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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글(Tangle)

버터앙팡 장편소설

목차

Chapter 1

Chapter 2

Chapter 3

Chapter 4

Chapter 1

데온 제국의 노예상 파브는 갑작스러운 부하의 난입에 인상을 찌푸렸다.

“뭐라고?”

좀 모자라지만 착한 부하인 소렛이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한 표정으로 더듬더듬 대답했다.

“아니, 그, 저, 그러니까…. 아, 그냥 좀 와보시라니까요?”

이번에 전쟁에서 패한 프라닐 왕국에서 데려온 노예들의 예상 판매 수익을 한창 계산 중이던 파브가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수전노인 그에게 가장 기쁜 시간을 방해받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모자란 놈이라도 소렛 저놈이 모를 리가 없는데. 파브는 한순간 치민 화를 누그러뜨리며 모자란 부하 놈을


따라가 보았다. 물론 별일 아니면 목을 비틀어 버린다는 협박을 늘어놓은 후에.
하지만 소렛이 안내한 신체 검사장에서 파브는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 저게 왜 저기에 있지?

놀란 파브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벌리고 있자 소렛의 얼굴에 잠시 의기양양한 표정이 스쳐 갔다.

“거봐요. 보지가 있더라니까?”

파브도 보고 있었다. 신체 검사장 한가운데에 엎드려 있는 남자의 가랑이 사이에 갈라진 선홍빛 계곡을.

“허?”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엎드린 자는 분명 남자가 맞았다. 등이며 엉덩이며 뒤로 돌려 묶여 있는 팔뚝이며,


허벅지까지 우락부락하다 못해 몇백 년은 묵은 나무보다 더 두꺼워 보이는 남자.

전투 노예로 팔려고 데려온 군인 중 하나였다. 그것도 이미 데려갈 주인이 정해진 노예라 신체검사는 그저
형식적으로만 진행되고 있을 터.

씻기지 않아 더러운 것을 제외하고는 험하게 구른 상처조차 별로 없어 보이는 걸 보면 귀족 장교일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왜 저놈 가랑이에 보지가 보이지.

파브는 3 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가업을 도우며 별별 노예들을 다 봐왔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게다가 노예상을
이어받고 20 여 년이나 굴렀지만 저런 경우는 난생처음이었다.

파브는 멍한 머리로 엎드린 남자의 엉덩이 근처에 쪼그려 앉았다. 저게 진짜 보지가 맞아? 왜? 남자의 벌어진
가랑이 사이에 있는 선홍색 보지는 빨갛게 익은 과일처럼 탐스럽기까지 했다.

“아니, 씹, 이게 대체.”

파브는 갈라진 살을 손가락으로 쓱 훑어보았다. 재갈에 막힌 채 결박당해 있던 상대가 숨 막힌 소리를 내며 몸을


움찔거렸다. 팽팽하게 근육이 부푼 허벅지가 파들파들 떨렸으나 신체검사용 기구에 묶여 있는 터라 다리를
좁히지는 못했다. 이게 젖기는 하나? 진한 붉은색의 보지는 만질만질하니 여자의 그것과 별다른 점도 없었다.
덜렁거리는 좆 또한 멀쩡하게 생긴 걸 내려다보던 파브가 단단하게 닫혀 있는 입구 근처를 살살 문질러 보았다.

“젖네?”

정말로 보이는 대로 보지가 맞나 보다. 파브는 닫힌 입구에 손가락 하나를 밀어 넣었다가 저도 모르게 탄성을
뱉었다. 손가락을 쥐어짜듯이 조이는 힘이 대단했다.

파브가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를 쑤셔 넣은 채 무언가를 찾듯이 뒤적거리는 동안, 엎드린 남자의 더러운 등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가 흔들었다가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고 노력하는 듯했으나
불쌍하게도 지렁이보다 미약한 반응이었다.

질벽 안을 만지작거리던 파브의 입술이 묘하게 늘어났다. 그는 휘적거리던 손가락을 빼낸 후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소렛을 향해 턱을 들어 올렸다.

“이거, 독방으로 옮겨. 애들 시켜서 깨끗하게 씻겨놓고.”

전투 노예로 팔 생각이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고작해야 1~2 천 골드를 받고 팔기에는 너무 희귀한 노예였으니까.
돈 냄새를 맡은 파브의 얼굴이 한껏 밝아졌다.
“아, 그리고 손대는 놈이 있으면 내가 직접 죽여 버릴 거라고 전해.”

처녀막이 만져졌으니 가격을 더 올려 받을 수 있겠지. 파브는 즐거운 표정으로 제 사무실로 돌아가며 저놈의
가격을 얼마나 올려도 될지 머리를 굴려보았다.

* * *

일주일 후, 경매장의 작은 독방에 갇혀 있던 란젤은 콧숨을 몰아쉬며 몸의 열기를 견디고 있었다.

경매가 시작되기 전, 작은 유흥을 위해서라며 노예상 놈이 가랑이 사이에 바른 무언가가 문제인 것 같았다.

그놈이 나간 후부터 아래가 간질거리며 홧홧한 열기가 느껴진 것이다. 처음에는 가랑이 사이의 연약한 점막만
그러더니, 그 열기가 점차 온몸에 쌓였다. 어느새 성기가 부풀고 잔뜩 젖은 점막은 힘을 주었다 뺄 때마다 젖은
소리를 울렸다. 숨이 가빠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견디기 힘겨운 것은 몸 안쪽이 간질거린다는 사실이었다. 남자의 몸에 여성기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콤플렉스였던 란젤에게 여성기가 간질거린다는 감각은 견디기 힘든 충격이었다.

젖어서 저절로 오물거리는 보지 때문에 자꾸만 달뜬 몸이 흔들리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정신을 차리고
있으려고 노력해도 소용이 없었다.

“231 번. 네 차례다.”

문이 열리고 지저분하게 생긴 노예 관리인 중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란젤은 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다가온 남자의 손이 뒤로 묶인 팔뚝을 잡자마자 입에 물린 재갈을 더욱 힘껏 깨물었다.

땀에 젖어 식은 팔뚝에 닿은 손이 너무 뜨겁게 느껴진 탓이다. 예민해진 피부에 닿은 자극에 저절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남자는 별 관심 없는 표정으로 란젤을 일으켜 세웠고, 란젤은 다리가 휘청거렸다.

우악스럽게 끌어내는 힘에 저항도 하지 못하고 끌려가는 란젤의 가랑이 사이로 끈끈한 애액이 흘러내렸다. 란젤은
수치심에 달아오른 눈을 질끈 감고 경매장의 무대 위로 끌려 올라갔다.

“오….”

란젤이 등장하자 경매를 하기 위해 참석한 관중들 사이에서 작은 감탄이 터졌다.

허름한 천 조각으로 가려진 하반신에 사람들의 시선이 꽂혔다. 관리인은 아래를 가리고 싶어 조심스럽게 걷는
란젤을 무대 중앙까지 끌고 가 무릎을 꿇렸다. 발기한 성기가 천을 들어 올린 모습을 보고 누군가 낄낄 웃는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손가락질하는 것만 같았다. 아니,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란젤은 수치스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눈을 꾹 감은 채 어금니를 악물었다.

노예상이 싱글거리는 표정으로 좌중을 둘러보고는 제 옆에 무릎 꿇린 란젤을 손으로 가리켰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 노예로 말할 것 같으면….”

란젤의 출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과장된 정보를 늘어놓던 노예상이 눈짓을 하자, 란젤을 끌고 왔던 관리인이
다가왔다. 그는 무대 위에 무릎을 꿇고 있던 란젤의 오금에 손을 걸더니 우악스럽게 양옆으로 벌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빳빳하게 선 성기와 그 아래 갈라진 균열이 드러났다. 젖은 보지에 찬 공기가
닿았다. 란젤은 수치스러워서 그저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경악으로 잠시 조용해졌던 경매장에 웅성거림이 퍼져 나갔다. 노예상은 웅성거리는 관중을 향해 과장된 태도로
팔을 펼치며 크게 외쳤다.

“세상 어디에도 이런 노예는 없다고 자부합니다. 이 노예의 특별함을 알아차리신 분들은 그 가치 또한 충분히
알고 계시겠지요. 자지와 보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으니 부부가 함께 즐기셔도 좋고, 저런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으니 파티의 여흥에 쓰시기에도 좋을 겁니다. 무엇보다 다른 이에게는 없는 특별한 노예를 가지고 있다는
만족감이야말로 저 노예의 가장 큰 장점이지요.”

경매가 시작되었다. 시작가는 1 만 골드. 보통의 성노예가 1 천 골드에 거래되는 편인 걸 생각하면 대단한
금액이었으나, 특이성을 생각하면 외려 조금 낮은 편이었다. 순식간에 5 만 골드까지 금액이 올라갔다.

“자자, 5 만 3 천 골드! 더 없으십니까?”

우후죽순으로 여기저기 올라오는 팻말을 보고 파브가 신이 나서 중개를 하고 있을 때, 경매장 뒷문 쪽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100 만.”

짧고 조용한 목소리의 위력은 대단했다. 경매에 참가하느라 시끄럽던 공간에 물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침묵이
찾아왔다. 관중들의 눈알 굴리는 소리가 파브가 선 무대까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파브는 군침을 꿀꺽 삼키고
뒷문 앞에서 로브를 눌러쓰고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백만! 더 없으십니까?”

“110 만!”

누군가 분기탱천한 목소리로 끼어들었으나 백만을 부른 상대는 그저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다.

“200 만.”

그는 더 올리고 싶으면 올리라는 듯, 110 만을 부른 남자 쪽을 돌아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110 만의 사내는 이미 전의를 잃은 듯 고개를 숙였고, 그 순간 란젤의 주인이 결정되었다.

“세 번 호명하고 낙찰을 선언하겠습니다. 200 만! 200 만! 200 만!”

파브는 여태껏 이보다 더 기운찼던 적이 있을까 싶은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200 만 낙찰되었습니다!”

그 꼴을 지켜보고 있던 란젤은 제 가랑이를 여태 벌리고 있는 관리인의 품에서 버둥거리다가 벗어나기를 포기하고


늘어져 버렸다. 남자답게 각진 턱이 꿈틀거리며 재갈을 질끈 깨물고, 깊게 파인 눈이 조용히 감겼다.

* * * 롶데

새로운 주인에게 넘겨지기 전, 란젤의 머리에는 천으로 된 포대가 씌워졌다. 그 상태로 천으로 아랫도리만 겨우
가린 채로 끌려간 란젤은 관리인들의 손에 붙들려 마차에 올랐다. 관리인들은 마차 바닥 어딘가에 란젤을
꿇려놓고는 마차에서 내려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후, 곧 마차가 출발했다. 다그닥다그닥. 말발굽 소리와 함께 갑자기 몸이 쏠려


휘청거리자, 무언가 차가운 것이 몸에 닿았다. 마치 넘어지려는 란젤을 잡아주기라도 할 듯이 막은 것은 아마도
가죽 장화인 듯싶었다.

군인이었던 란젤에게도 익숙한 딱딱한 바닥이 팔뚝에 닿았다. 신발 바닥이 곧 떨어지더니, 까슬까슬한 앞코가
긴장해서 힘이 들어간 가슴을 쿡 찔렀다. 그 바람에 상체가 뒤로 밀리자 작은 코웃음이 들려왔다.

스쳐 가는 바람처럼 희미한 소리에 란젤이 마른침을 삼켰다. 눈이 가려져 있어서 더욱 예민해진 감각 때문인지
온몸에 서늘하게 오한이 돋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미약 때문에 서 있던 성기에 격통이 느껴졌다. 란젤은 단단한 근육 위로 찌부러질 정도로
세게 밟힌 성기가 고통스러워, 저도 모르게 신음을 뱉고야 말았다.

“읍.”

재갈에 막힌 신음을 들은 상대가 쿡쿡 웃었다. 즐겁다는 듯이 조용히 웃은 상대에게서 나직한 미성이 흘러나왔다.

“버르장머리 없는 개로구나. 주인의 허락도 없이 좆부터 세우고 있는 걸 보니. 길들이려면 꽤 고생하겠군.”

조곤조곤 속삭이는 목소리건만 왜 이렇게 한기가 느껴지는가. 란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고 말았다.

그 꼴을 본 남자가 콧방귀를 뀌며 란젤의 좆을 더욱 세게 지르밟았다. 재갈 때문에 제대로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던 란젤은 턱뼈에서 빠드득 소리가 날 때까지 이를 악물었다. 고통을 참느라 목에도, 이마에도 핏대가 솟았다.

온몸의 근육이 팽팽하게 부풀었다. 란젤은 예민해진 감각으로 제 몸의 변화를 느끼면서도 무언가 찌릿하게 안을
찌르는 듯한 감각에 표정을 굳혔다. 어차피 포대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참는 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란젤의 성기를 있는 힘껏 밟아대던 상대는 고통에
견디지 못한 란젤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온 후에야 발을 떼었다. 그는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며 란젤의 허벅지를
꺼끌꺼끌한 장화 밑창으로 문질렀다.

“고집도 꽤 센 거 같고….”

허벅지 위에서 움직이던 발이 슬쩍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어 왔다. 다리를 좁힐 새도 없이 들어온 그것은
우악스러울 정도로 거칠게 안으로 파고들어 와 젖은 채 움찔거리던 보지를 헤집었다.

“읍!”

약한 점막이 쓸리자 저도 모르게 몸이 들썩였다. 미약 때문에 한껏 달아올라 있던 탓인가. 란젤은 생전 처음으로


느껴보는 찌릿한 감각에 놀라 몸을 크게 들썩였다. 위로 솟았던 란젤이 주저앉은 곳은 뻔하게도 새 주인의 장화
위였다.

흐응. 코를 울린 남자가 처음처럼 작게 웃었다. 바람이 피식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린 후에 남자의 움직임이


멎었다. 란젤이 안도의 숨을 크게 쉬기도 전에 그가 장화 앞코를 들었다. 푹 쑤셔지듯이 눌린 보지 안쪽에서
뜨거운 뭔가가 울컥 터져 나왔다.

란젤이 몸을 굳히며 허벅지를 좁히자 남자는 그대로 발을 움직였다. 장화 앞코가 미약으로 예민해진 보지살을
쑤시고 문질러댔다. 구멍 안으로 파고들어 오기라도 할 것처럼 서슴없는 움직임에 란젤은 저항도 하지 못했다.

야릇할 정도로 찌릿찌릿한 감각에 수치심도 느낄 새가 없었다. 약이 발린 후부터 계속 간질거리던 곳을 긁어주니


오히려 시원한 느낌까지 들었다. 란젤은 제가 스스로 들썩거리고 있다는 사실도 느끼지 못했다.

“그만.”

발이 가랑이 사이에서 빠져나간 후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열기 때문에 울리기 시작한 귓가에 들린
목소리가 너무 멀었다.

란젤은 재갈 때문에 흐르는 침을 어떻게든 삼켜보려고 꿀꺽 크게 목을 울렸다. 하지만 침은 제대로 삼켜지지


않았고, 벌어진 입술 사이로 떨어진 그것은 어느새 아랫배까지 흘러내렸다.

미지근한 타액이 턱을 타고 흐르는 것조차 예민하게 느껴졌다. 허리를 감은 천을 들어 올리고 있는 성기가 파르르
떨며 움찔거리는 것도, 온몸에 파도처럼 소름이 돋는 감각 역시 너무나 선명했다.

제정신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세세하게 인지되는 감각에 란젤은 포대 안에서 눈을 까뒤집었다. 란젤은
천을 들어 올린 성기가 꺼덕거리며 진득한 액체를 뱉어내는 줄도 모르고, 갑작스레 몰려온 감각의 해일 속에서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란젤이 정신을 차린 것은 마차가 아닌 다른 공간이었다. 흔들림도 없었고, 마차의 바퀴 소리나 말발굽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뿐인가. 오히려 너무 적막할 정도로 고요했다.

란젤은 눈을 뜨려다가 무언가에 막힌 듯한 기분에 저도 모르게 손을 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뒤로 결박된 팔이


마음껏 움직여지지 않았고, 결국 어깨만 조금 꿈틀거린 정도에서 끝이 났다.

무언가 얼굴에 덧씌워진 것처럼 갑갑한 기분이 들었다. 아까의 포대는 치워진 것 같은데. 까끌까글하던 감촉도
없어졌고, 포대에서 나던 흙냄새에 가까운 먼지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럼 대체 이건 무엇인가.

가만히 얼굴 근육을 꿈틀거려 보니 광대 쪽에 무언가 단단한 것이 닿았다.

기대어 있는 곳에 얼굴을 문질러 본 란젤은 제 얼굴 위에 철판 같은 단단한 것이 씌워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란젤은 그것을 벗을 수 있을까 싶어 문질러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뒤통수와 옆머리가 당기는 느낌으로
미루어보아 머리를 바짝 조여서 묶거나 잠가둔 모양이었다.

마치 란젤의 얼굴 형태를 그대로 따서 만든 것처럼 딱 들어맞는 그것은 철로 된 가면 형태의 구속구인 듯싶었다.


란젤은 몇 번인가 머리를 문질러 보다가 잠시 멈추고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지금 란젤이 기대어 있는 것은 아마도 침대인 것 같았다. 질이 좋은 부드러운 천에서는 포근한 햇볕 냄새가 났다.
이런 냄새를 언제 마지막으로 맡아봤더라. 1 년 반쯤 전, 본가에 잠시 들렀을 때나 맡아본 냄새였다. 란젤은 그
위에 얼굴을 묻고 깊은숨을 들이쉬며 제 상태를 살폈다.

수갑과 족쇄는 새로운 것으로 바꾸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노예상이 채워두었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가벼운
느낌이었다. 들려오는 쇠사슬 소리도 달랐다. 하지만 눈이 보이지 않으니 어떤 재질인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란젤은 뒤로 묶인 팔에 힘을 주어 벌려보다가 포기하고 한숨을 쉬었다.

쇠보다 가벼우면서 이리 탄탄한 것을 보니 미스릴이라도 섞인 걸까. 미스릴은 구하기도 쉽지 않고 가격도 비싼


재료였다. 하기야, 노예를 사는 데 200 만 골드를 쓸 정도면 고작 미스릴로 만든 족쇄가 문제일까.

란젤은 저를 산 자가 누구일지 고민해 보려다 포기하였다. 어차피 데온의 귀족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니 눈이
보였더라도 누구인지 알아볼 수도 없을 것이다.

란젤은 대신 제 꼴을 조금 더 신경 써서 살폈다.

얼굴에는 철로 된 가면이 새로 생겼고 목에도 쇠사슬이 걸렸다. 목걸이는 무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목을
움직일 때마다 걸리는 감촉을 보아하니 이것조차 쇠로 만든 것이 아닐까 싶었다. 고개를 뒤로 조금만 물려도
당겨지는 걸 보니 길이도 그다지 길지 않은 듯했다.

혀라도 깨물 거라고 생각했는지, 입에 막힌 재갈도 여전했다. 벌어진 입술에서 떨어진 침이 기대고 있던 침대


시트를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볼이 축축하다 못해 눅눅한 오트밀처럼 불어 터질 지경이었다.

란젤은 벌거벗은 제 상태를 무덤덤하게 확인한 후, 미약의 효과가 끝났음을 깨달았다. 그나마 한 가지라도
사라졌으니 최악까지는 아니려나. 이 꼴이 되어서도 뭐라도 안심할 구석을 찾는 자신이 우스워서 저절로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혼자 있는 줄 알았던 공간의 공기가 변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나 누군가 있는 듯한 기척은
느껴졌다.

순식간에 긴장으로 뻣뻣해진 몸을 웅크리자 작은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코웃음을 치는 소리였다.

“경계심이 꽤 강한 개로구나. 예민하기도 하고.”

목소리의 상대는 마차에 타고 있던 그 남자였다. 게다가 무척이나 가까운 곳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기척을 왜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

완전히 기척을 죽이고 있던 상대는 란젤이 그를 의식하자마자 존재감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피부로 느껴지는 그의 기세에 란젤의 온몸에서 근육이 팽창했다. 그 꼴을 본 남자의 입에서 또다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도 못 알아보는 똥개.”


남자의 목소리는 조금 늘어진 느낌이었다. 술에 취한 듯, 아니면 노래를 흥얼거리는 듯 가벼운 박자를 품고
있었다.

다음 순간 미약한 공기의 흐름이 얼굴 근처의 솜털을 간질이듯 흩어졌다. 란젤은 볼에 닿은 차가운 손에 놀라


고개를 물렸다가, 목에 찬 쇠사슬이 당겨지는 바람에 턱을 꾹 물었다. 입안을 가로지른 재갈을 물자 입꼬리
부근이 뻐근하게 저렸다.

상대는 란젤의 반응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차디찬 손으로 볼을 슬쩍 어루만지고 떨어졌다. 란젤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 때문에 볼과 어깨에 소름이 돋았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감각이었다.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인가.

란젤은 저도 모르게 떨리는 몸에 힘을 바짝 주며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이를 꽉 물고 소리를 참았다.

순간, 목에 감긴 쇠사슬이 거칠게 당겨졌다. 란젤은 나뒹굴듯이 앞으로 끌려가 엉거주춤하게 엎드린 채로 겨우
균형을 잡았다. 쇠사슬을 위로 당기는 힘이 없었더라면 볼품없이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말았을 것이다.

툭툭, 쇠사슬을 무신경하게 당기는 힘에 조금 더 끌려가니 턱 아래에 단단한 무언가가 닿았다. 아래턱을 누르는
둥근 그것은 아마도 남자의 무릎인 것 같았다.

“처음 봤을 때보다 얼굴 살이 빠졌군.”

쇠사슬이 위로 당겨지는 통에 고개를 치켜든 란젤의 얼굴 위로 남자의 숨결이 닿았다. 술을 마신 게 맞았나 보다.
그의 숨에서 약한 알코올 향이 맡아졌다.

란젤은 그가 저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 술 냄새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데온의 귀족이 자신을 알고


있다니. 대체 이자는 누구지.

남자는 란젤이 생각하게 가만두지 않았다. 우악스러운 힘으로 쇠사슬을 더 당기는 꼴이 마치 말 안 듣는 말이나
개를 훈련시키기라도 하는 듯했다. 남자는 제 가랑이 사이로 란젤을 이끌고 허벅지를 조여 몸을 가뒀다.

그러더니 턱관절을 강하게 감싸 쥐며 조용히 속삭였다.

“당분간은 살이 더 빠질 거다. 널 길들일 동안은 식사를 제한할 테니까.”

란젤은 남자의 목소리보다 제 턱에 닿는 남자의 차가운 손에 더 신경이 쓰였다. 그의 옷에서 나는 약한 꽃향기와


제 몸을 가두듯이 조이고 있는 허벅지가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져서, 귀를 파고드는 목소리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눈이 가려진 탓이다. 그래서 후각과 촉각이 더 예민해져서 두통이 일 지경이었다.

란젤이 다른 곳에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남자가 턱을 부술 듯이 힘을 주었다. 저절로 낮은 신음이 새어


나올 정도로 강한 악력이었다.

“으… 읍….”

남자는 란젤이 흘리고 있는 침이 더럽지도 않은지 턱을 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다른 곳에 정신을 팔 정도로 여유가 있나 보다만…. 경고는 한 번뿐이니 잘 들으렴. 네 주인의 말에 늘 귀를


기울이도록 해. 제대로 집중하지 않을 때는 혹독한 벌을 내릴 테니까. 알겠나?”
란젤이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대신 말을 잘 들으면 상을 주마. 그 상이 과연 네가 바란 것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몸이 편안해질 정도는 될


거다.”

란젤은 제 꼴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나라는 망해 지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모시던 왕이나
가족들의 생사를 알지 못하는 것도 서러울 일이건만. 그것도 모자라 노예로 끌려와 사람들 앞에서 그런 수치를
당하고, 얼굴도 모르는 놈의 개가 되었으니 말이다.

“난 내 개가 남의 손을 타는 걸 싫어해. 그러니 네 시중은 내가 들어줄 거야. 하지만 나는 꽤 바쁜 사람이라,


당분간 네가 길이 들 때까지는 하루 한 번으로 식사를 제한할 거다. 매일 같은 시간에 찾아올 테니 그 시간이
되면 꼬리를 치면서 나를 반기도록 하렴.”

길이 드는 걸 봐서 구속구를 치워주겠다는 남자의 말에 란젤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까.

남자도 재갈이 채워진 란젤에게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는지 별 반응이 없었다. 대신 그는 턱을 감싸고 있던 손을
움직여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게 웃었다.

“식사 시간에 배변도 맞춰야 하니 많이 먹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지.”

남자가 란젤의 짧은 머리카락을 움켜쥐어 위로 당겼다.

“일어나.”

두피가 당겨지는 고통에 란젤이 주춤거리며 일어나자 그가 한쪽 손으로 쇠사슬을 당겼다. 그제야 겨우 조이던
허벅지를 푼 남자가 란젤의 머리카락을 놓고, 허리를 감싸 끌어당겼다.

이게 무슨. 란젤은 엉거주춤하게 남자의 한쪽 허벅지 위로 끌어 올려졌다. 란젤이 자세를 제대로 잡기도 전,
남자는 허리를 잡았던 손을 내렸다. 차가운 손가락이 순식간에 란젤의 엉덩이 사이로 미끄러지듯 파고들었다.

란젤이 몸을 굳히며 허리를 뒤틀자 남자는 습, 작은 소리로 위협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 위협 따위보다


남자의 손길이 더 싫었던 란젤은 꿈틀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란젤도 자신이 성노예로 팔리게 된 것은 알고 있었으나, 알고 있다고 해서 수치심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여성기를 가지고 태어난 탓에 남에게 제 몸을 보이거나 손대게 한 적이 없었다. 하물며 이런
상황에 그 손길이 기꺼울 리가.

“움직이지 마.”

남자는 작은 목소리로 란젤을 위협하고는 단호하게 손을 가랑이 사이로 집어넣었다. 여성기의 입구 부근을 그가
거친 손놀림으로 문지르자 미약 때문에 젖어 있던 점막에서 질척한 소리가 들려왔다.

“생각지도 않은 옵션이 생겨서 당황스럽군. 뒷구멍부터 길들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잘 젖는 보지가 있으니 거긴
천천히 해도 되겠어.”

란젤은 미칠 것 같은 수치심에 몸을 뒤틀었다. 남자가 쇠사슬을 당겼으나 그것조차 무시하고 그의 손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을 쳐댔다.
몸이 휘청이는가 싶더니 쇠사슬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곧 쿵 소리와 함께 란젤이
남자의 허벅지 위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질 때 바닥에 닿은 어깨에 가해진 묵직한 체중 때문에 뻐근한 고통이 밀려왔다.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란젤은 남자에게서 조금이라도 멀리 벗어나기 위해 바닥을 꿈틀꿈틀 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번 꿈틀거리기도 전에 일어선 남자에게 따라잡혀 머리채를 잡혔다.

남자는 우악스러운 손길로 란젤의 짧은 머리카락을 쥐고 뒤로 한껏 당겼다. 고개가 크게 젖혀진 란젤의 입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신음이 흘러나왔으나 그의 손은 자비가 없었다.

상체가 붕 뜨고 두피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통을 참느라 이를 악다문 란젤은 남자의 힘에 뒤로
던져지듯 나가떨어졌다.

“하. 그새 내 말을 잊었네.”

남자가 란젤의 양발의 족쇄를 이은 쇠사슬을 밟았다. 잘그락 소리가 들려온 후 란젤의 얼굴 위에 무언가 간지러운
것이 닿았다. 남자의 머리카락인 것 같았다.

란젤은 제 무거운 몸을 한 손으로 집어 던진 남자의 힘에 놀라고, 아무 반항도 할 수 없는 제 꼴에 또 놀랐다.

노예상에게 끌려온 후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 탓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남자는 란젤의 무릎을 잡아 벌리며 음산할 정도로 낮게 중얼거렸다.

“분명 말을 잘 들으라고 했을 텐데.”

그 목소리에 등 뒤로 소름이 쫙 돋았다.

“말 안 듣는 개는 질색이라고, 내가 말 안 했나? 응?”

화가 난 것치고는 웃음기가 도는 목소리였다. 그게 더 소름이 끼치는 일이었지만.

란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야 너머로 얼굴도 모르는 남자의 악귀 같은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아 턱을 꾹


다물었다.

본능적인 두려움에 몸이 저절로 뒤로 물러났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꿈틀거리는 송충이처럼 엉덩이를 겨우 뒤로


뺐다. 하지만 노력한 보람도 없이, 남자가 란젤의 골반을 잡아당겼다.

란젤의 커다란 몸이 주르륵 미끄러졌다.

란젤은 제 몸에 팔이 깔려 더욱 움직이기 불편해졌다. 게다가 남자가 란젤의 다리 사이를 연결한 쇠사슬을 다리로
깔고 있어서 발버둥을 치려고 해도 발이 허공으로 떠오르지도 못했다.

란젤은 무력하기만 한 제 처지에 혀라도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란젤의
가랑이로 바짝 달라붙었다. 바지의 여밈을 푸는 듯 단추를 끄르는 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왔다.

“노예상이 처녀라고 자랑을 하기에 처음은 좀 살살 달래서 박아주려고 했더니만.”

그는 안타깝다는 듯이 끌끌 혀를 차고는 곧장 란젤의 좁은 구멍 안으로 좆을 밀어 넣었다.


“큽.”

차가운 손과는 비교도 안 되게 뜨거운 좆이 닫힌 입구를 찢을 듯이 벌리고 들어왔다. 란젤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들썩이며 남자에게서 벗어나려고 바둥거렸다.

“읏, 가만히, 좀, 있으라고 몇 번을 말하게 만들 참이지.”

퍽. 남자가 허리를 강하게 치받자 살이 찢어지는 듯한 격통이 느껴졌다. 란젤은 재갈을 악문 채로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온몸의 신경이 갈가리 찢겨 나가는 듯한 통증에 눈물이 핑 돌았다.

하지만 육체의 고통보다 더 란젤을 괴롭히는 것은 누구인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수치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재갈에 막혀 욕을 퍼부어주지도 못하고 몸을 이리저리 뒤틀기조차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란젤의 위에서 남자가 얄미울 정도로 여유로운 목소리로 지껄였다.

“좆이 끊어지겠네.”

그는 허리를 툭툭 밀어 완전히 삽입을 마친 후에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처녀 보지가 맞긴 맞나 본데…. 그 새끼는 네가 처녀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그 새끼가 누군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란젤은 턱의 근육이 뻑뻑한 소리를 낼 정도로 재갈을 문 채 고통과 수치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란젤의 목에 선 핏대를 가만히 어루만진 남자가 작게 웃으며 허리를 얕게 흔들었다.

“그 새끼가 네 보지 안에 손가락이라도 넣었어? 검지? 중지? 아, 뭐, 상관없나. 손목을 잘라 버리면 될


테니까.”

뭐라고 중얼거리는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놈이 움직일 때마다 고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하지 마, 이 미친놈아.

란젤은 고통에 겨운 신음을 참느라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순식간에 열이 확
올라왔다.

심장박동이 기분 나쁠 정도로 고막 가까이에서 들렸다. 몸을 뒤틀면 더 아파서 저를 꿰뚫고 있는 남자에게 저주를


퍼붓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동안 뭐라고 혼자 지껄이던 놈이 좆을 뒤로 빼냈다. 벌써 끝날 리가 없는데.

갑자기 사라진 고통에 란젤이 긴장하며 고개를 들었다. 턱이 덜덜 떨리고 어느새 관자놀이에 흠뻑 밴 식은땀이
흘렀다.

몸 안에 박혀 있던 두꺼운 기둥이 빠져나가자 그제야 숨이 터졌다. 란젤이 고개를 든 채로 파르르 떨리는 숨을


내뱉자 놈이 즐겁다는 듯이 쿡쿡 웃었다. 란젤은 입안에 잔뜩 고인 침을 힘겹게 삼키며 작게 기침을 뱉었다.

분명히 끝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무리 경험이 없는 란젤이라도 좆질이 이렇게 한 번 만에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하지만 놈은 어째선지 귀두를 구멍 끝에 걸친 채 움직이지 않았다. 꽉 틀어막힌 구멍이 침입을 거부하며


움찔거리자 놈이 낮게 탄식을 뱉었다.

“좆맛은 처음 보는 거라면서 왜 이렇게 졸라.”

놈이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움직임이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일부러 그러는 게 뻔했다.

란젤은 한 번도 입에 담아보지 않았던 욕설을 짓씹으며 들고 있던 고개를 뒤로 툭 떨궜다.

이놈의 결박이 풀리기만 하면 저놈의 목을 비틀어 버릴 테다. 턱인지 이빨인지 모를 것이 뿌드득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분노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집중하느라 분노할 시간도 부족했다. 게다가
눈이 가려진 탓에, 통각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곧 복수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어졌다.

놈이 슬금슬금 움직일 때마다 칼로 피부를 저미는 것 같은 고통이 잇따랐다. 뼈를 잡아 빼는 기분인 것 같기도


하고, 가랑이를 잡아 찢는 기분인 것 같기도 했다. 뭐가 됐든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란젤이 신음을 참자 놈이 곧 속도를 높였다. 샅이 닿을 때마다 철퍽철퍽 젖은 살끼리 마찰하는 소리가 질퍽하게
울렸다.

항문과 가까운 곳에 뭔가 물컹한 게 자꾸만 부딪쳤다. 그게 놈의 고환이라는 걸 깨달은 란젤은 수치심에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것만 같았다.

발로 걷어차 버릴 수라도 있다면 좋으련만. 여전히 놈이 깔고 있는 쇠사슬 탓에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놈은 안을 후려치듯이 좆을 박아댔다. 기능은 전혀 없이 모양뿐인 자궁 입구를 주먹으로 얻어맞는 것만 같았다.


검술 훈련을 처음 했을 때 스승님의 목검에 맞았던 것보다 더 아팠다.

배 속이 뻐근해서 허리를 들썩일라치면 놈이 콧방귀를 뀌며 란젤을 힐난했다.

“허리 흔들고 싶어서 미치겠어? 아무리 그래도 처녀면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좀 보여야… 지.”

몸이 긴장하면서 수축한 근육이 좆을 조이자, 놈이 말하던 도중에 작게 신음을 흘렸다.

란젤은 내벽이 수축할 때마다 지끈거리는 고통을 감내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벌거벗은 몸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었다. 바닥에 깔린 두툼한 카펫이 란젤이 흘린 침과 땀으로 눅눅해질 정도였다. 접힌 오금 뒤로도 땀이 흘렀다.

란젤은 남자의 허릿짓에 흔들리며 고통에서 의식을 분리하기 위해 애썼다. 차라리 다른 생각을 해볼까.

란젤도 3 년이 넘도록 군대에서 구르면서 별꼴을 다 봐왔다. 게다가 데온과의 전쟁이 시작된 후에는 병사들이
적군을 욕보이기 위해 이런 식의 강간을 하는 모습을 직접 보기도 했다.

적군, 아군 할 것 없이 자주 벌어지는 일이라 어찌 보면 대단한 일은 아닐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게 자신의 일이 될 거라고는 전혀 짐작도 하지 못했었다. 노예상에게 끌려갔을 때도 당연히 전투 노예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제 비밀을 들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있었으나, 골렘만큼이나 커다란 남자에게 좆을 박고 싶어 할 놈이 있을
거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너무 미련한 생각이었나. 차라리 포로로 잡혔을 때 혀라도 깨물고 죽어버릴 걸 그랬나.

수치심과 무력감이 주는 정신적인 타격이 생각보다 더 컸다. 란젤은 자꾸만 흔들리려는 정신을 다잡느라 뒤로
묶인 손의 주먹을 꾹 쥐었다.

남자는 이게 서열 정리를 위한 강간이라는 걸 조금도 감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말을 잘 들었으면 다정하게


해주려고 했다는 둥, 좋게 말할 때 말을 좀 듣지 그랬냐는 둥. 란젤에게 좆을 박아대며 계속 헛소리를 지껄였다.

그의 행동은 무척 거칠었다. 고통을 주려고 일부러 더 거칠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놈은 란젤이 의식을 몸과
분리하려고 할 때마다 일부러 모멸스러운 단어들을 뱉으며 조롱했다.

하지만 란젤은 놈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놈이


지껄이는 말보다 몸 안을 쑤시는 좆이 더 아팠으니까.

란젤의 위에 올라탄 남자는 지금의 행위가 체벌이라는 걸 주지시키고야 말겠다는 듯, 단호한 동작으로 좆을
박아댔다. 강한 충격에 란젤이 몸을 들썩이면 그게 즐겁다는 듯이 낮은 웃음을 흘리기도 했다.

“처음부터 잘 어울릴 것 같았거든.”

헉헉거리며 허리를 흔들어대던 놈이 란젤이 소리를 참지 못할 정도로 세게 박아 넣은 후에 작게 속삭였다. 허리를


둥글리는 꼴을 보니 사정을 하고 있나 보다.

구멍을 빠듯하게 채운 성기가 안에서 꺼덕거리는 감각이 갑자기 생생하게 느껴졌다. 괄약근이 조여들고, 내벽이
놈의 좆을 빨아들이는 건지 밀어내는 건지 모를 움직임으로 꿈틀거렸다.

그 생생한 감각에 란젤은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힘겨워 멍하니 헐떡이고 있자니,
사정을 마친 남자가 몸을 숙여 귓가에 거친 숨을 뱉었다.

“덜렁거리는 큰 젖을 쥐어짜면서 좆으로 뒷구멍이 너덜거리게 박아주면 잘 받아먹게 생겼다고 생각했지. 좆물에
푹 젖으면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았거든.”

또라이 같은 새끼. 계속 긴장하고 있었던 탓인지 놈이 멈추자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바짝 조여 물고 있던 구멍이 느슨해지자 남자는 아직 멀었다는 듯이 란젤의 가슴을 억세게 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온 근육을 터뜨리기라도 할 것처럼 강하게 쥐어 짜내더니, 그것으로 모자랐는지 아직 단단한 좆으로 다시
안을 헤집듯이 박아댔다.

“읍….”

부지불식간에 젖꼭지를 세게 꼬집힌 란젤이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악마같이 웃는 놈의 목소리를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귓가에서 속삭이는 목소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고개를 젓는 란젤의 마음을 알아챈 모양인지, 놈이 집요할 정도로 따라다니며 역한 소리를 지껄여 댔다.

“널 꼭, 암캐로 길들여야겠다고, 흣, 다짐했지. 그런데 괜한, 하아, 생각이었나 봐. 이건 그냥 암캐잖아.


사내놈이 보지를 달고 있을 리가. 게다가, 읏, 좆질 좀 해줬다고 박아달라고 졸라대고 있는 걸 보면, 천성인 거
같은데.”
놈이 란젤의 귓바퀴 뒤를 길게 핥았다. 소름이 오소소 돋아 몸을 움츠리자 좆이 박혀 있던 구멍도 자연스럽게
조여들었다. 동시에 놈이 귓가에 더운 숨을 크게 불었다.

“하아…. 이것 봐, 좆물을 싸달라고 난리가 났네. 한 번으로는 부족하지? 응?”

란젤은 소름이 돋은 어깨를 좁혔다. 이 미친놈은 대체 누구지.

란젤이 전쟁에서 마주친 데온의 귀족들이 많지도 않았다. 저를 알 만한 사람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고, 그


정도로 가까이에서 마주친 사람이라면 이렇게 목소리마저 낯설 리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뒤적여
봐도 이 목소리는 처음 들었다.

얼굴을 보면 이놈이 누군지 알 수 있을까. 굳이 눈을 가려둔 걸 보면, 생각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놈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고작 중령이었던 저에게 그런 높은 귀족이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상했다.

이러한 상황이니 이 미친놈이 누구인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데온의 고위 귀족? 이름만 대라고 하면 댈
수 있는 이름이 열은 넘을 것이다.

비록 얼굴은 몰라도 전쟁 중에 보고되는 군단의 수장만 해도 그 정도는 족히 넘었다. 하지만 그런 이들 중에 이런


미친 짓을 할 이유가 있는 놈이 과연 누가 있을까.

“란젤.”

마치 개를 부르듯이 툭 던진 이름을 의식하자 놈이 미친놈처럼 실실 웃었다.

“네 보지에서 좆물이 마르는 날이 없게 해주마. 그러니 앙탈 부리지 말고 얌전히 내 암캐가 되렴.”

놈이 안으로 깊이 좆을 쑤셔대면서 재갈 때문에 벌어진 란젤의 윗입술을 물어뜯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고통에 란젤이 억눌린 신음을 흘리자, 놈이 작게 웃으며 입술에서 흐르는 피를 빨아 먹었다.

츄릅, 츕, 쯉. 추접스러울 정도로 더러운 소리를 내가며 입술을 빨아 먹는 동안에도 놈은 짐승처럼 허리를
움직이며 좆을 안으로 깊게 박아댔다. 란젤은 아예 찍어 누르듯이 박아대는 놈 때문에 꿈틀거리는 것조차 포기한
채 무력하게 입술을 빨렸다.

놈은 찢어진 상처를 벌리려는 듯 뾰족하게 만든 혀끝으로 파헤치며 피를 빨았다. 솔직히 고통과 수치심보다
두려움이 더 느껴질 지경이었다.

이놈이 사실은 짐승인 게 아닐까. 놈이 위에서 허리를 흔들 때마다 무언가 살랑살랑 팔뚝과 어깨를 간질이는 걸
보면, 털이 긴 짐승이 분명했다.

적어도 인간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몸이 흔들릴 때마다 쪼그라든 채인 성기가 두 사람의 배 사이에서 문질러졌다. 그럼에도 란젤은 아무런 쾌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고통의 연속, 끝나지 않는 고행뿐.

안이 붓기라도 했는지, 계속 쓸린 내벽이 홧홧하게 쓰렸다. 덕분에 뻐근하던 동통은 오히려 한층 꺾였다. 아니,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놈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란젤이 고통에 익숙해질라치면 귀신같이 멈추는 것만 봐도
그랬다. 그럼 마비되었다고 생각했던 고통이 다시 새롭게 느껴졌다.

놈이 안을 쑤실 때마다 란젤은 머리채를 같이 잡힌 기분이 들었다. 계속 피가 몰려 있던 머리가 터질 듯이 아프고,


두피를 따라 소름이 돋았다.

그런데도 이 악랄한 놈은 어떻게든 괴롭히고 싶어서 안달이 난 모양이다. 찢어진 윗입술에서 피가 멎자 이제는
아랫입술을 깨물어 찢더니 쪽쪽 빨아대기 시작했다.

정신을 놓고 싶어도 그럴 수조차 없게 만드는 악마 같은 놈의 행태에 진저리가 났다. 하지만 결박된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점점 분노가 옅어지면서 무기력한 감정만 짙게 찾아왔다.

놈은 란젤을 다루는 방법을 기막히게 잘 고른 것 같았다. 상명하복에 익숙한 란젤은 금방 놈이 저보다 위라는 걸
받아들였다. 놈이 개니 암캐니 하던 말대로 정말 개와 비슷한 인간일지도.

란젤은 그와의 서열이 정리된 순간 속으로 자조했다.

어차피 중요한 건 사는 게 아닌가. 우선은 살자. 살고 봐야지. 롶데

그가 원하는 게 복종이라면 그런 척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군에 있을 때도 란젤은 제 머리로 생각하기보다


윗선의 명령을 그대로 이행하는 편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참을 것이다. 고통으로 죽는 사람은 없고, 수치심 역시 사람을 죽이지 못한다. 놈의 좆이 아무리
단단하고 크더라도 검이나 창이 아닌 이상 사람을 죽이지는 못하겠지.

란젤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가족들과 왕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는 노예상에게 끌려오는 도중에, 얼마 전
즉위한 데온의 새 황제가 고국의 왕성을 먼지로 만들었다는 소문을 어렴풋이 주워들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왕은
높은 확률로 산목숨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가족 중 한둘은 영지에 살아남았을지도 모른다.

작은형과 막내는 영지에 내려가 있었을 테니까. 아무리 데온 제국군의 숫자가 많더라도 시골 영지까지 뒤지기에는
시간이 모자랐을 테니까. 적어도 누군가는 살아 있을 거다.

어머니는 어떻게 되셨을까. 공무로 왕성에 출입하시는 아버지 때문에 1 년의 대부분을 수도에서 머무셨던 분이라
걱정이 됐다. 전쟁에 휘말려 돌아가셨을까. 혹여 저처럼 노예가 됐거나 고된 꼴을 당하고 계시는 건 아닐까.
아버지는 왕성에 있으셨을 테니, 왕처럼 높은 확률로 돌아가셨다고 봐야겠지.

란젤이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놈은 계속 입술을 물고 빨았다. 재갈로 벌어진 공간을 어떻게든


파고들듯이 움직이는 혀 때문에 둘의 타액이 뒤섞여 입안에 홍수가 난 것만 같았다.

남의 것을 삼키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목구멍을 닫았더니 넘친 타액이 질질 흘렀다. 저놈은 더럽지도 않나.
입술을 잡아먹을 듯이 빨고 있는 놈이야말로 말 그대로 ‘개’ 같았다.

그런 생각을 떠올린 순간, 놈이 입술을 떼었다. 검게 가려진 시야 너머로 눈이 마주친 기분이 들었다. 어째선지
상대가 웃고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자마자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유로워 보여서 좋은걸. 생각보다 더 튼튼해서 마음에 들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놈의 웃음소리가 조금 더 멀어진 곳에서 들렸다. 상체를 세운
듯한 놈이 무릎으로 란젤의 허벅지를 벌리며 즐거운 기색이 어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해도 되겠어. 그렇지?”

여태 본격적이 아니었다는 건가. 란젤의 의문은 그의 행동으로 답을 얻었다.

퍽.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고통이 밀려왔다. 배가 뚫리는 줄만 알았다. 저놈도 여태 나름대로 봐주고


있었다는 소리다.

“읍!”

저도 모르게 숨 막힌 신음을 내었더니 놈이 작게 웃었다.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가볍게 웃은 그가 란젤의 허리를


잡아서 끌어 내렸다. 그 손길과는 반대로 위로 튕기는 허릿짓에 배 속에 있는 무언가가 찢겨 나간 기분이 들었다.

“흐읍….”

자궁을 밀어 올릴 정도로 깊게 파고든 놈이 허리를 둥글리며 물었다.

“자궁이 아주 조신하네. 이렇게 박아도 입을 안 여는 걸 보니. 참, 자궁이 있으면 달거리도 하나?”

란젤은 놈이 무슨 소리를 하는 줄도 모르고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그저 아파서 정신없이 한 행동이었지만 그의


물음에 대한 정답이기도 했다.

“안 해? 모양뿐인 건가. 흐음.”

잠시 고민하듯이 콧소리를 내던 놈이 좆으로 안을 치대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일 년쯤 좆물에 절여지면 하게 될지도 모르지. 있는 걸 안 쓰는 것도 아까우니까 노력해 봐.”

놈은 미친놈처럼 낄낄 웃어대면서 좆을 강하게 쑤셔댔다. 머리가 흔들려서 뭐라는지 정확히 듣지 못했지만 대충


애를 낳으라는 소리 같았다.

재갈만 없었다면 대답을 해주고 싶었다. 그게 되겠냐, 미친놈아.

란젤은 놈이 제 몸을 가지고 노는 동안 너무 튼튼한 제 체력에 진절머리가 났다.

노예상에게 끌려다니던 한 달여간, 란젤은 하루에 손바닥보다 작은 빵 한 조각으로 겨우 허기를 채웠다. 당연히
전보다 체력이 떨어졌을 텐데도 불구하고 놈이 저를 고문하는 내내 기절조차 하지 않다니.

아무리 어린 시절부터 워낙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다지만 지금은 그런 제 몸뚱어리가 저주스러울 지경이었다. 물론


기절하지 못한 이유가 자신의 체력만은 아니고, 저놈 때문이기도 했다. 깔딱깔딱 숨이 넘어갈 지경이 되면
귀신같이 쉴 틈을 주었으니까.

놈은 네 번쯤 란젤의 안에 정액을 내보내고서 겨우 몸을 떼었다. 좆이 빠져나갔는데도 벌어진 구멍이 단번에


닫히지 않고 뻐끔거리며 질척한 액체를 뱉어냈다.
“벌써 이렇게 헐렁거리면 안 되는데, 큰일이네.”

조금도 큰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상쾌하게 들리는 그의 웃음소리를 듣자면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다음에는 흘리지 않고 조이는 법을 가르쳐야겠어.”

말캉한 입술이 숨을 헐떡거리는 란젤의 볼에 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옷을 여미기라도 하는지 부스럭 소리가
들려오더니 놈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내일 다시 올 거야. 오늘은 좆물로 배를 채웠으니 식사는 내일부터 가져다주지. 정 배고프면 흘린 거라도 핥고
있으렴. 참, 소변 아무 데나 싸면 혼낸다.”

저 말을 남긴 놈은 란젤을 바닥에 놓아둔 채 버려두고 정말 돌아가 버렸다. 혹시나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기다려
보았으나 턱도 없는 바람이었다.

란젤은 잠시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두툼한 카펫 위에서 숨만 헐떡였다. 벌어진 구멍이 움찔거릴 때마다
아랫배가 너무 아파서 식은땀이 흘렀다. 움직일 기운도 없거니와, 결박된 팔 탓에 일어나기도 쉽지 않았다.

한참을 쉬던 란젤이 다시 일어나 앉기까지는 꽤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갔다.

침대가 대체 어느 쪽일까. 란젤은 고요하고 캄캄한 상자 안에 갇힌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공간 속에서 제 숨소리만 크게 들려왔다.

그건 꽤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잠깐도 힘든 와중에 제가 얼마나 시간을 흘려보냈는지 짐작할 수단이 아무것도
없으니 더욱 그랬다.

Chapter 2

란젤은 다음 날 그놈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자신과 싸웠다.

놈이 오기만 하면 기어서라도 가면을 벗겨달라고 애원하고 싶은 마음을 다스리느라 죽을 맛이었다.

제 숨소리가 너무 큰 탓에 자꾸만 몸이 움츠러들었다. 이미 몸은 진정이 되었건만, 좀처럼 숨이 가라앉지 않아서


계속 헐떡이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제 숨소리가 고통스러울 줄이야. 란젤은 상상도 해보지 못한 상황을 견디느라
한숨도 잠을 청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소변이 마렵기 시작하면서 조금은 희석되었다. 하루 종일 먹은 것도 없는데 소변이 마렵다니, 그저
억울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꽤 간격을 두고 느껴지던 요의가 초 단위로 몰려오기 시작했을 때는 조금 죽고 싶었다.

그냥 싸버릴까. 그런 고민도 꽤 했다. 하지만 아직은 그렇게까지 바닥으로 내려가고 싶진 않았다. 카펫을 적시고
나면 몸의 체온이 떨어질 것도 걱정이었다.

그보다 제일 걱정되었던 일은, 돌아온 그놈이 제가 싼 소변을 핥으라고 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그놈은 분명 그러고도 남았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참아야 했다. 꽉 찬 방광이 뻐근하게 아팠으나 놈이 쑤셔댄
곳보다는 덜했다. 란젤은 여기저기 아픈 곳을 헤아려 보다가 결국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놈은 란젤이 고독과 싸우다 못해 지쳐 늘어질 때쯤 다시 나타났다. 문이 열리는 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희미한


공기의 움직임이 느껴지더니, 놈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얌전히 잘 있었나?”

잘이고 뭐고, 소변이 너무 마려웠다. 배고픔보다 배설 욕구가 더 강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란젤은 몸을
들썩이며 힘겹게 무릎을 꿇었다.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무릎으로 기어가려다가 짧은 쇠사슬이 당겨지는 바람에 그러지도 못했다.

희미한 꽃향기가 나는가 싶더니 곧 차가운 손가락에 뺨에 닿았다. 인간 같지 않게 찬 손가락에 흠칫 놀란 란젤은


무릎을 꿇은 채 상체를 굽혔다. 지금 당장에라도 방광이 터질 것만 같아서 내내 식은땀을 흘린 어깨가 오싹하게
저렸다.

“하루만에 꽤 길이 잘 들었네.”

“흐… 으… 읍….”

란젤은 제 뺨을 훑어 턱으로 내려간 손가락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말라붙은 목구멍으로 힘겹게 마른침이
넘어가자 놈이 손톱으로 목울대를 가볍게 긁고 떨어졌다.

온몸에 돋은 소름 때문에 감각이 예민해진 탓인가. 그 작은 손짓에도 소변이 샐 것만 같았다.

“급해?”

작게 속삭이는 음성에 란젤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화장실까지 갈 수 있겠어?”

끄덕끄덕. 화장실이 20 분쯤 기어가야 할 정도로 먼 곳이 아니라면. 놈도 더 애태울 생각은 없었는지, 어딘가에


매어두었던 쇠사슬을 푸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 위로 팽팽하게 당겨진 쇠사슬에 끌려 상체를 일으키자 그가 개를
부르듯 란젤의 이름을 불렀다.

“란젤, 팔은 아직 안 풀어줄 거니까 무릎으로 기어. 가다가 흘리면 핥게 할 거니까 조심하고.”

툭툭, 말이라도 끌 듯이 놈이 쇠사슬을 당겼다. 란젤은 끄응 앓는 소리를 흘리며 그가 당긴 쪽으로 무릎을


조심조심 움직였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크게 움직일 수 없었고, 무엇보다 소변이 나오기 직전이라 허벅지를 비비적거리듯이 겨우
나아갔다.

하지만 이거 언제쯤 도착하는 거지.

어쩌면 20 분보다 더 기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스스로 느낄 정도로 형편없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놈은 재촉하지 않고 느긋하게 란젤을 이끌었다. 방향을 알려주듯이 톡톡 당기는 쇠사슬만이 그가 지금


이 공간에 실재한다는 것을 인지시켜 주었다.

놈은 입을 열지 않았으나, 대신 피부에 느껴질 정도로 끈적거리는 시선으로 란젤의 몸을 위아래로 훑고 있었다.


예민해진 감각에 닿은 그의 눈빛이 마치 온몸을 커다란 혀로 핥는 것만 같았다.

“멈춰.”

어찌어찌 도착한 모양인지 놈이 란젤을 멈춰 세웠다. 그대로 멈춘 란젤은 그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몸무게에 눌린 무릎이 쑤시고 저렸으나 그보다 더욱 급한 일이 있지 않은가.

란젤은 뒤로 다가서는 놈의 기척을 느끼고 어깨를 긴장시켰다.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금세 눈치도 챘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이상하리만치 차가운 손으로 란젤의 성기를 슬쩍 잡았다.

“쉬.”

어릴 때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에 란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이미 너무 오래 참았고, 괜히 빼다가 저


미친놈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

란젤은 모든 걸 다 포기하는 마음으로 몸의 힘을 풀었다. 하도 참아서 처음에는 오히려 소변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놈은 질리지도 않고 ‘쉬-’ 하고 소리를 내었고, 란젤의 성기에서는 곧 물줄기가 거세게 쏟아졌다.

사정을 하는 것처럼 묘한 감각이 아랫배를 지지더니 전신에 전율이 일었다. 아랫배가 뻐근하게 아픈 와중에도
느껴지는 나른한 감각이 온몸에 소름을 돋게 했다.

그 얄궂은 감각에 몸을 떠는 란젤의 귓가에 축축하고 말랑한 것이 가볍게 닿았다 떨어졌다.

“흡….”

란젤은 뒤늦게 올라오는 지린내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가까이 다가와 있던 놈의 어깨에 뒤통수가
닿았다. 오줌발이 끊길 듯 끊기지 않고 계속되는 동안 남자의 입술이 예민하게 털이 선 귓바퀴를 살그머니 훑고
떨어졌다.

“오줌 싸면서 느껴?”

마치 ‘변태야?’ 하고 묻는 듯한 말투에 란젤의 목덜미에 열이 올랐다.

남자는 란젤이 소변을 다 본 것을 확인하고는 성기를 놓아주고 변기에 물을 흘려보냈다.

란젤은 그가 다시 쇠사슬을 당기는 방향으로 주춤거리며 발길을 돌렸고, 이번에는 기어가지 않고 걸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이렇게 두려울 일인가. 발을 하나 떼기조차 쉽지 않았다. 마치 잘못 디디면 어딘가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무릎으로 기어갈 때보다 무게중심이 높아진 탓인지 균형을 잡기도 쉽지 않았다. 란젤이 휘청거리면 남자는 당기던
쇠사슬을 잠시 느슨하게 놓아주었다가 균형을 잡고 난 후에 다시 당겨댔다.

몇 걸음 걷지 않아 발을 멈추었으나 란젤의 등은 그새 식은땀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긴장했어?”
갑자기 남자의 손이 턱에 닿는 바람에 란젤이 고개를 뒤로 물렸다. 그러자 목에 걸린 쇠사슬이 확 당겨졌다.
몸이 휘청거린 순간 균형을 잃은 란젤은 아차 하는 사이에 쏠리는 몸을 어쩌지 못하고 다가올 아픔을 기다렸다.

“조심해야지. 욕조에 얼굴을 박을 뻔했다고.”

우악스럽긴 해도 팔을 잡아준 건 고마운데, 저 말은 좀 재수가 없었다. 저놈은 양심이 없나.

하기야 양심이 있었으면 사람을 이렇게 묶어두고 감금하지는 않았겠지.

노예 제도가 없는 프라닐에서 자란 란젤은 데온 제국의 노예에 대한 처사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예라도
이렇게까지 막 대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성노예를 길들인답시고 눈을 가리고 전신을 결박하는 게 당연할 리가
없지 않은가.

란젤이 생각에 잠긴 사이, 남자는 뭔가를 조작하는 모양이었다. 끼릭끼릭 쇠가 갈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물이 쏟아졌다.

저게 그 수도꼭지인가. 데온의 상하수도 시스템은 다른 주변국에도 소문이 날 정도였다. 아직 물을 길어다 쓰는


프라닐에서는 욕조에서 바로 물이 쏟아진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쫄쫄쫄 나오는 게 아니라 저렇게 폭포처럼 쏟아진다니. 눈이 가려지지만 않았다면 한 번쯤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었다.

남자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느라 집중하고 있던 란젤이 우스웠던 모양이다.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가 우레같이 울리는 물소리를 뚫고 또렷하게 들렸다. 촌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씻는 동안은 구속구를 벗겨줄 거야. 어쭙잖게 반항하다가 혼나지 말고 얌전히 굴어.”

란젤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제일 먼저 재갈이 풀렸다. 어떻게 푼 거지. 란젤은 그가 손을 대자마자 소리도
없이 스르륵 풀린 재갈을 뱉어냈다.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가슴 앞에서 재갈을 받아 가는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뒤로 묶인 팔의 수갑 역시 절그럭거리는 소리도 없이 스르륵 풀렸다.

마법 장치라도 되어 있는 건가. 요즘 세상에 마법 장치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하긴, 데온은 드래곤의 비호를 받는 국가였다. 지금은 모든 드래곤이 사라졌고 마법조차 사라져 가고 있는
세상이지만, 데온은 아직 그럭저럭 마법의 명맥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한들 마법 물품은 꽤 비쌌다. 아무리 데온이라도 마법 물품을 예전처럼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예전에 만든 것들 역시 조금씩 힘을 잃어가고 있었으니까.

그런 걸 일개 노예에게 채워둘 정도의 재력이나 권력이 있는 이 남자는 대체 누구일까. 족쇄가 풀렸음에도 눈을


가린 가면이 사라지지 않자 란젤의 의문은 더욱 커지기만 했다.

남자는 가면을 끝내 풀어주지 않은 채 란젤을 욕조로 밀어 넣었다.

계속 긴장되어 있던 근육이 뜨거운 물에 잠기자 노곤하게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란젤이 입을 열고 나른한 숨을
내쉬자 머리 위에서 쿡쿡,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단순한 건 마음에 드네.”

이런 꼴을 당하고 고작 더운물 하나에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으니 저런 말을 들어도 당연한가.

하지만 성격이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릴 때 제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 부모님이 저를 볼 때마다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무표정하게 지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동요하지 않는 척, 무엇을 들어도 놀라지 않는 척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란젤은 여태 그런 줄 알고 살아왔다.

하지만 눈이 가려지고 나니 그게 얼마나 어설픈 자기 보호 본능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보이지 않는 자극에


흠칫거릴 때마다, 눈앞이 보이지 않아 불안할 때마다 란젤은 자꾸만 들썩거리는 제 마음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란젤이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연신 더운물을 끼얹으며 문지르는 남자의 손은 여전히 차가웠다. 사람이
아닌가. 어떻게 이렇게 손이 차지.

발가벗고 있던 자신의 몸도 완전히 데워진 상태인데 옷을 모두 입고 있을 저 남자의 손만은 여전히 차가웠다. 참


이상한 일이다.

몸 안에 들어왔던 그의 성기가 뜨거웠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자 그 의문은 점점 더 커졌다.

남자는 재갈을 물고 있던 란젤의 입가를 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렀다. 자국이 남았다며 투덜거리는 꼴이 마치


걱정이라도 하는 것처럼 들려서 그게 좀 우스웠다.

란젤은 입술에 고이는 물기를 혀로 핥으며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갈증 때문인지 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물어도 될까, 고민을 거듭했으나 입이 자유로워진 사이에 묻지 않으면 언제 또 질문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
않은가.

“누구십니까.”

순간 얼굴을 살살 문대던 손이 볼을 쭉 잡아당겼다.

“내가 누군데?”

질문은 이쪽이 했는데, 왜 도로 묻지. 의아해하던 란젤은 그의 질문에 대한 답을 금세 떠올렸다.

“주… 인님이시겠… 죠.”

“잘 알면서 왜 묻지.”

그러게. 머저리 같은 질문을 해버렸군. 란젤은 그의 말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질문을 조금 바꿔보았다.

“제게 왜… 아니, 저를 왜 사 오신 겁니까.”

그것도 200 만 골드나 내고서. 데온에서야 어떨지 몰라도, 프라닐에서 저 정도의 돈이 있다면 왕성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나라 절반쯤은 살 수 있지 않을까.
고작해야 노예 하나를 사기에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돈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특이한 노예라도 그렇지.
솔직히 너무 큰 금액이지 않은가.

“이유가 뭐가 중요해. 네가 내 노예가 됐다는 게 중요하지.”

그러니까 그게 왜 중요한 거냐고. 란젤은 그렇게 물으려다 말았다. 그래, 그렇다니 그런가 보지.

란젤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은 군대였다. 그곳에서는 윗선이 하는 말은 다 옳은 말이라, 상사가 서쪽에서


해가 뜬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해야 하는 게 란젤의 일이었다.

어쨌거나 저놈이 주인은 주인이니까. 그가 무슨 개소리를 해도 란젤은 딱히 반박할 마음이 없었다.

놈은 란젤의 상체를 살살 문질러 가며 씻겨주다가 좁은 욕조에 앉느라 위로 솟은 무릎 위에 손을 얹었다.

슬그머니 허벅지 안쪽으로 미끄러지는 손을 느낀 란젤은 저도 모르게 벌어진 무릎을 힘껏 닫았다.

뜨거운 물과 몸 사이에 남자의 손을 가두고 있자니 꼭 얼음을 입에 물고 있는 것만 같았다. 뜨거운 점막과 혀


사이를 차갑게 굴러다니던 얼음 말이다.

“란젤.”

놈이 또 개를 부르듯이 란젤의 이름을 불렀다. 그 짧은 말에서 웃음기를 발견한 란젤은 놈이 왜 즐거워하는지


짐작하느라 잠시 아무 대꾸를 하지 못했다. 대답해도 좋다는 허락이 없었으니 대답을 못 하기도 했다만.

허벅지 안쪽에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놈이 손톱을 세운 모양이다.

“주인님이 부르면 대답을 해야지?”

“예….”

“다리 벌려. 보지도 씻게. 좆물이 좋아서 뱉고 싶지 않은 마음은 알겠는데, 깨끗이 씻은 다음에 밥을 먹여줄
거니까.”

놈의 말에 란젤은 저절로 터질 뻔한 한숨을 겨우 삼켰다. 다리를 벌리자 쑥 들어온 손이 부어오른 입구로 바로


향했다.

“허리 좀 더 들어봐. 부었나 보게.”

놈이 란젤의 한쪽 오금을 당겨 욕조 가장자리에 걸쳐놓았다.

란젤은 양손으로 욕조의 가장자리를 잡고 그가 시키는 대로 허리를 띄웠다. 수치심이고 뭐고, 어차피 제 눈에
보이지 않으니 알 게 무언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오늘도 굶을 것이다. 경매가 진행됐던 어제도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여기로 끌려와서
여태 굶지 않았나. 솔직히 욕조에 담긴 물이라도 벌컥벌컥 들이켜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차피 어제도 실컷 보인 가랑이 사이쯤이야 또 내보인다고 무슨 문제가 있겠나. 괜한 수치심에 버티고 있다가
저놈이 빈정이라도 상하면 그게 문제지.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하기야 씻는 거라고 했으니 만지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 예민한 점막을 만지작거리는 손에 놀란 란젤이
몸을 들썩이자 욕조를 가득 채운 물이 첨벙거리며 밖으로 흘러넘쳤다.

남자가 작게 웃더니 보지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으며 지껄였다.

“누가 암캐 아니랄까 봐, 만져주기만 해도 좋아죽네. 허리 흔들지 말고 얌전히 있어.”

란젤은 어금니를 꽉 다물었다. 부어오른 내벽을 가르고 들어온 손가락이 휘저을 때마다 안으로 뜨거운 물이
들이찼다. 그 홧홧한 감각이 너무 이상해서, 몸을 지탱하느라 힘을 주고 있는 팔이 부르르 떨렸다.

아니, 이건 그저 배가 고파서 그런 걸 거다. 이틀이나 굶었고, 내내 뒤로 묶여 있었으니 팔에서 힘이 빠질 만도


하지 않은가.

남자의 차가운 손가락은 서서히 따뜻하게 변했다. 그가 안을 씻느라 움직일 때마다 닿는 곳의 온도가 달라서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란젤은 무거운 제 몸뚱이를 온전히 지탱하느라 팔에 잔뜩 힘을 주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곳에도 힘이 들어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만 좀 조여.”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온 손가락을 파닥거리며 웃는 놈의 목소리에 란젤이 턱을 꾹 다물었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대체 얼마나 더 씻길 셈이지.

놈의 손가락이 안을 벌릴 때마다 자꾸만 야릇한 감각이 느껴졌다. 간지럽고 찌릿하고 화끈거리는 그 감각의
정체를 란젤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가 내보낸 정액도 어느 정도는 다 씻겨 나갔을 텐데. 집요할 정도로 안을 벌리고 문질러대는 놈 때문에 란젤의
이마에는 어느새 핏줄이 섰다.

“부은 건지, 살인지 모르겠군. 안쪽에 살이 통통하게 차올라서 졸라대고 있거든. 부은 건 아닌 거 같지?”

놈이 주름진 내벽을 샅샅이 훑으며 작게 감탄사를 뱉었다.

“씻어도 씻어도 미끄러워서 좆물이 다 빠진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단 말이야. 뿌연 물이 더 안 나오는 걸 보면,


보짓물인가….”

잠깐 말을 멈춘 사이 놈의 손가락이 내벽을 긁으며 빠져나왔다. 놈은 젖은 손가락으로 란젤의 뺨을 슬그머니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거 봐. 찐득찐득한 거 느껴지지. 네 보지에서 나온 물이야.”

란젤이 입을 꾹 다물자 놈이 키득거리며 볼에 묻은 끈끈한 액체를 닦아주었다.

“잘 젖는 건 좋아. 좆에 환장해서 조르는 것도 좋고. 하지만 다른 놈한테도 이러면 안 돼. 알겠나?”

“예.”

대답을 잘해서인가. 놈은 그저 가볍게 웃은 후 란젤의 몸을 마저 씻겼다.


보송보송한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닦은 후, 방으로 돌아갔더니 고소한 향기가 물씬 풍겼다.

꿀꺽. 군침이 큰 소리를 내며 넘어갔다. 갓 구운 빵에서 나는 고소한 버터 냄새에 입안에 군침이 넘쳤다. 아까
씻으러 갈 때까지만 해도 아무 냄새가 나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씻는 도중에 누군가 준비해 준 모양이었다.

남의 손을 타게 만들기 싫다던 놈의 말을 떠올린 란젤은 대충 상황을 이해했다. 그는 그만큼 남을 부리는 일에


익숙한 고위 귀족일 거라는 걸. 그가 직접 케어해 주겠다고 한 말은 사용인이 준비하는 기본적인 모든 것을 다 뺀
얘기라는 걸.

놈은 잠시 멈춰 서 있던 란젤을 한쪽으로 밀고 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고소한 냄새가 한층 더 짙어졌다. 재갈을


벗고 있는데도 입에서 침이 흐를 것만 같았다.

“앉아. 밥 먹여줄 테니까.”

놈은 딱히 무릎을 꿇리지 않고 란젤을 바닥에 앉혔다. 등 뒤로 닿는 침구의 감각이 침대 밑에 와 있음을


알려주었다. 등을 침대 옆면에 대고 앉은 란젤은 점점 짙어지는 고소한 빵 냄새에 홀린 듯이 입맛을 다셨다.

“자.”

코끝에 버터 향이 진하게 맡아졌다. 란젤은 냄새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고 한동안 놈의 손바닥에 대고 코를


킁킁거렸다. 손가락부터 얼굴을 문지르며 타고 올라가자 움푹한 부분에 작게 뜯어낸 빵이 있었다.

란젤은 입을 벌려 빵을 삼켰다. 굶주린 개처럼 허겁지겁 혀를 내밀어 놈의 손바닥을 핥았다.

턱을 움직여 씹기도 전에 혀에 밀가루 특유의 단맛이 확 퍼졌다. 작은 빵조각은 씹을 필요도 없이 금세 녹아


목구멍 너머로 사라졌다. 그 단맛에 볼 근처가 아플 정도로 침이 샘솟았다.

입안에 흥건하게 고인 침을 삼키자 다시 턱 끝에 손가락이 닿았다. 란젤은 고민하지 않고 놈이 주는 빵을 핥아


입에 넣고 우걱우걱 씹어 삼켰다.

굶주림의 끝에서 먹은 빵은 너무 달았다. 짭조름한 버터 향, 부드럽고 쫄깃한 밀가루의 탄력. 얼마 만에 느껴본


고급 빵인가.

귀족인 란젤은 군에 있을 때도 그럭저럭 좋은 식사를 받아먹었다. 전세가 불리해지면서 보급이 어려워진 후에도
장교들의 식사는 일반 병사들보다 훨씬 나았다.

하지만 노예로 끌려오고서는 그런 식사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돌덩이처럼 딱딱한 빵은 밀가루의 단맛은커녕,
곡물 특유의 고소한 맛이나 짠맛조차 느껴지지 않는 무언가였다.

그걸 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단순히 둥글고 부풀어 있으며 구웠다는 이유뿐.

그런 것을 한 달이 넘도록 먹다가 버터가 들어간 보들보들한 빵을 먹으니 어디선가 팡파르가 울리는 듯한 기분이
들 지경이었다. 빵이라는 게 이렇게 맛있는 거였나.

란젤은 이제 진심으로 여신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기도를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배가 많이 고팠나 보군.”

당연한 걸 말한 남자가 느긋하게 빵을 잘라 내밀었다. 란젤이 입으로 빵을 삼키느라 손바닥에 침을 흘려도 놈은


그저 가볍게 웃기만 했다.
작게 잘라 내민 빵은 금세 동이 났다. 란젤은 제 침을 놈의 손바닥과 제 얼굴 여기저기에 묻힌 채로 멍하니
기다렸다.

빵 한 덩이로는 배가 찰 리가 없었다. 이틀이나 굶은 것도 문제지만 애초에 란젤은 평균보다 더 많이 먹었다. 한


달이 넘게 그 배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으니 고작 이 정도로는 뭔가를 먹었다는 기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어중간하게 가시지 않은 허기 때문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꽤 크게 울렸다. 란젤은 갑자기 제 턱에 닿은 차가운
손가락에 흠칫거리며 턱을 들었다.

놈이 턱 아래를 살살 간질이며 처음보다 꽤 친절해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당분간은 하루에 하나로 만족해.”

아쉽지만 어쩔 수 있나. 란젤은 그에게 턱이 잡힌 채 조용히 대답했다.

“예.”

“계속 주인님이라고는 안 부르게?”

놈은 장난처럼 물었고 란젤은 망설이지 않았다.

“주인님.”

이런 호칭이 뭐가 어려울까. 어차피 계급 사회가 아닌가. 저보다 높은 사람들이 줄줄이 있던 군 생활에 익숙한
란젤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마음이야 어떻든, 주인님이라는 단어가 그저 놈의 계급이라고 생각하면 입 밖에 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제대로 몸을 회복할 때까지, 놈의 경계심이 풀릴 때까지 말 잘 듣는 개 노릇 정도야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말을 잘 들었으니 빵 한 덩이 정도는 더 먹을 수 있을까. 그런 기대를 품은 란젤이 군침을 넘겼다. 목구멍으로


침 덩어리가 크게 넘어가면서 꾸르륵 소리가 튀어나왔다.

놈이 란젤의 볼을 살살 쓰다듬으며 코로 웃었다.

“내일은 식사량을 좀 더 늘려주마.”

오늘은 어림도 없다는 소리인가. 란젤은 그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주인님.”

빵은 더 얻을 수 없었지만 대신 우유를 한 잔 얻어먹었다. 하루가 넘게 갈증을 느낀 목을 축이기에는 형편없는


양이었지만 그럭저럭 숨통이 트일 정도는 되었다.

놈이 먹여준 우유를 마신 란젤은 크게 숨을 터뜨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뭔가 배에 들어가자 포만감이 느껴진


탓이다.

놈은 곧 목줄을 가져와 채우고는 쇠사슬을 가볍게 위로 당겼다. 툭툭 짧게 당기는 힘에 란젤이 일어서자 놈이


발가벗은 엉덩이를 툭툭 두드렸다.
“침대로 올라가.”

재롱을 피울 시간이라는 남자의 말에 란젤은 주춤주춤 침대 위로 올라갔다.

또 어제와 같은 일을 하는 건가. 그 고통을 떠올린 란젤은 근육을 긴장시키며 놈의 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놈은 잠시간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끈덕지게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긴장한 피부 위로


느껴졌다. 아무 짓도 당하지 않았건만 어깨에서부터 솜털이 조금씩 일어서더니 등과 팔을 따라 소름이 돋았다.

그제야 놈이 란젤의 팔뚝을 쓸어 올렸다. 맨 처음 차가운 손끝이 닿았다가 곧 조금 더 온도가 높은 손바닥이


팔뚝의 근육을 감싸듯이 쥐었다. 놈은 상태를 확인하는 듯이 근육을 조물조물 만져댔다.

팔뚝을 만지고 올라온 손끝이 어깨를 스쳤을 때 란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바짝 선 솜털을 스치는 그 작은
감촉에 두피가 당기는 기분이 들었다. 눈이 가려진 상태라 몸에 닿는 감각이 너무나 예민하게 느껴진 탓이다.

어깨를 넘어 등을 넓게 쓸어 내려갔던 놈은 란젤의 한쪽 엉덩이를 세게 움켜쥐었다. 자극에 놀라 힘이 들어간


엉덩이가 단단해지자 머리 위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제 보니 소리를 안 내더구나. 네 보지가 아무리 쫄깃해도 소리를 참고 있으니 흥이 나야 말이지.”

그런 것치고는 어제, 네 번인가 사정하지 않았던가. 지긋지긋하게 안을 헤집던 좆을 떠올린 란젤이 이마를
미미하게 굳혔다. 그걸 발견했나. 놈이 손바닥으로 이마에서부터 뒤통수까지 길게 쓸어 넘기며 속삭였다.

“좋은 걸 준비해 왔으니 마음에 들 거다.”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란젤의 감은 꽤 잘 맞는 편이었고, 역시나 이번에도 잘 맞았다.

놈은 란젤이 다리를 벌리게 한 후, 가랑이 사이에 무언가 찐득한 액체를 발랐다. 갈라진 보지 안까지 발린
차가운 액체는 금세 뜨거워졌다.

예민한 점막이 금세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노예상이 발랐던 미약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미약이 몸을
덥히며 야릇하게 간지러운 감각을 주었다면, 이번에 발린 액체가 전하는 건 고통에 가까운 간지러움이었다.

따끔거리고 화끈화끈한 간지러움에 란젤이 허벅지를 모으자 놈이 가랑이를 만지던 손으로 구멍을 들쑤시며 스읍,
엄하게 주의를 주었다.

“다리 오므리지 마.”

놈은 보지 구멍 안쪽까지 꼼꼼히 액체를 바른 후에 손가락을 빼냈다. 그리고 잠시 곁을 떠나더니 금세 돌아왔다.


손이라도 씻고 온 모양이었다. 물기가 남은 차가운 손이 열이 오르기 시작한 볼에 닿았다.

“게름나무 진액을 발라두었으니 반나절 정도는 가렵고 따끔거릴 거다. 보지를 긁고 싶어서 미칠 때쯤에는 소리를
지르고 싶어질 거야.”

놈이 어디선가 쇠사슬을 끌어왔다. 원래 란젤을 묶었던 것과는 달리 침대나 천장 어디쯤 연결된 듯했다. 긴
쇠사슬이 달린 수갑을 양손에 하나씩 채운 놈은 란젤의 손이 가랑이에 닿지 않도록 사슬의 길이를 짧게 조절했다.

그사이, 란젤은 미칠 것 같은 가려움을 느끼고 허리를 들썩대느라 바빴다.

열이 홧홧하게 오른 점막이 부어오른 탓에 오므린 허벅지를 비비면 저들끼리 비벼졌다. 그러면 그나마 조금
간지러움이 덜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란젤이 하반신을 비틀며 허벅지를 비비적거리자, 놈은 양발에도 각각 쇠사슬이 달린
족쇄를 채워 바짝 당겨두었다.

“간지럽지?”

놈이 란젤의 머리맡에 엉덩이를 걸치며 물었다. 란젤은 이를 악물고 숨을 코로 몰아쉬다가 겨우 그의 질문에


답했다.

“예… 후, 흡, 간, 지럽, 습니다.”

이걸 겨우 간지럽다는 단어로 표현해도 되는가. 제가 아는 그 단어는 이렇게 고통스러운 상태를 말하는 단어가
아니었는데. 하지만 딱히 그 말 말고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어쩔 땐 따끔거리는 것처럼 아픈가 싶다가, 또 어떨 때는 개미 수십 마리가 기어가는 것처럼 간지러운 감각이었다.

벌어져서 공기에 닿는 점막은 그나마 상황이 나았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구멍 안이었다. 가뜩이나 좁은 공간이
진액 때문에 내벽이 부어오르면서 더욱 좁아진 탓이다.

내벽이 움찔거릴 때마다 부어오른 부위가 문질러지면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기분이 들었다. 작은 바늘 수천 개로
찌르는 것 같기도 했다.

란젤이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단단하게 묶인 쇠사슬은 금속성의 소리만 울릴 뿐, 사지를 움직일 수 있게
해주지는 않았다.

씻은 지 얼마 안 된 몸에 진땀이 흠뻑 배어 나왔다. 이마의 땀은 관자놀이를 따라 머리카락 속으로 스며들었고,


몸에 난 땀은 빳빳하게 말린 침대 시트를 금세 눅눅하게 만들었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끙끙 앓고 있는 란젤을 지켜보던 놈이 얄밉게 웃으며 젖은 피부를 어루만졌다.

“견디기 힘들면 어떻게든 해달라고 졸라봐. 보지를 쑤셔달라고 하든, 긁어달라고 하든 최선을 다해서 졸라보렴.
내 마음이 풀리게 만들면 돼.”

계속 몰려오는 감각의 해일 속에서 란젤은 놈의 말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마음을 풀게 하다니. 화라도 났다는 말인가. 대체 왜.

놈은 란젤의 두툼한 가슴팍을 손끝으로 살살 어루만졌다. 피부보다 약간 더 짙은 색의 유륜을 손끝으로 살살


긁어가면서 놈이 작게 웃었다.

“란젤, 얌전한 척을 하면서 같잖게 간을 보면 모를 줄 알았나. 응?”

“그, 그런 적 없, 습니다….”

“거짓말.”

놈이 짧게 대꾸하며 란젤의 유두를 비틀었다. 온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강한 아픔에 허리를 들썩이자 반사적으로
내벽이 조여들었다. 고통이 연속적으로 몰려오면서 미칠 것만 같았다.
“헉… 윽….”

란젤은 이를 악물고 신음을 참았다. 두툼한 목에 핏줄이 서고, 꽉 다문 턱의 근육이 불끈거렸다. 놈은 유두를
비틀던 손가락에서 힘을 빼며 살살 문질러댔다.

피가 통하면서 자르르한 감각이 느껴지자 저절로 숨이 크게 터져 나왔다.

고개를 치켜들고 거칠어진 숨을 헐떡이는 란젤에게 놈이 얄궂은 음성으로 속삭였다.

“소리를 참지 말라니까. 앙앙 울든, 엉엉 울든. 참지 말고 울어. 비명을 지르라고. 나를 제대로 불러, 란젤.
빵이나 얻어먹으려고 부르는 거 말고, 마음을 담아서 부르란 말이다. 알겠나?”

그게 말이 쉽지. 약한 소리가 흘러나오려고 할 때마다 란젤은 턱을 꾹 물었다. 이가 빠드득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신음을 흘리는 것보다 그게 나았다.

란젤은 콧숨을 거칠게 뿜으며 몸을 뒤틀어댔다. 사지가 결박당해 고작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정도가 다였지만
말이다.

이건 분명 고문이었다. 고통에 가까운 간지러움을 참느라 몸에 힘을 주면 내벽이 함께 조여졌다. 그럴 때마다


안쪽의 자극이 너무 과했다. 란젤은 어떻게든 소리를 참기 위해서 온몸의 근육을 부풀리며 팔과 다리에 힘을
주었다.

손과 발에 연결된 쇠사슬이 철컹거리며 한계까지 당겨지기를 반복했다. 고개도 가만히 둘 수가 없었던 란젤이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고 치켜세우면 놈이 콧방귀를 뀌었다.

“인내심이 대단해. 아주 감동적이야.”

놈은 란젤의 머리 근처에 엉덩이를 대고 앉은 채 불끈거리는 근육을 이리저리 만져댔다. 점점 예민해지는 살갗에


닿는 감촉이 란젤을 더욱 미치게 했다.

“큿….”

사지에 힘을 넣고 허리를 띄웠던 란젤이 한순간 몸에서 힘을 풀었다. 계속해서 힘을 주고 있느라 머리가 뻐근할
지경이었다. 지치고 힘들고 피곤했다. 어제도 제대로 된 잠을 청하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만.

힘이 빠진 란젤이 입을 벌리고 숨을 헐떡이자 놈이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살살 쓸어 넘기며 속삭였다.

“아직은 참을 만해?”

예, 라는 말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오려다가 이어진 놈의 말에 쏙 들어가 버렸다.

“좀 더 버텨. 그래야 길들이는 재미가 있지. 벌써 지치면 너무 실망스러울 것 같거든.”

차라리 당장 풀어달라고 사정을 해볼까. 애원하고 죽겠다고 줄줄 울어대면 실망한 놈이 다시는 찾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다.

란젤은 자신이 어디에 갇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니까.

게다가 저놈은, 흥미가 떨어졌다고 곱게 풀어줄 것 같지도 않았다. 이렇게 묶어두고 가버리면 며칠이 지나 더러운
몰골로 굶어 죽은 채 발견되겠지. 그런 꼴이 되는 건 사양이었다.

아주 잠깐 입을 벌린 채 숨을 몰아쉬었다고 입안이 바짝 말랐다. 란젤은 입맛을 다시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 감각에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내벽이 움찔거릴 때마다 간지러움이 새로 생겨났다. 마치 몸 안에 커다란 벌레


같은 것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게 제 속살이라는 사실이 억울할 정도였다.

그것도 모자라 놈의 손가락이 자꾸만 바짝 선 솜털을 깔짝거렸다. 소름이 돋아서 예민해진 피부를 손끝으로만
건드는 놈 때문에 저절로 어깨가 움찔거렸다.

“흐….”

놈은 머리카락이 자라는 이마의 끝과 귓바퀴 같은 예민한 부분만 만지작거렸다. 란젤이 지쳐서 몸을 늘어뜨린
순간만 되면 놈은 기다렸다는 듯이 낄낄 웃어가며 저 짓을 해댔다.

이쯤 되니 란젤도 의문이 생겼다. 저놈이 바라는 게 대체 뭐란 말인가. 애원을 하라더니, 너무 쉽게 매달리지도


말라니. 뭐 어쩌라는 거지.

애매한 고통이 길어지자 점점 정신이 몽롱해졌다. 란젤이 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흐느적거리자 놈이 가슴을 꾹
쥐어 주물렀다. 두툼하게 올라온 가슴 근육을 쥐어짜며 놈이 란젤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암소도 이것보다는 젖이 작겠어.”

가슴을 쭉 모아서 짜듯이 훑은 놈이 입맛을 다셨다.

“개가 더 좋긴 하지만, 어차피 암놈이면 소도 상관없겠지.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소처럼 젖을 짜봐야겠어.
얼마나 나올지 기대되는군.”

한 양동이 정도는 가볍게 채울 것 같지 않냐는 놈의 희롱에 란젤은 죽을힘을 다해 그나마 자유로운 고개를 힘껏
저었다.

“임, 신이, 흐, 될 리… 없, 습니다.”

란젤은 남자였다. 여성기를 달고 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여자에 가깝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저놈은 왜 자꾸 저런 소리를 하는 건가.

“안 쓰는 기관이 퇴화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 하지만 반대로 생각을 해보렴. 너무 안 써서 기능을 제대로 못
하는 건, 쓰다 보면 나아질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닐까.”

놈은 아예 란젤의 머리 뒤로 한쪽 팔을 넘겨 양쪽 가슴을 주물러대며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러니까 열심히 써주겠다는 거다. 그러다 보면 네 보지도, 이 젖도 원래는 자기가 암컷이었다는 사실을 금방
기억해 낼지도 몰라.”

놈이 차가운 손으로 란젤의 가슴을 파이 반죽처럼 주물렀다. 근육이 뻐근하게 당길 정도로 위로 끌어 올렸다가
손바닥으로 펼 것처럼 밀었다.

가슴 쪽이 약하게 욱신거렸다. 아래를 달구는 고통보다는 덜하지만, 차가운 체온 때문인지 그쪽이 더 신경 쓰였다.

란젤은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랑이 사이가 고통스러운 것보다 가슴이 조금 쑤시는 게 훨씬 나았으니까.
하지만 놈이 가슴에 돋은 알갱이를 꼬집어대자 상황이 달라졌다. 그때부터는 양쪽이 다 괴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놈이 손톱으로 젖꼭지를 짓이기면 허리가 절로 들썩거릴 정도로 격통이 느껴졌다. 그래서 몸을 뒤틀어대면 아래가
조여지면서 내벽의 화끈함이 잔인할 정도로 선명하게 전달됐다.

“흡, 크… 읏, 윽….”

란젤은 어느새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아직은 꽉 다문 입술 사이로 작게 흘러나오는 정도였으나,
이게 얼마나 갈까. 스스로도 장담할 수 없었다.

놈이 괴롭힌 유두가 점점 홧홧하게 부어오르면서 더욱 자신을 잃었다. 껍질이라도 벗겨진 건지, 놈의 손가락이
닿을 때마다 젖꼭지가 쓰라렸다. 힘이 바짝 들어간 가슴 근육이 놈의 손바닥 아래에서 거세게 꿈틀거렸다.

“란젤.”

놈이 부르는 소리에 저 멀리 날아가려던 의식이 다시 돌아왔다.

“이쪽으로 고개 돌려.”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놈의 머리카락이 란젤의 이마를 덮었다. 그리고 곧, 달큼한 냄새를 풍기며
놈이 란젤의 입술을 핥았다.

“벌려.”

놈의 목소리가 어쩐지 낮아졌다. 놈이 몰아쉬는 더운 숨이 란젤의 코끝과 입술 위로 짙게 퍼졌다.

란젤이 입을 벌리지 않자, 놈은 살살 굴리며 놀던 젖꼭지를 힘껏 잡아당겼다.

“아!”

뾰족한 아픔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젖힌 란젤은 바로 놈에게 입술을 먹히고 숨을 멈췄다. 한순간에 입안을 가득
메운 혀가 빠르게 움직였다. 깊이 파고들어 와 입천장 안쪽을 집요하게 문지르자 입안에 금세 침이 고였다.

란젤이 목구멍 부근에 고인 침을 삼키자 놈이 입을 맞붙인 채로 클클 웃었다. 꿈틀거린 혀에 놈이 혀를 얽으면서


강하게 빨았다. 젖꼭지는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프고, 혀뿌리는 빠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어디서 이렇게 침이 샘솟는 것인지. 란젤은 자꾸만 입안에 넘치듯 고이는 침을 삼키느라 바빴다. 나중에는
그게 제 것인지, 놈의 것인지 아리송할 지경이었다.

입술이 부풀 정도로 거칠게 입을 맞추던 놈이 한참 후에야 입을 떼며 말했다.

“혀라도 깨물 줄 알았더니, 의외로 얌전하네. 착하다.”

솔직히 깨문다는 생각을 아예 떠올리지도 못했다. 뒤늦게 그래도 됐을 거라는 걸 알았더니 괜히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놈은 란젤의 관자놀이에 입을 맞추고는 꽉 쥐었던 젖꼭지를 놓아주었다. 저릿저릿한 감각에 란젤이 숨을 헐떡이는
동안 놈이 아예 침대에서 일어섰다.

“란젤, 애원해 봐.”


갑자기 뭘 하라고. 란젤이 거칠게 터진 숨을 죽이며 놈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뭐든 해봐. 딱 30 초 줄게.”

란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놈의 말을 이해조차 하지 못했다. 머리가 멍해서 그저 숨만 고르다 보니


30 초는 금세 흘러갔다. 놈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코웃음을 흘렸다.

“밤새 날 그리워하고 있겠구나.”

“주인, 님?”

설마, 정말 이대로 가겠다고? 란젤은 그제야 놈이 애원해 보라던 소리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고 버둥거렸다.

“주인님?”

몇 번 더 불러보았으나 놈은 그대로 사라졌다. 올 때처럼 문소리 하나 없이.

처음에는 허탈했는데 나중에는 이가 득득 갈렸다. 놈의 말대로 반나절쯤 지나자 간지러움은 사라졌지만 내벽이
붓기라도 했는지 이상한 기분이 내내 들었다.

란젤은 반나절 동안 내내 몸에 힘을 주고 펄떡거리다가, 겨우 몸이 편안해진 순간 온몸의 힘을 풀고 늘어졌다.

완전히 탈력한 와중에도 잠은 오지 않았다. 불편한 자세와 축축한 가랑이 사이가 불편한 탓이었다.

잠깐 의식을 잃듯이 졸다가 깨어나면 온몸이 뻐근해서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당겨진 어깨가 빠질 듯이 아프고,
내내 허리를 들썩이느라 긴장한 등이 뻐근했다.

씻고 싶고,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니 어느새 놈이 어서 오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란젤이 놈의 기척을 기다리다 지쳤을 즈음, 밤새 흘린 땀 때문에 엉킨 머리카락 사이로 바람이 부는 느낌이
들었다.

“주인… 님…?”

잔뜩 쉰 목소리로 그를 부르자 생긋 웃는 것처럼 기분 좋게 들리는 목소리가 대답했다.

“기다렸지, 란젤.”

“예….”

란젤의 힘없는 대답에 놈이 즐겁게 웃었다.

놈은 어제처럼 란젤의 배변을 봐주고 몸을 씻겼다. 놈은 턱과 목을 따라 면도까지 꼼꼼히 해준 후에 뜨거운 물에


란젤을 담그더니 좋은 냄새가 나는 향유도 뿌려주었다.

당연한 순서인 것처럼 가랑이를 벌리게 한 놈은 란젤의 안에 손가락을 넣고 감탄을 내뱉었다.


“보지가 부어서 푸딩 같은 느낌이야.”

말랑말랑해진 살을 놈이 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르자 곤란해진 건 란젤이었다. 부어서 예민해진 피부가 마찰할


때마다 자꾸만 구멍이 조여들었다. 발가락이 간질거리는 감각에 저절로 허리가 떠올랐다. 놈이 안을 넓게 훑다가
손가락을 빼냈을 때는 저절로 헐떡이는 숨이 터져 나왔다.

놈은 란젤을 일으켜 욕조의 가장자리를 잡으라고 하고는 양손을 사용해 엉덩이를 벌렸다.

란젤은 욕조의 좁은 쪽에 갇히듯, 몸을 접고 엎드린 채 놈에게 가랑이를 고스란히 내보였다. 부어서 도톰해진
보지살을 헤치고 벌리자 숨어 있던 구멍이 오물오물 입을 여는 게 스스로도 느껴졌다.

숙이고 있는 얼굴에 열이 올랐다. 놈의 숨결이 가랑이 사이에 닿는 것이 수치스러웠다.

발름거리는 구멍을 한참 바라보던 놈이 몸을 일으키더니 바지의 여밈을 푸는 기척이 났다.

란젤은 욕조 때문에 높아진 등을 꾹 누르는 힘에 엉거주춤하게 무릎을 굽혔다. 뒤에서 단단하고 두꺼운 성기가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뜨거운 것이 닿자 더욱 야릇한 감각이 느껴졌다.

간지러운지, 화끈거리는지, 아니면 둘 다인지 모를 감각에 소름이 돋았다. 놈이 단번에 성기를 삽입하더니
나른하게 한숨을 쉬며 속삭였다.

“장난 아닌데. 보지에 살이 찐 것처럼 조여. 도톰하게 부어서, 입술로 빨아들이는 것 같기도 하고….”

삽입이 끝난 줄 알았는데 놈이 말하는 동안에도 안으로 자꾸 밀려 들어왔다.

란젤은 첫날과는 확연히 다른 감각에 소스라치며 고개를 젖혔다. 부어오른 내벽이 뜨거운 불에 지져지는 것만
같았다. 놈의 성기가 불끈거릴 때마다 안쪽이 저릿저릿해서 입술 사이로 저절로 소리가 흘러나왔다.

“흐… 으….”

놈은 완전히 만족스러운 반응이었다.

“좋아, 잘 씹고 있어. 아, 미치겠네. 란젤, 그거 더 해봐, 응? 보지로 씹는 거, 더 해봐.”

놈은 아예 젖은 란젤의 등 위로 몸을 기대며 황홀한 목소리를 내었다. 놈이 흘리는 더운 숨결이 젖은 등에 닿을


때마다 란젤의 속살이 자꾸만 꿈틀거렸다. 란젤은 목덜미를 따라 소름이 돋는 기분에 견디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엉거주춤하게 굽힌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당장에라도 욕조 속으로 주저앉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놈이 뭉근하게 움직일 때마다 입술이 동그랗게 벌어졌다. 다물어지지 않는 아랫입술의 끝에 말간 물이 고이다가


어느 순간 툭, 둔탁한 소리를 내며 욕조 가장자리로 떨어졌다.

“흐, 읏….”

놈의 성기가 아래로 문질러질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샜다. 아랫배가 찌릿거리고 온몸의 신경에 날이 서는 것만
같았다.

놈은 나른한 한숨을 쉬며 구멍 안을 기둥으로 둥글게 문지르기만 할 뿐, 처음처럼 거칠게 박아대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부어올라 예민한 상태인 점막이 뜨거운 체온과 미적지근한 마찰에 반응하며 꿈틀거렸다.
란젤은 제 몸의 안쪽에 저런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놈의 성기를 빨아들이듯이 꿈틀대는 구멍이
낯설고, 거기에서 느껴지는 찌릿찌릿한 감각 역시 너무 낯설었다. 연병장을 열 바퀴는 돈 것처럼 숨이 가빠지는
것 역시 당황스러웠다.

한 것이라고는 좆을 꽂아 넣은 것뿐이지 않은가. 고작 이런 일에 곧 주저앉을 듯이 다리에서 힘이 풀릴 건 뭔가.

란젤은 덜덜 떨리는 제 몸을 가누기 위해 욕조 가장자리를 힘껏 쥐었다. 하지만 두툼하게 근육이 솟았을 팔이 갓


태어난 사슴의 다리처럼 부들부들 떨렸다.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인가. 절벽 끝에 매달려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잡은 것을 놓치면 그대로 저 무저갱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그곳으로 빠지면 다시는 헤어 나오지 못할 것만 같은 두려움이 느껴졌다.

란젤은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생경한 두려움에 질려서 저를 이렇게 만든 놈을 불렀다.

“주… 인님, 제, 발… 으… 흐, 그, 그만….”

슬쩍 벌어진 채 굽힌 허벅다리 안쪽이 파들파들 떨렸다. 그 떨림이 온몸에 전해질 정도로 거셌다. 그러니 제
등에 업히듯이 기댄 놈도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놈은 란젤의 말에 즐거운 듯이 웃었다.

“이제 그만, 빨리 박아달라는 건가.”

“아, 아니, 아닙… 읏….”

스르륵 반쯤 빠져나간 성기가 퍽 안으로 처박혔다. 란젤은 그 충격에 놀라 턱을 한껏 치켜들었다. 위로 솟은 턱


끝이 파르르 떨리는 바람에 입을 다물지도 못해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좋아?”

놈은 또 한 번 성기를 느리게 빼냈다가 단번에 처박았다. 몸을 가두듯이 끌어안은 놈 때문에 란젤은 하체를
놈에게서 빼지도 못하고 그대로 당하고만 있었다.

“읏!”

놈의 허릿짓이 조금 더 과감해졌다. 젖은 엉덩이에 놈의 아랫도리가 부딪쳐 올 때마다 젖은 소리가 찰팍찰팍


울리고 란젤이 담겨 있는 욕조에서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어흑, 으, 읏!”

놈이 제 안에 성기를 박을 때마다 억눌린 신음이 흘렀다. 아래쪽 질벽을 꾹 누르며 성기가 박히면 손끝과
발끝까지 자르르한 감각이 퍼지는 기분이 들었다. 반사적으로 욕조를 더 꽉 쥐어봤지만 소용없었다.

놈은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 반쯤 일어서는 란젤의 어깨를 찍어 누르며 허리를 흔들어댔다. 뻣뻣하게 펴진 채


후들거리던 팔이 접혔다. 욕조 가장자리에 부딪힌 쇄골 부근에 둔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강한 자극
때문에 거기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조금씩 몸이 흔들릴 때마다 아랫배에 무언가 닿았다. 그리고 동시에 머리가 쨍할 정도의 짜릿함이 아랫배를
고통스러울 정도로 찔러댔다.
한동안 말도 없이 등 위에서 허리를 흔들던 놈이 몸을 일으키더니 란젤의 어깨를 당겼다.

란젤은 이미 늘어지기 일보 직전이어서 놈의 힘에 아무 반응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이끌려 상체를 세웠다. 놈은


제 가슴에 란젤의 등을 기대게 했다.

굽혀 있던 무릎에서 힘이 빠지자, 제 무게가 더해져 하반신이 아래로 미끄러졌다.

“읏!”

결과적으로 놈의 성기 위에 걸터앉다시피 하게 된 통에 삽입이 깊어졌다. 배 속으로 뚫고 들어올 것처럼 쑥


들어온 성기에 놀란 란젤이 버둥거리자 놈이 양팔과 허리를 한 번에 끌어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너무 좋아? 응?”

버겁고 힘들었다. 부은 안에 가득 찬 성기 때문에 구멍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놈의


뜨거운 체온이었다. 몸을 둘러 한쪽 팔을 잡은 손은 차갑기만 한데, 구멍 안을 채우고 있는 성기는 너무
뜨거웠다. 부은 점막이 지져지는 것처럼 고통스러워서 자꾸만 고개가 흔들렸다.

“노, 놓아, 주십… 아! 윽!”

놈이 란젤을 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어 몸을 끌어 올리는가 싶더니 곧 힘을 풀었다. 큰 몸이 들썩이자 놈이


성기를 안으로 깊이 처박았다.

란젤이 고개를 젖히고 바르르 떨며 고통을 감내하는 사이 놈이 귓구멍을 질척하게 핥으며 웃었다.

“몇 번 박아주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야해져서는. 누가 이런 보지를 처녀였다고 생각하겠어. 란젤, 느껴지지. 네


보지가 좆에 환장한 것처럼 달라붙는 거.”

놈이 란젤의 몸을 흔들며 동시에 허리를 쳐올렸다. 퍽퍽, 강하게 성기가 치받아 올라올 때마다 란젤은 뒤로 젖힌
고개를 마구 흔들어댔다. 놈의 어깨에 젖은 머리를 문지르는 동안에도 란젤은 입으로 거칠어진 숨을 헐떡거렸다.

“보지 좀 쑤셔줬다고 좆까지 세웠네. 이렇게, 흣, 박을 때마다 덜렁거리는 게, 하아, 꽤 꼴려서, 흣.”

란젤은 놈의 말을 듣고서야 아까부터 제 아랫배에 닿던 게 제 좆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지하기 전까지는


몰랐건만, 발딱 선 좆이 팽팽하게 긴장한 아랫배를 두드릴 때마다 찌릿찌릿하게 아픈 감각이 더욱 커졌다.

놈이 잠깐 움직임을 멈췄는데도 좆이 꺼덕거렸다. 고환이 바짝 당겨 올라오면서 두피가 조였다. 사정 직전의


감각이라는 사실을 눈치챈 란젤은 약하게 고개를 저으며 놈에게 애원했다.

“제, 제발 그만, 하십시오. 제발, 그만….”

놈에게 당하면서 사정하고 싶지 않았다. 겨우 한 꼬집 남은 미약한 자존심이 겨우 고개를 들었다. 여자도 아닌데
보지를 쑤셔지면서 느끼다니. 그것만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란젤이 헐떡거리는 소리로 애원하자 놈이 몸을 추스르면서 관자놀이에 입을 맞췄다.

“더 해달라고 해야 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데.”

놈이 몸을 추스를 때마다 안에 있는 성기가 내벽을 자극하는 게 느껴졌다. 란젤은 기겁을 하며 놈을 다급하게


불렀다.

“주인님! 제발….”

말이 끝나기도 전에 놈이 다시 허리를 짓쳐 올렸다. 반대로 힘껏 끌어 내려진 란젤은 아까보다 더욱 깊어진


삽입에 놀라 비명을 터뜨렸다.

“아윽!”

몸 안쪽의 어딘가가 망가진 게 아닐까. 구멍이 아니라 그보다 더 깊은 곳이 찢어진 것만 같았다.

얼얼하고 아픈 통증은 놈의 좆이 뒤로 물러난 후에 잠시 가라앉았다가, 놈이 다시 좆을 처박으면 더욱 강해졌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어깨에 소름이 돋는 감각에 란젤은 아랫입술을 질끈 물었다.

“이놈의 개새끼가, 자꾸 건방지게 굴어서 혼을 좀, 흣, 내야겠는데… 읏….”

놈은 좆으로 혼을 내기라도 할 것처럼 거칠게 란젤을 흔들어댔다. 마구잡이로 흔들릴 때마다 가면으로 가려진
눈앞에 흰빛이 번쩍거렸다. 눈이 머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한 빛이 점멸할 때마다 란젤은 입술을 더욱 세게
물었다.

란젤이 고집스럽게 신음을 참자 놈이 손가락으로 란젤의 입술을 억지로 벌리고 들어왔다.

“흡… 으… 븝….”

놈은 란젤의 입안으로 차갑고 긴 손가락을 깊이 밀어 넣었다. 아래에서는 잔뜩 성이 난 좆이 구멍을 짓이겼고,


위에서는 손가락이 란젤의 혀를 잡아당기며 손톱으로 짓이겼다.

어느새 목구멍 근처까지 들어온 손가락이 목 안쪽의 동굴을 열었다. 란젤이 신음하며 넘칠 듯 솟아난 입안의
타액을 삼키자 놈이 귓가에 대고 끌끌 웃으며 속삭였다.

“입보지도 잘 느끼는 것 같구나. 길들일 구멍이 많으니 즐거워죽겠네.”

놈은 두 개 넣었던 손가락을 네 개로 늘리며 더욱 깊이 집어넣었다. 목구멍을 깊이 쑤실 듯이 손이 파고든 순간


아래에서는 놈의 좆이 더욱 깊이 들어왔다.

“이 조신한 자궁부터 입을 열게 만들고 나면, 그다음에는 입보지를 길들여 주마. 거기에 뒷보지까지 길들이려면
내가 좀 바빠지겠어.”

란젤은 놈이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입안을 문지르고 목구멍을 쑤석대는 손 때문에 숨이
막혔고, 아래에서 구멍을 쑤셔대는 좆 때문에 머리가 하얗게 비었으니까.

놈이 좆을 강하게 쳐올린 순간 온몸의 신경에 불이 붙은 것만 같았다. 너무 과한 자극에 막힌 숨을 끅끅거리던


란젤의 의식이 잠깐 날아갔다. 하얀빛이 터지던 시야가 까맣게 물들더니 잠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 밤하늘에 별이 하나둘 떠오르는 것처럼 열 손가락 끝에서부터 하나하나 야릇한 감각이 몸을 타고 올라왔다.

천천히 팔뚝을 타고 올라온 그 감각이 어깨를 따라 등과 허리로 내려간 순간, 란젤의 좆이 크게 꺼덕였다.
그리고 움찔거리기 시작한 구멍에서 무언가 강하게 쏘아져 나왔다.

꺼덕꺼덕, 좆이 고개를 끄덕일 때마다 좆물이 쭉쭉 뽑혀 나왔다. 허공으로 쏟아진 액체가 제 몸으로 다시 떨어질
때쯤 정신을 차린 란젤이 축 늘어지자 놈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이 버릇없는 개새끼가 이제 주인님보다 먼저 싸지르고 앉았네.”

놈은 제 가슴 위로 늘어지게 기댄 란젤의 귓바퀴를 물어뜯으며 으르렁거리듯이 속삭였다.

“정신 차려, 아직 끝나려면 멀었으니까.”

아까까지의 움직임은 꽤 봐준 거였다는 듯이 놈이 허리를 쳐올렸다.

퍽퍽 안을 좆으로 박아대도 란젤은 완전히 늘어진 몸을 부르르 떨 뿐,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

머리가 녹아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무슨 반응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벌어진 입으로 곧 죽을 것 같은 신음만


줄줄 흘렀다. 절정 때문에 훨씬 예민해진 탓인지 놈의 옷이 등에 쓸릴 때마다 머릿속이 진창이 되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도 놈이 박아대는 구멍만은 저 혼자 살아 있는 생물인 것처럼 오물거리며 좆을 조여댔다. 끈적한 액체가


구멍 사이로 흘러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감각이 유난히 선명하게 느껴졌다.

젖은 내벽을 파고들며 좆이 문질러질 때마다 약한 신음과 낮은 탄식이 란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흐읏, 읏, 하아… 읏….”

몸에 느껴지는 무엇도 제 감각이 아닌 것만 같았다. 무언가 남의 것을 대신해서 느끼고 있는 것처럼 감각이 멀고


멀다가, 제 안에서 놈의 성기가 꺼덕이기 시작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감각이 돌아왔다.

란젤은 놈이 제 안에 정액을 뿜어내는 것과 동시에 머리를 젖혔다. 완전히 뒤로 젖혀진 고개가 놈의 어깨에
걸쳐지고 축 늘어져 있던 팔다리가 부르르 떨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란젤의 몸에 뜨거운 액체가 끼얹어졌다. 몸을 타고 내려간 액체가 쪼르르 소리를 내며 욕조의
물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그게 무엇인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이대로 눈을 감고만 싶었다. 지독한 피로가 란젤의 몸을 감쌌다.

사정을 마친 놈이 좆을 빼내며 비아냥거렸다.

“너무 느껴서 오줌까지 지릴 정도일 줄은.”

그에게 기대고 있던 몸이 주르륵 미끄러져 욕조 가장자리에 엉덩이가 걸쳐졌다. 뒤통수에 무언가 단단한 것이
느껴졌으나 란젤은 지금 거칠어진 숨을 다스리기도 벅찬 상태였다.

뒤통수에 닿는 게 놈의 좆인지, 아니면 수도꼭지인지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었다. 가려진 눈앞에 희미한 빛
덩어리가 떠다녔다. 둥글게 뭉쳤다가 완전히 넓게 퍼지기도 하는 그것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란젤이 고개를 축 늘어뜨리자 놈이 턱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벌써 지쳤나? 그렇다면 조금 실망스러워질 거 같은데.”

놈은 아예 란젤의 턱을 뒤로 한껏 젖힌 후 벌리고 있는 입술 안으로 엄지손가락을 넣었다. 마구 뭉개지는 입술을


당기는 힘이 어찌나 우악스러운지 저절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괘, 으… 괜찮습, 니다.”


솔직히 배가 고프고 지쳤다. 하지만 실망한 놈이 식사도 주지 않고 가버리면 큰일이 아닌가. 위가 요동치고
있으니 최대한 놈을 잡아두고 싶었다.

픽. 작은 소리를 내며 웃은 놈이 란젤을 일으켜 세우고는 마저 씻겼다.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놈이 무언가를 조작하자 비처럼 물이 쏟아졌다. 그 물로 몸을 다 씻은 후에,


란젤은 놈의 팔에 이끌려 휘청거리며 욕조를 벗어났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춤거리자 놈이 머리 위에서 대놓고 혀를 찼다.

“이놈의 개는 은근히 손이 많이 가네.”

갑자기 몸이 둥실 떠올랐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상대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어서 진심으로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란젤은 팔을 허우적거리다가 놈의 목을 안았다. 뭔가 늘어져 있어서 힘껏 움켜쥐었더니 놈이 신음을 흘렸다.

“야….”

음산하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손에서 힘을 풀자 몸이 둥실둥실 움직였다.

란젤은 제 무거운 몸을 아무렇지 않게 드는 놈에게 놀랐다. 하지만 안심이 되지는 않아서 몸을 최대한 작게
웅크리고 말았다.

부피가 작아져도 무게는 달라지지 않을 테고, 부피가 그다지 줄어들지도 않을 테지만 작은 마음의 위안은 얻을 수
있었다.

란젤의 미련한 짓에 놈이 비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정작 란젤은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보이지도 않는데
비웃거나 말거나.

란젤을 안아서 옮긴 놈이 침대 위에 몸을 내려주었다.

씻는 동안 누군가 시트를 갈아둔 건지, 어제 버둥거리느라 구겨져 있을 시트에서 빳빳한 감촉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놈이 몸의 물기를 어설프게 닦아준 덕분에 잘 말린 시트도 곧 축축해졌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밥을 주려나. 할 일은 다 한 거 같으니 뭐라도 좀 먹고 싶었다. 배도 고프고 무엇보다 목이 말랐다. 란젤은


놈이 저를 씻기는 동안 목욕물을 먹지 않기 위해 한참이나 입안에서 혀를 굴려댔었다.

어쨌거나 놈이 시키는 일은 얌전히 따랐지 않은가.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둘째치고 나름대로 노력했으니 상을 줄
때가 아닌가.

란젤은 놈이 있을 법한 방향으로 고개를 들었다. 어쩐지 오늘은 고소한 버터 냄새도 나질 않는 것 같은데… 설마


밥이 없나?

“뭘 또 그렇게 바라는 표정이지?”

놈의 얄미운 말에 란젤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식… 아… 먹이는 안 주십니까?”


놈은 식사 대신 먹이로 바꾼 란젤의 말에 소리 내어 웃었다.

“욕실에서 너무 시간을 오래 끌어서 네 먹이가 없어진 모양이야.”

“그렇습니까.”

주인치고는 책임감이 너무 없지 않은가. 말이나 소도 밥을 굶기면서 일을 시키지는 않는 법인데 말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밥을 주지 않겠다면 굳이 사정할 이유도 없었다. 괜히 기력만 빠지지.

란젤은 빠르게 포기하고 대신 고민했다. 며칠째 제대로 먹은 거라고는 어제 먹은 빵 한 개가 다였으니, 앞으로


계속 이런 식이라면 얼마 버티지 못하겠군. 어떻게 해야 저 주인이라는 놈에게 제대로 된 밥을 받아먹을 수
있을까.

저놈이 제게 무슨 짓을 하든, 란젤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도 아니고, 란젤에게


여성기는 그저 여섯 번째 손가락과 같은 거였으니까.

어쩌다 몸에 달린, 남에게 보이기에 좋지 않은 불필요한 기관. 고작 그 정도의 기관을 놈이 어떻게 쓰든 알 바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굶게 된다면 얘기가 다르다. 놈이 제 몸을 가지고 놀 때마다 생각보다 체력이 많이


소모되었으니까.

란젤은 섹스라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일 거라고는 한 번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갈대보다 가늘고 연약해 보이는 여성들조차 아무렇지 않게 부부 생활을 즐기고 외도를 즐기는데
그게 이렇게 힘든 일일 거라고 어느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란젤.”

놈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란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아니, 헤집었다는 표현이 더 가까울 만큼 거칠게
머리카락을 흩뜨렸다.

“예, 주인님.”

란젤이 얌전히 대답하자 놈의 목소리가 한층 상냥해졌다.

“수프를 데우러 간 걸 테니 너무 실망하지 마라. 그렇게 귀도 꼬리도 축 늘어져 있으면 괜히 내 마음이


아프니까.”

나름대로 달래주려는 놈의 말에 란젤은 더욱 실망을 금치 못했다. 수프라니. 고기를 씹어도 시원찮을 판에 고작


수프로 배를 채우라는 건가.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게 하면서 물배나 차게 만들다니. 악마도 저놈보다는
자비로울 것이다.

“왜 꼬리가 더 늘어졌지?”

있지도 않은 꼬리를 어찌 보았는지는 모르지만, 왜 실망했냐는 말이겠지. 란젤은 놈의 말에 제일 무던한 대답을


골랐다.

“배가 고파서 기운이 없는 겁니다.”


놈은 란젤의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뒤집다 못해 귀를 잡아당기며 놀다가 손을 떼었다.

“그래도 참아. 네가 알아서 화장실에 드나들 수 있게 될 때까지는 먹이 조절을 할 거니까.”

그래도 죽을 때까지 침대에 묶어놓지는 않을 모양이지.

“예.”

란젤은 조용히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실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아졌다. 그저 눈을 좀 뜨게 해줬으면.

저놈이 누구인지도 궁금했고, 여기가 어디인지도 궁금했다.

지하가 아니라는 건 알 것 같았다. 지하 특유의 눅눅한 냄새도 없고, 낮에 누워 있을 때 피부에 햇볕이 닿는 게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지상이라면 어째서 이렇게 조용한 걸까.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에도 생활 소음이라는 게 있게 마련이었다. 귀족의 저택이라면 누군가 오가는 기척이


들리거나, 하다못해 밖에서라도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혼자 있으니 이곳은 너무 적막하기만 했다. 하다못해 창밖에서 새소리 한번 들려오는 법이 없었으니까.

놈이 없는 동안 란젤은 세상 끝에 홀로 버려진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정말 악마에게 팔려서 지옥 어딘가에 갇힌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놈이 없으면 이곳은 너무 고요해서 제 숨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눈이라도 보이면 모를까, 눈도 보이지 않는


상태로 제 거친 숨소리만 듣고 있자니 사람이 돌아버리기 딱 좋았다.

이걸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

란젤은 한숨을 쉬고 싶은 마음을 겨우 억누르며 이제는 뺨을 만지작거리는 놈의 손에 얼굴을 대주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파이 반죽처럼 주물러지던 볼이 얼얼해질 때쯤, 조용하던 공간에 인기척이 늘어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인기척은 곧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고 놈이 볼을 주물럭거리던 손을 떼어냈을 때는 란젤의 심장이
다시 두근거렸다.

또 홀로 남겨졌나. 조금씩 빨라지는 심장과 호흡을 겨우 가누고 있는데 귓가에 작은 소음이 들려왔다. 끼릭, 끽.
마치 쇠로 된 바퀴가 움직이는 듯한 소리였다.

소리가 가까워지자 조금씩 음식 냄새가 났다. 란젤이 코를 움찔거리며 음식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사이
갑자기 옅었던 냄새가 확 몰려왔다.

순식간에 입에 침이 넘쳤다. 꿀꺽. 의도치 않아도 침이 연신 넘어갔다.

고소한 버터 향과 진한 고기 육수의 냄새. 마늘과 양파, 무언가의 허브 냄새가 뒤섞여 머릿속에 가득 찼다.

“뭔지 알겠나?”
“양파 수프…?”

“진짜 개 코네.”

놈이 스푼을 들어 수프를 휘젓는 듯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약하게 들려왔다. 냄새가 점점 더 진하게 퍼졌다.
란젤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 입까지 벌린 채 놈의 손을 기다렸다.

“뜨거워.”

수프를 식히기라도 하는 듯 호호 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벌어진 아랫입술에 따뜻한 스푼이 닿았다. 허겁지겁
놈이 넘겨주는 것을 입에 머금은 란젤은 눈물이 핑 도는 기분이 들었다.

딱딱한 바게트가 고깃국물에 끓인 양파 수프에 푹 젖어서 부드럽게 입안에서 풀어졌다. 짭조름한 치즈 향이


대번에 퍼지고 그 후에는 달큼한 양파의 단맛과 고깃국물의 진한 맛이 감돌았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을까. 바게트를 얹어 오븐에 구운 양파 수프는 어려서부터 자주 먹었던
음식인데도 무언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그만큼 맛있었다.

란젤이 서둘러 젖은 빵을 삼키자 놈이 다시 수프를 후후 불며 물었다.

“맛있어?”

란젤은 놈이 바람을 불 때마다 더 짙어지는 수프 냄새에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버릇이 없다고 혼이라도 낼
줄 알았더니 놈은 그저 피식 웃으며 적당히 식은 수프를 먹여주었다.

생각보다 나쁜 놈은 아닐지도 몰라. 개밥을 먹인다고 해도 군소리를 못 할 판에 이런 맛있는 음식을 먹여주다니.


란젤은 속으로 제 주인에게 꽤 후한 점수를 먹였다.

하지만 수프가 비고 배가 조금 차니 그 점수는 다시금 낮아졌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워낙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 법이다.

란젤이 식사를 마치자 놈은 물도 한 컵 먹여주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기름기가 묻은 입술을 닦아준 후에 짧게


입까지 맞췄다.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닿았다 떨어진 입술로 놈이 속삭였다. 일어서기라도 한 모양인지 조금 전보다 한층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먹이를 먹었으니 밥값을 해야지.”

란젤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리를 벌렸다.

또 좆을 들이댈 생각이겠지. 밥을 더 얻어먹으려면 조금은 말을 잘 들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 당분간 얌전히


그의 말에 따를 셈이었다.

“식욕을 채운 다음에는 성욕인가. 정말 짐승이 따로 없네.”

놈은 란젤의 행동을 비아냥거리며 침대 위로 몸을 내렸다. 푹 꺼졌다가 출렁거리는 침대 위에서 란젤은 놈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원하시는 게, 이게 아닙니까?”
놈은 란젤의 어깨와 가슴을 쓰다듬으며 귓가에 대고 웃었다. 여전히 차가운 손이 가슴팍을 타고 내려와 벌어진
허벅지 안쪽 살을 베어 물듯이 움켜쥐었다.

“맞지, 맞는데… 왜 내 기분이 별로인가 고민 중이야.”

말을 잘 들어도 마음에 안 든다니 참 애석한 일이군. 란젤은 놈의 변덕에 적당히 맞장구칠 주변머리가 없었으므로
그냥 입을 닫았다.

허벅지의 여린 살을 세게 쥐어 주무르던 놈이 잠시 후에 뭔가 떠오른 듯 아, 하고 작은 신음을 흘렸다.

“내가 불쾌한 이유를 알겠군. 네가 말을 잘 듣는 척을 하고 있어서야, 란젤. 언제고 물어뜯을 준비를 하는


주제에 다리만 쉽게 벌리는 것도 별로고. 삶아도 못 쓸 정도로 엉망인 걸레를 행주라고 속아서 산 기분이기도
해.”

놈은 쓸데없이 예민했다. 게다가 참 쓸데없는 이유만 조곤조곤 늘어놓았다.

란젤은 가볍게 한숨을 흘리며 놈에게 대꾸했다.

“제가 걸레라면, 그건 주인님이 그렇게 만드신 겁니다.”

어차피 아낄 생각도 없이 사 온 걸 테니 걸레든 행주든 무슨 상관인가. 원하는 대로 쓰다가 효용 가치가 떨어지면


버릴 것 아닌가.

“주인님은 돈이 많으신 것 같으니 상관없지 않습니까. 쓰다가 망가지면 버리고, 다시 사 오면 되니까요.”

버릴 때만 곱게, 아니, 곱지는 않더라도 찢거나 태우지만 말아주길 바랐다. 란젤은 놈에게 딱 그 정도만 바랐다.
살아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기만 하면, 가랑이 사이의 사정 따위는 상관없었다. 팔이나 다리 하나쯤 사라진다고
해도 괜찮았다.

아니다. 데온과 프라닐은 거리가 머니까 가능하면 다리는 온전히 남겨주었으면 좋겠는데.

놈에게 바라는 것이 하나 더 늘어버려서 곤란했다. 이러다 또 무언가를 바라게 될까 봐.

몸에 말 못 할 비밀을 가지고 태어난 란젤은 사람과의 관계에 무척 서툴렀다. 꼬꼬마 시절에야 제가 남들과
무엇이 다른지 몰랐으니 평범하게 자랐다. 하지만 부모님이 저를 볼 때마다 한숨을 쉬는 이유를 알고 난 후부터
란젤은 무의식적으로 사람에게 담을 쌓았다.

철이 들면서는 무엇이든 스스로 해냈고, 사적인 친분을 쌓았던 이도 없었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게다가 상대는 저를 욕보이고 싶어 하는 자. 높은 확률로 제 고국을 멸망시키는 일에 일조했을 자였다.

누구인지도 모를 적의 손에 무기력하게 키워지는 것도 모자라 무언가를 바라게 된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가.

란젤이 제 처지를 곱씹고 있는 동안 놈이 소리 내어 웃었다.

“200 만 골드나 주고 사 온 것을 쉽게 망가뜨릴 수는 없지.”


그렇게 말한 놈이 손톱을 세워 허벅지 안쪽 살을 아프게 긁었다. 말과 행동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비싼 돈을
주고 사 왔으면 그만큼 아끼기라도 하든가.

란젤이 어이없어하던 순간, 사락사락한 무언가가 어깨에 닿았다. 그리고 곧 옅은 숨결이 코끝에 닿았다.

란젤은 놈이 다가와 입을 맞출 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부드럽게 입술을 물었던 놈은 란젤의 아랫입술을
질겅거리다 뱉고서는 말을 이었다.

“돈값을 하려면 너는 평생 내게 다리를 벌려야 해. 아니지, 그 정도로는 한참 부족하지. 그러니 아이를 낳으렴.
네 아이도, 그 아이의 아이도 내 종이 되면 그제야 수지타산이 맞겠군.”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보다 더 궁금한 일이 생겼다. 란젤은 놈의 입술이 떨어진
사이에 물었다.

“제가 아이를 낳으면, 주인님의 자식이 아닙니까.”

“그런데?”

제 친자식에게도 이런 짓을 하겠다는 건가. 란젤이 가면에 가려진 눈살을 찌푸렸다.

“친자식을… 범하시겠다는 겁니까?”

아하하. 아예 대놓고 웃음을 터뜨린 놈이 란젤의 볼에 입술을 찍으며 대답했다.

“암캐는 너 하나로 족하지. 내가 설마 내 아이를 개로 키울까.”

란젤은 그제야 안심하며 길게 숨을 쉬었다. 어깨가 들썩이면서 놈의 머리카락인 듯한 것이 살갗을 간질였다.

“웃기는 놈. 네가 암캐인 것은 전혀 상관없다는 투로구나.”

“제게 선택의 여지가 있습니까?”

“아니. 없지.”

그렇다면 이 문답을 이어갈 이유도 없지 않은가.

놈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란젤의 가랑이 속으로 손을 옮기며 아직 젖지 않은 점막을 슬그머니 쓸어 올렸다.

놈의 손가락 끝에 말캉한 고환이 툭 걸려서 들렸다. 곧이어 늘어져 있던 좆대가리를 손톱으로 긁어 올린 놈은


심드렁하게 란젤의 이름을 불렀다.

“란젤. 오늘은 여기도 게름나무 액을 발라주마. 조금 더 놀아준 후의 일이다만.”

젠장. 오늘도 그걸 발라둘 생각인가.

고통을 떠올린 란젤이 이를 꾹 다물자 놈은 아무렇지 않게 란젤의 벌어진 다리 사이에 자리 잡았다.

놈이 손가락으로 몇 번 안을 쑤시더니 코웃음을 흘렸다.

“네 보지는 정말 잘도 젖는단 말이야.”


놈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란젤의 발목을 잡아 높이 들었다. 놈은 그걸 제 어깨에 놓더니 단번에 란젤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

뻐근한 동통에 란젤이 몸을 굳히자 놈이 만족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허리를 느릿하게 치댔다. 란젤은 묶이지 않은
팔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난감해하다가 침대 시트를 붙들었다.

놈이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란젤의 허리가 동그랗게 위로 말려 올라갔다.

“윽….”

허리가 접혔다. 자세 탓에 숨을 쉬기가 한층 버거워졌다. 놈은 아래로 찍어 누르듯이 좆을 밀어 넣더니, 란젤의


허벅지를 만지작거리며 허리를 움직였다.

좆이 느릿하게 안을 치대며 예민하게 달아오른 점막을 문지를 때마다 란젤은 미약하게 발버둥을 쳤다. 아랫배가
저릿저릿한 이상한 감각에 자꾸만 얼굴에 열기가 쌓여갔다.

아니, 이건 분명 자세 탓일 거다. 등의 절반 이상이 허공으로 떠올라 접힌 상태로 놈이 찍어 누르고 있으니


얼굴에 피가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퍽. 느릿하게 움직이던 놈이 강하게 허리를 흔들며 좆을 깊게 쑤셨다.

“읏!”

란젤이 외마디 비명을 억지로 삼키자 놈이 종아리 근육에 이를 세우며 으르렁거리듯 속삭였다.

“집중해. 잘 배워두라고. 언제까지고 가만히 다리만 벌리면 끝이 아니거든.”

“그게, 흣, 무슨….”

벌리고 쑤시다 싸면 끝이 아닌가. 란젤의 의문은 놈의 대답으로 해소되었다.

“주인님을 만족시키려면 노력을 해야지. 허리를 흔들고 구멍을 조여. 암캐면 암캐답게 좆을 조르고 앙앙
울어야지. 이래서야 내가 네놈 보지에 봉사하는 꼴밖에 더 돼?”

놈의 동작이 거칠어질수록 란젤은 숨을 쉬기가 더 힘들었다. 눌린 갈비뼈가 뻐근해서 등이 놈을 밀어내듯이


들썩거렸다.

순간 놈이 팔을 휘둘렀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눈을 가려 예민해진 귓가에 들리더니 곧 철썩, 커다란 소리와
함께 엉덩이 바깥쪽에 통증이 따라왔다.

“밀어내지 마. 허리는 그렇게 흔드는 게 아니라 이렇게 흔드는 거야.”

놈이 란젤의 골반을 잡은 채 둥글게 돌려댔다. 좆을 깊게 쑤셔 넣고 있는 상태로 몸이 돌아가니 좆이 내벽을


압박하는 감각이 또 남달랐다. 놈이 란젤의 몸을 끌어당길 때마다 방광이 꽉 찬 것처럼 아랫배가 아팠다.

아니, 짜릿했다. 란젤은 놈이 그럴 때마다 제 아랫배를 무언가가 적시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렇게 문질러 주는 걸 좋아하나. 아주 질질 싸고 있잖아.”


놈은 아까부터 콧숨을 펑펑 쏟아내며 란젤의 몸을 흔들더니 기어코 작게 욕설을 뱉었다. 제기랄. 놈의 입에서
흘러나온 욕설이 란젤의 고막에 닿기도 전에 놈이 란젤의 몸을 찌부러뜨릴 정도로 누르고 허리를 흔들었다.

“으, 흣! 윽! 아!”

소리를 죽일 때마다 놈의 좆이 자궁을 찢을 것처럼 깊게 들어왔다. 란젤이 발을 버둥거리자 놈이 한쪽 팔로


양다리를 가두고는 허리를 세웠다.

“이게, 하, 참. 자궁이 점점 올라가고 있는 거 알고 있어? 란젤, 하아, 좆을 박을 때마다 점점 깊게 들어가고


있다고. 이놈의 보지는 참 욕심도 많지. 어디까지 깊게 쑤셔달라는 건지 모르겠군.”

놈은 상체를 세운 상태로 허리를 빠르게 흔들어댔다. 그 속도감이 너무 버거웠다. 란젤은 자꾸만 놈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위로 밀리는 몸 때문에 시트를 더욱 세게 그러쥐었다. 뚜두둑, 란젤의 악력에 못 이긴 실크가
엉망으로 뜯어졌다.

손이 풀리면 란젤은 다시 허우적거리며 붙들 것을 찾아 헤맸다. 눈이 보이지 않아서인지 놈의 속도감을


따라잡기가 더 힘들었다. 눈앞에서는 자꾸만 쨍한 빛이 번쩍이다 사라졌다.

“읏, 그, 읍, 큿….”

제발 그만두라고 사정이라도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허리가 허공으로 들리며 비틀릴 때마다 란젤은 제 안이


이상하게 변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놈의 좆이 문질러지면서 마찰열이 차곡차곡 쌓이자 점점 무언가가 터질 것만 같았다.

몸속에 화산이 생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열이 올랐을 때, 란젤은 진저리를 치며 몸을 이리저리 뒤틀었다.

발끝이 빳빳하게 굳고 종아리의 근육이 바짝 당겨졌다. 사지의 끝에서부터 소름이 온몸을 타고 내달리다가
목덜미가 서늘할 정도로 솜털이 쭈뼛 서는 게 느껴졌다.

어느새 땀이 배어 나왔던가. 가면 아래로 스민 땀이 옆으로 흘러 귓바퀴 뒤로 넘어갔다. 그 감각이 너무


생생해서 란젤은 허리를 띄운 채 몸을 바짝 굳혔다. 반사적으로 놈의 좆을 조여 물자 놈의 입에서도 다급한
숨소리가 터졌다.

“더, 흣, 더 씹어. 아, 좋아, 읏, 하아, 제기랄, 란젤, 더, 더 조여.”

안을 퍽퍽 치대는 좆을 조인 란젤이 허리를 더욱 띄우며 숨을 멈췄다. 둥글게 올라간 허리를 받친 놈이 강하게


파고든 순간 머리가 쩡 하고 갈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흑….”

란젤의 좆에서 쏘아진 액체가 턱과 머리카락에 후드득 떨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놈의 좆이 안에서 꿈틀거리며
좆물을 터뜨렸다.

“아….”

놈이 란젤의 아랫배 위로 몸을 숙이며 낮게 신음을 흘렸다. 벌어진 입에서 연신 터져 나오는 뜨거운 숨결이
란젤의 윗배와 옆구리를 타고 흩어졌다.

놈은 한동안 미동도 하지 않고 란젤의 허리를 안은 채로 거친 숨을 달랬다. 그러는 사이에도 놈의 좆만은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란젤의 안에 좆물을 토해냈다.

놈과의 정사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놈은 몇 번이나 란젤의 안에 좆물을 쏟아내고서는 한참 후에야 만족스럽게


숨을 헐떡이며 떨어져 나갔다.

지쳐 버린 란젤이 침대 위에 늘어져 숨을 고르는 동안, 놈은 란젤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침대에서 일어섰다.

잠시 침대를 떠났던 놈이 돌아와 물었다.

“데온에서는 게름나무를 어디에 쓰는지 아나.”

“모릅… 니다.”

프라닐에는 게름나무가 아예 자라지 않았다. 옻나무과라고 들은 기억만 있을 뿐, 란젤은 그 나무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한 상태였다.

놈이 벌어진 란젤의 보지에 진액을 듬뿍 발라 문지르며 귓가에 진득하게 속삭였다. 놈이 뱉어낸 좆물과 보지의
애액이 진액과 뒤섞여 음탕한 소리가 퍼졌다.

“여성의 성감을 높여서 임신을 촉진시키는 약으로 쓰지.”

바르자마자 홧홧하게 올라오는 간지러움에 란젤이 콧숨을 길게 뿜었다. 놈의 손가락은 이제 질구 안으로 파고들어
진액을 내벽 여기저기에 발라대는 중이었다.

“매일 발라두면 네 몸에도 변화가 있을까, 기대하는 중이란다.”

괜한 짓을 하고 있다는 걸 언젠가는 저놈도 깨닫게 되겠지. 하지만 문제는 이 짓을 매일 하겠다는 말을 놈이 방금


했다는 거다.

란젤이 몸을 굳히자 보지가 들어온 손가락을 조였다.

금세 가려움이 온 신경을 뒤흔들었다. 몸을 반쯤 일으킨 란젤의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감각에 벌어진 허벅지도 파들거리며 떨렸다. 신음이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다시 거칠어진 숨을 내쉬느라 입을
열었더니 놈의 혀가 들어와 질척하게 입안을 핥았다.

“흣….”

란젤은 놈에게 밀려 고개를 젖힌 채 흥건해진 입안의 타액을 삼켰다. 혀가 꿀렁이며 놈의 혀를 건들자 입술이
붙은 상태로 놈이 웃음을 흘렸다.

놈은 달아오른 내벽을 긁으며 손가락을 빼내고는, 곧 란젤의 늘어진 좆에 손을 댔다. 좆의 선단만 손가락으로
가볍게 잡은 놈이 요도구를 엄지로 문질렀다. 질척하게 묻어 있던 진액이 요도구 안쪽의 점막에 발라지자마자
란젤이 흐느끼는 것처럼 신음을 토했다.

“흐… 읏….”

보지와는 또 다른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게 정말 고통이기만 한가. 놈의 손가락이 어느새 단단해진 기둥을
성글게 어루만지자 허리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엉덩이가 저절로 떠올랐다.

란젤이 허공에서 허리를 뒤틀며 들썩이자 놈이 볼에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기다리고 있으렴.”

곧 손을 씻고 돌아온 놈은 벌어진 다리를 어쩌지 못하고 덜덜 떠는 란젤의 한쪽 팔을 잡아당겼다. 쭉 끌어당기는


힘에 몸이 주저앉자 그 자극에 안이 더욱 간지러웠다. 내벽이 꿈틀거리면서 아랫배가 욱신욱신 쑤셔왔다.

놈은 란젤의 팔에 어제처럼 족쇄를 채우고 쇠사슬을 당겼다. 어제보다는 조금 길게 쇠사슬의 길이를 조절한 놈이
란젤의 옆에 와 앉으며 물었다.

“손을 풀어주면 제일 먼저 가면을 벗으려고 들 줄 알았더니, 왜 가만히 있었지?”

“예?”

란젤이 숨을 헐떡이며 놈의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려 보았다. 생각하고 한 행동이 아니다 보니 답이 나오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보지와 좆이 간지러워서 생각을 방해한 탓도 컸다.

“명령이, 흣, 없… 었기, 때문입니다.”

란젤은 말을 하면서 그 답이 의외로 단순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유 말고


뭐가 있겠는가.

“뭐?”

놈이 조금 놀란 투로 되묻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진심이야?”

“예.”

아마도 꽤 높은 확률로 진실이 아닐까. 제가 놈에게 충성심이 있는지는 논외인 문제고, 저놈이 주인인 것은
맞으니까.

“그렇게 말하니까 정말 나를 주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잖아.”

아래에서 올라오는 가려움과 사투를 벌이던 란젤은 오히려 놈의 말이 의아했다. 진심으로 주인이라고 생각 안 할
걸 뻔히 알면서 왜 저를 시험하고 있는 거지. 저놈은 대체 뭘 바라고 있는 걸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 * * 롶데

그 후로 며칠, 란젤은 매일같이 놈을 상대하느라 진이 빠졌다. 저녁에 와서 몸을 씻기고 나면, 놈은 몇 번이나


란젤의 안에 좆물을 싸고는 돌아가기 직전에 게름나무 진액을 보지에 발라두었다.

인간의 적응력이란 얼마나 대단한가. 처음에는 죽을 것 같더니, 계속된 육체노동에 지친 란젤은 놈이 떠나고 나면
죽은 것처럼 잠에 빠졌다. 아니, 이 정도면 기절이 아닐까.
자고 일어날 때쯤에는 가려움이 꽤 사라진 후여서 오히려 다행인 일이었다.

놈이 말한 몸의 변화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어째 아랫배의 뒤쪽이 조금 쑤시는 것도 같았다.

소변을 너무 참아서 방광염이 생기는 걸까. 란젤은 저릿저릿한 감각에 홀로 고민하느라 어느새 놈이 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란젤.”

란젤은 여전히 개를 부르듯이 부르는 놈의 목소리를 듣고야 고개를 돌렸다. 놈은 소리도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다가와 란젤의 턱 아래를 긁으며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길래 주인님이 오는 것도 몰라? 이놈의 개새끼가 게을러 빠져서는.”

“아, 아랫배가 아파서… 방광염이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아프다고?”

놈이 얼음장 같은 손으로 란젤의 아랫배를 문지르며 묻자 저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래가 뻐근하게
당기는 감각이 낯설지 않았다. 그리고 란젤은 놈의 웃음소리에 제 상태를 눈치챌 수 있었다.

“이제는 주인님 손만 닿아도 세우네.”

놈이 발기한 란젤의 좆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웃었다.

“야해 빠진 내 암캐. 이런 몸을 하고 남자들이 드글거리는 군대에서 지냈다니. 부대에선 다른 놈들이 네 보지를


빨고 싶어 환장했던가, 아니면 네가 다른 놈 좆을 물고 싶어 환장했거나. 그렇지 않고서야 며칠 만에 이렇게
음탕해질 리가 없는데.”

놈의 손은 이제 좆기둥을 따라 내려가 늘어진 불알을 주물렀다. 란젤은 강하게 알을 비비는 놈의 손길에 신음을
참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란젤이 몸을 들썩이자 팔에 연결되어 있던 쇠사슬이 쩔그렁 소리를 내며 거세게
흔들렸다.

놈은 손아귀에 쥐었던 두 개의 불알을 놓아주고는 보지를 향해 손을 미끄러뜨리며 물었다.

“대답해, 란젤. 대체 몇 놈의 좆물을 먹어야 이렇게 음탕해지는지.”

“그, 런적 없… 흣….”

게름나무 진액 때문에 부어오른 점막을 만질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놈은 란젤의 보지를 겉에서 마구
문질러대다가 구멍 안으로 중지를 밀어 넣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내벽에 찬 체온이 닿으면 늘 소름이 돋고 어깨가
좁아졌다.

놈은 자기 손가락이 란젤의 체온에 녹을 때까지 젖은 내벽을 문지르며 란젤의 보지를 가지고 놀았다. 딱 그
표현이 알맞았다. 란젤은 놈의 장난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놈은 란젤이 신음을 흘릴 때까지 구멍을 쑤셔대며 계속해서 물었다. 란젤이 아니라고 대답해도 믿지 않고 어느 놈
좆을 제일 처음 물었는지, 다른 놈 좆물은 맛이 좋았는지 물어댔다.
“흣, 주, 주인님이, 읏, 처음… 이란 걸, 하읏, 아, 시지 않, 습니까.”

란젤이 헐떡거리며 겨우 대답하자 놈이 그제야 손가락을 빼내며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보지는 처음이어도 다른 데는 처음이 아닐 수도 있지. 네 몸에는 좆을 쑤실 수 있는 구멍이 너무 많아.”

놈은 곧 흥미를 잃은 듯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란젤을 구속하는 수갑을 풀었다.

그래도 놈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건, 첫날에는 목줄을 풀어주었고, 둘째 날부터는 족쇄도 풀었다는 점이다.

물론 침대에 계속 묶어두고 있고 그놈의 진액도 계속 발라두고 가버리지만, 이제 곧 팔의 수갑도 풀어주지 않을까.

란젤은 어느새 그런 기대를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만히 입을 꼭 물었다.

욕실에 도착한 란젤은 놈의 도움을 받아 욕조 안에 몸을 구기고 앉았다. 놈이 부드러운 천으로 몸을 씻기는 사이,
란젤이 요 며칠 고민하고 있던 걸 그에게 물었다.

“가면은… 언제 벗겨주십니까?”

계속 얼굴에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자니 점점 근지러웠다. 세수도 제대로 하지 못할뿐더러, 놈을 상대하거나 진액


때문에 진땀이 흐를 때마다 얼굴에 습기가 차서 간지럽기도 했다.

“고민 중.”

놈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오늘은 생각보다 반응이 유했다.

놈이 젖은 손으로 란젤의 턱을 어루만지더니 한숨을 쉬었다.

“네가 완전히 길이 들 때까지는 씌워두려고 했다만, 아무래도 피부에는 좋지 않겠지. 얼굴에 흉이 남는 것도


별로 달갑지 않고.”

놈은 가면과 이어진 광대뼈 부근을 슬그머니 당겨보더니 한숨을 또 쉬었다.

“슬슬 벗겨줄 때가 오기는 한 것 같구나. 피부에 발진이 생기려고 하는군.”

“가면은… 왜 씌우신 겁니까?”

“편하니까.”

“뭐가… 말입니까?”

놈이 아하하 웃으며 란젤의 볼을 꼬집었다.

“군에 있었으니 너도 잘 알 텐데, 란젤. 고문의 효과를 높이려면 눈을 가리는 편이 좋다는 걸.”

그렇군. 란젤은 이 대답으로 놈이 저를 고문하던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기야, 제가 당한 일들이 고문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피부를 저미고 손톱을 뽑는 것만이 고문은 아니지.

그래도 조만간 이 지긋지긋한 가면을 벗겨줄 생각인 모양이니 조금은 더 얌전해져야겠다. 어차피 지금도 꽤
얌전히 있는 중이다만, 좀 더 말을 잘 듣는 척이라도 하는 게 좋겠지.
몸을 씻고 나와서는 늘 그랬던 것처럼 먹이를 받아먹었다. 양이 애매하게 늘어나는 중이었는데도 아직 허기가
달래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허겁지겁 빵과 물을 삼키고 나면 란젤은 매번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배가 많이 고파?”

“예.”

놈은 침대 아래에 앉은 란젤의 어깨를 만지며 작게 혀를 찼다.

“처음 봤을 때보다 살이 좀 빠지기는 했나.”

놈은 란젤의 어깨와 볼을 마구 주무르다가 손을 떼어냈다.

“네가 아직 길이 덜 들었으니 어쩔 수 없어. 좀 더 참아.”

“길이 든다는 건, 어떤 걸 말씀하십니까.”

이 정도면 길이 든 것처럼 보이지 않나. 란젤은 가능하면 놈이 하라는 대로 다 했다. 울라거나 앙앙대라는 건
생리적으로 안 되는 거니까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에는 거의 다 한 것 같은데.

아무리 떠올려도 저를 의심할 이유를 찾지 못한 란젤이 놈을 찾듯이 고개를 움직였다.

놈은 고민이라도 했던 건지, 시간을 조금 보낸 후에야 란젤의 질문에 대답했다.

“내 좆이 없으면 네 보지가 허전해서 못 살게 되는 거.”

놈이 어느새 고개를 숙이고 란젤의 입술에 짧게 제 입술을 찍었다. 놈은 란젤의 얼굴 근처에 대고 말을 이었다.

“네가… 내 냄새나 목소리만 들어도 보지를 적시고, 좆을 먹여달라고 우는 정도려나. 소박한 바람이지?”

“예….”

아주, 무척 이루기 힘든 바람인 것 같지만 곧이곧대로 대답해 줄 의리는 없으니까.

란젤의 대답을 들은 놈이 콧방귀를 뀌더니 단단하고 살이 없는 볼을 한껏 빨고 씹었다.

늘어나는 거죽을 이에 물고 질겅거리는 통에 눈살을 찌푸렸으나, 어차피 가면에 가려져서 보이지도 않았을 거다.

살가죽이 얼얼하도록 씹어댄 놈이 이를 세웠던 곳을 꼬집으며 짜증을 부렸다.

“네놈의 이런 태도가 별로인 거다, 란젤. 얌전히 ‘굴어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지금. 건방진 개새끼
같으니라고.”

놈은 란젤의 고개를 짤짤 흔들어대고는 멍이 든 것처럼 욱신거리는 볼에 손바닥을 문지르며 웃었다.

“하기야 머리가 좋은 개들이 곧잘 주인을 우습게 보지. 그 고집을 꺾는 게 주인이 할 일이니 불만은 없다만….
여하튼, 네 몸이 고된 건 다 네놈 탓인 게다. 그러니 불평하지 말도록.”

“예, 주인님.”

억울했지만 어쩌겠나. 까라면 까는 거지. 군대에서처럼 계급장을 달고 있는 것은 아니어도 놈이 제 상관인 것은


맞으니까 별 불만은 없었다.

다만, 저놈이 바라는 그 소원을 과연 이루게 될 날이 올까. 그날이 와야 이놈의 가면도 벗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참 생각할수록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러다 평생 이놈의 가면을 못 벗는 게 아닐까.

“오늘부터는 입보지도 좀 가르쳐 볼까.”

놈은 늘 그렇던 것처럼 란젤의 팔을 쇠사슬 달린 수갑으로 침대에 묶었다. 란젤은 놈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그저


멀뚱히 누워만 있었다. 입으로 빨게 할 줄 알았더니 아닌가.

놈은 평소처럼 란젤의 보지에 진액을 발라두고는 손을 씻고 돌아왔다.

놈이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고민하는 사이에 어깨에 묵직한 것이 올라왔다. 놈이 란젤의 어깨 위에 무릎을 찍어


누르며 올라탄 것이다.

“좆을 물려줄 테니까 잘 빨아봐.”

이 자세로? 놈은 란젤이 놀랄 시간도 주지 않았다. 그저 빠르게 란젤의 턱을 당기더니 단번에 좆을 찔러 넣었다.

아직 제대로 단단해지지 않은 상태의 말캉한 좆이 크기는 어찌나 큰지. 입안이 순식간에 가득 찼다.

“이빨 세우지 말고 제대로 벌려.”

놈의 좆이 입안에서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하면서 턱이 빠질 것처럼 크게 벌어졌다. 란젤은 갑자기 숨통이 막힌


탓에 버둥거리다가 놈이 잠시 허리를 물린 사이에 거칠게 숨을 터뜨렸다.

숨통만 트일 정도로 물러났던 좆이 완전히 단단해진 채 다시 입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놈이 란젤의 위에 탄 채로 슬겅슬겅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닫힌 목구멍을 쿡쿡 찌를 때마다 란젤이 허공에


발을 굴렀다.

헛구역질이 올라오면서 전신의 근육이 긴장한 듯 굳었다. 게름나무 진액이 발린 구멍이 조여들면서 거세게
느껴지는 가려움에 란젤이 몸을 크게 들썩거렸다.

하지만 놈은 바위처럼 어깨 위에 버티고 앉아서 제 좆을 란젤의 입안으로 쑤셔 넣고 있었다.

“이빨 세우지 말라고, 흣, 했을 텐데. 응? 란젤, 내 좆에 생채기라도, 읏, 나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놈이 코를 막는 바람에 란젤은 입을 더욱 크게 벌릴 수밖에 없었다. 모자란 숨을 쉬기 위해 벌어진 목구멍으로


놈의 좆이 푹 꽂혔다.

“으브, 읍!”

강제로 벌어진 목구멍이 놈의 좆을 마구 조이며 꿀렁거렸다.

“아….”

목 안으로 좆을 박아 넣은 놈이 나른한 신음을 뱉으며 허리를 흔들었다. 란젤이 넘어오는 구역질 때문에 발버둥을
치든지 말든지 상관없다는 몸짓이었다.

“입보지도 꽤, 하아, 쓸 만해.”


놈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란젤이 숨이 막혀 꺽꺽거리기 시작할 때쯤에 겨우 좆을 뒤로 물린 놈은,
죽을 것처럼 기침을 토해내는 란젤의 짧은 앞머리를 잡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엄살 피우지 말고, 잘 물어. 좆물을 제대로 짜내면 내일 저녁은 배불리 먹게 해줄 테니.”

가면 사이로 물이 흘러나왔다. 관자놀이를 지나 귓가로 길게 이어진 물을 훔치며 놈이 웃었다.

“이제야 좀, 귀엽네. 더 울어, 란젤. 발버둥 치고 애원해. 내 마음을 동하게 해봐. 그럼 이 좆같은 사슬이나
가면에서 해방시켜 줄게.”

놈이 벌리라는 말과 함께 좆을 다시 들이밀었을 때, 란젤은 덜덜 떨리는 턱을 열고 입을 벌렸다.

동굴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온 좆에서 찝찌름한 액이 떨어져 란젤의 입안에 퍼졌다. 란젤의 입에 침이 돌기
시작하자 놈이 허리를 푹 박아 넣으며 낮은 탄식을 흘렸다.

“보지도 잘 젖더니, 입보지도 잘 젖는구나. 하여튼 음탕해.”

놈은 란젤의 머리채를 뒤로 잡아당기며 젖혀진 목구멍에 좆을 푹푹 쑤셔댔다. 찢어질 듯이 벌어진 목구멍에


타액이 잘못 넘어간 란젤이 몸을 뒤틀며 기침을 토해내도 멈추지 않았다.

란젤은 놈의 좆이 잠시 빠져나갔을 때 필사적으로 숨을 쉬며 콜록거렸다. 이물이 넘어간 폐가 쪼그라들면서


격통이 느껴졌다. 잘못 넘어간 타액을 토해낼 새도 없이 목구멍을 틀어막는 좆 때문에, 란젤은 생리적인 눈물을
줄줄 흘리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어느새 쇠사슬을 그러잡은 팔에 근육이 불끈 솟았다. 하도 힘을 줬더니 팔과 어깨의 근육이 끊어질 듯이 당겼다.

놈의 좆이 드나들 때마다 뒤로 젖혀진 목이 불룩해졌다. 란젤은 머리채를 잡은 놈 때문에 팽팽하게 핏줄이 당겨진
목을 돌리지도 못한 채 좆을 받았다.

가끔 음모가 닿을 정도로 놈이 좆을 밀어 넣으면 밟힌 개구리가 내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가 목에서 새었다. 그럴


때마다 즐거운 듯이 들려오는 놈의 웃음소리에 귓가에 소름이 돋았다.

어쩌다 이런 미친놈한테 걸려든 걸까.

꽤 오래 괴롭힘을 당한 란젤이 기어코 늘어지자 놈이 그제야 좆을 느슨하게 빼냈다.

“좆물 싸줄 거니까 뱉지 말고 삼켜.”

놈은 좆을 거의 끝까지 빼내어 입술 부근에 귀두를 걸쳐놓은 후에 제 손으로 문질렀다. 젖은 좆을 쥐어짜는 듯한


소리가 찌걱찌걱 들려왔다.

“읏….”

놈이 낮게 신음하며 입안에 좆물을 싸질렀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좆물에 놀란 란젤이 고개를 뒤틀려 하자 놈이
좆을 조금 더 깊이 밀어 넣었다.

“다시 시작하고 싶어?”

놈이 란젤의 혀뿌리 쪽에 좆물을 싸지르며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놈이 목구멍에 좆을 박던 중에 몇 번인가 지옥문을 두드렸던 란젤은 어쩔 수 없이 놈이 뱉어낸 좆물을 받아마셨다.
뭐라 설명하기 힘든 맛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놈은 란젤이 좆물을 다 삼킬 때까지 지켜본 후에 몸을 일으켰다. 한동안 놈의 무게에 짓눌렸던 어깨뼈가 뻐근해서
저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가랑이 사이가 간지러운 것도 익숙해졌는지, 아니면 지쳐서 그런지 아까보다는 자극의 강도가 훨씬 줄어든
상태였다. 란젤은 부은 목으로 힘겹게 침을 삼키며 놈에게 말했다.

“밥… 약, 속, 쿨럭, 지키….”

갑자기 놈이 미친놈처럼 웃어대기 시작했다. 아하하하, 크게 울리는 웃음소리는 정말로 즐거워서 어쩌지
못하겠다는 듯이 들렸다.

란젤은 그저 서글펐다. 고작 빵 몇 덩이를 더 얻어먹으려고 남의 좆물을 받아먹어야 하는 현실이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란젤이 한숨을 쉬자 그제야 미친놈처럼 웃어젖히던 놈의 소리가 줄어들었다.

놈이 란젤의 위로 몸을 숙였는지 머리카락이 가슴 위에 닿아 미끄러졌다. 보들보들한 그것은 어쩐지 개나


고양이의 털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배가 그렇게 고팠어? 응? 란젤, 말해봐. 좆으로 입보지의 처녀를 따이고 고작 바라는 게 그거야?”

그럼 뭘 더 바라라는 말인가. 좆물을 받아먹으면 배불리 먹게 해준다고 한 건 네놈이 아니었나.

“어차피 다른 걸, 쿨럭, 바라더라도, 들어주지 않으실 거 같아서요.”

놈이 란젤의 볼에 입술을 찍으며 가면 아래로 흠뻑 넘쳐난 눈물을 가만히 훔쳤다.

“모처럼 귀여운 짓을 했으니, 내일 저녁은 배부르게 먹여주마. 기대해도 좋아.”

“예.”

놈은 그렇게 가버렸고 란젤은 찝찝한 입맛을 다시며 아래의 간지러움에 몸을 좀 뒤틀다가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 보니 참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불편한 상태로 이렇게 푹 잘 일인가. 매번 느끼는 바지만
인간의 적응력이란 정말 대단했다. 아니면, 유독 제 적응력이 남다른 걸지도 모르고.

어찌 됐든 란젤은 제가 참 튼튼한 몸을 가졌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나저나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평소보다 배변 욕구가 적은 건 아무래도 그만큼 푹 잠이 들었다는 증거겠지.

란젤은 한숨을 푹 쉬고 놈이 언제쯤 올 것인가를 생각해 봤다.

제정신으로 가만히 누워 있으면 시간이 유독 안 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짐작도 할 수 없기 때문인가.
잠에서 깬 뒤로 지금까지 몇 분이나 지났는지도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놈이 없는 시간이면 란젤은 어쩐지 시간도 공간도 없는 곳에 홀로 가둬진 기분이 들었다. 소름 끼칠 정도로
조용한 적막과 어둠 속에서 자신의 숨소리만 듣고 있다 보면 긴장한 심장이 쿵쿵 소리를 내며 뛰었다.

그러다 바스락, 제 발로 시트를 밀어내면서 소리가 나거나 쇠사슬이 철그렁 소리를 울리면 그제야 그나마 안도가
찾아왔다. 적어도 공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몸에 닿는 시트도, 손목을 감싼 수갑도 모두 존재했다.

하지만 홀로 있다 보면 어쩔 수 없는 두려움이 마음을 좀먹었다. 그럴 때마다 긴장한 몸에서 진땀이 흘렀다.

그렇게 얼마나 더 지났던가. 어느새 저녁이 된 모양인지 놈이 나타나는 기척과 함께 흔들린 공기가 이마를
시원하게 훑었다.

란젤은 놈이 나타났다는 사실보다도 미약하게 풍기는 음식 냄새에 반응하며 고개를 들었다.

꾸르륵. 배에서 천둥이 치는 소리가 들리자 다가오던 놈이 헛웃음을 흘렸다.

“나보다 음식이 더 반가워?”

그걸 말이라고 하나. 란젤은 벌써 입안에 가득 찬 침을 삼키느라 대답할 겨를도 없었다. 꿀꺽꿀꺽. 커다란
소리를 내며 목울대가 마구 꿀렁거렸다.

희미하게 빵 냄새도 나는 것 같았지만 그보다 더 진한 저 냄새는 분명, 고기였다.

소고기는 아닌 것 같고 오리나 닭, 아니면 비둘기려나. 조류 특유의 고소한 기름 냄새가 란젤을 미치게 했다.

란젤이 몸을 들썩거리자 놈이 한숨을 내쉬며 수갑을 끌렀다.

“오늘은 식사부터 하고 씻을 거야.”

“네.”

놈이 차가운 손으로 란젤의 볼을 쓰다듬었다.

“착하다. 침대 아래로 내려가.”

놈은 란젤에게 음식을 먹일 때마다 침대 아래에 앉게 시켰다. 이것도 아마 뭔가 길들이려는 속셈에서 비롯한


지시인 것 같았는데, 애석하게도 란젤은 아무렇지 않았다.

“어.”

서둘러 내려오려다 허공을 손으로 짚은 란젤은 몸이 기울어지는 느낌에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하고 맥없는 감탄사만
흘렸다. 이대로 얼굴을 박으려나. 가면 때문에 무척 아플 것 같았지만 눈이 보이지 않으니 무언가 대비할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대로 기울어가던 란젤의 가슴 앞으로 단단한 팔이 닿았다.

“기껏 정찬을 차려 왔더니 머리 박고 자살이라도 하게?”

와. 란젤은 놈의 말 중에 정찬이라는 단어 하나만 들었다. 나머지는 아예 들리지도 않아서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입안에 한껏 고였던 침이 턱을 타고 떨어지자 놈이 작게 혀를 찼다.
“멍청한 표정 하고는.”

놈은 란젤을 붙잡아 바닥에 내려앉게 도와주고는 란젤의 옆쪽 침대 위에 앉았다. 식사 때마다 늘 같은 자리에


앉기 때문에, 란젤은 편안하게 놈의 오른쪽 허벅다리에 기대듯이 앉은 채 밥을 기다렸다.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 새 같구나.”

이 덩치가 그렇게 보이기도 쉽지 않을 텐데. 란젤은 놈의 말보다 놈이 만들어내는 달그락거리는 소음에 더


집중했다. 무언가를 살살 젓는 듯한 소리. 도자기에 부딪히는 스푼 소리가 청량하고 맑았다.

코끝에 따끈한 김이 닿았다.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꿀꺽 침을 삼키자 따끈하게 데워진 스푼이 입에 닿았다.
입안으로 넘어온 부드럽고 고소한 크림수프. 맛을 느낄 새도 없이 꿀꺽 삼키고 났더니 입안에 남은 잔향에 부쩍
서러움이 밀려왔다.

이게 뭐라고. 고작 크림수프 하나에 코끝이 찡해진 제 처지가 한탄스러웠고, 그런 감정조차 허망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놈은 느릿한 속도로 수프를 떠먹였다. 무언가를 먹고 있는데 허기는 왜 점점 강해지는 걸까. 수프를 삼키는
소리와 배에서 장기가 요동치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놈이 채 몇 입 먹지도 못한 수프를 물렸을 때, 란젤은 제 입술을 핥았다. 입술에 남은 짭짤한 기운이 사라질
때까지 핥고 또 핥자 놈이 평소보다 다정한 체하며 말을 걸었다.

“갑작스럽게 배를 채워도 소화가 안 될 텐데, 괜찮을까.”

놈의 손가락이 아랫입술에 닿아서 입을 벌렸더니 수프에 적신 빵이 들어왔다. 란젤은 끊임없이 입안에 들어오는
음식을 씹어 삼켰고 놈은 별로 귀찮은 기색도 없이 꾸준히 수프에 적신 빵을 먹여주었다.

놈이 구운 새고기를 입에 넣어줬을 때는 저도 모르게 감탄이 터졌다. 짭조름한 껍질이 파삭파삭하게 씹히고,


부드럽게 익은 살점에서는 육즙이 흘러넘쳤다.

고기를 씹는 동안 침이 너무 나와서 대충 삼키고 입을 벌리자 놈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뱉었다.

“제대로 씹기는 했어?”

“예.”

“배가 정말 많이 고팠나 보군. 보고 있자니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인데.”

놈은 커다랗게 찢은 고기를 란젤의 입에 물려주고는 턱 아래를 살살 쓰다듬었다. 개에게나 할 법한 손놀림에 턱을


맡긴 란젤은 입을 꼭 다문 채 고기를 씹기 바빴다.

자꾸만 울컥하는 감정 때문에 얼굴이 빳빳하게 굳어버렸으나 턱을 움직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 않은가.

놈이 굳은 얼굴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관심도 없었다. 어차피 제 눈에도 보이지 않는 표정이 아닌가. 놈의 반응
역시 제 눈에 보이지 않으니 상관없는 일이었다.

란젤은 결국 모든 음식을 다 비우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한숨을 쉬었다. 조금 모자라는 감은 있었지만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먹은 것 중에 가장 만족스러운 식사임은 틀림없었으니까.
“정말 잘 먹는걸. 정찬이라 양이 꽤 되는데 그걸 다 비울 줄이야.”

귀족의 정찬은 원래 먹을 인원보다 두세 배의 음식이 나오는 게 관례였다. 란젤은 저 혼자 그걸 다 비웠다는 말에


조금 놀랐다. 그 많은 음식을 다 먹었는데 왜 배가 덜 부른 기분이 들지.

아쉬운 표정을 읽었나. 놈이 란젤의 볼을 어루만지며 떨떠름한 목소리를 내었다.

“널 먹이려면 먹이값이 꽤 들어가겠어. 이거야 원, 수지타산이 맞을까 모르겠는데.”

고작 밥값이 그렇게 아까운가. 란젤은 놈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어쩐지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가면에 시야가 가려져 있는데도 이쪽을 본 놈이 웃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러니 넌 내 말을 잘 들어야 해, 란젤. 너는 내가 지불한 대가만큼 날 만족시켜야 한다고.”

한숨이 새어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란젤은 무덤덤하게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놈은 란젤의 반응에 그럭저럭 만족했는지 이마를 살짝 덮은 앞머리를 쓸어 올리고 그 위에 입을 맞췄다.

“옳지, 착하다.”

란젤은 놈의 말이 진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저 역시 진심으로 답한 게 아니었으니, 뭐. 이쯤 되면


피장파장이 아니겠는가.

소화가 조금 될 때까지 놈은 란젤의 손톱과 발톱을 다듬어주었다. 해본 적이 없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놈은


진짜 말도 못 하게 서툴렀다. 너무 깊게 자르는 통에 아픈 적도 여러 번이고 제대로 자르지 못한 놈이 몇 번이나
헛손질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이런 번거로운 짓을 직접 하는 건가.

놈은 란젤이 묻지도 않은 질문을 홀로 대답해 주며 작게 웃었다.

“내 개니까 내가 다듬어줘야지.”

란젤은 그저 그 말이 웃겼다. 귀족가에서는 전통적으로 사냥개를 많이 키웠다. 란젤의 집에도 30 마리가 넘는


사냥개를 여러 종 키웠지만 란젤은 개들의 수발을 들어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물론 저놈도 그럴 것이다. 귀족이라는 것들이 다 그렇지. 제 것이라고 말은 하지만 그건 돈을 주고 샀으니 제


물건이라는 뜻일 뿐이다.

그래서 더 의아했다. 그 많은 사냥개를 스스로 건사했다면 이렇게 서툴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렇다면 저놈이 말하는 자기 개라는 말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사냥개와 암캐의 차이가 뭐길래.

서툰 놈의 손짓이 불안해서 엉뚱한 생각을 이어가던 란젤은 제 생각이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어버렸다. 놈도
제정신이라면 설마 사냥개에게 좆을 박아대지는 않겠지. 둘의 차이가 명확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왜 웃지?”

놈의 목소리가 음산해졌다. 설마 자기를 비웃는다고 생각하나. 아니, 뭐… 조금은 그런 게 맞다만.

“사냥개들도 이렇게 해주시나 생각했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 백 마리에 가까운 개들을 내가 무슨 수로 관리해?”

그러니까.

“그래서 궁금해서요. 왜 저는 다른가 싶어서.”

“사냥개와 네가 다른 건 당연하지. 아무리 개를 좋아한다고 해도 개한테 좆을 박는 건 인간이 할 짓은


아니니까.”

흠. 란젤은 제가 떠올린 생각을 그대로 답하는 놈의 말에 조용히 콧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으니까 그럼 그렇지, 정도의 감상이었다.

알고 있지 않았나. 놈에게 저는 그저 좆을 박을 구멍일 뿐. 박을 구멍이 많으니 신기하고 재미있기는 하겠지.


그것 외에 뭐가 있을까.

놈이 저를 구멍 취급을 하든 암캐 취급을 하든 란젤은 딱히 상관없었다. 몇 번 박힌다고 망가지는 것도 아니고,


다른 아가씨들처럼 몸값을 올려 정략결혼을 할 것도 아니잖은가.

어차피 쓸 곳 없는 구멍이 헐든, 찢어지든 딱히 상관도 없었다. 아픔은 상처가 아물면 사라지게 마련이니까.
란젤은 그저 놈이 대충 가지고 놀다가 어서 제게 질리기만을 바랐다.

대신 버릴 때는 버리더라도 가면 정도는 풀어주면 좋겠다는 정도만 더 바랐다. 아니, 입을 옷도 좀 주고


버려주면 좋겠네. 음. 자꾸 바라는 것이 많아져서 큰일이다.

바짝 잘라서 화끈거리는 손끝 때문에 씻는 동안에도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자꾸만 욱신거리는 감각이 커져서
그쪽으로 신경이 계속 갔다. 놈이 안을 씻긴다며 손가락으로 구멍을 휘저을 때도 그랬다.

욕조에 눕듯이 늘어져 있는 란젤의 태도가 불만이었는지 놈의 손길이 조금 집요해졌다.

“이제는 손가락 정도로는 만족이 안 돼? 벌써 보지가 헐렁해졌나?”

놈은 단번에 손가락을 두 개에서 네 개로 늘리고는 내벽을 긁어내렸다. 두 개만 넣었을 때보다 훨씬 깊게 밀려


들어온 질량에 놀란 란젤이 허리를 들썩이자 그제야 놈이 피식 웃었다.

“아, 역시. 너무 늘어났나 본데. 손가락 네 개도 이렇게 여유로워서야. 란젤, 보지에 힘줘. 제대로 조여
물어.”

놈이 수치를 주려고 일부러 저러는 걸 알지만, 그런다고 수치심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란젤이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자 놈은 좆을 박을 때처럼 손을 움직여 가며 란젤을 재촉했다.
찢어질 정도로 벌어진 구멍을 자꾸만 조이라는 놈의 재촉에 란젤은 안간힘을 쓰며 허리를 들었다.

어떻게든 몸에 힘을 넣어보았으나 조여지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꽉 찬 구멍을 더 어떻게 조이라는 건가.
손가락을 끊어먹을 정도로 조이라는 말에 란젤이 앓는 소리를 흘렸다.

“힘들어?”

놈은 손바닥까지 밀어 넣을 기세로 손을 박아댔다. 엄지와 이어지는 지점까지 깊이 쑤셔 넣은 통에 먹었던 저녁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란젤이 신음을 흘리자 놈이 약 올리듯 물었다.

“아파?”

장난하나. 내장을 손으로 후벼 파는데 안 아프면 사람인가. 이빨을 악다물고 있느라 대답하지 못했더니 놈의
손놀림이 더욱 악랄해졌다.

“으… 흐….”

란젤은 욕조 가장자리를 손으로 움켜쥔 채 허공에 뜬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꽉 다문 턱이 덜덜 떨리는 동안에도


놈은 자꾸만 더 깊게 들어올 듯이 굴었다.

깊이 파고든 손가락이 파닥거리며 어딘가를 건드렸을 때, 란젤의 허리가 크게 튕겨 올라갔다.

“읏!”

출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욕조의 물이 넘쳤다. 놈은 몸이 젖었다며 혀를 차면서도 란젤의 안을 후벼대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 자궁이 만져지네. 입구가 오물거리는 거 같아.”

놈이 손톱 끝으로 뭔가를 긁을 때마다 고통과 함께 소름이 돋았다. 안쪽의 예민한 점막에 단단한 손톱이 닿으며
찌르는 듯한 통증이 아랫배에 직격했다.

“윽… 그, 그만, 으….”

배 속에서 무언가 망가질 것만 같았다. 장기가 울렁거리는 건지, 자궁이 들썩거리는 건지 몰라도 이상한 감각이
통증과 함께 느껴졌다.

“아!”

욕조 가장자리에 걸친 발을 버둥거리며 힘을 주던 란젤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욕조를 잡고 있던 손을 놓쳤다.

물속으로 가라앉자마자 콧속으로 물이 밀려 들어왔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덜컥 이대로 죽는 건 아닌가, 그런


두려움이 몰려왔다.

란젤이 물에 처박혀 허우적거리자 놈이 란젤의 구멍에서 손을 빼냈다. 란젤은 그걸 느끼지도 못하고 그저 좁은


욕조 안에서 살기 위해 버둥거리느라 필사적이었다.

놈이 짧은 머리카락을 쥐어 수면 위로 란젤을 끌어 올렸다. 란젤은 고통스럽게 기침을 토하며 모자란 숨을


헐떡였다. 목구멍에서 듣기 흉한 소리가 흘렀다. 기침과 함께 목에서 넘어온 미지근한 물이 입가를 타고 내려와
가슴을 적셨다. 그 밋밋한 온기에 소름이 돋았다.

놈은 란젤이 엉덩이를 욕조 바닥에 내릴 때까지 머리채를 잡고 있다가 풀어주었다.

젖은 머리카락을 걷어내고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아낸 란젤은 가면 아래로 자꾸만 흘러나오는 물기를 느끼고
당황스러웠다.

물을 아무리 훔쳐도 물기가 멎지 않았다. 란젤은 그제야 제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말 죽을 줄 알아서 놀라기라도 했나. 왜 눈물이 멈추질 않지.

“란젤.”

놈이 다정한 척 조용히 부르더니 란젤의 볼에 손을 대었다. 란젤은 그 차가운 감각에 놀라 저도 모르게 볼에 닿은


손을 쳐냈다. 철썩. 강한 소리에 스스로도 흠칫 놀라 어깨를 굳히자 놈이 재차 손을 대며 속삭였다.

“놀랐으니 그럴 만도 하지. 혼은 내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겁먹지 마라.”

놈의 말에 젖은 한숨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눈알이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란젤은 제 눈을 덮고 있는 가면 위를 손으로 지그시 누르며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삼켰다.

놀라서라고? 아니, 이건 놀랐기 때문이 아니다. 비참해서다.

고작 이런 욕조에 빠져 죽을 뻔했다는 사실이, 놈의 손짓 하나에 무력하게 끌어 올려졌다는 사실이 너무 비참해서


견딜 수 없었다.

꾹 다문 입에서 자꾸만 끼릭거리는 소음이 새어 나왔다. 어깨가 부들부들 떨리고 덩달아 가면을 누르고 있던 팔도
떨렸다.

놈이 란젤의 한쪽 볼을 감싸며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저런.”

조용히 흘러나온 저 한마디에 란젤의 비참함은 더욱 크기를 키웠다.

고개를 푹 수그리고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으려고 노력하던 란젤은 제가 그동안 참아온 감정이 비로소 툭 터진 것을
깨달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모든 일이 모두 실은 비참하기 그지없었다는 걸.

나라를 잃고 노예로 팔려와 사람들 앞에서 가랑이를 보이며 수치를 당한 것부터 그랬고, 이놈에게 당한 모든 일이
하나하나 되짚어볼 것도 없이 비참했다.

딱, 이대로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란젤이 울든 말든 놈은 완전히 즐거운 기색이었다. 놈은 욕조 안에서 덜덜 떨고 있는 란젤을 끌어 올려 일으킨 후,


커다란 타월로 감싸고 안아 들었다. 달래는 듯이 들썩거리는 몸과 달콤하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즐거운 기색이
넘쳐흘렀다.

“란젤, 그리 우니까 내 마음이 아프구나. 얼마나 놀랐으면 네가 이리 울지. 응?”

놈은 란젤을 안고 가는 내내 젖은 볼을 핥아댔다.

“네가 자꾸 우니까 가엽고 꼴려서 미치겠다.”

질척하게 볼을 핥은 놈이 지껄였다. 놈은 아직 전신에 물기가 남아 축축한 란젤을 침대 위에 내려놓고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치웠다. 그리고 바로 입술을 겹쳤다.

란젤은 입안으로 기어들어 오는 놈의 혀를 씹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었다. 꾹 참고 입을


벌려주자 뱀처럼 움직이는 혀가 란젤의 혀를 감아 당겼다.

“윽.”

혀뿌리가 뻐근할 정도로 빨린 란젤이 낮게 신음하자 놈이 쿡쿡 웃으며 혀를 깨물었다.

“귀엽기는.”

조용히 속삭인 놈을 노려봐 주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빌어먹을 놈이라고 욕을 퍼부어주고 싶었으나 란젤의
혀는 놈의 혀에 얽혀 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란젤은 놈에게 밀려 침대로 드러누우며 당겨진 턱을 치켜들었다. 더욱 깊게 파고든 혀가 목구멍에 가까운 점막을
핥자 목울대가 크게 꿀렁거렸다. 더불어 어깨부터 몸이 천천히 들썩였다. 파도처럼 타고 내려간 들썩임이
엉덩이까지 다다라, 마침내 푹신한 침대 위로 천천히 몸이 내려앉았다.

놈은 란젤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갈 때까지 다른 곳에는 손대지 않고 입안만 헤집었다. 집요하게 꿈틀거린 혀가
입안의 점막을 모두 녹일 듯이 움직였다.

“눈물이 멈췄군.”

놈은 마치 딸꾹질이 멈췄다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지?”

쿡쿡 웃으며 볼에 입을 맞춘 놈이 일어서자 길게 드리워져 있던 머리카락이 스르륵 흐르며 란젤의 가슴을 간질였다.


놈은 머리카락이 지나간 자리를 차가운 손으로 살그머니 쓰다듬었다.

“울면서 여기를 이렇게 세우고. 응?”

란젤은 놈이 툭 건든 것이 제 젖꼭지라는 사실보다 그게 단단하게 뭉쳐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작게 몸을 비틀자


놈이 빳빳하게 선 젖꼭지 위에 입을 맞췄다.

뜨끈한 숨결이 훅 끼얹어진 후에 닿은 말캉한 입술의 감촉이 너무 낯설었다. 처음 닿은 것도 아닌데 유독


생생하리만치 느껴졌다.

놈이 입을 여는 소리가 질척하게 흘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뜨끈한 혀가 유두를 핥았다. 아주 가볍게, 마치


크림을 핥듯이 지나간 혀의 감촉에 란젤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들썩이며 커다란 숨을 토했다.
“하여간 야해 빠졌다니까? 별로 가르친 것도 없는데 젖꼭지 좀 핥았다고 이렇게, 좋아죽으니….”

놈은 한쪽 손으로 빈 가슴을 잡아 쥐어짜며 입술이 닿았던 가슴을 핥아댔다.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이상한 소리를
흘려대며 가슴을 빨아들일 때마다 저릿저릿한 감각이 아랫배로 고였다.

미친놈이 또 미친 짓을 하고 있나. 란젤은 갑자기 부드럽게 제 가슴을 핥는 놈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저


당혹스러운 이 감각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느라 멍해 있는 사이, 놈이 핥아 올린 유두를 잘근 깨물었다.

“읏.”

뾰족한 아픔이 몸 안쪽에서 흘러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이 뻐근하게 저렸다. 란젤이 들썩이자 놈이 제 몸으로


란젤을 찍어 누르며 다시 가슴에 들러붙었다.

놈은 유륜을 둥글게 핥기도 하고 가슴 근육을 멋대로 주무르기도 했다. 입술을 모아 젖꼭지를 빨았다가 뾱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떼어내기도 했다. 그 얄궂은 소리를 듣고 놈은 웃었지만 란젤은 조금씩 짜증이 났다.

가지고 놀듯이 가슴을 만져대는 놈의 행동이 마음에 들 리가 없지 않은가. 어차피 자신이 저놈의 노리개라는 것은
란젤도 알았다. 하지만 차라리 거칠게 마구 대하는 편이 더 마음이 편했다.

놈이 혀를 움직일 때마다 발가락이 간질거리고 얼굴에 착실하게 열기가 쌓였으니까.

놈이 무릎으로 란젤의 허벅지를 열고 그사이에 자리 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바지 위로 두둑하게 부푼 놈의


좆이 허벅지 안쪽과 고환을 뭉근히 누를 때마다 란젤의 입에서 밭은 숨이 터졌다.

놈의 허벅지에 눌려 다리가 벌어지면서 젖은 아래가 찐득하게 달라붙어 있다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놈이 한
손을 아래로 내려 보지를 훑었을 때도 질척한 소리가 난 건 마찬가지였다. 놈은 보지가 젖었다며 웃었고 란젤은
반대로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놈이 란젤의 보지살을 헤치며 구멍을 아래위로 문질렀을 때, 란젤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띄웠다. 들썩인 몸이
가라앉으며 힘이 풀린 순간, 안에서 뜨끈한 무언가가 왈칵 넘치는 것이 느껴졌다.

놈은 구멍 안으로 손가락을 넣지도 않고 그저 날개처럼 펼쳐진 보지살을 간질이듯이 손을 움직여 댔다. 그러다
문득 놈이 상체를 일으켜 란젤의 허벅지를 환히 열었다.

가랑이 사이에 꽂힌 놈의 시선이 선명했다. 이제 와서 부끄러울 것도 없는데 벌어진 허벅지 안쪽이 파르르
경련했다.

“아.”

멍청한 소리를 낸 놈이 키득키득 웃으며 란젤의 보지를 이리저리 뒤지듯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뭐가 이상한가 했더니, 그게 없구나.”

그게 뭔데. 놈은 란젤의 보지 구멍 주위를 살살 어루만지며 타고 올라왔다. 고환과 이어진 골짜기 끝까지 올라온
놈의 손가락이 한 지점을 꾹 눌렀다.

“원래대로라면 여기에 그게 있거든. 여자가 느끼는 곳이지. 흠, 신기하네. 너는 그거 대신 좆이 달린


모양이야.”
놈은 마저 손을 올려 란젤의 좆기둥을 감싸 쥐고 문질렀다. 란젤은 놈의 손이 닿고서야 제 좆이 이미 발기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지를 만지면서 젖어 있던 손에서 찌걱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닌지, 조금 지나자 그 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기분이 들었다. 란젤은 입술을 깨문 채, 놈이 손을 움직일 때마다 허리를 들썩였다.

놈이 손으로 성기를 훑을 때마다 안타까운 한숨이 샜다. 아랫배가 저릿저릿하고 좆 아래에 달린 고환이
들썩들썩하는 것마저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뿐인가. 공기에 노출된 가랑이의 구멍이 오물오물 움직이면 자꾸만
아랫배가 당겨서 미칠 지경이었다.

“기분 좋아 보이는군.”

놈은 아주 천천히 손을 움직이며 좆기둥을 차갑고 긴 손가락으로 휘감아댔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울릴 때마다


란젤은 뒤로 젖힌 고개를 느리게 흔들었다.

“아주 잘 젖고 있는데.”

놈에게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놈이 계속 만지고 있는데도 좆이 마를 기색이라곤 없이 미끈거렸으니까.


하지만 놈이 말한 것은 좆이 아닌 모양이었다.

“보짓물이 넘쳐서 시트가 젖었어. 아주 흠뻑 젖었구나.”

거짓말. 아무리 잘 젖는다고 한들, 소변을 지린 것도 아닌데 침대 시트를 적실 정도일 리가 없다. 하지만
엉덩이를 꿈틀거리며 뒤로 빼내던 란젤은, 엉덩이 끝에 닿는 젖은 시트를 느끼고 아연실색해서 몸을 굳혔다.

란젤이 멈춘 것을 본 놈이 낮게 웃었다.

“다음에 보여주마. 네 보지가 얼마나 잘 젖는지, 어떻게 좆을 넣어달라고 졸라대는지 말이야.”

놈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란젤의 좆을 잡은 손은 손대로 움직여 대면서, 빈손은 란젤의 보지 구멍을
손톱으로 살살 긁어내렸다. 그러면서 보지의 색이 얼마나 빨갛고 예쁜지를 설명했다. 체리 같다고 했다가 석류
같다고 했다가 아주 지랄이었다.

“좆도 예뻐. 다만 쓸 일이 없다는 건 참 아쉽겠어.”

놈은 그제야 란젤의 좆을 놓아주고는 옷을 벗는 것 같았다. 놈의 옷도 꽤 젖어 있었던 모양인지 옷감이 스칠


때마다 젖은 피부에 들러붙은 천이 내는 소리가 질척하게 들렸다.

왜일까. 옷감이 스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어째선지 입안에 침이 돌았다. 란젤이 꿀꺽 침을 삼키자 놈이
이죽거리며 란젤의 허벅지 아래로 손을 넣었다.

“그렇게 조르지 않아도 곧 먹여줄 거야. 원, 그놈의 식탐은 끝이 없네.”

놈은 허벅지 아래를 잡아 올리며 란젤의 가랑이를 활짝 열었다. 갑자기 하체가 위로 올라온 탓에 놀란 란젤이
몸을 뒤틀자 놈이 스읍, 하며 위협하는 소리를 냈다.

“가만히 있으라니까. 그래야 좆을 먹여주지. 응? 보지가 벌름벌름 아주 난리가 났는데. 느껴져?”

란젤이 대답하려고 입을 연 순간, 놈의 좆대가리가 구멍에 닿았다. 꾹 누르듯이 침입하는 커다란 좆에 란젤은
조금 벌렸던 입을 다시 꾹 다물었다.
놈의 좆은 넣을 때마다 새록새록 크기가 다른 것 같았다. 오늘은 유독 버거워서 저절로 긴장한 구멍에 힘이
들어갔다.

“힘 빼. 착하지, 란젤. 오늘은 자궁이 열릴 때까지 박아줄 테니까 기대하렴.”

놈은 아주 느릿하게 란젤의 구멍을 벌리며 들어왔다. 위로 꾹 누르며 진입한 좆대가리가 어딘가를 문지르자
저절로 허리가 튀었다. 허벅지가 놈에게 잡혀 있는 통에 허리만 위로 휘었다.

란젤이 몸을 뒤척이는 것과 동시에 놈이 상체를 숙이며 깊숙하게 좆을 밀어 넣었다.

“어윽….”

란젤의 들뜬 배를 놈이 가슴으로 내리눌렀다. 슬그머니 아래로 가라앉는 동안 구멍이 조여들자 안에서 놈의 좆이


거세게 꿈틀거렸다. 동시에 놈이 만족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아…. 좋아, 읏…. 하아….”

놈의 신음에 반응한 것처럼 구멍이 벌름거렸다. 제 몸의 반응을 제대로 느낀 란젤은 수치심에 얼굴을 벌겋게
물들였다. 이런 걸 그냥 지나칠 놈이 아닌지라, 놈이 또 입을 열고 나불거렸다.

“내 좆이 그렇게 맛있던가. 아주 환장하고 빨아들이는데. 아, 좋아. 계속 씹어. 알겠지?”

놈이 슬렁슬렁 허리를 흔들기 시작하면서 안쪽에서 저릿저릿한 감각이 일었다. 란젤은 입술을 다시 말아 물었다.
롶데

게름나무 진액 때문에 내내 예민하게 달아올라 있던 속살을 커다란 좆기둥이 문지를 때마다 구멍 안이 점점


뜨거워졌다.

미끈미끈하게 젖은 구멍에서 난잡하고 추접스러운 소리가 자꾸만 울렸다. 그리고 꾹 다문 입에서도 자꾸만 앓는
소리가 비집고 흘러나왔다.

놈은 란젤의 가면을 벗기기 전에 자궁을 열어야 한다며 열심히도 허리를 흔들었다. 그러면서 란젤에게도 허리를
흔들라고 강요했다. 요 며칠 집요하게 했던 소리를 또 하고 또 하더니, 그러고도 마음에 차지 않았는지 란젤의
몸을 제 손으로 흔들어댔다.

놈의 좆이 위로 파고들고, 둥글게 휘어 들뜬 허리가 당겨졌다. 점점 빨라지는 몸짓에 마찰이 거세지자 더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가 없었다. 기어코 벌어지고 만 입술 사이로 자꾸만 약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흣, 으, 아, 읏….”

놈은 빠르게 좆을 처박아대면서도 전처럼 깊게 쑤시지는 않았다. 자궁을 열겠다고 난리를 칠 때는 언제고


뿌리까지 집어넣는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게 더 문제였다.

좆대가리가 자꾸 엄한 곳을 찔러대는 통에 란젤의 아랫배가 경련하듯이 꿈틀거렸다. 놈이 움직일 때마다 쌓이던


저릿한 감각이 자꾸만 부풀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란젤이 뒤통수를 침대 위에 문지르며 허리를 뒤틀자 그제야 놈이 강하게 좆을 쑤셔 박았다.

“읏!”
란젤은 강한 충격에 놀라 고개를 위로 든 채로 몸을 바짝 굳혔다. 놈이 봐주지 않고 다시 좆을 물렸다가 깊이
쑤셔 박았을 때 머리에 열이 확 뻗쳐 올라왔다.

그 열기에 몸 안의 무언가가 점화된 듯 온몸에서 파방팡팡 소리를 내며 터지는 것만 같았다.

란젤이 퍼덕거리며 몸을 들썩일 때마다 젖은 채 덜렁거리던 좆에서 진한 액체가 터져 나왔다. 구멍이 바짝


조여들자 깊이 좆을 처박았던 놈이 욕설을 지껄였다.

“젠장. 읏, 란젤, 읍, 힘… 빼, 크읏….”

란젤은 온몸을 내달리는 저릿한 감각에 허우적대느라 놈의 말을 들을 틈이 없었다. 어찌할 줄 모르고 들썩이던
란젤이 상체를 들며 팔을 뻗었다. 란젤은 물에 빠진 사람처럼 허벅지를 틀어쥐고 있는 놈의 팔뚝을 잡았다.

그건 잘못된 판단이었다. 상체를 드느라 아랫배가 접히는 것과 동시에 놈이 깊숙하게 들어오면서 압박감이 더욱
커졌다. 팔과 어깨가 덜덜 떨렸다. 견디지 못한 란젤이 바로 놈의 팔을 놓았으나 이번에는 놈이 란젤을 잡았다.

놈은 란젤의 팔뚝을 붙들고 제 쪽으로 바짝 끌어당기며 좆을 강하게 쑤셔 넣었다.

“어윽!”

달달 떤 채로 몸을 굳힌 란젤은 무언가 질척한 액체가 제 얼굴을 적시는 것도 모르고 숨을 멈췄다. 발가락이


강하게 곱아들었다가 다시 펴질 때까지, 숨조차 내쉬지 못하고 그대로 굳은 채 제 손을 잡은 놈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란젤이 사정하는 것과 동시에 놈이 보지 안에 좆물을 터뜨렸다. 놈은 란젤의 팔을 더욱 바짝 끌어당기더니 란젤의


입술을 물었다. 벌어진 입술 틈새로 파고든 혀가 거칠게 움직이며 입안의 온 점막을 헤집어댔다.

놈은 아예 란젤을 제 위로 끌어 올려 침대 위로 주저앉았다. 무거운 몸이 아래로 툭 떨어지면서 삽입이 더


깊어지는 바람에 란젤의 목에서 비명이 터졌다.

하지만 그 비명은 미처 소리로 나오지 못한 채 놈의 입안으로 고스란히 넘어가 삼켜졌다.

놈은 란젤에게 입을 맞추며 충격에 웅크린 란젤의 등을 끌어당겼다. 바짝 달라붙으면서 구멍이 조여지자 놈의


입에서 만족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 좋아.”

뭐가 그렇게 좋은가. 란젤은 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대다가 뒷덜미를 잡혔다. 찍어 누르는
힘에 반항해 보려고 했으나 놈이 허리를 쳐올리자 몸이 절로 굳었다.

놈은 란젤의 입술을 물어뜯으며 허리를 위로 툭툭 쳐올리더니, 한참 만에 입을 떼어냈다.

“움직여. 란젤, 허리 흔들어. 어서.”

놈이 란젤의 골반을 잡은 채 앞뒤로 흔들어댔다. 깊게 박힌 좆이 안에서 이리저리 문질러지며 배 안쪽이 뻐근하게


아팠다.

하지만 이게 아픈 게 다가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발가락이 자꾸만 곱아드는 저릿함에 란젤은 벌어진 입으로 거친 숨을 헐떡였다.

놈은 힘으로 란젤의 골반을 들었다가 다시 제 좆 위로 툭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안으로 깊이 박혀오는


좆대가리에 숨이 넘어갈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몸이 좆 위에 주저앉을 때마다 눈앞이 번쩍거렸다. 눈을 감고 있어도 자꾸만 터지는 빛에 눈이 부셨다. 란젤은


얼굴을 한껏 찡그리고 놈이 흔드는 대로 흔들렸다.

바람에 펄럭이는 커튼처럼 흔들리던 란젤은 필사적으로 놈의 어깨를 그러잡았다. 어떻게든 균형을 잡고 싶어서 한
일이었으나 놈은 다르게 받아들이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놈이 란젤의 몸을 흔들던 것을 멈추더니 거친 숨을
헐떡였다.

“직접 할 마음이, 하, 들었어? 응? 후우, 해봐, 란젤. 응?”

놈이 어린애의 어리광처럼 볼에 입을 맞추며 치댔다. 란젤은 거칠게 들썩이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숨을 헐떡이느라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어서.”

놈이 재촉하며 다시 골반을 잡았을 때, 란젤이 다급하게 놈을 말렸다.

“자, 잠, 시만, 읏… 숨이….”

차라리 연병장을 서른 바퀴 도는 게 숨이 덜 찰 것 같았다. 폐가 뻐근할 정도로 숨이 차서 죽겠는데 자꾸 뭘


하라고 지랄인 걸까, 이 새끼는.

놈은 란젤이 기침을 하는 걸 보고는 겨우 멈춰주었다. 하지만 마냥 멈춰 있는 것도 아니었다. 놈이 아래에서


몸을 살랑살랑 흔드는 바람에 좆이 자꾸 내벽을 문질러댔다.

“입은 멈추라는데, 보지가 자꾸 좆을 빨아대잖아. 하, 빌어먹을, 이놈의, 아, 보지가, 좆을 물고 놓질


않는데.”

“아, 흣, 그, 그게 무, 읏, 흣, 자, 잠깐, 으읏….”

놈이 들썩일 때마다 란젤의 몸이 같이 흔들렸다. 좆이 툭툭 안을 두드리면 보지 구멍이 자꾸만 좆을 조여 물었다.


놈은 란젤의 구멍이 움직일 때마다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몸을 들썩였고, 나중에는 란젤도 놈의 재촉에 못 이겨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놈이 위로 흔들면 잠시 위로 떴던 란젤이 아래로 주저앉았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버벅대던 움직임이 슬슬


합이 맞아들어 갔다. 란젤의 커다란 몸이 쑥 가라앉은 후에 보지 구멍이 조여들면 놈이 나른한 한숨을 토했다.

“아… 잘하네. 읏, 좋아….”

놈은 란젤의 운동신경이 좋아서 다행이라며 주접을 떨었다. 란젤이 움직이다가 잠깐 멈추면 놈이 골반을 잡고
있다가 둥글게 흔들어댔다. 안을 좆으로 문지르듯이 말이다.

“이렇게 흔들어봐, 란젤.”

놈은 제 손으로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란젤이 움직이도록 시켰다. 엉덩이를 툭툭 두드리기도 하고, 유두를
깨물기도 하면서. 놈의 채근에 맞추어 란젤이 움직이면 놈은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계속해.”

헐떡거리는 숨을 뱉는 놈의 말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자 놈이 란젤의 어깨를 슬쩍 밀었다. 뒤로 넘어가려는


란젤을 팔로 단단히 받친 놈이 다시 이것저것 지시하기 시작했다.

“뒤로 좀, 젖혀서, 옳지, 아… 좋은데. 란젤, 거기, 하, 거기 문질러 봐. 기분 좋지, 응?”

몸이 뒤로 살짝 젖혀지면서 좆이 찌르는 각도가 변한 탓에 이상한 기분이 훨씬 더 강해졌다. 찌릿찌릿하게 아픈


부분이 자꾸만 놈의 좆에 닿으면 구멍이 정신없이 움찔거렸다. 마치, 놈이 말한 것처럼 좆물을 졸라대는 것
같기도 했다.

“아, 읏….”

“더, 빨리, 읏, 흔들어.”

놈은 아예 란젤이 한쪽 팔을 뒤로 짚게 한 후에 허리를 더 높이 띄우도록 했다. 란젤은 등이 덜덜 떨리는 감각을


견디며 놈의 손에 잡힌 채 위아래로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란젤이 몸을 흔들 때마다 발기한 좆이 같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좆에서 무언가 말간 액체 같은 것이


흩뿌려졌다. 그 액은 란젤의 배와 허벅지, 팔에까지 닿았다. 물론 놈의 배나 가슴에도 닿았을 것이다.

란젤은 움직일 때마다 점점 숨이 가빴다. 아랫배를 찌르는 통증 역시 점점 거세졌다.

그러다 놈이 흔들리던 좆을 잡았을 때, 란젤은 뭔가 찔끔 흘려 버리고는 놈의 위로 풀썩 주저앉았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 덜덜 떨렸다. 주저앉느라 푹 파고든 좆이 안에서 꺼덕거리자 머리털이 쭈뼛 서는 것만 같았다.

놈이 란젤의 좆을 강하게 쥐었다가 놓아주자 벌어진 턱이 바르르 떨리며 구멍이 조여들었다.

“으… 읏….”

란젤은 놈이 성기를 조였다 풀어줄 때마다 바르르 떨다가 무의식적으로 구멍을 바짝 조였다. 순간 온몸의 모공이
열린 것처럼 화한 기분이 전신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놈이 손에서 힘을 뺀 순간 란젤의 좆에서 액체가
쏟아졌다.

정액처럼 진득한 것이 아니라, 마치 소변처럼 주르륵 흐르는 것이 란젤의 몸을 적시고 흘러내렸다.

란젤은 그게 다 흘러나올 때까지 입을 벌린 채 숨도 쉬지 못했다. 마치 해일처럼 몰려오는 거센 감각에 휘말린 채


고개를 뒤로 젖힌 상태로 그대로 숨이 멎었다.

잠시 잠깐 죽었다 살아 돌아온 것처럼 숨이 터졌을 때, 란젤은 그대로 까무룩 무너져 내렸다.

깜빡깜빡. 머릿속에서 끊어졌던 무언가가 느리게 복구되었다. 끊어질 듯이 이어졌다가 다시 끊어지다가를 반복한
후에 마침내 의식이 돌아왔을 때, 란젤은 놈의 위에서 놈에게 완전히 안긴 상태였다.

어깨에 늘어져 있던 란젤이 꿈틀거리자 뒤통수를 쓰다듬고 있던 놈이 귓가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아주 잘 느끼더구나. 예쁘다, 란젤. 착한 내 암캐.”

란젤은 아직도 제대로 감각이 돌아오지 않은 탓에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손가락 끝을 움찔거리는 것이


고작이어서, 놈의 어깨에 기댄 채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놈은 더럽지도 않은지, 그저 낄낄거리며 웃었다. 놈이 웃을 때마다 란젤이 퍼드덕 떠는 것도 그저 즐거워


죽겠다는 투였다.

“예민하기도 하지. 아주 정신이 나가 버릴 정도로 좋았나.”

이게 다 가면 탓이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다른 감각이 다 예민해진 탓.

란젤은 헛헛한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몸을 추스르는 일에 온 신경을 쏟았다. 조금씩 움직이는 손가락을
꿈틀거리고 발끝을 조이고 있으려니 그 부분에서부터 신경이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예민하게 일어선
신경줄이 점화선에 붙은 불처럼 말단에서부터 몸을 타고 연결되고 있었다.

놈은 여전히 파르르 떨리는 란젤의 등을 쓰다듬으며 귓가에 자꾸만 입을 맞췄다. 예민해진 피부에 닿는 숨결에
진저리가 날 지경이었지만 놈은 끈덕졌다.

놈이 그러는 동안 란젤은 한참의 시간을 들여 몸의 감각을 회복했다. 이제 손이 움직이게 되고 허리에 힘이


들어갔다.

란젤이 고개를 세우자 놈의 입술이 먼저 다가왔다. 쪽, 입술을 덮어 빨고 떨어진 놈이 즐거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잘했으니 상을 줄까. 내 암캐, 소원을 말해보렴. 물론 지켜야 할 선은 알고 있겠지.”

소원이면 뭐든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옹졸한 놈. 란젤은 속으로 욕을 뱉으면서 손을 들어 입가에 흐른


타액을 닦아냈다.

“가면을, 벗겨주십시오.”

이 정도도 안 되나? 솔직히 해줄 거라고 바라고 한 말은 아니라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놈은 흔쾌히 란젤의
소원을 승낙했다.

“어차피 곧 벗겨주려고 했던 거니까.”

놈의 손이 뒤통수에 닿아 스륵 움직이자마자 걸쇠가 풀렸다.

마법 장치인 거 같더니 정말일 줄이야. 걸쇠가 풀리고 머리둘레를 따라 조이던 압박이 줄어들자 한결 편안해진
숨이 쉬어졌다.

“빛에 익숙하지 않으니 처음에는 잘 안 보이고 눈이 아플 거야. 눈 감고 있어.”

놈이 가면을 치우기 전에 주의를 주었다. 란젤은 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면이 얼굴에서 치워지자 답답했던 피부가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시원해졌다. 놈은 가면을 침대 어딘가로 던져
버리고선 란젤의 눈가에 손을 댔다.

“발진은 생각보다 심하지 않군. 약을 바르면 흉 질 일도 없겠어.”


다행이라는 듯이 들리는 놈의 목소리에 란젤이 눈을 가늘게 떴다. 순간 강하지 않은 빛이 눈을 찔러댔다. 눈이
아프고 시렸으나 란젤은 포기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눈을 깜박였다.

서서히 빛에 익숙해지면서 하얗기만 하던 시야에 누런 상이 맺혔다. 아주 천천히 선명해지는 남자의 모습에


란젤은 눈을 한껏 찡그리며 초점을 잡기 위해 애써보았다.

길고 구불거리는 금발, 흰 피부, 푸른… 눈?

남자의 얼굴을 천천히 살펴보던 란젤이 눈을 크게 떴다.

“미카엘리스…?”

신음처럼 뱉어낸 말에 흐릿한 남자가 붉은색 입술을 길게 늘이며 웃었다.

빌어먹을. 란젤은 속으로 욕설을 터뜨렸다.

미카엘리스 데오나 P 에투스. 놈은 란젤의 고국인 프라닐을 멸망시킨 데온의 새 황제였다.

Chapter 3

갑작스럽게 분노가 폭발했다. 놈이 여태 지껄인 말을 물론 믿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접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혹시나 하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놈의 말대로 제가 놈을 도발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물론, 란젤은 놈을 알고 있었다.

때는 4 개월 전, 프라닐이 데온의 침략을 받은 지 고작 3 개월 만의 일이다.

당시 프라닐은 데온 제국군의 침략에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국토의 절반 이상을 빼앗겼다. 이제 남은


것은 수도와 그 주변의 몇 도시뿐인 상황. 프라닐의 왕 프레드리히 3 세는 데온에 항복문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전 군대에 하달된 불필요한 교전을 그만두고 회군하라는 왕의 지시에 따라 란젤이 소속되었던 부대 역시 백성들의
피난을 도우며 회군하던 차였다.

하지만 당시 황태자였던 저놈의 군대가 어찌나 끈질기던지. 퇴각하는 중에도 계속 교전을 걸어오는 놈의 군대에
쫓기던 중, 란젤은 놈을 만났다.

주변의 영지민들이 모두 피난을 떠나고 이제 남은 부대만 철수하면 되는 상황에서 장군은 란젤이 이끄는 소대를
제일 후방에 남겨두었다. 대군을 이끌고 쫓아오는 놈을 피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회군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했다.

피곤에 지친 군사들을 쉬게 해주기 위해 장군은 결단을 내렸다. 수도 인근의 나리아강을 건넌 후에 다리를


폭파하기로 한 것이다.

나리아강은 대륙에서 넓고 깊은 강으로 손꼽히는 강 중의 하나로, 그 다리는 몇백 년 전 프라닐의 초대 왕이


정권을 잡은 후에 가장 먼저 놓았던 다리였다. 역사적인 산물임과 동시에 나라를 관통하는 교통의 요지로
평가받던 다리가 그렇게 무너졌다.

란젤은 다리를 폭파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자리를 지키다가 놈의 부대와 강을 사이에 두고 만났다. 멀리서도
또렷하게 보이는 놈의 금발이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거렸던 것 역시 란젤은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모든 부대가 강을 건넌 후, 란젤은 그 자리에서 대기하다가 놈의 부대에 경고를 남겨야 했다. 괜히 황태자가


다리를 건너다 사고에 휘말리게 된다면 휴전은 물 건너갈 것이 뻔했으니까.

장군은 란젤에게 황태자의 군대가 도강을 시도하기 전에 다리를 폭파하라는 명을 남겼고, 란젤은 도화선이 연결된
폭파 장치를 든 채로 다리 너머에서 미카엘리스를 맞았다.

란젤의 기억으로는 그게 다였다. 놈은 다리가 막히자 데온으로 회군한 후에 황위를 물려받았다. 그리고 란젤의
왕이 보낸 항복문을 찢어발기고 프라닐을 자근자근 밟아 뭉갰다.

놈이 다시 쳐들어온 지 고작 3 개월. 처음으로 전쟁이 발발한 후 채 6 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프라닐은 데온에 의해
멸망했다.

빛에 익숙해지지 않은 눈을 깜박거리던 란젤은 곧장 놈의 목을 쥐고 밀어뜨렸다. 안에 삽입되어 있던 성기가 놈을


밀고 올라타는 동안 빠졌다. 벌어진 구멍 안에서 질척한 액체가 흘러나왔으나 란젤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이렇게 만든 놈에게 분노하느라 제 꼴이 어떤지 생각해 볼 여유도 없었다.

란젤은 놈의 허리 위에 올라탄 채 놈의 목을 졸랐다. 나른한 몸에는 힘이라고는 한 톨도 모이지 않았으나,


란젤은 마지막 남은 힘까지 쥐어 짜내 놈의 목을 양손으로 찍어눌렀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끝이 하얀 목으로 파고들었으나 놈은 어째서인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잠깐 커졌던 파란 눈이 살며시 가늘어지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란젤은 눈을 한껏 찌푸린 채로 손에 더욱 힘을


불어넣었다.

목이 졸린 소리를 뱉어낸 놈이 손을 들더니 란젤의 뺨을 손등으로 슬그머니 어루만졌다. 놈의 입술이


뻐끔거렸으나 시력이 회복되지 않은 란젤으로선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란젤은 곧 손에서 힘을 풀 수밖에 없었다. 당장 이놈을 죽인다고 하더라도 나아질 것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불현듯 뇌리를 스쳐 간 탓이다.

란젤의 손에서 조금이나마 힘이 빠지자 놈이 자세를 역전시켰다.

놈은 란젤을 눕히고 올라탄 후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여유롭게 웃었다.

“주인님을 무는 개는 혼이 나야지.”

놈은 란젤의 뺨을 때리기라도 할 듯이 팔을 뒤로 힘껏 당겼다가 잠시 멈췄다. 그러더니 왜인지 부드럽게 손을


내려 란젤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울면 봐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란젤은 그제야 제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무 화가 나도 눈물이 비집고 나온다는 것 역시 처음으로
알았다.

란젤은 놈 때문에 모든 걸 잃었다. 생사를 알 길 없는 가족들, 충성을 맹세한 왕, 지켜야 할 나라.

란젤에게 남은 건 그저 튼튼하기만 한 몸뚱이 하나가 전부였다.

그리고 란젤에게서 모든 걸 앗아 간 놈은 란젤이 인간으로 살 수 있는 권리마저 박탈해 버렸다. 란젤은 이제


인간도 아닌 채 개로 불리고 있었다.

약한 것이 죄라는 것은 알았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짓밟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안다고 해서 분노가 사그라들지는 않았다.

란젤은 두 주먹을 불끈 쥔 채로 바들바들 떨었다. 꽉 닫힌 턱을 떨 때마다 관자놀이로 넘친 눈물이 새로운 길을


만들며 귓바퀴 너머로 흘렀다.

놈은 신기한 것을 보듯이 란젤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상하군. 네가 울면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놈이 란젤의 뒤통수를 받치며 가까이 다가왔다. 코끝이 마주 닿을 정도로 다가온 놈이 란젤의 눈을 들여다보며
싱그럽게 웃었다.

“마음이 이상하게 찝찝해. 그런데 더 웃긴 게 뭔지 알아?”

란젤이 답하지 않자 놈이 입술을 가볍게 빨고 뱉으며 속삭였다.

“네 우는 모습이 생각보다 더 꼴려.”

놈의 눈동자가 한순간 조여들었다. 마치 사람의 것이 아닌 듯이 세로로 길게 찢어진 것 같았다. 하지만 란젤이


눈을 깜박인 다음 순간 바라본 놈의 동공은 여전히 동그란 모양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놈이 란젤의 턱을 부술
듯이 쥐었다.

“큿….”

턱을 밀어 올리는 힘에 고개가 젖혀졌다. 놈은 란젤의 뒤통수를 받쳤던 손으로 머리채를 움켜쥐며 쉬이, 바람이
새는 소리를 흘렸다.

“착하지, 란젤. 주인님한테 반항하지 마. 너는 이제 내 개니까. 말을 잘 들으렴.”

하. 허탈한 웃음이 흘렀다. 란젤은 놈에게 반항하듯이 뻣뻣하게 굳었던 몸에서 힘을 풀었다. 란젤의 뒤통수가
얌전히 늘어지자 놈의 입술이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놈은 혀를 내밀어 란젤의 입술을 핥았다. 놈이 개인지,
제가 개인지 알기 힘든 행동이었다.

란젤의 입술 안쪽으로 파고든 놈은 천천히 잇몸과 이빨을 혀로 쓸었다. 아래위로 파고드는 혀 때문에 입이 힘없이
벌어졌다. 놈의 혀가 입안을 가득 채운 순간 란젤은 아무 말도, 반응도 없이 눈을 감았다.

지금은 너무 피곤했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몰아친 분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그저 무기력하기만 했다.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고 싶지 않을 만큼 지쳐서 가만히 잠들고만 싶었다.
하지만 놈은 란젤이 쉬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마치 벌이라는 듯이 란젤의 다리를 벌리고 좆을 거칠게 박아
넣었다.

놈의 허리 근처에 올라간 다리가 덜렁거리는 동안 란젤은 침대 위에 얌전히 늘어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고통스러울 정도로 깊은 삽입에 뒤통수가 살짝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란젤은 끊임없이
고민했다. 어떻게 하지.

이놈을 죽이고 죽어버릴까.

란젤이 감았던 눈을 가늘게 뜨자 헐떡이며 허리를 흔들던 놈이 싱긋 웃으며 란젤의 이름을 불렀다.

“란젤.”

마치 귀여워하는 개를 부르듯이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어진 놈의 말에 란젤은 눈을 크게 홉떴다.

“네 가족을 만나고 싶으냐.”

놈이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란젤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제 꽤 빛에 익숙해졌는데도 이상하게 아직도 눈이 시렸다. 크게 뜬 눈으로 놈을 바라보던 란젤은 다시 희뿌옇게


변하는 시야에 당황해 눈을 빠르게 깜박였다.

“대답해 보렴. 형제가 넷이 더 있다지. 네 아비는 궁이 함락될 때 내 병사에게 붙잡혔고, 네 어미는 수도의
저택에서 목숨을 끊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겨우 살려내었으나 계속 살아 있을지는 네 대답에 달렸지.
어쩌겠느냐.”

란젤은 말라붙은 입술을 혀로 적시며 겨우 입을 떼었다.

“뭘, 바라시는 겁니까. 제게… 뭘 바랍니까.”

지치고 갈라진 목소리에 놈이 눈을 가늘게 뜨며 란젤처럼 제 입술을 핥았다.

“내가 네게 무얼 바랄 것 같으냐.”

놈은 제 정체가 드러나니 말투마저 바꿨다. 한량처럼 건들거리던 말투를 더는 쓰지 않았다.

놈이 허리를 쿡 쳐올리며 란젤의 대답을 재촉했다. 란젤은 그 답을 희미하게 기억해 냈다.

“암… 캐가 되라는, 말씀입니까.”

놈이 해사하게 웃으며 란젤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

“잘 알고 있구나. 내가 원할 때마다 다리를 벌리렴. 네 구멍이 내 좆에 환장하고 있다는 듯이 애원하거라.


좆물을 싸달라고 귀엽게 졸라 보려무나.”

“대체, 제게 왜… 이러시는 겁니까.”

“여러 번 말하지 않았던가. 좆물에 절여질 때쯤에는 아이를 낳게 해주겠다고. 그러니 아이를 낳아, 란젤. 네
아이라면 썩 귀여울 것도 같으니까.”
“아이를… 낳지 못하면 어떻게 됩니까.”

란젤이 부들부들 떨며 묻자 놈이 잠시 고민하는 듯 눈을 내리깔았다. 아래로 향했던 길고 풍성한 속눈썹이


슬그머니 올라오면서 놈의 눈빛이 장난스럽게 빛났다.

“그럼 죽을 때까지 내 좆을 받아야겠지.”

놈의 말을 듣고 나니 지금 당장 좀 죽고 싶어졌다.

“침묵은 긍정이라지?”

놈은 란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밤새도록, 쉴 새 없이 말이다.

놈은 란젤을 뒤집어놓고 뒤에서 박으며 불량한 태도로 낄낄 웃어댔다.

“이러고 있으나 마치 나도 개가 된 것 같구나.”

놈은 개가 된 게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웃으며 란젤을 뒤흔들었다.

몇 번이나 놈의 좆물을 받았는지 셀 수도 없었다.

란젤은 계속되는 폭풍 같은 감각을 견디지 못하고 몇 번인가 눈알을 까뒤집었다.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면 놈은 여전히 짐승처럼 허리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계속해서 예민하게 자극된 신경 때문에 나중에는 침대 시트에 닿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놈은 고통에
가득 차 꺽꺽거리는 란젤의 입술을 빨고 씹었다. 가슴과 목, 드러난 피부 곳곳에 이를 세웠다.

특히 여러 번에 걸쳐 물리고 빨린 가슴은 완전히 너덜너덜해졌다. 몸이 조금만 흔들려도 유두가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팠다.

계속해서 쓸린 구멍 역시 부어오른 듯 쓰라렸다. 너무 아파서 그만하라고 놈을 밀어내면 놈은 란젤의 손목을 쥔


채로 허리를 흔들어댔다.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날이 밝았다가, 어느새 다시 어두워졌다.

그사이 누군가 먹을 것을 가져다 놓으면 놈은 란젤에게 박아대면서 먹을 것을 입에 넣어주었다. 과일과 샌드위치


따위의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음식이 때때로 소리도 없이 나타났다.

란젤은 놈에게 깔려 있느라 누가 드나드는지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남에게 이런 꼴을 보이는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떠올리기에는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놈은 해가 떨어지고도 한참을 더 란젤을 괴롭힌 후에 겨우 움직임을 멈췄다.

놈이 늘어진 란젤의 위를 덮듯이 엎드리자 정액과 타액, 땀으로 범벅이 된 피부가 찐득거리며 달라붙었다.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지친 란젤이 시름시름 앓는 소리를 뱉자, 놈이 부어오른 눈가에 입술을 찍으며
속삭였다.

“눈을 좀 붙이거라.”
놈의 말에 안심한 란젤의 눈이 제대로 감겼다. 마치 안식을 허락받은 여신의 종처럼 란젤은 그제야 평온한 잠을
청했다.

* * * 롶데

무언가 머리카락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품 안에 무언가 가득 안겨 있었다. 란젤은 피곤에 지친
얼굴로 눈을 떴다가 제 눈앞에 있는 맨가슴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놈을 끌어안고 잠들었던가.

란젤이 깬 기척을 느꼈는지 미카엘리스가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던 손으로 볼을 쓰다듬었다.

“잘 자더구나.”

저놈은 잠도 없나. 자는 사이에 씻긴 모양인지 이불에 닿는 몸이 꽤 상쾌했다. 엉망으로 젖었던 침대 시트 역시


새것으로 바뀌어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그러고 보니 여기 와서 이불이라는 걸 구경해 본 것조차 처음이었다. 침대에 묶여 사느라 매번 벌거벗은 몸


그대로 잠이 들었는데 말이다.

얇은 실크 이불이 기분 좋게 피부를 감싸서 더 그 속으로 파고들고만 싶었다.

란젤이 놈의 가슴에서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직 창밖이 어두운 걸 보면 몇 시간 잠들지도 못한


모양이었다. 정말 악랄한 놈이 아닐 수가 없었다. 밤을 새워가며 괴롭히더니 기껏 잠든 사람을 왜 건드려서
깨우나.

놈은 일어나 앉으려는 란젤을 다시 제 가슴 위로 끌어당긴 후 정수리 근처의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었다.

“참 희한해. 네 머리카락은 색이 짙어서 그런가.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 푸석할 것 같은데, 만지면 또 그 느낌이
다르단 말이지.”

고작 그런 것 때문에 잠에서 깨었다니.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란젤은 다시 잠을 청하고 싶어서 몸을 웅크리며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심장 고동이


귓가에 들려왔다. 느리고 일정한 박자로 뛰는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금세 또 몸이 노곤해졌다.

다시 잠이 들려는 찰나, 놈이 란젤의 턱을 당겨 고개를 한껏 위로 젖히게 했다.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놈의 금발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놈의 파란 눈이 금세 란젤의 시선을


옭아맸다.

놈이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며 란젤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어깨를 덮고 있던 얇은 여름 이불을 슬그머니 들치고


들어선 손이 옆구리를 따라 내려가는 사이 놈의 혀가 입안으로 들어왔다.

란젤은 놈을 밀어내고 싶은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또 그 짐승 같은 짓을 하려는 건가. 이놈은 잠도 없나. 저보다 더 오래 깨어 있었을 놈은 지친 기색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란젤은 입을 맞추는 동안 내리뜬 눈으로 놈의 얼굴을 살폈다. 곱게 감겨 있던 눈을 부드럽게 뜬 놈이 시선이


마주치자 야하게 생긴 눈꼬리를 접으며 웃었다.

화려하게 생긴 이목구비를 천천히 훑어보던 란젤은 문득 의문이 생겼다.

이놈은 뭐가 모자라서 노예를 사다가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이 얼굴로 대충 웃어주기만 해도 남자고 여자고


모자랄 일이 없을 텐데.

게다가 놈은 데온의 황제였다. 저 지위에 저 얼굴을 하고 대체 뭐가 부족해서 성노예를 직접 길들이려는 걸까.

하긴, 저놈의 행위가 너무 거친 탓에 일반적인 귀족 여성들에게는 버거웠을 것이다. 상대가 남자였다면 그도 아마


높은 확률로 버거워했겠지. 놈의 좆이 워낙 큰 데다가 남자들의 구멍은 애초에 받아들이는 구멍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인가. 튼튼하고 망가지지 않을 노예가 필요했나. 여자의 기관을 가지고 있으니 여자와 하는 맛도 느낄 수
있고?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웃기는 소리. 그 소리를 해야 할 사람은 놈이 아니라 란젤이었다.

란젤은 엉덩이를 쥐는 놈의 손에 이끌려 그의 몸 위로 올라가면서 머리를 굴렸다.

정말 놈의 말대로 놈의 손에 부모님이 계시는지 확인하고 싶은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

놈이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는 통에 자꾸만 생각이 방해를 받았다. 뭐, 놈의 손이 아니더라도 딱히 뾰족한 수가


생각날 것 같지는 않았다만.

결국 란젤은 늘 하던 대로 대놓고 물어보기로 했다.

“주인님.”

입술이 떨어진 사이에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낯설었다. 제 것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로 숨이 가쁘고 한층 높아진
목소리에 란젤은 말을 멈추고 헛기침을 뱉었다.

“왜.”

놈이 란젤의 입가에 쪽쪽 소리를 내어가며 입을 맞췄다. 양손 가득 엉덩이를 쥐었던 손은 여전히 멈추지 않은 채


근육 덩어리를 주물러댔다.

“제 가족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놈의 차가운 손가락이 엉덩이 사이로 가랑이를 스칠 때마다 점점 여유 없는 숨소리가 흘렀다. 놈은 란젤을 빤히


바라보며 삐죽하니 웃고는 한쪽 손을 가랑이 사이로 집어넣었다.

엉덩이에서 들어와 보지를 훑은 손에 찐득한 액체가 묻어났다. 작게 울리는 젖은 소리로 그것을 알아차린 란젤이
놈의 손을 떼어내고 싶어 엉덩이를 흔들었다.

“보지를 이렇게 적시고 꼬리까지 흔드는 이유가, 네 가족의 생사를 알고 싶기 때문인가.”


놈은 싱그러울 정도로 가볍게 웃는 얼굴과는 다르게 음산한 목소리를 내며 란젤의 입술을 깨물었다.

“말해봐, 란젤. 네 가족의 생사가 궁금해서 나를 유혹이라도 하려는 셈인가. 그래?”

유혹이라니. 누가 들으면 만져달라고 먼저 사정이라도 한 줄 알겠다. 자기가 멋대로 만져놓고선.

란젤은 한숨을 가볍게 뱉으며 놈에게 먼저 입을 맞췄다.

“유혹이라는 건 이런 겁니까?”

짧은 입맞춤 후 입술을 떼어내고 묻자 놈의 눈매에 얕은 균열이 생겼다. 살짝 찌푸린 눈으로 란젤을 바라보던
놈이 헛웃음을 흘리며 란젤의 뒤통수를 끌어당겼다.

질척하게 입을 맞추는 동안 란젤은 가만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놈의 혀가 살랑거리는 때에 맞춰 혀를 얽었다.

“음….”

놈이 나직한 신음을 흘리며 한쪽 손을 위로 올렸다. 등의 굴곡을 따라 느리게 올라온 손이 어느새 볼을 감쌌다.


입맞춤이 한순간 깊어지는 듯하더니 금세 끝이 찾아왔다.

질척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 입술을 바로 지척에서 핥은 남자의 숨소리가 상당히 거칠어져 있었다.

“더 해봐.”

“뭘… 말입니까.”

“유혹을 하려면 제대로 해보라고. 내 눈앞에서 다리를 벌리거나, 내 좆을 네 스스로 입에 물거나, 하다못해 내
눈앞에서 엉덩이라도 흔들어봐. 내가 조금이라도 감동하면 네게 진실을 말해줄지도 모르지.”

놈은 뒤통수를 감쌌던 손으로 볼을 쓰다듬고 턱 아래로 내려갔다. 손가락을 접어 턱을 끌어당긴 놈은 란젤의


코끝에 보드랍게 입을 맞추고 어린애처럼 수줍게 웃었다.

“어서, 란젤. 바라는 것이 있으면 너도 내게 대가를 치르렴. 내가 널 갖기 위해 대가를 치른 것처럼 말이다.”

놈이 말하는 대가가 200 만 골드인 걸까. 아니면 프라닐을 말하는 걸까. 란젤은 희미하게 떠오른 의문에 눈썹을
약하게 찌푸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놈이 미카엘리스 황제라는 것을 몰랐을 때는 종종 지껄이던 저 대가가 그저 200 만 골드를 말하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놈의 정체를 알고 놈이 제게 했던 말을 떠올리자 문득 불안해졌다.

놈은 란젤이 먼저 밝히지 않았는데도 군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란젤의 이름을 묻지도 않았다.
그저 당연한 듯이 불렀다. 게다가 가족의 일까지 알고 있으니 괜스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혹여나 저 미친놈이 프라닐을 멸망시킨 이유가 저 때문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란젤의 가슴속에서 대가리를
들었다.

아니, 설마. 거기까지는 너무 심한 비약이겠지.

란젤은 놈의 몸을 손바닥으로 꾹 누르며 반동으로 상체를 세웠다. 놈이 몸을 들썩이며 간지럽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여러모로 마음에 안 드는 놈이다.
일어나 앉자 란젤의 몸에 걸쳐져 있던 얇은 시트가 흘러내렸다. 놈은 드러난 맨 어깨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란젤의
이름을 불렀다.

“란젤. 내 암캐. 주인님을 즐겁게 해보렴.”

솔직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놈에게 다리를 벌리는 거야 여기에 온 첫날부터 했던 일이지만,
억지로 당하는 것과 스스로 벌리는 건 차이가 꽤 컸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있나. 란젤은 소리 죽인 한숨을 길게 뱉어내며 놈의 허리 위로 올라앉았다. 부드럽게


꿈틀거린 단단한 배 위에 엉덩이를 내리자, 놈이 허벅지를 잡았다.

안쪽의 여린 살에 엄지를 문지르면서 미카엘리스가 붉은 제 입술을 혀로 핥았다.

“란젤, 다리를 세워. 제대로 보여줘야지. 네 보지가 얼마나 젖었는지, 얼마나 탐욕스럽게 벌름거리는지. 제대로
벌리고 말하렴. 주인님 좆이 먹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고.”

란젤은 눈을 내리깔고 긴장된 숨을 느리게 뱉었다. 그러곤 어깨를 떨며 고개를 들었다. 길게 찢어진 놈의 눈매
사이로 푸른빛의 눈동자가 가늘게 빛을 뿜었다.

정말 빌어먹게 예쁜 얼굴로 놈이 악마같이 속삭였다. 란젤의 이름을.

“란젤.”

눈이 가려져 있을 때, 란젤은 놈이 제 이름을 부르면서 즐거워한다고 느꼈다. 눈이 보이고 저를 부르는 그의


표정을 보자 상상했던 것보다 더 즐거워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정말 빌어먹을 놈이었다.

“어서.”

놈이 자꾸 재촉해 대는 통에 란젤은 부들부들 떨리는 무릎을 세웠다. 허벅지 안쪽까지 진동이 느껴졌다.

기대에 젖은 파란 눈이 란젤의 가랑이 사이를 빤히 바라봤다. 수치심을 자극하는 그의 눈을 흘끔 본 란젤은


입술을 질끈 물고 눈을 감았다.

덜덜 떨리는 다리를 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수치심이 조금씩 자라 한여름


수풀처럼 무성해졌을 무렵, 놈이 란젤의 양 무릎에 손을 얹었다.

“내가 벌리면 이 조건은 무효가 될 텐데.”

빨리하라는 말을 참 고약하게도 하는 놈이었다. 란젤이 다리를 활짝 열자 놈이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어 올라왔다.

“잘 안 보여. 엉덩이를 더 들어보렴.”

란젤은 놈의 허벅지를 잡고 몸을 뒤로 기울이며 엉덩이를 들었다. 놈이 자꾸만 더 들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거의


놈의 얼굴 근처 높이에서 가랑이를 벌리게 되었다.

놈이 가까이 다가왔는지 가랑이 사이의 수풀이 바람에 약하게 흔들렸다. 그럴 때마다 안쪽의 구멍이 벌름거렸다.
고개를 완전히 뒤로 젖힌 채 위로 솟은 턱을 떨던 란젤은 놈이 후, 하고 분 바람에 놀라 엉덩이를 떨궜다.
“다시.”

놈의 목소리에서 심드렁해진 기분을 느낀 란젤이 서둘러 자세를 다시 잡았다. 뒤로 고개를 젖히고 있느라
보이지는 않아도 놈의 찌를 듯한 시선이 가랑이 사이에 닿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움찔거리는 구멍을 관찰하는 놈의 시선이 너무 따가웠다. 아니, 그건 아마 어제 밤새도록 좆을 쑤셔 박았기


때문에 구멍이 헐어서 쓰라린 걸 거다.

하지만 왜일까. 놈의 시선 아래에서 벌름거릴 때마다 안에서 뜨거운 액체가 울컥거리며 쏟아졌다. 놈도 그걸
알아챈 듯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놈의 콧숨이 보지 안쪽까지 닿았을 때, 란젤이 약한 신음을 흘렸다.

“흐….”

몸을 지탱한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어딘가 몸 안쪽이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놈이 다시 바람을 길게 불고는
란젤을 향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해줄까, 란젤. 보지를 빨아줄까, 손가락을 쑤셔줄까.”

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늘어져 있던 란젤의 성기가 슬그머니 일어섰다. 묵직한 것이 느리게 꺼덕이는 것을 느낀


순간 란젤은 목덜미까지 발갛게 붉히며 아래를 조였다.

구멍에서 나온 애액이 꼬리뼈로 흐르는 감각이 섬뜩했다. 란젤은 곧 주저앉을 것처럼 떨리는 팔에 힘을 주어
버티며 겨우 한마디 말을 토해냈다.

“주, 인님의, 흣, 뜻, 대로….”

“귀엽게 굴기는.”

놈의 목소리에서 화사한 미소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란젤이 눈을 질끈 감은 것과 동시에 놈의 혀가 가랑이


사이의 균열을 가볍게 핥았다.

“읏!”

허리가 저절로 튀었다. 놈의 얼굴에 가랑이를 문지르게 된 란젤은 점막에 놈의 체온이 닿는 순간 느껴진 저릿한
아픔에 놀라 저도 모르게 팔에서 힘을 풀었다.

털썩 놈의 몸 위로 주저앉은 란젤이 부들부들 떨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곧 놈이 란젤의 골반을 잡았다. 놈은


미끄러지듯이 끌려간 란젤의 몸을 반쯤 접어 엉덩이를 들게 만들었다.

“직접 잡고 다리를 벌려, 란젤. 봐주는 건 이번뿐이니까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말을 잘 들어야 네가 원하는
대답을 해줄 게 아니냐. 응?”

“하, 하지만….”

수치심에 온몸에 열이 쌓였다. 란젤이 부들부들 떨며 대답하자 놈이 위로 솟은 엉덩이를 찰싹 두드렸다. 아픔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어린애를 혼내는 것 같은 동작에 적잖이 놀랐다.

몸을 꿈틀대자 놈은 위로 들린 허벅지를 꾹 내리눌러서 란젤의 몸을 둥글게 만든 후에 다시 명령했다.


“오금을 잡아.”

음산하게 지껄이는 목소리에서 분노의 기운이 은은하게 넘실거렸다. 이번에도 말을 듣지 않으면 어쩐지 좆같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란젤이 서둘러 오금을 붙잡자 놈은 허벅지 안쪽을 눌러 다리를 활짝 열었다.

“이렇게 벌려야 주인님이 네 보지를 빨아주기 쉽지 않겠나.”

놈은 말이 끝나자마자 란젤의 보지에 얼굴을 처박았다. 뾰족하게 솟은 콧대로 보지살을 헤치고 들어간 놈이
입술로 입을 맞추듯이 뭉갰다.

잔뜩 젖은 보지에서 찌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란젤은 두꺼운 어깨를 웅크리며 고개를 저었다.

간지러운 감각이 골반을 타고 사지로 퍼졌다. 오금을 잡은 손가락에서는 힘이 빠지고 허공에서 버둥거리지 않으려
애쓰던 발가락이 곱았다.

놈은 란젤의 입술을 뭉개듯이 보지살을 입술로 짓누르다가, 혀를 내밀어 안쪽에서 벌름거리고 있던 구멍을 쑤셨다.
말캉한 것이 구멍을 벌리고 들어올 듯이 밀려왔다가 기다렸다는 듯 벌름거리는 구멍을 핥았다.

놈과 입을 맞출 때보다 더 생생하게 혀의 요철이 느껴졌다. 까슬까슬한 혀가 부은 점막을 핥을 때마다 거친


가죽이나 돌덩이로 보지를 문지르는 것처럼 거센 감각이었다.

“으, 하으, 읏….”

란젤이 억눌린 신음을 흘리자 놈의 손이 다독이듯이 허벅지 위를 덮었다. 하지만 다독인다는 건 란젤의 착각일 뿐.
흔들리는 하체를 고정하기 위한 동작인 모양이었다. 놈은 란젤의 허벅지를 잡은 채 제 얼굴로 바짝 끌어당겼다.

단단한 콧대가 보지 위쪽에 덜렁거리던 고환을 밀어 올렸다. 놈이 혀로 길게 보지를 핥으며 만족스러운 한숨을
터뜨렸다.

“내 암캐의 보짓물이 아주 맛있구나. 성수보다 더 달콤한 맛이야.”

여신의 신실한 신자인 란젤이 기겁하며 허리를 뒤틀었다.

“여, 신의 성수를, 흣, 모, 욕하지 마, 십시오.”

불량하게 낄낄 웃은 놈이 란젤의 구멍 옆으로 퍼져 있던 보지살을 깨물고 잘근거렸다.

약한 고통과 간지러운 감각에 란젤이 허리를 튕겼다. 놈의 얼굴을 보지로 문지르는 꼴이 되었지만, 오히려 당한
놈은 즐거운 것 같았다.

놈의 웃음이 보지의 점막을 간질이면서 란젤은 진심으로 수치스러워 죽고 싶어졌다. 위로 들린 하체 때문에


얼굴에는 점점 더 열기가 쌓여갔다. 란젤은 터질 것처럼 붉어진 얼굴로 가쁜 숨을 쉴 새 없이 내뱉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허리가 흔들릴 때마다 무언가 미지근한 액체가 얼굴과 가슴으로 떨어졌다. 정면으로 고개를
돌린 란젤의 시야에 빨갛게 부풀어 물을 흘리고 있는 제 좆이 보였다.

동그랗게 맺힌 말간 물방울이 윗배로 툭 떨어져 가슴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꼴이 선명하게 보였다. 란젤이 허리를
뒤틀라치면 그 물방울이 얼굴까지 튀었다. 질질 싼다는 표현이 딱 걸맞은 모습이었다.

란젤은 제 몸뚱이가 멋대로 반응하는 것에 놀랐고, 놈이 집요하게 보지를 핥는 것에 더 놀랐다. 놈은 혀를 구멍


안으로 밀어 넣고는 좆을 쑤실 때처럼 구멍을 쑤셔댔다.

저도 모르게 말캉한 것을 조여 물면 놈이 나른하게 한숨을 흘리며 조그맣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억지로 접힌 등이 부르르 떨렸다.

온몸의 신경이 놈의 혀가 닿는 곳으로 쏠리는 것만 같았다.

접힌 몸 때문에 갈비뼈가 눌려 가슴이 뻐근했지만, 그 감각은 오래가지 못하고 놈의 혀가 움직일 때마다


뻐끔거리는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숨이 점점 가빠졌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자꾸만 새된 쇳소리가 흘렀다.

놈의 혀가 안을 쑤시며 드나들 때마다 내내 괴롭힘을 당해 부은 내벽이 저릿저릿하고 간지러웠다.

어느새 오금에 땀이 차기 시작하면서 잡고 있던 손이 자꾸만 미끄러졌다. 놓치지 않으려고 허우적거리던 란젤은


놈의 혀가 깊게 파고든 순간 저도 모르게 무릎 사이를 좁혔다.

교차한 다리가 놈의 머리를 감싸고 끌어당겼다. 란젤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허리를 더욱 띄워 놈의 얼굴을 향해
가랑이를 흔들었다.

놈은 란젤을 저지하지 않고 그저 보지를 빨면서 엉덩이 아래에 손을 받쳐주었다. 긴장된 근육이 조이며 꿈틀거릴
때마다 놈의 손가락이 근육 사이로 파고들었다.

미칠 것 같은 감각에 란젤은 허리를 밀어 올리며 비명 같은 소리를 터뜨렸다.

“아! 안, 아아, 으읏!”

놈이 제 엉덩이를 흔들고 있는 건지, 아니면 스스로 흔드는지도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란젤의 허리가 들썩이기
시작하자 놈의 혀가 점점 더 빠르게 안을 들쑤셨다.

이로 구멍 근처를 갉작거린 놈이 입안의 압력으로 구멍을 빨아들였을 때, 란젤의 허리가 높이 떠올랐다.

“아으…!”

발가락이 잔뜩 곱았다. 놈의 뒤통수를 당긴 발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바들바들 떨면서 절정에 달한 란젤의


좆에서 희뿌연 정액이 소변처럼 흘러나왔다. 윗배를 타고 내려온 정액이 가슴의 둥그런 부분을 휘돌아 흘렀다.

심장이 가슴 밖으로 뛰쳐나갈 듯이 거세게 뛰었다. 란젤은 혀가 구멍 안에서 빠져나간 후에도 놈의 얼굴에 보지를
문지르듯이 허리를 들썩였다.

“하아, 하아.”

거칠어진 숨은 조금도 나아질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본능처럼 자꾸만 들썩거리는 몸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란젤이 계속 허리를 흔드는 동안 놈이 가랑이 사이로 란젤과 시선을 맞췄다. 롶데

가늘게 휘어진 눈매가 란젤에게 음탕하다고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음탕한 내 암캐.”

란젤이 머릿속으로 떠올린 단어를 놈이 되짚어주듯 속삭였다. 란젤은 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헐떡이다가
열이 오른 눈을 겨우 감았다.

이제 허리를 내릴 수 있을까.

잠시 마음을 놓았던 란젤은 놈의 어깨에 걸쳐 있던 오금이 다시 올라가는 것에 당황해 감았던 눈을 떴다.

놈은 휘둥그레진 란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오금을 높이 밀어 올리더니, 뾰족하게 내민 혀를 보지보다 더


아래쪽으로 움직였다.

아래에서 움찔거리고 있던 주름 위에 혀가 닿았을 때, 란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허공에서 발을 굴렀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놈이 허벅지 뒤쪽을 누른 채 란젤의 몸을 완전히 접어버렸다. 허공에 드러난 엉덩이
사이의 허공에서 놈의 혀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혀를 따라 길게 내려온 타액이 엉덩이의 움푹한 곳에 천천히
고였다.

란젤은 눈동자를 떨며 작은 목소리로 놈에게 애원했다.

“주, 흐, 주인, 님, 아, 제, 제발, 흡, 제발, 하지, 마… 읏! 응!”

놈은 제 타액이 고인 주름을 혀로 넓게 덮고는 위로 핥아 올렸다. 거칠거칠하게 느껴지는 혀의 요철이 야릇한


감각을 만들더니 위아래로 나란히 있는 구멍이 번갈아 벌름거렸다.

위쪽의 보지 구멍에서는 뜨거운 애액이 솟았고, 아래쪽의 뒷구멍으로는 놈이 뱉어낸 타액이 스며들었다. 미지근한
타액이 안을 적시는 감각이 이상해서 귓가에 소름이 다 돋았다.

“보이지, 란젤. 네 구멍은 위도 아래도 다 이렇게 요사스럽구나.”

놈이 입술로 뒷구멍의 주름을 덮고 쪽쪽 빨아들였다. 일부러 소리를 내는 것이 분명한 표정이었다. 놈은 파란


눈을 치켜뜬 채로 란젤의 얼굴을 살폈다.

란젤이 놈의 혀가 들어오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뒤를 조이는 동안, 놈의 눈가에는 옅은 눈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놈이 허벅지 뒤를 누르던 손을 끌어가 엉덩이 살을 벌리자 사정한 후에 줄어들었던 성기가 접힌 아랫배 사이에서
꿈틀거렸다.

미칠 것만 같았다. 뒷구멍을 빨리면서 서다니.

란젤은 뒷구멍을 빨아대는 놈보다 거기에 반응하는 제 좆에 더 배신감이 들었다.

“흐….”

수치심에 시야가 흐릿하게 물들었다. 뿌연 시야로 놈의 금발이 화사하게 빛나듯이 보였다.

놈의 혀가 구멍 위에서 꿈틀거릴 때마다 란젤의 좆이 덩달아 꿈틀거렸다. 덜렁거리는 고환이 좆이 움직일 때마다
팽팽하게 당겨지는 모습이 란젤의 눈에도 보일 지경이었다.

“야해 빠진 내 암캐. 주인님이 뒷보지를 빨아주니 아주 좋아죽겠나 보구나. 어떻게 해줄까. 보지처럼 쑤셔줄까.
아니면 이렇게 핥아줄까.”

놈이 뾰족하게 만든 혀로 뒷구멍을 콕콕 찌르기도 하고, 넓게 핥기도 하면서 장난스럽게 물었다. 란젤이 마른침을
삼키느라 대답하지 못하자 놈은 이를 세워 구멍의 주름을 긁어냈다.

허리가 툭 튕겼다. 흐릿해진 시야는 점점 더 흐려졌고, 종국에는 관자놀이 근처에 물길이 생겼다. 미지근한 물이
흐르고 식을 때마다 서늘하게 소름이 돋았다.

란젤이 눈을 감아버리자 놈이 구멍 옆의 엉덩이 살을 세게 깨물었다.

“윽!”

“날 봐, 란젤. 누가 눈을 감으라고 허락했지? 응? 주인님이 이렇게까지 널 위해 애쓰는 걸 지켜봐야 할 거


아닌가.”

“제, 제발, 흐, 그, 그만, 흣, 자, 잘못했, 으흐, 습니다, 잘, 못했, 읍….”

놈은 애원하는 란젤을 가늘게 뜬 눈으로 째려보고는 깨문 살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오랫동안 접힌 란젤의 허리가
부르르 떨리며 가라앉자 놈이 혀를 차며 속삭였다.

“그거 말고, 하라고 시킨 말이 따로 있을 텐데.”

란젤은 놈이 말을 맺기도 전에 서둘러 입술을 달싹거렸다.

“박아주세요, 주인님, 허으, 보지에 좆, 흡, 박아주, 십시….”

피식 웃은 놈이 그제야 뒷구멍에서 얼굴을 떼어내더니 란젤을 옆으로 밀었다. 놈의 몸에서 굴러떨어진 란젤은
덜덜 떨리는 팔로 상체를 들고 놈을 두려움이 가득 찬 눈으로 바라봤다.

놈이 턱짓하며 란젤에게 명했다.

“엎드려서 꼬리를 흔들어, 란젤. 개새끼답게. 스스로 보지를 벌리고 주인님에게 애교를 떨어. 그럼 착한 암캐가
만족할 때까지 좆을 쑤셔주마. 어때, 좋지?”

란젤은 두말없이 엎드려서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항문을 빨린 충격이 너무 큰 탓에 이런 건 수치스럽다는


생각조차 떠올리지 못했다.

팔을 뒤로 돌린 란젤이 허벅지의 근육을 잡아 벌리며 놈에게 보지를 내보였다.

놈이 엉덩이 위를 손으로 슬그머니 쓰다듬으며 그런 란젤을 독려했다.

“꼬리도 흔들어야지. 살랑살랑, 귀엽게 굴어.”

없는 꼬리를 어떻게 흔들어야 할지 의문도 가질 새가 없었다. 란젤이 조금 머뭇거린 틈에 놈이 양쪽 엄지로


뒷구멍을 늘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란젤은 필사적으로 엉덩이를 흔들었다.

“제발, 주인님, 제발….”

란젤이 돌아보고 애원하자 그제야 놈이 몸을 세워 다가왔다.

놈은 빳빳하게 선 성기를 잡은 채 란젤의 보지 위에 좆대가리를 문질렀다. 위로 쭉 훑은 좆이 툭 튕기듯이


뒷구멍을 스쳤을 때, 란젤은 질겁을 하며 눈을 감았다.

왜인지는 몰라도 보지를 쑤셔지는 것보다 뒷구멍을 쑤셔지는 게 더 두려웠다. 어쩐지 그곳에 좆을 받으면 세상이
끝장날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이미 놈에게 박힌 곳과 안 박힌 곳의 차이인가. 어쩌면 하나라도 지키고 싶은 마음 때문일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배설하는 기관이 아닌가. 그런 곳을 빨린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할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 이미 놈에게
느낄 수치심 따위 더는 없을 줄 알았던 란젤이 기겁할 정도로 말이다.

놈의 좆이 보지 구멍에 걸쳐졌을 때는 오히려 안도가 느껴졌다. 란젤이 한숨을 쉬며 굳은 등에서 힘을 풀자 놈이


좆을 보지 구멍에 쑤셔 넣으며 들릴 듯 말 듯 하게 웃었다.

“웃기는 개로군. 보통은 사내놈이 보지를 달고 있다는 걸 더 수치스러워할 텐데.”

란젤은 빠듯하게 안을 채우는 놈의 좆을 받기 위해 구멍의 힘을 풀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나긋하게 풀린


구멍으로 느릿하게 좆이 파고든 후에 구멍이 오물거리며 조였다.

놈이 약한 한숨을 뱉으며 란젤에게 다시 물었다. 엉덩이에 따끔한 매도 한 대 더해주면서.

“대답해. 보지가 달린 것보다 뒷구멍을 쑤셔지는 게 더 부끄러운가?”

란젤은 뒤로 젖혔던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생경한 두려움도 물론 있었지만, 무엇보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에
상처가 난 게 더 컸던 것 같았다.

란젤은 누구와도 성적인 접촉을 한 적이 없지만, 만약에 하더라도 그 상대를 남자가 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비록 여성기를 달고 있지만 태어났지만, 지금까지 란젤은 멀쩡한 남자로 자랐다.

결혼은 당연히 못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과 이것은 애초부터 시작점이 다른 문제가 아닌가.

놈이 허리를 슬슬 움직이면서 란젤의 엉덩이를 활짝 열었다. 놈은 벌름거리고 있는 것이 분명한 뒷구멍을 엄지로


슬슬 문질러 가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네 교육이 잘못된 모양이야. 주인님을 상대로 자존심이나 찾고 있는 걸 보면. 그렇지, 란젤?”

놈이 란젤의 안으로 좆을 푹 꽂아 넣으며 코웃음을 쳤다.

“내일부터는 새로운 방법으로 해야겠어. 처음부터 다시.”

란젤은 놈의 말에 반응하지 못하고 놈의 몸짓에 밀려 흔들렸다. 커다란 좆이 안을 후려칠 때마다 감은 눈앞이


번쩍거리고 아랫배가 뻐근하게 저리는 통에 놈의 말을 들을 정신도 없었다.

놈은 점점 거칠게 움직였고 란젤은 놈이 몰아가는 것에 맞춰 허리를 흔들었다. 며칠 동안 놈이 교육시킨 대로


허리를 움직이자 몸 안에 저릿저릿한 열기가 착실히 쌓였다.

“응, 흣, 으, 읏, 하아, 으읏.”

언제부터 소리가 새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얼굴을 침대 시트에 박은 채 흔들리다 보니 시트가 온통 침과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엉덩이를 따끔하게 휘갈긴 손바닥에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놈은 움직임을 멈춘 채였다.

대신 벽처럼 선 놈의 좆을 향해 란젤이 스스로 허리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놈의 교육은 꽤 성공적이었다. 놈이 만족하는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란젤은 꽤 성실하게 놈의 교육에 따라 허리를


흔들고 있었으니까.

침대에 박은 고개를 슬쩍 들어 기울인 란젤은 뒤에 버티고 선 놈의 얼굴을 슬며시 훔쳐보았다. 놈의 나른하게


풀린 눈을 내리깐 채, 살며시 벌어진 입술 사이로 붉은 혀를 내밀었다.

저 혀로 제 더러운 곳을 핥아대던 남자의 나른한 표정은 순결하고 자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투명한 피부에 맺힌
땀방울은 여신이 내린 성수 같았다. 놈이 눈을 감으며 고개를 젖히자 어린 시절 보았던 성화가 떠올랐다.

오래전 길고 긴 가뭄이 찾아왔던 때, 대천사 미카엘이 하늘에서 내려와 여신의 축복을 전하며 온 세상에 비를
뿌렸다고 한다. 란젤은 여신을 믿는 국가의 신전마다 걸려 있다는 그 그림을 어려서부터 보고 자랐다.

놈은 마치, 그 성화 안의 대천사 같았다. 길고 풍성한 금발, 푸른 눈, 숱이 짙은 긴 속눈썹, 하얗고 창백한


피부와 붉은 입술. 마치 구원을 전하러 온 것 같은 저 외모로 놈은 지금 음탕하기 그지없는 짓을 하는 중이었다.

신성 모독이 따로 없었다.

Chapter 4

* * *

란젤은 밤이 새도록 놈의 좆에서 좆물을 빨아내야 했다. 놈은 더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았고, 란젤의 팔을
끌어당기거나 골반을 잡아 흔들기만 했다.

좆물을 몇 번 싼 놈은 그마저도 귀찮아진 건지, 누운 채로 란젤을 제 위에서 흔들라고 시켰다. 좆 위로 몸을


쿵쿵 내리찍을 때마다 란젤이 흐느끼면 놈의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양손을 깍지 낀 채 뒤통수에 대고 있던 놈은 란젤이 바르르 떨며 멈출 때마다 입을 열었다.

“구멍이 헐거워졌는데, 란젤. 그 쓸모없는 보지 좀 제대로 조여봐. 정 못하겠으면 뒷보지라도 내놓든가.”

놈은 란젤이 당황하며 보지를 조이는 것이 즐거운 것 같았다. 눈을 생글생글 휘며 놈이 웃을 때마다 란젤은


입술을 꾹 물고 놈의 좆을 바짝 조여 물었다.

놈은 란젤이 사정하는 것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더 사정하라는 듯이 좆을 훑어줄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란젤이 진저리 치며 보지를 조이면 놈이 먼저 낮은 신음을 흘리며 좆물을 싸질렀다.

계속해서 깊이 쑤셔지는 좆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아랫배가 얼얼하다 못해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아프지도 않게 된 후부터는 놈의 재촉이 더욱 심해졌다.

더 높이, 더 빨리. 닦달하듯이 몰아세우는 놈 때문에 란젤은 거의 좆대가리가 걸쳐질 때까지 허리를 띄웠다가
주저앉아야 했다.

“자궁이, 흣, 열리고 있구나, 아아….”

놈은 그렇게 중얼거린 후부터 란젤의 몸을 제 손으로 잡아 흔들었다.

쿵쿵 찍어 누른 몸이 좆 위로 주저앉을 때마다 란젤은 비명을 질렀다. 끝내 목이 잔뜩 쉬어서 더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지만 놈은 조금도 봐주지 않고 란젤의 안으로 계속 좆을 꽂아 넣었다.

배 속에서 무언가 벌어지는 기분이 들었을 때, 놈의 좆이 아주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좆물을 토했다. 놈은


완전히 만족한 듯이 신음했고, 란젤은 뻐근한 통증에 숨도 헐떡이지 못한 채 놈의 위에서 파르르 떨었다.

놈의 좆이 배꼽 아래까지 올라왔던 모양인지, 근육이 올록볼록하던 배에 작은 산이 생겼다. 그 산이 꿈틀거리면


란젤은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내장 속에 좆물이 가득 찬 것처럼 느껴졌다. 놈이 흔들 때마다 안에서 출렁출렁 파도가 치는 것도 같았다.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죽고 싶어졌을 때쯤, 날이 밝았다.

놈은 그제야 란젤의 안에서 좆을 뽑아내고는 바로 게름나무 진액을 발랐다. 완전히 헐어버린 내벽에 진액이 닿자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느껴졌다. 놈은 침대 머리에 연결한 긴 쇠사슬로 란젤에게 목줄을
맨 후에 옷을 찾아 입었다.

가볍게 바지만 걸친 놈이 침대 아래에 주저앉은 채 늘어져 있던 란젤의 손에 짧은 수갑을 채우며 속삭였다.

“사흘 후에 돌아오마. 내가 돌아오면 그동안 주인님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눈물의 고백을 하는 게 좋을 거야.
이번에는 사흘이지만, 다음에는 나흘이 될 거고, 그 후에는 닷새가, 나중에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

놈은 완전히 동공이 풀린 란젤의 젖은 볼을 어루만지며 짧게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아무리 간지러워도 혼자 보지를 쑤시는 일은 없도록 하렴. 나는 네 손이 들어가는 것도 못 참을 것 같거든.”

놈은 사슬의 길이가 기니 배변은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고는 그대로 사라졌다. 눈앞에서 사라진 놈 때문에 멍하게
있던 란젤은 그대로 기절하듯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땐 한낮쯤 된 것 같았다. 비척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선 란젤이 제일 먼저 향한 곳은 변기가 아니라


커튼도 달려 있지 않은 창 쪽이었다.

가면을 벗은 후 처음 보는 파란 하늘이 시야에 가득 담겼다. 창과는 꽤 먼 거리인데도 이상할 정도로 하늘만


보였다.

귀족 가문이라면 당연히 있을 정원수도 보이지 않는 풍경에 란젤은 터덜터덜 걸으며 마른침을 삼켰다.

창에 다가가자 저 멀리 검은 나무들이 즐비하게 보였다. 창문을 열지 않아도 제가 있는 곳이 평지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황궁의 탑인가. 데온 황궁이라면 아직 마법적인 장치가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으니까.

하지만 창을 열고 밖을 살펴본 란젤은 당황에 물든 채 모든 행동을 멈추고야 말았다.

여기가 대체 어디지.

아래를 보니 까마득하게 먼 땅이 겨우 보였다. 얼마나 높은 건지 확연하게 작아 보이는 나무는 푸른 잎사귀 한


장을 달고 있는 것이 없었다. 나무가 자라는 건지, 죽어서 박혀 있는지 모를 땅은 핏빛처럼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죽음의… 숲…?”

란젤은 어릴 때 들었던 데온의 전설을 힘겹게 기억해 냈다.

데온이 건국되기도 전인 그 옛날, 이 땅에 블랙 드래곤의 둥지가 있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초대 황제가 골드


드래곤의 도움을 받아 흉포한 블랙 드래곤을 물리치고 데온을 세웠다던 데온의 건국신화.

초대 황제는 그 일을 기념하기 위해 지금은 사라진 난쟁이들에게 의뢰하여 높게 탑을 쌓았다. 그리고 그곳을


흉악한 범죄자를 가두는 감옥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 제정신이 아니게 높은 탑에는 문도 없어서 드래곤이 걸어준 마법이 없이는 드나들 방법이 없다고 들었다.

아니, 하나가 있기는 했다. 창으로 뛰어내리는 방법. 살아서는 빠져나갈 수 없다던 그 저주받은 감옥.

란젤은 자신이 그 감옥에 갇혔다는 사실을 깨닫고 허탈하게 웃었다.

저 미친놈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도무지 란젤의 머리로는 놈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전으로 전해져 오는 이야기는 그 정도가 다였다. 조금 더 알려진 바로는 데온의 황성에서도 무척 먼 곳이라
건물 관리가 힘들고, 죽음의 숲에 인간이 드나들면 블랙 드래곤의 저주를 받는다고 하던가.

란젤도 이 숲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정도만 알았다.

말 그대로, 란젤은 지금 넓은 황무지 한가운데의 높은 탑에 갇혀 있는 꼴이다.

하. 어이가 없으니 웃음만 자꾸 흘렀다.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던 란젤은 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여름 바람을
느끼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란젤이 알기로는 데온의 동쪽 끝에 있는 죽음의 숲은 바다에 면해 있었다. 나머지 두 방향은 그래도 사람이 사는
영지로 가는 길이 있을 거다. 아예 도망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소리다.

하지만 이 높을 탑을 어떻게 내려가지.

란젤은 우울한 눈으로 탑 아래를 바라보다가 안으로 돌아왔다. 질질 끌리는 쇠사슬이 거추장스러웠으나 길어서
차라리 다행이었다.
란젤은 탑의 한 층을 다 차지하고 있는 넓은 방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란젤이 쓰고 있는 곳은 절반쯤뿐. 나머지
공간은 휑뎅그렁하게 빈 채였는데, 그쪽으로 놈이 오가는 것 같았다.

침대가 놓인 위치와 놈이 늘 다가오던 방향을 떠올리던 란젤은 큰 고민에 빠져들어 갔다.

우선 쇠사슬은 저 빈 곳까지 닿지 않았다. 잘해봐야 욕실까지만 닿을 정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놈이 오지


않더라도 사흘 정도는 욕실에서 나오는 물로 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었다.

놈도 아마 그것까지 계산해서 사흘로 기간을 정한 것이 아닐까. 란젤은 제 추측이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당장


탈수증으로 죽을 걱정은 덜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하지만 문제는 며칠씩 굶는 것을 반복하면 몸의 근육이 빠진다는 거였다. 그러니 어떻게든 사흘 후에 올 놈의


마음에 들어야 했다.

가족의 위치도 아직 듣지 못했지 않은가. 우선 그 대답을 듣고 나면 제 몸을 제일 먼저 챙기기로 결심했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건강을 제일 우선으로 챙겨야겠다고.

그러려면 놈에게 협조하는 편이 나았다. 어떻게든 말을 잘 들어서 양질의 식사를 얻어낼 필요가 있었으니까.

문제는 저 미친놈의 마음에 어떻게 드느냐는 건데….

암캐처럼 놈을 유혹해야 한다는 생각을 떠올린 란젤이 얼굴을 붉혔다.

자신은 어여쁜 여인도 아니고, 낭창낭창한 남자도 아니지 않은가. 무뚝뚝하게 생긴 곰 같은 남자가 엉덩이를
흔들어봤자 그게 뭐가 좋을까.

란젤은 놈의 변태 같은 취향에 인상을 찌푸린 채 망설였다. 답이 나와 있어도 선택하기 쉽지 않은 답이다 보니


시간이 꽤 걸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이미 비슷한 짓을 몇 번인가 했으니까 더 머뭇거릴 일도
아니었다. 매번 정신이 날아가는 바람에 제대로 기억나는 것은 없지만 말이다.

란젤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놈을 향해 속으로 욕설을 지껄였다. 빌어먹을 변태 새끼. 악마보다
더한 놈. 지옥 불구덩이에 빠져 죽을 개새끼.

한껏 욕을 퍼부어도 속이 시원해지지는 않았다. 그저 아주 조금의 만족감이 느껴졌다가 그마저도 쇠사슬이 찰그랑


울리는 순간에 사라졌다.

란젤은 우울한 표정으로 좆물로 범벅된 제 모습을 내려다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우선은 좀 씻을까. 가면을 풀었으니 전보다는 더 버티기 쉬울 테지.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욕실로 들어가자 큰 문제가 생겼다.

저놈의 요상한 것은 어떻게 쓰는 건가.

동그란 바퀴 같은 것이 달린 게 소문으로만 듣던 수도꼭지인 것 같은데 쓰는 방법을 몰랐다. 한참을 노려보던


란젤은 머뭇거리며 손을 뻗어보았다. 당겨도 보고 눌러도 봤지만 놈이 하던 것처럼 물이 쏟아지지 않았다.
고장인가. 잠시 고민하던 란젤은 놈이 수도꼭지를 만질 때마다 끼릭끼릭거리는 마찰음이 났다는 것을 떠올렸다.
기억을 더듬으며 수도꼭지를 이리저리 돌려보니, 아래로 고개 숙인 쇠관에서 물이 쏟아졌다.

와. 끝내주네. 가감 없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 * *

사흘 후 밤. 미카엘리스는 란젤이 있는 탑으로 향했다. 커다란 창으로 달빛이 들이치고 있는 창가 쪽에 배치된


침대 위에 동그랗게 솟은 둔덕이 보였다.

조용히 다가가자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커다란 몸을 웅크린 채 잠든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미카엘리스는 고새 살짝 홀쭉해진 볼살을 만지려고 손을 뻗었다가 거뒀다. 꼴을 보니 잘 지내고 있었나.

방 안을 넓게 훑은 미카엘리스가 창가로 다가갔다. 창문을 열어보았는지 걸쇠가 열린 채 성의 없이 닫혀 있었다.

욕실에는 란젤이 씻은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촌놈이라 수도꼭지를 쓸 줄이나 알까 싶었더니, 의외로
멀쩡하게 사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란젤이 어떻게 지냈을지 방 안을 훑어본 미카엘리스는 침대로 다가가 그의 머리맡에 앉았다. 완전히 잠에 빠진
그는 침대가 출렁거리는 것도 느끼지 못한 듯,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미카엘리스가 밤하늘처럼 까만 머리카락을 손으로 가볍게 쓸어 넘기자 란젤이 귀찮다는 듯이 몸을 뒤척였다. 곧게


뻗은 이마에 미세한 주름을 만든 그는 앓는 소리를 작게 뱉은 후 다시 새근새근 온화한 숨을 쉬었다.

“란젤.”

조용히 불러보았으나 상대는 대답은커녕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예민하게 기척만으로도 구분하더니, 그새 빠져 가지고.

이마에 생긴 주름을 엄지로 살살 문질러 편 미카엘리스는 남자를 처음 봤을 때를 짧게 떠올렸다.

커다란 강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마주한 그는 정면으로 비치는 햇볕 때문에 지금보다 더 얼굴을 구긴 채, 발을


구르는 말을 달래고 있었다.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귀찮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말을 얼추 달랬는지 머지않아 고개를 든 남자는 그 표정 그대로의 말투로 강 너머의 미카엘리스를 향해 외쳤다.

‘프라닐 왕의 전언입니다, 미카엘리스 황태자 전하. 현재 프라닐은 데온의 황제 폐하께 항복문을 전달하였으며,
곧 전쟁 보상금을 논의할 특사를 파견할 예정입니다. 데온의 황제 폐하께서 프라닐의 항복을 받아들이기로
하셨으므로 더 이상의 교전은 무의미합니다. 그러니 돌아가십시오.’

낮고 분명한 목소리는 그다지 힘을 들이지 않아도 강 너머에 있던 미카엘리스에게 똑똑히 닿았다. 말을 마친


남자는 금세 지쳤다는 표정으로 다부지고 단단해 보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한숨을 쉬었더랬다.

그게 또 꼴 받는 부분이었지. 미카엘리스는 그때를 회상하며 소리 없이 웃음을 흘렸다.

놈은 자신의 관등성명도 대지 않은 채 감히 제국의 황태자에게 제 용건만 간단히 내뱉었다. 그의 버릇없는 행동에


미카엘리스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더랬다.

‘건방지네.’

미카엘리스는 바로 곁의 부관에게 놈의 관등성명을 물어보라고 전했다. 부관이 마법 물품인 확성기를 통해


질문하자 놈은 여전히 심드렁한 태도로 대답했다.

‘프라닐군 중령, 란젤 라파엘로 에클런입니다, 황태자 전하.’

이름을 말한 후부터 점점 목소리를 줄인 놈은 급기야 황태자 전하라는 칭호를 부르면서 고개를 양옆으로 꺾기까지
했다. 피곤이 쌓여서 그랬다기보다는 그저 이 전쟁이 지긋지긋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보였다.

미카엘리스는 부관에게 망원경을 받아 놈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피곤에 찌든 군인의 얼굴과 어울리는 끝내주게 넓은 어깨와 가슴을 보니 어쩐지 군침이 돌았다. 저걸 제 앞에
꿇려놓고 울며불며 애원하게 만들면 얼마나 즐거울까. 단정하고 남자다운 얼굴이 눈물로 얼룩지면 보기 좋지
않을까.

우는 놈에게 좆을 물리고 눈물을 뚝뚝 떨구는 놈의 얼굴에 좆물을 싸지르면 꽤 볼만할 것 같았다. 건방진 놈을
철저하게 교육해 제 발밑에서 기어 다니게 만들고도 싶었다.

‘이런 말씀까지는 안 드리려고 했는데.’


진군을 명하려던 미카엘리스는 이어지는 란젤의 말을 듣고 결심했다.

‘저희는 다리를 부수고 물러날 예정입니다. 전하께서 날개가 달리지 않은 한은 쫓아오기가 힘드실 겁니다.
그러니 제가 다리를 부수기 전에 돌아가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만….’

놈은 기폭장치로 보이는 것을 어깨 위로 슬쩍 들어 올린 후에 말이 멎기 전에 장치를 눌렀다. 연달아 폭약이


터지는 소리 사이로 놈이 유감스럽다는 듯이 말을 맺었다.

‘그러기도 어렵게 되셔서 유감입니다.’

사람을 살살 약 올리듯이 말을 맺은 놈이 피로한 표정으로 피식 웃었을 때, 미카엘리스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놈을 제 발 앞에 무릎 꿇리겠다고 결심했다.

저 커다란 젖통을 쥐어짜고 뒷보지가 흐물거릴 때까지 박아준 후에 발이나 닦는 걸레로 쓰고 말겠다고 말이다.

“으응….”

수갑 찬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잠들어 있던 란젤이 몸을 돌리며 작게 신음했다. 미카엘리스는 그 작은 소리에도


아랫배가 땅기는 걸 느끼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란젤.”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속삭인 이름에 그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미카엘리스는 란젤이 덮고 있는 얇은 이불을
들추고 맨살을 쓰다듬었다. 간지러운 자극에 팔뚝의 두툼한 근육이 손을 밀어내듯 불끈거렸다.

군대에서 오래 굴렀을 남자의 피부는 이상할 정도로 쫀쫀하고 부드러웠다. 도대체 뭘 바르면 이렇게 피부가
만질만질하게 되는 걸까 궁금할 지경이었다.

근육이 쏟아질 것처럼 울룩불룩한 등을 따라 손을 내리며 미카엘리스가 허리를 굽혔다.


튼튼한 몸은 좀처럼 다치거나 쉽게 지치지도 않았다. 이 얼마나 이상적인 개인가. 마구잡이로 대하다가 조금
다정해지거나 먹이를 먹일 때면 놈의 꼬리가 느릿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귀엽지 않은가. 란젤은 주인이 바뀌자마자 순응하며 얌전히 귀를 눕혔다. 아직은 눈치를 보며 가끔 이를
드러내지만 제대로 물어뜯을 정도의 야생성도 없었다.

적당히 손이 탄 개는 길들이는 것이 그리 어렵지도 않았다. 손을 내밀어 턱을 만지면 가만히 얹어오는 무게감이


꽤 기분 좋았다. 가면 안에서 얌전히 눈을 감고 있을 란젤의 얼굴을 상상하면서 미카엘리스는 몇 번이나 소리
죽여 웃곤 했다.

더불어 제 좆을 물고 조이던 란젤의 보지를 떠올리자 달큼한 한숨이 흐를 것만 같았다.

미카엘리스가 불쌍하리만치 웅크리고 잠든 그의 관자놀이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귓가에 속삭였다.

“란젤, 내 귀여운 암캐.”

그에게는 이제 가문의 이름 따위는 필요 없었다. 미카엘리스의 개.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그것으로 충분하리라.

* * * 롶데

란젤은 잠결에 입안에 들어온 사탕을 빨았다. 작은 막대에 꽂힌 사탕이 너무 커서 입안이 가득 찼다. 혀로
사탕을 빨기가 어려웠던 란젤은 볼을 오목하게 조이며 입술을 오므렸다.

쪽 빨아내자 입안에 침이 솟았다. 달큰한 맛에 입맛을 다셨더니 사탕이 다시 입안으로 들어왔다. 동글동글한 것을
쪽쪽 빨던 란젤은 문득 이상한 느낌에 정신을 차렸다.

입에 든 것이 이상하게 말랑하고 쫀득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눈을 뜨자 제일 먼저 보인 건 짙은 금발의 수풀이었다. 고슬고슬한 수풀 사이에 뾰족하게 솟은 것이 자꾸만


입안을 쑤실 듯이 파고들었다.

“아아, 깨어났나.”

나지막한 신음에 란젤은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어떤 미친놈이 잠든 제 입안에 좆을 쑤셔대고 있었다. 그
미친놈은 란젤이 익히 알고 있는 놈이기도 했다.

란젤이 깨어나자 더욱 깊이 좆을 밀어 넣던 미카엘리스가 란젤의 머리채를 잡아 들었다.

눈동자만 치켜뜬 란젤은, 아랫입술을 핥으며 헐떡이고 있는 놈의 얼굴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자는 사람에게
이게 무슨 짓이지.

놈은 단호한 힘으로 란젤의 몸을 끌어 올려 엎드리게 한 후에 본격적으로 좆을 쑤셔 박았다.


“후읍, 읍.”

놈이 목구멍을 벌리고 좆을 쑤실 때마다 헛구역질이 났다. 란젤이 엎드린 채 몸을 들썩이자 놈이 뒤통수를 지그시
누르며 허리를 둥글렸다.

“내가, 흣, 분명 말했을 텐데, 란젤.”

“우브, 븝, 읍.”

생리적인 눈물이 왈칵 솟아 눈을 가렸다. 눈을 깜박일 필요도 없이 줄줄 쏟아지는 눈물을 놈이 차가운 손가락으로


걷어내며 목구멍을 쑤셨다.

“내가 돌아오면, 읏, 질질 짜면서 애원하라고, 응?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놈의 개새끼가, 흐읏, 팔자 좋게,
잠이나, 읏, 처자고 있으니….”

놈이 허리를 크게 튕겨 란젤의 목구멍 안에 좆을 깊게 쑤셔 넣었다. 숨이 막혀서 버둥거려도 놈은 좆을 빼주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게 박으려는 듯이 허리를 밀었다.

란젤은 허우적거리던 손으로 놈의 허벅지를 잡고 매달렸다. 숨이 막혀 손끝이 덜덜 떨렸으나 이걸 놓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숨을 쉬려고 노력할 때마다 목구멍이 꽉 들어찬 좆을 조였다.

꿀꺽꿀꺽, 목울대가 꿈틀거릴 때마다 놈의 입에서 나른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코로 숨을 쉬는 것도 한계가 왔다.
놈의 좆이 목구멍을 가득 막아서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길이 차단된 탓이다.

란젤의 눈알이 가물가물 뒤로 넘어가려던 차에 놈이 좆을 슬쩍 뒤로 물렸다. 갑자기 폐에 가득 찬 공기에 놀라


기침을 터뜨리려던 란젤은, 다시 목구멍이 틀어막히는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놈의 허벅지에 손톱을 세우고
긁어내렸다.

세밀한 자수가 놓인 실크가 짧은 손톱에 걸리며 찢어졌다. 놈이 혀를 차며 다시 허리를 물려줬을 때, 란젤은


필사적으로 숨을 헐떡이며 놈의 허벅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탄탄한 허벅지가 손아귀 가득 넘쳤다. 그걸 어떻게든 잡고 매달리자 놈이 허리를 툭툭 밀어 좆으로 목젖을


건드리며 물었다.

“말해, 란젤. 주인님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질질 짜면서 애원해 봐. 그럼 네가 좋아하는 좆물을 먹여주마.”

누가 그딴 걸 좋아서 먹는단 말인가. 란젤이 눈을 치켜뜨고 노려보자 놈이 빙그레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놈은 아직도 흉흉하게 발기한 성기를 솜씨 좋게 바지 속으로 갈무리하더니 란젤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직 벌이 더 필요한 모양이구나. 그럼 나흘 후에 보자.”

놈이 뒤를 돌아 성큼성큼 걸었다.

“주인님!”

란젤이 다급하게 불러보았으나 놈은 걷는 모습 그대로 희미해지더니 사라졌다.

빌어먹을. 침대 위에 덩그러니 남은 란젤은 멍하니 놈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꾹 물었다. 아무래도


정말 좆 된 것 같은데.
물만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놈이 올 때까지는 버티려나. 바람도 없는 방 안에서 어쩐지
어깨가 서늘해졌다.

사흘 전이 아마도 안식일이었을 거다. 그러니 놈이 이틀 내내 여기서 뭉개고 있었던 거겠지. 란젤은 다음


안식일까지 버틸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침대 위로 다시 드러누웠다.

입안에 남은 찝찝한 맛을 꿀꺽 넘긴 란젤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그 속에 파묻혔다.

괜히 움직이면 더 배가 고픈 법. 나흘 정도는 자고 일어나면 금세 흘러가겠지.

하지만 그 나흘은 란젤에게 정말 지옥이었다.

배가 고픈 게 가장 힘들었고, 아무도 없는 것 역시 꽤나 힘들었다. 이러다 말을 잊겠다 싶은 마음이 들 때쯤에는


정말 움직일 기력도 없었다.

물을 마시고 돌아와서 침대 아래에 겨우 기대고 있는데 공기가 일렁였다.

“주인님….”

란젤은 몸을 감싸고 있던 이불을 버려두고 놈이 나타난 곳을 향해 기었다.

안식일 미사라도 다녀온 걸까.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돌아온 놈은 화려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놈은 자신을
향해 기어오는 란젤을 웃는 낯으로 바라보았다.

목줄이 당겨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된 란젤이 기던 자세 그대로 올려다보자 놈이 싱그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물어보지 않아도 알겠구나. 네가 나를 무척 그리워했다는 걸.”

저놈의 목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핑 돌았다. 허기가 지다 못해 아픈 윗배를 부여잡고 몸을 웅크리자 놈이 란젤을
향해 다가왔다.

바닥에 웅크린 란젤의 시야에 놈의 화려한 구두가 보였다. 란젤은 수갑 찬 손을 내밀어 놈의 종아리를 잡고
정강이 위에 얼굴을 비볐다.

밥을 줘. 제발. 목소리를 낼 기력도 없었다. 놈의 다리를 잡고 매달리는 일에 남은 기력을 모두 쏟아낸 모양이다.

란젤은 잔뜩 쉰 목소리로 놈을 부르다가 그대로 주르륵 미끄러졌다.

“주인… 님, 주인니… 임….”

놈이 푸스스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란젤을 안아 올렸다. 살이 빠지기는 했나. 아주 가뿐하게 들린 란젤은


놈의 품에서 몸을 웅크렸다.

아니지. 놈은 처음부터 란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의 자존심이 슬쩍 고개를 들이밀었다. 애도
아닌데 이렇게 안겨 다니는 것이 기꺼울 리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이 같잖은 자존심이 우스워졌다.

지금 자존심이 문젠가. 당장 굶어 죽을 지경인데.


“며칠 사이에 아주 살이 쏙 빠졌군. 다시 찌우려면 손이 가겠어.”

진짜 양심도 없는 놈이었다. 가두고 밥도 주지 않은 놈이 저렇게 말을 하면, 갇혀서 굶은 놈은 정말 어이가 없는


법이다.

욕이라도 한껏 해주고 싶었지만 배가 고파서 참았다. 이번에도 저놈의 기분을 못 맞춘다면 다음에 온 놈이 보는
건 란젤 에클런이었던 썩은 고깃덩어리가 될 테니까.

“곧 수프를 가져올 거다. 조금만 기다리렴.”

놈은 란젤을 안은 채 침대에 걸터앉고는 달래주듯이 관자놀이에 입을 맞췄다. 먹을 걸 가져오겠다는 놈의 말에


란젤은 그나마 기분을 풀었다.

하지만 또 수프라니. 이제 이가 나기 시작한 아기도 아닌데 왜 매번 수프를 못 먹여서 안달인 걸까, 이 미친놈은.

란젤이 흘끗 올려다보자 놈이 킥킥 웃었다.

“눈빛이 또 불손해졌는데.”

“아닙니다….”

밥을 못 먹으면 목소리도 맛이 가나 보다. 목에 거미줄이 잔뜩 친 것처럼 거친 소리가 흘러나오자 놈이


안타깝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목에 기름칠을 좀 해주랴. 하지만 며칠이나 굶었으니 탈이 날지도 몰라.”

란젤은 놈에게 무슨 말을 해야 고기를 먹게 해줄지 고민하느라 내리깐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놈이 란젤의 턱을


잡아 제 쪽으로 당기며 매섭게 물었다.

“눈알 굴리지 말고 말을 해라, 말을.”

“고기….”

이놈은 왜 먹는 걸로 사람을 이렇게 서럽게 만드나. 란젤은 고작 저 한 단어를 뱉고 목이 메었다.

“소화가 안 될 거라니까.”

란젤은 지금 쇠를 씹어도 소화를 시킬 판이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었다. 놈의 입술에 바싹하게
말라서 튼 입술을 문지른 란젤이 죽어가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배가 너무 고픕니다.”

놈이 한껏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란젤에게 입을 맞췄다. 각질이 올라온 입술을 혀로 적시고 부드럽게 핥아준
후에 입을 뗀 놈이 짧은 입맞춤을 몇 번 더 하며 말했다.

“어리광이 제법이구나, 란젤. 잠시 후에 시종장이 올라오면 고기를 가져다주라고 말하마.”

여태 소리 없이 드나들었던 게 시종장이었나. 배가 고프니 수치심을 느끼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었다. 란젤은


그저 고기를 가져오게 명하겠다는 말에만 반응했다.
“감사합니다.”

고분고분하게 굴자 놈의 입술에서 달큼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고작 밥 몇 끼에 이렇게 얌전해지다니. 자존심도 없는 게 정말 개만도 못하질 않으냐, 란젤.”

놈은 좆같은 말을 좆같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고상한 말투가 외려 더 사람의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데다가,
놈의 오만한 표정이 특히 사람을 자극했다.

하지만 란젤은 그 기분을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하게 눈을 내리깐 채, 놈의 손이 이끄는 대로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솔직히 놈이 적당한 체구였기 때문에 굉장히 불편했다. 란젤은 제 몸이 놈의 품에서 흘러넘치지 않게 하려고
어깨를 잔뜩 쭈그렸다.

웅크려서 위로 솟은 어깨 위에 놈이 입술을 찍으며 작게 웃었다.

“그래, 내가 없는 동안 뭘 하고 있었지? 창을 열어본 것 말고 또 뭘 했는지 말해보렴.”

놈은 슬금슬금 란젤의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미끄러뜨렸다.

“그냥, 잤습니다.”

허벅지를 벌리는 손에 얌전히 다리를 열자 놈이 보지 안쪽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이 헤픈 보지가 간지럽지는 않았고?”

딱히? 게름나무 진액은 벌써 일주일 전에나 발랐고, 이미 씻어낸 지도 오래였다. 간지러울 일이 있나.

“괜찮았, 습니다.”

놈의 차가운 손가락이 보지의 균열을 가볍게 훑자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놈의 좆을 조일 때처럼
구멍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란젤이 몸을 슬쩍 들썩이자 놈이 손가락으로 보지를 헤집으며 말했다.

“그런데 왜, 벌써 젖었을까.”

“마, 만지시니까….”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젖는다니, 닳고 닳은 창녀도 너보다는 조신할 거다.”

놈의 말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 이상하기는 했다. 놈의 차가운 손가락이 점점 따뜻해질수록 구멍이 더욱


벌름거리는 것 같았다.

놈은 구멍을 덮은 보지살을 만지작거리다가 손을 떼었다. 놈이 젖어서 반들거리는 손가락을 제 입에 가져다 댄


순간, 누군가 나타났다. 고소하게 퍼지는 수프 냄새에 란젤은 상대의 정체를 알아냈다. 놈의 시종장인가 보다.

서른 후반이나 되었을까. 갈색 머리를 깔끔하게 빗어 넘긴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란젤이 다리를 오므리자 젖은


손가락을 핥던 놈이 웃음을 터뜨렸다.
놈은 란젤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트롤리를 밀고 오는 시종장에게 말했다.

“게일. 내 개가 배가 많이 고픈 모양이니, 음식을 더 가져와라. 모자라지 않게.”

게일이라고 불린 남자의 눈이 잠시 커졌다. 말을 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게일은 금세


아무렇지 않게 표정을 바꿨다. 그는 돌아보지도 않는 미카엘리스의 뒤통수에 대고 고개를 숙였다.

“예, 폐하. 최대한 서둘러서 준비하겠습니다.”

“천천히 해도 좋아.”

미카엘리스가 남자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볼일은 다 봤으니 사라지라는 뜻이었다. 그가 돌아가고 난 후, 놈은


란젤의 엉덩이를 두들겨 준 후 침대 아래에 앉게 했다.

수프는 금세 바닥을 보였다. 란젤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자 빈 그릇을 트롤리에 돌려놓은 놈이 엄지로 타액이
묻은 입가를 닦아주었다.

“정찬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거다.”

“예.”

기다리라는 소리겠지. 란젤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자 놈이 겨드랑이 아래로 팔을 끼워 넣었다. 놈은 아주 가볍게
란젤의 커다란 몸을 달랑 들더니 아까처럼 허벅지 위에 얹었다.

“그동안 재롱이나 좀 떨어보렴.”

먹고살려니 정말 별짓을 다 해야 하는군. 란젤이 놈의 입가에 입을 쪽쪽 맞추며 눈을 감았다. 그저 재수 없는


면상을 보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놈은 다르게 받아들였나 보다.

“수줍어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지.”

놈이 란젤의 턱을 잡고 고개를 틀었다. 란젤이 입을 열자 놈이 혀를 밀어 넣었다. 단번에 넓게 입안을 훑은 혀로


란젤의 입술까지 핥더니, 놈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란젤, 내 목에 팔을 둘러.”

란젤은 팔을 높이 들어 쇠사슬을 뒤로 넘기며 놈의 목에 팔을 둘렀다. 이대로 목을 졸라 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느라 주먹이 꽉 쥐어졌다.

놈은 고개를 이리저리 꺾어가며 진하게 입을 맞추면서 아까처럼 란젤의 가랑이 사이로 손을 넣었다. 란젤이
순순히 다리를 벌리자 놈이 고환을 쥐어 주무르며 입술 위에서 속삭였다.

“음탕한 내 암캐. 벌써 좆을 이렇게 세우고는, 뭘 바라는지.”

란젤은 놈의 말에 어깨를 떨며 눈을 떴다. 바로 지척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놈의 눈동자가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하늘처럼 파랬다. 마치 유리알처럼 말간 눈이었다.

놈은 저런 예쁜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란젤의 대답을 강요했다.

“대답해, 란젤. 뭘 해줄까.”


란젤은 아주 잠깐 고민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놈이 돌아가 버릴지도 몰랐으니까. 결국 놈이 성질을 내기
전에 란젤이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

뻐끔뻐끔. 입을 열기는 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차마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란젤이 입을 뻐끔거리고만 있자 짜증이라도 낼 줄 알았던 놈이 해사하게 웃었다.

“입에 좆을 물려달라는 거로구나.”

빌어먹을. 놈이 좆을 박을 때마다 눈물, 콧물을 질질 짜야 했던 란젤은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식사를 하기도
전에 목구멍이 막힐 수는 없지 않은가.

“만, 져… 주십시오.”

놈이 눈을 곱게 휘며 란젤을 흘겨보았다.

“건방지기도 하지. 봉사할 생각은 안 하고 제 음심만 채울 셈이다?”

란젤에게도 변명거리가 있었다.

“배가 고파서… 기운이 없습니다.”

지금 상태로 저놈의 좆을 받았다가는 정말 지옥문을 두드려야 할지도 몰랐다.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게 가장


좋았지만, 저 번뜩거리는 눈깔을 보니 그건 글렀다. 그러니 가장 힘을 안 들일 만한 일을 골라야 하지 않은가.

“핑곗거리가 생겼다 이거지.”

놈은 얄밉게 말하고는 제 허벅지 위에서 란젤의 몸을 돌렸다. 란젤은 놈의 가슴에 등을 기대고 허벅지 위에
올라타듯이 다리를 벌리게 됐다.

놈이 란젤의 허리를 바짝 당겨 안으며 목덜미에 입술을 찍었다. 핏대가 솟은 부분을 살짝 빨아들이면서 놈이


가슴에 손을 댔다.

“식사가 올 때까지 젖을 짜주지.”

놈이 란젤의 가슴을 양손으로 받치고 밀어 올렸다. 발달한 흉근이 끌려 올라오다가 놈이 손을 내리자 출렁거리며
흔들렸다. 몇 번인가 장난치듯이 만지작거리던 놈이 손에 힘을 꽉 주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읏.”

갑작스러운 힘에 들썩이던 란젤이 놈의 허벅지에서 주르륵 미끄러졌다. 놈이 혀를 차면서 침대 위로 엉덩이를 쭉


끌어 올리더니 다리를 벌렸다. 놈은 허벅지로 란젤을 감싼 채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그저 근육 덩어리에 불과했던 가슴을 만지는 손길에 란젤이 허리를 작게 비틀었다. 놈의 손길이 너무 야릇해서
두꺼운 허벅지가 마주 비벼지고 있었다.

“젖을 주물러 주니까 보지가 근지럽기라도 해?”

귓가에 속삭이는 놈의 목소리가 너무 질척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입술이 떨어지고 놈의 입안에서 혀가 굴러갈
때마다 젖은 소리가 고막에 그대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놈은 란젤의 어깨에 돋은 소름을 입술로 훑으며 젖꼭지를 손톱으로 긁었다. 갉작거리는 가벼운 손길이었으나
란젤이 느끼는 감각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단단한 손톱이 유륜의 오돌토돌한 부분을 긁을 때마다 이상하게 엉덩이를 누가 콕콕 찌르는 것처럼 간지러웠다.
그래서 몸을 뒤척이면 가랑이 사이에서 샌 물기가 허벅지 안쪽을 점점 더 넓게 적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기분만이 아니었다. 허벅지를 마주 비빌 때마다 젖는 영역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었다.

놈이 젖꼭지를 세게 쥐어 비틀었을 때, 란젤은 등을 웅크리며 반사적으로 무릎을 들었다. 딸려 올라온 발이


허공을 굴렀다. 찌르는 듯한 아픔이 지나가자 잠시 피가 통하지 않았던 곳에 피가 돌며 나른함에 저절로 한숨이
흘렀다.

란젤은 웅크린 아랫배에 닿는 제 좆이 발기했다는 사실을 놈에게 감추고 싶었다. 란젤이 몸을 더욱 숙이자 놈이
어깻죽지를 이로 베어 물었다.

물린 곳의 뻐근한 통증보다 놈이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문지르는 유두의 감각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란젤은 그
야릇한 감각을 견디지 못하고 놈의 품에서 벗어날 듯이 몸을 뒤틀었다.

“습.”

놈은 아주 작은 소리 하나로 란젤을 제압하고는 그새 조금 멀어진 란젤의 몸을 다시 끌어당겼다. 척추 근처에


단단해진 놈의 성기가 닿았다. 바지 아래에 갇힌 채 꿈틀거리는 좆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순간 란젤은 제 보지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고 허벅지를 바짝 조였다. 뜨끈한 액체가 울컥 새어 나오더니 금세


엉덩이 아래의 시트가 축축해졌다.

“또 질질 싸고 있는 모양이구나. 그렇지, 란젤?”

“읏, 아, 아닙, 니다.”

“거짓말하다가 걸리면 혼이 날 텐데.”

놈의 심드렁한 말투에 란젤은 등을 떨었다. 목부터 얼굴까지 순식간에 벌겋게 물들었다. 놈은 그런 란젤의 귓불을
가볍게 빨고는 재차 물었다.

“제대로 대답하렴. 란젤, 지금 보짓물이 질질 새고 있지?”

란젤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놈에게 만족스러운 대답이 아니었나 보다. 놈이
젖꼭지를 있는 힘껏 비틀며 세게 비볐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강한 고통에 란젤이 다급하게 숨을 들이쉬었다.

“헉.”

“대답 제대로 하라고 했을 텐데.”

놈이 말을 씹듯이 뱉었다. 이번에도 허투루 답하면 각오하라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였다. 놈은 여전히 젖꼭지를 쥔
손에서 힘을 풀어주지 않은 채 다정한 척 꾸민 목소리로 물었다.

“보지가 얼마나 젖었지? 응? 란젤, 대답해 봐. 보지 구멍이 발름거리고 있나? 간지러워? 쑤시고 싶어?”

란젤은 수치심에 부들부들 떨며 허벅지를 당겨 올렸다. 놈에게 끌어안긴 상체를 차마 숙이지 못하고 어떻게든
몸을 웅크리려고 노력한 결과였다. 허공에 끌어 올려진 발끝이 동그랗게 곱았다.

놈은 좀처럼 입을 열지 못하는 란젤을 재촉하며 젖꼭지를 계속 비벼댔다.

“응읏!”

란젤은 제 입에서 튀어나온 신음에 놀라 몸을 굳혔다. 위로 올라온 무릎이 덜덜 떨렸으나 발버둥 치고 싶은


마음에 발을 내리지도 못했다.

“귀여운 소리를 내는구나. 이렇게 비벼주는 걸 좋아하는 건가.”

놈이 다시 한번 더 강하게 젖꼭지를 비볐을 때, 란젤은 고개를 뒤로 한껏 젖힌 채 놈의 어깨에 뒤통수를 문질렀다.

“으응…!”

낮고 갈라진 목소리인데도 어쩐지 어리광을 부리는 듯한 신음이었다. 놈은 그 소리를 듣고 마음이 풀린 듯이


란젤의 관자놀이에 입술을 찍었다.

“말해보렴, 란젤. 젖꼭지를 더 비벼줄까?”

놈은 란젤이 대답하기 전에 아까보다 더 빠르고 세게 젖꼭지를 비벼댔다.

“아! 흐읏! 아아! 아, 아픕, 으흥!”

젖꼭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아픈데, 찌릿찌릿한 고통 사이에 야릇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자꾸만 보지 구멍이
바짝 조여들고 꿈틀거려서 아랫배가 징징 울릴 정도였다.

“아파서 더 좋아하는 게 아니고?”

놈이 힘을 풀어주자 그새 부어오른 젖꼭지가 홧홧하게 열을 품었다. 놈은 열이 올라 예민해진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서 굴리며 작게 웃었다.

“란젤, 아까는 작았던 게 벌써 이렇게 커졌단다. 계속 이렇게 만지다 보면 더 커지려나. 아이에게 젖을 물리려면
아무래도 큰 게 좋겠지.”

그게 커져봤자 젖은 안 나올 텐데. 하지만 놈은 계속 만지작거리면 젖이 나오기라도 할 것처럼 집요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란젤은 진짜 딱 미칠 것 같았다. 놈의 손가락이 유두를 만지작거릴 때마다 아랫배가 욱신거리고 구멍에서는 액이


쏟아지는 것처럼 질펀하게 흘렀다.

뭘 했다고 숨이 이렇게 가빠졌지.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숨이 모자라 종내에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니, 이거
좀 위험한 거 아닌가. 욱신거리는 아픔이 점점 강해지고 눈앞이 흐릿해졌다.

란젤은 놈의 품 안에서 바르르 떨다가 힘없이 고개를 기댔다.

“제발… 그만, 해주십시오…. 어지럽, 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오래 굶은 탓이다. 눈앞이 가물거리더니 놈이 만지는 감각도 점점 멀어졌다.

놈이 가슴을 만지던 손을 떼어내고 란젤의 볼에 손을 대었다.


“열이 나는군. 너무 과하게 괴롭힌 모양이니, 식사가 도착할 때까지 좀 쉬거라.”

놈은 그대로 란젤을 제 다리 사이에 눕혔다. 제 허벅지 위에 란젤의 머리를 올려준 놈이 침대 아래에 떨어져 있던
이불까지 끌어 올려 란젤에게 덮어주었다.

란젤이 웅크리며 이불을 잡아당기자 놈이 수갑을 풀어주었다.

“한숨 자렴.”

놈이 부드러운 손길로 란젤의 짧은 옆 머리를 살살 쓸었다. 그 손길에 금세 눈이 가물가물 감겼다.

란젤이 눈을 감자 놈은 아예 볼로 손을 가져와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차가운 체온에 잠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란젤은 누운 상태로 눈만 떠서 놈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제 가족들은, 어떻게 된 겁니까. 모두… 무사합니까?”

놈이 란젤을 내려다보며 자애롭게 웃었다. 표정만 보면 성화에 나오는 대천사 못지않을 정도로 선하고 성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저놈의 입은 왜 열릴 때마다 저렇게 얄미운 소리를 지껄이는 건가.

“가족들과 사이가 꽤 좋았던 모양이구나. 그런 약점을 내게 알려줘 봐야 네놈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없을 텐데,


멍청하기는.”

란젤이 눈을 찌푸리자 놈이 피식피식 웃으며 눈가의 주름을 살살 당겼다.

“무사할 거다. 믿을 수 있는 놈을 보내두었으니까.”

저놈의 부하를 믿어도 될까. 괜히 저처럼 핍박이라도 받는 건 아닐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여린
어머니가 저처럼 밥도 굶고 있을까 생각하니 속이 쓰렸다.

란젤이 놈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애원했다.

“부디… 어머니께는….”

미카엘리스의 파란 눈동자가 순간 반짝였다. 놈이 붉디붉은 입술을 달싹이더니 란젤의 눈을 손바닥으로 덮었다.

“자라.”

란젤은 순순히 눈을 감았다. 놈의 손바닥이 차디찬데도 이상하게 눈두덩이 뜨거워졌다. 놈은 곧 눈을 가린 손을


치우고 란젤의 이마를 살살 쓸어 넘겼다. 마치 아이의 잠을 재우기라도 하듯 간질간질한 손길이었다.

란젤은 금세 잠이 들었다. 열이 올라 뜨끈한 이마에 손을 대고 있던 미카엘리스는 순식간에 고른 숨을 내쉬는


남자의 무던함에 혀를 내둘렀다.

“이걸 미련하다고 해야 할지, 무던하다고 해야 할지.”

높은 확률로 전자가 아닐까 고민하던 차에 놈의 속눈썹이 젖었다. 숱이 짙은 검은 속눈썹이 반짝이는 순간,


미카엘리스는 저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다.

손가락 끝을 적신 액체를 슬그머니 거두자 속눈썹이 파들거렸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피곤함에 절어 살며시
찌푸린 얼굴을 내려다보던 미카엘리스가 설핏 웃었다.

일주일 전에 프라닐이었던 곳으로 보낸 보좌관의 목소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제가 가야 합니까?’

보좌관인 세드릭의 한숨에 미카엘리스는 그를 물끄러미 노려보았다. 그럼 누가 가. 그 눈빛의 뜻을 알아들은 그가


약한 한숨과 함께 되물었다.

‘가서 뭘 하면 되는지 명을 내려주십시오.’

‘에클런 가문의 생존자들을 모두 찾아서 한 군데에 가둬둬. 수도에 멀쩡히 남은 장원이 꽤 여럿 있을 테니까
적당히 큰 곳을 골라 거처를 정해줘라. 험하게 다루지 말고 제대로 된 사용인도 붙여주고.’

란젤의 몸에 비밀이 있으니, 그가 가족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잘못된 판단이었나.
가족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너무 순순해진 놈의 태도에 미카엘리스는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그의 약점을 쥐어볼 생각이었다. 세드릭은 미카엘리스의 명에 의아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망국의 귀족가에 왜 관심을 두시는 겁니까? 그 노예 때문입니까?’

그는 란젤에 대해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경매장에도 함께 참석했던 그는 미카엘리스가 새로운


장난감에 금방 질릴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가족까지 관리하겠다고 나서는 게 영 이상하다는 듯이 그가 말을
이었다.
‘제가 잘 이해가 안 돼서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입니다만, 폐하. 혹시 그 노예에게 반하시기라도 하셨습니까?’

‘뭐?’

어이가 없어서 되묻는 미카엘리스에게 세드릭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아니, 꼭… 잘 보이고 싶은 것처럼 구시길래요. 그렇지 않습니까? 언제부터 폐하께서 남의 가족까지 신경


쓰셨다고… 가뜩이나 바쁜 저를 프라닐까지 보내시는 겁니까, 예?’

미카엘리스는 그런 보좌관에게 이를 드러내며 성질을 부렸다.

‘세드릭 헤스카르트, 할 일이 그렇게 없나? 너무 한가해서 머리가 돌기라도 했어? 내가 그런 놈한테 반할


인간으로 보이다니 제정신이 아니군. 당장 결혼하고 싶다고 줄을 선 귀족 아가씨들을 두고 남자를 좋아한다고?
내가?’

있는 대로 짜증을 부리고 세드릭을 내보냈는데 어쩐지 기분이 찜찜했더랬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려다가 국무대신이 찾아오는 바람에 그냥 넘어갔던 기억이 왜 새삼 떠올랐을까.

미카엘리스는 란젤의 짧은 머리카락을 흩뜨려 가며 혀를 찼다.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이건 장난감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저 건방진 놈을 욕보이고 싶어 데려온 것뿐.
장난이나 좀 치다가 질리면 버릴 것이다.

생각보다 귀여운 면이 있고 놈의 보지가 워낙 쫀득한 맛이 있으니 조금 더 가지고 놀다가 버리게 되겠지.


아무래도 처음으로 보지를 맛보는 바람에 조금은 이성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기분이 얼마나 갈까. 정사에 익숙해지는 것도, 놈의 보지 맛에 질리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혹 아이를 가지면 더 쉽게 질릴지도 모른다. 배가 부른 놈을 상대로 욕정이 일 것 같지도 않으니까.


만약 아이를 낳는다면, 거둬서 쓸 만한 일에 부려먹기나 할 생각이었다. 사생아를 황족으로 만들어줄 생각도
없으니까.

혹 아이를 못 낳으면 못 낳는 대로 질릴 때까지 가지고 놀면 그만.

미카엘리스는 그저 놈이 임신해서 어쩔 줄 모르는 꼴이 보고 싶었다. 여성기가 있으니 한 번쯤 시도해 봐도 좋지


않겠나 싶기도 했다.

반쯤은 정말로 낳겠나 싶었고 반쯤은 임신한 걸 보고 싶었다. 그저 그뿐.

애를 낳으라고 말할 때마다 곤란한 듯 찌푸리는 이마를 보면 처음 그를 봤을 때가 떠올랐기에 장난치듯 말해보는


거였다. 게름나무 진액도 처음에는 그저 둔해 빠진 보지를 예민하게 만들려던 속셈이었고.

불현듯 동그랗게 부른 배를 가지고 젖을 질질 흘리며 우는 란젤의 모습이 상상됐다.

미카엘리스는 조용히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그런 건 나쁘지 않을지도. 그에게 말하던 것처럼 젖을 짜주는 건 꽤 즐거울 것도 같았다.

미카엘리스는 제 손길에 뒤척이는 남자를 내려다보며 작게 속삭였다.

“가엾은 것. 그러게 왜 건방을 떨어서는.”

제 눈에 띈 건 놈의 잘못이었다. 그리고 놈이 유독 꼴리게 생겨먹은 탓이다.

식사가 준비되기까지 1 시간여를 재웠더니 그나마 상태가 나아진 모양이었다. 열도 내렸는지 아까보다는 편안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음식 냄새를 맡은 란젤은 잠에서 깨자마자 코를 킁킁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그는 게일이 끌고 온 트롤리의 두 층이 모두 음식으로 채워져 있는 것을 보고는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까만색 눈알이 단번에 반짝이는 걸 본 미카엘리스가 실소했다.

침대 아래에 내려앉은 란젤은 목을 길게 쭉 빼고 군침을 삼켰다. 트롤리 위에 무슨 음식이 있는지 궁금하다는 듯


치켜든 고개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수프를 먹을 때만 해도 조용하던 배에서 천둥 같은 소리가 계속 울렸다. 하. 어이가 없어서.

미카엘리스는 게일이 탁자까지 가져와 음식을 세팅하는 동안 란젤의 귀를 잡아당겼다.

“궁둥이 딱 붙이고 앉아 있어라. 너도 나름 귀족가의 교육을 받고 자랐을 게 아니냐. 왜 이리 못 배운 놈처럼


굴지.”

가벼운 엄포에 란젤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표정은 무덤덤한데 어쩐지 시무룩해졌다는 기분이 들었다.
참 이상도 하지. 기껏해야 미약한 변화밖에 없는 얼굴인데 그의 감정이 단번에 읽혔다.

미카엘리스가 유독 예민한 편이기는 했다. 태생 탓일지는 몰라도 유독 남의 기척에 까다롭게 반응했다.


미카엘리스는 살살 웃으며 적의를 가지고 접근하는 자들의 냄새를 귀신같이 맡았다. 어려서부터 선황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예민하고 짜증이 많던 아이였다.

머리도 좋고 눈치도 빠르니 남의 감정을 읽는 게 그다지 어렵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란젤의 생각은
남들보다 더 잘 보였다.

저 눈 때문인가.

까만색의 눈이 미카엘리스를 슬그머니 올려다보았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반듯한 이마에 순간적으로 피곤한
기색이 어렸다. 미카엘리스는 그를 윽박지르는 대신 가볍게 코웃음을 흘렸다.

“조신하게 앉아야지, 란젤. 네가 음탕한 건 나도 익히 안다만, 시종장에게 보지를 내보여도 소용없다. 저래


봬도 아주 절절하게 사랑하는 부인이 있거든. 네가 아무리 졸라도 그는 네게 박아주지 못한단다.”

이런 말을 던지면 란젤의 얼굴이 금세 달아올랐다. 벌겋게 색이 변한 란젤의 목덜미를 쓰다듬어 준 미카엘리스가


허리를 굽혀 란젤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니면, 시종장에게 가랑이를 벌리고 박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네가 내 좆을 삼키면서 얼마나 야하게
우는지 보여주고 싶어?”

테이블에 음식을 늘어놓던 게일이 미카엘리스의 말을 듣고는 헛기침을 뱉었다.

“죄송합니다만, 폐하. 제발 폐하의 충직한 종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십시오.”

“시험에 들게 하다니, 고명한 시종장께서 황제의 밤놀이를 보고 흥분이라도 한다는 건가? 내가 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아?”

미카엘리스의 트집에 게일이 한숨을 길게 쉬었다.

“가문에 돌아가 아들의 재롱을 보며 여생을 마치고 싶어지지 않게 해달라는 말씀이었습니다, 폐하.”

“아직 은퇴하기엔 너무 젊지 않나.”

미카엘리스는 게일의 말을 무시하고 란젤의 볼을 쓰다듬었다. 뜨끈뜨끈한 체온이 옮아 와 차갑던 손이 서서히


데워졌다. 이게 꽤 기분 좋단 말이지. 란젤이 유독 체온이 높은 건지, 아니면 제 체온이 남들보다 낮은 건지는
몰라도 그와 닿으면 이 녹을 듯한 체온이 기분 좋았다.

미카엘리스는 살이 없어 단단한 남자의 볼을 마구잡이로 주물러 댔다.

쭉쭉 늘어나는 얇은 피부를 따라 이리저리 고개를 흔드는 란젤의 이마에 점점 주름이 잡혔다. 미간에는 꽤 깊은
골이 파였다. 이 골은 꽤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었던 듯, 무표정할 때조차 도드라지는 편이었다.

저 주름이 그를 유독 피곤해 보이게 만들었다.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게도 만드는 것 같았다.

“네가 지금 스물일곱이던가.”

“예.”

“왜 아직 결혼하지 않았지.”
란젤이 흘깃 눈동자를 치켜떴다. 무덤덤해 보이는 검은 눈동자에 한차례 바람이 불었다. 그는 곧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별것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몸이….”

아하. 미카엘리스는 제가 지금 그의 상처를 후벼파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그의 턱을 감싸고 제 쪽으로


끌어당기며 해사하게 웃었다.

“밤을 함께 보낸다고 해서 꼭 보지를 보일 필요는 없단다. 물론 남자 쪽이 좋다면 이야기가 다르다만.”

“안 들킬 거라는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미카엘리스는 란젤의 대답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자는 참 이상한 인간이었다.

몸의 특이한 점이 그에게 열등감으로 작용하리라는 걸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대개 열등감의 이유가 온전히 까발려지면 보통의 사람들은 그 충격을 상쇄하기 힘들어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남자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신적인 충격은 생각보다 약하게 받았다.

들킨 정도가 아니라 남자의 아래에서 구멍 취급을 당하고 있는데도 왜 이리 멀쩡한 걸까. 짐승조차 상처를 받으면
몸을 웅크리고 티를 내는 법이건만.

란젤은 미카엘리스가 고문에 가깝게 수치를 주고 보지를 쑤셔대도 그때뿐이었다. 상처를 받지 않는 게 아니라,
상처를 받아도 그 회복이 참 빨랐다.

웃기는 놈이다. 얼굴이나 눈은 금세 붉히는 주제에, 그게 그다지 오래 안 간다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망가뜨려도 망가지지 않는다는 소리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미카엘리스는 란젤의 이마를 쓸어주며 진심으로 즐겁게 미소 지었다.

식사가 시작되자 잠시 침울해 있던 란젤의 얼굴이 금세 폈다. 진짜 단순한 인간이었다.

두 사람분의 정찬이라 5~6 인분이 될 법한 음식이 대부분 란젤의 위장으로 사라졌다. 미카엘리스는 그에게 밥을
먹이느라 맛만 본 정도인데도 그랬다.

저놈의 위장은 끝이 없나. 뭘 넣어도 끝없이 받아먹는 란젤의 속도는 변함이 없었다.

게일에게 식사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가져오라고 했던 레몬 소르베를 떠먹이자 란젤의 이마가 느슨하게 펴졌다.
입맛에 맞는 모양이었다. 다만, 고작 서너 번 만에 다 비운 양이 아쉬운지 란젤이 자꾸만 입맛을 다셨다.

“이것도 더 먹으렴.”

제 몫으로 나온 소르베를 떠서 내밀자 란젤의 눈동자가 부풀어 보였다. 감동이라도 한 듯한 모양새에


미카엘리스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란젤은 미카엘리스의 소르베까지 모두 비운 후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윗배를 문질렀다. 근육으로 탄탄하던


윗배가 살짝 볼록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카엘리스가 란젤의 볼을 감쌌다. 그의 머리를 위로 끌어 올리는 것과 동시에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었다.


차가운 입안에서 레몬 맛이 났다. 미카엘리스는 그 상큼하고 달콤한 맛에 빠져들었다.

혀로 란젤의 입안을 샅샅이 핥아버리고 타액을 섞자 점차 레몬 향이 약해졌다. 그런데도 란젤의 입안에 넘치는
달콤함은 여전했다. 점점 따뜻해진 체온에 혀를 녹이듯이 휘저었더니 어느새 란젤의 팔이 목을 휘감았다.

미카엘리스는 쿡쿡 웃으며 그의 겨드랑이를 잡았다. 침대로 끌어 올리자 란젤이 잘 짜인 몸을 가볍게 뒤틀었다.


눈가가 벌써 붉었다. 고작 입을 조금 맞추었을 뿐인데, 그의 얼굴에는 쾌락의 기운이 벌써부터 넘실거렸다.

야해 빠졌어. 미카엘리스가 소리 없는 속삭임으로 비난하자 란젤의 시선이 한껏 아래로 내리깔렸다.

짙은 속눈썹의 그늘에 숨은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동안, 미카엘리스는 란젤의 다리를 벌리고 검사라도
하듯이 보지를 어루만졌다.

뜨거운 체온에 녹은 것처럼 질퍽하게 젖은 보지는 만지는 느낌이 꽤 좋았다. 겉의 만질만질한 점막이나 보지 구멍
근처를 덮고 있는 얇은 살덩어리들이 손가락을 휘감는 기분이 들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질질 싼 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키스 몇 번에 이렇게 젖지? 응? 란젤, 대답해 봐. 네 보지는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거길래 매번 이렇게 질질 싸는지.”

늘 그렇듯이 란젤의 대답을 바라고 하는 말은 아니었다. 그저 그가 수치에 떨며 젖은 눈으로 보는 게 기분 좋았다.


제가 그를 매도할 때마다 커다란 어깨를 좁히려고 애쓰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미카엘리스는 역시나 어딘가로 숨고 싶다는 듯이 어깨를 웅크리는 란젤의 볼에 입을 맞추며 그에게 물었다.

“솔직히 말해봐, 란젤. 이런 음탕한 보지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리가 없거든. 막사에서 혼자 만지작거리며
놀기라도 했나. 다른 놈이 발견하고 쑤셔주기라도 바랐어? 응?”

기겁한 란젤이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저었다. 롶데

“그런 적 없습니다.”

숨이 가득 들어간 목소리가 꽤 절박해 보였다. 그런 점이 사람을 꼴리게 만든다는 걸 그는 모르는 게 분명했다.

미카엘리스는 놈의 아랫입술을 살며시 물어 당겼다. 동시에 보지를 만지작거리던 손가락을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바깥의 점막보다 더 뜨거운 점막이 손가락을 반기듯이 오물거렸다.

잘근잘근 씹어서 녹여 먹기라도 할 것처럼 뜨거운 점막을 문지르자 란젤의 숨소리가 더욱 거칠어졌다.

“이렇게 만지기만 해도 좋아죽잖아, 란젤. 내가 너를 안은 게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이제 겨우 보름이


지났을 뿐이라고. 그런데 손가락만 쑤셔도 홍수가 날 지경이라니, 대체 얼마나 음탕한 몸인지.”

손가락을 느릿하게 쑤석거리자 란젤이 제 입술을 문 채로 허리를 들썩였다. 각 잡힌 채 골이 파인 배의 근육이


그의 허리짓에 따라 파도처럼 움직였다.

홀린 듯이 빈손을 가져간 미카엘리스는 란젤의 짙은 음모를 덮듯이 솟은 성기를 슬쩍 문질렀다. 보지 안과


비슷하게 뜨거운 성기가 빨갛게 익은 채 꺼덕였다. 그 위로 근육이 없는 납작한 둔덕이 거세게 꿈틀거렸다.
미카엘리스가 몸을 숙여 그곳에 입을 맞추자, 조금 전보다 더 거세게 요동쳤다. 란젤이 흐느끼는 듯한 숨을
뱉으며 입술을 꾹 물었다.

미카엘리스는 그의 성기를 피해 납작한 아랫배에 입술을 찍으며 올라갔다. 보지 구멍을 쑤시는 손가락도 세 개로
늘려서 빨판처럼 꿈틀거리는 내벽을 마구 헤집었다.

“으흣….”

신음을 내기 시작하는 란젤을 올려다보며 배 위에 난 골에 혀를 대자, 넓은 흉통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는 란젤의


허리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견디기 힘들다는 듯이 골반을 뒤트는 그를 향해 미카엘리스가 속삭였다.

“다리를 더 벌려보렴. 시종장에게 보여주자꾸나. 네 보지가 내 손가락을 얼마나 맛있게 빨아들이고 있는지.”

“헉.”

그제야 정신이 든 건지 란젤이 떨리는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미카엘리스는 이미 게일이 정리를 마치고 떠난 걸
눈치채고 있었기에 그 멍청한 모습에 킥킥대며 웃었다.

란젤이 놀라자 손가락을 조이는 힘이 더욱 강해졌다. 아깝네. 좆을 박은 다음에 할 걸 그랬지. 미카엘리스는


아쉬워하며 란젤에게 명령을 내렸다.

“내 옷을 벗겨.”

안식일 미사에 참석하느라 입은 정장 재킷과 레이스가 화려한 크라벳이 너무 거슬렸다. 튜닉의 소매에 달린
레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란젤의 보지를 쑤시느라 손목까지 젖은 통에 손목의 레이스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어서.”

상체를 들어주자 란젤이 손을 뻗었다. 란젤이 하도 손을 떨어서 수갑의 쇠사슬에서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미카엘리스는 그의 얼굴을 살폈다. 두려운가. 그래서 손을 이렇게 떠는 건가.

하지만 발긋하게 열이 올라온 얼굴 어디에도 그런 기색은 없었다.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놈이 흥분 때문에 손을
떨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니 괜스레 미소가 입에 걸렸다.

“크라벳도 풀어다오.”

재킷을 벗긴 그가 크라벳에 달아둔 브로치에 손을 댔다. 란젤이 둔하게 생긴 손을 익숙하게 움직여 브로치와
크라벳을 풀어냈다. 미카엘리스는 고개를 숙여 크고 단단한 그의 손을 핥았다.

손가락 사이를 혀로 핥아 손바닥에 난 작은 길을 훑었다. 혀가 손바닥 중앙으로 향할수록 란젤의 손가락이


움찔거리며 오그라들었다.

수줍은 듯이 보이는 작은 손짓에 웃음이 났다. 그러고 보면, 이 남자를 데려온 이후로 평생 웃은 것보다 더 많이
웃었던가. 란젤과 함께 있으면 굳이 꾸미지 않아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래서 귀족가의 아가씨들이 작은
강아지들을 안고 다니는 걸까.
비록 자신의 개가 그 애완견들처럼 작지는 않으나 그럭저럭 귀엽기는 했다. 무엇보다 그 작은 개들보다 더 쓸모도
있고.

미카엘리스는 수갑을 풀어주며 란젤의 손바닥을 길게 핥았다. 곤란한 표정이 된 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꾸
웃음이 새서 저마저도 그의 곤란함이 옮을 것만 같았다.

란젤을 상대하면서 옷을 다 벗은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카엘리스는 란젤을 데리고 욕조로 가서 함께 몸을


담갔다.

귀족들과 어우러져 있는 사이 그들에게 옮았던 향수 냄새를 씻어냈더니 한층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란젤, 제대로 흔들어.”

덩치가 큰 남자는 군인이었던 덕인지 그럭저럭 몸을 잘 사용하는 편이었다. 처음에는 허리를 흔들 줄도 몰라서
뻣뻣하기만 하더니, 몇 번 가르치지 않아서 벌써 미카엘리스의 입맛에 맞게 허리를 흔들 줄 알게 됐다.

깊게 주저앉은 란젤의 보지가 미카엘리스의 좆을 쫄깃하게 조였다. 란젤이 거친 숨을 터뜨리며 벌어진 허벅지를
파르르 떨었다. 한껏 당겨진 근육이 긴장해서 꿈틀거릴 때마다 보지 구멍이 움찔움찔 좆을 조여 물었다.

뜨거운 구멍 안이 무척 기분 좋았다. 질벽의 주름이 좆을 빨아들이면 어깨를 따라 목덜미로 소름이 돋았다.


미카엘리스는 나른하게 뜬 눈으로 란젤의 다리 사이를 바라보며 신음했다.

검붉은 제 좆이 란젤의 구멍을 드나드는 모습이 고스란히 보였다. 란젤이 허리를 띄울 때마다 욕조에 담긴 물이
출렁이면 온몸에 저릿저릿한 쾌감이 들끓었다.

미카엘리스는 말을 잘 듣는 제 개를 치하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그가 몸을 흔들 때마다 출렁거리는 커다란


가슴을 입에 물고 강하게 빨아들였다. 란젤이 견딜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어대더니 굵고 튼실한 목을 크게
뒤로 젖혔다.

미카엘리스는 란젤의 목울대가 꿈틀거리며 마른침을 삼키는 모습에 시선을 준 채 그의 젖을 빨았다.

커다란 가슴은 미카엘리스의 양손에도 다 잡히지 않아서 손에 조금만 힘을 주어도 넘칠 듯이 출렁거렸다. 마치 잘


익은 커스터드푸딩처럼 말이다. 그걸 한 입 베어 물면 탱글탱글한 근육에 힘이 들어가며 이빨을 밀어내는 감촉이
좋았다.

미카엘리스는 란젤의 가슴에 잇자국을 남겼다. 강하게 깨문 살을 빨아들이면 란젤이 보지를 바짝 조였다.

“아, 좋아.”

미카엘리스는 굳이 허리를 튕기지도 않았다. 이제 좆맛을 알게 된 란젤이 보지가 꿈틀댈 때마다 알아서 허리를
흔들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뒤로 젖혀진 허리를 안고 질펀하도록 풍만한 젖무덤에 고개를 박은 채, 미카엘리스는 란젤이 내는 작은 신음을


즐겼다.

두꺼운 흉통에서 울려 퍼지는 신음이 고막에 그대로 전달되면 너무나 짜릿했다. 좆에서 느껴지는 감각과는 또
다른 만족감이 온몸을 휘감을 때마다 미카엘리스는 란젤의 이름을 불렀다.

“란젤, 내 귀엽고 야한 개.”

<다음 권에 계속…>

탱글(Tangle)

버터앙팡 장편소설

지은이 : 버터앙팡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5-09

정가 : 3,000 원

제공 : 파란달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 길 38-9, 401 호

ISBN 979-11-404-69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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