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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엘리베이터101106
악몽의 엘리베이터101106
#0
관객 입장. 하우스 뮤직이 깔리고 관객이 모두 착석하면 모든 조명과 음향이 꺼진다.
조명 in. 엘리베이터 앞에서 통화하는 김민석. LED 화면은 5 층으로 표시되어 있다.
#1
잠시 후 엘리베이터 도착음 ‘띵’ 들린다. LED 는 8 층을 가리키고 있다.
얼굴에 조명이 비친다.
#2.
조명 in. 남자가 쓰러져 있고 세 사람이 남자를 내려다 보고 있다. 눈을 뜨는 남자. 천천히 일어난다.
중년의 남자와 오타쿠로 보이는 안경 쓴 남자 독특한 분위기의 지저분한 곰인형을 든 교복 입은
여자다. 학생인 것 같다.
김민석 : 누…누구세요?
장덕환 : 여기 주민.
김민석 : 저 쪽의 두 분은?
장덕환 : 몰라. 여기서 처음 봤는데?
김민석 : (잠시 생각하다 뒤통수를 부여잡고 무릎을 꿇는다) 아~
장덕환 : (민석을 부축하며) 아우 괜찮아? 거 조심 좀 해.
김민석 : (부축을 받으며 일어난다) 괜찮습니다. 그보다 어떻게 된거죠?
오타쿠 :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섰어요.
김민석 : (오타쿠를 보며) 네?
오타쿠 : 그쪽이 타자마자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키며) 쭈~욱! (킥킥 웃으며) 완전 매트릭스였는데.
여자 :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
깜짝 놀란 민석.
1
김민석 : (비상벨을 들여다보며) 그래, 비상버튼, 비상버튼을 누르면 감시센터에서 응답합니다?
오타쿠 : 응답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가 안 나와있다구요.
김민석 : 마…맞다! 해..핸드폰!! (주머니를 뒤지며) 어? 어? 내 핸드폰!!! 어디 갔지? 어?
장덕환 : 왜 그래?
김민석 : (안절부절하며) 핸드폰이 없어졌어요!! ….(머리를 긁적인다) 떨어뜨렸나?...저기, 119 는요?
장덕환 : (핸드폰을 꺼내며) 배터리가 없어.
여자 : 버렸어. 이젠 필요 없으니까.
김민석 : (뒷통수를 맞은 듯) 그렇다…는건…
음악 in 쾅쾅쾅쾅!
#4.
조명 cut in.
2
~아~배가 너무 아파. 모르겠어……아직 2 주나 남았는데…내 옆에 있어 줄 거지? 빨리와!!!
조명 cut out
#5.
무대 중앙 조명 기본 cut in
침묵.
3
오타쿠 : 전 장재인이 좋던데요…
여자 : 시끄러.. 시끄러… 시끄러…!! 시끄러!!!!!!!!!!!!!!!!!!!!!!!!!!!!
#6.
침묵의 엘리베이터.
끄덕 거리는 세 사람.
김민석 : 아 왜 없는데요!
여자 : 자기도 없으면서…
장덕환 : 요즘 시계 갖고 다니는 사람이 어딨어~! 다 핸드폰 들고 다니지.
김민석 : 그럼 핸드폰은요!!
여자 : 지도 없으면서…
김민석 : 전 항상 손목시계 차고 다닌다구요!
오타쿠 : 그럼 그 시계 어딨는데요?
김민석 : 그게…!! (아깝다는 듯한 행동으로) 아아~! 분명 있었는데? (혼잣말) 어딨지…? 술집? 노래방?
장덕환 : 별 수 있나. 그냥 기다려야지. 근데 우리 서로 이름도 몰랐네? 자자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 서로 자기소개나 한 번 합시다!
오타쿠 : 아, 그러네요. 합시다! 자기소개!
장덕환 : 그럼 나부터... (헛기침 몇 번 하고) 내 이름은 장.덕.환! 올해 서른 셋이고 여기 703 호에
삽니다.
오타쿠 : 근데 이거 집 호수까지 말해야 되나요?
장덕환 : 그건 자기 맘이고! 자, 이제 질문! 궁금한거 뭐~든지 물어보쎄요~! 자 질문!
4
오타쿠, 여자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한번 째려본다.
장덕환 : 직업은?
오타쿠 : 그게..
장덕환 : 캬~거기다 무직이야? 왜? 인간관계 때문에? 내가 이래뵈도 사람들 상담 좀 잘하거든? 따뜻~
한 인간미가 느껴진다나? (피식 웃고) 괜찮으니까 말해봐.
오타쿠 : 이유 같은 건 없어요!! 그냥……인간관계가 성가실 뿐이니까.
장덕환 : 이봐 신씨. 사람은 마음먹기에 달렸어. 당신도 일할 수 있다니까?
오타쿠 : 아 글쎄 아니래두요! 이렇게 얘기 잘 하고 있잖아요! 자! 저는 이제 그만! 다음.
김민석 : 김민석입니다.
오타쿠 : 몇 살?
김민석 : 서른이요.
오타쿠 : 직업은?
김민석 : 바탠더…
오타쿠 : 와~진짜? 멋있다! 톰 크루즈 처럼 (흉내내며) 막 춤추고 쉐이커 흔들고 그래요?
장덕환 : (민석에게 들이대는 오타쿠를 밀치며) 그건 당연하잖아~! 민석씨도 여기 살아?
김민석 : 아니요……가게 알바생이…
장덕환 : 놀러 온거야? 색시 배가 남산만 한데?
김민석 : (움찔) 아니요! 그 알바생 송별회였는데 너무 취해서 데려다 준겁니다. (눈치를 보다가) 술
안마시고 차 있는 사람이 저 뿐이고…명색이 가게 매니저라…
장덕환 : 음 사회생활이 다 그렇지.. (여자 바라보며) 다음은 언니 차례야.
일순간 침묵이 감돌고, 여자. 손목에 감은 붕대를 보이며 말한다. 세 사람. 일제히 여자에게서 거리를
둔다.
5
여자 : (손목의 붕대를 보이며) 이게 실패해서 왔어. 근처에서 여기가 제일 높잖아.
장덕환 : 뛰…뛰어 내리려고? 설마 진짜 죽으려는 건 아니지?
#7.
고요해지는 엘리베이터 안. 모두가 오싹 하다는듯한 숨을 죽이고 있다.
침묵.
6
#8.
(초고속 카메라) 음악 in. 오타쿠. 뭔가 느끼는 듯 콧김을 센다. 점점 더 콧김이 세지는 오타쿠. 김민석
목덜미에 콧김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더 세게 가해진다. 음악이 고조되고 조명도 떨리는 느낌.
최고점에서 음악 out
#9.
음악이 흐른다.
7
여자 : 어? 진짜였어? 당신 범죄자구나! 꺄악! 무서워! 강도! 살인마! 강간범!!
장덕환 : (버럭) 니가 더 무섭거든요?!
오타쿠 : (관객을 향해) 좀도둑입니다. 베란다 난간을 넘다가……이건 도베르만인가요?
장덕환 : (한숨) 15 평짜리 연립주택 베란다에 도베르만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오른쪽 소매를
걷어 상처를 보여주며) 8 바늘이나 꿰맸다니까.
여자 : 아하! 그럼 여기도 한 건 하러 오신 거네? 지은 지 얼마 안 되서 경비도 허술하니까.
장덕환 : 이봐. 지금은 일반 시민이라고! 이 모습이 어딜 봐서 좀도둑으로 보여?
김민석 : (추리한다) 의심받지 않으려고 양복 입은 거 아니 예요?
장덕환 : 어이 김씨, 당신까지 왜 그래?
김민수 : (다가오며) 정확히 부동산 무슨 일을 하시는 거예요?
장덕환 : (말을 흐리며) 그러니까..그게…땅투기..비슷한거야.
김민수 : (손 내밀며) 명함 좀 보여줘봐요.
장덕환 : 아~며..명함? 이…이거 어쩌나? 차에 두고 왔는데…
김민수 : 그럼 열쇠 좀 봐봐요.
장덕환 : 당연히 있지. 열쇠도 없이 1 층 도어록을 어떻게 열고 들어와.
여자 : 그 장치 작동 안 시켰던데? 그러니까 나도 들어왔잖아.
오타쿠 : 요즘 계속 열려 있더라구요. 혹시……?
장덕환 : 정전이다!!!
김민석 : (오버랩)뭐……뭐야? 악!! 누구야! 내 발!! 악!!
여자 : (오버랩)제발……나 좀 죽게 해줘!!!
오타쿠 : (오버랩) 안경! 내 안경!!! 내 안경!!!
김민석 : (엘리베이터 문을 세게 두드리며) 사람살려!! 사람살려!!!
장덕환 : (민석을 말리면서) 김씨! 진정해! 침착 하라고!!
김민석 : 이거 놔!!(장덕환 얼굴을 쳐버리는 김민석)
장덕환 : 이런 씨발 새끼가!!
#10.
8
무대가 약간 밝아진다. 민석은 고통스러워하며 장덕환의 팔을 풀으려 애쓴다. 김민석이 팔을 두 번
두드리자 황급히 풀어주는 장덕환. 민석, 고통스러운 얼굴로 기침한다.
김민석 : 컥컥…헉…
장덕환 : (침착한 목소리로) 모두 진정해. 패닉 상태가 제일 무서운 거 알지?
조명 out.
#11.
조명 in. 열려있는 502 호 문 앞. 민석 엘리베이터를 향해 나선다. 지민 뒤에서 바라본다.
#12.
Cut In 되면 다시 엘리베이터 안.
침묵.
9
여자 : 놀랐지? 뭐가 제일 괴로운지 알아?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는 거야. 오늘도 그 끔직한 애들이
있는 학교에 가야 된다는거. 그것도 모르고 부모님은 결석하면 화만 내셨어. 근래도.. 언니는
내편이었어.. 근데 어느 날 엄마가 날 청소년 센터에서 상담 받게 하더라고. 난 거기 자원봉사자가
말거는게 귀찮아서 계속 무시했더니 그 인간이 우리 언니랑 눈이 맞아버린거야.
오타쿠 : 그래서?
여자 : 태우러 갔어.
오타쿠 : 청소년 센터?
여자 : 응. 한밤중에 석유통 들고 가서 식당에다 뿌리고 불질렀지.
장덕환 : 그래서?
여자 : 전소. 인명피해 없음.
장덕환 : 용케 안 잡혔네.
여자 : 잡혔으면 비밀이게? 후우,(속이 후련해졌는지 밝은 목소리로) 내 비밀은 여기까지! 다음은
누구야? (세사람을 둘러본다)
장덕환 : (주머니 약병을 꺼내 흔들며) 내 비밀은…이거야.
장덕환 : 이름하여 마법의 약! 이거 한방이면 코끼리도 그냥~!(과장된 엎어지는 시늉을 하면서)
오타쿠 : 그거 뭐, 영화에서 나오는 손수건으로 입 막아서 기절시키는 그거?
여자 : 빈집 털이 하는데 그런 게 왜 필요해?
장덕환 : 빈집 털이 기본이 뭔지 알아? 아무도 없을 때 들어가는 거야. 근데 혹시나 집에 사람이
있으면 존나 난감하잖아? 그 때! (약병을 흔들며) 이걸 쓰는 거지. 야매 의사한테 샀는데 효과는
확실해. 사실 오늘 밤 털려고 했던 집에 연예인이 살거든.
여자 : 잠깐! 그게 비밀이야? 내 비밀하고 레벨이 틀리잖아!!
장덕환 : 어허! 하여간 요즘 애들은……끝까지 들어봐! 3 년 전인가. 평소처럼 빈집을 털러 갔는데 고급
주택이었어. 근데 빈 집 이여야 될 집에 스무 살쯤 된 딸내미가 혼자 자고 있는 거야. 너무
아름다웠지. 뭔가 고귀하고..도도하고...난 그 딸에게 이 약으로 더 깊게 잠들게 했지. 그리고..덮쳤어.
이틀 동안.
오타쿠 : 저…빈집 털이 할 때 마다 하나요?
장덕환 : (버럭) 이 사람이 말을 해도 꼭….!! 어쨌든 내 비밀은 여기까지야.
여자 : 저질!!!! 그치만 뭐..그 정도면 비밀로 쳐줄게.
김민석 : (경악하며) 네가 여자냐?!
오타쿠 : 다음은 제가 하겠습니다. (심호흡하며) 조금..떨리네요.
여자 : 그냥 말해. 말하고 나면 시원해져.
오타쿠 : 전…여자애를 유괴 했었어요. 한 7 살쯤 됬을려나.
김민석 : (경악하며) 네가 인간이냐?!
오타쿠 : 4 년 전 여름이였어요. 서울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가는 길이었죠. 근데 차가 너무 밀려서
입장도 못했어요. 근때! 그 주차장에 그 애가 혼자 놀고 있더라구요…너무 외로워 보이길래....
장덕환 : 어떻게 유괴했어?
오타쿠 : 뽀로로 보여줄까? 하고. 차에 태우고 으슥한 산속으로 데리고 갔죠.
장덕환 : 그래서?
오타쿠 : 그것 까지는 좀 봐주세요…
장덕환 : 여자애는?
오타쿠 : 원래 주차장으로 돌려 보냈죠.
김민석 : (혼잣말로) 이건 악몽이야..엘리베이터에서 탈출하면 다 잊는 거야. 아이도 잘 태어나고~난
아빠가 되는 거야. 난 변화 없어. 행복할거야. 행복한 가정…
장덕환 : 다음은 김민석씨!
김민석 : 저..전 비밀 같은 거 없어요. 아버지 지갑에서 돈을 훔쳤다거나..다른 동네에서 자전거 훔친
적은 있어도..다 그런 비밀 정도는 있잖아요? 하하하…
10
장덕환 : 이 새끼가! 어디서 구라질이야!!
여자 : 얍삽하게 혼자만 빠져나가려고?
성가 같은 음악 in
장덕환 : 누구 반지야?
김민석 : 집사람 겁니다.
장덕환 : 그게 왜 남편 주머니에 있어?
김민석 : 오늘 아침, 싸우다 아내가 집어 던졌어요.
오타쿠 : 거짓말.
김민석 : (억울하다는 듯) 아 진짜예요~!
오타쿠 : 그럼 여기서 나가면 그 반지 부인께 돌려드려도 되겠네요?
김민석 : (다급하게) 그건 안돼!
장덕환 : 김민석씨. 여기에 왜 왔다고 했지?
김민석 : 알바생…데려다 주러…
장덕환 : 그 알바생 여자잖아!
김민석 : 그게 왜요?
장덕환 : 답 나왔네. 그 반지, 그 여자 꺼지?
김민석 : …네.
여자 : 알바생에게 반지를? 이상하잖아!
장덕환 : 대체 무슨 관계야?
김민석 : 매니저랑 알바 관계입니다. 1 년 전에 만났어요.
여자 : 부인이 임신 중인데?
장덕환 : (사람 잘못봤다는 듯) 김씨. 사람 그렇게 안봤는데 참…그렇다…
김민석 : 죄송합니다.(꾸벅) 하지만 오늘은 그냥 데려다 주러 왔을 뿐이예요! 정말입니다!
장덕환 : 아~? 오늘은? 평소엔 매번 하고? 아~이거~아내가 애가 나온다는데…
오타쿠 : 김민석씨 부인이 무슨 생각을 할까? 만약 이대로 못 나가면…?
여자 : 굶어 죽겠지. 탈수로 죽던가.
오타쿠 : 남편의 시체 발견 장소가 불륜 상대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여자 : 나 같음 자살하겠다.
김민석 : (힘없이 무너진다) 어떡하죠..전 이제…도와주세요! 부탁 드립니다!
여자 : 그냥 현실을 받아 들여. 유언이라도 남기는 게 어때? 부인한테 진심을 남겨 두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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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용서받지 못 할거야. 하지만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울음을 참으며) 그 사람은…
민석. 세 사람을 쳐다본다. 하지만 눈빛을 외면하는 세 사람.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민석.
김민석 : 뭐야!!
여자 : 피 보는거 보다 저게 나을걸?
12
손수건을 든 장덕환이 다가온다)
순간, 뒤에서 민석의 입을 틀어막는 장덕환. 점점 의식을 잃는 김민석. 조명이 꺼지고 서서히
암전된다.
음악 in, out
#13.
조명 in 되면 무대는 탐정사무소. 원탁. 전화기, 의자, 화이트 보드 등이 있는 단촐한 무대.
장덕환. 초조한 듯 손목시계를 본다. 심각한 얼굴로 계산기를 두드리다가 통장을 괜히 열어봤다 한다.
착잡한 얼굴로 계산기를 바라보던 중 바지에 손을 집어 넣는데 오른쪽 문에서 여자가 등장. 미정이다.
장덕환. 과장되게 심각한 얼굴로 원탁위의 봉투를 미정에게 민다. 봉투의 내용을 확인하는 미정.
민석과 지민이 바람 피우는 증거 사진들. 묵묵히 사진을 보던 미정. 사진을 다시 봉투에 담는다.
미정. 그대로 일어나 나간다. 장덕환 원망스러운 눈으로 미정을 봄. 오타쿠와 여자. 왼쪽 문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나온다.
13
깬대. 기절하는 순간의 기억도 좀 잊어버리고.
오타쿠 : (의심스럽다는 듯) 그 업자 믿을 만해?
장덕환 : 어제 나한테 해봤어. 효과는 확실해.
여자 : 대단하다! 진짜 탐정소설 같애! 저! 어릴 때부터 아가사 크리스티 광팬이였거든요!
장덕환 : (흐뭇하게) 그래. 그 때, 전봇대에서 사원 모집 광고 보고 찾아왔지?
여자 : 네! 안녕하세요! 빙미선 이라고 합니다. 면접 보려고 연습 많이 했어요. 아가사 크리스티
광팬이라 이론은 확실하구요.
장덕환 : (진지하게) 어제 말한 캐릭터는 다 숙지해왔어?
여자 : (곰인형과 커터칼을 꺼내며) 네!
장덕환 : (깜짝 놀라며) 그게 다 뭐야?!
여자 : 설정인데요? 오싹하고 이상한 여자라고 하셔서. 어때요? 진짜 같아요?
#14.
음악 in. 조명 in(서서히 밝아진다). 음악 out. 엘리베이터 안 분위기 심상치 않음.
14
사이렌 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굳어지는 세 사람. 다시 멀어지는 사이렌 소리에 장덕환이 안심한다.
15
오타쿠 : 어디다 전화 하는거야?
장덕환 : 문자. 김민석 아내한테.
오타쿠 : (문자를 들여다보고) 당신한테……실망했어? 아니지~ 김민석씨라면 사과부터 했을거야.
탐정한테 다 들었어. 정말 미안해. 너의 사랑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바람 피운 날 용서해줘.
장덕환 : 오호. 역시 호모야. 여자 마음을 잘 안다니까? 그럼 보낸다.
세 사람. 서로 본다. 장덕환은 열쇠를 돌려 수동으로 전환한다. 천천히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소리.
음향. 바람소리. 조명 out
#15.
조명 in 되면 세 사람 엘리베이터 밖이다. 문 앞에 서 있는 세 사람. 긴장하며 주위를 살핀다.
전화를 거는 장덕환. 전화 거는 소리. 관리인이 전화를 받는다. 관리인 쪽 조명 cut in. 무대 상수로
핸들을 잡은 버스기사와 승객 몇 명이 앉아있다. 운전소리, 자동차 경적 소리. 신문을 읽고 자는 등
다양한 액션.
관리인 : 여보세요?
장덕환 : 나야. 문제가 생겼어. 엘리베이터 수동열쇠 있지? 밖에서 잠그는 거. 그거 좀 줘봐.
관리인 : 뭐? 뭐락카노?
장덕환 : 그건 알 거 없고! 지금 관리실이지? 내가 갈 테니까 열쇠나 줘.
관리인 : 우야노…그기는 좀 힘들꺼 같은디.
장덕환 : 뭐?
관리인 : 그…뭐꼬! 내 지금 고속버스다 아이가. 내 너거랑 관계없게…뭐꼬…그…알리봐이라카나? 뭐 거
만든다꼬 아들내미네 가고 있다 아이가.
장덕환 : 뭐?! 열쇠는!!
관리인 : 내한테 있제~! 쪼메 급하게 나온다꼬 옷도 그대로다. 우쨌든 뭔 사고는 없제? 조용히 그카고
얼렁 뜨라. 그람 이만 끊는데이. 아아!아 그라고 정전 타이밍 쥑이제?
장덕환 : 무슨 소리야? 그런 얘기 없었잖아!
관리인 : 전에 전기 끄라고 안캤나! 거 끄고 바로 갔다 아이가. 한 10 분 있음 예비전원 들어올낀데
쥑이지? 그라모 이만 끊는데이. 아아 지금 몇시고? 와 벌써 이리됐나. 한 20 분 카믄 카메라 고 고치러
누가 갈끄야! 고마 하고 후딱 철수캐라 마. 고마 끊는데이~!
장덕환 : (핸드폰 스피커에 대고) 야…야!!
16
관리인 쪽 조명 cut out. 끊어지는 전화음. 다시 전화를 걸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음성메세지가
나온다.
전화가 울린다. 놀라서 정지하는 세 사람. 김민석의 전화다. 오타쿠. 김민석의 시체에서 전화기를
꺼낸다.
장덕환 : 내가 받으라고?
오타쿠 : 성대모사라도 해.
장덕환 : 아이 씨. 김민석 목소리가 어땠지?
여자 : (핸드폰을 뺏으며) 잠깐만요. 찬스 잖아요. 아직 이별 중인 걸로 하면 되요. 이 시점에 문자를
보내면 그거야 말로 확실한 알리바이라구요.
벨소리가 끊어진다.
여자. 고개를 끄덕인다. 문자를 보내는 오타쿠. 핸드폰을 닫는다. 조금 후 문자가 도착했다는 알림음.
바로 답장이 온다.
오타쿠. 문자를 보내고 핸드폰을 닫자마자 더 빨리 답장이 온다. 문자가 도착했다는 알림음.
17
여자 : 상관 없어요. 엄청 취한데다 제정신도 아닐 테니까.
장덕환 : (전화를 받으며) 여보세요?
지민 : (울면서) 석석. 지금 어디야?
장덕환 : 집.
지민 : 아내는?
장덕환 : 거실.
지민 : 헤어질 수 없어. 부탁해…나 그렇게 못살아. 제발..나 석석없이 못 살아…다시 한번..
장덕환 : 안돼.
전화 끊는 장덕환.
여자를 안는 장덕환
장덕환 : 네가 없었다면….고맙다.
여자 : 아니예요. 제가 더 고마워요.
암전..
#16.
조명 in. 얼굴 밑으로 올라오는 푸른 조명. 음향. 차 소리와 바람소리. 지민, 옥상으로 등장. 결심한 듯,
금방이라도 아래로 뛰어 내릴 것 같다. 옥상으로 올라 온 장덕환과 오타쿠. 깜짝 놀라 서로 등을
떠밀다가 오타쿠를 아래 층으로 내려보내는 장덕환.
장덕환 : 이…이봐요!
지민 : 누구세요?
장덕환 : 그냥 지나가는 사람입니다. 이런 데서 뭐 하는 거예요? 지금 뛰어 내리려는 거죠?
지민 : ….오늘 너무 힘든 일이 있었어요.
장덕환 : (간절하게) 하지마..부탁이야..뛰어내리지마. 나도 힘든 일이 있었어.
지민 : 아니예요. 전 당신보다 더 고통스럽고…이대로 끝내고 싶어요.
18
장덕환 : 그러고 싶겠지. 분명 오늘밤보다 더 고통스런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지민 : 무슨 설득이 그래요?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장덕환 : 죽지 않았으면 하니까 이러는 거야. 이제 거짓말 하기 싫으니까.
지민 : 지금보다 더 고통스런 날을 기대하며 살라구요?
장덕환 : 그래.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울수록 오늘밤 일 따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될 테니까.
지민 : …얼른 왔으면 좋겠네요. 고통스러운 일.
#18.
조명 in 되면 탐정사무소다. 문이 벌컥 열리며 장덕환과 오타쿠가 들어온다. 의자에 앉는 두 사람.
잠시 말이 없다.
장덕환 : 여보세요?
미정 : 저기..남편이 아직 안 돌아와서요.
장덕환 : 분명히 지민이랑 헤어지고 집에 들어가신다고 그러셨는데요.
미정 : 마음에 걸리는 문자가 왔는데…이제..지쳤다고…
장덕환 : 여러모로 힘들겠죠. 곧 들어 가실 겁니다. 남편 분이 사랑하신다고…
미정 : 그만해요! 이제 됬어요. 이혼할거예요. 아이가 나온다는 데도…아이는 저 혼자 키울 겁니다. 그
동안 수고하셨어요. 나머지 돈은 제가 계좌로 송금해드리겠습니다.
장덕환 : 정 그러시다면 그러시죠. 계좌번호 지금 적을 수 있으세요? 네. 국민은행 XXX-XXXX-XX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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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X 장덕환입니다. 저 입금자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미정 : (약간 얼버무리며) 빙미정 입니다.
장덕환 : 예? 빈이요?
미정 : 빙이요. 빙.
장덕환 : 아. 얼음 빙이요. 빙과류 얼음…아, 성이 좀 특이하시……빙?
미정 : 네. 있어요.
장덕환 : 동생 분 성함이…
미정 : 미선이요
-미선 : (목소리) 미선이요. 빙미선.
음악 in 놀라는 장덕환.
미정 : 미선이를 아세요?
장덕환 : 아는 사람에 아는 사람…
미정 : (말도 안된다는 듯) 아닐 거예요. 그 애 4 년 전부터 행방 불명이거든요.
장덕환 : 행방불명?
미정 : 4 년 전에 병원에서 도망쳤어요. 저…미선이 있는 데를 아세요?
장덕환 : 아닙니다. 근데……입원은 왜?
미정 : 상담 다니던 자립센터에 불을 질렀어요. 직원 다섯 명이 그 자리에서 전부 사망하는 바람에
병원으로…경계성 인격장애라는데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서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상처를 주기도
한데요. 저..결혼 전에 흠이 될까봐 시댁에 얘기 안한 것도 그렇고…다 제 탓 같아서…그 애가 있는
데를 아세요? 찾아주실 수 있나요?
장덕환 : 아닙니다. 착각했습니다. 저, 끊겠습니다.
오타쿠 : 왜 그러는데? 어?
장덕환 : 약병이 바뀌었어. 정전…그래, 정전 때 바꿔 치기 한 거야. 처음부터 김민석을 죽일 생각
이였던 거라고. 이 탐정 사무소에 입사한 것도 계획 한 거야. 자살로 위장하는 것도, 맞아 언니가 남편
때문에 괴로워 하는 것도 다 알고 있었어.
암전..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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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 (중얼거린다) 씨발……잘하면 그년도 죽일 수 있는데. 재수없게 방해하고 지랄이야 지랄이야
방해하고 지랄이야 지랄이야 방해하고 지랄이야 방해하고 지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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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밝아지면 엘리베이터 1 층이다. 빙미선이 서 있다. 핸드폰을 열어 사진을 보는 빙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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