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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Chapter 1. 그녀가 게임 속에 떨어진 사정
Chapter 2. 첫 번째 남편은 갯과의 반인반수
 

프롤로그
 
 
 
 
 
갈색으로 그을린 커다란 손이 잘록한 허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야릇한 소리와 함께 파르르 떨리는 흰
피부가 손에 착 감기자 만족스러운 웃음소리와 함께 커다란 것이 퍼억, 강하게 쳐올렸다.
“아읏…….”
가뜩이나 빠듯하게 벌어져 있던 구멍을 압박하는 움직임에 그녀가 앓는 소리를 흘리자, 이번에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보고만 있던 다른 남자의 손이 반응했다.
“부인.”
희고 곧으면서도 곳곳에 굳은살이 있는 그 손은 망설임 없이 그녀의 커다란 가슴을 움켜쥐었다. 희고
부드러운 살이 움켜쥔 손가락 사이로 야릇하게 삐져나왔다.
“하읏!”
짓눌린 유두로부터 짜릿하게 번지는 자극에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물어뜯자, 웃는 소리가 귀에 닿았다.
흰 손의 주인이 그녀의 귓불을 아프게 짓씹은 뒤 속삭였다.
“하나만 품으시면 어떻게 합니까, 부인. 제 것도 먹어 주셔야지요. 아까부터 이렇게 부인의 음란한
구멍에 들어가지 못해 성이 나 있는데요.”
뜨겁게 와 닿는 성기의 감촉과 나직한 웃음에 바르르 떨면서도, 그녀는 황급히 도리질을 쳤다.
“아, 안 돼. 지금은 그란이 들어와 있잖…….”
하지만 뜨거운 성기는 듣고 싶지 않다는 듯이 움직였다.
“흐윽……!”
“부인, 제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세요.”
“……!”
부드러운 말투와 달리 그는 무자비했다. 이미 그녀의 속을 가득 꿰찬 커다란 성기를 젖히고 조금씩 조금씩
기둥을 밀어 넣으며 움직였다.
“하읏, 읏! 아, 아파!”
하나만으로도 버거운 성기였다. 일반적이라면 말도 안 될 그 침입은 이미 강력한 기운들로 인해 변화한
그녀의 입구를 다시 한번 자극했다.
“라파엘! 그만, 으읏, 읏!”
희고 긴 손이 넓게 펼쳐져 바들바들 경련하는 그녀의 배를 쓸어 내렸다. 그러곤 달짝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엄살이 심하시군요. 왜 벌써 죽는 소리를 하실까. 이렇게 애액을 질질 흘리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아하,
혹시 좋아 죽겠는 걸 다르게 표현하는 겁니까?”
“아니야. 아, 엄살이 아니, 흐읏, 아니라고……!”
“그럴 리가요. 벌써 몇 번을 삼키셨는데. 이 음란한 구멍이 새삼스럽게 줄어들었을 리 없잖습니까?”
가슴을 주무르던 손을 내려 팽팽하게 삼키고 있는 그녀의 결합부를 지긋하게 매만지는 손톱 끝이 단단했다.
그녀는 바르르 떨며 초조함과 흥분으로 뺨을 붉게 물들였다. 잔뜩 흐트러진 음성이 애원하듯 흘러나왔다.
“흐으, 라, 라파엘.”
“왜 부르십니까, 부인.”
“그러면 조금만 천, 천천히. 으응!”
“그건, 안 됩니다.”
비겁하게! 말하고 있는 순간, 비집고 들어오던 커다란 귀두가 그녀의 입구를 기어코 활짝 열며
파고들었다.
‘아읏!’
설명할 수 없는 고통과 쾌감에 그녀의 눈이 까뒤집어질 듯이 흔들렸다.
‘주, 죽을 것 같아…….’
시야가 하얗게 변하자 뒤에서 받치고 있던 하얀 손이 다시금 피부를 타고 올라와 그녀의 흰 가슴을 거칠게
압박하듯 주물렀다. 그럴 때마다 눈물과 함께 쾌락의 파도가 그녀를 마음껏 휘둘렀다.
“으응, 읏. 아, 아파.”
“아픈 게 아니잖습니까?”
“아, 아니야……. 읏, 거기 좀 그만 만지고, 읏.”
“신성력을 빨아들이는 이 젖이 아플 리가 없죠. 왜 거짓말을 하고 그러십니까? 왜요. 새삼스럽게 이
음란한 육체가 부끄러워서?”
“하윽……!”
이지러지는 흰 피부 위로 붉은 손자국이 생겼다가 순식간에 회복되는 모습은 가히 기적과 같았다.
젖꼭지를 강하게 꼬집을 때마다, 부들부들 떨며 고통과 쾌감에 적응해 나가는 그녀를 만족스럽게 바라보던
남자가 제 좆을 더 찔러 넣으며 속삭였다.
“보세요, 부인.”
“읏, 응, 읏! 뭘, 흐으, 읏!”
“당신이 제 것을 먹고 있는 모습을.”
“아으…….”
“찢어질까 봐 무서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잘 늘어나는걸요.”
납작했던 흰 복부가 울룩불룩하게 성기의 윤곽을 그렸다. 그럴 만도 했다. 하나만 들어가도 버거울 좁은
통로를 뚫고 거대한 좆이 두 개나 욕심껏 들어오고 있었으니.
“당신의 구멍은 이렇게 욕심이 많아서 말입니다. 아프기는커녕, 후우.”
지금도 붉게 벌어지는 입구는 거짓말처럼 흥건한 애액을 뿜으며 조금씩 기둥을 하나 더 삼키고 있었다.
“두 개를 먹고 있는 와중에도 이렇게 정신없이 좋아하지 않습니까. 하아. 빌어먹을, 정말 야해 빠진
몸뚱이가 아닙니까?”
“으, 으응…….”
반쯤 정신을 놓은 그녀의 피부를 잘근거리며 흰 손의 사내가 일어나라 종용하는 것처럼 좆을 더욱 찔러
넣었고, 그러자 커다란 두 사내 사이에 끼어 있던 흰 여체가 아래를 꿰뚫는 압박감에 파드득 경련했다.
그런데도 아직 반 이상이나 남았다. 울고 싶었다. 참을 수 없는 쾌락에 연신 들썩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너무해. 이걸 어떻게 참으라는 거야. 아아, 그녀는 도리질을 쳤다.
“아읏, 읏! 너무 깊어, 아, 안 돼, 이상해 질 것 같아, 이상해. 으응!”
“이런, 부인. 그렇게 고통스럽습니까?”
“으, 으읏, 라파엘, 그만 괴롭혀…….”
“괴롭히다니. 내 애정이라는 걸 모릅니까.”
“정말 아파서 그러는 거, 아응!”
“아프다고요. 어디가?”
그의 비틀린 우정에 찌릿하게 저리는 질 벽에 그녀는 울음인지 교성인지 모를 것을 내뱉었다. 애액이
뭉쳤다가 울컥 토해져 파고드는 성기를 조금 더 부드럽게 빨아 당겼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남자의 눈에 잔인한 빛이 어렸다.
“이렇게 맛있게 삼키는 주제에. 봐요, 먹고 있는데 더 먹고 싶어서 게걸스럽게 빨아들이잖아.”
“하윽……!”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 굴을 찾아 들어오는 뱀처럼 비집던 기둥의 끝이 결국 부드럽게 제 공간을 찾아
반 이상 파고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조금이었다. 뿌리 끝까지 박아 넣고 흔들 예정인 흰 손의 남자가
만족스럽게 신음을 내뱉으며 욕심껏 웃었다.
“걱정 말아요. 재촉하지 않아도 끝까지 박아 줄 테니 맛있게 물고, 예쁘게 울어 봅시다.”
“아앙……!”
“당신 구멍은 절대 안 찢어지니까. 응?”
“하아, 하아!”
헐떡거리면서도 그녀는 활짝 벌어진 제 아래를 내려다봤다. 사내의 말이 맞았다. 아직도 거짓말 같았다.
몇 번은 본 광경이지만 볼 때마다 놀라웠다. 뒤에서 파고들어 온 두 번째의 성기가 제 안을 무사히
꿰뚫으며 완전히 자리 잡은 모습은.
대체 이 몸뚱이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 걸까. 아닌가, 원래 가능한 거였던가?
하지만 그때,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갈색 손을 가진 사내의 입에서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몸이 흠칫 굳는
것과 동시에 크르릉, 짐승이 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마치 자신을 잊지 말라는 듯이.
‘마, 맞아. 그가 있었지.’
흰 손의 사내, 라파엘에게 꽂혀 울먹거렸던 그녀는 새삼스럽게 지금 여기에 다른 사람이 또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일찍이 그녀의 질 벽을 잔뜩 흐물거리게 만들고 제 거대한 좆을 박아 넣은 첫 번째 남편 말이다.
이미 배 깊은 곳을 채우고 있던 성기가 들썩이며 더욱 크게 부풀자 그녀는 호흡을 가쁘게 내쉬었다.
‘으응!’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입구를 움찔거리며 물고 있던 두 개의 좆을 잔뜩 조였다. 동시에 후우, 거친 숨이 두
사내에게서 흘러나왔다.
이제 그녀의 얼굴은 터질 것처럼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배 안에 잠겨 있던 성기 중 하나가 뭉툭한
끝으로 꾸욱 푹 젖은 내부를 문질렀다.
읏, 읏! 제대로 내뱉지 못한 신음을 들으며 으르렁거렸던 갈색 피부의 사내가 만족스럽다는 듯 이를
드러냈다.
“황녀.”
또렷한 시선. 짐승의 눈동자. 앞뒤로 몰아치는 성감에 그녀는 점점 정신을 놓아 버렸다.
“아읏!”
“내게 집중해.”
“흐으…….”
뜨거운 눈물이 그녀의 애액처럼 흘러내렸다. 만족스럽게 웃는 숨결들이 그녀의 피부를 적셨다. 흰 손은
부드럽게 그녀의 젖가슴을 주물렀고, 다른 손은 그녀의 팔딱이는 목덜미를 아프지 않게 그러쥐었다.
굵은 목소리가 다시금 그녀의 성기를 문지르며 말했다.
“내게도 집중해야지. 당신의 좁은 속을 넓히고 넓힌 건 저 기분 나쁜 인간이 아니라 나이지 않나?”
아아. 제발! 동굴 같은 음성이 울릴 때마다 지잉하고 울리는 그 감각에 그녀는 결국 아이처럼 흐느끼며
외쳤다.
“아읏, 읏, 그, 그란, 아!”
“뭐라고, 황녀?”
“제발, 아, 말, 말하면서 움직이지 마…….”
“아니. 더 조여. 넌 좋아하는 것 같은데.”
“흐윽, 아, 아니야……. 으응!”
“역시 두 개는 품어야 탐욕스러운 그대의 마음에 드나? 마계에서도 내 물건은 알아주는 대물이었건만,
황녀. 그대는 참 인간 같지 않아.”
“아윽, 윽, 읏!”
그 얕은 움직임에도 예민한 질 벽을 가득 찌르고 있던 커다란 것이 움직여 자극했고,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앓는 소리를 흘렸다.
“내 짝이 되어 발정향을 줄줄 흘리면서.”
“아읏!”
“야속하군.”
“으, 으응!”
“마기를 얼마나 더 먹여 주어야 할까.”
“으, 읏, 뜨, 뜨거워, 아으으응!”
“저 인간의 것만 좋아하면 곤란해.”
허리를 꽉 쥐고 있던 커다란 남자가 은근슬쩍 강한 기운을 흘리며 속삭였다. 신성력이 흡수될 때와는 다른
저릿함에 겨우 성기 두 개를 품고 있는 아래가 경련하며 질질 애액을 흘렸다.
갈색 피부의 남자가 거대한 성기 끝으로 예민한 질 벽을 퍼억 찔렀다. 그 거친 진입에 흰 여체가 가련하게
뒤흔들렸다.
“황녀, 첫 번째 봉사를 한 건 나였다.”
“아, 알아, 으, 응!”
“잊은 것 같길래.”
“하윽!”
“그대의 좁은 아래를 뚫고 길을 내고, 다물리지 않도록 좆을 박아 넣고 흔들었지. 풋풋한 내음을 달게
만든 것은 바로 나였다. 기억하나?”
“아, 흐응, 아, 알아, 앗, 아으, 응!”
“기억한다니 다행이군.”
당연히 흰 손의 사내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탱탱히 부풀어 오른 그녀의 가슴 끝을 손톱 끝으로
잘근잘근 짓누르며 다른 성기와 엇갈린 방향으로 그녀의 안을 가득 찔러 올렸다.
“하윽……!”
마찰부에 올라오는 거품과 함께 투명한 애액이 달큼한 향내를 풍기며 왈칵 쏟아져 내렸다.
동시에 두 사내의 눈이 마주치며, 불꽃이 튀었다.
“처음에 집착하는 꼴이 우습군.”
“뭐라?”
“이 고귀한 몸에 네 씨를 뿌릴 수 있게 된 것으로 영광되게 알아야지.”
“계약이 아니었더라면 내가 네놈을 가만히 두었을 것 같나? 나약한 인간 주제에.”
“이쪽이 해야 할 말을 하는군?”
살기가 섞이며 느릿해졌던 움직임이 다시 빨라지기 시작했다. 젖은 소리를 연신 울렸다. 철썩, 철썩.
몸이 요동치며 사내들의 단단한 근육이 그녀의 볼기를 후려쳤다.
고개를 저어 봐도 사내들은 서로 싸움이라도 하듯 움직임을 늦추지 않았다. 질척거리는 마찰음과 함께
굵직한 성기가 그녀의 안을 거칠게 번갈아 들쑤셨다.
“아아, 읏, 아앙, 앗!”
하나가 빠져나가면.
“질투심이 추하군요, 마족.”
다른 하나가 그 자리를 대신해 찔러 올렸다.
“아. 잠깐의 순간을 못 참고 제 좆을 들이민 네가 할 말인가, 성기사? 네 것이 내 것을 스칠 때마다
얼마나 불쾌한지 아나?”
“하아앙, 아앙, 앙!”
“그렇다면 짐승 같은 네놈 것을 빼지 그래. 그건 또 싫습니까?”
“제, 제발!”
짐승 같은 교성을 흘리며 그녀는 속으로 울분을 터드렸다. 아니, 다 아니야! 그러니까 내 안에 좆 박은
채 싸우지 말란 말이야!
푸욱!
“하으읏!”
아래에 꽂힌 커다란 주먹이 내부를 때리는 것 같은 충격과 쾌감에 그녀는 이대로라면 실금이라도 할 것
같았다.
“부인. 말해 봐요. 저 짐승의 좆이 좋습니까, 내 것이 좋습니까?”
“물어보나 마나 한 것을 묻는군. 황녀, 내 것이 널 가득 채울 때 얼마나 좋아했는지 저 녀석에게 보여
주어도 되나?”
쓰윽, 쓰윽 두 개의 성기가 번갈아 가며 왕복 운동을 하다가 점점 어느 것이 먼저 들어오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흔들리며 파고들었다.
훌쩍 빠져나갔다 싶으면 바로 다른 것이 안을 가득 채우며 아래에서 위로 들썩거리며 쳐올리니 정신이 다
없었다.
이미 온몸에 힘은 빠지고, 뺨은 눈물로 척척하게 젖어 있었다.
“으응, 그란, 라파엘, 아으! 버거워, 앙!”
후두둑 눈물을 흘리며 눈앞에 보이는 사내의 커다란 가슴 위로 손을 올렸다. 땀에 젖은 피부 위에서 손이
미끄러졌지만, 매달리기라도 하듯 커다랗고 모양 좋은 사내의 젖을 꽉 쥐었다.
“크윽.”
그래 봤자 자극받은 갈색 피부의 사내의 것이 더욱 크게 팽창해서 질 벽을 벌릴 뿐이었다. 역효과였다.
“그, 그만, 읏, 앙, 아앙, 그만, 그만!”
푸욱, 푹. 살을 꿰뚫고.
“부인께서 또 거짓말을 하시는군요.”
“하, 이건 나도 동의하지. 황녀, 너는 솔직하지가 못해.”
철퍽, 철퍽. 물에 잔뜩 젖은 입구가 흐물흐물하게 벌어져 혹사당했다.
두껍고 뜨거운 기둥들이 사정없이 아래를 괴롭혔다. 습하게 젖은 구멍을 강하게 열어젖히고 뿌리 끝까지
얽히며 파고들었다.
“더, 더는 안, 안 돼, 아응, 으응!”
“하아. 부인. 정액에 신성력을 가득 담아 드리겠, 습니다.”
“내 짝. 짐승의 씨물은 한 방울도 내뱉으면 안 된다.”
“아, 아읏, 읏……!”
뒤에 있는 한 사람은 손에 쥔 그녀의 가슴을 터질 듯 주물럭거리며 팽창한 성기를 짐승처럼 쳐올렸고,
앞에 있는 한 사람은 더 벌어질 수 없을 만큼 벌어진 그녀의 허벅지를 강하게 벌리며 입구를 들쑤셨다.
“아으, 으, 응!”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계까지 벌어졌던 입구는 기운을 가득 품은 정액과 애액에 다시 쫀득하게
다물어져 부족하다는 듯이 살덩이들을 옥죄며 재촉했다.
더 강하게, 더 깊이 들쑤시라고.
질 벽이 예민하게 수축하는 감각에 짐승들은 만족한 신음을 흘리며 자신들 사이에 깔린 여체를 즐겁게
응시했다.
“어느 좆이 더 맛있습니까?”
“당연히, 내 것이다.”
쓰윽, 쓱.
“대답을 잘하셔야 합니다, 부인. 신성력이야말로 당신을 행복하게 할 거란 걸 알고 계시겠지요? 이 안에
씨앗을 내릴 토양을 만드는 건 그 힘입니다.”
철퍽, 철퍽.
“웃기는군. 지금 황녀가 이렇게 쫀득하게 빨아들일 수 있게 된 건 내 마기 덕분이다. 안 그랬다면 이
작은 입구는 가차 없이 너덜너덜해지고 말았겠지.”
추삽질 소리가 수치도 모르고 울렸다.
“공헌도를 따지자는 겁니까, 마족.”
“그녀가 내 좆을 더 좋아한다는 소리다.”
“하, 하나부터 열까지 개소리를 지껄이는군.”
“개소리는 네가 하는 거 아닌가?”
“역시 부인께서 대답하세요.”
“그래, 말해 봐라, 황녀.”
두 사내의 재촉과 함께 그녀의 등허리에 땀방울이 알알이 맺혔다. 흰 등이 퍼덕퍼덕 경련하며 앞뒤로
흔들리는 움직임에 휘청거렸다.
젖은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야해 빠졌다. 점점 가빠지는 움직임에 들썩거리며 그녀는 결국 흐느끼며
눈물을 후드득 떨어뜨렸다.
느끼다 못해 죽을 것 같다고 속삭이자 남자 둘이 동시에 웃었다.
그럴 리가 없다면서.
“나 너무 힘들, 응, 읏, 힘들어, 정말…….”
“아니, 더 할 수 있어.”
“저놈 말에 동의하기 싫지만, 맞습니다. 이제 시작이지 않습니까?”
“흐윽, 읏, 이 양심 없는…….”
얼마나 물고 빨고 씹어 댔는지 분홍색의 젖꼭지는 이미 통통하게 부어 있었다. 그 예민하기 짝이 없는
살점을 까득 소리가 나게 송곳니로 자극하며 커다란 남자가 웃으며 제 성기를 끝의 끝까지 뚫을 듯이
쳐올렸다.
퍼억!
붉게 달아오른 엉덩이에선 불이 붙은 듯 뜨거운 열감이 치솟았다.
“이렇게 맛있는 냄새를 흘리면서. 거짓말을 하면 곤란해, 황녀. 아직 더 먹고 싶으면서 왜 그만두라고
하지?”
“아, 아니야……! 정말 힘들어서, 읏, 앗, 그런 거라고, 아!”
“거짓말 맞아.”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그의 목소리에 섞여 있었다. 눈빛도 더욱 짙어지며 세로로 갈라진 동공이 더욱
요사스럽게 빛났다. 마치 수인화를 하려는 것처럼.
설마 여기서, 안 돼. 여기서 좆을 부풀리면 정말 찢어지고 말 거야!
“그, 그란, 아, 안 돼!”
“크윽…….”
“여기서 더 커지면…… 아앙!”
이번에는 급격하게 차오르는 초조함에 그녀는 눈앞에서 압박하는 갈색 남자의 커다란 가슴을 손으로
밀어냈다. 그러나 단단한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가까워지며 그녀를 밀어젖혔다. 숨이
가빠지고 다급한 애원이 튀어나왔다.
“아, 거짓말이 아니, 아니라고, 으응! 아까부터 식사도 안 했……! 아앙, 앙, 앗!”
철썩, 소리와 함께 아래에 꽂혀 있는 성기가 흔들렸다. 하필이면 푹 박히는 순간 제일 예민한 곳을
짓누르는 바람에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눈앞이 희게 물들었다. 신음과 눈물이 파도처럼 터져 나왔다.
“……히으, 응!”
그녀는 파도처럼 스치는 짧은 절정에 달해 울컥 애액을 쏟아 내며 상체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들은 그런 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파르르 경련하며 떨며 가고 있는 점막에 오히려 두꺼운 귀두를
쳐올렸다.
“이런, 부인.”
“아, 으, 가, 가고 있는, 아아아!”
“혼자 가면 어떡합니까. 이렇게 참을성이 없어서야.”
“아……!”
“게다가 왜 거짓말을 하십니까.”
“으, 으응,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다고, 하는 거야, 으, 응!”
“했지요.”
“악!”
손에 쥐고 있던 가슴이 부드럽게 흔들리자 이번에는 질투하듯 잔뜩 펼쳐진 외음부를 더 열어젖히며 흰
손의 남자가 제 성기를 더 강하게 흔들며 쑤셔 박았다. 박고 또 박아도 모자라다는 것처럼 광기 어린 그의
눈이 깊게 번뜩였다.
“식사를 안 하셨다고요?”
“으, 당연히 안 했, 응, 잖아……. 아!”
“이렇게 배가 부를 만큼 정액을 마시고 또 마셨는데요. 설마 아랫입로 마시는 것으로는 부족한 겁니까?
윗입으로도 먹여드려야 하면 말씀을 해 주시죠.”
“그, 그런 게…….”
“왜요. 주인님의 허락이 필요합니까? 허락해 줄까요.”
아릿한 통증이 올라올 만큼 빠듯하게 잡혀 있는 젖가슴을 통해 그의 신성력이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금 그녀를 몇 번이나 쾌락의 절벽으로 굴러 떨어뜨렸던 알싸한 몽롱함이 온몸을 휘젓는 것이 느껴졌다.
가까스로 붙잡고 있던 이성이 무너진다.
“흐으, 읏, 잠깐만, 기운을 그렇게 들이부으면, 하아, 으, 버거워, 버겁다고……. 응! 아아, 앙! 너무,
너무 좋아, 윽! 아응!”
남자 둘이 동시에 웃었다.
“뭐라고요, 부인?”
“아픈 거, 으응, 아픈 거 좋아, 아앙!”
“황녀, 너와 교미하고 있는 건 나다.”
“아으, 응, 거기 찔러 줘, 으응, 하아!”
결국 무너져 버린 그녀의 입에서 푹 젖은 교성과 함께 달콤한 내음이 확 풍겼기 때문이다.
활짝 벌려진 질구는 탐욕스럽게 살 기둥을 오물거리며 짓씹었다. 사내들의 질긴 근육들이 더 크게
율동하며 그녀를 두 쪽으로 갈라 버릴 듯이 움직였다.
솔직해진 그녀의 말들이 어찌나 좋은지. 짐승들의 고삐가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하아, 이렇게 솔직하시면서 말입니다.”
“아읏, 읏, 으응, 읏!”
“단내가 나, 황녀. 씹어 먹고 싶다. 그대, 너무 좋아.”
“아읏, 응! 읏, ……아앙!”
그녀는 오늘도 뇌가 주물러지는 감각 속에 빠졌다. 익숙한 변화였다. 버겁던 두 성기의 움직임이
하염없이 달콤하고 쾌락적인 것으로 변해 간다. 수축과 이완을 하는 그녀의 아랫구멍 역시 더없이 맛있는
것을 삼킨다는 듯이 탐욕스러워졌다. 애액이 한층 더 흥건히 흘러 개폐를 도왔고, 두 좆에 의해
홀쭉해졌다 부풀기를 반복하는 흰 배는 기괴한 퇴폐미를 질질 흘렸다.
“히익, 히읏!”
정신이 한층 더 몽롱해졌다. 교성에 젖은 목소리가 달콤하게 흐트러졌다. 그녀는 결국 도리질을 치며
외치고 말았다.
“더! 아, 거기 좋아, 아! 히응, 좋아!”
“하하, 천박하긴.”
“말조심해라. 그녀는 솔직한 것이다.”
더, 더 끝까지 박고 흔들어 줘. 물기 어린 시선으로 변한 그녀는 제 뒤를 받치는 사내의 가슴에 머리를
비비적거렸다.
“지금도 배가 고프십니까? 또 싸 드릴까요?”
“아, 으응, 하읏, 뜨, 뜨거워……. 흐으, 배도 부른 것 같아…….”
“그래요, 이렇게 정액을 가득 채워 드렸는데 배가 고프실 리가 없지. 어제 울면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게 남편의 정액이라고 말씀하셨던 게 누구셨는지…….”
“그, 그건 라파엘, 이 시켰…….”
“아. 정말 내가 시켰기 때문만입니까?”
“……아앙! 으, 라파엘! 앙!”
“거짓말하면 혼난다고 했을 텐데요, 부인.”
찌를 듯한 독설에 피부가 저릿하게 간지러워졌다. 독한 말과 차가운 눈빛에 질구가 움찔거리면서 기둥을
더욱 물고 씹었다.
파르르 반응하는 그 육체를 보며 가학심에 물든 눈이 만족스럽게 휘었다.
젖가슴을 움켜쥔 손에도 더욱 힘이 들어가 흰 피부 위에 붉은 손자국이 새겨지길 반복했다.
힘을 푼 손은 이번에는 도톰하게 부푼 유두를 마음껏 짓이기면서 그녀의 솔직한 말을 재촉했다.
“솔직하게 말해 봐요. 좋습니까?”
“흐으.”
“왜 말을 안 해. 여길 꼬집으면 아래가 얼마나 쫄깃하게 씹어 대는지 아십니까?”
“하으, 읏, 흐읏…….”
“다른 놈이 보고 있다고 말을 못 하는 겁니까. 하아, 아무래도 벌을 받아야겠군요.”
벌이라고? 그건…… 어떤 벌일까.
스쳐 지나가는 지난날의 단상에 몸에 어쩔 수 없는 기대감이 솟구쳤다.
그걸 모를 리가 없는 남자에게서 비웃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기분 나쁠 리가 없었다. 그는 그녀의
주인님이기도 했으니까.
그가 주는 고통은 어느새 아래를 뜨겁게 달구며 옥죄는 것으로 변모했으니까.
“무슨 벌을 기대하길래 아래를 또 이렇게 천박하게 조이고 그럽니까, 부인. 내 좆을 끊어 먹을 것
같군요.”
“으응…….”
“뭐가 좋았는데. 안대? 촛농? 아니면 묶이는 게 좋았습니까? 아아. 아니지. 부인께선 나무 좆을 품은 채
목마를 타는 걸 제일 좋아하셨나.”
“히, 히읏, 자, 잘못, 으응……!”
싸늘한 음성과 함께 언제나처럼 그녀를 괴롭혔던 찌릿한 통증이 가해지지 않을까, 기대감에 침이 바짝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그때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다른 이가 끼어들었다.
“황녀.”
갈색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파고들어 와 팽팽하게 잡아당겨진 예민한 입구를
건드렸다.
“읏……!”
“여기서 얼마나 단내가 나는지 아나?”
“아, 읏!”
“발정 난 암캐의 냄새 같은 게 나지.”
성기 두 개를 물고도 뜨겁게 허물어진 탐욕스러운 입구 주변을 부드럽게 매만지고 애액을 주변으로 더
넓게 덧바르면서.
“그러니 신성력만 받아먹으면 안 돼. 황녀, 내 것을 가장 좋아해 주기로 했을 텐데.”
“아으! 아, 알아, 아, 아읏!”
“신의 힘 따위보다 마계의 것이 가장 아득하다는 것을 이제 알 때도 되지 않았나? 너는 내 짐승의 혀로
애무당할 때 자지러지면서 울었지.”
“처, 천천히……. 으응!”
“싫어.”
“아!”
마치 그것은 그녀의 안에서 벌어지는 힘 싸움과 같았다.
인간의 것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우람하고 핏줄이 징그럽게 약동하는 갈색의 성기가 그녀의 아래 길을
뚫으며 마기를 전달하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살색의 곧고 커다란 성기가 다른 살 기둥이 빠져나간
자리를 가득 채우며 신성력을 울컥 퍼부었다.
“아으……!”
뜨거워. 너무 뜨거워.
그건 단지 그 살 기둥들이 진득하게 싸지른 정액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어째서일까. 잦은 파정과 절정에도 불구하고 무언가가 모자랐다.
모자란 게 무엇이었더라.
‘뭔가가 있었는데.’
헐떡거리며 그녀가 가쁜 숨을 내쉴 때, 스르륵 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발목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리니 서 있는 것은 울먹울먹한 얼굴을 한 커다란 남자 하나.
그는 침울한 낯으로 속삭였다.
“왜, 왜 나만 빼고…….”
“아.”
저것이다. 빠진 퍼즐.
“마, 마리안.”
그녀의 세 번째 남편.
“흐윽, 화, 황녀 전하.”
볼 때마다 벗겨 버리고 싶어지는 두꺼운 안경을 쓴 사내가, 그 두꺼운 알로도 가려지지 않는 기묘한
안광을 빛내며 얽히고 얽힌 세 사람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이미 뾰족하게 선 가슴 끝의 돌기가 더 바짝 서 오르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입맛을 다셨다.
부족한 게 뭔지 알았기 때문이다. 숨기지 못한 웃음도 흘렀다.
‘아, 정말.’
아, 저거야. 저 시선이 없으면 안 돼.
“화, 화가 나요.”
‘응?’
울음이 섞인 가느다란 속삭임과 함께 질척한 액체에 젖은 굵직한 촉수가 그녀의 통통한 허벅지를 강하게
옭아매며 위로, 위로 파고들었다. 온몸이 질척한 촉수에 칭칭 감긴 꼴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하으…….”
촉수들은 질투가 나 미쳐 버리겠다는 것처럼 그녀의 흰 피부 곳곳에 제 애액을 펴 바르고, 강하게
압박하며 흔적을 남겼다. 반들거리는 액체가 지나는 길마다 홧홧한 열기가 미약처럼 들끓었다.
“너, 너무해요, 황녀 전하. 야, 야해 빠졌어.”
“아니. 잠깐만, 마, 마리안. 내가, 읏!”
“내가 연구하는 동안, 질퍽질퍽 싸고.”
“아응, 응! 마리안, 잠깐, 촉수 좀, 으응!”
울 것 같은 표정을 한 주제에 야속하다는 듯한 눈은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광기에 어려 있었다. 그
비틀어진 시선을 보며 순간 그녀는 상황도 잊고 당황했다. 손을 뻗어 휘저었다.
“아니야! 그게 아니라…….”
“저 둘만 편, 편애하고.”
“아니, 그런 게 아니라니까, 아!”
“정말 너무해. 항상 순서도 나만 마지막이야. 이번에는 용서 못 해.”
파들파들 떨리는 손을 내밀자 다가온 남자의 손이 덥석 마주 잡았다. 그리고 남자가 칭칭 감겨 있던
촉수들을 움직여 가느다란 줄기를 뻗어 냈다.
“질투 나요.”
이미 마지막으로 다가온 남자의 좆은 팽팽하게 서 있었다. 그것을 망설임 없이 꺼내 그녀의 앞에서 흔들기
시작하면서, 그가 고집스럽게 말했다.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평소처럼 말을 느리게 내뱉지도, 더듬지도 않았다.
뚫어질 듯한 시선은 두 개의 페니스를 품느라 가련할 정도로 혹사당한 주제에 신성력과 마기로 쫀득하게
회복하여 오물거리는 분홍빛의 입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 아이들도 예뻐해 줘. 거기, 전하의 예쁘고 뜨거운 구멍에 나도 들어갈 거예요.”
“응, 알았, 알았어. 근데 아, 잠깐만, 마리안, 지금은 너무 버거워, 그러니까 흐으, 순서를 바꿔서…
…!”
“안 들을 거야. 나만 빼고 놀고 있었으면서 변명은 나빠요, 황녀 전하.”
“크윽!”
“윽.”
흐윽! 그녀뿐 아니라 이미 안을 채우고 있던 남자들이 짧은 욕설을 내뱉었다.
불퉁한 마리안의 목소리와 함께 가느다랗게 끝을 세우고 몸체를 줄인 촉수들이 탐욕스럽게 그녀의 입구를
젖힌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틈새의 곳곳을 노리며 뱀처럼 머리를 들이밀었다.
‘하윽……!’
꾸역꾸역 밀고 들어온 가느다란 첨단들은 마나가 가득 먹은 체액을 점막에 흡수시키며 달라붙었다.
“……!”
쫀쫀한 질 벽을 자극하며, 회복과 흡수율을 높인 채 마지막으로는 두 개의 기둥을 타고 올라가 꽁꽁
얽매었다. 떨어지지 않겠다는 집념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는 그대로 무너졌다.
“히윽, 하으응! 아, 안, 아아앙! 안 돼, 아아앙! 하으응!”
이제 그녀의 안을 가득 채운 것은 커다란 좆 두 개와 넝쿨처럼 휘감아 오르며 속을 채운 촉수 다발이었다.
그리고 남편들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바로 행동을 재개하며 질세라 그녀의 안을 파고들었다.
촉수들의 체액과 정액, 그리고 그녀의 애액까지 뒤섞여 반들거리는 물의 길을 만들어 냈다. 잔뜩 젖은
그녀는 이제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푹푹 쳐올릴 때마다 자궁까지 압박할 듯 뜨거운 것들을 퍼붓고 비비며 짓이겼다. 허리를 앞뒤로 흔들며
퍼부어지는 자극을 삼키던 입구는 얼마 가지 못하고 파르르 떨리는 절정에 올랐다.
“하앗, 아으응, 읏!”
이제까지와 비교할 수 없는 쾌락의 극점이었다. 눈앞이 희게 튀고, 허리가 파들파들 떨렸다. 아랫배가
경련하며 애액이 울컥거리면서 분수처럼 쏟아져 내린다.
그 천박한 광경이 그녀에게 달라붙어 있던 사내들의 시야에 고스란히 박혔다.
거대한 좆 두 개와 그 사이를 파고든 촉수들까지도 맛있게 삼키며, 즐기다 못해 애액을 줄줄 흘리는
고귀한 황녀의 모습을.
“아, 안, 안 돼, 보지, 보지 마, 아응……!”
파도처럼 터지는 그녀의 절정에 경련하며 흡착하는 질 벽의 움직임이 더욱 강해졌다.
그에 좆을 박고 있던 사내들 역시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하아, 제기랄!”
“크윽!”
“아, 으!”
커다란 좆이 동시에 울컥거리면서 뜨거운 정액으로 점막을 가득 채웠다.
그들은 짐승처럼 허리를 뒤흔들며 파정하며 한 방울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 흔적을 토해 냈다.
짐승처럼 얽혀 있는 그들의 모습에는 품위고 이성이고 남아 있지 않았다.
“하아, 하아…….”
이제는 그만해도 좋지 않을까 싶을 만큼 가득 채워진 정액들이 벽을 두드릴 때마다 같이 전달되는 그들의
힘에 그녀는 파르르 전율하며 고개를 젖혀 올렸다.
“이, 이제 빼. 흐으, 얼른.”
스윽 빠져나가는 성기로 인해 휑하게 비어 버린 아래에 그녀가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곧 신기한 현상이
일어났다.
가련할 정도로 정액으로 질펀하게 물들었던 입구는 어느새 마찰에 부풀지도 않은 분홍빛의 뽀얀 상태로
되돌아갔다.
물론 흔적은 남아 세로로 뻐끔거리는 질구에서는 연신 묽은 정액들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지만, 방금까지
좆을 두 개나 품고 촉수까지 머금으며 조였던 구멍 같지 않았다.
“…….”
“…….”
“…….”
그것을 집요하게 바라보고 있는 세 남자의 시선에 입구가 다시금 움찔거리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마구
고개를 저었다.
“하아, 으……. 나, 진짜, 더는 못, 못 해.”
야하게 젖어 헐떡이는 그녀를 보며 세 명의 사내가 웃었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을 만큼 잘생긴 사내들은 들끓는 성욕을 숨기지 않으며 그녀의 구멍을 다시금 괴롭힐
준비를 시작했다.
“황녀, 난 부족해. 한 번 더 해.”
누군가는 짐승 같은 눈을 빛내며 뾰족하게 선 그녀의 젖을 집요하게 핥아 올렸고.
“부인. 내 좆대가리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만.”
누군가는 다시 꺼덕거리며 부푸는 귀두 끝으로 토실한 그녀의 허벅지를 문지르며 재촉했다.
“내, 내 아이들도 더 원해요. 더 큰 거를 안에 넣을 거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의 누군가는 다른 촉수들까지 길게 늘어뜨리며, 뚝뚝 떨어지는 촉수의 액으로 세로로 길게
갈라진 틈을 간지럽히듯이 문질렀다.
“아읏, 진짜.”
왜 그녀의 남편들은 이렇게 절륜한 건지. 아마 언제나처럼 온종일 괴롭힐 것이다.
그래도 괴롭지 않고 또 쾌락에 울부짖으며 애액을 흘리게 되겠지만. 왜냐하면 이곳은 현실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은 그녀의 세 명의 남편이었고, 현재 자신은 게임 속 세상에 있다.
‘내가 이 게임을 왜 샀더라.’
예민하게 자극당했던 가슴 끝을 거칠게 빨아들이는 촉수의 움직임에 움찔거리던 그녀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아아, 그래. 기억이 났다.
이렇게 된 시작은 한 달 전.
빌어먹을 남자 친구 새끼가 바람피우는 걸 목격한 때부터였다.

Chapter 1. 그녀가 게임 속에 떨어진 사정


 
 
 
 
 
“수, 수영아! 용서해 줘. 내가 잘못했어! 그냥, 그냥 하룻밤 실수였어! 아악, 정말이야! 그, 그거 좀
내려놓고……. 억!”
어느 날, 좆도 작은 남친 새끼가 바람을 피웠다.
무려 3 년. 3 년이나 저 멍청한 인간을 뒷바라지하며 고시 공부를 하라고 돈을 쥐여 주며 노력했더니, 뭐?
이 새끼가 다니라는 학원은 안 다니고 그 돈으로 흥청망청 놀면서 다른 여자들과 놀아났단다. 심지어 그
상대가 한 명도 아닌 데다, 그중 한 명이 임신했다고!
임신? 기가 차고 코가 찼다.
이런 미친 새끼.
“하! 넌, 넌 더 맞아야 돼! 이리 안 와?”
“수, 수영아. 용서해 줘. 나한테는 너밖에 없는 거 알지……? 애, 애는 지우라고 할 거야. 걔도
그런다고 했어.”
“하, 미친.”
“어? 뭐라고? 수영아?”
“입으로 똥을 싸지르고 앉았네.”
수영은 능력도 없는 주제에 염치까지 없던 이 새끼를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싸늘하게 그런 걸 양심 고백이라고 지껄인 남자를 향해 짐 덩어리를 집어 던지며 말했다.
“네 이름 부르기도 싫으니까 당장 나가.”
“수영아!”
“나가라고. 이 집이 네 집이야, 개새끼야? 내 집이야! 네가 여태까지 먹고 입고 즐겼던 그 모든 게 내
것이었어, 이 거지 같은 새끼가 주제도 모르고!”
“잠, 잠깐만!”
그러자 퉁퉁 부은 얼굴의 전 남자 친구 새끼가 그녀의 발치에 매달려 애원했다. 사실 저 무늬만
고시생이었던 자식은 쫓겨나면 어디 갈 곳도 없는 알거지였다. 사랑으로 보듬었던 부분들은 애정이 식는
순간, 경멸로 탈바꿈했다.
“수, 수영아! 다시 생각해 봐. 나 이렇게 버리면 너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나, 나는. 나는 너
사랑해. 잠깐의 실수였을 뿐이야. 난 정말 너 없으면 못 살…….”
비웃음이 솟구쳤다.
사랑?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을 해라. 내가 아니라 내 돈을 사랑한 거겠지.
“개소리하고 있네. 안 꺼져?”
“수영아! 우리 진지하게 대화를, 아악!”
“입 다물고 당장 꺼져, 이 개새끼야!”
상종 못 할 개새끼가 무릎을 꿇고 눈앞에서 펑펑 울든지 말든지, 수영은 이 나쁜 새끼를 용서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녀는 정강이를 후려 깐 개새끼를 팬티만 입혀 집에서 쫓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다시 연락하면 경찰에
신고해 버리겠다는 일침까지 날리며 쾅 문을 닫았다.
그리고 혼자 남았을 때.
닫힌 문 앞에서 주르륵 무너졌다.
“하아…….”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 쟤한테 어떻게 했는데? 미친, 이거 정말 꿈꾸는 거 아냐?
문밖에서 애원하던 목소리가 결국 천천히 멀어지는 걸 들으며 수영은 씨근덕거렸다.
눈물과 함께 후회가 짙게 올라왔다.
뺨을 더 갈길걸. 얼굴만 반반한 새끼, 그냥 밥도 씹지 못하게 턱주가리를 날렸어야 했는데. 프라이팬으로
갈겨 버릴걸.
더 열받는 건 또 있었다.
“좆도 작은 새끼가.”
거칠게 눈물을 닦으며 욕을 내뱉었다.
“한 번도 만족한 적 없었는데!”
전 남자 친구 새끼는 좆이 작아도 너무 작았다. 훌륭한 얼굴에 매칭되지 않는 그 작은 좆에 그녀는 언제나
쾌감을 느끼는 척, 잠자리에서도 연기를 하면서 맞춰 나가야 했었다.
혹시라도 저를 사랑하지 않을까 봐. 무슨 여자가 그렇게 성욕이 많냐고 질책할까 봐.
그렇게 눈치를 보면서 사랑했었는데.
“진수영, 진짜 왜 이렇게 재수가 없냐.”
현재의 그녀를 보면 그래도 성공한 인생 아니냐고 할 만큼 벌고, 또 쓰고 있었다. 하지만 악착같이
달려왔던 만큼 진수영의 지난 인생은 퍽 외로웠다.
가족 없는 고아였지만 이 악물고 일해서 공부했고, 성공했고, 번듯한 대기업 직장에서 한자리도 차지하고
있었지만, 여태 남은 친구도 없었고 연애는 꿈도 못 꿔 왔다.
그때 운명을 만났다.
‘저기, 혹시 사귀는 분이 없으시다면 번호를 알 수 있을까요?’
‘네?’
‘이상하죠? 하하, 너무 제 이상형이셔서요.’
‘제가요?’
‘네. 그리고 저 다른 사람 말 들어 주는 것도 잘하는데. 어쩐지 힘들어 보이셔서요.’
유독 회사 일로 힘들었던 어느 날. 하필 그녀에게 다정하게 손을 뻗으며 다가온 것이 바로 저 전 남자
친구 새끼였다. 개새끼였지만 그때는 멀쩡한 사람인 줄 알았지. 정말 운명인 줄 알았다.
작은 좆으로 그녀의 욕구 불만을 한 번도 제대로 해소해 준 적 없었지만 그래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며
지원했나.
지난 시간, 외로움과 허탈함. 분노.
여러 가지가 봇물처럼 터지며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와앙 현관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핸드폰에서 알림이 시끄럽게 울렸다.
“흐윽, 흑. 이건 또 뭐, 야. ……응?”
눈이 퉁퉁 부은 채로 훌쩍이던 수영은 알람이 연신 울리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리고 펄쩍 뛰어오르며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실연의 아픔과 분노도 까맣게 잊어버릴 만한 소식에 눈앞이 번쩍 뜨였기 때문이다.
미친, 미친!
그녀는 한달음에 달려가 컴퓨터 앞에 앉았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화려한 일러스트가 잘생긴 남자 셋의 얼굴을 보여 주고 있었고, 거기에는 익숙한 제목이 보였다.
<제국의 세 기둥은 황녀를 사랑한다>.
한때 수영이 미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그건 제국의 황녀가 되어 미친 얼굴과 왕가슴을 자랑하는 훌륭한 남자들 세 명과 가상 연애를 하는 호감도
공략 게임이었다.
PC 로 게임을 하는 것과는 달리 시뮬레이터 안에 들어가 생생한 현실을 경험할 수 있는 가상 현실 게임이
도입되었을 때, 그중에서도 이 게임이 나왔을 때의 센세이션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건 전 연령. 정확히는 15 금 버전이었단 말이다.
소설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완벽한 인물들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데, 제대로 된 스킨십도
해 보지 못하다니.
“그게 정말 미칠 노릇이었지…….”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실루엣만으로도, 정장 바지를 뚫고 나오는 그 존재감에 당연히 어른들을 위한 버전도
출시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그 결과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시뮬레이터 안의 해면체가 인체에 실제 섹스하듯 삽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가상 현실 게임의 19 금 버전을
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법정 공방이 거셌다. 그런데 방금 본 기사는 인체의 안전과 무해함을
의학적으로도 확실히 증명하며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 세 명과 함께하는 19 금이라니.
연애의 실패로 돌아 버렸던 수영의 눈이 이번에는 다른 광기로 번뜩였다.
“당장 사야 해!”
당연하게도 수영을 오열하게 했던 찌질한 전 남친의 존재 따위 머릿속에서 말끔히 사라진 후였다.
 
* * *
 
그렇게 두 달 뒤.
드디어 기다림의 시간이 끝났다.
“꺄아아아악! 왔다, 왔어!”
수영은 퀭한 눈으로 제 방 안을 차지하고 있는 물건을 보며 감격으로 훌쩍였다.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어!”
19 금 버전을 위한 특별한 시뮬레이터를 구매하기 위해 그간 한 고생이 얼마인가.
공급은 적은데 산다는 인간이 넘쳐나서 그야말로 청약 당첨을 방불케 했다. 게다가 시뮬레이터와 합산한
게임의 금액은 천만 원을 훌쩍 넘었다.
누군가는 고작 게임이 천만 원이라니 미쳤다고 손가락질할 법도 했지만, 그래도 다 좋았다. 그 남친
새끼한테 들이부은 돈은 그보다도 훨씬 많았으니까!
그녀에게 필요한 건 이런 식의 금전 치유였다.
“제목도 좋네. <배덕한 황녀의 일상>. 딱이야.”
수영은 침을 꼴깍 삼킨 뒤 경건한 마음으로 시뮬레이터 안에 몸을 뉘었다. 그간 꾸역꾸역 모아 놨던
월차까지 몰아 써 이날을 위해 준비해 왔으니, 모든 게 완벽했다.
‘자, 그럼.’
이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쾌락이 기다리는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콧노래를 부르며 눈을 감자, 의식이 훅 멀어지는 신기한 느낌과 함께 아까 전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플레이어 님, 반갑습니다.]
 
네, 저도 반가워요.
 
[<배덕한 황녀의 일상>은 다양한 매력을 가진 세 명의 남편과 짜릿한 성생활을 즐길 수 있는, 어른들을
위한 19 금 버전 게임입니다.]
 
으으, 짜릿한 기대감에 벌써부터 몸이 떨렸다.
 
[안전한 성생활을 위하여 민감도는 선택지로 제시되며, 히든 루트의 플레이를 얻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의
목표치를 연속으로 달성하셔야 합니다.
각각의 공략 캐릭터에게 주어지는 제한 시간은 게임 내의 시간으로 48 시간입니다.]
 
이건 사전 체험단으로 선정되었던 열 명의 리뷰어들이 남긴 것과 다르지 않았다.
현실 시간보다 느린 이쪽 시간에서 10 시간 이상 관계를 하면 히튼 루트를 얻을 수 있다고 했었지. 그게
의외로 쉽지 않다고 했었지만.
‘자신 있어.’
어차피 시간도 넘치겠다, 그녀는 몸과 마음을 모두 불사를 각오가 되어 있었다. 게임 내에서 10 시간?
껌이지. 좋았어.
 
[민감도를 선택해 주세요.]
 
‘당연히 최고.’
 
민감도를 최대로 선택한 후, 수영은 눈을 빛내며 길어지려는 설명을 빠르게 스킵 했다.
 
[성향을 선택하기 위해, 주 공략 캐릭터를 선택해 주세요. 세 캐릭터 모두 선택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 게임에는 세 명의 남주인공, 즉 결혼할 수 있는 세 명의 남편이 있었다.
플레이어의 선택지에 따라 한 명만 집중해서 공략하는 루트도 가능했고, 반대로 세 남편을 모두 선택해서
모두와 골고루 성생활을 즐기는 것도 가능했다.
물론 완전한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세 캐릭터를 모두 공략해야 했지만.
 
[첫 번째 남편의 이름은 그란 폰 로렌베르크 공작입니다.
그는 마계의 공작이지만 인간과 마족의 혼혈로, 인간과의 성교가 가능한 개체입니다.
그는 오로지 당신을 위해 인간계로 현신하였습니다.
이제 그는 당신을 유일한 짝으로 인식합니다. 당신을 위해 고향을 버린 그를 위하여, 마족의 짝이 되어
그의 본모습을 품어 주세요.]
 
수영은 설명창과 함께 떠오르는 그란의 실루엣을 보며 앓는 소리를 냈다.
오랜만이야, 그란. 드디어 너의 제복 안에 감추어져 있던 성난 가슴을 두 눈으로 볼 수 있겠구나. 넌
언제나 나의 최애였지!
 
[두 번째 남편의 이름은 라파엘 옌 다이몬입니다.
그는 신의 축복을 받은 성기사로 일평생 정도를 걸어오려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숨겨진 비밀이 있으니, 그 간극은 마주하는 이를 짜릿하게 만들 것입니다. 자, 그
본능을 끌어내는 것은 당신만 가능합니다.
충실한 신의 검, 그를 타락시키세요.]
 
독설을 내뱉으며 저를 싫어하는 상대를 공략한 뒤, 훌륭하게 자빠뜨리라는 소리였다.
라파엘은 그녀의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 조각 같은 외모로 팬이 특히 많았던 캐릭터였다. 이번엔 또
어떨까.
그녀는 흥분과 기대감에 입맛을 다시며 설명 창을 내렸다.
 
[세 번째 남편의 이름은 마리안 엔델입니다.
좌절에 빠진 대마법사를 살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은 바로 당신입니다.
다만, 그 목표가 변질하여 광기가 되었습니다.
엇나가지 않도록 그를 달래 주어야 합니다.
그가 더 미쳐 버리지 않도록 그의 아이들을 마음껏 품어 주세요.]
 
안경을 벗으면 잘생겨지는 너드남이라는 거지? 얘는 원래도 황녀를 짝사랑하는 설정이라, 공략이 무척
쉬울 것 같았다.
수영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손을 내렸다.
‘음.’
각각의 남편에 대한 설명이 쭉 이어졌지만 사실 이미 몇 번이나 질리도록 리뷰어들의 글들을 읽어 본
덕분에 세 명에 대한 것은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첫 번째 남편은 히든 루트로 가면 수인화가 가능하다고 했고, 두 번째 남편은 강하지 않은 SM, 마지막
남편은 촉수 플레이.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았다.
아마 15 금 버전일 때와는 달리 숨겨진 성벽을 넣기 위해 캐릭터들의 사연이나 성격을 비튼 것 같았다.
수인화가 걸리기는 하지만, 그란은 넓은 어깨와 커다란 왕가슴으로 수영의 오랜 최애였다. 당연히 그는
꼭 선택해야 했다. 아무래도 게임이니 거부감이 덜하지 않을까? 어쩐지 그 거대한 남자가 제게 매달려
헐떡일 것을 생각하면 배덕한 쾌감이 허리를 타고 올라왔다.
‘그래도 SM 이나 촉수는…… 좀 그런가?’
아냐. 수영은 자문자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들인 돈이 얼만데 당연히 다 해 봐야지. 한번 선택하면 그
선택 루트를 다 클리어 할 때까지 앞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게다가 뭐, 다행히 이 게임은 짜릿한 19 금을 즐기기 위한 목적이 먼저라 난이도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룰도 단순했다.
세 명의 남편과 결혼하여 플레이어가 선택한 순서대로 첫날밤을 치른다. 각각의 공략 캐릭터에게 할당된
시간은 게임 시간으로 48 시간.
즉 한 명의 캐릭터당 이틀의 제한 시간 안에 무사히 히든 루트를 발굴하여, 자잘한 퀘스트와 함께 섹스를
즐기면 끝.
꼭 달성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민감도를 끌어올려 게임 내에서 섹스 시간을 10 시간 이상씩 유지해야
한다는 것 정도?
그래야 무사히 남편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히든 루트, 즉 더 깊은 플레이가 가능했다. 그리고 모든
엔딩을 보고 나면 언제든 처음으로 돌아가 하드한 플레이를 다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놀랍게도
루트를 반복할 때마다 대사나 상황도 미묘하게 바뀐다는 장점도 있었다. 엔딩을 보고 나서도 언제든 다시
열어 보며 즐길 수 있는 구조였다.
“그리고 또 이런 건 됐고…….”
 
[※주의: 혹여 로그아웃 버튼이 깜빡이는 현상이 발견된다면, 발견 즉시 로그아웃을 시도…….]
 
그녀는 남주 셋의 선택지를 전부 다 빠르게 누른 뒤, 아래에 뭐라 뜨는 설명창을 보지도 않고 스킵을
눌렀다.
어차피 20 시간 이상의 게임은 건강을 해친다는 주의 문구가 달려 있을 것이다. 그러자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창이 떴다.
수영의 눈이 번뜩였다.
 
[로그인하시겠습니까?]
 
“응!”
 
띠링 소리와 함께 상태창이 변했다.
 
[황녀, 아이벨이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배덕한 황녀의 일상>의 주인공이 되어 세 명의 남편과의 오붓한 신혼을 즐기도록 하세요.
그럼 히든 퀘스트에 도달할 때까지, 안전하고 행복한 19 금 플레이 되시기를 희망합니다!]
 
‘응? 히든 퀘스트?’
이 게임에 히든 퀘스트 같은 게 있었나? 히든 루트라고 써 있어야 하는데 오타가 난 건가? 그런 의문이
스치는 것도 잠깐, 몸이 아득하게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
그녀는 황녀, 아이벨이 되어 있었다. 낯선 드레스를 입은 감각, 우아하게 내려오는 머리카락의 감촉.
마치 소설 속에 빙의한 것처럼 귀족 영애가 된 기분이었다.
‘아, 이 감각. 오랜만이지만 진짜 미쳤다.’
고개를 돌리자 눈을 찌르는 듯한 환한 샹들리에의 불빛과 함께, 예전 15 금 버전에서 공략하려 애를 썼던
익숙한 세 명의 남자가 제 앞에 멋진 예복을 입은 채 서 있었다.
‘흐윽, 드디어 너희들을 보는구나!’
그 익숙한 면면들을 보는 순간 감격의 눈물이 흐를 듯했다. 그래, 내가 이 순간을 위해 천만 원을 질렀지
…….
 
띠링 소리와 함께 상태창이 떠올랐다.
 
[아이벨 님, 환영합니다.
당신은 5 년 뒤 제위에 앉을 고귀한 황위 계승자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위대한 영웅을 낳을 선택된 성녀이기도 합니다.
신탁에 따라 마기, 신성력, 마나의 흡수를 위해 각각의 대표자들이 선택되어 당신과 결혼식을 치르는
중입니다.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진한 입맞춤을 통해 세 남편과의 각인을 끝내야 합니다.
키스로 타액을 교환하세요!
진행도 (0/3)
완료 시 첫날밤 진입 가능]
 
첫 번째 안내부터 아주 바람직했다.
남편이 하나도 아니고 셋이다.
‘좋았어.’
아이벨이 소리를 내며 움직이자, 사라지는 상태창과 함께 제약이 풀린 것처럼 남자들이 일제히 움직이며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황녀.”
근사하게 그을린 갈색의 피부가 흰 예복 장갑 아래로 설핏 보였고.
“황녀 전하.”
냉담한 시선으로 경멸하듯 쏘아보면서도, 휘청거린 것이 걱정된다는 듯이 뻗은 흰 손도 보였으며.
“괘, 괜찮으세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와 함께 차마 닿을 수 없다는 듯이 움츠린 채 소심하게 뻗어진 창백한 피부의 손
역시 보였다.
‘얘네가…….’
그녀의 뜨거운 밤을 달래 줄 세 남편이었다. 수영은 흐뭇하게 웃으며 공략을 떠올렸다.
그녀는 옵션에서 선택한 순서에 따라 첫 번째는 마기, 두 번째는 신성력, 마지막으로 마나를 섹스를 통해
흡수해야 했다.
‘그러면 키스도 이 순서대로 하면 되겠지?’
수영은, 아니. 이제부터 아이벨이 된 그녀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가 우선 첫 번째 남편, 마계 공작
그란 폰 로렌베르크의 튼튼한 손목을 움켜쥐었다. 닿아 오는 온기가 어찌나 사실적인지 긴장감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내 최애!’
남자의 선명하고 굵직한 눈썹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잘생겼기도 하지. 감탄하고 있는데, 선이
짙은 미남은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입술 끝을 휘었다.
“음?”
어쩐지 자신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상대가 살짝 움찔한 것 같았지만, 곧 상황을 파악한 그가 오히려 그녀를
잡고 끌어당겼다.
그리고 속삭였다.
“신기하군.”
난 네 목소리에 죽을 것 같아. 현실에서 구현될 수 없는 동굴 음성에 바르르 떨리는 흥분을 감추며,
그녀는 수줍게 물었다.
“뭐가요?”
“날 보고 왜 놀라지 않지?”
그는 반인반마였고, 오로지 신탁을 위한 이 결혼식을 위해 인간계에 올라온 마계의 공작이라는 설정이었다.
겁에 질린 인간을 상상한 모양이지. 캐릭터지만 정말 귀엽잖아. 놀라는 그를 보며 그녀는 진짜 아이벨이
된 기분으로 새침하게 웃었다.
“놀랄 필요가 있나요? 당신이 내 첫 번째 남편이라는데. 그리고 우린 지금 결혼 중이고요. 돌이키기엔
늦었으니 즐겨야죠.”
눈이 마주쳐 웃음을 돌려주자 경직되어 있던 것 같던 남자에게도 느긋한 웃음이 떠올랐다. 무척이나
잘생긴 미소에 절로 마음이 흐뭇해졌다.
“의외야. 황녀는 적극적이군.”
응, 난 너랑 잘 생각밖에 없단다. 아이벨은 눈을 야살스럽게 뜨며 웃었다.
“그래서 싫어요?”
“아니, 그럴 리가.”
“그러면……. 이제 키스할까요?”
그녀는 망설임 없이 까치발을 들었고, 단정한 입술이 닿자마자 적극적으로 입을 벌렸다.
“으응…….”
커다란 손이 강하게 허리를 움켜잡으며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얇은 드레스 천 너머로 마찰하는 뜨겁고
탄탄한 근육이 얼마나 황홀한지. 그 얕은 접촉에도 느낄 것 같았다.
‘기분 좋아.’
15 금 버전에서는 남주들과 지나치게 친근한 접촉은 할 수가 없었는데,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얼굴만 그럭저럭 몸은 말랑한 멸치 같았던 전 남친 새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안정감이 마치 진짜 결혼하는
황녀 아이벨이 된 것처럼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아.’
그러나 잡생각은 거기까지였다.
뜨겁고 부드러운 혀가 그녀의 입술을 크게 핥은 뒤, 망설임 없이 입 안을 가르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윽……!’
예민한 점막을 훑고 타액을 훔치는 움직임에는 거침이 없었다. 마치 진짜처럼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와, 죽인다. 19 금 만세!
“흐으읏!”
현실에서의 예민한 부분은 이곳에서도 또렷하게 반영된다. 그리고 민감도도 최대치로 올려놓았기 때문에
여린 입천장을 부드럽게 훑고 쑤시는 혀끝의 감각만으로도 벌써 아래가 조금씩 젖어 들었다.
“아응…….”
타액도 달짝지근한 것 같은 건 착각일까? 이것도 게임상의 구현일까?
결혼식장에서의 키스로는 적합하지 않은 쪽쪽 빠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렸다.
‘읏, 다 지켜보고 있…….’
바라보는 이들이 사람이 아닌 NPC 라는 것을 알면서도 키스가 짙어질수록 점점 다리 사이가 질척하게 젖기
시작해서 참을 수 없는 배덕감이 치솟았다.
‘아, 읏.’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고 점점 앓는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러다 결혼식장에서 첫 번째 키스만으로
느껴 버리면 어떡하지?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그것만큼 수치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때였다.
순간, 띠링 하는 알림과 함께 첫 번째 각인이 완료되었다는 알림 창이 떴다.
동시에 퀘스트가 완료된 것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남자가 멀어졌다.
‘아아. 모자란데.’
진한 아쉬움이 몰려와 아이벨은 입맛을 다셨다.
현실과 구분이 안 되는 정교한 가상 현실 게임은 정말 최고였다. 키스만으로 이렇게 느낄 수 있다니. 전
남친 새끼는 좆질만 못한 게 아니라 키스도 못 했구나. 그래, 게임인데 뭐 어때. 키스 더 하자고 졸라
볼까?
“으음…….”
저도 모르게 손을 뻗으며 몽롱한 숨을 흘리자 관찰하듯 바라보던 남자가 놀리듯이 말했다.
“황녀, 벌써 발정하면 곤란한데. 인간은 약하니까 여기서 박아 줄 수 없어.”
아니, 아니야. 난 이거로는 모자란다고. 그녀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더 해요.”
“음? 뭐라고?”
“키스 더 하자고요.”
잠시 멈칫했던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뜬 채,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그래요. 아주…… 달았어요.”
눈이 풀린 아이벨은 멀어지려는 남자의 옷자락을 잡고 이번에는 제 쪽에서 그의 입술을 빨았다.
웃음소리와 함께 남자가 한껏 고개를 기울였다. 듣기만 해도 아랫배가 조일 정도로 섹시했다.
“읏!”
아까보다 더 강하게 빨리는 듯한 입맞춤 속에 아이벨은 신음을 내뱉었다. 저를 그대로 훌쩍 들어 올릴 것
같은 남자의 옷자락을 움켜쥐며 매달렸다.
‘아, 너무 좋아. 뭔 키스를 이렇게 잘해? 이대로 침대로 가고 싶다.’
옷을 뚫을 듯한 엄청난 가슴 근육은 스쳐 지나가듯 매만졌는데도 최고였다. 저 가슴 한번 만져 보면
소원이 없겠는데. 어차피 프롤로그니까 미친 척하고 만져 볼까?
그녀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어디까지 할 셈이지? 마족은 기본적인 상식도 없는 건가?”
냉정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얼음 같은 두 번째 남편의 목소리였다.
그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녀까지 질책했다.
“게다가 황녀 전하, 당신은. 쯧. 이리 오십시오.”
“앗!”
그는 신경질적인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다가와 마계 공작, 그란과의 거리를 떨쳐 내더니 그대로 아이벨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지금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 듯 악력이 굉장히 강했다.
‘아파!’
손목에서 느껴지는 찌릿한 통증에 앗 소리를 내며 바라보자, 잠시 그의 시선이 그녀의 피부에 닿았다.
어쩐지 좀 진득해진 것 같은 눈빛이었다.
뭐. 왜.
그녀는 개인적으로 라파엘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란의 저 환상적인 왕가슴을 만져 보지도
못하게 했으니 현재로서는 더더욱 배알이 꼴렸다.
잠시의 대치 끝에 두 번째 남편의 입이 열렸다.
“황녀 전하.”
“왜?”
“정도껏 하시죠.”
“어머, 뭐라고?”
“……무슨 뜻인지 아실 텐데요.”
“모르겠는데. 내가 뭘 어쨌다고?”
마계 공작인 그란은 그녀보다 높은 위치였지만, 제국의 백작 신분인 라파엘은 하대로도 충분했다.
그녀는 불쾌하다는 듯 굳어지는 라파엘을 보며 그린 듯 웃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뭘 말하는 거야? 설마 고작 입맞춤?”
“…….”
“그 정도에 기겁하면 어떡해. 우리가 결혼한 다음에 뭘 해야 할지는 알고 있는 거지?”
불만스러운 듯 노려보던 남자의 이마가 구겨졌다.
“당신은, 항상!”
“어머, 감히 나한테 소리 지른 거야?”
“…….”
라파엘은 입술에 타액을 묻혀 반질반질해진 상태로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듯 뻔뻔한 아이벨의
얼굴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후우. 당신의 천박하신 성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결혼식입니다. 보고 있는 눈도 많은데
정신 차리시지요. 이러다 당장 침대로 달려가 옷이라도 벗으실 것 같습니다? 하, 아니면 그걸
원하셨습니까?”
“천박? 지금 천박이라고 그랬어?”
“네, 그렇습니다. 왜요. 불만이라도? 아, 불만이 있더라도 삼키시지요. 감히 이 신성한 결혼식에서
마족의 혓바닥을 게걸스럽게 탐한 당신 잘못이니까요.”
와아. 저 독설도 오랜만에 들으니 짜릿했다.
물론 게임 속 황녀의 설정이 자유연애를 즐겼다는 것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황녀 아닌가.
그것도 자신과 결혼한 여자를 두고 대놓고 천박하다고 말하다니. 참 재수 없을 정도로 배짱이 대범한
캐릭터였다.
“아, 그래? 미안. 내 잘못이었구나?”
“알면 다행입니다. 이제부터는 자중…….”
“아, 그런데 라파엘.”
“……뭡니까?”
그녀는 속내를 숨기며 눈을 휘었다. 순순히 사과하는 것에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는 눈을 보니 괜히 게임
캐릭터일 뿐인 남자에 대한 가학심이 들끓었다.
어차피 얘를 공략하려면 도발은 필수였다.
“하지만 말이야, 원래 결혼식은 키스로 끝내는 거라고. ……물론 너랑도 키스해야 해, 라파엘. 너와 나
말이야.”
그녀는 스스로의 입술을 톡 두드렸다. 시선이 따라붙는 것을 느끼며 보란 듯이 축축하게 젖은 입술을
핥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당장 고개 좀 숙여 줄래? 난 지금 당장 네 입술을 물고 빨고 싶거든. 네 말대로 내가
천박해서 몸이 달았나 봐. 고귀한 성기사인 남편의 입술 맛은 어떨지 말이야. 어때, 이것도 꼴 보기
싫어?”
일그러지는 낯을 보니 웃음이 나오려 했다. 일부러 느릿느릿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빡이자,
남자는 숫제 그르렁거리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턱에 힘을 줬다.
“……당신은 모든 게 쉽군요.”
“아닌데. 나도 나름의 고충이 있거든.”
“됐습니다. 더 해 봤자 제 입만 아픕니다.”
“그럼 키스 안 해? 결혼 안 하려고?”
“…….”
그는 질렸다는 눈빛을 보내며 혀를 찼다. 결국 그가 졌다.
“키스는…… 짧게 끝내죠.”
“어머, 그렇게 나랑 닿는 게 싫어?”
“그럼 설마 좋겠습니까?”
“난 좋은데.”
“……웃기지도 않은 소리를 하시는군요.”
아이벨은 즐겁게 웃으며 저를 경멸하는 듯한 두 번째 남편을 바라봤다.
성기사, 라파엘 옌 다이몬.
그는 황녀와 사이가 좋지 않아 공략에 제일 애를 먹이는 캐릭터였는데, 15 금 버전과 성격도 그다지 다른
것 같진 않았다.
저런 얼굴로 가학 성향이 있다고?
누군가를 때리고, 괴롭히고, 수치스러워하는 얼굴을 보고 싶어 하고, 음담패설을 지껄이고 싶어 한다고?
도무지 저 냉담한 인간이 어떻게 변해서 달려들지 상상이 안 갔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진짜야. 네 입술 부드러울 것 같거든. 한번 빨아 보고 싶게 생겼어.”
남자는 바로 반응했다. 딱딱한 얼굴이 욕이라도 던질 것처럼 보였다.
“오늘따라 더 이상하군. 진짜 미쳤습니까?”
저렇게 정색하니 어디까지 숨기나 오기가 돋았다. 상태창도 그러지 않았나. 그를 타락시키라고.
그녀는 훌륭한 플레이어였고 이 게임의 엔딩을 위해 얼마든지 저 얄미운 인간을 타락시켜 줄 용의가
있었다. 그때, 저 도도한 남자가 어떤 표정을 하며 아랫도리를 놀려 대는지 꼭 보고 싶었다!
그녀는 질색하는 남자에게 바짝 다가가며 속삭였다.
“이상할 게 뭐가 있어. 네가 이제 내 두 번째 남편이라는데 정을 붙여야 할 거 아니야? 아니면 설마 키스
따위에 움츠러드는 거야? 앞으로는 더한 걸 해야 하는데 키스 따위가 무서운 건 아니지? 어머,
실망이야.”
“누가 겁을 먹었다고……!”
“그래, 그러면 물러나지 마. 자, 키스해.”
“…….”
“어서. 안 그러면 내가 한다?”
당장 그녀를 치워 버리고 싶다는 얼굴로 바라보다가 한숨과 함께 입술을 겹치는 남자를 보며 아이벨은
한껏 입을 벌려 혀를 먼저 불쑥 들이밀었다. 그리고 습윤한 입 안에 맞닿는 혀를 일부러 느릿하게
문질렀다.
“……!”
물러나면 안 되지. 닿는 것도 싫다는 듯 흠칫하면서 멀어지려고 했던 남자의 멱살을 꽉 잡아 내린 채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으응, 응…….”
“읍. 당신!”
“집중, 하아, 해야지, 읏.”
“큭!”
그란과 했던 키스와는 양상이 달랐다. 혀를 얽으며 그녀 쪽에서 적극적으로 타액을 섞었다. 그러자
격해지는 상대의 숨소리를 들으면서도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뭐야, 왜 이래? 왜 가만히 있어?’
아직도 상대의 혀는 굳어 버린 것처럼 미동도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남편이 만족했다는 알림 또한 뜨지
않았다.
오히려 다급히 그녀의 어깨를 붙든 손에만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당장 떼고 싶다는 것처럼 부들부들
떨리는 것도 느껴졌다.
‘악, 깜짝이야!’
눈을 가늘게 뜬 아이벨은 깜짝 놀랐다.
라파엘은 혀를 섞으면서도 저를 노려보듯 눈에 힘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진짜.’
그녀도 지지 않겠다는 듯 혀끝을 뾰족하게 세워 상대의 혀 중앙을 간지럽히듯이 문질렀다. 그러나
한편으론 조금 시무룩해졌다.
키스는 정말 자신 있었는데 저런 냉담한 반응이라니. 뭘 잘못한 거지? 이 게임 공략 쉽다고 한 사람
누구야! 저런 철벽 얼음이 무슨 SM 을 즐긴다고!
‘설마 각인 실패한 거야? 게임 다시 깔아야 해?’
울분과 함께 축 처지려고 할 때, 깨달았다. 눈앞의 캐릭터는 가학 성향을 꿋꿋하게 억누르고 살아가고
있는 고지식한 기사였다.
‘맞아, 그러면.’
아이벨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그럴 기분이 들게 만들어 줘야지.’
고작 게임 속 캐릭터에 불과했지만, 이 오만하고 냉정한 남자가 무너지는 꼴을 열렬히 보고 싶어졌다.
아이벨은 턱을 살짝 비틀고는 맞물린 자신의 입술을 작정하고 와락 깨물었다.
‘윽.’
짜릿한 통증과 비릿한 피 냄새. 현실보다 고통은 적게 느껴져 참을 만했지만, 생리적인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피에 젖은 입술을 다시 깊게 뒤섞었다. 움찔거리면서 키스를 이어 가고 앓는 소리와 함께
매달리자 변화는 천천히 일어났다.
“흐으응.”
“……!”
“으읏, 응.”
“…….”
그의 입술에 상처가 터지며 고통이 번지자, 순순히 입맞춤만 받고 있던 남자의 행태가 변했다.
보지 않아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지켜보는 시선이 돌변했다는 것을.
라파엘은 더 집요하고 뜨겁게 저를 주시하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일부러 상처 난 부위를 더
그에게 붙이며 눈가를 붉게 물들였다.
짓씹고 싶지?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우는 꼴을 보고 싶지? 자, 솔직하게 달려들어 봐.
“라파, 엘. 읏…….”
애가 탄다는 듯이 속삭이자 맞닿은 입술이 함께 달싹였다. 그리고 드디어 단정했던 표정이 무너졌다.
“당신은 정말…….”
“으응…….”
“입 벌려.”
“응? 읍! 흐읏, 응……!”
어느새 결합이 더 깊어졌다. 버거운 숨소리와 함께 이제 물러나는 건 아이벨이었고, 매달리며 고개를
깊게 숙이는 건 남자였다.
“하아, 하……!”
집요하게 파고든 혀가 피를 핥고 상처를 쓸었다. 아파하며 파르르 떨자 기어코 남자에게서 만족스러운
신음까지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사납게 비웃어 주고 싶었지만, 이 게임은 상대에 따라 본인의 성향도 맞춤 조절이 되는
것이었다. 그 말은, 가학 성향을 억누르고 있는 그를 상대한다는 건 결국 그녀 또한 자연스럽게 M 의
기질을 띄게 된다는 걸 의미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으, 으응…….”
“하아.”
상처 좀 빨렸다고 이렇게 질구가 경련하며 저릿할 이유가 없었고.
“으응, 아, 조, 좋아…….”
제게 달려들어 이를 세운 듯한 사나운 시선이 달콤하게 느껴질 리가 없었다.
“빌어먹을.”
정말 이상한 감각이었다.
상처가 찌릿할 때마다 쾌감에 은근히 허벅지가 조였다.
건너면 안 될 선에 다가선 것 같은 느낌에 심장이 두근거리며 뛰었다.
하지만 동시에 또 어떤가 싶었다. 이건 게임이었다. 이 안에서 무슨 짓을 하고, 또 어떤 야한 행위를
해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그런 게임.
정말 뭐든지 해도 되는 본능의 공간.
그러니까 조금만 더.
이상한 욕구가 치밀었다.
‘더. 더 하고 싶어.’
저 냉혹한 남자가 제게 박으며 더러운 말들을 던진다면 얼마나 짜릿하게 느껴질까? 저 남자에게
마구잡이로 당하면 그건 또 어떤 기분일까? 고압적으로 명령하면. 그런 그의 아래에 깔려서 잔뜩 당하는
느낌은…….
‘아아, 보고 싶어.’
재수 없게만 느껴졌던 그가 꽤 뜨겁게 변할 것 같았다.
아래가 뜨거워지고 시야가 순간 흐릿해졌다. 저 아래 깊은 곳, 제대로 닿지 않았던 그곳을 뜨거운 살
기둥으로 찔러 주면 분명 야릇하게 울며 애원하게 되겠지.
“으응…….”
정신이 무참히 흔들리는 건 아이벨뿐만이 아니었다.
“으읏, 응!”
“하아, 하.”
차갑게 서 있던 남자는 이미 그녀의 입 안을 거칠게 열고 제 혀를 쑤석거렸다. 마치 성교하는 것처럼
거칠게 안을 훑으며 흔적을 남기는 몸짓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얼핏 곳곳이 아프게 느껴질 정도였다.
‘미치겠어, 이로 긁을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
희고 곧은 손은 아이벨의 길게 뻗은 목덜미를 쓸어내리다가 화끈하게 긁어내렸다.
“아읏!”
확 움츠리자 물러나지 못하겠다는 듯이 그녀의 혀를 잡아당겨 빨아 먹었다. 그리고 강하게 짓씹었다.
“흡, 읍, 으응! 라, 파엘, 아!”
“더.”
“윽, 아파, 읍!”
너무 급하고 빨랐다. 키스가 아니라 그의 좆이 입 안에서 활개를 치며 목젖을 치는 느낌이었다.
목 끝까지 호흡이 달려 확 밀어내며 도망치려 했던 아이벨은 덫에 걸린 사냥감처럼 끌어당겨졌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주제에 굉장한 악력이었다.
“하읍, 읏, 자, 잠깐…….”
“도발한 건 당신입니다.”
“읏……!”
“그러면 책임을 져야지.”
“흐읏!”
“앞으로의 일, 각오해야 할 거야.”
타액이 샘솟으면 그것조차 달다는 듯 붉은 살덩이를 연신 잘근거리며 그는 그녀가 멀어지지 못하게 허리를
끌어당겼다.
거리가 확 좁혀져 온몸이 뜨겁게 얽혔다. 모든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의 근육이 얼마나 탄탄한지,
길쭉한 팔다리가 얼마나 단단한지. 그리고 그가 얼마나 자신으로 인해 흥분했는지와 같은 것들.
그것을 자각하자 아이벨의 몸에도 후끈하게 열이 올랐다. 난잡하게 뒤섞이는 혀의 움직임은 꼭 키스가
아니라 성교 같았다.
“흐읍, 읏! 으응…….”
“하아. 하.”
갈급한 그 움직임이 어찌나 야하던지, 젖은 소리가 마치 물이 흐르는 듯했다. 그것을 모를 서로가
아니었다.
“하으, 으으응…….”
제법 날카로운 남자의 송곳니가 입술에 난 상처를 아프게 깨물면, 피가 새어 나오는 것과 동시에 야릇한
느낌을 주는 신성력이 붉게 물든 상처를 간지럽혔다.
‘뜨, 뜨거워. 뭔 회복이 이렇게 야릇해…….’
상처가 회복되었다가 다시금 이로 짓눌려 벌어졌다가, 다시금 그 사이로 신성력이 쑤석거리며 파고들었다.
마족과의 키스가 천박하다고 일침을 놓았던 주제에, 그는 더 진한 입맞춤으로 그녀의 입 안을 범하고
탐하고 있었다.
“읏, 응!”
혀가 움직이면 통증이 진해져 허리가 튀었다. 그럴 때마다 숨은 더욱 헐떡거렸고, 허벅지 사이는
홍수라도 난 것처럼 흘러내린 애액으로 젖어 들었다. 참기 힘든 절정이 모래알처럼 따갑게 피부 위를
파고들었다.
“……으응!”
어느새 남자의 가슴팍에 잔뜩 짓눌린 가슴 끝이 뾰족하게 섰다.
‘아, 너무.’
얇은 드레스 천으로는 숨겨지지 않는 유두의 발기가 그에게도 선명히 전달되었을 것이다. 그가 주는
아픔에 그녀가 제대로 느꼈다는 것을.
그때였다. 기다렸던 퀘스트 완료 알람이 들렸다.
둘은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헐떡거리는 숨을 내쉬며 긴 은색의 실이 그들 사이로
맺어졌다가 뚝 끊어졌다.
“…….”
“…….”
“…….”
“……푸훗.”
무거운 침묵 끝에 웃는 건 그녀였고, 일그러진 건 그였다. 자존심 상한 것 같은 저 낯이 아이벨을 즐겁게
했다. 싫다고 노래를 부르며 정색하더니 흐트러진 몰골이 아주 볼만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을 치르고
나온 사람의 낯이라, 키스를 아주 제대로 즐긴 모양이었다. 아이벨은 입을 열었다.
“하아, 하아. 어쩐지, 네가 더 좋아한 거 같은데. 그렇지, 라파엘?”
“…….”
“나 다 알아. 네가 이렇게 내 피를 핥을 때마다.”
아이벨은 여유를 잃은 듯 살짝 흐트러진 성기사를 보며 야릇하게 웃었다. 집요해진 그의 푸른 눈은 피가
살짝 번진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 시선에서 성욕이 느껴졌다.
“너무 좋아하더라.”
당장 달려들어 씹어 삼키고 싶어 하는 그 눈빛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아이벨은 배부른 암사자가 된
기분으로 맑게 웃었다.
“아니야?”
“…….”
보란 듯이 혀를 내어 남은 혈액을 말끔하게 핥자, 신성력으로 매끈해진 입술이 드러났다. 인정하기
싫다는 듯 라파엘의 단정한 표정이 구겨졌다.
그러나 라파엘은 라파엘이었다. 물러서려던 성기사는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 다가와 손을 뻗었다. 그는
물러서거나 사과의 말을 내뱉는 대신 오히려 독침을 세우고 그녀를 쏘았다.
“누가 할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요, 부인.”
“뭐?”
순간 당황했다. 부인이라니. 혐오하던 남자가 조롱하듯 내뱉은 그 음성에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렸다.
고작 게임일 뿐인데도 아찔한 만족감에 당혹스러워 눈을 크게 뜨는데, 가까이 다가온 남자가 싸늘하게
속삭였다.
“나보단 당신이 몇 배는 더 좋아했던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까. 내가 상처를 짓씹을 때마다 이렇게…
….”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방향에서 거침없이 아이벨의 쇄골을 짚고, 그 아래로 손을 내려 봉긋
솟은 언덕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러다가 꽈악.
가슴을 움켜쥐었다.
“윽?”
남자의 부드러운 손바닥은 드레스 천 아래, 아직도 꼿꼿하게 저릿하게 울리고 있는 정점을 짓눌렀다.
“흑……!”
순간 아이벨은 잔뜩 예민해진 곳을 아프게 짓누르는 손길에 아래로 무너질 뻔했다. 뻗어 온 팔이 지탱하듯
끌어당기지 않았다면 그러했을 것이다.
“흐읏, 너, 너어, 지금.”
분하다는 듯 바라보자 만족스럽게 웃고 있는 낯이 보였다. 아주 예쁘고, 아름답게 생긴 남자의
잔인함으로 물든 눈까지도.
“이것 보라지.”
“으응…….”
작은 신음을 흘리는 아이벨의 홍조 어린 뺨을 보며, 라파엘의 분홍빛 입술이 차갑게 웃는다. 손끝은
집요하게 동그란 살점을 문지르고 꾸욱 짓눌렀다.
“내 키스 한 번에 젖꼭지를 이렇게 발딱 세우신 분께서 말이 많기도 하군요.”
“읏…….”
“설마, 아래도 젖었습니까?”
“너, 너!”
그리고 거짓말처럼 접촉이 뚝 끊겼다.
“……!”
여기까지면 충분하다는 듯이 물러난 남자가 냉정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팔짱을 끼며 관망했다.
그러나 아이벨은 알았다. 제게 닿았던 그의 허벅지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이 팽팽하게 느껴졌다는
것을.
‘저도 세운 주제에 곧 죽어도 잘난 척하기는…….’
저를 괴롭히며 저 남자는 발기했다. 기대하지 않은 캐릭터였는데 제법 짜릿해서 그와 보낼 밤이 꽤 기대가
되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느낌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은 채, 아이벨은 마지막으로 저를 기다리는 사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내 세 번째 남편.’
그곳에는 결혼식 때문에 벗어 던진 안경 대신 자신의 긴 앞머리로 시야를 가리고 어정쩡하게 서 있는
남자가 보였다.
‘마리안 엔델, 대인 기피증인 천재 대마법사. 이 설정은 똑같겠고. 여기에 관음증에 촉수 좋아하는
변태라는 설정까지 붙었어.’
타인과는 닿기도 싫어하는 저 마법사가 사실 황녀 아이벨을 비틀린 욕망으로 경애하고 있다는 건, 이
자리에서 그와 자신만 아는 일이었다.
그래도 제법 애정 어린 캐릭터였다.
15 금 버전 게임에서였지만, 거기서 우물쭈물하던 마리안 엔델이 황녀 아이벨만 믿고 따르며 변화하는
모습은 커다란 강아지를 연상시켰었으니까.
그녀의 최애는 그란이었지만 제법 공략에 몰두했던 기억이 났다.
아이벨은 침을 꼴깍 삼키며 사실 세 명의 남편 중 최고의 변태일 게 분명한 남자의 앞에 섰다.
이 남자의 히든 루트를 공략하려면 기본적으로 자신이 그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주면서 느끼고, 또
보면서 느끼는 그에게도 공감해야 했다.
‘말 그대로 나도 관음증 변태가 되어야 한다는 소리인데.’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 그녀 스스로가 과연 잘 느낄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안녕. 많이 기다렸지?”
“화, 황녀 전하.”
“마리안? 이렇게 부르면 될까?”
“네, 네에!”
말을 거는 것도 불편하다는 듯이 고개를 수그렸지만 사실 마리안의 목덜미가 터질 듯 빨갛게 물들어
있으며, 뭔가를 참듯 주먹이 하얗게 새어 있다는 건 아이벨만 눈치챈 것이었다.
이전의 남편들과는 이미지가 확 달랐다. 딱 봐도 짝사랑 상대를 앞에 둔 모습이라 어쩐지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히든 루트는 몰라도 마리안과의 키스 달성은 오히려 쉬울 것 같았다.
‘어쩐지 이 남자, 놀려 주고 싶어지네…….’
그래도 시작하기도 전에 울리면 곤란하지.
아이벨은 관대한 성녀가 된 기분으로 손을 움직였다. 푹 숙였던 남자의 시선을 제게 끌며 검은 머리
사이로 보이는 초록색 눈동자와 똑바로 마주쳤다.
‘아…….’
이 게임은 더 극적이고 즐거운 섹스를 즐기기 위해, 남편에 따라 그녀의 성향을 살짝 변화시켰다. 그걸
라파엘과의 접촉을 통해 느끼긴 했었지만, 그래도 관음증까진 바로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떡하지. 저 시선.’
아이벨은 어쩐지 점점 초조해졌다.
저를 뚜렷하게 지켜보고 있는 그 광기 어린 눈빛 아래, 마치 그대로 옷이 벗겨져 나체로 서 있는
느낌이었다.
‘정말 이상한데…….’
근데 그게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그 습윤한 눈길이 닿을 때마다 기묘한 짜릿함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아까부터 뜨겁게 달구어져 축축이
젖은 속옷이 한껏 살갗에 달라붙어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 이상한 기분이야.’
느릿느릿 움직이는 그 눈동자가 곳곳에 닿으면 모든 게 까발려지는 것 같았다.
사실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황녀가 결혼식 중에 애액을 질질 흘려 허벅지 사이를 질척하게
적시고 있다는 것을.
그 배덕감에 몸서리가 쳐졌다.
그리고 동시에.
“황, 황녀 전하.”
“응.”
떨리는 손은 닿는 게 무섭다는 듯 느릿느릿 뻗어졌지만, 오히려 닿고 나서는 망설임 없이 아이벨을
옭아맸다.
“저랑 결혼해 주셔서…… 기, 기뻐요.”
열기로 가득한 목소리가 얼마나 들떠있는지, 듣기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이 남자는 황녀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마음이 따뜻해진 아이벨은 듣기 좋은 말만 돌려주고 싶었다.
“응, 나도 기뻐.”
칭칭 감아올리는 넝쿨처럼 손가락 사이사이의 틈을 용납하지 않고 파고든 손가락은 차갑고 길었다.
하지만 이전의 둘과는 달리 검 한 번 잡지 않은 마법사의 피부는 무척이나 매끄러웠다.
“그런데 저, 전하.”
“으응, 마리안. 왜?”
“전하한테서…….”
“응?”
뱀처럼 매끈하고 차가운 그 감각에 움찔 떠는 찰나, 훌쩍 키가 큰 사내가 고개를 그녀에게 맞췄다.
그림자가 진 머리카락 사이로 놀랄 만큼 잘생긴 얼굴이 그녀를 직시하고 있었다.
“……가 나요.”
“뭐라고? 잘 안 들려. 다시 말해 볼래?”
퀭하고 우울해 보이는 그 눈빛으로 남자가 킁, 코를 움찔거리며 속삭였다.
“야, 야한 냄새.”
“……!”
아이벨의 낯이 확 붉어졌다.
방금까지 그녀가 하고 있던 생각을 짚은 것 같았다. 하지만 물러나지 말라는 듯 달달 떨리는 남자의
손끝이 아이벨의 부드러운 입술을 짓눌렀고, 다시 속삭였다.
“야, 야한 냄새가 나요.”
“그…….”
“가, 가지 마요.”
그는 성큼 다가서서 긴 팔로 그녀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품으로 잡아당겨 누구도 보지 못하게 하고
싶다는 듯이 숨기며, 고개를 아이벨의 목덜미에 묻었다.
“멀어지는 거 시, 싫어.”
“……읏. 마리안?”
“으응, 응. 저는 닿는 건 무섭지만……. 황녀 전하는, 조, 좋아요.”
“읏…….”
뭐야, 변태 같은데 왜 이렇게 귀여워.
그녀는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입술을 깨물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뿌듯한 느낌과 함께
남자에게서 닿는 호흡이 간질간질했다. 마치 커다란 강아지가 제 체취를 주인에게 묻히는 것 같았다.
“제, 제가 못나 보여도…….”
긴장한 듯 떨리는 마법사의 입술은 참을 수 없는 영광이라는 듯 더듬더듬 그녀의 쇄골에, 목덜미에,
귓불에, 그리고 두 남편에 의해 연신 물리고 빨렸던 고운 입술에 머물렀다.
“남편으로 최, 선을 다할 테니까…… 버, 벌써 실망하지 마세요…….”
촉- 어린아이의 애교처럼 아주 풋풋한 입맞춤이었다. 진짜 귀엽다. 아이벨이 짓궂은 마음에 놀리려 할
때였다. 우습게도 띠링 하는 소리가 울렸다.
‘뭐야.’
눈이 크게 떠졌다. 이게 지금 왜 울려?
‘각인을 벌써 달성한 거야?’
말도 안 돼. 고작 뽀뽀로 만족했다고?
어이가 없었다. 19 금 게임 공략 캐릭터인 주제에 뽀뽀가 웬 말인가. 고자도 아니고.
어이가 없어서 한마디 해 주려고 했을 때, 무언가가 배에 문질러졌다. 아이벨은 그 익숙하고 친숙한
열기에 말을 멈췄다. 눈이 가늘어지고 호흡이 느려졌다. 분명히 이 감촉……. 아주 뜨겁고 커다란 것은…
….
‘그러니까 설마 이 남자.’
제게 달라붙어 있는 남자의 숨이 거칠었다.
‘아하, 맞다. 얘 관음증 변태였지.’
눈가는 발갰고,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그리고 느릿하지만 분명한 움직임.
스윽, 슥. 옷이 쓸리는 소리와 그녀의 손에 닿자 급격히 커지는 어떤 것의 부피감.
순진한 듯 눈가를 발긋하게 물들인 마법사는 훌륭히 발기해 있었다.
“다, 닿는 거 무서운데……. 야한 냄새 너, 너무 좋아요.”
끙끙 앓으며 제 아랫도리를 문질러 오는 것이, 이미 훌륭한 변태였으며 발정 난 짐승이었다. 아마 이전에
다른 이들과 키스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발기한 것 같았다.
각인은 완료된 것 같은데, 이걸 어쩌지?
분명 현실 세계에서 만난 인간이 이러고 있다면 112 에 신고부터 했겠지만, 다행히 여긴 얼마든지
파렴치해도 되는 게임 속 세상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거부감도 들지 않았고.
아이벨은 느긋하게 제 좆을 세우고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남자를 구경했다.
‘잘생겨서 그런가. 얼굴 때문에 용서가 되는 건가?’
파렴치한 마법사는 제 모습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저어, 마리안……. 닿고 있는데.”
“황녀 전하. 황녀 전하! 뜨거워요, 흐으, 당신이 보고 있어.”
“으응, 그래.”
잘생기고 음침한 관음증 변태는 보이는 것도, 보는 것도 흥분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웃긴 것은 저 추태가 보기 나쁘지 않다는 것이었다. 게임 속에 너무 빠져 벌써 미쳐 버린 것일까?
‘꼭 만져 달라는 것 같잖아.’
발기한 채 안달하는 눈가도, 뜨거워진 숨결도, 눈치를 보는 것 같은 표정인 주제에 기어코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도.
‘내가 보고 있어서 흥분한 거야?’
그 열기를 바라보며 조금씩 흥분하고 있는 제 낯선 모습 또한, 게임 시스템이 만들어 낸 환상일 뿐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 이상해. 일단 여기서 멈추자.’
아이벨은 어쩐지 정말 이상해지는 것 같아 덜컥 두려움이 들어 슬쩍 뒤로 물러났다. 왜 가냐는 듯 애타는
시선이 따라붙었지만 얼른 손을 물렸다.
아무도 지켜보는 시선 없는 곳에서 마음껏 제 쾌락을 펼쳐도 되는 상황에 너무 몰두한 모양이었다. 역시
훌륭한 변태였다. 하지만 마리안, 아무리 게임이어도 이성은 차려야지. 아직 본 게임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아이벨은 울상인 남자를 보며 싱긋 웃었다.
“어쨌든……. 나도 마리안이 마음에 들어요.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저, 저는.”
그때였다. 띠링 하는 알람과 함께 눈앞에 상태창이 반짝이는 이펙트와 함께 떠올랐다.
 
[튜토리얼 모드 종료.
축하합니다. 세 명의 남편과 각인에 무사히 성공하였습니다!
진행도 (3/3)]
 
[첫날밤 챕터에 진입합니다.
첫날밤은 게임 시간으로 이틀씩 총 세 번에 걸쳐 이루어집니다.
선택지를 누르시면 목욕 시중(이벤트)이 시작됩니다.
남다른 크기를 지닌 남편들을 위하여 플레이어 님의 아래를 통해 성액을 충분히 몸에 흡수시키세요! (상태
이상 전, 흥분 효과+)
남편들의 히든 루트를 달성하면 언제든 불러오기가 가능합니다.
>그란 폰 로렌베르크 공작(진입 가능)
>라파엘 옌 다이몬(열기 불가)
>마리안 엔델(열기 불가)
도움말은 아래를 눌러 확인하세요.]
 
[챕터별 섹스 10 시간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각각의 히든 루트에서만 제공되는 플레이와 상태 이상을
즐기실 수 없습니다.
한번 놓친 히든 루트는 얻기가 불가능합니다. 섹스 시간에 주의해 주세요!
 
◇플레이 목록:
???(미오픈)/????(미오픈)/???(미오픈)
◇상태 이상:
??(미오픈)/????(미오픈)/????(미오픈)
 
엔딩 도달 전에는 리셋 할 수 없습니다.
도움말/캐릭터 상태창/로그아웃/저장하기]
 
그렇게 소수 인원의 참관 아래, 신이 함께하는 성스러운 결혼식이 성공리에 끝났다.
물론 이때의 아이벨은 몰랐으나, 뜻대로 끝낼 수 없는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Chapter 2. 첫 번째 남편은 갯과의 반인반수


 
 
 
 
 
[이벤트, 목욕 시중 중입니다!
현재, 첫 번째 챕터 플레이 중입니다.
위 이벤트는 스킵할 수 없습니다.
목욕 시중 이벤트는 새 챕터를 여는 구간마다 발생하며, 이때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으음…….”
“깨셨습니까, 황녀 전하?”
찰박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자, 아이벨은 따끈한 욕조에 담긴 채 주변 시녀들의 시중을 받는 중이었다.
부드럽게 뭉친 근육을 풀어 주는 손놀림이나, 따뜻하게 퍼지는 물의 느낌에 절로 앓는 소리가 흘러나오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와, 좋다.’
게다가 시선을 내리자 보이는 아이벨의 몸은 정말……. 같은 여자가 봐도 감탄할 만큼 아름다웠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가슴은 또 처음이었다. 우유처럼 흰 피부에 봉긋 선 모양은 또 얼마나 예쁜지,
게다가 젖꼭지까지 분홍색이었다. 아, 부러워.
‘이게 현실이면 얼마나 좋아?’
물론 낯선 타인들 앞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몸 구석구석 닦여지고 있는 상황이 부끄러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여긴 게임이잖아.
감정 없이 움직이는 시녀들의 얼굴은 참으로 예뻤지만, NPC 라 그런지 손길이 닿을 때마다 점점 적응돼
움츠러들거나 하진 않았다. 아이벨은 그대로 푹 퍼져 버렸다.
‘하아, 좋다. 월요일 출근하기 싫다…….’
그래도 게임 속에만 빠져 있을 순 없으니 현실 시간 알림을 맞춰 놓아야겠지.
아마 그란과의 섹스가 끝나면 일어나서 아침을 먹어야 하는 시간쯤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난 후 체력만 받쳐 준다면 주말까지 세 명 다 플레이해 볼 예정이었다.
그녀가 한숨을 쉬며 상태창을 불러와 알림을 따로 설정하려고 하는 순간.
‘응?’
띠링 하는 익숙한 알림 소리와 함께 번쩍이는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정보 탭을 건드리려고 했던 그녀의 시선이 눈앞의 상태창에 집중되었다.
덕분에 그녀는 희미하게 깜빡이기 시작하는 로그아웃 버튼을 보지 못했다.
 
[돌발 퀘스트!
당신의 첫 번째 남편은 마계 공작입니다.
그의 성기는 인간의 것이라 할 수 없는 크기를 지녔습니다.
하지만 긴장하지 마세요.
원만한 게임 진행을 위해, 플레이어를 위한 신의 축복이 내렸습니다.
성감을 돋울 수 있는 성액으로 첫날밤을 단단히 준비하세요!
성액 흡수 (0/1)]
 
성액? 이상하다. 목욕 이벤트 때는 돌발 퀘스트 같은 게 없다고 했는데.
눈을 빠르게 깜빡이는데, 아까까지만 해도 무표정해서 NPC 답다고 생각했던 시녀들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그게 꼭 살아 있는 사람들 같아서 아이벨은 움찔했다.
뭐지, 저 변화는?
“저희는 전하의 첫날밤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랍니다. 그러니 전하, 부디 성액을 바르는 것을
허락해 주셔요.”
얼떨떨해하면서도 퀘스트는 해야 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시녀들은 기다렸다는 듯 옆에 있던
유리병들을 꺼내 그 안에 담긴 우윳빛 액체를 손에 진득하게 묻혔다.
아이벨의 눈이 가늘어졌다.
말은 성액이지만 뚝, 뚝 하고 그녀들의 손끝에서 흰 액체가 끈적하게 늘어지는 모습이 꼭…….
“성액을 바르겠습니다, 황녀 전하.”
정액 같네.
끈적한 백탁액이 아주 음란했다.
살짝 얼굴을 붉히자, 시녀들이 부드럽지만 거리낌 없는 태도로 아이벨의 몸에 그것을 덧바르기 시작했다.
“앗, 저기.”
“팔을 내밀어 주시겠어요, 전하?”
처음에는 팔부터.
“음…….”
“다리도 제게 올려 주시어요.”
예민하게 떨리는 허벅지 안쪽.
“아, 읏.”
“가슴에 바르겠습니다. 차가우시겠지만, 잠시만 참아 주시어요.”
그리고 부드러운 손길에 뾰족하게 뭉친 연분홍빛 젖꼭지에까지.
“……으응.”
예민한 곳들을 스칠 때마다 피부가 달아오르고 절로 신음이 흘러나와 아이벨은 꽤 부끄러워졌다.
이건 그냥 마사지를 받을 때와는 좀 다르지 않나? 성액 흡수라는 게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거였어?
가빠진 호흡을 흘리는데, 무언가를 준비 중이던 한 시녀가 천천히 다가와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본 아이벨의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아니, 그건……. 그거로 무엇을 하려고? 여태까지 바른 거로 충분한 거 아니야?”
그건 아무리 봐도 질척한 액체를 잔뜩 묻힌 딜도였다. 사이즈는 크지 않았지만, 대신 길이가 길었다.
설마 남주들의 좆이 너무 커서 저걸로 미리 풀고 들어가야 한다는 그런 설정은 아니겠지?
당황하는 아이벨을 보며 시녀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싱긋 웃었다.
“대신관께서 명하셨습니다.”
“대신관?”
그런 캐릭터가 게임에 등장했었나? 아이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19 금 버전으로 바뀌면서 새로 등장한
캐릭터인 모양이었다.
“겁내지 마셔요. 전하께서는 신의 축복을 받으신 몸. 성액을 듬뿍 묻힌 이것을 안에 품어 기운을
흡수하면, 더 편하게 로렌베르크 공작 각하의 것을 품으실 수 있답니다.”
아이벨은 상태창을 보았고, 그렇게 몸에 펴 발랐는데도 아직 성액 흡수 완료 표시가 뜨지 않은 것을
보았다. 그러니까……. 이 이벤트가 끝나려면 저 정액, 아니 성액 묻은 딜도를 아래에 품어야 하는
모양이었다.
어쩐지 초조한 낯으로 기다리던 시녀가 말했다.
“마저 진행해도 될까요?”
저걸 아래에 넣는다고.
‘음…….’
어쩐지 아이벨은 기이한 흥분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솔직히 그녀는 전 남친 새끼의 작은 좆으로 인해 욕구 불만에 시달리면서도, 은근히 보수적이었다.
덕분에 손으로 어설픈 자위를 해 본 적은 있어도 딜도로 아래를 쑤셔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색다른 호기심이 치솟았다.
그래, 어차피 화끈하게 즐기러 들어온 게임에 딜도 플레이 추가된 게 뭐 어쨌다고?
아이벨은 대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대신…… 천천히 해 줘. 아프지 않게.”
“네, 전하. 조심하겠습니다.”
“응. 그럼 난 뭘 하면 돼?”
“전하. 다리를 제게 올려 주셔요. 힘을 빼셔요. 천천히 입구를 문지르며 안으로 집어넣겠습니다. 그리고
성액이 흡수될 때까지 자세를 유지할게요.”
“으응……. 알았어.”
부드러운 손길에 허벅지가 벌려졌고, 다른 시녀들이 긴장하지 말라는 듯 우윳빛 성액을 아이벨의 가슴에
펴 발랐다.
둥글게 원을 그리는 손길이 스칠 때마다, 유두가 문질러질 때마다 아이벨의 숨이 예민하게 달궈지며
조금씩 거칠어졌다.
아, 이거 정말 기분 이상한데……. 원래도 좋은 손길들이었지만, 지금은 마치.
“그럼 넣겠습니다.”
눈이 흐려지는 순간, 딜도를 손에 쥔 시녀가 활짝 벌어진 아이벨의 아래에 그 끝을 조심스럽게 가져다
대었다.
“읏.”
작은 탄성과 함께 예민한 입구를 위아래로 부드럽게 문지른 시녀는, 통통한 외음부를 살짝 벌려 축축하게
젖은 딜도의 끝을 조심스럽게 진입시켰다.
“후, 으.”
“집어넣겠습니다, 전하.”
“응……. 알았어.”
빠끔 벌어지는 입구는 처음에는 삼키는 것을 힘들어했으나, 곧 그리 크지 않은 크기에 맞춰 반복해서
움찔거리며 조금씩 기둥을 안으로 삼켰다.
“아, 천, 천천히.”
꾸욱, 꾹. 부드럽게 누르는 힘으로 딜도가 구멍 안에 찔끔찔끔 박힐 때마다 그것을 받아 내고 있는 흰
여체가 아름답게 꿈틀거렸다.
“아, 읏.”
안을 부드럽게 채우는 압박감과 함께 허벅지가 파르르 떨리고 후끈한 열기가 뜨거운 구멍을 자극했다.
딜도를 삼킬수록 성액이 질 벽으로 파고들었다. 곧 자글자글 끓는 것 같은 열감이 예민한 안을 괴롭혔다.
아이벨은 점점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발끝을 꼬았다.
“으응, 이상, 이상해…….”
허벅지를 비비 꼬려는 것을 시녀들이 저지하며 아이벨의 허벅지를 양쪽으로 활짝 벌렸다.
“……!”
잠깐. 이게 무슨 부끄러운 자세야!
“아니, 왜…….”
당황해서 고개를 좌우로 젓자, 시녀들은 달래는 것처럼 빠르게 재잘거렸다.
“전하, 움직이시면 아니 되어요.”
“성액을 모두 흡수하셔야 한답니다.”
“끝까지 집어넣으셔야 해요.”
그건 알지만! 의도는 알겠지만! 꼭 이 자세일 필요가 있는 거야? 새빨갛게 달아오른 아이벨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이거, 은근히 힘든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충분한 거 아냐? 으응. 정말 이상…….”
“조금 더 남았답니다, 전하.”
“흐읏, 응. 됐어, 차라리 빨리 넣어 버려……. 윽!”
“네, 빨리 끝내겠습니다.”
“흐읏……!”
한편, 시녀들은 탄식을 삼켰다.
다리를 활짝 벌린 채 달뜬 신음을 내뱉는 아이벨의 여체는 같은 여인이 보기에도 무척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희고 뽀얀 그 육체는 희뿌연 성액에 잔뜩 젖어 난잡하고 퇴폐적인 느낌마저 줄줄 흘렸다. 그런 취향이
없는 시녀들에게도 기이한 느낌을 들게 할 정도로. 어쩌면 손에 바르는 동안 성액이 그녀들에게도
흡수되었기 때문인지 몰랐다.
하지만 그런 감상 따위 할 시간은 없었다.
황녀는 미래를 위해 신께 바쳐진 그들의 제물이었다.
보통의 인간이 마기, 신성력, 마나를 모두 품는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렇기에 앞으로의 6 일 동안 시녀들이 해야 할 일은 황녀가 무사히, 고통 없이, 그 지난한 과정들을 열락
속에 빠져 성공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이었다.
성공하지 못하면 그들은 죽은 목숨이었다.
이건 그들의 현실이었다.
“아읏, 응…….”
황녀의 신음에 시녀들의 손길이 한층 더 집요해졌다.
“하아, 하아.”
황녀의 말랑한 젖꼭지를 아프지 않게 꼬집고, 절반쯤 집어넣은 딜도는 살짝살짝 위아래로 왕복하며 입구와
안쪽을 적셨다.
성액의 미약 효과로 인해 황녀의 입구는 점점 물을 가득 흘리며 질척이는 소리를 냈다. 안으로 흡수하는
힘도 한층 강해졌다. 덕분에 기둥이 더 부드럽게 진입할 수 있었다.
“읏, 응, 응.”
시녀의 손이 조금 더 빨라졌다. 꿀쩍거리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응, 읏, 응!”
황녀가 버거운 숨을 흘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흥분이 달아오를수록 성액은 더 깊숙이 흡수될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딜도의 마지막 부분까지 모두 밀어 넣는 것에 성공했다.
“흐읏……! 아!”
아이벨의 교성이 높아졌다.
“아, 흐윽!”
깊숙이 박힌 기둥의 끝이 예민한 곳을 건드렸는지 흰 여체가 바르르 떨리며 구멍에서 울컥 애액이 쏟아져
내렸다.
짧은 절정이었다. 또한 좋은 기회였다.
황녀의 흥분을 도우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성액을 흡수시키기 위해, 시녀들의 흰 손이 바삐 움직였다.
분홍빛의 무릎과 파들파들 경련하는 허벅지, 그리고 애액으로 젖어 번들거리는 음부 주변.
말랑하고 풍만한데 모양까지 예쁜 젖가슴 위.
신의 선택을 받은 세 명의 남편이 흥분해 달려들어 황녀에게 제 씨물을 곳곳에 뿌릴 수 있도록.
달콤한 향내는 남자들을 미치게 할 것이고, 성액에 푹 젖은 여체는 한계를 모르고 성기를 삼키게 될
것이다.
황녀는 그 모든 것들을 위한 성찬이다.
“전하, 고생하셨습니다.”
“하응…….”
성액이 충분히 흡수될 시간이 지나자, 시녀들은 푹 젖은 황녀의 입구에서 딜도를 꺼냈다. 주르륵,
딜도에서 길게 늘어지는 애액을 깔끔히 닦아 내며 시녀들은 서로 눈짓을 교환했다.
‘됐다. 제대로 흡수됐어.’
이제 황녀의 몸속 깊은 곳에 기운이 담길 것이다. 그리고 그 기운과 성액을 머금은 육체가 만나면 황녀의
육체는 오로지 색사를 위한 것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고통조차 치환되어 극상의 쾌감이 되리라. 실제로 지금 황녀는 양쪽으로 허벅지가 벌어져 있는데도 그것을
알아채지도 못할 만큼 멍하니 풀어져 있었다.
그 모습에 일말의 죄책감을 느낀 시녀들이 꺼질 듯한 음성으로 인사했다.
“……부디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동시에, 가물가물한 정신으로 시녀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던 아이벨의 눈에 반짝이는 안내 창이 떠올랐다.
띠링.
 
[성액 흡수가 완료되었습니다!
첫날밤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짐승과의 짝짓기를 기대하세요.
그란 폰 로렌베르크 챕터, 시작합니다.]
 
곧 아이벨의 시야가 까맣게 물들었다.
 
* * *
 
“아?”
아이벨은 반짝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화려한 캐노피의 침대. 창문으로 번지는 짙은 노을. 그리고 속이 훤히 비치는
잠자리 날개 같은 옷을 입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자신.
동시에 그녀가 눈을 뜨길 기다렸다는 것처럼 안내 창이 떠올랐다.
 
[문이 열리고, 남편이 들어오면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48:00:00]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거대한 체구의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도 망막에 박혔다.
그란이다. 그 익숙한 실루엣에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47:59:56
잊지 마세요.
10 시간 연속 섹스를 성공하면 히든 루트를 열 수 있습니다!]
 
‘으, 어떡해.’
10 시간이 뭐야, 48 시간 세이브 없이 계속하겠어!
흥분과 기대에 현실처럼 마른침이 꼴깍 넘어갔다.
목욕 이벤트에서 한껏 머금었던 성액의 효과인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아랫구멍이 축축하게 젖은
느낌이었다.
“황녀. 준비는 잘되었나?”
동굴 같은 목소리와 함께 시야에 나타난 첫 번째 남편.
그란 폰 로렌베르크 공작이 바로 코앞에 다가와 섰다.
‘아아. 잘생겼어.’
그녀는 멍해졌다.
갈색의 잘 그을린 피부와 노란색의 눈동자. 세로로 쭉 찢어져 있는 낯선 동공. 검푸른 곱슬머리가 길게
내려와 허리께에 닿는 장발. 무엇보다 거대한 어깨, 커다란 그림자.
마족 혼혈인 그는 무척 컸다. 손도 발도 보통의 인간보다 훨씬 컸다. 그리고 힘도 셌다. 아마 한 손 위에
그녀를 번쩍 들어 올리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거기도.
‘미쳤다, 정말. 내 최애와의 섹스라니! 이런 게임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벨은 그를 자세히 살피며 손을 떨었다.
결혼식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또 달랐다. 얇고 흰 셔츠에 까만 바지만 걸친 그란의 모습은 어쩐지
그것만으로도 음란했다.
아이벨은 제 한계까지 끌어와 음란하게 즐길 것을 다시 한번 각오했다. 저런 남자를 앞에 두고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어?
저 커다란 물건이면 분명 제대로 찔러 줄 수 있을 것이다. 전 남친 새끼로 인해 제대로 가 보지도 못했던
절정으로.
그건 어떤 기분일까. 얼마나 좋을까.
“하아.”
“황녀?”
역시 저 얇은 셔츠로는 다 가릴 수 없는 커다란 가슴 때문일까? 남자 가슴이 저렇게 음란하게 시선을
강탈하는 건 범죄 아닐까.
‘그래, 저 가슴 때문이야.’
최애의 속살에 열렬해지기 시작하는 아이벨의 시선을 읽은 것일까. 그란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이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황녀. 넌 이상하군.”
“뭐, 가요?”
“이상하지.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그란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바짝 얼굴을 들이댔다. 그러자 잘생기기만 한 이목구비에 빠져 있는데
숨결이 닿았다.
뜨겁고 짙은, 정말 현실 같은.
심장이 더욱 맹렬하게 뛰어올랐다.
“어째서 나는 그대가.”
느리게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배경음처럼 들으며 아이벨의 눈은 그가 가까이 다가와 몸을 숙일 때마다 한층
더 벌어지는 셔츠 안쪽에 박혔다.
“아…….”
훤히 보이는 가슴팍, 그리고 더 아래. 근육으로 잘 짜여 아름답게 보이는 초콜릿색의 복부까지.
만지고 싶어.
“이미 발정한 것 같지?”
“으응…….”
발정. 틀린 말도 아니었다. 또렷하게 마주 보는 길쭉한 동공에 호흡이 더 가빠졌다.
“그, 건.”
틀린 말도 아니야. 난 정말 당신에게 발정한 것 같아, 그란.
멍하니 생각하며 웃자 그가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했다. 마치 커다란 갯과의 짐승이 사람의 말을
알아들으려는 것처럼. 그게 꽤 귀여웠다.
“황녀.”
“네……?”
“내가 마음에 드는 것 같은데. 착각인가?”
어쩐지 커다란 남자가 귀엽게 느껴져 입에 힘을 풀며 솔직하게 말했다.
“으응. 착각 아니에요. 당신이 첫 번째라 좋아…….”
남자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진심이냐는 듯이 또렷하게 응시한다. 그녀는 웃었다.
“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는데.”
“왜요. 내가 비명이라도 지를 줄 알았어요? 하아, 그렇게 큰 젖을 단 주제에…….”
“젖?”
아, 실수. 그녀는 입을 감쳐물었다. 남편을 공략해야 하는 건 그녀였는데, 어쩐지 그가 그녀를 공략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그만. 단어가 좀 그랬나요?”
“하하!”
멍하니 대답하자 웃음소리가 들렸다.
얼른 고개를 들자 마치 방금 그녀가 어딜 보고 있었는지 다 안다는 듯 접혀 있는 노란 눈이 보였다.
젖이라니, 그렇게 작게 속삭이며 웃는 목소리도 들렸다. 음, 역시 너무 직접적으로 말했나? 하지만 저건
정말 젖이다.
아이벨이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한번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집중했다. 어쩌면 저렇게 완벽할 수가.
“그만 봐. 피부가 뚫어질 것 같군.”
아니 누가 그렇게 멋진 왕가슴을 가지고 있으라고 했어? 그렇게 만져 보고 싶게 생기라고 했냐고! 내가
변태인 게 아니라, 그러니까 저 캐릭터가 너무 완벽에 가까운 게 문제라고!
속으로 변명하는데 남자가 은근히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
“내 몸이 그렇게 마음이 드나, 황녀?”
“네. 아주. 몹시.”
“거짓은 아닌 것 같군.”
조롱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기껍다는 듯이 그란이 더 다가왔다.
“그렇다면 황녀의 기준에 더 맞춰 볼까.”
“어, 어떻게요?”
근사하게 웃은 그녀의 첫 번째 남편은 보란 듯이 천천히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똑, 똑.
그와 동시에 인내심이 뚝 끊어지는 느낌이다. 아이벨의 눈이 마구 떨렸고 그 반응을 보며 남자가 제
송곳니를 내보이며 웃었다.
“거리낄 것 없다. 너는 이제 내 부인이고, 나는 네 남편이니. 그러니 원하는 것을 말해라.”
내 남편. 내 것.
실제로 그란의 공략은 쉽다. 그의 성기를 견디고 즐기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밀어내지 않고 거부하지만
않는다면.
그러니까…….
“뭘 하고 싶지, 황녀?”
이래도 되지 않을까? 저 가슴.
“만, 져도…….”
“응?”
아이벨은 침을 꼴깍 삼켰다.
“당신 가슴 마구 만지고 싶어요.”
“…….”
그렇게까지 솔직할 줄 몰랐던 것일까. 잠깐 굳었던 그란이 와락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 때마다 활짝 벌어진 셔츠 사이로 또렷하게 보이는 그의 가슴이 유혹했다.
“아까는 젖이라고 하더니?”
“그, 그건. 아까는 너무 흥분해서 그만. 음, 말실수한 건 잊어 줄래요……?”
“좋아.”
그는 산뜻하게 말했다.
“응? 뭐라고요?”
“좋다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느리게 말한 그가 상체를 벗었다. 완연하게 굴곡지고 커다란 근육질의 몸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현실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환상과 같은 몸매에 돌아 버릴 것 같았다. 저 근육은 대체 뭔데, 피부는 또
무슨 일인데? 초콜릿이야? 손이 간지럽고 엉덩이가 움찔거렸다.
그리고.
“그대, 하고 싶은 대로 해.”
그가 허락하는 순간, 인내심이 뚝 끊겼다.
아이벨은 거침없이 그를 잡아당겼다. 고작 그녀의 힘에 이끌려 그가 침대에 쓰러지듯 앉았다. 확
가까워진 거리에 남자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 허락했지만 너무 거침없군.”
“진짜. 진짜요. 이건…….”
아이벨은 거침없이 그의 허벅지 위에 올랐다. 그리고 양손 가득 커다란 갈색의 가슴을 와락 움켜쥐었다.
부드러운 손안에 가득 차는 그 단단하고 탱탱한 느낌. 하아, 쓰레기 같았던 전 남친 새끼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촉이었다.
흐윽, 너무 좋아. 힘을 가득 주어 주물럭거리자, 잠깐 당황했던 듯한 그란은 바람처럼 웃으며 그녀가
기대기 편하게 손으로 받쳐 주기까지 했다. 아이벨의 눈이 부드럽게 풀리고 뺨에는 홍조가 돌았다. 역시
내 최애. 그란은 몸도 마음도 얼굴도 훌륭했다.
“이건 범죄라고요.”
“뭐가. 내 가슴이?”
“응, 정말 완벽해.”
단단하고 탄력적인 그 살덩이에 취해 감탄했다. 너무 훌륭한 거 아닌가.
힘을 주면 단단하게 솟구치고, 감촉도 좋았다. 참을 수 없다는 듯 넓은 가슴에 얼굴을 묻고
비비적거리기까지 하자 어이가 없다는 듯한 웃음소리가 가슴의 주인에게서 터져 나왔다.
‘앗.’
살짝 이성이 돌아온 순간이었다. 너무 열심히 주물럭거렸나. 변태 같았을까?
“너무 주물러서 싫어요?”
고개를 들어 올리자 제게 취한 아이벨의 모습이 퍽 기분 좋은 듯 눈을 접고 웃는 남자가 보였다.
저 반응을 봐선 싫지 않다는 거지?
양쪽 가슴에 달라붙어 있던 아이벨의 흰 손이 멈추지 않고 조물거렸다.
“당신은 가슴이 왜 이렇게 큰 거예요? 이렇게 가득 쥐어도 모자라요. 나보다 큰 것 같아.”
“타고난 거라.”
“아아, 좋다. 정말 좋네요.”
“황녀, 이제 다 만졌나?”
아아 조금만 더. 하지만 얌전히 몸을 내주던 남자가 몸을 물렸다. 안 돼!
“이제 내가 만질 차례인 것 같은데.”
“뭐라고요? 하지만 조금밖에 안 만졌는데.”
그가 열렬한 그녀의 눈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달래듯이 속삭였다.
“계속 이러고 있을 순 없지 않나. 시간이 흐르고 있어, 황녀. 아, 방해되는 것은 치우고.”
그 말과 함께 자연스러운 손짓으로 그녀의 잠자리 날개 같았던 옷을 쭉 가볍게 찢었다.
“……?”
순식간에 속옷만 입게 된 아이벨이 당황해서 눈만 깜빡이는데, 다가온 커다란 손은 더 거침없었다.
곧장 아이벨의 가슴을 움켜쥔 것이다.
“읏…….”
“부드러워.”
손에 감기는 감촉이 마음에 든 것처럼 눈을 접은 마계 공작은 부드럽게 속삭였다. 하지만 가슴을 주무르는
손길은 제법 억세고 거칠었다. 아이벨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깨를 움츠렸다.
“앗, 잠깐. 아파요.”
“그렇게 주물러 댔으니 만족해라, 황녀. 이번에는 그대가 만지게 허락해야지.”
“으, 으응. 싫진 않지만…….”
“않지만?”
하아, 하아. 느리게 탄식을 내뱉으며 아이벨은 은근히 단단하게 튀어 오르는 남자의 허벅지 위에 제
아래를 문질렀다.
그 은밀한 움직임에 둘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무언의 뜻을 전달했다.
스윽, 스윽 문질러질 때마다 그란의 눈이 가늘어지고 아이벨의 숨결도 거칠어졌다.
“그래……. 반응을 보니 좋은 것 같군.”
“그란, 으응.”
“……좋아. 내 이름도 허락하지.”
“으응. 그란, 하아, 가슴 더 꽉…… 쥐어 봐요. 응, 그렇게요. 하아.”
“벌써 부려 먹는 거야?”
그 추태를 보는 남자의 눈에 즐거운 기색이 어렸다. 그것을 똑똑히 보며 아이벨은 움직였다.
“으응, 응. 그란, 그란. 양손 다 써 봐요, 으응.”
“황녀, 허리가 흔들리잖아. 내 허벅지를 그대의 자위 도구로 삼고 있는 건가.”
헐떡이던 아이벨이 새침하게 눈을 흘겼다.
“하아, 내 잘못이에요?”
“그럼 내 잘못이라고?”
“흐으, 그러니까 누가 이렇게 단단하고, 튼튼하라고 했냐고……. 이렇게 문지르기만 해도, 으응. 아아,
젖어 버렸잖아요. 다 당신 때문……. 하아!”
이미 그녀의 질구에서는 애액이 흘러 축축하게 젖은 얇은 천 너머로 마족의 피부를 질척하게 적셨다.
“황녀. 내 허벅지는 그대 때문에 질척하게 젖었어.”
“응……. 모, 몰라.”
어서 안으로 집어넣어 달라는 듯 움찔거리는 난잡한 조름에 그의 동공이 신경질적으로 가늘어졌다.
“하아. 당신 부인이 난잡해서……. 그래서, 싫어요?”
그것을 똑똑히 바라보면서 아이벨은 입꼬리를 올렸다. 눈앞의 수컷이 제게 욕정하고 있다는 것이 똑똑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니.”
“그럼 좋아? 만족하나요?”
“맞아. 난잡한 부인도 마음에 드는군.”
“그러면 어서, 입 닥치고 응……. 손을 움직여요. 내 가슴을 움켜쥐고, 문지르고.”
“그리고?”
“아아…….”
“또 어떻게 해 줄까.”
게임 캐릭터라도 좋아. 이 온기가, 저 뜨거운 육체가 제게 강하게 부딪치기를 바랐다. 부서질 듯
끌어안고 다리를 활짝 벌려 저렇게 커다랗고 두꺼운 실루엣을 꺼내 박아 넣기를.
하아, 하아. 성액의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아이벨은 온몸을 그에게 문지르고
싶어 달뜬 숨을 내쉬었다.
“으응, 읏.”
“말해. 또 뭘 해 줄까.”
아, 모르겠다. 다정한 재촉에 결국 참지 못한 그녀는 솔직한 욕구를 터뜨렸다.
“만져 줘. 빨아 주고…… 읏, 당신 것으로 날 가득 찔러……. 아.”
제 가슴을 움켜쥔 손을 감싸 쥐며 젖을 음란하게 마찰했다. 젖꼭지가 눌리면 한층 강하게 움찔거리며
애액을 흘리는 구멍에 눈앞의 수컷이 반응할 것을 또렷하게 알고 있는 것처럼.
“어렵지 않은 명령이군. 또?”
“젖꼭지도 으응, 살살, 거칠게. 더 거칠게 만져 줘요. 아!”
“솔직하네. 여기가 좋나? 아프게 움켜쥐면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아아, 좋아, 아!”
“하아, 황녀. 음란해. 왜 이렇게 몸 곳곳이 예민하지.”
아무도 제 욕망을 모르는 은밀한 게임 속.
숨길 것 하나 없는 이 세계에서 아이벨은 제 욕구를 솔직하게 토로했다.
그녀는 보란 듯이 가슴을 앞으로 더 내밀었다. 굳은살이 곳곳에 박인 커다란 손이 피부를 스칠 때다 너무
좋아서 허리가 바르르 떨려 왔다.
“응, 으응! 아, 당신 손, 크고 거칠어서 너무 좋아요…….”
“하하. 그대의 피부는 녹는 것 같아.”
“유두도, 유두도 만져 줘. 으응!”
남자가 웃으며 허리를 더 끌어당겼다. 탄탄한 허벅지를 따라 위로, 위로. 숨길 수 없게 단단해진
살덩이의 위를 도톰한 둔덕이 덮었다.
그 열기에 한껏 욕정으로 달아올라 가쁜 숨을 내쉬자 그는 아이벨의 흰 어깨 위를 잘근거렸다.
“하읏, 읏!”
“살이 달아. 씹어 먹으면 아프겠지?”
“으응, 아픈 건 싫어요, 하아…….”
“황녀. 나와 관계한다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알아?”
“하으, 모를 리가 없잖아요, 으…….”
“마기의 씨앗을 품으면 내 ‘짝’이 된다. 그걸 원하나? 내 향기를 맡고, 네 향기를 풀며 서로 발정하길
원해?”
“으응, 해 줘. 해 줘요, 해 달라고. 날 당신의 짝으로 만들어…… 으응.”
날카로운 송곳니가 아프지 않게 피부를 누를 때마다 애액을 질질 흘리는 구멍 또한 남자의 성기 윤곽을
움찔거리며 빨아들이고 싶다는 듯이 흡착했다.
“황녀. 넌 정말 신기해.”
“내가 왜…….”
“결혼식 때부터 그랬지. 인간 따위 연약하고 가냘파 얽혀 봤자 좋은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만난 인간이라는 것이.”
“응…….”
“그대는 겁이 너무 없어.”
두꺼운 엄지 끝이 속옷 아래 딱딱해진 젖꼭지를 문질렀다. 원을 그리며 덧그리다가 단단한 손톱 끝으로
장난을 치듯 유두를 짓눌렀다.
“……!”
“유두가 단단해졌는데.”
“으으응, 좋아!”
“여길 괴롭히면 못 참겠나?”
모양이 흐트러질 때마다 흐르는 애액이 질펀하게 시트를 적실 정도가 되자, 그 난잡한 향기에 남자의 눈이
뜨겁게 빛났다.
“궁금해. 그대는 정녕 내가 무섭지 않나?”
그 말에 헐떡거리는 와중에도 웃음이 나왔다. 무섭기는.
“무섭기보다는……. 읏!”
“보다는?”
“다 커서 좋아…… 안달이 나요, 흐읏, 읏.”
“아아, 내 젖을 포함해서 말이지?”
“흐응……!”
그의 장점은 저 커다란 가슴도 가슴이지만, 현실에서 재현할 수 없을 것 같은 대물이다.
아이벨은 제 아래에 문질러지는 뜨거운 감촉을 가늠하며 연신 혀로 입술을 축였다.
‘하아, 최고야.’
아직 제대로 서지도 않았는데 이 두께라니. 흉기와 같은 물건에 점점 참기가 힘들었다. 팽팽히 선 그의
것을 당장 바지에서 끌어내 제 안에 넣고 싶어 안달이 났다. 거칠게 삽입해 주었으면 좋겠다. 뿌리까지
성기를 박아 거칠게 흔들리면 어떤 기분일까.
“그란, 그란. 못 참겠어요. 하아, 제발.”
“무엇을? 뭘 조르는지 정확히 말해라, 황녀.”
멋지고, 난잡하고, 게다가 이상형에 딱 맞는 캐릭터를 앞에 두고 아이벨은 초조하다는 듯이 엉덩이를
잘게 흔들었다.
스윽, 스윽, 소리와 함께 음액이 그의 성기 위를 질척하게 비볐다. 눈앞의 공략 캐릭터를 돋우기 위해
아이벨은 마구 입을 움직였다.
“뜨겁게 키스도 한 사이에. 아아, 언제까지 이렇게 괴롭힐 거예요. 아래가 뜨겁단 말이야. 당장 당신의
이걸 꺼내서…….”
“황녀. 내 좆이 그렇게 좋아? 나보다 내 성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크고 두꺼운 게 좋지 않으면 어떤 게 좋으라는 건데요, 응?”
“좋아. 그러면 원하는 대로 해 줘야지.”
“아.”
“빨고 짓씹고.”
“…….”
“한 입에 넣고 물고 빨아 주겠다.”
그가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한껏 내밀던 그녀의 젖을 깨물었다.
“……읏!”
그녀의 반응에 그는 속옷 위로 젖꼭지를 잘근거리면서 물었다가 타액으로 적시기도 하며 웃었다.
손으로는 부드럽게 전신을 희롱했다.
바들바들 떨리는 흰 등도, 동그란 어깨도. 손에 쥐어 터뜨릴 듯이 가슴을 쥐었다가 뜨거워진 입술도
매끄럽게 문질렀다.
“인간의 살은 놀랍도록 부드럽고.”
“으, 읏! 그란, 아!”
“말랑하군. 녹아내리는 것 같다.”
얇은 속옷 따위는 축축한 타액으로 젖어 분홍색의 살점을 고스란히 내비쳤다.
“이곳은 특히 귀여운데.”
그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유두를 지그시 물다가 강하게 빨아들였다. 쭙, 쭈웁 거친 소리와 함께 아이벨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아, 읏, 으, 그렇게 세게 빨면……!”
반듯한 척추 선을 따라 훑어 내리는 그의 손길이 거칠었다.
젖꼭지가 빨릴 때마다 아이벨은 고개를 저으며 신음을 터뜨리며 제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남자를
끌어안았다.
“하아앙!”
아, 너무 좋아. 더 세게 빨아 줘!
방금까지 자신이 거칠게 빤 한쪽 유두를 바라보며, 그는 다른 쪽 가슴에 얼굴을 옮겼다.
그리고 반투명한 속옷 너머 비추는 말랑하고 여린 색, 좋은 향기까지 품은 작은 살점을 입술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황녀는 내 가슴이 좋다고 했지만, 역시 난 이쪽이 더 좋군.”
“아…….”
“아주 예쁜 젖이야.”
“읏, 당신 일부러 자꾸……!”
그란은 빨고 빨아도 부족하다는 듯이 젖가슴을 강하게 쥐었다. 뾰족하게 세워진 유두를 입술로 지그시
물고 빨며 괴롭혔다.
“아읏!”
말캉하게 이지러지는 흰 살덩이가 커다란 손에 한가득 차올랐다.
“빨아 주면 이렇게 꼿꼿하게 서는 게 귀엽다. 직접 빨아 주고 싶어.”
“으응. 좋아. 얼른 그렇게, 그렇게 해…….”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그란은 거추장스럽다는 듯이 가슴을 가리는 천을 가볍게 찢어 버렸다. 부욱! 가슴이
흔들리며 남자의 눈앞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희고 부드러워 보이는 살덩이에 시선이 내리꽂혔다.
축축하게 젖은 유두가 찬 공기와 닿자 아이벨은 읏, 짧은 신음을 터뜨렸다.
“직접 보니까 더…… 그대의 젖이 훨씬 예쁜데.”
“하아, 하아. 예쁘기만 해요?”
“아니.”
“그러면?”
아이벨은 알고 있었다. 훤히 드러난 제 젖가슴을 보며 눈앞의 남자가 마치 맛있는 성찬을 앞에 둔 것처럼
입맛을 다시는 것을. 일부러 가슴을 내밀면 더 흉흉하게 짙어지는 눈을 보면 분명했다. 그란도 그녀를
원하고 있었다. 상대가 제게 욕정을 품는 것. 그건 아주 아찔한 기분이었다.
“아주 맛있는 향이 나.”
“어떤 향……?”
“씹고 싶고, 빨고 싶은.”
게임이 아니라 사실처럼, 차마 표현하지 못할 만큼의 뜨거운 욕구가 치솟아 올랐다. 배 속이 가득 죄이며
질구가 움찔움찔 수축하고 조였다.
크릉……. 허기진 짐승 소리가 울렸다.
환히 드러난 흰 가슴을 커다란 혀로 핥으며 남자가 웃었다. 흰 앞니가 탱탱하고 말랑한 분홍색의 유두를
잘근 씹었다. 그리고 킁, 킁. 제 타액에 젖은 그 귀여운 살점에 짐승처럼 코를 가져다 댔다.
“아주 좋은 냄새.”
“……!”
그의 숨결이 닿을 때마다 아이벨에게는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마계 짐승이 그곳에서 피어오르는 진득한
성액의 향기를 맡고 만족스러운 숨을 내쉬며 제 것을 더욱 세웠기 때문이다.
바지 안에 있는 그것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이 발기해 그 열기를 고스란히 맞닿아 있는 그녀의
아랫구멍에 전달했다. 꼭 그곳에서 심장이 뛰는 것 같았다.
“아아, 그란, 그란.”
“재촉하지 마라.”
“하지만 나…….”
안달이 나고 초조해졌다. 빨리. 저 안에 있는 것을 꺼내서 손에 쥐고 아래로 품고 싶었다.
“그란, 으응. 뜨거워. 뜨겁고 간지러워.”
“엉덩이를 가만히 두지 못하는군.”
그 무감한 말에 절로 울분이 솟았다.
“아아, 당신의 아래가 자꾸 찌르잖아……. 다 당신 때문이에요. 그렇게, 읏, 자꾸 커져서 내 아래를
찌르고 있으면서.”
“아니. 네 탓이야.”
“왜……?”
“당신한테 나는 향기 때문에, 좆이 터질 것 같으니까.”
그 향기라는 건 제 은밀하고 깊은 곳에 흡수시켰던 성액을 말하는 걸까. 모르겠다. 그의 허벅지에 앉아
팬티 한 장을 제외하곤 헐벗은 아이벨은 점점 머리가 멍해졌다.
“하아, 잠깐만.”
너무 후끈거려서 이상했다.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제대로 박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좋은 건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좋긴 좋지만, 정신을 좀 차려야…….’
그가 물고 빤 가슴을 손으로 가리며 호흡하자, 그란은 그 잠시를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손목을 쥐어
벌렸다. 다시금 육체가 휙 달라붙었다.
열기가 맞닿아 뜨거웠다.
그게 황홀하게 좋았지만.
“아무 데도 가리지 마, 황녀.”
으르렁거리는 음성.
그리고 짙어진 눈동자.
아이벨은 바짝 굳었다.
“아직 제대로 빨지도 못했어.”
“아……!”
곧이어 날것 그대로의 흰 가슴이 다시금 그의 시야에 담겼다.
모양 좋은 입술을 혀로 적신 남자가 파르르 떨리는 젖가슴 위를 숨결로 희롱했다.
뾰족하게 세운 혀가 속옷째로 빨았던 부위를 부드럽게 간지럽혔다.
“황녀. 여기에 무엇을 했지?”
아이벨은 눈을 질끈 감았다.
“흐읏, 거긴 아까, 시녀들이.”
“성액으로 이곳을 적셨나?”
“아! 으응, 응! 그랬, 그랬어요. 하아!”
“어떻게? 매만지고 문질렀어?”
그리고 대답하기도 전에 쭙.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게 젖꼭지가 빨렸다.
“……! 하악……!”
맨살에 닿는 그 뜨거운 감촉에 아이벨은 눈앞이 하얗게 변하는 기분이었다.
그의 타액에는 마기가 담겨 있어서 닿은 부분에 기이한 찌릿함을 퍼뜨렸다.
이상해. 정말 미칠 것 같아.
“으, 읏! 아응!”
쩌업, 쩝. 쩌업.
게걸스럽게 빠는 소리가 울렸다. 남자는 입을 크게 벌리며 그녀의 젖을 삼킬 듯이 빨고 씹었다. 그 힘이
아주 거셌다. 피부가 아릿하게 땅기고 여린 살점에 짜릿한 통증이 번질 만큼.
“흐읏, 읏!”
발작하듯 쾌락으로 흔들리는 육체를 지그시 누르고 엄마 젖을 빠는 어린 짐승처럼 매달렸다.
“하읏, 그란!”
흰 피부에 깨물린 흔적이 번지고, 귀엽게 서 있던 젖꼭지는 점점 안쓰럽게 부어올랐다. 잘근거리며 씹고
또 짓씹고, 혀로 문지르다가 유두를 떨어뜨릴 듯이 빨아 댔기 때문이다. 젖을 빨릴 때마다 온몸에 힘이
축 빠졌다.
이제 아이벨은 젖을 빠는 그의 팔에 온전히 의탁한 채 팔다리를 늘어뜨린 채였다.
“하아, 하아…….”
눈물이 찔끔거리며 흘렀다.
몇 번의 가벼운 절정으로 인해 그녀의 아래는 흥건한 애액으로 소변이라도 싼 것처럼 난잡하게 젖어
있었다. 남자가 아프게 짓씹고 빨아 댄 젖꼭지를 위로하듯 부드럽게 빨았다.
“하아, 하아. 그란, 이제 거기 그만…….”
“나는 젖을 더 빨고 싶은데.”
“으으…….”
더는 안 돼. 아이벨은 방치된 제 아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란. 나 여기 너무 뜨거워요.”
“…….”
“여기 정말, 죽을 것 같아. 응?”
도톰한 둔덕이 푹 젖은 천에 달라붙어 고스란히 형체를 드러냈다. 짙어지는 수컷의 시선 아래 아이벨은
다리를 활짝 벌렸다.
푹신한 침대로 굴러떨어지는 그녀를 받치며 커다란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치켜올렸다.
“하아, 황녀.”
“그란, 이 자세는 너무, 으응.”
“아니. 더 벌려, 황녀.”
“……!”
“더 활짝.”
허벅지가 더 크게 벌어져 아래에 앉은 남자의 팔 위로 떨어졌다. 그때, 그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코와
얇은 천으로 덮인 둔덕은 숨결이 닿을 듯 지척이었다. 시선이 그녀의 은밀한 입구를 또렷하게 응시했다.
“흐읏…….”
아이벨은 그 광경에 더 흥분했다.
검지와 중지로 천에 젖은 아래를 벌리며 푹 젖은 구멍을 짓누르며 들쑤셨다.
“으응, 읏, 응!”
“하아, 빌어먹을.”
손가락이라도 박아야 이 열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벨은 가쁘게 숨을 쉬며 엉덩이를
들썩였다. 탱탱하게 선 음핵이 손가락에 짓눌리자, 그때마다 구멍이 발씬거렸다.
“흐으, 아래. 여기……. 여기가 뜨거워.”
“알아. 난잡하게 움찔거리고 있으니까.”
“으…….”
엉덩이가 움찔거리며 재촉하듯이 흔들렸다. 그에 그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신음을 흘리며, 손을
움직였다. 커다란 손이 달라붙은 속옷 아래 빤히 보이는 음부를 훑었다.
“흣!”
“더는 안 되겠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
“그대 때문에 좆이 터질 것 같아서 못 참겠다고.”
“아…….”
아찔하게 신음을 흘리자 그가 몸을 뒤로 물리며 짓눌리고 있던 제 성기로 손을 내렸다. 딸깍, 바지의
단추가 풀리며 꽉 억눌리고 있던 거대한 성기가 휙 튀어 올랐다.
“하아.”
아. 맙소사. 아이벨은 입을 벌렸다.
“왜, 너무 커서 징그럽나?”
징그럽다고 해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이 부드럽게 주의를 주는 남자의 의도를 그녀는 몰랐다.
징그럽냐고?
천만에!
“진짜.”
그녀는 그저 멍하니 눈이 풀어진 채로 몸을 일으켰다. 넓은 침대를 기어, 무릎을 꿇듯 앉아 있는 남자의
허벅지 위에 손을 올렸다.
“정말 당신 것 너무…….”
팽팽히 긴장한 그의 하체를 바라보다 완전히 그의 바지를 끌어 내렸다.
“너무 완벽하잖아.”
“하아?”
가만히 관찰하는 듯 지켜보던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도 그녀의 손짓에 따라 기꺼이 모든 옷을
벗었다. 속옷마저 벗어 완전히 실오라기가 된 남자를 두고 아이벨은 침을 꼴깍 삼켰다.
“왜 이렇게 커요……?”
바지 아래의 실루엣만으로도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던 대물이 눈앞에 있었다.
아주 크고. 정말 큰 그것.
“여기부터 너무…….”
꼿꼿하게 선 버섯 모양의 귀두는 징그럽게 커다랬고, 굵직하게 부푼 기둥과 그 살덩이를 따라 선연하게
솟아 있는 핏줄들은 전체적인 외양을 흉악스럽게 보이게 만들었다.
“진짜, 같아.”
“그럼 가짜겠나?”
아주 마음에 드는 장난감이라도 앞에 둔 것처럼 아이벨은 덜덜 떨리는 손을 뻗었다.
“만져도 돼요?”
“…….”
남자가 마음대로 하라는 듯 가만히 있었기 때문에, 그 갈색의 탐스러운 육체 위로 그녀의 흰 손이
얹어졌다.
“아아. 뜨거워.”
뜨끈하고 단단한 그 살덩이를 두 손으로 움켜쥐자, 움찔하면서 그것이 더욱 크게 팽창하는 것이 아닌가.
맙소사. 다 발기한 게 아니야? 이거 너무 큰데? 어쩐지 살짝 무섭기도 했다. 왜 성액이니 뭐니가
필요한지 알겠다.
물론 현실 육체는 이것보다 훨씬 작은 해면체가 아래를 파고들어 확장하고 조이는 것뿐이겠지만, 적어도
이 게임 속 세상에서는 저 커다란 것이 그녀의 아래를 가득 뚫고 흔들 것이다. 마치 진짜 현실인 것처럼.
생각에 잠긴 아이벨을 보며, 그란은 부드럽게 그녀의 금발을 흐트러뜨리고 귓불을 지그시 문질렀다.
“걱정하지 마. 도망쳐도 다 들어가게 할 거야.”
아이벨은 흥분을 감추며 웃었다.
“속마음을 읽는 능력이라도 있는 거예요?”
“표정에 다 드러나.”
그가 눈을 접으며 아이벨의 달구어진 뺨을 엄지로 문질렀다.
“인간 황족들은 좀 더 잘 숨기는 편이었던 것 같은데. 그대는 참 솔직해.”
“그러면 지금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한번 맞춰 볼래요?”
긴장하며 다시 침을 삼키자, 그란이 웃으며 아이벨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그리고 아까 잠시 만졌다가
떼었던 살 기둥 위에 그녀의 손을 얹었다.
크게 떠지는 아이벨의 푸른 눈, 흰 가슴 위로 쏟아진 금발을 움켜쥐며 그녀의 귓가에 뜨겁게 속삭였다.
“그래. 그대는 지금…….”
“으응.”
“내 좆이 맛있어 보인다는군.”
“…….”
“아닌가?”
아아, 그럴지도 몰라. 팽팽하게 발기해서 선액을 흘리고 있는 저 귀두만이라도 입에 넣고 빨아 보고
싶었던 것일지도.
“하지만 지금은 안 돼. 나중에 빨도록.”
아이벨은 발작적으로 눈을 치켜떴다.
“아, 왜요?”
왜 저 크고 탐스러운 기둥을 못 만지게 하는 건데?
“먼저 할 일이 있으니까.”
언제 만지게 해 줬냐는 듯 남자는 그녀를 뒤로 물렸다. 상체가 훅 떨어지듯 침대 위로 안착했다. 그리고
그 위로 타고 오르듯이 짓누르며 남자가 웃었다.
“뭘 하려고요?”
“황녀, 가만히.”
“아…….”
천 위로 그녀의 갈라진 틈을 뜨거운 살덩어리가 꿰뚫을 듯이 문질렀다. 그 묵직한 압박감에 아래가
바들바들 떨렸다.
“읏. 그란…….”
뭐야. 설마 이대로 하나? 바로?
제 좆을 손에 쥔 채로 그녀의 작은 입구를 가늠하듯이 바라보는 그란의 얼굴은 섹시했다. 어느새 붉은
노을은 더 짙은 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아, 모르겠다.
아이벨은 그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며 은근히 제 입구를 맞닿은 그의 성기 위에 문질렀다. 저 무뚝뚝한
얼굴이 어떻게 욕정에 차오를지, 빨리 보고 싶었다.
“그란. 어서 넣어요. 응? 그렇게 괴롭히지 말고…….”
시선이 또렷하게 마주쳤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몇 번이나 본 표정이 남자에게 떠올랐다.
“지금 날 그렇게 도발하면 좋은 꼴을 못 보게 될 텐데?”
비죽 웃음이 흘렀다. 그는 그녀가 원하는 바가 그것이라는 걸 너무 모르는 것 같았다. 엉덩이가
움찔거렸다.
“나는, 읏, 뭐든 좋을 것 같은데요, 앗.”
“그래서. 이대로 바로 찔러 넣으라?”
“으응, 그렇게 해요…….”
“피를 보고 싶나?”
“그것도, 하아, 나쁘지 않을지 몰라.”
성액 묻힌 딜도로 제법 풀었으니까 저것도 어떻게 넣으면 안 될까?
차오르는 정욕으로 말도 안 되는 것을 합리화하려고 하는 아이벨을 파악한 것처럼, 그란이 빤히 그녀를
내려다봤다.
“황녀.”
“응…….”
할딱이는 숨과 꼿꼿하게 선 젖꼭지와 당장 박고 싶다는 듯 풀어진 눈, 그리고 빠끔거리면서 질질 싸고도
모자라다는 듯 푹 젖은 질구까지.
“그대가 내게 오기 전 성액으로 아래를 질펀하게 쑤시고 풀었어도 그걸론 부족해.”
“하아, 하, 그러면?”
그는 손을 뻗어 남아 있는 그녀의 얇은 속옷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입구가 너무 작아.”
“읏!”
“그댄 모두 너무 작아.”
모든 옷이 그러했듯 그의 괴력에 작은 삼각형의 속옷은 가련하게 찢겨 나갔다.
“앗…….”
“다 하얗고, 너무 물러.”
방울져 애액으로 푹 젖은 수풀이 드러나고, 아까부터 성액에 자극받은 여체에서 흐르던 애액의 향이 방
안에 짙게 번져 나갔다.
“게다가 봐, 황녀.”
“……!”
그는 발정 난 개처럼 그 음란한 입구에 코를 박았다. 뜨거운 숨결이 둔덕에 닿고, 반들반들한 애액이
그의 콧날에 문질러졌다.
“그대의 아래는 이렇게 풋풋한 향을 풍기는데.”
아, 빨리. 제발 그만하고 빨리.
“움직임은 야해 빠졌어.”
“……!”
“손가락만 넣어도 버거워하겠군.”
아이벨이 제 허벅지를 양손으로 쥐며 재촉하기 위해 입을 빠끔거리는 순간, 예고도 없이 굵직한 손가락
하나가 그녀의 입구를 파고들었다.
“으……!”
아까 전의 매끈하고 부드러웠던 딜도가 파고들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각.
어설프게 제 스스로 손가락을 집어넣으며 애써 자위하던 때와도 전혀 다른 것이었다.
“아, 앗!”
“조이고 뜨거워.”
“으, 으읏!”
“천천히 늘려 주지.”
그란은 손과 발, 체구 모든 것이 큰 만큼 손가락의 굵기도 남달랐다. 관절 마디마디마다 툭 튀어나온
굵은 손가락은 언제 부드럽게 애무를 했었냐는 듯이 그녀의 질척한 입구를 거칠게 꿰뚫었다.
“……으! 아!”
푹, 끝까지 박히고, 손톱까지 빼내어 반들반들하게 젖은 손가락을 다시 강하게 푹 박았다. 애액이 튀어
오르며 왕복하는 움직임에 따라 구멍이 연신 찔꺽거렸다.
“아으, 읏! 응, 응!”
“황녀, 내 손가락은 맛있나?”
“아, 아앙, 앙!”
“기분은 좋은 것 같군. 다행이야.”
“아응, 응! 왜 나만, 아, 아앙!”
“걱정 마. 다 넓히면 내 커다란 것으로 그대의 구멍을 막아 주지. 그러면……. 피를 질질 흘리게 될지도
모르겠군.”
“아, 으, 읏!”
“그러니 그렇게 되지 않게 준비해야 해. 온전한 내 짝이 되기 위해서는. 그러니 참아, 황녀. 곧 내 것을
박고 씨물을 채우고 마기를 퍼부어 줄 테니까.”
“아응……!”
“그대가 도망가려고 해도 엎어 놓고 박을 거야.”
“아응, 응!”
굵은 손가락에 꿰뚫려 아이벨은 침대 위에서 엉덩이를 흔들며 신음했다.
그란의 다른 손은 흔들리는 음란한 젖가슴을 용서할 수 없다는 듯이 강하게 움켜쥔 뒤 주물럭거렸다.
“읏, 읏, 읏!”
척, 척, 쑤석거리는 손가락은 좆처럼 그녀를 꿰뚫었다. 음핵이 짓눌리고 발작적인 신음이 솟구쳤다.
“아앙, 앙!”
점점 빨라지는 그란의 손짓이 얼마나 강한지, 아래를 때리는 것 같은 묵직한 소리와 함께 침대 위의
아이벨은 들썩들썩 흔들리며 파도처럼 솟구쳤다.
꽉 잡힌 젖가슴이 아니었다면 침대 헤드까지 밀려났을지 모를 거친 움직임이었다. 그런데 아프면서도 또
그게 미칠 듯이 좋았다.
과격하고 거친 움직임, 그 모든 것이.
아아, 정말 미쳐 버렸나 봐.
“하으, 응, 거기 좋아, 아, 으응……!”
아이벨이 집요하게 질 벽을 짓누르고 파고드는 손짓에,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몸을 돌리자 젖을 희롱하던
손이 내려와 그녀의 허벅지를 활짝 들추었다.
“하아. 황녀.”
숨기지 말라는 듯 아예 그녀의 한 손으로 잡아 올려 그의 어깨 위에 걸쳐 놓기까지 했다.
“앙, 하앗, 응!”
“황녀. 손가락을 끊어 먹을 것 같아.”
질척, 질척.
“아하. 여기가 특히 좋아?”
“아……!”
“예민한 곳이 깊은 데 있어.”
꿀쩍거리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굵직한 손마디가 그녀의 점막을 강하게 긁었다. 예민하게 떨리는 곳곳을
찌르고 파헤치며 그는 아이벨의 안을 파악해 나갔다.
애액이 솟구치고, 그가 예민한 지점을 찔러 넣을 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한껏 내밀어지며 파르르 떨렸다.
“아앗, 읏! 그란, 아!”
“손가락 하나로는 부족하겠지. 알아.”
“아, 아니, 으응!”
“걱정 마라, 황녀. 더 찔러 줄 테니.”
“……!”
푸욱! 강하게 박히는 손가락은 두 개가 되었다. 한껏 벌어진 질구는 아픔도 모른다는 듯 곧 우물거리면서
맛있게도 파고든 것을 씹고 삼켰다.
“하윽!”
“두 개로도 모자라나?”
“아니, 아니야, 앙!”
“걱정하지 마라, 조금씩 넓히고 있으니까.”
집요하게 그녀의 아래를 헤집던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어깨에 들린 허벅지가 허공으로 치솟아 흔들렸다.
“아읏!”
“벌려야지, 황녀. 그래야 잘 보고.”
“으, 읏!”
“박아 주지.”
아윽, 윽! 고개를 숙인 남자가 그녀의 입술을 빨았다. 부드럽고 안온하게 입술 위를 혀로 핥다가 곧 거친
움직임으로 그것을 갈라진 입술 틈으로 쑤셔 박았다.
“으으, 으읍, 읏!”
목구멍에 닿을 듯이 처박히는 혀와 질질 흐르는 타액, 활짝 열려 이제 손가락을 세 개까지 물며
헤집어지고 있는 아래까지.
아이벨은 정신이 나가 버리는 것 같았다.
“아앗, 앗, 응!”
콱! 하고 안을 강하게 찌르자, 순간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
극점을 찌른 것처럼 도무지 참을 수 없는 절정에 그녀는 비명 같은 것을 내지르며 왈칵 애액을 쏟아 냈다.
질 벽이 와르르 경련하며 안에 담긴 손가락을 꽉꽉 물었다.
“하아, 하…….”
흥건히 젖은 눈물을 흘러내리며 아이벨은 거친 숨을 내쉬었다.
뭐야, 이게. 아직 삽입은 하지도 않았는데, 나만 몇 번을 간 거야?
이제 그란은 활짝 벌어진 제 허벅지를 매만지다가 그녀의 다리를 한쪽만 치켜올려 벌어진 사이를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 뚜렷하게 곧추선 흉악한 성기.
‘하아.’
이미 저 굵은 손가락을 세 개나 먹어서 풀어진 아래는 당장 성기를 찔러 넣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기대감에 배 속이 가득 조였다.
손가락만으로도 이렇게 좋았는데, 저 커다란 것이 찌르면 어떤 기분일까?
“그란, 얼른. 얼른 넣어요.”
“…….”
그런데 그는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입구를 한 번, 그리고 아이벨의 애액으로 잔뜩 젖은 제 손을 한 번
보며 마뜩잖은 숨을 내쉬었다.
“……뭐야, 왜 또 그래요?”
“아직 작아. 부족하다, 황녀.”
“하아, 하아? 뭐라, 뭐라고요?”
“한번 시작하면 멈추지 못할 텐데 네 입구는 너무 작아.”
무슨 소리야, 그게. 설마 이렇게 쑤셔 놓고 안 하겠다고? 전희만 한 시간을 찍어 놓고!
울화와 울분이 치솟았다. 공략 쉽다고 했는데, 아직 10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러면 순 사기 아닌가…
…!
아이벨이 다급히 일어나려고 할 때, 씩 웃은 그란이 그녀의 양쪽 허벅지를 손 가득 움켜쥐었다. 그리고
뭘 하기도 전에 다리를 잡고 활짝 벌렸다.
아주 활짝.
“하지만 마족의 타액엔, 그 짝을 위한 특별한 효과가 있지. 그러니 이제부터 그대의 아래를 빨 거야.”
“아…….”
“허락하겠나, 황녀?”
“뭘…….”
“내가 그대의 아래를 빨아도 되나?”
몸이 바짝 굳었다. 꽤 신사적으로 굴었던 것 같은 남자의 얼굴 위로 잔인한 빛이 서려 있었다.
정말로, 진짜 인간이 아닌 마족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저릿하게 번지는 기운에 심장이 펄떡였다.
잡아먹히고, 또 잡아먹히게 될 것을 알게 된 사냥감처럼.
노란 눈동자가 잔인하게 빛났다.
“혀로 가득 쑤셔 성액과 내 타액을 모두 품게 해 주지. 짐승처럼, 난잡하게 아래를 흔들며 싸고 또 싸게
될 거야. 황녀.”
음험한 말이 쏟아질수록 기대에 움찔움찔 떨렸다. 그걸 착각한 모양인지, 남자가 안타깝다는 듯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내 짝이 된다는 건 그런 거다. 아래에 짐승의 좆을 박고 정액으로 가득 찰 때까지 교미하며 흘레붙게
되겠지. ……하지만 황녀. 거부해도, 싫다고 해도 늦었어. 그댄 이제 도망 못 가.”
“아!”
침대 위로 다시 쓰러진 그녀는 공중으로 들리다시피 했다. 그리고 제 아래에 그가 얼굴을 처박는 것을
보았다. 혈관을 타고 피가 터질 듯이 빠르게 돌았다.
‘아아……. 저기에 혀가 닿으면.’
정욕으로 들끓는 눈매가 그녀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움켜쥐고, 크게 벌린 입이 도톰한 둔덕을 한껏 삼켜
쩌업, 거칠게 빨았다.
“하앙……!”
아이벨의 눈이 크게 뜨였다. 전신이 경련하며 튀어 오른다. 손가락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자극이 예민한
구멍에 몰아쳤다.
“……!”
외음부를 파헤치고 발긋한 속살로 진입한 두껍고 뜨거운 혀는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음핵을 집요하게
쑤시다 들어갈 곳을 찾았다는 듯 녹진한 구멍으로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아니, 들쑤셨다.
“……힉!”
쑤욱 소리를 내는 것처럼 혀가 구멍 안 여린 질 벽을 핥기 시작하자, 아이벨은 참기 어려울 만큼 강렬한
쾌감이 구멍으로부터 전신으로 번지는 것을 느꼈다. 눈앞이 번쩍거렸다. 꼭 실금이라도 할 것처럼 참을
수가 없는 쾌감이 몰아쳤다.
“하읏, 그, 그란, 아, 이상해, 이상하…… 아앙!”
저를 구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이의 이름을 부르짖자, 기껍게 웃은 남자는 그에 대답하듯 더욱 큰 소리를
내며 아래를 탐욕스럽게 빨았다.
누가 제 아래를 빨고 입으로 애무한 적이 처음이었던 아이벨은 머리가 하얗게 변해 제대로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너무 좋고, 또 좋아서 뜨거웠다. 뇌가 녹는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게임 속이라서 이런 걸까. 아니면 저 남자가 정말 마족이라 그런 걸까.
“으, 읏……! 아응!”
그의 넓은 어깨 위에 올라가 있는 다리가 빳빳하게 펼쳐지며 흔들렸다.
뜨겁고, 축축하고, 강하게 압박하는 부드럽고 말랑한 혀가 아이벨의 음란한 질구를 들쑤셨다.
“흐으, 읏, 그란, 으! 아아, 거기 좋아, 응!”
혀가 간지럽히듯 꾸물거리며 들썩이는 질 벽을 파헤쳤다. 그러면서 마기가 듬뿍 담긴 짐승의 타액을
꾸역꾸역 안으로 흘려 넣었다.
굵직한 손마디로 들쑤시며 헤집어 놓은 기분 좋은 곳들이 혀가 부드럽게 마찰하며 쓸어 올렸다.
치덕거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타액과 애액으로 범벅이 된 밀부에서는 차마 설명하기 힘든 야한 향기가
넘실거렸다.
아이벨은 제 눈앞에 안내 창이 어른거리는 것을 보았다.
 
[질구로 마족의 타액을 흡수하셨습니다!
발정의 씨앗이 발화합니다.
성액과 결합하여 양분을 얻습니다.
히든 루트, 달성까지 8 시간 2 분 남았습니다. 발정의 씨앗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세요.
당신이 마족의 짝으로 개화하면, 신도 악마도 주지 못한 쾌락을 경험하게 될 거랍니다.]
 
어쩐지 상태창의 말투가 바뀐 것 같았다. 하지만 더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구멍이 움찔거리며 파고든 혀를 조였고, 구멍이 개폐할 때마다 그 조임은 더욱 쫀득해지고
강렬해졌다.
‘너무 좋아서…… 힘들어……!’
아찔한 감각에 아이벨은 이제 눈물마저 폭포수처럼 흘리고 있었다. 내뱉는 단어들도 뚝뚝 끊겨 사람의 말
같지 않았다.
온몸이 그를 향해 반응하고 열렸다. 뭍에 올라온 물고기처럼 파득거렸다.
기껍게 쓸어내리는 두껍고 커다란 손에 파들파들 경련하는 피부 곳곳이, 그를 제 속살 깊은 곳에 가두고
엉덩이를 뒤흔들며 혀가 파고들 때마다 반응하고 있는 제 모습 또한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 된 것 같았다.
상태창의 말대로 발정의 씨앗을 안에 키워, 마족의 짝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처럼.
게임 속의 이 접촉이 너무 좋아, 돌아가야 하는 현실의 복잡했던 일이 모조리 먼지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주 가볍고 무가치한 것들처럼 느껴졌다.
“히읏…… 읏, 으응……!”
혀가 깊은 곳까지 닿으며 문지르지는 못했지만, 그 열기와 축축함은 성기보다도 강렬했다.
아이벨은 질구를 빨며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음핵까지 짓누르는 그란의 손놀림에 그대로 절정에 이르고
말았다.
“하악……!”
파도처럼 덮치는 감각에 그녀는 수치도 모르고 크게 교성을 내질렀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며 흰 피부가 붉은색으로 물들었고, 허리는 활처럼 휘면서 떠올랐다.
부드러운 허벅지는 제 아래를 쑤시고 핥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가득 조였다.
하앗, 흣, 뭔가가 강하게 흘러나오는 소리와 함께 질퍽한 애액을 분수처럼 싸 버렸다.
아, 맙소사.
그렇게 겨우 정신이 든 아이벨이 본 광경은…….
“읏, 그란, 당신 얼굴…….”
그 조각 같은 이목구비 전부가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그란 폰 로렌베르크의 얼굴이었다.
‘아, 젠장.’
그런데 그게 뭐라고.
질펀하게 젖은 그 모습이 그렇게 섹시한지, 보고 있기만 해도 방금까지 절정으로 풀어진 아랫구멍이
다시금 움찔거리며 조이는 것이다. 배 안쪽 깊은 곳이 바짝 조이며 쾌감이 번졌다. 야해 빠진 남자의
얼굴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멍하니 바라보는데 그의 모양 좋은 입술이 벌려졌다.
“그대 때문에 젖은 내 얼굴이 마음에 드나?”
그란은 그 생각마저 아는 것처럼 나른하게 웃으며 방금까지 제 구멍을 들쑤신 혀를 길게 빼 입술에 묻은
애액을 핥아 먹었다. 그리고 그는 거침없이 다가와 침대 위에 그녀를 제대로 눕힌 후, 다리를 벌렸다.
모든 과정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뭘…….”
“황녀.”
“흐으, 잠깐만요. 나 지금 너무 예민해서…….”
“이제 그대가 바라는 대로 해 줄 차례다.”
“아?”
단단한 허벅지가 아이벨의 다리를 받쳤다. 커다란 손은 말랑한 엉덩이 한쪽을 쥐었다. 다른 손은
불긋불긋해진 하얀 젖가슴을 꽉 쥔 채로…….
그대로 삽입했다.
“……!”
퍼억-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흐……!”
아이벨은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 채로 눈을 크게 뜨며 경련했다.
거대하고, 뜨겁고, 그 단단한 살 기둥이 그녀의 아래를 거칠게 뚫어 버린 것이다.
빠듯하게 안을 채우는 그 질감과 고통, 그리고 쾌감은 여태까지와는 비교할 바도 못 됐다.
“……! 아……!”
발정 난 짐승처럼 흉흉한 얼굴을 한 채로, 노란 눈동자가 그녀를 집어삼켰다.
“다, 넣었어.”
남자는 끅, 끄윽 소리를 내는 그녀를 보며 잔인하게 웃었다.
팽팽하게 당겨져 그의 기둥을 삼킨 축축한 입구를 손으로 덧그리면서 여린 살을 희롱하며.
“넣는 것만으로 간 거야?”
“흐……!”
“황녀, 음란해.”
“자, 암깐, 아, 아!”
“기다리기 힘들군.”
말도 안 돼. 난 아직 가고 있는데!
커다란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받치고 공중으로 살짝 연결된 하체를 들어 올렸다.
예민한 깊은 곳이 가득 찔러져 박힌 채였다. 절정에 올라 애액을 분수처럼 쏟아 내는 중인 아이벨은 그가
하체를 들어 올려 더 깊어진 결합에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아, 하읏, 아, 안, 아직 움직이지, 아, 아, 가는 중, 아아앙!”
“좋아. 가득 조여.”
빠끔거리는 질구가 찢어질 듯 박혀 있던 좆이 거침없이 밖으로 빠져나갔다.
푸욱, 푹. 푸욱!
콘돔 따위 씌우지 않은 그 뜨거운 생좆의 감각에 아이벨은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안, 잠깐, 하악!”
절반쯤 살 기둥이 빠졌을 때, 그것은 다시 처음처럼 강한 속도로 질 벽 안으로 처박혔다.
“아악!”
“못 멈춘다고 했을 텐데.”
“하악, 읏, 으응! 그란, 아!”
“박고 또 박을 거야. 그대가 날 발정에 이르게 했으니, 책임져야지. 이 음란한 구멍으로 내 것을
받아먹고 또 받아먹어야 해.”
“아……!”
“그러기로 약속해, 황녀. 내 정액을 맛있게 삼켜 주기로 어서 약속해라.”
“으, 응, 아! 그, 그럴, 그럴게요, 아, 악!”
퍽! 퍼억! 정말 주먹으로 맞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아이벨의 눈은 거의 반쯤 뒤집히며 흔들렸다.
타액이 뺨을 타고 줄줄 흘렀다. 그런데도 남자는 거침없었다.
한순간 쉬는 것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듯 그 거근을 뚫고 좁은 길을 마구잡이로 늘렸다.
흐윽, 헉, 흐윽!
푹, 푸욱.
“흐읏, 읏……! 앙!”
“하아, 후우.”
난잡한 숨소리가 아이벨의 입에서 흐르는 것인지, 아니면 남자의 것인지도 모르겠다.
짙은 시선 속에서 더욱 크게 팽창한 두꺼운 귀두가 뜨겁고 부드러운 질 벽을 마구 쑤셨다.
“흐으, 읏, 읏, 응! 아아, 죽을 것 같아, 아! 찢어질, 찢어질 것…… 아앙!”
“잘 늘어나고, 있다.”
“거짓말, 으응, 응!”
“아주 맛있게 삼키고 있어.”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마찰하는 입구가 쓰라릴 정도로 처덕처덕 소리가 들리며, 굵직한 성기가 만족을 모르는 것처럼 구멍을
늘렸다.
자궁 입구까지 뚫어 버릴 듯이 퍽 퍽 강하게 때리며 박혔다.
“아, 앙, 아!”
“하아, 미치겠군.”
단단한 근육질의 남자는 모든 부분이 딱딱해서 아팠다. 쳐올릴 때마다 철썩거리며 부딪치는 허벅지조차 꼭
살을 때리는 것 같았다.
“보여, 황녀?”
“흐으…… 읏!”
흥분을 감출 수 없다는 듯 그르렁거리며, 그란이 손을 뻗었다.
납작한 복부에 성기의 윤곽이 보일 듯 흔들리는 것을 보며 짐승은 흥분한 것 같았다.
거대한 물건을 안으로 처박을 때, 날씬한 배 위에 손을 얹고 그것을 만끽했다.
“하악, 응!”
그럴 때마다 더욱 압박이 심해져 도리질을 치는 아이벨의 얼굴은 굉장히 야하고 음란했다.
“하아, 죽을 것처럼 좋아.”
“좋, 당신도 좋아? 흐으! 앙, 나, 나도…… 깊게, 아, 앙! 찔려서…… 흐응, 응!”
“인간의 구멍 따위, 내 것을 제대로 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으, 읏…… 앙, 아앙! 뜨거워, 아!”
“아주 좋아. 딱 맞는 것 같지 않나? 여길 이렇게 찔러 주면.”
“하앙! 으응……!”
“맛있게 조여.”
구멍에 꽉 끼운 성기가 연신 흔들렸다.
시야가 흔들리며 커다란 갈색의 손은 젖가슴 양쪽을 희롱했다.
가득 쥐었다가 하나로 모아 뾰족한 유두를 입으로 쭉쭉 빨았다.
“으응, 아, 아아, 아, 너무, 너무……!”
“황녀, 그대는 음란해.”
“아아, 앙, 아, 거기, 아!”
“여기가 좋아? 왜, 몇 번을 들쑤셔도 만족을 모르지? 하아, 짐승은 내가 아니라 그대인 것 같군. 좆을
잘라먹겠어.”
“아아, 그란, 제발 좀……! 아!”
너무 빠르고 또 너무 거칠었다. 마구 치대는 거대한 짐승처럼 그에게 휩쓸려 아이벨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쾌감이 너무 세 숨을 쉬기가 힘들어 몸을 일으키면, 커다란 손이 도망치지 말라는 것처럼 그녀를
쓰러뜨렸다. 엉덩이를 물리면 더 깊이 박으며 신음했다. 그는 막무가내의 아이 같이 달려들었다.
한순간도 멀어지기 싫다는 듯, 철썩거리며 치받는 좆이 한계까지 괴롭히며 그녀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아이벨은 느끼면서 박히고 덜덜 떨리며 애액을 뿜어내는 채로 구멍을 받아 내야 했다.
찌걱, 찌걱 애액은 이제 거품까지 내며 그의 선액을 흡수했다.
빨갛게 부푼 말랑한 젖꼭지는 그의 날카로운 송곳니 아래 짓씹히고, 흰 피부 곳곳에는 남자의 커다란
손자국이 생겼다 성액의 힘으로 지워지길 반복했다.
‘뜨거워, 뜨거워서 죽을 것 같아…….’
모든 육체가 변화하고 있었지만, 아이벨만 그걸 몰랐다.
고통을 느끼며 경련했던 입구는 이제 그 거대한 몽둥이를 삼키고도 맛있다는 듯이 움찔움찔 더욱 강하게
안으로 빨아들였다.
“황녀.”
“하, 으…….”
“그대가 맛있게 먹는 소리가 들리나?”
“응, 앗, 앗, 응, 그런 소리 하지……!”
“이 구멍이 얼마나 맛있게 좆대가리를 빨고 있는지 들려?”
“안, 안 들…….”
“거짓말.”
쭙, 쭙, 입으로 삼키는 듯한 소리가 날 때마다 짐승은 참기 힘들다는 듯이 더욱 몸을 치대며 아이벨을
깔아뭉갰다.
“들리잖아.”
“으, 응, 응!”
단단한 근육으로, 거대한 육봉으로. 안을 박고 또 박아도 모자라다는 것처럼 들쑤시는 검붉은 성기는
마치 흉기와 같았다.
“그, 그란, 응, 으응, 아앙! 나 갈 것 같, 아앙, 갈 것 같아, 아아!”
“황녀. 가도 돼.”
“하으응……!”
그렇게 말하며 남자가 퍽 제대로 극점을 찔러 버리는 바람에 더는 참을 수 없었다.
“……!”
아이벨의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리며 애액을 분수처럼 쏟아 냈다.
질구가 쫀득하게 조였고, 질 벽도 느끼는 곳을 제대로 푹푹 찔러 주는 맛있는 살 기둥을 가득 조였다.
하체로 번지는 그 짜릿한 감각에 그녀의 아래에 흘레붙어 있던 짐승의 좆 또한 팽창하며 절정을 맞이했다.
“하아, 하아, 하.”
“황녀.”
“으…….”
아이벨은 멍한 눈으로 손을 내렸다. 그리고 제 배를 쓰다듬었다.
아직도 안에 박혀 있는 거대한 성기는 그 질감이 상당했으나, 아까보다는 심이 죽어 있었다.
게다가 제 안을 가득 채운 이 느낌.
‘게임이니 피임할 필요가 없지만…….’
끈적하고 뜨거운 정액이 안을 축축하게 채우고 있었다.
쿠욱 쿡, 끝까지 허리를 쳐올리며 느긋하게 마지막 한 방울까지 싸지른 남자가 거칠게 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황녀.”
아, 야해.
하아, 하 그의 커다랗고 단단한 젖이 눈앞에 흔들리는 것을 보며 아이벨이 만족스럽게 웃은 순간이었다.
꿈틀, 마치 살아 있는 뱀이 대가리를 치켜드는 것처럼 아이벨의 안에 박혀 있는 성기가 다시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
“그란!”
“하아. 그렇게 보니까.”
“뭐, 뭐라고요? 아니, 잠깐. 인간적으로 쉬는 시간은 있어야 할…… 아읏!”
팽팽하게 튀어 오르는 그 질감에 아이벨이 경악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 좆이
그녀의 내벽을 때렸다.
두꺼운 좆대가리가 내벽을 단박에 파고들어 와 숨도 못 쉴 정도로 마구잡이로 짓찧었다.
“하악, ……읏, 응!”
“미쳐 버릴 것 같군, 황녀.”
“아, 응!”
“내 짝. 그대가 정말 내 짝이 되는 건가.”
“흐, 읏, 흐읏…….”
“페로몬을 퍼부어, 네 머리부터 발끝까지 푹 담그고 싶다.”
찌걱찌걱 젖은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풀린 입구가 부피를 키운 남성을 강하게 조이고 씹었다.
그란은 거기서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듯, 이번에는 아이벨의 위치를 바꿨다. 그의 괴력에 당겨진 몸이
순식간에 휙 변했다.
“히윽!”
박혀 있는 그대로 몸을 휙 돌리는 바람에 그녀가 까무러치듯 반응하자 기분 좋게 웃은 남자는 행동을
개시했다.
“앗, 읏, 앗! 그란, 이 자세 흐으……. 너무 무거워, 아, 아!”
“난 좋아.”
엎드린 그녀를 깔아뭉갠 채, 아래를 퍽퍽 쳐올리며 눈앞에서 자극하는 그녀의 흰 목에 이를 세웠다.
그리고 꽉 깨물었다.
“하악……!”
꽉, 잇자국이 날 것처럼 살이 물릴 때마다 강하게 치받는 움직임에 안이 저릿저릿했다.
그뿐인가. 길게 누워 그의 무게를 받아 내느라 가득 짓눌린 젖가슴의 예민한 곳은 찡하게 울리는 쾌감에
그녀를 미치게 했다.
“하아, 응!”
결국 아이벨은 다시 한번 쾌감에 굴복했다. 찔러 올리는 살 기둥의 움직임에 따라 엉덩이를 앞뒤로
흔들었다.
“하아, 좋아, 으으, 흐으, 좋아!”
“맞아, 그런 것 같군. 그대의 안이 얼마나 요동치는지 모르지?”
“아앙……!”
머리부터 발끝까지 밀착하듯 달라붙은 희고 짙은 두 육체가 야해 빠진 소리를 내며 달빛 아래 처덕이며
맞물렸다.
“하읏, 읏, 읏, 그란, 아, 정말…… 당신 거 너무 커…… 아! 조금만 더 빠르게 해 봐요, 아, 아!
거기, 으응, 거기!”
“역시 황녀, 그대는 너무 솔직해.”
“그래서, 흐윽, 싫다는 거 아니잖아요, 아! 아!”
“좋아. 명하시면 따라야지.”
자세가 또 바뀌었다.
꽂힌 채로 엉덩이를 잡고 일으킨 그로 인해 아이벨은 마치 짐승이 교합하는 것처럼 엉덩이만 치켜든 채
그의 것을 품어야 했다.
푹. 푸욱!
거칠게 쳐올리던 남자가 그르렁거리며 아래에서 아찔하게 흔들리는 아이벨의 젖가슴을 쥐었다.
터뜨릴 듯이 잡힌 흰 살덩이가 비죽비죽 그의 손가락 마디를 누르며 튀어 올랐다.
한입 가득 베어 물고 씹으면 우유향이 날 것 같은 부드러운 피부의 감촉에 탄식하며, 마계 공작은
탐욕스레 부푼 좆으로 질퍽하게 박고 또 박으며 건드리면 부서질 듯 작고 부드러운 육체 안에 제 것을
잔인하게 쳐올렸다.
“하으으응!”
아이벨은 미칠 노릇이었다.
닿아서는 안 될 곳까지 닿는 거대한 살덩이의 부피 때문에 한 번씩 숨이 넘어갈 지경처럼 달아올랐다.
아래가 찢어질 듯 몸이 반으로 쪼개질 것 같았던 고통은 순식간에 쾌감으로 뒤바뀌어 쭉 뻗었던 발가락이
확 오그라들길 반복했다.
“하앗, 앗, 아앗!”
들썩들썩 치받는 움직임이 강해질수록 음란한 소리와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이벨은 너무 강한 쾌감에 울먹거리며 저도 모르게 침대 헤드 쪽으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커다란 손은
그녀의 양쪽 가슴을 쥐고 오히려 아래로 쭉 끌어당겨 커다란 좆을 안의 안까지 욱여 박았다.
“하악……!”
“하아, 황녀. 왜 도망치지?”
“읏, 으응, 그란, 잠깐만, 아……!”
“왜. 또 갈 것 같아?”
바들바들 떨리다가 결국 좆 기둥 전체를 꽈악 움켜쥐듯 쥐어짜는 질 벽의 압력에 남자가 기분 좋은 신음을
흘렸다.
콰악 콱, 다시 한번 커다랗게 부푼 성기가 절정에 이르러 퍼덕이는 내부에 정액을 질펀하게 싸질렀다.
그리고 곧장 성기를 확 빼 버린 그란의 움직임에 아래가 휑하니 뚫린 것 같았다.
그래도 좀 쉬려나 보다 싶었던 아이벨이 숨을 내쉬는 순간, 그녀의 허벅지가 활짝 열렸다.
“……!”
공중으로 쳐들려 수치스러운 곳까지 훤히 내보이게 된 아이벨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뭐, 하는…… 읏!”
“아직 부족해.”
아이벨은 보았다. 그래도 그럭저럭 자상한 빛을 하고 있었던 그란 폰 로렌베르크의 눈이 돌아 버린 것을.
커다란 혀가 모양 좋은 입술을 핥고 입맛을 다시며, 꺼덕거리며 치솟아 올라 배에 닿는 제 검붉은 성기를
욱여 잡는 것을.
그리고 그는 제 성기의 끄트머리를 잡고 곧바로 절정으로 움찔거리며 정액과 뒤섞인 애액을 느리게 토해
내고 있는 입구에 콰악 처박았다.
“하악!”
눈앞이 번쩍였다.
억울함과 함께 울분이 치솟았다.
이렇게 갑자기 하는 게 어딨어?
그런데 또 욕이 나올 정도로 짜증 나는 것은, 이런 과격한 섹스가 아찔할 만큼 좋았다는 것이다.
아이벨은 눈물을 후두둑 떨어뜨리면서도 저를 종이 인형처럼 가볍게 다루는 남자의 팔에 매달려 흐느꼈다.
마구 쳐올리며 철썩철썩 엉덩이를 맞을 때마다 시야가 놀이 기구를 타는 것처럼 흔들렸다.
“앗, 앗, 으으, 응!”
이젠 허벅지까지 축축하게 젖은 애액은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땀인지, 타액인지 뒤섞인 육체가 그의
손에서 자꾸 미끄러지자 짜증이 난 것일까.
“후우, 황녀.”
그란의 기운이 한층 강해진 것 같았다. 아래에 박혀 있는 성기와 체액이 마치 열을 품은 불꽃처럼 번져,
탱탱하게 선 젖꼭지까지 확 열감을 퍼뜨렸다.
당연히 아랫구멍은 꽈악 힘을 주며 페니스를 터뜨릴 듯이 조였고, 그르렁거린 남자는 이번에는 다리를
들어 올린 자세 그대로 모로 처박기 시작했다.
“하으, 으, 읍……!”
“입으로도 먹어 줘야지, 황녀.”
짓궂게 웃은 그란이 아이벨의 숨도 먹어 치웠다. 아래에서 치받는 움직임에 헐떡거리는 것을 뻔히 알면서
유두를 엄지와 검지로 꽉꽉 꼬집으며 입 안을 헤집었다.
입 안을 가르고 들어온 혀고 제 것인 양 아이벨의 입 곳곳을 매만지고 핥았다.
타액이 뒤섞이고 목구멍으로 타고 흘러가는데, 그것이 왜 이렇게 단 것일까.
“하아, 하. 이상해요……. 읏, 응.”
“왜. 달아?”
“맛, 맛있어.”
“그래. 내게 그대가 그렇다.”
남자가 속삭였다. 짝이 되어 가고 있어.
“아, 앙, 아……!”
그리고 부드러웠던 추삽질이 다시 거칠어졌다. 덜렁이며 흔들리는 허벅지는 아슬아슬하게 그의 어깨에서
흘러내릴 듯했고, 잔뜩 젖고 부어 버린 아래는 회복과 상흔을 반복하고 있었다.
둥근 젖가슴에 달라붙어 빨면서 아래를 쳐올리는 남자는 앓는 소리를 내며 제 것을 버겁게 삼키고 있는
질구로 손을 내렸다.
“아, 응, 거긴 왜!”
“괜찮아, 황녀. 너는 축복받은 육체다.”
팽팽하게 당겨져 좆을 품고 있는 부드러운 속살을 매만지던 그가 더는 아무것도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
입구를 비집었다. 그러더니 손가락을 들쑤시며 욕심껏 짓눌렀다.
“시, 싫어, 그란! 싫어!”
“흐음…….”
아악! 공포심과 함께 가학적인 쾌감에 도리질을 치자, 그것까진 아직 아니라는 듯 그녀의 반응을 보던
남자가 숨을 내쉬며 제 것을 흔들었다. 그러고는 곧장 그녀의 몸을 잡고 안아 올렸다. 성기를 꽂은 그
자세 그대로.
“……!”
시야가 희게 뒤집혔다.
“허억.”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 힘들어 죽겠는데, 그란은 그녀를 인형처럼 가지고 놀았다.
그녀가 그럴 때마다 너무 느껴 좋아 죽는 것을 똑똑히 지켜보면서, 이번에는 양팔에 그녀의 다리 한
쪽씩을 올려 허공에 뜨게 한 채로 뒤에서 쳐올렸다.
공중에서 엉덩이만 흔들리며 그의 좆을 받게 된 아이벨이 미칠 듯한 공포심에 비명을 내질렀다.
꽈악 좆을 조이고 아래가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허공에서 확 쳐올리며 엉덩이가 들렸다가, 좆이
빠져나가며 휙 내려오는 그 아찔함은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는 기분과 같았다.
“그, 그란, 아. 나 무서워, 아, 아앙!”
“아니. 황녀, 그대는 좋아하고 있다.”
“아, 아, 거짓, 으응!”
“이렇게 조이잖아. 아닌가?”
“……하악, 읏! 응!”
“물을 질질 흘리고 있어.”
그나마 대화라는 것도 거기까지였다.
그 뒤는 오로지 짐승 같은 호흡 소리, 헐떡거리는 신음, 철퍽거리며 벌려지고 헤집어지는 아래의 소리,
엉덩이가 철썩거리며 울리는 소리만 울렸다.
“하아, 아…….”
도대체 몇 번이나 파정하고 또 절정에 달했던 것인지, 침대 시트는 어디라고 할 곳 없이 푹 젖어 있었다.
‘이러면 진짜 짐승 같잖아.’
아이벨은 눈만 깜빡이며 그에게 매달린 채 그의 것을 받고 쳐올려지다가, 어느 순간에는 침대로 돌아와
엎드린 채 그의 것을 받았다. 엉덩이만 바짝 들어 올려진 자세였다.
또 어느 순간에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침대 헤드를 아래에 두고 벽에 기대 그의 것에 쳐올려졌고, 또 어느
순간에는 마치 오줌이라도 싸듯 애액을 싸며 그에게 질구를 빨려야 했다. 뜨거운 혀는 그녀의 안에 있는
모든 걸 빨아 먹겠다는 듯이 난잡하게 훑고 쑤셨다. 나중에는 구멍 속에 계속 그의 혀가 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얼마나 난잡한 섹스였는지 손 하나 들어 올리는 것도 힘들었다.
“하아, 하…….”
그러나 게임 시스템은 그녀에게 기절을 허용하지 않았다.
‘10 시간, 10 시간만 달성하고 일단 쉬어야겠어. 이러다가는 게임하다가 죽겠어…….’
현실 세계의 육체가 어떻게 되었을지 꽤나 걱정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젖었는데, 기계 안이 다 애액으로 흥건하면 어떡하지?
그 순간 다시 확 몸이 돌려져 이번에는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와 정면으로 얼굴이 마주쳤다.
깜빡깜빡,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있는 아이벨을 보며 그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내렸다.
킁, 짐승이 코를 들이밀 듯이 그의 숨결이 귓가에, 목덜미에, 입술에, 곳곳에 닿았다.
“그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향을 묻혔어.”
“당신, 정말…… 개새끼, 같아요…….”
“하하. 틀린 말은 아니다.”
“그걸 좋아하면, 어떡해요……?”
그래, 정말 발정 난 짐승이긴 하구나. 이렇게 하고 또 하고서는 저게 아직도 서 있다는 게 말이 돼?
게임 내의 48 시간을 우습게 봤던 아이벨은 피눈물을 흘렸다.
처음 느껴 보는 극상의 쾌락에 좋아서 울부짖는 것도 체력이 딸리니 힘들기만 했다.
하지만 희뿌연 시야로 보이는 상태창에는 아직 10 시간 달성을 하지 못했다는 안내가 떠올라 있었다. 아,
제기랄!
‘히든 루트 그냥 포기해 버려……?’
아찔한 탈력감에 나약한 생각마저 들려는 찰나, 그녀의 첫 번째 남편. 마계에서 올라온 짐승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꼭 현실 세계로 도망치려는 그녀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그 굵직한 손가락을 아래 입구에 처박았다.
“읏……!”
“왜 자꾸 정액을 흘리지?”
“그건 당연한, 으, 당연한 거잖아요. 그렇게 싸 댔는데……!”
꿀쩍꿀쩍 헤집으며 안에 담긴 정액을 오히려 더 깊이 흡수시키려는 듯이 담고 또 담았다. 이제 좀
그만하자는 듯 그녀가 허벅지를 오므리자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에는 귀엽게만 보였던 그 움직임이 이제는 기이하게 느껴져 마른침을 삼키는데, 그는 제 손목을 꽉
부여잡고 있는 그녀의 허벅지를 확 벌렸다.
“왜 숨기지?”
“그란, 나 진짜 힘들어서 그런데 조금만 쉬어요. 응?”
“그럴 리가 없다. 마기를 이렇게 머금었는데 힘들다고?”
“내 아래도 퉁퉁 부었을 거라고요.”
남자가 픽 비웃었다. 아니 내 말이 웃기나? 어이가 없어서 말하려는데 그가 훌쩍 그녀의 허리를 잡고
일으켰다. 축 처지는 팔다리를 무시하고 그에게 몸을 지탱하게 한 뒤, 또다시 꺼덕거리기 시작하는
성기로 아래를 치댔다.
“야, 이 짐승……. 아응!”
“봐라, 황녀. 퉁퉁 부었다고?”
악. 아이벨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고집스럽게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남자 때문에 결국 눈을
가리던 손을 치워야 했다.
그리고 제 치태가 선연하게 시야에 가득 찼다. 그가 양 허벅지를 잡은 채 거울 앞에 섰기 때문이다.
잡아당겨져 활짝 벌려진 외음부 사이로, 꺼덕거리는 좆이 속살에 닿을 듯이 들어갔다가 빠져나오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퉁퉁 부었어야 마땅한 입구는 오히려 질척하게 젖은 것을 빼면 처음과 다름없이 말끔한
모습이었다.
정말 그 안에 이 거대한 좆을 담고 삼킨 적이 없는 것처럼.
“왜…….”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이게 말이 돼?
‘그러고 보니까.’
아래가 얼얼하기는커녕 홧홧한 열감만 가득했다.
제 상태를 완전하게 깨달은 아이벨의 입이 헤 벌어지자, 남자가 귀엽다는 듯이 귓바퀴를 깨물었다.
그리고 파렴치하게 팽창한 제 좆대가리를 천천히 붉은 입구에 들이밀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흐으읏……!”
그 느릿한 진입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잘 봐 줘, 황녀. 네 음란한 구멍이.”
꾸욱- 입구를 가르고 가장 굵은 귀두가 안을 꾸역꾸역 파고들고.
“네 짝의 좆을 얼마나 맛있게.”
핏줄이 형형하게 선 굵직한 기둥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뱀처럼 그녀의 안으로, 또 안으로 진입하는 그
모습을.
“삼켜 먹는지.”
아, 아아. 한계까지 쫙 벌어진 허벅지가 파들파들 떨렸다.
“내, 내려놔요. 내려놓고……!”
“더 깊게 찔러 주는 걸 좋아하잖아.”
“아, 아!”
“아닌가?”
아이벨은 저를 지탱하는 남자의 팔뚝 위로 손톱을 쭉 내리그었다.
으으, 느릿한 진입에 오싹하게 번지는 소름 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쭈욱 밀쳐진 질 벽은 결국 빠끔거리며 아까보다 더 많은 애액을 흘려보냈다.
“으으…….”
“네 몸이 얼마나 예쁜지 봐, 황녀.”
“아, 으…….”
“아니, 아이벨.”
더 맛있게, 부드럽게, 그리고 꽉 조이기 위해서.
뻐끔거리며 풀렸다가 다시금 수축하며 좆 기둥을 느리게 빨아들이는 제 아랫구멍의 음란함에 아이벨은
취해 버렸다.
야해.
눈앞이 빨갛게 물들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으, 읏.”
“마음에 드나?”
“아…….”
제 모습이면서 제 것이 아닌 그 야한 모습에 흘러내리는 애액은 이제 물처럼 많아졌다.
주르륵, 주륵, 갈색 피부의 탄탄한 남자의 허벅지까지 흥건히 적실 정도로.
“그러니까 그만하자는 소리는 하지 마, 내 짝.”
“아, 아아, 아!”
“나는 몇 번을 박아도.”
“하으, 읏……!”
“부족하니까.”
끝까지 파고든 성기가 그 상태 그대로 얕게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기 시작했다.
공중에 들린 자세 그대로 들썩들썩, 그럴 때마다 둥근 젖가슴이 예쁘게 흔들렸다.
“만져 봐, 아이벨.”
“으, 응…….”
“너는 이곳을 가득 쥐고, 꼬집어 주는 걸 좋아하니까.”
“아, 응!”
아이벨은 그란의 종용에 의해 스스로의 가슴을 쥐면서 신음했다.
하악! 여린 살이 얼얼하게 부어올랐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몇 번이나 퍽퍽 처박히다가, 거울에
그대로 싸질렀다.
“……!”
픽, 피익 소리와 함께 애액이 치솟아 오르고, 희뿌옇게 변한 거울에 비치는 광경은 한층 더 험악해졌다.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건가. 아이벨은 흐느끼며 생각했다. 로그아웃을 해야 된다는 생각조차 조금씩 멀어져
가고 있었다.
‘배가 부른 것 같아…….’
정액을 얼마나 먹었는지 납작했던 배가 꽤 부풀어 오른 착각마저 들었다.
‘대체 몇 시간이 지난 거지?’
달달 떨리는 손이 상태창을 만지려고 해도, 꼭 그 사정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란이 그녀를 잡아당기며
아래를 추어올렸기 때문에, 써 있는 글자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후우, 황녀.”
“하아, 나 정말…….”
“이대로 다시 침대로 가지.”
“아, 잠깐.”
한차례 정액을 왈칵 쏟아 낸 그가 몇 번인지 모를 파정에도 다시금 심을 세웠다. 그는 정말 발정 난 짐승
같았고, 약을 한 미친놈 같았다.
아래에 꽂은 채로 그가 걸음을 옮겼다. 움직일 때마다 둔중하게 번지는 그 울림에 아이벨은 비명을 질렀다.
“흐으, 응! 빼 줘, 아, 걸어갈래요, 아, 제발!”
이젠 알았다. 그녀의 최애. 언제나 사랑스럽고 훈훈한 몸매로 설레게 했던 최애.
그렇게 점잖아 보였던 마계 공작은 그녀가 흐느끼며 애원하고, 너무 좋아 바르르 떨면 배부른 짐승처럼
만족해하는 비틀린 성격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띠링- 기다리고 기다리던 알림이 울렸다.
 
[10 시간 섹스 달성!
히든 루트의 조건을 성립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아아, 드디어.
후두둑 눈물이 떨어졌다.
푸른 새벽으로 바뀐 것을 보니 10 시간이 이제 겨우 지난 것이 맞았던 모양이다.
이 와중에도 그란의 좆은 꼿꼿하게 선 채로 철퍽, 철퍽 아래를 헤집고 있었다. 으응, 응 아이벨은 거칠게
흔들리면서 생각했다.
‘얼른 로그아웃, 로그아웃해야지.’
이대로 48 시간을 달렸다간 정말 머리가 다 빠져 버릴지도 몰랐다. 그러니 세이브만 하고 일단 쉬었다가…
….
그때 다시 연이어 알림이 울렸다.
 
[히든 루트를 여는 데 성공하여 자동으로 상태가 갱신됩니다.
상태 이상: 발정을 얻으셨습니다!
마계의 짐승 혈족, 로렌베르크 공작의 짝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그의 페로몬을 맡을 수 있으며, 그를 자극하는 페로몬을 뿌릴 수도 있습니다.
육체가 변화합니다!
당신의 음란한 구멍은 그의 짐승 좆도 머금을 수 있을 만큼 특별한 능력을 자랑하게 될 것입니다.
어떤 과격한 플레이도 마족의 튼튼한 육체 능력을 바탕으로 즐기실 수 있을 거랍니다!]
 
[히든 플레이: 수인화를 얻으셨습니다!
마계의 짐승, 로렌베르크의 짐승 모습은 그야말로 흉악합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은 그의 짝.
커다란 짐승의 모습으로도 당신을 기꺼이 만족시킬 거랍니다.]
 
[당신의 노고에 감탄하며, 두 가지의 효과를 바로 실행합니다.
즐겁고 안전한 첫날밤 되시기를 바랍니다!]
 
뭐?
‘잠깐, 난 아직……!’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다급히 상태창을 불러와 로그아웃을 누르기도 전에, 먼저 몸에 이상이 나타났다.
‘아.’
다리가 풀리고, 눈앞이 희뿌옇게 변했고.
‘으, 으으, 이게 무슨.’
진하고 부드러운 초콜릿 향이 코끝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그 향이 너무 맛있어 죽겠다는 듯이 그녀의 배 속이 가득 조이고, 아래가 경련하며
애액을 미친 듯이 쏟아 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정말 ‘발정’이라도 한 것처럼.
“아, 아아, 아…….”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안을 꿰뚫고 있는 성기가, 그녀의 뒤에서 쳐올리고 있던 남자가.
“크르릉.”
그의 존재감이 변하고 있었다.
“아……, 아아…….”
길쭉하게 늘어서는 그림자가 커지고, 저를 치대고 문지르던 손아귀가 변했다.
마치 등 뒤에 괴물이라도 있는 것처럼 거칠어진 숨결이 그녀의 온몸에 쏟아졌다.
“아악……!”
그리고 좆이.
“……!”
안을 채우고 있던 좆의 크기가, 미친 듯이 부풀고 있었다.
“아, 안 돼…….”
까마득한 공포에 아이벨은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지, 정말 무슨 조화인지.
 
[상태 이상: 발정이 강하게 발동됩니다!]
 
울컥, 울컥- 비강에 처박히는 초콜릿 향이 그녀의 온몸을 들쑤셔 놓았다.
커지는 성기를 빨아들이는 질구가 한계까지 벌어지며 고통을 쾌감으로 변질시켰다.
더욱 쫄깃하게, 그리고 더욱 질펀하게 늘어나 짐승의 좆을 물고 또 물었다.
“하아, 아아악!”
아이벨은 몰랐지만, 찢어질 것 같았던 질구가 변화하면서 그녀의 몸에서 애액과 함께 짙은 꽃향기가 번져
나오기 시작했다.
 
[페로몬이 발동합니다.
당신의 짐승 짝을 자극합니다.
수인화 플레이에서 살아남아 보세요!]
 
물론, 아이벨은 흐느끼는 그녀를 조롱하는 듯한 상태창의 안내 또한 보지 못했다.
“흐으, 읏.”
가까스로 시선을 돌린 그녀가 본 것은 제 뒤에서 성기를 꽂은 채, 네발로 서서 들썩이고 있는 거대한 짐승.
저를 씹어 먹을 듯한…….
그 짐승의 노란 눈이었다.
 
* * *
 
“으읏, 그란…….”
애달피 울리는 제 이름을 들으며, 마계 공작은 터질 듯이 팽팽하게 선 제 성기를 끝까지 찔러 넣었다.
“하으응!”
자지러지는 신음이 무척이나 달다.
그란은 침을 삼켰다.
“황녀, 날 미치게 할 작정인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읏!”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달면 안 되지 않나.”
“아아응!”
인간 여자의 흰 피부 위 곳곳에는 제가 남긴 흔적이 달짝지근하게 퍼져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자면 씹어먹고 싶은 기이한 식욕이 동해 절로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느릿하게 시선을 내렸다. 제 것을 문 채 울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부드럽고 여리기만 한 피부를
거칠게 훑었다.
시선은 이미 여자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낱낱이 벗겨 핥아먹고 있었다.
‘작고 작은 여자.’
희고 뽀얀 가슴.
불긋하게 솟은 젖꼭지를 비틀어 주기만 하면 아랫구멍이 꽉꽉 조였다.
희고 통통한 허벅지는 한 손에 쥐는 맛이 있었고, 잘록한 허리는 아랫도리를 치받을 때마다 아찔하게 떨려
눈을 즐겁게 했다.
그 움직임이 무척 거칠었다. 더 여리고 부드럽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이 생각을 따라 주지
않았다. 진정 이지를 상실한, 발정 난 짐승이 된 기분이었다.
‘아이벨.’
여자는 처음 볼 때부터 기묘하고 이상했다.
반질반질하게 빛나는, 보석 같은 눈이 저를 보며 반가움으로 환하게 휘어지던 그 순간을, 그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순간의 황녀는 마치 기다리고 기다리던, 잘 아는 이를 마주한 것처럼 그를 보며 웃었다. 그리고
키스를 졸랐지.
그 작은 입에 제 혀를 집어넣고 타액을 핥을 때부터 그는 알아채고야 말았다. 이 여자와의 섹스는 그의
생각과는 퍽 다르게 흘러갈지도 모른다고.
퍼억!
“하앙!”
팽팽하게 선 성기가 달콤한 구멍을 마구잡이로 휘저었다. 예민한 점막이 쑤셔질 때마다, 민감한 곳이
강하게 짓이겨지는 감각에 여자가 도리질을 쳤다.
흰 피부를 타고 흐르는 영롱한 땀방울을 바라보며 그란은 제 뾰족한 송곳니를 혀로 핥았다. 점점 참기가
힘들었다.
“황녀.”
“하읏, 읏! 앗!”
“이상해. 왜 그대가 예전부터 날 알고 있는 기분이지?”
그럴 리가 없을 텐데도.
그는 즐겁게 웃으며 속삭였다.
“응? 말해 봐, 황녀.”
“하면서 마, 말 시키지, 흐으읏!”
여자가 거친 삽입에 흐느끼며 엉덩이를 뒤로 뺐다. 어딜. 그는 거칠게 웃으며 여자의 허리를 끌어당겨
아까보다 더욱더 강하게 찧어 올렸다.
아이벨은 모를 것이다. 좆대가리를 무르고 쫀쫀한 질벽에 박아 넣을 때마다 그가 얼마나 참고 있는지.
그르릉 울리는 신음은 당장이라도 짐승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것을 참고 있는 자의 신호였다.
“황녀. 너는 너무 작고, 약해.”
“아, 앗!”
“그래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군.”
말과 행동이 퍽 달랐다. 그는 거침없이 움직였다. 강한 허릿짓과 함께 들썩거리는 여자의 다리를
움켜쥐며 제 마기를 한껏 쥐어짜 탐욕스러운 여체에 쏟아부었다.
푸욱, 푹.
아래를 찧어 올릴 때마다 아이벨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교성을 내질렀다. 그러나
성액으로 푹 젖어 있는 구멍은 오히려 강하게 그의 페니스를 빨고 삼키며 정액을 졸랐다.
그는 뜻대로 해 주었다. 그의 야한 아내가 요구하는 대로 정액과 마기를 은밀한 구멍 속에 가득 퍼부었다.
절정의 감각에 바들바들 떨리는 육체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고, 허벅지를 활짝 벌려 아직 벌름거리는
꽃잎을 우악스럽게 파고들었다.
그것이 벌써 몇 번째의 반복이었다.
“하앗, 앗, 조, 좋아, 으응!”
그는 기껍게 웃으며 여자의 입술을 빨았다. 통통하게 젖은 살이 아주 맛있었다. 고개를 내려 흔적을
남겼다. 강하게 빨아 올리며 부드러운 피부를 따라 입술을 내렸다.
박을 때마다 흔들리는 풍만하고 예쁜 젖을 바라보다가 식욕을 동하게 만드는 분홍빛의 정점을 욕심껏
응시했다. 그리고 고개를 내렸다.
“……!”
입을 크게 벌리고 빨아 올리자 제 아래 깔려 흔들거리는 육체가 까무러치듯이 흔들렸다. 그 반응이
신기하고 기꺼웠다. 여자가 더 느끼게 하고 싶었다. 울부짖다 자지러지는 모습도 보고 싶었다. 어여쁘고
사랑스러웠다.
“내 마기가 그렇게 맛있나, 황녀?”
제 목을 강하게 끌어안고 젖을 더 내미는 몸짓이 얼마나 야해 빠졌는지.
그는 입을 더 크게 벌려 귀여운 젖꼭지가 통통하게 부어오를 때까지 희고 말랑한 가슴을 한껏 빨고 씹어
주었다.
“아, 아으윽!”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지 않은 곳이 없었다. 정말 어찌 이럴 수 있지? 그는 속으로 감탄하면서 여체의
곳곳을 탐해 나갔다.
그는 허기진 짐승과 같았다.
달콤한 숲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며 혀를 한껏 내밀고 싶어 하는 그런 짐승.
“그, 그란, 아!”
그는 매를 맞은 듯이 빨갛게 달아오른 작은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손에 착 감기는 피부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발갛게 부어오른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더 잔인하게 짓누르고 싶은 충동이 내달렸다. 아니,
달려들어 저 흰 엉덩이에 얼굴을 묻고 가득 씹어 삼키고 싶은 것 같기도 했다. 제대로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못했던 시기, 뭐든 물고 삼키고 싶어 했던 어린 시절 충동처럼.
그는 몽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좋아.”
“잠깐만, 으응!”
“부드러워.”
“하악!”
“이가 간지럽다.”
희고 부드러운 어깨 위 자극적인 살 내음이 가득해지자, 그는 참지 못하고 뾰족한 이로 몇 번이나
짓씹었다.
“……!”
그러고는 울컥 치밀어오르는 성욕에 결국 여자를 번쩍 들어 올려 제 것을 공중에서 받아 내게 했다.
얼마나 가볍고 보드라운지, 여자의 아래를 반으로 갈라 제 것을 박아넣는 행위가 퍽 잔인하게
느껴지면서도 쾌감이 들불처럼 번져 멈출 수가 없었다. 좆이 녹아 버릴 것처럼 쫄깃한 안을 쑤시고 또
쑤셨다.
투둑, 툭.
애액에 잔뜩 젖어 헐떡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좆을 더 팽팽하게 세웠다.
‘조금만 더.’
그는 알았다. 이제 조금 더.
더 그의 기운을 퍼부으면, 마침내 여자를 짝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황녀.”
무섭지 않나?
그는 몇 번이나 그렇게 물었다.
여자는 그럴 때마다 오히려 웃으며 물러나지 않고 허벅지를 조였다. 도발하는 그 움직임에 목줄 놓인
짐승처럼 달려드는 것은 어느 수컷에게든 응당 당연한 일이었다.
“황녀.”
“그란, 흐으, 당신 너무 야해…….”
그는 기진맥진한 주제에 그렇게 말하는 아이벨을 보며 웃어 버리고 말았다.
“여유가 있는 모양이지.”
“읏, 아, 아!”
“반성해야겠군.”
“아, 그런 게 아니라, 으!”
“걱정하지 마. 아직 시간은 한참 남았으니. 몇 번이고 싸고 또 싸 주도록 하겠다.”
그는 거칠게 허리를 흔들며 몇 번이나 여자의 아래를 꿰뚫었다. 그에게 들린 이후로 줄곧 기이한 자세를
한 채로 흔들려 체력이 고갈된 모양인지 여자의 목소리가 가련하게 떨렸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아이벨의 정욕은 아직 꺼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보다 더 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보통의 인간 여자라면 자지러지며 말라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신비한 육체는 그의 마기를 아주 다디단
것이라는 듯 기쁘게 삼킨다. 오히려 질펀하고 끈적한 액을 뿌리며 그의 좆을 삼키고 재촉했다.
어서 더 탐하고, 더 치받으라고 종용하는 것처럼.
‘역시 신의 선택은 다르단 말이군.’
그럴 때마다 그란의 철벽같았던 인내심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탐욕, 욕심.
이 인간이 제 ‘짝’이 되게 하고 싶은 욕망. 제 짐승의 좆을 가득 부풀려 여자의 은밀한 곳을 한계까지
빨아먹고 싶은 욕구.
“그란, 아! 나 거기, 거기 좋아요, 더 세게. 하으, 읏!”
“큭. 황녀, 재촉하지 마.”
뿌리까지 조이는 그 탄력에 이를 악물며 그란은 한껏 더 제 허리를 여자의 다리 사이로 쳐올렸다.
“그, 란, 소, 손 잡아 줘요, 흐읏!”
그래, 바로 이런 것.
이런 것이 여자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이다.
제게 뻗어 온 흰 손을 놓지 않을 듯 꽉 휘어잡자, 아이벨 역시 그의 손을 낚아채듯 강하게 쥐었다.
마족의 눈이 잔인함과 즐거움으로 휘어졌다.
“나는 말이지, 황녀.”
“아앗, 앗!”
그는 느리게 숨을 내쉬었다.
‘우리 사이가 최악이 될 것이라 여겼는데.’
그가 상상한 황녀 아이벨은 그저 제물이었다.
비탄에 젖은, 스스로 죽고 싶어도 정해진 길을 걸어가야 하는 슬픈 제물.
그런데.
‘그대는 왜 좋아하는 거지?’
그는 신의 선택에 따라 제 마기를 인간 여자에게 퍼부어야 했고, 강제로 마기를 발화해 그녀를 마족의
짝으로 변화시켜야 했다.
그래야 인간의 육체로는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제 것을 양껏 품게 할 수 있을 것이니. 그렇게 해야
마기와 신성력, 그리고 마나를 한 몸에 품게 한다는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실현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어떻게 포장해도 그 과정은 결국 짐승과의 교미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그란은 고귀한 위치의 황녀가 저를 보면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비명을 지르거나, 도망치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고 상상했다.
대체 어떤 멀쩡한 정신머리를 가진 인간이 마족과 잠자리를 하고 싶어 하겠는가.
그러니 짝을 만든다는, 달콤해 보이는 명목과 다르게 꽤 괴로운 작업이 되리라, 억지로 작고 여린 인간의
여체를 열고 벌려 마족의 짝이 되게 하는 과정은 제법 끔찍하리라, 그렇게 상상했었다.
그런데…….
“황녀, 너무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이럴 줄은 몰랐다.
“하아앙!”
저와 결혼한 인간 여자는 짝이 되는 과정이 싫어서 우는 것이 아니라, 너무 좋아서 울고 있었다.
솔직하게 속마음을 투영하는 푸른 눈에는 성욕이 가득했다.
그의 상상 어디에도 이런 모습은 없었다. 그란 폰 로렌베르크는 무사히 성장하여 마족의 공작이 되었을
때도 느끼지 못했던 희열을 느꼈다.
저를 보며 반응하는 여자의 모든 것이 이상할 정도로 기꺼워, 웃음이 났다.
“좋은가?”
“아, 아아, 좋아, 아아!”
그러고 보면 거리낌 없이 그의 가슴을 문지르며 주물럭거리기까지 했었지. 그는 여자가 원하는 대로 그
작은 손을 이끌어 제 가슴에 올려 주었고, 탐욕에 젖은 작은 손은 보란 듯이 그의 가슴을 젖 짜듯
주물렀다. 절로 웃음이 나오는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몰랐다. 그대는 아주 용감해.”
“아, 아앗, 아앙!”
“그러니 거리낄 것 없겠지.”
“하아응, 응!”
“더 벌려, 황녀.”
그의 율동에 맞추어 교성을 지르고, 강하게 좆이 처박힐 때마다 물 흐르듯 허리를 흔드는 여자의 모습은
적나라하다고 할 만치 솔직했다.
그것에 휩쓸리며 자연스럽게 성교를 이어 가고 있는 그란은 어이없는 심정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야하게
깨무는 육체에 욕구가 동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어디서 이런 여자가 떨어졌지?
정말 이 여자가 제 짝이란 말인가?
나의 짝?
‘하하.’
그러면 앞으로도 쭉, 이렇게 저를 탐하는 시선을 마주하며 이 여자의 안에 처박을 수 있다는 소리인가.
그건 퍽 나쁘지 않았다.
아니, 상당히 좋은 일인 것 같았다.
‘내 짝.’
주변의 마족들은 영광스러운 자리를 놓고 인간계로 넘어가 나약한 인간들의 공작이 되어야 하는 그를 두고
동정했지만, 글쎄.
‘내 아내라…….’
이토록 황홀하지 않은가?
그 순간 불같은 욕심이 차올랐다.
짝이 되게 하라.
목줄을 채워 옆에 묶어 놓으라.
이 여자는 너의 것이다.
신이 내린 고귀한 명령이었으니 주저할 것이 없다.
그를 녹여 먹을 듯이 조이고 있는 여자의 구멍은 더욱 아찔하게 변모하리라. 눈만 마주쳐도 발정할 것이며,
그의 짐승 같은 좆도 온전히 삼키며 허리를 흔들게 될 것이다. 달콤한 발정향을 흘리며 제 수컷을
유혹하겠지.
서서히 짐승의 동공처럼 갈라지는 눈이 핥아먹듯이 여자를 훑었다.
기꺼이 그렇게 만들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 전에.
‘황녀, 그대가 과연.’
짐승의 모습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인간의 모습을 벗어 던지고, 짐승이 되어 좆을 박아넣는 제 모습까지도 기껍게 품을 수 있을 것인가?
혹여라도 여자가 도망친다면.
저를 조금이라도 거절한다면.
‘만약 그대가 나를 거부한다면.’
그란의 눈이 삽시간에 흉흉해졌다.
그러면 저렇게 곱고 아름다운 목덜미에 제 송곳니를 흉악하게 박아 넣어 버릴지도 모른다. 피를 내고 숨을
뒤섞어 결코 저를 거부할 수 없도록 달려들지도 몰랐다. 그러면 이 아슬아슬하며 뜨거운 관계는 다른
것으로 변모하리라.
‘……마음에 들지 않는군.’
상상이 차갑게 심장을 꿰뚫었다. 아무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 상황들이 생각보다도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를 거부하는 아이벨의 모습 따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볼 바엔.
“그, 란, 하아.”
순간 치솟아 올랐던 살기에 가까운 감각은 여자의 부드러운 손길에 억눌렸다. 그는 꺼질 듯 거친 음성으로
말했다.
“……황녀.”
“나, 나 좀.”
아이벨은 잔뜩 괴롭혀져 갈라진 목소리로 그를 애타게 불렀다. 아래 구멍을 조이며 애액을 질펀하게 흘려,
그의 기둥을 조밀하게 물었다.
“그란, 나 너무 뜨거워…….”
이해할 수 없다. 저를 무서워해야 마땅한 인간 여자가 왜 저렇게 다정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는지.
“으, 으읏.”
“황녀.”
왜 저렇게 뜨겁고 아찔하게 제 물건을 삼키는지. 무엇을 해도 좋다는 듯 달콤하게 눈물을 흘리는지.
“조, 좋아…….”
“……아이벨.”
“흐읏!”
왜 저렇게, 이 여자의 모든 것이 제 성욕을 동하게 하는 것인지.
이게 정말 다 신의 뜻이기 때문인가?
아찔한 감각 속에서 그는 바들바들 떠는 여자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깨달았다.
언제부터인지 코끝에 닿고 있는 향기를.
붉게 짓무른 여자의 눈가를 닮은 흐무러진 꽃 내음.
맡기만 해도 단내가 확 차오르는 맛.
비강을 꽉 채우는, 다디달다 못해 어지럼증을 동반하는 강렬한 것.
그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
그것은 그녀가 그의 짝이 되었다는 증거였으며.
‘내 짝.’
또한 그를 미치게 하는 향기였다.
시야가 서서히 붉어졌다. 거센 충동이 몸을 부풀렸다.
시근덕거리는 숨결이 거칠어지며, 가까스로 억누르고 있던 짐승의 본능이 요동쳤다.
‘아직 안 돼.’
그의 것에 핏줄이 흉악하게 불뚝 섰다. 한껏 부풀려진 팔뚝이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르르 떨렸으며,
허벅지의 근육은 터질 듯이 융기했다. 참을 수 있는 시간은 짧았다.
‘아이벨.’
그는 제 마음을 인정했다.
‘그대를 내 것으로 하고 싶다.’
동시에 아이벨에게서 꽃내음이 활짝 터졌다. 농익은 과실이 속살을 드러낸 것처럼. 그의 단단한 육체가
잠시 휘청거렸다. 뚝, 무언가가 끊기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모든 것이 정지했다. 그것이 그란 폰
로렌베르크가 차가운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이었다.
“……!”
-크르르르.
이성이 뚝 끊어지며 마기가 몰아쳤다. 육체가 비대하게 커지며 시야가 변모한다. 아득하게 벌어져 벌벌
떨리는 여체를 똑바로 응시하면서, 그는 그르렁거리는 짐승의 소리를 흘려 냈다.
“그란, 아아악, 악!”
-아이벨.
한계까지 벌어지는 아이벨의 달콤한 구멍이 고통을 쾌락으로 받아들이며, 마족의 육체처럼 변화하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히죽.
짐승의 눈이 웃었다.
제 것에 꿰인 달콤한 육체를 오롯하게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침을 삼킨다.
킁킁, 뜨거운 콧김에 흰 육체에 쏟아지자 아찔하게 떨리는 피부의 결마저도 식욕을 흔들었다.
강하게 조이는 여린 구멍에 자극받은 짐승의 좆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손톱을 날카롭게 욱여넣어
여자를 아래에 깔고 마음껏 아래를 흔들어 대고 싶었다. 짐승은 이를 드러내며 날카로운 충동을 억눌렀다.
그러나 저것은 그의 것이었다.
내 것. 나의 짝.
마땅히 서로가 좋아야 했다.
-그르릉…….
짐승은 오늘 밤 여자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발라 먹을 작정이었다. 박고 또 박고 박아 넣으리라.
“흐, 아, 아읏!”
고통의 시간은 짧았다. 한계까지 벌어졌던 여자의 구멍이 점차 녹진하게 풀어졌다. 짝이란 그런 것이었다.
짐승의 코에 닿는 단 내음이 더 강해졌고, 구멍은 더 쫄깃해졌다. 애액을 뚝뚝 흘리며 그를 유혹하는
음란한 구멍이 녹을 듯이 풀어졌다가 조이며 그의 것을 아찔하게 물었다.
-크르르릉…….
짐승은 알았다.
엎드려진 채 뒤돌아 마주친 눈. 겁에 질린 듯 떨리는 시선. 하지만 여자는 그를 거부하지 않았다.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흰 육체에 힘이 풀리고, 조금씩 떨림이 가라앉는 것을 보며 짐승은 웃었다. 제 짝의 그러한 반응이
끔찍하게 좋았다. 참을 수 없는 기꺼움이 심장에 가득 번지기 시작했다.
나를 받아들였어.
나의 짝.
온전한 나의 것.
아이벨은 모르리라. 그 순간 짐승의 집착이 선명하게 발아했다. 다디단 향기가 짐승의 목줄을 팽팽하게
채워,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렸다.
‘내 암컷. 나는 너를 위해.’
짐승은 뜨거운 구멍에 제 것을 박아 넣으며 맹세했다. 온전히 이 여자를 위해 좆을 세우고 박으며, 물어
버린 목덜미를 놓지 않고 살아가리라.
‘온전히 너를 위해.’
이제부터 마계의 짐승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전히 그녀의 것이었다.
 
* * *
 
“하아, 아, 아읏……!”
짧게 흩어지는 호흡이 달았다. 아이벨은 마구잡이로 들썩이며 흔들리는 시야에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질펀하게 흐르다 못해 푹 절여져 한껏 벌어졌다가 수축하길 반복 중인 아래에는 통각마저 사라져 있었다.
너무 크고 또 컸다. 처음에 아래에 꽂혀 있던 물건이 팽창했을 때는 숨 쉬는 방법마저 잊었을 정도로.
뜨거운 숨결과 짐승의 숨소리, 어깨 옆에 내리누르는 거대한 발톱이 아니었더라면 꼼짝없이 이상한
숨소리만 내며 굳어 있었을 것이다.
부욱, 짐승의 발톱에 베개가 터져 깃털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히읏, 읏, 아, 안…….”
이게 정말 게임 속의 감각이 맞나. 정말 이 안에 박힌 게 짐승의 성기라고? 그런데 왜. 이렇게, 이렇게
좋은 거지?
‘나, 나 이상…….’
생각을 더 할 수 없을 만큼 기이한 느낌이 들었던 그때였다.
즈윽, 젖은 살이 빨려 나가는 것 같은 야릇한 소리가 울리며 아이벨은 몸서리를 쳤다.
“으……!”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그녀의 뒤에서 내리누르고 있던 짐승이 뜨거운 숨결을 뱉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
마치 밑이 뽑히는 것처럼 질벽이 강하게 수축하며 딸려 갔다. 공중으로 들리듯 잡아 올려진 아이벨의 흰
엉덩이 사이로 위압적으로 꽂혀 있던 짐승의 성기가 느릿하게 반쯤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아, 안 돼. 점막 전체를 강하게 긁고 나가는 육기둥의 감촉에 아이벨은 자지러지며 이를 악물었다. 잠시
뒤, 짐승이 눈을 빛내며 움직였다. 언제 느릿하게 빠져나갔냐는 것처럼 제 흉기와 같은 좆을 그대로
강하게 처박았다.
“아악……!”
-크르릉. 크릉.
아이벨의 눈앞이 번쩍였다. 전신이 발발 떨렸다.
“흐, 으, 아……!”
혀가 제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안 돼, 안 돼. 말이 되지 않은 언어가 교성과 뒤섞여 괴이한 소리처럼
울렸다.
인간의 모습일 때와는 전혀 다른, 닿지 말아야 할 곳까지 강하게 찔러 올리는 감각이었다. 마치 아래에
주먹이 꽂히는 듯 묵직한 충격에 아이벨은 문득 두려워졌다. 이대로는 안이 망가질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은 마디처럼 뚝뚝 끊어졌다. 강하게 쳐올려 아이벨을 반쯤 절정으로 몰아넣었던 살기둥이 아까와는
다른 속도로 빠져나갔다가 짓쳐 들었다.
추욱, 축, 아래에 혀를 넣고 빨아들이는 것처럼 야한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고 왕복을 반복하는 소리가
점차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철썩, 철썩.
츠읏, 츠읏.
“아, 아, 앗, 아앙!”
퍼억, 퍽 소리와 함께 날씬한 배가 무서운 형태로 불룩 치솟았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희고 작은 엉덩이
사이를 가르고 박히는 검붉은 살기둥은 흉기와 같아 보는 사람이 두려워하게끔 했지만, 이곳에는 거대한
짐승과 그 짐승의 먹이가 된 여인 외엔 아무도 없었다.
“제, 제발…….”
아이벨은 커다랗고 뜨거운 짐승이 제 예민한 부위를 거칠게 짓누르며 파고들 때마다 고개를 저었다.
시트가 손가락 안에서 뿌드득 소리를 내며 구겨졌다.
“아, 아아, 아!”
그란. 그란. 내 뒤에 있는 건 그란이야. 그란인데, 아아.
아이벨은 마구 흔들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한계까지 벌어졌다가 좁혀지고 다시금 팽팽하게 당겨지니
아랫도리가 찢어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무서워. 그런데 좋아. 뜨거워. 이상해. 미쳐 버린 것 같아.
“하읏, 읏.”
허벅지를 타고 뜨겁게 줄줄 흘러내리는 것이 애액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조차 무서웠다.
그런데 더 두려운 것은.
-크르르릉.
조금씩 고통과 공포가 쾌감으로 치환되고 있는 현실이었다.
“하아, 아파, 아!”
고통에 가까웠던 비명은 조금씩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만, 그란, 아앗……!”
박아 대는 것이 짐승이라는 걸 느끼고 있는데도, 아이벨은 참을 수 없는 흥분으로 엉덩이를 점점 격하게
흔들었다.
철썩, 철썩.
이건 그야말로 교미였다.
“아앙, 앙, 앗, 흐으응!”
높아지는 교성이 반복될수록 아이벨의 배 속에서도 쾌락이 붙었다. 그걸 등 뒤에서 몰아치고 있는 짐승도
알고 있는 것일까. 웃음과 같은 숨결이 그녀의 귓가에, 목덜미에, 어깨에 쏟아졌다. 그리고 느껴지는
진한 초콜릿 향기. 아이벨의 눈이 약에 취한 것처럼 풀어졌다. 아. 이 향기, 너무 좋아. 코끝이 빠르게
움직이고 팽팽하게 혹사당하고 있는 질구가 마치 경련이라도 하듯 바들바들 떨었다.
 
[플레이어 님.
당신의 첫 번째 남편은 현재 수인화 진행 중입니다!
즐거운 플레이를 위해 발정을 강하게 발동합니다!
그의 페로몬은 당신을 쾌락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애액을 분비하여 그의 발정을 부추기세요!]
 
깜빡이는 상태창도 순식간에 멀어졌다.
아이벨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강하게 엉덩이를 흔들며 아래를 조였다. 오싹한 전율에 젖꼭지가
예민하게 반응하며 질펀하게 애액을 싸질렀다.
“그, 그란, 아, 거기, 으응!”
-크릉…….
“아, 아, 아, 너무, 아, 너무 커, 아!”
대답하듯 거칠어지는 짐승의 움직임에 아이벨은 울면서 웃었다. 말도 안 되는 크기의 좆을 아랫도리로
강하게 조이고 빨아 먹기 시작하는 제 육체를 느꼈다.
미친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좋지? 마치 자신 또한 한 마리의 짐승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자글자글 끓는 것 같은 열기가 배 속에서 진득하게 퍼져 피부를 달궜다.
철썩, 하고 쳐올리는 허릿짓에 엉덩이가 들리고 허벅지가 바들바들 떨리는데도 아이벨은 마치 교접하는
짐승처럼 가느다란 소리를 내며 울었다.
“히아앙!”
기둥이 빠져나가려 하면 구멍을 잔뜩 조이며 나가지 말라 재촉했다. 벌어진 질구가 빠끔빠끔 애액을 토해
내며 성기의 진입을 도울 때마다, 짐승의 노란 동공이 더욱 위험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엎드려진
아이벨이 알 턱이 없었다.
“아앗, 앗, 아앗!”
아래부터 머리까지 녹는 기분이었다.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후끈하게 들이닥치는 열기는 뾰족하고
두꺼웠다. 짐승이 들썩이며 하체를 찧을 때마다 아이벨의 시야가 위아래로 흔들렸다. 그녀의 몸이 휙
들어 올려졌다가 처참하게 내버려진다. 모든 것이 정신없이 빨랐다.
“하악, 악!”
푸욱, 푹 파고드는 거대한 좆대가리가 아이벨의 자궁경부를 연신 때렸다. 눈이 뒤집히고 그 폭력 같은
정사에 타액이 줄줄 흘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커다란 그것이 더욱 흉흉하게 대가리를 키우며 그녀의 안을 찔렀다.
“악!”
좆대가리 끝이 활짝 벌어지자 울컥, 하고 짐승의 씨물이 뜨겁게 토해졌다.
아이벨의 구멍은 그것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겠다는 듯 움찔거리며 맛있게 삼켰다.
쭉, 쭙 소리마저 들릴 듯한 그 탐욕적인 움직임에 짐승이 좆을 한껏 찔러 넣었다가 다시 제 좆을 강하게
빼 버렸다.
“흐읏…….”
쑥 뽑아내, 채 다물어지지 않는 아래로 차가운 공기와 함께 뜨겁게 흘러내리는 정액이 느껴졌다.
아이벨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쏟아 낸 정액의 양이 얼마나 많았는지, 찾아온 절정의 감각에 떨면서도 아이벨은 다리를 닫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몸이 휙 뒤집혔다.
“하읏…….”
아이벨이 야릇한 교성을 흘리며 눈을 깜빡였다. 바뀐 풍경에 아까는 제대로 시야에 담지 못한 짐승이
보였다.
아주 크고, 거대한.
‘저 모습이, 그란이라고.’
노란 동공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적인 공포가 몸을 내달렸으나, 그 순간 아이벨은 그의 등 뒤로 살랑이고
있는 거대한 꼬리를 보았다.
슬며시 치솟아 올랐던 두려움이 사라지고 웃음이 새어 나온 것은 그때였다.
“그, 란.”
-크릉…….
“처음엔 놀랐긴 했는데, 이젠 괜찮아요.”
-…….
그녀는 손을 뻗어 후끈한 콧김을 내뱉고 있는 짐승에게 손을 뻗었다. 털이 보드랍진 않았다. 그래도
따뜻했다.
“좋았어요……?”
집요하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 속에서 아이벨은 나른한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 숨은 아직 뜨거웠다.
“근데 나, 아직 부족한데…….”
짐승의 눈이 가늘어졌다. 꼭 웃는 것 같았다. 아이벨도 입꼬리를 야하게 끌어당겼다.
처음에는 놀라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무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더욱 컸다. 내뱉는 숨은 아직도
후끈했고 현실에서는 마주할 수 없을 저 거대한 짐승의 아랫도리는 퍽 무서울 정도의 쾌락을 준다는 것을
이제 알아 버렸으니.
중독된 것일지도 모른다.
당장 저 커다란 것에 거칠게 박히고 싶었으니까.
“그란. 어서.”
아이벨은 보란 듯이 제 통통한 허벅지를 활짝 벌렸다.
거칠어지는 짐승의 눈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웃으며 축축하게 젖은 제 질구를 검지와 중지로 잡아 벌렸다.
“또 채워 줘요. 응?”
-크르릉.
다행히 순식간에 기립하며 발정한 그녀의 마족에게는 지친 기색이 없어 보였다. 짐승의 얼굴이 더욱
가까이 내려와 코앞에서 입을 벌렸다.
후끈한 숨결과 열기.
아이벨은 잠시 바짝 굳으며 앞을 주시했다. 뭘 하려는 거지? 마른침이 꼴깍 삼켜졌지만, 곧 이어진
그란의 행동에 입을 벌리며 교성을 터뜨렸다.
“하읏……! 그란, 잠깐!”
싸악. 그 몸집처럼 함께 커진, 거친 혓바닥이 그녀의 가슴을 쓸었다. 아니, 애액과 정액으로 잔뜩 젖어
버린 음란한 입구부터 시작하여, 그녀의 목덜미까지 강하게 쓸어 올렸다.
쓰윽, 쓱. 싸악.
마치 무언가 잡아먹는 것처럼 혀로 핥는 소리가 요란했다. 아이벨은 그 아래에 깔려 힉, 히익 소리를
냈다. 발정 난 육체는 그 접촉을 곧바로 쾌락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아으, 으응, 아, 잠깐만, 이상해, 아!”
거친 혓바닥이 젖꼭지를 비비고, 푹 젖은 음모를 훑었다. 두꺼운 살덩이가 갈라진 틈을 마찰할 때마다
아이벨은 교성을 내지르며 허리를 퉁겨 올릴 수밖에 없었다.
지칠 줄 모르는 음란한 아랫구멍은 꽃 내음을 풍기는 애액을 줄줄 흘렸다. 짐승의 좆이 더 팽창해 위로
튀어 올랐다. 그리고 짐승은 거침없이 도망치려는 짝의 몸을 뒤집었다.
“그, 란!”
짐승은 저를 만류하는 것 같은 목소리에도 멈추지 않았다. 통통한 엉덩이 사이로 제 것을 욱여넣고
쫀득하게 풀어진 입구로 쳐올렸다.
“아앙……!”
퍼억!
굵게 선 성기의 핏줄이 질구의 예민한 곳을 스치며 긁었다. 아이벨은 바들바들 떨며 발가락을 한껏
오므라뜨렸다. 힘을 받으며 굵어지는 성기가 우악스럽게 안을 꿰뚫고 또 꿰뚫었다.
철썩이며 흔들리는 살의 접촉은 아까보다 더 진득하고 강했다. 성액으로 인한 쾌락과 마족의 짝이 되자
상향된 회복률에도 불구하고 금세 아래가 얼얼하게 뜨거울 정도였다.
“으, 흐읏, 읏.”
그렇게 얼마나 흔들렸을까. 어쩐지 질펀하게 정액을 싸 버린 후에도 심이 죽지 않은 성기는 그녀를 쉽사리
놓아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앗앗, 하고 연신 흔들리면서도 아이벨은 까무룩 넘어가는 시야로 상태창을 보았다. 남은 시간의 숫자가
잘 보이지 않았다.
‘저게, 뭐…….’
아니, 다른 게 보였다.
어쩐지 로그아웃이라는 글자가 깜빡거리는 것 같았다. 저게 왜 깜빡거리지? 내가 잘못 본 거야?
“아앙!”
하지만 아이벨은 더 상태창을 볼 수 없었다. 푸욱! 하고 좆이 질벽을 쓸어 올리자 상체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아이벨은 무너진 채로 헐떡거리며 소리쳤다.
“하읏, 아앙, 응! 그란, 이제 그만, 아, 벌써 세 번이나 했잖아요, 쉴 시간을, 흐으응!”
아이벨의 눈이 크게 떠졌다.
여느 때와 같은 파정인 줄 알았는데, 뭔가가 이상했다.
배 속에 잠긴 두꺼운 살 기둥이 어쩐지, 더. 더…….
 
[축하합니다!
놀라운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더 커지는 것 같았다.
 
[짐승과의 짐승인 로렌베르크는 씨물이 자궁에 충분히 흡수될 때까지 커진 물건을 빼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의 몸이 발정의 절정에 달하였습니다!
짝에 맞춰 몸이 변화합니다.
고통은 쾌락으로 치환됩니다.
당신의 육체는 짝의 삽입으로 인해 상처 입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안전한 플레이 하시기를 바랍니다.]
 
끄윽, 끅.
“……!”
소리조차 없는 비명이었다.
아이벨은 살기 위해 도망치려는 것처럼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이미 거대한 좆에 아랫도리가 꿰뚫린
채였다.
“하윽!”
퍼억, 퍽. 무섭도록 팽창한 것이 더욱 크게 부풀어 안을 찧었다. 마치 무언가 막힌 길을 뚫고 아무것도
닿지 않은 미지의 장소를 개척하려는 것처럼.
짝에 따라 개화한 인간의 육체는 마치 마족의 그것처럼 변해 가기 시작했다.
질구가 변하고, 그 안의 길도 미세하게 위치를 바꾸었다.
좆이 닿지 않아야 할 자궁구가 방향을 틀며 거대하게 부풀린 좆대가리를 맛있게 삼키기 위해 입을 벌렸다.
“……!”
아이벨의 눈이 넘어갈 듯이 크게 뜨였다.
“왜, 왜 더 커지는…….”
지금 어디에, 어디에 닿는 거야?
“허억!”
-크르르!
귀두 끝이 박힐 만큼 변모한 그것의 입구는 여리고 따뜻하여, 짐승은 우악스럽게 진입하던 것을 멈추고
빠끔거리는 자궁구에 제 것을 그저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꺼덕거리며 아이벨의 자궁을 막았다.
“……!”
정확히는, 귀두를 부드럽게 처박았다.
아이벨은 경악과 충격으로 바짝 굳었다.
“으, 으, 읏……!”
이게, 이게 대체 뭐야.
아아. 아아. 눈앞이 연신 깜빡거렸다.
“……흐, 읏…….”
아이벨은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때야 자신이 아이처럼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달달 떨리는
손으로 활짝 열려 있는 제 아래를 만지며 아이벨은 입술을 덜덜 떨었다.
“찢, 찢어질 거야…….”
그녀는 허우적대며 앞으로 기어 가려 했지만.
“빼, 우, 움직이지, 아, 아!”
그러나 그녀의 짝은 뇌가 짐승처럼 퇴화한 것인지 말을 정말 안 들었다.
“아, 아, 그란, 아, 아! 안 돼, 내가 움직이지 말라고…… 하윽!”
발발 떨리는 입구가 그 크기에 익숙해지자마자, 짐승이 자궁구를 막고 있는 좆을 조금씩 흔들었다.
“아, 아!”
출렁거리는 움직임은 아까처럼 격하지는 않았지만, 꽉 들어찬 점막이 모두 빨려 나가는 것 같은 것은
충격을 주었다.
“아아앙!”
즈윽, 즉, 즈윽.
-크르릉!
“아, 아!”
결합한 부위로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 흘렀다. 제발. 제발. 참기 힘들다는 듯 억누르는 짐승의 신음이
들리고 엉덩이가 한껏 치켜 올려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흐으읏!”
뜨거운 액체가 가득 쏟아졌다.
아주 깊고, 깊은 곳.
닿으면 안 되는 곳까지 짓쳐 든 것이 씨물 한 방울조차 바깥으로 새지 않도록 그녀의 안을 막고 또 막았다.
“아, 으응…….”
그리고 만족스러운 짐승의 신음과 함께 안을 뻑뻑하게 채우고 있던 것이 느릿하게 크기를 줄이며
빠져나갔다.
‘끝, 끝났…….’
동시에 아이벨의 눈앞을 화려한 상태창이 가득 채웠다.
 
띠링.
 
[축하합니다!
그란 폰 로렌베르크 챕터, 48 시간을 달성하였습니다.
이제 플레이어 님은 언제든 첫 번째 남편과의 플레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흐물흐물해진 정신으로 그 문장을 멍하니 보았다. 미쳤다. 게임 속이라지만 이틀의 시간이 지난 것이다.
아아, 그래도 정말 좋았지. 아이벨은 모든 것을 불태운 사람처럼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웃었다. 아직도
뒤에서는 그란의 기척이 느껴졌다.
그때 상태창이 변화했다.
 
[저장하시겠습니까?
누르지 않으시면 3 초 후 자동 저장, 다음 챕터 불러오기로 전환됩니다.]
 
아이벨은 다급해졌다.
아, 안 돼. 세이브. 무조건 세이브. 그리고 로그아웃. 여기서 더 하면 정말 아래가 말라 죽을지도 몰라
…….
하지만 게임은 그녀의 편을 들어 주지 않았다. 마치 기절하듯, 아이벨의 눈앞이 까무룩 암전되었다.
 
[다음 챕터 불러오기 시작합니다.
이전 챕터에서 얻은 효과와 상태 이상은 이후로도 영구 귀속됩니다.
즐거운 플레이 되시길 바랍니다!
강제로 목욕 시중(이벤트)이 시작됩니다.
남편들의 히든 루트를 달성하면 언제든 불러오기가 가능하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그란 폰 로렌베르크 공작(불러오기 가능)
>라파엘 옌 다이몬(진입 가능)
>마리안 엔델(열기 불가)
도움말은 아래를 눌러 확인하세요.]
 
안 돼…….
아이벨은 의식을 잃기 전 어떤 글자를 본 것 같았다.
 
[동기화 32% 완료. 진행 중…….]
 
저건 또 뭐야.
하지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툭, 손에 힘이 빠지고 육체가 허물어졌다.
그 모습을 집요하게 바라보고 있는 짐승, 그란 폰 로렌베르크가 아쉽다는 듯 거대한 혀로 그녀의 체액과
분비물을 핥았지만, 의식을 잃어버린 황녀 아이벨은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아이벨이 깨어 있었다면 경악했으리라.
게임 속 주체가 의식을 잃었는데도 여전히 이후의 시간은 온전하게 흐르고 있었다.

황녀의 남편은 셋 1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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