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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프란츠 카프카

변신/카프카

이재원(아주대 기초교육대ㆍ독문학)

1. 카프카의 문학세계
영어 단어 중에 ‘kafkaesque’란 형용사가 있다. ‘혼란스러운, 섬뜩한,
불합리한’ 어떤 것을 가리키는 단어다. 이처럼 ‘카프카적인’이라는 말이
일반화되어 사용될 정도로 카프카의 문학은 독특한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카프카의 작품을 접하고 처음 받는 인상은
‘충격적이다’, ‘난해하다’, ‘그로테스크하다’, ‘비현실적이다’와 같은 느낌일
것이다. 카프카의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어느 날 아침에 깨어보니 벌레로
변해있기도 하고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체포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써보지만 끝까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비참하게 죽는다. 독일 출신의 대표적인 현대 철학자 아도르노는 카프카의
문학에 대해 “모든 문장이 ‘나를 해석해보라’고 하면서 어떤 문장도 해석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카프카의
작품들이 계속해서 널리 읽히고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카프카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개인의 소외와


현대 사회의 불합리함을 매우 정확하고 예리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2차세계대전 이후 사르트르와 카뮈에 의해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재발견되어 전세계적으로 카프카 붐을 일으켰다. 무엇보다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늘 새롭게 해석되며 읽힐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카프카 문학이 지닌 매력이자 현대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카프카의 작품 중 일부는 카프카의 생전에 발표되었으나 오늘날 그의 명성에


큰 기여를 한 장편소설들을 비롯하여 많은 작품들이 카프카가 죽은 후에
그의 친구인 막스 브로트에 의해 발간되었다. 자신이 죽은 후 자신의 작품을
불태워달라는 카프카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브로트가 그의 유고들을 모두
간직하고 출간함으로써 오늘날의 카프카가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카프카의 장편소설은 『실종자』(1927),
『소송』(1925), 『성』(1926), 이렇게 총 세 편인데 모두 미완성작으로,
브로트가 카프카 사후에 편집해서 발간한 것이다. 그밖에 대표작으로는
「변신」을 비롯하여 「선고」, 「학술원에의 보고」, 「단식 광대」, 「시골 의사」
등의 단편이 있다.

카프카의 문학은 1950년대 실존주의 철학자 및 작가들에 의해 높이


평가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는 바람에 주로 실존주의적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강하다. 서른 번 째 생일날 이유없이 체포되어 불가해한 법정을
헤매다 끝내 이유도 모른 채 개죽음을 당하는 『소송』의 주인공 요제프 K.,
성의 부름을 받고 와서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애를 쓰지만 끝내 성에
들어가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 『성」의 주인공 K., 끝없이 아메리카 대륙을

아주 위대한 고전: 문학
변신프란츠 카프카

헤매다 끝내 실종되고 마는 『실종자』의 칼 로스만은 모두 부조리하고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실존적 불안과 고독을 탁월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이해된다.

카프카의 작품에 대한 또 다른 해석으로는 카프카의 아버지와 카프카의


갈등이라든가 약혼녀와의 관계 등에 주목하여 정신분석학적으로 카프카의
작품을 해석하는 것이다. 실제로 카프카의 작품에서는 부자 갈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카프카는 잡화 행상에서 시작해 직물 도매상으로
자수성가한 권위주의적인 아버지 아래서 심한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그에게
아버지는 체격이 당당하며 위압적일뿐만 아니라 물질적인 성공과 사회적
출세에만 관심이 있는 혐오스러운 폭군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갈등은
카프카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뿐만 아니라
단편소설 「선고」와 「변신」에서부터 마지막 장편소설 『성』에 이르기까지 전
작품에 걸쳐 나타난다.

카프카의 문학은 카프카가 살았던 시대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당시의


사회적, 정신적 배경 속에서 바라볼 때 그 의미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다. 카프카가 작품 활동을 했던 시대는 20세기 초반으로, 유럽에서
제국주의와 민족주의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급기야 제1차 세계대전(1914-
1918)으로 이어졌고, 이후 제2차 세계대전(1933-1945)이 발발하기 전까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극도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또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등 기존의 인식을 뒤엎는
혁신적인 과학적 인식의 등장으로 현실과 인간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되었다. 특히 근대적 인간관에서 무시되었던 성적 충동과 감정,
몸에 대한 새로운 평가는 현대의 문학예술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또한
양자이론, 상대성이론, 카오스이론 등의 과학혁명은 현실의 반영 내지 재현에
기반한 전통적인 예술관의 해체로 이어진다. 추상미술과 현대음악, 현대무용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이른바 ‘현대예술’이 바로 이 시기에 시작된 것이다.

카프카 역시 산업화, 도시화의 폐해 속에서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작품 속에서 그려냈다. 특히 카프카의 경우 자본주의로 인한 인간
소외와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은 <노동자 재해 보험 공사>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더욱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인간의 소외와
부조리한 현실이라는 실존주의적 이해는 바로 이러한 구체적인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혁신을 가로막는 구시대적 관습과


가부장주의에 저항하였다. 특히 아버지 (세대)는 낡은 질서를 상징하는
존재로서 저항의 대상이 되었다. 카프카의 경우에도 개인적인 부자관계를
넘어 이러한 시대적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카프카의 작품에서
아버지의 존재는 구체적으로 가정에서의 아버지의 모습에서부터 사회에서의
여러 권위의 대리자들, 그리고 익명의 관료체제 등의 모습으로 다양하게
형상화되어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카프카 문학의 특징으로 그로테스크하고 비현실적인 묘사를 들


수 있다. 인간이 벌레로 변한다든지, 원숭이가 인간이 된다든지(「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더러운 아파트 속에서 기이한 모습의 법정이
나타난다든지(『소송』), 카프카의 모든 작품에서는 마치 초현실주의
회화처럼 비현실적인 모습들이 나타난다. 이는 현실의 단순한 모방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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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 현실을 재현하고자 한 당시 모더니즘 예술의 추세와 부응한다. 눈에


보이는 모습보다 그 이면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 현실을 더욱 정확하게
재현한다고 할 수 있다.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는 카프카의 작품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그러한 그로테스크하고 낯선 모습이 단지 상징이나
비유가 아니라 정확히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음을 깨닫고 모골이
송연해지게 된다.

카프카의 작품에서는 일말의 동정심도, 인간 사이의 미미한 온기도, 손톱만한


희망도 찾아볼 수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냉정하고 절망적이다. 문학에서
위안과 정서적 만족을 찾는 사람에게 카프카의 작품은 낯설고, 심지어
불쾌하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카프카의 문학은 안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머리를 때리는 듯한 충격으로 자신의 모습과 자신이 서
있는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2. 「변신」 해설
카프카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또 비교적 평이하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마도 「변신」일 것이다. 「변신」은 중편소설로 카프카 생전에 발표된
작품이다. 소설은 제목 그대로 주인공인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보니 자신이 벌레로 ‘변신’한 것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소설에서 묘사된 모습을 볼 때 그 벌레는 인간 크기의 갑충이라고 짐작된다.
출장영업사원인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벌레로 변했다는 사실에 당황하긴
하지만 그 사실에 의문을 품기보다는 출근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을 더욱
염려한다. 그레고르의 식구들 역시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신했다는 사실을
아무도 의심치 않으며, 그런 비현실적 상황에 대해 놀라기보다는 그레고르가
출근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레고르가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레고르가 더 이상 가족을 부양할 수 없게 되자 아버지는 은행사환으로


취직하고 어머니는 삯바느질을 하며, 음악원에 다니기를 바랬던 여동생은
가게의 점원으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집에는 하숙생들을 들였다. 점차
가족들은 아무런 쓸모도 없고 오히려 방해만 되는 그레고르를 귀찮게 여기게
된다. 급기야 화가 난 아버지가 그레고르에게 사과를 던지는 일이 일어나고,
그레고르는 사과가 등에 박힌 채 곪아서 결국 죽음에 이른다. 가족들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미래를 계획하며 소풍을 간다.

이러한 ‘변신’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신화나 동화 속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데,


그 경우에는 대개 마법이나 초능력에 의해 변신이 이루어지고 마법이
풀리면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카프카의 ‘변신’에서는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이유에 대해 끝까지 아무런 설명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독자들은 변신의 이유에 대해 스스로 납득할 만한 답을
찾아보려고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도대체 변신은 무엇을 의미하며, 변신의
이유는 무엇일까?

제일 먼저 독자는 그레고르에게서 회사에서, 가정에서,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해버린 우리 시대 가장의 모습, 혹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벌레처럼
살다 비참하게 죽는 결말에서 섬뜩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루하루 쫓기듯
정신없이 살아가다 어느 순간 자신을 돌아보게 되자 인간성을 상실한 채
벌레 같은 존재로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 그것은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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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자신을 버리고 벌레가 될 만큼 최선을 다해 살아왔건만, 더 이상
돈벌이에 쓸모없게 되는 순간 그 존재는 더러운 벌레 취급을 당하며 가차
없이 버려지고 만다. 벌레로 변한 인간이란 꿈이나 상상도, 상징이나 비유도
아니고 바로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한편 그레고르의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살던 가족들은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신하자 처음에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쩔쩔 매다 차츰 각자
돈벌이를 하며 그레고르 없이도 생계를 꾸려가게 된다. 어머니와 여동생은
처음에는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를 걱정하고 헌신적으로 보살피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그레고르가 가족의 삶에 아무런 쓸모도 없고 오히려
짐만 된다는 것을 깨닫자 더 이상 아들이고 오빠가 아니라 ‘괴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경제적 능력을 갖추게 됨에 따라 가장의 권위를 회복한
아버지에 의해 그레고르가 죽음으로 내몰리게 된다는 점은 매우 상징적이다.
그레고르 가족의 모습은 사랑과 희생 등의 가치로 포장된 가족의 의미가
허구에 불과한 것이며, 사실상 자본주의의 논리에 종속되어있음을 보여준다.
그레고르가 죽은 후 가족들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밝은 미래에 대한 꿈을
꾼다. 독자는 이런 가족의 모습이 비정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현대
사회에서의 가족이란 사랑으로 뭉친 혈연공동체라기보다는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재생산과 소비의 단위로서 경제공동체에 가깝다. 현실에서는
가족주의 이데올로기를 이용하여 이러한 본질을 합리화하거나 미화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소설은 신랄하게 보여준다.

카프카 문학의 특징은 한 가지로만 해석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레고르의


변신은 이처럼 비인간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실제 벌레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고된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레고르의 무의식적 소망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피곤하고 괴로운
직장생활을 유지해야했던 그레고르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진 빚을 다 갚고
나면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삶을 찾겠다는 은밀한 소망을 갖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벌레의 모습은 오히려 그레고르가 찾고자한 자신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삶은
역설적이게도 -그레고르 뿐만 아니라 가족과 직장상사까지 모두 -
비인간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레고르는 끝까지 벌레의 모습을 자신의 모습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비인간적인 인간의 삶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바로 여기에서 비극이
발생한다. 만약 그레고르가 벌레가 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가족과 직장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았다면 어땠을까?
그레고르는 가족주의적 사고와 시민사회의 관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틀을 버리지 못하고 그 안에
머무르려한다. 그러나 사회의 정해진 틀에서 벗어난 존재는 그 사회 속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오히려 조용히 숨을
거두는 그레고르에게는 죽음이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자유일 수도
있다.

이러한 모습에서 독자는 우리와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보다는


배척하고 획일적인 틀만을 강요하는 씁쓸한 현실을 볼 수도 있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가족 간의, 나아가 인간 간의 소통의 단절과 소외현상을 확인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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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있다. 이처럼 카프카의 작품은 다양한 해석에 열려있는 채로 독자들의


상상력과 비판적 사고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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