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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에서 문자의 발명과 인쇄술의 발달은 큰 의미를 지닙니다.

문자가 만들어

져서 정보와 지식을 기록하여 전달할 수 있게 되었고,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책을

널리 공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류가 누리고 있는 현재의 찬란한 문명과 문화


도 문자와 인쇄술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글을 읽을 줄 아는 것은 인간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소양입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합니다. 하지만 글을 읽을 줄만 알고 정

작 글을 읽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지금의 우리는 문자 해득률은 세

계 최고이지만 독서량은 선진국에 비해 부끄러운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작가 파울 에른스트의 말처럼, 좋은 책은 좋은 친구와 같아서 언제나 우리

에게 무언가를 주면서 자신은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으며, 우리가 듣고 싶어 할 때

말하여 주고 우리가 피곤할 때 침묵을 지켜 준다는데, 이 좋은 친구를 어쩌다 멀리

하게 되었을까요?

이 좋은 친구를 여러분에게 되돌려 주고 싶은 생각으로 이 교과서를 만들었습니

다. 독서는 독자의 자유와 자발성을 전제로 합니다. 독자가 자유롭게 읽을 때 자유

가 찾아옵니다. 흥미를 갖고 읽을 때 앎의 순간이 다가오고 기쁨은 배가됩니다. 그

래서 이 교과서에서는 독서의 이론과 실제를 적절하게 어울렀습니다. 독서의 이론

은 이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독서 활동에 적용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는 점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아울러 다양한 시대, 다양한 분야, 다양한 지역을 대

표하는 글과 매체를 담고자 애썼습니다.

이 교과서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의 말과 글이 다가가 향기를 건

네고 삶의 친구가 되어 주길 기대합니다. 학생들도 넓고 깊은 책의 세계에서 자유

를 만끽하며 저마다의 삶을 진실되고 아름다우며 가치 있게 가꾸어 가길 소망합

니다.

.
교과 통합 활동으로
핵심 역량을 기르는 교과서
•인문, 예술, 사회, 문화, 과학, 기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동서양의 고전과 참신한 제재를 균형 있게
안배하여 융・복합적 사고를 이끌 수 있게 하였습니다.
•범교과적 내용이나 주제를 담은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여 독서 생활과 연계하도록 하였습니다.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독서 활동을 하게 하는 교과서
•가치 있는 제재 글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능력과 올바른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독서에 대한 이해와 체계적인 독서 방법을 제시하여 능동적・주체적인 독서 태도를 갖추
도록 하였습니다.

이 책의 구성과 특징

.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1. 인문・예술 분야의 글 읽기
2. 사회・문화 분야의 글 읽기

대단원 도입
3. 과학・기술 분야의 글 읽기
창의・융합 -교실 밖 독서 활동

비판적・창의적 사고 역량

자료・정보 활용 역량

대단원명과 소단원명을 제시하고, 대단원을 통해 중점적으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대인 관계 역량

문화 향유 역량

자기 성찰・계발 역량

로 기르고자 하는 핵심 역량을 표시하였습니다.

대단원 학습 목표
균형 있는 지식인이 되기 위해서 •인문・예술 분야의 글을 읽으며 제재에 담긴 인문학적 세계관, 예술과 삶의 문제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

독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에 대한 성찰 등을 비판적으로 이해한다.


•사회・문화 분야의 글을 읽으며 제재에 담긴 사회적 요구와 신념, 사회적 현상의 특성, 역사적 인물과 사
건의 사회・문화적 맥락 등을 비판적으로 이해한다.

급속도로 변하는 오늘날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인으로서 •과학・기술 분야의 글을 읽으며 제재에 담긴 지식과 정보의 객관성, 논거의 입증 과정과 타당성, 과학적
원리의 응용과 한계 등을 비판적으로 이해한다.
의 능력뿐만 아니라,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문・예술, 사회・문
화,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한다. 이를 통해 인간과 세 단원 한눈에 보기
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고, 새로운 지식을 창
안할 수 있는 능력도 기를 수 있어 주체적인 현대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인문・예술 분야의 글 읽기

이 단원에서는 인문・예술, 사회・문화, 과학・기술 분야를 대표하는 글
‘마녀사냥’에 관한 비판적 이해를 통해 인간
을 읽으면서 각 분야의 독서법을 익히고, 균형 있는 지식인이 되기 위한 의 삶을 성찰하기

소양을 기르는 활동을 한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필자의 태도에 관해
우리 안의 마녀사냥 주경철 사회・문화 분야의 글 읽기
윤두서의 「자화상」 오주석 •
‘독일 기본법’에 담긴 사회적 요구와 신념을
이해하고, 우리 헌법을 발전적으로 수용하기

단원의 길잡이

‘우산’의 수용 과정을 사회・문화적 맥락 등을
과학・기술 분야의 글 읽기
나라에 부치는 연애편지 헤리베르트 프란틀
다양한 분야의 책이 • 우산, 근대와 전근대가 만나다 김진섭
한곳에 모여 있는걸? 새로운 ‘원자 모형’이 만들어질 때 논거가 입
증되는 과정을 파악하기
골고루 읽는 게 좋겠지. •
‘네트워크 이론’의 효용 가치와 응용의 한계
원자 모형의 변천 과정 정갑수

네트워크는 힘이 세다 정하웅

대단원의 학습 내용과 그 의의를 설명하였고, 대단원의 학습


목표를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각 소단원에서 배울 내용을 한
이 단원을 배우면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는 방법을 익혀서
균형 있는 지식인으로서의 소양을 갖출 수 있게 된다.

114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단원의 길잡이 115

눈에 확인할 수 있는 핵심 내용과 제재 글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러한 인간 사회의 복잡한 여러 현상을 인과 관계나 영향 관계 등에 따라 분석
학습 목표 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루면서, 인간이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알려 준
사회・문화 분야의 글에 담긴 사회적 요구와 신념, 사회적 현상의 특성, 역사적 인물과 사건의 사회・문화적 맥락

원리 학습
등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며 읽는다. 다. 따라서 사회 분야의 글은 국가 체제와 이념, 도시의 발달과 인구 증가, 부의
분배와 경제적 불평등, 계급적 갈등과 계층의 심화, 인간 소외, 환경 오염으로
생각 열기
기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한 생태계 파괴 등 인간 사회의 제반 현상을 제재로 삼는다. 그리고 이를 위해

소단원 학습
저출산이 우리 사회에 옆의 토론에서 발언자들은 저출산 문제에 관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인류학, 지리학, 여성학, 언론학, 법률학, 교육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해 각기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이는 같은 사
저출산이 향후 문화적 측면에서 고찰해 학 등으로 체계화하여 사회 현상을 다루고 있다.
우리 경제 성장에 회・문화 현상이라도 관점에 따라 다르
보아야 합니다. 저출산에 관한
미치는 영향을 알아 게 접근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특히
문화는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
대책을 국가적 차원에서
보아야 합니다.
정책적으로 접근할 오늘날처럼 복잡한 사회일수록 어느 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것들로, 당대 사회가 만들어 낸 물질적・정
필요가 있습니다.
한 관점이 아닌 다양한 관점으로 이해 신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 분야의 글에서는 의식주 문화와 풍습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비롯하여 청소년 문화, 양성평등 문화, 다문화 등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 양상을
사회・문화 현상을 좀 더 깊고 넓게 이해하기 위
해서는 전문적이면서도 다양한 시각을 얻을 수
다룬다. 또한, 고부가 가치의 새로운 원천이자 미래 산업으로서의 문화가 지니
있는 폭넓은 독서가 필요하다. 는 가치에 대해서도 다룬다. 이렇게 볼 때, 문화 분야의 글에는 문화 일반, 문화

생각 열기 흥미롭고 다양한 소재를 제시하여, 소단원의 학습


4 4 4 4

그렇다면 사회・문화적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사, 문화 인류학, 대중문화 등을 다룬 것들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3 사회 문화 분야 글 읽기의 방법
사회・문화 분야의 글은 사회 현상이나 문화 현상을 다루고 있으므로, 이러한

주제에 관해 환기해야 할 활동을 제시하였습니다. 1 사회 문화 분야 글 읽기의 필요성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어서 여러 사람이 모여 사회를 이루면서 문화를 형성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나 문화는 시간이나 지역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띠
글을 읽을 때는 무엇에 관해 다루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즉 글에서 필자가
설명하거나 의견을 드러내기 위해 제시한 중심 화제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중심 화제를 파악한 이후에는 이러한 화제에 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고, 필
며 발전하였고, 특히 오늘날에는 그 양상이 훨씬 복잡하면서도 다양해졌다. 따 자의 의견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특히 의견 중심의 글일
라서 사회의 여러 현상이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 때는, 동일한 사회・문화적 현상에 관해 썼더라도 그 글의 맥락, 즉 어떤 사회・문
리에게 인간의 삶을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화적 배경에서 썼는지에 따라 글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유의해서 읽어야

원리 학습 소단원의 성취 기준과 관련된, 꼭 알아두어야 할


다양한 사회 현상들을 정확하게 통찰하고 타문화를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글에서 제시하고 있는 내용이나 그 바탕에 깔린 필자의 관점이
점이 타
해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사회・문화 분야의 글 읽기는 이처럼 개인을 넘 당하고 수용 가능한지 비판적인 태도로 읽어야 한다.
어 사회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읽기라고 할 수 한편 사회・문화 분야의 글을 읽을 때는 동일한 화제에 대해 여러 사람의
의 글을
다른 사회 사람들이
있다. 주제 통합적으로 읽는 것이 좋다. 사회적 현상에 관해서는 필자의 성장 배경이 살아가는 모습 이해 !

원리를 간결하게 구성하여 제시하였습니다.


나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을 보일 수 있는데, 이러한 서로
로 다른

2 사회 문화 분야 글의 특징 관점을 지닌 글들을 주제 통합적으로 읽게 되면 사회 현상에 대한 타당한



다양한 사회
이해뿐만 아니라 주체적인 사고 정립에도 도움이 된다. 현상 파악 !
사회 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사회 현상도 점점 다양해지고 세분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인간이 고민하여 해결할 문제도 그만큼 많아졌다. 사회 분야의 글은

134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2 . 사회・문화 분야의 글 읽기 135

제재 글 읽기 전에: 제재 글에 대한 간단한 안내와 함께 제


재 글을 읽을 때 주목해야 할 점을 제시하였습니다. 제재 2

제재 글
깊게 읽기

학습 활동
우산, 근대와 전근대가
가 만나다
제재 글: 단원 학습 목표에 도달하게 하는 활동의
_ 김진섭

1. 다음은 한 학생이 이 글을 읽으면서 톰슨의 원자 모형에 관해 정리한 내용이다. 러더퍼드


와 보어의 원자 모형을 정리해 보자.

읽기 전에

기반이 되면서 교양을 넓힐 수 있는 흥미로운 제


활동 도움말
이 글은 서양에서 들어온 우산이 우리 사회에 정착되는 과정을 서술 과학 분야의 글은 용어와 개 원자
원 자모
모형
형 원자
원 자모
모형을
형형을
을 착안하게
착안
안하게

하게게된근
근거거 및 주장
주장
하고 있다. 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근거
•우산이 도입된 초기에 민간에서 우산을 금기시한 이유를 당시의 시 5 와 주장의 관계를 잘 파악하 <근거>
면서 읽어야 한다.
대 상황과 문화 현상을 바탕으로 알아보자.
••톰슨은 실험을 통해 원자 속에 음전하를 띠는 전자가 있음을 발견.
•우산에 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 사회・문화적 맥락을

재 글을 수록하였습니다.
알아보고 이를 비판적 관점에서 이해해 보자. • 원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임.

<톰슨의 주장>

톰슨 원자 모형 •원자 내부에는 양전하가 전체적으로 골고루 퍼져 있고, 전자가

쿠키 속의 건포도처럼 박혀 있을 것임.
우산, 권력을 상징하다
<근거>
우리나라에서 일반인들이 우산을 쓰기 시작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 10

학습 활동 깊게 읽기: 글의 내용 파악을 중심으로 하는 활동



다. 기록에 의하면 삼국 시대 고분 벽화에 최초로 우산과 비슷한 형태의 그림
이 등장하지만 이것은 햇빛을 가리는 것이 주목적인 일산(日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당시 일산은 왕의 권위와 위엄의 상징이었으며 상류 사회에서도 계 <러더퍼드의 주장>

급에 따라 모양이나 색상을 달리할 정도로 정치 권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


러더퍼드 원자 모형

과 학습 목표 성취를 중심으로 하는 활동을 제시 이후 고려 시대에 들어오면 우산이나 일산에 관한 기록이 보이지 않아 더 이상 15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왕을 비롯한 소수의 상류층


<근거>
▲ 의례용 일산 만이 일산을 겸해 의례용으로 우산을 썼다는 점이다. 특히 관리들이 외출할 때
햇빛을 가리거나 비를 피하기 위해 일산과 우산을 겸한 장량항우산이라는 도 •

하였습니다. 조선 후기까지 민가에서 비를 의


구를 주로 사용한 것도 그 예이다.
반면 서민들의 경우 조선 후기까지 비 오는 날에 우산을 쓰지 않았다. 민가
에서는 오히려 비를 의도적으로 가리는 행동을 금하는 풍습까지 있었다. 이러
20 <보어의 주장>


도적으로 가리는 행위를 금하는 보어 원자 모형
풍습이 있었던 이유를 말해 보자.
한 풍습은 기후에 민감했던 농경 사회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근대 이전

넓혀 읽기: 제재 글과 관련된 글을 엮어 읽는 활동 의 농경 사회에서 기후는 농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당시 사회에서 농민들은 하늘에 의존하며 살 수밖에 없
었기 때문에 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순종하기 위해 늘 조심하였다. 때문에 25

당시 사람들은 비가 내릴 때 도구를 써서 비를 의도적으로 가리는 행위는 하늘

으로서, 독서 체험을 확장・심화하고 사고력을 기 144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의 뜻을 거역하는 부도덕한 행위로 반드시 재앙이 따른다고 믿었던 것이다.

156 Ⅲ. 다양한 분야의


의 글 읽기

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창의 교실 밖 나만의 추천 도서 목록을
융합 독서 활동
만들어 보자
활동 목표 추천 도서 선정을 통해 독서 경험을 성찰하고 독서 계획을 수립하기

요즘은 다양한 기관이나 단체, 지역 도서관 등이 추천 도서 목록을 발표하는 것은 물


론이고, 책을 즐겨 읽는 사람들도 누리 소통망을 통해 책을 추천하는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청소년의 수준에 맞으면서도 가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여러 분야의 책
들에 관한 소개를 살펴보자.

인문•예술 사회•문화

창의 융합 _교실 밖 독서 활동
『삼국유사』 (일연)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안현배) 『10대와 통하는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 이야기』 (이수정) 『음식 문화의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서진영 옮김)
이 책은 고조선에서부터 고려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흥 역사와 예술사를 전공한 필자가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작 일하는 청소년, 즉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거나 아르바 인류학자인 필자가 세계 곳곳의 기이한 음식 문화에 관해 문
망성쇠의 역사를 폭넓게 다루었으며, 당시의 다른 역사서에 품들을 중심으로 펼쳐 나가는 미술 이야기이다. 회화나 조각 이트를 주업으로 삼는 모든 청소년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화 생태학적 관점에서 풀어 쓴 책이다. 모든 인간 집단이 동물
서는 보기 어려운 신화와 설화, 불교와 민속 신앙 자료를 한 을 그저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 곳곳에 담긴 의미를 위해 알아야 할 노동법의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공인 노 성 단백질의 충분한 섭취를 위해 각자의 생태학적 조건 속에
데 아울렀다. 무신 정권과 몽골 침입 등 읽어 낼 수 있도록 필자는 신화, 종교, 문학, 역사 등 인문학 무사인 필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노동법의 규정과 괴리되 서 적응해 왔다는 주장을 기반으로
으로 정세가 불안해지자, 필자는 오랜
삼국유사 의 여러 분야를 아우르면서 그에 맞닿아 있는 미술의 매력을 어 있는 사회 현실을 지적하고, 노동에 관한 우리 사회의 인 여러 문화권의 다양한 식습관에 관한
연구 과정에서 모아 놓은 자료를 체계적 하나하나 들려준다. 권 감수성이 향상되어야 함을 강조 수수께끼를 풀어 나간다. 필자는 어
으로 정리하여 이 책을 펴냄으로써 우리
일연
미술관에 한다.
이수정 음식문화의 느 한 문화의 잣대로 다른 문화를 평
나라의 유구한 역사를 드러내고 민족적 간 10대와 통하는
수수께끼
가할 수 없으며, 모두들 각자의 조건
자부심을 고취하였다. 인문학자 일하는 청소년의 에서 적응해 온 방식을 인정해야 한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자신의 독서 생활 속에서 총체적이면서도


권리 이야기 마빈 해리스
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안현배

창의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실천 활동을 제시하였습니다. 다양 인문•예술 분야 더 읽어 보기 사회•문화


화 분야 더 읽어 보기

도서명 필자 도서명 필자

한 독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독서 습관을 기


1. 『논어』 공자 1. 『리바이어던』 토머스 홉스

2. 『소크라테스의 변명』 플라톤 2. 『청소년을 위한 국부론』 김수행 / 애덤 스미스(원저)

3. 『꿈의 해석』 프로이트 3. 『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4.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이왕주 4.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5. 『나의 서양 음악 순례』 서경식 5.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유홍준

르고 꾸준한 독서 실천의 의지를 다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168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창의・융합-교실 밖 독서 활동 169

소단원 점검하기
우산, 근대와 전근대가 만나다
이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점검해 보자.
「나라에 부치는 연애편지」와 「우산, 근대와 전근대가 만나다」를 통해, 사회적 사건이나
문화적 현상에는 당대 사회의 요구나 신념이 반영되어 있음을 이해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되었는가?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01
인문 예술 분야의
• 점검
원리
글 읽기 인문 분야의 글은 인간의 정신적 활동과 세계에 관한 이해를 주로 다룸.
•예술 분야의 글은 예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식이나, 예술 작품
우리 안의 마녀사냥
에 대한 감상과 비평에 관한 내용을 다룸. 03
•인문・예술 분야의 글을 읽으면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정신
적으로 고양된 삶을 향유할 수 있음.
과학・기술 분야의 원리 점검
•과학 분야의 글은 자연 현상의 원리를 파악하는 자연 과학에 관한 내용
•인문 분야의 글은 필자의 관점이나 통찰, 그에 따른 해석 등을 비판적 글 읽기 을 다룸.
관점으로 이해해야 함. •기술 분야의 글은 응용 과학 및 최신 공학 기술 등 인간의 실제 생활에
원자 모형의 변천 과정
•예술 분야의 글은 예술 작품을 대하는 필자의 태도를 바탕으로 예술과 서 구현되고 있는 모든 기술을 대상으로 함.

대단원 마무리
삶의 문제에 관해 비중을 두고 읽어야 함. •과학・기술 분야의 글을 읽으면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나, 실제 생활
윤두서의 「자화상」 속에서 구현되는 다양한 기술 등에 관한 작동 원리와 특징을 이해할 수
있음.
•과학・기술 분야의 글을 읽을 때는 주요 개념이나 원리를 명확히 이해
「우리 안의 마녀사냥」 과 윤두서의 「자화상」 을 통해, 인문학적 세계관, 예술을 대하는 하고, 그것이 도출되는 과정의 논리와 체계를 따져 보아야 함.
인간의 태도 등을 이해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인간과 삶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되 •과학・기술 분야의 글을 읽을 때는 개념과 원리의 적용 가능성이나 한
었는가?
네트워크는 힘이 세다 계 등에 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야 함.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원자 모형의 변천 과정」 과 「네트워크 이론의 활용」 을 통해, 논거의 입증 과정이 이루어

대단원의 핵심 학습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또한, 대단원 학습


지는 과정과 과학적 지식에 내재한 한계를 이해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과학적 지식을
02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되었는가?

사회・문화 분야의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원리 점검
글 읽기 •다양한 지역의 글을 읽으면 각 사회의 특수성과 인간의 보편성에 관한

성취 정도를 스스로 점검하도록 하였습니다.


인식의 지평이 확대됨.
나라에 부치는 연애편지
•각 지역 공동체가 공유하는 사회・문화적 특성은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글의 내용과 형식에 반영되기 마련임.
•다양한 지역의 글을 읽을 때는 지역적으로 균형 잡힌 독서를 해야 하며, 지금까지 인문・예술, 사회・문화, 과학・기술 등 다양한
해당 지역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고려하고 다원주의적 관점을 유지해 분야의 글을 읽는 방법을 배웠어. 앞으로는 이를 적용하면서
야 함. 글을 읽고, 다양한 분야에 관한 소양을
•사회・문화 분야의 글을 읽을 때는 동일한 화제를 다룬 여러 글을 읽어 두루 갖추도록 해야겠어.
폭넓고 균형 있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함.

172
72
2 Ⅲ. 다양한
양한 분야의 글 읽기 단원의 마무리
무리 17
173
II
II.
독서의 방법
1. 사실적 읽기
지혜롭고 행복한 집, 한옥 _임석재 54

2. 추론적 읽기
36.5도 인간의 경제학 _이준구 64
이 책의 차례
3. 비판적 읽기
동물의 복지를 생각한다 _김진석 74

4. 감상적 읽기
별이 빛나는 밤에 _정재찬 82

I
5. 창의적 읽기
빨간 머리 앤이 하는 말 _백영옥 90

I. 6. 주제 통합적 읽기
군주론 _니콜로 마키아벨리 98
독서의 본질과 태도 목민심서 _정약용 102
창의・융합Ⅰ 나에게 알맞은 독서법을
찾아보자 108
1. 독서의 가치와 글의 선택
독서론 _린위탕 14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_정혜윤 22

2. 독서의 생활화 + 한 권 읽기

활동1. 스스로 하는 평생 독서 32
활동2. 더불어 하는 독서 활동 38
창의・융합Ⅰ 내 주변에서 관심 있는 독서 공간을 찾아보자 44
III IV
III.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1. 인문・예술 분야의 글 읽기
우리 안의 마녀사냥 _주경철

윤두서의 「자화상」 _오주석


118
126
IV.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1.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요물이 나라를 망치고 있으니 _이존오

조침문 _유씨 부인 186


180

2. 사회・문화 분야의 글 읽기 2. 다양한 지역의 글 읽기


나라에 부치는 연애편지 _헤리베르트 프란틀 136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 _오비디우스 194
우산, 근대와 전근대가 만나다 _김진섭 144 검은 별봄맞이꽃 _넬슨 만델라 202

3. 과학・기술 분야의 글 읽기 3. 다양한 매체 자료 읽기


원자 모형의 변천 과정 _정갑수 152 세계 명화의 비밀-「모나리자」 편 _모니카 봄 두첸 214
네트워크는 힘이 세다 _정하웅 160 가짜 뉴스-뉴스의 얼굴을 한 흑색선전 _ 『블로터』 기획 취재팀 224

창의・융합Ⅰ 나만의 추천 도서 목록을 만들어 보자 168 창의・융합Ⅰ 우리들의 독서 축제를 만들어 보자 232

부록
부록
1. 독서 일지 활동지 237
2. 제재 글 출처 242
처 245
3. 사진 자료 출처
.
독서의 본질과 태도

1. 독서의 가치와 글의 선택
2. 독서의 생활화 + 한 권 읽기

창의・융합 -교실 밖 독서 활동

비판적・창의적 사고 역량

자료・정보 활용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대인 관계 역량

문화 향유 역량

자기 성찰・계발 역량
독서는 왜 하며,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은 마음의 양식이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었느냐에 따라 신체적인
성장이 달라지듯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었느냐에 따라 정신세계의 폭과
깊이가 달라진다. 따라서 좋은 책을 바르게 많이 읽은 사람은 지적, 정서
적으로 충일한 인격으로 성장하고, 그런 사람이 많은 사회는 곧 문화적
으로 성숙한 사회가 된다.
이 단원에서는 왜 독서를 해야 하며 어떤 글을 선택해서 읽어야 하는지
에 관해 살펴본 다음, 각자 스스로 독서 계획을 세워서 다른 사람과 더불
어 독서 활동을 실천하는 활동을 한다.

그럼, 나는 어떤 책을 읽지?

오늘은 뭘 먹지?

10 Ⅰ. 독서의 본질과 태도
대단원 학습 목표
•독서의 목적이나 글의 가치 등을 고려하여 좋은 글을 선택하여 읽는다.
•장기적인 독서 계획을 세워 자발적으로 독서를 실천함으로써 건전한 독서 문화를 형성한다.
•의미 있는 독서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타인과 교류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과 세계관을 이해하는 태도를 지닌다.

단원 한눈에 보기

독서의 가치와 글의 선택
•독서의 가치와 도서 선택법 이해하기
•독서 목적과 글의 가치를 고려하여 읽을
책 선택하기

독서론 린위탕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정혜윤

독서의 생활화
•독서 계획을 세워서 실천하기
•독서 활동에 참여하여 서로 소통하기
•독서를 생활화하고 건전한 독서 문화를
형성하려는 태도 갖기

이 단원을 배우면
독서의 목적에 따라 좋은 글을 선택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고,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지 독서 계획을 세워 독서 생활을 실천할 수 있게 된다.

단원의 길잡이 11
학습 목표
독서의 목적이나 글의 가치를 고려하여 좋은 글을 선택하여 읽는다.

생각 열기 독서를 즐겼던 선조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대의 도서관에 온다면 어떤 반


응을 보일까?

우리 선조들 중에는 책 읽는 것을 즐기는 분이 헉! 이렇게


어떤 책을
많았다. 그중에서 이덕무는 ‘책만 보는 바보’라는 많을 수가 .......
골라 읽지?
뜻의 ‘간서치’라 불리기를 좋아할 정도로 책 읽기
를 즐겼고, 김득신은 『사기』의 「백이전」을 수만
번도 더 읽었다고 할 정도로 독서를 생활화했다.
그런데 이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대로 와서 도
서관에 간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그
들은 책이 너무 많아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몰라 당황하게 될 것이다.
4 4 4 4

그렇다면 수많은 책 중에서 어떤 책을 골라 읽어야 할까?

1 독서의 의미와 가치
인간은 왜 독서를 하고, 또 해야 하는가? 독서란 말 그대로 글을 읽는 행위이
며, 글은 시・공간적으로 떨어진 필자와 독자가 의사소통하는 수단이자 매개물
이다. 그러므로 독서란 서로 다른 개인과 집단, 지역과 시대가 만나 서로의 지식
과 지혜, 삶과 문화를 주고받는 행위인 것이다.
이러한 독서를 통해 인간은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발전을 이루게 된다. 개인적
으로 사람들은 글 읽기를 통해 세상에 대한 지식을 획득하고, 논리적이고 창의적
인 사고력을 갖추게 되며,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풍부한 정서와 바람직한 가치관
을 형성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사람들은 독서를 통해 공동체의 사고와 문화를 공
유함으로써 집단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한편,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각 공동
결할 책만
게해 게없 한
어떻 을까? 지. 체의 문명을 주고받음으로써 인류 전체의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수있

2 독서의 목적에 알맞은 글 골라 읽기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독서의 목적
이다. 독서의 목적은 다양하지만 크게 실용적인 목적과 교양 및 여가를 위한 목

12 Ⅰ. 독서의 본질과 태도
적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실용적 목적의 독서에는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독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독서, 학업 성취를
위한 독서 등이 포함된다. 이처럼 실용적 목적이 뚜렷한 경우에는 대체로 읽을
글의 범위가 제한되기 마련이어서, 그에 해당하는 글 중에서 글을 읽는 목적에
더 부합하는 양질의 것을 골라 읽으면 된다.
이와는 달리 여가나 교양을 위한 독서에서는 읽어야 할 범위가 열려 있다. 여
가를 위해 읽는 글에 제한이 있을 수 없으며, 교양을 위해 읽는 분야도 문학을
포함한 인문학 이외에도 사회, 과학, 예술 등 그 범위가 매우 넓다. 이런 까닭에
여가나 교양을 위한 독서에서는 자신의 흥미와 수준에 적합하면서도 가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을 선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3 읽을 가치가 있는 좋은 글 골라 읽기
좋은 글이란 어떤 글인가? 이에 관해서는 개인과 집단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
다. 다만 일반적으로 좋은 글이란 공동체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가치를 담고 있
으면서도 개인의 생각의 폭을 넓혀 주는 글을 말한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관심이 없는 내용이거나 자신의 이해 수준을 넘
어서는 글이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따라서 읽을 글을 고를 때에는 제목이나
목차, 머리말, 표지 등에 제시된 내용 등을 살피거나, 그 글을 쓴 필자에 관한 정
보, 또는 그 글에 관해 선행 독자가 남겨 놓은 비평문이나 독후감 등을 고려하
여, 자신의 관심이나 수준에 적합한 것인지 가늠해 보아야 한다.
모든 문화적 소양처럼 좋은 글을 고를 수 있는 능력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
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처음에는 전문가의 평가를 따르되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하지만 꾸준하게 독서를 하다 보면, 자신의 관심과 수준, 취향에 부합하고 내면의
계발에 도움이 되는 도서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다.

좋은 글을 선택하는 요령

고려 사항 활용 정보

독서 목적에 맞는 글인가? 읽을 가치가 있는 좋은 글인 글을 고를 때 어떤 정보를


•실용: 문제 해결, 관계 유 가? 활용할 수 있는가?
지, 학업 •글의 내용 •제목, 목차, 머리말, 표지 내
•비실용: 교양, 여가 •관심과 수준, 취향에의 부 용, 필자 정보, 도서 평 등
합 여부

1 . 독서의 가치와 글의 선택 13
제재 1

독서론 중수밀
_ 린위탕 / 지경자 옮김

읽기 전에

이 글은 독서의 본질에 관한 사색을 담고 있다.


•독서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읽어 보자.
•어떤 글을 골라 읽어야 할지 생각하며 읽어 보자. 5

책을 읽는 즐거움은 예로부터 교양 있는 생활의 매력 중 하나로 손꼽혀 왔


다. 오늘날에도 독서하는 사람은 그 특권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존경과
선망을 받고 있다. 이것은 독서하는 사람과 독서하지 않는 사람의 생활을 비교
해 보면 곧 이해가 가는 일이다. 평소에 독서하지 않는 사람은 시간적, 공간적
으로 자신만의 세계에 감금되어 있으며, 그의 생활은 틀에 박힌 상투적인 것이 10

다. 그 사람이 교제하고 대화하는 것은 극소수의 친구나 지기(知己)뿐이며, 그


사람이 보고 있는 것은 대부분 신변에 일어나는 사소한 일에 불과할 뿐이다.
그 감금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그런데 일단 책을 읽기 시작하면 그 즉시 별천지에 드나들 수 있다. 만일 그
것이 양서(良書)라면 독자는 홀연 세계 제일의 이야기꾼과 만나는 것이 된다. 15

그는 독자를 유도하여 먼 별천지의 아득한 옛날로 데리고 가서 고민을 덜어 주


고, 독자가 미처 몰랐던 인생의 여러 모습을 이야기해 준다.
맹자와 사마천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하루 두 시간이라도 다른 세상에
살며 매일매일의 번뇌를 잊어버릴 수만 있다면 말할 것도 없이 육체적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로부터 선망 받는 특권을 얻는 셈이 된다. 이 같은 변화가 심 20

리적으로 미치는 효과는 여행과 똑같은 것이다.


그뿐인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사색과 반성의 세계에 자유롭게 드
사마천(기원전 145?~ 기원전 나들 수가 있다. 설사 물리적 사건이나 현상을 기록한 책이라도 그런 사상(事
86?) : 중국의 역사가이자 『사기
(史記)』 의 저자. 『사기』 는 상고
象)을 직접 보고 듣는 것과 책으로 읽어서 아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책 속
시대부터 한나라 무제 때까지의 에서 겪는 물리적 사건은 하나의 구경거리이며, 독자는 구경꾼의 입장이 되기 25
중국과 그 주변 민족의 역사를
포괄하여 저술한 역사서임. 때문이다.

14 Ⅰ. 독서의 본질과 태도
그러므로 훌륭한 책은 이러한 명상의 기분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이며, 사
자신의 독서 경험 중에서 깊은 명
실의 보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 점에서 말하면 신문을 읽느라고 소비한
상으로 빠져들었던 경우를 떠올려
막대한 시간을 독서의 시간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일 보자.

반적으로 신문 독자는 명상적 가치가 없는 사실・사건의 보도를 주로 접하기


5 때문이다.
독서란 무엇인가에 대해 가장 적절히 말한 사람은 송나라 때의 시인이며 소
동파(蘇東坡)의 친구였던 황산곡(黃山谷)인 것 같다. 그는 “사대부가 사흘을
독서하지 않으면 스스로 깨달은 말에 맛이 없고, 거울 속의 자기 얼굴을 대해
도 가증스럽게 보인다.”라고 말하였다. 독서는 독서하는 인물에게 매력과 품
10 격을 주는 것으로서 독서의 목적은 이것뿐이며, 이 점을 노리는 독서야말로 진
정한 예술이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 향상’이 독서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정신 향상 따위의 쓸데
없는 것을 생각하면 독서의 즐거움은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생각
하는 사람은 틀림없이 “난 셰익스피어를 읽어야만 한다. 소포클레스를 읽어야
15 만 한다. 또 엘리엇 박사의 『5피트 책꽂이』를 전부 읽어야만 한다. 읽어서 지식
을 넓혀야 한다.”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의 학식은 결코 깊
황산곡(1045~1105): 중국 북
어지지 않는다. 하룻밤쯤 그는 자신에게 채찍질하여 「햄릿」 을 읽는다. 그리고 송의 시인인 황정견(黃庭堅). 산곡
(山谷)은 호(號)이다.
마치 악몽에서 깨어난 것 같은 모습으로 그는 나온다. 그러나 얻은 것은 단지
소포클레스(기원전 496? ~기원
「햄릿」 을 ‘읽었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의무감으로 책을 읽는 사람은 전 406): 고대 그리스의 비극 시
인. 그리스 비극을 기교적・형식
20 독서법을 모르는 사람이다. 독서를 과제로 삼는 것은 국회 의원이 연설 전에 적으로 완성함. 작품에 「오이디푸

관련 서류나 보고서를 읽어 보는 따위의 행위와 같다. 그것은 연설의 자료를 스왕」, 「안티고네」 등이 있음.

『5피트 책꽂이(Five Foot Shelf)』:


모으는 것이지 독서는 아니다. 하버드대 총장으로 재직했던 찰

황산곡에 따르면, 독서의 목적으로 인정할 만한 것은 인간의 용모에 매력을 스 엘리엇이 1909년에 내놓은
인문학 고전 선집으로, 당시 뭇
더하고 그 담화에 풍미를 주는 것밖에 없다. 그러나 용모의 매력이라 해도 단 교양인들에게 사랑을 받았음.

25 순한 미모와는 물론 뜻이 다르다. 황산곡이 말하는 ‘볼썽사나운 풍모’란 육체적


인 추함이 아니다. 추해도 매력이 있는 얼굴이 있거니와 아름다워도 전연 멋이
없는 얼굴도 있다. 나의 중국인 친구 중에 머리 모양이 폭탄 같은 사나이가 있
는데, 그는 언제 보아도 호감이 간다.
사진상으로 말한다면, 서구의 문인 중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체스터턴의 얼
30 굴이다. 콧수염과 안경과 제법 텁수룩한 눈썹과 주름 잡힌 미간의 선 등이 악
마처럼 어우러져 있다. 이 모습을 본 사람은 그의 이마 속에 숱한 사상이 약동 체스터턴(1874~1936): 영국 언
론인 겸 소설가. 소설 「브라운 신
하고 있으며, 묘하게 사람을 쏘아보는 눈이 언제든지 튀어나올 듯한 느낌을 받 부의 무지」 를 썼음.

1 . 독서의 가치와 글의 선택 15
는다. 이런 형이 황산곡이 좋아하는 얼굴이다. 분이나 입술연지로 치장된 얼굴
이 아니라, 사색으로 형성된 얼굴이다.
담화의 품격은 오로지 독서 방법에 달려 있다. 말투에 풍미가 있는지 없는지
의 여부도 독서 방법에 달려 있다. 책의 풍미를 내 것으로 만들면 담화 속에서
도 풍미가 우러난다. 담화에 풍미가 있다면 저술에 풍미가 스며들지 않을 리 5

없다.
이런 까닭에 나는 풍미나 취미라는 것이 독서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음식물
의 기호와 마찬가지로 취미는 역시 개인의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식사법은 자
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 그것은 소화력에 확신이 서기 때문이다.
독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에게 이로운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해독(害 10

毒)이 될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교사는 자신의 독서 취미를 학생에게 강요할


수 없으며, 부모도 아이들에게 자기와 같은 취미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읽는
데 흥미가 없으면 독서는 오로지 시간 낭비이다. 원중랑은 “읽기 싫은 책은 주
저 없이 버려라. 그리고 다른 사람이 읽도록 하라.”라고 말했다.
풍미(風味) : 멋지고 아름다운 사
람 됨됨이. 그러므로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책은 없는 것이다. 우리의 지적 감흥은 나무 15

원중랑(1568~1610) : 중국 명나 처럼 성장하고 냇물처럼 유동한다. 수액이 있는 동안 나무는 성장하고, 샘에


라 말기의 문인인 원굉도(袁宏
道). 중랑(中郞)은 자(字)이다. 새로운 물이 솟는 한 물은 흐른다. 물은 암초에 부딪히면 우회하여 흐르고, 깊

16 Ⅰ. 독서의 본질과 태도
은 웅덩이로 들어가면 잠시 괴었다가 굽이쳐 흐른다. 심산(深山)의 늪에 들면
흔연히 거기서 휴식하고, 물살이 센 내를 만나면 사납게 흐른다. 이처럼 물은
노력하지 않고 목적도 없지만, 반드시 바다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세상에 ‘만
인의 필독서’라는 것은 없다. 다만 어떤 사람이,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 어떤
5 사정하에서, 생애의 어느 시기에 읽어야만 할 책이 있을 뿐이다.
사상과 체험이 걸작을 읽을 정도가 되지 않았을 때 걸작을 읽으면 나쁜 뒷맛
이 남을 뿐이다. 공자는 “50세에 『주역』을 읽으면 큰 허물이 없을 것이다.”라
고 말하였다. 즉 45세에 읽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논어』 의 공자 이야기에
는 실로 온화한 풍격(風格)과 원숙한 지성이 넘치고 있는데, 이것을 접하는 사
10 람 자신이 원숙해지기 전에는 그 참맛을 모른다.
그리고 같은 독자, 같은 책이라도 읽는 시기가 다르면 다른 풍미를 맛볼 수
두 번 이상 읽은 책을 떠올려 보
있다. 이를테면 저자와 직접 이야기를 나눈 후나 혹은 저자를 사진으로 본 뒤 고, 그 책을 왜 여러 번 읽었으며
읽으면 책의 재미는 한층 깊고, 저자와 교분을 끊은 뒤에 읽으면 또 다른 맛이 반복해서 읽을 때는 처음 읽을
때와 어떻게 달랐는지 말해 보자.
있다. 그러므로 양서는 두 번 읽으면 얻는 바도 크거니와, 재미 또한 새롭다.
15 독서는 저자와 독자의 두 가지 면에서 성립되는 행위이다. 진실로 얻는 바는
흔연히: 기쁘거나 반가워 기분이
독자 자신의 통찰과 체험을 통해 얻는 것과 저자의 통찰・체험으로부터 주어지 좋게.

는 것 두 가지가 있다. 『논어』에 관해 송나라 때의 유학자 정이천(程伊川) 은 이 풍격: 사람의 풍채와 품격.

1 . 독서의 가치와 글의 선택 17
렇게 말하였다. “ 『논어』 의 독자는 어디에나 있다. 어떤 자는 다 읽어도 감감하
고, 어떤 자는 한두 줄에 환희하고, 또 어떤 자는 저도 모르게 손뼉을 치고 춤
을 추며 크게 기뻐한다.”
좋아하는 작가의 발견은 자기의 지적 발전에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
한다. 이러할 때는 친화라는 것이 나타나므로, 우리는 고금(古今)의 작가 중에 5

서 그 정신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발견해야만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참으로


좋은 것을 얻게 되는 것이다. 사숙할 만한 스승을 찾아내는 일은, 남에게 의지
하지 말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누구에게 심취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남이
아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자기 자신도 모를 것이다. 말하자면 첫눈에 반함과
같은 것이어서 남에게서 누구를 사랑하라는 말을 듣는다고 되는 일도 아니며, 10

일종의 본능의 힘으로 아는 것이다.


첫눈에 반하면 무엇이든지 좋게 보인다. 키, 얼굴, 머리칼의 색깔, 음성, 이
야기하는 모습이나 웃는 모습이 모두 좋게 보인다. 학생이 스승에게 배우지 않
으면 알 수 없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다. 독서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문체
나 풍미나 견해나 사고방식 등에 조금도 나무랄 데가 없다. 이리하여 독자는 15

한 줄 한 구를 탐독(耽讀)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본래부터 정신적 친화력으로 결부가 되어 있는 까닭에 모든 것을 흡수하고,
문제없이 소화한다. 작가가 주문을 외면 독자는 기꺼이 그에 홀리고, 때에 따
라서는 음성과 동작과 웃는 모습과 이야기하는 모습이 작가와 닮아 간다. 이리
사숙(私淑) : 직접 가르침을 받지
는 않았으나 마음속으로 그 사람 하여 문재(文才)상의 연인에게 빠져 그 책에서 자기 영혼의 양분을 남김없이 20
을 본받아서 도나 학문을 닦음.
흡수하는 것이다.
문재(文才) : 글을 짓거나 글씨를
쓰는 재능. - 『생활의 발견』

|
린위탕 (1895~1976) 중국의 소설가이자 문명 비평가. 주요 저서로 『나의 국토, 나의 국민』, 『생활의 발견』 등이 있다.

18 Ⅰ. 독서의 본질과 태도
깊게 읽기

1. 다음 밑줄 친 표현이 뜻하는 것은 무엇인지 설명해 보자.

•하루 두 시간이라도 다른 세상에 살며 매일매일의 번뇌를 잊어버릴 수만 있다면


말할 것도 없이 육체적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로부터 선망 받는 특권을 얻는
셈이 된다.

•이리하여 문재(文才)상의 연인에게 빠져 그 책에서 자기 영혼의 양분을 남김없


이 흡수하는 것이다.

2. <보기>는 이 글에서 필자가 언급한 다양한 독서이다. 이를 바탕으로 아래 활동을 해 보자.

보기

❶ 세계 제일의 이야기꾼과 만나는 독서


❷ 사실・사건을 보도한 신문 기사 읽기
❸ 의무감으로 하는 독서
❹ 연설 전에 관련 서류나 보고서를 읽어 보는 것
❺ 인간의 용모에 매력을 더하고 그 담화에 풍미를 주는 독서

⑴ ❶ ~ ❺ 중 필자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독서는 무엇인지 찾아 써 보자.

활동 도움말 ⑵ ❶ ~ ❺를 독서의 목적에 따라 나눈다면, 다음 독서의 목적 중 어디에 가까운지


각각의 독서 상황을 반드시 써 보자.
한 가지 독서 목적과 관련지
을 필요는 없다.
교양, 여가, 학업, 문제 해결, 관계 유지

⑶ ⑴, ⑵의 활동을 통해, 이 글의 필자는 어떤 목적의 독서가 가치 있다고 여기


는지 말해 보자.

⑷ 필자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독서에 관한 나의 의견은 어떠한지 친구들과 이


야기해 보자.

1 . 독서의 가치와 글의 선택 19
모둠 활동

3. 이 글의 필자는 다음 학생들의 의견에 어떻게 반응할지 써 보자. 그리고 이러한 필자의 반


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둠 토의를 해 보자.
이왕 읽을 거면 수준이
높은 책을 읽도록 하자.
우리 반 친구 모두가 이미 읽어 본 책은
같은 책을 읽는 게 좋겠어. 빼는 게 좋겠어.

연희 진수 보라

필자의 반응 우리 모둠의 생각

연희의 의견

진수의 의견

보라의 의견

넓혀 읽기

4. 다음 글을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느냐. 오늘날 기술은 과거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발달했고, 사회


관계도 현대화하였고, 복잡해졌고, 자본화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기술 환경이나 사회관
계가 완전히 달라진 지금 시점에서 왜 옛날 책을 읽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중요한 답변이 있습니다. 아무리 사회가 달라져도, 인간에게는 바뀌
지 않는 경험의 조건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은 언제 어디서 살든 유한성의 경험
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죽는 존재입니다. 한계가 많습니다. 무한히 살 수도 없고,
능력이 무한할 수도 없습니다. 「길가메시 서사시」 는 대략 4,500년 전에 씌어졌습니다.
그 서사시의 주제 가운데 하나가 인간은 왜 죽는가, 영원히 살길은 없는가 하는 겁니
「길가메시 서사시」 : 고대 메소
포타미아 지역 수메르의 전설 다. 길가메시 왕은 죽어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친구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탄식하며 묻
적인 인물이었던 길가메시
습니다. ‘오, 친구여, 나도 너처럼 죽어서 영원히 일어설 수 없단 말인가 …….’ 이러한
(Gilgamesh )의 영웅적인 행
적을 기록한 서사시. 현존하는 유한성의 경험은 시대를 초월합니다.
가장 오래 된 서사시임.

20 Ⅰ. 독서의 본질과 태도
또한, 인간에게는 좌절과 고통의 경험이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400여 년 전에 태
어난 작가입니다. 그런데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면 요즘 텔레비전 연속극의 주제 그대
로입니다. 원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게 된 줄리엣은 엄마한테 하소연하는 대목에서
하늘에 대고 절규합니다. ‘저 구름 위에는 지금 내 슬픔의 바닥을 들여다봐 줄 아무런
동정의 눈길도 없단 말인가…….’ 내가 지금 슬프고 답답한데 내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
해 줄 신의 눈, 동정의 눈길이 저 흰 구름 위에 없느냐는 것입니다. 이건 하느님한테 편
지 쓰기죠. 이런 좌절과 고통의 경험은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가 벗어날 수 없
는 조건입니다.
또 있습니다. 양심의 갈등을 경험하는 것이 있습니다. 뭔가 잘못해
잘못해
못 놓고
놓고
벌벌 떠는 경험요. 그리고 고민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이 옳은
옳은
걸까, 저렇게 하는 것이 옳은 걸까…….’ 이처럼

양심의 갈등을 경험하게 하는 삶의 조건도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습니다.

- 도정일,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 에서

⑴ 이 글의 내용을 참고하여 다음 물음에 답해 보자.


활동 도움말
이 글에서 언급된 것 이외에 자 인간이 겪어야 하는 공통된 삶의
신의 의견을 덧붙여도 좋다. 경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

⑵ 내가 감명 깊게 읽은 고전 작품 하나를 고른 다음, 그 작품은 인간의 어떤 경험


을 주로 다루고 있는지 말해 보자.

작품명

경험

⑶ 고전 이외에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서로 이야기해


보자.

고전 이외에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

1 . 독서의 가치와 글의 선택 21
제재 2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_ 정혜윤

- 우리를 계속 꿈꾸게 하는 책 목록

읽기 전에

이 글은 필자가 자신만의 책 목록을 갖게 된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필자는 읽을 책의 목록을 어떻게 만들어 갔는지 정리하면서 읽어 보자. 5
•어떤 책들을 읽고 싶은지 생각해 보면서 읽어 보자.

당장이라도 책의 목록을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엔 꼭 피해야 할 나쁜


책들도 넘쳐 나니까 할 수만 있다면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스스로 한 권씩 짠 목록이 가장 좋습니다.
저는 오래전에 이탈리아로 여행을 갔는데 그때 바티칸에서 「라오콘 군상」을 10

보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트로이 전쟁과 라오콘 사제에


관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라오콘이 햇살 아래 버티고 있는 걸 보자 그동안 내
가 공부라고 했던 것이 얼마나 한심한 것이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라오콘은
“내가 진짜 이야기게, 아니게? 알면 세계사 시험을 잘 보게, 못 보게? 날 배경
으로 사진을 찍으면 잘 나오게, 아니게?”를 물으려고 거기 서 있는 것이 아니 15

었습니다. 라오콘의 아이들도 라오콘 옆에서 죽어 가고 있었습니다. 한 아이는


이미 죽은 것 같았습니다. 라오콘은 신에 맞선 인간의 고통, 자식을 잃은 아비
이자 곧 파멸할 나라의 사제로서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한 인간의 고통이 변해서 돌조각이 된 것입니다. 제임스 조이스가 말하는 에피
▲ 「라오콘 군상」

「라오콘 군상」: 트로이 목마를 절


파니의 순간이 저에게도 있었다면 햇살 아래 서 있던 라오콘의 생생한 고통을 20

대로 성안으로 들이지 말라고 했 보던 바로 그때입니다.


다가 아테네 여신의 분노를 사,
여신이 보낸 뱀에 의해 죽은 사 저는 그 뒤에 ‘여행을 위한 책 목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목록은 두 가지로
제 라오콘과 그의 아들들을 형상
화한 조각. 구성됩니다. 한 가지 축은 실질적인 정보를 주는 책으로 기차 시간표, 호텔과
에피파니(epiphany ) : 우연한 식당 정보 같은 것들이 들어 있지요. 또 하나는 도시에 대한 수필이나 역사책
순간에 얻은 귀중한 깨달음이나
통찰. 들이었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유럽 방랑기나 안데르센의 여행기, 마테오 리치 25

22 Ⅰ. 독서의 본질과 태도
나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 『표해록』, 『해유록』 같은 데서 출발해 결국 작가가
자신의 나라에 관해 쓴 글은 소설까지도 모으게 되었습니다. 미국을 알기 위해
너새니얼 호손과 존 스타인벡과 스콧 피츠제럴드를, 일본을 알기 위해 다자이
필자가 언급한 작가들의 대표작
오사무나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영국을 알기 위해 찰스 디킨스와 아서 코난 도 을 조사한 다음, 그중에서 내가
읽은 작품에 표시해 보자.
5 일과 애거사 크리스티와 조지 오웰을, 파리를 알기 위해 스탕달과 발자크
를 ……. 책을 읽으면서 도시 이름에 동그라미를 쳤습니다. 지금도 『고리오 영
감』을 펼쳐 보면 이 부분에 밑줄이 쳐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파리는 진짜 큰 대양이다. 그래서 거기에 수심 측정기를 던져 보아도 결코


그 깊이를 잴 수 없다. 이 대양을 답사해서 묘사해 보라. 답사하고 묘사하기 위
10 해서 아무리 애쓰고, 바다 탐험가들의 수가 아무리 많고 큰 관심을 가졌다 하
더라도, 처음 만나는 새로운 장소, 알려지지 않은 동굴, 꽃, 진주, 괴물 그리고
잠수부 노릇을 하는 문인들이 잊었던 전대미문의 사건 등을 그곳에서 항상 만 『표해록(漂海錄)』 : 조선 성종 때
최부가 풍랑으로 표류하다 중국
날 수 있다. 보케르 부인의 하숙집도 이런 흥미롭고 기괴한 것 중의 하나이다. 의 북경, 요동 등을 거쳐 귀국하
게 된 경위를 적은 글.

『해유록(海遊錄)』 : 조선 숙종 때
당시에 읽었던 책들을 펼쳐 보는 것만으로도 저는 제가 얼마나 여행에 깊이
신유한이 통신사의 일원으로 일
15 빠져 있었는지 지금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저는 발자크가 표현한 수심 측정기 본에 다녀온 일을 기록한 글.

『고리오 영감』: 프랑스 작가 발자


를 던지는 여행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장소에 도착하는 법 자체는 애초에
크가 쓴 소설. 아버지에게 감사할
제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겉보기와 달리 숨겨진 이야기가 제 관심사였습니 줄 모르는 두 딸에게 큰 재산을
물려주고 가난하게 사는 고리오
다. 평범한 일상을 뚫고 나오는 신비로운 이야기들은 저를 설레게 했습니다. 영감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1 . 독서의 가치와 글의 선택 23
정신의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 저에게는 더 많은 관찰과 더 많은 책이 필요했
습니다. 이런 책들의 목록은 끝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책들을 결
국 좀 정리해야만 했습니다. 고민 끝에 저는 실질적인 정보가 있는 책을 버리
기로 했습니다. 그거야말로 계속 최신 정보로 바뀌게 되니까요. 저는 영원한
것을 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5

그때부터 정보보다는 이야기에 끌렸습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정보로 변하


는 세상이지만 저는 저 자신과 제가 좋아하는 것만큼은 정보로 만들고 싶지 않
았습니다. 최고의 여행은 물리적 이동이 아니란 것, 결국은 정신의 여행이란
‘최고의 여행은 정신의 여행’이라
것, 그 깨달음은 제 여행기에도 영감을 주었습니다. 일상을 뚫고 나오는 이야
는 말이 뜻하는 바를 설명해 보
자. 그리고 독서와 여행의 닮은 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는 것이었죠.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저에게는 10
점을 말해 보자.

나오는 이야기에 귀를
뚫고 기울
을 여
일상
보자


이었
죠.

도, 사람도
도시

다.
저에

였습니

다.

니 럼
었습 스처

로노
보이는 것이 다가 아


들을 삼
자식

24 Ⅰ. 독서의 본질과 태도
도시도, 사람도 자식들을 삼킨 크로노스처럼 보였습니다. 아직은 아니지만 이
제 곧 자식들이 튀어나올 것입니다. 저는 좋은 여행기는 『천일 야화』와 같아야
‘천일 야화풍의 여행기 목록’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저는 ‘천일 야화풍의 여행기 목록’을 스스로 갖게
어떤 것일지 설명해 보자.
된 셈입니다.
5 자신의 관심사에서 출발하는 목록 작성법이 첫 번째라면, 두 번째 작성법이
있습니다. 책 속의 책을 따라가는 방법입니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 에
는 “‘도서관’의 모든 사람처럼 나는 젊은 시절 여행을 했다.”란 말이 나오는데
그건 에이(A)에서 지시하는 책을 찾아 비(B)로, 비(B)에서 지시하는 책을 찾
아 시(C)로 가는 겁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읽은 사람이라면 안톤
10 체호프의 여행기 『사할린섬』이 읽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밀란 쿤데라의 『참
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은 사람이라면 테레사가 처음 토머스의 집에
나타날 때 옆구리에 끼고 있던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싶어 할 수도 있습니다.
테레사가 『안나 카레니나』를 들고 나타난 건 우연이 아니었으니까요. 저는 이
런 책 속 여행을 즐기는 편입니다.
15 이를테면 저는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을 좋아합니다. 주인공 버드
의 아내는 아들을 낳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두개골 결손으로 뇌 일부가 빠
져나온 상태로 태어납니다. 아들을 살리려면 엄청난 수술을 해야 하는데, 살아
나도 식물인간이나 장애아로 살 확률이 높습니다. 반대로 만약 분유량을 조금
만 줄인다면, 이 아이는 자연스럽게 죽을 겁니다. 평생 장애 아이를 돌보게 될
20 지도 모르는 쉽지 않은 상황 앞에서 버드는 고민에 빠집니다. 아들을 죽이긴
쉽고 살리긴 어렵습니다.
여행을 좋아해서 아프리카 지도를 사고, 아프리카 여행을 꿈꾸었던 젊은 아
빠 버드는 절망합니다. 아들이 살아난다면 그의 계획이나 꿈은 물거품이 될 것
입니다. 그는 자신의 꿈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대학 시절 여자 친구와 아프리
25 카로 몰래 떠나려 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묻습니다. ‘수치스러운 짓들을 무
수히 거듭하여 도망치면서 도대체 무엇을 지키려 했던 것일까? 대체 어떤 나
크로노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자신을 지켜 내겠다고 시도한 것일까?’ 그는 ‘난 이제 도망치는 건 그만둘래.’ 농경의 신. 자신의 권좌를 지키기
위해 자식들을 삼켰다가 아들 중
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아들을 살리려고 빗속에서 택시를 타고 질주합니다.
의 하나인 제우스에게 패해 예전
‘만약 내가 사고로 죽어서 아들을 살리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내 삶은 말짱 무 에 삼킨 자식들을 뱉어 내었음.

『천일 야화(千一夜話)』: 아랍어로


30 의미한 것이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요.
쓰인 설화집으로 아라비안나이트
나중에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를 읽다 보니 그는 어려서부터 라고도 함. 동화, 우화, 전설, 기
사담 등 다양한 이야기로 구성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좋아했고 실제로 삶에서 선택해야 할 때마다 허클베리 어 있음.

1 . 독서의 가치와 글의 선택 25
핀의 이 말을 읊조렸다고 합니다. “좋아, 지옥에는 내가 간다.” 저는 이 말이
『개인적인 체험』에 나오는 주인공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을 거란 느낌이 듭니
“지옥에는 내가 간다.”라는 말 속 다. 저는 곧 또다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들추어 볼 것입니다. “지옥에는 내
에는 삶에 대한 어떤 태도가 담
겨 있는지 말해 보자. 가 간다.”란 말을 찾아서요.
오에 겐자부로는 『신곡』 또한 좋아합니다. 저는 언제 『신곡』도 읽어야겠다고 5

쭉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루어 두던 『신곡』을 실제로 읽게 된 계기는


현실에서 왔습니다. 여기서 세 번째 목록 작성법이 탄생합니다. 현실에서 궁금
한 것을 책에서 찾아 읽는 겁니다.
천안함 피격 사건이 났을 때였습니다. 텔레비전에 유족들이 나오는데 한 어
머니만은 눈물을 꾹 참고 울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왜 울지 않느냐는 질문을 10

기자가 던졌던 것 같습니다. 그 어머니는 “내가 자꾸 울면 우리 아들이 좋은


데 못 간다고 해서.”라고 말하면서 입술을 꼭 깨물며 눈물을 참습니다. 좋은
데는 천국이겠죠. 장례식 때 유족들은 관을 쓰다듬으며 마지막 인사를 보내면
서 이렇게 말합니다. “잘 가, 천국에 가. 그곳에서 여기 일은 다 잊어버리고 부
디 행복하게 살아. 그곳에서 시름 걱정 없이 살아. 아프지 말고 울지도 말고. 15

거기서 만나자. 먼저 가 있어.”


천국의 소망이 아니면 정말 위로가 안 되는 안타까운 죽음들이 있습니다. 저
역시 장례식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면서도 천국은 어떤 곳일까, 단
테는 천국을 어떤 곳이라고 생각했을까 궁금했습니다. 결국 『신곡』을 읽었습니
다. 그런데 천국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곳이 아니었습니다. 천국에 간 사람 20

들은 우릴 잊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반대로 영원한 기억 속


에 있습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우릴 절대로 잊지 못합니다. 우릴 항상 지
켜봅니다. 우리가 탄 배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애가 타서 말합니다. 합창합
니다. “안 돼. 그쪽이 아니야. 뱃머리를 돌려!”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우리
가 품었던 천국의 소망 같은 것들이 현실에서도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25

이것이 저의 책 목록 작성법입니다. 관심 있는 주제별로 책 읽기, 책 속 책을


따라 여행하기, 현실에서 궁금한 것을 책에서 찾아보기.
- 『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정혜윤 (1969~ ) 라디오 프로듀서 겸 작가. 다양한 시사 교양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한편, 많은 수필을
발표하였다.

26 Ⅰ. 독서의 본질과 태도
깊게 읽기

1. 필자가 다음 책들을 읽는 데 활용한 책 선택법과, 그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를 정리해 보자.

책 선택법 선택한 책
선택한 책 선택한 계기

『고리오 영감』

『허클베리 핀의 모험』

『신곡』

활동 도움말
실용적 목적으로 읽은 책은
2. 최근에 읽은 책을 떠올려 보고, 그 책을 읽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말해 보자.

제외하고 여가나 교양을 위해


읽은 책을 중심으로 생각해 •읽은 책:
본다.

•읽게 된 계기:

발표 활동

3. 이 글의 필자처럼 자신만의 책 선택법이 있으면 발표해 보자.

책 선택법

책 선택법을 찾은 계기

자신이 찾은
책 선택법의 좋은 점

1 . 독서의 가치와 글의 선택 27
4. 읽어야 하거나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을 정해 보자.

⑴ 다음 물음을 중심으로, 현재 내가 읽어야 할 책을 찾아 써 보자.

지금 학업에 필요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책은 무엇일까?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가까운 친구나 동아리


부원들과 대화를 잘 하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활동 도움말
⑵ 다음 물음을 중심으로, 여가를 활용하거나 교양을 쌓기 위해 읽으면 좋은 책을
비슷한 책들이 많아 선택이 어
찾아 써 보자.
려울 때는 필자나 책에 관한 정
보를 찾아본다. 또한, 목차나 책
어떤 주제 분야에
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기타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관심이 많은가?
사항들을 꼼꼼히 비교해 본다. 장르나 형식은 무엇인가?

그 분야에서
정평이 나 있는
필자나 책이 있는가?

활동 도움말
5. 4의 활동을 통해 선정된 책의 목록을 작성한 뒤, 친구가 작성한 목록과 비교해 보자. 그리
이미 읽은 책이라고 해서 독서
고 자신이 책을 선정하게 된 이유를 중심으로 책 선택법에 관해 의견을 나누어 보자.
목록에서 제외할 필요는 없다.
같은 책을 다시 읽는 것도 좋은
독서법이다. 선정한 책 선정 이유


28 Ⅰ. 독서의 본질과 태도
넓혀 읽기

6. 다음 글을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항성 같은 책과 유성 같은 책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세상의 모든 책을 별에 비유하여 세 가지로 구분했다.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며 다른 별들의 중심이 되어 주는 항성(恒星) 같은 책이 있는가 하면,
항성 주위의 궤도를 규칙적으로 도는 행성(行星) 같은 책이나 잠시 반짝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져 버리는 유성(流星) 같은 책도 있다는 것이다. 항성과 행성은 언제나 밤
하늘을 지키지만, 유성은 휙 소리를 내며 은하계의 어느 한구석으로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북극성이 길 잃은 사람에게 방향을 제시하듯 항성과 같은 책은 삶의 영원한
길잡이가 되지만, 반짝하고 나타나는 유성은 한순간의 즐거움만 제공하고 허무하게
사라진다.
우리 주변에는 유성 같은 책들이 지천으로 굴러다니고 있지만, 항성 같은 책은 점
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좋은 책은 세상살이의 일반성에 관한 이해를 넓혀 주는 동시
에 개인적 삶의 특수성까지도 풍부하게 해석해 준다. 그런 이해와 해석이 아예 없거
나 미약한, 고만고만한 수준의 책들만 거듭 읽다 보면 잡다한 상식은 늘어날지 몰라
도 이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이 있는 파악은 멀어지고 만다. 그렇고 그런 수준
의 유성 같은 책은 아무리 많이 읽어도 삶의 깊이와 두께는 늘 제자리걸음이다. 세상
과 인생의 문제를 상투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뻔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그렇고 그런
책들은 옆으로 치워 놓고, 변화하는 세상과 그 속에 숨은 삶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좋은 책들을 찾아내야 한다.
- 정수복,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에서

⑴ 내가 읽은 책 중에서 항성과 유성에 해당하는 책의 제목을 써 보자.


활동 도움말
항성 같은 책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에
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온 고
전(古典)은 항성 같은 책의 대표
적인 예이다. 유성 같은 책

⑵ 최근 인기 도서가 된 책들을 조사한 다음, 그들 각각이 항성과 유성 중 어느 것


에 더 가까운 책일지 말해 보자.

1 . 독서의 가치와 글의 선택 29
학습 목표
장기적인 독서 계획을 세워 자발적으로 독서를 실천함으로써 건전한 독서 문화를 형성한다.
의미 있는 독서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타인과 교류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과 세계관을 이해하는 태도를 지닌다.

생각 열기 혼자 해도 좋고, 여럿이 같이 해도 좋은 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소설 「제인 오스틴 북클럽」 은 「오만과 편견」 으로 유명한 영


국 소설가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로도 제작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이・취
향 등에서 전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다. 그녀의 작품을 이해
해 온 방식도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독서 모임을 통해 서로 이
야기를 나누며 공감도 하고 갈등도 느끼는 가운데, 그들은 작
품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타인에 관해서도 더 깊이 이해하
게 된다.

4 4 4 4

그렇다면 책을 읽고 그 경험을 공동체와 함께 나누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1 스스로 하는 평생 독서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
이 자신이 읽은 책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또한, “사람이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도 있다. 좋은 습관을 들이면 좋은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에서 책을 읽는 습관만큼 중요한 것도 없을
것이다.
독서 습관은 청소년기에 만들어야 한다. 아무래도 학창 시절에는 독서를 할
기회가 많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독서 시간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 현실
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각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심 분야의 책을 꾸준히 찾아가며 읽어야 하고, 교양인으로서 사회를 살아가기

지 속 적 인
위해서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 평생 독
자로서 독서 습관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청소년기에 좋은 책을 골라 꾸준히 읽는
독서습관 바람직한 독서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 년 혹은 평생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을 스스로 작성하는 장기
적인 독서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하고, 이에 따라 책을 찾아 읽어야 한다. 이러

30 Ⅰ. 독서의 본질과 태도
한 과정에서 독서 계획과 실천을 기록할 수 있는 자신만의 독서 기록장을 마련 독서 기록장
독서 후에 책에서 의미 있는 부
하는 것이 좋다. 독서 기록장을 활용하여 자신의 독서 이력을 계속 점검하고 확 분을 기록하거나 독서 과정에서
생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기록
충해 나가게 되면 독서 효능감이 높아지고 독자로서의 자기 정체성도 형성할 수 장이다. 독서 기록장을 작성할 때
있게 된다. 는 대체로 서지 사항과 내용의
요약, 책에 대한 소감, 독서를 통
해 새롭게 하게 된 생각이나 판
단 등의 항목을 포함한다.

2 더불어 하는 독서 활동
청소년기의 독서 활동이 중요한 것은 청소년기에 정서의 순화와 건전한 가치
의 내면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혼자 독서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
하지만 독자 자신의 문제를 객관화하여 생각해 보고 합리적인 사고를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활동도 긴요하다. 따라서 이를 위해 다른 사람과 함께 책을 읽
으면서 책에 관한 생각을 교류하고 공유하는 것은 바람직한 활동이라 할 수 있
다. 수업뿐 아니라, 독서 동아리, 독서 모임과 같은 자유로운 독서 활동에 적극
적으로 참여하여 다른 사람과 독서 활동 결과를 공유하게 되면 책 속에 담긴 다
양한 삶의 방식과 세계관을 더욱 풍부하게 이해하고 수용할 수가 있다.
나아가 독서 공동체 활동을 통해 우리는 독서의 본질에 더 깊이 다가설 수 있
다. 독서는 미시적으로는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며 거시적으로는 사회의 통합
과 함께 문명 및 문화의 전승과 발전을 도모하는 행위이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
고 있는 고도의 문명은 독서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공유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
공동의 관심사 및 상황에 맞는 글을 함께 읽음으로써 사회 구성원이 통합되고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던 데 기인한다. 다행히 오늘날은 인터넷을 비 소셜 미디어: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터넷 미디어.
롯한 각종 매체의 도움으로 시・공간적 한계를 벗어나 책에 관한 정보에 접근하
팟캐스트: 인터넷망을 통해 다양
기가 쉬워졌고, 각종 소셜 미디어나 팟캐스트 등의 발전으로 다양한 독서 공동 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체를 이루어 독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그 책에 나왔던
장소 기억나?

그럼, 꼭 가 보고
싶은 곳이지.

언제부터 저 두 사람
이 유대감을 형성했
냐?

2 . 독서의 생활화 31
활동 1
활 스스로 하는 평생 독서

평생 독서의 필요성과 유의점 이해하기

1. 다음 글을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활동 도움말 학문은 기쁨, 장식, 능력의 연마를 위해 도움이 된다. 학문의 기쁨으로서의 주된
이 글에 나오는 ‘학문’을 ‘독서’
효용은 혼자 한가하게 있을 때 나타난다. 또한, 장식으로서의 그것은 담화를 나눌 때,
로 바꾸어 읽어도 무방하다.
능력 연마로서의 그것은 일에 관한 판단과 처리에서 나타난다. 숙련된 사람은 일을 하
나씩 처리하고, 또 아마도 개개의 점에 관해서는 판단을 내릴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
나 전체에 걸친 숙려(熟慮), 일의 계획이나 통제에 이르러서는 학문이 있는 사람에게
서 나온 것이 가장 앞선다.
학문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태만이다. 그것을 장식에 지나치게 많
이 사용하는 것은 허영이다. 무엇이든 하나에서 열까지 학문의 법칙으로 판단하는 것
은 학자의 기질이다. 학문은 천성을 완성하고 경험에 의해 완성된다. 즉 천성의 능력
은 자연 속의 식물과 같은 것으로서 학문에 의한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중략>
어떤 책은 그 맛을 음미하고 어떤 책은 송두리째 이해해야 하며, 어떤 책은 잘 씹어
소화해야 한다. 이 말은 어떤 책은 그 일부분만 읽어도 되고 어떤 책은 통독은 하지만
자세히 음미할 필요는 없으며, 또한 소수지만 어떤 책은 주의력을 집중하여 구석구석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떤 책은 다른 사람을 시켜서 읽어 달래도 좋고 타인에 의해
발췌된 내용만을 읽어도 좋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나 고상하지
않은 책의 경우에 한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요만을 뽑은 책은 보통의
증류한 물과 같은 것으로서, 아무런 맛도 없는 법이다.
- 프랜시스 베이컨, 「학문에 대하여」 에서

⑴ 평생 책을 읽어야 할 이유와 책만 읽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말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⑵ 지금까지 읽은 책 혹은 앞으로 읽고 싶은 책 가운데 ‘맛을 음미해야 할 책’, ‘송
답하기 어렵다면 ‘일부분만 읽
두리째 이해해야 할 책’, ‘잘 씹어 소화해야 할 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대
어도 되는 책,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하면 되는 책, 주의 집중하 표적인 예를 들어 보자.
여 구석구석 읽어야 하는 책’으
로 나누어 생각해 본다.

⑶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는 명작의 발췌물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발췌물의 이


로운 점과 폐해에 관해 말해 보자.

32 Ⅰ. 독서의 본질과 태도
독서 이력 점검하기

2. 독서 계획을 세우기 전에 먼저 자신의 독서 이력을 점검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⑴ 다음 표에 따라서 자신의 독서 이력을 정리해 보자.
평생 독서의 계획을 세우기 위
해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까지
의 삶을 돌아보는 것이다. 분야 읽은
번호 책 제목 필자 출판사 분량
인문・예술 사회・문화 과학・기술 시기


⑵ 자신의 독서 이력에서 부족한 점은 없는지 성찰해 보자.

항목 그렇다 아니다

•독서 목적을 고려하여 알맞은 책을 선택하였는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책을 선택하였는가?

•자신의 관심과 수준에 적절한 책을 선택하였는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적절히 선택하였는가?

•시대별 안배가 적절히 이루어졌는가?

•지역적, 문화적 배경이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게 선택하였는가?

2 . 독서의 생활화 33
연간 독서 계획 세우기

3. 독서 이력 점검을 바탕으로 연간 독서 계획을 세워 보자.

활동 도움말
⑴ 다음 표에 따라 올 한 해 실천 가능한 독서 계획을 작성해 보자.
28쪽에서 선택한 책들과 168~
170쪽의 추천 도서 목록을 참고
하여 독서 계획을 작성한다. 분야 읽을
번호 책 제목 필자 출판사 분량
인문・예술 사회・문화 과학・기술 시기


⑵ 친구와 함께 연간 독서 계획의 구성 의도를 서로 이야기해 보고, 다음에 따라


독서 계획을 점검해 보자.

항목 나 친구

•독서 이력 점검을 통해 드러난 부족한 점이 보완될 수 있는가?

•독서 계획의 구성 의도가 잘 반영되어 있는가?

•한 해 읽을 만한 분량으로 적절하게 구성되어 있는가?

•독서 시기가 실천 가능하게 잘 안배되어 있는가?

(그렇다: ◯, 보통이다: △, 아니다: ×)

⑶ ⑵의 점검을 바탕으로 ⑴의 활동을 수정하여 연간 독서 계획을 완성해 보자.

34 Ⅰ. 독서의 본질과 태도
독서 일지 작성하기

4. 선정한 책 중에서 한 권을 선택하여 읽고, 다음 표에 따라 독서 일지를 작성해 보자.

독서 일지 예시 책 읽기 35분 독서 일지 쓰기 15분

책 제목 읽은 날짜

필자 읽은 쪽

책을 읽으며 책에 큰따옴표(“ ”)로 표시해 둔다.

읽은 부분에서
중요한 내용을 요약해서 중심 내용
쓰세요.

책을 읽으며 책에 느낌표 ( ! ) 로 표시해 둔다.

책의 원문을
인상에 남는
그대로 쓰거나, 분량이 긴
부분과 그 까닭
경우는 요약해서 쓰세요.

책을 읽으며 책에 물음표(?)로 표시해 둔다.

질문 형태로 써 놓고, 이후
궁금하거나
더 생각해 보거나
이해가 안 되는 점
다른 자료를 찾아보세요.

책의 여백, 붙임 쪽지 등을 이용하여 생각이 났을 때 적어 둔다.

새로 알게 된 내용이나
새로 알게 된 점이나
깨달은 점, 느낀 점
새로 품게 된 생각
등을 쓰세요.

2 . 독서의 생활화 35
서평 쓰기

5. 읽은 책에 관한 서평을 써서 친구들에게 소개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⑴ 독서 일지를 바탕으로, 다음 조건에 따라 서평을 써 보자.
서평이란 책의 내용을 평한 글
을 이른다. 서평 쓰기는 자신이 조건
읽은 책의 의미와 가치를 주체
•전체 글을 3~5문단으로 구성하되, ‘머리말-본문-맺음말’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한다.
쓴다.
•머리말은 책을 선정한 이유, 책에 대한 첫인상 등을 중심으로 쓴다.
•본문은 책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 책을 통해 새로 알게 된 것, 책을 읽으며
깨달은 점 등을 중심으로 쓴다.
•맺음말은 책의 가치, 중요성, 읽어야 할 이유 등을 중심으로 쓴다.

⑵ 서평을 활용하여 내가 읽은 책을 친구들에게 소개해 보자.

36 Ⅰ. 독서의 본질과 태도
평생 독서를 위한 태도 형성하기

6. 가 를 바탕으로 나 의 광고가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 본 다음, 평생 독서의 필요성과 가치에


관해 주장하는 글을 써 보자.
활동 도움말
글을 쓸 때, 다음 문구를 활용할
수 있다. 가 개인의 독서 역사를 더듬어 보면, 그의 사람됨을 알 수 있다. 한 사람의 인격
•당신이 읽은 책이 곧 당신 자
과 인생을 형성하는 데 책은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처럼 독서는
신이다.
•당신이 어떤 책을 읽었는지 평생의 과업(課業)인 까닭에, 독서 계획을 세워서 자신에게 알맞은 책을 잘 선
알려 주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줄 수 있다.
택하여 읽은 사람은 인생을 가치 있게 산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평생에 걸쳐 가치 있는 책들이 가득 쌓여 가는 책장과 독서 이력은 성공과 행
복의 상징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평생 독서의 필요성과 가치

2 . 독서의 생활화 37
활동 2
활 더불어 하는 독서 활동

더불어 하는 독서의 필요성 이해하기

1. 다음 글을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뙤약볕이 들면 느티나무 숲의 큼직한 그늘 밑으로 들어갔다. 숭덩숭덩 썰어 놓은 수박은


달았다. 마을 주민들은 한창 가을걷이 중이건만 경운기 소리조차 애써 아껴 주었다. 소슬한
바람 불어오면 옹기종기 붙어 앉았다. 빗줄기 쏟아지는 날에는 누옥(陋屋) 지붕 아래에서
빗소리와 함께했다. 별이 총총한 여름밤이면 띄엄띄엄 모깃불을 피웠다. 동네 누렁이, 흰둥
이들은 마침 숨을 죽였다.
2006년 9월부터 2008년 9월까지 매달 사람들이 함께 모여 소설을 읽고 이야기하며, 문학
과 인간 존재의 비의(秘意)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곤 했던 경기 고양시 선유리 154의 2번
지, 소설가 이호철의 집필실 안팎 풍경이다. 이들은 이곳을 ‘소설의 느티나무 숲’이라고 불
렀다. 일생에 걸쳐 분단 문제를 천착(穿鑿)한 작가로, 한국 문학사에 굵은 획을 새긴 이호철
은 이곳 선유리에서 2년 동안 소설 독회(讀會)를 열었다.
신선이 놀았다고 선유리(仙遊里)였으리라. 신선은 간 데가 없지만 흰 머리, 흰 수염 노
(老) 작가의 문학을 아끼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매달 그의 작품 하나씩을 골라 함께 읽고
토론했다. 개중에는 직업으로 소설, 혹은 시를 쓰는 이도 있었고, 평범한 직장인, 주부, 학생
도 있었다. 또한, 그의 작품에 지대한 관심을 보내는 외국인이 일부러 먼 길을 찾아오기도
했다. 날이 궂으면 열댓 명 남짓만 모이기도 했고, 우연히 서로 마음이 맞은 날에는 70~80명
을 훌쩍 넘기도 했다.
‘소설 독회’는 낯설다. 보편화가 된 시 낭송회와는 달리 소설을 읽고 얘기 나누는 형식은
국내에서 그때까지 거의 없었던 탓이다. 독회에서는 등단작 「탈향」을
비롯해 장편 연작 소설 「남녘 사람 북녘 사람」,「오돌 할멈」,
「닳아지는 살들」,「나상」,「소시민」등 작품 하나하나, 문장
구절구절마다 현미경과 망원경을 동시에 들이댔다. 그가 사람들
비의: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은밀 앞에 낱낱이 발가벗겨지는 셈이다.
한 뜻.
그래서 그는 때로는 자신의 의도와 다른 작품 해석에 강하게 반박하기도
박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
천착: 어떤 원인이나 내용 따위
를 따지고 파고들어 알려고 하
신조차 인식하지 못한 접근에 무릎 치며 동의를 보내기도 한다. 편안하게 술술 읽히는 문장
거나 연구함. 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치열한 사유의 결과물이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독회: 책이나 글을 여럿이 모여 - 『서울신문』, 2010. 6. 12.
함께 읽는 모임.

⑴ 혼자 하는 독서와 여럿이 함께 하는 독서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말해 보자.


혼자 하는 독서

여럿이 함께 하는 독서

⑵ 이 글처럼 필자와의 대화에 참여한다면 어떤 필자와 어떤 대화를 하고 싶은지


이유와 함께 말해 보자.

38 Ⅰ. 독서의 본질과 태도
더불어 하는 독서 활동의 매체 이해하기 모둠 활동

2. 오늘날에는 매체의 발달에 따라 독서 공동체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하다. 모둠별로


매체를 선택하여 각 매체에 따른 독서 활동의 특성과 우수 사례를 소개해 보자.

⑴ 방송 매체 (2) 신문 서평란
활동 도움말
매체의 종류와 특성을 조사한
후, 그 매체에 따른 독서 활동의
특성을 확인해 본다.

(3) 인터넷 블로그 (4) 팟캐스트

2 . 독서의 생활화 39
독서 활동에 참여하여 소통하기 모둠 활동

3. 학급 전체가 한 권의 책을 읽은 후, 아래 활동을 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⑴ 모둠별 독서 모임 활동을 해 보자. 다음 독서 일지를 참고하여 항목에 따라 자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어떤
기 의견을 정리해 보고, 이를 바탕으로 모둠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점에서 서로의 생각이 다른지에
유의하면서 모둠원들의 말을 경 의견을 비교해 보자.
청한다.
책 제목: 필자:

내 의견 모둠원의 의견

독서 일지에 적은 것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을
구절이나 장면
적고, 그 까닭도 쓰세요.

내 경험이나 생각을
바탕으로 공감하였거나 공감한 내용이나
공감하지 않은 내용을 공감하지 않은 내용
적고, 그 까닭도 쓰세요.

내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주제와 의미는 주제와 의미
무엇인지 쓰세요.

책을 읽고
느낀 점이나
느낀 점이나 깨달은 점을
깨달은 점
자유롭게 쓰세요.

책의 내용 중 현재의
책 내용과 연결되는
나 또는 세상의 문제와
현재의 문제
관련되는 것이 있으면 쓰세요.

책을 읽으며 이해가 안 된
점이나 더 알고 싶은 점,
궁금한 점
친구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깃거리 등을 쓰세요.

40 Ⅰ. 독서의 본질과 태도
⑵ 모둠별 토의 내용을 바탕으로 학급의 토론 주제를 선정한 다음, 다음 토론 개
요서를 활용하여 토론해 보자.

활동 도움말 토론 개요서

3. ⑴의 항목에서 찬반의 쟁점
이 될 만한 내용을 토론의 주제 책 제목 모둠명
로 삼는다.
필자 모둠원

논제

주장

근거

반론

재반론

토론 소감,
평가

2 . 독서의 생활화 41
⑶ ⑵의 토론 내용과 각자의 감상을 바탕으로 모둠별로 감상문 쓰기 활동을 해
보자.

모둠에서 정한 책과 모둠원의 이름을 적어 보자.

책 제목: 필자:

모둠원 이름:

우리 모둠 구성원 각자의 감상을 적고, 별점을 매겨 보자.

우리 모둠원의 30자 평 별점
• 김철수: 사자의 꿈을 잃지 않는 당신은 노인이 아닌, 도전하는 젊은
이이다.

활동 도움말 토론 내용과 모둠원 각자의 감상 평을 종합하여 감상문을 써 보자.


토론에서 나온 내용과 모둠원의
감상 평을 모두 포함하지 말고,
감상 초점을 정한 다음, 그것과
관련되는 사항들만 골라서 활용
한다.

42 Ⅰ. 독서의 본질과 태도
더불어 하는 독서 태도 형성하기

4.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에 관해 조사해 본 다음, 아래 활동을 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⑴ 같은 도시에 사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한 권의 책을 함께 읽음으로써 기대할 수
‘한 도시 한 책 읽기’란 지역 사
있는 효과는 무엇일지 발표해 보자.
회에서 일정 기간 동안( 1년
단위) 한 권의 책을 선정하여 토
론과 다양한 문화 행사를 펼치
는 독서 운동을 말한다.

⑵ 우리 지역 사회에서 이와 유사한 운동을 하는 사례가 있는지 조사하여 발표해


보자.

⑶ 만일 우리 학교에서 ‘한 학교 한 책 읽기’를 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과 그 이유


를 작성해 보자.

추천하고 싶은 책

추천 이유

2 . 독서의 생활화 43
창의 교실 밖 내 주변에서 관심 있는
융합 독서 활동
독서 공간을 찾아보자
활동 목표 독서 공간 선정하기 활동을 통해 평생 독자로서의 소양 기르기

다양한 독서 취향과 개성을 가진 이들을 위한 독서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의


독서를 즐겁게 하는 다양한 독서 공간을 찾아보자.

도서관 01 01

독서 공간이자 문화 공간, 지혜의 숲 도서관


파주 출판문화 도시에 들어선 도서관으로, 새로운 개념의 독서 공간이다. 높
이 8미터의 서가가 복도를 따라 쭉 이어지는 이색적인 풍경이 방문객의 눈길
을 사로잡는다. 도서관 분류법을 따르지 않는 개방형 서가로서 누구나 자유
롭게 들어가 책을 꺼내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은 전시와 인문학 강
연 등을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02

동네 책방 02

책을 공유하는 특별한 책방, 당신이 읽는 것이 곧 당신


책을 판매하는 서점과 책을 공유하는 도서관이 결합된 동네 책방으로, 구매
와 대여가 모두 가능한 곳이다. 손님이 집에 있는 책들을 가지고 나와 6개월
동안 공유하는 책들로 채워진 ‘공유 서가’의 책장은 책 공유자의 개성과 이야
기로 꾸며진다.

03

북 스테이 03

책과 여행이 합쳐진 새로운 사색 공간


책을 매개로 휴식을 취함과 동시에 공감과 연대를 끌어내는 북 스테이. 조선
시대 세종은 선선한 가을이 되면 관리들에게 특별 휴가를 내렸다고 한다. 궁
에서 떨어진 산속에서 휴식하면서 책에 집중하도록 한 ‘사가독서(賜暇讀書)’
가 그것이다. 최근 사가독서 제도를 연상케 하는 독서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스스로 독서 휴가를 주고 싶을 때, 북 스테이를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44 Ⅰ. 독서의 본질과 태도
전문 도서관 04 04

지식의 바다를 항해하는 나침반, 국립해양박물관 해양


도서관
해양 문화・역사・영토 등 해양 분야에 관련된 자료와 국내・외 전문 도서,
학술지 및 디지털 매체 등을 수집・정리하여 제공하고 있다. 이를 필요로 하
는 모든 이용자가 자유롭게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활동 우리 주변의 다양한 독서 공간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 있는지 생각해 보고, 나의 독서


경험을 성찰해 보자.

1. 내가 경험한 독서 공간을 떠올려 보자.


흥미롭고 새로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오랫동안 책을
책을 찾았던 곳 책을 읽었던 곳 편하게 보았던 곳

2. 지금 나에게 필요한 독서 공간을 정하고 그 까닭을 써 보자.


나에게 필요한 독서 공간

까닭

3. 나에게 필요한 독서 공간을 선정하면서 되돌아본 나의 독서 이력은 어떠했는지 생각해 보고, 앞


으로의 독서 계획을 세워 보자.

나의 독서 이력 성찰

1. 나는 좋은 독서 습관을 기르기 위해 평소에 노력하였는가? 예 / 아니요

2. 나는 독서의 목적을 생각하며 독서 공간을 선택했는가? 예 / 아니요

3. 나는 책에 관한 생각을 다른 친구들과 교류하고 공유한 적이 있는가? 예 / 아니요

나의 독서 계획

창의・융합-교실 밖 독서 활동 45
단원 점검하기
이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점검해 보자.

01
원리 점검
독서의 가치와
•교양인은 고전과 같은 좋은 책을 읽어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글의 선택 사람임.
•독서하는 목적에는 교양, 여가, 문제 해결, 관계 유지, 학업 등이 있으며,
독서론
읽을 글을 선정할 때는 읽는 목적에 알맞은 것을 골라야 함.
•읽을 글을 선정할 때는 자신의 관심과 수준에 맞으면서도 자신의 내면
적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치 있는 것을 골라야 함.
•독서하는 목적에 알맞고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인지 확인할 때는 제
목이나 목차, 머리말, 표지, 필자 정보, 도서 평 등을 활용할 수 있음.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독서론」 과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를 통해, 독서의 가치 및 도서 선택의 원


리와 방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가?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46 Ⅰ. 독서의 본질과 태도
02
원리 점검
독서의 생활화 •독서 습관은 청소년기에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평생 독서의 계획을 세워서 꾸준히 실천해야 함.

활동 1
활 스스로 하는 평생 독서 •스스로 하는 평생 독서 활동으로는 독서 이력 점검하기, 연간 독서 계획

1.
평생 독서의 필요성과 유의점 이해하기

다음 글을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세우기, 독서 일지 작성하기, 서평 쓰기 등이 있음.
활동 도움말
이 글에 나오는 ‘학문’을 ‘독서’
학문은 기쁨, 장식, 능력의 연마를 위해 도움이 된다. 학문의 기쁨으
효용은 혼자 한가하게 있을 때 나타난다. 또한, 장식으로서의 그것은 담
•자신의 독서 결과를 타인과 소통하고 공유하면, 개인적으로는 독서 경
로 바꾸어 읽어도 무방하다.
능력 연마로서의 그것은 일에 관한 판단과 처리에서 나타난다. 숙련된 사
나씩 처리하고, 또 아마도 개개의 점에 관해서는 판단을 내릴 수가 있을 험을 더욱 심화하고 확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공동체 구
나 전체에 걸친 숙려(熟慮), 일의 계획이나 통제에 이르러서는 학문이

성원 서로 간의 유대감과 문화 수준을 높일 수 있음.


서 나온 것이 가장 앞선다.
학문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태만이다. 그것을 장식에
이 사용하는 것은 허영이다. 무엇이든 하나에서 열까지 학문의 법칙으로
은 학자의 기질이다. 학문은 천성을 완성하고 경험에 의해 완성된다. 즉
은 자연 속의 식물과 같은 것으로서 학문에 의한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더불어 하는 독서 활동으로는 여러 가지 독서 매체 활용하기, 독서 모임
어떤 책은 그 맛을 음미하고 어떤 책은 송두리째 이해해야 하며, 어떤
소화해야 한다. 이 말은 어떤 책은 그 일부분만 읽어도 되고 어떤 책은 을 만들어 책 읽기, 독서 토론하기, 감상문 써서 발표하기 등이 있음.
자세히 음미할 필요는 없으며, 또한 소수지만 어떤 책은 주의력을 집중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떤 책은 다른 사람을 시켜서 읽어 달래도 좋고

활동 2
활 더불어 하는 독서 활동

더불어 하는 독서의 필요성 이해하기

1. 다음 글을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뙤약볕이 들면 느티나무 숲의 큼직한 그늘 밑으로 들어갔다. 숭덩숭덩 썰


달았다. 마을 주민들은 한창 가을걷이 중이건만 경운기 소리조차 애써 아껴
바람 불어오면 옹기종기 붙어 앉았다. 빗줄기 쏟아지는 날에는 누옥(陋屋)
빗소리와 함께했다. 별이 총총한 여름밤이면 띄엄띄엄 모깃불을 피웠다. 동네
이들은 마침 숨을 죽였다.
2006년 9월부터 2008년 9월까지 매달 사람들이 함께 모여 소설을 읽고 이 ‘스스로 하는 평생 독서’와 ‘더불어 하는 독서 활동’의 필요성과 방법을 이해할 수
과 인간 존재의 비의(秘意)■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곤 했던 경기 고양시 선
지, 소설가 이호철의 집필실 안팎 풍경이다. 이들은 이곳을 ‘소설의 느티나무
렀다. 일생에 걸쳐 분단 문제를 천착(穿鑿)■한 작가로, 한국 문학사에 굵은
있으며, 스스로 평생 독서의 계획을 세워서 실천하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독서 활
철은 이곳 선유리에서 2년 동안 소설 독회(讀會)■를 열었다.
신선이 놀았다고 선유리(仙遊里)였으리라. 신선은 간 데가 없지만 흰 머 동을 수행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는가?
(老) 작가의 문학을 아끼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매달 그의 작품 하나씩을
토론했다. 개중에는 직업으로 소설, 혹은 시를 쓰는 이도 있었고, 평범한 직장
도 있었다. 또한, 그의 작품에 지대한 관심을 보내는 외국인이 일부러 먼 길
했다. 날이 궂으면 열댓 명 남짓만 모이기도 했고, 우연히 서로 마음이 맞은 날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을 훌쩍 넘기도 했다

지금까지 읽을 글을 고르고 독서 계획을 세워서


독서 활동을 실천해 보았어. 앞으로도 독서를 생활화하고
독서 문화를 고양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해야겠어.

단원의 마무리 47
.
독서의 방법

1. 사실적 읽기
2. 추론적 읽기
3. 비판적 읽기
4. 감상적 읽기
5. 창의적 읽기
6. 주제 통합적 읽기
창의・융합 -교실 밖 독서 활동

비판적・창의적 사고 역량

자료・정보 활용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대인 관계 역량

문화 향유 역량

자기 성찰・계발 역량
독서를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독자는 글을 읽기 전에 독서의 목적을 떠올리면서 어떤 글을 읽을지 선
택하고, 글을 선택한 후에는 글의 내용을 예측해 본다. 글을 읽을 때는
표면적인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글의 표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함축적인 정보들을 추론하며 읽는다. 이러한 사실적
읽기와 추론적 읽기를 바탕으로, 비판적 읽기나 감상적 읽기 혹은 창의
적 읽기, 주제 통합적 읽기 등의 고차원적인 읽기 활동으로 나아간다.
이 단원에서는 사실적 읽기, 추론적 읽기, 비판적 읽기, 감상적 읽기,
창의적 읽기, 주제 통합적 읽기에 관해 학습하고, 실제로 이를 적용하여
글을 읽는 활동을 한다.

와, 선물 포장이 예쁘다!

어떤 것부터 풀어 볼까?

책의 첫 장을 펼칠
때처럼 기대돼.

50 Ⅱ. 독서의 방법
학습 목표
•글에 드러난 정보를 바탕으로 중심 내용, 주제, 글의 구조와 전개 방식 등 사실적 내용을 파악하며 읽는다.
•글에 드러나지 않은 정보를 예측하여 필자의 의도나 글의 목적, 숨겨진 주제, 생략된 내용을 추론하며 읽는다.
•글에 드러난 관점이나 내용, 글에 쓰인 표현 방법, 필자의 숨겨진 의도나 사회・문화적 이념을 비판하며 읽는다.
•글에서 공감하거나 감동적인 부분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글이 주는 즐거움과 깨달음을 수용하며 감상적으로 읽는다.
•글에서 자신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나 필자의 생각에 대한 대안을 찾으며 창의적으로 읽는다.
•동일한 화제의 글이라도 서로 다른 관점과 형식으로 표현됨을 이해하고 다양한 글을 주제 통합적으로 읽는다.

단원 한눈에 보기
사실적 읽기
•‘한옥’에 관한 글의 중심 내용과 주제 파악하기
추론적 읽기
•글의 구조적 특성 파악하고, 자신의 말로 요약하기
•글에 언급된 ‘경제 활동을 하는 인간의 특성’ 추
지혜롭고 행복한 집, 한옥 임석재
론하기
•글을 쓴 필자의 의도와 목적 추론하기

비판적 읽기 36.5도 인간의 경제학 이준구

•‘동물 복지’에 관한 글에 드러난 필자의 관점, 내


용, 표현 방법 비판하기 감상적 읽기
•필자의 숨겨진 의도, 사회・문화적 이념 비판하기
•‘시를 읽은 필자의 감상’에 공감하거나 감동적인
동물의 복지를 생각한다 김진석
부분 찾기
•글이 주는 즐거움과 깨달음을 수용하며 글 읽기

별이 빛나는 밤에 정재찬
창의적 읽기
•‘직업 선택’에 관해 필자가 제시한 해결 방안 찾기
•창의적 문제 해결 방안 모색하며 글 읽기 주제 통합적 읽기
빨간 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바람직한 지도력’에 관한 두 글의 주장과 관점
비교하기
•두 글을 통합적 관점에서 읽고 자신만의 관점 세
우기
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 목민심서 정약용

이 단원을 배우면
실질적인 독서 방법을 익혀 독서 능력을 기르고,
일상생활에서 독서를 할 때 효율적으로 하게 된다.

단원의 길잡이 51
학습 목표
글에 드러난 정보를 바탕으로 중심 내용, 주제, 글의 구조와 전개 방식 등 사실적 내용을 파악하며 읽는다.

생각 열기 집을 그림으로 그릴 때 어디부터 그리게 될까?

신영복의 수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집 짓는 일을 해 온 노인이 집을 그


리는 것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지붕부터 그리는 일반인들과 달리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
들보, 지붕 순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그 까닭을 물으니 ‘노인은 실제로 집을 지을 때의 순서대
로 그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집을 지을 때와 마찬가지로 독서에도 우선해야 하는 것이 있다.
독서는 여러 층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글의 표면적 의
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4 4 4 4

그렇다면 어떻게 글의 표면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까?

1 사실적 읽기의 개념과 필요성


글 읽기의 다양한 방법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글의 표면에 드러난 의미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사실적 읽기’라고 한다. 글을 읽을 때 사실
적 읽기는 다른 어느 방법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글에 담긴 사실적 정보를 확인
넌내 하여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난 이후에, 이를 바탕으로 삼아 독자가 자신의
거야.
돼. 주제
잡아
야 배경지식과 가치관 등을 개입시켜 글의 내용을 추론하고 비판하거나 글과 관
련하여 창의적인 생각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중심 내용과 주제 파악하기
사실적 읽기란 정보 확인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적 읽기에는 파악된
정보들 중에서 더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서 중심 내용과 주제를 파
악하는 단계가 포함된다.

52 Ⅱ. 독서의 방법
문단의 중심 내용을 파악하려면 문단을 이루고 있는 문장들의 중요도를 매길 중요도 매기기
문단을 구성하는 각 문장이나 한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중심 내용과 세부 내용을 구분할 수 있기 때 편의 글을 구성하는 각 문단의
중요도를 3~4단계로 매겨 보는
문이다. 그렇게 하여 중심 내용을 파악했다면, 이를 자신의 말로 간단하게, ‘무 활동으로, 중요한 내용을 가리는
엇에 관해(화제)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진술)’ 등의 형식으로 정리해 보는 것이 힘을 기를 수 있다. ‘중요도 평정
법’이라고도 한다.
좋다.
중요도 평정은 문단 차원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핵심 주장이나 주요 정보
가 담겨 있는 문단의 중요도는 높게 평정될 것이고, 중복되거나 부연되는 내용,
그리고 사소한 내용이 담긴 문단의 중요도는 낮게 평정될 것이다. 중요도가 높
은 문단을 중심으로 그 글이 무엇에 관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면 글
전체의 주제를 찾을 수 있다.

3 글의 구조적 특성 파악하기와 종합 재구성하기 내용 전개 방식

일반적으로 글은 그 종류에 따라 관습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대상의 범위를


규정짓거나 개념을 명
가령 논설문은 ‘서론-본론-결론’의 구조를 따른다. 또한 각 글의 부분들은 정 정의
제의 형식으로 진술
의, 비교, 대조, 예시, 열거, 분류, 분석, 인과, 유추, 서사, 과정 등 다양한 내용 하여 설명하는 방법.

전개 방식에 의해 구성된다. 이처럼 각각의 글이 가진 전체적인 구조와 부분적 둘 이상의 사물을 견


비교, 주어 유사점이나 차
인 구성 방식을 파악하면 글의 주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조 이점을 중심으로 설
명하는 방법.
글 전체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읽은 내용을 자신의 말로 요약하면서 종합하거
구체적인 실례를 들
나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 내용의 중요도 평정, 중심 내용 어 일반적, 추상적
과 세부 내용의 구분, 각 내용 사이의 관계 파악, 선정한 내용의 재조직 등이 필 예시 진술의 타당성을 뒷
받침하도록 설명하
요하다. 그런 다음에 중요 내용을 자신의 말로 간추려 재구성하면 된다. 이 과정 는 방법.

에서 중복되거나 부연 되는 내용 및 사소한 내용은 삭제하고, 내용의 순서를 조 어떤 대상들이나 생


각들을 공통적인 특
정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일반화하거나 추상화하여 재진술할 수 있다. 분류
성에 근거하여 구분
짓는 방법.

구성 요소들이 유기
적으로 결합하여 전
체를 이루고 있는 어
분석
떤 대상을 그 구성
요소나 부분들로 나
누어 설명하는 방법.

두 개의 사물이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는
것을 근거로 다른 속
유추
성도 유사할 것이라
고 추론하여 설명하
는 방법.

1 . 사실적 읽기 53
지혜롭고 행복한 집, 한옥 _ 임석재

- 통(通)의 원리

읽기 전에

이 글은 한옥이 여름에 시원한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글에 드러난 내용의 중요도를 평정하고, 중요 내용과 세부 내용을 구 5
분하며 읽어 보자.
•글의 구조적 특징과 전개 방법을 파악하며 읽어 보자.
•글을 읽고 요약할 때 반드시 포함해야 할 내용을 파악하며 읽어 보자.

➊ 흔히 사람들은 한옥을 친자연적 건축물이라고 말한다. 친자연적이라는

말에는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심리적 안정감이나 미적 쾌감을 준다는 의 10

미가 담겨 있다. 한옥이 자연에서 취한 자재를 활용하고 자연 채광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자연적이라는 말에 생활하기 불편하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한옥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 생활하기 힘
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한옥을 깊이 있게 알고 있지 못한 데에서 나오는
편견이다. 15

➋ 요즘 창문이 안 열리는 초고층 주상 복합 건축물의 불편함이 화제이다.


평소 집 안이 더울 때 어떻게 더
자연 환기가 봉쇄된 것인데, 사람에 비유하자면 일 년 내내 두꺼운 옷을 잔뜩
위를 피하는지 떠올려 보자.
입고 여름에는 그 속에 에어컨을 집어넣은 격이다. 더운 여름에는 얇은 반소매
옷 하나만 입고 추운 겨울에는 두꺼운 옷 여러 개를 입는 것이 상식이고 이치
다. 집도 이런 상식과 이치를 따르면 된다. 여름에는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20

사방에서 바람을 시원하게 받으면서 열을 식힐 수 있어야 한다. 한옥은 여러


과학적 방식을 활용해서 집 안 가득 시원한 바람을 맞아들여 잘 흐르도록 한
다. 이를 한마디로 ‘통(通)’의 원리라 부를 수 있다. ‘통’은 어려운 개념이 아니
다. 통풍, 환기, 순환 등과 같은 말로, 한옥은 통의 원리를 구현하는 건강한 집
주상 복합(住商複合): 주거를 위
한 공간과 상업 활동을 위한 공 이다. 자연의 원리를 잘 지키는 것이니 곧 자연적이다. 25

간이 복합된 것.
➌ 한옥에서 통의 원리를 구현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거시
바람길: 바람이 불어오거나 지나
가는 길. 기후에 맞춰 집 안에 ‘바람길’을 내는 것이다. 여기서 거시 기후란 계절 같은

54 Ⅱ. 독서의 방법
큰 시간 단위를 기준으로 한반도 전체에 걸쳐서 나타나는 기후 현상을 말한다.
한옥에서는 여름에 부는 바람인 남동풍의 방위에 맞춰 남향, 혹은 남동향으로
바람이 드나드는 바람길을 냈다. 한옥에서 바람길은 시원하고 통 크게 나 있
어, 바람이 돌아 나가거나 머물거나 꺾어 가지 않도록 했다.
5 ➍ 대부분의 한옥 안채는 중문에서 안마당을 통해 대청 뒷문으로 불어 나가

는 바람길을 갖추고 있다. 사랑채는 대부분 방을 홑겹으로 배치한 개방적 구조 한옥의 안채를 지을 때 바람이
잘 통하도록 고려한 점은 무엇인
이기 때문에 바람길을 내기 쉽다. 창이 보통 방의 앞면과 뒷면에 서로 마주 보 지 파악해 보자.

고 있어서 이것만 열면 바람이 숭숭 잘 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집 안의 가장 안


쪽에 있는 안채는 사랑채에 비해 폐쇄적이어서 여름철에 바람을 집 안까지 끌
10 어들이기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한 처리가 필요하다. 안마당을 중심으로 여름에
부는 바람의 방향을 고려하여 중문을 남쪽에, 대청을 북쪽에 두었다. 대청 뒷
면에는 나무창을 설치했는데, 이 창은 바람길을 만들기도 하고 없애기도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운 여름, 중문과 대청 뒷면의 창을 모두 여는 순간 단번
에 바람길이 만들어진다. 반면에 추운 겨울, 나무창을 닫으면 대청 뒷면은 완
15 전히 막혀 매서운 겨울의 북서풍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
➎ 정여창 고택 안대문에 서 보자. 내가 안대문에 들어온 바람이 된 것 같다.

중문을 통과한 나는 안마당을 지나 대청을 타고 올라 뒤창으로 빠져나가는 바


람 여행을 한다. 이처럼 바람길 한가운데 있으면 자연의 고마움 속에 여름 더
위를 참아 낼 수 있다. 활짝 열어젖힐수록 바람길은 신작로가 나듯 명쾌하게 중문(中門): 가운데 뜰로 들어가
는 대문.
20 뚫린다. 이 길을 따라 한반도의 여름 대표 바람인 남동풍이 집을 관통해서 그
대청(大廳) : 한옥에서 몸채의 방
속을 시원스레 훑고 지나간다. 과 방 사이에 있는 큰 마루.

▲ 정여창 고택의 안대문에서 바라본 안채 ▲ 관가정 대청에서 바라본 중문

1 . 사실적 읽기 55
➏ 한옥에서 통의 원리를 구현하는 두 번째 방법은 미시 기후를 활용해서 마
한옥의 마당에 찬 공기주머니를
당에 찬 공기주머니를 만드는 것이다. 미시 기후란 숲과 산세, 지세와 물길 등
만들 때 적용되는 과학의 원리가
무엇인지 파악해 보자. 각 집의 주변을 둘러싼 개별적 상황에 따라 나타나는 구체적인 기후 현상이다.
도시에서의 도로나 빌딩, 농촌에서의 배산임수(背山臨水)는 미시 기후에 영향
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한옥에서는 마당을 비워서 안마당에 찬 공기주머 5

니를 만드는 방법으로 미시 기후를 활용한다.


➐ 기체나 액체가 부분적으로 가열되면 가열된 부분이 팽창하면서 밀도가 작

아져 위로 올라가고, 위에 있던 밀도가 큰 부분은 내려오게 된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기체나 액체 전체가 고르게 가열되는 것을 ‘대류(對流)’라고 한
다. 한여름 한옥의 마당에는 대류 현상이 나타난다. 마당의 공기가 열을 받아 10

더워지면 위로 올라가서 마당은 거의 진공과 유사한 상태가 만들어지고, 그러


면 진공을 채우기 위해 바람이 불어온다. 이때 바람은 중문으로 들어오는 것과
대청 뒤에서 불어오는 것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이 가운데 찬 것이 들어오
게 된다. 둘 가운데 찬 것은 대청 뒤에서 부는 바람이다. 대개 대청 뒤에는 숲
이 있는데, 이곳의 찬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온다. 한옥을 숲 앞에 짓는 것은 바 15

로 이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한옥을 지을 때 지켜야 할 하나의 불문율 같은


배산임수 : 지세 (地勢)가 뒤로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물에 면하 것이 있었다. 대청 근처의 집 주변에 나무를 심지 말라는 것이다. 대청에 너무
여 있음.
가깝게 나무가 있으면 바람이 흘러드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또한 담을 낮게
불문율(不文律) : 문서의 형식을
갖추지 않은 법. 했는데, 담이 높으면 이 역시 바람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 관가정 안채의 안마당을 감싸고 있는 지붕 처마

56 Ⅱ. 독서의 방법
➑ 이렇게 마당에 들어온 찬 공기를 계속 머물게 하는 데에는 지붕의 처마가

큰 기여를 한다. 관가정의 안채 안마당은 폭에 비해 지붕 처마가 많이 돌출해


있는데, 이는 안마당으로 흘러 들어온 찬바람을 오래 잡아 두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 돌출한 지붕 처마는 안마당에 형성된 공기 덩어리의 흐름에 영향을 주
5 어 마당 안에서 위아래로 향하는 공기의 흐름을 만들며, 그 결과로 아직 데워
지지 않은 찬 공기가 바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한옥의 안채가 특히 여름에
서늘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➒ 우리 조상은 한옥에 통의 원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한옥에는 여름
한옥을 친자연적 건물이라 하는
철 시원한 바람이 거침없이 지나갈 수 있도록 바람길을 내었다. 또 마당을 비
이유를 말해 보자.
10 워 시원한 바람이 마당에 들어오도록 했고, 지붕의 처마를 이용해 들어온 바람
을 머물도록 했다. 이처럼 우리 조상은 슬기롭게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살기 편한 집을 만들었다. 이것이 한옥이 갖는 진정한 친자연의 의미이다.
- 『지혜롭고 행복한 집 한옥』

|
임석재 (1961~ ) 건축사학자이자 건축가. 건축 역사와 건축 이론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에 『추상과 감흥』 , 『임
석재의 서양 건축사 1~5』 등이 있다.

1 . 사실적 읽기 57
깊게 읽기

1. 다음 문단의 중심 내용을 파악하는 활동을 해 보자.

한옥에서 통의 원리를 구현하는 두 번째 방법은 미시 기후를 활용해서 마당에 찬


공기주머니를 만드는 것이다. 미시 기후란 숲과 산세, 지세와 물길 등 각 집의 주변
을 둘러싼 개별적 상황에 따라 나타나는 구체적인 기후 현상이다. 도시에서의 도로
나 빌딩, 농촌에서의 배산임수(背山臨水)는 미시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
다. 한옥에서는 마당을 비워서 안마당에 찬 공기주머니를 만드는 방법으로 미시 기
후를 활용한다.

⑴ ~ 의 중요도를 ‘상-중-하’ 3단계로 평정해 보자.

상│중│하 상│중│하 상│중│하 상│중│하

활동 도움말 ⑵ 이 문단의 화제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중심 내용을 써 보자.


필자가 이 문단에서 무엇에
관해 어떤 내용을 제시하고
있는지 정리하도록 한다.

2. 이 글의 문단을 중심으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각 문단의 중심 내용을 파악하고, 문단의 중요도를 ‘상-중-하’ 3단계로 평정


해 보자.

문단의 중심 내용 문단의 중요도

➊ 한옥이 불편하다는 편견이 있음. 상/중/하


➋ 상/중/하
➌ 상/중/하
➍ 상/중/하
➎ 상/중/하
➏ 상/중/하
➐ 상/중/하
➑ 상/중/하
➒ 상/중/하

⑵ 중요도의 ‘상’에 해당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이 글 전체의 주제를 써 보자.

58 Ⅱ. 독서의 방법
3. 이 글의 구조와 내용 전개 방식을 파악해 보자.

⑴ 각 문단 간의 관계를 파악해 보자.

➊에서 한옥에 관한 편견이 있음을 지적하고, ➋에서는 이 편견


➊과 ➋
이 잘못된 것임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➋와 ➌, ➋와 ➏

➌과 ➍

➍와 ➎

➏과 ➐, ➑

➋~➑과 ➒

활동 도움말 ⑵ 이 글 전체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분에 해당하는 문단 번호


설명문의 구조 를 적고, 중심 내용을 정리해 보자.
•머리말: 대상 소개, 흥미 유발
•본문: 대상에 관한 구체적인
머리말 본문 맺음말
설명
•맺음말: 요약, 마무리 문단 번호

중심 내용

⑶ 다음의 내용 전개 방식이 쓰인 문단의 기호를 써 보자.

정의 대조 예시

1 . 사실적 읽기 59
4. 이 글의 내용을 종합・재구성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⑴ 이 글의 내용을 종합・재구성할 때, ➊~➒ 중 반드시 활용할 부분과 삭제할 부
글의 내용을 종합・재구성할 때
분으로 구분해 보자.
중복・부연 되거나, 사소한 내용
을 담고 있는 부분은 삭제한다. •반드시 활용할 부분:

•삭제할 부분:

⑵ ⑴의 활동을 바탕으로 이 글의 중심 내용을 100자 내외로 요약해서 써 보자.

넓혀 읽기

5. 다음 글을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대목 신영훈 선생은 선사 시대 고인돌에도 현대 건축에서 쉽게 구사할 수 없는 고급


의 공술(工術)이 응용되었다고 말한다. 받침돌과 지붕돌은 그저 되는 대로 세우고 올려
놓은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맞추는 놀라운 구축의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울
퉁불퉁한 돌들을 완벽하게 밀착시키는 ‘석축의 그랭이질’이 이미 선사 시대 고인돌에서
부터 등장한다는 것이다. 대단한 공력과 시공 기술이 필요한 이 그랭이
질은 장군총과 분황사탑 기단을 거쳐 불국사의 석축 하단부에
도 응용되었다.
그랭이질은 본디 한옥을 지을 때 나무기둥과 주춧돌을 인돌 ▶
고인돌

60 Ⅱ. 독서의 방법
맞물리게 하는 고난도 공법으로 ‘그레질’이라고도 한다. 기둥은 생긴 대로 펑퍼짐한 자
연석 주춧돌 위에 세워지는데도 흔들리거나 밀리는 법이 없다. 주춧돌의 생긴 모양에
따라 나무 기둥의 밑동을 정밀하게 파내서 밀착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랭이질만큼
나무
기둥
은 최고 건축 책임자인 도목수가 맡는다. 그랭이질이 제대로 된 두 개의 기둥 위에 널판

그레발
그레 먹선 을 얹으면 그 위를 걸어 다닐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레자
황 ◯ ◯ 교수는 불국사가 1,200년 동안 지진을 견딜 수 있었던 이
주춧돌 ◀ 불국사
유 중 하나가 그랭이질이라고 주장했다. 불국사는 반경 600미터
▲ 그랭이질 공법의 원리
안에 활성 단층이 3~4개가 지나가는 불안정한 터 위에서
779년의 큰 지진도 이겨 냈다. 석축 아래의 그랭이질 기
법이 지진의 충격을 흡수하고 완충하는 놀라운 내진
기술이었다는 것이다. 불국사를 떠받치고 있는 울퉁불
퉁한 돌들이야말로 현대 건축 공학이 흉내 내기 힘든 공술

대목(大木): 큰 건축물을 잘 짓 의 결정체인 셈이다. 돌 다루는 솜씨를 잃은 현대 건


는 목수.
축은 그저 크고 높아지기만 하고 있다.
도목수(都木手): 목수의 우두머
리. - 「그랭이질」 , 『경향신문』 , 2007. 11. 12.

⑴ 각 문단의 핵심어와 중심 문장을 찾아 써 보자.

핵심어 중심 문장

1문단

2문단

3문단

⑵ 각 문단 간의 관계를 파악하여 정리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⑶ 이 글을 50자 내외로 요약해 보자.


문단의 중요도 평정에서 ‘상’에
해당하는 문단 내용을 중심으로
글을 요약한다.

1 . 사실적 읽기 61
학습 목표
글에 드러나지 않은 정보를 예측하여 필자의 의도나 글의 목적, 숨겨진 주제, 생략된 내용을 추론하며 읽는다.

생각 열기 다음 광고가 전달하려는 바는 무엇일까?

한 공익 광고에서 ‘아이들은 절대 못 맞히는 문제’로


의복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이 광고에서 제시된
된 정보
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이를 통해 전달하려는 의미는
미는 사
뭇 심오하다. 이 광고는 우리 사회에 갑을(甲乙)의
의 차별
관계가 존재하므로,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도 갑이
을에게 횡포를 부리는 일을 없애자는 주장을 우회적으로
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 광고가 말하려는 바를 이해하려면
려면 숨
은 의미를 잘 추론해 보아야 한다. 이처럼 글에는 의미가
숨겨져 있거나 내용이 생략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4 4 4 4

그렇다면 글에 드러나지 않은 내용은 어떻게 추론하며


론하며 읽어야 할까?

1 추론적 읽기의 개념과 필요성


냐?!
이게 뭐 리냐!!
무슨 소 흔히 읽기를 의미 구성 행위라고 한다. 글의 의미를 정확히 구성하기 위해서
는 글에 제시된 내용뿐 아니라 생략되었거나 숨겨진 내용도 독자 스스로 추측해
가며 읽어야 한다. 이처럼 글에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은 의미를 헤아려 짐
모르겠다.
작하며 읽는 것을 ‘추론적 읽기’라고 한다.
“생략”
추론해 봐. 필자는 전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당연한 내용이나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은 생략하기도 한다. 또 원하는 표현 효과를 얻기 위해 어떤 내용을 감추어
두고 그것을 직접 서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글에 생략되어 있거나 숨
겨진 내용을 추론하며 읽는 능력을 갖추어야 훌륭한 독자라 할 수 있다.

2 생략된 내용 추론하기
생략된 내용을 추론하며 읽기 위해서는 글의 내용과 관련한 독자의 배경지식
표지 과 경험, 표지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내용이나 구조를 알려 주는 표시
를 말함. 내용 사이의 관계를 나
타내 주는 언어적 단서임.

62 Ⅱ. 독서의 방법
㉠ 우리 집 고양이가 또 새끼를 낳았다.
㉡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기말시험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에는 ‘우리 집 고양이’가 암컷이라는 점, 그리고 이전에도 새끼를 낳은 경험


이 있다는 점은 직접 서술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새끼’는 암컷만 낳을 수 있다는
배경지식과 반복을 의미하는 ‘또’라는 표지를 통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은 ‘기
말시험’을 대개 학생이 본다는 일반 지식을 바탕으로 필자가 학생이라는 점, ‘이
번에는’이라는 표지를 통해 지난 시험에 실수한 경험이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3 숨겨진 주제나 글 쓴 목적, 의도 추론하기


주제가 직접 서술되지 않은 글이나 필자의 글 쓴 목적, 의도가 감추어져 있는
글을 읽을 때에는 추론적 읽기에 더욱 힘써야 한다. 특히 그 글이 어떤 배경에
서, 누구에 의해, 어떤 목적으로 생산된 것인지 등 그 글이 생산된 맥락까지 깊
게 고려해야 한다.
가령 소설 같은 서사적인 글을 읽을 때는 인물의 행동과 대사, 혹은 여러 사건
이나 배경 묘사 등을 근거로 인물의 성격과 특성, 사건과 사건의 관계, 배경의
상징성 등을 추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인물, 사건, 배경 등에 담긴 필자
의 의도나 주제를 추론해야 한다.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글을 읽을 때도 주
제나 의도, 글의 목적이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면 적극적인 추론적 읽기
를 시도해야 한다. 예컨대 같은 사건을 다룬 신문 기사라도 편집자의 의도에 따
라 표제나 내용 표현, 기사의 위치, 관련 사진이나 도표의 제시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기사문을 읽을 때도 해당 기사에 사용된 표현이나 내용 제시 방
법까지 주목해야 한다.

그건 너희가
그래서 네 찾아야지.
말하려는 가
뭔데? 게

2 . 추론적 읽기 63
36.5도 인간의 경제학 _ 이준구

읽기 전에

이 글은 전통적 경제학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현실에 맞는 경제 이론과 경제


정책의 모색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이 글에 명시된 내용을 바탕으로 숨겨져 있거나 생략된 내용을 추론하며 5
읽어 보자.
•글에 드러나지 않은 정보를 추측하여 필자의 의도나 목적을 파악해 보자.
동해

지금까지 우리가 배우고 있는 전통적 경제학에서는 전형적인 인간형으로 호


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를 설정한다.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사랑
이나 미움, 기쁨이나 슬픔 같은 인간의 체취가 완전히 제거된 존재이다. 그가 10

지니고 있는 유일한 관심은 물질적 측면이고, 그는 오직 물질적 동기에 의해


움직인다. 한마디로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자신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추구하
는 존재’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전형적 인간형으로 보는
전통 경제학의 시각에 반기를 드는 경제학자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인간이 호
모 에코노미쿠스가 아니라는 다양한 증거를 제시하였다. 15

도로나 공원처럼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비하는 것을 ‘공공재’라고 부른다.


반기(反旗) : 반대의 뜻을 나타내
는 행동이나 표시. 공공재의 또 다른 예로는 국방 서비스나 경찰 서비스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이

64 Ⅱ. 독서의 방법
공공재에는 독특한 성격이 있어 시장에서는 그것을 취급하기 어렵다. 예컨대
국방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는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기업은 한 사람
당 연간 5백만 원만 내면 철통 방위를 약속한다는 신문 광고도 냈다. 과연 국민
들은 돈을 내고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 할까? 국민들은 국방 서비스를 산 사람
5 만 골라서 외적으로부터 지켜 줄 수 없다는 점을 알기에 굳이 자신이 그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처럼 개인이나 기업이 비용을 들여 공공재를
생산할 때 아무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도 비용을 지불한 사람과 함께 그 혜
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공공재를 정부가 생산, 공급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10 이기적인 사람은 어떤 공공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공공재 생산에 드는 비용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다른 사람들이 비용을 들여 공공재를 생산하면 여기에 편
승해 그 혜택을 누린다. 공공재가 가진 성격으로 인해 그렇게 해도 된다는 것
을 알기 때문이다. 돈을 내지 않고 남의 차에 올라타는 사람처럼, 공공재에도
15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이 무임 승차자들 때문에
시장이 공공재를 생산, 공급하지
시장이 공공재를 생산, 공급하는 일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못하는 이유를 말해 보자.

공공재에 무임승차를 한다는 것은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이익을 무시하고


개인적인 이익만을 취하려고 행동한다는 뜻이다. 완벽하게 합리적이고 이기적
인 사람, 즉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면 당연히 이런 이기적 행동을 하게 된다. 그
20 러나 무임승차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 해서 사람들이 언제나 무임승차를 하려
고 할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해 볼 수 있다.
우선 일정한 수의 사람들로 하나의 집단을 만든다. 그런 다음 그 집단의 각 사 편승(便乘) : 세태나 남의 세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거둠을
람에게 일정한 수의 표를 배분한다. 예를 들어 10명으로 하나의 집단을 만든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 . 추론적 읽기 65
다음, 각 사람에게 50장씩의 표를 배정한다고 하자. 각 사람이 이 표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는 것이 이 실험의 내용이다.
각 사람은 자신에게 배정된 50장의 표를 ‘개인’이라고 씌어 있는 흰색 상자와
내가 이 실험에 참여한다면 어떤 ‘공공’이라고 씌어 있는 푸른색 상자에 나누어 넣게 된다. 어떤 사람이 표 1장을
상자에 몇 장의 표를 넣을 것인
지 생각해 보자. 흰색 상자(개인)에 넣으면 실험이 끝난 후 그 사람은 천 원을 받게 된다. 반면 5

에 표 1장을 푸른색 상자(공공)에 넣으면 그 집단에 속하는 모든 사람이 5백 원


씩 받게 된다. 만약 내가 가진 표 50장 전부를 흰색 상자에 넣으면 나는 실험이
끝난 후 5만 원을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 그러나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금액은 0원이다. 그런데 내가 50장 전부를 푸른색 상자에 넣으면 내가
얻게 되는 돈은 2만 5천 원으로 줄어든다. 반면에 다른 구성원들도 나로 인해 10

모두 2만 5천 원씩의 돈을 얻게 된다. 다른 사람이 푸른색 상자에 표를 1장씩


넣을 때마다 나에게 5백 원의 돈이 생긴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흰색 상자와 푸른색 상자에 넣은 표는 각각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흰
색 상자에 표를 넣는 것은 자신만 천 원의 이득을 얻으려 한다는 이기적 행위
를 뜻한다. 반면에 푸른색 상자에 넣는 데는 모두가 함께 이득을 얻자는 의도 15

가 내포되어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푸른색 상자에 표를 넣는 행위는 공


공재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공재 생
산에 드는 비용을 내가 부담하면 그 혜택을 모두가 고루 나누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66 Ⅱ. 독서의 방법
문제는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표를 각 상자에 얼마만큼씩 나눠서 넣을 것인
실험에서 흰색 상자에 표를 넣는
지에 있다. 이를 보면 사람들이 공공재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를 알 수
행위와 푸른색 상자에 표를 넣는
있게 된다. 이기적인 사람이라면 50장을 전부 흰색 상자에 넣을 것이 분명하 행위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판
단해 보자.
다. 여기서 일단 5만 원을 얻고, 남들이 푸른색 상자에 표를 넣으면 거기서도
5 얼마간의 돈을 얻을 수 있다. 남들이 푸른색 상자에 표를 넣는 것은 환영하지
만 내가 넣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모든 사람이 각자 가진 표를 전부
흰색 상자에 넣으면 1인당 5만 원씩 얻는 것으로 실험은 끝난다. 이때 집단 전
체가 얻는 돈은 50만 원이 된다. 반면에 모든 사람이 가진 표를 전부 푸른색
상자에 넣으면 각자 25만 원씩 얻을 수 있고, 집단 전체가 얻는 돈은 250만
10 원이나 된다. 모든 사람이 공공재 생산 비용을 자발적으로 부담함으로써 이들
이 얻는 이득이 무려 다섯 배로 늘어난 것이다.
집단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바람직한 결과는 모든 사람이 가진 50표
를 전부 푸른색 상자에 넣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결
코 바람직하지 않다. 푸른색 상자에 넣은 1표가 내게 5백 원의 이득을 가져다
15 주지만, 흰색 상자에 넣은 1표는 그 두 배인 천 원의 이득을 가져다주기 때문
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면 흰색 상자에 넣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
된다.
이기적인 사람이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자기가 가진 표는 전부 흰색 상자에 넣고 다른 사람이 푸른색 상자에 표를 넣

2 . 추론적 읽기 67
기를 기대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다른 사람이 비용을 부담해
공공재를 생산하면 이에 무임승차를 하려고 드는 태도와 다를 바 없다. 이 실
험의 목적은 사람들이 현실의 상황에서 무임승차를 하려는 경향을 어느 정도
로 보이는지를 테스트해 보려는 데 있다.
그런데 실험의 결과는 무임승차를 하려는 경향이 의외로 약한 것으로 드러 5

났다. 조건을 조금씩 달리해서 여러 번 실험을 거듭해 보았지만, 사람들이 가


진 표를 전부 흰색 상자에 넣는 경우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평균적으로 자
신이 가진 표의 40퍼센트에서 60퍼센트에 이르는 표를 푸른색 상자에 넣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임승차를 할 수 있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가진 표의 거의
반을 공공재 생산 비용에 자발적으로 기여한 것이다. 10

지금까지의 전통적 경제학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합리적 인간인 호모


우리의 경제 행위가 호모 에코노 에코노미쿠스의 경제 행위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공공재에 관한
미쿠스의 경제 행위와 다르다는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험을 통해 확인했듯이 현실의 인간은 경제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호모 에코
사례를 찾아보자.
노미쿠스와 다르다. 우리가 경제 행위를 할 때 언제나 이기적으로, 합리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의 경제 정책을 만드는 근거가 되었던 15

전통적 경제 이론이 현실을 설명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뜻한


다. 또한, 이 경제 이론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경제 정책이 기대한 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도 된다. 이제는 경제 이론과 경제 정책을 새로운 시
각에서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 『인간의 경제학』 20

|
이준구 (1949~ ) 경제학자. 경제학 원론, 미시 경제학, 재정학 등을 가르쳐 왔다. 주요 저서로 『경제학 원론』, 『경제학
들어가기』 등이 있다.

68 Ⅱ. 독서의 방법
깊게 읽기

1. 다음 글을 읽고 생략된 내용이나 감추어진 의미를 추론하는 활동을 보자.

도로나 공원처럼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비하는 것을 ‘공공재’라고 부른다. 공공재


의 또 다른 예로는 국방 서비스나 경찰 서비스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이 공공재에는 독
특한 성격이 있어 시장에서는 그것을 취급하기 어렵다. 예컨대 국방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는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기업은 한 사람당 연간 5백만 원만 내면 철
통 방위를 약속한다는 신문 광고도 냈다. 과연 국민들은 돈을 내고 이 서비스를 이용
하려 할까? 국민들은 국방 서비스를 산 사람만 골라서 외적으로부터 지켜 줄 수 없다
는 점을 알기에 굳이 자신이 그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처럼 개인이
나 기업이 비용을 들여 공공재를 생산할 때 아무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도 비용을
지불한 사람과 함께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공공재를 정부가 생산, 공
급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⑴ ‘그 비용’, ‘이 때문’이 지시하는 의미를 파악하여 써 보자.


•‘그 비용’이 지시하는 의미:

•‘이 때문’이 지시하는 의미:

⑵ 필자가 ‘과연’과 ‘바로’라는 말을 사용한 이유를 추측하여 말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⑶ 아래 두 학생의 생각을 고려하여 다음 문장에 생략된 내용을 말해 보자.


표지와 문맥, 배경지식을 잘
활용하면 글에서 생략된 필자 ‘국방 서비스나 경찰 서비스’는 ‘시장’에서 취급되는
의 의도를 추론할 수 있다. 왜 공공재에 해당할까? 것들의 특성은 무엇일까?

공공재의 또 다른 예로는 국방 서비스나 경찰 서비스


비스

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이 공공재에는 독특한 성격
이 있어 시장에서는 그것을 취급하기 어렵다..

⑷ 필자가 이 글에서 ‘가정’의 상황을 설정한 이유를 추론하여 말해 보자.

2 . 추론적 읽기 69
2. 이 글의 필자가 사례로 든 실험의 내용을 바탕으로 아래 활동을 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⑴ 실험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자.
실험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
는, 경제 활동을 하는 인간의 특
성을 파악해 본다. 실험 의도

실험 과정

실험 결과

실험 결과의 분석

⑵ 필자가 이 실험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추론하여 말해 보자.

3. 이 글을 쓴 필자의 의도를 추론해 보자.

⑴ 필자가 마음속에 두고 있는 예상 독자들이 누구이고, 그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말해 보자.

예상 독자

기대하는 바

⑵ ⑴에서 답한 내용을 바탕으로 필자가 이 글을 쓴 의도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서


써 보자.

발표 활동

⑶ ⑵에서 답한 내용을 바탕으로, 「36.5도 인간의 경제학」 이라는 제목에 담긴 의


미를 추론하여 발표해 보자.

70 Ⅱ. 독서의 방법
넓혀 읽기

4. 다음 글을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동메달이 은메달보다 행복한 이유

미국 코넬 대학교 심리학과 연구 팀은 하계 올림픽


메달 수상자들이 경기 종료 순간에 어떤 표정을 짓는
지 분석하였다. 연구 팀은 실험 관찰자들에게 분석이 가능했던 23명의 은메달 수상자
와 18명의 동메달 수상자의 얼굴 표정을 보고 이들의 감정이 ‘비통’에 가까운지 ‘환희’
에 가까운지 10점 만점으로 평정하게 했다. 또한 시상식에서의 감정을 평정하기 위해
은메달 수상자 20명과 동메달 수상자 15명의 시상식 장면을 분석하게 했다.
분석 결과, 경기가 종료되고 메달 색깔이 결정되는 순간 동메달 수상자의 행복 점수
는 10점 만점에 7.1점으로 나타났다. 비통보다는 환희에 더 가까운 점수였다. 그러나
은메달 수상자의 행복 점수는 고작 4.8점으로 나타났다. 환희와는 거리가 먼 감정 표
현이었다. 시상식에서도 이들의 감정 표현은 역전되지 않았다. 동메달 수상자의 행복
점수가 5.7점이었지만 은메달 수상자는 4.3점에 그쳤다.
이 연구 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은메달 수상자가 동메달 수상자의 인터뷰
내용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동메달 수상자의 인터뷰에서는 만족감이 더 많이
표출되었고, 은메달 수상자의 경우에는 아쉽다는 표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왜 은메달 수상자가 3위인 동메달 수상자보다 더 만족스럽게 느끼지 못할까? 선수
들이 자신이 거둔 객관적인 성취를 가상의 성취와 비교함으로써 객관적인 성취를 주
관적으로 재해석했기 때문이다. 은메달 수상자들에게 그 가상의 성취는 당연히 금메
달이었다. 반면 동메달 수상자들이 비교한 가상의 성취는 ‘노메달’이었기 때문에, 동
메달의 주관적 성취는 은메달의 행복 점수를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
- 최인철, 『프레임』에서

⑴ 동메달 수상자가 은메달 수상자보다 행복한 이유를 말해 보자.

⑵ 이 글에서 밝힌 ‘인간의 특성’이 우리의 경제 활동에 나타나는 경우를 추측해


보자.

⑶ 「36.5도 인간의 경제학」의 필자가 경제 활동을 하는 인간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이 글을 활용한다면, 어떻게 활용할지 추론해 보자.

2 . 추론적 읽기 71
학습 목표
글에 드러난 관점이나 내용, 글에 쓰인 표현 방법, 필자의 숨겨진 의도나 사회・문화적 이념을 비판하며 읽는다.

생각 열기 한 어린이 앞에 마시멜로가 하나 있다. 이 마시멜로를 15분 동안 먹지 않고


참으면 마시멜로 한 개를 더 주겠다고 한다. 이 어린이는 어떻게 했을까?

여러 자기 계발 서적에서는 이 실험 결과를 활용하여 마


시멜로를 먹지 않은 사람, 즉 현재의 욕구를 충족하는 데 급
급하지 않고 미래의 삶을 위해 인내한 사람이 성공적인 삶
을 살 수 있다고 밝힌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 관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 행복한
삶일까?’, 또 ‘현재를 희생한다고 미래의 성공이 반드시 보
장될까?’와 같은 의문을 갖고 궁리해 보면, 사고의 폭이 더
넓어지게 된다. 이처럼 글을 읽을 때는 필자의 생각에 무조
건 공감하기보다는 비판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4 4 4 4

그렇다면 글을 비판적으로 읽을 때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1 비판적 읽기의 개념과 필요성


흔히 글은 많이 읽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글 중에는 정확하지 않거나 적절하
지 않은 내용이 들어가 있는 때도 있으며, 필자가 의도적으로 내용을 왜곡한 경
우도 있고, 필자의 생각이나 관점이 일관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따라서 독자는
글에 담긴 내용을 무조건 수용하려는 자세로 글을 읽어서는 안 되며, 합리적이
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비판적인 시각으로 글을 읽어야 한다. 글에 사용된 자
료가 정확한지, 표현이 적절한지, 글에 나타난 필자의 주장이나 의견이 타당하
며 공정한지 등을 따지며 읽는 것을 ‘비판적 읽기’라고 한다.

2 글에 드러난 내용과 표현 방법 비판하기


‘비판적 읽기’는 먼저 글의 내용이 정확하고 올바른 사실인지부터 살피는 데에
서 시작되어야 한다. 만약 그 글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전하는 글이라면, 그
글에 충실히 의존해서 도달한 이해는 잘못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을
읽을 때는 글에 사용된 자료가 사실에 부합하는지, 출처가 명확하고 믿을 만한
것인지, 그것들이 중심 내용을 뒷받침하는 데 적절한 것인지 따져야 한다. 그뿐

72 Ⅱ. 독서의 방법
만 아니라 필자의 주장이나 의견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충실한지, 합리적이고
일관성을 갖추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그다음에는 필자의 주장이 타당한지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한두
개의 사례로 지나치게 일반화하여 결론을 내리고 있지 않은지, 자기 입장에 이로
운 한쪽 면만을 부각하여 주장하고 있지 않은지, 논리성이나 합리성에 기대기보
다는 외부의 권위나 정서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한편 글은 내용뿐 아니라 형식도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 글의 전개 방식이
나 단어와 문장 사용 및 표현 방법이 과연 글의 목적이나 유형에 비추어 적절하
고 또 효과적인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읽기를 통해 해당 글
과 필자에 관한 신뢰도를 평가할 수 있게 되며, 이러한 경험은 독자 자신이 글을
쓸 때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3 가치관이나 이념 비판하기
글에는 바르고 타당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잘 모르거나 실수해
서 잘못된 내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필자가 의도적으로 숨
기거나 왜곡한 내용이 들어 있는 경우, 혹은 필자의 생각이나 의견이 바람직하
지 않은 경우에 발생한다.
글에는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필자의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
리고 필자가 태어나서 몸담고 사는 사회와 문화의 이념 또한 반영되어 있다. 따
라서 독자는 필자의 개인적인 가치관이 우리 사회에서 용인하는 범위에서 벗어
나지 않았는지 살펴보아야 하며, 글에 직접 나타나 있거나 전제가 되어 있는 그
당대의 사회・문화적 이념이 인류 보편적 정서나 가치에 비추어 옳은 것인지, 수
용 가능한 것인지, 실현 가능한 것인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이처럼 한 편의 글
을 읽을 때는 글에 숨겨진 필자의 의도와 가치관, 글에 담겨 있는 사회・문화적
있는
이념에 동의하거나 동의할 수 없는 점이 무엇인지를 비판적으로 따져 가며 읽어 로 잡고
?
손으 아니야
야 한다. 거

공평하지?

3 . 비판적 읽기 73
동물의 복지를 생각한다 _ 김진석

읽기 전에

이 글은 동물에게도 복지가 있으며 인간은 마땅히 동물의 복지를 책임져


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필자의 주장이 무엇인지, 또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한 근거가 5

무엇인지 파악하며 읽어 보자.


•글에 드러난 필자의 주장이 타당한지 비판하며 읽어 보자.

대부분의 사람은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에 반대한다. 이러한 생각의 바탕에


는 동물도 도덕적 지위를 지니고 있다는 믿음이 깔렸다. 그런 까닭에 우리가
별생각 없이 먹는 음식의 상당 부분이 동물에 대한 지독한 학대 행위 끝에 나 10

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동물 권리 운동가들의 시도가 성공을 거두곤 한다.


동물 권리 운동가들의 노력으로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사료를 끊임없이 주며
닭을 사육하는, 이른바 배터리 닭장이 2012년부터 유럽 연합(EU)에서 사라지
게 된 것이 한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지녀 온 동물에
대한 전통적인 견해, 즉 인간은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고 동물을 이용할 수 있 15

다는 생각과 충돌을 일으킨다. 과연 우리는 인간과 마주하고 있는 상대인 동물


의 도덕적 지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서구에서는 오랜 기간 동물을 이성적 영혼이 없는 존재로 여기는 철학적 관
오늘날 공장식 농장이 출현하게 념이 우세했다. 근세에 이르기까지는 동물 복지와 같은 것은 사실상 없다고 할
된 철학적 배경을 말해 보자.
수 있다. 17세기 철학자인 데카르트는 동물을 마치 시계와 같이 어떤 것도 전 20

혀 느끼지 못하는 기계처럼 여겼다. 그래서 그 시대에는 완전히 의식이 있는


상태의 동물들을 마취나 진통제 처치도 하지 않고 생체 해부를 하는 일도 있었
다. 그러한 경향은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쳐 동물을 마치 기계인 양 취급하는
배터리 닭장 : 철사로 만든 작고
좁은 닭장. 공장식 농장의 출현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데카르트(1596~1650) : 프랑스 사실 우리는 데카르트의 주장처럼, 동물이 쾌락이나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25
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이며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불림. 명확히 입증하지 못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우리는 이웃이 어떤 느낌을 느끼

74 Ⅱ. 독서의 방법
며 사는지 역시 정확히 알지 못한다. 설령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 기쁨이나 고
통을 나타내는 소리나 언어를 사용하는 등의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가
느끼는 종류의 기쁨이나 고통과 같은 것인지, 혹은 꾸며서 그러는 것인지 어떻
게 확신할 수 있는가?
5 그런데도 우리는 최소한 어떤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사회적 약속으로
삼고 살아간다. 동물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동물의 쾌락과 고통을 명백
히 입증하지 못하지만,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 관해서도 어떤 일은 해도 되지
만, 어떤 일은 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 이 합의는 바로 동물
에게도 ‘복지’가 있다는 생각에 근거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대 사회에서 동물의
10 권리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든 최소한 공유되고 있는 생각이다.
‘복지’를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고 고통이 최소화되는 행복한 상태라고 포
괄적으로 정의하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더 구체적으로 들어
가 보면 이는 마치 ‘진실’이나 ‘자유’,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처럼 복합적인 해석
이 가능한 개념임이 드러난다. 즉 어떤 사람에게는 ‘복지’로 생각되는 일이 어
15 떤 사람에게는 ‘복지’가 아닌 것으로 판단될 수도 있다.
그럼 동물 복지는 누구의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하는가? 동물인가 아니면 동
물을 기르는 인간인가? 이를테면 개를 기르는 어떤 사람이 ‘내 개는 내가 하는
말을 모두 알아들어. 나도 내 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지.’라고 생각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채식주의자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신의 고양이
20 역시 채식으로 기르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동물원의 사자들이 대부분
의 시간을 작은 우리에 누운 채 지내는 것을 보고 활동 부족으로 답답함을 느
낄 것이라 여기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위의 세 경우
모두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 사람이 짐작하는 것이 개의 진정한 욕구와 다를
수 있고, 사람에게 적당한 음식이 동물인 고양이에게는 적합하지 않으며, 포획
25 동물의 처지를 인간과 같은 기준으로 보려고 할 때 오히려 문제가 발생할 수 필자는 동물 복지의 기준을 마련
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한다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동물 복지의 기준을 세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 보는지 파악해 보자.

이 될 것이다.
하지만 비만한 개와 치아가 부실한 비만 아동에게 초콜릿을 먹이는 것이 과
연 그들에게 복지가 될지 아닐지를 굳이 개나 아동에게 물어봐야만 하는 것은
30 아닐 것이다. 그래서 동물을 기계처럼 생각하거나 지나치게 인간과 동일시하
지 않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인간의 책임 있는 행동을 위해 절대적
으로 필요한 일이고 또한 가능한 일이다.

3 . 비판적 읽기 75
그렇다면 동물의 복지를 위한 객관적인 기준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다시 복지의 개념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바대로
복지란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는 것이므로 동물의 기본적인 욕구가 무엇인
지 아는 것이 필수적이다. 동물의 욕구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적합
한 먹이나 청결한 환경과 같이 긍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욕구와, 육체 5

적으로 받을 수 있는 공격이나 위협과 같은 부정적인 것을 피하려는 소극적 욕


구가 그것이다. 특히 후자의 욕구는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 행복이라는 복지
의 개념과 다시 연결된다. 가령 ‘죽음’의 경우 어떤 동물도 영원히 살 수 없으
며 죽음을 거부할 수 없지만, 사람이 관리하는 동물이라면 생명의 종말이 마땅
히 배려되어야 한다. 비록 야생 동물의 자연적인 죽음이라고 해도 그것이 항상 10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동물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어


쩔 수 없이 동물을 죽일 수밖에 없다면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 훌륭한 복지라
는 것이다.
사람들 대다수는 동물도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체로 동의한다. 물
론 특정한 환경에서 동물이 어떤 고통을 얼마나 겪는지에 관해서는 확신이 덜 15

들 수 있다. 그렇다고 동물들이 스스로 고통을 겪고 있음을 우리에게 입증하라


고 할 수도 없다. 다만 우리가 마련하거나 시키려고 하는 일을 동물들이 적극
적으로 피하려고 한다면 그것이 고통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므로 불필요한 고통은 배제하고 사람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도 고통을
동물의 복지는 인간이 책임져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인도적인 행위이다. 이는 사람과 일정한 관계 20
한다는 필자의 주장이 타당한지
생각해 보자. 를 유지하고 살아가는 동물과 건전하고 바람직한 관계를 정립하는 측면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자세이다. 결국 동물의 복지를 책임져야 하는 것은 바로 인
간이며, 이는 인간을 보다 인간답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 『동물의 권리와 복지』

|
김진석 (1953~ ) 수의학자. 동물 권리와 복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저서로 『동물의 권리와 복지』, 『재미있는
동물 이야기』 등이 있다.

버스

76 Ⅱ. 독서의 방법
깊게 읽기

1. 이 글에서 필자가 던진 질문에 필자 자신이 답변한 내용을 정리해서 써 보자.

질문 답변

우리는 인간과 마주하고 있는 상대


인 동물의 도덕적 지위를 어떻게 이
해해야 할까?

동물 복지는 누구의 관점에서 판단


되어야 하는가? 동물인가 아니면 동
물을 기르는 인간인가?

동물의 복지를 위한 객관적인 기준


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2. 이 글에서 필자가 밝힌 ‘훌륭한 동물 복지’의 개념을 정리해 보자.

복지의 개념

동물 복지의 내용
적극적 욕구 충족의 차원 소극적 욕구 충족의 차원

활동 도움말
훌륭한 동물 복지의 개념
동물 복지의 ‘적극적 욕구 충
족의 차원’과 ‘소극적 욕구 충 훌륭한 동물 복지란
족의 차원’ 중, 필자가 훌륭한
동물 복지의 개념을 제시할
때 어느 차원에 주목했는지
생각해 본다.

3 . 비판적 읽기 77
3. 다음은 필자의 주장이 담긴 부분이다. 글을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활동 도움말 가 그럼 동물 복지는 누구의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하는가? 동물인가 아니면


가 에서 동물 복지에 관한 주장 동물을 기르는 인간인가? 이를테면 개를 기르는 어떤 사람이 ‘내 개는 내가
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한 근
거가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인지 하는 말을 모두 알아들어. 나도 내 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지.’라
따져 본다.
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채식주의자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신
의 고양이 역시 채식으로 기르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동물원의 사
자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작은 우리에 누운 채 지내는 것을 보고 활동 부족
으로 답답함을 느낄 것이라 여기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
지만 위의 세 경우 모두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
나 동물을 기계처럼 생각하거나 지나치게 인간과 동일시하지 않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인간의 책임 있는 행동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
이고 또한 가능한 일이다.

⑴ 가 의 밑줄 친 주장이 타당한지 판단해 보고, 그와 같이 판단한 이유를 말해 보자.

⑵ 나 에 관한 두 사람의 생각 중 어느 생각에 동의하는지를 밝히고, 그 이유를 말


해 보자.

인간이 동물의 복지에 관한 객관 동물의 복지에 관한 객관적 기준을


적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련할 수 있다는 인간 중심적 사고
동의해! 에 반대해!

4. 다음의 표현 방식이 쓰인 부분을 찾아보고, 이와 같은 표현 방식의 적절성과 효과를 평가


해 보자.

표현 방식 사용된 부분 적절성과 효과 평가

구체적인 사례를 주장의 근거


로 제시한다.

유사한 상황을 근거로 주장을


제시한다.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핵심 용어의 개념을 정의한다.

78 Ⅱ. 독서의 방법
넓혀 읽기

5. 다음 글을 「동물의 복지를 생각한다」와 비교하며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종(種) 우월주의는 우리가 동물을 학대하고 상습적으로 그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태


도를 정당화하는 이론이다. 인간이 자연과 별개로 모든 종이 태어나 살다가 죽는다는
기본 원칙에서 예외라도 되는 듯, 스스로 자연의 일부로 간주하지 않는 오만한 태도 이
면에 이 같은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종이 개체 과밀과 과다한 소비로
멸종에 이르렀던 것처럼 인류 역시 스스로 멸종을 초래할 수 있다. 인간의 오만과 더불
어 (자신이 사는 세상을 향상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는 엄청난 잠재 능력을 지닌 큰 뇌의
포유동물로서) 스스로에 대한 부정은 궁극적으로 자기를 파괴적으로 만든다. 우리는 현
재 많은 분야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진정 부끄러워해야만 한다.
이를테면, 서식지 파괴와 과잉 소비, 개체 과밀과 외래종의 만연 그리고 기후 변화
등의 요인이 결합되어 또다시 전 지구적으로 대규모 생물 종의 멸종 과정이 진행 중이
다. 과학자들은 이같이 믿기지 않는 생물 다양성 상실의 주된 원인이 인간에게 있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종 우월주의는 동물을 위계적 개념인 ‘하등 동물’과 ‘고등 동물’로 분
류하게 하고, 이 서열의 최고 단계에 인간이 자리 잡는 것을 당연하
게 여긴다. 이는 동물의 복지를 외면하게 만드는 그릇된 관점이다.
- 마크 베코프, 「종 우월주의의 극복」 에서

⑴ 이 글의 필자가 「동물의 복지를 생각한다」의 필자가 제시한 다음 주장에 관해 어떤 평


활동 도움말 가를 할지 말해 보자.
두 글의 필자는 동물을 바라보
는 관점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
불필요한 고통은 배제하고 사람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도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
지 파악해 본다.
해 노력하는 것이 인도적인 행위이다.

⑵ 두 글의 관점 중, 자신이 동조하는 글의 관점에서 동물과 관련된 우리 사회의 사


회・문화적 이념을 비판해 보자.

모둠 토의 활동

⑶ ‘바람직한 동물의 복지’를 주제로 모둠 토의를 해 보자.

3 . 비판적 읽기 79
학습 목표
글에서 공감하거나 감동적인 부분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글이 주는 즐거움과 깨달음을 수용하며 감상적으로 읽
는다.

생각 열기 다음 두 작품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환희의 송가

왼쪽 작품은 베토벤의 9번 교향곡 중, 「환희의 송가」의 악보이다. 이 음악은 평화와 인류애


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올림픽과 같이 세계인이 화합하는 자리에서 연주되곤 한다. 이 작품은
베토벤이 독일 시인 실러의 시를 읽고는 감동을 받아 창작했다고 한다. 오른쪽 작품은 영국의
화가 존 워터하우스의 「오필리어」(일부)인데,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받은 감동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글에서 받은 감동은 새로운 창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4 4 4 4

그렇다면 글을 어떻게 읽어야 감동을 더 심화할 수 있을까?

1 감상적 읽기의 개념과 필요성


독자는 글을 읽을 때 인지적 능력만이 아니라 정의적 능력도 발휘하게 된다.
등장인물의 성격, 사건의 줄거리, 주제 등을 파악할 때는 인지적 능력이 발휘되
지만, 특정 인물을 자신과 동일시하여 그의 처지에 공감하거나, 아름다운 문장
이나 표현에 감탄하거나, 글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내면화하는 것은 정의적 능
력과 관련이 있다. 이처럼 정의적 능력을 발휘하여 글에서 공감하거나 감동적인
부분을 찾아 그 내용을 감상하는 것을 ‘감상적 읽기’라고 한다.
독자들은 글을 읽으면서 박수를 치며 공감하고, 배를 잡고 폭소를 터뜨리며,
눈물을 흘리면서 가슴 아파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가슴 깊이 쌓여 있던 심리적
응어리가 자연스럽게 정화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독자들은 감상
적 독서를 통해 지식이나 생각, 가치나 규범, 깨달음 등을 자신의 것으로 자연스
럽게 내면화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감상적 읽기는 마음을 정화하고 자아를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80 Ⅱ. 독서의 방법
2 공감하거나 감동적인 부분 찾기
우리가 글을 읽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글을 통해 감동을 얻기 위한 것이다. 좋
은 글은 우리의 메마른 정서를 고양하고, 가치 있는 인생에 관한 공감과 깨달음
을 전해 준다. 이러한 공감과 감동을 얻기 위해서는 글을 읽을 때 마음을 열고
새로운 세계에 동참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소설을 읽을 때는
먼저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인물이나 공감할 수 있는 상황 및 표현을 찾도록
한다. 그리고 왜 그 인물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며 그 상황이나 표현에 공감하
는지에 관한 이유를 생각해 봄으로써 글이나 필자와 정서적 교감을 하도록 한
다. 이러한 감동은 문학 작품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글을 통해서도 받을 수 있
다. 설명문을 읽을 때는 내용의 정확성이나 풍부함으로 인해 감명을 받기도 하
고, 논설문을 읽을 때는 논리적인 전개와 명쾌한 주장이나 반박에 감동을 할 수
도 있는 것이다.
물론 감상적 읽기가 반드시 동일시나 공감만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
시할 수 없는 인물이나 공감할 수 없는 상황 및 표현을 통해 인간과 세상의 다양
성을 이해하는 것도 감상적 읽기의 한 양상이라 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글을 읽으며 받은 감동이나 자기 나름의 생각을 흘려버리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것을 정리하여 내면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3 감상의 비교와 내면화


내면화란 글의 내용이나 독서 과정에서 얻은 즐거움이나 깨달음, 가치, 태도,
정서 등을 자신의 것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내면화는 여러 감상 내용을 비교하
고 평가하여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글에 대한 감상을 더욱 넓고 깊게 하려면 각자의 감상을 서로 비교해 보는 것
이 좋다. 같은 글을 읽더라도 독자의 관점, 관심, 수준, 상황에 따라 글에 관한
해석이나 느낌, 가치를 부여하는 부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끼리 감
상을 서로 소통함으로써 글에 대한 감상을 넓히는 한편, 비교를 통해 자신의 감 그 아이

그래서 후로
, 그
상적 읽기를 더욱 깊게 가다듬을 수도 있다. 떠났고 없었다.

다시 볼

흑흑, 너무 슬퍼.

엉엉...

4 . 감상적 읽기 81
별이 빛나는 밤에 _ 정재찬

읽기 전에

이 글은 별을 소재로 한 시를 읽으며 감동하고 성찰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필자가 시를 읽으면서 감동했거나 깨달은 점을 파악해 보자.
•글에 나오는 시를 감상한 내용을 써 보고, 필자나 친구의 감상과 비교해 보자. 5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10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15

다시 만나랴 - 김광섭, 「저녁에」

어디서 많이 보거나 들은 듯한 시, 그러나 의외로 시의 제목을 아


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혹은 ‘어
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정도로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도 그럴 것이 이 시의 종결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20

시가 발표된 1970년 한국일보 제정 ‘한국미술대상전’ 제1회 대상을


받은 수화 김환기 화백의 작품 제목으로, 또 1980년대에는 듀엣 가
▲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수 유심초가 부른 대중가요 제목으로도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82 Ⅱ. 독서의 방법
왜 이 시가 그림으로, 또 노래로 옮겨지며 그토록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은
것일까? 무엇보다도, 이 시는 쉽다. 또한, 누구나 경험해 봤음 직한 낯익고 정겨
운 정경과 정조를 담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다시 생각해 봐도 여전히 가슴 뛰고
경이롭고 순수하던 그때의 일들이다. 그때가 그립다. 정겨웠던 이들이 그립다.
5 생각해 보라. 별과 내가 서로 마주 본다는 것, 이것은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
가? 우리 은하계에는 천억 개의 별이, 그리고 우주에는 그런 은하가 또 천억
개 정도가 있단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수십억 인구 가운데 하나인 나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억겁의 시간 가운데 지금 이 순간, 어쩌면 이미
오래전 티끌로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를 그 별과 지금 이 순간 내가 만나고 있
10 는 것이다. 허나 그렇게 소중한 만남과 관계건만 그 또한 시간의 힘을 이길 수
는 없는 법. 저녁 별은 밤이 되면 사라지고 나 또한 그럴 운명이다.
여기서 시인은 인생의 교훈을 얻는다. 별과 인간의 관계가 그러하다면 이렇
게 정다운 사이인 너와 나의 만남과 헤어짐은 또 어찌 될 것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게다. 어린 시절 친구와의 인연을 생각해 보라. 그 만남은 얼마나 소중
15 한 우주적 인연인가. 그러나 그중 몇이나 다시 만나게 될까? 궁금하지 않은가? 필자가 인연을 뭉치로 계산하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따져 보자고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될지, 벅차지 않은가? 그대의 기억 속에 지금 말한 의도를 생각해 보자.

껏 자리하고 있는 별만큼이나 많은 인연을 되새겨 보면, 그립지 않은가? 숱하


게 사라진 뭇별 같은 인연, 뭉치로 계산하지 말고 이 시인이 하듯 또박또박 따
져 보라. 그 인연들 가운데 하나씩 하나씩 너 하나, 나 하나, 이렇게 말이다.

20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25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


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
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
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
정조(情調) : 단순한 감각에 따라
30 러 봅니다. - 윤동주, 「별 헤는 밤」 중에서 일어나는 감정.

4 . 감상적 읽기 83
윤동주야말로 별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헤아리고 있다. 이름까지 붙여 가면
서 말이다. 그런데 잘 보라. 처음엔 ‘추억’, ‘사랑’, ‘쓸쓸함’, ‘동경’과 같은 추상
필자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
적인 어휘가 연결되더니, ‘시’를 거쳐 ‘어머니’에 다다르면 그만 어조가 바뀐다.
서 화자가 불러 보는 별이 무엇을
의미한다고 보는지 생각해 보자. 별 하나에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과 동경과 시를 연결할 때는 어딘가 멋과 여유
마저 느껴지는 듯하더니, 어머니를 떠올리는 순간 시인은 연거푸 어머니를 되 5

뇌며 뭔가 걸리거나 홀린 듯이, 아니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이 수다를 떨기 시


작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처음에는 그저 별 하나에 낭만적이고 관념적인 이름
과 개념을 부여하다가, 어찌어찌하다 그 연상의 과정이 ‘시’로 이어지고, ‘시’는
급기야 ‘어머니’를 호출해 내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덜컥 ‘어머니’를 불러 놓고
보니, 느낌이 달라지고 시가 달라지는 게다. ‘어머니’처럼 강력한 실감을 주는 10

육체가 어디 있는가.
그렇다, 별에 대한 연상이 추상에서 구체로, 관념에서 육체로 이행해 가면
서, 시인은 어머니를 떠올린 순간부터 그리움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그렇게
한번 그리움의 물꼬가 터지자 그다음부터의 연상은 차라리 폭포수에 가깝다.
이제 더는 관념이 아니라 인격적인 존재들이 기억 저편에서 마치 저 하늘의 별 15

처럼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젠 거꾸로 모자랄 지경이다. 아까까지는 시행 하나에 이름 하나 붙이더니,
‘어머니’를 떠올린 이후 호흡이 빨라지고 시행이 길어진다. 그는 마치 토해 내
듯이 어머니에게 그 그리운 이름들을 하나하나 전하고자 한다. 소학교 때 친구
부터 비둘기, 노루 따위를 거쳐 릴케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여리고 순수하고 20

선한 존재다. 잊고 있던 수많은 고맙고 그리운 이름들 하나라도 놓칠세라, 시


상대에 선 수상자라도 된 듯이 윤동주는 하나하나 호명한다.
그리운 사람이 많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가. 하지만 만날 수 없으니 또 얼
마나 고통인가. 그러기에 윤동주는 그 잠시의 행복한 추억이 끝나는 순간 고통
스럽게 인정한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25

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별은 그런 거라고. 밝게 빛나 기쁘고 멀리 있어 슬프다


고. 어찌할꼬. 그리움 덕택에 살고 그리움 때문에 못 살겠다는 것을.
- 『시를 잊은 그대에게』

|
정재찬 (1962~ ) 문학 교육학자. 주요 저서에 『문학 교육 개론Ⅰ』 , 『시를 잊은 그대에게』 등이 있다.

84 Ⅱ. 독서의 방법
깊게 읽기

1. 필자가 ‘별’에 관한 두 시를 감상한 내용을 정리해 보자.

⑴ 「저녁에」를 읽으며 필자가 깨달은 점을 써 보자.


‘나’와 ‘저녁 별’의 만남이 지니는 의미 별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얻은 교훈

활동 도움말 ⑵ 「별 헤는 밤」에서 시의 어조 변화에 관해 필자가 어떻게 감상했는지 파악해 보자.


필자는 「별 헤는 밤」의 화자가
그리워하는 대상과 그에 따른
표현상의 특징을 연결하며 그 ‘어머니’를 떠올리기 전의 어조 ‘어머니’를 떠올린 후의 어조
리움의 의의를 서술하고 있다.

어조 변화의 이유:

2. 두 시에 대한 필자의 감상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이유 때문인지 말해 보자.

「저녁에」

「별 헤는 밤」

4 . 감상적 읽기 85
3. 「별 헤는 밤」 의 시구를 활용하여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별’을 통해 연상할 수 있는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를 표현하기에 적절한 대상


들을 찾아 괄호 안에 넣어 보자.

별 하나에 ( )과/와
별 하나에 ( )과/와
별 하나에 ( )과/와
별 하나에 ( )과/와
별 하나에 ( )과/와
별 하나에 ( ), ( ).

( ),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⑵ ⑴의 활동 결과를 친구들과 공유해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서로의 감상을


말해 보자.

넓혀 읽기

4. 다음은 알퐁스 도데가 쓴 「별」의 마지막 부분이다. 이를 바탕으로 아래 활동을 해 보자.

「별」 : 1869 년에 출판된 알퐁 <앞부분의 줄거리> 나는 깊은 산속에서 홀로 외로이 양을 치는 스무 살 목동으로 주인집


스 도데의 첫 단편 소설집 『풍
따님 스테파네트를 흠모한다. 어느 날 뜻밖에도 그녀가 일꾼을 대신해 목동의 양식을 갖
차 방앗간 편지』 에 실린 소설.
순박한 목동의 젊은 날의 사랑 고 산으로 찾아온다. 집으로 돌아가던 아가씨는 그만 흠뻑 물에 젖어 다시 돌아오고, 나
을 별 이야기를 통해 낭만적으
는 그녀를 위해 모닥불을 피운다. 모닥불 앞에서 우리 둘은 아무 말 없이 나란히 앉았고,
로 그려 내고 있음.
무슨 바스락 소리만 들려도 그녀는 바싹 내게로 다가들었다. 바로 그 찰나에, 아름다운
유성이 한 줄기 우리 머리 위를 스쳐서 갔고, 나는 그녀에게 밤하늘의 별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어머! 별들도 결혼해?”


“그럼요!”

86 Ⅱ. 독서의 방법
하고, 별들의 결혼에 관해 이야기하려 했을 때, 어깨 위에 무언가 부드러운 것이 가볍
게 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잠이 들어 무거워진 아가씨의 머리였다, 아가
씨는 리본과 레이스, 꼬불꼬불한 머리를 사랑스럽게 내 어깨에 기대어 별들이 아침 햇
살을 받아 사라질 때까지 잠들어 있었다.
나는 가슴이 좀 두근거렸지만, 아름다운 생각만을 보내 준 이 맑은
밤의 성스러움 속에서 잠든 아가씨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별들은 양 떼와 같이 얌전하고
조용한 걸음을 재촉했다.
나는 생각했다. 이 별 중에서 가장 예쁘고,
아름답게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노라고.
- 알퐁스 도데, 「별」에서

⑴ 이 글에서 ‘별’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파악해 보자.

⑵ 이 글에서 감동적인 부분을 찾고, 그 이유를 말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⑶ 이 글의 ‘나’처럼 가슴 설륽던 장면이나 경험을 떠올린 후, 그 느낌이 살아나도


자신이 체험했던 감동의 내용을
록 짧게 표현해 보자.
요약하고, 그 체험이 감동적인
이유를 밝힌다.

⑷ ⑴ ~ ⑶의 활동 결과를 친구들과 공유한 후, 공감 여부를 평가해 보자.

4 . 감상적 읽기 87
학습 목표
글에서 자신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나 필자의 생각에 대한 대안을 찾으며 창의적으로 읽는다.

생각 열기 ‘돈키호테’ 하면 어떤 인물이 연상되는가?

17 세기 초 에스파냐의 세르반테스가
지은 「돈키호테」 에서 주인공 ‘돈키호테’는
기사 시대의 추억에 사로잡혀 현실을 받아
들이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물로 그려진다.
그런데 현대의 여러 예술 장르에서는 ‘돈
키호테’를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인물로 그리고 있다. 현대
예술가의 창의적 해석으로 돈키호테가 재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창의적인 해석은
예술 작품의 창작에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
다. 개인이나 사회가 문제 상황에 놓였을 때도 창의적 해석으로 문제 해결의 방안을 찾을 수
있다.
4 4 4 4

그렇다면 글을 창의적으로 읽는 방법은 무엇일까?

1 창의적 읽기의 개념과 필요성


독자는 독서 과정에서 글의 내용을 확인할 뿐 아니라 그것과 관련한 여러 생
각을 떠올린다. 그런데 때로 그것들은 필자가 생각하지도 않았고, 필자가 동의
하지 않을 전혀 새로운 성격의 생각일 수 있다. 이처럼 글의 내용과 관련하여 새
로운 생각을 펼치며 읽는 것을 ‘창의적 읽기’라고 한다.
창의적 읽기는 가장 적극적인 읽기의 방법인 동시에 모든 독자 누구나 하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세상에 똑같은 읽기는 없다. 같은 글도 독자마다 다 다르
게 읽힌다. 그런 의미에서 독자는 새로운 필자나 다름없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독자 저마다 새로운 글을 자신의 머릿속에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가장 적
극적인 의미에서의 창의적 읽기란 글을 있는 그대로 수동적으로 읽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내며 읽는 것을 가리킨다.

88 Ⅱ. 독서의 방법
2 창의적 눈으로 세상 보기
창의적 읽기라고 해서 반드시 이제껏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독특하고 기발
하고 낯선 생각을 떠올리며 글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이미
많은 사람이 쌓아 올린 돌 더미 위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새롭게 올려놓는 것과
같다. 돌을 쌓기 위해서는 앞선 이들이 쌓아 놓은 돌의 모양이나 위치를 세심하
게 살피고, 그런 다음 어떤 돌을 어떻게 올려놓아야 할지 상상해 보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창의적 읽기는 사실적 읽기, 추론적 읽기, 비판적 읽기의 과정을 거
친 후, 그 글에 자신의 새로운 깨달음을 얹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껏 배웠던 읽기 방법을 모두 동원하여 글의 내용을 깊이 이해한 다음, 그것을 디
딤돌 삼아 글에서 놓치거나 빠진 부분, 더 나아갈 부분을 포착하여 새로운 생각
을 덧붙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글을 읽는 과정에서 필자의 사고를 따라가는 한편, 독자 자신
의 유연한 사고를 통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즉 필자와 대화를 해 나가면서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나 필자가 해결하지 못한 부분에 관해 자신의 생각을 덧붙
여 가며 읽는 활동이 필요한 것이다. 나아가 이렇게 떠오른 생각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하여 하나의 완결된 새로운 생각으로 탄생시켜 정리하도록 한다.

3 창의적 읽기로 문제 해결하기


독서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글에는 인류가 지금까
지 살아오면서 알게 된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사
회의 문제는 이전보다 더 복잡해졌고, 새로운 문제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글 속의 정보만 적용해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에 강조되는 것이 바로
창의적 읽기이다. 글을 창의적으로 읽는 독자는 자연 과학에 관한 글에서 경제
적 해결책을 모색할 수도 있고, 소설을 읽으면서 과학적 영감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러한 창의적 읽기가 누적되고 적용됨으로써 개인은 개인대로, 사회는 사회대
로 각자가 처한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 내게 된다. 떠올라라,
창의력아~.
오예~

창의적 읽기

5 . 창의적 읽기 89
빨간 머리 앤이 하는 말 _ 백영옥

읽기 전에

이 글은 「빨간 머리 앤」을 읽고, 소설의 내용과 관련하여 필자 자신과 우리 사회


에 관해 떠올린 창의적 생각을 담고 있다.
•「빨간 머리 앤」을 읽으며 필자가 주목한 문제 상황을 파악해 보자. 5

•문제 상황에 관해 필자가 모색한 창의적 대안에 주목하며 글을 읽어 보자.

< 「빨간 머리 앤」의 전체 줄거리>

독신 남매 매슈와 마릴라는 늘그막에 의지할 남자아이를 입양하려 한다. 그런데 착오로 인


해 이 집에 빨간 머리에 주근깨가 잔뜩 난 열한 살의 앤이 오게 된다. 누이 마릴라는 앤의 입
양을 반대했으나, 오빠 매슈는 어딘가 엉뚱하면서도 밝은 성격의 앤에게 끌려 입양을 결정한 10

다. 앤의 천진난만한 행동은 두 남매의 조용한 삶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지만 두 남매는 악


「빨간 머리 앤」 : 캐나다의 소설가 의 없이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앤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느낀다. 5년 뒤, 남매의 헌신으로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1908년
은 퀸스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장학금을 받아 대학교에 가기로 결정한다. 그
발표한 아동 소설. 빨간 머리의
고아 소녀 앤 셜리가 한적한 시 런데 갑자기 매슈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앤은 점점 시력을 잃어 가는
골 마을의 한 가정으로 입양되면
마릴라를 홀로 두고 간절히 원하던 대학에 가서 공부할 것인지, 아니면 고향에서 교사 생활을 15
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성장
소설이자 가정 소설임. 하며 마릴라 곁을 지킬지 갈등하다 결국 고향에 남기로 결심한다.

나는 언제나 직업을 바꾸는 사람들을 흥미롭게 바라보곤 했다. 가령 국문학


을 전공해서 소설가가 된 사람보다는, 인공 지능 로봇을 만들던 공학자가 별안
간 작가로 데뷔하는 삶에 더 큰 매혹을 느낀다. 인생이 갑자기 바뀐 데에는 어
떤 사연이 있을 것이고, 그런 이야기라면 아무리 길어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 20

필자가 직업을 바꾼 이들을 흥미 을 것 같았다.


롭게 여긴 이유를 생각해 보자.
경기도에 있는 한 도서관에서 강의를 하다가, 유독 고등학생들이 많이 보이
기에 강연 도중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여러분은 꿈이 뭐예요?”
공무원이라고 대답한 학생부터 다양한 답이 나왔는데, 그중에는 ‘범죄 심리 25

90 Ⅱ. 독서의 방법
분석관’도 있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그 학생에게 내가 만났던 한 경찰관에
관해 얘기해 주고 싶었다.
그분은 수십 년간 수많은 범죄 현장에서 일하며 범죄자의 뇌 속을 들여다보
는 심리 분석에 참여했다. 누구보다 세상의 악을 많이 보았을 그 남자의 눈이
5 너무 따뜻해서 깜짝 놀란 일은 둘째로 치고, 그가 했던 말들은 기록해 놓고 싶
을 만큼 내 마음을 끌었다. 취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슴에 가장 남
았던 말은 이것이었다.

“제가 원해서 이 직업을 택한 것은 아닙니다. 먹고 살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경찰이 된 거예요……. 제가 이 일을 하는 건 유별난 소명 의식 때문이 아니에
10 요.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이고, 도움을 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경찰관의 말이 각인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즈음 나는 의심하고 있었


다. ‘꼭 꿈을 직업으로만 이루어야 하는 걸까?’ 사람들은 말한다. “가슴 뛰는
일을 해라!” 멋진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 가슴 뛰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
는 걸까? 누구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선택한 직업에서 최고가 될 수는 없
15 다. 실제 자신의 꿈을 직업으로 이룬 사람은 많지 않다. 또 꿈을 직업으로 이루
었다고 꼭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자기중심적인 강박이 나를 망치기
도 한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현재를 망치기 때문이다.
20 가장 중요한 일은 자기가 ‘해야’ 하는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좋아하
필자는 ‘하고 싶었던 일’과 ‘해야
려는 노력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일’ 중 무엇을 더 중시하는
나는 직업을 꿈과 연결해 내가 하고 싶은 일, 가슴 뛰는 일을 하지 않으면 마 지 생각해 보자.

치 실패자인 것처럼 좌절하게 만드는 요즘 세태를 생각했다. 그리고 직업이란


‘내’가 아니라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합당한 대가를 받는 일이라는
25 생각에 이르자, 사람들이 느끼는 ‘자아실현’과 ‘직업’ 사이의 괴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공무원이, 범죄 심리 분석관이, 아이돌 가수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던
아이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지금이라도 꼭 해 주고 싶다. 꿈과 멀어졌다고
사표를 ‘꿈’꾸는 수많은 회사원에게, 후배와 친구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그것
30 은 너만의 고민이 아니라고, 어쩌면 그것은 이 시대가 만든 병일지도 모르겠다 범죄 심리 분석관 : 증거가 불충
분한 강력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고, 무엇보다 자아 성취는 일이 끝난 후 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과학적 심층 수사를 하는 사람.

5 . 창의적 읽기 91
앤이 내게 물었어도 아마 같은 대답을 했을 거다. 이제 나는 “너의 꿈을 너의
직업으로 이뤄라!” 같은 말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직업은
적어도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게 맞다.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서 본래
의 직업은 자아실현과 거리가 먼 셈인 것이다. 나는 버리고 떠나는 삶을 존중
하지만, 이제는 버티고 견디는 삶을 더 존경한다. 5

이 시대가 너무 ‘나’를 강조하다 보니 그것이 자기애적인 강박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 역시 끝내 지울 수 없다. 모든 사람의 꿈이 이루어질 수도 없지
만, 만약 모든 사람의 꿈이 이루어진다면, 아마 이 세상은 엉망이 될 것이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어느 것을 직업으로 선택해야 하냐고 묻는 사람
들에게 나는 이제 조심스럽게 ‘잘하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시간은 10

많은 것을 바꾸기 때문이다. 잘하는 것을 오래 반복하면 점점 더 잘할 수 있으


‘‘‘삶’보다 강한 ‘꿈’은 없다.”에 담
긴 의미를 파악해 보자. 므로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일이 점점 많아진다는 건,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것 이외에 자기 일에 대한 특정한 태도가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태도’란 그 일을 좋아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한때의 빛나는 재능이 훗날의 아픈 족쇄가 되는 경우를 종종 봐 왔다. 자 15

신의 꿈을 직업적인 성취로 이루지 못했다고, 꿈이 없다고 좌절할 필요


는 없다. 스스로 실패자란 생각은 더더욱 하지 않았으면 한다. 믿거나
말거나 나로 말하면, 생각만 해도 가슴 두근거리는 꿈을 자기 직업
으로 갖게 된 사람들의 지독한 불행에 대해 얼마든지 말할 수 있
다. 꿈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이 세상에 ‘삶’보다 20

강한 ‘꿈’은 없다. 인간은 꿈을 이룰 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어쩌


면 꿈꿀 수 있을 때 행복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빨강 머리 앤이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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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 (1974~ ) 소설가. 주요 소설집에 『스타일』 , 『아주 보통의 연애』 등이 있다.

92 Ⅱ. 독서의 방법
깊게 읽기

1. 다음의 빈칸을 채워 가며 이 글의 내용 전개 과정을 정리해 보자.

필자의 •꿈을 직업으로만 이루어야 하는가?


문제의식 •누구나 가슴 뛰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는가?

활동 도움말
직업 선택에 관한 필자의 생 필자가 인식한
각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해 요즘 세태의 문제점
본다.

필자가 제시한
문제 해결 방안

2. 다음 「빨간 머리 앤」의 일부를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마릴라는 꿈꾸는 표정으로 앤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앤, 네가 여기에 있어 준다면, 나야 더할 나위 없이 좋지. 하지만 나 때문에 널 희
생시킬 수는 없단다. 그건 말이 안 돼.”
앤이 경쾌하게 웃었다.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희생이라뇨? 초록 지붕 집을 포기하는 것보다 더 큰 희생
은 없어요. 그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은 없다고요. 우린 이 정든 옛집을 지켜야만 해
요. 제 마음은 이미 정해졌어요, 아주머니. 전 레드먼드에 가지 않아요. 여기 남아
서 아이들을 가르칠 거예요. 그러니 제 걱정은 조금도 마세요.”
“하지만 네 꿈은…… 그리고…….”
“전 그 어느 때보다 꿈에 부풀어 있어요. 단지 꿈의 방향이 바뀐 것뿐이에요. 전 훌
륭한 교사가 될 거예요. 그리고 아주머니 시력을 지켜 드릴 거예요. 게다가 집에서
독학으로 대학 과정도 조금씩 공부할 거고요. 아, 계획이 참 많아요, 아주머니. 일
주일 내내 생각했어요. 이곳에서 최선을 다해 살면 틀림없이 그만한 대가가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 퀸스를 졸업할 때 제 미래는 곧은길처럼 눈앞에 뻗어 있는 듯했어
요. 그 길을 따라가면 수많은 이정표를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했죠. 이제 전 길모퉁
이에 이르렀어요. 그 모퉁이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

5 . 창의적 읽기 93
을 거예요. 길모퉁이는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요, 아주머니. 모퉁이를 돌면 무엇
이 나올까 궁금하거든요. 어떤 초록빛 영광과 다채로운 빛과 어둠이 펼쳐질지, 어
떤 새로운 풍경이 나올지, 어떤 낯선 아름다움과 맞닥뜨릴지, 저 멀리 어떤 굽잇길
과 언덕과 계곡이 펼쳐질지 말이에요.”
-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간 머리 앤』 에서

⑴ 앤이 ‘해야 하는 일’과 ‘꿈’ 중에서 무엇을 선택했는지 파악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⑵ ‘꿈을 직업으로만 이루어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에 필자는 앤이 어떤 대답을
직업 관련 사회 문제에 관해 이
했으리라고 짐작했는지 말해 보자.
글의 필자가 『빨간 머리 앤』 을
읽으며 떠올린 창의적 해결 방
안을 확인한다.

발표 활동

3. 가 와 나 를 참고하여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직업 선택의 자세를 발표해 보자.

제임스 매튜 배리 (1860~1937):
영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주 가 행복의 비결은 좋아하는 일을 해서가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요 저서로 『피터 팬』 , 『친애하는
브루터스』 등이 있음. - 제임스 매튜 배리

법정 (1932~2010): 우리나라의 나 사람은 자신이 참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


승려이자 수필 작가. 주요 수필집
을 통해서 자신이 지닌 잠재력을 발휘하고, 삶의 기쁨을 누려야 한다.
으로 『무소유』 , 『오두막 편지』 등
이 있음. - 법정

내 의견

이유

94 Ⅱ. 독서의 방법
넓혀 읽기

4. 다음 글을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귀퉁이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 온전치 못한 동그라미가 있었다. 동그라미는 너무 슬


퍼서 잃어버린 조각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났다. 여행하며 동그라미는 노래를 불렀다.
“나의 잃어버린 조각을 찾고 있지요. 잃어버린 내 조각 어디 있나요.” 때로는 눈에 묻
히고 때로는 비를 맞고 햇볕에 그을리며 이리저리 헤맸다. 그런데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빨리 구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힘겹게, 천천히 구르다가 멈춰 서서 벌
레와 대화도 나누고, 길가에 핀 꽃 냄새도 맡았다. 어떤 때는 딱정벌레와 함께 구르기
도 하고, 나비가 머리 위에 내려앉기도 했다.
오랜 여행 끝에 드디어 몸에 꼭 맞는 조각을 만났다. 이제 완벽한 동그라미가 되어
이전보다 몇 배 더 빠르고 쉽게 구를 수 있었다. 그런데 떼굴떼굴 정신없이 구르다 보
니 벌레와 얘기하기 위해 멈출 수가 없었다. 꽃 냄새도 맡을 수 없었고, 휙휙 지나가는
동그라미 위로 나비가 앉을 수도 없었다.
“내 잃어버린 힉, 조각을 힉, 찾았어요! 힉!”
노래를 부르려고 했지만, 너무 빨리 구르다 보니 숨이 차서 부를 수가 없었다.
한동안 가다가 동그라미는 구르기를 멈추고, 찾았던 조각을 살짝 내려놓았다. 그리
고 다시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몸으로 천천히 굴려 가며 노래했다.
“내 잃어버린 조각을 찾고 있어요…….”
나비 한 마리가 동그라미의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잃어버린 조각」이라는 이 동화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작가인 셸 실버스타인이


쓴 것으로 ‘완벽함의 불편함’을 전하고 있다. 사실 특별하게 잘나서 ‘보통’의 다수와 분
리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겉보기처럼 그렇게 멋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 조
각이 떨어져 나가서 삐뚤삐뚤 구르는 동그라미처럼 조금은 부족하게, 느리게, 가끔은
꽃 냄새도 맡고 노래도 불러 가며 함께하는 삶이 더욱 의미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메
시지이다. - 장영희, 「‘특별한’ 보통의 해」 에서

⑴ 필자가 「잃어버린 조각」을 통해 깨달은 ‘완벽함의 불편함’의 의미를 말해 보자.

모둠 활동

활동 도움말 ⑵ 「잃어버린 조각」 을 활용하여, 개인이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잃어버린 조각」이 주는 교훈을 모둠 글쓰기를 하려고 한다. 이 글을 이용하기에 적절한 문제 상황에 관해 의
적용할 수 있는 문제 상황을 떠
올려 본다. 견을 나누어 보자.

5 . 창의적 읽기 95
학습 목표
동일한 화제의 글이라도 서로 다른 관점과 형식으로 표현됨을 이해하고 다양한 글을 주제 통합적으로 읽는다.

생각 열기 ‘ ’를 어떻게 읽을까?

사람들에게 ‘ ’를 보여 주고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인문


계 출신은 ‘흙 토’, 자연계 출신은 ‘플러스 마이너스’라고 답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마치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사람들
은 자신의 경험이나 관심사에 기대어 세상을 이해하는 존
재라는 점을 보여 준다. 그렇지만 세상은 훨씬 더 넓고 복
잡하며,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하다. 따라서 어떤 대상이나
문제에 대해 단 한 편의 글을 읽는 것으로 끝내면 편협한
이해에 그칠 공산이 크다. 따라서 동일 화제나 문제를 다룬
다양한 글들을 읽을 필요가 있다.
4 4 4 4

그렇다면 편협한 이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1 주제 통합적 읽기의 개념과 필요성


‘주제 통합적 읽기’란 같은 화제에 관하여 두 편 이상의 글을 읽고 비교하며 종
합하는 독서법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연구 논문을 쓰기 위해 주제 중심
으로 다양한 관점과 분야의 글을 읽어야 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지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만을 사실로 믿는 경향
이 강하다. 하지만 우리의 지식은 피상적이거나 파편적이며 편견에 빠져 있기
십상이다. 이런 점에서 주제 통합적 읽기는 독서 경험이 편중되지 않고 균형
잡힌 지식인으로 성장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울러 주제에
폭넓
필요 은 시각 관한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이나 관점을 통합하여 자기 나름의 의
하다 이
.
미를 구성해 보게 함으로써 능동적인 독자로 성장할 수 있게 해
준다. 더구나 융・복합적 교양과 역량을 강조하는 오늘날과 같은 시
대에 인문,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와 관점의 글들을 종합적이고

더 높게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절실히 요구되는 능력이라 할


올라가자.
것이다.

96 Ⅱ. 독서의 방법
2 주제 통합적 읽기의 방법
주제 통합적 읽기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절차를 따른다.

주제 통합적 읽기의 방법 읽은 글의 내용 활용하기


자기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 자
1. 화제나 주제를 정하고 읽을 글들 수집하기 2. 필요한 부분을 찾아 자기 말로 이해하기 료로 읽은 글들을 활용할 때, 서
•화제나 주제를 정한 다음 그와 관련되는 •수집한 글을 훑어보면서 자기에게 필요 로 다른 생각들의 장단점을 비교
글들을 찾는다. 한 부분을 찾는다. 할 수도 있고, 특정 글의 내용을

•글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화제나 주제를 •필요한 부분을 정독하면서 자기 말로 이 비판하거나 지지할 수도 있으며,
어느 한 부분을 인용할 수도 있다.
수정하거나 구체화한다. 해한다.

3. 읽은글의 쟁점이나 문제를 분석하여 주 4. 자기 생각을 확정하고 구성하여 뒷받침


제 구체화하기 하기

•찾은 글의 쟁점이 무엇인지, 놓치고 있 •주제에 관한 자기 나름의 생각을 확정하


는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한다. 고 구성하여 분명하게 제시한다.
•쟁점이나 문제 분석을 통해 자기 스스로 •읽은 글의 내용을 근거 자료로 활용하여
의 주제 의식을 구체화한다. 자기 생각을 뒷받침한다.

3 주제 통합적 읽기를 할 때 유의할 점


주제 통합적 읽기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주제와 무관한 글이나 불
필요한 부분을 읽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야 한다. 주제와 관련된다고 해서
모든 글을 다 읽을 수도 없고, 글의 전체 내용이 모두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
이다. 따라서 훑어보며 읽는 독서 전략을 구사하며 그 글이나 부분이 문제 해결
에 도움이 되는지 잘 판단하여 골라 읽어야 한다.
주제 통합적 읽기의 주체는 독자 자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독자는
필자와는 전혀 다른 생각이나 그가 놓친 생각을 할 수도 있고, 필자가 가볍게 다
루고 넘어간 생각에서 중요한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다. 또 주제 통합적
읽기를 할 때에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자기가 잘 모르는 분야라
고 해서 눈감아 버리거나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폄하해서는 안 된다. 다양
하면서도 새로운 생각들을 열린 마음으로 공평하게 대할 수 있어야만, 주제 통
합적 읽기의 취지와 장점이 살아날 수 있다.

6 . 주제 통합적 읽기 97
군주론 / 목민심서
_ 니콜로 마키아벨리 / _ 정약용 /
강정인 외 1인 옮김 장순범 옮김

읽기 전에

제시된 두 글은 지도력에 관해 서로 다른 관점을 지닌 동서양의 고전이다. 5


•두 글은 각각 지도력에 관해 어떤 관점을 지니고 있는지 파악하며 읽어 보자.
•두 글 중 어떤 지도력이 더 바람직하겠는지 스스로 판단하며 읽어 보자.

군주론

체사레 보르자(1475~1507) : 르 저는 모든 군주가 잔인하지 않고 인자하다고 생각되기를 더 원해야 한다고


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전제 군
주. 권모(權謀)와 냉혹한 수단으 주장합니다. 그렇지만 자비를 부적절한 방법으로 베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 10

로 이탈리아 통일을 꾀하였으나


니다. 체사레 보르자는 잔인하다고 생각되었지만, 그의 엄격한 조치들은 로마
실패하였다. 마키아벨리의 『군주
론』에서 이상적인 전제 군주로 냐 지방에 질서를 회복시켰고, 그 지역을 통일시켰으며, 또한 평화롭고 충성스
묘사되었음.
러운 지역으로 만들었습니다. 보르자의 행동을 잘 생각해 보면, 잔인하다는 평
신민(臣民) : 군주국에서 관원과
백성을 아울러 이르는 말. 판을 듣는 것을 피하려고 피스토이아가 사분오열되도록 방치한 피렌체인들과
비교해 볼 때, 그가 훨씬 더 자비롭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현명 15

한 군주는 자신의 신민들의 결속과 충성을 유지할 수 있다


밀라노 공국 베네치아 공화국 면, 잔인하다는 비난을 받는 것을 걱정해서는 안 됩니다. 왜
베네치아
밀라노
만토바 페라라 공국
제노바 공화국 공국 냐하면 지나친 자비로움으로 무질서를 방치해서 많은 사람
로마냐
피스토이아
피렌체 아
피렌체 공화국
시에나


이 죽거나 약탈당하게 하는 군주보다, 소수의 몇몇을 시범
시에나 공화국 교황령

로마 해 적으로 처벌함으로써 기강을 바로잡는 군주가 실제로는 훨 20

나폴리
나폴리 왕국 씬 더 자비로운 셈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자는 공동체
지 중 해
전체에 해를 끼치지만, 군주가 명령한 처형은 단지 특정 개

팔레르모
인들만을 해치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신생 국가는 위
시칠리아
험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군주 중에서도 특히 신생 군
▲ 15세기경의 이탈리아 반도 주는 잔인하다는 평판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베르길리우 25

98 Ⅱ. 독서의 방법
스는 디도의 입을 빌려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상황은 가혹하고 내 왕국은 신생 왕국이어서 나는 그런 조치를 취했고 국경의


구석구석을 방어했노라.”

그렇지만 군주는 참소를 믿고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취할 때는 신중


5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우유부단해서는 안 됩니다. 군주는 적절하게
신중하고 자애롭게 행동해야 하며, 지나친 자신감으로 인해서 경솔하게 처신
하거나 의심이 많아 주위 사람들이 견디기 어려워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
다. 그런데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과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 중에서 어느 편
이 더 나은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습니다. 제 견해는 사랑을 느끼게 하는 동
10 시에 두려움도 느끼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둘 다
얻기는 어려우므로 굳이 둘 중에서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저는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보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다고 생각합
니다.
이것은 인간 일반에 대해서 말해 줍니다. 즉, 인간이란 은혜를 모르고 변덕
15 스러우며 위선적인 데다 기만에 능하며 위험을 피하려 하고 이익에 눈이 어둡
인간의 본성을 바라보는 필자의
습니다. 당신이 은혜를 베푸는 동안에는 사람들 모두 당신에게 온갖 충성을 바
관점을 자신의 관점과 비교하며
칩니다. 이미 말한 것처럼, 당신에게 막상 그럴 필요가 별로 없을 때, 사람들 읽어 보자.

은 당신을 위해서 피를 흘리고, 자신의 소유물, 생명, 그리고 자식마저도 바칠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정작 그러한 것들을 필요로 할 때면, 그
20 들은 등을 돌립니다. 따라서 전적으로 그들의 약속을 믿고 다른 대책을 소홀히
한 군주는 몰락을 자초할 뿐입니다. 위대하고 고상한 정신을 통하지 않고 물질
적 대가를 주고 얻은 우정은 유지될 수 없으며, 정작 필요할 때 사용될 수 없습
니다. 인간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자보다 사랑을 베푸는 자를 해칠 때에 덜
주저합니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일종의 감사 관계에 의해서 유지되는데, 인간
베르길리우스(기원전 70~기원
25 은 악하므로 자신의 이익을 취할 기회가 생기면 언제나 그 감사의 상호 관계를 전 19) : 고대 로마의 시인. 로마
의 건국과 사명을 노래한 민족
팽개쳐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려움은 항상 효과적인 처벌에 대한 공포
서사시 「아이네이스」를 썼음.
로써 유지되며, 실패하는 경우가 결코 없습니다. 디도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페
니키아의 여왕.
그럼에도 현명한 군주는 자신을 두려운 존재로 만들되, 비록 사랑을 받지는
참소(讒訴/ 訴): 남을 헐뜯어서
못하더라도 미움을 받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미움을 받지 않으면서도 두려움 죄가 있는 것처럼 꾸며 윗사람에
게 고하여 바침.
30 을 느끼게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군주가 신민
우유부단(優柔不斷) : 어물어물
들의 재산과 그들의 부녀자들에게 손을 대는 일을 삼가면 항상 성취할 수 있습 망설이기만 하고 결단성이 없음.

6 . 주제 통합적 읽기 99
니다. 만약 누군가의 처형이 필요하더라도, 적절한 명분과 명백한 이유가 있을
때로 국한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군주는 타인의 재산에 손을 대어서
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어버이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재산의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재산을 몰수할 명분은 항상 있게 마련
입니다. 약탈을 일삼으며 살아가는 군주는 항상 타인의 재산을 빼앗을 핑계를 5
필자는 한니발이 보여 준 지도력
의 비결이 무엇이라고 보았는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목숨을 빼앗을 이유나 핑계는 훨씬 더 드물고, 또
말해 보자.
쉽게 사라져 버립니다.
그러나 군주는 자신의 군대를 통솔하고 많은 병력을 지휘할 때, 잔인하다는
평판쯤은 개의치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군대란 그 지도자가 거칠다고 생각
되지 않으면 군대의 단결을 유지하거나 군사 작전에 적합하게 만반의 태세를 10

갖추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니발의 활약에 관한 설명 중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그가 비록 수많은 종족이 뒤섞인 대군을 거느리고 이역에서 싸웠지만,
상황이 유리하든 불리하든 상관없이, 군 내부에서 또 그들의 지도자에 대해서

▲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 어떠한 분란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그의 많은 다른 훌륭한

한니발(기원전 247~기원전 183):


역량과 더불어, 부하들이 그를 항상 존경하고 두려워하도록 만든 그의 비인간 15

기원전 218년 제2차 포에니 전쟁 적인 잔인함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그토록 잔인하지 않
을 일으키고, 이탈리아에 침입하
여 로마군을 격파하였다. 그 후 았더라면, 그의 다른 역량 역시 그러한 성과를 거두는 데에 충분하지 않았을
자마 전투에서 로마군에게 패한
뒤 소아시아에서 자살하였음.
것입니다. 분별없는 저술가들은 이러한 성공적인 행동을 찬양하면서도 그 성
이역(異域): 다른 나라의 땅. 공의 주된 이유를 비난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습니다.

100 Ⅱ. 독서의 방법
한니발의 다른 역량들로는 충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저의 논점은 스키피오
가 겪은 사태에서 입증됩니다. 그는 당대는 물론 후대에도 매우 훌륭한 인물로
평가받았지만, 그의 군대는 에스파냐에서 그에게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이는
바로 그가 지나치게 자비로워서 적절한 군사적 기율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5 것보다도 더 많은 자유를 병사들에게 허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파비우스 막시무스는 원로원에서 그를 탄핵하면서 로마 군대를 부패시킨 장본
인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스키피오가 임명한 지방 장관이 로크리 지방
을 약탈했을 때, 스키피오는 그 주민들의 원성을 들어주지 않았으며, 또한 오
만한 성품을 가진 그 지방 장관을 처벌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모든 것은 스키
10 피오의 과도한 자비로움 때문입니다. 실제로 원로원에서 그를 사면하자고 발
스키피오(기원전 236~기원전
언한 인물은, 타인의 비행을 처벌하기보다는 스스로 그러한 비행을 저지르지
184): 고대 로마의 장군・정치가.
않는 데에 탁월한 사람들이 있는데, 스키피오가 바로 그런 유형의 인물이라고 제2차 포에니 전쟁에서 한니발을
격파하여 전쟁을 종결시켰음.
변호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군대 지휘 방식이 견제 받지 않고 방임되었더라면,
기율(紀律) : 도덕상으로 여러 사
그 자신의 성격으로 인해서 스키피오의 명성과 영광은 빛이 바랬을 것입니다. 람에게 행위의 표준이 될 만한
질서.
15 그러나 그는 원로원의 통제하에 있었기 때문에 이처럼 유해한 성품이 적절히
파비우스 막시무스(기원전 275?
억제되었을 뿐 아니라 나아가 그의 명성에 기여했습니다. ~기원전 203?): 고대 로마의 장
군・정치가. 제2차 포에니 전쟁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과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의 문제로 되돌아가서, 저 기간 중 독재관과 집정관을 맡아
서 한니발의 군대를 맞아 정면
는 인간이란 자신의 선택 여하에 따라서 사랑을 하지만 군주의 행위 여하에 따
대결은 피하면서 끈질기게 한니
라서 군주에게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현명한 군주라면 타인의 선택보다는 발의 뒤를 추격하는 지구 전술을
구사한 것으로 유명함.
20 자신의 선택에 더 의존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다만 앞에서도 말한
원로원(元老院): 고대 로마 공화
것처럼 미움을 받는 일만은 피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정 시대의 입법・자문 기관. 실질
적인 지배 기관으로 내정(內政)과
- 『군주론』 외교를 지도하였음.

|
니콜로 마키아벨리 (1469~1527) 이탈리아의 정치 사상가・외교가・역사학자. 정치는 도덕으로부터 구별된 고유의
영역임을 주장하는 마키아벨리즘을 제창하여 근대적 정치관을 개척하였다. 주요 저서에 『로마사론』, 『군주론』 등이 있다.

6 . 주제 통합적 읽기 101
목민심서

형벌은 백성을 바르게 하는 일에 있어서 최후 수단이다. 수령이 자신을 단속


하고 법을 받들어 엄정하게 임하면 백성이 죄를 범하지 않을 것이니, 그렇다면
형벌은 쓰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한 국가를 다스리는 것이 한 가정을 다스리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하물며 한 5

고을에 있어서랴. 그렇다면 어찌 가정 다스리는 것을 살펴보지 않겠는가? 예


를 들어 보자. 가장이 날마다 꾸짖고 성내어 자제를 매질하고 종아리 치며, 노
비를 묶어 놓고 두드린다. 돈 1전을 훔치고 국 한 그릇을 엎질러도 용서하지
않으며, 심하면 쇠망치로 어깨를 치고 다듬잇방망이로 볼기를 친다. 그러나 자
제들의 눈속임은 더욱 심하고 노비들의 도둑질도 더욱 늘어 간다. 온 집안이 10

모여 비방하며 오직 잡힐까 겁내어 상하가 서로 농간질하면서 가장을 속인다.


불쌍하게도 이 가장은 그만 외톨이가 되고, 가도(家道) 또한 어그러져 크게 어
지러운 지경에 이르러 마침내 법도(法度) 있는 집안의 꼴을 이루지 못하고
만다.
그런데 여기에 다른 한 가장이 있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 세수를 마치고 의 15

관을 정제한 다음 엄숙하고 단정히 앉아서 아침 문안을 받은 후, 그날의 할 일


을 분담시켜 각자 처리하게 한다. 제대로 못하는 일이 있으면 순순히 잘 가르
이 글에 나오는 두 집안의 자제 쳐서 깨닫게 하고, 수치가 될 만한 일이 있으면 숨겨서 드러내지 않다가 한가
와 노비들이 서로 다르게 된 원
인이 무엇인지 말해 보자. 히 있을 때 하나씩 불러서 차근차근 경고하고 꾸짖는다. 가장이 부지런함으로
솔선하니 여러 사람들이 부지런하지 않을 수 없고, 가장이 검소함으로 솔선하 20

니 여러 사람들이 검소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이 공손함으로 솔선하고 청렴함


으로 솔선하여 표준이 이미 바르니, 다른 사람들이 순종하지 않을 수 없다. 자
제들은 모두 예쁘면서도 스스로 삼가며, 노복들은 순박하고 선량하기 그지없
다. 그리하여 속이는 것이 어떻게 하는 일인지 알지 못하고, 도둑질은 어떻게
하는 짓인지도 알지 못한다. 1년이 지나도록 마당에 매질하는 소리가 없고 화 25

가장(家長): 한 가정을 이끌어 나 목한 분위기가 문에 가득하여, 그 집에 들어가는 자는 마치 봄바람이 스치는


가는 사람.
기분을 느끼게 된다. 거문고와 비파, 서책이 맑고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고 화
가도 : 집안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덕적 규범. 초나 가축들이 모두 살지고 윤택해 보이니, 묻지 않더라도 법도 있는 군자의
수치(羞恥): 다른 사람들을 볼 낯 집이 여기에 있음을 알 것이다.
이 없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함.
또는 그런 일. 이러한 일로 미루어 보건대, 말소리와 얼굴빛은 백성을 교화하는 일에 있어 30

102 Ⅱ. 독서의 방법
6 . 주제 통합적 읽기 103
말단이며, 형벌도 사람을 바로잡는 일에 있어 말단이다. 수령 자신이 바르면
백성도 바르지 않을 수 없고, 수령이 스스로 바르지 않으면 비록 형벌을 내리
더라도 바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천지가 생긴 이래로 이 이치는 항상 변함이
없었으니, 어찌 잡설(雜說)로써 어지럽힐 수 있겠는가?
정선(鄭瑄) : 명나라 관료이자 학
자. 목민관이 꼭 읽어야 할 지침 정선(鄭瑄)이 말하였다. 5

서로 『작비암일찬(昨非庵日纂)』
이라는 책을 저술하였음. “가시에 손이 찔리고 가시넝쿨에 발이 상하여도 온몸이 아픈데, 형장의 독은 그
형장(刑杖): 예전에, 죄인을 심문
할 때 쓰던 몽둥이.
보다 백 배 더하다. 그런데도 자기감정에 휩쓸려 이것을 함부로 사용해서야 되

옥리(獄吏): 형벌에 관한 일을 심 겠는가? 범이 앞에 있고 함정이 뒤에 있으면 소리를 질러 구원을 요청하는 법이


리하던 벼슬아치.
다. 옥리의 농간으로 생긴 고통이 이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무고한 백성들이 형
농간(弄奸) : 남을 속이거나 남의
일을 그르치게 하려는 간사한 꾀. 벌을 받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다.” 10

- 『목민심서』

|
정약용 (1762~1836) 조선 후기의 학자. 자는 미용(美鏞). 호는 다산(茶山). 문장과 경학(經學)에 뛰어난 학자로, 유형
원과 이익 등의 실학을 집대성하였다. 주요 저서에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 등이 있다.

104 Ⅱ. 독서의 방법
깊게 읽기

1. 『군주론』과 『목민심서』를 주제 통합적으로 읽는 활동을 해 보자.

⑴ 두 글에서 지도력과 관련된 부분을 찾아 그 내용을 정리해 보자.

『군주론』 『목민심서』

• •

• •

활동 도움말
‘지도력’ • •
‘지도력’이란 지도자로서 갖추 관련 부분
어야 할 자질이나 무리를 통
솔할 수 있는 능력, 사람들에
게 존경과 신뢰를 얻는 능력
등을 가리킨다.

⑵ 두 글에서 사용된 용어들의 의미가 유사한 것끼리 비교하여 정리해 보자.


『군주론』 『목민심서』

군주 수령

백성

처벌

가도, 법도

사랑

말소리와 얼굴빛

6 . 주제 통합적 읽기 105
2. 『군주론』과 『목민심서』에 나타난 필자의 주장을 정리해 보자.

⑴ 『군주론』에 제시된 현명한 군주의 덕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때, 빈칸에 알맞


은 말을 써넣어 보자.

군주는 신민들에게 사랑과 두려움을 모두 느끼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둘 다 얻기 어렵다면 ( )보다는 ( )을 느끼게 하는 것
이 낫다. 그러나 ( )을 받는 일은 피해야 한다.

⑵ 『목민심서』에 제시된, 수령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써 보자.

3. 두 글의 관점을 비교하여 생각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⑴ 『군주론』과 『목민심서』의 주장이 서로 다른 이유를, 필자가 백성을 바라보는 관
필자의 관점은 직접 서술되어
점을 중심으로 비교하여 정리해 보자.
있을 수도 있고, 글 속에 전제되
어 있을 수도 있다.
『군주론』 『목민심서』

백성을
바라보는
관점

⑵ 두 글의 주장 중 자신은 어느 쪽의 주장을 더 지지하는지 근거를 들어 말해 보자.

106 Ⅱ. 독서의 방법
넓혀 읽기

4. 다음 글을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서번트 리더십, 이른바 ‘섬김의 지도력’은 1970년에 로버트 그린리프가 『리더로서


의 서번트』라는 책에서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그린리프에게 서번트 리더십의 통찰력
을 가져다준 것은 헤르만 헤세의 「동방으로의 여행」이라는 소설이었다고 한다. 그 내
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동방으로 여행을 떠난 한 순례자 집단이 있었다. 레오는 그 순례자 집단의 서


번트, 즉 하인으로서 그들과 함께 여행한다. 레오는 여행길에서 하찮은 일을 도맡
아 할 뿐 아니라 순례자들의 지친 영혼을 위로하기도 한다. 그들의 불평이나 하소
연을 마다하지 않고 들어주며, 순례자들이 이상을 잃지 않도록 격려해 준다. 이처
럼 레오는 순례자들이 여행에 차질이 없도록 헌신적으로 봉사한다. 그러던 어느 날
레오가 순례자 집단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동안 레오는 한낱 하
인에 불과했기 때문에 순례자들은 그의 존재를 거의 느끼지 못했는데, 레오가 사라
진 순간부터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여행은 엉망이 되어 버렸으며, 순례자들은
방향을 잃고 헤매게 된다. 그 후 한 순례자가 몇 년 동안 헤맨 끝에 마침내 레오를
찾을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레오는 교단의 최고 책임자이자
정신적 지도자였다.

이 소설이 보여 주듯이 위대한 지도자는 먼저 하인으로 보여야 한다. 이 단순한 사


실이 위대한 지도자의 핵심이다. 다른 사람을 이끄는 과정은 먼저 다른 사람을 섬기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면, 기업의 최고 경영자
와 임원은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 먼저 하인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 이관응, 『서번트 리더십의 비밀』에서

⑴ 이 글의 필자와 『군주론』의 필자가 대화한다면, 상대방의 어떤 점을 서로 비판


할지 말해 보자.

⑵ 이 글과 『목민심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말해 보자.


활동 도움말
우리 사회에 필요한 지도자상을
발표 활동
찾을 때, 역사상의 인물이나 주
변 사람들 중에서 지도력이 뛰 (3) ‘지도력’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다양한 책들을 더 찾아서 읽어 본 다음, 현재
어난 사람을 떠올려 보는 것도
우리 사회에 필요한 지도자상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해 보자.
한 방법이다.

6 . 주제 통합적 읽기 107
창의
융합
교실 밖
독서
활동

나에게 알맞은 독서법을 찾아보자 활동 목표


다양한 독서 방법을 알고 독서 태도와 습관 함양하기

우리 선인들은 독서를 매우 중시했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독서를 생활화하였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 본받을 만한 선인들의 독서법을 알아보자.

이익 _ 조선 후기의 실학자

한 책을 백 번을 읽고 백 번 익혀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법,

세종 대왕 다산 정약용
세종 대왕은 역대 임금 중 다독 왕으로 다산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다음과
유명하다. 세종은 왕자 시절에 병으로 같이 적었다. “무릇 독서란 매번 한 글자
아파도 책을 읽어 아버지 태종으로부터 를 읽을 때마다 뜻이 분명하지 않은 부
모든 책을 압수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분이 있게 되면 널리 살펴보고, 자세히
앎은 의심으로 시작해서 의문으로 단단해진다,
세종은 단순히 책만 많이 읽었던 것이 궁구하여 그 근원이 되는 뿌리를 얻어야
아니라, 한 책을 백 번씩 반복해서 읽으 성호 이익 한다.” 그는 책을 읽다 어느 한 글자를
려 했다. 반복해서 읽다 보면 처음에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익은 책을 읽다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찾아
보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이나 관점을 가 문득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거나 깨 나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실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음을 얻으면 즉시 적어 두라고 했다. 천했다.
생각이나 깨달음은 즉시 사라지기 때문
세종 대왕 _ 조선의 제4대 왕 이다. 또 책을 덮어놓고 읽지 말고 시종
의심하며 읽으라고 했다. 글의 내용, 필
자의 생각이 바르고 타당한 것인지 비
판하며 읽으라는 것이다. 나아가 자신
이 품은 의심에 관해 다른 사람들과 적
극적으로 토론해 볼 것을 권했다.

정약용 _ 조선 후기의 실학자

108 Ⅱ. 독서의 방법
이덕무 _ 조선 후기의 문인 책 읽기의 방법부터 책 정리까지, 청장관 이덕무
이덕무는 책 읽기의 다양한 방법부터 책을 보관하는 방법까지 자세히 제시했
다. 그는 기초가 되는 독서 방법으로, 입으로 소리 내서 읽는 독서(讀書), 눈으
로 읽는 간서(看書), 베껴 쓰며 읽는 초서(抄書)가 있다고 밝혔다. 이 단계가 지
나면 감상과 평을 남기는 평서(評書), 내용을 교정하는 교서(校書), 직접 책을
지어 생각을 펼치는 저서(著書)라는 한발 더 나아간 독서 방법을 적용해 볼 것
을 권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책을 보관하는 장서(藏書), 남에게 책을 빌리는
차서(借書), 책을 햇볕에 말려 관리하는 포서(曝書)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활동 선인들의 독서법 중 자신이 따르고 싶은 독서법이 있는지 생각해 보고, 지금까지 자신이 해 왔
던 독서 태도와 자세를 성찰해 보자.

1. 최근에 자신이 읽었던 책이 무엇인지, 그때 어떤 독서법을 활용했는지 써 보자.

2. 앞으로 자신이 읽을 책을 떠올려 보고, 그때 선인들의 독서법 중 어떤 독서법을 적용하면 좋을


지 써 보자.

3. 독서법과 자세를 생각해 보면서 나의 독서 생활을 성찰해 보고, 앞으로의 독서 계획을 세워 보자.

나의 독서 이력 성찰

1. 나는 글을 읽는 이유를 명확히 인식하며 글을 읽는가? 예 / 아니요

2. 나는 글 읽기 목적에 따라 독서법을 달리하려 하는가? 예 / 아니요

3. 나는 나만의 독특한 독서법으로 독서를 한 적이 있는가? 예 / 아니요

나의 독서 계획

창의・융합-교실 밖 독서 활동 109
단원 점검하기
이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점검해 보자.

01
원리 점검
사실적 읽기 •글의 표면에 드러난 의미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을 ‘사실적 읽기’라고 함.
•중심 내용이나 주제를 이해하려면 중요도가 높은 문장이나 문단을 중심으로 무엇에 관해
지혜롭고 행복한 집, 한옥
어떤 말을 하는지 파악해야 함.
•글의 관습적 구조와 내용 전개 방식을 확인하면 주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글 전체
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자신의 말로 내용을 종합・재구성할 수 있어야 함.

「지혜롭고 행복한 집, 한옥」 을 통해, 중심 내용과 세부 내용을 구별하고, 문단 내용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는가?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02
원리 점검
추론적 읽기 •글에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은 의미를 헤아려 읽는 것을 ‘추론적 읽기’라고 함.
•글에 생략된 내용을 추론할 때에는 배경지식과 경험, 표지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함.
36.5도 인간의 경제학
•주제나 글 쓴 의도 및 목적이 감추어져 있을 때는 글을 쓴 배경, 필자, 글을 쓴 목적 등을
분석해야 함.

「36.5도 인간의 경제학」 을 통해, 필자의 글 쓴 의도나 목적을 추론하고, 나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
여 필자가 생략한 정보를 추론할 수 있게 되었는가?
동해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03
원리 점검
비판적 읽기 •글의 내용을 무조건 수용하거나 내용에 몰입하기보다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
라 비판적인 시각으로 읽는 것을 ‘비판적 읽기’라고 함.

동물의 복지를 생각한다


•글을 비판적으로 읽을 때는 글에 드러난 관점이나 내용이 타당하고 일관된 것인지 살펴
야 하고, 표현 방법의 적절성을 따져 보아야 함.
•글에는 필자의 의도가 숨겨져 있거나 사회・문화적 이념이 담겨 있으므로, 이에 관해 동
의하거나 동의할 수 없는 점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함.

「동물의 복지를 생각한다」 를 통해, 글의 내용이 타당하고 공정하며 정확한지, 또 필자의 생각에 동
의하는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찾을 수 있게 되었는가?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110 Ⅱ. 독서의 방법
04
원리 점검
감상적 읽기 •정의적 능력을 발휘하여 글에서 공감하거나 감동적인 부분을 찾아 읽는 것을 ‘감상적 읽
기’라고 함.

별이 빛나는 밤에 •감상적 읽기를 할 때는 글에서 공감하는 부분이나 감동적인 부분을 찾아 이를 정리하여


수용하는 태도를 지녀야 함.
•글에 관한 감상을 깊고 넓게 하려면 각자의 감상을 서로 비교하여 평가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이 필요함.

「별이 빛나는 밤에」 를 통해, 글에서 공감되거나 감동적인 부분을 찾고, 그것을 내면화할 수 있게 되
었는가?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05
원리 점검
창의적 읽기 •글의 내용과 관련하여 새로운 생각을 펼치며 읽는 것을 ‘창의적 읽기’라고 함.
•글을 창의적으로 읽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를 통해 발상을 전환하고 떠오른 생각을 논
빨간 머리 앤이 하는 말
리적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이 필요함.
•글을 통해 개인이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글에 제시된 필자의 관점이나 해
결 방안을 새로운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함.

「빨간 머리 앤이 하는 말」 을 통해, 자신이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창의적으로 모색할 수


있게 되었는가?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06
원리 점검
주제 통합적 읽기 •하나의 화제나 주제에 관한 두 편 이상의 글을 비교・종합하여 읽고 독자 나름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을 ‘주제 통합적 읽기’라고 함.

군주론 / 목민심서 •주제 통합적 읽기를 할 때는 ‘글 수집하기’, ‘자기 말로 이해하기’, ‘주제 구체화하기’, ‘자
기 생각을 확정하고 구성하여 뒷받침하기’ 등의 절차를 따르는 것이 좋음.
•주제 통합적 읽기를 할 때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거나 필요한 내용만을 골라 읽고, 필자의
생각에 휘둘리지 말아야 하며,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며 읽어야 함.

『군주론』과 『목민심서』 를 통해, 화제나 주제가 같은 글에 담긴 내용과 관점을 비교하고 이를 통합적


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가?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독서의 방법을 체계적으로 익혔으니,,


앞으로 독서를 할 때는 제시된 여러 가지 방법을

복합적으로 적용하며 읽어야겠어.

단원의 마무리 111


.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1. 인문・예술 분야의 글 읽기
2. 사회・문화 분야의 글 읽기
3. 과학・기술 분야의 글 읽기
창의・융합 -교실 밖 독서 활동

비판적・창의적 사고 역량

자료・정보 활용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대인 관계 역량

문화 향유 역량

자기 성찰・계발 역량
균형 있는 지식인이 되기 위해서
독서를 어떻게 해야 할까?
급속도로 변하는 오늘날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인으로서
의 능력뿐만 아니라,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문・예술, 사회・문
화,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한다. 이를 통해 인간과 세
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고, 새로운 지식을 창
안할 수 있는 능력도 기를 수 있어 주체적인 현대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 단원에서는 인문・예술, 사회・문화, 과학・기술 분야를 대표하는 글
을 읽으면서 각 분야의 독서법을 익히고, 균형 있는 지식인이 되기 위한
소양을 기르는 활동을 한다.

다양한 분야의 책이
한곳에 모여 있는걸?

골고루 읽는 게 좋겠지.

114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대단원 학습 목표
•인문・예술 분야의 글을 읽으며 제재에 담긴 인문학적 세계관, 예술과 삶의 문제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
인간에 대한 성찰 등을 비판적으로 이해한다.
•사회・문화 분야의 글을 읽으며 제재에 담긴 사회적 요구와 신념, 사회적 현상의 특성, 역사적 인물과 사
건의 사회・문화적 맥락 등을 비판적으로 이해한다.
•과학・기술 분야의 글을 읽으며 제재에 담긴 지식과 정보의 객관성, 논거의 입증 과정과 타당성, 과학적
원리의 응용과 한계 등을 비판적으로 이해한다.

단원 한눈에 보기

인문・예술 분야의 글 읽기
•‘마녀사냥’에 관한 비판적 이해를 통해 인간
의 삶을 성찰하기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필자의 태도에 관해
비판적으로 이해하기

우리 안의 마녀사냥 주경철 사회・문화 분야의 글 읽기


윤두서의 「자화상」 오주석 •‘독일 기본법’에 담긴 사회적 요구와 신념을
이해하고, 우리 헌법을 발전적으로 수용하기
•‘우산’의 수용 과정을 사회・문화적 맥락 등을
고려하여 비판적으로 이해하기
과학・기술 분야의 글 읽기
나라에 부치는 연애편지 헤리베르트 프란틀
•새로운 ‘원자 모형’이 만들어질 때 논거가 입 우산, 근대와 전근대가 만나다 김진섭
증되는 과정을 파악하기
•‘네트워크 이론’의 효용 가치와 응용의 한계
비판하기

원자 모형의 변천 과정 정갑수

네트워크는 힘이 세다 정하웅

이 단원을 배우면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는 방법을 익혀서
균형 있는 지식인으로서의 소양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단원의 길잡이 115


학습 목표
인문・예술 분야의 글에 담긴 인문학적 세계관, 예술과 삶의 문제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 인간에 대한 성찰 등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며 읽는다.

생각 열기 디지털 시대에 왜 인간에 관한 이해가 강조되는 것일까?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의 모든 기술
과 바꾸겠다.”라고 했다. 스티브 잡스가 이렇
게 말한 것은, 오늘날 기업의 생존이 기술에
달려 있지만 그 기술의 원천은 바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기 때
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기술’ 못지않게 ‘인문
학’이 지닌 가치도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4 4 4 4

그렇다면 인간에 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의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1 인문 예술 분야 글 읽기의 필요성
인간이 여타 동물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점은 정신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이
다. 즉 인간은 무엇이 참된 것인지, 자신의 삶은 올바른지, 어떤 것이 아름다운
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하면서 정신적 고양
을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정신적 고양을 위한 방법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인문・예술 분야의 글을 읽는 것도 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인문・예술
분야의 글을 읽게 되면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키울
수 있고, 나아가 자신의 삶에 관해 성찰할 수도 있어서 정신적으로 고양된 삶을
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2 인문 예술 분야 글의 특징
인문 분야의 글은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인간의 정신적 활동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주로 다룬다. 그래서 인문 분야의 글에서는 인간의 정신에 관한 필자의
견해나 사고, 세계를 바라보는 필자의 가치관이나 관점,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한
인간의 태도나 자세 등이 주로 나타난다. 이러한 인문 분야에는 문학, 철학, 윤
리학, 역사학, 언어학, 종교학 등이 포함된다.

116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예술 분야의 글은 예술 작품의 이해와 감상 및 평가를 통해 인간의 정서적 고
양과 예술적 소양을 기르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예술 분야의 글은 예술 장르
각각에 해당하는 정보 제공 및 예술 사조의 소개, 특정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비판하는 글 등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예술 분야에는 음악, 미술, 연극, 영화,
사진, 공예 등이 포함된다.

3 인문 예술 분야 글 읽기의 방법
인문 분야의 글인 경우, 인간의 정신 활동과 세계에 관한 이해를 다루고 있으
므로 인간이나 세계에 관한 필자의 해석이나 통찰, 필자의 가치관이나 관점에
비중을 두고 읽어야 한다. 또한, 필자의 의견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거나 다른 문
제 상황에 적용하는 능동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읽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술 분야의 글인 경우, 예술론, 예술 철학, 미학, 작품론, 작가론 등 특정 예
술 장르와 관련된 이론이나 작품 감상과 비평을 주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예술
분야의 글을 읽을 때는 무엇을 다루고 있는가에 따라 읽기 방법을 달리하는 것
이 좋다. 가령, 예술론, 예술 철학, 미학 등 이론 중심의 글인 경우는 필자의 예
술적 관점이나 견해 등을 중심으로, 작품론을 읽을 때는 작품의 창작 배경, 작품
의 형식적 특징, 작품의 내용,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중심으로 읽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작가론을 읽을 때는 작가가 살던 시대적 배경, 작가의 생활환경, 작가의
인품과 개성 등을 중심으로 읽는 것이 좋다.
한편 예술 분야의 글을 읽을 때는 관련 작품들을 직접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
법이다. 이러한 방법은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뿐만 아니라,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심미안(審美眼)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이제

을 알 너라는
거 같 사람
다.

뭐래
?

1 . 인문・예술 분야의 글 읽기 117


제재 1

우리 안의 마녀사냥 _ 주경철

읽기 전에

이 글은 유럽 사회에서 일어났던 ‘마녀사냥’을 역사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다.


•‘마녀사냥’이 유럽 사회에서 수백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원인을 파악하며 읽어
보자. 5
•우리가 유럽에서 일어난 ‘마녀사냥’ 에 관한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
며 읽어 보자.

이해하기 힘든 역사적 사실
역사상 특이한 현상들이 많지만 ‘마녀사냥’만큼 이해하기 힘든 현상도 드물
것이다. 이 세상에 악마와 내통하는 자들이 있어서 이들이 사회 전체를 위험에 10

빠뜨리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으며, 이웃집 아줌마가 밤에 고양이로 변신해서


관악산의 마녀 모임에 다녀왔다는 혐의를 받는다면 그것을 믿을 수 있을까?
그런데 실제로 유럽에서는 사회 전체를 위협하는 악마적인 세력이 존재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종교 재판소를 설치하여 마녀들을 소탕하는 운동을 벌였다. 현
재 개략적인 추산으로는 15세기 말부터 수백 년 동안 유럽에서 마녀로 판정을 15

받고 처형 당한 사람이 약 1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사실, 마술이나 마법의 개념은 과거 여러 사회에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평
‘신비한 힘’의 존재에 관한 유럽 범한 사람들은 ‘이 세상에는 알 수 없는 어떤 신비한 힘이 있다.’라는 생각을
사회만의 독특한 관점을 말해 보
자. 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이런 비정상적인 힘의 존재를 ‘악마’와 연관
지어 이해하였는데, 이는 유럽 사회에서만 발견되는 아주 특징적인 현상이다. 20

마녀 집회 현상에 관해 전문 역사가들 사이에서도 아직까지 의견이 일치하


지 않는다. 어떤 연구자들은 여자들이 밤에 집회를 연 것이 사실이며, 또 그들
이 어떤 특정한 믿음 체계를 실제로 가지고 있었으리라고 본다. 다만 그 내용
이 악마 숭배하고는 거리가 멀고 고대로부터 은밀히 전해 내려오는 다산 숭배,
말하자면 농업적인 의식이라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나중에 지독한 오해를 사 25

고 억울하게 희생 당하긴 했지만 마녀라고 오해 받을 만한 어떤 역사적인 내용

118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이 실재했다는 견해이다.
이와 달리 어떤 연구자들은 그런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순전히 조작된
내용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신학자, 종교 재판관, 정부 당국자들이 그들이 읽
은 종교 서적의 내용을 가지고 차츰 하나의 정형화된 개념을 만들어서 그것으
5 로 무고한 사람들을 옭아맸다는 것이다. 이 견해에 따르면, 마녀 집회 같은 것
은 순전히 상상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두 견해의 중간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우선 과
거로부터 전해 오는 이교(異敎) 전통이 있었고, 이것을 권력 당국이 받아들여
서 자신들의 생각대로 개념을 조작해서 일반 민중들을 공격했다는 것이다.
10 이러한 의견들을 정리해 보면, 어느 한순간에 마녀, 마녀 집회 같은 개념이
‘마녀 집회 현상’에 대한 역사 연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오랜 기간을 두고 차츰 정형화되어 갔으며, 그리고 실제
구가의 견해를 종합・정리하여
마녀가 존재할 리는 없으므로 권력 당국(정부와 종교)이 가공의 개념을 만들어 말해 보자.

서 어이없는 희생을 강요한 것으로 요약된다. 말하자면 마녀 개념을 만들어서


죄 없는 사람을 잡아다가 고문하여 죄인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재판관들이 확
15 인했다고 하는 사실들을 가지고 다시 더 정교한 마녀 개념을 만들어 가는 악순
환이 벌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먼저 마녀사냥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 성과들을 차
근차근 살펴본 다음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자.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마녀사

▲ 윌리엄 포웰 프리스, 「마녀재판」

1 . 인문・예술 분야의 글 읽기 119


냥이 언제 일어났는가 하는 점이다. 흔히 마녀사냥을 중세적 현상이라고 생각
‘마녀사냥’이 어느 시기에 가장
하기 쉬우나 사실은 근대 초의 현상이다. 마녀사냥이 가장 극성을 부렸던 시점
많이 일어났는지 말해 보자.
은 1590년대이며, 그 후 1630년대와 1660년대에 다시 정점에 올랐다. 다시
말해, 근대 유럽에서 계몽의 시대, 이성의 시대에 일어난 일이다.
그렇다면 누가 희생되었는가? 희생자들은 대개 여 5

성, 빈민, 노인으로, 악마의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된


다고 여긴 부류들이었다. 가장 전형적인 인물형은
‘가난한 차지농의 부인, 특히 과부로서 50~70
세의 연령대이며, 성질이 사나운(또는 사나워
보이는) 할머니’이다. 여성이 큰 비중을 차지했 10

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마녀사냥의 광풍이 불었던 지역에서 희생자


들을 보면 흔히 70퍼센트 이상, 심지어는 90퍼센트 이상이 여성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통례대로 ‘마녀’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 것은 남성 희생자도 있었
다는 점을 놓고 볼 때 엄밀히 따지자면 잘못된 일이지만, 그만큼 여성 희생자
가 많았다는 또 하나의 방증이기도 하다. 왜 여성이 더 큰 희생을 치렀는지 막 15

상 설명하려면 쉽지 않지만, 페미니즘 이론에서는 마녀사냥이라는 것이 근대


초에 가부장제 질서가 더욱 굳건해지면서 전반적으로 남성 세계가 여성을 공
격한 현상이라는 주장을 편다.
또 부자들과 권력자들보다 힘없는 빈민들이 더 많이 희생 당했으리라는 점
은 쉽게 상상할 수 있으나, 권력자들이라고 항상 무사한 것만은 아니었다. 멀 20

쩡한 사람을 마녀로 몰기 위해서는 당연히 고문을 동원하였는데, 고문에 못 이


겨 공범들의 이름을 불 때는 사회의 최상층부 시민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실제로 1611년에 독일의 엘방엔에서 70세 여인이 고문을 받으면서 사회의 상
층 인사들까지 ‘공범자’로 거명하였다. 고문이 시작되면 누구라도 안심할 수
차지농(借地農) : 예전에, 일정한
보상을 하고 토지 소유자에게 땅 없었다. 겁에 질린 사람들 가운데는 지레 자기가 마법을 부렸다고 ‘자수’까지 25
을 빌려서 하던 농업 경영. 또는
그런 경영자. 하는 사람도 있었다. 성직자들도 마녀사냥으로 희생되었고, 심지어 어떤 판사
통례(通例) : 일반적으로 통하여 는 자기 부인이 마녀로 몰리자 거칠게 항의했지만 그 자신도 고문에 못 이겨서
쓰는 전례.
죄를 ‘고백’하고 처형 당했다.
방증(傍證) :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되지는 않지만, 그럼, 마녀사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리의 눈으로 보면 그냥 광기라
주변의 상황을 밝힘으로써 간접
적으로 증명에 도움을 줌. 또는 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게만 말하고 끝날 일은 아니다. 그 시대 사람들 30

그 증거.
이 정말로 제정신이 아니어서 집단으로 광포한 짓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
광포(狂暴) : 미쳐 날뛰듯이 매우
거칠고 사나움. 이다. 마녀사냥을 주도했던 인물들은 대개 그 사회의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사

120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람이었다. 그 사람들은 위험한 존재로부터 사회를 지키는 훌륭한 일을 하고 있
다고 자부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시대 그 사회의 관점에서 보면 마녀사
냥은 광기가 아니라 합리적인 행위였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시대 사람이 아니라 역사학자의 입장에서는 단죄는 아니더라도
5 어떻게든 설명과 해석, 평가해야 한다. 먼저 마녀사냥에 관한 기존 설명들을
보자. 흉년, 전쟁, 전염병 등과 같은 재난이 심해졌을 때 그에 대한 반응으로
마녀재판이 많이 벌어졌으리라는 설명이 있다. 1590년대처럼 기근과 전염병
이 심했던 때가 마녀재판의 극성기였고 또 많은 마녀가 전염병을 일으켰다는
고소를 받은 점을 보면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시기에도 마녀사냥
10 이 많이 있었던 점을 보건대 이는 완전한 설명은 못 된다.
마녀재판이 물론 나쁜 일이지만 공동체 내에서 특정한 기능을 했다는 설명
‘마녀사냥’이 공동체 내에서 특정
도 있다. 마을에는 같이 지내기가 좀 곤란한 사람들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기능을 했다는 설명에 관해 필자
예컨대 몹시 가난한 사람이 있어서 도와 달라는 요청을 자주 하는데, 사람들이 는 어느 부분에 공감하는지 말해
보자.
때마다 도와줄 수는 없고 그냥 있자니 마음에 걸린다고 하자. 마녀사냥은 사람
15 들의 죄책감이 기형적으로 발동하여 이런 사람들을 아예 제거하는 방향으로
작동한 결과라는 것이다. 마녀사냥이 배운 자들의 덤터기 씌우기였다는 식의
설명만으로는 부족한 부분, 곧 일반인들의 심리를 고려하고 있고, 또 마녀사냥
이 하여튼 어떤 기능을 맡았다는 측면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부분적으로 고려
해 볼 가치가 있는 설명이다. 그 밖에도 희생자들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서 한
20 짓이라는 식의 다른 여러 설명이 있으나 대부분 부정되었다.
지금까지 말한 점들을 염두에 두고 마녀사냥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를 시도해
보자.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것이 중세적 배경을 가졌지만 본질적으로 근대적
현상이라는 점을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근대로 들어오면서 일반 민중들은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큰 에너지를 띠게 된다. 다스리는 자 입장에서는 이들
25 을 그 상태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고 질서 체계 안으로 끌어들여야 할 것이
다. 질서를 부과한다는 것은 곧, 그것을 거부하는 자들을 억압한다는 것을 뜻한
다. 근대의 권력 당국, 곧 국가와 종교는 그들의 권위에서 벗어나려는 자들을
제거하고 모든 국민들의 복종을 확립하려고 하였다. 국가는 종교로부터 이념을
빌리고 종교는 국가로부터 힘을 얻는다. 한 국가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사고마
30 저도 함께해야 한다. 모두 같은 종교를 믿어야 하며, 종교의 신임을 받은 국왕
을 잘 따라야 한다. 근대 국가는 ‘균질한 영혼’들이 국가 기구에 복종하도록 만
들어야 했고, 이것이 마녀사냥이 결과적으로 행한 역할이라 할 수 있다.

1 . 인문・예술 분야의 글 읽기 121


인간의 지성은 갈수록 발달하고 사회는 더욱 문명화되는 것일까? 만일 그랬
필자가 인간의 지성이 갈수록 발
다면 지금쯤 우리는 지상 낙원에서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을 것이며, 비참한 탄
달하지 않고 사회가 문명화되지
않는다고 보는 이유를 말해 보자. 압과 야만적인 전쟁 같은 것은 아예 사라졌을 것이다. 마녀사냥과 같은 현상을
보노라면 우리 마음속에 집단 광기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된다.
마녀사냥은 그 모습 그대로는 근대 초 유럽의 특이한 현상이지만 유사한 현상 5

은 언제나 있었다. 사회 전체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불순한 세력! 그것은 히


틀러에게는 유대인이었고, 파시스트들에게는 공산주의자들이었다. 때로 권력
은 일부러 그런 위험 세력을 조작해 내서 사람들을 선동하려 한다. 그런 조작
이 너무나도 쉽게 받아들여진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내면에 ‘마녀사냥’식의 충
동이 잠재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10

- 『문화로 읽는 세계사』

|
주경철 (1960~ ) 역사학자. 주로 서양 근대사에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대항해 시대』, 『히스토리아』,
『마녀』 등이 있다.

122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깊게 읽기

1. 이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마녀사냥’에 관해 정리해 보자.

‘마녀사냥’이 일어난 시기:

‘마녀사냥’의 주된 대상:

‘마녀사냥’으로 인한 희생자 수:

2. 이 글에 드러난 필자의 생각을 바탕으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필자가 ‘마녀사냥’을 당대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인


지 말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⑵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이나 ‘파시스트의 공산주의자 학살’이 ‘마녀사냥’과 어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이나 공통점이 있는지 말해 보자.
‘파시스트의 공산주의자 학살’
을 마녀사냥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면 어떠한 점에서 그 유럽의
런지 생각해 본다. ‘마녀사냥’

히틀러의 파시스트의
유대인 학살 공산주의자 학살

⑶ ‘마녀사냥’과 같은 사회적 현상이 일어나게 된 근본적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


각하는지 말해 보자.

1 . 인문・예술 분야의 글 읽기 123


토의 활동

3. 오늘날 주위에서 일어나는 ‘마녀사냥’을 떠올려 보면서, ‘마녀사냥’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


에 관해 친구들과 토의해 보자.

활동 도움말
뉴스를 통해 접하는 사회적 사 현대인들은 스스로를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늘날에도 마녀사냥은 심심찮게
건만이 아니라 자기 주변에서
행해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마녀’라는 이름만 ‘된장남’, ‘된장녀’ 등으로 바뀌었을
일어났던 일들이 있는지 떠올려
본다. 뿐, 마녀사냥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집단이 개인을 상대로 근거 없이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인격 살인’이 대표적인데, 이는 인터넷과 같은 여론 매체의 발달과 관련이
깊다. 사람들은 여론 매체의 의견이 사실인지를 확인한 뒤 이를 이성적이고 비판적으
로 판단하기보다는, 그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상대를 맹목적으로 비난한다.
그래서 ‘마녀사냥식 여론 재판’이라는 말이 사용되기도 한다.

4. 다음을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역사 공부의 의미를 과거를 배우고, 과거를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으로 한정해서는


곤란하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진정한 역사 공부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불행한 사건
을 되풀이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즉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기 위해서 역사를 곁
에 두는 것이다.
“역사는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다만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자들을
처벌할 뿐.”이라는 말처럼, 과거의 경험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역사책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이다. 미래는 예측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
어 가는 것이므로, 어제의 역사 그 자체를 배우기보다 성찰과 반성의 기회를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내일을 바람직하게 살아가기 위한 방향과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역사 공
부의 목적이다. - 마석한, 『걸어온 역사 나아갈 역사』 에서

⑴ 우리가 유럽에서 행해졌던 ‘마녀사냥’을 이해하는 활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


인지, 이 글을 바탕으로 써 보자.

발표 활동

⑵ ‘마녀사냥’과 같은 현상이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찾아보고,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은 무엇이었는지 친구들 앞에서 발표해 보자.

124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넓혀 읽기

5. 다음은 ‘박열’에 관한 글의 일부이다. 이를 참고하여 관동 대지진 당시 발생한 사건을 마녀


사냥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설명해 보자.

1923년 관동 지역에 대지진이 발생하여 도쿄가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생지옥으로


변했다. 이런 와중에 일본 내각과 군부는 1918년 쌀 폭동 당시와 같은 민란 움직임을
사전에 막기 위해 도쿄 시내와 인근 5개 군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출동시켰다.
완전 무장한 상태의 군대와 경찰은 이 사태를 사회주의자와 조선인들에 대한 대대적

▲ 관동 대지진의 피해
인 학살의 기회로 악용하였다. 고의적인 유언비어가 살포되고 자경단과 민중들조차
이 광란의 대학살에 참여한 나머지, 오스기 사카에를 비롯한 일부 노동조합 간부들과
약 6천여 명의 조선인들이 무참히 희생되었고, 6천여 명이 검속되기에 이르렀다.
박열과 그의 일본인 아내 가네코 후미코, 그리고 불령사 회원들 역시 9월 3일경 보
호 검속이란 명목으로 검속되었다. 일본 경찰은 이어 ‘일정한 거주 또는 생업 없이 배
회하는 자’란 명분으로 한 달간의 구류에 처하더니, 곧 불령사 회원들을 ‘비밀 결사의
금지’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해 버렸다. 이러한 조치는 박열과 불령사를 오랫동안 감
시해 온 경찰의 사전 계획에 의해 취해진 것이다. 경찰의 취조 도중 박열의 폭탄 구입
계획 사실이 알려졌다. 이때부터 일본 정부와 검찰은 불령사 사건을
일왕 암살을 꾀한 조직 사건, 즉 ‘대역 사건’으로 비화시키
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듬해 1월 27일 박열 부부의 폭발물 유입
계획과 불령사 조직을 연결시켜 이 사건을
검속(檢束): 예전에, 공공의 안
‘대지진을 틈탄 조선인 비밀 결사의 폭동 계획’
전을 해롭게 하거나 죄를 지을
염려가 있는 사람을 경찰에서 으로 보도하였다. 조선인 대학살에 대한 각계의
잠시 가두던 일.
비난을 모면하려는 계략이었던 셈이다.
불령사(不逞社) : 1923년 4월
박열이 주도하여 설립한 항일 - 김명섭, 「박열의 항일 투쟁과 신조국 건설 운동」 에서
운동 단체.

1 . 인문・예술 분야의 글 읽기 125


제재 2

윤두서의「자화상」 _ 오주석

읽기 전에

이 글은 윤두서 「자화상」 의 예술성과 작품에 반영된 윤두서의 삶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윤두서의 「자화상」 이 미완성작임에도 걸작으로 평가 받는 이유를 파악하며 읽어 보자.
•선인들이 자화상을 그린 까닭이 무엇일지 알아보며 읽어 보자. 5

미완성의 걸작 초상화
여기 마흔을 넘긴 한 남자의 초상화가 있다. 그것도 자기 얼굴을 자신이 직
접 그린 자화상이다. 공재(恭齋) 윤두서. 이분의 눈매는 상당히 매서워 첫인상
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한다. 또 활활 타오르는 듯한 수염은 내면 깊은 곳으로
부터 기(氣)를 발산하는 듯하다. 그렇게 작품을 계속 바라보노라면 점차 으스스 10

한 느낌이 들고 결국은 어느 순간 섬뜩한 공포감에 사로잡히기까지 한다.


그러나 첫인상은 그다지 믿을 만한 것이 못 되는 경우도 많다. 인상이 반드
시 그 인물로부터 나오거나 그것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입은 옷이며 그를 둘러싼 주위 배경이라든가 그 장소에 독특했던 빛의 흐름이
라든지 여러 가지 외적 요소가 거기에 더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15

그러므로 다시 한번 찬찬히 「자화상」을 살펴보기로 하자. 아무런 선입견이나

윤두서(1668~1715): 조선 후기 편견을 갖지 않고서 말이다. 인물은 정면상이다. 그러므로 정확한 좌우 대칭을


의 서화가. 호는 공재(恭齋). 겸재
이룬다. 좌우 대칭의 정면상은 입체감을 갖기 어렵다. 그러나 얼굴 전체에서 바
(謙齋) 정선, 현재(玄齋) 심사정과
함께 조선의 삼재(三齋)라고 불릴 깥으로 뻗어난 수염이 표정을 화면 위로 떠오르게 한다. 더하여 새까만 탕건
만큼 서화에 능하였음.
끝이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며 휘어져 있어 머리 전체의 볼륨을 요령 있게 시사 20
탕건 : 벼슬아치가 갓 아래 받쳐
쓰던 관(冠)의 하나. 집 안에서는 한다. 그런데 극사실로 그려진 이 작품 속의 인물은 놀랍게도 귀가 없다. 목과
그대로 쓰고 외출할 때는 그 위
에 갓을 썼음. 상체도 없다. 마치 두 줄기 긴 수염만이 기둥인 양 양쪽에서 머리를 떠받들고
극사실 : 주로 일상적인 현실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옥에 갇혀 칼을 쓴 인물처럼 머리만 따로 허공에
극히 생생하고 완벽하게 묘사하
는 미술 용어. 들려 있는 듯하다. 머리는 화면의 상반부로 치켜 올라갔다. 덩달아 탕건의 윗

126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부분이 잘려져 나갔다. 눈에 가득 보이는 것이라고는 귀가 없는 사실적인 얼굴
표현뿐인데 그 시선은 정면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이러한 초상이 무섭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윤두서의 「자화상」은 우리나라 초상화 가운데 최고의 걸작, 불후의 명작이라
5 고 일컬어지며 국보 240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작품에서 보이는 충
격적인 회화 효과는 결코 조선 시대 사대부들이 추구하던 윤리 도덕과 거기에
근거한 당시의 미감과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자는 『효경』에서 “신체는
터럭과 피부까지 다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니 감히 다치고 상하게 할 수 없 필자가 『효경』 의 구절을 인용한
이유를 말해 보자.
다. 이것이 효도의 시작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귀를 떼어 내고 신체를
10 생략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도저히 사대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 의심을 품고 있던 1995년 가을, 뜻밖에도 58년 전인 1937년 조선 총
독부가 발행한 『조선사료집진속(朝鮮史料集眞續)』이라는 책에서 윤두서 「자화
상」 의 옛 사진을 발견하게 되었다. 옛 사진 속의 윤두서의 모습은 지금 작품과
는 크게 달랐다. 그의 몸 부분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현
15 상태에서 몸 없이 얼굴만 따로 떠 있는, 거의 충격적이라 부를 만큼 지나치게
강하기만 하고 날카롭기만 했던 「자화상」 속 윤두서의 인상이 원래는 어질어
보이는 얼굴에 침착하고 단아한 분위기를 띠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용(中庸) : 지나치거나 모자라
그렇다! 이것이 바로 조선의 선비다. 조선 선비라면 어디까지나 원만하게 중 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도 아니한,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용의 미감을 지켜 나가야 그 학문인 성리학의 정신과 걸맞다. 윤두서는 옛 사 상태나 정도.

1 . 인문・예술 분야의 글 읽기 127


진 속에서 도포를 입고 있었다. 단정하게 여민 옷깃과 정돈된 옷주름 선은 완
만한 굴곡을 갖는 고르고 기품 있는 선으로 이루어졌다. 넓은 깃에 깨끗한 동
정을 달았으므로 딱딱한 동정과 부드러운 천 사이에는 살짝 주름이 잡혔다. 그
동정과 깃의 턱이 진 이중 구조는 인물을 포근하게 감싸 안듯이 얼굴을 받쳐
주고 있다. 그러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안면에서 배어나는 인자함이었다. 5

너무나도 따뜻해 보이는 감성적인 얼굴과 총명하기 이를 데 없는 눈빛이 거기


있었던 것이다.
원래 있었던 윤두서 「자화상」 사진 속의 상반신 윤곽선이 어떻게 해서 감쪽
필자는 윤두서 「자화상」 에 있던
같이 없어졌을까? 비밀은 몸 부분이 유탄(柳炭)으로 그려진 데에 있었다. 유탄
유탄 자국이 왜 지워졌다고 생각
하는지 말해 보자. 이란 요즘의 스케치 연필에 해당하는 것으로 버드나무 가지로 만든 가는 숯이 10

다. 이것은 화면에 달라붙는 점착력이 약해서 쉽게 지워진다. 그래서 데생하다


가 수정하기에 편리하므로 통상 밑그림을 잡을 때 사용한다. 자화상의 경우,
중요 부분인 얼굴부터 먹선을 올려 정착시키고 몸체는 우선 유탄으로만 형태
를 잡는 과정에서 그 몸에 미처 먹선을 올리지 않은 상태, 즉 미완성 상태로 전
해 오다가 언젠가 그 부분이 지워져 버린 것 같다. 그 결과, 원작품이 가졌던 15

풍부한 질감, 특히 안면의 부드러운 질감이 희생되고 뼈대가 되는 선적인 요소


만 남게 된 것이다.
이제 지금껏 조선 초상화의 최고 걸작이며 파격적인 구도를 가진 완성작이
라고 생각되어 온 「자화상」은 미완성작임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실망할 것은
없다. 작품의 예술성도 미완성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화상」 20

은 완벽하다. 미켈란젤로는 「노예상」 을 조각하면서 미처 다 쪼아 내지 못한 대


리석 조각을 남겼다. 그런데 이 미완성작은 오히려 드물게 보는 걸작이라고 평
가된다. 다듬어지지 않은 돌이라는 작품 재질과 그로부터 영혼이 깃든 형상을
이끌어 내려는 작가 의식 사이에 말할 수 없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기
▲ 미켈란젤로, 「노예상」 때문이다. 「자화상」 또한 미완성작이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마지막 손질이 더 25

해지지 않은, 작가 자신에 대한 심오한 상념이 전개되는 과정, 그리고 생생한

동정: 한복의 저고리 깃 위에 조 자기 성찰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 준다. 그렇다면 미켈란젤로나 윤두서는 어쩌
붓하게 덧대어 꾸미는 하얀 헝겊
면 똑같이 미완성작 속에서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완전성을 감지하고서 그 이
오리.

미켈란젤로(1475~1564) : 이탈 상의 작업을 스스로 포기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리아의 화가・조각가・건축가・시
인. 당초 열두 명의 노예를 조각
하려던 미켈란젤로는 「죽어 가는 자신에 대한 성실성의 산물, 「자화상」 30
노예」 등 다섯 점만 미완성으로
남겼음. 이제 「자화상」에 대한 그릇된 첫인상을 말끔히 씻어 버리고 작가의 원래 의

128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도를 따라 작품을 감상해 보자. 거울 속의 한 남자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니 그 눈빛은 전혀 나를 보고 있지 않다. 그는 골똘
한 생각에 빠져 자기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용케 두 사람의 내
밀한 대화 사이로 숨어들어 몰래 엿보기는 하지만 끝끝내 두 사람 간의 침묵의
5 대화 속에 끼어들 수가 없다. 그려진 윤두서의 고요함 속으로도, 그린 윤두서
의 강한 의지 속으로도 들어갈 수 없다. 윤두서가 나지막이 윤두서에게 말을
건넨다. 너는 누구인가, 네가 나인가, 너는 도대체 어떠한 사람인가…….
그의 눈꼬리는 매섭게 치켜 올라갔다. 흑백이 분명하고 광채가 나며 혼이 살
아 있고 위엄에 찬 눈이다. 그것은 생명력이다. 그러나 똑같은 눈이 어딘가 축
10 축이 젖은 듯하고 붉은 기운이 배어 있어 마치 슬프고 아픈 사람의 그것과도
같다. 특히 눈 아래 와잠(臥蠶) 부분은 지난 세월의 무게로 약간 처져 있다. 그
리고 눈 둘레는 거슴츠레한 피곤에 물들어 있다. 그것은 진실함이다.
윤두서의 눈빛은 고요하다. 안면의 어느 부분보다도 짙은 먹선으로 그려졌
고 날카롭게 치켜진 생김새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빛은 침착하기 그지없다. 그
15 것은 평생을 공(恭)과 경(敬)으로 일관한 삶의 정신이 절로 드러났기 때문이기
도 하겠지만 어쩌면 눈꼬리 쪽에 두세 줄씩 잡혀 있는 자잘한 눈주름 때문일지
도 모른다. 윤두서는 허망한 세월 속에 달라져 가는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바
라보고 있다. 그러나 곱게 진 쌍꺼풀이 이채롭다. 그것은 중간쯤에서 풀려나와
눈썹과 평행선을 그렸다. 눈썹은 씩씩하게 치켜 올라간 검미(劍眉)다. 용맹스
20 러운 무사의 그것과 같은 곧은 눈썹은 끝으로 갈수록 흐려지고 넓어진다. 강인
하면서도 중후한 인상이다.
윤두서의 수염은 마치 관우와 장비의 수염을 합쳐 놓은 것 같다. 관우처럼
기품 있는 턱수염이 길게 가슴을 덮었고, 장비처럼 풍성한 구레나룻이 얼굴의
옆으로 뻗쳐 있다. 특히 뺨 위쪽으로 드날리는 수염은 마치 불길처럼 솟구쳐서
25 얼굴의 생명력을 북돋워 준다. 수염은 한 올 한 올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지극
히 사실적이다. 그것은 펜으로 그린 양 분명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굽이치는데
필자는 윤두서가 왜 「자화상」 에
특히 그 끝이 예리하게 살아 있다. 그리고 굵기와 강도도 미묘하게 변화한다. 서 코털 서너 올까지 숨김없이
묘사했다고 했는지 말해 보자.
입술을 덮은 팔자 콧수염이 구레나룻이나 턱수염보다 더 뻣뻣하고 억세 보이
는 것이 그 예이다. 와잠(臥蠶) : 관상에서, 눈 밑의
30 이처럼 작품 속의 윤두서는 실제 얼굴보다 약간 작지만 거의 실물 크기에 가 도드라진 부분을 이르는 말.

검미(劍眉): 짙고 뚜렷한 눈썹.


깝게 극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콧구멍을 보면 코털 서너 올까지 숨김없이
묘파(描破) : 남김없이 밝히어 그
묘파(描破)되고 있을 정도다. 조선 초상화의 정신은 ‘터럭 한 올이라도 다르면 려 냄.

1 . 인문・예술 분야의 글 읽기 129


곧 다른 사람이 된다.’는 사실주의였다. 이것은 이웃 중국의 미화된 초상이나 일
조선의 초상화가 중국이나 일본
본의 간략하게 추상화된 초상과 현격히 구별되는 우리 옛 초상화의 특색이다.
의 초상화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말해 보자. 무엇보다도 윤두서의 「자화상」의 예술성은 회화의 가장 중요한 표현 수법 가
운데 하나인 ‘대조(對照)’를 고차원적으로 활용한 데에 있다. 작품을 보는 이가
첫눈에는 무섭다 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받지만, 보면 볼수록 인자하고 부드러 5

우며 고요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 또한 그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선비의 학문


과 무인의 기량을 함께 추구했던 윤두서의 문무(文武) 일치 정신이 발현된 데
기인한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윤두서와 절친했던 이서(李 )는 그의 죽음을 이
렇게 한탄했다.

오호라! 하늘이 이 세상을 편안케 하고 싶지 않으셨는가? 공을 빼앗아 감이 10

국량(局量) : 남의 잘못을 이해하 어찌 이다지 빠른가? 하늘은 이미 공에게 재상의 국량을 주고, 또 적을 방비할
고 감싸 주며 일을 능히 처리하
는 힘. 장수의 재주를 주지 않으셨던가…….
-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
오주석 (1956~2005) 미술사가. 조선 시대의 그림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글을 썼다. 주요 저서로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2』, 『오주석의 한국의 미(美) 특강』 등이 있다.

130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깊게 읽기

1. 이 글의 내용을 떠올리며 아래 활동을 해 보자.

가 현재 「자화상」 나 옛 사진 속의 「자화상」

활동 도움말 ⑴ 가 와 나 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말해 보자.


그림의 색깔보다는 얼굴 인상
과 몸통 부분의 형태에 초점 가
을 두어 살펴본다.

⑵ 가 와 나 에 관한 필자의 인상을 정리해 보자.

가 에 관한 인상 나 에 관한 인상

⑶ 필자가 가 의 인물 모습에 관해 의문을 가진 이유를 말해 보자.

2. 윤두서의 「자화상」에 관한 필자의 감상을 바탕으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필자가 윤두서의 「자화상」 이 예술성이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 어떤 방식을 사용


했는지 말해 보자.

1 . 인문・예술 분야의 글 읽기 131


⑵ 「자화상」 의 각 요소별 특징과 필자의 감상 내용을 정리해 보자.

눈과 눈빛
특징:
눈썹
필자의 감상: 특징:

필자의 감상:
수염과 입술
특징:

필자의 감상:

⑶ 필자는 「자화상」 이 윤두서의 삶과 어떤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말해 보자.

⑷ ⑴ ~ ⑶의 활동을 바탕으로,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


지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어 보자.

3. 이 글과 다음 글을 비교하며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우리나라 초상화 가운데 최고의 걸작인 윤두서 「자화상」은 종이 뒷면에 얼


굴과 도포의 윤곽선을 스케치처럼 그리고 나서 다시 앞면에 인물의 모습을
제대로 그리는 조선 시대의 배면 선묘법이 사용되었다. 『조선사료집진속』의
사진 속 「자화상」에 보이는 도포는 당시 사진을 촬영하면서 뒷면에도 조명을
비추었기 때문에 보였을 것이다. 따라서 윤두서는 배선으로 그린 도포를 앞
배면 선묘법: 뒷면에서 먹선으
로 틀을 잡아 앞면에 비치게 하 면에 그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이는 그가 그림을 그리는 도중에 도포가
고 그림을 그리는 기법.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활동 도움말 ⑴ 두 글의 필자가 윤두서의 「자화상」 의 제작 과정을 추론한 내용에 어떤 차이점


두 글의 필자는 도포의 윤곽선 이 있는지 말해 보자.
을 근거로 작품의 제작 과정을
추론하고 있다. 발표 활동

⑵ ⑴을 참고하여 예술 관련 글을 읽는 바람직한 태도에 관해 발표해 보자.

132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넓혀 읽기

4. 이 글과 다음 글을 비교하며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의 가장 큰 욕망은 남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일이다.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부각할 수밖에 없는데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얼굴이다. 얼굴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삶의 궤적을 남기고 있어서다.
윤두서가 초상화를 통해 자신의 정신세계를 보여 주었다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공
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했던 화가는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다. 뒤러는 서양화
역사상 최초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선전하는 도구로 자화상을 제작했다. 뒤러가 자
화상을 통해 자신을 홍보한 작품이 「모피 코트를 입은 자화상」 이다.
모피 코트를 입은 뒤러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그리스도 초상화법을 이용해
자신의 얼굴을 정면으로 배치하면서 좌우 대칭으로 얼굴을 그렸다.
뒤러가 이 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한 것은 신을 닮은 인간은 화가밖에 없다
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인간을 자신의 형상대로 창조하신 최초의 창시
자라면 화가는 제2의 창조자, 신의 모방자라는 것이다. 뒤러의 이러한 생각은 이
탈리아에서 경험한 새로운 인문주의적 자의식이 바탕이 됐다.
이 작품에서 뒤러는 모피를 통해 자신의 부유함을 나타냈으며 잘 다듬어진 머
리 모양과 수염으로 귀족의 모습을 표현했다. 뒤러는 북유럽 미술과 르네상스의
▲ 「모피 코트를 혁신적인 요소를 결합시킨 화가다. 그는 오른쪽 배경에는 라틴어로 자신에 관해 설명
입은 자화상」
하는 글을 남겼는데, 자의식이 강했던 그는 그림과 동시에 글을 써 놓음으로써 자신의
모습이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임을 나타내고자 했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번 강
조하기 위해 그림 왼쪽 어두운 배경에 1,500년이라는 제작 연도와 알브레히트 뒤러의
이니셜인 에이디(AD)를 써 놓았다.
평범한 사람들이 거울을 통해 자신의 외모를 들여다본다면 동서양 화가들은 자화상
으로 자신의 인생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리스도 초상화법 : 그리스도
의 얼굴을 완벽하게 좌우 대칭 - 박희숙, 「자화상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나타낸 동서양 화가들」 에서,
으로 표현하는 방식. 『한국경제매거진』, 2011. 12. 16.

⑴ 두 글의 필자가 작품을 감상할 때 공통적으로 주목한 점을 파악해 보자.

⑵ 두 글이 각각 윤두서의 「자화상」 과 뒤러의 「모피 코트를 입은 자화상」 을 감상


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말해 보자.

1 . 인문・예술 분야의 글 읽기 133


학습 목표
사회・문화 분야의 글에 담긴 사회적 요구와 신념, 사회적 현상의 특성, 역사적 인물과 사건의 사회・문화적 맥락
등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며 읽는다.

생각 열기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출산이 우리 사회에 옆의 토론에서 발언자들은 저출산 문제에 관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해 각기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이는 같은 사
저출산이 향후 문화적 측면에서 고찰해
우리 경제 성장에 회・문화 현상이라도 관점에 따라 다르
보아야 합니다. 저출산에 관한
미치는 영향을 알아 게 접근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특히
대책을 국가 차원에서
보아야 합니다.
정책적으로 접근할 오늘날처럼 복잡한 사회일수록 어느
필요가 있습니다.
한 관점이 아닌 다양한 관점으로 이해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사회・문화 현상을 좀 더 깊고 넓게 이해하기 위
해서는 전문적이면서도 다양한 시각을 얻을 수
있는 폭넓은 독서가 필요하다.
4 4 4 4

그렇다면 사회・문화적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1 사회 문화 분야 글 읽기의 필요성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어서 여러 사람이 모여 사회를 이루면서 문화를 형성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나 문화는 시간이나 지역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띠
며 발전하였고, 특히 오늘날에는 그 양상이 훨씬 복잡하면서도 다양해졌다. 따
라서 사회의 여러 현상이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
리에게 인간의 삶을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다양한 사회 현상들을 정확하게 통찰하고 타문화를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사회・문화 분야의 글 읽기는 이처럼 개인을 넘
어 사회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읽기라고 할 수
있다.

2 사회 문화 분야 글의 특징
사회 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사회 현상도 점점 다양해지고 세분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인간이 고민하여 해결할 문제도 그만큼 많아졌다. 사회 분야의 글은

134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이러한 인간 사회의 복잡한 여러 현상을 인과 관계나 영향 관계 등에 따라 분석
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루면서, 인간이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알려 준
다. 따라서 사회 분야의 글은 국가 체제와 이념, 도시의 발달과 인구 증가, 부의
분배와 경제적 불평등, 계급적 갈등과 계층의 심화, 인간 소외, 환경 오염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 인간 사회의 제반 현상을 제재로 삼는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인류학, 지리학, 여성학, 언론학, 법률학, 교육
학 등으로 체계화하여 사회 현상을 다루고 있다.
문화는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
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것들로, 당대 사회가 만들어 낸 물질적・정
신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 분야의 글에서는 의식주 문화와 풍습을
비롯하여 청소년 문화, 양성평등 문화, 다문화 등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 양상을
다룬다. 또한, 고부가 가치의 새로운 원천이자 미래 산업으로서의 문화가 지니
는 가치에 대해서도 다룬다. 이렇게 볼 때, 문화 분야의 글에는 문화 일반, 문화
사, 문화 인류학, 대중문화 등을 다룬 것들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3 사회 문화 분야 글 읽기의 방법
사회・문화 분야의 글은 사회 현상이나 문화 현상을 다루고 있으므로, 이러한
글을 읽을 때는 무엇에 관해 다루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즉 글에서 필자가
설명하거나 의견을 드러내기 위해 제시한 중심 화제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중심 화제를 파악한 이후에는 이러한 화제에 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고, 필
자의 의견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특히 의견 중심의 글일
때는, 동일한 사회・문화적 현상에 관해 썼더라도 그 글의 맥락, 즉 어떤 사회・문
화적 배경에서 썼는지에 따라 글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유의해서 읽어야
한다. 그리고 글에서 제시하고 있는 내용이나 그 바탕에 깔린 필자의 관점이 타
당하고 수용 가능한지 비판적인 태도로 읽어야 한다.
한편 사회・문화 분야의 글을 읽을 때는 동일한 화제에 대해 여러 사람의 글을
다른 사회 사람들이
주제 통합적으로 읽는 것이 좋다. 사회적 현상에 관해서는 필자의 성장 배경이 살아가는 모습 이해 !

나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을 보일 수 있는데, 이러한 서로 다른


관점을 지닌 글들을 주제 통합적으로 읽게 되면 사회 현상에 대한 타당한
다양한 사회
이해뿐만 아니라 주체적인 사고 정립에도 도움이 된다. 현상 파악 !

2 . 사회・문화 분야의 글 읽기 135


제재 1

나라에 부치는 연애편지 _ 헤리베르트 프란틀 / 박종대 옮김

- 헌법은 왜 필요하고 어떻게 만들어질까

읽기 전에

이 글은 독일 통일 전 서독의 기본법이 만들어진 과정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헌법이 한 나라에서 갖는 사회적 의의를 생각하면서 읽어 보자. 5
•독일 통일 전 서독 사회에서 요구하는 바가 헌법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알아보면서 읽어 보자.

헌법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바꿀 수 없는 조항이 있다. 예를 들면 인간의 존


엄에 관한 규정을 담은 기본법 제 1조와 국가 체제의 기본 원칙들을 규정한 기
본법 제 20조가 그것이다. 제 20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10

“독일 연방 공화국은 민주적・사회적 법치 국가다. 모든 국가 권력은 국민으로부


터 나온다.”

이 조항들은 헌법에도 분명히 명시되어 있듯이 결코 흔들리거나 수정되어서


는 안 되고 영원히 지속되어야 한다. 이는 연인들끼리 굳게 약속하는 ‘사랑’에
대한 맹세보다 훨씬 더 영원하다. 연인들의 사랑에 관한 맹세란 길어야 몇 달 15

혹은 몇 년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헌법은 국민이 국가에 쓰는 연애편지다. 국민은 이 편지에서 자신이 나라에
무엇을 바라고, 자신과 정부가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해야 하
는지를 적는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대개 첫 문장에 나오듯 이 연애편지의 첫
문장도 문자 메시지처럼 매우 짧게 압축되어 있다. 20

“인간의 존엄은 침범할 수 없다.”

독일 헌법에 제일 처음 나오는 이 내용은 가장 중요한 문장이기에 ‘기본권’이


라 불린다. 종종 헌법에 적힌 문장들은 시처럼 매우 아름답고 함축적이며 문학
적이다. 그래서 헌법을 가리켜 모든 국민들을 위한 문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36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그러나 독일 기본법은 그렇게 시적이지 않다. 그것은 기본법이 탄생할 당시
다른 헌법과 달리 독일 기본법이
의 시대 상황이 미사여구로 치장할 만큼의 여유가 없고 힘들었다는 것을 뜻한
시적이지 않은 이유를 말해 보자.
다. 기본법이 제정될 당시 독일인들 가운데에서 이에 환호하며 우쭐해하는 사
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쟁이 끝난 지 불과 몇 년밖에 지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
5 라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지난 시절 자신들이 얼마나 추악한 범죄자들을 지도
자로 추종했는지 그리고 히틀러와 나치가 얼마나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충분히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기본법은 인간을 경멸하고 탄압했던 시
절을 되돌아보면서 유대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백만의 인간을 학살했던
그 시절을 반성했다. 이런 점에서 독일의 기본법은 자신의 잘못을 되씹어 보는
10 일기에 가깝다. 기본법은 반성을 통해 모든 인간에게 똑같은 권리가 있다는 사
실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은 성, 혈통, 인종, 언어, 출생지, 신앙, 그리고 종교적・정치적 신념 때문


독일 기본법 제3조가 갖는 의의
에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를 말해 보자.

기본법 제3조에 명시된 내용이다. 그리고 기본법은 모든 재판부에 이러한


15 원칙들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시할 임무를 맡겼다. 그중에서 가장 큰 임무를
맡은 곳이 바로 헌법 재판소다. 그 외에 기본법은 독일이 다시는 잘못된 길로
빠져들지 않도록, 즉 독재자가 국가의 권력을 잡는 일이 없도록 여러 규정들을
제정했다.
그런데 제 2차 세계 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인들은 이러한 생각을 자발적으로
20 하지는 못했다. 온 나라가 연합군의 폭격으로 파괴되고, 많은 도시가 잿더미로
바뀌었으며, 전 국민이 굶주림과 궁핍으로 고통 받던 시절에 어떻게 그런 데
생각이 미칠 수 있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일이라는 국가를 어떻게 새
로 조직하느냐 하는 것보다는 현실적인 굶주림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문제
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먹고사는 문제가 무엇보다 절박했던 것이다.
25 하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같은 전승국들의 입장은 달랐다. 그들은 독일이
다시는 예전과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국가의 기틀을 다시 짜는 데 최
우선 과제를 두었다. 그래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는 새로운 헌법을 독일
인들 스스로 만들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기본법은 제2차 세계 대전의 전승국
독일 기본법: 독일 헌법의 이름.
들이 서독의 정치가들에게 맡긴 일종의 숙제와 같은 것이 되었다. 숙제를 해 1949년에 제정되어 여러 차례 수
정을 거쳤음.
30 본 사람들은 모두 알겠지만, 다른 것을 보고 참조하기는 쉬운 법이다. 독일의
전승국(戰勝國) : 전쟁에서 이긴
기본법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나라.

2 . 사회・문화 분야의 글 읽기 137


과거 독일에는 기본법이 참조할 만한 민주적 헌법이 두 개 있었다. 제1차 세
계 대전 직후에 탄생한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과 1849년 독일의 혁명적 민주주
의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제국 헌법’이었다. 그 밖에 나치에 의해 탄압을 받았던
수많은 정치가 중에는 전쟁 동안에 장차 이 나라의 기틀을 어떻게 새로 짤 것인
가를 두고 숙고해 온 사람들이 있었다. 히틀러와 나치 제국의 탄압에서 살아남 5

은 그들은 전쟁이 끝나자 새로운 헌법을 구상하며 헌법 제정에 참여했다.


이들은 1948년 9월 1일 본에서 만났다. 그러나 전쟁으로 황폐해진 독일에는
큰 회의장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이 모인 곳은 특이한 장소인 쾨니히 박물관의
포유류 전시실이었다. 한 나라의 기초를 세우는 헌법을 이렇게 괴상한 장소에
서 만든 나라는 아마 독일 말고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날의 분위 10

기는 숙연했다. 좋은 뜻을 갖고 모이기는 했지만, 마음 한 켠에는 뭔가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정말 제대로 된 헌법을 만들 수 있을까? 기본권, 행정과
정부에 관한 규정, 입법부와 사법부에 대한 규정 등을 포함해서 한 나라의 모
서독 정치인이 독일 기본법을 만 든 것을 총괄하는 좋은 헌법을 만들 수 있을까?
들 때 무엇을 고민했는지 말해
보자. 그러나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독일이 동서로 나뉘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15

할 수 없이 독일의 동쪽 부분은 제외하고 서쪽 부분, 즉 서독에만 한정된


헌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동독을 점령하고 있던 소련인들은
다른 체제의 헌법을 구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독
과 서독의 정치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하나의 헌
법을 만들 수 없었다. 그래서 동물 박제들이 늘 20

어서 있는 본의 한 박물관에 모인 서독 정치
인들은 서독에만 한정된 헌법을 만듦으로
써 나라의 분단을 고착화하지 않을까 심
각하게 염려했다.
분단된 한쪽 지역만을 상대로 사랑 고 25

백을 하는 일은 어느 누구도 하고 싶지 않
았을 것이다. 그 때문에 정치인들은 신중하게 작
업에 들어갔다. 그들은 헌법을 만들기 위해 모인 대표들을 ‘국
민 대표자 회의’가 아니라 ‘의회 대표자 회의’라고 불렀고, 헌법도 헌법이라 부
쾨니히 박물관 : 정식 명칭은 알
르지 않고 그냥 기본법이라고 불렀다. 기본법이 완성되었을 때도 여느 헌법처 30
렉산더 쾨니히 동물원 연구 박물
관. 각 기후별로 동물들의 생태계 럼 국민 투표에 부치지 않고 서독 주의회의 가결만 받았다. 새 출발을 하는 독
를 연구하고, 그 특성과 화석 등
을 전시함. 일로서는 정말 여러모로 자랑스러운 헌법을 만들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분단

138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이라는 특수 상황 때문에 반쪽짜리 기본법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기본법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서독을 정식 국가로 보지 않았
다. 서독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임시로 만들어진 국가였고, 기본법 역시 통일되
는 그날까지 잠정적으로 제정된 헌법일 뿐이었다. 따라서 기본법 전문(前文)에
5 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다.

“독일 국민이 새로운 국가 체제를 만든 것은 ‘과도기적’ 성격을 갖고 있으며, 기


본법은 ‘제정 작업에 함께 참여하지 못했던 동독 주민들에게도’ 적용된다.”

기본법의 임시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하나의 꿈을 갖고 있


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석 이론’이라는 꿈이었다. 정치뿐
10 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훌륭한 국가를 건설하면 동독 역시
자석에 이끌리듯 자연스레 서독으로 끌려 들어올 수밖에 없
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기서 자석의 핵은 기본법이 되어야 했
다. 기본법은 국가 행정을 규정하는 법률들보다 더 많은 것을
제공해야 했고, 가훈이나 학칙보다 훨씬 정교해야 했다. 이러한 꿈
15 은 결국 실현되었다. 물론 기본법을 제정할 당시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말이다. 서독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훌륭한 헌법
을 가지고 있고,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들이 얼마나 소중한 보물이었는지 깨
닫게 되기까지 20~30년이 걸렸다. 그리고 기본법이 진정으로 힘을 발휘하기
까지는 또 몇 십 년이 걸렸다. 기본법이 제정된 지 40년, 마침내 독일은 통일
20 되었다. 기본법을 만든 선조들의 꿈이 실현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동독이 자
석에 이끌리듯 서독의 기본법 안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한 나라의 헌법이 얼마나 엄청난 힘을 가질 수 있는지를 이것만큼 잘 보여 주
는 예가 어디 있을까? 50년 전 기본법이 과도기적 의미로 제정되었다고 씌어진
전문의 바로 그 자리에는 이제 다음과 같은 자랑스러운 문구가 대신하고 있다.

25 “독일인들은 …… 자유로운 민족 자결의 원칙에 따라 독일의 통일과 자유를 달


성했다. 이로써 기본법은 독일 민족 전체를 위한 법이 되었다.”

그러나 기본법은 모든 것의 원칙이 되는 성격을 서서히 잃어 가고 있다. 지


독일 통일: 1990년 10월 3일에,
난 몇 년 사이에 개정된 기본법으로 국민의 기본권이 두 차례 제한되었다. 한
과거 독일 민주 공화국(동독)에
번은 난민의 망명권에 대한 제한이었고, 다른 한 번은 사유 주택이라 하더라도 속하던 주들이 독일 연방 공화국
(서독)에 가입하는 형식으로 이루
30 범죄 행위에 이용되는 곳은 도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전까지 불가침의 어졌음.

2 . 사회・문화 분야의 글 읽기 139


영역으로 간주되던 주택에 관한 기본권이 제한된 것이다. 이렇게 변경된 기본
권은 더 이상 문자 메시지처럼 짧지 않다. 예를 들어 개정된 망명권에 대한 규
정은 과거의 것과 비교하면 무려 40배나 길어졌다. 짧은 규정이 훨씬 더 포괄
적이고 강력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기본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이
다. 규정이 길다는 것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예외가 자꾸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 5

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하나의 헌법은 계속해서 그 힘을 잃어 가고 있


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헌법이 이런 식으로 약해지는 것을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
기본권과 좋은 헌법이란 건강과도 같다. 한번 잃고 나면 되찾기 힘들고, 잃
필자가 기본권을 건강에 비유한
이유를 추론해 보자. 고 난 뒤에야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10

- 『청소년을 위한 정치 이야기』

|
헤리베르트 프란틀 (1953~ ) 법학자. 검사와 판사를 거쳐 현재 기자로 활동 중이다.

140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깊게 읽기

1. 이 글을 바탕으로 ‘독일 기본법’이 만들어진 과정을 이해해 보자.

독일 기본법을 제정할 당시의 사회적 상황:

독일 기본법 제정의 참여자:

독일 기본법이 참조한 헌법:

독일 기본법이 갖는 한계:

2. 필자의 의견을 중심으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다음 자료를 활용하여 독일 기본법을 만든 사람들의 ‘꿈’을 ‘자석 이론’과 관련


활동 도움말 지어 말해 보자.
독일 기본법 제정 당시에 서
독 정치인은 통일 독일에 대 통일 전의
독일 국민이 새로운 국가 체제를 만든 것은 ‘과도기적’ 성격을 갖고 있으며,
한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독일 기본법
기본법은 ‘제정 작업에 함께 참여하지 못했던 동독 주민들에게도’ 적용된다.
꿈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전문
본다.
자석 이론

통일 후의
독일인들은 …… 자유로운 민족 자결의 원칙에 따라 독일의 통일과 자유를
독일 기본법
달성했다. 이로써 기본법은 독일 전체를 위한 법이 되었다.
전문

⑵ 필자가 현재의 기본권에 관한 규정이 길어지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이유는 무엇인지 말해 보자.

2 . 사회・문화 분야의 글 읽기 141


3. 다음 글과 「나라에 부치는 연애편지」 를 비교하며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헌법이라는 계약서의 갑(甲)은

정의, 역사, 진실, 섭리 등 크고 아름다운 말일수록 백만 가지 다른 뜻으로 쓰이기


마련이다. 사람들의 가치관은 다양하고 쉽게 변하지 않는다. 미국, 유럽 어디든 성숙
한 민주주의 사회의 의견은 분열되어 있다. 애초에 다른 존재들끼리 같은 집에 살기
위해 최소한의 타협을 하고 살아가는 것이 사회다. 그래서 서로의 존재 자체를 싸움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약속 위반을 따지는 게 낫다. 그 모두의 약속이 헌법이다.
따라서 헌법은 지켜져야 한다.
그동안 사람들이 헌법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데에는 이유가 있다. 법이란 그게
뭐든 학생들이 따라야 하는 교칙처럼 저 위의 누군가가 자신을 규율하는 갑갑한 구속
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번 인터넷 검색창에 ‘헌법’을 친 후 읽어 보라. 앞부분에
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한참 나열한 후에 혹시라도 빠뜨렸을까 봐 “이 밖에도 헌법
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로 마무리한다. 뒷부분에는 국민이
시키는 일을 맡아 할 이들을 어떻게 고용하고 이들과의 계약 기간은 몇 년이며, 이들
이 지켜야 할 의무는 무엇무엇이고, 근무 성적이 불량할 때는 어떻게 징계하는지 등이
시시콜콜하게 적혀 있다.
재판에서 이기는 당사자는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거나 다짜
고짜 우는 사람이 아니다. 빼도 박도 못할 계약서 조항을
들이미는 사람이 가장 강하다. 권리를 가진 자는 그걸 당당
하게 주장하면 된다. 은혜를 베풀 것을 호소할 필요도 없고
힘으로 윽박지를 필요도 없다.
집주인과 임대차 계약서, 업주와 아르바이트 계약서, 대기업과
납품 계약서를 써 본 분들은 바로 알 것이다. 헌법이라는 계약서
의 갑(甲)은, 국민이다.
- 문유석, 「헌법이라는 계약서의 갑(甲)은」 에서, 『중앙일보』, 2016. 12. 20.

⑴ 두 글에서 헌법을 각각 무엇이라고 표현하고 있는지 찾아보고, 그렇게 표현한


이유를 써 보자.

⑵ 두 글에서 헌법이 지켜져야 할 당위성을 각각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말해 보자.

142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넓혀 읽기

4. 다음은 우리나라 헌법 총강의 일부분이다. 이를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제1조 ①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제2조 ①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한다.
②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제5조 ① 대한민국은 국제 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② 국군은 국가의 안전 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
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
제6조 ①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 법규는 국내
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② 외국인은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지위가 보장된다.
제7조 ①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②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 『대한민국 헌법』 에서

⑴ 위 조항 중 바꾸어서는 안 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적어 보고, 그 이유


를 말해 보자.

모둠 활동
활동 도움말
⑵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바나 신념에는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보고, 이를 바탕
예를 들어, 독도가 우리 영토임
으로 위 조항을 수정・첨가하는 방식으로 가상의 헌법 총강을 모둠별로 만들어
을 분명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
면 제 3조를 수정해서 ‘대한민국 보자.
영토는 한반도와, 독도를 포함
한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식 사회적 요구나 신념 수정할 부분 가상의 헌법 총강
으로 만들어 본다.

2 . 사회・문화 분야의 글 읽기 143


제재 2

우산, 근대와 전근대가 만나다 _ 김진섭

읽기 전에

이 글은 서양에서 들어온 우산이 우리 사회에 정착되는 과정을 서술


하고 있다.
•우산이 도입된 초기에 민간에서 우산을 금기시한 이유를 당시의 시 5

대 상황과 문화 현상을 바탕으로 알아보자.


•우산에 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 사회・문화적 맥락을
알아보고 이를 비판적 관점에서 이해해 보자.

우산, 권력을 상징하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인들이 우산을 쓰기 시작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 10

다. 기록에 의하면 삼국 시대 고분 벽화에 최초로 우산과 비슷한 형태의 그림


이 등장하지만 이것은 햇빛을 가리는 것이 주목적인 일산(日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당시 일산은 왕의 권위와 위엄의 상징이었으며 상류 사회에서도 계
급에 따라 모양이나 색상을 달리할 정도로 정치 권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이후 고려 시대에 들어오면 우산이나 일산에 관한 기록이 보이지 않아 더 이상 15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왕을 비롯한 소수의 상류층

▲ 의례용 일산 만이 일산을 겸해 의례용으로 우산을 썼다는 점이다. 특히 관리들이 외출할 때


햇빛을 가리거나 비를 피하기 위해 일산과 우산을 겸한 장량항우산이라는 도
구를 주로 사용한 것도 그 예이다.
반면 서민들의 경우 조선 후기까지 비 오는 날에 우산을 쓰지 않았다. 민가 20

조선 후기까지 민가에서 비를 의 에서는 오히려 비를 의도적으로 가리는 행동을 금하는 풍습까지 있었다. 이러
도적으로 가리는 행위를 금하는
풍습이 있었던 이유를 말해 보자.
한 풍습은 기후에 민감했던 농경 사회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근대 이전
의 농경 사회에서 기후는 농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당시 사회에서 농민들은 하늘에 의존하며 살 수밖에 없
었기 때문에 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순종하기 위해 늘 조심하였다. 때문에 25

당시 사람들은 비가 내릴 때 도구를 써서 비를 의도적으로 가리는 행위는 하늘


의 뜻을 거역하는 부도덕한 행위로 반드시 재앙이 따른다고 믿었던 것이다.

144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우산을 썼다가 몰매를 맞다
현재 우리가 쓰는 우산은 근대 서구에서 비롯되었다. 서구에서 우산이 일반
서구에서 우산 사용이 일반화된
화된 것은 산업 혁명을 통한 근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경제적으로 일정한
것과 산업 혁명이 어떤 관련이
수입이 생기고 근로 시간과 휴일이 제도적으로 정착되면서 여행이나 운동 경 있는지 설명해 보자.

5 기 관람을 비롯한 야외 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비가 올 때를 대비하


여 우산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양식 우산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8세기 중반 선교사들을 통해
서였다. 당시 우산은 박쥐 모양으로, 비닐이나 기름종이 또는 방수 처리한 헝
겊을 나무나 쇠로 만든 우산살에 덮어씌워 만들었다. 그러나 우산이 도입된 후
10 에도 민가에서는 비를 가리는 행위를 금하는 풍습이 여전하였기 때문에 일반인
들이 비를 가리는 용도로 우산을 사용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기록에 따르면 우산이 도입된 초기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 우리나라에
와 있던 외국인들도 비 오는 날에 우산 사용을 꺼려했다고 한다. 당시 『독립신
15 문』 의 기사에 의하면 오랜 가뭄 끝에 비가 내렸을 때 외국인이 우산을 쓰고 거
리에 나갔다가 몰매를 맞은 일까지 있었을 정도다. 그래서 외국인 선교사들도
선교 활동에 지장을 받을까 봐 우산 쓰고 다니는 것을 자제하였다고 하니 우산
에 대한 사회적 거부 반응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우산의 사용은 점차 확산된다. 이때 우산은 남녀 차
20 별이라는 봉건적 정서와 결합하여 사회 활동을 하는 남성들의 상징물이 되기도
했다. 이것은 서구에서 우산이 권력이나 부를 소유한 남성들의 상징물이었던
것과 유사하다. 서구에서 둥근 우산은 태양의 원반, 즉 둥근 태양 자체를 상징
하였고, 방사형 우산살은 햇빛을, 손잡이는 우주의 축을 의미하였다. 하지만 우
▲ 서양의 남성이 우산을 쓴 모습
산의 사용이 확산되는 시기에도 계급과 계층에 따라 우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
25 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우산이 사회에 정착되면서 민가에서는 우산과 관련하여 새로운 금기 사항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민가에서는 방 안에서 우산을 펴는 행위를 금하
였다. 방 안에서 우산을 펴면 죄를 지어 감옥에 간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방 안
에서 우산을 펴는 것은 스스로 빛을 가리는 행위로, 햇빛을 보기 힘든 감옥에
30 들어가는 것과 유사하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또한, 우산을 거꾸로 들면 벼락을
맞는다는 속설도 전한다. 거꾸로 든 우산은 하늘에 대한 거역으로, 하늘을 노하
게 해 벼락을 맞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2 . 사회・문화 분야의 글 읽기 145


여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다
개화기에 들어서면서 여성도 신학문을 배울 수 있는 여학교가 설립되었다.
다만 얼굴을 드러내 놓고 외출하는 것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여학생들
은 쓰개치마를 쓰고 등・하교하였다. 그런데 1911년 배화 학당에서 쓰개치마
를 교칙으로 금한 일이 있었다. 학생들과 가족들은 얼굴을 내놓고 거리를 다닐 5

수 없다며 반발하였고 이 때문에 학생들 상당수가 학교를 그만둘 정도로 파장


이 컸다. 결국 배화 학당은 쓰개치마 대안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닐 수 있도록
검정 우산을 나누어 주었다. 이후 우산은 여학생들은 물론 일반 여인들 사이에
▲ 1927년에 발간된 잡지 『별건
곤』 의 삽화 서도 널리 유행하였고, 얼굴을 가리는 용도와 더불어 햇빛을 가리는 양산으로
까지 확대되어 멋을 내는 도구가 되었다. 이유야 어떻든 우산은 외출을 꺼리던 10

여인들이 집을 나와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셈이다.


또한 우산은 민간 신앙과 접목되어 새로운 풍습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우
일상에서 쓰는 공예품이나 가구 산을 박쥐 ‘복( )’ 자를 써 ‘편복산’이라고 한 것은 모양이 박쥐와 비슷하기 때
장식 등에 박쥐 문양을 사용한
이유를 말해 보자. 문이기도 하였지만 또 다른 의미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박쥐는 오복의 상징
으로 경사(慶事)와 행운을 부르는 존재였다. 박쥐가 이와 같이 긍정적인 이미 15

지를 지니게 된 이유는 박쥐의 한자음 때문이다. 박쥐를 뜻하는 ‘복’이 행운의


‘복(福)’과 발음이 같았던 것이다. 또한 박쥐는 덕을 많이 쌓은 사람의 행복을
방해하는 귀신을 쫓아 주며, 산의 형상이 박쥐 모양인 곳에 묏자리를 쓰면 후
손들이 벼슬길에 오르고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하였다. 한마디로 박쥐 지형은
명당 자리였다. 박쥐 ‘복’ 자와 박쥐 문양은 일상에서 쓰는 공예품과 가구 장식, 20

▲ 전통 공예품에 사용된 박쥐 문양 회화에도 자주 등장하였다. 자개장이나 경대에 새겨 놓은 문양이나 손잡이에


날개를 펼친 박쥐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이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에서 우산은 단순히 비를 막아 주는 본연의 용도를 찾기
까지 때때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며 다양한 일화를 만들어 냈다. 우산은 근대
서구에서 들어왔지만 그것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전근대적인 우리 풍습과 민간 25

쓰개치마: 예전에, 부녀자가 나들


신앙이 접목되었다. 따라서 서양에서 들어온 우산이 우리 사회에 정착되는 과정
이할 때, 내외(남의 남녀 사이에
서로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고 은 우리 고유의 풍속과 서양 문물이 혼합되어 대중문화로 자리 잡는 과정을 잘
피함.)를 하기 위하여 머리와 몸
윗부분을 가리어 쓰던 치마.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 『이야기 우리 문화』

|
김진섭 (1962~ ) 문화 예술 분야의 저술가. 주요 저서로 『조선 건국기 재상 열전』, 『정도전의 선택』 등이 있다.

146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깊게 읽기

1. ‘우산’과 관련된 사회적 인식을 중심으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근대 이전 우산(일산)의 사용 여부와 그에 관한 사회적 인식을 알아보자.


사용 여부 사회적 인식

왕,
의례용 일산이 존재했음. •권위, 위엄, 정치 권력의 상징
상류층

서민

⑵ 우산이 도입된 초기에 우리나라에 와 있던 외국인들이 우산 사용을 꺼린 이유


를 당시의 문화적 현상과 연관 지어 말해 보자.

⑶ 우산이 도입될 때, 우산이 사회 활동을 하는 남성들의 상징물로 인식된 이유를


말해 보자.

⑷ 우산이 정착되던 시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산에 관해 가졌던 생각을 참고


하여,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진 이유를 설명해 보자.

•방 안에서 우산을 펴는 행위를 금함.


•우산을 거꾸로 드는 것을 꺼려함.

2 . 사회・문화 분야의 글 읽기 147


2. 개화기에 우산을 사용한 사회 현상과 관련하여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여자들 사이에서 우산이 유행하게 된 이유를 말해 보자.

⑵ 여자들 사이에서 우산이 유행하게 되면서 나타난 긍정적인 사회 현상을 말해


보자.

3. 다음 내용을 참고하여 사회・문화적 관점의 차이를 이해해 보자.

•중국어로 우산은 雨傘[위산]인데, 傘(산)이 ‘이별하다’ 혹은 ‘흩어지다’의 산(散)과 독


음이 유사하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우산을 선물하는 것은 곧 이별을 뜻하므로 금기
시되고 있다.
•서양에서는 박쥐가 악마나 마녀를 의미하며 대개 죽음・공포・불운 등 부정적 의미
의 대명사였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일상생활에 박쥐 문양의 공예품이나 장식품을
사용하는 것을 보기 어렵다.

⑴ 우산을 ‘편복산’이라 부르며 긍정적으로 바라본 현상을 중국과 서양에서는 어


떻게 바라볼지 추론하여 말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⑵ ⑴의 활동을 통해 볼 때, 어떤 태도로 타문화를 바라보아야 할지 친구들과 의
외국 여행에서나 타문화권 사람
견을 나누어 보자.
들을 만났을 때 문화 차이로 당
황했던 경험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148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넓혀 읽기

4. 다음을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조선 여심 사로잡은 가체……
초가집 수십 채 가격 달해

가체(加 ) : 예전에, 부인들이 조선 시대의 의복은 화려했다. 남성은


머리를 꾸미기 위하여 자신의
수정을 잇댄 갓끈과 옥으로 만든 관자, 귀
머리 외에 다른 머리를 얹거나
덧붙이던 일. 또는 그런 모양. 걸이로 꾸몄다. 여성은 풍성한 가체와 현
란한 비녀, 노리개로 치장했다. 길고 화려
한 갓끈, 높고 풍성한 가체는 요샛말로 ‘잇
템(꼭 갖고 싶은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조선은 엄숙했다. 귀걸이는 선
조, 가체는 정조 때에 금지했다. 귀를 뚫는
일은 몸을 훼손하는 불효였고 가체는 검 ▲ 머리 타래를 만드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

소한 미풍을 해치는 사치였기 때문이다. 해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갈수록 높고


그래도 여성들은 가체를 버리지 못했다. 풍성한 가체가 유행하자 어린 신부가 가
「정조실록」에는 가체 단속을 빙자해 돈 체 무게로 목이 부러지는 사건이 발생할
을 뜯어낸 사기꾼 일당 이야기가 나오기 정도였다. 또한 커진 크기만큼 가격은 치
도 한다. 솟았다. 실학자 이덕무는『청장관전서(靑
▲ 신윤복의 「단오풍정」 (일부)
에 나오는 조선 시대 가체 가체는 체괄전 (가발 전문 매장)에서 팔 莊館全書)』에서 장신구를 포함한 가체 가
거나 여쾌(중매인), 수모(미용사)가 방문하 격이 7만~8만 전(錢)에 이르렀다고 개탄
여 판매했다. 가체는 고가에 거래됐다. 재 했다. 이는 초가집 수십 채와 맞먹는 값이
료가 귀했고, 수준 높은 제작 기술이 필요 었다.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크기 경쟁까지 더 - 『동아일보』 , 2017. 9. 19.

⑴ 조선의 가체 유행이 왜 문제가 되었는지 말해 보자.

모둠 토의 활동

⑵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이런 가체 유행 같은 현상이 있는지 찾아보고, 그 원인


과 해결 방법에 관해 모둠별로 토의해 보자.

2 . 사회・문화 분야의 글 읽기 149


학습 목표
과학・기술 분야의 글에 담긴 지식과 정보의 객관성, 논거의 입증 과정과 타당성, 과학적 원리의 응용과 한계 등
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며 읽는다.

생각 열기 다음 그림은 우리가 알고 있는 태양계 그림과 어떻게 다를까?

제시된 그림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모든 천체


가 우주의 중심인 지구 주변을 회전한다는 천동설을
나타낸 것이다. 코페르니쿠스는 당시 누구나 다 과학
적 사실로 인정한 이러한 천동설을 부정하고 혁명과
도 같은 지동설을 주장하였다. 이를 ‘코페르니쿠스
혁명’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만
들어 지동설의 강력한 증거를 마련하였다. 이러한 사
실은 과학이나 기술 분야의 지식이라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비판적으로 바라보아
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4 4 4 4

그렇다면 과학・기술 분야의 지식이나 정보를 주체적이고 비판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어


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1 과학 기술 분야 글 읽기의 필요성
과학과 기술은 인류가 현대 문명사회를 이룩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해 왔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은 편리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고, 더 나은 미
래의 삶을 꿈꿀 수도 있게 되었다. 반면에 그로 인해 인간 소외나 환경 파괴 등
의 문제도 발생하였다. 특히 이른바 4차 산업 혁명과 인공 지능 시대의 도래를
눈앞에 둔 오늘날, 과학과 기술은 모든 사람의 필수적인 기본 소양으로 요구되
는 동시에 인류를 생존의 위험에 빠뜨리게 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 어느 쪽이든 오늘날 과학・기술 분야의 글 읽기는 과학과 기술
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과학과 기술에 관한 성찰을 바탕
으로 향후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키워 준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2 과학 기술 분야 글의 특징
과학 분야의 글은 자연 현상이나 물리적 세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객관적
인 진리 추구를 목적으로 삼는다. 그래서 과학 분야의 글은 대부분 설명적인 글

150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로서 그 구성이 체계적이고 내용은 분석적인 경우가 많다. 자연 과학의 변천과
발달에 관한 역사를 다루는 과학사나 어떤 현상에 관한 법칙이나 과학적 원리를
다룬 글들, 과학이 실생활과 관련 맺는 내용을 소개하는 과학 교양서적 등이 이
분야에 해당한다.
기술 분야의 글은 과학적 이론을 응용한 원리나 방법을 설명하는 것이 주를
이루므로, 기본적으로 과학 분야의 글과 성격이 유사하다. 다만 기술 분야의 글
은 다양한 기술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므로 과정이나 절차 중심의 성격이 좀 더
강하게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 분야는 우리 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
는 모든 기술을 망라하므로, 여기에는 실생활과 밀접한 기술부터 최첨단 기술까
지 두루 포함된다.

3 과학 기술 분야 글 읽기의 방법
과학・기술 분야의 글을 읽을 때는 기본적으로 용어와 개념을 정확히 정리하
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과학・기술 분야의 글을 읽을 때는 용어와 개념
의 이해에 유념하여, 잘 모를 경우에는 사전이나 전문 서적을 찾아 이해를 분명
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다음에는 글의 내용을 파악해야 하는데, 과학・기술 분
야의 글은 주로 설명적인 글이므로 설명 대상이나 논제가 무엇이고,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근거는 무엇인지 등을 중심으로 읽어야 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
은 필자가 제시한 설명 내용이나 근거가 과학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것인지 비판
적으로 따져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과학・기술 분야의 글에서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이나 사
진을 덧붙이거나, 예시, 비유, 비교나 대조, 유추 등의 설명 방법을 활용하는 경
우가 많다. 따라서 과학・기술 분야의 글을 읽을 때는 이러한 것들을 충분히 활
용하여 글을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과학・기술 분야의 글을
읽을 때는 글에 제시된 주요 개념이나 원리의 이해에 그치지 않고 이를 우리 생
활과 연관하여 적용할 수 있는 능동적인 읽기의 자세도 필요하므로, 개념과 원
리의 적용 가능성이나 한계 등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는
......
분야 용어와 개념을
과학 정확히 !

3 . 과학・기술 분야의 글 읽기 151


제재 1

원자 모형의 변천 과정 _ 정갑수

읽기 전에

이 글은 과학자들이 만든 원자 모형들을 순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각 원자 모형을 주장하고 있는지
이해하며 읽어 보자. 5
•새로운 원자 모형들은 기존의 원자 모형이 갖고 있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파악하며 읽어 보자.

우리 인간을 포함하여 생물체이건 무생물체이건 간에 원자로 이루어지지 않


은 것이 없다. 그래서 화학뿐만 아니라 물리학, 지구 과학, 생물학 등 과학은
원자 개념 없이는 성립하기 어렵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 10

다.”는 리처드 파인만의 말은 이를 잘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자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아주 오랜 전부터 원자에 관해 연구해
왔다.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물질은 아주 작고 단단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알갱이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고, 이 알갱이를 ‘원자’라고 불렀다. 시
간이 지난 후 19세기에 돌턴은 물질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입자들이 모여 이 15

루어져 있다는 근대 원자설을 주장하면서, 데모크리토스가 말한 원자라는 용


어를 그대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원자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들의 실체가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원자를 설명하기 위한 원자 모형
들이 만들어졌다.
원자를 구성하는 입자들 중 가장 먼저 실체가 밝혀진 것은 질량이 가장 작은 20

돌턴의 원자론과 톰슨의 원자론 전자였다. 전자가 가장 먼저 발견된 데는 핵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인 양성자와
의 핵심적인 차이가 무엇인지 말
해 보자. 양전하 중성자가 핵력에 의해 강하게 속박되어 있어서 실험
적으로 측정하기 곤란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1897년
톰슨은 음전하를 가진 전자를 발견하였다. 그런데 원
자가 전기적으로 중성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 속 25

에는 양전하를 가진 물질도 포함되어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원자의 구성 요소이면서 양전하를
전자
▲ [그림 1] 톰슨 원자 모형 가진 존재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톰슨은 마

152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치 쿠키 속에 박힌 건포도처럼, 원자 내부에 구름처럼 퍼져 있는 양전하 속에
음전하를 띤 전자들이 박혀 있다는 원자 모형을 주장하였다.
톰슨의 제자 러더퍼드는 방사능 물질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중 알파선을 이용해 톰슨의 원자 모형을 검증했다. 그는 금으로 된 얇
5 은 막에 알파선을 충돌시켰다. 알파선은 전자보다 8,000배나 더 무거우므로
톰슨의 원자 모형에 의하면 알파선이 전자와 충돌하더라도 거의 휘어지지 않
을 것이라고 러더퍼드는 예상하였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예상과 많이 달랐다.
대부분의 알파선은 휘어지지 않고 직진했지만, 몇 개는 전자와 충돌했다는 것
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큰 각도로 휘어져 나왔다.
10 그는 알파선이 큰 각도로 휘어지려면 원자 속의 양전하가 아주 작은 부피 속
에 모여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양전하가 원자 내부
에 골고루 퍼져 있는 것이 아니라 원자핵이라고 하는 중심부에 뭉쳐 있다고 결
론지었다. 이후 실험에서 실제로 원자핵이 존재하고, 이것이 원자 지름의 약
10만 분의 1밖에 차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마치 종합 운동장 가운데 모래
15 지름 10-15미터인 핵이 지름 10-10미터의 전자 구름 속에 박혀 있는 것인데, 이 한 알이 있는 것과 같다.’는 비유
표현이 원자의 실제 모습을 이해
것은 마치 종합 운동장 가운데 모래 한 알이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하는 데 어떤 효과가 있는지 생
각해 보자.
1911년 러더퍼드는 새로운 원자 모형을 가정하기 시작했다. 양전하가 원자
중심부의 좁은 영역에 집중되어 있다면 음전하, 즉 전자들은 어떤 형태를 띠고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대두되었다. 만약 전자들이 톰슨 원자 모
20 형처럼 이곳저곳에 분포되어 있다면 양전하를 띤 원자핵이 잡아당기는 전기력
때문에 원자핵 쪽으로 이동할 것이고, 그러면 원자들은 즉시 쪼그라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러더퍼드는 태양이 행성을 공전시키듯이, 질량이 큰
원자핵이 전자들을 공전시킨다는 이론을 제시하였다. ▲ [그림 2] 러더퍼드 원자 모형

▲ 톰슨(1856 ~1940) ▲ 러더퍼드(1871 ~1937)

3 . 과학・기술 분야의 글 읽기 153


원자를 태양계의 축소판처럼 다루려는 러더퍼드의 생각은 아주 매력적이었
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 태양계라는 큰 것으로부터 원자라는 작은 것에 이르기
까지 일관되게 대칭적 형태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태양계와 원
자는 근본적으로는 다른 점이 있어 이런 그의 생각은 문제가 있었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하면, 태양이 행성을 끌어당기는 인력과 행성 5

이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원심력의 균형에 의해 행성들이 계속적으로 태양의


주위를 돌 수 있다. 하지만 음전하를 띤 전자들의 행동은 전하를 띠지 않은 물
체와는 매우 다르다. 전자는 전자기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원자핵 주변을 돈다
면 계속해서 전자기파를 복사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전자가 계속 전자기파를
방출하면 에너지를 잃게 되고 결국 에너지를 다 잃은 전자는 원자핵 쪽으로 이 10

동하여 원자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이처럼 러더퍼드 원자 모형에 의하면 원


자는 안정된 상태로 오랫동안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실제 원자는 매우 안정
적이다.
1913년 보어는 매우 기발한 방법으로 러더퍼드 원자 모형의 한계를 극복하
였다. 그는 러더퍼드의 원자 모형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두 가지 가설 15

을 제시하였다. 먼저 전자가 러더퍼드의 원자 모형과 같이 원자핵 주위를 원운


동하고 있는데, 이때 전자는 무질서하게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에너지
준위를 갖는 원형 궤도, 즉 전자껍질을 따라 핵 주위를 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의 가설은 전자가 동일한 전자껍질을 돌고 있을 때는 전자기파, 즉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방출하지 않지만 다른 전자껍질로 이동할 때는 두 전자껍질의 에 20

너지 준위 차이만큼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방출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설로 만


들어진 보어 원자 모형은 러더퍼드 원자 모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원자의 안
▲ [그림 3] 보어 원자 모형 정성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형 역시 문제점이 발견되어 이를 해결할

준위(準位): 어떤 물리적 양을 이
미 주어진 양의 상대적인 양으로
표시한 값. ▲ 보어(1885 ~1962)

154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수 있는 새로운 모형들이 제시되고 있다.
보어 원자 모형에는 어떤 문제가
이렇게 톰슨에서 시작된 원자 모형은 러더퍼드를 거쳐 보어를 비롯해 수많
있는지 자료를 더 찾아보자.
은 물리학자에 의해 변화를 겪어 왔다. 이는 과학이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보여
준다. 한 과학자가 가설을 내세우면, 다른 과학자는 실험과 관찰을 통해 이 가
5 설의 한계를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설을 내세운다. 그러면 다른 과학
자가 또다시 이 가설의 비판을 통해 새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바로 이런 과정
이 반복되면서 과학은 점점 발전한다.
- 『물리 법칙으로 이루어진 세상』

|
정갑수 (1959~ ) 과학 저술가. 일반인들을 위해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대중서를 저술하고 있다. 주요 저서
로 『세상을 움직이는 물리』 ,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등이 있다.

3 . 과학・기술 분야의 글 읽기 155


깊게 읽기

1. 다음은 한 학생이 이 글을 읽으면서 톰슨의 원자 모형에 관해 정리한 내용이다. 러더퍼드


와 보어의 원자 모형을 정리해 보자.

활동 도움말
과학 분야의 글은 용어와 개 원자 모형 원자 모형을 착안하게 된 근거 및 주장
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근거
와 주장의 관계를 잘 파악하 <근거>
면서 읽어야 한다.
••
• 톰슨은 실험을 통해 원자 속에 음전하를 띠는 전자가 있음을 발견.

• 원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임.

<톰슨의 주장>

톰슨 원자 모형 •
• 원자 내부에는 양전하가 전체적으로 골고루 퍼져 있고, 전자가

쿠키 속의 건포도처럼 박혀 있을 것임.

<근거>


<러더퍼드의 주장>

러더퍼드 원자 모형 •

<근거>


<보어의 주장>



보어 원자 모형

156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2. 다음은 한 학생이 이 글을 읽으면서 어렵게 느꼈던 부분을 이해해 나간 과정을 정리한 것
이다. 이를 바탕으로 아래 활동을 해 보자.

[어렵게 느꼈던 부분]

“전자는 전자기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원자핵 주변을 돈다면 계속해서 전자기
파를 복사하게 될 것이다.”

머릿속에 ‘전자의 운동과 전자기파는 어떤 관


까?‘
‘복사’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떠올린 의문 계가 있을까?’

[인터넷 검색 자료] [국어사전 자료]

전자기파의 발생 원인은 전자처럼 복사(輻射):


전하를 띤 입자의 가속 운동이다. 전 [물리] 물체로부터 열이나 전자기파
자는 원자핵 주위를 돌며 계속해서 가 사방으로 방출됨. 또는 그 열이나 전
방향을 바꾸는 가속 운동을 하는데, 자기파.
이로 인해 변화하는 전기장이 변화하
이해를 는 자기장을 만들어 내며, 변화하는
위해 자기장은 다시 전자기 유도 법칙에
찾은 자료 따라 변화하는 전기장을 만든다. 이렇
게 주기적으로 세기가 변화하는 전기
장과 자기장의 한 쌍이 공간 속으로
전파
전파되는 것을 전자기파라고 한다. 전
자기파의 예로 빛, 엑스(X)선, 적외선,
자기

자외선, 라디오파, 마이크로파 등을
들 수 있다.

자료를 을
‘여기선 복사라는 말을
참고하여 방출이란 말로 바꾸어 읽어도
이해한 내용 되겠구나!’

⑴ ‘자료를 참고하여 이해한 내용’의 빈칸을 적절히 채워 보자.

⑵ 과학적인 글을 읽으면서 적극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


료를 찾는 활동이 어떤 효용이 있는지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어 보자.

3 . 과학・기술 분야의 글 읽기 157


3. 다음은 원자 모형의 변천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이를 참고하여 아래 활동을 해 보자.

톰슨 원자 모형 러더퍼드 원자 모형 보어 원자 모형

한계의 극복 한계의 극복

⑴ 톰슨 원자 모형과 러더퍼드 원자 모형에 각각 어떤 과학적 한계가 있는지 써


보자.

원자 모형 한계

톰슨 원자 모형

러더퍼드 원자 모형

활동 도움말
러더퍼드와 보어는 기존 모형의
⑵ 원자 모형의 변천 과정을 볼 때, 과학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가설을 만들어 가
문제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 는지 말해 보자.
고 이를 극복하려고 했다는 점
에 착안한다.

158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넓혀 읽기

4. 다음 글을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토머스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는 1962년에 세상에 나오자마자, 패러다임(paradigm)


이란 말을 유행시켰고 지금은 사회 전반에서 일상적인 용어로 익숙해져 있다. 패러다
임이란 한 시대 특정 분야의 학자들이나 사회가 공유하는 이론이나 법칙, 지식 체계,
가치를 의미하는 말이다. 넓게는 시대의 주류적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고대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하
는 천동설이 지배하던 시대에 지구가 태양 주위를 중심으로 돈다는 지동설이 등장한
것은 패러다임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으로 볼 수 있다.
모든 과학 활동은 패러다임에 의해 규정된다. 사회 집단도 마찬가지로 시대적 패러
다임에 의해 사고의 틀을 제한 받는다. 그래서 과학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시대적
이념의 틀에 규정되고 제한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항시 당대를 지배하는 이념은 사실
의 수집이나 관찰조차 제한하며 인식의 기준을 강제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과
학자들이 침묵하거나 과학적 진실조차 왜곡하기도 한다.
새로운 진실이 거짓을 이기고 새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것은 상당한 시간 동안 더
많은 관련 진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난 후에도, 시대적 편견의 혹독한 공격에 의한
희생을 당한 후에야 가능하다. 즉 패러다임의 전환은 매우 더디고 어려운 복잡한 사회
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 패러다임 → 패러다임 → 위기의 패러다임 → 신 패러다
토머스 쿤(1922~1996) : 미국 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를 과학 혁명이라 부른다.
의 과학사학자 겸 철학자. ‘패
- 권오병, 「토머스 쿤과 패러다임」 에서, 『한국조경신문』, 2011. 11. 30.
러다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안해 냄.

⑴ 돌턴의 원자론에서 톰슨의 원자론으로 변해 가는 과정을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설명해 보자.

⑵ 과학에서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우리 사회에서 적용될 수 있는 예를 찾아 써


보자.

3 . 과학・기술 분야의 글 읽기 159


제재 2

네트워크는 힘이 세다 _ 정하웅

읽기 전에

이 글은 네트워크 이론과 그것의 활용 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네트워크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는 이유를 알아
보며 읽어 보자. 5

•네트워크 이론을 활용하는 방법을 파악하며 읽어 보자.

세상은 복잡계 네트워크


실제 세상인 사회와 가상 공간인 인터넷을 비교한다면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둘의 성격은 서로 다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둘을 한 가지 틀로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모두가 네트워크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10

란 점과 선으로 연결된 형태를 말한다. 사회 네트워크에서는 개인들 하나하나


가 점이 되고 그 개인의 사회관계가 선이 되어, 가족, 친지, 친구, 직장 동료
등이 선으로 연결된 네트워크가 된다. 인터넷에서는 점이 컴퓨터이고 컴퓨터
를 연결하는 랜 케이블이나 기기를 연결하는 전자기파가 선이 되어, 결국 점과
선으로 표현되는 네트워크가 된다. 네트워크 이론에서는 점을 ‘노드’라고 하 15

고, 선을 ‘연결선’이라고 한다.
네트워크는 생긴 모양에 따라 고속도로망 같은 네트워크와 항공망 같은 네
생긴 모양을 기준으로 분류한 두 트워크로 나눌 수 있다. 고속도로망 같은 네트워크는 각 노드에 연결되는 선의
가지의 네트워크는 어떤 것인지
말해 보자. 수가 거의 균일한 형태를 띠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항공망 같은 네트워크는
각 노드에 연결되는 선이 몇 개의 노드에 집중되는 허브를 가지고 있어 복잡한 20

랜(LAN ) : 근거리 통신망(local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척도 없는 복잡계 네트워크’라고 한다.


area network)의 약자.
노드(node ) : 데이터 통신망에
서, 데이터를 전송하는 통로에 접
속되는 하나 이상의 기능 단위.
주로 통신망의 분기점이나 단말
기의 접속점을 이름.

허브(hub ) : 네트워크에서 연결
선을 많이 가진 특별한 노드. ▲ 고속도로망 같은 네트워크 ▲ 항공망 같은 네트워크

160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척도가 없다는 것은, 평균 연결선 개수를 쉽게 정할 수 있는 고속도로망과는
달리 항공망에서는 각 노드를 연결하는 선의 개수가 적은 노드부터 연결이 많
은 허브까지, 분포가 넓어서 특정한 숫자(척도)를 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네트워크로 표현해 보면 많은 경우 복잡한
5 형태인 항공망 같은 척도 없는 네트워크가 된다. 그래서 세상은 복잡계 네트워
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상이 왜 항공망처럼 허브를 가진 복잡계 네트워
크가 될까? 논문을 쓸 때 연구자들은 유명하지 않은 논문보다는 유명한 논문을
인용하고 싶어 한다. 한번 유명한 논문이 되면 그 논문은 계속해서 더 많이 인
용되면서 자연스럽게 그 논문에 연결선이 많아지는 네트워크가 되는 것이다.
10 이것은 누리 문서라든가 친구 관계에도 마찬가지이다. 다시 말해 소위 빈익빈
부익부 법칙 때문에 허브를 가진 복잡계 네트워크가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교통 체증과 네트워크
네트워크 이론을 활용하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중의 하나가 교통 체증이다. 교통 체증을 줄이려면 당
15 연히 도로망을 잘 설계하고 흐름이 막히지 않게 잘 운영해야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상식과 어긋나는 역설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통 체증도 알고 보면 도로 교통 네트워크 위에서 움직이는
자동차들의 동역학 문제이다. 다음과 같은 문제를 생각해 보자. 어떤 복잡
한 도로망이 있을 때, 어떤 길을 선택해야 자동차가 그 도로망에서 잘 간 것일
20 까? 길이가 길면, 즉 가야 할 거리가 멀면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도로가 넓
을수록 빨리 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걸리는 총 시간은 거리에 비례하고 도로
의 폭에는 반비례한다. 차가 많아지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동일한 도로에
차들이 몇 대가 함께 지나가는가도 중요하다. 그래서 결국 도로 교통망에서 운행
시간을 결정하는 것에는 거리와 도로 폭, 차량 수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25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요소가 있는데 절대적 최적화와 상대적 최
적화라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갑과 을에게 ‘청바지를 하나 사 와라.’라는 과제 체증(滯症) : 교통의 흐름이 순조
롭지 아니하여 길이 막히는 상태.
를 준다고 하자. 갑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6분 만에 청바지를 샀는데, 을은 자
동역학(動力學) : 물체의 운동과
신의 마음에 맞는 청바지를 사느라고 여러 곳을 돌아다녀 3시간이 걸렸다고 힘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 역학의
한 분야. 뉴턴의 운동 법칙에 따
하자. 시간만을 고려할 때 수학적으로는 갑이 가장 좋은 선택이지만, 만족도라
라 물체에 힘이 작용할 때 그 힘
30 는 측면을 고려하면 을이 가장 좋은 선택이 된다. 에 비례하고 질량에 반비례하는
가속도를 계산하여 물체의 운동
절대적 최적화는 갑의 선택처럼 수학적으로 가장 작은 값을 찾는 것이고, 상 을 해석함.

3 . 과학・기술 분야의 글 읽기 161


대적 최적화는 을의 선택처럼 이기적인 행동으로 개인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값을 추구하는 것이다. 앞서 든 예에서는 6분이 절대적 최적화, 3시간이 상대
적 최적화의 값이 된다. 네트워크 이론가들은 두 사람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
는 최적의 경우를 찾기 위해 상대적 최적화 값을 절대적 최적화 값으로 나눈
값인 피오에이(PoA, Price of Anarchy)를 활용한다. 피오에이의 에이(A)는 5

피오에이가 1보다 크면 왜 비효 무질서를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피오에이는 이기적인 무질서에 대한 대가라


율적인지 말해 보자.
고 할 수 있다. 즉, 피오에이가 크면 개인의 만족도는 높지만, 시간이 많이 낭
비되어 수학적으로는 비효율적이라는 뜻이다. 또 피오에이가 작으면 효율은
높으나 개인의 만족도가 낮을 수 있다는 뜻이고, 극단적으로 피오에이가 1이
면 이는 효율과 개인의 만족도가 모두 충족되었다는 의미이다. 위 사례의 피오 10

에이는 상대적 최적화 값인 3시간을 절대적 최적화 값인 6분으로 나누어 나온


값으로, 1보다 훨씬 큰 숫자가 나온다. 만족도를 높이는 대신 낭비되는 시간을
대가로 치른다는 뜻이다.

교통 체증의 해결 방안에 관한 이론과 실제


아래 [그림 1]은 출근길을 표현한 것인데, 왼쪽이 집이고 오른쪽이 직장이 15

10분 다. 출근을 하는 데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윗길은 고속


도로로 넓은 대신에 길게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아
랫길은 지름길로 짧지만 대신 좁다. 고속도로는
넓기 때문에 차가 1대가 가든 4대가 가든 언
제나 10분이 걸린다. 그런데 지름길은 좁아, 20

집 직장 이용 차량이 많을수록 길이 막혀 1대가 가면


x`분
▲ [그림 1] 1분이 걸리고, 2대가 가면 2분이 걸리고, 3대
가 가면 3분이 걸리고, x대가 가면 x분이 걸린다.
만약 이 동네에 직장에 가는 사람이 10명이고, 이들이 각자 차를 타고 출근
[그림 1]의 상황에서 사람들이
한다면 어떻게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 10대 모두 같이 출근한다면 최 25
절대적 최적화를 따르지 않고
상대적 최적화를 선택하는 이유 적화가 될 수 있도록 두 길로 적당히 나누어서 가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하
를 말해 보자.
나씩 해 보는 것이다. 1 : 9, 2 : 8, 3 : 7 등으로 가능한 것을 모두 해 보면 각
각 총 소요 시간이 나온다. 수식을 써서 푼다면 이차식으로 정리되어 시간이
가장 적게 걸리는 최솟값이 나오는데, 그때 x=5가 된다. 즉 5명은 위로, 5명
은 아래로 가야 한다. 그러면 위로 가는 사람은 고속도로이므로 10분씩 걸리 30

고, 아래로 가는 사람은 5명이므로 5분씩 걸린다. 그래서 10분으로 가는 사람

162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5명하고, 5분으로 가는 사람 5명을 합치면 총 75분, 한 사람당 7.5분이 걸린
다. 이것이 수학적으로 가장 좋은 절대적 최적화의 답이다.
그러나 실제 운전자들은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뭔가 불공평하기 때문
인데, 고속도로로 가던 한 명이 지름길로 옮겨 가면 아래 지름길에는 차량 수
5 가 5대에서 6대로 늘어나 6분이 걸리지만, 원래 고속도로에서는 10분이 걸렸
던 사람이니 지름길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도로 교통을 총괄하는 기관
에서는 5 : 5로 질서 있게 나누어 가는 것이 모두에게 가장 좋은 답이라고 하
겠지만, 이기적인 개인에게는 이것이 좋은 답이 아니어서 지름길로 옮겨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 사람만 이런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는 점
10 이다. 두 번째 사람이 옮겨 가면 지름길에는 총 7대가 되어 7분이 걸리지만 고
속도로로 갈 때보다 3분이 이익이므로 두 번째 사람도 지름길로 가게 된다. 이
렇게 되면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사람까지 모두 지름길을 택해, 10명이
모두 10분씩 총 100분이 소요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여기서 7.5분씩 걸리는 첫 번째 답안이 절대적 최적화이고, 모두 지름길로
15 몰려서 10분씩 걸리는 답안이 상대적 최적화이다. 상대적 최적화는 사람들이
좋아서 선택하는 이기적인 답으로,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
서 발생한다. 결국 평균 7.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10분에 가게 되어 교통
체증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것을 피오에이로 계산해 보면 1.33(100분÷75
분)쯤 되어 33퍼센트의 비용이 낭비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 도로를 막아야 교통 흐름이 나아진다? 10분


x`분
차가 막히면 보통 도로를 넓히고 다리를 놓는다.
그러나 이것은 비용도 문제지만 실제로도 쓸데없
는 작업일 수 있다. 다음의 [그림 2]와 [그림 3]은
집 직장
출근길을 표현한 것으로, 도로 조건은 [그림 1]과 동 x`분
10분
25 일하다. 다만 집에서 직장까지는 두 개의 고속도로와 ▲ [그림 2]
10분
두 개의 지름길이 놓여 있다.
x`분
[그림 2]의 경우 10대의 차에게 가장 좋은 출근
방법은 위아래로 각기 5대씩 나누어 가는 것이
다. 윗길은 5명이 가기 때문에 지름길에서는 x=5 집 직장
x`분
30 분이 걸리고, 고속도로로 가는 데 10분이 걸리므로 총 10분
15분이 걸린다. 10명이 모두 15분으로 공평할 뿐 아니라, ▲ [그림 3]

3 . 과학・기술 분야의 글 읽기 163


이 시스템은 절대적 최적화 답도 150분이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상대적 최적
화 답도 150분으로 매우 좋다. 피오에이가 1로 낭비가 전혀 없는 완벽한 도로
[그림 2]의 상황에서 이 도로망을 이다.
완벽하다고 한 이유를 말해 보자.
그런데 만약 시간을 단축시키겠다고 [그림 3]처럼 중간 지점을 연결하는 다
리를 놓으면 어떻게 될까? 5

사람들은 종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가게 된다. [그림 3]을 보면 다리가 놓이


는 바람에 처음의 사례처럼 모두 지름길 한 곳으로만 몰리게 되어 (x =10
분)+(x=10분)해서 총 20분이 걸린다. 원래 150분이던 소요 시간 총합이 200
분이 된다. 다시 말해 공평하고 효율적이던 도로가 다리 건설로 인해 오히려
낭비와 교통 체증이 더 생긴 것이다. 이것을 브라에스 역설이라고 한다. 10

네트워크는 힘이 세다
교통 체증 사례를 통해 실제로 네트워크 안에서 무엇인가 움직이는 동역학
문제를 풀어 보았다. 그냥 다리 놓고 도로를 뚫으면 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1차
원적 사고로는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될 수 있음을 보았다. 그런
데 네트워크 이론을 잘 활용하면 이런 문제들을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다. 예 15

를 들어 청계천의 고가 도로를 막았더니 예상과는 달리 시내 교통 흐름이 오히


려 더 나아진 사례에서처럼 적절한 조치를 통해 교통 체증을 줄여 나갈 수 있
다. 네트워크 이론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교통 문제만이 아니다. 허브를 찾
아 우선적으로 치료해서 전염병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거나, 월드와이드
브라에스 역설: 독일 수학자 디트 웹(WWW) 네트워크 구조를 파악하여 좋은 검색 결과를 쉽게 찾아내는 인터 20
리히 브라에스가 제시한 역설로,
새로운 도로를 추가하면 전체적 넷 검색 엔진을 개발하거나, 생명 공학적 연구에서 바이오 네트워크를 분석하
인 교통 정체 수준이 오히려 올
라갈 수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여 신약 후보 물질을 찾거나, 입소문 마케팅을 활용하여 기업의 제품을 홍보할
이르는 말. 때 등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
정하웅 (1968~ ) 물리학자. 복잡계 네트워크에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
다』 , 『전염의 상상력』 등의 공저가 있다.

164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깊게 읽기

1. 이 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활동을 해 보자.

⑴ 다음에 제시된 어휘를 활용하여 ‘네트워크’의 개념을 정의해 보자.

점, 선

⑵ 이 글에서 네트워크 이론가들이 활용하는 ‘피오에이(PoA)’를 주어진 활동을 하


며 정리해 보자.

상황: 10명이 집에서 직장으로 출근하는 도로에 지름길과 고속도로가 있다. 지


름길은 짧은 대신에 좁기 때문에 1대가 가면 1분이 걸리고, 2대, 3대가 가면 갈
수록 시간도 2분, 3분으로 늘어난다. 반면에 고속도로는 길지만 넓기 때문에
차량 통행 수와 상관없이 10분이 걸린다.

활동 도움말 •다음 그림에서 피오에이가 1인 경우를 •다음 그림처럼 중간에 다리를 놓았을 때
피오에이란 상대적 최적화 값 찾아보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 보고, 이때
을 절대적 최적화 값으로 나 피오에이가 어떻게 되는지 말해 보자.
눈 값으로, 무질서에 대한 대 10분 10분
x`분 x`분
가를 의미한다.

집 직장 집 직장
x`분 x`분
10분 10분

•위 활동을 참고하여 피오에이를 활용하면 어떤 이점이 있을지 말해 보자.

피오에이를 활용할 때의 이점

활동 도움말 ⑶ 사람들이 절대적 최적화를 따르지 않고 상대적 최적화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


피오에이가 클수록 비효율적 엇인지 말해 보자.
이고, 피오에이가 작아질수록
만족도가 낮아진다.

3 . 과학・기술 분야의 글 읽기 165


2. 이 글의 내용을 떠올려 보면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필자는 허브를 가진 복잡계 네트워크가 형성된 이유를 무엇 때문이라 하였는


지 말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⑵ 다음 밑줄 친 홍보 전략을 선택한 이유를 허브를 가진 복잡계 네트워크와 연관
복잡계 네트워크는 항공망 같은
지어 말해 보자.
네트워크로서 각 노드에 연결되
는 선이 몇 개의 노드에 집중되
는 허브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 ◯ 회사는 새로운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길거리에서 시제품을 나누
착안한다.
어 주고 있다. 그런데 시제품을 2개 주면서 “하나는 당신이 쓰고 하나는
친구 아무나 주세요.”라고 한다.
하나는 당신이 쓰고
하나는 친구 아무나 주세요.

⑶ 허브를 가진 복잡계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례를 찾아보고, 허브를 가진 복잡계


네트워크를 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말해 보자.

⑷ 자신을 중심으로 인간관계 ‘네트워크’를 만들어 보자. 그리고 자신이 만든 ‘네


트워크’와 친구가 만든 ‘네트워크’를 서로 비교하여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의견
을 나누어 보자.

166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넓혀 읽기

3. 다음 글을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미국에는 질병 예방 센터라는 기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주 미국 각 지역의 독감


환자 수, 독감 유사 증상 환자 수를 파악해서 보고서를 낸다. 지역별 독감 환자 수를
확인하다가 어느 지역에서 환자 수가 급증하면 그 주변을 차단해서 독감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 보고서 작성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먼저 일선에서 근무하는 지역 의사들에게 독감 환자가 오면 동사무소에 보고하도록
하고, 동사무소는 그 정보를 모아서 구청에 보고하고, 구청은 시청에, 시청은 주 정부
에, 최종적으로 주 정부는 질병 예방 센터로 넘긴다. 그러면 질병 예방 센터에서 통계
를 내서 지역마다 독감 환자 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낸다. 이렇게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2주가 걸린다. 하지만 2주면 독감이 미국 전역으로 퍼진 후이기 때문에 독감 예방
대책을 세우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그런데 검색 사이트 ◯ ◯ 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사람
들은 열이 나거나 몸에 이상이 나타나면 내가 무슨 병에 걸린 건 아
닌지를 검색한다. 독감에 걸렸다면 ‘기침’, ‘고열’, ‘해열제’ 등
? 독감과 관련된 증상이나 치료 방법을 검색하게 된다. 그런데
검색 사이트의 서버는 각 검색어가 어느 아이피(IP) 주소에서
왔는지 알기 때문에 그것을 분석해서 해당 지역을 찾아낼 수 있다. 실
제로 이 검색 사이트가 예측한 독감 환자 수와 질병 예방 센터가 발
표한 독감 환자 수는 거의 일치하였다. 이것은 네트워크 이론과
빅데이터를 결합하여 활용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였다.
- 정하웅, 「구글의 데이터 활용」 에서

빅데이터 : 기존의 데이터베이


⑴ 이 글에서 네트워크 이론과 빅데이터가 어떻게 응용되었는지 말해 보고, 이를
스로는 수집・저장・분석 따위
를 수행하기가 어려울 만큼 방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발표해 보자.
대한 양의 데이터. 또는 심지어
모둠 토의 활동
데이터베이스 형태가 아닌 비
정형의 데이터 집합조차 포함 ⑵ 다음의 사례를 통해 네트워크 이론과 빅데이터를 응용할 때의 한계점을 말해
한 데이터로부터 가치를 추출
보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해 모둠별로 토의해 보자.
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기술.

2013년에 검색 사이트 ◯ ◯ 이 예측한 독감 환자 수는 질병 예방 센터가 발표한


독감 환자 수의 거의 두 배 정도였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까닭은 실제로는 질병
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관심이나 사람들의 호기심, 해당 질병에
대한 공포심 등으로 질병을 검색했기 때문이다.

3 . 과학・기술 분야의 글 읽기 167


창의 교실 밖 나만의 추천 도서 목록을
융합 독서 활동
만들어 보자
활동 목표 추천 도서 선정을 통해 독서 경험을 성찰하고 독서 계획을 수립하기

요즘은 다양한 기관이나 단체, 지역 도서관 등이 추천 도서 목록을 발표하는 것은 물


론이고, 책을 즐겨 읽는 사람들도 누리 소통망을 통해 책을 추천하는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청소년의 수준에 맞으면서도 가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여러 분야의 책
들에 관한 소개를 살펴보자.

인문•예술

『삼국유사』 (일연)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안현배)


이 책은 고조선에서부터 고려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흥 역사와 예술사를 전공한 필자가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작
망성쇠의 역사를 폭넓게 다루었으며, 당시의 다른 역사서에 품들을 중심으로 펼쳐 나가는 미술 이야기이다. 회화나 조각
서는 보기 어려운 설화, 불교와 민속 신앙 자료를 한데 아울 을 그저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 곳곳에 담긴 의미를
렀다. 무신 정권과 몽골 침입 등으로 정 읽어 낼 수 있도록 필자는 신화, 종교, 문학, 역사 등 인문학
세가 불안해지자, 필자는 오랜 연구 과
삼국유사 의 여러 분야를 아우르면서 그에 맞닿아 있는 미술의 매력을
정에서 모아 놓은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 하나하나 들려준다.
리하여 이 책을 펴냄으로써 우리나라의
일연
미술관에
유구한 역사를 드러내고 민족적 자부심 간
을 고취하였다. 인문학자

안현배

인문•예술 분야 더 읽어 보기

도서명 필자

1. 『논어』 공자

2. 『소크라테스의 변명』 플라톤

3. 『꿈의 해석』 프로이트

4.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이왕주

5. 『나의 서양 음악 순례』 서경식

168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사회•문화

『10대와 통하는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 이야기』 (이수정) 『음식 문화의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서진영 옮김)
일하는 청소년, 즉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거나 아르바 인류학자인 필자가 세계 곳곳의 기이한 음식 문화에 관해 문
이트를 주업으로 삼는 모든 청소년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화 생태학적 관점에서 풀어 쓴 책이다. 모든 인간 집단이 동물
위해 알아야 할 노동법의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공인 노 성 단백질의 충분한 섭취를 위해 각자의 생태학적 조건 속에
무사인 필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노동법의 규정과 괴리되 서 적응해 왔다는 주장을 기반으로
어 있는 사회 현실을 지적하고, 노동에 관한 우리 사회의 인 여러 문화권의 다양한 식습관에 관한
권 감수성이 향상되어야 함을 강조 수수께끼를 풀어 나간다. 필자는 어
한다. 느 한 문화의 잣대로 다른 문화를 평
이수정 음식문화의
가할 수 없으며, 모두들 각자의 조건
10대와 통하는
수수께끼
일하는 청소년의 에서 적응해 온 방식을 인정해야 한
권리 이야기 마빈 해리스
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사회•문화 분야 더 읽어 보기

도서명 필자

1. 『리바이어던』 토머스 홉스

2. 『청소년을 위한 국부론』 김수행 / 애덤 스미스(원저)

3. 『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4.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5.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유홍준

창의・융합-교실 밖 독서 활동 169
창의 교실 밖
융합 독서 활동 나만의 추천 도서 목록을 만들어 보자

과학•기술

『코스모스』 (칼 세이건/홍승수 옮김) 『로봇 시대, 인간의 일』 (구본권)


인기리에 방영된 텔레비전 교양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출간된 인공 지능과 인간 바둑 고수의 대결에서 인공 지능이 승리한
이 책은 별과 지구, 그리고 인간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우 사건은 인류에게 충격을 던져 주었다. 비단 이 바둑 대결의 결
주의 역사를 담고 있다. 닐 타이슨 박사와 함께 시간과 공간 과만이 아니더라도, 인간보다 훨씬 복잡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을 여행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 책은 단순히 은하계 및 인공 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속속 세상에 선을 보이고 있으며,
태양계의 모습, 별들의 삶과 죽음 등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머지않아 많은 영역에서 로봇이 인간을 대치하게 될 것이다.
않고, 이 사실들을 밝혀 낸 과학자들의 다양한 연구 과정을 아울러 그에 따라 우리는 다양한 도
소개한다. 또한 우주에 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것인지, 우 덕적, 철학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될
주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등과 같은 철학적인 질문도 로봇 것이다. ‘인공 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던진다. 시대, 할 이들을 위한 안내서’란 부제를 단

인간의 이 책은 인류의 미래를 전망할 새로

일 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구본권

칼 세이건

과학•기술 분야 더 읽어 보기

도서명 필자

1. 『종의 기원』 찰스 다윈

2.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3.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 가마타 히로키

4. 『수학이 불완전한 세상에 대처하는 방법』 박형주

5.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 임창환

170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활동 ‘나만의 추천 도서 목록’을 작성하면서 지금까지의 독서 이력을 성찰해 보고, 이를 바탕으로 앞
으로의 독서 계획을 세워 보자.

1. 앞에 소개된 책 중에서 이미 읽었거나 나중에 읽어 보고 싶은 책이 있다면 적어 보자.

2.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 중에서 ‘나만의 추천 도서 목록’에 올릴 만한 책을 분야별로 두 권씩 선


택해 보자.

도서명 필자 간략한 책 소개

인문・예술

사회・문화

과학・기술

3. 1과 2를 종합하여 ‘나만의 추천 도서 목록’을 만들면서 되돌아본 나의 독서 이력에 문제점은 없


는지 점검해 보고, 앞으로의 독서 계획을 세워 보자.

나의 독서 이력 성찰

1. 나는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의 글을 골고루 읽었는가? 예 / 아니요

2. 나는 읽을 책을 고를 때 유용한 정보를 검색하여 참고했는가? 예 / 아니요

3. 나는 읽은 내용을 내면화하고 그에 관해 타인과 소통하기도 했는가? 예 / 아니요

나의 독서 계획

창의・융합-교실 밖 독서 활동 171
단원 점검하기
이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점검해 보자.

01
인문 예술 분야의 원리 점검
•인문 분야의 글은 인간의 정신적 활동과 세계에 관한 이해를 주로 다룸.
글 읽기 •예술 분야의 글은 예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식이나, 예술 작품
에 대한 감상과 비평에 관한 내용을 다룸.
우리 안의 마녀사냥
•인문・예술 분야의 글을 읽으면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정신
적으로 고양된 삶을 향유할 수 있음.
•인문 분야의 글은 필자의 관점이나 통찰, 그에 따른 해석 등을 비판적
관점으로 이해해야 함.
•예술 분야의 글은 예술 작품을 대하는 필자의 태도를 바탕으로 예술과
삶의 문제에 관해 비중을 두고 읽어야 함.

윤두서의 「자화상」

「우리 안의 마녀사냥」 과 「윤두서의 「자화상」」 을 통해, 인문학적 세계관, 예술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 등을 이해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인간과 삶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되
었는가?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02
사회・문화 분야의 원리 점검
•사회 분야의 글은 사회 현상의 법칙을 탐구하는 내용을 다룸.
글 읽기 •문화 분야의 글은 사상, 의복, 언어, 종교, 법이나 도덕 등의 규범, 가치
관과 같은 것들을 포괄하는 사회 전반의 생활 양식을 다룸.
나라에 부치는 연애편지
•사회・문화 분야 글을 읽으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폭넓게 통찰하고 다른 사회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편견 없이 이해
할 수 있음.
•사회・문화 분야의 글을 읽을 때는 필자의 관점이 타당하고 수용 가능한
지 비판적으로 이해해야 함.
•사회・문화 분야의 글을 읽을 때는 동일한 화제를 다룬 여러 글을 읽어
폭넓고 균형 있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함.

172 Ⅲ.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우산, 근대와 전근대가 만나다

「나라에 부치는 연애편지」 와 「우산, 근대와 전근대가 만나다」 를 통해, 사회적 사건이나
문화적 현상에는 당대 사회의 요구나 신념이 반영되어 있음을 이해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되었는가?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03
과학・기술 분야의 원리 점검
•과학 분야의 글은 자연 현상의 원리를 파악하는 자연 과학에 관한 내용
글 읽기 을 다룸.
•기술 분야의 글은 응용 과학 및 최신 공학 기술 등 인간의 실제 생활에
원자 모형의 변천 과정
서 구현되고 있는 모든 기술을 대상으로 함.
•과학・기술 분야의 글을 읽으면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나, 실제 생활
속에서 구현되는 다양한 기술 등의 작동 원리와 특징을 이해할 수 있음.
•과학・기술 분야의 글을 읽을 때는 주요 개념이나 원리를 명확히 이해
하고, 그것이 도출되는 과정의 논리와 체계를 따져 보아야 함.
•과학・기술 분야의 글을 읽을 때는 개념과 원리의 적용 가능성이나 한
계 등에 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야 함.
네트워크는 힘이 세다

「원자 모형의 변천 과정」 과 「네트워크는 힘이 세다」 를 통해, 논거를 입증하는 과정과 과


학적 지식에 내재한 한계를 이해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과학적 지식을 비판적으로 수용
할 수 있게 되었는가?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인문・예술, 사회・문화,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는 방법을 배웠어. 앞으로는 이를 적용하면서
글을 읽고, 다양한 분야에 관한 소양을
두루 갖추도록 해야겠어.

단원의 마무리 173


.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1.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2. 다양한 지역의 글 읽기
3. 다양한 매체 자료 읽기
창의・융합 -교실 밖 독서 활동

비판적・창의적 사고 역량

자료・정보 활용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대인 관계 역량

문화 향유 역량

자기 성찰・계발 역량
독서를 통해 동서고금의 지혜를
고루 섭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일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아주 특별한 능력이 생겨서, 어느 시대로
든 또 어느 나라로든 마음대로 다녀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렸을
때 우리는 누구나 이런 공상을 한 번쯤은 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독서
를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바람이 그저 허황된 것만은 아니다. 글
을 통해서는 시간이나 공간의 장벽을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
다. 그 과정에 필요한 것은 시대, 지역, 매체에 따라 달라지는 글의 특성
에 적합한 독서법을 익혀 두는 일뿐이다.
이 단원에서는 시대별로 다양한 글을 읽어 봄으로써 선인들의 삶을 만
나고,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된 글을 통해 고유의 문화적 특성을 발견해
볼 것이다. 또한, 매체에 따라 적절하게 자료를 수용하는 방법도 익히게
될 것이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로마에서 왔습니다. 조선에서 왔사옵니다.

176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대단원 학습 목표
•시대의 사회・문화적 특성이 글쓰기의 관습이나 독서 문화에 반영되어 있음을 이해하고, 다양한 시대에서 생산된
가치 있는 글을 읽는다.
•지역의 사회・문화적 특성이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글에 반영되어 있음을 이해하고,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된 가
치 있는 글을 읽는다.
•매체의 유형과 특성을 고려하여 글의 수용과 생산 과정을 이해하고, 다양한 매체 자료를 주체적・비판적으로 읽는다.

단원 한눈에 보기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글을 통해 고려와 조선의 사회상 파악하기
•옛글에 반영되어 있는, 선인들의 독서 문화와
글쓰기 관습 이해하기

요물이 나라를 망치고 있으니 이존오

조침문 유씨 부인 다양한 지역의 글 읽기


•글에 담긴 고대 서양의 문화적 특성과 아프
리카의 사회상 파악하기
•유사한 문제에 관한 다른 지역 사람들의 글
과 비교하여 읽기
다양한 매체 자료 읽기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 오비디우스
•매체의 특성에 주목하며 전자책의 자료 읽기
검은 별봄맞이꽃 넬슨 만델라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로 각종 매체의 정
보 수용하기

세계 명화의 비밀-「모나리자」 편 모니카 봄 두첸

가짜 뉴스-뉴스의 얼굴을 한 흑색선전


『블로터』 기획 취재팀

이 단원을 배우면
시대, 지역, 매체에 따라 적합한 방법으로 독서를 함으로써
다양한 문화에 관한 지식을 얻고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단원의 길잡이 177


학습 목표
다양한 시대에 생산된 글을 읽고 그 가치를 파악한다.
시대의 사회・문화적 특성이 독서 문화나 글쓰기 관습에 반영될 수 있음을 이해한다.

생각 열기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주된 요소는 무엇일까?

텔레비전 드라마들은 조선 시대 한양에 살던


사람이 갑자기 21세기 서울에 뚝 떨어진다거나,
현대인이 이유 없이 훌쩍 고려 시대로 가게 된다
는 식의 설정을 심심찮게 활용한다. 그리고 이런
드라마는 대개 등장인물들의 언어 관습이 지닌
시간 여행 의학 드라마 차이로 인한 의사소통의 문제점, 특정 문물에 대
한 이해의 차이 때문에 벌어지는 황당한 사건 등
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준다. 혹시 이 ‘차
이’가 우리가 옛글을 읽는 일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4 4 4 4

그렇다면 다양한 시대의 글을 읽을 때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1 다양한 시대의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


우리는 동시대의 글들로 대상을 한정하는 독서보다 다양한 시대의 글들을 두
루 읽는 독서가 더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우선, 다양한
시대의 글을 읽으면 우리의 과거를 알 수 있다. 어느 시대든 사람들은 살면서 마
주하게 된 생각과 감정을 글에 담는다. 따라서 우리가 지난 여러 시대의 글을 읽
으면 선조들의 삶이 어떤 일상, 어떤 애환으로 구성되어 있었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고, 이는 곧 우리의 뿌리를 들여다보는 일이 된다.
그뿐 아니라 다양한 시대의 글을 읽으면 우리의 현재와 미래도 더 잘 볼 수 있
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인류는 지혜와 지식을 축적하고 주로 글을 통해 그것들을 보
존・계승・확장해 왔다. 그러므로 우리가 옛글을 읽는 것은 선조들에게서 인간과
자연에 관한 지식을 얻고, 우리의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지혜를 구하는 일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옛글에 실린 사상이나 체험을 오늘의 관점에서 재
해석하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때, 우리는 다시 글로 기록하여 후손에게 전해
줄 만한 창의적 사유에 도달할 수 있다.

178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2 독서 문화와 글쓰기 관습의 변화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드라마 속 인물들의 말투나 옷차림이 서로 다르듯이,
독서 문화나 글쓰기 관습도 시대에 따라 다르다. 소수의 지배 계층이 지식을 독
점하던 시대에는 정전(正典)이나 고전(古典) 같은 한정된 읽을거리를 반복적으
로 소리 내어 읽으면서 그것을 완벽하게 수용하는 독서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소리 내어 읽자.
맹자 왈, 공자 왈.
글을 쓸 때도 옛 성현의 글을 본뜨거나 인용하는 것을 모범으로 삼았다.
그러나 인쇄술의 발달로 다양한 종류의 책이 대량으로 생산되면서 점차 묵독
( 讀), 속독(速讀), 다독(多讀)이 보편화되었으며,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골라
눈으로만
서 읽고 내용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독서 방식이 중요해졌다. 글쓰기 관습 또한 읽자.

옛것을 모방하기보다는 개성이나 창의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특히 인터넷 정보 사회의 도래는 독서 문화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글의 흐름에 따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며 순서대로 읽는 독서 방법에서 벗어
나, 다양한 연결망을 통해 자신이 읽을 글을 선택함으로써 독서의 흐름을 수시
로 자유롭게 변경하는 새로운 검색형 독서 방법이 생겨난 것이다. 또한, 독자와
필자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독서와 작문 문화도 자리를 넓혀 가고 있다.

3 다양한 시대의 글을 읽을 때 유의할 점


한 편의 글이 창작되고 향유되는 데는 여러 가지 맥락이 작용한다. 따라서 다
양한 시대의 글을 읽을 때는 그 글이 지어진 당시의 사회・문화적 배경, 글쓰기
관습, 독서 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대한 그 시대의 맥락을 재구성하
거나 상상해 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모르는 것이 있다면 관련 자료를 탐
색하여 공부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이는 글의 내용을 생생하게 수용하기 위
해서도 필요하지만, 오늘날의 잣대로 섣불리 그 글을 재단하지 않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나아가 그러한 바탕 위에서 그 글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가치가
무엇인지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1 .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179


제재 1

요물이 나라를 망치고 있으니 _ 이존오 / 이혜순 옮김

읽기 전에

이 글은 고려 말 공민왕 때 세도를 부리던 신돈의 죄를 논한 상소문이다.


•글 속에 반영된 당시의 사회・문화적 상황을 파악하며 읽어 보자.
•당시의 글쓰기 관습이 지닌 특성을 오늘날과 비교해 가며 읽어 보자. 5

신(臣) 등이 3월 18일에 궁전 안에서 문수회(文殊會)를 열었을 때 당한 일입


니다. 영도첨의 신돈이 재상 반열(班列)에 앉아 있지 않고 감히 전하와 더불어
나란히 앉았는데, 그 거리가 몇 자 되지 않아 온 나라 사람이 놀래어 인심이 술
렁술렁하고 매우 소란스러웠습니다. 상하를 구별하고 백성의 뜻을 안정시키는
것이 예인데, 예법이 없다면 대체 무엇으로 군신(君臣)이 되고 무엇으로 부자 10

(父子)가 되며 또한 무엇으로 국가를 다스리겠습니까. 성인이 예법을 마련하시


어 상하 명분을 엄격하게 한 것은 그 도모함이 깊고 그 사려가 원대한 것이었
습니다.
가만히 보옵건대 신돈은 임금의 은혜를 지나치게 입어 나라 정사를 제멋대
로 하고 임금을 무시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당초에 영도첨의 판감찰로 임명 15

되던 날에 예법으로서는 마땅히 조복(朝服)을 차리고 나아가 은혜를 사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반 달 동안 나오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대궐 뜰에 들어와서는
신 : 신하가 임금을 상대하여 자
기를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그 무릎을 조금도 굽히지 않은 채 늘 말을 타고 궐문을 출입하여 전하와 함께
문수회 : 석가모니여래의 왼쪽에
의자에 걸터앉았고, 집에 있을 때는 재상들은 마루 밑에서 절을 하였으나 신돈
있는, 지혜를 맡은 보살인 문수보
살을 기리는 집회. 은 모두 앉아서 접대하였습니다. 최항이나 김인준, 임연 같은 이들도 이렇게 20

반열: 품계나 신분, 등급의 차례.


행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가 전에는 중의 신분이어서 마땅히 치지도외(置之度
조복 : 관원이 조정에 나아가 하
례할 때에 입던 예복. 붉은빛의 外)하여 그 무례함을 꼭 책망할 필요는 없었지마는, 이젠 재상이 되어 명분과
비단으로 만들며, 소매가 넓고 깃
지위가 정해졌는데 감히 예법을 잃고 윤리를 허물기를 이와 같이 할 수 있겠습
이 곧음.

치지도외: 마음에 두지 아니함. 니까. 그러하게 된 이유를 따져 보자면 신돈은 필시 자신이 임금의 스승이기

180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때문이라고 하겠지마는, 유승단은 고종의 스승이요 정가신은 충선왕의 스승이
었으나 신 등은 저들 두 사람이 감히 이런 일을 하였다는 말을 아직 못 들었습
니다. 이자겸은 인종의 외조부였으므로 인조 대왕께서 겸양하여 할아버지와
손주의 예로써 서로 만나려 하였으나, 공론이 두려워서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하
5 였습니다. 대개 군신의 명분이란 본디부터 정한 것이 있었기에 그 예법은 군신
이 생긴 이래로 만고를 지나도 바뀌지 않으니, 신돈과 전하께서 사사로이 고칠
바는 아니라 생각됩니다. 신돈이 어떠한 사람이건대 감히 스스로 높이기를 이
와 같이 합니까. 필자는 유승단, 정가신, 이자겸
등이 신돈과 어떤 점에서 비슷하
「홍범」에 이르기를, “오직 임금만이 복을 내릴 수 있고 오직 임금만이 위세를 고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하고
있는지 말해 보자.
10 부릴 수 있으며 오직 임금만이 진귀한 음식을 받을 수 있는데, 신하로서 복을
내리거나 위세를 부리고 진귀한 음식을 받는 자가 있다면 반드시 가문을 해치
고 나라를 해칠 것이다. 관리들이 기울어지고 비뚤어지고 치우쳐지면 백성들
은 넘보고 어긋나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신하로서 임금의 권
력을 참람(僭濫)하여 쓴다면 모든 관원이 편안한 마음으로 제 분수를 지키지
15 못할 뿐 아니라, 백성들 역시 그들을 좇아 분수에 넘치는 일을 할 것입니다. 그 「홍범(洪範)」: 『서경』(유학의 다섯
런데 신돈은 능히 복을 내리고 위세를 부리고 또 전하와 더불어 대등한 예를 경전 중 하나로, 공자가 요임금과
순임금 때부터 주나라에 이르기
행하니, 이는 나라에 두 임금이 있는 것입니다. 그 능멸함과 참람함이 극에 달 까지의 정사(政事)에 관한 문서를
수집하여 편찬한 책.)의 1편으로
하여 교만이 습관이 되었으므로, 백관들이 분수를 지키지 않고 백성들이 분수 서 유가(儒家)의 천하적 세계관에
에 넘치는 일을 하는 것이 어찌 두렵지 않겠습니까. 의거한 정치 철학을 말한 글.

참람하다 : 분수에 넘쳐 너무 지
20 송나라 사마광은 말하기를, “기강이 서지 않으면 호걸 중 간교한 뜻을 가진 나치다.

간웅(奸雄)이 망측한 마음을 품게 된다. 그런즉 예법은 불가불 엄격해야 하고, 간웅: 간사한 꾀가 많은 영웅.

1 .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181


습관은 불가불 삼가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만일 전하께서 이 사람(신
돈)을 공경하고 백성에게 재해도 없게 하려면, 그의 머리를 깎고 그의 옷을 물
들이고 그의 벼슬을 삭탈(削奪)하여 절에다 두고서 공경해야 합니다. 반드시
이 사람을 써야만 국가가 평안하겠다면 그 권력을 억눌러 상하의 예법을 엄격
삭탈: 죄를 지은 자의 벼슬과 품 하게 한 뒤에 부리셔야만 백성의 마음이 안정되고 나라의 어려움도 펴질 것입 5

계를 빼앗고 벼슬아치의 명부에


서 그 이름을 지우던 일.
니다.
누르다: 황금이나 놋쇠의 빛깔과 또 전하께서 신돈을 어진 이라 하였지만, 신돈이 국사를 맡은 이래로 음양이
같이 다소 밝고 탁하다.
때를 잃어서 겨울철에 우레가 일고 누른 안개가 사방에 꽉 차고 해가 열흘 이
천구성 : 재해(災害)의 징조로 나
타난다고 하는 별. 상 어두웠으며, 밤중에 붉은 기운이 돌고 천구성(天狗星)이 땅에 떨어지며 나
논도섭리공신: 도를 논하고 고르 무의 고드름이 지나치게 심합니다. 청명이 지난 뒤에도 우박과 찬바람이 일어 10
게 다스리는 관리, 즉 재상의 지
위를 가리킴. 하늘의 기후가 여러 차례 변하고, 산새와 들짐승이 대낮에 성 안으로 날아들고
조종: ① 시조가 되는 조상. ② 임 달려드니, 신돈에게 내린 ‘논도섭리공신(論道燮理功臣)’이라는 호가 과연 천지
금의 조상. ③ 가장 근본적이며
주요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와 조종(祖宗)의 뜻에 합하는 것입니까.
말.
신 등은 직책이 사간원(司諫院)에 있는지라, 전하께서 자격이 안 되는 인물
사간원 : 국왕의 과오나 비행을
비판하는 간쟁(諫諍), 옳지 않음 을 재상으로 삼아 장차 사방에 웃음거리가 되고 만세에 기롱(譏弄)의 대상이 15
을 글을 올려 논박하는 봉박(封
駁) 같은 일을 주로 하던 관서.
될까 안타깝게 여깁니다. 이에 침묵을 지키고 말을 하지 않는다는 책망을 면하
기롱: 실없는 말로 놀림. 고자 합니다. 이미 말씀을 드렸는지라, 대처하시는 바를 삼가 듣겠나이다.
- 『고려를 읽다』

|
이존오 (1341~1371) 고려 말기의 문신. 1360년(공민왕 9년)에 문과에 급제하고 사관(史官)에 발탁되었다. 1366년 우
정언이 되어 신돈의 횡포를 탄핵하다가 왕의 노여움을 샀으나, 이색 등의 옹호로 극형을 면하였다. 그 뒤 공주에서 은둔
하며 울분 속에 지내다가 죽었다. 정몽주, 박상충 등과 교분이 두터웠다.

182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깊게 읽기

1. 이 글의 글쓰기 맥락을 분석해 보자.

필자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예상 독자는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인가?

주제와 관련지어 볼 때 필자가 이 글을 쓴 목적은 무엇인가?

활동 도움말
2. 이 글과 다음 시조는 주제 면에서 관련이 깊다고 알려져 있다. 밑줄 친 시어들의 숨은 의미
시조에서 구름이 마음대로 다
를 추론하여, 시조에 담긴 필자의 생각을 파악해 써 보자.
니면서 해를 덮는다고 한 것
은 앞서 배운 상소문 속의 어
떤 상황을 빗댄 것인지 생각
구름이 무심(無心)탄 말이 아마도 허랑하다.
해 본다.
중천(中天)에 떠 있어 임의로 다니면서
구태여 광명한 날빛을 따라가며 덮나니. - 이존오


구태여 따라다니며 임금의 총명함을 가리는구나.

1 .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183


3. 당시의 사회・문화적 특성이 이 글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생각하면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예법의 기능과 성격에 관한 당대 사람들의 생각이 드러난 부분을 찾아 그 내용


을 정리해 보자.

⑵ 오늘날의 관점으로 볼 때 합리적인 근거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을 찾


아보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설명해 보자.

4. 이 글을 통해 당시의 글쓰기 관습과 독서 문화를 짐작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⑴ 이 글이 상소문임을 고려할 때, 독자와의 사회적 관계가 필자의 글쓰기 태도에


상소문은 주로 관원이 임금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설명해 보자.
잘못된 정사(政事)를 고치도록
말하기 위해 쓴 글임을 참고한다.

⑵ 필자가 주장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활용한 글쓰기 방식의 효과를 파악해 보자.

신돈의 무례한 행실과 과오를 직접


적으로 지적할 수 있음.

유승단, 정가신, 이자겸 등 신돈과 유


사한 위치에 있었던 이들을 언급함.

활동 도움말 ⑶ 필자가 「홍범」 을 인용한 의도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당시의 지식인들이 주로


인용된 「홍범」 의 내용이 어떤 어떤 종류의 책을 어떤 목적과 태도로 읽었을지 추론해 보자.
분야에 관한 것인지, 필자는 「홍
범」 에 담긴 주장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등을 생각해 「홍범」 을 인용한
본다. 의도

당시 지식인들의
독서 목적과 태도

184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넓혀 읽기

5. 다음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일부분이다. 이를 바탕으로 신돈이 이존오의 글에 반


박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고, 신돈의 입장에서 임금에게 올리는 글을 써 보자.
활동 도움말
신돈의 눈에는 당시의 정치적・
공민왕의 개혁 정치
사회적 상황이 어떻게 보였을지
생각해 본다. 권문세족 공민왕은 원・명 교체기를 이용하여 대외적으로 반원 자주를 실현하고 대내적으로
원 간섭기에 형성된
권문세족을 약화시켜 왕권을 강화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새로운 지배층이다.
종래의 문벌 귀족 가 공민왕은 기철을 비롯한 친원 세력을 숙청하였고, 정동행성 이문소를 폐지하였다.
문, 무신 정권기에 새
또한 원의 간섭으로 바뀌었던 관제를 복구하였으며, 변발 등 몽골 풍습을 금지하였
로 등장한 가문, 원과
의 관계를 통하여 성 다. 그리고 쌍성총관부를 공략하여 철령 이북의 땅을 수복하였다.
장한 가문 등이 포함
공민왕은 정방을 폐지하여 인사권을 회복하였으며, 전민변정도감을 설치하여 토
되었다.
지와 노비의 원상회복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권문세족의 반발로 개혁의 중심인물인
신돈이 제거되고, 공민왕이 시해됨으로써 개혁은 중단되었다.
한편 공민왕의 개혁 정치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신진 사대부의 정계 진출이 확대
되었다. 이들은 성리학을 수용하여 학문의 기반으로 삼고 권문세족의 횡포와 불교의
폐단을 시정하려고 하였다.
신진 사대부들 중 급진 개혁파(혁명파)는 홍건적과 왜구의 침입을 격퇴하는 과정
▲ 공민왕과 왕비(노국대장공주)
에서 성장한 이성계와 결탁하여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건국(1392)하여 새로운
사회 건설을 모색하였다.

│함│께│하│는│탐│구│활│동│ 신돈의 개혁

신돈이 전민변정도감을 두기를 청하고 스스로 판사가 되어 다음과 같이 방을 내렸다. “요사이 기강이
크게 무너져 사람들이 탐욕스럽고 포학하게 되어 종묘, 학교, 창고, 사원 등의 토지와 조상 대대로 내려
오는 토지와 노비를 권세가가 거의 다 빼앗아 차지하고는, 혹 이미 돌려주도록 판결난 것도 그대로 가지
고 있으며, 양민을 노예로 삼고 있다. 향리, 역리, 관노, 백성 가운데 역을 피해 도망한 자들이 모두 숨어
들어 크게 농장이 설치되니, 백성들을 병들게 하고 나라를 여위게 하며, 홍수와 가뭄을 부르고 질병도 그
치지 않고 있다. 이제 도감을 두어 고치도록 하니, 잘못을 알고 스스로 고치는 자는 죄를 묻지 않을 것이
나 기한이 지나 일이 발각되는 자는 엄히 다스릴 것이다.” - 『고려사』

활동 1. 밑줄 친 부분의 권세가는 누구를 가리키는지 말해 보자.

활동 2. 신돈의 개혁이 실패한 이유를 설명해 보자.

전하,

1 .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185


제재 2

조침문(弔針文) _ 유씨 부인

읽기 전에

이 글은 조선 후기에 지어진 것으로, 아끼던 바늘이 부러져서 느낀 안타까움을


제문(祭文) 형식으로 표현하였다.
•글 속에 반영된 당시 여성들의 삶을 짐작하며 읽어 보자. 5
•필자가 제문이라는 형식을 선택한 이유를 생각하며 읽어 보자.

유세차(維歲次) 모년 모월 모일에 미망인 모씨는 두어 자 글로써 침자(針子)


께 고하노니, 인간 부녀의 손 가운데 종요로운 것이 바늘이로되, 세상 사람이
귀히 아니 여기는 것은 도처에 흔한 바이로다.
이 바늘은 한낱 작은 물건이나, 이렇듯이 슬퍼함은 나의 정회가 남과 다름이 10

유세차 : ‘이해의 차례는’이라는 라. 오호통재(嗚呼痛哉)라, 아깝고 불쌍하다. 너를 얻어 손 가운데 지닌 지 우


뜻으로, 제문 (祭文)의 첫머리에
관용적으로 쓰는 말. 금(于今) 이십칠 년이라. 어이 인정이 그렇지 아니하리오. 슬프다. 눈물을 잠
종요롭다 : 없어서는 안 될 정도 깐 거두고 심신을 겨우 진정하여 너의 행장(行狀)과 나의 회포를 총총히 적어
로 매우 긴요하다.

오호통재 : ‘아, 비통하다’라는 뜻


영결하노라.
으로, 슬플 때나 탄식할 때 하는
연전에 우리 시삼촌께옵서 동지상사(冬至上使) 낙점(落點)을 무르와 북경을 15
말.

우금: 지금까지.
다녀오신 후에, 바늘 여러 쌈을 주시거늘, 친정과 원근 일가에게 보내고, 비복
행장 : 몸가짐과 품행을 통틀어 들도 쌈쌈이 낱낱이 나눠 주고, 그중에 너를 택하여 손에 익히고 익히어 지금
이르는 말.
까지 해포되었더니, 슬프다. 연분이 비상하여 너희를 무수히 잃고 부러뜨렸으
동지상사 : 조선 시대에, 해마다
동짓달에 중국으로 보내던 사신 되, 오직 너 하나를 영구히 보존하니, 비록 무심한 물건이나 어찌 사랑스럽고
의 우두머리.
미혹지 아니하리오. 아깝고 불쌍하며, 또한 섭섭하도다. 20
낙점: 조선 시대에, 이품 이상의
벼슬아치를 뽑을 때 임금이 이조 나의 신세 박명하여 슬하에 한 자녀 없고, 인명이 흉완(凶頑)하여 일찍 죽지
에서 추천된 세 후보자 가운데
마땅한 사람의 이름 위에 점을 못하고, 가산이 빈궁하여 침선(針線)에 마음을 붙여 널로 하여 시름을 잊고 생
찍던 일.
애를 도움이 적지 아니하더니, 오늘날 너를 영결하니, 오호통재라, 이는 귀신
쌈 : 바늘을 묶어 세는 단위. 한
쌈은 바늘 스물네 개를 이름. 이 시기하고 하늘이 미워하심이로다.
흉완: 흉악하고 모짊. 아깝다 바늘이여, 어여쁘다 바늘이여. 너는 미묘한 품질과 특별한 재치를 가 25

186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졌으니, 물중(物中)의 명물(名物)이요, 철중(鐵中)의 쟁쟁(錚錚)이라. 민첩하고
날래기는 백대의 협객이요, 굳세고 곧기는 만고의 충절을 듣는 듯한지라. 능라
(綾羅)와 비단에 난봉(鸞鳳)과 공작을 수놓을 제, 그 민첩하고 신기함은 귀신이
돕는 듯하니, 어찌 인력이 미칠 바리오.
5 오호통재라, 자식이 귀하나 손에서 놓일 때도 있고, 비복이 순하나 명을 거
스를 때 있나니, 너의 미묘한 재질이 나의 전후에 수응(酬應)함을 생각하면,
자식에게 지나고 비복에게 지나는지라.
천은(天銀)으로 집을 하고, 오색으로 파란을 놓아 곁고름에 채웠으니, 부녀
쟁쟁 : 쇠붙이 따위가 맞부딪쳐
의 노리개라. 밥 먹을 적 만져 보고 잠잘 적 만져 보아, 널로 더불어 벗이 되 맑게 울리는 소리. 여기서는 여
럿 가운데서 매우 뛰어나다는 의
10 어, 여름 낮에 주렴이며, 겨울밤에 등잔을 상대하여 누비며, 호며, 감치며, 박
미임.
으며, 공글릴 때에, 겹실을 꿰었으니 봉미(鳳尾)를 두르는 듯 땀땀이 떠 갈 적 천은: 품질이 가장 뛰어난 은.

에 수미가 상응하고, 솔솔이 붙여 내매 조화가 무궁하다. 파란 : 광물을 원료로 하여 만든


유약(釉藥). 법랑.
이 생애 백 년 동거하렸더니, 오호애재(嗚呼哀哉)라, 바늘이여. 금년 시월 초
오호애재 : ‘아, 슬프도다’라는 뜻
십일 술시(戌時)에 희미한 등잔 아래서 관대(冠帶) 깃을 달다가 무심 중간에 자 으로, 슬플 때나 탄식할 때 하는
말.
15 끈동 부러지니 깜짝 놀라워라. 아야 아야 바늘이여 두 동강이 났구나.
술시 : 십이시(十二時)의 열한째
정신이 아득하고 혼백이 산란하여 마음을 빻아 내는 듯 두골을 깨쳐 내는 듯 시. 오후 일곱 시부터 아홉 시까
지임.
이슥도록 기색혼절(氣塞昏絶)하였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만져 보고 이어 본들
관대 : ‘관디[옛날 벼슬아치들의
속절없고 하릴없다. 편작(扁鵲)의 신술(神術)로도 장생불사 못 하였네. 동네 장 공복(公服)]’의 원말.

기색혼절: 숨이 막혀 까무러침.
인(匠人)에게 때이런들 어찌 능히 때일쏜가. 한 팔을 베어 낸 듯 한 다리를 베어
편작 : 중국 전국 시대의 유명한
20 낸 듯 아깝다 바늘이여 옷섶을 만져 보니 꽂혔던 자리 없네. 의사.

1 .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187


마치다: 사람이 생(生)을 더 누리 오호통재라. 내 삼가지 못한 탓이로다. 무죄한 너를 마치니 백인(伯仁)이 유
지 못하고 끝내다.

백인이 유아이사 : 백인이 나로


아이사(由我而死)라. 누를 한(恨)하며 누를 원(怨)하리오. 능란한 성품과 공교
말미암아 죽다. 백인(『진서』에 실 한 재질을 나의 힘으로 어찌 다시 바라리오. 절묘한 의형(儀形)은 눈 속에 삼삼
린 고사에 나오는 사람 이름)을
직접 죽이지 않았지만 죽은 사람 하고 특별한 품재(稟才)는 심회가 삭막하다.
에 대해 자신이 책임이 커서 죄
책감을 느낀다는 말. 남의 잘못이
네 비록 물건이나 무심치 아니하면 후세에 다시 만나 평생 동거지정을 다시 5

아니라 나의 탓임. 이어 백년고락과 일시생사를 한가지로 하기를 바라노라. 오호애재라, 바늘


의형: 몸을 가지는 태도.
이여.
품재: 타고난 재주.
- 『선비의 소리를 엿듣다』

|
유씨 부인 조선 후기 순조 연간(1800~1834)의 여류 문인. 명문가에서 태어나 사대부 가문에 출가했으나 가난하고
자녀도 없는데다 남편마저 일찍 여의었다. 문장력이 뛰어났으며 작품으로 「조침문」을 남겼다.

188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깊게 읽기

1. 이 글의 내용을 점검하며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필자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말해 보자.

⑵ 필자가 꼽은 바늘의 덕성이나 장점은 무엇인지 써 보자.

⑶ 필자가 바늘에 부여한 가치를 필자의 처지와 관련하여 설명해 보자.

2. 당시의 글쓰기 관습과 관련하여 이 글의 형식과 표현을 이해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⑴ 필자가 제문 형식을 택하여 글을 쓴 이유를 추론해 보고, 이를 위해 필자가 어


제문(祭文)은 죽은 사람에 대
떤 표현 방법을 활용했는지 파악해 보자.
하여 애도의 뜻을 나타낸 글
임을 고려한다.

제문 형식을
택한 이유

제문 형식에 어울리도록
활용한 표현 방법

⑵ 필자가 자신의 심리적 상황을 신체적 감각에 빗댄 표현들을 찾아 써 보자.

⑶ 당시에 관습적으로 사용되던 표현 방법들을 다음 부분에서 찾아보자.

무죄한 너를 마치니 백인(伯仁)이 유아이사(由我而死)라. 누를 한(恨)하며


누를 원(怨)하리오. 능란한 성품과 공교한 재질을 나의 힘으로 어찌 다시 바
라리오. 절묘한 의형(儀形)은 눈 속에 삼삼하고 특별한 품재(稟才)는 심회가
삭막하다.

1 .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189


3. 당시의 사회・문화적 특성이 이 글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파악하면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다음 부분에 드러나 있는 제도나 풍습을 설명해 보자.


활동 도움말
글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행
동과 그들 사이의 관계에 주목 연전에 우리 시삼촌께옵서 동지상사(冬至上使) 낙점(落點)을 무르와 북경
해 본다.
을 다녀오신 후에, 바늘 여러 쌈을 주시거늘, 친정과 원근 일가에게 보내고,
비복들도 쌈쌈이 낱낱이 나눠 주고, 그중에 너를 택하여 손에 익히고 익히어
지금까지 해포되었더니, 슬프다.

⑵ 다음 부분에 반영되어 있는 당시 여성들의 삶은 어떤 모습인지 설명해 보자.

천은(天銀)으로 집을 하고, 오색으로 파란을 놓아 곁고름에 채웠으니, 부


녀의 노리개라. 밥 먹을 적 만져 보고 잠잘 적 만져 보아, 널로 더불어 벗이
되어, 여름 낮에 주렴이며, 겨울밤에 등잔을 상대하여 누비며, 호며, 감치며,
박으며, 공글릴 때에, 겹실을 꿰었으니 봉미(鳳尾)를 두르는 듯 땀땀이 떠 갈
적에 수미가 상응하고, 솔솔이 붙여 내매 조화가 무궁하다.
이 생애 백 년 동거하렸더니, 오호애재(嗚呼哀哉)라, 바늘이여. 금년 시월
초십일 술시(戌時)에 희미한 등잔 아래서 관대(冠帶) 깃을 달다가 무심 중간
에 자끈동 부러지니 깜짝 놀라워라. 아야 아야 바늘이여 두 동강이 났구나.

발표 활동

⑶ 조선 시대에 여성이 쓴 또 다른 글을 찾아 읽어 보고, 그 글에 드러나 있는 당


시 사회상을 「조침문」 과 비교하여 발표해 보자.

190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넓혀 읽기

4. 다음 글을 「조침문」 과 비교하며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보고 싶은 나비야.
이렇게 빨리 너와 헤어질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잘해 줬을 텐데, 미안해서 속상하
고 안타깝다.
애교 많고 장난도 잘 치는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어디서 이렇게 작고 따뜻한
털 뭉치가 나에게로 왔나 싶어 늘 신기했어. 만져 달라고 배를 내밀고 뒹굴뒹굴하던
너는 정말 사랑스러웠단다.
나비야, 너를 자유로운 ‘마당냥이’로 키우자고 고집을 부렸던 걸 얼마나 후회했는
지 모르겠다. 네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는 건 상상도 못 했어. 집 밖으로 놀러 나
갔다가도 어두워지기 전에 배고파지면 들어오곤 하니까 별걱정 없이 지냈는데, 밖에
서 뭘 잘못 먹고 들어왔는지 너는 토하고 힘들어하다가 병원에 갈 겨를 없이 하룻밤
사이에 허무하게 떠나 버렸지.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나를 힘들게 하는구나.
네 고통을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알아챘다면, 그래서 병원에 데리고 갔으면 그날
그렇게 떠나진 않았을 텐데……. 집 안에서 키웠으면 그런 사고는 당하지 않았겠
지……. 하나부터 열까지 후회스럽지 않은 게 없어.
그래도 너와 함께한 추억들 소중히 간직하고 힘내서 열심히 살아 볼
게. 네가
네 있는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으면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겠
지?
지 그때는 정말 후회 없이 사랑해 줄게. 잘 지내고 있어라.
너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언니가.
- 하미, 『네가 떠난 빈자리』에서

⑴ 내용적・형식적 측면에서 두 글은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을 지니고 있는지 생각


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⑵ 자기가 소중하게
소 생각하던 사람, 동식물, 사물 등을 잃거나 이별한 경험을 떠
형식에 얽매일 필요 없이 자신
올려 보고,
보고 그 대상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보자.
의 정서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
는 글을 쓰기 위한 계획을 먼저
세워 본다.

1 .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191


학습 목표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된 글을 읽고 그 가치를 파악한다.
지역의 사회・문화적 특성이 글의 내용과 형식에 반영될 수 있음을 이해한다.

생각 열기 동일한 대상을 향해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이들에게는 맛있는 요리의 재료로 여겨지는 소가 어떤 문화권에서는 경배의 대상이


된다. 그중 어느 한쪽이 옳거나 우월하고 다른 한쪽은 그르거나 열등하다고 오해하지 않으려
면 지역에 따라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형성해 온 문화와 풍습을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는 세계 여러 지역의 글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4 4 4 4

그렇다면 다양한 지역의 글을 읽을 때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1 다양한 지역의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일이 설렘을 주는 것은 그 여행을 통해 우리 것과는 다
른 문화를 경험하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세계 여러 지역에서 생
산된 글을 읽으면 그 지역의 공동체들이 가진, 우리와 다른 역사와 문화에 관해
새롭게 알게 되고 그 가치를 깨닫게 된다. 그 앎과 깨달음이 차곡차곡 쌓이면 때
로는 우리 자신의 것이 지닌 가치를 확인하게도 되고, 궁극적으로는 각 사회가
지닌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넘어 인간 사회의 보편성에 관한 인식에 도달하게
된다.

2 글에 반영되는 지역별 특성
의식주나 종교를 포함한 문화의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각 지역에서 생산되고
향유되는 글에도 그 지역의 특성이 크든 작든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필자는

192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진공과 같은 상태에서 생활하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여러 가
지 맥락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맥락 중 하나가 필자가 속한 지역의 사회・문
화적 특성인데, 이는 그곳의 풍물 같은 외적인 측면뿐 아니라 해당 지역 공동체
가 공유하는 가치관이나 역사적 기억 같은 정신적 측면까지 포함한다.
지역의 사회・문화적 특성은 글의 내용에 반영된다. 필자가 경험한 역사적 사
건이나 사회적 조건, 민족이나 국가의 문화적 전통 등은 흔히 소재나 주제로 글
에 녹아들게 된다. 또한, 글의 형식도 그 지역의 특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예
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예전에 ‘설(說)’이라는 산문 양식이 많이 창작되었는데,
이것은 일상적인 생활 경험에서 보편적인 깨달음을 얻는 것을 중시하는 전통이
반영된 형식이다. 그런가 하면 인과적 사고와 논리적 완결성을 중시하는 전통을
지닌 지역에서는 ‘서론-본론-결론’의 삼단 구성을 띤 글을 많이 쓰기도 한다.
이처럼 지역의 사회・문화적 특성은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글의 내용이나 형식
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다.

3 다양한 지역의 글을 읽을 때 유의할 점


우리는 독서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인간에 관한 이해를 넓힌다. 이때
우리와 다른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삶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
화 다원주의적 관점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즉 다양한 지역의 글을 읽을 때는
독자의 자기중심적인 시각에서 섣불리 비판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일단 필자가
속한 지역의 문화적 관점에서 글을 읽고, 그런 다음 자신이 속한 지역의 문화적
관점과 비교해 보면서 그 글의 의미와 의의를 되새겨 보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특정 문화권에 편중되지 않은, 지역적으로 균형 잡힌 독서를 해
야 한다. 특정 지역에만 편중해서 글을 읽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근
거 없는 편견에 젖거나 획일적인 사고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달라서 새롭게 배울 게 많아!

이러한 점들에 유의하여 여러 지역의 글을 읽음으로써 다양한 문


화에 관한 소양을 기르고, 이를 통해 문화적 보편성과 특수성의
관점에서 우리가 속한 지역의 삶과 문화도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 . 다양한 지역의 글 읽기 193


제재 1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 _ 오비디우스 / 이윤기 옮김

읽기 전에

이 글은 지금으로부터 약 2천 년 전의 시인이 그리스・로마 신화를 집대성한 『변신 이야기』


중에서 천지 창조 대목이다.
•글 속에 반영되어 있는 상상력을 파악하며 읽어 보자. 5

•글의 내용과 형식에 녹아 있는 서구 사회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이해하며 읽어 보자.

바다도 없고 땅도 없고 만물을 덮는 하늘도 없었을 즈음 자연은, 온 우주를


둘러보아도 그저 막막하게 퍼진 듯한 펑퍼짐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 막막하
게 퍼진 것을 카오스라고 하는데, 이 카오스는 형상도 질서도 없는 하나의 덩
어리에 지나지 못했다. 말하자면 생명이 없는 퇴적물, 사물로 굳어지지 못한 10

모든 요소가 구획도 없이 밀치락달치락하고 있는 상태일 뿐이었다. 여기에는


아직 이 세상에다 넉넉하게 빛을 던져 줄 티탄도 없었고, 날이 감에 따라 초승
달의 활시위를 부풀려 가는 포이베도 없었다. 대지는 아직, 그 대지를 감싸 주
는 대기 안에서 제 무게를 감당할 형편이 못 되었고 암피트리테도 땅의 가장자
카오스: 혼돈. 리를 따라 그 팔을 뻗을 형편이 못 되었다. 대지와 바다와 공기를 이루는 요소 15

밀치락달치락: 자꾸 밀고 잡아당
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땅 위로는 걸을 수가 없었고 바다에서는 헤엄칠 수가
기고 하는 모양.

티탄 : 영어로는 타이탄. ‘거신 없었으며 대기에는 빛도 없었다. 말하자면, 제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
족(巨神族)’이라는 뜻. 하늘인 우
은 하나도 없었다. 만물은 서로 반목하고 서로 방해만 했을 뿐이었다. 한 가지
라노스, 땅인 가이아 및 그 사이
에서 난 여섯 남매를 가리킴. 질료 안에 있으면서도 추위는 더위와, 습기는 건기(乾氣)와, 부드러움은 딱딱
포이베 : 여기에서는 달의 여신.
함과, 무거움은 가벼움과 싸우고 있었다. 20
‘빛나는 자’.

암피트리테 : 원래는 바다의 신 이 같은 반목에 종지부를 찍은 이는, 이런 요소들보다는 훨씬 빼어난 자연


넵투누스의 아내이나 여기에서는
이라는 신이었다. 신에 다름 아닌 이 자연은 하늘로부터는 땅을, 땅으로부터는
‘바다’.

반목(反目) : 서로서로 시기하고 물을, 무지근한 대기로부터는 맑은 하늘을 떼어 놓았다. 자연은, 서로 떨어질
미워함.
수 없는 지경에서 이들을 떼어 내고는 서로 다른 자리를 주어 평화와 우애를
자연 : 천지 창조의 주재자인 신
으로서의 자연. 누리게 했다. 무게라는 것이 없는 창궁(蒼穹)의 불과, 사물을 태우는 힘은 가 25

194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장 높은 하늘로 날아올라 가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가볍기로 말하면 불 다음
인 공기는 바로 그 밑에 자리했다. 이 두 가지보다도 밀도가 높은 대지는 단단
한 물질을 끌어당겨 붙이면서 스스로의 무게 때문에 하강했다. 사방으로 퍼져
있던 물은 맨 나중 자리를 잡고 이미 굳어진 대지를 싸안았다.
5 이 조물주가 어떤 신이었든, 좌우지간 이 신은 혼돈을 이루고 있던 물질의
덩어리를 정리하고 구분하고 각각 그 있을 곳에다 배치한 뒤 우선 대지를, 어
느 쪽에서 보아도 그 모양이 똑같도록 커다란 공 꼴로 만들었다. 그러고는 바
여러 가지 지형이 차례로 생겨나
다를 사방으로 펼치고 거친 바람으로 풍랑을 일으킨 뒤 땅 주변에 펼쳐진 해안
는 과정을 상상하며 읽어 보자.
선을 빠짐없이 둘러싸게 했다. 이어서는 샘, 큰 호수, 그리고 연못을 파고, 흐
10 르는 강 양쪽으로는 꾸불꾸불한 둑을 만들었다. 강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흘
러갔다. 강 가운데에는, 흘러가다가 대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는 강도 있
었고 멀리 흘러가 이윽고 망망한 대해원(大海源)의 품에 안겨 초록빛 강변 대
신에 단애(斷崖)의 바위를 씻는 것도 있었다. 신은 또 땅을 골라 평지를 만들
고, 골짜기를 파고, 숲에는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게 하고, 험한 산을 세우기
15 도 했다.
신은, 이번에는 하늘을 나누어 오른쪽에 두 권역, 왼쪽에 두 권역을 만들고,
가운데에는 이 네 권역보다 훨씬 뜨거운 다섯 번째의 권역을 두었다. 이어서는
이 다섯 권역의 하늘로 덮인 땅덩어리 역시 같은 권역으로 나누었다. 이로써
땅에도 다섯 지대가 생긴 셈이었다. 가운데에 위치한 지대는 너무 더워 산 것 단애: 깎아 세운 듯한 낭떠러지.

2 . 다양한 지역의 글 읽기 195


이 살 수가 없었고, 양쪽 끝의 두 지대는 아주 눈으로 덮여 있었다. 그러나 신
은 그 사이에다 남은 두 지대를 두고 더위와 추위가 번차례로 들게 하여 산 것
이 살기에 적당한 기후를 베풀었다.
이 다섯 지대 위로는 공기가 퍼져 있다. 공기는 그 무게가 흙이나 물보다는
가볍지만 하늘의 불보다는 무거웠다. 공기가 있는 이곳은, 안개나 구름, 인간 5

에게 겁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천둥, 그리고 구름에서 나오는 벼락과 추위를


나를 바람, 이 모든 것을 위해 신이 예비한 거처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람에 대
해서만은, 천지의 조물주도 대기 속을 제멋대로 불게는 내버려 두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바람은 각기 다른 지대에 거처하면서 제 나름의 방법으로 불게 되
어 있다. 그러나 이 바람이 온 땅을 부수어 버리기로 작정하면 어느 누구도 이 10

를 저지할 수가 없다. 바람의 형제들은 그만큼 사이가 나쁜 것이다. 바람의 형


에우로스: ‘동풍’ 혹은 동풍의 신.
제들이 사는 땅은 각각 이러하다. 에우로스는 새벽의 땅, 다시 말해서 나바타
나바타에아인: 아라비아의 한 종
족. 에아인들의 나라나 페르시아, 아침 햇살을 처음 받는 산들에 머물고, 제피로스
아침 햇살을 처음 받는 산들: 인 는 베스페르 근방이나 석양 무렵에 따뜻하게 달아오르는 해변에 살고 있다.
도 서북부의 산들.
무서운 보레아스는 스퀴티아 땅과 북방을 점거하고 그 반대쪽에 있는 땅에는 15
제피로스: ‘서풍’, 혹은 서풍의 신.

베스페르 : ‘금성’. 그리스어로는 큰비를 몰고 오는 아우스테르가 비구름에 젖은 채 웅크리고 있다.


헤스페로스.
이 밖에도 신은 맑고 투명한 아이테르를 만들었다. 이 아이테르는 무게가 없
보레아스: ‘북풍’, 혹은 북풍의 신.
는 것으로서, 어떤 지상적인 것으로도 더럽힐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존재다.
스퀴티아 땅: 흑해 동쪽 및 북쪽.
지금의 우크라이나. 이렇듯이 모든 것들이 제 몫의 거처에 자리를 잡자, 오랫동안 혼돈의 덩어리
아우스테르 : 그리스어로는 노토
안에 갇혀 있던 별들이 하늘 하나 가득 찬연히 빛나기 시작했다. 빈 곳이 있으 20
스. ‘남풍’, 혹은 남풍의 신.

아이테르: 푸른 하늘. 면 거기에 사는 것이 있어야 마땅한 법이다. 그래서 신들과 별들이 천상에 자

196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리를 잡았다. 물은 아름다운 비늘을 번쩍거리는 물고기들의 거처가 되었고, 대
지는 짐승들 몫으로 돌아갔다. 흐르는 대기는 새들을 맞아들였다.
그러나 이 짐승들보다는 신들에 가깝고, 또 지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다른 생
물을 지배할 만한 존재는 없었다. 인류가, 인간이 창조된 것은 이즈음이었다.
5 이 인간은, 세계의 시원(始原)이자 만물의 조물주인 신이, 신의 씨앗으로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고, 이아페토스의 아들 프로메테우스가 천공에서 갓 떨어져
나온, 따라서 그때까지는 여전히 천상적(天上的)인 것이 조금은 남아 있는 흙
덩어리를 강물에다 이겨, 만물을 다스리는 조물주와 그 모양이 비슷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렇게 만들어진 인간은, 다른 동물들이 머리를 늘
10 어뜨린 채 늘 시선을 땅에다 박고 다니는 데 비해 머리가 하늘로 솟아 있어서
별을 향하여 고개를 들 수도 있었다. 이로써, 모양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흙덩
어리였던 대지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그 품안에 거느리게
이아페토스 : 티탄의 시조 (始祖)
된 것이다. 인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아들.

- 『변신 이야기 1』

|
오비디우스 (기원전 43~ 기원후 17) 고대 로마의 시인. 세련된 감각과 풍부한 수사로 후대에 큰 영향을 끼쳤다. 『사랑도
가지가지』 , 『여류의 편지』 등을 썼으며, 특히 그의 대표작 『변신 이야기』는 서사시 형식을 통해 그리스・로마 신화를 집
대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2 . 다양한 지역의 글 읽기 197


깊게 읽기

1. 다음은 이 글 속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이를 시간 순으로 나열해 보자.

ㄱ. 인간이라는 존재가 만들어지다.


ㄴ. 평지, 산, 골짜기가 생기고 숲에 나무가 들어차다.
ㄷ. 하늘과 땅이 각각 다섯 개씩의 권역으로 나누어지다.
ㄹ. 별이 하늘에 자리를 잡고, 물고기, 짐승, 새의 살 곳이 결정되다.
ㅁ. 카오스 상태에서 하늘, 땅, 물이 서로 떨어지고 각기 자리가 정해지다.

( )→( )→( )→( )→( )

2. 다음 자료를 바탕으로, 이 글과 관련 있는 고대 서양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이해하는 활


동을 해 보자.

활동 도움말
사람들의 대체적인 기질이나 •지중해 주변의 그리스와 로마는 서양의 고대(古代) 역사가 펼쳐진 지역이다. 사
성향이 어떻게 그 지역의 문
물의 본질과 진리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관심이 많았던 그리스인들은 과학의
화적 특성으로 이어지는지 유
의하며 읽어 본다. 기본적 방법을 최초로 마련하였다. 그들은 자연에 관해 일관되게 합리적인 해석
을 시도하고, 현상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며, 몇 개의 제한된 원리들을 설정하
여 그 결과를 연역하려 했다.
- 박준우, 「그리스 자연 철학과 과학의 태동」 에서

•“로마가 정복한 그리스 문화가 로마를 지배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로마의


문화는 그리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특히 그리스의 인간 중심주의를 물려받
았다. 그들은 그리스의 신화와 신관을 받아들이고, 신들의 본성이나 모습을
인간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했다.
- 김덕수, 「로마를 정복한 그리스 문화」 에서

198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⑴ 이 글에는 고대 서양인들의 과학적 탐구와 신화적 상상 간 관련성이 어떻게 드
러나 있는지 찾아 정리해 보자.

과학적 탐구 내용 신화적 상상의 결과

“날이 감에 따라 초승달의 활시위를 부풀려 가는 포이


베”

“무게라는 것이 없는 창궁(蒼穹)의 불과, 사물을 태우


‘자연계에서 가벼운 물질은 위
는 힘은 가장 높은 하늘로 …… 밀도가 높은 대지는
에, 무거운 물질은 아래에 위치
단단한 물질을 끌어당겨 붙이면서 스스로의 무게 때
하는군.’
문에 하강했다.”

“신은 혼돈을 이루고 있던 물질의 덩어리를 정리하고


…… 대지를, 어느 쪽에서 보아도 그 모양이 똑같도록
커다란 공 꼴로 만들었다.”

‘지역마다 덥고 추운 정도가 달
라 갖가지 기후가 존재하는군.’

활동 도움말 ⑵ 이 글에는 고대 그리스의 인간 중심주의가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설명해 보자.


인간 창조의 주체, 재료, 시기,
인간과 다른 생물 간의 차이점
등이 글에 어떻게 드러나 있는
지에 주목해 본다.

활동 도움말 ⑶ 서양의 고대 역사가 펼쳐진 그리스와 로마에서 철학이 발달한 이유를 위 자료


철학이 진리나 사물의 본질에 들의 내용과 관련지어 추론해 보자.
관한 탐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
다는 점을 떠올려 본다.

2 . 다양한 지역의 글 읽기 199


3. 다음 글을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와 비교하며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활동 도움말
잘 모르는 용어나 개념이 글에 지금부터 140억 년 전, 시간이 생겨날 때에, 우주의 모든 공간과 모든 물질, 그리
있더라도 우선은 내용의 선후나
인과 관계에 유의하면서 글 전
고 모든 에너지가 손톱만 한 크기의 공간에 모여 있었다. 이때에는 우주의 온도가 아
체의 흐름을 자기 나름대로 이 주 높아 우주를 운행하는 자연의 기본적인 힘들이 하나의 통합된 힘으로 존재했다.
해해 본다. 그 후에 관련 자료
검색을 통해 어려운 개념에 관 우주의 나이가 10-43초 되었을 때 우주의 온도는 1030도였고, 통일장 안에 있는 에너
한 설명을 보고 나서 자신의 내 지로부터 블랙홀이 순간적으로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런
용 이해가 적절했는지 확인해
본다. 극한 상황에서는 이론 물리학적으로 볼 때 공간과 시간이 거품이나 스펀지와 같은 구
조로 심하게 휘어져 있었다. 이 시기에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현대적 인
력 이론)과 양자 역학(가장 작은 단위에서의 물질의 성질을 설명하는 이론)에 의해 설명
되는 현상들을 따로 구별할 수 없었다.
우주가 팽창하고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만유인력은 다른 힘으로부터 분리되었다.
곧이어 강한 핵력과 전자기 약력이 서로 분리되었고,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우
주가 1050배로 팽창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인플레이션 단계’라고 부르는 이러한 급속
한 팽창은 물질과 에너지를 균일하게 늘려 우주의 어느 한 점의 밀도와 다른 점의 밀
도 차이를 10만 분의 1보다 작게 만들었다.
- 닐 디그래스 타이슨 외 1인, 『오리진』에서

⑴ 오비디우스가 묘사했던 ‘카오스’의 의미가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해


석될 수 있는지 설명해 보자.

⑵ 세상의 기원에 관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서양인들의 생각이 두 글에서 각각 어


떤 형식으로 구현되었는지 써 보자.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

서사의 흐름이 있는 신화의 형식

『오리진』

200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넓혀 읽기

4. 다음은 우리나라의 한 지역에서 전승되는 설화이다. 이를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


다」 와 비교하며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옛날에 맨 처음 세상이 생겼을 때는 육지도 바다도 없이 평평하게 진흙만 있었는


데, 하늘나라 공주가 하루는 아주 아끼고 아끼던 반지를 그만 떨어뜨려 버렸다. 공주
는 반지를 어디다 잃어버렸는지 알 수가 없어서 매우 안타까워했다. 잃어버린 반지
때문에 근심에 빠진 공주는 옥황상제님께 반지를 찾아 달라고 애원했다. 옥황상제는
‘누구를 보낼까. 누구를 세상으로 보내서 반지를 찾아오게 할까’ 하고 가만히 생각하
던 끝에, 장수 중에서도 가장 힘이 좋고 머리도 좋고 용감한 사람을 골라내어 지상의
나라로 보냈다. 그 장수를 보낼 때, 옥황상제는 세상을 다 뒤져서라도 꼭 반지를 찾
아오라고 명령했다.
옥황상제의 분부를 받고 지상에 내려온 장수는 반지를 찾기 위해 천하의 땅덩어리
를 모두 다 뒤졌다.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내려온 이상, 반지를 찾지 못한다면 그는
하늘나라로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수는 이리저리 다니면서 진흙을 헤집어 가면
서 반지를 찾았다. 그 바람에 세상이 그만 완전히, 거꾸로 뒤집혔다. 반지를 찾으려
고 진흙을 모은 데는 산이 되고, 또 손으로 쓰다듬은 데는 들판이 되었다. 산이 된 곳
중에 장수의 발자국이 깊게 팬 데는 골짜기가 되고 도랑이 되고, 발자국으로 무너진
곳은 바다가 되기도 하였다. 그 장수는 반지를 찾기 위해 몇 년 동안 지상 세계를 뒤
집어 놓았고, 그러는 사이 지상 세계에는 산과 들과 강, 바다가 생겨났다. 마침내 어
느 날 저녁, 반지를 찾은 장수는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 작자 미상, 「세상 모양이 생긴 이야기(경상남도 거창군)」 에서

활동 도움말
⑴ 다양한 지형들의 생성 과정에 관한 상상이 두 글에서 어떻게 다르게 드러나는
행위의 주체가 어떤 존재인지,
지 정리해 보자.
여러 가지 지형을 만드는 데 그
주체의 의지가 작용하는지 등을
중심으로 두 글의 차이점을 생
각해 본다.

토의 활동

⑵ ⑴을 통해,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에 어떤 차이가 있다고 추론할 수 있을지


친구들과 토의해 보자.

2 . 다양한 지역의 글 읽기 201


제재 2

검은 별봄맞이꽃 _ 넬슨 만델라 / 김대중 옮김

읽기 전에

이 글은 흑인 인권 운동가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만델라의 자서전이다.


•필자의 사상과 행적에 주목하며 읽어 보자.
•글에 반영된 사회・문화적 배경을 파악하며 읽어 보자. 5

그날 밤 나는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아프리카인 지역 목회자 회합에 연설자


로 나섰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 회합에 참석했던 목회자 가운데
한 사람이 개막 기도를 했는데, 그 기도는 최근 몇 년 동안 내 머릿속에서 잊
히지 않으며, 시련이 닥칠 때마다 힘을 주는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신의 은총과 선함, 신의 자비로움 그리고 모든 인간에 대한 신의 애정에 감사 10

하는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그는 주의 종 가운데 일부는 다른 이들보다 더욱


유린당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마치 주님이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처럼 여겨진다고까지 고하는 자유로움을 보여 주었다. 그런 다음 그는 이렇게
기도했다. “만일 주님이 흑인을 구원으로 이끄는 데 조금 더 적극성을 띠지 않
으신다면, 흑인은 이제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일을 직접 감당해야만 합니다. 15

아멘.”
케이프타운에서 보낸 마지막 날 아침, 나는 남아프리카 혼혈인 기구의 창립
회원인 조지 피크와 함께 머무르고 있던 호텔을 떠났다. 호텔에 머무르는 동안
극진히 대접해 준 혼혈인 지배인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그에게 들렀다. 그는
내가 찾아 준 것에 고마워했으며 동시에 호기심을 나타냈다. 그는 내가 누구인 20

지 알아보았고, 그곳의 혼혈인들은 아프리카인이 이끄는 정권하에서도 현재

케이프타운 :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억압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두려워하


서남부에 있는 도시.
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산층 사업가이지만 아마도 아프리카인들과 별다른
유린(蹂躪) : 남의 권리나 인격을
짓밟음. 접촉을 갖지 못했을 것이고, 그래서 백인들과 똑같이 그들을 두려워했다. 이처

202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럼 두려움을 표출하는 현상은 특별히 케이프타운에 거주하는 혼혈인들 사회에
서 자주 나타났다. 그리하여 이 친구에게 ‘자유 헌장’을 설명해 주면서 우리는
반(反)인종주의를 강력히 표방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자유 투사로서 나는
국민들에게 내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 기회를 모조리
5 이용해야 했다.
다음날 나는 아프리카 민족 회의(ANC, African National Congress) 전국 아프리카 민족 회의 : 민족 운동
과 아프리카인들의 권리 옹호를
집행 위원회와 더반 지부 운영 위원들이 모이는 비밀회의에 참석했다. 그 회의 목적으로 1912년에 결성된 남아
프리카공화국의 정치 조직. 인종
는 우리가 미리 준비한 팻말을 들고 공개적인 파업과 시위를 할 것이냐 아니면
차별 철폐를 주장하며 범아프리
무단결근 투쟁 전략을 쓸 것이냐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파업을 주장하는 카 회의, 게릴라 조직 ‘민족의 창’
등을 결성하는 등 저항 운동을
10 사람들은 1950년대 이후 우리가 사용해 온 무단결근 투쟁은 이제 약효가 다 펼쳤음.

떨어졌다고 보았다. 또한 그들은 범(汎)아프리카주의자 의회(PAC , Pan -


Africanist Congress)가 대중에게 호소력을 갖게 되면서부터 더욱더 호전적인
형태의 투쟁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내가 동조했
던 무단결근 투쟁 전략은 적의 역습을 방지하면서 동시에 우리가 적을 공격할
15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나는 우리가 국민들의 생명을 존중한다는 것을 국민
들이 인식했기 때문에 우리의 운동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증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시위자들의 영웅주의가 샤프빌에서 적으로 하여금 우리 국 표방(標榜): 어떤 명목을 붙여 주
의나 주장 또는 처지를 앞에 내
민을 쏘아 죽이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나는 우리 국민들이 수동적 형
세움.
태의 저항에 대해서는 점차 인내심을 잃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단 샤프빌: 요하네스버그 근처의 도
시. 1960년 3월 21일, 이곳에서
20 결근 투쟁 전략을 옹호했다. 포괄적인 계획도 없이 이미 효과가 인정된 전략을
백인 경찰이 흑인 시위대를 향해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에게는 그럴 만한 무차별 사격을 가해 69명이 죽고
200여 명이 다치는 사건이 일어
시간도 재원도 없었다. 결정은 무단결근 투쟁 전략 쪽으로 내려졌다. 났음.

2 . 다양한 지역의 글 읽기 203


지하 생활은 엄청난 심리적 변화가 요구된다. 우리는 모든 행동에 대해, 그
것이 아무리 사소하고 하찮은 것처럼 여겨질지라도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만
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믿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이 의심의 대상
이다. 자신의 본모습을 잃게 된다. 어떠한 역할이든 맡겨진 역할에 충실히 따
라야만 한다. 어떤 면에서 이러한 생활 양식은 남아프리카의 흑인에게는 그다 5

지 낯설지 않은 것 같다. 아파르트헤이트 아래에서 흑인은 합법과 불법, 개방


과 은폐 사이에서 그림자와 같은 삶을 살아왔다. 남아프리카에서 흑인으로서
의 삶은 전 생애를 지하에서 살아가는 삶과 같이 어떤 것도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점차 야행성으로 변해 갔다. 낮에는 은신처에 몸을 숨기고, 어둠이 내 10

지하 생활을 하는 동안 필자의 심 리기 시작하면 서서히 활동을 개시했다. 나의 활동 무대는 주로 요하네스버그


리 상태는 어떠했는지 말해 보자.
였는데, 필요하다면 여행도 불사했다. 텅 빈 아파트든 일반 주택이든 나 홀로
있을 수 있고 몸을 숨기기 쉬운 곳이라면 어디든 머물렀다. 비록 나도 사람들

지하(地下) : 사회 운동, 정치 운
과 어울리기를 꽤나 즐겼지만 이러한 고독 역시 좋았다. 나는 홀로 되고, 무언
동, 저항 운동 따위를 비합법적으 가 계획하고, 사색도 하고, 각본도 짤 수 있는 기회를 반겼다. 그러나 나의 고 15
로 숨어서 하는 영역.

아파르트헤이트: 인종 분리 정책.
독한 삶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았다. 아내와 가족이 그리워 미치도록 외로울
인종에 따라 사회적인 여러 권리 때도 있었다.
를 차별하는 정책.

요하네스버그: 남아프리카공화국
지하 생활의 핵심은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자신을 드러내려고 방 안
동쪽에 있는 큰 도시. 1886년 금 에서 거니는 방법이 있듯이 자신을 숨기면서 움직이고 행동하는 방식이 있게
광이 발견된 후부터 발전하여 교
통과 상공업의 중심지가 되었음. 마련이다. 지도자들은 대개 남의 눈에 띄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범법자는 정반 20

204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대를 원한다. 지하에 있을 때 나는 똑바로 서 있거나 허리를 세우고 걷지 않았
다. 나는 명료함과 차별성이 떨어지더라도 가능한 한 부드럽게 표현했다. 또한
조금 수동적이고 더욱 신중하게 행동했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기를 요구하
는 대신에 그들이 내게 부탁하도록 했다. 면도도 이발도 생략했다. 내가 가장
5 자주 변장했던 사람은 운전사, 요리사 그리고 정원사였다. 나는 농부들이 입는
아래위가 붙은 푸른색 작업복을 입었으며, 종종 ‘마자와티차(茶) 안경’이라고
알려진 둥근 모양의 가장자리 테가 없는 안경을 쓰기도 했다. 나는 자동차가
있었기에 이러한 작업복 차림에 운전사 모자를 쓰고 다녔다. 운전사 모습은 주
인 차를 몬다는 구실로 마음껏 여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내게는 편리한 변장이
10 었다.
지하에서 활약하던 초기 몇 개월 동안 지명 수배를 받아 경찰에게 쫓기게 되
었을 때 나의 불법적 지위는 언론의 상상력의 표적이 되었다. 가끔 내가 여기
에도 나타나고 저기에도 머물렀다는 기사가 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 검문소가
전국에 설치되었으나 경찰의 노력은 늘 헛수고로 끝났다. 당시 내게는 ‘검은
15 별봄맞이꽃(Black Pimpernel)’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이는 바로네스 오르치
(Baroness Orczy)의 소설에 나오는, 프랑스 혁명 당시 체포망을 용감히 피했
던 ‘주홍색 별봄맞이꽃(Scarlet Pimpernel)’에 빗대어 다소 경멸적인 함의를 담
아 붙인 별명이었다. 바로네스 오르치: 헝가리 출신의
영국 소설가.
나는 전국 방방곡곡을 비밀리에 여행했다. 케이프에서는 회교도들과, 나탈에
함의(含意): 말이나 글 속에 어떠
20 서는 설탕 농장 일꾼들과, 포트엘리자베스에서는 공장 노동자들과 함께했다. 밤 한 뜻이 들어 있음. 또는 그 뜻.

2 . 다양한 지역의 글 읽기 205


무시나 마다 비밀 회합에 참석하면서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
폴로콰네 다. 나는 3페니짜리 동전 ‘티키 20’을 주머니 가득 넣고
비트바테르스란트
다니면서 신문 기자들에게 공중전화를 걸어 그들에게
요하네스버그
어핑턴 우리가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를 알린다거나 경찰이
킴벌리 레이디스미스
리처드베이
얼마나 무능한가를 이야기함으로써, ‘검은 별봄맞이꽃’ 5
블룸폰테인 더반
의 신화를 더욱 부채질했다. 경찰을 교란시키고 국민에
남아프리카공화국
게 기쁨을 주고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출몰하고는 했다.
살다나 이스트런던
지하 활동을 하던 시절의 내 경험에 대해서 전혀 근거 없고 정
케이프타운 모셀베이 포트엘리자베스
확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이 떠돈다. 사람들은 감히 일어날 수 없
는 일을 윤색하여 말하기를 즐긴다. 그러나 나도 모르긴 해도 가까스로 위 10

기를 모면한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다. 한번은 시내에서 차를 몰고 가다가 신


호등에서 멈춰 섰다. 무심코 왼쪽을 쳐다보니 바로 옆 차에 비트바테르스란트
보안지부 지부장인 스팽글러 대령이 타고 있었다. 만일 ‘검은 별봄맞이꽃’을
체포했더라면 그에게는 커다란 횡재였을 것이다. 나는 당시 노동자 모자와 푸
른 작업복에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는 내 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런데도 신 15

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던 단 몇 초의 시간이 내게는 마치 몇 시간이나 되는


듯했다.
어느 날 오후, 요하네스버그에서 운전사 차림으로 긴 먼지막이 외투를 입고
모자를 쓴 채 길모퉁이에서 나를 태우러 오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한 경찰이 분명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도망갈 장소가 있 20

는지 살피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내가 미처 도망가기 전에 그는 내게


미소를 띤 채 몰래 아프리카 민족 회의의 건승을 비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표시를 보내고는 조용히 사라졌다. 이런 일은 수없이 많이 일어났다. 이로써 나
는 많은 아프리카인 경찰들이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란(攪亂) : 마음이나 상황 따위
내 아내 위니에게 경찰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사전에 정보를 빼 주던 흑인 25
를 뒤흔들어서 어지럽고 혼란하
게 함. 경사가 있었다. 그는 위니에게 귓속말로 “수요일 밤에는 경찰이 수색할 예정이
출몰(出沒) : 어떤 현상이나 대상
니 마디바가 알렉산드라에 가지 못하도록 해야 해요.” 하고 가르쳐 주고는 했
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함.

비트바테르스란트 : 남아프리카 다. 흑인 경찰들은 투쟁 기간에 혹독한 비판을 자주 받았다. 그러나 그들 대부


공화국 동북부 고원에 있는 금광
지대.
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귀중한 역할을 숨어서 드러나지 않게 수행했다.
경사(警査) : 경찰 공무원 계급의 지하 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가능한 한 누추하게 입고 다녔다. 내 작업복은 30

하나. 경위의 아래, 경장의 위.


평생을 어렵게 고생한 흔적이 역력하게 보였다. 경찰은 수염을 기르고 찍은 내
마디바 : ‘존경받는 어른’이라는
뜻의, 만델라에 대한 존칭. 사진을 한 장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을 전국에 배포했다. 동료들은 내게 면도

206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를 하라고 강권했다. 그러나 나는 수염에 대한 애착이 강했기 때문에 절대 면
도를 하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무시당하기도 했다. 언
젠가 요하네스버그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열린 회합에 참석하기로 되어
5 있었다. 그 회합은 꽤 유명한 목사가 그의 친구들과 그날 밤 나를 초대한 것이
었다. 내가 그 집 문 앞에 도착하여 누구인가를 미처 밝히기도 전에 나이가 든
한 여자가 “우리는 당신 같은 사람이 이곳에 오는 것을 원치 않아요!”라고 소
리치고는 문을 닫아 버렸다.
- 『만델라 자서전 -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
넬슨 만델라 (1918~2013)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인권 운동가이자 첫 번째 흑인 대통령이다. 종신형을 받고 27년
간 복역하면서 세계 인권 운동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출소 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고,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인
종 분리 정책을 종식시켰다. 저서로는 『만델라 자서전 -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이 있다.

2 . 다양한 지역의 글 읽기 207


깊게 읽기

1.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지역 목회자 모임의 개막 기도에는 당시 상황에 관한 어떤 판단이


담겨 있는지 설명하고, 필자에게 그 기도는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말해 보자.

2. 필자의 지하 생활이 제시된 부분과 관련하여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다음을 참고하여 필자가 지하 생활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해 보자.

“나는 모든 사람이 함께 화목하게, 그리고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으며 살아


가는 자유 민주 사회에 대한 이상을 간직해 왔습니다. 그것은 내가 희망하
고, 달성하고자 하는 이상입니다. 필요하다면, 나는 그 이상을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넬슨 만델라, 1964년 4월 20일, 「태업(怠業) 혐의에 대한 법정 진술」 중에서

- 사이먼 마이어 외 1인, 『위대한 연설 100』에서

⑵ 필자에게 ‘검은 별봄맞이꽃’이라는 별명이 붙게 된 내력을 정리해 보자.

활동 도움말
흑인 경찰들이 사회적 상황과
자신들의 임무에 관해 어떤
3. 이 글에 등장하는 흑인 경찰들의 행동에 담긴 심리나 의도를 추론해 보자.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지 생각


해 본다.

208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4. 이 글에 반영된 사회・문화적 배경에 관해 심화 학습을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찾
았다. 이를 참고하여 아래 활동을 해 보자.

아파르트헤이트는 1948년 국민당 정부 수립 이후 국민을 반투(순수한 아프리카 흑인)


와 유색인(혼혈 인종) 및 백인으로 구분하는 1950년의 주민 등록법으로 시행되었다.
그 밖에 여러 인종 차별 법률로써 흑인 등 토착민에 대한 직업 제한, 노동조합 결성
금지, 도시 외곽 지역의 토지 소유 금지, 백
인과의 결혼 금지, 공공시설 사용 제한, 백인
과 흑인의 버스 승차 분리, 선거인 명부의 차
별적 작성 등을 실시하였다. 이는 철저한 인
종 차별로 전 국민의 16퍼센트에 불과한 백
인의 특권을 보장한 정책이었다.
▲ 백인과 흑인의 승차를 분리한 버스
이처럼 흑인을 철저히 차별 대우해 온 남
아프리카공화국은 세계적으로 비난을 받았고, 1976년 6월 흑인 집단 거주 지역인 소
웨토에서 폭동이 발생하는 등 국민의 저항이 거세어지며 국제 연합(UN)을 비롯해 국
외에서도 압력이 잇따랐다.
1990 ~1991년 클레르크 대통령이 인종 차별적인 법률들을 대부분 폐지하고, 아프
리카 민족 회의(ANC)의 의장이었던 넬슨 만델라가 1994년 5월에 처음으로 실시된
자유 총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뽑히면서 아파르트헤
이트는 철폐되었다. - 피엠지 (PMG) 지식엔진연구소, 『시사 상식 사전』 에서

⑴ 케이프타운의 호텔 지배인이 만델라에게 두려움을 토로한 이유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국민 구성과 관련지어 설명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⑵ 만델라가 아프리카 민족 회의의 비밀회의에서 투쟁 방식에 관해 폈던 주장의


만델라는 보다 많은 국민의 신 내용이 1994년 자유 총선거 결과와 어떤 관련이 있을지 추론해 보자.
뢰와 지지를 염두에 두고 무단
결근 투쟁을 주장했음을 떠올려
본다.

⑶ 만델라가 지하 생활 중에 시도했던 변장이 흑인의 직업에 관한 정책과 어떤 관


련이 있을지 생각해 보자.

2 . 다양한 지역의 글 읽기 209


넓혀 읽기

5. 다음은 케냐의 소설가 응구기 와 티옹오(Ngugi Wa Thiongo)가 쓴 글의 일부이다. 읽


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활동 도움말
필자가 회상하는 가족의 생활
모습, 노동의 종류, 이야기의 전 나는 한 대농가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하나에 네 명의 부인들, 그리고 약 스물여
승, 교육과 언어 등을 통해 당시 덟 명의 자녀들이 줄줄이 딸린 농가에. 그 농가는 또다시 보다 큰 가족 단위 혹은 한
아프리카인의 삶과 문화가 어떠
했는지 파악해 본다. 집단에 편입된다. 그 시대에는 어느 집이나 그랬다.
우리는 당시 농장과 집 안팎에서 기쿠유어(語)를 사용했다. 장작더미 주위에 앉아
옛날이야기를 주고받던 밤들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옛날이야기를 해 주던 사
람들은 주로 어른들이었지만 아이들을 포함해 그곳에 앉아 있던 사람들 중 그 이야
기 속에 흠뻑 빠져들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야기를 들었던 아이들은 다음
날 유럽인 주인들이나 흑인 주인들의 농장에서 제충국이나 찻잎 혹은 커피콩을 따
느라 그 자리에 없었던 아이들을 위해 그 이야기를 다시 해 주었다.
이 이야기는 대부분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으며 기쿠유어로 진행되었다. 가
령 조그맣고 연약하지만 번뜩이는 재치와 지혜를 갖춘 토끼가 그 예이다. 사자와 표
범, 그리고 하이에나 같은 맹수의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토끼를 아이들은 자신들과
동일시한다. 토끼의 승리가 바로 자신의 승리가 되는 것이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약자도 강자를 이길 수 있다는 교훈을 얻는다. 아이들은 또한 이야기 속의 동물들을
따라다니는 가뭄, 홍수, 광염, 그리고 태풍 등과 같은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
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왜 자신들이 서로 ‘협력’해야 하는지도 깨닫게 된다. 그뿐
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동물 자신들끼리의 싸움에 대해서도 흥미진진함을 보인다.
특히 야수와 먹이 간의 싸움에 대해서는 넋을 잃을 정도이다. 열악한 환경과의 투쟁
및 다른 동물과의 투쟁, 이 두 쌍의 투쟁을 통해 아이들은 삶의 실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이야기꾼 중에는 훌륭한 이야기꾼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이야기꾼도 있다.
훌륭한 이야기꾼은 똑같은 이야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해도 그것이 듣는 이들에게는 매
번 새롭다. 그들은 남들에게 들은 이야기도 자기식으로 바꾸어서 아주 생생하
고 극적으로 전달한다.
전달한다 그 차이는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 및 이미지, 그리
고 상황에 따른 음성 변조 능력에 달려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
아 아이들은 상황에 따라 한 단어가 갖는 의미
와 뉘앙스
뉘앙스의 차이를 안다. 언어란 그저 말의 배열에 불과한
것이 아니며,
아 즉자적이고 사전적인 의미를 초월한 어떤 함
축적인 힘을 가졌음도 안다. 아프리카 아이들은 한 언어가
지닌 마술적인
마 함축미를 감상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

210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한다. 그 아이들은 때때로 말의 의미보다 음악성이 더 우위에 있는 이유도 이해한
다. 언어란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서 세계를 투사하는 그 무엇임이 틀림없지만, 그보
다 더 중요한 자족 미를 갖추고 있는 그 무엇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집과 농장은 예비 학교인 셈이다.
그러나 아프
아프리카 아이들이 학교, 그것도 식민주의자들이 세운 학교에 다니게 되
면 이 조화는 여지없이 깨진다. 아이들이 받는 교육의 언어가 그들이 자란 문화
의 언어와 다르기 때문이다. 1952년 케냐에 계엄령이 공표된 이후로 애국적인
민족주의자들이
민족 운영하던 학교는 식민주의자들의 손아귀로 넘어갔다.
그 이후로 영어가 공식적인 교육어가 되었다. 그것은 영어가 매우 구체
적이고
적이 고유한 언어적 차원을 갖게 됨을 의미한다. 기타 모든 다른
언어가 그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경배해야 하는 차원을 말이다.
언어
- 응구기 와 티옹오, 「아프리카의 문학어」에서

⑴ 아프리카 지역의 자연환경이 어떻게 ‘옛날이야기’에 반영되어 있는지 파악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⑵ 이 글에 반영된 사회・문화적 배경을 정리하고, 이와 관련지어 볼 때 ‘옛날이야
‘옛날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은
기’들의 교훈이 어떤 의의를 지닐지 추론해 보자.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승리하
게 되는 약자를 자신들과 동일
시했다는 점을 떠올려 본다.
사회・문화적 배경 ‘옛날이야기’의 교훈이 지닌 의의

토의 활동
활동 도움말
⑶ 각 지역의 문화적 특성이 그곳에서 생산・향유되는 언어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
기쿠유어와 ‘옛날이야기’ 간의
치는지 친구들과 토의한 뒤 그 결과를 정리해 보자.
관계에 관한 필자의 생각을 참
고한다.

2 . 다양한 지역의 글 읽기 211


학습 목표
매체의 특성에 따라 글의 수용과 생산 과정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이해한다.
다양한 매체의 자료를 주체적이고 비판적으로 수용한다.

생각 열기 하나의 이야기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수용하게 될 때 우리는 어떤 차이를 느


끼게 될까?

줄거리가 같은 이야기라도 문자로 되어 있는 책으로 읽는 것과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것 등


은 서로 꽤 다른 경험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각각의 경우, 수용자의 상상력이 자극되는 방식이
나 정도, 내용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정도 등이 똑같지 않다. 이처럼 우리가 어떤 정보 전달 수
단, 즉 매체를 통해 자료를 접하는가에 따라 수용의 방식이나 효과가 각기 달라진다.
4 4 4 4

그렇다면 다양한 매체의 자료를 읽을 때 유의할 점은 무엇일까?

1 독서 매체의 변화
죽간: 중국에서 종이가 발명되기 매체란 사람들의 생각이나 정서, 정보와 지식 등을 다수의 사람에게 전파하여
전에 글자를 기록하던 대나무 조
각. 또는 대나무 조각을 엮어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으로, 인류는 아주 먼 옛날부터 다양한 종류의 독서
만든 책.
매체를 활용해 왔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독서 매체인 책은 지금까지 다양한 형
태로 발전해 왔다. 인쇄술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죽간(竹簡)으로 만들어진 책이
존재했고, 일일이 손으로 베껴 쓴 필사본도 유통되었다. 책이 보편화된 것은 금
속 활자의 발명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 유럽에는 고작해야
수천 권의 필사본이 있을 뿐이었으나, 금속 활자가 보급되고 불과 50여 년이 흐
▲ 죽간 르는 동안에만 900만 권이 넘는 책이 출판되었다고 전해질 정도이다.
오늘날에는 독서 매체에 또다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인터넷과 전자
책, 스마트 기기와 같은 새로운 전자 매체가 보편화되면서 문자 위주의 텍스트
가 그림, 사진, 음악 등이 함께하는 텍스트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정
보의 생산, 유통, 소비의 방식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독서만이 아
▲ 금속 활자
니라 현대인의 삶 자체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212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2 매체의 종류에 따른 독서의 방식과 유의점
독서의 매체가 달라지면 독서 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종이책이 중심이던
시대의 전통적인 독서 방법과는 달리, 정보의 양이 방대하고 그 유통 속도가 매
우 빨라진 정보화 시대에는 그에 걸맞은 독서 방법이 필요해진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인터넷을 들어 보자. 인터넷은 전통적인 독서 매체와 달리 발
신자와 수신자 간의 상호 작용이 수월하게 이루어지는 쌍방향 매체이다. 또한,
고도의 개방성과 유연성을 지니고 있어서 그림이나 소리, 동영상 같은 다양한
형식의 자료와 많은 양의 정보를 신속하게 유통하고 공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렇게 얻은 정보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새로운 정보를 생산해 내기도 쉽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인터넷에는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정보, 심지어 유해한 정보도
혼재되기 쉽기 때문에, 양질의 가치 있는 정보를 찾고 선별할 수 있는 독서 능력
이 요구된다. 어느 시대의 매체보다 정보의 검색과 선별, 융합의 능력이 필요해
진 것이다. 나아가 누구나 매체 자료의 제작이 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에, 소비자
로서의 독자만이 아니라 생산자로서의 독자로서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독서 문
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매체 자료의 주체적 비판적 수용


과거의 독서 문화는 주로 한 권의 책을 반복하여 숙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를 검색하여 자신에게 가치가 있는 정보를 선
택적으로 읽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매체의 특성에 맞게 효과적으로
정보를 수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집한
자료들의 정확성, 타당성, 공정성, 윤리성 등을 비판적으로 판단함으로써 수용
여부를 주체적으로 결정할 힘을 기르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해지고 있다.
그래야만 거짓 정보나 왜곡・편향된 정보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편 문자 해독 능력이 문화와 교양을 좌우하던 시대와 달리 이제는 다중적이고
복합적인 매체에 기반을 둔 문화 지식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보의 옥석을
가리자.
단순한 글 읽기 능력을 넘어 다양한 매체와 문화를 창의적으로 향유하는
능력을 신장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3 . 다양한 매체 자료 읽기 213
제재 1

세계 명화의 비밀 _ 모니카 봄 두첸 / 김현우 옮김

- 「모나리자」 편
읽기 전에

이 글은 세계적인 명화인 「모나리자」의 제작 방법과 그 효과를 설명하는 전자책의 일부를 옮겨 온 것이다.


•전자책의 특성과 기능에 주목하며 읽어 보자. 5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 글과 관련된 정보를 얻어 글을 더 깊이 이해해 보자.

10

214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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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나리자」 의 제작 과정과 방법

「모나리자」 는 아시아에서 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 비하면 「밀로의 비너스」 나 시스티나 성당도 그냥 그 지역에
서만 유명한 작품일 뿐이다. 모나리자 우편엽서는 관광지의 사진을 담은 우편엽
5 서만큼이나 많이 팔리고 있으며, 전 세계의 미해결 살인 사건을 쫓는 탐정들만
큼이나 많은 연구자가 이 작품의 수수께끼를 푸는 일에 매달렸다.
- 로이 맥멀런, 1976

「모나리자」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항상 한 가지 역설에 부딪히게 된다. 그


역설이란 바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 작품에 대해서 확실히 알려진 것
10 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을
작품 이해하려면,
이해하 지난 수 세기
동안 이 작품에 대해 쏟아졌던 과장된 말들에 속지 않기 위해서라도 검증
이 가능한 작품의
품의 인체 묘사나
묘사나 기술적인
기술
술적인
인 면에서부터
면에 시작해야 한다.
사람들 사이에 「모나리자」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이 그림은 패널
에 유화로 그려졌다. 패널은 초기 르네상스 화가들이 선호했던
15 백색 포플러 나무로 제작된 것인데, 크기는 요즘 사용되는 척도
로 말하면 77×53센티미터이다. 실제 작품을 처음 본 사람들은
크기가 생각보다 작아서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옛날 기록을 보면 원래 인물 양쪽으로 고전적인 기둥이
서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작품의 양쪽에 기둥이 서 있었다는 증
20 거를 찾아볼 수 없지만, 어쨌든 우리로서는 17세기 초에 어떤 생
각 없는 기술자가 액자를 만들면서 작품 양쪽 몇 인치를 잘라 냈
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밖에 없다. 형광펜 필기 검색 공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회화론』에서 제시한 방법을 보면, 패널 ▲ 「모나리자」의 영향을 받은 라파엘로의 「유니콘
자체도 꽤 복잡하고 힘든 과정을 거쳐 제작되었던 것으로 보인 과 함께 있는 젊은 여인의 초상」 (1505~1506)
에는 기둥이 그려져 있음.
25 다. 이 책에 따르면, 먼저 나무에 유향과 테레빈유 그리고 납 성
분과 석회가 섞인 약품을 바르고, 이어서 알코올과 비소 혹은 수은과 염화
물을 바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잘 정제하여 끓인 기름을 바르는데, 각각
유향(乳香) 테레빈유(terebene油)
열대 식물인 유향수의 분비액을 말려 만든 수지. 노랗고 투 송진을 수증기로 증류하여 얻는 정유. 맛이 시고 특이
명한 덩어리로, 약재・방부제・접착제 따위로 사용함. 한 향기가 나는 무색 또는 연한 노란색의 끈끈한 액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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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다양한 매체 자료 읽기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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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시(varnish)
광택이 있는 투명한 피막을 형성하는 도료.

의 약품들을 바를 때마다 중간중간에 바니시와 흰색 납을 칠해야만 한다.


이렇게 패널의 표면이 완성되면 패널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기름기를
빼기 위해 소변으로 한 번 닦아 내고 미색 종이처럼 보일 때까지 갈고 또
갈았다. 엑스선 검사를 비롯해 루브르 연구실에서 행한 몇 가지 검사에 따
플랑드르(Flandre)
르면 안료를 매우 유동적인 기름에 섞어서 사용했기 때문에 몇 번이고 덧 5
벨기에 서부를 중심으로 네덜란드 서
부와 프랑스 북부에 걸쳐 있는 지방. 칠해 가면서 작품을 그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는 유화의 선구자였
르네상스 시대에는 미술과 음악의 중
심지였음. 던 15세기 플랑드르 화가들이 사용했던 방법과 유사하다.
「모나리자」 를 그리던 당시의
과정을 적어 놓은 기록은 없
다. 하지만 마테오 반델로라는 10

작가가 「최후의 만찬」 을 그리


던 당시의 레오나르도에 대해
적어 놓은 글을 보면, 「모나리
자」를 그리는 작업이 아주 천
천히 진행되었음을 짐작할 수 15

있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1495~1497)

이른 아침부터 그가 작업대에 올라가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다. 그는 동이 틀


무렵부터 해가 질 때까지 붓을 내려놓지 않고, 끼니를 거르면서까지 작업에 열
중하곤 했다. 하루를 그렇게 일하고 나면 다음 사나흘은 작품에 손을 대지 않고
몇 시간 동안 지켜보면서 스스로 작품을 검토했다. 코르테 베키아 궁에서 거대 20

한 말을 표현한 작품(당시 밀라노의 지도자였던 루도비코 스포르차에게 바치기 위


한 작품이었지만, 미완성으로 남았다.)을 제작하다가도 영감이 떠오르면 그곳을
나와 그라치에(밀라노에 있는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에 가서 그림 속 인
물들을 손질하곤 했다. 그 일을 마치고 나면 그는 갑자기 또다시 어디론가 사라
져 버렸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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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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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에서 인물을
을 배경
배경보다
경보다
다 높게
게배배치하는
치하
하는 방
방식은
식은 오늘날에는 전형적
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레오나르도의 시대에만 하더라도 매우 드
문 방식이었다. 이에 관한 이탈리아에서의 선구적인 작품은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몬테펠트로 딥틱」 이다. 딥틱(diptych)
두 폭 제단화. 나무나 상아로 만들어진 패널 두 개가 마치
책과 같은 형태로 접히도록 고안된 패널화 한 쌍.

▲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와 그의 부인 바티스타 스포르차의 두 폭 제단화」 (1472)

5 하지만 이 작품과 「모나리자」 를 비교해 보면 비슷한 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다른 건 다 제쳐 두더라도 머리를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다르다.). 사실 초상화의 배경으로 풍경을 사용하는 것은 플랑
드르 지방에서 유래한 것으로, 얀 반 에이크나 한스 멤링 같은 화가들이
즐겨 사용한 방식이다. 풍경에 등장하는 청록색의 낭떠러지 또한 플랑드르
10 지방의 작품이나—매우 흥미롭게도—동양의 두루마리 그림을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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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다양한 매체 자료 읽기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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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에서는 신비로운 유려함을 통해 풍경과


과 인물이
인물 하나가 되고
있는데, 이는 “모든 것은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므
로, 세상의 어떤 것이든 다른 것으로 바뀔 수 있다.”라는 레오나르도의 확
신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묘하게도 작품 속의 공간들은 하나로 일치되어 있는 것같이 보이는데, 5

예를 들면 이 작품을 보는 이는 여인이 앉아 있는 의자를 쉽게 알아볼 수가


없다. 레오나르도는 르네상스의 화가들이 좋아했던 단선적 원근법을 버리
고 그 자신이 ‘공기
기 중의 원근법
원근
원근법’이라고 불렀던 독특한 투시법을 사용했다.
투시법(透視法) 즉, 경계선을 흐릿하게 하고 밝은색을 사용함으로써 작품 속의 공간이 뒤
투시 도법. 한 점을 시점으로 하여 물
체를 원근법에 따라 눈에 비친 그대 로 물러나는 듯한 환상이 들게끔 한 것이다. 10
로 그리는 기법.

➊ 의자 팔걸이 부분의 경계선이 흐릿하다.


➋ 왼쪽 어깨에 두른 천과 그 뒤로 보이는
다리는 서로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➌ 눈이나 입 주변에 딱딱한 경계선이 보이 ➊
지 않아 표정이 모호하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1503~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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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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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는 열정으로 가득 차서 쓴 자신의 글에서, 소우주와 대우주


사이의 유사성에 깊은 관심을 두었던 르네상스의 시대정신에 따라 회화에
서 대지를 표현하는 것과 인간의 몸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유사한 것인
지를 밝히고 있다.

5 고대인들은 인간의 몸을 세계의 축소판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매우 정확한 표


현이다. 인간의 몸이 흙과 물, 공기 그리고 불로 이루어져 있는 이상 그것은 대
지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물결이 일어나는 모습과 머리카락의 결이 비슷하다.”라는 그의 섬


세한 관찰은, 흐르는 물을 연상시키는 「모나리자」 의 섬세하게 일렁이는 머
10 릿결을 보면 알 수 있다. 목선을 따라 왼쪽 가슴까지 늘어진 머릿결을 한
번 보라. 작품의 구도 면에서도 그림의 왼쪽에 나 있는 구불구불한 길은
그녀의 목선과 닮았으며, 오른쪽에 보이는 다리는 마치 그녀가 왼쪽 어깨
에 두르고 있는 천과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도 인물과 배경의 일체감은 레오나르도만의 독창적인 회화 방
15 식에 의해서 가능해졌다. 레오나르도 자신이 즐겨 사용했던 ‘스푸마
‘스푸마토’라
푸마토’
는 말은 이탈리아어로 ‘흐릿한’ 혹은 ‘자욱한’이란 뜻으로, 특별한 명암법,
즉 밝은 톤에서 점차 어두운 톤으로 변화시키면서 분명하지 않은 색을 제
한적으로 사용해서 경계를 없애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사실상
그림에서 선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20 15세기 유화의 도입 덕택에 가능해진 이 방식은 레오나르도에 의해 한층
더 발전하게 된다. 그는 “경계선은 사물에서 가장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다. 화가들이여! 뚜렷한 선으로 대상의 경계를 짓지 마시라.”라고 말했다.
「모나리자」 가 그 유명한 표정의
의 모호함과
모호 과 유동성을
유동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눈
이나 입 주변에서 딱딱한 경계를 지우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25 - 『세계 명화 비밀』

|
모니카 봄 두첸 (1957~ ) 작가・강사・전시 기획자. 영국 런던에서 「아우슈비츠 이후: 현대 예술에 드러난 유대
인 대학살에 대한 반응」 전시회를 기획하였으며, 주요 저서에 『근대 미술의 이해』 , 『열려라 현대 미술』 , 『샤갈』 등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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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다양한 매체 자료 읽기 219
깊게 읽기

1. 다음은 전자책으로 이 글을 읽으면서 으로 표시한 부분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 글의 중심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

이 작품을 이해, 작품의 인체 묘사나 기술적인 면, 패널,


활동 도움말 인물을 배경보다 높게 배치하는 방식, 풍경과 인물이 하나,
글에 표시한 부분은 글의 핵 ‘공기 중의 원근법’, ‘스푸마토’, 표정의 모호함과 유동성
심 어휘나 핵심 어구로, 이를
바탕으로 글의 내용을 요약할
수 있다.

2. 다음은 전자책으로 이 글을 읽으며 확인한 시각 자료이다. 이 자료를 통해 알 수 있었던 정


보를 정리해 보자.

‘모나리자’에는 원래 인물 양쪽
에 기둥이 서 있었다고 전해짐.

220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활동 도움말
전자책에서 활용 가능한 기능을
3. 이 글을 읽으며 확인한 전자책의 기능 중에서 종이책에 비해 편리하거나 불편하게 느껴지
는 점이 있는지 말해 보자.
모두 찾아보고, 종이책에서도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
로 나누어 생각해 본다. 편리한 점

불편한 점

4. 다음은 이 글과 관련하여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이다. 이를 바탕으로 아래 활동을 해 보자.

모나리자

미술에 관한 완벽주의자, 레오나르도 다빈치

레오나르도는 평생 동안 사람과 동물의 해부도를 끊임없이 그렸다. 당시 의학에 종사하


던 사람들이 그린 것보다 훨씬 더 세밀하고 훌륭한 그림들이었다. 그는 “화가는 해부학에
무지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레오나르도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남자와 여자의 시
체를 30구 넘게 해부해 보았다.” 더보기

“모나리자는 유부녀였다.” 이탈리아 학자, ‘실존 인물’ 주장

다빈치의 명화 「모나리자」 가 부유한 집안의 부인을 실존 모델로 했다고 이탈리아 학자


주세페 팔란티가 주장했다. 팔란티는 최근 자신의 저서에서 「모나리자」 의 모델은 1479년
피렌체에서 태어나 16세에 부유한 비단 상인인 프란체스코 델 지오콘도의 두 번째 아내가
된 리자 게라르디니라고 주장했다. 더보기

“다빈치 「모나리자」 ‘최초 판’ 발견” 미술계 술렁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 의 초기 판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와 미술계
가 술렁이고 있다. 「모나리자」 보다 10년 앞선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영국 그레이터
런던주의 아일워스에서 최초로 발견되어 「아일워스 모나리자」 라고 부른다. 「아일워스 모
모나리자 보다 크고 주인공이 비교적 젊게 묘사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나리자」 는 「모나리자」 더보기

앤디 워홀의 「모나리자
「모나리자, 서른이 하나보다 낫다」
앤디 워홀은 끊임없이
끊임 복제되는 「모나리자」 를 통해 상품화, 기계화가 중시되는 현대 사
회를 풍자하였다. 워
워홀뿐 아니라 많은 작가는 자기만의 독특한 감성과 창의적 시각 언어
모나리
로 재해석한 모나리자를 선보여 왔다. 더보기

3 . 다양한 매체 자료 읽기 221
⑴ 위의 자료들은 각각 이 글의 어느 부분을 읽을 때 활용하면 좋을지 판단해 보자.

차례 1. 「모나리자」 를 그린 작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2. 「모나리자」 의 제작 과정과 방법
3. 「모나리자」 의 모델에 관한 논란들
4. 후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모나리자」
5. 아직도 지속되는 「모나리자」 에 관한 논란들

활동 도움말
⑵ ‘차례’에 나타난 내용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목적으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
매체가 정보를 담는 방식, 우리
료들을 찾는다고 할 때, 매체별 특징이나 유의점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
가 그 매체에 접근하고 정보를
탐색하는 방식 등이 매체별로
어떻게 다른지 파악해 본다. 매체의 종류 매체의 특징, 자료 탐색 시 유의점

교양서, 전문 서적 등의 단행본

신문, 잡지 등의 정기 간행물

텔레비전, 디지털 비디오 등의 영상물

지식 기반 공동체나 블로그 등의 인터넷 사이트

222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넓혀 읽기

5. 다음 글을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활동 도움말
독서 대상과 환경의 변화가 어
전자 기술의 발달로 세상은 더 좁아지고, 더 빨라지고, 더 복잡해졌다. 빠르고 복잡
떻게 독서 방법의 변화로 이어 한 세상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은, 모든 것에 대해서 즉각적인 반응을 해야 한다는 것
졌는지에 주목하면서 글을 읽어
본다.
을 뜻한다. 바쁜 가운데서 책을 읽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바쁘게 수행되는 독서는
정보의 섭렵에 그칠 뿐 딴 세상으로의 여행이 되기는 어렵다. <중략>
이런 상황 속에서도 사실 문자로 된 읽을거리는 더 많아졌다. 책도 더 많이 생산되고
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책은 귀한 것이었다. 그리 흔치 않았다는 점에서도
그러했고, 책 속의 내용 때문에도 그러했다. 그러나 지금은 읽을거리가 너무 많아서 어
떤 책이 있는지, 무슨 책을 읽어야 하는지 더 알 수 없게 되었다. 책, 신문, 잡지 등의
인쇄 매체뿐 아니라 텔레비전, 인터넷, 팩스, 전자 우편 등의 전자 매체를 통해서 쏟아
지는 정보까지 생각하면 더욱 막막하다. 이런 환경에서 독서는 표피적일 수밖에 없다.
독자들은 표면만 스치며 대강 읽게 되
고, 내면에서 말뜻을 곰곰이 새겨볼 겨
를도 없이 다른 읽을거리로 이동하게 된
다. 얕고 넓게 읽게 되고, 그 결과 무수
한 비트(bit)의 정보를 알게 된다. 이러
한 수직적 독서로부터 수평적 독서로의
전환은 친숙하고 한정된 공간 속에서의 삶으로부터 낯설고 광범위한 공간 속에서의 삶
으로의 전환과 대응된다. 오늘날 사람들은 무한정한 정보의 바다와 광활한 전 지구적
공간 속에서 생활하며, 무한한 가능성과 다양성 속에 살고 있다. 넓고 다양해질수록 깊
이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제 사람들은 진지하고 심각한 독서를 하지도 않고 할 능력
도 약화되었다. - 이남호, 『문자 제국 쇠망 약사』 에서

⑴ 이 글의 필자가 언급한 ‘수직적 독서’와 ‘수평적 독서’의 의미를 말해 보자.

수직적 독서

수평적 독서

토의 활동

⑵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인쇄 매체와 전자 매체의 특징을 고려하여, 전자 매체의


글을 읽는 바람직한 방법에 대해 토의해 보자.

3 . 다양한 매체 자료 읽기 223
제재 2

가짜 뉴스 _ 『블로터』 기획 취재팀

- 뉴스의 얼굴을 한 흑색선전

읽기 전에

이 글은 가짜 뉴스가 대량으로 생산・유통되는 사회 현상을 다루고 있다.


•가짜 뉴스의 발생 원인을 매체의 특성과 관련지어 이해하며 읽어 보자. 5
•다양한 매체를 통해 주어지는 정보를 주체적이고 비판적으로 수용할
방법을 떠올리며 읽어 보자.

우리는 거짓이 사실을 압도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사실에 사


회적 맥락이 더해진 진실도 자연스레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옥스퍼드 사전은
2016년을 대표할 단어로 ‘탈진실(Post-truth)’을 선정하고, 탈진실화가 국지적 10

현상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시대적 특성이라고 진단했다. 탈진실의


시대가 시작된 것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가짜 뉴스’에 관한 사회적 논란이 뜨
겁다.

허위 정보, 그 오랜 역사
가짜 뉴스의 정의와 범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여러 갈래로 나뉜다. 언론사의 15

오보에서부터 인터넷상의 뜬소문까지, 가짜 뉴스라는 용어는 넓은 의미 영역


안에서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짜 뉴스의 기준을 정하고 범
위를 좁히지 않으면 비생산적인 논란만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2017년 2월 한국 언론 학회와 한국 언론 진흥 재단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가짜 뉴스를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보도의 형식을 하고 20

유포된 거짓 정보’라고 정의하였다.


가짜 뉴스의 역사는 무척이나 길다. 백제 무왕이 지은 「서동요」는 선화 공주
국지적(局地的) : 일정한 지역에
한정된. 또는 그런 것. 와 결혼하기 위해 그가 거짓 정보를 노래로 만든 가짜 뉴스였다. 1923년 관동
오보(誤報) : 어떠한 사건이나 소 대지진이 났을 때 조선인에 관한 악의적인 허위 정보가 유포된 일 또한 가짜
식을 그릇되게 전하여 알려 줌.
또는 그 사건이나 소식. 뉴스의 예이다. 이렇듯 역사를 조금만 들여다봐도 가짜 뉴스 사례를 흔히 찾을 25

224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일어나고 있는 가짜 뉴스 현상을 살펴보면 이전 사례들과
는 확연히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21세기형 가짜 뉴스’의 특징은 그 논란의 중심에 국제적인 정보 통신 기업이
있다는 점이다. 가짜 뉴스는 더 이상 동요나 입소문을 통해 퍼지지 않는다. 누
5 구나 쉽게 이용하는 매체에 ‘정식 기사’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감쪽같이 변
장한 가짜 뉴스들은 사람들의 입맛에만 맞으면 쉽게 유통・확산된다. 대중이
뉴스를 접하는 경로가 신문・방송 같은 전통적 매체에서 인터넷 사이트, 누리
소통망(SNS) 등 디지털 매체 쪽으로 옮겨 가면서 벌어진 일이다.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는 정보 통신 기업들은 ‘디지털 뉴스 중개자’로 부상하는 동시에 가 나는 주로 어떤 매체를 통해 뉴
스를 접하는지 생각해 보자.
10 짜 뉴스의 온상지가 됐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 교황이 특정 후
보 지지를 선언했다는 가짜 뉴스가 유력 누리 소통망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소
식이라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 준다.

누가, 왜 가짜 뉴스를 만드나


가짜 뉴스 논란이 뜨겁지만 그 정체는 모호하다. 어떤 뉴스가 가짜였는지,
15 그것을 누가, 왜 만들었는지 아는 사람은 적다. 한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대선 기간 중 가짜 뉴스가 공유된 수는 870만 건이었다. 이는 주
맹위(猛威): 사나운 위세.
요 언론사 뉴스의 공유 수를 앞선 수치다. 많은 사람이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
온상지(溫床地) : 어떤 현상이나
받지 못했다는 말이다. 사상, 세력 따위가 자라나는 바탕
이 되는 곳.
그런데 2016년 미국 대선을 흔든 가짜 뉴스 사태의 지리적 진원지는 황당하
진원지(震源地) : 사건이나 소동
20 게도 마케도니아에 위치한 벨레스라는 소도시였다. 심지어 범인은 대부분 이 따위를 일으킨 근원이 되는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도시에 거주하는 10대 후반 청소년이었다. 이들은 미국 극우 성향의 엉터리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남쪽에 있
뉴스 사이트나 누리 소통망의 글을 긁어모아 적절히 짜깁기하고 윤색해 가짜 는 공화국. 농업이 주산업이며,
크롬, 아연 따위가 난다. 수도는
뉴스를 만들었다. 한 소도시의 청소년들에게 전 세계가 농락을 당한 셈이다.
스코페 ( Skopje ), 면적은 2만
영국의 한 일간지가 조사한 바로는, 벨레스에서 100개 이상의 가짜 뉴스 사이 5,714km2.

25 트가 개설, 운영되고 있었다.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벨레스의 청소년들이 극우 성향의 뉴스를 생산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이 코소보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정치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알바니아 벨레스

지 상관하지 않았다. 단지 교황이 누구를 지지하기로 했다거나, 어떤 후보가 그리스

테러 단체에 무기를 몰래 판매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돈이 되었기 때문이다.


30 시장 논리에 따라 뉴스가 유통되는 과정에서 교황이 피해자로 이름을 올리게
윤색(潤色) : 사실을 과장하거나
될 것은 고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미화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 다양한 매체 자료 읽기 225
도대체 왜 가짜 뉴스가 돈이 되는 걸까? 뉴스와 관련된 돈은 대부분 광고에
서 발생한다. 하지만 광고주들이 가짜 뉴스 사이트에 직접 광고하지는 않는다.
모든 광고는 광고 중개 서비스를 통하는데, 광고주가 중개 업체에 돈을 지불하
면, 중개 업체는 금액에 따라 광고를 배치한다. 높은 조회 수가 나오는 사이트
일수록 높은 금액의 광고를 배치하는 식이다. 뉴스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바쁜 5

현대인들은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눈길을 끄는 뉴스가 잘 팔리


는 뉴스가 된다. 따라서 가짜 뉴스는 어떤 식으로든 눈에 띄어 ‘돈’이 되기 위
해 자극적인 요소들을 포함하면서 소비자를 치밀하게 속인다. 설령 그 내용이
비윤리적이어도, 또 진실이 아니어도 개의치 않는다. 과정이야 어떻든 이윤만
내면 성공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대체로 혐오나 선동과 같은 자극적 10

인 요소를 담아 만든 가짜 뉴스가 판을 치게 되며, 이는 결국 사회 구성원의 통


합을 방해하고 극단주의를 초래하기까지 한다.

정보 처리 규칙의 함정, ‘필터 버블’


누리 소통망의 정보 처리 규칙도 혐오와 차별, 극단적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
는 데 기여했다. 정보는 일정한 단계를 거쳐 선별적으로 전달된다. 이때 정보 15

처리 규칙은 이용자가 좋아하고 자주 보는 것 위주로 보여 주는 방식을 통해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개인의 편견과 고정 관념
역시 강화된다는 점이다. 이른바 ‘필터 버블(Filter Bubble)’ 현상이 일어나는
범람(汎濫) : 바람직하지 못한 것
들이 마구 쏟아져 돌아다님. 것이다. 필터 버블은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검색 업체나 누리 소통망 등이
극단주의(極端主義) : 모든 생각 이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용자가 특정 정보만 편식하게 되 20
이나 행동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는 태도. 는 현상을 말한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엘리 프레이저는 2011년 한 강연에
서, 자신의 누리 소통망 계정에 보수
성향의 글이 올라오지 않는 이유는
정보 통신 업체 측이 자신의 이용 내
역을 분석하는 정보 처리 규칙으로 25

보수 성향의 정보들을 걸러 냈기 때
문이라고 지적했다.
개인 맞춤형의 정보 처리 규칙은 정
치・사회 분야의 뉴스와 만나 필터 버
블 현상을 극대화한다. 진위 여부보다 30

자신의 호불호가 뉴스를 보고 믿는 기

226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준으로 더 강력히 작용하다 보니 잘못된 사실이 진실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가짜 뉴스의 소비는 일종의 심리적 보상 행위이기도 하다. 여론
의 장에서 자신의 의견이 차지하는 위치를 확인하고 자기와 유사한 의견들만
을 받아들임으로써 심리적인 불안정성을 제거하려는 행위인 것이다. 이 과정
5 에서 확증 편향이 작용하고, 사실을 해석할 때도 편향적 결과를 낳는다. 이는
한쪽으로 쏠린 정치・사회 소식이 전체 여론을 호도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개인
의 편견과 고정 관념을 넘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회적 차원의 부정적 결과
가짜 뉴스의 확산이 사회적 폐해
로 이어질 수 있다.
로 이어진 사례를 조사해 보자.

가짜 뉴스 걸러 내기
10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가짜 뉴스의 유통과 확산이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끼쳤다며 누리 소통망을 제공하는 기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였
다. 실제로 이 기업들은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장기적으로 기업 이익
에 해를 입을 수 있다. 이에 정보 통신 기업들은 가짜 뉴스에 관한 책임감을
느끼고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가짜 뉴스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자체적으
15 로 언론 연구팀을 출범시켰다. 또 이용자가 가짜 뉴스를 신고하면 유명 언론사
나 비영리 언론 기관 등과 협력하여 내용에 관한 사실 검증을 하고, 가짜 뉴스
로 판명될 경우에는 다른 이용자들이 이 뉴스를 공유할 때 경고 메시지가 뜨면
서 정보 처리 과정에서도 제외되는 방식으로 가짜 뉴스 걸러 내기를 시도하고
있다.
20 하지만 이 같은 조치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용자
의 사후 신고에 기댄 사실 검증으로는 가짜 뉴스의 생산과 확산 속도를 따라잡
기 어렵기 때문이다. 광고 중개 업체의 과도한 수익성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실
행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지만, 물론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갖가지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는 가짜 뉴스의 단속을 강화
25 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에만 초점을 맞춘 대응책은 가짜 뉴스의 근본적인 차단
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에만 맡겨 둘 일도 아니다. 가짜 뉴스 확증 편향(確證 偏向): 자신의 신

를 걸러 내고 점차 줄여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정보 통신 기업들의 개 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


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인 맞춤형 정보 처리 규칙에 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상업적으로 뉴스가 무시하는 경향.

출범(出帆) : 단체가 새로 조직되


소비되는 환경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어 일을 시작함을 비유적으로 이
30 - 『블로터』 , 2017. 3. 9. 르는 말.

3 . 다양한 매체 자료 읽기 227
깊게 읽기

1. 이 글에서 가짜 뉴스의 정의가 인용된 부분을 찾아 옮겨 적고, ‘21세기형 가짜 뉴스’가 출


현하게 된 사회적 배경을 정리해 보자.

가짜 뉴스란?

‘21세기형 가짜 뉴스’의 출현 배경

2. 다음 활동을 통해 필자의 관점을 파악해 보자.

⑴ 이 글에서는 가짜 뉴스가 개인과 사회에 어떤 해를 끼친다고 했는지 정리해 보자.

⑵ 최근 정보 통신 기업들이 시도하고 있는 가짜 뉴스 걸러 내기에 관한 필자의


견해를 파악해 보자.

⑶ 필자는 가짜 뉴스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 뉴스 수용자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보았는지 적어 보자.

활동 도움말
3. 이 글에서는 가짜 뉴스가 생산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무엇이 제시되어 있는지 쓰고,
가짜 뉴스가 생산되고 확산되
또 다른 원인을 찾는다면 무엇이 있을지 자기 생각을 말해 보자.
는 매체의 특성을 다양한 측
면에서 떠올려 본다.

228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4. 다음 글을 읽고, 누리 소통망을 통한 정보 수용의 바람직한 방법과 관련하여 아래 활동을
해 보자.

공론장은 이용자 참여에 의해 사적 영역과 연결되는 사회적 공간으로, 개인이 사회


문제들을 쉽게 감지할 수 있게 해 주어 국가와 시민 사회를 매개하면서 여론을 형성한
다. 이렇게 볼 때, 누리 소통망도 정보가 여러 사람들에게 공개・전파될 뿐만 아니라 정
보가 역동적으로 형성되고 감성적 동조를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공론장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누리 소통망을 통한 공론장에서는 뉴스의 가치가 언론사에 의해 지정
되지 않고, 이용자가 뉴스의 중요도를 판단하는 주체가 된다.
- 김유정, 「누리 소통망과 정치」 에서

⑴ 신문이나 텔레비전 같은 전통적 뉴스 매체와 비교할 때 누리 소통망이 지닌 강


점과 약점은 무엇일지 써 보자.

⑵ 누리 소통망을 통해 공유한 뉴스에 관한 친구 간의 대화에서 빈칸에 들어갈 내


활동 도움말
용을 써 보자.
뉴스 내용 중에 어색하거나 이
상한 점은 없는지, 상식에 비추
독서 친구
어 볼 때 공정성, 타당성, 윤리
성 등에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없는지 생각해 본다. 내달부터 당장 저작권법이 폐지된다. 보건 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
는 저작권 보호를 통해 창작자들이 편하게 얻는 이익이 너무 크다고 보
고 이 법의 폐지를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디지털 음
원의 무단 공유와 배포가 가능하며, 초・중・고생들은 남의 저술을 편하
게 베낄 수 있어 숙제를 하기도 편해질 전망이다. ……

저작권법 없앤다 www.○○○○.com 오후 08:17

야호! 이제 마음 놓고, 내려받을 수 있겠네.^^


오후 08:18

저거 아무래도 가짜 뉴스 같다. 다른 친구들에


게는 공유하지 않는 게 좋겠어. ^^;
오후 08:31

엉? 어떤 점이 가짜 뉴스 같아? ㅜㅜ
오후 08:36

오후 08:50

3 . 다양한 매체 자료 읽기 229
넓혀 읽기

5. 다음 자료를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기사인지 광고인지” …… 독자 꾀는 기사형 광고 기승


작년 언론 중재 위원회 시정 권고의 19퍼센트, 인터넷 신문 위원회 제재의 45.6퍼센트 차지

“맞춤형 건강 관리…… 해외 왕족도 찾는 글로벌 라이프 센터”, “1대1 건강 검진・항


노화 센터…… 차별화된 관리로 신뢰 쌓아”, “검진 센터 하면 ‘◯ ◯’…… 세계적 랜드
마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0월 말 종합 일간지 3곳이 신문 지면과 누리집에 각각 게재한 글 제목이다.
매체마다 다른 제목에 각각 본문과 사진을 갖추고 기자 이름마저 명기되어 있어 언뜻
기사로 보이지만 그 내용은 모두 국내의 한 병원을 홍보하는 ‘기사형 광고’다.
언론 중재 위원회: 언론 매체의 언론 중재 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시정 권고 소위원회에서 이 ‘기사형 광고’가 사회적
보도로 인한 피해자의 권익을
법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해당 매체에 재발 방지를 당부하는 시정 권고를 의결했다.
보호하기 위해 1981년에 설립
한 법정 기관. 주로 피해자들의 이처럼 독자들을 현혹하는 ‘기사형 광고’가 점차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반론 보도, 정정 보도, 추후 보
도 및 손해 배상 청구에 관한
19일 언론 중재 위원회와 인터넷 신문 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언론 중재 위원회
사건을 접수하여 조정하거나 가 언론 보도와 관련해 시정 권고를 의결한 912건 가운데 19.0퍼센트인 173건이 이
중재하고, 언론 보도로 인한 침
해 사항을 심의하는 일을 함. 같은 ‘기사형 광고’다. 이는 2015년의 95건에 비하면 약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인터넷 신문 위원회의 자율 제재를 받은 ‘기사형 광고’는 훨씬 많다. 지난해 위원회가
기사 심의에서 경고・주의・권고 등을 의결한 조항별 위반 건수 3천 229건 중 ‘기사형
광고’가 45.6퍼센트인 1천 473건으로 가장 많았다. 2015년 전체 위반 건수 3천 214
건 중 1천 356건(42.2퍼센트)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건수와 비율 모두 늘어난 것이다.
특히 ‘기사형 광고’는 비교적 영세한 인터넷 신문에서 횡행하고 있다. 지난해 언론 중
재 위원회의 ‘기사형 광고’ 시
기사의 부당한 전송 기타 사생활 보호, 사실의 전달, 미성
정 권고 가운데 인터넷 신문 154건(4.8%) 81건(2.5%) 년자 보호, 선정 보도, 제목의
제한, 균형 유지 등
이 144건으로 대부분을 차지 출처의 표시
414건
했다. (12.8%)
기사와 광고의
현행 ‘신문 등의 진흥에 관 구분
1,473건
한 법률’과 언론 중재 위원회 (45.6%)

의 ‘시정 권고 심의 기준’ 등 표절 금지
1,107건
(34.3%)
에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
게 구분하여 편집하여야 한 ▲ 2016년도 인터넷 신문 위원회 조항별 심의 위반 현황

230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다’고 규정되어 있다.
◯ ◯ ◯ 언론 중재 위원회 홍보팀장은 위원회 소식지 『언론 사람』 최근 호에서 “기사
형 광고는 독자들이 평범한 기사로 착각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기사형 광고를 기사
로 볼 것인지 광고로 볼 것인지 단정할 수 없는 문제지만, 분명한 것은 언론사가 거기
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 2017. 3. 19.

⑴ 기사형 광고와 가짜 뉴스가 어떤 점에서 서로 비슷하거나 다른지 자기 생각을


말해 보자.

활동 도움말 ⑵ 어떤 기사형 광고가 제재 대상이 되는지 설명하고, 그것이 제재를 받아야 하는


독자가 광고를 기사로 오인했을 이유를 제시해 보자.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토의 활동

활동 도움말
⑶ 위의 기사가 다루고 있는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 당국, 광고주, 언
해당 광고와 관련된 제도의 측
론사, 독자는 각각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모둠별로 토의한 뒤 그 결과를 정리
면, 광고 제작과 유통의 측면,
수용의 측면 등으로 나누어 토 해 보자.
의를 진행해 본다.

정부 당국 광고주

언론사 독자

3 . 다양한 매체 자료 읽기 231
창의 교실 밖
독서 활동
우리들의 독서 축제를
융합
만들어 보자
활동 목표 독서 축제를 기획해 보는 활동을 통해 독서 문화 활동에 참여하기

독서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교류의 장이 되는 독서 축제는 활기가 넘친다. 국내외


에서 열리는 다양한 독서 문화 행사의 현장을 들여다보자.

1. 2.
서울 북 축제 남이섬 세계 책 나라 축제
서울 북 축제는 서울특별시와 서울도서 “남이섬 전체가 도서관입니다.”라는 말처럼 남이섬 전체에서 2년에 한 번씩 5월
관에서 책의 날(10월 11일)을 기념하여 한 달 내내 세계 책 나라 축제가 펼쳐진다. 2005년부터 시작된 이 축제는, 어린이
2008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시민 참 책을 매개로 하여 문학과 미술, 음악이 어우러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여형 책 축제이다. 서울 광장과 서울도서
관을 배경으로 출판사, 서점, 독서 동아
리 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
해 시민들에게 책 읽는 문화를 전파한다.

3.
책 나라 군포 독서 대전
책 읽는 도시를 표방하는 군포시의 책 축제이다. 작가와의 만남, 낭독회, 신인 문
학상 시상식 등 책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232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4.
해이 북 축제
해이 북 축제는 영국의 조그마한 시골 마을에서 주민들이 주최하는 축제지만, 세계
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경제적인 이익이 발생되지 않는데도 전 세계의 책 애호가들
이 모이는 모범적인 책 축제이다. 이 축제는 ‘문화와 지역의 힘’을 보여 주는 대표적
인 문화 행사가 되었다.

활동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 모여 책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즐기는 활동을 구상해 보고,


지금까지의 독서 생활을 성찰해 보자.

1. 우리들의 독서 축제를 만들어 보자.


축제의 주제 축제의 목적 축제에 참가하는 대상

2. 내가 만들고 싶은 축제의 형태를 정하고, 축제에서 운영할 특별한 프로그램에는 무엇이 있을지
써 보자.

나는 축제를 어떤 형태로 만들고 싶은가?

축제에서 운영할 특별한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3. 독서 축제를 기획해 보면서 나의 독서 생활을 성찰해 보고, 앞으로의 독서 계획을 세워 보자.


나의 독서 이력 성찰

1. 나는 다양한 종류의 책을 꾸준히 읽고 있는가? 예 / 아니요

2. 나는 독서의 기쁨이나 감동을 타인과 나누려고 노력하는가? 예 / 아니요

3. 나는 우리 공동체의 독서 문화 활성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가? 예 / 아니요

나의 독서 계획

창의・융합-교실 밖 독서 활동 233
단원 점검하기
이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점검해 보자.

01
원리 점검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다양한 시대의 글을 읽으면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지혜와 통찰을 얻
게 됨.
요물이 나라를 망치고 있으니
•시대에 따라, 독서 문화는 대체로 정전(正典) 위주의 수용적 독서에서 선
택형・검색형 독서로 변화해 왔으며, 글쓰기 관습은 대개 모방이나 인용
을 중시하는 방식에서 개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변화해 왔음.
•다양한 시대의 글을 읽을 때는 글이 지어진 당시의 사회・문화적 배경
과 시대적 맥락을 재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

조침문

「요물이 나라를 망치고 있으니」와 「조침문」을 통해, 글이 생산된 시대의 사회・문화적 특


성을 파악하는 방법을 익히고, 당대의 글쓰기 관습이나 독서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
는가?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02
원리 점검
다양한 지역의 글 읽기
•다양한 지역의 글을 읽으면 각 사회의 특수성과 인간의 보편성에 관한
인식의 지평이 확대됨.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 •각 지역 공동체가 공유하는 사회・문화적 특성은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글의 내용과 형식에 반영되기 마련임.
•다양한 지역의 글을 읽을 때는 지역적으로 균형 잡힌 독서를 해야 하며,
해당 지역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고려하고 다원주의적 관점을 유지해
야 함.

234 Ⅳ.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검은 별봄맞이꽃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와 「검은 별봄맞이꽃」을 통해, 글에 반영되어 있는 각


지역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파악하는 방법을 습득하고, 문화에 관한 다원주의적 관점을
갖게 되었는가?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03
원리 점검
다양한 매체 자료 읽기
•독서 매체인 책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해 왔으며, 과학 기
술의 발달로 인해 최근 널리 보급된 전자 매체를 통한 독서 자료는 문
세계 명화의 비밀- 「모나리자」 편
자만이 아니라 영상이나 소리를 포함한 텍스트로 구성됨.
•인터넷과 전자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료를 읽을 때는 그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여 가장 적절한 독서 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함.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집한 자료는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비판적인 태도를 갖고 주체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함.

가짜 뉴스-뉴스의 얼굴을 한 흑색선전

「세계 명화의 비밀」과 「가짜 뉴스」를 통해, 매체의 유형에 따른 독서 방법을 배우고, 다양
한 매체 자료를 주체적이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기르게 되었는가?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다양한 시대와 다양한 지역의


글을 읽는 방법, 각종 매체의 특성에 맞는 독서 방법 등을
배웠으니, 앞으로 독서를 할 때는 이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적절히 활용하여 인식의 폭을 넓혀 나가야겠어.

단원의 마무리 235


부록

독서 일지 활동지 _237

제재 글 출처 _242

사진 자료 출처 _245
독서 일지 활동지

독서 일지

책 제목 읽은 날짜

필자 읽은 쪽

책을 읽으며 책에 큰따옴표(“ ”)로 표시해 둔다.

중심 내용

책을 읽으며 책에 느낌표 ( ! ) 로 표시해 둔다.

인상에 남는
부분과 그 까닭

책을 읽으며 책에 물음표(?)로 표시해 둔다.

궁금하거나
이해가 안 되는 점

책의 여백, 붙임 쪽지 등을 이용하여 생각이 났을 때 적어 둔다.

새로 알게 된 점이나
새로 품게
된 생각

1 . 독서 일지 활동지 237
독서 일지

책 제목 읽은 날짜

필자 읽은 쪽

책을 읽으며 책에 큰따옴표(“ ”)로 표시해 둔다.

중심 내용

책을 읽으며 책에 느낌표 ( ! ) 로 표시해 둔다.

인상에 남는
부분과 그 까닭

책을 읽으며 책에 물음표(?)로 표시해 둔다.

궁금하거나
이해가 안 되는 점

책의 여백, 붙임 쪽지 등을 이용하여 생각이 났을 때 적어 둔다.

새로 알게 된 점이나
새로 품게
된 생각

238 부록
독서 일지

책 제목 읽은 날짜

필자 읽은 쪽

책을 읽으며 책에 큰따옴표(“ ”)로 표시해 둔다.

중심 내용

책을 읽으며 책에 느낌표 ( ! ) 로 표시해 둔다.

인상에 남는
부분과 그 까닭

책을 읽으며 책에 물음표(?)로 표시해 둔다.

궁금하거나
이해가 안 되는 점

책의 여백, 붙임 쪽지 등을 이용하여 생각이 났을 때 적어 둔다.

새로 알게 된 점이나
새로 품게
된 생각

1 . 독서 일지 활동지 239
독서 일지

책 제목 읽은 날짜

필자 읽은 쪽

책을 읽으며 책에 큰따옴표(“ ”)로 표시해 둔다.

중심 내용

책을 읽으며 책에 느낌표 ( ! ) 로 표시해 둔다.

인상에 남는
부분과 그 까닭

책을 읽으며 책에 물음표(?)로 표시해 둔다.

궁금하거나
이해가 안 되는 점

책의 여백, 붙임 쪽지 등을 이용하여 생각이 났을 때 적어 둔다.

새로 알게 된 점이나
새로 품게
된 생각

240 부록
독서 일지

책 제목 읽은 날짜

필자 읽은 쪽

책을 읽으며 책에 큰따옴표(“ ”)로 표시해 둔다.

중심 내용

책을 읽으며 책에 느낌표 ( ! ) 로 표시해 둔다.

인상에 남는
부분과 그 까닭

책을 읽으며 책에 물음표(?)로 표시해 둔다.

궁금하거나
이해가 안 되는 점

책의 여백, 붙임 쪽지 등을 이용하여 생각이 났을 때 적어 둔다.

새로 알게 된 점이나
새로 품게
된 생각

1 . 독서 일지 활동지 241
제재 글 출처

단원 구성 제재 저자 출처
I. 1. 독서의 가치와 글 •독서론 린위탕 지경자 옮김, 『생활의 발견』, 홍신문화사, 1995,
독서의 본질과 의 선택 304~309쪽
태도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 도정일 김경동 외 13인, 『인문학 콘서트』, 이숲, 2010,
311~314쪽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정혜윤 『삶을 바꾸는 책 읽기』, 민음사, 2017, 181쪽,
187~190쪽, 193~197쪽

•항성 같은 책과 유성 같은 책 정수복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 로도스 출판사,


2013, 108~109쪽

2. 독서의 생활화 •학문에 대하여 프랜시스 베이 권오석 옮김, 『베이컨 수상록』, 홍신문화사, 2013,
컨 247~248쪽

•“20~30년 전 소설 읽으며 박록삼 『서울신문』, 2010. 6. 12.


격정 다시 느껴 …….”

II. 1. 사실적 읽기 •지혜롭고 행복한 집, 한옥 임석재 『지혜롭고 행복한 집 한옥』, 인물과사상사, 2014,
독서의 방법 66~70쪽, 73~78쪽 재구성

•그랭이질 유병선 『경향신문』, 2007. 11. 12.

2. 추론적 읽기 •36.5도 인간의 경제학 이준구 『인간의 경제학』, 알에이치코리아, 2017, 22쪽,
25~26쪽, 229~234쪽

•동메달이 은메달보다 행복한 최인철 『프레임』, 21세기북스, 2016, 108~109쪽


이유

3. 비판적 읽기 •동물의 복지를 생각한다 김진석 『동물의 권리와 복지』, 건국대학교출판부, 2005,
261쪽, 296~311쪽 재구성

•종 우월주의의 극복 마크 베코프 윤성호 옮김, 『동물 권리 선언』, 미래의창, 2012,


44~46쪽

4. 감상적 읽기 •별이 빛나는 밤에 정재찬 『시를 잊은 그대에게』,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2015, 42~50쪽

•별 알퐁스 도데 신혜선 옮김, 『별』, 책만드는집, 2017, 37~38쪽

5. 창의적 읽기 •빨간 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빨강 머리 앤이 하는 말』, 아르테, 2017, 180~181쪽,


184~186쪽

•빨간 머리 앤 루시 모드 몽고 김양미 옮김, 『빨간 머리 앤』, 인디고, 2011,


메리 518~519쪽

•‘특별한’ 보통의 해 장영희 『문학의 숲을 거닐다』, 샘터사, 2017, 139~141쪽

6. 주제 통합적 읽기 •군주론 니콜로 마키아 강정인 외 1인 옮김, 『군주론』, 까치글방, 2017,


벨리 117~122쪽

•목민심서 정약용 장순범 옮김, 『목민심서』, 한국고전번역원, 1986,


456~457쪽

•서번트 리더십의 비밀 이관응 『서번트 리더십의 비밀』, 넥서스, 2015, 118쪽,


120~122쪽

242 부록
단원 구성 제재 저자 출처
III. 1. 인문・예술 분야의 •우리 안의 마녀사냥 주경철 『문화로 읽는 세계사』, 사계절출판사, 2005,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186~195쪽
글 읽기
•걸어온 역사 나아갈 역사 마석한 『걸어온 역사 나아갈 역사』, 행복한세상, 2014,
120~122쪽

•박열의 항일 투쟁과 신조국 김명섭 『이달의 독립운동가』, 국가보훈처, 2006 (http://


건설 운동 www.mpva.go.kr)

•윤두서의 「자화상」 오주석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솔출판사,


2016, 84~86쪽, 88~92쪽, 98~102쪽, 104쪽

•자화상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박희숙 『한국경제매거진』, 2011. 12. 16.


나타낸 동서양 화가들

2. 사회・문화 분야의 •나라에 부치는 연애편지 헤리베르트 프 도리스 류뢰더 쾨프 외 1인 엮음, 박종대 옮김,
글 읽기 란틀 『청소년을 위한 정치 이야기』, 도서출판 다른우
리, 2005, 63~70쪽

•헌법이라는 계약서의 갑(甲)은 문유석 『중앙일보』, 2016. 12. 20.

•우리나라 헌법 총강의 일부 『대한민국 헌법』, 국가법령정보센터, 1987


(http://www.law.go.kr)

•우산, 근대와 전근대가 만나다 김진섭 『이야기 우리 문화』, 지성사, 2016, 264~265쪽,
268~272쪽 재구성

•조선 여심 사로잡은 가체…… 홍현성 『동아일보』, 2017. 9. 19.


초가집 수십 채 가격 달해

3. 과학・기술 분야의 •원자 모형의 변천 과정 정갑수 『물리 법칙으로 이루어진 세상』, 양문, 2007,
글 읽기 108~114쪽 재구성

•토머스 쿤과 패러다임 권오병 『한국조경신문』, 2011. 11. 30.

•네트워크는 힘이 세다 정하웅 정하웅 외 2인,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사이언스북스, 2016, 21~23쪽, 34~59쪽,
91~98쪽, 101~106쪽 재구성

•구글의 데이터 활용 정하웅 정하웅 외 2인,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사이언스북스, 2016, 74~75쪽

IV. 1. 다양한 시대의 글 •요물이 나라를 망치고 있으니 이존오 이혜순 옮김, 『고려를 읽다』, 섬섬, 2014, 82~
다양한 특성의 읽기 86쪽
글 읽기
•이존오 시조 이존오 전국국어교사모임, 『문학 시간에 옛시 읽기 1-
시조』,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2014, 24쪽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자사 교과서

•조침문 유씨 부인 정병헌 외 1인 엮음, 『선비의 소리를 엿듣다』, 도


서출판 사군자, 2005, 210~213쪽

•네가 떠난 빈자리 하미 『네가 떠난 빈자리』, 도서출판 반정, 2017, 185쪽

2 . 제재 글 출처 243
단원 구성 제재 저자 출처
2. 다양한 지역의 글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 오비디우스 이윤기 옮김, 『변신 이야기 1』, 민음사, 2017,
읽기 되었다 15~19쪽

•그리스 자연 철학과 과학의 박준우 『과학 기술 발전의 발자취』, 자유아카데미,


태동 2009, 65쪽

•로마를 정복한 그리스 문화 김덕수 『그리스와 로마』, 살림출판사, 2004, 85쪽

•가장 위대한 이야기 닐 디그래스 타 곽영직 옮김, 『오리진』, 지호출판사, 2005,


이슨 외 1인 19~20쪽

•세상 모양이 생긴 이야기 작자 미상 최정여 외 1인, 『한국구비문학대계(8집 6책)』, 한


(경상남도 거창군) 국정신문화연구원, 1981, 213~214쪽

•검은 별봄맞이꽃 넬슨 만델라 김대중 옮김, 『만델라 자서전-자유를 향한 머나


먼 길』, 도서출판 두레, 2014, 388~393쪽

•넬슨 만델라 법정 진술 사이먼 마이어 이현주 옮김, 『위대한 연설 100』, 쌤앤파커스,


외 1인 2010, 271쪽

•아파르트헤이트 피엠지(PMG) 『시사 상식 사전』, 박문각(http://terms.naver.


지식엔진연구 com/entry.nhn?docId=928590&cid=43667&-
소 categoryId=43667)

•아프리카의 문학어 응구기 와 티 이석호 옮김, 『탈식민주의와 아프리카 문학』, 도


옹오 서출판 인간사랑, 1999, 38~41쪽

3. 다양한 매체 자료 •세계 명화의 비밀 모니카 봄 두첸 김현우 옮김, 『세계 명화 비밀』, 생각의나무,


읽기 2009, 64~71쪽

•소외의 독서와 독서의 소외 이남호 『문자 제국 쇠망 약사』, 생각의나무, 2004,


152~153쪽

•가짜 뉴스 『블로터』 기획 『블로터』, 2017. 3. 9.


취재팀

•누리 소통망과 정치 김유정 조수선 외 11인, 『뉴 미디어 뉴 커뮤니케이션』,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17, 196~197쪽

•“기사인지 광고인지”…… 독 김인철 『연합뉴스』, 2017. 3. 19.


자 꾀는 기사형 광고 기승
※ 본 제재를 제외하고, 집필진의 직접 집필인 경우 출처를 밝히지 않았음.
※ 이 교과서에 실린 글 중에는 사정상 저자나 그 가족의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게재된 것이 있으며, 일부 글에서는 고등학생들의 학습 수준과 수업
목표를 고려하여 그 내용이나 표현을 부분적으로 고치기도 하였음.

244 부록
사진 자료 출처

I. 독서의 본질과 태도 II. 독서의 방법

15쪽 체스터턴 : Catholicherald(http://www.catholicherald. 55쪽 정여창 고택의 안대문에서 바라본 안채 : 한국관광공사

co.uk) (http://korean.visitkorea.or.kr)

21쪽 책 읽는 남자 : 셔터스톡 관가정 대청에서 바라본 중문 : 헬로포토

22쪽 「라오콘 군상」 : 알라미 56쪽 관가정 안채의 안마당을 감싸고 있는 지붕 처마 1, 2 :

27쪽 책: 셔터스톡 헬로포토

29쪽 항성, 행성, 유성 : 셔터스톡 59쪽 한옥 마을 : 클립아트코리아

30쪽 「제인 오스틴 북클럽」 책 표지: 민음사(http://minumsa. 60쪽 고인돌 : 클립아트코리아

com) 61쪽 불국사 : 클립아트코리아

32쪽 책과 사과 : 게티이미지코리아 62쪽 「아이들은 절대 못 맞히는 문제」 공익 광고 : 한국방송

37쪽 「독서 유통 기한, ‘평~생’입니다」 공익 광고: 한국방송광고 광고진흥공사, 2015(https://www.kobaco.co.kr)

진흥공사, 1999(https://www.kobaco.co.kr) 71쪽 메달: 셔터스톡

38쪽 나무: 클립아트코리아 선수들: 클립아트코리아

39쪽 「TV 책을 보다」 장면 1, 2 : KBS(http://www.kbs.co.kr) 78쪽 여학생, 남학생: 클립아트코리아

신문 서평 1 : 『한겨레』, 2008. 6. 6.(http://www.hani. 79쪽 자연 속의 동물들: 셔터스톡

co.kr) 80쪽 베토벤, 「환희의 송가」: 알라미

신문 서평 2 : 『조선일보』, 2008. 3. 22.(http://www. 존 워터하우스, 「오필리어」: 게티이미지코리아

chosun.com) 82쪽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환기미술관

인터넷 서평 : YES24 블로그(http://blog.yes24.com/ 88쪽 「돈키호테」 발레 포스터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document/7308672) (http://theater.arko.or.kr/Pages/Perf/Detail/Detail.

팟캐스트 : 팥빵(http://www.podbbang.com/ch/1749) aspx?IdPerf=254394)

43쪽 도시와 책 : 게티이미지코리아 「돈키호테 맨 오브 라만차」 영화 포스터 : 네이버 영화

44쪽 지혜의 숲 도서관 : 토픽이미지스 (http://movie.naver.com)

동네 책방: 『대전일보』, 2015. 12. 30.(http://www.daejonil- 포스터 걸이 : 셔터스톡

bo.com) 100쪽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 : 게티이미지코리아

북 스테이 내부 : 『한겨레』, 2015. 8. 20.(http://www. 104쪽 정약용 : 『연합뉴스』, 2009. 4. 17.(http://www.yonhap-

hani.co.kr) news.co.kr)

북 스테이 외부 : 『충북일보』, 2015. 9. 22.(http://www. 107쪽 동방으로의 여행 : 게티이미지코리아

inews365.com) 108쪽 세종대왕 : 토픽이미지스

45쪽 국립해양박물관 해양도서관: 국립해양박물관 웹진 이익 : 게티이미지코리아

(http://www.knmm.or.kr/webzine/vol7/contact_01. 정약용 : 『연합뉴스』, 2009. 4. 17.(http://www.yonhap-

aspx) news.co.kr)

109쪽 이덕무 상상도 : 게티이미지코리아

『청장관전서』 1, 2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http://

encykorea.aks.ac.kr)

3 . 사진 자료 출처 245
III. 다양한 분야의 글 읽기

116쪽 스티브 잡스 연설 : Macrumors(http://www.macrum- 146쪽 1927년에 발간된 잡지 『별건곤』 의 삽화 : 『조선일보』,

ors.com) 2008. 2. 11.(http://www.chosun.com)

118쪽 중세의 성 : 토픽이미지스 전통 공예품에 사용된 박쥐 문양 : 게티이미지코리아

119쪽 윌리엄 포웰 프리스, 「마녀재판」 : 알라미 149쪽 머리 타래를 만드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 : 『동아일보』,

120쪽 중세의 여성: 게티이미지코리아 2017. 9. 19.(http://www.donga.com)

125쪽 관동 대지진의 피해 : 헬로포토 신윤복의 「단오풍정」 (일부)에 나오는 조선 시대 가체: 토

126쪽 윤두서, 「자화상」 : 게티이미지코리아 픽이미지스

족자 : 클립아트코리아 153쪽 톰슨, 러더퍼드 : 알라미

128쪽 미켈란젤로, 「노예상」 : 알라미 154쪽 보어 : 게티이미지에디토리얼

131쪽 현재 「자화상」 : 게티이미지코리아 158쪽 칠판 : 셔터스톡

옛 사진 속의 「자화상」 : 『한겨레』, 2006. 8. 9.(http:// 선생님 : 게티이미지코리아

www.hani.co.kr) 160쪽 네트워크, 자동차, 회사, 집, 병원, 핸드폰, 노트북, 비행

132쪽 윤두서, 「자화상」 : 게티이미지코리아 기, 약 : 셔터스톡

남자 : 클립아트코리아 166쪽 판매원 : 셔터스톡

133쪽 알브레히트 뒤러, 「모피 코트를 입은 자화상」 : 토픽이미 167쪽 통계 발표하는 모습 : 클립아트코리아

지스 168쪽 무용총 수렵도 : 한국콘텐츠진흥원

134쪽 토론하는 학자들 : 클립아트코리아 (http://culturecontent.com)

139쪽 독일 법정 망치 : 게티이미지뱅크 학자 : 셔터스톡

142쪽 계약하는 모습 : 게티이미지코리아 169쪽 청소년 : 셔터스톡

143쪽 문서 양식 : 셔터스톡 170쪽 우주 : 셔터스톡

144쪽 의례용 일산 : 게티이미지코리아 172쪽 중세의 성 : 토픽이미지스

145쪽 서양의 남성이 우산을 쓴 모습 : Faenaaleph(http:// 윤두서, 「자화상」 : 게티이미지코리아

www.faena.com/aleph)

246 부록
IV. 다양한 특성의 글 읽기

183쪽 자연 : 클립아트코리아 218쪽 카메라 : 셔터스톡

185쪽 공민왕과 왕비 : 국립중앙박물관(http://www.gogung.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 토픽이미지스

go.kr) 219쪽 카메라 : 셔터스톡

191쪽 고양이 : 클립아트코리아 220쪽 라파엘로, 「유니콘과 함께 있는 젊은 여인의 초상」 : 토

198쪽 고대 그리스의 전사들 1 : 셔터스톡 픽이미지스

199쪽 고대 그리스의 전사들 2 : 셔터스톡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와

200쪽 우주 : 셔터스톡 그의 부인 바티스타 스포르차의 두 폭 제단화」 : Sar-

201쪽 자연 : 게티이미지코리아 tle(https://www.sartle.com)

207쪽 넬슨 만델라: 게티이미지코리아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 토픽이미지스

209쪽 백인과 흑인의 승차를 분리한 버스 : 게티이미지코리아 221쪽 인터넷 창 : 셔터스톡

212쪽 『마당을 나온 암탉 : e-book』 본문: 황선미, 『마당을 나 222쪽 책, 신문 : 클립아트코리아

온 암탉 : e-book』, 사계절, 2013, 81~82쪽 텔레비전, 디지털 비디오, 노트북, 인터넷 창 : 셔터스톡

책 : 셔터스톡 223쪽 책 읽는 사람들 : 게티이미지코리아

「마당을 나온 암탉」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http://mov- 226쪽 필터 버블 : 클립아트코리아

ie.naver.com) 229쪽 남학생, 여학생 : 클립아트코리아

죽간: 헬로포토 232쪽 서울 북 축제 포스터 : 서울 북 페스티벌 공식 블로그

금속활자: 게티이미지코리아 (http://libfestival.blog.me)

214쪽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 토픽이미지스 남이섬 세계 책 나라 축제 1, 2 : 『프레시안』, 2017. 5. 3.

215쪽 카메라 : 셔터스톡 (http://www.pressian.com)

라파엘로, 「유니콘과 함께 있는 젊은 여인의 초상」 : 토 책 나라 군포 독서 대전: 『인천일보』, 2017. 9. 18.

픽이미지스 (http://www.incheonilbo.com)

216쪽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 토픽이미지스 233쪽 해이 북 축제 1, 2 : 이로운넷(www.eroun.net/33833)

카메라 : 셔터스톡 235쪽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 토픽이미지스

217쪽 카메라 : 셔터스톡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와

그의 부인 바티스타 스포르차의 두 폭 제단화」 : Sar-

tle(https://www.sartle.com)

※ 출처 표시를 안 한 사진 및 삽화 등은 저작자 및 발행사에서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임.

3 . 사진 자료 출처 247
집필진
이삼형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현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 총괄 진행 |
정재찬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현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 Ⅰ단원 |
이성영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현 춘천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 Ⅰ단원 |
신현암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현 숭의여자고등학교 교사 | Ⅲ단원 |
조형주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현 한성고등학교 교사 | Ⅱ단원 |
남궁민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국어교육학과 졸업, 현 와부고등학교 교사 | Ⅳ단원 |

검정심의회
•위원장:
•간사:
•연구위원

•검정위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편집 책임 박정희 편집 송지원, 안은하


디자인 책임 김의수 표지 디자인 이창훈, 이현경 내지 디자인 김소민, 이현경 표지 삽화 이희은
내지 삽화 박지영, 박현영, 박혜림, 오우성, 이웅기, 이혜실, 장명진, 정승준, 차상미, 최영아, 황병선, 흩날린
컷 이도훈, 김상준 사진 문영진

교육부의 위탁을 받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검정 심사를 하였음.

고등학교 독서
2019. . . 초판 발행 정가 원
지은이 이삼형 외 5인
발행인 (주)지학사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촌로6길 5)
인쇄인 벽호 (경기도 파주시 한빛로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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