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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앞,+너의+뒤 한글+원고
나의+앞,+너의+뒤 한글+원고
“…멈춰.”
“읏……,”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말.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유타는 레온을 노려
보았다. 아직 수정한 구절이 손에 익지 않은 만큼 머릿속을 뒤덮은 방황
이 더욱 적나라하게 연주로 나타난 탓이었다. 물론, 그것을 나유타가 눈
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미소노, 라이브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알고 있는 거냐.”
“네가 갑자기 수정안을 가져와서……!”
“하, 그래서 못 하겠다고?”
“…….”
나유타의 말에, 그를 노려보던 레온은 입술을 꽉 깨물며 시선을 돌렸
다. 저 뒤에 나올 말쯤이야 듣지 않아도 뻔했다. ‘불만이 있다면 나가
라,’일 테지. 나유타의 방식은 항상 이랬다. 무언가를 툭 던져놓고는, 못
할 거면 나가라고. 그렇지만, 레온은 무슨 일이 있어도 쟈이로에서 나갈
생각만큼은 없었다. 이미 한 번 쫓겨난 기억이 있는 만큼, 두 번 다시는
내팽개쳐지고 싶지 않았다.
언제까지고 이곳에, GYROAXIA에 들러붙어서 나유타의 뒤를 바짝 따
라갈 생각이었다. 천재가 아닌 제가 천재의 뒤를 따라가는 것은 분명 험
난한 길일 테지만. 그 험한 길을 나아가는 것이 나유타에게 내팽개쳐지
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렇다면, 악을 써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서
라도 따라가 주겠어.
“할 거야.”
“그럼 불평하지 말고 제대로 하라고.”
쯧, 혀를 찬 나유타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처음부터 다시.’ 그 한마
디에 미유키의 카운트가 시작되고, 카운트가 끝남과 동시에 악기의 강렬
한 울림이 스튜디오를 채웠다.
나유타를 따라잡겠다. 뒤처질 생각 따윈 없어.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지
만, 당연하게도 그런 생각만으로 고민이 말끔히 사라질 리는 없었다. 그
렇지만, 지금 레온의 머릿속을 채운 것은 나유타를 향한 짜증, 지금까지
쌓여왔던 분노.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는, 나유타의 곁에 남아있고 싶다
는 마음. 두 번 다시는 내쳐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 그 흔들림 없는 마
음이 동요하고 있는 레온의 정신을 붙들었다. 아직 고민은 해결되지 않
은 채였지만, 그런 이유로 꺾일 결의가 아니었다. 방황하며 흔들리던 레
온의 눈동자에 뚜렷한 금빛이 반짝였다.
레온의 기타 소리에는 아직 작은 흔들림이 남아있었지만, 분명한 결의
가, 그 올곧음이 담겨있었다. 그 덕인지, 이번에는 나유타의 멈추라는 말
대신 기타 소리를 타고 뻗어 나가는 노랫소리가 스튜디오를 울렸다.
거친 듯 섬세한 나유타의 목소리가 스튜디오를 가득 채운 것만으로 공
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곳이 바로 GYROAXIA의 공간, 이것이 바로
아사히 나유타라는 왕자(王者)가 지배하는 군단. 나유타의 노랫소리는,
머릿속을 채우던 사념조차도 순식간에 날려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이런 목소리를 지탱하고 있는 거구나. 라이벌 의식이니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라이브 날의 걱정이니 하는 것 이전에, 순수하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껏 수백 번, 수천 번은 들어온 목소리였지만, 나유타
의 목소리는 몇 번을 들어도 매번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그래. 이런 나유타니까. 나유타의 옆에 있고 싶은 거였다. 이 녀석에
게 뒤처지고 싶지 않으니까. 이 녀석의 노래를 연주하고 싶으니까. 그리
고, 이 녀석에게 이기고 싶으니까. 그런 만큼, 지금 레온이 할 수 있는
것은 제 귀에 때려 박히는 노랫소리를 좇으며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뿐이
었다. 흔들리던 기타 소리는, 이내 정확한 멜로디를 새기며 나유타의 목
소리에 부딪히듯 화음을 쌓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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