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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imunhwa 22 08 Ebook
Urimunhwa 22 08 Ebook
Urimunhwa 22 08 Ebook
202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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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대는 백관이 관복에 두르던 띠를 말한다. 조선 시대에 과거급제 후 벼슬에 오르는 것은 최고의 출세이
자 가문의 영광이었다. 문관과 무관이 궁궐에 출입할 때, 갖춰 입는 단령團領, 둥근 깃의 외투의 장신구로 사용
된 각대는 조선 시대에 더욱 발달해 착용자의 신분과 계급에 따라 장식이 다양해졌다. 조선 말기 각대를
Gakdae
보면 가죽 바탕에 비단으로 싸고 양 끝은 장방형의 띠돈大銙과 걸이쇠鉸具를 붙여 띠의 앞 중심에서 결속
할 수 있도록 했다. 각대는 문무백관의 사회적 신분의 표상으로 그에 맞는 위엄을 나타내는 기능을 했던
것이다. 현대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 보이지만, 한편으론 지금의 우리 역시 설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부
단히 노력하고 경쟁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한 측면도 있다.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고 극대화되어가는 오늘
을 사는 우리에게 현대판 각대보다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찾아가는 용기와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심벌’ 같기도 하다.
사진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Gakdae, which literally means “square belt” in Korean, is what government officials wore around their official
uniforms. During the Joseon Dynasty, passing the civil service exam gwageo and getting appointed as an of-
ficial mark the highest personal success and honor for family in society. Gakdae was part of an ornament for
an official robe with the round collar dallyeong, which was worn by civil and military officials when they en-
tered the palace. The design evolved in an even more elaborate fashion in the Joseon period, and the decora-
tions varied according to the social status and rank of the wearer. In the late Joseon period, gakdae was made
of leather and covered with silk, and the rectangular piece ttidon and clasp georisoe were attached at each tip
to open and close in the front center. The belt was an emblem of the wearing official’s social status, which in
turn represented his dignity. Though this custom seems vastly distant from contemporary life, people today
show a similar aspect in making ceaseless efforts and entering competitions to achieve their goals. It may also
serve as a “symbol” of the need for the courage to find one’s own path in a world of diverse values that coexist
and grow rather than a modern-day gakdae.
Image courtesy of National Folk Museum of Korea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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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묻다
쓰여 있지 않은 하나의 수 | 백규석
18 문화 속으로
경쟁이 기본값인 사회에서 스스로를 추앙하라, 28
우리 고미술을 만나다
나의 해방 일지 | 장윤미 MEETING OUR OWN ANCIENT ART
규장각도 | 장진성
22 세대공감
‘개천에서 용 난다’라 쓰고 ‘개성에서 용 난다’로 읽다
Gyujang Pavilion | Chang Chinsung
34
로컬의 새로움 THE NEW LOCAL
우리 안의 보물, 아기장수 | 이동준
Agijangsu: Treasure inside Us | Dong-Joun Rhee
6
12
U R I MU N HWA
A KOREAN LOCAL CULTURE MONTHLY MAGAZINE 월간 우리문화 vol. 310 | 202 2 08
ISSN 1599-4236
* 《우리문화》에 대한 의견은 편집부(young@kccf.or.kr)로 보내주세요.
* 게재된 기사 및 이미지는 한국문화원연합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이 책자는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아 제작합니다.
* 이 책은 환경을 위해 FSC 인증을 받은 종이와 친환경 펄프로 생산한 종이를
《우리문화》 웹진 사용하였으며 콩기름 잉크로 인쇄하였습니다.
urimunhwa.or.kr * 월간 《우리문화》는 웹진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urimunhw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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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그곳에 가면 62
시와 사진 한 모금
물의 도시, 제천 | 편집팀 구릉의 집 | 심재휘
52 곁엣사람 70
사진으로 역사를 보다
영화와 음악이 만나는 제천의 재발견 | 이필 여성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기록한
주미조선공사관 | 박주석
58 음식 문화 확대경
제천의 한방 약선음식 | 편집팀 74
해외 연수기
다시 또 가고 싶은 여행 | 권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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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선포식 현장 스케치
대한민국 문화플랫폼 한국문화원연합회
60주년 기념행사의 첫 출발을 알리다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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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소식
문화소식 및 편집후기
쓰여 있지 않은 하나의 수
數
던 손바닥 크기의 페이퍼백이었다. 소설의 첫 장면엔 이렇게 적
혀 있었다.
목표로 한 성공을 위해
비행의 완성을 경멸하는
갈매기들은
아무 데도 갈 수 없지만,
비행의 완성을 위해
목표로 한 성공을 무시하는
갈매기들은 당장이라도
어디로든 갈 수 있어.
명 예 를 부르 는
일 생 문 화 ︒전 통 의 경 향
향 건물의
向
Orientation
signifies fortune possessing different characteristics 12개의 방위를 삼등분하여 각기 다른 성격의 감응感應, 運, lucky이
있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하였는데, 그것이 손孫, 자식운, 귀貴, 명예운,
such as son (offspring), gwi (honor), and bu (wealth).
Due south is the direction for gwi, through which one
may attain honor if one’s house faces due south. Hence, 부富, 재물운이다. 정남향은 귀貴의 방위로 집을 정남향으로 정하면
the palace in which the king—the most honorable being 명예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명예로운 분
인 왕이 거처하는 궁궐의 향은 대체로 남향으로 하는 것이다. 12
in the world—resides, mainly faces south. The Twelve
Earthly Branches circulate temporally and spatially, un-
dergoing a process of 12 phases, namely starting feebly, 지지는 시·공간적으로 순환하는데, 미약하게 시작하여 왕성하
growing actively, and vanishing gradually. Among this 게 성장하고 서서히 소멸해가는 12단계와 과정을 반복한다. 이
와 같은 12단계의 과정 중에서 4번째 생生, 기운이 올라옴의 단계와
process of 12 phases, in feng shui an emphasis is placed
on the 4th phase of birth (the rise of energy), the 8th
phase of flourishment (the activation of energy), and the 8번째 왕旺, 기운이 왕성함의 단계, 12번째의 묘墓, 기운이 저장됨의 단계
12th phase of the tomb (the storing of energy). 를 풍수에서 중요시하고 있는 것이다.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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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Doseongdo (Map of the Capital) is a map of Hanyang (the old name for Seoul) produced in the late 18th century when Korea was ruled by the Joseon Dynasty. Now housed at the
Kyujanggak Institute for Korean Studies of Seoul National University, this relic was designated Treasure No. 1560 on April 22, 2008. Against the backdrop of the mountains Dobongsan
and Bukhansan, the remarkable natural environment of Hanyang is depicted like a landscape painting. The map was designed to reflect the perspective of the king, who oversaw
national affairs facing south. Hence, south is placed at the top of the map and north on the bottom. Place names are inscribed in full detail to form a contrast with the features of the
mountains surrounding them, and the administrative districts, size of the capital, and road conditions are recorded in the margins.
Image courtesy of Kyujanggak Institute for Korean Studies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10
10
2
戌
寅
□
○
△
△
酉
卯
9
3
○
□
申
辰
○
□ △
8 未 巳
4
午
7 5
6
집의 생향과 왕향,
묘향이 갖는 손귀부
12지지 중에서 생生의 방위에 해당하는 것은 인寅-호랑이,
신申-원숭이, 사巳-뱀, 해亥-돼지의 방위가 되고, 자식운이나 건
강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 왕旺의 방위에 해당하는 것은 자子
-쥐, 오午-말, 묘卯-토끼, 유酉-닭의 방위가 되고, 명예운이나 학 ffspring, honor, and wealth
O
업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 묘墓의 방위에 해당하는 것은 진辰 determined by the birth orientation,
-용, 술戌-개, 축丑-소, 미未-양의 방위가 되고, 재물운에 해당하
flourishment orientation, and tomb
orientation
는 것으로 본다. Among the Twelve Earthly Branches, ones affiliated
다시 말하면, 집을 생향生向으로 하면 자식운이나 건강운이 좋게 with the direction of birth are the tiger (in), monkey
향 표시 시계상 방향 비고
offspring; that of either 12, 3, 6, or 9 would improve for-
tune related to honor and knowledge; and that of either
자식운, 건강운 인신사해 ○ 2,8,5,11 생/손
1, 4, 7, or 10 would improve fortune related to wealth.
명예운, 학업운 자오묘유 △ 12,6,3,9 왕/귀
tune for honor, and one’s storehouse face the direction Fortune related to offspring, health In, sin, sa, hae ○ 2, 8, 5, 11 Birth/son
of the tomb (myohyang), which would improve the for-
Fortune related to honor, knowledge Ja, o, myo, yu △ 12, 6, 3, 9 Flourishment/gwi
tune for wealth.
Fortune related to wealth, business Jin, sul, chuk, mi □ 4, 10, 1, 7 Tomb/bu
odern application of feng shui
M
orientation method
If one were to apply this feng shui orientation meth-
od in a contemporary context, one may set the orienta-
tion based on one’s usage, depending on one’s need for
the fortune for offspring, honor, or wealth. For facilities
that require fortune for health, such as exercise or med-
알고 보면 쓸모가 많은
풍수향법의 현대적 적용
ical treatment facilities, they can choose to face the di-
rection of birth. For government offices or education
facilities, which would benefit from fortune pertain- 이러한 풍수향법을 현대적으로 적용한다면, 용도별로 손
귀부가 요구되는 여부를 가려서 향을 정하면 될 것이다. 건강운
ing to honor, knowledge, or advancement, one could
choose the direction of flourishment. As for facilities to
be used for companies, one could choose the direction 이 필요한 운동, 치료 용도의 시설에 대해서는 생향을 하고, 명예
of the tomb. In addition, each department in the com- 운이나 출세운이 필요한 관청 용도, 교육 용도의 시설에 대해서
는 왕향을 하고, 재물운이 필요한 기업 용도의 시설에 대해서는
pany can also apply this orientation method. Take, for
example, the placing of the production, sales, and ac-
counting departments. Since the production depart- 묘향으로 향을 정하면 되는 것이다. 그 외 특정 회사 내에서도 각
ment should produce products that have no defects, it 부서의 업무 성격에 따라 손귀부의 방위법을 적용할 수 있다. 만
일 생산부, 영업부, 경리부가 있다고 한다면, 생산부는 하자 없는
would be beneficial to have it face the direction of birth.
For the sales department to actively conduct sales, it
should face the direction of flourishment. And as for 제품을 만들어내야 하니까 생향, 영업부는 왕성하게 판매를 해
accounting department, its office should face the direc- 야 하니까 왕향, 경리부는 재물을 모을 수 있어야 하니까 사무실
의 향을 묘향으로 정하면 될 것이다.
tion of the tomb, so that wealth could be accumulated.
On the other hand, the orientation method of off-
spring, honor, and wealth may also be applied in de- 한편, 손귀부의 방위법은 침대나 책상의 방위를 정하는 것에도
termining the direction of one’s bed or desk. If a couple 적용할 수 있다. 자식을 갖고 싶다면, 건강운이나 자식운을 좋게
하는 생향生向, △으로 침대를 향하게 하고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
wants to have a baby, they can arrange their bed to face
the direction of birth and also make sure to respect each
other. If one wants to do well in any number of exams, 면 될 것이다. 각종 시험에 성과를 내고 싶다면, 학업운을 좋게
one may arrange one’s desk to face the direction of flour- 하는 왕향旺向, ○으로 책상을 향하게 하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
는 것이다. 명예운이나 출세운을 좋게 하려면 마찬가지로 왕향旺
ishment to improve one’s fortune for knowledge, while
also studying hard. If a household or company wants to
向, ○으로 책상을 놓고 근무하면 될 것이다. 집안이나 회사의 재
accumulate wealth, they should have their safe face the
direction of the tomb, and earn money and while saving 물이 늘어나기를 바란다면 묘향墓向, □으로 금고문을 바라보게
해놓고, 열심히 벌고 근검절약의 생활을 하면 될 것이다.
and being thrifty.
영 광 의 꽃 、어 사 화
임금이 하사한
종이꽃이라 하여 붙여진 ‘어사화’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Eosahwa:
Flowers of Honor
as eosahwa, which was the flower awarded 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었고, 이에 대한 열망이 클 수밖에 없
by the king to those selected in the state 었다. 이런 이유로 음직 출신의 고위직 관리가 늦은 나이에도 불
examination. 구하고 문과 시험에 도전하기도 하였다.
14
어사화는 어떤 꽃인가?
어사화는 임금이 하사한 종이꽃이라 하여 어사화御賜花, 어
화御花, 사화賜花 또는 어사화御史花라고 한다. 그리고 머리 위의 꽃
이라 하여 대화戴花, 비녀처럼 꽂는다고 하여 잠화簪花, 모자에 꽂
는 꽃이라 하여 모화帽花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어사화가 어떤 종류의 꽃으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명확하지는
What kind of flowers were eosahwa?
않다. 그래서 어사화를 생김새에 따라 접시꽃蜀葵花, 영춘화迎春花 The eosahwa was the paper flower granted by the king,
라고도 하며, 양반집에서만 볼 수 있는 꽃이라고 하여 능소화凌霄 from which several names were derived, including eo-
Since eosahwa was a paper flower specially be- Scene of an initiation rite in which people
congratulated and teased the successful candidate.
stowed upon one by the king, as the source of fam-
Gisan’s Genre Paintings: Initiation Rite of the Newly
ily pride it was clearly treated with special care. Selected Candidate.
Courtesy of National Folk Museum of Korea
Moreover, when a successful candidate during King
Sejong’s reign called Yi Ham-nyeong, whose eosahwa
was damaged and chewed up by his horse, had his fa- 세자익위사桂坊의 관원 가운데 과거에 급제한 자에게는 특별히
비단으로 만든 어사화를 하사하였다고 하나, 그것은 대부분 종
ther pass away only a few days later, and who him-
self met an untimely death, led people to believe that
damaging the eosahwa was an inauspicious sign.4 이꽃으로 남아 있다.
Therefore, when people received their eosahwa, 어사화는 임금이 특별히 하사한 종이꽃이고, 집안의 자랑거리이
기 때문에 더욱더 소중하게 다룰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세종 때
some had two pieces of slender wooden plates cus-
tom-made to preserve them safely.
The eosahwa, which was pretty much a guaran- 이함녕李咸寧의 말이 어사화를 꺾어 씹는 바람에 며칠 있다 아버
tee of success during the Joseon period, was no lon- 지가 죽고 그마저 일찍 죽었다고 하여, 그때부터 사람들이 어사
화御賜花를 꺾으면 상서롭지 않은 징조라고 여겼으니 말이다. 그
ger produced after the examination was abolished in 4
4
Yongjaechonghwa 는 꽃으로 전시되고 있다.
4 《용재총화(慵齋叢話)》
Written by Choi Soon Guen, head manager at the Children’s Museum of
the National Folk Museum of Korea 글 최순권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과장
18
일 생 문 화 ︒문 화 속 으로
나의 해방 일지
그나마 있던 한 개인은 저마다의 특별함과 유일한 가치를 가진 개별적 존재지만, 집단에 소속되면서
용기조차 사라지기 그리고 그 집단이 제시한 조건에 따라 줄 세워지고 수치화되면서 그 입지는 좁아지고,
직전이고 이대로 있다가는 특별함은 납작해진다. 염미정 역시 개별로 보면 괜찮은 사람일지는 몰라도 경쟁과 실력
잉여 인간, 쓸모없는
디폴트인 회사 안에서는 괜찮은 스펙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필요할 때만 쓰임 당하는
인간으로 규정되는 건
계약직일 뿐이다.
시간문제다. 이것만큼이나
또 다른 주인공 구자경은 한때 좋은 집, 좋은 차, 남부럽지 않은 돈을 가진 이른바 ‘잘나가
슬픈 건 불행을 짊어지고
가는 건 나 혼자밖에 는’ 사람이었다. 그가 가진 모든 것은 경쟁에서 승리한 보상이자 대가였다. 그러나 구자경
없다는 절대적 고독감, 이 겪어왔던 경쟁이란 공정한 경쟁도 아니었고, 선의의 경쟁은 더더욱 아니었다. 일인자
그리고 이 불행은 가 되기 위해서 타인을 억압하고 짓밟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폭력을 쓰는 것도 개의치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않았다. 그가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일수록 그리고 악하게 행동할수록 얻는 대가 역시 컸
막막함이다. 다. 처음엔 그 대가가 자신의 능력이라 생각했고, 더 많은 대가를 얻기 위해 구자경은 더
잔인하게, 더 비열하게 상대를 다루었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과 두려움도 함께 밀려왔다.
사회적 자아는
‚
일 생 문 화 ︒세 대 공 감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
홍효주
영양사, 20대
1D
‘개천에서
첫 직장을 구하려고 했을 때 기억에 남는 일들을
용 난다’라 쓰고
말해주세요.(면접 준비, 스펙 쌓기, 하고 싶었던 일이나 이루고
싶었던 꿈 등)
첫 직장을 구할 때는 왜인지 모르게 조급한 마음이 앞서서
‘개성에서
집에서 회사까지의 거리, 연봉이라는 큰 우선순위만 두고
면접 보러 다니는 것에 애를 썼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용 난다’로 읽다
조급한 마음이 든다고 해서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때는 졸업 후의 공백이 견디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두 회사의 면접 일정이 겹쳐서
최종 면접이었던 임원 면접을 포기하고, 더 희망했던 회사의
1차 면접을 보러 갔는데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더 중요한 면접 대신에 새로운 회사의 1차 면접 장소로 가는
건 적잖은 도전이었는데 막상 떨어지고 나니 후회도 많이 되고
씁쓸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회적 출세라는 말도 옛말이 되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회 조직에서 인정을 받거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했던
각자의 출세와 각자의 유명세가 있을 뿐이다. 자신만의 노력은 무엇이었나요?
나만의 개성과 매력을 많은 사람이 2년 동안 해군부대에서 영양사로 근무했던 때의 일입니다.
알아봐주고 좋아해준다면, 훈련이 있지 않은 주말 아침에는 병사들이 자느라 바빠서 밥을
그것이 사회적 출세로 이어진다. 안 먹는 것이 저에게는 큰 숙제 중 하나였습니다. 취사병이
물론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주말에는 조리를 해도 와서 먹지를 않으니 의미가 있는 일인지
삶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고, 회의가 든다고 하는 말을 듣고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그 결정의 순간마다 우리는 고민하고 질문한다. 억지로 와서 식사를 하게 하는 것이 아닌 그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어떤 가치를 우선순위로 둘 것인지에 대해. 식단을 채우자는 의도 아래 ‘브런치데이’를 기획했습니다. 주말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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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를 식사시간으로 정해 병사들의 아침잠도 어느 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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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하고, 리조또데이, 분식데이, 내 맘대로 샌드위치 같은 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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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와 그렇게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d ¢æ7 bH8 ⁄?I _
보통 돈, 명예, 권력을 모두 가져야만 출세했다고들 하는데 7. 8’d¨y,df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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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숨은 여러 갈래의
저의 첫 직장은 국내 대기업 소속 광고대행사의
광고기획자Acount Executive였습니다. 하지만 당초 졸업 후,
길을 걷는 것 하고 싶었던 일은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PD였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디스커버리 채널의 다큐멘터리
김도균 프로그램처럼 인간과 자연의 근원적 속성을 다루는 나만의
멋진 다큐멘터리 작품을 만드는 것이 이루고 싶었던
연합뉴스 콘텐츠사업부, 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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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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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고 높은 업무 성과를 이룬 사람들은 남과는 다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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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능력이나 역량, 어떤 난관도 굴하지 않는 열정, 02b8¤>v†I2˜y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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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업무적 역량이나 열정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소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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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느 조직이든 혼자서 일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의
능력과 열정만 앞세워 독불장군처럼 일하는 데에는 분명 내가 생각하는 사회적 출세, 사회에 나의 이름을 알린다,
한계가 존재합니다. 내가 속한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목표를 실현한다는 의미는 무엇이며, 그렇게 하려는 이유는
C
위해서는 개인의 역량은 물론이고 소통 능력을 갖추어 조직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구성원들과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에 나가 출세를 하려면 한정된 자리를
저의 경우, 부서 회의나 다른 부서와의 협업 업무에서 소통이 차지하려는 다른 사람들을 제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이유는 각자 자신의 주장만 개인적인 시간도 희생하고, 앞서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내세우고 쌍방향 소통이 되지 않아 의견이 수렴되지 못했던 노력하고 때로는 사내 정치와 술수를 쓰는 게 유리할 때도 있을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것입니다. 물론 그런 삶이 적성에 잘 맞는다면 축하할 만한
원인을 파악한 후에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잘 듣고, 일이지만, 저의 경우는 사회적 출세를 위해 다른 즐거움을
되물으면서 소통의 오류를 줄이면서 업무 효율을 높이려고 포기해 가면서 이른바 출세를 위한 외길만을 걸어가는 삶을
부단히 애를 썼죠. 대화의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저보다는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생에 숨은 길은 여러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자 했습니다. 갈래이고 저는 그중 한길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의 길,
또한, 차장급의 중간 간부가 되고부터는 타 부서와의 협업 낭만의 길, 색다른 길들을 걷고 싶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업무를 맡았을 때에도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과 경험들이 모여 사회적 출세의 의미는 여러 갈래의 다양한 길을 경험하고 그
발생하게 되는 충돌이나 마찰을 최소화하고 갈등을 조정하고 경험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재미가 있다면 실패를 해도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여 아이디어를 극대화시키는 윤활유로써 만족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입니다. 그래야 결과에 상관없이
‘코디네이터’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28
우 리 고미 술 을 만 나 다
규장각도
MEETING OUR OWN ANCIENT ART
규장각奎章閣은 1776년 정조正祖, 재위 1776~1800가 즉위한 후 바로 설치한 기관으로 내각內閣으로도 불렸다.
정조는 선왕先王들의 어필御筆, 어제御製 시문詩文을 봉안奉安하기 위한 전각을 만들고자 했는데 이것이 규장각이
다. ‘규장奎章’이라는 말은 임금의 어필과 어제, 즉 왕이 쓴 글씨와 글을 가리킨다. 규장각은 창덕궁昌德宮에서 경
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던 영화당暎花堂 옆의 언덕에 2층 건물로 지어졌다. 정조가 규장각을 설치한 목적은 역
대 국왕의 어제, 어필을 보관하는 일뿐 아니라 규장각 소속의 학문적으로 뛰어났던 각신閣臣들을 통해 국가가
당면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었다. 즉, 규장각은 국가 경영을 위한 정책연구소이기도 했
奎章閣圖
다. 〈규장각도奎章閣圖〉는 정조를 위하여 도화서圖畵署 화원畵員인 김홍도金弘道, 1745~1806년 이후가 정성을 들여 규장
각 주변의 풍경을 그린 그림이다. 〈규장각도〉에 그려진 규장각 건물을 살펴보면 이 그림을 그릴 당시 32세였던
김홍도가 계화界畵에 매우 뛰어난 화가였음을 알 수 있다. 계화는 정교하게 건축물을 그린 그림을 말한다. 건축
물의 묘사에는 자계척(界尺)가 사용되었다. 화면 중앙에 2층 건물인 규장각이 배치되어 있는데 1층이 규장각이고
2층이 주합루宙合樓이다. 김홍도는 부감법俯瞰法을 사용하여 응봉鷹峯 아래에 위치한 창덕궁 후원과 규장각의 모
습을 웅장한 화면 속에 포착해냈다. 조선 후기 건축물 그림의 특징 중 하나는 지붕은 청록색, 건물 기둥은 붉은
색으로 그리는 것인데 이 그림에도 그대로 이 원칙이 지켜져 있다. 김홍도는 매우 가는 선으로 규장각의 문과
문살들을 정교하게 묘사하였다. 실경산수화實景山水畵로서도 〈규장각도〉는 응봉 아래의 울창한 수림樹林, 규장각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 연못 근처의 평화로운 정경 등이 잘 표현되어 있는 뛰어난 작품이다.
Gyujang Pavilion
The Gyujang Pavilion, also referred to as Naegak, is in ruled-line painting rendering buildings in an ex-
an institution which was established immediately af- tremely elaborate manner. A ruler was used in depict-
ter King Jeongjo (r. 1776–1800) ascended the throne ing the buildings. At the center of the screen stands
in 1776. King Jeongjo wanted to build a pavilion to en- the two-story structure of the Gyujang Pavilion where
shrine calligraphic works, poems, and prose by previ- the Gyujang Royal Library housing the calligraphic
ous kings, which eventually became the Gyujang Pa- works and texts is on the first floor and the Juhap Hall,
vilion. The Gyujang refers to the calligraphic works a place for scholarly activities, is on the second floor.
and writings created by kings. The Gyujang Pavil- Kim employed a bird’s-eye-view to capture the spa-
ion was built as a two-story building on a hill next to cious rear garden of the Changdeok Palace located be-
the Yeonghwa Hall, which is a place well-known for neath Mount Eung and the Gyujang Pavilion. One of
its beautiful landscape inside the Changdeok Palace. the characteristics of late Joseon paintings that de-
King Jeongjo had this building built not only to house pict buildings is that the roof tiles are painted in blue
calligraphic works and writings by previous kings, but and green and pillars in red. This principle is evident
also to make state policies with brilliant young offi- in Gyujang Pavilion as well. Kim Hongdo portrayed
cials working at the Gyujang Pavilion to solve the is- the doors and muntin bars of the Gyujang Pavilion in
sues of the day. In other words, the Gyujang Pavil- extremely fine lines. Even as a topographical paint-
ion served as a policy research institute or think tank ing, Gyujang Pavilion is a remarkable painting show-
for state administration. Gyujang Pavilion is a work ing the thick forest beneath Mount Eung, the beauti-
painted for King Jeongjo by Kim Hongdo (1745–af- ful landscape surrounding the Gyujang Pavilion, and
ter 1806), a court painter affiliated with the Bureau of the peaceful scenery near the pond.
Painting, showing in great detail the building itself
Written by Chang Chinsung, Professor of East Asian art
and the landscape surrounding the Gyujang Pavilion. in the Department of Archaeology and Art History at Seoul National
Kim, who was 32 at the time, was remarkably skilled University
30
한국문화원연합회 창립
60
주년 특별기고
‘새로운 60년,
위대한 출발’을 위한 제언
창립 이후 장족의 발전을 해온 한국문화원연합회의 현황을 자랑스럽게 지켜보면서
새로운 60년을 향한 위대한 출발을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앞으로 연합회의 비전과 발전 방향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21세기 한국문화의 태모胎母로서의 문화원연합회 ed era of the 21st century, the Federation of
Korean Cultural Center is required to play
문화원연합회는 한국문화와 한국인의 자랑스러움을 문화적으로 승화 a pivotal role in driving the power of this
하고 창조해나가는 태모胎母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단일민족문 nation’s culture across the world with a
받고 있다.
have diverse cultural families, thereby en-
hancing the cultural value of each region
전국의 지방문화원에서는 다양한 문화가족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문화적 while expanding respect and empathy for
인 연합사업과 지역별 문화가치의 고품격화, 세계문화의 다양성 존중과 공 the diversity of world culture. To this end,
문화 거버넌스의 중심
tural archetypes and global cultures that
are brought to Korea by its migrant popu-
오늘날 정책과 정치는 거버넌스로 구현되고 있다.4 거버넌스의 핵심은 lation.
“A new 60-year period, 여기서 지역문화재단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각급 지
a great start” from 방자치단체에서는 자치단체의 조례로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재정적 지원과
convergent partnership 일정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문화원과 지역문화재단과의 역
The adages “the most traditional is the
most modern” and “the most local is the 할 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지방문화의 독자성·고유성을 살려나가고 지역
most global” are unchanging truths. Even 의 문화 원형의 발굴 보존 및 세대간 시대별 전승傳承을 감당하는 것은 오롯
이 지방문화원 본연의 책무이다. 이를 지속 발전하도록 지역문화재단은 그
without referring to BTS leader RM’s inter-
est in Korea’s traditional and cultural phe-
nomena, we are surrounded by countless 재정적·행정적인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한편 지역문화재단은 지역별 문화
gems, such as daechwita (a genre of tra- 재정의 조달과 역내 모든 문화기관 시설에 효과적이고 공정하게 재원이 배
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ditional music), gat (traditional hat), the
Bangasayusang (Pensive Bodhisattva), Go-
ryeo celadon, saekdong (colorful stripes), 지역문화 거버넌스에서 수평적 네트워크 거버넌스의 중심에 지방문화원이
and the Smile of Silla (a handmade roof- 있고 지역문화재단이 참여·협력·역할 분담이라는 거버넌스 본연의 기능이
end tile artifact). These treasures are final-
원활하게 작동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이들의 공존이 곧 지역문화의 발
ly becoming known to the world thanks to
ultraprecise tracking and AI-based obser- 전을 이끄는 견인차로 작용할 것이다. 문화원연합회는 이러한 부분이 전국
vation and analysis in the 21st century’s 의 모든 지역에서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전국 지
방자치단체와도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
hyperconnected, ultrafast environment.
Reinterpreting traditions is the radiant re-
birth of cultural archetypes and new forms
of re-creation. As the Federation of Kore- 「새로운 60년, 위대한 출발」은 융합적 협력으로부터
“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현대적이다.”라는 명제는 “가장 지역적인
an Cultural Center prepares for the next
60 years, I hope that the golden generation
and the next generation of rising stars will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명제와 함께 불변의 진리이다. 대취타, 갓, 반가
join hands and make great achievements 사유상, 고려청자, 색동, 천년의 미소 등 우리 곁에 널린 무수한 흙 속의 진주
들이 바야흐로 21세기 초연결·초고속 환경에서 초정밀 탐사와 인공지능의
together. This will be possible through con-
vergent cooperation.
The Federation of Korean Cultur- 관찰과 분석에 의하여 세계 속에 찬란하게 드러나고 있다. 전통의 재해석,
al Center and all regional cultural centers 그것은 문화 원형의 빛나는 부활이요 새로운 차원의 재창조이다. 새로운 60
년을 맞이하면서 황금세대와 샛별세대의 결합으로 연합회가 위대한 새 일
have the task of maintaining the local cul-
ture while finding a way to reinterpret and
recreate an extensive and rich collection 을 주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융합적 협력으로 가능하다.
of cultural resources. The convergence of 연합회와 모든 지방문화원은 전국 각 지역의 기층문화와 함께하며 방대하
고 심오한 문화자원의 보고寶庫를 어떻게 재해석하고 재창조할 것인가의 과
the older generation’s wisdom and know-
how with the younger generation’s passion
and creativity will produce a brilliant light 제를 안고 있다. 황금세대의 지혜와 경륜과 자원이 샛별세대의 패기 및 창의
which is sure to illuminate the challeng- 와 멋지게 융합될 때 찬란한 빛을 발할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60년, 위대한
출발선에서 도전과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es and opportunities to come over the next
60 years.
글 박광무 행정학박사, 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경북 울진 태생, 성균관대 초빙교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역량지도교수, 전국지방자치단체 문화가치평가위원장, 행정고등고시, 성균관대 서울대행정대학원,
성대국정전문대학원 졸업, 미국미주리대고위급연수, 행정사법인 CST 대표 겸 문화행정연구소 소장
Written by Park Kwang Moo, PhD in public administra- [역임] 윤석열대통령선대위정책특보, 2018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 문화부문화예술국장
tion and former president of Korea Culture & Tourism
Institute [주요 저서] 《한국문화정책론》, 《대한민국거버넌스솔루션》, 《기생충BTSnKculture》, 《혁명의유혹》 외 다수.
34
우 리 안 의 보 물 、아 기 장 수
광복절이 있는 8월이다. 우리는 진정한 문화적 독립을 이루고 있는가?
로컬 의 새 로움
소리 소문 없이 백성의 삶 속으로
parents, Agijangsu (Mighty Baby) is predes-
tined to become a hero and save the world.
들어온 것인데, 아기장수의 탄생은 His otherwise ordinary birth and intro-
세상의 불의를 더 이상 두고 duction into the lives of the common peo-
볼 수 없어서 하늘이 ple suggests that the heavens, unable to
개입할 필요를 느꼈음을 말해준다. tolerate the injustices of the world any lon-
ger, deemed it necessary to intervene. The
wings under the baby’s arms are a sign of
his divine identity chosen by the heavens
for those suffering in the world.
Upon discovering their son’s wings, the
parents run to the kitchen and with fire from
the fireplace, burn the baby’s wings. The
백성의 삶 속으로 들어온 아기장수 baby dies when his wings catch fire. We be-
우리 안에 들어온 아기장수 죽이기 has this story spread so far and wide? Sim-
ply put, when life is ravaged by war and tyr-
아기장수는 400여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해지는 설화 anny, people long for a savior. This is why a
다. 가난하고 힘없는 이 땅의 백성들이 권세자들에게 억눌리면서 belief in Jeonggamnok (Prophecies of Jeong)
아기장수의 죽음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혐의 should have acted differently. For a start,
son, riding the Dragon Horse, the dream 선택하든지 계속해서 실패를 경험한다. 이렇게 실패하는 이유는
아직 때를 만나지 못했거나 민중이 아직 각성하지 못한 탓이기
would have still eluded him. But the sto-
ry does not end here. The tale of Agijangsu
leaves us with two clues that hint at anoth- 도 하지만,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인내심을 갖고 함께 모색해가
er form of hope and longing. 는 과정을 밟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기장수와 용마는 짝이 되어
야 함에도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 용마를 타고 완전체가 되
ocal people’s responsibility
L
to protect local culture 었다 해도 아마 꿈을 이루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
The first clue is the rock. The grief-stricken 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기장수 이야기는 우리에게 또 다른
희망과 기다림을 예고하는 두 가지 실마리를 던져준다.
parents bury their son under a large rock at
Maoksan Mountain. But the rock is like an
incubator that not only protects the baby
but also fosters the Dragon Horse and army 지역문화를 지켜내는 것은
for the baby to fight with. Some boulders
지역민의 몫이다
conceal the Mighty Baby’s armor and hel-
met. When all is ready, the rock will open by 첫 번째 실마리인 바위를 보자. 부모는 탄식하면서 아기를
itself. But even this rock cracks when sol- 마옥산 큰 바위 밑에 묻는다. 바위는 아기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인큐베이팅 공간이다. 바위는 아기뿐만 아니라 용마와 거병할
diers sent by the king hit it with silver grass.
The silver grass represents grassroots peo-
ple. Just as the parents snipped the baby’s 군사들까지 키운다. 어떤 바위에는 아기장수가 입을 갑옷과 투
wings, so too did they reveal the secret of 구가 들어 있다. 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면 바위는 저절로 열리
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바위도 왕이 보낸 군졸들이 억새풀로 내
the rock. The Mighty Baby who fails to ma-
ture into a complete being meets a tragic
death once again. 려치자 갈라지고 만다. 억새풀은 민초인 백성을 상징한다. 아기
The second clue is the river. Water is 의 날개를 자른 것도 부모이듯 바위를 여는 비밀을 누설한 것도
부모다. 그래서 완전체로 성장하지 못한 아기장수는 또다시 비
another source of life. After the Dragon
Horse jumps into the river, word spreads
that the Mighty Baby is living in the riv- 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er. When even the parents and the rock fail 또 다른 실마리인 강물을 보자. 물은 또 다른 생명력의 공간이다.
용마가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간 후부터 이 강물에 아기장수가
to protect the baby, the river takes him in
and fosters hope for his survival. The high-
light of Agijangsu’s story is the part about 살고 있다는 소문이 퍼진다. 부모도, 바위도 지켜주지 못한 아기
the “empty rock.” The innumerable rocks 장수를 이번에는 강물이 받아서 길러내리란 새로운 희망을 예고
한다. 아기장수 설화의 정점은 바로 ‘속 빈 바위’ 이야기다. 마옥
at Maoksan Mountain are looking after the
Mighty Baby and the Dragon Horse. Even
when one Mighty Baby fails, the story does 산에 있는 수많은 바위는 아기장수와 용마를 키우고 있다. 한 아
not end there. Other Might Babies will rise 기장수가 나와 실패하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아기장
수가 바위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바위 속에서 자라
from the rocks. As long as they are matur-
ing inside the rocks, a yearning for a new
world will continue. Hope for local culture, 고 있는 한,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백성의 바람과 온전히
completely independent and with a bud- 독립적이면서 저마다의 가능성을 꽃피울 지역문화에 대한 희망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ding potential, will also continue.
( &x
>v
L
힐링의 도시, 한방의 도시, 물의 도시. 제천을 수식하는 말은 많지만,
한여름의 더위를 피해 이곳을 찾는다면 단연 물의 도시, 제천의 진면목을 살펴야 한다.
충주호와 옥순봉, 의림지와 용추폭포는 잘 알려진 관광지를 여행하는 단순한 즐거움보다
인위적이거나 과장되지 않은 자연의 정성스러운 손바람을 맞을 수 있는 곳이다.
눈을 감으면 금세 달콤한 오수午睡에 들 것 같은 제천으로 향했다.
41
Ly;
2021년에 개통한 제천 8경 옥순봉
출렁다리는 충주호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제천의 명소다. ©제천시청
42
Lß5
산림청이 지정한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드는
제천의 금수산은 단풍이
들면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금수산
기암절벽에 기대 있는
정방사는 충주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을
자랑한다.
©제천시청
LD?
삼한시대부터 존재했으며
지금까지 실제 관개시설로
활용되는 유일한 저수지인
의림지 전경. 제천 10경 중
제1경으로 꼽힌다.
43
Lv'¤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지 못하고 터져 죽어
만들어진 곳이라는 전설을
지닌 용추폭포. 이곳에
설치된 유리 전망대는
발아래 쏟아지는 폭포를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어
색다른 스릴감을
느낄 수 있다.
44
지역문화︒
항일 의병의 역사를 따라
제천을 걷다
제천 시내를 가로지르는 도로에는 의병대로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곳이 구한말 항일 의병의 근거지였음을 은유하는 듯하다.
쓰러져가는 나라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 싸운 의병들의 애국심은 제천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45
왼쪽 화서학파의 명맥을
잇는 선비들과 전국에서
들고 일어난 항일 의병을
모신 자양영당과
숭의사의 전경
오른쪽 의암 유인석이
제천의병을 지휘할 때
사용했던 당시의 지도
위 항일 의병을 모신
성스러운 사당을 지키기
위해 자양영당 입구에
우뚝 선 홍살문
아래 자양영당에는
주자학의 창시자인 주희,
우암 송시열, 화서 이항로,
성재 유중교 등 화서학파의
맥을 잇는 대표적 선비들이
왼쪽 숭의사에서 바라본
자양영당
오른쪽 숭의사(왼쪽)와
자양영당(오른쪽)은 항일 의병을
기리기 위해 나란히 세워져 있다.
왼쪽 위 제천의병전시관
입구에는 영국 〈데일리
메일〉 신문의 멕켄지
기자가 촬영한 의병 사진을
동판 부조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왼쪽 아래
제천의병전시관에는
항일 의병 당시에 만들어진
유물들이 다수 전시돼 있다.
“제천에서는 제천의병과
순국선열의 숭고한
구국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천의병제를 봉행합니다.
작년에 제천의병제는
의병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제천 청소년들이 대거
참석하는 청소년의병제로
행사를 치렀으며,
올해도 청소년의병제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왼쪽 아래 제천 화서학파의 원류인 성재
유중교가 머물렀던 장담마을의 고택
위, 아래
제천의병사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제천시 화산동에 위치한 남산은
일제의 대대적인 공격에 밀려난 의병이
최후의 방어전을 벌였던 곳이다.
전기 제천의병 최후의 격전지, 남산
제천시 화산동에 있는 해발 276m의 작은 동산인 남산은 제천의병사에
서 매우 중요한 장소다. 일본군 및 관군과의 최대 격전지가 바로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일제의 치열한 공세에 밀려 충주성에서 제천으로 밀려난 의병은
남산에 주둔하며 항일 투쟁을 이어 나갔다. 1865년 5월 25일에는 대대적인
공격에 맞서 최후의 방어전을 벌였다.
제천의병은 고장숲 전투에서 세 차례나 적을 물리쳤지만, 오후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서 주요 무기인 화승총에 불을 붙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무기를
잃은 제천의병은 하릴없이 밀렸는데, 이때 의병을 이끌던 중군장 안승우와 종
사 홍사구는 의병들을 피하게 한 뒤 끝까지 항전하다가 적의 총탄에 맞아 순국
했다. 남산 정상에 가면 이 같은 역사를 담은 남산 격전지 표지가 우뚝 서 있다.
제천시는 2019년부터 진행 중인 화산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남산
에 의병공원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제천의병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 나가려는
©국가문화유산포털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의 꾸준한 노력이 사뭇 감동적이다.
50
름이 붙은 이유를 의림지에서 찾는다. 의림지는 삼한시대 때 축조된 저수지 아래 포전리 마을 입구의 느티나무
보호수 아래 세운
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까지 실제 관개시
‘운강 이강년 의병장 피체 유적비’
설로 활용되는 유일한 저수지다. 앞서 설명한 전기 제천의병의 대장을 일컫
는 명칭인 호좌의진도 의림지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의림지라는 호수의 좌측
에 있는 제천에서 일어난 의병 부대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1907년 후기 제천의병 창의 당시 제천을 중심으로 활약한 의병대
장 운강 이강년과 부하 장수들이 전략과 정치를 논했다는 정자가 있다. 바로
1807년에 지어진 영호정이다. 화강암 주춧돌 위에 나무로 지어진 단층의 정
자로, 팔작지붕에 정면과 측면이 각각 2칸인 작은 규모지만 제천의병의 주
요 인물들이 전황과 정사를 논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영호정에서 의림지를 바라보고 왼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또 다른 정자 경호
루와 만난다. 1948년 이 정자를 지을 당시 주변의 소나무를 베었는데, 소나
무에 박혀 있는 화승총 탄환 때문에 톱 여러 자루가 부러졌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점으로 미뤄볼 때 의림지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전투가 벌어
졌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측한다.
51
위 제천의병의 주요 인물들이
전황과 정사를 논했다는 영호정
글 강진우 사진 김현민
52
지역문화︒
˘¨
이건호
영화음악감독
©안갑주
크게 각광받고 있어요.”
기존의 고전적인
장르만을 고집하지 않고
자신의 음악 세계를
확장하고, 동시대적인
콘텐츠와 감각에 부합하는
작업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이건호 감독은
제천영화음악아카데미에서
재능 있는 영화음악감독 지망생을
발굴하고 그들이 꿈을 실현시켜
나가는 과정을 함께 한다. 글 이필 사진 김현민
58
지역문화︒
:’
‘미식 관광도시’의
면모를 보여주는
제천의 ‘약채락’
브랜드.
건강 음식점을
발굴하고 다양한
양념장을 개발했다.
59
몸에 좋은 음식이
먹기에도 좋다
제천의 한방 약선음식
한방을 접목한
건강 음식점으로
지정된
‘열두달 밥상’과
‘산아래’ 대표 메뉴
되면서 점차 제천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한방 약선음식이 자 의 대표적인 한방 음식으로는 약채락음식, 약초밥상, 약초떡, 약
리 잡게 되었다. 초순대, 한방갈비, 약초한정식, 한방오리탕, 한방백숙 등을 들 수
앞서 말한 것처럼 제천은 일찍이 조선 시대 전국 3대 약령시로 자 있다. 이는 제천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제
리매김해 생산과 제조, 가공, 유통 및 서비스 연구, 의료, 한의학 천을 찾는 관광객과 제천 시민에게 건강과 힐링을 제공하는 음식
등 한방 지원과 한방 인프라, 산학연 한방 클러스터가 체계적으 문화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으로 전 지구적
로 잘 갖추어져 있다. 2010년, ‘제천 국제 한방 바이오 엑스포’라 인 생태, 환경, 건강에 대한 움직임이 기존과 달리 더욱 다양화되
는 대규모 국제 행사 유치에 힘입어 한방산업은 제천의 경제를 고, 음식에 대한 개념이 단지 입맛을 돋우거나 혀끝의 감각만을
견인하는 새로운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한방산업의 전반적인 발 채우는 방식에서 나아가 현대인의 지친 심신을 보해주는 웰빙 음
전과 함께 음식산업 또한 한방 음식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제천 식이 선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61
제천 미식을 경험하는
첫 번째 키워드, ‘약채락’
어느 한 지역을 여행할 때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요 17개의 약채락 지정 음식업소가 등록되어 약초비빔밥, 약채락정
즘 젊은 세대들의 여행 포인트는 ‘맛집’이다. 그냥 맛집이 아니라 식, 약채통밥, 약초밥상, 울금떡갈비, 황기구절탕 등 귀하고 건강
내용과 형식에 충실한 맛집. 제천시는 2019년부터 특별히 관광미 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약채락 R&D 상품으로 약채락 4대 약념藥
식과 미식마케팅팀을 신설하여 ‘미식 관광도시’로 도약하고자 총 念·건강도시락까지 만날 수 있다. 약채락 식당들은 대부분 식재
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한방을 접목한 제천만의 건강 음식점 료를 직접 생산하거나 지역 내에서 생산한 것들을 사용하는 ‘팜투
을 발굴해, 이를 보존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약채락’이라는 브랜 테이블Farm to Table’, 즉 건강 밥상을 실천하는 곳이니 믿고 먹을 수
드를 만들었다. 약채락은 ‘약이 되는 채소를 먹으면 즐겁다’는 뜻 있다. 약채락은 여행자가 제천 미식을 경험하는 첫 번째 키워드이
으로 제천에서 생산되는 11대 GAP 우수 약초를 주재료로 만들어 며, 식당을 선택할 때 사용하는 패스워드 같은 기능을 한다.
건강·맛·멋의 기능성을 더한 제천시 건강 음식 브랜드다. 현재는 정리 편집실 사진제공 제천시청 관광미식과 미식마케팅팀
62
시 와 사 진 한 모금
구릉의 집
너른 들판 가운데 구릉의 집은
먼 곳 대신에 하늘을 가졌다
굴뚝은 뜻 없는 편지를 자주 썼다
먼 곳이 아프면
하늘의 배를 둥글게 쓸어주었다
고개는 들고 또 천천히 고개를 내리는 날은
바람은 너울 같아서 창문이 조금 더 닳았다
한 방향으로 우는 유리창으로는
눈에 바른 모든 풍경이 따라 울었다
구릉의 집은 먼 곳 때문에
처음부터 평평하지 않도록 태어난 집이다
심재휘 시인. 1997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외 다수가 있다.
현대시 동인상, 발견문학상, 김종철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63
무심하게 앉아 있는 물섬.
‘물’에 붙어 있던 ㄹ은
언젠가 물결 따라 흘러가버리고
무섬만 남았다.
지금도 그곳에 가면
그리움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겠지.
강변 연가
금빛 모래가 펼쳐진 들판 위로 느릿한 강물이 곡
선을 그린다. 해거름 무렵이면 동무들과 어울려 종종
멱을 감았다. 물은 깊지도 빠르지도 않았다. 강바닥
의 큼직한 돌덩이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저 멀리 햇
빛에 반짝이는 모래톱을 바라봤다. 희미한 유년의 기
억이다. 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를 들을 때
면 덩달아 연상되는 풍경이다. 외가가 있던 경북 봉
화의 내성천이다. 이 강물이 흘러 영주의 무섬마을을
지나 예천의 삼강주막 앞에서 낙동강으로 합류된다.
경상도를 세로로 가르는 낙동강의 지류에는 강물이
산에 막혀 물도리동을 만들어낸 곳이 여럿 있다. 안
동의 하회, 예천의 회룡포, 그리고 영주의 무섬이다.
하회나 회룡포는 모두 물이 ‘돈다’는 뜻의 ‘회回’ 자가
들어 있다. 무섬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이라는 뜻으로
행정지명은 수도리水島里로 쓴다. 섬이라고 했지만 한
강의 여의도나 노들섬처럼 사방이 온통 강물로 둘러
싸인 것은 아니다. 굽이치는 강물 사이에서 ㄷ자 형
으로 불거져 있는 지형이다. 앞은 물로 가로막혀 있
고 뒤는 산으로 둘러싸여 섬처럼 고립된 곳이다.
봉화의 내성천과 소백산맥에서 발원하여 영주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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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백사장과
맑은 강물 위에
20~30cm 폭으로 다. 과거엔 손바닥보다 조금 넓은 정도의 폭으로 반 마을에서 평생을 보낸 할매의 말씀이다.
놓여 있는
외나무다리
듯하게 만들었다. 새끼줄로 묶어놓아 물살이 센 곳에 “외나무다리를 예전에는 쪼맨하게 똑바로 맨들었니
서는 나무의 이음매가 삐걱거렸다고 한다. 게다가 외 더. 나무가 있어야 크게 만들지 않았겠니껴? 시가 맨
나무다리를 건너다 맞은편에서 누가 오기라도 하면 들면서 이마이(이만큼) 태극모양으로 휘돌게 맨든
어쩌나? 하필 이곳에서 원수라도 만난다면 이런 낭 기라.”
패가 없겠다. 원수가 아니더라도 이 좁은 다리 위에 마을에 현대식 콘크리트 다리가 들어선 뒤에야 이 외
서는 비켜설 수도, 강물로 뛰어들 수도 없다. 그럴 땐 나무다리도 신작로로 바뀌었다. 넓어졌다 해도 외나
한쪽 사람이 쪼그리고 앉는다. 그러면 맞은편 사람이 무다리를 건널 때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발끝을 주시
앉은 사람을 타넘어갔다고 한다. 2005년부터 시에서 하며 걸어야 한다. 한눈팔거나 자칫 균형을 잃으면
이 다리를 복원해 관리하면서 지금처럼 S자형의 휘어 물속으로 빠지기 십상이다. 빠진다고 해도 그다지 깊
진 다리가 되었다. 다리 폭이 예전의 두 배나 되고 군 지 않으니 크게 위험할 일은 없지만, 옷과 몸을 적시
데군데 ‘비껴다리’도 잇대어 놓았다. 반대편에서 누 면 찝찝하고 번거로울 것이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콘
가 오면 잠깐 비껴다리로 몸을 피하는 것이다. 무섬 크리트 다리를 이용하면 될 것을, 왜 다들 이 다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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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구멍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무섬마을
‘그리움이먼저 와 기다리고 있는’ 중 일부를 발췌하고 편집했습니다.
* 이 기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한국판〉에 실린
Benjamin Johnston,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정당, Smith & Buck Studio, 〈The Puritan〉에 실린
Glass Plate, 1893, The Huntington Library 소장 주미공사 이진범 가족사진, 1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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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여러 개가 있었다. 이곳에 10명의 공사관 직원들과 현지에 쓰였다. 1972년 미국 정부가 공사관이 있는 지역을 ‘역사보존지
서 고용한 흑인 하인 2명이 기거했다고 한다. ‘피서옥’은 1970년 1 김종헌, 〈한국민족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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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 지정하면서 보존의 길이 열렸으며, 1977년부터 개인의 집 Johnston, 1864~1952 의 사진 기록 덕분이다. 1880년대 파리에 유
으로 사용되었다. 2012년에 한국 문화재청이 350만 달러를 들여 학해서 미술을 전공한 존스턴은 1889년 고향인 워싱턴에 돌아
다시 구입했고, 2018년 복원 작업을 마치고 현재 기념관으로 대 와 코닥KODAK의 창업주인 조지 이스트만George Eastman으로부터
중에게 공개하고 있다. 카메라와 필름Eastman Kodak cameras and film process을 선물 받고 매
료되어 사진을 배워 프리랜서 기자 겸 사진가로 활동하기 시작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1890년대 당시 워싱턴 D.C.에 주 했다. 〈Demorest’s Family Magazine〉 〈Cosmopolitan〉 〈Harper’s
재한 30여 곳의 외국 공사관 중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유일한 건 Weekly〉 〈Ladies’ Home Journal〉 등과 같은 유명 잡지에 사진을
물이다. 건축학자들에 따르면 “우선 1층은 메인홀Main Hall, 응접 기고하면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명성을 쌓았고, 1894년에는
실Parlor, 응접실 후면Back Parlor, 온실Conservatory, 식당Dining Room으 워싱턴에 자신의 스튜디오를 오픈해 상업적인 성공도 거두었다.
로 구성되어 있고, 2층은 공사방, 서재Library, 사무실Office, 3층은
공사公使 외 나머지 공관원들이 사용하는 3개의 방, 지하층은 보 1893년 열린 시카고박람회를 계기로, 외국인과 그들의 삶
일러실Furnace Room, 당구실Billiard Room, 부엌Kitchen, 식료품저장고 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커졌다. 시대의 흐름을 잘 포착한 존
Pantry , 세탁실Laundry 등으로 구분되어 있었다”고 한다. 특별히 스턴은 마침 자신의 동네인 워싱턴에 진출한 많은 외국 공사관
1층에는 정당正堂이라는 공간이 있는데, 고종황제의 어진御眞과 황 들과 외교관들을 취재해 잡지나 신문에 기고했다. 그런 과정에
태자 예진睿眞을 모셨고, 옆에는 태극기도 모셔놓고 있었다고 한 서 조선공사관의 건물 외양과 실내의 모습을 8×10인치 카메라
다. 고종황제와 황태자에 대한 망궐례를 거행하기 위해서였다. 에 담았고, 당시의 모습을 더할 나위 없이 정밀하게 기록해서 우
리에게 남겼다. 그녀는 1945년 자신이 만든 모든 유리원판들과
공사관을 다시 찾아와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해서 역사의 삽화 및 기록들을 ‘미의회도서관’에 기증했고, 현재 LA 근교에
현장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은 있는 헌팅턴도서관The Huntington Library이 소장하고 있다.
미국의 한 여성 다큐멘터리 사진가 벤자민 존스턴Frances Benjamin 글과 사진 박주석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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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대 문 화 。해 외 연 수 기
다시
또 가고 싶은
여행
발행처 제주문화원
《양구의 시간》
발행처 양구문화원
편집후기
그날이 오면,
8.15 광복으로 그날은 드디어 와주었는데, 김구는 눈여겨 읽게 될 이달 특집, 의병義兵 발생지 제천의 역사적 숨결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느낌”이라 했다. 그리고, 매월 연재 중인 장진성 교수의 ‘고미술을 만나다’와
준비 없는 광복은 백범 白凡의 우려대로 최악의 동족상잔을 겪으며, 박주석 교수의 ‘사진으로 역사를 보다’에 담긴 스토리는
남북은 긴 이별인 채, 일흔 해를 더 살아왔다. 우리 한국 문화인의 자존심의 원형原型이 되고도 남을 기사다.
국가 설립을 기념하는 동시에 광복이 우리에게 주는 의무와
의미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너무 울어 속이 텅 빈다’는 매미의 짧은 여름처럼,
견디기 힘든 더위의 여름 한 철도 그리 길지는 않을 것 같다.
주목받고 칭찬받는 우리 문화광장에도 전문적인 필자들의
참여가 많으면 많을수록 반갑고 든든하다. 한춘섭 편집주간
한국문화원연합회 창립 주년
일자 2022.9.30. 금 ~ 10.1. 토
장소 그랜드볼룸
9Q
,
흉배胸背는 조선 시대 왕족과 백관이 입던 관복의 장식품으로
문양에 따라 품계를 나타내었다.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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