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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앙팡) 탱글 Tangle 1권
(버터앙팡) 탱글 Tangle 1권
버터앙팡 장편소설
목차
Chapter 1
Chapter 2
Chapter 3
Chapter 4
Chapter 1
“뭐라고?”
이번에 전쟁에서 패한 프라닐 왕국에서 데려온 노예들의 예상 판매 수익을 한창 계산 중이던 파브가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수전노인 그에게 가장 기쁜 시간을 방해받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파브도 보고 있었다. 신체 검사장 한가운데에 엎드려 있는 남자의 가랑이 사이에 갈라진 선홍빛 계곡을.
“허?”
전투 노예로 팔려고 데려온 군인 중 하나였다. 그것도 이미 데려갈 주인이 정해진 노예라 신체검사는 그저
형식적으로만 진행되고 있을 터.
파브는 3 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가업을 도우며 별별 노예들을 다 봐왔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게다가 노예상을
이어받고 20 여 년이나 굴렀지만 저런 경우는 난생처음이었다.
파브는 멍한 머리로 엎드린 남자의 엉덩이 근처에 쪼그려 앉았다. 저게 진짜 보지가 맞아? 왜? 남자의 벌어진
가랑이 사이에 있는 선홍색 보지는 빨갛게 익은 과일처럼 탐스럽기까지 했다.
“아니, 씹, 이게 대체.”
“젖네?”
정말로 보이는 대로 보지가 맞나 보다. 파브는 닫힌 입구에 손가락 하나를 밀어 넣었다가 저도 모르게 탄성을
뱉었다. 손가락을 쥐어짜듯이 조이는 힘이 대단했다.
파브가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를 쑤셔 넣은 채 무언가를 찾듯이 뒤적거리는 동안, 엎드린 남자의 더러운 등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가 흔들었다가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고 노력하는 듯했으나
불쌍하게도 지렁이보다 미약한 반응이었다.
전투 노예로 팔 생각이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고작해야 1~2 천 골드를 받고 팔기에는 너무 희귀한 노예였으니까.
돈 냄새를 맡은 파브의 얼굴이 한껏 밝아졌다.
“아, 그리고 손대는 놈이 있으면 내가 직접 죽여 버릴 거라고 전해.”
처녀막이 만져졌으니 가격을 더 올려 받을 수 있겠지. 파브는 즐거운 표정으로 제 사무실로 돌아가며 저놈의
가격을 얼마나 올려도 될지 머리를 굴려보았다.
* * *
경매가 시작되기 전, 작은 유흥을 위해서라며 노예상 놈이 가랑이 사이에 바른 무언가가 문제인 것 같았다.
그놈이 나간 후부터 아래가 간질거리며 홧홧한 열기가 느껴진 것이다. 처음에는 가랑이 사이의 연약한 점막만
그러더니, 그 열기가 점차 온몸에 쌓였다. 어느새 성기가 부풀고 잔뜩 젖은 점막은 힘을 주었다 뺄 때마다 젖은
소리를 울렸다. 숨이 가빠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견디기 힘겨운 것은 몸 안쪽이 간질거린다는 사실이었다. 남자의 몸에 여성기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콤플렉스였던 란젤에게 여성기가 간질거린다는 감각은 견디기 힘든 충격이었다.
젖어서 저절로 오물거리는 보지 때문에 자꾸만 달뜬 몸이 흔들리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정신을 차리고
있으려고 노력해도 소용이 없었다.
“231 번. 네 차례다.”
문이 열리고 지저분하게 생긴 노예 관리인 중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란젤은 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다가온 남자의 손이 뒤로 묶인 팔뚝을 잡자마자 입에 물린 재갈을 더욱 힘껏 깨물었다.
우악스럽게 끌어내는 힘에 저항도 하지 못하고 끌려가는 란젤의 가랑이 사이로 끈끈한 애액이 흘러내렸다. 란젤은
수치심에 달아오른 눈을 질끈 감고 경매장의 무대 위로 끌려 올라갔다.
“오….”
허름한 천 조각으로 가려진 하반신에 사람들의 시선이 꽂혔다. 관리인은 아래를 가리고 싶어 조심스럽게 걷는
란젤을 무대 중앙까지 끌고 가 무릎을 꿇렸다. 발기한 성기가 천을 들어 올린 모습을 보고 누군가 낄낄 웃는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손가락질하는 것만 같았다. 아니,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란젤은 수치스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눈을 꾹 감은 채 어금니를 악물었다.
란젤의 출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과장된 정보를 늘어놓던 노예상이 눈짓을 하자, 란젤을 끌고 왔던 관리인이
다가왔다. 그는 무대 위에 무릎을 꿇고 있던 란젤의 오금에 손을 걸더니 우악스럽게 양옆으로 벌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빳빳하게 선 성기와 그 아래 갈라진 균열이 드러났다. 젖은 보지에 찬 공기가
닿았다. 란젤은 수치스러워서 그저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경악으로 잠시 조용해졌던 경매장에 웅성거림이 퍼져 나갔다. 노예상은 웅성거리는 관중을 향해 과장된 태도로
팔을 펼치며 크게 외쳤다.
“세상 어디에도 이런 노예는 없다고 자부합니다. 이 노예의 특별함을 알아차리신 분들은 그 가치 또한 충분히
알고 계시겠지요. 자지와 보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으니 부부가 함께 즐기셔도 좋고, 저런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으니 파티의 여흥에 쓰시기에도 좋을 겁니다. 무엇보다 다른 이에게는 없는 특별한 노예를 가지고 있다는
만족감이야말로 저 노예의 가장 큰 장점이지요.”
경매가 시작되었다. 시작가는 1 만 골드. 보통의 성노예가 1 천 골드에 거래되는 편인 걸 생각하면 대단한
금액이었으나, 특이성을 생각하면 외려 조금 낮은 편이었다. 순식간에 5 만 골드까지 금액이 올라갔다.
“100 만.”
짧고 조용한 목소리의 위력은 대단했다. 경매에 참가하느라 시끄럽던 공간에 물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침묵이
찾아왔다. 관중들의 눈알 굴리는 소리가 파브가 선 무대까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파브는 군침을 꿀꺽 삼키고
뒷문 앞에서 로브를 눌러쓰고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백만! 더 없으십니까?”
“110 만!”
“200 만.”
“200 만 낙찰되었습니다!”
* * * 롶데
새로운 주인에게 넘겨지기 전, 란젤의 머리에는 천으로 된 포대가 씌워졌다. 그 상태로 천으로 아랫도리만 겨우
가린 채로 끌려간 란젤은 관리인들의 손에 붙들려 마차에 올랐다. 관리인들은 마차 바닥 어딘가에 란젤을
꿇려놓고는 마차에서 내려갔다.
군인이었던 란젤에게도 익숙한 딱딱한 바닥이 팔뚝에 닿았다. 신발 바닥이 곧 떨어지더니, 까슬까슬한 앞코가
긴장해서 힘이 들어간 가슴을 쿡 찔렀다. 그 바람에 상체가 뒤로 밀리자 작은 코웃음이 들려왔다.
스쳐 가는 바람처럼 희미한 소리에 란젤이 마른침을 삼켰다. 눈이 가려져 있어서 더욱 예민해진 감각 때문인지
온몸에 서늘하게 오한이 돋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미약 때문에 서 있던 성기에 격통이 느껴졌다. 란젤은 단단한 근육 위로 찌부러질 정도로
세게 밟힌 성기가 고통스러워, 저도 모르게 신음을 뱉고야 말았다.
“읍.”
재갈에 막힌 신음을 들은 상대가 쿡쿡 웃었다. 즐겁다는 듯이 조용히 웃은 상대에게서 나직한 미성이 흘러나왔다.
조곤조곤 속삭이는 목소리건만 왜 이렇게 한기가 느껴지는가. 란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고 말았다.
온몸의 근육이 팽팽하게 부풀었다. 란젤은 예민해진 감각으로 제 몸의 변화를 느끼면서도 무언가 찌릿하게 안을
찌르는 듯한 감각에 표정을 굳혔다. 어차피 포대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참는 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란젤의 성기를 있는 힘껏 밟아대던 상대는 고통에
견디지 못한 란젤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온 후에야 발을 떼었다. 그는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며 란젤의 허벅지를
꺼끌꺼끌한 장화 밑창으로 문질렀다.
“고집도 꽤 센 거 같고….”
허벅지 위에서 움직이던 발이 슬쩍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어 왔다. 다리를 좁힐 새도 없이 들어온 그것은
우악스러울 정도로 거칠게 안으로 파고들어 와 젖은 채 움찔거리던 보지를 헤집었다.
“읍!”
란젤이 몸을 굳히며 허벅지를 좁히자 남자는 그대로 발을 움직였다. 장화 앞코가 미약으로 예민해진 보지살을
쑤시고 문질러댔다. 구멍 안으로 파고들어 오기라도 할 것처럼 서슴없는 움직임에 란젤은 저항도 하지 못했다.
“그만.”
발이 가랑이 사이에서 빠져나간 후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열기 때문에 울리기 시작한 귓가에 들린
목소리가 너무 멀었다.
미지근한 타액이 턱을 타고 흐르는 것조차 예민하게 느껴졌다. 허리를 감은 천을 들어 올리고 있는 성기가 파르르
떨며 움찔거리는 것도, 온몸에 파도처럼 소름이 돋는 감각 역시 너무나 선명했다.
제정신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세세하게 인지되는 감각에 란젤은 포대 안에서 눈을 까뒤집었다. 란젤은
천을 들어 올린 성기가 꺼덕거리며 진득한 액체를 뱉어내는 줄도 모르고, 갑작스레 몰려온 감각의 해일 속에서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란젤이 정신을 차린 것은 마차가 아닌 다른 공간이었다. 흔들림도 없었고, 마차의 바퀴 소리나 말발굽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뿐인가. 오히려 너무 적막할 정도로 고요했다.
무언가 얼굴에 덧씌워진 것처럼 갑갑한 기분이 들었다. 아까의 포대는 치워진 것 같은데. 까끌까글하던 감촉도
없어졌고, 포대에서 나던 흙냄새에 가까운 먼지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럼 대체 이건 무엇인가.
지금 란젤이 기대어 있는 것은 아마도 침대인 것 같았다. 질이 좋은 부드러운 천에서는 포근한 햇볕 냄새가 났다.
이런 냄새를 언제 마지막으로 맡아봤더라. 1 년 반쯤 전, 본가에 잠시 들렀을 때나 맡아본 냄새였다. 란젤은 그
위에 얼굴을 묻고 깊은숨을 들이쉬며 제 상태를 살폈다.
수갑과 족쇄는 새로운 것으로 바꾸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노예상이 채워두었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가벼운
느낌이었다. 들려오는 쇠사슬 소리도 달랐다. 하지만 눈이 보이지 않으니 어떤 재질인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란젤은 저를 산 자가 누구일지 고민해 보려다 포기하였다. 어차피 데온의 귀족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니 눈이
보였더라도 누구인지 알아볼 수도 없을 것이다.
란젤은 대신 제 꼴을 조금 더 신경 써서 살폈다.
얼굴에는 철로 된 가면이 새로 생겼고 목에도 쇠사슬이 걸렸다. 목걸이는 무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목을
움직일 때마다 걸리는 감촉을 보아하니 이것조차 쇠로 만든 것이 아닐까 싶었다. 고개를 뒤로 조금만 물려도
당겨지는 걸 보니 길이도 그다지 길지 않은 듯했다.
란젤은 벌거벗은 제 상태를 무덤덤하게 확인한 후, 미약의 효과가 끝났음을 깨달았다. 그나마 한 가지라도
사라졌으니 최악까지는 아니려나. 이 꼴이 되어서도 뭐라도 안심할 구석을 찾는 자신이 우스워서 저절로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혼자 있는 줄 알았던 공간의 공기가 변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나 누군가 있는 듯한 기척은
느껴졌다.
목소리의 상대는 마차에 타고 있던 그 남자였다. 게다가 무척이나 가까운 곳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기척을 왜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
피부로 느껴지는 그의 기세에 란젤의 온몸에서 근육이 팽창했다. 그 꼴을 본 남자의 입에서 또다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상대는 란젤의 반응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차디찬 손으로 볼을 슬쩍 어루만지고 떨어졌다. 란젤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 때문에 볼과 어깨에 소름이 돋았다.
순간, 목에 감긴 쇠사슬이 거칠게 당겨졌다. 란젤은 나뒹굴듯이 앞으로 끌려가 엉거주춤하게 엎드린 채로 겨우
균형을 잡았다. 쇠사슬을 위로 당기는 힘이 없었더라면 볼품없이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말았을 것이다.
툭툭, 쇠사슬을 무신경하게 당기는 힘에 조금 더 끌려가니 턱 아래에 단단한 무언가가 닿았다. 아래턱을 누르는
둥근 그것은 아마도 남자의 무릎인 것 같았다.
쇠사슬이 위로 당겨지는 통에 고개를 치켜든 란젤의 얼굴 위로 남자의 숨결이 닿았다. 술을 마신 게 맞았나 보다.
그의 숨에서 약한 알코올 향이 맡아졌다.
남자는 란젤이 생각하게 가만두지 않았다. 우악스러운 힘으로 쇠사슬을 더 당기는 꼴이 마치 말 안 듣는 말이나
개를 훈련시키기라도 하는 듯했다. 남자는 제 가랑이 사이로 란젤을 이끌고 허벅지를 조여 몸을 가뒀다.
“으… 읍….”
란젤은 제 꼴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나라는 망해 지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모시던 왕이나
가족들의 생사를 알지 못하는 것도 서러울 일이건만. 그것도 모자라 노예로 끌려와 사람들 앞에서 그런 수치를
당하고, 얼굴도 모르는 놈의 개가 되었으니 말이다.
남자도 재갈이 채워진 란젤에게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는지 별 반응이 없었다. 대신 그는 턱을 감싸고 있던 손을
움직여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게 웃었다.
“일어나.”
두피가 당겨지는 고통에 란젤이 주춤거리며 일어나자 그가 한쪽 손으로 쇠사슬을 당겼다. 그제야 겨우 조이던
허벅지를 푼 남자가 란젤의 머리카락을 놓고, 허리를 감싸 끌어당겼다.
이게 무슨. 란젤은 엉거주춤하게 남자의 한쪽 허벅지 위로 끌어 올려졌다. 란젤이 자세를 제대로 잡기도 전,
남자는 허리를 잡았던 손을 내렸다. 차가운 손가락이 순식간에 란젤의 엉덩이 사이로 미끄러지듯 파고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여성기를 가지고 태어난 탓에 남에게 제 몸을 보이거나 손대게 한 적이 없었다. 하물며 이런
상황에 그 손길이 기꺼울 리가.
“움직이지 마.”
남자는 작은 목소리로 란젤을 위협하고는 단호하게 손을 가랑이 사이로 집어넣었다. 여성기의 입구 부근을 그가
거친 손놀림으로 문지르자 미약 때문에 젖어 있던 점막에서 질척한 소리가 들려왔다.
“생각지도 않은 옵션이 생겨서 당황스럽군. 뒷구멍부터 길들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잘 젖는 보지가 있으니 거긴
천천히 해도 되겠어.”
남자는 우악스러운 손길로 란젤의 짧은 머리카락을 쥐고 뒤로 한껏 당겼다. 고개가 크게 젖혀진 란젤의 입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신음이 흘러나왔으나 그의 손은 자비가 없었다.
상체가 붕 뜨고 두피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통을 참느라 이를 악다문 란젤은 남자의 힘에 뒤로
던져지듯 나가떨어졌다.
“하. 그새 내 말을 잊었네.”
남자가 란젤의 양발의 족쇄를 이은 쇠사슬을 밟았다. 잘그락 소리가 들려온 후 란젤의 얼굴 위에 무언가 간지러운
것이 닿았다. 남자의 머리카락인 것 같았다.
란젤은 제 몸에 팔이 깔려 더욱 움직이기 불편해졌다. 게다가 남자가 란젤의 다리 사이를 연결한 쇠사슬을 다리로
깔고 있어서 발버둥을 치려고 해도 발이 허공으로 떠오르지도 못했다.
란젤은 무력하기만 한 제 처지에 혀라도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란젤의
가랑이로 바짝 달라붙었다. 바지의 여밈을 푸는 듯 단추를 끄르는 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왔다.
차가운 손과는 비교도 안 되게 뜨거운 좆이 닫힌 입구를 찢을 듯이 벌리고 들어왔다. 란젤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들썩이며 남자에게서 벗어나려고 바둥거렸다.
퍽. 남자가 허리를 강하게 치받자 살이 찢어지는 듯한 격통이 느껴졌다. 란젤은 재갈을 악문 채로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온몸의 신경이 갈가리 찢겨 나가는 듯한 통증에 눈물이 핑 돌았다.
하지만 육체의 고통보다 더 란젤을 괴롭히는 것은 누구인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수치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재갈에 막혀 욕을 퍼부어주지도 못하고 몸을 이리저리 뒤틀기조차 쉽지 않으니 말이다.
“좆이 끊어지겠네.”
그 새끼가 누군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란젤은 턱의 근육이 뻑뻑한 소리를 낼 정도로 재갈을 문 채 고통과 수치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뭐라고 중얼거리는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놈이 움직일 때마다 고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하지 마, 이 미친놈아.
란젤은 고통에 겨운 신음을 참느라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순식간에 열이 확
올라왔다.
갑자기 사라진 고통에 란젤이 긴장하며 고개를 들었다. 턱이 덜덜 떨리고 어느새 관자놀이에 흠뻑 밴 식은땀이
흘렀다.
놈이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움직임이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일부러 그러는 게 뻔했다.
이놈의 결박이 풀리기만 하면 저놈의 목을 비틀어 버릴 테다. 턱인지 이빨인지 모를 것이 뿌드득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분노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집중하느라 분노할 시간도 부족했다. 게다가
눈이 가려진 탓에, 통각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곧 복수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어졌다.
란젤이 신음을 참자 놈이 곧 속도를 높였다. 샅이 닿을 때마다 철퍽철퍽 젖은 살끼리 마찰하는 소리가 질퍽하게
울렸다.
항문과 가까운 곳에 뭔가 물컹한 게 자꾸만 부딪쳤다. 그게 놈의 고환이라는 걸 깨달은 란젤은 수치심에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것만 같았다.
“허리 흔들고 싶어서 미치겠어? 아무리 그래도 처녀면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좀 보여야… 지.”
란젤은 내벽이 수축할 때마다 지끈거리는 고통을 감내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벌거벗은 몸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었다. 바닥에 깔린 두툼한 카펫이 란젤이 흘린 침과 땀으로 눅눅해질 정도였다. 접힌 오금 뒤로도 땀이 흘렀다.
란젤은 남자의 허릿짓에 흔들리며 고통에서 의식을 분리하기 위해 애썼다. 차라리 다른 생각을 해볼까.
란젤도 3 년이 넘도록 군대에서 구르면서 별꼴을 다 봐왔다. 게다가 데온과의 전쟁이 시작된 후에는 병사들이
적군을 욕보이기 위해 이런 식의 강간을 하는 모습을 직접 보기도 했다.
수치심과 무력감이 주는 정신적인 타격이 생각보다 더 컸다. 란젤은 자꾸만 흔들리려는 정신을 다잡느라 뒤로
묶인 손의 주먹을 꾹 쥐었다.
그의 행동은 무척 거칠었다. 고통을 주려고 일부러 더 거칠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놈은 란젤이 의식을 몸과
분리하려고 할 때마다 일부러 모멸스러운 단어들을 뱉으며 조롱했다.
란젤의 위에 올라탄 남자는 지금의 행위가 체벌이라는 걸 주지시키고야 말겠다는 듯, 단호한 동작으로 좆을
박아댔다. 강한 충격에 란젤이 몸을 들썩이면 그게 즐겁다는 듯이 낮은 웃음을 흘리기도 했다.
구멍을 빠듯하게 채운 성기가 안에서 꺼덕거리는 감각이 갑자기 생생하게 느껴졌다. 괄약근이 조여들고, 내벽이
놈의 좆을 빨아들이는 건지 밀어내는 건지 모를 움직임으로 꿈틀거렸다.
그 생생한 감각에 란젤은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힘겨워 멍하니 헐떡이고 있자니,
사정을 마친 남자가 몸을 숙여 귓가에 거친 숨을 뱉었다.
“덜렁거리는 큰 젖을 쥐어짜면서 좆으로 뒷구멍이 너덜거리게 박아주면 잘 받아먹게 생겼다고 생각했지. 좆물에
푹 젖으면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았거든.”
바짝 조여 물고 있던 구멍이 느슨해지자 남자는 아직 멀었다는 듯이 란젤의 가슴을 억세게 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온 근육을 터뜨리기라도 할 것처럼 강하게 쥐어 짜내더니, 그것으로 모자랐는지 아직 단단한 좆으로 다시
안을 헤집듯이 박아댔다.
“읍….”
부지불식간에 젖꼭지를 세게 꼬집힌 란젤이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악마같이 웃는 놈의 목소리를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귓가에서 속삭이는 목소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고개를 젓는 란젤의 마음을 알아챈 모양인지, 놈이 집요할 정도로 따라다니며 역한 소리를 지껄여 댔다.
이러한 상황이니 이 미친놈이 누구인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데온의 고위 귀족? 이름만 대라고 하면 댈
수 있는 이름이 열은 넘을 것이다.
“란젤.”
놈이 안으로 깊이 좆을 쑤셔대면서 재갈 때문에 벌어진 란젤의 윗입술을 물어뜯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고통에 란젤이 억눌린 신음을 흘리자, 놈이 작게 웃으며 입술에서 흐르는 피를 빨아 먹었다.
츄릅, 츕, 쯉. 추접스러울 정도로 더러운 소리를 내가며 입술을 빨아 먹는 동안에도 놈은 짐승처럼 허리를
움직이며 좆을 안으로 깊게 박아댔다. 란젤은 아예 찍어 누르듯이 박아대는 놈 때문에 꿈틀거리는 것조차 포기한
채 무력하게 입술을 빨렸다.
놈은 찢어진 상처를 벌리려는 듯 뾰족하게 만든 혀끝으로 파헤치며 피를 빨았다. 솔직히 고통과 수치심보다
두려움이 더 느껴질 지경이었다.
이놈이 사실은 짐승인 게 아닐까. 놈이 위에서 허리를 흔들 때마다 무언가 살랑살랑 팔뚝과 어깨를 간질이는 걸
보면, 털이 긴 짐승이 분명했다.
몸이 흔들릴 때마다 쪼그라든 채인 성기가 두 사람의 배 사이에서 문질러졌다. 그럼에도 란젤은 아무런 쾌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고통의 연속, 끝나지 않는 고행뿐.
안이 붓기라도 했는지, 계속 쓸린 내벽이 홧홧하게 쓰렸다. 덕분에 뻐근하던 동통은 오히려 한층 꺾였다. 아니,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놈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란젤이 고통에 익숙해질라치면 귀신같이 멈추는 것만 봐도
그랬다. 그럼 마비되었다고 생각했던 고통이 다시 새롭게 느껴졌다.
그런데도 이 악랄한 놈은 어떻게든 괴롭히고 싶어서 안달이 난 모양이다. 찢어진 윗입술에서 피가 멎자 이제는
아랫입술을 깨물어 찢더니 쪽쪽 빨아대기 시작했다.
정신을 놓고 싶어도 그럴 수조차 없게 만드는 악마 같은 놈의 행태에 진저리가 났다. 하지만 결박된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점점 분노가 옅어지면서 무기력한 감정만 짙게 찾아왔다.
놈은 란젤을 다루는 방법을 기막히게 잘 고른 것 같았다. 상명하복에 익숙한 란젤은 금방 놈이 저보다 위라는 걸
받아들였다. 놈이 개니 암캐니 하던 말대로 정말 개와 비슷한 인간일지도.
그러니까 참을 것이다. 고통으로 죽는 사람은 없고, 수치심 역시 사람을 죽이지 못한다. 놈의 좆이 아무리
단단하고 크더라도 검이나 창이 아닌 이상 사람을 죽이지는 못하겠지.
란젤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가족들과 왕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는 노예상에게 끌려오는 도중에, 얼마 전
즉위한 데온의 새 황제가 고국의 왕성을 먼지로 만들었다는 소문을 어렴풋이 주워들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왕은
높은 확률로 산목숨이 아닐 것이다.
작은형과 막내는 영지에 내려가 있었을 테니까. 아무리 데온 제국군의 숫자가 많더라도 시골 영지까지 뒤지기에는
시간이 모자랐을 테니까. 적어도 누군가는 살아 있을 거다.
어머니는 어떻게 되셨을까. 공무로 왕성에 출입하시는 아버지 때문에 1 년의 대부분을 수도에서 머무셨던 분이라
걱정이 됐다. 전쟁에 휘말려 돌아가셨을까. 혹여 저처럼 노예가 됐거나 고된 꼴을 당하고 계시는 건 아닐까.
아버지는 왕성에 있으셨을 테니, 왕처럼 높은 확률로 돌아가셨다고 봐야겠지.
남의 것을 삼키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목구멍을 닫았더니 넘친 타액이 질질 흘렀다. 저놈은 더럽지도 않나.
입술을 잡아먹을 듯이 빨고 있는 놈이야말로 말 그대로 ‘개’ 같았다.
그런 생각을 떠올린 순간, 놈이 입술을 떼었다. 검게 가려진 시야 너머로 눈이 마주친 기분이 들었다. 어째선지
상대가 웃고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자마자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읍!”
“흐읍….”
노예상에게 끌려다니던 한 달여간, 란젤은 하루에 손바닥보다 작은 빵 한 조각으로 겨우 허기를 채웠다. 당연히
전보다 체력이 떨어졌을 텐데도 불구하고 놈이 저를 고문하는 내내 기절조차 하지 않다니.
조금도 큰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상쾌하게 들리는 그의 웃음소리를 듣자면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말캉한 입술이 숨을 헐떡거리는 란젤의 볼에 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옷을 여미기라도 하는지 부스럭 소리가
들려오더니 놈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내일 다시 올 거야. 오늘은 좆물로 배를 채웠으니 식사는 내일부터 가져다주지. 정 배고프면 흘린 거라도 핥고
있으렴. 참, 소변 아무 데나 싸면 혼낸다.”
저 말을 남긴 놈은 란젤을 바닥에 놓아둔 채 버려두고 정말 돌아가 버렸다. 혹시나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기다려
보았으나 턱도 없는 바람이었다.
란젤은 잠시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두툼한 카펫 위에서 숨만 헐떡였다. 벌어진 구멍이 움찔거릴 때마다
아랫배가 너무 아파서 식은땀이 흘렀다. 움직일 기운도 없거니와, 결박된 팔 탓에 일어나기도 쉽지 않았다.
침대가 대체 어느 쪽일까. 란젤은 고요하고 캄캄한 상자 안에 갇힌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공간 속에서 제 숨소리만 크게 들려왔다.
그건 꽤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잠깐도 힘든 와중에 제가 얼마나 시간을 흘려보냈는지 짐작할 수단이 아무것도
없으니 더욱 그랬다.
Chapter 2
하지만 그것도 소변이 마렵기 시작하면서 조금은 희석되었다. 하루 종일 먹은 것도 없는데 소변이 마렵다니, 그저
억울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꽤 간격을 두고 느껴지던 요의가 초 단위로 몰려오기 시작했을 때는 조금 죽고 싶었다.
그냥 싸버릴까. 그런 고민도 꽤 했다. 하지만 아직은 그렇게까지 바닥으로 내려가고 싶진 않았다. 카펫을 적시고
나면 몸의 체온이 떨어질 것도 걱정이었다.
그보다 제일 걱정되었던 일은, 돌아온 그놈이 제가 싼 소변을 핥으라고 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그놈은 분명 그러고도 남았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참아야 했다. 꽉 찬 방광이 뻐근하게 아팠으나 놈이 쑤셔댄
곳보다는 덜했다. 란젤은 여기저기 아픈 곳을 헤아려 보다가 결국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얌전히 잘 있었나?”
잘이고 뭐고, 소변이 너무 마려웠다. 배고픔보다 배설 욕구가 더 강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란젤은 몸을
들썩이며 힘겹게 무릎을 꿇었다.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무릎으로 기어가려다가 짧은 쇠사슬이 당겨지는 바람에 그러지도 못했다.
“하루만에 꽤 길이 잘 들었네.”
“흐… 으… 읍….”
란젤은 제 뺨을 훑어 턱으로 내려간 손가락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말라붙은 목구멍으로 힘겹게 마른침이
넘어가자 놈이 손톱으로 목울대를 가볍게 긁고 떨어졌다.
“급해?”
“화장실까지 갈 수 있겠어?”
눈이 보이지 않으니 크게 움직일 수 없었고, 무엇보다 소변이 나오기 직전이라 허벅지를 비비적거리듯이 겨우
나아갔다.
어쩌면 20 분보다 더 기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스스로 느낄 정도로 형편없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멈춰.”
어찌어찌 도착한 모양인지 놈이 란젤을 멈춰 세웠다. 그대로 멈춘 란젤은 그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쉬.”
란젤은 모든 걸 다 포기하는 마음으로 몸의 힘을 풀었다. 하도 참아서 처음에는 오히려 소변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놈은 질리지도 않고 ‘쉬-’ 하고 소리를 내었고, 란젤의 성기에서는 곧 물줄기가 거세게 쏟아졌다.
사정을 하는 것처럼 묘한 감각이 아랫배를 지지더니 전신에 전율이 일었다. 아랫배가 뻐근하게 아픈 와중에도
느껴지는 나른한 감각이 온몸에 소름을 돋게 했다.
“흡….”
란젤은 뒤늦게 올라오는 지린내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가까이 다가와 있던 놈의 어깨에 뒤통수가
닿았다. 오줌발이 끊길 듯 끊기지 않고 계속되는 동안 남자의 입술이 예민하게 털이 선 귓바퀴를 살그머니 훑고
떨어졌다.
란젤은 그가 다시 쇠사슬을 당기는 방향으로 주춤거리며 발길을 돌렸고, 이번에는 기어가지 않고 걸었다.
무릎으로 기어갈 때보다 무게중심이 높아진 탓인지 균형을 잡기도 쉽지 않았다. 란젤이 휘청거리면 남자는 당기던
쇠사슬을 잠시 느슨하게 놓아주었다가 균형을 잡고 난 후에 다시 당겨댔다.
“긴장했어?”
갑자기 남자의 손이 턱에 닿는 바람에 란젤이 고개를 뒤로 물렸다. 그러자 목에 걸린 쇠사슬이 확 당겨졌다.
몸이 휘청거린 순간 균형을 잃은 란젤은 아차 하는 사이에 쏠리는 몸을 어쩌지 못하고 다가올 아픔을 기다렸다.
노예 제도가 없는 프라닐에서 자란 란젤은 데온 제국의 노예에 대한 처사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예라도
이렇게까지 막 대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성노예를 길들인답시고 눈을 가리고 전신을 결박하는 게 당연할 리가
없지 않은가.
란젤이 생각에 잠긴 사이, 남자는 뭔가를 조작하는 모양이었다. 끼릭끼릭 쇠가 갈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물이 쏟아졌다.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가 우레같이 울리는 물소리를 뚫고 또렷하게 들렸다. 촌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씻는 동안은 구속구를 벗겨줄 거야. 어쭙잖게 반항하다가 혼나지 말고 얌전히 굴어.”
란젤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제일 먼저 재갈이 풀렸다. 어떻게 푼 거지. 란젤은 그가 손을 대자마자 소리도
없이 스르륵 풀린 재갈을 뱉어냈다.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가슴 앞에서 재갈을 받아 가는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하긴, 데온은 드래곤의 비호를 받는 국가였다. 지금은 모든 드래곤이 사라졌고 마법조차 사라져 가고 있는
세상이지만, 데온은 아직 그럭저럭 마법의 명맥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한들 마법 물품은 꽤 비쌌다. 아무리 데온이라도 마법 물품을 예전처럼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예전에 만든 것들 역시 조금씩 힘을 잃어가고 있었으니까.
계속 긴장되어 있던 근육이 뜨거운 물에 잠기자 노곤하게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란젤이 입을 열고 나른한 숨을
내쉬자 머리 위에서 쿡쿡,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단순한 건 마음에 드네.”
란젤이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연신 더운물을 끼얹으며 문지르는 남자의 손은 여전히 차가웠다. 사람이
아닌가. 어떻게 이렇게 손이 차지.
란젤은 입술에 고이는 물기를 혀로 핥으며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갈증 때문인지 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물어도 될까, 고민을 거듭했으나 입이 자유로워진 사이에 묻지 않으면 언제 또 질문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
않은가.
“누구십니까.”
“내가 누군데?”
“잘 알면서 왜 묻지.”
그러게. 머저리 같은 질문을 해버렸군. 란젤은 그의 말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질문을 조금 바꿔보았다.
그것도 200 만 골드나 내고서. 데온에서야 어떨지 몰라도, 프라닐에서 저 정도의 돈이 있다면 왕성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나라 절반쯤은 살 수 있지 않을까.
고작해야 노예 하나를 사기에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돈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특이한 노예라도 그렇지.
솔직히 너무 큰 금액이지 않은가.
그러니까 그게 왜 중요한 거냐고. 란젤은 그렇게 물으려다 말았다. 그래, 그렇다니 그런가 보지.
“란젤.”
“예….”
“다리 벌려. 보지도 씻게. 좆물이 좋아서 뱉고 싶지 않은 마음은 알겠는데, 깨끗이 씻은 다음에 밥을 먹여줄
거니까.”
란젤은 양손으로 욕조의 가장자리를 잡고 그가 시키는 대로 허리를 띄웠다. 수치심이고 뭐고, 어차피 제 눈에
보이지 않으니 알 게 무언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오늘도 굶을 것이다. 경매가 진행됐던 어제도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여기로 끌려와서
여태 굶지 않았나. 솔직히 욕조에 담긴 물이라도 벌컥벌컥 들이켜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차피 어제도 실컷 보인 가랑이 사이쯤이야 또 내보인다고 무슨 문제가 있겠나. 괜한 수치심에 버티고 있다가
저놈이 빈정이라도 상하면 그게 문제지.
란젤은 어금니를 꽉 다물었다. 부어오른 내벽을 가르고 들어온 손가락이 휘저을 때마다 안으로 뜨거운 물이
들이찼다. 그 홧홧한 감각이 너무 이상해서, 몸을 지탱하느라 힘을 주고 있는 팔이 부르르 떨렸다.
남자의 차가운 손가락은 서서히 따뜻하게 변했다. 그가 안을 씻느라 움직일 때마다 닿는 곳의 온도가 달라서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그만 좀 조여.”
놈의 손가락이 안을 벌릴 때마다 자꾸만 야릇한 감각이 느껴졌다. 간지럽고 찌릿하고 화끈거리는 그 감각의
정체를 란젤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가 내보낸 정액도 어느 정도는 다 씻겨 나갔을 텐데. 집요할 정도로 안을 벌리고 문질러대는 놈 때문에 란젤의
이마에는 어느새 핏줄이 섰다.
“부은 건지, 살인지 모르겠군. 안쪽에 살이 통통하게 차올라서 졸라대고 있거든. 부은 건 아닌 거 같지?”
“예.”
꿀꺽. 군침이 큰 소리를 내며 넘어갔다. 갓 구운 빵에서 나는 고소한 버터 냄새에 입안에 군침이 넘쳤다. 아까
씻으러 갈 때까지만 해도 아무 냄새가 나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씻는 도중에 누군가 준비해 준 모양이었다.
“자.”
귀족인 란젤은 군에 있을 때도 그럭저럭 좋은 식사를 받아먹었다. 전세가 불리해지면서 보급이 어려워진 후에도
장교들의 식사는 일반 병사들보다 훨씬 나았다.
하지만 노예로 끌려오고서는 그런 식사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돌덩이처럼 딱딱한 빵은 밀가루의 단맛은커녕,
곡물 특유의 고소한 맛이나 짠맛조차 느껴지지 않는 무언가였다.
그런 것을 한 달이 넘도록 먹다가 버터가 들어간 보들보들한 빵을 먹으니 어디선가 팡파르가 울리는 듯한 기분이
들 지경이었다. 빵이라는 게 이렇게 맛있는 거였나.
어중간하게 가시지 않은 허기 때문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꽤 크게 울렸다. 란젤은 갑자기 제 턱에 닿은 차가운
손가락에 흠칫거리며 턱을 들었다.
“예.”
“주인님.”
이런 호칭이 뭐가 어려울까. 어차피 계급 사회가 아닌가. 저보다 높은 사람들이 줄줄이 있던 군 생활에 익숙한
란젤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마음이야 어떻든, 주인님이라는 단어가 그저 놈의 계급이라고 생각하면 입 밖에 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네, 주인님.”
팔뚝을 만지고 올라온 손끝이 어깨를 스쳤을 때 란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바짝 선 솜털을 스치는 그 작은
감촉에 두피가 당기는 기분이 들었다. 눈이 가려진 상태라 몸에 닿는 감각이 너무나 예민하게 느껴진 탓이다.
그런 것치고는 어제, 네 번인가 사정하지 않았던가. 지긋지긋하게 안을 헤집던 좆을 떠올린 란젤이 이마를
미미하게 굳혔다. 그걸 발견했나. 놈이 손바닥으로 이마에서부터 뒤통수까지 길게 쓸어 넘기며 속삭였다.
놈은 란젤이 다리를 벌리게 한 후, 가랑이 사이에 무언가 찐득한 액체를 발랐다. 갈라진 보지 안까지 발린
차가운 액체는 금세 뜨거워졌다.
예민한 점막이 금세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노예상이 발랐던 미약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미약이 몸을
덥히며 야릇하게 간지러운 감각을 주었다면, 이번에 발린 액체가 전하는 건 고통에 가까운 간지러움이었다.
따끔거리고 화끈화끈한 간지러움에 란젤이 허벅지를 모으자 놈이 가랑이를 만지던 손으로 구멍을 들쑤시며 스읍,
엄하게 주의를 주었다.
“게름나무 진액을 발라두었으니 반나절 정도는 가렵고 따끔거릴 거다. 보지를 긁고 싶어서 미칠 때쯤에는 소리를
지르고 싶어질 거야.”
놈이 어디선가 쇠사슬을 끌어왔다. 원래 란젤을 묶었던 것과는 달리 침대나 천장 어디쯤 연결된 듯했다. 긴
쇠사슬이 달린 수갑을 양손에 하나씩 채운 놈은 란젤의 손이 가랑이에 닿지 않도록 사슬의 길이를 짧게 조절했다.
열이 홧홧하게 오른 점막이 부어오른 탓에 오므린 허벅지를 비비면 저들끼리 비벼졌다. 그러면 그나마 조금
간지러움이 덜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란젤이 하반신을 비틀며 허벅지를 비비적거리자, 놈은 양발에도 각각 쇠사슬이 달린
족쇄를 채워 바짝 당겨두었다.
“간지럽지?”
이걸 겨우 간지럽다는 단어로 표현해도 되는가. 제가 아는 그 단어는 이렇게 고통스러운 상태를 말하는 단어가
아니었는데. 하지만 딱히 그 말 말고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벌어져서 공기에 닿는 점막은 그나마 상황이 나았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구멍 안이었다. 가뜩이나 좁은 공간이
진액 때문에 내벽이 부어오르면서 더욱 좁아진 탓이다.
내벽이 움찔거릴 때마다 부어오른 부위가 문질러지면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기분이 들었다. 작은 바늘 수천 개로
찌르는 것 같기도 했다.
란젤이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단단하게 묶인 쇠사슬은 금속성의 소리만 울릴 뿐, 사지를 움직일 수 있게
해주지는 않았다.
“견디기 힘들면 어떻게든 해달라고 졸라봐. 보지를 쑤셔달라고 하든, 긁어달라고 하든 최선을 다해서 졸라보렴.
내 마음이 풀리게 만들면 돼.”
“그, 그런 적 없, 습니다….”
“거짓말.”
놈이 짧게 대꾸하며 란젤의 유두를 비틀었다. 온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강한 아픔에 허리를 들썩이자 반사적으로
내벽이 조여들었다. 고통이 연속적으로 몰려오면서 미칠 것만 같았다.
“헉… 윽….”
란젤은 이를 악물고 신음을 참았다. 두툼한 목에 핏줄이 서고, 꽉 다문 턱의 근육이 불끈거렸다. 놈은 유두를
비틀던 손가락에서 힘을 빼며 살살 문질러댔다.
“소리를 참지 말라니까. 앙앙 울든, 엉엉 울든. 참지 말고 울어. 비명을 지르라고. 나를 제대로 불러, 란젤.
빵이나 얻어먹으려고 부르는 거 말고, 마음을 담아서 부르란 말이다. 알겠나?”
란젤은 콧숨을 거칠게 뿜으며 몸을 뒤틀어댔다. 사지가 결박당해 고작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정도가 다였지만
말이다.
손과 발에 연결된 쇠사슬이 철컹거리며 한계까지 당겨지기를 반복했다. 고개도 가만히 둘 수가 없었던 란젤이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고 치켜세우면 놈이 콧방귀를 뀌었다.
“큿….”
사지에 힘을 넣고 허리를 띄웠던 란젤이 한순간 몸에서 힘을 풀었다. 계속해서 힘을 주고 있느라 머리가 뻐근할
지경이었다. 지치고 힘들고 피곤했다. 어제도 제대로 된 잠을 청하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만.
“아직은 참을 만해?”
차라리 당장 풀어달라고 사정을 해볼까. 애원하고 죽겠다고 줄줄 울어대면 실망한 놈이 다시는 찾지 않을까.
게다가 저놈은, 흥미가 떨어졌다고 곱게 풀어줄 것 같지도 않았다. 이렇게 묶어두고 가버리면 며칠이 지나 더러운
몰골로 굶어 죽은 채 발견되겠지. 그런 꼴이 되는 건 사양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놈의 손가락이 자꾸만 바짝 선 솜털을 깔짝거렸다. 소름이 돋아서 예민해진 피부를 손끝으로만
건드는 놈 때문에 저절로 어깨가 움찔거렸다.
“흐….”
놈은 머리카락이 자라는 이마의 끝과 귓바퀴 같은 예민한 부분만 만지작거렸다. 란젤이 지쳐서 몸을 늘어뜨린
순간만 되면 놈은 기다렸다는 듯이 낄낄 웃어가며 저 짓을 해댔다.
애매한 고통이 길어지자 점점 정신이 몽롱해졌다. 란젤이 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흐느적거리자 놈이 가슴을 꾹
쥐어 주물렀다. 두툼하게 올라온 가슴 근육을 쥐어짜며 놈이 란젤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개가 더 좋긴 하지만, 어차피 암놈이면 소도 상관없겠지.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소처럼 젖을 짜봐야겠어.
얼마나 나올지 기대되는군.”
한 양동이 정도는 가볍게 채울 것 같지 않냐는 놈의 희롱에 란젤은 죽을힘을 다해 그나마 자유로운 고개를 힘껏
저었다.
란젤은 남자였다. 여성기를 달고 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여자에 가깝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저놈은 왜 자꾸 저런 소리를 하는 건가.
“안 쓰는 기관이 퇴화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 하지만 반대로 생각을 해보렴. 너무 안 써서 기능을 제대로 못
하는 건, 쓰다 보면 나아질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닐까.”
“그러니까 열심히 써주겠다는 거다. 그러다 보면 네 보지도, 이 젖도 원래는 자기가 암컷이었다는 사실을 금방
기억해 낼지도 몰라.”
놈이 차가운 손으로 란젤의 가슴을 파이 반죽처럼 주물렀다. 근육이 뻐근하게 당길 정도로 위로 끌어 올렸다가
손바닥으로 펼 것처럼 밀었다.
가슴 쪽이 약하게 욱신거렸다. 아래를 달구는 고통보다는 덜하지만, 차가운 체온 때문인지 그쪽이 더 신경 쓰였다.
란젤은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랑이 사이가 고통스러운 것보다 가슴이 조금 쑤시는 게 훨씬 나았으니까.
하지만 놈이 가슴에 돋은 알갱이를 꼬집어대자 상황이 달라졌다. 그때부터는 양쪽이 다 괴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놈이 손톱으로 젖꼭지를 짓이기면 허리가 절로 들썩거릴 정도로 격통이 느껴졌다. 그래서 몸을 뒤틀어대면 아래가
조여지면서 내벽의 화끈함이 잔인할 정도로 선명하게 전달됐다.
“흡, 크… 읏, 윽….”
란젤은 어느새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아직은 꽉 다문 입술 사이로 작게 흘러나오는 정도였으나,
이게 얼마나 갈까. 스스로도 장담할 수 없었다.
놈이 괴롭힌 유두가 점점 홧홧하게 부어오르면서 더욱 자신을 잃었다. 껍질이라도 벗겨진 건지, 놈의 손가락이
닿을 때마다 젖꼭지가 쓰라렸다. 힘이 바짝 들어간 가슴 근육이 놈의 손바닥 아래에서 거세게 꿈틀거렸다.
“란젤.”
“이쪽으로 고개 돌려.”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놈의 머리카락이 란젤의 이마를 덮었다. 그리고 곧, 달큼한 냄새를 풍기며
놈이 란젤의 입술을 핥았다.
“벌려.”
“아!”
뾰족한 아픔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젖힌 란젤은 바로 놈에게 입술을 먹히고 숨을 멈췄다. 한순간에 입안을 가득
메운 혀가 빠르게 움직였다. 깊이 파고들어 와 입천장 안쪽을 집요하게 문지르자 입안에 금세 침이 고였다.
그런데 어디서 이렇게 침이 샘솟는 것인지. 란젤은 자꾸만 입안에 넘치듯 고이는 침을 삼키느라 바빴다. 나중에는
그게 제 것인지, 놈의 것인지 아리송할 지경이었다.
솔직히 깨문다는 생각을 아예 떠올리지도 못했다. 뒤늦게 그래도 됐을 거라는 걸 알았더니 괜히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놈은 란젤의 관자놀이에 입을 맞추고는 꽉 쥐었던 젖꼭지를 놓아주었다. 저릿저릿한 감각에 란젤이 숨을 헐떡이는
동안 놈이 아예 침대에서 일어섰다.
“주인, 님?”
설마, 정말 이대로 가겠다고? 란젤은 그제야 놈이 애원해 보라던 소리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고 버둥거렸다.
“주인님?”
처음에는 허탈했는데 나중에는 이가 득득 갈렸다. 놈의 말대로 반나절쯤 지나자 간지러움은 사라졌지만 내벽이
붓기라도 했는지 이상한 기분이 내내 들었다.
완전히 탈력한 와중에도 잠은 오지 않았다. 불편한 자세와 축축한 가랑이 사이가 불편한 탓이었다.
잠깐 의식을 잃듯이 졸다가 깨어나면 온몸이 뻐근해서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당겨진 어깨가 빠질 듯이 아프고,
내내 허리를 들썩이느라 긴장한 등이 뻐근했다.
란젤이 놈의 기척을 기다리다 지쳤을 즈음, 밤새 흘린 땀 때문에 엉킨 머리카락 사이로 바람이 부는 느낌이
들었다.
“주인… 님…?”
“기다렸지, 란젤.”
“예….”
놈은 란젤을 일으켜 욕조의 가장자리를 잡으라고 하고는 양손을 사용해 엉덩이를 벌렸다.
란젤은 욕조의 좁은 쪽에 갇히듯, 몸을 접고 엎드린 채 놈에게 가랑이를 고스란히 내보였다. 부어서 도톰해진
보지살을 헤치고 벌리자 숨어 있던 구멍이 오물오물 입을 여는 게 스스로도 느껴졌다.
란젤은 욕조 때문에 높아진 등을 꾹 누르는 힘에 엉거주춤하게 무릎을 굽혔다. 뒤에서 단단하고 두꺼운 성기가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뜨거운 것이 닿자 더욱 야릇한 감각이 느껴졌다.
간지러운지, 화끈거리는지, 아니면 둘 다인지 모를 감각에 소름이 돋았다. 놈이 단번에 성기를 삽입하더니
나른하게 한숨을 쉬며 속삭였다.
“장난 아닌데. 보지에 살이 찐 것처럼 조여. 도톰하게 부어서, 입술로 빨아들이는 것 같기도 하고….”
란젤은 첫날과는 확연히 다른 감각에 소스라치며 고개를 젖혔다. 부어오른 내벽이 뜨거운 불에 지져지는 것만
같았다. 놈의 성기가 불끈거릴 때마다 안쪽이 저릿저릿해서 입술 사이로 저절로 소리가 흘러나왔다.
“흐… 으….”
“흐, 읏….”
놈의 성기가 아래로 문질러질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샜다. 아랫배가 찌릿거리고 온몸의 신경에 날이 서는 것만
같았다.
슬쩍 벌어진 채 굽힌 허벅다리 안쪽이 파들파들 떨렸다. 그 떨림이 온몸에 전해질 정도로 거셌다. 그러니 제
등에 업히듯이 기댄 놈도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좋아?”
놈은 또 한 번 성기를 느리게 빼냈다가 단번에 처박았다. 몸을 가두듯이 끌어안은 놈 때문에 란젤은 하체를
놈에게서 빼지도 못하고 그대로 당하고만 있었다.
“읏!”
“어흑, 으, 읏!”
놈이 제 안에 성기를 박을 때마다 억눌린 신음이 흘렀다. 아래쪽 질벽을 꾹 누르며 성기가 박히면 손끝과
발끝까지 자르르한 감각이 퍼지는 기분이 들었다. 반사적으로 욕조를 더 꽉 쥐어봤지만 소용없었다.
조금씩 몸이 흔들릴 때마다 아랫배에 무언가 닿았다. 그리고 동시에 머리가 쨍할 정도의 짜릿함이 아랫배를
고통스러울 정도로 찔러댔다.
한동안 말도 없이 등 위에서 허리를 흔들던 놈이 몸을 일으키더니 란젤의 어깨를 당겼다.
“읏!”
란젤이 고개를 젖히고 바르르 떨며 고통을 감내하는 사이 놈이 귓구멍을 질척하게 핥으며 웃었다.
놈이 란젤의 몸을 흔들며 동시에 허리를 쳐올렸다. 퍽퍽, 강하게 성기가 치받아 올라올 때마다 란젤은 뒤로 젖힌
고개를 마구 흔들어댔다. 놈의 어깨에 젖은 머리를 문지르는 동안에도 란젤은 입으로 거칠어진 숨을 헐떡거렸다.
“보지 좀 쑤셔줬다고 좆까지 세웠네. 이렇게, 흣, 박을 때마다 덜렁거리는 게, 하아, 꽤 꼴려서, 흣.”
놈에게 당하면서 사정하고 싶지 않았다. 겨우 한 꼬집 남은 미약한 자존심이 겨우 고개를 들었다. 여자도 아닌데
보지를 쑤셔지면서 느끼다니. 그것만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주인님! 제발….”
“아윽!”
놈은 좆으로 혼을 내기라도 할 것처럼 거칠게 란젤을 흔들어댔다. 마구잡이로 흔들릴 때마다 가면으로 가려진
눈앞에 흰빛이 번쩍거렸다. 눈이 머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한 빛이 점멸할 때마다 란젤은 입술을 더욱 세게
물었다.
“흡… 으… 븝….”
어느새 목구멍 근처까지 들어온 손가락이 목 안쪽의 동굴을 열었다. 란젤이 신음하며 넘칠 듯 솟아난 입안의
타액을 삼키자 놈이 귓가에 대고 끌끌 웃으며 속삭였다.
“이 조신한 자궁부터 입을 열게 만들고 나면, 그다음에는 입보지를 길들여 주마. 거기에 뒷보지까지 길들이려면
내가 좀 바빠지겠어.”
란젤은 놈이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입안을 문지르고 목구멍을 쑤석대는 손 때문에 숨이
막혔고, 아래에서 구멍을 쑤셔대는 좆 때문에 머리가 하얗게 비었으니까.
그러다 밤하늘에 별이 하나둘 떠오르는 것처럼 열 손가락 끝에서부터 하나하나 야릇한 감각이 몸을 타고 올라왔다.
천천히 팔뚝을 타고 올라온 그 감각이 어깨를 따라 등과 허리로 내려간 순간, 란젤의 좆이 크게 꺼덕였다.
그리고 움찔거리기 시작한 구멍에서 무언가 강하게 쏘아져 나왔다.
꺼덕꺼덕, 좆이 고개를 끄덕일 때마다 좆물이 쭉쭉 뽑혀 나왔다. 허공으로 쏟아진 액체가 제 몸으로 다시 떨어질
때쯤 정신을 차린 란젤이 축 늘어지자 놈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란젤은 놈이 제 안에 정액을 뿜어내는 것과 동시에 머리를 젖혔다. 완전히 뒤로 젖혀진 고개가 놈의 어깨에
걸쳐지고 축 늘어져 있던 팔다리가 부르르 떨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란젤의 몸에 뜨거운 액체가 끼얹어졌다. 몸을 타고 내려간 액체가 쪼르르 소리를 내며 욕조의
물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그게 무엇인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이대로 눈을 감고만 싶었다. 지독한 피로가 란젤의 몸을 감쌌다.
그에게 기대고 있던 몸이 주르륵 미끄러져 욕조 가장자리에 엉덩이가 걸쳐졌다. 뒤통수에 무언가 단단한 것이
느껴졌으나 란젤은 지금 거칠어진 숨을 다스리기도 벅찬 상태였다.
뒤통수에 닿는 게 놈의 좆인지, 아니면 수도꼭지인지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었다. 가려진 눈앞에 희미한 빛
덩어리가 떠다녔다. 둥글게 뭉쳤다가 완전히 넓게 퍼지기도 하는 그것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갑자기 몸이 둥실 떠올랐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상대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어서 진심으로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야….”
란젤은 제 무거운 몸을 아무렇지 않게 드는 놈에게 놀랐다. 하지만 안심이 되지는 않아서 몸을 최대한 작게
웅크리고 말았다.
부피가 작아져도 무게는 달라지지 않을 테고, 부피가 그다지 줄어들지도 않을 테지만 작은 마음의 위안은 얻을 수
있었다.
란젤의 미련한 짓에 놈이 비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정작 란젤은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보이지도 않는데
비웃거나 말거나.
씻는 동안 누군가 시트를 갈아둔 건지, 어제 버둥거리느라 구겨져 있을 시트에서 빳빳한 감촉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놈이 몸의 물기를 어설프게 닦아준 덕분에 잘 말린 시트도 곧 축축해졌다. 안타까운 일이다.
어쨌거나 놈이 시키는 일은 얌전히 따랐지 않은가.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둘째치고 나름대로 노력했으니 상을 줄
때가 아닌가.
“그렇습니까.”
당연하지 않은가. 갈대보다 가늘고 연약해 보이는 여성들조차 아무렇지 않게 부부 생활을 즐기고 외도를 즐기는데
그게 이렇게 힘든 일일 거라고 어느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란젤.”
놈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란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아니, 헤집었다는 표현이 더 가까울 만큼 거칠게
머리카락을 흩뜨렸다.
“예, 주인님.”
“왜 꼬리가 더 늘어졌지?”
“예.”
하지만 혼자 있으니 이곳은 너무 적막하기만 했다. 하다못해 창밖에서 새소리 한번 들려오는 법이 없었으니까.
이걸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
얼마나 지났을까. 파이 반죽처럼 주물러지던 볼이 얼얼해질 때쯤, 조용하던 공간에 인기척이 늘어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인기척은 곧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고 놈이 볼을 주물럭거리던 손을 떼어냈을 때는 란젤의 심장이
다시 두근거렸다.
또 홀로 남겨졌나. 조금씩 빨라지는 심장과 호흡을 겨우 가누고 있는데 귓가에 작은 소음이 들려왔다. 끼릭, 끽.
마치 쇠로 된 바퀴가 움직이는 듯한 소리였다.
소리가 가까워지자 조금씩 음식 냄새가 났다. 란젤이 코를 움찔거리며 음식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사이
갑자기 옅었던 냄새가 확 몰려왔다.
고소한 버터 향과 진한 고기 육수의 냄새. 마늘과 양파, 무언가의 허브 냄새가 뒤섞여 머릿속에 가득 찼다.
“뭔지 알겠나?”
“양파 수프…?”
“진짜 개 코네.”
놈이 스푼을 들어 수프를 휘젓는 듯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약하게 들려왔다. 냄새가 점점 더 진하게 퍼졌다.
란젤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 입까지 벌린 채 놈의 손을 기다렸다.
“뜨거워.”
수프를 식히기라도 하는 듯 호호 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벌어진 아랫입술에 따뜻한 스푼이 닿았다. 허겁지겁
놈이 넘겨주는 것을 입에 머금은 란젤은 눈물이 핑 도는 기분이 들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을까. 바게트를 얹어 오븐에 구운 양파 수프는 어려서부터 자주 먹었던
음식인데도 무언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그만큼 맛있었다.
“맛있어?”
란젤은 놈이 바람을 불 때마다 더 짙어지는 수프 냄새에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버릇이 없다고 혼이라도 낼
줄 알았더니 놈은 그저 피식 웃으며 적당히 식은 수프를 먹여주었다.
“원하시는 게, 이게 아닙니까?”
놈은 란젤의 어깨와 가슴을 쓰다듬으며 귓가에 대고 웃었다. 여전히 차가운 손이 가슴팍을 타고 내려와 벌어진
허벅지 안쪽 살을 베어 물듯이 움켜쥐었다.
말을 잘 들어도 마음에 안 든다니 참 애석한 일이군. 란젤은 놈의 변덕에 적당히 맞장구칠 주변머리가 없었으므로
그냥 입을 닫았다.
버릴 때만 곱게, 아니, 곱지는 않더라도 찢거나 태우지만 말아주길 바랐다. 란젤은 놈에게 딱 그 정도만 바랐다.
살아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기만 하면, 가랑이 사이의 사정 따위는 상관없었다. 팔이나 다리 하나쯤 사라진다고
해도 괜찮았다.
아니다. 데온과 프라닐은 거리가 머니까 가능하면 다리는 온전히 남겨주었으면 좋겠는데.
몸에 말 못 할 비밀을 가지고 태어난 란젤은 사람과의 관계에 무척 서툴렀다. 꼬꼬마 시절에야 제가 남들과
무엇이 다른지 몰랐으니 평범하게 자랐다. 하지만 부모님이 저를 볼 때마다 한숨을 쉬는 이유를 알고 난 후부터
란젤은 무의식적으로 사람에게 담을 쌓았다.
철이 들면서는 무엇이든 스스로 해냈고, 사적인 친분을 쌓았던 이도 없었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란젤이 어이없어하던 순간, 사락사락한 무언가가 어깨에 닿았다. 그리고 곧 옅은 숨결이 코끝에 닿았다.
란젤은 놈이 다가와 입을 맞출 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부드럽게 입술을 물었던 놈은 란젤의 아랫입술을
질겅거리다 뱉고서는 말을 이었다.
“돈값을 하려면 너는 평생 내게 다리를 벌려야 해. 아니지, 그 정도로는 한참 부족하지. 그러니 아이를 낳으렴.
네 아이도, 그 아이의 아이도 내 종이 되면 그제야 수지타산이 맞겠군.”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보다 더 궁금한 일이 생겼다. 란젤은 놈의 입술이 떨어진
사이에 물었다.
“그런데?”
“아니. 없지.”
“아….”
뻐근한 동통에 란젤이 몸을 굳히자 놈이 만족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허리를 느릿하게 치댔다. 란젤은 묶이지 않은
팔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난감해하다가 침대 시트를 붙들었다.
“윽….”
좆이 느릿하게 안을 치대며 예민하게 달아오른 점막을 문지를 때마다 란젤은 미약하게 발버둥을 쳤다. 아랫배가
저릿저릿한 이상한 감각에 자꾸만 얼굴에 열기가 쌓여갔다.
“읏!”
란젤이 외마디 비명을 억지로 삼키자 놈이 종아리 근육에 이를 세우며 으르렁거리듯 속삭였다.
“그게, 흣, 무슨….”
“주인님을 만족시키려면 노력을 해야지. 허리를 흔들고 구멍을 조여. 암캐면 암캐답게 좆을 조르고 앙앙
울어야지. 이래서야 내가 네놈 보지에 봉사하는 꼴밖에 더 돼?”
순간 놈이 팔을 휘둘렀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눈을 가려 예민해진 귓가에 들리더니 곧 철썩, 커다란 소리와
함께 엉덩이 바깥쪽에 통증이 따라왔다.
아니, 짜릿했다. 란젤은 놈이 그럴 때마다 제 아랫배를 무언가가 적시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으, 흣! 윽! 아!”
“읏, 그, 읍, 큿….”
발끝이 빳빳하게 굳고 종아리의 근육이 바짝 당겨졌다. 사지의 끝에서부터 소름이 온몸을 타고 내달리다가
목덜미가 서늘할 정도로 솜털이 쭈뼛 서는 게 느껴졌다.
“어흑….”
란젤의 좆에서 쏘아진 액체가 턱과 머리카락에 후드득 떨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놈의 좆이 안에서 꿈틀거리며
좆물을 터뜨렸다.
“아….”
놈이 란젤의 아랫배 위로 몸을 숙이며 낮게 신음을 흘렸다. 벌어진 입에서 연신 터져 나오는 뜨거운 숨결이
란젤의 윗배와 옆구리를 타고 흩어졌다.
“모릅… 니다.”
놈이 벌어진 란젤의 보지에 진액을 듬뿍 발라 문지르며 귓가에 진득하게 속삭였다. 놈이 뱉어낸 좆물과 보지의
애액이 진액과 뒤섞여 음탕한 소리가 퍼졌다.
바르자마자 홧홧하게 올라오는 간지러움에 란젤이 콧숨을 길게 뿜었다. 놈의 손가락은 이제 질구 안으로 파고들어
진액을 내벽 여기저기에 발라대는 중이었다.
“흣….”
란젤은 놈에게 밀려 고개를 젖힌 채 흥건해진 입안의 타액을 삼켰다. 혀가 꿀렁이며 놈의 혀를 건들자 입술이
붙은 상태로 놈이 웃음을 흘렸다.
놈은 달아오른 내벽을 긁으며 손가락을 빼내고는, 곧 란젤의 늘어진 좆에 손을 댔다. 좆의 선단만 손가락으로
가볍게 잡은 놈이 요도구를 엄지로 문질렀다. 질척하게 묻어 있던 진액이 요도구 안쪽의 점막에 발라지자마자
란젤이 흐느끼는 것처럼 신음을 토했다.
“흐… 읏….”
보지와는 또 다른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게 정말 고통이기만 한가. 놈의 손가락이 어느새 단단해진 기둥을
성글게 어루만지자 허리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엉덩이가 저절로 떠올랐다.
놈은 란젤의 팔에 어제처럼 족쇄를 채우고 쇠사슬을 당겼다. 어제보다는 조금 길게 쇠사슬의 길이를 조절한 놈이
란젤의 옆에 와 앉으며 물었다.
“예?”
“뭐?”
“진심이야?”
“예.”
아마도 꽤 높은 확률로 진실이 아닐까. 제가 놈에게 충성심이 있는지는 논외인 문제고, 저놈이 주인인 것은
맞으니까.
아래에서 올라오는 가려움과 사투를 벌이던 란젤은 오히려 놈의 말이 의아했다. 진심으로 주인이라고 생각 안 할
걸 뻔히 알면서 왜 저를 시험하고 있는 거지. 저놈은 대체 뭘 바라고 있는 걸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 * * 롶데
인간의 적응력이란 얼마나 대단한가. 처음에는 죽을 것 같더니, 계속된 육체노동에 지친 란젤은 놈이 떠나고 나면
죽은 것처럼 잠에 빠졌다. 아니, 이 정도면 기절이 아닐까.
자고 일어날 때쯤에는 가려움이 꽤 사라진 후여서 오히려 다행인 일이었다.
소변을 너무 참아서 방광염이 생기는 걸까. 란젤은 저릿저릿한 감각에 홀로 고민하느라 어느새 놈이 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란젤.”
란젤은 여전히 개를 부르듯이 부르는 놈의 목소리를 듣고야 고개를 돌렸다. 놈은 소리도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다가와 란젤의 턱 아래를 긁으며 물었다.
“아프다고?”
놈이 얼음장 같은 손으로 란젤의 아랫배를 문지르며 묻자 저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래가 뻐근하게
당기는 감각이 낯설지 않았다. 그리고 란젤은 놈의 웃음소리에 제 상태를 눈치챌 수 있었다.
놈의 손은 이제 좆기둥을 따라 내려가 늘어진 불알을 주물렀다. 란젤은 강하게 알을 비비는 놈의 손길에 신음을
참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란젤이 몸을 들썩이자 팔에 연결되어 있던 쇠사슬이 쩔그렁 소리를 내며 거세게
흔들렸다.
“그, 런적 없… 흣….”
게름나무 진액 때문에 부어오른 점막을 만질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놈은 란젤의 보지를 겉에서 마구
문질러대다가 구멍 안으로 중지를 밀어 넣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내벽에 찬 체온이 닿으면 늘 소름이 돋고 어깨가
좁아졌다.
놈은 자기 손가락이 란젤의 체온에 녹을 때까지 젖은 내벽을 문지르며 란젤의 보지를 가지고 놀았다. 딱 그
표현이 알맞았다. 란젤은 놈의 장난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놈은 란젤이 신음을 흘릴 때까지 구멍을 쑤셔대며 계속해서 물었다. 란젤이 아니라고 대답해도 믿지 않고 어느 놈
좆을 제일 처음 물었는지, 다른 놈 좆물은 맛이 좋았는지 물어댔다.
“흣, 주, 주인님이, 읏, 처음… 이란 걸, 하읏, 아, 시지 않, 습니까.”
그래도 놈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건, 첫날에는 목줄을 풀어주었고, 둘째 날부터는 족쇄도 풀었다는 점이다.
욕실에 도착한 란젤은 놈의 도움을 받아 욕조 안에 몸을 구기고 앉았다. 놈이 부드러운 천으로 몸을 씻기는 사이,
란젤이 요 며칠 고민하고 있던 걸 그에게 물었다.
“가면은… 언제 벗겨주십니까?”
“고민 중.”
“편하니까.”
“뭐가… 말입니까?”
“군에 있었으니 너도 잘 알 텐데, 란젤. 고문의 효과를 높이려면 눈을 가리는 편이 좋다는 걸.”
그렇군. 란젤은 이 대답으로 놈이 저를 고문하던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기야, 제가 당한 일들이 고문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피부를 저미고 손톱을 뽑는 것만이 고문은 아니지.
그래도 조만간 이 지긋지긋한 가면을 벗겨줄 생각인 모양이니 조금은 더 얌전해져야겠다. 어차피 지금도 꽤
얌전히 있는 중이다만, 좀 더 말을 잘 듣는 척이라도 하는 게 좋겠지.
몸을 씻고 나와서는 늘 그랬던 것처럼 먹이를 받아먹었다. 양이 애매하게 늘어나는 중이었는데도 아직 허기가
달래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허겁지겁 빵과 물을 삼키고 나면 란젤은 매번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배가 많이 고파?”
“예.”
이 정도면 길이 든 것처럼 보이지 않나. 란젤은 가능하면 놈이 하라는 대로 다 했다. 울라거나 앙앙대라는 건
생리적으로 안 되는 거니까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에는 거의 다 한 것 같은데.
놈이 어느새 고개를 숙이고 란젤의 입술에 짧게 제 입술을 찍었다. 놈은 란젤의 얼굴 근처에 대고 말을 이었다.
“네가… 내 냄새나 목소리만 들어도 보지를 적시고, 좆을 먹여달라고 우는 정도려나. 소박한 바람이지?”
“예….”
늘어나는 거죽을 이에 물고 질겅거리는 통에 눈살을 찌푸렸으나, 어차피 가면에 가려져서 보이지도 않았을 거다.
“네놈의 이런 태도가 별로인 거다, 란젤. 얌전히 ‘굴어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지금. 건방진 개새끼
같으니라고.”
“하기야 머리가 좋은 개들이 곧잘 주인을 우습게 보지. 그 고집을 꺾는 게 주인이 할 일이니 불만은 없다만….
여하튼, 네 몸이 고된 건 다 네놈 탓인 게다. 그러니 불평하지 말도록.”
“예, 주인님.”
다만, 저놈이 바라는 그 소원을 과연 이루게 될 날이 올까. 그날이 와야 이놈의 가면도 벗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참 생각할수록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러다 평생 이놈의 가면을 못 벗는 게 아닐까.
아직 제대로 단단해지지 않은 상태의 말캉한 좆이 크기는 어찌나 큰지. 입안이 순식간에 가득 찼다.
헛구역질이 올라오면서 전신의 근육이 긴장한 듯 굳었다. 게름나무 진액이 발린 구멍이 조여들면서 거세게
느껴지는 가려움에 란젤이 몸을 크게 들썩거렸다.
“으브, 읍!”
“아….”
목 안으로 좆을 박아 넣은 놈이 나른한 신음을 뱉으며 허리를 흔들었다. 란젤이 넘어오는 구역질 때문에 발버둥을
치든지 말든지 상관없다는 몸짓이었다.
“엄살 피우지 말고, 잘 물어. 좆물을 제대로 짜내면 내일 저녁은 배불리 먹게 해줄 테니.”
“이제야 좀, 귀엽네. 더 울어, 란젤. 발버둥 치고 애원해. 내 마음을 동하게 해봐. 그럼 이 좆같은 사슬이나
가면에서 해방시켜 줄게.”
동굴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온 좆에서 찝찌름한 액이 떨어져 란젤의 입안에 퍼졌다. 란젤의 입에 침이 돌기
시작하자 놈이 허리를 푹 박아 넣으며 낮은 탄식을 흘렸다.
어느새 쇠사슬을 그러잡은 팔에 근육이 불끈 솟았다. 하도 힘을 줬더니 팔과 어깨의 근육이 끊어질 듯이 당겼다.
놈의 좆이 드나들 때마다 뒤로 젖혀진 목이 불룩해졌다. 란젤은 머리채를 잡은 놈 때문에 팽팽하게 핏줄이 당겨진
목을 돌리지도 못한 채 좆을 받았다.
“읏….”
놈이 낮게 신음하며 입안에 좆물을 싸질렀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좆물에 놀란 란젤이 고개를 뒤틀려 하자 놈이
좆을 조금 더 깊이 밀어 넣었다.
놈은 란젤이 좆물을 다 삼킬 때까지 지켜본 후에 몸을 일으켰다. 한동안 놈의 무게에 짓눌렸던 어깨뼈가 뻐근해서
저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가랑이 사이가 간지러운 것도 익숙해졌는지, 아니면 지쳐서 그런지 아까보다는 자극의 강도가 훨씬 줄어든
상태였다. 란젤은 부은 목으로 힘겹게 침을 삼키며 놈에게 말했다.
갑자기 놈이 미친놈처럼 웃어대기 시작했다. 아하하하, 크게 울리는 웃음소리는 정말로 즐거워서 어쩌지
못하겠다는 듯이 들렸다.
“배가 그렇게 고팠어? 응? 란젤, 말해봐. 좆으로 입보지의 처녀를 따이고 고작 바라는 게 그거야?”
“예.”
놈은 그렇게 가버렸고 란젤은 찝찝한 입맛을 다시며 아래의 간지러움에 몸을 좀 뒤틀다가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 보니 참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불편한 상태로 이렇게 푹 잘 일인가. 매번 느끼는 바지만
인간의 적응력이란 정말 대단했다. 아니면, 유독 제 적응력이 남다른 걸지도 모르고.
제정신으로 가만히 누워 있으면 시간이 유독 안 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짐작도 할 수 없기 때문인가.
잠에서 깬 뒤로 지금까지 몇 분이나 지났는지도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놈이 없는 시간이면 란젤은 어쩐지 시간도 공간도 없는 곳에 홀로 가둬진 기분이 들었다. 소름 끼칠 정도로
조용한 적막과 어둠 속에서 자신의 숨소리만 듣고 있다 보면 긴장한 심장이 쿵쿵 소리를 내며 뛰었다.
그러다 바스락, 제 발로 시트를 밀어내면서 소리가 나거나 쇠사슬이 철그렁 소리를 울리면 그제야 그나마 안도가
찾아왔다. 적어도 공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몸에 닿는 시트도, 손목을 감싼 수갑도 모두 존재했다.
그렇게 얼마나 더 지났던가. 어느새 저녁이 된 모양인지 놈이 나타나는 기척과 함께 흔들린 공기가 이마를
시원하게 훑었다.
그걸 말이라고 하나. 란젤은 벌써 입안에 가득 찬 침을 삼키느라 대답할 겨를도 없었다. 꿀꺽꿀꺽. 커다란
소리를 내며 목울대가 마구 꿀렁거렸다.
소고기는 아닌 것 같고 오리나 닭, 아니면 비둘기려나. 조류 특유의 고소한 기름 냄새가 란젤을 미치게 했다.
“네.”
“어.”
서둘러 내려오려다 허공을 손으로 짚은 란젤은 몸이 기울어지는 느낌에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하고 맥없는 감탄사만
흘렸다. 이대로 얼굴을 박으려나. 가면 때문에 무척 아플 것 같았지만 눈이 보이지 않으니 무언가 대비할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코끝에 따끈한 김이 닿았다.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꿀꺽 침을 삼키자 따끈하게 데워진 스푼이 입에 닿았다.
입안으로 넘어온 부드럽고 고소한 크림수프. 맛을 느낄 새도 없이 꿀꺽 삼키고 났더니 입안에 남은 잔향에 부쩍
서러움이 밀려왔다.
이게 뭐라고. 고작 크림수프 하나에 코끝이 찡해진 제 처지가 한탄스러웠고, 그런 감정조차 허망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놈은 느릿한 속도로 수프를 떠먹였다. 무언가를 먹고 있는데 허기는 왜 점점 강해지는 걸까. 수프를 삼키는
소리와 배에서 장기가 요동치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놈이 채 몇 입 먹지도 못한 수프를 물렸을 때, 란젤은 제 입술을 핥았다. 입술에 남은 짭짤한 기운이 사라질
때까지 핥고 또 핥자 놈이 평소보다 다정한 체하며 말을 걸었다.
놈의 손가락이 아랫입술에 닿아서 입을 벌렸더니 수프에 적신 빵이 들어왔다. 란젤은 끊임없이 입안에 들어오는
음식을 씹어 삼켰고 놈은 별로 귀찮은 기색도 없이 꾸준히 수프에 적신 빵을 먹여주었다.
“예.”
자꾸만 울컥하는 감정 때문에 얼굴이 빳빳하게 굳어버렸으나 턱을 움직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 않은가.
놈이 굳은 얼굴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관심도 없었다. 어차피 제 눈에도 보이지 않는 표정이 아닌가. 놈의 반응
역시 제 눈에 보이지 않으니 상관없는 일이었다.
고작 밥값이 그렇게 아까운가. 란젤은 놈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어쩐지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가면에 시야가 가려져 있는데도 이쪽을 본 놈이 웃는 기척이 느껴졌다.
“옳지, 착하다.”
“내 개니까 내가 다듬어줘야지.”
서툰 놈의 손짓이 불안해서 엉뚱한 생각을 이어가던 란젤은 제 생각이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어버렸다. 놈도
제정신이라면 설마 사냥개에게 좆을 박아대지는 않겠지. 둘의 차이가 명확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왜 웃지?”
그러니까.
흠. 란젤은 제가 떠올린 생각을 그대로 답하는 놈의 말에 조용히 콧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으니까 그럼 그렇지, 정도의 감상이었다.
어차피 쓸 곳 없는 구멍이 헐든, 찢어지든 딱히 상관도 없었다. 아픔은 상처가 아물면 사라지게 마련이니까.
란젤은 그저 놈이 대충 가지고 놀다가 어서 제게 질리기만을 바랐다.
바짝 잘라서 화끈거리는 손끝 때문에 씻는 동안에도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자꾸만 욱신거리는 감각이 커져서
그쪽으로 신경이 계속 갔다. 놈이 안을 씻긴다며 손가락으로 구멍을 휘저을 때도 그랬다.
“아, 역시. 너무 늘어났나 본데. 손가락 네 개도 이렇게 여유로워서야. 란젤, 보지에 힘줘. 제대로 조여
물어.”
놈이 수치를 주려고 일부러 저러는 걸 알지만, 그런다고 수치심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란젤이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자 놈은 좆을 박을 때처럼 손을 움직여 가며 란젤을 재촉했다.
찢어질 정도로 벌어진 구멍을 자꾸만 조이라는 놈의 재촉에 란젤은 안간힘을 쓰며 허리를 들었다.
어떻게든 몸에 힘을 넣어보았으나 조여지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꽉 찬 구멍을 더 어떻게 조이라는 건가.
손가락을 끊어먹을 정도로 조이라는 말에 란젤이 앓는 소리를 흘렸다.
“힘들어?”
“아파?”
장난하나. 내장을 손으로 후벼 파는데 안 아프면 사람인가. 이빨을 악다물고 있느라 대답하지 못했더니 놈의
손놀림이 더욱 악랄해졌다.
“으… 흐….”
“읏!”
놈이 손톱 끝으로 뭔가를 긁을 때마다 고통과 함께 소름이 돋았다. 안쪽의 예민한 점막에 단단한 손톱이 닿으며
찌르는 듯한 통증이 아랫배에 직격했다.
배 속에서 무언가 망가질 것만 같았다. 장기가 울렁거리는 건지, 자궁이 들썩거리는 건지 몰라도 이상한 감각이
통증과 함께 느껴졌다.
“아!”
젖은 머리카락을 걷어내고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아낸 란젤은 가면 아래로 자꾸만 흘러나오는 물기를 느끼고
당황스러웠다.
“란젤.”
꾹 다문 입에서 자꾸만 끼릭거리는 소음이 새어 나왔다. 어깨가 부들부들 떨리고 덩달아 가면을 누르고 있던 팔도
떨렸다.
“저런.”
고개를 푹 수그리고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으려고 노력하던 란젤은 제가 그동안 참아온 감정이 비로소 툭 터진 것을
깨달았다.
나라를 잃고 노예로 팔려와 사람들 앞에서 가랑이를 보이며 수치를 당한 것부터 그랬고, 이놈에게 당한 모든 일이
하나하나 되짚어볼 것도 없이 비참했다.
놈은 란젤을 안고 가는 내내 젖은 볼을 핥아댔다.
“윽.”
“귀엽기는.”
조용히 속삭인 놈을 노려봐 주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빌어먹을 놈이라고 욕을 퍼부어주고 싶었으나 란젤의
혀는 놈의 혀에 얽혀 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란젤은 놈에게 밀려 침대로 드러누우며 당겨진 턱을 치켜들었다. 더욱 깊게 파고든 혀가 목구멍에 가까운 점막을
핥자 목울대가 크게 꿀렁거렸다. 더불어 어깨부터 몸이 천천히 들썩였다. 파도처럼 타고 내려간 들썩임이
엉덩이까지 다다라, 마침내 푹신한 침대 위로 천천히 몸이 내려앉았다.
놈은 란젤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갈 때까지 다른 곳에는 손대지 않고 입안만 헤집었다. 집요하게 꿈틀거린 혀가
입안의 점막을 모두 녹일 듯이 움직였다.
“눈물이 멈췄군.”
“다행이지?”
놈은 한쪽 손으로 빈 가슴을 잡아 쥐어짜며 입술이 닿았던 가슴을 핥아댔다.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이상한 소리를
흘려대며 가슴을 빨아들일 때마다 저릿저릿한 감각이 아랫배로 고였다.
“읏.”
놈은 유륜을 둥글게 핥기도 하고 가슴 근육을 멋대로 주무르기도 했다. 입술을 모아 젖꼭지를 빨았다가 뾱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떼어내기도 했다. 그 얄궂은 소리를 듣고 놈은 웃었지만 란젤은 조금씩 짜증이 났다.
가지고 놀듯이 가슴을 만져대는 놈의 행동이 마음에 들 리가 없지 않은가. 어차피 자신이 저놈의 노리개라는 것은
란젤도 알았다. 하지만 차라리 거칠게 마구 대하는 편이 더 마음이 편했다.
놈의 허벅지에 눌려 다리가 벌어지면서 젖은 아래가 찐득하게 달라붙어 있다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놈이 한
손을 아래로 내려 보지를 훑었을 때도 질척한 소리가 난 건 마찬가지였다. 놈은 보지가 젖었다며 웃었고 란젤은
반대로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놈이 란젤의 보지살을 헤치며 구멍을 아래위로 문질렀을 때, 란젤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띄웠다. 들썩인 몸이
가라앉으며 힘이 풀린 순간, 안에서 뜨끈한 무언가가 왈칵 넘치는 것이 느껴졌다.
놈은 구멍 안으로 손가락을 넣지도 않고 그저 날개처럼 펼쳐진 보지살을 간질이듯이 손을 움직여 댔다. 그러다
문득 놈이 상체를 일으켜 란젤의 허벅지를 환히 열었다.
가랑이 사이에 꽂힌 놈의 시선이 선명했다. 이제 와서 부끄러울 것도 없는데 벌어진 허벅지 안쪽이 파르르
경련했다.
“아.”
멍청한 소리를 낸 놈이 키득키득 웃으며 란젤의 보지를 이리저리 뒤지듯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게 뭔데. 놈은 란젤의 보지 구멍 주위를 살살 어루만지며 타고 올라왔다. 고환과 이어진 골짜기 끝까지 올라온
놈의 손가락이 한 지점을 꾹 눌렀다.
보지를 만지면서 젖어 있던 손에서 찌걱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닌지, 조금 지나자 그 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기분이 들었다. 란젤은 입술을 깨문 채, 놈이 손을 움직일 때마다 허리를 들썩였다.
놈이 손으로 성기를 훑을 때마다 안타까운 한숨이 샜다. 아랫배가 저릿저릿하고 좆 아래에 달린 고환이
들썩들썩하는 것마저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뿐인가. 공기에 노출된 가랑이의 구멍이 오물오물 움직이면 자꾸만
아랫배가 당겨서 미칠 지경이었다.
“기분 좋아 보이는군.”
“아주 잘 젖고 있는데.”
거짓말. 아무리 잘 젖는다고 한들, 소변을 지린 것도 아닌데 침대 시트를 적실 정도일 리가 없다. 하지만
엉덩이를 꿈틀거리며 뒤로 빼내던 란젤은, 엉덩이 끝에 닿는 젖은 시트를 느끼고 아연실색해서 몸을 굳혔다.
란젤이 멈춘 것을 본 놈이 낮게 웃었다.
놈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란젤의 좆을 잡은 손은 손대로 움직여 대면서, 빈손은 란젤의 보지 구멍을
손톱으로 살살 긁어내렸다. 그러면서 보지의 색이 얼마나 빨갛고 예쁜지를 설명했다. 체리 같다고 했다가 석류
같다고 했다가 아주 지랄이었다.
왜일까. 옷감이 스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어째선지 입안에 침이 돌았다. 란젤이 꿀꺽 침을 삼키자 놈이
이죽거리며 란젤의 허벅지 아래로 손을 넣었다.
놈은 허벅지 아래를 잡아 올리며 란젤의 가랑이를 활짝 열었다. 갑자기 하체가 위로 올라온 탓에 놀란 란젤이
몸을 뒤틀자 놈이 스읍, 하며 위협하는 소리를 냈다.
란젤이 대답하려고 입을 연 순간, 놈의 좆대가리가 구멍에 닿았다. 꾹 누르듯이 침입하는 커다란 좆에 란젤은
조금 벌렸던 입을 다시 꾹 다물었다.
놈의 좆은 넣을 때마다 새록새록 크기가 다른 것 같았다. 오늘은 유독 버거워서 저절로 긴장한 구멍에 힘이
들어갔다.
놈은 아주 느릿하게 란젤의 구멍을 벌리며 들어왔다. 위로 꾹 누르며 진입한 좆대가리가 어딘가를 문지르자
저절로 허리가 튀었다. 허벅지가 놈에게 잡혀 있는 통에 허리만 위로 휘었다.
“어윽….”
놈의 신음에 반응한 것처럼 구멍이 벌름거렸다. 제 몸의 반응을 제대로 느낀 란젤은 수치심에 얼굴을 벌겋게
물들였다. 이런 걸 그냥 지나칠 놈이 아닌지라, 놈이 또 입을 열고 나불거렸다.
놈이 슬렁슬렁 허리를 흔들기 시작하면서 안쪽에서 저릿저릿한 감각이 일었다. 란젤은 입술을 다시 말아 물었다.
롶데
미끈미끈하게 젖은 구멍에서 난잡하고 추접스러운 소리가 자꾸만 울렸다. 그리고 꾹 다문 입에서도 자꾸만 앓는
소리가 비집고 흘러나왔다.
놈은 란젤의 가면을 벗기기 전에 자궁을 열어야 한다며 열심히도 허리를 흔들었다. 그러면서 란젤에게도 허리를
흔들라고 강요했다. 요 며칠 집요하게 했던 소리를 또 하고 또 하더니, 그러고도 마음에 차지 않았는지 란젤의
몸을 제 손으로 흔들어댔다.
“흣, 으, 아, 읏….”
“읏!”
란젤은 강한 충격에 놀라 고개를 위로 든 채로 몸을 바짝 굳혔다. 놈이 봐주지 않고 다시 좆을 물렸다가 깊이
쑤셔 박았을 때 머리에 열이 확 뻗쳐 올라왔다.
란젤은 온몸을 내달리는 저릿한 감각에 허우적대느라 놈의 말을 들을 틈이 없었다. 어찌할 줄 모르고 들썩이던
란젤이 상체를 들며 팔을 뻗었다. 란젤은 물에 빠진 사람처럼 허벅지를 틀어쥐고 있는 놈의 팔뚝을 잡았다.
그건 잘못된 판단이었다. 상체를 드느라 아랫배가 접히는 것과 동시에 놈이 깊숙하게 들어오면서 압박감이 더욱
커졌다. 팔과 어깨가 덜덜 떨렸다. 견디지 못한 란젤이 바로 놈의 팔을 놓았으나 이번에는 놈이 란젤을 잡았다.
“어윽!”
“아, 좋아.”
뭐가 그렇게 좋은가. 란젤은 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대다가 뒷덜미를 잡혔다. 찍어 누르는
힘에 반항해 보려고 했으나 놈이 허리를 쳐올리자 몸이 절로 굳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커튼처럼 흔들리던 란젤은 필사적으로 놈의 어깨를 그러잡았다. 어떻게든 균형을 잡고 싶어서 한
일이었으나 놈은 다르게 받아들이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놈이 란젤의 몸을 흔들던 것을 멈추더니 거친 숨을
헐떡였다.
놈이 어린애의 어리광처럼 볼에 입을 맞추며 치댔다. 란젤은 거칠게 들썩이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숨을 헐떡이느라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어서.”
놈은 란젤의 운동신경이 좋아서 다행이라며 주접을 떨었다. 란젤이 움직이다가 잠깐 멈추면 놈이 골반을 잡고
있다가 둥글게 흔들어댔다. 안을 좆으로 문지르듯이 말이다.
놈은 제 손으로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란젤이 움직이도록 시켰다. 엉덩이를 툭툭 두드리기도 하고, 유두를
깨물기도 하면서. 놈의 채근에 맞추어 란젤이 움직이면 놈은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계속해.”
“아, 읏….”
“으… 읏….”
란젤은 놈이 성기를 조였다 풀어줄 때마다 바르르 떨다가 무의식적으로 구멍을 바짝 조였다. 순간 온몸의 모공이
열린 것처럼 화한 기분이 전신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놈이 손에서 힘을 뺀 순간 란젤의 좆에서 액체가
쏟아졌다.
깜빡깜빡. 머릿속에서 끊어졌던 무언가가 느리게 복구되었다. 끊어질 듯이 이어졌다가 다시 끊어지다가를 반복한
후에 마침내 의식이 돌아왔을 때, 란젤은 놈의 위에서 놈에게 완전히 안긴 상태였다.
란젤은 헛헛한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몸을 추스르는 일에 온 신경을 쏟았다. 조금씩 움직이는 손가락을
꿈틀거리고 발끝을 조이고 있으려니 그 부분에서부터 신경이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예민하게 일어선
신경줄이 점화선에 붙은 불처럼 말단에서부터 몸을 타고 연결되고 있었다.
놈은 여전히 파르르 떨리는 란젤의 등을 쓰다듬으며 귓가에 자꾸만 입을 맞췄다. 예민해진 피부에 닿는 숨결에
진저리가 날 지경이었지만 놈은 끈덕졌다.
란젤이 고개를 세우자 놈의 입술이 먼저 다가왔다. 쪽, 입술을 덮어 빨고 떨어진 놈이 즐거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가면을, 벗겨주십시오.”
이 정도도 안 되나? 솔직히 해줄 거라고 바라고 한 말은 아니라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놈은 흔쾌히 란젤의
소원을 승낙했다.
마법 장치인 거 같더니 정말일 줄이야. 걸쇠가 풀리고 머리둘레를 따라 조이던 압박이 줄어들자 한결 편안해진
숨이 쉬어졌다.
가면이 얼굴에서 치워지자 답답했던 피부가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시원해졌다. 놈은 가면을 침대 어딘가로 던져
버리고선 란젤의 눈가에 손을 댔다.
“미카엘리스…?”
Chapter 3
전 군대에 하달된 불필요한 교전을 그만두고 회군하라는 왕의 지시에 따라 란젤이 소속되었던 부대 역시 백성들의
피난을 도우며 회군하던 차였다.
하지만 당시 황태자였던 저놈의 군대가 어찌나 끈질기던지. 퇴각하는 중에도 계속 교전을 걸어오는 놈의 군대에
쫓기던 중, 란젤은 놈을 만났다.
주변의 영지민들이 모두 피난을 떠나고 이제 남은 부대만 철수하면 되는 상황에서 장군은 란젤이 이끄는 소대를
제일 후방에 남겨두었다. 대군을 이끌고 쫓아오는 놈을 피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회군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했다.
란젤은 다리를 폭파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자리를 지키다가 놈의 부대와 강을 사이에 두고 만났다. 멀리서도
또렷하게 보이는 놈의 금발이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거렸던 것 역시 란젤은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장군은 란젤에게 황태자의 군대가 도강을 시도하기 전에 다리를 폭파하라는 명을 남겼고, 란젤은 도화선이 연결된
폭파 장치를 든 채로 다리 너머에서 미카엘리스를 맞았다.
란젤의 기억으로는 그게 다였다. 놈은 다리가 막히자 데온으로 회군한 후에 황위를 물려받았다. 그리고 란젤의
왕이 보낸 항복문을 찢어발기고 프라닐을 자근자근 밟아 뭉갰다.
놈이 다시 쳐들어온 지 고작 3 개월. 처음으로 전쟁이 발발한 후 채 6 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프라닐은 데온에 의해
멸망했다.
하지만 란젤은 곧 손에서 힘을 풀 수밖에 없었다. 당장 이놈을 죽인다고 하더라도 나아질 것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불현듯 뇌리를 스쳐 간 탓이다.
“주인님을 무는 개는 혼이 나야지.”
놈이 란젤의 뒤통수를 받치며 가까이 다가왔다. 코끝이 마주 닿을 정도로 다가온 놈이 란젤의 눈을 들여다보며
싱그럽게 웃었다.
“큿….”
턱을 밀어 올리는 힘에 고개가 젖혀졌다. 놈은 란젤의 뒤통수를 받쳤던 손으로 머리채를 움켜쥐며 쉬이, 바람이
새는 소리를 흘렸다.
하. 허탈한 웃음이 흘렀다. 란젤은 놈에게 반항하듯이 뻣뻣하게 굳었던 몸에서 힘을 풀었다. 란젤의 뒤통수가
얌전히 늘어지자 놈의 입술이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놈은 혀를 내밀어 란젤의 입술을 핥았다. 놈이 개인지,
제가 개인지 알기 힘든 행동이었다.
란젤의 입술 안쪽으로 파고든 놈은 천천히 잇몸과 이빨을 혀로 쓸었다. 아래위로 파고드는 혀 때문에 입이 힘없이
벌어졌다. 놈의 혀가 입안을 가득 채운 순간 란젤은 아무 말도, 반응도 없이 눈을 감았다.
지금은 너무 피곤했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몰아친 분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그저 무기력하기만 했다.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고 싶지 않을 만큼 지쳐서 가만히 잠들고만 싶었다.
하지만 놈은 란젤이 쉬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마치 벌이라는 듯이 란젤의 다리를 벌리고 좆을 거칠게 박아
넣었다.
어떻게 하지. 고통스러울 정도로 깊은 삽입에 뒤통수가 살짝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란젤은 끊임없이
고민했다. 어떻게 하지.
란젤이 감았던 눈을 가늘게 뜨자 헐떡이며 허리를 흔들던 놈이 싱긋 웃으며 란젤의 이름을 불렀다.
“란젤.”
“대답해 보렴. 형제가 넷이 더 있다지. 네 아비는 궁이 함락될 때 내 병사에게 붙잡혔고, 네 어미는 수도의
저택에서 목숨을 끊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겨우 살려내었으나 계속 살아 있을지는 네 대답에 달렸지.
어쩌겠느냐.”
“내가 네게 무얼 바랄 것 같으냐.”
“여러 번 말하지 않았던가. 좆물에 절여질 때쯤에는 아이를 낳게 해주겠다고. 그러니 아이를 낳아, 란젤. 네
아이라면 썩 귀여울 것도 같으니까.”
“아이를… 낳지 못하면 어떻게 됩니까.”
놈의 말을 듣고 나니 지금 당장 좀 죽고 싶어졌다.
“침묵은 긍정이라지?”
란젤은 계속되는 폭풍 같은 감각을 견디지 못하고 몇 번인가 눈알을 까뒤집었다.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면 놈은 여전히 짐승처럼 허리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계속해서 예민하게 자극된 신경 때문에 나중에는 침대 시트에 닿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놈은 고통에
가득 차 꺽꺽거리는 란젤의 입술을 빨고 씹었다. 가슴과 목, 드러난 피부 곳곳에 이를 세웠다.
놈이 늘어진 란젤의 위를 덮듯이 엎드리자 정액과 타액, 땀으로 범벅이 된 피부가 찐득거리며 달라붙었다.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지친 란젤이 시름시름 앓는 소리를 뱉자, 놈이 부어오른 눈가에 입술을 찍으며
속삭였다.
“눈을 좀 붙이거라.”
놈의 말에 안심한 란젤의 눈이 제대로 감겼다. 마치 안식을 허락받은 여신의 종처럼 란젤은 그제야 평온한 잠을
청했다.
* * * 롶데
무언가 머리카락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품 안에 무언가 가득 안겨 있었다. 란젤은 피곤에 지친
얼굴로 눈을 떴다가 제 눈앞에 있는 맨가슴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놈을 끌어안고 잠들었던가.
“잘 자더구나.”
“참 희한해. 네 머리카락은 색이 짙어서 그런가.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 푸석할 것 같은데, 만지면 또 그 느낌이
다르단 말이지.”
그래서인가. 튼튼하고 망가지지 않을 노예가 필요했나. 여자의 기관을 가지고 있으니 여자와 하는 맛도 느낄 수
있고?
“주인님.”
입술이 떨어진 사이에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낯설었다. 제 것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로 숨이 가쁘고 한층 높아진
목소리에 란젤은 말을 멈추고 헛기침을 뱉었다.
“왜.”
엉덩이에서 들어와 보지를 훑은 손에 찐득한 액체가 묻어났다. 작게 울리는 젖은 소리로 그것을 알아차린 란젤이
놈의 손을 떼어내고 싶어 엉덩이를 흔들었다.
“유혹이라는 건 이런 겁니까?”
짧은 입맞춤 후 입술을 떼어내고 묻자 놈의 눈매에 얕은 균열이 생겼다. 살짝 찌푸린 눈으로 란젤을 바라보던
놈이 헛웃음을 흘리며 란젤의 뒤통수를 끌어당겼다.
“음….”
질척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 입술을 바로 지척에서 핥은 남자의 숨소리가 상당히 거칠어져 있었다.
“더 해봐.”
“뭘… 말입니까.”
“유혹을 하려면 제대로 해보라고. 내 눈앞에서 다리를 벌리거나, 내 좆을 네 스스로 입에 물거나, 하다못해 내
눈앞에서 엉덩이라도 흔들어봐. 내가 조금이라도 감동하면 네게 진실을 말해줄지도 모르지.”
놈이 말하는 대가가 200 만 골드인 걸까. 아니면 프라닐을 말하는 걸까. 란젤은 희미하게 떠오른 의문에 눈썹을
약하게 찌푸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놈은 란젤이 먼저 밝히지 않았는데도 군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란젤의 이름을 묻지도 않았다.
그저 당연한 듯이 불렀다. 게다가 가족의 일까지 알고 있으니 괜스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혹여나 저 미친놈이 프라닐을 멸망시킨 이유가 저 때문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란젤의 가슴속에서 대가리를
들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놈에게 다리를 벌리는 거야 여기에 온 첫날부터 했던 일이지만,
억지로 당하는 것과 스스로 벌리는 건 차이가 꽤 컸다.
“란젤, 다리를 세워. 제대로 보여줘야지. 네 보지가 얼마나 젖었는지, 얼마나 탐욕스럽게 벌름거리는지. 제대로
벌리고 말하렴. 주인님 좆이 먹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고.”
란젤은 눈을 내리깔고 긴장된 숨을 느리게 뱉었다. 그러곤 어깨를 떨며 고개를 들었다. 길게 찢어진 놈의 눈매
사이로 푸른빛의 눈동자가 가늘게 빛을 뿜었다.
“란젤.”
정말 빌어먹을 놈이었다.
“어서.”
놈이 자꾸 재촉해 대는 통에 란젤은 부들부들 떨리는 무릎을 세웠다. 허벅지 안쪽까지 진동이 느껴졌다.
놈이 가까이 다가왔는지 가랑이 사이의 수풀이 바람에 약하게 흔들렸다. 그럴 때마다 안쪽의 구멍이 벌름거렸다.
고개를 완전히 뒤로 젖힌 채 위로 솟은 턱을 떨던 란젤은 놈이 후, 하고 분 바람에 놀라 엉덩이를 떨궜다.
“다시.”
놈의 목소리에서 심드렁해진 기분을 느낀 란젤이 서둘러 자세를 다시 잡았다. 뒤로 고개를 젖히고 있느라
보이지는 않아도 놈의 찌를 듯한 시선이 가랑이 사이에 닿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왜일까. 놈의 시선 아래에서 벌름거릴 때마다 안에서 뜨거운 액체가 울컥거리며 쏟아졌다. 놈도 그걸
알아챈 듯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흐….”
몸을 지탱한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어딘가 몸 안쪽이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놈이 다시 바람을 길게 불고는
란젤을 향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구멍에서 나온 애액이 꼬리뼈로 흐르는 감각이 섬뜩했다. 란젤은 곧 주저앉을 것처럼 떨리는 팔에 힘을 주어
버티며 겨우 한마디 말을 토해냈다.
“귀엽게 굴기는.”
“읏!”
허리가 저절로 튀었다. 놈의 얼굴에 가랑이를 문지르게 된 란젤은 점막에 놈의 체온이 닿는 순간 느껴진 저릿한
아픔에 놀라 저도 모르게 팔에서 힘을 풀었다.
“직접 잡고 다리를 벌려, 란젤. 봐주는 건 이번뿐이니까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말을 잘 들어야 네가 원하는
대답을 해줄 게 아니냐. 응?”
“하, 하지만….”
음산하게 지껄이는 목소리에서 분노의 기운이 은은하게 넘실거렸다. 이번에도 말을 듣지 않으면 어쩐지 좆같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놈은 말이 끝나자마자 란젤의 보지에 얼굴을 처박았다. 뾰족하게 솟은 콧대로 보지살을 헤치고 들어간 놈이
입술로 입을 맞추듯이 뭉갰다.
잔뜩 젖은 보지에서 찌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란젤은 두꺼운 어깨를 웅크리며 고개를 저었다.
간지러운 감각이 골반을 타고 사지로 퍼졌다. 오금을 잡은 손가락에서는 힘이 빠지고 허공에서 버둥거리지 않으려
애쓰던 발가락이 곱았다.
놈은 란젤의 입술을 뭉개듯이 보지살을 입술로 짓누르다가, 혀를 내밀어 안쪽에서 벌름거리고 있던 구멍을 쑤셨다.
말캉한 것이 구멍을 벌리고 들어올 듯이 밀려왔다가 기다렸다는 듯 벌름거리는 구멍을 핥았다.
란젤이 억눌린 신음을 흘리자 놈의 손이 다독이듯이 허벅지 위를 덮었다. 하지만 다독인다는 건 란젤의 착각일 뿐.
흔들리는 하체를 고정하기 위한 동작인 모양이었다. 놈은 란젤의 허벅지를 잡은 채 제 얼굴로 바짝 끌어당겼다.
단단한 콧대가 보지 위쪽에 덜렁거리던 고환을 밀어 올렸다. 놈이 혀로 길게 보지를 핥으며 만족스러운 한숨을
터뜨렸다.
약한 고통과 간지러운 감각에 란젤이 허리를 튕겼다. 놈의 얼굴을 보지로 문지르는 꼴이 되었지만, 오히려 당한
놈은 즐거운 것 같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허리가 흔들릴 때마다 무언가 미지근한 액체가 얼굴과 가슴으로 떨어졌다. 정면으로 고개를
돌린 란젤의 시야에 빨갛게 부풀어 물을 흘리고 있는 제 좆이 보였다.
동그랗게 맺힌 말간 물방울이 윗배로 툭 떨어져 가슴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꼴이 선명하게 보였다. 란젤이 허리를
뒤틀라치면 그 물방울이 얼굴까지 튀었다. 질질 싼다는 표현이 딱 걸맞은 모습이었다.
교차한 다리가 놈의 머리를 감싸고 끌어당겼다. 란젤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허리를 더욱 띄워 놈의 얼굴을 향해
가랑이를 흔들었다.
놈은 란젤을 저지하지 않고 그저 보지를 빨면서 엉덩이 아래에 손을 받쳐주었다. 긴장된 근육이 조이며 꿈틀거릴
때마다 놈의 손가락이 근육 사이로 파고들었다.
놈이 제 엉덩이를 흔들고 있는 건지, 아니면 스스로 흔드는지도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란젤의 허리가 들썩이기
시작하자 놈의 혀가 점점 더 빠르게 안을 들쑤셨다.
“아으…!”
심장이 가슴 밖으로 뛰쳐나갈 듯이 거세게 뛰었다. 란젤은 혀가 구멍 안에서 빠져나간 후에도 놈의 얼굴에 보지를
문지르듯이 허리를 들썩였다.
“하아, 하아.”
거칠어진 숨은 조금도 나아질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본능처럼 자꾸만 들썩거리는 몸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란젤이 머릿속으로 떠올린 단어를 놈이 되짚어주듯 속삭였다. 란젤은 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헐떡이다가
열이 오른 눈을 겨우 감았다.
이제 허리를 내릴 수 있을까.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놈이 허벅지 뒤쪽을 누른 채 란젤의 몸을 완전히 접어버렸다. 허공에 드러난 엉덩이
사이의 허공에서 놈의 혀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혀를 따라 길게 내려온 타액이 엉덩이의 움푹한 곳에 천천히
고였다.
위쪽의 보지 구멍에서는 뜨거운 애액이 솟았고, 아래쪽의 뒷구멍으로는 놈이 뱉어낸 타액이 스며들었다. 미지근한
타액이 안을 적시는 감각이 이상해서 귓가에 소름이 다 돋았다.
란젤이 놈의 혀가 들어오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뒤를 조이는 동안, 놈의 눈가에는 옅은 눈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놈이 허벅지 뒤를 누르던 손을 끌어가 엉덩이 살을 벌리자 사정한 후에 줄어들었던 성기가 접힌 아랫배 사이에서
꿈틀거렸다.
“흐….”
놈의 혀가 구멍 위에서 꿈틀거릴 때마다 란젤의 좆이 덩달아 꿈틀거렸다. 덜렁거리는 고환이 좆이 움직일 때마다
팽팽하게 당겨지는 모습이 란젤의 눈에도 보일 지경이었다.
“야해 빠진 내 암캐. 주인님이 뒷보지를 빨아주니 아주 좋아죽겠나 보구나. 어떻게 해줄까. 보지처럼 쑤셔줄까.
아니면 이렇게 핥아줄까.”
놈이 뾰족하게 만든 혀로 뒷구멍을 콕콕 찌르기도 하고, 넓게 핥기도 하면서 장난스럽게 물었다. 란젤이 마른침을
삼키느라 대답하지 못하자 놈은 이를 세워 구멍의 주름을 긁어냈다.
허리가 툭 튕겼다. 흐릿해진 시야는 점점 더 흐려졌고, 종국에는 관자놀이 근처에 물길이 생겼다. 미지근한 물이
흐르고 식을 때마다 서늘하게 소름이 돋았다.
“윽!”
놈은 애원하는 란젤을 가늘게 뜬 눈으로 째려보고는 깨문 살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오랫동안 접힌 란젤의 허리가
부르르 떨리며 가라앉자 놈이 혀를 차며 속삭였다.
피식 웃은 놈이 그제야 뒷구멍에서 얼굴을 떼어내더니 란젤을 옆으로 밀었다. 놈의 몸에서 굴러떨어진 란젤은
덜덜 떨리는 팔로 상체를 들고 놈을 두려움이 가득 찬 눈으로 바라봤다.
“엎드려서 꼬리를 흔들어, 란젤. 개새끼답게. 스스로 보지를 벌리고 주인님에게 애교를 떨어. 그럼 착한 암캐가
만족할 때까지 좆을 쑤셔주마. 어때, 좋지?”
왜인지는 몰라도 보지를 쑤셔지는 것보다 뒷구멍을 쑤셔지는 게 더 두려웠다. 어쩐지 그곳에 좆을 받으면 세상이
끝장날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무엇보다 배설하는 기관이 아닌가. 그런 곳을 빨린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할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 이미 놈에게
느낄 수치심 따위 더는 없을 줄 알았던 란젤이 기겁할 정도로 말이다.
란젤은 뒤로 젖혔던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생경한 두려움도 물론 있었지만, 무엇보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에
상처가 난 게 더 컸던 것 같았다.
란젤은 누구와도 성적인 접촉을 한 적이 없지만, 만약에 하더라도 그 상대를 남자가 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결혼은 당연히 못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과 이것은 애초부터 시작점이 다른 문제가 아닌가.
“아무래도 네 교육이 잘못된 모양이야. 주인님을 상대로 자존심이나 찾고 있는 걸 보면. 그렇지, 란젤?”
저 혀로 제 더러운 곳을 핥아대던 남자의 나른한 표정은 순결하고 자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투명한 피부에 맺힌
땀방울은 여신이 내린 성수 같았다. 놈이 눈을 감으며 고개를 젖히자 어린 시절 보았던 성화가 떠올랐다.
오래전 길고 긴 가뭄이 찾아왔던 때, 대천사 미카엘이 하늘에서 내려와 여신의 축복을 전하며 온 세상에 비를
뿌렸다고 한다. 란젤은 여신을 믿는 국가의 신전마다 걸려 있다는 그 그림을 어려서부터 보고 자랐다.
신성 모독이 따로 없었다.
Chapter 4
* * *
란젤은 밤이 새도록 놈의 좆에서 좆물을 빨아내야 했다. 놈은 더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았고, 란젤의 팔을
끌어당기거나 골반을 잡아 흔들기만 했다.
더 높이, 더 빨리. 닦달하듯이 몰아세우는 놈 때문에 란젤은 거의 좆대가리가 걸쳐질 때까지 허리를 띄웠다가
주저앉아야 했다.
놈은 그제야 란젤의 안에서 좆을 뽑아내고는 바로 게름나무 진액을 발랐다. 완전히 헐어버린 내벽에 진액이 닿자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느껴졌다. 놈은 침대 머리에 연결한 긴 쇠사슬로 란젤에게 목줄을
맨 후에 옷을 찾아 입었다.
“사흘 후에 돌아오마. 내가 돌아오면 그동안 주인님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눈물의 고백을 하는 게 좋을 거야.
이번에는 사흘이지만, 다음에는 나흘이 될 거고, 그 후에는 닷새가, 나중에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
놈은 사슬의 길이가 기니 배변은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고는 그대로 사라졌다. 눈앞에서 사라진 놈 때문에 멍하게
있던 란젤은 그대로 기절하듯 눈을 감았다.
귀족 가문이라면 당연히 있을 정원수도 보이지 않는 풍경에 란젤은 터덜터덜 걸으며 마른침을 삼켰다.
여기가 대체 어디지.
“죽음의… 숲…?”
이 제정신이 아니게 높은 탑에는 문도 없어서 드래곤이 걸어준 마법이 없이는 드나들 방법이 없다고 들었다.
아니, 하나가 있기는 했다. 창으로 뛰어내리는 방법. 살아서는 빠져나갈 수 없다던 그 저주받은 감옥.
고전으로 전해져 오는 이야기는 그 정도가 다였다. 조금 더 알려진 바로는 데온의 황성에서도 무척 먼 곳이라
건물 관리가 힘들고, 죽음의 숲에 인간이 드나들면 블랙 드래곤의 저주를 받는다고 하던가.
하. 어이가 없으니 웃음만 자꾸 흘렀다.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던 란젤은 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여름 바람을
느끼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란젤이 알기로는 데온의 동쪽 끝에 있는 죽음의 숲은 바다에 면해 있었다. 나머지 두 방향은 그래도 사람이 사는
영지로 가는 길이 있을 거다. 아예 도망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소리다.
란젤은 우울한 눈으로 탑 아래를 바라보다가 안으로 돌아왔다. 질질 끌리는 쇠사슬이 거추장스러웠으나 길어서
차라리 다행이었다.
란젤은 탑의 한 층을 다 차지하고 있는 넓은 방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란젤이 쓰고 있는 곳은 절반쯤뿐. 나머지
공간은 휑뎅그렁하게 빈 채였는데, 그쪽으로 놈이 오가는 것 같았다.
그러려면 놈에게 협조하는 편이 나았다. 어떻게든 말을 잘 들어서 양질의 식사를 얻어낼 필요가 있었으니까.
자신은 어여쁜 여인도 아니고, 낭창낭창한 남자도 아니지 않은가. 무뚝뚝하게 생긴 곰 같은 남자가 엉덩이를
흔들어봤자 그게 뭐가 좋을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이미 비슷한 짓을 몇 번인가 했으니까 더 머뭇거릴 일도
아니었다. 매번 정신이 날아가는 바람에 제대로 기억나는 것은 없지만 말이다.
란젤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놈을 향해 속으로 욕설을 지껄였다. 빌어먹을 변태 새끼. 악마보다
더한 놈. 지옥 불구덩이에 빠져 죽을 개새끼.
우선은 좀 씻을까. 가면을 풀었으니 전보다는 더 버티기 쉬울 테지.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기까지
했다.
* * *
욕실에는 란젤이 씻은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촌놈이라 수도꼭지를 쓸 줄이나 알까 싶었더니, 의외로
멀쩡하게 사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란젤이 어떻게 지냈을지 방 안을 훑어본 미카엘리스는 침대로 다가가 그의 머리맡에 앉았다. 완전히 잠에 빠진
그는 침대가 출렁거리는 것도 느끼지 못한 듯,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란젤.”
‘프라닐 왕의 전언입니다, 미카엘리스 황태자 전하. 현재 프라닐은 데온의 황제 폐하께 항복문을 전달하였으며,
곧 전쟁 보상금을 논의할 특사를 파견할 예정입니다. 데온의 황제 폐하께서 프라닐의 항복을 받아들이기로
하셨으므로 더 이상의 교전은 무의미합니다. 그러니 돌아가십시오.’
‘건방지네.’
이름을 말한 후부터 점점 목소리를 줄인 놈은 급기야 황태자 전하라는 칭호를 부르면서 고개를 양옆으로 꺾기까지
했다. 피곤이 쌓여서 그랬다기보다는 그저 이 전쟁이 지긋지긋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보였다.
피곤에 찌든 군인의 얼굴과 어울리는 끝내주게 넓은 어깨와 가슴을 보니 어쩐지 군침이 돌았다. 저걸 제 앞에
꿇려놓고 울며불며 애원하게 만들면 얼마나 즐거울까. 단정하고 남자다운 얼굴이 눈물로 얼룩지면 보기 좋지
않을까.
우는 놈에게 좆을 물리고 눈물을 뚝뚝 떨구는 놈의 얼굴에 좆물을 싸지르면 꽤 볼만할 것 같았다. 건방진 놈을
철저하게 교육해 제 발밑에서 기어 다니게 만들고도 싶었다.
‘저희는 다리를 부수고 물러날 예정입니다. 전하께서 날개가 달리지 않은 한은 쫓아오기가 힘드실 겁니다.
그러니 제가 다리를 부수기 전에 돌아가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만….’
저 커다란 젖통을 쥐어짜고 뒷보지가 흐물거릴 때까지 박아준 후에 발이나 닦는 걸레로 쓰고 말겠다고 말이다.
“으응….”
“란젤.”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속삭인 이름에 그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미카엘리스는 란젤이 덮고 있는 얇은 이불을
들추고 맨살을 쓰다듬었다. 간지러운 자극에 팔뚝의 두툼한 근육이 손을 밀어내듯 불끈거렸다.
군대에서 오래 굴렀을 남자의 피부는 이상할 정도로 쫀쫀하고 부드러웠다. 도대체 뭘 바르면 이렇게 피부가
만질만질하게 되는 걸까 궁금할 지경이었다.
귀엽지 않은가. 란젤은 주인이 바뀌자마자 순응하며 얌전히 귀를 눕혔다. 아직은 눈치를 보며 가끔 이를
드러내지만 제대로 물어뜯을 정도의 야생성도 없었다.
* * * 롶데
란젤은 잠결에 입안에 들어온 사탕을 빨았다. 작은 막대에 꽂힌 사탕이 너무 커서 입안이 가득 찼다. 혀로
사탕을 빨기가 어려웠던 란젤은 볼을 오목하게 조이며 입술을 오므렸다.
쪽 빨아내자 입안에 침이 솟았다. 달큰한 맛에 입맛을 다셨더니 사탕이 다시 입안으로 들어왔다. 동글동글한 것을
쪽쪽 빨던 란젤은 문득 이상한 느낌에 정신을 차렸다.
“아아, 깨어났나.”
나지막한 신음에 란젤은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어떤 미친놈이 잠든 제 입안에 좆을 쑤셔대고 있었다. 그
미친놈은 란젤이 익히 알고 있는 놈이기도 했다.
눈동자만 치켜뜬 란젤은, 아랫입술을 핥으며 헐떡이고 있는 놈의 얼굴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자는 사람에게
이게 무슨 짓이지.
놈이 목구멍을 벌리고 좆을 쑤실 때마다 헛구역질이 났다. 란젤이 엎드린 채 몸을 들썩이자 놈이 뒤통수를 지그시
누르며 허리를 둥글렸다.
“우브, 븝, 읍.”
“내가 돌아오면, 읏, 질질 짜면서 애원하라고, 응?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놈의 개새끼가, 흐읏, 팔자 좋게,
잠이나, 읏, 처자고 있으니….”
꿀꺽꿀꺽, 목울대가 꿈틀거릴 때마다 놈의 입에서 나른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코로 숨을 쉬는 것도 한계가 왔다.
놈의 좆이 목구멍을 가득 막아서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길이 차단된 탓이다.
“말해, 란젤. 주인님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질질 짜면서 애원해 봐. 그럼 네가 좋아하는 좆물을 먹여주마.”
놈이 뒤를 돌아 성큼성큼 걸었다.
“주인님!”
“주인님….”
안식일 미사라도 다녀온 걸까.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돌아온 놈은 화려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놈은 자신을
향해 기어오는 란젤을 웃는 낯으로 바라보았다.
저놈의 목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핑 돌았다. 허기가 지다 못해 아픈 윗배를 부여잡고 몸을 웅크리자 놈이 란젤을
향해 다가왔다.
바닥에 웅크린 란젤의 시야에 놈의 화려한 구두가 보였다. 란젤은 수갑 찬 손을 내밀어 놈의 종아리를 잡고
정강이 위에 얼굴을 비볐다.
아니지. 놈은 처음부터 란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의 자존심이 슬쩍 고개를 들이밀었다. 애도
아닌데 이렇게 안겨 다니는 것이 기꺼울 리가 없었다.
욕이라도 한껏 해주고 싶었지만 배가 고파서 참았다. 이번에도 저놈의 기분을 못 맞춘다면 다음에 온 놈이 보는
건 란젤 에클런이었던 썩은 고깃덩어리가 될 테니까.
하지만 또 수프라니. 이제 이가 나기 시작한 아기도 아닌데 왜 매번 수프를 못 먹여서 안달인 걸까, 이 미친놈은.
“눈빛이 또 불손해졌는데.”
“아닙니다….”
“고기….”
“소화가 안 될 거라니까.”
란젤은 지금 쇠를 씹어도 소화를 시킬 판이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었다. 놈의 입술에 바싹하게
말라서 튼 입술을 문지른 란젤이 죽어가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배가 너무 고픕니다.”
놈이 한껏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란젤에게 입을 맞췄다. 각질이 올라온 입술을 혀로 적시고 부드럽게 핥아준
후에 입을 뗀 놈이 짧은 입맞춤을 몇 번 더 하며 말했다.
놈은 좆같은 말을 좆같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고상한 말투가 외려 더 사람의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데다가,
놈의 오만한 표정이 특히 사람을 자극했다.
솔직히 놈이 적당한 체구였기 때문에 굉장히 불편했다. 란젤은 제 몸이 놈의 품에서 흘러넘치지 않게 하려고
어깨를 잔뜩 쭈그렸다.
“그냥, 잤습니다.”
딱히? 게름나무 진액은 벌써 일주일 전에나 발랐고, 이미 씻어낸 지도 오래였다. 간지러울 일이 있나.
“괜찮았, 습니다.”
놈의 차가운 손가락이 보지의 균열을 가볍게 훑자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놈의 좆을 조일 때처럼
구멍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그런데 왜, 벌써 젖었을까.”
“마, 만지시니까….”
“천천히 해도 좋아.”
수프는 금세 바닥을 보였다. 란젤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자 빈 그릇을 트롤리에 돌려놓은 놈이 엄지로 타액이
묻은 입가를 닦아주었다.
“예.”
기다리라는 소리겠지. 란젤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자 놈이 겨드랑이 아래로 팔을 끼워 넣었다. 놈은 아주 가볍게
란젤의 커다란 몸을 달랑 들더니 아까처럼 허벅지 위에 얹었다.
“란젤, 내 목에 팔을 둘러.”
놈은 고개를 이리저리 꺾어가며 진하게 입을 맞추면서 아까처럼 란젤의 가랑이 사이로 손을 넣었다. 란젤이
순순히 다리를 벌리자 놈이 고환을 쥐어 주무르며 입술 위에서 속삭였다.
빌어먹을. 놈이 좆을 박을 때마다 눈물, 콧물을 질질 짜야 했던 란젤은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식사를 하기도
전에 목구멍이 막힐 수는 없지 않은가.
“만, 져… 주십시오.”
놈이 눈을 곱게 휘며 란젤을 흘겨보았다.
놈은 얄밉게 말하고는 제 허벅지 위에서 란젤의 몸을 돌렸다. 란젤은 놈의 가슴에 등을 기대고 허벅지 위에
올라타듯이 다리를 벌리게 됐다.
놈이 란젤의 가슴을 양손으로 받치고 밀어 올렸다. 발달한 흉근이 끌려 올라오다가 놈이 손을 내리자 출렁거리며
흔들렸다. 몇 번인가 장난치듯이 만지작거리던 놈이 손에 힘을 꽉 주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읏.”
그저 근육 덩어리에 불과했던 가슴을 만지는 손길에 란젤이 허리를 작게 비틀었다. 놈의 손길이 너무 야릇해서
두꺼운 허벅지가 마주 비벼지고 있었다.
귓가에 속삭이는 놈의 목소리가 너무 질척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입술이 떨어지고 놈의 입안에서 혀가 굴러갈
때마다 젖은 소리가 고막에 그대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놈은 란젤의 어깨에 돋은 소름을 입술로 훑으며 젖꼭지를 손톱으로 긁었다. 갉작거리는 가벼운 손길이었으나
란젤이 느끼는 감각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단단한 손톱이 유륜의 오돌토돌한 부분을 긁을 때마다 이상하게 엉덩이를 누가 콕콕 찌르는 것처럼 간지러웠다.
그래서 몸을 뒤척이면 가랑이 사이에서 샌 물기가 허벅지 안쪽을 점점 더 넓게 적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란젤은 웅크린 아랫배에 닿는 제 좆이 발기했다는 사실을 놈에게 감추고 싶었다. 란젤이 몸을 더욱 숙이자 놈이
어깻죽지를 이로 베어 물었다.
물린 곳의 뻐근한 통증보다 놈이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문지르는 유두의 감각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란젤은 그
야릇한 감각을 견디지 못하고 놈의 품에서 벗어날 듯이 몸을 뒤틀었다.
“습.”
놈의 심드렁한 말투에 란젤은 등을 떨었다. 목부터 얼굴까지 순식간에 벌겋게 물들었다. 놈은 그런 란젤의 귓불을
가볍게 빨고는 재차 물었다.
란젤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놈에게 만족스러운 대답이 아니었나 보다. 놈이
젖꼭지를 있는 힘껏 비틀며 세게 비볐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강한 고통에 란젤이 다급하게 숨을 들이쉬었다.
“헉.”
놈이 말을 씹듯이 뱉었다. 이번에도 허투루 답하면 각오하라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였다. 놈은 여전히 젖꼭지를 쥔
손에서 힘을 풀어주지 않은 채 다정한 척 꾸민 목소리로 물었다.
“보지가 얼마나 젖었지? 응? 란젤, 대답해 봐. 보지 구멍이 발름거리고 있나? 간지러워? 쑤시고 싶어?”
란젤은 수치심에 부들부들 떨며 허벅지를 당겨 올렸다. 놈에게 끌어안긴 상체를 차마 숙이지 못하고 어떻게든
몸을 웅크리려고 노력한 결과였다. 허공에 끌어 올려진 발끝이 동그랗게 곱았다.
“응읏!”
“으응…!”
젖꼭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아픈데, 찌릿찌릿한 고통 사이에 야릇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자꾸만 보지 구멍이
바짝 조여들고 꿈틀거려서 아랫배가 징징 울릴 정도였다.
“란젤, 아까는 작았던 게 벌써 이렇게 커졌단다. 계속 이렇게 만지다 보면 더 커지려나. 아이에게 젖을 물리려면
아무래도 큰 게 좋겠지.”
뭘 했다고 숨이 이렇게 가빠졌지.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숨이 모자라 종내에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니, 이거
좀 위험한 거 아닌가. 욱신거리는 아픔이 점점 강해지고 눈앞이 흐릿해졌다.
놈은 그대로 란젤을 제 다리 사이에 눕혔다. 제 허벅지 위에 란젤의 머리를 올려준 놈이 침대 아래에 떨어져 있던
이불까지 끌어 올려 란젤에게 덮어주었다.
“한숨 자렴.”
놈이 란젤을 내려다보며 자애롭게 웃었다. 표정만 보면 성화에 나오는 대천사 못지않을 정도로 선하고 성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저놈의 입은 왜 열릴 때마다 저렇게 얄미운 소리를 지껄이는 건가.
저놈의 부하를 믿어도 될까. 괜히 저처럼 핍박이라도 받는 건 아닐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여린
어머니가 저처럼 밥도 굶고 있을까 생각하니 속이 쓰렸다.
“부디… 어머니께는….”
“자라.”
손가락 끝을 적신 액체를 슬그머니 거두자 속눈썹이 파들거렸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피곤함에 절어 살며시
찌푸린 얼굴을 내려다보던 미카엘리스가 설핏 웃었다.
‘제가 가야 합니까?’
‘에클런 가문의 생존자들을 모두 찾아서 한 군데에 가둬둬. 수도에 멀쩡히 남은 장원이 꽤 여럿 있을 테니까
적당히 큰 곳을 골라 거처를 정해줘라. 험하게 다루지 말고 제대로 된 사용인도 붙여주고.’
란젤의 몸에 비밀이 있으니, 그가 가족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잘못된 판단이었나.
가족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너무 순순해진 놈의 태도에 미카엘리스는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그의 약점을 쥐어볼 생각이었다. 세드릭은 미카엘리스의 명에 의아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뭐?’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이건 장난감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저 건방진 놈을 욕보이고 싶어 데려온 것뿐.
장난이나 좀 치다가 질리면 버릴 것이다.
식사가 준비되기까지 1 시간여를 재웠더니 그나마 상태가 나아진 모양이었다. 열도 내렸는지 아까보다는 편안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가벼운 엄포에 란젤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표정은 무덤덤한데 어쩐지 시무룩해졌다는 기분이 들었다.
참 이상도 하지. 기껏해야 미약한 변화밖에 없는 얼굴인데 그의 감정이 단번에 읽혔다.
머리도 좋고 눈치도 빠르니 남의 감정을 읽는 게 그다지 어렵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란젤의 생각은
남들보다 더 잘 보였다.
저 눈 때문인가.
까만색의 눈이 미카엘리스를 슬그머니 올려다보았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반듯한 이마에 순간적으로 피곤한
기색이 어렸다. 미카엘리스는 그를 윽박지르는 대신 가볍게 코웃음을 흘렸다.
“아니면, 시종장에게 가랑이를 벌리고 박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네가 내 좆을 삼키면서 얼마나 야하게
우는지 보여주고 싶어?”
“시험에 들게 하다니, 고명한 시종장께서 황제의 밤놀이를 보고 흥분이라도 한다는 건가? 내가 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아?”
“가문에 돌아가 아들의 재롱을 보며 여생을 마치고 싶어지지 않게 해달라는 말씀이었습니다, 폐하.”
쭉쭉 늘어나는 얇은 피부를 따라 이리저리 고개를 흔드는 란젤의 이마에 점점 주름이 잡혔다. 미간에는 꽤 깊은
골이 파였다. 이 골은 꽤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었던 듯, 무표정할 때조차 도드라지는 편이었다.
“네가 지금 스물일곱이던가.”
“예.”
“왜 아직 결혼하지 않았지.”
란젤이 흘깃 눈동자를 치켜떴다. 무덤덤해 보이는 검은 눈동자에 한차례 바람이 불었다. 그는 곧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별것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몸이….”
대개 열등감의 이유가 온전히 까발려지면 보통의 사람들은 그 충격을 상쇄하기 힘들어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남자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신적인 충격은 생각보다 약하게 받았다.
들킨 정도가 아니라 남자의 아래에서 구멍 취급을 당하고 있는데도 왜 이리 멀쩡한 걸까. 짐승조차 상처를 받으면
몸을 웅크리고 티를 내는 법이건만.
란젤은 미카엘리스가 고문에 가깝게 수치를 주고 보지를 쑤셔대도 그때뿐이었다. 상처를 받지 않는 게 아니라,
상처를 받아도 그 회복이 참 빨랐다.
두 사람분의 정찬이라 5~6 인분이 될 법한 음식이 대부분 란젤의 위장으로 사라졌다. 미카엘리스는 그에게 밥을
먹이느라 맛만 본 정도인데도 그랬다.
저놈의 위장은 끝이 없나. 뭘 넣어도 끝없이 받아먹는 란젤의 속도는 변함이 없었다.
게일에게 식사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가져오라고 했던 레몬 소르베를 떠먹이자 란젤의 이마가 느슨하게 펴졌다.
입맛에 맞는 모양이었다. 다만, 고작 서너 번 만에 다 비운 양이 아쉬운지 란젤이 자꾸만 입맛을 다셨다.
“이것도 더 먹으렴.”
혀로 란젤의 입안을 샅샅이 핥아버리고 타액을 섞자 점차 레몬 향이 약해졌다. 그런데도 란젤의 입안에 넘치는
달콤함은 여전했다. 점점 따뜻해진 체온에 혀를 녹이듯이 휘저었더니 어느새 란젤의 팔이 목을 휘감았다.
짙은 속눈썹의 그늘에 숨은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동안, 미카엘리스는 란젤의 다리를 벌리고 검사라도
하듯이 보지를 어루만졌다.
뜨거운 체온에 녹은 것처럼 질퍽하게 젖은 보지는 만지는 느낌이 꽤 좋았다. 겉의 만질만질한 점막이나 보지 구멍
근처를 덮고 있는 얇은 살덩어리들이 손가락을 휘감는 기분이 들었다.
미카엘리스는 역시나 어딘가로 숨고 싶다는 듯이 어깨를 웅크리는 란젤의 볼에 입을 맞추며 그에게 물었다.
“솔직히 말해봐, 란젤. 이런 음탕한 보지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리가 없거든. 막사에서 혼자 만지작거리며
놀기라도 했나. 다른 놈이 발견하고 쑤셔주기라도 바랐어? 응?”
“그런 적 없습니다.”
잘근잘근 씹어서 녹여 먹기라도 할 것처럼 뜨거운 점막을 문지르자 란젤의 숨소리가 더욱 거칠어졌다.
미카엘리스는 그의 성기를 피해 납작한 아랫배에 입술을 찍으며 올라갔다. 보지 구멍을 쑤시는 손가락도 세 개로
늘려서 빨판처럼 꿈틀거리는 내벽을 마구 헤집었다.
“으흣….”
“다리를 더 벌려보렴. 시종장에게 보여주자꾸나. 네 보지가 내 손가락을 얼마나 맛있게 빨아들이고 있는지.”
“헉.”
그제야 정신이 든 건지 란젤이 떨리는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미카엘리스는 이미 게일이 정리를 마치고 떠난 걸
눈치채고 있었기에 그 멍청한 모습에 킥킥대며 웃었다.
“내 옷을 벗겨.”
안식일 미사에 참석하느라 입은 정장 재킷과 레이스가 화려한 크라벳이 너무 거슬렸다. 튜닉의 소매에 달린
레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란젤의 보지를 쑤시느라 손목까지 젖은 통에 손목의 레이스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어서.”
상체를 들어주자 란젤이 손을 뻗었다. 란젤이 하도 손을 떨어서 수갑의 쇠사슬에서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발긋하게 열이 올라온 얼굴 어디에도 그런 기색은 없었다.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놈이 흥분 때문에 손을
떨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니 괜스레 미소가 입에 걸렸다.
“크라벳도 풀어다오.”
재킷을 벗긴 그가 크라벳에 달아둔 브로치에 손을 댔다. 란젤이 둔하게 생긴 손을 익숙하게 움직여 브로치와
크라벳을 풀어냈다. 미카엘리스는 고개를 숙여 크고 단단한 그의 손을 핥았다.
수줍은 듯이 보이는 작은 손짓에 웃음이 났다. 그러고 보면, 이 남자를 데려온 이후로 평생 웃은 것보다 더 많이
웃었던가. 란젤과 함께 있으면 굳이 꾸미지 않아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래서 귀족가의 아가씨들이 작은
강아지들을 안고 다니는 걸까.
비록 자신의 개가 그 애완견들처럼 작지는 않으나 그럭저럭 귀엽기는 했다. 무엇보다 그 작은 개들보다 더 쓸모도
있고.
미카엘리스는 수갑을 풀어주며 란젤의 손바닥을 길게 핥았다. 곤란한 표정이 된 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꾸
웃음이 새서 저마저도 그의 곤란함이 옮을 것만 같았다.
덩치가 큰 남자는 군인이었던 덕인지 그럭저럭 몸을 잘 사용하는 편이었다. 처음에는 허리를 흔들 줄도 몰라서
뻣뻣하기만 하더니, 몇 번 가르치지 않아서 벌써 미카엘리스의 입맛에 맞게 허리를 흔들 줄 알게 됐다.
깊게 주저앉은 란젤의 보지가 미카엘리스의 좆을 쫄깃하게 조였다. 란젤이 거친 숨을 터뜨리며 벌어진 허벅지를
파르르 떨었다. 한껏 당겨진 근육이 긴장해서 꿈틀거릴 때마다 보지 구멍이 움찔움찔 좆을 조여 물었다.
검붉은 제 좆이 란젤의 구멍을 드나드는 모습이 고스란히 보였다. 란젤이 허리를 띄울 때마다 욕조에 담긴 물이
출렁이면 온몸에 저릿저릿한 쾌감이 들끓었다.
미카엘리스는 란젤의 가슴에 잇자국을 남겼다. 강하게 깨문 살을 빨아들이면 란젤이 보지를 바짝 조였다.
“아, 좋아.”
미카엘리스는 굳이 허리를 튕기지도 않았다. 이제 좆맛을 알게 된 란젤이 보지가 꿈틀댈 때마다 알아서 허리를
흔들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두꺼운 흉통에서 울려 퍼지는 신음이 고막에 그대로 전달되면 너무나 짜릿했다. 좆에서 느껴지는 감각과는 또
다른 만족감이 온몸을 휘감을 때마다 미카엘리스는 란젤의 이름을 불렀다.
<다음 권에 계속…>
탱글(Tangle)
버터앙팡 장편소설
지은이 : 버터앙팡
정가 : 3,000 원
제공 : 파란달
ISBN 979-11-404-6978-9
이 책은 KWBOOKS 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