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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교육세미나 / 국어국문학과 석사 2 학기

조금, 좀,쫌 ‘a little’ and ‘please’


EMAN YEHIA OSMAN ABDELBASSET (이만 야흐야 오스만)

emanyehia50@yahoo.com

Yonsei University

<목차>
 Abstract
 서론
 선행 연구
 데이터와 연구방법
 결과
 결론
 참고 문헌

 Abstract
This study intends to investigate meaning and function of ‘jom’ and ‘jokum’ which are
considering as an adverbs , basically their basic meaning is ‘a little’, but they also have ‘some
degree’ in some data or a different meaning such as using ‘jom’ by the meaning of ‘please’ to
ask or request something in a polite way. And also this study aims to show how these
meanings are being used and changes across the different discourses through analyzing the
data shown in the different dictionaries , Yonsei corpus 4 <서상규, 새연세말뭉치 4_22-02-22 판>
and previous studies.

The results of this study showed that ‘jom’ and ‘jokum’ are not the same words, and they
cannot always replace each other. There are two meanings in common: "small degree or
quantity" and "short in time". But ‘jom’ has additional meanings such as "relatively large
amount" and "please in a polite way", and the additional meaning of ‘jokum’ is "precise or
limited quantity " or it can be used as a noun in contrast to ‘jom’ .
 서론

한국어가 모국어 아닌 화자들이 대부분 ‘좀’은 ‘조금’의 줄임 말로 의미상에는 커다란 차이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좀’이 ‘조금’의 준말이라는 것은 서로를 대체할 때 언술이
자연스럽고 의미해석에도 변화가 없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좀'은 '조금'의 축약형이라고
보고 있으나, 이 두 형태는 단순한 변이형태 관계로 보기는 어렵고 서로 의미와 기능이
생각보다 복잡하다. '조금'과 '좀(쫌)'은 어원적으로는 분명히 관련성을 지니지만 실제 두 형태의
의미적 특성을 보면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본다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 ‘조금’의 사전적 의미

[Ⅰ] 「명사」
「1」 적은 정도나 분량.
「2」 짧은 동안.
[Ⅱ] 「부사」
표준국어대사전
「1」 정도나 분량이 적게.
「2」 시간적으로 짧게. 「준말」 좀

조금 1
[Ⅰ] 「명사」 「1」 적은 분량이나 정도. 「2」 짧은 시간.

연세한국어사전 조금 2
[Ⅱ] 「부사」 「1」적은 분량이나 정도로. 「2」 시간적으로 짧게, 얼마간.
「3」 [주로 '아니다, 없다, 못하다' 앞에서, '조금도'의 꼴로 써서] 전혀.
조금 1 [Ⅰ]「명사」 「1」적은 정도나 분량. 「2」 짧은 동안.
우리말사전
조금 2 [Ⅱ] 「부사」 「1」 정도나 분량이 적게. 「2」시간적으로 짧게. 「3」 많지 않게
계속하여 {조금씩}. 「4」 ‘쪼금’의 방언(함남) {쪼조금}.

조금 1 [Ⅰ] 「명사」
1. 적은 분량이나 적은 정도.
2. 짧은 시간 동안.
한국어기초사전
조금 2 [Ⅱ]「부사」
1. 분량이나 정도가 적게.
2. 시간이 짧게.
조금씩 「부사」
적은 정도로 계속해서.

 ‘좀’의 사전적 의미

「부사」「1」 ‘조금’의 준말.


「2」 부탁이나 동의를 구할 때 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하여 삽입하는 말.
표준국어대사전 「3」 ((주로 ‘-어야’ 앞에 쓰여)) ‘어지간히’의 뜻을 나타내는 말.
「4」 ((주로 수사 의문문에 쓰여)) ‘얼마나’의 뜻을 나타내는 말.
「5」‘여간’, ‘오죽’의미로 쓰임.
좀1
부사
「1」 조금 분량이나 정도로. {‘조금’의 준말}.
「2」시간적으로 짧게. {‘조금’의 준말}.
좀2
연세한국어사전
「3」[수사 의문문에 쓰이어]그 얼마나. 오죽.여간
좀3
감탄사 [말을 부드럽게 하며, 무엇을 시키거나 청할 때 간곡한 뜻을 함]
「부사」
「1」 ‘조금’의 준말.
「2」부탁이나 동의를 구할 때 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하여 삽입하는 말.
우리말사전
「3」((주로 ‘-어야’ 앞에 쓰여))‘어지간히’의 뜻을 나타내는 말.
「4」((주로 수사 의문문에 쓰여))‘얼마나’의 뜻을 나타내는 말.
「부사」
1. 분량이나 정도가 적게.
2. 시간이 짧게.
3. 주로 부탁이나 동의를 구할 때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넣는 말.
한국어기초사전 4. 상태의 정도가 보통에 가깝거나 그보다 약간 더 하게.
5. 어떤 강도나 정도가 대단히.

네 사전 모두에서는 ‘좀’의 여러 용법 중 a)정도나 분량이 적게, b)시간적으로 짧게 라는 의미를


지니는 두 용법에는 ‘조금’의 준말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좀’은 3 단계의 파생과정을 거쳐
‘조금’의 준말이 되었다. 우선 ‘조금’은 ‘조그마하다’에서 유래한 수량사며 이것의 쓰임이
확대되면서 정도부사어로 사용된다. 바로 이러한 ‘조금’에서 철자 ‘ㄱ’이 약해지는 음운론적
현상이 생겨난 ‘좀’이 정도부사어 ‘조금’과 자유롭게 대치될 수 있었다. 따라서 ‘좀’과 ‘조금’이
자유롭게 대체될 수 있는 반면에 서로 대체될 수 없는 의미들도 있다. 다시 말하자면 ‘좀’과
‘조금’은 ‘정도나 분량이 적게’, ‘시간적으로 짧게’의 의미에서 공통점을 제시하고 있으나
‘(공손함)부탁이나 요청’, ‘오죽’이라는 의미에서 ‘좀’은 ‘조금’과 차이점을 보인다. 다음
예문에서 볼 수 있다.

- 방 좀/*조금 치워라.
- 차 좀/*조금 드세요.
- 잘 좀/*조금 지냅시다.
- 자주 좀/*조금 만났으면!

또한, ‘좀’을 보면 ‘조금’보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부탁하기와 제안하기'를 표현하며,부정적인


측면에서 상대의 부담을 줄여보려는 전략으로 '거절하기와 비난하기'라는 의미를 보여줄 수
있기도 한다. 부정적인 의미에서 부탁을 받은 화자는 ‘아니, 싫어’라는 직접적으로 거절하거나
비난하기보다 간접적으로 그 뜻을 표현하기 위해서 ‘좀’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정적인 분량이나 수량을 나타내는 표현이 있을 때 ‘좀’보다는 '조금'이 사용되고 ‘조금’은
품사로는 명사, 부사의 두 기능을 하고 있지만, 여기에서 파생되어 나온 '좀'은 품사는 부사의
기능만 한다. 그리고 ‘쫌‘을 보면 '우리말샘' 사전에서 「명사」 「방언」 ‘좀’의 방언(변이형)으로
나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좀’과 ‘조금’ 형태의 의미와 기능에는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 곧, 의미 기능
따위가 일치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부사
‘좀(쫌)’과 ‘조금’의 사전적 의미와 여러 연구들이 제시한 의미, 기능과 말뭉치용례에서도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렇게 ‘조금,좀, 쫌’이 실제 쓰임에서
문장의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류하여 검토하는 목적으로 한다.이러한
점을 밝히기 위해서는 각 형태의 의미 특성과 기능을 밝혀질 것이다. 특히 ‘좀’과 ‘조금’ 두
형태의 상관 관계를 좀더 명확히 논의된 후에, 일부의 예문들에서 '좀'은 나타날 수 있는데
'조금'은 나타날 수 없는 예문들, 이와 반대로 '조금'은 나타날 수 있는데 '좀'은 나타날 수 없는
예문들과 서로 대체될 수 있는 예문들을 통하여 이런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 선행 연구

‘좀’과 ‘조금’에 대한 연구에는 ‘좀’과 ‘조금’의 의미를 함께 다룬 연구와 ‘좀’의 의미만을 다룬


연구가 있다. ‘좀’과 ‘조금’을 함께 다룬 연구는 대부분이 {조금}과 {좀} 정도부사로 보고 두
부사에 대한 통사적, 의미적 특성을 논리적으로 기술하면서 그 차이점,공통점과 용법에 대해
논의하였다. 또, ‘좀’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이 담화표지 측면에서 다루어져 있는데 이는 ‘좀’이
‘조금’과 달리 화자의 태도와 언어 외적 상황을 전달하는 다양한 기능도 가지고 있어
담화표지어로도 분류되기 때문이다. 우선 ‘좀’과 ‘조금’의 의미를 함께 살핀 연구를 보면
방운규(1992 년), 주경희(2000 년), 목정수(2001), 이세영(1998 년) 등이 있다.

방운규(1992 년)에서는 ‘좀’과 ‘조금’ 그리고 ‘더’와 ‘더욱’의 의미를 함께 살펴 연구하였는데


여기에서는 ‘좀’과 ‘조금’의 의미를 각각 분석한 후 둘의 의미관계를 살폈다. 그 결과 의미론적
관점에서 정도성과 약화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좀’은 정중함을 나타내는 반면 ‘조금’은
정중함이 없었고 통사론적 관점에서는 정도성 어휘를 수식하여 그것을 강화하는 면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좀’의 경우 목적격조사 ‘-을/를’ 뒤에 올 경우에 이를 생략시켜 앞의
체언과 자연스럽게 결합하지만 ‘조금’은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어 학자들 사이에서 ‘좀’과 ‘조금’이 한정사 용법에서는 대체될 수 있고, 의미가 같다는 것을
인정하는 연구가 많다. 그 중 목정수(2001)와 주경희(2000)의 연구가 있다.

주경희(2000 년)에서는 ‘좀’의 용법을 세 가지로 구분하는데, 우선 좀 1 은 ‘조금’의 준말로


‘조금’과 거의 같은 의미, 즉 비교적 ‘적은 정도나 분량’을 나타내므로 ‘조금’과 교체가
가능하다고 한다. 좀 2 는 ‘좀’이 분량이나 정도를 표시하는 점에서는 좀 1 과 같지만,
좀 1 보다는 많은 분량이나 정도를 나타내어서 ‘조금’과 교체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좀 3 은
‘조금’과 대체할 수 없는 용법으로 ‘좀’이 개념적 의미를 실현하지 않고 기능어의 구실을 한다고
한다. 주경희가 세 용법에 대해 제시한 예문은 다음과 같다.
ㄱ. 기분이 좀/조금 나빴어. (좀 1)

ㄴ. 먹고 살만큼 돈이 좀/??조금 있어. (좀 2)

ㄷ. 조용히 좀/??조금 하세요. (좀 3)

목정수(2001)에서는 ‘좀’의 용법을 두 가지로 나눈다. ‘조금’과 대체되는 부사의 용법(좀 1)과
‘조금’과 대체되지 않는 담화표지의 용법(좀 2)이 그것이다. 부사 좀 1 은 “체계상, 질화사와
한정조사만이 결합이 가능하다는 점이 예상되므로, 이들 조사가 {좀} 뒤에 결합했다는 것은
{좀}이 부사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고 밝히며 ‘조금’과 대체가 가능하다고
명시한다. 그 예들은 (ㄱ)~(ㄹ)과 같다.

ㄱ. 사과는 좀만/조금만 드시고 식사나 많이 하시죠.

ㄴ. 저는 영화에 좀도/조금도 관심이 없어요.

ㄷ. 저를 좀이라도/조금이라도 사랑하신다면 이렇게 할 수는 없을 거에요.

ㄹ. 제가 공부를 좀은/조금은 해요.

이에 반해 좀 2 는 한정조사로서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조금’과 대치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이세영(1998 년)에서는 ‘좀’과 ‘조금’, ‘약간’의 통사적 의미적 특성을 함께 살폈는데 의미적
측면에서 세 가지 부사가 수량이나 정도가 작음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유의어 또는 동의어로
취급하여왔지만 각각 지니는 고유의 의미와 그 쓰임에 서로 차이가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좀’과 ‘조금’ 두 가지 부사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아니었으므로 이 둘의 의미적 특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 다음으로는 ‘좀’의 담화적 기능과 용법을 살펴봤던 연구를 보면 ‘좀’의 기능을
‘공손’, ‘회피’, ‘주저’, ‘완화’, ‘강조’, ‘전제’ 등 다양하게 제시하였다. 이 연구는 손세모돌(1989 년),
안주호(2009 년) 등이 있다.

손세모돌(1989 년)에서는 ‘좀’의 기본의미는 명령이나 요청할 때 공손함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는 ‘량이나 수의 적음’을 의미하는 ‘조금’이 ‘좀’으로 축약되여 ‘좀’이 수식하는 어구가
지시하는 것의 중요성을 최소화시킴으로써 겸손함을 전달하고 청자가 부담을 덜 느끼게
만드는 기능에서 비롯된다. 주로 ‘좀-주세요’의 형식으로 많이 쓰인다.

안주호 (2009)에서는 {조금}에서 파생되어 나온 {좀}의 담화표지로서의 기능을 살펴봤다.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한국어사전에서 {좀}은 {조금}의 준말로 설명해 놓고 있으며, 우선
범위를 축소하여 {조금}과 {좀}의 관계와 특성을 살펴봤다. 공손의 의미를 전달하는 ‘좀’과
밀접히 관련되는 것으로 화자가 부정적인 내용을 전달할 때 그 강도를 약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좀’이 있고 이러한 기능을 ‘회피‘ 혹은 ‘주저’의 용법으로 분류하였다. 이러한 ‘좀’은 발화가
전달하는 부정적 요소를 줄여 청자의 체면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하는 기능을 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먼저 ‘조금,좀(쫌) ’각각의 의미와 기능을 순서대로 분석한 후
실제 쓰임에서 문장의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검토하여 비교해보고자
한다.
 데이터와 연구 방법

여기에서 사전과 새연세말뭉치 4 <22-02-22 판>, 선행 연구에 나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금,좀(쫌) ’의 의미 차이와 기능을 분석하려고 한다. 우선, 새연세말뭉치에서 나온 ‘좀’과
‘조금’의 용례를 보면 ‘좀’ 4,067 개와 ‘조금’ 974 개로 나타났으므로 ‘좀’은 비교적 많은 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문어에서 쓰이는 ‘좀’과 ‘조금’의 용례는 각각 749 개, 307 개로 나타나는
반면에, 구어에서 쓰이는 ‘좀’과 ‘조금’의 용례는 각각 3,317 개, 667 개로 문어보다 많은 양을
보여줬다. 그러므로 각각의 의미와 기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 ‘조금,좀(쫌)‘의 의미차이

초기의 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좀}은 {조금}의 준말로 이해했다. {조금}의 일부는 {좀}의
일부와 같은 기능을 하지만, {조금}과 {좀}은 매우 다른 기능을 하고 있다. 또, ‘쫌’에 대해
문어에서와 달리 구어에서 주로 ‘좀’의 변이형태로 실현된다는 것밖에 더 다른 언급한 것이
없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구어에서 ‘조금’의 변이형태로 ‘쪼끔’이 실현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선 사전에서‘조금,좀‘의 풀이된 의미를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 좀의 의미

먼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풀이된 ‘좀’의 의미를 본다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1) 조금의 준말
2) 정도나 분량이 적게
3) 시간이 짧게
4) 의문문 반의어적 문장에서 ‘여간’, ‘오죽’으로 쓰임
5) 부탁이나 동의를 구할 때 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삽입하는 말.

위에서 ‘좀’의 의미는 다섯 개로 풀이됨을 알 수 있는데 각각 의미를 살펴보면 먼저 ○


1 에서 ‘좀’은

‘조금’의 축약형으로 여겨진다는 것을 언급되었고 다음은 ○


2 의 의미를 다음과 같은 예문에서

살펴보자.

(1) 물건값이 좀{쫌} 비싸요. / 이거 좀{쫌} 어려워.


(2) 남쪽으로 좀 가면 대로를 만날 것이다.
(3) 직항으로 좀 빨리 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4) 그는 좀 구두쇠다.
(5) 차를 좀 새 것으로 바꾸려 한다.

위 (1)에서 '좀은 형용사를, (2)에서는 동사를, (3)에서는 부사를, (4)에서는 명사를, (5)에서는
관형사를 각각 수식하고 있는데, 이 경우 의미 ②, 즉 '정도나 분량이 적게' 에 해당된다. 이것은
‘좀’의 의미를 바르게 풀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이에 따라 앞에서 언급한 ‘좀’이 정도어의
정도성을 약화시키는 부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 '약화'라는 것은 정도어가 가지고 있는
양과 질의 정도를 약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다음은 ③에 대해 살펴봅시다.

(6) ㄱ. 회의가 좀 일찍 끝났다.


ㄴ. 너 아직 회사지? 나 좀 늦을 것 같아.

위에서 ‘좀’은 ‘일찍’과 ‘늦다’를 수식하고 있는데, 이 경우는 ‘시간이 짧게’라는 의미를 갖는다.
즉, ○
3 을 다시 풀이하면 ‘시간의 분량이 적은’의 의미가 된다. 다음은 ○
4 에 대한 예문을 살펴보자.

(7) ㄱ. 이거 시간이 좀 걸리지 않냐?

ㄴ. 와 , 주신다면 좀 고맙겠습니까?

(7 ㄱ,ㄴ)은 서술문에 가까운 의문문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를 수사의문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문장에서는 화자가 질문에 대한 내용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상대로부터 새로운
정보를 얻어낼 생각이 없다. 예문 (7-ㄱ)의 의미는 '많이 걸리다'와 예문 (7-ㄴ)의 의미는
'아주(많이) 고맙겠다'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좀'은 '여간', '오죽'으로 '아주(많이)'의
의미가 된다.다음은 마지막으로 ⑤에 대한 것인데, 이것은 정확하게 말해서 '좀'의 뜻풀이가
아닌 기능을 설명한 것이다. 이러한 기능을 갖는 '좀'은 현대국어에서 상당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주로 명령문, 청유문, 의문문, 감탄문에서 쓰인다.

(8) ㄱ. 고개 좀 들으세요. (10) ㄱ. 이것 좀 들어주시겠습니까?

ㄴ. 조용히 좀 해! ㄴ. 승규야, 된장찌개 간 좀 봐 줄래?

ㄷ. 다 드시면, 신문에 잘 싸서 좀 내놓으세요. ㄷ. 전화 좀 써도 될까요?

ㄹ. 이것 좀 드세요. ㄹ. 좀 놀아도 돼요?

(9) ㄱ. 아이 좀 봐 주세요. (11) ㄱ. 자주 좀 만났으면!

ㄴ. 손 좀 빌려주세요.. ㄴ. 내가 만약 공부를 좀 더 잘했다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을 텐데!
ㄷ. 같이 갔던 인솔자, 전화번호 좀 알아봐 줘요.
ㄷ. 좀 울지나 말았으면!
ㄹ.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좀 더 놀자.
ㄹ. 거실 창은 좀 넓었으면..!

위 (8)~(11)에서 쓰인 '좀'의 의미는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는 거리가 있다.(8 ㄱ-ㄹ)은 명령문이고
(9 ㄱ-ㄹ)은 청유문인데 '좀'이 사용되어 발화효과를 높이고 있다. 명령문과 청유문의 공통적
특징은 상대방에 대해 행동을 요구하는 것인데 이때 화자는 자신의 의도를 최대한으로
관철하기 위해 청자에게 정중함을 뜻하는 '좀'을 사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요구에 내포된
수동적 행위를 부드럽게 하여 상대방의 행위를 자발성으로 바꾸는 형태소라고 할 수 있다.
명령문과 청유문 예는 '명령,요구, 의뢰, 간청, 소망, 허가, 당부, 권유, 제의'등의 의미가
있으므로,이들의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좀'이 사용된 것이다.
(10 ㄱ-ㄹ)은 의문문에 의한 특수표현으로, (10 ㄱ,ㄴ)은 의문문 의뢰표현이고 (10 ㄷ,ㄹ)은
의문문 제안표현이다. (11 ㄱ-ㄹ)에서도 '그렇게 되었으면'이런 희망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좀'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렇게 의뢰와 제안,소망에 대해 공손함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좀'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또 분류해본다면 '좀'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부탁하기와 제안하기,감탄'을 보여주며,부정적인 측면에서 '거절하기와 비난하기'를 보여준다.

- 긍정적인 측면에서

한국어에서 높임의 방법 중 하나로, 자신 혹은 자신과 관련된 것을 낮추어 말하여 결과적으로


상대를 높이는 방법이다.이런 이유로 자신과 관련된 대상이 “상당한 분량이나 정도”임에도
‘좀’을 선택해 “좀 벌었어요, 좀 살아요”처럼 표현한 것이다. 즉 재산이나 돈을 버는 것과 같은
화자 자신을 둘러싼 행위를 겸손하게 표현하기 위해 ‘좀’을 선택한 것이다.자신을 낮추어 상대를
높이려는 원칙에서 본다면, 상대에게 부탁하거나 명령하는 상황에서 화자는 상대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거나 체면을 손상하지 않는 방향으로 말할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화자는 ‘좀’을
선택해서 부탁과 요청하는 말을 하고 있다.

(12) ㄱ. “먹을 것 좀 남겨 주세요.”

ㄴ. “여쭤볼 게 있어서 그러는데 같이 좀 가 주시죠.”

ㄷ. “K 선생님 좀 바꿔주실 수 있겠습니까?”

(12 a) ㄱ. “먹을 것 남겨 주세요.”

ㄴ. “여쭤볼 게 있어서 그러는데 같이 가 주세요.”

ㄷ. “K 선생님 바꿔주실 수 있겠습니까?”

(12)에서 ‘좀’이 ‘주세요, 가 주시죠, 바꿔주실 수 있겠습니까?’와 같은 서술어 혹은 표현과 함께


부탁하는 상황(혹은 완곡한 명령)에서 사용될 때 부탁하기, 공손 등의 함축(맥락의미)을 가진다.
‘좀’을 생략한다 해도 전하고자 하는 전언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본고는 ‘부탁, 공손’을
함축으로 본다. 이 때 ‘좀’은 자신을 낮추어 상대의 부담을 덜거나 체면을 손상하지 않지 위해
선택된 것으로, 부탁하기, 공손의 의미는 긍정의 ‘좀’에서 번져간 것으로 본다.

- 부정적인 측면에서

‘좀’은 부탁, 명령하는 상황뿐만 아니라 거절하는 상황에서도 사용된다.

(13) ㄱ. 아 이건 좀 ~ 사실은 좀 어려운 사항이라. 그게

ㄴ. 어 그런 거는 뭐~ 가끔가다 틀릴 수도 있는 문제지만 좀~ 근데 아무래도

ㄷ. 그만 좀 하세요! / 가래침 좀 그만 뱉어!


(13 ㄱ.ㄴ)에서 나타나는 ‘좀’은 ‘거절을’ 보여주며, (13 ㄷ)에서 나타나는 ‘좀’은 ‘비난’을 보여준다.
이때 “거절”은 어휘 의미가 아닌 담화 상황에서 얻게 된 함축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허락을
나타내는 서술어를 부가할 경우 본래 대화가 가지던 ‘거절’의 뜻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13 a) ㄱ. 아 이건 좀 ~ 사실은 좀 어려운 사항이라. 그게. 하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 보면 할


수 있겠죠.

여기에는 거절의 ‘좀’이 부정과 관련되었다고 가정할 수 있는데, 그 근거는 첫째, ‘조금’과의 교체,
둘째, 상대의 부담을 줄여보려는 전략(손세모돌, 1989) 또는 공손성의 원리에서 찾을 수 있다.

(13 b) ㄱ 아 이건 조금 ~ 사실은 조금 어려운 사항이라. 그게

ㄴ. 어 그런 거는 뭐~ 가끔가다 틀릴 수도 있는 문제지만 조금~ 근데 아무래도.

(13 b.ㄱ)에서 ‘좀’이 ‘조금’으로 교체될 수 있는 것을 통해 이때의 ‘좀’이 부정의 ‘조금’과 의미상
관련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청자(부탁을 받은 사람의 입장)가 부탁하는
상대(화자)에게 거절하면서 상대의 체면을 손상하지 않는 행위는 크게 보면 공손성의 원리에
속하는데, 이런 이유로 부탁을 받은 화자는 ‘아니, 싫어’라는 명시적인 거절 표현 대신 완곡하게
거절하는 부정의 ‘좀’을 선택한 것으로 본다. 화자(부탁하거나 요청하는 사람의 입장)는
상대(청자)에게 중요하거나 부담이 되는 것을 부탁하거나 요청하기는 어렵다. 그런 이유로
화자의 부탁하는 내용의 정도가 상당한 양이나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급박한
상황이라면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는 내용도 부탁할 수는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거절의 ‘좀’은
부정이라는 기본의미에서 번져간 함축 의미라고 본다. 또, 화자가 청자에게 직접적으로
거절하거나 비난하기(부정적인 평가)보다는 간접적으로 그 뜻을 표현하기 위해서 문장의
서술어를 생략하고 ‘좀’을 문장 끝에 두며, 이러한 부정적인 의미를 표현할 수도 있다. 다음과
같은 예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14) ㄱ. 그건 좀...

ㄴ. 그 사람 좀.....

여기에는 부정적인 평가가 청자에게 부담을 줄 것을 고려하여 명료한 표현을 회피하는 완화


장치로서 ‘좀’을 쓰는 것이 관습화되어 있기 때문에 ‘좀’ 뒤의 요소들이 생략되면 담화 관습에
따라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하게 된다. 이때의 ‘좀’이야말로 헤지(hedge)라고 보아야 한다.
상대가 특정 정보를 요구하는데 그 정보를 바로 전달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완충의 표지로서
사용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좀’의 의미가 선·후행어의 영향으로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때 선․후행어가


미치는 영향의 정도는 같지 않다.

(15) ㄱ. 돈을 어느 정도/약간/아주 좀

ㄴ. 돈을 진짜/정말/아주 좀
(16) ㄱ. 여보, 이제 그 애들을 내보내고 살림도 좀 줘야 하지 않을까요?”외숙모의 말에 인색한
외삼촌은 조카 내외에게 별 수 없이 약간의 양과 밭을 나눠주었어요. <소설>

ㄴ. 영주에서 쪼들린 살림에 지쳐 강원도에나 가서 돈 좀 벌려 했지만 큰 돈도 벌지 못하고


공사는 끝나 버렸다. <소설>

위의 예문을 살펴본다면 후행 서술어가 없는 (15)에서 (ㄱ)과 (ㄴ) 중 돈의 액수가 많은 것이 어느


것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후행어와 함께 쓰인 (16)에서는 돈의 액수에 차이가
있음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16 ㄱ)에서 ‘좀’은 후행하는 ‘약간의’를 통해 적은 양을,
(16 ㄴ)에서는 후행하는 ‘큰돈도 벌지 못하고’를 통해 상당한 양을 나타낸다고 하겠다.이런 경우
‘좀’의 의미 해석에서 ‘약간, 상당히, 진짜, 정말’과 같은 선행어 보다 ‘주다, 벌다’와 같은
후행어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또다른 예문을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17) ㄱ. 야 좀(쫌) /제발 도와주라.

ㄴ. 야 좀(쫌) /제발 ~! 그만해.(못 봐 주겠어)

위 (17 ㄱ)은 ‘쫌’은 부탁으로, (17 ㄴ)의 ‘쫌’은 금지․비난으로 우선적으로 해석된다. 두 대화에서
선행어(‘야’)가 동일함에도 ‘좀’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도와주라, 그만해’와 명령형 어미, ‘야’에
얹힌 악센트, 그리고 비난하거나 어떠한 행위를 금지하는 상황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도와주라, 그만해와 같은 후행 서술어와 명령형 어미가 ‘좀(쫌)’의 변이의미 획득에 중요한
요소라 하겠다.

 ‘좀’의 기능

좀은 항상 부사어로 시용되면서 예상하지 못한 지시체가 담화에 처음 도입되는 경우 청자가


당황할 수 있으므로 화자는 그 지시체의 양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게 되어 상대방이 예상하지
못한 발화를 할 때 ‘좀’을 쓰인다.

(18) ㄱ. 소금 주시겠어요?

ㄴ. 소금 좀 주시겠어요?

ㄷ. 창문 열어줄래?

ㄹ. 창문 좀 열어줄래?

(18 ㄱ)은 ‘소금’이 이미 지정된 경우 발화되는 형식이라고 한다. (18 ㄴ)은 ‘소금’이 ‘좀’에 의해
청자에게 지정되어 청자가 주위에 ‘소금’이 있는가를 확인하고, 해당 ‘소금’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19) 뽀빠이, 도와주세요.

뽀빠이의 여자친구 올리브는 괴한 부르터스가 나타나면 뽀빠이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요청한다. 괴한 부르터스가 나타나는 상황은 돌발 상황이다. 즉, 뽀빠이에게 도움이 지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좀’의 출현은 자연스럽지 않다.

(19a) ?*뽀빠이, 좀 도와주세요.

‘좀’이 출현할 수 있도록 상황을 조작해보자. 올리브가 뽀빠이를 이미 여러 차례 불러 도움을


요청했다고 가정해보자. 뽀빠이는 불러도 소식이 없자 다시 그를 부르며 도움을 요청할
상황이라면 ‘좀’이 나타날 수 있다.

(20) 라면 좀 주세요.

음식점에서 들어서자마자 음식(라면)을 주문하는 상황에서 언술화자는 (20)처럼 발화하지


않는다.음식을 처음 주문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20a)와 같이 표현할 것이다.

(20a) (여기) 라면 주세요/ 라면 (하나)요.

반면에 (20)처럼 ‘좀’이 출현하는 경우에는 ‘라면’은 이미 주문이 되었었던 상황이다. 그 주문한
라면이 제공되지 않으면 그제서 손님은 ‘주문된 라면’을 ‘좀’을 통하여 요청하는 것이다. 즉,
‘좀’이 부탁이나 공손함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기 보다는 언술화자에게는 이미 구축된 가치, 즉
선행 구축된 가치가 정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1) ?*술 좀 그만 드세요.

(21a) (술) (이제) 그만 드세요.

반면에 술을 먹는 자리에서 술이 너무 취한 상사에게는 오히려 ‘좀’이 출현하지 않은 명령문으로


발화되어야 자연스럽다.

(22) (극장에서 빈자리를 찾아 헤매다가 마침 비어있는 두 자리를 발견하고)

ㄱ. 우리 여기 앉아요.

ㄴ. ?*우리 여기 좀 앉아요.

(23) (둘이 공원을 걷다가, 상대방은 잘 걷고 있는데 화자가 다리가 아플 때)

ㄱ. ?*우리 여기 앉아요.

ㄴ. 우리 여기 좀 앉아요.

(22)는 “‘우리’가 ‘어딘가’에 ‘앉는다’는 정보는 이미 주어져 있다. 이때 ‘여기’는 신정보이기는


하지만 청자가 자연스럽게 맥락 속의 제 위치를 찾아줄 수 있다.
‘어딘가’를 ‘여기’로 대체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좀’의 출현이 어색하다고
본다. 반면에 (23)에서는 ‘좀’이 필요하면서 ‘여기’라는 신정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청자가
알기가 쉽지 않다. 이 경우 선행어인 ‘여기’가 담화에 처음 도입되는 요소임을 밝혀 청자가
불필요한 인지적 노력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22)와
(23)를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23)의 상황 묘사를 분석해 보면 공원을 함께 걷던
언술화자(A)와 상대화자(B)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상대방화자는 잘 걷고
있고 계속 걷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반면에 언술화자는 다리가 아파 걷기를 중단하기
위해 앉기를 제안한다. 언술화자에게 통념상 ‘다리가 아플 때는 걷지 않는다’ 가치가 선행구축
되어 있다. 반면에 (22)에서는 언술화자와 상대화자 사이에 의견 출동이 없다. A 와 B 모두
영화를 보기 위해 빈자리를 찾아 앉고자 한다. 따라서 서술관계<A,B-앉다>가 구축되어 앉을
자리를 표지 ‘여기’가 구체화시킬 뿐이다. A 와 B 사이 의견 충돌로 발생하는 가치의 대립이
부재한 이유로 (22)에는 ‘좀’의 출현이 어색하다.

(24) 오늘은 좀 어떠세요?

(24a) 오늘은 어떠세요?

의사(A)가 진료를 받으러 찾아온 환자(B)에게 (24)과 (24a)처럼 인사말을 건넬 수 있다. (24)의
경우, A 는 B 가 병이 낫지 않음 알고 있다. 즉, 언술화자에게 서술관계<B-아프다>에 대해
긍정가치가 선행구축 대상이다. 반대로 (24a)는 언술화자가 오늘의 상태와 전날의 상태를
비교하여 묻고 있다. 조사 ‘-은/는‘의 도움으로 대조적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24)과
(24a)의 차이는 선행 구축된 가치가 유․ 무함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또, 실제 말뭉치
용례에서‘좀’의 사용 맥락(분포)이 달라지면서 의미가 추가되기도 하고, 어휘적 요소에서
문법적 요소로 혹은 어휘적 요소에서 담화표지적 기능으로 그 기능이 바뀌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예문을 살펴봅시다.

(25) ㄱ. 좀 도와주라. <대화, 부탁>

ㄴ. 나 어때? 좀 괜찮지 않아? <대화, 자랑>

ㄷ. 야 쫌~ 그만해! <대화, 금지비난>

ㄹ. 좀 천천히 가요. 좀 더 열심히 공부해라. <대화,시작>

사전에서 (25 ㄱ, ㄴ)의 ‘좀’에 대해 품사를 부사로 주며 뜻풀이를 제시하는 것과 달리 (25 ㄷ,


ㄹ)의 ‘좀’에 대한 뜻풀이는 따로 하지 않았다. 위의 ‘좀’이 (25 ㄱ, ㄴ)에서는 생략될 수 없는 반면
(25 ㄷ, ㄹ)에서는 생략될 수 있고, 서술어 앞에 오는 (25 ㄱ, ㄴ, ㄷ)과 달리 (4 ㄹ)에서 ‘좀’은 대화
시작, 중간, 끝에 오는 등 이들은 분포에서 차이를 보인다. 또한 ‘좀’의 의미도 ‘부탁, 자랑,
금지,비난, 대화 시작’처럼 각각 다르다. 결과적으로 (25)에서 ‘좀’이 품사, 서법 제약, 의미
등에서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좀’이 수식어 기능(25 ㄱ-ㄷ)과 담화표지의 하나인
대화 시작 표지 기능(25 ㄹ)으로 쓰여 기능 역시 다르다.
- 조금의 의미

그 다음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조금’의 의미가 어떻게 풀이되고 있는지 알아봅시다.

1) 분량이나 정도가 적게.


2) 시간적으로 짧게.
3) 많지 않게

위의 의미를 살펴본다면 앞에서 언급한 ‘좀’의 의미와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


예문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먼저 ○
1 의미를 다음과 같은 예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근데 이 약을 먹어보니 조금{쪼끔} 괜찮아졌어. <구어_일상대화>

(2) 손이 떨려 커피가 잔 밖으로 조금 흘렀다. / 그녀는 나를 보며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문어_소설_>

(3) 너는 그냥 조금{쪼끔} 천천히 해도 상관없어요. <구어_주제대화_외국어시험>

(4) 그는 조금 구두쇠다.
(5) 립스틱은 조금{쪼끔} 진한 색상을 가지는 걸로 주세요. <구어_화장품_구매대화>

(1)~(5)에서 '조금'은 앞에서 '좀'이 보여준 것처럼 수식 범위가 넓다. 즉, (1)에서는 형용사를,
(2)에서는 동사를, (3)에서는 부사를, (4)에서는 명사를, (5)에서는 관형사를 수식, 정도성을
약화시키고 있다.따라서 '조금'과 '좀'은 '정도나 분량이 적은'의 의미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공통의미로도 설정할 수 있다. 그 다음은 ○
2 와○
3 의미를 다음 예문에서 살펴보도록 한다.

(6) 임산은 철수가 조금 빠르다. / 조금만 더 참아요! <문어_소설_>

(7) 나는 현금을 조금 냈다.

(6)에서 '조금'이 '빠르다, 힘내다'를 , (7)에서는 '내다'를 각각 수식하고 있다. 이 때 '조금'의


의미를 '시간적으로 짧게'와 '많지 않게'로 풀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은 '좀'과 달리
[정중함]의 의미는 없다. 이것이 이들 사이의 뚜렷한 의미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조금’의 기능

‘좀’과는 달리 ‘조금’은 용법과 그 의미가 다양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표준국어대사전}도‘조금’의 용법을 명사와 부사로 나누고 있지만, 그 의미는 그다지
다르지 않다.
품사 용법 및 의미 예문
- 아버지께 받은 용돈은 조금이었다.

① 적은 정도나 분량 - 남아 있는 음식이 조금밖에 없다.

- 요즘은 조금을 먹어도 배가 부르다.


명사
- 그는 급한 성격에 조금을 못 기다리고 가버렸다.
② 짧은 동안
- 그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말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 음식에 소금을 조금 넣어 먹어라.


① 정도나 분량이 적게
- 잠을 자고 나니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부사 - 조금 있다가 오십시오.
② 시간적으로 짧게 - 조금 기다려 주십시오.

‘조금’의 의미는 ‘비교적 적은 정도나 분량 표시’로 사용될 수도 있다. 다음과 같은 예문에서 볼


수 있다.

(8) 조금 먹었는데도 벌써 배가 부르다.

(9) 기름을 한 두 방울 정도로 조금 넣어야 제 맛이 납니다.

(8)에 ‘조금’이 비교 혹은 대비의 의미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은 한정된 분량이나 정도를 표시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예문 (9)를 위해서도 ‘한 두 방울’과 같은 분량이나 수량을 나타내는
한정적인 표현이 있을 때 ‘조금’이 사용된다.

(10) A: 소금을 얼마나 넣을까요?

B: 조금 넣으세요.

(10)에서 A 와 B 는 소금을 넣는 일에 대해서는 생각이 같다. 다시 말하자면 두 언술화자


사이에서 서술관계<A-소금을 넣다>에 대해서는 갈등의 소지가 없다. A 는 ‘얼마나’를 통해
소금의 양을 정하기를 요구한다. B 는 ‘적은 분량’으로 ‘얼마나’를 구체화 한다. 표지 ‘얼마나’가
없어도 ‘조금’으로 답할 수 있다.

(11) A: 소금을 넣을까?

B: 한 숟가락 정도로 조금만 넣어.

(11)에서도 A 와 B 는 서술관계 P<A-소금을 넣다>에 대해서 의견이 일치한다는 것도 볼 수 있다.


A 는 열린 의문문으로 B 에게 긍정가치와 부정가치를 선택하게 한다. B 는 가치를 적합한
가치로 선택하면서 그 분량을 ‘한 숟가락’으로 구체화 한다. (11)에서는 소금의 미세한 분량이
정해 있어 ‘조금’이 제한을 나타내는 한정사 ‘-만’으로 덧붙여 있기도 한다.

(12) A: (스테이크 주문을 받으면) 고기를 어떻게 익혀 드릴까요?

B: 조금 익혀 주세요.

A 와 B 는 고기를 익힌다는 사실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서술관계 <A-고기를 익히다>에


대하여 A 는 표지 ‘어떻게’를 통해 굽는 정도를 구체화 할 것을 요구한다. B 는 이 요구에 대하여
‘조금’으로 익힘의 정도를 구체화 한다.

(13) A: 기분이 많이 나빴어?

B: 아냐. 조금.

A 는 서술관계 <B- 기분 나쁘다>를 구축하여 그 정도를 ‘많이’로 구체화 하여 질문한다. B 는 A 가


정해놓은 많은 정도를 ‘아냐’로 부정하고 ‘조금’으로 그 정도를 명시한다. 따라서 (16)에서
‘아냐’는 서술관계가 구축된 것에 대해 B 가 부정한 것이 아니라 A 가 정한 정도를 부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결과
우선, 앞에서 살핀 의미의 유형에 따라 ‘좀’과 ‘조금’의 용례들을 살핀 결과를 보면 ‘좀’이
‘조금’보다 더 많이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둘이 구어에서 많이 쓰이고 '좀' 경우는
형태적으로 보아 적은 분량을 나타내는 조금의 준말이다. 그래서 '좀'과 '조금'을 동일한 범주로
분류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조금'의 준말로써의 '좀'은 형태적인 줄임 이외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좀'과 '조금'의 의미 실현을 살펴본다면 이들간에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예문을 통하여 '좀(쫌)'과 '조금'의 서로 교체될 수
있는 의미와 교체될 수 없는 의미를 분석하고자 한다.

(1) ㄱ. 창문 좀/조금만 열어 주세요.

ㄴ. 부침개가 좀/조금 싱겁네.

ㄷ. 영달아 좀/조금 쉬었다 가자!

ㄹ. 저도 젊었을 땐 글을 좀/조금 썼었지요. <소설>

앞에서 ‘조금’으로 교체될 수 있는 것은 적은 양의 ‘좀’이라고 한 것처럼, 위의 ‘좀’ 역시 적은


정도나 분량에서 유래한다.이 두 단어는 ‘적은 분량이나 정도, 시간적으로 짧게’라는 뜻을
가진다. 그렇지만 (ㄹ)에서 ‘좀’은 ‘글을 쓴 경험이 있다’는 뜻을, ‘조금’으로 교체된 문장은 글을
쓴 ‘분량이 적음’을 나타내면서 뜻에서 차이를 보인다. 다음 예문도 마찬가지이다.
(2) ㄱ. 물 좀/조금 가져다 드릴게요. <일상대화>

ㄴ. 먹을 것 좀/조금 남겨 주세요. <일상대화>

(2a)ㄱ. 물 쫌만 가져다 드릴게요. <일상대화>

ㄴ. 먹을 것 쫌만 남겨 주세요. <일상대화>

위에서 ‘좀’은 ‘조금’으로 교체가 자연스럽다. 여기의 ‘좀’은 ‘조금’의 준말이고 ‘조금’으로 교체될
수 있는 ‘정도나 분량‘라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용법일 때 ‘좀’은 ‘만’이라는
조사와 함께 자주 사용되고, 대화에서는 주로 ‘쫌만’으로 실현된다.

(3) ㄱ. 엄마가 만든 찌개가 좀/조금 짠데도, 맛있게 먹어.

ㄴ. 내가 가는귀가 먹어서 그러니 좀/조금 크게 말해 봐.

ㄷ. 시간이 좀/조금 걸릴 것 같아요.

ㄹ. 좀/조금 전에 말씀하셨던.....

(4) 소금을 넣을까?

ㄱ. 한 숟가락 정도로 조금만 넣어.

ㄴ. 한 숟가락 정도로 쫌만 넣어.

ㄷ. ?*한 숟가락 정도로 좀 넣어.

여기도 예문(3)에서 '좀'과 '조금'은 큰 의미 변화 없이 상호 교체가 가능하다. 그런데 예문(4)에서


조사가 결합하지 않은 '좀'으로는 '조금'과 상호 교체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살펴봤던 대부분 예문들은 '좀'과 '조금'의 의미 차이가 없고 서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예들이다. 그러나 '좀'은 '부탁이나 동의를 구할 때 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하여 삽입한 말' 의미로 쓰일 수 있는데, 반대로 '조금'은 이러한 의미로 쓰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다음 예문에서 '좀'과 '조금'의 의미 차이와 서로가 어떻게 교체될
수 없는 것을 살펴보고자 한다.

(5) ㄱ. 안으로 좀/*조금 들어가 주시겠어요?

ㄴ. 죄송하지만 펜 좀/*조금 빌려주시겠어요?

위 예문을 보면 (8-ㄱ,ㄴ)에서 사용되는 '좀'은 공손함과 정중함(부탁이나 요청)을 표현한다.


따라서 (8 ㄱ)에서 사용되는 '조금'은 서술어 '들어가다, 빌리다'의 정도성을 약화시킬 뿐이고
이러한 [정중함]과 거리가 있으며, (8 ㄴ)에서 사용되는 '조금'도 [부탁이나 요청]과 관계없는
정도부사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와 같은 예문을 더 살펴봅시다.
(6) ㄱ. 맛있는 음식 좀/*조금 추천해 주세요! <일상대화>

ㄴ. 지하철역에 가는 길 좀/*조금 가르쳐주시겠어요? <일상대화>

ㄷ. 내 말 좀/*조금 들어 봐! <일상대화>

ㄹ. 그만 좀/*조금 해라. <일상대화, 명령>

ㅁ. 말을 좀/*조금 해 봐요!!! 담배만 피우지 말고… <일상대화, 요청>

여기도 '좀'은 정중하게 부탁이나 요청, 명령을 할 때 사용되는 말로 나타났으며, '조금'으로


교체될 수 없다.

반면, 한정적인 분량이나 수량을 나타내는 표현이 있을 때 '조금'이 사용된다. 다음 예문에서는


'얼마' 라는 의문사가 사용된 질문에 대한 답으로 '좀'이 아니라 '조금'이 선택되었다.그 이유는
여기에 부탁이나 요청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수량에 관한 미지를 나타내는 '얼마'라는 의문사에
대한 답으로는 비교적 정확한 혹은 한정된 분량을 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조금'이
사용된다는 것은 '조금'은 비교적 한정된 분량 표시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 ㄱ. ①머리를 얼마큼 자를까요?

② 귀밑으로 조금/ *좀 잘라주세요

ㄴ. ①소금을 얼마나 넣을까요?

② 조금/*좀 넣으세요

또한 예문(8)에서도 다른 어휘와 등급을 이루며 비교되는 경우에도 '조금'이 사용된다.

(8) (스테이크 주문을 받으면)고기를 어떻게 익혀 드릴까요?

ㄱ. 조금/*좀 익혀 주세요.

ㄴ. 많이 익혀 주세요

예문(8)의 질문의 초점은 '스테이크 고기의 익힘' 정도에 있으므로 '좀'이 아니라 '조금이나
많이'와 같은 어휘로 대답을 해야 한다.'조금'이 선택되는 것은 '조금'은 다른 어휘와 등급을
이루며 그들과 비교되면서 적은 양이나 정도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문(9)처럼도 '한 두 방울'과 같은 분량이나 수량을 나타내는 한정적인 표현이 있을 때도


'조금'만이 사용되었다.
(9) ㄱ. 기름을 한 두 방울 정도로 조금 넣어야 제 맛이 납니다.

ㄴ. *기름을 한두 방울 정도로 좀 넣어야 제 맛이 납니다.

또한, 명사로 쓰인 '조금'은 '좀'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음 예문에서 볼 수 있다.

(10) ㄱ. 아버지께 받은 용돈은 {조금이었다. / *?좀이었어.}

ㄴ. 그가 말해 준 것은 사건의 {조금만이야/*?좀만이야.}

ㄷ. 남아 있는 음식이{조금밖에 /*?좀밖에} 없다.

ㄹ. 요즘은{조금을/*?좀을} 먹어도 배가 부르다.

위의 예문을 살펴본다면 (10)에는 {조금}이 명사로 쓰인 것인데, (ㄱ)처럼 ‘이다’ 구문으로


사용되거나, (ㄴ,ㄷ)처럼 조사 ‘-만, -밖에’ 등과 결합되어 사용되거나, (ㄹ)처럼 ‘먹다’의 목적어로
사용되었다. 다시 말하면, '조금'은 {조금은/조금만/조금씩/조금도/조금밖에/조금이라도}처럼
보조사나 명사로서의 기능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좀'은 이러한 기능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추가로 '좀'과 '조금'의 차이에 대한 더 다른 예문을 살펴봅시다.

(11) 기분이 많이 나빴어?

ㄱ. 아냐, 조금

ㄴ. * 아냐 좀.

ㄷ. 응, 좀.

예문(11)의 질문의 초점은 '많이'에 있다. 질문자는 이미 상대가 기분이 나빴다는 것은 알고 있고


다만 그 나쁜 정도를 '많이'로 묻고 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부정의 답에서는 '조금'이,
긍정의 답에서는 '좀' 이 사용된다는 사실에서 '조금'과 '좀'이 구별될 수 있기도 한다.

(12) 비가 많이 오나 봐요?

ㄱ. 응, 좀 와.

ㄴ. 아냐, 조금/ *좀 와

'비가 오는 것'은 이미 전제되어 있는 예문(12)의 질문의 초점은 '비가 많이 오는 정도'에 있다.


예문 (11)과 마찬가지로 이 질문에 대한 긍정의 답으로 '좀'이, 부정의 답으로는 '조금'이
사용되었다. 이를 통해 '좀'은 '많이'와 거의 동일한 의미를 실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조금'과 '좀'은 구별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 결론 및 논의
사전에서 보면 '좀'은 '조금'을 줄인 단어로 설명하고 있는데 '좀'은 단순히 '조금'의 음운론적
축약형이라고 볼 수 없다. '조금'과 '좀'의 분포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사전적 의미와
기존의 선행연구에서 제시한 의미를 바탕으로 재정리한 결과 ‘좀’과 ‘조금’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의미는 ‘정도나 분량이 적게’와 ‘시간적으로 짧게’ 두 가지이고 ‘좀’이 추가로 가지고 있는

의미는 ‘그 얼마나’, ‘어지간히’,‘비교적 많은 량을 나타냄’, ‘공손’ 등 네 가지이며 ‘조금’이 가지고


있는 추가적 의미는 ‘정확하거나 한정된 수량이나 분량’ , ‘전혀’이다. 또, 일상 언어생활을 보면

상대방한테 부드럽게 부탁이나 명령, 동의를 구하는 상황에서‘좀’을 쓰이지만 ‘조금’은 그런


기능을 하지 못 한다. 예 : “밥 좀 사 줘” / “이거 좀 고쳐 줘”

이 예문에서 ‘좀’은 ‘조금’으로 대체될 수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때의 ‘좀’은 ‘정도나 분량이
적거나 시간적으로 짧음’을 의미하지 않고 원래의 의미에서 벗어나 선행 명사를 한정하고 다른
요소를 배제하는 보조사로서의 기능을 보여 준다. 또한, ‘좀’은 담화에서 출현해야 하거나
출현하지 않는 것에 따라 다른 의미를 표현할 수 있으므로 자연스러울 수도 있고 않을 수도 있다.
이외에도 ‘좀’의 의미는 후행어에 따라도 영향을 받고 달라질 수 있는데 조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명사로 쓰인 '조금'이 '좀'으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 “어제 먹은 것은 조금이었어” / “그 사람을 조금밖에 모른다”

곧, 정도 부사 '조금'은 본래 수사에서 온 것이고, '좀'은 정도 부사어인 '조금'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그 분포나 대치 관계가 일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좀'이 정도 부사어로 쓰인 '조금'은 대치할 수
있으나 수사적인 '조금'을 대치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처럼 생성 과정에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인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다시 정리해본다면 ‘조금’은 명사(수량사)와 정도부사어의 기능을
수행하는 반면, ‘좀’은 항상 부사어(정도 부사어,비정도 부사어)로 사용되면서 또 다른 의미의
부사어로 쓰인다. 또, ‘좀’은 대화 시작 표지 기능으로 할 수 있지만‘조금’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좀’과 ‘조금’은 정도부사로 쓰일 때에는 자유롭게 대치될 수 있지만 서로 대치될 수 없는 고유한
영역들을 지니고 있다는 상관관계와 두 형태의 분포나 의미관계가 완벽이 일치되지 않는 점을 알
수 있다. 또, ‘좀’이 긍정적인 측면에서 ‘부탁하기와 제안하기’라는 뜻을 가지며, 화자가 부정적인
내용을 전달할 때 그 강도를 약화하고 청자가 기분 나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부정적인
측면에서 ‘거절하기와 비난하기’를 표현한다는 것도 살펴봤다.

이처럼 '조금'과 '좀'은 언어 변화의 일반적인 유형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현재
'조금'과 '좀'은 거의 유사한 의미 기능을 보이는 수가 많지만, 이러한 경향은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모든 언어에는 완벽한 동의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언어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보면
동의적인 것들은 의미를 바꾸거나 소멸함으로써 완벽한 동의를 없애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따라서 '조금'과 '좀'도 이런 방향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
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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