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부여하는 것 - 심층 코마

You might also like

Download as pdf or txt
Download as pdf or txt
You are on page 1of 6

4.

정치란 달리 말해서 인민의 생명에 일정한 형식을 부여하는 것이다

파리의 독일 문화원이 보건 및 우생학 분야에서의 국가사회주의 정책의 특성과 장


점들을 알린 출판물

국가와 건강 이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을 달고 있다. 이 책은 나치정권의 모든공식


준공식 출판물들 중에서 아마 생물학적 생명의 정치화(혹은 정치적 가치) 그리고 그
것이 정치 지평 전반에 걸쳐 야기한 변형을 가장 명료하게 주제로 삼고 있는 책일
것이다.

오직 금세기 초엽에야 독일에서 전적으로 자유주의적인 이론들을 토대로 인간의


가치를 고려하기 시작했으며, 또 인간의 가치에 대한 정의가 내려졌다

헬페리히는 물질적 부와 더불어 1조 610만 마르크에 이르는 ‘살아 있는 부’가 존재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새로운 정치 = 인민의 생명의 가치에 대한 결산서 작성 / 국가의


생물학적인 신체에 대한 보살핌을 보장할 것을 요구.

경제학자와 상인이 물질적 가치의 경제를 책임지듯이 의사는 인적 가치의 경제를


책임진다

이러한 새로운 생명정치의 원리들은 인민의 유전적 특성 에 대한 과학으로 이해되


는 우생학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인구의 모든 측면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를 분명한 임무로 삼게 된 18세기부터 경


찰 과학이 점점 더 큰 중요성을 가지게 되었다.

국가사회주의 이데올로기와 당대의 사회학과 생물학의 발전, 특히 유전학의 발전


사이의 관계는 보다 은밀하고 복합적인 것이었을 뿐 아니라 동시에 매우 우려할 만
한 것이었다.

페르슈어는 제3제국 붕괴 이후에도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유전학과 인류학 강의


를 계속했다.

당대의 유전학 연구는 국가사회주의적 생명정치의 개념 구조의 참조대상이었다.

인종이란 이러저러한 특성들, 예컨대 특정한 피부색의 등급 같은 것을 통해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특성들의 총합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인종이란 유전이며,
유전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다.
최초로 사람의 X염색체 지도를 작성하고 몇몇 유전병 소질을 규명해낸 연구는 앵
글로색슨계의 유전학 연구였다.

새로운 사실은 유전학에서 찾아낸 개념들이 어떤 정치적[주권적] 결정의 외적인 기


준으로 간주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유전학에대한 연구 자체가 직접적으
로 정치적이다.

따라서 인종 개념은 당시의 유전학 이론들에비추어 “다른 집단들이 갖고 있지 않은


동형 집합체 유전자들의 어떤 특정한 조합을 보여주는 인간 집단”으로 규정되었다.

제3제국에서도 유전학을 통해 순수 인종을 구성하려했으나 히틀러 본인마저도 그


런 순수 인종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대인도 독일인도
각각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인종이 아니었다.

따라서 제3제국은 단순한 인종주의 정치가 아니라 경찰 과학을 이어가는 생명에


대한 배려와 우생학에 기반한 생명정치였다.
가오갤 3 언급.

국가사회주의 혁명은 생물학적인 퇴보의 요소들을 추방하고 국민의 유전적 건강성


을 유지하기를 원하는 여러 힘들에게 호소하고자 한다.

이러한 고찰 하에 제3제국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말살의 진정한 의미는 일차원적


인 인종청소가 아니었다. 경찰과 정치, 우생학적 동기와 이념적 동기, 건강에 대한
배려와 적에 대한 투쟁이 모두 섞여있는 사건이었다.

페르슈어
인민의 생명은 인민의 신체의 인종적 특성과 유전적 건강성이 유지될 때에만 비로
소 보장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정치란...인민의 생명에 일정한 형식을 부여하는 것이다

생명은 인권 선언과 동시에 주권의 기초가 되었으나, 근대 생명정치 발전 이후에는


생명이 국가 정치의 주체이자 대상이다.

생명과 정치는 벌거벗은 생명이 거주하는 예외 상태라는 경계지역에 의해 결합되


었고, 둘의 결합은 결국 모든 정치를 예외로 만들어버린다.

20세기의 전체주의는 생명과 정치의 이러한 역동적인 동일성에 기초하고 있다. 그


렇기에 아렌트가 주장했듯이 나치즘과 스탈린주의 사이에는 닮은 점이 있는 것이
다.
히틀러가 권자에 오른 후에 바로 우생학 관련 법률들이 등장했다. 유전병에 걸린 자
에 외과적 불임 시술을 실행한다던디, 금치산자의 결혼을 금지한다던지.

이 법들은 극히 정치적인 성격을 지니며 뉘른베크르 법과 분리될 수 없다. 제국 시민


권 및 독일 혈통과 명예의 보호게 관한 뉘른베르크 법과 분리될 수 없다.

1등시민과 2등시민 간의 결혼을 금지하고 설사 아리안 혈통이더라도 독일의 명예


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자들은 배제되었다. 이 법 하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암묵적으
로 국적 상실의 가능성에 시달렸다. 1등시민인 독일인도 장애를 가지면 시민권이 박
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건들은 생명과 정치를 하나로 일치시키려는 생명정치적 임무에 대한 무조


건 적인 수락을 토대로 삼고 있다. 나치 제국은 이 프로그램을 모든 시민들에게 확
대 적용할 것을 결심한다.

전국민을대상으로엑스레이검사를실시한다음, 병이있는국민 전체의 명단 특히 폐


와 심장 질환이 있는 국민의 명단이 총통에게 보고될 예정이었다. 제국의 새로운 보
건법에 의해 (............) 이들의 가족들은더이상사회생활을할수없을것이며,아이를갖
는것도 금지될 예정이었다. 이들의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는 오로지 총통의 다음 명령에 달려 있었다

5. VP

다카우 수용소에서는 온갖 인체실험이 벌어졌다. VP의 생명에는 치명적이었지만


동물실험으로는 유용하지 않은 실험들이었다.

조종사가 고공비행 중에 낙하산으로 탈출할 때 안전하게 탈출하기 위한 방법을 연


구하기 위해 VP를 공기 압축실에 집어넣었다. 얼음물에서의 생존 가능성, 바닷물
의 음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도 해군이나 조종사들의 구조 목적에서 시행되었다.

VP들은 대부분 수용소에 갇힌 유대인들이었다.

성 관계가 신체 회복과의 관련성, 질병에 대처하는 백신을 개별하기 위한 실험, 화


학 물질을 이용한 비외과적 불임 시술, 장기 이식 등등

이 실험을 주도한 의사들은 가학적인 성향을 보였다기보다는 대부분 명성이 높은


과학자들로서 철저하게 과학 연구를 하기 위해서 인체 실험을 수행했다. 이들이 추
후에 유죄 선고를 받자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들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한 것만 봐
도 알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수용소에서의 인체실험이 꼭 제3제국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라


는 점이다. 1920년대에 미국에서는 말라리아 해독제 연구목적으로 800명의 죄수
들을 말라리아원충에 감염시켰다. 또 미국의 12명의 사형수들을 대상으로 한 골드
버그의 실험은 니코틴산 결핍 증후군에 관한 과학문헌들에서 대단히 특별한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는데, 사형수들은 실험 후에도 살아 있으면 사형을 면제받을 것을
약속받았다.

인체실험을 받게 될 죄수들의 선언서

나는 이 실험에 따른 모든 위험을 감수하며, 시카고 대학과 이 실험에 참여한 모든


기술자들과 연구자들 뿐만 아니라 일리노이 주 정부와 주 교도소 당국의 책임자 및
직원들이 나 자신은 물론 내 자손들과 내 대리인들에 대해서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맹세한다. 따라서 나는 이 실험이 야기할 수 있는 어떤 육체적인 상해나
질병이 설사 치명적일지라도 이에 대한 일체의 보상 요구권을 포기한다.

나치 수용소의 수용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과 미국의 죄수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모


두가 실험의 비인간성이라는 면에서는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미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러한 인체실험이 실시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경


우 모두 VP들의 특수한 지위에 있다. 수용소의 수감자, 사형수는 정치 공동체로부
터의 최종적인 배제를 의미한다. 인권과 희망을 거의 박탈당했지만 생물학적으로
는 살아있는 벌거벗은 생명.

사형수와 수용소 수감자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신성한인간들‘, 즉 죽여도 살인죄로


처벌받지 않는 자들과 무의식적으로 동일시되곤 한다.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근
대성의 특징인 생명정치적 지평하에서는 과거 오로지 주권자만이 진입할 수 있던
이 경계 지역 속으로 의사와 과학자들이 진입해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6. 죽음을 정치화하기

Coma

코마 상태는 과거에 세 가지로 분류되었다. 생명 기능만 보존된 고전적 코마, 의식


이나 운동성, 감각, 반사가 일부는 살아있는 각성 코마, 그리고 식물 상태마저도 유
지가 힘든 장애가 발생한 카루스 코마

심층코마?

여기에 프랑스의 신경생리학자인 몰라레와 굴롱은 심층 코마라는 개념을 제시한


다. 관계적 생명 기능들이 완전히 정지된 데 이어, 식물 상태의 생명기능들마저 장
애 상태가 아니라 완전히 정지된 상황을 말한다.
정의만 읽으면 심층 코마 상태는 살아있는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다. 하지만 이 상태
가 새로 등장한 이유는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아드레날린 정맥 주사, 체온 조절 기
술과 같은 새로운 소생 기술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심층 코마 상태인 자는 소생 요법 처치가 중단되면 자동적으로 생명을 멈춘다. 여기


서의 논쟁은 이들의 상태다. 이들은 살아있는 것일까, 죽어있는 것일까?

죽음의 정의

전통적으로는 심장 박동의 중단, 호흡 기능의 정지가 죽음의 판단 기준이었다. 하지


만 심층 코마 상태의 등장은 두 가지 사망 판정 기준을 완전히 무효화시키면서 새
로운 죽음의 기준과 규정을 확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심층 코마 상태의 등장과 죽음의 기준 재정의에 대한 질문이 일어난 시기는 놀랍게


도 장기 이식 기술의 발전 및 완성 시기와 동일하다. 심층 코마 상태의 인간이 장기
를 적출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조건에 해당하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살인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환자의 사망 시점을 정확히 확정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논의의 결과 1968년 하버드 의과대학 특별위원회에서는 뇌사라는 개념을 만


들었다. 격렬한 논쟁이 있었으나 지금 대다수의 서구권 국가에서는 뇌사 상태가 법
제화되면서 새로운 사망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일단 적절한 의학적 시험을 거쳐 뇌 전체가 죽은 것(즉 신피질뿐만 아니라 뇌간까지


도 사망한 것)이 확인되면 설사 소생 기술을 통해 호흡을 계속하고 있다하더라도
환자는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뇌사의 기준은 심장 박동의 중단?

뇌사가 법제화되면서 사망이라는 개념마저도 모호해졌다. 뇌사가 사망의 새로운


기준이 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사망 기준을 끌어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램은 뇌사 진단이 내려지고 며칠이 지나서야 심장 박동이 멈춘다는 사실


을 보여주는 일련의 연구 결과들을 인용한 다음 이렇게 말한다.

뇌사 이후에는 필연적으로 신체적 사망이 뒤따르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뇌사를 사망 기준으로 만들기 위해서 심장 박동의 중단을 끌어오는 상황에는 논리


적 비일관성이 보인다.

이런 죽음의 부유 현상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다. 1974년 권총으로 살해한 혐의


로 법정에 기소된 자를 변호한 자는 피해자가 사망한 시점은 권총 발사가 아니라
외사 상태에서 장기 이식을 위해 의사가 심장을 제거한 시점이라는 논리로 변호를
했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뇌사 상태의 인간은 죽은 것이고, 뇌가 유일하게 이식이
안 되는 장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뇌도 장기 이식이 가능하다면 현행 뇌사 판정 기준도 애매해질 것이


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자들, 죽음의 부유 현상을 겪고 있는 식물 인간들의 모
습은 벌거벗은 생명이 거주하는 예외 공간과 다르지 않다.

결국 최종적으로 삶과 죽음 자체가 과학적 개념이 아니라 정치적 개념이 되었다. 구


권 권력의 행사는 이제 삶과 죽음의 경계마저 가로지르고 있고, 그 과정에서 의학
및 생물학과 교차하고 있다.

코마상태의 환자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중간 존재고, 그를 죽여도 살인은 아니라는


점에서 호모 사케르다.

뇌사라는 기준을 고수해야만한다. 이로부터 거짓 생명체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


이 도출된다. 오로지 국가만이 그것을 할 수있고 또 해야만 한다. 신체조직들은 공
적 권력에 귀속된다. 즉 신체를 국가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고녜,『통
제』,p.189).

심지어는 라이터와 페르슈어조차도, 벌거벗은 생명의 정치화를 향한 도전에서 이렇


게까지 멀리 나아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리고 이 점은 생명정치가 새로운 문턱을
넘어섰다는 명백한 신호인데) 현대 민주주의에서는 나치의 생명정치가들도 감히 입
에 담지 못하던 것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뇌사 논의를 통해서 호모 사케르의 무제한적 확대

You might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