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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Opera House 001

Wilmington, Delaware, USA


Luke Koval

150년 가까이 그랜드 오페라 극장은 델라웨어주 윌밍턴


사람들의 야간 유흥 장소이자 자부심의 원천이며 랜드마크로
자리해 왔습니다. 원래 프리메이슨 총 지부의 성전이었기
때문에 그 이미지들이 여전히 건물 외관을 장식하고 있죠.
중앙에는 ‘섭리의 눈’이 있고, 프리메이슨의 상징에서 중요한
숫자인 3, 5, 7을 나타내는 요소들이 건축에 활용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건물 정면은 다섯 부분으로 나뉘고 각 부분에는
세 개의 아치와 세 개의 쐐기돌이 있죠) 소유권은 바뀌었지만,
프리메이슨 사무실이 아직도 건물 안에 있습니다.

그랜드 극장은 보드빌 쇼부터 세계 유수의 심포니까지 다양한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경쟁 극장들에 밀려 잠시 문을 닫기도
했지만, 1971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100주년 기념일에
재개관을 하고, 2년 뒤 오페라 극장으로 재탄생하게 되죠.
월밍턴 시민들이 이곳을 지키기 위하여 무던히 노력한
결과입니다. 실체 없는 이들도 함께 말이죠.

관리소장이 말하는 가장 소름 끼쳤던 유령과의 만남은 그가


천장의 타버린 전구를 돌려 빼내려고 할 때 일어났다고 합니다.
“전구가 저절로 돌면서 빠지더니 둥둥 떠서… 천천히… 거의
바닥까지 내려갔죠. 그러고는 마지막 몇 인치를 남기고
뚝 떨어져서 산산이 깨졌어요.” 이어서 그는 알 수 없는 움직임과
불가사의한 소리를 느꼈습니다. “건물에다 제 신분을 밝히면
된다는 걸 터득하게 됐죠. 제가 누구고 뭘 하고 있는지 말하고
나면 괜찮아지더라고요.”

그렇지만 관리소장은 영혼들이 이곳을 지켜주는 것을 감사하게


여깁니다. “그들 대부분은 그랜드 오페라 극장을 아껴요.
우리와 똑같죠. 그래서 건물을 감시하는 거예요. 누군가 잘못된
태도를 보이면 그들이 알게 해줄 겁니다.”
Babylon 002
Berlin, Germany
Michael Schulz @Berlinstagram

바빌론은 베를린 미테 지역에 있는 영화관으로 로자 룩셈부르크


광장의 복합 건물에 위치합니다. 1928~1929년에 건축가 한스
푈치히Hans Poelzig의 설계도에 따라 세워진 건물이죠.

영화관은 가로로 긴 구조인데 창문이 줄무늬를 그리듯 둘러싸고


있고 입구에는 옆으로 길쭉한 지붕이 튀어나와 있어요.
정면은 황토색 회반죽 마감에 연노란색 줄이 칠해져 있고요.
내부 디자인은 경제적인 재료를 사용하고, 색채와 형태의 결합을
통해 감각적인 임팩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특징적이었죠.

처음에 바빌론은 무성 영화관으로 개관했는데, 소리 없는 영화에


음악을 입히기 위한 오케스트라 피트와 시네마 오르간도 갖추고
있었어요. 1934년에는 바빌론의 영사 기사 루돌프 루나우Rudolf
Lunau가 독일 공산당의 불법 저항 조직 구성원이라는 혐의로

체포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는 ‘그의’ 영사실에서 회의를 여는가


하면 눈에 띄면 안 되었던 정권 반대자들을 그곳에 숨겨줬죠.

1948년에 바빌론은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친 뒤 동독의 특별


영화관으로 사용되지만, 붕괴 위험으로 폐쇄되었다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보존 지침에 따라 복원 공사가 이루어졌고, 2002년에
‘독일 기념물 보존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2001년부터 바빌론은
다시 문을 열고 대중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예술 영화관으로 주로
쓰이며 음악과 문학 관련 문화 행사의 장소로도 활용되죠.
State Historical Museum 003
Moscow, Russia
Mikhail Vassiliev @vasilmann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있는 국립 역사 박물관은 러시아에서


가장 큰 박물관으로, 붉은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거대한 건물
안에 지난 세기 동안 꾸준히 수집한 450만여 점의 역사 유물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국립 역사 박물관의 개관식은 1883년 6월 알렉산드르 3세의


대관식과 같은 날 이뤄졌습니다. 당시 러시아 제국은 핀란드까지
영토를 확장한 상태였습니다. 건축가 블라디미르 셰르부트Vladimir
Sherwood와 공학자 아나톨리 세묘노프Anatoly Semenov가 설계했고

내부는 화려한 러시아 복고 양식으로 정교하게 장식되었죠.

하지만 20세기 후반, 소비에트 연방 시대에는 이 장식이 지나치게


호화로워 보인다는 이유로 제거되기도 합니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화려하게 장식된 복도가 나오는데 모든 러시아 통치자를
빠짐없이 그린 계보가 천장과 벽을 뒤덮고 있습니다.
문명의 여명기부터 연대순으로, 러시아 역사를 가능한 데까지
거슬러 올라가 파헤칩니다. 박물관 전체가 러시아 국가의 중앙
집권화와 정복을 통한 국가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방문객은 500루블을 내면 러시아어 가이드 투어를 이용할 수


있으며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사용자는 600루블을 추가로
지불해야 합니다.
MLC Building 004
Sydney, New South Wales, Australia
©Bates Smart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케슬레이 스트리트와 마틴 플레이스가


만나는 모퉁이에 위치한 11층 높이의 이 아르데코 건물은
구 MLCMutual Life & Citizens Assurance 보험 본사였습니다.
시드니에서 가장 세련된 도시 공간으로 꼽히는 마틴 플레이스의
특징적 건축을 조성하는 데 기여한 건물이기도 한데,
시드니에서는 보기 드문 아르데코 및 모던 양식의 고층 건물로
원래의 모습이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는 편이죠.

1층은 매끈하게 연마한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는데 맨 아래와


테두리 부분은 광택 처리가 되어 있어요. 그리고 나머지 위층과
탑의 외벽은 사암으로 지어졌습니다. 1938년에 완공된 건물은
뉴사우스웨일스주 정부가 정한 약 46m의 높이 제한에 거의 딱
맞았지만, 꼭대기 탑은 뻔뻔하게도 그 위로 15미터쯤 더 솟아
있었죠. 건물의 스타일은 고대 이집트 모티프의 강한 영향을
보여주며, 같은 건축가들이 설계한 멜버른의 MLC 사옥과
유사합니다.

MLC는 2000년에 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 은행에 인수됐지만,


붉은색으로 커다랗게 새겨진 ‘MLC’라는 글자는 시계 없는
시계탑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현재 이 건물은 로펌 헨리
데이비스 요크Henry Davis York가 주요 임차인으로 들어와 있어
‘헨리 데이비스 요크 빌딩’으로 불립니다.
Chambers of the Romanov Boyars 005
Moscow, Russia
Alexey Puzynya @languorist

15세기 말에 지어진 로마노프 보야르 저택은 옛 주택이자


모스크바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 중 하나입니다.
모스크바의 유서 깊은 자랴디예 지구, 붉은 광장 인근의 이
저택은 과거 니키타 로마노비치 자하리인유리예프Nikita Romanovich
Zakharyin-Yuriev의 소유였습니다. 그는 로마노프 왕조의 시조인

미하일 로마노프의 조부였죠.

중세 러시아에서 보야르는 귀족이었고, 보통 부유한 지주였던


이들은 긴밀한 엘리트 계층을 구성했습니다. 가장 부유한
보야르의 한 명이었던 니키타 로마노비치는 16세기에 크렘린
궁전 근처의 호화 주택을 결혼 선물로 받습니다. 손자 미하일이
로마노프 왕조 시대를 열고 1917년까지 러시아를 통치할 무렵,
대대로 이어오던 저택은 박물관으로 바뀌게 됩니다.

보야르의 생활 방식을 보여주는 이 박물관에는 중세 러시아의


일상생활에 관련된 전시품들이 있습니다. 관람객은 저택 내부의
세 개 층을 돌며 홀과 방, 서재, 식당, 그리고 17세기 양식으로
장식된 저장실을 탐험할 수 있어요.
National Art Museum of Ukraine 006
Kyiv, Ukraine
Dasha Lukyanova @myshuulee

우크라이나 국립 미술관은 오랜 세월 국가의 정체성을


표출하려는 투쟁의 장이었습니다. 처음에 이곳은 1898년 지역
예술품 및 골동품을 전시하는 작은 센터로 세워졌어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는 18세기부터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으며 문화적 표현에 심각한 제약을 겪었습니다. 한때 러시아는
인구 대부분이 사용하는 우크라이나어를 금지하기까지 했죠.
그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지역 문화에 자부심을 가질 기회를
제한할 목적으로 미술관의 용도를 바꿔 1904년 니콜라이 2세
황제의 산업 예술 및 과학 박물관으로 개관하기도 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곳은 우크라이나 국립 미술관으로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미술관은 우크라이나 예술가들을 제대로
소개하고자 서유럽을 비롯해 탄압과 폭력을 피해 나라를 떠나
있던 작품을 구했죠. 1991년 우크라이나의 독립 후 컬렉션을
확장했고, 철의 장막에 가려져 있던 예술이 관람객을 매혹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신고전주의 건축 형태를
담고 있는 미술관은 다양한 우크라이나 예술을 선보이며 국가의
문화적 정체성을 기립니다. 사진 속 안내원은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미술관의 컬렉션은 아주 흥미롭답니다.
Choi Hung Estate 007
Hong Kong, Hong Kong
Ludwig Favre @ludwigfavre

‘무지개 주택’이라는 뜻의 초이홍 아파트는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주택 단지 중 하나입니다. 가우룽 웡타이신 지구에
있는 이 아파트는 1962년부터 1964년까지 전 홍콩 주택청에서
건설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제공하기 위해 지어진 이


아파트는 수용 인원이 약 4만 3천 명으로 20세기 중반 공공주택
단지로는 최대 규모였습니다. 주거용 건물 11개 동에 주차장
하나, 학교 다섯 개가 있고 동마다 1층에 다양한 상점과 음식점이
있습니다. 발랄하고 다채로운 색감의 주거 단지 안에 구경하고
탐험할 거리가 가득한 셈이죠.

그렇지만 아마도 이 아파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컬러풀한


농구장일 거예요. 매년 수천 명의 관광객, 사진가, 건축 애호가를
끌어들이는 농구장은 그 자체로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습니다.
무지갯빛 아파트가 배경에 있는 이 농구장은 그림같이 완벽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인스타그래머들을 비롯한 많은
방문객을 맞이해 왔죠. (한국의 보이 그룹 세븐틴도요!)

지금도 초이홍 아파트는 공공주택으로 계속 사용되고 있습니다.


홍콩 주택청에서 관리하며, 주민 수천 명의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있어요.
Central Naval Hospital 008
Buenos Aires, Argentina
Matías De Caro @mdcaro

중앙 해군 병원이 배처럼 생긴 건 우연이 아닙니다. 이 병원은


아르헨티나 해군 장병들을 위한 시설이며, 건축가 클로린도
테스타Clorindo Testa는 이를 디자인에 반영하고자 했죠. 군함을
닮은 윤곽의 이 9층 건물은 한 블록 전체를 차지하고 있고,
외벽에는 선박 창문을 연상시키는 둥근 창이 점점이 박혀 있는데
창문마다 구형의 노란 파라솔이 붙어 있습니다. 옥상에는 배의
사령탑처럼 생긴 물탱크가 솟아 있고요. 콘크리트 구조물에 옅은
파란색을 칠한 것도 바다를 떠올리게 하죠.

이전의 해군 병원은 후안 페론이 대통령이었던 1947년에


설립되었습니다. 그러다 1970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
당국으로부터 센터나리오 공원 인근에 더 크고 더 좋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부지를 넘겨받게 됩니다. 건축가 클로린도 테스타와
그의 조수 엑토르 라카라Héctor Lacarra, 후안 헤노우드Juan Genoud로
구성된 팀이 설계 공모에 당선됩니다.

1981년에 개원한 이 병원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유명한 브루탈리즘 건축의 사례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R. Dr. Barbosa de Magalhaes 009
R. Dr. Barbosa de Magalhaes
Juan Galán Politi @shootwithjuan

포르투갈 항구 도시 아베이루의 길을 거닐다 보면 알록달록한


색채의 집들을 만나게 됩니다. 거주자들은 끈끈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죠. 기원이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도시는
염전과 해변, 석호, 도시를 관통하는 중앙 운하 등이 베네치아와
비슷해서 ‘포르투갈의 베네치아’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베이루라는 이름은 ‘강어귀’를 의미하는 켈트어 ‘aber’에서


유래했습니다. 중세 시대에 이 도시는 소금 생산과 해운 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어요. 무마도나 디아스Mumadona Dias 백작
부인은 959년에 쓴 유언장에서 이 도시의 고대 명칭 ‘Alauario
et Salinas’를 언급합니다. 직역하면 ‘새들과 훌륭한 소금이
모이는 장소 또는 영역’이라는 뜻이죠.

이후 수백 년간 아베이루는 포르투갈 왕족에게 인기 있는 항구


도시로 번성했지만, 1575년에 폭풍우가 도시를 덮치는 바람에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1808년에 이르러서야 바하 운하가
개통되면서 도시는 다시 활발해지기 시작했어요.

아베이루의 산업은 여전히 자연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요. 도시 가운데로 ‘해초 배’Barcos Moliceiro라고 하는 일종의
곤돌라가 운하를 통해 승객을 실어 나르고 석호의 해조류를
채집합니다.
Nagashima Spa Land 010
Kuwana, Japan
Paul Hiller

1996년 개장한 나가시마 스파랜드는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놀이공원입니다. 45개의 놀이 기구와 워터파크를 갖춘 일본
서부의 대표 유원지로 꼽히죠. 이곳은 롤러코스터를 즐기기
좋은 최고의 놀이공원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총 10개의
롤러코스터 중 가장 유명한 스틸 드래곤 2000Steel Dragon 2000은
놀이공원 전체에 걸쳐 이어져 있는데, 입구에서부터 눈에 띄며,
하늘을 향해 100m 가까이 높이 뻗어 있습니다.

1995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롤러코스터 화이트 사이클론


White Cyclone은 놀이공원 내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일본 정부가 나무 벌채를 엄격하게 규제하기 때문에, 화이트


사이클론은 보기 드문 대형 목조 구조물입니다. 가파른 경사와
나선형 회전 경로로 유명하죠.

한편 스파랜드 내 워터파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워터슬라이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행객들은 여덟 개의
워터슬라이드에 더해 자이언트 풀, 파도 풀, 그리고 온천
풀이라고 불리는 천연 온천탕을 즐길 수 있죠. 일본에서는
화산활동이 꾸준히 일어나기 때문에, 온천수를 인공적으로
가열하지 않고 땅속에서 지열로 가열된 물이 표면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른 것을 씁니다.

나가시마 스파랜드는 1년 365일 개장하며 관람차, 후룸라이드,


범퍼카 및 다양한 어린이용 놀이 기구를 갖추고 있습니다.
인근에 재즈드림 쇼핑몰과 호빵맨 어린이 박물관까지 있어,
그야말로 전 연령층에 즐길 거리를 제공합니다.
Bathing Machine 011
Borkum, Germany
Uwa Scholz @uwa2000

보르쿰 섬은 독일 니더작센주 동프리슬란트 제도의 일곱 개 섬 중


가장 큽니다. 해변, 사우나, 해안에서 즐기는 활기찬 액티비티로
유명한 휴양지이죠. ‘비치 카트’Beach Cart라고도 불리는,
모래사장의 바퀴 달린 탈의실도 주요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옛날에는 여성들이 비치 카트, 혹은 이동식 탈의실에 들어가
수영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바퀴를 굴려서 탈의실을 물가까지
끌고 가면 그 안에 탄 사람이 수영복 입은 몸을 노출하지 않고도
바다에 들어갈 수 있었고, 심지어 탈의실을 물속까지 들여놓기도
했습니다. 해변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면 작은 깃발을
내걸어 신호를 보냈습니다.

언젠가 보르쿰 섬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어느 해변에 갈지 잘


알아보기 바랍니다. 유명한 곳 중 하나인 FKK(‘자유로운 육체
문화’를 뜻하는 ‘Freikörperkultur’의 약자) 해변에 가면 엄격한
누드 규칙을 따라야 하죠. 개와 어린이는 대환영이지만, 옷은
금지입니다.
Port Said Ferry 012
Port Said, Egypt
Muhammed Korayem @korayem95

1859년 노동자들 한 무리가 이집트의 항구 도시 포트사이드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힘차게 곡괭이질을 하는
상징적인 퍼포먼스로 새로운 도시의 건설을 기념했죠. 곡괭이를
직접 든 이는 유능한 프랑스인 외교관 페르디낭 드 레셉스Ferdinand
de Lesseps로, 포트사이드를 개발하고 수에즈 운하를 개통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레셉스가 처음 수에즈 운하 계획을 마주한 것은 1832년이지만,


20여 년이 지나서야 그 결실을 보았습니다. 그는 이집트와
이탈리아의 영사로 수년간 일하던 중 외교적 실패를 겪고 평판을
거의 망칠 뻔했다가, 이집트 총독 모하메드 사이드에게 신뢰를
얻어 운하 건설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착공에 앞서 일꾼들이 살 곳을 마련했습니다. 레셉스는 새로운
기회가 약속하는 미래를 꿈꾸며 운하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향해 굳은 결의로 나아갔습니다. 일꾼들의 행복을 위해 목재,
석재부터 기계, 음식, 물까지 모든 것을 수입했습니다.
프로젝트 초창기에는 150명가량의 일꾼이 포트 사이드에
거주했는데, 십 년이 채 지나지 않아 그 수가 1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십 년 후 수에즈 운하가 완성됐고 포트사이드는 그 자체로


활기찬 도시로 성장했습니다. 오늘날에도 번화한 포트 사이드는
운하 건너 동쪽에 있는 쌍둥이 도시 포트푸아드와 공존합니다.
페리호가 날마다 두 도시를 오가며 여객들을 실어 나릅니다.
다행히도 운하에 끼일 만큼 커다란 페리호는 없습니다.
Bastei Building 013
Cologne, Germany
Geli Klein @geliklein

독일 쾰른의 바스타이 빌딩은 1924년 쾰른의 건축가 빌헬름 리판


Wilhelm Riphahn이 설계한 건물입니다. 라인강에서 8m가량 높이

솟은 지대에 자리잡고 있고, 건물의 뒤편이 유리창이 곡면으로


되어 있어서, 플랫폼이 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건축비평가 하인리히 드 프리즈Heinrich de Fries는 이 건물이


“주변 풍경, 라인강의 흐름, 다리들과 훌륭한 조화를 이루며,
바스타이가 토대로 삼아 그것보다 더 크게 자라난 프로이센의
요새로부터 거의 완벽히 해방된 듯 보인다”라고 쓴 바 있습니다.
(다이 바스타이는 독일어로 ‘요새the bastion를 뜻합니다)

이 건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심각한 피해를 보았지만 1958년


테오 부라우엔Theo Burauen이 쾰른 시장이었던 때에 빌헬름 리판이
복원 후 다시 문을 열었고 레스토랑은 미슐랭 스타를 받게 됩니다.

1985년 리모델링 이후 현재도 식당 설비를 갖추고 있기는 하나,


일반적인 이용은 불가하고 행사 대관용으로만 예약할 수 있습니다.
Kohekohe Church 014
Awhitu, New Zealand
Kalpesh S. Tailor @kalpeshstailor

와이우쿠Waiuku 원주민이 세운 장로교회로, 기도회나 금주회를


여는 장소로 쓰이다가 1976년 문을 닫았습니다. 2012년, 현지
교사 패트시 데버롤Patsy Deverall과 앤터넬라 코폴리노Antonella
Coppolino가 방 한 칸으로 된 이 교회를 사들여 수리한 뒤 대관·

행사용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수십 년간 방치됐음에도 목재 골조만큼은 온전했습니다.


회복력과 내구성을 갖췄다는 점으로 미루어 이 작은 교회가
아휘투에서 자라는 코헤코헤 나무로 지어졌다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코헤코헤 나무는 ‘버네사의 재채기 잎’Vanessa’s Sneeze
Leaf이라는 별나고 우스꽝스러운 이름으로도 불린답니다.

‘아휘투’Awhitu라는 지명은 ‘돌아가고자 하는 바람’ 혹은 ‘간절히


바라다’라는 뜻을 지닙니다. 아휘투 반도는 두 가지 뜻풀이에
모두 걸맞은 곳이죠. 누구든 간절히 그려볼 법한 평온한 풍경
속에 코헤코헤 교회가 자리합니다.
Hot Air Balloon 015
Hamilton, North Island, New Zealand
Marie Valencia @em_space

1783년 파리, 인간을 태운 열기구가 최초로 하늘을 날았습니다.


그리하여 열기구는 인간을 싣고 비행하는 데 성공한 가장
오래된 항공기로 남았죠. 세계 곳곳의 열기구 애호가들은
최초의 항공기가 상징하는 기쁨과 낭만을 기념하는 국제 축제를
즐깁니다. 뉴질랜드의 ‘벌룬스 오버 와이카토’Balloons over Waikato도
그중 하나입니다. 매년 해밀턴 지역 호수들의 상공을 무대로 삼는
이 축제는 동틀 무렵부터 밤까지 계속됩니다. 늦은 오후부터
‘주루 나이트글로우’ZURU Nightglow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음악 공연이 잇따라 열리고 열기구가 색색으로 불을 밝히죠.
축제는 불꽃놀이로 막을 내립니다. 물론 모든 열기구가 착륙한
다음에 말이죠.

열기구 비행 초기, 농부들은 열기구를 하늘에서 내려와 밭에


착지하려는 괴생명체나 외계인으로 오해했고, 조종사는
농부들의 두려움을 달래기 위해 함께 술을 나누곤 했습니다.
이것이 전통이 되어, 열기구 조종사들은 열기구가 착륙할 때마다
샴페인을 나눠 마시는 의식을 거행합니다.
Pierhead Light 016
Milwaukee, Wisconsin, USA
Justin Hernandez @JustinRHernandez

피어헤드 등대는 밀워키 항에 서 있는 현역 등대입니다.


위스콘신주 동남부의 항구 도시 케노셔Kenosha에 위치한
노스피어 등대North Pier Light와 자매 관계이기도 합니다.
항해의 안내자인 이 등대는 1872년 밀워키 브레이크워터 등대
Milwaukee Breakwater Light의 서쪽에 세워졌습니다. 밀워키 강이 항구

혹은 미시간호로 흘러드는 지점 부근입니다.

원통형 탑은 강철로 지어졌으며, 꼭대기를 둥글게 빙 두르는


전망대와 십각형 모양의 등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네 번째로
설치됐던 등대 렌즈는 1926년 밀워키 브레이크워터 등대로
옮겨졌다가 지금은 위스콘신주 해양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다섯 번째 등대 렌즈 또한 2005년 철거된 후 같은
곳에 전시되어 있죠.

1872부터 1926년까지 피어헤드 등대에는 담당 등대지기가


있었습니다. 이후 밀워키 항의 모든 등대는 1939년 노스포인트
등대가 자동화되기 전까지 그곳에 배치된 입주 관리인들의 손에
맡겨졌습니다.

피어헤드 등대는 2007년 새로 페인트칠을 해서 본래의


빨간색을 복원했습니다. 2012년 9월에는 미국 국립 사적지로
지정됐습니다.
Ascensor Da Bica 017
Lisbon, Portugal
Jack Spicer Adams

1892년에 건설된 매력적인 전차 아센소르 다 비카는 리스본의


케이블 철도 셋 중 하나입니다. 케이블 철도는 쌍둥이 차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트램과 다르죠. 승객용 차량
두 대가 언덕 꼭대기의 도르래에 감긴 하나의 케이블을 타고
경사로 위를 이동합니다. 두 대는 완벽하게 동시에 움직여요.
한 차가 올라가면 그 짝이 되는 차가 내려오면서 균형을
잡아줍니다.

두 대의 차량이 서로 의지하며 움직이는 이 독특한


대중교통수단은 일종의 옥외 승강기라고도 할 수 있죠.
처음에는 물 시스템을 이용했는데, 산 위의 차가 물을 싣고
중력의 도움으로 아래로 내려오면 평형추와 같은 반대편 차가
위로 끌려 올라가는 원리였습니다. 1896년에 증기기관으로,
1924년에는 전기로 동력이 바뀌었어요.

아센소르(승강기) 다 비카는 리스본에서 가장 가파른 언덕 중


하나를 따라 약 240m 높이까지 올라갑니다. 즐겁고 느긋한
마음으로 차를 타고 올라가 꼭대기에서 내리면 산타루치아
전망대가 나오죠. 이곳에 서면 유럽 최서단 수도인 리스본 특유의
건물 지붕들이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감탄을 자아낼 겁니다.
Saranrom Palace 018
Bangkok, Thailand
Diana Saavedra @diaavedra

태국 역사와 발전의 증인인 사란롬 궁전은 방콕 프라나콘구의


중심에 위치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방콕의 명소들이
근처에 있습니다.

영국 태생의 외교관이자 국왕 라마 4세의 고문이었던 헨리


앨러배스터Henry Alabaster가 설계한 이 궁전은 왕의 퇴위 후 거처가
될 예정이었으나 왕은 궁전이 완공되기 전에 사망했습니다.
후계자 라마 5세는 이 궁전을 동생들에게 주었고, 그들은 이곳을
별장처럼 사용하다가 결국에는 버려두었습니다.

스웨덴 오스카르 왕자의 방문 일정이 다가오면서 라마 5세는


방치된 이 궁전을 단장했어요. 스웨덴 왕자는 자신이 머물렀던
숙소에 대해 좋은 평을 남겼고, 이후 이곳은 외국의 여러 고위
인사들을 맞이하게 됩니다.

1960년에 일반에게 공개된 궁전 주위의 공원에는 라마 5세의


희귀 식물 컬렉션과 개인 동물원, 그리고 왕이 가장 사랑했던
아내인 사만타 왕비를 추모하는 기념물이 세워져 있습니다.
왕비는 임신 중에 어린 딸과 함께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는데, 당시에는 일반인이 왕족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이 금지돼 있었기 때문에 시종들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왕비를 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궁전 건물은 1932년 이후 외무부 청사로 쓰이고, 2000년대


초에 대대적인 개보수를 거치면서 눈에 확 띄는 오렌지색 외관을
입게 됐습니다.
Tokyo Taxi 019
Tokyo, Japan
Accidentally Wes Anderson

일본 수도의 택시는 런던이나 뉴욕처럼 도시를 대표하는


아이콘까지는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시간 엄수로 명성이 높은
전철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대중교통을 더 선호합니다.
하지만 일단 택시를 부르면 택시 운전사가 자동으로 문을
열어주는 광경에 놀라워할 것입니다. 1964년 올림픽을 위해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흥미를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하얀 장갑, 모자 등 (종종 마스크까지) 착용한 운전사의
유니폼도 인상적이죠.

택시의 색깔은 회사에 따라 다릅니다. 도쿄 욘샤Tokyo Yonsha


계열의 차량은 레몬 노란색에 빨간 줄 혹은 검은색의 동그란
조명이 있습니다. 사진에 나와 있는 페퍼민트 색의 택시는
60여 개 자회사를 거느리는 그린 캡Green Cab 그룹의 차량이죠.
이외에도 초록 바탕에 주황색 줄무늬가 있는 도쿄 무센Tokyo
Musen 그룹, 주황색에 흰색 바둑판 표시를 한 체커 캡스Checker Cabs

가 있고, 개인Kojin 택시는 흰색에 달팽이처럼 생긴 노란 불빛을


달고 있습니다. 차량 번호판 색의 종류도 다릅니다. 허가된
택시는 녹색 번호판을 사용하며, 개인 소유 차량은 흰색 또는
노란색의 번호판이 달려 있죠.
Bourgoin Cognac 020
Saint-Saturnin, France
Accidentally Wes Anderson

우리가 프랑스의 이 특별한 지역에 관해 이야기할 때, 절대


코냑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가족 기업인 부르고앙 코냑은
앙굴렘 외곽 지역에서 100년간 코냑 양조장을 운영해 왔으며,
지금은 3대째인 프레데릭 부르고앙Frédéric Bourgoin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요즘 그는 할아버지가 재배하고 수십 년간 배럴 숙성을
거친 포도로 상품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상징적인 푸조 유틸리티 밴 또한 할아버지의 것인데, 예전의
영광을 되찾은 듯합니다.
Valley of the Kings 021
Luxor Governorate, Egypt
Sofia Pomoni @sofiapomoni

기원전 16세기부터 11세기까지 500년간, 이집트 신왕국의


파라오와 귀족은 오늘날 왕가의 계곡으로 알려진 단단한 바위
계곡을 파서 만든 무덤에 묻혔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고고학적 유적지 중 하나로 인정받는 이 계곡은 나일강 서안 테베
네크로폴리스의 중앙부에 위치합니다.

이 지역은 18세기 말부터 고고학 탐사의 초점이 되어왔습니다.


1922년의 파라오 투탕카멘 무덤이 발견된 곳으로 제일 잘
알려져 있는데, 그 무덤을 발굴한 자에게는 죽음의 저주를
내린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죠.

투탕카멘 왕의 곁에는 많은 이들이 매장되어 있는데, 이 많은


무덤의 벽에는 수천 년 전 고대의 관광객이 휘갈겨 쓴 듯한
낙서도 있습니다. 2,100여 건의 반달리즘 사례가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적혀 있는 것을 보아 그리스인과 로마인이 주된 범인일
텐데, 가장 오래된 글은 기원전 278년에 새겨졌다고 하네요.

1979년에 왕가의 계곡은 테베 네크로폴리스의 나머지 부분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 계곡의 탐사와 발굴
및 보존 작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관광 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기도 했습니다.
Grossglockner 022
Salzburg, Austria
Lucas Reubelt @roadplaces

총길이 약 48km, 해발 2,504m에 달하는 그로스글로크너


알프스 고산 도로Grossglockner High Alpine Road는 오스트리아
최고도의 포장 산길입니다. ‘검은 산’으로 알려진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높은 산의 이름을 딴 이 도로는 초원과
빙하 등 다채로운 절경의 코스를 따라 브루크와 하일리겐블루트
지역을 연결하죠.

1929년 뉴욕 증시 붕괴로 전 세계가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던 중


오스트리아 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한 방책으로 1930년 공사를
시작했으며, 5년 뒤 공식 개통했습니다.

개통 당시 도로 계획가들은 연평균 12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1938년에 구불구불한 커브를 돌며 이 도로를 달린
사람은 예상치의 세 배를 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방문객
수는 계속 증가했으며 1960년대에는 백만 명 이상이 정기적으로
이 높은 산길을 이용하게 됐죠. 그로스글로크너 알프스 고산
도로는 경이로운 랜드마크가 됐을 뿐만 아니라 모터 달린 이동
수단을 위한 알프스 도로 개발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Ski-Plane 023
Tasman Glacier, South Island, New Zeland
Frida Berg @friiidaberg

기후변화로 녹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긴 했지만, 15마일에


달하는 태즈먼 빙하는 여전히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빙하입니다.
태즈먼은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크고 작은 빙산들 때문에,
표면에서 1마일 이내로 보트를 대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오직 헬리콥터나 비행기로만 빙하 상부에 갈 수 있죠.

헨리 위글리Henry Wigley는 관광객들이 빙하의 규모와 장엄함을


구경할 수 있게 쿡 산 주변을 비행하다가, 1955년 9월 최초의
접이식 스키 비행기를 조종합니다. 비행기가 비행장에서 이륙해
눈 위에 착륙할 수 있도록 구상한 것이죠. 빙하에 착륙하는
비행편을 제공하는 회사는 그가 창립한 아오라키 마운트 쿡
스키 플레인 앤드 헬리콥터Aoraki Mount Cook Ski Planes & Helicopters가
유일합니다. 태즈먼 빙하로 가는 이 스키 비행기 여행은 ‘에어
사파리’라고도 불리며, 쿡 산의 핵심 관광산업입니다.
Japan Railways 024
Tokyo, Japan
Accidentally Wes Anderson

일본의 철도망은 세계에서 가장 붐비며, 하루 이용 승객이 1,850


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정확한 시간 엄수는 일본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특징이죠. 하지만 철도 마니아들이 열차
시간표,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 역에서 파는 도시락 등 분류별
호칭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 집착하는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일본 철도를 즐기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흥미로운 일본 철도를 움직이게 하는 이들의 독특한


습관도 있습니다. 역무원들은 열차가 출발할 때마다 연극적인
쇼를 보여주는데요, 이 전문가들이 흰 장갑을 끼고 아무렇게나
움직이고 외치는 것 같아도 일본의 산업안전 체계를 따른
수신호입니다. 포인팅 앤드 콜링pointing-and-calling이라고 부르죠.
물리적, 청각적 통신 수단을 동원하여 그들은 무엇인가 있다는
것처럼 활기차게 선로 아래를 가리켰다가, 플랫폼을 따라 과장된
몸짓으로 팔을 쓸어올립니다. 그리고 “이상 없음!”이라고
소리칩니다. 그러면 사진처럼 열차 내 승무원이 수신 확인을
합니다.
Shinkansen 025
Tokyo, Japan
Accidentally Wes Anderson

일본 최초의 철도는 1872년에 개통되어 도쿄의 신바시와


가나가와현의 요코하마를 연결했습니다. 약 100년 후, 기술의
발전으로 최고 시속 320km에 도달할 수 있는 고속철도인
신칸센이 도입되었습니다.
Vickers Viscount 026
London, United Kingdom
Paul Fuentes @paulfuentes_photo

비커스 비스카운트는 콩코르드 기The Concorde의 개발을 감독했던


조지 에드워드 경Sir George Edwards이 설계한 터보프롭 여객기이며,
1948년 비커스-암스트롱스Vickers-Armstrongs라는 영국의 대형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첫 비행을 하였습니다. 터보프롭은
터보제트에 프로펠러를 장착한 항공기용 제트엔진인데,
저속에서의 엔진 효율이 좋다고 알려져 있죠.

이 사진은 런던 개트윅atwick 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는


장면입니다. 1920년대 작은 비행장이었는데 현재는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크고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이용객 수가 많은 곳으로
성장했죠. 개트윅은 찰우드Charlwood 마을의 저택이었는데, 1241
년에 최초로 기록된 이 이름은 고대 영어의 염소gāt 와 농장wīc의
합성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만일 언젠가 여러분이 이 공항에서 체크인을 위해 끝없는 줄을


서게 된다면, 마치 양 떼 몰이를 당하는 것처럼, 역사가 흥미롭게
반복되는 것으로 생각하며 즐겨보세요. 당신이 서 있는 곳이
한때 번성했던 염소 농장일 수도 있으니까요.
Norwegian Pearl 027
Menorca, Spain
Amy Bates Nelson @amysoldschool

노르웨지안 펄은 노르웨이 크루즈 라인의 쥬얼급 유람선입니다.


2005년 만들어졌고, 965피트(약 294m) 길이의 유람선은
2,934명의 승객을 실을 수 있습니다.

이 유람선은 건조 1년 만에 독일 파펜부르크 엠스강 항만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안전을 고려해 강바닥의 고압선 전력을
차단하다가 유럽의 대규모 단전 사태를 초래하기도 했습니다만,
그 직후 마이애미로 첫 번째 출항을 했고 2012년부터는
전설적인 록 그룹 KISS가 매년 주최하는 ‘키스 크루즈The KISS
Kruise’의 장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 배는 미국 TV 프로그램 ‘워킹 데드’와 ‘스타


트렉’을 주제로 한 크루즈를 주최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펄은
뉴올리언스에서 카리브해로, 시애틀에서 알래스카로 크루즈를
운항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Bernina Express 028
Chur, Switzerland
Camilla Fraschini @camifraschini

스위스 쿠어Chur와 이탈리아 티라노Tirano를 연결하는 열차인


베르니나 익스프레스는 1910년에 오픈한 이래, 라에티안
철도Rhaetian Railway로 알려진 경치 좋은 노선을 따라 스위스
알프스산맥을 눈앞에서 볼 수 있습니다.

베르니나는 역에서 역을 빠르게 이동하는 일반적인 고속철도는


아닙니다. 대신, 대형 창문 너머 숨 막히는 장관을 선사하는
파노라마 코치에 가깝습니다. 4시간 동안 196개의 다리, 55
개의 터널을 지나 해발 2.5km의 베르니나 패스를 가로질러
운행합니다.
Playa Los Órganos 029
Piura, Peru
Matías De Caro @mdcaro

로스 오가노스의 바로 남쪽에 있는 카보 블랑코 마을은


알프레드 글라스셀 주니어가 1560파운드의 블랙 마린을 잡으며
오늘날까지 깨지지 않은 세계 기록을 보유하게 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가 저항하는 물고기와 2시간 동안 씨름하는
장면은 1960년대에 할리우드가 리메이크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리메이크하는 과정에서도 사용되었죠. 이 지역은
1950~60년대에 15개 이상의 낚시 기록을 남겼습니다.
오늘날 낚시 클럽은 쇠퇴하고 서퍼들이나 소소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지만, 일부는 이곳이 언젠가 다시
일어나 이전처럼 대형 경기가 치러질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Wedding Station 030
Berlin, Germany
Hayley Zierold @hayleyzierold

쨍한 오렌지빛 타일이 눈에 띕니다. 덕분에 베를린 철도


이용자라면 베딩역의 존재를 모를 수가 없죠. 베를린 베딩 지역에
위치한 이 철도역으로 S-반 S41과 S42, 그리고 U-반 U6이
지나다닙니다. 지역명은 ‘결혼’을 뜻하는 영어 단어
‘웨딩’wedding과 같은 철자를 쓰지만, 결혼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12세기 귀족 루돌프 데베딩에Rudolf de Weddinge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죠. 공적으로 지역명을 쓸 때는 베딩 앞에
정관사 데어der를 붙입니다.

베딩 S-반역은 1872년 5월 1일 문을 열었습니다. 도심을 지나는


순환선인 링반Ringbahn의 정차역이었죠. 1961년 베를린 장벽이
건설되어 도시가 갈라지면서 열차 운행이 혼란스러워졌고,
그 여파로 승객 수가 심각하게 줄자 베딩역은 운영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1991년 베를린 장벽이 철거된 후, 수십 년간 사용되지 않던


S-반 노선이 점차 복구됐습니다. 베딩역은 2002년 6월 16일,
S-반 노선의 역 중 마지막으로 운영이 재개되었습니다.

오늘날 6월 16일은 ‘웨딩데이’Wedding-Day로 알려졌는데,


‘Wedding’이라는 단어가 지닌 영어·독일어 뜻의 차이를 두고
만든 애칭이랍니다.

이제 날마다 많은 승객이 베딩역을 이용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몇몇 신혼부부들은 감성적인 결혼사진을 남기기 위해 베딩역으로
모험을 떠나기도 하죠.
Karlsplatz Stadtbahn Station 031
Vienna, Austria
Henryk Krzeminski @henrykkrzeminski

카를스플라츠 역은 100여 년 전 빈에서 일어난 예술 혁신 운동을


이끈 예술가 집단을 기리는 기념비입니다. 하나의 작품에 비견할
만하죠. 이 역의 지상 구조물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빈 분리파가 추구한 예술 양식인 ‘유겐트슈틸’Jugendstil 건축물의
유명한 사례입니다.

오스트리아의 건축가이자 도시 계획 설계자였던 오토 바그너Otto


Wagner는 19세기 말 기존의 어떤 철도역과도 닮지 않은 건축물을

디자인했습니다. 바로 카를스플라츠 역으로, 본래 똑같이 생긴


역사 두 개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외관을 철제 프레임과 대리석
판으로 구성했으며 곳곳을 꽃무늬로 장식하는가 하면 독특한
곡선 지붕을 올렸죠. 철재와 목재는 도시철도 신호등에 쓰이는
애플그린 색으로 칠했습니다.

바그너는 현대식 철도역을 지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로서 빈을 알리겠다는 목표를 품고 있었는데요.
카를스플라츠 역의 디자인은 당시 혁명이었고, 이를 통해
바그너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1981년 기존의 도시철도 노선 일부가 새로 개통한 빈 지하철


U-반으로 전환됨에 따라 바그너의 작품은 철거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계획이
무산됐죠. 대신 역사 두 개를 전부 해체한 뒤 U-반을 수용할 수
있도록 층고를 2미터가량 높여 재건축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오늘날 빈 박물관의 전시 공간으로 쓰이며 뒤쪽에 U-반 입구가
위치합니다. 다른 하나는 카페로 운영되고요.
Karlsruhe Hauptbahnhof 032
Karlsruhe, Germany
Matt Ziegler @zieglemt

카를스루에 중앙역은 독일 도시 카를스루에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기차역입니다. (하지만 100년이 넘었죠!) 주요 철도가
연결돼 있어 승객들이 다른 노선으로 환승할 수 있는 교통
허브죠. 독일의 기차역은 일곱 카테고리로 분류되는데,
카를스루에 중앙역은 그 뛰어난 연결성 덕분에 카테고리 1의
기준을 충족합니다. 요즘도 매일 130대의 장거리 열차(주로
라인 노선의 ICE와 IC, 그리고 파리와 슈투트가르트를 오가는
TGV POS)와 133대의 지역 열차, 121대의 S-반 열차가 이곳을
거쳐 갑니다.

최초의 옛 카를스루에역은 프리드리히 아이젠로어Friedrich


Eisenlohr가 설계해 1843년 4월 1일에 두 개의 플랫폼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부터 정차역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열차가


운행을 마치고 들어가는 차량 기지는 없었어요.

이후 열차 운행량이 증가하면서 철도 건널목 차단기도 자주


내려갔죠. 이는 계속 성장 중이던 도시에 방해가 됐고 도시의
자연스러운 확장을 가로막았습니다. 1902년에 바덴 대공국
의회는 카를스루에역을 기존 역에서 남쪽으로 1km 떨어진
곳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현재 운영되는 신역사는 1910년부터
1913년 사이에 지어졌는데 신고전주의와 아르누보 양식의
특징이 섞여 있었어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역이 폭격으로 훼손됐고 후에


재건축하게 됩니다. 그리고 1950년 이후 철도 전기화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1960년대 후반에는 역사 앞마당 재정비가 시작됐습니다.


보행자용 지하도가 건설되고 자동차와 트램 통행 체계가
개편됐죠. 1977년에는 철도 신호 시스템이 버튼과 스위치로
조작하는 새로운 연동 시스템으로 교체되었습니다.
Dalat Train Station 033
Dalat, Vietnam
John Langfor @johnlangfordtravelphotos

19세기 후반 프랑스령 인도차이나(현재의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의 총독 폴 두메르Paul Doumer는 프랑스인들이 기차를
타고 간편히 피서를 떠날 수 있도록 후덥지근한 저지대인 판랑
지역을 고지대의 상쾌한 휴양지 달랏과 철도로 이어볼 생각을
떠올립니다.

약 10년간 계획을 세운 끝에 1903년부터 철도를 놓기


시작했습니다. 베트남에서 손에 꼽히게 가파른 산길을 여러 번
지나 고도 1,400m 가까이 올라가는 대공사였죠. 거의 30년이
지난 뒤에야 42km 길이에 다섯 개의 터널을 지나는 철도가
달랏에 닿았어요.

1932년 프랑스 건축가 르브롱과 몽세가 이 공학적으로 경이로운


결과물에 걸맞은 기차역을 설계하는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그들은 아르데코 양식으로 지어진, 프랑스 노르망디의 트루빌-
도빌 기차역에서 영감을 얻어 웅장한 유럽식 랜드마크를
만들었습니다. 외벽은 햇살을 닮은 노란색 타일로 뒤덮었죠.
훗날 수십 년에 걸쳐 인도차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 베트남
철도 시스템은 쇠락했고, 달랏 역 역시 황폐해졌지만,
1990년대 들어서 판랑-달랏 노선 중 약 6.4km에 해당하는
구간이 재개통됐습니다. 오늘날 승객들은 증기기관차가 끄는
빈티지 스타일의 열차에 올라, 스테인드글라스와 아치형
천장으로 장식된 과거의 영광스러운 모습 그대로 복원된 달랏
역에서 하차합니다.

이 노선을 처음 구상한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요?


철도가 달랏에 닿기 직전인 1931년 폴 두메르는 프랑스 대통령에
선출됐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파리에서 열린 한
도서전에서 어느 러시아인에게 총격을 당했습니다.
그리하여 총탄에 암살당한 유일한 프랑스 대통령으로 남았죠.
Joliot-Curie Station 034
Sofia, Bulgaria
Anna Frabotta @annafrabs

1998년에 기념비적으로 지하철 개통 프로젝트가 완료되면서


소피아는 비로소 주변 도시와 연결됐습니다.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 지하철이 생기기까지, 정부가 계획을


세우며 논의한 시간은 40년이나 됩니다. 지하철 건설을 어렵게
한 요인 중 하나는 역사적인 도시 소피아에 매장돼 있던 고대
유물입니다. 건설 인부들이 땅을 파헤치자 로마 및 트리키아
유적과 함께 수많은 유물이 발굴됐죠. 이것들을 다치지 않게
출토하고 옮기는 데 시간이 많이 들면서 지하철 개통 프로젝트가
길어졌습니다.

사진 속 졸리오퀴리 역은 소피아 세계무역센터 부근, 드라간


찬코프 대로Dragan Tsankov Boulevard가 프레데리크 졸리오퀴리가
Frederic Joliot-Curie Street와 교차하는 지점에 있습니다.
철도가 개통된 지 10여 년이 지난 2009년에 문을 열면서
소피아의 신식 지하철역 중 하나가 됐죠.

지하철은 총 4개의 노선, 47개의 역을 운영하며 일일 평균 35만


명의 시민들에게 교통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Dakar Railway Station 035
Dakar, Senegal
Sheryl Cababa @sherylcababa

푸른 하늘 아래의 사탕 색 다카르역은 왠지 어린이들의


기차놀이에 등장할 것 같이 초현실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건축물은 세네갈의 식민지 시대와 프랑스령 서아프리카 연방으로
편입된 역사를 되새기게 하는 현장이랍니다. 내분으로 인해
방치되다가 한때는 박물관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이 진행되기도
했었지만, 복원의 노력을 거쳐 운영이 재개되고, 최근에는 다카르
지방 고속열차가 개통된 덕분에 항구와 공항을 연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Paddington Station 036
London, United Kingdom
Tejlgaard @tejlgaard

1956년 크리스마스이브, 작가 마이클 본드Michael Bond는 상점


진열대에 외로이 놓인 테디베어 인형과 마주칩니다. 아내에게 줄
선물로 곰 인형을 사기로 한 본드는 동물 인형의 유래를 다루는
책을 쓰기로 마음먹죠. 그렇게 해서 유명한 런던 기차역의 이름을
딴 ‘패딩턴’ 그림책 시리즈가 탄생했습니다.

정식 명칭은 ‘런던 패딩턴 역’이지만, 현지에서는 간단히


‘패딩턴 역’으로 불립니다. 하이드파크, 리젠트 운하, 서펜타인
갤러리 같은 관광명소와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하며, 19세기부터
런던 대서부 철도를 비롯해 그 뒤를 이은 여러 철도의 런던
종착지였죠. 본선이 지나는 역은 대부분 1854년 공학자
이점바드 킹덤 브루넬Isambard Kingdom Brunel이 설계했습니다.

1920년대 패딩턴 역은 우편물을 배달하는 데 정기적으로


이용됐습니다. 하루 평균 1만 꾸러미 이상의 소포가 패딩턴 역을
거쳤고, 1930년대 승강장을 여러 개 신축하면서 배송량이
두 배가량 증가했습니다. 런던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새로운 통근
열차가 운행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죠.

금요일 저녁이면 ‘대서부 철도 패딩턴 밴드’Great Western Railway


Paddington Band가 역 안에서 공연을 선보입니다. 1997년 패딩턴

역의 지주 회사였던 레일트랙Railtrack이 밴드를 쫓아낼 뻔했지만,


그들은 잉글랜드의 철도역에서 공연하는 마지막 밴드로 살아남아
오늘날에도 음악을 들려줍니다.
Milburn House 037
Newcastle Upon Tyne, United Kingdom
Leah Pattem @madridnofrills

1900년, 치명적인 화재가 도시에 마지막 남은 중세 거리에


위치한 사무실 건물 일대를 뒤덮었습니다. 모든 것이
무시무시하게 맹렬한 불길에 타들어 갔죠. 하지만 그 잿더미
속에서 밀번 하우스가 지어졌고, 오늘날까지 남아 있습니다.
선적과 석탄으로 부를 쌓으며 세계에서 5번째로 큰 선박 함대를
보유한 밀번 가문의 J.D 밀번은 이 대지를 매입한 후 새로운
사무실 건물을 짓기로 합니다. 건축회사 올리비에 리슨 앤 우드는
밀번 가의 해양 유산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원양 정기선 스타일로
사무실 건물을 설계했으며, 각 층은 데크처럼 최상층에는 A,
1층에는 G라고 이름 붙입니다.

본래 이 장소가 18세기에 사랑받는 목재 조각가이자 작가였던


토마스 뷰익의 흔적이었기 때문에 몇몇은 이 변화를 즐거워하지
않기도 했지만, 결국 완공된 건물은 디자인과 상업적 측면에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Dali Theatre and Museum 038
Catalonia, Spain
Serena Izzo @semiva

달리 극장 겸 박물관은 초현실주의에 바치는 기념비로, 유명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만을 소개합니다. 달리의 고향인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피게레스에 위치하며 달리가 어린 시절
자주 찾던 극장이 있던 곳이자 첫 전시를 연 장소이기도 하죠.
극장은 스페인 내전 당시 큰 화재를 겪은 뒤 약 20년간 폐허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960년 달리와 피게레스 시장은
전소한 극장 터에 달리의 예술 세계에 헌정하는 박물관을 짓기로
했어요. 피게레스를 가장 위대한 초현실주의 예술가의 탄생지로
세계에 널리 알린 인물이 받아 마땅한 대우였죠.

1974년 개관한 박물관은 달리의 작품뿐 아니라 개인 소장품


또한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회화뿐 아니라 조각,
콜라주, 기계 장치 등을 아우르는 최대 규모의 달리 컬렉션을
보유한 박물관으로 성장했죠.

달리는 현재 한때 그토록 좋아했던 극장의 무대 아래 무덤에


잠들어 있습니다. 거대한 유리 돔으로 뒤덮인 박물관은
지금도 문을 활짝 열고 달리가 비틀어놓은 세계로 방문객들을
끌어당긴답니다.
Wallace Collection (blue) 039
London, United Kingdom
Sharon Goldberg @sharonshoots

월러스 컬렉션은 런던 맨체스터 광장의 허트포드 저택Hertford


House에 소장된 예술품 컬렉션으로, 그 자체로 박물관을

의미합니다. 15세기부터 19세기 순수·장식 미술 작품을


광범위하게 선보이며 주요 소장품으로는 25개 전시실에 배치된
18세기 프랑스 회화, 가구, 무기 및 갑옷, 도자기, 옛 명화 등이
있습니다.

이 컬렉션은 1897년 허트포드 가문이 4대에 걸쳐 수집한


작품으로 구축됐습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4대 허트포드 후작 리처드 시모어 콘웨이Richard Seymour-Conway의
컬렉션이죠. 그는 소장품을 포함한 모든 재산을 사생아 리처드
월러스 경에게 남겼고, 어떤 경우에도 가문의 소장품이 박물관을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내걸고 저택을 1900년 대중에
영구 개방했습니다. 심지어는 전시를 목적으로 작품을 대여할
수도 없죠.

월러스 컬렉션은 5천5백여 점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회화, 가구, 도자기 등이 배치된 방식이 자아내는 19세기
프라이빗 컬렉션의 분위기를 감상하기에도 정말 좋습니다.
Syntagma Square 040
Athens, Greece
Claire Walker @thesilvercherry

그리스의 유명한 랜드마크인 신타그마 광장은 19세기 초반


그리스 왕국의 초대 왕인 오톤의 지시로 건설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그리스 역사의 거의 모든 중요한 사건을
애도하거나 축하하는 장소가 되어왔죠.

광장 이름인 ‘신타그마’는 ‘헌법’을 의미합니다. 1843년 9월


3일 신민과 군사의 봉기가 일어난 후 오톤은 헌법을 선포해야만
했는데 이를 기념해서 새롭게 붙여진 이름이죠.

신타그마 광장과 의회 건물 사이에 있는 ‘무명 용사의 묘’


앞에서 매시간 대통령 근위대(에브조네스)의 경비병 교대식이
거행됩니다. 근무 중인 경비병은 15분 단위로 매우 느리고
양식화된 움직임을 통해 자리를 교체하며, 이때를 제외하고는
내내 미동도 없이 차렷 자세로 서 있습니다.
Musée des Arts Décoratifs 041
Paris, France
Christian Dumitru @christiandumitru

루브르 박물관의 북쪽 전시관에 자리한 장식 미술관(MAD)


은 1882년 이래 파리의 대들보가 되어왔습니다. 유용한 것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예술을 알리는 것이 이곳의 목표죠.
그래서 형태와 기능 모두 우수한 물건들이 많이 전시돼
있습니다.

MAD는 응용 미술에 관심이 있는 미술품 수집가들이 최초로


결성한 조직에서 유래했어요. 루브르의 MAD, 호텔 카몽도의
니심 드 카몽도 미술관Musée Nissim de Camondo, 그리고 디자인 및
인테리어 건축 학교인 에콜 카몽도École Camondo 세 곳에 터전을
잡고 있죠.

MAD는 가구 컬렉션과 함께 시대별 전시실로도 유명합니다.


중세와 르네상스에서 시작해 19세기를 거쳐 아르데코,
마지막으로 동시대 디자인까지 주요 소장품이 연대순으로
진열돼 있어요.

프랑스어로 MAD는 Mode(패션), Arts(예술), Design(디자인)


의 약자이기도 합니다. 실제 발음도 1960년대 패션 트렌드인
‘모드’mod와 비슷하죠. 패션 전시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기관에
어울리는 발음입니다. 2018년에 MAD는 디올 하우스 회고전인
‘크리스찬 디올: 꿈의 디자이너’Christian Dior, Couturier du Rêve를 열고
300여 점의 오트 쿠튀르 가운을 전시했어요. 지금까지 이곳에서
열린 패션 전시 가운데 최대 규모였죠.

파리에서 루브르 다음으로 오래된 박물관인 MAD는 관람객을


수 세기 동안의 미술과 디자인을 두루 돌아볼 수 있는 탐험에
초대합니다. 2017년에 MAD는 92만 명의 방문객 수를
기록했어요.
The Queen’s Theatre 042
Versailles, France
Thomas Garnier @tomagarnier

100석 규모의 이 극장은 프랑스 베르사유의 왕실 분위기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왕비의 극장으로 알려진
이 공연장은 1779년에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를 위해 그의 개인
건축가 리샤르 미크Richard Mique가 지었고, 베르사유 궁전이 있는
정원의 프티 트리아농 구역에 위치합니다.

그 시대에 이런 극장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었어요.


많은 18세기 귀족이 고상한 문화생활을 하기 위해 시골 영지에
비슷한 소극장을 가지고 있었죠. 이 극장 건물의 평범한
외관은 휘황찬란한 금색, 파란색, 흰색의 내부 장식과 뚜렷한
대비를 이룹니다. 그러한 장식은 대부분 고급 파피에마셰papier-
mâché 기법을 이용해 만들어졌죠. 내부에 댄 패널은 대리석

같아 보이지만 실은 나무에 마감 칠을 해서 대리석 느낌을 낸


것입니다.

1785년 이후 이 극장은 왕비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프랑스


혁명을 비교적 무사히 넘기고 살아남았습니다. 19세기와 20세기
초반에 이따금 사용됐고 1925년부터 1936년 사이에, 그리고
다시 2001년에 복원이 이뤄졌습니다.

오늘날 공연은 왕비의 극장 무대를 더는 장식하지 않지만,


그 현장은 완벽하게 복원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죠. “왕비의 극장
특수 효과”라는 제목의 가이드 투어에 참여하면 극장이
18세기에 어떻게 작동했는지 볼 수 있습니다.
Teatro Alessandro Bonci 043
Cesena, Italy
Maicol Marchetti @maicolscrittocomesilegge

알레산드로 본치 극장은 1846년 이탈리아 체세나, 스파다


극장이 있던 자리에 세워졌습니다. 건축가 빈첸초 기넬리Vincenzo
Ghinelli가 설계한 이 극장의 정면은 신고전주의 양식을 보여줍니다.

체세나를 상징하는 문장 주위로 그리스 신화의 일곱 인물이


묘사되어 있죠.

내부에는 약 800명의 관객이 유럽 전체에서 가장 큰 무대 중의


하나를 내려다볼 수 있는 5층 구조의 객석이 있어요. 알레산드로
본치 극장에서는 아직도 스파다 극장의 유물 다수를 찾아볼 수
있는데 원래의 무대 장치, 지역 화가 안토니오 피오Antonio Pio가
장식을 그려 넣은 커튼, 조심스럽게 보존된 드럼과 음향 기기 등이
그 예입니다.

극장 이름은 체세나 출신의 유명한 테너 알레산드로 본치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본치는 제화공 도제로 일하다가 음악을
공부하게 되고, 마침내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밀라노의
라 스칼라, 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 등 최고의 극장에서
노래하게 됩니다.

20세기에 걸쳐 여러 차례 복원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가장 최근의


리노베이션은 1990년대에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복원은 본래의
디자인을 온전하게 보존하면서 21세기에도 계속 존재할 수
있게끔, 최초의 프로젝트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행됐습니다.
Amer Fort 044
Amer, Rajasthan, India
Chris Schalkx @chrsschlkx

왕궁이자 군사 시설인 아메르 요새는 마오타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있습니다. 붉은 사암과 대리석으로 이뤄진 이 철통같은
성채는, 16세기 무굴 제국의 황제 아크바르Akbar밑에서 일하던
군사령관 만 싱 1세Man Singh I의 지시로 건설됐습니다.

요새는 4층으로 구성되며 층마다 안뜰이 있습니다. 내부에는


호화로운 방이 자리합니다. 모자이크 유리 장식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디와니암Diwan-e-Aam, 즉 ‘접견의 홀’도 그중 하나죠.
황제가 장관 또는 평민을 접견해 그들의 청을 듣는 장소였습니다.
다른 방으로는 수크니와스Sukh Niwas, 즉 ‘기쁨의 홀’이 있습니다.
그곳은 고대 공기 냉각 시스템까지 갖췄는데, 공기가 향기로운
물이 흐르는 수로 위를 지나면서 궁전 전체를 시원하게 만드는
방식이죠.

요새의 외관은 장엄하면서도 단순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기발한 디테일들이 눈에 띕니다. ‘마법의 꽃’이라는 대리석
패널에는 꽃 한 송이를 맴도는 나비 두 마리가 그려져 있는데,
이 패널을 돌리면 꽃이 있는 자리에 일곱 개의 이미지가 차례로
나타납니다. 연꽃, 코끼리 코, 물고기 꼬리, 전갈, 사자 꼬리,
코브라 머리, 옥수숫대.

아메르 요새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거울 궁전’입니다.


요새에 살았던 한 왕비는 어릴 적 별빛 아래서 잠들기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고대의 관습상 성인 여성은 야외에서 잠들
수 없었죠. 이를 안타깝게 여긴 왕은 궁전 내부에 우주를 만들어
사랑하는 왕비에게 선물하고자 최고의 건축가들을 불러 모으고,
유리를 세공해 벽과 천장을 찬란하게 장식하였습니다.
촛불을 딱 두 개만 밝히면 천장에서 무수한 별이 반짝이는 거울
궁전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Jantar Mantar 045
Jaipur, India
Joana Zokos @joanazokos

잔타르 만타르는 산스크리트어로 ‘마법의 장치’라는 뜻으로,


18세기 초에 세워진 천문대 유적입니다. 당시 18세기 인도는
외세의 침략과 내부의 불안으로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었지만, 식견이 뛰어난 군주였던 마하자라 사와이자이 싱
2세는 과학자들을 외국에 보내 천문대를 짓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고, 자이푸르, 우자인, 마투라, 바라나시, 델리에 5개의
천문대를 건설했습니다.

그중 규모가 가장 큰 자이푸르의 잔타르 만타르는 17가지


천체관측 도구로 이루어져 있는데, 6가지는 태양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것이고, 11가지는 달과 별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을 측정하고, 일식과 월식을 예측하고,
별자리 위치를 추적하고, 태양계 행성의 궤도를 확정하고,
천체의 고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었죠.

1940년대까지도 천문대로 이용되었으며, (현재 마투라


천문대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2010년에는 유네스코 세게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거의 300년이 된 잔타르
만타르의 역사와 시간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Palais Royal 046
Fes, Morocco
Matúš Slavkovský @matt.slavkovsky

모로코 페스에 위치한 팔레 루아얄의 장엄한 문 너머로는


초목이 무성한 안뜰과 수많은 정원, 그리고 분수로 꾸며진 2만
4천 평 이상의 부지가 펼쳐집니다. 특별히 초대받은 사람만이
그 아름다움을 목격할 수 있죠. 13세기 후반에 지어진 팔레
루아얄은 현 모로코 국왕의 별궁으로, 대중에 개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진 속 ‘알라위 광장’Place des Alaouites의 화려한


대문만으로도 충분히 감탄하게 될 것입니다. 궁전 입구에 있는
광장을 메수아르mechouar라고 부르는데, 하산 2세Hassan II가
1960년대에 궁전 입구를 북쪽에서 남쪽으로 변경하면서 따라
옮겨졌죠. 이 웅장한 대문은 오르몰루ormolu라고도 불리는,
금을 입힌 청동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모자이크 타일, 삼나무로
섬세하게 조각한 장식,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꾸며졌으며 현대
모로코 장인 정신의 훌륭한 예시로 여겨지죠. 대문 앞에는 레몬
나무가 여러 그루 있는데, 관광 가이드는 종종 레몬즙으로 금동
대문을 닦아내는 법을 시연하곤 합니다.
Ben Youssef Madrasa 047
Marrakesh, Morocco
Celeste Choo @celestezenn

벤 유세프 마드라사는 1960년까지 이슬람 고등 교육 기관으로


쓰이던 역사 유적지입니다. 알모라비드 왕조 시대, 1106년부터
1142년까지 재위하며 마라케시의 영토 및 영향력을 확장한 술탄
알리 벤 유세프Ali Ben Youssef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죠.

최초로는 14세기 마린 왕조 시대에 건설됐지만,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1565년 사디 왕조의 술탄 압둘라 알갈립Abdallah Al-Ghalib
이 세운 것입니다. 기존의 마드라사 부지에 건축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중앙에 안뜰을 두고 빙 둘러선 동쪽과 서쪽의 옥외 갤러리,


기숙사, 그리고 크고 맑고 얕은 인공 못이 이곳을 구성합니다.
여타 이슬람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초기 안달루시아 양식에서
영향받은 복잡한 장식이 특징이죠. 예를 들면 정교하게 조각된
벽토, 색을 입힌 세라믹 타일, 목재를 세공해 일정한 무늬를 만든
돌출형 창문틀 등이 그렇습니다.

전성기에 이곳은 북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신학 고등 교육


기관이었습니다. 교육, 예배 및 지역 사회 교류의 중심지로서
800명가량의 학생을 수용해 문학, 과학, 역사를 비롯해
다양한 과목을 가르쳤죠. 교육 기관으로서는 1960년에
운영을 중단했지만, 건물 보수와 재단장을 마친 뒤 22년이
지나 유적지로 다시 문을 열었고, 오늘날 벤 유세프 마드라사는
마라케시에서 손에 꼽히게 중요한 역사적 건축물로 남아 매년
수천 명의 관광객을 맞이합니다.
Kolmanskop 048
Karas, Namibia
Cole Whitworth @colerwhitworth

콜만스코프는 나미비아 남부의 유령 도시입니다. 1908년


자카리아스 르왈라Zacharias Lewala라는 광부가 이 지역에서 일하던
중 다이아몬드로 추정되는 광석을 발견했고, 그것이 진품으로
판정된 직후, 당시 나미비아를 지배하던 독일이 다이아몬드
광부들을 콜만스코프로 파견했습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이들은 상당한 부를 거머쥐었어요. 주민들은


독일 어느 소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건축 양식으로 마을을
지었죠. 순식간에 남반구 최초로 엑스레이 시설을 자랑하는
병원이 세워졌고, 뒤이어 발전소, 학교, 카지노, 무도회장이
생겨났습니다. 또한 아프리카 최초로 트램이 설치되어, 빠르게
발전하던 콜만스코프를 해안 도시 뤼데리츠Lüderitz와 연결했죠.
유럽의 오페라 극단과 여러 예술가가 이곳의 유복하고 별난
식민지 주민들을 위해 공연을 하러 찾아왔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곳의 다이아몬드는 점차 씨가 말랐습니다.


많은 주민이 더 큰 다이아몬드 매장층이 발견된 남쪽으로 빠르게
몰려갔죠. 도시는 결국 전성기를 맞은 지 고작 몇십 년 뒤인
1956년에 완전히 버려졌습니다. 한때는 모래를 손으로 대충
훑기만 해도 순수한 다이아몬드를 찾을 수 있었는데 말이죠.

2002년 현지 업체가 콜만스코프를 관광지로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관광객들을 버스에 태우고 모래로 뒤덮인
수수께끼 같은 도시를 탐험하면서 사진을 찍게 했죠. 매년 약 3만
5천 명이 이 초현실적인 현장을 방문합니다. 방문객들은 모래시계
안에서 모래가 떨어지는 속도만큼이나 시간이 얼마나 무상하게
흐르는지, 그리고 주인 없는 집 문설주를 통과한 모래가 얼마나
금세 수북이 쌓이는지 목격하고는 몹시 놀라곤 하죠.
Amanjena 049
Marrakech, Morocco
Sarah Murphy @sarahirenemurphy

사진 속 열쇠 구멍 같은 문을 열면 고요한 분위기에 휩싸인 호텔


‘아만제나’가 펼쳐집니다.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로운 낙원’을
뜻하죠. 이름에 걸맞은 장소입니다. 이곳은 모로코 마라케시
남동부의 교외에 위치한 5성급 호텔로, 18,000평쯤 되는
녹지에 세워져 방문객에게 더할 나위 없이 한적한 휴식처를
제공합니다.

이 호텔은 2000년 마라케시 인근의 오아시스 팔므레Palmeraie에


지어졌으며, 드라강과 다데스강 협곡이 사하라사막 방향으로
합류하는 지점인 와르자자트로 난 길 가까이에 위치합니다.
건축가 에드 터틀Ed Tuttle이 아메드 알만수르Ahmed Al-Mansour의
엘바디 궁전을 모델로 삼고, 마라케시의 오래된 장밋빛 건물들과
12세기에 조성된 메나라 정원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죠.
4,000m 가량 높이 솟은 언덕을 배경으로 두고, 알모라비드
왕조 시대에 생긴 올리브나무 과수원 한가운데 펼쳐져 있습니다.

레스토랑으로 쓰이는 그늘진 안뜰 한가운데 꽃잎이 흩뿌려진


분수가 자리합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흙을 다져 만든 벽을
따라가면 정원에 물을 공급하는 중앙 수로가 나오죠. 이 화려한
관개용 수로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널따란 독채형 객실로, 저마다
정원과 정자를 가졌으며 그중 일부는 전용 수영장도 갖췄습니다.
무어 양식의 아치로 꾸며진 천장이 사하라사막의 절경과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며 우아한 인테리어를 완성합니다.

부대시설로는 스파, 체육관, 테니스 코트, 그리고 수많은


수영장이 구비돼 있습니다. 멋지게 장식된 객실에는 왕족에
어울릴 법한 커다란 침대와 청록색 대리석 욕조가 놓여 있죠.
아름다움과 품위를 덧입은 호텔의 고요하고도 풍요로운
분위기에 한번 흠뻑 취하고 나면, 이곳을 떠나기가 무척
힘들어지겠죠.
Severance Hall 050
Cleveland, Ohio, USA
Accidentally Wes Anderson

1931년 2월 5일 어느 추운 겨울 밤, 클리블랜드 관중들은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가 ‘거대한 보석상자’로 불리는 새로운
공간에서 공연하는 갈라 콘서트를 보기 위해 옥상을 가득
메웠습니다. 세브란스 홀은 자선 사업가인 존 세브란스John
Severance가 고인이 된 아내Elizabeth Severance에게 헌정하는 동시에

도시의 문화에 기여하기 위하여 저명한 건축가인 워커앤위크스


Walker & Weeks와 함께 구상한 공간입니다. 엘리자베스가 가장

좋아하는 세 개의 큰 연꽃이 대리석 바닥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아르데코 스타일의 인테리어 디자인이 탄생했습니다. 웅장한
로비와 공연장의 천장에 그려진 레이스 패턴도 아마 그녀의
웨딩드레스에서 영감을 받았을 것입니다.

2천 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그랜드 콘서트홀의 메인


무대 뒤에는 6,025개의 파이프로 된 스키너 오르간이 숨겨져
있습니다. 무게가 거의 50,000파운드에 달하며, 미국 최고의
콘서트 오르간 중 하나입니다.
Woody’s Music 051
Saint Louis, Michigan, USA
Lydia Garcia @aidyl211

세인트루이스는 손모아장갑 모양으로 생긴 미시간주


한가운데 위치한 소도시입니다. 추운 날씨에 딱 어울리는
손모아장갑만큼이나 따뜻한 상점과 캐릭터로 가득한 곳이죠.
악기점 우디스 뮤직도 그중 하나로, 지역 주민들이 빈티지한
분위기 속에서 로큰롤을 즐기는 법을 배우고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입니다.

우디스 뮤직이 위치한 찰스 빌딩Charles Building은 19세기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아름다운 처마로 장식된 붉은 벽돌 건물이 오랜 세월
노스밀가North Mill St.를 지키는 동안, 수많은 가게가 같은 자리를
거쳐 갔습니다. 건물에 처음 입점한 가게는 조지 찰스George
Charles 소유의 드러그 스토어였어요. 1914년 폐업하고 1990

년대 중반까지 당구장, 극장, 빵집, 보석 가게, 스포츠용품점이


들어섰다 떠났죠.

그러던 중 1996년 우디 블랙Woody Black이 등장해 우디스


뮤직을 열었습니다. 그는 이곳에서 음악 수업을 열고 녹음실을
제공하며, SF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전자 악기 테레민theremin
까지 들여놓으며 미시간 중부 음악 애호가들의 안식처로
재탄생시켰죠. 음악 수업을 듣거나 재미난 이야기를 들으러,
혹은 우디의 반려 독거미 로지Rosie에게 인사하러 우디스 뮤직에
들러보세요.
Campana Factory 052
Batavia, Illinois, USA
Brian A. Lucas @brianarendlucas

캄파나 컴퍼니는 ‘이탤리언 밤’Italian Balm이라는 핸드 로션을 만든


화장품 제조사였습니다. 설립 후 2년 만에 대공황이 발발하면서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위기에 처했죠. 하지만 뛰어난 광고
전략을 세운 덕에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도 번창할 수 있었습니다.

소유주 어니스트 모건 오스월트Ernest Morgan Oswalt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잡지사에 무료 샘플을 제공하고 라디오에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당시엔 무척 혁신적인 방법이었죠. 그중에서도
라디오 광고 캠페인은 아주 오랜 기간 많은 수익을 창출한
전략으로 발전했습니다.

캄파나 공장의 아르데코 건축 양식도 회사의 성공에


기여했습니다. 1930년대 이르러 급증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새 공장을 지어야 했는데, 오스월트는 공장 건물이 자사
제품의 현대적인 매력을 반영해 보여주길 바라며 사진 속
건물의 디자인을 의뢰했죠. 이 건물은 완만한 곡선 형태의
유선형 모던Streamline Moderne 양식으로 설계됐으며 자동화된
생산 라인과 기계식 원료 혼합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에어컨이 설치돼 있었는데, 그땐 무척 드문
일이었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내 반이탈리아 정서가 퍼진 탓에


캄파나사는 ‘이탤리언 밤’이라는 제품명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1960년대에는 세탁용 세제 제조사 퓨렉스Purex가 공장을
인수했고, 캄파나 컴퍼니는 1982년 문을 닫습니다. 이제는
연극용 의상 및 메이크업 업체 올 드레스드 업 코스튬All Dressed Up
Costumes이 이 역사적인 건물을 사용합니다.
1704-1706 Manning Street 053
Philadelphia, Pennsylvania, USA
Pavel Vekshin @p.vekshin

1918년에 지어진 매닝가 1704번지 및 1706번지 주택은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유서 깊고 부유한 동네에 위치합니다.

본래 사우스웨스트 광장Southwest Square으로 불리던 이곳은


필라델피아시의 창건자 윌리엄 펜William Penn이 계획한 공원 다섯
개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다가 1825년 미국 철학 협회 회장과
미국 최초의 조폐국장을 역임했던(여가에는 천문학자이자
시계공이었던) 데이비드 리튼하우스David Rittenhouse의 이름을
따서 불리게 되었습니다.

리튼하우스 광장에는 차차 19세기 부유층이 모여 살기


시작했고,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교회와 회원제 클럽이 속속
들어섰습니다. 1913년에는 프랑스 건축가 폴 필리프 크레트Paul
Phillipe Cret가 광장 일부를 재구성해 파리의 정원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부동산 열풍이 불면서 이 우아한 동네에


신식 아파트, 사무실 건물, 콘도 등이 세워졌습니다.
한때 빅토리아풍 저택으로 유명했던 광장은 고층 아파트와
최고급 상점이 즐비한 현대식 생활의 중심지가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리튼하우스 광장은 시민들이 점심때 즐겨 찾는
동네이자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가 탐내는 촬영지이기도 하죠.
지역 예술과 각종 문화 행사, 거리를 따라 늘어선 고급 주택을
매력 삼아 오래도록 명성을 이어 가는 중입니다.
Water Ice Stand 054
Rehoboth Beach, Delaware, USA
Accidentally Wes Anderson

르호보스 해변은 대서양의 작은 해안마을입니다. “여름의 미국


수도”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마을의 매력과 1마일의 나무판자
산책길은 매년 3백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입니다.
Arcade Theater 055
Fort Myers, Florida, USA
Accidentally Wes Anderson

1915년에 복원된 옛 보더빌 공연장은 재건되어 현재 플로리다


레퍼토리 극장의 시내 쇼케이스장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Typical Building 056
Fort Myers, Florida, USA
Accidentally Wes Anderson

1900년대 초에 지어진 포트 마이어스 다운타운은 보자르와


신고전주의 건축, 공공 예술 작품, 유서 깊은 아케이드 극장,
야외 식당 등으로 매력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Malley’s Chocolates 057
Cleveland, Ohio, USA
Accidentally Wes Anderson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외곽의 480번 주간 고속도로


위로 우뚝 솟은 맬리스 초콜릿 공장의 분홍색 원통형 저장 탱크
표면에는 초콜릿을 맛있게 하는 재료인 코코아, 우유, 그리고
설탕이 커다란 글씨로 적혀 있습니다.

설립자 앨버트 마이크 맬리Albert Mike Malley는 어린 시절 초콜릿


가게에서 일하며 불 위에 구리 냄비를 올려놓고 초콜릿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1935년에는 5백 달러를 빌려 작은 가게를
임대했고, 가족들과 함께 가게 뒤편의 살림집으로 이사했죠.
그러고는 초콜릿 왕국을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15년이 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가게가 개점했을


때에는 경찰이 출동할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몰려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 바깥에 군중이 모여든 것과 같은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약 27m 높이의 저장 탱크들은 각각 45,000kg쯤 되는 코코아,


우유 혹은 설탕을 보관하며, 그것들을 공장으로 직접 수송하는
펌프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밸런타인데이 시즌에는
특별 지원팀이 출동해 특제품 ‘초콜릿을 입힌 딸기’를 만들기
위해 움파룸파 스타일로 24시간 쉬지 않고 일합니다.
Airstream Trailer 058
Jackson Center, Ohio, USA
Lane J. Dittoe @LaneDittoe

에어스트림 트레일러를 만든 월리 바이엄Wally Byam은 열정


가득한 진정한 선구자였습니다. 1896년 미국 독립기념일에
태어난 그가 어렸을 때부터 지냈던 나무로 된 마차에는 스토브와
각종 생필품이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그가 만들어낸 시그니처
트레일러의 시작이었죠.

모험심 가득한 캠핑광 월리는 자신의 포드 모델 T 위에 텐트를


다는 장치를 만들기도 하고, 수많은 설계 시도 끝에 트레일러를
만들어냅니다. 이 만족스러운 작은 모델하우스가 수많은 제작
요청을 받자 그는 캘리포니아 컬버시티에 최초의 에어스트림
공장을 설립합니다. 이 트레일러는 밝은색의 알루미늄 차체와
둥근 모서리의 외관을 시그니처로 쭉 유지해 오고 있죠.

심지어 나사가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들의


격리시설로 에어스트림 트레일러를 선택했는데, 항공기 같은
구조, 자급자족할 수 있는 특징, 그리고 불편함을 견딜 수 있는
생활 공간 덕분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월리는 1962년에 사망하여
이 역사적인 순간을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오하이오 잭슨 센터에 본사를 둔 에어스트림은 여전히 창립자


월리의 방식대로 혁신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가 직접 남긴
강령과 윤리 규정은 세월이 흘러도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세요. 모험을 여행하며 느끼는 새로운


차원의 즐거움과 정다운 우정은 여러분의 변함 없는 동반자입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어디로든 캐러밴을 끌고 가세요. 반짝이는 큰길을


지나고 도로 없는 사막을 건너 세계 방방곡곡으로요.

무지개의 끝을 찾으려는 모험 정신을 고취시키도록 끝없이


노력하세요. 그러면 여행의 꿈이 이루어질 거예요.
Georgian Hotel 059
Los Angeles, California, USA
Paul Fuentes @paulfuentes_photo

조지언 호텔은 로스앤젤레스 상류층을 위한 아늑한 은신처로


설계됐습니다. 1933년에 지어진 이 호텔은 산타 모니카의
잘 알려지지 않은 바닷가 마을, 나무가 울창한 해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션 애비뉴에서 탄생한 최초의 고층 건물
가운데 하나인 이 호텔은 변호사이자 판사 해리 J. 보드Harry J.
Borde가 구상했고, 로마네스크 복고와 아르데코 건축 양식을

선보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지안 호텔의 지하 레스토랑이 큰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금주법 시대의 마지막 아지트와 같은 곳이었던 이
레스토랑은 진정한 ‘스픽이지’(speakeasy, 1920년대 미국의
금주법 시대에 음지에서 영업하던 바에서 유래됐어요)으로
여겨졌어요. 벅시 시걸, 클라크 게이블, 로스코 패티 아버클,
캐럴 롬바드를 비롯해 여러 유명 영화배우와 업계 거물이 이곳의
손님이었죠.

이 8층짜리 호텔은 수년간 산타 모니카에서 손에 꼽히게 높은


건축물 중 하나였습니다. 이 인상적인 외관을 가진 호텔은 산타
모니카가 관광과 레저의 목적지로서 오랜 전통을 가진 도시임을
알려주는 동시에 아르데코의 황금기를 증명하는 기념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Hotel Opera 060
Prague, Czech Republic
Valentina Jacks @valentina_jacks

오페라 호텔은 보헤미안풍 신르네상스 양식으로 정교하게


장식된 분홍빛 건물입니다. 유명 관광지로 사랑받는 프라하에서
비교적 한적한 노베 메스토Nové Město, 신시가지에 있죠.
67개 객실과 상업 공간을 갖춘 이 6층짜리 오페라 호텔은
(딱히 오페라에서 가깝지는 않지만) 1891년 체코 프라하 내
유네스코의 보호를 받는 역사 지구에 세워졌으며, 네오르네상스
양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건축 당시에는 1층의 레스토랑이
유일한 상업 공간이었다가, 카렐 체슈카Karel Ceska가 1918년 가족
경영 호텔의 꿈을 키우며 이 호텔을 사들였습니다.

그로부터 약 20년 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가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해 프라하에 머무르다가 1945년에
러시아군에 의해 격퇴당하고, 이후 1948년에 정권을 장악한
공산당은 이 오페라 호텔을 카렐의 동의도, 보상금도 없이
국유화했습니다. 정부의 통제하에 있는 동안 호텔은 방치와 관리
부실로 황폐해지고 말았죠. 중간에 1968년 알렉산데르 둡체크
Alexander Dubček가 주도한 ‘프라하의 봄’이 짧은 개혁 사건이

있었습니다만, 그 이후로도 수십 년간 정치적 혼돈의 시기를


거쳐 공산주의가 몰락한 후에야 이 호텔은 반환됩니다. 카렐의
후손들이 수십 년 방치된 호텔의 레노베이션을 통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죠.

온종일 프라하가 자랑하는 아름다움과 역사를 음미하고 나면,


아무리 열성적인 관광객이라도 무척 지쳐버리고 말 것입니다.
그럴 때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오페라
호텔의 바에 들러 세계적으로 이름난 체코 맥주를 한 잔 시원하게
들이켜는 것이랍니다.
Hotel Belvédère 061
Furka Pass, Switzerland
Carlo Kuettel

1882년에 지어진 벨베데레 호텔은 스위스 알프스를 극적으로


굽이쳐 지나는 푸르카 패스Furka Pass에서 U자형으로 꺾어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이 인스타그램
계정에 첫 번째로 포스팅한 장소입니다.

이 호텔은 1965년 숀 코네리Sean Connery 제임스 본드 역할을


맡았던 ‘007 골드핑거’에서, 본드가 은색 애스턴 마틴을 타고
푸르카 패스를 달리며 노란색과 검은색의 롤스로이스를 탄
빌런 골드핑거Goldfinger와 오드잡Oddjob을 추격하는 명장면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호텔이 번성할 당시에는 객실에서 론 빙하가 펼쳐진 광경과


푸른빛이 감도는 작은 얼음 동굴을 내려다볼 수 있었지만, 기후
변화로 론 빙하가 녹으면서 관광 산업이 쇠퇴하고 호텔은 2016
년 문을 닫게 됩니다. 이제는 이곳을 지난다면 빙하가 녹는 것을
지연시키기 위해 하얀 담요로 덮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을 거예요.
Hunting Lodge Hohenlohe 062
Tatranská Javorina, Slovakia
Matúš Slavkovský @matt.slavkovsky

이 위풍당당한 단풍나무가 눈에 띄는 사냥용 별장은 타트라


국립 공원 내에 있으며, 슬로바키아에서 가장 자연이 잘 보존된
곳입니다. 1883~1885년 프로이센 왕자 크리스티안 크래프트
호엔로헤오흐링겐Prussian prince Christian Craft Hohenlohe-Öhringen에
의해 건설되었습니다.

유럽 전역에서 사냥하러 온 귀족들을 위한 슬로바키아 최고의


장소로 만들기 위하여, 이 부유한 왕자는 수십 명을 고용하여
수력 발전소, 빵집, 가톨릭 교회 등 다양한 시설을 만들도록
하였습니다. 바이슨(들소), 아이벡스(산악 염소), 미국 사슴을
사유지에 들여와서 사냥을 즐겼고, 성대한 사교의 장을 여는 등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죠.

1926년 호엔로에 왕자가 죽자 별장은 후계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이 되었고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에 매각되었습니다.
오늘날은 타트라 국립 공원이 그 외관과 내부를 보존하고 있으며,
2009년에 국가 문화 기념물로 지정되었습니다.
Kew Palace 063
London, United Kingdom
Andrew Afram @andrewafram

런던 남서쪽에 위치한 넓은 자연이 펼쳐진 큐 정원 내에 위치한


큐 궁전은 영국 왕궁 중에 가장 작습니다. 원래는 런던의 부유한
실크 상인들의 저택이었으나, 1720년대 조지 2세가 부지를
임차하면서, 큐 지역과 리치몬드 로지를 여러 세대에 걸쳐
조지 왕조가 점유하였습니다.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에 지내는
장소로 사용했는데, 규율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가족과
함께 안락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었죠. 18세기~19세기 초 영국
왕실의 인간적인 초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조지 3세(1738~1820)는 그가 ‘미쳐갈 때마다’ 큐를 도피처


삼았다고 합니다. 이후엔 그곳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죠. 그가
사랑했던 정원은 조경 건축가 케이퍼빌리티 브라운Capability
Brown이 디자인했습니다. 그의 본명은 랜슬롯Lancelot이었지만,

고객들에게 개선의 역량Capability을 이야기하곤 해서 붙은


별명이었습니다. 큐 정원도 마찬가지로 통상적인 정원보다
야생적으로 가꾸어졌습니다. 목가적인 유원지로 생각했지만,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야생은 단순한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Queen Charlotte’s Cottage 064
London, United Kingdom
Silvia Molteni @thewhitewhale

큐 궁전을 둘러싼 부지에 샬롯 왕비의 별궁이 있습니다. 일반에


공개되어 있죠. 아래층에는 샬롯 왕비가 수집한 화가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의 방대한 판화 컬렉션이 있습니다. 순서대로
보면 한 권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죠. 위층은 티룸 또는 피크닉
룸인데, 대나무와 꽃 그림들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왕비의 셋째
딸 엘리자베스 공주가 그렸답니다.

별궁 뒤편에는 수년 간 이국적인 동물들이 살아온 작은 동물원이


있었습니다. 캐롤라인 왕비(1646-1723)는 사향 고양이와
호랑이를 키웠던 반면, 샬롯 왕비는 소라든지 알록달록한 꿩과
같은 얌전한 동물로 만족했죠. 18세기 즈음에는 잉글랜드에서
최초의 캥거루를 사육하며 별궁 뒤편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도록
했습니다.
Casino Mont Blanc 065
Chamonix, France
Ramon Portelli @ramonportelli

그림 같은 카지노 르 루아얄 샤모니몽블랑Casino Le Royal Chamonix-


Mont-Blanc. 고전적인 외관의 이 건물은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스키 휴양지 중 하나인 샤모니 마을에 있습니다. 게임장과


레스토랑, 그리고 1860년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바가
있습니다. 1860년에는 나폴레옹 3세(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조카)가 실제로 머물렀던 구 루아얄 호텔이었죠.

흔히 샤모니라고 알려진 샤모니몽블랑은 프랑스와 스위스와


이탈리아가 만나는 지점 근방, 알프스 최고봉인 몽블랑 산기슭에
위치해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알프스 등반은
1760년 박물학자 오라스 베네딕트 드 소쉬르가 몽블랑을
제일 먼저 오르는 사람에게 상을 내걸며 시작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모험가들이 샤모니를 찾았고 (1786년 소작농 자크
발마와 의사 미셸 파카르가 몽블랑을 최초 등정합니다) 곧이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고, 1816년에 최초의 호화 호텔이
세워졌습니다. 이후 1901년 7월에 샤모니 계곡을 통과하는
철도가 개통되면서 마을은 일 년 내내 행운을 시험해보려는
방문객을 맞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스키는 19세기 말엽 샤모니에 들어왔는데 1906~1907년에


처음으로 겨울 시즌이 성황을 이루게 되고, 샤모니는 1924년에
최초의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며, 현재까지도 겨울과 여름에 관광
성수기를 누리게 됩니다.
The Breakers 066
Newport, Rhode Island, USA
Kasey P. @poodwithatude

대호황 시대에 미국 제일가는 부잣집에서 자란다는


것은 물질적으로 풍부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었습니다.
로드아일랜드주에 있는 저택 더 브레이커스에서 이 꽃이
만개한 침실을 사용하던 거트루드 밴더빌트Gertrude Vanderbilt
는 1875년 뉴욕시에서 태어났습니다. 기업가 코닐리어스
밴더빌트 2세Cornelius Vanderbilt II의 넷째 아이였죠. 5번가에 있는
밴더빌트 가문의 호화로운 저택에서 성장했고, 여름이면 더
브레이커스에서 지내며 형제들과 뛰놀고 운동을 하고 드넓은 뜰을
거닐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예술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그녀는
일기에 파묻혀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일기장에 섬세한 소묘와
수채화를 그리면서요.

열아홉 살에 거트루드는 더 브레이커스로 아예 이사했고, 훗날


파리로 건너가 몽마르트르와 몽파르나스의 예술 현장에 푹
빠져듭니다. 예술계와 사랑에 빠진 그는 조각가가 되기로 해요.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온 뒤 아트 스튜던트 리그 오브 뉴욕Arts
Student League of New York에서 공부했죠.

그때는 해리 휘트니Harry Whitney와 결혼한 지 10년쯤 되던 해인데,


성공한 사업가이자 말 사육자였던 휘트니는 아내의 작업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었습니다.

거트루드는 자신의 열정에 대한 가족의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예술가의 길을 굳게 걸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전시를 했고
나중에는 후원자가 되었죠. 1929년에 그녀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미국 현대미술 작품 약 700점을 기증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하자 직접 미술관을 열어버립니다.
자신의 크나큰 사랑을 만족시키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는
데 도가 트인 사람이었으니까요. 그 미술관은 거트루드의
가장 위대하고 오래가는 유산으로 남아 있죠. 바로 휘트니
미술관입니다.
Stanley Hotel 067
Estes Park, Colorado, USA
Spencer Peck

“…모든 큰 호텔에는 유령이 있기 마련이죠. 왜냐? 허,


사람들이 들락거리니까. 그러니까 때로는 객실에서 심장마비나
뇌졸중이나 뭐 그런 걸로 갑자기 죽는 사람이 생기는 겁니다.
호텔은 미신이 많은 장소예요.” — 스티븐 킹, 『샤이닝』

1974년 겨울, 손님이 없던 호텔에 아내 타비사와 함께 하룻밤을


묵었던 작가 스티븐 킹은 텅 빈 바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 영감을
받아 『샤이닝』을 만들어 냅니다. 이야기 속 배경인 외딴곳의
인상적인 ‘오버룩 호텔’Overlook Hotel의 모델이 로키산맥에 자리한
스탠리 호텔입니다.

오버룩 호텔처럼 스탠리 호텔에도 그곳만의 유령들이 있습니다.


1909년에 문을 연 이 호텔의 주인 프리런 O. 스탠리Freelan
O. Stanley가 호텔 로비와 당구장을 배회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소문이 있거든요. 때로는 호텔 볼룸의 피아노가 저절로 연주되기


시작한다고도 합니다… 그곳에서 피아노를 치는 것은 아내
플로라가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취미죠.
Corinthia Hotel Budapest 068
Budapest, Hungary
Rio Ruskin @rioruskin

한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부다페스트 코린티아 호텔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러운 공간을 제공해왔습니다. 1896년 ‘로열
그랜드 호텔’이라는 이름으로 무척 화려하고 혁신적인 시설을
선보이며 상류층이 교류하는 장으로 기능했습니다.

20세기를 목전에 앞둔 무렵, 도시는 헝가리 민족이 카르파티아


분지를 정복하고 왕국을 세운 지 1천 년 되는 해를 기념하기 위한
대규모 축제 준비로 떠들썩했습니다. 이 시기에 여러 상류층
인사와 작가뿐 아니라 영화 장치 발명가이자 최초의 영화
제작자인 뤼미에르 형제도 부다페스트 코린티아 호텔에
모여들었죠.

뤼미에르 형제는 부다페스트에서의 첫 영화 상영을 위한 장소로


이곳을 택했습니다. 모든 축제가 끝난 뒤 극장은 호텔에
영구적으로 남았죠. 프랑스 르네상스 양식으로 꾸며진 코린티아
호텔은 오늘날 극장뿐 아니라 350개의 객실과 우체국, 은행,
헤어숍, 레스토랑, 카페, 스파 등 다채로운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스파를 담당한 이는 헝가리인 건축가 빌모스 프레운드Vilmos Freund


입니다. 그는 증기탕, 샤워실, 전기식 탕을 갖추고 최신 스파
기술을 선보일 호화로운 시설을 설계했죠.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스파는 방치돼 버려지다시피 했고 프레운드는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호텔은 양차 세계대전을 겪고도 어떻게든 살아남았지만, 1950-


60년대에 발생한 화재로 본래의 모습을 대부분 잃었습니다.
이후 2000년대 초반 1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거금을 들인
공사가 진행됐습니다. 그리하여 오늘날 부다페스트 코린티아
호텔은 화려한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모던 럭셔리를
상징하는 장소가 됐죠.
Warrender Bath Club 069
Edinburgh, Scotland
Soo Burnell @sooukdotcom

1886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한 무리의 수영 애호가가


준남작 조지 워랜더 경의 지원을 받아 사설 호화 수영 클럽을
열기로 했습니다. 빅토리아 여왕이 재위하던 때였고, 대영 제국이
해상을 지배했을 뿐 아니라 국민들이 깊은 바다에서 수영 실력을
뽐내는 것으로 명성을 떨치던 시절입니다. 1875년 슈롭셔주
출신의 전설적인 선장 매슈 웹Matthew Webb은 온몸에 돌고래
기름을 바르고 평영으로 영국 해협을 최초로 건너, 곳곳에 수영
열풍을 일으켰죠.

열다섯 살의 엘런 킹Ellen King은 워렌더 수영 클럽에서 훈련받은


뒤 영국 팀 최연소 선수로 1924년 파리 하계 올림픽에 출전했죠.
그 밖에도 그녀는 여러 선수권 대회에서 성공을 거뒀는데, 클럽의
남성 회원들은 킹과 그의 여성 동료들이 수영장에서 축하 경기를
열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킹을 포함한 여성
회원 여럿이 1925년 클럽을 탈퇴해 제니스 레이디스 수영 클럽
Zenith Ladies Swim Club을 설립했습니다. 결국 손해를 본 것은

워렌더 수영 클럽이었죠. 킹이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두 개나 획득했으니까요.

시간이 흐르고, 2005년, 킹이 스코틀랜드 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오른 지 딱 3년이 되던 해입니다. 그녀가 빛나는 이력을 시작한
출발점, 워렌더 수영 클럽은 개조 공사를 거쳐 눈부신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제 ‘워렌더 수영 센터’Warrender Swim
Centre로 이름을 바꾼 그곳의 레인은 모든 젠더에 평등하게 열려

있습니다.
Marshall Street Baths 070
London, United Kingdom
Soo Burnell @sooukdotcom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마셜 스트리트 배스는 1931년부터


아르데코 스타일의 우아한 꿈의 풀장입니다. 가장 유명한
중앙 풀장은 흰색 시칠리아 대리석과 녹색 스웨덴 대리석으로
꾸며졌습니다. 바닥 타일은 지금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죠.
현재 2등급 문화재로 지정된 이곳은 19세기 도시 생활에 꼭
필요한 시설인 공중목욕탕이었습니다.

19세기 중반 의회에서 통과된 ‘공중목욕탕 및 세탁장 법’은


지방 당국이 공중목욕탕을 짓도록 권장했습니다. 법에 따르면
공중목욕탕은 64개의 1등급 혹은 2등급 탕, 60개의 세탁 칸,
60개의 별도 건조실, 16개의 다림질 칸과 2개의 1등급 혹은
2등급 풀장을 갖춰야 했죠. 마셜 스트리트 배스의 부지 비용은
관리사무소를 포함해 3,500파운드였습니다. 1등급 온탕을
이용하려면 6페니가 들었습니다. 냉탕은 반값이었고요.

마셜 스트리트 배스는 1997년 문을 닫고 13년간 보수 공사를


거친 뒤 2010년 7월 ‘너필드 헬스 센터’Nuffield Health Centre
소속으로 재개장했습니다. 1930년대의 풀장은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열려 있답니다.
Bel Harbour Pool 071
Chicago, Illinois, USA
Katie Yeilding @katieyeilding

지금은 웨이브Wave가 된 벨 하버는 시카고 호숫가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 있는 시카고 레이크뷰 지역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1967년 주거용 건물에서 시작하여 1979년에 콘도미니엄으로
운영되었다가, 2019년 리모델링을 통해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아파트가 되었죠. 벨 하버의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면 미시간
호수를 둘러싼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실내 수영장이 있습니다.
시카고의 가장 큰 항구 중 하나인 벨몬트 항구에서 매일
분주하게 항해하는 보트도 볼 수 있답니다.
Hot Springs State Park 072
Thermopolis, Wyoming, USA
Kevin West @photobykevinwest

썩은 달걀 냄새가 향긋하게 느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지만 핫스프링스 주립 공원 안에서 코를 찌르는 듯한
이 냄새를 맡는다면, 맞는 길로 가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이 지역 온천탕은 1897년부터 치료나 휴식을 목적으로 찾아온
이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온천수가 혈액 순환을 돕고 통증을
완화하는 등 여러 이점이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죠.

이 지역 원주민 쇼숀족은 무려 1만여 년 전부터 온천수를


사용했는데, 온천을 ‘바그와나’Bah-gue-wana 혹은 ‘연기 나는
물’이라고 불렀습니다. 1868년 체결된 쇼숀족 보호 조약은
와이오밍주 온천지를 함부로 개발하지 못하도록 규제했지만,
당시 미국인들은 온천 사업이 수익성과 잠재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불법 스파를 지어대기 시작했습니다.

1897년 온천이 와이오밍주 소유로 넘어가면서 핫스프링스 주립


공원이 형성됐습니다. 이후 정부는 원주민이 내건 협상 조건
(온천의 4분의 1은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개방해야
한다)을 충족시키기 위해 와이오밍 주립 공중목욕탕을
건설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수천 명의 방문객이 이곳을 방문해
무료로 온천의 기운을 만끽한답니다.
Grand Hotel Tremezzo 073
Lake Como, Italy
T Beach at Grand Hotel Tremezzo @ghtlakecomo

트레메초 그랜드 호텔은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혁신과 풍요의


시대에 코모호Lake Como 유역에 등장했습니다. 20세기 초
상류층을 위해 지어진 이래 110여 년간 활기찬 벨에포크 시대의
정신을 구현해 왔죠.

에네아 간돌라Enea Gandola는 유럽 전역을 여행하며 영감을 얻어


1910년 여름에 이 호텔을 설립했습니다. 개장하자마자 수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성대한 축하 파티를 벌였죠.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수년간 각지에서 여행객이 몰려들었습니다.

전쟁 당시 호텔은 1년 넘게 군 병원으로 사용됐습니다.


전쟁이 종식된 이후 잠깐 17~18세기의 전통인 ‘그랜드 투어’
가 재유행하기도 했는데요. 그랜드 투어란, 부유층 자제가
사회에 진출하기에 앞서 교양을 쌓기 위해 유럽을 여행하는 것을
뜻합니다. 어쨌거나 철도가 건설되면서 과거 소수의 전유물이었던
국외 여행이 다수가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점차 바뀌었죠.

1930년대 들어서는 삼피에트로Sampietro 가족이 사업을


이어받았습니다. 그들은 대공황 시기를 이겨내고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동안에도 호텔 문을 열어뒀죠. 버틴 끝에
종전 이후 국외 여행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이 시기 호텔은 과거의
호화로움을 조금 덜어내고 담백한 장소로 거듭났습니다.

이후 1975년 경영권을 넘겨받은 세 번째 가족은 호텔을 본래의


화려한 모습으로 되돌리기로 합니다. 20세기 초 천장을 수놓았던
많은 프레스코화를 복원하는 일도 그들의 임무 중 하나였죠.
언젠가 영화배우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가 칭찬했듯, 트레메초
그랜드 호텔은 여전히 “기분 좋고 햇살 가득한 장소”로 남아
환대의 전통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Our Lady of the Rocks 074
Bay Of Kotor, Montenegro
David Axelrod @2straws

페라스트Perast는 코토르만을 둘러싼 몇몇 잘 보존된 중세 도시 중


하나입니다. 코토르만은 이탈리아어로 ‘입’을 뜻하는 ‘보카’Boka
라고도 불리죠. 이 지역의 수많은 절경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볼거리는 바로 사진 속 작은 인공 섬입니다. 흥미로운 역사를 품고
바닷물만큼이나 넘치는 전설에 둘러싸여 있죠.

한 전설에 따르면 15세기 중반 선원이었던 두 형제는 어느 날 바위


더미에서 성모자상을 그린 성화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둘 중 하나는 다리를 심하게 다친 상태였는데, 성화를 집에
가져가자 밤새 기적적으로 다리가 나았습니다. 이튿날 형제는
성화를 제자리에 다시 가져다 두고 성모의 뜻을 기리겠다고
맹세하며 항해를 떠났습니다. 항해를 마치고 무사히 돌아올
때마다 형제는 바위 무더기에 돌을 하나씩 더했습니다. 다른
선원들도 성모의 축복을 기원하며 뒤를 따랐죠.

오랜 세월 쌓인 돌무더기는 ‘고스파 오드 슈크르피엘라’Gospa


od Škrpjela, 즉 바위의 성모가 됐고 주민들은 이를 보호하기 위해

그 위에 작은 정교회 예배당을 세웠습니다. 전설을 확인할 길은


없지만, 페라스트에서는 매년 7월 22일 해 질 무렵이면 형제가
성모자상을 발견한 날을 기리며 ‘파시나다’Fašinada 축제를
엽니다. 지역 주민들이 모여 삼삼오오 보트를 타고 바위의 성모에
다가가서는 이 신성한 인공 섬의 표면을 넓히기 위해 바다에 돌을
던져 넣습니다.
Hotel Molitor 075
Paris, France
Pier Gab x MADE.com @madedotcom

파리 외곽에 있는 피신 몰리토Piscine Molitor가 1929년 문을


열었을 때, 그 아방가르드한 분위기는 도시의 예술가, 셀러브리티
그리고 상류층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몰리토는 아르데코
애호가들이 반할 만한 곳이었고 호화로운 여객선을 떠올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죠. 60년간 이용객들은 낮에는 일광욕을 즐기고
(겨울 시즌에는 스케이트를 타고) 해가 지면 공연, 패션쇼 그리고
파인다이닝을 즐겨왔습니다.

차츰 발길이 끊기며 1989년 호텔은 문을 닫게 되지만, 파리의


젊은 예술가들은 발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부서진 콘크리트와
남겨진 풀장에는 그래픽 아티스트, 스케이트보더와 디제이들이
모여 전시회를 열거나 파티를 하며 새로운 언더그라운드 씬을
만들어내죠.

그러다 2007년, 몰리토를 원래의 우아한 럭셔리 호텔로


재건하려는 계획이 세워집니다. 1929년의 설계 도면을 완벽하게
재현하여 원 건축가의 자녀가 울음을 터뜨릴 정도였죠.
일부는 예술가들이 창조한 메카를 부유층의 휴양지로 바뀌는
것에 부정적이지만, 호텔 측은 몰리토에서 형성된 파리의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예우하며 새로운 요소들을 도입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Hotel Habicher Hof 076
Oetz, Austria
Dirk Schmurkov @schmurkov

지난 60여 년간 하슬반터Haslwanter가의 가훈은 “바라는 것은


모조리 이루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결의는 3세대에 걸쳐
빛을 발했고, 하슬반터 부부가 운영하던 방 두 칸짜리 여관은
오스트리아 최초의 4성급 호텔로 탈바꿈했습니다.

한니와 한스 하슬반터 부부는 1959년 단출한 시골 여관을


매입해 따로 관리인을 두고 운영했습니다. 당시에는 욕실과
화장실이 침실 바깥의 복도에 위치했죠. 항상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는 욕실은 인기가 많았습니다.

1962년부터는 직접 여관을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조 공사를


거쳐 많은 면에서 외츠 숙박업 역사상 ‘최초’ 타이틀을 얻었죠.
한 예로, 하비허 호프는 지역 최초로 객실 내 욕실을 갖춘 숙박
시설입니다. 이는 호텔 자격을 얻으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중요한 관문이죠. 그뿐만 아니라 지역 최초로 실내 수영장과
사우나를 설비를 갖추었습니다.

실내 수영장은 이 호텔에서 가장 멋진 공간입니다. 커다란 전면


유리창 너머로 알프스산맥이 내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죠. 호수에서 수영하기에는 물이 너무 차갑다고 느끼는 이들을
위해, 호텔 측은 수영장 물의 온도를 늘 섭씨 30도로 유지합니다.
수십 년 전 콸콸 쏟아지는 뜨거운 물을 제공하던 작은 여관이
떠오르죠.

근처에 호회츠Hochoetz 스키장이 있다는 것 또한 이 호텔의 매력


요소였습니다. 현재는 설립자 하슬반터 부부의 손주들이 호텔을
운영하며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2021년에는 루프탑
테라스와 야외 수영장을 신설했답니다.
Delaware Historical Society 077
Research Library
Wilmington, Delaware, USA
Luke Koval

델라웨어는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에 속하지만, 미국 독립 당시


13개의 식민지 중 첫번째로 미국 헌법을 승인하여 “첫번째 주”
라고도 불립니다.

윌밍턴 시에 있는 델라웨어 역사학회 연구 도서관에는 수많은


유물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1864년에 설립된 이 도서관은
처음에는 미국 남북 전쟁과 관련된 자료를 보존하였고, 이후
델라웨어 역사 박물관, 구 시청사, 그리고 리드 하우스 앤
가든스를 포함한 주 전역의 기관으로 확장되었죠.

1971년 도서관이 자리 잡은 곳은 1930년대 아르데코 양식의


저축은행 건물이었습니다. 도서관에는 역사 자료 외에도
델라웨어 최초의 여성 사진작가 중 한 명의 작품, 고양이를 위한
미국 적십자 회원증 등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Presidio County Courthouse 078
Marfa, Texas, USA
Michelle Nash @michellenash__

텍사스주 마파의 평원 사이에 우뚝 솟은 프레시디오 카운티


법원은 텍사스 서부의 험준한 사막 지역에 있는 사랑스러운
핑크색 건물입니다. 1887년에 샌 안토니오 건축가 알프레드
자일스Alfred Giles가 지은 이 법원은 19세기 중반 인기 있던
제2 제국 건축 스타일입니다, 제2 제국은 프랑스 루이 나폴레옹
집권 시기를 뜻하며, 맨사드 지붕Mansard roof이 특징이죠.
외관의 핑크색 벽토는 1929년에 추가되었으며, 중앙 돔
꼭대기에는 정의의 여신이 있습니다.

프레시디오 카운티 법원은 법과 정의를 위한 센터의 역할을


늘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지역의 200주년 행사를
주최하기도 했으며 2층에는 주니어 역사 박물관을 마련했습니다.
1977년, 국가 사적지로 등록되었습니다.
Regent Singapore Hotel 079
Singapore, Singapore
Matias Galeano @boluddha

싱가포르 중부 탕린Tanglin 지구에 위치한 리젠트 싱가포르는 미국


건축가 존 포트먼이 1982년에 설계한 럭셔리 호텔입니다. 처음엔
파빌리온 인터컨티넨털로 개장했으나, 시설물이 포시즌스 그룹에
인수되면서 다른 호텔과 구별하기 위해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건축가 포트먼의 특징적인 디자인은 할리우드에서도


디스토피아적 연출을 위해 이용되기도 하였는데, 밝고, 광활하고,
피라미드 같은 호텔 중앙 한복판에 서 있으면, 공간 지각 능력이
흐트러집니다. 호텔 공간이 전부 시야에 들어옵니다.

유기적 건축을 표현했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영향을 받은


포트먼은, 싱가포르처럼 붐비는 도시는 불안감을 완화하기 위해
개방된 공간이 필요하다고 믿었습니다. 자신이 지은 건물,
특히 호텔이 오아시스 같은 곳이 되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Hillwood Estate, 080
Museum & Gardens
Washington DC, USA
Accidentally Wes Anderson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화려한 하우스 뮤지엄 중 하나입니다.


이곳에 거주했던 사람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이었던
마저리 메리웨더 포스트Marjorie Merriweather Post입니다.
포스트(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시리얼 포스트) 집안의 유일한
상속인이었습니다. 사업가이자, 사교계 명사, 컬렉터, 심지어는
박애주의자였죠. 이곳에서는 시선이 닿는 곳마다 그녀의
방대하고 화려한 장식 미술 컬렉션을 볼 수 있습니다.
파베르제의 달걀(Fabergé eggs: 러시아 보석 세공인 피터 칼
파베르제의 상징인 부활절 달걀 모양 보석 장식 금속 공예품)을
포함한 로마노프 왕가의 예술 작품의 상당수에 특히나 애착을
가졌다고 합니다.
Kaeson station, 081
Pyongyang Metro
Pyongyang, North Korea
Dave Kulesza @davekulesza

북한 수도의 간소한 지하철망은 1960년대 말에 착공되어


1978년에 전면 개통됐습니다. 스피커를 통해 음악과
프로파간다를 내보내며 매일 30~70만 명의 승객을 태웁니다.
승객이 가장 많은 시간대에는 2분마다 운행하고, 승차 요금은
단 5원이에요.

평양 지하 철도는 중국의 원조로 건설됐습니다. 길이 약 64m의


에스컬레이터를 포함한 시설 설치를 도울 기술자들을 중국에서
보내주었죠. 열차 승강장까지 내려가는 데 3분이 넘게 걸린답니다.
전 세계에서 평양의 지하철역보다 더 깊은 지하철역은 키예프의
아르세날나역이 유일합니다.

평양 지하 철도의 선로는 약 110m 깊이의 지하에 깔려 있으며


지상과 연결된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지하철역은 방공호로
기능하도록 건설됐고 터널 곳곳에 방폭 문이 설치돼 있어요.
혹시 갇혀 있어야 할 상황이 생기더라도 시민들은 최소한의
호사는 누릴 수 있을 거예요. 각 역은 다채로운 밝은 색의 지하
궁궐처럼 디자인된 데다가 대리석, 그림, 모자이크, 조각 따위로
장식돼 있으니까요.

역 이름은 보통 지명과 관계가 없고, 대부분 북한의 사회주의


혁명의 주제들을 반영합니다. 혁신, 승리, 통일 등이 그 예죠.
한 예외가 개선역인데, 수도 평양의 개선문 아래에 있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Hamble-Warsash Ferry Shelter 082
Hampshire, United Kingdom
Jennifer Higginson @80lights / @jenhigginsonart

햄블-워새시 페리 최초의 운항 기록은 1493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강을 건너려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그때그때
잉글랜드 햄프셔주의 햄블 강을 따라 햄블르라이스Hamble-le-Rice
와 워새시를 오가며 운항해 왔습니다. 온통 분홍빛으로 칠해진
보트들, 그리고 같은 색을 한 사진 속 페리 셸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페리 셸터는 1900년대 워새시 쪽에 지어졌습니다.


원래는 뷰글 펍Bugle Pub이라는 동네 술집에서 술통을 보관할
창고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여행자들이 궂은 날씨에 잠시 몸을
피하는 공간으로도 쓰였죠. 초창기에 페리는 노 젓는 보트의
형태로 운항했어요. 1960-70년대에는 레이 세지윅Ray Sedgwick
이라는 뱃사공이 페리를 운영했는데, 강을 건너는 용도뿐 아니라
관광용으로도 보트를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추후 모터보트가 도입됐고, 2002년에는 페리의 소유자가


바뀌었습니다. 같은 해 보트들은 선명한 분홍빛으로 칠해졌죠.
현재는 ‘클레어’Claire와 ‘에밀리’Emily라는 이름의 12인승 보트
두 척이 운항 중입니다.
Laboratory Theater 083
Fort Myers, Florida, USA
Accidentally Wes Anderson

이 극장은 1923년 세인트 루크 성공회를 위해 지어진 후 1634


우드포드 애비뉴에 백 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는 미션 리바이벌
스타일의 건물입니다. (미션 리바이벌이란 캘리포니아의 18세기
후반~19세기 초 스페인 식민지 시절 지었던 미션에서 영감을
얻어 19세기 후반에 시작된 건축 스타일입니다)

도발적인 쇼, 흥미로운 뮤지컬 등 다양한 작품이 발표되는


이 공간에서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앙상블의 존재가 느껴지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종종 일어나곤 합니다. 계단 위를 떠도는
형체가 목격되기도 하고, 배우들이 무대 뒤에 혼자 있을 때
누군가와 부딪히는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대체로
영혼들은 극장의 작품에 감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 잠긴 텅
빈 무대에서 큰 박수 소리가 들린다고 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
Cat 084
Istanbul, Turkey
Evynne E. Doue @douecatmeow

“고양이가 없다면 이스탄불은 영혼의 일부를 잃을 것이다”라고,


이 오래된 도시의 주민들은 말합니다.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의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다양성의 도시 이스탄불이 동서양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하던 오스만 시대, 이 작은 밀항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배를 타고 들어왔습니다. 집고양이처럼 사람
손에 길든 것도 아니고, 길고양이처럼 완전히 야생 습성을
지녔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저 도시 풍경을 쏜살같이 가로질러
뛰어다니고, 항구의 목조 부두에서 햇볕을 쬐고, 옥상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관찰하고, 야외 카페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할 따름이죠.

전설에 따르면 예언자 무함마드는 기도 중에 치명적인 독사에


물릴 뻔했는데, 고양이가 뱀을 물리친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고
합니다. 그는 감사의 의미로 모든 고양이에게 얼마나 높은
곳에서 어떻게 떨어져도 항상 네 발로 안전하게 착지하는 능력을
선물했답니다.

수많은 문화 요소가 뒤섞인 도시의 주민들을 하나로 묶는 특성은


바로 고양이에 대한 애정입니다. 많은 주민이 길가에 밥과 물을
놓아두는가 하면, 아픈 고양이를 위해 치료 기금을 모금하는 등
따뜻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재는 모스크로 전환된 구
아야소피아 대성당에도 유명한 고양이가 살았는데, 바로 글리Gli
입니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던 글리는 2020년 11월 고양이
별로 떠났습니다.)
BGZ BNP Paribas Branch 085
Wroclaw, Poland
Mondomulia @mondomulia

중부 유럽 역사의 중심에 있는 브로츠와프Wroclaw는 지난 천 년


동안 보헤미아, 폴란드, 오스트리아-헝가리, 프로이센, 독일의
일부였으며 이제 폴란드로 반환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까지
200년 동안 이 도시는 브레슬라우Breslau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상황이 바뀌었고 로어 실레지아
Lower Silesia의 수도로 바뀌었고 결국 나치의 마지막 요새이자

소비에트에 항복한 마지막 대도시가 되었다가, 1945년 늦여름,


연합군은 국경을 조정하고 도시를 폴란드에 반환했습니다.

몇 가지 귀중하고 화려한 변화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BGZ 건물입니다. 원래 1827년에 지어졌다가 19세기 말에
오늘날의 현대적인 양식으로 재건되었죠. 브로츠와프의 터프한
개척자들도 이 건물의 유산과 미적 가치를 존중했습니다. 전쟁
이후 발코니를 보수하거나 소유권이 수차례 바뀌었지만, 기본
골조는 브로츠와프의 재탄생 과정에서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1989년 이 은행은, 도시 이름이 무엇이 되든 ‘이전 불가 기념물’
로 지정되었습니다.
Lycée de l’Image et du 086
Son d’Angoulême
Wilmington, Delaware, USA
Luke Koval

앙굴렘만큼 오래된 도시에서, 시각 예술을 전문으로 하는


고등학교는 오래된 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전통을
존중해야 합니다.

1989년 9월에 문을 연 이 학교는 ‘시각예술의 마을’의 명성을


얻은 도시를 위한 야심 찬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습니다.
1974년부터 개최된 앙굴렘 국제 만화 축제가 매년 2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세계 3대 코믹 페스티벌로 성장하면서, 인재
양성을 위하여 학교를 설립하게 되죠.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로
잘 알려진 건축가 장 자크 모리소Jean-Jacques Morisseau가 선정되었고,
이 학교(Lycée, 혹은 약자로 LISA라고 불립니다)를 오래된
건축물을 전 세계의 포스트모던 스타일을 차용하고 대조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스타일과 연결하는 기회로 삼기로 합니다.
오벨리스크를 차용한 외벽, 그리스 로마 스타일의 기둥, 야자수,
일본식 다리는 밝게 채색되어 만화책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화려한 시각적 향연을 선사합니다.

LISA에는 지역 텔레비전 방송국과 250석 규모의 극장이 있어


학생들이 이미지, 사운드, 편집 및 후반 제작, 프로덕션 관리,
엔지니어링 및 장비 운용에 대한 강의를 수강할 수 있습니다.
또는 그래픽 및 시각적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그래픽 디자인 수업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La Maison Rose 087
Paris, France
Nadia Mayne @enyamaiden

‘핑크 하우스’라는 영문 애칭으로도 불리는 라 메종 로즈는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에 위치한 레스토랑입니다.

20세기 초 당시 평범한 베이지색이던 라 메종 로즈 건물을 구매한


이는 제르맨 피초트Germaine Pichot입니다. 카탈루냐 출신의 화가
라몬 피초트Ramon Pichot의 아내이자 피카소의 모델로 선 경험이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제르맨이 어울려 지낸 예술가들로는 피카소
외에도 위르틸로, 마티스, 카뮈 등이 있었죠.

그중 피카소의 절친한 친구였던 화가 카를로스 카사헤마스Carlos


Casagemas는 제르맨을 열렬히 사랑했지만, 거절당하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단짝의 죽음에 충격받은 피카소는 검푸른


색을 써서 우울한 분위기의 그림을 주로 그린 ‘청색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알려져 있죠.

어느 해 카탈루냐를 방문해 색색의 집들에 영감을 받은 제르맨과


라몬은, 파리로 돌아와 건물 외벽을 현재와 같은 특유의
분홍빛으로 단장했습니다. 1930년대 모리스 위르틸로는
‘몽마르트르의 분홍빛 집’La Maison Rose à Montmartre을 그려서 라
메종 로즈가 작품 속에 영원히 살아 있게 만들었죠.
Arla Building 088
Helsinki, Finland
@Postcards_from_helsinki

독서는 새로운 세계로 가는 관문입니다. 시각 장애가 있는 사람의


경우 읽을거리에 대한 접근이 제한될 수도 있지만, 헬싱키의
아를라 빌딩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건축가 W. 아스펠린W. Aspelin이 설계한 이 아르누보 양식의


돌성은 1905년에 주춧돌을 놓았고, 이듬해 건축가 하랄드
네오비우스Harald Neovius가 설계한 시각 장애인 도서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그전까지 점자책은 아를라 빌딩 남쪽에 있는 소박한
목조 건물에서 이용할 수 있었죠.

아를라 빌딩은 핀란드의 겨울 전쟁Winter War을,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의 일부였던 계속 전쟁Continuation War 동안 폭격을 겪고도
살아남았습니다. 심지어 시력을 잃은 대다수의 참전 군인들이
점자를 읽지 못했기 때문에 1950년대에는 오디오북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시각 장애인 고객들을 위한 불굴의 자원임이
입증된 셈이죠.

도서관은 아를라 빌딩에서 1963년까지 운영되다가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자리를 옮겼어요.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30년간
운영되다가 핀란드 정부로 이전했습니다. 2016년에 복원 공사를
마친 아를라 빌딩에는 현재 사무실과 유치원, 그리고 누구나
동등하게 독서와 학습을 경험할 수 있는 열람 센터 셀리아Celia가
입주해 있습니다.
Hearst Castle 089
San Simeon, California, USA
Moa Boyer @moaboyer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저택 허스트 캐슬은 신문 왕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Hearst가 건축가 줄리아 모건Julia Morgan
을 고용하여 1919년부터 지은, 꿈에 그리던 집이었습니다.
줄리아는 파리의 명문 에콜 데 보자르에 입학한 최초의 여성이자,
견축사 면허증을 받은 최초의 여성이었습니다. 이 으리으리한
저택은 그 엄청난 규모뿐 아니라 정교하게 세공된 인테리어의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 국립 역사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스페인어로 ‘마법에 걸린 언덕’이라는 뜻의 “La


Cuesta Encantada”이며 때로는 “대목장”으로 일컬어지기도
합니다. 허스트 캐슬에는 침실 56개, 욕실 61개, 거실 19개,
51만여 제곱미터 면적의 정원, 실내 및 야외 수영장, 테니스장,
영화관, 비행장, 세계 최대의 개인 동물원 등이 있어요. 여전히
얼룩말을 비롯한 이국적인 동물들이 드넓은 부지를 돌아다니죠.
허스트는 저택의 일부분을 미완성 상태로 남겨둔 채 1951년에
숨을 거두고, 이후 성은 캘리포니아주에 기증됩니다. 이곳에서의
촬영을 허가받은 프로젝트는 딱 두 개가 있는데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스파르타쿠스>와 레이디 가가의 뮤직비디오 <G. U.
Y.>입니다. <스파르타쿠스>에서 허스트 캐슬은 크라수스의
별장으로 등장합니다.
Victoria Park Tennis Centre 090
Causeway Bay, Hong Kong
Rex Wong @rex_wch

태풍 대피소가 있던 부지에 지어진 빅토리아 공원은 홍콩의


분주한 코즈웨이 베이 지역 한가운데의 평온한 오아시스입니다.
공원 내 아름다운 터키색의 센터 코트에서는 1999년 정부에서
담배 광고가 금지되기 전까지 미국의 담배 브랜드윈스터
세일럼에서 후원하는 테니스 경기가 열렸었죠.

이 공원에서는 스포츠 이외에도 <시티 포럼>City Forum이라는


토론 프로그램을 매주 촬영하는데, 모여든 공원의 ‘삼촌들’
중에서는 이따금 동료 토론자에게 백핸드 스윙을 날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Larz Anderson House 091
Washington DC, USA
Accidentally Wes Anderson

워싱턴 DC의 중심부에 위치한 보자르 스타일의 앤더슨 하우스는


1902년부터 3년간 지어졌습니다. 미국 외교관 라스 앤더슨이
작가 및 적십자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아내 이사벨과 함께 겨울을
나는 곳이죠. 앤더슨 부부는 이 집을 사회적, 정치적 사교 무대로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결혼 생활 40년 동안 각지로 여행을
다니며 수집한 다양한 작품을 전시했죠. 1939년부터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1996년에 국가 사적지로 등재되었습니다.
현재는 관광객들에게도 개방하고 있습니다.
Archie’s Ice Cream 092
Rehoboth Beach, Delaware, USA
Accidentally Wes Anderson

레호보스 해변에 있는 이 작은 가게는 23가지 맛의 수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매일 600개의 레몬으로
만드는 레모네이드는 이 가게의 인기 음료입니다.
King’s Homemade Ice Cream 093
Milton, Delaware, USA
Accidentally Wes Anderson

킹의 홈메이드 아이스크림 가게는 1972년 델라웨어 주 밀턴에서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여기에는 (라디오, TV, 신문 광고가
뒷전으로 미뤘던) 지역 자선 단체, 학교 프로그램과 마을 행사를
지원한다는 철학도 밑바탕으로 깔려 있었습니다.

얼 킹은 이스턴 쇼어에서 최고의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해 완벽한 레시피를 만들어 냈어요. 이후 그의
아들 부부 톰과 크리스가 유서 깊은 항구도시 루이스에 1981년
두 번째 매장을 열게 됩니다. 퀄리티 유지를 위하여 더 이상의
확장은 하지 않기로 하고, 2004년에 이들의 딸 첼시와 루디가
합류하게 되어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대표 메뉴인 아이스크림과 프로즌 요거트는 여전히 중부


대서양 지역의 고객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고 하네요.
Musée d’Angoulême 094
Angoulême, France
Accidentally Wes Anderson

이 박물관의 시작은 19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링게 프랑수와Ringuet Francois 라는 로컬 아마추어 화가가 이 도시에
10점의 작품을 기증했죠. 이 화가는 45세의 짧은 삶을 살았지만,
그의 고향에 박물관을 짓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1869년, 지금의
시청 위치에 유관 시설이 생기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프랑수와는
‘매우 평범한 화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1920년이 되어서야
박물관은 마침내 지금의 자리를 찾게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유물은 기원전 350년 경 켈트족 한 전쟁 영웅의 것으로 추정되는
‘아그리스의 헬멧Le Casque d’Agris’이 있습니다.
Don CeSar Hotel 095
St. Pete Beach, Florida, USA
Jimmy Fashner @ayce09

분홍색 성을 짓겠다는 꿈을 가진 부동산 재벌가 토마스 로우


Thomas Rowe는 1924년 플로리다의 세인트 피터스버그에

80 에이커의 땅을 매입했습니다. 4년 후 돈 세사르 호텔이 문을


열며 그의 꿈은 현실이 되었죠. 걸프 만에서 순식간에 인기를
얻은 이 호텔은 재즈 시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 번영
속에서 소비와 유행이 활발했던 시기) 미국의 유명인사들이 많이
찾는 장소였습니다.

건축가 헨리 듀폰이 설계한 돈 세사르 호텔은 아치형 입구, 붉은


점토 타일 지붕, 발코니 및 높은 탑 같은 고층 건물이 특징이며,
지중해와 무어 스타일이 적당히 혼합된 양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Street Art 096
Angoulême, France
Accidentally Wes Anderson

이미지의 도시Ville de l’Image답게 거리 곳곳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도시의 창의적인 과거와 현재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습니다.
The French Dispatch Building 097
Angoulême, France
Accidentally Wes Anderson

이 사진에 보이는 건물이 영화에서 프렌치 디스패치 본사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물론, 웨스 앤더슨 감독다운 영상에는 이
사진에서와는 다른 대칭 구조가 만들어지죠.
Harris Hill Ski Jump 098
Brattleboro, Vermont, USA
Accidentally Wes Anderson

1922년, 수작업으로 지어진 이 스키 점프대가 개장하자마자


일주일 만에 이곳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가장 긴 스키 점프 기록이
세워졌습니다.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미국 남부 버몬트의 광야
깊숙한 곳에 있지만, 스포츠 팬들은 꾸준히 방문하고 있습니다.
해리스 힐 스키 점프 시설은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국 선수권 대회와 미국 올림픽 대표팀의 예선 경기를 이곳에서
치릅니다.
Apple Hill Barn 099
Rochester, Vermont, USA
Accidentally Wes Anderson

버몬트 시골 인적이 드문 길에 자리한 뱅크 반(Bank Barn:


일층에도 이층에도 밖에서 들어갈 수 있게 언덕의 사면에 건축한
이층의 헛간)은 1875년에 지어졌으며 현재 미국 국가사적지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엽서의 그림으로 들어가기 딱 알맞은 이
목초지는 보스턴에서 온 기업가들이 구매했습니다. 현재 목장과
그 부지는 다시금 완전한 자급자족이 가능한 농장이 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Krka National Park 100
Lozovac, Dalmatia, Croatia
Cathy Tideswell @yugen_yoga_

크로아티아의 크르카강은 협곡, 동굴, 호수 그리고 폭포가


만들어낸 장관을 가르며 부드러운 석회암 언덕 위를 흘러갑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이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크르카
국립공원에는 두 개의 수도원, 비잔틴 교회, 그리고 고대 로마
지하묘지가 있습니다. 이 팬케이크 판매대도 있죠.
자연의 경이로움과 광범위한 역사가 함께한 이곳에 크로아티아
팬케이크보다 잘 어울리는 것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폭신하게
쌓은 팬케이크를 좋아하는 분들은 알아두세요! 이 팬케이크
(팔라친크palačinke)는 프랑스식 크레페처럼 얇으니까요.
Living Water Campground 101
Twin Mountain, New Hampshire, USA
Brandon Freitas @brandonfreitas_

뉴햄프셔의 화이트 마운틴 깊숙한 곳에 있는 리빙 워터 캠프


그라운드는 50년 넘게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모험의 충동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입니다. 전통적인 미국의 가치를
자랑스럽게 여긴 이 목가적인 가족 캠핑장은 1970년에 처음
문을 연 이후로 크게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캠퍼들도 그 방식을
좋아했고요.

화이트 마운틴 산맥으로의 여행은 19세기 초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827년 생생한 풍경과 길들지 않은 황야를
그리기 위해 토마스 콜Thomas Cole을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가
이곳을 방문합니다. “화이트 마운틴 아트”라는 이름의 화풍도
생겼죠. 처음 영감을 준 것은 멋진 예술 작품들이지만, 1960년대
미국의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이곳을 향하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
또한 사람들을 계속 돌아오게 하고 있습니다.
Rorbu Cabin 102
Lofoten, Norway
Maria Vanonen @mariavanonen

북극권 위쪽에 있는 노르웨이의 로포텐 제도는 눈에 덮이고


어둠에 휩싸인 채로 겨울을 보냅니다. 12월 초에서 1월 초까지
해가 아예 뜨지 않기 때문이죠. 이 섬의 오두막들이 밝은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은 아마 그런 어둡고 음울한 환경 때문일 것입니다.

로르부(단수로는 rorbu, 복수로는 rorbuer)라는 이름의


이 작은 오두막은 1120년 외위스테인Øystein 왕의 명에 따라
지어진 것에서 유래합니다. 겨울에는 대구가 산란을 위해
북극해로 떼 지어 이동하기 때문에, 계절 어부들이 그동안
이곳을 거처로 삼을 수 있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상당수가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하여, 스칸디나비아의 매력이나 완전한
어둠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머무르곤 합니다.
Cross-Country Skiers 103
Sognsvann Lake, Norway
Chris Dovletoglou @wubadee

노르웨이와 스키의 관계는 역사가 제법 깊습니다. 4,500년 전


노르웨이 뢰되위Rødøy에 스키 타는 사람이 새겨진 것이 최초로
발견된 암석이 있습니다. 수 세기가 지나고 노르웨이인들은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발명했는데, 거센 눈을 뚫고 스키를 타고
가는gå på ski 방법이죠. 그뿐만 아니라 이동 수단이었던 스키를
오락 활동으로 변화시킨 최초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오슬로에만 해도 2,600마일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코스가


있습니다. 겨울이면 주민들은 스키를 신은 채 지하철을 타고
눈 덮인 송스반 호수에 가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곤 하죠.
West Point Lighthouse 104
Prince Edward Island, Canada
Matt Stroshane @mattstroshane

흑백 스트라이프로 칠해진 기하학적 형태의 웨스트포인트


등대는 거의 70피트에 달합니다. 엽서 이미지로 완벽한
이 등대는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서 가장 높으며, 1963년
전력으로 구동되기 전까지 단 두 명의 헌신적인 등대지기 덕분에
88년 동안 세인트 로렌스 만을 안정적으로 비춰주었습니다.

20세기 초반 동안,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서는 주류가


금지되었습니다.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가능했죠.
섬에 주민들은 “할아버지의 오래된 기침약”에 목말랐고,
섬의 북부와 동부에서는 불법적 럼주 거래가 성행하기도
했습니다. 섬의 반대쪽 끝 웨스트포인트의 숲속에는, 따뜻한
랜턴으로 감싸고 판자와 가지로 가려놓은 구덩이에서 맥주를
양조하는 비어 해치가 발명되었죠. 성인용 음료를 마시고 싶어
하는 여러분이 1925년쯤에 있었다면, 프린스 에드워드 섬
어딘가에서는 처방전이 없어도 여러분에게 완벽한 럼이나 맥주
한잔을 내어줄 것입니다.
Arashiyama Monkey Park 105
Arashiyama, Kyoto, Japan
Accidentally Wes Anderson

약 130마리의 일본원숭이가 사는 아라시야마 원숭이 공원은


일본 아라시야마의 이와타산 위에 있습니다. 이 공원의 일꾼들과
방문객들은 원숭이에게 먹이 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물론 언덕
위의 건물 안에서, 안전한 거리를 두고요. 원숭이들은 철망
바깥에서 먹이를 받아먹어요. 특히 배가 고픈 영장류 친구가
사람 팔을 물어뜯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죠. 방문객 주의 사항
중에는 원숭이를 빤히 쳐다보거나 철망 너무 가까이 얼굴을
가져가지 말라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급식소 바로 바깥에 덩그러니 서 있는 망원경에


얼굴을 원하는 만큼 바싹 붙이는 것은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아라시야마와 교토 전역의 멋진 풍경을 얼마든지 마음껏
바라봐도 좋고요. 단, 바나나는 급식소에 두고 나오는 것 잊지
마세요.
Diaz Point Viewfinder 106
Cape Town, South Africa
James Cairns @jamo_cairns

케이프타운 테이블산의 하늘 전망대에 오르면 어디로 시선을


돌리든 자기를 발견해 주길 바라는 동식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먼저 2,285종의 케이프반도 자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는 영국 전체에 존재하는 것보다 더 많은 숫자죠.
그러다 보면 개코원숭이, 플라밍고, 또 어쩌면 하마도 시야에
들어올지 모릅니다.

바로 앞쪽의 케이프타운 앞바다에서는 대서양과 인도양이


서로 맞붙고, 그 지점에서 약 160km 떨어진 아굴라스곶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두 해류는 서로 맞서 흐르기 때문에 대량의
영양분을 마구 휘저어 풍성한 생태계에 공급하죠. 그 덕분에
1랜드 동전을 넣고 이 망원경을 들여다보면 수달, 바다표범,
펭귄, 혹등고래, 심지어 상어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소용돌이치는
해류의 다채로운 만남을 사이좋게 나누어 누리는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답니다.
Makapu’u Point Lookout 107
O’Ahu, Hawaii, USA
Susan Retterbush @susanretterbush

하와이 오아후섬 해안에서 볼 수 있는 이 망원경은 비할 데 없는


태평양 절경을 감상하게 해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망원경이
설치된, 오아후섬의 가장 동쪽 끝 ‘마카푸우’라는 곳의 역사도
제법 깊습니다.

하와이 원주민 어로 ‘모임의 장소’라는 뜻의 오아후섬은 정말로


그 이름에 걸맞은 곳이에요. 서기 300년 이래로 이 섬은 고대
하와이 문명과 군주제의 발상지였고 유럽 식민지 개척자들의
터전이었습니다. 그리고 1959년 하와이가 미국의 주로
편입되면서 미국 시민들의 거주지가 됐죠.

마카푸우포인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길이 365cm에


폭 240cm짜리 프레넬 렌즈를 사용하는 마카푸우포인트 등대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1,000개가 넘는 프리즘으로 이뤄진
이 독특한 렌즈는 1893년 시카고 세계박람회에 전시되었던
것인데, ‘초방사 프레넬 렌즈’hyper-radiant Fresnel lens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가동 이래 마카푸우포인트 등대는 미국에서 이 독특한
유형의 렌즈를 사용하는 유일한 등대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날 마카푸우포인트는 하이커와 고래 관찰자, 행글라이더를


타는 사람이 많이 찾는 목적지입니다. 등대는 현재 미국
해안경비대 관할이며, 여행자들은 마카푸우 등대길을 따라
등대까지 갈 수 있습니다.
Viewfinder 108
Newport Beach, California, USA
Savannah Sher @savsher

1900년대 초의 뉴포트 비치는 ‘늪과 범람’ 지대로 지정된


이력이 있는 황량한 모래밭이었습니다. 해변을 말끔히 정돈하고
개발하자 사람들은 새로이 조성된 토지와 해변을 따라 속속
생겨나는 작은 집들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안에 발보아 피어Balboa Pier와 발보아 파빌리온Balboa Pavilion이
들어섰어요. 두 시설은 롱비치에서 발보아 반도까지 이어지는
퍼시픽 일렉트릭 철도 레드카 노선의 남쪽 종점 옆에 세워졌죠.
곧이어 바다에 가려는 사람들이 뉴포트비치로 몰려들었어요.

옛날 유원지 느낌의 즐길 거리가 가득하고 관광객이 붐비는


경치 좋은 지역이라면, 솜씨 좋게 배치된 동전식 망원경을
절대 빼놓을 수 없겠죠. 이 튼튼하고 비바람에도 잘 견디는
망원경들은 발보아 반도와 뉴포트비치의 부둣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근처를 거닐다가 망원경이 보이면 25센트 동전
하나를 넣어보세요. 바다에서 펼쳐지는 갖가지 활동을 눈앞에서
구경하는 것은 물론이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에 푹 빠질
기회를 충분히 누릴 수 있을 테니까요.
Viewfinder 109
Monopoli, Italy
Ky Allport @kallport23

기원전 500년부터 사람이 살았던 유서 깊은 소도시 모노폴리


Monopoli는 장화 모양 이탈리아의 굽 부분이라고 흔히 일컫는

풀리아주에 있습니다. 그 이름은 이곳에 세워졌던 초창기 그리스


도시 ‘모노스 폴리스’Monos Polis에서 유래했는데 ‘독특한 도시’
라는 뜻이에요.

오래된 성곽에 둘러싸여 요새화된 도시이고 항구가 중심을


이루죠. 넓게 트인 항구는 주변을 산책하기 좋고, 파도에
흔들거리는 간단한 보트를 타볼 수도 있어요. 바닷가 산책로를
따라 앉아서 그물을 수리하는 어부들의 재빠른 손놀림을
넋을 잃고 바라볼 수도 있죠. 그들은 수리하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거나, 기꺼이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와도 곧잘
이야기를 나눕니다.

항구를 요새화한 주된 이유는 바다 쪽으로 돌출된 16세기


건축물 카를 5세 성Castle of Charles V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내부 출입은 불가능하지만, 성곽에서 이 랜드마크와 아름다운
옛 항구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 경이로운 모습과 저 멀리
펼쳐진 광활한 아드리아해를 특별히 확대해서 보고 싶다면
역사적인 도시 성곽을 따라 늘어선 이 무료 파노라마 망원경을
사용해보세요. 중세 마을에 있기에는 확실히 거슬리는 물건이긴
하죠. 하지만 투박한 멋이 있고 완벽하지 않아서 완벽한
이 바닷가 도시의 나머지 부분만큼이나 어쩐지 잘 어울리고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습니다.
Hi-Spy Viewfinder 110
Reykjavik, Iceland
Oksana Smolianinova @kopakonan_

이 ‘하이-스파이 관측기’Hi-Spy Viewing Machine 마치 <스타워즈>


세트장에서 굴러 나와 레이캬비크의 바닷가 바위까지 온 R2-D2
의 사촌처럼 생겼습니다. 이 제품군은 1991년부터 생산됐어요.
다른 전망 좋은 곳에서도 한 눈 또는 두 눈으로 경치를 바라보고
있는 비슷한 친구들을 볼 수 있죠.

내구성이 감탄할 만큼 강한 이 망원경은 굉장히 튼튼해서 아무리


많이 사용해도, 세월이 흘러도 충분히 버틸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아이슬란드 같은 극한의 계절도 거뜬하죠.
Dora Observatory 111
Paju, South Korea
Michelle Oben @michelle_oben

도라전망대는 대한민국 파주시에 있는 전망대입니다. 38선 남측


도라산 정상에 위치한 이 전망대는 남북한을 가르는 비무장지대
(DMZ) 너머로 북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쌍안경을 통해 방문객들은 북한의 개성시, 김일성 동상, 송악산


및 금암골로 알려진 협력 농장을 볼 수 있습니다. 1987년 처음
일반인에 공개된 이 전망대는 500석의 좌석과 VIP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도라전망대는 북한이 남한 쪽으로 팠던 제3 북한 땅굴 근처에


있습니다. 1시간에 3만 명의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터널에는
DMZ 미디어 홀, 전시관과 같은 명소도 갖추고 있어 분단의
역사를 엿볼 수 있죠.

또한 전망대에서는 북한 주민들이 호화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1950년대에 건설된 기종동 시가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 건물이 유리창이 없는 콘크리트
조개껍데기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기종동을 ‘선전마을’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 지역은 민간인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도라전망대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DMZ 평화 안보 관광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합니다. 입장하기 위해서 여권을 제시해야 하고요.
Glacier Bay National Park & 112
Preserve
Wilmington, Delaware, USA
Luke Koval

알래스카의 인사이드 패시지Inside Passage 내에 위치한 글레이셔


베이 국립공원은 2,500만 에이커에 달하는 세계 유산입니다.
국립 공원, 살아있는 실험실이자 연구소, 생물권 보호 구역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요한 해양 및 육지의 성역이죠.
공원은 ‘빙하 곰’으로도 알려진 희귀종 청곰의 특별 보호
구역입니다. 이들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습니다. 흑곰의
아종인 그들은 세계의 미스터리 중 하나입니다.

광대한 국립공원을 방문하다가 우연히 어떤 곰이라도 발견하면,


절대 가까이 가서는 안 됩니다. 다가오게 해서도 안 되고요. 물론,
친구에게 전화를 걸 생각은 마세요.
Modesta Victoria 113
Bariloche, Argentina
Cyntia Nobs @vivalaphotocn

80년 이상, 모데스타 빅토리아호는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에


있는 안데스산맥 기슭에 있는 나우엘 우아히(Nahuel Huapi:
스페인어) 호수를 항해해 왔습니다. 이 배는 300명을 태울 수
있으며, 2016년 오바마 가족이 아르헨티나를 방문했을 때 이
배를 타고 여행하기도 했습니다.

탑승객들은 도레이드 상자Dorade Box라고 공식적으로 알려진


환기구에 관심을 가집니다. 이 장비를 최초로 사용했던 요트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도레이드 상자는 배에 약간의 개성을
더해줄 뿐 아니라 공기가 선실과 기관실에 안정적으로 흐를 수
있게 해줍니다. 비와 바닷물이 튀는 것을 막아주기도 하죠.

이 해상 환기 시스템은 원하는 대로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축음기와 호기심 가득한 프레리독 그 중간 모양의 스타일리시한
환기구를 골라보세요.
Cape May-Lewes Ferry 114
Lewes, Delaware, USA
Accidentally Wes Anderson

1964년 7월 1일, 케이프 메이 루이스 페리 운항 서비스가


시작합니다. 노스케이프 메이, 뉴저지, 그리고 델라웨어 주
루이스를 연결하는데, 델라웨어만을 가로질러 약 17마일
(27km) 되는 거리를 운항합니다.
Letter Slot 115
London, United Kingdom
Scott Ball @scottcanshoot

20세기까지의 연락은 잉크와 종이에 의존했습니다. 안부 편지,


연애편지, 혹은 그보다 덜 반가운 각종 고지서도 우편함이나
‘편지 투입구’를 통해 우리 손에 들어왔죠.

최초의 우편 제도는 1653년 파리에서 구축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도 1800년대 초반까지는 발신인이나 수령인
모두 편지를 부치거나 찾기 위해 지역 우체국을 직접 방문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1858년 미국인 철재 수입업자 앨버트 포츠
Albert Potts가 가로등 기둥에 작은 우편함을 설치해 사용하기

시작했죠. 이 시도는 좋았지만, 우편함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편지를 자주 비워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1863년부터는 도시 거주자만 편지를 집으로 받아볼 수


있었고, 이후 30년간 배달 지역이 점차 확장되며 개인 우편함의
필요성이 커졌죠. 그러다 1892년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베킷George Becket이, 사진 속에 보이는
현관문에 영구 장착된 형태의 작지만 실용적인 편지 투입구인
‘현관문 우편함’을 발명해 특허권을 얻었습니다.

공식적으로 특허를 따낸 인물은 베킷이 최초였지만, 사실 영국의


목수들은 1840년대부터 현관문에 편지 투입구를 만들었습니다.
같은 시기 영국의 교육자 롤런드 힐Rowland Hill 경은 ‘균일
우편 요금 제도’를 고안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발신인이
요금을 선납했다는 증거가 되는 딱지, 즉 우표를 발행하자는
내용이었는데, 이 제도는 무척 더디게 도입됐죠.

어쨌거나 힐 경이 제창한 우표 제도는 19세기 말 우편 시스템


전체가 발전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베킷의 특허품인 편지
투입구는 전 세계 현관문으로 퍼져나갔고요.
Tobermory Post Office 116
Tobermory, Isle of Mull, Scotland
Accidentally Wes Anderson

1881년 지어진 우체국은 그림 같은 토버모리 부둣가가 가까이에


있는 메인 스트릿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아일 오브 멀Isle
of Mull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엽서 한 장 쓸 수 있는 완벽한

장소입니다.
Police Box 117
Glasgow, Scotland
Accidentally Wes Anderson

‘닥터 후’의 ‘타디스’가 먼저 떠오르는 이 시설물은 영국의


‘폴리스 박스’입니다. 한글로는 파출소이고요. 박스 내부에서는
경찰관들이 업무를 보거나 휴식을 취하거나, 심지어는 차량이
도착하기 전까지 죄수들을 임시로 가두기도 합니다. 여닫이문
뒤편에는 현지 경찰서 직통 전화기가 달려서 시민들이 비상시
경찰에게 연락할 수 있도록 사용되었습니다. 경찰서로 호출하면
박스 꼭대기에 있는 불이 밝혀집니다.

1960년대까지 지속하였다가 오늘날은 커피, 아이스크림 그리고


심지어 해기스(양의 내장으로 만든 순대 비슷한 스코틀랜드
음식)까지 제공하는 가판대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Icebreaker Sampo 118
Kemi, Finland
Rachel Cain @rachel.o.cain

얼어붙은 바다를 항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삼포Sampo와


같은 선박은 바로 그런 용도로 설계됐습니다. 쇄빙선이라고 불리는
종류의 선박은 꽁꽁 언 얼음을 깨뜨려 부숴서 수로를 내죠.
1960년 핀란드에서 만들어진 삼포는 그로부터 약 30년간 발트해
북부를 통과하는 뱃길을 개척했습니다.

쇄빙선은 수천 년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왔습니다.


북극 토착민들은 카약을 타고 빙해 위를 다녔고, 바이킹은 탐험의
시대에 북극해를 항해했습니다. 11세기 카렐리야와 러시아에서는
북극해나 시베리아 강을 건널 수 있는 목제 범선을 만들었습니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바로는 1392년 벨기에에서 최초의 쇄빙선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현역 시절 삼포는 발트해 최북단 보트니아만에서 해빙을


제거했습니다. 이후 핀란드 서부의 항구 도시 케미Kemi가 삼포를
매입해 1988년부터 관광용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이면 아요스Ajos항에 정박해 있다가 겨울이면 여행객을
태우고 보트니아만까지 나아갑니다. 유람선으로 운항하는
중에도 때로는 다른 배들을 위해 얼음을 깨서 수로를 매끄럽게
만든답니다.

특수 제작된 생존용 수트를 입고 배에서 내려 부서진 얼음 사이를


둥둥 떠다니는 체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보다는 따뜻하게
유람을 즐기고 싶다면, 배 안에서 다양한 시설을 이용하며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빙해의 아름다운 광경을 만끽해보세요.
Nauticus Bar 119
Edinburgh, Scotland
Accidentally Wes Anderson

항해를 뜻하는 ‘Nautical’의 라틴어를 사용한 노티쿠스 바는


스코틀랜드 동남부에 있는 인근 항구 리스Leith의 역사에 흥미를
가지면서 이름 짓게 됩니다.

방문객들에게도 이 매력적인 지역을 알려주기 위해서, 메뉴


매 챕터에 리스의 또는 리스와 관련된 시대의 이야기를
적어두었다고 합니다. 차와 향신료, 진 열풍, 셰리 무역, 그리고
위스키 붐을 일으킨 주역에는 리스 항구가 등장한다고 하네요.
스코틀랜드 뿌리와 유산에 자부심이 강한 노티쿠스 바에서
제공하는 주류의 90%가 스코틀랜드 산으로 구성합니다.
Murdeira 120
Sal, Cape Verde
Aude Olesen @oxh

살Sal은 아프리카 대륙 서안에 위치한 카보베르데 공화국을


이루는 10개의 섬 중 하나입니다. ‘살’은 포르투갈어로 ‘소금’을
뜻하는데, 15세기 중반 유럽인들이 찾아낸 이 섬에서 커다란
소금층이 발견되면서 붙은 이름입니다.

18세기 후반 소금 산업이 번성하기 전까지 이곳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았습니다. 살은 소금으로 유명할 뿐 아니라 자연의 경이로
가득한데요. 예를 들면 ‘블루 아이’Blue Eye를 관찰할 수 있죠.
이는 무너진 동굴 안쪽으로 흘러든 바닷물이 마치 거대한
‘푸른 눈’처럼 각도에 따라 색을 바꾸며 관찰자를 응시하는 듯
보이는 현상입니다.

바다와 눈싸움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들지 않는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 섬은 보기 드물게 다양한 지형을
자랑하니까요. 독특하게도 사막이 수 킬로미터나 펼쳐져 있는데,
얼마나 황량한지 화성의 적갈빛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옛날 분위기의 작은 어촌이었던 무르데이라는 관광 명소로


변신했습니다. 무르디에라 관광 마을Aldeamento Turísticoda Murdeira
이라는 새 이름으로 불리며 출입이 관리되는 구역이 됐죠.
그러니 리조트로 이어지는 마을 입구에서 무인 초소를 본대도
놀랄 것은 없습니다.

한편 카보베르데는 느긋하게 돌아가기로 악명 높은 나라입니다.


자연 그대로 남아 있는 이 섬은 천천히 음미하며 즐길 거리로
가득하니, 도시에서처럼 서두를 이유는 없습니다.
Covent Garden Station 121
London, United Kingdom
Timothy Desouza @timothyx01

피카딜리 선 위의 코벤트 가든 역은 1907년에 지어졌으며 2등급


문화재로 지정돼 있습니다. 레스터 스퀘어 역과 홀본 역 사이,
롱에이커가와 제임스가가 만나는 모퉁이에 위치하죠.

1929년 피카딜리 선의 열차 운행을 더 빠르게 하고 신뢰도를


향상하기 위해, 이용도가 낮은 역들을 폐쇄하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코벤트 가든 역도 그중 하나였죠. 주변 역들보다
이용자 수가 적어 폐쇄될 가능성이 컸지만 지역 사회에서 적극적
행동 덕분에 끝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도 건재한 역사는 런던 지하철역 특유의 검붉은색(일명


‘선지’색) 벽돌로 쌓아 올려졌으며, 제임스가와 롱에이커가로
통하는 두 개의 입구가 나 있습니다. 지상 건물 및 승강장 벽면의
타일은 대북부·피카딜리·브롬프턴 선의 여러 역사를 설계한
건축가 레슬리 그린Leslie Green의 작품입니다.

원래의 승강장 벽면은 노란색과 흰색 타일로 구성돼 기하학적인


모양을 이뤘고 중간중간 역명을 써넣기 위해 비워둔 부분이
세 군데 있었습니다. 벽면은 100년의 세월을 지나는 동안
노후했죠. 2010년, 런던 교통 공사가 실시한 투자 프로그램을
통해 옛 모습을 토대로 타일이 모두 교체됐습니다.
오늘날 승객들은 새로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용감하게
193칸짜리 계단을 걸어 내려가 승강장에 다다를 수 있답니다.
Skyline 122
Willemstad, Curaçao
Jeffrey Czum @jeffreyczum

퀴라소는 베네수엘라 서북쪽에 있는 섬으로 인구는 15만이 겨우


넘습니다. 유럽에서 멀리 떨어진 카리브해 남쪽에 위치하지만,
네덜란드 왕국의 구성국에 속하죠.

17세기에 이 섬을 지배한 네덜란드인들은 건물을 다채로운


색으로 칠하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날 빌렘스타트의
항구에 도착하면 색색의 빛깔이 늘어서서 우리를 맞이합니다.
이런 풍경은 암스테르담의 건축 양식을 반영하고자 한 결과죠.
쿠라소는 화사한 빛깔의 건물들뿐만 아니라, 놀랍도록 다양한
문화와 복잡하고 다층적인 역사를 간직한 섬이기도 합니다.
1863년 네덜란드가 노예 제도를 폐지하기 전까지 쿠라소에서는
거의 350년간이나 노예무역이 이어졌습니다. 또한 스페인 및
네덜란드 식민지를 거치고 영국의 공격을 여러 차례 받았으며
포르투갈과 레바논에서 이주민이 건너오는 등 계속해서 외부
인구가 유입된 결과, 공용어만 해도 세 가지, 파피아멘토어,
네덜란드어, 영어를 사용합니다. 몇몇 퀴라소인에게 공용어에
더해 스페인어까지 4개 국어를 구사하는 일이란, 특별한
재능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한 방법일
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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