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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中 - 차범석 아닐테고? 응? 말 좀 하라니까!

(사월이는 갑작스레 치밀어 오르는 허무갑에 못 참겠다는 듯 자리에 [점례] (어찌할 바를 몰라서) 그런 역시 아까 그 소리는---
서 일어나 대밭 쪽을 향한다. 이때 대밭에서 내려오는 점례를 발견한 [사월] 친척? 점례에게 그런 친척이 있었던가? (하며 딴전을 부린다)
다) [점례] 아니---
[사월] (가까이 오며) 점례! [사월] (추궁하듯) 왜 이렇게 우물 쭈물하고 있지? 응? 누구란 말이
[점례] (소스라치게 놀라며) 응? 응--- 인제 좀 나아? 야?
(하며 억지로 미소를 짓는다) [점례] (큰 결심이라고 하듯) 사월이! 나하고 약속해 준다면 가르쳐
[사월] (부러 점잖게) 재미가 좋아? 주지!
[점례] 재미라니? 홋호--- 아니 이 산골에 무슨 재미가 있겠어 [사월] 뭘 말야?
--- 야경하는 재미와 도둑맞는 재미나 있을까? [점례] 다른 사람에겐 말 안하기로---
[사월] (눈빛이 날카로와지며) 나는 못속여! [사월] 홋호--- 누굴 어린앤 줄 아나?
[점례] 뭘 말이야 사월이? [점례] 정말이지? 그 약속을 어기면 우린 다 죽고 말아!
[사월] (바싹 다가서며) 지금 그 사람이 누구야? 응? [사월] (심상찮게 여기며) 죽다니---
[점월] (당황하며) 아, 아니--- 누군 누구야? [점례] 그러니까 사월이만 알고 있어! 응?
[사월] 내가 묻고 있는거야! (달래듯) 아무한테도 말을 안할께 어서대! [사월] 그래! 어서 말이나 해!
[점례] 도대체 무슨 얘기지? (점례는 사방을 훑어보더니 사월의 귀에다가 뭐라고 귓속말로 소
[사월] 아니 정말 이렇게 헛소리만 뱉을 턴가? 좋아! 그럼 내가 직접 곤거린다. 듣고 있던 사월의 표정이 돌처럼 굳어간다)
--- 물어 보고 올 테니까! [사월] 아니, 그럼 빨갱이 아냐?
(하며 대밭 쪽으로 간다 몇발 옮길 때까지 보고 있던 점례의 [점례] 쉿!
얼굴에서 새하얗게 핏기가 가신다) [사월] (생각에 잠기며) 그래--- 그러니까 지난번 눈오던 날
[점례] (사월을 따르며) 어딜 가는 거야? 밤에--- 천왕봉에서 내려온---
[사월] 찾아볼 사람이 있어 그래! [점례] (고개만 끄덕거린다)
[점례] 누군데? [사월] (어려운 수수께끼를 풀려는 듯) 알 수 없는 일이야! 점례가 어
[사월] 젊은 남자! (돌아보며) 누구지? 째서 그런 사람을 살렸을까?
[점례] 아니--- 그럼 사월이는--- [점례] 어째서라니? 그건--- 저--- (말문이 막히지 사월의 시선을
[사월] 알고 있었지! ( 홋호--- (속삭이듯) 어디서 왔지? 서방님은 피한다)
[사월] (눈빛이 달라지며) 점례는 그 사람을 왜 살려 줬지 밉지 않아? [사월] 나도 그 남자를 돕고 싶어!
[점례] 밉고 곱고가 있어? 그저 어쩐지 불쌍해서--- [점례] (생기가 돌며) 정말?
[사월] 불쌍해서? [사월] 점례가 그 남자를 동정하는 마음씨를 나도 알고 있어!
[점례] 국민 학교 선생님이었대--- 그런데 친구를 잘못 만나 그만 [점례] (손목을 잡으며) 고마워! 그럼 아무에게도 말 안하겠지?
꾐에 넘어가 이산 저산으로 끌리어 다니다가--- [사월] 그럼! 그 대신 나하고 한가지만 약속해 줘!
[사월] (점례의 속셈을 떠 보려고) 어떻든 빨갱이 아냐? 점 [점례] 약속이라니?
례 남편을 죽였을지도 모를--- 죽건 말건 내버려 두지 왜 데려다 [사월] 우리 둘이서 하루씩 번갈아 가면서 그 분을 돌봐 주잔 말이야
가 숨겨 가면서 살리지? 아무도 모르게 말이야--- [점례] (의아한 표정으로) 번갈아 가면서?
[점례] 어디 그럴 수가 있어? 사정을 들어 보니까 딱해서--- [사월] 그래! 나도 그이에게 밥을 해 주겠어! 산 속에서 고생하면
[사월] (넌지시) 점례사정이 더 딱하지! 흠--- 서 얼마나 굶주렸겠어! 점례 혼자선 짐이 무거울 테니까!
[점례] 내가? [점례] (감격하며) 그렇게만 해 준다면 얼마나 좋아! 정말 그
[사월] (단정적으로) 그리고 나도! (한숨) 우리보다 가엾은 인생 이는 착한 사람이야! 자기가 빨갱이들 말에 속았다는 걸 뉘우치고 있
이 어디 있겠어?--- 산 송장이나 마찬가지지--- 어---
[점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왜? [사월] 그대신 내가 하는 일에 참견해서는 안돼!
[사월] 왜냐구? 그럼 내가 말해야 알겠어? (비웃듯) 하긴 지금 점 [점례] 참견이라니?
례는 그런 괴로움을 잊어버렸을 테지! [사월] 내가 그 사람을 만날 때는 점례는 모르는 척하란 말이야! 어때
[점례] 그런 괴로움이라니? ---
[사월] (점례에게 정욕에 타오르는 시선을 퍼부으며) 그래! 나이 [점례] (괴로와하며) 사월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겠
찬 여자가 홀몸으로 지내야 하는 괴로움을 모를리 없잖아? 점례는 어! 허지만 그이는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니까 제발 괴롭히지마! 응?
다행이지! [사월] (비위가 상한 듯) 아니, 그럼 나더러 가까이 하지 말란
[점례] 내가? 말이야? 점례만이 그 사람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권리가 어디 있어?
[사월] 좋은 남자가 생겼으니까! 안 그래? (하며 야비한 웃음을 던진 [점례] 그런 게 아니라 그 분은---
다) [사월] 듣기 싫어! 그런 점례 마음대로 해! 내게도 생각이 있으니까!
[점례] (홍당무가 되며) 어머--- (하며 외면한다) (하면서 점례를 뿌리치고 가려고 하자 점례가 길을 막는다)
[사월] (바싹 다가서며) 점례! [점례] 사월이 그게 아니라--- 난---
[점례] (상대방의 얘기를 경계하며 서 있다) [사월] 마음대로 하라는데 왜 그래---
[점례] (울음을 터뜨리며) 제발 소원이야!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으니 그이만은 살려 줘! 그이는 불쌍한 분이야!
[사월] (씩 웃으며) 약속을 지키겠어?
[점례] 그러니 밖에 말이 안 새도록만 해 줘! 그이도 상처만 나으
면 제발로 가서 자수하겠대! 그러니---
[사월] 염려 말래두! 점례에게 소중한 남자는 내게도 소중하니까!
(불타오르는 욕정을 억제하며) 고이 간직 하겠어! 염려 말어!
(점례는 미어질 듯한 가슴을 안고 마루 끝에 가서 쓰러져 운다 사월
은 천천히 대밭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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