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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소설 상수리나무 아래 상수리 나무 아래-4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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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리나무 아래 상수리 나무 아래-420화


(420/448)
 420화  

#2부-182화.

검게 오그라든 구울의 팔다리와 스켈레톤의 누런 뼛조각이 눈


밭 위로 비죽 튀어나와 있는 것도 보였다. 온몸의 근육이 긴장으
로 팽팽하게 조여들었다.

“이쯤이면 되지 않을까?”

언데드의 잔해를 피해 조심조심 발걸음을 내딛던 아넷이 숨죽


인 목소리로 물었다. 맥은 고개를 내저었다.

“여기서 골렘 마법을 펼쳤다간... 성벽의 지반이 약해질 거예요.


성곽에서 조금 더 떨어져야 해요.”

아넷이 언덕 위에 빽빽하게 늘어선 마물들을 꺼림칙한 눈길로


훑어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몇 분 동
안 뽀득뽀득 눈 밟는 소리와 바람이 거칠게 휘몰아치는 소리만이
이어졌다. 이제 그들과 마물 군단 사이의 거리는 불과 100크벳밖
에 되지 않았다.

맥은 왔던 길을 되짚어 보다가 방어막 너머에 넓게 포진한 마물


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최전선에 길게 늘어선 언데드들은 자이
언트 오우거나 키클롭스의 유해가 부활한 것인 듯싶었다.

그들의 굵고 투박한 골격이 푸르스름한 아침 여명 속에서 희미


한 잿빛으로 빛났고, 거대한 두개골 가운데 자리한 눈구멍은 섬뜩
한 붉은빛을 내뿜고 있었다. 맥은 그들의 손에 쥐어진 거무튀튀한
철퇴를 겁에 질린 눈길로 힐끗거리다가 아넷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 이쯤이면 되겠어요. 아넷은 이곳에 골렘을 설치하도록 해


요.”

“너는?”

“나는 저쪽에 설치할게요.”

맥은 동북 방향을 가리켰다. 아넷이 알겠다는 듯이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는 가방 안에서 골렘 조각을 꺼내 들었다. 맥은 가벨
과 그의 부하 두 명을 아넷 옆에 남겨 두고, 150크벳 정도를 더 이
동했다.

마법이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아넷과 멀리 떨어진 곳에


골렘을 설치해야 했다. 맥은 눈을 가늘게 뜨고서 거리를 가늠해
보다가, 등에 메고 있던 자루 안에서 삽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단
단하게 얼어붙은 땅을 파내려는데 긴장한 얼굴로 주위를 살피던
가로우가 그녀의 손에서 삽을 빼앗아 들었다.

“이리 주십시오. 제가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곧장 땅을 파기 시작했다. 맥은 초조한 눈길로 그 모


습을 지켜보다가 구덩이가 만족스러울 만큼 깊어지자 가로우를
멈춰 세웠다.

“이 정도면 됐어요.”

가로우가 삽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맥은 가방 안에서 골렘의 모


형을 꺼내 들고서 구덩이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둘둘 감아 놓았던 천을 풀어낸 다음 약 2크벳 깊이의 구덩이 안에
조각상을 내려놓고, 기사들을 향해 고갯짓을 해 보였다.

“이제 다시 흙을 덮어 주세요.”

기사들이 즉시 지시에 따랐다. 순식간에 다시 땅이 평평해지자


맥은 조그만 나이프로 새끼손가락을 베어 냈다. 추위 때문에 감각
이 둔화된 것인지 통증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상처를 쥐어짜 피를 몇 방울 흩뿌리고는 땅속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얼어붙은 대지 위로 붉은빛이 거미줄처럼 뻗
어나갔다. 그녀는 한껏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제 무적의 거인이 나타나 사악한 마물로부터 이 도시를 지켜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기적이 일어날 조짐은 보이지 않
았다.

“...다 끝난 건가요?”

가로우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맥은 당혹감을 겉으로 드러내


지 않으려 애쓰며 아넷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 역
시 골렘이 작동하지 않아 당황한 듯싶었다. 한달음에 달려온 아넷
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나, 나도 잘 모르겠어요. 분명 계산대로라면....”

맥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지는 죽은 듯


이 잠잠하기만 했다. 그녀는 침통한 심정으로 내뱉었다.

“아, 아무래도 마나의 균형이 어그러진 게 마법에도 영향을 준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러면... 마법은 실패로 돌아간 겁니까?”

가벨의 물음에 얼굴이 화끈거리며 달아올랐다. 창피하고 수치


스러웠다. 무엇보다 도시를 구해낼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고 말았
다는 사실 때문에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삼키며
꽉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성으로 되돌아가요.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찾아봐


야....”

그 순간, 가로우가 느닷없이 그녀를 떠밀었다. 눈밭 위로 나동


그라진 맥은 놀란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 긴 얼음 송곳이 박혀 있는 것을 보고 두 눈을 크게 부
릅떴다. 등 뒤에 식은땀이 맺혔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작살에 꿰
인 물고기 같은 꼴이 되었을 것이다. 가벨이 검을 뽑아 들며 외쳤
다.

“어서 실드를 치세요!”

그가 경고한 것과 거의 동시에 하늘에서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쏟아져 내렸다. 즉시 실드를 펼친 덕에 벌집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있었지만 전방에서 날아드는 공격까지 막아낼 수는 없었다. 맥은
비명을 내지르며 허리를 굽혔다. 기사들이 황급히 칼을 휘둘러 날
아드는 얼음 송곳을 튕겨 냈지만 그중 몇 개가 그녀의 어깨와 허
벅지 위에 박힌 것이다.

“귀부인!”

가로우가 황급히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 그때, 검은 그림자 같


은 것이 그들을 향해 돌진해 왔다. 가로우가 그녀를 자신의 등 뒤
로 끌어당기며 검을 휘둘렀다. 금속이 부딪치는 날카로운 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이 울려 퍼졌다.

맥은 어깨와 허벅지에 박힌 얼음 조각을 뽑아 내며 자신들을 둘


러싼 열댓 명의 괴한을 둘러보았다. 깊게 눌러 쓴 후드 아래 검은
비늘에 감싸인 뱀의 얼굴이 언뜻언뜻 보였다.

‘어떻게 실드를 뚫고 들어온 거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맥은 이내 전방으


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방어막이 희미해지고 있었고, 그 빈틈
을 뚫고 마물들이 물밀듯 밀려들고 있었다. 가벨이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제길!”

그가 즉시 몸을 틀어 길을 막아선 괴물을 향해 검기를 날렸다.


마물들이 황급히 좌우로 갈라섰다. 기사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녀와 아넷을 데리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괴물들이 그 뒤를 끈질
기게 따라붙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강철과 강철이 맞부딪치는 소리


가 연이어 울려 퍼졌고 사방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기사들이 마물
들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아 내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게 인
식할 수 있었다.

정신없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맥은 문득 강한 현기증을 느끼


고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오른쪽 팔뚝을 타고 핏방울이 뚝뚝 떨어
지고 있었다. 멀쩡한 손으로 어깨를 감싸 쥐자 옷자락이 흥건히
젖어 있는 게 느껴졌다. 어쩌면 뼈를 다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통증은 느껴지지 않
았다.

혹시 내가 악몽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기계


적으로 다리를 움직이는데, 묵직한 충격이 지면을 강타했다. 맥은
휘청이며 눈밭 위로 나동그라졌다.

황급히 고개를 들어 올리자 그들의 등 뒤로 거대한 언데드 한


마리가 바짝 따라붙어 있는 게 보였다. 흉측하기 그지없는 해골
거인이 10란트(약 350kg)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해머를 높
이 치켜들었다.

그 순간, 땅속에서 거대한 흙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맥은 숨을


멈추었다. 끝도 없이 치솟던 흙기둥이 기울어지더니 30크벳은 족
히 넘어 보이는 거대한 언데드를 한순간에 산산조각 내 버린 것이
다.

넋 나간 얼굴로 눈을 깜빡이던 맥은 아넷을 향해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녀가 펼친 마법은
아닌 듯했다.

혹시 흉벽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마법사가 원거리 공격 마법


을 걸어 준 걸까. 멍한 눈으로 도시를 바라보는데, 발밑에서 요란
한 진동이 느껴졌다. 맥은 엉거주춤 뒤로 물러섰다. 언데드를 단
숨에 박살 내 버린 흙기둥이 지면을 거칠게 훑어내려 마물들을 한
꺼번에 쓸어낸 것이다.

불현듯 맥은 그것이 팔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흙과 바위로 빚


어진 거대한 팔이 허우적거리듯 바닥 위를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
다. 맥은 큰 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어, 어서 물러나요!”

기사들은 이미 골렘을 피해 좌우로 흩어지고 있었다. 맥은 가로


우의 팔에 매달린 채 비틀비틀 뒷걸음질 쳤다.

이윽고, 지축이 뒤흔들리더니 검붉은 빛깔의 거대한 머리통과


우람한 어깨 그리고 육중한 몸뚱이가 솟구쳐 올랐다. 맥은 아연실
색한 채 입을 벌렸다. 계산한 것을 한참 웃도는 어마어마한 크기
였다.

“세상에....”

가로우가 제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럴 만도


했다. 휘청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운 골렘의 키는 거의 100크벳에
달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

그녀는 까마득한 높이까지 솟아오른 골렘의 머리를 멍하니 올


려다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폈다. 드래고니안들 역
시 골렘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맥은 다급하게 가로우의 팔을 잡
아당겼다.

“이, 이틈에 어서 도망쳐요!”

그러자 얼어붙어 있던 기사들이 그녀와 아넷을 데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허파가 터질 것 같았지만 잠시도 숨돌릴 틈은 없었다.

그녀는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무시하며 온 힘을 다해 달


음박질쳤다. 마침내 성문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그녀는 몸을 날렸
다. 그녀의 뒤로 아넷과 기사들이 우르르 뛰어들었고, 병사들이
황급히 창살문을 내렸다.

맥은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간신


히 고개를 들어 올리자, 자신들을 뒤쫓아 오던 마물들이 우왕좌왕
하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골렘이 그들을 향해 육중한 다리를
번쩍 치켜들고서 마치 벌레를 짓이기는 것처럼 가차 없이 짓밟아
버렸다.

그 무시무시한 광경에 온몸에서 전율이 일었다.

9

 로맨스, 판타지,

 3 Comments  4.6 /  17

북엇국내놔 신고

쩔어

 2022.12.21 10:53 0

십일월 신고

우리 쪼꼬미 맥이 해냈다

 2023.05.23 10:35 0

 둠칫두둠칫 신고

그렇취!!!

 2023.06.15 15:0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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