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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실력지상주의의 교실에 7

contents

류엔 카케루의 독백

한겨울의 발소리

재회와 이별의 소식

몰상식

결착의 때

엇갈리는 마음

류엔이 얻은 것, 잃은 것

○ 류엔 카케루의 독백

내가 자신이 정신이상자임을 안 것은 초등학교에 올라 간 직후의 일이다.

소풍의 휴식지에서 발견한 한 마리의 큰 뱀.

반이 난리가 난 것을 기억한다.

먼발치에서 환희하는 녀석, 벌벌 떠는 녀석 혹은 흥미 없는 녀석.

반응은 다양했지만 모두에게 공통점이 있었다.

아무도 뱀을 배제 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른도 냉정을 잃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부르거니 하면서 연락을 주고받을 뿐.


나는 가까이 있던 큰 돌을 그 뱀의 머리를 내리 찍었다.

물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없었다.

비명이 오고가고, 교사는 갈팡질팡한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전원이 두려워하는 뱀을 구축하는 영웅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왜 이렇게도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을 뿐이었다.

자신 속에 있는 미지의 존재와 퍼스트 콘택트.

그리고 동시에 알았다.

상대가 굴복하는 순간, 뇌 속을 가득 채울 정도로 대량의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것을.

이것이 나에게 있어 최초의 명확한 승리였다.

『 공포 』 와 『 유열 』 은 표리 일체

종이 한 장 차이의 세계에 존재한다.

이 세계는 『 폭력 』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다.

이 세계의 『 실력 』은 『 폭력 』의 힘으로 결정되고 있다.

힘이 다해 질척질척하게 살점을 흩뿌리는 시체를 보고 난 유열을 느꼈다.

하지만 이질적인 존재는 다수로부터 적의를 받게 된다.


그 때 이후 안팎으로 많은 적이 생겼다.

때로는 다수에게 둘러싸인 채, 폭력에 계속 시달리기도 했다.

저항할 수 없는 힘 앞에 무너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나는 무서워하지 않았다.

어떻게 복수하고 역전할지만 생각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 ─ ─ 모든 것이 내 앞에 엎드렸다.

진정한 실력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폭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 공포 』을 극복한 인간이다.

다만 여기서 하나,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은 내가 실력자가 됨에 따라서 싹트기 시작했다.

매일 유열을 얻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지루함을 느낀 것이다.


결국, 나에게 대적할 녀석이 없어진다는 지루함.

나의 이 깨달음을 뒤집을 수 있는, 그런 존재.

만약 있다면 ─ ─ ─ 그것은 『 죽음 』 뿐이다.


[#삽화(10.jpg)]

○ 한겨울의 발소리

12 월도 중순을 넘겼다.

계절의 변화는 꽤나 빨라서, 벌써 날씨는 추워지고 있었다. 목도리나 장갑, 긴 양말을 신는 학생도
당연하게 늘고, 오늘의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이 흐렸다.

생각하면,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눈을 본 적이 없다.

물론 텔레비전이나 책의 세계에서는 본 적이 있지만, 실제로 손으로 만지고 피부로 느낀 적은 없다.


올해 이 지역에 눈이 오는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체험하고 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방과후 느티나무 몰의 한 구석. 학생들이 애용하는 휴게실에 모인 D 반의 멤버는 나와 사쿠라 아이리,


하세베 하루카, 그리고 유키무라 케세이의 4 명. 케세이의 진짜 이름은 테루히코지만 본인의 희망도 있고
우리 사이에서는 케세이라고 부른다. 이 멤버는 최근 완전히 낯익은 멤버다. 일주일에 2,3 번
부정기적으로 모여서 아무 목적도 없는 얘기에 열중한다. 시간은 날마다 달라서 2 시간 정도이기도 하고
30 분 정도로 해산하기도 한다. 도중에 돌아가고 싶어지면 돌아가도 좋다. 어쨌든 지지 않으려고 분발할
필요가 없는 멤버들. 그래도 그런 멤버들도 금요일 방과 후에는 평소보다 오랜 시간동안 함께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이 자리에 없는 5 번째, 마지막 멤버, 미야케 아키토의 사정 때문이었다.

"결국 어느 반에서도 퇴학자는 나오지 않네. 슬슬 C 반쯤에서 저지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만든 문제 간단하지 않았으니까"

우연히 눈앞에 C 반의 여학생들이 지나다니기도 해서, 케세이가 그렇게 말했다.

"C 반말이야, 우리보다 공부 못할 것 같으니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하루카가 즉답한다. 그리고 보고한다.

"곧 미야치 온다는데. 지금 부실 나온 것 같아"


아무래도 기다리던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던 모양이다. 그룹 중 유일하게 동아리에 소속된 아키토은
아무래도 방과 후에 바로 모일 수는 없다.

"그런데 시험으로 이겼으니까 좋은 거 아니야……? 게다가 다른 반이라도 퇴학당하는 사람이 나오는 건 좀


그런데"

난폭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리는, 솔직한 마음을 입에 담는다.

"뭐 사이좋은 것보다 좋은 건 없겠지만. 학교 구조상 그건 어렵잖아? 상위의 반을 목표로 한다는 건 다른


반을 밀어낸다는 거고 말이야"

엄하게 들리지만, 하루카의 발언은 옳다. 그것을 들은 케세이는 솔직하게 감탄했다.

"그 말 그대로야. 아이리가 하는 말도 이해는 하지만, 밀어내지 않으면 밀려날 뿐이야. 이 학교에서
이긴다고 하는 건 다른 세 반을 희생시키는 거야. 우리가 희생할 필요는 없잖아"

"그렇, 겠지……"

약간 거칠게 말하는 케세이에게 풀이 죽는 아이리.

"예를 들면, 비법 같은 건 없어? 마지막 시험에서 클래스 포인트가 모두 동점이 된다던가. 그래서
경사스럽게도 모두 A 반으로 졸업. 그렇게 되거나 하지는"

"그거 엄청 좋은데!"

"유감이지만 그건 무리라고 생각하는데"

하루카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대해 대답하면서 아키토가 합류했다.

"어떻게 그렇게 단정할 수 있는데?"

"선배들이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마지막 시험에서 동률이 된 경우에는 순위를 결정짓는 특별


시험이 추가로 진행된다던데."

"어떤 시험?"

"글쎄. 어디까지나 소문이고, 과거에 클래스 포인트가 동률이 된 적은 없다고 하고"

주워들은 정도에 불과해서 아키토도 자세히는 모르는가.

하지만 하나의 유익한 정보임에는 틀림없다.

"그렇게 마음대로는 안 된다는 거네. 재미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A 클래스가 되는 건 한 반뿐이라는 거구나"

"그래서 미야치. 오늘 연습은 어땠어?"

아키토에게 하루카가 그렇게 질문했다.

"어땠냐니 뭐가 "

"음-. 활의 상태라던가 "


"별로 보통인데.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 너 관심도 없는데 물어보지 말라고"

"괜찮잖아. 친구끼리 평범하게 이야기한다는 그런 거?"

"그러면 궁도에 관한 지식 정도는 있겠지?"

의심하면서 의자에 앉는 아키토.

"지식이고 뭐고 활로 과녁을 겨누는 경기잖아?"

"아니, 큰 틀은 그렇지만……뭐 상관없나"

상세한 설명을 하려고 한 아키토였지만, 포기한 것 같다.

"왠지 말이야. 태어나서 지금까지 궁도에 흥미를 가진 적이 없거든. 뭘 어떻게 잘못하면 그쪽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하루카의 마음속에서 궁도의 길은 잘못된 방향인 것 같다. 뭐 화려한 경기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흥미가 있다. 그래도 한 번도 활을 만진 적이 없는 학생은 많지 않을까.

"확실히 왜 하필 궁도인거야? 특히 이 학교의 간판종목인 것도 아니잖아"

두 사람이 대화를 듣고 있던 케세이에게서도 질문이 날아갔다.

"중학교 때 신세를 진 선배가 궁도부였다. 그래서 나도 시작해 볼까 하고 생각한 것뿐이야. 그 정도


이유로, 특히 깊은 이유는 없는데"

"뭔가를 처음 시작하는 계기는, 다 그런 거지"

아이리도 조금 조심스럽게 이야기에 끼어 들었다. 최근에서야 볼 수 있게 된 광경으로, 반가운 신호다.


그리고 아이리가 대화에 동참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도 놀라거나 빈정대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끼어들 수 있는 것이다.

"아이리는 디지털 카메라였어. 지금 유행하는 거. 나도 그쪽은 이해할 수 있으려나"

"여자 특유의 인스타 취미냐. 이해하기 힘들구만"

케세이에게는 잘 와닿지 않는 듯, 다소 부정적으로 말했다.

"아, 그거 남녀차별. 지금은 남자도 하는 사람 많은 것 같은데?"

"…… 그런가. 스스로 개인 정보를 발신하는 것은 어떨까하고 생각하는데"

"나도 좀 모르겠는데. 키요타카는? 하고 있어?"

"아니, 나도 그쪽의 지식은 없는데"

이 학교는 외부와의 소통이 금지되어 있어 SNS 같이 메시지성이 강한 것은 재학생들끼리만 연결된다.


그것으로 만족한다면 특히 간섭하지 않는다.

"키요퐁은 딱 봐도 그런 거 안 할 것 같네. 그보다 인스타 잘 쓰고 있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은 느낌.


아이스크림 가지고 셀카 찍거나 밤의 수영장에서 파티하거나.…… 혹시?"

"없네"
즉각 부인해 두었다. 이후에 이상한 캐릭터로 대해지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런 너는 하고 있는 거야? 인스타"

"전혀 안해. 귀찮고 타인에게 자신을 보여주는 것도 좀 그렇고"

"완전히 동의 한다"

일축한 하루카의 말에 수긍하는 케세이. 그것을 듣고 아이리가 남몰래지만 콰광하고 일격, 크리티컬한
데미지를 받는 듯했다. 지금은 쉬고 있는 것 같지만 셀카와 SNS 에 업데이트 하는 걸, 취미로 하고
있었으니까.

"세간에는 그런 게 유행하고 있고, 이상한 건 아니잖아"

가볍게 지원한다. 무의미하게 아이리가 풀이 죽어도 어쩔 수 없으니까. 본인은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내 발언을 신경 쓰고 있는 건 남들의 눈에는 이미 다 들통 나 있다.

그런 지원에도 아이리가 하나하나 표정으로 반응해 버리니까, 바로 하루카들도 알아 버린 것 같다.

"나도 내가 유행에 뒤쳐져 있다는 것 정도는 이해하고 있으니 그건 반박할 수가 없네요. 인스타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합니다"

재빠르게 손을 들어 사과하는 하루카.

"자신이 싫어한다고 해서, 유행하는 거나 남이 좋아하는 걸 무조건 부정하는 건, 확실히 바보들이나 할


짓이네. 생각이 짧았네"

그리고 케세이도 사과한다. 주로 아이리에게.

아이리는 안심한 듯이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었다.

"주제를 바꾸는 것 같아서 미안한데, 조금 궁금한 게 있는데"

화제가 정리됐을 즈음에, 그렇게 아키토가 말했다.

그 어조는 약간 짜증을 내고 있는 것 같이, 주위를 째려보는 것같이 입밖으로 나왔다.

"최근 C 반이 조금 이상하지 않냐"

"C 반? 항상 이상하잖아, 뭐, 무슨 일?"

하루카는 눈을 크게 뜨고, 신기한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는 아키토의 시선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이해했다.

최근 며칠 동안 우리를 따라다니는 녀석들 일이다. 아키토도 깨닫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한 남자가 낌새를 죽이면서 이쪽의 모습을 멀리서 엿보고 있다.

C 반의 류엔의 추종자들 중 한 명인 『코미』다.

거의 틀림없이 우리 그룹의 감시를 하고 있다.

하지만 거리도 꽤 멀고, 따진다고 해서 지켜보고 있다는 증거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우연이 몇 번
겹쳤을 뿐이라고 우기면, 그 이상의 추궁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달려든 이쪽이 나쁘게 몰릴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굳이 아키토가 그 일을 입에 담지 않는 것은 아직 확증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보다 문제인 것은 이 그룹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 『C 반 외』에도 있다는 것이다. 아키토도 그


존재는 눈치 채지 못 했다.

"저번 공부 모임 때 C 반 녀석들이 우리한테 시비 걸었었지"

페이퍼 셔플에 의한 필기시험, 그 대책을 위해서 공부 모임을 열었을 때의 일이다. 공공장소인 카페에 C
반 아이들이 나타나, 갑자기 이쪽 그룹에 달려들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비는 미행이라는 형태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류엔군이나 시이나씨겠지. 혹시 또?"

"아아. 면면은 저번이랑 조금 다른데. 오늘 궁도부에 이시자키랑 코미가 들이닥쳤는데. 견학이라고


하니까 선배들은 흔쾌히 인정해줬지만, 온종일 내 쪽을 노려봐서 힘들었다고"

과연. 아키토의 뒤를 쫓아온 코미가 여기까지 온 건가.

이시자키가 없는 것은 다수는 미행에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키토는 남들 보다도, 류엔의 감시가 폐였던 모양이다.

"동아리에 흥미를 가졌다, 라는 가능성은 없을까?"

류엔의 생각 따위 알 턱이 없는 아이리가 그런 이야기를 한다.

" 그렇다면 좋을 텐데. 아무래도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구"

아키토는 어깨의 아픔을 시위하듯 쭉 팔을 돌렸다.

연일 류엔의 부담감을 주는 행동은 반복되고 그 기세를 더한다.

직접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류엔의 당당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느낌마저 든다.

서서히 너를 몰아넣는다. 그런 류엔의 강한 의지가 보인다.

"뭔가 당하지는 않았어? 욕 하거나 화살을 날린 순간에 재채기하고 방해하거나. 혹은 돌을 던지거나"

"역시 고문과 상급생이 있는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연습이 끝날 쯤에는 돌아가던데 "

그 날 이후 나 개인에게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카루이자와에게도 모종의 마크가 붙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미 녀석은 나를 포함해서 몇 명까지 목표를 좁히고 있을 것이다.

한 가지 결정적인 무엇을 잡으면 나에게 도달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결정적인 무언가를 잡고 있는 것은 『카루이자와 케이』다.

하지만, 경솔히 행동에 옮기지 않는 것은 신중히 생각하고 있는 증거일 것이다.


카루이자와에게 내 존재를 들으려고 해도 정면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그러면 류엔은 어떻게 마지막 조각을 모으는가.

그동안 녀석의 행동 패턴을 보면 상상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게 『언제』인가.

내가 그 일을 생각하는 동안에도 아키토들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케세이는 C 반이 치근거리는 이유를 이렇게 결론지었다.

"D 반의 성장에 관계가 있지 않을까? 입학 초 클래스 포인트가 0 포인트가 된 우리가 깨달으면 C 반의 등


바로 뒤까지 오고 있다. 이번의 페이퍼 셔플 결과도 있고, 3 학기에는 드디어 우리가 C 반에 오를지도
모른다. 상대도 초초하겠지"

케세이가 냉정하게 C 반의 행동 이유를 추측한다.

"하긴 그렇네요. 그토록 바보로 봤던 우리들에 추월될 것 같으니."

"하지만……사실은 앞지를 수 없지 않았어?"

아이리가 반 포인트 발표 때 밝힌 것을 보면서 묻자 케세이가 대답했다.

"아아. 12 월 초에 발표된 클래스 포인트는 D 반이 262 포인트. C 반이 542 포인트. 그 차이는 아직 280
포인트였다"

페이퍼 셔플 시험에서 우리 D 반은 직접 대결하게 된 C 반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며 클래스 포인트를


탈취했다. C 반의 100 포인트가 D 반으로 이동해 합계 200 포인트 차가 메워졌다. 이제 차이는 불과 80
포인트.

하지만 그래도 이 단계에서는 C 반이 앞섰다.

그런데 ─ ─ ─ 여기서 C 반에 시험과는 다른 사고가 일어났다.

"C 반에 중대한 위반 행위가 있다고 하더라고. 그 자세한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마이너스 100 클래스
포인트라는 큰 벌칙이 주어졌다"

얼마 전, 학교 측으로부터 설명을 받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

"뭘 했길래 그렇게 큰 일이 되는 걸까. C 반 이 친 사고라는 거"

어이없는 하루카이지만, D 반은 안타깝게도 다른 반을 웃을 수 없다.

시험이었다고는 하나, 입학 당시에 한 달에 1000 클래스 포인트를 잃고 있다.

"어떤 이유든 자멸의 영향은 크다. 앞으로 아무 일 없이 마칠 수 있으면 방학을 끼고 3 학기부터는 C


반으로 승격할 가능성이 높겠지"

우쭐하지 않고 케세이가 이야기를 끝맺는다.

"그것이 미야치에게 얽히기 시작한 원인?"

"부정할 증거는 없겠네"


C 반를 통솔하는 류엔이 보면, 평범하게 강등은 재미있는 얘기가 아니다.

어떻게든 지금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D 반의 약점을 찾고 있다.

그러고 보면 앞뒤가 맞다. 이 자리에 있는 나 이외의 모두의 생각은 통일됐다.

"반의 변동은 이 학교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하면 처음 크게 넘어진 D 반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C 반에 있어서 조바심내는 이유가 되고 성장한 이유를
알려고 하고 있다고 보면 수긍할 수 있지"

"평소에 잘난 척한다고 할까, 리더니까 류엔 군. 체면을 구겨서 인가"

"그렇군. 그 녀석들의 처절함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자존심이 갈가리 찢기고 억울해하는 류엔의 모습이라도 떠올리며 조금 기분이 나아진 것인지, 아키토도
동의했다.

"그래도, 말이야. 우리 별로 특별한 일은 하지 않았잖아? 문득 정신이 들면 차이가 줄어들어 있다고 할까.


왜? 역시 C 반이 제멋대로 넘어지니까?"

확실히 학급 내의 많은 학생은 물밑 신경전을 모르고 보통으로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차이가 줄어든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은 무리도 아니다.

"D 반만 생각하면 무인도 시험에서는 다른 반에 승리했다. 간지 시험에서는 류엔에게 당했지만 최근의


페이퍼 셔플에서는 우리가 살아남았으니까. 반면 C 반은 클래스 포인트를 경시하는 점이 있지?"

"무인도에서도 일찌감치 지급된 포인트 모두 쓰던 것 같고"

"즉 C 반의 자멸?"

"그런 견해도 가능하지. 이번 위반 행위도 자멸한 거고"

여름 방학 초 실시된 무인도 특별 시험. 각 반에는 각각 평등하게 시험 전용 300 포인트가 지급되고 1


주일동안 그 주어진 포인트를 사용하여 클리어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남은 포인트는 모두 시험
종료시에 클래스 포인트로 환원된다. D 반을 포함한 다른 반이 1 포인트라도 많이 남기는 지혜를 짜내고
있는 가운데 하루카의 말처럼 C 반은 일찌감치 300 포인트를 모두 썼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우리 D 반은 큰 차이를 메울 수 있었지?"

우리 D 반은 우여곡절 있으면서도, 225 포인트를 남기는데 성공했다.

"그래도 말이야, 고생에 걸맞은 결과인지 생각할 때도 있는 거야. C 반은 참패했지만 바캉스 즐긴 것 같고.
그 고생을 모르고 끝난 건 조금 부러울 지도 "

"어이가 없다. 류엔은 무모...아니, 사람이 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게 멋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어린애다.


그걸로 반이 지면 의미가 없어!"

A 반에 올라가기 위해 클래스 포인트를 번다. 그런 강한 의지가 있는 케세이가 보면 클래스 포인트를


포기하는 행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행으로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무인도 시험에서 류엔도 그저 무의미하게 주어진 포인트를 낭비한 것은 아니다. 사실 류엔은 모든
포인트를 썼지만 돌려쓰는 화장실이나 텐트, 남은 식량 등을 모두 A 반에게 주고 있었다. 그 류엔이
무상으로 제공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즉 클래스 포인트를 잃은 대신 얻은 것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물론 신뢰와 우정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받았을 리는 없다. 클래스 포인트를 잃고라도 얻는 것.
그것은 개인 포인트 말고는 없다.

그 사실을 아는 학생은 적고 케세이는 알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남자는 좋겠다, 이것저것 재밌을 거 같고. 그렇게 생각하지? 아이리"

"으, 응. 그렇네. 엄청 곤란했던 친구도 몇 명 있었고. 조금만 타이밍 늦었다면 나도 힘들었던 거……"

그렇게 말하고 아이리는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숙인다. 어느 정도 여자에 대해서는 배려가 있었던
무인도 시험이지만 그래도 남자보다 훨씬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왜 좀 더 늦으면 힘들었어?"

여자의 사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케세이가 신기한 듯 아이리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 그건"

아이리는 차마 여자의 날이 관계하고 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고 시선을 돌리고 달아났다.

그 상황을 보던 하루카가 케세이에 대해서 신랄한 코멘트를 날린다.

"뭐랄까, 유키 무-. 그런 천연이랄까, 무지한 곳은 의외로 귀여운 포인트인데, 이 건에 관해서 분위기


읽어? 라는 느낌"

"……무슨 소리냐"

감이 나쁜지 정말 모르는지는 차치하고 아키토가 상냥하게 케세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사람에게는 여러가지 있다는 것이다"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여러가지가 뭐냐"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케세이가 여자들의 사정에 더욱 발을 담그려고 했으나 아키토가 화제를 바꾼다.

"호리키타가 류엔의 버림패 작전을 간파한 덕분에 D 반은 이긴 거지? 만약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면 D


클래스도 리더를 들켰을 가능성이 높지?"

내 쪽에 확인을 하고 온 아키토에게 순순히 수긍하면서 대답한다.

"그렇게 됐다면 지금 이 상황은 없겠지"

"신나게 놀기만 하다가 마지막으로 중요한 곳만 맞추려고 했지? 전원 리타이어 했다고 가장하고. 하지만
그거 섬에 남는 게 류엔 군인 필요가 있었을까? C 반 리더고, 더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을 남긴 쪽이
확실했잖아?"

그 하루카의 추리도 틀리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모든 클래스에 적용되는 것이기도 하다. 눈에 띄는 인간이 리더라는 것은 처음에 생각해
볼 것이지만, 누구나 리더로 지명할 수 이상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애초에 섬에 남아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류엔을 리더라고 지명할 수 있는 학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남아 있던 것이 드러나더라도, 지명될 위험성은 높지 않았을 것이다. 눈에 띄지 않는 C 반 학생들이 밖에
잠복 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 했다. 지명하는 메리트보다 빗나갔을 때의 디메리트가 더 큰 시험.
결국 결정적인 증거를 쥐지 않는 한 누구라도 확신을 갖고 지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기 키요타카. 호리키타한테 들은 정보를 우리에게도 가르쳐주지 않을래"

케세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외쳤다.

"무슨 소리야?"

"류엔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어떻게 할 생각인지 알고 싶어. 체육제나 페이퍼 셔플을 생각하면
이제부터는 더 반에서 연계를 취할 필요가 있어"

"나도 이시자키들이 따라 다니는 거 기분 나쁘고. 그건 찬성이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이상으로 협력하는 것이 소중하다고 눈치 채기 시작한 것 같다.

지금까지 학급 내의 문제에 별로 신경 쓰지 못한 아키토와 하루카도 동의한다.

"나도 주워들은 정도밖에 모르니까……"

호리키타를 부를 것을 제안하기 전에 케세이가 말한다.

"우선은 그것으로 충분해. 가르쳐줘 "

4 명이 일제히 시선을 돌린다. 묘한 압박을 느낀다.

"알았어. 틀린 부분이 있어도 책임은 못 진다"

그렇게 말한 뒤 나는 호리키타와 공유하는, 무인도에서 일어난 일을 다시 처음부터 그룹에 설명한다.


물론 모든 것은 나 혼자 움직인 것이지만, 겉으로는 그것은 호리키타 혼자 생각하고 행동한 것으로 되어
있으니까.

섬에 숨어 있던 류엔이 무전기를 쓰는 간첩과 뭔가 하고 있었던 것. 이부키 외에도 다른 반에 잠입한


간첩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그리고 선상 시험 이후 류엔은 호리키타에 집착했다는 것. 선상에서는
류엔이 시험의 공략법을 찾아 승리한 것 등을 말했다.

체육제에서 류엔이 호리키타의 낭비를 획책한 것이나 쿠시다의 배반은 당연히 숨긴다.

"대충 이 정도? 케세이들이 아는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겠지만"

새로운 정보를 얻지 못한 케세이는 깊이 생각하며 팔짱을 꼈다.

"잘 모르는 것은 하루카도 말했지만 왜 일부러 류엔이 섬에 남았냐는 것이다."

"호리키타의 말에 의하면 류엔이 아무도 믿지 않으니까 라는 것이 유력한 것 같다. 다른 반의 정보를


모으고 추리하기에는 다른 학생은 짐이 무거웠던 거겠지"

간첩의 통솔을 하기 위한 지휘, 추리력. 며칠 동안 최소한의 장비로 섬에 남는 인내와 체력, 여기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관련 있는 A 클래스와 연계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류엔 이외에는 성립 하지 않는 작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리더의 지명이 학생 전원이 모이고 나서 실시하는 것이었다면 이 작전을 류엔도 전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무인도에 배포된 매뉴얼에는 마지막 날의 점호 직후에 이뤄질 것으로 명기되어 있었다.
즉 각 클래스 집합 전에 이루어진다. 류엔는 그 부분을 눈여겨보고 작전을 세운 것이다.
"역시 호리키타구나……나는 거기까지 깨달을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다른 반의 리더를 맞추기는 포기한
것이고, 상황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담담하게 반성을 하는 케세이들.

"무리도 아니지 않아? 식량 문제나 위생 면의 문제와 더불어 매뉴얼에 불이 붙어 있거나 속옷이


도둑맞거나 D 클래스도 정신이 없었잖아. 다른 반을 정찰할 여유는 없었어"

무인도 사건을 떠올린 아키토. 케세이도 싫은 느낌으로 기억을 파낸다.

"정말 힘들었지,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대단하네 호리키타 씨. 그 시험에서 거기까지 알고 있다니"

솔직하게 감탄한 모습으로 아이리가 호리키타를 찬양한다.

"류엔 군의 작전을 간파한 호리키타 씨가 마크 되는 것도 수긍이 가요 "

"사실 지금도 참견이 계속 되는 것 같다"

여기는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보충했다.

"간지 시험에서도 같은 그룹이 되고 분쟁이 한번 있었던 것 같고"

"무인도, 배에서 있었던 일은 대충 알겠다. 하지만 요즘 류엔들이 D 반의 다른 학생들에게도 집요하게


신경쓰는 건 왜 그러는 거지. 일부러 궁도부까지 와서 내 모습을 체크하다니 보통이 아니잖아"

호리키타를 노리는 것은 이해해도 당연히 그 의문이 나오겠지.

"뭔가 D 반의 약점을 찾으려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호리키타에는 파고들 틈 같은 것이 없으니까.


주변에서 무너뜨리는 작전이나 "

"과연. 그럴 가능성도 있나……"

이로써 류엔의 행동 이유도 어쩐지 케세이들에게 전해진 게 아닐까.

"쿄퐁의 여자친구지"

하루카가 감탄하고 놀려 왔다.

"마음대로 여자친구로 삼지 마라"

"그, 그래. 키요타카 군에게 실례라고 생각해, 그치"

"하하하. 미안 미안"

마음대로 보충시키고 받는데 호리키타에게도 실례니까. 나같은 거랑 연인이 된다면.

비록 오해라고 해도 스도가 들으면 화를 낼 만한 화제다.

"여자친구가 아니더라도, 좋아한다거나 하지 않아? 아니면 다른 사람이 있다던가 "

"좋아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도 없다"


"그래? 그럼 우리 올해는 모두 외로움(lonely) 결정이네"

"론리?"

"주위를 보세요. 이제 곧 크리스마스잖아"

느티나무 몰 속에 한 음식점 앞에 놓인 벤치에 앉은 채 하루카가 중얼거린다.

확실히 말하는 대로 학교 내의 시설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크리스마스용 장식 준비가 진행 중이었다.


때때로 남녀 커플처럼 보이는 학생들도 지나다닌다.

"별로 특별한 날도 아니잖아. 평범한 하루다"

"유키무에게 있어서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여자들 사이에서는 의외로 큰일이라구"

"으, 소문이라던지 이것저것 나오니까……"

"그래. 누구랑 사귀고 있거나 사귀지 않거나. 하룻밤을 같이 했다던가 하지 않거나? 좋아서 혼자 있는
건데, 묘하게 불쌍한 눈으로 보거나 "

"...고등학교 1 학년이야 우리는. 학업이 본분이다"

"조금 상상했어? 얼굴 빨간데"

"시끄럽다"

"그나저나 이 망고 주스 너무 달잖아. 너 먹어"

아키토가 우엑하고 살짝 뱉는 태도를 보이고, 나에게 컵을 준다.

"맛있는데"

하루카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놀랐다.

"참고로 말해두지만 D 반에서도 겨울 방학 때 여러가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

"그건……누구와 누구가 사귄다고?"

흥미로운 듯 아이리가 하루카에게 묻는다.

"아마? 사귀는 남녀도 있으면 헤어지는 남녀도 나오겠지. 크리스마스는 여러가지 일이 일어나니까"

지금까지 그런 커플을 많이 보아 온 듯 하루카는 두번 세번 끄덕인다.

"사귀는 사람들은 몰라도 파국? 현재 D 반에서 사귀는 것은 히라다와 카루이자와 정도잖아?"

아직 목에 남은 망고의 달콤함이 신경 쓰이는지, 목을 누르면서 말하는 아키토.

참고로 나도 지금 마시고 있지만 너무 달콤하다.

"꼭 그렇다고 만은 볼 수 없다는 거야. 미야치가 모르는 곳에서 의외의 커플이 생기거나. 연애는 클래스
안에서만 성립하는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누군가에게 빼앗기기 전에 행동하지 않으면"

"공교롭게도 내 연인은 활만으로 충분하다"


"구려. 거기까지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면서 말은. 머엇지네요---"

"…… 시끄럽다"

쑥스러웠는지, 아키토는 수줍은 듯 시선을 돌렸다.

그런가. 이제 세간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는 것인가. 지금까지 전혀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아무래도 붕 뜬 것 같은 이야기로 들리고 만다.

"어쨌든 나는 동아리 활동이다. 방학 동안에도 쉴 수 있는 건 아니고 말야. 애인이라도 있으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아직은 예정도 없는데 "

"만들고자 하는 의지는 있다고?"

인터뷰처럼 손으로 마이크를 잡는 흉내를 내면서 하루카는 손을 아키토의 입가에 갖다 댄다.

"이케(池?) 녀석들처럼 큰소리로 말하고 다니지는 않겠지만 남자도 여자도 비슷한 거잖아"

연애 자체에 관심이 없는 녀석이란 그렇게 쉽게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 같다.

"……뭐, 이상형인 남자가 있으면 거부하진 않을 거 같은데. 유키무-는 비교적 연애 자체에 부정파인 것
같지만 유키무-를 좋아하는 아이가 나타나면 어떡하지?"

"어떡하기는...나랑 그 상대와의 관계잖아. 그런 거"

"아, 귀엽다고 무조건 사귀는 게 아니라고. 흠흠, 성실하구만"

"시끄럽다"

놀리는 하루카에 휘둘리는 두 남자.

"키요타카군은 크, 크리스마스 계획 있어?"

옆에 앉은 아이리가 느닷없이 나에게 그런 말을 꺼내왔다.

"우와 아이리 그건 키요퐁 노리는 거야? 대담한데"

"아, 아니야 그런 게 아니고! 아니라니까~!?"

"하지만 그거 말고는 없잖아? 키요퐁은 방금 여자친구 없다고 한 직후고"

"그런 게 아니고, 저기, 그 어떻게 보낼까 싶어서.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낼 때 뭘 하면서 보내는지 신경


쓰여서 그런 거니까!"

확실히. 연인 사이라면 데이트 한 두 번 정도는 하겠지.

그래도 혼자서 보내는 경우는 어떻게 보내는 지 관심을 보이는 것인가.

"과연 확실히. 미야치는 동아리겠지만, 유키무-는 뭐 할건데?"

"나는 공부할 것 같은데. 3 학기, 예정대로 C 반에 올라가면, 쫓는 것뿐만 아니라 쫓기는 처지가 되니까.
반에 학력이 낮은 학생이 많은 이상 필기시험을 견인할 수 있게 되고 싶은데 "

적재적소, 자신이 가장 빛나는 부분에서 반에 기여한다는 생각인 것 같다.


하루카와 아키토에게 공부를 가르치면서 자신이 붙은 것처럼 보인다.

"거기까지 공부할 정도의 노력은 나는 못하겠네. 맡긴다. 케세이"

"맡기는 건 좋지만, 만약 A 반으로 졸업하고 임의의 희망 직업으로 간다고 해도, 실력이 높지 않으면
자멸하는 미래밖에 없다구"

케세이는 단순히 A 반에 올라가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으면 안 된다고 타이른다.

"확실히 그렇네. 몸에 맞지 않으면 금방 무너질 것 같으니까"

"그래도 말이야 그러면, A 반으로 졸업하는 의미는 옅어지는 거 아닐까"

이해는 하면서도 아키토는 조금 불만인 듯했다.

A 반으로 졸업할 때쯤 되면 모두 그에 걸맞는 능력을 몸에 지니고 있다.

라는 줄거리를 학교 측은 준비하고 있는 걸까.

아직은 뭐라고도 말할 수 없지만.

"그래서 아이리가 신경 쓰고 있는 키요퐁은? 크리스마스는 역시 혼자서?"

"그렇네. 특별한 것은 없는데. 방에서 얌전히 지내는 거 아닐까?"

"크리스마스도 보통의 휴일이라는 느낌이네"

12 월 22 일은 종업식. 곧 크리스마스도 올 것이다.

"후...후훗"

그런 교환을 보던 아이리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으려 하고는
있지만 못 참는 것 같다.

"뭔가 이상했나?"

"미, 미안. 아니, 나 그, 즐거워서…… 그러니까 왠지 웃음이 나왔어"

"즐거워서, 웃음이 나와?"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하루카들.

깨달으면 아이리는 조금이지만 눈 끝에 눈물을 글썽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까지 이렇게 즐거운 시간 보낸 적 없었으니까. 나 지금 정말 즐거운 걸"

아이리는 가슴에 품은 솔직한 생각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말로 했다.

"시시한 잡담뿐이지만 말이야"

"그게 좋은 걸. 이런 대화를 모두와 하고 싶었으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그러면 그걸로 좋은 거 아냐? 나도 즐거운데"


그렇게 하루카는 결론지었다.

그리고 화제는 다음으로 옮겨간다.

"모처럼 모였으니까, 모두 저녁 먹고 돌아가지 않을래?"

특히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았고 우리들은 같이 이동하는 흐름이 됐다.

거기서 나는 모두에게 말을 걸었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 먼저 가서 기다려 줄래?"

"그럼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아니, 이제 시간적으로도 붐빌 것 같고, 줄서는 게 효율적이잖아. 자리 잘 부탁해"

모두 납득한 듯이 느티나무 몰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아이리가 나 없이도 어느 정도 행동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성립되는 상황이다.

코미는 내가 화장실에 간다고 판단하고 아키토들을 따라갔다.

그룹의 뒷모습과 코미를 지켜보면서 화장실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그리고 우리들이 담소하고 있던 휴식 장소에 앉는 한 사람의 여자에게 접근한다.

"좀 보자"

1 인용 의자에 앉아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A 반의 카무로다. 그녀는 휴대폰을 조작하고 있어 마치


이쪽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이 몸을 경직시키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너한테 말하고 있는데"

다시 말을 걸었다.

"……나? 뭔데"

살짝 시선을 들어 지금 겨우 내 존재를 눈치 챘다는 듯한 표정을 보인다.

나는 그대로 몇 걸음 발걸음을 옮기고 카무로 옆에 있는 다른 1 인용 의자에 앉았다.

찌르르하는 공기가 두 사람 사이에서만 흐른다.

"최근 나를 쫓아다니는 것 같은데, 뭔가 볼일이라도?"

"하? 무슨 소리야?"

"어제 방과 후 귀가길. 2 일 전의 느티나무 몰. 4 일 전의 느티나무 몰. 6 일 전의 귀가길. 7 일 전의


귀가길. 꽤나 우연이 반복되는데"

나는 핸드폰 화면을 여자에게 향하고 재빨리 사진을 슬라이드 한다.

"그거, 어느새……"

미행하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것이다.


"미행하는 쪽에서는 내가 그쪽에 시선을 향할 때는 이쪽을 볼 수 없어. 그 사이에 내가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걸 모르는 게 무리는 아니지"

"뒤를 쫓아다니는 게 뭐? 문제라도 있어?"

"별로. 나는 직접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고, 별로 말리려는 생각은 없다"

"그렇겠지. 우연이고"

"다만 보스가 이 상황을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보스? 뭐야 그거,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야?"

"그러면 사카야나기에게 보고할까나. 너의 미행은 터무니 없다고"

"……잠깐만 기다려"

팔걸이에 손을 얹고 일어서려는 나를 카무로가 불러 세운다.

그 태도만 봐도 지금의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꽤나 기특하네, 사카야니기에게. 매일매일 장시간의 미행을 명령받아도 제대로 일을 하고 있으니까. 꽤


사이가 좋구나"

"장난치지마. 저런 녀석을 따르고 싶다고 생각할 리가 없잖아"

"그런 곳까지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잖아. 사실, 학창시절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써서 지루한 미행을 한다.
사카야나기를 신뢰하고 존경하고 있으니까 할 수 있는 일이지"

"그것은 절대로 아니야. 지금 당장이라도 인연을 끊고 싶을 정도인데"

강렬하게 내뱉듯이, 카무로는 성질을 냈다.

"그러면 왜 사카야나기의 지시에 따르지"

"별로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만약 선의가 아니면, 약점 하나정도는 잡혀 있겠지"

"……뭘 말하고 싶은 건데"

"네 미행의 허술함을 사카야나기에 보고한다. 그러면 네가 그 녀석의 손발로 움직이는 것에 대한 능력


부족도 드러난다. 그 잡힌 약점이 나중에 영향을 줄지도 모르지"

"협박하는 거야? 너도 나를 "

『도』인가. 사카야나기는 카무로를 쓰면서 어떤 약점을 쥐고 있는 것 같다.

그냥 넘겨짚은 거였지만 이렇게 멋지게 걸릴 줄은.

"너 도대체 뭐야. 사카야나기에게 노려지다니 이상하잖아"

"글쎄. 그건 나도 전혀 모르겠는데"

사카야나기의 진의는 카무로도 모르는 듯했지만 한 가지 대답을 얻은 것 같다.


"류엔이 찾는 D 반 학생은 너지, 그 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럼 어떡할 거지?"

나는 굳이 부정하지 않는다.

애초에 사카야나기가 나의 과거를 알고 있다면 아무리 애를 써도 소용이 없다.

"나를 협박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이쪽도 마음만 먹으면 류엔에 말할 수 있어"

"협박하려고 했더니 반대로 협박당하는 건가. 그럼 이렇게 하자"

나는 카무로에게 제안을 하나 한다.

"앞으로도 마음대로 미행해도 좋다.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 게다가 사카야나기에 고자질도 하지 않는다.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내 일은 사카야나기 이외에는 덮어 주었으면 한다"

"교환 조건이라는 거네"

"나쁜 이야기라고 생각하진 않은데"

"……확실히 그렇네. 류엔 녀석에게는 관심 없고"

카무로는 승낙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어섰다.

"오늘은 돌아간다. 지쳤고"

그러면서 카무로는 곧장 느티나무 몰의 출구 쪽으로 갔다.

"귀찮은 약점을 잡힌 것 같구나, 저 녀석도 "

하지만 앞으로 함부로 간섭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은 이것으로 좋다고 해야 할까.

뜻밖의 장소에서 류엔에게 정체가 샌다. 그런 점은 문제없다고 없을 것 같다.

○ 재회와 이별의 소식

"아~ 빌어먹을. 도대체 뭐냐고 그 녀석들은"

등교하던 스도는 불평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나 호리키타에게로 다가왔다. 그 표정은 엄청난 분노를
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좀 들어보라고 스즈네"

"어떻게 된거야"
눈 앞에 와 버려서는 무시할 수도 없었던지, 호리키타가 이야기에 어울린다.

"C 반의 패거리들, 그 류엔 녀석들 말이야. 아침부터 나한테 트집 잡고 그러잖아. 복도에서 걷는데


방해하거나 해서. 엄청 짜증난다고."

"폭언을 하거나 손을 대거나 하지는 않았죠?"

가볍게 노려보는 호리키타에게, 사토가 즉각 반박한다.

"안했다고. 완전히 무시하고 왔다니까"

"그래. 나의 말대로 잘 넘긴 모양이네"

일단 문제가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런데 뭐야 그 말이라는 건"

내가 스도에게 물어보자.

"스즈네가 얘기했었어. 잘 대처가 할 수 없을 것 같으면, 어쨌든 무시해 버리라고"

그건 정확한 조언이다. 어설프게 스도가 반박해버리면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된다.

그렇다면 스도는 스트레스가 쌓이겠지만 참는 것이 으뜸일 것이다.

"뭐, 억지로 통과할 때 어깨는 좀 부딪혔지만. 다른 반 친구들도 내가 트집잡히는 걸 알고 있었을 테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렇네. 설마 그걸 트집 잡지는 않겠죠"

저쪽도 한번 학교와 학생회를 휩쓸고 소동을 일으킨 적이 있으니.

때린 거면 몰라도, 강행돌파한 정도라면 괜찮겠지.

"그래서 무슨 말을 들었어?"

"원숭이냐는 둥 바보냐는 둥, 애새끼 같은 걸로 시비 걸고 자빠졌다고"

팡하고 자신의 주먹을 손바닥에 내리쳐 쏟아지는 분노를 발산시킨다.

어제 궁도부에 나타난 것의 연장선일까.

"아키토의……동아리 하고 있던 미야케 쪽에도 C 반 사람들이 갔었던 모양인데"

"미야케 군에게도? 요즘 꽤나 활발하게 행동하고 있는 것 같네요 "

"무슨 목적인거야. 또 나를 함정에 빠뜨렸을 때 같은 사건을 일으킬 생각인 건가?"

"글쎄. 지금은 뭐라고도 말할 수가 없네. 그렇지만 대책을 생각해 둘게. 또 얽히면 절대 손대지 말고"

"알겠다고. 나는 너랑 한 약속은 안 깬다고. 혹시 얻어맞아도 얌전히 있을 테니까."

이전 C 반와 싸운 때에 비하면, 스도의 말에는 그에 걸맞는 무게감이 있었다.


그것을 읽을 수 있었기에 호리키타도 솔직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보고를 마친 스도는 그것만으로 만족했는지 제자리로 돌아가 이케들과 아무 생각 없이 대화를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면서 호리키타가 말한다.

"스도 군 이제 겨우 철이 든 걸까"

"그렇네. 말투는 다소 거칠지만 그 정도는 허용 범위라고 봐줘야겠지"

"그도 슬슬 다음 단계로 나아갈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말하고는, 왠지 공책을 꺼낸 호리키타는 얼른 펜을 놀린다.

"뭐야, 다음 단계라는 건 "

들여다보면, 노트를 팟하고 닫는 호리키타.

"그것은 다시 차차 말할게. 해결해야 할 일은 스도 군의 문제뿐만이 아닌 걸"

그에게만 정신을 팔고 있을 순 없어, 그렇게 작게 덧붙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요즘은 호리키타 스스로 사물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이 많아졌다.

스도와 히라타와 조금씩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어서 그럴 것이다.

"그렇더라도 꽤나 활발하구나 류엔 군. 페이퍼 셔플 직후이고 좀 더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당장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다는 뜻인가"

"그래도 이상하지 않아? 지금은 뭔가 특별한 시험이 행해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원래부터 그는 시험에만 얽매이는 전투법을 고르는 사람이 아니니까. 스도 군을 폭행한 것도 그렇고,


이치노세군이 있는 B 클래스도 시험 외로 뭔가를 당했던 것 같고 포인트의 쟁탈이 아닌 장외난투를
좋아하는 것 같네"

그런 거 일일이 묻지 않아도 알고 있잖아? 하고 이쪽을 확인하는 듯한 눈으로 본다. 물론 모르는 척하고


흘린다.

"하지만 이번의 목적은 뭐지"

"너 정말로 모르는 거야? 아니면 페이크?"

"뭐라는 거야?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는 D 클래스를 그늘에서 조종하는 인물을 찾으려 하고 있어. 그 때문에 이렇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거야"

"즉 너 말이구나"

그렇게 말하면, 강렬하게 째려보기 시작했다.

"이제 나를 위장막으로 쓰는건, 류엔 군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을 테니까"

이쪽의 거짓말을 상대도 하지 않고 호리키타는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어째서 그렇게 단정 짓는 거야"

"만약 다른 학생들처럼 아직도 내가 다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당연히 나에게 접촉하지 않으면
이상하잖아. 하지만 이번에 나는 아무것도 당하지 않았는 걸"

그동안 집요하게 호리키타에 집착했던 류엔이 그렇지 않게 됐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잖아. 페이퍼 셔플 때 보여준 너의 작전이 의외로 통하고 있다는 것 아니야?
하책으로 덤비는 걸 망설이고 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잖아. 해자의 바깥쪽부터 메우려는 작전일수도"

"그렇니. 나는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네. 나에게 흥미를 잃었다 라기보다는"

"류엔이 관심을 가져주는 게 영 싫지는 않았다던가?"

"그런 의미가 아냐. 걷어차이고 싶어?"

"차이고 싶지는 않은데"

이 녀석은 진심으로 차버리니까 제대로 거부의 표시를 해둔다.

"이 반의 숨겨진 주역은 멍청하게도 그에게 눈독 들여진 거 아니야?...장난치는 것도 좋지만, 이런


장소에서 더 이상 말하게 할 셈이야?"

쿠시다를 포함해서 많은 반 친구가 자리에 앉아 있는 홈룸 직전 우리 대화에 귀을 기울인 사람은 없지만


분명히 여기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도 꽤나 류엔을 이해하게 됐는 걸. 아 아니, 아까처럼 놀리려는 뜻이 아니라"

다시 발차기가 고려될 것 같아서 황급히 말꼬리를 더한다.

"그의 방식은 기본적으로 똑같은 걸. 성공해도 실패해도 싸우는 방식은 같아. 그렇게 여러 번 싸움을
걸어오면 싫어도 학습하게 되고. 그래서 그녀를 ─ ─ ─쿠시다 씨를 페이퍼 셔플 때 이용할 거라는 것도
읽고 있었어. 물론 그렇지 되는 않는 게 이상적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지만……"

누구라도 학급 내에서 배신자는 나오지 않았으면. 쿠시다가 D 반을 배반하지 않았으면 지금까지의


시험에서도 여기까지 고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라고 호리키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에 따라 상황은 바뀐다. 쿠시다라는 내부의 적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류엔이 안심했던
부분이 있다. 만약 달리 쓸 패가 없었다면 다른 수를 써왔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쿠시다의 존재는, 좋게도 나쁘게도 적의 공격 패턴을 좁혀준 것이 되었다.

"유일한 오산은 아니지만, 페이퍼 셔플에서 나는 류엔 군의 뒤를 찌를 속셈이었어"

"실제로 그렇게 했잖아"

"그래. 그래서 시험공부를 소홀히 한 C 반의 누군가가 퇴학당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역시 달콤한 생각이었던 것 같아"

완벽한 문제와 답을 입수할 수 있으면 공부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방심한 C 반에는 퇴학자가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다, 라고 하는 거겠지.
케세이들도 그랬다. 역시 생각하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구나.

"C 반에도 머리 좋은 녀석들이 있을 테니까. 류엔과는 다른 방법으로 서포트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


적당하지 않을까"

"그렇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했다고 한다면 칭찬해줘야 할까"

어찌되었든 류엔은 호리키타의 배후에 숨은 존재를 찾고 싶어 정신이 없는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학교의 눈밖에 나는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각오를 하고 있다는 것이 행동으로 느껴졌다.

"이제부터, 그의 집요한 술수가 더 심해질 거야"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야. 정면에 서는 것은 너의 역할이니까"

"그건 알고 있어. 당신이 날 억지로 끌어낸 것도 운명 같은 거고"

"의외로 받아들였구나"

"받아들이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었으니까. 이제 와서 물러날 수는 없잖아?"

긍정적이 된 것은 좋은 일이다. 원래 호리키타가 가진 퍼텐셜은 나쁘지 않다. 히라타처럼 남과 잘


소통하는 능력만 익히면 지금의 지위에 걸맞은 존재가 될 것이다.

"그래서 ─ ─ ─ 방법은 생각하고 있어?"

"무슨"

"류엔 군의 탐색에 대한 작전이 있는지를 묻고 있어. 지금 빨리 손을 쓰지 놓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게 될


수도 있어"

아무래도 호리키타 나름, 내 정체가 들킬 걱정을 해 주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불필요한 것이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은데"

"또 너는 그렇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 거네, 하고 깊은 한숨과 안타까움을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다.

"그럼 얘기를 조금 바꾸자. 너는 계속해서 저쪽의 모임에 참가하는 거야?"

"저쪽이라는 건 케세이들 말이야? 뭔가 문제라도?"

"별로 유익한 그룹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원래 하세베 씨와 미야케 군의 서투른 과목이 편향된 것에서
출범한 스터디 그룹이잖아? 시험의 없는 지금은 필요 없지 않을까"

"유익한지 어떤지는 판단한 적이 없는데. 편안하고 좋아, 그 녀석들이랑 있으면"

호리키타와 있으면 아무래도 A 반을 지향하는 방향의 얘기밖에 하지 않으니까.

원래 거기에 관심이 없으니, 별로 호리키타와 접점을 가져도 어쩔 수 없다.


만약 호리키타가 그러한 클래스의 싸움을 빼고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면 그야말로 케세이들과 다름없는
대응을 하게 되겠지만.

"……당신은 나에게 협력하여 주는 거지?"

"하고 있잖아. 가능한 만큼은 "

도저히 납득하고 있는 표정은 아니었다.

오전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된다. 아키토와 케세이에게 점심의 권유를 할까 생각하고 있자면,
이웃이 계속 이쪽을 보고 있었다.

"뭐냐구. 설마 아침에 하던 거 계속하자는 건 아니겠지?"

"아니야 너한테 부탁이 있어"

"귀찮은 일이라면 패스다"

"귀찮은 것이라는 건 부정하지 않아. 하지만 시간은 그렇게 들지 않는 일이야"

그렇게 말하고, 호리키타는 가방에서 책 한권을 꺼냈다.

"너 지난주에 내가 읽던 이 책을 읽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도서관의 도장이 찍힌 책을 책상 위에 둔다.

"『안녕 내 사랑』인가 "

레이먼드 챈들러가 쓴 명작이다.

전부터 흥미가 있어서 여러 번 도서관을 방문했지만 묘하게 이 학교에서 인기가 있는지 항상 빌릴 수가


없었다. 적당히 사는 수밖에 없을까 하고 포기하고 있었다.

"잘도 빌렸네. 혹시 빌려주는 거냐"

반환하면 바로 다른 사람이 빌려갈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

확실하게 빌리려면 다소 비겁하지만 먼저 빌린 사람으로부터 직접 받는 것이 제일이다.

"당신이 원한다면 그럴 생각이야. 참고로 오늘이 반납일이야. 그래서 한번 도서관에서 수속을 하고 그


다음에 당신이 다시 빌리는 게 어떨까"

"반납하는 게 귀찮으니 그 절차를 나에게 맡기겠다고?"

"일부러 내가 반납해도 네가 도서관에 가야 하는 데에는 변함이 없잖아? 오히려 효율성만 따지면 올바른
판단이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그렇지. 호리키타가 반납하는 시간만이 사라진다.

책을 빌릴 때에는 학생증이 필요하고, 내 명의로 대여자를 고치는 것은 무리다.

반대로 반납은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고 할 수 있다.

"물론 거절한다면 나는 그대로 도서관에 가서 스스로 반납할 뿐이야. 인기 있고 상시 대출중인 이 책이


다음에 네 수중에 오는 것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시간 아까운 줄도 모르고 도서관에 계속 다니고 싶다면
그것도 좋아"

어떻게 생각해도 비효율적이잖아? 라는 압박을 가차 없이 가한다.

읽고 싶었던 나에게의 호리키타 나름의 친절인 것일까?

"…… 알겠어. 그 일 감사히 수락할게"

"잘 부탁해"

그러면서 호리키타는 책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오늘 중이라면 점심시간이라도 방과 후라도 좋아하는 타이밍에 반납하면 되니까. 하지만 반드시 처리는
해야 돼. 연체 통보가 날아오면 책임을 물을테니까"

"알겠다구"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적이 없지만 구조는 파악하고 있다.

빌리는 것 자체는 무료지만 연체 시에는 개인 포인트가 공제되는 구조였을 것이다.

"좋은 일은 서두르라고 했으니. 지금 갔다 올게"

그 편이 호리키타도 안심할 것이고 귀찮은 일을 뒤로 미루지 않아서 좋다.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도서관은 의외의 틈새가 되기도 한다.

관내에서 식사를 금지하고 있어 점심 장소로는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몇 명의 이용자밖에


없어, 반환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 될 것 같았다.

"기왕이면 뭔가 다른 책도 빌려볼까……"

1 권 빌리는 거나 2 권 빌리는 거나, 반납에 할 때 드는 수고는 똑같다.

반납 수속을 하기 전에 읽고 싶은 책을 함께 빌리도록 하자.


『안녕 내 사랑』을 한 손에 들고 미스터리 코너로 향한다.

이왕이면 1,2 권 더 탐정물로 하자. 레이먼드 챈들러로 구성되면 더욱 좋다.

미스터리 코너에 다다르면 한 여학생이 보였다.

열심히 팔을 뻗고 자신의 키보다 더 큰 책장에 있는 책을 잡으려고 한다.

책의 위치가 절묘해서,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모양이다.

아주 조금만 더하면 잡힐 것 같아서 받침대를 사용하는 것에 저항하고 있다.

남자든 여자든 저런 일, 자주 있는 일이지.

잡으려고 하는 책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었다.

문학사에서도 유명한 브론테 3 자매의 차녀가 쓴 작품이다.

아니, 확실히 줄거리 적으로는 미스터리 같지만 장르는 연애가 아닌가?

나는 옆에서 끼어들어 여학생이 손을 뻗고 있는 『폭풍의 언덕』을 집었다.

"괜한 참견 일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 낯선 여학생이라고 생각하던 인물이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확실히 C 반의……"

시이나 히요리.

조금 전에 류엔과 함께 우리 앞에 모습을 보인 학생이다.

저쪽은 조용히 이쪽의 얼굴을 바라본 후 마찬가지로 내 것을 떠올린 것이다.

"아마……아야노코우지군, 이었지"

상대방도 이쪽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묘한 접촉 방법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아. 우선 이걸 "

책을 전한다.

"감사합니다"

"브론테 좋아해?"

"개인적으로는 좋지도 싫지도 않아요. 그냥 장르가 다른 책이 놓여 있어서 올바른 위치에 되돌리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과연……“

[#삽화(12.jpg) ]
아무래도 같은 소감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손에 들고 있는 건……『안녕 내 사랑』이네요. 명작이죠"

시이나의 눈에 빛이 깃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 친구에게 빌리는데 성공했다"

"그것은 행운이었네요. 아무래도 2 학년 사이에서 레이먼드 챈들러의 열풍이 부는 것 같아서 쟁탈전이


계속되는 것 같아요. 저도 다시 읽고 싶다고 생각했었지만, 오늘도 찾지 못해서...."

"너한테 나쁜 짓을 해버렸네. 재대여 같은 짓을 해버려서"

"상관없어요. 전에 읽은 책이고, 게다가 그 책을 찾다보니 다른 책을 찾을 수 있었으니까. 이 학교의


도서관은 장서량이 상당한 규모에요. 계속 읽어대면 분명 순식간에 졸업할거에요."

그러면서 브론테의 책을 손에 들고 작게 웃었다.

"……그래? 그럴지도.."

여기에는 분명히 상당량의 책이 꽂혀 있다.

특정한 책을 읽지 않아도 얼마든지 시간은 보낼수 있다, 인가

"방해해서 미안해"

귀중한 점심시간이다. 점심보다 우선해서 여기에 와 있다는 것은, 다른 반 학생과의 잡담에 시간을
뺏기는 행위는 썩 달갑지 않을 것이다. 재빨리 사라져 주도록 하자.

"저기. 뭔가 다른 책을 빌리러 온 거에요? 반납과 대출 절차만 하는 거라면 접수만으로 끝날 일인데.


하는 김에 다른 책도 빌리러 온 거죠?"

발길을 돌린 나를 시이나가 불러 세운다.

"그건 다음기회로 할까 하고─ ─ ─저기, 뭐 하는 거야?"

말을 걸어온 시이나는 이쪽에서 시선을 떼고 미스터리 코너에 눈을 돌리고 있었다.

"도로시 L·세이어즈의 시리즈는 벌써 읽으셨습니까?"

"아니. 크리스티는 읽었지만, 도로시는 손댄 적이 없는데"

"그러면─ ─ ─그렇네요, 이 『누구의 시체인가?』를 추천해요. 피터 경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한번


읽으면 시리즈를 전부 읽고 싶어질 게 틀림 없어요"

그렇게 말하고 책장에서 그 책을 빼내고, 내밀었다.

"음……"

영문 모를 전개에 당황한 나는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고 만다.

"제멋대로 추천하거나 해서, 혹시 실례였나요?"

특히 큰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여기서 거절할 담력 같은 건 없다.


일단 빌리는 것 자체는 무료고, 그렇게 해둘까.

"아니, 좀 당황한 건 사실이지만. 모처럼이니까 빌려볼게"

"그러는게 좋아요"

무슨 꿍꿍이 속인지, 시이나는 굉장히 기쁜 듯한 표정을 짓고 눈을 깜빡였다.

"점심 아직이죠? 혹시 좋다면 함께 먹지 않을래요?"

"...아"

책을 추천 받았을 때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전개다.

우연한 만남을 가장하라는, 류엔의 지시가 있었다고 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승낙하든 거절하든, 시이나가 느끼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어디를 택해도 회색이라고 판단해 버리는 게 고작이다.

"C 반에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말벗이 없어요."

이쪽의 대답이 없는 것에 견디지 못했는가, 시이나는 그렇게 말한다.

"여러가지로 문제가 생기는 거 아냐? 지금 C 반은 기를 쓰고 D 반의 누군가를 찾고 있잖아? 나도 용의자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시이나는, 아마도 나나 케세이가 호리키타 뒤에 숨어 있는 인물의 후보자라고 듣고, 속을 좀 떠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갑작스레 접촉해 오지는 않는다.

여기서도 깊이 파고드는 것이, 그것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의미 류엔보다 섬뜩한 존재다. 시이나 히요리는 완전히 미지수다.

그동안의 시험에서는 존재조차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자와를 쓰면 웬만한 정보 수집은 가능하겠지만, 류엔에게 마크 당해서 지금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이쪽의 보유 카드인 멤버들는 모두 좁은 커뮤니티밖에 가지고 있지 않아서 시이나의 상세를 살피는 것은
불가능하다.

케세이와 하루카, 물론 호리키타도 다른 반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는 고생하고 있다.

히라타를 써도 되지만 그 녀석은 기본적으로 중립이라, 게다가 나에게서 뭘 느끼고 뭘 생각하는지 아직


파악이 덜됐다. 부주의하게 부탁하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서는.

"걱정 마세요. 그때는 류엔군 때문에 형식상으로 움직였을 뿐이에요. 저는 원래 싸움 같은 것에는 흥미가
없는 걸요. 아니면 저랑 얘기하면 조금 문제가 생겨 버리나요?"

"아니 그다지. 그쪽이 아무 문제없다고 한다면 특히 불만은 없는데"


"잘됐네요. 그런 하찮은 일로 무의미하게 반 사이에 균열이 생기는 건 좋지 않은 걸요. 모두 사이좋게
지내는 게 제일 좋은 일이니까요 "

균열이라. 이 경쟁 학교의 구조상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많은 학생은 자연스럽고 평범하게 생활하는 사람이 대부분일까. 히라타나 쿠시다가 차별없이
인기가 많은 것처럼 원래 『친구』라는 것에 벽이 생긴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럼 가요. 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으니까요"

도서관에 설치된 시계에 눈을 돌렸다.

"접수처에서 처리만 하고 올게"

우연히 방문한 도서관에서 이런 전개가 될 것이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둘이서 식당으로 이동한다. 이미 점심시간이 시작하고 20 분 이상 지난 뒤라, 많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이 먹고 있거나, 다 먹은 것 같고 매표기에 줄 서는 학생은 거의 없다. 적당히
일일정식을 골랐는데, 여기서부터 줄이 길다.

시이나 고르는 게 힘든지, 버튼에 닿는 손가락을 상하 좌우로 움직이며 고민하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얌전히 기다리기를 2 분. 겨우 결심했는지 결국은 나하고 같은 것을 택했다.

"조금 주저해 버렸네요"

"괜찮아. 뒤에 줄이 길게 생긴 것도 아닌데"

그리고 곧, 카운터에서 정식 두개가 나왔다.

시이나는 정식이 들어있는 쟁반을 드는 것이 힘든 모양이다.

도서관에 가지고 갔던 책가방을, 식당까지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가방 때문에 불편하잖아. 내가 들게"

"아뇨, 그런 큰일을 부탁할 수는……"

"괜찮아. 쟁반 들고 가다가 넘어지는 게 더 큰일이고 말이야"

"죄송합니다……"

정말 미안한 듯이 내미는 가방은 받아보면 상당히 무거웠다.


교과서라도 들고 다니는 건가?

"좀 무겁죠. 감사합니다"

극력 밀집지를 피하고 빈자리를 찾아 서로 마주앉았다.

그리고 둘이서 천천히 늦은 점심식사를 시작한다.

"평소에도 학식에서 먹는 거야?"

"아뇨. 기본적으로는 아침에 편의점에서 점심을 사서 교실에서 먹는 경우가 많아요. 아야노코지군은 자주


식당을 이용하는 편인가요?"

"편의점은 뭔가 맛이 없고, 역시 갓 만든 게 좋으니까"

드는 품도 코스트 퍼포먼스도 나쁘지 않다.

시이나 젓가락을 손에 들고 바로 반찬을 입으로 옮겼다.

그 동작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젓가락 잡는 법이 아주 깔끔하다.

"응, 과연……식당, 확실히 맛있네요. 확실히 기억해 놓을게요"

"혹시 여기서 처음 먹는 거야?"

"들통났나요?"

"매표기 앞에서도 고민하거나 했고, 혹시나 했는데……"

2 학기도 이제 끝날 무렵, 식당을 쓴 적이 없는 학생이라는 건 좀 놀라운데.

"오래 전부터 관심은 있었는데 처음에 갈 기회를 놓치면 발이 멀어져요. 모처럼 이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냈어요 "

그런 기분은 왠지 알 것 같다. 평소 자주 가지 않는 시설에 갑자기 가는 것에는 약간 용기가 필요하다.


그 장소에 걸맞는 행동을 모르니까 당황한다. 단골들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이 마음에 제동을 건다.

나도 처음에는 편의점에서 드립 커피를 사는 것에도 저항이 있었다.

얼음만 들어간 컵으로부터 스무스하게 커피를 만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의외로 별일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 이걸 계기로 올 수 있게 될지도.."

"네"

그리고 우리는 대화도 그쯤에서, 식당에서의 식사도 마친다.

후발조였기 때문에 식사를 마쳤을 때 식당에서 학생 대부분이 떠나간 뒤였다. 몇몇 잡담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거나 천천히 먹는 학생이 띄엄띄엄은 남아 있지만.

"아까 도서관에서 하던 얘기로 돌아가는데, 괜찮다면 이쪽도 읽어 보지 않을래요?"


그렇게 말하고 가방을 든 시이나가 그것을 테이블에 둔다.

쿵하고 겉보기로는 상상할 수 없는 중저음이 울린다.

"아야노코지 군은 이 중에서 뭔가 읽은 적이 있으신가요?"

가방에서 4 권의 책을 꺼냈다. 왠지 가방이 무겁더라.

윌리엄 아이리쉬에 엘러리 퀸, 로렌스 블록에 아이작 아시모프는.

"꽤 좋은 안목인데……"

모두 왕년의 명작 미스터리 소설이다.

"알아요?"

"나도 미스터리는 꽤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런가요"

반갑게 손바닥을 치면서 시이나가 웃는다.

거기서 문득 책에 위화감을 느낀다.

"이거 도서관의 책이 아닌데"

"다 제 개인 물품이에요. 언젠가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 나타났을 때에 빌려주겠다고 생각해서 가지고
다니는 거예요. 처음에는 한권이었는데, 상대를 찾기 전에 책이 점점 늘어나서"

"그래서, 이렇게"

뭔가 약간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은 아이다.

"사양 말고, 어떤 것이든 가져가도 좋아요"

"그럼... 읽은 적 없는 엘러리 퀸을 "

"여기 있어요"

이게 연기라면 대단한 실력이지만, 아무래도 그런 느낌이 아니다.

순수하게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행동이나 몸짓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묘한 곳에서 묘한 인연이 생긴 셈이다.

물론 C 반에서 친 덫이라면 경계해야겠지만 이번 건은 완전한 우연일 것이다.

훗날 돌려줄 것을 약속하고 점심시간의 끝을 알리는 차임벨이 울렸다.

4
방과후가 되자, 언제나처럼 휴대폰의 단체 채팅방에 연락이 왔다.

『느티나무 몰에 올 수 있다면 와라. 저번과 같은 장소』

하루카의 그런 편한 채팅이었다.

답장을 하려고 휴대폰를 만지는 순간 이웃에게서 말로 된 칼날이 날아들었다.

"얼굴이 실실거리고 있어서 기분 나쁘네요"

"누가"

"너요. 일부러 말하지 않아도 자각하고 있죠?"

"적어도 나는 실실거리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데"

입고리가 올라간 기억은 없기 때문에.

"나보다 더 성실한 건지, 아니면 농담인지……당신의 내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거야"

아무래도 호리키타는 내가 친구에게 온 채팅을 보며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너도 꽤나 분위기에 녹아들었네."

그런 말을 남기고 호리키타는 가방을 들고 혼자 가버린다.

"실실거리고 있다, 란 말이지"

물론 친구에게서 온 연락이 기분나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내 표정에서 마음대로 추측한 해석이 『


헤실거림』이라고 한다면, 의외로 호리키타는 그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게 아싸 동맹을 계속 유지하고 싶었던 건가...

재빨리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교실을 나온다.

보통의 그룹이라면 교실에서 서로 말을 나누다가 목적지에 가겠지만 강제력이 없는 우리 그룹은 별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오고 싶은 사람만 모이고 싶은 타이밍에 모인다.

느티나무 몰의 언제나의 장소에 도착하면, 전원 집합해 있었다.

"아키토, 동아리 활동은?"

"……오늘은 땡땡이다"

"또 C 반 녀석들이 궁도장에 나타난 것 같다. 보아하니 치고 박고 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약간의 분쟁은 일어난 것 같다.

"오늘은 의욕이 없으니까 쉰다고 선배한테 말하고 놓았다. 우리는 꽤 널널하거든"


땡땡이치는 이유를 너무 솔직하게 신고하는 거 아니냐.

뭐,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면 이 자리에는 오지는 못할 테니까.

"정말로 슬슬 C 반의 폭거를 멈추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몰라. 동아리 활동에도 지장이 가고."

"한번 선생님께 상담해 보는 건?"

하루카가 그렇게 조언하지만 아키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C 반이 절 감시하고 있어요, 라고 말해봤자 아무 도움도 안 될 거야. 출입금지 장소라면 모를까,


궁도부를 견학하러 오는 것은 자유고 "

비록 그것이 거진 거짓말이라고 해도 몇 번이나 견학하는 데 문제는 없다.

"그건 그렇지. C 반, 정말 귀찮은 녀석들이네. 아, C 반라고 하면, 봤어 봤어. 이야, 싫네 대통령!"

어느 시대 유행어인지 모를 말을 하고, 내 옆구리를 팔꿈치로 찌르는 하루카.

"봤다니, 뭘"

"뭐긴 뭐야, 키요퐁이 C 반의 시이나 씨랑 단둘이서 밥 먹는 장면이지"

……과연. 식당에서 봤나.

넓다고는 해도 후반에는 거의 사람이 비어 있었으니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아이리가 그 일을 계속 신경 쓰고 있어서 밥 먹다가 질질 흘렸다니까"

"와아! 그거 말 안한다고 약속했잖아, 하루카!"

"그랬었지. 그럼 방금 그건 없었던 일로"

없었던 일이라고 말한다고 바로 잊혀질 정도로 단순한 뇌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걸로 한 가지 납득이 간다.

오늘 집합하게 된 이유는, 이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틀림없다고.

"설마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두고 갑작스러운 연애 같은 거?"

"그런거냐 키요타카. 너는 그런 세속적인 일은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약간 화난 듯이 케세이가 말한다.

"물러, 너무 무르네 유키무-. 남녀관계는 결국 연애에 귀착되는 거라고, 그것보다 세속적이라고 말하는
거 너무 촌스러워. 요즘 젊은이들은 생각하는 것 빠르다구"

" 빠르긴 뭐가 빠르다는 거야. 우리는 고등학교 1 학년이야"

"저기 말이야 고등학교 1 학년이 되어서 첫 연애라니 너무 늦었다고, 내가 초등학교 때는 동급생 중에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랑 사귀는 애도 있었으니까"

그런 하루카의 충격 발언에 케세이가 입을 크게 벌리고 아연실색한다.


"드, 들은 적도 없다 그런 거"

"그것은 유키무-가 주위를 잘 살펴보지 않았을 뿐인 걸. 동급생의 앳된 남자에게는 관심 없다는 여자애


많으니까"

초등학생에게 앳되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케세이처럼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몰랐을지도. 하지만 정정해야 할 곳은 정정해야 한다.

"신나게 열중하는 도중에 미안한데, 나한테 그런 풋풋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구"

"그래? 쑥쓰러워 하는 거 아니고?"

"보, 보라구. 나는 그렇게 말했는데 하루카는 믿어 주지 않아서!"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시이나가 말을 걸어왔어. 아키토가 동아리에서


이시자키들에게 눈독 들여진 것과 같지 않을까 싶은데. 나한테도 여러 가지 묻더라고. 거절해서 쓸데없이
더 주목받는 것도 싫고……"

지금까지 하던 이야기의 흐름으로, 그 말은 진실성을 더했다.

게다가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다.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뭔가 탐색을 걸어왔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드디어 아야노코지도 마크 당한건가? D 반에게 따라잡히는 게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거냐? 류엔


녀석은 "

자신 이외에도 피해가 확산되고 있음을 새삼 실감하고 분노하는 아키토.

이지만 케세이는 다른 방향에서 이번 미행 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게 아닐지도 몰라. 최근 D 반에 모습을 감춘 책사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잖아. 지금까지는
인정하지 않았었는데, 류엔이 우리를 미행하는 이유는 그걸지도 몰라? 아야노코지, 실제로 시이나는 어떤
걸 물어봤어?"

"네 말 대로야 케세이. 내가 혼자 있어서 말 걸기 쉽다고 생각한 모양이던데. 다소 다른 이야기를 섞기는


했었는데 책사가 어쩌고, 그런 것을 몇 가지 질문했다"

"그, 그랬구나. 데이트 아니었구나!"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후유 안도의 한숨을 쉬는 아이리.

"하지만 짚이는 데도 없고, 몇 번이나 물으면 대답하기도 힘들다. 솔직히 힘들었어"

"그런 것 치고는 꽤 즐거웠던 것 같던데?"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지을 순 없잖아. 그래도 동급생인데"

하루카는 아직 의심하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케세이는 곧 생각을 바꾼 것 같다.

"하루카가 말하는 연애는 그렇다 치고, 확실히 C 반이 말하는 내용은 조금 신경쓰여. 도청한 것도
나쁘지만, 스도도 시비 걸렸다고 호리키타에 상담했던 것 같고"

아무래도 오늘 아침 스도와 호리키타의 대화를 케세이는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너는 괜찮아? 케세이"

걱정하는 아키토에게, 케세이는 뭔가 생각하는 것같은 행동을 보였다.

"지금까지는 직접적인 것은 없었는데. 다만 신경 쓰이는 게 없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기억을 되살리는 것처럼 케세이는 신경쓰이는 부분을 입에 담았다.

"최근 C 반의 학생이 자주 보이는 느낌이 든다.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전부 다 류엔의 추종자 녀석들이고.
혹시 나도 미행당하고 있었다, 던가?"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이다.

"그렇구나…… 그래도 나는 아무것도 당하지 않았는데?"

기억에 없다고 조심스럽게 손을 들다.

"나도"

하루카도 아이리를 합을 맞추는 것처럼 손을 들었다.

보통 자신이 누군가에게 미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없다.

더구나 모두 경험이 없다고 한다면 당연하다.

"케세이처럼 아직 깨닫지 못했을 뿐, 누군가가 감시하고 있을지도.."

"에~. 그거 스토커? 기분 나빠 "

물론 남자가 여자를 쫓아다니는 것은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

류엔이 대책을 완전히 짜 놓았다면 여자를 움직이고 있을 수도 있다.

"감시당하고 있어? 혹시 가능성 있을 것 같기도……"

이야기를 듣던 아키토가 손을 입술로 가져가며 뭔가 짚이는 바가 있다고 말한다.

"나의 동아리가 끝나고 너희들과 합류하는 시간은 대체로 늦지?"

"그렇지, 6 시가 넘거나 7 시 넘거나?"

"왠지 C 반 학생들이 많이 있다는 생각을 했었거든. 전에 느티나무 몰에서 합류했을 때도, 코미가 있었고.
그리고 지금도.."

그룹 중에서도 아키토는 특출나게 관찰력이 예리하다.

하루카가 노골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려고 했으나 그것을 아키토가 말린다.

"그만둬. 목적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반응하지 않는 게 좋아"

아키토가 멈추지 않았으면 내가 막았다.

쓸데없는 불씨가 늘어나는 행동은 극력 피하는 게 좋을 것이다.

"와- 기분 나빠"
숨지기 않고 감시하고 있을 코미에게 하루카가 독설을 퍼붓는다.

"그보다 말야, 진짜야? D 반에 숨은 책사가 있다는 이야기"

하루카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는지, 아직도 반신반의한 것 같다.

"신경 쓰면 쓸수록 헛수고야 하루카. 류엔는 망설임 없이 거짓말을 하는 녀석이고. 정말 그런 녀석이


있는지 없는지 알게 뭐야"

아키토는 그렇게 말하고 이야기를 근본부터 부정한다.

그러나 케세이는 다른 방식으로 사건에 대해서 생각한 듯하다.

"류엔도 생각은 하고 있을 거야. 그런 녀석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우리 뒤를 쫓고 있는 거고. 류엔의


말처럼 D 반의 책사가 정말로 있다고 한다면, 누구일까"

"뭐야 그런 사람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번 행동의 의미를 파악할 수가 없다고"

아키토는 별로 납득 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류엔의 생각에 의미가 있으면 좋을 텐데"

지금까지 몇 번이나 얽혀서 그런지, 아키토는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

"키요퐁은 어떻게 생각해?"

올 거라고 생각했던 질문이 역시나 날아 왔다.

"실제로 그런 인물이 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미행하는 이유는 그거겠지"

각각의 의견을 듣고 나고 하루카가 팔짱을 끼고 말했다.

"호리키타 씨가 아니고, 그동안 시험에서 활약한 사람이라는 거지? 유키무-라던가? 머리 좋고, 실제로
테스트 보면 항상 상위이고"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무인도에서도 간지 시험도 휘둘리기만 했는데"

한심한 이야기라고 반성하면서 케세이가 한숨을 내쉰다.

"그럼 코엔지 군. 성격은 좀 그래도, 두뇌명석. 운동신경 발군이니까"

"그야말로 말도 안되잖아. 하루카 말처럼 그 성격인데. 반을 조종할 수 있을 것 같은 녀석으로 보여?"

협조성이 없기로는 호리키타보다 훨씬 위라고 할 정도니까.

"그래도, 그러니까 페이크로 효과가 있잖아"

"그 전대미문의 성격이 캐릭터 만들기?"

"진짜 모습은 차분한 책사.……가능성 없어?"

전원이 일제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절대 없지. 그 녀석은 그거 진심으로 하고 있다니까"

교제도 꽤 길기 때문에 코엔지라는 학생은 그게 진심인 것이 틀림없다.

"애초에 성격은 빼고 보더라도 코엔지가 책사일 가능성은 엄청 낮은데"

근거가 있을 것 같은 투로, 케세이가 말한다.

"저 녀석은 무인도 시험에서 첫날에 리타이어했다. 즉 전황은 전혀 못 봤을 거야. 만약 무인도의


시점에서 호리키타 이외에 책사가 있었다면, 성립할 수 없는 결과잖아"

"오~ 그렇구나. 설득력 있잖아 유키 무-"

"다만 이 이야기는 완전히 억측이다. 류엔의 말처럼 책사가 정말 있는 것을 전제로 하니까. 게다가 모든
시험에 손을 대고 있다는 것도. 만약에 실재한다고 해도 무인도 시험에서는 관여하지 않았을 지도 몰라.
전부 추측에 불과해"

"그렇지. 확실히 그렇네"

"그렇지만 나는 왠지 그 책사라는 녀석이 반에 있을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생각해? 케세이"

계속해서 의심하는 아키토에게 케세이가 계속한다.

"별 이유는 아니야. 굳이 말한다면 D 반이 여기까지 약진해 왔다는 결과, 그 부분일까"

"그래도 말이야~. 왜 그 책사가 호리키타 씨가 아니라고, 류엔 군은 그렇게 단언하는 거야."

아무도 모르는 사실 때문에 순간 대화가 그친다.

"혹시 히라타 군 이거나? 확실히 무인도에서 호리키타 씨로부터 조언을 받았다 라는 말을 하지


않았던가?"

"사실은 뒤에서 히라타가 지시한 것이었다고?"

"그런 일을 할 녀석 같지는 않지만, 절대 아니라고 하기도 그렇지"

최종적으로 유력한 후보로 주위에서 꼽은 인물은 히라타였다.

"하지만 틀림없이 히라타는 류엔에게 마크당하고 있겠지"

"힘들겠다...........10 명 정도로 마크하거나 하는 거 아니야?"

보통 그런 다수에게 감시되면 쉴 틈도 없을 것 같다.

분명 이시자키가 아키토를 쫓아다니고 있듯이, 히라타에게도 누군가가 붙어 있기는 하겠지만 간섭하지


않는 다는 것이 바로 히라타라는 학생이다.

쓰러뜨려야 할 상대에게도 신경을 써주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래서 나는, 최근 히라타과는 거의 접촉하지 않고 있다.

류엔이 책략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는 움직임이 제한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무의미하게 떡밥을 뿌릴 필요는 없다.

"저기, 저기 키요타카 군"

모두의 얘기를 듣던 아이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응?"

"기분 상하지 않고 들어줬으면 하는데……혹시 그 책사라는 거 사실은 키요타카 군을 말하는 거 아니야?"

그런 말에 남은 3 명도 일제히 나를 봤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왜, 왜냐하면 그……키요타카 군은 언제나 냉정하고 머리 좋고……의지가 되니까……호리키타 씨에게


여러 가지 조언 같은 걸 하는 걸까, 라고 생각했는데……"

"키요퐁은 시험 점수 좋았던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고 알고 있는데"

쓱 하고 안경을 올리는 케세이.

천연이라고 할까, 클래스 간의 속사정을 모르는 아이리에게 있어서는 악의 없는 말이다.

"미, 미안. 왠지 그렇게 생각한 것뿐이야……지나가듯이 한 조언 때문에 류엔 군이 노리거나 그러면


불쌍하다고……"

"아쉽지만 나는 항상 호리키타로부터 조언을 받는 입장인데"

"뭐 키요퐁은 좀 미스테리어스한 요소도 있고 말이야. 호리키타 씨 근처에 있던 걸로 생각해보면,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의심받아도 이상하지 않나"

"그런 것……일지도? 시이나가 직접 말을 걸 정도니까"

그동안 책사의 존재 자체에 부정적이었던 아키토는 하나의 결론에 다다른다.

"확실히 아야노코지를 의심하는 이유는 있을 법 하네. 실제로는 책사가 없다고 해도 호리키타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 있지도 않은 책사가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선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네 키요퐁"

"……정말이다"

"착각한 류엔의 철저 마크? 상상만 해도 귀찮잖아? 혹시 곤란한 일이 있으면 부담 없이 상담하라고"

아키토가 그러면서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아. 그럴게"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렇게 미행당하고 있을 뿐, 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드시 류엔은 호기라고 판단한 타이밍에 총공격을 감행할 거다.


5

다음 날 방과 후. 이상하게 결리는 어깨를 풀면서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도록 한숨을 내쉬었다.

어깨가 아픈 원인은 학급의 한 인물의 행동이 불가사의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쪽의 고생 따위는 알바가 없다는 듯, 뜻밖의 손님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훌쩍 치마가 바람에 나부끼고, 눈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저기 아야노코지 군. 오늘, 바빠?"

그렇게 말을 걸어 온 것은 D 반의 여자 사토이다.

"괜찮다면, 같이 차 한 잔 하고 돌아가지 않을래?"

왼손 집게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머리를 파스타처럼 돌리면서 말한다.

뭐랄까, 대담한……적극성이 있는 학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사토라고 하는 학생은 예전에 나에게 고백? 비스무리한 것을 했었다.

즉 데이트 신청 이라고 봐야 하는 걸까.

근처의 호리키타는 신경 쓰지 않고 돌아갈 채비를 마치고 교실을 나가지만 아야노코지 그룹의


멤버에게서는 어쩐지 상황을 보는듯한 낌새가 있다.

어째서 인기 많은 여자인 사토가 아야노코지랑 이야기하고 있는 거냐? 라고.

특히 하루카는 다른 여자들의 그룹으로 새지도 않고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아-……"

오늘은 특별한 예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룹의 모임도 강제 참여가 아니어서 신경쓸 필요는 없다.
멤버들의 시선이 신경쓰이지만, 그것은 사소한 일이다.

"타이밍 안 좋았어?"

좋은 대답이 곧바로 돌아오지 않는 것에, 사토가 조금 불안함을 보이며 물어왔다.

"미안해 사토. 오늘은 좀"

조금 더 고민해보지만, 결국 거절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어깨가 아프게 된 원인에 있다.

오늘 아침부터 방과 후에 이르기까지, 간간이 쏟아지던 시선이 불쾌했던 것이다.


사토와 이야기하고 있는 이 순간도 시선은 항상 나를 향하고 있다.

방과 후에 된 교실에 남아 있는 챠바시라 선생님.

본인은 담담하게 남은 사무 처리하고 있다고 가장하고 있었지만, 페이크를 넣으면서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은 명확했다.

뭔가 이쪽과 접촉하고 싶다는 의도가 느껴진다.

"그, 그래. 그럼 안녕 아야노코지군 "

낙담시킨 사토에게는 미안하지만, 운이 없었다.

사토에게 밀려나가는 형태로 나는 돌아가려고 복도로 나왔다.

이것으로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곧 위험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거의 같은 타이밍으로 교실을 나온 챠바시라 선생님이 쫓아왔기 때문이다.

역시 나에게 볼일이 있었나.

사토의 권유를 거절한 것이 정답이었던 것 같다.

굳이 눈에 띄는 교실 복도를 피하고 현관까지 걸어가 살짝 돌아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아야노코지"

인기척가 적어진 틈에 챠바시라 선생님은 거리를 좁히고 말을 걸어왔다.

"저한테 뭔가 용무라도?"

"아아. 나를 따라와라. 할 이야기가 있다"

"그건 어려울 것 같은데요. 지금부터 호리키타와 약속이 있거든요 "

적당한 거짓말을 하고 도피한다.

"나도 교사로써 학생에게 험한 일은 하기 싫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다"

언제나 감정을 보이지 않는 챠바시라 선생님이 보기 드문 나약한 표정을 보였다.

" 좋은 예감은 안 드네요 "

"유감이지만 거절할 권리는 없다. 매우 중요한 이야기다"

따라가고 싶지는 않지만, 교사의 지시는 따르지 않을 수는 없다.

다소 저항한다고 해도 헛수고일 테고, 챠바시라 선생님의 뒤를 따르기로 했다.

학생들의 있는 에리어를 떠나, 도착한 장소.

"응접실? 일부러 이런 곳에서 할 말이라니. 진로상담은 너무 빠른데요 "

"바로 알게 될 거야"
장난을 섞어 봤지만 고작 학생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는다는 건가.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문 너머에 있는 것보다, 먼저 챠바시라 선생님 쪽이다.

침착하지 못하고 어딘가 서두르고 있는 것 같다.

문 너머에 있는 상대가 내가 상상한 대로의 인물이었다고 하더라도, 여기까지 노골적으로 태도가


이상하게 변하는 것은 이상하다. 평소에도 냉정함을 결여한 교사라면 몰라도 챠바시라 선생님은 그
카테고리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 의문에 깨닫지도 못한 채로 챠바시라 선생님은 방의 문을 노크했다.

"교장 선생님. 아야노코지 키요타카군을 데려 왔습니다"

교장, 나 같은 학생이랑은 입학부터 졸업까지 무관한 사람 아닌가.

"들어오세요"

부드럽고도, 연령의 관록을 느끼게 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챠바시라 선생님이 응접실의 문을 열었다.

60 전후의 남자가 소파에 걸터앉아 있었다. 입학식이나 종업식으로 몇 번 본 적이 있는 틀림없는 이


학교의 교장이다. 그러나 그 표정에 여유는 없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건너편에도 또
한명. 나는 확신한다.

왜 여기로 불렸는지를.

"그러면, 뒤는 둘이서 대화를 나누어 주는 것으로……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나는 자리를 비울테니, 부디 느긋하게. 실례 할게요"

교장 맞은편에 앉아 남자는 40 대. 못해도 강산이 두 번은 바뀔 정도로 나이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교장은 철두철미하게 낮은 태도로 달아나듯이 자신의 장소를 떠났다.

"그럼 나도 이만 실례합니다……"

챠바시라 선생님도 남자에게 인사하는 교장과 함께 방을 나간다.

마지막으로 이쪽을 본 시선이 흔들리고 있었던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문을 닫자 난방이 돌아가는 소리만이 작게 귀에 울린다.

이쪽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있자 남자는 조용히 말했다.

"우선 않으면 어떠냐. 이렇게 내가 직접 와줬는데."

1 년, 아니……1 년 반 만에 듣는 남자의 목소리.

그 말투도 톤도 이전과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이쪽도 뭔가 달라지기를 원하지는 않았지만.

"앉을 정도로 긴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는데. 있다가 친구와 약속이 있어"


"친구라고? 웃기지 마라. 너한테 그런 존재가 있을 리가 없다"

나의 생활을 지켜보던 것도 아니면서, 단정한다.

자신이 절대적인 정의라고 확신하고 있는 이 남자다운 말이다.

"여기서 나하고 당신이 대화를 하든 말든, 나중에도 아무런 영향도 없어"

"그러면 내가 원하는 답을 한다고 생각해도 좋은 거냐? 그렇다면 논의할 필요는 없다. 이쪽도 바쁜
상황에 짬을 내서 온 거다"

이쪽에 눈을 돌리지 않고, 남자는 그렇게 결론을 들이밀어 왔다.

"당신이 원하는 해답은 모르겠는데"

"이미 자퇴의 준비는 되어 있다. 교장과도 아까 이야기를 했다. 뒤는 네가 승낙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삽화(13.jpg)]

이쪽이 얼버무리려 하자, 남자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퇴학당할 이유는 없어"

"너는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여기서 남자는 처음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날카로운 눈빛은 시들기는커녕 갈수록 날카로움을 더하는 듯했다.

잘 갈아진 칼날 같은 눈동자에 마음속까지 간파되는 것 같은 감각에 사로잡힌 사람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 눈빛을 이쪽은 정면으로 받아낸다.

"아이의 희망을, 부모의 일방적인 사정으로 꺾어버리는 건가?"

"부모라고? 네가 한 번이라도 나를 부모라고 생각한 적이 있나"

"확실히 없군"

애초에 문제는, 이 남자도 나를 아들로 생각한 적이 있을지 어떨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아마 서로 서류상으로만 부자, 그렇게밖에는 기억하고 있지 않다.

피가 연결되어 있는지 아닌지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대전제로서, 너는 제멋대로 행동했다. 나는 대기하라고 명령했을 텐데"

이제는 앉으려고 재촉하지도 않는 남자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 명령을 어기고 학교에 입학했다. 당장 퇴학을 명하는 것은 당연하다"

"당신의 명령이 절대적이었던 것은 화이트 룸 안에서의 이야기잖아. 그곳을 나온 지금, 명령을 들을


필요도 없어"

간단한 논리의 설명. 그러나 남자는 당연히 이해해주지 않는다.


"좀 안 본 사이에 꽤나 수다스럽게 됐구나. 역시 이 시시한 학교의 영향인가"

턱을 짚은 채, 남자는 오물을 보는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것보다 아까의 질문에 답해라"

"명령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쓸데없는 질문 말인가? 너는 나의 소유물이다. 소유자가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살리든 죽이든 이쪽이 결정한다"

법치 국가에서 이 남자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 질이 나쁘다.

"얼마나 버틸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난 퇴학당할 생각은 없다"

학교를 그만두는 일로 말다툼을 해도 계속 평행선일 것은 뻔하다.

쓸데없는 말을 싫어하는 이 남자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하나. 당연히 다음 수를 쓴다.

"이 학교의 존재를 네게 알려주고 입학하도록 꾀를 쓴 마츠오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나?"

"별로"

낯익은 이름이다, 바로 얼굴도 떠오른다.

"녀석은 1 년, 너의 관리를 맡긴 집사였지만, 막바지에 와서 고용주인 나에게 반항했다"

한꺼번에 내용을 말하지 않고 굳이 끊어서 말했다.

그럼으로써 상대에게 내용을 깊게 각인시킴과 동시에 중요성이 높은 대화가 시작된다는 의식을 심어 둔다.

무거운 어조, 무거운 시선을 섞는 것으로, 이야기를 듣는 쪽은 무슨 일인가 하고 제멋대로 마이너스


방향으로 생각한다. 어떤 심한 짓을 한 것이라고.

"내 관리 하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이 학교의 존재를 너에게 가르치고, 그리고 친아버지의 뜻을 일체
무시하고 입학 절차를 멋대로 진행했다.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학교 측에서 내온 차가 든 찻잔을 손에 들고 한 모금 마신다.

"언어도단, 용서 받지 못할 행위다.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일어난 사실을 감정을 섞지 않은 채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 상상은 하고 있겠지만, 녀석은 내 손으로 직접 징계 해고했다 "

"고용주에게 반항했으니 타당한 판단이다"

나의 집사를 하던 마츠오라는 남자는 60 세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매우 사람을 잘 돌보고 붙임성이 좋다. 어떤 아이도 좋아할 남자였다.

마츠오는 젊어서 결혼했지만 좀처럼 아이를 가지지 못해, 40 세를 지나서 겨우 아이를 가졌다. 그러나
그 대가로 불행하게도 아내를 잃었다. 남자 혼자서 키운 아이의 나이는 나하고 동갑이고 누구보다
자랑스런 아들이라는 것을 거듭 입에 담았던 것을 기억한다.
그 아들에게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어른이 되면 아버지에게 은혜를 갚을 것이라고 하며 날마다 공부에
힘쓰고 있다고 마츠오가 말했다. 그때의 미소는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었다.

"너도 알잖아. 마츠오의 자랑스런 아들의 존재를 "

이쪽이 멋대로 이야기의 뒷부분까지 짐작하고 있는 것을 간파한 것처럼 거기를 찔러 왔다.

"네가 이 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처럼, 마츠오의 아들도 난관 시험을 뚫고 멋지게 유명 사립 고교에


입학했다. 혼자서 잘 노력했다고 볼 수 있지"

한마디 텀을 두고 이렇게 말을 잇는다.

"그러나 지금은 퇴학당했다"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하다.

직접 표현은 피했지만 벌로서 아들의 입학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이 남자에게는 그만한 힘이 있다.

"그래서? 당신이 그것만으로 끝냈다고? 꽤 상냥하네"

"마츠오의 아들은 근성이 좋은 아이였다. 염원이었던 진학교에서 퇴학당했지만 근성이 썩지 않았다. 금방


다른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재기를 도모한 모양이다. 그래서 나도 쓸 수 있는 수를 다 쓰기로 했다.
아들이 진학할 곳을 전부 철저하게 짓밟아, 진학을 체념시켰다. 마츠오 자신도 마찬가지다. 녀석의
악평을 퍼뜨려 재고용을 철저히 막았다. 결과적으로 아들은 갈 길을 잃고 백수가 됐다 "

내가 제멋대로 산 것 때문에 마츠오와 그 아들이 거리에 나앉았다는 얘기다.

소설이 아니라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시시한 일을 보고할 뿐이라면 정말 맥이 빠진다.

"여기까진 너도 그리 놀라진 않을 거다. 고용주를 거스른 거니까 어느 정도의 처벌은 필연이지만 마츠오는
상상 이상으로 깊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원래 책임감 있는 상냥한 남자. 젊어서 아내를 잃고 홀아비
손 하나로 아들을 키운 녀석은 자신의 경솔한 행동이 아들의 장래까지 빼앗아 버린 것에 고뇌한 걸지도
모른다. 그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것과 바꿔서 더 이상 아들에는 손을 대지
말라고 나에게 간청한 끝에, 지난 달에 분신자살했다"

그것이 이 남자가 장황한 이야기를 이유인 것 같다.

내가 제멋대로 행동해서, 남의 생명을 앗아간 비극이 벌어졌다고.

"지금 아들은 미래의 보장도 없이 아르바이트로 나날이 입에 풀칠하기 위한 임금을 벌고 있다. 꿈도


희망도 없군"

"너 때문에 집안이 비참한 일을 당한 거다. 아들은 너를 얼마나 원망하고 있을까"

"죽어서 용서받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라고 내가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자 남자는 약간이지만 입가를 올렸다.

"너를 섬기고, 구해준 남자가 죽었다는 사실에 전혀 흥미가 없는 것 같구나. 자신의 거취를 걸고 정성을
다했는데, 지금 너의 그 태도를 보면 마츠오도 후회할 것이다"
뭔가 개그라도 하는건가.

마츠오와 그 아들이 거리에 나앉은 것도 죽음을 택한 것도 모두 이 남자가 원인이다.

원래 죽은 인간은 후회고 나발이고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남자의 의도는 내가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동정하게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을 화나게 하면 용서하지 않는다. 그런 사실을 전하고 싶은 것에 불과한 것이다.

"우선 대전제로서 당신 말이 사실이라는 증거가 없다"

"이미 마츠오의 사망 신고서는 수리되어 있다. 필요하면 주민표를 가져 온다"

언제든지 말해라, 라고 강하게 나온다.

"만약 정말로 죽었다면 더더욱 학교를 떠날 수는 없어. 너에게 벌을 받는 다는 것을 알고도, 나를 여기에


입학시킨 마츠오의 유지를 잇겠어"

장난에는 장난으로 갚아준다.

"상당히 변했군. 키요타카"

이 남자가 그렇게 말하고 싶어지는 것도 이해는 간다.

이 남자의 지시...정확히는 화이트 룸의 지시는 항상 따르고 있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 세계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남자의 유일한 실패는 1 년의 공백이 생겨버린 일이다.

"공백의 1 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너의 무엇이 이 학교에 들어갈 결의를 하게 만들었나"

그것을 이 남자가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추궁한다.

"너에게는 확실히 최고의 교육을 시켰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세상에 당당하게 밝힐 수 없는 방식이라
할지라도, 나는 화이트 룸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타인에게 과거를 이야기 할 생각도 없고,
너를 함정에 빠뜨리지도 않는다. 다만 너는 너무나도 이상을 추구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내 모습이라는
거다"

나는 고등학교 1 학년. 나이로 16 세. 그러나 지식이라는 면에서 나의 학습량은 사람이 평생동안


습득하는 양을 훨씬 넘어 버렸다. 그러니까 알아 버린 것, 알아차린 것이 있다. 사람의 탐구심은
무한하게 솟아오르는 것이라는 것이다.

"너는 여러가지를 우리들에게 가르쳤다. 순수 학문은 말할 것도 없이, 무술과 호신술, 처세술... 일일이
열거 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당신이 하찮다고 내버렸던 『속세』라는 녀석을 배우고 싶어졌다"

"그 끝에, 도달한 결론이 집을 뛰쳐나온 일과 연결된다고?"

"화이트 룸 안에 있는 것으로 이 학교와 같은 것을 배울 수 있었나? 자유란 무엇인가, 얽매이지 않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 장소에서 그것을 배울 수가 없다 "
이 부분만은 이 남자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화이트 룸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인간을 육성하는 시설의 하나일지는 모르지만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배울 수는 없다.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극한까지 잘라낸 시설이다.

"마츠오는 나에게 말했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이 학교라면 네게서 도망갈 수 있다고"

혹시 학교를 고르지 않고 지시대로 대기, 혹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나는 다시 화이트 룸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강하게 퇴학을 거부한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상황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 같구나. 역시 계획이 완료되기 전에 시설을 일시


중단한 것은 실패였나. 불과 1 년 때문에 16 년에 걸친 계획이 좌절되려고 할 줄이야. 그리고 분하게도 이
학교에 도망가면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는"

남자의 입장에서 화이트 룸의 일시 중단은 단장의 심정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강하게 나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반년이상 지난 지금에서야 접촉한 것에는 뭔가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거물이 이 학교의 뒤라도 봐주고 있는 건가.

"네가 여기에 온 이유는 이해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해결됐다고 생각한다면 무르다. 마츠오의 아들처럼,
힘으로 이 학교를 그만두게 할 수도 있다"

"정부의 입김이 불어넣어진 이 학교에, 지금의 당신이 개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어째서 그렇게 단정하지. 근거 없는 발언이다"

"첫째, 네가 항상 데리고 다니는 복수의 경호원의 모습이 없다. 이곳저곳에서 원한을 사는 네가 그들을
놓고 오지는 않았을 테고. 그런데 이 방에도 복도에도 보이는 범위에는 녀석들이 없었다"

다시 남자는 찻잔을 들고 이미 식은 남아있는 차를 들이켰다.

"고작 고등학교에 오는 데 보디가드고 뭐고 필요 없다"

"화장실까지 호위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가 그렇게 서투를 리가 없지. 데리고 오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 학교의 권력자가 허가하지 않았다, 라는 거다"

그리고 그것에 따르지 않고는, 이 남자가 여기에 들어오는 것을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근거라고 하기에는 부족한데 "

"다음으로 혹시 힘으로 그만두게 할 수 있으면 쓸데없는 소리하지 않고 이미 실행하고 있을 거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굳이 대화로 나를 퇴학시키려 했다. 이상한 이야기잖아"

마츠오의 아들에게는 직접 만나지도 않고 철퇴를 던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적잖게 적지라고 예상되는 이 학교에서 당신이 무리하게 움직였다고 세상에 알려지면
너의 야망……컴백도 영원히 사라지는 것 아닌가?"

"……그것도 마츠오가 가르쳐준 지식인가? 죽어서도 여전히 나를 따라다니는 건가"

"마츠오가 한 말로는, 그것뿐이 아닌 것 같던데"

사실은, 마츠오에서 더 이상 자세히 들은 건 아니지만 마음대로 추측할 수는 있다.


어설프게는 이 남자는 멈출 수 없다는 것을 마츠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시설중단의 여파도 그렇지만 또 하나 너의 문제를 발견했다. 아무리 완벽하게 버릇을 들였다고는 해도


반항기라고 부를만한 것이 인간에게는 일어날 수 있다고 하던데"

고작 15 년 남짓 한 교육은 태고로부터 새겨진 DNA 에는 거역할 수 없다.

"너 정도의 개체가 왜 길을 벗어난 짓을 하나. 불필요한 것을 배우는 것에 의미가 없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을 것이다"

"끝없는 탐구심, 그리고 자신의 길은 스스로 결정한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시하군. 내가 준비한 길 이상의 것은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너는 결국 나를 뛰어넘어 일본을


움직이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왜 그걸 모르나"

"그건 당신 생각이잖아"

"역시 말이 안통하는 모양이구나"

"아아. 같은 의견이다"

어디까지 가도 평행선이다. 납득이 가는 중간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화이트 룸은 재가동하고 있다. 이번에는 방해받지 않는 완벽한 계획이다. 뒤늦은 것을 보충할
준비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너의 의사를 계승할 녀석들이 많다는 거잖아. 왜 나한테 집착하지"

"확실히 계획은 재개됐고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너 정도의 인재는 아직 오지 나오지 않았다"

"거짓말이라도 부자지간이니까, 라는 말은 하지 않는구나"

"그런 쓸데없는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네가 감동을 받거나 할 일도 없을 테니까"

그건 그렇다

"마지막 경고다 키요타카. 잘 생각한 뒤에 대답하는 게 좋다. 자신의 의지로 이 학교를 떠나는가, 부모의
손에 강제로 끌려 나가는가. 어느 쪽을 희망하지?"

아무래도 이 남자는 정말 나를 손에 넣고 싶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무슨 수를 쓸지는 모르지만 받아들여 줄 마음은 안 생긴다.

"…… 돌아갈 생각은 없나"

침묵으로 일관하자 남자는 재빨리 결론을 낸다.

"너에게 구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배우는 것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방침은 다르지만, 이 학교도
인재의 육성을 하고 있다. 거기에 걸어 봐라"

"어이가 없다. 이 학교가 어떤 곳인지 너는 전혀 모르고 있다. 이곳은 오합지졸이 모인 오두막에


불과하다. 네 반에도 있겠지, 구제할 길 없는 쓰레기들이"

"쓰레기? 그렇지도 않아. 인간이 평등한가 아닌가 라는 물음에 대한 한 가지 대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곳이다. 꽤 재미있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무능한 자가 천재의 옆에 나란히 설 수 있게 된다, 라고?"

"그랬으면 좋겠네"

"어떻게든 내 방침을 거스르고 싶은 모양이구나"

"이제 이야기는 끝내도 되겠지. 이 이야기는 언제나 평행선을 그린다는 걸 깨닫고 있을 텐데"

슬슬 끝내겠다고 의지를 보인 타이밍에서 응접실에 노크가 울려 퍼졌다.

"실례합니다"

그렇게 목소리가 들리더니 천천히 문이 열리고 40 대로 보이는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뜻밖의 손님을 앞에 두고 남자의 표정이 약간 험악해졌다.

"오랜만입니다. 아야노코지 선생님"

그렇게 말하고 나타난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은 마치 부하와 상사이다.

"……사카야나기. 꽤나 그리운 얼굴이구나. 7,8 년 만인가"

"아버지로부터 이사장 자리를 잇고 벌써 그 정도입니까. 세월이 참 빠릅니다"

사카야나기? 눈앞에 있는 이사장이라고 밝힌 남자의 성에 한 가지 위화감을 느낀다.

A 반에 재적하고 있는 사카야나기 아리스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는 아닐 것이다.

"네가 아야노코지 선생님의……확실히 키요타카 군, 이라고 했었지. 처음 뵙겠습니다"

이쪽으로 말을 걸고는, 이사장은 서있는 나를 보고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녕하세요. 이쪽 이야기는 끝났으니까 저는 돌아가겠습니다"

"아 조금 기다려줄 수 있을까? 아야노코지 선생님과 네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

제삼자에게, 하물며 이 학교의 이사장이 그렇게 말하면 거절할 수 없다.

"자, 앉아"

그렇게 말하고 소파에 앉힌다. 내 옆에는 이사장이 앉았다.

"교장한테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를 퇴학시키겠다는 의향이었죠"

만약 이사장이 권력에 굴하는 존재라면 나는 궁지에 몰릴지 모른다.

"그렇다. 부모가 그것을 희망했다면, 학교 측은 즉시 수행할 의무가 있다"

남자의 말을 받은 사카야나기 이사장은 어떻게 대답할까.

그런 걱정을 떨치고, 남자의 눈을 쳐다보는 사카야나기 이사장은 단언했다.

"그건 다릅니다. 확실히 학생의 부모님께는 큰 발언권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퇴학을 원한 경우 아이의
의견이 존중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이유를 고려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예로서
말하면 극단적으로 심한 왕따를 당한 사실 등이 있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요. 그러한 사실은 있습니까,
키요타카 군"

"없습니다"

"헛소리를. 이쪽이 문제 삼은 것은 다른 건이다. 부모의 허가 없이 입학한 고등학교를 그만두게 하는


것뿐이다"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은 아닙니다. 아이가 어느 학교에 진학하는지는 자유입니다. 물론, 진학에 따른


교육비 등을 부모가 낼 필요가 있다면 그 자유도 통하지 않지만. 적어도 이 학교에서는 정부가 전액
부담하고 있으니 금전은 불안요소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학생의 자율성이 우선됩니다"

당연한 말이면서도 고마운 말이었다.

그것과 동시에 한 가지 이해했다. 마츠오가 말하던 『이 학교라면 화이트 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발언에는 이 남자의 존재가 관계하고 있다는 것을. 아버지를 두려워하지 않고 생각한 것을 그대로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권력 앞에 무릎을 꿇던 교장과는 판이한 든든함이 있었다.

"변했구나 너도. 이전에 나에게 찬동하는 시절의 너는 어디 갔지"

"지금도 저는 아야노코지 선생님을 존경하고 있어요. 다만 나는 내 아버지가 만든 이 학교의 이상에


찬동했기 때문에 뒤를 이었습니다. 그것은 아야노코지 선생님이 제일 알고 있지 않습니까? 아버지 때부터
방침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네 방식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아버지의 의지를 잇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렇다면 왜 키요타카를
이 학교에 입학시켰나"

남자는 의문이 있는 듯 사카야나기 이사장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왜, 인가요. 면접과 시험의 결과를 보고 합격할 만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얼버무리지 마라. 이 학교가 일반 학교와 다른 것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본래 키요타카는 합격


대상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면접이나 시험이 장식인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 말에 지금까지 상쾌한 미소를 띠고 있던 사카야나기 이사장의 표정이 바뀌었다.

"……일선에서 물러났다고는 해도 역시 아야노코지 선생님. 잘 아시는 군요 "

"비밀리에 이 학교에 추천되는 게 규칙일 터. 그리고 그 시점에서 확실히 합격하도록 되어 있다. 뒤집어
보면 추천이 이뤄지지 않은 학생은 어떤 존재든 모두 불합격이 되지 않으면 이상하다. 다른가?"

원래 학생인 내가 절대로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키요타카의 존재는 선정자 속에 있을 리가 없다. 즉 불합격이 아니면 이상하다"

"네. 그렇습니다. 원래 그는 입학 예정 명단에는 없었습니다. 본래 목록에 없는 학생의 기습적인 원서가


있는 경우는 모두 불합격됩니다. 그래서 카모플라주로 면접과 시험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은
내 독단으로 판단해서 입학을 허가 했습니다. 그를 데리고 돌아가려고 오신 걸지도 모릅니다만, 지금은
여기서 맡고 있는 소중한 학생입니다. 나는 이 학교 학생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아무리 선생님의
부탁이라고 해도 들어 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그만둔다고 말하지 않는 한"
헛소리를, 이라고 남자가 내뱉자 사카야나기 이사장은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사카야나기 이사장은 말을 계속한다.

"부모님의 의견도 무시하지 않아요. 퇴학을 원한다면 키요타카 군과 학교 측을 섞어 반복 삼자 면담을


하고 납득이 갈 때까지 이야기 합시다"

사실상의 퇴학 완전부정.

더 이상 이 자리에서 저 남자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사라졌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분명히 네 필드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일 수 없다. 그래도 그렇게 나온다면 이쪽도 생각을 바꾼다"

"무엇을 할 생각이신가요? 너무 난폭한 짓을 하면 ─ ─ ─"

"알고 있다. 어떤 종류의 압력을 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 점으로 능력이 특화된 이 남자가 그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할 수 없다는 것의 표명이기도 했다.

"학교 규칙에 따라서 키요타카가 퇴학당한다면 문제가 생길 것도 없다"

"네, 그것은 약속합니다. 선생님의 아들이라고 특별 취급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야기는 끝난 것 같군. 이만 실례한다"

남자는 소파에서 일어섰다.

"다음은 언제 뵐 수 있을까요 "

"적어도 두 번 다시 이곳에서 만나는 일은 없을거다"

"배웅하겠습니다"

"필요없다"

배웅을 거부하는 남자에게 나는 말을 걸었다.

"부모라고 한다면, 몇 번 정도는 학교에 찾아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이런 곳은 한 번 온것으로 충분하다"

그런 말을 남기고, 남자는 응접실에서 떠나갔다.

"후-. 변함없이 선생님이 있으면 분위기가 살벌하네요. 너도 꽤 고생하고 있지?"

"아뇨 그다지"

여전하다고 하는 감상밖에 나오지 않는다.

단둘이 되어서 그런지 조금 차분해진 사카야나기 이사장이 따뜻한 눈길을 준다.

"나는, 옛날부터 너를 알고 있어. 직접 대화한 적은 없었지만, 항상 유리 너머로 관찰했지. 선생님이 널


자주 칭찬했었어 "
"그렇습니까. 그걸로 의문이 풀렸습니다"

"의문?……무슨 의미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보다 사카야나기 이사장. 혹시 A 반에 재적하고 있는 ─ ─ ─"

"아리스 말인가? 내 딸이야"

"역시 그렇습니까"

"아, 딸이라서 A 반으로 보낸 건 아니니까? 심사는 공평하게 하고 있어"

"그건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궁금했을 뿐입니다"

이로써 그 녀석이 나를 알고 있는 이유에 대한 수수께끼가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이 남자의 딸이라면 이상하지 않지.

"대답할 수 있는 만큼만 말해주셔도 좋습니다만, 아까 그 남자가 ─ ─ ─ 아버지가 말했던 것 중에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습니다"

"혹시 네가 입학할 수 있었던 이유인가?"

"그렇습니다"

"응. 아야노코지 선생님의 말대로, 이 학교는 전국 중학생을 대상으로, 이쪽에서 사전 조사를 하고 『이


학교에 입할할 만하다』라고 판단한 학생에게만 입학을 허용한다. 매년 각 중학교의 관리자와 제휴를 해서
처리하지. 그 결과 모인 것이 지금 학생들이야. 면접과 입학시험이라는 것은 형식상의 장식에 불과하다.
면접에서 난리를 치건, 시험에서 0 점을 받든지 상관없이 학생의 입학은 확정하고 있다. 당연히 전국에서
입학 희망생이 입학 원서를 내지만 모두 순속임을 위한 위장시험이야"

거기서 100 점을 받던지 면접을 완벽하게 받는다고 해도 떨어진다는 건가?

떨어진 학생들은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걸로 납득이 간다. 스도와 이케같은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과, 카루이자와와 히라타처럼 과거에 문제를
안고 있는 학생들이 입학한 것도.

일반상식이나 학력은 이 학교에 있어서 부수적인 평가항목이라는 것이다.

"자네의 경우도 내가 입학시키기로 결정한 시점에서, 무슨 짓을 하든지 합격은 확정된 상태였다. 모든


필기시험에서 50 점을 받은 것도 합격 여부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어"

매우 특이한 학교다.

아마 지금까지 그런 학교는 일본에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너와 아야노코지 선생님은 의문으로 하고 있을 테지. 국가 주도로 움직이는 이 학교가 왜 종합능력의


높낮이로 판단하지 않는가 하고. 하지만 그것은 나중에 반드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리들이 목표로
하는 육성방침은 어떤 것이고 어떤 효과를 내는 것인지?"

사카야나기 이사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수다를 너무 많이 떨어버린 것 같네. 하지만 더 이상은 가르쳐 줄 수 없어. 너는 이 학교에 입학한


학생이고 나는 그들을 감독하는 입장이니까"

그래도 이 정도까지 말해준 것은 내가 그 남자에게 노려지고 있는 특수한 입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학교의 책임자로서 규칙을 통해 학생을 지킨다. 무슨 뜻인지는 알지?"

규칙이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도울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입니다. 앞으로 그 남자가 할 것 같은 일은 대충 눈치 채고 있으니까요"

이 학교에서 나를 내쫓으려고 한다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매우 제한되어 있다.

"그럼 이만 실례합니다"

"응. 열심히 해"

그렇게 응원을 받고 나는 응접실을 떠나갔다.

응접실을 나오면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챠바시라 선생님의 모습이
보였다. 인사하고 지나가려고 하자 걷는 속도를 맞추어 따라왔다.

"아버지와의 만남은 어땠어"

"서투르게 찔러보셔도 소용없어요. 이제 전부 이해했으니까"

"……이해했다, 라는 건?"

"챠바시라 선생님. 선생님이 제게 말한 것은 대부분 거짓말이었다는 거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동요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태도로 다 드러나고 있어요 "

시선의 흔들림이나 언어의 선택이 약간이지만 평소와 다르다.

겉으로는 극한까지 감정을 억누르고 있지만 그래도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삽화(14.jpg)]

"그 남자는 챠바시라 선생님에게 접촉 따윈 하지 않았다. 당연히, 퇴학시키도록 압박하지도 않았구요 "

"아니, 네 아버지는 내게 협조를 요청했다. 사실, 내가 네게 가르쳐준 것처럼 퇴학을 강요했을 텐데"

확실히 아버지는 나에게 퇴학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학교에 발을 들인 것이 처음이었던 것과 그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확증이 없어서 반박하지는 못 했지만, 일개 교사에 접촉한다는 것은 좀 이상한
이야기다.

"이제 서로를 속이려는 짓은 그만두죠. 사카야나기 이사장이 모두 이야기했어요. 제가 입학하는 것이


정해진 단계에서 선생님께 이야기를 했다는 걸"

"…… 말했어? 이사장이 "

나는 얇게 웃는다.
그 순간 챠바시라 선생님은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아야노코지, 날 떠본 거구나...?"

"네. 이사장은 챠바시라 선생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명백했으니까요."

전 교과 50 점이었던 것을 알고 있던 사카야나기 이사장을 보고 확신했다.

"지금부터 제 추리를 들려드릴게요. 우선 제가 입학원서를 이 학교에 낸 것이 원인으로 옛날부터 저를 잘


알던 사카야나기 이사장이 자율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입학을 허가하는 동시에 D 반에 배속하는 것을
결정했다. 다른 어느 반도 아닌 D 반에 배치하기로 한 것은 챠바시라 선생님이 표면적으로는 반의 항쟁에
강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교사였으니까. 지금까지 보아 온 각 학급 담임교사들은 학급을 조금이라도
향상시키려는 의욕을 강하게 가졌었으니까요 "

섣불리 나를 눈에 띄는 반에 배치하면 그만큼 주목을 받을 기회가 늘어난다.

"그런데 사카야나기 이사장에게는 한 가지 오산이 있었다. 그것은 가장 학급에 애정이 없고 무기력해


보이는 D 반의 담임이 사실은 남보다 몇 배나 A 반으로 올라가고 싶다는 욕망을 품고 있었다는 것 "

"........"

챠바시라 선생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

부주의하게 반박하면 결국 논파당하고 만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사양하지 않고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선생님은 A 반에 올라가는 것에 비정상적으로 매달리고 있어요. 하지만 그동안은 좋은 학생을 만날 수


없어서 그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담담하게 나날을 보냈다. 다른가요?"

챠바시라 선생님은 아까까지와는 다르게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는다.

"너의 추측일 뿐이야. 아야노코지"

부정하는 챠바시라 선생님의 말은 패기가 없고, 가냘프다.

"우연히 저라고 하는 이레귤러가 나타난 올해는 예년과 상황이 달랐다. 성격에 문제가 있는 학생은 많지만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호리키타에 코엔지, 히라타에 쿠시다. 잘 움직인다면 상위의 학급을 노릴 수 있는
학생들. 기대도 하고 싶겠죠. 그렇게 되면 봉인했던 야심이 다시 타오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죠.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선생님과 호시노미야가 나눈 발언을 기억해낸다면 더욱 알기 쉽죠"

옛날부터 연이 있었던 호시노미야는 A 반으로 올라가고 싶다는 챠바시라의 본심을 알고 있었다.

『하극상을 노리고 있잖아』라는 그녀의 말이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그리고 지금, 제가 아무리 무례한 말이나 태도를 취하더라도 선생님은 이 자리에서 그것을 참고 삼키지
않으면 안 되죠. 이사장이 저를 잘 지켜보라고 명령한 것, 그리고 A 반에 올라가기 위한 무기로 삼고 싶은
기분을 생각하면, 여기서 폭언을 당해도 참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챠바시라 선생님은 이렇게 듣고 있을 수밖에는 없다.


"A 반으로 올라가고 싶다고 바라면서도 만년 D 반 담당인 선생님은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겠죠. 아버지에
접촉했다는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제 존재를 이용하기로 결심했으니까요. 그게 저한테 접촉한 이유고,
호리키타는 그것 때문에 이용된 말에 불과했다. 그런데 일은 그렇게 단순하게 풀리지 않았다"

원래 나는 향상심이 없다, A 반을 목표로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무 행동도 일으키지 않는 나를 주체하지 못하고, 무인도에서의 최초의 특별 시험이 시작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만약 특별 시험이 시작된 후에도 다른 반에게 속아 넘어가는 일이 계속되면, 나중에 따라잡으려고 해도


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 조바심이 난 선생님은, 이사장이 비밀로 할 것을 당부했던 이야기를 꺼내왔다.
고육지책이라는 거네요"

거기서부터는, 어느 정도 D 반은 이겨서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오산이 일어났다. 내 아버지가 학교에 진짜로 접촉을 해오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 이 순간, 모든 진실과 거짓이 드러났다.

"선생님은 저를 잘 이용하고 생각했겠지만, 그 반대도 성립하고 있었던 겁니다"

"……과연. 이사장이 특별시할 정도네. 네 그릇은 고등학교 일학년의 것이 아냐. 발상이 이미 연령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고 있는 건가"

한 호흡 두고 수긍하면서 인정했다.

"...인정할게. 확실히 나는 네 아버지와 면식이 없다"

여기까지 열심히 지켜왔던 자세를 무너뜨렸다.

"하지만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를 퇴학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할 거지. 중대한 룰 위반이 있었다고,
학교 측에 넘길 수도 있어. 너도 퇴학은 절대로 피하고 싶겠지?"

이 상황에서 더 위협의 강도를 올리다니.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에 변경사항은 없다고 말하고 있는 건가요"

"그래"

"유감스럽지만, 저는 확신했어요. 선생님은 저를 퇴학시킬 수 없어요"

"……그 결론에 이르는 이유를 물어도 될까"

성질을 긁던 말투를, 나는 침착하게 원래대로 되돌린다.

애초에 감정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었다.

챠바시라 선생님의 진의를 확인하기 위해서 거칠게 보이게 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 때문이에요. 아마 이번 D 반은 근 몇 년간 보기 드문 성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호리키타나


다른 학생들도 조금씩이지만 힘을 보태기 시작하고 있고. 제 협력이 없어졌다고 해서 절대로 A 반에
올라갈 수 없는 건 아니겠죠"

지금까지 D 반은 상위권을 맹추격하고 C 반을 뛰어넘을락 말락 하는 곳까지 와있다.


아니, 현 시점에서는 내부적으로는 역전되어 있다.

하지만 퇴학자가 나오면 당연히 목표는 멀어진다.

챠바시라 선생님이 참견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 버렸다. 라는 점이다.

"내가 무대에서 내려와도 챠바시라 선생님은 희망이 있는 한 계속 싸우겠죠"

자신의 손으로 희망을 버리는 짓은, 인간이라면 할 수 없다.

"그러니까, 저를 해방해주셨으면 하는데요"

"모든 것을 알게 된 지금, 너는 A 반을 목표로 하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당연히 포기한다. A 클래스에 올라가기 위해서 나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선생님이,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싶은 아버지와 뒤에서 손잡는 일은 앞으로도 절대로 없다. 즉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적어도 제 차례는 끝이라고 생각하는데요 "

하지만 굳이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희망이 있으면 사람은 따라온다.

한없이 0 에 가깝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가능성을 믿고 싶어지는 것이다.

챠바시라 선생님이 걸음을 멈추었다.

"일단, 지금은 가만히 지켜보세요. 더 이상 개인적인 감정에 얽매인 이유로 저한테 접촉하시면 학생의
본분을 다하는데 지장이 있으니까요"

진심을 담아 그렇게 전한라.

"내가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너를 풀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할거지"

"그것은 야망을 안고 죽는다, 라는 선택지 인가요. 현명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자. 내게서 희망이 사라졌을 때, 너를 함께 데려가지 않는다는 보증은 없다고
생각하지 않나?"

"확실히, 지금부터 클래스 포인트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은 있네요. 그렇게 되면 희망은 사라진다.
그렇게 된다면 상관없어요. 할 테면 자유롭게 하시길"

멈추려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면 마음대로 하게 두면 된다.

"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이 절대적으로 신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실 수도


있는데요"

그저 엄포를 놓는 거지만 적어도 내막을 알고 있는 챠바시라 선생님에게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 자리를 떠나는 내게, 할 말은 아무것도 없는 듯했다.

아버지와의 재회에 감동한다는 사건은 없었지만, 수확이 큰 하루였다.

더 이상 A 클래스에 올라가는 것을 도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류엔이 무슨 짓을 하던 내가 D 반에 관여할 필요성은 없다.

게다가 카루이자와가 어떻게 행동하든지, 이쪽에 불이익이 생길 일은 없어졌다는 뜻이다.

물론, 카루이자와가 농락, 혹은 배반한다면 내 존재는 드러날지도 모르지만, 그때까지.

류엔이 추궁한다고 해도, 이후에 내가 D 반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슬아슬하게 회색의 판정을 받고


끝낼 수 있을 것이다.

해질녘의 가로수길.

고개를 들고 숨을 뱉으면 하얀 김이 머리 위를 넘어 옅게 사라진다.

"춥다"

입이나 코로 숨을 토할 때마다 흰 숨이 나오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온도 차가 심한 날이 이어졌기 때문에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이미 완연한 겨울이다.

작년 이맘때쯤은 계속 실내에 있어서 말이지…….

낯선 여학생이 추운 듯이 내 옆을 지나간다.

손에는 휴대 전화를 들고 있고, 누군가와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고 있다.

"정말 학생회장이 되자마자 너무 신경 안 쓰는 거 아니야? 미야비. 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딱히 화내는


건 아니지만. 다음에 이것저것 쏘라고 할 꺼니까 각오하라고"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에서 노출된 허벅지는 너무 추울 것 같았다.

어깻죽지까지 오는 세미 롱 헤어에서 풍기는 샴푸의 잔향.

"학생회? 미안하지만 그건 패스. 나 그 쪽에는 흥미 없고. 그리고 미야비는 아직 전 학생회장이랑 결판


못 지었지? 어, 잠깐 뭐야 갑자기 고백하는 거야? 여기저기 손 휙휙 내밀고 있는 거 알고 있거든"

별로 도청할 생각은 없었는데, 저렇게 큰 소리로 얘기하면 싫어도 내용이 다 들린다. 대화 내용으로
생각하면 2 학년 여자인 것 같다.

"뭐……혹시 호리키타 회장한테 이기면, 그 때는 생각해 줄 수도 있어. 그럼 또 보자"

여학생은 통화를 마치고, 후 하고 하얀 입김을 토했다.

그리고 한번 멈춰 서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기고만장해져 있네, 미야비 녀석. 그것보다 호리키타 학생회장도 쓸모없다고 해야 하나, 미야비를 멈춰
주는 걸 기대했었는데. 결국 게임은 미야비의 승리로 끝나는 건가"

방금 전까지 즐겁게 대화했는데 통화를 끝내자마자 톤 이 뚝 떨어진다.

지나가는 내 존재 따위에는 눈치도 못 챘는지, 그대로 걸어간다.

"우왁!?"

그러나 약간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각 학년의 기숙사로 분기하는 길목에서, 발을 헛디뎠는지 성대하게 나자빠진다.

"...아 따가……"

바로 일어나고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바라본다.

그리고 후방에서 내가 걸어오는 모습을 봤는지, 내 존재를 처음 깨달은 듯했다.

좀 부끄러운 듯이 씁쓸히 웃었다.

겉보기로는 다쳤다고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도망치듯이 뛰어나가, 2 학년이 사는 기숙사로 사라졌다.

"역시 2 학년, 인가"

이 학교에서는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을 통하는 것 외에는 별로 학년을 뛰어넘어 교류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얼굴을 기억할 기회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춥겠네"

가끔 교실에서는 치마 밑에 체육복을 입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

입도록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교칙에서 금지한 사항 같다.

여자도 여러가지로 힘들겠네.

처음으로 체험하는 『겨울』.

이렇게도 쌀쌀하고 그리고 어딘가 허무한 경치가 보인다고는 상상도 못했다.

개가 눈을 보고, 흥분해서 뛰어다닌다는 노래가 있는데, 이해가 간다.

눈이 내리면 나도 흥분하지 않을까.

후하고 숨을 내뱉으며, 오늘 있었던 일을 회상한다.

아버지와의 접촉이나 사카야나기 이사장의 존재, 학교의 방침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다.

챠바시라 선생님의 거짓말을 간파해 낸 것이 큰 수확이었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크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제 끝이다"
그동안 극력 뒤쪽에서 움직여왔지만 시험결과가 공표되는 구조상 D 반이 활약하면 그만큼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필연적으로 마크가 삼엄해지고 누가 중심이 되어 행동하고 있는지 조사한다.

사실 호리키타를 그 중심인물로 만든 것, 류엔은 그것이 가짜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카야나기도 나의 과거를 알고 있고, 이치노세도 의심하기 시작했겠지.

돌아간다면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

물론 경솔한 판단은 몸을 망칠 수도 있다. 전진과 후퇴, 양쪽을 시야에 넣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눈앞의 문제는 류엔에게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주소를 직접 입력한다.

그리고 어떤 인물에게 한통의 메시지를 보낸다.

통화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연락을 주라고.

하자 곧바로 읽은 것인지 답신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그 인물은 드물게도 친구와 놀지 않고 일찌감치 기숙사로 돌아간 모양이다.

나는 즉시 통화버튼부터 수동으로 11 자릿수의 번호를 입력하고는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약간 노곤한 듯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1 년 D 반 카루이자와 케이.

본인은 아직 모르고 있지만, 지금 류엔에게 마크되고 있는 존재 중의 한 명이다.

호리키타 이상으로 내가 뒤에서 D 클래스를 위해 행동하고 있음을 아는 인물.

사실, 어디까지 관여하는지 무엇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모르는 부분도 많다. 현재 할 수 있는 말이


있다고 한다면, 카루이자와가 본 나는 매우 기분나쁘게 보일 것이라는 것 정도.

"뭐하는가 싶어서 말이야"

"농담이지? 네가 아무 의미도 없이 전화를 걸 리가 없잖아"

가벼운 풋워크로 대화를 시작했다고 생각했지만, 카루이자와에게 그것은 통하지 않았다.

"좀 더 이야기를 즐긴다고 하는 생각은 안 해?"

"그렇게 말하는 본인이 즐기려는 마음이 없는데 무리겠지"

"……옳으신 말씀입니다"

D 반의 여자를 통솔하고 있는 것과 걸맞게. 상대를 잘 이해하고 있다.

"마나베 무리가 접촉해 오지는 않았어?"

"응. 그건 지금은 문제없다.……그 확인을 하려고 연락한 거야?"


놀랐다기보다는 기가 막힌 것 같은 반응이 나왔다.

"그때부터 한참 지났지만 지금까지 아무것도 없는 건가? 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네"

"그러면 좋겠지만. 그래도 언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카루이자와로써는, 졸업할 때까지 진짜 안식을 얻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바람이 불면서 노출된 얼굴을 차갑게 찌른다.

"아직 밖이구나"

전화 너머로 바람소리가 들렸는지, 그런 말을 하는 카루이자와.

"지금 가는 도중이다. 너야말로 오늘은 빠른 것 같은데. 항상 더 늦잖아"

"나도 빨리 돌아가고 싶은 날 정도는 있어"

좀 새침한 반응이 돌아온다.

"아"

어떤 물건을 봤기 때문에 소리가 샜다

"뭐야"

말을 걸어왔다고 생각한 카루이자와가 반응한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기숙사의 길의 분기점, 아까 상급생이 넘어진 곳에 붉은 부적이 하나 떨어져 있다.

아까 그 상급생이 떨어뜨린 것일까. 가만히 두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지만 밤부터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나와 있어 이대로라면 물에 젖을 텐데.

깨닫고 돌아오는 기색도 없고, 기숙사 관리인에게라도 전해줄까.

"저기. 너한테 정말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전화한 김에 물어봐도 괜찮아?"

"물어보고 싶은 것?"

부적을 주워 2 학년이 사는 기숙사로 향하면서 카루이자와와 대화를 재개한다.

"왜 너는 머리도 좋은 데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않는다고 할까, 말하지 않는 거야? 바보밖에 없는 D


반이니까, 요스케 군처럼 나서면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어째서 그런 것을 물어봤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머리가 좋다니,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한 거야?"

"뭐냐니......"

"시험 점수는 평균 정도. 반에서도 특별히 유익한 발언을 하는 것도 아니고, 네가 평가할 정도의 부분이
어디에도 없잖아"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라"

물론, 카루이자와가 말하고 싶은 것이 뭔지는 알고 있다.

나는 그동안 몇 가지의 뒷공작에 카루이자와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도촬저지 라거나, 페이퍼 셔플에서의 쿠시다 라거나.

그것들을 종합해 보면 신기하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런 것들을 말이야, 좀 더 전부터 했으면 너의 학급 내에서의 평가도 올라갔을 거 아냐? 그뿐만 아니고
학교 전체에서 주목 받게 될지도 모르지. 체육제 때처럼 "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인데, 카루이자와는 텐션 높게 그런 말을 했다.

"내가 그런 것을 원하는 타입이 아니라는 건 알잖아?"

"그럼 왜 이러는 거야? 원하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안 하면 되잖아"

"지당한 의견이야"

나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다.

"원래 나는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었어. 다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서 D 반에 힘을 빌려준


것일 뿐이야"

원래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이야기지만 오늘은 좀 특별하다.

기분이 좋다.

"왠지 아깝잖아 그런 거"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나는 나서서 뭔가를 할 생각은 없어"

이 점만은 카루이자와에게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향후 D 반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를 믿고 이리저리 움직이면 곤란하다.

"역시 당신이야? 지금 류엔이 혈안이 되어 찾는 녀석은 "

스도나 아키토 뿐만이 아니다. 미행의 범위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고, 그 소문은 D 반의 울타리를 넘어서
확산되고 있다. 류엔이 D 반에 있는 누군가에게 패배해서 복수를 위해서 찾고 있다. 이런 일까지 들먹이는
학생도 많아졌다.

카루이자와가 그것이 나라고 이해하는데, 그리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늘의 본론은 그 이야기와도 관계있다. 네게 하나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사과?"

"지금까지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D 반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도록 힘을 쓰고 있었다.


그래도 그 필요성이 방금 없어졌다 "

"흐음? 그럼 앞으로는 얌전히 있는 거야?"


"아아. 호리키타와 히라타에게 모두 맡길 예정이다. 류엔에게 정체가 들통나서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것은 질색이니까. 쓸데없이 눈에 띌 가능성이 있는 일은 저번으로 끝이다. 너한테는 노래방에서 도움을
받거나, 쿠시다와 접촉시키거나, 여러므로 폐를 끼쳤어"

"그래, 그럼 겨우 해방되는 거네. 너한테 동원되던 나도"

"그렇게 되는 거지"

그동안 카루이자와는, 이쪽의 생각 이상으로 잘 해줬다.

그러니까 사양하지 않고 말할 수 있다.

"내가 너에게 연락하는 건 이게 마지막이야"

그래, 분명히 전했다.

"에?"

하지만, 카루이자와의 반응은 무거웠다.

"미안. 지금, 뭐라고……?"

바람이 거칠게 분 것도 아닌데 말을 놓쳤다고 하는 건가.

"네게 연락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시 전한다.

이번엔 카루이자와의 귀에도 확실히 말이 전해졌을 것이다.

"부탁할 일이 없어졌으니까 자연스러운 일이잖아. 원래 나하고 카루이자와가 접점이 있다고 하는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무의미하게 접촉을 반복하면 의심 받을 테니까"

"그렇, 지. 그건, 뭐, 확실히 그렇지만……"

말문이 막히는 카루이자와.

뭔가 걸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 카루이자와지만, 나는 멋대로 이야기를 계속한다.

"물론 만일 예측불허의 사태가 있으면 약속대로 돕는다. 그건 지킨다. 혹시나 해서 비상용의 주소는 전에
가르쳐준 것을 그대로 남겨둬도 상관없지만 기본적인 부분은 증거를 남기지 않도록 완전히 지운다. 이쪽은
이미 네 연락처를 소거했다"

"자, 잠깐만 기다려. 뭐야, 왜 갑자기 그런 말투를 하는 건데?"

"뭐가?"
"아무리 그래도, 그, 너무 매정하다고 할지……"

"매정하고 나발이고 원래 나랑 카루이자와의 관계는 얼어붙어 있는 관계였을 텐데"

마나베 무리가 왕따에 관여하지 않았으면 접점이 생길리가 없었다.

분위기가 어두운 학생과 잘나가는 여자에게는 하늘과 땅 정도의 차이가 있다.

"너도 나한테 계속 이용되는 것은 싫은 거잖아?"

"그건, 그렇지만……"

카루이자와의 찝찝함은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거기에 침묵까지 더해졌다.

"이제 이야기는 끝인데, 무슨 할 말이 있어?"

너무 질질 끌어도 좋지 않다.

나는 혼란에 빠진 카루이자와에게 억지로 말을 재촉했다.

"…… 알았어"

도저히 납득과는 거리가 먼 텐션으로 대답했지만 대답은 대답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말을 잇는다.

"키요타카랑 이렇게 전화하는 것도 마지막?"

"아쉬운 건가?"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러면 아무 문제도 없잖아"

담담하게 조용하게 얘기를 진행한다.

거기에 감정은 일체 개입하지 않는다.

끼지 않는다.

"그럼 이제 끊을게……"

카루이자와도, 그것을 전화 너머지만 강하게 느낀 것일까.

직접 통화를 끝내겠다고 말한다.

"그럼"

"아……"

마지막으로 뭔가 말하려고 한 카루이자와이지만,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이어지지 않았다.

몇 초 기다리고 나는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이력을 소거한 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카루이자와는 나라고 하는 숙주에 기생해서 몸을 맡기는 것으로 안심을 얻고 있었다.

그런 나가 멀어지면, 마음은 강하게 흔들리겠지.

전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불안과 고독감은 아마도 갈수록 강해질 것이다.

만약 그런 불안정한 상태를 류엔이 파고 든다면 ─ ─ ─

거의 틀림없이, 카루이자와 케이의 마음은 무너진다.

"꽤나 우회했지만 이것으로 입학했을 때와 같은 상황으로 궤도 수정을 시작한 건가"

호리키타도, 카루도 류엔도 사카야나기도 관계없다.

나는 이제 지금부터 시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남는 문제를 정리하고 나면, 그걸로 끝이다.

단지 그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서, 아무래도 『협력자』가 필요하다.

그 후 기숙사 관리인에게 2 학년의 것으로 추측되는 부적을 건네주고는 자신의 기숙사로 돌아왔다.

쓰레기를 흡착시킨 젖은 시트를 헤드에서 뜯어내고, 쓰레기봉투에 버린다.

손을 씻고 침대에 앉자 살짝 스프링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연말이 가까워 진 것도 있어서 휴일을 이용해 대청소를 하고 있었다.

원래 방에는 불필요한 것이 없기 때문에 반나절 정도로 모든 공정이 종료됐다.

"방이 깨끗하다는 건 좋구나"

처음 이 방에 들어섰을 때와 같은 정도의 빛을 되찾은 게 아닐까.

물을 끓이는 포트의 전원을 넣어 한때의 휴식을 구가한다.

윤이 나게 닦은 컵을 사용하는 것은 다소 주저하게 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서, 학교의 앱으로 접속을 시도한다.

클래스 포인트나 개인 잔액 등이 표시되고 의미도 없이 그것을 바라본다.

물이 끓는 동안만 이라고 정해서, 자기 자신의 앞으로의 일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원래 생각했던 순서를 따른다.

왜 내가 이 학교에 입학했지?

그것은 이전의 환경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이트 룸에서의 생활에 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권적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산재했지만, 적어도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 덕분에 나는 지금의 내 인격을 형성했고, 무엇 하나 불편함이 없는 능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최고 걸작이라고 부르는 자기 자신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불만을 느낀 것이다.

만약 내가 최고의 인간으로 불린다고 해서……그것은 정말로 기쁜 일인가? 라고.

항상 배울 것이 있다는 전제하에 살아왔기 때문에 학습에도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더 위쪽이 없다면?
그건 정말로 지루한 것임에 틀림없다.

뭐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할 때다.

언젠가 아버지가 접촉해 올 것은 알고 있었다. 여름의 시점에서 챠바시라 선생님이 퇴학의 냄새를 풍긴
그 시점에서 각오는 되어 있었다. 다만, 그때부터 반신반의하기는 했다.

만약 정말 아버지가 접촉했다면 챠바시라 선생님이 감싸고 감싸지 않고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의 담임 정도가 상대할 수 있는 사내가 아니다.

하지만 아버지를 알고 있는 점에서 완전히 거짓말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그 때문에 굳이 협력적인 자세를 보이며 A 반에 올라가기 위한 몇 가지 수를 써 왔다.

포트로부터 물이 끓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챠바시라 선생님의 발언이 거짓으로 점철된 것으로 드러났다.

기이하게도 아버지가 등장함으로써.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아버지와 접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 아니다.

『내가 복종하지 않을 경우 퇴학 시키겠다』이라고 위협한 점이 거짓말이라고 확신한 점이다.

챠바시라 사에는 자신의 과거에 강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고, A 반으로 올라가고 싶어 한다.

호리키타나 케세이와 다르지 않다. 아니 그 이상으로 A 반에 집착을 가진 인간이다.

그런 인간이 자기 학급에서 퇴학자를 내는 용기는 없을 것이다.

아니, 당초에는 자폭을 각오하고 행동하고 있었다고 봐도 좋을지도 모른다. 무인도 시험에서 차이를
메울 때까지 D 반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몰렸었다. 아직 희망을 갖기에는 너무 약할 정도다.

나를 이용할 수 없다면 차라리, 라는 기분이 적잖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 실감나는 발언에
숨겨진 거짓을 간파하지 못 했다.
도금이 벗겨진 지금 나에게 명령하는 힘은 급속히 쇠하고 사라졌다.

A 반이든 D 반이든 평범한 학생으로 3 년간 지내는 것이 목표인 내 입장에서는, 더 이상의 클래스에 깊이


관여하게 되면 귀찮은 일이 늘어나는 것 뿐이다.

실제로, 이치노세나 사카야나기 같은 녀석들이 나에게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페이드 아웃 하는데 성공하면 곧 흥미를 잃어 줄 것이다.

문제가 남아 있다면 류엔 카케루 한명 뿐이다.

그 녀석이 나에게 도달하면, 그야말로 주위에 소란을 피워 사실을 퍼뜨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정체를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불가능할 것이다.

카루이자와 케이와의 관계를 끊었지만, 보이지 않는 『실』은 계속 연결되어 있다.

내버려두면 류엔은 『언젠가』 그 실을 반드시 잡아낼 것이다.

1 주일 후? 1 개월 후? 1 년 후?

그런 불확정한 『언젠가』로는 이쪽도 곤란하다.

보글보글 하는 소리를 내며 비등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포트의 전원이 자동적으로 꺼진다.

"……홍차라도 마실까?"

전에는 여러가지로 손님이 많았기 때문에, 내 방의 찬장은 티백이 넘친다.

커피나 홍차, 녹차에 엽차까지 다양하고 폭넓게 비축되어 있다.

컵에 홍차 티백을 넣은 시점에 일층에서 호출이 걸렸다.

"일층?"

만약 동급생의 누군가라면 직접 현관의 벨을 누를 텐데.

할 수 없이 확인하러 가면 의외의 얼굴이 있었다.

없는 척을 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솔직하게 응대한다.

이쪽에서 찾아가려고 생각하던 인물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조금 시간을 내줬으면 하는데. 하니면 다시 오는 게 좋을까?"

"……별로. 지금은 괜찮아요 "

그래도 정말로 진기한 손님이 찾아온 것이다.

모니터에 비친 것은 얼마 전까지 학생회장을 맡고 있던 호리키타의 오빠였다.

오토록을 해제하고 기숙사 안으로 들인다. 그 사이에 나는 방금 끓은 물을 홍차 티백과 함께 새로 준비한


컵에 따르다.
곧, 초인종이 울렸다.

"서서 이야기하는 건 그러니까 들어와요"

"같은 의견이다"

이런 장면을 호리키타가 봤다면, 여러가지로 불평을 쏟아냈겠지.

그리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전 학생회장과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당하는 것은 극력 피하고 싶다.

호리키타의 오빠를 방에 맞아들이다.

실내에 들인 호리키타의 오빠는 곧 홍차의 존재를 깨달았다.

"마침 마실 생각이어서, 하는 김에요 "

"1 년째라고는 해도, 꽤 깨끗하게 쓰고 있군"

"물건이 없을 뿐입니다"

일부러 오늘 청소 한 것은 말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쓰레기봉투에 희미하게 비치는 젖은 시트들을 보고 어제나 오늘정도에 청소했다고 들켰을지도


모르지만.

"일부러 1 학년 기숙사에까지 와서, 전 학생회장이 나한테 무슨 용건이죠?"

"다음 주면 2 학기도 끝난다. 나에게 남은 학교생활도 그리 길지는 않다"

실제로 학교에 다니는 건 휴일을 빼면 2 개월하고 조금. 순식간이다.

"내가 이 학교를 떠나기 전에 너에게 말하고 싶은 바 있다. 미야비 미야비에 관해서이다"

미야비 미야비. 설명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2 학년 A 반, 그리고 현 학생회장이다.

체육제에서의 대화나 신임인사 정도밖에는 모르지만 여러가지로 개성이 짙은 인물이다.

그러나 미야비니 뭐니 그런 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고작 1 학년에게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나는 이치노세처럼 학생회에 속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설명했지만 호리키타의 오빠는 아랑곳하지 않고 얘기를 계속했다.

"나도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할 생각은 없었어. 그러나 조금 사정이 달라졌다"

사정이 달라졌다, 네 그러신가요.

"나는 이 학교가 쌓아 온 전통을 고수해 왔다. 그것은 이 학교의 구조 및 규정에 납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야비는 그 근본을 뒤집고 있다. 아마 내년에 이
학교는 전대미문의 중도 탈락자로 넘쳐날 거다"

지금은 아직 나서서 학생회 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그것도 시간문제라는 건가?


"미야비가 1 학년 때, 당신은 이미 학생회장에 취임했었잖아? 그럼 미야비를 끌어들인 책임은 너한테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럴지도 모른다"

부정하지 않고, 호리키타의 오빠는 받아들인다.

"나는 학생회에 들어가서 한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그것은 후계자 육성에 실패한 것이다. 유일하게
재능을 느낀 것은 미야비이었지만 나의 방침과는 다른 형태로 크게 성장했다. 다른 2 학년들도 거의 모두
미야비의 지배하에 있다고 봐도 좋다 "

"이상한 이야기네. 2 년의 A 반이 모두 미야비를 지지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이외의 반에는 적 정도는


있겟지"

"녀석은 이미 학년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전략을 쓰고 있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무모한 짓을 하는 모양이다.

"올해 1 년에서 학생회의 문을 두드린 것은 두 사람 카츠라기와 이치노세였다. 어느 학생도 장래성 있는


우수한 학생이지만, 나는 굳이 채용을 보류한다고 했다. 순수한 우수성이기 때문에 미야비의 지배하에
놓여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지만, 미야비는 물밑으로 정보를 모아서 이치노세에 접촉하고
결과적으로 이치노세를 강제로 학생회로 맞아들였다"

"그런 내막을 나에게 술술 불고는 뭘 바라는 거야?"

"네가 정식으로 무대에 서는 것을 거부한다면 스즈네를 이용한다. 그동안의 시험처럼 네가 뒤에서


스즈네를 움직이면 된다. 학생회와 다리는 내가 놓는다"

"꽤나 엉뚱한 얘기네. 네가 학생회에 있다면 여동생도 기꺼이 맡겠지만 학생회장에서 물러난 지금 저
녀석은 학생회에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는다. 게다가 네 여동생이 학생회에 들어가든 말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조금 사이를 두고 홍차를 입에 머금는다.

"너와 선대들이 지키던 전통인가. 그것을 바꾸는 것 또한 시대의 흐름이나 운명인 거 아니냐?"

그런 것, 내가 말하지 않아도 이 남자라면 알 것이다.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이야기의 흐름은 읽을 수 없는 부분도 많지만, 깨달은 부분도 있다.

호리키타 마나부는 이 학교에 재적한 학생의 한 사람으로서 내년부터 열릴 학생회의 행동을 어떻게든
해서라도 막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나를 이용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1 년생 기숙사에까지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실례했다"

아무런 무기도 없이 나를 농락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텐데.

그 정도로, 호리키타의 오빠는 마음에 여유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일단 너의 연락처를 물어봐도 될까?"

"왜?"

나는 휴대폰을 충전기에서 빼낸 뒤 손에 든다.

"여동생을 학생회에 넣어서 내가 뒤에서 조종하는 건에 대해서,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줬으면 하는데"

"검토하겠다고?"

"거절당하는는 것을 전제로 찾아온 사람에게, 생각 정도는 해주지 않으면 미안하잖아"

이쪽이 의외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서, 호리키타의 오빠는 반대로 불신감을 안았다.

하지만 섣불리 되묻지 않고 연락처를 준다.

그만큼이나 미야비의 학생회를 주시할 만한 이유라도 있는 건가.

"협조해도 좋다고 생각하면 연락한다"

"기대하지 않고 기다리기로 하지"

결국 호리키타의 오빠는 한 번도 앉지도 않고 홍차에 입을 대지도 않고 방을 떠났다.

"거기까지 학생회에 얽매일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몇 개월만 지나면 졸업해버리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도 어쩔 수 없지만, 조금 마음에 걸렸다.

토요일 심야, 이 지방에 첫눈이 관측됐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살짝 내린 눈은 새벽에는 녹아


없어졌는데 그 흔적은 젖은 콘크리트에 웅덩이가 되어 남아 있었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전날 눈이
내렸음에도 최고 기온 24 도라는 다시 여름에 가까운 날씨가 되어. 반팔로 나가도 문제없을 정도의
날씨였다.

"드디어 다음 주면 2 학기도 끝나구나 뭔가 좀 실감나지 않는데"

일요일. 오전동안 동아리에 열중하는 아키토의 모습을 모두 함께 견학하러 갔다. 그리고 그 길로


아키토를 꾀어 우리 아야노코지 그룹은 느티나무 몰에서 저녁까지 놀았다. 적당히 쇼핑을 하거나 카페에서
잡담. 점심을 먹거나 노래방에서 놀거나. 평범한 학생들이 평범하게 하는 것을 만끽한 하루였다.

"거기다가……크흠. 아- 목이 아프다"

"5 연속으로 노래하는 건 무리였다니까 유키무-. 의외로 잘해서 놀라지만"

"……목이 아픈 원인은 벌칙 게임 때문이지만"


케세이는 목의 위화감과 싸우면서 하루카를 원망하는 듯이 매섭게 노려보다.

노래방에는 음식 메뉴도 다양해서, 벌칙 게임을 전제로 한 것도 있었다.

6 개의 타코야키의 중에 한 개 아주 매운 것이 들어 있다는 알기 쉬운 것이다.

그것에 당첨된 인물이 남김없이 먹어 치운 직후에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수수께끼의 게임. 게다가
완창까지 물을 마시는 것을 금지한다는 덤을 붙였다.

의미불명의 게임이지만, 분위기가 살아났으니 게임으로서는 성립했던 거겠지.

다만,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가혹하고 『벌칙게임』이라고 불러야 맞는 종류의 것이었다.

연거푸 케세이가 매운 타코야키를 뽑는 것이 재미있어서, 어디까지 연속해서 뽑을 수 있는지 시험하려는


것으로 변질된 것이다. 결과는 5 연속.

그것뿐이라면 의외로 자주 일어날 것 같은 일이지만 확률로 치면 7776 분의 1 이다.

"운 너무 안 좋잖아……"

"오히려 럭키인거 아니야? 올해 액땜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올해는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는 거잖아"

"액땜이고 나발이고, 앞으로 2 주만 지나면 올해도 끝나잖아……일부러지 하루카"

배를 움켜잡고 웃는 하루카였지만 불만스러운 케세이에게 사과한다.

"미안 미안. 그렇게 매웠어?"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고……매운거에도 정도가 있잖아"

아직 혀에 매운 맛이 남아있는지, 우엑하고 혀를 내밀었다.

"참고로 마지막에 뽑은 내가 보충해 주자면 정말로 매웠으니까 말야"

6 연속이라는 고지를 저지한 것은 아키토.

"그럼 또 가라오케 가면 할래?"

재도전의 제안에 아이리를 포함한 3 명이 싫어하는 것 같은 얼굴을 한다.

"그건 좋은데. 네가 걸려도 제대로 끝까지 먹어라?"

"알고 있다니까. 제안자가 비겁하게 도망갈 순 없잖아"

분명하게 매운걸 뽑는 걸 두려워하고 있지 않다.

자신이 뽑을 리가 절대로 없다는 어이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매운 음식에 상당한 자신감이 있는 모양인데"

그런 여유작작한 태도를 보이는 하루카에 나는 핵심을 찔러 본다.

"아, 들켰어?"
"숨길 생각 없었잖아……"

"가장 매운 라면도 여유로 먹어 버리거든. 오히려 좋아하는 편?"

이미 한명만은 벌칙게임에 의미가 없다는 느낌이 드는데.

"나 먹을 수 있을까……"

게임 전부터 계속 불안을 내뱉고 있던 아이리.

"괜찮아 괜찮아. 만약 힘들면 뱉으면 되니까. 아이리한테 억지로 먹으라고 강요하는 남자는 없을 테고"

그것은 옳다. 아키토도 케세이도 억지로 먹이지는 않을 것이다.

"유키무-도 그렇지만, 아이리도 노래 잘하더라. 노래방 진짜 처음 온 거야?"

"으, 응. 그 굉장히 부끄러웠는데..."

"이제 성량이 조금 만 더 있으면 완벽하네"

다소 머뭇거리면서도 아이리는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다.

"슬슬 돌아갈까"

그런 충실한 노래방으로부터의 귀가길.

시각은 아직 5 시 전이지만 이미 석양이 물들기 시작하고 있다.

"낮에 굉장히 따뜻해서 오늘은 얇은 옷을 입은 사람이 많네"

"낮에는 반팔도 입을 정도였고. 무리도 아니지“

[#삽화(15.jpg)]

오늘은 따뜻하기도 해서 전원 가벼운 옷차림이다.

앞으로 1 시간만 지나면 완전히 얼어붙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추운 거 질색이란 말이지"

하늘을 올려다보고 하루카가 우울하게 말한다.

가능하면 오늘 같은 기온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지 않을까

"나도 좀 싫은데.."
"나는 조금은 추운 정도가, 동아리에서도 땀나지 않아서 편하던데"

이 중에서 겨울파라고 부를 만한 건 아키토 뿐인 것 같다.

"또 내일부터는 추워질 모양이야"

"그렇구나. 여러가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지출이 늘어날 것 같네"

연말이 가까워지면 본격적으로 눈도 내릴지도 모른다.

잡담을 하면서 걷기 때문에 그룹의 걸음이 늦어지고 있으면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같이 나와줘서 고마워, 사카야나기 씨"

"아뇨. 저도 즐거웠어요"

그런 교환. 돌아보면 이치노세와 사카야나기라는, 드문 조합의 두 사람이 보였다.

이쪽 그룹을 깨달은 이치노세가 손을 들고 말을 건다.

사카야나기은 나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고, 어디까지나 이쪽의 그룹 전체를 보고 있다. 선전 포고


비스무리한 짓을 했으면서, 체육대회 이후로 움직임을 보이는 기색은 없다. 하지만 어쨌든 앞으로
사카야나기의 희망이 이뤄지는 일은 없을테지만.

"상당히 드문 조합이네 아야노코지 군 "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그 대사는 이쪽 것 같은데.

A 반과 B 반. 적대하는 관계의 리더들이 휴일을 사이좋게 함께라니.

"내가 볼때는 대체로 호리키타 씨와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조금 신선해 보여서"

쓱 멤버를 둘러본 이치노세가 말한다.

"그러고 보면 저번 시험, C 반에 이긴 모양이네, 축하해"

페이퍼 셔플의 결과는 전 학급에 발표되고 있다.

물론 A 반과 B 반의 대결 결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고 말았지만-"

"점수 차이는 불과 2 점이었어요. 실력 차이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에 대해서 보충하는 것처럼 사카야나기가 말했다.

좋은 승부를 펼친 상위 2 클래스였지만 B 반은 살짝 A 반에 못 미치고, A 반은 단독 선두를 유지. 차이를


확실하게 벌렸다.

"D 반이 이겼다는 것은 3 학기부터는 C 반에 올라갈지도 모르겠네요 "

"우리 B 반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금방 추월당할지도..."


"물론 뒤쫓아서 제칠 생각이다"

농담 삼아 웃으며 얘기하는 이치노세에게 케세이가 성실하게 달려든다.

"그리고 언젠가는 A 반이 된다"

케세이의 말에, 사카야나기는 눈을 감고 살짝 웃기만 했다.

그 태도가 못마땅한 케세이지만 아직은 D 클래스

여기서 강하게 나가봤자 무의미한 것은 알 것이다.

그러나 인원구성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할까, 이쪽 그룹은 모두 이치노세하고 사이가 좋지 않다. 게다가


억지웃음이나 잡담을 할 수 있는 타입도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멈춘다. 이치노세는 그걸로
충분히, 이 자리에 자신들이 불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하하, 우리는 방해꾼인거 같네. 또 보자 모두"

"실례합니다"

사카야나기는 나에게 말을 걸지도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이치노세를 따라 떠난다.

이 자리에서 섣불리 뭔가 수상한 짓을 하는 부주의한 짓은 하지 않는 모양이다.

"라이벌, 이죠? 그 두 사람"

"표현이 옳은지는 아닌지는 무시하더라도, 적인 것은 틀림없을 테지"

의심스러운 케세이는 안경을 쓰윽 올리며 두 사람의 등을 쳐다본다.

"역시나 이치노세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떤 학생과도 모두 사이좋게 지내는 이치노세의 존재는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뭐랄까, 이치노세 씨는 우리와 사는 세계가 다르네..."

슬쩍 아이리가 말했다.

"같은 여자로서는 좀 마음에 안 든달까"

"뭐야, 이치노세 싫어하는 거야? 하루카"

"별로 싫어하지는 않아.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냥 뭐랄까 너무 완벽하다고 할까, 너무 이상적이라고 할까?
조금 정도는 결점이 있어야 귀여운 맛이 있잖아? 성격이라도 나빴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분명히 약점 같은 약점이 없다는 건 오히려 기분 나쁠지도... 그래도 성격 나빴으면 좋겠다라는 건 너무


지나치잖아 역시"

아키토도 그 점에는 동의한 것인지, 일부분 하루카에 동의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말이야. 완벽하게 완전한 선인은, 만화의 세계에서도 잘 없다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하루카는 이치노세의 등을 쳐다본다.

"나는……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치노세 씨가 지금 하루카가 말했듯이 나쁜사람이라면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될 것 같아"

그런 것은 싫다는 듯이 아이리는 불안한 눈동자를 보인다.

"글쎄. 세상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고 상냥한 사람들도 분명히 어딘가에는 있겠지만. 그것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안가는 걸지도"

지원하듯이 하루카는 그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곧 C 반으로 올라간다. 그러면 다음은 이치노세가 적이야. 그런 의미로 보면 어떻게든 쓰러뜨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대니까. 이상하게 감정이입하지 않은 편이 좋아"

케세이의 그 발언은 옳다. 이치노세가 착한 사람일수록 싸우기 힘든 상대가 된다.

류엔처럼 알기 쉬운 악인이라면, 누구라도 거기에 불필요한 감정을 품지 않는다.

그러나 이치노세의 경우에 우리 반이 거리낌 없이 상대할 수 있을까.

"……전도다난, 이네"

상위의 클래스에 올라가면 그런 싸움을 필연적으로 겪게 된다.

뒤에서 역습의 욕구에 불타는 류엔이 덮쳐올 수도 있을 것이다.

호리키타가 이치노세와 맺고 있는 협력 관계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다.

이상론만을 말하면 이치노세와는 손을 잡고 A 반을 공략한다.

그리고 우리와 이치노세가 A 반과 B 반에 오른 뒤에 협정을 파기한다.

물론 그렇게 간단하게 일이 진행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삽화(16.jpg)]

○ 몰상식

겨울 방학이 눈앞으로 다가온 어느 날.

D 반에 큰 태풍이 상륙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것은 챠바시라 선생님이 홈룸 종료의 신호를 한 직후였다.

교실 문이 열렸고 류엔을 포함한 C 반 학생들이 D 반으로 들어왔다.

뜻밖의 학생들의 내방에 교실 안은 단숨에 웅성거리고.

챠바시라 선생님은 한순간 류엔 쪽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바로 교실을 떠났다. 즉시 대난투가 난다면 또
몰라도 다른 반의 학생이 찾아온 것 정도는 아무 문제없다.
지금까지 우회적으로 D 반을 관찰했던 류엔은 찾는 답을 얻지 못한 채, 마침내 정면으로 쳐들어 왔다.

혹은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전략이 뒤에서 움직이는 것인가.

어느 쪽이든 강공책을 쓴 것에는 변함이 없다.

돌아갈 채비를 하던 호리키타도 손을 멈추고 C 반 아이들을 쳐다본다.

나타난 것은 류엔 외에 이시자키, 야마다 알베르토. 그리고 코미, 콘도다.

무투파인 녀석들이 여기까지 모이면 반의 공기가 무겁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뭐야 어이. 여기는 D 반이라고"

가장 먼저 류엔에게 반응한 것은 스도였다. 원래 툭하면 싸우는 성격도 다소 영향을 주고는 있겠지만,


예전처럼 휘둘리지 않겠다는 순수한 방위 반응이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호리키타를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생각이 앞선 게 아닐까.

즉시 일어서서 류엔에게 다가가는 스도.

그것을 본 히라타가 폭력 사태를 걱정했는지 당황해서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우리 반에 무슨 일이지? 류엔 군"

사태를 이해하지 못한 히라타가 묻자, 류엔은 몸짓 손짓을 섞어서 거창하게 얘기했다.

"동급생의 반에 찾아오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 어느 학교에나 있잖아. 친구를 찾아서 다른 학급에


찾아가는 것 정도는. 뭘 그렇게 쫄고 있냐."

입을 열자마자, 도발적인 발언과 강압적인 표정으로 말을 돌리는 누가봐도 분명한 고압적인 태도에도
히라타는 냉정하게 반론한다.

"분명히 보통은 그렇지. 그래도 이 학교에서는 약간 사정도 달라지지 않을까. 적어도 지금까지 너희들이
이렇게 D 반을 방문한 적은 없었을 텐데"

어디까지나 이번 건은 비상시로 취급하고 있다고, 히라타가 최대한 원만히 수습해보려고 한다.

"지금까지가 사이가 너무 멀었을 뿐이잖아. 이제부터는 좀 더 적극적으로 접해볼 생각인거지"

가까이 있는 여자의 책상에 손바닥을 얹고 류엔이 흰 이를 보인다.

"페이퍼 셔플 시험은 잘 빠져나왔네. 덕분에 우리 C 반은 패배했어. 아직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3


학기부터 너희들은 C 반으로 올라갈지도 몰라. 제법인데."

"헷. 네가 얼굴만 커다란 무능한 보스 원숭이니까 그런 거지. D 반에나 떨어져라"

옆에서 말참견하는 스도를 히라타는 약간 당황한 듯이 손으로 말린다.

"꾸준히 노력의 결과지"

"노력인가. 그 노력이랑은 무관한 스도도 아직 살아남았으니까 인생은 알 수 없는 거네. 가장 먼저


퇴학당한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이제 겨우 이름 기억했냐"
시선이 교차하고 파직파직하고 신경전을 나누는 두 사람.

귀가하려던 몇 명의 클래스메이트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직된 채 서있다.

"진짜 용건을 들려줄 수 있을까"

한시라도 빨리 사태의 수습을 도모하고 싶은 히라타로써는, 류엔이 계속 얘기하는 것만은 피하고 싶은 것


같다. 다만 그러한 태도는 이미 간파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나는 지금 너희들 D 반에게 정중하게 경고를 하고 하는 거야"

"경고? 무슨 의미일까"

"이해도 못한 녀석에게 설명할 생각은 없다. 아니면 이해하지 못한 척이냐?"

그것은 일견 히라타를 도발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류엔은 히라타에게는 거의 눈을 주지 않고, 빙 교실 안을 둘러보았다.

노리는 게 히라타가 아니라면 나나 케세이, 혹은 아키토일까?

하지만, 실제로는 모두를 가볍게 보고는 지나친다.

최종적으로 류엔의 시선 끝에 잡힌 것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그 사람은 자신이 시선을 받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고, 아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고 돌아갈 채비를


마치고는 일어나서, 교실을 나가려고 한다.

그 누구도 류엔의 등장으로 움직일 수 없는 가운데, 마치 혼자만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작게 웃은 류엔은 조금 뒤에서 대기하는 동료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내고는 교실에서 빠르게 나간다.

아무래도 목적의 인물은 그 학생인 모양이다.

류엔 무리가 나간 뒤 문이 닫히자, 한 번에 답답한 공기에서 해방된 반의 녀석들이 떠들기 시작한다.

"어이어이, 왠지 류엔 녀석 엄청난 거 저지를 것 같은데! 따라가 볼래!?"

"근데, 저 녀석들 코엔지에게 뭐 할 생각일까!?"

그렇다. 류엔이 원하던 상대는 D 반의 이단아, 코엔지 로쿠스케였다.

이케와 야마우치가 중심이 되서 이것저것 마음대로 망상을 시작했다.

그것보다 최근, 정말 쿠시다가 조용하다.

호리키타와의 승부에서 진 것이 원인인 것은 알고 있지만, 그다지 표면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

물론, 그저 조용히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지금도 다른 여자와 류엔 무리들에 대한 대화를 하고 있지만


전혀 끼어들거나 하지 않았다.

호리키타는 호리키타대로 쿠시다에 대해서 뭔가를 나에게 말하지도 않는다.

"아무래도 좀 위험하지 않아? 지금 거"


류엔과는 상관없는 일을 생각하던 나에게 호리키타가 말을 건다.

가능한 한 C 반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는 호리키타지만 그냥 둘 수는 없는 사안인 모양이다.

"그럴지도"

류엔은 코엔지에게 용건이 있는 모양이었지만, 그것도 좀 마음에 걸린다.

코엔지는 분명히 수수께끼가 많은 학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엔지가 D 반에서 뭔가 하고 있을 가능성은 밖에서 보더라도 낮을 것이다. 많은 사람을 감시해


오다가, 지금, 노골적으로 코엔지에게 접촉을 꾀하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키요타카, 잠깐 상황을 보러가지 않을래?"

그렇게 말을 걸어 온 것은 아키토였다.

"어찌됐든 사람 수가 많다. 어쩌면 뭔가 할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렇네..... 감시의 눈이 많다고 해도 절대는 아니고 말이야"

혹시라도 코엔지가 폭행이라도 당하면, 그것을 막을 수 없었던 D 반에 무거운 책임이 따를 가능성이 있다.
뭐든지 학교에서 패널티를 받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도우러 갔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후회의
마음으로 가득 차 버릴 수도 있다.

아키토와 복도에 나가면 케세이도 따라왔다.

"나도 간다. 사람이 적으면 위험하니까"

조금 늦게 호리키타가 혼자서, 그것을 쫓는 형태로 스도도 나온다.

덧붙여서 히라타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교실에서 나왔다.

아무래도, 오늘은 거친 하루가 될 것 같다.

케세이와 아키토에게 조금만 기다리라고 부탁하고, 나는 히라타에게 말을 걸었다.

"히라타. 너는 교실에 남는 게 좋지 않을까? 어쩌면 그 외에도 따라오는 학생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케나
야마우치 같은 혈기왕성한 녀석들까지 오면, 소동이 쉽게 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확실히 그렇지. 하지만 코엔지 군 괜찮을까……"

"호리키타도 갔고 케세이와 아키토도 있다. 만약에 폭력사태로 발전할 것 같으면 연락한다"

"케세이 군? 응, 알았어. 부디 무리는 하지 말아줘"

케세이의 이름에 뭔가 걸리는 것 같은 히라타였지만 깊이 파고들 것은 없었다.

히라타는 곧 아직 혼란에 빠져있는 D 반으로 되돌아갔다.

"올바른 판단이네 키요타카. 이 이상 인원이 늘어나면 수고만 늘어날 뿐이고. 그러니 히라타는 클래스를
진정시키는 것이 적임일 거야"

케세이도 여럿이서 가는 것에는 부정적이었는지, 판단에 납득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다.


다음 문제는 코엔지들이 어디로 갔는가, 이다.

학교에서는 류엔도 거친 일은 할 수 없다. 만약 한다고 한다면 밖에서 라는 게 되는데, 코엔지가 어디로


갈지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코엔지는 항상 방과 후에는 뭐하고 지내는 거야?"

"……몰라"

"나도 모르겠는데"

아키토도 케세이도 전혀 짚이는 것이 없는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코엔지의 행동 패턴을 아는 녀석이 있을 리가 없잖아?"

반의 대부분이 제대로 대화한 적도 없을 테고.

"그는 곧장 기숙사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어떻게 그런 거 알고 있는 거야"

"돌아가는 걸 자주 보는 걸. 어쨌든 건물 밖에 나가면 여러가지로 힘들어. 우선 현관으로 가봐야 될 것


같네"

그렇게 말하고, 우리를 제치고 현관으로 향한다.

신발이 남아 있으면 교내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그 경우에는 일이 벌어질 때까지 시간도 벌 수
있는 셈이다.

우리도 늦지 않도록 보조를 맞춘다.

"진짜 전쟁 같은 게 시작될지도.."

주먹을 움켜쥔 스도가 콧김을 강하게 내뿜으며 호리키타에게 말한다.

"농담은 그만둬. D 반과 C 반의 집단 폭력사건이라니 웃기지도 않아. 그전에 왜 너까지 따라오는 거야"

"그건 스즈네가 걱정이기 때문인 게 당연하잖아. 류엔는 여자한테도 폭력을 쓴다는 소문이니까."

"당신이 지켜줘야 될 정도로 연약하지는 않아"

"그러지 말고"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킨다고, 호리키타는 강경한 자세를 바꾸지 않는다.

어설프게 무도경험이 있으면 남자망신인데. 스도의 의협심도 공허하게 겉돈다.

그러나 스도는 스도대로 호리키타가 강하다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괜찮겠지.

"그리고 쓸데없는 참견이지만 또 하나. 동아리 활동의 걱정도 하지 그래?"

"괜찮아. 연습까지 아직 조금 시간이 있고. 얼른 코엔지를 찾자"

쫒아내려고 하더라도, 스도는 호리키타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정말……문제의 씨앗을 안고 움직이는 건은 싫은데"

그렇게 작게 독설을 퍼부었다.

혼자서 쳐들어가서 호리키타가 다치면 스도는 틀림없이 폭발한다.

그렇게 되면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큰 소동으로 발전할 것이다.

비슷한 멤버가 두 번째 소동을 일으키면, 학교 측과 학생회도 용서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로는 스도의 동행은 최선이라고 봐야 한다.

학교를 나와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있는 가로수 길로 진입한다.

아직 방과후가 된 직후라서 그곳에 학생의 모습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 귀가길 도중에 목적의 남자, C 반의 학생들이 있었다.

교실에서는 보지 못했지만, C 반의 이부키도 합류하고 있는 듯했다.

그 조금 앞에 혼자서 기숙사 향하는 코엔지의 뒷모습도 보인다.

진심으로 코엔지에게 시비를 걸 생각인 것 같은데.

거리를 바라보고 있던 류엔는 이시자키에게 지시를 내려 코엔지의 앞에 이시자키가 향한다.

"스즈네의 판단대로 이쪽이었네. 빨리 말리자"

그 광경을 발견한 스도가 호리키타에게 지시를 요구한다.

"조금만 더 상황을 보자. 아직 류엔 군의 목적도 모르겠어"

류엔 자신이 말한 것이기는 하지만, 다른 반 학생에게 말을 거는 것 정도는 당연하게도 위반이 아니다.

이 단계에서 부주의하게 뛰어 들어가도 아무 성과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류엔 무리에게 다가가며 상황을 본다.

"이봐 기다려 코엔지. 잠깐 보자"

"뭐냐 너희들은. 나는 너희들이 불러 세울 만한 일을 한 적은 없는데"

이시자키에게 진로가 방해된 코엔지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어조는 평소와 다름없다.

"그것을 판단하는 건 니가 아냐"


"음. 분명히 너는 아니겠지"

코엔지는 쓰윽하고 류엔과 C 반의 무리들의 면면을 본다.

그 눈에는 초조함과 불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기억하고 있나?"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류엔이 코엔지를 상대한다.

"물론 기억하고 있어. C 반 얀챠 군이지?"

"저번에는 놓쳤지만 오늘은 상대해 줬으면 하는데 괴짜"

"미안했어. 그날 좀 바빠서"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사과한다. 정말로 사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한 가지 그냥 넘어 갈 수 없겠는데. 괴짜, 라고 하는 건 나보고 그러는 건가?"

"너 말고 아무도 없잖아"

"이해하기 힘든 발언들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흘려 들어줄게. 나는 관대하니까. 그런데 지금부터 데이트


약속이 있거든, 간략하게 끝내 줄 수 있을까?"

"나쁘지만 그 일은 나중에 해 줬으면 하는데"

"돌려보내 주지 않을 셈인가?"

"그렇다면 어쩔 건데"

조금 생각하는 것처럼 팔짱을 낀 코엔지이지만, 곧 팔은 풀렸다.

"저쪽에서 용건을 들을까"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을 막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생각인지, 혹은 달아나지 못할


거라고 판단했는지 코엔지는 조금 떨어진 휴식 공간을 가리켰다.

"나는 어디든지 좋아."

"그러면 따라 오도록"

선두에 선 코엔지는 유도하듯, 길에서 조금 떨어진 휴식 공간으로 이동했다.

길 한복판이라면 몰라도, 외딴 곳으로 가게 되면 조용히 지켜보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우리도 가는 게 좋겠어“

[#삽화(17.jpg)]

그것을 듣고 스도가 종종 걸음으로 뛰어 나가려고 하지만 호리키타가 한 번 멈춘다.


"부주의한 폭언, 행동은 삼갈 것. 알고 있지?"

"그, 그래"

재차 스도에게 주의를 준 호리키타가 선두로 류엔 무리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조금 늦게 우리도 뒤를 쫒았다.

곧 호리키타는 류엔에게 말을 걸었다.

"류엔 군. 여기서 뭘 하는 걸까. 쉽사리 손을 대면 큰 문제가 될 거야"

"큭큭. 낚여서 어슬렁어슬렁 찾아온 거냐"

처음부터 누군가가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류엔이 돌아본다.

그리고 이쪽의 면면을 차분히 관찰한다.

코엔지를 노리고 있었던 것도 하나의 목적이었겠지만, 아마 찾고 있는 상대를 지목하기 위해서 놓은


덫이기도 했을 것이다.

아니면 일부러 무투파를 데리고 D 반에 쳐들어오거나 하지 않는다.

연기를 쐬면 글자가 나타나는 마술 트릭처럼, 목표를 좁힌다.

"아야노코지에 미야케, 그리고 유키무라냐. 뭐 무난하게 걸렸구만"

"나도 있다고 류엔"

주먹과 주먹을 맞부딪히는 스도를 류엔은 물 흐르듯이 무시한다.

"히라타는 어디갔냐"

"글쎄, 모르겠는데. 흥미 없는 거 아니냐"

"헛소리 마라. 정의감이 강한 그 녀석이라면 이 자리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모든 게 네 예측대로 잘 풀리지는 않는다, 라는 거지"

"뭐 괜찮아. 오늘은 그걸로"

류엔이 턱으로 지시하자 이시자키 무리가 코엔지를 에워싼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아키토가 혐오감을 감추지 않고 중얼거린다.

"마치 왕이라도 된 것 같네. 동급생한테 턱으로 지시라니"

"유감이다 미야케. 내가 버릇이 나쁜 건 어릴 때부터 쭉 이라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류엔은 코엔지에게 다가간다.

"기다려."

"기다리라고? 뭘 기다리라는 거지? 보시다시피 우리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지금까지 그 누구도 코엔지에게 손가락 하나 대고 있지 않다.

"니들끼리 노는 건 상관없는데, 그러면 나는 필요 없지 않냐?"

불러 놓고 다른 사람과 말하고 있는 류엔에게 코엔지가 지적한다.

호리키타 충고를 듣는 척도하지 않고 류엔은 코엔지를 정면에서 쳐다본다.

"그랬지. 오늘의 주역은 너다 코엔지, 너에게는 한 개 빚도 있으니까"

"빚? 그런 기억은 없는 것 같은데"

"간지시험에서, 네가 클리어 해버리는 바람에 포인트를 놓치고 말았거든"

잘 알고 있네. 어디서 그 소문을 들은 거지?

"아아. 그 거짓말쟁이 게임? 너한테 방해가 됐다면 그건 좀 미안한데"

사과하면서도, 자신이 나쁘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코엔지.

당당한 분위기로 주머니에서 손거울을 꺼낸다.

C 반의 사람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향하는 C 반에게 친절하고 정중하게 코엔지는 대답했다.

"오늘은 바람이 조금 강해서. 나의 나이스하고 쿨한 세팅이 망가지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거야"

몇 번인가 고개을 좌우로 움직이며, 자신의 상태를 체크한다.

"음……다소 흐트러진 느낌이 있어서 아름다움이 부족하네. 미안한데 조금 거울을 들어 줄 수 있을까?"

그러면서 코엔지는 손거울을 눈앞에 있던 류엔에 내밀었다.

류엔은 미소를 지으며 손거울을 받는다.

"이쪽을 향해서 들어줘"

그렇게 말하고, 코엔지는 가방에서 콤팩트 사이즈의 하드 왁스를 꺼내더니, 손가락 끝에 그것을 덜어
양손으로 머리의 세팅를 시작했다.

어이를 상실한 C 반은, 그 이상한 광경에 트집을 잡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강렬한 소리가 울린다.

류엔이 코엔지에게 받은 손거울을 강하게 내동댕이친 것이다. 지면을 향해서 부딪치도록.

언제나처럼 미소를 지으며, 류엔는 코엔지의 팔을 잡았다.

"그 괴짜 짓, 언제까지 계속 할 수 있을 거 같냐?"

코엔지는 양손으로 머리를 만지던 자세 그대로 조용히 숨을 토했다.

"장난이 심하네. 그 손거울 꽤 비싼 물건이라고?"


"미안하군, 손이 미끄러졌어"

"후후. 그렇다면 어쩔 수 없잖아. 그럼 내 팔을 붙잡은 손을 놔줬으면 하는데. 세팅하기 힘들어. 뭐


머리가 헝클어진 채로도 멋진 남자이긴 하지만"

긴장된 분위기에서, 류엔이 천천히 코엔지를 잡고 있던 손을 뗐다.

이 장소에서 눈에 띄는 행동을 일으키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

하지만 극한까지 상대를 공격하는 류엔의 스타일에 흔들림은 없다.

"적당히 해 둬, 류엔 군"

"너는 닥쳐라, 스즈네. 지금은 코엔지랑 노는 중이니까."

"당신이 일방적으로 시비를 걸 고 있을 뿐이잖아? 그는 그걸 원하지 않아"

깨진 손거울의 파편을 신중하게 회수하면서 호리키타는 류엔을 째려본다.

"내가 할게. 손 다칠지도 모르잖아"

"나는 별로 상관없어. 동아리 활동을 하는 당신이 다치는 게 더 문제야"

그렇게 말하고 호리키타는 스도의 제의를 거절한다.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라. 여자한테 다칠 것 같은 일을 시킬 수 있겠냐"

억지로 호리키타를 물리고는 스도가 파편을 줍기 시작했다.

"다쳐도 치료 같은 건 안 해줄 거니까요"

매정한 호리키타의 말에도, 사토는 개의치 않고 줍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상당히 재미있는 조합이 모여 있네요"

그리고 이 소동은 D 반과 C 반 안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소문을 듣고 온 듯 A 반의 사카야나기의 모습도 보였다.

그 중에는 카무로 마스미도 있었지만, 나머지 두 남학생은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사카야나기인가……마치 자로 잰 것 같은 타이밍이군"

멈춰서자, 캉, 하고 소녀가 손에든 지팡이를 콘크리트에 가볍게 두드린다.

뭔가, 대규모 모임이 된 거 같은데.

우리 D 반이 코엔지를 포함해서 6 명. C 반이 5 명. A 반이 4 명.

합계 15 명의 모임이 된다.

"내가 여기에 온 것은 우연입니다"

"웃기지마라"
어디를 어떻게 봐도 우연이 아니라는 것은 류엔도 한눈에 눈치 채고 있다.

"그나저나 C 반의 주요 멤버에, D 반의 학생. 지금부터 크리스마스 파티에 대해서 회의라도 할


생각이신가요?"

"저리 꺼져있어라, 아직 너한테 볼일은 없다"

"그렇게 말하시다니 섭섭하네요. 파티라면 대규모로 하는 쪽이 더 즐거운 걸요? 저도 함께 참가시켜 주실


순 없나요?"

사카야나기의 도발과도 비슷한 유혹에도, 류엔은 전혀 상대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있을 생각이라면 방해할 생각은 하지마라"

"물론이에요. 파티 주최자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 같은 행동은 하지 않겠어요"

약간 거리를 둔 사카야나기는 휴식 공간의 벤치에 앉았다.

그 앞에 A 반 학생 3 명이 자리 잡는다. 마치 사카야나기를 지키는 것처럼.

뭐, 이 분위기로 보면 폭력 사건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기는 하지만…….

휴식 공간 근처에 감시 카메라는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귀로에 오르는 학생들이.

언제 누가 몇 명이 여기에 올지 모른다.

싸움이 일어난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겁 없는 미소를 띄고 있던 모임의 중심인물, 코엔지 로쿠스케가 입을 열었다.

"갤러리가 늘어나는 것은 상관없지만 빨리 이야기를 진행해 줬으면 하는데? 그럴 생각 없으면 돌아갈


테니까"

"기다려라 코엔지. 이번엔 안 놓친다고 류엔 씨가 그랬다고"

"미안하군. 여기저기서 방해가 들어와서 말이 늦어졌다.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까"

코엔지는 어렴풋이 웃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 ─ ─ 아마 너는 C 반을 방해 하는 자, 혹은 다른 반을 통솔하는 인간을 쓰러뜨리는


것에 열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다르나?"

"그렇지. 눈에 거슬리는 인간은 모두 적이다. 쳐부순다"

"그리고 지금 D 반 안에서 너를 방해하는 존재가 나타났다. 너는 그 방해자가 누구지 찾고 있다"

류엔이 말하지 않아도 코엔지는 이해하고 있다.

평소 자신의 흥미 대상 이외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그로써는 드문 일이다.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렇다면 나는 니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야. 왜냐하면 나는 D 반의 장래에도 다른 반의 장래에도 전혀


흥미가 없어. 이제까지 시험에서도 특별히 뭔가 한 건 없고.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없다. 그런
인간을 상대해서 과연 재미있을까?"

"그건 조금 앞뒤가 안 맞는데. 간지시험은 어떻게 설명할거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이런이런. 상당히 박식한 모양이네"

간지시험. 원숭이 그룹에 배속된 코엔지는 우대자를 멋지게 간파했다.

결과적으로 D 반이 이겼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학생을 특정하는 것은 힘들 텐데.

그 점을 잘도 캐냈다.

혹은 코엔지가 원숭이 그룹에 배속된 것으로부터 추측한 건가.

부인하지 않은 코엔지의 발언으로 확신을 얻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건 단순한 심심풀이야. 귀찮은 모임에 몇 번이나 참가할 생각은 없었어. 끝내는 게 자유로의
지름길이라고 판단했을 뿐이야"

휴대폰을 꺼낸 코엔지는 카메라 모드로 바꿔서 자기 얼굴을 쳐다본다.

아무래도 즉석의 손거울로 사용하려는 모양이다.

"그럼 간지시험 외에도 참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거다. 즉 네가 D 반을 지배 하지 않는다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다. 아닌가?"

"확실히 그렇네. 하지만 만약 네가 그렇게 결론 낸다고 한다면, 그건 네가 그 정도의 두뇌밖에 갖지 않은


멍청이라는 것이 되겠지"

이시자키가 폭언에 덤벼 들려고 하지만 류엔는 웃으며 그것을 제지한다.

그나저나 너무 훌륭한 대답이라서 감탄했다.

무관한 인간을 배후로 규정한다면 그건 분명히 얼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크큭, 확실히 그렇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한다면, 넌 인축무해한 존재라는 거냐"

"Yes. 이해가 빠른 사람은 싫어하지 않아 드래곤 보이"

드래곤 보이라는 말 때문인지, 사카야나기가 웃었다.

하지만, 류엔는 그것을 무시하고 다른 벡터로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내가 여기서 이 녀석들한테 갑자기 너를 린치하라고 시키면 어떡할 거지? 간지시험의 일로 원한을 품고,
아무 이익도 생각하지 않고, 무의미하게 폭력으로 지배할려고 하면?"

불온한 분위기에 호리키타가 반응할 것 같지만 그 전에 코엔지가 웃었다.

"그야말로 어리석은 질문이네. 너는 이 자리에서는 그 선택을 하지 않을 거잖아. 갤러리가 많은 상황에서


폭력이라. 별로 메리트는 없을 것 같은데?"

"공교롭게도, 나는 그런 불편한 장소에서도 날뛰는 녀석인데. 이익은 도외시하고"

"과연. 그럼 대답할게. 만일 네가 그 선택을 한다면 나는 나 자신과 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덤벼오는 모든 사람들을 녹아웃 시킬 생각인데"

"너 혼자서 할 수 있다고?"

"못 한다고 하는 쪽이 더 생각하기 어려운데"

흥미로운 대화를 듣고 멀찍이 둘러싸고 있는 사카야나기가 웃는다.

"아무래도 추리를 들이 밀거나 할 것 없이, 코엔지는 X 가 아닌 모양이군. 이놈은 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미친 놈. 단지 그것뿐인 것 같다"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네"

"하지만 하나만 묻자 코엔지. D 반은 꾸준히 클래스 포인트를 늘리고 있다. 그 역할을 하고 있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 녀석이 반드시 있을 거다. 그게 네가 아니면 도대체 누구냐? 멍청한 얼굴로 여기로 달려온
이 녀석들 안에 있나?"

코엔지는 지금에서야 비로소 우리들 D 반에게 한번만 눈을 돌렸다.

그러나 코로 웃으면서 어깨를 움츠리고 곧 흥미를 잃고 만다.

"그 질문에 대답해줘도 좋지만 ─ ─ ─"

"조금 괜찮을까요?"

코엔지의 말을 가로막듯 벤치에 걸터앉아 있던 사카야나기가 입을 열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계시네요. D 반 안에 C 반의 방해를 하는 학생이 있다거나. 드래곤 보이가


누군가를 찾고 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인 건가요?"

"입 닥치라고 했잖아 사카야나기. 그리고 다음에 한번만 더 그렇게 부르면 죽인다?"

"후훗. 맘에 안 들었어요? 멋진 이름이라고 생각하는데.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제 이해가 못 따라가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서. 그만"

작게 웃는, 사카야나기는 류엔의 말에 신경쓰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말을 이었다.

"당신은 자신의 플랜이 D 반의 누군가에게 간파당해 패하고 말았다. 그것뿐인 것 아닌가요. 이 학교는
학급끼리의 싸움이 기본입니다. 다른 반의 방해를 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사실 나도 당신도
그렇게 몇 차례나 싸우고 있어요. 어떤 분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정체를 숨기고 전략을 짜는 것도 훌륭한
방법입니다. 그것을 이렇게 관계도 없는 학생에게 따져 물어 알아내야 할까요. 솔직히 보기 흉한
행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네요"

"내 계획이 X 의 탓으로 꼬인 것은 인정한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뒤에서 슬금슬금 움직이는 녀석을
양지로 끌어내기 위해서 하는 일이다. 그런 게임을 하고 있는 거라고"

"과연. 이렇게 공갈협박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도 당신의 계획 중 하나라고?"

"그래. 필요하면 폭력도 불사한다. 나는 내 방식으로 즐기고 있다"

"그렇다면 보기 흉한 것에 더해서 무능함까지 드러내는 것뿐이에요? 마스미 씨와 하시모토 군에게


여러가지 들었습니다. 무인도에서 당신이 세운 작전, 그리고 어떻게 패했는가. 제대로 분석해보면 그가
무관한 것은 명백하지 않나요? 애초에 무인도에서 활약한 것은 여기 계신 호리키타 스즈네 씨라고 하던데.
당신이 찾고 있는 정체불명의 인물은 정말로 실재하는 사람인거죠?"
날카로운 사카야나기의 눈동자와 말이 류엔을 공격한다.

"……계획이 꼬인 것을 변명하기 위해서, 아닌가……?"

사카야나기와 보조를 맞추는 것처럼 A 반 학생 중 한명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건 너무 나갔어 키도. 류엔도 그런 얼간이는 아니겠지"

하시모토, 라고 했던가. 가 그렇게 말하고 류엔을 지원한다.

하지만 류엔은 사카야나기와 A 반의 도발에 일체의 흔들림이나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그런 것은』 처음부터 류엔이 가장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너야말로 멍청하잖냐 사카야나기. 나에게 카츠라기를 이용당해 계약을 체결한 거니까"

류엔는 굳이 그 부분을 반박 하지 않고, 다른 논점으로 이야기를 바꾼다.

이번에는 이쪽에서 공격하겠다, 라고 하는 의도가 숨어 있다.

"계약인가요. 확실히 『A 반은 무인도에서 C 반의 원조를 받는 대신 대가로 개인 포인트를 지불한다』라는


것이었죠? 구체적으로는 『졸업 때까지 매달 한 사람당 2 만 포인트를 지불한다』라는 내용이었어요"

반면 사카야나기도 겁먹지 않고 응전하다.

"하아? 뭐야 그거 너희들 뒤에서 무슨 짓 하는 거야! 그런 거 괜찮은 거냐고?!"

스도가 불평불만을 내뱉는다.

"규칙적으로는 문제없습니다. 쌍방의 반이 납득하고 계약한 것이고. C 반이 얻을 것이었던 클래스


포인트를 우리가 받았으며, 그것에 의해서 얻은 대가...... 즉 개인 포인트를 C 반에 지불하는
것뿐입니다"

무인도 시험에서 A 반과 C 반이 짠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대가까지는 불분명했다. 이것이라면 확실히


성립할 수 있는 거래다. 모든 포인트를 써서 A 반이 무인도에서 쓸 수 있는 270 포인트(사카야나기의
결석에 의한 마이너스 30 포인트를 뺀다)를 남기는 대신 2 만 개인 포인트를 요구했다. 어찌 보면 C 반이
이득인 것처럼 보이지만 시험 종료 후 클래스 포인트에 의해서 리드되는 부분이 크다. 반의 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클래스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개인 포인트는 부수적으로 지급되는 포인트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카츠라기는 포인트를 잃었지만, 그렇지 않았으면 대등 이상의 성과를 A 반이 얻었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클래스 포인트의 리드는 그만큼 큰 요소다. 만약 평범하게 무인도 생활을 보냈다면
클래스 포인트는 거의 남지 않아 지금보다 B 반과의 차이는 줄어들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왜 이 타이밍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까지 말했을까.

그것은 아마 류엔을 사카야나기가 희롱하고 있다, 그런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류엔이 사카야나기를 바보 취급한 만큼, 사카야나기도 마찬가지로 류엔에게 되갚았다, 라는 걸까.

"내정을 폭로해서 애먹는 것은 내가 아닌 너희들이다. 매달 계속해서 2 만 포인트를 빼앗기는 상황이 다른


반에게 알려졌다구?"

"당신이 말하려고 생각만 해도, 당장이라도 알려질 일이었습니다. 거기를 신경 쓴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 애당초 계약을 체결할 계획을 세운 것은 카츠라기 군이고 말이죠"
자신은 무관하다고 단언한다. 무인도에서 부재였던 사카야나기에게는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이야기이다.

아니, 미리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도록 반에 지시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대립하고 있는 두 사람을


생각하면 굳이 자유롭게 행동하도록 뒀겠지.

사실 이제는 카츠라기 파는 힘을 잃고, 사카야나기가 반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인다.

"젠장. C 반은 매달 용돈이 보장되는 거냐"

"혹할 필요 없어 스도 군. 원래 C 반이 얻을 가능성이 있었던 클래스 포인트를 완전 포기하고 받는 거니까


반드시 이익을 보고 있는 건 아니야"

"정말 그럴까 스즈네. 우리는 그 무인도에서 실질 클래스 포인트를 200 점 받은 거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그 포인트 수입은 A 반이 완전히 실각하지 않는 한 영속적으로 이어진다"

"달라. 비슷하지만 다르지. 당신이 얻은 것은 개인 포인트. 클래스 포인트와는 전혀 무관해."

확실히 A 반을 목표로 한다고 하면 류엔은 일체 이득을 보고 있지 않다. 그 점에서는 호리키타의 주장이


옳다고 볼 수 있다.

이지만 한 달에 80 만 가량의 포인트, 즉 돈이 A 반에서 C 반으로 흐르는 것은 큰 사건이다.

앞으로 C 반이 클래스 포인트를 계속 잃어서 0 이 된다고 해도, 최소한의 수입은 보증된다. 사카야나기
파에게 몰리고 있었다고는 해도 카츠라기는 잘도 넘어갔구나.

"교섭은 끝난거야? 너희들은 장난치는 걸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 그걸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더 이상


나를 방해 하는 건 그만둬 줬으면 하는데. 무의미한 의견을 들으면서 시간을 뺏기는 것도 불쾌하고"

"기다려라 코엔지. 아직 네 대답을 듣지 못했다"

갑자기 생각난 듯 코엔지는 조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D 반에서 머리가 잘 돌아가는 존재라. 솔직히 생각해 본 적도 없었지만……어차피 내가 대답하지 않는 게


좋지 않아?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너는 그 답을 추구하고 있을 테니까 기대를 빼앗아 버리는 행위는
가능하면 하고 싶지 않은데. 나는 이 학교에서 청춘을 구가하고 있다. 그것뿐이야. 이 학교가 나를
흥분시켜 준다면 얘기는 다르지만, 아무래도 그건 어림도 없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여성들과 다양한
사랑을, 서로를 향상시킨다. 그리고 자신의 미를 추구한다. 그것뿐이야"

"즉, 너는 반 간의 항쟁에 참여하지 않는 거야?"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그렇게 처음부터 말했다고 생각하는데. C 반도 A 클반 내 입장에서는 같은 거야.


여기 있는 너희들은 지루하다구"

"뭐라고!? 류엔 씨 이 녀석 아까부터 우리를 우습게보고 있어요! 본때를 보여주자구요!"

바보취급을 당한 이시자키가 코엔지에게 주먹을 향한다.

하지만 류엔보다 먼저 코엔지의 말에 감화된 존재가 있었다.

그동안 상냥하게 훼방만 넣던 사카야나기이지만, 코엔지 어떤 한마디가 조금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다.

"다소 묵과할 수는 없네요. 드래곤 보이는 어쨌든 ─ ─ ─"


그렇게 발언한 직후, 류엔는 재빨리 사카야나기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거리낌 없이 발길질을 한다.

"어이쿠 ─ ─ ─!?"

황급히 사카야나기과 류엔 사이에 끼어든 하시모토가 왼손으로 그것을 방어한다.

하지만 강렬한 일격에 하시모토는 옆으로 날아가고 콘크리트 바닥으로 쓰러진다.

만약 하시모토가 사이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진심으로 사카야나기의 얼굴을 발로 찼을 가능성이 높다.

류엔에 대항해, 아까 하시모토에게 키도라고 불렸던 A 반 남자 아이가 흰 장갑에 손을 넣으면서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심기를 거슬러 버렸습니까?"

"다시 한 번 부르면 죽인다고 말했을 텐데!"

"적당히 하세요. 방금 당신의 행동은 큰 문제에요"

폭력 행위가 벌어진 순간을 목격한 호리키타가 경고하지만, 그것을 막은 것은 사카야나기였다.

"지금 무슨 문제 행동이 있었나요? 하시모토 군"

"아뇨. 제가 혼자서 넘어졌을 뿐입니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하시모토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렇답니다, 호리키타 씨"

"읏……. 류엔 군도 당신들도 제정신이 아니야"

폭력 행위에 대해서, 사카야나기 이끄는 A 반은 불평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바탕 싸워도 상관없다는 공기마저 내뿜고 있다.

"죄송합니다 류엔 군. 놀림이 도가 지나쳤네요 "

그렇게 사과하고 시선을 코엔지에 돌렸다.

"이야기를 되돌립니다만, 저도 포함해서 지루하다, 라는 것은 무슨 뜻이죠?"

사카야나기에 있어서는 눈앞의 류엔보다, 코엔지의 발언이 심기를 건드린 듯하다.

류엔도 흥이 깨진 모습으로 사카야나기로부터 떠난다.

"정말, 전부 제정신이 아니야……"

호리키타가 동요하고, 기막혀 하는데도 무리는 없다.

여기에 모인 멤버는 모두 한 성깔 하는 사람들뿐이다.

"그만큼 내 한마디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리틀 걸"


벤치에 걸터앉은 사카야나기에게 다가가며 코엔지는 손바닥을 펼쳐 손끝을 향했다.

"크큭. 리틀 걸? 꽤 괜찮은 네이밍 센스잖아"

드래곤 보이의 답례인 것인지 류엔이 코웃음 친다.

"코엔지 씨, 였던가요? 당신 영어를 잘못 쓰고 있어요? 저는 유녀가 아니에요"

"훗훗후. 그걸 결정하는 건 자네가 아니라 나란 말이야. 잘못된 용법이 아니야. 네가 걸이라고 부르기에
적당한 연령과 체형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고 있는 거니까 "

"그거야말로 잘못이에요. 용법으로는 리틀 걸은 초등학생 여자아이 정도에게 밖에는 쓰지 않는 말이니까요.


이 세계는 당신의 좋아하는 걸 맘대로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내 방식이야"

싸악 하고 머리를 쓸어 올린다.

"……그쯤 해둬라, 코엔지"

키도가 한 걸음 걸어 나왔다.

다시 흰 장갑 같은 것을 벗으려고 한다.

처음에는 추위를 피하려고 가지고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다른 것 같다.

"뭐야 저 녀석. 장갑을 벗으면 귀신이라도 나오나?"

"뭐야 그거"

갑자기 스도에게서 귀신이란 단어가 나와서 무심코 반문한다.

"그거 모르냐? 옛날에 유행한 만화인데. 흰 장갑을 벗으면 귀신이 나와서 악마랑 싸우는 만화인데"

전혀 들어본 적도 없는 이야기인데다가, 애초에 만화를 읽어본 적이 없다.

"A 반에 용무는 없다. 지금은 가만히 있으라고"

"그의 언행, 그 정정의 요구도 할 수 없나요 "

"후후후, 나를 둘러싸고 싸우는 걸 보는 것도 나쁜 기분은 아니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남자든 여자든


연상에게만 관심이 있거든"

사카야나기, 류엔 같은 반을 대표하는 학생들이 코엔지 한명에게 휘둘린다.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 최강이다.

폭력과 거짓에 함께 새로운 강함은 『몰상식』일지도 모른다.

"너를 오늘 정리한 건 잘한 일인 것 같다. 이제 갈길 가라"

류엔도 코엔지의 상대에는 상당히 체력을 쓴 걸까.

더 이상 정보를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코엔지에게 떠날 것을 촉구한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See you"

태풍은 류엔이 아니라 코엔지였을지도 모른다.

소동은 순간에 종식되고 정적이 찾아온다.

"아무래도 구경은 끝인 것 같네요, 돌아갈까요?"

"3 학기를 기대해라 사카야나기"

"당신이 D 반을 쓰러뜨렸다고 확신한 뒤라면, 언제든지 상대해 드리죠."

그렇게 말한 뒤 A 반 학생들도 물러난다.

"우리도 갈까? 호리키타"

"그래……더 이상은 상대해 줄 수 없어"

대부분의 파편을 스도가 주워, 일단 원상복구 되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생각보다 코엔지 군에게 흥미가 없어 보였어……"

호리키타도 류엔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낀 듯했다.

한편 그 의문은 C 반에도 전파되고 있었다.

"……그렇게 보내도 괜찮은 겁니까?"

"녀석이 내 찾는 상대였다면, 보내지 않았겠지"

"나는 수상한 것처럼 보이는데요. 뭘 생각하는지도 모르겠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가능성도 있고"

"녀석의 생각과 내 생각이 매치되지가 않아. X 의 녀석은 나와 비슷한 사고를 한단 말이야. 코엔지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애초에 저 녀석이 호리키타와 짜고 행동할 수 있을 것 같은
녀석으로 보이냐?"

"그건, 확실히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럼 왜 코엔지를 노린 거야"

"어이. 너희들은 코엔지를 어떻게 생각하지"

코엔지의 등에서 시선을 뗀 류엔이, 섬뜩한 미소를 띄우며 이쪽을 보았다.

"아까부터 너희들 뭘 그렇게 쑥덕쑥덕 거리는 거야. 의미불명인데"

류엔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스도가 주먹으로 도발을 하면서 매섭게 노려본다.

"바보는 저리 꺼져라"

"뭐라고!?"

호리키타가 눈과 손으로 스도를 제지한다.

"류엔 군. 당신의 행동은 상식를 벗어나 있어, 이해하기 힘든 건 사실이야"


"그럼, 내 행동이 옳았다는 뜻이구나"

몰아세워도 류엔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점점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

"나는 오늘로 꽤나 후보를 압축했다 스즈네. 네 뒤에 숨어 있는 존재에 대해서 "

"당신이 무슨 소리를 한들 귀만 아플 뿐이야. 어울려준다고 해도 시간만 아까운걸. 그것보다 앞으로 우리


반 학생들에게 접근하는 것은 그만둬 줬으면 좋겠는데"

"접근하든 접근하지 않든 그건 내 자유다. 어떤 룰도 위반하지 않았어"

룰을 제일 자주 어기는 인간이 룰을 내세운다.

"그래도 이제 곧 이 놀이도 끝이다. 피날레를 기대하고 있어라"

그렇게 끝맺고 류엔은 사카야나기쪽을 가볍게 보고는 떠난다.

"겨우 돌아간 모양이네. 우리도 돌아가자. 일단 일의 경과는 히라타 군에게도 말해둘게"

"하지만, 뭐냐고 류엔 녀석. 도대체 뭘 하고 싶었던 거야?"

"글쎄. 그가 뭘 하고 싶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류엔 안에서 모든 준비가 갖추어진 모양이다.

나는 그것을 실감하면서 류엔 무리의 등을 바라봤다.

[#삽화(18.jpg)]

○ 결착의 때

"이상으로, 홈룸을 종료한다. 방학 중에도 이 학교의 학생으로서의 자각을 갖고 절도 있는 하루를


보내도록. 이상이다"

사카가미의 고맙고도 무의미한 말을 무심코 흘려들으며 나는 핸드폰을 꺼낸다.

마침내 작전을 실행할 날이 찾아왔다.

그것은 2 학기 종업식. 이 날은 오전에 모든 행사가 끝나고 방과 후가 된다.

동아리 활동은 쉬기 때문에, 학교측도 학생에게 빨리 돌아가도록 촉구하는 날이다.

즉 대부분의 학생이 학교에 남지 않는다.

"지울 수 있는 녀석들은 최대한 지웠지만 그래도 10 명 정도 가능성이 있는 후보가 남았나"


내가 한 번도 말을 섞어본 적이 없는 무리도 몇 명 끼어 있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다.

카루이자와를 이용하지 않고 도달하는 게 이상적이었지만, 역시 X 도 꼬리를 잡히지는 않았다.

"뭐, 역으로 즐거움이 늘었다고 볼 수도 있나"

솔직히 말하면 점찍어 놓은 녀석은 있지만, 여기서 더 좁혀도 의미는 없다.

오히려 머리를 비우고 X 를 초대하는 쪽이 더 자극적이고 재미있다.

나는 페이퍼 셔플 시험 이후, 어떤 행동을 했다.

C 반에서 움직일 수 있는 녀석을 총동원해서, 타겟들에게 감시를 붙였다.

하지만, 감시를 붙인 걸로 X 의 정체에 다가갈 수 있었거나 한 것은 아니다.

또 큰 문제가 될 리스크를 생각해서, 소심한 남자나 여자에 대한 미행은 굳이 하지 않았다.

감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스도, 미야케의 같은 불량 타입으로 압축.

혹은 히라타처럼 문제가 확산되기를 두려워하는 보수적인 인간들을 대상으로 했다.

그것만으로도 D 반 녀석들은 내 행동의 불순함을 깨닫는다. 스도의 경우는 상상 이상으로 머리가 나빴기
때문에, 직접 도발하러 가야 해서 수고가 들기는 했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내가 『노리고 있다』는 것을 항상 의식하게 하는데 있다.

녀석은 하루하루, 전전긍긍하면서 시간을 보냈음에 틀림없다.

『정체가 들킬 수도 있다』는 공포.

그동안 녀석은 스즈네를 대리로 세우고 고집스럽게 정체를 숨기는 것을 지속해왔다.

즉 자신이 D 반을 배후 조종하고 있는 것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하는 인물.

그렇다면, 차츰차츰 몰아넣어, 천천히 목을 조른다.

그 감각에 공포를 느끼지 않을 리가 없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카루이자와를 노리고 있음을 일부러 녀석에 알렸다, 그래도 곧바로 행동에
들어가지 않았다.

녀석은 이 2 주 동안 신경이 닳을 정도로 소모되어 있을 거다. 어떻게 카루이자와에 접촉하는 것인지?


어떤 식으로 물어보는 것인지? 약점인 카루이자와에 나날의 보고를 듣고 이변이 없었는지를 물었을 것이다.
자신의 정체에 접근하는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그 일만을 생각하면서 보냈음에 틀림없다.

그것은, 상상이상으로 피폐해지는 일이다. 그리고 일종의 혼란을 일으킨다.

어디까지 꼬리가 잡혀 있는지, 정상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의심암귀.

그리고 오늘이 ─ ─ ─ 혼란에 빠진 X 을 잡는 가장 좋은 날이라는 것이다.

거의 몇 분 만에 반에서 절반 이상의 학생이 귀로에 오르기 시작한다.

교실에 장식된 시계 바늘의 속도가 평소보다 느리다.


학생은 속속 학교를 뒤로 한다.

"큭큭..."

나는 심장이 쿵쾅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최근 몇 년간 느끼지 못 했던 고양감에 휩싸이고 있다.

얼마 전, 이부키가 질문한 내용을 떠올린다.

왜 일부러 위험을 무릅쓰고 X 를 찾아내려고 하는가.

찾아내봤자 의미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이부키는 말했다.

확실히 그 정체를 판별한 다음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 너였나 하고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보통사람들에 한정된 이야기이다.

나는 이제까지 여러가지 전략을 짜고 D 반과 승부를 해왔다.

싫어도 알게 된다. X 는 나와 비슷한 사고의 소유자라는 것을.

나는 나 이외에 그런 녀석이 존재하는 것을,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 흥미가, 이만큼이나 나를 강하게 채찍질하고 있다.

X 의 정체를 알고 그 녀석과 대면했을 때, 나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는 걸까?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다.

그동안 나를 즐겁게 만들었던 X 를 만날 수 있다.

그것은 첫사랑을 떠올릴 정도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이라도 쓴다.

오늘 아침 X 에게 보내놓은 메일은 이미 읽었다는 표시가 있다, 녀석에게 도착했음에 틀림없다.

오늘 지금부터 일어날 일을 알고, X 는 어떤 책략을 써오는가.

"류엔 군"

움직이지 않는 내 옆에서 말을 걸어온 것은 시이나 히요리였다.

"뭐야"

"오늘은 모두, 꽤나 안절부절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요"

그렇게 말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남아 있는 학생은, 내 근처에서 움직이는 녀석들뿐이다.


"지금부터 뭘 하시려고요?"

"최근 몇 달, 나를 즐기게 해준 존재와의 대면이다. 너도 끼고 싶나?"

"아뇨, 사양하겠습니다. 그다지 즐거울 것 같지도 않고……"

게다가, 라고 덧붙인다.

"정말로 몰아넣지 않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아?"

"……아뇨. 그건 학급의 리더인 류엔 군이 정하는 거니까요"

자기완결 했는지, 히요리는 걸어간다.

"나는 도서실에 있을게요. 혹시 곤란한 일이 생기면 연락하세요"

"네가 힘이 될 만한 일이 아냐"

"그렇네요. 그러면 좋은 겨울방학 보내세요 "

주눅 들지 않고 히요리는 자신의 페이스로 담담하게 말하고는, 돌아갔다.

히요리는 머리는 좋지만, 싸움을 싫어한다.

잘 이용할 수 있나 싶었지만, 역시 내 패로써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것보다도, 나를 추종하고 행동하는 녀석들이 훨씬 더 쓰기 쉽다.

대충 준비를 마친 녀석들이 모여든다.

"시간이네요 류엔 씨"

이시자키는, 어딘가 진정되지 않는 듯 말했다.

"최대한 즐겨라 "

나는 가방을 이시자키에게 들게 한다. 그 안에는 필수불가결한 것들이 들어 있다.

이부키와 알베르토도 일어섰다.

많은 사람을 동원할 필요는 없다.

필요 최소한의 인원. 그리고 입이 무거운 인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하는 일은, 이 행실이 바른 학교에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니까.

1
홈룸이 끝나고 30 분이 지나면, 겨울방학에 돌입한 교내는 거의 텅텅 비어있다. 여름방학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은 일제히 건물을 나서고 있다.

당당하게 이동한다고 해서, 우리를 의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어디로 갈 생각이야? 뭘 할 셈인지 이제 좀 가르쳐줘"

이번 작전은, 이부키를 포함해서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부키 무리도 이시자키 무리에게 지시를 날리고, 미야케들을 감시하게 하는 것밖에는 모른다.

결과, 코엔지에게 접근한 진짜 이유에도 눈치 채지 못했으니까.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은, 마나베 같은 스파이가 C 반에도 있을 가능성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녀석도 정체를 감추려고 최대한 수를 썼음에 틀림없을 테니까.

어디까지나 확실히 X 를 몰아넣기 위해서, 실전은 숨겼다.

"신경 쓰이나 이부키"

"끌려 다니는 쪽 생각을 해보라고. 네가 무모한 짓을 하는 탓에, 여기는 항상 조마조마 하니까 말이야"

이부키에 이어 이시자키도 진의가 신경 쓰이는지 거리를 둘려본다.

"카루이자와에 대한 이야기는 기억하고 있겠지. 마나베 녀석들이 스파이로 이용된 원인인 여자다"

"D 반의 까다로운 여자잖아. 그 정도는 아는데"

무인도 시험에서 D 반에 숨어들었던 이부키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 그 카루이자와를 메일로 옥상으로 불러냈다. 주소는 카루이자와와 교류가 있는 여자들한테


들어서 손에 넣었다. 물론 내가 보낸 메일이라고 알린 뒤에 말이지"

교류가 있는 여자……그 녀석의 이름은 일부러 숨겼다. 『쿠시다 키쿄』에 관한 사실은 아직 아무에게도
말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에? 옥상? 네가 부른다고 카루이자와가 올 리가 없잖아"

"반드시 온다. 만약 오지 않으면 카루이자와의 과거를 폭로하겠다고 썼으니까"

과거에 이지메를 당했다라고 하는 비참한 이야기가 겉으로 드러나면, 주변은 큰 난리를 치겠지.

지금의 지위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위험을 각오하고서라도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만약 카루이자와가 온다고 해서, 그걸로 X 의 정체를 캐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뭐 평범하게 생각하면 실토하지 않겠지"

X 는 카루이자와에게, 마나베 무리를 포함한 적으로부터 지켜주기로 약속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X 에게도 메일을 보내 놓았다. 오늘 지금부터 카루이자와를 불러내서, 너의 정체를 불게 한다,


라고. 그걸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이라도 쓴다고. 이걸로 카루이자와뿐만 아니라 동시에 X 에게도 위협을
했다는 거다"
"그렇지만 말야...... 네 협박 메일을 카루이자와가 받는 거잖아? 만약 그걸 가지고 학교 측에
고자질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X 가 지시한다면 그럴 수도 있잖아"

거기까지 생각해놓은 거야? 하고 이부키가 도발하는 것처럼 매섭게 노려보다.

"할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런 짓을 하면 이쪽은 그대로 카루이자와의 과거를 폭로할 뿐이다. 어떤 방법을


쓰든 카루이자와가 우리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유일한 대항책은, 카루이자와나 X 가 직접 나와서 나를 설득시키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있다면, 카루이자와도 나타나지 않고 X 도 없는 패턴이다. 하지만, 그래도


카루이자와가 어떻게 되는지는 즐길 수 있지"

"리스크에 합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그렇지도 않다. 카루이자와를 깨뜨린다는 것은 X 의 부하를 깨뜨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녀석은


카루이자와를 이용해서 여러가지로 잔꾀를 부리는 것 같으니까"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아는 건가요? 확실히 카루이자와를 지키기 위해서, X 가 마나베 녀석들을 위협했던
건 알고 있지만"

카루이자와가 X 의 부하임을 알게 된 것은 나도 극히 최근이다.

페이퍼 셔플 때의 불가사의한 의문점을 눈치 챘기 때문에, 깨달을 수 있었다.

"큭큭. 뭐 기대하고 있으라고. X 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지메 당한 과거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카루이자와는, 절대로 나타날 거니까"

"네가 말하는 대로 카루이자와가 옥상에 나타났다고 해서……그래서 구체적으로 어쩔 셈이지. 아까도


물었는데 정체를 캐내지 못했다면?"

이부키도 이시자키도 그 점이 마음에 걸리던 것 같은데…….

"마나베 녀석들의 이야기로는, 카루이자와는 과거에 상당히 심한 이지메를 당했던 것 같다. 가혹한
경험을 한 인간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주면 이성을 잃어버린다고들 하지. 그러면, 그 상황을 재현해주면
되잖아. 우리들이 성대하게 대접해주는 거야. 그리고 X 의 정체를 말할 때까지 집요하게 계속한다"

"설마…우리들끼리 카루이자와에게 뭔가 한다고? 제정신 아닌 거 아냐"

"그건 무리에요 류엔 씨. 스도 때에도 문제시 됐는데, 몇 명이서 여자를 괴롭히다니……애초에 옥상에는


카메라가 있다구요!"

"그런 건 말 안해도 안다고. 그 대책은 생각해 뒀다"

옥상으로 연결된 계단을 오른다.

그 도중, 뒤에서 망설이는 이부키와 이시자키에게 나는 돌아보며 말한다.

"싫으면 너희들은 도망쳐도 좋다구."

"도, 도망치다니 그런. 나는 류엔 씨를 따라 갑니다!"

"너는? 이부키"
"여기서부터의, 당신의 책략을 보고.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나는 빠진다"

이 녀석도 X 에 관해서는 전부터 신경 쓰고 있었으니까.

나는 옥상으로 이어지는 문 앞에서 이부키들을 대기시켰고 이시자키에게 가방을 받는다.

안에서 필요한 도구를 꺼내고, 다시 가방을 이시자키에게 들렸다.

"그건....?"

"기다리고 있어라"

혼자서, 나는 옥상의 문을 열었다.

연중 옥상이 개방된 학교는 드물지만,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제대로 된 울타리가 비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감시 카메라도 상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위험한 문제


행동을 일으키면 바로 기록으로 남게 된다.

당연히 그것이 뻔히 알고 있으니까 학생은 얌전하게 옥상을 이용한다. 하지만, 옥상은 연중 인기가 없는
곳이다. 이 학교에는 커피숍이나 몰처럼, 인기가 많은 장소가 무수히 있다. 일부러 여기까지 오는 괴짜는
나 정도뿐일 거다.

하지만 카메라가 설치된 부분은 한정적.

옥상 바깥쪽 문의 위쪽에만 설치되어 있을 뿐이다.

사각이 적은 옥상에는 1 대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이유지만, 거꾸로 말하면 이것이 기능하지 않게 되면


감시의 눈은 없어진다는 것이다.

감시 카메라 밑에 서서 카메라의 렌즈를 직시한다.

그리고 미리 준비된 검은 색 스프레이 캔을 들고, 그것을 옥상의 감시 카메라를 향해서 분사했다.

옥상의 카메라는 교사와 마찬가지로 반달 돔 카메라다. 강화 폴리카보네이트의 렌즈 커버에 스틸의


몸체는 파괴 행위에 대해서는 강하다. 그러나 방범 카메라를 무력화 할 수 있는 수단은 파괴행위뿐이
아니다. 스프레이 캔 1 개로 충분하다.

스프레이는 순식간에 카메라의 커버에 부착되고, 그 시야를 캄캄하게 물들인다.

아무리 충격에 강하고 튼튼한 카메라라도 이걸로 영상은 나오지 않게 된다.

"이로써 감시의 눈은 없어졌다"

학교 측이 어떤 감시 체제를 갖추고 있는지도 이미 사전에 조사해놓았다.

학교에 설치된 수 백 대의 카메라 중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되는 것은 주요 장소에 한정되어 있다. 바로


이상 사태에 눈치 채지는 않는다.

나는 이전에도 같은 방법으로, 다른 곳에서 감시 카메라를 가려봤다. 그리고 사카가미에게 자진신고해서


패널티를 받았다. 결과는 감시 카메라의 수리 및 청소비로 포인트를 내고 주의를 받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 때 언제나 지켜보고 있는지도 알아봐 놓았다.

특히 오늘은 이미 대부분의 학생들이 돌아가고 있다. 더욱 학교 측의 경계는 느슨할 터.


"알베르토, 너는 조금 내려간 곳에서 대기해라. 카루이자와가 오면 통과시켜라. 반대로 뜻밖의 손님……
교사들이 왔을 때는 바로 나에게 핸드폰으로 연락해라"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알베르토가 계단을 내려간다.

만약을 위해서 망을 보게 해두면 불의의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다.

"카메라를 망가뜨려버린단 말이지……징벌 받는다고"

"그냥 장난이잖아. 엄청난 문책 같은 게 날아오진 않는다고 "

"네 판단대로 카루이자와가 오면 좋겠네"

"온다. 그 녀석한테는 사활 문제야. 방치할 수 있을 리가 없어"

남은 것은, 예정 시각을 기다릴 뿐이다.

오후 2 시가 될 무렵, 약속 시간 조금 전, 옥상의 문이 열리고 한 학생이 나타난다.

차가운 바람이 몸을 스치고, 살짝 몸을 경직시키는 오늘의 주역.

"큭큭. 올 거라고 생각했어 카루이자와"

휴대폰 화면을 끄고, 주머니에 넣는다.

이부키와 이시자키는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카루이자와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오늘 아침 나한테 보낸 메일, 그거 무슨 뜻?"

"새삼스럽게 물을 것도 없잖아. 내용을 이해하고 있으니까 여기에 온 걸 텐데"

내가 카루이자와의 주소로 보낸 메일 내용은 이렇다.

『마나베에게서 네 과거는 모두 들었다. 방과 후에 혼자서 옥상에 와라. 다른 사람한테 상담하거나 하면,


다음날에는 네 과거에 대한 소문을 온 학교에 다 폭로하겠다』

마나베 무리의 이름을 대면 그것만으로 카루이자와는 내용을 이해한다. 이해할 수밖에 없다.
"약속대로 잠자코 온 거냐? 아니, 잠자코 올 수밖에 없는 거지. 아무에게도 과거를 들킬 수는 없을
테니까."

비밀을 알고 있는 X 에게는 궁지에 빠졌다고 당황해서 알렸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아까 이부키에게도 말했지만 X 에게는 이미 내가 메일을 보내놨기 때문이다.

오늘 카루이자와의 형을 집행한다. 그리고 너의 정체를 추궁하겠노라고.

카루이자와가 도움을 청하든 그러지 않았든 같은 셈이다.

"그래도, 역시 혼자 왔나"

"네가 혼자 오라고 말했잖아……"

"큭큭, 그렇지."

원래 정체를 숨기기를 고집하는 놈이 부주의하게 나올리가 없나.

카루이자와는 X 이외의 다른 학생에게 도움을 청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과거가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체를 숨기는 X 도 마찬가지.

즉 둘 다 행동이 매우 제한되고 있다.

"저기,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겠는데……. 추우니까 빨리 끝내줬으면 하는데"

손바닥으로 두 팔을 쓰다듬는 카루이자와. 사정을 모르겠다는 어필 따위 쓸데없는 짓이다.

"그럼 왜 여기에 왔지. 무시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건 ─ ─ ─ 근거 없는 소문이 도는 게 싫었으니까"

평정을 가장하는 모양인데, 당연히 그것이 허세라는 것은 명백하다.

"근거 없는 소문? 여기 있는 녀석들은 모두 알고 있는데? 네가 고교 데뷔 전에는 이지메를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야"

"!……"

숨기려고 해도, 진실을 들이대는 것으로 태도에 드러난다.

"마나베 녀석들에게 알려진 것이 운이 안 좋았군. 잘 처신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는 게 어때"

"……뭐가 목적인데. 나를 협박해서 너한테 무슨 이득이 있는데?"

"심심풀이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면 어떡할 거지?"

여유 있는 이쪽에 비해, 이미 카루이자와는 여유가 없다.

"만약 나한테 뭔가 하면……바로 학교에 찔러 버릴 거야"

"어이어이, 그걸 못하니까 여기에 혼자서 온 거 아니었던가? 아무한테도 도와달라고 말도 못하고 말이야"

"……류엔. 그렇게 분위기 타도 좋은 거냐. 그쪽도 뭔가 대책이 있을지도 몰라"


옥상에 혼자서 나타난 것 때문에 뭔가 있는 건 아닌가 의심하는 이부키.

"카루이자와는 X 에게 의존하는 것 정도밖에는 못해. 불필요하게 경계할 필요는 없어. 만약,


카루이자와가 나와의 대화를 녹음하든 녹화하든, 그런 건 아무 쓸모도 없지. 이 녀석은 과거가 폭로되는
걸 제일 두려워하고 있으니까. 우리가 그 사실을 말하지 않는 동안은 언제까지나 무저항을 고수할 수밖에
없어"

"하지만 ─ ─ ─"

"좋으니까 잠자코 있어라."

이부키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알고 있다.

마나베 녀석들은 카루이자와를 이지메하고 있던 증거를 잡혀서 협박당했다. 이후 이지메를 그만둘 것,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이용당했다. 스스로 자기 목을 조르듯이, C 반의
정보를 누설하도록 유도당했다.

즉 이번에는 우리가 증거를 잡혀서 협박당하지 않을까 이부키는 불안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다.

『카루이자와가 이지메를 당했던 과거』

라고 하는 무기는 그 취급 방법을 알고 있으면 두려워할 것은 없다.

이 경우 우리를 어떻게 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카루이자와에게도 똑같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험과 표리일체인 것은 사실이다. 양날의 검.

카루이자와의 과거를 폭로하려면, 이런 식으로 협박할 필요는 없다.

지금 있는 정보를 토대로 소문을 퍼뜨리면 일정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폭로하면 그뿐. 이 양날의 검은 쓸모없게 된다.

카루이자와가 가라앉을 뿐 X 에게는 도달할 수 없다.

내가 바라는 것은 카루이자와 뒤에 숨어 있는 놈을 끌어내는 것이다.

오늘 행동을 해버린 이상, 여기서 꼭 X 의 정체를 알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카루이자와와 X 가 어디까지 관계하고 있는지를 재 볼 필요가 있다.

"번거로운 일은 그만두자. 너도 빨리 해방되고 싶잖아. 네 뒤에 숨어있는 녀석의 정체를 말해라. 그러면


과거에 있었던 일 전부 모르는 척 해줄 테니까"

"의미를, 모르겠는데"
카루이자와는 분명히 지금까지보다도 큰 동요를 보였다.

내가 D 반에 숨어있는 존재를 찾고 있다는 것은 이미 카루이자와도 안다.

하지만 그 존재와 자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들켰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너는 마나베 녀석들에게 이지메 당하고 있다가 X 에게 도움을 받았잖아?"

"하, 하아? 아닌데"

"이제 와서 숨겨도 소용없어. 이쪽에는 몇 가지 증거도 있다"

"...증거?"

아무래도 카루이자와는 생각보다 X 에게 자세한 것은 듣지 못한 모양이군.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상황을 그르치지 않도록 카루이자와를 몰아 간다.

"네 뒤에 숨어있는 X 가 어떻게 마나베로부터 너를 지켰다고 생각하나?"

"몰라. 나는 이지메당한 적도 없고, 애초에 X 라고 말해도……"

"알았다 알았어. 인정하지 않는다면 먼저 결론을 가르쳐 주지"

그러지 않으면, 카루이자와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X 는 마나베 녀석들의 약점을 찌른 거야. 너를 이지메한 사실을 폭로당하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하고
있어라. 그렇게 입단속을 한거지"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고, 카루이자와는 이쪽을 째려볼 뿐이었다.

"큭큭. 과연……. X 가 어떻게 마나베 녀석들을 막았는지 정도는 아는 거구만"

"나, 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는데"

"말로는 그렇지. 하지만 눈으로는 확실히 진실을 말했어"

나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거기까지는, 뭐 그냥 흔한 전개지. 하지만 X 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체육대회 때는 나를 속이는


것까지 마나베한테 시켰다고? 스파이가 되서 정보를 제공하라고 말이야. 물론, 따르지 않으면 이지메를
한 사실을 폭로한다고 협박해서 말이야"

"무슨 소리야. 정말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눈동자가 떨리고 있다고? 체육대회 건은 금시초문이었던 것 같네"

설마라고는 생각하지만 카루이자와 자신도 X 의 정체를 모를 가능성도 있는 건가?

항상 프리 어드레스 등으로 접촉하고, 움직였다고 한다면…….

아니, 얼굴도 모르는 누군지도 알 수 없는 녀석에 카루이자와가 따른다고 보기는 힘들다.

게다가 정말로 모른다면, 어느 정도 사실 관계를 인정하고 난 다음에 정체는 모른다고 고백하는 편이


카루이자와도 편하다.
모두를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그만한 이유가 없으면 이상하다.

"내가 원하는 건, 내게 공격을 가해 온 X 의 정체뿐이다. 원래 네 과거 같은 거에는 관심 없어. 얌전하게


정체를 부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몇 번 물어도 대답은 똑같아. 나는 아무것도 몰라. 근데 진짜 추운데……"

길게 있을 생각은 없었는지, 그 옷차림은 매우 얇다.

"그건 춥겠네. 그러니까 빨리 이야기를 끝내고 돌아가고 싶지는 않고?"

"아무것도 할말이 없는데"

"그런가. X 를 감싼다면 어쩔 수 없지. 네 과거를 전부 폭로해도 좋은 거지?"

"!……"

카루이자와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

공격당해도 잠자코 있는 수밖에 없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적을 만들게 될 것이다.

장고에 들어가지만, 그런 행위는 시간을 허투루 소비할 뿐이다.

"쓸데없이 지혜를 짜내도 소용없어. 네가 생각해서 타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이미 몇 개로 좁혀져 있는 상황임에는 틀림없지. 그리고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중에서 가장
올바른 것은 네 뒤에 숨어있는 녀석의 이름을 뱉는 것. 그것뿐이야."

그러면, 적어도 카루이자와의 비밀만은 지킬 수 있다.

상황이 급박한 지금, X 을 버리는 것 외에 자신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혹시, 혹시 만약에 네가 말하는 것처럼 내 뒤에 누가 있다고 가정하면, 여기에서 내가 입에 답은


이름이 진짜 그 사람이라는 보장은 없잖아. 네가 진실을 확인할 수 있어?"

이시자키도 그게 걸렸는지 허락 없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카루이자와의 말처럼 확인할 방법은 없어요 류엔 씨……"

지금, 이 바보가 대화에 합류하는 것은 카루이자와에게 퇴로를 주는 것밖에 안 된다.

나는 시선과 태도로 이시자키에 잠자코 있으라고 지시를 날린다.

너무 나댔음을 깨달은 이시자키가, 정말 미안한 듯이 입을 다물었다.

"거짓말을 한 걸 알고 나중에 과거를 폭로하겠다고 하면 어떡할 거지"

"그건 ─ ─ ─"

"너는 모든 걸 남김없이 말하는 것 말고는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그렇게 웃지만, 카루이자와는 눈에 힘을 주고 강하게 반박했다.


"나도 바보는 아니야. 지금 진실을 말하든 거짓말을 하든, 언젠가 너는 다시 나를 협박할거야.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이용당하는 건 이쪽에서 사절이야"

"큭큭. 확실히 그렇지. 마나베 녀석들이 X 에게 이용당한 것처럼 내가 너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지. 그래서 어떻게 할 셈이지?"

"있다고 말하지도 않고, 없다고도 하지 않아. 적당한 누군가의 이름을 언급하지도 않아. 즉, 나는
너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아"

카루이자와는 침묵하는 것이 유일한 정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나쁜 선택지는 아니지만, 그것이 최선이라고는 도저히 말하기 어렵다.

"입 다물고 있으면 폭로한다, 그렇게 말하면?"

"너는 내 뒤에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잖아. 하지만 확실한 정체에 접근하지 못했으니까 나한테
접촉했어. 그러면, 쉽게 그 기회를 버린다고 생각하긴 힘든데"

"과연. 듣기 전에 너의 과거를 폭로하면, 너는 입을 열 이유가 없어진다. 내가 찾고 있는 X 에게


도달하는 게 뒤늦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하고, 카루이자와는 시선을 피했다.

"나로서는, 네 입에서 X 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해도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아. 천천히 시간을 갖고 계속
해보면 된다는 이야기지. 정체를 밝혀낼 기회는 앞으로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한
모양인데."

"하지만 그건, 앞으로도 계속 할 수 있었을 때의 얘기잖아. 네가 찾고 있다는 걸 알면 부주의하게 정체를


노출시키지 않도록 주의하는 건 당연하잖아?"

생각보다 꽤 하는데. 머리 회전이 빠르고 말주변이 좋은 여자다.

X 가 나랑 비슷한 사고의 소유자라면, 카루이자와가 D 반에서 높은 지위를 쌓고 있기 때문에 그


이용가치를 느끼고 돕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남을 이용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성격. 즉
카루이자와도 태연히 끊어 내겠지.

X 는 D 클래스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뒤에서 움직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보다도 일단 정체를 숨기는 것을


우선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안이하게 이지메 문제를 폭로하면, 카루이자와의 말처럼 자취를 감추게 될 가능성은 있다.

만일, 이 이후로 X 가 완전히 숨어 버린다면, 나의 즐거움은 크게 줄어든다, 인가.

"자신을 지킬 수단을 잘 생각한 후에, 여기까지 단신으로 온 건가"

카루이자와가 아무 생각 없이 이 자리에 왔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X 가 지시를 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건 미묘한 라인이다.

"알았지? 나를 얌전하게 돌려보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나는 핸드폰 화면을 보지만, 누구로부터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내가 X 에게 보낸 메일도 불발로 끝났는가.


그렇게 간단히 꼬리를 보일 리가 없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소 위험을 각오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하자.

"요컨대 너한테서 X 의 정체를 토하게 하면 되는 거잖아? 십중팔구 네가 정체를 알고 있다고 한다면,


여기서 물어보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네가 나쁘다구 X. 카루이자와를 구하는 것과 정체를 숨기는 것을 저울질한 결과다.

"……협박이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입을 열게 하는 거야?"

"당연하잖아. 옛날부터 입을 열게 하는 것은 고문이라는 게 상식이다"

"류엔 씨, 역시 진심으로……?"

"이부키, 카루이자와를 제압해라"

"왜 내가. 네가 알아서 하면 되잖아"

이제부터 할 행동이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이부키가 지시에 반한다.

"하라고"

"나는 가담하지 않을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위험한 도박이잖아"

"실수를 연속한 다음엔 빠지는 거냐 꼴사납구만 이부키. 중요한 건 어떻게 신뢰를 되찾나 하는 거
아니냐"

이부키의 팔을 붙잡고 꽉 끌어 당긴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질테니까 안심해라. 그러니까 사양말고 하라고"

"쳇……"

반항적인 태도의 이부키에게 다시 명령하고, 실행시킨다.

이부키는 혀를 차면서도 카루이자와에게 다가온다.

"뭐, 뭐야"

"이쪽에도 여러가지 사정이 있다. 미안하네"

재빨리 카루이자와의 뒤로 돌며 이부키가 양팔을 구속한다.

"아아!"

비명을 질르는 카루이자와.

이부키는 정말로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카루이자와의 저항을 모두 눌러 없앤다.

격투기 경험이 있는 이부키에게 제압당하면 카루이자와는 어찌할 수가 없다.

"이시자키, 물통에 물 좀 떠와라, 일단 두통이다. 한층 아래에 있는 화장실이라면 이 시간에 쓰는 녀석은


일단 없다. 남자 화장실 청소용 양동이가 2 개 있다"
"네? 물, 입니까? 어디에 씁니까?"

"너까지 나에게 반항할거냐?"

"아, 아뇨.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당황한 이시자키가 앞으로 거꾸러지듯 넘어질 듯하면서도 이부키의 옆을 빠져나간다.

"이시자키가 돌아올 때까지, 좀 더 잡담을 즐겨 보는 건 어떨까"

"싫어! 놓으라고!"

카루이자와는 열심히 날뛰지만 이부키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신병을 확보한 것은 놓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키기 위한


밑준비다.

[#삽화(19.jpg)]

실제로 카루이자와는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예감했는지, 필사의 저항, 최후의 발악을 한다.

"정말로 손가락 하나라도 건드리면 학교에 다 말할 거니까!"

"큭큭큭. 지금 상황에서 상당히 강하게 나오는데. 이번에도 X 가 지켜줄 거라고 믿고 있나?"

몇 번 물어도 대답은 같다고,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완강히 인정하지 않는다.

"이건 내가 마음대로 추리해본 거지만, 너는 D 클래스를 배후 조종하는 X 에게, 만약 이런 상황이 오면 그


비밀을 지키라고 약속하고 있는 거 아닌가?"

카루이자와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숨기려고 생각해도 쉽게 감출수가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가 앞뒤가 안 맞는다고. 다른 반의 여자들에게도 따돌림을 당하기 쉬운 강한 성격이


화근이 되서, 마나베 녀석들 이외가 타겟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이부키는 카루이자와에게서 시선을 내쪽으로 옮긴다.

"진실을 아는 인간에 대한 불안 때문에 매일매일이 고통스럽겠지. 그런데 너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무에게도 그 사실을 들키지 않았고 이지메 당하는 일도 없었다. 그건 왜지? 그건 너를 지키고 도움을
주는 존재가 항상 뒤에 숨어있었기 때문에 틀림없다"

"그게 X 라는 거야?"

이부키가 묻는다.

"현 시점에서는. 하지만 ─ ─ ─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겠지. X 는 마나베녀석과 카루이자와가


접촉하면서 처음 사실을 알았을 테니까. 내 생각에는...... 너는 히라타를 남자친구로 삼는 걸
자위수단으로 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

카루이자와의 동공이 커진다.


"아, 아니..."

"아니진 않겠지. 너무 나를 만만하게 보지 마라 카루이자와"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카루이자와의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는 어둠을 끄집어낸다.

분명 같은 방법을 사용했을 터인, X 처럼.

"히익...!?"

겨우 귀여운 일면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류엔. 너 왜 그런 것까지 아는 건데"

내 말에 놀라는 건 아무래도 카루이자와뿐이 아닌 모양이다.

이부키도 그 의문에 질문을 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었다.

"경험에서 추측했다 라는 거지. 나는 지금까지, 쓰레기같은 인간들을 산더미같이 본 경험이 있으니까"

"어휴, 어휴. 기, 기다리셨습니다!"

황급히 물을 뜨러 간 이시자키가 몇 분 안 되어 돌아왔다.

8 할 정도의 물이든 양동이. 그 안은 거세게 일렁이고 있었다.

그것을 본 이부키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양동이가 2 개 있다고 했었지. 왜 그런 것까지 조사하는 건데"

"너희들은 이 학교의 어디에 몇 대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고 있는지. 그것도 모르겠지"

"에? 그런 거 알 리가 없잖아"

"조사하지 않고는 알 턱도 없다. 하지만 조사하면 눈에 보이는 범위 안에서는 모두 파악할 수 있다"

나는 날마다 조금씩 이 학교의 내부에 있는 감시 카메라의 위치를 캤다.

화장실에 2 개 양동이가 상비된 것을 안 것도, 그 성과중 하나다.

"그걸 알아보기 위한 실험 중 하나가 이시자키한테 스도를 습격하라고 했던 사건이야. 멍청하게도 D 반에


목격자가 있었던 것 같던데"

면목 없는 듯 이시자키가 고개를 떨군다.

만약 목격자가 없었다면, 그 사건은 C 반에게 더 유리했을 것이다.

"내가 말했었지? 이시자키. 절대로 잘못을 인정하지 말라고"

"네, 네…… 그때는 그, 그만 쫄아가지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가짜 감시 카메라에 속은 이시자키들이 자백했다.

"이 학교는 얼핏, 규율이 잘 지켜지는 구조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무리한 수법도 방법을 잘
고르면 인정받는 그런 구조로 되어있다"

그것을 깨닫기 위한 힌트는 일상의 도처에 굴러다닌다.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조금 머리가 잘 돌아가는 녀석들은 항상 시행착오하고 있다"

내가 입학하자마자 한 것은 이 불가사의한 학교의 『규칙』과 『클리어 방법』을 찾는 일이었다.

내가 이 학교에 입학해서, 그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 한 것.

그것은 개인 포인트가 어디까지 유용한 것인지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시험의 구조 하나를 보아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무인도든 선상 시험이든 페이퍼
셔플이든 상급생에게 확인하면 그 상세를 알 수 있다. 얼핏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알아내려고
물어봐도 만족스러운 답변을 해주는 학생은 한명도 없다. 왜라고 생각하지"

"……매년 실시되는 시험이 다르다거나. 규칙이 다를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모든 시험이 매년 같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엄밀하게 표현한다면 이렇다. 『학년별』로 부과된


룰이 다르다는 거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류엔 씨"

만약 상급생들에게 시험의 내용을 확인하고 해결할 수 있다면, 시험의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다.
상급생들에게 아첨할 뿐인 시시한 싸움이다.

이를 막아내려면 절대적인 룰로 묶을 필요가 있다.

"2 학년 이후 『시험 내용을 유출한 학생은 바로 퇴학』 그런 규칙이 추가된다면?"

시험 내용이 동일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상관없이, 그런 족쇄가 준비되어 있다면?

"그러면 ─ ─ ─ 절대로 말하지 않네요"

"그렇다. 후배에게 부탁 받았다고 해서 말할 수는 없다. 1 년 동안 퇴학을 걸고 싸워온 녀석들이 부주의한


발언을 해서 퇴학당하는 리스크를 질 리가 없다. 사실 나는 2 학년 D 반 소속 학생 몇몇에게 개인 포인트를
넌지시 비춰서 협상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역으로 말하면 상당한 위험이 있다는 증거다"

"그래도……확실히 그럴지도. 코미랑 콘도가 전에 말했어요. 선배에게 힌트를 받을려고 했는데 거의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오히려, 물으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 같은 것이 있는 거 같다고"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대대로 이를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가 이미 완성되어 있다.

엄밀히는 더 세세한 규칙이 깔렸을 가능성이 있지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일.

"이런 식으로, 나는 항상 허용과 위반의 경계선을 노려왔다"

감시 카메라, 상급생의 매수, A 반과 뒷거래.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를 자세히 확인했다.

"오늘 여기서 지금부터 카루이자와에게 할 일도, 그 실험의 하나라고 볼 수 있겠네"

추위에 약간 몸을 떨기 시작한 카루이자와.


"트라우마는 녀석은 말로 불러일으키는 것보다 실체험 함으로써 더 강하게 깨어나지"

마나베의 증언대로라면, 곧 강한 태도의 카루이자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나는 이시자키에 눈짓한다.

그것만으로도 이시자키는 무엇을 지시 받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부키가 카루이자와를 앞으로 밀어내고 떨어진다.

이시자키는 내 명령대로, 양동이의 물을 카루이자와의 머리에 마음껏 부었다.

"~!?"

한겨울의 차가운 하늘 아래, 뒤집어 쓴 물은 마음속까지 차갑게 식힌다.

너무나 큰 충격에 쇼크를 받았는지, 카루이자와는 그 자리에 무너지고는 몸을 떨었다.

두 팔로 자신의 몸을 끌어안고 억누르고 있다.

지금까지의 강한 태도는 양동이 물 한통으로 사라졌다.

"생각났냐? 네가 저번 학교에서 받았던 세례가"

"시, 싫어……!"

귀을 막는다.

마치 소녀가 유령에 겁먹고 떠는 것처럼, 그저 몸을 떨었다.

"이런 걸로 끝이 아니야. 철저하게 너를 부숴줄게"

휴대폰을 꺼내서, 녹화를 시작하고 나는 카루이자와의 젖은 앞머리를 집어 당겼다.

눈에서 생기가 빠져나가는 것이 보인다.

지금, 카루이자와의 마음속에서는 과거의 이지메가 플래시백 하고 있겠지.

"이지메 동영상이다. 네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학교에 잘 뿌려줄게"

물론 거짓말이었지만, 이제 카루이자와는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어이 울라고, 소리치라고. 용서하고 달라고 애원해 보라고"

"싫어, 싫어어엇!!"

깊이 새겨진 상처만큼, 도려내는 보람이 있는 것도 잘 없다.

"못 봐주겠네……역시 도와주는 게 아니었는데……"

이부키가 도망치듯 시선을 피한다.

"약한 녀석을 괴롭히는 것도 꽤 재미있다고. 심장을 두근두근 뛰게 해주니까 말야"

예전에 내가 손을 써왔던 녀석들의 기억을 되살린다.


한창 정도가 심했을 때는, 갓난아기처럼 흐느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카루이자와의 경우는 좀 상황이 다르다.

"철저하게 괴롭힘 당하는 쪽이었던 네가, 잘도 D 반에서 두각을 나타냈구나. 감탄스럽다고"

원래는 약자였던 녀석이, 자력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새로운 자신을 구축했다.

히라타를 이용하고, X 에게 지켜지면서 오늘까지 입장을 계속 유지했다.

"그렇게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한번 괴롭힘 당한 녀석은 비굴하게 된다. 반복될수록 그 뿌리는 깊어진다.

이지메를 통해서 그런 식으로 교육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의미에서, 나한테도 지지 않을 정도로 배짱이 두둑한 여자일지도 모르지"

쭈그리고 앉아서, 떨고 있는 카루이자와를 향해서 나는 비웃는 것처럼 말을 잇는다.

"하지만, 인간의 본질이라는 녀석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거든. 변하지 않는다고. 너는 잠재적으로
괴롭힘 당하는 인간이지, 괴롭히는 인간이 아니야. 그걸 잘 생각해보라고"

이시자키의 발밑에 남아있는 또 하나의 양동이를 손에 들고, 이번에는 내가 카루이자와에게 내리 퍼부어


버린다.

"!?"

목소리는 말조차 형성하지 못하고, 카루이자와가 강렬하게 몸을 웅크린다.

"이시자키. 다시 한 번 갔다 와라"

"네, 넷!"

굴러다니는 2 개의 양동이를 집어 들고, 이시자키는 다시 옥상에서 내려갔다.

"마나베 녀석들의 입을 막고, 너를 지키는 건 누구냐?"

"그런 사람, 없어……! 없어, 없어 없다고!"

머리를 가로저으며, 싫다 싫다며 도망가는 것처럼 부정한다.

"큭큭. 아직까지 숨기는 거냐? 역시 꽤 당찬 모양인데. 아니, 이지메 당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을 뿐인가?
너한테 있어서는 이 정도는 이지메도 아니라 이거지"

카루이자와의 팔을 붙잡고, 무리하게 끌어올린다.

"……못 봐 주겠네"

"재미있는 건 지금부턴데?"

"진심으로 기분 나쁠 뿐이라고"

이부키는 떠나가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이지메에 가담하기를 거부하고는 옥상 문에 기댔다.


"X 의 정체를 확인하고 나면 바로 돌아갈 테니까"

"그걸로 됐어"

너희들을 즐기게 해주기 위해서 하고 있는 거잖아.

나는 나의 쾌락을 위해서, 카루이자와를 부순다.

뼛속까지 시리다.

머리로부터 방울져 떨어지는 물의 차가움.

이것으로 도합 4 번, 머리 위로 양동이를 뒤집어썼다.

교복은 물론이고, 이미 속옷까지 흠뻑 젖었다.

하지만 무서운 것은 몸이 추위에 떠는 것 따위가 아니다.

마음속이 식는 것이다.

세계 그 자체를 원망하면 할수록, 어둡고 무거운 어둠이 얼굴을 내비친다.

[#삽화(20.jpg)]

왜 괴롭히는 걸까.

그런 감정에서, 차차 변하기 시작한다.

왜 나는 살아 있는 걸까.

도대체 뭘 잘못한 걸까.

자신을 책망한다.

얼어붙은 마음이 신체를 좀먹는다.

새겨진 깊은 상흔이, 열기를 띄는 것처럼 쑤시기 시작했다.

"어이, 적당히 타협하라고 카루이자와. 이 이상 시달릴 필요가 어디 있는데"

나의 눈앞에서, 류엔이 웃으며 자백을 강요한다.

하지만 이건 실제로는 막다른 골목이다. 나는 아무 대꾸도 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


만약, 키요타카의 이야기를 하면 일시적으로 나는 해방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구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류엔이 다시, 같은 것으로 나를 위협하지 않을 보증은 어디에도 없다.

다시 눈앞에 나타나서, D 반을 배반하라고 지시해 올지도 모른다.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최악의 전개가 기다리고 있다.

배신을 계속한 인간의 말로는, 비참한 최후 말고는 없다.

그렇다면, 나는 최후의 희망을 계속 꼭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지켜주겠다고 약속한 키요타카의 말을 믿을 뿐.

그것이……어둠에 삼켜지려고 하고 있는 내 마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안다고. 여기서 X 의 정체를 밝히면, 그 녀석이 지켜줄 가능성마저 잃게
되니까 말야. 희망이 사라지는 거지"

딱 딱 하고 추위와 공포로 이가 부딪히는 소리를 낸다.

멈추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지만, 마음이 말을 듣지 않는다.

뇌리에 꽂히는 끔찍한 기억.

겹치는 과거와 현실.

"희망을 품은 채로 죽을 거냐? 또 옛날로 되돌아가도 정말 좋은 거냐?"

다만 일방적인 말의 폭력이 나를 몰아붙인다.

"너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X 가 아니다. 여기서 자백하면 내가 너를 구해주는 거야"

무섭다.

"하지만 적대한다면, 약점을 공격할 수밖에 없지"


도와줘.

"너에 대한 있는 일 없는 일, 전부 다를 종이에 써서 학교 안에 뿌려주지"

무섭다.

"그때, 너는 냉정한 얼굴로 지금처럼 학급의 중심인물로 있을 수 있을까?"

도와줘.

"아니 무리지. 너는 다시 예전의 너로 돌아간다. 비참하게 괴롭힘 당하던 자신으로 돌아간다고. 네


본래의 모습 말이야"

과거의 이지메가, 내 안에서 강하게, 강하게강하게 반복해서 플래시 백 한다.

"싫어, 싫어, 싫어싫어, 싫어싫어싫어......"

그 어둡고 비참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세계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럼 편안해지면 되잖아. 편안해져서 지금의 자신을 지키라고"

"부탁해, 용서해줘, 부탁해 용서해줘......!"

이제 자존심 따위는 산산조각이 났다.

그게 아니다. 셀로판테이프로 붙여 놓았을 뿐, 원래 산산조각이었다.

어떻게든 붙잡아 놓고 있었던, 카루이자와 케이라는 자신이 죽어 버린다.

즐거운 학교생활이, 소리를 내며 무너진다.

"나는 마나베 녀석들처럼 봐주진 않는다고. 우리는 너의 비밀을 알았다. 만일 나를 퇴학시킨다고


하더라도, 이 비밀을 아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바로 소문이 만연하겠지. 그렇게 되면 지금 깔보고
있던 동급생이 이지메에 참가할지도 모르지?"

"싫어, 싫다, 싫어……"

"그럼 잘 생각해보라고.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 ─ ─ 싫어도 생각하고 있다.

순간 뇌리에 펼쳐진 하얀 세상.

그리고 직후의 어둠.

중학교 시절, 나는 사소한 일로 지옥의 문을 열어 버렸다.

원래 승부욕이 강하고, 기가 쎈 성격인 나는, 입학 초 같은 타입의 여자들을 적으로 돌려버리고 말았다.


그 이후의 나날들은, 즐거운 학교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교과서에 낙서하거나 노트의 사라지거나, 그 정도는 귀여운 것이었다.

마치 정해진 것처럼, 화장실 안에서 물을 뒤집어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얻어맞고 발로 차이고, 그런 모습을 동영상에 찍혀서 반에서 웃음거리가 됐다.

실내화에 들어있던 압정과 책상서랍에 들어 있던 동물의 시체들. 다 기억하고 있어.

반 친구들 앞에서 치마를 내리기도 했다.

수영 수업 후 속옷을 숨기거나, 교복 자체가 없어진 것도 있다.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고백하도록 시킨 적도.

땅바닥에 떨어뜨린 반찬을 입으로 집어 먹기도 했다.

구두를 핥기도 했다.

굴욕과 수모를 겪었다.


그래, 그렇다.

생각해 냈다.

이런 때, 인간이 취하는 마지막 방어 수단.

수용하면 된다.

류엔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편안해질 수 있다.

아아, 또, 나는 그때로 되돌아가는 걸까.

그렇게 되었을 때, 나는 자신의 마음이 절대로 견디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다.

상냥하게 대해주던 아이가, 사이좋게 지내던 아이가 갑자기 바뀐다.

그 잔혹한 시간을, 다시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

나를 버린 학교가, 유일하게 나에게 준 것.

그것은 이 학교의 존재를 가르쳐 준 것.

나를 아는 학생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구원의 끈을 내려 준 것.

그것이 없어지면, 나는 ─ ─ ─.

하늘을 쳐다본다.
숨겨 왔던 눈물이, 넘쳐서 흘러 떨어진다.

어째서, 나는 지금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

─ ─ ─ 싫은데...

그런 감정이, 내 마음 속에서 생겨났다.

이대로 순순히 받아들이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건 싫다.

눈앞의 류엔이 하는 말로는, 그저 찾고 있는 인물을 찾기를 원하는 것 같다.

즉 키요타카의 이름을 말하면, 그걸로 해방된다.

그래도, 그걸로 내 이지메 얘기가 폭로되지 않는다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다.

내일이면 알려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결과는 같다.

키요타카의 신뢰를 잃고 거기에 더해서, 친구 모두를 잃는다.

하지만 ─ ─ ─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이름을 내뱉어 버리고, 편안하게 되면 이 힘든 시간이 종말을 고할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잖아.

구해준다.

그렇게 약속한 키요타카는, 결국 구해주지 않았다.

믿고 기다려도, 이 상황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보낸 메일을 눈치 채지 못했을까?

하지만 나는 그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 눈과 눈이 맞아서, 확실히 승낙했다.

지켜줄 테니까 안심하라, 고.

그렇게 생각했다.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뿐?

이제 모르겠다.

그것을 확인할 길이 없다.

나와 키요타카의 관계성는, 너무나도 옅다.

마나베 무리가 나에게 뭔가를 하지 않는다는 보증도 없이, 그는 나와의 관계를 끊었다.

이제 자신은, 표면에 나올 필요가 없어졌다는, 그런 제멋대로인 이유로.

나 같은 건 그 다음이다.

배신당했다?

나는, 그에게 버려졌나?


"알베르토. 누가 왔어?…… 그래, 또 연락한다"

눈앞에서 류엔이 조용히 한숨을 내쉰다.

"너도 살짝 기대했다고는 생각하지만, 아무도 도우러 오는 기색은 없다는데"

아아, 역시 버려지고 말았나.

아니, 내가 믿지 않으면 어떡해.

키요타카는 구해준다고 했다.

실제로, 마나베에게서 나를 지켰다.

"꽤나 X 를 믿고 있는 것 같네 카루이자와"

류엔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쉰다.

"너는 속은 거야"

"틀려……"

"틀리지 않다고. 네가 X 에게 듣지 못한 선상시험에서의 진실을 가르쳐주지"

"진, 실……?"

류엔의 얼굴에서, 어느새 웃음이 사라졌다.

"마나베는 모로후지의 복수를 위해서 너를 괴롭히려고 했지만 그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지. 너를


인기척이 없는 곳으로 불러낸다고 해서 순순히 응할 리도 없으니까. 그런데 너는 왜일까 혼자서 최하층
플로어에 찾아왔지. 그건 어째서지?"

"그거, 는……"

그것은, 요스케 군에게 불렸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마음이 불안정해서, 기생하고 있던 요스케 군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곳으로 갔다…….

그랬더니, 그 곳에 마나베 무리가 우연히 찾아와서...

"정말 우연이었다고 생각하냐?"

또 류엔이 내 마음 속을 꿰뚫어 본다.

"그 넓은 배 안에서 온종일 네 뒤꽁무니를 쫒는다니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렇다면, 그건 우연이 아니고,
마나베 무리가 나타난 것은 필연이었다는 거다"

그러면, 나는 요스케 군에게 속은 거야?

아냐…….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은 것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순간, 요스케 군을 탓하려고 했다.

"이제 알겠지. X 는 몰래 마나베와 접촉하고, 너를 유인해서 건네준 거야. 카루이자와를 미워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협력하지 않을래 같은 달콤한 말로 말이야. 쫄래쫄래 그런 미끼에 문 녀석들은
멍청하다고 밖에 볼 수 없지만 그것이 진실이다"

확실히, 이상한 상황이었던 것은 기억하고 있다.

나를 불러냈을 요스케 군은, 결국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의 키요타카를 알고 있으니 알 수 있다.

요스케 군에게 지시를 해서 나를 혼자로 만들었구나......

"X 는 너를 의도적으로 괴롭히게 한 다음에 그 현장 증거를 잡았지. 너무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나?"

다르다, 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류엔이 말하는 내용은……결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 자리에 키요타카가 나타난 것은, 그리고 구해준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너는 구해진 게 아니야. 함정에 빠진 거지. 바보 같은 이야기구만"

속았어……?

"주위를 둘러보라고. 지금 여기에 X 가 있나? 너를 구하러 와줬나?"

나는……키요타카에게, 처음부터 속고 있었어?

"정체가 들킬 뻔해서 너를 버렸다고 생각하는 편이 타당하겠지"

그런, 그런 거…….

그런 거 너무하잖아…….

나는 ─ ─ ─ 구해진 것이 아니다.

이렇게도 시달리고 있는데…….

키요타카가 놓은 덫에 걸려서, 구조되었다는 마음을 먹고는.

여러가지 일을, 돕도록 하고.

중요한 때가 되면 버린다.

그도 그럴게 이 상황은...
"너도 이제 알아차렸겠지. 그래, 그것도 또한 악질의 『이지메』인거야"

어둠이 나를 뒤덮었다.

나는 결국 왕따라고 하는 뫼비우스의 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니, 살아날 방법은 아직 하나 남아 있다고"

이름.

키요타카의 존재를, 류엔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다.

"그래"

그러면 이름을 말하면, 편해질 수 있을까……?

"그래. 편해질 수 있다"

마음속을 읽는 것처럼, 다시 류엔이 웃는다.

"이름을 말하면, 너한테는 앞으로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아아, 살아날 수 있구나.

단 한 마디, 아야노코지 키요타카, 라고 말하면 된다.

믿거나 믿지 않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본심을 담아 말하면, 절대로 눈앞의 남자는 이해한다.

그 확신만은 있었다.

의사에 반하여, 입술이 희미하게 떨면서 움직인다.

배신당한 절망과 분노, 그리고 살아나고 싶다고 바라는 마음.

이지만 아직 소리로 나오지는 않는다.

너무 추워서 마음의 소리를 붙잡는 것도 할 수 없다.

"천천히 해도 좋다고. 그 놈의 이름을 말해라"

"─ ─ ─타..."

나왔다.

떨리고 떨려서, 무섭고 무서워서.

그리고 한마디가 나왔다.

"타?"

되묻는 류엔.

"타……카……"
천천히, 천천히 나는 짜낸다.

그걸로 해방된다.

"다시 한 번. 천천히 말해라"

류엔의 얼굴이 나에게 다가온다.

"몇 번……"

말이 나온다.

틀려, 그렇지 않다.

나는, 처음부터, 그런 생각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는 ─ ─ ─

"몇 번 물어도……절『대』로(ぜっ『た』いに), 말하지 않을……『테』니까(『か』ら)……"

"........"

웃는 얼굴이었던 류엔의 표정이 굳는다.

흐린 하늘에 한 가닥 빛이 비친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세계에서.

내가 도달할 수 있었던 것.

"설령, 내일부터 내가 있을 곳이, 여기가, 이 학교가 아니게 된다고 해도…… 계속 괴롭혀진다고 해도…
…"

계속 믿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그것은 류엔의 말도, 키요타카의 존재도 아니다.

"이름은 절대로 말하지 않아……"

가슴속에 쓱 하고 들어오는 따뜻한 빛.

"……그래서 좋은 거지, 카루이자와"

좋다

이것으로 좋다.

후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걸로 됐어...

"X 가 너를 이용했을 뿐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왜 감싸지"

"몰라……"
그런 거, 내가 묻고 싶어.

하지만 ─ ─ ─ 지금 알 수 있는 유일한 것.

"나라도, 끝까지 폼 잡고 싶은 것쯤은 있어……!"

희미한 시야가, 한순간 맑아졌다

"그렇냐. 유감이다 카루이자와, 네가 있을 곳은 오늘부터 이 학교에는 없다. 나도 수고스럽게 일을


벌이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존경은 해주마. 과거의 트라우마. 유일하게 의지한
존재가 배신하더라도, 녀석을 팔지 않은 것은 솔직히 인정한다"

이것으로 좋다.

이걸로 좋은 거다.

몇 번이나 그렇게 스스로 반복한다.

나는 여기서, 무너지고 말지만.

왠지 자신이, 조금이지만 자랑스러웠다.

배신당한 주제에, 배신하지 않아서, 그 녀석이 살아날 수 있다면.

그 녀석이 찾던 평온이라는 것에 협조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

그건 그걸로, 왠지 나 멋있지 않아?

내 인생은 즐거운 일은 거의 없었지만, 키요타카와 짜고 여러가지 할 때는 자극적이라서 나쁘지 않았다.

조금 즐거웠다.

뭐랄까, 히어로를 배후 지원하는 여주인공 같아서?

그 녀석의 하던 일은, 잘 이해가 안 가는 것도 많았지만.

뭔가, 비일상적이고 재미있었네.

게다가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고.

그걸로 후회는 없다.

후회는 없어

그래도, 말야.

그래도 사실은, 마음속으로는, 그녀석이 구하러 와주지 않을까 하고.

그런 아련한 감정이 있었던 것도 ─ ─ ─ 사실일까.

아아, 얼간이.

완전히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


자업자득, 인가?

요스케 군이 지켜준다, 키요타카가 지켜준다.

정말 나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자네.

추운 겨울의 하늘.

나는 어딘가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안녕. 거짓투성이의 나.

잘왔어, 무기질적인 과거의 나.

[#삽화(21.jpg)]

○ 교차하는 마음

류엔 곁으로 카루이자와가 가기 2 시간 전.

D 반에서는 챠바시라 선생님으로부터 방학의 주의사항이 설명이 계속되고 있었다.

"방학 중 교내의 일부는 개수 때문에 출입금지가 됩니다. 그 점을 잊지 말도록. 그리고 오늘은 방학식
때문에 동아리 활동도 휴일이다. 가능한 한 빨리 귀가하도록"

필요한 것만 설명한 선생님.

그러나, 왠지 잠시 말없이 반 전체를 둘러본다.

언제까지 기다려도 종료를 알리는 신호는 없고, 인내의 한계가 온 이케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 무슨 일인가요?"

"이미 파악한 학생도 많다고 생각하지만, 너희들의 C 반 승격은 거의 틀림없다고 봐도 좋아. 잘 했다"

"오, 오오. 선생님이 순순히 칭찬했어. 꽤 드문 일 아니야?"

이케뿐만 아니라 반 친구들 전원이 같은 감상을 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방심은 하지 말도록. 방학 중에 큰 문제를 일으키면 클래스 포인트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장기
휴가라도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도록"

그렇게 말하고, 챠바시라 선생님은 2 학기를 마감했다.

"정말 별일이다. 챠바시라 선생님이 우리에게 자상하게 얘기해주다니"

"그럴지도"

문제 행동은 일으키지 마라, 그런 메시지를 보낸 것이 틀림없다.

나는 교과서를 가방에 넣으면서 시선만 카루이자와에게로 돌린다.

그러면 카루이자와는, 다른 여자와 대화하면서도 이곳에 눈을 돌려왔다.

아침, 비상용으로 전달한 내 주소에 카루이자와가 보내온 한 통의 메일.

마나베 무리의 이지메에 관한 일로 할 말이 있다고, 오늘 2 시에 옥상으로 호출되고 있다고.

나는 놀라지도 않았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메일을 받기 전에 류엔로부터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녀석은 카루이자와가 말하든 말하지 않든 신경도 쓰지 않았다.

처음부터 나를 꾀어내기 위해서만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카루이자와는 내가 메일을 본 것을 시선으로 느꼈는지, 만족한 것처럼 친구들과 교실을 나간다.
한번 학교를 나와서, 나중에 돌아올 셈인가.

1 시를 지날 즈음에는, 거의 모든 학생이 교내에서 사라질 테니까.

"느티나무 몰에 들렀다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어떡할래"

돌아갈 채비를 마친 케세이가 다가와서, 그렇게 말했다.

"아아. 오늘은 별다른 계획도 없고 같이 가자. 준비하고 나서 바로 갈게"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일단 교과서 등은 가지고 돌아가자. 뭔가에 쓸 지도 모른다.

"아……앗. 혹시 지금 예정 정해져버린 거야?"

정말 미안한 듯이 말을 걸어 온 것은 사토였다.

"아아. 지금 유키무라랑 애들이랑 놀러 갈 약속을 했는데……"

"그, 그래. 운이 안 좋네"

실망한 듯 어깨를 떨어뜨리는 사토.

혹시 지난번처럼 권유해준 걸까.


"……오늘은 무리지만, 방학 중에라도 좋아?"

"에?"

"아니. 두 번이나 거절하면 좀 그렇고, 혹시 사토가 좋으면 이라는 얘기지만……"

"저, 정말!?"

"어, 어어"

쑥하고 앞으로 몸을 들이밀고 감격하는 사토에게 조금 압도된다.

"야, 약속!"

얼굴이 새빨개져, 사토는 기쁜 듯이 소란을 피우고 있다.

도대체 내 어디에 그렇게 흥미를 가진 건지…….

물론 나쁜 기분은 아니지만, 아직 교실에는 사람도 남아 있어서 부끄럽다.

"일단 내일 이후에는 언제든 좋으니까. 자세한 건 메일로 "

"알았어! 다음에 봐 아야노코지 군!"

달아오른 얼굴로 사토는 시노하라 무리와 합류한다.

시노하라 무리는 의심하는 얼굴로 내 쪽을 돌아본 뒤, 교실을 나갔다.

그러면, 케세이들과 합류할까.

복도를 보면 이미 전원 모였는지, 잡담하면서 나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카의 섬뜩한 미소와 아이리의 가라앉은 표정으로 곧 사태를 파악했다.

걷기 시작하자마자, 하루카가 말을 꺼낼 것 같아서 이쪽에서 먼저 꺼낸다.

"별로 깊은 의미는 없다고"

"아직 아무것도 묻지도 않았는데 왜 그래?"

"왜 그러긴 왜 그래, 지금 당장이라도 물어 보려고 하고 있었잖아"

"그래도, 말이야? 저 사토 씨의 모습을 보면, 조금 이것저것 상상돼 버리고?"

"불순하다 키요타카. 호리키타에 사토, 지조가 없구만"

왠지 케세이에게까지 혼난다. 아니, 그래도 변명은 하고 싶다.

"조금 놀자는 제안을 받았을 뿐이다"

"여자가 남자한테 그러는 건, 역시 그거라고 생각하는데?"

"사, 사사, 사토 씨, 키요타카 군에 대해서, 신경쓰이는 게, 아닐까나아!?"

전에도 한번 이런 적이 있었는데, 아이리가 눈을 빙빙 돌리면서 말했다.


"…그런 걸 나한테 물어봐도 곤란한데"

"갑작스런 골로 러브러브 크리스마스? 아니아니, 그거 굉장한 흐름이잖아"

하루카는 하루카대로 제멋대로인 전개를 상상한다.

"그것보다 어디 가는 거야? 오늘은 상당히 붐빌 텐데"

내일부터 장기 휴가라고 하면, 오늘은 밤새 노는 학생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무엇을 하더라도 서두르는 편이 좋다고 케세이는 판단한다.

"뭐, 그냥 어슬렁어슬렁 거리는 것도 좋지 않아? 급하게 하지 않아도"

그런 대화중에도, 아키토는 굳은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고 말없이 걷고 있었다.

아키토의 의식은 우리가 아니라, 그 뒤쪽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동하면서, 배후에서 기척의 정체를 찾아 간다.

"따라오지는 않는 것 같은데……"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고 안도한 아키토.

아무래도 류엔은 오늘로 결행할 속셈인 듯하다.

이제 뒤를 쫓아다닐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래도 역시 그렇네. 느티나무 몰에는 없는 게 없지만, 역시 밖에 나가고 싶어"

그렇게 말하고 하루카는 저 멀리 보이는, 정문 쪽으로 향했다.

"시부야나 하라주쿠나 가서 말이야, 오모테산도의 일루미네이션 같은 거 보고 싶어!"

"느티나무 몰 안이라면 몰라도, 통학로는 별로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지"

별다른 준비가 진행되지도 않고, 바깥은 평소와 다름없다.

"나는 지금의 환경에 만족하는데. 필요한 건 거의 다 있고. 키요타카 군도 그렇게 생각하거나 해? 밖에


나가고 싶다고"

아이리는 하루카처럼 이리저리 싸돌아다니거나 하는 타입으로는 보이지 않으니까.

음, 무리하게 이야기를 맞추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이리처럼 이 환경에 만족은 하지만, 밖에 나가고 싶다는 기분도 이해는 되는데"

"규칙을 지키기 위해서 인지는 모르지만, 가족에게 연락도 못하는 건 너무 지나치지. 평범한 가정이라면
아이나 신경 쓰여서 아무 것도 못 할걸?"

3 년 동안이나 자신의 자녀를 보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보통일이 아니다.

아키토는 그것을 깊게 마음을 울렸는지 표정이 굳어진다.


"우리 어머니는 걱정이 지나치니까. 분명히 그 거기를 불안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네"

"학교 측도 그 주변은 관리한다는 거겠지. 학생의 성적표부터 이것저것,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있는 것


같던데"

"그건……더 걱정시키고 있을 수도. 좀 더 공부 열심히 할까……"

"남자보다 여자 쪽이, 부모들은 걱정이 많겠지"

"아 나는 괜찮아. 그런 집이 아니니까"

쉽게 하루카는 말을 흘려 넘겼다.

뭔가 언급하지 말았으면 하는 느낌이 있어서, 우리도 깊게 추궁하지는 않았다.

"그럼 다음은 노래방 갈래? 좀 자리 없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설마 또 벌칙 게임하는 건 아니겠지……?"

"물론 하는 게 당연하잖아. 유키무-의 리벤지를 위해서야 "

다음에 어디로 갈지를 의논하고 있던 가운데 나는 발을 멈췄다.

"왜 그래? 키요타카 군"

"미안, 나는 여기서 가봐야 되겠는데"

"아직 2 시도 안됐는데?"

아키토가 핸드폰으로 시각을 확인하면서 말했다.

"실은 어제 밤샘을 해서 꽤 졸리거든. 또 방학 중에라도 말을 걸어줘"

아이리는 아쉬운 것 같았지만, 이제는 내가 없어도 불편하지는 않다.

하루카도 잘 커버해 줄 것이고, 안심하고 맡기기로 한다.

그룹에 이별을 고하고 나는 등을 돌렸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담임인 챠바시라 선생님에게 전화를 건다.

"나다"

"안녕하세요. 조금 할 이야기가 있는데, 지금 만날 수 있을까요?"

"어쩔 셈이지. 이제 나와 연관되는 일은 그만둔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럴 생각인데요. 청산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가 남아 있는 걸 깨달아서요. 가능하면 전화 말고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데. 학교로 가도 될까요"

"......교실에서 기다린다"

"알겠습니다. 몇 분이면 도착합니다"

그런 교환을 마치고 바로 D 반 교실로 돌아왔다.

이미 다른 학생의 모습은 없고, 내 자리 근처에서 창밖을 내다보는 챠바시라 선생님 혼자였다.

"예년과 같다면, 올해도 나름대로 눈이 오겠지"

"눈 좋아합니까"

"좋아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싫어하게 될 거다"

커튼을 닫고 천천히 돌아보는 챠바시라 선생님.

"그래서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무슨 용건이지"

"답을 듣지 못했다는 게 기억나서요. 왜 저를 이용하면서까지 A 반에 올라가려고 했습니까"

어지간히 강한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교사가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학생을 이용하지는 않는다.

"이 학교는 학생과 마찬가지로 교사들도 서로 경쟁하고 있다, 하나라도 상위의 반을 목표로 하는 것은
자신의 사정을 생각해도 당연한 일이지"

"그것이 진짜 동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요. 만약 처음부터 A 반을 목표로 하는 의지가 있었다면, D 반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만들 것 같은 발언은 하지 않았을 테죠"

1 학기 첫 중간고사에서, 챠바시라 선생님은 의도적으로 D 반만 불리해지도록 정보를 주지 않았다.

"……그것은 이미, 학교 규칙과는 별개의 문제다. 내 개인의 문제. 너에게 얘기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그 시점에서 몰래 A 반이되기 위한 준비를 진행시키면서도 망설였잖아요? 정말 이 반이 A 반을 지향할


힘이 있을까. 정말 A 반을 목표로 해도 좋을까"

이 선생님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는 별로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이쪽이 이용할 만한 존재인지 여부이다.

"아무래도 헛된 시간이었던 모양이지. 나는 일하러 돌아간다"

등을 돌리고 도망가려고 하는 교사에게 다시 나는 말을 건다.

"대답하지 않을 거라면, 적어도 저를 이용하려고 하는 건 포기하세요"

"역시 그런 이야기인가. 마음을 둘 필요는 없다. 이미 넌 내 손을 떠났다, 다른가?"

"중요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에요. 오늘이라는 날을 헛되이 보내면 D 반은 A 반에는 올라갈 수 없어요.
그러기는커녕 C 반에 올라가는 것도 의심스러운 일이 되겠죠"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나는 교실에 있는 시계를 노골적으로 본다.

"2 시가 지났습니다. 지금쯤 옥상에선 류엔이 카루이자와를 불러내서 재미있는 쇼를 시작하고 있을


무렵이네요"

"……류엔이 카루이자와를?"

"선생님도 모르나요. 카루이자와가 옛날에 비참하게 이지메를 당해온 학생이라는 것"

"금시초문이다……"

평소의 카루이자와의 모습으로는, 이지메당하고 있는 모습은 상상도 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내일 이후, 이 이야기는 학교 안에 만연한다. 그렇게 되면 카루이자와는 스스로의 세계에


틀어박히다 퇴학을 선택할지도 모릅니다. C 반이 관여했음을 증명하면 반격으로 보답해 줄 수는 있겠지만,
서로의 타격은 헤아릴 수 없겠죠 "

아직 반에서 퇴학자를 낸 벌칙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상응하는 패널티를 받을 것이다. 상세 정보를


듣지 않고도 챠바시라 선생님의 눈치를 보면 안다.

하지만 곧 냉정을 되찾고 언제나의 강한 시선을 향해 왔다.

"과연 네 속셈은 알았다. 이번 건을 들어보면 너 혼자서 사태를 수습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이


학교 교사인 나라면 이야기는 다르니까.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너의 정체도 밝혀지지 않는다. 더 이상
좋은 수는 없겠지"

"협력을 부탁하면 받아 주시겠습니까?"

"기어오르지 마라 아야노코지. 나는 너에게 협력할 생각은 없다"

"그렇겠죠"

"교사가 학생들의 문제에 개입하고 해결하는 행위는 적어도 이 학교에서는 칭찬받을 만한 행위가 아니야"

그것은 그렇다. 교사가 단신으로 옥상에 올라가서 류엔의 이지메를 멈추게 할 뿐 아니라, 카루이자와의
과거에 대해서도 입막음한다. 그런 달콤한 전개는 있을 수 없다.

챠바시라 선생님이 거부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그렇게 안이하게 거절해도 좋나요? 앞으로 내가 D 반의 방해를 하지 않는다는 보증은 없잖아요?
교묘하게 행동하면서 상위 클래스에 올라가지 못하게는 할 수 있는데"

"……설마 학생이 교사를 협박할 줄이야. 이전과는 입장이 반대라고 해야 하나"

"선생님이 빚을 갚고 저와의 관계를 대등한 교사와 학생에게 되돌리려고 한다면 적어도 앞으로 방해
행위는 하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큰 메리트라고 보는데요?"

"이 건을 거절하는 걸로 A 반에 오르지 못한다면, 그것은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고집스럽게 조력에는 불만을 표하며, 챠바시라 선생님은 거부했다.

"안심하세요. 처음부터 그런 일에 선생님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뭐야?"

처음부터 교사에 의존하는 작전 따위, 계산에 넣지도 않았다.

"좀 놀렸을 뿐이에요. 아니면 멀리서 지켜보실래요? 이 사건의 결말을"

그렇게 말하고 나는 챠바시라 선생님에게 이야기의 구경꾼이 될 것을 권유했다.

예정대로라면, 카루이자와가 옥상에 올라간 지 30 분 정도 지났을까.

이시자키가 분주하게 한 번 내려왔는가 싶더니, 양동이에 대량의 물을 긷고 돌아갔다.

바닥에 떨어졌던 물방울로 살펴보건대, 몇 번인가 왕복하는 것 같다.

아마 카루이자와에게 과거의 이지메에 대한 플래시백을 일으켜서 자백을 유도하는 류엔의 장치다. 그러나
카루이자와가 바로 실토하지는 않았는지, 그 이후에도 C 학급 녀석들도 카루이자와 본인도 옥상에서
모습을 보이는 기색은 없다.

내가 그리던 시나리오와는 조금 다른 결과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본래 상정하는 것을 막아 둔 긍정적인 방향의 시나리오다.

"어쩔 셈이지 아야노코지. 언제까지 여기서 대기할거냐"

챠바시라 선생님을 데리고 교실에서 나온 나는, C 반 학생 야마다 알베르토가 감시하는 계단에서 거리를
좀 두고 숨을 죽이고 상황을 주시했다.

하지만 좀 더.

여기까지 왔다면 당황해서 행동할 필요는 없다.

때가 늦으면 늦을수록, 이쪽의 의도대로 진행된다.

물론 늦는 만큼 위험도 있지만, 그것은 메리트를 생각한 다음에 나오는 필요경비다.

"잡담이라도 하실래요"

"이 상황에서 잡담이라고?"

의문을 품은 챠바시라 선생님을 무시하고 나는 이야기를 한다.

"입학하자 마자의 이야기인데, 스도가 시험에서 1 점이 모자라서 포인트를 팔아 달라고 부탁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아아 기억하고 있다. 너와 호리키타가 합쳐서 10 만 포인트를 지불했다"


그때부터 반년 이상 지났다고 생각하면, 꽤 세월이 빠르다.

"개인 포인트로 살 수 없는 것은 없다. 이렇게 말씀하셨죠"

"사실이다. 스도의 퇴학도 없어졌지?"

"확실히 점수를 구입하는 건 논리에는 제대로 들어맞지만, 항상 그것이 허락되는 환경이라면 애초에
퇴학자는 기본적으로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요? 낙제점을 받을 때마다 누군가가 똑같이 보전하면
된다. 그러면 퇴학만은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 포인트의 확보가 쉽지 않다. 너희들 D 반은 기적적으로 고 포인트를 유지하고 있지만 예년의
D 반은 절반 정도의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정이 넘치는 동급생뿐이라고는 할 수 없잖아.
클래스 포인트를 떨어뜨려서라도 개인 포인트를 지키려는 학생이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다"

"확실히. 하지만 역시 시스템적으로서는 결함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네요. 포인트를 통한 구제가 항상


존재하면, 시험을 통한 퇴학의 허들은 극단적으로 낮아지니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

부인하지는 않았으나 챠바시라 선생님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문제점은, 내가 포인트를 팔아 달라고 부탁했을 때 챠바시라 선생님이 붙인 가격의 말인데요"

"지금에 와서 너무 비쌌다는 말인가?"

"그렇지는 않아요. 1 점에 10 만 포인트라고 말한 것은 그냥 해본 말인지, 아니면 근거가 있었느냐는


거예요. 말투로 보면 즉흥으로 정한 것 같았지만 선생님의 독단 재량으로 점수의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고
보기는 힘들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아야노코지"

"이 학교는 포인트에 관한 사항이 철저하게 명문화되고 있나요? 점수를 사는 상황에 대한 매뉴얼도 당연히
준비되어 있다고 하면 납득이 가는 일인데요"

"그러니까 내가 그때 단 스도의 1 점의 가격은 학교가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그렇습니다. 답변 부탁드려도 될까요"

망설임이 생긴다.

지금까지 바로 대답하던 챠바시라 선생님이 조금 말이 막혔다.

"묻는다고 뭐든지 대답해야 되는 건 아니잖아"

"그건 대답할 수 없다고 해석해도 괜찮겠습니까?"

"맘대로 해라"

"그럼 이쪽에서 멋대로 판단합니다. 학교는 매사에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어, 점수의 매매에 대해서도 1 점
10 만 포인트라고 미리 책정해 뒀다. 그 전제로 이야기를 진행하면, 새로운 의문이 생겨납니다. 매번
시험이 있을 때마다 10 만 포인트로 1 점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은 자유지만, 이 대화에 무슨 의미가 있나. 지금은 카루이자와의 ─ ─ ─"


나는 그 말을 가로막는다.

"입학하고 일정기간동안만 1 점에 10 만 포인트라는 가격인지, 혹은 점수를 살 때마다 오르는 건가요.


아니면 다음부터는 사는 것조차 불가능한가요. 의문이 계속해서 솟아오르네요. 어떤 것이 정답인지
답해주시면 됩니다"

"적당히 해라. 그런 질문에 내가 대답할거라고 생각하나? 만약에 답했다고 해서, 그게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잖아"

"있어요. 선생님에게 직접 물으면 됩니다"

나는 선생님이 피하기 때문에 맞지 않는 시선을 억지로 맞춘다.

"지금, 다음 중간고사 점수의 1 점을 사려면 얼마나 필요합니까"

"........"

완전히 챠바시라 선생님의 말이 멈춘다.

"대답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일개 교사로서. 만일 답을 얻지 못하면, 저는 당연히 다른 교사에 같은


것을 물어보겠죠. 그리고 대답이 돌아온다고 한다면, 저는 D 반 담임이 차별하고 있다며 학교 측에
건의하는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애초에, 챠바시라 선생님뿐 아니라, 다른 교사도 대답하지 못한다는 경우도 있다. 그 경우 복수의
사례를 생각할 수 있다. 원래 최초의 1 점밖에 점수를 팔지 않는 결말이거나, 실제로 낙제점을 받고
점수가 부족한 때밖에 대답하지 않는 경우, 등등.

하지만, 대답하지 않는 것도 또 하나의 대답이다.

점수가 부족할 때의 매뉴얼도 마련되어 있다, 라고 하는 대답이다.

"규칙에 발을 밀어 넣을 셈이냐"

"그러는 학생은 적지 않겠죠. 포인트를 쌓아 뒀다고 소문난 이치노세나 개인 포인트에 집착하는 류엔을
보면 분명합니다"

날마다 다양한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자기 반에 유리한 전략을 찾고 있다.

"알았다. 너의 물음에 대답하지. 확실히, 이 학교의 구조를 공략할 실마리는 개인 포인트에 관한 룰의


실태 파악에 있다. 당연히 역대의 학생들도 너희들처럼 여러 관점에서 접근을 해왔다. 불량품의 모임인 D
반도, 예외가 아니다. 늦고 빠름의 차이는 있어도 말이야. 그리고 학교는 세세한 수천이 넘는 원칙을
준비하고 학생의 의문에 대답하도록 하고 있다. 점수의 매매, 폭력의 무마, 퇴학 조치 무산에 필요한
포인트 등도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직접 교사가 언급해서 가르쳐줄 수 있는 범위는 미미하다. 왜냐하면
그 대부분은 응답을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교사들조차 파악하지 못한 영역도 다수 있을
테지"

"그러면 제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을 못한다』가 정답 인가요"

"그래"

이로써 하나의 수수께끼가 풀린다. 개인 포인트의 특수한 용도에 관한 규칙에는, 그것을 사용할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다음 중간시험에서 1 점을 살 때의 가격은 정해져 있지만, 가르쳐 줌으로써 대책을 세우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불투명하다면 무모한 일은 못하게 된다. 1 점에 100 만 포인트 정도 든다고 하면 그것만으로
힘들어져 버리고 말이다.

"……이 이야기가 이 사건에 관련이 있는건가?"

"아뇨. 이건 어디까지나 잡담이에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물론 이번 일에도 전혀 관계가


없어요 "

챠바시라 선생님은 이쪽의 진심을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면……슬슬 때가 됐나요. 숨바꼭질은 이제 끝내도록 하죠"

핸드폰으로 확인한 시각은 2 시 40 분을 지난 참.

나는 한통의 메일을 어느 인물에게 보낸다.

곧바로 이 장소에 오도록 지시했다.

"나는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카루이자와가 C 반에게 심한 처사를 당하고 있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겉표면에 드러나고 싶지 않다면 다른 도움을 불러야 되는거 아닌가"

"옥상에는 제가 갑니다"

그 말에 챠바시라 선생님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 했다.

"……제정신이냐? 그렇게 되면 학교전체에 알려지게 된다"

"지금까지의 책략. 그것을 내가 세운 것이라고 류엔이 알아차린 시점에서 아무 가치도 없어요.


그러기는커녕, 계속해서 제가 끼어든다고 생각하고 제멋대로 예측해서 자멸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너는 일약 시대의 사람이다. 평온한 학교생활은 이제 없겠지"

아마 챠바시라 선생님의 마음속에는 어떤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정체를 밝히지 않는 한 D 반에 협력하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고.

그러나, 어떤 형식으로든 내가 C 반에 접촉하면 류엔은 내가 X 라고 확신한다. 아니, 확신까지 가지


않더라도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되면 그것으로 끝.

그동안 노마크로 움직였던 나의 존재가 주지의 사실이 되어 버린다.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챠바시라 선생님은 눈을 돌렸다.

"나는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구나"

"착각?"

"사카야나기 이사장으로부터 입학 직전에 너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매우 특수한 학생이라는 것.


우수하다는 것. 그리고 지켜야 할 학생이라는 것. 아마도 사랑과는 거리가 먼 환경에서 자랐다는 것.
모든 것을 고려한 결과와 이사장과의 대화에서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이 학교에 애착을 갖게 해서, 계속
다니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도록 하고 싶다, 고. 그리고 나는 너에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서, 퇴학시키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말해줬지. 애초에, 그런 사실은 없었지만, 마침내 그것이 현실이 됐구나"

"과연. 확실히 목표를 갖게 함으로써, 사람으로 하여금 집착심을 갖기 쉽게 한다는 발상은 틀리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남에게 걱정 받을 정도의 인간은 아닙니다. 제삼자가 뭘 원해도,
나는 이 학교에 계속 남아 있는 그 선택을 할 겁니다. 적어도 그 남자 밑으로 지금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없으니까요."

"내 실패는, 안이하게 너를 이용했기 때문인가. D 반이 A 반을 목표로 한다는. 그런 꿈같은 이야기를 쫓아


버린 것이 잘못이었나"

챠바시라 선생님은 체념한 것처럼 내뱉는다.

하지만,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웃기는 이야기가 아닌가.

"꿈같은 이야기는 아니죠. 실제로 지금, D 반은 C 반으로 올라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호리키타는
지금의 이 반을 잘 추스르겠죠. 반드시요"

"확실히 그 말 그대로다. 과거에 없었던 일을 달성한다.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런데


진심으로 말하고 있는 거냐? 호리키타가 반을 통합할 수 있다고"

"담임교사로부터 듣고 싶지 않은 말인데요. 적어도 저는 D 반을 이끌어 나가는 데 충분한 힘을 호리키타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요"

챠바시라 선생님에게 있어서 호리키타는 나를 이용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던 모양이군.

"결과적으로 호리키타는 성장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D 반 애들도 그래요. 나머지는 선생님이
교사로써 잘 이끌어 주면, C 반을 유지하던가……아니면 한없이 A 반에 접근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실제로 올라가려고 한다면, 또 조금 다른 능력도 필요하게 되겠지만.

"너는, 정말로 물러나는 건가?"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

학생 개인의 감정을, 교사의 감정으로 왜곡하는 것은 본래 용서받을 일이 아니다.

그런 것은 챠바시라 선생님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자리에 챠바시라 선생님을 데려온 것은, 단순히 보험으로 삼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확실히 반끼리의 경쟁에서 이탈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이야기를 돌리자.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건 네 마음이지만. 그래서 그걸로 문제가 해결되나?"

"절대라고 보장은 못하겠네요. 어디까지나 류엔의 성격과 행동패턴에서 생각한 다음 대처할 뿐이니까요.
그럼, 어울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적의 인물이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나는 챠바시라 선생님께 인사를 했다.

이제 어디로 가시든 아무 지장이 없다.

"기다렸나 아야노코지"

그렇게 말을 걸어 온 전 학생회장, 호리키타 마나부를 보고 챠바시라 선생님이 놀란다.

"어떻게 된 일이야……?"

"이번에, 류엔과 결판을 짓는 데 있어서의 증인이에요. 저쪽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 상대니까요. 했네


말았네 하는 입씨름을 하는 건 피하고 싶어 서요"

교사를 증인으로 세우는 것이 최강의 카드인 것은 알고 있지만 실제로 사용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그것에 가까운 입장의 인간을 이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방금 나한테 말한 방법으로, 호리키타를 통해서 사태를 수습하는 건가?"

"전 학생회장이 그런 걸 해주는 사람으로 보이나요?"

한번 호리키타의 오빠를 쳐다본 챠바시라 선생님이지만, 당장에 있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듯하다.

선생님처럼 호리키타의 오빠도 쓸데없이 참견하지 않는다.

"옥상에서 벌어진 일을 목격한 인간이 있다. 그 사실만 있으면 충분해요"

그것을 위해서, 나는 호리키타의 오빠와 계약을 맺었다.

뭐, 지금 그 일은 관계없지만.

"내가 옥상에 올라가서 몇 분 지난 후에, 옥상에 연결된 계단 중턱에서 기다려 주세요. 옥상에서
내려오는 학생들에게 말을 걸 필요도 벌 줄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옥상에서 나오는 인간 모두를 당신을
인지해 준다면 그걸로 좋습니다"

전 학생회장이 옥상을 출입한 학생을 목격했다.

그것만으로 류엔 무리에 대한 효과는 뛰어나다.

"그건 좋은데. 아야노코지, 그 약속은 잊지 마라"

"물론입니다. 어차피 약속을 깨버리면, 이번 일도 기억에서 지워져 버리니까요"

"알고 있다면 좋다. 빨리 끝내라"

호리키타 오빠가 배웅을 해주고, 나는 옥상으로 이어지는 통로로 향한다.

"기다려라 아야노코지. 호리키타에게 허락을 얻지 못했으면 어쩔 셈이었지"

"글쎄요, 그 경우에는 어떻게 했을까요"

라고 말하면서, 생각해놓고 있었다. 아마 내 비밀을 아는 사카야나기를 이용했을 것이다.

그것이 안 된다면 ─ ─ ─ 아니, 이미 필요 없게 된 계획을 생각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10 분이나 20 분 정도. 그 정도면 돌아올 예정입니다"

3
계단을 오른다.

한 단, 또 한 단.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 그 끝에는 검은 그림자. 옥상으로의 길을 지키는 문지기가 있었다.

인왕상처럼 서서, 조용히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C 반의 야마다 알베르토다. 아까부터 움직이려는 기색은 없다. 완벽한 망보기역이다.

잘 것은 모르지만, 이 남자 또한 류엔의 부하라는 거겠지.

마치 값을 매기는 것처럼 나를 내려다본다.

"지나가게 해주지 않을래?"

일본어가 통하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말을 걸어 보자.

그러나 알베르토는 전혀 움직이려고 하지 않고, 그냥 이쪽을 계속 관찰하고 있다.

무언의 거절인가, 말이 통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걸 모르는 점이 아쉬운데.

큰 손으로 재빨리 휴대폰를 꺼내어, 재빠르게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Don't panic. I'm the one you are seeking for. (당황할 필요는 없다. 나는 너희들이 찾던
상대다)"

영어로 그렇게 전하자 알베르토의 움직임이 멈춘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Today, I'll solve the trouble by myself, and no one interferes.(오늘의 문제는 나
혼자서 해결한다. 그 이외의 개입은 없다)"

다시 영어로 설명하면 조금 생각한 후 알베르토는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조용히 길을 연다. 통과시켜 준다는 무언의 신호였다. 아무래도 인정받은 것 같다. 다만 계단
위에 계속 서있는 점은 이쪽 작전에 차질을 빚는다.

"미안하지만 지금부터 류엔을 쓰러뜨린다. 네 협력 없이는 녀석에게 승산은 없다"

일부러 그 도발을 일본어로 하자, 알베르토는 한번 계단 밑을 봤다.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알베르토는 자기 손으로 옥상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알베르토도 옥상에 나가고, 문 옆에 서서 이쪽을 뒤에서 감시한다.

찌푸린 구름에서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다. 문에서 떨어진 펜스 주변. 거기에 웅크리고 있는
카루이자와를 찾아낸다. 그리고 문을 열고 닫는 것에 깨달은 이시자키와 이부키, 류엔이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전후좌우를 둘러보고 감시 카메라를 체크한다.

그 렌즈 부분은 검은 색으로 빈틈없이 칠해져 있다, 감시카메라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간단하게 스프레이로 시야를 뺏은건가.

상황을 파악하자 곧바로 시선을 류엔 무리로 되돌린다.


"아야노, 코지……?"

제일 먼저 소리를 낸 것은 이부키.

나의 이름을 듣고, 카루이자와도 이쪽의 존재를 깨닫는다.

하지만 곧바로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다만 눈동자의 색깔로, 왜 이곳에 왔는지에 놀라고 있다는 것만은 알았다.

"늦어서 미안해"

그렇게 말을 걸었다.

"왜……왜, 온거야……?"

희미한 목소리를 짜내서, 카루이자와가 이쪽을 본다.

"왜고 뭐고 없잖아, 약속했잖아. 너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반드시 돕는다고"

"류, 류엔 씨. 아야노코지가 X 예요!?"

"그럴 리가 없잖아. 이 녀석은 절대로 아니지"

이시자키가 당황하고, 그것을 류엔보다 먼저 이부키가 부정한다.

"류엔. X 는 아야노코지를 이용하려 할 뿐이야. 속지 말라고. 아마 카루이자와에게도 다른 인간이 도우러


간다고 것을 사전에 전해놨을 ─ ─ ─"

"닥쳐라 이부키"

웃고 있는 류엔은, 카루이자와에게서 거리를 두고, 아주 약간 나에게 다가왔다.

그래도, 거리로 5 미터 정도 띄우고 멈춰 선다.

그 시점에서 류엔이 이쪽을 강하게 경계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건이건, 누가 왔나 했더니. 항상 스즈네 옆에 붙어 다니는 아야노코지잖아. 겨울방학이 되서 인기도


없는 옥상에 무슨 일이신지?"

"카루이자와에게서 메일을 받았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구체성을 빼고, 그리고 굳이 류엔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류엔에게,
멍청하게도 사냥터로 유인된 헌터에게 사냥당하는 사냥감이니까.

[#삽화(22.jpg)]

"호?"

"거짓말인게 분명하잖아. 너한테도 지시가 날아온 거지. 카루이자와를 도우러 가라고"

방금 닥치고 있으라는 말을 들은 이부키였지만, 왠지 극도로 나의 존재를 부정한다.


"왜 그러냐 이부키. 너는 아야노코지가 X 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은 모양인데"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틀리다고 하고 있잖아. 이 녀석은, 이 녀석은 말이야 그냥 멍청한 사람 좋은 놈.


아마 X 라던가 카루이자와라던가, 상황조차 모를 거라고?"

"그냥 사람 좋은 놈이라고? 그런 생각을 하는 근거는 있겠지?"

류엔이 이부키에게 묻는다.

"나는 D 반을 교란하려고 무인도에서 카루이자와의 속옷을 남자의 가방에 숨겼다고. 누구나 당연히, C
반인 나를 범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놈은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고. 멍청하게도 나를 보고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단 말이야"

"그게 기뻤던 거냐?"

"농담하지 말라고. 애초에 범인이 난데, 기쁠 리가 없잖아. 그래도 누가 봐도 수상한 녀석을 보고서도
의심조차하지 않는 무능한 학생. 그렇게 인식했을 뿐이라고"

그런 녀석이 D 반을 뒤에서 조종하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류엔 씨는 믿나요 ?그 아야노코지가 X 라고"

"원래부터 아야노코지는 의심스러웠지. 그렇게나 유능하다는 평판인 호리키타에게 항상 찰싹 달라붙어


있었으니까"

"그래도, 지나치게 노골적이라고 할까……정체를 숨기기에는 너무 노골적이지 않나요?"

"확실히 그렇지. 네가 하고 싶은 말도 안다고 이시자키. 그래서 나도 신중하게 바깥쪽 해자부터 메우면서


들어갔다. 그리고 마나베의 사건을 알고부터는 최유력으로 재부상 시킨 거지. 카루이자와의 이지메
문제의 대응 속도와 수단에서 보더라도 아야노코지나 히라타 양쪽 중에 하나라고 말이야"

"폼 잡지 말라고. 너는 그 뒤에도 아야노코지와 히라타를 최우선 타겟으로 안 삼았잖아"

C 반 안에서도 의견이 갈라진다.

내가 인정하고, 이부키와 이시자키가 인정하지 않는 특이한 상황이었다.

"가장 수상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렇게 보이게 한 거다. 혹은 호리키타를 이용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거나"

"그래도 ─ ─ ─!"

나는 애매하고, 가볍고 우아하게 파문을 일으키기로 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내가 너희들의 찾던 사람이다"

"에. 역시 수상하잖아. 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하냐고 보통? 너무 이상하잖아"

지금까지 계속 숨겨왔기 때문에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반응이다.

"나도 수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흑막에게 미끼로 나서라고 명령받았을지도……"

확신을 얻기 직전의 류엔에게, 이부키와 이시자키가 제동을 건다.


"너도 X 는 여기에 모습을 보이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고 했잖아?"

"확실히 그렇지. 그동안 호리키타를 앞세운 녀석이, 이런 뻔히 보이는 덫에 선뜻 걸려서 모습을 보이는
건, 평범하게 생각하면 우스운 얘기니까."

그 점에서 보면 의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인가.

"나는 악수라고 생각한다 아야노코지. 이 일에서 유일하게 네가 취해야 했을 최선책은 카루이자와 케이를
포기하는 거였다. 무모하게 뛰어드는 게 아니라. 이부키가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네가 정말 X
라고 한다면, 이 궁지를 어떻게 해결할 건지 말해봐라"

그것이 유일하며 또한 최대의 증명이다. 그렇게 류엔이 덧붙인다.

"소박한 질문인데, 지금의 내가 궁지에 빠졌나?"

멍청하게 묻는 이쪽을 보고, 류엔 무리 사이에 순간 어이없어하는 분위기가 흘렀다.

"나는 카루이자와가 도와달라고 해서 여기에 왔을 뿐이다. 시험도 아무것도 아닌 지금이 상황에서,


증명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잖아? X 인 증명이 필요하다면, 다음 시험까지 잘 보고 있으면 되겠네"

"그게 아니잖아. 너는 지금 우리에게 정체를 들켰다. 게다가 카루이자와의 비밀도.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가면, 내일이면 큰일이 벌어질 것 정도는 알겠지"

"큰일?"

"시치미떼는 것도 거기까지로 해라. 자, 어떻게 할 건지 한 번 볼까"

"어떻게고 나발이고, 나는 아무것도 안 할 거야"

"알았어요 류엔 씨. 주변에 스도 같은 녀석들 대기시키고 있는 거 아닙니까?"

이시자키가 절반쯤 열린 문에 시선을 돌리고 말했다.

"그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류엔이 부정한다.

"그, 그런가요?"

"다수의 동급생이 카루이자와의 참상을 알면, 내가 말하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 카루이자와의 지위는
끝이다. 머리가 있으면 조금은 생각을 해라"

그 확증이 없으면, 류엔이라도 이런 무모한 행동은 일으키지 않는다.

"과, 과연……"

"그래도, 시치미를 떼고 있는 거라면 대단하군"

"이제 됐잖아 류엔. X 가 당당하게 혼자 쳐들어온다니 절대로 아니라니까"

이부키가 류엔에 건의한다.

"거참 곤란하게 됐구만. 이부키나 이시자키는 너를 X 라고 믿지 않겠다고 하는데"

류엔은 어깨를 움츠리고, 이부키와 이시자키에게 지친 듯한 모습을 내보인다.


"아무것도 안 한다고 했지 아야노코지. 그래도 이쪽은 진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지(周知)시키고 확인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로 좋나?"

그렇게 말하고, 웃는 얼굴로 이쪽의 한 손을 지켜보는 류엔.

"나는 처음부터 인정하고 있는데. 못 믿겠다면 좀 더 정보를 공개하지. 이부키"

의심을 멈추 않는 이부키에 내가 말을 걸었다.

"무인도 시험. 너는 리더의 키카드를 카메라로 촬영하라는 지시를 받고 있었지. 그런데 왠지 중요한
디지털 카메라가 고장이 나고 있어서 쓰지 못했다. 틀리냐?"

"어, 어떻게 그걸!?"

"가방에 숨긴 디지털 카메라를 망가뜨린 건 나다. 외상이 생기지 않도록 물을 썼지"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인물은 C 반 안에서도 몇 안 될 것이다.

"참고로, 숲에서 이부키를 만났을 때, 네 손가락 끝은 흙으로 지저분했다. 게다가 앉아 있던 부근의 흙은


한번 들춘 흔적이 역력했으니까. 밤중에 조사해보니 무전기가 묻혀있었지. 그건 류엔과 연락을 취하기
위한 물건이었지?"

여기까지 증거를 들이대면, 싫어도 이해해 줄 거다.

그때 손이 더러워진 이부키를 보고 있었던 것은 나와 야마우치, 그리고 아이리밖에 없다.

즉 거기까지 꿰뚫고 있는 인물, 이라는 확실한 증거이다.

"인정할 수밖에 없겠네 이부키. 아야노코지가 X 이다"

"기다려, 기다리라고. 조금 머리가 잘 돌아간다고, 그걸로 X 와 동일 인물이라고 단정한다고?"

"이 이상 무슨 의심을 할 필요가 있지"

류엔은 더욱 기막힌 표정을 짓는다.

"생각해보라고 이상하잖아. 만일 아야노코지가 정말 뒤에서 배후조종하고 있던 X 라고 치면, 왜 솔직하게


나온 거냐고? 왜 지금까지 해온 걸 전부 다 깨버리냐고!?"

"책략정도는 준비했겠지. 우리가 상상조차 못 할 정도로 미라클한 녀석으로. 그렇지 않으면……그 때는


그냥 바보가 되는 거겠지만"

"책략? 이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책략은 없어. 너희들은 카루이자와의 과거라는 큰 비밀을 쥐고 있다.


부주의한 일을 하면 어떻게 될지 정도는 알고 있어. 원래 아무도 손쓸 수 없도록 준비한 결과가, 지금 이
상황인거 아닌가?"

"핫. 그럼 어떡하지? 이걸로 네 존재는 언제든지 드러나게 된다고? 정체를 알게 된 이상, 이쪽에서
카루이자와의 이지메를 폭로하는 의미도 퇴색됐지. 우리가 조용히 하고 있는 동안에는 너희들은 섣불리
아무런 짓도 할 수 없어. 완전히 속수무책이라는 거냐"

"여기서 카루이자와에게 한 일을 학교에 보고한다, 라는 것도 안 될 것 같고 말이지"

시험 중과 달리, 평소 학교생활에서의 폭력은 곧장 퇴학처분이라는 것도 아니다.


만일 모든 것을 증명하더라도, 어디까지 타격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른다.

"만약 우리 행동을 고자질하면, 동귀어진의 각오로 카루이자와의 퇴로를 끊는다"

그렇다. 류엔 무리에게 패널티를 주려면, 이쪽은 카루이자와를 완전히 잃는다.

살을 취했다고 생각했지만 뼈를 주고 있었다는 경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카루이자와의 과거를 공격수단으로 쓰던 류엔는, 지금에 와서 그것을 방어수단으로 전환했다.

"아무래도, 이쪽이 압도적으로 리드하는 느낌인데"

"상황을 파악했으면 만족했겠지. 카루이자와를 데리고 돌아간다"

"맥 빠지는 짓 하지 말라고. 모처럼 왔는데, 더 천천히 노시다 가시지 그래"

류엔는 카루이자와의 팔을 붙잡고는, 억지로 끌어 일으켜 세운다.

"윽!"

"네가 무의미하게 정체를 노출시킬 리가 없다. 어떤 수를 고안해 왔는지. 보여 달라고"

도발하는 것처럼 손바닥을 휙휙 두세 번 굽히고 나를 재촉한다.

"미안하지만 류엔. 몇 번 물어도 기대에는 응할 수 없어"

"아……?"

"나는 네 손바닥위에서 놀아났다. 그것뿐인 일이야"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X 가 그런 이야기를 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카루이자와를 버리고서라도 자신의 정체를 지키는 잔혹한 X. 혹은 정체를 지키면서 카루이자와도 구하는
머리가 뛰어난 학생. 그 어느 쪽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웃는 얼굴이었던 류엔에게도, 드디어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거창한 짓까지 벌려서 알아낸 X 의 정체가, 이런 멍청한 녀석이라니 헛발질에도 정도가 있잖아.
디지털 카메라도 뭔가 운이 좋아서 그런 거 아니냐"

동료지만, 이부키는 항상 류엔에게 불신을 갖고 있다.

연기가 아니라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당당하게 질문을 던진다.

시기를 잘 보고, 나는 다음 행동에 나선다.

"나는 확실히 정체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걸로 당장 곤란해지는 건 아니야. 내가 D 반을 뒤에서


움직이고 있던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호리키타와 카루이자와 뿐이다. 즉, 다른 반에 유출될 경우에는 이
둘 중의 누군가가 말한 거다"

"그게 어쨌다는 거야"

"나의 존재를 주지시킨다면, 그때는 이 옥상에서 일어난 모든 것을 학교에 보고한다"

"그걸 못하니까, 네가 궁지에 몰렸다고 하고 있는 거잖아"


"할 수 있어, 카루이자와를 희생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아?"

"원래 너는 내가 카루이자와를 버린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텐데. 그런데 이 자리에 내가 나타나고부터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믿고 말했지. 다른가?"

"그거야말로 말이 안 되잖아. 처음부터 버려버리면 정체는 들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지 못 해서


여기에 온 거잖아. 허세부리지 말라고"

"좋아……. 혹시 키요타카의 정체가 알려지면, 내 일은 말해도 좋아"

쓰러져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키며, 카루이자와가 나를 봤다.

나는 곧 시선을 류엔에게 되돌린다.

"라고 하는데. 믿는지 믿지 않는지는 네 마음이지만, 혹시나 그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철저하게 싸우는
일이 되겠지"

"저……일단 X 의 정체를 안 것만으로도, 괜찮은 거 같은데요"

"나도 찬성. 진짜로 필사적으로 올지도 몰라"

원래 X 를 꾀어내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다. 이시자키와 이부키는 더 이상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큭큭"

왠지 갑자기 머리를 움켜쥔 류엔는, 가늘게 떨며 웃음을 터뜨렸다.

"분명히 한쪽이 비밀을 폭로하면 전쟁이 시작될지도 모르지. 그건 인정해 주지"

얕고 깊고의 차이가 있겠지만, 양쪽 다 상처가 남는다.

게다가 생각에 따라서는, 카루이자와의 경우 치명상이라고 봐도 좋다.

과거에 이지메를 받고 다시 일어난 소녀, 라는 딱지가 멋대로 붙기 시작할 것이다.

여기서 류엔이 종료 선언을 하면, 그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 ─ ─

이 남자는 절대로 그런 선택지는 고르지 않는다.

"솔직히, 지금 정말 맥이 빠진다고. 간단히 정체를 넘겨 준 후에, 상대방의 판단을 맡기는 방법으로


밖에는 자신을 지키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나를 즐겁게 만든 X 가 아야노코지임에는 틀림없다. 그럼
끝까지 즐겨주지 않으면 손해잖아. 그렇지 않냐 이시자키"

"네, 넷"
"나한테는 모든 게 게임이야. A 반에 올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이치노세를 쓰러뜨리는 것, 스즈네를
쓰러뜨리는 것도 모두 놀이의 연장이라고. D 반을 으깨기는 것도 B 반을 으깨기는 것도, 마지막
진수성찬인 사카야나기까지 전부 심심풀이라고"

류엔는 웃으면서, 카루이자와의 앞머리를 잡아당긴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카루이자와의 얼굴.

하지만, 그 눈동자는 이제 공포의 빛은 없었다.

"큭큭...... 그토록 절망을 품었던 주제에 하나도 무서워하지 않잖아. 아야노코지가 X 인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던 게 너무 바보 같다고. 아야노코지를 절대적으로 믿고 있다는 눈을 하고 있잖아. 내가
아야노코지의 정체를 폭로해 버리면, 스스로 이지메 당한 걸 보고하러 갈 정도라고 이거. 안심해라. 이제
네 역할은 명확하게 끝났다"

이제 카루이자와에 대한 관심은 식었는지, 머리를 놓고는 어깨를 밀었다.

"너는 나를 즐기게 해줬어 아야노코지. 고작해야 D 반인 불량품들이, 몇 번이나 나의 책략을 꿰뚫고 뒤를


찔렀다고. 게다가 나랑 비슷한 방식으로 해버리고 말이야. 흥미를 갖지 말라는 게 더 무리잖아. 흑막을
끄집어내봐라. 그게 내 즐거움으로 바뀌었다고. 그 이후 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만나고 나면 그때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말야 "

꽤나 수다스럽게, 그리고 유쾌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는다.

"그리고 결정했다."

"……너 아야노코지를 어떻게 할 셈이야?"

"뭘 그렇게 짜증내고 있냐 이부키"

이부키는 나로부터 거리를 두고, 류엔을 상대도 겁 없이 눈앞까지 다가온다.

"이 다음 행동은 C 반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얘긴데"

"큭큭. 독불장군처럼 행동하면서 동급생과 협력하지 않는 네가, 이제 와서 C 반의 위기 같은 말을 입에


담다니. 웃기지 말라고"

"그동안 네 말에 따라온 것도, 네 무모한 짓이 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건 그


범주를 넘어섰다. 분명히 아야노코지에게는 이제 쓸 수단이 없다고"

모으고 있던 울분을 푸는 것처럼, 이부키는 계속한다.

"그러니까 네가 지금부터 하려는 짓을, 나는 인정할 수는 없다"

"너는 지금 내가 뭘 하려고 하는지 아나?"

"4 월부터 계속 너를 봤으니 당연히 알지. 폭력으로 굴복시킨다는 거잖아?"

이야기를 듣던 이시자키의 신체가 약간 굳는다.

"이시자키도, 코미도 콘도도. 알베르토도 너는 모두 폭력으로 해결해왔어"

"힘의 차이를 보여주는 데는 그게 최고니까."

"이제 차이는 확연하잖아"


"그동안 아야노코지에게 몇 번이나 고배를 마신 것은 사실이다. 그 빚을 갚지 않으면 안 돼"

"그러니까, 그런 생각이 반을 위기로 몰고 있다는 거라고!"

팡, 하고 마른 소리가 울린다.

류엔의 손바닥이 이부키의 뺨을 후려쳤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 이부키는 조용해지고.

"나는 내가 즐기길 수 있으면 그걸로 상관없다고. 폭력은 특히 알기 쉽지 "

지금처럼 말이야. 그런 말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역시 류엔이 도달하는 답은 그곳인가.

속고 속이는 것 가능한 무대가 마련되지 않은 지금, 그것밖에 없는 것은 필연이다.

"좋나. 이번 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서로가 얻은 정보를 어떻게 하고 싶나, 다. 아야노코지는 자신의


정체와 카루이자와의 건도 포함해서, 여기서 일어난 일을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고 끝내고 싶다. 이쪽도
카루이자와를 공갈하고 찬물을 끼얹은 것은 사실이다. 만일 보고하면 상당히 무거운 징벌을 먹는다. 다시
말하면, 이 자리에서 일어난 일은 서로가 비밀로 하는 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는
거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감안하면, 그것은 간단 추리할 수 있는 일이다.

카루이자와의 과거와 나의 정체를 앞세우면, 여기서 일어난 일은 절대로 밖으로 새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서로 울면서 잠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오히려, C 반 녀석들은 옥신각신한다.

"네가 늦게 나타나서 정체를 보인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되는군. 확실히 이걸로, 서로가 장외에서 싸우는
일은 못하게 됐구나. 문을 닫아라 알베르토"

알베르토가 류엔의 지시를 받아, 실내로 이어지는 문을 닫았다.

"하지만, 결국 그것이 악수였음에는 변함이 없다. 너는 여기서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해줄 것 같냐"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 자리에 있는 전원이 피부로 느낀다.

류엔의 방침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퇴로는 없어졌다, 인가. 이걸로 네가 원하는 전개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겠네"

"우선은 그 새침한 얼굴을 공포로 물들여주마. 너무 얕보는 거 아니냐? 이쪽이 무모한 짓을 하지 않을


거라고"

"정말로 폭력을 쓸 생각이냐"

"싸움이라고 하는 게 두뇌 싸움만 있는 건 아니니까. 견고한 진을 치는 군사의 허를 찌르고, 당사자를


암살하는 것도 훌륭한 전법이다. 폭력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이다. 아무리 잔꾀를 부려도, 폭력
앞에서는 굴복할 수밖에 없다"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 같은 상황이 되서, 나는 류엔, 이부키, 이시자키, 그리고 알베르토에게 한
번씩 시선을 보냈다.

"너의 보기 흉한 모습을 눈에 새기는 걸로, 그걸로 끝내 줄게. 3 학기부터는 이치노세를 요리해야하니까"

"확실히 사람은 폭력 앞에서 굴복하지. 그 논리를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그 이론을 관철하려면 언제나
상대의 역량을 넘을 필요가 있지. 그 점을 알고 있나?"

"아?"

"이 자리에 있는 4 명만으로는, 나는 멈출 수 없어"

"……?"

이해하지 못한 이부키가, 눈썹을 찌푸린다.

"큭, 크크큭. 크크크크크큭"

상당히 이상했는지, 류엔은 배꼽을 쥐고 웃었다.

"아야노코지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거야. 너희들 정도로는, 폭력으로 지배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그럼


보여 달라고, 그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이시자키"

"조, 좋습니까?"

공격명령에 이시자키가 무심결에 주저한다.

스도처럼 싸움에 익숙한 상대라면 몰라도, 나는 보통의 학생.

지시를 받아도 저항이 생기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사양하지 말고 해라"

"그래도……"

"우리가 아야노코지를 철저하게 때려눕혀도 아무런 걱정은 없다"

"기다려!"

덤벼들려고 한 이시자키를 멈춘 것은, 카루이자와의 외침이었다.

"왜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는거야!? 키요타카를 때린다고 좋은 건 하나도 없잖아!?"

"어이, 갑자기 참전하지 말라고 카루이자와. 너는 이제 필요 없다고. 이 녀석이 제물이 되는 걸로 과거가


폭로될 걱정이 사라졌잖아. 감사라도 해두라고"

물을 끼얹지 말라는 듯, 류엔이 다시 카루이자와의 머리카락을 잡아 올린다.

"윽!"

그리고 그대로 뒤로 카루이자와를 던져버린다.

"그러니까 구석에 쳐박혀 있으라고"

그럼에도 다시, 카루이자와는 나를 위해서 류엔에게 대항하려고 한다.


일어나서 류엔에게 덤벼든다.

"걱정하지마 카루이자와"

나는 그런 카루이자와에게 말을 걸어, 멈춰 세운다.

"그, 그래도"

"아무런 걱정도 필요 없다"

"그래. 너는 네놈 걱정이나 하라고"

이시자키가 앞으로 나온다.

"나쁘게 생각마라 아야노코지. 이것도 류엔 씨의 지시다"

"괜찮아"

이렇게 되는 것까지 모두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전개다.

이시자키는 그냥 아무렇게나 주먹을 휘두른다. 저항하지 않는 아기를 때리는 것처럼.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라도 피할 수 있는 단조로운 모션.

크게 휘두른 오른손을 나도 오른손으로 받아낸다.

"어……?"

"이시자키. 할 거면 진심으로 하는 게 좋을 걸"

한번만 경고한다. 그러나, 주먹이 막혀도 이시자키는 팍 깨닫지 못하는 모습이다.

막아도 어쩔 수 없는 움직임. 막는데 무리가 없는 위력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받아낸 이시자키의 오른손을 오른손의 악력으로 움켜쥔다.

"어? 아, 읏, 에……!?"

이시자키의 표정이 점점 굳으면서, 양 무릎이 떨리기 시작한다.

"잠깐 이시자키?"

확실히 모습이 이상한 것을 깨닫고, 이부키가 돌아본다.

"아, 아, 앗! 타, 타임, 그만!"

몸을 지탱할 수 없어져서, 양 무릎으로 주저앉아, 옥상의 차가운 바닥에 무릎이 붙인다. 참지 못하게 된
건가, 이시자키는 자신의 왼손으로 필사적으로 내 팔을 붙잡아 떼내려고 하지만 소용없다.

이안에서 사태를 가장 먼저 파악한 것은 이부키도 그리고 류엔도 아닌 내 배후에 있던 알베르토였다.


검은 그림자가 다가온다.

보스의 허가를 받기 전에, 알베르토가 그 전봇대처럼 굵은 팔을 치켜들고는, 휘두른다.


굳이 움직일 수 있는 나의 왼손 쪽에서 공격한 것은, 이시자키가 피한 뒤, 내가 방어로 전환하기를
배려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는 하지만 쓸데없는 짓이다. 받아넘기거나 피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다소 데미지를 입는 것을


각오하고 나는 주먹을 왼손 손바닥으로 정면으로 받았다.

팍하고 높고 무거운 소리가 울린다.

징하고 팔꿈치에서 어깻죽지까지 강렬한 위력이 꿰뚫는다.

"……역시 아프네....."

선글라스 너머라서 알베르토의 표정은 알아보기 힘들지만, 상황은 제대로 파악했을 것이다.

"거짓말이지……자, 장난치지 말라고, 알베르토. 이시자키"

멀리서 보면 이부키에게는 알베르토가 진심으로 공격한 것처럼, 그리고 이시자키가 진심으로 아파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던 건가.

혹은 믿기 싫은 광경일 뿐인가.

내가 오른손의 악력을 풀자, 이시자키는 쪼그리고 앉아 자신의 오른팔을 껴안았다.

"쳐라, 알베르토"

류엔이 지시를 한다.

알베르토는 강인한 몸으로 돌진하고, 그 호쾌한 솜씨를 발휘한다.

인체의 구조상, 파괴력을 가진 공격을 거듭 받으면 데미지는 축적된다.

첫 번째는 의도적으로 받아냈지만, 여기서부터 더 먹어줄 수는 없다.

날아온 왼쪽 주먹을 피한 다음, 우선은 정공법으로 공격한다.

카운터을 노리는 형태로 알베르토의 복부에 주먹을 찔러 넣는다. 힘조절을 할 수도 있었지만, 미지수의
상대에게 방심하지 않는다.

무표정하던 알베르토의 얼굴에 약간의 변화가 생기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강타한 이쪽의 주먹에 돌아오는 딱딱한 감촉을 보더라도, 데미지는 적다.

순수한 일본인에게는 없는 타고난 육체에 더해 상당히 단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겠다.

그렇다면, 그 강철 같은 육체를 관통하는데 시간이 걸릴 뿐이다.

인간에게는 약점이라고 불리는 부분이 무수히 존재한다.

예를 들면 명치는, 단련할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일격 필살의 부위라고 믿는 것은 경솔하다.

어디까지나 단련하기 어렵다 뿐이지, 그 아픔에 익숙해지거나 견디는 것은 가능하다.


알베르토도 본능적으로 이쪽이 명치에 주먹을 처넣으려고 한 것을 감지했는지, 거구를 능숙하게 비틀어
피한다.

그것을 예측하고, 나는 목에 수도의 손끝을 찔러 넣었다.

"!"

목소리는 말을 이루지 못하고 알베르토에게서 새어나간다.

"아야노코지!"

뒤에서 외치고, 때리러 오는 이시자키.

"……올 거면 외치지 말라고……"

일부러 적에게 소금을 보내는 이시자키에게 당황하면서도, 이시자키가 버팀발로 하고 있는 왼발의 무릎을
걷어찼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직선적이다.

이쪽의 배후로 돌아 들어간 알베르토가 하반신부터 무너지는 것을 확인하고, 뒤로 돌아서 그 얼굴에


발차기를 먹였다. 그리고 즉시 이시자키의 뺨을 왼손으로 후려친다.

이시자키가 쓰러지고, 옥상은 정적에 휩싸였다.

단지 그 믿기 어려운 광경을, 류엔과 이부키, 카루이자와도 눈에 새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우리 생각 이상인 것 같구나. 거기까지 강하게 나왔던 것도, 실력에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냐. 그건 생각도 못했는데"

"이쪽의 준비한 무대가, 아야노코지에게 때마침 유리했단 말이야? 뭐냐고 그거……"

"지금 진심으로 말하는 거냐, 이부키"

"어……?"

"류엔이 폭력을 써서 상대를 지배하는 타입의 인간인 것은 옛날에 알려진 사실이지. 거기에 폭행을 해도
전혀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니, C 반에게 너무 편리한 설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냐?"

"어?"

이부키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것과 동시에, 류엔에게도 큰 의문이 떠오른 모양이다.

"기다려라 아야노코지. 그건 나도 이해가 안 되는데. 이 상황은 내가 만들어 낸 거라고"

"여기까지 친절하게 말해줘도 아직 상황파악이 안됐냐"

후하고 숨을 내쉰 뒤, 나는 모든 뒷사정을 폭로한다.

"나하고 네가, 이렇게 마주 보는 것은 전부터 결정된 일이야. 그리고 서로 학교에 고자질할 수 없는


상황에서 류엔 카케루가 믿어 의심치 않는 폭력으로 결판을 짓는 것도 말이지"

류엔은 지금까지, 자신이 계획을 세우고, 예정대로 그것을 순조롭게 실행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다.

"만약 내가 진심으로 정체를 알리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마나베를 이용하는 짓은 하지 않아.


스파이 활동을 시켜서 입수한 녹음 자료를 보내면, 범인 찾기가 시작되는 것은 눈에 뻔히 보인다. 그리고
너는 독재자답게 마나베 무리에게 다다르지. 그리고 들은 거지? 카루이자와에게 손을 댄 걸로 약점을
잡혀, 하는 수 없이 따랐다고"

여기까지는 류엔 측이 부정할 재료는 없다. 당연하다.

"너는 나와 카루이자와가 연결되어 있다고 확신했다. 다음은 어떻게 실행하는가. 그래서 어떤 사전


준비를 하면 효과적인지를 생각했다. 이시자키나 코미에게 D 반의 학생을 미행시키거나, 노골적인
행동으로 코엔지에게 접촉한 것은 X 에 위기감을 주기 위해. 뭐, 네 경우는 순수하게 즐겼다거나,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면도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큭, 큭큭. 재미있는 말을 지껄이잖아. 내 손바닥 위에서, 굳이 놀아나고 계셨다고?"

"정확히는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이쪽이 가지고 놀고 있었지만"

"사과하마 아야노코지. 너는 역시 끝내주는 녀석이었다. 아까까지의 이쪽의 우위는 어디 갔는지,


순식간에 대 위기다. 이걸 어쩌냐 이부키"

이쪽의 상세설명을 듣고 있던 류엔는, 기량을 보여줘도 즐겁게 웃는다.

"뭐냐고……너도, 아야노코지도……!"

부담을 떨쳐내듯이 이부키가 뛰어들어, 나에게 날라차기로 공격해왔다.

속옷이 보이는 것 같은 건 신경 쓰는 기미도 없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런 생각을 할 만큼 냉정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후방으로 물러서서, 차분하게 그 발길질을 피한다.

이부키도 다시금 스위치가 들어간 것 같다.

즉시 땅을 두세 번 차서, 거리를 좁히고 허점이 적은 발차기를 주로 공격해온다.

매우 좋은 움직임이다.

컨디션 불량이었다고는 하나 호리키타를 쓰러뜨릴 정도는 된다.

"윽"

이쪽이 모든 발차기를 맞지 않을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피하자, 이부키는 한 번 공격을 멈추고는 초조한


듯 혀를 찼다.

"정말 너인 거냐...?"

"여기까지 보고도 믿을 수가 없나?"

"짜증난다. 왠지 모르겠지만, 열 받는다고!"

다시 한 번 도약하는 이부키를 향해, 나는 곧바로 거리를 좁혔다.

"!?"
놀면서 상대해 줘도 좋지만, 그다지 오래 시간을 쓰는 것도 좋지 않다.

나는 이부키가 피하거나 가드할 틈도 주지 않고 목을 쥐고는, 그대로 바닥에 등을 내리꽂는다. 눈을


치켜뜬 이부키는, 곧바로 의식을 잃고 꿈쩍도 못하게 된다.

머리를 내리치면 더 확실하지만, 죽이러 온 건 아니니까.

"폭력은 아무래도 류엔 무리의 전매특허는 아닌 모양이네"

이부키, 이시자키, 그리고 알베르토.

류엔의 오른 팔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학생들이 무너진 지금, 남아 있는 것은 단 한명.

그 광경을 홀로 목격한 카루이자와는 말을 내뱉는 것조차 불가능한 듯하다.

"이 상황을 보고도, 아직 냉정하게 있을 수 있는 건 과연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네"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만이 아니라, 폭력까지 일급품이라니 결례를 범했구나"

솔직한 경의를 표하며 박수를 치고, 류엔이 내 앞까지 걸어온다.

"그걸 다 알면서도, 내가 뭘 말하고 싶은지 아냐? 아야노코지"

"글쎄"

상황을 궁지에 몰렸다고 느끼지도 않고, 류엔은 충실히 냉정하게 분석한다.

여유로워 보이는 것은 단순히 허세는 아닌 것 같다.

류엔에게 밖에는 없는, 류엔 만의 뛰어난 특질.

그것이 있기에, 이만큼 당당하게 있을 수 있다.

"폭력의 승패를 결정하는 건, 완력이 다가 아니다. 마음의 강함도 관계가 있지"

류엔이 약간 몸을 낮추고 왼쪽 주먹을 휘둘러 왔다.

목표은 안면이 아니라 복부.

나는 후방으로 뛰어 그것을 피한다.

바로 류엔은 추격해서 거리를 좁히고, 이번에는 오른 손을 찔러 온다.

"미안하지만 제대로 공격을 받을 생각은 없다"

다시 그것을 피하고, 이번에는 내가 공격한다.

류엔의 앞머리를 잡으려는 듯이 오른팔을 뻗는다.

그것에 재빨리 반응을 보인 류엔는 왼손으로 그것을 쳐냈다.

─ ─ ─ 직후, 내 발차기가 류엔의 옆구리에 직격한다.

"!?"
내 오른팔에 정신이 팔린 순간, 즉각 공격을 가했다.

류엔은 연속해서 공격당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한번 거리를 둔다.

"꽤 하는데 류엔"

종합력이 이시자키를 훨씬 웃도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지만, 솔직하게 감탄했다.

꽤나 무거운 일격이 들어갔는데, 쓰러질 기미도 안 보인다.

"재밌잖아"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하지만, 아직 알베르토에게 이길 정도의 실력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낙담시켜 놓고서는 이렇게 만회하고 말이야, 참을 수가 없다고 아야노코지"

지금까지보다 더욱 크게 웃으며, 봐주는 것이 전혀 없는 공격이 날아온다.

무도를 배운 사람의 움직임이 아니다.

많은 수라장을 뚫고 나오면서 몸으로 익힌, 독학의 전투 스타일.

모든 공격을 완벽하게 계속 피할 수도 없다.

반격하는 것은 쉽기는 하지만, 나는 몇 번인가 가드하면서 그 위력을 받아본다.

4 발 째의 주먹을 막았을 때, 류엔이 말을 건다.

"왜 나서서 싸우지 않는거냐. 너라면 당당하게 해도 되잖아"

"이쪽에도 여러 가지 사정이 있다"

"그렇냐. 그럼 이긴 다음에 천천히 들어볼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큭큭. 너는 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나?"

"……미안한데. 지는 걸 상상 할 수 없다"

류엔에 보이고 있고, 나에게는 보이지 않은 것.

"이 자리에서는 네가 이기겠지. 그럼 내일은? 모레는 어때"

"반복해서 덤비면,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고?"

"오줌 싸고 있는 도중에는? 똥 싸고 있는 도중에는? 어디에 있든 노려준다"

"지는 것이 두렵지 않나"

"공포 따위 나에게는 없다.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다"


"공포가 없다, 인가"

꽤 재미있는 소리를 한다.

아마 그것이 류엔의 자신감의 원천.

"너도 아픔을 알게 되면 이해할거야. 보통 사람은 그게 나중에 공포로 바뀌니까"

"그러면, 그 아픔이라는 녀석을 가르쳐달라고"

"원한다면 얼마든지!"

류엔는 나의 어깨를 움켜쥐고, 고속의 니킥을 복부에 때려 박는다.

"키요타카. ─ ─ ─!"

걱정스럽게 외치는 카루이자와.

하지만, 맞을 줄 알고 당한 일격이다,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니다.

"두 번, 세 번 쳐 맞으면 알게 되는 거잖아! 야 어이!"

같은 곳을 노리는 듯이, 류엔는 곧장 왼쪽 다리를 내딛었다.

파고 들어가면 동시에 거리가 가까워져, 왼손으로 얼굴을 가드.

오른손을 내밀고, 그것을 당기면서 곧장 오른쪽 무릎을 내민다.

오늘 최고의 혼신의 일격.

나는 뒤로 비틀거리며, 온몸을 누비는 통증을 느낀다.

"어때. 이걸로 뭔가 알게 됐냐?"

"……공교롭게도 아무것도. 그냥 통증이 커질 뿐이다"

"너도, 나처럼 공포심을 느끼지 않다는 건가?"

"그렇지 않아 류엔. 그런 게 아니다"

나는 아픔으로 인한 공포의 존재를 알고 있다.

패배자가 되는 것이, 얼마나 비참하고 무서운 것인가를 알고 있다.

눈앞에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무너지는 존재를 봤다.

하지만 어느덧, 그것은 공포가 아니게 됐다.

식어 가는 것을 느꼈다.

남이 얼마나 고통에 절망해도, 자신이 아프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자신을 지키는 기술만 갖추면 된다. 자신만 무사하다면 그것이 승자인 것이다.

"더 놀자고!"
류엔이 외치며, 두 번 세 번이고 내 복부로 집중 포화를 퍼붓는다.

이쪽의 무릎이 살짝 내려간 틈에, 류엔의 발차기가 머리로 다가온다.

"쳇! 눈치 채고 있었냐"

그것을 서두르지 않고 피하는 것으로 대처한다. 절대로 치명상을 입을 수는 없다.

"놀고 있는 거냐?. 아야노코지. 피할 수 있는 공격을 피하지 않는 이유는 뭐야"

"네가 말하는 공포라는 녀석이, 정말로 생기는지 시험하고 있어"

"네놈은 어디까지 사람을 무시하는 거냐"

힘의 차이를 느끼면서도, 류엔는 기세를 잃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그저 무식하게 달려드는 거라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자신의 싸움, 완력에 자신이 있으면
있을수록, 압도적인 차이를 느꼈을 때 절망하는 법인데. 그 기색이 없다.

류엔이 우위에 있던 단계에서 계산을 망치고, 모든 상황을 역전시키는 것으로 마음이 꺾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로는 내 계산에 조금 실수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상한을 잘못 읽고 있었을 뿐, 이렇다 할 문제가 아니다. 마음이 꺾일 때까지 필요한 공정이 하나가
더 많아졌지만. 그만큼 류엔은 더 많은 고통을 안게 되겠지.

"너, 어디서 그렇게 힘을 키운 거냐. 보통이 아니잖아, 아야노코지……"

싸움의 여러번 경험했다고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나는 대답 없이, 한발 한발 벌어진 류엔와의 거리를 좁힌다.

번뜩하는 날카로운 눈빛은 이쪽에 한방 갚겠다고 하는 의도가 역력해 보였다.

"그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살금살금 숨어 버린 건 왜지. 잡어들을 깔보면서 매일을 보낸
기분이 어떻냐? 사정할 정도로 기분 좋았냐?"

"멸시하지도 깔보지도, 그런 걸 생각하지도 않았어. 남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나한테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들 투성이니까."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류엔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웃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인간이라는 건 욕망의 덩어리 같은 거라고"

욕망이 없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강하게 나의 생각을 부정한다.

물론, 나에게도 욕심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여럿 있다.

다만,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

이 이상 놀아줘도, 아마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자세를 고친다.

"그럼 공포를 느낄 때까지 몇 번이라도 때려 박아 준다고!"


이제 괜찮아 류엔.

얼굴에 니킥을 넣는 것으로 목적을 바꾼 류엔의 왼팔을 잡아, 나는 억지로 상대방의 몸을 끌어당기고는
가차 없이 얼굴에 오른쪽 훅을 작렬시켰다.

"컥, ─ ─ ─!?"

의식이 잘려나갈 정도의 충격을 받아, 류엔이 날아간다.

하지만 한방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디까지나 그 한발자국 앞에서 위력이 모자란다.

콘크리트에 허리부터 쓰러진 류엔 위에 올라타고, 좌우의 주먹을 위에서 내리 꽂는다.

"너는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다고 했지 류엔"

"하아, 하아……큭큭, 그래. 나는 공포를 모른다. 한 번도 알았던 적이 없다"

시야의 절반이 부은 상처 때문에 가려져도, 류엔는 아래로부터 반격해왔다.

하지만 위력은 떨어지고, 어이없이 헛스윙한다.

대신에, 나는 위에서 정확하고 강렬한 일격으로 답례한다.

류엔의 표정이 험한 것으로 바뀐다.

"큭, 후.....! 나는 싸움에 자신이 있지만, 진 적이 없지는 않아. 아니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당해


왔기에 알 수 있어……"

조금 말하기 힘든 것 같다. 입안이 끊어졌는지, 입에서 피를 토하며 지면에 내뱉는다.

나는 다시 주먹을 내리 꽂기 시작했다.

"카학!……아, 젠장할, 또 말하기 힘들게 됐잖아"

좌우로의 공격을, 작고 짧게 반복한다.

하지만, 그래도 류엔은 정말 공포하지 않았다.

"폭력을 휘두를 때는 인간의 본심이 보인다. 때리는 놈도, 맞는 놈도 "

류엔은 한번 눈을 감고, 웃었다.

신나게 얻어맞고 있는데도 도발한다.

"하아, 하아……큭, 크큭... 정말로 즐거웠겠지 아야노코지. 그만큼 강하면 아무리 거만한 태도를
취해도 상관없겠지. 뭐든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더 보여줘라 아야노코지……"

류엔는 눈을 뜬다.

그런 류엔에게, 나는 얼굴을 노려서 주먹을 거듭 내리 꽂는다.

이미 얼굴은 붓고, 피가 나고, 내부 출혈도 심한 상태다.


그럼에도 류엔은 공포하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본래 갖추고 있을 감정의 하나.

그것이 기능하지 않고 있다.

"이걸로 됐겠지 류엔"

이쪽에서 그렇게 제안하지만, 당연히 류엔이 받아들일 리도 만무하다.

"크, 크큭. 뭐하냐 아야노코지. 나는 항복하지 않았다고. 숨통을 끊어 보라고"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도발하는 류엔을 보고, 나는 다시 한 번 주먹을 먹인다.

고통에 표정이 일그러지지만 그것도 한순간.

"아프다, 아프다고,……하지만, 그것뿐이야."

이쪽을 보는 눈은 만났을 때부터 변함이 없다.

눈앞의 패배가 아니라, 최후에 찾아올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 여기에서 네가 나를 이기더라도, 나는 몇 번이라도 물어뜯는다. 학교 어디에 있어도, 틈을 찾으면


덤벼든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기는 건 나다"

지금까지, 류엔는 그렇게 역전하면서 살아남았을 것이다.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항상 무적 인 것은


아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싸워왔기 때문에 가지는 저 자부심.

폭력으로 상대방에게 공포를 심어, 지배한다.

이 녀석을 적으로 돌리면, 언제 습격당해서 크게 다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지금 한때의 기쁨을 맛봐라. 자, 승리는 눈앞에 있다 아야노코지!"

반격할 힘이 없지만, 류엔은 최후의 최후까지 계속 웃는다.

"인간은 약자에 대할 때, 재미있는 방법으로 감정을 내비친다. 그리고 그 감정 뒤에 바로 거기에 공포가


숨어있는 거야"

감정 뒤에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이기고 싶나? 지고 싶지 않는가? 너는 어떤 감정을 갖고 있지 아야노코지"

이기고 싶어?

지고 싶지 않아?

"너는 지금……나를 지배하고 웃고 있나? 화를 내고 있나? 아니면 흥분하고 기뻐하고 있나? 혹은 초조해
하고 있나? 나한테 가르쳐달라고!"

이 녀석은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공교롭게도 나는 내 얼굴을 표정을 볼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하는 것이 있다.

이런 하찮은 일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없다. 라는 것뿐이다.

감정을 엿보이는 것 따윈, 있을 리가 없다.

벌써 몇 번째인가도 잊은 주먹을 류엔의 안면에 착탄시킨다.

"!"

이제 멈추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그저 같은 위력의 주먹을 반복한다.

류엔의 얼굴이 경련을 일으킨다.

아아, 그거다 류엔.

너도 본거지?

[#삽화(23.jpg)]

[#삽화(24.jpg)]

공포라는 감정이, 자신 속에 분명히 존재한다, 는 사실을.

지금까지보다도 강렬한 일격을, 류엔에게 때려 넣는다.

마지막에는 의식을 날려버릴 한발.

너는 이쪽의 마음을 통제할 셈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조종당할 마음이 공교롭게도 내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천천히 류엔 위에서 일어났다.

이 이상,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 카루이자와를 방치하는 것은 좋지 않다.

"미안해, 아주 힘든 상황에서 기다리게 하고 말았다. 상처는 없어?"

"그건…… 괜찮아. 좀 너무 추워서 감각은 없어졌지만..."

주저앉은 채 자초지종을 보던 카루이자와 앞에 손을 내민다.

잡은 그 손은 얼어있는 것처럼 차가웠다.

"나한테 환멸했어?"

"당연, 하잖아……. 처음부터 배신했으니까"

"그렇네. 그럼 왜 류엔한테 나를 팔지 않은 거야"

"……나를 위해서. 단지 그뿐이야 "

그렇게 말하고, 내 가슴에 쓰러지듯이 안겨와 몸을 떨었다.


" 무서웠어…… 무서웠다구...!"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오늘 당한 일도, 지금 여기에서 일어난 일도. 모두 생각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뤄도 좋아.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늘 이 순간, 너의 주박은 없어졌다는 거다. 앞으로
마나베……아니, 다른 누군가가 과거를 헤집지는 않는다. 이제부터는 지금처럼, 평소처럼 행동해도 좋아
"

버티는 힘도 남아 있지 않았는지, 그 몸 전부를 나에게 맡기는 카루이자와.

카루이자와의 시선으로 보면, 정말 재난이 이어진 몇 달이었을 것이다.

우발적으로 일어난 마나베들의 이지메. 노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지메.

류엔이 과거의 상처를 파헤쳤고,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내 탓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

정신은 불안정하고 만신창이다.

"가혹한 과거를 넘어서서 너는 지금의 너를 만들었다. 그것을 내일부터 재개할 뿐이다"

하지만, 카루이자와라면 문제는 없다.

옥상에서 재회했을 때에 그것을 확신했다.

"너를 상처 입힌 건 나다. 용서해 달라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한 가지 기억하고 있어줘. 오늘처럼


너에게 뭔가 있으면 나는 너를 구하러 온다"

"키요, 타카……"

이만큼이나 좌절하면서도, 카루이자와는 나라고 하는 버팀목에서 떨어지지 못한다.

카루이자와는, 나란 존재 없이는 이 학교에 존재할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앞으로 내가 존재하는 한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마음이 부서지는 일은 없다.

만약, 만일 빠른 단계에서 내가 카루이자와를 도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확실히 약속을 재빨리 완수했다는 것으로 인해, 카루이자와의 의존도가 강해지는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역으로 다음 같은 상황에 처해서 버려졌을 때, 카루이자와의 낙담은 눈에 띄게 짙어진다.

그런데, 처음 단계에서 여기까지 질질 끈 걸로, 어디까지 가더라도 끝까지 믿겠다는 의지가 생겨난다.
동시에, 카루이자와가 배신하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도 파악할 수 있었다.

애초에, 내 이름을 불었다고 해서, 그건 그걸로 『죄책감』에 시달리도록 해서, 이후 내가 유리하게


써먹을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손에 넣은 카루이자와 케이라는 부하를 놓아주는 것은 아까우니까.

필요성 여부는 둘째로 놓더라도, 일단 손에 넣어 두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조금 내려가면 학생회장……지금은 전 학생회장이지만, 이랑 챠바시라 선생님이 대기하고 있다. 어느


정도 사정을 알고 있을 테니까, 젖은 제복을 포함해서 잘 대처해 줄거다"

"아, 알았어……키요타카는?"

"나는 뒷처리가 남았어. 그리고 함께 있는 걸 누가 보면 귀찮으니까. 먼저 가는 편이 좋아"


그렇게 말하고 가볍게 등을 떠밀어, 카루이자와를 옥상에서 돌려보낸다.

"그러면……"

옥상에 4 명을 방치하고 돌아갈 수도 없다.

챠바시라 선생님은 몰라도, 나머지 교사에 발견되면 문제가 생기니까 말이야.

나는 이시자키부터 차례로, 뺨을 가볍게 때려 정신을 차리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류엔도.

"윽.……"

"정신 차렸냐"

"이 문제가…… 이걸로 끝났다고 생각하는 거냐 아야노코지"

"끝이다. 설마 지금부터 계속하자고 하지는 않겠지"

누가 봐도, 이번 승부가 결판이 난 것은 분명하다.

"나는 어떤 수단이라도 쓴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말하고, 류엔는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켰다.

"필요하다면 전쟁이다"

"나한테 얻어맞았다, 라고 하면서 사람을 모을거냐?"

".....큭큭. 아무래도 그건 좀 보기 흉한데. 하지만, 이기기 위해서라면 그것도 선택지 중 하나로 본다"

얼마나 꼴사납든지, 나를 이기기 위해서라면 검토하는 것 같다.

"뭣하면 네가 억지로 꾸민 일로 해줄까?"

"일단 조언은 해 주겠는데, 추천하지는 않아. 내려가면 바로 전 학생회장이 기다리고 있어. 상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문제행동이 있었던 건 바로 들키겠지. 먼저 시비를 건 것이 류엔인 것은, 옥상의 감시
카메라를 처리한 시간으로 봐도 확실하다. 한편 나는, 그 시간대에 느티나무 몰에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지"

몇 겹의 보험을 들어 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처음부터 외부인을 목격자로 삼을 수도 있었는데, 하지 않았던 건가"

"한번 너를 두들겨놓지 않으면,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 같아서"

"내가 이 패배로 납득할 거라고 생각하나?"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너의 패인은 단 하나다 류엔. 공략 순서가 틀렸어, 그게 전부다.


이치노세와 싸우고, 카츠라기나 사카야나기와 싸워서 경험을 쌓으면, 좀 더 나하고 가까운 위치에서 싸울
수도 있었겠지. 너무 호기심으로 움직였네"

숨김없이 말하자, 류엔는 쓴웃음을 보였다.


"잘도 말하는구만……"

"리벤지 매치는 언제든지 받아들인다고 말하고 싶지만……나는 앞으로 눈에 띄는 행동을 할 생각은 없거든.
가능하면 다른 사람이랑 해줬으면 하는데"

바로 류엔다운 말이 돌아온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침묵하며 생각에 잠긴다.

"굳이 목격자에 거리를 취하게 한 사실을 깊이 생각해 보면, 내가 앞으로도 너를 집요하게 노리면,
자신의 정체와 카루이자와의 과거를 버리고서라도 우리를 몰아붙일 생각, 이라는 거냐?"

"극력 피하고 싶지만, 그럴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있던 이시자키나 이부키, 알베르토도 같은 운명인가"

처분정도는 확실하지 않지만, 상당히 무거운 처벌이 떨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

"나의 정체와 카루이자와의 과거가 절대적이라고 과신한 것도 오산이네. 미연에 막으려고 했다면 좀 더
대규모로 하거나, 망을 많이 세웠어야 했겠지"

이 학교라는 지역 안에서는, 어떻게 해도 류엔의 수법은 난이도가 높다.

"즉 내가 존재하는 한, C 반은 상처를 안고 있는 채라는 건가"

"그다지 이쪽에 너무 무리하지 덤비지만 않으면, 이번 일을 도구로 사용할 생각은 없는데"

"그런 구두약속을 믿을 정도로, 나는 무른 놈이 아니야. 만약 C 반에 의해서 네가 궁지에 몰리면, 오늘의


일을 학교 측에 통보한다. 틀리냐?"

"그럴지도"

확실히 절대적인 약속은 할 수 없지.

항상 리더를 제압당한 상태라면 C 반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건가.

"그런데 어쩌냐? 이미 일어난 사실은 돌릴 수 없다고 류엔"

"시끄러. 너와의 승부는 끝이다. 그리고 나 자신의 싸움도"

류엔은 이부키들을 둘러보면서,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입력했다.

그리고 옥상 바닥 위에, 이부키의 발밑으로 휴대폰을 미끄러뜨렸다.

"뭐야……"

말없이 나와 류엔의 대화를 듣던 이부키가 째려본다. 나를 향해서도.

"책임은 전부 내가 진다. 그 전에 내 포인트를 모두 너희들에게 옮긴다"

"뭐……? 류엔, 너, 무슨 소리야……? 바보냐?"

"그, 그래요 류엔 씨! 여기에서의 일은 누설하지 않는 거고, 책임같은 건 질 필요 없어요!"

이번 일은 서로가 공언할 수 없다. 그런 표면적인 평등. 하지만 실제는 D 반이 압도적으로 우위인 것을


류엔는 깨달았다. 그것을 탕감하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
"아야노코지, 이 사건은 모두 나 혼자서 한 일이다. 퇴학당하는 건 나 하나로 좋겠지"

"꽤나 성실하구나.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지다니"

시시하다고 류엔는 말을 내뱉고, 동시에 입 안에 고인 피도 뱉어냈다.

"폭군이 성립하는 건, 그 권력이 의미가 있을 동안뿐이다. 이정도로 지면, 거기에 복종하는 인간은
없어진다"

그동안의 횡포한 태도도, 행동도, 모두 결과가 따랐기 때문에 허용 된 것.

다른 반을 휩쓸리게 한 X 찾기는 그만큼 많은 파장을 낳고 있었다.

이 정도로 무리한 방법을 쓰고 패한 자신에게, 그 자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건가.

생각보다 훨씬 이해력이 좋은 것 같다.

여기까지 준비해서, 류엔이 전력을 낼 수 있는 환경을 고른 건 역시 정답이었다.

"웃기지 말라고. 왜 나한테 맡기는 건데……"

"네가 나를 싫어하니까. 그러니까 너다. 남은 개인 포인트는 모두가 나눠라. 내가 퇴학당하는 걸로


카츠라기와 사카야나기는 계약무효를 들고 나오겠지만, 역시 그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계약자 본인이 학교를 떠난다면, 분명 그럴 가능성이 높다.

"류엔 씨, 진심으로 말하는 겁니까!?"

이시자키도 일어서서, 슬퍼 보이는 목소리로 그렇게 외친다.

"시끄럽다고. 소리치지 않아도 다 들린다고"

엷게 웃는 류엔.

"뒤는 너희들이 해라"

진심으로 퇴학당할 결의를 굳힌 것인지, 휴대폰을 쳐다보지도 않고 일어선다.

"그럼"

그런 말을 남기고, 옥상을 떠나려 하는 류엔.

그 등에는 이부키의 말도, 이시자키의 말도 닿지 않는다.

"괜찮아? 정말 학교를 그만둬도. 후회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류엔을 내가 불러 세운다.

"왜 네놈이 그런 걸 신경 쓰는 거야"

"여기서 겪은 패배의 의미조차 알지 못하고 떠나버리면, 네 성장은 거기서 끝이라고"

"아?"
"왜 나한테 진 건지. 그걸 모르는 채로 좋냐고"

"……헛소리마라. 애초에 나를 돕는 거에 무슨 의미가 있냐. 네 정체도 카루이자와의 과거도 알고 있는


나를 남겨둬서 네가 얻는 이득이 없잖아. 언제 이 일을 폭로할지도 모르는데"

" 그렇지…….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네가 사카야나기, 이치노세를 쓸어 주면 D 반은 나 없이 편하게


싸울 수 있지. 거기에 카츠라기와 맺은 계약이 남아 준다면 A 반은 조금씩이지만 데미지를 받는다.
무엇보다 갑자기 퇴학당하면 사카야나기, 이치노세는 류엔이 X 에게 당했다고 생각하겠지. 그렇게 되면
나중 일이 귀찮아 진다고"

즉 타산적인 일이다, 라고 덧붙였다.

"만약 이번 일이 뜻밖의 형태로 우리의 예상를 뛰어넘었다고 해도, 다행히 나는 눈에 띄는 곳은 어디도


다치지 않았지. 누가 어떻게 봐도, 내부분열한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그러면 줄거리는 이렇다. 일처리가 나쁜 너희들에게 제재를 가하려 했지만, 역으로 당하고 말았다,
나는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그런 것으로 해둬라"

그거라면 나에게도 의혹은 걸리지 않는다, 볼 수 있을까.

"너…그걸로 좋은 거야?"

"여기에 있는 전원이, 아야노코지 한 사람에게 꼴사납게 당했다. 이제 와서 체면치레고 나발이고 있을 거


같냐. 그리고 나 혼자서 사라지는 쪽이 더 타격이 적다"

"하나만 추가로 말해 둘까. 자퇴하는 것은 네 마음이고, 의심하는 것도 네 마음이지만, 나는 이번 사건을


누군가에게 말할 생각은 없어.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는 전 학생회장에게도 여기서 있었던 모든 일을
비밀로 한다는 것으로 말을 맞춰 놨다. 즉 퇴학당할만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거다. 그걸 알고서도
자퇴한다고 한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그럼 말리지 마라. 나는 사람을 쉽게 믿지 않는다"

류엔은 그런 말을 남기고, 옥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뒤에 남겨진 이시자키는 물론 이부키도 류엔의 행동에 납득이 가지 않는 듯했다.

[#삽화(25.jpg)]

○ 류엔이 얻은 것, 잃은 것

그 날 밤, 나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꿈을 꾸었다.

죽여 버린 한 마리의 뱀에 대한.

어쩌면 그때, 그 뱀을 죽이기 전에 뱀에 물려서 공포를 알게 됐더라면.

나는 같은 선택을 했을까.
"……시덥잖다"

그런 생각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인간은 다시 할 수 없는 한번뿐인 인생을 매일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일상 속에서 승패는 항상 움직이고 있어서, 이기는 날이 있으면 지는 날도 있다.

어제는 마침, 그런 날이었을 뿐.

내가 진 수는 통산으로 보면, 3 자리가 훌쩍 넘는 것이다.

아야노코지만을 놓고 봐도, 어제가 처음 진 것이 아니다.

왜 이렇게까지 다른 것인가.

아침 8 시, 기숙사를 나와서 학교를 향해서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겨울방학 첫날이지만, 학교는 동아리 활동 때문에 문제없이 개방되고 있다.

학교에 발을 들여놓을 때는 교복이 원칙이지만, 이제 지킬 필요도 없다.

동아리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아침연습은, 대개 7 시 전후에서 시작된다. 느티나무 몰은 10 시부터이기


때문에 이 시간에 학교 방향으로 향하는 학생은 나 정도일 것이다.

"…….에취"

학교로 이어지는 가로수 길 도중, 한 학생이 추운 듯이 몸을 떨었다.

무시하고 계속 걸었지만, 옆을 지나가면서 말을 걸어왔다.

"드디어 왔다"

그런 목소리를 흘려듣고 지나간다.

"좀 기다리라고"

황급히 쫓아오면서, 곧장 내 어깨를 붙잡았다.

"아? 뭐 하는 거냐 너. 막 만지지 말라고"

"나도 만지고 싶지 않다고. 휴대폰 떠넘기고 갔잖아. 그거 갖다 주고 싶었을 뿐"

그렇게 말하고, 코를 새빨갛게 한 이부키는 휴대폰을 나에게 내밀었다.

"적당히 처리하면 되는데. 언제부터 기다리고 앉아있는 거냐 "

"글쎄……?"

기억 안 나는 척을 한다는 것은, 나름대로 오래 기다린 거겠지.

왜 이렇게 쓸데없는 곳에서, 이 녀석은 세세한 건지.

받지 않고 이부키의 옆을 지나치려고 하자, 이번에는 팔을 붙잡았다.


"너 정말 그만둘 거야?"

"휴대폰을 돌려주는 것뿐 아니었나?"

짧게 대답하자, 이부키는 화난 듯이 노려봤다.

"입학했을 때, 이시자키나 알베르토랑 싸웠을 때 너 말했잖아? 몇 번 지더라도 마지막에 이긴 녀석이


가장 강하다고. 사실 너는 알베르토들을 상대했을 때도 그랬잖아"

"그러니까 뭐냐고"

"아야노코지한테 한번 졌다고, 그걸로 끝내는 거야?"

"이쪽이 수읽기를 틀려서 다음 수가 다 막혔어. 게다가,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뭐냐고 그거. 엄청 꼴불견인데"

이제 아무래도 좋다.

그렇게 생각하게 했다는 의미로는, 정말로 대단한 녀석이다 그 녀석은.

"그럴지도"

그래서 이부키의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게 어이없이 대답했다.

"그럴지도 가 아니라고"

이부키는 내 팔을 붙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내가 그만두기를 원했던 거잖아. 그렇다면 마침 딱 좋은 상황이잖아?"

"A 반에 올라갈 거라는 말을 했으니까, 나는 협력했다고. 근데 이 꼴?"

평소에 적당히 가스를 빼주고 있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부키 녀석은 바로 이렇게 쌓인다.

아직 할 말이 남았는지, 말이 그칠 기색은 없었다.

"그동안의 횡포한 태도도, 행동도, 다 눈감아 줬다고. 최종 목표만은 같으니까 참고 따라왔어. 전에 C


반이 패널티를 받았을 때도, 우리들에게 아무런 자세한 설명도 하지 않았어. 그래도 주위에서 불만이
나오지 않았던 건, 최후에는 A 반에 올라갈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근데 니가 여기서 퇴학? 너무
꼴불견이잖아"

그리고 한 호흡 두고, 또 하나 덧붙였다.

"이런 한심한 이야기가 어딨냐고?"

"언제까지 상황에 맞춰서 좋게 해석하려고 하지 말라고 이부키"

나는 한번 발을 멈췄다.

전신이 다 아프니까, 쓸데없는 짓은 하고 싶지 않은데.

"확실히 나는 너희 송사리들에게 말했지. 나를 따라오면 쉽게 A 반에 올려보내 주겠다고. 폭력으로


지배하고 공포를 심어 주며 사탕을 주었을 뿐이라고. 내가 A 반과 나눈 계약은 알잖아. 그것을 너희들에
환원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혼자 A 반에 올라가려고 했단 말야?"

"마지막에는 그럴 생각이었다. 내가 동급생들을 진심으로 볼 리가 없잖아"

이렇게 말하면 이부키도 납득할 수밖에 없다.

"이제 됐지. 그럼"

"8 억 포인트"

"……아?"

"어제 휴대폰를 전달 받은 뒤에, 정말로 순간 포인트를 옮겨야 할지 고민했어. 그래서 이왕이면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저것 휴대폰 안을 봤다"

내 휴대폰을 켜고, 화면을 보고 있다.

그것은 내가 세운 3 년간의 작전과 포인트의 추이다.

"혼자 승리하려고 한다면 2000 만 포인트만으로 좋아. 그런데 왜 이런 계획을 세운 거지? 8 억이라는 거
C 반 전원이 A 반에 가기 위해서 필요한 포인트잖아. 뭐, 그다지 모을 수 있는 금액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잠꼬대하지 마라. 그냥 심심풀이로 쓴 메모다"

휴대폰를 이부키에게서 무리하게 빼앗아간다.

"앞으로는 히요리와 카네다가 이끌잖아. 아야노코지가 움직이지 않으면 가능성은 있다"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이부키 놈, 개인 포인트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완전히 휴지조각이다.

귀찮은 놈이.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만약 그만둔다고 할 거면, 나랑 승부해라"

또 엉뚱한 제안을 하고 자빠졌다.

바보는 이용하기 쉽지만, 가끔 이렇게 이상하게 폭주한다.

"어제 당한 상처에, 추위까지 더해서 제대로 몸도 움직이지 않잖아"

소매를 잡은 팔에도,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바로 알아챘다.

무리하게 걸으며 소매를 잡힌 손을 당기면, 다음 순간 나는 나가떨어졌다.

돌바닥에 몸을 박는다.

"……아파라. 제대로 낙법도 못 치겠네"


아야노코지 녀석 철저하게 몸을 망가뜨려 놨다.

"아.....이걸로 개운해졌는데. 그만두려면 빨리 그만두라고"

이부키는 기숙사를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도대체 몇 시간 동안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냐.

"사카가미. 할 말이 있다. 용건은 어제 전한대로"

학교에 혼자 온 나는 담임교사를 찾아갔다.

사전에 기숙사의 고정 전화로, 이 시간을 지정했던 것이다.

굳이 하루의 텀을 둔 것은, 사건 직후의 퇴학은 왠지 폐를 남기기 때문이다.

감시 카메라의 세공도 감안한다면 문제가 되기 쉽다.

전 학생 회장이 이 사태를 알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것을 떼어 내겠다는 의도다.

"알고 있다. 여기서 이야기 하는 건 좀 피하고 싶다. 진로 상담실까지 와 줬으면 하는데"

"아아"

"그런데 그 전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문제라고?"

"잠깐 와라"

그렇게 말해서 사카가미는 직원실 안쪽에 말을 걸고, 학생을 불러냈다.

곧 모습을 보이는 두 사람.

"류엔 씨……"

"아?"

이시자키에 알베르토다.

왜 이부키 그 바보에 이어, 이 둘까지 여기에 있는 거지.

"네가 찾아오지 않았느냐고 아침부터 계속 기다렸다. 직접 연락하라고 해도 말을 안들어서 곤란해 하고


있었다. 우선 이 두 사람을 어떻게 해라"
"뭐 하는 거야 너희들, 썩 꺼져라 죽인다"

"우리 ─ ─ ─"

쓸데없는 것을 말하려는 이시자키들을 한번 노려보는 것으로 떨어뜨린다.

"으……"

그런 나의 공갈을 듣던 사카가미는 안경을 만지며 말했다.

"어제의 감시카메라가 고장난 건. 이시자키들도 관계가 있나?"

"그건 내가 개인적으로 한 짓이다. 빨리 가자고"

여기서의 부주의한 접촉은, 이 녀석들 자신의 목을 조를 뿐이다.

뿌리치고, 사카가미를 무시하고 나는 진로지도실에 걸어간다.

사카가미는 이시자키들을 의심하면서도, 돌아가기를 재촉하고 나를 따라 왔다.

"너한테 전화로 설명을 들어서 이해는 하고 있지만, 하나씩 해결하자 류엔. 우선 감시 카메라를
스프레이로 오손된 건은 인정하는 거지?"

"아아. 내가 혼자 한 일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시자키와 알베르토, 이부키와 싸운 사실은?"

"인정한다. 다 내 책임이다. 일방적으로 때리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역으로 당했지만 말이야"

이런 패전에, 저 녀석들이 관련될 필요는 없다.

"이해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빠르다"

"기다려주세요 류엔 씨! 우리들도 무관하지는 ─ ─ ─"

돌아가지 않고 쫓아오는 이시자키에 나는 정면에서 발차기를 먹였다.

이제 와서 한두 번 폭력을 추가했다고 해서, 퇴학당하는 인간은 관계없는 일이다.

"뭘 하는 거냐 류엔!"

"몇 번 말하게 할 셈이냐. 어제 내가 맞은 것만으로는 모자라다는 거냐?"

괴로운 듯이 웅크리는 이시자키에게서 시선을 뗀다.

"지금 것도 내 페널티에 추가해둬라"

"……어떤 사정이 있던 간에 다음에 문제를 일으키면 너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 시끄럽다고 사카가미. 어차피 이걸로 끝이다"

진로 상담실 안으로 안내된 나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빨리하자 사카가미. 퇴학처리를 진행해줘"


"아무래도 착각하는 것 같아서 정정해주겠다"

사카가미는, 천천히 입을 움직인다.

"너의 발언에서 모순이 확인됐다"

"아? 조금 기다려라. 모순이라고?"

"이쪽이 파악하고 있는 한에서는, D 반과의 사이에 문제가 있었던 거 같은데?"

설마 아야노코지가 최후의 최후로 저질렀나

나의 제안을 무시하고 카루이자와의 건을 포함한 사실을 학교에 보고했다면, 나뿐만 아니라 이부키와
이시자키도 상당한 벌을 받는다.

개인 포인트를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을 고발하기라도 한 거냐"

"고발? 이쪽이 들은 얘기로는 감시 카메라의 파괴에는 너뿐만 아니라 D 반 학생 한명도 연루됐다, 고


들었는데"

"뭐라고……?"

순간 말의 의미를 이해 못하고, 혼란에 빠진다.

"D 반은 이미 수리비로 개인 포인트를 내고 있다.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과실의 비율이 균등으로
좋았는지 여부, 그 부분이다"

"웃기는 짓을……."

그런 짓을 해서, 내가 그만두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야 아야노코지.

"나는 자퇴한다"

"……아무 문제가 없는데, 그래도 하는 거냐?"

사카가미도 바보는 아니다.

어제 옥상에서 귀찮은 일이 일어난 것 정도는, 상황으로 미루어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 이 학교에 남을 의미가 없어졌다"

학생 개인의 주장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가. 너의 의지가 그렇다면, 막을 수는 없지"

그렇게 말하고 사카가미는, 서랍에서 종이를 꺼냈다.

"여기에 이름, 학번, 자퇴 이유를 쓰도록"

"조금만 기다려라"

펜을 집어 들자, 사카가미는 2 장 종이를 더 꺼냈다.


"네 퇴학 처리가 끝난 후에, 이 2 장을 이시자키와 야마다에게도 쓰게 한다"

"……뭐라고? 그 녀석들은 상관없잖아"

"확실히 상관없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그것을 원치 않았다. 만약 류엔이 퇴학을 고른다면 그 때는


자기들도 그만둔다고 하고는 아무 말도 안 들으니까"

아야노코지 놈……. 그 바보들한테 쓸데없는 훈수를 뒀구나?

이시자키와 알베르토를 인질로 잡는 것으로, 내 자퇴를 저지하려고 하는 거다.

내가 여기서 그만두는 선택을 하면 공멸, 자퇴하는 의미가 없어진다. 본말전도다.

"젠장할...."

"나도 반에서 자퇴자를 내는 것은 아쉽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사카가미는 내 수중에 있는 퇴학서류에 시선을 내렸다.

"지금이라면 그냥 기물파손만으로 끝난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내가 남는 거에 무슨 메리트가 있는 건데"

더 이상, 사카야나기 무리와 말썽을 일으킬 생각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퇴학은 그만둔다"

종이와 펜을 돌려주고, 나는 자리를 떴다.

머지않아, 1 학년 사이에는 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류엔 카케루는 C 반의 리더를 포기한 것 같다, 라고..

이시자키 무리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그만뒀고, 누구에게 발언하는 일도 없어졌다.

마치 입학 당시의 나를 보듯.

혼자 외로운 시간을 거듭하는 류엔.

앞으로 무언가를 찾는 날이 올까.

나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그 녀석과 나는 닮았다, 라는 것.


그리고 아직 이용 가치가 있다, 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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