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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학󰡕 제47집 제2호(2013년), pp.

1~30

연구논문

양-질 구분을 다시 생각한다*

1)이 기 홍**

양적 연구방법과 질적 연구방법을 각각 옹호하는 연구자들 사이의 대립은 사회과학에서 오랫동


안 지속되어 왔다. 논쟁의 쟁점은 단순히 ʻ연구의 방법ʼ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연구와 관련된 존재
론, 인식론, 방법론, 가치론 등의 문제들을 포괄하였다. 그리고 이런 요소들은 패러다임을 형성하
는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논쟁은 공약불가능한 실증주의 패러다임과 구성주의 패러다임 사
이의 패러다임 전쟁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각 패러다임은 그 구성요소들이 정합적인 결합 관계를
갖는 통일체라고 할 수 없으며, 또한 두 패러다임 사이의 경계도 모호하다. 두 패러다임의 구성요
소들은 서로 배타적인 대립쌍이 아니라 서로를 전제하거나 포함하는 관계에 있다. 양/질 이분법
의 경계선 자체가 불분명하고 부정확하고 허구적인 것이다. 이 구분은 유의미하지도 않고 유용하
지도 않은 반생산적인 것이며 이론적으로 근거 없는 것이다. ʻ패러다임 전쟁ʼ은 ʻ쓸모없는 법석ʼ에
그치지 않고 ʻ해로운 전쟁ʼ이다. 양/질적 방법은 연구과정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의 일부일 뿐
이다. 과학적 방법에 대한 더 광범하고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하며, 과학의 성과는 방법에 의해서
가 아니라 방법을 사용하는 연구자의 숙련과 통찰에 의해서 생산된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
하다.

주제어: 양적-질적, 방법, 패러다임, 실증주의, 구성주의, 양의 명령

** 이 글의 초고는 2012년 한국사회학회 후기사회학대회에서 발표하였습니다. 유익한 제언을 준 토


론자 정태석 교수와 청중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글을 평가하고 글의 결함을 개선할 수 있
도록 지적해준 평가자 3인께 감사드립니다.
** 강원대학교 사회학과(yikihong@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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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양적 방법과 질적 방법의 결합, 다중방법(multi-method), 혼합방법(mixed


method), 또는 방법론적 삼각측량(methodological triangulation)의 사용이 유익하
고 필요하다는 주장이 증가하고 있다(Greene, 2008; Ridenour and Newman,
2008; Teddlie and Tashakkori, 2009). 이런 주장들은 두 종류의 방법들을 함께 사
용함으로써 한 방법의 연구 결과를 다른 방법을 통해 확인(confirmation)하거나 보
완(complementarity)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회과학자들이
여러 형태로 방법을 결합하여 사용하고 있다. 반면 이런 방법의 결합 주장에 대해 양
적 방법과 질적 방법은 단순히 기술적 차이만을 갖는 방법들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상
이한 존재론적 및 인식론적 전제가정들에 기초하며 따라서 상이한 ʻ패러다임ʼ에 속하
기 때문에 두 방법의 결합은 불가능하거나 상당한 혼란을 야기한다는 반론도 또한 강
력하게 제기되어 왔다(Blaikie, 1991).
그런데 방법의 결합을 옹호하는 대부분의 논자들도 두 방법의 전제가정의 상이함
을 인정하면서, ʻ혼합방법 연구는 인식론적 및 존재론적 쟁점들에 천착하지 않고 실
용주의에 입각하여 작업한다ʼ는 입장을 보여준다(Bryman, 2007: 17).1) 즉 이들도
양적 방법과 질적 방법이 상이한 패러다임에 속한다고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점에
서는 방법의 결합을 반대하는 논자들과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이들의 주장은, 더 나
아가 ʻ실용주의ʼ를 혼합방법 사용의 철학적 기초로 구성하고자 하는 시도는 패러다임
개념과 연결되는 ʻ공약불가능성(incommensurability)ʼ 개념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
렵다. 오히려 이 주장에 대해서는, 특정의 철학적 입장과 특정의 연구방법이 분리불
가능하게 융합되어 있다는 견해를 승인하고, 양적 방법과 질적 방법이 상이한 철학적
입장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결합하여 사용할 수 없다는 통념을 강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 글은 이런 의문에서 출발하여, 양/질 구분은 철학적
입장의 차이에 근거한 것인가 그리고 철학적 입장과 연구방법은 해체 불가능한 1:1의
조응관계에 있는 것인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물론 연구자들이 ʻ실제 방법의 사용에서 매우 유연한 접근을 취하며 연구문제와 그 밖의 여러 상


황적 요인들에 맞추어 이론과 방법을 선택한다ʼ고 지적하면서(Modell, 2009: 211), 특정의 연구방
법과 이론들이 반드시 특정의 패러다임과 융합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논자도 있다. 그렇지
만 혼합방법 연구가 ʻ실용주의ʼ에 기초하고 있으며 그것에 의해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고 주장하는 논자도 많다. 예컨대 ʻ우리는 현재 모두 번성하고 공존하는 양적, 질적 그리고 혼합방
법으로 이루어진 3가지 방법론의 또는 세 가지 연구 패러다임의 세계에 살고 있다ʼ고 주장한다
(Johnson, Onwuegbuzie and Turner, 2007: 117). 하지만 이들이 언급하는 ʻ실용주의ʼ는 구별되
는 존재론적 및 인식론적 견해를 갖는 철학적 입장이 아니라 ʻ임시방편(expediency)ʼ을 의미한다
는 분석도 있다(Denscombe,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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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 구분을 다시 생각한다 3

Ⅰ. 방법의 변천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를 각각 옹호하는 연구자들 사이의 대립은 사회과학에서 오


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한쪽에는 ʻ수량화에 기초한 재현적이고 실험적인 연구가 가장
객관적이고 정밀한 과학적 연구형태이며, 그러므로 사회과학은 오직 양적 측정과 방
법의 사용을 통해서만 ʻʻ실질적인ʼʼ 과학이 될 것을 희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이 있다.2) 다른 쪽에는 사회과학의 주제는 수량화를 통해 간단히 다룰 수 없으며 사
회적 행위에 그러한 측정과 방법을 부과하려는 시도는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주장하
는 사람들이 있다ʼ(Smith, 1989: 29). 이들은 질적 연구방법들이 맥락 속에서 자료를
뽑아내기 때문에 ʻ사회세계 연구에서 양적 방법보다 더 믿을 수 있다ʼ고 주장한다
(Gergen and Gergen, 2000: 1027). 그리고 양쪽 진영은 상대에 대해 그리고 자신
에 대해 ʻ양적, 실증주의적, 객관주의적이라는 상표와 질적, 현상학적, 사회 구성주의
적, 주관주의적, 상대주의적, 해석주의적이라는 상표를 붙인다. 물론 한 묶음의 상표
들이 갖는 의미는 상이하다ʼ(Wood and Welch, 2010: 56). 또한 상대에 대해 연구자
의 주관적 태도에 의해 영향 받는 부정확한 것이며 일부분에 대한 연구로 보편성이나
대표성이 부족한 것이라거나, 연구가 객관성에 대한 순진한 견해에 기초한 것으로 사
회적 실재의 복잡성을 포착할 수 없고 주체의 동기와 의미창출 노력을 이해할 수 없
다고 논박한다.
역사적으로, 질적 연구는 적어도 양적 연구만큼 오래되었으며, 사회인류학 등과
같은 일부 분야들에서는 늘 지배적 지위를 유지해 왔다. ʻ20세기 전반까지는 참여관
찰, (특히 생애사 면접 형태의) 반구조화된 면접 그리고 기록 자료의 내용분석 등과
같은 ʻʻ질적 연구ʼʼ 또는 ʻʻ현지조사ʼʼ로 서술되는 방법들이 사회학에서 지배적 이었다ʼ
(Pearce, 2012: 830).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사회과학 연구에서 조사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사회과학 분과들은 양적 방법을 ʻ과학적 방법ʼ으로 상정하고
이것에 의존하는 것으로 전환하였다(Platt, 1996). ʻ조사자료 수집, 측정 및 분석에서
기술의 진보는 그와 함께 많은 사회과학자들에게 ʻʻ과학자ʼʼ라는 지위와 존경을 성취하

2) 이런 관념은 사회과학이 자연과학의 곁에서 정당성 확보를 위해 분투하던 17-8세기의 유산이다.


이러한 견해의 한 가지 기초는 ʻ측정에 의해 우리는 우리의 주관성을 넘어설 수 있다ʼ는 관념이다
(Bradley and Schaefer 1998: 108). 물론 이 시기에는 관찰, 면접, 심층탐구 등의 방법을 사용하
는 질적 연구도 낯선 ʻ타자ʼ에 대한 인류학의 민족지적 연구에서 등장하였다(Denzin and Lincoln,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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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 하는 욕망을 자극하였으며, 이른바 ʻʻ실증주의 시대ʼʼ의 절정을 가져왔다. 과학적


방법(들)의 정신에 입각하여 표준화된 자료를 수집하고 가설을 시험하는 능력이 증대
하고 미국 경제가 번성하면서 정부와 민간 연구비지원자들은 조사에 기초한 연구에
점점 더 매료되고 정치적 목적과 시장개척의 목적을 위한 여론조사가 유행하고 조사
기업체들이 번창하였다. 학문분과의 권력의 균형은 조사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사회학자들 쪽으로 쏠렸으며, 사회학의 훈련과 학술지의 내용은 양적 방법 지배 쪽으
로 기울었다.3) 사회학자들은 또한 2차 조사 자료의 분석가가 되었으며, 개인적인 관
찰 그리고 연구하는 사례에 대한 개입에 투자하는 시간과 에너지는 점점 더 줄었다ʼ
(Pearce, 2012: 831). 이후 양적 방법에 대한 의존은 계속되었으며 특히 컴퓨터를 이
용한 양적 자료처리가 증가하면서 ʻ방법론(methodology)ʼ이라는 용어가 ʻ통계적 분석
(statistics)ʼ을 의미한다는 주장이 입증하듯(Bauer, Gaskell, and Allum, 2000) 양
적 방법의 지배는 여전히 강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양적 방법의 지배 속에서 1970년대 초부터 ʻ질적 연구방법ʼ 사용의 요구가 제기되
었다. 물론 현지조사연구를 수행하는 인류학자와 사회학자 등은 그 이전부터 ʻ질적
연구ʼ를 수행해 왔지만 질적 자료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방법이 여러 인간과학 분과들
에 널리 확산한 것은 1970년대의 일이다. 이런 변화는 통계적 가설 시험 및 실험을
통한 연구 성과에 대한 비판 그리고 ʻ자연적ʼ 방법에 대한 관심의 증가 등과 함께 일
어났다. 이론의 수준에서는 구조기능주의의 쇠퇴와 ʻ상징적 상호작용이론ʼ, ʻ해석적
사회학ʼ 등에 대한 관심의 부활이 동반하였으며 기존의 사회과학연구에 대한 인식론
적, 방법론적, 정치적, 윤리적 비판들을 포함하였다. 학문분과들 안에서의 이러한 내
재적 비판에 더하여 과학철학 분야 등을 비롯한 사회과학 외부에서의 논쟁의 통찰이
이런 변화에 힘을 더했다. 슈반트(Schwandt)에 따르면, 활발하게 전개된 ʻ질적 연구
방법의 주장과 수용은 ʻʻ1970년대 초에 강단에서 시작한 개혁주의적 운동ʼʼ의 이름이
다. 여러 해가 지난 후 운동은 강단에서 정치적이고 지적인 자리를 확보하였다. 그
자체의 학술지, 학회, 학술대회, 일자리, 재정 지원 등을 갖게 되었으며 이것들은 모
두 운동을 일정 정도 지원하고 창출하였다. 또한 이 운동은 여성주의, 탈근대주의,
탈구조주의의 지적 발전의 도움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학계의 정치도 동반하였다ʼ

3) 미쉘(Michell, 2003: 16)에 따르면, 2차 대전 이후 ʻ사회과학자들 사이에 과학적 엄격성을 강조하


는 방법론적 동의가 형성되었고 이 동의는 50년 이상 지속되어 왔다. 엄격주의는 곧 양적 과학을
흉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동의는 논리실증주의의 가치보다도 진열장(window dressing)의
가치에서 더 많이 기인한다. 사회과학자들은 복잡한 양적 방법들과 연결된 높은 평판과 연구비를
얻기 위해 양적 방법들을 환영하면서 질적 방법들에 반발하게 되었다.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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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189). 질적 방법의 실행자들은 ʻ학문분과 내의 지위와 연구비의 확보를 위한


싸움에서 질적 방법이 양적 방법을 대체할 수 있으며 동등한 과학적 가치를 갖는 방
법이라고 정당화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ʼ(Hanson, 2008: 103).

Ⅱ. ʻ패러다임 전쟁ʼ

질적 방법의 옹호자들은 붕괴해가던 실증주의 과학관과 양적 방법 사이의 친화성


에 주목하였다. 당시 주류 사회과학의 많은 연구들은 양적 방법을 사용하면서 실증주
의 과학관이 과학의 핵심 특징으로 제시하는 ʻ가설-시험ʼ 작업의 실행에 주력하였다.
과학철학 영역에서는 경험의 이론 의존성과 이론의 경험적 미결정성을 지적하는 탈
실증주의 (또는 협약주의) 과학관의 등장에 따라 1950년대 후반부터 실증주의 과학
관의 타당성과 신뢰성이 이미 붕괴하기 시작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과학의 실제
연구에서는 실증주의 과학관의 지배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사회과학자들은 이 과학
관에서 강조하는 ʻ과학적 지식의 확실한 기초ʼ를 양적 자료와 통계적 분석에서 찾는
연구를 지속하였다. 여기서 질적 방법의 옹호자들은 지식철학의 3원적 개념-존재론,
인식론, 방법론-을 도입하여 실증주의의 실패를 양적 방법을 사용하는 연구의 결함
과 연결하였다. 즉 사회과학 연구를 지배하고 있던 양적 방법을 붕괴해가는 실증주의
적 과학관의 구체적 실행으로 묶어 ʻ실증주의 패러다임ʼ이라고 규정하였다. 동시에 실
증주의 비판에 중요하게 기여한 사회구성주의 입장과 질적 방법을 연결하고 사회과
학 연구에서 상이한 ʻ패러다임들ʼ을 비교하는 체계를 구성하였다.4) 양적 접근은 실증
주의의 존재론적 및 인식론적 가정에 기초하는 반면 질적 접근은 반실증주의 입장-
흔히 현상학, 구성주의, 상징적 상호작용론, 해석학, 자연주의, 역사주의 등-의 가정
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Lund 2005: 118). 패러다임은 일련의 철학적 견해
들에서 범례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인 것을 의미하지만,5) 양/질 구분 논쟁에서는 특정

4) 사회과학에서 ʻ1970년대 80년대를 통하여 실증주의의 실패로 간주하는 것에 대한 대안을 찾는 노


력이 구성주의에 대한 지지의 재 유행으로 나타났으며, 이것은 탈근대 이론의 발전과 병행하였다ʼ
(Pearce, 2012: 831). 구성주의는 다수의 상이한 의미를 갖는 용어이며(Hacking, 1999), 질적
연구를 옹호하는 견해들에서도 강한 형태의 구성주의와 약한 형태의 구성주의를 구별할 수 있다
(Howe, 2003; Schwandt, 2007). 그렇지만 질적 연구가 (사회)구성주의적 또는 주관주의적 인
식론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견해는 널리 공유되고 있다(자세한 논의는 Maxwell, 2011: 10-11을
볼 것).
5) 쿤의 패러다임 개념의 여러 가지 의미와 용법에 관해 모건(Morgan, 2007)은 일반성에서 특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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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연구방법들도 패러다임에 긴밀하게 결합된 것으로 취급한다.

ʻʻ과거에는 방법론이 존재론적으로 실증주의적 가정-불변의 자연법칙에 의해 추


동되는 객관적 실재가 저기에 존재한다는-에 근거하고, 인식론적으로 관찰자와
관찰대상 사이의 이원성이라는 대립적 가정-관찰자는 관찰대상의 영역 밖에 자
리하고 있다고 상정하는-에 기초하였다…이와 대조적으로 이제는 실재들이 ʻ저
기에ʼ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들의 환경을 이해하고자 하
면서 ʻ구성하는ʼ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우리가 구성주의 패러다임이라고 부
르게 된 것 속에 존재한다. 그 패러다임은 실재론적 존재론이 아니라 상대주의적
존재론에 의존하며 이원론적, 객관주의적 인식론이 아니라 일원론적 주관주의적
인식론에 의존한다.ʼʼ(Guba and Lincoln, 1989: 12-13).

그리고 양적 방법과 질적 방법은 각각 일련의 존재론적 및 인식론적 가정들과 풀


수 없게 결합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6)
질적 연구의 옹호자들은 양적 연구방법이 갖는 문제나 한계들 대신 그것의 철학적
수준의 전제가정들에 초점을 맞추고 실증주의 ʻ패러다임ʼ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즉 연
구의 실제보다 패러다임적 가정, 특히 ʻ질적 연구와 양적 연구를 특징짓는 대조적인

으로의 위계에 따라 ① 세계관 ② 인식론적 입장 ③ 연구자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믿음 ④


연구의 ʻ범례(exemplars)ʼ의 네 가지로 정리한다. 모건은 패러다임에 대한 쿤의 정의는 ③에 가장
가깝지만, 방법론의 논의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미는 두 번째 의미 즉 인식론적 입장
으로서 패러다임이라고 지적한다. 그렇지만 이들 네 가지는 상호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포함과 중
첩의 관계에 있다. 모건 자신은 패러다임을 ʻ연구영역을 안내하는 믿음과 실천의 집합ʼ으로 정의한
다(Morgan, 2007: 47). 그런데 모건은 구식의 ʻ실증주의 패러다임ʼ을 대체하고자 하는 질적 방법
옹호의 입장을 ʻ형이상학적 패러다임ʼ으로 부르는데, 이것은 적절한 이름이라고 할 수 없다. 경험
을 강조하는 ʻ실증주의ʼ도 일종의 형이상학이며 따라서 실증주의적 패러다임도 ʻ형이상학적 패러다
임ʼ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질적 방법 옹호자들이 과학적 지식에 대한 (사회)구성주의의 견해에 기
초를 두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여 ʻ구성주의 패러다임ʼ이나 경험보다 해석을 강조한다는 점을 고려
하여 ʻ해석주의적 패러다임ʼ 쯤으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6) 매시와 푸르롱(Marsh and Furlong, 2002)에 따르면 ʻ연구자의 존재론적 및 인식론적 입장은 ʻʻ스
웨터가 아니라 피부와 같아서ʼʼ 쉽게 바꿀 수 없으며, 연구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
로 예컨대 존재론적으로 기초주의의 입장을 가진 연구자는 사람들이 사회적 삶의 특정 측면들을
사회적으로 구성할 수 없으며, 인식론적으로 해석주의적 입장의 연구자는 사회과학 연구에서 자
연과학을 모범으로 삼을 수 없다ʼ는 것이다. 구바와 링컨(Guba and Lincoln, 1994)은 실증주의와
그들이 ʻ자연주의적 탐구(naturalistic inquiry)ʼ라고 부른 것-이것은 구성주의(때로는 해석주의)
로 더 잘 알려지게 되었다-이 경쟁하는 패러다임들이라고 주장했다. 나중에 그들은 그들의 논의
를 확장하여 비판이론, 후기실증주의(Guba and Lincoln, 1994), 그리고 참여 연구 등의 다른 패
러다임들(Lincoln and Guba, 2000)도 언급하지만, 이들 패러다임들 사이의 비교는 존재론적 쟁
점들에 뿌리를 두고 있다(Morgan 2007: 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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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론적 및 존재론적 입장들ʼ을 쟁점으로 삼고(Bryman, 2008: 13) 이런 쟁점들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질적 연구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전개하였다.7)
상이한 패러다임 사이에는 쿤이 말하는 ʻ공약불가능성ʼ이 존재하며 그러므로 양적
방법과 질적 방법 사이에도 공약불가능성과(Morgan, 2007: 58) ʻ인식론적 간격
(epistemological chasm)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Olsen, 2004). 그리고 질적 방법을
사용하는 연구의 증가를 ʻ질적 혁명ʼ(Denzin and Lincoln, 2005)이나 ʻ패러다임 전환ʼ
(Morgan, 2007) 등으로 특징짓고 양적/질적 방법 사용에 관한 논쟁을 ʻ패러다임 전
쟁ʼ으로 선언하였다(Datta, 1994; Gage, 1989; Tashakkori and Teddlie, 1998).8)
양/질 논쟁을 ʻ패러다임 전쟁ʼ으로 규정하는 견해는 연구영역을 안내하고 연구를 조직
하는 틀로 작용하는 믿음과 실천의 집합으로서 패러다임 안에서 존재론, 인식론, 가
치론, 방법론 등 일련의 철학적 가정들과 그것들을 구체화하는 방법들이 서로 조응하
면서 군집을 형성한다는 인식에서 유래한다. 즉, ʻ특정의 존재론적 및 인식론적 입장
을 기초로 일반적인 방법론적 입장이 형성되며 이 입장에 의해 특정 방법을 선택하여
사용한다는 논리에 근거한다ʼ(Platt, 1996: 502).
실증주의 패러다임은 일반화와 보편적인 법칙의 탐구를 목적으로 규칙성과 관계를

7) 이런 전략은 ʻ이전에 제시되었던 딜타이의 자연과학과 문화과학의 대비 등과 같은 전통적인 구분


들을 모델로 삼았을 것이다ʼ(Allwood, 2012: 1418). 질적 방법의 옹호자들은 실재가 ʻ저기 밖에ʼ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구성물이며, 따라서 상이한 집단 및 관점과 연합된 ʻ다
중의 실재들(multiple realities)ʼ이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실재에 대한 인간의 이해는 객관적 진
리가 아니라 사회적 구성물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사회)구성주의를, 실증주의, 실재론, 객관주
의 또는 경험주의 등의 이름의 견해에 대립하는 ʻ상대주의적ʼ, ʻ교류적/주관주의적(transactional/
subjectivist)ʼ 입장이라고 부른다(Lincoln and Guba, 2000: 168). 반면 실증주의 입장에 대해서
는 ʻ경험세계에 대한 일종의 무매개적인 직접적 파악의 가능성을 상정하고 그 지식은 단순히 ʻʻ저
기 밖에ʼʼ 있는 것을 반영하거나 비춘다고 상정한다ʼ고 비판한다(Schwandt, 2007: 38). 양/질 구
분의 광범한 틀 안에 여러 가지 훨씬 미묘한 차이를 갖는 입장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여성
주의, 탈근대주의, 탈구조주의 및 비판적 연구자들이 이룬 중요한 진보에도 불구하고 두 패러다
임이 대비는 여전히 방법론적 교과서들과 사회과학의 인식론적 논쟁을 지배하고 있다. 덧붙이면,
하우(Howe, 1988: 12)는 이런 이분법적 틀 속에서 연구자들이 양적 방법과 질적 방법 중 어느 ʻ한
방법의 선택을 강요받아 왔다ʼ고 지적한다.
8) 그렇지만 이 전쟁에서 두 진영이 대등하게 전투에 참여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양적 방법 진영은
사회과학 연구들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구태여 양적 방법의 사용을 정당화하는
싸움을 전개할 필요가 없었다. 또한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양적 방법 사용에 친화적인 철학적 준
거틀이었던 실증주의적 견해의 타당성이 비판받고 있기 때문에 양적 방법을 패러다임 수준에서
옹호하기는 용이하지 않았다(Lund, 2005: 118). 양적 방법 진영은 패러다임 전쟁에 개입하는 대
신 ʻ양적 방법의 관점에서 일반적인 방법 교과서를 저술하고 일반적인 방법 교과목을 가르쳤다.
반면 질적 방법의 옹호자들은 자신의 입장을 구별하고 강화하기 위하여 ʻʻ타자ʼʼ인 양적 방법을 정
의하는데 양적 연구자들이 사용한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ʼ(Bryman, 1984; Hanson,
2008: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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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실증주의 패러다임에서는 새로운 이론의 구축보다는 기


존 이론의 시험 또는 확인이 일반적인 연구목표이다. 이론 확인은 연역적인 방식으로
진행하며, 현존하는 문헌의 검토와 현상에 관한 기존 이론들의 검토에서 시작한다.
이를 토대로 특정한 변수들을 선택하고 이것들 사이의 관계를 기술함으로써 가설을
도출한다. 이러한 가설들은 새로운 시각에 입각하여 기존 이론을 확장하거나 수정하
는, 또는 기존 지식에서 인식된 격차를 설명하거나, 가능한 경쟁적인 설명들을 검증
하기 위한 잠정적 서술이다. 가설에 근거해 설계한 도구와 절차에 따라 주로 양적 자
료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연구자는 특히 변수들을 조작화하고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측정도구를 활용하여 가설에 대한 통계적 검증을 시도한다. 이를 통해 가설을 입증
또는 논박하며, 그 결과 기존 이론을 수정하거나 확장하게 된다.
반면, 구성주의 패러다임은 인간은 자신이 해석하고 있는 세계에 참여함으로써,
의미를 구성한다는 근본적인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9) 사회적 실재는 절대적, 객관
적, 외부적인 것이 아니며, 무엇이 실재이고 무엇이 의미 있는 것인가에 관한 구성원
들의 합의에서 도출된다(Lincoln and Guba, 2000). 현상의 많은 부분은 현상을 둘
러싼 집단과 개인들이 의미를 형성하는 행위들로 구성된다. 이러한 의미 형성 행위들
은 구성주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이다. 구성주의의 시각에서 보면, 연구자와
연구 대상은 상호 연계되어 있으며, 연구자는 맥락의 일부로써 자신의 경험과 관점을
탐구에 투영한다. 해석학(hermeneutic)은 구성주의 패러다임을 실행하는 대표적인
방법론적 입장이다. 구성주의적 입장의 연구는 심층적이고 풍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을 통해 이론을 구축하는 귀납적 접근을 선호한다. 연구자는 사회현상에 참여하
고 있는 행위자들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의미를 이해하고 해석한다.
실제의 논쟁에서는 ʻ철학적 쟁점들과 기술적 쟁점들을 동시에 다루면서 혼동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다수의 논자들은 존재론적 및 인식론적 입장의 차이가 개별 방법들
에 대한 선호로 이어진다고 받아들였다ʼ(Bryman, 1984: 75-76). 이제 방법의 선택
은 ʻ공약불가능한ʼ 실증주의 패러다임과 구성주의(해석주의) 패러다임 사이에서 ʻ이것
인가 아니면 저것인가ʼ의 문제가 되었다 (<표 1> 참고).10)

9) 실증주의 패러다임도 사회세계에서 의미가 구성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지만 주관적인 의미


등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측정[해야]한다는 점을 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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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 구분을 다시 생각한다 9

<표 1>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의 강조점

양적 연구 질적 연구
확증적, ʻ하향식ʼ(연역), 자료를 사용 탐색적, ʻ상향식ʼ(귀납), 자료에서 가
과학적 방법
하여 이론과 가설 시험 설·근거이론·지식 산출
존재론 객관적, 물질적, 구조적, 동의적 주관적, 정신적, 개인적, 구성적
과학적 실재론, 진리 추구, 가설의 경
상대주의, 개인적 및 집단적 정당화,
인식론 험적 확증에 의한 정당화, 보편적인
다양한 기준
과학적 기준
인간행위에 대 상황적, 사회적, 맥락적, 개인적, 예
규칙적, 예측가능
한 견해 측불가능
연구 목표 양적/숫자적 서술, 인과설명, 예측 질적/주관적 서술, 공감적 이해, 탐색
관심 일반적인 과학법칙 판별 특정 집단과 개인에 대한 이해
광범하고 심층적인 시각, 현상의 넓
초점 협소한 시각, 특정 가설시험
고 깊은 조사
자연적 상황 속의 개인과 집단 연구,
통제된 조건 속의 행위 연구, 단일 변
관찰의 특성 내부자의 관점, 의미, 견해에 대한 이
수들의 인과적 효과 분리
해 추구
구조적이고 인증된 자료수집 도구 사 심층면접, 참여관찰, 현지조사, 개방
자료의 형태 용. 엄격한 특정에 기초한 양적 자료 형 질문지 등을 통한 자료 수집, 연구
수집 자 자신이 자료수집의 주요 도구
자료의 특성 변수 단어, 이미지, 범주
서술 자료 사용, 유형⋅전체적 특성
자료 분석 변수들 사이의 통계적 관계 판별
의 탐색, 차이/변이 파악
10)

10) 질적 방법 옹호자인 링컨과 구바(Lincoln and Guba, 2000)가 제시하는 양/질의 구분도 유사하다.
실증주의 패러다임 자연주의 패러다임
순진한 실재론: 단일의 실재가 외재 상대주의: 실재는 다중적이고 사회
존재론적 가정
적, 객관적으로 존재, 파편화가능 구성적이며 주관적인 것, 전체론적
객관주의: 인식 주체와 객체는 독립 주관주의: 인식주체와 객체는 상호
인식론적 가정
적, 이원론적 작용적, 분리불가능
양적 방법 중심, 실험적/조작적, 가
방법 질적 방법 중심, 해석적, 변증법적
설의 검증
시간·맥락에서 자유로운 일반화 가 시간·맥락에 기속된 작업가설 가능
일반화 가능성
능 (법칙적 진술) (개체 서술적 진술)
시간적으로 선행하는 실재하는 원 모든 실체들은 동시에 서로 모양 짓
인과연계의 가능성
인, 조건 및 자극요소의 작용 는 상태, 원인과 결과 구별 불가능
가치의 역할 탐구는 가치 자유적 탐구는 가치기속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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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한국사회학󰡕 제47집 제2호 (2013년)

모집단에 대한 외부자의 객관적 관점


내부자의 관점을 제공하는 개별주의
결과 에서의 재현을 제공하는 일반화 가능
적 발견
한 발견
형식적인 통계적 보고 (상관관계, 평 비형식적인 서사적 보고 (맥락적 서
최종 보고 형태
균의 비교, 발견의 통계적 중요성) 술, 연구 참여자에 대한 직접 인용)
자료: Johnson and Christensen (2012: 34-5)

그런데 이들 두 패러다임이 공약불가능하고 배타적인 선택지라면 두 패러다임 사


이의 경계가 명확해야 할 것이다. 즉 한편으로 상이한 패러다임들에 속하는 요소들은
서로 겹치지 않는 배타적 관계에 있고 다른 한편으로 각 패러다임의 구성요소들은 서
로 정합적인 관계에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표 1>의 항목들을 살펴보면, 두 패러
다임 사이의 경계는 명확한가 그리고 각 패러다임의 구성요소들은 필연적 연관에 의
해 하나의 범주로 묶였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된다.

Ⅲ. 방법과 철학

먼저, 각 패러다임에 속하는 구성요소들이 필연적 연관에 의해 동일한 군집으로


묶이는가를 살펴보자. 사회를 연구하는 ʻ방법ʼ의 선택은 연구자의 철학적 입장 즉 존
재론적이고 인식론적인 전제가정들-정교화된 것이거나 명시적으로 드러난 것이 아
니더라도-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이런 가정들은 연구 대상은 어떤 것인가, 그 대
상에 관해 무엇을 알아낼 것인가, 어떻게 알아낼 것인가 등 연구자가 제기하는 연구
문제와 그것의 답을 찾는 적절한 방법에 대한 판단의 기초가 된다. 그러므로 ʻʻ연구자
가 사회세계의 성질에 관해 갖는 믿음 그리고 더 중요한 것으로 사회세계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에 관해 갖는 믿음은 특정 형태의 방법과 전략들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
하고 다른 것들은 부적절하다는 선택을 강제한다.ʼʼ(Scott, 2007: 6)는 주장에 많은
논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이 곧 특정의 믿음은 양적 방법의 선택을 그리고 또 다른 특정의 믿
음은 질적 방법의 선택을 ʻ강제한다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사회적
실재가 행위자들의 개념과 행위에 의해 구성되고 존재하며, 행위자들의 주관적 해석
을 통해서만 접근하고 파악할 수 있다는 구성주의의 철학적 입장의 연구자를 상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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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 구분을 다시 생각한다 11

보자. 그 연구자는 사회적 실재는 ʻ실험적으로 검사할 수 없고 수량, 합계, 빈도 등에


입각하여 측정할 수 없는 과정들과 의미들을 중심에 놓고 접근하는 질적 방법을 필요
로 한다ʼ고 판단하고 아마도 ʻ질적 자료수집 방법ʼ과 ʻ질적 분석 방법ʼ의 사용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특정의 질적 방법만을 사용하라고 ʻ강제ʼ하는 것이라고 간주할
수는 없다. 더욱이 그런 전제 가정이 곧 ʻ양적 자료ʼ나 ʻ양적 분석방법ʼ 사용의 금지를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들이 가진 ʻ개념ʼ들을 묻는 질문지 조사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이 자료를 통계적으로 처리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ʻʻ예를 들어,
소규모의 질적 선도(pilot)연구에 기초한 이론적 개념의 개발이나 정교화는, 특정 현
상에 대한 양적 측정과의 수렴의 정도를 결정하기 위한 요인분석 등과 같은 통계적
기법과 자주 결합된다ʼʼ(Modell, 2009: 210). 반대로, 사회적 실재가 ʻ저기에ʼ 존재한
다는 입장의 연구자라도 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심층면접을 통한 자료 수집과 면접 자
료에 대한 내용분석의 질적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실증주의의 중심적인 추세는 양적
인 것이지만, ʻ예컨대 역사지(historiography) 같은 질적 방법을 사용하는 실증주의의
사례도 있다. 역으로, 양적 방법을 사용하는 사회구성주의 연구도 존재한다ʼ(Alvesson
and Sköldberg, 2009: 15). ʻ민족지적 방법을 사용하는 연구자라도 얼마든지 실증주
의적 가정에 기초할 수 있다ʼ(Small, 2011: 78). ʻ실증주의는 질적 방법 사용의 장애
(barrier)가 아니다ʼ(Michell, 2003). ʻ실증주의자라고 하더라도 일부의 질적 자료의
타당성을 부인하지 않으며, 많은 참여관찰자들이 그들의 연구에서 비록 초보적이거
나 유사 통계적인 것이지만 양적 증거를 사용한다ʼ(Bryman, 1984: 80).
그러므로 ʻ지식을 얻기 위하여 실증주의자는 사실들, 무작위 표본추출, 표준화된
질문지, 표 등을 사용하고, 질적인 상호작용론자는 진정한 경험, 비구조화된 면접,
개방형 질문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ʼ는 (질적 방법 옹호자의) 이분법적 주장은
(Silverman, 1993) 논리적인 그리고 실질적인 근거를 가진 것이 아니다. ʻ인식론적
입장으로서 패러다임은 무엇을 연구하고 어떻게 연구하는가 등의 실질적인 결정에
관해 거의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다ʼ(Morgan, 2007: 52). 심지어 브라이맨(Bryman)
은 ʻ방법들은 인식론적 쟁점들과 관련하여 중립적ʼ이라고 주장한다. 인식론적 수준에
서는-예컨대, 의미의 수준에서의 적합성과 대비되는 인과적 적합성의 관점에서- 양
/질 구분이 어느 정도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연구 실행의 맥락에서는 이러한 전제
가정과 특정 기법 사이에 직접적인 연계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1984: 88). ʻ다
양한 질적 연구자들이 동일한 인식론적 가정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ʼ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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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한국사회학󰡕 제47집 제2호 (2013년)

이것을 보여준다(Denzin and Lincoln, 2005: 11-13). 간단히, 실증주의적 입장에서


질적 방법을 사용하는 연구자도 있고 구성주의적 입장에서 양적 방법을 사용하는 연
구자도 있다. 또한 역으로 양적 방법을 사용한다고 모두 실증주의자인 것도 아니고
질적 방법을 사용한다고 모두 구성주의자인 것도 아니다.
실증주의는 ʻ연역ʼ의 방법을, 구성주의는 ʻ귀납ʼ의 방법을 사용한다는 주장도 실제
와 부합하지 않는다. 실증주의에서 ʻ가설-연역적 방법ʼ과 ʻ포괄 법칙적 설명 모델ʼ을
과학의 중요한 ʻ방법ʼ으로 취급하면서 연역 논리를 사용하여 이론이나 가설을 시험하
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실증주의의 요체는 경험적 증거의 객관성
과 중립성을 믿는 경험주의적 인식론에 있으며, 연역 논리는 경험적 증거를 논리적으
로 오류 없이 사용하기 위하여 도입하는 부가적인 요소이다.11) 실제로는 귀납적 방
법을 사용하는 많은 연구들이 실증주의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귀납의 방법에
주로 의지하는 점에서 질적 방법 패러다임에 속한다고 분류되는 근거이론(grounded
theory)도 경험주의 인식론에 기초하며(Danermark, Ekstrom, Jakobsen, and
Karlsson, 2004: 223-228) 이점에서는 실증주의 패러다임의 특징을 공유한다.
특히 철학적 수준에서 존재론적 전제가정과 인식론적 전제가정도 정합적인 결합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12) 사회적 실재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ʻ실재론ʼ의 입장
에 서더라도, 그 실재에 대한 지식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ʻ구성주의ʼ 인식론을 수
용할 수 있고 이 둘은 모순 없이 결합할 수 있다(Maxwell, 2011: 13).13) 게다가, 질
적 또는 양적 패러다임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철학적 전제가정은 결코 단일하거나 명
료한 것이 아니다. 근래에는 질적 연구의 옹호자도 ʻ질적 연구자 모두가 동일한 인식
론적 가정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ʼ고 인정하고 있다(Denzin and Lincoln, 2005:
11). 슈반트에 따르면, ʻ질적 연구의 철학적 기초인 해석주의, 해석학 그리고 사회구

11) 초기의 (논리)실증주의는 경험적 증거에 의한 이론의 ʻ확증ʼ을 과학적 방법으로 규정하였다. 확증
은 개별 사례들의 축적 즉 귀납 논리에 따르게 된다. 그러나 이 규정은 이론과 부합하는 경험적
증거를 아무리 많이 축적하더라도 해당 이론이 참이라는 것을 최종적으로 확증할 수는 없다는
ʻ귀납의 문제ʼ에 부딪혔다. 반면, 이론과 충돌하는 경험적 증거를 확보한다면 해당 이론이 허위라
고 ʻ반증ʼ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오류가 없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실증주의는 연역의 논리에 입각
한 ʻ반증ʼ을 과학적 방법의 하나로 주장하게 되었다.
12) 과학에서 존재론과 인식론의 연관이 ʻ느슨하게 결합된 것(loosely coupled)ʼ이라는 분석은 기에리
(Giere (1999), 하킹(Hacking, 1999), 자미토(Zammito, 2004) 등을 볼 것.
13) 존재론적 실재론과 인식론적 구성주의의 조합은 모순적인 것이며 이론에서 독립적인 실재라는
존재론적 개념은 질적 연구에 기여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Smith and Deemer,
2000), 비판적 실재론은 ʻ자동적 객체ʼ와 ʻ타동적 객체ʼ의 구분을 통하여, 객체가 인간의 인식과
무관하게 존재한다는 존재론적 실재론과, 그런 객체에 대한 지식을 인간이 사유 속에 생산한다
는 인식론적 구성주의를 결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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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 구분을 다시 생각한다 13

성주의는 인간 행위의 목표와 실천에 관한 상이한 관점들, 상이한 윤리적 관여들, 그


리고 재현, 타당성, 객관성 등의 방법론적 및 인식론적 쟁점들에 관한 상이한 입장을
포괄하며, 따라서 일반적 관점에서 질적 연구에 대한 이러한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철
학의 적합성을 논의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다. 질적 패러다임은 탈실증주의적, 구
성주의적, 탈근대주의적 ʻʻ진영들ʼʼ이나 ʻʻ계기들ʼʼ을 포함하며, 수많은 상이한 존재론적
및 인식론적 관점에서 질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질적 연구의 개념화와
실천은 다양한, 심지어 모순적인 인식론들을 통합한다ʼ(Schwandt, 2000: 190, 206).
그리고 양적 연구의 기초로 지적되는 실증주의가 매우 다양한 견해들을 가리킨다는
것은 악명 높은 사실이다. 질적 방법과 양적 방법은 단일의 철학적 가정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 다양한 철학적 가정들과 결합하여 사용되고 있다.
또한 방법의 수준에서도 각 군집에 속하는 자료수집 방법, 생산한 자료형태, 자료
분석 방법 사이의 필연적인 정합관계를 찾기는 어렵다. 동일한 자료수집 방법으로 양
적 자료를 생산할 수도 있고 질적 자료를 생산할 수도 있다. 예컨대 대표적인 양적
자료수집 방법으로 일컬어지는 ʻ조사연구(survey)ʼ를 사용하여 자료를 수집하더라도,
발굴하는 정보의 특성이나 연구의 목표에 따라 그 결과는 숫자를 사용하는 양적 자료
로 가공할 수도 있고 텍스트 형태의 질적 자료로 가공할 수도 있다. 또 이렇게 생산
한 양적 자료를 통계적 방법으로 분석할 수도 있고, ʻ의미ʼ 해석의 방법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참여관찰이나 심층면접 같은 질적 방법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ʻ질적
자료에 대한 통계적 분석도 가능하고, 질적 자료를 사용한 가설 시험도 가능하다ʼ
(Wood and Welch, 2010: 64). 그밖에 실험 연구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 양적 방법
의 사용이 늘 대규모 표본과 결합되는 것은 아니다. 이론 시험에 집중하는 연구라고
해서 양적 방법만을 사용(해야)하는 것은 아니며 이론 창출을 추구하는 연구이기 때
문에 질적 방법만을 사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양적 연구자도 여러 맥락에서 참여
자의 의미 내용을 이해하고자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ʻ실증주의가 수량 사용의 명령
을 동반하는 것도 아니고, 질적 연구방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도 아니다ʼ(Michell,
2003: 15). 줄여 말하면, 철학적 입장과 연구방법이, 존재론적 가정과 인식론적 가정
이, 자료수집 방법과 자료 분석 방법이, 양/질 논쟁에서 상정하듯, 필연적이고 정합
적인 융합 관계에 있으면서 통일체로서 패러다임을 형성한다고 상정할 근거는 찾을
수 없다.
근본적으로, 철학적 입장이 방법의 선택을 강제한다는 주장 자체가 충분히 검토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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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한국사회학󰡕 제47집 제2호 (2013년)

것이 아니다.14) 양/질 논쟁에서 ʻ질적 방법 옹호자들은 철학적 가정들이 실제 연구자


가 사용하는 방법의 결정에 어떻게 영향 미치는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너무 쉽게
존재론적 수준의 공약불가능성에서 인식론적 및 방법론적 쟁점들에 관한 의사소통
불가능성으로 그리고 방법들의 비교 불가능성의 결론으로 나아갔다ʼ(Morgan, 2007:
62-63).15) 특히 ʻʻ질적 방법의 옹호자들은 방법보다 인식론에 우위를 부여하고 다른
모든 것들보다 존재론적 쟁점을 강조하는 ʻ하향식ʼ 접근의 경향을 보였다ʼʼ(Morgan,
2007: 68). 그렇지만 질적 방법 옹호자들이 의지하는 구성주의 인식론의 핵심은 과
학적 이론과 경험적 증거의 구성성 및 주관성의 지적이며(참고로, 실증주의 인식론도
이론의 구성성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는 ʻ경험의 이론의존성ʼ의 확
인과 ʻ이론의 경험적 미결정성ʼ의 발견에 있다.16) 또한 특정 방법을 과학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학자 공동체의 협약일 뿐이라고 지적함으로써 이른바 ʻ과학적 방법ʼ
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도 구성주의 인식론의 한 특징이다. 구성주의의 입장에 충실
하다면 이론이나 경험적 증거의 주관적 ʻ구성성ʼ을 해명하는 ʻ해석적 방법ʼ의 사용을
선호할 수는 있지만, 과학에서 경험적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특정의(이 경우에는
질적) ʻ방법ʼ을 특별히 중시할 이유가 없으며 모든 ʻ지식 주장ʼ에 과학적으로 대등한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특정의 철학적 입장에 기초하는 또는 특정의 방법을 사용하는
연구가 더 우월하거나 설득력 있는 지식주장을 생산할 것이라고 구성주의자가 주장
하는 것은 그 자신의 입장에서 벗어난 것이다.

14) 사회세계는 어떤 것이며 어떻게 알 수 있는가에 관한 철학적 전제가정으로 고려할 때 대체로 실


증주의적 입장은 양적 방법과, 구성주의 입장은 질적 방법과 친화력을 갖겠지만 그것을 철학적
입장의 ʻ강제ʼ로 이해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철학적 입장 이외에도, 방법들에 대한 사회적 평
판, 연구비 지원자의 선호 등의 정치적 및 사회적 요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방법 사용에서 연구자
의 숙련이 연구 방법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브라이맨은 연구자의
ʻ숙련된 무능력(trained incapacities)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Bryman, 2007: 15), 연구자가
자신이 훈련하고 숙달한 방법 이외의 방법을 사용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15) 물론 ʻ일부의 질적 방법 옹호자들은 구성주의 패러다임이 질적 방법을 강력하게 선호하지만 양적
방법의 사용을 고유하게 반대하는 것은 없다고, 패러다임 충성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연구방법
의 통상적인 사용이 아니라 존재론적 믿음이라고 인정한다ʼ(Morgan, 2007: 63-64).
16) 실증주의 패러다임이 중시하는 가설-연역적 방법의 대표적인 옹호자의 하나인 포퍼(Popper)는
경험적 사실이 이론적으로 해석된 것이라는 구성주의적 인식론의 ʻ경험의 이론의존성ʼ 명제에 동
의한다. 그렇지만 포퍼는 과학의 요체는 이론을 경험으로 (ʻ확증ʼ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
기 때문에) ʻ반증ʼ하는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구성주의자들의 ʻ이론의 경험적 미결정성ʼ 명제와
상치하는 입장을 취하는 한편 경험을 이론 ʻ시험ʼ의 중립적인 심판자로 취급하면서 ʻ경험의 이론
의존성ʼ 명제를 부인하는 모순을 보였다. 포퍼는 자신을 실증주의자가 아닌 비판적 합리주의자라
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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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 구분을 다시 생각한다 15

Ⅳ. 양과 질

패러다임 전쟁에서 양/질 구분은 ʻ양ʼ과 ʻ질ʼ을 서로 배타적인 범주로 상정한다. 그


리고 두 패러다임의 구성요소들을, 예컨대 양/질, 객관/주관, 연역/귀납 등의 이분법
에서 볼 수 있듯 서로 ʻ공약불가능한ʼ 대립적인 쌍들로 간주한다. 말하자면 두 패러다
임의 구성요소들은 서로 배타적이며 따라서 패러다임 사이의 경계가 명확하다는 것
이다. 그렇지만 각 구성요소들이 배타적인 양극단에 위치한다는 견해는 피상적인 판
단에 지나지 않는다.
전형적으로 양적 자료는 숫자로, 질적 자료는 단어로 구성되지만, 이런 차이가 두
자료를 본질적으로 상이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양적 자료는 아무 어려움
없이 단어를 사용하는 질적 자료로 전환할 수 있다. 그리고 상당수의 질적 자료는
의미 있는 숫자 값을 할당하여 양적으로 부호화할 수 있으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수량화할 수 있다. 사실, 수량화 자체가 ʻ질적ʼ 판단의 산물이다. ʻ양적인 것ʼ에서, 숫
자는 자연 발생적으로 생성된 기표가 아니다. 과학에서 의미를 갖는 ʻ양ʼ은 ʻ계량하는
(commensurate) 숫자ʼ이다.17) 계량한다는 것은 상이한 객체들을 공통의 규준
(common metric)을 사용하여 측정하거나(measure) 평가하는(value) 것이다. 재화
와 용역의 가치를 나타내는 가격, 금의 성질을 나타내는 순도, 정치적 선호를 나타내
는 득표수는 계량으로서 수량화이다. 계량으로써 수량화는 객체들이나 현상들이 가
진 다양한 차이를 무시하고 복잡성을 환원하는 분류체계에 기초한다. 객체들이 가진
여러 속성들 가운데 특정의 속성(ʻ질ʼ)을 제외한 다른 속성들은 모두 사상(捨象)하고
그 특정 속성(ʻ질ʼ)의 정도의 차이에 숫자를 할당하여 ʻ양화ʼ하는 것이다. 즉 질의 유사
성과 상이성을 양의 많고 적음으로 표현한다. 수량화는 객체의 복잡한 질들을 무시하
고 객체를 양화 가능한 특정의 질로 환원하고 단순화함으로써 명확하게 구별한다.
같음과 다름에 관한 판단은 셈에 필수적이다. ʻ양적인 셈(quantitative counting)ʼ은
ʻ질적인 범주적 판단(qualitative categorical judgment)ʼ과 구분할 수 없게 결합되어
있다. 간단히, ʻ질적인 것과 양적인 것은 별개의 것(distinct)이 아니다ʼ(Berg, 2001:
2). ʻ양화(quantification)는 질화(qualification)에 근거하며, 따라서 모든 자료는 기
본적으로 질적인 것이다. 양적 자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ʼ(Sandelowski,

17) 숫자는 ʻ표시하는(mark) 숫자ʼ와 ʻ계량하는(commensurate) 숫자ʼ로 분류할 수 있다. 주민등록번


호, 운동선수의 등번호 등의 표시하는 숫자는 객체의 특정 속성을 표현하지는 않으면서 복잡한
객체들을 숫자라는 단일의 체계 속에 정리하여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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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한국사회학󰡕 제47집 제2호 (2013년)

Voils, and Knafl, 2009: 208). 양과 질은 구별되기는 하지만 서로 대립하는 배타적


범주가 아니다. 양은 복잡한 통계로 가공되었을 때조차도 특정 질의 표현 양식이다.
양적인 것은 질적인 것과 본질에서 상이한 것이 아니라 질적인 것의 한 형태, 즉 숫
자의 형태로 표현한 질적인 것일 뿐이다.
분석방법 관련해서도 양/질 차이는 과장되어 있다. 대표적인 양적 방법인 통계적
방법은 관찰을 요약하는 ʻ서술적 통계ʼ와 서술적 통계의 의미를 해석하는 ʻ추론적 통
계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런 기법들은 문자를 사용하는 질적 방법에서의 ʻ서술적 자료ʼ
와 그 자료에 대한 ʻ해석ʼ의 구별과 각각 상응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연구자
가 양/질의 경계를 가로질러 ʻ서술ʼ과 ʻ해석ʼ이라는 사유작용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양
/질과 관계없이 모든 분석 방법은 질적 차원 또는 해석적 차원을 가지고 있다. ʻ양적ʼ
연구는 본질적으로 해석학적 과정을 공유한다(Olsen and Morgan, 2005). ʻ질적 판단
이 없는 수량화는 없으며, 해석 없는 통계적 분석은 없다ʼ(Bauer, Allum and Gaskell,
2000: 8).
패러다임 전쟁의 주요한 대립인 ʻ양적인 것은 객관적인 것이고 질적인 것은 주관적
인 것ʼ이라는 이분법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주장이다. ʻ양적인 것ʼ도 해석의 산물이
라는 점은 이미 지적하였지만, 객체의 특정 속성을 숫자로 전환하는 수량화 과정에서
는 생산자의 목표, 의도, 선지식, 선입견 등이 범주의 창출, 숫자 구성방법의 선택,
자료의 제시 등에 작용한다. 즉 숫자는 세계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자연발생적이고 중
립적인 표상이나 객관적인 기표가 아니라 타협과 조정을 내장한 인위적이고 주관적
인 사회적 구성물의 하나이다.18) 양/질 어느 방법을 사용하는가와 관계없이 과학적
연구는 인간주체의 활동이며 연구의 자료와 결과는 주관적 구성물이다. 연구의 초기
과정인 연구문제의 선택, 관련된 이론과 자료 형태의 선택 등에서는 양/질 구분과 관
계없이 연구자의 주관이 작용한다는 점은 널리 인정되고 있다. 그렇지만 연구 실행을
통한 자료의 생성, 분석, 결과의 해석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양적 자료 역시
해석과 타협의 산물이며, 예컨대 추론적 통계방법으로 분석하더라도 그 과정은 자동
적이고 기계적인 것이 아니라 연구자 자신의 추론에 의해 진행된다. ʻR-Square는 헤
게모니 개념 못지않게 신비화, 추상적 또는 맥락 구속적이다. 둘 모두 맥락에 결합되

18) 인식의 과정 자체가 인간이 객관적 실재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니고 있는
특정의 개념틀이나 사유형식을 통해 실재를 해석하는 것이다. 즉 인식은 일정한 개념틀에 의해
해석된 체계이다. 무엇을 인식한다는 것은 특정의 개념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인
식 속에서 개념틀과 객체를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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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 구분을 다시 생각한다 17

어 있고 해석을 필요로 하는 기호들이다ʼ(Hanson, 2008: 102). 다만 숫자는 객체들


의 다른 모든 질적 특성을 제거하고 특정 ʻ질ʼ(의 양적 차이)만을 단순화하여 표현함
으로써 마치 ʻ객체 자체가 말하는 것ʼ인 듯한 즉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기계적으
로 생산한 순수하고 확실한 객관적 기표인 듯한 착시효과를 유발한다. 그러므로 수량
화와 양적 방법은 주관적 해석이나 선입견의 영향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객체를 정확
하게 ʻ반영ʼ 또는 ʻ모사ʼ하며 그것으로 객관성을 갖는다는 생각은 착시효과에서 기인하
는 소박한 환상이다. 양적 접근을 그 자체로 질적 접근보다 더 ʻ객관적인 것ʼ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ʻ양적인 것은 객관적인 것ʼ이라고 주장하거나 받아들이는 것은 양적
인 것에 근거 없는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질적인 것은 ʻ주관적인 것ʼ이라는 견해도 오류이다. 양적 접근은 사유 속에
서 객체를 (그것의 여러 질들을 사상함으로써) 특정의 질로 환원하고 그것에 대해서
만 (대체로 이미 정해진 절차를 따라) 주관적으로 판단하여 재생산한다. 그러므로 양
적 접근에서는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거나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것처럼 나타난다. 그
러나 객체에 대한 주관적 판단이 적은 듯 보이는 것은 객체를 단순화하기 때문이며
그만큼 객체에 대한 인식도 내용이 빈약할 수밖에 없다. 반면 질적 접근은 사유 속에
서 객체의 더 많은 질들을 포착함으로써 객체를 다면적으로 재생산하고자 한다. 따라
서 질적 접근에서는 객체의 더 많은 질들에 대한 주관적 판단이 (그러므로 미리 절차
를 정할 수 없는 방식으로) 개입한다. 그리고 그것에 의해 더 ʻ주관적인 것ʼ이라는 인
상을 유발하지만 동시에 객체를 더 총체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양적인 것은
객관적이고 질적인 것은 주관적인 것이라는 이분법은 피상적인 판단이다.
더욱이, 지식 생산에 주관적 판단이 개입한다고 그것의 곧 지식의 객관성 결여나
포기를 결과하는 것은 아니다. 해석 없이 객체를 인식할 수는 없기 때문에 연구자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한 지식 생산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지식의 객관성은 그 생산자
의 주관적 의도와 태도에 의해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객체와의 (부분적인) 상
응관계에서 발생하는 속성이다. 모든 지식은 주체에 의해 주관적으로 생산되며 객체
와의 관계 속에서 객관성을 확보한다. 어떤 지식이 주관적인 판단을 더 많이 담고 있
기 때문에 덜 객관적인 것은 아니며 그 역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지식이 객체와 더
상응하는가 여부에 의해 지식 사이에 객관성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지식
에서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은 상호배타적인 대립물이 아니라 배제불가능한 통
일체인 것이다.19) 연구자들이 객체를 가능한 한 ʻ있는 그대로ʼ 인식하고자 주관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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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한국사회학󰡕 제47집 제2호 (2013년)

로 노력하는 까닭도 객체와 더 상응하는, 즉 더 객관적인 지식의 생산이 연구의 목표


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노력에서는 질적 방법 사용자와 양적 방법 사용자 사이
에 차이가 없을 것이다.20) 그러므로 방법, 그리고 그 방법을 사용하여 생산한 지식
을 객관적인 것과 주관적인 것으로 이분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논쟁에서 종종 강조하는 연역 추론(양적 접근)과 귀납 추론(질적 접근)의 이분법도
실질적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현상적으로, 양적 방법을 사용하면서 개별 사례에서
일반화로 나아가는 귀납적 연구도 언제나 가능하다. 또한 예컨대, 경험적 증거를 사
용하여 이론을 시험하는 연역적 절차를 따르는 연구에서 질적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금지되지 않는다. 더 근본적으로는 귀납-연역이 단지 형식적인 구분일 뿐이라는 점,
즉 귀납과 연역은 서로를 전제하는 추론양식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개별 사실

19) 객체들은 인간이 그것을 인식하는가와 무관하게 실재한다는 점에서 ʻ존재적 객관성(ontic
objectivity)ʼ을 갖는다. 그리고 이런 객체에 관한 인간의 지식주장이 객체 자체와 ʻ상응ʼ한다면
그 지식주장은 ʻ존재론적 객관성(ontological objectivity)ʼ을 획득한다. 지식이 객체와 (적어도
부분적으로) 상응하는가 여부는 실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실천을 통해 지식의 객관성
을 확인하는데 여러 가지 제약과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또한 객관성의 문제를 지식 외부로 나
아가 지식과 객체의 관계 속에서 접근하지 않고 객체를 배제한 채 ʻ인식ʼ 영역 안에서 다루어 온
것이 인식론의 전통이기 때문에, 객관성 논의에서 지식과 객체 사이의 관계는 제거되고 단지 지
식과 주체 사이의 관계의 문제만이 쟁점으로 남은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객관성은 주관성의
대립물로 구성되었다. 객관성을 ʻ몰관점적 객관성(aperspectival objectivity=주관성의 배제)ʼ이
나 ʻ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주관성의 수렴)ʼ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런 이분법적 문제틀의
귀결이다. 주체-지식-객체의 3원 구조에 기초하여 존재론적 객관성과 인식론적 객관성을 구분
하면 주관성과 객관성은 대립물이 아니라 통일체로 이해할 수 있다.
20) 이런 주관적 태도는 ʻ의도적 객관성(intentional objectivity)ʼ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이때 ʻ객관
성ʼ은 개인의 편견이나 해석이나 감정에 의해 왜곡되지 않고 인식한 사실이나 조건을 가리킨다.
이것을 기에린(Gieryn, 1994)은 ʻ부인으로써 객관성(objectivity as denial)ʼ, 즉 개인적인 모든
특징을 부인하는 것으로써 객관성으로 개념화한다. 지식 생산자의 의견이나 판단을 포함하지 않
는 지식을 객관적 지식으로 간주하는 이 개념은 실재에 대한 인식에서 인식주체의 감정, 열망,
가치, 이해 관심 등의 주관성들을 배제함으로써 객관성이 확보되고 보증된다고 이해한다. 이 개
념도 ʻ주체/객체ʼ의 이분법에 의해 주관성과 객관성을 상호 배타적인 것으로 오도하는 결함을 보
여준다. 하지만 이 객관성 개념을 ʻ주체-지식-객체ʼ의 3원 구조 속에 놓으면, 이 개념은 가능한
한 객체와 상응하는 또는 객체를 정확히 포착하는 지식을 생산하여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주체의
의도와 태도를 가리킨다. 이와 관련하여 대스톤과 갤리슨(Daston and Galison, 2007)은 이런
객관성 추구를 지식의 객관성 확보에 중요한 요소라고 평가하면서 ʻ인식적 덕성(epistemic
virtue)ʼ으로 부른다. 그들은 과학의 역사에서, (객체를 기계처럼 기록하고자 하는 인식 주체를
특징으로 하는) 기계적 객관성, (자료의 수집과 가공 그리고 재현에서 공유된 구조를 따르는 인
식 주체의 의무를 특징으로 하는) 구조적 객관성, 그리고 (지식 수집 과정에서 자료를 왜곡하지
않도록 적절히 훈련된 판단의 개입을 허용하는) 훈련된 판단을 이 객관성의 3 유형으로 찾아낸
다. 또한 포터(Porter, 1993: 98)는 과학에서 숫자와 수량화를 사용하는 것은 개인적이고 주관
적인 판단을 제한하는 규칙을 준수함으로써 ʻ기계적 객관성ʼ을 획득하고 있음을 입증하려는 시도
이며, 이점에서 ʻ주관성과의 싸움(fight against subjectivity)ʼ이 수량화의 주요한 동기라고 지
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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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 구분을 다시 생각한다 19

의 관찰들에서 일반법칙을 도출한다는 귀납 추론은, 실질적으로 일반법칙이 개별 사


례들을 포괄할 것이라는 판단을 즉 연역 추론을 (암묵적으로) 전제하지 않고는 진행
할 수 없다. 그 역도 마찬가지로, 일반법칙에서 출발하여 개별 사례들을 설명하는 연
역적 추론도 개별 사례들이 일반법칙에 포괄될 것이라는 판단을 즉 귀납 추론을 전제
하고 있다.21)
그밖에도 패러다임 전쟁에서는 설명/이해, 일반적/개별적, 예측/탐색 등의 양극적
대립도 등장한다. 그러나 질적 연구에서 추구하는 행위의 이유나 동기에 대한 ʻ이해ʼ
는 그것이 곧 행위에 대한 ʻ설명ʼ의 한 형태일 수 있다는 점, 개별적인 것에 초점 맞추
는 질적 연구의 결과도 ʻ일반성ʼ을 가질 수 있다는 점,22) 적절한 ʻ예측ʼ은 인과기제에
대한 지식에 기초하는 것이며 따라서 탐색을 결여한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
려하면 이러한 대립의 설정도 피상적인 인식임을 알 수 있다. ʻ양/질ʼ 이분법의 각 항
목들은 실질적으로는 서로를 전제하거나 포함하는 관계에 있는 것으로 배타적인 대
립쌍이라고 할 수 없다. 패러다임 전쟁의 전선은 대부분은 불분명하거나 부정확하거
나 허구적인 것이다.

Ⅴ. ʻ양의 명령ʼ

패러다임 전쟁에서 두 패러다임의 진영과 전선은 명확하게 판별할 수 없다. 실증


주의 (양적) 패러다임과 구성주의 (질적) 패러다임 각각의 진영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서로 정합적으로 결합된 통일체를 형성하지 않다. 두 패러다임 사이의 전선에서 서로
대립하는 요소들이 배타적인 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다. 양/질의 각 진영의 내부가 동
질적이지 않고 대립의 경계선이 불확실하다면 양/질 패러다임의 구분 자체가 불확실
하고 불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양적 연구방법과 질적 연구방법을
상이한 패러다임들(에 속하는 것으)로 취급하는 이분법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의미한
다. 이런 사정은 패러다임 개념 대신, 연구나 접근이나 방법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더

21) 참고로, 근래의 과학철학은 사람들이 일상과 과학에서 연역과 귀납 뿐 아니라, ʻ가추(abduction)ʼ
와 ʻ역행추론(retroduction)ʼ으로 불리는 또 다른 추론 양식들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2) 한슨(Hanson, 2008)은 질적 연구의 결과는 ʻ다른 상황의 다른 사회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ʻʻ감
지하는 구성물(sensitizing constructs)ʼʼ로서 일반성을 갖는다ʼ고 지적하며, 그 사례로 푸코의
성에 대한 분석, 고프만의 ʻ상황정의ʼ, ʻ인상 관리ʼ 개념 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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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한국사회학󰡕 제47집 제2호 (2013년)

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양/질 논쟁은 패러다임 개념을 끌어들임으로써 두 방법이 상호 배타적이고 ʻ공약불
가능하다ʼ는 그릇된 환상을 일으켜 왔다. 그러나 양적 방법과 질적 방법 사이의 차이
는 왜곡되거나 과장된 것이 대부분이다. ʻ양적, 질적이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차이를
과장하고 공통의 특징을 과소평가하는 부적절한 것이다ʼ(Lund, 2005: 129-130). 양
적 접근과 질적 접근은 상당한 정도로 중첩되며 여러 특질들을 공유하고 있다. ʻ양적
접근과 질적 접근은 사실상 분리할 수 없고, 대립적인 것으로 상정할 수 없는 것이다ʼ
(Hanzel, 2011: 304).23) ʻ자료 이외의 다른 것에 관하여 질적(그리고 양적)이라는 용
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ʼ(Pearce, 2012: 831). 이 용어들 (그리고 그것과 유
사한 이름들)은, 더 중요한 쟁점들에 관해 성찰하는 것을 혼란시키며, 이 두 범주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유용한 연구 형태들의 가능성을 배제한다(Wood and
Welch, 2010: 57).24)
연구 방법들을 양적/질적인 것으로 분리하는 것은 복잡한 쟁점들과 논의들을 왜곡
하고 단순화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연구에 관련한 철학과 방법의 문제에 대해 진전된
이해를 제공하기보다는 혼란과 오해를 일으킨다. 무엇보다 양/질의 구분은 각 진영
내의 상당한 차이들과 진영 사이의 상당한 일치들을 은폐한다. 그리고 각 진영 내의
그리고 진영을 가로지르는 여러 방법에 대한 편협한 이해를 결과한다. 또한 이것으로
연구의 필요 따라 방법들을 효율적으로 선택하거나 개발하여 사용하는 것을 방해하
게 된다. 양/질의 구분은 정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유의미하지도 않고 유용하지도 않
은 ʻ반생산적(counterproductive)인 것이며 이론적으로 근거 없는 것이다ʼ(Hanson,
2008: 97).25) 질적 연구에서 통계적 분석을 거부하거나 인과추론을 배제하고, 양적

23)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의 공통점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뉴맨과 히치콜(Newman and Hitchcock,
2011)을 볼 것. 하디와 브라이맨(Hardy and Bryman, 2004: 4-7)도 두 접근 사이의 유사점들
을 강조한다. 덧붙여, 질적 방법 옹호자들은 양적 패러다임과 질적 패러다임 사이의 공약불가능
성을 주장하지만, 쿤(Kuhn)은 󰡔과학혁명의 구조󰡕 제2판 후기에서 ʻ공약불가능한 이론들의 옹호
자들은 서로 전혀 의사소통할 수 없다는 주장을 기각한다.ʼ 쿤에 따르더라도 (전문분야의 구성원
들이 공유한 믿음이라는 의미의) 패러다임의 성질에 특정 패러다임의 추종자들이 다른 패러다임
의 주장을 이해하는 것을 본래 방해하는 것은 없다. 오히려 핵심적인 문제는 ʻ두 진영의 옹호자
들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가이다ʼ(Morgan, 2007: 62).
24)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과학에서 양/질 구분이 여전히 통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ʻ관습(convention)ʼ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고(Bryman, 1984), ʻ기술적 숙련의 분리 발전과 결합된 사회과학자들 사
이의 정치적 분열ʼ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Hanson, 2008).
25) 양적/질적 방법의 구분 대신 ʻ외연적 절차(방법)ʼ와 ʻ내포적 절차(방법)ʼ이라는 개념의 사용은 왜
곡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Danermark et al., 2004: 268-273). 근거 없는 양/질 이분법 자
체를 해체한다면 방법들의 다양한 혼합과 개발에 대한 정당화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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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 구분을 다시 생각한다 21

연구에서 의미의 이해를 무시하거나 탐색적 분석을 회피하는 등 연구자 스스로 연구


에 근거 없는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 그 사례일 것이다. 그러므로 ʻ패러다임 전쟁ʼ에
대해 ʻ쓸모없는 법석(much ado about nothing)ʼ이라는 평가도 있지만(Trochim,
2006), 그것에 그치지 않고 ʻ해로운 전쟁ʼ이라고 규정해야 할 것이다.
양/질 논쟁의 유해함에 관해서는 언뜻 질적 방법 옹호자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
로 보인다. ʻ논쟁에서 질적 방법 옹호자들은 전형적으로 양적 방법을 실증주의에 잘
못 귀속시키는 오류를 저질렀다ʼ(Michell, 2003). 이 오류는 ʻ실증주의-양적 접근ʼ과
ʻ구성주의-질적 접근ʼ의 대립과 공약불가능성이라는 그릇된 이분법으로 이어졌다. 물
론 실증주의 입장에 기초한 양적 방법의 사용은 사회과학에서 자주 나타나는 지배적
특징이며 심각한 폐해를 낳는 것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는 동일한 것이
아니며, 또한 필연성을 가지고 결합된 것도 아니다. 사회과학에서 실증주의 입장의
결함에 대한 비판과 양적 방법의 한계에 대한 검토는 구분해야 한다.26) 질적 방법 옹
호자들은 이것을 구분하지 못했다. 질적 방법 옹호자들의 공격이 실증주의의 지배를
약화시키는데, 또는 양적 방법의 강세를 완화시키는 데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의 중요한 원인도 여기서 찾아야 할 것이다.
미셸(Michell)은 양/질 논쟁의 핵심에 ʻ양의 명령(quantitative imperative), 즉 어
떤 대상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그것을 측정하는 것이다(studying something
scientifically means measuring it)는 교의ʼ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27) 2차

26) 다음과 같은 진술이 보여주듯 양적 방법을 사용하는 연구자들은 실증주의의 철학적 입장을 의식
하지 않는다. ʻʻ우리는 종종 실증주의자로 불리지만 그런 이름은 우리가 수행하는 연구 방식에 거
의 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연구전략이 실증주의 철학의 일부 교
의를 위반하는가 여부에 관심이 없다. 우리의 대부분은 그러한 교의에 대해 별다른 지식을 가지
고 있지 못하다…우리는 오히려 통계학 이론, 수학이론, 학문분과의 이론에 더 관심이 있다ʼʼ
(Fotheringham, 2006: 237). 그렇지만 이 진술이 양적 방법을 사용하는 연구자들이 철학적 입
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많은 양적 방법 사용자들이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채 실증주의의 입장을 따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7) 미셸(Michell, 2003)은 ʻ양의 명령ʼ이 서구 사상에 가장 지속적인 관념의 하나로 서구문화를 지
배한 피타고라스주의의 ʻ모든 것은 숫자이다 또는 모든 속성은 근본적으로 양적이다ʼ는 견해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자본주의체제는 추상화, 계량화, 합리화의 심화와 관철을
특징으로 하며 따라서 양의 명령 추종은 학문 영역 뿐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 전체를 특징짓는
양상이다. 양의 지배는 사회의 전반적인 합리화와 관료화와 병행한다. 수량화는 모든 사물을 상
품-화폐 관계에 포섭하여 화폐량으로 전환(해야)하는 자본주의의 자기표현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화폐로 측정되거나 아니면 가치 없는 것으로 소거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리오타르
(Lyotard)의 표현을 사용하면, ʻ동일한 척도로 계량할 수 있거나 아니면 사라져야 한다(be
commensurable or disappear)!ʼ (사회과학에서 양적 방법의 지배에 관해서는 이기홍 2010을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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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한국사회학󰡕 제47집 제2호 (2013년)

대전 이후 사회과학을 지배한 양의 명령은 측정을 과학의 필수 요소로 규정하고 양화


된 지식에 과학적 지식의 특권을 부여하였으며, 양적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연구를 ʻ
전(前)과학적인 것ʼ으로 간주하였다(Michell, 2003: 6-7). 양의 명령은 자연과학에서
수학적 엄밀성의 성공에 고무 받은 것이기는 하지만 사회세계에도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 있다. ʻ모든 상황이 이미 숫자와 양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러므로 모든
상황에서 숫자 자료를 용이하게 입수할 수 있는 것이다. 주류 사회과학은 모든 속성
들이 양적이라고 상정하고 일부의 숫자 자료들이 이러한 속성들에 대한 지표를 제공
한다고 가정함으로써 양의 명령을 따라 양적 자료와 양적 방법을 사용한다ʼ(Michell,
2003: 22). 그러나 이런 연구 관행에는 두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양의
명령이 늘 유효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ʻ양과 숫자는 모든 실재의 상황에 편재하는
특징이지만 이것이 연구에서 늘 숫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상황에서 숫자와 양은 나타나지만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대면하는 속성들이
모두 양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양적 방법은 객체의 양적이고 숫자적인 속성들을
다루는 데 적절하다. 그러나 탐구하는 속성들이 양적인 것이 아닐 경우 양적 방법은
이들 속성들을 다루기에 부적합하다. 그런데 양의 명령을 따르는 사회과학자들은 이
런 속성들도 전형적으로 양적 방법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연구하고자 하는 속성이 양
적 구조를 가졌는가를 먼저 검토하지 않고 양의 명령을 따르는 것은 태만하고 과학적
으로 이상한(anomalous) 것이다. 숫자적 사실을 늘 무시해야 한다고 믿는 것과 마찬
가지로 숫자적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믿는 것도 병리적이다ʼ(Michell, 2011:
244-245, 254). 그리고 객체의 양적 속성들을 양적 방법을 사용하여 다루는 경우에
도, 그것으로는 객체를 일면적·제한적으로 연구할 수 있을 뿐이라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양적 방법은 객체의 수량적 측면이나 계기만을 뽑아내어 다루고 다른 측면들은
사상(捨象)하는 추상화에 의존하기 때문에 객체의 양적 속성 이외의 다른 속성들은
무시한다.28) 양적 방법의 사용은 객체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들을 소거함으로써
한편으로 객체의 양적 측면을 명확하게 포착하고 그것으로 상이한 해석들의 가능성
을 봉쇄하지만, 동시에 객체를 단순화하고 파편화하여 일면적으로 포착하는 데 그치
고 총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양적 방법을 ʻ과학적 방법ʼ으
로 믿고 모든 경우에 성찰 없이 사용하는 사회과학의 지배적인 연구 관행에 대한 질

28) 추상화는 객체와 상황에서 인식 주체를 격리하는 사유작용이 아니다. 인식 주체는 객체와 상황
에 대해 일부 특징에 초점 맞추고 다른 특징들을 사상하는 추상화를 실행함으로써 그 일부 특징
을 더 명확하고 자세하게, 그렇지만 부분적, 일면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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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 구분을 다시 생각한다 23

적 연구 옹호자들의 이의제기는 부정확하지만 타당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유해한


패러다임 전쟁의 근원적 책임은 사회과학의 맹목적이고 전일적인 ʻ양의 명령ʼ 추종에
있다고 해야 한다.
게다가 양적 방법과 실증주의의 결합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실증주의는 악명
높게 모호하고 다양하고 복잡한 철학적 입장이지만, 방법의 문제와 관련이 있는 과
학적 지식의 특성과 생산 및 정당화에 관한 주장은 비교적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ʻ과학적 지식에 관한 실증주의의 주장에서 핵심적인 것은 이론과 경험의 구분이며,
실증주의는 경험에 존재론적 및 인식론적 특권을 부여한다. 존재론의 측면에서 경험
은 세계에 존재하는 항목을 가리키는 범주이다. 인식론의 측면에서 경험은 지식의 확
실한 기초이며 이론을 시험하여 확증(또는 반증)하는 심판자이다. 경험으로 확인 가
능한 진술, 즉 경험적 진술은 실증주의자들의 과학성의 기준을 만족시킨다. 이와 함
께 실증주의는 경험의 측정의 가능성, 즉 수량화 가능성을 중시한다ʼ(Keat and
Urry, 1935: 39). 그런데 이것은 실증주의라는 철학적 입장이 ʻ어떤ʼ 방법을 사용하라
고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ʻ어떻게ʼ 사용하라고 규정하는 것임을 알려준다. 세계에 ʻ무
엇ʼ이 존재하는가에 관한 존재론적 전제가정에 기초하여 연구자는 과학적 탐구에서
찾아낼 것을 상정한다. 인식의 근거와 특성에 관한 인식론적 가정은 과학적 탐구가
객체를 어떻게 인식하여 지식으로 구성(해야)하고 그 지식을 어떻게 정당화(해야)하
는가를 설정한다. 실증주의와 결합함으로써 양적 방법은 세계에 존재하는 것을 규정
하는 기준이 되고, 과학의 의심할 수 없이 확실한 기초를 제공하는 도구와 이론의 진
위를 시험하는 장치로 사용되게 되었다. 경험에 나타나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며,
경험적 증거가 있으면 믿을 수 있는 지식이고 경험과 상치하는 지식주장은 거짓으로
기각(해야)한다.
실증주의 입장에 기초를 둔다면 질적 방법도 동일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29)
즉 질적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는 ʻ경험ʼ을 세계에 존재하는 실재로 규정하고, 질적
방법으로 수집하고 분석한 경험적 증거를 과학적 지식의 확실한 기초로 삼고, 이론을
시험하는 데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질적 방법의 옹호자들은 (경험의 이론
의존성과 이론의 경험적 미결정성을 지적함으로써 경험/이론의 이분법을 해체하고
경험의 특권적 지위를 박탈하는) 구성주의를 철학적 기초로 삼는다고 공언하고 있음

29) 물론 방법은 객체를 있는 그대로 모사하는 중립적이거나 투명한 도구가 아니다. 모든 방법들은
그 자체의 가정과 함축을 가지고 있으며 유용성과 가능성의 범위를 가지고 있다. 방법의 선택과
사용에서는 이것들까지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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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한국사회학󰡕 제47집 제2호 (2013년)

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과학적 지식의 확실한 기초를 경험에서 찾고 경험을 이


론의 심판자로 인허하는 실증주의의 교의는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ʻ좋은 사회과
학의 결정요소는 방법이 아니라 존재론과 인식론이며, 이런 측면들은 질적 연구에서
더 잘 고려한다ʼ는 질적 방법 옹호자의 주장은(Alvesson and Sköldberg, 2009: 8)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분명히, ʻ사회과학연구방법론에서 인식론적 쟁점들의 중요성
과 연구 작업에서 세계관의 중심적 위치를 인식할 필요성을 강조한 점은 질적 방법
옹호자들의 공헌ʼ이다(Morgan, 2007: 67). 그렇지만 질적 방법의 옹호자들은 방법과
철학적 입장 사이의 관련에 대해서 부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철학적 입
장에 관해서는 실증주의의 (그릇된) 경험주의적 존재론과 인식론을 답습하고 있다.
물론 과학에서 ʻ경험ʼ의 중요성에 대한 실증주의의 강조는 그릇된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세계를 경험으로 환원하고, 과학지식을 (귀납에 의한) 경험의 축적이나 (연역에
의한) 경험의 심판으로 단순화하는 것이 실증주의의 치명적인 결함이다. 이런 실증주
의의 교의는 과학과 ʻ측정ʼ을 동일시하고 경험을 ʻ양ʼ으로 한정하는 양의 명령을 강력
하게 추동한다. 패러다임 전쟁에도 불구하고 사회과학에서 양적 방법의 지배가 흔들
리지 않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Ⅵ. 맺음말

과학적 연구는 단순히 경험 자료의 축적이나 사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


이 왜 발생했는가를 해명하는 활동이다. 경험은 과학에서 중요한 자료이지만, 경험
그 자체가 과학적 지식을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는 객체와 상호작용을 통하여
객체에 대한 경험 자료를 획득하고 그 자료를 단서로 그 경험을 발생시킨 객체가 어
떤 것인가를 추론하고 그 추론이 타당한 것인가를 점검하여 경험을 설명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과학자는 경험을 사유 속에서 구성하고 정리하는 추상화와 개념화, 경험을
근거로 객체 자체를 추정하고 확인하는 추론을 실행한다. 그리고 과학자가 가진 존재
론적 및 인식론적 전제가정은 바로 이러한 추상화, 개념화, 추론 및 점검 과정에서
작용한다. 경험으로 확인 가능한 객체를 추정할 것인가 아니면 경험을 넘어서는 객체
를 추정할 것인가의 판단은 존재론의 가정에서 출발하며, 경험 자료를 ʻ객관적 소여ʼ
로 취급할 것인가 ʻ주관적 구성ʼ으로 취급할 것인가는 인식론의 가정에 의존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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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 구분을 다시 생각한다 25

러므로 철학적 전제가정들은 경험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양적/질적 방법의 어느


것을 사용할 것인가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 방법들을 ʻ어떻게ʼ 사용하여 ʻ무엇ʼ을
찾아낼 것인가를 규정한다.
그리고 이 맥락에서 방법의 사용을 적절하게 이해하기 위해 유념할 사항이 있다.
먼저, 양/질적 방법은 과학자들이 활용하는 방법의 전부 또는 핵심이 아니라 일부일
뿐이라는 점이다. 양/질 논쟁은 실증주의의 철학적 범위를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경
험 자료를 획득하고 분석하고 축적하거나 사용하는 것이 과학의 요체인 듯한 오해를
유발한다. 그러나 과학에서 더 중요한 것은 경험 자료를 ʻ전제ʼ로 삼고 이를 (참이라
고 상정하는) 다른 전제들과 결합하여 객체를 사유 속에 재구성하고 그것의 타당성을
점검하는 추론의 과정이다. 그러므로 과학적 방법의 범위를 확장하여 생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연구의 성과는 ʻ방법ʼ 자체가 아니라 방법을 사용하는 연구자의 통찰력과
상상력에 좌우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생산과정에서 도구 자체가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구를 사용하는 노동자가 생산하며, 그녀의 숙련정도와 응용능력 및 창의
력의 수준에 따라 상이한 품질의 물건이 생산되듯, 방법 자체가 연구 결과를 낳는 것
이 아니라 방법을 사용하는 연구자의 능력과 숙련과 통찰력이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이다. 동일한 방법이라도 그것의 효용은 연구자의 탐구능력과 숙련 및 통찰력에 따라
상이할 수밖에 없다. 객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더 정확하고 풍부한 자료를 확
보하고 이를 근거로 더 타당한 추론을 전개하는 작업은 ʻ방법ʼ이 아니라 방법을 선택
하거나 개발하여 사용하는 연구자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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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홍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공부하고 1992년부터 강원대학교 사회학과에 근무하


고 있다. 사회과학철학, 사회과학방법론, 사회이론을 전공한다.

[2013. 1. 22 접수; 2013. 4. 2 게재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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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한국사회학󰡕 제47집 제2호 (2013년)

• English Abstracts •

Rethinking the Quantitative-Qualitative Distinction

Ki Hong Lee
Kangwon National University

The distinction and opposition between qualitative and quantitative method have been
extensively debated in social science. The focus of this debate has not only been on
research method but on ontological and epistemological issues. And those philosophical
positions, methodologies and methods made up the paradigm, so that the debate was
characterized as ʻparadigm warsʼ between positivist and constructivist paradigms which were
incommensurable. However each paradigm is not the unity of coherent components and the
borderline of the two is ambiguous. The components of each paradigm do not make the
opposite pairs but have the prerequisite or inclusive relations. The demarcation line of
quantitative/qualitative dichotomy itself is unclear, unaccurate or false. The distinction
theoretically ungrounded is insignificant, unuseful and counterproductive. ʻParadigm warsʼ
have been not only ʻmuch ado about nothingʼ but harmful. Quantitative/qualitative methods
are parts of various methods which are employed in the processes of scientific
investigations. More-comprehensive and deeper understandings of scientific methods are
needed. It is important not to forget that scientific achievements are not produced by
methods but by investigator who commands the methods skillfully and insightfully.

Key words: qualitative–quantitative, method, paradigm, positivism, constructivism, quantitative


impera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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