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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I http://dx.doi.org/10.22143/HSS21.8.6.

83 1239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장애 인물의 대응


-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를 중심으로 -
Perceptions to People with Disabilities and Reactions
from Main Characters in the Novel by Na Do-hyang
- Based on the Sam-lyong with Deafness -

김 보 민*

접수일: 2017년 11월 29일, 수정일: 2017년 12월 14일, 게재확정일: 2017년 12월 20일

요약(Abstract): 이 연구는 나도향의 소설 “벙어리 삼룡이”에서 장애인을 어떻게 인식하


고, 장애인 주인공이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밝히는데 목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신체에 대
한 부정적 인식, 성적 욕망에 대한 긍정적 인식, 부정적 인식에 따른 삼룡이의 대응에 대
해 고찰하였다. 먼저, Ⅱ장 신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는 추한 외모, 조롱과 멸시, 신체
에 대한 폭력과 학대 등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혐오감을 읽어낼 수 있었다. Ⅲ장 성적 욕망에 대한 긍정적 인식에서는 성에 대한
욕망과 사랑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통해 육체적인 장애가 정신의 장애를 의미하지 않
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Ⅳ장 부정적 인식에 대한 삼룡이의 대응 양상에서는
부당함을 당하여도 인내하고 순응하는 소극적 대응의 경우 상전에 대한 고정적이고 관습
적인 집착 때문으로 나타났다. 방화와 죽음을 통한 적극적 대응의 경우 장애인에 대한 차
별과 신분, 계급의식의 파괴, 사랑의 완성으로 나타났다.

핵심어(Key Words): 긍정적 인식(Positive Perception), 부정적 인식(Negative Perception),


벙어리 삼룡이(Sam-lyong with Deafness), 신체적 장애(Physical
Disabilities), 정신적 장애(Mental Disabilities)

* 가야대학교 교양학부(Email: bomin3322@hanmail.net)


1240_ 인문사회 21, 제8권 제6호

1. 들머리

장애인이란 일반적으로 사지절단‧마비 등의 지체장애 그리고 청각장애, 시각장애 등과


같이 신체의 어떤 부분에 결함이 있거나 또는 지적장애에서와 같이 지능이 떨어지고 사
회적응이 잘되지 않을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결함은 치료‧교육‧훈련
등을 실시하면 많이 개선될 수 있다.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장애인은 신체 또는 정신의 장
애로 인해 생활이 불편한 사람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장애인의 문제는 문학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문학에서 장애인에 대한
역사를 거슬러보면 고전 문학에서 근대 이전의 중세 특히 조선후기의 판소리 문학과 민
속극 등에서 장애인을 형상화하고 있다. 고전문학에서는 “심청전”이나 “변강쇠가”의 송봉
사, “춘향전”의 허봉사 등에서 시각장애인이 등장한다면, “장화홍련전”의 장쇠는 지체부자
유의 장애인이 등장한다. 민속극에서는 “봉산탈춤”의 언청이, “은율탈춤”의 한쪽 팔다리를
쓸 수 없는 양반 등의 장애인도 등장한다. “심청전”의 심봉사나 “변강쇠전” 변강쇠가의 시
각장애인의 경우 초자연적인 것과의 소통의 존재라는 의미로 봉사를 새롭게 형상화하고
있다면, 민속극의 “봉산탈춤”이나 “은율탈춤”의 장애인은 대부분 낮은 신분, 빈곤층으로
등장하는 것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장애인에 대한 형상이 다양하게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근대이후부터이다. 1910
년부터 1940년까지(김광순, 2001) 이광수, 전영택, 나도향, 이태준, 조명희, 계용묵 등의
작품에서도 지적장애, 시각장애, 언어장애를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고, 1950년부터 1970
년대까지(황용하, 2004)는 허윤헉, 손창섭, 황순원, 이범선, 하근찬, 선우휘, 오영수, 정한
숙, 박화성, 박완서, 최일남, 조세희 등의 작가들에서도 다양한 장애인들이 등장한다. 그리
고 1980년부터 2007년까지(최선희, 2008) 김만옥, 신경숙, 박완서, 김소진, 김원일, 김정
남, 김지윤, 김희진 등의 많은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다양한 장애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
후에도 장애인 등장 소설로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문학과 지성사, 1976)과 공지영
소설 󰡔도가니󰡕(서울: 창비, 2009) 그리고 김미선의 󰡔버스 드라이버󰡕(서울: 개미, 2013),
방귀희의 󰡔샴사랑󰡕(서울: 연인 M&B, 2009) 등 많은 작품들이 있다.
문학은 언제나 그 시대와 사회의 현상이나 사람들의 삶을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할 때
장애인이 문학 작품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 지를 연구하는 것도 바람직한 장애인식
확립을 위한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문학 작품에 나타난 장애인에 대한 선행 연구를 살펴보면, 조성렬(1985)은 장애인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은 대체로 부정적이었으며, 그것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조롱함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장애 인물의 대응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를 중심으로- _1241

써 자기의 단점을 감추려는 생각으로 보고 있다고 하였다. 또 김미순(1990)은 한국 소설


에 나타난 시대별 장애인관의 특징과 장애인에 대한 의식과 태도, 장애인의 자아인식을
분석하여, 장애인을 무능력의 대상이나 멸시하는 태도로 보는 비중이 큰 반면 조롱의 대
상으로 보는 경우는 적었다고 하였다. 임혜련(2001)은 우리소설에 나타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급격하게 변화하지는 않았지만 아주 서서히 부정적인 장애인식에서 긍정적으로 변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앞의 세 연구는 한국 문학 속에서 장애인관의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을 살펴보
고 있다.
그리고 김광순(2002)은 1910년대부터 1940년대를 중심으로 한국소설에 나타난 장애
인관을 연구하였고, 황용하(2004)는 김광순(2002)의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1950년대부터
1970년대를 중심으로 한국소설에 나타난 장애인관을 비교・분석하였다. 또한 최선희
(2008)는 1980년부터 2007년까지를 중심으로 한국소설에 나타난 장애인관을 비교・분석
하였다. 앞의 세 연구는 장애인의 생활상을 분석함으로써 장애인이 세계에 어떻게 관여하
고 있으며 다른 인물과의 관계에서는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와는
달리 외국의 문학작품 속에 나오는 장애인관을 한국의 장애인관과 비교한 김소량(1992)
의 논문도 주목할 만하다. 더하여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와 계용묵의 “백치 아다다”의
등장인물인 삼룡이와 아다다를 비교 분석한 홍경애(1996), 베스트셀러 문학 작품을 선정
하여 문학 작품을 통해서 장애의 원인과 직종, 유형, 호칭, 작품 속 장애인이 전달하는 의
미 등을 살펴보고, 과거에 비해 변화된 한국 사회의 장애인관의 특징을 검토한 이승희
(1999)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 소설 작품에 나타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
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행 연구들이 특수교육 관점에서 여러 편의 소설을
분석하여 그 속에 나타난 장애인의 문제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는 것에 그치고 있으며, 작
품들도 한국 문학, 소설 장르라 하여 포괄적인 범위로 다루어져 있다. 나도향 소설에 대
한 최근의 연구를 살펴보면, 장수익(1999)은 사랑이라는 주제로 나도향의 소설을 전기에
는 낭만주의, 후기에는 사실주의로 분석하였다. 그러나 나도향의 소설을 전기와 후기로
나누어 낭만주의와 사실주의로 분석할 수 있는 성질은 못된다. 왜냐하면 나도향의 후기
작품 다수가 낭만주의 경향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향 작품 속 욕망의 문제에 주목한
박헌호(2000), 염상섭과 나도향의 초기 소설의 이중적 주체를 각각 살핀 나병철(2003)
등이 있다. 두 연구는 사랑과 연애를 근대성이라는 측면에서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
한 연구들은 나도향 소설의 의미를 전체 소설사의 맥락으로 확대시키는 데까지 이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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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고 있다. 또 나도향 소설에 나타난 연애양상을 분석한 이수민(2006)의 연구도 있다.
이 연구는 지나친 작가 중심의 연구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기존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한
작품을 중심으로 장애인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장애인 주인공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고찰해
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신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성적 욕망에 대한 긍정적 인식, 그
리고 부정적 인식에 따른 삼룡이의 대응 양상에 대해 고찰할 것이다.
장애인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소설은 장애인이 주인공이 아닌 부수적 인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나도향1)의 소설 “벙어리 삼룡이”는 1925년 7월 󰡔여명󰡕에 발표한
작품으로 삼룡이라는 장애인 주인공의 삶을 주축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나도향의 소설 “벙어리 삼룡이”를 주요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그 이유는 “벙어리 삼룡이”
는 장애인의 삶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Ⅱ. 신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

1. 신체와 호칭

정상적인 신체나 아름다움이 지배적인 가치로 군림하는 현대 사회에서 신체는 정상적


이고 아름다움을 중심으로 구분 짓기, 혹은 차별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신체는 정상적인
신체와 비정상적인 신체를 분류하는 표준으로 쓰이지만, 비정상적인 신체는 우리 사회의
한 일원이면서 동시에 문화적으로 생성된 부정적 기호이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신체를 가
진 장애인은 항상 부정적으로 인식되며 주류에서 배제된다. 장애인을 벙어리, 바보, 멍청
이, 장님, 귀머거리, 절름발이, 곱사, 얼간이, 애꾸눈, 불구자 등으로 비하하여 표현하는데,
나도향의 소설 “벙어리 삼룡이”에서도 그러하다.

“삼룡이라는 벙어리 하인 하나가 있으니 키가 몹시 크지 못하여 땅달보이고 고개가 달라


붙어 몸뚱이에 대강이를 갖다가 붙인 것 같다. 거기다가 얼굴이 몹시 얽고 입이 크다. 머리
는 전에 새꼬랑지 같은 것을 주인의 명령으로 깎기는 깎았으나 불밤송이 모양으로 언제든지

1) 나도향은 1902년 서울 청파동에서 태어나, 1926년 8월, 25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작가이다.
그가 작품 활동을 한 것은 불과 5∼6년 밖에 되지 않는다. 그가 남긴 작품은 단편소설 22편과
중편소설 2편, 장편소설 2편이 있다. 그 중 “벙어리 삼룡이”는 “뽕”(1925), “물레방아”(1925),
“지형근”(1926) 등과 함께 그의 후반부 작품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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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 하고 일어섰다. 그래 걸어 다니는 것을 보면, 마치 옵두꺼비가 서서 다니는 것같이 숨차


보이고 더디어 보인다. 동네 사람들이 부르기를 삼룡이라 부르는 법이 없고 언제든지 「벙어
리」 「벙어리」라고 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앵모」 「앵모」한다. 그렇지만 삼룡이는 그 소리를
알지 못한다(주종연 등, 1988: 221).”

위 예문은 ‘장애인=추물’이라는 장애인에 대한 평가절하 된 부정적인 표현이라 하겠다.


다시 말하면 삼룡이의 외모는 못생긴 얼굴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인데, “장화홍련전”의 계
모 허씨 부인의 기괴한 초상이나 주요섭의 “추물”(1936)에 등장하는 언년이의 “얼굴이 못
생기디 못 생긴 추물(주요섭 등, 1998: 127)”2), 그리고 나도향의 소설 “계집 하인”에서
양천집의 “유쾌치 못할 만치 흉한 얼굴(주종연 등, 1988: 213)”3)과 빅토르 위고의 ‘노틀
담의 꼽추의 카지모드(김영환 역, 1990: 35~37, 93)’4)의 괴기한 초상 표현의 도법과 일
치되는 과장에 의한 회화다. 이는 유희적인 표현 충동에 근거한 인물제시의 그로테스크화
현상(이재선, 1984: 47)이다. 여기서 삼룡이의 외모는 “땅딸보”, “몸뚱이”, “대강이”, “얼굴
이 몹시 얽고 입이 크다”, “옴두꺼비가 서서 다니는” 등으로 동물적인 형상인 반면에 오생
원은 “여름의 매미소리 같이 저르렁저르렁한 목소리와 얼굴은 동탕하고, 마치 여름에 버
드나무에 앉아서 길게 목 늘여 우는 매미소리 같다(주종연 등, 1988: 220)”며 고상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변별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호칭에서도 나타난다. 계용묵의 소설 “백치 아다다”에서

2) 그처럼 언년이는 얼굴이 못 생기디 못 생긴 추물이었다. 툭 불거진 이마가 떡을 두어 말 칠이만


큼 넓은데다가 그 밑에 불거진 두 알의 왕방울 눈은 금붕어를 연상시키었다. 두 눈이 툭 불거진
사이로 콧마루는 아주 없는 셈이어서 이른바 「꺼꺼대 상판」인데다가, 펀펀하게 내려오던 코가
입 위에까지 와서는 몽톡하게 솟아오른 콧잔등이 좌우 쪽으로 개발코가 벌룩벌룩하였다. 윗입술
은 언청이가 되어서 외편이 버그러졌는데 아랫니는 뻐드렁니가 되어서 언제나 입을 꼭 다물 수
가 없는 형편이었다. 특은 웬일인지 앞으로 쭉 내뻗치어서 고개를 숙인다고 해도 남보기에는 언
제나 쳐들고 있는 듯이 보이는 것이었다.
3) 한쪽 얼굴이 눈 하나를 어울러서 뺨까지 대패로 깎은 듯하고 따라서 눈알이 껍질이 벗겨져서 툭
불그러졌다. 그래 한 눈이 유달리 크므로 다른 한쪽은 또한 몹시 작아 보인다. 거기다가 곰보요
머리는 쥐가 뜯은 것처럼 군데군데 났다. 단 손이 크고 발이 크다.
4) 그의 신체 전부가 찌푸린 상이라 해야겠다. 붉은 머리털이 곤두선 커다란 머리통, 두 어깨 사이
에 그 동산이 앞에서도 보이는 어마어마한 곱사등, 야릇하게 뒤틀린 무릎밖에 서로 닿지 않고,
앞에서 보면 자루에서 합쳐진 반원형 낫의 두 반달처럼 생긴 허벅지와 다리의 조직, 커다란 발,
괴물 같은 손, 이 모든 기형 (…)(35)
“에그, 흉측한 물건 같으니!”(36)
“그가 나타나는 걸 보면 꼽추고, 걷는 걸 보면 양가발이고, 응시하는 걸 보면 애꾸고, 얘기를 해
보면 귀머거리라.”(37)
“이건 원숭이가 되다 만 거군요.”
아닌 게 아니라, 이 「새끼 괴물」은 (…) 그것은 무척 울툭불툭하고 꿈틀거리는 조그만 덩어리였
는데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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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이라는 이름이 있음에도 벙어리이기 때문에 ‘아다다’라 부르는 것(葛圓圓, 2009: 15)
과 같이 삼룡이도 사람들로부터 “벙어리”, “앵모”로 불린다. “벙어리”, “앵모” 등은 신체적
결함대신 부르는 것으로 장애인에 대한 조롱과 멸시, 그리고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낮다
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이처럼 장애인에 대한 외모 묘사나 호칭에 있어 여전히 부정적이고 멸시적이다. 장애인
과 함께 더불어 사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장애를 비하하는 표현이나, 그릇된 호칭을 시
정하고 올바른 명칭 사용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의 조성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2. 신체에 가하는 폭력과 학대

삼룡이에게 부정적인 인물은 오 생원의 삼대독자 아들이다. 삼대독자로 태어나 어려서


부터 너무 귀엽게 길러 누구에게든지 버릇이 없고 어리광을 부리며 사람에게나 짐승에게
나 포악한 짓을 많이 한다. 다음은 오 생원 아들이 삼룡이를 대하는 장면이다.

“그 아들은 더구나 벙어리를 사람으로 알지도 않는다. 말 못하는 벙어리라고 오고가며 주


먹으로 허구리를 지르기도 하고 발길로 엉덩이를 찬다.
(…)
어떤 때는 낮잠 자는 벙어리 입에다가 똥을 먹인 때도 있었다. 또 어떤 때는 자는 벙어리
두 팔 두 다리를 살며시 동여매고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에 화승불을 붙여 놓아 질급을 하고
일어나다가 발버둥질을 하고 죽으려는 사람처럼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였다. 이러할
때마다 벙어리의 가슴에는 비분한 마음이 꽉 들어찼다. 그러나 그는 주인의 아들을 원망하
는 것보다 자기가 병신인 것을 원망하였으며 주인의 아들을 저주한다는 것보다 이 세상을
저주하였다(주종연 등, 1988: 222).”

이처럼 오 생원 아들이 삼룡이의 신체에 가하는 폭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게다가 삼룡


이를 때리고 꼬집어 뜯다가, 나중에는 삼룡이가 자기 색시와 정을 통했다는 이유로 쇠줄
몽둥이로 문초를 한다. “몽둥이에는 살점이 묻어나고 땅에 피가 스며들고, 피를 토하며 거
꾸러져도 새서방은 채찍 끝에 납뭉치를 달아서 가슴을 갈기다가 그것도 시원치 못해 시
퍼렇게 날선 낫을 들어 찌르려” 하는 등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삼룡이를 학대한다. 주인
아들이 삼룡이를 폭행하고 학대하는 것은 이 집의 하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삼룡이를 벙
어리라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는 “말 못하는 벙어리라고 오고가며 주먹으로 허구리를 지
르기도 하고 발길로 엉덩이를 찬다(주종연 등, 1988: 222)”, “이 흉측한 벙어리 같으니
(주종연 등, 1988: 228)”, “어디 사내가 없어서 벙어리를(주종연, 1988: 230)”에서 확인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장애 인물의 대응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를 중심으로- _1245

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장애를 가진 삼룡이를 업신여기는 부정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


이라 할 수 있다. 또 “주인의 집을 모르는 개 모양으로(주종연 등, 1988: 222)”, “황소같
이 날뛰면서 주인을 위해 싸웠다(주종연 등, 1988: 223)”, “벙어리는 얻어맞으면서도 기
어드는 충견모양으로(주종연 등, 1988: 223)”, “한 개의 기계와 같이 이집에 노예가 되어
(주종연 등, 1988: 224)”, “자기는 새 서방에게 개나 돼지같이 얻어맞는 것이(주종연 등,
1988: 226)”, “벙어리는 마치 개가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는 것 같이(주종연 등, 1988:
227)”, “벙어리는 죽은 개 모양으로 끌려 나갔다(주종연 등, 1988: 231)” 등의 표현에서
도 삼룡이를 개, 돼지 등의 짐승으로 비유되고 있는 것처럼 “벙어리를 사람으로 알지도
않고(주종연 등, 1988: 222)” 개나 돼지와 같은 짐승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에게 잔인하고 무자비한 학대를 하는 오 생원 아들이야말로 개나 돼지와 같은 짐승
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삼룡이의 신체에 온갖 학대를 가하는 것을 서슴지 않은 다음 “발
버둥질을 하고 죽으려는 사람처럼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였다”는 것인데, 이런 망
나니 같은 오 생원 아들의 비인간적이고 반사회적 행동이야 말로 ‘사디스트’이며 ‘사이코
패스의 전형’이라 할 것이다.

Ⅲ. 성적 욕망에 대한 긍정적 인식

1. 성적 욕망

대개는 어느 한 면에 장애를 가졌다면 그는 모든 면에 장애를 가질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장애인은 정상인과 같은 이성에 대한 사랑의 욕구나 욕망 혹은
능력이 없는 중성으로 여겨진다. 여기서 삼룡은 스물 세 살 이라는 한참 때이지만 자신이
동네처녀들로부터 ‘벙어리’, ‘벙어리’라고 하는 놀림이나 받는 존재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
문에 스스로 정열을 억제하고 사랑과 같은 것은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단념하고 있었다.

“정욕을 가진 벙어리도 그의 피가 차디찰 리는 없었다. 혹 그의 피는 더욱 뜨거웠을는지


도 알 수 없었다. 뜨겁다뜨겁다 못하여 엉기어 버린 엿과 같을지도 알 수 없었다. 만일 그
에게 볕을 주거나 다시 뜨거운 열을 준다면 그의 피는 다시 녹을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가 깜빡깜빡하는 기름 등잔 아래에서 밤이 깊도록 짚신을 삼을 때이면 남모르는 한숨
을 아니 쉬는 것도 아니지마는 그는 그것을 곧 억제할 수 있을 만큼 정욕에 대하여 벌써부
터 단념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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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언제 폭발이 될는지 알지 못하는 휴화산(休火山) 모양으로 그의 가슴속에는 충분한


정열을 깊이 감추어 놓았으나 그것이 아직 폭발될 시기가 이르지 못한 것이었다. 비록 폭발
이 되려고 무섭게 격동함을 벙어리 자신도 느끼지 않는 바는 아니지마는 그는 그것을 폭발
시킬 조건을 얻기 어려웠으며, 또는 자기가 이때까지 능동적으로 그것을 나타낼 수가 없을
만큼 외계의 압축을 받았으며, 그것으로 인한 이지(理智)가 너무 그에게 자제력(自制力)을
강대하게 하여 주는 동시에 또한 너무 그것을 단념만 하게 하여 주었다(주종연 등, 1988:
222).”

“마치 언제 폭발이 될는지 알지 못하는 휴화산 모양으로 그의 가슴 속에는 충분한 정열


을 감추어 놓았으나 그것이 아직 폭발될 시기가 이르지 못한 것이었다”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삼룡이 본의 아니게 욕망을 억제하여 왔던 것인데, 그것은 자의에 의한 억제가
아니라 “외계의 압축”과 “이지(理智)(주종연 등, 1988: 224)”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욕을 가진 사람인 벙어리도 그의 피가 차디찰 리는 없었다(주종연 등, 1988: 226)”는
것과 언제든지 시기가 오면 감추어 놓았던 정열이 폭발될 수 있다는 것은 장애를 가진
삼룡이도 정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장애는 성(性)에 있어서도 장애라
는 편견을 깨는 작가의 의도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으며, 나아가 ‘정욕’은 인간의 본능으
로 장애나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2. 성적 욕망의 표출

‘엉기어 버린 엿 같은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볕’이, 그의 가슴 속에 감추어진 정열을


폭발시킬 수 있는 이가 바로 새아씨이다. 새아씨는 시집 온 첫날부터 남편으로부터 폭행
을 당하고 학대를 받는다. 이를 목격한 삼룡이는 “새아씨를 동정하는 마음”과 “그를 위하
여서는 자기의 목숨이라도 아깝지 않겠다는 의분에 넘치었다(주종연 등, 1988: 227).” 그
러나 선녀와 짐승의 차가 있는 색시와 자기는 똑 같을 수 없는 것이다. 새아씨는 선녀 같
이 예쁘고, 주인 아들의 새색시이며, 몰락한 양반의 후예라면, 삼룡이는 추하고, 복합 장
애인이며, 하인으로 가난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점에서 새아씨와 삼룡이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이는 1920년대라는 시대적 상황을
감안해 볼 때 새아씨는 몰락한 양반의 후손이며, 주인 아들의 색시라는 신분적으로나 윤
리적으로 넘볼 수 없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삼룡이가 새아씨를 연모하는 것은 혼자 하는 짝사랑이다. 분명 새아씨는 삼룡이를 “측
은하고 불쌍히 여길(주종연 등, 1988: 227)” 뿐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장애 인물의 대응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를 중심으로- _1247

어느 날 삼룡이가 술취한 주인아들을 업어다가 눕혀준 것이 고마워서 새색시가 만들어


준 부시쌈지로 인해 주인아들로부터 폭행과 오해를 받게 되고 삼룡이는 안방출입을 금지
당하는 데 이때부터 새아씨를 뵙고 싶어 하는 연모의 감정이 타오르게 된다.

“그 궁금증이라는 것이 묘하게 빛이 변하여 주인아씨를 뵈옵고 싶은 심정으로 변하였다.


뵈옵지 못하므로 가슴이 타올랐다. 몹시 애상의 정서가 그의 가슴을 저리게 하였다. 한 번
이라도 아씨를 뵈올 수가 있으면 하는 마음이 나더니 그의 마음의 넋은 느끼기를 시작하였
다. 센티멘털한 가운데에서 느끼는 그 무슨 정서는 그에게 생명 같은 희열을 주었다. 그것
과 자기의 목숨이라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때는 그대로 대강이로 담을 뚫고 들어
가고 싶도록 주인아씨를 뵈옵고 싶은 것을 꾹 참을 때도 있었다.
그 후부터는 밥을 잘 먹을 수가 없었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틈만 있으면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주인이 전보다 많이 밥과 음식을 주고 편하게 하여 주었으나 싫었다. 그는 밤에 잠을 자
지 않고 집 가장자리로 돌아다녔다(주종연 등, 1988: 228).”

위 예문은 주인아씨에 대한 삼룡의 사랑의 감정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주인아


씨를 뵈옵고 싶은 심정은 “뵈옵지 못하므로 가슴이 타올”라 “밥을 먹을 수가 없”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집 가장자지로 돌아다녔다”고 할 만큼 “애상
의 정서가 가슴을 저리”게 한다. 애상의 정서가 자기의 목숨이라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생명 같은 희열”을 느끼는 것을 통해서 주인아씨에 대한 삼룡의 사랑이 얼마나 뜨겁고
강렬한가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러한 삼룡의 마음은 극히 정상적인 남성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 삼룡이 주인아씨에 대해 느끼는 그러한 감정은 스물 세 살의 비장애인 남성이
호감이 가는 이성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보다
슬기로운 적이 있고 평생 조심성이 있어서 결코 실수한 적이 없다(주종연 등,
1988:221)”는 것을 통해 삼룡이는 지적인 면에서는 문제가 없는 단순 언어와 청각에 결
함을 가지고 있을 뿐임을 짐작해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육체적인 장애가 정신의 장애를
의미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Ⅳ. 부정적 인식에 따른 삼룡이의 대응 양상

1. 소극적 대응

삼룡은 자신의 처지를 수용하고 순응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머물 곳은 오직 오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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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댁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주인의 집을 버릴 줄 모르는 개 모양으로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밖에 없고 자


기가 믿을 것도 여기 있는 사람들밖에 없는 줄 알았다. 여기서 살다가 여기서 죽은 것이 자
기의 운명인 줄 밖에 알지 못하였다. 자기의 주인 아들이 때리고 지르고 꼬집어 뜯고 모든
방법으로 학대할지라도 그것이 자기에게 으레 있을 줄밖에 알지 못하였다. 아픈 것도 그 아
픈 것이 으레 자기에게 돌아올 것이요, 쓰린 것도 자기가 받지 않아서는 안 될 것으로 알았
다. 그는 마땅히 자기가 받아야 할 것을 어떻게 해야 면할까 하는 생각을 한 번도 하여 본
일이 없었다.
그가 이 집에서 떠나가려거나 또는 그의 생활환경에서 벗어나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보
지 않았다 (…)
「아니다. 그는 나의 주인의 아들이다. 그는 나의 어린 주인이다」하고 참았다(주종연 등,
1988: 223).”

삼룡은 주인 아들로부터 “부당함을 당하여도 마땅히 자기가 받아야 할 것으로 생각하


고, 이 집에서 떠나가려거나 또는 그의 생활환경에서 벗어나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다”고 할 만큼 소극적이다. 삼룡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벙어리이며 귀머거
리라는 신체적 결함과 하인이라는 신분적 제약 때문이다.
삼룡이의 이러한 신분적 제약에 대한 인식은 “나의 주인의 아들”, “나의 어린 주인”이라
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는 삼룡이 스스로 주인 아들과 자신은 주종관계에 있다고 인
식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주인 아들이 아무리 학대하고 부당한 일을 저질러도 하인 된
입장에서 주인 아들에게 덤비지 않는 것이 예우라 인식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상전에
대한 고정적이고도 인습적인 집착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바로 계층사회의 고착성에 갇혀
삼룡이 스스로 전통적인 인습에 집착하여, 그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상실하고 있
다고 볼 수 있다.

2. 적극적 대응

삼룡이 주인아씨를 뵙고 싶어 담을 넘게 된다. 그리고 자살하려는 새아씨를 구하려다


오해를 사게 된다. 그 일로 주인 아들로부터 몰매를 맞고 집에서 쫓겨난다. 그러나 삼룡
은 이전에 학대받을 때와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 그동안 삼룡이는 어떤 학대에도 저항하
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주인 아들이 낫을 들어 자기를 해하려 하자 그 낫을 빼앗
아 멀리 내던진다. 이는 부당함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시작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집에서 쫓겨난 삼룡은 애걸하고 매달려도 본다. 하지만 소용이 없자 “비로소 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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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든 모든 것이 자기의 원수란 것을 알(주종연 등, 1988: 231)”게 된다. 이는 그동안


자신의 삶에 대한 대가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없애 버리고 자기 또한 없어지는 것이 나을 것(주종연 등, 1988: 231)”이라
생각하고 오 생원 집에 불을 지른다.

“그는 다시 건넌방으로 들어갔다. 그때야 그는 색시가 타죽으려고 이불을 쓰고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색시를 안았다. 그리고는 길을 찾았다. 그러나 나갈 곳이 없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지붕으로 올라갔다. 그는 비로소 자기의 몸이 자유롭지 못한 것을 알았다. 그
러나 그는 자기가 여태까지 맛보지 못한 즐거운 쾌감을 자기의 가슴에 느끼는 것을 알았다.
색시를 자기 가슴에 안았을 때 그는 이제 처음으로 살아난 듯하였다. 그는 자기의 목숨이
다한 줄 알았을 때, 그 색시를 자기 가슴에 힘껏 껴안았다가 다시 그를 데리고 불 가운데를
헤치고 바깥으로 나온 뒤에 색시를 내려놓을 때에는 그는 벌써 목숨이 끊어진 뒤였다. 집은
모조리 타고 벙어리는 색시 무릎에 누워 있었다.
그의 울분은 그 불과 함께 사라졌을는지! 평화롭고 행복스러운 웃음이 그의 입 가장자리
에 엷게 나타났을 뿐이다(주종연 등, 1988: 235).”

인용문은 충직한 하인이었던 삼룡이가 주인 아들의 부당한 억압과 횡포의 원인이 벙어


리라는 신체적 결함으로 인한 차별과 하인이라는 신분과 계급의식에서 연유한 것임을 깨
닫게 되면서, 이러한 사회적 현실의 모순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인 것이다. 여기서 삼
룡이가 새아씨를 구하면서 느끼는 “여태껏 맛보지 못한 즐거운 쾌감”과 색시의 무릎에 누
워 죽어가면서 “평화롭고 행복스런 웃음”은 자기희생을 통한 사랑이 완성되었음을 의미하
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억압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최종의 몸부림으로 자신을 억누르던
사회적인 제약을 불로 태워버림으로써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계급
의식을 파괴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달리 말하면 삼룡이 비록 방화와 죽음이라는 극단
적인 방법을 선택했다고 할지라도 불합리한 것에 대한 적극적인 저항 정신이 살아 있음
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Ⅴ. 맺음말

지금까지 나도향의 소설 “벙어리 삼룡이”(주종연 등, 1988)를 중심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장애 인물의 대응 양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구체적으로 신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
성적 욕망에 대한 긍정적 인식, 그리고 부정적 인식에 따른 삼룡이의 대응 양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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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남성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는 점과 지식인 계층이 아닌 ‘머슴’이


라는 하층민이 사랑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그 주체가 ‘벙어리’라는 점도 특징적이다.
먼저, Ⅱ장 신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추한 외모, 조롱, 멸시, 신체에 대한 폭력과 학
대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통해 한국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
견과 혐오감을 읽어낼 수 있었다.
Ⅲ장 성적 욕망에 대한 긍정적 인식에서는 성에 대한 욕망의 내재와, 새아씨에 대한 적
극적인 사랑의 태도, 지적인 면에는 문제가 없는 단순 언어장애인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를 통해 육체적인 장애가 정신의 장애를 의미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Ⅳ장은 부정적 인식에 대한 삼룡이의 대응 양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소극적
대응에서는 주인 아들의 부당한 횡포와 학대에도 그저 인내하고 순응하는 것으로 나타났
다. 이는 상전에 대한 고정적이고 인습적인 집착 때문으로 분석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삶
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후 방화와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데,
이는 자신을 억누르던 사회적인 제약을 불로 태워버림으로써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장애
인에 대한 차별과 하인이라는 신분, 계급의식의 파괴, 그리고 불속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고 죽는 그의 태도는 적극적 대응으로 봐야 할 것이다.
나도향은 소설 “벙어리 삼룡이”에서 장애인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불합리하고 모순된 사회구조체계와 장애인의 삶을 다룸으
로써 그 시대의 장애인의 비극성을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고발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장애 인물의 대응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를 중심으로- _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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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2_ 인문사회 21, 제8권 제6호

Perceptions to People with Disabilities and Reactions


from Main Characters in the Novel by Na Do-hyang
- Based on the Sam-lyong with Deafness -

Kim, Bo-min*

Abstract: This study aimed to explore how are people with disabilities perceived and
how the main character with disabilities react in the novel of Sam-lyong with
deafness by Na Do-hyang. In details, it examined negative perceptions to body,
positive perceptions to sexual desire, and Sam-lyong’s reactions to the negative
perceptions. The negative perceptions to body in the chapter II were described as
ugly appearance, mockery, contempt, violence and abuse to it. This showed deep
prejudice and feeling of aversion to people with disabilities in Korean society. The
positive perceptions to sexual desire in the chapter III showed that physical
disabilities don’t mean mental disabilities through sexual desire and active attitudes
to love. Sam-lyong’s reactions to the negative perceptions in the chapter IV were
divided into passive ones and active ones. The passive reactions through patience
and conformity to unfairness was due to steady and conventional obsession to the
master. The active reactions through arson and death were shown as abolition of
discrimination and class consciousness, and completion of love, to people with
disabilities.

Key Words: Positive Perception, Negative Perception, Sam-lyong with Deafness,


Physical Disabilities, Mental Disabilities

* Dept. of Liberal Arts, Kaya University(Email: bomin33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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