듣고 있는.

의사 근데, 사고 전부터 부상이 의심되는 정황들이 보이는데,


모르셨어요? 이 정도면 통증이 아주 심했을 텐데요.
이안부 (가슴 아프고 화나는) 회복 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의사 수술 후 1주일부터 재활 시작하면, 통상 일 년 정도는
생각하셔야 될 겁니다.

#16. 병원 일각. 오후
코치와 이안부 심각한 얼굴로 대화 중이다.

이안부 (침통하고)1년이나 걸리면 저놈 이제 어쩝니까..


완벽히 이전 상태로 돌아간다는 보장도 없다는데..
코치 이안이, 강한 아입니다. 재활 하는 거, 저도 최선을 다해
도울 테니, 희망을 갖고 지켜보시죠. 아버님..

이안부와 코치, 절망스러운 얼굴이 된다.

#16-1. 병실 앞 복도. 오후
이안부, 모든 것이 무너진 듯 한 느낌이다.
병실 들어가려는데 자꾸 눈물 쏟아지면,
슥슥 닦고 마음 진정 시키고
애써 밝은 얼굴 만들어 보인 뒤, 문을 연다.

#17. 병실. 오후
침대에 기대 앉아 있던 이안,
불안한 표정으로 통증이 느껴지는 어깨 잡는다.
문 열리고 웃는 얼굴의 이안부 들어온다.
이안, 죄책감으로 이안부를 조심스레 쳐다보면.
이안부, 아들의 마음 느껴지고 애써 밝게

이안부 (밝게) 얌마! 좀 괜찮냐?


이안 아버지, 많이 실망하셨죠?
이안부 근데 대체 무슨 일이야?
이안 ..... 모르겠어요. 친구한테 급한 일 생겼다는 얘기 듣고...
그냥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죄송해요.
이안부 죄송은...! 뭔진 모르지만 세상 안 끝났다. 이놈아! 얼굴 펴!!
이안 .....
이안부 너 열여덟 살이야, 임마!
다른 놈들처럼 기분 틀어지면 사고도 치고
앞 뒤 생각 없이 들이받기도 하고.. 그 땐 그럴 수 있어.
이안 (고마워서 피식 웃는) 아부지는...
이안부 야!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내가 니 나이 때 사고 친 거에 비하면 이건 암것도 아니다!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이왕 이렇게 된 거 푹 쉬어.

이안부, 이안의 손을 툭,툭 쳐주면


이안, 미안하고 고마운 눈으로 본다.

#18. 병실 앞. 오후
병실 문 옆에 붙은 입원환자 명단, <한이안> 확인하는 은비.
문을 열까 말까 망설이는데,
문 벌컥 열리면 깜짝 놀라 뒤 돈다.
이안부, 무심히 복도 끝으로 걸어가면
천천히 닫히는 문을 안타깝게 보면서, 차마 잡지 못하는.
탁, 닫힌 문 앞에 서 있는 은비

#19. 교문 앞. 오후
아이들 하교중이다.
송주, 고개 푹 숙이고 발끝만 바라보고 있다.
고개 들면 시진 다가오는 모습 보이고,
쭈뼛쭈뼛 다가가 시진을 툭 건드리는 송주.

송주 야, 이시진! 너 나랑 계속 말 안 할 거야?
시진 (삐진 얼굴로 보면)
송주 (미안하지만 툴툴) 공별... 진짜 너무하는 거 아니냐?
시진 (싫지 않은) 뭐가....
송주 그렇잖아. 아무리 그래도 공태광도 아는 걸
우리가 모른다는 게 말이 돼?
태광 (불쑥 들어오며) 내가 뭐!
송주 넌 좀 빠져라!
송주, 태광 윽박지르는 표정으로 서로 투닥거리는데,

시진 한이안 괜찮겠지?
근데, 진짜 은별이 생각 끔찍하게 하지 않냐?
경기까지 포기하고 달려오고....!
송주 (부럽고) 10년 친군데 그럼...이안이 멋있지?
태광 (버럭) 멋있기는 개뿔!!!
시진 공태광! 한이안 반 만 좀 닮아라!!
태광 (버럭) 야!! 에이씨!!!
시진 (슬금슬금 피하는) 어우!! 얜 나랑 정말 안 맞아...

태광, 못마땅한 얼굴로 시진을 보다가 저벅저벅 가버린다.

#20. 비밀과외방. 저녁
민준모, 학부모 한명과 마주 앉아 있다.
각종 책자 펼쳐두고 열심히 설명 중인.

민준모 (여유롭게) 비용이 부담되시는 거 알죠.


그런데 백만 원짜리랑 천만 원짜리가 어떻게 같을 수가 있겠어요?
학부모 (고민하는)
민준모 컨설팅에 따라 애 대학이 달라지고, 미래가 달라지는데.
싸다고 아무 얘기나 듣고 따랐다간 큰일 나죠!
(자랑스럽게) 저희 아이들 얘긴 들으셨죠?
학부모 그럼요...
민준모 제 자식 공부 시킨 노하우가 있는데,
걱정 마시고 저만 믿으세요!

학부모, 홀딱 넘어가서 고개 끄덕이면


민준모 도도하게 웃어 보인다.

#21. 비밀 과외방 복도. 오후


문 뒤에서 듣고 있는 민준, 열린 문틈으로 민준모 보인다.

#22. 소영의 집 거실. 밤


소영, 풀 죽어 앉아 있고,
소영모 격앙된 모습으로 소영부와 통화 중이다.

소영모 (핸드폰 들고) 여보!! 자식이 둘이야 셋이야?


학교에 신문기사 소문이 다 퍼져서 난리라는데,
자꾸 남 얘기 하듯 그럴 거예요?
소영이한테 꼬리표 붙으면, 당신 뒤엔 안 따라다닐 것 같아?

소영, 솔깃, 엄마 통화에 귀 기울이다가


소영모가 바라보면 다시 슬픈 척 훌쩍인다.

소영모 다시는 안 그런다잖아요!


암튼! 이렇게 된 이상 우리 소영이랑 그 애!
둘이 같은 학교를 다닐 순 없어요!
(표정 굳어) 알겠어요! 그럼 내가 직접 해결할게요!

소영모 전화 끊으면, 소영, 불쌍한 눈으로 본다.

소영 아빠가 뭐라셔?
소영모 (흘겨보며) 걱정 마. 엄마가 이사장님 만나볼게.
소영 정말? 엄마 고마워...
다시는 엄마 아빠 곤란 한 일 안 만들게. 죄송해요...

소영, 훌쩍훌쩍 울기 시작하면, 한숨으로 보는 소영모

#23. 은별의 방. 밤
걱정스러운 얼굴로 침대에 앉아 있는 은비,
은비, 이안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옆에 둔 곰인형을 꽉 껴안아본다.

#24. 병원 엘리베이터 앞. 오전
닫히고 있는 엘리베이터에 손을 넣어 멈춰 세우는 이안.
문이 열리면 환자복을 입고 있던 (2회 #27의) 은비 서있다.
놀라는 이안, 하지만 다시 보면 환자복을 입은 다른 사람이다.
어색하게 정면을 바라보는 이안, 표정 쓸쓸하다.

#25. 병원 복도. 오후
이안의 병실 앞을 서성이는 은비
노크를 하려다 말고, 아쉽게 돌아서는데
복도 끝에, 은비를 바라보며 멈춰 서있는 이안 보인다.
이안, 반갑지만, 표정 숨기고 걸어온다.
은비를 지나쳐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툭

이안 (무심히) 왔으면 들어오지... 뭐하냐?


은비 ......

은비, 이안을 따라 병실로 들어간다.

#26. 병실. 오후
이안, 은비, 서로 시선 피하며 서먹하게 있다.

은비 (조심스레) 많이 아퍼?
이안 별로...
은비 뭐... 도와줄 거 없어?
이안 아니...
은비 (어렵게) ...어제 교실에서 고마웠어.
이안 너 때문에 한 일 아냐...
은비 이유가 뭐든...

그때, 병실로 배달되는 식판.


이안, 움직이려 하면 어느새 가 식판을 받아오는 은비.

이안 할 말 다했으면 그만 가라.
은비 (식판 옆에 내려놓고 접혀진 간이식탁 꺼내려 하며)
너 밥 먹는 것만 보고.
이안 (차갑게) 됐으니까 가.

그때, 병실로 들어서는 태광.


풀 죽은 은비와 냉랭한 이안의 얼굴 본다.

태광 야! 비켜!

태광, 간이 식탁 척 꺼내고, 식판 올리면


이안, 귀찮은 듯 태광을 본다.

이안 공태광! 너두 가라....둘 다 가라고 제발...


태광 (들은 척도 않고, 반찬 뚜껑을 열며)
내가 이 병원 밥 많이 먹어봐서 아는데,
솔직히 맛은 없어. 그래도 먹어라....알겠냐?
이안 (낮게) 꺼지라고 이 새끼야아....
태광 아이씨...(화 누르며 이안을 보는)

은비, 이안의 달라진 모습을 슬프게 보면,


태광, 은비의 그런 모습 보고 싶지 않아 외면 한다.

#27. 병원 일각. 오후
태광, 은비, 마주 서있다.

태광 한이안이 그렇게 걱정 되냐?


은비 나 때문에 다쳤는데, 그럼 모른 척 해?
태광 (화나는) 씨......그럼 내가 있을 테니까 넌, 가라구!!
은비 (진지하게) 내가 여기 있고 싶어서 그래....

태광, 더 이상 말릴 수 없다.
은비, 태광을 지나쳐 가는데

태광 나...기다릴까? 너 나올 때까지?
은비 아니....

은비, 가고...태광 쓰게 웃는다.

#28. 병실. 오후
침대에 앉아 있는 이안, 충격으로 멍하다.
코치, 이안의 부상 소식을 전하고 있다.

코치 (위로하는) 일 년이 아주 큰 거 같아도,
다 극복하고 나면 또 아무것도 아냐.
너 임마! 유명한 선수 중에 심각한 부상이나 고비 없이
편하게만 선수 생활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
이안 (절망적인) 하루만 쉬어도 기록 단축이 어려운데...
일 년이...별 거 아니란 게 말이 돼요?
코치 (안타까워 더 다그치며) 그래서 포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이안 (슬픔에 이를 악 무는)
코치 영영 수영 관둘 거 아니면, 약한 소리 집어 쳐!
얼른 털고 일어날 생각을 해얄 거 아냐?!!
이안 ......(눈물 참고 주먹을 꽉 쥔다.)
코치 (화나서) 그러게 대체 왜 경기를 앞두고, 무단이탈을 해 어?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어도, 니 인생보다 중요하냐?

은비, 병실 앞에 서서
열린 문틈으로 들리는, 코치와 이안의 대화 듣고 있다.
은비, 너무 놀라 손으로 입 막는다.

#29. 병실. 밤
이안, 절망감에 마음 추스르기 어렵다.
생수병 들어 뚜껑 열려는데,
부상당한 오른 팔 쓰지 못해 잘 되지 않는다.
왼 손으로 여러 번 시도하다가 문 쪽으로 확 집어 던지는 순간
마침 병실 문이 열리고 들어서던 은비 깜짝 놀란다.

이안, 은비를 외면하고,


은비, 생수병 들어 뚜껑 열고 이안에게 내민다.
이안, 약한 모습 보이는 게 비참하고...
은비의 손 필요 없다는 듯 확 쳐낸다.
바닥에 콸콸 쏟아지는 물....
은비, 수건 가져다 바닥 닦는다.
이안, 그 모습도 보기 싫다.

은비 물 다시 줄까?
이안 (차갑게) 너 바보냐? 누가 반가워한다고 자꾸 여길 오는데!!!
은비 ......(상처다. 작게) 한이안....
이안 (고래고래) 내 이름도 부르지 말고!
내 눈 앞에 나타나지도 말라고오!!!

은비, 서러움과 안타까움에 눈물 터지면,


이안, 그것도 외면하고 싶다.
은비의 팔 거칠게 잡아, 병실 문 밖으로 내 보내고
문 쾅 닫아버린다. 그런 자신이 싫어
문에 이마를 대고 괴로워한다.

#30. 복도. 밤
은비, 우두커니 닫힌 병실 문을 바라보고 서 있다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옮긴다.
서러움에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손바닥으로 닦아내며
아이처럼 엉엉 울면서 걷는다.

#31. 병원 앞. 밤
오랜 시간 은비를 기다리느라 지쳐 있던 태광.
무심히 병원 입구를 보다가, 깜짝 놀라 얼음처럼 굳는다.
눈물 쏟으며 걸어 나오는 은비 발견하고,
가슴 아프게 보며 다가가는 태광

태광 야! 너 왜 그래?
은비 ......(대답 없이 가려고 하면)

태광, 손바닥으로 은비의 눈물 닦아주다가


가슴 깊이 따뜻하게 안아준다.
태광의 품에서 서럽게 울어버리는 은비

#32. 병실. 밤
이안, 미칠 것 같은 심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창밖으로, 태광의 품에 안겨 우는 은비를
어쩔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보는 이안

#33. 병원 앞. 밤-OMIT

#34. 병실, 밤-OMIT

#35. 세강고 전경. 아침


등교하는 아이들

#36. 학교 앞. 아침
민준, 답답한 심정으로 학교를 올려다보고 있다.
민준을 스쳐 지나는 아이들.
망설이다가 천천히 교문에서 발길을 돌린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두커니 서 있는 얼굴에서.

#36-1. PC방. 낮(#43넘버 바뀜)


책상 앞에 앉은 민준의 무표정한 얼굴.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다.
보면, 교육청 홈페이지가 떠 있다.
전자민원 > 신고센터 > 고액불법교습행위신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민준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37. 3반 교실. 아침.(#43-1 넘버 바뀜)


조회 중인 김준석.
민준의 자리 비어 있다.

김준석 오늘 하루도 무사히 제발..조용히 지나가자!


공태광! (태광 보면) 조용히....
권기태! (기태 보면) 조용히...알겠냐? 이상!

아이들, 소란해지는 가운데


김준석, 민준의 자리를 보며 한숨 쉰다.

민준(E) 저 오늘 결석할게요.
엄마한테 말하지 말아주세요,,

씁쓸한 표정으로 교실 밖으로 나가는 김준석

#38. 교무실. 아침(#52와 합침)


안주리 앞에 나란히 서 있는 태광과 기태

안주리 공태광 권기태 한이안!! 한이안은 입원중이지?


아쉽네...기쁜 소식을 전하려고 했는데...
너희 조가 수행평가 최고점이다

기태, 태광에게 거 보란 듯 잘난 척 하는 눈짓 하면
어깨 으쓱하는 태광

기태 샘!! 기대 이상의 결과에 깜짝 놀라셨죠?


안주리 (싸늘하게) 어! 10분전까진 그랬어! 근데!
브로셔 중앙에 떡하니 로고 하나가 박혀 있더라구?
너희조 이름은 망했존데.....‘그린애드’는 뭐지?

기태, 태광 진짜 망했다는 표정 지으면,

안주리 교생샘의 매의 눈이 아니었으면,


깜빡 모르고 속아 넘어갈 뻔 했지....?
망했조!!! 빵점!!!

정민영, 기태를 향해 윙크를 하면 부글부글 하는 기태


그 때, 김준석 자리를 향해 다가온다.
김준석, 기태 태광을 보자마자 한숨 깊게 쉬면

태광 샘! 무슨 일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왜 한숨부터 쉬세요?
김준석 니들이 같이 있으면 안 봐도 비디오다....(가라는 손짓하면)
안주리 가봐!!!

기태 태광, 투닥 거리며 가고,


준석 자기 자리로 오는데

정민영 김샘! 기안 쓰는 것 좀 알려주세요!

#준석 민영 자리에 앉아 컴퓨터 들여다보고 있고,


민영 그 옆에 딱 붙어 앉아, 메모하느라 정신없다.

김준석 자, 이제 비밀번호를 넣고, 결재 버튼을 누르면! 끝.


참 쉽죠오? (씩 웃고)
정민영 잉.. 수업보다 더 어려워요!
김준석 하다 보면 금방 배우실겁니다.
정민영 (배시시 웃는데)
김준석 (문득, 너무 가까운 거 같아, 어색해지는데)
정민영 (눈 깜박깜박, 왜요? 하는 표정이다)

그런 둘의 얼굴 사이로 스윽 내려오는 출석부,


두 사람 놀라서 보면, 학주가 띠꺼운 표정으로 출석부를 들이밀고 있다.

학주 (명백한 질투다) 사내연애 금집니다!


정민영 (당황하지도 않고 웃으며) 사내연애, 스릴 있고 좋은데!

김준석, 당황해서 얼른 일어나고, 복도로 나가는 정민영

#준석, 자기 자리로 오면,


책상 위에 1학년 수학 교과서 하나 놓여 있다.
대수롭지 않게 후루룩 넘겨보는데
뭉툭 접힌 자국 나있고, 낙서 가득한 페이지 열린다.
무심히 뒤집어 보면 이름 ‘정수인’써 있다.
김준석 너무 놀라 주위를 둘러보다가
교과서 들고 일어나 나간다.
#39. 학교일각. 오전
은비, 도서관에서 빌린 책 몇 권 들고 지나가는데,
아무렇게나 외롭게 걸터앉아 있던 소영,
스윽 몸을 일으켜 다가온다.

소영 야!
은비 (보면)
소영 (웃으며) 이야...세강고 고은별 존재감 쩐다? 그치?
근데, 착각 하지 마. 그거 이은비 꺼 아니니까...
은비 강소영! 니 존재감도 이제 그에 못지않아.
학교에 너 모르는 사람 별로 없을 걸?
소영 야! 한이안을 어떻게 구워 삶았는 진 모르겠지만
걔가 언제까지 지금 같을 거 같냐?
은비 !!! (아프고)
소영 아마 곧, 너 같은 거 어떻게 되든 아무 관심 없을 걸?
기대해라! 니 옆에 있는 사람들,
하나씩 하나씩 너한테서 등 돌리게 해줄게.

지나가던 송주, 소영의 말에 우뚝 서서, 몸을 숨긴다.


은비와 소영은 송주를 보지 못하고,

은비 니가 남 걱정 할 때는 아닌 것 같은데?

은비, 소영을 지나쳐 유유히 가면,


소영, 당차게 말은 했지만 불안한 마음 밀려온다.

#39-1. 급식실. 낮
은비, 시진, 태광 앉아서 밥 먹고 있다.
식판을 든 소영 걸어오다가, 은비 일행을 흘기고
다른 탁자에 앉는다.

송주 걸어오면, 소영 손들어 작게 아는 척 하는데


송주 싸늘하게 지나쳐, 빈 탁자에 혼자 앉아 밥 먹는다.

은비, 그런 송주를 보고
소영, 분노로 송주를 노려보는데서.

#40. 이사장실. 낮
김준석, 수학교과서 들고 이사장실에 들어선다.

이사장 (반기며) 준석아....니가 내 방엘 다...무슨 일이니?


김준석 (수학교과서 내보이며) 이 교과서 뭔지 아십니까?
이사장 글쎄다...
김준석, 괴로운 심정 누르며, 책상 위에 교과서 내려놓는다.

김준석 1년 전, 정수인 학생 죽던 날,
그 책상 위에 펼쳐져 있던 겁니다..

이사장, 교과서 들어 뒤집어 보면 이름 보이고, 표정 굳는다.

이사장 이제 와서 왜 이런 걸 들추고 다니는 거냐?


김준석 왜 인지는 선생님이 더 잘 아실 거고,
들추고 다니는 건 제가 아닙니다.
아시잖아요? 저 그럴 자격 없는 놈이란 거!
이사장 니가 아니면?
김준석 그 날 그 교실에 모였던 사람 중에 한 명이겠죠!
이사장 !!!
김준석 그 때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차라리 벌 받자고... 안 그러면 1년이고 2년이고...
기억나는 순간마다 평생 벌 받게 될거라구요...

이사장과 준석 긴장감 있게 서로를 바라보다가


준석, 목례하고 나가버리면
이사장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핸드폰을 든다.

이사장 (통화중인) 예! 박형사님!! 안녕하십니까?


저 공재홉니다. 확인할 게 있는데요...
1년 전 정수인 사건 말입니다...

#41. 거리 일각. 낮-OMIT

#41-1. 휴게실. 낮
휴게실에 혼자 앉아 고민에 싸인 송주
핸드폰 문자메시지 들여다보고 있다.

소영삼촌(E) 계약서 준비 다 되었습니다.


부모님 동의서 지참하고, 방문 전에 연락주세요.

송주, 갈등되는 얼굴에서

#41-2. 하굣길. 오후
은비, 태광, 시진 나란히 걷고 있다.

시진 은별아! 이안이는 좀 괜찮아?


은비 어? 아직은 아닌데, 잘 견뎌 낼 거야.
시진 수영 밖에 모르는 앤데 어떡해..
니가 잘 좀 챙겨라...
태광, 걱정스런 눈으로 은비 보다가, 짜증난다.

태광 야! 이시진! 그렇게 걱정 되면 니가 좀 챙겨!!!


시진 한이안한테 나랑 얘랑 같냐?
태광 (샘나는) 다를 건 또 뭔데? 어? 어?
시진 아우...피곤해....공태광!! 너 왜 자꾸 나한테 시비야!!
은비 나.. 먼저 갈게.
태광 어디? 설마... 병원?
은비 응!
태광 (화나서) 야! 거길 또 가겠다구? 왜? 뭣 땜에? 어?
은비 나중에 얘기하자! 잘 가!!

은비, 서둘러 가고 나면 열 받는 태광
시진, 태광을 흘겨보고 앞서 걸어가 버린다.

#41-3. 병실 앞 복도. 밤
은비, 병실 문 열기 전 심호흡 하고,
이안을 만나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다.

#41-4. 병실. 밤
표정 없이, 무기력하게 침대에 기대 앉아 있는 이안
은비,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와 애써 밝은 얼굴로

은비 산책 갈래?
이안 .......(은비 한 번 힐끗 보고, 외면한다.)
은비 날씨 되게 좋은데...(조심스럽게)
바람 쐬면 기분이 좀 나아질지도 모르잖아..
이안 너...내가 불쌍해?
은비 야! 한이안!
이안 아니면 여태까지 나 속인 거 미안해서 이러냐?
은비 ...(마음 아프고)
이안 ......(싸늘한 표정으로 은비 보며)
나...너를 뭐라고 불러야 될지도 모르겠고,
니 얼굴 보는 것도 괴롭고,
내가 한심해서 돌아버릴 것 같으니까...
그만 해라...
은비 ......그래 갈게. 미안...(울음 참으며)
근데 나 니가 뭐라고 해도 내일 또 올 거야.
이안 .......
은비 그러니까...나 보기 싫으면 빨리 나아...

은비, 가방 챙겨들고, 문 열고 나가버린다.


이안, 닫힌 문을 아프게 보다가
다가가 문손잡이에 손을 올린다.
열까 말까, 은비를 잡을까 말까, 망설이는 이안

#41-5. 병실 문 앞. 밤
병실 문을 닫은 은비,
서럽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 나는.
문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주저앉는다.

은비 한이안! 저번에 물어봤었지?


기억 돌아왔을 때, 왜 진작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냐고...

#41-6. 병실 안. 밤
이안, 역시 문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은비(E) 나......다 털어놓으면 너랑 이렇게 될 줄 알았었나봐.


그래서 하루만 더 하루만 더.....모른 척하고 싶었나봐.
그래! 나 너한테 미안하고, 너 보면 불쌍해 죽겠어.
근데, 여기 오는 거 그것 때문은 아냐......
지금 아니면... 앞으로 니 옆에 있을 수 없으니까....(수정예정)
그러니까 니가 좀 봐주라.....

이안, 가슴이 무너진다. 하지만 잡을 수 없고,


머리를 문에 기댄 채 눈을 감는다.

#문을 사이에 두고, 등을 맞대고,


오래도록 바닥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41-7. 병실 안. 낮
가방에 짐을 챙기며 퇴원을 준비하는 이안
문 열고 병실을 한 번 둘러본 뒤, 복도로 나간다.

#41-8. 등굣길. 아침
아직 깁스 중인 이안. 담담하게 걷고 있다.
김준석, 이안을 발견하고 다가간다.

김준석 한이안! 퇴원 축하한다! 너는 면회 사절이 뭐냐?


선생님 섭섭하게!
이안 (순하게 웃으며) 죄송합니다.
김준석 부상 때문에 마음 무겁지?
이안 네..
김준석 내가 선생이고, 니가 제자지만,
너...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볼 때,
내가 오히려 배우는 게 많았다.
이안 (살짝 웃으며) 쌤, 안 어울려요, 왜 그러세요!
김준석 (밝게) 그치?! 이거 아니지? 야, 나도 말하면서 아니다 싶었다.
이안 (피식 웃고)
김준석 한이안! 내가 살아보니까, 니 나이 때...
조금 늦고, 조금 쉬고, 조금 어긋나는 거..
당시엔 좀 힘들어도, 지나보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
힘내라, 알았지?
이안 (진심으로 슥 보면)
김준석 (장난스레) 왜? 이것두 아니냐?

두 사람, 풋 동시에 웃으며 간다.

#41-9. 교실. 아침-OMIT

#42. 학교 상담실. 낮
김준석 앉아 있고, 들어오는 민준
맞은 편 자리에 앉는다.

김준석 (애써 웃으며 밝게) 박민준, 무단 결석을 다하고 너..


어디 갔었냐?
민준 ......도서관이요.
김준석 (당황해서) 어?
민준 (담담하게) 시간은 너무 많은데.. 갈 데가 없어서요.
김준석 (짠해서 보고)
민준 공부 할 때가 시간이 진짜 잘 가거든요.
하기로 한 거 절반도 못 봤는데, 두 세 시간은 우습게
지나가니까...
그래서 도서관 가서 공부했어요. 시간이나 가라고.
김준석 민준아, 많이 힘들면 내가 어머니 한 번 다시 만나볼까?
민준 (쓰게 웃으며 고개 젓는)

#43. 민준 PC방 씬-> 36-1로 바뀜


#44. 학교 일각 낮

소영 송주야, 난 너랑 내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너까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송주 친구? 진짜 날 친구로 생각했어?
공별 괴롭히고 싶어서 이용한 거 아니구?
소영 (조금 싸늘해져서 낮게) 야, 차송주!
아무리 그래도 내가 걔 괴롭히려고 바쁜 삼촌한테
특별히 부탁까지 해서 오디션자리 만들었겠니?
송주 ....(노려보고)
소영 (핸드폰 꺼내들며, 얄밉게) 삼촌이 계약 얘기하시던데,
어떻게, 내가 전화 한 번해서 물어봐줄까?
송주 (소영의 얕은 수 다 보이고) 그래? 한 번 해줘, 그럼.
소영,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픽 웃으며 전화를 건다.

소영 여보세요? 네 삼촌! 아니 내 친구 송주요, 네네


계약 하자고 하셨다던데.... 네! 잠시만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핸드폰 건네면서) 날짜 잡으신대!
송주 (받아서, 거침없이) 저기, 저 계약 못하겠는데요.
(사이) 이유요? 소영이한테 들으세요.

송주, 끊고 핸드폰 소영에게 건넨다.

송주 내가 연예인이 진짜 되고 싶은 건 맞는데
그래도 친구까지 배신하고 갈 만큼 자존심 없는 앤 아니거든?
공별한테서 한 명씩 등 돌리게 하는 거?
쉽지 않을 걸, 강소영?

후련한 표정의 송주, 당당하게 가버리면


소영, 모멸감에 입술을 문다.

#45. 비밀과외방. 밤
민준을 비롯한 멤버들 수업 중이다.
김선생 아이들 뒤로 돌아다니며 풀이 과정을 봐주고 있는데,

벌컥, 문 열리며 남자 3명 들이닥친다.


김선생 놀라서 보면,

남1 강남교육지원청 학원지도 단속반에서 나왔습니다.


불법고액과외 신고가 들어와서요.

김선생, 당황하고 아이들 서로 눈치만 보는데


민준 동요 없이 풀던 문제집을 들여다보고 있는.

#46. 민준의 집. 작은방. 밤


민준모, 모로 누워 있고
그 앞에 선 민준부.

민준부 대체 어디까지 손을 뻗치고 있었던거야?


조사하는데 당신 이름 안 걸린 데가 없어!
내가 아무리 별 볼일 없는 놈이라도, 니 남편인데!
남편이 경찰인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하고 다니냐?
민준모 (누운 채 싸늘하게) 정말, 민준이야?
민준부 그래! 니 아들이 너 고발했다. 잘 봐. 당신이 애를 사람으로
안 키운 대가가 이거야, 이 여편네야.
그때 현관문 열리는 소리 들리자,
민준모 벌떡 일어나 나간다.
민준부, 따라 나간다.

#47. 민준의 집. 거실. 밤


현관으로 막 들어오는 민준.
마주 보는 두 사람.
민준부, 다가오지 못하고 안절부절이다.

민준, 버텨보지만 엄마의 서슬에 질려 침을 꼴깍 삼킨다.


민준모, 담담한 얼굴로 민준을 한 참 보다가,

민준모 .....씻어. 밥 먹고 공부 시작해야지?

민준, 툭 끊어지며 이를 악무는 데서.

#48. 세강고 전경. 아침

#49. 교무실. 낮
소영모, 교무실로 들어선다.

교감 어떻게 오셨습니까?
소영모 저 2학년 3반 강소영 엄마 되는 사람인데요?
이사장님 좀 뵐 수 있을까요?

#50. 이사장실. 낮
공재호 책상 앞에 앉아있는데 소란스러워지는 밖.
노크소리 들리고 소영모와 말리는 교감 들어선다.

교감 아니, 막무가내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사전 약속도 없이, 이사장실로 쳐들어가는 경우가
어딨습니까?!!
소영모 너무 급해, 미리 연락드리는 걸 깜빡했네요.
교감 죄송합니다. 이사장님! 몇 번이나 말씀을 드렸는데
소영모 저, 강일산 검사 안사람입니다.

이사장 반갑게 일어나며

이사장 아! 안녕하십니까? 공재홉니다.


교감 !! (소영모의 얼굴 다시 보는)

#이사장실 소파에 마주 앉은 공재호와 소영모

이사장 강검사님께 대충 얘긴 들었습니다.


소영모 (가방에서 은비의 학생증 사진 꺼내며)
말씀드렸던 아이입니다. 통영학교에서
저희 딸 괴롭히다가 자퇴했던 전적이 있어요.
이 학교에 그 쌍둥이 언니가 다닌다는데,
동생과의 일로 저희 아이를 못살게 구는 모양이더라구요?
두 아일 한 반에 두기는 좀 어렵겠죠?
이사장 말씀하신 게 사실이라면 그렇죠.
소영모 자퇴든 강제 전학이든 상관없습니다.
이 학교에서 내보내만 주세요.
이사장 일단 제 선에서도 좀 알아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소영모 네, 부탁드립니다. 이사장님

이사장, 곤란한 얼굴로 소영모를 본다.

#51. 급식실. 낮
이안과 은비 마주 앉아있다.
이안, 왼 손으로 밥 먹는 모습 불편해 보인다.

송주 한이안, 오른손잡인데, 불편하겠다.


시진 그러게, 젓가락질 힘들지?

은비, 맘에 걸려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면


이안의 옆에 앉은 태광, 은비의 눈빛 읽고 얼른
이안의 반찬 집어, 숟가락 위에 툭 얹어 준다.

이안 (태광을 슥 보면)
태광 뭐? (입 삐죽이는)

이안, 숟가락 살짝 뒤집어 반찬만 도로 툭 떨어뜨리고 먹는다.


태광, 성질나는 거 꾹 참고, 물 잔도 이안 앞에 놔주면

송주 야! 공태! 너 또 왜 그러냐?
태광 내가 나쁜 짓 했냐? 도와주는 거잖아아!!
시진 맞는데.. 니가 하니까 무서워!
태광 으이씨......

이안, 식판 들고 먼저 일어나면

은비 (이안의 식판 잡으며) 줘! 내가 갖다놀게

태광, 얼굴 구겨져 이안의 식판 확 뺏으며

태광 야! 내가 할 거거든!!
태광, 식판 놓는 곳으로 가면
송주와 시진, 어리둥절한 눈으로 본다.

#52. 이동(38씬과 합침)

#53. 이사장실. 낮
민준부와 이사장 마주 앉아 있다.
민준부, 복사한 수사기록 파일 내려놓으며

민준부 정수인 사건 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명단입니다.


이사장 네, 감사합니다.

이사장, 파일 들어 살펴보는데

민준부 이사장님과 저, 김준석선생님, 정수인 학생 어머니,


그리고 구급대원들, 모두 합쳐 총 8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학생 중에는 고은별이 유일 하구요,
이사장 !! (놀라는)

민준부 얘기 중인데,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이사장.


생각에 잠겨 있다.

민준부 그 밖에도 또 다른 목격자가 있을 가능성은 열려 있죠.


근데, 왜 갑자기 1년 전 사건을...
이사장 (말 자르며) 고은별이라고 했습니까?
민준부 아! 네! 맞습니다. 알고 계시네요.
이사장 잠시만요.

이사장, 전화기 집어 드는 모습에서

#54. 교무실. 낮
준석과 민영 나란히 앉아서 업무 보고 있는데
그때, 교감 다가와

교감 김준석 선생님, 저 3반 출석부 좀 줘 보세요.


김준석 저희 반 출석부는 왜...
교감 이사장님이 가져오라십니다. 주세요.
김준석 (의아한 표정인데)
정민영 (준석 책상 위의 출석부를 챙기며, 미소)
교감선생님! 제가 갖다 드릴까요?
교감 (헤벌쭉..) 아, 그러실래요?
정민영 네!

정민영, 출석부 들고 일어나


살짝 목례하고 교무실을 나간다.

#55. 교무실 앞 복도. 오후


출석부를 들고 걷고 있는 정민영.
웃음기 없이, 담담하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56. 이사장 실. 오후
노크 소리 들리고, 정민영이 들어선다.
이사장과 민준부 쪽으로 다가오는 정민영

정민영 안녕하세요? 저 이번에 교생실습 나온


정민영이라고 합니다.
이사장 (건성으로) 아, 예!
정민영 2학년 3반 출석부 찾으셨다구요?
이사장 예, 수고했어요!

정민영 출석부를 이사장에게 건넨다.


테이블에 펼쳐진 수사기록 파일 힐끗 보고,
인사한 뒤 나가는 정민영
민준부, 정민영의 얼굴 무심히 보고,
‘어디서 봤더라?’하는 듯 고개 갸웃한다.

이사장,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쪽으로 간다.


소영모가 놓고 간, 은비의 학생증 사진과
은별의 출석부 사진을 나란히 놓고 유심히 본다.
고민에 빠지는 이사장의 얼굴에서

#57. 이사장실 앞. 오후
막 문을 닫고 나온 정민영.
서늘한 얼굴로 닫힌 문을 잠시 바라보다가
텅 빈 복도를 따라 걸으며, 핸드폰을 꺼낸다.

민영 어, 엄마. 좀 만 기다리세요 ....이제 다 왔어.

전화를 끊고, 걸어가는 민영의 단단한 얼굴에서.

#중간 타이틀 <후.아.유>

#58. 교무실. 오전
김준석, 자리에 앉아 서류를 들여다보며, 표정 심각하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누르느라 입술을 깨물다가,
서류를 들고, 벌떡 일어나 나간다.
#59. 이사장실. 낮
차가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이사장.
그 앞에 선 김준석, 서류를 툭 책상에 내려놓으며

김준석 이사장님 지시 맞죠? 뭐하시는 겁니까?


이사장 .....니가 본 그대로다.
김준석 말 안 되는 거... 아시잖아요?
고은별, 전학권고 받을 만큼 잘 못한 일 없습니다.
이사장 수학여행 무단이탈, 가라오케 주인 협박,
귀금속 도난 사건으로 학폭위까지 열리게 만들었으면...
부족하진 않다고 보는데....
김준석 (화나서) 선생님!!!
이사장 부모님 동의 구해서 조용히 전학 시키는 게,
그 아일 위해서도 좋을 것 같구나.

김준석, 참담한 심정으로 이사장을 본다.

#60. 체육관 앞. 낮
하굣길. 이안, 습관적으로 체육관 앞에까지 도착하고 나서야
문득 정신 차리고, 깁스가 둘러진 팔을 본다.
허!! 기막힌 쓴웃음 터지고,
다시 터덜터덜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61. 학교 앞. 하굣길. 오후
하굣길. 태광과 은비 나란히 걷고 있다.

태광 야! 가위가위보 한번 할래?
은비 싫어!
태광 그럼 묵찌빠?
은비 것두 싫어! 애냐?
태광 으이씨.....야! 내기 한 번 하자는데 애 어른이 어딨냐?
은비 무슨 내긴데?
태광 내가 이기면, 버스타고 종점에서 종점까지
한 바퀴 돌기!
은비 내가 이기면?
태광 음...두 바퀴 돌기?
은비 그게 뭐야...똑같잖아!
태광 야! 한 바퀴와 두 바퀴의 차이는 어마어마하지!!

은비, 어이없어 피식 웃으면


그런 은비를 보며, 아주 활짝 웃어버리는 태광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얼굴이 된다.

#62. 학교 앞. 차 안. 오후
차 안에 앉아, 영문 잡지 정도 보고 있는 이사장.
문득 창밖으로 시선 주면
걸어가고 있는 태광과 은비 보인다.
본 적 없는 태광의 밝은 웃음을 무표정하게 보던 이사장.
옆에 있는 은비의 얼굴 눈에 들어오는.

<플래시백>
출석부 속 은별의 사진.

이사장 놀라는 표정에서.

#63. 은별의 집 앞. 오후
깁스를 푸른 이안,
길 건너편에서 은별의 집을 바라보며 서 있다.
저 멀리 걸어오는 은비.
이안, 외면했다가 다시 은비를 본다.
은비가 대문으로 들어가는 모습 확인하고, 돌아서는 이안
그 때, 이안의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은비(E) 야! 한이안!!

이안, 우뚝 선 채 그대로 있다.


이안의 뒤에 서있는 은비
가지도 못하고, 돌아보지도 못하고 굳어 있는,
이안의 얼굴에서

#64. 납골당 . 오후
은비의 납골함 앞에 한 송이 국화가 꽂혀진다.
유리문으로 보이는 누군가의 실루엣
모자 쓰고, 안경 쓴 소녀 희미하게 비친다.

#65. 공중전화 일각. 오후-OMIT

<10회 끝>
<제 11 회>

#1. 수영장. 오후
텅 빈 수영장. 깁스 중인 이안.
우두커니 서서 멍하니 잔잔한 물을 바라보고 있다.

<플래시백 1회 #28. 대구 체육관 수영장. 오전>


응원 열기 뜨거운 경기장.
사력을 다해 마지막 스퍼트를 하는 이안
결국 간발의 차이로 먼저 터치 패드를 찍고,
금메달을 확인하며 물 위로 뛰어 올라 기쁨의 환호 지른다.

중계(E) 네!!! 한이안선수 금메달입니다!!


기록 보세요!! 정말 대단한 선수가 나왔어요!!!

현재, 이안, 그런 영광의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다.


불안하고 막막한 얼굴에서

#2. 체육관. 오후
이안, 체육관을 나서는데, 선배들과 민규 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이안, 목례하는데

민규 어! 이안아!!
선배1 아직 깁스도 안 풀고, 여긴 왜 알짱거리냐?
이안 .....
선배2 (선배1 말리며, 걱정으로) 많이 다쳤냐? 좀 어때?
이안 괜찮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선배2 우리한테 죄송할 거 뭐있냐. 재활 잘해라.
선배1 (빈정대며) 근데, 무슨 대단한 일이 생겼길래,
경기 박차고 뛰쳐나가다 사고까지 당했냐? 어?
이안 ...(보는)
선배2 (이안에게) 얼른 가라!

선배2, 그만하라고 눈짓으로 말리지만,

선배1 전국 수영대횔 무슨, 동네 운동회 취급하더니 꼴좋다!


이안 ....(참는)
선배1 이 새끼 표정 봐! 왜? 니가 없어서,
계영 메달 하나도 못 건져 이런다고 생각 하냐?
이안 아닙니다.
선배1 (열 받은) 새꺄! 나두 니덕에 대학 갔단 소리 듣기 싫어!
근데, 그 정도 특별대우 받았으면, 특별한 실력 보여주는 게
의무고 예의지!
민규 (달래듯) 아이...선배님! 훈련 시작해요. 그만 하세요...
선배1 (비웃으며) 너나 나나, 다 같이 쩌리되니까 친근하고 좋다 야!
힘내라! 빌빌대보는 것도, 나름 좋은 공부 될 거야. 어?

선배2, 얼른 선배1 끌고 가버리면,


이안, 헛헛하고 괴로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린다.

#3. 이사장실. 낮
차가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이사장.
그 앞에 선 김준석, 서류를 툭 책상에 내려놓으며

김준석 이사장님 지시 맞죠? 뭐하시는 겁니까?


이사장 .....니가 본 그대로다.
김준석 말 안 되는 거... 아시잖아요?
고은별, 전학권고 받을 만큼 잘 못한 일 없습니다.
이사장 수학여행 무단이탈, 가라오케 주인 협박,
귀금속 도난 사건으로 학폭위까지 열리게 만들었으면...
부족하진 않다고 보는데....
김준석 (화나서) 선생님!!!
이사장 부모님 동의 구해서 조용히 전학 시키는 게,
그 아일 위해서도 좋을 것 같구나.

김준석, 참담한 심정이다.

#4. 이사장실. 오후 (10회 #62와 동씬)


이사장, 문득 창밖으로 시선 주면
장난치고 서있는 태광과 은비 보인다.
본 적 없는 태광의 밝은 웃음을 무표정하게 보던 이사장.
옆에 있는 은비의 얼굴 눈에 들어오는.

<플래시백>
출석부 속 은별의 사진.

이사장 놀라는 표정에서

#5. 태광의 집. 밤
태광, 혼자 식사 중이다.
뒤에서 다가오던 이사장 표정 없이 바라보다가

기사(E) 태광이 학생, 앞으로 계속 버스 타고 등교하겠다던데요?


요즘 무슨 일인지, 표정도 아주 밝아졌습니다.

태광, 막 식사를 마치고 일어난다.

태광 (다정하게) 잘 먹었습니다.
태광, 돌아서다 이사장과 눈 마주치고, 스쳐 지나가려는데

이사장 오늘 같이 하교 하던 아이, 누구니?


태광 (픽 웃는) 이야... 제 교우관계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감사합니다.
이사장 같은 반 아이라 우연히 만난 거냐?
태광 (의아하게 보며) 갑자기 왜 이러시지? 전혀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걔랑 싸우거나, 합의 볼 일 없으니까
이사장 신경 안 써도 되는 아이면... 됐다.

이사장 무심히 지나가면, 태광 ‘허!’헛웃음으로 본다.

#6. 소영의 집. 밤
소영모와 소영, 과일 놓인 테이블에 마주 앉아있다.
소영, 어두운 얼굴로 먹는 둥 마는 둥, 딴 생각에 잠겨있으면

소영모 (걱정되고 화나는) 이사장님 만났어.


소영 (기대에 차) 정말? 뭐래?
소영모 알아보고 연락 주신다더라.
소영 (걱정스럽게 보면)
소영모 (흘기며, 한숨) 그 많은 학교 중에 하필...
소영 나두 걔랑 징그럽게 엮이는 거 끔찍해!!
소영모 전학 보내는 것까진 엄마가 알아서 할게
소영 고마워..엄마...

소영, 그제야 과일 하나 집어 들고 맛있게 먹으면

소영모 똑똑히 들어. 너희 아빠 전근 잦았어도,


우리 그 동안 통영 떠난 적 한번이라도 있니?
엄마 이리로 이사 온 거 소문 피해서만은 아냐.
소영 그럼?
소영모 여기서 만나는 애들이 다, 너랑 같이 한국대 가서,
법관 되고, 경영인 되고... 니 든든한 인맥 되는 거야.
아빠 보면 알지?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소영 (끄덕끄덕)
소영모 공부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이미지 신경 써! 알았어?
소영 네!!

소영, 한 짐 내려놓은 얼굴로 엄마를 본다.

#타이틀 <후. 아. 유?>


#7. 복도. 게시판 앞. 오전
아이들 웅성거리며 게시판 앞에 모여 있다.
가방을 메고, 지나가던 태광, 그냥 지나려다 문득 눈이 간다.
아이들 헤치고 들어가서 보는.

<징계위원회 개회/대상 2학년 3반 고00>


<위 학생은 교칙 5조 7항, 8조 3항, 12조 1항을 위반하여
징계위원회에 회부합니다.> 공지문 붙어 있다.

태광, 고00 이름 보고 깜짝 놀란다.

<플래시백-11부 #5. 태광의 집. 밤>

이사장 같이 하교 하던 아이, 누구니?


/
이사장 신경 안 써도 되는 아이면... 됐다.

태광, 표정 심각해지는데,
그때 태광의 옆으로 서는 은비.
게시물을 보고, 자신의 얘기임을 알아채는.
은비와 태광 서로를 마주본다.
그런 둘 옆으로 스윽 들어오는 소영.
태광과 은비 동시에 소영을 노려보면,
소영 씩 웃어주고는 먼저 자리를 뜬다.
은비 표정 굳고, 시진과 송주 등의 아이들 게시물 확인하고

송주 (걱정스런 눈으로 은비 보며)야! 이거 뭐냐?


시진 은별이가 위반한 교칙이 뭔데? 응?
은비 ......

태광, 아이씨, 하며 게시물을 손으로 확 뜯어, 구겨 버린다.

#7-1. 상담실. 낮
은별모와 교감 서로 인사하고 세 사람 자리에 앉는다.

교감 갑자기 이런 소식을 전해 드려 죄송합니다.


은별모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건지 이유를 알고 싶네요.
김준석 (말하기가 곤란한, 머리 긁적이며) 저 그게..
교감 말씀 드린 대로 (하는데)
은별모 (끊으며) 말씀 하신 징계 사유들, 어느 하나도 명확한 게
없더군요. 사건 모두, 저희 아이에게만 해당 되는 것도 아니구요.
김준석 면목 없습니다.
은별모 잘못이 있다면 벌을 받아야겠지만, 학교의 이번 결정이 진짜
잘못한 일을 벌하는 게 아니라, 그저 핑계거리로 짜 맞추고
우리 아일 쫓아내려고 하는 걸로 느껴지는데 아닌가요?
김준석 죄송합니다.
교감 (발끈해서) 아니, 김선생! 죄송하다니요?
학교는 다 학교 나름대로 교칙이 있고, 그걸 어긴 학생에겐
벌을 주는 게 당연하지 그게 왜 죄송할 일입니까?
은별모 (화나서, 싸늘하게) 그런가요? 당연히 받아야 할 벌이라는
말씀이시네요?
교감 그럼요!
김준석 (괴롭고 곤란한데)
은별모 (단호하게) 그럼, 은별이와 함께 놀러 간 아이들 모두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주시죠!
그리고 거짓말로 은별이 학폭위 열리게 한 전학 간 학생도
불러주시고요. 그리고 수학여행... (하는데 맘 아픈, 눈물 고이고)
.....수학여행 때 학생 관리 제대로 못한 학교 책임도
확실히 묻겠습니다.
교감 (놀라서, 확 꺾이는) 아니, 저 어머님, 제 말은 그런 게 아니라...
김준석 (입술을 무는)
은별모 그게 이 학교의 방식 아닌가요? 맘대로 해보시죠, 어디!

은별모, 불쾌한 얼굴로 벌떡 일어나 나가면,


교감 당황해 어쩔 줄 모르고, 준석 일어나 따라 나간다.

#8. 교정일각. 낮
은비, 심란한 얼굴로 앉아있는데
소영, 다가와 마주 선다.

소영 어떡하니? 그러게 좀 잘살지 그랬어..


은비 강소영!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소영 전학에는 두 종류가 있어. 가고 싶어서 가는 전학이랑,
가기 싫어도 억지로 가야되는 전! 학!!
니가 진작 결정을 내렸으면 이런 일 안 생기고, 좋았잖아.
은비 ......
소영 참! 한이안은 좀 괜찮아?
은비 (매섭게 노려보며) 너 얼마나 더 다른 사람 망치면서 살래?
소영 (픽 비웃고) 한이안 다친 게 나 때문이야?
걔.. 니 거짓말 막아주러 온 거잖아?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멀리서 은별모, 굳은 얼굴로 건물을 나오고 있다.


은비를 발견하고, 다가오는.

은비 강소영! 너 여기서 언제까지 버틸 거니?


소영 너 가고 나서도 쭉!!
은비 니 뜻대로 안될걸? 난 끝까지 지킬 거거든.
어떤 사람을 미워하는 힘보다,
좋아하는 사람을 지키려는 힘이,
훨씬 세다고 믿으니까.
소영 세상일이 믿는 대로 다 되면 시시하지...
너! 내가 완전히 맛 간 줄 알고...속으로 좋아 했지?
이래서... 반전이 재밌는 거거든!! 기대해!!

소영, 새침하게 웃어 보이면


분노 치밀어 오르는 얼굴로 소영을 보는 은비

은별모 (둘의 대화 이상하게 듣다가) 은별아!


은비 (놀라서 보며) 엄마!!

은별모, 은비 옆에 다가와 서자 소영, 놀란다.


은별모 소영의 얼굴 낯이 익어 유심히 보다가,
명찰에 적힌 <강소영> 이름을 확인한다.
소영, 당황한 얼굴로 목례하며 얼른 자리를 뜨면,

은비 엄마, 학교에서 연락 받고 놀랐지?


은별모 조금. 너 수업 들어가야 되지?
이따 집에서 얘기하자.

안심하라는 듯, 은비의 어깨 토닥여 주는 은별모


은비, 끄덕이고 돌아 서면 그 모습 보고 서 있다가,
고개 갸웃하는.

#10. 교정일각. 낮
답답하고 화난 얼굴의 코치, 이안과 마주 서 있다.
이안, 깁스를 푼 상태다.

코치 너! 이 자식!! 왜 병원 안가?
내가 매일 학교 앞으로 찾아와서 소리 질러야 말 들을래?
이안 마음 정리 할 시간을 좀 주세요.
코치 정리는 무슨!! 몸 다 망가진 다음에 마음먹으면 뭐 할 건데!!!
이안 ......
코치 (걱정으로) 매일 스트레칭 해서 굳어있는 조직들 풀고,
어깨 강화시키지 않으면, 나중에 진짜 힘들어져 이 자식아!!
(단호하게) 오늘부터 당장 시작해.
하루도 빠짐없이, 알겠어?
이안 ....... (고개 숙인다.)
코치 허! 이 놈 봐라! 대답 안 해? 한이안! 정신 못 차려?
이안 .......
코치 (표정 차갑게 굳으며) 너! 두고 볼 거야.
정신 상태 글렀다고 판단되면 재능이고 뭐고,
수영부에서 영구제명 시킬 거니까 그렇게 알어!!

코치 씩씩거리며 가버리고,
이안, 한숨 쉬며 힘없이 뒤돈다.
뒤에서 안타까운 얼굴로 이안을 바라보던 은비와 눈 마주 친다.
이안, 무심한 얼굴로 지나간다.

#12. 교정 일각. 오후
조용한 교정 일각.
준석과 민준 벤치에 앉아 있다.
준석, 민준에게 음료수 캔을 하나 내밀면, 민준 받는다.

준석 갑갑한 상담실보다 훨씬 좋지?


민준 (고개 끄덕이고)
준석 그래 할 말이 뭐야?
민준 ...노트북 포맷이요, 그거 제가 그랬습니다.
준석 (민준 얼굴 빤히 보며) 용기 내줘서 고맙다. 괜찮겠니..?
민준 (준석이 뭘 묻는지 알겠다)
엄마를 설득할 자신은 없어요. 그래도...
선생님 말씀대로, 잘못 된 길인 걸 알면서
계속 그리로 가는 짓은 안하려고요. 나중엔 잘못 왔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살면 어떡해요..

김준석, 말은 그렇게 하지만, 두려움과 떨림으로 복잡한 민준의


마음을 알겠다. 안쓰러움으로 보는.

#13. 교실. 오후
김준석 종례중이다.
놀라고, 황당하고, 짜증난다는 각각의 표정의 아이들 얼굴.
교탁에 김준석과 민준 서 있다.
민준 두려운 표정으로 고개를 약간 숙이고.

김준석 그래서 수행평가 5점씩 깎인 세 개조 모두


감점은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해나 그래서 범인이 누군데요?
하윤 (소영을 노려보며) 자백을 했으면 당당하게 밝혀야죠!
김준석 꼭 알아야겠니?

아이들, “네!”“당연하죠” 아우성치면

김준석 조용!! 누구나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하지만 노트북을 포맷한 친구는,
자신의 수행평가 점수가 0점이 되는 걸 감수하고,
용기 있게 모든 진실을 밝혔다.
너희들에게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도록
늦기 전에 잘못을 바로잡았다는 거,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

김준석, 교탁에서 자릴 비켜주면,


아이들, 궁금함과 분노로 소영을 본다.
그 때,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민준
아이들 모두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소영, 당당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아이들을 쏘아 본다.

민준, 온 몸이 떨려오지만, 마음 굳게 먹고 교탁에 와 선다.


진심을 담아 깊이 고개를 숙였다 바로 하는.

민준 정말 미안하다. 비겁한 짓 해서,


그리고... 더 일찍 말하지 못해서.
내가 지금 얼마나 부끄러운지, 얼마나 후회되는지
이 마음 절대로 잊지 않고 살게.

소영, 민준을 노려보다가 팩 고개 돌리고,


아이들, 어째야 할지 모르겠는 얼굴로 서로 눈치만 본다.
준석, 민준의 어깨를 감싸며

김준석 너희들에게 용서를 강요할 순 없다는 걸 안다.


근데 민준이가 점수는 잃었을지언정
마지막까지 잃고 싶지 않았던 것!
그 중 한 하나가 바로..... 너희들,
친구란 거,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민준이 눈시울 붉어지면,


아이들 조용히 안타까운 눈으로 민준을 본다.
김준석, 해맑은 아이들을 쭉 둘러보면서
깊은 회한이 든다.

김준석 그래. 고맙다. 이상!

김준석, 민준에게 들어가라는 손짓 하고,


민준이 자리에 앉는 것 보고 교실을 나간다.
풀죽은 얼굴로 자리에 앉는 민준,
몇몇은 실망한 눈으로 보고,
몇몇 아이들 다가와 민준에게 따뜻하게 말 걸어 주면
민준, 어색하게 웃는다.

#14. 버스 정류장. 오후
하굣길. 정류장을 향해 걸어가는 이안,
은비, 이안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
이안, 도착하는 버스에 올라타려고 하면
막아서는 은비

은비 (단호하게) 한이안!
이안 (담담하게) 뭐 하는 거야?
은비 이거 병원 가는 버스 아니잖아
이안 비켜!
은비 싫어!

버스 그냥 출발해 버리고,
이안, 은비를 잠시 보다가 휙 뒤돌아 정류장을 벗어나 걸어간다.
은비, 속상해서 그 모습 보고 서 있는

#15. 이안의 집 앞. 오후
이안 막 집 앞으로 들어서는데, 은비 기다리고 있다.
이안, 일별하고 그냥 집으로 들어가려 하면,
은비, 이안을 잡으며

은비 한이안!
이안 (무심히) 왜...
은비 (속상해서) 너! 코치님이랑 하는 얘기 다 들었어.
왜 병원 안 가는 거야? 어?
이안 (담담히, 낮게) 니가 그걸 왜 신경 쓰는데?
너 나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야. 잊었어?

이안,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은비 손을 가만히 떼고, 돌아선다.


혼자 남은 은비, 닫힌 대문을 본다.

#16. 이안의 집 앞. 저녁
어느 새 어둑해졌다.
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은비,
천천히 일어나 길로 나선다.

#16-1. 이안의 집 옥상. 저녁


난간 쪽에 서 있는 이안,
저 멀리 가는 은비를 안타깝게 본다.

#17. 태광의 집 거실. 저녁


이사장, 식탁에 앉아 차 마시고 있다.
태광, 무심히 옆을 지나다 멈추고

태광 제 친구가 이번에 징계위원회에 올라 갔더라구요.


이사장 교칙에 어긋나는 일을 했으면,
당연히 따라오는 결과지.
태광 (담담히) 그렇죠? 근데, 좀 미안한 맘이 드네요.
하루걸러 하루 사고 치던 나는, 아버지 덕인지 뭔지
요리조리 잘만 빠져나갔는데.... 다른 애들이 생각하기에도
좀 그렇지 않겠어요?
이사장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징계위를 취소해 달라는 건 아니겠지?
태광 해달라면 해주실 거예요?
이사장 니 입으로 신경 쓸 필요 없는 아이라고 하지 않았니?

태광, 예상했던 대로다. 피식 웃으며

태광 그랬죠.... 근데, 그 때 저랑 같이 있던 친구가


징계위원회에 회부 된 그 애라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이사장 .... (보면)
태광 (대수롭지 않은 듯) 아버지 정말 대단하시네요?
학생들 하나하나에 이렇게 큰 관심을 기울이시다니....
이사장 !!
태광 아님, 말구요!

태광, 무심히 돌아서 가며, 이상한 예감에 얼굴 굳는다.

#18. 은별의 집 거실. 밤


청소기 돌리고 있는 은별모.
문득 드는 의문에 손을 멈추고 생각 하는.

<플래시백-2회 #16. 통영 병원. 낮>


소영, 순식간에 은비의 머리카락 한 움큼 휘어잡으면,
은별모, 깜짝 놀라, 다가온다.
있는 힘껏 소영이를 떼어내 밀치면
소영, 저만치 나가떨어져서 깜짝 놀란 얼굴로 본다.

은별모 다친 데 없어? 무슨 일이야?


은비 (모르겠다. 고개 가로젓고) 다짜고짜 달려들어서
소영 (당황하고)
은별모 (매섭게) 너 누군데 이런 무식한 짓을 하니?
소영 가던 길 가세요! 아줌만 누군데 남의 일에 참견이에요?
은별모 나 얘 엄마 되는 사람이다!
(버럭) 어디 감히 내 딸 몸에 함부로 손을 대! 절대 용서 못해!
(핸드폰 들고) 경찰에 신고 할 거야. 꼼짝 말고 있어!

소영, 뚫어져라 다시 본다.


고급스러운 은별모의 옷차림과 어딘지 달라 보이는 은비.
소영 죄송해요! 사람을 잘 못 본 것 같아요.

털고 일어나 꽁지가 빠지게 뒷걸음 쳐 도망가는 소영

은별모, 그 아이구나! 놀라 은비가 들어간 쪽을 돌아보면,


저만치 걸어가고 있는 은비.

은별모 은별아!
은비 (돌아보는 데서)

#19. 은별의 집 부엌. 밤


은별모와 은별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있다.

은별모 (안타까운 얼굴로 보며)


강소영, 통영에서 너 괴롭혔다던 그 애 맞지?
은비 (놀라는) 엄마...
은별모 (부들부들 떨리는) 그런 애랑 너 한 교실에 있을 생각 하니까
소름 끼치고 무섭다. 괜한 감정싸움 할 것도 없어.
얼른 이사하고 학교 옮기자.
은비 응, 그런데 엄마! 그 전에 나 꼭 해야 될 일이 있어.
은별모 무슨 일인데? 전학 가서해.
은비 아니, 여기서...... 지금 아니면 안 되는 일이야.
그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줘.
은별모 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 애 얼굴 볼 때마다,
예전 기억 떠올라서 괴로울 텐데, 견딜 수 있겠어?
은비 응, 지금은 내 옆에 엄마가 있잖아.
은별모 (속상해서 보는) 그래, 엄마 있으니까 기죽지 마?
알았지?
은비 (끄덕이고)

#20. 등굣길. 아침
걸어가고 있는 은비 옆으로, 거칠게 와서 서는 차 한 대.
운전석 문 열리고 화난 표정으로 내리는 민준모,
조수석으로 와 문 열고 기다리면
민준, 풀죽은 얼굴로 내린다.
냉랭하게 학교로 들어가는 민준모와 민준을
놀란 눈으로 보고 있는 은비.

#21. 교무실. 아침
커피 한 잔을 들고 막 자리에 앉으려는 김준석.
그때 교무실 문 열리며, 들어서는 민준모.
여유롭게 웃으며 김준석에게 다가온다.
긴장하는 김준석, 꾸벅 인사 한다.
#. 회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김준석과 민준모.

민준모 그날 저한테 아무 증거도 없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선생님?


김준석 네, 어머님, 그런데 민준이가,
민준모 (말 자르며) CCTV에 찍혔다는 이유로, 애를 얼마나 몰아갔으면
그런 말을 지어냈겠어요?
김준석 예? 지어...내다니요?
민준모 (정말 의문이라는 듯) 아니, 그럼 우리 민준이가
정말로 그런 짓을 하기라도 했다는 말씀이신가요?
김준석 (할 말을 잃고 민준모를 보는)
민준모 선생님, 수행평가 0점이 어떤 의민지 정말 모르시는건가요?
특히 우리 민준이처럼 상위권 학생에게는 정말 치명적이라구요.
아실만한 분이 왜 그러세요?
김준석 (화나는) 어머님, 지금 민준이한테 진짜 치명적인 게 점수
라고 생각하십니까?
민준모 (차갑게 준석 본다.)
김준석 (누르고 침착하게)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 주신다는 게,
무릎을 꺾어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민준이가 몇 점을 받아오는지만 보지 마시고,
아이가 숨기고 있는 속마음도 좀 봐주십시오, 어머님.

민준모, 김준석 서로를 바라보는 팽팽한 얼굴에서.

#22. 교실. 낮
수학 수업 중인 교실.
아이들 문제를 푸느라 고심하고, 김준석 돌아다니는데,
보면 민준 멍하니 손을 놓고 있다.
김준석 마음이 쓰이고,
민준 쪽을 지나며 무심하게 어깨를 한 번 짚어주지만 민준, 미동 없는.

#23. 옥상. 오후
태광, 난간 앞에 서 있다.
복잡한 얼굴로 주머니에 손을 넣어 담뱃갑을 반쯤 꺼내는데
준석, 슥 다가오며

준석 꺼내려는 거 뭐냐? 공태광..


태광 (놀라서 보며) 아이, 깜..
(반대쪽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 꺼내 보이며) 드릴까요?
준석 (가볍게 머리 퉁 치고는 난간을 보고 선다)
태광 쌤, 뭐 고민 있으세요?
준석 너는?
태광 (한숨 푹 쉬고) 서로 하나씩 얘기할까요?
준석 그래, 나 먼저?
태광 (끄덕끄덕)
준석 내손엔 흙이 잔뜩 묻었어. 옆에 넘어져 있는 친구는
깨끗한 손을 하고 있는데... 내가 그 손을 잡아 일으켜 줄
자격이 있을까?

태광, 준석을 보다가, 준석의 손을 잡아 펴서, 탁탁 털어주며

태광 손잡아 주는데 뭔 자격? 잡고 가서 같이 씻으면 되겠네요?


준석 (피식 웃고) 그러네. 맞는 말이네.
(제법인데? 하듯 웃으며) 넌 고민이 뭔데?
태광 (같이 씩 웃던 태광, 문득 준석 쪽으로 몸 돌리며, 정색하고 툭)
고은별 쫓아내려는 사람, 우리 아버지죠?
준석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는) !!
태광 (알겠고) 이유가 뭔지 물어도 답 못하시겠죠?
준석 (침만 꿀꺽 삼키는)
태광 (꾸벅) 가보겠습니다.

태광, 불안함을 누르며 간다.


가는 태광을 보고 서 있는 준석.

#24. 교무실. 오후
회의탁자에 둘러앉은 선생님들,
교무회의 중이다.

교감 다들, 민준이 어머니 소식 들으셨죠?


이게 다 사교육이 과열 돼서 생긴 일이라
학교 차원에서도 대책을 강구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안주리 그렇죠, 학생들 수요가 다양한데, 학교에서 다 소화해주지 않으면
애들이 어디 가서 배우겠어요?
학주 그러게요. 하반기부턴 방과 후 학교에서도 선행학습이
필요하도록 법을 바꾼다니까 기다려봐야죠.
교감 그럼 학생주임 선생님이 방과 후 선행 학습 기획안 작성해서
학기말까지 제출하세요!
학주 네에?! 아니 저는, 저는,
교감 자, 그럼 수고들 하세요!

교감, 일어나 가려는데 잡는 김준석.

김준석 교감선생님,
교감 (알겠다, 탁 뿌리치며)
김선생! 뭘 어떻게 하셔도
징계위원회는 열릴 거니까 헛수고 그만하세요!

교감, 가버리면 김준석 한숨 푹 쉬는.


#24-1. 이사장실 앞 복도. 오후
준석 굳은 표정으로 이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태광 저 복도 끝에서 나타난다.
막 문으로 들어가는 준석을 보고 멈칫하는.
문 앞까지 걸어와, 문고리를 잡는 태광.

#24-2. 이사장실 안. 오후
이사장, 피곤하다는 표정이고,
준석 화가 나 있다.

준석 학생 어머니도 강경하십니다. 아니 강경하셔야지요.


이런 부당한 이유로 자기 아이를 전학 시킨다는데.
이사장 학생 부모가 이의를 제기 하고 싶으면 징계 위원회 나오셔서
말씀 하시라고 해라. 다 끝난 얘기 더 하고 싶지 않다.
준석 학교가 원하는 대로 강제전학에 찬성표 던질 사람들만 가득한
그 징계위원회 말씀이십니까?
이사장 (기분 나빠져) 그만 나가거라. 바쁘다.
김준석 ......정말 이유가 수인이 사건 때문입니까?
은별이는 기억을 잃었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 사건에 대해 입도 열지 못할 겁니다.
.......제가 그렇듯이요.
이사장 (버럭) 그런 거 아니래도!
김준석 저도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고개 숙이며)
재고해 주십시오..... 선생님!
이사장 (곤란한 얼굴로 보고)

#24-3. 이사장실 앞 복도. 오후


살짝 열린 문 사이로, 이사장과 준석의 대화를 듣고 있던 태광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발길을 돌린다.
놀라고 혼란스러운.

#25. 카페. 오후
민준모, 시진모, 엄마1, 엄마2, 엄마3 정도 앉아 있다.
민준모 당당하고 도도한 표정으로 앉아 있지만
엄마들 표정은 예전과 달리 심드렁한.

민준모 (웃으며) 자기들 기다리던, 홍제동 선생 섭외해 볼까해.


논술에 그 이상 가는 사람 없다는....
엄마1 (말 자르며) 아유, 이거 뭐 모른 척 한다고 모르는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시원하게 얘기 하께!
민준모 (얼굴 굳어서 보면)
엄마1 민준엄마, 이 일에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손 대고 있던 과외방, 컨설팅 할 거 없이
다 털리구선 뭐하는 거야 이게.
엄마2 맞어, 이 바닥 다 빤한 거, 누구보다 잘 알잖어?
누가 민준엄마 믿고 애들 교육 맡기겠냐구.
엄마3 거기다...(눈치 살피다) 민준이라며?
민준모 (무섭게 가라앉는)
시진모 (눈치만 보고)
엄마1 어떻게 아들이 엄말.. 참...
엄마2 (말리며) 에이그, 그런 얘긴 하지 말자. 우린 그냥 이제 민준 엄마
그만 본단 얘기 하러 나온거니까. 우리 갈게.

엄마1,2,3 일어나 가버리면,


시진모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며 일어났다, 앉았다..

시진모 (이윽고 결심한 듯) 저, 언니...!


민준모 (보면)
시진모 (찔끔 눈 감고 주르륵 내뱉듯)
우리 시진이 컨설팅 나 다시 좀 생각해볼게!

조용하다. 시진모, 살며시 눈 뜨면


민준모 이미 일어나 나가며 통화중이다.

민준모 어, 정연엄마! 나 민준엄마야. 응, 시간 괜찮아?


왜긴, 판 하나 새로 짜는데 정연이 자리 마련했지. 응. 그러엄!

활기찬 목소리로 전화하며 나가는 민준모를 보며,


시진모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26. 이안의 집 앞. 저녁
은비, 이안의 집 대문 앞에 기다리고 서 있는데,
그 때, 이안부의 트럭이 대문 앞에 와서 멈춘다.

이안부 어? 너 은별이 아니니?

차에서 내려 다가오는 이안부.


놀라는 은비 꾸벅 인사한다.

이안부 왔으면 들어가지 뭐하고 있어?


은비 아....아녜요.
이안부 아니긴, 난 내 집 온 손님 절대 밥 굶겨서 안 보낸다.
(버럭) 얼른 들와!!!

이안부, 앞서 대문으로 들어가면,


난처한 은비, 어쩔 줄 몰라하며 서 있는데,
다시 대문 열리고 이안부 고개 내민다.
이안부 안 오고 뭐해?

#27. 이안의 집 거실. 저녁


밥상에 둘러앉은 이안, 은비
부엌 쪽에서 이안부 식사를 준비하는 소리 들리고,
서로 불편해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는 이안과 은비.

은비 이안의 집을 둘러본다.
침대 옆에 수영 포스터, 벽에 걸린 메달, 트로피, 상장
낡았지만 정다운 세간들.
이안과 이안부의 소박하고 따뜻한 일상을 느끼는 은비.
이안, 그런 은비를 보는.

그때 이안부, 보글보글 끓는 찌개를 밥상에 놔준다.


아이들, 아무도 숟가락 안 들고 보고만 있으면

이안부 (미안한) 왜? 찬이 맘에 안 드냐?

은비, 얼른 숟가락 들며

은비 아니에요! 잘 먹겠습니다!

은비 밥 먹기 시작하자, 이안도 마지못해 숟가락 든다.


이안부, 흐뭇하게 아이들 바라보다가

이안부 (이안에게 다정히) 젓가락질 불편하면 반찬 좀 놔주랴?


이안 아부지는... (피식 웃으며, 젓가락 탁탁 쳐 보인다.)
이안부 자식... 웃는 거 보니까 살만 한가보네?
은비 (이안이 웃으니까 좋아서 살짝 웃는)

이안과 은비, 말없이 밥 먹으면

이안부 (말 없는 아이들 둘러보며, 장난스럽게)


야! 근데 니네 왜 이렇게 조용해? 둘이 싸웠냐?

아이들 뻘쭘한 표정으로 서로를 본다.

#28. 이안의 집 대문 앞. 밤
은비와 이안부 서 있다.
은비, 꾸벅 인사하며

은비 아저씨,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안부 그래, 조심히 가고, 또 놀러와라?
은비 (미소로) 네!
이안부 (집 쪽 슬쩍 돌아보고는) 은별아, 저 녀석,
멀쩡한 척 해도 지금 속이, 말이 아닐 거다.
은비 (어렵게) 네..
이안부 어려서부터 니들 서로 의지하며 잘 지냈으니까
이번에도 니가 우리 이안이 좀 잘 잡아줘라.
은비 (마음 아픈, 꾹 누르며 고개 끄덕인다)
이안부 방구석에만 있지 않게 불러도 내고,
정신 번쩍 들게 엉덩이도 뻥뻥 차주고, 알았지?
은비 (피식 웃으며) 네에...
이안부 (다정하게 어깨 두드리며) 그래, 고맙다.

하는데, 대문 열고 나오는 이안.

이안부 (밝게) 자식이.. 뭐 하느라 이렇게 꾸물거려?


이안 .....
은비 (꾸벅하며) 저 가보겠습니다! (이안 보며) 갈게..
이안 (담담하게) 잘가라..!

그러자, 이안부 어이없다는 얼굴로, 이안의 옆구리를 툭 치며

이안부 얌마, 너 내가 이렇게 가르쳤냐?


날이 이렇게 어둔데, 안 데려다줘?
이안 (곤란하고) 가까운데요 뭐..
은비 (손 저으며) 네 맞아요! 저 괜찮아요!

은비, 서둘러 다시 한 번 인사하고 걷기 시작하면,


이안부. 이안을 향해 눈 부라리며 마구 떠민다.
이안 그 서슬에 은비 쪽으로 밀리듯 걸어간다.

#29. 동네 일각. 저녁
은비 옆에 두 걸음 쯤 거릴 두고 이안 나란히 걷고 있다.

은비 (마음 불편하고) 나 이제 혼자 가도 돼. 그만 가봐.


이안 (주머니에 손 찌르고 무심히 걸으며) 그냥 가자.
은비 너 몸도 아직...
이안 (말 자르며, 담담하게) 그냥 가자고....
은비 .... (미소로 이안 본다.)

가로등 켜진 골목을 말없이 걷는 은비, 이안의 모습에서..

#30. 거리 일각. 저녁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민준.
핸드폰 벨소리 들리면, 주머니에서 꺼내본다.
발신자 <엄마>
민준, 전화가 끊어질 때까지 보다가 주머니에 넣고 다시 가는

#31. 민준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 저녁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민준.
핸드폰 메시지 수신음 들린다.
꺼내 보면, 엄마의 메시지.

민준모(E) 어디야? 새 과외 잡혔어. 늦지 않게 와. 이런 일 있다고


게으름 피우는 거 엄마 용납 못해. 정신 똑바로 차려!

엘리베이터 문 열리면, 천천히 올라타는 민준.

#32. 엘리베이터 안. 저녁
층수 버튼 앞에 서 있는 민준.
완전히 지친 얼굴로 3층 버튼을 누르려다, 멈춘다.
천천히 옮겨지는 떨리는 손가락.
15층을 누르는 민준의 흔들리는 눈동자.
민준 결심을 굳힌 듯 꾹 눈을 감는다.

#33. 아파트 옥상 앞. 밤
옥상으로 통하는 문 앞에 선 민준의 작고 외로운 등.
민준, 보면, 크고 녹슨 자물쇠로 잠긴 문.
민준의 핸드폰 진동이 쉴 새 없이 울린다.

#33-1. 민준의 집 거실. 밤


소파에 앉아 초조한 얼굴로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는 민준모
민준부, 냉장고에서 물 꺼내 벌컥벌컥 마시며

민준부 안 받아?
민준모 (신경질적으로 끊으며) 얘가 증말...!

그때, 민준부의 핸드폰 울린다.


민준부 발신자 보고 놀라는.

#33-2. 아파트 옥상 앞. 밤
민준, 옥상 문 앞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다.
텅 빈 표정의 얼굴을 무릎에 묻는다.
헐레벌떡 뛰어 올라오는 민준부.
민준, 천천히 고개를 들면
민준부, 가슴을 쓸어내린다.

민준부 이 자식아..!! 여길.. 여길 오면 어떻게 하냐!!


민준 (담담하게)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집은 3층인데..
도저히 3층이 안 눌러져서요. 그래서...
근데 올라와 보니까 문이 되게 단단하게 잠겨 있네요.

민준부, 손을 내밀어 민준을 일으키려다가,


그냥 옆에 같이 주저앉는다.

민준부 (한숨 쉬고, 안타까워서) 왜 그랬냐...


민준 엄마가 너무 미워서..
민준부 (민준 보는데)
민준 그만 미워하고 싶어서요.
민준부 (마음 찢어지는) 미안하다..미안하다.. 민준아..

민준부, 고개 돌리고 눈물 훔쳐낸다.


민준, 그런 민준부를 본다.

민준부 애비가 돼서 아들이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걸 알 생각도 안하고..
미안하다.. 그래도 나쁜 생각은 하지마라 응?
부탁이다. 민준아.

민준부, 민준을 꼭 껴안아주면,


민준, 아버지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
민준부, 천천히 손을 들어 민준의 등을 툭...툭... 쓰다듬어준다.

그때 급하게 계단을 오르는 소리 들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민준모, 충격으로 가득 찬 얼굴.

#34. 민준의 방. 밤
침대에 앉은 민준
민준모, 그 앞에 서서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민준의 어깨에 올린다.

민준모 왜...? 왜 그랬어?


민준 (올려다보는)
민준모 (터지는) 거길 왜 갔어? 거길 왜 올라갔어!
니가 그럼 엄만 어쩌라고 거길 갔어, 왜!!
(민준을 일으켜 마구 치며) 니가 어떻게!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나는 내 인생도 없이 너만 보고 사는데에에!
민준 (툭) 그러니까요.
민준모 (멈추고 보면)
민준 (진심으로 간절하게)엄만 나만 보고 사는데,.
내가 없어지면 안 되잖아요.
엄마.... 날 잃는 것 보단,
엄마 욕심 버리는 게 낫지 않아요?
민준, 눌러왔던 서러운 눈물을 뚝뚝 토해내면
민준모 그런 민준을 보다가, 울음 터지며 주저앉는다.

민준부, 열린 문 앞에 서서 아픈 눈으로, 민준모와 민준을 보고 서 있다.

# 중간타이틀 <후.아.유?>

#35. 학교일각. 낮
1학년2반 앞 복도. 낮
수업 종 울리면, 체육복 차림 아이들 1학년 2반 교실에서
뛰어 나온다.
복도를 지나가는 정민영.
마지막 한 아이가 출석부에 달린 열쇠로 문을 잠근다.

민영 출석부, 선생님이 교무실 가는 길에 놔둬줄까?


아이 네! 감사합니다.

아이, 출석부 주고 가면, 민영 2반의 문을 연다.

#36. 1-2반 교실. 낮


민영 들어온다.
텅 빈 교실을 둘러보는데 눈에 얼핏 눈물이 고이는.
중간 어느 자리에 앉아 본다.
우는 듯, 웃는 듯 묘한 민영의 표정에서.

#37. 휴게실. 오후
은비, 시진 앉아서 음료수 마시고 있는데
들어오는 송주.
송주 종이백에서 가방 세 개를 우르르 꺼내는.
색깔만 다르고 같은 모양이다.

송주 짜잔!! 야, 하나씩 가져!


시진 이게 뭐야?
송주 이시진, 너 수학여행 때 우리만 가방 맞춰서 섭섭했지?
이제 셋이 똑같은 거 생겼으니까!
(농담) 절대 셋이 같은 날 들지는 말자아?

셋, 웃으며 즐거운.

#37-1. 교실. 오후
민준, 들어오면 모두 하교해서 비어 있는 교실.
교탁에 아이들이 아무렇게나 놓고 간 책이 잔뜩 쌓여 있다.

김준석(E) 무단결석한 벌이다. 애들한테 반납 기한 넘긴 책들


모아두라고 했으니까 도서관에 반납하고
정리까지 싹 하고 와라.
속 시끄러울 땐 몸 움직이는 게 최고다.

말없이 가서 정리하기 시작하는 민준.

#37-2. 도서관. 오후
민준, 머리를 넘도록 높이 쌓은 책을 들고 아슬아슬 걷고 있다.
책장 앞으로 비틀대며 오는 민준.
책을 고르고 있던 은비가 그런 민준을 보는데,
순간 비틀하는 민준, 어어-
은비 팔을 뻗어 보지만, 책 와르르 쏟아지고,
망연자실한 표정의 민준과, 눈이 마주치는 은비.

#. 민준과 은비, 함께 책을 정리하고 있다.

민준 (무심히) 도와줘서 고맙다.


은비 뭘....(짠해서 민준 보면)
민준 (마주 보며, 편안하게) 왜? 불쌍해?
은비 (당황해서)어? 아니!
민준 (정리하며 무표정하게)농담인데.
은비 (웃고) 야, 농담은 좀 웃으면서 해라.
민준 되게 어색하다. 너랑 이런 얘기 하니까
우리 1학년 때부터 한 반이었어도 이런 적 거의 없었는데.
은비 1학년 때 너랑 나랑 같은 반이었어?
민준 (끄덕이고)
은비 그땐 나 어땠는데?
민준 (은비 얼굴 빤히 보다가) 그때도 우린 안 친했지.
은비 (픽 웃으며) 그래 그건 알겠다!
민준 (문득 생각나는) 근데 작년 이 맘 때쯤에,
하교 했다가 밤에 다시 학교에 갔던 적이 있거든.
점심시간에 교실이 시끄러워서 과학실에서 공부했는데
교재를 놓고 와서.

#37-3. 복도. 밤 (1년 전. 민준의 회상)


어두컴컴한 복도. 문제집을 안고 계단을 내려오는 민준.
그때 복도 끝 1학년 2반 열린 뒷문으로 뒷걸음질 치며 나오는 은별.
민준 깜짝 놀라고,
뒷걸음질 치다가, 뒤로 풀썩 넘어지는 은별.
민준 그런 은별을 알아보고 다가가려는데, 은별 벌떡 일어나
반대쪽으로 달려간다.
민준, 그런 은별의 뒷모습 보며 갸웃하다가, 그대로 계단 내려가는.

#37-4. 도서관. 오후 (현재)


은비 ....그런 일이 있었어?
민준 응.. 그 날이어서 정확히 기억 나.
은비 무슨 날?
민준 넌 기억 안 나겠지만, 정수인이라고 우리반이었던 애 있었는데
걔 죽었단 소식 듣기 전 날.
은비 (!!!) 정수인?!
민준 (끄덕이고) 응. 너 수인이도 기억 안나?
은비 (아무 말 못하고)

#도서관 일각. 오후
은비와 민준이 있는 서고의 한 칸 너머에서
둘의 대화 듣고 있는 민영의 가라앉은 표정에서.

#38. 하굣길. 학교 현관 앞. 오후
비가 내린다.
현관을 막 나서는 은비,
우산을 펼치고 한 걸음 내딛는데
불쑥 은비의 우산 안으로 들어오는 누군가.
보면, 눈을 맞추며 활짝 웃는 태광이다.
손엔 펼치지도 않은 우산을 들고 있다.

은비 (태광의 손에 들린 우산 봤다. 어이없고)


야! 너 우산 있잖아!
태광 (귀찮은 표정 지으며) 이왕 핀 거 같이 좀 쓰자!
은비 (기막혀, 장난으로) 싫어!

태광, 둘러보더니 막 우산 없이 나가는 옆 사람에게


들고 있던 우산 쑥 내밀어 준다.

태광 이제 없지? 우산?
은비 (어이없어 웃고 마는)

태광, 빨리 가자고 은비를 떠밀고,


그렇게 두 사람, 한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데
둘의 우산이 사라지자, 비로소 보이는 이안.
멀어지는 은비와 태광을 보고 서 있는 모습에서.

#39. 수영장. 오후
이안, 교복 입은 채, 텅 빈 수영장에 멍하니 서있다.

은비 한이안! 너 여기서 뭐해?

이안, 무심히 보면, 은비 다가오고 있다.


은비 내가 쓸데없는 걸 물었지? 니가 수영장에 있는 거,
너무 당연한 일인데...그치?
이안 (외면하면)
은비 근데 너! 왜 아무도 없을 때 몰래 와서,
수영장 주변만 빙빙 돌다가 가는 거야?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사람처럼, 응?
이안 듣기 싫어. 그만해.
은비 니가 말했었지? 가끔 사람들 기대가 너무 무거워서
벗어던지고 싶다고, 그래서 지금 편해? 좋아? 아니잖아!
이안 그만하라고 했다...
은비 내가.... 너무 미워서 그래?
이안 너랑 아무 상관없는 일이야.
은비 그럼, 너도...물이 무섭니?
이안 .......(차갑게 보는)
은비 나....기억 돌아오고 나서부터, 물이 정말 무섭더라.
죽고 싶었던 그 순간에,
사실은... 얼마나 그 물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는지...
얼마나 다시 살고 싶었는지!
다...생각났거든....
이안 (마음 아프고)
은비 그리고 너 만날 때마다 감사했어.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그래서 난....너 망가지는 거 못 봐...

이안, 괴로운 눈으로 은비를 보다가,


천천히 스쳐 지나간다.

#40. 체육관 앞. 저녁
체육관 앞으로 걸어 나오는 은비,
핸드폰 문자 수신음 울리면 확인한다.

< 은별아! 1학년 2반 교실로 와줘. -수인>

은비 표정 굳어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통화 버튼을 누른다.
받지 않아, 끊임없이 이어지는 벨소리..
은비, 망설이다가 학교를 향해 가면,

#40-1. 태광의 집 서재 앞 복도. 저녁


이사장의 서재 앞을 지나는 태광.
문을 스쳐 갔다가 문득 발 멈추고
무심히 문 열고 들어 가는
#40-2. 태광의 집 서재. 저녁
문 열고 들어서는 태광.
불을 켜고, 천천히 책상쪽으로 걸음 옮기는.
책상 위에 놓인 서류들을 뒤적여 보다가,
서랍을 하나씩 열어 본다.
맨 마지막 서랍을 열면 보이는 은비 학생증 사진.
놀라서 더 뒤적여 보면, 드러나는
<강남 세강고 여고생 사망사건> 수사파일.
꺼내 들어 표지를 보고 있는 태광.
긴장 된 표정으로 한 장 넘기는 얼굴에서.
(표지만 나올 것!!!!)

#41. 복도일각. 저녁
텅 빈 복도를 혼자 걷고 있는 은비.
1학년 2반 교실 앞에 서서 창문을 들여다보면
안에 아무도 없다.

#42. 1-2반 교실 안. 저녁
은비, 살짝 열린 문틈으로 스산한 교실을 들여다본다.
조심스럽게 몇 발짝 들어서는데,
은비 뒤로 스윽 드리워지는 누군가의 그림자.
화들짝 놀란 은비, 뒤를 돌아보면.
서늘한 얼굴의 민영이 서 있다.

은비 서..선생님?

민영, 은비 앞으로 성큼 들어선다.

민영 (담담하게) 은별아, 안녕?

#42-1. 수영장 안. 저녁
뛰어 들어오는 이안.
둘러보지만 텅 비어 있는 수영장.
다시 나가는 이안

#42-2. 1-2반 교실 안. 저녁
민영과 은비 마주 서 있다.

은비 선생님이 저 부르신거예요?
민영 (감정 없이) 응. 물어 볼 게 있어서.
은비 (두려움으로 보면)
민영 (툭) 고은별, 너 기억 났지?
은비 네?
민영 정수인.. 어릴 때 친구였다고 니 입으로 말했잖아.
은비 수..인이요?
민영 그래, 수인이한테 편지도 받았다며?
뭐라고 써 있었어?
은비 그건...
민영 이번엔 수인이가 보낸 뭘 무시해버렸니?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
수인이에 대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건 아니고?
은비 (무섭지만 참고) 선생님은 수인이를 어떻게 아세요..?
민영 어떻게 아는 거 같아?
은비 저한테 왜..이런 걸 물으시는 거예요?
민영 (바짝 은비에게 다가가 한손으로 어깨를 잡고)
왜냐면! 내가, 수인이......언니니까!
은비 (깜짝 놀라는)

독기어린 민영의 눈에 눈물이 슬쩍 고이고,


은비 당황하고 무서워 뒷걸음질 치는.

#42-3. 체육관 앞. 저녁
이안 체육관에서 막 나온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이안.

#42-4. 1학년2반 교실. 저녁


뒷걸음질 치는 은비를 향해 한 발씩 다가가는 민영.

민영 우리 수인이 죽던 날. 너 뭐했니??
은비 (!!)
민영 니가.. 외면해버려서 혼자 외롭게 죽은
내 동생 보는 기분이 어땠어?
은비 (놀라서)제가 정말 그랬단 말인가요?
민영 (화가 치밀어오르는) 왜 그걸 나한테 물어?
니가! 다가가서 괜찮냐고 한 번만 물어봐 줬음,
안 죽었을건데!
은비 (두려워) 놔주세요...! 선생님..
민영 (은비를 확 밀어버리고는)
너도 한 번 느껴봐. 이 어둡고 차가운 교실에
혼자 버려진 기분, 한 번 느껴보라고!

민영, 넘어져 있는 은비를 두고 복도로 나간다.


쾅 닫히는 문.
은비, 공포에 질린다.
일어나 문으로 달려간다. 문 열어보지만 안 열리고

은비 (두드리며) 선생님!! 문 열어주세요!! 선생님!!


아무런 대답 없자,
은비,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배터리가 거의 떨어져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벨이 계속 울리지만 받지 않자 애타는 은비.
곧 핸드폰 전원이 꺼지고, 은비 얼굴 공포에 휩싸인다.

#43. 은별의 집 거실. 저녁


테이블 위,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다가오는 은별모
하지만 핸드폰을 집자마자 뚝 끊어진다.
휴대폰 내려놓고 돌아서는데
다시 울리기 시작하는 전화벨
은별모 통화 연결하고

은별모 여보세요? (사이) 여보세요?

하지만 곧 툭 끊어지면, 은별모 발신 번호를 확인 하고


무심히 전화기 내려놓는다.

#44. 공중전화 일각. 저녁


공중전화 수화기를 내려놓는 소녀의 흐릿한 뒷모습.
모자와 안경 쓴 모습.

#44-1. 태광의 집. 저녁
침대에 누운 태광. 걱정스런 표정이다.
은비에게 전화를 걸어보는데,
전원이 꺼져 있다는 메시지 들리면
에이.. 하며 끊고, 의아한.

#47. 1-2반 앞 복도. 밤


교실 앞에 차가운 얼굴로 서있는 정민영
안에서 쿵쿵, 두드리는 소리와 문 열어 달란
은비 목소리 들린다. 민영, 입술을 깨무는데
그 때, 계단 아래서 다다다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 들리면
정민영, 소리 나는 쪽을 한 번 돌아보고,
반대쪽 복도 끝으로 사라진다.

#48. 1-2반 교실 안. 밤
남은 힘을 다해 문을 두드리던 은비,
패닉 상태로 스르르 바닥에 주저앉는다.
은비, 두려움에 떨며 작은 소리로

은비 거기 누구 없어요..? 제발...
은비, 공포에 휩싸인 눈에서 눈물 주루룩 흘러내리는 순간
벌컥 열리는 교실 문.
젖은 눈으로 깜짝 놀라 바라보는 은비의 얼굴에서
<11회 끝>
<제 12 회>

#1. 세강고 전경. 저녁

#2. 세강고 당직실. (CCTV통제실) 저녁


학교 곳곳의 CCTV 모니터가 설치 된 당직실.
학주 기다리고 있고, 김준석 이제 막 도착했다.

학주 (미안한) 김선생, 이거 미안해서 어떡해


김준석 최선생님두 참, 별말씀을 다 하세요.
학주 (침통한) 낮에 통화할 때 까지만 해도 정정하셨는데,
몇 시간 사이 이렇게 맥없이 쓰러지실 줄, 누가 알았겠어?
김준석 괜찮으실 겁니다. 학교 걱정 마시고, 얼른 가보세요.
학주 그럼 좀 부탁할게.
김준석 예..

학주, 가방 등을 챙겨 나가면,
배웅하러 따라 나가는 김준석

#텅 빈 통제실.
한 CCTV모니터에 복도를 걸어가는 은비의 뒷모습 보인다.
모니터에서 은비의 모습 사라진 뒤,
다시 통제실로 들어서는 김준석

#3. 1학년2반 교실. 저녁 (#42-4)


뒷걸음질 치는 은비를 향해 한 발씩 다가가는 정민영.

정민영 정수인이 죽던 날. 너 뭐했니??


은비 (!!)
정민영 니가.. 외면해버려서 혼자 외롭게 죽은
아일 보는 기분이 어땠어?
은비 (놀라서) 제가.... 그랬다구요?
정민영 (화가 치밀어 올라 소리 지르는)
니가! 다가가서 괜찮냐고 한 번만 물어봐 줬음,
안 죽었을 건데!

두려움에 가득 찬 은비, 정민영을 지나쳐 도망가려


발을 떼는데, 재빨리 은비 쪽으로 다가와
은비를 밀어버리는 정민영.
은비 소리 지르며 넘어진다.

정민영 (싸늘하게) 너도 한 번 느껴봐. 이 어둡고 차가운 교실에


혼자 버려진 기분, 한 번 느껴보라고!

-1-
정민영, 넘어져 있는 은비를 두고 복도로 나간다.
쾅 닫히는 문.
은비, 공포에 질린다.
일어나 문으로 달려간다. 문 열어보지만 안 열리고

은비 (두드리며) 열어주세요!! 문 열어주세요!!

아무런 대답 없자,
은비,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배터리가 거의 떨어져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벨이 계속 울리지만 받지 않자 애타는 은비.
곧 핸드폰 전원이 꺼지고, 은비 얼굴 공포에 휩싸인다.

#4. 수영장. 저녁
다시 수영장으로 들어온 이안,
은비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걱정스러운 얼굴이 된다.

#5. 태광의 집. 저녁 (11부 #44-1.)


침대에 누운 태광. 걱정스런 표정이다.
은비에게 전화를 걸어보는데,
전원이 꺼져 있다는 메시지 들리면
에이.. 하며 끊고, 의아한.

#6. 복도. 저녁
랜턴을 들고, 복도를 걷는 김준석.
멀리서 “꺅!”하는 비명소리가 들리면,
깜짝 놀라며 소리 나는 쪽으로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김준석, 계단을 돌아 복도로 들어서면,


멀리 걸어가는 여자의 뒷모습 보인다. (정민영)
여자, 사라지고, 김준석 의아한 눈으로 뛰어 쫓아가는데
문득 가까이에서 들리는 문 두드리는 소리,

은비(E) 거기 누구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제발...

김준석, 정민영을 향해 가려던 발길 멈추고 교실 쪽을 돌아본다.

#7. 1-2반 교실 안. 밤
남은 힘을 다해 문을 두드리던 은비,
패닉 상태로 스르르 바닥에 주저앉는다.
은비, 두려움에 떨며 작은 소리로

-2-
은비 도와...주세요...도와...주세요

은비, 공포에 휩싸인 눈에서 눈물 주루룩 흘러내리는 순간


벌컥 열리는 교실 문
젖은 눈으로 깜짝 놀라 바라보는 은비의 얼굴

김준석 은별아!!!
은비 (덜덜 떨며) 선..생..님.....
김준석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니?
어쩌다 이 시간에 여기 오게 된 거야?
은비 (고개 숙이면)
김준석 일단, 나가자.

은비, 고개를 끄덕이면


은비를 부축하며 혼란스러운 김준석의 얼굴에서

#8. 교정일각. 밤
안정을 찾은 은비, 김준석과 함께 건물 앞으로 나오는데,
수영장에서 오던 이안, 두 사람을 보고 달려온다.

김준석 어! 한이안! 잘 왔다.


은별이 좀 집에 데려다 줄 수 있지?

이안, 지치고 멍한 은비를 본다.

이안 네, 샘! (은비에게) 너...왜 그래?


은비 ......
김준석 은별이가 많이 놀란 거 같으니까, 잘 좀 부탁한다.
고은별! 집에 가서 푹 쉬고 선생님이랑은 내일 얘기 하자.
은비 네....

김준석, 서둘러 건물로 들어가 버리고,


이안, 걱정스러운 눈으로 은비를 본다.

이안 걸을 수 있겠어?
은비 응, 나 괜찮아.
이안 (가방 뺏어서 들고) 힘들면 말해
은비 응

이안, 한 팔을 들어, 은비를 부축하려다 멈칫하는데,


은비, 힘겹게 걸음을 옮기면,
잠시 망설이다 가볍게 은비 어깨 잡아주며 걷는다.

#9. 은별의 집 앞. 밤

-3-
태광, 한 손에 핸드폰 들고, 막 도착해 숨 고르는데
저 쪽에서 같이 걸어오는 이안과 은비 보인다.
화나서 성큼성큼 다가가는 태광

태광 (버럭) 야! 너 전화기 왜 꺼져 있는데, 어?


이안 공태광! 목소리 낮춰..

태광, 초췌하고 지친 은비를 본다.

태광 야! 너...괜찮냐?
은비 응..
태광 (이안에게 오해하고) 얘 왜 이래? 무슨 일인데!!!
너 또 얘한테 뭐라고 했냐?
은비 그런 거 아냐...
이안 급한 일 아니면 나중에 얘기해라.
태광 엄청 급한 일이거든! 야! 너 혹시 정...
(수인, 하려다가 은비 보고, 참는)
에이씨... 일단 들어가라. 너..
얼굴이 그게 뭐냐?

태광, 이안이 메고 있는 가방 휙 뺏어 은비에게 준다.


은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문 열고 들어가 버린다.
은비가 들어간 것 확인하고, 이안 발길 돌리는데,

태광 야! 한이안! 어떻게 된 건지 말 좀 해봐라!


이안 너한테 왜 그래야 되는데?
태광 너 쟤 싫어하잖아?
이안 !! (대답 못하는 자신이 놀랍고)
태광 허... 아니냐? 왜 대답을 못해!!
너... 쟤 싫어하잖아!!
이안 그래서?
태광 신경 끄라고... 아님, 울리지나 말던가...
이안 !!! (차가운 눈으로 태광을 노려본다.)

태광, 이안을 스쳐 지나가 버리면


그 자리에 우뚝 서있는, 이안의 혼란스러운 얼굴에서

#타이틀 <후. 아. 유?>

#10 . 세강고 전경. 아침

#11. 상담실. 아침
김준석, 굳은 표정으로 은비 얘기를 듣고 있다.

-4-
김준석 그래서 얼굴은 전혀 못 본거야?
은비 네... 어두웠고 또 모자를 눌러쓰기도 했구요.
김준석 그랬구나. 무슨 얘길 하진 않았니?
은비 정수인 얘길 꺼냈어요.
김준석 (놀라는)
은비 (애써 담담하게) 사실은 그동안 그 애한테서...문자를 받았어요.
김준석 !!!
은비 어제도 문자 받고 교실에 갔던 거예요.
김준석 은별아.. 당장 무슨 말을 해 줄 수가 없어..미안하다.
선생님이 좀 더 알아볼 동안 잠시 기다려 줄 수 있겠니?
그 사이 혹시라도 또 문자나 연락이 오면 꼭 나한테 말하고.
알겠지?
은비 (끄덕이는)

#12 . 교무실. 오전
김준석 노트북으로 CCTV영상을 확인하고 있다.
점퍼 차림에 모자를 눌러 쓰고 복도를 걸어가는 여자,
하지만 계단 코너를 돌 때 보이는 여자는 정민영이다.
정민영의 옆얼굴이 잡힌 화면을 정지시키고, 반복해서 보는 김준석
그 때, 노크소리 들리고 정민영 들어선다.

정민영 김선생님! 여기 계셨네요.

김준석, 깜짝 놀라 CCTV화면 닫고,


애써 담담한 얼굴로, 정민영을 유심히 본다.

김준석 아.. 예... 확인 할 게 좀 있어서..


정민영 조회 안 하세요?
김준석 해야죠. 금방 가겠습니다.

정민영, 미소로 문을 닫고 나가면,


의혹의 눈으로 닫힌 문을 보는 김준석

#13. 복도. 오전
김준석, 옆에 따라오는 정민영을 슬쩍슬쩍 의식하며
불편한 얼굴로 걷고 있다.
김준석, 쳐다보면, 밝은 미소 지어 보이는 정민영

김준석 정선생님은 항상 표정이 밝으시네요.


근데, 겪어보면 아시겠지만,
교직생활이란 게 생각만큼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떠보는) 아이들이 아주 미워지는 일도 생길거구요.
정민영 (의미심장한) 선생님도 그러셨어요?
김준석 네?

-5-
정민영 혹시 맘속에, 예쁜 학생, 미운 학생...
관심 가는 아이 따로 있고, 내버려 두는 아이 따로 있고....
그러시냐구요?
김준석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시는지...
정민영 (대수롭지 않은 듯) 아니 뭐, 그런 것만 아니면 된다구요.
선생님도 사람인데 모든 아이들이 늘 똑같이 좋을 순 없겠죠.
김준석 아....예...

김준석, 왠지 서늘해지는 느낌에 정민영을 본다.

#14. 교실. 오전
교탁 앞에 서 있는 정민영
은비, 노트 정리를 하다가,
정민영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든다.

정민영 여러분! 날씨도 더운데,


하루 종일 좁은 교실에 갇혀 지내기 힘들겠지만,
여러분 곁에는 늘 여러분을 걱정하는 선생님들이 있다는 거
잊지 말고, 오늘도 파이팅!!
아이들 (놀리듯) 네!!

은비, 정민영의 목소리 들으며 눈빛 흔들린다.

정민영(E) 너도 한 번 느껴봐. 이 어둡고 차가운 교실에


혼자 버려진 기분, 한 번 느껴보라고!

정민영의 옆에 서있는 김준석, 은비의 불안한 표정 읽고


의심스런 눈으로, 정민영을 본다.
김준석 정민영 교실을 빠져나가고
은비의 핸드폰 문자 수신음 울린다. 확인하면

태광(E) 옥상!!

은비, 돌아보면 태광 손가락으로 하늘 가리키며 씨익 웃어 보인다.


태광과 은비를 무심히 보는 이안, 헤드셋을 쓰려는데
송주, 그런 은비, 태광을 보다가 이안에게 다가온다.

송주 야, 한이안!
이안 어?
송주 공별이랑 왜 또 싸웠냐? 공별 안 그래도 징계위원회 땜에 심란한데
얼른 풀어.
이안 (놀라며) 징계위원회?
송주 야, 니네 진짜 심하게 싸웠구나? 몰랐어?

-6-
이안, 생각이 많아지는 표정에서.

#15. 복도. 오전
정민영 김준석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김준석, 불안한 눈으로 보면, 정민영 시선 느끼고

정민영 (방긋 웃으며) 선생님, 오늘 저녁에 시간 있으세요?


김준석 (긴장해서 본다) 무슨 일이신데요?
정민영 그냥 교사로서 선배님이시니까, 교직 생활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 더 듣고 싶어서요.
김준석 (정민영의 얼굴 가만히 보다가) ....그럽시다.

#15-1. 화장실. 오전
세면대 앞에 서 있는 송주. 핸드폰 들여다보고 있다.
화면에 오디션 프로그램 포스터 떠 있고.
뒤를 지나던 소영이 그 모습 슬쩍 본다.

소영 포기하기 힘든 꿈이지?
송주 (보면)
소영 나 아무 사심 없이 삼촌한테 너 다시 소개해 줄 수 있는데.
뭐 니가 싫으면 어쩔 수 없지만.
송주 (픽 웃고) 너야말로 내가 그렇게 포기가 안 되니?
그래 나 싫어. 내가 얼마나 바라던 꿈인데 그렇게 찝찝하게
시작하긴 싫거든! 거기 아니어도 오디션 볼 데 많으니까
그냥 신경 꺼.

송주, 걸음 옮기면,
소영, 모멸감으로 부들부들 떠는데.
나오는 송주, 화장실 안에서 들리는 소영의 짜증난 비명
송주, 멈칫 하지만, 그대로 간다.

#16. 휴게실. 오전
기태, 해나, 민석 휴게실에 앉아 음료수 마시고 있다.
해나, 콜라 시원하게 한 모금 마시고

해나 어우...시원해! 나 교생 때문에 아침 먹은 거 얹힌 것 같아.


왜 그러냐? 진짜... (흉내 내며) 여러부운!!! 어.. 느끼해
민석 이야.... 조해나 질투 쩌네?
해나 뭐? 질투?
민석 딱 보니까 기태 들켰는데?
기태 (깜짝 놀라 손 저으며, 아냐!!아냐!!)
민석 왜? 아니야? 버스가 아니었나? 번호 딴 거. 맞는데?

민석, 눈 동그랗게 뜨고 있으면 기태, 민석의 뒷통수를 한 대 친다.

-7-
해나 거칠게 기태의 넥타이 확 잡아당기면서

해나 야! 권기태! 버스에서 뭘 따?
기태 (버럭) 버스가 과수원이냐? 따긴 뭘... 땄다고.. 저게 미쳤나?

해나, 기태의 뒷주머니에서 재빠르게 핸드폰 꺼내


주소록 휘리릭 넘기면 정민영 없고,

해나 차례로 다 통화버튼 누르기 전에 불어라!


(휴대폰 보며) 안나? 소피아? 스칼렛? 누구야아아?
기태 (끙) 제.. 제니퍼?
해나 제니퍼? (뒤통수 갈기며) 놀구있네!!!

목 앞으로 확 쏠리며 스타일 구기는 기태의 얼굴에서

#17. 옥상. 오전
태광과 은비, 마주 서있다.

<태광의 플래시백>
수사기록 파일 넘겨보는 태광
<최초 시신 발견자 - 세강고 1학년 2반 고은별>

태광 (화가 나서) 야! 넌 겁도 없이 그 밤에 거길 혼자 가냐?


무슨 일이라도 있음 어쩌려고!
은비 궁금했어.. 대체 정수인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태광 아직 자세한 얘긴 못하겠지만.....
정수인 죽었을 때, 처음 발견한 게 고은별이야.
은비 !!! (놀라서 보고) 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
태광 (말 못하겠고) 그냥...어쩌다가...
암튼! 너 또 어제 같은 일 생기면 무조건 나한테 전화해.
몇 시든, 어디든! 알았냐?
은비 (보고 있으면)
태광 이씨.. 대답 안 해?
은비 (못 말린다 싶어, 끄덕이며) 알았어.
태광 (머리 복잡해 마구 헝클이며 휙 돌아 나간다)
은비 (운동장 쪽으로 몸 돌리며, 근심어린 얼굴인데)

나가던 태광 다시 돌아와,

태광 안 가냐?
은비 나 조금만 있다 갈게. 너 먼저 가
태광 야! 안 돼! 당분간 너 절대로 혼자 못 둬! 알았냐?

태광, 은비 옷 잡아 질질 끌고 간다.

-8-
#18. 복도. 오전
태광보다 한 발 앞서 걸어가고 있는 은비.
정민영, 마주 걸어오다 눈이 마주친다.
은비, 저도 모르게 한 걸음 주춤하면,
바로 뒤에 있던 태광, 은비와 부딪칠 뻔, 하다가 정민영을 본다.

정민영 은별이구나? (다가가 은비 어깨에 가볍게 손 올리는데)


은비 (어깨 움찔하며 굳어) 안녕하세요?
태광 너 왜 이렇게 놀래냐?
정민영 (미소로) 그러게? 수업 잘 들어!

정민영, 복도를 걸으며 표정 차가워진다.


걸어가던 은비, 정민영을 돌아본다.

#19. 교무실. 오전
김준석, 컴퓨터로 정민영의 인사기록카드를 보고 있다.
누가 보나, 뒤를 슬쩍 한 번 돌아보는 김준석.
가족관계란 보면, 부/모 외엔 없다.
잠시 생각하다, 창을 닫고 다른 프로그램을 클릭하면,
떠오르는 화면 <정수인> 생활기록부.
가족관계란에 보이는 글씨 <자매 정민영>
놀라는 김준석.
그때 학주 불쑥 머리 들이밀며,

학주 김쌤, 뭐 보세요?
김준석 (서둘러 노트북을 덮고) 아, 아닙니다!
학주 (씩 웃으며) 종례 안하세요? 찾아가는 진로 교육 날짜 나왔던데...
이 번에 오시는 분이 엄청 유명한 대학교수님이시라면서요? 이번 강연
주제도 그렇고 아주 좋더라구요.
김준석 그러게요. 애들이 진지하게 듣고 진로에 도움이 됐음 좋겠네요.
(어색하게 웃으며 일어나 나간다)
학주 (김준석이 반쯤 닫아 놓은 노트북에 살짝 손을 대는)

#19-1. 급식실. 낮
테이블에 앉은 기태와 민석
기태 밥 먹는데 민석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기태 밥 안 먹고 뭐하냐?
민석 주말 소개팅에 입고 나갈 갈 옷 산다.

민석, 핸드폰으로 쇼핑몰에 접속해, 재킷 하나를 골라 담고


결제버튼을 누르는데, 기태, 민석의 폰을 들여다보며

-9-
기태 소나 개나 소개팅은...

민석, 어이없다는 듯 기태 확 째려보고

기태 야, 잠깐 줘봐.
민석 왜?
기태 너 땜에 삐진 우리 해나 맘 풀어줘야지~

기태, 핸드폰으로 티그림 어플 누르고, 티셔츠 만들기 누른다.


기태와 해나 둘의 사진 클릭해서 첨부하고, 텍스트 적는다.
<커플티셔츠>

송주, 시진, 태광 앉아서 밥 먹고 있다.


송주, 시진 맛있게 먹는데 태광 영 입맛이 없는 듯 깨작거린다.

시진 야, 공태광! 너 입맛이 없어? (크게 한술 떠 먹으며) 나돈데..


태광 (어이없어 보다가, 제 밥을 크게 퍼서 시진에게 주는)
시진 야. 너 지금 뭐하는거야?
송주 공태, 약간 잔반 처리 하는 느낌 드는데?
태광 (밥 다 퍼서 시진에게 주며 시선 안주고)
너는, 밥 먹을 때 젤 예쁘잖아.
많이 먹어~ (일어나서 간다)
시진 (수북한 밥보며, 속상한) 쟤 진짜 어떡하니...
난 받아 줄 맘이 없는데? 내 스타일 아니라니까..!
송주 (고개 절레절레)

태광, 나가는데
기태 뒤로 스윽 지나가면서

기태 너 쟤 진짜 좋아하냐?
태광 (진짜 돌겠다는 듯 으아아..)
기태 그치? 아니지? 시진이가 아깝지...(쯧쯧..)

#20. 교정 일각. 오후
걸어가고 있는 태광. 마주 오던 소영과 딱 마주친다.
소영 태광을 한 번 째려보고 가려하는데, 발로 툭 막는 태광.

태광 징계위원회, 니 솜씨냐?
소영 (픽 웃고) 내가 무슨 이사장 딸이라도 되냐? 그런 짓을 하게?
태광 하긴.. 너한테 뭔 도움이 된다고 그런 걸 하겠냐..
소영 (올려다보며) 뭐?
태광 그렇잖아. 니가 이 학교에서 잘 지내는 거랑
걔 전학이 뭔 상관인데? 걔가 전학가면 니가 한 일이 없던 일이
되냐?

-10-
소영 (파르르 해서 보면)
태광 (긁적이며 가는) 참 신기해? 공부 잘하는 거 보면...

소영, 그런 태광을 보며 씩씩거린다.

#21. 교정일각. 오후
스탠드에 앉아 있는 이안.
은비 와서 살짝 떨어져 앉는다.

이안 (은비 한번 보고, 툭) ...괜찮냐?


은비 응.
이안 나 가까이 있었는데 부르지 그랬어.
은비 (보며 작게 웃는) 그럴 걸.
이안 (한 참 보다가) 진짜.. 가냐, 전학?
은비 (괜히 농담처럼) 왜... 갔으면 좋겠어?
이안 ...

이안, 설명할 수 없는 섭섭함을 느끼며 은비를 본다.

#22. 레스토랑. 밤
강검사, 소영모, 소영 외식 중이다.

소영모 이사장 연락 왔어요?


강검사 아니, 아직..
소영모 아직? 그럼 당신이 한 번 찾아가 볼래요?
강검사 한 사람 다녀왔으면 됐지, 뭘 또?
소영모 내가 갔다 왔는데, 일이 진척이 안 되니까
당신이 나서줘야지. 소영이가 아무리 얘기해도
쌍둥이 바뀐 거, 아무도 안 믿어 준다잖아요!
소영 (가여운 표정으로 나이프를 내려놓는)
강검사 그래서, 그 애 때문에 얼굴이 그렇게 안 좋은 거냐?
소영 (눈치 보며) 아빠... 저 그냥 여기 말고 다른 학교로
전학 가면 안돼요? 아무도 저 모르는 학교로 가면
진짜 잘 할 자신 있거든요..
강검사 또 약해 빠진 소리!! 여기서 겨우 자리 잡아 가는데
고작 그런 애 하나 때문에 또 도망을 가?
소영 (고개 숙이고)
소영모 여보, 식사 끝나고 말씀하세요!!
강검사 (혀 끌끌 차며) 정신 똑바로 차리고 버텨.
걔만 전학 보내면 되는 거지?
소영 네...!

#23. 술집. 밤
마주 앉은 김준석과 정민영

-11-
안주 접시, 비워진 술 병 몇 개 놓여 있고
정민영의 앞에 놓인 핸드폰.
적당히 취한 듯 보이는 두 사람.

김준석 저 교생 실습 했을 때 생각나네요. 그땐 저도 정쌤 못지 않은
열정이 있었는데..
정민영 지금은요? 지금은 아니란 말씀이세요?
김준석 (눈 깊어지며) 네.. 아니죠..
정민영 왜요? 김선생님을 변하게 만든 이유가 뭔데요?
김준석 작년에...우리 반이었던 제자 하나를 잃었습니다.
정민영 !!!
김준석 살아서도 지켜주지 못했고, 죽고 나서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정민영 (입술 깨무는데)
김준석 제가, 비겁해서요.
정민영 (감정 누르며) 무슨 일이었는데요.
김준석 다 내 잘못인데... 책임을 지지 않았죠, 제가.

말을 마친 김준석, 취한 듯 테이블에 엎드린다.


정민영, 표정 차가워지며 김준석을 바라보다가
핸드폰으로 손을 뻗어 조작하면, 녹음중인 화면 보인다.
막 집어 드는데, 턱 핸드폰 위에 올라오는 김준석의 손.
정민영 깜짝 놀라 보면,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김준석.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눈빛으로 정민영을 본다.

정민영 (차갑게)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김준석 잘.. 아시지 않습니까.

#23-1. 태광의 방. 밤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엄마의 기사를 보는 태광
< 송희영 결혼식 OO호텔에서 이틀 후 열려 >
보다가, 착잡해진 태광 핸드폰 내려놓고 게임기로 간다.
앉아서 이것저것 조작해보지만 재미없고.
조이스틱 툭 놓고는, 문 쪽을 바라보다
일어나 나가는 태광.

#24. 태광의 집 서재. 밤


이사장, 소파에 앉아 책 읽고 있는데
문 열리고 들어오는 태광.

이사장 무슨 일이냐?
태광 (맞은편에 앉으며 진지하게) 궁금한 게 있어서요.
이사장 (다시 책으로 시선 주며) 뭔데.
태광 정수인이랑 고은별 그리고 ...아버지 관계요.
이사장 (책을 탁 덮고 놀라서 태광을 보는)

-12-
태광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1년 전 죽은 정수인의 뭐가 무서워서, 목격자인 고은별을
강제 전학 보내시려는지...가, 궁금해요.
이사장 (분노로) 너 도대체 뭘 캐고 다니는 거냐!
태광 (씁쓸한) 이러시는 거 보니까,
제가 제대로 뭘 캔 건 맞는 거 같네요.
이사장 (누르며) 두 사건 아무 상관없다. 쓸 데 없는 짓 하지 마라.
궁금해 하지도 말고!
태광 (일어나며 담담하게) 대답 하실 맘 없으시면 제가 징계위원회
쳐들어가서 직접 물어볼까요?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
이사장 (벌떡 일어나 책을 태광을 향해 던지며) 건방진 놈!

태광의 얼굴을 살짝 스치고 벽에 가 부딪혀 떨어지는 책.

태광 (미동도 없이, 낮게) 그러니까 걔, 그런 식으로 쫓아내지 마세요.


이사장 (태광의 태도 평소와 다름을 느끼고 보는)
태광 아버지한테 부탁 같은 거 해본 적 없잖아요. 저...

이사장, 진지한 눈빛의 태광을 보는 데서.

#25. 술집. 밤
정민영, 김준석에게서 핸드폰을 뺏으려 손에 힘을 주는데
김준석, 손을 떼면서

김준석 그대로 두시죠. 아직 할 말 남았습니다.


정민영 (놀라서 보고)
김준석 (진심으로) 먼저 한 마디 말로 사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정말, 죄송합니다. 수인이 언니 되시죠?
정민영 죄송? 이제 와서요?
김준석 어제 고은별 교실로 불러낸 사람, 선생님 맞습니까?
정민영 네. 이유는 잘 아실 테니까 설명할 필요 없겠죠.

김준석,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정민영을 본다.

김준석 저한테는 어떻게 하셔도 상관없지만, 아직 어린 학생들한텐


상처주지 말아주십시오.
정민영 (발끈해서) 허, 그렇게 학생 걱정 하시는 분인지 몰랐네요!
김준석 정선생님 마음은 이해하지만 방법이 틀렸습니다.
정민영 틀려요? 경찰에 항의도 해보고, 기자도 찾아가보고!
별 짓 다해 봐도 소용없을 때, 그럼 뭘 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도 제가 나타나기 전까진 죄책감도 없이 잘만 사셨잖아요?
김준석 (할 말 없고)
정민영 잘못한 사람이 대가 치르는 걸 보겠다는 게, 뭐가 문제죠?
김준석 저에게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제가 바로잡겠습니다.

-13-
정민영 당신 같은 사람 말을 뭘 믿고?
김준석 제가 약속을 못 지키면 (정민영 핸드폰을 내밀며)
정선생님 뜻대로 해도 아무 변명 않겠습니다.

보면, 여전히 녹음중인 핸드폰.


정민영, 김준석의 진심이 느껴져 흔들리는 표정에서.

#25-1. 세강고 전경. 아침

#25-2. 옥상. 아침
벤치에 누워 눈 감고 있는 태광.

<플래시백- #24. 태광의 방. 밤>


< 송희영 결혼식 OO호텔에서 이틀 후 열려>

천천히 눈 뜨는 태광. 일어나 앉는다.


문득 핸드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송희영(F) 여보세요?
태광 .......
송희영(F) (차갑게) 여보세요?
태광 죄송해요. 잘못 걸었습니다. (끊으려는데)
송희영(F) .....태광이니?
태광 엄... (엄마, 하고 부르려다가 참는, 마음 아프고)
송희영(F) 태광아.... 태광아?

태광, 툭 전화를 끊고, 쓸쓸해진다.


벌떡 일어나 나가려는데,
여유로운 얼굴로 다가오는 소영.

소영 야, 공태광! 너 표정이 왜 그래?


태광 (손가락으로 이마를 쭉 밀며) 비켜라.
소영 (기분 나쁘지만 떨치고 웃으며)
아...이은비 볼 날 얼마 안 남아서 우울하구나?
태광 (가다가 서며, 낮게) 야, 강소영. 그냥 가라.
소영 갈 거거든? 하여간 걔 가는 날까지 기대해라. 터질 거 많으니까.

소영, 태광을 스쳐 지나가면,


태광 절레절레 고개 흔들며 가는.

#26. 교무실. 아침
선생님 두 분 정도 모여서 컴퓨터 들여다보며 수군거리고 있다.
지나가던 김준석, 모니터를 본다.

-14-
<1년 전, 죽고 나서 더 외로웠던 소녀-정수인>

게시글을 읽고 놀라는 김준석의 얼굴에서

#27. 복도. 아침
사람 없는 텅 빈 복도를, 은비와 정민영 마주 걸어가고 있다.
두 사람 목례하고 막 스쳐 지나려 할 때,
은비, 정민영의 팔을 잡는다.

은비 선생님!
정민영 어? 은별아! 무슨 일이야??
은비 ..... (보면)
정민영 (미소로)
은비 저한테... 아직 못 하신 말 있잖아요...?

당황한 기색 감추며, 은비를 보는 정민영.


은비와 정민영 함께 복도 끝으로 사라지면
급하게 나오던 김준석이 그 모습을 본다.

#28. 강당. 아침
민영과 마주 서있는 은비

은비 그 동안 저한테 문자 보내신 거 선생님 맞죠?


민영 (한참 말없이 보다가) ....그래.. 맞아..
은비 듣고 싶어요. 왜 그러셨는지....
민영 .....내가, 수인이 언니니까.....
나라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불쌍하게 떠난 내 동생...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으니까....
은비 !!!!
민영 초등학교 때, 수인이랑 너 둘도 없는 친구였잖아.
꼭 붙어 다니고, 우리 집에도 자주 놀러오고...기억 안 나?

의심 가득한 눈으로 은비를 바라보는 민영의 얼굴에서

#자막 <1년 전>

#29. 교정일각. 학기 초. 낮
교정에서 우연히 만난 은별과 수인
서로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은별 수인아! 야 웬일이야!! 우리 같은 학교구나!


수인 은별아! 우리 초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보는 거지?
야! 완전 반갑다.
은별 몇 반이야?

-15-
수인 2반! 너는?
은별 .......(시간 끌다가, 웃으며) 나두!!!

은별, 수인, 깡총거리며 좋아 한다.

#30. 1-2반 교실. 과거. 낮


멀찍이 떨어진 각자의 자리에 앉아 있는 은별과 수인,
미주를 비롯한 아이들, 수인의 뒤에 대고 수군수군 귓속말 하느라 바쁘다.
책 보던 은별, 주변 아이들의 따가운 반응에 수인을 보면,
수인, 미안한 얼굴로 은별을 돌아보며 어색한 미소 짓는다.
은별, 냉랭한 표정 지으면,
상처 받은 얼굴로 무기력하게 자리에 엎드리는 수인

#31. 1-2반 교실. 과거. 다른 날. 낮


김준석의 수학 수업 시간,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과, 지루한 듯 자리에 엎드려 있는 아이들
뒤섞여 있다.

김준석 (무심히) 자자!! 옆자리, 좀 깨워라!


학생1 그냥 해요! 자는 애들 깨우다가 진도 못 나가요.
김준석 (가볍게) 에휴... 학원가서 공부하고 학교 와서는 자고...
이게 뭐하는 짓이냐... (무심히 판서하는)

옆 친구가 깨워, 자던 몇몇 몸을 일으키지만


수인에게는, 아무도 말 걸어주지 않고, 그대로 엎드려 있다.
식은땀을 흘리며, 어딘지 아파보이는 수인을
멀찌감치 자리에서, 걱정스런 눈으로 보는 은별

김준석, 무료한 표정으로 뒤돌아 판서를 하는데,


다른 선생님, 앞 문 두드리며 김준석을 찾아온다.

김준석 (나가며) 자습하고 있어!!

#수업 끝나는 종이 울리고,


미동도 없이 엎드려 있는 수인의 옆으로 오가는 아이들

학생2 (교실로 들어오며) 야! 담임이 오늘 종례 없다고 그냥 가래!!

아이들, 가방 들고 우르르 일어나 나가는데,


은별, 아이들에 둘러싸여, 교실 문을 빠져 나가면서
꼼짝 않고 엎드린 수인을 한 번 힐끔 돌아본다.

#낮->밤 <시간경과>
수인이 혼자 꼼짝 않고 엎드려 있는 채로,

-16-
해가 지고...점점 어두워지는 교실....

#32. 강당. 아침
김준석, 강당으로 들어서, 은비와 정민영이 있는 쪽으로 간다.
김준석이 은비의 옆에 서면
정민영, 김준석을 발견하고, 뚫어져라 보며
한 걸음 한 걸음, 두 사람에게로 다가간다.
은비, 놀란 눈으로 말없이 정민영을 보고 있다.

정민영 (슬픔과 분노로 붉어진 눈으로)


그래, 우리 수인이 그렇게 혼자 죽어갔어...
(김준석 똑바로 보며)선생님도 있고 친구들도 있는 그 교실에서...
정민영 (낮지만 또박또박 단호한 말투로)사인 뇌수막염!
사망추정 시각! 김준석 선생님의 마지막 교시 수업이 진행 중이던
오후 4시 30분! 발견 시각! 저녁 8시!
은비 !!!
정민영 단 한명만 내 동생한테 괜찮냐고...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만 주었어도..... 우리 수인이 안 죽었다구!!!!!
김준석 .......
정민영 슬퍼하고 미안해하긴 커녕,
그 교실에 모여서, 다 같이 입 다물기로 약속한 당신들!!!
내가 절대 가만두지도, 용서하지도 않을 거야!!!

서럽게 흐느끼는 정민영을 바라보는 김준석과 은비,


참담한 표정이다.

#33. 이사장실. 아침
책상 앞에 앉은 이사장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뭔가를 클릭하는.
게시물 < 1년 전, 죽고 나서 더 외로웠던 소녀-정수인 >

이사장, 분노로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한다.


신경질적으로 전화 수화기 드는 모습에서.

#이사장 앞에 서 있는 교감

이사장 (차갑고 낮게) 글 올린 사람 찾으세요. 무조건.


교감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34. 교무실. 교감 자리. 아침


교감선생님 자리 앞에 서 있는 학주.

교감 교무회의 때 말씀 드렸듯이 그런 게시물에 학생들이


동요하는 일 없도록 잘 단속해 주시고, 게시자

-17-
찾는 작업도 시작해 주세요.
학주 (뭔가 생각이 날 듯 말 듯) ...네, 교감선생님.

그때, 곤란한 표정의 안주리,


교감 자리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온다.

안주리 교감선생님!
교감 (올려다보면)
안주리 게시글, 바로 삭제 했지만 벌써 퍼져서 인터넷 매체 통해
벌써 기사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교감 뭐예요?!

#35. OMIT

#36. 이사장실 / 강검사실 / 낮. 화면분할


침통한 표정의 이사장 앉아 있으면,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화면 보면 <강일산 검사>.
이사장, 무거운 얼굴로 있다가 통화 버튼 누르는.

#통화중인 두 사람.

강검사 일단 제 선에서 재조사는 막아 놓은 상탭니다만,


장담은 할 수 가 없겠습니다.
이사장 (간절한) 강검사님, 아시겠지만 저 좋자고 했던 일이겠습니까?
다 재단과 학교를 위해 했던 일입니다.
강검사 흠... 일전에 집사람이 이사장님 찾아 뵌 적이 있다고 하던데..
이사장 (말 뜻 알겠고) 아, 예 뵈었습니다.
그때 말씀 하신 것 진행 서두르겠습니다.
강검사 우스운 부탁인 건 아는데 자식 가진 입장에서
이해 좀 부탁드립니다.
워낙 질긴 악연이라 아이가 많이 힘들어하는군요.
이사장 네, 그럼요..! 알겠습니다. 네 들어가십시오.

전화 끊고, 신경질적으로 핸드폰 내려놓는 이사장.

#37. 학교 일각. 낮
이사장 차 주차되어 있다.
기자들 여러명 이사장을 기다리며 서 있고,
건물에서부터 2-3명의 남자로부터 경호를 받으며 나오는 이사장.

기자1 일 년 전 정수인 학생 사건을 이사장님 지시로


모두 은폐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기자2 사망시간을 조작 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3 이사장님!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

-18-
이사장, 대답 않고 빠르게 걸음을 옮기지만
불쾌함을 감추고 겨우 차에 오르는.

#38. 차 안. 낮
이사장, 구겨진 옷을 탁탁 털며, 짜증이 나 있다.
옆에 놓인 신문 헤드라인
<선량한 교육자의 두 얼굴>
구겨 발밑으로 던져 버리는 이사장.
창 밖 여전히 소란스럽고

이사장 뭐해? 빨리 출발 안하고!


기사 네.

차, 천천히 출발하면,
창밖으로 저 멀리 서서 이사장을 보고 있는 태광이 보인다.
이사장 보지 못한다.

#39. 은별모의 방. 아침
은비, 막 잠자리에 들려는데,
똑똑 노크소리 들리고, 문 열리면,
은별모, 베개 들고 방으로 들어선다.

은비 (놀랐지만, 좋은) 엄마!! 뭐야??


은별모 뭐긴, 우리 딸이랑 같이 자려구 왔지!
은비 (밝게 웃는)
은별모 너...전학 가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있다더니...
다 끝났어?
은비 아직....
은별모 징계위원회 전에, 니 할 일 끝나면
엄마한테 꼭 얘기 해줘.
은비 .....
은별모 엄만 너 전학 보내고 싶어.
새학교에서 이은비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줄게.
은비 (먹먹하다.) 엄마.....
은별모 엄마 이기심 때문에,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정말 미안해...
은비 (눈물 나는) 나 사실... 이은비로 살고 싶다고 말하면
엄마가 나를 미워할까봐 너무 두려웠어.
은별모 그런 말이 어딨어? (안아주면)
은비 엄마...고마워...

#40. 태광의 방. 아침
거울 앞에선 태광.

-19-
차분한 표정으로 옷을 갈아입는 모습에서.

#41. 은별의 방. 아침
거울 앞에선 은비.
자신의 모습을 점검하고 있다.
은비, 망설이다가 핸드폰 메시지 찍는다.

은비(E) 한이안! 나...부탁이 하나 있는데..

#42. 호텔 (결혼식장) 앞. 낮
취재진과 경호원들로 분주한 고급 호텔 앞.
깔끔하고 단정한 차림의 태광, 서 있다.

#43. 신부대기실 앞. 낮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대기실에 앉은 송희영.
취재진 앞에서 화사한 웃음 짓고 있다.
그때 사람들 웅성거리고 있는 틈으로 문득 보였다 사라지는 태광의 얼굴.

송희영 깜짝 놀라 이리저리 살피다가,


순간 두 사람 눈이 마주친다.

#44. 송희영의 방. 밤. (태광의 회상)


침대에 누워 있는 송희영.
문 열리고 여섯 살 태광이 베개를 안고 침대로 뛰어든다.
활짝 웃으며 태광을 안아 주는 송희영.

태광 엄마?
송희영 (다정하게) 응?
태광 사람은, 백 살 되면 죽어?
송희영 으응?
태광 엄마랑, 아빠도 백 살 되면 죽어?
송희영 음...사람은, 늙으면 다 죽긴 해.
태광 (시무룩해서) 싫어. 엄마랑 아빠랑 죽는 거 싫어!
송희영 (귀여워서 더 꼭 안아주며) 걱정 마. 엄마, 아빠는 태광이
백 살, 이백 살 될 때까지 꼭 옆에 있을 거니까!
태광 정말?
송희영 (태광의 얼굴을 만져주며) 그러엄, 정말이지!

#45. 신부대기실 앞. 낮
송희영, 슬픔을 누르고 살짝 웃어주면,
태광도 보일 듯 말 듯 작게 씩, 웃는데 살짝 눈물 고이는.
곧 지나는 사람들 틈으로 보였다 말았다 하는 태광
어느 순간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20-
#46. 남산 매표소 입구. 오후

이안 (쑥스러워서 괜히) 야! 너는 남산 오는데, 무슨 부탁씩이나...


은비 (미소로 보는) 너무 쉽지? 그러니까... 하나 더?

이안, 피식 웃음으로 보고, 나란히 걷는 두 사람

은비 오늘은 혹시 맘에 안 들어도, 내가 하자는 대로 해줘.


딱.... 하루만!!
이안 (담담히) 뭐 할 건데?
은비 뭐든!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가고 싶은 데 다!!
이안 으이그... 그래라!
은비 (저쪽으로 손 뻗으며) 나 저거! 솜사탕!
이안 (인상 쓰며)야! 너무 달아서 싫어...(하다가) 그래 먹자...

#47. 몽타주. 오후

#케이블 카 앞에 서 있는 이안과 은비

#케이블 카를 타고 이동하는 두 사람, 들려있는 솜사탕

#48. 남산 정상. 오후
은비, 이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나란히 서 있다.

#자물쇠 달린 정상

은비 한이안! 손 내밀어 봐.

이안, 한 손 펴 보이면,
은비, 이안의 손바닥 위에 주먹을 올렸다 치운다.
이안의 손 위에 남아 있는 금메달 펜던트 목걸이.

은비 역시 너한테 잘 어울릴 줄 알았어.


이안 ....뭐냐?
은비 너...내 얼굴 볼 때마다 힘든 거 알아.
그래도 얼른 회복해서 예전의 한이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
나도.. 어떻게든 너 도울게.
그게 내가 사라지는 일이라도...
이안 ......(보는)

편안하고 밝아 보이는 은비의 미소를 예쁘게 보는 이안의 얼굴에서

#49. 버스정류장 앞. 오후

-21-
정류장에 나란히 서있는 은비, 이안
버스 도착하면

은비 한이안! 나, 갈게!
이안 ......응

버스에 올라타는 은비,


자리에 앉아, 창밖에 서 있는 이안과 눈 마주친다.
버스 출발하고, 멀어지는 두 사람
이안, 오래도록 사라지는 버스를 본다.

#50. 버스 안. 오후
핸드폰 문자 수신음 울리자, 확인하는 은비

이안(E) 그동안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서 힘들었다.


잘 들어가! 이은비!

은비, 슬픔과 기쁨 홀가분한 마음이 뒤섞인, 눈물 쏟아진다.

#51. 서재. 밤
이사장, 괴로운 심정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울리는 문자메시지 수신음, 확인하면
결혼식장에서 찍은 송희연의 사진이다.
사진 아래 문자메시지
<아버지가 맘에 걸려하실 것 같아서,
제가 대표로 축의금 내고 왔습니다.>

#52. 태광의 방. 밤
이사장, 끓어오르는 마음 누르며 들어선다.

이사장 (곤두서서) 무슨 짓이냐?


태광 (섭섭하지만, 걱정으로) 학교도 그렇고 엄마 일도 그렇고...
괜찮으세요?
이사장 (매섭게 노려보며) 어리석은 놈!
태광 무슨... 뜻이에요?
이사장 원하는 걸 얻겠다고 생각해 낸 게, 고작 이거냐?
태광 (믿고 싶지 않지만) 설마..아버지...이렇게 만든 게
저라고...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이사장 (차가운 미소로) 왜? 넌 충분히 그럴만한 애지..
태광 (아프다.)아버지!!
이사장 다 저질러놓고 이제 와서 애비 걱정이라도 된다는 거니?
태광 (비꼬는) 걱정은요! 뿌린 거 거두고,
터질 만 하니까 터진 건데!!
이사장 니가 말한 그 애, 내일 당장 강제전학 추진 할테니

-22-
그렇게 알아라! 꼴도 보기 싫으니까 그만 나가봐!!!
태광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라서) 맞아요!
아버지 인생 꼬이고 망치는 일은 다 저 때문이죠?
그럼 그렇게 생각 하세요! 그런 척 해 드릴게요!
근데! 저 꼴 보기 싫다고, 제 옆에 있는 사람까지 흔드시면
반칙이죠!!! 제가 못 참으면 무슨 일이 생기는 지는 잘 아시죠?

상처받은 눈으로 보다가, 문을 쾅 닫고 나가는 태광.


이사장, 괴로운 심정으로 본다.

#53. 은별의 집 근처 거리. 밤


괴로운 마음에 정처 없이 걷고 있는 태광.

#54. 은별의 집 앞. 밤
멈춰서 하염없이 은별의 집을 바라보고 서 있다가
다시 발길을 돌려 걸어 내려가는데,

은비 공태광?

태광, 돌아보면, 서 있는 은비.

은비 왜 그냥 가려고 했냐, 여기까지 와 놓고?


태광 (괜히) 뭐가? 그냥 지나는 길이었거든?
은비 치...(태광 보는데)
태광 (앞만 보고 있다)
은비 (조용함이 어색해서) 야, 무슨 생각해?
태광 아무 생각 안하는데?
은비 (보면)
태광 (은비 얼굴 보며 툭) 보고 있는데 뭘 생각 하냐.
안 볼 때나 하는 거지.
은비 (빤히 보다가) 공태광, 나 있잖아...
태광 야, 알아. 니가 무슨 말 할지
그래서 내가 할 말이 아무 소용없다는 것도 알아.
근데, 그래도 ...니가 좋아, 나는.
은비 (마음 아픈) ...미안해, 공태광.
태광 (무너지는 마음 감추려 애쓰며 은비를 본다)

그런 태광을 두고 돌아서는 은비
은비와 태광의 손등이 살짝 스치는 순간
태광이 은비의 손을 잡는다.
서로 반대편을 보고 선 채 손을 잡은 둘의 모습.

은비 고개 돌려 태광을 보면,
태광, 잡았던 은비의 손을 가볍게 당겨서 품에 안는다.

-23-
태광 안다고.. 다 아니까 잠시만 이렇게 있자.

은비를 품에 안고, 잠시 쉬는 태광의 모습에서.

#55. 학교일각. 몽타주. 낮

#화장실 거울을 들여다보는 은비,


교복 명찰의 고은별 이름을 쓸어 본다.

#회의실 앞, 떨리는 마음 진정시키며


결심을 단단히 하는 은별모

#56. 세강고 징계위원회. 낮


김준석. 교감, 학주를 비롯한 여러 선생들과 은별모 앉아있다.

위원1 고은별 학생은! 수학여행 무단이탈, 귀금속 도난 사건,


가라오케 주인 협박, 등 총 세 가지 교칙을 위반하여
본 징계위원회에 회부 되었습니다.
교칙 위반 사실을 인정합니까?
김준석 고은별 학생은 수학여행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뿐입니다.
안타깝게도 기억을 잃어서 스스로를 변호할 힘이 없음을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위원1 가라오케 주인을 협박해 경찰서에 간 적도 있다구요?
은별모 그래서 제가 같이 갔던 학생들 전체를 징계위에 회부해 달라고
미리 말씀 드렸을 텐데요? 왜 유독 저희 아이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시나요?

#57. 옥상. 낮
은비, 정리하는 눈빛으로 학교를 내려다보는.

#58. 이사장실. 낮
긴장된 느낌으로 결과를 기다리는 공재호

#59. 세강고 징계위원회. 낮

교감 자! 그럼 2학년 3반 고은별 학생의 징계위원회의 결과는


거수로 결정 하겠습니다.
담임선생님은 투표권이 없다는 거 잘 알고 계시죠??

그 때, 회의실 문이 열리고, 이사장 들어선다.

교감 자 그럼 투표를 시작....
은별모 (자리에서 일어나며) 혹시나 하는 기대로 참석 했는데,

-24-
참 듣고 있기 어이없고, 기가 막히네요.
저희 아이 자진 전학 하겠습니다.
그동안 성적도 우수하고 모범적인 학교 생활 해온 아이를,
도대체 무슨 이유로 기어이 내보내려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굳이 세강고에 우리 은별이 보내고 싶은 맘,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은별모, 은비의 손을 잡고 당당하게 문 밖으로 나간다.

#60. 은별의 방 안. 오후
은비, 침대에 앉아 있다.
이안이 준 곰인형을 만져보는 은비.
추억들이 담긴 상자를 열어 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눈에 담으려는 듯, 방을 주욱 훑어본다.

#61. 은별의 집. 거실. 오후


은별모, 답답한 마음 달래려 장식장을 닦고 있다.
그때 울리는 초인종 소리. 뭐지 하며, 나가는 은별모.

#62. 은별의 집. 현관. 오후


문을 여는 은별모.
모자와 안경 쓴 차림으로 문 앞에 서 있는 소녀.
천천히 모자를 벗는데, 은별이다.
은별모 경악으로 입을 떡 벌리는데,

은별 .....엄마.
<제 12부 끝>

-25-
<제 13 회>

#1. 은별의 집. 거실. 오후 (12회 #61)


은별모, 답답한 마음 달래려 장식장을 닦고 있다.
그때 울리는 초인종 소리. 뭐지 하며, 나가는 은별모.

#2. 은별의 집. 현관. 오후 (12회 #62)


문을 여는 은별모.
모자와 안경 쓴 차림으로 문 앞에 서 있는 소녀.
천천히 모자를 벗는데, 은별이다.
은별모 경악으로 입을 떡 벌리는데,

은별 .....엄마.

#타이틀 <후.아.유?>

#3. 거실. 오후
#마주 서 있는 은별모와 은별,
은별모 정신없이 은별의 몸 구석구석 살핀다.

은별모 (눈물 나는) 어디...아픈 데는 없어?


은별 응..나 괜찮아..
은별모 (볼 쓰다듬으며, 속상해서) 얼굴이 이게 뭐야...
은별 엄마, 미안해...

은별모, 원망스러운 듯 은별의 얼굴 들여다보다가


은별의 어깨 때리고, 잡아 흔든다.

은별모 어떻게 그래? 이 나쁜 기집애!!!


죽었는지 살았는지, 엄마한테 연락은 했어야지?
은별 (글썽이며) 잘 못 했어...엄마...
근데...나...엄마 보니까...너무 좋다....

은별모, 와락 은별을 안고 서럽게 운다.


밖의 소음에 방에서 나온 은비,
은별모와 은별을 발견하고, 뚫어져라 보다가
너무 놀라 입을 가린다.

은별모 (눈물 쏟으며) 너... 진짜 괜찮은 거 맞지?


이거 꿈 아니지? 엄마.. 하루 종일 니 생각 날 때 마다,
가슴이 찢어지고, 숨이 안 쉬어져서......
그동안 너무너무 힘들었어.
은별 미안해...
은별모 (은별이 가만히 떼어 얼굴 쓰다듬으며)
그동안 대체 어디서 뭐하고 있었던 거야 응?
은별 전에... 내가 살던 곳, 엄마 처음 만났던 소망보육원....
은별모 왜? 왜 말도 없이, 거기 숨어 지낸 건데?
은별 어릴 때, 맨 처음 엄마가 만났던 아이, 내가 아니라 은비잖아.
은별모 (놀라서) 뭐?
은별 통영으로 수학여행 갔을 때, 은비 힘들게 사는 거 알고,
늦었지만...이제라도 바꾸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
그래야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았어...
은별모 그런 어리석은 생각이 어딨어?
은별 몰라...수인이 죽고 나서부터, 나...미칠 것 같았어.
그동안 내가... 잘 못했던 일만 떠올라서...너무 무서웠어.

은비, 가슴 아픈 눈으로 은별을 본다.

#자막 <통영 수학여행>

#4. 미륵산 카페. 낮 (1회 #54)


아르바이트 하는 은비 보이고.
테이블에 혼자 앉아 핸드폰 보고 있는 은별
‘사랑의 집’으로 저장 된 번호를 띄워 놓고 망설이다가 전화를 건다.

은별 여보세요? 거기 ‘사랑의 집’이죠? (사이) 안녕하세요?


저 은비 친구... (지어내는) 경아라고 하는데요. 네?
주.. 중학교 때 친구요. 은비 핸드폰 번호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
요?

은별의 옆을 아슬아슬 스쳐지나가는 은비.

#5. 미륵산 화장실 앞. 낮


창백한 얼굴로 서있는 은별의 앞으로
은비, 야구모자 깊이 눌러쓰고 바쁘게 걷고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동생을 발견하고 무작정 따라가는 은별

은비 (핸드폰 걸며) 안녕하세요? 소영이 괜찮은지 궁금해서요.


네? 같은 반 친구 이은비라고 하는데요.
(소영모가 전화를 툭 끊어 버렸다. 우뚝 멈춰) 여보세요?

뒤따라가던 은별, 은비 멈춰 서자 당황해 걸음 멈추고 딴청 하다가


은비, 다시 걸으면 은별도 또 따라 걷는다.

#6. 거리일각. 낮
구석진 골목, 은비 코너에 몰려 서 있고,
소영과 수미 경진 은비를 둘러싸고 있다.
은비 (당차게) 니들이 아무리 나를 조롱하고, 괴롭혀도
난 내가 옳았다고 믿어. 다시 2년 전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도
난 정아를 지키려고 노력 했을 거야.
잘못 한 건 너희니까!!
소영 야! 이은비! 니가 지킨 오정아 너 당하고 있을 때 뭐하디?
정신 차려! 얜 왜 그렇게 친구를 가르칠려구 들어!
지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경진 꿈이 선생님이라잖아!
수미 근데, 친구 패서 학교 잘린 사람도 선생질 할 수 있냐?
소영 못하지. 아니, 하면 안 되지! 애들이 뭘 배우겠어?

은별, 주먹을 꽉 쥐고, 한 걸음 내딛으려다 꾹 참는다.

은별(E) 그 땐,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생각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
은비한테 떳떳하게 인사할 수도...
아무렇지 않게, 수인이가 죽은 학교로 돌아갈 수도..

#7. 누리여고 교정. 낮 (1회 #75)


서럽게 울며 교문으로 뛰쳐나가는 은비
운동장에 툭 떨어지는 이은비 명찰

#8. 다리 위. 낮
다리 위를 걷고 있는 은비. 뒤따라가던 은별.
은비가 우뚝 멈추자 더는 가까이 가지 못하고,
다리 끝에서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는 은별
은비, 발아래 물을 보고 서 있으면
은별,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순식간에 첨벙 하는 소리 들리고
놀란 눈으로 바라보던 은별, 물로 뛰어 든다.
물가에 은별의 가방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9. 물 속. 낮
짙푸른 물 속, 두 눈을 감은 채 평온한 얼굴의 은비.
온 몸에 힘을 빼고 천천히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데
그 때 은비의 손을 잡는, 은별의 손.

#10. 물 가. 낮
물에 젖은 채 의식 없이 누워있는 은비
일각 공중전화부스, 119에 신고 전화하는 은별
은비를 바라보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잡고

은별 (다급하게 울먹이는)사람이 물에 빠졌어요.


빨리 와주세요! 제발...빨리요..빨리!!!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앰뷸런스

#11. 병실. 낮
은별, 조심스럽게 다가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잠들어 있는 은비 보고 있다.
지나는 간호사들 얘기 나누는 소리 들린다.

간호사1 저 학생 가족 연락 됐어?
간호사2 아니, 의식은 돌아왔는데, 아무 것도 기억 못해.
이름, 나이, 사는 곳... 전부 다.
일단, 경찰에 연락했어.

은별, 놀란 눈으로 본다.

<인서트>
은별, 반듯하게 접힌 스카프를 침대 옆, 협탁 위에 올려놓는다.

은별(N) 모든 걸 제 자리로 돌려놓기 전엔,


수인이 은비 만큼이나 나도 불행해져야 마땅하다....
그 생각뿐이었어. 아니..... 어쩌면...
수인이로부터 도망칠 곳을 찾고 싶었는지도 모르지만...

#12. 소망보육원 마당. 낮


소망의집 푯말 보이고,
아이들과 밝은 얼굴로 공차기 하고 있는 은별
원장, 멀리서 은별을 보고 다가온다.

은별 (멈추고 숨 고르며) 잠깐만!! 어우 힘들어!


꼬마1 누나 지니까 괜히 핑계 대는 거지?
은별 (윽박지르는 표정 해보이며) 까불어!! 너 딱 기다려!
누나 좀만 쉬고 올 테니까!! 다시 붙는 거다!

은별, 웃으며 어릴 때 은별모와 처음 만났던 자리에 앉는다.

<플래시백-4회>
멍하니 앉아있는 어린 은별을 향해 다가오는 은별모

은별모 너 아줌마 기억 안나? 우리 통영 사랑의 집에서 만났었잖아.

은별모 아줌마랑 같이 우리 집으로 갈래?

대답 없이 송미경을 바라보던 어린 은별, 현재의 은별로 바뀐다.


은별(N) 소망의 집에서 지내면서...
맨 처음, 내가 솔직하지 못했던 때로
시간을 되돌려 놓았다고 믿으니까......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어.

소망원장, 은별의 곁에 앉아, 은별의 손 잡으며

원장 은별아! 좀 어때?
은별 좋아요. 원장님 덕분에...
원장 다행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렇게 피해만 있을 거야?
이제 돌아가야지. 너답게.. 용기 내 보면 어때?
지금이라도 수인이라는 친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13. 소망의 집 컴퓨터실. 낮


모니터에 세강고 홈페이지 떠 있다.
<1년 전, 죽고 나서 더 외로웠던 소녀-정수인>
게시글을 읽는 은별의 놀란 눈

은별(N) 그리고... 학교 홈페이지에 뜬 글 보면서, 깨달았어.


가시를 빼지 않으면 상처는, 결국 또 덧나고 만다는 걸......

#14. 은별의 집 거실. 오후


은별모와 은별 은비 마주 앉아 있다.
은별모, 따뜻하게 은별을 다독여주며

은별모 (딸의 상처 마음 아프고) 그래...그래....고생했어.


그동안 혼자 얼마나 힘들었어?
매일 얼굴만 보고 살았지, 우리 딸 마음 다치는지..
속으로 상처 곪는지는 까맣게 몰랐던 내가 정말 한심하고 밉다.
은별아...엄마가 정말 미안해.
은별 아냐..엄마...내가 미안해..

은별, 은비 미소로 마주 본다.

은별모 건강하게 돌아 와줘서 정말 고마워.


은별 (끄덕끄덕) 다행이다. 나 엄마한테 되게 혼날 줄 알았는데.
은별모 당연히 혼나야지. 너 몸 좀 추스르면...각오해!!

세 사람, 행복하게 웃는 얼굴에서

#15. 은별의 방. 오후
침대에 나란히 앉아 있는 은비와 은별
문득 서로를 마주보고 신기한 듯 웃음 터진다.

은별 야! 너 나 쳐다보지 마. 너무 똑같아서 이상해!


은비 나두 그래.
은별 아... 적응 하려면 한참 걸리겠는데...?

또 다시 마주보고 “아...진짜..”동시에 외면하며 까르르 웃는다.

#은비 은별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다.

은비 언니! 물속에서 나 구해줘서 고마워.


은별 야! 됐어!!
은비 그리고 살아 있어줘서... 더 고마워.
은별 어쩌라구!!
은비 (웃다가, 조심스럽게) 언니... 이제 학교로 돌아가.
은별 넌?
은비 나, 내 이름 찾을 거야.
이은비로도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다는 거, 꼭 보여줄게.
언니가 더 이상 나한테 미안해하거나 걱정하지 않게.
은별 그래.. 나도 이제 도망치지 않을 거야.
......더 늦기 전에 꼭 해야 할 일도 있구...
은비 정수인 얘기지?
은별 응. 아마도 쉽진 않겠지만....

미소로 바라보는 은별과 은비의 얼굴에서

#16. 태광의 집 거실. 밤


2층에서 막 내려오는 태광,
서재 쪽 복도를 걷고 있는 공재호와 강검사를 보는.

#17. 태광의 집 서재. 밤


이사장와 강검사 마주 앉아 있다.
강검사의 유들유들한 웃음을 무표정하게 보고 있는 이사장.

이사장 귀찮은 일 잘 마무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검사님.


강검사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우리 사이에.
이사장 이번에 공천 받으신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미리 축하드립니다.
강검사 (웃고) 네. 그렇게 될 거 같습니다.
(의미심장한)많이 도와주십시오.
이사장 (웃지만 살짝 얼굴 굳는)

#18. 태광의 집 부엌. 밤


가정부, 커피와 간단한 다과를 챙겨 드는데
태광 불쑥 받아 든다.

태광 서재? 제가 갈게요!

아줌마, 웃으며 건네면 들고 가는 태광.

#19. 태광의 집 서재, 복도 교차. 밤


이사장과 강검사 팽팽하게 맞선 분위기다.

이사장 (단호하게)제 일을 도와주신 건 정말 감사드릴 일이지만


정치자금 청탁 같은 건 받을 수가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재단의 돈은 제 개인의 돈이 아니니까요.
강검사 (허허 웃고는) 얘기가 잘 통하는 줄 알았더니
영 딱딱한 분이셨네요.
이사장 (기분 나빠서 보다가) 딴소립니다만, 학교에 소영양 소문이
이것저것 떠돌아 좀 알아보니 통영에 있을 때,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히다가 죽게 만들었단 얘기가 있던데...
강검사 !!!
이사장 자식 학군 문제로 위장 전입만 해도 문제가 되는 세상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막아주신 그 사건, 그만 잊어주시죠.
그럼 저 역시 그러겠습니다.

굳은 표정의 강 검사, 갑자기 피식 웃더니


가방에서 서류 봉투 하나를 꺼내 탁자위에 올려놓는다.
보시라고, 손짓하면.
이사장 마뜩찮은 표정으로 집어 열어보고 화들짝 놀라는 얼굴.
/
살짝 열린 문. 벽에 등을 기대고 얘기 듣고 있는 태광.
참담한 심정인데.
/
강검사 제가, 정수인 학생 사건을 살펴보다가, 흥미로운 문서를 하나
입수했는데 말이죠.
이사장 (부들부들 떨리고)
강검사 어떻습니까? 공식적으로 나온 부검감정서랑 좀 다르죠?
해당 부검의는 그만 뒀던데....
제가, 찾으려면 못 찾을 것도 없지요.
이사장 (당황해서) 강검사님..
강검사 (웃으며) 그럼, 생각해 보시고 연락 주십시오.

강검사, 일어나면 이사장도 일어선다.


/
강검사, 문을 벌컥 열면, 텅 빈 복도.
강검사 저벅저벅 걸어가고, 이사장 당황해서 따라 간다.
두 사람 사라지면, 태광 나온다.
/
탁자 위에 아무렇게 놓인 서류.
천천히 집어 들어 보는 태광.

#책상 위 복합기에서 복사 하는.

#20. 태광의 집 거실. 밤


현관에서 신경질적인 몸짓으로 들어오는 이사장.
막 2층 계단으로 올라가는 태광을 본다.
이상한 예감에 서둘러 서재 쪽으로 뛰어가는.
태광, 그런 이사장을 돌아보는데 슬픔과 분노가 섞인.

#21. 태광의 집 서재. 밤


벌컥 열리는 문. 이사장 들어오면
나갈 때와 변함없는 풍경.
이사장 서류와 봉투를 한꺼번에 집어 마구 구긴다.

#22. 공원일각. 아침
홀가분한 표정으로 가볍게 달리던 이안
은비가 있나 없나 주위를 살펴본다.
주머니에서 은비가 준 펜던트를 꺼내 들여다본다.

#이안, 핸드폰을 꺼내 문자 찍는다.


<나 어제부터 재활....>
까지 찍다가 멈추고, 떠오르는 은비의 목소리

은비(E) 나 보기 싫으면 빨리 재활훈련 시작해.


그럼 너 귀찮게 안할게.

이안, 찍었던 문자를 지우고,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23. 체육관 앞. 아침
코치와 마주 서있는 이안

코치 (냉랭한) 왜? 무슨 일이야?
나 아주, 니 입에서 무슨 소리 나올까 겁난다.
이안 코치님... 저 어제부터 재활 시작했습니다.
코치 (반색하며) 이 자식! 진짜 얌마?
이안 네에..
코치 어우 기특한 자식! 그래 잘했다!
(어깨 툭툭 쳐주는데)
이안 (아픈 어깨다. 찡그리며) 아!!
코치 (놀라서) 괘..괜찮냐?
이안 (미소로) 네. 장난이에요.
코치 요 놈 봐라! 한이안 다 살았네.
그래! 운동선수는 체력도 체력이지만 멘탈 싸움이다!
당장은 몸이랑 맘이 따로 놀아서
생각만큼 속도 안 나면 답답하고 열불이 나겠지만,
그게 또 동력이 돼서 전보다 더 잘 할 수도 있는 거야. 알지?
이안 네...저는 지는 게임 안하는 거 아시잖아요?
코치 (흐뭇하게 웃으며) 그래! 니 승부욕, 알지! 고맙다!
체증이 확 내려가는 것 같다 임마!!
오늘 수술 경과 보러가는 날이지?
이안 네! 지금 가려구요.
코치 잘 다녀와라!!

밝게 웃는 이안의 얼굴에서.

#24. 등굣길. 아침
송주와 시진 수다 떨며 걸어가고 있다.
은별, 그리웠던 친구들 발견하고, 보다가
제 팔짱 끼고 천천히 다가가 송주의 어깨 툭 친다.

송주 어? 공별!
시진 은별아!
은별 (툭) 잘 지냈냐?
송주 얘, 뭐래?
은별 어젯밤에! 잘 지냈냐구! 나 니들 엄청 보고 싶었다!
시진 너 우리한테 뭐 잘못한 거 있지?
송주 그러게, 학교에서 하루 종일 붙어 다니는데도, 글케 보구 싶었어?
하긴, 보고 또 봐도, (머리카락 확 쓸어 넘기며)
보고 싶은 얼굴이긴 하지 내가!
은별 어우...이쁜 척.

은별, 못 말린다는 듯, 픽 웃고 앞서 걸어가 버린다.

송주 야! 어디가!
시진 (송주 가리키며 장난) 너... 창피한가봐
송주 치!

송주, 은별에게 다가가 어깨동무 하고 걷는다.


장난치며 밝게 웃는 세 사람

#25. 화장실. 오전
은별 손 씻고 있는데, 화장실에서 나온 소영 옆에 와서 선다.

소영 고은별!
은별 (무심히 보고)
은별, 어디서 본 기억이 난다.
명찰에 적힌 <강소영> 확인하고 표정 싸늘해진다.

소영 (화장실 두리번거리더니) 아무도 없네?


야! 이은비! 그래도 내가 니 생각 되게 하는 거 알지?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안 되는 이름이니까!

은별, 또 소영을 흘낏 보고는 모른 척, 핸드타월로 손을 닦는.

소영 어쩌니? 나부터 치워놓고 간다더니, 다 틀렸네?


너..속 좀 쓰리겠다? 솔직히 지금 엄청 창피하지?
말만 겁나 질러놓...

하는데, 제 볼일 끝낸 은별, 화장실을 나간다.


소영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은별에게 소영, 화가 나는.

소영 (은별 뒤에다) 야! 야아아!!!

은별 뒤도 돌아보지 않으면,

소영 저걸...확! 이은비! 내일이면 떠난다고 다 끝난 줄 아나본데?


이렇게 된 판에, 내가 널 곱게 보내 줄 거 같아?

소영, 입 앙다물고 따라 나선다.

#26. 교실. 오전
수업 전 어수선한 교실

해나 방금 교무실에서 들었는데, 공별 내일 전학 가냐?


송주 뭐? 말도 안 돼! 아침에 만났을 때도 그런 말 없었는데?
해나 교감이 담임한테 분명히 그렇게 말했어! 맞지?
효은 어..나두 들었어!
시진 설마...우리한테 얘기 안했을 리가 없지. 학교 같이 왔거든.
소영 걔 전학 가는 거 맞아.
여기서 고은별 보는 날도 오늘이 끝이네?
그래서 내가 전학 선물을 하나 준비 했는데....

그 때, 교실로 들어서는 은별,


아이들 소영과 은별을 본다.
소영, 자리에서 필적감정 결과서를 들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간다.
여유로운 미소로 보는 은별
소영 인터넷기사에 떠 있던 그 통영의 이은비,
내가 안 죽었다고 했지? 걔 지금 어디 있을 거 같니?

아이들,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는데


소영, 확신에 찬 손짓으로 은별을 딱 가리키며

소영 니들이 고은별이라고 믿고 있는 애!
쟤가 그 이은비야!
학생1 뭔 소리냐 또...? 작작해라!!!
송주 야! 강소영! 말이 되는 얘길 해!
해나 고은별! 쟤 뭐래냐?
소영 고아에, 왕따에, 퇴학 결정까지 내려졌던 이은비대신,
고은별 행세하며 살고 있다고! 기억 잃은 척! 하면서...
잘 생각 해 봐! 아무리 기억이 없다지만,
달라도 너무 달라진 고은별.. 좀 이상하지 않았어?

아이들, 일제히 은별을 본다.


은별, 팔짱 끼고 지켜보다가 소영에게 다가간다.

은별 강소영! 안타깝지만 너 둘 다 틀렸어.


첫째! 나 전학 안가. 둘째! 나 고은별 맞고!!
소영 (은별에게 얼굴 바짝 다가가며) 칫...증거...있어?
은별 (맞서 보며) 그게 왜 필요해?
니가 강소영이라는데 증거가 필요하니?
소영 그래? 난 아니라는 증거 있는데? 너두 알잖아!
은별 내밀어 봐 어디!!
소영 (서류 봉투 내보이며) 이은비랑 니 필적감정서!
만약 이게 부족하다면 지문인들 못 따 볼까봐?
은별 글씨야 써 보이면 될 거고, 지문은 찍어보면 알거고!
근데, 그럴 필요도 없어 졌네?
나 기억 다 돌아왔거든!!

소영, 피식 웃고, 아이들 놀라서 은별을 본다.

은별 이번엔 내가 좀 물어봐야겠다.
(싸늘하게) 너! 내 동생한테 무슨 짓했어?

은별 소영을 죽일 듯이 노려본다.
손가락으로 소영의 어깨 꾹꾹 누르며 몰아가면,
소영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뒷걸음치며

은별 시도 때도 없는 언어폭력, 사람 많은데서 머리채 잡는 건 기본!


오물투척, 억울한 누명 씌우기......
자기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데도,
눈 하나 깜빡 하지 않는 뻔뻔함......

소영, 질린 얼굴로 뒷걸음치다가 넘어진다.


은별, 한 손을 번쩍 들어 소영의 뺨을 치려하면
눈 질끈 감는 소영,
은별, 손 든 채 잠시 소영을 노려보다가
부르르 떨던 팔 툭 내린다.

은별 (냉소로) 폭력을 폭력으로 응징하는 건 하수지!

아이들, 싸늘하게 소영을 보고 있다.

소영 (주위 시선 느끼고) 거짓말!!! 거짓말이야!!!!

소영, 분노로 은별을 보다가,


치욕스러움에 입술 앙 물고 일어나 뛰쳐나간다.
은별, 단단한 표정으로 자리로 가 앉는데
태광, 가방 들고 교실로 들어선다.
분위기 싸한 교실, 의아하게 둘러보는 태광

기태 (작게) 올...공태광! 헤어스따일이 바뀌었네?


너 여자한테 차였냐? 혹시....이시진?
태광 ......(에이씨..)

태광, 지나가며 어깨에 멘 가방 툭 떨어뜨리는 척 하면,


기태 머리에 맞는다.

기태 야이씨!!

태광, 아무 일 없는 듯, 자리로 가 엎드려 버린다.

#27 . 교무실. 오전
학주, 교감의 자리로 다가간다.

학주 교감선생님! 저번에 말씀하신 정수인 사건 게시물이요.


우연히 알게 된 게 있는데요. 아직 사실 확인을 못해서
말씀 드리기가 좀...
교감 감안하고 들을 테니 말해 보세요. 뭡니까?
학주 이번에 오신 수학과목 교생 말입니다.
교감 정민영 선생이요?
학주 네! 그 분이 작년에 죽은 정수인학생
언니 되는 사람이더라구요!

놀라는 교감을 바라보는 학주의 얼굴에서


<플래시백- 12회 #19. 교무실. 오전>
#노트북으로 정수인의 생활기록부 보고 있는 김준석

#김준석이 반쯤 닫아 놓은 노트북에 살짝 손을 대는

교감 그래요? 잘 알겠습니다.

학주, 목례하고 돌아서 가면,


전화기를 드는 교감.

#28. 이사장실. 오전
이사장, 수화기를 든 채 교감과 통화중이다.

이사장 (놀라서) 정민영 선생이요? (사이) 네 일단 알겠습니다.

전화 끊고 심각한 표정 되는데

(E) 똑똑, 노크 소리

이사장 네.

문 열리고 들어오는 은별.


꾸벅 인사한다.
이사장, 은별의 얼굴 보고 놀라는.

은별 (담담하게)저 2학년 3반 고은별이라고 합니다.


이사장 (언짢은 표정이 되는) 학생이 이사장실을 이렇게 맘대로
들락거려도 되는 건가요?
은별 다른 학생들은 이사장님을 뵐 일이 없겠죠.
이사장님이 직접 나서서 학생을 전학 시키는 경우가
흔한 건 아니니까요.
이사장 학생!
은별 저 전학 못가겠습니다, 아니 안가겠습니다.
이사장 (쥐고 있던 펜을 탁- 놓는) 학교 결정이 장난 인 줄 아나?
은별 징계위원회 열어야 하면 다시 열어주세요.
.....저는 떠나야 할 이유가 없어졌거든요.

은별, 인사하고 뒤 돌아가 그대로 나가면


이사장, 그런 은별을 노려보고 있다.

#29. 삭제

#30. 급식실. 낮
은별, 시진, 송주 앉아서 밥 먹고 있다.
태광 식판을 들고 서서 무표정하게 보다가 은별 맞은편에 툭 앉는.
은별, 태광을 한번 쓱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밥 먹으면,
태광, 당황과 섭섭함으로 은별을 본다.

은별 (태광 보며) 왜?
태광 (차갑고 낯선 태도가 상처 되고)
송주 (웃으며) 야, 공별! 공태한테 하는 거 보니까
너 진짜 기억 다 돌아왔구나?
태광 (놀라서 보면)
시진 나 아까 완전 놀랐잖아. 강소영이 은별이 또 막 몰아붙이는데
은별이가 강소영 어깨를 빡!
태광 (더 놀라고)
송주 대체 강소영 걘 너한테 뭘 얼마나 더 할 작정이래?
시진 걔 진짜 별루야....
은별 (씩 웃으며) 괜찮아, 뭔짓을 해도 나 걔, 하나도 겁 안나.

혼란스러움으로 보는 태광의 얼굴에서.

#아이들, 식판 들고 나가는데
은별 뒤에 서 있던 태광 은별을 툭 잡는.
은별 돌아보면,
태광 손가락으로 위 가리키며 입 모양으로 “옥상!!”
하고 휙 간다. 은별, 뭐라는 거야 하는 얼굴이다.

#31. 옥상. 낮
운동장을 바라보며 은비를 기다리고 서 있는 태광.
문득 너무 안 온다 싶어 뒤 돌아 보는데 아무도 없는.
핸드폰 열어 문자메시지 찍는. <옥상!!>

닫고 다시 앞 보는데, 안 온다...
뒤 돌아 보지만 없고.
전화 거는데 안 받는다.
에이씨.. 하면 뒤 돌아 내려가는 .

#32. 3반 앞 복도. 낮
화가 나 걸어오는 태광,
교실 앞에서 막 나오는 은별을 붙잡는다.

태광 (낮게) 야, 너 왜 나 피하는데?
은별 (팔 빼며) 뭐가?
태광 내가 그날 말했지, 나는 그냥... 그냥..
은별 (퉁명스레) 그냥 뭐?
태광 (상처 받아서 보면)
은별 (귀찮은) 여기서 해, 그럼.
태광 (당황하는) 어?
은별 (팔짱 끼고 도도하게 올려보며) 말 하라니까?
태광 강소영이 또 까불었냐? 혼자 괜찮았어?
은별 괜찮지 그럼!
태광 (보다가, 은별의 이마를 손으로 살짝 밀며)
야! 너, 지금 엄청 안 괜찮아 보이는 거 알고 있냐?
은별 아! (태광의 뒷통수를 탁 치며) 죽을래?
태광 (맞은 그대로 얼어 있으면)
은별 야, 공태광..
태광 야, 지금 내가 자꾸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떠올라서 그러니까
잠시만 있어 봐봐.
은별 (픽 웃고) 뭔 생각?
태광 (은별의 양 어깨를 잡고 이리저리 보는)
은별 (팔 치우며) 야! 안 치워?
태광 (털썩 팔 떨어지고, 버럭) 너 진짜 왜 이러냐?!
너! 지금 꼭 옛날 고은...(하다가 우뚝)
은별 (이제 알았냐 하는) 잘 지냈어? 공태광?
태광 ....(멍하고)
은별 나 고은별 맞아. 너 많이 변했다?
태광 ....고은별이라고? 진짜? 진짜 고은별이야?
은별 (픽 웃고 끄덕인다)
태광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은별 얘기 들었어. 그 동안 은비 많이 도와줬..
태광 이은비는?
은별 (태광 보는)
태광 (버럭)이은비 어딨어?
은별 뭐?
태광 어딨냐고!!
은별 (놀랐지만) 머리가 있음 생각을 좀 해봐라. 어딨겠니?

태광, 은별 두고 복도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33. 학교 앞. 낮
막 학교를 빠져나와 달리는 태광.

#34. 교무실. 오후
선생님들 각자 자리에서 사무를 보고 있다.
정민영도 자기 자리에 앉아 있는데,
들어오는 교감, 표정 좋지 않은.
안주리에게 다가간다.

교감 안선생, 이번에 교육청에서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배치되는거 들으셨


습니까?
안주리 네, 연수 끝나서 곧 출근하신다네요.
교감 그래요, 잘 챙겨주십시오.
안주리 네 알겠습니다.

교감, 안주리를 지나쳐 민영의 자리로 온다.

교감 정 선생님. 저 좀 잠깐 보시죠.

하고 가면, 민영 일어나 교감을 따라 나간다.


준석 불안한 예감에 주시한다.

#35. 상담실. 오후
민영과 교감 마주 앉아 있다.
언짢은 표정의 교감과, 분노를 참고 있는 민영

민영 제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는 증거라도 있나요?


교감 .....정수인 학생 언니 되시죠?!
민영 (놀라서 본다)
교감 왜 숨겼습니까?
민영 물어보신 적 없으시잖아요?
교감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세요. 죽은 학생에 대한
게시글이 올라와서 학교가 발칵 뒤집혔는데 그 학생의 언니가
학교 교생으로 있으면 이건 뭐 안 봐도 비디오 아닙니까?
민영 (교감 노려보며) 증거 가져오시죠!
교감 불순한 의도로 이 학교로 지원했다고, 대학 측에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그냥 조용히 나가주세요!
정민영 (입술을 깨무는)

#36. 교무실. 오후
김준석 불안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입구를 힐끔 거린다.
잠시 후 문 열리고 들어오는 정민영.
김준석 한 번 일별하고는, 가방을 들고 나가버린다.
선생님들 웅성거리고, 김준석 일어나 따라 나간다.

#37. 학교 일각. 오후
빠른 걸음으로 나오는 정민영.
김준석이 그런 민영을 따라잡는다.

김준석 정 선생님!
정민영 유치하게 문자를 보내고, 협박도 해보고
그렇게라도 수인일 잊지 말고 괴로워하길 바랐어요.
그런 제 방법이 틀렸다고 하셨죠?
김준석 정선생님 또한 다치는 방법이라는 뜻입니다.
정민영 게시판에 글 올린 거요, 그거 저 아니에요.
김준석 네, 압니다. ...저니까요.
정민영 (살짝 놀라, 보면)
김준석 아직 미흡한 거 압니다.
이사장님은 아마 끄덕도 안하실거고요.
이 일로 쫓겨나시는 일 없게 제가 정식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정민영 아뇨, 됐어요. 게시물을 누가 올렸냐가 아니라
제가 수인이 언니라서 쫓아내는 거니까요.
김준석 .......죄송합니다.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제가.
정민영 (준석을 보다가, 목례 하고 뒤돌아 걸어가는)

#학교 일각.
정민영 걸어가는 중이다.
그런 민영의 뒤에 나타나는 은별.

은별 선생님.
민영 (돌아본다)
은별 떠나시는 거예요?
민영 (끄덕이면)
은별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민영 내 대답이 필요하니?
수인이 떠난 날부터 쭉 기다리는 중인데....

차갑게 돌아서 가는 민영의 모습에서.

#38. 은별의 집 앞. 오후
땀범벅이 되어 달려오는 태광.
벨 누르고 반응 없자, 대문 열고 들어간다. 현관문, 두드려보지만 조용하고,

현관 앞에 서서 숨을 고르는 태광.

#39. 도로. 은별모 차 안. 오후


통영으로 가는 차 안
은별모와 속 얘기 나누는 은비

은별모 은별... (은별아...하려다 멈추고 미소 짓는)


은비 엄마!
은별모 아직 엄마가 익숙하지가 않아서...
은비 엄마. 나 정말 괜찮아. 천천히...

은별모, 은비를 따뜻하게 바라본다.

은별모 더 빨리 니 이름 찾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사망신고 오류부터 바로 잡고, 하나씩 하나씩 바꾸자.
은비 나.. 지금 꿈꾸는 것 같아.
그만큼 좋으니까, 엄마 자꾸 그런 표정 짓지 마.
은별모 그래... 이제 엄마랑 은별이랑 너랑 셋이 행복하게 살자.
아팠던 옛날은 다 잊고.. 알았지?
은비 (고개 끄덕이고 살짝 웃는)

은비, 이내 창밖으로 고개 돌리며 생각 많아지는.

#40. 병원. 오후
의사와 마주 앉은 이안.

의사 그래도 늦지 않게 시작하게 되어 다행입니다.


관절운동범위회복이 먼저인데 수영을 하던 몸이라 근육운동이랑
병행해도 괜찮습니다, 힘들어도 꾸준히 와서 재활 받으세요.
이안 (끄덕이며) 네.

#41. 병원 앞. 오후
병원을 나서는 이안.
(E) 자동차 경적소리
이안 놀라서 보면, 이안설비 트럭을 몰고 온 아빠.
창을 내리고 이안을 향해 활짝 웃어주는.

#42. 통영 사랑의 집 앞. 오후
은비와 은별모 사랑의 집 앞에 서 있다.
떨고 있는 은비의 어깨를 감싸주는 은별모.

은비 저 혼자 들어갈게요.
은별모 (끄덕이고 미소로)

#43. 통영 사랑의 집 안. 오후
숙제하는 라진. 옆에 승민, 영호 엎드린 채 장난치고 있다.
그때 천천히 문 열리고, 은비가 들어온다.
그리웠던 풍경 둘러보는 은비, 아이들을 봤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데..
라진, 공책 넘기다 문득 은비를 봤다.
얼음처럼 굳어, 닭똥 같은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으면

은비 (너무 미안해서) 라진아...언니야


라진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울먹이며) 진짜...은비 언니야?
은비 응 (눈물 고인 채 두 팔 벌리면)
라진 언니!!! (달려가 안긴다.)

다른 아이들도 “우와! 은비 누나다!!”하며


우르르 은비에게로 달려든다.
승민 봐! 내가 누나 안 죽었다고 했지!
영호 아니지? 누나 죽었는데, 내 편지 보고 온 거지?
은비 편지?
라진 영호가 학교 소원나무에 언니 살아 돌아오게 해달라고
매일 편지 써서 걸어놨거든...
은비 (미안한) 그랬어?
라진 (울며) 언니...우리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어디 갔던 거야?
영호랑 승민이 요즘 말썽 안 부리고 착해졌어.
은비 그런 거 아냐...
라진 (눈물 쏟으며 간절한) 내가... 언니 더 많이 도와줄게.
그러니까 이제 우리 두고 어디 가지 마...응?
은비 이리 와! 언니가 미안해...정말 미안해...

은비, 아이들을 끌어안고 펑펑 운다.

#44. 트럭 안. 오후
이안부 운전 중이고, 보조석에 앉은 이안
흘러나오는 노래에 흥얼거리며 기분 좋은 이안부
이안, 그런 아버지의 모습 따뜻하게 본다.

이안 아부지! 왜 이렇게 기분이 좋으세요?


이안부 야! 나는 니가 운동복 입은 모습만 봐도 이렇게 좋다.
병원복 입구 있을 때는 속이 타서 죽겠더니...
이안 저 재활훈련 시작했다고 옛날 기량 나오란 보장 없어요.
이안부 알지!!! 넌 내가 메달 욕심 부리는 걸루 보이냐?
이안 그런 건 아니지만... 실망하실까봐...
이안부 야! 부모는 자식이 갖고 싶대면은 도둑질을 해서라고
주고 싶은 사람들이야....아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수영
하고 사는 것만 봐도 난 기쁘다. 진짜야 임마!
이안 (미소 짓는데)
이안부 아들!! 넌 어릴 때부터 너무 생각이 많은 게 문제야.
엄마 일찍 잃고 철이 빨리 들어 그런가... 싶어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이안 치...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이안부 야! 니 나이답게 좀 맘대루 하고 살아라!
욕심나면 갖고, 맘에 안 들면 버리고, 말실수 하더라도
하고 싶은 말 속 시원히 지르고!!
그래야 후회가 없는 거야. 참지만 말고...
그렇게 맘 가는대로! 응?
이안 그럼 이제 아부지 속도 좀 썩이고, 반항도 좀 하고,
사고도 막 치고 다녀야지? 진짜 그래도 돼요?
이안부 허이구! 그래! 이 애비 마음에 준비 단단히 하고 있을게!!
이안 네!! 아부지만 믿어요!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
이안부 난 한 입으로 두 말 안한다!
이안부와 이안, 사람 좋게 웃는 모습에서

#45. 사랑의 집 근처 골목. 차 안. 밤


은별모의 차 안.
은비와 은별모 나란히 앉아 있다.

은별모 꼭 그래야 겠어?


은비 미안해 엄마. 근데 여기서 정리할 일이 있어..
은별모 그래, 알았어. 다시 올 건데 내가 괜히 이런다.. 그치?
은비 (은별모 보면)
은별모 (다짐 받듯) 너 다시 올 거잖아. 서울 우리 집으로.. 응?
은비 (고개 끄덕이고)
은별모 (그제야 안심돼서) 그래. 엄마 갈게. 며칠 푹 쉬어.
은비 응, 엄마..

문 열고 내리는 은비.
은별모, 그런 은비가 안쓰러워 눈을 못 떼고..

#46. 사랑의 집 근처 골목. 밤.


은비, 차에서 내린다.
은별모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웃어 보이고,
은별모도 마주 웃으면서 손 인사하고는 운전 시작한다.
골목 빠져나가는 은별모의 차를 보는 은비.

#47. 사랑의 집 앞. 밤
터덜터덜 걸어오는 은비,
문득 앞을 보는데 교복차림의 태광 서서 안을 기웃거리고 있다.

은비 (깜짝 놀라서) 공태광?

태광, 휙 몸 돌려 은비를 보곤, 화난 얼굴로 저벅저벅 걸어오는.

태광 야 이은비! 너 대체...!
은비 공태광, 너 여기 어떻게 왔어?
태광 어떻게 오긴! 버스 타고 왔다, 왜?
너 진짜 뭐냐? 니가 왜 여기 있는데?
또 서울에 있는 고은별은 어떻게 된건데?
은비 (고개 숙이고) 그렇게..됐어.
태광 (화나서) 그렇게 돼? 무지 쉽네.. 그냥 그렇게 되면 끝이냐?
은비 (태광 보면)
태광 인사도 없이! 말 한마디도 없이 도망가면 끝이냐고!
은비 공태광, 그런 거 아니거든? 아예 내려 온 거 아니야..
태광 야! 그걸 말이라고 하냐? 영영 온 거면 진짜 가만 안두지!
하다가, 갑자기 아!! 소리 지르며 뒤 돌아보는 태광.
보면 라진, 영호, 승민 씩씩거리며 서 있다.
영호가 한 번 더 머리로 태광의 엉덩이를 들이받으며,

승민 은비 누나 괴롭히지마!
은비 (놀라 말리며) 얘들아, 아니야
라진 언니한테 소리 지르는 거 다 봤어. 나쁜 오빠야!!
태광 (당황해서 머리 긁적이며) 야, 그거는..

아이들, 허리에 손 올리고, 입술을 물고 일제히 태광을 노려보면


흠칫, 하는 태광에서.

#48. 사랑의 집 주방. 밤


긴 테이블에 혼자 앉아 밥 먹고 있는 태광
라진, 승민, 영호 여전히 못미더운 표정으로 태광을 보고 있다.
태광 체할 거 같아 눈 피하고...
국 그릇 가져와 내려놓는 은비.

은비 빨리 먹구 가.
태광 (먹으며 올려다본다) 나, 가야 돼?
은비 안가면? 너 학교는?
태광 니가 잘 모르는 게 있는데, 나 원래 학교 잘 안 가.
은비 (노려보고)
태광 (시무룩해서 먹기 시작하면)
은비 (애들 향해) 어? 너네 이렇게 늦게까지 안 자면 어떡해?
일어난다! 하나, 둘,

하면 라진, 승민, 영호 벌떡 일어나는.

은비 치카치카 다 했어?

라진, 영호 자신 있게 끄덕이는데, 손으로 입 가리고 눈 피하는 승민.


은비, 짓궂게 웃더니, 승민이 어깨 잡아 입구 쪽으로 몸 돌려준다.

은비 승민이는 욕실 가서 치카치카 한 담에 자러 가는 거야?


라진이랑 영호는 바로 가서 자고!

아이들, 네에 하고 쪼르르 나간다.


은비 문득 시선 느껴서 보면, 빤히 은비를 보고 있는 태광.
은비와 눈 마주치자 머쓱해져서 시선 거두고 밥 먹는데 깨작거린다.
은비, 돌아서며,

은비 너 30분 안에 여기서 안 나가면, 막차 놓친다.


태광 (무심히) 그래? 알았다. (하는데 눈 반짝하는)

#49. 사랑의 집 마당. 밤


그네에 앉은 은비와 태광.
풀벌레 소리, 그네 삐걱이는 소리만 들린다.

태광 그래서 고은별 돌아오니깐 좋냐?


은비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아.
태광 고은별 그대로더라.
은비 뭐가?
태광 걔가 손버릇이 나빠요! 오늘도 한 대 맞았잖아!
은비 (웃고)
태광 .....넌?
은비 응?
태광 이제 너는 어쩔 건데.
은비 .....모르겠어. 원래 내 자리는 여기인 것 같기도 하고
서울로 돌아가야 할 것 같기도 하고..
태광 (보면)
은비 하나 확실한 건, 이제부터 내 자린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고 결정할 거란 거!
태광 (다시 앞 보며) 그래라.. 어딜 가든 말만 하고 가.

은비, 태광 보다가 그네에서 일어난다.


태광도 뒤이어 일어나는.

은비 이제 가.
태광 알았다.

태광 대문 쪽으로 향하는데,

은비 (가는 태광 보다가, 결심한 듯) 야, 공태광!


태광 (돌아보면)
은비 이 말, 되게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그 동안 정말 고마웠어.
니 앞에선 거짓말 안 해도 되게 해줘서.
제일 먼저 내 이름 불러주고, 항상 나 웃게 해준 것도.
태광 ...........
은비 그리고... 너한테 나는 그런 사람이 못 돼줘서 정말 미안....
태광 (말 자르며) 야! 거기까지만 해라!

은비, 태광의 앞으로 걸어와 척, 손을 내밀며

은비 잘 가, 공태광!
태광 , 은비 손을 가만히 보다가, 악수 할 듯 손을 뻗는다.
그러다 닿을 때 쯤 손끝으로 툭 쳐낸다.

태광 (시계 보고) 근데.. 너 그거 아냐?


은비 (??보면) 뭐?
태광 (씩 웃으며) 나, 막차 놓쳤다?
은비 뭐어?

은비, 황당해서 서 있고
자연스럽게 건물로 들어가는 태광

은비 야! 너...다 안다며. 다 알면서 언제까지 이럴 건데?


태광 니 입에서 그 미안하단 소리 안 나올 때까지. 됐냐?

태광, 제 집인 양 스윽 안으로 들어가 버리면,


은비 황당해 쳐다보는 얼굴에서

#50. 이안의 집 옥상. 밤


옥상에 서서 스트레칭 하는 중인 이안.
서서 이리저리 몸을 돌리다 문득, 시선 아래를 향한다.

<플래시백-11부 #16. 이안의 집 앞. 저녁>


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은비,
천천히 일어나 길로 나선다.

은비를 떠올린 이안. 고개를 젓는데


마침 울리는 핸드폰, 확인하면 고은별이다.
이안의 얼굴에 미소 번진다.

#51. 구름다리. 밤
이안 기다리고 있는데, 팔짱을 낀 채 다가오는 은별,
은별, 활짝 미소 지어 보이면,
이안, 당황스럽지만 싫지 않은 얼굴로 본다.

은별 야! 한이안!
이안 어...이 시간에 갑자기 무슨 일이야..?
은별 야! 내가 너 보자는데 꼭 무슨 이유가 있어야 돼?
이안 ......?? (은비답지 않다. 당황해서 보면)
은별 (피식, 미소로 보는) 뭐?
이안 니가 오해할까봐 말 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나 재활훈련 시작했다.
은별 (걱정으로) 무슨... 재활?
이안 (이상한) 허!...당연히 어깨지...
은별 .....어깨? 근데...니가 재활 훈련하는데 왜.. 내가 오해를 해?
이안 (망설이다가) 으이그...니가 하도!
나 재활 시작하면 귀찮게 안한다, 안 본다, 사라진다....
그 딴 소리 하니까 그렇지. (쑥스러워 외면하는데)

은별, 은비의 얘기임을 직감하고 가만히 본다.


눈 마주치면 이안에게 미소 지어 보이는

은별 (퉁명스럽게) 야! 한이안! 넌 생각이 있는 애냐 없는 애냐?


수영선수한테 어깨가 생명인데!
어쩌다 부상당했어! 조심 좀 하지!! 어?
이안 야!! 너....왜 자꾸 딴소리냐?
내가 왜 사고 당했는지 몰라?
(하다가 문득 이상한 예감에 보는)
은별 (피식 웃고)
이안 !!!!
은별 한이안! 수학여행 때, 너랑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마음에 많이 걸렸어. 근데, 그 때는....
다른 사람까지 생각할 겨를이...
이안 !!(혹시나 싶어 한 걸음 성큼 다가가 뚫어져라 보는, 말 자르며)
너....뭐야?

이안, 어깨 꽉 잡고, 매섭게 노려보면

은별 아!! 야! 아파! 이거 놓고 얘기해!


이안 너....너...
은별 미안! 너 화낼 만 해. 그거 다 풀릴 때까지
까불지도 않고, 짜증도 안 내고, 너 때리지도 않을게!
진짜! 약속!
이안 (낮고 차갑게) 고은별!!
은별 (미안한 얼굴로 씩 웃는) 그래! 나 맞아.... 오랜만이다.
이안 나... 장난칠 기분 아니다!
은별 .......(뾰로통한 얼굴로 보는)

이안, 은별 어깨에 올린 손 툭 떨어뜨리고


믿어지지 않는 눈으로 본다.

이안 (화나서) 뭐야? 내가 너를...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돼?
은별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어. 천천히 할게.
이안 ......(보는)
은별 (속상해서 짜증) 야! 진짜 미안하다잖아!!
이안 (버럭) 고은별!!!!
은별 씨!! 나두 속상해! 미안해 죽겠고!!
...그러니까 니가 좀 봐주라!!
이안 (화 누르며)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어? 사라질 때도, 돌아올 때도?
은별 .......
이안 니가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 내 마음이 어떨지..
죽은 줄 알았던 니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눈앞에 나타났을 때는 또 어떨지...
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지?
은별 야! 아무리 내가 못 돼 처먹은 왕싸가지지만
설마 그랬겠냐?
이안 (지르는) 그럼! 이렇게까지 하진 말았어야지!!!
은별 (지지 않고) 너야말로 뭘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데!!! 어???

이안, 상처 받은 얼굴로 은별 보다가

이안 (화 누르며) 그래... 넌 항상 이런 식이지.


은별 !!!
이안 내가 널 걱정 했던 마음이, 필요 이상으로
너무 커서.....그래서 이런다고 해두자.
너 무사히 돌아온 거 정말 고맙고, 기쁘고, 다행인데....
편하게 웃어주지 못해서.....미안하다.

이안, 괴로운 얼굴로 은별을 보다가 돌아선다.

#중간 타이틀 <후.아.유?>

#52. 상담실. 오전
마주 앉아 있는 김준석과 고은별
은별, 단단한 얼굴로 김준석을 바라본다.

은별 선생님, ...저 기억 다 돌아왔어요.


김준석 (놀라서 본다)
은별 돌아 왔으니까... 더는 피하거나 도망다니지 않고,
수인이한테 사과 하고 싶어요.
김준석 은별아..
은별 선생님, 저 사실은 기억 잃기 전에 학교에 오는 게 정말
끔찍하게 싫었어요, 1년 전 그날 밤, 책상에 엎드려 있던
수인이 어깨에 손을 댔던 그때부터 내내 수인이가 절,
따라다녔거든요. 학교에서도, 길에서도, 집에서도
늘 그 애가 있었어요.
김준석 (참담한 심정으로)미안하다...
은별 반 아이들이 그 애를 보듯 절 볼까봐 겁나고 싫었어요.
그래서 그냥 쉬운 자리에 서 있었어요.
외면하고, 모른 척 하면 되는 자리에요..

<플래쉬백> 씬 #6. 거리일각. 낮


구석진 골목, 은비 코너에 몰려 서 있고,
소영과 수미 경진 은비를 둘러싸고 있다.

은비 (당차게) 니들이 아무리 나를 조롱하고, 괴롭혀도


난 내가 옳았다고 믿어. 다시 2년 전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도
난 정아를 지키려고 노력 했을 거야.
잘못 한 건 너희니까!!

은별 (눈물 맺혀서) 아무리 후회해도 그 때로 다시는 돌아 갈 수


없겠지만, 그래도 모든 진실을 밝히고 싶어요.
김준석 (보면)
은별 선생님도.. 그러시죠?
김준석 (진심으로) 그래.. 내가 부족해서.. 그런 일까지 겪게 해 미안하다.
선생님이 꼭... 바로 잡을게.

마주보는 은별과 김준석의 모습에서.

#53. 3반 앞 복도. 오전
김준석 멍하니 서서 창문으로 교실을 들여다보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아이들
책상에 머리를 박고 공부하는 몇 몇.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몇 몇...
아이들의 모습을 오랫동안 보고 서 있는 김준석의 모습에서.

#54. 경찰서 앞. 오전
김준석 경찰서 앞에 서서 건물을 슥 올려다본다.
이윽고 결심을 굳히고 발을 떼는 모습에서.

#55. 사랑의 집 안. 오전
잠들어 있는 은비,
창 밖에서 들리는 소음에 잠에서 깨어난다.

태광(E) 이은비!!! 야!! 너 안 일어나??

은비, 부스스한 머리로 잠에서 깬다.

#56. 학교일각. 오전
이안,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플래시백-10부 #29. 병실. 밤>


이안, 은비를 외면하고,

이안 (차갑게) 너 바보냐? 누가 반가워한다고 자꾸 여길 오는데!!!


은비 ......(상처다. 작게) 한이안....
이안 (고래고래) 내 이름도 부르지 말고!
내 눈 앞에 나타나지도 말라고오!!!

은비, 서러움과 안타까움에 눈물 터진다.

<플래시백- 10부 #41-4. 병실. 밤>

이안 ......(싸늘한 표정으로 은비 보며)


나...너를 뭐라고 불러야 될지도 모르겠고,
니 얼굴 보는 것도 괴롭고,
내가 한심해서 돌아버릴 것 같으니까...
그만 해라...
은비 ......그래 갈게. 미안...(울음 참으며)
근데 나 니가 뭐라고 해도 내일 또 올 거야.
이안 .......
은비 그러니까...나 보기 싫으면 빨리 나아....

이안, 혼란스러운 심정으로 마른세수를 하는데,


저만치서 오고 있던 은별, 이안을 발견하고 다가와 옆자리에 앉는다.

은별 야! 나 언제까지 니 눈치 봐야 돼?
이안 (편하고 담담하게) 니가 언제 남 눈치 보는 애냐?
은별 (웃으며) 들켰네!!? 근데, 너 어깬 왜 다친 거냐?
이안 사고였어.
은별 무슨 사고? 훈련 중에?
이안 그런 건 아니고....
은별 조심 좀 하지...중요한 때 이게 뭐냐?
이안 (무심히) 이은비는.....지금 어딨어?

뒤쪽으로 지나가던 소영, 우뚝 발길을 멈춘다.

은별 통영에.. 은비가 살던 사랑의 집

소영, 그럼 그렇지 싸늘하게 웃는데,

이안 통영? 아주.. 돌아간 거야?


은별 글쎄...엄마랑 나도 조마조마 하면서
은비 선택을 기다리는 중이라...
여기서 기억이 좋았으면 다시 올 거고,
아니면, 통영에 남겠다고 하겠지...
이안 ......(맘에 걸리고)
은별 니가 보기엔 어땠어? 은비, 많이 힘들어 했어?
이안 ......(대답 못하는데)
소영 힘들긴...목숨 걸고 지켜주는 사람이 있는데....
이안, 은별, 놀라서 소영을 본다.

#57. 사랑의 집 마당. 오전


문을 열고 나오는 은비,
마당에서 활기차게 공을 차고 있는 아이들과 태광.
웃고 있는 은비를 아이들이 부르고,
태광 달려와 은비를 끌고 간다.
다 같이 어울려 공을 차는 모습에서.

#58. 학교일각. 오전
소영, 이안과 은별 가까이 다가온다.

소영 아.... 이은비는 다시 통영으로 가셨어?


이제야 퍼즐이 딱딱 맞네!
한이안...아쉬워서 어떡하니?
이안 !!!
은별 야! 강소영!! 또 뭔 소리가 하고 싶은 건데?
소영 고은별!! 너 혹시 알아? 한이안이 경기까지 포기하고
교실로 달려오다가 사고 난거!
은별 뭐?
소영 한이안은 대체 누구를 지키려고 그렇게
무모한 짓을 저질렀을까?
그 땐 이미 고은별이 아니라 이은빈 거
다 알고 있었는데?
은별 쟤 뭐라는 거냐?
이안 ......
소영 한이안! 나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니가 좋아하는 사람 말이야.
이안 !!!
은별 !!
소영 고은별이야? 이은비야?

이안, 대답 없이 소영을 노려본다.


은별, 말 없는 이안을 가만히 보는데서

<제 13부 끝>


<제14회>

#1. 학교일각. 오전 (13회 #58)


소영, 이안과 은별 가까이 다가온다.

소영 힘들긴, 목숨걸고 지켜주는 사람이 있는데.


아.... 이은비님은 통영으로 가셨어?
어쩐지. 따순이 주제에 왜이렇게 나대나 했네.
우리 한이안 선수. 아쉬워서 어떡하니?
이안 !!!
은별 야! 강소영!! 또 뭔 소리가 하고 싶은 건데?
소영 너 그거 알아? 한이안이 경기까지 포기하고
교실로 달려오다가 사고 난거!
은별 뭐?
소영 한이안은 대체 누구를 구하려고 그런
무모한 짓을 저질렀을까?
그 땐 이미 고은별이 아니라 이은빈 거
다 알고 있었는데?
은별 쟤 또 뭐라는 거냐?
이안 ......
소영 야, 한이안! 나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니가 좋아하는 사람. 고은별이야? 이은비야?

이안, 대답 없이 소영을 노려본다.


은별, 말 없는 이안을 바라보고, 이안,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

이안 야 전학생. 그 대답. 네가 들을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소영 (당황, 그러나 티내지 않고)
아, 그래? 아니, 난 그냥. 고은별이 궁금해할 것 같아서. 안그래?
은별 강소영. 너 말한마디 사람 돌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소영 (코웃음) 왜? 한이안 입에서 어떤말이 나올지 미쳐버리겠어?
은별 (담담) 아니? 전혀.
소영 (당황, 그러나 이내 웃으며)
어머. 얘, 너 표정관리 좀 하면서 거짓말해라.
!!

담담하던 은별. 무서운 얼굴로 소영을 노려보더니 멱살을 잡는다.


은별의 태도에 놀라는 소영

은별 (분노에 떨리는 목소리)


너때문에 죽을뻔한 내동생이랑
10년도 더된 내 베프 이름을 들먹이면서 장난을 쳐?
소영 이게 미쳤나.
소영, 은별의 뺨을 치려고 하자 소영의 팔을 잡아버리는 은별.
저항하려하지만, 꿈쩍도 않는 소영의 팔.

은별 네 취미생활 방해할 생각은 없는데, 좋은말로 할때 딴사람 찾아봐라.


안먹히는거 알았으면 그만 꺼져.

은별, 강하게 소영을 던지듯 밀어버리고는 복도를 걸어간다.


이안, 소영을 한번 쳐다보고는 은별을 따라간다.
분노로 떨리는 소영의 눈동자.

#타이틀 < 후.아.유? >

#2 복도. 낮.
이안과 은별. 복도를 걸어오다 중간에 서서

은별 뭐.
이안 (은별의 머리를 흐트르며) 고은별 성질머리 대단하다 진짜.
은별 야, 안치워?
그때 다친거냐? 니 어깨?
이안 그전부터 아프기도 했고.
(뭔가 말하려는 듯한 은별을 보고) 아, 뭐.
은별 됐다. (하다가 생각이 나) 야, 근데 공태광 왜그러냐?
이안 공태광이 왜?
은별 아니, 어제 내가 은비 아닌거 알더니 은비 어딨냐고
빽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가더라. (웃음) 그러고는 통영에 갔다잖아.
이안 (놀라 눈이 휘둥그레) 통영?
은별 응. 어제 거기서 잤대.
공태광. 나없는 동안 더 또라이가 됐네
오기만해봐 아주..
이안 (내색은 하지 않지만, 우울한 마음)
#3 사랑의 집. 낮.
학교가는 라진과 아이들. 태광, 아이들 틈에서 은비를 보며.

태광 야, 지금 어차피 수업들어가도 못 들을 텐데...


은비 쓰읍!
태광 (마지못해) 알았다 알았어.
은비 (빙긋 웃고)
라진아. 학교 가는길에 오빠 터미널 가는 버스까지 잘 태워다 주고.
라진 응!
태광 야! 내가 바보냐? 초딩보고 버스 태워주라고 하게?
은비 야! 너보다 우리 라진이가 한 열배나 더 믿음직스럽거든?
조심해서 가.
라진 잘 다녀올게.
아이들 잘 다녀오겠습니다.
은비 잘 다녀와.

길을 걸어가는 라진과 아이들, 태광도 그 뒤를 따른다.


조금 걸어가던 태광, 뒤돌아 은비를 바라보며

태광 올거지?
(아무말 하지 않는 은비에) 대답해. 올거지?
은비 야, 똑바로 걸어.
태광 (뒤로 걷던 걸음을 멈춰서) 기다린다.

은비가 태광에게 한마디 하려고 하자 아이들에게 달려가 장난을 치는 태광.

괜스레 미안한 은비.

#4 교실. 낮.
수학시간. 혼자 들어오는 민준 "오늘 수학시간 자습하래."라고 말하고 앉으

수학 문제집을 들고 민준에게 다가가는 우진.

우진 나 질문할거 있는데, 쌤 교무실에 계셔?


민준 쌤 오늘 출근 안하신것 같던데? 조례도 안했잖아.
(눈치보다) 뭔데? 내가 좀 볼까?
우진 진짜? 괜히 너 방해할까봐..
민준 (피식) 방해는 무슨.. 어디 봐봐.

수학 문제를 보던 민준. 단숨에 알겠다는 듯 펜을 꺼내 든다.


옆에서 지켜보던 우진. 민준의 책상 위 가정통신문을 본다.
[방과후 스포츠 클럽] 안내문이다.

우진 이거 뭐야?
민준 아.. 그거 방과후 스포츠 클럽 가입 신청서.
우진 배드민턴 하려고?
민준 응!
우진 오~ 이제 운동도 하는거야?
민준 (살며시 미소 짓는, 후련한 표정이다)

#5 동. 교실. 낮.
앉아 있던 기태, 해나, 효은, 민석
나가려하는 기태를 잡아 앉히는 해나.

해나 서방님~ 좋게 좋게 말할때 빨랑 싹다 단추 푸시죠?


기태 (억지로 웃으며) 아. 예.. (단추 두개를 풀고 손을 놓으려는데)
해나 (앙탈) 으응~~ 더요~
기태 (놀람) 더요?
해나 (무서운 표정으로) 더!
빨리.. 하나도 남김 없이..

마지 못해 단추를 푸는 기태. 단추가 내려갈 수록 언뜻 보이는 티셔츠


기태를 긴장감 있게 바라보는 효은과 민석

해나 어쭈, 마지막 단추까지 남김 없이 안풀래?


기태 정말요?
병욱 기태, 해나.. 대화가 상당히 이상한데..
기태 (간절) 해나야.. 이거 입었으면 된거 아니니?

보다 못한 해나. 기태의 교복 셔츠를 풀어 헤치면 나타나는 티셔츠


지난번 휴대폰 앱으로 만들었던 커플 티셔츠다.
해나, 자신의 교복 셔츠도 풀어헤치면 똑같은 티셔츠를 입고 있다.

해나 이거봐. 이제야 마음에 쏙 드네. 고마워~ 우리 기태?


(어색한 표정의 기태를 보고) 웃어야지?

기태, 한번 씩 웃고는 교복 셔츠를 닫으려는데 오히려 다시 풀어버리는 민



해나, 효은, 민석. 모두 웃고 있는데 기태 혼자만 '괜히 했다'하는 표정.

#6 경찰서. 낮.
박형사와 대면하고 있는 김준석. 박형사, 놀란 듯 멍한 표정.
김준석, 멋쩍게 웃더니

김준석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민준이 아버님.


박형사 아니.. 아닙니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
김준석 (착잡) 애들 1학기 마칠 때까지 미루려고 했었는데,
너무 오랜 시간 숨겨와서 더는 그럴 수가 없네요.
1년전 정수인 학생 사건.. 자수하겠습니다.

#7 은별(은비) 집. 낮. / 사랑의 집 낮.
집 거실. 은비와 통화를 하고 있는 은별모.

은별모 은비야. 너 주민등록부 정정 허가가 결정 났어.


마음에 있던 돌덩이가 아주 쑥 내려갔다.
너도 그렇지?

전화를 받던 은비. 소식을 듣고 행복해하며

은비 응!
은별모 너도 마음고생 심했을텐데, 이젠 걱정하지마.
너, 선생님 되는게 꿈이라며. 앞으로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겠네?
엄마가 얼른 입양절차 밟을게.
(은비가 아무말 안하자) 여보세요? 은비야?

전화를 받고 있는 은비. 마음이 착잡하다.

은별모 은비야?
은비 어.. 엄마.
은별모 너 서울 안올거야? 막상 동생들 보니까 마음이 약해져?
은비 생각할 시간을 좀 줘.. 미안해 엄마.
은별모 알았어. 그래, 또 통화하자.

전화를 끊고 착잡한 마음으로 하늘만 바라보는 은비.


마침 학교에서 돌아온 라진. 고뇌하는 은비의 모습을 보고 괜히 미안하다.

#8 납골당. 낮.
은비, 하얀 꽃을 든채 납골당로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먼저 와 있다.
누리여고 교복을 입은 여학생. 고개를 돌리는데 오정아다.
오정아,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 진다.

은비 오정아?
정아 은비야... (울먹) 너 살아있었구나.
은비 네가 어떻게...
정아 나.. 네 생각 날때마다 가끔 여기 왔어.
은비 많이 놀랐지.
정아 아니야. 너 아닐거라고 생각했었어.
(조심스레) 은비야.. 사실은..

#9 (회상) 통영 누리여고. 낮.
운동장 한가운데에 버려져있는 은비의 누리여고 명찰.
은비의 명찰를 줍는 정아.

정아(E) 네가 학교를 떠나는 날까지 비겁했던 내가 싫더라.


너 실종됐다는 소식 듣고, 매일 그 바닷가에 나갔었어.

#10 (회상) 바다 옆 모래사장. 낮.


시체 한구가 놓여 있고 주변에 사람들 모여있다.
시체를 본 정아. 서서히 다가가는데, 주변에 있던 남자가 전화로

남자 네! 얼굴은.. 알아볼 수 없구요!


머리나 옷차림으로 봐선 여학생 같습니다!
예! 빨리좀 와주십시오!

정아. 생각에 잠긴 듯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은비의 명찰을 보고


결심한 듯 굳은 표정으로 시체로 다가간다.

정아(E) 처음엔 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고! 네가 아니더라도..


아무 잘못 없다고 떠들고 다니는 강소영한테 벌을 주고 싶었어!
그래서 내가 네 명찰! 거기 놓고 왔어!

#11 납골당. 낮. (#8과 연결)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은비. 충격적이다.
정아, 미안함에 눈물 범벅이 되어 있다.

정아 네가 나 도와주다가 그렇게 된건데두..


끝까지 모른 척한 내가. 강소영보다 더 나쁜 줄도 모르겠다.
은비 아니야..
따돌림 당하는게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 일인지..
난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네 마음. 다 이해해.
정아 몇번이나 너에게 다가고 싶었는데..
네가 나한테 그런 것처럼 나도 도와주고 싶었는데
미안해. 정말 미안내 은비야.

대성통곡을 하며 은비에게 안기는 정아.


은비의 눈에서도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12 세강고. 낮.
함께 걷고 있으나 뭔가모르게 어색한 은별과 이안.
옆에서 다가오는 송주와 시진.

송주 공별~ 이안 안녕.
(조심스레) 너희 둘이 싸웠던거... 풀었냐?
은별 어? (이안에게) 풀었...지? (뭐야?)
이안 (대충 얼버무리는) 아니야. 내가 잘못한거야.
시진 에이! 한이안이 고은별한테 잘못할게 뭐가 있어.
그 반대면 몰라도. 그치?
은별 야! 있거든!
송주 뭐. 한가지만 이야기 해봐.

은별, 도움을 요청하듯 이안을 쳐다보지만, 솔직히 이안도 생각나는게 없다.


둘이 계속 뻘쭘하게 바라보고 있자

시진 거봐~ 없잖아.
송주 없잖아.
은별 (할말이 생각나지 않자 괜스레 빨리 걸어가는)
송주 (가는 은별을 보며)
야, 근데, 쟤 기억 돌아오면서 싸가지도 같이 잃어버린 것 같지 않
냐?
시진 맞지! 순둥순둥 고은별 완전 사라졌지?

#13 수영부 락커룸. 낮.


이안. 재활 치료를 병행하며 수영 연습하는 중.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어깨 때문에 마음이 착잡하다.
이 때 이안에게 다가오는 코치.

코치 얌마! 물에 들어간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런 표정 짓고 있는거야?


뭐, 예전같지 않을거라는거 너도 알고 있었잖아.
이안 모르진 않았는데, 막상 느끼고나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네요.
코치 그래서. 또 굴파고 들어가려고?
이안 걱정마십시오. 한번 하겠다고 생각한 이상
절대 그럴일 없습니다.
코치 (다행) 알았다. 그랬음 벌써 반은 온거야. 어깨 쭉 피고! 푹 쉬어!
이안 네.
코치 (초시계를 누르며) 시작!

코치가 나가고 난 후 락커 안을 보다 메달을 보고 은비를 떠올리는 이안.

#14 (회상) 남산 정상. 낮. (12화 #48)


은비 너 내얼굴 볼때마다 힘든거 알아.
그래도 예전의 한이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

#15 락커룸. 낮. (#13과 연결)


이안. 생각에 잠긴 듯 한참 메달을 바라보다가 문을 닫고 나간다.

#16 사랑의 집. 낮.
납골당에 다녀온 은비. 책상 앞에 앉아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문득 생각이 나 가방을 열어 이안이 준 메달을 바라본다.
라진. 은비를 보고 다가와서 앉으며

라진 언니! 그거 뭐야?
은비 금메달! 이거 장난감 아니고 진짜다?
라진 (고개를 끄덕이다)
이거 언니 추모공원 언니 사진 옆에 있던거 아니야?
은비 (살짝 놀라) 그걸 기억해? 우리 라진이 대단하다.
라진 언니 서울에서 살았을 때 선물받은거야?
은비 응. 근데, 진짜 주인한테 돌려줘야해.
원래 주인은 따로 있는데, 내가 대신 받아둔거거든.
라진 아.. 근데, 나 딱한번만 만져보면 안돼?
은비 그래!

라진. 은비가 건네준 메달을 보고 '우와 멋지다..'


은비, 메달을 준 이안 생각이 나

#17 (회상) 버스 안. 낮. (12화 #50)


이안, 버스를 탄 은비에게 손을 흔들며

이안(E) 그동안 너를 뭐라고 불러야할지 몰라서 힘들었다.


잘들어가. 이은비.

#18 사랑의 집. 낮. (#16과 연결)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은비. 그런 은비를 보던 라진. 뭔가 결심한 듯

라진 언니. 서울 돌아가고 싶지?


은비 (놀람, 당황) 어? 아.. 아니.
라진 엄마도 생기고.. 친구들도 많아졌다면서
은비 왜? 그래서 내가 서울로 다시 떠날까봐 걱정돼?
라진 아니.. 이제 언니 안죽은거 알았으니까 걱정 안해.
언니 학교도 다시 가고 싶고.. 친구들도 다시 만나고 싶지?
은비 (라진의 의도를 눈치채고) 라진아..
라진 이제.. 우리 때문에 여기 안있어도 돼.
그대신,
(손으로 꼽으며) 우리 생일, 어린이날, 크리스마스날엔 꼭 오기다.
(약지를 내밀며 한숨) 약속.
(은비가 가만히 있자) 약속 하는거다?
은비 그래. 약속할게. (라진과 손가락 걸고 엄지손가락을 누르는)

#19 태광의 방. 밤.
소파에 누워서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한 태광.
휴대폰을 켜 정수인의 부검 감정서를 바라본다. 착잡하다.

#20 세강고 이사장실. 낮.


김준석, 이사장의 책상에 사직서를 내려놓고

공재호 이럴 필요까진 없다. 네 징계는 가벼운 선에서 처리될거야.


조금만 기다리면 조용해 질테니. 기다리고 있어.
김준석 선생님. 제가 만약 처벌을 받게된다면 말입니다.
공재호 (분노) 약해 빠진 소리 그만해! 그건 말그대로 사고였어!
네가 알면서 내버려 둔 것도 아니었고
내가 내 개인적인 이유로 그걸 덮어둔 것도 아니었어.
김준석 하지만, 선생님..
공재호 (끊고) 난!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그럴 수 밖에 없었어.
김준석 진실을 숨겼습니다.
모두가 외면했기 때문에 죽은 아이를 죽어서도
아무도 기억하지 않도록 만들었단 말입니다.
제가 받을 처벌. 아동복지법 위반이랍니다.
수인이가 그때 만으로 15살.
선생님과 제가 어떠한 상황속에서도 보호받아야할 그 아이한테
그런 짓을 한겁니다. 제발 그만하십시오.
멈추지 못하시겠다면, 저라도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정중히 인사를 하고 나가는 김준석.


이사장. 분노와 불안감을 억누르며 손을 꼭 쥔다.

#21 세강고. 낮.
이안, 가방을 메고 복도를 걷다 컵라면을 먹고 있는 태광을 본다.
살짝 망설이던 이안. 이내 결심한 듯 태광 앞에 앉는다.
태광, 이안의 태도에 '얘가 왜이래'하는 눈치.

태광 왜. 너무 잘생겨서 눈을 못떼겠냐?
이안 (한참을 망설이다가) 너 어제 통영 갔다왔다며
태광 (다 알겠다는 듯) 연락 안되지? 핸드폰 번호 바뀌어서.
이안 그래? 전화 안해봐서 몰랐다.
태광 (라면 한입 먹으려는데 이안이 안가고 계속 앉아있자)
너 내가 통영 다녀온 거에 열받아서 그러냐?
이안 아니.
태광 혹시. 부러워서?
이안 아니.
태광 (짜증) 그럼 왜 자꾸 쳐다보는데!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안 잘 있냐구.
태광 (허걱! 이안의 모습에 설마.. 하는 표정)
이안 어? 잘 있냐구. (대답 않는 태광에게) 잘! 있냐구.
태광 그래. 잘~ 있다.
이안 그럼 됐다.

휙하고 가버리는 이안. 그런 이안의 뒤를 바라보는 태광.

#22 세강고. 야외. 낮.


소영. 누리여고 친구와 전화를 하고 있다.
떠드는 소영 뒤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은별.

소영 (씩 웃으며) 내가 걔 그럴 줄 알았지.
왜? 아직도 안믿겨져? 그럼 사랑의 집 한번 가봐.
내가 걔 통영 갔다는 얘기 확실하게 들었으니까.
우리 따순이 죽다 돌아왔는데 환영식 한번 거하게 해줘야지.
!!

소영의 휴대폰을 빼앗아 땅에 내동댕이 치는 은별.


땅에 떨어지자마자 액정이 산산조각 난다.
강소영. 어이없어 노려보면서
소영 (황당, 분노) 너 미쳤어?
은별 (대답 없이 휴대폰을 잘근잘근 밟아버리는)
소영 야! 뭐하는거야!!
은별 강소영. 네꺼 밟으니까. 아프냐?
너 지금 나 죽이고 싶지?
소영 어! 너 죽여버리고 싶어!
은별 네가 내 동생 밟을 때. 난 어떨 것 같냐?
이깟 핸드폰만 밟혀도 죽이고 싶은데 (또다시 잘근잘근 밟아버리는)
널보는 난.. 무슨 생각이 들까?
소영 너. 이 발.. 안 치워?

은별, 한참동안 휴대폰을 더 밟다가 저멀리 차고 가버린다.


분노와 함께 공포로 떠는 소영.

#23 도서관. 낮.
어두운 도서관 구석. 태광 창문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은별, 서가에서 돌아 나와서 태광을 보고는 다가가서

은별 야. 너 뭔데 자꾸 오라가라야?
나 너랑 말 섞는 사이 아닌거 알지?
빨리 말 안하면 나 간다?
(태광이 한참동안 말을 꺼내지 않자 가버리려는데)
태광 고은별! 너 정수인사건 어디까지 알고있냐.
은별 네가 그게 왜 궁금한건데?
태광 그 사건에. 이사장님 어디까지 관련있는지 혹시 알아?
은별 나도 자세히는 몰라.
수인이 그렇게 되고 부검 결과 기다릴때
경찰에선 사망시각이 3시에서 5시라고
그 이후가 될리가 없다고 들었는데 막상 부검 결과 나와 보니
사망 추정시각이 7시 반이었어.
수인이 집에서는 수업시간에 죽은게 틀림없다고 믿고 계시지만
증거가 없어.

#24 플래시백.(13화 #19) 이사장의 서재. 밤.


서재 탁자에 놓여 있던 부검 감정서를 살펴보는 태광.
사망추정시각, 한장에는 4시 30분으로,
다른 한장에는 19시 30분으로 되어 있다.

은별 부검 감정서에도 7시 반으로 되어있구.


재검사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니까.
태광 조작.. 됐다는거냐?
은별 선생님, 학생들 다있는 시간이 아니라
그냥 밤늦게 혼자있다 그렇게 된거라고 하고 싶었던거겠지.
태광 알았다. (착잡해져 먼저 나가는)

#25 포장마차. 밤.
준석,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이때 들어오는 태광.
태광을 보고 "왔냐?"하고 말하고 다시 술한잔을 따르는 준석
살며시 술잔을 가져다 대는 태광.
준석, 소주 한잔을 따르려는 듯 병을 가져가자 스윽 미소짓는 태광.
그러나, 소주병을 쥔 손으로 태광의 이마를 한대 치고
도로 가져가버리는 준석.

김준석 아줌마! 여기 우동 하나요.


종업원 예!
태광 쳇!
김준석 얼굴빛이 그게 뭐냐?
태광 (어이 없어) 치! 그럼 쌤은요? 무슨 일 있어요?
김준석 그냥...
야! 우리 고민 하나씩 얘기해볼까?
태광 (겨우 그거?) 그러시던가요.
김준석 내가.. 지켜주지 못했던 제자가 하나 있다.
이제라도 용기를 내서 진실을 밝히면
또다른 제자한테서 내 손으로 아버지를 빼앗는 꼴이 돼.
태광 (듣다가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직감하고)
김준석 한 아이의 상처를 보듬기 위해서
또다른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는 소리지.
두 아이 모두에게 선생인 난! 어떡해야할까?
태광 애초에 잘못한 그애 아버지 잘못이죠.
근데요. 저라면 그 제자한테 이렇게 말하겠어요.
한번만 더.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설득해 보라구요.
더 늦기전에, 다른 사람 손에 무너지기 전에...
김준석 (태광이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운 듯)

#26 태광 집. 밤
부엌에서 혼자 쓸쓸히 양주를 들이키고 있는 이사장.
태광, 들어오다가 이사장을 발견하고 결심을 한듯 조심히 부엌으로 들어간
다.

태광 아버지.
공재호 (돌아보다 말고) 뭐냐.

태광. 말없이 휴대폰에 지난번 찍었던 정수인 부검 감정서를 내민다.


사망 추정 시각이 밤 10시가 아닌 오후 4시 30분으로 되어 있는 감정서.
(이부분은 13화에서 프린트로 서술되어 있었으나 극중에서 변경으로 추정)
이사장, 놀라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하면 잽싸게 휴대폰을 가져가는 태광.
벌떡 일어나는 이사장
공재호 이게 대체 무슨짓이야!
할줄 아는거 하나 없는 놈을 이제껏 키워준 대가가 고작 이거냐?
지 애비 약점 잡아 협박하는거! 그래. 원하는게 뭐야! 말해봐!
그걸 들이 밀어서 나에게서 뭘 얻어내려는게냐! 말해봐!
태광 (울먹) 모르겠어요.
공재호 뭐?
태광 모르겠어서.. 좀 여쭤보려구요.
저 아버지 진짜 미워요. 아버지가 다잃고 무너지면
제일 기쁠 사람이 나라고 생각했는데,
손에 이걸 쥐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 맘이 대체 뭘까요?
아버지는.. 아세요?
공재호 (말없이 울컥)
태광 (휴대폰을 내려놓고) 이거. 아버지 맘대로 하세요.
아버지가 선택하시면 그게 제 물음에 대한 대답이라고 생각할게요.
공재호 (한참동안 태광이 놓고 간 휴대폰을 바라본다. 참담하다)

#27 사랑의 집. 밤.
잠을 자고 있는 다른 아이들.
은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앉아있다.
아이들만 계속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구는 은비.
라진이 몸부림쳐 이불이 비껴가자 다시 덮어주는 은비.
은비, 떠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하다.

#28 사랑의 집. 아침.


짐을 챙겨 나온 은비, 그 뒤를 따르는 아이들.

은비 (아이들을 보며) 누나 몇밤 자면 또 온다고?


아이들 열네밤!
은비 보고 싶어도 우리 좀만 참자.
아이들 응!
라진 (울음을 애써 참으며) 언니 잘가
아이들 누나(언니) 잘가!
은비 갈게

나서면 또다시 라진이 작별인사를 하고 아이들, 따라서 작별인사를 한다.


아쉬워 또다시 뒤를 돌아보는 은비.

은비 또올게. (손을 흔들고)

#29 세강고. 아침.


등굣길. 등교하는 태광 옆을 지나가는 경찰차.
학교 건물 앞에 멈춰선 경찰차에서 내리는 형사.
태광. 상황을 눈치채고 헐레벌떡 뛰어가는데

#30 이사장실. 아침.


재호. 책상 옆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형사가 들이닥친다.
형사. "공재호씨"라고 소리치면 눈빛이 흐려지는 재호.

#31 세강고. 아침.


재호. 형사들에게 이끌려 학교를 나온다.
주변에 몰려든 아이들 웅성거린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이안.
학교에서 나오는 태광. 계속해서 재호를 바라본다.
재호, 태광 서로 눈이 마주쳐 한참을 바라보는데 출발하는 경찰차.
그 뒤를 계속해서 쳐다보는 태광.
이안, 그런 태광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서 고개를 갸우뚱.

#32 경찰서. 낮.
형사가 조서를 작성하고 있으면 정수인의 부검 감정서를 내미는 재호.

공재호 정수인 학생 최초 부검 감정서입니다.


사망 추정시각이 4시 30분이죠.
형사 뭐야 이게. 사건의 은폐를 위해서 부도덕한 방법으로
공문서를 위조한 사실을 모두 인정하시겠다는 뜻입니까?
공재호 이 사건으로 벌을 받아야할사람은 납니다.
학교에서 죽은 사실을 덮으려 했던 것도 나고.
부검 감정서에 사망 추정시간을 바꿔 위조한 것도
내가 단독으로 한 짓입니다.
형사 김준석 선생은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던데요?
명색이 담임인데 침묵 역시 큰 죄가 된다는 사실을
피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공재호 김준석 선생은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진실을 밝히려는 시도를 할 때마다 내가 가진 권력과 직위를 이용

철저히 막아왔습니다.
그러니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33 카페. 낮.
이안, 종업원에게서 음료를 받아 함께온 은별에게 건넨다.
뚜껑까지 열고 빨대도 건네주는 이안.

은별 재활 훈련은 잘하고 있냐?


이안 응. 점점 좋아지겠지.
은별 한이안.
넌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생각해?
이안 글쎄. 어릴땐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지금은 자신 없다.
이번에 학교일 터지기 전까지는
너한테 그런일 있었는지 잘 몰랐으니까.
은별 은비 얘기도 그렇구?
이안 응. (잠시) 이은비는 좋겠다. 너같이 든든한 언니도 생겨서
은별 (잠시 웃다가 문득 생각이 난듯)
야, 왕따 당하던 친구 감싸다가 왕따된 은비랑
힘든 친구 모른척하고 도망다녔던 나랑
둘중에 누가 더 불행한 것 같냐?
이안 (은별의 모습에 안쓰러운 눈빛으로)
고은별 많이 힘들었구나.
은별 나한테 실망했지?
이안 (잠시) 야, 기대했던게 있어야 실망을 하지.
은별 (욱해서 음료수 병을 들고 한대 칠 기세로)
씨.. 죽을래?
그래두. 너한테 다 털어놓고 나니까 속 시원하다. (미소)

#34 은비, 은별 집. 낮.
은비. 무언가를 찾는 듯 2층 방에서 내려오다
빨래 정리를 하고있던 엄마를 보고 서서

은비 엄마, 혹시 방에 있던 인형 못봤어?
은별(은비)모 곰인형? 그거 은별이가 엄마방에 갖다놨어.
은비 왜?
은별(은비)모 걔가 털이 날리면 재채기가 좀 심해서
인형보면 아주 질색 하거든.
은비 아...
은별(은비)모 근데, 그거 누구한테 선물 받은거야?
은비 (당황) 어... 친구.

#35 수영센터. 낮.
은비, 수영센터 카운터에 가서 작은 상자를 내려놓으며

은비 저.. 한이한 선수한테 이것 좀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카운터녀 한이한 선수요?

마침 연습을 끝내고 나오던 이안, 은비를 발견하고는

이안 뭐하냐?
은비 (놀라서 상자를 도로 받는)
이안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은비라는 것을 알고 휘둥그레)

#36 수영센터 밖. 낮.
벤치에 앉아 있는 이안과 은비
각각 다른 벤치에 앉아 부끄러운 듯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다가
결심한듯 서로를 보고 "저기.."를 동시에 말하고

은비 너 먼저 말해.
이안 너 통영 다녀왔다며
은비 응.
이안 그사이에 나 재활 시작했다.
은비 (얼굴에 미소가 가득해져) 야, 진짜 잘 생각했다.
언니 돌아온거 보고 너 금방 일어나겠다 생각은 했었는데
이렇게 빠를 줄은 몰라서
이안 (은비의 말에 시무룩해져서)
그런거 아니거든.
은비 (이안의 마음 모르고)
괜찮아. 난 결국 못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이제 네걱정 안해도 돼서.

이안,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은비에게 서운하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은비, 생각이 난듯 아까 숨겼던 상자를 꺼내 건네주자 받는 이안.
열어보라고 눈치를 주는 은비.
안을 열어보면 이안이 은별에게 주려고 했던 금메달이 들어 있다.

은비 이제 진짜 주인한테 돌려줘야지.
니가 한 약속이니까 니가 지켜.
한이안, 이제 어때? 내 얼굴 보기 좀 편해졌어?
언니가 돌아왔다고 해서 내가 거짓말한 사실이 없어지는건 아니지
만,
이안 왜. 진짜 사라지기라도 하려고?
야, 내가 아무리 너때문에 힘들었어도
야, 그래. 너무 혼란스러워서 너한테 심한 말 한것도 사실이지만
내가 진짜 그럴거라고 생각해?
니가 가면 정말 좋다, 속 시원하다, 이제 됐다.
내가 이럴거라고?
은비 고마워. 그럼 나, 이제 피하지 않을게. 그래도 되지?
이안 (다행이다) 응.

#37 버스 정류장. 낮.
은비,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버스 정류장에 비치된 모니터에 '세강재단 공재호 이사장 구속'이라는
기사가 뜨고 기사를 보고 놀라는 은비.

#38 태광의 집. 낮.
집에 시끄럽게 울리는 벨소리.

#39 태광의 방. 낮.
시끄럽게 울리는 벨소리. 태광의 휴대전화다.
휴대전화에 뜬 이름 '이은비'.
몸이 안좋은듯 거친 숨을 내쉬며 식은땀까지 흘리는 태광. 전화받기도 벅차

연꺼푸 울리는 전화 소리에 겨우 눈을 떠 받으면

태광 (힘없이) 왜... 이은비.


은비 야. 공태광.

힘없이 휴대폰을 떨어뜨리는 태광. 휴대폰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는 은비.

은비 여보세요? 태광아, 여보세요? 야, 공태광! 태광아! 괜찮아?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이고 있는 태광에서

#40 병원. 밤.
태광. 병원 침대에서 링거액을 맞으며 누워있다
간호사가 나가자 다가가는 은비.
숨을 헐떡이는 태광과 그런 태광을 안쓰럽게 쳐다보는 은비.
태광. 나쁜 꿈을 꾸는지 조그많게 '엄마'를 연발한다.
은비, 태광의 휴대폰 최근기록에서 부모님을 찾으려고 하지만, 찾지 못한다.
(아버지인 공재호가 '법적대리인'이라고 등록되어 있기 때문)
은비, 태광을 한번 바라보고 다시 최근기록을 살펴본다.
잠시후 최근기록에 등록되어 있는 '엄마'.
곧바로 전화를 거는 은비.

#41 은별 방. 밤.
은별. 책상 앞에 앉아 다이어리를 펼쳐보고
은비가 받은 민영의 메시지를 본다
은별아 나못본척 해도 괜찮아
그래도 넌 나의 하나뿐인 친구야 -수인-
은별. 생각에 잠긴 듯...

#42 병실. 밤.
창문 사이로 태광을 바라보는 희영.
어두운 병실. 조심스럽게 들어가는 희영.
희영, 울컥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태광의 얼굴을 조심스레 더듬어본다
행여나 깰까봐 아무말도 못하고 울먹이다 이불을 바로해주고

#43 병원 복도. 밤.
은비. 복도에 있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면 나오는 희영.
터져나오는 눈물을 막다가 은비와 눈이 마주치는 희영.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은비.
희영이 의자에 앉자 은비, 그 옆에 앉는다.
송희영 (조심스럽게) 우리 태광이.. 친군가봐요?
은비 네. 같은반 친구. 이은비라고 합니다.
송희영 날 보고 놀라지 않는걸보니
우리 태광이에 대해서 조금은 안다고 봐도 될까?
은비 네.
송희영 참 잘 없고 밝은 아이였는데...
애아빠랑 내가 이렇게 되면서
마음을 많이 다쳤어요.
내가 이일로 먹고 사느라 태광이 상처, 슬픔 다 보면서도
외면했던 적이 많았어요.
그게 애한테 얼마나 큰 흉터로 남을지도 모르면서
후회할 자격도 없는 부모인데..
그래도 오늘 같은 날. 이렇게 우리 태광이 옆에 친구가 있어줘서
그래도 내 마음이 조금 낫네. 고마워요.
은비 네.

희영. 일어나 가려다가 생각이 난듯 가방에서 상자를 꺼내 은비에게 건네며

송희영 이거.. 우리 태광이한테 전해줄래요?


부탁 좀 할게요.
은비 네. 알겠습니다.

떠나가는 희영을 보면서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는 은비

#44 병실. 밤.
태광 옆을 지켜주며 바라보던 은비. 태광이 깨어나자

은비 공태광. 깼어? 좀 괜찮아? 그렇게 아팠으면 누구라도 불렀어야지.


태광 안불러도 왔잖아.
은비 장난 아니야. 너 진짜 큰일날 뻔했어.
태광 나 걱정했냐?
은비 (곧바로) 당연하지!
태광 너 나 좋아하지도 않을거면서 이럼 되냐?
은비 그래서. 가라구?
태광 (절레절레) 아니. 그래서, 고맙다구.
(조심스레 은비의 손을 잡고 다시 잠이 드는)

#타이틀 < 후.아.유? >

#45 정수인의 아파트. 낮.


은별, 잠시 망설이다가 초인종을 누르고 초조하게 기다린다.
잠시후. 아파트에서 나오는 민영.

#46 수인의 방. 낮.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수인의 방.
은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책꽂이에 올려진 수인의 사진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방향을 바꿔 소파 옆에 서랍장을 보는 은별.
은별과 수인이 함께 찍은 사진이 올려져있다.
민영.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정민영 수인이 그렇게 가고나서 방을 정리하는데


그애 블로그와 일기장, 모든 곳에 너의 이름이 있더라
너랑 보낸 시간이 수인이 한텐 가장 행복한 기억이었던 것 같아

#47 (회상) 세강고. 낮.


돌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고개를 흔들거리는 수인
은별, 수인의 옆에 무심한 듯 앉으며

은별 뭐하냐?
수인 너도 들어볼래?

수인, 은별의 귀에 이어폰을 끼워주고 노래를 부른다.


수인이 노래를 하자 곧이어 자신도 따라 노래를 부르는 은별.
노래를 부르다말고 웃음이 터져 서로를 바라보는 은별, 수인

#48(#46와 연결) 수인의 방. 낮.


수인과 은별이 노래하던 녹음 파일을 듣고 있는 은별.

#49 (회상) 세강고. 낮.


교실로 들어오는 은별, 수인이 동급생에게 괴롭힘 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수인과 눈이 마주치자 모른 척 지나가는 은별.
책상에 엎드려있는 수인, 자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사망한 상태.
그림자가 빠르게 지나간다.

#50(#48과 연결) 수인의 방. 낮.


녹음 파일을 계속해서 듣던 은별. 옛날 생각에 눈물이 흐르고

수인(E) 은별아. 나 모른척해도 돼. 그래도 넌 내 하나뿐인 친구야.

수인의 목소리를 듣고는 주저 앉아버리는 은별.

정민영 그래서 나 더 억지부렸던 것 같아.


넌 수인이가 유일하게 친구라고 생각했으니까.
네가 조금만 더 다가가줬더라면.. 이런 욕심 때문에
은별 죄송해요..
정민영 (우는 은별을 안으며) 너도 많이 힘들었을텐데
미안해. 은별아..
은별 (민영의 품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51 이안의 집. 낮.
이안, 은별에게 주려고 했던 메달을 바라보며

#52 (회상) 통영. 밤.


은별을 몰래 불러 만나고 있는 이안. 뒤로 한 손에 메달이 들려있다.

은별 한이안. 나 어릴 때 은별이 아니야. 우리 너무 컸고 많은게 달라졌


어.

#53(#51과 연결) 이안의 집. 낮.


은비가 건네준 메달을 바라보며

#54 (회상) 남산 정상. 낮. (12화 #48)

은비 그래도 얼른 회복해서 예전의 한이한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


나도 어떻게든 널 도울게. 그게. 내가 사라지는 일이라도.

#55(#53와 연결) 이안의 집. 낮.


은비가 준 메달을 걸고 바라보며 고뇌에 빠지는 이안.

#56 태광의 집 부엌. 낮.


태광, 식사를 하고 있는데 집에 아무도 없어 조용하다.
밥을 먹다 말고 전화를 걸어

태광 이은비 뭐하냐? 밥먹으러 나와.


야, 나 지금 아파서 젓가락질 할 힘도 없다. 야..

#57 게 전문 음식점. 낮.
은비, 태광. 함께 게를 가지고 장난을 치며 놀고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두 사람.
붉게 잘 익은 게 껍질을 뜯어 맛있게 먹는 태광.

은비 야. 공태광. 너 입맛 없는거 맞어?


태광 혼자 먹어서 그런가? 아까 집에선 분명히 입맛이 없었거든?
은비 쓰러져도 안갈꺼니까. 네 몸은 네가 챙겨라.
태광 아이.. (시무룩해 게만 뜯는)
은비 집에 아무도 안계셔?
태광 있지! 도우미 아줌마!
은비 다른 사람은?
태광 (단호) 없어!
(깨작깨작 먹고 있는 은비 보고) 으이구 그거 하나 못발라가지구..
(자신이 발라놓은 게를 내밀며) 먹어!
은비 고마워..
너 병원에서 잠들어 있는 동안 너희 엄마 왔다 가셨어.
태광 (상당히 놀랐지만, 괜찮은척)
은비 (희영이 건넸던 상자를 건네며) 이거.
태광 (곧바로 열어보면 넥타이다. 조금은 실망한 듯 닫고)
안먹냐? 빨리 먹어.

#58 이안 집. 밤.
한참을 망설이던 이안. 무언가를 챙겨서 급히 밖으로 향한다.

#59 야외. 밤.
어디론가 향하는 듯 정신 없이 뛰는 이안.

#60 은별(은비) 집 앞. 밤.
태광, 은비. 둘이 함께 걸어오고 있다.
멋쩍은 듯 조용히 걷던 태광, 은비. 집에 도착하자

태광 들어가라.
은비 공태광. 내가 혼자있을 때 시간 빨리가는 법 알려줄까?
태광 그런게 어딨냐? 나한텐 시간 빨리 가는 법 딱 하나밖어 없어.
은비 (웃음) 뭔데?
태광 너랑 있을 때.

은비, 놀라고 부끄러워서 움찔거리자 가까이 다가가는 태광.


아무 말 못하고 가만히 있는 은비.
태광, 갑자기 은비의 볼에 뽀뽀하자 놀란 은비. 가방끈을 꼭 잡는다.
이때, 이안의 손에서 빠져나와 진자처럼 흔들리는 메달.
모든 것을 보고 만 이안.
태광, 은비, 이안. 모두 당황스럽고 부끄러워 움찔거리기만 하는 모습에서

<제14회 끝.>
<제 15 회>

#1. 이안의 방. 밤
이안, 결심한 듯 메달이 걸린 벽을 향해서
손을 뻗고, 하나를 낚아채는.

#2. 거리 일각. 밤
막 주머니에 뭔가를 쑤셔 넣으며,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하는 이안.

#3. 은별의 집 앞. 밤
태광과 은비 나란히 걷고 있다.
집 앞에 다다르자 멈춰 서는 두 사람

태광 들어가라!
은비 공태광, 혼자 있을 때 시간 빨리 가는 법 알려줄까?
태광 야! 그런 게 어딨냐? 나한테 시간 빨리 가는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어.
은비 뭔데?
태광 (담담히) 너랑 있을 때..

#은비, 못 말린다는 듯 미소 지으면,


태광 은비를 예쁘게 가만히 본다.
태광의 얼굴 은비를 향해 서서히 다가가면
은비 웃음기 사라지며 눈 동그래진다.

#태광 깜짝 놀라 커진 은비의 눈 보다가,


다정하게 다가가 입술이 닿기 직전
볼에 살짝 입 맞춘다.

#정신없이 달리다, 은별의 집 앞에 거의 다다라


우뚝 멈춰서는 이안

#이안의 시선에서 태광과 은비의 뒷모습,


마치 입맞춤 하는 듯 보이고,
이안, 상처 받은 얼굴로 우두커니 서 있다.

#은비의 볼에 닿았던 태광의 얼굴이 서서히 멀어지고,


놀란 눈의 은비, 쑥스럽고 설레는 태광 마주 본다.
두 사람 마주 서있는 모습을 화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보다가
어쩔 수 없이, 구석으로 몸을 숨기는 이안

은비 (당황해서 시선 피하며) 야.. 공.. 공태광.. 너 뭐야....


태광 (수줍고 떨려서 괜히 큰소리치며)

-1-
야! 나.. 지금 니 말 하나도 안 들리거든!
은비 (말 자르며) 야아...
태광 에이씨.. (눈 질끈 감고, 얼굴 내밀며)
칠거면 한 대 치고!
은비 (가만히 보는)
태광 (은비 시선 피하며) 아님... 니 얼굴 못 보겠으니까
빨리.. 들어가.. 너!
은비 (어색한) 나... 갈게..

은비, 대문 쪽으로 가고,


태광, 휙 돌아서 몇 걸음 걷다가,

태광 (다시 뒤 돌아, 손 흔들며) 야! 나, 간다!

인사 마치고 돌아서는 태광의 얼굴에 미소 번진다.


은비, 집으로 들어간다.
차갑게 보고 서있는 이안의 앞으로,
미소 띤 태광이 스쳐 지나간다.
혼자 남겨진 이안의, 가슴 아픈 그 얼굴에서

#타이틀 <후. 아. 유?>

#4. 세강고 전경. 아침

#5. 교무실. 아침
교감선생님 자리 앞에 서 있는 준석.

교감 김선생, 그 사건 무혐의 처리되고, 다 끝났는데


왜 사표까지 쓰시려는 겁니까?
학교 측에서도 감봉 3개월정도 생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김준석 ....제가 아이들을 계속 가르칠 자신이 없어서요.
학기 중인데 정말 죄송합니다, 교감선생님.

김준석의 자리에 걷어 온 수학노트 올려놓던 민준,


교감과 김준석의 대화 듣고 놀라서 나간다.

교감 (딱하게 보며) 그래요. 정 그러시다면..어쩔 수 없죠..


후임교사 구할 때까지, 아이들 섭섭하지 않게
정리 잘 하세요.
김준석 네..(꾸벅하고 자리로 가는)
교감 (짠해서 본다)

그때, 안주리, 샘 해밍턴과 함께 교무실로 들어와 교감 자리로 온다.

-2-
안주리 교감선생님, EPIK(에픽)으로 오신
원어민 보조교사 샘 해밍턴 선생님이세요!
샘 해밍턴 I'm honored to meet you. I'm Sam Hammington.
교감 (악수하며 긴장해서) 엄..나이스 투 미츄. 투! ...웰컴..!
샘 해밍턴 (능숙하게) 교감쌤.. 나 한국말 잘해요! 편하게 해요!
안주리 (웃고) 호주분인데 한국말도 잘 하시더라구요.
교감 (큼...)그럼 그렇다고 미리 말씀을 좀...
암튼! 수고들 하시고 안쌤이 많이 도와주십시오.
안주리 네, 교감선생님!
교감 그만들 가보세요.

안주리, 샘 해밍턴 자리 뜨면, 긴장 풀려 털썩 앉는 교감쌤.

#6. 복도. 오전
태광, 가방 메고 등교하는 길이다.
복도에 기대서 태광을 기다리는 이안
태광, 무심히 이안의 앞을 스쳐 지나가면
이안, 태광의 어깨를 탁 짚으며

이안 (낮게) 공태광! 옥상에서 좀 보자.


태광 야! 무슨 일인데?

이안, 대답 없이 앞서 가면, 태광 궁금함으로 돌아본다.

#7. 옥상. 오전
기다리는 이안의 앞으로 껄렁껄렁 다가가는 태광

태광 뭐냐? 니가 옥상엘 다 올라오고?


이안 (단단하게) 공태광! 너한테 더 늦기 전에,
꼭 해야 될 말이 있어서
태광 (삐딱하게 서서) 뭔데?
이안 내가 그동안 너무 혼란스러워서....
내 맘을 나도, 정확히 모르겠어서...
니 질문에, 대답 못했던 게 있는데
태광 (심상치 않은 분위기 느끼고, 마주서며) 말 해!
이안 (낮지만 단호하게) 나는... 이은비를 싫어한 게 아니더라고!!
내가 화가 났던 건! 걔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좋아했기 때문이더라고!!
태광 (놀랐지만, 침착하게) 야.... 한이안!!
이안 (어제의 기억 떠올라 화나지만, 꾹 참고)
내가 뭘 봤든! 뭘 들었든! 아무 상관없어.
태광 !!! 야...
이안 (말 자르며) 니가 무슨 얘길 하든! 무슨 욕을 하든!
그것도...아무 상관없어.

-3-
태광 그래서... 어쩌자는 건데?
이안 아직... 끝난 거 아니라고.

이안, 뚫어져라 태광을 보면

태광 (질 수 없다.) 야! 한이안!
난 처음부터 그랬어! 이은비 말고,
다른 건 아무 상관 없었다!
이안 그러니까... 제대로 말하면, 나는, 이제 시작이라고!

이안, 태광, 한치도 물러섬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데서

#8. 교실. 오전
안주리, 샘 해밍턴 교탁 앞에 서 있고
아이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고 있다.
이안과 태광, 둘 다 정면을 보고 있지만,
눈빛에서 신경전 느껴진다.

안주리 자, 다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씩 웃으며)못 알아들어도 애써서 잘 들어보도록 하고!
(영어로) 샘 해밍턴 수업 시작하시죠?
샘 해밍턴 (영어로)오늘은 자막 없이 영화의 일부를 보고
그 장면에 대해서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는 수업을 하겠습니다.

샘 해밍턴, 영화를 틀려고 하는데,

윤재 (장난스럽게) 샘쌤! 하우 올드 아 유?
샘 해밍턴 (능숙한 한국말) 먹을 만큼 먹었다!
기태 오오!! (탄력받아) 샘쌤!!
(해나를 가리키며) 디스 이즈 마이 걸프렌드!
샘 해밍턴 안물안궁.
기태 (화들짝 놀라며) 헐..

#9. 급식실. 낮
아이들 삼삼오오 모여 밥 먹는다.
소영, 식판 들고 가며 앉을 자리 찾지만, 마땅치 않다.
기태, 민석, 진권, 해나, 효은, 모여 앉은 자리 끝 쪽으로
소영, 기죽지 않고 꼿꼿하게 다가가 식판 놓으면
아이들 맘에 안 드는 표정으로 일제히 본다.
소영,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밥 먹기 시작한다.

해나 (소영 들으라는 듯) 뻔뻔하고 센걸로 치면,


나두 어디 가서 빠진단 소리 안 듣는데,
강소영 앞에서는 이름도 못 내밀겠다야..

-4-
소영 (찍 노려보는)
기태 우리 해나 센거는 시크 한 거고, 쟤는 그냥 범죄고...
민석 이야... 이렇게 까는데도 밥만 잘 먹네?
소영 (숟가락 들고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먹는다.)

#10. 화장실. 낮
우엑... 속 게워내고 물 내리는 소리 들려온다.
잠시 뒤, 무표정한 얼굴로 나오는 소영.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얼굴을 가만 들여다보는.


물기 어린 눈으로 손 씻다가,
약해지지 않으려는 듯 표정을 다잡는데
은별, 들어와 소영 옆에서 무심히 손 씻으면

소영 (낮게) 야 고은별.. 너 내가 이대로 찌그러질 거 같지?


너랑 이은비 둘 다 살아서, 애들 갖고 논 걸 내가 아는데
니들 무사할 거 같아?
은별 (손 다 씻었다. 물기 닦으며 거울 속 소영을 빤히 응시한다)
강소영, 거울 좀 봐. 지금 니 얼굴 어떤지?
그리고, 여유 되면 니 맘도 좀 들여다보고.
소영 뭐?
은별 센 척 하면서 소리만 질러댄다고, 감춰지니?
(차갑게 말하지만 진심이다.) 나도 겪어봐서 알아.
속으론... 지우고 싶고, 도망가고 싶어 미치겠는, 니 마음!
소영 !!!

은별, 무표정한 얼굴로 나가면


소영, 천천히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본다. 보기 싫다.
세면기 위에 놓인 비누받침 잡히는 대로 거울 향해 집어던진다.

#11. 학교 도서관. 낮
은별, 책장 앞에 서서 책 보고 있는데, 이안 다가와 옆에 선다.
은별, 이안을 무신경하게 한 번 슥 보고 다시 책 보면

이안 (예쁘게 보며) 고은별. 또 책보냐?


은별 (책 흔들어 보이며) 보면서 뭘 물어..

이안, 피식 웃고, 책장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털썩 앉는다.

이안 고은별. 기억 나냐? 나...옛날에, 너 책 다 읽을 때까지


하루 종일 옆에 앉아서.. 이렇게 기다렸는데...
은별 칫.. (웃고) 공차다 와서, 다 읽었어? 딱지놀이 하다 와서,
다 읽었어? 나 엄청 귀찮게 했지.
이안 야! 그 때 얼마나 심심했는지 아냐?

-5-
은별 가라는데도 안가고 끝까지 붙어있던 게 누군데?
이안 (웃고) 가기 싫었으니까......(편집해주세요)

은별, 또 말없이 책 보고 있으면,(편집해 주세요.)


이안,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라 아련하게 은별을 본다.

은별 ...... (시선 느끼고 이안을 본다. 약 올리듯, 장난스럽게)


나보다 키도 작고, 공부도 못하고, 소리 빽 지르면
눈물 찔끔하던 한이안 어디 갔을까? 응?
이안 (다정하고 진지하게) .... 니 말이 맞아. 우린 너무 컸고...
많은 게 달라졌다. 그치?

은별, 장난에 진지하게 반응하는 이안이 이상해, 다시 본다.

이안 고은별...나 말야...(뭔가 말을 꺼내려다)


은별 뭐? 말해!
이안 (말 삼키고, 일어나 장난치며) .... 훈련 간다구!

이안, 웃어주고 가면, 은별, 이안의 뒷모습을 보며 쓸쓸하게 웃는다.

#12. 은별모의 가게. 오후


카운터에 선 은비. 능숙하게 계산을 하고 포장을 하는 모습.
계산을 마치고 돌아서는 손님에게 싹싹하게 인사를 한다.
은별모 신기함 반, 대견한 반으로 은비에게 다가오는.

은비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은별모 (밉지 않게 흘기며) 엄마보다 더 잘해, 너?
은비 (자랑하듯) 통영에 있을 때 나, 알바의 여왕이었어, 엄마!
은별모 으이구 그랬어?
은비 (마주 웃는)
은별모 근데 너 학교 알아 볼 동안
이렇게 엄마나 돕고 있어도 돼?
전학 간 학교에서 진도 안 맞음 어떡해?
은비 그래서 학원이라도 좀 다닐까 하는데... 그래도 돼?
은별모 그래도 돼가 뭐야, 당연히 해야지.
엄마가 알아봐 줄게.
은비 응.

은비, 은별모 마주 보고 웃는데, 손님 들어온다.


반색하며 나가려는 은비를 말리고, 응대하는 은별모

그때 은비 핸드폰 울린다. 화면 보면 <공태광>


은비 순간 긴장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는다.

-6-
은비 (아무렇지 않게) 왜, 공태광?

#13. 공원 일각. 오후
교복차림의 태광, 벤치에 앉아 은비와 통화 중이다.
긴장되는 표정으로, 한 쪽 다리를 달달 떨지만
목소리는 멀쩡한 척,

태광 할 말 있으니까 나와. 공원!!

대답도 안 듣고 전화 끊고는, 긴장 풀려 심호흡하는.

#입구 쪽을 연신 바라보는 태광인데,


반대편에서 나타나 옆에 앉는 은비.
태광, 화들짝 놀라고는, 애써 태연한 척.

태광 왔냐...
은비 (안 보고 끄덕이는) 할 말이 뭔데?
태광 야 어제... 많이 놀랬...(냐?)
은비 (얼른) 공태광!
태광 어?
은비 (어색하고 어려운) 나는...잘 모르겠어.
그러니까 나한테 아무것도 물어보지 마.
태광 (빤히 보다가 씩 웃는) 됐네. 미안하단 말은 안했으니까.
그럼 나도 미안하단 말 안한다?

은비, 긴장해서 후다닥 일어나 걸어가면


태광, 피식 웃고 따라가 어깨로 툭 치며,

태광 야, 근데 너 얼굴 좀 빨개진 거 같다?
은비 (당황해서, 버럭) 아니거든!
태광 (은비에게 얼굴 들이밀며) 빨개졌는데?
은비 (더 빨리 가며) 아니라니까?

은비, 태광을 밀어버리고 가는데, 태광, 더 따라붙으며 놀리는.


아옹다옹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14. 수영장 일각. 오후


훈련 마친 선수들, 트레이닝 복 입고 코치 앞에 대열해 있다.

코치 내일부터 대통령배 수영대회 참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출전 종목 신중하게 찾아오도록!
선배1 한이안은요?
코치 당연히 불참이지.
이안 ......(열외라는 사실이 속상하고)

-7-
선배1 그럼 한이안이 도맡아 나갔던, 자유형 100, 200, 400미터
자리 다 비어있는 거죠?
코치 그렇다. 비록 대회는 출전 못하지만, 이안인
꾸준히 예전 기량 되찾기 위한 연습 게을리 하지 말고!
이안 네!
코치 해산!

코치 나가고, 민규 이안에게로 다가온다.

민규 (괜한 미안함에) 이안아..


이안 (민규 툭 치고 애써 웃으며) 야, 나 지금 재활 속도
얼마나 빠른지 아냐?
나 없이 가는 대회 이게 첨이자 마지막이니까, 잘해라?
민규 (장난 받아주는) 에이씨...

민규와 같이 웃지만, 마음 무거운 이안의 얼굴에서

#15. 소영의 집 거실. 저녁


소영부 소파에 앉아 시사잡지 보고 있고,
소영, 눈치 살피며 조심스럽게 다가가 옆에 앉는다.

소영 아빠, 차 한 잔 드릴까요?
소영부 됐다.
소영 그럼...과일이라도...
소영부 (슥 한 번 보고) 필요 없어.
소영 (망설이다가) 아빠... 저희 반에 걔 있잖아요...
소영부 (말 자르고, 잡지에 시선 그대로 고정한 채)
셰익스피어 희곡에 말이다. 이런 말이 나와.
잡초를 뻗어 퍼지게 하는 것은...
바람이 너무 부드럽기 때문이다.
소영 (두려운 눈으로 아빠를 본다.) ...네?
소영부 ......어설픈 온정주의는, 잡초 따위나 무성하게 만드는 법이지.
밟히기 싫으면 방법은 딱 하나다. 먼저 밟아버리는 거!
소영 아뇨...저 그냥 전학...
소영부 (말 자르며) 아빠 공천 임박해 있는 거 몰라!
(서늘하게) 안 그래도 니 문제로 신경 곤두서있으니까,
쓸데없는 소리 말고! 당분간 조용히 살던가,
먼저 밟아서 조용히 시키든가, 둘 중에 하나만 해!

소영, 원망과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아빠를 본다.

#16. 양재천. 아침
은비, 자전거 끌고 가는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8-
이안 야!! 이은비!!

은비 깜짝 놀라서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멈춰 서 있으면

이안 이은비!!!

은비, 천천히 뒤 돌면, 달려오는 이안 보인다.


은비, 이안이 불러주는 이름 들으니 왠지 마음이 벅차다.
은비 앞에 마주 서는 이안,

이안 (대뜸 손 내밀어) 야! 핸드폰!


은비 어?
이안 내놔! 니 핸드폰

은비, 핸드폰 꺼내면, 휙 뺏어가 번호 입력해 통화버튼 누르는 이안.


이안, 자신의 전화 울리자마자 뚝 끊는다.
은비, 빤히 이안을 보면

이안 우리, 편하게 보기로 한 거 아니었어?


은비 한이안...
이안 야.. 번호를 모르면 편할 수가 없지.
만나기가 엄청 어려우니까.

그 때, 울리는 문자메시지 수신음, 이안 은비의 핸드폰 본다.

태광(E) 잘 잤냐? 학원 알아봤어?

이안 (표정 구기며, 핸드폰 돌려주고) 무슨 학원?


은비 전학 가기 전까지 진도 맞춰야 해서. 이따 등록하러 가야 돼.
이안 (O.L) 같이 가자.
은비 응?.....안 돼.
이안 칫...아니야도 아니고, 안 돼는 뭐야?
혹시...같이 가기로 했냐? 공태광이랑?
은비 어? (놀랐다가, 거짓말로) 어어. 맞아.
이안 그래? (실망했지만, 애써 웃으며) 잘됐네.
훈련 한 시간만 땡땡이칠까..잠깐 고민했는데.
은비 훈련.. 잘 하고 있구나?
이안 당연하지. (툭, 웃으며) 이은비! 니가 한 말 책임 져야 돼!
나.... 금메달 딸 때까지
은비 (놀라서) 그게 무슨 말이야?

이안, 쑥스러워 은비 자전거 뺏어 들며 앞서 가고,


은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뒷모습 보고 서있다.

-9-
이안 (돌아보며 활짝 웃는) 빨리 와! 나 시간 없어!

#17. 세강고 전경. 아침

#18. 3반 교실. 오전
조회 전 어수선한 교실.
자리에 앉아 있던 민준 일어나 앞으로 나간다.

민준 얘들아!
아이들 (여전히 소란스럽고)
민준 할 말이 있는데... 우리 담임선생님 말이야,
......학교 그만두시는 것 같아.

아이들, 깜짝 놀라 조용해졌다가,
여기저기서 왜? 언제? 시끌시끌해진다.

송주 정수인 그 사건 때문이야?
시진 작년에 그 반 담임이었잖아. 그래서 그런가?

엎드려 있던 태광, 눈을 뜨고 천천히 몸 일으키는.

해나 언제까지 나오시는데?
민준 그냥.. 후임 구할 때까지 라고만 들었어.
하윤 학기 중간에 쌤 바뀌는 거 별론데..
민준 그래서 말인데... 선생님 그냥 가시게 놔둘 거야?

아이들, 시무룩한 분위기고,


복잡한 얼굴의 태광, 일어나 뒷문으로 나간다.

#19. 옥상. 낮
김준석, 뒤돌아 서 있는 태광을 미안함으로 보다가,
애써 웃으며 다가가 등을 탁 치는.

김준석 이 자식... 어디서 선생님한테 문자로, 뭐? 옥상?!


태광 옥상이요! 랬지 언제 옥상! 이랬어요?
김준석 (픽 웃고) 왜 불렀어 임마.
태광 .......그만 두세요, 학교?
김준석 (밝게) 공태광! 내가 누굴 보면서 선생님 꿈을
꾸기 시작했는지 아냐?
태광 누군데요?
김준석 고2때 우리 담임샘! 가출한 학생 찾아 1박2일,
지방까지 찾아 헤매던... 완전 열혈 교사셨지.
학생들이랑 안전거리나 유지하려는 나와는 비교가 안 돼.
태광 오...멋지네! 좀 배우세요! 그런 훌륭한 선생님!

-10-
김준석 (피식) 그 분이 누군지 아냐? 바로....너희 아버지셔!
태광 !!!
김준석 (태광 보다가) ....... 이사장님, 뵙고 왔다.
너 부탁하시더라. 난 지금 좋은 선생은커녕,
내가 제대로 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만 두는 거야. 생각 좀 해보게.
태광 (괜히 투정부리는) 아, 진짜.. 저는 어쩌고요?
김준석 (짠해서 보다가 머리 마구 헝클이며) 전화해 임마. 언제든지.

김준석, 에이...하며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지는 태광의


목에 팔을 확 걸어 데리고 나간다.

#20. 이안 설비 앞. 오후
훈련 마치고 오던 이안,
가게 앞에서 20대 초반의 건달과 실랑이 중인 아버지를 본다.
가게 문 앞을 떡하니 막고 서있는 스포츠카

청년1 (건방지게, 앞 범퍼에 기스 난 부분 가리키며)


말해 봐! 멀쩡하던 차가 왜 이 꼴이 됐는데! 어?
이안부 (허허 웃으며) 이봐요! 남의 가게 앞에 차를 떡하니
세워 놓으니까 좀 빼달라고 한마디 했을 뿐이지,
내가 한 게 아니래도 그러네?
청년1 댁이 아니면 누군데? (이안부의 옷 잡아끌며)
그러니까 경찰서 가서 얘기 하자고오!
이안부 (힘에 밀려 질질 끌려가며) 아니, 이거 놓고 얘기해!
지금 화낼 사람이 누군데?
이안 !!!!(열 받고)

이안, 가방 집어던지고 달려들어,


청년1의 멱살을 잡는다.

이안 (매섭게 보며) 그 손 못 치워?


청년1 (짜증) 이건 또 뭐야? (주먹 들면)

이안부 이안을 보호하려다 청년1의 주먹에 맞는다.


“아이고!”소리 지르며, 얼굴을 감싸고 아파하는 이안부
이안, 눈 뒤집혀, 순식간에 청년1을 바닥에 눕히고
사정없이 주먹 날린다.
놀라는 이안부, 뜯어 말려 보지만 소용없다.

#21 . 경찰서 전경. 오후

#22 . 경찰서 복도. 오후


복도 가운데 서 있는 태광의 굳은 얼굴.

-11-
멀리 유치관리팀 푯말 보이고, 그쪽으로 걸음 옮기는 위로,

경찰(E) 유치장이요? 1층 유치관리팀으로 가세요.

도착한 태광. 떨리는 손으로 손잡이를 잡는다.


눈을 꾹 감고 잠시 있다가, 차마 열지 못하고..
참담한 표정으로 복도를 걸어간다.

#23 . 경찰서. 오후
이안부, 이안, 청년1, 경찰 앞에 주룩 앉아 있다.
이안의 얼굴에 약간의 상처 있고,
얼굴 한쪽에 드레싱밴드 붙인 이안부.
청년1 은 입술 터지고 눈이 퉁퉁 부어있다.

청년1 (고래고래) 합의 못한다니까!!


무릎 꿇고 사과부터 해! 그럼 생각해 볼 테니까!
이안 (이 악물고 청년 노려본다.)
이안부 (절절매며) 이봐, 젊은이! 그러지 말고,
좋게 좋게 합의 합시다. 그쪽도 잘한 거 하나 없고
청년1 (말 자르며, 비웃는) 이딴 식으로 나오면서 무슨 합의!!!!
경찰 거! 조용히들 하세요!!!

이안, 주먹 꽉 쥐며 부르르 떨면,


이안부 이안의 손을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24. 경찰서 앞. 오후
이안, 이안부와 함께 지친 표정으로 중앙현관을 나오는데,
한쪽에서 박형사와 얘기 나누는 태광 보인다.

민준부 여기까지 와서 왜 그냥 가? 아버지 보고 가지?


태광 아니에요.
민준부 (토닥이며) 이사장님 잘 계시니까 너무 걱정 하지 말고, 응?

놀라는 이안, 떠오르는 기억

<플래시백-14회 #31. 교정일각. 아침>


경찰차에 오르는 이사장을 구경하는 아이들과 이안.
그때 이안의 옆으로 헐레벌떡 뛰어와, 그 모습을 아프게 보는 태광.

<플래시백-2회 #51. 세강고 정문 앞. 낮>

공재호 우리 오랜만에 밥 한 번 먹어야지?


이안 코치님이랑 같이 찾아뵐게요.
공재호 (친근한) 그래! 연락 다오! (가려는데)

-12-
태광 (투명인간 취급 불쾌하다) 거기 저도 좀 껴도 될까요?
얘랑 같은 반 공! 태광이라고 하는데요? 공! 재호 이.사.장.님?
공재호 글쎄, 건 좀 곤란하겠는데?

공재호가 이안과 손 인사 나눈 뒤, 차를 타고 사라지는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태광, 눈빛 차갑다.

#이안, 놀라움과 걱정으로 태광을 본다.

이안부 (걱정으로) 어깨는 괜찮냐? 어디 아픈 데 없어?


이안 전 괜찮아요. 아버지는 (상처 들여다보며) 안 아프세요?
이안부 난 아무렇지두 않어.
이안 (분이 안 풀리고) 아우...씨....

#이안, 다시 태광을 보면, 이안과 이안부를 보고 서있는 태광.


이안부 이안의 시선 따라가 태광을 보면

태광 (고개 꾸벅하며) 안녕하세요?


이안부 어? 그래, 이안아 니 친구냐?
이안 ....네

태광, 이안부의 상처를 보다가, 가려하면

이안부 어? 너 일루와 봐!
태광 네? (어색하게 슬금슬금 다가오면)
이안부 고 녀석 밤톨같이 잘 생겼네? 밥은 먹었냐?
태광 아..아뇨...
이안부 잘됐다. 우리 밥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가자!
이안 !!! (태광을 보는)
태광 네? (이안을 보는) 아..아닙니다.
이안부 아니긴, (양쪽에 이안 태광 데리고) 따라와 이놈들아!

이안부 양팔로 어깨동무 하면, 이안과 태광 마지못해 따라간다.

#25. 휴대폰 수리점. 저녁


소영, 테이블에 은별이 밟아 으스러진 휴대폰을 올려놓는다.

소영 전화기를 떨어뜨려서요.
기사 (보고, 놀라며) 아주 액정이 가루가 됐네요?
꼭 누가 일부러 밟은 것처럼?
소영 (열 받고)
기사 데이터 백업은 하셨어요?
소영 (무심히) 아뇨. 해주세요. 오래 걸리나요?
기사 경우 따라 다르죠. 저장 된 사진이나 동영상파일이 많아요?

-13-
소영 사진은 꽤 되고, 동영상은 그냥 몇 개.....
(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기억)

소영, 생기 없던 눈이 반짝이며, 수리기사 앞으로 바짝 다가가

소영 데이터 하나도 남김없이 다 살려주세요. 네?

#26 . 국밥집. 저녁
이안, 태광, 뚝배기 들고, 마지막 국물까지 맛있게 싹 비우고
내려놓는다.

이안부 (흐뭇하게) 하이구...자식들...자알 먹는다!

이안부 양 손으로 이안, 태광의 머리 툭툭 쓰다듬는다.


태광, 고개 숙인 채, 이안부를 보면,
따뜻하게 웃어주는 이안부와 이안의 다정한 모습

이안부 한 그릇 더 해? 더 먹고 힘내야 또 싸우지?


이안 (씩 민망한 듯 웃으며) 아부지는.....
이안부 뭐 해준 것도 없는데, 그래도 애비라고....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어서는....아들! 너 밖에 없다. 근데! 임마!
운동하는 놈이, 더군다나 부상도 당한 마당에, 그럼 못써!
또 그러면 진짜 혼난다! 어?
이안 ......혼나도 할 수 없어요. 똑같은 일 생기면, 또 그럴 거니까.
이안부 뭐? 으이구...자식(싫지 않은 듯 웃으며 이안 본다.)

태광, 부럽고, 가슴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느낌이다.

이안부 (태광에게) 근데, 넌 왜 경찰서에 있었어?


너두 뭐 사고 쳤냐?
태광 (멋쩍은) 원래는 그게 정상인데, 오늘은....아닙니다.

이안, 걱정스런 눈으로 태광을 본다.

#27 . 도로일각. 저녁
이안부 트럭에 타 있고, 앞에 서서 꾸벅 인사하는 태광

태광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이안부 그래! (미소로 손 흔들어 주는)
태광 (이안에게) 가라!

태광, 돌아서 가면, 이안 트럭에 타려다가

이안 아버지! 잠시만요!

-14-
이안, 태광을 따라간다.

이안 야! 공태광!!
태광 (돌아보며) 왜?
이안 ......괜찮냐?
태광 뭐! 또 이은비 잘 지내냐고 물어보려고?
이안 .... 너 말이야..... 너, 괜찮냐고
태광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나 뭐! 당연히 괜찮지!
이안 야!
태광 아, 왜애?
이안 (마음은 걱정되지만) 내가 말했지? 이제 시작이라고!
태광 칫...또 그 얘기냐?
이안 니가 벌써 힘 빠진 얼굴 하고 있으면 재미없지...
그러니까.... 기운 내라!
태광 ......
이안 간다!

이안, 돌아서서 트럭에 올라탄다.


태광, 사라지는 트럭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서...

#28. 태광의 방. 밤
무료한 표정으로 게임기 앞에 앉은 태광.
고개 저어 복잡한 생각 털어내고 핸드폰 꺼낸다.
통화목록에 있는 이름 <법적대리인>
망설이다 눌러서 이름을 바꾼다. <아버지>
아버지란 글자를 한 참 보는 태광의 얼굴에서

#29. 은별의 집 거실. 밤


은별모, 소파에 앉아 책 읽고 있다.
그때 학원에서 돌아오는 은비

은비 다녀왔습니다!
은별모 (일어나 맞아주며) 왔어? 학원은 어때? 맘에 들어?
은비 (웃는) 응, 좋아. 언니는?
은별모 방에. (하다가) 아 참, 은비야 너 들어 갈 학교 정했어.
은비 진짜?

은별모, 탁자에 놓아 둔 서류 건네면, 은비, 받아서 보는 데서.

#29-1. 은별의 방. 밤
은별과 은비 나란히 누워 있다.

-15-
은비 언니, 나랑 한 침대에서 자는 거 안 불편해?
은별 그럴 리가... 내가 너랑 하고 싶었던 일들 중에 하나가
이렇게 한 침대 누워서 수다 떠는 거거든?
은비 진짜?
은별 그럼 진짜지!
은비 언니 있잖아, 나 다닐 학교 정했다?
은별 (보며) 그래? (하다가 조심스레) 나랑 같이 세강고 다니는 건
아무래도 안 되겠어?
은비 (씁쓸하게 웃고 끄덕하는) 근데 나..
애들한테 거짓말 한 거 제대로 사과하고, 떠나고 싶은데...
그럼 언니가 너무 곤란하겠지?
은별 (생각하다) 아냐.. 너 학교 가는 날, 난 하루 신나게 놀지 뭐.
은비 (은별 보며 웃는데)
은별 참 니 인형 허락 없이 치워서 미안.
근데 누구한테 선물 받은 거야?
은비 (당황해서) 어? 한이안. 그땐 내가 언니 아닌 거 몰랐을 때야.
은별 (쿨하게) 난 줄 알았으면 인형 선물 안했지. 한 대 맞을라고?
은비 언니, 인형 싫어하는 거 한이안이 알아?
은별 당연하지! 야, 이제 그만 자자. (하며 눈 감으면)

은비, 생각에 잠기는 데서.

#30. 소영의 방. 밤
소영, 수리된 핸드폰 확인하고 있다.

수리기사(E) 다행히 데이터의 70퍼센트 정도는 살렸습니다.

핸드폰 화면에 동영상 폴더를 누르면, 주르륵 뜨는 아이콘들.


소영, 손가락을 움직여 파일을 찾다가, 우뚝 멈춘다.
파일을 찾았는지, 혹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알 듯 말 듯하다.
표정 싸늘해지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소영 (씹어 삼킬 듯) 고은별! 이은비! 언제까지 고개 빳빳이 쳐들고


잘난 척 하는지 두고 보자!

그 때, 노크소리 들리면, 핸드폰 치우고 문제집 펼치는 소영


소영모, 빵과 간식거리 담긴 쟁반 들고 들어온다.

소영모 소영아! 이거 먹고 해.
소영 (밝게) 응! 고마워 엄마!
소영모 어제부터 아무 것도 안 먹던데,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소영 응, 아픈데 없어.

소영, 핸드폰을 다시 들여다본다.

-16-
#31. 교실. 오전
수업전인 교실. 태광, 엎드려 있고,
기태, 책상 위에 걸터 앉아있다.

효은 야! 대박! 우리 학교에 이사장 아들 다닌대.


해나 헐... 진짜? 몇 학년?
효은 몰라!
기태 이사장 얼마 전에 구속됐잖아. 아... 기분 어떨까?
뉴스에 감방 간다고, 아빠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공! 재! 호! (하다가 설마 아니겠지? 태광을 슥 본다.)

이안, 깜짝 놀라, 걱정스러운 얼굴로 태광을 본다.

효은 그럼 뭐야? 송희영 아들이라는 소리야?


해나 이사장 완전 이중인격자 아니냐?
잡지마다 완전 의식 쩌는 교육자인 척 하더니

태광, 주먹 꽉 쥐고, 자리에서 스윽 일어나 기태 쪽으로 간다.


기태, 태광을 의식하며 주춤거리며 쳐다본다.

이안 (다가가 막아서는) 야! 공태광!


태광 (심드렁하게) 뭐냐?
이안 (걱정되는) 어디가?
태광 (어이없다) 화장실!

이안 비켜서면, 기태 안도의 한숨 내쉬는데,


태광, 기태의 책상 발로 세게 찬다. 떨어지는 기태
황당해하는 기태를 두고, 이안을 비껴 나가버리는 태광
이안이 그런 태광을 본다.

#31-1. 스탠드 일각. 낮


태광, 눈 감고 누워 있는데, 은별 다가가 태광의 운동화를 툭 찬다.

#32. 교도소 전경. 낮

#33. 교도소일각. 낮.
재소자들 여럿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는 방.
까칠한 얼굴의 공재호, 한쪽 구석에서 책 보고 있다.
재소자1, 편지를 들여다보고 히죽히죽 웃고 있으면

재소자2 아까부터 뭘 들여다보면서 그렇게 좋아 죽어?


재소자1 우리 아들 편지요. 이번에 또 1등 했다네요?

-17-
어쩌다 저 같은 놈한테서 그런 자식이 태어났는지,
너무 미안해서... 호적 파주고 싶네요.

재소자들 웃음소리에 슬쩍 돌아보는 공재호.

<플래시백-14회 #26. 태광의 집 거실. 밤>

이사장 (냉소로) 그래, 뭘 원하냐? 이걸 들이밀어서 나한테서


뭘 얻어내려고 하는 거야! 말해봐!
태광 모르겠어요!!
이사장 뭐?
태광 (눈 벌개지며) 모르겠어서 좀 여쭤보려고요.
저 아버지 진짜 미워요. 아버지가 다 잃고 무너지면
제일 기뻐할 사람이 나라고 생각했는데!
손에 이걸 쥐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 맘이 대체 뭘까요?
(눈물 참으며) 아버지는... 아세요?

문득 떠오르는 태광의 생각에 가슴이 아리는 공재호의 얼굴에서

#34. 공원일각. 밤
이안, 손에 금메달을 들고 물끄러미 보다, 꽉 쥔다.
이안, 멀리서 다가오는 어린 은별의 모습을 본다.
어린 은별, 이안을 향해 환하게 웃다가,
이안의 앞에 거의 다다를 즈음 현재의 은별로 바뀐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은별과 이안


이안, 은별을 따뜻하게 보다가, 메달을 꺼내 건넨다.

은별 이게 뭐야?
이안 고은별, 나 약속 지켰다. 이거 우리 어렸을 때,
내가 전국대회에서 첫 금메달 따면 너 주기로 했었잖아.
은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갸웃하는)
그래? 한이안, 기특하네.. 그걸 다 기억하고...

금메달을 바라보는 은별. 그런 은별을 보며,

이안 고은별... 나... 오늘... 이별하러 온 거야.


은별 (툭) 나랑?
이안 아니, 10년 동안의 내... 짝사랑
은별 (피식 미소로 보는) 야! 짝사랑은 그냥 너 혼자 정리하면 되잖아!
이안 (편안한 미소로 보다가) 여덟 살 꼬마가 뭘 알겠냐고
다들 비웃겠지만, 나 정말 그 때부터 쭉 니가 좋았었다.

이안을 보는 은별의 표정에서

-18-
<플래시백 - 2회 #7. 통영 리조트 야외일각>
은별 한이안! 잘 봐! 나 어릴 때 은별이 아냐.
우리 너무 컸구, 많은 게 달라졌어.
이제 날 위해 니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어!

은별 (담담히) 한이안...나도 니가 그냥 친구인지, 그 이상인지...


고민해 본 적이 없는 건 아냐.
이안 (피식) 알아. 니가 그런 고민 했다는 거.
그래서 오랫동안 기대하고... 기다린 것도 사실이고.
근데 고은별! 머리로 고민하기 전에,
마음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거더라구.
은별 ...그런가?

이안, 은별을 가만히 미소로 본다.

은별 (미소로) 한이안! 시간이 조금 지나서..


내가 널 많이 좋아했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
왜 진작 몰랐을까, 뒤늦게 후회하게 될지도...
수인이가 그렇게 허무하게 떠날 줄...그 땐 상상도 못했듯이.
그치만.... 만약 그렇더라도...
10년 동안 나만 봐주던 니가 옆에 없다는 게,
어쩌다 문득 너무 슬퍼지더라도....
그건... 내 몫이야. 니 마음은 니꺼구...
이안 고은별! 나 지금 내 짝사랑이랑 헤어지는 거지,
너 안보겠다는 거 아니거든?
은별 당연하지! 내가 미쳤냐? 너 같이 여러모로 부려먹기 좋은
친구를 왜 안 봐?
이안 (욱해서) 야!!
은별 (지지 않고) 왜!!
이안 어우,,,어우,,,, 됐다! 됐어!!

이안, 은별, 한 대씩 치고받고, 즐겁게 웃는 모습에서

#35. 추모공원 정수인 나무 앞. 아침


정수인 이름표가 붙은 나무 앞에 서 있는 은별.
저 만치 떨어져 서있는 김준석과 정민영.
은별, 국화 꽃다발을 내려놓고, 잠시 기도 하듯 눈 감는다.
그 위로, 들리는 은별의 목소리

은별(E) 수인아...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그때 너 모른 척 한 것도 미안해...
그래도 가끔 너 보러 와도 되지?
......난 니 친구니까.

-19-
은별, 그리운 눈으로 수인의 나무를 보다가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만져본다.

#김준석, 정민영 나무 앞의 은별을 보면서.

김준석 (정민영보며) 고맙습니다. 제가 용기 낼 수 있게 도와주셔서.


정민영 용기 내주셔서 감사해요. 학교 그만두신다구요..?
김준석 네.. 제가 있어도 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서요.
정민영 그럼 앞으로 어떡하실거예요?
김준석 음.... 그 자리에 있어도 되는 사람이 다시, 되어야죠.

수인의 나무를 바라보는 두 사람에서.

#36. 교실. 오후
아이들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교탁 앞에 서 있는 김준석,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눈에 담는다.

김준석 일단 이렇게 갑자기 떠나게 돼서 미안하고...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정말 아쉽다.
마지막으로 잔소리 한 번하자면, 너희가 지나고 있는 이 시간,
참 외롭고, 힘들고 뭐가 뭔지 모르겠고, 그럴 거다.
근데! 다 괜찮다. 니들은 아직, 열여덟 살이니까.
이상, 종례 끝!

반 아이들 준석을 본다.


김준석, 손 한 번 들어 보이고 나가는 등 뒤로,
아이들 큰소리로, “선생님, 감사합니다!!”

#37. 주차장. 오후
짐 정리한 상자를 들고 오는 김준석.
무심히 걸어오다가, 어딘가를 보고 깜짝 놀라는.
보면 차 유리를 빼곡하게 뒤 덮은 노란 포스트 잇.
아이들이 김준석에게 남긴 메시지들이 붙어 있다.

하나씩 뜯어보는 김준석.


보며, 씩 웃는데 눈물 살짝 맺히는 준석의 얼굴에서.

민준(E) 선생님! 편한 길 말고, 바른 길로 끌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안(E) 쌤은 심각한 멘트, 진짜 안 어울려요!
태광(E) 쌤... 이제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시진(E) , 송주(E) , 기태(E) 등등. 나머지는 현장에서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20-
#38. 태광의 방. 오후
슈트를 입은 태광, 거울 앞에 서 있다.
송희영에게 받은, 선물 상자 뚜껑을 연다.
진지한 표정으로 넥타이를 맨다.

#39. 교도소 면회실. 저녁


긴장한 얼굴로 면회실을 왔다갔다..하는 태광.
통유리 너머로 교도관의 안내를 받아 들어서는 이사장.
죄수복을 입은 아버지의 모습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다가
밝은 얼굴로 웃어 보이면, 이사장 역시 엷은 미소 짓는다.

태광 (밝게)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


학교 잘 다니고 있어요. 사고도 안 치구요...
이사장 그래? 내버려 두면 알아서 잘 할 아이를,
마음 못 잡게, 뒤흔든 게 내가 아닌가...
요즘 시간이 많아선지 이 생각 저 생각 많이 들더구나.
태광 에이...그런 얘기 듣고 싶어서 하는 말 아닌데.
그냥... 제 걱정 마시라구요.
이사장 (미소로 끄덕이는) 넥타이가 참 잘 어울리는 구나..
태광 (머뭇대다) 이거....엄마가 선물 해주신 거예요.
이사장 그래...
태광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 아버지 안 계신 집이
엄청 허전해요.
이사장 ......(마음 짠하고, 미안한)
너한테 이런 모습 보여 부끄럽구나.
태광 예전에는 아버지가 참 부끄럽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번에는 제 생각이 틀려서 정말 다행이에요.
이사장 .......(고맙고) 난... 지켜야 할 게 아주 많은 줄 알고
살아왔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내가 꼭 지켜야 할 것은
딱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게 너였다 태광아...

태광, 밝게 씩 웃어 보이면

안내방송(E) 면회시간 종료 1분 전입니다.

태광 전엔 아버지랑 3분도 같이 있기 힘들었는데,


오늘은 시간이 엄청 빨리 가네요.

안내(E) 면회시간이 종료 되었습니다.

태광 아버지, 또 올게요!

태광, 한결 따뜻해진 아버지의 미소를 바라본다.

-21-
#40. 교도소 문 앞. 저녁
중앙현관 문을 열고, 건물 밖으로 나서는 태광.

이사장(E)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내가 꼭 지켜야 할 것은


딱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태광,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씨익 흐뭇하게 웃다가


걷잡을 수 없이 왈칵 쏟아지는 눈물..
태광, 우두커니 서서 눈물 나는 대로 한참을 운다.

#41. 버스정류장. 밤
정류장에 서 있는 이안의 앞으로 버스 도착한다.
이안, 잠시 다른 곳을 보다가, 버스에 타있는 은비를 발견한다.
서둘러 달려가 출발하는 버스 잡아타는 이안.

#42. 버스 안. 밤
버스에 탄 이안, 은비에게로 걸어온다.
이어폰을 끼고 창 밖 바라보고 있는 은비.
그 옆에 이안, 털썩 주저앉으면 놀라서 보는 은비,

은비 (이어폰 빼며) 한이안?


이안 학원 갔다 오는 길이야?
은비 응
이안 (담담히)요즘... 아침운동 안 나오더라?
은비 응.....자꾸 늦잠 자서
이안 (은비 보면) 기다렸는데......
은비 ??(보면)
이안 (O.L) 나... 더 오래도 기다릴 수 있어.
은비 !!
이안 (은비를 물끄러미 본다)
은비 (이안의 시선 피해 창 밖 보다가) 어, 나 내려야 돼..

은비, 벨로 손을 뻗는데 이안, 먼저 손으로 벨을 턱 막으면


은비 놀라서 이안을 본다.

이안 같이 내릴까? 아님 조금만 더... 같이 갈래?

은비, 이안을 가만히 보다가,


버튼에서 손을 스르르 내린다.
이안, 은비가 빼놓은 이어폰 한쪽을 집어
자신의 귀에 꽂는다.
두 사람 이어폰 나눠 낀 채 마주보는 얼굴에서

-22-
#43. 예쁜 장소(이안은비의 추억의 장소면 좋을듯함). 밤
이안, 은비 나란히 걷고 있다.

은비 나... 내일 학교 가. 마지막 인사하러.


이안 (서운한) 결국 다른 학교로 가게 된 거야?
은비 응.(끄덕끄덕) 내일이 지나면,
정말 고은별이라는 이름과 안녕이네?
이안 야! 마지막 어쩌고...하는 건 되게 맘에 안 들지만,
잘 됐다. 이제 새로 시작해야지...
은비 응. 나...언니의 이름으로 사는 동안
아무 노력 없이 얻은 것들이 참 많았어.
이안 그게 뭔데?
은비 엄마, 선생님, 친구들의 사랑...
내가 고은별이란 이유만으로....너도... 날 좋아해줬잖아.

이안, 진심을 전할 수 없어 답답하다.


은비와 마주보고 선다.

이안 여기..... 기억나?
은비 당연하지. 우리 자주 왔던 데잖아.
이안 그래! 근데... 너! 이은비랑은 처음 와본 곳!
은비 !!
이안 이은비와 처음 먹는 밥! 이은비와 처음 듣는 노래!
앞으론 전부 다 그럴 거야.
은비 ......
이안 그러니까....새로 시작할 수 있게..
너, 안 가면 안 돼?

은비 이안, 서로를 가만히 보고 있다.


이안에게 떠오르는 기억

<플래시백- 제7회 #19 공원일각. 아침>

은비 ......(속상한, 눈물 날 것 같다.) 난... 너한테 못 가!


내가 못가니까....니가...와주면 안 돼?

이안, 은비를 한참 바라보다가

이안 아니면, 그 때 니가 불러줬을 때처럼...


나, 다시 한 번.... 너한테 가도 되냐?

은비, 눈물 그렁해 보고 있으면,


이안, 잠시 마주보다가, 성큼성큼 다가가
은비를 가슴 깊이 꼭 안아준다.

-23-
#. 중간 타이틀 <후. 아. 유?>

#44. 중앙현관 앞. 아침
떨리고 긴장된 표정의 은비 막 현관으로 들어선다.
뒤에서 걸어오던 태광, 은별인 줄 알고, 그냥 스쳐지나간다.
찰나의 순간 눈이 마주치고, 스쳐갔던 태광 갸웃하면서
다시 뒤돌아 온다. 따라 걸으며 은비를 빤히 살피다가,
발로 막아 멈추게 하는.

은비 야, 공태..(광. 하려는데)
태광 (진지한 표정, 손가락으로 은비 이마를 쭉 밀어보는)
은비 아!
태광 (재빨리 손으로 뒤통수 감싸며 방어태세)
은비 야..너 뭐하는 거야?
태광 (활짝 웃으며, 작게) 맞네, 이은비? 너 여기 어쩐 일이야?
은비 ...오늘 마지막으로 애들하고 인사하려고 왔어.
언니한테 내가 특별히 부탁했어.
태광 !!! (알고 있지만, 마지막이란 말이 싫고, 툭)
그래라. 그래봤자 통영보다 멀리 가겠냐?

둘, 교실쪽으로 걸어가면, 복도 코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소영


멀어지는 은비를 주시하는 표정에서.

#45. 세강고 휴게실/ 거리. (전화통화) 낮


송주, 시진, 은비 다정하게 얘기 나누고 있다.
그 모습을 멀찍이서 보던 소영,
핸드폰 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은별에게 전화를 건다.

소영 (빈정대며) 고은별? 너 오늘, 바쁜 일 있나보다?


이은비 학교에 앉혀놓고 뭐해?
/
책 들춰보며, 무심히 핸드폰 들고 있는 은별.

은별 강소영! 왜? 내가 없으니까 심심하니?


/
소영 어! 그래서 작은 이벤트 하나 준비했는데,
궁금하면... 올래?
/
은별 (피식 냉소로) 미안하다.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서!
/
소영 아쉽네....내가 통영에서 찍은 기가 막힌 동영상이 하나 있는데?
주인공이 누군지 알아?

-24-
#소영, 여유롭게 회심의 미소 짓는다.

#전화기를 든 채, 하얗게 질리는 은별


이 악 물고, 정신없이 뛰어 나간다.

#46. 거리일각. 낮
다급한 얼굴로 왔다갔다, 손 흔들어 택시를 잡는 은별.
택시 한 대 다가오면, 얼른 잡아타고 출발한다.

#47. 3반 교실. 낮
막 수업이 끝난 교실.
아이들 서랍에 책 집어넣고 꺼내며 소란스러운데
은비, 떨리는 손을 꼭 쥐고, 마음을 다잡은 뒤 일어선다.
걸어 나가 교탁 앞에 서는 은비
이안과 태광, 용기를 주듯 작게 끄덕이며, 미소로 은비를 본다.

은비 (둘러보며) 저기....얘들아...

아이들 하던 일 하며, 무심히 은비를 본다.

#48. 교문 앞. 낮
택시에서 내려 온 힘을 다해 달리는 은별

#49. 3반 교실. 낮
말없이 아이들을 보는 은비.

송주 공별! 너 거기 서서 뭐하냐?
윤재 왜? 노래 한 곡 하려고? 비트박스 좀 넣어줘?

아이들, “오오오!!” 환호하는데,


소영, 긴장과 기대가 섞인 얼굴로 교실 문을 바라본다.

#그 때, 교실 문이 벌컥 열리고,
사복을 입은 은별 들어서면, 시선 집중 된다.
아이들의 눈 커지며 은비와 은별을 번갈아 본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이안과 태광,
송주, 시진, 손으로 입 가리고 마주 본다.
소영, 속 시원하다는 듯 씨익 웃으며 은별을 보면,
은별, 죽일 듯이 소영을 노려본다.
팽팽하게 부딪히는 소영과 은별의 시선,
그 사이로 보이는, 은비의 깜짝 놀란 얼굴에서....

<제15회 끝>

-25-
<제 16 회>

#1. 3반 교실. 낮
교실 문이 벌컥 열리고, 사복을 입은 은별 들어서면, 시선 집중 된다.
아이들의 눈 커지며 은비와 은별을 번갈아 본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이안과 태광,
송주, 시진, 깜짝 놀라 손으로 입 가리고 마주 본다.
소영, 속 시원하다는 듯 씨익 웃으며 은별을 보면,
은별, 죽일 듯이 소영을 노려본다.
팽팽하게 부딪히는 소영과 은별의 시선,
그 사이로 보이는, 충격으로 굳은 은비의 얼굴.

기태 어우씨... 야! 뭐냐? 무섭게.... 고은별 동생 죽었다고 하지 않았어?


하윤 헐... 근데, 누가... 고은별이야?

아이들, “완전 똑같다.”어쩌고저쩌고 웅성웅성 거리면

초원 그럼, 강소영 말이 진짜였어?


소영 (승리의 미소로 일어나 앞으로 나가며)
드디어 한 자리에 모였네?
(아이들 향해) 내가 말했지? 통영의 이은비 안 죽었다고!

은비, 떨리는 눈으로 은별을 본다.


은별, 은비에게 다가가 안심시키듯 보며

은별 걱정 마. 하려던 얘기 계속 해!
(아이들 향해) 미안, 내 얘긴 나중에 들어라.
(독하게 보며) 강소영! 넌 나 좀 보자?
소영 (웃으며) 여기서 해! 왜? 또... 뭐 숨길 게 남았니?
은별 (단호하게) 니 의사 같은 거 물어 볼 생각 없어! 따라 와!
소영 내가 왜 그래야.. (되지?)
은별 (말 자르며, 버럭) 따라오라구!!

은별, 소영을 노려보는데, 눈빛 분노로 떨린다.

#2. 복도 끝. 낮
은별, 소영을 구석에 몰아놓고 위협하듯 서 있고.
소영, 애써 태연한 척 보고 있다.

은별 강소영! 내 놔!
소영 뭘?
은별 날 은비가 있는 교실까지 불러왔으면,
니가 원했던 건 다 이룬 거 같으니까. 내놓으라고!
소영 아... 그 동영상?

-1-
은별 (분노로 이가 갈리고)
소영 똑똑한 고은별이 왜 이럴까?
야! 그거 퍼지면 순식간에 게임 끝나는 건데,
니 손에, 복사본 하나 없는 원본파일 곱게 넘겨주겠냐?
은별 (떨리지만 단호하게) 어떤 거야?
대체 내 동생한테 무슨 짓까지 한 거야 너!!
소영 (미소로) 걱정 마. 그깟 거 공개 된다고 죽냐?
단지, 똑같이 생긴 니들 얼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고,
동영상 떠올리면서 이러쿵저러쿵 하겠지.
은별 그거... 니가 찍은 거야?
소영 아마도?
은별 똑바로 대답해. 니가.... 한 거야?
소영 (미소로) 그래! 맞아!

은별, 잡아먹을 듯이 소영을 째려보는데,


복도를 지나던 여학생, 두 사람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본다.

#3. 3반 교실. 낮
은별이 소영을 끌고 나간 교실.
순식간에 정적이 흐르며, 아이들의 시선 일제히 은비를 향한다.
이안과 태광, 동시에 자리를 박차는데,
은비, 둘 보며 오지 말라고 고개 젓는다.
둘 멈춰 서고, 은비 반 아이들을 보며 천천히 입을 떼는.

은비 (떨리지만 담담하게) 그 동안 거짓말해서 정말 미안해..


나는... 나는 이은비고,

아이들, 웅성거리기 시작하고,


그때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오는 송주와 시진.

시진 야,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 니가... 고은별이 아니라고?


은비 ........ (힘겹다. 끄덕이는)
송주 그럼 넌 이은빈데, 기억 잃은 고은별 인척 했단 말이야?
시진 그럼 기억 돌아왔다던 은별인 고은별이고?
이게 뭐니 대체??
송주 은별아! 아... 아니.... (혼란스러운) 너희.... 둘이 번갈아가면서 학교 와

한 사람인 척 한 거야? 진짜?

태광, 걸어 나와 은비를 향해 가려는데,


은비, 가만있으라는 눈빛으로 조용히 말린다.
멀리서 은비 안타깝게 바라보고 서 있는 이안.

송주 (돌아보며) 한이안! 너도.... 알고 있었냐?

-2-
이안 (끄덕이며) ....어!
송주 허... (기막혀 싸늘한 얼굴로 본다.) 야! 니들 어떻게 이래?
은비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속이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

은비, 용기 내어 아이들 본다.

은비 통영에서 깨어났을 때, 기억을 잃어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내가 고은별이라 믿고, 서울에 왔던 거야.
그리고 기억이 돌아 왔을 땐...
이미 되돌리기 힘들만큼 많은 일들이 일어나 버려서
솔직하게 말 할 수가 없었어.
해나 (툴툴) 그래도 그렇지... 언제까지 속일 생각이었냐?
윤재 (장난스럽게) 이거 몰카 아니지? 뭔가 재밌으면서도..
기분이 참.... 그렇지 않냐? 응?
송주 (돌아보며) 조용히 하고 얘기.. 마저 듣자...

아이들, 조용해진 채 은비를 본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용기 내라는 듯 미소 지어 보이는 이안.
태광, 이안의 시선 확인하고 은비를 본다.

은비 이유가 뭐든.. 너희를 속인 건 사실이니까...


화나는 거 당연해... 정말 미안하다.

아이들, “대박..!”,“안 죽은 거 맞네..”등등 소란스러워지고


말을 마친 은비, 미안함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얼굴에서.

#타이틀 <후. 아. 유>

#4. 화장실. 낮 (#2 에 이어.)


화장실로 소영을 끌고 들어오는 은별

소영 야! 이거 안 놔?
은별 강소영! 잘 들어!

은별, 핸드폰에서 음성녹음파일 재생한다.

소영(E) (미소로) 걱정 마. 그깟 거 공개 된다고 죽냐?


단지, 똑같이 생긴 니들 얼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고,
동영상 떠올리면서 이러쿵저러쿵 하겠지.
은별(E) 그거... 니가 찍은 거야?
소영(E) 아마도?
은별(E) 똑바로 대답해. 니가.... 한 거야?
소영(E) (미소로) 그래! 맞아!

-3-
소영 뭐 하자는 거야?
은별 그 동영상, 누구한테 보여주거나, 인터넷에 1초만 떠있어도,
아니! 한 번 더, 니 입에서 동영상에 동짜만 꺼내도...
너! 각오해야 될 거야.
소영 이씨! (핸드폰 잡으려 하면)
은별 (치우며) 이거 없앤다고 뭐가 달라질 거 같냐?
충고하는데...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 가리키며)
내 머리가 기억하는 한, 니가 살길은...
(가까이 가 소영 뚫어져라 보며)
가능한 내 눈 앞에 안 나타나는 거,
가능한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거! 그거뿐이야!!

은별, 소영의 어깨 팍 들이받고 나가버린다.

#5. 스탠드 일각. 낮


은비, 심란한 얼굴로 운동장 보고 앉아있다.
이안, 다가가 옆자리에 툭 앉으면,

은비 (보는) 잘못한 일이 있으면 사과하는 게 당연한 건데....


그 사과가 말이야... 참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안 사과 안하려고 피하는 게.. 무책임한 거 아니고?
은비 다른 사람한테 상처 주고 나서,
미안하다고 말해버리는 거...
그 사람 상처는 나았는지 더 깊어졌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내 마음 편해지려고 던지는 변명 같아서...
이안 (잠시 생각하다가) 나도... 너한테 그런가보다.
은비 ?? (보면)
이안 그래서... 미안하단 말하기가 싫은가보다...(보면)
은비 괜찮아. (위로하듯) 말하고 싶지 않은 건 안할 수 있는데, 그치?
듣고 싶지 않은 얘기도, 안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안, 말없이 은비를 보다가


목에 걸고 있던 헤드셋 빼서 은비에게 씌워 준다.
이안, 따뜻하게 웃어주면, 은비 쓸쓸하게 웃는다.
멀리서 두 사람의 모습 지켜보다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리는 태광

#6. 은별모의 방. 밤
의자에 앉아 있다가 분노로 몸을 벌떡 일으키는 은별모.
마주 앉아 있던 은별, 은별모의 떨리는 손을 잡아 준다.

은별모 용서 못해!! 어떻게 그런 짓까지!! 몹쓸 애란 거 알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문으로 가며) 은비는 괜찮아?

-4-
은별 응, 자고 있어.
은별모 내일 엄마가 학교 가야겠다!
은별 (끄덕이고)
은별모 (얼굴 쓸어주며) 너도 많이 놀랐지?
은별 (엄마 얼굴을 올려다보다가) 엄마.
은별모 응?
은별 엄마.
은별모 왜에?
은별 그냥 불러보고 싶어서.
은별모 (따뜻하게 웃으며) 싱겁기는..
은별 (품에 안기며) 엄마, 은비 위해서 화내줘서 고마워.
엄마가 날 위해서 걱정하고, 위로하고, 화내주는 걸,
나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았나봐.

#7. 등굣길. 아침
걷고 있는 송주, 시진, 둘 다 시무룩해서 오는데
뒤에서 은별, 송주와 시진을 툭 치며 다가온다.

은별 (미안한 마음 담아) 야!

송주, 시진 돌아보며 흠칫하는,

송주 (보다가 미워서) 누구냐, 너?


은별 (진심으로) 미안해 진짜.
송주 고은별 맞아? 지금 너는?
은별 (끄덕이고)
시진 야, 은별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한테 진짜 니가 이럼
안 되는 거 아니야?
은별 ...안 되는 거 맞아.. 정말 너무 미안해.
송주 뭐 땜에 그랬는지, 어디 있었는지, 차차 물을 거고..
지금 물어볼 거는.. 그래서 지금은 다 괜찮아 진거야?
은별 (끄덕이는) 응..!
송주 (씩 웃어주며) 됐어, 그럼.
은별 (두 사람 보며) 고맙다.
시진 그니까.. 뭐냐.. 그 순둥한 고은별은 니 동생 이은비구,
싸가지 고은별은 진짜 고은별 넌데.. (헷갈리고)
송주 야! 됐어 그만해 머리 아파!
그 동안 니 동생 이은비, 고생 많았겠다, 강소영 땜에?
은별 (굳어지며) 응..
시진 걘 이제 진짜 무서워.
은별 벌... 받게 해야지. 그래야 하는 거니까.

송주, 툭툭 위로하듯 은별의 어깨를 감싸준다.


시진도 다가와 은별의 어깨를 감싸면

-5-
은별, 씩 웃는다. 어깨동무를 한 세 사람, 함께 학교로 향하는 뒷모습.

송주(E) 야 그리구! 이은비 나한테 전화 하라 그래.


걔도 혼나야 돼!
시진(E) 우리, 넷이 한 번 보까? 재밌겠지?!

#8. 3반 교실. 아침
소영, 교실로 들어선다.

기태 해나야.. 이유야 어쨌든 팩트는 그게 아니잖냐...


해나 누가 인정 안한대? 반장 노트북 사건 때도 그렇고,
가짜 고은별 사태도 그렇고, 강소영이 한 말이
다 맞아. 근데? (하다가 문득)

해나, 교실 문 앞에 서있는 소영을 발견하고 말 멈춘다.

소영 (의기양양 다가가며) 계속 해봐. 일단!


내가 한 말이 다 사실이었다는 거, 인정한단 뜻이지?

해나, 못 마땅한 눈으로 소영을 보는데,


그 때, 교실로 들어서던 송주를 발견하는 소영.

소영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져서 다행이고? 그치 차송주?


송주 어!
소영 (피식 웃으면)
송주 근데 강소영! 난, 왜... 니 말이 진실이란 거 알고 나서,
더더욱 너란 앨 이해할 수가 없을까?
소영 뭐?
송주 (진심으로 걱정 되서 보며) 너... 정말 몰라?
애들이 거짓말 한 고은별보다 여전히 너한테 냉정한 이유를?
넌! 니가 제일 강하고, 잘났다는 거 확인 시켜줄 사람....
그게 필요해서 친구 사귀냐?
진심으로 너 위해서 말인데, 그렇게 살지 마라.

송주, 딱하다는 표정으로 자리로 가면,


소영, 열 받지만, 송주의 맘이 느껴져 뭔지 모를 울컥함 느껴진다.

#9. 교무실. 오전
교감과 학주, 은별모, 소영모 앉아 있다.
은별모와 소영모 서로를 노려보며 날이 선 분위기.
교감과 학주 곤란하고 침통한 표정이다.

은별모 어떻게 열여덟 살 학생이 같은 반 친구한테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를 수가 있죠? 과거에 그런 짓을 해놓고 반성은커녕

-6-
협박을 하다니요!
소영모 (화나서) 협박이라니, 이보세요! 말씀 드렸듯이,
그 동영상인지 뭔지 우리 애 핸드폰, 컴퓨터 그 어디에도
없다구요! 아니 친구 사이에 장난 좀 친 거 가지고, 이러시면..
은별모 (분노로 노려보며 뭔가 말 하려는데)
학주 어머니! 그래도 이런 일에 장난이라는 표현은
쓰지 말아 주십시오. 가지고 있든 아니든 그런 걸 빌미로 친구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잘못 된 일입니다.
소영모 (입술 앙 다물고 학주 노려보는)
은별모 (소영모 보며) 강소영이란 학생, 행동이며 분위기가 아이답지
않고 서늘하더니, 오늘 어머니를 보니 그 이유를 알겠네요!
소영모 (화나서) 아니 뭐라구요?!
은별모 그 학생도 참 딱하다는 말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어긋나는 아이는
없는 법이거든요.

두 사람, 팽팽하게 서로를 노려본다. 교감 진화에 나선다.

교감 자자, 다들 잠시만 진정들 하시고, 여러 가지 정황을


확인해 본 결과 일단 강소영 학생의 징계는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소영모 (분노로) 네?!!
교감 있지도 않은 동영상을 가지고 친구를 협박한 사실이 녹음파일로
확실히 남아 있기도 하고요. 그 외에도 여러 번 해당 학생을
괴롭혔다는 주변 학생들 증언들이 많습니다.
징계위원회를 열겠습니다.
소영모 (은별모를 노려보며) 아니 근데, 왜 우리 애만 징계를 받아야 하죠?

일동, 소영모를 보면,

소영모 학생이 쌍둥이 동생을 이용해서 학교를 대신 보내고,


번갈아 왔다 갔다 하며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기만한 건
교칙에 어긋나지 않나 부죠?

은별모, 교감, 학주 놀라 서로를 보고,

소영모 그 학생도 처벌 해주세요!

#10. 복도. 낮
벽에 징계위원회 공고 붙어있고, 그 앞에 모여 수군대며 구경하는 아이들

내용 <2-3반 강 OO / 2-3반 고 OO>

#11. 교실. 낮
종례시간. 문 열리고 학주, 새 담임 김슬영과 함께 들어온다.
조용해지는 교실. 아이들 집중하고, 새 담임 무표정하게 서 있다.

-7-
학주 3반, 새 담임선생님 오셨다.
수학과목 맡고 계신 김슬영 선생님이시다.
김슬영 (날카로운 눈으로 반 아이들을 둘러본다.)
학주 학기 중간에 담임선생님이 바뀌어서 혼란스럽겠지만,
말씀 잘 듣고, 3반! 잘 할 수 있지?
아이들 네!!
학주 선생님 소개 하시죠?
김슬영 반갑다. 내가 담임이 된 이상 우리 반 성적관리 하나는
확실하게 책임지겠다.
하윤,초원 (좋아하며 마주본다.)
김슬영 이 반에 대해 대충 들었다. 난 착한학생 필요 없고,
사고치는 것도 상관없지만, 공부하는 다른 학생에게
피해주는 건 용납 못한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자기 할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알겠나?
아이들 !!!! (충격으로 본다.)
학주 (살짝 당황해서) 흠... 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김슬영 (목례 하며) 수고 많으셨습니다.

학주 나가면, 아이들 웅성웅성 떠들다가


김슬영, 교탁을 팍팍 치면 긴장한 눈으로 집중하는데서

#12. 학원 안. 저녁
문 열리고 들어오는 김준석.
10명 남짓한 아이들, “안녕하세요?”인사하고
김준석도 인사하면서 책을 펴다가, 어딘가를 보며 눈 똥그래진다.
보면 맨 뒷자리에 철푸덕 엎어져 자고 있는 소년, 태광이다.
어이없는 상황인데 어쩐지 그립고 뭉클한 기분이 드는 김준석.

#13. 학원 휴게실. 저녁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김준석과 태광.

김준석 (살짝 감동 받아서) 얌마, 말도 없이 웬일이냐?


내 수업 그리웠냐?
태광 (하품 하고) 네.. 엄청 그리웠죠. 몰랐는데,
김준석 (기대로 보면)
태광 쌤, 목소리가 엥간한 수면제보다 나아요.
방금도, 완전 오랜만에 꿀잠 잤어요. (엄지 척 올려 보이고)
김준석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일어나며) 집에나 가라!
태광 (씩 웃으며 그대로 앉아 있으면)
김준석 안가냐?
태광 저 지금 누구 기다리는 중이니까, 수업가세요!

준석, 밉지 않게 흘기고 나가면, 태광 살짝 가라앉는 표정에서.

-8-
#13-1. 라커룸. 밤 (이전 #19)
이안, 트레이닝 재킷 걸치고 가방 꺼내려다가 라커 등지고 바닥에 앉는다.
이은비 선택하고, 핸드폰 메시지 창에 문자 찍는다.

이안(E) 아버지 선물 사야 되는데 좀 골라줄래?

이안, 고개 젓고 메시지 싹 지운다.

이안(E) 훈련 끝나니까 배고프다....

이것도 아니다. 다시 싹 지우고, 구차한 생각 들어 짜증나는

이안(E) (터프하게) 야! 당장 나와!

이안, 찍어 놓고, 피식.. 자기가 생각해도 웃긴 듯, 곧 지우려는데


민규, 불쑥 다가와 고개 내밀며

민규 뭐가 그렇게 좋아?

이안, 당황해서 핸드폰 치운다는 게, 전송 버튼 눌러 버렸다.

이안 (당황해서 핸드폰 든 채로) 야! 야야야!! 이거 아닌데!!!


민규 뭐가 아닌데?
이안 (절망으로 눈 질끈 감으며) 아... 진짜... 이거 아니라고...

그 때, 띠링 울리는 문자메시지 수신음, 확인하면

은비(E) 나 학원이야.

이안, 갑자기 표정 확 밝아지며, 가방 들고 뛰쳐나간다.

#14. 학원 복도. 밤
한 강의실 문 열리고 아이들 나온다. 그 틈에 보이는 은비
휴게실 앞을 지나는데, 불쑥 나오는 태광.

태광 야!
은비 공태광, 너 여기 웬일이야?
태광 학원에 수업 들으러 왔지, 뭐, 너 보러 왔겠냐?
은비 치, 학교에서도 잠만 자면서 수업은..
태광 (웃는 은비 짠하게 보며) 괜찮냐?
은비 응! 이제 아무한테도 거짓말 안 해도 되니까, 좋아.

걸어가는 두 사람에서

-9-
#15. 학원 앞. 밤
학원 수업 마치고 건물을 빠져나오는 아이들.
이안, 설레는 표정으로 놓칠 새라 두리번두리번 은비를 찾고 있는데,
태광과 함께 나오는 은비 발견하고 표정 굳는다.

이안 (맘에 안 드는) 어떻게 같이 있냐?


태광 나두 이 학원 다니거든.
이안 (알만 하다.) 공태광! 니가 이 학원 수업 듣는다고?
태광 왜? 대한민국 고등학생이 학원 다니는 게 이상하냐?
안 다니는 게 이상하지! 너처럼?
이안 (어이없어서 보면)
태광 (맞서서 보며) 근데, 너는 여기 왜있냐?
이안 (망설임 없이) 얘, 집에 데려다 주려고.
은비 ?? (놀라서 보는)
이안 같은 방향이잖아....
태광 (은비 잡으며) 됐거든?

이안, 태광, 팽팽하게 맞서 있는 사이에서


두 사람의 얼굴 심각하게 보고 있던 은비
양쪽 모두의 손 놓으며

은비 (단호하게) 나 혼자 갈게. 아니! 혼자 가고 싶어.

은비, 돌아서 먼저 가버리고, 태광 은비를 향해 가려는데


이안, 태광의 앞을 가로막고 선다.
태광, 그런 이안을 지지 않고 열 받아 바라보는 얼굴에서

#16. 소영의 방. 밤
문에 멍하니 기대 선 소영.
방 밖 거실에서 들리는 소영모, 소영부의 목소리.
두 사람 잔뜩 격앙되어 큰소리로 싸우는 중이다.

소영부(E) 애가 저 지경이 되도록 뭘 한 거야? 집에서!


소영모(E) 그 소리 왜 안하나 했어! 그냥 다 내 잘못이지?
허구한 날 애 붙잡고 이런 저런 소린 자기가 다 하구선
잘못되면 다 내 탓이에요?
소영부(E) 그럼 이렇게 된 게 내 탓이야?
소영모(E) 없다잖아, 동영상! 그냥 홧김에 한 소리 갖구 정말!
아유, 됐어! 징계위원회고 뭐고 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냥 신경 꺼요!
소영부(E) 제대로 처리해! 또 어쭙잖은 일에 개입하게
만들면 나도 더는 안 참아, 알겠어?!

-10-
말 마친 소영부, 안방으로 들어간 듯, 쾅 문 닫히는 소리 들리면
소영, 눈 질끈 감았다 뜨고 발걸음 떼는데, 휘청하는.
다잡고, 문 열고 나가는 소영.

#
욕실 문 쿵, 닫히고 안에서 들리는 소영의 구역질 소리.

#17. 세강고 전경. 아침

#18. 교실. 아침
김슬영, 문 열고 들어온다. (은별이 없어도 됨)
김슬영, 엎드린 기태에게로 가 사정없이 귀를 잡아 일으킨다.
기태, “아아아!!”아파하는데, 거칠게 명찰 확인하는 김슬영.

김슬영 권기태? 벌점 1점.


기태 예?
김슬영 (돌아서 가려하면)
기태 (잡으며, 욱하며) 아니! 저.. 쌤!!! 왜요!! 에?..
김슬영 (돌아보며, 담담하게) 토 달지 마라! 벌점 3점.

기태, 스르륵 손 놓고, 아이들, 침만 꿀꺽 삼킨다.


김슬영, 소영의 옆을 지나치다가 멈추고, 명찰 스윽 본다.

소영 ?? (잘 못 한 거 없는데, 하고 보면)
김슬영 넌 공부도 잘하는 애가 왜 그렇게 사고를 쳤어?
소영 (놀라서, 시선 피한다.)
김슬영 (혼잣말로) 오자마자 전학을 2명이나...
것두 하필이면 위에서 두 명... 반 평균 확 깎이게 생겼네.

김슬영, 아이들 둘러보면 질려서 고개 숙이는 아이들

담임 (교탁 앞에 선다.) 자, 종례 시작하겠다.

#21. 소영의 집. 밤 (이전 #17)


문제집을 펼쳐놓고 책상 앞에 앉은 소영.
연필을 쥐고는 있으나 집중 못하고 멍한 표정이다.
그때 방문 벌컥 열리며, 화난 얼굴의 소영부 들어온다.
소영 화들짝 놀라 일어선다.

소영부 조용히 있던가, 아님 뒷말 안 나오게 확실히


밟으라고 몇 번을 말했어!!
그거 하나 처릴 못해서 기어이 공천을 탈락하게 만들어!!
소영 (뒷걸음질 치며, 겁에 질린) 아빠...

-11-
소영모, 뛰어 들어와 소영부를 말린다.

소영모 (말리며) 그만 좀 해요!


소영부 뭘 그만해! 이게 몇 번째야? 통영 버리고 여기 와서
다시 자리 잡느라고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덜 떨어진 자식 놈 하나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냐고!!
소영모 여보!!
소영부 온 지역구에 소문이란 소문은 다 나서, 공천은 고사하고
내가 얼굴을 들고 다닐 수 가 없어!
소영모 (소영부 잡고 끌며) 그만해요! 애 놀래잖아!
소영부 (소영 가리키며) 너!! 정신 똑바로 차려, 임마!
또 이런 멍청한 짓 벌이면, 자식이고 뭐고 없어!!

소영모, 억지로 소영부를 끌고 나가 조용해지면,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소영.
분노와 두려움, 서러움이 몰려와 큰소리로 울음을 토하는 소영에서.

#22. 은별의 집 거실. 밤


은별모와 은비 함께 앉아 있다.

은별모 너 무슨 고민 있니?
은비 ......
은별모 ......뭔데?
은비 엄마....나...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내 걱정해주고, 무조건 달려와 나 도와주는
친구가 있는데.... 그래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나도 그 친구한테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해주고 싶은데 말이야.....
그게 맞는 건지, 그래도 되는 건지 정말 헷갈려.
은별모 (귀엽게 미소로 보는)
은비 그렇게 나만 생각하는 친구 놔두고 다른 사람, 보고 싶어 하면
나 정말 나쁜 거지?
은별모 음......뭔지 알겠다. 은비야! 고맙고 미안한 마음도 중요하지.
근데, 엄마 생각엔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그냥 이유 없이
보고 싶고, 자꾸 생각나고, 만나고 싶은 거야.
은비 그런 거야?
은별모 엄마두 연애 많이 해봐서 아는데....
은비 (피식 웃으면)
은별모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니 마음가는대로 하고,
고맙고 미안한 친구한테는 자꾸 오해하게 만들면 안 돼.
니가 니 마음 확실하게 전하는 게, 모두를 위해서 좋아.
은비 근데, 엄마......나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
은별모 (예쁘게 쓰다듬으며) 원래 그런 거야.
너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야! 그게

-12-
은별모와 은별, 은비 함께 앉아 있다.
그 때, 은별이 윗 층에서 내려온다.

은별모 은별아! 엄마 할 얘기 있어. 너두 이리 와!

<시간 경과>

은별모 그래서 엄마 생각엔 가게 정리하면서, 이사도 하고, 니들 둘 다


전학도 가고 그렇게 새로 시작하면 어떨까 싶은데..
은별 (미소로) 응, 좋아 난.
은비 (놀라서 보다가) ....응 나두.
은별모 그래,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엄마가 정리할게.
은별 근데... 나, 엄마랑 은비한테 할 얘기 있어.
은비 (은별의 표정 보며) 언니! 뭔데?
은별 전부터 생각해 왔던 건데, 그 땐 엄마 옆에 나 말고
아무도 없었으니까, 말도 안 된다고.. 마음 접었었거든...
하지만 지금은 은비도 있고....
은별모 얘가 왜 이렇게 뜸을 들여?
은별 나... 공부 하고 싶은 게 있어.

은비와 은별모, 궁금한 눈으로 은별을 보고 있다.

#27. 급식실. 낮
은별, 송주, 시진 앉아서 밥 먹고 있다.
식판을 든 태광 힐끗 보고 그냥 지나치려 하는데
은별, 그런 태광을 툭 막는.

은별 야, 공태광! 같이 먹자?
태광 됐거든?
은별 앉어라!
태광 (보다가, 그냥 털썩 앉는데 시진이 옆이다.)
시진 (괜히 의식하며) 치....
은별 (모두를 보며) 야, 나 전학 간다.
송주 (알고 있었지만 놀라서) 그렇게 된 거야, 결국?
시진 (시무룩해지고)
태광 (아랑곳없이 밥 먹고)
은별 (괜히 밝게) 잘 됐지, 뭐.. 전학 가서 은비랑 같이 학교 다니려고.
태광 (은비 이름에 움찔하고 숟가락 내려놓는)
은별 ...그리고 곧 유학도 가게 될지 몰라.
송주, 시진 (놀라서) 유학 까지?
은별 그래! 그니까 다들 나, 가기 전까지 잘 하라고!
송주 은비랑도 인사하고 싶은데...
시진 가기 전에 은비랑 꼭 인사하게 해줘!
은별 (끄덕이고)

-13-
태광 (표정 굳어서, 식판 들고 일어나 간다)

은별이 그런 태광을 본다.

#27-1. 카페. 밤 (이전 #23.)


교복 차림의 태광, 은비와 마주앉아 있다.

태광 (무거운 마음 떨치려, 밝게) 우리 주말에 영화 볼래?


은비 (마음 불편한)...
태광 (은비의 표정 읽고) 야! 너 이사 때문에 그래?
암만 멀어도 사람 사는 델 거 아냐.
차 다니고, 전기도 들어오고, 몇 번을 말 하냐?
은비 (보는데 마음 복잡하고) 공태광!
태광 나 그런 거 상관 안한다고. (씁쓸하게 웃다가 툭) 근데 너는?
넌.... 나랑 멀리 떨어지는 게, 전혀 아무렇지도 않냐?
은비 (대답 못하고 보다가, 결심하고) 태광아,
태광 (보는)
은비 (담담하게) 나는 너를 보면 항상 고맙고 미안한 생각이 들어.
나도 너한테 받은 만큼 너한테 잘해주고 싶었는데,
태광 (막고 싶어서) 야, 알았어. 내 질문에 답 안 해도 돼.
나는 그냥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은비 너 그 말 거짓말이잖아.
태광 (이 악물고 보면)
은비 (마음 아프지만 단호하게) 그래서 이 얘기 하는 거야.
나는, 니가... 날 보는 마음처럼은, 널 볼 수가 없어.
태광 (보면)
은비 .....미안해.

태광, 미안해하는 은비 모습이 보기 싫다.


애써 감정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태광 야! 다 아는 얘기 아니었냐?
알았으니까 그만 일어나. 가자.

태광, 먼저 나가면, 은비 그 모습 보는 데서.

#27-2. 소영의 방. 밤 (이전 #26 -> #34) ((E) 부분 편집에서 넣어주세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소영,
벽에 새로 전학 갈 학교의 교복이 걸려 있다. 그 위로,

의사(E) 신경성 식욕부진증, 쉽게 얘기하면 거식증입니다.

컴퓨터로 뭔가를 보는 소영. 마우스 스크롤을 신경질적으로 굴리는.


컴퓨터 화면 보면, <OO고등학교 페이스북> 정도

-14-
이미 소영에 대한 소문들이 올라오고 있다.
-세강고 최강 왕따 강소영 OO고 등판!!
-통영 누리여고에서 사람도 죽일 뻔 했다함.
-일찐 강소영 신상 털었음! 사진 포함!
등등 빠르게 올라오는.

의사(E) 환자분의 심리 상태가 많이 불안해 보입니다.


약물치료와 함께 심리치료도 병행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절망적인 표정으로 마우스 던져버리고 엎드리는 소영.

#29. 상담실. 오후
축 늘어진 얼굴로 안주리와 마주 앉아 있는 시진.

안주리 (곤란해서) 담임쌤두 계신데, 나한테 이러면..


시진 (울상으로 보면)
안주리 (당황해서, 자기최면 걸듯이) 곤란하지 않아. 그래,
전혀 곤란하지 않지. (어색하게 웃으며) 그래, 고민이 뭐야?
시진 (측은하게 안주리 보며) 쌤.. 저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어요.
안주리 (귀엽게 시진을 보며) 이시진! 니 나이 때 10년 뒤에
니가 뭘 할지 모르는 건 너무 당연한 거지.
시진 (보면)
안주리 (옆 서류더미에서 직업교육 브로셔 꺼내 건네며)
이거 한 번 볼래? 3학년 때부터 전문적인 직업교육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야. 뭐든 지금부터 찾으면 되지 울긴 왜 울어!
시진 (브로셔 받는 데서)

#30. 시진의 방. 밤
시진의 방 가운데 펼쳐진 상. 하와이안 레인보우 보틀 3개와 각종 간식거리
놓여 있고, 은비, 송주, 시진 파자마 차림으로 모여 앉아 놀고 있다.

송주 야, 공별이 우리 자기 친구 말고 이은비 친구로 만나라고


자리 만들어 준 거 알지?
은비 (미소로 끄덕이며) 우리 이사 가도 가끔 모여서 놀자, 응?
시진 싫은데?
은비 (보면)
시진 자주 만나서 놀건데? 그치, 송주야?
송주 그래! 니들 자매 지겹도록 찾아갈거다, 뭐!

은비, 송주, 시진 즐겁게 웃고 있으면, 시우, 벌컥 문 열고 들어온다.

송주 (귀엽다는 듯 머리 쓰다듬으며) 어머, 귀여워. 너 몇 학년이니?


시우 (시크하게 피하며) 누나, 그 때 공군사관학교 체험학습 자료 어딨

-15-
어?

송주, 황당해서 픽 웃고, 시진 책꽂이에서 자료 찾아 건네면, 시우 나간다.

시진 쟤네 학교에서 자유학기제 라는 걸 하는데,


체험 학습 갔다 와선 완전 비행기에 꽂혀 가지구 저런다.
(큰 한숨 쉬며) 저 꼬맹이도 꿈이 있는데... (축 늘어진다.)

#33. 수영장. 밤
수영장에 발 담그고 앉아 있는 이안과 은별

이안 그래서 출국 날짜는 잡혔어?


은별 일단 이사하고, 방학 하자마자 출발할 거야. (가만히 보다가)
한이안! 해외에서 니 친구라고 자랑할 수 있게, 잘 해라!
이안 고은별! 난 이미 여덟 살 때부터, 니 친구라고 자랑하고 다녔거든?
은별 한이안! 나 수인이 일 겪으면서, 나에 대해 또 친구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중요한 건 다른 사람 시선이 아니라
내 마음이란 걸 왜 몰랐을까? 그래서 나 내 꿈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이안 (진심으로) 멋지다! 고은별!
은별 내가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나보다 공부 못한다고
맨날 놀렸지만, 수영할 때만큼은 니가 최고야.
이안 (미소로 보는)
은별 뭐!!
이안 (아쉽지만) 잘 지내라! 내가 늘 너 응원하는 거 알지?
절대 아프지 말고....
은별 너두! (미소로 보다가) 치..... 2년 후에 만나도 넌 어제 만난 친구
같을 테니까. 이별인사 같은 건 이 정도만 하자?
이안 그래, 유학 가도,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려 줄 거지?
은별 너 하는 거 봐서!! .....(이안 보며) 은비는.. 만나봤어?
이안 아직..
은별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어! 답답해.
니들 둘 다 진짜 내 스타일 아니다.

이안, “으이구....” 하며 물 튀기면, “죽을래?”하며 달려드는 은별


때리고 물장난하며 즐겁게 웃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33-1. 공원 일각. 오후 (이전 #28)


소영, 침울하게 앉아 있고,
은비, 다가가 옆자리에 앉는다.

소영 (퉁명스럽게) 야! 이은비...
은비 (차갑게) 무슨 일이야?
소영 내가 여기 왜 왔는지 아냐?

-16-
은비 글쎄....?
소영 갈 데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어서......우습겠지만......
은비 (기막혀 보면)
소영 (약해지지 않으려 애쓰며) 너 바보잖아..
불쌍한 사람 보면, 앞 뒤 안 가리고 덤비는...
날 보면 불쌍하다며?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다며?
은비 (기분 상하고) 야...강소영!
소영 (툭) 동영상 같은 거 없어.
은비 (주먹 꽉 쥐고 노려본다.)
소영 못 믿어도 할 수 없지만 진짜야....
니 잘난 언니가 내 핸드폰 박살내서 없애버렸어.
근데, 그래서 고은별한테 고마울 지경이다.
나... 언젠가부터 멈추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거든.
그게 아직 내 핸드폰에 남아있었으면....
내가 또 무슨 짓을 했을지....무섭다.
은비 (다른 소영이의 모습 느껴져 보는)
소영 (독하게) 나 너한테 미안하단 말 같은 거 절대 안 할 거야.
한다고... 용서해 줄 것도 아니잖아?
니가 용서한다고 이제 와서 나아질 것도 없고, 안 그래?
은비 강소영......너 지금 후회하고 있는 거 다 알아.
소영 (눈 붉어져 노려보는)
은비 그래도 다행이다.
소영 (눈물 날 것 같지만 꾹 참는)
은비 내가 너한테 줄 수 있는 위로는 딱 하나야.
내가... 살아있다는 거..... 문득 잘못한 일을 깨달았을 때,
사과 받아줄 사람은 이미 이 세상에 없다는 거...
너무 끔찍한 일 아니니?
소영 (눈물 한 방울 툭 떨어지면, 얼른 슥 닦아내고 아무렇지 않은 척)
은비 나 솔직히 지금은 너한테 아무 얘기도 듣고 싶지 않아.
그치만...... 나 잘살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니 얘기 들어보고 싶은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소영 (눈물 흠치고)
은비 니가 진짜 나한테 진심으로 뭔가를 말하고 싶어질 때,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란다.

은비, 일어나려는데, 절박함으로 은비의 손을 잡는 소영


은비, 잠시 그대로 있으면, 소영 염치없어 힘없이 손 놓아 버린다.
은비, 무거운 마음으로 천천히 걸음 떼면
은비의 뒷모습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소영의 모습에서.

#35. 학원 안. 밤
수업이 막 끝난 교실. 김준석 나가려다 보면
태광, 몸을 똑바로 세우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김준석, 다가와 앞자리에 앉는.

-17-
김준석 야, 공태광, 너 어디 아프냐?
태광 예?
김준석 너 왜 수업시간에 안자고 깨어 있...(하다가) 이게 아닌데?
태광 (피식 웃고)
김준석 뭔 일이냐, 또?
태광 (눈 깊어지며) 쌤.. 쌤은 세상에서 뭐가 젤 좋아요?
김준석 그건 왜?
태광 그냥 좋아하는 거 아니고,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걸,
안 보고 살 수 있나 해서요.
김준석 (한숨 푹 쉬고, 회한으로) 살아는지더라. 근데...(하다가 툭)
왜, 니가 좋아하는 거 왜 못 보는데?
태광 걔가 저 말고 다른 사람 좋아해서요.
김준석 (놀라서 보면)
태광 그리고 자꾸 미안해하는 거 보기 싫어서요.
김준석 ......안 보고, 참으면서 살 수는 있지.
근데 좋아하는 걸, 니 맘대로 관둘 순 없지 않냐?
태광 (보면)
김준석 (농담으로) 왜? 요새 애들은 그런 게 그냥 막 되냐?
태광 (피식 웃고) 어쨌든 참으면, 살 수는 있단 거네요.
김준석 근데,
태광 (보면)
김준석 (담담하게) 행복하진 않다!
태광 (안다는 듯 끄덕이면)
김준석 (가여워서 괜히 밝게) 야, 공태광 많이 컸다,
좋아하는 여자도 생기고?
태광 (쑥스러워서) 에이... (하며 문쪽으로 가면)
김준석 (쫓아가며) 야, 누구냐? 어?

#36. 학원 사무실. 밤
모두 퇴근한 학원 교사 사무실.
준석 책상에 앉아 컴퓨터로 뭔가를 하고 있다.

태광(E) 쌤.. 쌤은 세상에서 뭐가 젤 좋아요?

준석, 뭔가를 클릭하면 세강고 기간제 교사 모집 공고 떠 있다.


한 참 바라보는 준석의 얼굴에서.

#37. 학원 강의실 앞. 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은비,
문 앞에 기다리던 태광과 눈이 마주친다.

#38. 공원 일각. 밤
태광, 은비 살짝 떨어진 채 걷고 있다.

-18-
태광 (은비 옆으로 붙으며 눈 맞추는) 이사, 내일 가냐?
은비 (눈 피하며) 아니, 며칠 있다가.
태광 (피식 웃고) 너 계속 그렇게 나 피하다가 갈 거야?
은비 (계속 못보고) 아니..
태광 야, 이은비, 나 니가 원하는 대로 맘 정리 할 거니까,
편하게 가, 그래도 돼.
은비 (비로소 태광을 보면)
태광 (거짓말이다. 눈 피하며, 괜히) 뭐? 뭐?
야, 너는 나중에 틀림없이 후회 할 거다. 나 차버린 거.
은비 공태광.. (하는데)
태광 야 됐고, 빨리 들어가. 정류장 바로 앞이니까 안 데려다준다?
은비 (보고 있으면)
태광 (밀면서) 가. 가라고..

은비, 천천히 발을 옮긴다.


태광, 점점 멀어지는 은비를 하염없이 보다가 천천히 뒤 돌아 걷는데,
잠시 후 돌아보면 안보일 지경으로 멀어진 은비.
안타까움으로 입술을 깨무는 태광.

#걷고 있는 은비, 멀리서 은비를 향해 달려오는 태광 보인다.


은비의 어깨를 꽉 잡고 서는 태광.

태광 (다급하게) 야! 이은비, 김준석쌤이 진짜 좋아해도,


참으면 살 수는 있다 길래 오늘 너 만나서
그냥 내 맘도 끝내보겠다고 거짓말 하려고 했거든?
근데 니가 돌아서 가는 거 보니까 그러기 싫어졌어.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말한다..?
은비 (눈물 그렁해서 돌아보려 하는데)
태광 (어깨 잡아서 못 돌아보게 하고, 눈물 참으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널 안 좋아하는 방법을 모르겠으니까..
그냥 이렇게 있을게, 나는.
너는 미안해 할 필요도 없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데
그냥 내 마음, 알고만 있으라고..
은비 (눈물 툭 떨구며 고개 끄덕이면)
태광 (씩 웃는다.) 그래 됐다. 이제.. 진짜 들어가.

태광 은비의 어깨를 잡았던 손을 내린다.


은비, 천천히 걸음 옮기면,
그 뒷모습을 하염없이 보고 서 있는 태광에서. (F. O.)

#39. 은별의 방. 밤
그 때, 방으로 들어오는 은별, 곰 인형 보는 은비를 보고

-19-
은별 (코 막으며) 야! 너 그거 안 치워?
은비 어? 응! (상자에 얼른 인형 넣으면)
은별 (귀엽게 피식 웃으며) 너... 한이안 좋아하지?
은비 (놀라서 보면)
은별 야! 그럼 그런 거고 아님 아닌 거지. 뭘 놀래?
은비 (미안한 눈으로 보면)
은별 (다가가 마주 앉으며) 너 진짜 바보 아냐?
은비야! 내가 너 알고부터 제일 속상한 게 뭐였는지 알아?
은비 ??
은별 내가 제일 사랑하는 엄마랑, 제일 그리운 내 동생이랑...
우리 셋은 왜 가족이 될 수 없을까... 그거 였어.
은비 언니...
은별 나 지금 정말 행복하고,
한이안이랑 나는 변함없이 좋은 친구고,
니가 그 마음 받아들이고 말고는, 니 선택이야.
은비 ..... (생각에 잠기는)

#39-1. 수영장 락커룸. 오후 (이전 #32)


코치, 단호한 표정으로 서 있고,
이안, 코치에게 고집을 굽히지 않는.

코치 야 임마! 결원이 생기고 안 생기고가 중요한 게 아냐.


아무리 회복 속도 빠르고 통증이 다 가셨다고 해도
너 아직 경기 뛸 정돈 아니거든?
이안 코치님! 다 알아요. 메달 욕심내는 것도 아니구요.
맨 처음 선수생활 시작할 때 마음으로 뛰어볼게요.
허락해 주세요.
코치 괜히 자신감만 더 잃을지도 몰라 이 자식아!
이안 그래도 부딪혀 보고 싶어요.
코치 ....... (더 이상 말리지 못하는)

#40. 구름다리. 낮
이안, 은비, 구름다리에 마주 서있다.

이안 (아쉬운) 이렇게 빨리 가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은비 이사 가기로 결정하고 나서부터 시간이 더 금방 지나간 것 같아.
이안 경기는.. 보고 갈 수 있지?
은비 미안... 하필 전학 첫날이라 좀 어려울 것 같아.
이안 ......그래? 할 수 없지...
은비 (심각한 얼굴로 보면)
이안 (이별을 예감 했지만)....야! 너 왜 그래?
이제 나 안 볼 거냐?
은비 한이안! 나... 너 좋아해.
이안 (놀라는)

-20-
은비 그런데,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누군지를, 먼저 생각할 때 인 것 같아.
그래서 니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구나 하고 느껴질 때
그 때, 그 마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이안 (슬프지만) 그래... 내가 말했잖아. 나 더 오래 기다릴 수 있다고.
은비 ...... (손 내밀며) 한이안! 잘 가!
이안 ...... (담담히 손잡는다.)

은비, 손 놓으려 하면, 이안 놓치지 않고 힘주어 잡고 있는다.

이안, 은비 가만히 보다가 손 잡은 채 은비의 손바닥을 하늘 향해 돌리고,


그 위에 자신의 반대편 손을 올렸다 치우면 놓여있는 펜던트
은비, 펜던트 보고 있으면

이안 니 진짜 이름 찾아서, 나에 대한 마음이 확실해지면


그 때 다시 줘.
은비 ......
이안 (미소로) ....대신 꼭 줘야 돼! 이거, 내가 제일 아끼는 거거든?
은비 (고마운 눈으로 본다.)
이안 ....너도 잘 가라!

#41. 지방 도로. 은별모 차안. 낮


은별모 차 안, 은별모 운전 중이고,
옆자리에 은비, 새로운 학교의 교복을 입고 앉아 있다.

은별모 전학 첫 날인데 기분이 어때?


은비 (초조한 얼굴로 시계 보는)
은별모 은비야?
은비 (놀라서) 어? 엄마...왜?
은별모 (예쁘게 흘기며) 어디 정신이 팔려가지구....무슨 일 있어?

은비, 고민스러운 얼굴에서.

#42. 수영대회장. 낮
경기를 앞둔 체육관.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전 펼쳐지고 있다.
객석에서 긴장한 듯,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이안부.
이안을 비롯한 선수들, 출발대기 중이다.

중계1(E) 네! 남자 400미터 결승 경기를 앞두고 있는데요.


중계2(E) 오늘이 한이안 선수 복귀전 무대 아닙니까?
중계1(E) 그렇습니다. 부상으로 한동안 재활에만 전념했던
한이안 선수 과연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21-
출발 신호 울리고, 선수들 힘차게 물로 뛰어 든다.

중계2(E) 출발했습니다. 한이안선수! 출발이 나쁘지 않았어요.


중계1(E) 네, 그렇죠? 모두의 우려를 씻고,
좋은 성적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이안, 1등으로 첫 번째 반환점을 돈다.

중계2(E) 한이안 선수! 선두로 치고 나가네요.


중계1(E) 네, 아직까진 부상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이안, 힘차게 팔다리를 젓고, 2등과의 격차를 점점 벌려 가는데....


이안, 어깨의 통증 느껴지고, 오른쪽 팔을 주춤한다.
왼쪽 팔과 다리만으로 나아가려 애쓰고 있으면,
이안의 앞으로 치고 나가는 다른 선수들.

중계2(E) 어떻게 된 건가요? 한이안 선수,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데요?


중계1(E) 부상부위에 무리가 왔나요? 오른 쪽 어깨가 불편해 보이는데요?
3위, 네...4위까지 뒤쳐졌습니다...

팔의 움직임을 멈춘 채, 물위에 잠시 그대로 떠 있는 이안.


관중들의 탄식소리, 이안부의 어두워진 표정

#경기장 입구, 뒤늦게 도착해 뛰어 들어오는 은비.


멈춰 서있는 이안을 보고 가슴 아프다.

은비 힘내.....

중계2(E) 한이안 선수! 지금 전혀 앞으로 나아가질 않고 있어요.


안타깝습니다.
중계1(E) 기권을... 한 것 같은데요?

하지만 잠시 뒤, 다시 힘차게 움직이는 이안.


이안부, 기특하고 가슴 아파, 눈물을 훔쳐내고

#관중석 구석에서 은비, 눈물 그렁해 보고 있다.

#선수들 이미 마지막 터치패드를 찍고 모두 도착해 있고,


이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물살을 가른다.
혼자, 반환점을 돌고, 혼자만의 경기를 계속 이어간다.
관중들 뜨거운 응원의 함성 보낸다.“한이안! 한이안!!!”

#이안, 도착지점 터치패드에 손을 대고, 담담히 물 위로 올라온다.


코치, 흐뭇하게 바라보며, 잘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22-
중계2(E) 네! 한이안 선수 도착했습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은데요?
중계1(E) 관중들 보세요! 아름다운 꼴찌에게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이안, 기록을 확인하고 침통한 얼굴이 된다.


하지만 곧, 관중석의 은비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어 보이는 얼굴에서

#중간 타이틀 <후. 아. 유?>

자막 <6개월 후>

#43. 복도 일각. 아침
걷고 있는 세강고 교복 차림 소녀의 뒷모습 당당한 발걸음으로 걷고 있다.

#44. 교실. 아침
시끌시끌한 교실. 문 열리고 김슬영 들어오면, 아이들 조용해진다.

김슬영 3반, 우리 반에 전학생이 한 명 왔다.


(문 쪽 보며) 들어와.

아이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시하고 있으면,


성큼 교실로 들어오는 은비.
아이들, 깜짝 놀라 웅성거리고,

송주 (반가움으로) 공별!!
시진 공별 동생 아니고?
기태 누구냐아...어?

아이들 서로 마주보고, 은비 한 번 보고 당황하고 있다.


교탁 앞에 선 은비. 긴장을 누르며, 아이들에게 인사한다.

은비 (당당하게) 안녕! 내 이름은.... 고은비야!

송주, 시진 그런 은비를 향해 활짝 웃어주면,


은비도 안심 된다는 듯 밝게 웃는다.
아이들, 오오~ 자연스럽게 환영하는 분위기 된다.

은비 잘 부탁해!

그리웠던 2학년3반을 둘러보는 은비의 얼굴에서.

#45. 중앙 현관. 오전

-23-
늦은 등굣길. 태광 혼자 유유자적 학교로 향하는데,
울리는 문자메시지 수신음, 확인하면 이은비.

은비(E) 옥상!!
태광 (놀라 눈 커지고, 바로 뛰기 시작하는)

#46. 옥상. 오전
등에 가방을 멘 등교차림 그대로 옥상으로 뛰어 들어오는 태광.
팔짱을 낀 채 뒤돌아 서 있는 은비의 뒷모습.
태광, 보고 서 있으면 천천히 뒤 돌아보는 은비
활짝 웃으며 한 걸음에 은비에게로 가는 태광.

태광 (그리움과 반가움을 담아 큰 소리로) 야! 이은비!


은비 (미소 지으며 그대로 서 있는)

달려온 태광, 좋아 어쩔 줄 모르겠는 마음 감추려


괜히 은비 턱을 살짝 잡아 밀며,

태광 야! 너는 사람 놀라게! (교복 보고) 전학 왔냐? 진짜로?

하는데, 태광을 스윽 흘겨보며, 뒷통수를 탁- 치는 은비.


순간 얼음이 되는 태광. 또? 고은별인가?! 내가 틀렸나?
싶어 눈만 껌벅껌벅..

은비 야 공태광! 죽을래?
태광 (실망과 혼란으로).....아니야?
(은비를 이리저리 보며) 아닌데, 맞는데? 이은빈데?
은비 야! 나 고은비거든?
태광 (멍하니 보는)

은비 그런 태광의 모습에 결국 웃음 터지고


태광, 에이씨!! 짜증내다가 웃고 만다.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47. 몽타주

#교정일각. 낮
김준석, 상기된 얼굴로 서류봉투를 들고 교무실 앞에 서 있다.
심호흡하고, 결심한 듯 교무실로 들어선다.

#자유로워 진 듯 교복 단추를 끝까지 풀어 헤친 민준,


벤치에 앉아 서투른 손으로 기타 코드를 연습하고 있다.

#그 옆으로,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셔터음

-24-
송주, 사진사 앞에서 포즈 취하고 있고,
책 보다가, 송주를 흐뭇하게 보는 시진.
시진의 손에 ‘파티쉐’관련 서적 들려 있다.

사진사 컷!! 수고했어요! 학교 홍보모델만 하고 있긴 아깝네!


아주 프로야 프로!!
송주 감사합니다!

송주, 시진에게 다가와

송주 이시진 뭐 보고 있었냐? (하고 시진의 책 표지 보며)


야! 너 저번 달까진, 웹디자인 한다고 하지 않았냐?
시진 아냐! 이번엔 진짜 확실해! 느낌이 왔어!
송주 그 때도 이렇게 말했던 거 같은데..?

송주와 시진, 장난치며 까르르 웃는 모습 위로

은비(N) 열여덟 살.....


꿈을 이루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그 꿈이 시작되기엔 딱 좋은 나이!!

#수영장
400미터 결승전이 열리고 있다.
힘차게 헤엄치는 이안, 제일 먼저 터치패드를 찍고,
물 위로 나와 경기기록 확인하고, 주먹을 내보이며 웃는다.

은비(N) 넘어지는 것은 아프지만,


백번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엔 딱 좋은 나이!!

#복도
기태, 해나 다정하게 어깨동무 하며 걸어가고 있다.
안주리 샘, 지나쳐 가면, 인사하는 둘.
안주리 못마땅한 듯 그 뒷모습 보다가

안주리 으이구.... 내년 되면 대학가서 만나! 하고 헤어질 것들이!! 쳇!!

은비(N)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이, 대학입시라는


커다란 숙제 앞에서 당장 허무하게 끝이 난다고 해도
우리는 열여덟 살이기 때문에......
오늘이 이 세상에 마지막 날인 것처럼
뜨겁게 사랑하고, 또 뜨겁게 미워 할 수 있었다.

#태광의 집. 오후

-25-
출소한 공재호, 가방을 들고 초췌한 모습으로 거실로 들어서면
태광, 놀란 눈으로 보다가, 씨익 반갑게 웃고,
다가가 아버지의 가방을 받아 든다.
공재호, 태광이 어깨 다정하게 토닥토닥 두드려 준다.

#태광의 집 주방
식탁에 마주 앉아 어색하지만 함께 식사 하는 공재호와 태광

은비(N) 서툴고, 상처 받기 쉬운 나이기에


그 시절, 누구보다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그 땐 참 행복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넘어져 있는 나를 향해 내밀어 주는, 누군가의 따뜻한 손.

#은별의 집 거실
은비, 주방에서 주스 한 잔 따라 나오는데,
은별모, 상기된 얼굴로 은비에게 다가온다.

은별모 은비야! 은별이한테 엽서 왔다!


은비 정말?

#48. 버스 정류장. 낮
정류장에 혼자 서 있는 은비 앞으로, 도착하는 버스 한 대.
버스 안, 이안, 무표정하게 정면보고 앉아 있다.
은비, 표정 밝아지며 서둘러 버스에 탄다.
이안의 뒷자리에 앉는 은비
은비, 핸드폰 문자 찍는다. 핸드폰 창으로 글자 뜨며

은비(E) 뭐하냐?

이안, 핸드폰 확인하면, 고은비다. 표정 밝아지며 문자 찍는.

이안(E) 학교 간다. 넌?
은비(E) 나두.
이안(E) 잘 지냈냐?

은비, 뒷자리에서 이안의 표정 살피며 웃고 있다.

은비(E) 응!
이안(E) (섭섭하고, 기대에 차) 경기... 못 봤어?
은비(E) (봤지만, 장난스러운 미소로) 응... 미안! 잘했어?
이안(E) (실망하고) 그럭저럭
은비(E) 치... 거짓말!

-26-
이안, ‘무슨 뜻이지?’ 하는 얼굴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은비 한이안! 축하해!

이안, 깜짝 놀라서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이안의 앞으로, 은비가 선물했던 펜던트가 툭 떨어진다.
이안,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보고 있으면

은비 (팔 내민 채) 팔 아파! 안 받냐?

이안, 행복한 얼굴로 은비를 보며 웃는다.


은비 역시 다정하게 이안을 보며 웃는다.

은비(N)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사람씩만,
울고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 손 내밀며 이렇게 말해준다면,
나, 또 우리는......어떤 시련이 와도 이겨내지 못할 것이 없다.

#49. 복도. 낮
시끌시끌하고 활기찬 복도, 시진 송주와 팔짱끼고 걷고 있는 은비,
발걸음 가볍고 즐거워 보이는 아이들

(E) 고은비!

누군가 이름을 부르자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무표정하던 은비의 얼굴, 햇살처럼 환하게 밝아지며

은비(N) 괜찮아.... 아파도 돼.


넌.... 열여덟 살이니까.....!!

<제 16회 끝>

후아유는 저에게 첫사랑이었습니다.


첫 사랑이 그렇듯이, 좋아하는 마음만 앞서고,
표현은 서투르기 그지없었지만,
처음이기에 가질 수 있었던 무모한 열정이라 해도...
그 진심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고생 많으셨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김민정 작가 드림>

2015년 봄, 제게 불쑥 찾아온 <후.아.유?>

-27-
죽을 만큼 힘들었고 그 보다 딱 두 배 더 행복했습니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임예진 작가 드림>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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