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tudy On The Teaching Methods of Middl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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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국어 교육의 효율적 방안 모색

1)양영희*

≪차 례≫
1. 머리말
2. 효율적 방안
2.1 창의적인 교육 설계
2.2 완결된 텍스트의 자료 선정
2.3 학생 주도적 수업 진행
2.4 관련 교과와의 연계 및 독립성 보장
3. 맺음말

<요약문>
본고는 현재 중세국어 교육이 침체되어 있음을 전제로 이에 대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데 목적을 두었던 바, 그 개략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중세국어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자의 창의적인 교육 설계
와 함께 다른 교과와의 효율적인 연계 및 독립성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
서 창의적 교육 설계란 교육자 중심의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학습자 중심의
탐구식 모둠 교육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와 같은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는 자료 선정에 신중하여야 한다.

* 전남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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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달 말(44)

둘째, 중세국어 교과와 고전문학·현대국어문법 교과의 연계 방안을 생각


해 볼 수 있다. 고전문학강독은 중세국어에 대한 문법 지식이 전제될 때,
비로소 문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며, 현대국어문법은 조어론과 관련한
부분부터 문장 구조에 이르기까지 관련되지 않은 부분이 없다. 따라서 이들
과 연계해서 교육하는 방안을 구상하는 것도 중세국어 교육의 활성화에 도
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상의 방안은 중세국어 교육을 국어사 교육과 다른 고유 영역으로 간주
할 때 의미가 있지 않나 한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국어 현상을 조감하는
국어사 교육은 각 시기별 국어 문법 현상을 제대로 이해한 후에 진행되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이는 중세국어 교육을 고유한 영역으로 인정
할 때 국어사 교육도 성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주제어:중세국어 교육, 탐구식 모둠 수업, 고전문학, 현대국어 문법, 국어사.

1. 머리말

주지하다시피 중세국어1) 시기는 한글로 기록된 문헌을 고증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 인정되는 만큼, 그동안 국어사 연구에서 중핵을 담당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0년대 초반까지 학부 과목으로 국어사와 중세국어 문
법을 독자적인 영역으로 인정하면서 후자를 다시 중세국어 강독과 문법으로
나누어 개설한 학교가 많았음이 이를 입증해준다.
그러나 이후 국어사와 중세국어를 국어사로 통합하는 경향이 우세하고2)

1) 중세국어를 다시 전기와 후기로 나누어서 고려시대부터 훈민정음이 창제된 이


전을 전자로, 훈민정음이 창제된 이후부터 17세기 이전까지를 후자로 규정하기도 한
다. 이러한 구분을 적용한다면 본고가 지칭하는 중세국어는 후기중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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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국어 교육의 효율적 방안 모색

중세국어를 따로 설강하더라도 강독과 문법3)을 통합하는 추세이다. 이런 경


향은 학과 전체 교과 과정을 고려하거나 현재 학문 풍토를 감안할 때 자연스
럽게 받아들여야 할 측면이 없지는 않다4). 비단 국어학 중심으로 학과를 운
영할 수도 없겠거니와 국어학 가운데에서도 취업이나 임용고시에 크게 반영
되지 않는 교과를 우월한 위치에 놓을 형편도 아님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
이다.
그러나 학습자 수가 적어서, 소위 비인기 과목으로 전락함으로 이런 입장
을 취하게 된 경우라면 그 원인을 찾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교육자로서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한다5).
본고는 이런 취지에서, 대학 내 중세국어 교육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김유범(2006)은, 주제가 쉽게 파악되는 자료를 선정하여 그것
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편린적인 문법 지식을 학생들 스스로 체계화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어야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필자는 이런 관점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 여기에 덧붙여 다음을 제안
하고자 한다. 첫째 학습자가 주도적으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창의적인
교육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둘째 다른 교과와의 효율적 연계
및 독립성 보장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중세국어 교육을
받으면 다른 분야를 교과를 교육 받기가 수월하다든지, 다른 분야의 교육

2)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경희대, 부산대, 충북대, 전북대, 강원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3) 성균관, 경남대학교, 경상대학교, 전남대, 목포대, 조선대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
데, 이 경우는 ‘훈민정음 연구’ 등으로 과목명을 특수화하기도 한다.
4) 이렇게 된 데에는 현행 중·고등학교 국어과 교육의 책임도 없지 않다. 학습자
들이 중세국어를 또 다른 외국어로 인식하고 어려워하게 된 저변에는 중·고등학교
에서 중세국어나 국어사를 소홀히 한 책임도 어느 정도 있기 때문이다. 김영욱(1988),
이관규(2004), 김경훤(2005), 박형우(2006ㄱ, ㄴ), 이도영(1999) 등은 이런 점을 간과
하지 않고 중세국어와 국어사 교육의 활성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5) 이는 전적으로 부족한 필자에게만 해당되는 반성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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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달 말(44)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중세국어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든지와 같은


인식이 학습자에게 형성되면 지금의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한
다. 본 논의는 이러한 기대로 출발한다.

2. 효율적 방안

중세국어 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학습자에게 ‘재미있다’는 인식과


함께 ‘유용하다’는 인식을 동시에 줄 수 있어야 한다. 일견 이 두 요소를 함께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을 듯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방법이 없지도 않다. 본
장에서는 이에 대한 방안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2.1 창의적인 교육 설계

현재 대부분의 중세국어 교육은 강독 시간에 문법을 설명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육이, 교육자들은 발췌된 자료에 나타난 문
법·음운 현상을 열심히 설명하고, 학습자들은 이를 열심히 기록하는 이른바
주입식 형태로 진행되는 실정이다. 조어 방식이나 문장 구조 등이 현대국어
와 같지 않은 까닭에 설명식 교육이 전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학습에 대한 학습자들의 동기 유발을 이끌어 내
기가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교육 과정 일체가 흥미 위주로 진행되어서
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일단 학습자들의 흥미를 이끌어 낼 때, 의도한 교육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상식적인 언급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학습
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교육 방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문학의 한 분야인 중세국어 교육에서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하려면, 학습자
스스로 어떤 사안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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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국어 교육의 효율적 방안 모색

적 희열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런 맥락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 바로 교육 자료
의 선택이라 생각하는바, 이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2.2 완결된 텍스트의 자료 선정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중세국어 자료를 가능한 많이 다양하


게 학습자들에게 소개하는 데 초점을 두어 교재를 제작한 것으로 이해된다.
참고로 현재 유통되는 강독 교재의 공통 목록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1) 중세국어 강독 교재 구성
가. 훈민정음언해
나.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다. 석보상절, 월인석보, 능엄경언해, 금강경언해
라. 번역소학, 내훈, 여씨향약언해
마. 번역노걸대, 번역박통사
바. 두시언해

실제에서는 대부분 기본 자료에 해당하는 (가·나)를 중심으로 하여, (다~


바)를 선별적으로 강독할 것이다6). 어떻든 형식상으로는 해설서(가)부터 운
문(나), 불경(다), 경서(라), 회화(마), 시(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포
괄하고 있다. 학습자들에게 생소한 중세국어 문헌을 친절하게 소개하는 것
은 중세국어 교육의 기본 과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
지의 학습 자료 선정 태도는 정당하게 간주된다.
그러나 해당 자료의 어느 부분을 왜 소개하였는가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
지가 있는 듯하다7). 필자의 섣부른 판단이겠지만, 지금까지는 문장 구조를

6) 강독의 교재는 교육자가 개인의 강의 목적에 따라 선별, 편집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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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함한 문법 형식이 현대국어와 차이가 있는 부분을 자료 선정의 우선 조건


으로 하지 않았나 한다. 그럼으로써 현대국어와 차별화된 중세국어의 문법
을 선명하게 부각시킬 요량이었을 것이다. 중세국어 자료를 가능한 많이 소
개하고, 거기에 드러난 문법 현상을 가능한 자세히 설명하는 데에 교육의
일차적 목표를 둔다면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해당 자료의 주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당시 생활상이나 문화 등을
이해하는 것도 중세국어 강독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도 감안함
이 좋을 듯하다. 글쓴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는 무엇이고, 어떤 장치를
이용해서 그 주제를 전개하고 있는가를 학습자들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
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세국어가 포함된 국어과 교육의 중요한 목표라는 점
을 상기한다면 이 같은 필자의 생각에 일견 동의한 바가 있을 것이다.
여하튼 이상과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강독의 자료 선택에 신중
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강독 순서는 (가·나)를 우선으로 하
고, 그 다음 (다)의 불경언해 류로 이어질 터인데, 이 때 후자의 경우 월인
석보 나 석보상절 이 주요 자료로 활용된다. 그런데 여기서 어느 부분을
발췌하느냐가 중세국어 교육의 성패를 결정짓는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이 두 문헌을 포함한 불경언해 류는 불교 교리를 소개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까닭에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핵심
내용이 단순히 설명형으로 전개되지 않고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 형으로 전
개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2) 가. 석보상절 6 의 구성 내용
① 나후라를 출가하게 함(1ㄱ~11ㄴ)
② 가섭이 출가하여 부처의 제자가 됨(11ㄴ~13ㄱ)
③ 수달 장자의 염원으로 부처의 설법이 이루어짐(13ㄱ~47ㄴ).

7) 김유범(2006: 141-143)에서도 필자와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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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국어 교육의 효율적 방안 모색

석보상절 6 은 위와 같이 세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그 안에


각각 다른 등장인물들이 있고, 이들이 사건을 진행시켜 가면서 불교의 교리
에 대해 설명하거나 석가의 일대기를 설명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예컨대 ①
은 석가가 자신의 아들인 나후라를 출가시키기 위해 제자인 목련에게 야수
다라(석가의 속세 부인)로부터 나후라를 데려 오라는 명령을 하였다. 이에
목련이 야수다라를 만나 석가의 명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서로 갈등을 빚게
되는데, 여기서 야수다라는 석가가 자신과 결혼한 후, 득도하기까지의 과정
을 목련에게 이야기한다. 석가의 10대 제자인 목련이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결국 이 에피소드는 석가의 출가 과정을 독자에게 들려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해석된다.
③의 에피소드에는 다음 (3)에 서술한 바와 같이 ‘야쎠’체로 유명한 수달
과 호미의 일화, 수달과 사위국 태자의 일화, 그리고 부처가 수달의 청원으로
사위국에 와서 「승만경」을 설법하는 일화 등이 들어있다. 이런 작은 일화들
역시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결국은 불교의 교리와 범상치 않은 부처
의 일대기를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장치로 이해된다.

(3) 가. 「나후라 출가」


① 부처의 출가 과정 - ② 야수다라와 부처가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된
전생의 과업
나. 「가섭의 출가」
① 부처의 업적 - ② 속세인의 출가 과정
다. 「수달 장자 일화」
① 부처의 업적- ②부처에 대한 예법- ③ 부처의 설법

결국 불경언해 류가 부처를 찬양하거나 불교의 교리를 소개할 목적에서


편찬되었음을 감안할 때 어쩌면 위와 같은 내용 전개는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내용을 서술식으로 풀어가지 않고 소설 형식을 빌려 전개하므
로 불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더라도 해당 중심 내용을 파악하는 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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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필자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학습자들에게 에피


소드의 대략을 이야기하고 그들에게 해석할 시간을 주면, 직접 사전을 찾아
가면서 어느 정도 내용 파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학습자들은
스스로 중세국어 문장을 해석하여 이야기 구조를 파악했다는 데에 적지 않
은 지적 희열을 느끼는 듯하다.
이 같은 과정을 몇 번 경험하면 학습자들은 해당 시간에 주어진 자료의
이야기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형태소 분석에 관심을 가지는 한편, 스스로
그것을 분석하기 위해 문법에 관심을 보이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예문
(1. 라)에서 소개한 경서 류나 (마)의 대화 류를 중세국어 학습 자료로 적
극 고려해볼 만하다. 김유범(2006: 148~149)에서 언급했다시피 경서 류는
짧은 텍스트 분량으로 군자의 도리, 충, 효, 열과 같은 비교적 쉬운 내용을
전달하므로 학습자들이 주제를 파악하기가 쉽고, 번역박통사 나 번역노걸
대 등은 중국 상인과 고려인들이 나눈 대화가 주제를 중심으로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어서 그 맥락을 따르다 보면, 당시 유행했던 수수께끼, 민간
요법 등을 알게 되므로, 학습자들의 흥미를 유도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해를 돕기 위해 번역소학 과 번역박통사 의 한 부분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4) 가. 번역소학 6 16ㄱ


諸葛武侯ㅣ 아 경계욘 그레 로 君子 뎍 안졍호로 모
닷고 검박호로 德을 길을디니 고 조티 아니면 들 굘 주리 업고
안졍티 아니면 먼  닐위욜 주리 업니라
나. 번역 박통사 26-27
A:네 그  우희 므슴 현듸오. B:아란 헌듼 몰래라 A:언제 우터
나뇨 B:그제우터 나니 A:라와 견듸디 몯얘라 B:이러면 므던
니 쉬이 져를 고틸거시니 구의여 골브티기 말라  법이 닛니 즉재
됴리라 A:의원 형님라 네 이됴 법을 날려 치고려 C:손
라고로다가 그 헐므 부리 우 추모로 나져 바며 머므디 말오 라
그리면 즉재 스러디리라. A:진실로 됴 법이로다 의원형님이 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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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국어 교육의 효율적 방안 모색

아니면  엇디 알리잇고 샹녯말소매 닐오 말 아니 니면 아


디 몯고 남글 듧디 아니면 디 몯니라.

(가)는 군자가 취해야 할 행동거지에 대해 말하는 내용으로 짧은 단위로써


명확한 주제를 전달하고 있으며 (나)는 부스럼이 난 친구를 염려해주며 그것
을 치료할 방법을 역시 짧은 분량으로 전달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교육
자료로 활용하면 학습자로서는 응축된 단위에서 주제를 쉽게 파악할 수 있
으므로 중세국어를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수업으로 인식하게 될 뿐 아니라,
문헌을 스스로 해석하고 이해하였다는 자족감까지 느끼게 된다. 이런 경험
들 속에서 학습자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한편, 어려운 것을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는 듯하다.
요컨대 중세국어 자료는 형태소 분석이나 음운 변화가 잘 드러난 부분보
다 완결된 이야기 구조를 담고 있는 부분을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습자들이 중세국어 자료를 단순히 문법을 설명하고 형태소를 분석하기 위
한 딱딱한 자료로 간주하는 대신 재미있는 옛날이야기 책을 대하듯 어렵지
않게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 그럴 때 그들은 중세국어에서 흥미와 재미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2.3 학생 주도적 수업 진행

토의나 토론 식 모둠 수업은 으레 문학 수업에서나 가능하고, 문법 시간은


설명 위주의 주입식 교육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
나 중세국어 문법 시간도 충분히 토의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전항에서 중시
한 점들을 고려하여 자료를 잘만 선정하면 개개의 학습자들에게 먼저 이야
기 맥락을 나름대로 추정하도록 한 후, 그 내용을 모둠별로 토의하여 한 편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학습자들은 자신이 구성한 내용과 다른 학습자가 구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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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달 말(44)

내용을 비교하게 되는데, 이 때 만약 차이 나는 부분이 있으면 누구의 것이


더 정확한지, 그리고 그런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지와 같은 매우 생산적인
의문을 던지게 된다. 일단 분위기가 이렇게 형성되면, 교육자는 의문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여 다시 한 번 학습자 스스로 탐구하는 기회를 마련
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러면 대부분의 학습자들은 그 차이의 원인이 형태소
분석 방식의 차이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예컨대

(5) 도五百이그윗거슬일버精舍겨로디나가니그도기菩薩ㅅ前世生ㅅ怨
讐ㅣ러라 이틄나래나라해이셔도기자최바다가아그菩薩자바남모
뒷더니 ( 월석 1 6ㄱ-ㄴ)

(6) 가. 도 五百이 그 윗 거슬 일버 精舍 겨로 디나가니 그 도기 菩薩ㅅ


前世生ㅅ怨讐ㅣ러라 이틄 나래 나라해 이셔 도기 자최 바다 가아 그
菩薩 자바 남 모 뒷더니 ( 월석 1 6ㄱ-ㄴ)
나. 도 五百이 그윗 거슬 일버 精舍 겨로 디나가니 그 도기 菩薩ㅅ
前世生ㅅ怨讐ㅣ러라 이틄 나래 나라 해 이셔 도기 자최 바다 가아
그 菩薩 자바 남 모 뒷더니 ( 월석 1 6ㄱ-ㄴ)

위에 소개한 원본 (5)를 (6. 가)로 분석하는 학습자도 있고, (6. 나)로 분석


하는 학습자도 있다.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전체 내용이 전혀 달라지
는데, (5)의 ‘그윗거슬’을 전자처럼 ‘그 윗 거슬’로 분석하면 ‘그 윗사람 것을
훔쳐서’로 해석되고, 후자처럼 ‘그윗 거슬’로 분석하면 ‘그위(官廳)의 것을 훔
쳐서’로 해석된다. 또 ‘나라해이셔’를 전자처럼 ‘나라해 이셔’로 분석하면 ‘나
라(관청)에서’의 의미가 되고, 후자처럼 ‘나라 해 이셔’로 분석하면 ‘나라에
해가 있어’의 의미가 된다. 그런데 이런 사소한 차이가 종국에는 다음과 같은
전혀 다른 두 이야기를 구성하도록 하는 결정적인 단서로 작용하게 된다.

(7) 가. 도적 500명이 그 윗 사람 것을 훔쳐 정사 옆으로 지나가니 그 도적들은


전생에 보살의 원수이다. 이튿날에 나라에서 도적의 자취를 밞아가다가
(도적 대신에) 그 보살을 잡아 나무에 몸을 꿰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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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국어 교육의 효율적 방안 모색

나. 도적 500명이 관청의 것을 훔쳐 정사 곁을 지나가니 그 도적이 전생에


보살의 원수이었다. 이튿날이 되어 해가 떠오르니 도적을 쫒아가다가
그 보살을 잡아 나무에 몸을 꿰어 두었다.

월인석보 전체 이야기 구조를 생각한다면 (가)의 해석이 정당하다. 익히


알려졌듯이 예문 (5)는 도적 500명과 석가의 이야기로, 전생에 석가 원수였
던 도적 500명이 이생에서도 다시 원수로 태어나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석가
에게 자신들의 죄를 덮어 씌워 죽게 하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이 (가)에는
잘 드러났지만 (나)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도리어 완전히 다른 내
용으로 재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가)처럼 해석하려면 원본 (5)의 ‘그윗거슬’
과 ‘나라해이셔’를 (6. 가)처럼 분석했어야 한다.
교육자는 이런 점들을 학습자에게 비교해 보이면서 형태소 분석과 같은
문법 지식이 왜 중요한가를 강조함으로써 학습에 대한 바람직한 동기 유발을
형성해야 한다. 그런 후라면 ‘그웃’과 관련하여 중세국어 대명사 체계를 설명
하거나, 혹은 ‘나라ㅎ’과 관련하여 ‘ㅎ종속 체언’과 ‘ㄱ곡용’ 등을 설명하더라도
학습자들은 이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빠르게 수용할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분석한 내용 어디를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면서 그
에 대한 실마리를 교육자의 문법 설명에서 구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야기 읽기로 시작한 수업은 형태소 분석과 함께 음운 변화의 설명
으로 귀착된다. 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중세국어 교육의 소기 목적은 비교
적 쉽게 달성 것으로 기대한다. 다음 역시 이야기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는 정확한 문법 지식이 필수적임을 잘 보여주는 자료로 이해된다.

(8) A: 됴신 얼우신하 어듸 브리여 겨신고?


B:小人이 뎌 녁 져제 모욕탕 잇 집  지븨 와 브리여 잇노다.
?:녈 문인가 므슴 문인고?
?:남녁 야  죠고맷 일각문 낸  긔라.
A:브리여 겨신 몰라 보오라 가디 몯야 잇대다. 얼우신하 허믈 마
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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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달 말(44)

B:엇던 마리어시뇨?
A:님하 小人이 어제 웃긔  며함 두고 오니 보신가?
B:올니 小人이 보다. 소인이  지븨 잇디 아니다니 얼우시니 어
제  디위 쇽졀업시 니시도쇠다. 날고텨 얼우신 답례라 보
오라 가 날회여 말호리다. ( 번박 상, 115-116, [29])

번역 박통사 류는 문면만을 해석해서는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 존재한


다. 예컨대 위의 대화를 단순히 A와 B로 보면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다. 강조한 부분에서 확인되듯이 이들의 존대형이 일관되지 않은 까닭이
다. 처음 말을 시작한 A는 B를 ‘신고’형인 예사 높임으로 대하고 이에 B는
‘이다’체로써 아주 높임으로 대하고 있다. 그런데 그 다음 ‘?’을 한 부분을
보면 서로 ‘인고’와 같은 낮춤형으로 대하고 다시 그 뒤 부분에서 A는 예사
높임형을 B는 아주 높임형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양영희(2003)에서는 위의 처음 ‘?’는 A, B가 아닌 제삼의 인물이
등장하여 “녈문이냐 아니면 무슨 문이냐”라는 낮춤형으로 묻고 이에 B 역시
낮춤형으로 “남녁으로 향한 문이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
을 제시했다. 곧 A는 B를 예사 높임으로, B는 A에를 아주 높임으로 대해야
할 관계이며, ‘?’로 표시된 제삼의 인물과 B는 서로 낮춤형으로 대하는 관계
라는 것이다.
(8)의 문면에서는 이런 관계를 파악할 만한 단서를 전혀 찾을 수 없다.
다만 상대존대의 화계와 각 등급과 호응하는 종결어미를 정확하게 파악한
경우만이 위와 같은 관계 설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위 자료에 관한
한, 상대존대법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문법 현상으로 인지된다. 그런
데 만약 교육자가 이런 사실을 먼저 강조하고 상대존대법을 설명하면, 학습
자들은 수동적인 자세로 그것을 이해하는 차원에 만족할 터이다. 그러나 먼
저 학생들에게 해석할 기회를 주고 서로 의견 교환을 하게 하면 (8)의 자료가
존대법이 일관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점을 궁금해 하면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토의하게 된다. 그러는 과정에 간혹 새로운 인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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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국어 교육의 효율적 방안 모색

등장했을 것이라는 바람직한 해석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8).


상황이 이렇게 정리되면, 교육자는 중세국어에서 차지하는 존대법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존대법의 종류와 그것을 표지하는 형태소 등을 설명하
면 된다. 그러면 학습자들은 그 설명을 빠르게 수용하면서 이에 대해 관심과
주의를 보이게 될 터이다.9) 그들은 이미 (8)을 바르게 이해하려면 존대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교육 과정을 모형으로 제시해 보이면 다음과 같다.

(9) 중세국어 수업 모형

교육자 학습
해당 자료 내용 개괄 동기
유발

학습자 개인
줄거리 및 주제 파악 학습자 간
내용 차이
원인 분석
학습자 모둠
줄거리 및 주제 정리
모둠간
내용 차이
모둠 대 모둠 인식
모둠 간 정리된 내용 발표

문법의
교육자 중요성
내용 파악에 따른 문법 설명 인식

8) 이는 필자의 교육 과정에서 직접 경험한 사실이기도 하다.


9) 박형우(2006ㄴ: 89)에서는 중세국어 문법은 소위 통일 문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는 문제가 있는데, 이를 역으로 활용하면 탐구학습을 통해 학습자의 탐구력을 신장할
수 있는 교과가 될 수 있다는 제언을 하였다. 우리 입장에서 진지하게 고려해 볼
만한 제언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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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달 말(44)

2.4 관련 교과와의 연계 및 독립성 보장

이상으로 중세국어 교육의 효율화 방안을, 교육 자료 선정 방식과 수업


진행 방식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그 대안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고려해 보았
다. 그러나 이 외에도 다른 교과와의 효율적인 연계 및 독립성을 보장할 방안
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바, 지금부터 이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다.

2.4.1 관련 교과와의 연계

고전문학·현대국어문법은 중세국어 교육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비록


고전문학강독 시간에 주로 다루는 고소설은 17세기 후반부터 쓰여지기 시작
하여 중세국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하더라도 용비어천가 나 두시언해 ,
월인석보 등은 고전 시가에서 다루어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까
닭이다. 이에 비해 현대국어문법은 조어론과 관련한 부분부터 문장 구조에
이르기까지 관련되지 않은 부분이 없다. 따라서 이들과 연계할 방안을 구상
해 보는 것도 중세국어 교육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한 방식으로 풀이된다.

⑴ 고전문학

고전문학과 중세국어 교육이 담당해야 할 고유 영역은 다를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교육 목표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전문학 교육의 궁극적
목표가 문학에 나타난 선인들의 사상과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라 한
다면, 그 출발점은 텍스트를 현대어로 정확하게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박형
우ㄱ 2006: 134)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라면 중세국어에
대한 기초 지식이 우선되어야 함은 자명한 이치이다10).

10) 김영욱(1988: 102)는 교과의 ‘분업 체제’를 주장하면서 문학교육 고유한 목표를
‘문학 작품에 나타난 다양한 표현 방법들을 학생들에게 일깨워 줌으로써 학생들의
국어 능력 향상에 기여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점만을 고려하면 김영욱(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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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국어 교육의 효율적 방안 모색

더욱이 전 항에서 우리는 중세국어 교육을 형태소 분석이나 음운 변화를


이해하고, 자구(字句)를 해석하는 데에만 만족해서는 안 되고 당시 자료를
일정한 줄거리가 있는 텍스트로 간주하여 거기에 담긴 내용과 주제를 파악
하는 데까지 진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런 관점에 입각하여
고전문학과의 연계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면, 중세국어 교육이 고전문학 교육
에 도움이 될지언정 방해는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실제적인 연계 방안은 무엇인가. 앞서도 강조했듯이 자료 선정
에 신중해야 한다. 예컨대 「훈민정음」이 중세국어 자료로서는 중요하지만
문학 자료로서는 적당치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운문의
경우 용비어천가나 두시언해를 고려해 볼 만하고, 산문의 경우는 월인석보
8 의 「안락국태자전」과 같은 전기(傳記)성을 가지고 있는 부분을 고려해볼
만하다11). 이 외에 대화 류는 당시 시대상과 문화를 이해하기에 더 없이
좋은 자료로 평가된다.
그러나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주로 고전소설을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있
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고전 소설은 비교적 현대국어의 모습에 근사하므로
그것을 교육 자료로 활용할 경우 교육자나 학습자가 형태소 분석 등과 같은
문법 현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생각이 어느 정도 내재해 있지 않나 한다.
물론 고전문학 전공자에게 중세국어 문법 지식까지를 갖추도록 요구할 수도
없으며, 역으로 중세국어 전공자에게 당시의 문화나 문학 전반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까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때 중세국어와 고전문학의 ‘연계 수
업’을 생각해 봄직하다.
예컨대 위에 언급한 「안락국태자전」을 강독해야 한다면 먼저 문법 교육자

은 문학교육과 중세국어(국어사)교육이 별개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김영욱(1988)의 보다 중요한 논지는 문학과 국어사교육이 국어지식의 일부
이므로 이들을 연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어서, 그의 기본 입장은 우리와 다
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11) 이 외에도 불경언해 류에는 등장인물과 배경, 그리고 사건이 존재하여 단편
소설로 규정해도 손색이 없는 에피소드들이 삽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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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달 말(44)

가 (9)에서 제시한 모형대로 교육한 후에, 문학 전공자는 이 텍스트가 갖는


시대적 의미와 문화 현상들을 학습자에게 설명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특히 두시언해 와 같은 「시가」 류는 정확한 문법 지식이 필요할 뿐 아니라,
중국의 역사적 배경과 이를 수용한 조선 시대 역사적 배경 등을 전제로 학습
자의 감성을 이끌어내야 하는 장르여서, 문법과 문학의 긴밀한 연계가 있을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고전문학과 중세국어 교육을 별개의 교과로 운영할 때보다 위와
같이 연계 방식을 취할 때 더 높은 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수업 모형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0) 중세국어·고전문학 연계 수업 모형

문법 교육
모형 (9)의 전 과정 문법 교육

문학 교육 교육자
시대상 및 문화 해석

학습자 개인 문학
개별적 문학 해석 시도 교육

학습자 모둠
모둠 간 의견 교환

문학문법
문학과 연계한 문법 교육 통합교육
단원 총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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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국어 교육의 효율적 방안 모색

모형 (9)에서 제시한 문법 교육이 끝나면 이후 문학 교육이 진행되는데,


이때 학습자 개개인에게 자료를 해석하도록 하여, 이를 모둠별로 비교 검토
하는 기회를 충분히 주어야 한다. 그래야 학습자들은 동일한 자료를 해석하
는 관점이 개인마다 다를 수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를 갖게 됨으로써 사고의
폭을 신장시키는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⑵ 현대국어문법

이도영(1999), 김경훤(2005) 등을 비롯한 많은 연구자들이 중세국어 교육


의 침체 원인을 ‘실용성’ 부재로 간주하고12), 그 대안으로 현대국어문법과의
연계를 제안하고 있다. 취직 시험과 직결되는 맞춤법·표준어·정확한 문장
을 구사하는 방법 등은 현대국어 문법에서 다루어야 할 영역으로, 이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려면 중세국어 문법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함을 분명하게 파
악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제안일 터이다.
사실 왜 ‘수·암’에 ‘개·닭’을 결합하면 ‘수캐·수탉·암캐·암탉’이 되는
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ㅎ’ 종속 체언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한다. 물론
‘수·암’에 ‘개·닭’ 등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뒤의 자음을 거센소리로 바꾸어
야 한다는 식의 공시적 설명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겠지만, 보다 논리적인
설명을 위해서는 이들이 중세국어 시대에는 ‘ㅎ’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잔재
가 현재까지 이어진 형태라는 언급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11) 가. 늦더위, 늦잠, 검붉다


나. 지붕
다. 자기 당신

12) 이 외에도 박형우(2006ㄱ·ㄴ), 주세형(2005) 등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중등교과 과정으로서의 중세국어문법교육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
서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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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달 말(44)

(가)는 통사적 규칙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비통사적 합성어임을 (나)는


연구자에 따라 한 단어로 보기도 하고 파생어로 보기도 한다는 사실을, 그리
고 (다)는 2인칭과 3인칭의 시지시적 기능을 공유하고 있음을 설명해야 할
문법 현상이다. 여기서 교육자는 위처럼 단순하게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좀더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자 하면 중세국어의 지식을 빌려야 한다.
예컨대 (가)는 현재로 보면 어근과 어근이 바로 결합하여 비통사적 합성어
가 되었지만, 중세국어에서는 이러한 조어 방식이 매우 활발하여서, 그 관습
이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으로 설명하고, (나) 역시 현재 관점에서는 한 단어
로 볼 수 있지만, 중세국어에서는 ‘집+붕’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으므로 이를
고려하는 입장에서는 파생어로 보기도 한다는 식으로 설명해야 한다. (다)의
‘자기, 당신’ 역시 중세국어에서 3인칭대명사였던 것이 20세기에 들어 2인칭
대명사의 기능을 보유하게 되어 현재 두 가지 역할을 함께하는 대명사로 설
명해야 한다. 더불어서 다음의 예를 제시하면 학습자는 보다 쉽게 (11)의 문
법 현상을 이해할 것이다.

(12) 가. 빌머거 王舍城의 가니 ( 석상 6 14ㄱ) 됴쿠주믈 묻그리야 ( 석상


9 36ㄴ)
나. 집웅 르 가쵸( 物譜 第宅)
다. 萬石君[당신과 아 네희 녹이 각각 이쳔 셕식이모로 만셕군이라 니
라]( 소학 6 , 77ㄱ)
라. 靈利 사미 바 드위텨 自己 훤히 겨 趙州 자며 ( 몽산법,
고 47ㄱ)

이런 설명 방식을 취하면 교육 내용은 훨씬 풍부해짐에 따라 학습자들의


만족도도 동반 상승하지 않을까 한다. 여기에 중세국어와 현대국어 문법 교
육이 연계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 문법서 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
재의 현대국어 문법 교육에 모둠별 토의 교육 방식을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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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국어 교육의 효율적 방안 모색

가인데, 그 방안이 전혀 없지는 않다. 주세형(2005), 김경훤(2005) 등에서 문


법교육도 충분히 탐구식,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 될 수 있음을 구체적인 예로
써 증명하고 있는 만큼13) 앞서 (9)에서 제시한 중세국어 교육 방식을 활용하
여 다음과 같이 진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3) 현대국어문법과 중세국어 연계 수업 모형

교육자
해당 차시 문법 설명 현대
문법

학습자
문법 용례 정리

중세
학습자 모둠
자료
개별 의견 정리 및 교환
제시

교육자
중세자료 제시 및 보충설명

현대
비교·대조를 통한 문법
중세와 연계한 현대문법 교육

현대국어라는 특성상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할 필요는 없겠다. 학습자나


교육자의 언어가 바로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14). 따라서 이 경우는
곧바로 학습자간 모둠 수업을 통해서 해당 시차에 학습해야 할 문법과 관련

13)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위의 두 논문을 참조하기 바란다.


14) 그러나 학습자의 흥미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현대 소설이나 말뭉치 등을 자료
로 제시하여 학습자들이 해당 차시에 해결해야 할 문법과 관련한 예문들을 먼저 찾아
보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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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달 말(44)

한 용례를 찾아 정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후 교육자가 현대국어 문법을


설명하면서 필요한 중세국어 문법을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면 되기 때문이다.

2.4.2 관련 교과에 대한 독립성 확보

지금까지 중세국어 교육의 효율적 방안으로, 상호보완적인 교과와의 연계


를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중세국어 교육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
기 위해서는 국어사와의 역할 분담이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할 듯하다. 서두
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현재 중세국어 교육을 국어사 교육으로 통합·운영하
는 대학이 상당하다. 중세국어가 국어사의 한 흐름임은 자명하므로 국어사
범주 안에서 중세국어 교육이 충실히 이루질 수 있다면, 굳이 문제 삼을 필요
는 없다. 그러나 그 이유가 중세국어 학습자의 감소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부재에 있다면 재고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한다.
사실 고대국어부터 현대국어까지의 사적 흐름을 다른 교육과 대등한 일정
안에서 세밀하게 살피기는 쉽지 않다. 국어사 교육이 대부분 4학년에 편성되
어 있는 이유는 각 시기별 강독이나 문법 교육이 선행된 후에야 비로소 그것
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내재해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전체와 부분은 밀접히 관련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부분을 제대
로 이해하려면 전체에 대한 정확한 조망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전체를
정확하게 조망하려면 부분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 국어사와
중세국어의 관계는 이러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비단 중세국어뿐 아니
라 근대국어나 고대국어 교육은 국어사 교육과 독립적인 영역으로 인정하
는 시각이 전제될 때 소기의 목적은 달성될 것이다. 지금까지 논의한 중세
국어 교육의 활성화 방안은 근본적으로 이런 태도를 전제로 해야 하지 않을
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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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국어 교육의 효율적 방안 모색

3. 맺음말

본고는 현재 중세국어 교육이 침체되어 있음을 전제로 이에 대한 효율적


인 방안을 모색하는 데 목적을 두었던 바, 그 과정에서 논의한 내용을 정리하
면 다음과 같다.
중세국어교육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교육자의 창의적인 교육
설계와 함께 다른 교육과의 효율적인 연계 및 독립성 보장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서 창의적 교육 설계란 교육자 중심의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학습자 중
심의 탐구식 모둠 교육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성공적으로 진행시키기 위
해서는 자료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즉 이야기 거리가 구조적으로 조직
된 부분을 자료로 선택해야 거기서 줄거리를 파악하고 내용을 재구성하는
식의 학습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수업에 임해서는 교육자가 중세국어의 음운 현상이나 문법 구조
등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학습자들로 하여금 선정된 자료를 완결된
텍스트로 간주해서 내용을 재구성하게 한 후, 다른 학습자와 토의하는 시간
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학습자들은 해석에 있어 서로 차이를 보이는
부분에 관심가지고서 그 원인을 찾고자 하는데, 결국에는 문장 단위와 형태
소 분석에 기인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 때 교육자가 차이를 유발한
단위를 중심으로 중세국어 문법을 설명하면 학습자들은 능동적이고 주체적
인 자세로 문법 현상들을 수용하게 된다. 자신의 어떤 분석이 다른 학습자와
차이가 있고, 어떤 부분을 잘못 해석했는가라는 자발적인 의문을 가지고서
교육자의 설명에 임하기 때문이다.
중세국어 교육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전문학 및 현대국어문
법과의 효율적인 연계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전문학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중세국어의 문법 지식이 선행되어야 하고, 현대
국어 문법의 맞춤법이나 문장 쓰기 등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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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달 말(44)

중세국어 문법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세국어와 두 교과를


효율적으로 연계하면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할 경우보다 훨씬 풍부하고 만족
도 높은 교육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상의 방안은 중세국어 교육을 국어사 교육과 다른 고유 영역으로 간주
할 때 의미가 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국어 현상을 조감하는 국어사
교육은 각 시기별 체계적 교육이 전제될 때 그 또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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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 집문당

<Abstract>
A Study on the Teaching Methods of Middle Korean

Yang, Young-hee(Chonnam Nat'l Univ.)

This study is to investigate the activating ways of teaching middle Korean


for it has been stagnated for many years.
First of all, to actuate the education of middle Korean, some strategies are
needed such as creative plans for teaching, connection with other fields, and
distinctive systems. What creative plans is not the cramming education controlled
by teachers but the grouped study based on research by learners. Selecting study
materials should be chosen deliberately to realize this kind of teaching.
Next method is the connection of middle Korean, old Korean literature and
modern Korean grammar. When middle Korean grammar is pre-learned,
reading old Korean literature can be proceeded in a right way. Also, modern
Korean grammar is related to almost all parts of study fields from a coined
word theory to sentence structure. Therefore, connected study of these fields
would give help to activating teaching middle Korean.
The above is meaningful when middle Korean is regarded as an independent
field of study, not the branch of Korean language history. Because this history
covers all periods from the old to modern times, it should be studied after
understood the grammar of each period. For that reason, when these two are
approved as each field of study, its own teaching method would be found.

Key word:teaching middle Korean, grouped study of researching, old


literature, modern Korean grammar, Korean language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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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달 말(44)

이 름:양영희
근 무 처:전남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주 소:[500-757] 광주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전 화:010-6431-4133
전자우편:chamnamu-02@hanmail.net.

논문 접수:2009년 4월 20일
심사 완료:2009년 5월 20일
게재 확정:2009년 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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