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wnload as pdf or txt
Download as pdf or txt
You are on page 1of 2

발표 조의 논제를 정리하여 시작해보자면, 소수의 지배 계층이 권력을 독점하고, 국민을 통치한

다. 소수의 지배층은 정치적 결정, 법적인 질서의 유지, 경제적 운용에 있어 독점적 권력을 소유
하며, 지배층이 허용하는 범위에서만 국민들은 언론과 표현 그리고 행위의 자유를 갖는다. 지배층
은 자의적으로 법을 운용할 수 있으며, 법에 종속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국가에서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의 3부 윤리적 규칙에 따른다면, 국민들은 어떻게 행위해야 하는가. 또, 이와는 다른 윤
리학적 또는 정치적 관념을 선택해 데카르트의 윤리적 규칙이 타당할수 있는지 검토하라.
먼저, 발표 조는 데카르트의 첫 번째 윤리적 준칙이 칸트의 국가 시민의 속성인, 자기가 동의한
법칙 외에는 어떤 다른 법칙에도 복종하지 않을 법칙적 자유를 담고 있다는 점을 들어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칸트의 ‘국가 시민’은 입법을 위해 통합된 사회의, 즉 국가의 구성원을 부르는
용어이며, 1단락에서 제시한, 국민의 입법 능력(투표권)을 상실한 국가A의 국민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또, 칸트의 두 번째 입장, 시민적 자립성이라는 국가 시민의 속성은 당시 투표
권을 가지지 못했던, 타인들에게 너무나 의존적인 노예, 유랑민, 수도승, 빈민 등에게 부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국가 시민이 될 자격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칸트의 주장, ‘시민적 평등’이 정말로 평등한지 의구심이 든다.
다음으로 데카르트의 두 번째 준칙에 대한 설명1)에서 참이라고 확신할 수 없어 의심스러운 의
견을 결정한 후 따르는 과정에서 도덕적으로 잘못되었음을 의심한다는 내용을 유추하는 과정이
굉장히 모호하다. 이 모호한 부분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문에서 앞의 두 문장은 “c’est
une verite tres certaine(아주 확실한 하나의 진리다)”에 연결되는 하나의 문장인데, 이것이 의
미하는 바는, 일상의 행동들은 꾸물거릴 여유를 주지 않는 경우가 자주 있기에, 그 행동을 인도할
가장 참된 의견들을 식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차선책으로 가장 개연적인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 개연적인 의견이 실천과 연관되는 한에서는 도덕적으로 잘못됨을 의심하지 않고,
아주 참되고 아주 확실한 것들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도덕적 모순이 발생한다는 발표 조의 의견은
타당하지 않다.
데카르트의 두 번째 준칙과 그에 대립하는 칸트의 정언명령에 대하여 언급한 세 번째 문단에서
제시된 것처럼 정언명령은 그저 도덕법칙에 대한 무조건적 준수만을 언급하며, 행위 격률에 대해
‘보편법칙’이라는 기준을 제시한다. 정언명령의 개념에는 여러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어
선의지의 이념에서 출발하여 보편적인 도덕법칙의 정식화에 이르는 과정이 내제되어 있다. 이렇
게 무제약적 선의 이념 및 실천법칙의 개념으로부터 정언명령의 근거를 돌출시키는 데 오해와 비
판이 없지 않으며, 정언명령이 정식이 보편적 도덕의무를 가려내는 기준역할을 한다는 데 대해서
도 규범윤리학이나 메타 윤리학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비판이 제기된 바 있어 섣부르게 판단하기
쉽지 않다. 또, 보편화 및 목적 자체성 명제를 담고 있는 정언명령으로 상징되는 칸트 윤리학은
그것이 내포한 극도의 이성주의나 엄격주의로 인해 과연 인간 존재자의 윤리로서 적합한가라는
의문이 있어 왔다. 프로이센의 철학자 헤겔 역시 칸트의 이론은 인간이 늘 대면하는 일상의 윤리
가 아닌 극단의 도덕, 예외의 도덕을 보여줄 뿐이라고 비판한 바 있어, 이에 따라 데카르트의 두
번째 준칙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에 대하여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데카르트의 세 번째 준칙과 그에 대립하는 칸트의 정언명령에 대하여 언급한 다섯 번째부터 일
곱 번째 문단은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발표 조의 방법서설 속 데카르트의 세 번째 임시
도덕준칙에 대한 이해의 부재도 느껴졌다. 방법서설 속 데카르트의 임시 도덕준칙 세 번째는 세
계를 우리 능력 안에 있는 것(사유들)과 그 밖에 있는 것(외부 사물)을 나누고, 밖에 있는 것들
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원칙적으로’ 우리 능력으로 가능하지 않
은 것이었다고 ‘믿는 습관’을 가지라는 것이다. 이로써 욕망할 것과 욕망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
분하게 되고, 욕망하지 말아야 할 것을 욕망하면서 갖게되는 절망과 후회 그리고 불만족에서 벗
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2) 이러한 데카르트의 세 번째 임시 도덕준칙은 인간에게 세계의 질서라는
모호한 잣대로 인간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설명은 칸트의 정언명령과 연결점을 찾기
힘들고, 만약 있더라도, 칸트의 정언명령이 데카르트의 세 번째 준칙의 타당성을 검토하기에는 적
절하지 않다.

You might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