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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탐방 일지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하여 내 꿈을 펼친 지 어연 1 년 10 개월, 나는 처음으로 진짜


성균관에 발을 들였다. 나를 처음 마주하여 시선을 끌어낸 것은 성균관보단 성균관
중앙에 큼지막하게 자리한 은행나무다. 성균관은 은행나무가 유명하다 했는데, 성균관에
합격만 하면 은행나무 아래 자유를 만끽하고자 했는데 현실이 벽이 나를 은행나무와
떨어트려 놓았나 보다.

은행나무는 수많은 지지대가 그 손을 받치고 있었다. 지지대도 언젠가 은행나무와 같은


나무였을 텐데 어쩌면 이 은행나무보다 크게 아름답게 하늘에 손을 뻗으며 자라날 수
있었을 텐데 사람을 만나 성균관 은행나무의 손을 받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슬펐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사람 또한 늙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치일
텐데 나무도 그러고 싶지 않았을까? 몸이 노쇠해지고 팔 다리가 무거워지면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할 텐데 사람으로 하여금 강제로 제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물론 잡생각일 확률이 크겠지만 그 장엄함이 내 내면의 다양한
생각을 끌어냈다.

은행나무에 이어 진짜 성균관을 찾아 안쪽으로 향했다. 식당도 보고 담벼락도 보고


문지방도 넘나들며 구경을 했다. 진짜 성균관을 은행나무보다 먼저 나를 맞이 했는데
그건 못 보고 다른 곳만 엄청나게 뒤지면서 다녔다. 하지만 덕분에 더 구석구석, 내가 못
봤던 것들, 내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도 보게 된 것 같다. 성균관 유생이 공부했던
단칸방(?) 같은 곳에선 문지방에 신발 벗고 올라 잠시 잠을 청하기도 했다. 진짜 유생이
된 기분이었는데 바닥에 누워 하늘을 보니 기와가 어우러진 하늘색 하늘이 정말 예뻤다.
그 덕분에 자유를 잠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한지에 구멍이 뚫려 있어 내부도 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엄청 깔끔하고 단아했다. 창문도 있었는데 시원한 바람이 그 조그만
한지 구멍을 통해 선선하게 퍼지는 것이 기분이 참 좋았다. 그 안에서 이불을 깔고
낮잠을 한 숨 자고 싶은 마음이 엄청 컸다.

결국 한 바퀴를 돌아 드디어 성균관에 도달하게 됐는데, 기분이 되게 묘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조촐하고 별거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나무에 압도 당하는 기분에 아,
내가 이 기분을 느끼기 위해 성균관에 왔구나 하는 것과는 달리 성균관 입구에 달린
합판의 한자는 내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 보다 내가 앞으로 맞이 할 사회 생활에 대해,
아주 먼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했던 것 같다.

성균관에 한참을 앉아 은행나무가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시선을 두고 한참을 곰곰이


생각만 했다. 나는 무얼 위해 존재하는가, 나는 무얼 위해 이 학교에 들어왔는가.
성균관의 유생들도 때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지냈을까? 어떤 생각의 결론을 그들도
찾지 못했을까? 어쨌든 성균관 출신의 유생들은 자신만의 가죽을 이 세상에 남겼으니
나도 걱정을 앞세우기 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더 집중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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