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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같은 나이의 두 남성.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죽으면 좋은 말만 해 주네.
어린 앨빈(VO)
그게 송덕문이라는 거야.
네가 내 것 써 줄래? 나도 네 것 써 줄게!
어린 토마스(VO)
그게 가능하냐?
어린 앨빈(VO)
아, 그러게.
어린 토마스(VO)
약속하면 가도 돼?
어린 앨빈(VO)
응!
토마스
쓰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 확실해진다.)
가장 좋은 친구였습니다.
(또 고친다.)
가장 오래된 친구였습니다.
아는 걸 써, 톰.
아는 대로…
(그는 쓴다.)
7 살 때부터 오랜 친구죠
항상 함께하던…
(쓰는 것을 멈춘다.)
그런 친구
그랬었죠
아는 걸 써, 톰
아는 대로
(쓴다.)
머리는 좋은데
특이했었지
(단어 선택을 고민한다.)
특별했었죠…
(마침내 결정한다…)
아니, 특이했었죠.
아는 걸 써
아는 대로
이건 사실일 뿐야
과거일 뿐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걸까?
모든 걸 깨뜨린 작은 틈새
그 짧은 순간 난 놓친 걸까?
또 이제 와 다시 찾아낸다 해도
그 무슨 소용일까
어디서부터가 내 탓인 건지
내 책임인지
놓쳐버린 그 순간이 나의 잘못인지
(그는 다시 노트를 바라본다.)
왜 몰랐었니
아는 걸 써, 톰
(그는 쓴다.)
난 대학 갔고
그는 남았지
그의 아버진 돌아가셨고
난 돕지 못했죠
앨빈 홀로 남겨두고…
(쓰는 것을 멈춘다.)
잘 나가는 인생
꽉 막힌 인생
모든 건 한순간 바뀔 수 있어
먼지처럼 작은 사건으로
그 애의 삶이
언제 변했었지?
그 인생이 방향을 비튼 그 순간
놓쳐버린 이야기
할 말이 없어
막혀있어
난 찾아야만 해, 앨빈
여기에 혼자 서 있는 이유
난 찾아야만 해
(토마스는 그 페이지를 뜯어낸다. 장례 예배당 벽은 사라지고
그 짧은 순간
놓친 이야기
아는 걸 써, 톰
아는 대로
(앨빈이 책장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앨빈
토마스
앨빈
백지잖아.
토마스
앨빈
도와주려는 건데…
(토마스가 째려본다.)
이것 좀 봐.
네 얘기…
(또 꺼낸다.)
내 얘기…
(또 꺼낸다.)
우리 둘 다 나오는 얘기…
(또 꺼낸다.)
토마스
앨빈
토마스
그게 말처럼 쉬운 줄 알아?
앨빈
쉬운 거 아냐?
‘시작’.
앨빈 켈비의 이야기.
토마스
시작.
앨빈 켈비의 이야기.
나 여섯 살 때 엄만 돌아가셨어
빨리 적어.
토마스
앨빈.
앨빈
믿어 봐.
토마스
앨빈
잘했어.
남편과 아들 남겨두고서
아빤 책방 일에 너무 바빠지셨고
난 혼자 세상을 마주했었어
외롭던 초등학교 1 학년
그곳에서 내 영혼의 빛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토마스는 쓰는 것을 멈추고 이야기를 즐기기 시작한다.)
1 학년 때 선생님 덕분에
학교는 좋은 곳이 되었어
아직 선명하게 남아있어
여자 얼굴에 검은 수염
갱년기가 지났을까
여자들은 그럴 때가 있대
뭐, 호르몬 때문에
그 어떤 강한 면도기도 선생님의 수염엔
뚝 부러지고 말았었다네
빨리 적어!
(토마스는 다시 쓰기 시작한다.)
2 반 담탱이는 마녀였고
3 반 담탱이는 개거품
우리 담탱이는 스모선수
넘실대던 슈퍼 뱃살
토마스
앨빈
나 빼구.
레밍턴 선생님!
토마스
앨빈
선생님, 저요!
토마스
어떤 애는 슈퍼맨이라고 우겼어.
앨빈
(정적.)
토마스
애들은 전부 다 비웃었죠.
앨빈
밝은 미소에서 맘에 힘을 얻어
두려웠던 한 발을 내디뎠어
토마스
앨빈
무대 위로 스윽 등장해줬지.
(정적.)
앨빈
따뜻한 미소에 난 그 맘을 알게 됐어
세상 살 땐 하나보단 둘이 낫다는 걸
선생님은 내게 선물 주신 거야
그날 할로윈 낮에 마주 앉은 두 눈에
우리 엄만 천사를 보고
(토마스에게 고개를 돌린다.)
난 널 봤어
이런 게 바로 이야기지. 이거 얘기해 주면 다들 놀라서 네 손바닥 안에 들어올걸.
토마스
이게 아니야
앨빈
뭐 하는 거야?
토마스
모든 걸 깨뜨린 작은 틈새
그 짧은 순간
난 놓친 걸까
앨빈
이걸 버린다니 믿을 수가 없네…
토마스
또 이제 와 다시 찾아낸다 해도…
앨빈
토마스
뭘 말이야?
앨빈
몇 장의 얇은 페이지들을 찾아낸다.)
오. 아주 꽁꽁 묻어 버리셨네.
‘위대한 신의 도서관’.
빨리 적어!
(토마스가 쓰기 시작한다.)
토마스
앨빈
토마스
앨빈
계속 적어.
(토마스가 다시 쓰기 시작한다.)
토마스
앨빈
늦었잖아.
토마스
“베스트셀러 작가 토마스 위버가 송덕문을 쓰고 낭독함.”
앨빈
늦었잖아.
토마스
앨빈
늦었잖아.
토마스
미안.
앨빈
그거 보여줘!
토마스
앨빈
빨리 읽어봐.
토마스
사람들이 기다리잖아.
앨빈
기다리라 그래.
토마스
앨빈
음, 좋은데?
토마스
이게 아니야!
앨빈
이건 어때?
최고의 선물.
토마스
앨빈
토마스
앨빈
책방 문에는 종이 달려 있었습니다.
(책방 종이 울린다.)
앨빈
토마스
밤이라 책방 문은 닫혀 있고 매우 어둡다.)
앨빈
따라와.
토마스
뭐 하는 거야?
앨빈
토마스
좋네. 무슨 책?
앨빈
토마스
거룩한 곳?
앨빈
거룩한 곳.
토마스
여긴 그냥 책방이잖아.
앨빈
토마스
앨빈
토마스
마치 나 없는 앨빈처럼!
앨빈
맞아!
토마스
사람들 아무 의심 없이 온다
여긴 거창한 그 땅이란 걸 모른 채
토마스
거룩한 그 땅 아냐?
앨빈
세상 끝에서 찾아온다
이야길 찾아 헤맨다
토마스
내 선물은 어디 있는데?
앨빈
우리 아빠는…
“어서 와요”
눈 마주쳐 인사해,
“책방 주인장입니다
도와 드릴까요?”
대부분 대답은
“괜찮아요”
“그냥 혼자 둘러 볼게요”
“이야길 찾고 있어요”
아빤 잠깐 생각하신다
주문 같은 말 중얼거린다
으음… 바투 할루위드, 바투 할루위드…
딱 때 되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 책을 찾는다
특별한 그 책은
독자들의 인생을 바꿔 놔
(토마스는 멍하니 앨빈을 쳐다본다.)
알겠어?
토마스
뭘?
앨빈
(정적)
토마스
그냥 조립 비행기 사 주면 안 돼?
앨빈
쉿!
오소서
책방 영혼들이시여
앨빈입니다
(토마스는 집중하기 시작한다.)
토마스
토마스입니다!
앨빈
토마스
들려?
(앨빈이 귀를 기울인다.)
앨빈
토마스
뭘?
앨빈
자, 따라해!
고갤 숙인 채 벌떡 일어서
토마스
고갤 숙인 채 벌떡 일어서
앨빈
신비한 책 곧 나타나길
조용히 기다려
앨빈
다음 단곈 좀 더 어려워
아빠 표정 좀 이상해져
(앨빈은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토마스
어, 너 완전 이상해 보여.
앨빈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뭔데?
앨빈
나의 선택에 고마워할 걸
넌 필요한지도 몰랐던 얘기
네 인생 변화시킬 책
(앨빈은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꺼내 토마스에게 건네준다.
토마스
(토마스는 책을 펼쳐 읽는다.)
(책을 덮는다.)
M3. 1876
1876 년 자동차도 없고
라디오나 티비 영화도 없던 때였죠
또 지금은 없는 병들도 많은 때였는데
그때 누가 쓴 이야기를 우린 아직까지 읽어요
1876 년 화장실도 없었고
또 지금과는 엄청나게 달랐었대요
매일매일 새로운 과학 기술이 나와도
그 옛날에 쓰여진 글이 살아있어요
(토마스는 흥분하기 시작한다.)
난 책은 그저 글씨뿐이라고 생각했죠
근데 이 책을 읽을 땐 톰 소여가 보여
한번 나타난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아
긴 세월을 넘어 영원토록 남아있어
(토마스는 뭔가 떠올린다.)
언젠간 이런 얘길 쓰는 게 내 꿈이죠
1876 년 작은 촌에 살던
한 사람이 이 모든 모험을 적었죠
그 모험들에 숨을 불어 넣어줬기 때문에
76 년은 75 년보다 훨씬 더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앨빈
내가 준 책이지!
토마스
…저를 이 자리까지…
지금 내 얘길 하는 게 아니잖아.
앨빈
아니었어?
토마스
아는 걸 써, 톰
아는 대로
(앨빈은 책상 위의 종이 더미를 뒤진다.)
앨빈
더 좋은 곳.
토마스
앨빈
저기 계신다.
토마스
우린 12 살이었죠.
앨빈
뭐 하는 거야?
토마스
저는 차마 볼 수 없었습니다.
앨빈
이 쫄보.
어, 수염 다 밀었네?
토마스
우리 돌아가자.
앨빈
잠깐만, 들어봐.
(토마스는 받아 적기 시작한다.)
토마스
앨빈
토마스
앨빈
더 좋은 곳으로 가셨대.
토마스
좋은 곳 어디?
앨빈
음… 디즈니랜드 아닐까?
토마스
죽으면 좋은 말만 해 주네.
앨빈
그게 송덕문이라는 거야.
토마스
그게 가능해?
앨빈
아, 그렇지.
(앨빈은 잠시 고민한다.)
토마스
약속하면 가도 돼?
앨빈
응.
토마스
좋아. 약속.
앨빈
(토마스가 쓰기 시작한다.)
토마스
나, 토마스 위버는.
앨빈
토마스
앨빈
토마스
토마스
토마스
앨빈
토마스
앨빈
토마스
앨빈
이제 사인해.
토마스
이제 다 끝났니?
앨빈
응.
토마스
그럼 가자.
토마스
죽으면 알겠지.
앨빈
흥, 말이 되는 소릴 하셔.
봐봐. 이제 관 뚜껑 닫나 봐.
토마스
앨빈
디즈니랜드에서 행복하세요!
토마스
그 짧은 순간
모든 걸 깨뜨린 작은 틈새
(토마스는 그 페이지들을 버리고 연단으로 돌아가 노트에 집중한다.
앨빈
토마스
오늘 우리는…
함께
토마스
앨빈
‘짜부시켜도 되는 벌레’.
토마스
앨빈
쉿~!
토마스
앨빈
토마스
앨빈
토마스
뭘 보라는 거야?
앨빈
기다려.
토마스
이게 뭐야…
곧 있음 열다섯 살이야
넌 생각조차 못 하겠지만
야 고등학교 가면 이제 상황이 달라
거긴 개성 따윈 안 쳐줘
내 말 좀 들어 봐
(가상의 나비가 파닥거리기 시작하자 앨빈은 그것을 지켜본다.)
앨빈
파닥거렸어!
토마스
M5. NORMAL
여기 이 잡지 좀 봐봐 앨빈
웬만한 애들 다 봤어
벌레는 그만 좀 내비두고 미식축구 기사 좀 봐
(토마스는 앨빈의 얼굴 앞에 잡지를 들이댄다.)
앨빈
하지 마!
토마스
앨빈
아플 것 같아.
아, 나비 없어졌잖아!
토마스
이제는 달라져야 해, 앨빈
개성은 위험한 거야
너 혼자 4 차원 세계에서 놀다 왕따로 평생을 살게 된다
(앨빈이 나비를 다시 발견한다.)
앨빈
아하, 여기 계셨군.
토마스
쉿!
토마스
흙놀이도 이제 그만, 앨빈
죽은 엄마의 유령도 그만
온갖 양아치들은 앨빈 너 같은 애들만을 찾고 있어
(나비가 날갯짓한다.)
앨빈
우와!
토마스
순간이야, 눈에 띄게 된다면
처음 단추를 잘못 끼면 거기서 끝이야
앨!
앨빈
쉿!
토마스
앨빈
안돼!
토마스
아무 일도 없어!
앨빈
토마스
앨빈
이건 뭐가 될까?
토마스
그 다음엔 손.
앨빈
이건?
토마스
그 다음엔 팔 전체를.
앨빈
이건?
토마스
앨빈
토마스
쉬운 거 아닌 거 알아 앨빈
기분이 구린 거 알아
야 나도 이런 말 해 주는 게 쉽지 않았는데 걱정된단 말야
지금 내 말대로 하면 인생 편해진다
널 보호하는 것도 힘들어
(앨빈은 잡지를 본다.)
앨빈
그 잡지 좀 줘봐.
토마스
자 또라이 앨빈은 이제 안녕
앨빈
아까는 이거 못 봤는데.
토마스
내 친구로 남고 싶다면 평범해져…
(앨빈은 표지에서 무언가를 집어 든다.)
앨빈
애벌레야!
토마스
…나처럼…
(토마스는 황급히 다른 이야기를 고른다. 이야기가 갑자기 바뀐다.
앨빈
톰!
(토마스가 읽는다.)
토마스
‘일진과 양아치’.
앨빈
톰!
토마스
앨빈 켈비의 이야기.
앨빈
톰!
토마스
앨빈
톰!
토마스
앨빈
톰!
토마스
앨빈
톰!
토마스
걔한테서 떨어져!
앨빈
톰!
토마스
꺼지라고 했다!
앨빈
엄마 가운을 뺏었어.
토마스
가운 돌려줘, 도니.
앨빈
제발 다시 돌려줘.
토마스
당장 돌려줘.
앨빈
(정적)
토마스
앨빈 켈비의 이야기.
앨빈
내가 왜 이럴까…
다섯 살쯤 기억인 것 같아
나를 보며 웃고 있는 엄마
내 머리를 쓰다듬던 그 기억이 선명히 보여
엄마 옆에 나 앉아서 학교 얘길 나누었어
멈추지 않고 이야길 했어
난 엄마 아빠가 내 전부였어
한 편의 영화처럼 기억해
아빠에겐 엄만 천사 같아
난 둘의 모든 걸 합친 사람
실 한 올 한 올 속에 엄마 영혼 깃든 것처럼
엄마의 가운을 끌어안았어
근데 오래된 사진처럼 내 손에 만져도
엄마의 기억 흐려져
난 멈추지 않고 계속 살아가
멈출 수 없어
멈출 수 없이
(앨빈은 토마스가 아까는 떠올리기 싫어했던 이야기를
앨빈
‘위대한 신의 도서관’.
톰과 앨빈의 이야기.
자, 우리 다시 한번 해 볼까? 불과 일주일 전이었던 크리스마스 이브에, 앨빈은 바로
이 자리에 서서 그의 아버지를 기렸습니다.
토마스
앨빈
늦었잖아.
토마스
미안.
앨빈
토마스
앨빈
읽어줘.
토마스
사람들이 기다리잖아.
앨빈
기다리라고 해.
토마스
앨빈
좋은데.
토마스
(긴 침묵)
앨빈
봐도 돼?
토마스
앨빈
이게 다야, 톰?
토마스
앨빈
그냥 인용구잖아.
토마스
앨빈
이미 죽은 시인이 쓴 글일 뿐인데.
토마스
앨빈
난 네가 쓴 글이 좋다고.
토마스
아냐!
아는 걸 써, 톰
토마스
앨빈
나의 꿈… 나의 꿈…
‘나의 꿈’.
토마스의 이야기.
토마스
아…
앨빈은 책장 정리 등의 일로 바쁘다.)
앨빈
토마스
말이야 쉽지.
앨빈
쉬운 거 아냐?
앨빈
토마스
맞아.
앨빈
토마스
응.
(앨빈은 잠깐 생각한다.)
앨빈
내가 별로라고 하면?
토마스
그럼 얘기가 달라지겠지?
앨빈
토마스
앨빈
나비?
토마스
응.
앨빈
계속해봐.
토마스
“나는 나비야
작고 중요치 않아
세상의 거대함 앞에 난 티끌일 뿐야
팔이 저릴 때 날개를 펴 춤추며 만족해
나는 나비야
중요치 않아”
(토마스는 자신감을 얻기 시작한다. 앨빈은 조용히 앉아서 토마스를 지켜본다.)
어느 날 그는 강물에게 물어봤죠
“저기요! 어디로 가나요?
저 폭포 너머 세상에는 뭐가 있죠?
나도 알려줘요”
“나는 나비죠
작고 중요치 않죠
세상의 거대함 앞에 난 티끌과 같죠
팔이 저릴 때 날개를 펴 춤추며 만족해
나는 나비야
중요치 않아”
“어떻게 그리 빨리 날 수 있죠?”
바람은 엄청난 얘길 해 줬죠
“내 몸의 힘은 공기의 흐름일 뿐
그 작은 날개로 시작돼
네 날개로!
너는 강한 나비야
나의 힘이야
네가 춤출 때 난 하늘 위로 날 수 있단다
네 몸으로 공기 흔들며 그 춤을 출 때면
네 날갯짓에 이 세상이 변해”
나비는 팔을 펴고 나무 위의 가지를 떠나
날아 올라서 바다를 봤죠
앨빈
보내.
토마스
바로 그 순간일까?
앨빈
바로 그 순간일까?
토마스
놓쳐버린 이야기
‘폭포 위에서’.
톰과 앨빈의 이야기.
나 너한테 삐졌어.
토마스
앨빈
네 탓 한 적 없어.
토마스
아버지가 많이 아프시다며.
앨빈
응…
토마스
앨빈
그렇지.
아…
앨빈
보고 싶을 거야.
토마스
편지할게.
앨빈
톰.
토마스
응?
앨빈
뭐 하나만 말해도 돼?
토마스
응.
앨빈
보고 싶을 거야.
토마스
그 말은 이미 했잖아.
앨빈
아…
토마스
앨빈
봐, 봐!
토마스
‘이별’.
토마스의 이야기.
우리 처음 이별할 때
한 한 시간 내내 차 밖에 서서
평범한 하루인 양 얘길 했죠
우리 처음 이별할 때
우리 처음 이별할 때
도시로 떠나서 흥분된 맘
난 말할 수 없었죠 앨빈에게
우리 처음 이별할 때
내게 말했죠 등을 떠밀며
앨빈
걱정마
토마스
혼자서도 잘 할 거라고
앨빈
토마스
날 안았죠
(앨빈이 화들짝 놀라며 톰에게서 떨어진다.)
앨빈
너 향수 뿌렸어?
토마스
흠.
함께
푸른 9 월 하늘 아래
세상은 변해가고
토마스
다 변했어
함께
우리 처음 이별할 때
(앨빈은 이야기 하나를 골라 읽는다.)
앨빈
‘고향’.
토마스
앨빈
나가자.
토마스
쉿.
앨빈
뭐 하는데?
토마스
글 써.
(앨빈은 토마스의 어깨 너머로 빈 종이를 바라본다.)
앨빈
토마스
앨빈
토마스
앨빈
앨빈
토마스
안 돼. 이거 진짜 중요한 거야.
앨빈
토마스
토마스
앨빈
저기 눈 좀 봐봐!
토마스
토마스
이게 바로 창조의 예술
앨빈
완전 딱인데…
토마스
자, 이제 시작이야
앨빈
아, 좀 나가자아, 나가자!
토마스
쉿!
자, 이때 잡지 못하게 되면 사라져버려
뭔가 나올 때까지만 좀 기다려
시간을 줘
앨빈
이러다 눈 다 녹겠다…
토마스
고개를 들어, 밖을 봐!
토마스
토마스
나이 생각 좀 해라!
앨빈
토마스
아이템도 중요하지
이제 시작일 뿐이야
그 다음엔 아웃라인이 너무 중요해
여기서 바로 일류와 이류가 정해져
이때부턴 펜과 종이가 유일한 친구
(앨빈은 바닥에 철푸덕 누워 팔과 다리를 쭉 뻗고 휘적거린다.)
앨빈
토마스
구성
빈틈없는 글의 구성
줄거리 깎아내고 반전을 넣고
그래도 아직 한참 부족해
인내
인내심 없으면 안 돼
여기서부터는 예술보다 기술이야
계속 수정해야만 해
기술
머리를 채워야만 해
뭐 하나 잊지 않고 기억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나를 괴롭혀
결국 이야기는 과학이야
앨빈
토마스
눈송이 같아, 앨빈
잡을 수 없어
바로 사라져버려
(천천히 깨닫는다.)
인생처럼
기다려, 앨! 나 나간다!
앨빈
종이 울릴 때마다…
토마스
닥쳐라!
야호!
느낌이 딱 왔어 앨빈
시작된 거야
앨빈
이쪽에다 만들어
눈이 아름답잖아
(앨빈은 땅에 드러누워 팔다리를 퍼덕거린다.)
함께
토마스
좋아 그래 나쁘지 않아
이젠 비켜봐
앨빈
이런 것 좀 해 줘야 글발 오르는 거야
함께
이게 바로 창조의 예술
나란히 보여
(토마스는 현재로 돌아온다.
토마스
눈 속의 천사들, 눈 속의 천사들…
눈 속의 천사들.
토마스 위버 지음.
아직 미완성.
두 번째 이별했을 때
이 동네는 옛날 그대로 있고
앨빈의 삶도 제자리였죠
두 번째 이별했을 때
두 번째 이별했을 때
내 친구인 애니와 함께 왔죠
애니를 앨빈에게 소개시켜줬죠
두 번째 이별했을 떄
앨빈
반가워요!
토마스
애니는 유명 잡지사 기자
앨빈
멋있다.
토마스
내 작품을 실어 줬죠
앨빈은 여전히 책방의 책이나 팔며
앨빈
너 어른 같아.
토마스
아이 같았죠
앨빈
안됄 것 같아.
토마스
왜?
앨빈
토마스
10 초면 돼.
앨빈
할 일이 완전 많아
토마스
애니가 싫었나봐요.
앨빈
토마스
뭐, 아마도?
앨빈
토마스
그래.
함께
너 행복해 보여서 좋다
토마스
이상하게 그 앤 슬퍼 보였어요
앨빈
잘 나가는 인생
꽉 막힌 인생
(토마스는 연단으로 돌아가 다시 송덕문 쓰기에 집중한다.)
토마스
앨빈
모든 건 한순간 바뀔 수 있어
먼지처럼 작은 사건으로
(앨빈은 페이지 몇 장을 골라 토마스에게 건넨다.
토마스
‘먼지처럼 작은 사건’.
토마스
종이 울릴 때마다-
앨빈
토마스
토마스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앨빈
아냐, 그냥…
(정적)
토마스
머릿속엔- 할 일이 산더미인데.
앨빈
토마스
앨빈
어릴 적 그떄처럼!
토마스
앨빈
어때, 톰?
토마스
내가 내뱉은 말은…
네가 도시로 놀러 오는 게 어때?
앨빈
전 모든 걸 책임진다고 했습니다.
앨빈
토마스
차표를 예매하고.
앨빈
이 책방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토마스
호텔도 예약하고.
앨빈
토마스
앨빈
토마스
돈은 또 얼마나 필요한지.
앨빈
토마스
앨빈
이제 떠나 기다려
토마스
떠나기 전날 아침.
앨빈
나 내일 이 시간 도착한다
토마스
앨빈
완전히 귀찮게 하게 될걸
토마스
머릿속엔- 일할 거 완전 많은데.
앨빈
여긴 다 망해도 상관없어
토마스
내가 내뱉은 말은…
…내일 봐.
앨빈
이제 떠나 기다려
아, 나 진짜 가는 거야?
나 아침에 실감이 났어
딱 눈을 뜬 순간부터
(연극 배우 같은 톤으로)
앨, 그건 좀 오바 아니니.
앨빈
역사를 뒤돌아봐
위대한 사건은 항상
평범한 사람의 하루에서 시작돼
어느 날 저 바다를 보다
먼 땅엔 뭐가 있을까
곧 모험을 시작해
미지의 땅을 향해
봐 운명이 나를 불러
조용히 속삭여
오늘 내 인생은 변한다
(토마스는 잠시 과거로 들어간다.)
토마스
그냥 버스 한번 타는 것뿐이야, 앨.
앨빈
넌 몰라, 톰!
넌 이런 기분 일상이잖니
떠오르는 스타 신인 작가
벌써 베스트셀러만 4 권입니다!
네 앞에서 나는 별거 아니지만
내 가슴 안에 무언가 뜨거워져
새 세상이 확 열리며 나를 불러
나 어쩌면 이제서야 날아올라
내 꿈 향해 두 팔 뻗어
크게 외쳐
내 차례가 됐어!
(앨빈은 자신의 목소리에 놀라서 입을 틀어막는다.
그 모든 게 다 변한 순간
인생이 틀어진 순간
그 누구도 쉽게 한 순간을 알 수 없어
하지만 내겐 지금 그 순간
그 순간이 내게 왔어
이젠 나의 미래는 예상할 수 없을걸
영화 속의 조지는 집 떠난 적 없이
차고 외로운 밤에 강물에 빠졌어
난 조지에게는 없던 새 삶을 받았어
오늘 내 인생은 변한다
앨빈
드디어 그날을 같이 보내
토마스
앨빈
늘 그랬던 것처럼 둘이 함께
토마스
머릿속엔- 인생 참 꼬였다.
앨빈
이보다 좋은 게 뭐가 있겠어?
토마스
내가 내뱉은 말은…
앨빈
이제 간다
기다-
(토마스가 과거로 들어온다.)
토마스
앨… 오지 마.
앨빈
… 왜?
토마스
타이밍이 좀, 안 좋아…
(정적)
앨?
(정적)
무슨 생각하니?
앨빈
이게 뭐야
너와 나
(토마스는 서둘러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려 한다.)
토마스
그 다음에 이별할 땐…
앨빈
약속했잖아
좀 지켜봐
토마스
… 왜 항상 이별이지…?
(토마스는 과거로 들어간다.)
토마스
안녕, 앨.
앨빈
안녕, 톰…
토마스
살다 보면 많은 만남과 이별이 있어
난 이별이 쉬워졌어요
잠깐! 내 말 좀 들어봐요. 정말 타이밍이 안 좋았어요. 난……
‘레스토랑에서’.
토마스의 이야기.
토마스
여기 좋아 난
좀 불친절하지만 요리는 끝내준다
편집장이 예약도 잡아 줬어
지난번에 여기서 계약했어
양고기 요리로 시켰었어
여기 좋아 난
참 편하다
참 오랜만에 나 혼자 와인 한 잔
너무 좋다
근데 가격은 안 볼래
소화 안 돼
물 한 잔에 레몬 넣고 돈 달래
그래도 자꾸 다시 오게 돼
여기 좋아 난
복잡해 결정할 게 너무 많고
또 다가올 마감이 걱정도 되고
머리는 터지고
이건 아닌 것 같아
여기 좋아… 난…
앨빈
말해 줬어야지.
토마스
앨빈
너무 많은 일들이 닥쳐왔어요.
앨빈
뭐라도 말해 줬어야지.
토마스
앨빈
‘대회 수상’.
토마스의 이야기.
토마스
앨빈
상을 또 받았어? 정말 대단해, 톰!
토마스
도구.
매개체.
정말 대단해
너는 충분히 그런 상 받을만해
좋네
정말 대단해
미리 알려줬더라면 갔을 텐데
좀 아쉽네
연락 안되는 걸 보니 네 스케줄 정신 없지
책 사인회, 시상식, 얼마나 바빠
됐어 난 괜찮아
정말 대단해
토마스
앨빈
정말 대단해
난 어렸을 때부터 알았어 항상
토마스
그저 나와 하얀 백지뿐이죠.
앨빈
정말 대단해
혼자 힘으로 이렇게 성공했네
와 훌륭해
네 열정과 기술을 봐
딴 사람들 못 따라와
야 말이야 쉽지
그 정도의 이야길 쓰는 거 쉽지 않아
토마스
앨빈
너는 중요한 사람
너는 예술가야
너의 이야긴 수많은 사람들 기쁘게 해
모두 인정해 세상은 너땜에 밝아졌어
네가 구원한 영혼들 덕분에 또다시 이렇게 수상을 하게 됐네
정말 대단해
토마스
정말 대단해
그리 열심히 살더니 성공했네
좋네
정말 대단해
뭐 귀찮은 과거는 잊어버려
더 쉽잖아
누구는 무대 위에
또 누구는 그림자
토마스
앨빈
원래 다 그래 난 신경 쓰지 마
토마스
매니저님.
앨빈
우리 편집장님.
앨빈
네 옆에 아무도 없음 뭐 어때
넌 부족한 거 없잖아
토마스
앨빈
정말 대단해
(토마스는 현재로 돌아와 앨빈을 마주 본다.)
토마스
눈송이 같아, 앨빈
잡을 수 없어
바로 사라져버려
(그는 전에 던져 놓았던 ‘눈 속의 천사들’ 페이지들을 주워 들고 읽는다.)
눈 속의 천사들.
아직 미완성.
이 기억은 몇 년에 걸쳐 진행된다.)
앨빈
토마스
햇살 아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늦은 12 월의 햇살 속에서.
앨빈
토마스
쌍둥이 천사 둘을 탄생시켰죠
천사의 날개…
토마스
겨울들을 보냈죠
앨빈
토마스
답장 좀 해주면 좋겠다.
토마스
산 너머 해가 지고…
앨빈
사랑을 담아, 앨.
토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톰.
토마스
(점점 더 절망하며)
산 너머 해가 지고…
앨빈
제발 답장 좀 해.
산 너머 해가 지고…
(토마스는 한계점에 다다른다.)
산 너머 해가 지고…
산 너머 해가 지고…
산 너머 해가 지고…
산 너머…
제발 한 문장이라도
(그는 미완성인 이야기를 바라본다.)
알 수가 없어
막혀 있어
(토마스는 거칠게 페이지들을 던져버린다.
앨빈
토마스
막혀 있어
앨빈
아는 걸 써, 톰
(토마스는 미친 듯이 책장과 버려진 페이지들을 뒤진다.
이야기들이 마구 뒤섞인다.)
토마스
아는 걸 써, 톰
아는 걸 써
세상은 계속 정신없이 변해가
앨빈
내 손에 만져도
엄마의 기억 흐려져
토마스
토마스
네가 내 거 써줄래? 나도 네 거 써줄게.
토마스
그 애의 삶이 언제 변했지?
앨빈
네 옆에 아무도 없음 뭐 어때
부족한 거 없잖아
토마스
잘 나가는 인생
꽉 막힌 인생
앨빈
정말 대단해
(토마스는 거의 무너져내리기 직전이다.)
토마스
생일 파티와 크리스마스
겉치레 인사
앨빈
보고 싶을 거야.
토마스
우리 마지막으로…
앨빈
잘 가, 톰.
토마스
그의 아버진 죽었고
난 돕지 못했죠
앨빈
늦었잖아.
토마스
미안.
앨빈
토마스
오자마자 그 얘기냐? 걱정하지 마, 분명 네 맘에 들 거야.
앨빈
그럼 읽어줘.
토마스
사람들이 기다리잖아.
앨빈
기다리라 그래.
토마스
앨빈
좋은데.
토마스
(긴 정적)
앨빈
봐도 돼?
이게 다야, 톰?
그냥 인용구잖아.
토마스
아름다운 인용구야.
앨빈
이미 죽은 시인이 쓴.
토마스
극찬받는 시인이었어.
앨빈
난 네가 써 주길 바랬어.
토마스
알아.
앨빈
시도는 해 본 거야?
토마스
당연히 해 봤지.
앨빈
그럼 다시 해 봐.
토마스
지금?
앨빈
지금.
토마스
안 돼.
앨빈
왜?
토마스
앨빈
상관없어.
토마스
이건 위대한 시인이 쓴 위대한 문학이야. 너희 아버지가 이런 인용구로 추모될 수
있다는 건 아주 행운이라고.
앨빈
무슨 말이야?
토마스
앨빈
토마스
뭐라고?
앨빈
토마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앨빈
토마스
너 지금 농담하는 거지?
앨빈
토마스
그래.
앨빈
뭔데?
토마스
눈 속의 천사들.
앨빈
토마스
앨빈
넌 이해 못 해.
토마스
난 그런 거 안 해.
앨빈
그걸 바라는 게 아니잖아.
토마스
앨빈
토마스
못 해.
앨빈
왜?
토마스
앨빈
토마스
앨빈
모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토마스
앨빈
우리 아빠 이야기 하나 해 드릴게요!
토마스
그때 난 보지 못한 거죠
마이크 잡은 손의 외로운 떨림
먹먹하게 막힌 목소리
빌려 맨 넥타이
무대 위에서 어느새 커버린 그 모습
그의 모습을 못 본 거죠
난 그저 그를 따라 할 뿐
앨빈이 진짜 재능이 있던 거죠
앨이 박수 치는 동안 난 인사만 했죠
내 이야기의 시작은 늘 앨빈이었는데
그의 모습을 못 본 거죠
언제나 곁에서 모든 걸 줬어
마치 바위처럼 흔들림 없이
앨빈을 잃는다는 것이
난 뭔지 몰랐던 거죠
고개를 들어 봐 톰
고개 들어 봐
혼자야
(토마스의 생각이 아주 복잡해지자 앨빈은 과거에서 빠져나와 그를 관찰한다.)
그때 난…
그때 난 길의 끝은 잊고
내 시선을 늘 미래에 맞췄었죠
그에게 진 빚 같은 건 다 묻어버렸어
소중한 모든 것을 놓친 것도 모른 채
다신 그를 보지 못했죠
(긴 정적)
앨빈
‘끝’.
앨빈 켈비의 이야기.
토마스
이제 이야기는 들을 만큼 들었어, 앨.
앨빈
송덕문 다 안 썼잖아.
토마스
응…
앨빈
그럼 아직 끝이 아니야.
토마스
그래. 좀 보여줘.
앨빈
미안, 안 돼.
토마스
왜?
앨빈
여기 없거든.
토마스
그럼 어디 있는데?
그럼 말해줘.
앨빈
뭘?
토마스
왜 그런 거야?
앨빈
뭐가?
토마스
다리에서 뛰어내렸잖아.
앨빈
내가 그랬다고 생각해?
토마스
그런 거 아니야?
앨빈
아닐 수도 있지.
토마스
그럼 말해줘.
앨빈
안 돼.
토마스
앨빈
이 모든 게 너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이게 다야
이게 전부야
참 아름답지 않니?
(앨빈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페이지들을 하나 하나 주워서 들여다보며 계속한다.)
여기 봐, 톰
영원토록 그 폭포가 보여
아홉 살의 그림
사춘기의 사진
네가 소중히 간직한 이야기
잘 둘러봐
네가 찾던 이야긴
잘봐
전부 여기 있잖아
그래, 알아
뭔가 아쉽지
정답을 바랬겠지
이게 다야
근데 이제 좀 시원하지 않니
흘러간 틈새에
놓친 순간 속에
커다란 비밀이 있는 게 아냐
잘 둘러봐
네가 찾던 이야기
잘봐
전부 여기 있잖아
하나 하나 골라서 적어 보는 거야.
이야길 적어
아는 걸 써
둘러봐 우리의 평생의 이야기
이젠 숨 불어 넣어 줘
우리 이야기
토마스
우리 이야기
앨빈
살아나게
토마스
살아나게
앨빈
우리의 수많은 기억과 추억에
생명을 주는 거야
수천의 순간
토마스
수천의 순간
함께
이야기로
앨빈
지워지지 않고
토마스
영원토록
앨빈
웃음과 눈물로
토마스
톰과 앨빈, 함께
앨빈
그려줘
너와 나, 톰
이게 전부야
참 즐거웠던 시간
근데 잘 봐, 톰
사실은 이게 끝이 아니야
호수의 돌멩이
치는 물결같이
멈추지 않고 시간 너머 남아
네 몫이야
내 삶의 이야긴 다
네것
둘러봐, 톰
네 거야
너와 나
사랑과
인생 다
둘러봐
전부야
(토마스는 ‘눈 속의 천사들’ 페이지를 찾는다.)
그건 뭐야?
토마스
쓰고 있는 거.
그날만은 믿었죠
겨울 하늘의 마법 같은
우리 천사의 숨소리를
이거 좋은데.
쌍둥이 천사 둘을 탄생시켰죠
아름다운 날개를 꿈꾸며
하루 종일 밖에서 겨울들을 보냈죠
드디어 완성됐을 땐 행복했죠
산 너머 해가 지고…
(앨빈은 뒷 내용을 찾으려 페이지를 넘긴다.)
이게 다야, 톰?
토마스
산 너머 해가 지고…
(토마스는 페이지들을 가져가 잠깐 고민하더니 문득 생각해낸다.)
바지 속까지 다 젖도록
천사들의 춤 기다렸죠
(토마스는 페이지들을 공중에 던져 댄다. 페이지들은 하늘하늘 눈처럼 내린다.)
나무 사이로 노랫소리 들릴 때
토마스
천사들의 영혼 꺠어나
함께
조각 조각마다 살아나
마법처럼 눈 위로 떠올랐죠
수천의 천사가 살아나서
수천 개의 이야기로
하나의 노랠 불렀죠
토마스
곧 바람에 눈 흩뿌려지고
앨빈
우리 천사들도
(토마스는 페이지들을 던지는 것을 멈춘다.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엔
하얀 눈밭에 누워
천사들과 이별을 나눴죠
토마스
하지만 난 믿어요
계절은 변해 간대도
내가 부를 때면 살아나겠죠
앨빈
부르면
토마스
내 곁에
앨빈
네 곁에
함께
겨울 햇빛처럼
나를 감싸는 마법처럼
그 어린 시절
바로 그때처럼
우릴 닮은 천사
(토마스는 앨빈을 마지막인 것처럼 힘껏 껴안고 그의 목에 입을 맞춘다.
앨빈
그게 송덕문이라는 거야.
앨빈
네가 내 것 써 줄래? 나도 네 것 써 줄게.
토마스
그게 가능해?
앨빈
토마스
약속하면 가도 돼?
앨빈
응.
그는 송덕문을 읽기 시작한다.)
토마스
그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앨빈 얘기 하나 해 드릴게요.
커튼이 닫힌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