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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를 위한 저항과 기능적 분화의 회복

루만(N. Luhmann)의 기능체계 이론을 참조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 분석과 개혁 방향


A Protest for Normalization and a Restoration of Functional Differentiation - An Analysis of President Parks
Resignation Movement

저자 정성훈
(Authors) Jung, Sung-Hoon

출처 시민과세계 , 2017.6, 109-135(27 pages)


(Source) Ctizen&the World , 2017.6, 109-135(27 pages)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
발행처
(Publisher)

URL http://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7203612

APA Style 정성훈 (2017). 정상화를 위한 저항과 기능적 분화의 회복. 시민과세계, 109-135

이용정보 인천광역시중앙도서관
58.232.252.***
(Accessed) 2021/07/05 23:3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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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세계, 2017년 상반기호(통권 30호) [일반논문]
Journal of Citizen & World
2017, Vol. 30, pp.109-135

정상화를 위한 저항과 기능적 분화의 회복


- 루만(N. Luhmann)의 기능체계 이론을 참조한
*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 분석과 개혁 방향

**
정 성 훈**

이 글은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의 의의를 현대적
사회구조와 관련해 밝힌다. 첫째, 퇴진운동은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기대들의 좌절에
따른 저항, 즉 정상화를 위한 저항이다. 그로 인해 이 저항운동은 경찰, 법원, 헌법재판소
등을 신뢰하는 가운데 비개연적인 평화를 유지하였다. 둘째, 니클라스 루만의 사회이론을
참조해 설명하자면, 이 정상화는 기능적 분화의 회복이다. 이 저항은 권력으로 성적, 승부
를 변경하고 예술창작의 방향을 바꿀 수 없다는 것, 지불로 정부 정책을 바꿀 수 없다는
것 등등, 기능적 분화에 조응하는 기대구조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 글의 후반부는
이러한 정상화 노력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첫째, 기능적 분화가 산출하는 포함/
배제 차이를 약화시킬 수 있는 포스트-복지국가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 둘째, 대의 민주주
의의 위기를 극복하고 정치의 역설을 전개할 수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힌다. 결
론에서는 정상화를 위한 개혁을 위해서는 적폐 청산이 인격화되는 것, 즉 정치가 도덕화되
는 것을 경계해야 함을 루만의 도덕이론을 참조해 지적한다.

주제어 : 정상화, 저항운동, 촛불집회, 기능적 분화, 니클라스 루만, 박근혜 퇴진, 탄핵

* 이 논문은 2017년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의 지원에 의해 연구되었음.


** 서울대학교 철학과 강사, aguj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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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세계

1. 서 론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서울의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한국의


수많은 광장들에서 펼쳐진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을 많은 이들이 ‘촛불
시민혁명’, ‘명예혁명’ 등으로 부른다. 그리고 그에 이어진 대통령 선거에
서 정권 교체를 이룬 것, 그리고 당선된 새로운 대통령이 임기 초반 적폐
를 청산하고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업무지시들을 내리
고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것을 혁명적 성과로 간주하는 듯 보인다. 그
런데 부패한 대통령을 몰아낸 것을 곧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역사
교과서를 원래대로 되돌린 것, 5.18 기념식에서 원래 부르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시 부르게 된 것, 좌천되었던 검사에게 그에게 마땅한 자리
를 되돌려준 것 등등이 혁명적 변화일까? 몰아낸 부패한 대통령 이전의
만만치 않은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대통령의 잘못은 아직 밝혀내지 못
했는데 혁명이 일어난 걸까? 그리고 그 이전의 비교적 정상적인 대통령
이었던 사람의 비서실장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성과라면, 그건 그저 어
느 정도 정상으로 되돌린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내가 이런 의문을 던지는 것은 결코 이번 저항운동의 의의를 폄하하고
자 하는 것이 아니며, 새로운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 조치들을 평
가절하하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 운동이 ‘사회혁명(social revolution)’까
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실질적인 ‘정치혁명(political revolution)’의 시작점으
로 기록되기를 바라기 때문에1),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개
혁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현재 성취된 상황을 냉철하게
점검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은 이 운동의 성과가 혁명인지 아
닌지에 관해, 혹은 이번 정권교체의 의의가 큰지 작은지에 관해 따져서
결론을 내리고자 쓰는 것이 아니다. 이 글은 현대 사회를 이차 관찰자 관

1) 정치적 상부구조에서의 혁명을 “정치혁명”으로, 경제적 토대에서의 혁명을 “사회혁명”으


로 간주한 마르크스의 구별법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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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 정상화를 위한 저항과 기능적 분화의 회복
- 루만(N. Luhmann)의 기능체계 이론을 참조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 분석과 개혁 방향

점2)에서 냉철하게 기술한 사회이론을 참조하여 이 저항운동의 성격을 정


확하게 규정하려 하며, 이 운동의 성과로 탄생한 새로운 정부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작업을 위해 나는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의 체계이론적 사회
이론을 참조한다. 하지만 이론의 현실 설명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는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이론을 활용할 뿐이다. 그래서 루만 이론의 몇
몇 주요한 개념들을 사용하긴 하지만, 그것들을 한국에서 일어난 일들에
적용하는 것과 관련된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
나는 루만의 체계이론적 사회이론을 참조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
분석을 두 층위로 나누어 진행해왔다. 첫 번째 층위에서는 광장에서 이루
어진 커뮤니케이션들에서 형성된 의미론적 도식들을 도출하고, 이 도식들
에 영향을 미친 한국의 특수한 사회적 기억들을 추적했다. 사회구조와 의
미론이라는 루만의 구별법에 따르면3), 의미론적 층위의 분석으로 규정할
수 있는 이 작업은 이미 학술지 논문으로 발표되었다(정성훈 2017). 그에
이은 후속 연구인 이 글은 두 번째 층위인 사회구조 층위에서의 분석을

2) 루만은 ‘관찰’을 ‘구별과 지칭’으로 규정하며, ‘이차 관찰(second-order observation)’을 관찰자


에 대한 관찰, 즉 일차 관찰자가 사용하는 구별을 관찰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예를 들어,
일차 관찰자가 대통령 하야를 주장할 때, 이차 관찰자는 일차 관찰자가 하야/직위유지 구
별을 사용하는지, 하야/탄핵 구별을 사용하는지 등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이차 관찰
자 역시 자신의 구별을 맹점으로 하여 관찰하므로 다시 관찰될 수 있다. 루만은 이차 관
찰자 관점의 사회이론을 통해 현대 사회에 대해 일차 관찰자들이 사용하는 구별법들을
비교하고 평가하지만, 자신의 사회이론 또한 다시 관찰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 이 관점에
서는 모든 진리 주장이 우연적인 것으로 간주되지만, 관찰에 대한 관찰의 연쇄가 임의적
으로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대주의로 빠지지는 않는다.
3) 사회구조(Gesellschaftsstruktur)는 사회체계의 자기생산에서 복잡성을 감축하는 동시에 증가
시키는 체계분화를 뜻한다. 의미론(Semantik)은 이러한 자기생산에 대한 자기관찰과 자기
기술에서 비교적 상황에 독립적으로 사용되는 의미의 저장고를 뜻하며, 의미론은 반복
사용을 위해 도식화된다. 의미론의 변화는 사회체계의 요소들인 커뮤니케이션들의 복잡
성을 높임으로써 사회구조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사회구조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Luhmann 198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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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세계

시도한다. 즉, 기능적 분화 형식을 우위로 하는 현대 사회의 구조와 관련


해 이번 퇴진운동이 갖는 의의를 밝힌다.
첫 번째 층위의 분석에서 나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을 “비개연적 민
주주의를 위한 비개연적 평화(Unwahrscheinlicher Frieden für Unwahrscheinliche
Demokratie, improbable peace for improbable democracy)”로 규정한 바 있다.
이 성격 규정을 위해 나는 정치를 ‘집단적으로 구속하는 결정을 위한 수
용력 마련’이라는 기능을 갖는 체계로 간주하고, 민주주의를 정치권력의
정점이 분할된 ‘통치/반대(여당/야당)의 코드화’로 규정한 루만의 정치이론
을 참조하였다. 그에 따르면, 여당과 야당의 평화적인 교체가 가능한 코
드화로서의 민주주의가 이미 매우 비개연적인 정치 제도, 즉 수많은 사회
문화적 전제조건들이 충족되어야 실현될 수 있는 제도이다. 나는 이번 퇴
진운동에서 이루어진 커뮤니케이션들의 주요한 의미론적 도식들인 하야/
탄핵, 평화/폭력, 촛불/횃불 등이 비개연적 민주주의를 위한 비개연적 평
화와 기다림을 가능하게 하였음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하야에서 탄핵으
로, 탄핵에서 헌법재판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런 평화와 기다림이 가
능했던 중요한 이유를 1960년의 하야, 1980년의 계엄령과 발포, 1987년의
부분적 승리 등 한국의 특수한 사회적 기억에서 찾았다.4)
이 글은 이 분석에 이어 이번 저항운동이 갖는 보다 거시적인 의의, 즉
현대적 사회구조와 관련해 갖는 의의를 밝히고자 한다. 그 의의는 ‘정상
화를 위한 저항’과 ‘기능적 분화의 회복’으로 요약될 수 있다. 2장과 3장
에서 나는 이 두 가지 의의를 설명한 후, 4장에서는 정상화 혹은 회복 이
후의 개혁 방향에 관해 논할 것이다.

4) 참여자들의 직접 경험만 고려한다면, 2000년대 이후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온 촛불집회의


기억도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경험에 의한 설명 역시 미군장갑차 사건이나 광우
병 쇠고기 수입 사건 당시 어린이였을 젊은이들이 대거 참여한 것, 그들이 적극적으로
‘하야’를 외친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번 퇴진운동은 1987년 이후 처음으로 정권 퇴진이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전개되었기 때문에, 광장에서 호출된 기억은 직접
경험보다는 역사 교육과 대중매체를 통해 접한 민주화 운동의 역사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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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상화를 위한 저항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은 2016년 가을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드러나면


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4년 4월 13일
세월호 침몰 후에 드러난 정부의 무능에 대해 “이것이 국가인가”5)라는
의문이 제기되면서부터였다고 볼 수 있다.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에서
이러한 무능이 반복되고, 국민 안전과 관련해 이렇듯 무능한 정부가 여론
과 무관하게 한일 위안부 합의,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 등을 밀어붙이면서
이 의문은 증폭되었다. 그리고 『JTBC』의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 이후
박근혜 정부가 무능할 수밖에 없었던 비밀들이 연이어 폭로되면서, 이 의
문은 “이게 나라냐”라는 더욱 자조적인 표현으로 바뀌어 광장을 촛불로
가득 메웠다. 그런데 의문문으로 보이는 이 문장들에는 대개 ‘?’가 붙지
않는다. 부정적 답변이 너무나 당연함에도 물어야 하는 절망감의 표현으
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게 나라냐”라는 의문 아닌 의문에는 어떤 ‘기대’의 ‘좌절’이 표현되어
있다.6) 현대 국가의 정부라면 당연히 조난을 당한 후 기다리고 있는 국
민들의 생명을 구할 것이라는 기대, 전염병의 확산을 가로막을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 공식적 절차를 거쳐 임명을 받은 공직자들에

5) 이 말은 󰡔한겨레21󰡕 2014년 4월 20일 표지의 글귀로 나오면서 널리 확산되었다.


6) 루만은 기대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식화한다. “기대 개념이 가리키는 것은 의미 대상들
혹은 의미 주제들의 지시 구조가 응축된 형식으로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응
축이 없다면, 연결 작동들을 위한 선택의 부담이 너무 커질 것이다. 그래서 기대들은 더
잘 혹은 더 빠르게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가능한 것들의 레퍼토리를 좁혀 그 중에서 선
택함으로써 형성된다.”(Luhmann 1984, 140) 루만에게 의미는 심리적 체계들과 사회적 체계
들의 공진화를 가능하게 한 매체이므로, 기대는 심리적 체계들의 요소들인 표상들의 의
미적 연결에서 응축되어 형성될 수도 있고 사회적 체계들의 요소들인 커뮤니케이션들의
의미적 연결에서 응축되어 형성될 수도 있다. 이 글에서 내가 사용하는 기대는 후자의
종류, 즉 사회적 기대이다. 하지만 광장의 커뮤니케이션에서 형성된 이러한 사회적 기대
는 많은 참여자들의 심리적 기대와 조응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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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해 통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 등등이 좌절된 것이다. 그리고 좌절


되었음에도 이런 기대가 고수되어 이런 기대를 좌절시킨 대통령을 퇴진
시킨 것은 이 기대가 사실에 맞서는(counter-factual) 기대구조, 루만에 따르
면 “규범적(normative) 기대구조”에 따른 것임을 뜻한다.7)
이번 저항운동에서 이루어진 커뮤니케이션 양상은 이러한 반사실적 기
대의 충족을 매우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하였다. 예를 들어,
한국의 전통적인 민주화 운동에서 흔히 등장했던 ‘타도’와 ‘쟁취’를 포함
하는 구호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타도’ 대신 ‘하야’에서 ‘탄핵’으로 이
어진 구호는 이 나라를 나라가 아닌 상태로 만든 대통령의 퇴진이 상식
적일 뿐 아니라 합법적 절차를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는 믿음에서 비롯한
다. 그리고 광장에서 개별 집단별로 ‘재벌 개혁’, ‘비정규직 철폐’ 등 여러
개혁 의제들을 제기하기는 했지만, 뚜렷이 부각된 쟁취 과제는 없었다.
이것은 이 저항운동이 새롭게 무언가를 쟁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대
구조에 이미 함축되어 있는 정상적 국가로 되돌리기 위한 것임을 뜻한다.
이렇듯 이번 저항운동은 전통적 민주화 운동의 양상과 달리, 이미 정상
적이라고 여기는 기대들의 좌절에 따른 저항, 즉 다시 정상화하려는 저항
이었다. 이 ‘정상화(normalization)’ 지향으로 인해 비개연적 평화, 즉 철저하
게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저항이 가능했다. 비개연적 평화
는 정상적이지 않음이 드러난 대통령과 일부 행정부 고위 관료들을 제외
하면, 나머지는 모두 정상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리라는 기대 덕분에 가능
했다. 경찰이 평화 행진을 폭력적으로 진압하지 않으리라는 기대, 경찰이
행진을 막으면 법원이 다시 허가하리라는 기대, 의회는 여론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므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탄핵할 것이라는 기대, 위헌과 불법의
증거가 분명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할 것이라는 기대 등등이 4~5
개월에 이르는 비개연적 평화와 기다림을 가능하게 했다.

7) 기대가 좌절된 경우에 학습을 통해 변경되는 기대구조가 ‘인지’, 기대가 좌절된 경우에도
고수되는 기대구조가 ‘규범’이다(Luhmann 1984,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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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만(N. Luhmann)의 기능체계 이론을 참조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 분석과 개혁 방향

이렇게 이번 저항운동의 특징을 ‘정상화’를 위한 것으로 규정한다면, 조


금 더 해명되어야 할 것이 있다. 도대체 정상/비정상은 어떻게 구별되는
지, 즉 정상적 기대와 비정상적 기대는 어떻게 구별되는지에 대해 답해야
한다. 만약 고대 국가에서 배가 바다에 침몰했을 때 왕이 7시간 동안 아
무 조치도 안했다면, 과연 ‘이게 나라냐’라는 의문이 던져졌을까? 관직이
없지만 왕의 총애를 받는 측근 인물이 왕의 허락 하에 기밀문서를 보고
관직을 가진 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고 해서 그 왕이 쫓겨났을까? normal
의 어원이 normative와 마찬가지로 physis가 아닌 nomos임에서도 드러나듯
이, 정상적인 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것을 뜻하지 않는다.
루만은 오늘날 우리가 정상적인 것으로 여기는 개인주의적 자유연애를
“지극히 정상적인 비개연성”이라고 말하면서, 정상적인 것을 “비개연적인
것의 개연성 상승”으로 규정한다(Luhmann 1982, 10). 그리고 권력, 화폐,
사랑, 진리 등 상징적으로 일반화된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기능이 비개
연적 사회구조들의 정상화를 통해 가능했다고 본다. 더 철저하게 보자
면, 루만은 사회적 질서의 성립 자체가 “네가 내가 원하는 걸 한다면,
나는 네가 원하는 걸 한다”(Luhmann 1984, 166)는 ‘이중의 우연성(double
contingency)’으로 인해 비개연적이라고 본다. 그리고 행동의 확정과 ‘기대
의 기대’를 통한 기대구조의 성립에 의해 커뮤니케이션이 이어질 개연성
이 상승한다고, 즉 정상화된다고 본다. 즉 서로가 원하지 않은 걸 할 가
능성이 제약되는 상황에서만 사회적 질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비개연적인 것들의 개연성을 높이는 기대 구조들은 사회 진화의 과정에
서 수많은 전제조건들을 토대로 복잡해지며, 현대 사회에 이르면 오랜 사
회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따라잡기 힘든 지극히 비개연적 기대구조
들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권력은 정치라는 기능영역에서는 강력하게 관
철되지만 권력을 가졌다고 해서 사랑을 얻거나 진리를 바꿀 수는 없다.
오늘날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모든 기대구조들은 수많은 전제조건
들을 갖는 것, 즉 사회 진화의 결과이며, 새로운 세대의 사회화 과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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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세계

기성 세대의 반복 학습을 통해서만 유지된다. 그래서 이러한 정상성은 그


러한 사회화 과정에 반발한 이들에게는, 그리고 진화의 출발점으로 퇴행
한 이들에게는 매우 귀찮은 것이다. 서로 사랑해야만 섹슈얼리티에 접근
할 수 있다는 것, 무력의 사용이 합법적 절차를 거쳐야만 가능하다는 것
등등이 그들에게는 매우 견디기 힘든 정상성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
판을 앞두고 불붙기 시작한 탄핵 기각을 위한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서
등장한 “군대여 일어나라”는 구호와 여러 폭력 행동들을 떠올려보라. 따
라서 정상화를 위한 저항은 그저 자연스러운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
라 지극히 문명적이고 규범적인 노력이다. 이 정상성은 그 토대 자체의
비개연성으로 인해 언제든 다른 비개연성과 비교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변경되거나 폐기될 수도 있다.8) 그렇다면 우리는 왜 정부가 위험에 빠진
국민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을 비정상(abnormal)으로 간주하는
지, 왜 권력자의 딸이 수업을 듣지 않고 좋은 학점을 받는 것을 비정상으
로 간주하는지, 왜 재벌 회장이 권력자의 재단에 기부한 대가로 국민연금
공단의 방침을 바꾼 것을 비정상으로 간주하는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사회체계의 주도적인 분화 형식과 관련되어 있기에 3장에
서 살펴보겠다.
‘정상화를 위한 저항’은 전통적 민주화 운동이나 전통적 사회주의 운동
의 양상과 다를 뿐 아니라 20세기 후반의 저항운동 혹은 신사회운동 개
념과도 거리가 멀다. 루만은 오늘날의 저항운동을 “마치 외부로부터인 듯
사회 안에서 저항”(루만 2014[1997], 974)하며, “구조적으로 전체에 대한
책임을 부인”(루만 2014[1997], 976)하기에 반성 능력을 결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에 반해 정상화를 위한 저항에 참여한 한국의 시민들은 과도
할 정도로 전체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었고, 이 운동이 사회내적 환경
에 미칠 부정적 후과에 대한 반성을 동반하였다. 그리고 이 책임감과 반

8) 정상적인 것의 비개연성을 드러내고 기능적 등가물들과의 비교를 수행하는 것이 루만이


말하는 ‘기능적 방법’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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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 정상화를 위한 저항과 기능적 분화의 회복
- 루만(N. Luhmann)의 기능체계 이론을 참조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 분석과 개혁 방향

성이 비개연적 평화를 가능하게 하였다.


하버마스는 생활세계의 식민지화에 맞선 “새로운 저항잠재력”이 정치와
경제 등의 체계 영역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재생산, 사회통
합, 그리고 사회화의 영역”에서 생기며, 그중에서 해방잠재력을 가진 것
으로 페미니즘 운동을 거론하며, 저항 내지 퇴각잠재력을 가진 것 중 새
로운 형식의 협동과 공동생활을 시험하는 방어운동의 사례로 생태운동,
평화운동, 청년운동, 대안운동 등을 든다(하버마스 2006[1981], 599-604).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은 전통적 영역인 정치에서 타오른 것이
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을 아직 새로운 사회운동의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초기근대적 국가라고 보기는 어렵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저항운동은
환경, 평화, 여성 등 다양한 새로운 저항잠재력의 주제들로 진행되어 왔
다. 이런 점에서 이번 퇴진운동을 기존의 운동 개념들과 달리 ‘정상화를
위한 저항’으로 특별히 명명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3. 기능적 분화의 회복

‘기능적 분화의 회복(restoration of functional differentiation)’이란 이러한 정


상화 기대를 현대 사회의 구조와 관련해 규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회구
조(Gesellschaftsstruktur)는 여러 가지 사회적 체계들(soziale Systeme)의 구조들
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루만은 “사회적 체계들의 구조들은 기대들로 이루
어진다는 것, 구조들은 기대 구조들이라는 것, 그리고 사회적 체계들은
그 요소들을 행위 사건들로 시간화하기 때문에 어떤 다른 구조 형성 가
능성도 없다는 것”(Luhmann 1984, 398)을 강조한다. 이에 따르면, 상호작용
들, 조직들, 저항운동들 등 모든 종류의 사회적 체계들은 어떤 기대 구조
들을 형성함으로써 자기생산을 계속해나갈 수 있다. 그런데 사회적 체계
들 중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포괄하는 사회적 체계인 사회가 수많은 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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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세계

기대구조들을 포괄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사회 자체의 자기생산


을 위한 주도적인 기대구조는 사회 자체의 체계분화를 통해 형성한다. 루
만에 따르면, 현대 사회에서 그 주도적인 체계분화 형식은 ‘기능적 분화’
이다.
기능적 분화는 “각각의 특수한 기능과 그것의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보
편적 관할권을 갖는 하나의 부분체계에 집중”(루만 2014[1997], 816)되는
분화, 보편주의와 특화가 결합된 분화이다. 예를 들어, ‘집단적으로 구속
하는 결정을 위한 수용력 마련’이라는 특화된 기능과 이를 위한 상징적으
로 일반화된 커뮤니케이션 매체9)인 권력은 현대 사회에서는 정치체계가
보편적 관할권을 갖는다. 반면에 ‘희소성 조건에서 공급 보장’ 기능과 이
를 위한 매체인 화폐는 경제체계가, ‘규범적 기대의 안정화’ 기능과 권력
매체의 이차 코드화 매체인 법은 법체계가 전담한다. 그밖에도 과학, 예
술, 종교, 대중매체 등등이 현대 사회에서 독립분화된 기능체계로 자리
잡았다.
이 기능체계들의 고유한 자기생산은 ‘이항 코드’를 필요로 한다. 기능이
기능적 등가물과의 비교를 가능하게 하는 데 반해, 코드화는 “긍정값과
부정값 사이의 진동을, 그러니까 체계가 자신의 고유한 작동들과 관련해
따르는 평가의 우연성을 규제”(루만 2014[1997], 859)한다. 예를 들어, 정치
는 통치(여당)/반대(야당)의 코드화를 통해 여당의 통치 불능 상태에서도
코드값을 교체함으로써 우연성을 규제한다. 과학은 진리/비진리 코드화를

9) 루만은 언어를 사회의 정규적 자기생산을 보장하는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매체로 간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확산매체와 성공매체가 발전해왔다고 말한다. 확산매체는 사회적 중
복의 도달 범위를 넓히는 매체이며, 글, 인쇄, 전자매체 등이 있다. 성공매체는 ‘상징적으
로 일반화된 커뮤니케이션 매체’로도 불리며, 조건화와 동기유발의 결합을 통해 심리적
동기유발이 어려운 불편한 커뮤니케이션의 수용 가능성을 높인다. 예를 들어, 돈을 많이
받으면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하게 된다. 화폐, 권력/법, 진리, 사랑, 예술작품, 기본
가치들 등이 있다. 루만의 매체 개념 및 커뮤니케이션 매체 이론에 대한 개괄적 설명을
포함하고 있는 정성훈(2016)을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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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 정상화를 위한 저항과 기능적 분화의 회복
- 루만(N. Luhmann)의 기능체계 이론을 참조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 분석과 개혁 방향

통해 체계 안에서 진리가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보장한다. 그리고 루만


은 이렇게 특화된 기능과 고유한 이항 코드를 통해 재생산되는 여러 기
능체계들을 지휘하거나 불균형을 시정하거나 하는 중심 혹은 정점이 현
대 사회에는 없다고 말한다. 각각 고유한 진화의 역사를 통해 수행실적의
현격한 차이가 일어나기는 하지만, (정치를 포함해) 어떤 기능체계도 중심
의 지위에서 종교나 예술을 지휘하거나 흡수할 수는 없으며, 기능체계들
의 협력으로 불균형을 시정할 수도 없다.
루만에 따르면, 기능적 분화가 주도적인 것이 된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다른 분화 형식들, 즉 분절적 분화, 계층적 분화, 중심/주변 분화 등이 남
아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기능체계들의 고유 동역학의 부산물”(루만
2014[1997], 710)이 된다. 예를 들어, 국가들의 분화는 세계정치의 작동 과
정에서 생긴 부산물이며, 여러 부문 시장들의 분화 역시 세계경제의 부산
물이다.
세계사회에서 18세기 이전부터 진행되기 시작해 20세기에 들어 확고한
우위를 갖게 된 기능적 분화가 한국의 지역적인 여러 사회적 체계들에서
되돌리기 어려운 진화적 성취가 된 것, 즉 정상적인 것으로 확고해진 것
은 대략 1987년 이후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직선제, 헌법재판소 설치,
하나회 해체를 통한 무력의 중립화, 금융실명제, 선거공영제, 수많은 공직
자 비리 처벌, 입시 부정 근절 등은 정치와 경제의 뚜렷한 분화, 법과 정
치의 뚜렷한 분화, 학문, 예술, 교육 등 여타 기능 영역들의 자율화를 이
루어낸 대표적 조치들이다.
최순실 주도의 국정 농단 사건은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이러한 기능
적 분화의 구조적 영향력이 약화되고, 정치가 중심이 되어 다시 분화되지
않은 상태로의 퇴행이 어느 정도 이루어져 왔음이 밝혀진 사건이다. 승마
협회를 압박해 정유라가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이전에 승마 특기자가 없
었던 이화여대에 입학하고, 수업을 듣지 않고도 학점을 받았던 사건들은
정치의 매체인 ‘권력’으로 교육의 기능인 ‘성적과 경력’을 취득할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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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세계

뿐 아니라 스포츠의 ‘승부’ 코드를 무력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청와


대의 지시로 재벌 기업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자한 사건은
‘권력’으로 ‘지불’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권력’으로 문화예술의 창작 방향을 바꿀 수 있음을,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 시도는 ‘권력’으로 역사적 진리를 가르치는 내용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정치권력이 예술, 학문, 교육 등 기능체계들
의 자율성을 훼손한 것이다. 또한 삼성그룹의 로비로 국민연금공단의 의
사결정이 변경된 것은 ‘지불’이 ‘행정적 결정’를 바꾸어 다시 경제에 영향
을 미친 사건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국의 수많은 고위 공무원, 대학
교수, 대기업 임원 등이 개별 기능영역의 자율성을 불법적으로 침해하는
일들을 순조롭게 진행해왔음이 폭로되었다.
그럼에도 이번 저항운동이 정유라의 성적 조작에 항의하며 이화여대에
서부터 불붙기 시작했다는 점,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입받고 있던 청소년들이 대거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타났다는 점은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기능적 분화 형식에 조응하는 기
대 구조가 돌이키기 어려운 정상적 기대 구조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그들의 기대가 좌절되었음에도 그들은 사실에 맞서 기대를 변경하지 않
았다. 그리고 이러한 규범적 기대는 대규모 저항운동으로 발전했으며, 결
국 의회와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기대의 안정화를 위해 기여했다.
여기서 잠시 짚고 넘어갈 것은 만약 합법적 절차에 따른 탄핵이 좌절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이미 광장에는 선/악의 코드와
존중/무시의 코드에 따르는 수많은 도덕 커뮤니케이션이 넘쳐나고 있었
다. 루만은 “존중과 무시를 위한 조건들이 자아와 타아에 대해 동일”
(Luhmann 1989, 361)하고, 이 존중과 무시가 “인격 전체와 관련을 맺으며,
그 인격의 사회로의 귀속성과 관련”(Luhmann 1989, 365)될 때를 도덕 커뮤
니케이션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기능체계들이 도덕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
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고유한 이항 코드에 따라 도덕 코드에 무관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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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 정상화를 위한 저항과 기능적 분화의 회복
- 루만(N. Luhmann)의 기능체계 이론을 참조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 분석과 개혁 방향

수 있다고 말한다.10) 기능적 분화에 따라 범사회적 지배력을 상실한 도덕


은 고유한 기능체계를 형성하지도 못한다. 오늘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에 도덕은 너무 포괄적인 동시에 너무 인격에 지향되어 있다. 뚜렷이 전
담하는 기능이 없을 뿐 아니라, 역할들을 중심으로 탈인격적으로 조직화
된 사회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루만은 기능체계들의 이항 코드
화 자체가 무력화되는 지점들에서 도덕은 강하게 개입하게 된다고 본다.
스포츠에서의 약물, 재판관의 뇌물수수, 경험과학에서의 자료 조작 등이
그런 지점들이다(Luhmann 1989, 432). 그래서 나는 만약 합법적 절차를 통
한 탄핵이 좌절되었다면, 어떤 결과를 낳았을지 구체적으로 예상할 수는
없지만, 특정 인격들을 악마화하는 도덕 커뮤니케이션이 폭발하면서 법의
기능이 무력화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탄핵이 완료되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 지금도 여전히 한국에서 정치
의 도덕화 경향은 어느 정도 감지되고 있는데, 이 문제에 관해서는 4장에
서 논하겠다.
그런데 정상화를 위한 저항의 승리가, 즉 박근혜 대통령 파면이 곧 이
러한 퇴행의 종식과 기능적 분화의 회복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포함/배
제의 코드가 기능체계들 고유의 코드를 침식하는 탈분화 경향은 한국에
서 박근혜 대통령 임기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고용 불안정이 심각해진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것이다. 또한 배제되지 않기 위해서는 여러 가치
들의 포기도 감수하는 경향은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
선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도 하다.
그리고 기능적 분화 형식은 결코 아무런 문제도 없는 이상적인 사회구
조가 아니며, 오히려 이 분화 형식의 후과로 기능 코드를 침식하는 슈퍼
코드인 포함/배제가 강화되기도 한다(정성훈 2013, 83-128). 루만은 “누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또는 누가 어떠한 기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미

10) 루만의 도덕이론에 관한 개요는 장춘익(2012)을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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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세계

리부터 말할 수 없다”(Luhmann 1993, 115-6)는 것을 기능적 분화의 구조적


명령이라고 표현했다. 오늘날 이 명령에 담겨있는 기여 원리는 목적 지향
이 강한 경제, 학문 등의 기능체계들에서 기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러
기능체계들로부터 연쇄적으로 배제되는 효과를 낳고 있다. 반면에 이 연
쇄 배제 효과를 막아온 법의 인권 옹호 기능, 복지국가의 보상 기능 등은
약화되고 있다. 따라서 기능적 분화 형식은 자신의 부산물로 끊임없이 자
기 자신을 침식하기에, 그 부산물을 끊임없이 제거해야만 자기를 유지할
수 있는 형식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4. 정상화를 위한 개혁 방향

문재인 대통령 당선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의 중요한 성과임에 틀


림없다. 그럼에도 이번 저항운동이 최고 통치자의 인격적 문제만 제기한
것이 아니라 한국 정치의 여러 가지 구조적 혹은 제도적 문제를 제기한
만큼, 문재인 정부 하에서 이루어질 개혁의 성과에 따라 이 운동이 갖는
의의는 달라질 것이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한국 정치제도의 너무나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으며, 정치와 법, 정치와 경제, 정치와 교육, 정치와 문화
예술 등의 관계에서도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개혁이 필요한
사안들은 너무나 많으며 그에 대한 관점들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이 글
은 ‘정상화’와 ‘기능적 분화’라는 관점에서 이번 저항운동을 사회구조적으
로 분석하였으므로, 그러한 관점과 추상 수위에서 개혁의 방향 두 가지를
제시하고, 그 두 방향에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이 제안들은 급
진적이거나 이상적인 것이 아니라, 정상적 기대 구조에 부응하는 것이자
분화된 기능체계들의 재생산에 기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최대치의 희망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이렇게 되어야 별 문제없이 잘 굴러갈 것이라는 전망
에 따른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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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 정상화를 위한 저항과 기능적 분화의 회복
- 루만(N. Luhmann)의 기능체계 이론을 참조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 분석과 개혁 방향

두 가지 방향 중 첫째는 앞 장의 마지막에서 다루었던 문제, 즉 기능적


분화가 포함/배제 코드를 강화하고 역으로 이 코드가 기능적 분화를 침식
하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방향이다. 둘째는 이번 퇴진운동 과정에서 드
러난 대의 민주주의 위기 및 정치의 사법화 문제의 극복 방향을 정치의
역설 전개 및 정치와 법의 구조적 결합이라는 관점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둘째의 방향과 관련해서는 개헌 혹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몇 가지 구체
적 제안을 하고자 한다. 이 제안들은 총체적인 개헌안이나 개혁방안이 아
니라 루만의 기능체계 이론을 참조해 도출할 수 있는 사례들로만 고려되
기를 바란다.

1) 포함/배제 코드의 약화를 위한 포스트-복지국가 정책의 방향


한국에서 포함/배제의 코드가 강화된 시기, 경제의 노동 영역으로부터
의 배제 혹은 준포함이 연쇄적 배제의 불안을 불러일으킨 시기는 바로
서구적 현대의 수준에 맞는 정치, 경제, 법 등의 관계 설정이 확립되던
시기였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집권기였다. 이 민주화 세력 집권 10년
의 끝에, 여러 불법행위 전력 및 혐의가 있음에도 경제를 성장시켜 고용
을 창출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경제적 포
함의 약속’이 ‘법의 지배’를 압도한 것이다.
루만은 법체계를 현대 사회에서 “갈등에 대해서 일반화 가능한 해결
책을 발전시켜, 미래의 사안들에 대한 잉여 능력을 갖는” ‘면역체계
(Immunsystem)’로 규정한다(Luhmann 1993, 566). 목적 지향이 강한 정치, 경
제, 학문 등에 의해 일어나는 갈등을 제거할 수는 없지만 갈등을 지속적
으로 재생산하는 위험 속에서도 기능체계들이 굴러가게 하는 것이 면역
체계이다. 그리고 헌법적 기본권은 여러 기능체계들과 인간의 심리적 체
계들 간의 구조적 결합(structural coupling)11)을 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사회

11) 루만은 ‘구조적 결합’을 “한 체계가 자기생산을 수행하기 위해 가질 수 있는 구조들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 “아날로그 관계를 디지털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루만 2014[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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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세계

적 체계이론에서 기본권은 사회의 자기 방어 도구이자 기능적으로 분화


된 사회를 안정화하는 메커니즘으로 간주된다(Verschraegen 2006, 103). 따
라서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은 경제체계의 수행실적을 위해서는 민주화
세력 집권기에 이루어진 기능적 분화의 퇴행도 이루어질 수 있음을 상징
하는 사건이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적 포함의 약속조차도 지키지 못했다. 어쩌
면 이러한 약속 자체가 경제와 정치가 서로 뚜렷이 분화되어 있는 세계
사회의 현실을 무시한 공허한 약속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법의 지배 및 기능적 분화를 약화시킨 경제적 포함의 기대가 이렇게 좌
절된 후, 민주화 혹은 기능적 분화 이전 시대의 대표적 대통령인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 여러 가지 복지정책들을 앞세워 자신의 수구적 이미지를
개선함으로써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박정희 시대에나 가능할 법한
정부의 의회 무시, 대통령의 공직자 무시, 재벌과의 유착, 교육 방향에의
일방적 개입, 문화예술인 탄압 등을 서슴없이 저지르다 탄핵되었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낸 촛불집회는 지금 좁은 의미의 정치적
결과로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낳았다. 그런데 문재인은 김대중-노무현
의 정치적 계승자이다. 물론 이번 대선 시기에 나온 경제 정책, 노동 정
책, 복지 정책 등에는, 그리고 새 정부의 경제 각료 임명과 몇몇 행정 명
령에는 김대중-노무현 시대의 경제적 양극화를 시정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것은 광장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경
제와 학문의 글로벌화로 인한 정치와 법의 기능 약화, 국제 정치에서 거

126-7). 예를 들어, 의식 체계들의 자기생산에서 이루어지는 생각들(의식작용들)의 연속적


인 병렬(아날로그)은 언어를 통해 단속적인 선후(디지털)로 변환되며, 이를 통해 의식 체
계들과 커뮤니케이션 체계들 간의 구조적 결합이 이루어진다. 커뮤니케이션 체계와의 상
호침투가 가능하기 위해 의식은 언어적으로 구조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구조적
결합은 결코 결합된 체계들 각각의 고유한 자기생산을 중단시키지 않는다. 의식은 여전
히 생각들의 자기생산이며, 사회적 체계들은 여전히 커뮤니케이션들의 자기생산일 뿐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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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 정상화를 위한 저항과 기능적 분화의 회복
- 루만(N. Luhmann)의 기능체계 이론을 참조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 분석과 개혁 방향

대국가들의 전횡 등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을 괴롭혀온 상황은 크게 바


뀌지 않았다. 더구나 최근 유럽 정치에서는 복지국가를 기초로 형성되었
던 전통적인 좌파/우파 양당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루만의 제자 슈티히베가 평가했듯이, 국민국가의 복지 정책은 기능적
분화의 부산물인 포함/배제 코드를 약화시키는 기능, 즉 “포함매개” 기능
을 해왔다(Stichweh 2000, 91-5). 하지만 그는 일찍이 루만이 지적한 복지국
가의 논리가 갖는 한계가 오늘날 드러나고 있다는 점 또한 인정한다. 루
만은 “복지국가의 논리”를 “보상의 원리”이며, 이 보상 개념은 보편화 경
향을 갖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모든 차이점에 대한 보상이 요구될 수 있
고, 계속 새로운 결핍이 등장하여 보상을 요구한다. “모든 것이 보상되
어야만 한다면, 보상하는 것 또한 보상되어야 한다”는 재귀적(reflexiv) 성
격을 갖게 되며, 결국 “보상 능력의 불능 문제”에 이르게 된다(Luhmann
1981, 8). 그래서 루만은 복지국가가 보상에 대한 보상이라는 함정에 빠져
엄청난 행정 부담과 재정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아이 돌봄을 지원하기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지
원금을 주면, 정부는 보육시설의 재정을 감사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
며, 보육시설에 아이를 보내지 않는 가구들은 보상을 요구한다. 그래서
가정보육수당을 지급하면 그 수당이 보육에 실제로 쓰이는지에 관한 감
시 행정 요구가 제기된다. 또한 보육시설에 지원하는 금액과의 형평성 문
제가 제기된다. 여기까지는 이미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만약 여기에
더해 아이 없는 가구의 노후 생활 보상 문제, 그리고 독신 가구의 행복추
구권을 위한 보상 문제가 제기된다면, 보상의 소용돌이는 끝이 없을 것이
다. 또한 정당별로 복지정책의 세대별 비중이 다르다는 것, 즉 유년, 청
년, 노년 중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는지가 다르다는 것, 그리고 집 없는
서민의 주택 보급 문제와 집은 있지만 빚이 많은 하우스푸어의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는 것 등은 한국의 복지정책이 루만이 경고한 보상의 재귀
성에 조만간 휘말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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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세계

물론 한국은 아직 경제 규모에 비해 정부의 조세 수입이 적은 편이고


전체 국가예산 중 복지예산의 비중이 적은 편에 속한다. 보상의 재귀적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을 만큼의 복지 여력이 있고, 복지국가의 포함매개
기능이 여전히 발휘될 수 있는 나라라고 간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대
통령 선거에서 나온 다양한 복지 공약들 중 일부가 시행될 경우 그 보상
에 대한 보상 요구들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며, 문재인 정부가 약속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오히려 그 재귀적 소용돌이는 금방 다가올지도 모른
다.
그렇다면 복지국가가 담당해온 포함매개 기능에 대한 등가물은 어디에
있는가? 여기서 갑자기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다. 다만 이미 떠
오르고 있는 보완책들 혹은 대안들 속에서 방향을 잡을 수는 있을 것이
다.
첫 번째 방향은 보편주의이다. 보상 개념이 결국 보편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복지정책의 기본 방향을 보편주의로 잡는 것이다. 최
근 일부 지자체에 이어 주요 정당 대선 후보들까지 부분적인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기본소득’의 원래 발상은 ‘조건 없는 기본소득
(unconditional basic income)’이었다(금민 2010, 157-8). 청년에게만 혹은 노인
에게만 지급하자는 발상이 아니라 모두에게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는 것
이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얼핏 보면 복지국가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책
으로 보이지만, 그 보편주의적 성격으로 인해 보상의 재귀적 소용돌이로
부터 벗어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시설 지원, 서비스 지원 등은 조건에
따라 제한된 보상 원리를 적용하되, 현금 지원은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방향으로 잡는 것이 좋다.
두 번째 방향은 자조(self-help)를 위한 원조이다. 루만의 제자인 백커는
오늘날 세계사회 차원에서 포함 매개 작용을 하는 새로운 기능체계인 사
회적 원조 체계가 생겨나고 있다고 본다. 그에 따르면, 정치적 결정에만
의존하는 개발 원조와는 달리 사회적 원조는 사회적 노동(자원봉사),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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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 정상화를 위한 저항과 기능적 분화의 회복
- 루만(N. Luhmann)의 기능체계 이론을 참조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 분석과 개혁 방향

등 다양한 방식의 도움 커뮤니케이션이다. 백커는 이 체계를 “도움/돕지


않음의 코드”에 따라 작동하는 새로운 기능체계로 정식화한다. 그런데 그
는 도움이 지불, 구속력 있는 결정, 사랑의 맹세 등과는 구별되는 고유한
유형의 커뮤니케이션이지만, 경제, 정치, 사랑 등에 의존한다고 말한다
(Baecker 2007, 217-8). 또한 이 체계의 기능인 포함 매개는 정치, 종교 등
도 나누어 맡고 있다고 볼 수 있기에, 루만이 말한 보편화와 특화의 조합
을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코드화만으로는 이 체계가 하나
의 기능체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12)
자조를 위한 원조는 다른 기능체계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개인들
에 대한 국가의 일방적 복지 시혜에 비해 보상의 소용돌이로부터 상대적
으로 자유로울 뿐 아니라 어느 정도 자기생산적 성격을 가질 수 있다. 예
를 들어, 마을공동체 단위의 노인 돌봄은 초기 단계에서 공간 확보 등을
위해 어느 정도의 정부의 예산 지원을 필요로는 하겠지만, 원조를 위해
필요한 사회적 노동을 스스로 조달할 수 있다. 특히 돌봄 노동의 경우 서
비스 제공자와 수혜자의 인격적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사회적 원조의
원리에 따라 조직될 경우 관에 의한 일방적 서비스 제공보다 부작용이
덜할 수 있다.13) 자조를 위한 원조라는 방향의 모범 사례는 현재 서울시
가 축적해가고 있다.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 협동조합 활성화, 사회적 경
제 지원 등이 그러하다.

2) 정치의 역설 전개, 혹은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 극복 방향


선행 연구에서 밝혔듯이, 현대의 민주주의는 결코 인민의 자기지배가
아니며, 정치권력의 정점의 분할과 코드화일 뿐이다. 그럼에도 인민이 주
인이라는 가상이 유지되는 이유는 보통 선거라는 대의 절차와 여론의 기

12) 다른 후속 연구들에 의해 사회적 원조 체계를 독립분화된 기능체계로 간주할만한 근거


가 마련될 가능성은 열어둔다.
13) 어린이 돌봄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이 갖는 효과와 관련해서는 정성훈(2014)을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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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세계

능 덕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정통성을 부여받은 대의자가


역시 선거를 통해 정통성을 부여받았지만 그 권한이 상대적으로 약한 다
수의 국회의원들을 얼마나 무시할 수 있는지를, 그리고 공식적 결정력을
갖고 있지 않은 여론을 얼마나 철저하게 무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한국의 제도화된 대의 민주주의가 갖는 약점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또
다른 대의자들인 국회의원들 또한 결국 탄핵을 가결시키긴 했지만 퇴진
운동의 과정에서 대의자인지를 의심받았고, 지금 여론조사 결과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 추진에 걸림돌로 간주되고 있다.
퇴진 운동 과정에서 이러한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된
것은 결국 헌법재판소의 판결 덕택이었다. 탄핵 인용 직후 헌법재판소장
은 웬만한 정치인들보다 높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런데 과연 정치의
위기를 이렇게 법이 해결하는 것이 적절한 방식일까? 헌법재판소가 나중
에 다른 쟁점에서 법의 고유한 논리에 입각해 국회와 다른 입장의 판결
을 내린다면, 여론의 대세에 어긋나는 판결을 내린다면, 그때도 이렇게
존중받을 수 있을까? 사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그간 엄정한 헌법 해석
덕분이라기보다는 여론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판결을 해왔기 때문에 신
뢰를 유지해왔다고 볼 수 있다. 법체계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사법의 민주
화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이것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겠지만, 기
능적 분화의 관점에서 보면 법이 규범적 기대의 안정화보다 집단적 구속
력을 갖는 결정에 대해 더 많은 고려를 한다면, 법이 정치와 뚜렷이 구별
되는 기능체계여야 하는 근거는 사라진다. 군사독재 시대에 사법부가 행
정부에 순응한 것이 문제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법부가 여론에 흔들리고
의회의 눈치를 보는 것 또한 기능적 분화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이다.
루만은 법과 정치가 각각 결코 제거할 수 없는 고유한 역설을 잘 돌려
막으면서14) 기능한다고 본다. 법체계는 법의 부정의함에 대한 문제제기로

14) 루만은 자기지시(Selbstreferenz)라는 동어반복(예: 법은 법)으로부터 나오는 역설(예: 법은


불법)은 제거될 수 없는 것이고 탈역설화(Entparadoxierung)만 가능하다고 본다. 역설이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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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 정상화를 위한 저항과 기능적 분화의 회복
- 루만(N. Luhmann)의 기능체계 이론을 참조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 분석과 개혁 방향

인해 생기는 역설을 ‘합법/불법’의 코드화, 법률이라는 조건 프로그램들,


효력 코드, 절차화, 적법성 코드 등을 통해 전개한다(정성훈 2015, 46-51).
정치체계는 통치의 정통성에 대한 도전으로 인해 제기되는 역설을 ‘여당/
야당’의 코드화, 선거 프로그램들, 그리고 국가행정-정당정치-공중의 분화
등을 통해 전개한다(정성훈 2015, 54-5). 그리고 루만은 ‘헌법(Verfassung)’을
법체계와 정치체계가 각각 위와 같은 전개 방식으로도 역설을 돌려막지
못할 때 의존하는 구조적 결합의 텍스트로 간주한다. 그래서 “헌법은 법
의 자기지시 문제를 위한 정치적 해결책과 정치의 자기지시 문제를 위한
법적 해결책을 마련”(Luhmann 1993, 478)해준다. 헌법은 법체계에서는 최
고 법률이자 기본 법률이며, 정치체계에서는 정치의 도구이다. 그런데 루
만은 법원(法院)을 법의 역설을 관리하는 핵심 조직으로 간주하면서도 특
별히 헌법재판소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아마도 헌법재판소가 설치
되어 있는 나라가 일부 국가들에 국한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한국에서 정치의 역설 전개는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헌법을
통한 법과의 구조적 결합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통치의 정통성에 대
한 도전이 제기되었을 때, 즉 통치자가 과연 대의하고 있는지, 통치자로
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공중에 의해 제기되
었을 때, 정당정치는 어느 정도 반응하였으나 국가행정은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이때 정당정치는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의결했다. 그런
데 한국의 헌법은 대의자들에 의한 대의자의 탄핵의 정당성을 한 번 더

러나지 않게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탈역설화를 역설을 다른 방식으로 펼쳐나간다


는 의미에서 “역설의 전개(Entfalten)”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역설을 다른 곳으로 옮겨놓는
다는 의미에서 “역설의 유예(Verschiebung)”라고 표현하기도 하며, 역설을 안 보이게 한다
는 의미에서 “역설의 은폐(Verdeckung)”라는 표현도 쓴다. 나는 이런 의미를 잘 살리는 한
국어 표현 중 하나가 ‘역설 돌려막기’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신용카드가 정지되었을 때 다
른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갚는 방식으로 돈이 부족한 문제를 계속 전개, 유예,
은폐하는 이른바 ‘카드 돌려막기’를 떠올려보라. 역설 역시 그렇게 돌려막는 것이지 제거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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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세계

심의하도록 규정해놓았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가 그것이다. 정


치의 역설을 돌려막다가 빠진 난제를 그 구성 원리상 법체계의 조직이라
할 수 있는 헌법재판소가 풀어나가도록 한 것이다. 선거 프로그램을 통해
뽑힌 대의자들이 아닌 사람들, 법원에서의 오랜 판결 경력을 근거로 추천
되어 임명된 사람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조직이 통치자의 정통성을 최종
심의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의 역설 돌려막기가 법체계에게 과도한 부
담을 지우는 것이며, 만약 심판결과가 공중의 여론과 다를 경우 정당정치
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그럼에도 한국의 공중은 아마도 국회의 표결만으로 대통령 탄핵이 결
정되는 걸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2004년 한국에서는 국회가 공중의
다수 의견에 반하는 탄핵을 결정했다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기각되자, 공
중은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당정치의 세력구도를 바꿔버렸다. 또한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의원내각제 개헌 혹은 이원집정부제 개헌은 한국에
서 아직 그리 큰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대의자
로서 대통령보다 신뢰를 받지 못한다.
만약 한국의 의원 선출 방식이 보다 신뢰할만한 대의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뀐다면, 한국의 의회가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그리고 의회의 권한이 지금보다 커진다면, 상황은 달라질지도 모
른다. 굳이 헌법재판소를 통해 정치의 역설을 전개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
다. 이 세 가지 개혁 방안을 차례로 살펴보겠다.
첫째, 현재 소선거구제 지역구 중심의 국회의원 선거가 표의 등가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무수하게 지적되어 왔던 것이고, 심지
어 선거관리위원회까지 나서서 비례성을 높이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 방
안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도 다수의 후보들이 선거제도
개혁을 공약했다. 나는 여기서 어떤 선거 프로그램이 최상인지 논하지 않
겠다. 어떤 선거 프로그램도 진짜 대의를 실현하거나 진짜 민주주의를 실
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의제는 어떤 식으로든 ‘인민의 자기지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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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 정상화를 위한 저항과 기능적 분화의 회복
- 루만(N. Luhmann)의 기능체계 이론을 참조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 분석과 개혁 방향

민주주의의 이념에 어긋난다. 다만 잘 설계된 선거 절차는 그런 이념에


다가서는 듯한 가상을 산출한다. 현재의 한국 국회의원 선거 프로그램은
더 이상 공중으로부터 정통성을 부여받을 수 없는 상황, 즉 의회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어떻게든 비례성을 높이기 위한 개
혁이 필요한데, 문제는 선거법 개정의 권한이 국회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
다. 이 상황에서는 의회의 정통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파격적인 개혁
은 어렵다.
둘째, 그렇다면 현재 한국 국회의 정통성 위기를 다른 의회의 구성을
통해 돌려막는 방법을 떠올려볼 수 있다. 두 개의 의회가 상대 의회의 선
거법을 개정할 수 있는 양원제이다. 이것은 정당정치 중심의 의회(편의상
‘하원’이라 부르겠다)가 대통령 탄핵을 의결했을 때, 공중 지향의 의회(편
의상 ‘상원’이라 부르겠다)가 심의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권한을 다시 정치 내부로 회수할 수 있다.
이미 퇴진운동이 벌어진 광장에서는 ‘시민의회’를 구성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적이 있다. 나는 정당 공천을 받지 않은 의원들을 배출할 수 있는
추첨제(이지문 2012)를 전면적 혹은 부분적으로 도입하여 상원을 구성하
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렇게 두 개의 의회가 서로를 견
제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정치의 역설 전개는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하원은 직업, 성별, 세대 등을 더 대표하는 정
당 공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상원은 지역을 더 대표하는 일반
시민들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 적절하다.
셋째, 한국 국회에 대한 공중의 불신은 선거 방식 때문만은 아니다. 특
권 집단이라는 이미지, 대통령과 행정부의 발목을 잡는 집단이라는 이미
지도 강하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한국의 국회만큼 고유 권한이 적은 의
회도 보기 드물다. 단 한 명의 장관도 임명하지 못하며 예산편성권도 없
다.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을 청문회를 거쳐 낙마시킬 권한, 예산을 삭감
할 권한밖에 없다. 그런데 다른 나라 의회들보다 작은 이 권한들이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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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세계

일으키는 이미지가 특권과 방해이다. 입법 외에는 견제할 권한밖에 없다


보니 뭔가 쓸데없는 일을 많이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오히려 의회
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면, 그리고 의회가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
다면, 더 충실한 대의기구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남용했던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들 중 일부를 의회와 의회가 선
출한 총리에게 넘기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밖에도 검찰 개혁, 사법부 개혁 등 이번 퇴진운동 과정에서 필요성이
제기된 수많은 사안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이 글에서는 루만의
기능체계 이론을 통한 분석에서 도출되는 ‘정상화’를 위한 몇몇 개혁 방
향만 제안하는 것에 머물겠다.

5. 결 론

대통령 재직 기간에 박근혜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쳤다. 결과적으로


볼 때, 그에게 ‘정상’인 것은 기능적 분화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리고
한국의 젊은 세대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극히 ‘비정상’이었다. 선거 기간
에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외쳤는데, 이것은 새로운 버전의 ‘비정
상의 정상화’, 즉 정상화를 위한 저항의 성과를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
현이다. 그런데 적폐 청산은 정상화와는 달리 조심스럽게 사용되어야 할
용어이다. 쉽게 도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도덕화’란 특정 인격
에 대해 존중/무시 혹은 선/악의 코드가 적용되는 것을 말한다. 박근혜 정
부 시기에 정부 기밀을 유출한 자들, 뇌물을 강요한 자들, 문화예술계를
탄압한 자들 등등은 각각 그들의 범죄 행위에 합당한 법적 처벌을 받아
야 할 것이다. 하지만 법적 처벌이 불가능한 자들을 ‘부역자’ 등으로 규정
하면서 악인화하는 것, 그리고 이른바 ‘한경오’라는 신조어에서 드러나듯
이 노무현-문재인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써온 언론에 대해 도덕적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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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만(N. Luhmann)의 기능체계 이론을 참조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 분석과 개혁 방향

을 퍼붓는 것 등은 지난 10여 년간 한국 정치의 정상화를 방해해온 정치


의 도덕화를 지속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공직의 발명 이후 권력 매체가 탈인격화된 것을 전제로 매
체가 다시 코드화된 것, 즉 여당/야당으로 코드화되어 두 값의 교체가 가
능해진 것이다(서영조 2013, 275-9). 루만은 민주주의적 코드화가 이루어지
면, 지지 정당의 선택은 “법적으로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중립
화”(Luhmann 2005[1987], 166)된다고 말한다. 여/야 코드가 도덕의 선/악 코
드와 등치될 경우 민주주의는 끝난다. 야당으로 전락한 인격들을 악인으
로 간주한다면, 정권 교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 인사들에 대한 일부 대
중매체의 악인화 공세로부터 시작된 한국 정치의 도덕화를 문재인 정부
의 지지자들은 반복해서는 안 된다. 적폐 청산은 도덕보다는 법에 의해
시작되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를 비롯한 지난 정부의 범죄 혐의
자들이 유죄 선고를 받게 될 경우 그에 대한 사면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법적 처벌 이외의 적폐 청산은 정상화를 위한
개혁, 즉 인격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제도적 개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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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 정상화를 위한 저항과 기능적 분화의 회복
- 루만(N. Luhmann)의 기능체계 이론을 참조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 분석과 개혁 방향

A Protest for Normalization and a Restoration of


Functional Differentiation
- An Analysis of President Park’s Resignation Movement

Jung, Sung-Hoon
(Lecturer, Seoul National University)

This paper reveals the significance of President Park Geun-hye’s resignation movement
from autumn 2016 to spring 2017 in relation to the structure of modern society. First,
this movement is a reaction to the frustration of expectations that is considered normal,
namely a protest for normalization. As a result, this movement has maintained improbable
peace while trusting police, the courts, and the constitutional court. Second, referring to
Niklas Luhmann’s theory of society, this normalization is a restoration of functional
differentiation. The goal of this movement has been achieved through the expectation
structure that conforms to functional differentiation, such as the fact that power can not
change one’s school record, the result of sports game, the direction of artistic creation etc.
and that the government policy can not be changed by economic payment. In the latter
part of this article, in order for the normalization efforts to succeed, I suggest two
directions for reform. First, the post-welfare state policy that can weaken the
inclusion/exclusion difference produced by functional differentiation is needed. Second, the
reform of parliament for overcoming the crisis of representative democracy is needed.

Key words : normalization, protest movement, candle assembly, functional differentiation, Niklas
Luhmann, President Park’s resignation, impeachment

논문 투고일 : 6월 7일 논문 심사일 : 6월 12일 게재 확정일 : 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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