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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중 수교 20년과 한ㆍ중관계 평가:

미래 한중관계를 위한 방향과 더불어* 33)

김흥규 / 성신여대

한글 초록

이 글에서 던지는 질문은 한ㆍ중양자관계는 그간 놀라울 정도의 외향적 성장과 발전


에도 불구하고 왜 이리 복합적인 관계로 얽혀 있는가라는 점이다. 한ㆍ중관계를 동북아
국제안보구도에서 처한 구조적 위상 및 행위자 차원에서 살펴보고, 동시에 한국의 외교
가 취할 수 있는 정책적 방향에 대해서 고민해보고자 한다.
한ㆍ중관계는 현재 기능주의적인 접근법이 제시한 바처럼 비정치적 교류에서 시작하
여 정치적 교류와 협력, 그리고 안보 영역에서의 교류와 협력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중국의 변화하는 국가발전전략, 대외위상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 등 보다 중장
기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한ㆍ중관계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에 이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 중심이 아닌 행위자 중심의 국제정치 현상 분석법을 적
용한다면 한ㆍ중관계는 보다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나며, 단기적으로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강(强)중견국으로서 한국이 취할 전략은 각 네트웍의 가교역할을 추구하는 것이다.
한국은 약소국으로서의 편승외교나 일변도 외교에서 보다 복합적인 외교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보다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중국과 신뢰를 구축하고, 각 사안의 민
감성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다차원적인 협력기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역내 안정문제,
북한문제, 역사문제, 영해관할권 문제 등으로 야기되는 도전 요인들을 극복하면서 위기
관리체제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족주의적 감성으로부터 정책 결정이 좌지우지
되는 것 역시 피해야 할 일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물론 중국과도 상호 정치적 신뢰
를 축적하고, 공통이익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제어: 한중관계, 강(强)중견국, 가교외교,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위기관리체제

* 한국 국제정치학회 2011년 춘계학술대회 발표문을 개정한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유용한


제안을 해 주신 익명의 평가자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12 ∥ 세계지역연구논총 29집 3호

Ⅰ. 한ㆍ중 양국관계의 역사적 개관

현 단계의 한ㆍ중관계는 경제는 뜨겁고, 정치는 냉랭한(經熱政冷) 관계, 혹은 경제는


뜨겁지만 외교는 미지근하며 안보는 냉랭한(經濟熱 外交溫 安全冷) 관계로 묘사된다.1)
이 글에서 던지는 질문은 한ㆍ중양자관계는 그간 놀라울 정도의 외향적 성장과 발전에
도 불구하고 왜 이리 복합적인 관계로 얽혀 있는 것일까, 또 왜 상호 깊은 불신을 내
재하고 있는 것일까”이다. 이 글은 지면상 한ㆍ중관계에 제기되는 모든 이슈들을 다
다룰 수는 없다. 다만 한ㆍ중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들을 중심으로 구조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행위자적인 관점에서 동시에 분석하고, 한국의 외교가 취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2012년은 한ㆍ중 수교 (1992년)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간 한ㆍ중 수교 19년의
역사는 외양적으로 볼 때나, 제도형식적인 차원에서 볼 때, 거의 “양자 외교의 기적”이
라 해도 좋을 만큼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였다. 양국 간에는 외교ㆍ안보ㆍ경제ㆍ통상
등 모든 분야에서 급속하고도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하였다. 특히 경제ㆍ통상 분야는
그간 양국관계 발전에 가장 주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분야이다. 2010년 기준으로 중국
은 우리나라의 제1위 교역상대국이자 제1위 수출대상국, 제1위 흑자대상국이며, 중국
측의 입장에서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제3대 교역상대국이다.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ㆍ중 양측의 정치적 신뢰도는 오히려 크게 체감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2011년 10월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던 날 워싱턴
포스트에서 전한 인터뷰 내용은 이를 단적으로 잘 보여준다. 미국이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할 균형자로서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물론 이후 청와대는 진의가 왜곡된 것이라 주
장했지만2) 한ㆍ중간의 불신을 재확인시켜주었던 것은 두말한 나위가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2010년 발생한 연평도 사태에서 중국이 보여준 대한반도 정책의
경직성은 한국 내 관련 논의의 주요 초점이 되었다. 전반적인 추세로 볼 때, 중국은 자
국의 전략적 이익에 기초한 남북한 균형전략을 출발점으로 하면서, 한반도의 안정을 정
책의 최우선 순위로 놓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심각한 군사적 도발 행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이러한 정책순위는 현상적으로는 북ㆍ중관계를 더욱 밀착
시켜 보이는 착시현상을 야기한다.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측의 입장에서 한ㆍ중관계를 평가할 때, 중국의 대

1)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1/11/22/6363427.html?cloc=olink|article|default
(2011. 11. 25)
2) 󰡔조선일보󰡕 2011년 10월 13일 6면.
김흥규 ∥ 213

한국 정책은 변화하는 중국의 정책 우선순위 및 세계를 인식하는 시각과 더불어 발전


해 왔다. 우선, 1980년대 중국이 개혁과 개방정책을 본격화한 이후 이데올로기 중심의
정책에서 경제발전을 우선으로 하는 전략적 전환을 단행하여 한ㆍ중관계 진전을 위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강화하였다. 동시에 전통적인 지정학적 고려가 여전히 중시되어 북
한의 전략적 가치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21세기에 들어서도 이러한 주요
고려 요인은 여전히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이 국제질서에서 이미 G-2로
불릴 정도로 성장한 중국의 국제적 위상, 미ㆍ중 관계의 재설정 등 새로운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1970년대에는 북한 중심의 한반도 정책에서, 1980년대 북한
정권의 유일정통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적 존재로서 한국을 승인하는 정책, 1990년대에
는 한반도 내 두 개의 정권 인정, 2000년대에는 남북한 사이에서 모두 우호관계를 유지
하는 정책에서 점차 한국으로 경사되는 정책적 정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표 1> 한ㆍ중 양국의 기존 교류 현황3)


통계
시기 양국관계 평가
교역량 인적교류
수교 (1992) 및
경제ㆍ통상ㆍ인적교류 63.7억불 13만명
문민정부 “우호협력관계”
등 중심으로 관계 발전 (92년) (92년)
(1993-1997)
고위인사 교류 확대, 정치
국민의 정부 1998 김대중 대통령 방중 411.5억불 226만명
ㆍ외교 분야간 협력 강화
(1998-2002) “협력동반자관계” 구축 (02년) (02년)
등 보다 포괄적인 관계 발전
정치ㆍ외교ㆍ안보ㆍ경제ㆍ
참여정부 2003 노무현 대통령 방중 “전 통상 문화 등 제반분야에서 1,450억불 585만명
(2003-2007) 면적 협력동반자관계” 구축 의 전면적ㆍ실질적 협력 관 (07년) (07년)
계로 발전
이명박 정부 2008 이명박 대통령 방중 “전 한ㆍ중 양국관계의 1,884억불 595만명
(2008∼) 략적 협력동반자관계” 구축 고도화단계 (?) (10년) (10년)

<표 1>은 한ㆍ중관계의 변화를 주요 지표로 나타내고 있다. 그간 한ㆍ중 양국관계는


제도, 인적 교류, 경제 등 다양한 방면에서 부단히 고도화 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한ㆍ
중관계는 현재 기능주의적인 접근법이 제시한 바처럼 비정치적 교류에서 시작하여 정
치적 교류와 협력, 그리고 안보 영역에서의 교류와 협력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

3) 외교통상부, 󰡔중국개황󰡕자료집 참조.


214 ∥ 세계지역연구논총 29집 3호

다. 중국의 변화하는 국가발전전략, 대외위상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 등 보다 중장기적


이고 구조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한ㆍ중관계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구조 중심이 아닌 행위자 중심의 국제정치 현상 분석법을 적용한다면4) 한ㆍ중
관계는 보다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나며, 단기적으로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 이유
로는 우선, 최근 천안함ㆍ연평도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한ㆍ중 양국사
이에는 상호 불신이 깊이 내재되어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 현지의 분위기를 들어 현재
한ㆍ중관계가 최악의 상황이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두 번째로는 북한 변수의 존재이다.
북한은 한ㆍ중관계의 악화를 자국의 이익으로 생각하는 영합게임적인 행태를 지속할 전
망이다. 한ㆍ중은 당분간 북한변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세 번째, 한ㆍ중간
역사 및 영해 관할권문제 등 잠재적인 갈등의 요인들이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사려 깊고 신중히 다루지 않으면 한ㆍ중관계는 언제든 폭발적인 갈등으로 전화할 수 있
다. 한ㆍ중관계 특히 안보분야에서는 협력의 수준이나 제도화의 측면에서 가장 미진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양국 간 위기관리 능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불안정하기까지 하
다. 과제는 이러한 단기적 도전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극복하는 가가 중요하다.

Ⅱ. 제도적 수준에서 본 한ㆍ중관계

1. 중국의 외교형식에서 본 한ㆍ중관계

현재 한ㆍ중관계를 규정하는 정치적 개념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이다. 중국이


채택한 외교관계의 유형 중 동맹을 제외하면5) 실제적으로는 가장 상위의 양자관계 군
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양자관계는 대체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갈등을 전
제한 전략적 관계, 동반자 관계, 전통적 선린우호관계, (비전략적/비동반자적) 우호협력
관계 및 일반 수교관계로 구별하고 있다. 이러한 유형화 추세는 중국적 세계질서에 대

4) 행위자 분석법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Yong-Soo Eun, “Why and how should we go for a
multicausal analysis in the study of foreign policy?” Review of International Studies,
2010, pp.1-21. 중국 외교정책 분석에 있어 행위자 중심의 분석법을 강조한 예로는 서진
영, 󰡔21세기 중국 외교정책󰡕 (서울: 폴리테이아, 2006), p 66: 행위자 중심 분석과 국제정
치 일반이론을 비교적용한 사례는 Allen S. Whiting, “Forcasting Chinese Foreign
Policy: IR Theory vs. the Fortune Cookie,” in Robinson and Shambaugh eds., Chinese
Foreign Policy: Theory ad Practice (Chearendon Press, 1995), pp.506-523.
5) 중국은 공식적으로 동맹관계를 추구하지 않으며, 동맹인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흥규 ∥ 215

한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이다.6) 물론 이는 과거 조공체계처럼 위계적 질서를 의


미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상대국과 관계형성의 친소관계, 협력의 범위와 정도를
일정정도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평가할 때, 형식적으로는 ‘전략적’관계가 중국
외교의 최상위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동반자 관계’는 일반 정상적 우호협력관
계를 넘는 관계를 지칭한다. 이는 근본적인 갈등이 존재하지 않으며 보다 우호적인 행
동을 전제한 관계이다.
1990년대 중반이후 중국 외교에서 널리 적용되기 시작한 동반자 관계는 21세기 들
어서도 지속되지만 특히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 주목된다. 이는 ‘전략적 동반
자 관계’의 급속한 확대이다. 중국은 브라질, 러시아, 미국 등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데
1990년대 사용하였던 ‘전략적’ 이라는 개념의 사용을 21세기 들어 더욱 적극적으로 채
택하였다. 이 개념의 적용범위는 강대국들은 물론이고, 주요 지역기구, 자원 부유국, 중
간 규모의 주변국 및 지역강국들로 확대되었다. 중국은 가능한 많은 국가들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자 하고 있으며, 이에 수반하여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외교 공
간은 급속히 확대되었다.
개념해석에 주의를 요하는 것은 모든 수식어가 양자관계를 정확히 다 설명한다고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붙은 수식어도 크게 다양하
나, 이들이 위계적 관계나 친소관계를 반드시 정확히 반영한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예
를 들면, 용어상으로는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관계가 가장 상위의 개념으로 보이나 “전
면적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수립하고 있는 중ㆍ베트남과의 관계가 “전략적 협업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있는 중ㆍ러시아의 관계보다 좋거나 중요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는 데 있어 이미 그 내용을 담고 있는 관계,
내용을 막 담은 관계, 담기로 합의하였지만 충분히 담지 못한 관계 및 미래에 담기로
합의한 관계에도 다 같이 같은 개념을 적용시킬 수 있다.7) 따라서 같은 개념을 사용한
다고 할지라도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국 양자관계의 특수성에 따라 추가적인 해석
이 필요한 것이며, 그 관계의 내용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다시 해석하면, 중국이
수립한 양자관계의 총체성을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형식상의 관계뿐만 아니라
양자 간의 역사와 상황 등 특수성을 동시에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동반자 관계의 해석에 주의할 점은 동반자 관계가 고정불변의 관계가 아니라

6) 이에 대해 더 자세히는 졸고, “중국의 동반자 외교,” 󰡔한국정치학회보󰡕 2009년 43집 2호


참조하시오.
7) 이에 대해서는 金正昆, “中國伙伴外交戰略初探.” 王緝思 總主編, 󰡔中國學者看世界󰡕 (北京:
新世界出版社, 2007), p.181.
216 ∥ 세계지역연구논총 29집 3호

는 점이다. 동반자 관계는 기존 양자관계의 국력의 격차, 역사와 특수성을 반영하면서


도, 새로운 국제정세의 변화, 양자관계의 변화에 따라 새로이 조정되고 정립되고 있다
는 점이다.

<표 2> 중국의 대외관계 유형8)


유형 나라 특징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전통적 우방에
적용되는 관계이며 동맹 관계는 아님. 북한
전통적 우호
북한, 알바니아9) 과는 “继承传统 面向未来, 睦邻友好, 加强合
협력관계
作”의 원칙아래 현재 실리에 기초한 정상국
가간 관계로 전환중
전략적 협업
러시아
동반자관계
전면 전략적 영국, 베트남, 파키스탄, 프랑스, 동맹관계는 아님.
협력동반자관계 브라질, 유럽연합
제3자를 겨냥하지 않음.
전면 이태리,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전략적동반자관계 덴마크, 아프리카 연합 양자관계를 넘어서, 지역적 혹은 세계적
전략적 협력 사안들을 논의.
인도, 한국, 이집트, 터어키
동반자관계
단기적인 사안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사안
독일, 베네주엘라, 아르헨티나, 멕시
전락적 코, 남아프리카 공화국, 나이지리아, 들도 논의.
동반자관계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캐나다, 아
세안, 앙골라
일부 사안의 갈등을 전제한 상태에서 상호호
전략적 호혜관계 일본
혜의 원칙에 입각하여 전략적 문제를 다룸
전략적 협력관계 알제리 일부 사안의 갈등을 전제한 상태에서 전
전략성 협력관계 말레이시아 략적인 측면에서 협력을 추구함
전면적 협력 크로아티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군사부문을 포함한 모든 부문에서의 협력
동반자관계 에디오피아, 페루, 칠레, 루마니아 관계 수립노력
협력 동반자관계 우즈베키스탄, 헝가리, 폴란드, 직접적 갈등이 없는 관계.
동반자관계 몽고 지역성 문제에 대한 협력 추진

8) 이 표는 중국 외교부의 지역에 대한 사이트인 http://www.fmprc.gov.cn/chn/pds/gjhdq/gj/


및 매년 간행되는 中華人民共和國 外交部, 󰡔中國外交󰡕자료를 바탕으로 2011년 11월 현재
재구성한 것입니다.
9) 2009년 체결
김흥규 ∥ 217

주변국들과의 관계로 친선우호 관계추구.


타지크스탄, 키르키즈스탄, 여타 동 베트남, 라오스, 필리핀 등은 모든 분야에
선린우호 관계
남아 국가군들 서의 협력관계를 추구하나 아직 이해갈등
이 존재함을 전제
적극협력 전면적 상호 갈등을 인정하면서 다방면에서 협력하
미국
관계10) 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관계
아직 선린우호나 동반자 관계에 이르지
전면협력관계 오스트레일리아 못했으나, 상호 다방면에서 협력을 추진하
는 관계
수교관계 기타 수교국들

한ㆍ중관계를 규정하는 정치적 개념도 변화해왔다. 탈냉전 이후 한ㆍ중은 1992년 정


식 국교수립에 합의하면서 “우호협력”관계(1992)를 수립하였다. 이는 중국이 주변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가장 초보적인 형식이다. 북한과의 관계 역시 ‘전통적’이란 수식
어가 붙기는 하지만 종종 이를 생략한 채, 우호협력 관계로 지칭하기도 한다. 이 경우
는 북한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 격하시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ㆍ중은 김대중 정부 들어 양국관계를 처음으로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하
여 “21세기를 향한 협력동반자”관계(1998)를 수립하였다. 과거 중국은 한국과 “협력동
반자” 관계에서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재설정하는 과정에서 북한 변수를 의식하
여 주저한 바가 있으며, 특히 ‘전략적’관계로 격상하는 데에는 부정적이었다. 노무현
정부 들어 동반자 관계를 모든 분야에서 적용시키는 “전면적 협력 동반자”관계(2003)
로 격상하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중국 측이 보다 고도의 단계인 ‘전략적’이란 수식어를
한ㆍ중 양국관계에 적용하기를 꺼려하였다. 이는 당시 중국이 생각하는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반영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전략적’ 관계는 양자 간의 관계를 넘어서는
문제들을 다룰 수 있기 때문에, 만약 이 관계가 수립된다면 북한문제를 한ㆍ중 양국
간의 대화에서 의제로 담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한ㆍ중은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2008)로 격상
하는 데 합의하였다. 이번에는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전략적’관계로서 한ㆍ중관계를
규정하고자 하는 태도를 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이는 중국 외교 관행으로 볼
때 특수한 경우다.11)

10) 클린턴 정부시절엔 [21세기를 향한 건설적 전략협력 동반자관계]였다. 현재는 이보다 격


이 떨어지는 관계로 볼 수 있다.
11) 2008년 “한ㆍ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형성과정에서 외교관계의 ‘격상’이란 표현
을 처음 한 것은 한국 측이었지만 이를 ‘전략적 관계“로 해석하고 제시한 것은 중국이었
218 ∥ 세계지역연구논총 29집 3호

이명박 정부 초기 추진한 친미소중(親美疎中)정책에 대한 중국 측의 적극적인 대한


(韓) 관여(engagement) 정책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중국 후진타오 주석은 2008년 8월
방한하여 중국 국가원수로서는 재임기간 중 최초로 두 번째 방한을 한 바 있다. 이명
박 대통령 역시 2008년 한해에만 취임 이후 후 주석과 세 차례나 만남으로써, 표면적
으로는 양국관계가 협력을 크게 강화했다는 이미지를 제공하였다. 양국 정상의 상호 빈
번한 방문은 과거 양국 정상의 임기 중 대부분 한 차례씩만 상대국을 방문하던 관례에
서 벗어났다.
한ㆍ중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수립한 것은 한ㆍ중의 현상을 반영한다기보다
는 양국이 수립하기를 희망하는 목표에 대해 합의한 것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이 관계를 수립함으로써
한ㆍ중은 적어도 향후 정식의제로 북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였
다. 한ㆍ중 양국은 이제 양자 간의 현안문제를 넘어서서 다자적이고 중장기적인 문제
등을 다루는 협의의 파트너로 상호 인정하였으며, 향후 국제무대에서의 더욱 협력을 강
화할 수 있는 분위기와 제도적 틀을 마련하였다.

2.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수립과 한중관계

지난 2008년 5월과 8월에 개최된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이룩한 가장 주요한 ‘제도적’


성과는 한ㆍ중간 관계를 중국 외교관계의 유형상 최정점에 있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킨 것이다. 중국의 적극적 태도는 중국의 제3의 교역국가라는 한국의 경
제적 위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차지하는 한
국의 전략적 중요성에 기인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중국은 지각변동을 하고 있는 동북
아 국제정치의 구조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잘 운용하는 것이 향후 지역 및 세계 질서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였다.
중국이 한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것은 우선, 이명박 정부의 한미
동맹 및 한ㆍ미ㆍ일 협력강화 정책에 즉응(counter-balancing)하려는 측면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핵ㆍ북한문제의 해결과정에서 한국과의 협력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인식도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최근 북한의 대미접근 정책의 결과로 최악의 경우 중
국이 고립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면서, 한국과의 관계 강화가 필요하였기 때문

다 (필자의 현장관찰 및 실무담당자와의 인터뷰). 이의 해석을 놓고 한ㆍ중 양국 간의 이


견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양국 모두의 필요에 의해 합의된 사항으로 해석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김흥규 ∥ 219

이다. 중국은 한ㆍ중간의 자유무역협정 체결문제 역시 경제적 이해를 넘어 보다 전략적


인 차원에서 공을 들이고 있다. 미 의회보고서는 후진타오가 국가주석에 취임한 이래
북한이나 일본은 한 차례만 방문하였으나, 한국은 두 차례(2005년과 2008년)나 방문한
점에서도 한국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관심을 보여준다고 지적한 바 있다(2008 Annual
Report to Congress). 올림픽 직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가 여전한 가운데 후진타오가
첫 해외 순방지로서 한국을 택한 것도 이러한 중시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여 두 가지의 정치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였다. 하나는 그간 한미동맹 강화에 따른 중국의 우려를 완화하려 하였다.12) 다
른 하나는 중국과 알력 강화에 대한 한국내의 우려에 반응하는 것이었다. 이는 어느
정도의 갈등을 상호 인정하면서 호혜의 원칙을 바탕으로 현안들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중ㆍ일간 “전략적 호혜” 관계 보다 ‘개념적으로’는 우위로 평가할 수 있는 관계를 수립
하기로 중국과 합의한 것이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수립은 북한 변수가 더 이상 한ㆍ
중 관계에 결정적인 장애요인이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이미 2007년 한국과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정신에 따라 군사 핫라인 개설에 합의함으로써 한ㆍ중
군사협력 분야에서도 북한의 변수가 더 이상 장애요인이 아님을 보여준 바 있다. 한중
은 이미 수립된 외교 분야뿐만 아니라 2011년 군사부분에서도 고위급대화 체제를 수립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제 경제를 포함하여 외교안보 분야를 통합하는 고위급 전략
대화의 형성을 남겨 놓고 있다.
단,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한ㆍ중은 비록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였지만, 한ㆍ중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형성은 현재형 이라기보다는 여
전히 현재진행형의 성격이기 때문에 새로운 양자관계에 따라 변화될 개연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 상황에서 중국 외교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은 미국, 러시아, 일본,
인도, EU 및 파키스탄과의 관계에는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한ㆍ중관계는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긍정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2000년의 마늘
파동, 2004년 및 2006년 중국 동북공정과 관련하여 양국간 중대한 위기가 발생하기도
하였고 한국내 반(反)중국 정서도 급속히 확산되었다. 2008년에는 중국내 반한감정 증
대가 양국나 주요 현안이 되기도 하였다. 역사문제가 불거져 나오기 전 한국 내 중국
에 대한 선호도는 2004년 61%에서 2005년 29%(동아일보 조사)로 급전직하 하였고,

12) 중국이 북한이나 알바니아와 맺고 있는 “전통적”관계를 전략적 관계보다 더 우위에 놓기


도 한다. 그러나 이 관계는 전통적인 우위를 존중하는 것이기는 하나 실제적인 측면에서
는 다른 전략적 관계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 특히 알바니아를 이 범주에
넣었을 때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220 ∥ 세계지역연구논총 29집 3호

2007년 현재 32%(매일경제, BBC 조사)로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ㆍ중 양국


은 김치파동(2005년) 및 황정일 공사 사태(2007년), 제2차 북미사일 발사 및 북핵 실험
(2009년), 천안함 및 연평도 사태(2010) 등에서 예시하는바 같이 한ㆍ중 양국은 위기관
리 능력을 상호 학습 중에 있다.
천안함ㆍ연평도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드러난 것처럼 한ㆍ중관계에 상호 불
신이 깊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중국 현지의 분위기를 들어 현재
한ㆍ중관계의 상황이 최악으로 악화되었다고 규정하기도 한다. 2011년 12월 19일 김정
일 위원장의 사망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듯이 한중간의 위기관리체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중국은 거의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정책을 관철시켰고, 한국 정부는
중국과 사건발생이후 가장 긴요한 52시간동안 중국 측과 소통을 할 수 없었다. 어찌되
었든 현재 한ㆍ중관계는 사려 깊고 신중히 다루지 않으면 언제든 폭발적인 갈등으로
전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면 양자관계의 외향적 성장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왜 이러한 깊은 불신이 내재되
어 있는 것일까? 주기론적 입장에서는 한ㆍ중관계가 현재 초기의 환상을 벗어나 보다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상호 갈등과 분쟁이 격화되는 시기로 인식할 수 있
다. 구조적인 관점에서 한중 경제는 경제적인 상호보완성이 강하였으나 점차 중국의 성
장에 따라 경쟁관계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행위자적인 차원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간과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행에서 중국을 견제한다는 심리 노출, 이 정부 출범초기 한미동맹에 대한 지나친 경
사, 정부 고위 대외정책 관계자들과의 접촉에서 경험한 중국인들의 좌절감 등은 이명박
정부를 친미적이고 반중정권이라는 인식을 강화하게 하였다. 또한 천안함 및 연평도사
태의 처리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측의 중국 측의 이해에 대한 무지 등은 한중관계를 악
화시키는 데 일조하였다. 중국 측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비핵ㆍ개방ㆍ3천” 원칙에 입
각한 대북정책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한반도의 불안정을 조성시키는 원인을 제공하여
중국의 국익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연평도 사태시 한국 측이
강조한 북한 도발시 원점 타격에 대한 입장 역시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 및 전쟁가능성
을 크게 높이는 것이고, 이는 중국의 핵심적 이익에 커다란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사
안으로 인식하였다.13)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이 모여 최근 한국 정부의 지난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측
에 선입견을 강화시키거나 재생산하게 하고, 오해의 여지를 안겨주어 한중관계에 부정

13) 필자의 북경 인터뷰 (2011. 1 15).


김흥규 ∥ 221

적인 영향을 미친것도 일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Ⅲ. 한ㆍ중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향후 한ㆍ중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할 것이다. 앞 장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행위자 개인들이 미치는 변수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변수로서 우리가 고
려해야 할 것은 중국내 전략적 인식의 변화, 북한변수, 미중관계 변수를 지적할 수 있다.

1. 중국내 전략사고의 분화

중국내 변수로서 더 이상 단일모델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분화하고 있는 중국내 다


양한 대외전략사고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14) 중국의 개방과 국력 증대에 따라 변화한
자국의 국제적 위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대외전략사고들이 존재한다. 이들 전
략사고들은 정책적 영향력의 확대를 위하여 서로 경쟁하고 있으며,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
해서도 깊은 함의를 지닌다. 이러한 다양한 중국의 대외전략 사고에 대한 분류는 여러 학
자들에 의해 시도되었다. 예들 들자면, 국제위기 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 및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웬펑(袁鵬)의 이분론, 북경대 주펑(朱峰) 교수, 한국 서진영 교수의 삼
분론, 미국 데이빗 샴보(David Shambough)의 7분론 등이 존재한다.15)
필자의 분류에 따르면, 중국 내 전략사고들은 대체적으로 전통적 지정학론, 발전도상
국론, 신흥강대국론 등 세 부류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사이의 전략논쟁 및 인
식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중국 외교의 행태를 이해하는 데 주요한 단초를 제공할 것
이다. 이는 중국 외교의 정책결정자들이 점차 복잡하고 복합화 되어가는 중국 외교의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이들 전문가들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1960년대 미국이 베트남전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예측하는 데 실패한 주요한 원인 중

14) 더 자세한 맥락은 졸고, “중국의 부상, 동북아 안보, 그리고 한국의 전략,” 󰡔미ㆍ중사이에
서 고뇌하는 한국의 외교ㆍ안보󰡕 (서울: NEAR 재단, 2011) 참조.
15) International Crisis Group, “Shades of Red: China’s Debate over North Korea,” Asia
Report No 179, 2 November 2009; 袁鵬, “中國外交须謹防大戰略失誤,” 󰡔現代國際關係󰡕
2010年 第11期, pp.12-14; 2011년 7월 22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주펑교수가 [중국의 부
상과 한반도]란 주제로 발제; 서진영, “중국 대외정책의 성향, 특징, 유형,” 󰡔21세기 중국
외교정책󰡕; David Shambaugh, “Coping with a Conflicted China,” The Washington
Quarterly (2010), Vol.34, No.1, 7-27.
222 ∥ 세계지역연구논총 29집 3호

하나가 당시 중국내에서 전개된 전략논쟁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16) 당시에 비해 보다 다원화된 오늘날 중국의 대외정책결정 환경에서 전략 사고
와 논쟁이 지니는 의미는 더욱 중요하다.

<표 3> 중국내 전략사고의 분화와 정책정향

전통적 지정학론 발전도상국론 신흥강대국론


국제적 지위인식 (전통) 강대국 발전도상국 신흥강국
미국과 관계 경쟁 협력 견제적 관여 (헤징)
중국의 동북아 위상 전통 강국 지역 강국 세계적 강국
일본과 관계 적대적 협력 → 견제 및 대립 포용 대상
현상유지 원칙, 변화
한반도 정책 영향력 회복 현상유지
가능성도 내포
기회주의적: 적극 포용
대 한국 정책정향 비우호적 외교적 견인의 대상
혹은 배제
전략적 자산이자
북한에 대한 인식 전통우방, 전략적 자산 문제아
부담의 이중성 인식
정치적 지원과 경제적 지원과 압력을 포함한 복합적
대북 정책수단
경제원조 외교적 설득 수단
신중함 속 한미와 다자주의 선호,
급변사태 대응 군사적 개입
양자적 해결 모색 기회주의적
순망치한
도광양회 유소작위 (有所作爲),
대표 개념 (脣亡齒寒,완충지대),
(韜光養晦) 대유작위 (大有作爲)
돌돌핍인 (咄咄逼人)
출처: Heungkyu Kim, “From a Buffer Zone to a Strategic Burden: Evolving Sino-North Korea
Relations during Hu Jintao Era,”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 Vol. XXII, No.
1, Spring 2010의 Table 1을 기초로 추가적 내용 포함.

전통적 지정학파는 과거 강한 중국에 대한 향수를 강하게 공유하고 있으며, 이의 부


활을 희망한다. 미국과 협력이나 조화보다는 구조적 경쟁관계에 더 주목하면서, 지정학
적으로 중국의 세력권과 완충지대의 확보를 중시한다. 이들의 관점에서 북한은 중국의
전통적인 세력권이면서 미국을 견제할 완충지대로서 전략적 중요성을 띈다. 따라서 북
한에 유사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면서 어떠한 형태로든 적극 개입하
여 북한을 보호하고 영향력을 유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전통적 지정학파의 핵심개념
과 언어는 비록 현재 중국의 공식적인 외교수사에서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노년 세대,

16) 이재선 옮김, 󰡔중화인민공화국󰡕 (학민사, 1988), pp.207-208.


김흥규 ∥ 223

군부, 네티즌 및 대다수 한반도 전문가 들이 그 주요 담지세력이다. 이들은 한국과의


관계를 전통적인 혹은 과거 냉전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동시에 한미동맹
정책에 대해 적대적이다.
발전도상국론은 후진타오 시대에 중국 외교전략 사고의 주류를 형성하였다. 이들은
중국을 강대국이 아니라 발전도상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이에 합당한 대외전략과 대외
정책을 구사할 것을 중시한다. 능력을 기르면서 때를 준비한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론
은 이러한 전략적 사고를 잘 설명한다. 이 전략사고는 중국이 적어도 2020년 중등 생
활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미국을 위시한 강대국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주변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 북한은 동북아 정세를
불안정하게 하고, 미국과는 물론이고 한국과도 갈등과 마찰을 불러일으킬 문제아적인
성격이 강하다. 북핵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도 미국과 갈등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하는 입장이다.
대한반도 정책은 중국에 불리할 불안정성 및 불확실성의 증가를 방지하기 위하여 현
상유지 정책을 선호한다. 한국과는 불필요한 분쟁을 지양하고 실리적인 관점에 입각하
여 경제적 협력을 확대하고 한중우호의 기초를 강화하고자 한다.
2010년 중국 총리 원자바오가 UN총회에서 중국이 발전도상국이라고 언명하면서 연
설을 시작한 것은 바로 이러한 시각을 잘 드러내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2010년
중국의 공세적인 외교로 인해 세계적으로 새로운 중국 위협론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
서 2010년 12월 중국 외교의 수장인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향후 5년간 중국 외교의 방
향을 제시한 “평화적 발전의 길”이란 장문의 글 역시 이러한 시각을 잘 담고 있다.17)
신흥 강대국론은 최근 중국의 성공적인 경제발전과 국력의 신장, 이에 따른 자신감
의 증대를 반영하면서 중국 일반인과 엘리트 사이에서 지지층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이제 성장하고 있는 신흥 강대국으로서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
국의 이해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 외교가 해야 할 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소작위(有所作爲)적인 특성을 더 강조하는 사고이다. 제17차
당 대회 보고는 이러한 사고를 반영하는 수사들이 부각되고 있다. 세계적 금융위기 이
후 중국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일부도 기존의 “발전도상국론”적 사고를 넘어 이러한
사고로 전환했다는 전언도 존재한다.18) 이는 최근 중국의 대외정책관련 정책결정의 환
경을 더욱 복잡하게 하는 주요요인 중 하나이다.

17) Bingguo Dai, “Stick to the Path of Peaceful Development,” China Daily December 13, 2010.
18) 필자의 북경 인터뷰 (2011. 1. 20).
224 ∥ 세계지역연구논총 29집 3호

이러한 전략적 사유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을 피하면서도 다자


주의나 국제기구들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의 국익을 개진해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슈에 따라서 필요할 경우 미국과 일정한 정도의 마찰도 감수할 것을 주장한다.
2010년에 “중국의 핵심이익” 개념을 대외관계에 적극적으로 적용시키면서 미국과 알력
을 빚은 것도 이러한 사고를 반영하는 것이다. 천안함 사태에서도 이들은 한반도 서해
지역이 “중국의 핵심이익”에 속한다고 주장하면서 미 항모의 서해 진입을 저지하기도
하였다.19)
이들에게 북한은 발전도상국론과 마찬가지로 문제아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발전
도상국론과의 차이점은 중국의 전략적 이해에 따라 필요하다면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
로 활용할 의지를 더 강하게 지니고 있으며, 역으로 더 강력한 제재나 기존 대북전략
의 변화를 고려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기회의 창이 열리면, 중국의 전략적
이해를 증진시킬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서방 국제정치의 논리
대로 강대국과 약소국의 관계로 한중관계를 다루려는 경향이 강하며, 세력전이의 상황
에서 한국을 적극 견인하려 하고는 전략적 사유를 지니고 있다.
최근까지 현 대외담당 국무위원인 다이빙궈가 2010년 말에 발표한 글 “평화발전의
길,” 최근 10월 23일 전(前) 대외담당 국무위원 탕자쉬엔이 21세기 중ㆍ일우호협회의
개막식에서 한 연설은20) 중국의 공식적인 외교수사가 여전히 ‘발전도상국론’적인 입장
에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점차 ‘신흥대국론’적 입장과 절충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중국 공산당 정권의 정통성 문제와 연관될 핵심이익과 관련한
사안, 혹은 영토, 주권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조용한 외교’의 입장을 넘어 보다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태도를 취할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부상은 ‘신흥강대국
론’을 강화시키는 객관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중국 외교는 점차 민족주의적 정
서 및 사회적 압력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을 것이다.
중국의 현 대한반도 정책은 한반도의 안정과 현상유지를 지키는 것이 자국의 전략적
이해에 부합한다는 기조위에 서 있다. 주류인 발전도상국론의 입장은 미국과 묵시적으
로 한반도 현상유지에 상호 공통의 이해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우려
하는 것은 강한 민족주의 정서를 담은 ‘전통적 지정학파’의 주장이나 ‘신흥 강대국론’
자들이 과도하게 중국 외교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중국이 보다 공세적이고 대립
적인 외교정책을 채택하는 상황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북한 급변사태를 포함하여 한

19) 중국의 최근 핵심이익 논쟁과 관련하여 잘 정리된 글은 Michael D. Swaine, China’s


Assertive Behavior on Core Interests, China Leadership Monitor No. 1-25.
20) http://www.fmprc.gov.cn/chn/gxh/zlb/ldzyjh/t869927.htm (2011. 11. 25)
김흥규 ∥ 225

반도의 장래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향후, 중국의 민주화과정, 중ㆍ미관계
의 악화, 한국의 대중 및 대북정책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이러한 부정적인 시나
리오가 현실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 북한문제

북한문제는 한ㆍ중관계에 장애요인으로서 인식되어 왔다. 북핵 및 북한문제의 해결


없이는 한ㆍ중관계는 향후에도 새로운 도약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이미 언급한 바대로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의 변화는 냉전시기 이데올
로기 중심에서 벗어나면서 보다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 외교는
북한 일변도였던 대 한반도 정책에서 벗어나 점차 균형외교를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제2차 북핵 위기과정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현상유지(북한정권의 유지), 비
핵화 목표로 우선순위를 정립한 바 있다. 중국은 이러한 대 한반도 정책목표를 실현하
기 위해 미국과 대한반도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남북한 균형외교를 통해 남북한 양측에
영향력을 유지ㆍ행사하려 노력하고 있다.
북ㆍ중관계는 전통적인 특수혈맹관계에서 점차 (이익에 기반한) 정상국가 간의 관계
로 전환 중에 있다. 과거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주요한 변수였던 북ㆍ중 지도자간
특수 유대 및 이데올로기적 연대 등은 크게 약화되었다. 현재는 “전통적 우호협력(傳統
的友好合作)”관계라고 규정하고 있다.21) ‘전통적’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
한 해석은 다양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평가할 때, 북한의 대중 전략적 가치는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고 볼 수 있다.22)
단기적으로는 중국 지도자들의 대외정책에 대한 보수성, 타협을 중시하는 정책결정
체제의 특성, 북핵문제, 한ㆍ중 신뢰수준, 불확실한 미ㆍ중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한반
도의 안정을 중시하는 정책, 즉 현상유지 정책을 더 선호하고 있다. 단, 이를 친북정책
과 동일시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김정일 위원장 사후 드러난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방향에서도 잘 드러났다. 중국은 한반도 안정을 위해 북한의 신생정권에 대
한 지지를 신속하고 분명하게 드러냈지만, 동시에 국가 대 국가의 관계, 즉 국가이익에
기초한 관계를 강화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23)

21) 이에 대해서는 중국 외교부의 http://www.fmprc.gov.cn/chn/pds/gjhdq/gj/yz/1206_7/sbgx/


사이트 참조 (2011. 11. 21).
22) 이러한 언급은 최근 중국 전통적 지정학파에 속한다고 평가되는 주요 한반도 전문가들과
의 대화에서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226 ∥ 세계지역연구논총 29집 3호

중국은 김정일 시대에 본격적인 개혁과 개방정책의 채택이나 핵무기의 포기는 어렵


다고 보고,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여러 준비 중 하나는 후계자가 본격
적인 개혁 개방정책을 채택할 근거를 마련해 주기 위하여, 김정일 방중시 중국의 개혁
과 개방정책의 성과에 대해 긍정적인 표현들을 남기도록 유도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북
한이 현 상황으로는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비책도 보다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있다. 북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할 전망
이다. 동시에 급변사태에 대비해 미국 측과 다양한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
며, 조건이 무르익으면 한국 측과도 이러한 접촉을 할 개연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경제적 협력의 규모, 탈냉전의 국제정치, 교류의 급속한 확대 등 다양한 변수들을 고
려할 때, 중장기적으로는 한ㆍ중관계가 북ㆍ중관계 보다 더 중요해지는 추세에 있다.
중국의 주요 전략가들이 이를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 예로, 2010년 정
의화 국회부의장 방중시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의 표현이 “중국이 북ㆍ중관계를 한ㆍ
중관계보다 더 중시한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표현을 했다는 전언이다.24) 중국내에서는
이미 한반도를 단지 지정학적 공간으로만 보기보다는 지경학적인 공간으로 인식하면서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유리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변화하는 역내 구조와 중국의 이해를 담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25)
중단기적으로 중국은 현상유지 정책을 펴고,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
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해를 잘 활용한 북한 관련 대중정책의 수립은 한ㆍ중관계를 더
욱 진전시킬 수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할 수 있다. 한ㆍ중관계는 외교적 공간
으로 인식하는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고, 한ㆍ중관계에 있어 한국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한반도 통일을 추구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전략적 이해와 중국이라
는 실체를 배제한 체, 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현재로서는 중국과 더불어
한반도의 통일을 추진하는 전략 (和中)의 추진이 불가피 한 것으로 보인다.

23) 이러한 관점이 잘 드러난 것은 Editorial, Global Times December 21, 2011.
24) http://blog.naver.com/cleanchung?Redirect=Log&logNo=140113456416 (2011. 11. 21)은
정의화 국회부의장의 왕자루이 대외연락부 부장과의 공식 면담내용을 전하고 있다.
25) 이 주장은 金景一ㆍ金强一, “朝鮮半島的地緣政治意義及其對我國的影響硏究,” 󰡔中國外交󰡕
2008. No. 11.
김흥규 ∥ 227

3. 미ㆍ중관계

동아시아에 이미 현저하게 자리 잡은 미ㆍ중 양자체제가 한국은 물론이고 한반도의


운명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26) 이 이해하기 어렵
고 변화하고 있는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하느냐는 향후 한중관계의 형성에도 대
단히 중요한 변수가 된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미중관계는 공세적 정치현실주의가 예측하듯이 전쟁으로 귀
결되기 보다는 미중 ‘전략적’ 협력체제와 같은 다른 복합적인 관계를 형성할 개연성이
더 크다.27) 현미ㆍ중관계가 갈등과 협력의 이중성을 안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28) 부상하는 강대국과 기존의 강대국이 상호 깊은 전략적 불신을 지니고 있는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이 두 강대국 관계는 동시에 21세기의 구조적 차원에서 정책의
선택에 강한 제약을 받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과거와 달리 헤징을 넘어선 대중 포용중시 정책을 채택하였다. 이
는 그간 국제정치경제 체제의 차원의 변화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전술적이고 정책적 차원에서 임시변통적으로 채택한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보
다 구조적인 요인들을 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현재 지니는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와
경제력에도 불구하고29) 이제 미ㆍ중 양국은 상대를 적으로 상정하면서 일방적인 우위
를 추구하거나, 상대에 절대적인 불이익을 강요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냉전시기에 미ㆍ소 간 전략적 합의는 각기 보유한 핵무기의 상호확증파괴 능력과 이를
현실적으로 인정하면서, 상호 요격능력을 제한한 반(反)탄도 미사일(ABM: Anti-Ballistic
Missile)체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이러한 공포의 군사적 (핵) 균형에 덧붙여, 미소

26) 이러한 미중관계 변수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는 국내학자로는 이동률 교수를 들 수 있다.
27) 이에 대한 대표적인 저작은 John J. Mearsheimer, The 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
(New York: Norton, 2001).
28) 이러한 미ㆍ중관계의 이중성을 잘 설명한 글은 김재철. “미ㆍ중관계의 변화와 한국,” 󰡔우
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편, 2010), pp.165-210; 최우선.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대응,” 󰡔주요국제문제분석󰡕 (외교안보연구원, 2011/1/18).
29) 미국 군사비의 세계 군사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1986년에 28.2%, 1994년에
34.3%, 2009년 46.5%를 점유하여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미국의 압도적인 단
극성을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생산력을 크게 초과하는 과도팽창의 예이기도 하다.
http://www.globalissues.org/article/75/world-military-spending#USMilitarySpending 은
2009년 통계를 말해준다. 군사비 과도팽창이 패권쇠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논
의는 Paul. Kennedy, 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 (New York: Vintage
Books, 1987).
228 ∥ 세계지역연구논총 29집 3호

는 상호의존적이기보다는 독립적으로 운용한 경제체제를 바탕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분


할체제를 유지하였다. 그 결과 ‘열전’이 아닌 ‘냉전’이라는 독특한 국제정치적 현상을
창조해냈다.
21세기의 국제정치 환경은 미ㆍ중간 미ㆍ소가 냉전시기 유지했던 공포의 핵균형 상
황은 유지되고 있지 않다. 이는 미국의 중국의 핵 능력이 미국에 비해 크게 취약하고,
제2차 핵 보복능력을 지녔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포
함한 어느 국가도 상대 핵강대국의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구나 세계는 이제 시
장경제라는 하나의 경제체제로 통합되어 있고, 강대국들은 상호 의존성과 취약성으로
긴밀히 결합되어 있다. 특히 미ㆍ중 경제는 이제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긴
밀히 결합되어 있다. 중국은 미국의 국채를 1조 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고, 중국의 경제
적 안정은 미국의 경제적 건실성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또 하나의 새로운 특징은
수초이내 전 세계적으로 정보 교류가 가능한 새로운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
다. 이는 강대국의 일방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행위비용을 대폭 증가시키고 있으며, 일방
적인 전쟁이나 패권전략은 국내에서조차 지속적인 지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대
국간 전쟁을 구조적으로 제어하는 삼중 장치는 냉전시대의 공포의 핵 균형체제 보다
더 완고하다.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우위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이고 일방적인 승리를 장담할 수 없
는 군사혁명의 시대 및 대량살상무기가 보편적으로 확산되는 시기에 진입해 있다는 것은
이시대의 중요한 특징이다. 미ㆍ중간 일방이 절대적 군사우위를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무기ㆍ방어체계, 예를 들면, 잠수함발사 탄도 미사일(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사이버 및 우주무기, 전역미사일 방어계획(TMD: Theater Missile Defence)체제
분야에서 획기적인 우위를 꾀하려 한다면, 미ㆍ러간은 물론이고 미ㆍ중간에도 전략적 갈
등과 알력이 격화될 것이다. 그러나 현대 국제정치경제 체제에서 군사우선주의는 정치ㆍ
경제적 비용이 높고, 정당성의 위기를 가져오며, 목표실현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미ㆍ중
은 국부적으로는 여전히 갈등과 경쟁을 지속하겠지만 안보 분야에서의 절대 우위를 확보
하기 위한 고비용 정책을 채택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상대적인 경제력 비중은 점차 약화되고 있고, 특히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이후의 국제정치경제 체제에서 미국이 단독으로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G20의 형성이 그 단적인 예이다. 단독으로서는 해결할 수 없
는 세계적인 당면 이슈들이 대두되고 있어, 미국 역시 다른 강대국들과 협력이 절실하다.
세계화 시대에 장차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중국과
의 전략적 타협과 협력은 이제 더 이상 옵션이 아니며, 미국 세계전략을 고려하는 데
김흥규 ∥ 229

필수불가결한 구성요소가 되고 있다.30) 21세기 미ㆍ중 전략적 공동제휴는 경제적으로


민감한 상호의존상황의 구조적 제약성을 인정하고, 협력을 통해서만 해결 가능한 범세
계적인 환경, 기후, 질병, 에너지, 테러 등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2011년 1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미ㆍ중정상회담의 결과는 이러한 현실의 구조적인 제약
성을 상호 인정하고 양국 관계를 향후 “전략적 경쟁”보다는 “전략적 협력”관계 위주로
운용하겠다는 가시적인 노력으로 이해해야 한다. 2011년 더욱 명백히 나타나는 미중간
의 갈등과 경쟁도 이러한 틀 안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인정
하면서도 중국의 행태를 자국의 전략적 이해 안에서 관리하게 하기 위하여 가용할 수
있는 자원들을 활용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영합게임의 논리에 입각한 극단적인
경쟁이나 갈등상황과는 다르다.
미ㆍ중관계가 ‘전략적 협력’관계의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미ㆍ중이 극단적인 갈등을
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으로 몰리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미ㆍ중이 협력을 강화하여 한국을 뛰어넘어(Korea-Passing) 한반도의 운명을 결
정하는 상황을 우려해야 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에 가깝다. 우리는 이미 구한말 미ㆍ일
간의 카쓰라-테프트 밀약으로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한 담판, 1971년 미국의 키신저와
중국의 저우언라이 간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양자합의 등에서 한국의 이해가 배제된
역사적 경험을 지니고 있다.
변화하는 강대국 관계를 읽어내는 것은 역사적으로 강대국이 아닌 국가들에게는 종
종 절대절명의 의미를 지닌다. 현 상황에서 보다 분명해지는 것은 일변도 외교나 편승
외교로서는 한국이 추진하는 현상변경의 정책을 달성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Ⅳ. 실제 경험에서 본 한ㆍ중관계

1. 천안함 사태

천안함 사태는 2010년 연초부터 미국의 대만무기판매, 달라이 방미문제, 환율조정문

30) 중국이 어느 시점에서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되는 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금융


위기 이전에는 2040년을 전후한 시점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에
는 2020년 직후로 예측하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거시
경제 예측기관인 Global Insight’s World Overview의 2011년 10월 15일 평가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 미국의 경제규모를 앞지르게 된다.
230 ∥ 세계지역연구논총 29집 3호

제, 무역마찰 등으로 미ㆍ중 간에 갈등을 겪다가 다시 관계를 개선하려는 시점에서 발


생하였다. 이는 미ㆍ중갈등의 재 점화 및 한ㆍ중관계 악화를 야기할 수 있었던 사안으
로서 중국 외교에 심각한 딜레마를 안겨 주었다. 천안함 사태 초기, 중국 외교는 이 사
안에 대한 대처방안을 놓고 방향을 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가 추진하
는 책임 있는 강대국외교와 한반도에서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는 사안이었
기 때문이다.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2010년 5월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시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
고, 천안함 사태를 북한이 도발한 것이냐를 세 번씩이나 반복해 질문한 것으로 알려진
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를 모두 부인하였다. 또 러시아의 천암함 조사단은 중국에게 현
재 국제조사단의 결론은 그 자체로는 북한의 도발이라는 확증을 주지는 못한다는 취지
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천안함은 북한의 도발이라는 심
증은 존재한다 할지라도 물증이 부족한 사안으로 남아 있다. 중국 내부에서도 천안함
대응 방식을 놓고 보다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외교부, 북한의 입장을 배려하려는 대외
연락부 및 한반도 전문가 그룹들, 보다 강경한 처방을 주장하는 군부 등 각 부처 간
견해차가 존재하였다.
2010년 초 천안함 사태가 발생하였을 때 발전도상국론에 방점이 가 있는 외교부는
한ㆍ중관계를 중시하면서 비교적 온건하고 신중한 대응 태도를 유지하였다. 중국 외교
부의 이와같은 태도는 천안함 사태 초기에 한국 측에게 천안함 사태 관련 대중외교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형성하게 한 주요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미 항모가 서해에 들어와 한미군사훈련을 수행할 계획이 알려진 이후 민족주의
와 애국심을 동원한 전통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중국 내 천안함사태와 관련한 강경 분위
기를 주도하였다. 군부가 그 대표적인 세력중 하나이다. 중국 군부는 한국 측의 초청으
로 미 항모 조지 와싱톤 호가 서해수역 진입하려는 계획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였다.
이러한 격렬한 반응은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중국 군부측은 한ㆍ중 간 경계수역인 서
해 (황해)를 핵심이익 영역으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중국 국방대학 전략연구소의 양이(楊毅) 해군소장은 미 해군이 서해에서 대잠수함 훈련
을 강행하는 것은 중국 국익에 대한 도전이자 중국인민들에 모욕을 주는 처사라고 강
하게 비판했다.31)
중국은 중국 동해 (상하이와 저장성 앞바다)의 모 해역에서 6월 30일∼7월 5일에 실
시된 이 훈련에는 많은 해군 함정과 전투기들이 참여, 현대 전자전과 합동작전 능력을

31) 󰡔한국일보󰡕, 2010. 08. 04.


김흥규 ∥ 231

시험했다. 중국은 이 군사훈련이 ‘관례적인 것(例行性演練)’이라고 하면서도 7월 25일


부터 시작된 한ㆍ미 연합군사 훈련에 대한 ‘경고’의 성격임을 숨기지 않았다. 실탄사격
훈련 마지막 날인 7월 5일 인민해방군 고위 간부는 “미국 항공모함이 황해에 들어오면
살아있는 표적이 될 것”이라고까지 경고했다.32) 중국 외교부 역시 여론을 등에 업은
군부의 입장에 밀려 미 항모의 서해진입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전환하였다. 결과적
으로 볼 때, 미국은 중국의 이러한 입장을 존중하면서 서해에 항모진입훈련을 하는 대
신 동해에서 훈련을 수행하였다.
중국 군부가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구사한 것은 최근 군부의 약화되는 국내적 입지
와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양안 긴장의 완화, 미ㆍ중관계의 전략적 협력단
계로의 진전 등은 군부의 입지를 더욱 축소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그 결과, 2007년 17
차 당대표대회에서 그 정치적 영향력은 약화되었고, 심지어 2010년 국방비 증가율은
대폭 낮아져 최근 20년 동안 최저인 7.5% 증가하는 정부 예산안이 제시되었다.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중국 군부는 주청후, 뤄웬, 양이, 펑광첸 등 일부 퇴역 장성들을 내세워
강경 분위기를 주도하였으며, 2012년으로 예정된 중국의 지도자 세대교체와 맞물리면
서 군부는 정치적 입지를 확대하려 시도하였다. 군부의 이해를 대표하는 당 중앙군사위
원회는 후진타오 주석에게 본래 9월로 예정된 방미를 연기하도록 건의하였다는 설도
있었다. 군부의 영향력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후진타오 주석의 방미는 결국 2010
년 9월이 아닌 2011년 1월에서야 이뤄졌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논쟁과정에서 남중국해를 중국의 핵심이익의 지역으로 본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중국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은 2009년 7월 미국과 전략ㆍ경제
대화에서 스스로 천명한 중국의 3대 핵심이익, 즉 당의 집정능력, 영토 및 주권, 지속
적인 경제발전 및 사회안정과 관련한 사안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중국은 이를 계기로
상대방의 핵심이익을 존중하자는 제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는데, 천암함 사태로 인
한 미ㆍ중 갈등과정에서 군부의 일부 장성이 남해를 중국의 핵심이익지역으로 정의하
면서 대외관계에 확장시켜 적용하려 시도하였다.33)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러한 중국 일부의 주장에 대응하면서 7월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남중국해 문제가 “미국의 중요한
외교적 사안”이라고 주장하여 미ㆍ중간 갈등을 노정하였다. 그리고 남중국해 문제의 국
제화를 회피하고 양자간의 문제로 국한하고자 하는 중국의 입장에 반하여, 중국과 동남

32)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116100002&ctcd=
C01&cpage=16
33) 중국은 공식적으로 남해를 핵심이익지역으로 공포한 바는 없다.
232 ∥ 세계지역연구논총 29집 3호

아 국가들의 영유권 분쟁을 해결할 국제적 메커니즘 구축을 제안하였다.34) 당시 한반


도에서는 한미 연합군사 훈련을 지속하고 있었고, 중국은 이에 대해 다섯 차례에 걸친
군사훈련으로 대응하여 긴장의 파고를 높였다.35) 천안함 사태는 결국 한ㆍ중간, 미ㆍ중
간, 그리고 잠재적으로는 한ㆍ미간에도 긴장과 알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귀결되었다.

2. 연평도 사태

북한은 2010년 11월 한국의 영토인 연평도에 포격을 가해 민간인까지 사상자를 초


래하였다. 이는 분쟁지역이 아닌 한국의 영토를 직접적으로 공격하였다는 점에서 국내
외적으로 대단히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중국은 방한예정이던 양제츠
외교부 부장 대신 중국외교의 실무 사령탑인 다이빙궈 국무위원을 1월 26-7일 양일간
한국에 급파하여 중국이 이 문제를 대단히 중시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의 주 임무는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충분한 의견 교환을 통해 한국의 입장을 듣고 상황파악을 하
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입장에서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사태를 통해 일관
되게 관심을 가졌던 것은 정의의 실현이나 시시비비의 문제라기보다는 한반도의 안정
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문제였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은 정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미국
역시 공유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연평도 사태에서 북한이 가장 중시한 것은 대외정책보다는 김정은 세습과정에서 정
당성의 확보 노력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의 군부에 대한 배려와 국내정치안정
효과 역시 중요한 요인이었을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첫째, 한국군이 군사적 대응을 하
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과 남ㆍ남 갈등 유발, 둘째, 중국은 결국 북한과 관계를 강
화하는 정책을 채택할 것이라는 점과 중국에 대한 압박 효과, 셋째, 미국을 협상장으로
유인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ㆍ중관계, 한ㆍ중관계 더 나
아가서는 한ㆍ미관계가 갈등을 일으킨다면, 이는 혼란을 일으켜 필요한 목적을 달성하
는 혼수모어(混水摸魚)의 전략을 달성하는 것이다.
현재의 여러 정황을 놓고 볼 때, 대외적으로는 혼란을 일으켜(混水), 미ㆍ중간 및 한
ㆍ중간 갈등을 확대하는 데도 일정정도 성공하였다. 단기적으로는 일정한 목표달성에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행태가 미ㆍ중관계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
는 상황에 대해 대단히 우려하면서 불쾌해 하고 있다. 미ㆍ중간는 북한의 행태를 어떻
게든 견제하고 관리해야겠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의 행태는 중

34)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431975.html
35) http://www.asiatoday.co.kr/news/view.asp?seq=383029
김흥규 ∥ 233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고립을 가중시켜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평도 사태 발생이후 한ㆍ중관계는 다시 불협화음을 낳았다. 북한의 명백한 도발에
대해 한국 측은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을 비난하고 재제에 동참해주기를 기대한
방면 중국 측은 상황의 안정과 관리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다이빙궈가 방한한 이후
제시한 6자 수석대표들 간의 회담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측은 이
를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북한 편에 기울어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수순을 밟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강한 불만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그 다이빙궈가 곧 평양을 방문하여 북한의
수뇌부에게 북한이 문제를 일으켜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중국은 북한을 결코 지원하
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였다.36) 이는 간접적인 경고를 선호하는
중국의 대북 외교의 행태로 볼 때 드물게 강경한 방식을 채택한 것이었다. 중국은 동
시에 각종 채널을 통해 북한과 접촉하면서 분쟁지역이 아닌 타방의 영토에 대해 공격
을 한 것은 중국 측이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37) 북한은 결국 한국의 민간
인 사상자가 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고, 동시에 한국의 군사훈련에 대한 대응은
그들의 강경한 언명과는 달리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2010년 연평도 사태를 통해 북한은 중국과 북한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분명히 다르
다는 것을 다시 절감하였다. 2010년 5월 및 2011년 5월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시 북ㆍ
중 양국 간에 오간 화려한 수사와 행적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이 원하는 것을 주
기보다는, 오히려 대북 영향력 및 견제력 확대하려는 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하였
다. 북한은 당초 예상한 6자회담에 대한 주도권을 획득하지 못했을 뿐 만 아니라, 한반
도 안정과 관련한 중국 측의 강경한 입장을 전달받았고, 필요한 경제지원도 충분히 얻
지 못했다. 대신, 북한의 대외정책은 물론이고 내정에 대한 중국의 개입의지를 확인하
였다. 아울러 원자바오 총리는 북한이 정권의 생존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현 단계에
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중국식의 개혁ㆍ개방 정책을 채택하도록 직접적으로 권유하였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과히 유쾌하지만은 않은 결과로 보인다.
연평도 사태의 발생 원인에 대한 다양한 논란이 존재하지만, 그 중 분명한 것 중 하
나는 김정은 체제의 구축작업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북한은 이 사태를 통해
북한이 중국의 국가이익에 얼마나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인지를 재확인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3대 세습을 추진하는 과도기 시기가 역내
안보에 얼마나 불안정하고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는 지도 잘 드러내 주었다. 현 중

36) 필자의 북경 인터뷰 (2011년 1월 15일)


37) 필자의 북경 인터뷰 (2011년 5월 10일)
234 ∥ 세계지역연구논총 29집 3호

국의 대북외교는 미ㆍ중간 불신은 물론이고, 동북아 전략구도에서 지정학적인 측면에


얽매여 결국 북한을 전택할 수밖에 없는 전략적 제약이 개제되어 있다. 최근 중국 외
교는 표면상 북한의 전략적 판단 범위내에서 움직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연평도
사태는 중국으로 하여금 현재의 대북정책이 과연 중국의 국가이익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 및 내부 논란을 크게 증폭시켰다.

Ⅴ. 동북아 국제정치구도와 한국의 대응방안

만일, “국제정치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라는 격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한반도


정세와 관련하여 강대국들은 반드시 그들의 이해관계에 입각한 게임을 진행할 것이고
이는 한반도 문제를 보다 복잡하게 하는 요인일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천안함 및 연
평도 사태를 통해 잘 드러났다. 중국은 끝내 자신의 전략적 이해를 바탕으로 동 사태
들을 해석하면서 안정을 중시하였다. 러시아는 중국과 미국, 한국과 북한사이에서 자신
의 존재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폈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한국의 입장을 적
극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결국은 중국과의 타협을 통해 불완전한 의장 성명을 채택하였
다. 특히 황해상의 미 항모 진입을 놓고 갈등하면서도, 결국은 일정 선을 놓고 미ㆍ중
은 타협하여 새로운 공존의 묵계를 만들어 냈다.
현재 및 가까운 미래상황에서 편승전략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북핵 관련 목표를 달
성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준의 한ㆍ중관계 및 대중외교로는 우
리의 국익을 관철하기는커녕 국익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미ㆍ중간 어느
누구도 타방을 강요할 수 없는 시대, 즉, 두 ‘메가파워’의 강대국이 일정한 지분을 유
지한 채, 협의와 타협에 의해 주요 역내문제를 해결하려는 구조로 전화하고 있는 상황
에서 편승전략은 최소한의 생존전략으로는 합당하겠지만 국면을 돌파하는 전략으로서
는 그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강(强)중견국으로서 한국이 취할 전략은 각 네트웍의 가교역할을 추구하는 것이다.38)
이는 각 네트웍의 중심이 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독특한 위상으로 말미암아 실제 정
보의 흐름을 관리, 통제, 연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각 네트웍에서 유용성을 인
정받는 것이다.39) 이러한 역할은 자신의 역량을 기반으로 세력균형의 한 축 역할을 담

38) 가교외교 개념은 신각수의 글에서 착안하였다. 이 글은 신각수, “架橋外交構想: 韓國多者


外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서,” 󰡔국제관계연구󰡕제15권 제1호 (통권 제28호).
39) 이러한 구상은 Ronald Burt, “Structural Holes versus Network Closure as Socail
김흥규 ∥ 235

당하려는 균형자와는 다른 개념이다. 균형자는 한국이 실제 한축에 가담함으로써, 세력


의 균형을 바꿀 수 있는 역량을 지니는 지도 의문이지만, 양측으로부터 모두 배제될
개연성도 크다.
우리가 바라는 구도는 한국이 양극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함으로써 우리의 역할을 극
대화하는 것이겠지만, 현실은 양극에 대해서보다는 북한을 놓고 미ㆍ중사이에 가교역할
을 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즉, 우리의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를 강
화할 때만이 미ㆍ중에 대한 우리 외교의 역할은 강화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
도 모두가 상호소통하고 가교 역할을 하는 공존의 구도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런 차원에서 평가할 때, 한국은 북한과 소통구조를 확대해야 하며, 양지와 음지가 결합
한 교직전략, 즉 안보와 관련한 원칙을 지키고 필요한 대비책을 강구하면서도, 북한 고
립이 아닌 관여정책을 추진하여 우리의 정책옵션을 확대하는 계기와 묘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남북한 모두의 국내정치적인 요인을 감안할 때, 이 전략을 채택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현 상황에서 우리의 외교적 옵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협력을 유지하고
(協日) 러시아와는 소통과 교류를 강화(交俄)하는 전략은 필수적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원칙성을 전제한 포용외교(包北)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북한의 행태가 국제정치적 보
편성에서 일탈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외교원칙들은 당분간 한국외
교의 상수가 되어야 한다.
한국은 보다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중국과 신뢰를 구축하고, 각 사안의 민감성
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다차원적인 협력기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러한 대중 협력기제의 강화가 반드시 한미동맹과 충돌한다고 전제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론적 측면에서도, 중국 당국이 규정하는 한ㆍ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한미동맹’과 충돌하지 않는다.40) 현실을 고려할 때, 중단기적으로는 한국 안보의 핵심
축은 여전히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전개될 것이다.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당
분간 한반도를 포함한 역내 안보문제를 중국이나 다른 다자기구가 안정화하거나 해소해
줄 역량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금 강조할 점은 우리의 대외정책의 방향이 역내
모든 국가와 모든 방면에서 협력과 신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Capital,” Social Capital: Theory and Research, edited by Nan Lin, Karen S Cook, and
R. S. Burt (Aldine De Gruyter, 2001)에서 영감을 얻었다.
40) 이에 대해 더 자세히는 필자의 “한ㆍ중 전력적 협력동반자 관계 형성과 한ㆍ중관계,” 󰡔주
요국제문제분석󰡕 (외교안보연구원, 2008. 6. 12) 및 “천안함 사태와 한ㆍ중관계,” 󰡔주요국
제문제분석󰡕 (외교안보연구원, 2010. 09. 1)를 참조하시오.
236 ∥ 세계지역연구논총 29집 3호

현재 중국 정부가 바라는 최적의 상황은 남북한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반도가


비핵화되고, 북한이 중국식의 개혁 개방정책을 채택하면서 한반도 상황이 안정되는 것
이다. 이는 물론 현상유지적인 측면이 대단히 강한 목표이나, 반드시 중국이 한반도 통
일을 반대하는 세력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41) 즉, 통일한
국이 핵무장을 하지 않고, 한반도 상황의 안정을 담보하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에 유익하
고, 적대적인 국가가 되지 않는다면 중국은 한반도 통일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이다. 북ㆍ
중사이의 동맹적인 유대나 중국의 한반도 군사개입을 반드시 상수로 볼 필요는 없다.
중국의 대북인식 및 북ㆍ중 관계도 변하고 있기 때문에 유연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대북 정책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냉전적인 시각이나 이분법적인 시각으
로만 중국을 바라본다면 중국의 실재와의 괴리는 커질 것이다. 중국에 대한 막연한 두
려움이나 적대감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대중 외교를 전개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바탕
으로 북한의 핵무장을 막고 한반도 비핵화, 궁극적으로는 평화적인 통일을 실현하기 위
한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제정치의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이 필요하다. 미국의 강력한 지원약속에도 불구
하고 일본이 하루 만에 백기를 든 이유도 곱씹어 봐야 할 일이다. 이는 일본 경제계의
압력,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조치, 중국의 전방위적 압력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가
장 주요한 원인은 미국의 이중적 역할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이해는 동맹 강
화를 통한 중국 견제 및 동 지역의 안정유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였다.
공식적으로는 일본을 지지하고, 미일동맹의 대상에 센카쿠 지역을 포함하여, 일본에 신
뢰를 주고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동시에 일본의 추가적인 조치나 상황
을 더 악화시켜 미ㆍ중이 직접 대립하게 이끄는 조치에 반대하고, 조속히 상황의 안정
을 되찾도록 하는 미국의 이해를 주지시킨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러한 입장은 한국
에서 발생한 연평도 사태시에도 유사한 형태의 외교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미ㆍ중관계의 복합성을 고려할 때, 대중국 견제능력 강화를 위한 방책들이
현실성 및 적실성은 있는 것인지, 그리고 혹 의도와는 반대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지
도 신중히 생각해 볼 일이다. 복합적이고 다층적으로 얽혀 있는 역내 갈등구도는 양자
간의 문제로 해소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역내 강대국들과의 외교에서 양자적인
속성을 담은 대응책은 결국 실패로 귀결되거나 아니면 더욱 곤혹스런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역내 다자 안보협상체제의 구축을 통하여 주변 강대국의 행태를 상호 결박하는

41) 지경학적인 관점은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이에 대해 주목할 만한 중국내 글은 金景一ㆍ金强一, “朝鮮半島的地緣政治意義及其
對我國的影響硏究,” 󰡔中國外交󰡕 2008. 11, pp.37-45.
김흥규 ∥ 237

외교가 필요하다.
한ㆍ중 양자관계는 천안함 사태와 같은 예기치 않은 사건, 한ㆍ중간 행위자 차원의
상호 접촉과 대응과정에 의해서도 당연히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하고
중장기적인 요인은 구조적인 부분에서 찾을 수 있으며 그 전망은 긍정적이다. 경제적
상호 의존성이나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한중은 비서방국가로서의 정체성 등을 공유하
면서 협력의 영역이 넓다. 단기적으로는 북한문제, 역사문제, 영해관할권 문제 등으로
야기되는 도전 요인들을 극복하면서 위기관리체제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족주의
적 감성으로부터 정책 결정이 좌지우지 되는 것 역시 피해야 할 일이다. 이 과정에서
상호 정치적 신뢰를 축적하고, 공통이익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북아 국제관계는 현재 미ㆍ중간의 전략적 협력과 한미 및 미일동맹에 기초하여 중
국을 견제하려는 군사안보 위주의 냉전구도가 혼재된 상황이다. 협력과 갈등이 공존하
지만 결국은 큰 틀에서는 다차원적으로 상호 양자적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가는 방향으
로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은 현재 세계적인 강국은 아니지만 지역 강
국으로서 전략적으로 미국과는 협력을 주요기조로 하면서, 지역 경쟁국인 일본은 일정
정도 견제하고, 한국은 우호적으로 견인하려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동북아 안보구조가
신냉전 체제로 회귀하는 것은 중국이 결코 원하지 않는 결과이다. 따라서 다행인 것은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ㆍ중간에 남아 있는 깊은 불신과 행태적인 오류에도 불구하고, 구
조적으로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할 동기가 강하다. 이는 한국에게 당분간 전략적으
로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제공하고 있다.
238 ∥ 세계지역연구논총 29집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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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 세계지역연구논총 29집 3호

ABSTRACT

20 Years of South Korea-China Relationship and its


Prospects

Kim, Heung-Kyu(Sungshin Womens University)

The main purposes of this article are to decipher complexity of South Korea-China
relations, which has formed for the last two decades after the establishment of
formal relationship in 1992, and to think over policy implications. To do so, this article
suggests to invite agent-oriented as well as structural analysis.
In the view of structural analysis, optimistic prospects for the South Korea-China
relations are apparent. However, agent-oriented analysis provide us with more
pessimistic views for a short period of time.
To overcome such a problem, it is necessary to manage short-term challenges not to
derail future opportunities provided by structural factors. It is also recommended for
South Korea to play a bridging role in the region beyond its current bandwagoning
foreign policy. In practice, the author suggests that South Korea adopt a policy to have
a harmonious relationship with China as well as to ally with the U.S., while expanding
the areas of common interests with respective countries.

Key Words: South Korea-China Relations, Middle Power, Bridging Diplomacy, Strategic
Cooperative Partnership, Crisis Management Mecha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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