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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의 새로운 이해

홀로그래피: 중력 = 양자 물리?
DOI: 10.3938/PhiT.29.042
김근영·안용준·정현식

Holography: Gravity = Quantum Physics? 관점(duality)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여기서, 양자 물리가 정


의되는 시공간의 차원과 중력 이론이 정의되는 시공간의 차원
Keun-Young KIM, Yongjun AHN and Hyun-Si JEONG 이 달라서 이것을 ‘홀로그래픽 원리’ 혹은 짧게 ‘홀로그래피’라
고 부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살고 있는 4차원(시간
Holography in high-energy theory means a duality between +공간 3차원) 세상의 양자 물리는 5차원 중력 현상의 홀로그
gravity and quantum physics. A popular catchphrase is 램일 수 있다.a) 그림 1은 이러한 ‘홀로그램 세상’의 상징적인
“gravity = quantum physics”. In this duality the spacetime 그림이다. 바깥쪽 구 껍질이 양자물리가 정의되는 4차원 시공
dimension of gravity theory is higher than the dimension of 간을 의미하고, 그 내부가 중력이 정의되는 5차원 시공간을 의
quantum theory, so it is dubbed “holography”. In this article, 미한다. 안쪽의 빨간 구는 블랙홀을 뜻하며, 5차원 시공간에
we explain, in chronological order, the basic concepts of holog- 표현된 녹색과 흰색은 중력 물리의 현상을 표현하는데, 이들이
raphy and its various applications to quantum chromody- 바깥쪽 구 껍질에 ‘투영’되어 4차원 양자물리의 현상과 연결된
namics, condensed matter physics, and quantum information. 다. 구 껍질 왼쪽 아래의 격자 구조는 cuprate 고온 초전도체
와 같은 강상호 작용 물질을 상징한다.
홀로그램 세상 홀로그래피에 따르면, 양자 물리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하여
중력 이론을 사용할 수 있다. 현재의 양자 이론 틀에서 이해하
홀로그램은 2차원 평면 물질로, 여기에 레이저 빛을 쏘면 3 기 어려운 (비섭동적) 양자 현상을, 고전 중력 이론을 이용하여
차원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홀로그램에 관련된 원리 새로운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홀로그래피는 물리 연구의
를 홀로그래피라고 한다. 스타워즈와 같은 공상과학 영화에도 강력한 도구가 된다. 역으로 보면, 아직 미완성인 양자 중력을
자주 등장하는 이 개념을 1994년 고에너지 이론 물리학자들이 이해하기 위하여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섭동적 양자 물리 이
[1]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론을 사용할 수도 있다. 홀로그래피는, 이러한 실용적인 장점
고에너지 이론 물리학자들은 겉으로 보기에 달라 보이는 두 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물리의 근본 이론에 대한 새로운
현상인 ‘양자 물리’와 ‘중력’이 사실은 하나의 실체를 보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패러다임 전환도 이끌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공간이 양자 얽힘(entanglement)으로부터 창발하는(emergent)
저자약력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김근영 교수는 SUNY Stony Book 이학박사(2009)로서 영국 Southampton
홀로그래피는 다양한 물리 현상에 응용되었고, 일반적으로
대학교, 네덜란드 Amsterdam 대학교 연구원을 거쳐 현재 광주과학기술원
물리광학과 교수 및 입학처장으로 재직 중이며 2017-2020 물리학회 아래와 같이 세 분야로 나뉜다.
JKPS 실무이사로 활동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홀로그래피 원리로 장론, 1) AdS/QCD(Quantum ChromoDynamics): 양자색역학 혹은
끈이론, 중력 이론을 바탕으로 한 강한 상호작용(핵물리, 응집물질물리 등)
및 양자 정보의 이해이다. (fortoe@gist.ac.kr)
안용준 석사는 2018년에 광주과학기술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같은 기관 REFERENCES
물리·광과학과 박사과정으로 재학 중이다. 2021년 가을부터 Wilczek [1] Susskind, Leonard, Journal of Mathematical Physics 36(11),
Quantum Center, Shanghai Jiao Tong 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6377 (1995). arXiv:hep-th/9409089.
연구할 예정이다. (yongjunahn619@gmail.com)
정현식 박사는 2020년 광주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광주과학기술원, 서강대학교 양자시공간 연구센터 연구원을 거쳐, 2021년 a) 직관적으로 얘기하자면, 새로 추가되는 ‘홀로그래픽’ 차원은 4차원 세상의
현재 Kavli ITS, UCAS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에너지 스케일로 해석할 수 있으며, 그 에너지 스케일에 따라 4차원 세상
(hyunsik@gm.gist.ac.kr) 을 겹겹이 쌓아놓은 것을 5차원 시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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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의 새로운 이해

제안하였다.[2] 이것을 서스킨드(Leonard Susskind)가 1994년


손(Charles Thorn)의 아이디어[3]와 함께 결합하여, 초끈 이론
적인 해석을 하고 ‘홀로그램’이라 명명하였다.[4] 홀로그래피의
가장 대표적이고 구체적인 예는 말다세나(Juan Maldacena)가
1997년 제안한 Anti-de Sitter/Conformal Field Theory cor-
respondence(AdS/CFT 대응성)이다.[5] ‘Anti-de Sitter’는 음의
곡률을 가진 반 더 시터르(Anti-de Sitter) 공간b)을 포함한 10
차원에서의 특별한 끈 이론(Type II string theory on AdS5
× S 5)을 지칭하며, ‘Conformal Field Theory’는 4차원에서 초
대칭과 등각대칭성이 있는 특별한 양-밀스 장론(    super-
symmetric Yang-Mills theory)을 지칭한다. 말다세나의 이 논
문은 2020년까지 총 16320회가 인용되었으며, inspire-hep[6]
Fig. 1. Symbolic image of holography. 통계 기준, 고에너지 물리 분야에서 현재까지 가장 많이 인용
된 논문이다.(홀로그래픽 아이디어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보
핵물리에의 응용 면 말다세나의 논문보다 먼저 발표된 논문들이 있다.[7])
2) AdS/CMT(Condensed Matter Theory): 응집물질물리에의
응용 REFERENCES
[2] G ’t Hooft, Dimensional Reduction in Quantum Gravity, gr-qc/
3) AdS/QI(Quantum Information): 양자 정보에의 응용
9310026.
[3] Charles B. Thorn, “Reformulating string theory with the 1/N
이 글에서는 홀로그래피의 주요 개념과 대표적인 응용 사례 expansion“, International A. D. Sakharov Conference on
Physics, Moscow, pp. 447­54 (1991). arXiv:hep-th/9405069.
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개하고자 한다. 홀로그래피는 20
[4] Leonard Susskind, Journal of Mathematical Physics 36(11),
년 이상 활발하게 연구된 방대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6377 (1995). arXiv:hep-th/9409089.
짧은 글을 통해 그 역사와 성과를 완전하게 기술하는 것은 불 [5] Juan Martin Maldacena, Adv. Theor. Math. Phys. 2(2), 231
(1998). arXiv:hep-th/9711200.
가능하다. 여기에서는 홀로그래피의 ‘현상에의 응용’이라는 측 [6] https://inspirehep.net/.
면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많은 순간들 중 몇 가지를 소개하 [7] 1986년에 Brown과 Henneaux이 3차원 중력과 2차원 장론의 관계
를 밝혔으며(Communications in Mathematical Physics 104(2),
고자 한다.
207­226.) 1995년에 Banks, Fischler, Shenker, Susskind의 BFSS
행렬 모델이 M-이론과 홀로그래픽 관계라고 할 수 있다(Tom Banks,
홀로그래피 비긴즈(Holography begins): 1972-1997 Willy Fischler, Stephen Shenker and Leonard Susskind, Phys.
Rev. D 55, (1997). (arXiv:hep-th/9610043)).)

1. 1972년-1975년(전조: Sign)

베켄슈타인(Jacob Bekenstein)은 블랙홀에 엔트로피가 있으 b) AdS 시공간: 대칭성이 큰 공간은 평평하거나(flat space) 일정한 양의 곡
률(sphere)을 갖거나 일정한 음의 곡률(쌍곡선 공간: hyperbolic space)
며, 그것은 블랙홀 내부의 3차원 부피가 아닌 블랙홀 지평면 을 가질 수 있다. 쌍곡선 공간을 시각화하는 방법으로 유용하고 재미있는
(horizon)의 2차원 면적에 비례한다는 것을 보였다.(서로 다른 것은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의 작품이다. 에셔는 스페인의 알람
브라(Alhambra)의 쪽매맞춤(tessellation)에서 영감을 받아 대칭성을 고
차원이 연관되는 이 현상을 홀로그래피의 ‘전조(sign)’라고 할 려한 작품을 많이 선보였다. 예를 들어 에셔의 Circle Limit IV (Heaven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호킹(Stephen Hawking)은 블랙홀이 and Hell)는 쌍곡선 공간을 표현한 목판화인데 동그란 디스크에 천사와
악마가 반복되어 쪽매맞춤으로 그려져 있다. 천사와 악마들은 각각 같은
온도를 가지고 있으며 그에 해당하는 열복사를 방출한다고 제
크기이지만, 디스크의 끝으로 갈수록 작아 보인다. 이것은 굽은 공간을 평
안하고, 베켄슈타인-호킹 엔트로피 공식을 완성하였다. 이것이 평한 곳에 표현하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구형의 지구본을 평면 지도로 표현
하면 극지방의 척도가 길어 보이는 것과 반대의 효과이다. AdS 시공간은
블랙홀 열역학의 시작이며, 이후 양자 중력과 홀로그래피 연구
쌍곡선 공간을 시간 방향으로 쌓아 놓은 실린더 같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
의 등대가 되었다. 다. AdS 시공간에서는 어디에서나 그 중심방향으로 향하는 인력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팽창하는 우주를 기술하는 dS(de Sitter) 시공간과 대비되는
효과이다. (참고로, 이후에 설명되는 양자 물리의 텐서 그물망(tensor
2. 1993년-1997년(Holography: The Beginning) network)도 에셔의 그림과 비슷한 쌍곡선 공간을 구현한다. 즉, 초끈 이
론의 도움이 없어도 양자 물리와 텐서 그물망을 통해 AdS 시공간 창발을
홀로그래피의 초기 아이디어는 엇호프트(Gerard 't Hooft)가 발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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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에서 나온 최초의 유용한 논문이다.”
이 연구는 이후 홀로그래피 연구에 세 가지 측면에서 큰 영
향을 미쳤다. 첫째, 많은 핵물리학자와 끈이론 학자들이 홀로
그래피의 유용성과 정당성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연
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둘째, 핵물리학자와 끈이론
학자들의 협업이 활발하게 되었고, 이러한 학문 간의 융합은,
이후 응집물질물리와 양자 정보에 이르는 홀로그래피 발전의
특징이자 원동력이 되었다. 셋째, 수송계수를 계산하는 것이
홀로그래피를 현상에 적용하는 중요한 도구임을 보여주었고,
이를 위한 체계적인 방법론 개발의 동기가 되었다.[12]
2002년에는 “글루온”과 그에 관련된 자유도만 있던 AdS/
Fig. 2. QCD phase diagram. CFT의 CFT(Yang-Mills) 이론에 probe D-brane으로 쿼크를
도입하는 방법이 제안되어, 쿼크와 관련된 물리, 키랄(chiral)
홀로그래피 101 및 AdS/QCD: 1998-2005 대칭성, 저에너지 강입자(hadron) 물리도 홀로그래피로 연구되

1. 1998년-2001년(기본 개념의 발전, AdS/QCD의 시작) REFERENCES


[8] K. Skenderis, Class. Quant. Grav. 19, 5849 (2002), arXiv:
말다세나의 선구적인 논문 이후, 홀로그래피 연구는 크게 두 hep-th/0209067.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말다세나가 제안한 AdS/CFT [9] G. Policastro, D. T. Son and A. O. Starinets, Phys. Rev. Lett.
87, 081601 (2001), hep-th/0104066.
대응성의 구조를 보다 구체화하고, 더 엄밀하게 확인하려는 연 [10] Rajeev S. Bhalerao,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
구들이 진행되었다.(이런 연구들 중에 특히 홀로그래피의 응용 PhasDiagQGP.png.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홀로그래픽 재규격화 이론이다.[8]) 그와 [11] P. K. Kovtun, Dam T. Son and A. O. Starinets, Phys. Rev.
Lett. 94, 111601 (2005), arXiv:hep-th/0405231.
동시에, 말다세나의 제안과는 다른, 새로운 홀로그래피의 예를 [12] D. T. Son and A. O. Starinets, Minkowski space correlators
찾고, 보다 일반화하려는 연구들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요즘은 in AdS/CFT correspondence: recipe and applications, arXiv:
hep-th/0205051.
홀로그래피의 일반성을 보다 강조하는 측면에서 AdS/CFT 대
응성보다는 게이지/중력 쌍대성(gauge/gravity duality)이라는
용어가 더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c) 강/약 대응성: AdS/CFT 대응성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강한 상호작용과
약한 상호작용 사이의 대응성이라는 점이다. 즉, 하나의 이론이 강한 상호
말다세나의 AdS/CFT 대응성에 등장하는 CFT는 양자색역학
작용을 기술한다면 그에 대응되는 이론은 약한 상호작용을 기술하게 된다.
(QCD)과 다르지만 이와 유사한 점이 많은 SU(   ) Yang-Mills 예를 들어, 양자장론의 상호작용이 강해져서 섭동적 방법이 적용되지 못할
때, 홀로그래피에 의하면, 이를 고전 중력 이론으로 다룰 수 있게 된다. 이
이론이었기 때문에, QCD의 연구를 위해 QCD 대용으로 자연
런 원리로, QCD의 문제를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으로 분석할 수 있게
스럽게 이용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AdS/CFT는 AdS/QCD의 되는 것이다.
원조라고도 할 수 있다.c) d) 쿼크-글루온 플라즈마: 낮은 온도에서 쿼크와 글루온은 중간자나 중입자 등
강입자 상태에 속박되어 있는데(confinement) 충분히 높은 온도가 되면
쿼크와 글루온이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deconfinement)
2. 2001년-2005년(AdS/QCD의 성취) 이 상태를 쿼크-글루온 플라즈마라고 한다(그림 2).[10] 쿼크-글루온 플라즈
마는 가속기에서 금이나 납의 핵과 같은 무거운 이온이 높은 에너지로 충
핵물리학자 손(Dam T. Son)과 두 끈이론 학자 폴리카스트 돌할 때, 혹은 빅뱅 이후 약 10-10~10-6초에 존재한다.

로(G. Policastro), 스타리네츠(A. O. Starinets)는 이전의 이론 e) 점성도/엔트로피 비율의 보편성: 점단 점성도와 관련하여 홀로그래피 계산이
예측하는 중요한 점은 점성도/엔트로피 비율이 1/4¼로 아주 작다는 것이
적/형식적 홀로그래피 연구의 흐름에 큰 변화를 주는 연구를 다. 이것은 물리계의 ‘미시적 구조와 무관하게’ 점성도/엔트로피가 가질 수
발표한다. 그것은 중이온 가속기 충돌 실험에서 발생하는 쿼크 있는 보편적인 하한(universal lower bound)으로 제안되었으며,[11]
1/4¼는 지금까지 측정된 어떤 물질의 점성도/엔트로피 값보다도 작은 값
-글루온 플라즈마d)의 전단 점성도(shear viscosity)를 홀로그래 이다. 예를 들어, 쿼크-글루온 플라즈마와 비교하여 온도와 압력이 아주 다
피를 이용하여 계산한 것이다.e) 블랙홀의 특성을 이용한 중력 르지만, ‘상호작용이 아주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는 차가운 원자 가스
(cold-atom-gases)에서도 점성도/엔트로피 비율이 1/4¼에 가깝게 관측
계산을 통하여, 가속기의 실험 결과와 매우 가까운 값을 예측
되어 1/4¼가 보편적 하한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였다. 이와 같이 물질의
하는데 성공하였다.[9] 이 논문에 대해서 손(Son)의 한 핵물리학 미세 구조와 무관한 보편적 성질(universal property)의 발견 및 이해는
홀로그래피 연구의 가장 중요한 목표들 중 하나이다.
자 친구는 다음과 같은 농담을 했다고 한다. “이 논문은 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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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의 새로운 이해

기 시작했다.[13] 특히, D3/D7 모델이나, 2004년에 제안된 사


카이-수기모토(Sakai-Sugimoto)모델이 끈이론에 바탕을 둔
top-down 모델로서 가장 성공적이며, QCD 격자 계산, 키랄
섭동 이론(chiral perturbation theory), 실험 결과 등과도 부
합하는 결과를 준다.[14] 또한, 끈이론에 기반하지 않은 bottom-
up 방식의 유효 장 이론(effective field theory) 연구도 시작되
었다.

AdS/QI, AdS/CMT의 태동: 2006년-2009년

1. AdS/QI: The beginning (2006-2009)


Fig. 3. Entanglement entropy = Area of the Ryu-Takayanagi surface.

2006년에 응집물질 물리학자 류(Shinsei Ryu)와 끈이론 학


자 타카야나기(Tadashi Takayanagi)는 양자 얽힘f) 엔트로피 제안되어, 실험 결과와 홀로그래피 계산을 서로 비교하고 현상
(quantum entanglement entropy)를 류-타카야나기 표면이라 을 예측하는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 중력 방정
[15]
는 기하학적인 양의 면적으로 계산할 것을 제안하였다. 예 식과 나비에-스토크스(Navier-Stokes) 방정식과 같은 유체역학
를 들면, 그림 3의 전자계(파란 점들)와 그 주변과의 얽힘 엔 방정식 사이의 홀로그래픽 대응성이 연구되었다.[17] 이것을 유
트로피는 그 전자계를 감싸는 곡면의 최소 면적이 된다. 이런 체/중력(fluid/gravity) 대응성이라고 하는데, 이 방법으로도 수
최소 면적의 곡면을 류-타카야나기 표면이라고 한다. 반 더 송계수를 계산할 수 있으며, 이것은 2점 그린 함수와 쿠보
시터르 공간에서 류-타카야나기 표면의 면적은, 등각장론에서 (Kubo) 공식을 이용한 손(Son)의 방법과 상호 보완적이다. 또
얽힘 엔트로피의 정의를 이용하여 계산한 얽힘 엔트로피와 일 한, 이 기간 동안 사치데브(Subir Sachdev), 자넨(Jan Zaanen)과
치한다. 같은 응집물질물리 이론의 대가들이 홀로그래피 연구에 참여하
홀로그래피를 통하여, 복잡하고 다양한 얽힘 엔트로피의 성 기 시작하였다.
질들이 류-타카야나기 표면의 기하학적인 성질들로 치환되어, 응집물질물리 현상론의 관점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계산하기 쉬운 양들로 바뀌게 되었 cuprate과 같은 고온 초전도체의 상도표(그림 4)를 홀로그래피
다. 홀로그래픽 얽힘 엔트로피는 AdS/QI의 출발점이라고 할 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고온 초전도체 자체
수 있다. 이를 시작으로 얽힘 엔트로피 외에 다양한 양자 정보 의 홀로그래픽 원리를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온 초전도체
의 물리량과 그에 대응하는 중력/시공간의 기하학적인 양과의 가 되기 전 상전이보다 높은 온도에서 비페르미 액체의 물리
관계가 연구되고 있다.
류-타카야나기 공식은 홀로그래피가 끈이론의 개념을 사용하 REFERENCES
지 않아도 성립할 수 있음을 보이는 하나의 예이다. 또한, 시 [13] A. Karch and E. Katz, JHEP 06, 043 (2002), hep-th/0205236.
[14] T. Sakai and S. Sugimoto, Prog. Theor. Phys. 113, 843
공간의 구조가 양자 얽힘으로부터 창발할 수 있다는 점을 내 (2005), arXiv:hep-th/0412141.
포하여, 중력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를 구현 [15] Shinsei Ryu and Tadashi Takayanagi, Journal of High Energy
Physics 8, 045 (2006), arXiv:hep-th/0605073.
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2009년 스윙글(Brian Swingle)이 양자
[16] B. Swingle, Phys. Rev. D 86, 065007 (2012), arXiv:0905.
다체계의 상태를 기술하는 텐서 그물망(tensor network)을 도 1317.
입하여, 양자 얽힘으로부터 AdS 시공간이 창발할 수 있는 가 [17] S. Bhattacharyya, V. E. Hubeny, S. Minwalla and M. Rangamani,
JHEP 0802, 045 (2008), arXiv:0712.2456 [hep-th].
능성을 보였다.[16]

2. AdS/CMT: The beginning (2007-2009) f) 양자 얽힘(entanglement): 양자 얽힘은 Einstein–Podolsky–Rosen(EPR)


역설을 통하여 설명되고, 아인슈타인이 불만을 제기한 "spooky action at
a distance"를 주는 양자 물리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이다. 이러한 양자 얽
2007년-2009년은 AdS/CMT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기간이라
힘의 정도를 측정하는 양들 중 하나가 얽힘 엔트로피(entanglement en-
고 할 수 있다. 전도도(conductivity)와 Angle-Resolved Photo- tropy)이다. 얽힘 엔트로피는 축소된 밀도 행렬(reduced density matrix)
의 폰 노이만 엔트로피(Von Neumann entropy)로 정의되며, 일반적으로
Emission Spectroscopy(ARPES) spectral 함수 등 응집물질물
계산이 어렵다. 하지만, 홀로그래피를 이용하면 얽힘 엔트로피를 기하학적으
리의 중요한 실험 측정량을 홀로그래피로 계산하는 방법들이 로 쉽게 구할 수 있다(그림 3).

34 물리학과 첨단기술 NOVEMBER 20 2 0


르미 유체와 초전도체를 포함한 cuprate 모델 구축, Dirac 물
질, Weyl semi-metal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홀로그래
피는 비평형 상태의 물리를 연구하는 데에도 매우 유용한 도
구이다. 복잡한 비평형 상태 방정식을 상대적으로 풀기 용이한
고전적 중력 방정식으로 치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쿼크-글루온 플라즈마 및 다양한 응집물질계의 시간 변화를 연
구하는데 적용되었다.
AdS/QI는 2010년대에 가장 큰 관심을 받고 발전한 홀로그
래피 분야이다. 2006년에 류와 타카야나기가 제안한 홀로그래
Fig. 4. Cuprate Phase diagram. 픽 얽힘 엔트로피의 아이디어가 보다 엄밀하게 정당화 되었으
며, 얽힘 엔트로피의 다양한 성질들이 연구되었다. 양자 얽힘
를 이해하는 것, 그리고, 낮은 온도의 절연체/초전도체 전이, 에서 창발하는 시공간은 Multi-scale Entanglement Renor-
유사틈(pseudo-gap)의 물리도 포함된다.g) malization Ansatz(MERA)나 양자 에러 보정 코드를 바탕으로
이와 관련한 AdS/CMT 초기의 중요한 연구 주제들은 다음 한 완벽한 텐서 그물망(perfect tensor network)으로 구현되었
과 같다. 2007년에 양자 임계점(quantum critical point) 주변 다. 양자 얽힘과 시공간의 이러한 밀접한 관계는 2013년
의 물리를 등각장론과 홀로그래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시작되
었다.[18] 2008년에 고온 초전도체를 이해하기 위한 간단한 홀 REFERENCES
로그래픽 아이디어가 제시되었다.[19] 2009년에는 홀로그래피로 [18] C. P. Herzog, P. Kovtun. S. Sachdev and D. T. Son, Phys. Rev.
D 75, 085020 (2007)., hep-th/0701036; S. A. Hartnoll, P. K.
계산한 spectral 함수를 바탕으로 비페르미 유체에 대한 연구
Kovtun, M. Muller and S. Sachdev, Phys. Rev. B 76, 144502
가 시작되었다.[20]h) (2007) [0706.3215].
[19] S. A. Hartnoll, C. P. Herzog and G. T. Horowitz, Phys. Rev.
Lett. 101, 031601 (2008), [arXiv:0803.3295].
홀로그래피의 발전: 2010년-2020년 [20] S.-S. Lee, Phys. Rev. D 79, 086006 (2009), [0809.3402]; H.
Liu, J. McGreevy and D. Vegh, Phys. Rev. D 83, 065029
2009년까지 기초적인 연구 방법과 방향이 제시된 홀로그래 (2011), [0903.2477]; M. Cubrovic, J. Zaanen and K. Schalm,
Science 325, 439­444 (2009), [0904.1993].
피 응용 분야(AdS/QCD, AdS/CMT, AdS/QI)들이 최근 10년
동안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방대한 연구 결과들을 모두 소개
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여기에서는 주제어 중심으로 몇 가지 g) 비페르미 액체와 고온 초전도체: 란다우의 페르미 액체 이론(Fermi liquid
theory)은 거의 모든 금속, 초전도체, 그리고 초유체 등을 기술할 수 있는
만 소개하고 참고문헌도 생략한다. 가장 성공적인 이론들 중 하나이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페르미 액체
AdS/QCD 분야에서는, 좀 더 QCD에 가까운 홀로그래픽 모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성질을 보여서 “비페르미 액체(Non-Fermi
liquid)”라 불리는 특이한 물질들이 발견되었다. 예를 들어, 페르미 액체
델의 구축, 홀로그래피를 기반으로 한 QCD 상도표(그림 2) 구
이론에 의하면 저항이 온도의 제곱에 비례하는데 반해, 비페르미 액체에서
축 및 각 상들의 성질 연구, 쿼크-글루온 플라즈마의 다양한 는 저항이 온도에 비례한다(Linear-T-resistivityh)). 이런 새로운 성질은 전
성질에 대한 연구, 자기장 하에서 QCD 및 핵물질의 성질, 홀 자 간의 강한 상호작용에 기인하는 것으로, 표준적인 비섭동 이론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응집물질물리 이론체계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 이 경우 강
로그래픽 중입자(baryon) 및 핵물질 연구 등이 수행되었고, 특 한 상호작용에 특화된 홀로그래피가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된다. Cuprate
히 최근에는 중력파 검출 신호를 반영한 홀로그래픽 중성자별 상도표(그림 4)에서 보듯이 고온 초전도체는 비페르미 액체의 불안정성
(instability)에서 생긴다고도 볼 수 있으므로 비페르미 액체의 이해는 고온
연구도 진행되었다. 초전도체의 이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AdS/CMT 분야에서는 비페르미 유체와 고온 초전도체의 보 h) Linear-T-resistivity: 비페르미 액체에서 관찰되는 이 성질이 중요한 이유
편적 성질(universal property), 강상호 작용계 수송계수의 보 는, “Linear-T-resistivity”가 cuprates, pnictides, heavy fermion 등
다양한 물질들의 미시적 구조와 무관한, 강상호 작용 전자계의 보편적 성
편적 한계(universal bound), 운동량 소산(momentum relaxa- 질이라는데 있다. 이러한 ‘보편적 성질(universal property)’의 이해는 홀
tion) 효과를 추가한 보다 현실적인 CMT 모델 구축, IR scal- 로그래피 연구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이며, AdS/QCD의 점성도/엔트
로피 비율이 그 모범적인 예이다. Linear-T-resistivity의 경우 그 보편성이
ing 물리를 반영한 홀로그래픽 모델 구축, 비균질 바닥 상태 블랙홀 사건 지평면 근처의 기하학적 대칭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charge density wave)의 구축과 이를 바탕으로 한 물성, 자발 생각된다. 이외에도 강상호 작용 전자계의 보편적 성질로는 자기장 하에서
전도도에 관한 Hall angle의 온도 제곱 의존성, 초전도체의 보편적 성질인
적 대칭 깨짐 등 대칭성을 이용한 물성 연구, 강상호 작용에
Homes’ law가 있다. 홀로그래피 방법을 통하여 이런 보편적 성질들을 기
기인한 도체-부도체 전이, 자기장 하에서 응집물질 성질, 비페 하학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물리학과 첨단기술 NOVEMBER 20 20 35


중력의 새로운 이해

Einstein­Rosen bridge = Einstein-Podolsky-Rosen pair(ER= 수 있는 독자적인 근거를 갖게 된다. 마침내, 2010년대에 일


EPR) 제안으로 이어져서 블랙홀의 이해에도 기여하였다. 반화된 류-타카야나기 공식을 바탕으로 페이지 곡선(Page
얽힘 엔트로피뿐 아니라, 양자 정보에 관한 새로운 양들 curve)이 계산되어, 홀로그래피는 블랙홀 정보 손실 역설
(Renyi entropy, entanglement of purification, logarithmic (information loss paradox)의 유력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데
negativity, reflected entropy, quantum complexity 등등)과 기여하게 된다.[21] 블랙홀의 양자 효과로 모습을 드러낸 홀로그
이에 대응하는 홀로그래픽 물리량들이 제안되고 그 성질들이 래피는 이제 양자 중력을 연구하기 위한 강력하고 실용적인
깊게 연구되었다. 특히, 이 중에서 양자 복잡도(quantum com- 도구로 자리를 잡았다.
plexity)는 양자 연산이 얼마나 빨리 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양자 중력은, 홀로그래피를 통하여, 앞으로 table-top 실험으
양으로서, 기하학적으로는 블랙홀 사건 지평면 내부 구조와 관 로도 연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양자다체계인 SYK 모
계될 수 있는 양자 정보의 성질로서 크게 주목 받고 있다. 델을 저온의 원자 기체(cold-atomic-gases)나 양자 흉내내기
최근에 양자 혼돈(quantum chaos)i)이 블랙홀과 홀로그래피 (quantum simulation)로 구현한다면, SYK 모델에 대응하는
의 연구에 의하여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블랙 홀로그래픽 양자 중력계를 연구하는 실험이 될 수 있다. 양자
홀은 가장 혼돈한(maximally chaotic) 물리계이며, 블랙홀에서 혼돈계에서 양자 얽힘으로 인해 일어나는 재생(regenesis)이라
구한 리아푸노프 계수(Lyapunov exponent)가 모든 혼돈계의 는 현상은 웜홀(wormhole)을 통과하는 양자 전송으로 이해될
보편적 상한이 된다는 결과가 보고되어 혼돈계 연구에 큰 영 수 있는데, 이 ‘웜홀 통과 현상’을 실험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향을 주었다. 블랙홀의 리아푸노프 계수는 양자 다체계 모델들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중 하나인 Sachdev-Ye-Kitaev(SYK)j) 모델의 결과와도 일치했 홀로그래피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중력=양자 물리’라고 할
다. 수 있다. 이것은 근본 물리(fundamental physics)를 이해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며, 양자 중력, 양자 정보, 강상호 작용 등
홀로그래피의 미래: 남아있는 현대 물리의 난제들을 두루 아우르고 있는 핵심 개
새로운 패러다임, 오래된 난제 도전 념이다. 이러한 홀로그래피의 특수성과 중요성이 (약 10년의
기초 작업과 약 10년의 도약을 거친) 홀로그래피 연구의 앞으
홀로그래피는 핵물리, 응집물질물리, 유체역학, 양자 혼돈, 로 10년이 무척 기대되는 이유이다.
양자 정보, 양자 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탐구하고 완성해 나가야 할 중요한 연구 주제들이 지금까지 기술한 홀로그래피의 발전 과정에 한국의 연구자들
많이 있다. 또한 홀로그래피 내부의 이론적 구조도, surface 도 많은 기여를 해왔다. 지면의 한계로, 이 글은 홀로그래피의
state correspondence, AdS/BCFT, codimension two holog- 역사와 연구 주제를 소개하는데 그쳤다. 다른 기회에 한국 연
raphy 등으로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 글에서 소개하지는 구자들의 기여와 연구 활동이 소개되기를 바란다.
않았지만, AdS 시공간과는 다른, de Sitter(dS) 시공간, 평평한
시공간에서의 홀로그래피, 천체물리학적 블랙홀과 장론을 연관 REFERENCES
짓는 Kerr/CFT 대응성, 한 차원 낮은 경계 장론(boundary [21] A. Almheiri, T. Hartman, J. Maldacena, E. Shaghoulian and
field theory)을 이용한 우주론의 이해도 중요한 주제이다. A. Tajdini, “The entropy of Hawking radiation,” arXiv:2006.
06872 [hep-th].
Higher spin 게이지 이론과 가적분성(integrability)도 홀로그래
피의 외연을 넓히고, 홀로그래피의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해 중
요한 분야이다. i) 양자 혼돈(quantum chaos): 양자 혼돈을 공부하는 방법으로 무작위 행렬
1970년대 초반, 베켄슈타인과 호킹이, 블랙홀이 엔트로피와 (random matrix)의 에너지 준위 분포를 이용하는 방법, Eigenstate
Thermalization Hypothesis(ETH), Out of Time Ordered Correlator
온도를 가진 열역학적 계임을 보인 것은 양자 중력의 시작이 (OTOC)를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 중 OTOC는 초기 조건에 대한 민
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이후 많은 학자들이 양자 중력 감도를 표현하는 고전적인 혼돈 현상의 양자역학 버전에 해당한다. OTOC
를 표현하는 변수 중, 리아푸노프 계수(Lyapunov exponent)는 시간적으
연구를 위해 초끈 이론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1990년 로 혼돈이 커지는 정도를, 나비 속도(butterfly velocity)는 공간적으로 혼
중후반에 다시 블랙홀의 성질을 음미하다 시작된 ‘홀로그래피’ 돈이 퍼지는 정도를 나타낸다.
아이디어는 초끈 이론의 틀 안에서 AdS/CFT 대응성으로 구체 j) Sachdev-Ye-Kitaev(SYK) 모델: 이 모델은 특정 파라미터 영역에서 강상
호 작용하는 혼돈계이자 정확히 풀 수 있는 다체계 양자 모델이다. 이 모델
화된다. 2006년 류-타카야나기의 홀로그래픽 얽힘 엔트로피의 은 2차원 dilaton 중력 모델의 예측과 비슷한 결과를 보여 주기 때문에,
발견으로 홀로그래피는 초끈 이론의 도움 없이도 정당화 될 홀로그래피 연구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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