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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번역교육연구

2019년 특별 제17권 3호

문학번역에서의‘삭제’의 문제

김경희
(한양대)

I. 서론

모든 문학번역자들이 추구하는 번역은 ‘원작에 충실하며 원작과 등가를


이루는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원작의 언어와 번역 작품의 언어 사이
에 존재하는 언어적 차이와 각각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의 문화적 차이로 인
해 번역자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번역자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번역 작품 독자들에게 문화적인 차
이를 이해시키기 위해 번역자 주( 飜譯者 註 를 사용하기도 하고 설명적인 번
)

역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번역 작품들을 살펴보면 오히려 원작의 내용이 삭제되어 번역된
경우가 눈에 띈다. ‘원작과의 등가 추구'라는 면에서 보면 오역이라고도 판단
할 수 있는 이러한 삭제가 어떠한 경우에 생기고 그로 인한 영향이 어떠한지
살펴보고 분석해 보는 것이 양질의 번역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김경희 ■ 문학번역에서의‘삭제’의 문제 5
의미에서 우리는 프랑스어로 번역된 7개의 한국 문학작품1)에서 삭제가 어떠
한 양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러한 삭제가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살펴
보려고 한다.

II. 생략과 삭제

번역 작품들에서의 ‘삭제’의 전략을 살펴보기에 앞서 우리가 혼용하고 있


는 ‘생략’과 ‘삭제’라는 용어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려고 한다.2) 김민수, 고
영근, 임홍빈, 이승재(1993)에 따르면 ‘삭제’는 ‘깎아 없애는 일’, ‘지워 버리는
일’이고(p.1483) ‘생략’은 ‘간단하게 줄이거나 빼는 것’(p.1564)으로 정의되어
있어서 그 차이를 확실하게 알기 어렵다.
황병순(2006)은 ‘생략’이라는 용어가 다소 모호하게 사용되어 왔다고 지적
하며 “일반적으로 ‘생략’은 화용적 개념으로 언어 경제적 관점에서 앞 문맥으
로 알 수 있는 구정보를 실현시키지 않는 현상”이지만 학자들에 따라서는 넓
은 의미로 “‘삭제(deletion)’나 발음 편의를 위한 ‘음운론적 생략(elision)’을 포
괄하여 회복 가능한 정보가 어떤 요인에 의해 실현되지 않는 삭제 현상”을 포
괄해 사용하기도 하지만 ‘생략’과 ‘삭제’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다.(p.149) 그는 ‘삭제’와 ‘생략’은 용어의 의미만으로도 구분이 되어서 “삭제
되는 것은 삭제되지 않으면 자연스럽지 못할 경우에 없앤 것이고, 생략되는
것은 간단히 표현하기 위해 줄인 것을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삭제된
것은 삭제되기 전의 모습을 회복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한다면, 생략된 것은
문맥을 통해 쉽게 생략되기 전의 모습을 회복하기 쉬운 것이라고 할 수 있
다.”고 주장한다.(p.150)

1) 장편보다는 단편에서 ‘삭제'의 영향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해서 5개의 한국 단편을 번역


한, 번역자들이 각기 다른, 7개의 작품(번역본이 2개인 작품을 포함해서)을 선택하였다. 분석 대
상 작품 목록은 부록 참조.
2) 우리의 연구 목표가 학자에 따라 견해가 다른 ‘생략’과 ‘삭제’에 대한 구분이 아니고, 더구나 우

리의 연구가 한국어에서의 연구가 아니므로 우리는 간단히 우리가 ‘삭제’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배경만 살펴보기로 한다.

6 통번역교육연구 ■ 2019년 특별 제17권 3호


황병순(2006)(김일웅(1986) 재인용)은 “‘삭제’는 들을이가 월의 구조를 설
명하고 해석하기 위해서 이론적으로 가정한 구조에다 ‘없애는 변형’을 필수적
으로 적용하여 없애는 과정임에 비해, ‘생략’은 어떠한 언어 요소의 개념은 알
려져 있으면서 그 꼴이 어휘적으로 실현되지 않는 것으로 들을이가 알 수 있
을 것이라는 ‘말할이의 가정’ 아래 임의적으로 실현되는 현상’”이라고 구분한
다.(p.149)
박윤철(2008)은 다음과 같이 생략과 삭제를 구분한다.
생략 삭제
1 동일성 조건3) 충족 동일성 조건 충족 불필요
2 복원 가능 복원 불가능
3 발화 일부 요소 발화 전체
4 화자와 청자의 공유 정보 화자와 청자의 공유 정보가 아님

그의 주장에 따르면 생략은 ‘화용론적 관점에서 동일성 조건이나 복원 가


능성, 맥락 상황에 의해 발생’하고 삭제는 ‘화자와 청자의 믿음에 적합하지 않
거나 모순되는 맥락 관련성 낮은 정보’ 또는 ‘맥락에서 중요하지 않은 정보’
를 제거하는 것이다. (p.174)

이러한 언어학적 관점은 하나의 언어로 쓰인 텍스트 내에서 나타나는 생


략과 삭제의 현상에 대한 것으로 원작과 다른 언어로 쓰인 번역 작품에 나타
나는 생략과 삭제와는 다를 수 있다. 번역에서의 생략과 삭제, 이 두 가지 개
념은 원작과 번역 작품과의 비교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번역에서는 두 개념
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특히 문학번역의 경우는 더욱 더 그러하다. 언어학
적 관점에서처럼, 번역에서도 화자와 청자가 공유하는 정보를 언어 체계의 차
이나 중복 등의 이유로 번역하지 않는 것을 ‘생략’이라 하고 맥락 상 필요한
정보가 번역에서 누락되는 경우를 ‘삭제’라고 할 수 있지만, 문학의 특성으로
인해 그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채식주의자의 영역본인 The Vegetarian을 원작과 비교 분석한 이지민

3) ‘동일성 조건’이란 ‘선행사와 대용어 사이에 형태적, 지시적 동일성을 전제로 복원 가능한
것’(p.173)을 의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Sophie mange des pommes et Luc des raisins.에서 뒷 문장
의 ‘mange’가 동일한 요소로 생략된 경우인데, 이러한 생략은 동일성 조건을 충족한다고 한다.

김경희 ■ 문학번역에서의‘삭제’의 문제 7
(2018)은 “문학의 특성 상 많은 어구가 작가가 치밀히 고안하고 조탁했음을
고려할 때 중복 언급되었다고 해서 항상 불필요한 정보의 반복이라 보기 힘들
고 따라서 모든 경우를 단순 생략의 대상으로 보기도 힘들다. 따라서 이 경우
는 오히려 삭제로 보는 관점이 적절하다 하겠다.”고 주장한다.(p.183) 실제로
문학 분석 논문들에서도 ‘생략’과 ‘삭제’가 혼용되고 있고4) 우리의 연구 목표
가 생략과 삭제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는 본 연구에서 원
작에 있는 부분이 번역되지 않은 경우를 모두 ‘삭제’라고 규정하고, 삭제의 유
형과 문제점을 살펴보려고 한다.

III. 삭제의 유형

번역에서의 삭제는 다양한 언어 층위에서 발생한다. 간단하게는 문장부호


의 삭제를 시작으로 어휘, 어구, 문장, 단락 등의 삭제를 살펴볼 수 있다.

1. 문장부호 삭제

작가가 어떤 문장부호를 사용할 때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으리라고 생각


되는데 번역 과정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삭제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살펴
본 자료체에서는 문장부호의 삭제가 반복을 피하는 자연스러운 번역을 만든
경우는 없었고, 오역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원작의 의미가 제한적으로 전
달되는 양상을 보였다.
예를 들어 다음 예문에서 말줄임표라는 문장부호가 삭제되었는데, 원작에
서의 말줄임표가 의미하는 ‘사람들에 대해 출신지나 가족관계 뿐만 아니라 그
밖의 많은 것을 알 수 없다’라는 의미가 이러한 삭제로 인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 〕어떤 구체적인 소속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1) ST . 어디서
왔는지 가족이 있는지······ 회색눈사람
, 5) ( , p.37)

4) 이인규(2017), 신지언, 이선희(2016) 등은 ‘생략’, 조재룡(2017)은 ‘삭제’라는 용어 사용

8 통번역교육연구 ■ 2019년 특별 제17권 3호


〔 〕
TT Il y a des gens qu'on ne peut rattacher à aucune appartenance

è
concr te, dont on ne peut deviner ni l'origine, ni les liens

familiaux. (p.19)

때로는 작가가 말줄임표를 사용해서 ‘머뭇거림, 주저함’을 나타낼 수도 있


는데 아래 예문에서는 그러한 부호를 삭제하고 번역함으로써 단호한 문장이
되었다.

〔 〕꿈틀거림이 아닙니다 그냥 꿈틀거리는 거죠 그냥 말입니다


(2) ST . . .

예를 들면······ 데모도······ 서울 년 겨울 .” ( , 1964 , p.219)

〔 〕 TT - Ce n'est pas telle ou telle sorte de tirtillement, c'est le

ê
tortillement, un point c'est tout. M me les manifestations par

exemple. (1, p.85)

2. 어휘 삭제

번역에서의 삭제가 원작의 어휘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예문(3)에서 ‘사회면’이 일간지의 한 부분에 속하지만 이 어휘의 삭제로 인해
정확한 정보 전달이 되지 않았다.

〔 〕나는 날짜를 확인하고 다른 일간지의 사회면을 뒤지기 시작


(3) ST

했다. (회색 눈사람, p.35)

〔 〕 è
TT é é
Apr s avoir v rifi la date, j'ai feuillet é les autres quotidiens.

(p.14)

다음 예문에서 ‘뒤척임’이라는 어휘의 삭제도 문맥상 유추 가능한 어휘가


아니므로 삭제로 인해 정보가 누락되었지만 다행히 오역으로 생각할 정도로
원문의 내용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는 아니다.

〔 〕안의 고른 숨소리와 뒤척임을 들으면서 나는 잠이 들었다


(4) ST .

5) 예문에 나오는 원문의 밑줄 친 부분이 번역에서 삭제된 부분이다.

김경희 ■ 문학번역에서의‘삭제’의 문제 9
(회색 눈사람, p.56)

〔 〕 TT Je me suis endormie en é é è
coutant la respiration r guli re d'An.

(p.52)

3. 어구 삭제

번역 과정에서의 삭제가 어구 수준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흔히 있다. 아래


예문에서 ‘귀퉁이 달아난’이라는 어구가 삭제되었는데, 이 삭제로 인해 ‘어려
운 살림 형편’을 미루어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 사라졌지만 오역이 된다고 생
각되지는 않는다.

〔 〕미닫이를 비죽이 열고 머리를 내밀자 마침 부엌에서 귀퉁이


(5) ST

달아난 밥상을 차려 들고 나오던 형수와 눈이 마주쳤다. (분


열식, p.11)

〔 〕 TT J’ai avanc é la tête par l’interstice de la porte coulissante et mon

regard a crois é œ ô
celui de ma belle-s ur Hy ngu6) qui sortait

justement de la cuisine en portant le plateau du repas qu’elle

é
venait de pr parer. (p.5)

예문(6)에서는 밑줄 친 어구의 삭제로 인해 주인공의 병원에서의 단조로


운 일상, ‘오후 한 시에서 세 시 사이의 햇볕 쪼이기’가 전달되지 못했다.

〔 〕그들이 자식을 기르고 재산을 늘이며 삶의 기쁨을 탐욕스럽


(6) ST

게 거머쥐고 찾아헤맬 동안 자신은 한없이 이어지는 지루하


고 단조로운 실뜨개놀이와 오후 한 시에서 세 시까지 이어지
는 해바라기, 의사와의 의미없는 문답놀 로 시간을 보내며,
다만 잊혀지려는 염원으로 기다려왔다. (순례자의 노래,
p.336)

〔 〕 TT Pendant qu’ils é levaient leurs enfants, accumulaient des biens,

s’accrochaient jalousement aux joies de la vie, elle avait connu

6) ‘형수'의 번역이 오역되었다.

10 통번역교육연구 ■ 2019년 특별 제17권 3호


des heures interminables de monotonie avec d’autres filles7) et

ce jeu de dialogue sans signification avec le m decin avec é


é é
l’unique d sir d’être oubli e. (1, p.107)

4. 문장 삭제

어구 수준을 넘어서 문장 단위로 삭제가 이루어진 번역도 있다. 일반적으


로 삭제된 내용이 더 많아지는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오역이 되는 경우가 많
다. 아래 예문에서 자신이 주인공을 찾아 온 이유를 설명하는 정보가 삭제되
어 정보 전달이 불완전하게 되었지만 오역이라고 할 수는 없다.

〔 〕 김희진이라고 해요
(7) ST “ . 안선생이 주소를 주면서 도움을 청하라
고 하더군요.” (회색 눈사람, p.63)

〔 〕 TT ŭ
- Je m’appelle Kim H ijin. (p.62)

다음 예문에서 밑줄 친 문장은 독자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므로


삭제로 인해 불충분한 정보 전달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 〕 택시
(8) ST “ !” 사내가 고함쳤다.
택시가 우리 앞에 멎었다. 우리가 차에 오르자마자 사내는,
“세브란스로!”라고 말했다. (서울, 1964년 겨울, pp.228-229)

〔 〕 TT ... quand le brave homme appela: “Taxi!”

D s è que nous û
f mes dans le taxi, il donna au chauffeur

ô é
l'ordre de se diriger vers l'h pital S verins. (2, p.85)

5. 문단 삭제

문화적인 차이의 문제로 도착어 독자들에게 원작의 일부 내용을 전달하기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번역자가 원작자와 합의 하에 원작의 일부를 삭제 번역

7) 더구나 여기서 한국인들에게는 친숙한 ‘실뜨개놀이’가 ‘다른 소녀들과의 지루하고 단조로운 시


간’으로 오역되어 있다. 혹시 공역 과정에서 실(fil)과 소녀(fille)의 유사성에 기인해 오역이 발생
한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김경희 ■ 문학번역에서의‘삭제’의 문제 11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8) 원작의 문단이 특별한 이유 없이 삭제된 경우도 있다.
아래의 예문이 이 경우에 해당되는데, 행방불명된 아버지에 대해 묻는 아들에
게 진실을 알고 있지만 알려주고 싶지 않은 어머니가 당황하는 모습이 나타나
있는 문단이 삭제되었다.

〔 〕
(9) ST “...... 내 기억 속엔 아버지에 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단 말예
요.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어디서, 무슨 위대한 사업을 하신
거예요?”
그녀는 무엇엔가 머리를 호되게 얻어맞은 듯 눈앞이 아득해
졌다. 뭔가 속에서 휘딱 뒤집히면서 어지럼증이 온몸을 마구
흔들어놓고 있었다. 무슨 말인가 하긴 해야 할 텐데 말라붙은
입이 떨어지지 않았고, 한편으로는 그 입이 떨어져 자신의 입
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견딜 수 없는 무서움에 빠지고 있었다.
자유당 말기의 한창 어수선하던 때였다. 어느 날 시누이가 오
라버니가 살아 있다고 흥분해서 찾아왔다. (소지, pp.122-123)

〔 〕
TT Je ne me rapelle rien de lui. Qu’a-t-il donc fait de si

remarquable?

é
C’ tait un jour, à la fin du gouvernement du Parti lib ral, au é
éé
milieu de la confusion g n rale. Sa belle- ur, tr s excit e,œ è é
é è
tait venue lui dire que son fr re non seulement était vivant,

mais qu’on pouvait le rencontrer. (p.61)

다음 예문에서 주인공은 상대방이 어떤 동작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는 달


리, ‘꿈틀거린다’가 아니라 ‘오르내린다’고 하는 것에 대해 불만스러워 하는데
밑줄 친 문단이 삭제됨으로써 정반대의 의미가 되는 오역이 되었다.

(10) 〔 〕 그렇지만 그 동작은


ST “ ‘오르내린다’는 것이지 꿈틀거린다는
것은 아니군요. 김형은 아직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지 않으
시구먼.”
우리는 다시 침묵 속으로 떨어져서 술잔만 만지작거리고 있

8) 이런 경우는 대부분 ‘작가와의 협의 하에 삭제가 이루어졌다’고 서두에 표기되어 있다.

12 통번역교육연구 ■ 2019년 특별 제17권 3호


었다. 개새끼, 그게 꿈틀거리는 게 아니라고 해도 괜찮다, 하
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에 그가 말했다.
“난 방금 생각해 봤는데 김형의 그 오르내림도 역시 꿈틀거
림의 일종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렇죠?” 나는 즐거워졌다. (서울, 1964년 겨울, p.218)

〔 〕
TT ç
“Mais, de toute fa on, explqua An, c’est un mouvement de

va et vient qui n’a rien à voir avec un tortillement. Monsieur

Kim, vous n’aimez donc pas ce qui se tortille!”

“Vous pensez?” dis-je, avec plaisir. (2, p.76)

VI. 삭제의 결과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삭제는 언어의 다양한 층위에서 일어나고 있


는데 중복적으로 언급된 정보를 삭제함으로써 오히려 번역 작품 독자들에게
반복을 피한 자연스러운 번역을 제공하려는 번역자의 의도가 보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9)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삭제가 이루어진 경우는 우리
의 자료체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경우 삭제로 인해 문맥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치밀하게 고안하여 제공하려고 하는 정보
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거나, 심지어는 오역이 되어 작가의 의도를 전혀 이해
하지 못 하게 되는 결과를 야기했다.

1. 반복 피하기

원작의 어휘가 삭제되어 번역되는 경우, 삭제로 인해 반복은 피하고 문맥


상의 의미는 유추가 가능한 경우들이 있다. 다음 예문이 삭제를 통해 반복을
피한 자연스러운 번역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전 맥락에서 ‘연하장’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 때문에 뒷부분에서 ‘연하장’이라는 어휘를 삭제하는 것이 오히
려 불필요한 반복을 피한 번역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9) ‘반복’에 대한 ‘용인'의 정도가 다른 프랑스어와 한국어 사이의 언어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삭

제가 이루어졌다고 보이는 경우가 있다.

김경희 ■ 문학번역에서의‘삭제’의 문제 13
〔 〕겨울에 들어서자 연하장과 부고문의 주문이 인쇄소에 쇄도
(11) ST

해 늦게까지 일을 하는 날이 많아졌다. (중략)


연하장 주문이 끝나고 나니 이젠 정말 참기 힘든 겨울이었
다. (회색 눈사람, pp.39-40)

〔 〕 TT L’hiver venu, les commandes des cartes de œ


v ux et de

éè
faire-part de d c s s’accumulant, il m’est arriv é é
plus fr quemment

de travailler tard. (...)

é
Une fois pass e la saison des commandes est venu un hiver

é
v ritablement difficile. (p.23)

또 하나의 예로 아래 예문에서 앞부분에 이미 ‘미국으로 보내는 편지’라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에 뒷부분의 ‘미국행’이라는 어휘를 삭제 번역함으로써,
우리말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프랑스어에서는 부자연스럽게 여겨지는 반
복을 피할 수 있어서 더 자연스러운 번역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 〕어느 날 아침 나는 발작적으로 일어나 미국의 주소로 어머


(12) ST

니에게 편지를 보냈다. (중략) 나는 미국행 편지에 나의 주


소를 알리지 않았고... (회색 눈사람, p.47)

〔 〕 TT é
Un matin, je me suis lev e comme dans un d lire pour é écrire

une lettre à ma m re, è à son adresse aux Etats-Unis. (...)

Dans cette lettre, je n'ai pas donn é mon adresse du moment

à é S oul... (p.36)

어휘의 삭제와는 달리 어구 번역에서 삭제를 통해 자연스러운 번역이 되


는 경우는 드물지만 아래의 예문들에서 살펴 볼 수 있다. 다음 예문에서 번역
자는 반복으로 인해 어색해지는 부분인 ‘왜인지에 대해서는’을 삭제함으로써
“왜?”라는 짤막한 자문 뒤에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생각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
을 더 잘 표현하였다.

〔 〕그는 내게 이런 일을 부탁할 권리가 있는가


(13) ST ? 있었다. 왜? 그
러나 왜인지에 대해서는 나도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회
색 눈사람, pp.65-66)

14 통번역교육연구 ■ 2019년 특별 제17권 3호


〔 〕 TT Avait-il le droit de demander une telle chose, à moi ? Oui, il

é
l’avait. Pourquoi ? Je ne pouvais pas r pondre. (p.66)

다음 예문의 경우도 직전 문장에서 “자료도 찾고 원고도 정리해줄 사람을


찾고 있다기에 내가 자청해서 그의 집으로 찾아갔다.”라는 내용이 나와서 주
인공이 서울의 도서관으로 가는 것의 목적을 알 수 있으므로 ‘자료를 조사하
기 위해’라는 어구가 삭제되어도 반복을 피하면서 자연스럽고 문맥상으로 이
해되는 번역이 된다.

〔 〕 그는 언어학자였는데 우리 시대의 언어 사회학 강의라는


(14) ST (

제목의 저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를 대신해 자료도


찾고 원고도 정리해줄 사람을 찾고 있다기에 내가 자청해서
그의 집으로 찾아갔다.) 이후 나는 그의 조수로 일하고 있으
며 일주일에 한 번씩 그를 대신해 서울의 도서관으로 자료
를 조사하기 위해 올라간다. (회색 눈사람, p.72)

〔 〕 TT Ainsi suis-je devenue son assistante, et, une fois par semaine,

je monte à é S oul pour aller à è


la biblioth que. (p.77)

일반적으로 어구 수준을 넘어 문장이나 문단의 삭제는 삭제되는 정보가


많아지게 되므로 반복을 피하는 자연스러운 번역이 되기보다는 정보가 제대
로 전달되지 않거나 심지어는 오역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다음 번역들의 경우
는 원문의 밑줄 친 문장의 삭제를 통해 반복을 피한 자연스러운 번역이 되었
다고 생각한다.

〔 〕나는 아무리 촌사람들이지만 한 시간씩이나 시간을 안 지켰


(15) ST

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들은 아마 조금 전에 헤어


졌을 것이다. 오 분 전에 식이 끝났을 것이고 삼 분 동안에
그들은 헤어졌을 것이다. (분열식,p. 21)

〔 〕 TT Moi, je me doutais bien que, tout paysans qu’ils é taient, les

fianc s é ne é
s’ taient pas permis une heure de retard. La

éé
c r monie avait dû se terminer cinq minutes plus tôt et il

김경희 ■ 문학번역에서의‘삭제’의 문제 15
é
n’aurait pas fallu plus de trois minutes aux invit s pour se

disperser. (p.22)

(16) 〔 〕어느 날 시누이가 오라버니가 살아 있다고 흥분해서 찾아왔


ST

다.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 만날 수도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소지, pp.122-123)

〔 〕
TT œ è é é
Sa belle-s ur, tr s excit e, tait venue lui dire que son fr reè
é
non seulement tait vivant, mais qu’on pouvait le rencontrer.

(p.61)

2. 불완전한 정보 전달

작품에서 어느 한 부분도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고 가정할 때


작품에 쓰이는 문장부호도 작가가 심사숙고한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 번역 과
정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삭제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살펴 본 자료체에서
는 문장부호의 삭제가 반복을 피하는 자연스러운 번역을 만든 경우는 없었고,
오역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원작의 의미가 제한적으로 전달되는 양상을
보였다.
‘3.1. 문장부호 삭제’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음 예문에서 말줄임표라는
문장부호가 삭제되었는데, 원작에서의 말줄임표가 의미하는 ‘사람들에 대해
출신지나 가족관계 뿐만 아니라 그 밖의 많은 것을 알 수 없다’라는 의미가
이러한 삭제로 인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17) 〔 〕어떤 구체적인 소속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ST . 어디
서 왔는지 가족이 있는지······ 회색눈사람
, ( , p.37)

〔 〕
TT à
Il y a des gens qu'on ne peut rattacher aucune appartenance

è
concr te, dont on ne peut deviner ni l'origine, ni les liens

familiaux.(p.19)

때로는 작가가 말줄임표를 사용해서 ‘머뭇거림, 주저함’을 나타낼 수도 있


는데 그러한 부호를 삭제하고 번역함으로써 단호한 문장이 되는 예도 있다.

16 통번역교육연구 ■ 2019년 특별 제17권 3호


다음 예문의 경우, 원작에서는 화자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데
번역 작품에서는 말줄임표가 삭제됨으로써 이러한 ‘주저함’이 사라졌다.

〔 〕 어떤 꿈틀거림이 아닙니다 그냥 꿈틀거리는 거죠 그냥 말


(18) ST “ . .

입니다 예를 들면······ 데모도······ 서울


. 년 겨울 .” ( , 1964 ,

p.219)

〔 〕 TT - Ce n'est pas telle ou telle sorte de tirtillement, c'est le

ê
tortillement, un point c'est tout. M me les manifestations par

exemple. (1, p.85)

원작의 어휘가 삭제 번역되어 의미가 불완전하게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


아래 예문의 경우, 원작에서는 등장인물들 가운데 한 명인 한 사내의 행동을
표현함에 있어서 ‘힘없는’과 ‘힘차게’라는 두 어휘를 대조시키는 언어유희를
사용했는데 번역에서는 이 두 어휘가 생략되어 ‘아저씨가 갑자기 깡통으로부
터 일어섰다’로 번역됨으로써 이 인물과 그의 행동에 대한 묘사가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 〕힘없는 아저씨가 갑자기 힘차게 깡통으로부터 일어섰다


(19) ST .

(서울, 1964년 겨울, p.230)

〔 〕
TT L'homme bondit soudain de son pot de peinture. (1, p.98)

어구의 삭제로 인해 작가가 전달하려는 의도가 완전하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음 예문에서 밑줄 친 어구의 삭제로 인해 아내의 시신을 병원
에 팔고 받은 돈을 빨리 써버림으로써 시신을 판 행동에서 오는 죄책감을 잊
으려고 하는 사람에 대한 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 〕 아주 비싼 걸 시켜도 괜찮겠습니까
(20) ST “ ?”라고 나는 그의 권유를
철회시키기 위해서 말했다.
“네, 사양 마시고.” 그가 처음으로 힘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돈을 써버리기로 결심했으니까요.” (서울, 1964년 겨울,
p.225)

김경희 ■ 문학번역에서의‘삭제’의 문제 17
〔 〕 TT “Est-ce que nous pouvons commander quelque chose de tr s è
é
cher?” demandai-je dans l’intention de faire d sarmer le brave

homme.

ç
“De toute fa on, dit-il, j’ai d cid é é é
de d penser tout mon

argent.” (2, p.82)

원작에 나오는 문장의 삭제도 원작의 완벽한 의미 전달을 방해한다. 아래


예문은 주인공이 입원했을 때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일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의사가 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위안을 삼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
다. 여기서 삭제된 문장인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 남들은 오래 기억하고 있지
않다’라는 위로가 주인공에게 많은 위안이 되는 말인데 삭제되어 위로의 의미
가 약하게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21) 〔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 남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갖거나 오래


ST

기억하고 있지 않다고 의사도 말하지 않았던가. (순례자의


노래, p.336)

〔 〕 TT Le docteur ne lui avait-il d’ailleurs pas dit que les autres ne

nous prê tent jamais autant d’attention que nous le pensons ?

(1, p.107)

다음 예문의 경우는 앞부분의 오역으로 인해 뒷부분에 나오는 문장의 번


역이 삭제되었고, 그 결과 의미 전달이 불완전하게 된 경우이다.10) 주인공은
돈도 없고 죽은 아내의 가족들과도 교류가 없어서 아내의 시신을 병원에 팔

10) 문장의 번역이 삭제된 것은 아니지만 이와 같이 앞부분의 오역이 뒷부분의 삭제를 야기해 정보
전달의 손실이 일어나는 경우는 다음 예문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것’을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오역함으로써 ‘상추’라는 어휘를 번역하는 것이 논리적이지 않다는 판

단으로 번역자가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 얘기는, 내가 만일 라디오의 박사 게임 같은 데에 나가게 돼서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것은?’이라는 질문을 받게 되었을 때, 남들은 상추니 오월의 새벽이니 천사의 이마니 하
고 대답하겠지만...... (서울, 1964년 겨울, p.218)
Si on venait à poser question: “A votre avis, qu’y a-t-il de plus beau au monde?”, alors que les

é
autres r pondraient: l’aube d’un jour de mai ou le front d’un ange... (2, p.76)

18 통번역교육연구 ■ 2019년 특별 제17권 3호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번역자는 ‘그래서 할 수 없
었어요’를 ‘시신을 파는 수밖에 없었다’라는 과거 시제로의 의미가 아니라 ‘아
무 것도 할 수 없다’라는 현재의 의미로 번역하였다. 이러한 번역으로 인해 이
어지는 원문에 두 번 반복되어 나오는 ‘할 수 없었습니다’라는 문장이 자연스
럽지 못하다고 판단해서 두 문장의 번역을 삭제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결국 이 삭제로 인해 아내의 시신을 팔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처지를 변명하
고 자책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불완전하게 전달되고 있다.

〔 〕
(22) ST ...... 난 처갓집이 어딘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었어
요.” 그는 다시 고개를 떨구고 입을 우물거렸다.
“뭘 할 수 없었다는 말입니까?” 내가 물었다.
그는 내 말을 못 들은 것 같았다. 그러나 한참 후에 다시 고
개를 들고 마치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난
서적 월부판매 외교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
다. 돈 사천 원을 주더군요......” (서울, 1964년 겨울, p.227)

〔 〕 TT ... Je ne sais même pas l'adresse exacte, et je ne peux rien

faire.”

De nouveau, il baissa la tête et se remit à mâchonner.

“Qu'auriez-vous voulu faire?” lui demandai-je.

è
Il ne sembla pas tr s bien saisir le sens de ma question. Un

moment plus tard, il relevait la tête et se remettait à parler.

Son regard était devenu suppliant.

“J'ai vendu le corps de ma femme à l'hôpital. Je suis employ é


d'une maison qui fait le commerce de livres à écr dit...” On

m'en a donn é ŏ
quatre mille w n.(2, p.83)

아래 예문의 경우도 주인공과 상대방이 관찰해서 이야기하는 비정상적으


로 세밀한 부분에 대한 내용을 삭제함으로써 이 두 사람에 대한 묘사가 제대
로 전달되지 못했다. 이 두 사람은 “평화시장 앞에 줄지어 선 가로등들 중에
서 동쪽으로부터 여덟 번째 등은 불이 켜 있지 않습니다.”, “서대문 버스 정거

김경희 ■ 문학번역에서의‘삭제’의 문제 19
장에는 사람이 서른두 명 있는데 그 중 여자가 열일곱 명이었고, 어린애는 다
섯 명, 젊은이는 스물한 명, 노인이 여섯 명입니다.” 등과 같은, 보통 사람들은
눈여겨 보지 않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점점 더 경쟁적으로 세
밀한 관찰 내용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밑줄 친 부분의 삭제는 문맥적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방해한다. ‘전차의 도로리’를 본 것과 ‘도로리가 다섯
번 불꽃을 튀기는 것’을 본 것과는 그 특별함의 정도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23) [ST] “서대문 근처에서 서울역 쪽으로 가는 전차의 도로리(트롤리)


가 내 시야속에서 꼭 다섯 번 파란 불꽃을 튀기는 것을 보았
습니다. 그건 오늘 밤 일곱시 이십오분에 거길 지나가는 전차
였습니다.”11)
“안형은 오늘 저녁엔 서대문 근처에서 살고 있었군요.” (서
울, 1964년 겨울, p.221)

[TT〕“Du côté de la Grande Porte de l’Ouest, commença-t-il,


j’ai vu le trolley du tramwayㄴ qui passait à sept heures
vingt.”
“Monsieur An, si je comprends bien, vous viviez surtout
du côté de la grande Porte de l’Ouest.” (2, p.78)
하나의 문장이 아니라 여러 문장의 번역이 삭제되는 경우는 원문의 완전
한 의미 전달이 불가능하다. 아래 예문은 주인공이 기차에서 만난 두 사람과
술에 취해가면서 이어가는 이야기로 양복점 주인이 술에 취해서도 주인공을
향해 영업을 하는 것을 보고 교감선생이 제지하는 부분을 삭제함으로써 분위
기 전달이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갑작스럽게 술을 따르는 부자연스러운
장면이 연출되게 하고 있다.

〔 〕 그랬더니 그는 혹시 양복이나 그 비슷한 것을 마출 생각이


(24) ST (

있으면 자기집을 찾아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기


집은 충장로 파출소 건너편에 있기 때문에 광주에서 가장

11) ‘오늘 밤’의 삭제가 자연스럽게 ‘오늘 저녁’의 삭제로 이어졌고 ‘일곱시 이십오분’의 번역은 ‘일

곱시 이십분’으로 오역되었다.

20 통번역교육연구 ■ 2019년 특별 제17권 3호


찾기 쉬울 것이라고 말하면서, 만일 「찾아주신다면」이렇
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단연코 「실비로 염가 제공해 드리

겠 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염가로 양복을 한 벌 맞춰 입
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때 교감선생이
술 마실 때만이라도 제발 장사 이야기 좀 집어치우라고 소
리쳤다. 나와 덕보가 마주 보면서 얼굴을 부수고 크게 웃었
다. 필만이 어머니는 차창 쪽으로 얼굴을 외면하고 소리를
죽여 키득거렸다.
나는 교감선생의 잔을 넘치게 채웠다. (분열식, p.40)

è
[TT] Alors je me suis dit qu'apr s tout ce ne serait pas idiot de se

faire faire un costume pour presque rien.

J'ai rempli à ras bord le gobelet du censeur et... (p.52)

3. 오역

원작에 있는 내용이 삭제됨으로써 오역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삭제로


인해 원작에 있는 의미 정보가 불완전하게 전달되는 경우12)와 완전히 오역이
되는 경우를 구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삭제로 인해 원문의 이해가
불가능한 경우와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는 오역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고 생각한다. 전자의 경우가 불완전한 정보 전달과 구분이 어려운 경우인데,
오역의 범주에 속하는 경우는 삭제로 인해 단순히 정보의 손실만 있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의 이해가 어려워지는 경우를 말한다.
아래 예문에서처럼 ‘안이 달려가서'라는 내용이 삭제됨으로써 완전한 정
보의 전달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열 발짝쯤 떨어진 사람의 팔을 갑자기 잡아
끌 수 있는' 이상한 상황이 되어 텍스트 이해가 어려운 경우가 오역에 속하는
것이다.

〔 〕나와 안은 사내로부터 열 발짝쯤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25) ST .......

대문이 다시 닫혔다. 안이 달려가서 사내의 팔을 잡아끌었

12) 엄격한 잣대로 보면 삭제로 인해 의미 정보가 훼손되는 경우도 오역으로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이 경우를 오역과 구분하였다.

김경희 ■ 문학번역에서의‘삭제’의 문제 21
다. (서울, 1964년 겨울, pp.233-234)

〔 〕 TT î
Nous nous t nmes à è
une dizaine de pas derri re lui.... Le

portail se referma. An saisit le bras de l'homme. (1, p.101)

정보가 손실되고 텍스트의 이해가 어려워지는 경우는 다음 예문에서도 볼


수 있다. 주인공이 김희진과 침묵 속에서 식사를 마치고 어린 시절 자신의 엄
마와 밥을 먹던 기억을 떠올리는 부분이다. 그런데 주인공이 김희진의 자리에
겹쳐 상상하고 있는 엄마에 대한 밑줄 친 부분의 묘사를 삭제함으로써 갑작스
러운 엄마와의 나이 비교가 낯설고, 더욱이 ‘그때의 엄마의 나이'에서 ’그때'
를 짐작할 수 있는 정보가 생략됨으로써 텍스트를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 〕우리는 침묵한 채 식사를 끝냈다


(26) ST . 아주 오래 전에, 이처럼
무겁게 내려앉은 늦은 밤, 침묵 속에서 앞에 앉아 있던 피로
에 지친 얼굴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면서 식사를 하던 때가
있었다. 상반대편에는 일에서 돌아온 피로를 화장으로 숨긴
엄마가 있었고 상의 이쪽 편에는 기껏해야, 여덟, 아홉의 어
린 내가 있었다. 그러나 김희진은 그때 상 저편에 앉아 있던
얼굴과는 성질이 다른 피로를 내보이고 있었고 그 얼굴에서
는 발견되지 않던, 웬만한 피로로는 꺼지지 않게끔 질기게
가꾸어온 느낌을 주는 특수한 빛이 있었다. 김희진의 나이가
그때의 엄마의 나이쯤 되었을까? 아니었다. 김희진의 얼굴은
훨씬 젊어보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나이가 없었다. (회색
눈사람, p.66)

〔 〕 TT Nous avons mang é è


en silence. Il y avait tr s longtemps, dans

à
une nuit tardive, lourde comme cette nuit-l , je prenais mon

repas dans le silence en regardant prudemment le visage é é


puis

ŭ
en face de moi. Mais celui de Kim H ijin laissait paraître

une fatigue d'une autre nature que ce visage rest é de l'autre

é
côt de la table, et il en é è
manait une lueur particuli re, que

é
l'autre n'avait pas, maîtris e avec obstination, que n'importe

quelle fatigue n'aurait pu effacer. Avait-elle le même âge que

ma m reè à cette é ŭ
poque ? Kim H ijin semblait plus jeune.

22 통번역교육연구 ■ 2019년 특별 제17권 3호


éé
Mais en v rit , il n'y avait pas d'âge sur le visage de Kim

ŭ
H ijin. (pp.66-67)

다음 예문도 삭제로 인해 원문의 이해가 어려워지는 경우인데. 우리가 살


펴 본 자료체들 가운데 유일하게 단순한 실수에 의한 삭제가 아니라 한국 문
화와 관련된 부분의 삭제라고 볼 수도 있다.13) 일반적으로 한국의 식당들에는
가운데 커다란 홀이 있고 옆으로 작은 방들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방
에서 식사를 하면 공개된 장소인 홀에 있는 다른 손님들과 격리될 수 있어서
소모임의 장소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식당 구조에서 ‘방으로 들어
가서'라는 부분이 삭제 번역됨으로써 ‘들어간 방'에서 듣는 옆방의 소리가 홀
에서 듣는 소리가 되어 이해가 어려운 번역이 되었다. 또한 ‘방으로 들어가서’
의 삭제로 인해 다음 문장의 이해가 어려워지는 부분을 개선하려는 의도였는
지 아니면 단순한 문법적인 실수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옆방에서 들려오
는 여자의 신음 소리'가 ‘옆방에서 온 여자의 신음 소리'로 오역되었다.

(27) 〔 〕우리는 근처의 중국요릿집으로 들어갔다


ST . 방으로 들어가서
앉았을 때 아저씨는 또 한번 간곡하게 우리가 뭘 좀 들 것
을 권했다....... 나는 그때 마침 옆방에서 들려 오고 있는 여
자의 불그레한 신음 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우리의 방은 어
색한 침묵에 싸여 있었다. (서울, 1964년 겨울, pp.225-226)

〔 〕
TT â
Nous entr mes dans un restaurant chinois voisin. Une fois

13) 다음의 예문은 오역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한국 문화와 관련된 부분이 삭제되어 정보의 손
실이 일어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옛날 한국의 많은 중국음식점들은 화교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경우 한국인 종업원들이 일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예문은 주인공이 친구와 만나
중국음식점에 들어갔다가 술을 마시고 나오는 장면이다. 종업원 소년이 ‘한국인'이라는 사실
이 삭제되면서 주인이 ‘촤이니즈'라는 것도 삭제되었다.
(방 밖으로 나가자 주방에 잇대어 있는 거실의 유리창을 열고 박박 깎은 머리가 하얗게 센,

등이 굽은 추루한 영감이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옆눈으로 우리를 보면서 부


엌에다 대고 원숭이처럼 짹짹거렸다.) 그러자 한국인 소년이 냉큼 나타나서 영감의 귀에
다 대고 우리가 방금 없애 버린 음식물의 이름과 분량을 외쳤다. 아마 그 촤이니즈는 귀가
먹은 모양이었다. (분열식, p.28)
ç é é
̂ t un jeune gar on est apparu et il a cri dans l'oreille du vieux le nom et la quantit de
Aussitoo

é
nourriture que nous venions d'ingurgiter. Sans doute que ce zoomorphe tait sourd. (p.32)

김경희 ■ 문학번역에서의‘삭제’의 문제 23
assis, il insista pour que nous prenions quelque chose....

é é
J' coutais les g missements d'une femme qui venait de la

è
pi ce voisine.... Un silence g n êé é è
r gnait dans notre pi ce. (1,

pp.92-93)

삭제로 인해 이해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아래 예문의 경우는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밑줄 친 부분의 삭제로 인해 번역 작품 독자는 등장인물들이 택시
에 탄 상황도, 화자에 대한 정보도 알기 어렵다.

〔 〕 택시
(28) ST “ !” 사내가 고함쳤다.
택시가 우리 앞에 멎었다. 우리가 차에 오르자마자 사내는,
“저 소방차 뒤를 따라갑시다”고 말했다. (서울, 1964년 겨
울, p.229)

〔 〕 TT - Taxi! cria l'homme.

- Suivez les pompiers! (1, p.96)

삭제로 인해 정보의 손실과 이해가 어려워지는 수준의 오역이 아니라 완


전히 의미가 달라지는 오역이 되는 경우도 있다. 다음 예문에서 주인공은 상
대방이 어떤 동작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꿈틀거린다‘가 아니라 ’오르
내린다‘고 하는 것에 대해 불만스러워 하는데 밑줄 친 부분이 삭제됨으로써
정반대의 의미가 되는 오역이 되었다.

〔 〕 그렇지만 그 동작은
(29) ST “ ‘오르내린다’는 것이지 꿈틀거린다는
것은 아니군요. 김형은 아직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지 않으
시구먼.”
우리는 다시 침묵 속으로 떨어져서 술잔만 만지작거리고 있
었다. 개새끼, 그게 꿈틀거리는 게 아니라고 해도 괜찮다, 하
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에 그가 말했다.
“난 방금 생각해 봤는데 김형의 그 오르내림도 역시 꿈틀거
림의 일종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렇죠?” 나는 즐거워졌다. (서울, 1964년 겨울, p218)

〔 〕 TT ç
“Mais, de toute fa on, explqua An, c’est un mouvement de

24 통번역교육연구 ■ 2019년 특별 제17권 3호


va et vient qui n’a rien à voir avec un tortillement. Monsieur

Kim, vous n’aimez donc pas ce qui se tortille!”

“Vous pensez?” dis-je, avec plaisir. (2, p.76)

단 하나의 어휘가 삭제되었지만 완전한 오역이 되는 예도 있다. 다음 예문


에서 주인공은 ‘대령의 당번’ 노릇을 하면서 자신이 대령보다 더 대령 같다
고 생각했는데 ‘당번’이 삭제됨으로써 ‘대령’의 역할을 한 것으로 오역되었다.

〔 〕상등병으로서 대령의 당번 노릇을 한 적은 있었다


(30) ST . (분열식,

12쪽)

é
Quand j’ tais caporal, il m’est arriv é de jouer le rôle du

commandant. (p.6)

아래 예문에서도 특별한 이유 없이 질문에 대답하는 문장을 삭제함으로써


예의를 갖추고 상대방을 대했던 주인공이 갑자기 대답도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버린 상황으로 오역이 되었다.

(31) 〔 〕가야겠어요
ST . 그녀는 무겁게 몸을 일으켰다. 편찮으세요? 안
색이 아주 나쁘군요. 창백한 얼굴로 땀을 흘리고 있는 그녀
를 보며 그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좀 더워서요. 바쁘실 텐데
시간을 내주셔서 고마워요. 또 친절히 대해주셔서 고맙습니
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정중히 허리를 꺾은 그의 모습
이 가려지자 그녀는 조용히 울기 시작했다. (순례자의 노래,
p.342)

〔 〕≪TT Je vais vous laisser... ≫ Elle se leva pesamment. ≪ Vous

n’avez rien? Vous êtes toute pâle ≫


! Il l’interrogeait

anxieusement en scrutant son visage couvert de sueur. Quand

la porte de l’ascenseur a cach é son corps poliment pli é en

deux, elle a commenc éà pleurer. (2, p.113)

이와 같이 삭제로 인해 이야기의 전개를 이해할 수 없는 오역은 아래 예


문에서도 볼 수 있다. 주인공이 지하도를 내려오다가 구걸하는 사람에게 발이

김경희 ■ 문학번역에서의‘삭제’의 문제 25
걸려 그 사람이 놓아둔 동냥그릇을 뒤엎었는데 그 부분이 삭제되어 번역됨으
로써 갑자기 왜 동전이 흩어지는지 인과관계를 알 수 없는 오역이 되었다.

〔 〕뿌연 대기 속에서 몇 개인가 돋아난 별이 어둡게 깜박였다


(32) ST .

지하도의 마지막 계단을 밟고 입구를 빠져나오다가 그녀는


무엇엔가 무릎을 부딪혀 허뚱거렸다. 발밑에선 동전 흩어지
는 금속성의 소리가 차갑게 울렸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허리
를 굽혀 아래를 살폈다. (순례자의 노래, p.345)

〔 〕 TT Quelques é
toiles brillaient sombrement dans un ciel blafard.

é
Elle entendit le bruit m tallique et froid que fait de la petite

é
monnaie en tombant. Par r flexe, elle se pencha pour regarder.

(2, p.116)

이 예문과 이어지는 문장에서도 이야기 이해에 필수적인 내용인 구걸하는


사람이 ‘장님’이라는 사실이 삭제되어 왜 그 여자가 눈을 감고 동전을 긁어모
으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14)

〔 〕형광등이 고장난 지하도의 입구는 어두웠다


(33) ST . 그곳에 담요를
쓰고 웅크리고 앉은 사람에게 발이 걸렸음을, 그의 동냥그릇
을 뒤엎었음을 깨닫고 혜자는 황급히 말했다. 미안합니다.
딴 생각을 하다가 그만...... 담요 속에 잠든 아이를 안고 있
는 그 여자는 장님이었다. 내리감은 눈으로 턱을 쳐들고 한
손으로 앞을 더듬어 쏟아진 동전을 긁어모았다. (순례자의
노래, pp.345-346)

〔 〕 TT Butant du pied contre celle qui é à


tait assise l , emmitoufl eé
é
dans des couvertures, elle renversa le petit r cipient qui servait

à é ≪
la mendiante. Elle dit, d'une voix oppress e : Excusez-moi,

é
j' tais dans la lune. ≫ é
L'autre, les yeux ferm s, le menton

é
dress , tâtonna d'une seule main pour ramasser la monnaie

é
renvers e. (2, p.116)

14) 나중에 구걸하는 여인이 실제로는 ‘장님’이 아니라 ‘장님’인 척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

만 그 사실이 밑줄 친 부분의 삭제를 합리화하지는 않는다.

26 통번역교육연구 ■ 2019년 특별 제17권 3호


다음의 예문은 문단을 삭제한 것으로, 문화적으로 전달의 어려움이 존재
하는 문단도 아닌데 삭제 번역됨으로써, 옷을 통해서 주인공이 병원에서 보낸
2년의 세월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사라졌고, 간신히 찾아낸 ‘몸에 맞는 옷’
부분도 삭제됨으로써 다음에 이어지는 ‘자루 모양의 풍덩한 옷’이 그녀가 찾
아낸 옷이 아니라 옷걸이에 걸려 있는 ‘자루 모양의 풍덩한 옷들’로 오역이
되었다. 이 옷들을(des robes) 바로 다음 문장에서는 이 옷(cette robe)으로 받
아서 번역 작품의 독자들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 질 것이다.

〔 〕옷장문을 활짝 열러 옷걸이에 걸린 옷들을 하나씩 점검했으


(34) ST

나 입고 나갈 만한 것은 없었다. 지난 이 년간 옷을 한 벌도
해입지 않았고, 또 그동안 엄청나게 몸이 불었던 것이다. 모
양과 색깔이 마땅치 않는 점은 백 번 양보하고라도 입어본
옷들은 하나같이 단추가 채워지지 않았고 그것은 그녀를 암
담한 절망감에 빠뜨렸다. 옷장에 걸린 옷들을 모조리 입어본
후에야 그녀는 몸에 맞는 옷을 찾아낼 수 있었다. 십여 년
전 유행했던 자루 모양의 풍덩한 옷이었다. 흰 칼라가 대담
하게 넓게 목을 두르고 어깨 아래부터 망초처럼 퍼진 검정
벨벳 원피스를 지어입고 외출한 그녀가 퇴근길의 남편을 만
났을 때 아내의 옷차림에 까다로왔던15) 그는 대단히 소녀취
향의 옷이라고, 그녀의 나이에 걸맞지 않음을 넌지시 둘러
말했고 그녀 역시 곧 새로운 유행을 따라 그 옷을 입지 않
게 되었던 것이다. (순례자의 노래, p.338)

〔 〕 TT Dans l’armoire grande puverte, elle fouilla parmi toutes ses

robes, mais elle ne trouvait rien de convenable qu’elle puisse

é
porter. C’ taient des è
robes tr s amples qui avaient éé à
t la

mode dix ans auparavant. Quand elle avait mis cette robe de

é
velours noir, au col audacieusement large et qui s’ largissait

à partir des aisselles, un jour o ù elle avait rendez-vous avec

é
son mari, celui-ci lui avait fait comprendre que c’ tait plutôt

du goût d’une adolescente et que ça ne convenait pas à son

15) 이 어구도 삭제되어 남편의 까다로운 성격 표현이 사라졌다.

김경희 ■ 문학번역에서의‘삭제’의 문제 27
âge. Pour cette raison, et aussi pour suivre la mode, elle ne

é
l’avait plus port e. (2, p.109)

V. 결론

우리가 살펴 본 한국 문학 프랑스어 번역 작품에서 삭제는 문장 부호, 어


휘, 어구, 문장 그리고 문단의 삭제까지 다양한 언어 층위에서 이루어졌다. 이
러한 삭제는 대부분의 경우 번역자가 문화적 차이의 전달이 어려워 선택한 번
역 전략으로의 삭제라고 보기는 어렵고 대부분 단순한 실수라고 생각되었다.
다만 프랑스어와 한국어에서의 언어적 차이로 인해 반복에 대한 용인의 정도
가 달라서 번역자가 의도적으로 삭제한 경우가 있었다.
삭제가 불필요한 반복을 피해 자연스러운 번역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많
은 경우에 불완전한 정보 전달이 이루어져서 작가가 전달하려는 의미가 훼손
되거나, 심지어는 불완전한 정보 전달로 인해 문맥을 이해할 수 없게 되거나
작가의 의도가 전혀 다르게 전달되는 오역이 된 경우가 있었다.
작품에 나오는 문장 부호 하나에도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볼 때, 번역
작품의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반복을 피하기 위한 삭제를 제외
하고, 번역자가 원작의 내용을 임의로 삭제하여 번역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구나 그러한 삭제로 인해 작가의 의도가 훼손되거나 문맥을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 경우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

28 통번역교육연구 ■ 2019년 특별 제17권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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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 문학번역에서의‘삭제’의 문제 29
부록

1.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André Fabre)


SEOUL, HIVER 1964

2.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Roger Leverrier)


Seoul, Hiver 1964

3. 서정인, 분열식, é é (Hélène LEBRUN)


D fil

4. 오정희, 순례자의 노래, è (1) (Kim Wha-young,


Le chant du p lerin

Patrick Maurus)
5. 오정희, 순례자의 노래, è (2) (Lee Byoung-Jou)
Le chant du p lerin

6. 이창동, 소지, (Tcho Hye-young, Jean


LES PAPIERS SACRIFICIELS

Golfin)
7. 최윤, 회색 눈사람, (Patrick Maurus)
Avec cette neige grise et sale

30 통번역교육연구 ■ 2019년 특별 제17권 3호


[Abstract]

Problems of Deletion in Literature Translation

Kim, Kyunghee

(Hanyang University)

Although any translator would aim for a translation that is faithful and

equivalent in meaning to the original text, we often find deletions in literary

translation. Considering the goal of ‘equivalence' in translation, it would be

crucial to examine those deletions, which could be regarded as mistranslation, to

see where they come from and what their effects are. It has been found that

deletion took place at various levels of language, ranging from punctuation,

vocabulary, phrases, sentences to paragraphs. Most deletions were found to be

simple oversights by the translator; they were not used as a strategy to avoid

the difficulties caused by cultural differences.

All the cases of deletions were divided into three categories according to the

resulting effect: first, natural translations by avoiding unnecessary repetition;

second, incomplete translations resulting from the impairment in meaning; and

lastly, misinterpreted or incomprehensible translations. Given that even a punctuation

mark expresses the author's intention, this study suggests that it is problematic

if a translator makes unwarranted deletions, except for the cases of deletions

avoiding unnecessary repetition. Moreover, if such deletions undermine the

author's intentions or make the text incomprehensible, in no case can they be

tolerated.

>> Key Words


문학 번역(literary translation), 한국 문학(Korean literature), 삭제(deletion), 반
복(repetition), 오역(mistranslation)

김경희 ■ 문학번역에서의‘삭제’의 문제 31
김경희
한양대학교 프랑스학과 교수
kimkh@hanyang.ac.kr

관심분야 : 문학번역

논문제출일 : 2019년 10월 27일

심사완료일 : 2019년 11월 22일

게재확정일 : 2019년 11월 24일

32 통번역교육연구 ■ 2019년 특별 제17권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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