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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우 ・ 김명순 ・ 이재형 ・ 최숙기 ・ 고재현 ・ 김수현 ・ 변혜경
자기
자기성찰・계
성찰・ 문화 향유 의사소통 비판적・창의적 자료・정보 공동체・대인
계발
발 사고 활용 관계

나를
대단원 그림 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책 읽기와 기르는 독서
우리’라는 주제로 대단원의 내용을 재미있게 표현하였다. (1) 책의 선택과 자발적 읽기
그 책이 나를 흔들어 놓았어!

(2) 주제 통합적 읽기

역량 표시 국어과 핵심 역량 중에서 대단원과 긴밀한


우리는 행복한가
가 어느 철학자의 행복 수업
나 꾸뻬 씨의 행복 여행
다 오컴의 날로 행복을 베다

역량을 눈에 띄게 표시하였다.
대단원명/소단원명/제재명 대단원명과 소단원명 그리
고 제재명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제시하였다.

배울 내용 미리 보기
길잡이 글 대단원에서 학습할 내용을 짧
어른들이 우리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책 속에 길이 있다.”
라고 말할 때가 있다. 어른들은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책에는 글쓴이가
살았던 시대가 녹아 있으며, 글쓴이가 평생을 두고 성찰하여 깨달은 내용이
인문 분야의 글 읽기
나는 누구인가
예술 분야의 글 읽기
내가 찍고 싶은 사진 은 글로 설명하고, 중점적으로 학습할 역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적 세계관 이해 예술을 통한 인간에 대한 이해
이 단원에서는 인문과 예술 분야의 글을 읽으며 그 안에 담긴 글쓴이의 세 인간에 대한 성찰 예술을 대하는 태도 이해

량을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삶의 문제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 파악 예술에 대한 가치관 정립
계관이나 삶의 태도를 파악하고, 인간에 대해 성찰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시
대에 생산된 글을 읽으며, 글쓰기 관습과 독서 문화 등을 파악하고 당시의 사
회・문화적 특성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것이다.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우리는 이러한 독서 활동을 하면서 삶의 가치와 의미를 끊임없이 탐색하
고, 다양한 문화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다.
배울 내용 미리 보기 소단원명과 제재명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을 제시하고, 주된 학습 요소 세 가지를 제
친구들이 전하는 이야기
인문 분야의 글을 읽으며 자기 성찰・계발
가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
역량을 키우고, 예술 분야의 글과 다양한
나 피혁삼우(皮革三友) 독서로 여는 진로
시대의 특성이 드러나는 글을 읽으며 책을 꿈꾸다
문화 향유 역량을 길러 볼 거야. 당대의 사회・문화적 특성 파악
글쓰기 관습 파악

배울 내용 생각하기
글에 반영된 독서 문화 이해

시하였다.
이 단원에서 알고 싶은 내용을 자유롭게 질문해 보자.

‘ ’
배울 내용 생각하기 이 대단원에서 알고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싶은 내용을 스스로 질문해 봄으로써 학습


단원의 길잡이

100 101
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도록 하였다.

학습 목표 소단원에서 성취해야 할 학습 목표를 제시 학습목표

그 책이 나를 흔들어 놓았어!
•독서의 목적이나 글의 가치 등을 고려하며 좋은 글을 선택하

하였다.
여 읽는다.
•장기적인 독서 계획을 세우고, 자발적으로 독서를 실천함으로
써 건전한 독서 문화를 형성한다.

적 읽기
생각 열기 소단원을 시작하기 전에 학습 동기를 유발
다음 글을 읽고, 바람직한 독서 습관을 기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생각

할 수 있도록 그림이나 사진, 짧은 글 등을 제시하였다. 조 시대의 독서 로 유 한 해 보자.


이 이래. 당시 도
을 기 는
옛 성현의 뜻을 기린 고전이나 역 이 글은 글쓴이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준 독서 경험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들이 .
사서, 문학 작품이든 가릴 것 없이 있다. 글쓴이에게 영향을 준 책은 무엇이며, 독서가 글쓴이의 삶에 어떤

개념 학습 각 소단원의 학습 목표와 관련된 이론 및 지


첫 권은 손때가 묻어 더럽다. 심지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주목하면서 글을 읽어 보자.

어 썩고 떨어져 나가 읽기가 어렵
다. 그러나 둘째 권부터 마지막 권은
아무리 오래된 책일지라도 씻어 놓
은 듯이 말끔하여 마치 다른 책 같다.
5 유학을 떠나면서 내심 기대했던 「동물의 왕국」과 같은 장면과는 달리 나는

식을 제시하였다. - 이덕무, 『이목구심서』


3년 동안 기생충 연구에 매달렸고, 공부하는 과목도 수학 생태학과 같은 학

술적인 분야가 많았다. 아프리카 평원에서 기린을 만나는 것과는 너무나 동 최재천(1954~ )

떨어진 연구였다. 그래서 혹시 그 비슷한 수업이 없나 하고 이리저리 찾아보 생태학자이자 교수.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학자
았다. 그러다가 우리로 치면 ‘축산학과’ 같은 과에서 어떤 교수님이 사회 생

날개 질문 본문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


로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국내에 번역하여, ‘통섭’을 주
10 물학을 가르친다는 것을 알고 즉시 수강 신청을 했다.
요 학문 용어로 소개하였다.
그 수업에서는 『사회 생물학』이라는 엄청나게 두꺼운 책을 주 교재로 활용 생태학자이지만 인문학과 자
책의 선택과 독서의 목적은 학업, 교양, 문제 해결, 여가, 타인과의 관계 유지 등으로 다양하다. 이 연 과학의 통합을 지향하고
했는데, 이 책이 하버드 대학의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저서로 사회 생물학에 있다. 주요 저서로 『알이 닭을
자발적 읽기란 러한 독서의 목적과 글의 가치 등을 고려하여 자신에게 적합한 글을 선택하는 것은 독

확인 질문을 제시하였다.
낳는다』, 『상상 오디세이』, 『21
무엇일까? 서 활동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자신에게 적합한 책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글쓴이가 대해 일대 논쟁을 불러일으킨 유명한 책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그것을
세기 다윈 혁명』 등이 있다.
전문성이나 권위가 있는가, 여러 세대에 걸쳐 검증받은 글인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 몰랐을 때도 책을 읽는 내내 ‘세상에 이런 학문이 있구나.’ 하는 강렬한 느낌
한 자신의 독서 수준과 흥미 역시 책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기준이다. 책의 선택만큼
을 받았다. 1975년에 나온 이 책은 그야말로 엄청난 반향을 몰고 왔으며, 윌
⑴ 책의 선택과 자발적 읽기

15
이나 지속적으로 독서 계획을 세우고 자발적인 독서 활동을 실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슨 교수는 이 책 때문에 물세례까지 받았다고 한다. ■반향(反響) 어떤 사건이나
1. 나를 기르는 독서

어휘 풀이 학생들이 어려워할 만한 어휘를 알기 쉽게


일이다. 한 권의 책을 읽는 데 그치지 말고 장기적인 독서 계획을 세우고 독서 이력을
발표 따위가 세상에 영향을
기록하는 습관을 기르며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독서를 실천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그런데 『사회 생물학』을 읽으며 발견한 또 다른 책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 미치어 일어나는 반응.

10 11

풀이하였다.
학습 활동

3 4
예술에 대한
가치관 세우기 다음 활동을 하면서 사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보자. 문화 향유 내가 찍거나 내가 찍힌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공유하고, 친구들과 함
역량 기르기
께 감상해 보자.
(1) 아래의 사진 중 가장 인상 깊은 사진을 고르고, 그 사진을 선택한 까닭을 말해 보자.
(1) 내가 선택한 사진을 설명하는 간단한 소개 글을 적어 공유해 보자.

농부 부부의 미소 천지연 폭포

이 사진은

학습 활동 소단원 본문 내용을 다각
나는 얼마 전 소풍을 갔을 때 찍었던
저널리즘 부문 수상작.
2011년 퓰리처상 식물성 곰팡이의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학업에 대한
구조(Rescue) 현미경 사진
캐롤 구지 기자의

도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부담을 잠시 잊고,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떠오르거든.

자료실
퓰리처상 (2) 사진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정리하고, 글쓴이의 관점과 비교해 보자. (2) 친구들이 공유한 사진을 보고, 한 줄 감상평을 남겨 보자.
1917년 미국의 언론인 조지
프 퓰리처의 유언에 따라 제
정된 상으로, 신문 저널리즘,
문학적 업적과 명예, 음악적
구성하였다. 그리고 소단원별로 역량
구성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상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한다. 저널리즘 부문에는 14개

활동이나 모둠 활동을 구성하여 입체

⑵ 예술 분야의 글 읽기
의 상이 있는데, 그중에는 속
보 사진 부문과 특집 사진 부
문이 포함되어 있다.

120 121
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취미 등으로 즐길
것인지에 대해서는 선택을 해야 해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직업으로 연
결할 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취미 생활로 즐길 수도 있기 때문이지
요. 적성도 마찬가지예요. 잘하는 일과 관련된 직업을 선택한다면 그 직
업에 필요한 것들을 쉽게 배우게 되겠지만, 만약 그 일을 좋아하지 않는
다면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행복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요. 그럴 때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에 맞는 각 직업의 장점과 단점을 정리해 보는

독서로 여는 진로 진로에 관한 학생들 방법도 있어요. 정리하다 보면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 결정


을 내릴 수 있을 거예요.

의 관심사를 반영한 글을 제시하였다. 꿈이 없다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여유를 가지고 자
신이 특별히 흥미를 느낄 만한 직업이 있을지 마음을 열고 찾아보면 돼
요. 하지만 특별한 흥미를 키우려면 특별한 노력을 해야 해요. 자신의

독서로 여는 인성 학생들의 인성 함양
‘꿈’을 찾으려면 ‘작은 관심’이 필요하죠. 작은 관심은 하나의 씨앗과도
같아요. 물과 거름을 주고, 햇볕도 충분히 쬐어 주어야 잘 자라게 되죠.
조금이라도 관심이 가는 일이 있다면 그 직업을 갖기 위해서 어떤 준비
자신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진로를 선택하는 를 해야 하는지, 현재 자신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등을 잘 알아보세

에 도움이 되는 글을 제시하였다.
가장 기본적인 토대입니다. 진로를 결정할 때, 잘 요. 그러다 보면 자신이 진짜 원하는 일인지 또는 할 수 있는 일인지 알
하거나 좋아하는 것이 없으면 막막하게 느껴질 거 수 있을 거예요.
예요. 하지만 진로는 다른 사람이 대신 정해 줄 수
없어요. 시간이 걸리고 힘들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독서로 여는 창의・융합 다양한 분야의


특성이나 재능을 찾아내야 해요.
우선,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 그것은 당연한 일이에요. 청소년기는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갖게
‘나는 어떤 특성이 있는가?’ 등을 생각해 보아야 해 되는 시기이므로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에 새삼스럽게 흥미가 생
요. 하지만 결코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나는 기기도 하고, 즐겁게 했던 일이 갑자기 재미없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꿈
이것을 할 때 제일 신이 났었지.’, ‘예전에 이것을 이 자주 바뀌는 경우, 여러 분야에 관심을 두고 경험을 넓힌다는 측면에

독서 경험을 위해 영역 통합 제재를 제시
1. 나를 기르는 독서

잘해서 칭찬받은 적이 있었어.’ 이런 사소한 기억들 서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는 것이죠. 여러 분야에서 진로에 관한 정보를

독서로 여는 진로
을 떠올리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니까요. 찾다 보면 어떤 직업이 적성에 맞을지 알게 될 거예요.

하였다. 32 33

독서 계획 세우기
배운 내용 정리하기
제재 핵심 활동 내용
자신의 가치관이나 흥미, 관심사와 진로를 생각해 보고, 읽을 책의 영역을 생각해 보자.
이 글은 글쓴이가 유학 시절 읽은 한 권의 책이
자신의 삶의 가치관과 태도에 큰 변화를 불러일
•독서의 목적과 글의 가치 이해하기
(1) 자신의 가치관이나 흥미, 관심사:
으킨 경험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독서가 삶에 •독서 계획 수립하기
책의 선택과
미치는 영향력을 이해하고, 독서의 목적과 가치 •자기 성찰・계발 역량 기르기
자발적 읽기
를 이해할 수 있다. •독서 활동 실천하기
자신이 원하는 진로:

•글에 담긴 관점 파악하기
가, 나, 다 세 글은 ‘ 행복 ’이라는 동일한 화제
•자신만의 관점 세우기 서평,
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과 형식을 보여 주고 있 읽을 책의 영역: 인문( ) 사회( ) 과학( ) 예술( ) 기타( ) 인터넷의
신문이나 의 신간 안내
(2)
•글쓴이의 의도 파악하기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을
주제 통합적 다. 이를 통해 행복의 개념과 행복의 요소를 다양
•주제 통합적 독서와 교류적 독서
한 관점에서 해석해 보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의
또는 독서
읽기
실천하기 독서 목적과 글의 영역을 고려하여, 학교 도서관이나 공공 도서관 및 좋아.
미를 재구성해 볼 수 있다.
•의사소통 역량 기르기 서점 등을 방문하거나 인터넷 자료를 활용하여 읽을 책을 선정해 보자.
참고해도

배운 내용 점검하기 배운 내용 정리하기 소단원별 독서 활동을 정리하기 위


점검 내용 평가

수 있다.
독서의 목적이나 글의 가치 등을 고려하여 좋은 글을 선택하여 읽을

장기적인 독서 계획을 세워 자발적으로 독서를 실천하고 건전한 독


책의 머리말, 차례 등을 훑어보고, 아래의 독서 계획표를 채우며 한 학기의 독서 계획을 세워 보자.
해 제재 핵심과 활동 내용을 제시하였다.
서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
학습 목표

배운 내용 점검하기 학습 목표 이해와 역량 향상 정도를


동일한 화제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이나 형식의 글을 주제 통합적으 도서명: 저자:
로 읽을 수 있다.
회차 예상 독서 일시 예상 독서 분량 읽을 내용 실천 점검 및 수정 사항
의미 있는 독서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타인과 교류하고 다양한 삶의
1
방식과 세계관을 이해하는 태도를 지닐 수 있다.
2
독서를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를 끊임없이 반성하고 탐색하며 변화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제시하였다.


하는 사회에서 필요한 재능과 자질을 계발하고 관리할 수 있다. 3
역량 음성 언어, 문자 언어, 기호와 매체 등을 활용하여 생각과 느낌, 경험 4
을 표현하거나 이해하면서 의미를 구성하고 자아와 타인, 세계의 관계
5
를 점검・조정할 수 있다.
6

7
한 학기 한 권 독서 길잡이 장기적인 독서 계획을 실천
1. 나를 기르는 독서

나는 이 단원의 독서 활동을 통해 을/를 알게 되었고,


단원의 마무리

앞으로 을/를 더 알아볼 것이다.

34 35
할 수 있도록 대단원마다 다양한 독서 활동을 제시하였다.
나를 기르는 독서
(1) 책의 선택과 자발적 읽기 | 10
그 책이 나를 흔들어 놓았어!•최재천

(2) 주제 통합적 읽기 | 20
우리는 행복한가
가 어느 철학자의 행복 수업•김요한
나 꾸뻬 씨의 행복 여행•프랑수아 를로르
다 오컴의 날로 행복을 베다•서은국
독서로 여는 진로 내 꿈을 찾아서 | 32

소통하는 독서
(1) 사실적 읽기 | 40
미세 먼지의 실체•박록진

(2) 추론적 읽기 | 50
이제야 참 조선인이 되었다•이봉창
독서로 여는 인성 실패를 축하한다•송정림 | 60

새롭게 바라보는 독서
(1) 비판적 읽기 | 68
경쟁, 어떻게 받아들일까•김범묵, 윤용아

(2) 창의적 읽기 | 76
도전할 것이 없는 놀이터•편해문

(3) 감상적 읽기 | 84
미안합니다•장영희
독서로 여는 창의・융합 노랫말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수, 밥 딜런•최승필 | 9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1) 인문 분야의 글 읽기 | 102
나는 누구인가•손봉호

(2) 예술 분야의 글 읽기 | 112


내가 찍고 싶은 사진•윤광준

(3)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 122


친구들이 전하는 이야기
가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
나 피혁삼우(皮革三友)•오병훈
독서로 여는 진로 책을 꿈꾸다 | 134

세상과 만나는 독서
(1) 사회 분야의 글 읽기 | 142
『80일간의 세계 일주』와 소비자 잉여•박정호

(2) 문화 분야의 글 읽기 | 152


그들도 우리처럼 합리적이다•이태주

(3) 다양한 지역의 글 읽기 | 160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
가 나무의 힘•왕가리 마타이
나 이탈리아 기행•괴테
독서로 여는 인성 내 이름은 허황옥 | 172

정보를 활용하는 독서
(1) 과학 분야의 글 읽기 | 180
세계 속의 1등, 양궁•손영운

(2) 기술 분야의 글 읽기 | 190


인공 지능의 미래, 딥 러닝•이종호

(3) 다양한 매체 자료 읽기 | 198


노블레스 오블리주
가 칼레의 시민•이주헌

나 우당 이회영 독서 계획 세우기 35
독서로 여는 창의・융합 기술의 중심에 독서 기록지 작성하기 63
인간이 있다•송길영 | 208 서평 쓰기 97
글쓴이에게 편지 쓰기 137
읽은 책 소개하기 175
부록 212 독서 경험 공유하기 211
나를
기르는 독서
(1) 책의 선택과 자발적 읽기
그 책이 나를 흔들어 놓았어!

(2) 주제 통합적 읽기
우리는 행복한가
가 어느 철학자의 행복 수업
나 꾸뻬 씨의 행복 여행
다 오컴의 날로 행복을 베다
자기
자기성찰・계
성찰・ 문화 향유 의사소통 비판적・창의적 자료・정보 공동체・대인
계발
발 사고 활용 관계
최근에 읽었던 책이 무엇인지 떠올려 보자. 그리고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싶
은지 생각해 보자. 지금 내가 읽고 싶은 그 책이 현재의 나를 말해 줄 때가 있
다. 인간관계와 관련된 책을 선택한 사람은 사람을 중시하는 성향일 수도 있
고, 현재 사람에 대한 호기심 또는 고민이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
는 독서를 통해 자신의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이 단원에서는 독서의 목적이나 글의 가치를 고려하여 좋은 책을 스스로
선택하는 방법을 익히고, 장기적인 독서 계획을 수립한 후 이를 실천해 나갈
것이다. 또한 하나의 주제를 다룬 여러 글을 읽으면서 동일한 화제의 글이라
도 관점이나 형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이해하고, 교류적 독서를 통해 다른 사
람들과 책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 볼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독서 활동을 하면서 변화하는 사회에서 필요한 자질과 태도
를 계발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능
력을 함양할 수 있다.

좋은 책을 선택하여 장기적인 독서 계획을


수립 및 실천하면서 자기 성찰・계발 역량을 키우고,
동일한 화제의 여러 글을 주제 통합적으로 읽고 교류적
독서를 하면서 의사소통 역량을 길러 볼 거야.
1. 나를 기르는 독서

8
배울 내용 미리 보기

책의 선택과 자발적 읽기 주제 통합적 읽기


그 책이 나를 흔들어 놓았어! 우리는 행복한가
가 어느 철학자의 행복 수업
독서의 목적과 글의 가치 이해
나 꾸뻬 씨의 행복 여행
독서 자료의 선택
다 오컴의 날로 행복을 베다
독서 계획 수립 및 독서 활동 실천

글쓴이의 관점과 의도 파악
주제 통합적 독서 이해
교류적 독서 실천

나를 기르는 독서

독서로 여는 진로
내 꿈을 찾아서

배울 내용 생각하기
이 단원에서 알고 싶은 내용을 자유롭게 질문해 보자.
단원의 길잡이

9
학습목표

•독서의 목적이나 글의 가치 등을 고려하며 좋은 글을 선택하


여 읽는다.
•장기적인 독서 계획을 세우고, 자발적으로 독서를 실천함으로
써 건전한 독서 문화를 형성한다.

적 읽기
다음 글을 읽고, 바람직한 독서 습관을 기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생각
조 시대의 독서 로 유 한 해 보자.
이 이래. 당시 도
을 기 는
들이 . 옛 성현의 뜻을 기린 고전이나 역
사서, 문학 작품이든 가릴 것 없이
첫 권은 손때가 묻어 더럽다. 심지
어 썩고 떨어져 나가 읽기가 어렵
다. 그러나 둘째 권부터 마지막 권은
아무리 오래된 책일지라도 씻어 놓
은 듯이 말끔하여 마치 다른 책 같다.

- 이덕무, 『이목구심서』

책의 선택과 독서의 목적은 학업, 교양, 문제 해결, 여가, 타인과의 관계 유지 등으로 다양하다. 이

자발적 읽기란 러한 독서의 목적과 글의 가치 등을 고려하여 자신에게 적합한 글을 선택하는 것은 독

무엇일까? 서 활동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자신에게 적합한 책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글쓴이가


전문성이나 권위가 있는가, 여러 세대에 걸쳐 검증받은 글인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
한 자신의 독서 수준과 흥미 역시 책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기준이다. 책의 선택만큼
이나 지속적으로 독서 계획을 세우고 자발적인 독서 활동을 실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1. 나를 기르는 독서

일이다. 한 권의 책을 읽는 데 그치지 말고 장기적인 독서 계획을 세우고 독서 이력을


기록하는 습관을 기르며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독서를 실천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10
그 책이 나를 흔들어 놓았어!

이 글은 글쓴이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준 독서 경험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글쓴이에게 영향을 준 책은 무엇이며, 독서가 글쓴이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주목하면서 글을 읽어 보자.

5 유학을 떠나면서 내심 기대했던 「동물의 왕국」과 같은 장면과는 달리 나는

3년 동안 기생충 연구에 매달렸고, 공부하는 과목도 수학 생태학과 같은 학

술적인 분야가 많았다. 아프리카 평원에서 기린을 만나는 것과는 너무나 동 최재천(1954~ )

떨어진 연구였다. 그래서 혹시 그 비슷한 수업이 없나 하고 이리저리 찾아보 생태학자이자 교수.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학자
았다. 그러다가 우리로 치면 ‘축산학과’ 같은 과에서 어떤 교수님이 사회 생 로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국내에 번역하여, ‘통섭’을 주
10 물학을 가르친다는 것을 알고 즉시 수강 신청을 했다.
요 학문 용어로 소개하였다.
그 수업에서는 『사회 생물학』이라는 엄청나게 두꺼운 책을 주 교재로 활용 생태학자이지만 인문학과 자
연 과학의 통합을 지향하고
했는데, 이 책이 하버드 대학의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저서로 사회 생물학에 있다. 주요 저서로 『알이 닭을
낳는다』, 『상상 오디세이』, 『21
대해 일대 논쟁을 불러일으킨 유명한 책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그것을
세기 다윈 혁명』 등이 있다.
몰랐을 때도 책을 읽는 내내 ‘세상에 이런 학문이 있구나.’ 하는 강렬한 느낌

을 받았다. 1975년에 나온 이 책은 그야말로 엄청난 반향을 몰고 왔으며, 윌


⑴ 책의 선택과 자발적 읽기

15

슨 교수는 이 책 때문에 물세례까지 받았다고 한다. ■반향(反響) 어떤 사건이나


발표 따위가 세상에 영향을
그런데 『사회 생물학』을 읽으며 발견한 또 다른 책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 미치어 일어나는 반응.

11
글쓴이가 『이기적 유전 이다. 이미 『사회 생물학』을 읽으며 그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으므로 관련된
자』를 읽게 된 이유는 무엇인
가? 책들을 다 읽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우선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리처드 도킨

스 교수가 쓴 『이기적 유전자』를 사서 읽었던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한 권의 책 때문에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경험을 하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대부분은 아마 단 한 번도 그 5

런 짜릿한 경험을 하지 못하고 생을 마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기적 유전

자』를 읽으면서 그런 엄청난 경험을 했다.

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미국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나의 영어 실

력은 그리 출중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했다. 점심때

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10

밤을 새운 것이다. 나는 붕 떠 있는 기분을 느끼며 밖으로 나왔다. 해가 막 뜨

려는 뿌연 새벽이었는데,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은 어제 점심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오랫동안 의문이었던 많은 문제가 서서히 답을 보여 주는 듯

했다.

자료실 이 책은 그야말로 유전자의 관점에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재해석하고 있 15

디엔에이(DNA)
었다. 이 책을 읽은 뒤 삶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은 새로워졌다. 책의 내용에
유전자의 본체. 세포의 핵
안에서 생물의 유전 정보를 따르면, 우리의 디엔에이(DNA)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여러 생명체의 몸을 빌
저장하는 물질. 이중 나선 구
조를 이룬다. 려 끊임없이 생존해 왔다. 그리고 스스로 살아 숨 쉰다고 생각했던 우리 역시

우리 몸속의 디엔에이(DNA)를 보존하고, 이를 널리 퍼뜨리기 위한 대상일

뿐이다. 즉 우리의 존재 이유를 우리 몸속의 유전자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20

다. 이 책의 저자인 도킨스에 따르면 디엔에이(DNA)는 ‘불멸의 나선’이고,

우리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생존 기계’라 할 수 있다.


1. 나를 기르는 독서

12
나는 책을 읽은 그날 그 새벽에 바라본 세상의 모습, 그 순간을 잊지 못한 나도 나를 변화시킬 만한
책을 만나고 싶어.
다. 그때부터 내 삶은 그 전과 후로 완벽하게 갈렸다. 그 전에는 여러 가지 삶

의 의문에 이렇게도 생각하고 저렇게도 생각하면서, 그때마다 다른 답을 내

고는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그 새벽부터는 모든 것이 한 길로 나란히


5 늘어선 것처럼 가지런해졌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다시 분석하면 모든

것이 명쾌하게 설명되었다. 그때 느낀 희열은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오히려 깊은 고민에 빠지는 사람도 많았다. 특

히 사회 과학을 하는 친구들이 그런 모양이었다. 그동안 공부해 왔던 것이 갑

자기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10 “이 책에서 말하듯이 세상을, 인간의 삶을 그렇게 설명해 버리면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한 것입니까?”

나는 사회 과학을 정식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고 주워들은 수준밖에 되지

않으니, 그들이 겪은 혼란이 어떤 것이고,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

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온갖 문제들이 왜 그런 것인


15 지 알고 싶은 욕구가 있다. ‘도대체 뭘까?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를 고민한다. 그것이 사회 과학이며, 지금까지 인류가 연구해 온 사회 과학적

결과물도 상당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근원적인 답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단 한 권의 책을 읽고 난 다음에 그 문제들이 하나의 줄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내 몸속의 모든 핏줄이 하나로 쫙 몰려서 말끔히


20 씻겨 내려가듯 야릇한 기분이었다.

‘아, 이제야 찾았구나. 내가 그동안 쇼펜하우어로 갔다가 동양 사상에 빠졌 글쓴이가 ‘니체’나 ‘쇼펜
하우어’와 같은 철학자들이
다가, 혼자서 애를 쓰면서도 못 찾았던 답을 드디어 찾았구나.’ 쓴 책을 읽은 목적은 무엇인
가?
어려서부터 유난히 그런 의문에 사로잡혔던 나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 방법

을 찾고는 했다. 재수 시절, 니체니 쇼펜하우어니 하는 철학자들의 책을 파고


■사회 과학(社會科學) 사회
25 든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느 해 여름에는 일부러 몇 군데 절을 찾아다니며 현상을 지배하는 객관적 법
칙을 해명하려는 경험 과학
스님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기도 했다. 삶 자체와 삶에서 만나는 근원적인 의
⑴ 책의 선택과 자발적 읽기

을 통틀어 이르는 말. 연구
문을 풀어보겠다고 까불댔으며, 글을 쓴답시고 원고지를 붙들고 끙끙댄 것도 대상에 따라 사회학, 정치
학, 경제학, 역사학 따위로
다 그 맥락이었다. 하지만 도통 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런 나눈다.

13
데 어느 날 갑자기 한 권의 책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기분이었으니 얼마나

황홀했겠는가?

그런데 그 황홀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좌절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답을 얻은 기분에 세상이 달라 보였는데, 그 단계가 지나니 시간

이 지날수록 만사가 시시하게 여겨졌다. 5

글쓴이가 책을 통해 느낀 ‘그래. 무엇 때문에 난 그렇게 애를 썼나? 저 사람은 무엇 때문에 저렇게


황홀감이 좌절감으로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를 쓰나? 모든 것이 유전자 때문인데, 어차피 우리야 유전자가 계획한

대로 움직이는 존재일 뿐인데…….’

이런 생각이 드니까 모든 것에서 맥이 풀렸다. 열심히 사는 것, 노력하는

것이 모두 헛일이고 인생사 일장춘몽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10

‘그럼, 지금 내가 사라져도 별것 아니겠네? 세상은 유전자 덕에 탈 없이 유

지될 테니…….’

그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잠시 살았다. 하지만 다행히 방황이 길

지는 않았고, 재해석을 통해 세상의 의미를 정리했다.

‘이러면 안 돼. 미국까지 공부하러 와서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기회를 찾았 15

고, 이제 막 시동을 걸었잖아. 그 책이 말하려는 건 이게 아닐 거야.’

나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 덕분에 금방 추스를 수 있었으며, 새로운

가치관으로 세상을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내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는 인간의 존재 이유나 인간 행동의

이유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그 책과 같은 주제를 다루는 책들을 닥치는 20

대로 읽었다. 그 아류의 책들이 나오는 대로 나는 무조건 다 찾아 읽었고, 그

책에 대한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면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돌이켜 보면, 그

몇 년 동안 내가 토론한 주제는 오로지 『이기적 유전자』에서 다룬 주제들이

었다. 끊임없이 그 주제들에 관한 책을 읽고 토론을 거듭한 어느 순간, 나는


■일장춘몽(一場春夢) 한바
탕의 봄꿈이라는 뜻으로, 굉장히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25

헛된 영화나 덧없는 일을
인간 행동의 모든 근원이 유전자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사실은 인간이라는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직결(直結)된다는 사이에 존재에 대한 이해를 더욱 명료하게 해 주었으며, 동시에 인간이 단순히 유전
1. 나를 기르는 독서

다른 것이 개입되지 아니하
고 직접 연결된다는. 자의 지배를 받는 수동적인 기계만은 아님을 깨닫게 했다. 인간은 의식을 갖

14
고 있는데, 이러한 의식은 자유 의지의 형태로 나타나 인간이 유전자의 일방

적인 지시를 극복해 갈 수 있게 한다. 모든 생명체 중에 인간만이 유전자에 글쓴이는 『이기적 유전


자』와 같은 주제를 다룬 여러
대항할 수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된 순간에는 인간에 대한 또 다른 경외감과 기 책들을 읽고 어떠한 영향을
받았는가?
대를 갖게 되었다. 또한 인간은 자유 의지뿐 아니라 문화의 힘을 통해서도 삶
5 을 더욱 발전하도록 이끈다.

지금도 나는 가끔 수업 시간에 이 책을 소재로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그

런 뒤에는 항상 몇몇 학생이 나를 찾아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이 책을 읽고 너무나 혼란스러워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좌

절감이 너무나 큽니다.”


10 학생들의 마음을 잘 아는 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도 얼마 동안은 그랬다. 하지만 그 책과 관련한 책을 많이 읽고 고민하

면서 계속 깊이 파고들다 보면 나름대로 정리가 될 것이다. 그러니 조바심

내지 말고 더 깊이 공부하고 생각해 봐라.”

정말로 한 권의 책이 나를 온통 흔들어 놓았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


15 히 바뀌었고, 내가 왜 그리 살아왔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앞으로 어

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그래, 나는 이 세상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없는 그런 존재일 수 있어.

그렇지만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분명히 따로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

상, 온 힘을 다해 모든 상황을 즐기며 살아가면 되는 거야. 나에게 주어진


20 삶의 길을 아름답게 걸어가자.’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들은 어떻게 보면 내 유전자가 나한테 허락한

범주 내에서의 일들이다. 내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모두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자칫하면 운명론자처럼 보

일 수 있지만 나는 분명 운명론자와는 다르다. 나는 멈추지 않고 묵묵히 최선 ■경외감(敬畏感) 공경하면


서 두려워하는 감정.
25 을 다해 살아갈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힘껏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운명론자(運命論者) 모든
일은 미리 정하여진 필연적
걷는 그 길 속에서 분명 나는 의미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⑴ 책의 선택과 자발적 읽기

인 법칙에 따라 일어나므로
- 최재천, 『과학자의 서재』 인간의 의지로는 바꿀 수
없다는 이론을 믿거나 주장
하는 사람.

15
독서의 목적과
글의 가치 이해하기 1 이 글에 드러난 글쓴이의 독서 경험과 그에 따른 영향을 알아보자.

(1) 글쓴이가 독서를 하면서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글쓴이의 독서 이력을 정리해 보자.

도움말 읽은 책 독서 목적 느낀 점

독서의 목적이 학업 성취,


니체,
교양 증진, 여가 활동, 문제 삶의 문제 삶과 관련한 문제의 근원적 이유를
해결, 타인과의 관계 유지 등 재수 시절 쇼펜하우어의
해결 찾기 어려움.
으로 다양함을 알고, 글쓴이 철학책
의 독서 목적을 파악해 본다.
에드워드
학업을 위한 수업
윌슨의
교재
『사회 생물학』
유학 시절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2)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이 글쓴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알아보자.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시간이 지난 후

모든 것은 유전자의 계획일 뿐이라는


생각에 만사가 시시하게 여겨짐.

의미를 재해석한 후
1. 나를 기르는 독서

16
(3) 이 글의 글쓴이처럼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책이 있었는지 적어 보자.

독서 계획 수립하기 /
자기 성찰・계발
역량 기르기
2 자신의 독서 목적이나 글의 가치 등을 고려하여 읽을 책을 선정하고, 독서 계획
을 세워 보자.

(1) 자신의 진로나 관심사 등에 관한 책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검색어를 떠올려 보고, 직접


내 꿈은 한국 전통 미술을 책을 찾아보자.
알리는 전시 기획자가 되는
거야. 그러려면 작품에 대한
이해와 감상의 폭을 넓힐 •전통 미술 『옛 그림을 보는 법』

전시 기획자
필요가 있어. 진로와 •조선 명화 『이 놀라운 조선 천재 화가들』

관련해서 어떤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까?

⑴ 책의 선택과 자발적 읽기

17
(2) 다음 기준에 따라 (1)에서 찾은 책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책인지 판단해 보자.

판단 기준 그렇다 보통이다 아니다

독서의 목적에 부합하는 내용인가?

배경지식이나 단어 수준을 고려할 때 읽을 만


한 내용인가?

흥미가 있고 관심이 가는 내용인가?

다수의 사람이나 여러 세대에 걸쳐 가치 있는


글로 검증을 받았는가?

(3) 읽을 책을 정하고, 장기적인 독서 활동 계획을 세워 보자.

독서 목적 책 이름 글쓴이 독서 활동 계획
도움말
장기적인 독서 계획은 일 자기 •기간: 3. 1.~3. 31.
『옛 그림을 보는 법 』 허균
년 혹은 그 이상에 걸쳐 읽고 계발 •방법: 점심 시간 10분 활용
싶은 책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한 편의 글이나 한 권
의 책을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꾸준히 독서를 실천하려
면 장기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1. 나를 기르는 독서

18
독서 활동 실천하기 3 독서 계획에 따라 책 읽기를 실천한 후, 다음 독서 기록지를 완성해 보자.

책 제목: 글쓴이:

읽은 기간: 출판사:

분야: 출판 연도:

도움말
주제:
독서를 할 때에는 학급 문
고, 학교 도서관, 공공 도서관,
중심 내용:
인근 서점 등을 이용할 수 있
다.

기억에 남는 부분과 그 이유: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나 깨달은 점:

독서를 통한 자기 계발

독서 목적

독서 목적 달성 여부 예 / 아니요

더 읽어 보고 싶은 책
⑴ 책의 선택과 자발적 읽기

19
학습목표

•동일한 화제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이나 형식의 글을 주제 통


합적으로 읽는다.

적 •의미 있는 독서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타인과 교류하고, 다양


한 삶의 방식과 세계관을 이해한다.

읽기
다음 두 그림이 다르게 보이는 이유를 생각해 보고, 이를 독서와 관련지어 이야
기해 보자.

의 은 주세 아 도의
소기 는 이 는 이야.
은 이를 로 은 지.

주제 통합적 주제 통합적 읽기란 하나의 화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형식을 보이는 독서 자료를

읽기란 비판적・통합적으로 읽고 재구성하는 독서 활동을 의미한다. 주제 통합적 읽기에는 동

무엇일까? 일한 화제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지닌 글을 대조하면서 읽는 방법과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는 다양한 형식의 글을 비교하면서 읽는 방법이 있다. 이때 단순히 여러 글을 비
교・대조하는 수준에 머물지 말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에서 서로 다른 관점과 형
식의 글을 비판적으로 종합하여 자신만의 주제로 재구성하며 읽어야 한다. 또한 다른
1. 나를 기르는 독서

사람과 함께 책을 읽고 책에 관한 생각을 공유하는 교류적 독서를 실천함으로써 책 속


에 담긴 다양한 삶의 방식과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20
우리는 행복한가

행복해.

다음 세 글은 각각 다른 관점과 형식으로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각각의 글에서 행복이 어떠한 의미로 다루어지고 있는지 비교해 보고,
행복의 의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자.

5 가 어느 철학자의 행복 수업
철학에서는 오래전부터 행복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 왔고, 수많은 철학자가 김요한(1971~ )
나름의 대답을 내놓았다. 그중 철학자 밀(Mill, John Stuart)이 생각하는 행 교수. 대학에서 서양 고대・
중세 철학, 예술 철학, 사회
복이란 무엇일까? 밀은 공리주의자로서, 행복이란 기쁨을 주는 것이고 고통 철학, 프랑스 철학을 가르치

이 없는 상태이며, 불행은 고통이 있고 기쁨을 상실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기 고 있다. 주요 저서로 『단숨에
이해하는 자유론』, 『서양 고대
10 쁨, 즉 고통이 없는 것이 바람직한 삶의 유일한 목표이다. 그리스와 철학』 등이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기쁨이고, 어떠한 상태가 불행일까? 벤담(Bentham,

Jeremy)과 같은 공리주의자는 물질적인 쾌락을 기쁨의 출발점으로 제안한

다. 즉 물질적 만족을 기쁨의 원천으로 생각하며, 물질적 만족감을 높이는 것


■공리주의자(功利主義者) 행
이 가장 좋은 것이고 행복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밀은 물질적 만족이 행복에 위의 목적이나 선악 판단의

기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질적 만족은 우리가 추 기준을 인간의 이익과 행복
⑵ 주제 통합적 읽기

15
을 증진하는 데에 두는 사
구하는 본질적 가치의 달성에 도움이 될 때만 의미를 가진다고 판단한다. 상을 가진 사람.

21
자료실 그렇다면 밀이 생각하는 행복의 본질과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그는 사
밀(Mill, John Stuart. 1806~
람이 자기 존재에 긍지를 가질 때 행복해진다고 생각한다. 이는 곧 우리가 자
1873)
19세기 영국의 철학자이자 기 자신에 대한 존경심을 가질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 자긍심은 각자
경제학자.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했던 자유주의자이자, 소 의 내면세계가 성장하면서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누구에게나
수의 의견이 청취될 수 있도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밀은 자기 스스로 삶을 꾸려 나가는 자립 5
록 민주주의를 수정하고자 했
던 정치가였다. 인간이 동물 적인 능력, 이성적 자세, 관용적인 태도, 다양한 방면에 대한 관심, 타인에 대
적인 본성 이상의 능력을 가
지고 있으므로 질적으로 높고 한 자발적인 관심과 동정심을 갖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고상한 쾌락을 추구한다고 보
는 질적 공리주의를 주장했
이러한 모든 조건을 관통하고 있는 밀의 행복 개념은 무엇일까? 밀이 생각
다. 주요 저서로 『경제학 원
하는 행복이란 인간의 타고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
리』, 『자유론』, 『공리론』 등이
있다. 다. 계속해서 자기 발전을 이루어 나갈 때 인간은 행복해진다. 그렇다면 자기 10

발전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각자의 능력을 높이 발전시키고 적극적으로 활

용하는 것이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인간이 낫고, 만족한
바보보다는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더 낫다.
1. 나를 기르는 독서

22
밀은 여기서 두 가지를 가정하고 있다. 첫 번째로 인간의 발전이 삶의 목표 꼭 성적을 올리는 것만이
자기 계발은 아닐 거야.
이면서 동시에 행복 그 자체라는 점이다.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삶의 과정 그

자체이다. 행복이라는 파랑새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가 파랑

새인 것이다. 두 번째는 인간의 발전은 각자가 타고난 개성대로 자유롭게 추


5 구될 때 비로소 달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밀은 사람마다 각자의 발전을 추구

하는 일이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한 철학자이다.

그렇다면 어떤 능력을 발전시켜야 할까? 밀은 우선 지적인 능력을 강조한

다. 그는 진보하는 존재인 인간의 능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지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그 자체로 내재적인 가치를


10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모든 감각적인 기쁨을 능가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밀은 지적인 소양의 계발을 강조하는데, 그는 ‘ ’

사람이 일정 수준의 교양을 갖출 때 비로소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을 극복

하는 힘을 얻는다고 믿었다. 밀은 주지주의의 관점에서 지식의 중요성과 만

능성을 강조한 것이다.


15 하지만 밀은 지식뿐만 아니라 감성적 능력의 발전도 중시한다. 인간의 내

재된 감성과 본능적 요소를 자연스럽게 발전시키는 것은 모든 사람이 지니고

있는 각자의 개별적 자기의식을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주장한다.

물론 감성은 이성에 의해 적절하게 제어되어야만 한다.

또한 밀은 인간의 도덕적 성숙을 발전의 한 요소로 제안한다. 지성과 감성 ‘밀’이 인간의 진정한 자
기 발전의 요소로 언급한 것
20 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의 도덕적 의식이 발전할 때 진정한 자기 발전이 완성 은 무엇인가?

된다. 밀은 도덕적 발전의 지표로 이기심을 억제하고 타인의 복지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요청한다. 이는 그가 사회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

다.

이처럼 밀은 지성, 감성, 도덕성이라는 세 가지 차원의 능력이 종합적으로 ■주지주의(主知主義) 일반적


으로 감정이나 행동보다는
25 발전된 상태가 행복이라고 규정하며, 각자 자기 자신만의 특별한 삶의 계획 지성이나 이론, 사유 따위
의 지적인 것을 중시하는
을 실현해 나갈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상.
■지표(指標) 방향이나 목적,
⑵ 주제 통합적 읽기

- 김요한, 『행복하려면 먼저 자유로워져라』


기준 따위를 나타내는 표
지.

23
나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앞부분 줄거리 파리 중심가에서 정신과 의사로 살아가는 꾸뻬 씨. 그는 마음의 병에 걸려 자신을
프랑수아 를로르
(Lelord, Francois. 1953~ ) 찾아오는 사람들이 어떤 치료를 해도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없으며, 자신 역시 행복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는 진료실 문을 닫고, 행복이 무엇인지 알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긴 여행을 마
프랑스 출신의 정신과 의사
이자 작가. 건축과 회화, 문학
무리하면서 여행 초반에 만났던 노승과 재회하여 자신이 찾은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5

등 다방면에 관심이 있는 그
는 현대인의 정신 질환을 치
유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 “당신은 마음공부를 열심히 잘하셨소.”
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저서
로 『감정의 힘』, 『정신과 의사 노승이 말했다. 책상에 앉아 노승은 꾸뻬가 내민, 행복에 대한 배움의 목
의 콩트』 등이 있다.
록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작은 안경을 쓰고 있었고, 꾸뻬의 기억 속에서보다

더 작고 나이 들어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꾸뻬는 마지

막 배움을 적은 이후로 목록을 다시 깨끗이 베껴 적었다. 고매하고 친절한 노 10

승에게 얼룩투성이인 초고를 내밀 수는 없는 일이었다. 창밖으로 중국의 아

름다운 산들이 내다보이고, 가끔씩 구름 그늘에 모든 것이 어두워졌다가 태

양 아래 다시 빛나기도 했다. 이런 산들을 날마다 보면 지혜로워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배움 행복의 첫 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15

‘ ’ 배움 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


배움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배움 많은 사람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배움 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는 것이다.
배움 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20

배움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배움 불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다.
배움 행복은 자기 가족에게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음을 아는 것이다.
배움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고매(高邁)하고 인격이나
1. 나를 기르는 독서

품성, 학식, 재질 따위가 높 ⋮


고 빼어나고.

24
노승이 어찌나 집중해서 꼼꼼히 목록을 읽는지, 이상하다는 인상마저 들

정도였다. 왜냐하면 이 노승은 삶에서 꾸뻬보다 훨씬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

이다. 그리고 늙어서는 대부분 시간을 명상을 하며 보냈을 것이다. 그런 그가 ‘꾸뻬’는 자신의 배움 목
록을 읽는 ‘노승’의 모습에서
한 정신과 의사의 행복에 관한 작은 배움을 읽는 데 깊은 관심을 쏟고 있는 무엇을 깨달았는가?

5 것이다. 꾸뻬는 환자들에게서 온 편지를 읽을 때나 좋아하는 누군가가 보내

온 편지를 읽을 때, 그만큼 깊은 주의를 기울일 수 있었는가 자문했다. 이것

역시 또 하나의 배움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이라!’

마침내 노승이 읽기를 마쳤다. 그는 꾸뻬에게 그것이 목록의 원본인가를


10 물었다. 원본이 적힌 수첩도 보고 싶었던 것이다. 꾸뻬는 주저하며 말했다.

“스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정말로…….”

그러나 노승은 웃으며 계속해서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래서 꾸뻬는 할 수

없이 수첩을 내놓았다. 노승은 다시 깊은 관심을 보이며 수첩에 적힌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가끔 미소를 지었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 미소는 비웃는


15 것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진정으로 만족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

는 미소였다. 꾸뻬가 보기에 노승은 행복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사물을

보는 좋은 방식을 갖고 있었다.

다시금 노승은 읽기를 마쳤고, 또다시 수첩의 목록을 살펴본 뒤 말했다.

“당신은 정말로 마음공부를 훌륭히 해냈어요. 이 모든 배움은 훌륭해요.


20 덧붙일 게 아무것도 없군요.”

꾸뻬는 기뻤지만 동시에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다. 노승이 새로운 정보나

가르침, 아니면 행복에 대한 훌륭한 이론을 줄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노승은 미소를 지은 채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덧붙여 말했다.

“날씨가 참 좋습니다. 한 바퀴 걷고 옵시다.”


25 바깥 풍경은 실로 경이로웠다. 산과 바다와 하늘이 동시에 보였다. 장엄한

초록으로 눈부신 날이었다. 그 풍경 속에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멎

고 충만감이 느껴지는 절대적인 힘이 깃들어 있었다. 꾸뻬는 높은 경지의 노


⑵ 주제 통합적 읽기

■자문(自問)했다 자신에게
승과 단둘이 있다는 것에 조금 주눅이 들었고,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알 스스로 물었다.

25
수 없었다. 하지만 노승이 지금 원하는 건 꾸뻬와 어떤 지적인 대화를 하는
늘이
오늘 하 쁘다.
참예 것이 아니라, 단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이 순간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느꼈다.

이윽고 노승이 말했다.

“진정한 지혜는 이 풍경 속에서 한순간에 발견할 수도 있고, 아니면 언제 5

까지나 깊이 감추어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꾸뻬는 문득 깊이 감추어져 있는 그것을 자신이 지금 이 순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사원 앞에 서서 구름과 태양과 바람이 한순간 산과 어울

려 노니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꾸뻬는 이것이 지금까지의 그 어떤 것보 10

다 새로운 배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생각을 멈추고 세상의 아름다움

을 바라볼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노승’이 전하고자 한 행 역시 노승다운 가르침이었다. 노승은 침묵 속에서 꾸뻬에게 아주 먼 옛날
복의 의미는 무엇일까?
부터 있어 온 하나의 진리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것은 행복에 대한 욕망이나

추구마저 잊어버리고 지금 이 순간과 하나가 되어 존재할 때 저절로 얻어지 15

는 근원적인 행복감이었다. 이러한 행복은 자주 찾아오지 않지만, 무엇으로

도 대신할 수 없으며, 세상에서 얻는 다른 모든 행복의 기본을 이루는 것이었

다. 꾸뻬는 순간순간 터져 나오는 노승의 웃음이 바로 그 근원적인 행복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느꼈다.


- 프랑수아 를로르, 오유란 옮김, 『꾸뻬 씨의 행복 여행』
1. 나를 기르는 독서

26
다 오컴의 날로 행복을 베다
과학자들이 쓰는 용어 중에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이라는 표현 서은국(1966~ )
이 있다. 14세기 영국의 논리학자였던 오컴의 이름에서 탄생한 이 용어는 어 교수이자 심리학자. 행복,
성격, 문화에 관해 쓴 논문들
떤 현상을 설명할 때, 필요 이상의 가정과 개념들은 면도날로 베어 낼 필요가 이 여러 국제 학술지에 다수
인용되었다. 주요 저서로 『행
5 있다는 권고로 쓰인다. 사고의 절약을 추구하는 이 원리는 과학 이론의 기본
복의 기원』, 『2014년 SERI 선
지침이 된다. 최근 심리학에 등장한 진화 생물학적 견해는 인간 심리학에 대 정 CEO가 휴가에 읽을 책 15
선』이 있다.
한 날카로운 면도날 역할을 하는 한편, 인간 본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

고 있다.

인간의 욕구에 대한 대표적인 이론에는 20세기 미국의 심리학자인 매슬로


자료실
10 의 욕구 단계 이론이 있다. 인간의 다양한 욕구들은 피라미드 모양의 위계적 욕구 단계 이론
인간의 욕구는 위계적으로
단계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 이론의 전제는 아래 단계의 기본적인 하위 욕구
조직되어 있으며, 하위 단계
들이 채워져야 자아 성취와 같은 보다 고차원적인 상위 욕구에 관심이 생긴 의 욕구 충족이 상위 계층 욕
구의 발현 조건이 된다는 ‘매
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슬로의 이론에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다. 왜 사람은 슬로(Maslow)’의 이론.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지휘자가 되려 하고, 가장 빠른 직구를 던지려고 할


자아실현의 욕구
15 까? 즉, 왜 자아 성취를 하려고 할까? 이에 진화 생물학적 관점에서는 모든 존경의 욕구

애정과 공감의 욕구
것을 간명하게 설명한다. 자아 성취를 위해 생리적 욕구를 채우는 것이 아니
안전의 욕구

라, 식욕이나 성욕과 같은 인간의 본질적 욕구를 채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 생리적 욕구

에 자아 성취를 한다는 것이다.

행복도 오컴의 날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행복은 가치나 이상, 혹은 도덕


20 적 지침이 아니다. 천연의 행복은 레몬의 신맛처럼 매우 구체적인 경험이다.

그리고 쾌락적 즐거움이 그 중심에 있다. 쾌락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지만, 이

것을 뒷전에 두고 행복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이냐, 행복한 삶을 살 것이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다

만 강조하고 싶은 점은 첫째, 이 둘은 같지 않다는 것이고, 둘째, 어디에 무게


■권고(勸告) 어떤 일을 하도
25 를 두느냐에 따라 삶의 선택과 관심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무엇이 가치 있는 록 권함. 또는 그런 말.

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잣대가 필요하고, 많은 경우 그 잣대의 역할을 하게 ■어불성설(語不成說) 말이


⑵ 주제 통합적 읽기

조금도 사리에 맞지 아니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평가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지보다 함.

27
우선시되는 것은 내 선택을 남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인 것이다. 이러한 관

점에서 보면, 내가 지금 좋고 즐거운 것보다 남들 눈에 사려 깊고 힘 있는 사

람으로 인정받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하지만 이런 사고는 쾌락적 즐거움의 기회를 놓치게 한다. 미국 시카고 대

학 씨이 교수의 유명한 초콜릿 연구가 있다. 대학생들에게 2온스의 바퀴벌레 5

모양의 초콜릿과 0.5온스의 하트 모양의 초콜릿 중 하나를 고르게 했다. 예

쁜 것을 선호하는 보편적인 심리를 고려했을 때, 먹는 즐거움은 하트 모양 초

콜릿이 더 크겠지만 68%의 학생들은 크기가 더 큰 바퀴벌레 모양 초콜릿을


‘씨이’ 교수의 초콜릿 연 선택했다. ‘일반인의 합리주의’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자신의 선택이 타인에
구에서 68%의 학생들은 왜
바퀴벌레 모양의 초콜릿을 게 정당한 선택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다. 그까짓 모양보다는 객 10

선택했을까?
관적인 양의 차이를 비교해서 내리는 선택이 더 합리적으로 보일 것이라 판

단하는 것이다.

몇 해 전부터 내가 재직하는 대학에서는 심리학을 전공하려는 학생 수가

급증했다. 그러다 보니 학점이 좋은 학생부터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된 적이 있다. 그 당시 한 학생에게 심리학 전공을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 15

았다. 의외의 답이 나왔다. 심리학에 특별한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 높은 학

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심리학을 전공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자주 보는 일이다.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자신의 성적에 맞추

나는 맛있는 것을 어 의대 진학을 결정하는 학생들. 더 행복해지기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먹을 때 가장 행복해.
만, 명분에 행복을 양보하는 습성으로 인해 생긴 결과라 할 수 있다. 20

행복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다. 일상에서 쾌락에 뿌리를

둔, 기쁨과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정서들을 자주 경험한 사람이 행복하다. 행

복하기 위해 쾌락주의자가 되자는 말인가? 다소 그럴 필요가 있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야말로 본질적인 자신의 행복을 누적하는 가장 현명한 방

법임을 잊지 말자. 25

■온스(ounce) 야드파운드
- 서은국, 『행복의 기원』
법에 의한 무게의 단위. 상
용 온스는 1파운드의 16분
1. 나를 기르는 독서

의 1로 28.35그램에 해당한
다.

28
1
글에 담긴
관점 파악하기 가 어느 철학자의 행복 수업」에 담긴 행복의 관점을 파악해 보자.

(1) 행복과 물질적 만족감의 상관관계에 대한 ‘벤담’과 ‘밀’의 가치관을 이해해 보자.

‘벤담’의 가치관 ‘밀’의 가치관

물질적 만족이란 물질적 만족이란

(2) ‘밀’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과 행복의 본질을 정리해 보자.

•자신의 존재에 긍지를 가질 때 행복해진다.


행복의
조건

•행복이란 인간의 타고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행복의
본질

자신만의 관점 세우기
2 나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에 담긴 행복의 가치관을 파악해 보자.

(1) ‘꾸뻬’가 적은 행복의 배움 목록을 바탕으로, ‘꾸뻬’가 깨닫게 된 행복은 어떠한 것인지
파악해 보자.

(2) ‘꾸뻬’가 수첩에 행복에 대한 ‘배움 11’을 쓴다고 할 때, 무엇을 쓸지 생각해 보고 그 이


유도 말해 보자.
⑵ 주제 통합적 읽기

29
도움말 (3)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 행복 목록을 만들어 보자.
평소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
끼는 상황이나 주변 사람들의
태도에서 행복에 대한 깨달음
을 얻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자신만의 행복 목록을 만들어
본다.

3
글쓴이의 의도
파악하기 다 「오컴의 날로 행복을 베다」에 담긴 행복의 개념을 파악해 보자.

(1) 글쓴이가 말하는 행복의 특성에 해당하는 것에 표시해 보자.

(2) 다음은 이 글의 일부이다. 자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생각해 보자.

•예쁜 것을 선호하는 보편적인 심리를 고려했을 때, 먹는 즐거움은 하트 모양


초콜릿이 더 크겠지만 68%의 학생들은 크기가 더 큰 바퀴벌레 모양 초콜릿을
선택했다.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자신의 성적에 맞추어 의대 진학을 결정하는 학생
들. 더 행복해지기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명분에 행복을 양보하는 습성
1. 나를 기르는 독서

으로 인해 생긴 결과라 할 수 있다.

30
주제 통합적 독서와
교류적 독서 실천하기 /
의사소통 역량 기르기
4 가 ~ 다 의 주제 통합적 독서 활동을 바탕으로 행복의 의미에 대해 친구들과 토
의해 보자.

(1) 가 ~ 다 에서 ‘행복’이라는 동일한 화제가 어떻게 다루어졌는지 정리해 보자.


도움말
주제 통합적 독서란 하나의 가 나 다
화제에 대해 여러 관점과 형
식의 글을 단순히 비교 ・대조
글의 영역 철학 분야
하면서 읽는 것이 아니라, 글
을 비판적이고 종합적으로 읽
어 자신만의 관점이나 주제로 글의 갈래 주장하는 글
재구성하는 독서를 말한다.

행복은 먼 미래의 목표
행복을 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바라보는 관점 에도 존재하는 대상이
다.

(2) 가 ~ 다 중에서 자신의 관점과 유사한 것을 골라 이유를 밝히고, 유사한 관점이 없다


면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지 친구들과 토의해 보자.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행복의 의미와 행복을 추구하는
다양한 방식을 공유해 볼 수
있었어.

(3) (2)의 활동을 바탕으로 다음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자.

⑵ 주제 통합적 읽기

31
자신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진로를 선택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입니다. 진로를 결정할 때, 잘
하거나 좋아하는 것이 없으면 막막하게 느껴질 거
예요. 하지만 진로는 다른 사람이 대신 정해 줄 수
없어요. 시간이 걸리고 힘들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특성이나 재능을 찾아내야 해요.
우선,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
‘나는 어떤 특성이 있는가?’ 등을 생각해 보아야 해
요. 하지만 결코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나는
이것을 할 때 제일 신이 났었지.’, ‘예전에 이것을
1. 나를 기르는 독서

잘해서 칭찬받은 적이 있었어.’ 이런 사소한 기억들


을 떠올리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니까요.

32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취미 등으로 즐길
것인지에 대해서는 선택을 해야 해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직업으로 연
결할 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취미 생활로 즐길 수도 있기 때문이지
요. 적성도 마찬가지예요. 잘하는 일과 관련된 직업을 선택한다면 그 직
업에 필요한 것들을 쉽게 배우게 되겠지만, 만약 그 일을 좋아하지 않는
다면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행복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요. 그럴 때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에 맞는 각 직업의 장점과 단점을 정리해 보는
방법도 있어요. 정리하다 보면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 결정
을 내릴 수 있을 거예요.

꿈이 없다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여유를 가지고 자


신이 특별히 흥미를 느낄 만한 직업이 있을지 마음을 열고 찾아보면 돼
요. 하지만 특별한 흥미를 키우려면 특별한 노력을 해야 해요. 자신의
‘꿈’을 찾으려면 ‘작은 관심’이 필요하죠. 작은 관심은 하나의 씨앗과도
같아요. 물과 거름을 주고, 햇볕도 충분히 쬐어 주어야 잘 자라게 되죠.
조금이라도 관심이 가는 일이 있다면 그 직업을 갖기 위해서 어떤 준비
를 해야 하는지, 현재 자신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등을 잘 알아보세
요. 그러다 보면 자신이 진짜 원하는 일인지 또는 할 수 있는 일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그것은 당연한 일이에요. 청소년기는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갖게


되는 시기이므로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에 새삼스럽게 흥미가 생
기기도 하고, 즐겁게 했던 일이 갑자기 재미없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꿈
이 자주 바뀌는 경우, 여러 분야에 관심을 두고 경험을 넓힌다는 측면에
서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는 것이죠. 여러 분야에서 진로에 관한 정보를
독서로 여는 진로

찾다 보면 어떤 직업이 적성에 맞을지 알게 될 거예요.

33
배운 내용 정리하기
제재 핵심 활동 내용
이 글은 글쓴이가 유학 시절 읽은 한 권의 책이
자신의 삶의 가치관과 태도에 큰 변화를 불러일
•독서의 목적과 글의 가치 이해하기
(1)
으킨 경험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독서가 삶에 •독서 계획 수립하기
책의 선택과
미치는 영향력을 이해하고, 독서의 목적과 가치 •자기 성찰・계발 역량 기르기
자발적 읽기
를 이해할 수 있다. •독서 활동 실천하기

•글에 담긴 관점 파악하기
가, 나, 다 세 글은 ‘ 행복 ’이라는 동일한 화제
•자신만의 관점 세우기
(2) 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과 형식을 보여 주고 있
•글쓴이의 의도 파악하기
주제 통합적 다. 이를 통해 행복의 개념과 행복의 요소를 다양
•주제 통합적 독서와 교류적 독서
읽기 한 관점에서 해석해 보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의
실천하기
미를 재구성해 볼 수 있다.
•의사소통 역량 기르기

배운 내용 점검하기

점검 내용 평가

독서의 목적이나 글의 가치 등을 고려하여 좋은 글을 선택하여 읽을


수 있다.

장기적인 독서 계획을 세워 자발적으로 독서를 실천하고 건전한 독


서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
학습 목표
동일한 화제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이나 형식의 글을 주제 통합적으
로 읽을 수 있다.

의미 있는 독서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타인과 교류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과 세계관을 이해하는 태도를 지닐 수 있다.

독서를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를 끊임없이 반성하고 탐색하며 변화


하는 사회에서 필요한 재능과 자질을 계발하고 관리할 수 있다.

역량 음성 언어, 문자 언어, 기호와 매체 등을 활용하여 생각과 느낌, 경험


을 표현하거나 이해하면서 의미를 구성하고 자아와 타인, 세계의 관계
를 점검・조정할 수 있다.
1. 나를 기르는 독서

나는 이 단원의 독서 활동을 통해 을/를 알게 되었고,


앞으로 을/를 더 알아볼 것이다.

34

독서 계획 세우기

자신의 가치관이나 흥미, 관심사와 진로를 생각해 보고, 읽을 책의 영역을 생각해 보자.

자신의 가치관이나 흥미, 관심사:

자신이 원하는 진로:

평,
읽을 책의 영역: 인문( ) 사회( ) 과학( ) 예술( ) 기타( ) 인터넷의 서
신문이나 의 신간 안내

텔레비 프로그램 등을
독서 목적과 글의 영역을 고려하여, 학교 도서관이나 공공 도서관 및 또는 독서 도 좋아.
서점 등을 방문하거나 인터넷 자료를 활용하여 읽을 책을 선정해 보자.
참고해

책의 머리말, 차례 등을 훑어보고, 아래의 독서 계획표를 채우며 한 학기의 독서 계획을 세워 보자.

도서명: 저자:

회차 예상 독서 일시 예상 독서 분량 읽을 내용 실천 점검 및 수정 사항

7
단원의 마무리

35
소통하는
독서
(1) 사실적 읽기
미세 먼지의 실체

(2) 추론적 읽기
이제야 참 조선인이 되었다
자기 성찰・ 문화 향유 의사소통 비판적・창의적 자료・정보
자료・정보활 공동체・대인
계발 사고 활용
용 관계
어떤 일을 하다가 실수했을 때 듣는 “잘했다, 잘했어!”라는 말과 어떤 일을
잘 해냈을 때 듣는 “잘했다, 잘했어!”라는 말의 의미는 다르다. 글을 읽을 때
에도 마찬가지이다. 글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난
정보는 물론이고, 글 속에 숨겨진 의미까지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 단원에서는 글에 드러난 정보를 바탕으로 글의 중심 내용, 주제, 글의
구조와 전개 방식 등 사실적인 내용을 파악하며 읽는 방법을 익힐 것이다. 나
아가 글쓴이의 의도나 글의 목적, 숨겨진 주제까지 추론하며 읽는 방법 역시
알아볼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독서 활동을 하면서 필요한 자료나 정보를 수집・분석・평가
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매체에 담긴 문자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며 자
신과 타인, 세계의 관계를 점검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글에 드러난 정보를 바탕으로


사실적 읽기를 실천하면서 자료・정보 활용 역량을
키우고, 글에 숨겨진 의도, 주제 등을 파악하는
추론적 읽기를 실천하면서 의사소통 역량을
길러 볼 거야.
2. 소통하는 독서

38
배울 내용 미리 보기

사실적 읽기 추론적 읽기
미세 먼지의 실체 이제야 참 조선인이 되었다

글의 중심 내용과 구조 파악 중심 내용 및 글쓴이의 심리 파악
글의 전개 방식 파악 글을 쓴 의도나 목적, 숨겨진 주제 추론
글의 내용 종합 및 재구성 생략된 내용 추론

소통하는 독서

독서로 여는 인성
실패를 축하한다

배울 내용 생각하기
이 단원에서 알고 싶은 내용을 자유롭게 질문해 보자.

‘ ’
단원의 길잡이

39
학습목표

•글에 드러난 정보를 바탕으로 중심 내용과 주제를 파악하며


읽는다.

사실적 •글의 구조와 전개 방식 등 사실적 내용을 파악하며 읽는다.

읽기
다음 그림을 보고, 한옥의 구조와 사실적 읽기의 의미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한옥은 기단, 주춧돌, 기둥,
문, 서까래, 지붕 등으로 이루어져
서까래
있는데, 각각을 살펴보면 전체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지붕

처마

기둥

문 기단
주춧돌

사실적 읽기란 글을 읽을 때 독자는 고도의 복합적인 사고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가장 기본이

무엇일까? 되는 것은 글에 명시적으로 드러난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처럼 글을 읽으며 중심


내용, 주제, 글의 구조와 전개 방식 등 글에 드러난 정보를 종합하여 글의 표면적 의미
를 파악하는 것을 사실적 읽기라고 한다. 사실적 읽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단어, 문
장, 문단 등 글의 구성 요소 사이의 의미 관계에 유의하여 글에 나타난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내용의 중요도를 평정하며 중심 내용과 세부 내용을 구분하고, 선정한 내용
을 종합하여 어법에 맞고 자연스럽게 독자 자신의 말로 재구성함으로써 글의 주제를 파
2. 소통하는 독서

악해야 한다.

40
미세 먼지의 실체
미세 먼지는
정말 작구나!

이 글은 미세 먼지의 종류와 생성 원리, 기상 조건과 미세 먼지의


상관관계 등을 설명하고 있다. 글에 드러난 정보를 바탕으로
중심 내용, 주제, 글의 구조와 전개 방식 등을 파악하며 읽어 보자.

5 언제부터인가 미세 먼지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조그만 액체 혹은 고체 알갱이를 일컫는 미세 먼지. 우리는 언

제부터 미세 먼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을까요? 미세 먼지 관련 뉴스가 보 박록진(1971~ )


도된 횟수를 살펴보면 사람들의 관심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짐작할 수 있습 과학자이자 교수. 영국의
대기 화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니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20,000건이 채 안 되던 미세 먼지 관련 보도 주창한 ‘가이아 이론’에 영향
10 횟수가 지난 몇 년간 급격히 증가합니다. 특히 2014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 을 받아 지구를 연구하고 있
다. 주요 저서로 『지구인도 모
로 늘어나는데, 2014년에는 40,000건 이상, 르는 지구』 등이 있다.
(㎍/m3)
100 PM-10 (㎍/m )
국립농도
3
2016년에는 60,000건 이상 보도가 되었죠. 출처: 환경 과학원(2015)
80
실제로 우리나라의 미세 먼지 농도가 증가했
60
기 때문에 미세 먼지 관련 보도가 늘고 대중의
40
15 관심이 높아진 것일까요? 미세 먼지 PM-10 농
20
도의 변화를 살펴보면, 지난 20년간 서울의 미
0
95 97 99 01 03 05 07 09 11 13 15 (연도)
⑴ 사실적 읽기

세 먼지 농도는 큰 틀에서 계속 감소하고 있습 미세 먼지 PM-10 농도의 연도별 변화

41
니다. 환경부가 미세 먼지 농도를 줄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기 때문에 미

세 먼지의 직접 배출량이 점점 낮아진 것입니다.


미세 먼지와 초미세 먼지 미세 먼지는 크게 PM-10과 PM-2.5로 나눌 수 있습니다. PM-10은 입자
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지름이 약 10㎛ 이하인 먼지를 말합니다. 사람의 머리카락 단면 지름이

80~100㎛이니 그보다 10배 정도 작은 것입니다. PM-2.5는 입자 크기가 5

2.5㎛ 이하인 초미세 먼지로, 최근에 미세 먼지보다 인체에 훨씬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m3)
있습니다. 서울에서 30

25
관측된 초미세 먼지 20

의 10년간 농도 변화 15 10

10
를 보면, 농도가 조 5

금씩 감소하고 있지 0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연도)
만 미세 먼지보다는
미세 먼지 PM-2.5 농도의 연도별 변화
감소 폭이 조금 덜합 출처: 서울특별시 대기 환경 정보(2015)

니다. 15

그렇다면, PM-10에 해당하는 미세 먼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


■마이크로미터(micrometer) 먼지가 있습니다. 봄철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오는 황사가 가장 대표적이죠.
미터법에 의한 길이의 단
위. 1마이크로미터는 1미터 다음으로 해염 입자가 있는데, 바다에서 파도가 칠 때 물거품이 공기 중에 부
의 100만분의 1이다. 1967
년 국제 도량형 총회에서
서져 조그만 알갱이로 남는 걸 말합니다. 꽃가루도 일종의 미세 먼지입니다.
폐지된 ‘미크론’ 대신에 사 이 세 종류의 미세 먼지는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자연 미세 먼지’입니다. 이 20
용한다. 기호는 ㎛.
■해염(海鹽) 바닷물로 만든 렇게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미세 먼지들은 모두 크기가 크기 때문에 대부분
소금.
■황산 암모늄(黃酸 ammo - 초미세 먼지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nium) 암모늄 이온의 황산
미세 먼지 중에서도 크기가 작은 미세 먼지의 예로는 버스나 트럭의 배기
염. 황산과 암모니아를 반
응시켜 만든 흰 결정으로, 가스에서 나오는 검댕이 대표적입니다. 이 까만 미세 먼지는 크기가 엄청 작
물에 잘 녹으며, 질소 비료
로 쓰인다. 은 초미세 먼지입니다. 요즘에는 자동차의 배기구에 여과 장치를 달아서 이 25

■유기물(有機物) 유기 화합
전보다 배기가스의 양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죠. 검댕 외에도 대기 중에 쌓여
물. 탄소의 산화물이나 금
속의 탄산염 따위를 제외한 있다가 산성비를 내리게 하는 황산과 황산 암모늄이나 해양 유기물 등은 각
2. 소통하는 독서

모든 탄소 화합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기 화학종이 다른 초미세 먼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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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미세 먼지는 땅이나 바다에 있다가 바람이 불면 대기로 올라갑니다. 자료실
비산(飛散) 먼지
자동차가 길거리를 지나갈 때 흙먼지가 일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
일정한 배출구 없이 대기
는데, 이 흙먼지를 ‘비산 먼지’라고 합니다. 이것도 미세 먼지 농도를 높이는 중에 직접 배출되는 먼지. 비
산 분진, 날림 먼지라고도 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죠. 황사도 이와 같은 원리로 발생합니다. 흙이 많은 며, 주로 건설업, 시멘트 ・석
탄・토사・골재 공장 등에서 발
5 동아시아의 아주 건조한 땅에 강한 바람이 불면 흙먼지가 하늘로 떠오르고 생한다.

그것이 우리나라까지 날아오는 게 바로 황사이죠.

초미세 먼지의 생성 원리는 조금 다릅니다. 더운 여름날 냉장고에 있던 음 초미세 먼지가 생성되는


원리는 무엇인가?
료를 꺼내면 표면에 물방울이 생기죠? 그리고 추운 날 아침에는 밖에 안개가

끼고요. 이는 공기 중의 수증기가 서로 달라붙는 응결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


10 입니다. 초미세 먼지도 이와 같은 응결 현상에 의해 생성됩니다. 단, 물방울은

수증기가 재료라 인체에 무해하지만 초미세 먼지의 재료는 그렇지 않습니다.

초미세 먼지를 생성하는 대표적인 물질은 이산화 황, 질소 화합물, 암모니

아, 유기 기체 이렇게 네 가지입니다. 이 물질들은 어떻게 초미세 먼지를 생

성해 낼까요?
15 우선 이산화 황은 화력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 때 발생합니다. 이 이산화

황 여러 개가 서로 달라붙으면 ‘황산’이나 ‘황산염’이라는 초미세 먼지가 생

깁니다. 기체에서 생성된 미세 먼지라 크기가 훨씬 작죠. 자동차에서 배출되

는 질소 화합물은 대기 중에서 서로 달라붙어 ‘질산염’이라는 초미세 먼지를

만들어 냅니다. 소나 돼지, 인간에게서 나오는 암모니아에서 만들어지는 초


20 미세 먼지 ‘암모늄’도 있습니다. 화학적 용매를 쓸 때나 나무에서 자연적으로 ■이산화 황(二酸化 黃) 황
이나 황 화합물을 태울 때
발생하는 유기 기체도 대기 중에서 산화 과정을 통해 서로 달라붙으면 ‘유기 생기는 독성이 있는 무색의
기체로, 자극적인 냄새가
탄소’라는 초미세 먼지를 만들어 냅니다. 나며, 산성비의 원인이 되
는 공해 물질이다.
그렇다면 초미세 먼지나 미세 먼지로 대변되는 우리나라의 대기 오염 지수
■암모니아(ammonia) 질소
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우리나라는 사계절 내내 초미세 먼지 농도가 20㎍/ 와 수소의 화합물. 자극적
인 냄새가 나는 무색의 기
25 ㎥보다 높습니다. 1㎥당 들어 있는 초미세 먼지 농도가 20㎍보다 높다는 뜻 체로 물에 잘 녹고 액화하
기 쉽다.
입니다. 참고로 세계 보건 기구(WHO)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초미
■마이크로그램(microgram)
세 먼지 농도의 기준으로 10㎍/㎥를 권장합니다. 우리나라의 초미세 먼지 농 작은 질량의 단위. 1마이크
로그램은 100만분의 1그램
⑴ 사실적 읽기

도는 아직은 세계 보건 기구의 권장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하지 이다. 기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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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우리나라의 미세 먼지 농도는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습니다.

정부가 미세 먼지를 줄이기 위해 수조 원을 들여 환경 정책을 폈기 때문이죠.

문제는 미세 먼지 농도가 2012년에 최저점을 찍은 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는 점입니다.
미세 먼지 농도에 영향을 왜 미세 먼지 농도가 다시 증가하고 있을까요? 기상 조건과 미세 먼지 농 5

미치는 기상 조건은 무엇인


가? 도의 상관관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풍속이 빠르면 오염 물질이 대기에 잘

섞입니다. 굴뚝에서 같은 양의 이산화 황이 나오더라도 바람이 세게 불면 주

변 공기와 잘 섞이기 때문에 미세 먼지나 대기 오염 물질의 농도는 낮아집니

다. 우리나라의 미세 먼지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과거 20년간 미세 먼지 농

도의 평균을 낸 다음, 매년 미세 먼지 농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계산해 봤습 10

니다. 20년 동안의 평균을 0으로 삼고 0보다 위에 있으면 ‘미세 먼지의 농도

가 높았다.’, ‘대기 오염이 심했다.’라고 판단할 수 있죠. 계산 결과를 보니,

2012년에 제일 낮았고 이후 조금씩 증가했습니다. 똑같은 연구를 풍속에도

적용해 봤습니다. 20년간 풍속의 평균을 내고 매년 편차를 비교해 보니,

2012년에 바람이 가장 세게 불었고 이후에 풍속이 줄어들었습니다. 다시 말 15

해 우리가 같은 양의 오염 물질을 배출하더라도 대기와 덜 섞이는 기상 조건


■편차(偏差) 수치, 위치, 방
향 따위가 일정한 기준에서
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풍속의 저하가 미세 먼지 농도의 증가를 많은 부분
벗어난 정도나 크기.
설명해 주고 있는 거죠.
■고기압(高氣壓) 대기 중에
서 높이가 같은 주위보다 기압도 미세 먼지 농도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대부분 고기압
기압이 높은 영역.
일 때 미세 먼지의 농도가 높게 나타납니다. 2013년 1월 베이징의 미세 먼지 20

농도가 1,000㎍/㎥까지 올라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세 먼지 농도가


▼ 도시의 황사

100㎍/㎥만 되어도 마

수가 스크 착용을 권장하며,
숨을 쉴 !
없어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

는 안내문이 나갑니다. 25

이때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가 고기압의
2. 소통하는 독서

영향권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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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우리나라가 고기압의 영향권일 때에는 북쪽에서 오는 바람이 상대

적으로 적습니다. 그러면 공기가 주변과 잘 섞이지 않는 정체 현상이 심해지

면서 미세 먼지 농도가 올라갑니다. 반면 저기압이 영향을 미치는 때에는 상

대적으로 공기의 흐름이 빠르고, 강수 현상 등이 동반되기 때문에 미세 먼지


5 가 쌓일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지 않는 것입니다.

지구 온난화 또한 미세 먼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여름철에 날씨

가 더워지면 사람들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땀을 흘리는 것처럼,

나무도 온도가 높아지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유기 기체를 뿜어냅니다. 지

구의 온도가 올라가는 만큼 나무에서 유기 기체가 많이 나오겠죠. 그러면 유 자료실


피나투보 화산 폭발
10 기 기체가 재료로 쓰여 유기 탄소라는 에어로졸이 많이 만들어집니다.
화산 폭발 지수 6의 거대한
거꾸로 미세 먼지가 기후에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1991년 필리핀의 피 폭발로, 약 10만㎢의 농지가
사라지고, 4만 채의 집이 무너
나투보산에서 일어난 화산 폭발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화산이 폭발하자 거 졌으며, 6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기서 나온 화산재와 가스들이 성층권까지 올라가 대략 5년 동안 머물러 있었
피나투보 화산 폭발로 100
습니다. 많은 양의 미세 먼지가 성층권에 올라간 결과, 태양 복사 에너지가 억 톤의 마그마가 분출됐으
며, 화산재는 지상에서 40㎞
15 많이 반사됐어요. 실제로 관측을 해 보니 화산 폭발 이후에 대기 온도가 떨어 높이까지 퍼져 올랐다. 또한
분출한 화산재는 8,500㎞ 떨
졌습니다. 원래 온도로 회복되는 데 5년이나 걸렸죠. 여러 기후 변화 모델에 어진 아프리카 동부 해안까지
영향을 끼쳤다. 이 중 분출된
미세 먼지를 넣고 모의실험을 해 보니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세 먼지
이산화 황의 양은 1,500만
는 직접 햇빛을 반사하거나 구름에 영향을 끼쳐서 기후에 중요한 역할을 한 ~2,000만 톤에 이르렀다.

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 피나투보 화산 폭발

■에어로졸(aerosol) 기체,
보통 공기 중에 미세한 입
자가 혼합되어 있는 것.
■성층권(成層圈) 대류권과
중간권 사이에 있는 대기
층. 질소가 대부분이며, 온
도나 기압의 변화가 없고
습도가 낮으며, 바람과 구
름도 거의 없다. 높이는
11~50㎞이며, 기온은 영하
50℃ 정도이다.
■복사 에너지(輻射 energy)
물체에서 방출되는 전자기
⑴ 사실적 읽기

파의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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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을 쏘아 올려서 과학자들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지구의 대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시시각
수집할 수 있는 정보에는 어
떤 것들이 있는가? 각 측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항공 우주국(NASA)에서 쏘아 올린 5개의 인공

위성이 시차를 두고 같은 궤도를 따라 이동합니다. 이 인공위성들은 대기를

구성하는 화학 물질, 오염 물질, 미세 먼지, 온도, 기압 등을 측정합니다. 우


자료실
리나라도 미세 먼지를 포함한 여러 대기 오염 물질을 측정하고, 대기의 흐름 5
미국 항공 우주국(NASA)
1958년에 미국의 우주 개발 을 분석하는 위성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술이
계획을 추진하기 위하여 설립
된 정부 기관. 장비를 개발하 점점 더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위성을 이용하여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는 항공 우주 기술부, 우주와
태양계, 지구의 기원 ・진화 ・
나아가 세계에서 일어나는 지구 환경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을 것
구조를 연구하는 우주 과학 입니다. 그러면 미세 먼지를 포함한 지구의 대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좀 더
및 응용부, 우주 수송과 우주
왕복선을 관리하는 우주 비행 면밀하게 관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10

부, 자료 수집과 추적을 담당
- 박록진 외, 『지구인도 모르는 지구』
하는 우주 추적 및 자료부, 우
주 정거장의 건설과 관리를
담당하는 우주 정거장부의 5
개 부서가 있다.


2. 소통하는 독서

46
글의 중심 내용과
구조 파악하기 1 이 글을 읽고, 다음 물음에 답해 보자.

(1) 각 문단에서 중심 내용과 세부 내용을 구분하고, 중심 내용에 해당하는 부분에 밑줄을


쳐 보자.

하나의 문단은 몇 개의 문장이 모여 이루어져. 그중에는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중심 내용이 있고, 중심 내용을
뒷받침하는 세부 내용이 있지. 중심 내용을 찾기 어렵다면
중요하지 않은 문장부터 지워 나가는 방법을 이용할 수도 있어.

도움말 (2) 글의 구조를 고려하여 글의 중심 내용을 정리해 보자.


설명하는 글의 일반적인 구조
처음
•독자의 흥미 유발 중간 1
•설명 대상 제시
처음
•글의 목적과 방향
제시
크기에 따른 미세 먼지의 구분과
그에 따른 종류
대상에 대한 구체
중간 적인 사실이나 정보
제시
중간 2
•글의 내용 정리 및
요약 중간

•독자에게 전하는
당부 및 과제 제시

중간 3

우리나라의 대기 오염 실태

중간 4

기압
⑴ 사실적 읽기

47
글의 전개 방식
파악하기 2 다음 표에 제시된 내용 전개 방식이 나타난 부분을 찾아 써 보자.

구분 미세 먼지를 입자의 크기에 따라 미세 먼지와 초미세 먼지로 나눔.

비교・대조

열거

인과

미세 먼지가 기후에 영향을 끼친 사례로 1991년 필리핀의 피나투보산에서


예시
일어난 화산 폭발을 예로 듦.

글의 내용 종합 및
재구성하기 3 1과 2의 활동을 바탕으로 이 글의 내용을 200자 내외로 요약해 보자.

도움말
글의 내용을 요약할 때에는
각 문단의 중심 문장을 토대
로 내용을 간추리고, 자신의
말로 바꾸어 어법에 맞는 문
장으로 표현한다.
2. 소통하는 독서

48
4
자료・정보 활용
역량 기르기 다음 글을 읽고, 모둠별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토의해 보자.

태양에서 방출된 에너지는 지구에 도달한 후 다시 우주로 방출된다. 이때, 대


기권의 온실가스층을 통과하여 우주로 방출되는 양이 지구로 들어오는 양과 평
형을 이루면 지구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대기권의 온실가스층이 지구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현재 지구의 평균 기온은 약 14℃인데, 만약 지구에 대기가 없다면 평균 기온
은 -19℃ 정도로 떨어져서 사람이 살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처럼 온실가스는 지
구의 온도가 유지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적정 수준을 넘으면 문제가
된다. 온실가스층이 두꺼워지면 지구에서 방출되는 에너지양이 감소함으로써 지
구의 평균 기온이 오르기 때문이다.

자료실 온실가스 중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은 이산화 탄소이다. 화력 발전소나


메탄(methane) 각종 공장뿐만 아니라 가정용 난방과 자동차 운행 과정에서도 다량의 이산화 탄
메탄계 탄화수소 가운데 구
소가 발생한다. 메탄도 대표적인 온실가스라고 알려져 있다. 메탄은 화석 연료를
조가 가장 간단한 물질. 무색
무취의 가연성 기체로 물에 사용하거나 산불이 났을 때 발생하기도 하지만, 유기 물질이 습지와 같은 습한
녹지 않으며 공기 속에서 불 환경에서 분해되면서도 많이 발생한다.
을 붙이면 파란 불꽃을 내면
한편, 오존층 파괴를 유발하는 프레온 가스도 온실가스의 역할을 한다. 프레온
서 탄다. 천연적으로는 늪이
나 습지의 흙 속에서 유기물 가스는 냉장고나 에어컨 등의 냉매로 사용되기도 하고, 에탄올, 가솔린 등의 물
의 부패와 발효에 의하여 생 질을 용해하는 데 쓰이며, 스프레이나 분무제를 만들 때도 사용된다. 프레온 가
기며, 공업적으로는 일산화
탄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얻는
스는 공기 중에 나온 후에는 분해가 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대체하는
다. 물질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역시 온실가스의 성격이 커서 대안이 될 수 없는 실정
이다.
- 전국 지리 교사 연합회, 『살아 있는 지리 교과서 1』

개인적 차원의 실천 방안 사회적 차원의 실천 방안

• •

• •

• •
⑴ 사실적 읽기

49
학습목표

•글에 드러나지 않은 정보를 예측하며 읽는다.


•글쓴이의 의도나 글의 목적, 숨겨진 주제, 생략된 내용을 추론

추론적 하며 글을 읽는다.

읽기
다음은 “노동이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표어가 걸린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구의
사진이다. 독일군의 의도나 목적 등을 고려하여 표어의 의미를 추론해 보자.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이 유대인들을 강제로
수용했던 곳이야. 독일인들은 어떤
의도로 저 표어를 만들었을까?

추론적 읽기란 글쓴이가 글에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일까? 글쓴이는 독자가 이미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정보들을 생략하거나 함축하여 표현


하기도 하고, 자신이 글을 쓴 목적을 의도적으로 숨기기도 한다. 추론적 읽기란 글에 드
러나지 않은 정보를 예측하여 글쓴이의 의도나 글의 목적, 숨겨진 주제나 생략된 내용
을 파악하며 읽는 것이다. 추론적 읽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단어나 문장, 문맥 등에서 단
서를 찾고, 독자의 배경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숨겨진 내용을 찾아야 한다. 또한 글이
쓰인 배경과 목적, 상황 등을 고려하여 글의 숨겨진 주제나 목적, 글쓴이의 의도를 추론
2. 소통하는 독서

해야 한다.

50
이제야 참 조선인이 되었다

이 글은 ‘이봉창’ 의사가 자신이 독립운동에 뛰어들게 된 과정을


밝히기 위해 쓴 옥중 수기이다. 이 글에 드러나지 않은 정보를 예측하고,
글쓴이의 의도나 글의 목적, 숨겨진 주제, 생략된 내용 등을 추론하며 읽어 보자.

5 동아일보 1994년 12월 15일

이봉창 의사 옥중 수기 발견 이봉창(1901~1932)
의거 동기, 항일 생애 62년 만에 햇빛 독립운동가. 1932년 1월 8
일 도쿄 사쿠라다몬에서 일왕

항일 독립투사 이봉창 의사가 1932년 1월 8일 도쿄에서 히로히토 일왕 히로히토에게 수류탄을 던졌


으나 실패하였다. 그 자리에
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으나 암살에 실패한 뒤 옥중에서 쓴 수기가 62년 만 서 검거된 후, 1932년 10월 10
일 순국하였다. 1962년 건국
10 에 일본 최고 재판소 형사 사건 서고에서 14일 발견됐다. 또 이 의사가 의
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되었다.
거 후 체포되어 재판이 끝날 때까지의 신문 및 총 5천 5백여 쪽의 재판 기
■의거(義擧) 정의를 위하여
록과 관련 일(日) 외교 문서도 처음으로 확인됐다.
개인이나 집단이 의로운 일
옥중 수기와 관련 기록은 일왕 위해와 관련된 내용이라는 이유로 일본 을 도모함.
■신문(訊問) 법원이나 기타
정부가 현재까지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한일(韓日) 근세사 국가 기관이 어떤 사건에
관하여 증인, 당사자, 피고
15 연구가 최서면 씨(국제 한국 연구원 설립자)가 최근 히타노 아키라 전 일본
인 등에게 말로 물어 조사
⑵ 추론적 읽기

법무상의 특별 주선으로 서고를 조사, 발굴했다. 하는 일.

51
‘이봉창’의 집안이 어려워진 나는 경성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는 부유하게 살았다. 그러나 철도 부지 명
까닭은 결국 일본의 수탈
때문이구나. 목으로 토지를 총독부에 수용당하게 되자, 아버지가 병석에 눕게 되었고 가

운이 기울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립 학교인 4년제 용산 문창 보통학교를 졸

업하고는 바로 직장 생활을 해야 했다.

‘ 가치 없는 세상 ’ 인식 5

일본인 상점에서 점원 노릇을 하다가 철도국 시험을 보아 용산역 전철수로

취직하게 되었다. 그때 일본 사람들은 1년에서 1년 반만 일하면 승진이 되었

다. 그에 비해 조선인은 아무리 일을 잘하고 착실하게 근무해도 그렇게 빨리

승진할 수 없었다. 조선인 전철수들은 1년에 두 번 주는 상여금에서도 차별

대우를 받았지만,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근무를 계속할 뿐이었다. 10

3년 동안 나와 같이 근무한 일본인은 벌써 계장이 되었다. 나보다 1년에서

1년 반 늦게 채용되어 나에게 일을 배운 자도 어느새 계(係) 담당 견습이 되어

나를 부리게 되었다. 그때, 나의 가치 없는 생활을 알고 세상이 우습다는 것

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일본인이고 나는 조선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죄 없이 매를 맞고 발길질을 당하더라도 말대꾸를 15

하지 않고 지내야 하며, 현실을 체념하는 것 이외에는 길이 없는 것이다. 같

은 인간인데 차별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허무하게 여겨졌다.


■경성(京城) 서울의 전 이
름. 1910년에 일본이 침략
비록 거지가 되더라도 이렇게 조선인과 일본인을 차별하는 직장은 더 이상
하면서 한성(漢城)을 고친 다닐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따로 취직자리가 있는 것이 아닌데도 사직
것이다.
■부지(敷地) 건물을 세우거 하고 말았다. 20

나 도로를 만들기 위하여


마련한 땅. ‘대지’, ‘터’로 순 1925년 11월 하순, 나는 오사카에 있는 동창생을 믿고 오사카로 갔다. 하
화.
지만 친구가 있더라도 직장은 내가 구해야 했다. 도착한 지 사흘째부터 지리
■전철수(轉轍手) 철도에서
차량을 다른 선로로 옮길 도 모르는 오사카를 뛰어다녔다. 얼마 후 소개업자를 만났다. 수수료를 주니
수 있도록 선로가 갈리는
곳에 설치한 장치인 전철기 까 소개장을 써 주길래 몇 군데를 찾아갔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2, 3일 전에
를 조작하는 일에 종사하는
채용이 끝났다거나 나이가 많다는 등 갖은 핑계를 대며 채용을 거절했다. 그 25
사람.
■견습(見習) 학업이나 실무 제야 나는 소개업자에게 사기를 당한 것을 알게 되었다.
2. 소통하는 독서

따위를 배워 익힘. 또는 그
런 일. 수습(修習). 어느 날 우메다 역 앞의 시립 직업소개소를 찾아갔더니 고베 철도 우체국

52
열차계의 모집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찾아가 물으니 호적 등본과 신원 증명

서가 있으면 채용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전보로 본국에 부탁해 서류를 떼어

오고 소개장도 얻어 담당 주임에게 제출했다. 그랬더니 담당 주임이 서류를

보고는 “히로시마보다 서쪽의 사람은 시모노세키에서 취급하게 되어 있다.


5 여기서는 채용할 수 없다.”라면서 거절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

렇게 말할 것이지.’ 하고 덤벼들고 싶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나는 일본에서 ‘ 이봉창 ’이 취


직을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
조선인이기 때문에 채용되지 않은 것이다. 같은 인간이지만 조선인은 인간 인가?

취급을 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조선인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 행세

를 하려 한 내가 잘못이다. 내가 얼마나 불쌍한 인간인지를 느꼈다.

10 이유 있었던 후한 노임

1927년 연말의 일이었다. 이치오카에서 하숙을 하고 있었는데 그 하숙집

에는 조선 사람들만 있었다. 모두 부두 노동자들이었고, 나만 한때 가스 회사

일을 하고 있다가 나중에 부두 노동자 틈에 끼었다. 부두 노동은 내가 했던

최고의 육체노동이었다. 처음 사흘간 무리하게 일을 했다가 나흘이나 병으로


15 누워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노임을 받은 것은 평생 처음이었다.

첫날은 3원 20전이었고, 둘째 날과 셋째 날에는 3원 50전을 받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무슨 일을 하든 시간이 지나면 보수가 오르는

것이 상식인데 나의 노임은 내려가는 것이었다. 하도 이상해서 주변에 물었

더니 ‘반장이 처음에는 너를 일본 사람인 줄 알고 그 임금을 주었는데, 지금은


20 조선 사람인 것을 알았기 때문에 보수가 달라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조선

인이면 부두 노동을 월등히 잘해도 하루 3원 50전은 못 받는다는 것이었다.

기가 막혔다. 이런 육체노동까지 조선인이라고 차별 대우를 받아야 한다니.

죄 없이 갇힌 유치장 ■본국(本國) 자기의 국적이


있는 나라. 여기서는 조선
1928년 일왕 즉위식이 교토에서 있었다. 나는 그때 하숙집 부근 세탁소에
을 말한다.
25 서 일하는 조선인 야마즈미, 나와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일본인 이와다와 함 ■노임(勞賃) ‘노동 임금’을
줄여 이르는 말. ‘품삯’으로
⑵ 추론적 읽기

께 일왕 즉위식을 보기 위해 교토에 가기로 했다. 순화.

53
생각해 보니 나는 불행한 인간이다. 왜냐하면 조선 사람으로 태어나 우리

이태왕 전하의 용안을 뵌 일이 없고, 한일 합방 후 신일본인이 되었다고 해도

일본 왕의 얼굴을 본 일도 없다. 또 조선 역사를 배운 일이 없고, 일본 역사도

배운 것이 없다.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그러니 나는 가치 없는 사람이다.

일왕 즉위식이 열린 날은 아침 7시부터 참석자들을 식장에 들어가게 해 주 5

었다.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세 사람 가운데 나는 마지막에 서 있었다. 나는

무기를 감추고 있던 것도 아니어서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찰이 내 주머


‘ 이봉창 ’이 유치장에 갇 니에 한문과 한글이 섞인 서울에서 온 편지가 있는 것을 보더니 자기들 본부
히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까지 잠깐 가자고 했다. 나는 별로 이상한 편지가 아니기 때문에 곧 끝날 줄

알고 따라갔다. 그랬는데 1시간 반쯤 지나 이번에는 아무 설명도 없이 경찰서 10

유치장에 집어넣는 것이었다.

유치장 안에 들어가 보니 나처럼 죄 없이 검속에 걸려 잡혀 온 사람이 34

명이나 있었다. 그날 밤으로 반은 석방되었고, 나머지도 다음 날 아침에 석방

되었다. 그런데 나만은 풀어 주지 않았다. 아, 나는 왜 이렇게 불행하게 태어

났는가? 일왕의 얼굴을 본답시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처지에 하루 일을 15

쉬면서 오사카에서 교토까지 왔는데, 마치 돈을 써 가며 교토의 유치장을 구

경하러 온 꼴이 되고 말았다.

■이태왕(李太王) 1910년 국 구속된 지 11일째 되는 날 내가 재촉을 했더니 고등계 형사가 나를 불러냈


권 피탈 때 일제가 상왕(上
王)인 고종을 이르던 말.
다. 그는 “네가 가지고 있던 편지를 읽을 수 없어 지금
■용안(龍 ) 임금의 얼굴을 까지 풀어 주지 못했는데, 네가 일본어로 읽어 줄 수 있 20
높여 이르는 말.
■신일본인(新日本人) 일본 느냐?”라고 물었다. 일본어로 읽어 주고, 고베에 고니
의 지배를 받던 조선의 국
민들이 일본인으로 동화된 시라는 형사가 있는데 그가 내 신원을 알 것이라고 했더
상태를 이르는 말.
니 좀 있다가 석방해 주었다.
■검속(檢束) 예전에, 공공의
안전을 해롭게 하거나 죄를 그 후 오사카에 돌아가 그동안의 일
지을 염려가 있는 사람을
경찰에서 잠시 가두던 일. 을 사실대로 얘기했으나 아무도 믿어 25

■고등계(高等係) 일제 강점
주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이상한 사상
기에, 한국인의 독립운동
및 정치적ㆍ사상적 동향을 을 가지고 있었을 것
2. 소통하는 독서

감시하고 탄압하는 일을 맡
아보던 경찰 부서. 이라는 소문만 났다.

54
이러한 상황에 점점 타락의 길을 걷게 되었고, 사람과 세상을 원망하게 되

었다. 뚜렷한 사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상도 자연

히 변화하였다. 무엇이든 나를 이끌어 주는 것이 있으면 뛰어들고 싶었고, 심

지어는 사상운동에 몸을 바치자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좋은 기회가 오


5 지 않았다.

그 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조선인이니까 조선 독립운동에 몸을 바쳐

서 우리 2천만 동포를 위해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기회를 얻

을 수가 없었다.

한때의 일본인 행세
10 그러다가 또 생각을 바꾸어 완전히 일본 사람으로 속이고 살아 보려고 했 ‘이봉창’은 일본인으로 살
기 위해 어떻게 행동했는가?
다. 그래서 1929년 오사카시 쓰루하시에 있는 비누 도매상에서 일본인이라고

속이고 점원 생활을 했다. 쓰루하시 부근은 오사카시에서 조선인이 가장 많

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나는 일본인 행세를 하느라 조선인들과는 교

제를 완전히 끊고 지냈다. 심지어 사랑하는 조카딸의 집조차 출입을 하지 않


15 고 지냈다.

조선 사람들은 물건을 사러 와서 서투른 일본 말로 물건의 값을 묻고 때로

는 흥정을 하려 했다. 그럴 때면 일본인 주인은 귀찮아하면서 욕을 하고 더러

물건을 팔지 않는 때도 있었다. 한번은 일본 말을 한마디도 모르는 조선 여자

가 물건을 사러 와서 가게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 일본인 주인은


20 물건을 훔치러 온 것으로 오해해서 큰소리를 질렀다. 그럴 때 내가 나서서 한

마디 거들어 주면 일본인 주인과 조선 여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입을 다물고 보고만 있었

다. 참으로 서글펐다.

왜 나는 일본 사람인 양 속이고 있는 것일까? 일본인으로 속이고 살면 조


25 금이나마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이것은 고통이다. 조
■사상운동(思想運動) 어떤
선 사람이 조선 사람으로 살지 않는 것은 거짓이다. 일본인으로 속이고 산다 특정한 사상을 널리 보급하
고 실현하기 위하여 벌이는
⑵ 추론적 읽기

는 것은 잘못이다.’ 하고 여러 번 후회했다. 여러 가지의 활동.

55
‘두려움 없는 삶 ’ 각오

1930년 11월 오사카는 불경기 때문에 취직난이 심했다. 그때 친구인 박 군

한테서 상하이의 영국 전차 회사가 조선 사람을 매우 우대해서 채용한다는

말을 들었다. 2년간 일본인으로 속이고 살아 보았지만 그것은 역시 고통이었

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내 본명인 이봉창으로, 조선인으로 생활할 각 5

오를 하고 곧 상하이로 갔다.

상하이에서는 임시 정부를 찾아가 나의 사정을 설명하고 취직도 부탁했다.


, 그러다가 단장인 백정선을 만나게 되어 나의 이력을 이야기하고 일본의 실정

을 알렸다. 이야기를 나누며 백정선도 점차 나를 믿게 되었는데, 나는 교토

검속 때의 원한을 잊지 못하고 점차 독립 정신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백정선 10

이 준비해 준 수류탄 2개를 가지고 도쿄에 와서 이번 거사를 하게 된 것이다.


1932년 2월 13일 도요다마 형무소 내 피고인 이봉창

- 『동아일보』(1994. 12. 15.)


2. 소통하는 독서

56
1
중심 내용 및 글쓴이의
심리 파악하기 다음 활동을 하며, 이 글의 내용을 파악해 보자.

(1)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이 어떠한 차별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적어 보자.


도움말
‘이봉창’이 직접 겪었던 일 •조선인은 아무리 일을 잘하고 착실하게 근무해도 일본인과 같은 기간에 승진할 수는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이봉창’이 보거
나 들은 내용에서도 일제 강
점기 당시 조선인이 어떠한
차별을 받았는지 찾아볼 수
있다.

(2) 이 글의 소제목을 중심으로, 글 속에 드러난 ‘이봉창’의 심리를 파악해 보자.

소제목 ‘이봉창’의 심리

‘가치 없는 세상’ 인식

이유 있었던 후한 노임

별다른 죄도 없는데 유치장에 갇히게 되어 억울함을 느끼고, 이


죄 없이 갇힌 유치장
를 계기로 독립운동의 뜻을 품게 됨.

한때의 일본인 행세

‘두려움 없는 삶’ 각오
⑵ 추론적 읽기

57
글을 쓴 의도나 목적,
숨겨진 주제 추론하기 2 ‘이봉창’이 당시 이 글을 쓴 의도나 목적을 추론해 보고, 그와 관련하여 이 글의
숨겨진 주제를 찾아보자.
도움말
글쓴이의 의도나 목적 숨겨진 주제
이 글은 ‘이봉창’이 일왕 암
살에 실패한 후 구속되었을
때, 일본 예심 판사에게 제출
한 수기이다. 일반적으로 재
판을 받는 피고는 자신이 한
행위의 정당성을 밝히기 위해
자료를 제출한다.

생략된 내용 추론하기
3 다음 자료를 참고하여 이 글에서 생략된 내용을 추론해 보자.

가 인부들은 유치장에 갇혔다가 풀려났다는 사실만으로 이봉창을 노동 운동을


자료실
하는 ‘주의자’로 의심했다. 이봉창이 아무리 사정을 설명해도 인부들은 좀처럼 마
김구(金九. 1876~1949)
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 동 음을 열지 않았다. 이봉창은 그런 인부들이 야속했고, 그럴수록 자신이 힘없는
학 농민 운동, 의병단 활동을 조선인으로 태어난 것이 원망스러웠다. 주변에는 온통 일본인들뿐이었고, 자신
하다 3・1 운동 후 중국 상하이
의 임시 정부 조직에 참여하
의 편을 들어줄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 순간 이봉창은 자신이 조선인이
였다. ‘이봉창’, ‘윤봉길’ 등의 라는 사실이 두려웠다.
의거를 지휘하였으며, 일제의
‘내가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면 더 이상 세상을 편안하게 살 수 없지 않을
감시를 피하기 위해 ‘백정선’
이라는 가명을 쓰기도 했다. 까? ’ - 배경식, 『식민지 청년 이봉창의 고백』

나 재판 기록에 따르면 일본 경찰과 판사가 백정선(白貞善)이라는 가명으로 독립


운동을 하던 김구(金九) 선생을 추적하기 위해, 김구 선생의 사진을 보여 주며 끈
질기게 추궁했는데도 이 의사가 “백정선은 알지만, 김구는 모른다.”라고 일관되
게 주장했고, “일왕 폭사가 목적이었으나 폭탄의 위력이 부족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 유감이다.”라고 당당히 진술했다고 한다. - 『동아일보』(1994. 12. 15.)

•유치장에 갇힌 사건 이후, 독립운동에 몸 바치고 싶다던 ‘이봉창’이 생각을 바꾸어 일


본인 행세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봉창’이 수기에서 ‘김구’라는 이름 대신 ‘백정선’이라고 쓴 이유는 무엇일까?


2. 소통하는 독서

58
의사소통 역량 기르기 4 다음은 ‘이봉창’의 의거를 다룬 한국과 일본, 중국의 언론 보도에 대한 글이다. 이
를 참고하여 모둠별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이봉창의 의거 사건에 대해 한국과 일본, 중국 언론은 각각 다른 태도를 보인


다. 한국 언론은 이봉창의 신분에 대해 상세히 밝히고 싶어도 조선 총독부의 검
열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국내 신문들은 일본 내무성의 공식 발표를 ‘도쿄 전보’
의 형식으로 보도하면서도 ‘범인은 경성 출생의 이봉창’이라는 기사 제목으로 범
인이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은근히 강조하였다.
일본 언론은 의거 당일 오후에 일제히 호외로 이 사실을 보도했으나, 일왕의
안위와 내각 총 사직, 책임자 처벌 등 일본의 정치적 상황 변화에만 주시했을 뿐,
이봉창의 신분에 대한 언급 없이 범인이 현장에서 즉시 체포되었다는 사실만 간
단히 보도했다.
만주 사변으로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던 중국에서는 신문들이 연일 이봉창
의 의거를 머리기사로 크게 보도했다. 중국의 각 언론 기관에서는 기사 제목에
‘未中(미중)’, ‘未成(미성)’이란 표현을 사용하였다. ‘未中’이란 한인이 일왕을 저격
하였는데 일왕을 정확하게 맞히지 못하였다는 것이고, ‘未成’이란 일왕을 처단하
려고 폭탄을 투척하였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다는 뜻이다. 폭탄이 일왕
에게 적중되지 못한 것과 폭탄을 투척한 목적이 달성되지 못하였음을 안타까워
하는 논조라고 할 수 있다.
- 한시준, 『대한민국 임시 정부 자료집 29권』

중국 언론이 안타깝다는 (1) 한국, 일본, 중국 언론이 ‘이봉창’의 의거를 어떠한 태도로 보도했는지 정리해 보자.
투의 표현을 쓴 것에서
한국 언론 일본 언론 중국 언론
중국과 일본 간의 관계를
추론할 수 있겠어.

(2) (1)의 활동을 바탕으로, 각 나라마다 보도 태도가 달랐던 이유를 나라 간 관계를 중심


으로 파악해 보자.
⑵ 추론적 읽기

59
내 조카는 한 번도 실패라는 것을 경험해 보지 못했습니다. 가고 싶어 하던 고등학교에
도 척척 붙었고, 대학교도 단번에 합격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 시험
을 봤는데 난생처음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친구들과 선배들이 다 모여 파티
를 해 준다는 것입니다. 그 파티의 명목은 ‘위로’가 아니었습니다. 떨어진 데 대한 ‘축하’였
습니다.
실패를 축하한다고 모임을 마련하는 친구들, 그런 재치 만점 친구들과 선배들 덕에 조
카는 취업 시험에 떨어지고도 활짝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요, 젊은 날의 실패는 정말 축하할 일입니다. 성공만 하면서 나이가 들면 저절로
오만해집니다. 그래서 옛글에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초년 성공’이라고 했습니다.
2. 소통하는 독서

60
자연은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서서히 익어 갑니다. 꽃도 열매도 천천히 곡선을 그리며 성장합니
다. 인간도 자연입니다. 실패도 하고, 실수도 하고, 좌절도 하고, 슬픔도 겪어 가며 천천히 성장하
는 곡선의 삶이 진정한 인간을 만들어 갑니다.
젊은 날의 실패들은 보기 좋은 나이테를 이루어 가겠지요. 그래서 울울창창한 큰 나무로 성숙해
■울울창창(鬱鬱蒼蒼)한 큰
가겠지요. 그러니 한번 실패했다고 다 끝난 것처럼 절망할 일이 아닙니다. ‘실패’라는 말에는 동의 나무들이 아주 빽빽하고 푸
어가 있습니다. 바로 ‘경험’이라는 단어입니다. 에디슨은 하나의 발명에 성공하기 위해 무려 9,999 르게 우거져 있는.

번의 실패를 했다고 하죠. 그럴 때마다 에디슨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실패야, 고맙다! 너로 인해 앞으로는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게 됐으니까!”

또한 헨리에트 앤 클라우저는 『종이 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 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장 빠르고, 가장 똑똑하고, 가장 총명하고, 가장 부유한 사람에게 큰 승리는 오지 않는다. 큰


승리는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조카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내 조카, 실패를 축하한다.”


- 송정림,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독서로 여는 인성

61
배운 내용 정리하기
제재 핵심 활동 내용
이 글은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미세 먼지
•글의 중심 내용과 구조 파악하기
를 주제로, 미세 먼지의 종류와 생성 원리, 기상
(1) •글의 전개 방식 파악하기
조건과 미세 먼지의 상관관계 등을 설명하고 있
사실적 읽기 •글의 내용 종합 및 재구성하기
다. 이를 통해 미세 먼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자료・정보 활용 역량 기르기
파악할 수 있다.

•중심 내용 및 글쓴이의 심리 파악
이 글은 일본 형무소에 갇혀 있던 ‘이봉창’이 자
하기
신이 독립운동에 뛰어들게 된 이유와 과정, 그리
(2) •글을 쓴 의도나 목적, 숨겨진 주
고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독립운
추론적 읽기 제 추론하기
동가라는 업적 뒤에 가려진 ‘이봉창’의 인간적인
•생략된 내용 추론하기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의사소통 역량 기르기

배운 내용 점검하기

점검 내용 평가

글에 드러난 정보를 바탕으로 중심 내용, 주제, 글의 구조와 전개 방


식 등 사실적 내용을 파악하며 읽을 수 있다.
학습 목표
글에 드러나지 않은 정보를 예측하여 글쓴이의 의도나 글의 목적, 숨
겨진 주제, 생략된 내용을 추론하며 읽을 수 있다.

필요한 자료나 정보를 수집・분석・평가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


여 의사를 결정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역량 음성 언어, 문자 언어, 기호와 매체 등을 활용하여 생각과 느낌, 경험


을 표현하거나 이해하면서 의미를 구성하고, 자아와 타인, 세계의 관계
를 점검・조정할 수 있다.
2. 소통하는 독서

나는 이 단원의 독서 활동을 통해 을/를 알게 되었고,


앞으로 을/를 더 알아볼 것이다.

62

독서 기록지 작성하기
아래의 독서 기록지를 적으며, 자신의 독서 활동을 점검해 보자.

책 제목: 글쓴이:

읽은 날짜: 읽은 범위:

주요 내용:

인상 깊었던 구절 또는 문장:

글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점:

다음에 읽을 내용 또는 궁금한 점:

기타:
단원의 마무리

63
새롭게
바라보는
독서
(1) 비판적 읽기
경쟁, 어떻게 받아들일까

(2) 창의적 읽기
도전할 것이 없는 놀이터

(3) 감상적 읽기
미안합니다
자기 성찰・ 문화 향유 의사소통 비판적・창의적
비판적・창의적 자료・정보 공동체・대인
계발 사고
사고 활용 관계
글을 “제대로 읽는다.” 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글의 갈래나 성격에 따라
적합한 독서 방법을 활용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무엇
을 먹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도구가 달라지고 먹는 방법이 달라지는 것처럼
독서도 마찬가지이다. 글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글을 읽는 방식과 글을 이해
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이 단원에서는 비판적・창의적・감상적 읽기의 의미와 방법을 이해하고, 실
제 독서에 활용해 볼 것이다. 먼저 비판적 읽기란 글의 내용이나 표현 방법
등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며 읽는 것을 말한다. 창의적 읽기란 글에 나타난 문
제점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며 읽는 것이고, 감상적 읽기란 글의 내용에 공감
하고 감동하며 글이 주는 즐거움과 깨달음을 수용하며 읽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이러한 독서 활동을 하면서 주체적인 관점에서 글을 해석하고 평가
하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국어로 형성・계승되는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그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다.

글의 내용의 타당성, 표현 방법의 적절성 등을


판단하고 글에 나타난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면서 비판적・창의적 사고 역량을 키우고,
글의 내용에 공감하고 감동하며 문화 향유 역량을
길러 볼 거야.
3. 새롭게 바라보는 독서

66
배울 내용 미리 보기

비판적 읽기 창의적 읽기
경쟁, 어떻게 받아들일까 도전할 것이 없는 놀이터

글의 관점과 내용 비판 문제 상황 파악
글의 표현 방법 비판 창의적 대안 모색
숨겨진 의도 및 사회・문화적 이념 비판 자신과 사회 문제 해결 방안 탐구

새롭게 바라보는 독서

감상적 읽기
미안합니다

글의 내용, 인물의 태도 파악
독서로 여는 창의・융합
글이 주는 즐거움과 깨달음 수용
노랫말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글이 주는 감동 내면화
가수, 밥 딜런

배울 내용 생각하기
이 단원에서 알고 싶은 내용을 자유롭게 질문해 보자.
단원의 길잡이

67
학습목표

•글에 드러난 관점이나 내용, 글에 쓰인 표현 방법을 비판하며


읽는다.

적 •글쓴이의 숨겨진 의도나 사회・문화적 이념을 비판적으로 이


해한다.

읽기
다음 그림을 어떠한 관점에서 이해했는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의 을 이
둥 로 만들어 어. 어 면
우 도이 한 인 아 까?

비판적 읽기란 글을 비판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독자가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따라 글을 평가하

무엇일까? 며 읽는 것을 의미한다. 글의 내용과 글쓴이의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따


져서 판단하며 읽는 것이 바로 비판적 읽기이다. 비판적 읽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글에
제시된 내용이 옳은지(타당성), 글의 내용 혹은 화제 등을 균형 있게 다루고 있는지(공
정성), 글쓴이가 사용한 자료가 글의 주장이나 설명을 뒷받침하기에 적합한지(적절성)
를 따져 보며 글을 읽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독자는 글쓴이의 주장과 근거, 사실과
3. 새롭게 바라보는 독서

의견 등을 비판적으로 판단해 보면서 글을 보는 안목을 갖추고 글에 대한 자신의 주관


과 태도를 올바로 세워볼 수 있다.

68
경쟁,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 글은 인간을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으로서 경쟁의 의미와 공정한 경쟁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에 비추어 글에 담긴
글쓴이의 관점이나 의도를 비판하며 읽어 보자.

5 1 경쟁은 발전을 이끄는 힘

2002 한일 월드컵, 온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한국 축구 4강 진출의 감

격! 그날의 감동을 만들어 낸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한국


김범묵(1962~ )
축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던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이 아닐까요? 히딩 교사. 중 ・고등학교에서 도
덕과 윤리 교과를 가르치고
크의 훈련 원칙은 무한 경쟁이었습니다. 그는 취임 초부터 역할별로 두세 명
있으며, 주요 저서로 『청소년
10 씩 묶어 늘 경쟁을 붙였습니다. 선수들은 경기에 주전으로 나가기 위해 남보 을 위한 토론 학교』가 있다.

다 땀 한 방울이라도 더 흘리며 최선을 다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히딩크 감독

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의 실력이 향상되도록 유도한 결과, 한국 축구는

신화라 불린 기적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윤용아(1964~ )


한국 축구가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에서 원정 첫 16강의 쾌거 교사. 중 ・고등학교에서 사
회 교과를 가르치고 있으며,
15 를 일구어 내며 한 단계 질적 도약을 이룬 것 역시 경쟁의 힘이 컸습니다. 세 주요 저서로 『존재의 철학자
하이데거 VS 의미의 철학자
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다진 해외파 선수들을 포함하여, 국내 프로 축구 리그
비트겐슈타인』 등이 있다.
⑴ 비판적 읽기

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실력을 쌓아 온 선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

69
었습니다. 지금은 은퇴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또한, 현역 시절 선의의

경쟁자인 아사다 마오를 떼어 놓고는 상상하기 힘듭니다. 두 선수 사이의 불

꽃 튀는 경쟁이 세계 챔피언을 낳고 피겨의 새로운 시대를 연 것입니다.

2 경쟁은 인간의 타고난 본성

자료실
요한 하위징아
(Huizinga, Johan. 1872~
1945)
네덜란드의 문화 사학자.
인간의 유희적 본성에 주목했
으며,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우리가 재미있어하는 일에는 대부분 경쟁이라는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우 5
뜻의 ‘호모 루덴스’라는 개념
을 만들었다. 주요 저서로 『중 리가 어려서부터 해 온 놀이와 오락도 경쟁을 할 때 더 재미가 있었습니다.
세의 가을』, 『에라스뮈스』, 『호
모 루덴스』 등이 있다. 그것은 경쟁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이러

한 인간의 경쟁 본능을 ‘호모 루덴스’라는 말로 설명합니다. 그는 놀이하는


토머스 홉스
(Hobbes, Thomas. 1588~ 것이 인간이 하는 행위의 가장 큰 특성이며, 이 놀이하는 인간의 특성은 경쟁
1679)
영국의 철학자. 성악설을 본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인간에게는 이기고 싶은 욕구가 10

전제로 자연 상태의 인간 사
있는데, 이것은 다른 사람을 능가하여 최고가 되고, 이를 인정받고 싶은 심리
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
쟁’이라고 주장했다. 주요 저 를 기반으로 합니다. 결국 인간은 바로 자신의 경쟁 본능을 충족하기 위해 놀
서로 『리바이어던』, 『자연법과
국가의 원리』 등이 있다. 이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주장입니다.

인간을 공격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로 보았던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홉스 역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시 경쟁심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의 본성 중에는 싸움을 불 15
‘유희하는 인간’이라는 뜻
3. 새롭게 바라보는 독서

으로, 인간이 다른 동물과 러일으키는 세 가지 요소인 경쟁심, 소심함, 명예욕이 있는데, 특히 경쟁심은
다른 본질은 놀이를 하는
것이라고 보는 인간관. 인간이 필요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과 투쟁하도록 만든다는 것입

70
니다. 이런 점들로 보아, 경쟁은 우리 삶에서 떼어 낼 수 없는 불가피한 것입 누가 더 깨끗하게
청소하는지 내기해 볼까?
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경쟁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긍정적인 힘

을 배우고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위대한 경쟁의 힘! 사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과정은 경쟁의 힘을 대표적


5 으로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1950년대, 전쟁으로 인해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했던 우리나라가 오늘날 높은 수준의 경제력을 지닌 국가로 성장할 수 있

었던 것은 세계와 경쟁하면서 끊임없이 노력해 온 결과입니다. 우리 국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선의의 경쟁을 다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물

질적 풍요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지지하고


10 있는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 원리가 바로 자유 경쟁이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바로 이러한 자본주의 경제 원리의 토대를 만들었 ‘애덤 스미스’가 자유 경


쟁의 원리를 주장한 근거는
는데, 그는 인간의 이기심이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자유 경 무엇일까?

쟁의 원리를 주장했습니다. 그는 인간이 타인에 대한 동정심보다 자신에 대

해 애정이 앞서는 존재이며, 이러한 인간의 타고난 이기심을 인정하고 효과 자료실


애덤 스미스
15 적으로 활용하면 개인과 사회 모두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즉, 인 (Smith, Adam. 1723~1790)
영국의 정치 경제학자이자
간의 이기심을 통제하기보다 오히려 경쟁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을 잘 활용하
도덕 철학자. 경제 행위의 동
는 것이 개인의 행복과 사회 전체의 이익을 동시에 달성하는 길이라는 것입 기는 인간의 이기심이며, 자
율 경쟁 시장은 ‘보이지 않는
니다. 손’에 의해 균형을 이룬다는
‘예정 조화설’을 주장했다. 주
자본주의 경제는 이러한 경쟁 논리를 바탕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점점 더
요 저서로 『도덕 정조론』, 『국
20 좋은 물건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망, 그리고 이를 만족시키려는 기업들 간의 부론』 등이 있다.

자유 경쟁은 기술을 발전시키고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오늘날 자유 경쟁의 원리는 일반화되었고, 자유 경쟁의

원리를 따르는 자본주의 경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3 경쟁은 함께 추구하는 것

25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 그 자체를 부정하거나 경쟁 논리라면 무조건 반대


■적자생존(適者生存) 환경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경쟁이 서로를 적대시하게 만들어 인간관계 에 적응하는 생물만이 살아
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
⑴ 비판적 읽기

를 해친다고 비판합니다. 효율성과 적자생존의 법칙을 앞세운 경쟁 논리는 태되어 멸망하는 현상.

71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도외시한 채, 결국 강자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경쟁에 대한 오해입니다. 경쟁에는 이미 협력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해서라도 협력은 필

수입니다. 경쟁은 경쟁자를 부정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

고 그 바탕 위에서 각자의 의욕과 노력을 한층 더 이끌어 내는 긍정적 상호 5

작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사회를 가리켜 유독 ‘경쟁 사회’라 부르며, 승자와 패자를 가혹하게

가르는 약육강식의 비정함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 사회가 경쟁 사회가 아니었던 적은 찾아보

기 어렵습니다. 인류는 처음부터 지금껏 각자의 이익을 위해 항상 경쟁해 왔 10

글쓴이는 지속적인 경쟁 습니다. 그 과정에서 운동 경기에서처럼 공정한 경쟁 조건과 규칙을 함께 발


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전시켜 왔습니다. 경쟁 상대가 승복할 수 없는, 부정하거나 불공정한 경쟁으

로는 지속적인 경쟁이 불가능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경쟁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기 위한 방식에 대 15

한 고민을 함께하는 것입니다.


- 김범묵, 윤용아, 『소통을 꿈꾸는 토론 학교 사회 ・ 윤리』

■약육강식(弱肉 食)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먹힌다는

뜻으로, 강한 자가 약한 자 경:
를 희생시켜서 번영하거나,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끝 쟁:
내는 멸망됨을 이르는 말.
■동서고금(東西古今) 동양 • ,
과 서양, 옛날과 지금을 통
틀어 이르는 말. 변화가 있다.( ) 변화가 없다.( )
3. 새롭게 바라보는 독서

■막론(莫論)하고 이것저것
이유:
따지고 가려 말하지 아니하
고.

72
글쓴이의 주장과
근거 찾기 1 이 글에서 글쓴이가 경쟁에 대해 주장한 내용을 적고, 그 근거를 찾아보자.

주장 근거
도움말
이 글의 내용을 살펴보고,
문단별 중심 내용을 파악하면 경쟁은 발전을 이끄는 힘이다.
서 글쓴이의 주장과 근거를
정리해 본다.

경쟁은 서로를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각자의 의욕과 노


력을 한층 더 이끌어 내는 긍정적 상호 작용이라 할 수 있
다.

글의 관점과 내용,
표현 방법 비판하며 읽기 2 이 글에 드러난 관점과 내용, 글의 표현 방법을 비판하며 읽어 보자.

(1) 경쟁에 대한 글쓴이의 관점을 파악해 보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 보자.

글쓴이는 경쟁에 대해 이라고 생각해.

나는

(2) 이 글에서 동의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찾고, 그 이유를 적어 보자.

동의하거나 반대하는 내용 이유
⑴ 비판적 읽기

73
도움말 (3) 다음 비판적 독해의 기준에 따라 이 글을 평가해 보자.
글의 형식과 표현 방법이
적합한지, 글의 내용과 자료 글에 제시된 정보나 인용 자료들은 신뢰할 만한가?
에 과장이나 왜곡은 없는지
글쓴이의 주장이나 근거는 타당한가?
판단해 본다.
글의 구조나 내용 전개 방식은 짜임새 있게 구성되었는가?

글의 표현 방법은 내용 전달에 효과적인가?

( : 매우 그렇지 않다 : 그렇지 않다 : 보통이다 : 그렇다 : 매우 그렇다)

숨겨진 의도 및 사회・

3
문화적 이념 비판하기 /
비판적・창의적 사고 다음 글을 읽고, 경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보자.
역량 기르기
(1) 이 글의 주장과 다음 글의 주장을 비교하며 읽고,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해 보자.

오늘날 현대인은 입시와 취업 등 수많은 경쟁 관계 속에 놓여 있습니다. 경쟁 사회


에서는 경쟁만이 발전의 유일한 동력이라고 끊임없이 주입합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경쟁을 통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과 경쟁을 하지 않으면 모두 하향
평준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쟁과 연대 중
무엇이 진정한 발전의 동력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대한 선수 1명 뒤에는 99명의 탈락한 학생 선수들이 있다. 학생 선수가 10만 명, 이 중


대학 진학이 가능한 인원이 10%, 대학 진학 후 직업 선수가 될 가능성이 이 중 10%. 즉, 운동
을 시작해서 직업으로 삼는 비율은 전체 학생 선수의 1%뿐이다.

2010년 국가 인권 위원회가 중도에 운동을 그만두게 되는 ‘중도 탈락’ 학생 선수에


대해 조사한 결과는 가혹하기 짝이 없습니다. 경쟁 방식이 추구하는 발전이란 이처럼
극소수의 승자만을 위한 발전입니다. 오로지 약육강식의 논리에 따라 세상을 1%의
승자와 99%의 패자로 가르고, 서로 싸우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핀란드의 교육 방식은 협
동입니다. 우열반을 폐지하고, 등수를 없애고, 뒤처지는 학생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
한 결과, 학업 성취도 편차는 가장 낮으면서 학업 성취도 수준은 가장 높은 나라가 되
었습니다. 경쟁은 더 이상 우리를 발전시키지 못합니다. 1명의 웃음을 위해 99명을
울리는 경쟁이 아니라 모두의 행복을 위해 협동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함께 웃으며
3. 새롭게 바라보는 독서

가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발전입니다.


- 김범묵, 윤용아, 『소통을 꿈꾸는 토론 학교 사회 ・ 윤리』

74
도움말 (2) (1)의 활동을 통해 경쟁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경쟁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경쟁 담은 글을 쓰기 위한 개요를 작성해 보자.
의 모습을 떠올려 보며 경쟁
의 장단점을 파악한 후, 자신
제목
의 생각을 정리해 본다.

주제

서론

구성 본론

결론

(3) (2)의 활동을 바탕으로 경쟁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담은 한 편의 짧은 글을 써 보자.

⑴ 비판적 읽기

75
학습목표

•독서를 통해 자신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본


다.

적 •글쓴이의 생각에 대한 대안을 찾으며 창의적으로 글을 읽는


다.

읽기
다음 그림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고, 독도와 관련한 사회 문제 해
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이야기해 보자.

파 있는 은 독도인
아. 아래로 우 지도를
어서 독도 우 이
표 한 이 아 까?

창의적 읽기란 글에는 글쓴이나 독자 개인에 관한 문제나 사회적인 문제 등 다양한 문제 상황과 그

무엇일까? 에 대한 해결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


의 해결 방법을 글에서 찾을 수 있다. 이렇듯 글을 읽으며 다양한 문제 상황을 비판적으
로 이해하고, 새로운 대안을 탐구하며 삶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독서 방법이 바로 창의적 읽기이다. 창의적 읽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독자
가 유연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또한 글에 나타난 글쓴이의
3. 새롭게 바라보는 독서

관점이나 해결 방안을 단순히 수용하지 않고, 새로운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접근함으로


써 자신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구성하려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76
도전할 것이 없는 놀이터
지루해.

이 글은 현재 우리나라 놀이터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글쓴이의 의도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대안을 떠올리며 글을 읽어 보자.

5 놀이터에서 생기는 아이들의 부상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회복이 가능한 수준의 부상이고, 또 하나는 회복이 어려운 수준의 부

상이다. 여기서 말하는 회복이 가능한 수준의 부상은, 아이들이 놀다가 피부 편해문(1969~ )
에 작은 상처가 나거나 뛰어다니다가 넘어져 무릎이 까지는 정도의 경미한 아동 문학가이자 놀이터 디
자이너. 순천시 기적의 놀이
부상을 의미한다. 우리는 회복 가능한 수준의 부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열 터를 기획하였다. 주요 저서
10 린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 로 『어린이 민속과 놀이 문
화』,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
때 적어도 이 정도의 부상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 등이 있다.

그러나 그물에 목이 걸린다거나 난간이 허술해서 떨어진다거나 하는 것은

회복이 어려운 심각한 부상에 속한다. 이런 부상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도록

그 위험성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만약 이런 부상이 발생했다면 발생


15 원인을 파악하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놀이터의 설계・시공・ ■경미(輕微)한 가볍고 아주

관리를 철저하게 재점검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놀이터 안전 규정’이 적어서 대수롭지 아니한.
■시공(施工) 공사를 실지로
⑵ 창의적 읽기

마련되어 있어 대부분 놀이터에서 위험 요소가 걸러져 있다. 행함.

77
한 일본의 건축가는 『어린이 놀이 시설』이라는 책에서 놀이 기구가 기능적

놀이 단계, 기술적 놀이 단계, 사회적 놀이 단계의 순서로 발전해 간다고 밝

혔다. 기능적 놀이 단계란, 놀이 기구에 갖추어진 놀이의 기능을 아이들이 초

보적으로 체험하는 것을 말하고, 기술적 놀이 단계란 고도의 기술을 이용하

여 노는 것으로, 놀이 기구를 활용하는 기술이 향상되는 자체가 놀이인 단계 5

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놀이 단계란 놀이 기구를 활용하여 아이들끼

리 놀이를 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아이들은 기능적 놀이 단계에서 사회적 놀

이 단계로 나아가며 놀이터에서 재미를 느끼고 즐겁게 도전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의 놀이터를 떠올려 보자. 현재 우리나라의 놀이터와

놀이 기구는 아직도 첫 번째 기능적 놀이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10

적지 않은 놀이터가 규정만을 충족하는 수준에서 만들어지고 관리되다 보니,

대부분의 아이에게 재미없고 지루한 놀이터가 되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다

수의 우리나라 아이들이 지금 ‘재미없고 도전하지도 못하는 놀이터’에서 놀

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의 흥미를 반영하지 못하고 놀이터를 15

놀이터를 지루하게 만들
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지루하게 만들면,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왜냐하면 놀

이터나 놀이 기구가 단순하고 수준이 낮다고 느낄 때, 아이들은 본래 용도와

기능에 맞지 않는 방법으로 놀고 싶은 유혹에 쉽게 빠지기 때문이다. 아이들

이 길을 걷는 방식과 어른들이 길을 걷는 방식은 다르다. 아이들은 막히면 어

른처럼 돌아가지 않고, 넘어서 가려 한다. 아이들은 보통 어떠한 것이든 다르 20

자료실 게 표현하거나 사용하고 싶어 하는 ‘반달리즘(vandalism)’ 경향을 보이는데,


반달리즘(vandalism)
문화유산이나 예술품 등을 그들에게는 그게 놀이이기 때문이다. 놀이터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반달리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즘’ 경향의 원인은 다양성과 창의성이 부족한 놀이 기구에서 찾을 수 있다.
가리키는 말. 넓게는 낙서나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공공시 앞서 말했듯이 아이들의 이러한 지루함과 싫증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설의 외관이나 자연 경관 등
을 훼손하는 행위까지 포함하 예를 들어, 아이들의 부상을 막기 위해 미끄럼틀에 붙여 놓은 “거꾸로 올라가 25

여 이른다.
지 마시오.”라는 문구는 오히려 놀이터를 지루해하는 아이들에게는 거꾸로
3. 새롭게 바라보는 독서

■고도(高度) 수준이나 정도 올라가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실 이러한 문구는 미끄럼틀이


따위가 매우 높거나 뛰어
남. 또는 그런 정도. 아이들에게 올라갔다가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 말고는 다르게 응용할 수 없는

78
놀이 기구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

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이터에 이러한 미끄럼

틀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놀이터는 어디를 가나 놀이터 중앙의


5 조합 놀이대 1개와 그 주변에 그네, 또는 시소 2

개, 고무 매트나 고무 칩 포장이 된 바닥으로 정형

화되어 있다. 즉, 창의성을 갖춘 놀이터가 아니다.

특히 아이들의 부상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최

근 설치한 놀이터 바닥은 대부분 탄성 고무 칩이


10 다. 그런데 모래나 작은 크기의 자갈 또는 나무껍

질인 바크와 견주었을 때 안정성 면에서 탄성 고

무 칩이 더 낫다고 볼 수 없다. 최근 국가 표준이

만들어져 개선은 되었지만, 오히려 한여름에는 위험해!

탄성 고무 칩 바닥 때문에 열기가 위로 솟구쳐


15 아이들의 놀이터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고무 매트나 고무 칩을 고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아이들의

건강이나 놀이터의 기능보다는 유지・관리가 쉬

운 방법을 찾으려는 편의주의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는 자칫 아이들을 위한 고무 칩으로 포장된 놀이


터 바닥의 문제점은 무엇인
20 다양하고 창의적인 놀이 문화를 격려하는 놀이터보다는 어른들에 의한, 어른 가?

들의 편의만을 위한 놀이터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지루한 놀이터만 있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사회적 놀이

단계로 넘어가려고 하면, 위험하다며 못하게 하는 어른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어른들은 눈에 보이는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이


25 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아이들이 안전을 확보하는 능력, 즉 위험한 상황에서 ■편의주의(便宜主義) 어떤
일을 근본적으로 처리하지
스스로 안전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안전은 아이들을 조심스럽
아니하고 임시로 대충 처리
게 키워야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위험을 스스로 다룰 수 있어야 보 하는 방법.
■양산(量産)하는 많이 만들
⑵ 창의적 읽기

장되는 것이라는 기본 명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 내는.

79
놀이는 도전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하지 않던 것을 해 보거나 할 수 없

었던 것을 날마다 조금씩 도전해 가는 과정 자체가 놀이인 것이다. 물론 놀이

터에서 자주 다쳐서는 결코 안 된다. 하지만 도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겪

는 회복 가능한 수준의 작은 부상은 무엇이 위험한 것이고, 그러한 일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지 아이들 스스로 깨닫게 하는 데에 도움이 5

된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놀이터를 유아 수준의 놀이터로 만들어

놓고, 안전한 놀이터를 만들었다고 자만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스스로

안전한 방법을 찾을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다.


글쓴이는 놀이터가 아이 이제 놀이터는 아이들이 진취적인 행동과 긍정적인 사고를 키워 나갈 수
들에게 어떤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있도록 도전하고 모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러기 10

위해서 우리는 이제 ‘안전’이라는 기둥 옆에 ‘도전’과 ‘모험’이라는 기둥도 함

께 세워야 한다. 즉, 안전과 도전, 모험이라는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도록

놀이터를 설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진정으로 강조해야 하는

안전의 관점에서, 흔히 위험이라고 말하는 요소들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 관해 밝은 눈을 가진 사람의 글을 짧게 소개한다. 15

“애당초 아이들의 놀이란 다소 모험적이고 더러우며 시끄럽다. 그런 점을 배제하


고 놀이를 규제하려고 들면 아이들은 아무래도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되기 쉽
다. (중략) 놀이터의 기본 이념은 자유로운 놀이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제약에
서 벗어난 공간은 아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놀이터는 ‘놀게 해
주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되며, ‘자발적으로 노는 곳’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20

- 오가타 다카히로, 『비밀 기지 만들기』

- 편해문,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

■진취적(進取的)인 적극적
으로 나아가 일을 이룩하
는. •
3. 새롭게 바라보는 독서

■배제(排除)하고 받아들이
지 아니하고 물리쳐 제외하
고.

80
글의 내용 이해하기
1 이 글에서 놀이 기구의 발달 단계를 설명한 부분을 찾아 정리해 보자.

1단계 기능적 놀이 단계

고도의 기술을 이용하며 노는 것으로, 놀이 기구를 활용하는 기


2단계 기술적 놀이 단계
술이 향상되는 자체가 놀이인 단계이다.

3단계 사회적 놀이 단계

문제 상황 파악하기
2 현재 우리나라 놀이터에 대한 글쓴이의 인식을 파악하고, 글쓴이가 바라는 놀이
터의 모습과 비교하여 정리해 보자.

도움말
글쓴이가 현재 우리나라 놀 •기능적 놀이 단계에 머물러 있음.
이터에서 놀이하는 아이들에
오늘날
게서 반달리즘 경향이 보인다 •
놀이터의 모습
고 말한 이유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글쓴이가 도전이 가능 •
한 놀이터의 요건으로 무엇을
언급했는지 떠올려 본다.


글쓴이가
도전이 가능한
바라는 •
놀이터
놀이터의 모습

⑵ 창의적 읽기

81
창의적 대안 모색하기
3 우리 주변 동네 놀이터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놀이터의
모습을 자유롭게 구상하여 그림으로 그리거나 글로 써 보자.

작은 개울이나 연못을 활용하여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한 놀이터

자신의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찾기 4 학교나 집 주변 등 자신이 실제로 생활하고 있는 공간을 떠올려 보고, 그 공간에
서 불편했던 점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을 고민해 보자.

내가 생활하는 공간의 문제점 해결 방안


3. 새롭게 바라보는 독서

82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찾기 / 비판적・
창의적 사고 역량 기르기
5 다음 글을 읽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생각해 보자.

모두가 여유롭게 쉴 수 있는 도시공원


도움말
현대인의 삶의 질이 점차 향상됨에 따라 도시공원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도
시공원을 찾아가기까지의 경 고 있다. 도시공원은 자연 경관을 보호하고, 사람들의 건강과 휴양, 정서 생활을
로와 공원에서의 동선을 떠올 위하여 도시나 근교에 만든 공원을 말한다. 또한 도시공원은 휴식을 취할 수 있
리며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
는 공간인 동시에 여러 사람과 만날 수 있는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는지 생각해 본다.
도시공원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도시 시설 가운데 하나이지만 노인, 어린이, 장
애인,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에게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사회적 약자들은
그들의 신체적 제약으로 인해 도시공원에 접근하거나 이용하기에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우선, 도시공원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공원에 간다 하더라도 사회적 약자를 미처 배려하지 못한 시설물이 대부분
이다. 동선이 복잡하거나 안내 표시가 없어서 불편을 겪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물
리적・사회적 문제점들로 인해 실제 공원을 찾는 사회적 약자는 처음 공원 설치
시 기대했던 인원보다 매우 적은 편이다.
도시공원은 일반인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도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
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 공간 계획 및 기준 설정을 할 때 다른 시설들
과 실질적으로 연계가 되도록 제도적・물리적으로 정비되어야 한다. 사회적 약자
■쌈지 공원(公園) 빌딩 사이
에게 필요한 것은 아무리 작은 쌈지 공원이라도 편안하게 접근하여 여러 사람과
의 자투리땅에 조성한 공
원. 소통하거나 쉴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이다. - 이훈길, 『도시를 걷다』

(1) 사회적 약자가 도시공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유를 적어 보자.

(2)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도시공원을 설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를 생각해 보자.
⑵ 창의적 읽기

83
학습목표

•글의 내용에 공감하거나 감동한 부분을 찾으며 읽는다.


•글이 주는 즐거움과 깨달음을 수용하며 감상적으로 읽는다.

감상적
읽기
다음 시가 주는 감동에 대해 생각해 보고, 글을 읽고 감동한 경험이 있는지 이야
기해 보자.
시를 읽고 나니 여운이 남아.
한 해 동안 온갖 시련을 겪으며 성장하는
자연의 모습을 작은 대추 한 알에
담았다는 게 감동적이야.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감상적 읽기란 독자는 글을 읽는 과정에서 글에 나오는 여러 인물이나 사건에 대하여 재미와 감동,

무엇일까? 슬픔과 연민 등과 같은 정서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정서적 반응은 글의 내용과 표


현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면서 발생된 감상적 읽기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감상
적 읽기란 글의 내용과 구조 속에서 표현의 효과, 심리와 정서, 분위기 등을 파악하며
글을 읽고 내면화하는 것을 말한다. 감상적 읽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글을 읽고 다양한
감동과 교훈을 얻는 것이 감정이 정화되는 과정이자, 삶을 성숙하게 하는 특별한 경험
3. 새롭게 바라보는 독서

임을 이해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또한 같은 글을 읽더라도 감동의 정도가 독자의 관


심이나 수준, 독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84
미안합니다
미안하긴 한데…….

이 글은 ‘미안합니다.’라는 말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던


자신의 경험을 담은 수필이다. 글쓴이가 얻은 깨달음을 살펴보고,
작품이 주는 감동을 느끼며 글을 읽어 보자.

5 서양 사람들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단연코 인색하게 쓰는 말이 있다

면, 아마도 ‘고맙다.’라는 말과 ‘미안하다.’라는 말일 것이다. 아주 작고 사소

한 일에도 걸핏하면 ‘생큐(Thank you).’, ‘소리(Sorry).’를 되뇌는 외국인들 장영희(1952~2009)


에 비해 우리는 여간해서는 이런 말을 잘 하지 않는 듯하다. 영문학자이자 수필가. 소아
마비로 장애인이 되었으나,
오랜 유학 생활 덕분에 나는 그나마 ‘고맙다.’라는 말은 꽤 자주 하는 편이 역경을 딛고 문필가로 활동하
10 다. 조교나 학생들이 심부름을 해 주거나 부탁을 들어주면, 곧잘 ‘고마워.’라 였다. 주요 저서로 『내 생애
단 한 번』, 『살아온 기적 살아
는 말을 하고는 한다. 갈 기적』 등이 있다.

그러나 이에 비해 ‘미안해.’라는 말은 여간 어렵지 않다. 분명히 내게 잘못

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미안해.’라는 말을 하려면 목소리가 기

어들거나 가능하면 슬쩍 얼버무려 버린다. 마음속으로 미안한 감정을 느끼지


15 않아서가 결코 아니다. 너무나 미안하다고 생각할 때도 그렇다.

게다가 가끔씩 그런 말을 할 기회를 놓치고 후회하는 적도 있다. 그 때문에


■걸핏하면 조금이라도 일이
⑶ 감상적 읽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오해는 아니더라도 다른 이들에게 거만하게 보 있기만 하면 곧.

85
이거나 못된 사람으로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나의 성격적 결함을 머릿속으로는 다 알고 있으면서

도, 막상 ‘미안해.’라는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쨌거나 그 말이 목

에 딱 걸려 안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이 심각한 문제에 대해 심사숙고해 보기까지 한다. 왜 ‘미 5

안해요.’라는 짧은 말 한마디가 그토록 어려운 것인가?


‘미안해.’라는 말은 ‘나’에 그것은 나의 삶의 방식과 연결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내게 가르쳐 주
게 어떤 의미인가?
지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체득한 내 삶의 법칙은 슬프게도 ‘삶

은 투쟁이고, 투쟁은 이겨야 한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승부 근성이 투철한

내게 ‘미안해.’라는 말은 결국 내가 졌다는 뜻이고,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 10

은 나의 경쟁 심리가 그 말을 거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자존심 탓일 수도 있다. ‘미안하다.’라고 말한다는 것은 나의 결함과

실수를 인정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나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아니, 좀 더 마

음속 깊이 파고들어 가 보면, 그것은 아마도 어쩌면 내가 잘못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왜 애당초 남에게 사과할 일을 했으며, 15

그런 일을 미리 짐작하지 못했다는 것은 지독한 오판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니면, 내가 남보다 못났다는 데 대한 열등의식이거나 자격지심일

수도 있다. 만일 내가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면, 내가 잘못했고 그 사

실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무어 그리 어렵겠는가?

지난주, 19세기 미국 소설 강의 시간에, 나는 한 학생에게 주홍 글씨(The 20

Scarlet Letter) 의 첫 장면을 읽도록 시켰다.

“김영수, 23쪽 첫째 단락을 읽어 보세요.”

그러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되풀이했다.


■체득(體得)한 몸소 체험하
여 안. “23쪽 첫째 문단 말이야.”
■오판(誤判) 잘못 보거나 잘
못 판단함. 또는 잘못된 판 또다시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러더니 갑자기 영수가 아닌 서훈이가 책 25

단.
을 읽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자격지심(自激之心) 자기
3. 새롭게 바라보는 독서

가 한 일에 대하여 스스로 처음에는 단지 의아해했지만 가만히 생각하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학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
■부아 노엽거나 분한 마음. 기가 시작되고 두어 달이 지났으니 모든 학생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고, 학생

86
들 또한 내가 자기들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호명한 영수가 아닌 서훈이가 책을 읽을 수 있단 말인

가? 그것은 나에 대한 반항이거나 한 걸음 더 나아가 모욕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화를 눌러 참고 책을 다 읽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냉담하


5 게 말했다.

“지금 책 읽은 학생이 김영수예요?”

나는 정색을 하고 선생으로서의 위엄과 자존심을 건드린 두 사람을 노려보

았다.

“자기 이름들도 몰라요? 결석한 친구 대신 대리 대답하는 학생들이 있다더


10 니, 그렇게 하는 것이 아예 버릇이 돼서 이젠 친구 이름을 자기 이름인 줄

로 착각할 정도인가?”

나는 야유까지 했다.

반 전체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영수와 서훈이는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시간을 더 이상 허비할 수 없어서 강의를 계속했지만, 수업이 끝나고도 기분


15 이 썩 좋지 않았다.

그리고 오후에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학생 하나가 찾아와 진상을 알려 ‘서훈’이 ‘영수’ 대신에 책
을 읽은 이유는 무엇인가?
주었다. 김영수는 아주 심각한 말더듬이 증세를 갖고 있고, 그 증세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거나 읽거나 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더욱 악화된다는 것이었

다. 그러니 아까 갑자기 말문이 막혀 책을 읽을 수도, 그렇다고 말을 더듬어


20 서 못 읽겠다고 설명할 수도 없는 처지였을 것이고, 그 사정을 잘 아는 서훈

이가 당황하는 친구를 도와주려고 대신 읽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정말이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렸을 때 나도 한때 말더듬이 비슷한 증세가 있었기 때문에 영수가 느꼈을

충격과 고뇌, 그리고 수업 시간 이후의 기분을 잘 알 수 있었다.


■냉담(冷淡)하게 태도나 마
25 미안하다고 해야겠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어떻게? 영수에게 수 음씨가 동정심 없이 차갑
게.
업 후에 오라고 할까? 그러면 영수가 더 부끄러워하지 않을까? 아니면 삐삐
■진상(眞相) 사물이나 현상
번호를 알아내어 내게 전화하라고 할까? 하지만 말더듬이 증상은 전화로 말 의 거짓 없는 모습이나 내용.
■삐삐 ‘무선 호출기’를 일상
⑶ 감상적 읽기

할 때 더 심각해지니까 그것도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듯하다. 적으로 이르는 말.

87
그렇다면 어떻게 사과를 할까.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

니, 정말로 내가 사과해야 하는 상황인가에 대해 의구심이 일어났다. 요컨대

그게 정말 내 잘못이었는가 말이다. 영수에게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는

모르지 않았는가? 학기가 시작될 때, 미리 자기에게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으

니 호명하지 말아 달라고 한마디라도 해 줬으면 어련히 알아서 했을까 말이다. 5

게다가 선생 체면에 학생에게 그런 말을 했다고 해서 사과할 필요까지 있

겠는가? 그리고 지금쯤은 영수도 다 잊어버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괜히 사

과해서 오히려 긁어 부스럼이 될 수도 있다.

영수에게 ‘미안해.’라고 말할 필요가 없을 만한 온갖 구실들을 발견하고 나

니 그제야 마음이 편해졌고, 오히려 사과하려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게까지 10

여겨졌다. 그리고 이 바쁜 와중에 그런 생각까지 하고 있다니, 쓸데없는 시간

낭비라고 결론짓고 그냥 잊어버렸다.

하지만 오늘 나는 ‘미안합니다.’라는 말, 아니 그 말의 위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봐야만 했다.


‘아버지’가 ‘경비원’에게 저녁때 아버지가 차를 갖고 오피스텔에 있는 나를 데리러 오셨다. 아버지 15

사과를 하면서도 현관 근처
에 차를 댄 이유는 무엇일까? 와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나갔는데, 건물 뒤편에 있는 주차장

경비원이 아버지에게 현관 가까이에 차를 댔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

버지는 계속 허리를 굽히면서 사과하고 계셨다.

“미안합니다. 잠깐만 있을 겁니다. 제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곧 나올 겁

니다.” 20

그러나 아버지 연세쯤 되어 보이는 경비원은 심하게 아버지를 힐책하였다.

“아 글쎄, 기다리려면 저기 주차장 안에 차를 대고 기다리란 말이에요! 왜

하필이면 현관 앞에 차를 대냐고요.”

“미안합니다. 조금만.”

아버지는 계속 ‘미안합니다.’를 반복하고 계셨다. 물론 차를 현관 근처에 25

대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경비원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의구심(疑懼心) 믿지 못하
3. 새롭게 바라보는 독서

고 두려워하는 마음. 보자 너무 자존심 상하고 화가 나서, 나는 경비원을 한번 흘끗 쳐다보고는 차


■힐책(詰責)하였다 잘못된
점을 따져 나무랐다. 에 올라탔다.

88
경비원은 잠시 나와 목발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미안합니다.’
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상
깊이 머리를 숙이더니, 황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아이고, 정말 죄송합니다. 이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씀해 주시지 그랬어

요. 만약 그랬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텐데요. 이분이라면 몸이 불편


5 하시니까 여기 대셔야지요. 이분을 자주 뵈어요.”

말을 하는 와중에도 그는 중간중간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했다.

아버지는 또 아버지대로 “괜찮습니다. 제가 잘못한 건데요.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했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차가 떠날 때 경비원


10 은 손까지 흔들며 우리들을 배웅해 주었다.

⑶ 감상적 읽기

89
얼마나 아름다운 결말인가! 서로 얼굴을 붉히고 마음이 상한 채로 헤어졌

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두 사람은 모두 기꺼이 “미안합니다.” 하고 사과를


미안하
사과 다고 했기 때문에 기분 좋게 웃으며 헤어질 수 있었다.
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 아마도 나라면 아버지처럼 사과하는 대신 “금방 간다는데 왜 그러세요? 그
.
렇게 융통성이 없으세요?” 하면서 얼굴을 찌푸렸을 것이고, 경비원도 사과하 5

는 대신 ‘그래도 원칙은 원칙이지, 아무리 몸이 불편한 사람 기다린다고 차를

현관 앞에 세우다니.’라고 생각하면서 뾰로통한 얼굴로 돌아섰을 것이다.

그러나 나보다 나이도 많고 인생 경험도 풍부한 두 사람은 좋은 결말을 만

드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잘못을 기꺼이 인정하는 태도와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마음, 그리고 ‘미안합니다.’라는 말의 효력을 알고 있었던 10

것이다.

그래도 나는 차를 타고 나서 아버지에게 투덜댔다.

“아버지, 왜 그 사람한테 허리까지 굽히고 그래. 채신없어 보이잖아.”

그러자 아버지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채신? 원, 잘못한 거 사과하는 데 채신은 무슨 채신이냐?” 15

‘아버지’의 말은 ‘나’에게 문득 영수 얼굴이 떠올랐다. 잘못한 것을 사과하는 데 선생 체면은 무슨 선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생 체면? 수업 중에 내가 한 말 때문에 영수가 아직도 상심해 있을지도 모른

다. 내일은 수업 끝나고 정식으로 사과해야지.

“얘, 영수야, 지난번엔 미안했어. 수업 중에 읽는 것 시키지 말라고 말해

주지 그랬니. 모르고 그런 거니 용서해 줄 거지?” 20

이번 일을 계기로 나도 ‘미안합니다.’를 좀 더 자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장영희, 『내 생애 단 한 번』

•‘ ’
3. 새롭게 바라보는 독서

■채신없어 말이나 행동이


경솔하여 위엄이나 신망이
없어.

90
글의 내용 파악하기
1 글쓴이가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하기 어려워한 이유를 써 보자.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경쟁 심리 때문임.


도움말
글쓴이가 지닌 삶의 방식과 •
태도가 어떠했는지 글의 내용
을 떠올려 본다. •

인물의 태도 파악하기
2 이 글을 통해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보자.

(1) 제시된 두 일화에서 ‘나’의 태도는 어떠한지 적어 보자.


도움말
이 글의 제목과 관련하여 ‘나’의 태도
글쓴이가 두 일화를 제시한 첫 번째 … ‘나’가 말더듬이 증세를 보이는 ‘영
의도를 생각해 보고, 글쓴이 일화 수’ 대신 책을 읽은 ‘서훈’을 혼냄.
의 깨달음을 파악해 본다.

‘나’의 태도
두 번째 … 현관 앞에 주차한 ‘아버지’에게
일화 ‘경비원’이 화를 냄.

(2) 두 번째 일화에서 ‘나’가 깨달은 점을 써 보자.

‘나’의 깨달음
‘아버지’의
태도

‘경비원’의
태도
⑶ 감상적 읽기

91
3
글이 주는 즐거움과
깨달음 수용하기 이 글을 읽으면서 공감하거나 공감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 내용과 이유를
적어 보자.

도움말 내용 이유
자신도 글쓴이의 경험과 유
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때 자
신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공감한 부분
떠올리며 글쓴이의 태도와 비
교해 본다.

공감하지 못한 부분

감동 내면화하기
4 글쓴이처럼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지 떠올
려 보고,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짧은 편지글을 써 보자.
3. 새롭게 바라보는 독서

92
문화 향유
역량 기르기 5 다음 글을 읽고, 우리말에 나타나는 고유한 언어문화에 관하여 탐구해 보자.

성호는 미국에 간 지 얼마 안 된 유학생이다. 성호는 아직 영어도 서투르고 아


도움말
는 사람도 얼마 없어서,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려고 노력하고
언어와 문화는 밀접한 관련
이 있으며 서로 영향을 주는 있다. 그래서 그다지 친하지 않지만, 안면이 있는 친구에게 “안녕, 아침 먹었니?”
상호 보완적인 관계임을 이해 라고 인사를 건네었다. 그러나 그 미국인 친구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는 금세 자
한다. 그리고 우리의 언어 생
리를 떠났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성호는 실망했으나, 다시 용기를 내어 두 번째
활에서 알 수 있는 고유한 문
화를 생각해 본다. 로 만난 친구에게 “안녕, 어디 가니?”라고 반가움을 전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정
색하고, “내가 어디 가는지 너에게 굳이 밝힐 필요 없지 않니?”라고 말하더니 휭
하니 가 버리는 것이다.
성호가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건만, 친구들은 왜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일까? 각
나라의 인사말은 그 민족 고유의 문화나 특성을 잘 반영한다. 우리 문화에서는
“안녕, 아침 먹었니?”처럼 끼니를 해결했는지 묻는 것은 예로부터 별일 없이 잘
지내는지를 묻는 안부 인사였다. 우리의 관용적인 인사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
국인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자신을 식사에 초대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우
리가 “어디 가세요?”라고 인사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 말은 정말 그 사람의
행선지가 궁금해서 묻는 것이 아니고, 관심과 호의를 나타내는 친근함의 표시일
뿐이다. 그러나 그 말은 외국인이 듣기에 자신의 사생활을 밝혀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왜 남의 사생활에 관여하느냐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 상생 화용 연구소, 『내 말에 상처 받았니?』

(1)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우리말의 고유한 특성을 파악해 보자.

(2) 우리말에 나타나는 언어문화적 특징을 더 찾아보고, 이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⑶ 감상적 읽기

93
노랫말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수,

밥 딜런
3. 새롭게 바라보는 독서

밥 딜런(Dylan, Bob. 1941~ ) 1962년 데뷔한


미국의 가수. 직접 작사, 작곡을 하고 노래도 부
른다. 미국 전통 가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
렸으며, 사회 개혁적인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만들어 ‘시대의 목소리’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94
“올해 수상자는 밥 딜런입니다!”
2016년 10월 13일,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이름이 발표되었을
때 전 세계인의 공통된 첫 반응은 놀라움이었다. 소설도 수필도
희곡도 아닌, 노래 가사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이다. 게다가
가수가 문학상을 받은 것은 노벨상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밥 딜런은 문학가가 아닌 가수인데 어떻게 문학상을 받았을
까? 밥 딜런이 소설 한 권과 자서전을 쓰긴 했지만, 그 책들 덕
분에 상을 받은 것도 아니었으므로 사람들은 궁금할 수밖에 없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진정한
었다. 스웨덴 한림원(Sven ska Akademien, 노벨 문학상 선정 위
원회를 겸함.)에서는 문학상 선정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
“그의 노래는 ‘귀를 위한 시’입니다.” 흰 비둘기가 모래밭에서 쉴 수 있을까?
당시 미국은 전쟁과 인종 차별, 빈부 격차 같은 문제로 혼란스 얼마나 많은 폭탄이 쏘아져야
러운 시기였다. 밥 딜런은 기타를 메고 직접 쓴 시를 가사로 노
래를 불렀는데, 그의 노래에는 자유와 저항 정신이 담겨 있었다.
전쟁이 끝날 수 있을까?
혼란스러운 세상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밥 딜런은 ‘진실을 담은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지.
바람’처럼 시원하게 마음을 식혀 주는 존재였다. 그를 유명하게
부는 바람 속에 답이 있지.
만들어 준 대표곡 부는 바람 속에 의 가사처럼 말이다.
- 밥 딜런, 「부는 바람 속에」
밥 딜런의 노래를 듣고 많은 젊은이가 생각을 바꾸었으며, 그
의 노래는 전쟁과 인종 차별, 억압을 반대하는 사회 운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영화 「위험한 아이들」에서처럼 많은 학교에서 밥
딜런의 노래를 시로 연구할 정도로 그 영향력은 대단했다. 지금
도 여전히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그의 노랫말을 연구하는 강좌
가 많이 개설되고 있다. 그의 노랫말은 국내외 권위 있는 영문학 위험한 아이들(Dangerous Minds)
교수들 사이에서조차 해석하는 방식이 다를 정도로 문학적 향기 1995년에 개봉한 영화. 루앤 존슨은 영어
교사가 되기 위해 한 고등학교에서 일종의 교
와 철학적 메시지가 강하고, 의미 또한 다의적이다.
생 실습을 받게 된다. 반 학생들은 하나같이
밥 딜런은 「위험한 아이들」이 개봉된 이듬해인 1996년부터 노 힘든 환경에서 성장하여 접근하기 힘든 반항

벨 문학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시집 한 권 심리를 지니고 있지만 누구보다도 진심 어린
애정과 관심을 가져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낸 적 없는 가수 밥 딜런이 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 루앤 존슨은 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학
다. 그러나 정확하게 20년이 흐른 뒤, 그는 노벨 문학상을 받았 교의 잘못된 규정을 거부하고, 밥 딜런의 노
독서로 여는 창의・융합

래 가사와 딜런 토마스의 시를 가르치는 새로


다.
운 수업을 만든다.
- 최승필, 글로벌 리더를 말하다

95
배운 내용 정리하기
제재 핵심 활동 내용
•글쓴이의 주장과 근거 찾기
이 글은 경쟁이 인간을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 •글의 관점과 내용, 표현 방법 비
(1) 임을 강조하고, 공정한 경쟁의 중요성을 말하고 판하며 읽기
비판적 읽기 있다. 이를 통해 경쟁에 대한 글쓴이의 관점을 비 •숨겨진 의도 및 사회・문화적 이념
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비판하기
•비판적・창의적 사고 역량 기르기

이 글은 우리 주변의 획일화된 놀이터를 비판 •문제 상황 파악하기


하고, 아이들에게 흥미롭고 도전적인 놀이터가 •창의적 대안 모색하기
(2)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상에서의 문 •자신과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
창의적 읽기 제 현상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자신만의 창의 방안 찾기
적인 대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비판적・창의적 사고 역량 기르기

•내용 및 인물의 태도 파악하기


이 글은 글쓴이가 경험한 두 가지 일화를 바탕
•글이 주는 즐거움과 깨달음 수용
(3) 으로, ‘ 미안합니다. ’ 라는 말이 지닌 효력에 대해
하기
감상적 읽기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쓴이의 깨달음에
• 내면화하기
감동
공감하고 따뜻한 말의 힘에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문화 향유 역량 기르기

배운 내용 점검하기

점검 내용 평가

글에 드러난 관점이나 내용, 글에 쓰인 표현 방법, 글쓴이의 숨겨진


의도나 사회・문화적 이념을 비판하며 읽을 수 있다.

글에서 자신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나 글쓴이의 생각에


학습 목표
대한 대안을 찾으며 창의적으로 읽을 수 있다.

글에서 공감하거나 감동적인 부분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글이 주는


즐거움과 깨달음을 수용하며 감상적으로 읽을 수 있다.

다양한 상황이나 자료, 담화, 글을 주체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평가


하여 새롭고 독창적인 의미를 부여하거나 만들 수 있다.
역량
국어로 형성・계승되는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그 아름다움과 가치
를 내면화하여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생산할 수 있다.
3. 새롭게 바라보는 독서

나는 이 단원의 독서 활동을 통해 을/를 알게 되었고,


앞으로 을/를 더 알아볼 것이다.

96

서평 쓰기
‘처음 - 중간 - 끝’의 구성 원리에 따라 서평을 써 보자.

• 글쓴이가 책을 쓴 목적이나 의도는


무엇인가?
제목: • 책의 구성이나 내용은 어떠한가?
• 인상적인 구절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 책에 대한 자신의 평가는 어떠
한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모둠별로 작성한 서평을 함께 읽어 보자. 아래의 평가 기준에 따라 서로의 서평을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조언해 보자.

평가 기준 친구의 조언

글의 핵심 내용을 잘 파악하였는가?

서평의 구성이 짜임새가 있고, 흐름이 자연스러운가?

서평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하고 명료하게 표현되었는가?

자신의 생각에 대한 근거가 잘 드러나는가?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 호응은 정확한가?


단원의 마무리

97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1) 인문 분야의 글 읽기
나는 누구인가

(2) 예술 분야의 글 읽기
내가 찍고 싶은 사진

(3)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친구들이 전하는 이야기
가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
나 피혁삼우(皮革三友)
자기
자기성찰・계
성찰・ 문화 향유 의사소통 비판적・창의적 자료・정보 공동체・대인
계발
발 사고 활용 관계
어른들이 우리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책 속에 길이 있다.”
라고 말할 때가 있다. 어른들은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책에는 글쓴이가
살았던 시대가 녹아 있으며, 글쓴이가 평생을 두고 성찰하여 깨달은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단원에서는 인문과 예술 분야의 글을 읽으며 그 안에 담긴 글쓴이의 세
계관이나 삶의 태도를 파악하고, 인간에 대해 성찰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시
대에 생산된 글을 읽으며, 글쓰기 관습과 독서 문화 등을 파악하고 당시의 사
회・문화적 특성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독서 활동을 하면서 삶의 가치와 의미를 끊임없이 탐색하
고, 다양한 문화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다.

인문 분야의 글을 읽으며 자기 성찰・계발


역량을 키우고, 예술 분야의 글과 다양한
시대의 특성이 드러나는 글을 읽으며
문화 향유 역량을 길러 볼 거야.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100
배울 내용 미리 보기

인문 분야의 글 읽기 예술 분야의 글 읽기
나는 누구인가 내가 찍고 싶은 사진

인문학적 세계관 이해 예술을 통한 인간에 대한 이해


인간에 대한 성찰 예술을 대하는 태도 이해
삶의 문제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 파악 예술에 대한 가치관 정립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친구들이 전하는 이야기
가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
나 피혁삼우(皮革三友) 독서로 여는 진로
책을 꿈꾸다
당대의 사회・문화적 특성 파악
글쓰기 관습 파악
글에 반영된 독서 문화 이해

배울 내용 생각하기
이 단원에서 알고 싶은 내용을 자유롭게 질문해 보자.

「 」
단원의 길잡이

101
학습목표

•인문 분야의 글을 읽으며 제재에 담긴 인문학적 세계관과 삶


의 문제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 인간에 대한 성찰 등을 비판적

인문 분야의 으로 이해한다.

글 읽기
다음에 소개된 누리집을 비롯하여 자신이 사는 지역의 문화원 누리집을 방문해
보고, 어떤 인문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지 살펴보자.
인문학은 마냥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다양한 인문 독서 https://www.readin.or.kr/

강의를 들어 보니 가치관을 세우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됐어.

인문 분야의 인문 분야의 글은 인간 존재를 탐구하는 글로, 철학・역사학・신학・심리학 등에 관한

글 읽기란 글이 대표적이다. 인문 분야의 글은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대상으로, 그 정신적 가치나

무엇일까? 의미를 밝히고 사유하도록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이러한 글들은 대체로 어느 한


가지 절대적인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풍부한 의미를 더하는 것을 지향한
다. 따라서 인문 분야의 글을 잘 읽기 위해서는 글에 담긴 글쓴이의 주관과 통찰력이 타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당한지 판단하며, 다른 관점의 글이나 자신의 경험과 비교하며 읽는 것이 좋다. 또한 삶


을 성찰하고 인간을 이해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계기로 삼으며 읽는 태도가 중
요하다.

102
나는 누구인가
내가 누구인지
너는 아니?

이 글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글에서
글쓴이가 인간과 나 자신에 대해 어떻게 성찰하고 있는지 파악하며 읽어 보자.

5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순수 이성 비판』에서 철학이 제기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바랄 수 있는가?’의 세 가지라 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 『논리 손봉호(1938~ )

학 강의』에서는 위의 세 가지 질문이 모두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 철학자이자 윤리학자. 자녀


교육, 인성 계발, 시민 사회
로 귀결된다고 하였다. 도덕 교육 등 윤리 실천에 관
해 주로 강의한다. 인간의 근
10 한편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철학의 궁극적인 목적이 ‘너 자신을
본적인 문제들을 친숙한 언어
알라.’라는 것이라고 하였다. 어떻게 보면 인간이 무엇인지 알면 자신이 누구 로 풀어내었으며, 시민운동에
도 적극 참여하였다. 주요 저
인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인간과 자신은 어느 서로 『나는 누구인가』, 『오늘
을 위한 철학』, 『답 없는 너에
정도 연관은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에 있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인
게』 등이 있다.
간보다 한 단계 더 깊은 곳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5 아득한 옛날, 사람들은 자신보다는 자신을 둘러싼 자연 현상이나 우주, 인
⑴ 인문 분야의 글 읽기

간과 자연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신들에 주로 관심을 기울였다. 학문의 발전 ■귀결(歸結)된다고 어떤 결


말이나 결과에 이르게 된다
과정을 보아도 ‘나’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보다는 나에게서 멀리 떨어진 대상 고.

103
자료실 을 탐구하는 학문들이 먼저 발전하였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는 기원전 6세
탈레스(Thales)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
기에 자연 철학자들이 처음으로 우주와 자연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자연 철학의 시조로 불린다. 철학다운 철학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탈레스란 철학자가 천체를 연
일식(日蝕)을 예언하고 피라
미드의 높이를 측정하였다. 구한다고 별을 쳐다보다가 우물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학자들은

주로 ‘천체는 어떻게 운행하는가?’, ‘우주 혹은 자연이란 무엇인가?’, ‘신은 5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어떻게 행동하는가?’ 등에 대한 연구를 선행하였다. 약 1세기가 지나고 기원


관심 대상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였는가? 전 5세기 무렵이 되어서야 철학자들은 인간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

하였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궤변론자에 의한, 지극히 초보적인 단계에 그쳤

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자연, 우주, 신 등에 대해 안다.”라고 하는 것은 어디 10

까지나 우리의 생각을 거쳐야 가능하며, ‘나’를 통해야만 의미가 있다. ‘나’가
■천체(天體) 우주에 존재하
는 모든 물체. 무의미하다면 우주가 아무리 의미 있고 아름다운들 그것의 가치를 어떻게 이
■궤변론자(詭辯論者) 철학
을 개념의 유희로 전환하고
해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간이 알고 있는 지식이 어떤
철학적 논의나 논쟁에서 궤 것인지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나’가 누구인지 아는 것은 한층 더 중요
변을 주된 수법으로 삼았던
철학자. 하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수수께끼는 예나 지금이나, 물리학적 15

으로나 철학적으로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104
논리적으로 따져 본다면 가장 기본적인 것을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데, 인

류가 왜 가장 먼 것부터 먼저 탐구하기 시작했는지는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

다. 사실 ‘나’는 온전히 사적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나’는 누구든지 관찰하

고 연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또한 ‘나’는 잡히지 않는 대상


5 이다. ‘나’가 나의 몸 어디에 존재한다고 꼭 집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를 알고, ‘나’를 탐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학자들은 자신을 알 수 있는 길은 내성(內省) 즉, 마음의

눈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방법이 유일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철학자들은 내

성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국의 철학자 흄은 내성을 통


10 해 자신을 들여다보면 ‘나’가 아닌, 이제까지 내가 경험한 것들만 나타난다고

하였고,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도 의식의 옹달샘 속에 들어 있는 ‘나’란

조약돌을 찾을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즉 내성의 방법으로는 ‘나’의 의식 속

에 들어 있는 그 수많은 경험들을 ‘나’의 경험으로 만드는, 바로 그 본질로서 자료실


『나와 너』
의 ‘나’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아무리 마룻바닥을 내
20세기 종교 사상가 ‘부버’
15 려다본다 한들 기차가 달리는지 정지해 있는지 알 수 없고, 기차의 속도가 어 (Buber, Martin)의 저서이다.
현대인이 직면한 인간 소외와
느 정도 되는지도 알 수 없다. 그와 비슷하게 우리가 우리 자신만 들여다보아 원자화의 위기에 맞서, 인격
으로서 공존하는 ‘나’와 ‘너’의
서는 스스로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이다.
관계를 진정한 만남과 대화를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나’를 알 수 있을까? 인류가 자연, 우주, 신 통해 본질적으로 회복하고자
하는 가르침을 전한다.
보다 늦게 자신을 살피기 시작한 것이나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는
20 것이 철학의 시작이 아니라 철학의 궁극적 목적이라 한 것도 다른 모든 것을

어느 정도 알아야 자신을 알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를 발견하는 것은 나를 중심으로 한 다른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가능하다. 부버(Buber, Martin)는 자신의 저서 『나와 너』에서 ‘너’ 혹은 ‘그

것’이 없이는 ‘나’가 있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는 ‘나’가 가질 수 있는 기본적 ‘부버’가 제시한 것으로,
‘나’가 가질 수 있는 기본적인
25 인 관계는 ‘나’와 ‘너’의 관계와 ‘나’와 ‘그것’의 관계, 둘뿐이라고 하였다. 그 관계 두 가지는 무엇인가?

런데 이 두 관계에서 유의할 것은 ‘너’와 관계를 맺는 ‘나’와 ‘그것’과 관계를


⑴ 인문 분야의 글 읽기

맺는 ‘나’가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가 불변하는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맺는 관계에 따라 바뀌는 특별한 존재임을 보여 준다.

105
나는 너에게 ‘그것’, 즉 돈, 집, 국가 혹은 그 사람 등 삼인칭으로 표현되는 것들과 관계
‘그것’이니? 아니면
‘너’니? 비밀이야! 를 맺는 것은 ‘나’의 일부일 뿐 전체가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물건을 소유했

을 때, 나는 단순히 물건의 소유자로서의 나일 뿐 전체로서의 나는 될 수 없

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을 얼마든지 다른 사람이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관계는 유일하지 않으며 유한하다. 이는 다른 사람들과 표면적인 5

관계를 맺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하나의 기능인으로 다른 사람과

어떤 일을 처리한다면, 그때의 나는 얼마든지 다른 사람과 대체될 수 있다.

그리고 상대방 역시 나에게 하나의 ‘너’가 될 수 없고, 오히려 하나의 ‘그것’

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나’와 ‘너’의 관계에서 그러나 ‘너’와의 관계에 있는 ‘나’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때의 10

‘나’는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


하는가? ‘나’는 인격 전체이며, 다른 무엇과도 대체될 수 없는 유일한 존재이다. 물론

‘나’와 관계를 맺는 ‘너’도 그 인격 전체로 ‘나’의 앞에 서게 되는 것이다. ‘나’

와 ‘그것’의 관계는 주체와 객체의 관계이자 차등의 관계이지만, ‘나’와 ‘너’

의 관계는 주체와 주체의 동격 관계이며, 두 유일무이한 존재들의 대등 관계

이다. 그때의 ‘나’를 진정한 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15


■대체(代替)될 다른 것으로
바뀔. 예를 들어 회사에 직원 A가 있다고 하자. A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업무를
■전락(轉落)하는 나쁜 상태
나 타락한 상태에 빠지는. 진행하고 있다. 이때 조직 안에서 회사 동료들과의 관계는 그 사람이 가지고
■차등(差等) 고르거나 가지
런하지 않고 차별이 있음.
있는 직책 또는 기능으로 만나는 것이며,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해
또는 그렇게 대함. 도 그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A와 직장 동료의 업무적 관계는
■동격(同格) 같은 자격이나
지위. ‘나’와 ‘그것’의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A가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을 20

때, 아이가 “아빠!” 하고 부르며 달려 나오는 것을 상상해 보자. 그때 A와 아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106
이는 단순히 아버지와 자녀라는 기능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인격 그 전체

가 총동원되는 ‘나’와 ‘나’의 만남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인간이 무엇인지 안다고 해서 ‘나’를 아는 것은 아니며,


5 인간을 아는 지식과 ‘나’를 아는 지식이 동일한 성질의 것도 아니기 때문이

다. 인간에 대한 지식은 ‘그것’에 대한 지식이고, 그것은 이론적으로 혹은 객

관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객관적이기 때문에 누구든지 원칙

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지식이다. 그러나 ‘나’에 대한 지식은 객관적일 수 없

으며, 좁은 의미로 ‘지식’이 될 수도 없다. 그것은 지식 이상이요, 지식이 일


10 으킬 수 없는 인격 전체가 동원된 힘과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진정한 ‘나’가 될 수 있는 것은 ‘너’가 될 수 있는 다른 사람이 있기 글쓴이가 말하는 진정한


‘나’가 될 수 있는 조건이란 무
때문이요, 그 사람과 ‘나’와 ‘너’의 관계를 맺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다른 엇인가?

사람이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나’에게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으

면 진정한 관계는 형성될 수 없다. 이제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자. 나는 상대


15 방에게 ‘너’인가 ‘그것’인가. 그리고 상대방은 나에게 ‘너’인가 ‘그것’인가.
- 손봉호, 『나는 누구인가』


⑴ 인문 분야의 글 읽기

107
제재에 담긴 인문학적
세계관 이해하기 1 이 글에 드러난 글쓴이의 인문학적 세계관을 파악해 보자.

(1) 다음에 제시된 철학자들이 탐구한 대상이나 내용을 찾아 써 보자.

기원전 6세기 철학자들 기원전 5세기 철학자들 소크라테스

인간의 문제에 대해 관심
을 갖기 시작함.

부버 흄, 사르트르 칸트

철학이 제기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을 꼽음.

(2)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지식과 ‘나’에 대한 지식의 특성을 파악해 보자.

•이론적으로 혹은 객관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성질의 지식


인간에
대한 지식


‘나’에
대한 지식

(3) 글쓴이가 ‘나’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인지 찾아보자.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108
인간에 대해 성찰하기 /
자아 성찰・계발
역량 기르기
2 1의 활동을 바탕으로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와 ‘나’에 대해 성찰해 보자.

(1) ‘부버’의 저서 『나와 너』에 등장하는 ‘나’와 ‘그것’의 관계, ‘나’와 ‘너’의 관계에 대해 정리
해 보자.

‘나’와 ‘그것’의 관계 ‘나’와 ‘너’의 관계

•돈, 집, 국가 혹은 그 사람 등 삼인칭으로 표 •동격의 두 유일무이한 존재들이 대등하게


현되는 것들과 ‘나’의 일부가 맺는 관계 맺는 관계
• •

• •

(2) 자신에게 ‘너’로 존재하는 대상에 대해 적어 보고, 그중 하나를 선택하여 ‘나’와 ‘너’의
나는 친구 ◯◯와‘나’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 까닭을 말해 보자.
‘너’
의 관계를 맺고 있어.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자신의 속마음을 나에게 ‘너’로 존재하는 대상들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야.

‘나’는 와/과 ‘나’와 ‘너’의 관계를 맺고 있어.

왜냐하면
⑴ 인문 분야의 글 읽기

109
3
삶의 문제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 파악하기 다음 글을 읽고, 삶의 문제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자.

멕시코 출신의 화가 프리다 칼로는 예술적 주제가 오로지 자기 자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없이 많은 자화상을 남겼다. 칼로는 평생 자신을 그
리는 데 모든 열과 성을 바쳤고, 스스로를 모델로 삼아 끊임없이 관찰하고 표현
했다. 자신이 자신에게 영감을 받는 예술가이자 모델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칼
로는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침잠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나 자신을 그린다. 왜냐하면 나는 너무도 자주 외롭고 또 무엇보다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가 나이기 때문이다.”
프리다 칼로는 진정 외로운 예술가였다. 칼로가 자신을 남과 다른 사람으로 의
식하기 시작한 것은 여섯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오른쪽 다리를 절게 되면서부터
이다. 다른 아이들에게 ‘나무다리 프리다’라는 놀림을 받으며 자란 그녀는 일찍부
터 자신의 소외된 상(像)에 눈을 뜨게 되었다. 하지만 남다른 총명함으로 의사가
되길 희망했고, 친구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소녀로 자랐다. 그러다 열여덟 살
이 되던 해 더 큰 사고를 당한다. 타고 가던 버스가 전차와 충돌해 살아 있는 것
이 기적이라고 생각될 만큼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죽을 때까지 그녀를 괴롭힌
육체적 고통은 그녀의 마음까지 심하게 부식시켰다. 그 고통을 극복하는 방안으
로써 칼로는 자신의 모습을, 그 남다른 실존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물론 이런 신체적인 한계만을 표현하고자 칼로가 자화상에 모든 에너지를 쏟
은 것은 아니다. 그녀는 강하고 열정적인 인간이었으며,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
을 바쳤다. 칼로는 멕시코가 낳은 미술의 거장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했다. 그녀
는 자기 자신보다 남편을 더 사랑했지만 디에고는 칼로와의 결혼에 만족하지 못
하고, 많은 여자들을 만났다. 칼로는 디에고에 대한 분노보다 그를 변함없이 사
랑하는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무너져 내리곤 했다. 결국 그녀는 타
인의 관계에서 오는 충족되지 못한 결핍을 채우고자, 또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재확인하고자 부단히 자신의 모습을 그렸던 것이다.
칼로의 자화상은 치열한 에너지와 뜨거운 사랑 그리고 통렬한 아
픔으로 한 시대를 산, 한 여인의 숭고하고도 감동적인 기록으로 남
아 있다. 자화상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날카롭게 파헤쳤던 칼로,
그녀의 그림은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 이주헌, 『화가와 모델』

▲ 「부상당한 사슴(나는 가련한 작은 사슴)」(1946)

110
(1) 이 글의 글쓴이와 ‘프리다 칼로’가 대화를 한다고 가정하고, 대화의 빈 곳을 채워 보자.

저는

하기 위해 저의 모습을 수없이 많이 그렸어요.

힘든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당신이 대단합니다. 그런데 당신 자


신에게만 몰두하거나 남편과의 갈등 관계를 지속하는 것에서 벗어나 진정
한‘나’와‘너’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대상을 찾아보았다면 어땠을까요?

그렇게 하기에 저는 너무 오랜 시간을 병상에 누워 있어야 했어요.


저에게 제 자신은

그렇기에 다른 대상을 찾지 않았지요.

그랬군요. 당신은 죽기 전 마지막 일기에‘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이라고 썼다지요? 당신이 그곳에서 행복
하길 바랍니다.

도움말 (2) 삶을 살아가면서 문제 상황에 직면하게 될 때, 어떠한 태도를 지녀야 할지 자신의 생각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을 적어 보자.
있도록 돕는 이 글의 내용과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자신만
의 방법으로 이겨 낸 ‘프리다
칼로’에 대해 쓴 글을 읽고 자
신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⑴ 인문 분야의 글 읽기

있을지 생각해 본다.

111
학습목표

•예술 분야의 글을 읽으며 제재에 담긴 예술과 삶의 문제를 대


하는 인간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이해한다.

예술 분야의
글 읽기
다음 그림에서 작가가 예술과 삶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살펴보
고, 예술 분야의 글은 어떤 점에 주의하며 읽어야 할지 이야기해 보자.
왼쪽 그림의 작가 ‘몬드리안’은 가장
기본적인 조형 요소로 사물의 본질을
나타내려 했고, 오른쪽 그림의 작가
‘김홍도’는 서민의 삶을 소재로 삼아 이들의
진솔한 모습을 그림에 담았어.

▲ 몬드리안, 빨강, 노랑, 파랑의 구성 ▲ 김홍도, 새참

예술 분야의 예술 분야의 글은 주로 음악・미술・영화・무용・건축처럼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글 읽기란 심미적 세계를 창조하는 예술 활동과 관련된 글이 대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무엇일까? 분야의 예술론, 작품론, 작가론 등을 소재로 삼은 내용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예술 분


야의 글을 잘 읽기 위해서는 예술의 개념과 사조, 또는 작가나 작품에 관한 글쓴이의 관
점의 타당성과 참신성, 해석의 정확성 등에 주목하며 읽는 것이 좋다. 또한 제재와 관련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된 자신의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글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며 읽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글쓴이의 관점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해석하고, 같은 화제를 다룬 다른 사람의
글을 참고하여 폭 넓게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112
내가 찍고 싶은 사진
하나, 둘, 셋!

이 글은 인물 사진과 풍경 사진을 중심으로 사진의 본질과 가치를 설명하고,


사진을 찍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에 대한 글쓴이의
관점과 태도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며 읽어 보자.

5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 카메라 기능을 숙지하고 조작법을

능숙하게 익히면 사진을 잘 찍을까? 상업 사진이나 기술적 완성도가 곧 수준

으로 통용되는 전문 영역이면 몰라도 기술을 비법이라 생각하는 것은 큰 착 윤광준(1959~ )


각이다. 기술에만 관심을 갖는 태도는 잘못된 습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 사진작가이자 오디오 평론
가. 글과 사진, 음악과 여행
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기술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10 지식의 행간을 메워 줄 경험과 바라보아야 할 방향이다. 다른 사람을 흉내 내 다. 주요 저서로 『소리의 황
홀』, 『잘 찍은 사진 한 장』, 『내
지 말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 낼 줄 알아야 한다. 인생의 친구』, 『마이웨이』 등이
있다.
특별한 업적을 남긴 모든 사람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삶을

이루는 대부분 시간은 반복되는 생활의 조각들로 이루어지지 않던가? 일상

의 조각을 모아 붙여 놓으면 커다란 벽화가 된다. 위대한 과학적 발견과 참된


■행간(行間) 글에 직접적으
15 아름다움의 표현 또한 숨겨진 일상의 비밀로 재창조한 업적들이다. 로 나타나 있지 아니하나
⑵ 예술 분야의 글 읽기

이 평범한 일상을 비범하게 만들어 주는 소재는 무엇일까? 바로 우리들, 그 글을 통하여 나타내려고


하는 숨은 뜻을 비유적으로
사람이다. 미국의 한 잡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여 어떤 사진을 가장 많 이르는 말.

113
자료실 이 찍는지를 조사했다. 답은 사람이었다. 다음 순위로 자연 풍경과 도시, 건
사진의 역사
물, 꽃 같은 개별적 관심사로 이어졌다. 물론 우리나라도 크게 다를 바 없다.
1826년 니엡스가 유리판 대
신 금속판에 동판을 포개는 우리에게 사람보다 더 큰 관심사가 있을 수 있을까?
방법으로 금속판에 사진을 찍
는 데 성공하여 최초의 사진 우리가 잘 찍었다고 느끼는 사진도 결국 사람 사는 모습의 진솔함을 담은
을 만들었다. 이후 1830년대
다게르가 최초로 안정적인 사
사진이다. 이제까지 많은 사진을 찍어 보았지만 끝내 질리지 않는 사진은 사 5

진을 만들었으며, 비슷한 시
람을 담은 작품이다. 갈등이 있지만 화해와 사랑으로 이겨 내는 인간의 삶이
기 탤벗은 최초로 자신이 촬
영한 사진을 대량 생산함으로 야말로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은 가장 매력적인 주제이다. 좋은 사진이 주는
써 현재의 사진을 만들었다.
‘사진(photograph)’이라는 말 위안과 격려는 바로 인간에게서 비롯된다.
은 그리스어의 ‘photos(빛)’와
신문과 잡지에 등장하는 사진들을 유심히 보라. 역시나 사람 사진이 대부
‘graphien(그리다)’에서 유래
하였다. 분이다. 잡지 표지도 대부분 사람 얼굴이 차지한다. 인간이 주는 흡인력을 극 10

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신문 기사 속 인물 사진은 눈빛과 표정으로 미처

글로 옮기지 못한 내용을 전달하기도 하고, 확신에 넘친 주장이 과장이었음

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해 주기도 한다. 사진에 찍힌 모습으로 내면의 본질을

읽어 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사 사람은 제 모습과 유사한 사람에게 가장 흥미를 보인다고 한다. 사람을 찍 15

진을 찍는 이유는 무엇인가?
은 사진은 단지 타인의 모습을 남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모

습에서 자신의 현재를 발견하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을 찍는 일은 사진에 투

영된 자아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일지 모른다. 결국 다른 사람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또한 사람을 찍는다는 것은 소통의 간절함을 드러낸다. 그토록 많은 사람 20

이 사람을 찍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의 존재를 세상과 연결하고 싶은 속

내를 드러내는 것이다. 자신이 보고 만났던 사람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

누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나 찍지 못하는 인물 사진, 이

야기가 담겨 있는 인물 사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인물 사진을 찍고 싶

■방증(傍證) 사실을 직접 증 어 한다. 25

명할 수 있는 증거가 되지
사람을 찍은 사진은 세월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온갖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는 않지만, 주변의 상황을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증 기억들이 사진에 덧입혀져, 사진의 의미는 더 다양해지고 깊어진다. 사진에
명에 도움을 줌. 또는 그 증
거. 서 읽어 낼 수 있는 내용과 감동이 끊임없이 샘솟기 때문이다.

114
우리는 자신과 상관없는 다른 사람의 모습을 담은 사진에서 설명하기 어려 다른 사람의 사진에서 공
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유
운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내가 찍은 소년의 모습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는 무엇일까?

모습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첫 키스의 떨리는 순간을 담은 연인의 사진,

스포츠 경기에 환호하는 사람들의 사진 등. 인간사의 모든 드라마는 나에게


5 도 일어났거나, 일어날 개연성이 높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

른다. 하지만 어제 겪었던 일들은 결코 오늘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 지하철

안은 늘 혼잡하지만 타고 있는 사람은 모두 새로운 사람들 아니던가? 그렇기

에 바로 지금 벌어지는 삶의 순간을 프레임 속에 고정한 사진의 강렬함은 인


10 상적이다. 사진은 순간을 잘라 낸 과거의 시간과 행동을 현재로 되돌려 놓는

다. 이미 지나간 시간의 비밀을 다시 확인하는 놀라움은 크다. 미처 보지 못

한 많은 것들이 사진 속에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drama) 극적인 사
이토록 매력적인 소재인 인물을 사진가들이 놓칠 리 없다. 그래서 이를 아
건이나 상황을 비유적으로
는 사진가들은 무엇보다 먼저 사람에 초점을 맞춘다. 겁내지 말고 사람을 찍 이르는 말.
■개연성(蓋然性) 절대적으
15 어라. 사람이라는 소재는 마르는 법이 없다. 그러니 사람들을 향해 카메라를 로 확실하지 않으나 아마
그럴 것이라고 생각되는 성
들어라. 그리고 사람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사진을 찍어라. 그러면 사진 속의
질.
⑵ 예술 분야의 글 읽기

삶을 이어 가는 수많은 인물은 끝없는 감동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 일은 결 ■프레임(frame) 자동차, 자


전거 따위의 뼈대. ‘틀’로 순
국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화.

115
한편 우리가 인물 사진만큼 많이 찍는 사진이 있다. 바로 풍경 사진이다.

사진 공모전 출품작의 대부분도 풍경 사진으로 채워진다. 봄이면 꽃, 여름에

는 바다, 가을이면 낙엽 진 숲속, 겨울에는 눈 내린 산이 약속이나 한 듯 동시

에 올라온다. 1년 사계를 통틀어 꾸준히 등장하는 바닷가 일출 장면과 석양의

노을 풍경 또한 말할 것도 없다. 5

그런데 이상하게도 절경을 보고 감탄하며 사진을 찍어 보아도, 찍고 나면


풍경 사진이 실제의 감동 풍경들은 다 비슷하게 보인다. 아무리 자연 풍경을 정밀한 묘사력으로 재현
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
엇인가? 한다 하더라도 실제의 감동에는 미치지 못한다. 애초에 눈앞에 펼쳐지는 입

체적 공간의 느낌을 이차원 평면인 사진으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

기 때문이다. 어차피 실제의 입체적인 느낌을 살려 낼 수 없다면 풍경 사진을 10

찍을 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풍경을 보는 자신의 인식

과 프레임이다. 다시 말해 풍경의 재현이 아니라 해석인 것이다. 방법은 분명

해졌다. 풍경 사진은 더 많이 생각하고, 자신의 해석을 더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사진이 된다.

오른쪽의 사진은 한 누리집의 사진 공모전에 출품된 사진이다. 이 사진을 15

보고 나는 도시와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네 사람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마치 영화 되었다. 도시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간다. 익숙했던 풍경이 어느새 낯

한 장면
같아.
설게 변해 버려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혹은 서로 다

른 동네였는데, 똑같은 모양의 건물이 들어서 같은 동네로 착각하기도 한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분간되지 않는 획일화된 건물 사이를 걷다 보면 나 20

도 모르게 울컥할 때도 있다.

사진 속 골목은 비교적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 골목에 함박눈이 내린

다. 주먹만 한 크기의 눈발이 날리는 골목은 왠지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초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사면이 막힌 골목 저편에는 붉은 벽돌 건물이 성채

처럼 굳건하게 버티고 있어 어쩐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처럼 보이기 25

때문이다. 그만큼 사진의 분위기가 독특하고, 눈 내리는 순간이 실재감 있게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절경( 景)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경치. 표현되었다. 관념의 사진이 아닌 구체적 실체의 사진이라 할 만하다. 누군가
■실재감(實在感) 그려진 물
건이 실물인 듯한 느낌. 찍었던 방식을 따라한 식상함이 없다.

116
⑵ 예술 분야의 글 읽기

117
이 사진을 보고 아름답고 낭만적인 공간이라 느끼는 사람이 있고, 오히려

고단한 삶의 현장을 찾은 듯한 인상을 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은 이 사진에서 사람의 흔적과 체취가 물씬 느껴

진다는 것이다. 사진은 찍는 이의 마음을 오롯이 담게 마련이다. 만나 보지

않았어도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분명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일 것이다. 5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때 이렇듯 모든 것은 대상이 아니라 찍는 사람에 따라 결정된다. 사람들은 사


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진을 찍을 때 사물의 외피를 옮기는 것뿐 아니라 내면의 본질까지 담아내기

를 소망한다. 그러려면 원하는 느낌과 분위기가 담길 때까지 미세한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때 찍는 사람의 모든 역량이 동원된다. 카메라의 선

택, 대상의 존재감을 표현해 주는 렌즈의 화각, 물리적 거리와 각도, 사진의 10

분위기를 결정하는 빛의 상태, 찍는 이의 감정 상태 등이 바탕이 되고, 여기

에 중요한 하나를 더해야 한다. 자신이 곧 사진이 되는 일체감이다.

우리는 늘 사람을 만나고 풍경을 접한다. 사람과 풍경은 우리의 일상을 평

범하게 펼쳐 내어 보이지만 그것만이 다가 아니다. 두고두고 멋진 장면으로

기억될 순간들이 우리를 둘러싼 사람과 풍경 속에서 반짝거리며 숨어 있다. 15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 보자. 카메라가 없다면 스마트폰도 좋다. 세월이

흐르면 보물이 될 사진, 스스로 발견해 낸 소중한 가치가 담긴 사진을 찍어

보자.
- 윤광준, 『내가 찍고 싶은 사진』


■오롯이 모자람이 없이 온
전하게.
■외피(外皮) 겉가죽.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을 비유적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으로 이르는 말.
■화각( 角) 사진 렌즈로 촬
영할 수 있는 범위가 렌즈
중심에 이루는 각도.

118
중심 내용 파악하기
1 글쓴이가 사진을 잘 찍기 위한 방법으로 강조한 것들을 찾아 표시하며, 이 글의
내용을 파악해 보자.

카메라의 성능과 기술적 지식 내면의 본질적 생명력

나에게 일어날 개연성이 높은 순간 나와 관련 없지만 특별한 순간

풍경의 해석 풍경의 재현

유명 작가의 사진을 흉내 내기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2
예술을 대하는
태도 이해하기 아래 단어를 참고하여 인물 사진과 풍경 사진에 대한 글쓴이의 관점을 각각 한
문장으로 만들어 보자.

이 사진을 보니
글쓴이는 일상의 모습을
주로 담으려고 하는구나.

글쓴이는 인물 사진이란

또한 글쓴이는 풍경 사진이란
⑵ 예술 분야의 글 읽기

119
3
예술에 대한
가치관 세우기 다음 활동을 하면서 사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보자.

(1) 아래의 사진 중 가장 인상 깊은 사진을 고르고, 그 사진을 선택한 까닭을 말해 보자.

농부 부부의 미소 천지연 폭포

상작.
저널리즘 부문 수
2011년 퓰리처상 식물성 곰팡이의
구조(Rescue) 현미경 사진
캐롤 구지 기자의

자료실
퓰리처상 (2) 사진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정리하고, 글쓴이의 관점과 비교해 보자.
1917년 미국의 언론인 ‘조지
프 퓰리처’의 유언에 따라 제
정된 상으로, 신문 저널리즘,
문학적 업적과 명예, 음악적
구성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상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한다. 저널리즘 부문에는 14개


의 상이 있는데, 그중에는 속
보 사진 부문과 특집 사진 부
문이 포함되어 있다.

120
문화 향유
역량 기르기
4 내가 찍거나 내가 찍힌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공유하고, 친구들과 함
께 감상해 보자.

(1) 내가 선택한 사진을 설명하는 간단한 소개 글을 적어 공유해 보자.

이 사진은

나는 얼마 전 소풍을 갔을 때 찍었던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학업에 대한
부담을 잠시 잊고,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떠오르거든.

(2) 친구들이 공유한 사진을 보고, 한 줄 감상평을 남겨 보자. ⑵ 예술 분야의 글 읽기

121
학습목표

•다양한 시대에서 생산된 가치 있는 글을 자발적으로 읽는다.


•시대의 사회・문화적 특성이 글쓰기의 관습이나 독서 문화에

다양한 시대의 반영되어 있음을 이해한다.

글 읽기
다음 사진은 우리 시대의 마지막 전기수로 알려진 정규헌 선생이 책을 낭독하는
장면이다. 이를 참고하여 과거와 현재의 독서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전기수( )는 이야기책을 읽어
주는 사람이야. 책을 읽고 싶지만 글을 읽지
못했던 사람들이 많고, 책값이 비싸 책을
소유하기 어려웠던 시대에 등장했지.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시대의 글을 읽는 것은 글이 쓰인 당시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

글 읽기란 록 하고, 인간의 삶과 문화의 다양성을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일까? 다양한 시대의 글이 지닌 가치를 깨달아 사고의 폭을 넓히고 미래를 살아가기 위한 지


혜를 얻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다양한 시대의 글을 잘 읽기 위해서는 글에 반
영된 당대의 글쓰기 관습이나 독서 문화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이 쓰인 상황 맥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락과 사회・문화적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시대별로 어떤 특성을 지닌 글이 생산・


유통되는지 그 이유를 사회적 필요나 독자의 요구와 관련지어 생각하며 읽고, 나아가
새로운 독서 문화 형성에 관심을 갖도록 한다.

122
친구들이 전하는 이야기
나야 나!
네 친구 당근.

다음 두 글은 바느질 용품 일곱 가지를 의인화한 고전 수필과,


가죽으로 만든 잡화 세 가지를 의인화한 현대 수필이다. 글의 내용과 형식에
드러난 당시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이해하며 읽어 보자.

5 가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
이른바 소위 규중 칠우(閨中七友)는 부인들의 방 안에 있는, 일곱 벗이다.

글하는 선비는 필묵과 종이, 벼루를 문방사우(文房四友)로 삼았으니, 규중 여

자인들 홀로 어찌 벗이 없으리오.

이러므로 바느질을 돕는 것을 각각 이름을 정하여 벗으로 삼았다. 바늘을 안방에 거처하는 규중 부


인들의 일곱 벗은 누구인가?
10 ‘세요(細腰) 각시’라 하고, 자는 ‘척(戚) 부인’이라 하고, 가위를 ‘교두(交頭)

각시’라 하였다. 또 인두를 ‘인화(引火) 부인’이라 하고, 다리미를 ‘울( ) 낭

자’라 하며 실을 ‘청홍흑백(靑紅黑白) 각시’라 하고, 골무를 ‘감투 할미’라 하

여 칠우로 삼았다. 규중 부인들이 아침에 세수하고 머리를 빗고 나면 칠우가

일제히 모여 함께 의논하여 각각 맡은 소임을 끝까지 해냈다.


⑶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필묵(筆墨) 붓과 먹.
15 하루는 칠우가 모여 바느질의 공을 의논하였다. ■문방사우(文房四友) 종이,
붓, 먹, 벼루의 네 가지 문
척 부인이 긴 허리를 재며 말했다. 방구.

123
“여러 벗은 들어라. 나는 가는 명주, 굵은 명주, 흰 모시, 가는 베, 아름다

운 비단을 다 내어 펼쳐 놓고 남녀의 옷을 마름질할 때, 길고 짧음, 넓고

좁음이며 솜씨와 격식을 내가 아니면 어찌 이루겠는가? 이러므로 옷을 만

드는 공은 내가 으뜸이다.”

교두 각시가 두 다리를 빨리 놀리며 뛰어나와 말했다. 5

“척 부인아, 그대가 아무리 마름질을 잘한들 베어 내지 않으면 모양이 제

대로 되겠느냐? 내 공과 내 덕이니 네 공만 자랑하지 말라.”

세요 각시가 가는 허리를 구부리며 날랜 부리 돌리며 말했다.

“두 벗의 말이 옳지 않다. 진주 열 그릇이라도 꿴 후에 구슬이라 한다.

재단을 두루 잘한다고 하나 내가 아니면 어찌 옷을 짓겠는가? 잔누비, 10

중누비, 짧은 솔기, 긴 옷을 이룸이 나의 날래고 빠름이 아니면 잘게 안

고 굵게 박아 마음대로 하리오. 척 부인이 재고, 교두 각시가 베어 낸다

고 하나 내가 아니면 공이 없으니 두 벗이 무슨 공이라고 자랑하느냐?”

청홍흑백 각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화가 나서 말했다.

“세요야, 네 공이 내 공이다. 자랑하지 마라. 네가 아무리 착한 척하 15

나 한 솔기, 반 솔기인들 내가 아니면 어찌 성공하겠느냐?”

감투 할미가 웃고 나서 말했다.

“각시님들, 웬만히 자랑하소. 이 늙은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으

로 아가씨들 손부리가 아프지 않게 바느질을 도와 드리니, 옛말에

이르기를 ‘닭의 입이 될지언정 소의 뒤는 되지 말라.’라고 하였으 20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124
니, 청홍흑백 각시는 세요의 뒤를 따라다니며 무슨 일을 하시나? 실로 얼 자료실
규중칠우쟁론기
굴이 아깝도다. 나는 매양 세요의 귀에 찔리었으나 낯가죽이 두꺼워 견딜
조선 후기의 부녀자가 쓴
만하여 아무 말도 아니한다.”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수필
이다.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인화 부인이 말했다. 규중 칠우의 대화를 보여 주
는 점이 독특하다. 인간의 이
5 “그대들은 다투지 말라. 나도 잠깐 공을 말하겠다. 중누비, 잔누비가 누구
기적인 세태에 대한 풍자와,
때문에 저 가닥과 같이 고우며, 한 솔기와 반 솔기가 내가 아니면 어찌 풀 직분에 따라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또
로 붙인 듯이 고우리오. 바느질의 재주가 없는 자가 들락날락하여 바르지 한 칠우가 당당히 자신의 주
장을 펼치는 모습에서 봉건
못한 것도 나의 손바닥으로 한 번 씻으면 잘못한 흔적을 감추어 준다. 그 사회 속에서 변화해 가는 여
성상도 발견할 수 있다.
러니 세요의 공이 나 때문에 광채가 나는 것이다.”
10 울 낭자 크나큰 입을 벌리고 너털웃음으로 말했다.

“인화야, 너와 나는 맡은 일이 같다. 그러하나 인화는 바느질뿐이다. 나는

천만 가지 옷에 참여하지 않는 곳이 없다. 얄미운 여자들은 하루 할 일도

열흘이나 한 곳에 뭉치어 놓고, 살이 구깃구깃한 것을 나의 넓은 볼기로

한 번 스치면 굵은 실이 낱낱이 펴지며 제도와 모양이 고와진다. 더욱 여


15 름철을 만나면 손님이 많아 하루도 한가하지 못하는데 의복이 내가 아니면

어찌 고와지겠는가? 더욱 빨래하는 여자들이 게을러 풀 먹여 널어 두고 잠

만 자며 부딪쳐 말린 것을 나의 넓은 볼기 아니면 어찌 고우며, 세상 남녀

들이 어찌 구김살 없는 것을 입으리오. 이러므로 옷을 만드는 공이 내가

제일이 된다.”

⑶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125
규중 부인이 말했다.

“칠우의 공으로 의복을 만드나, 그 공이 사람의 쓰기에 있으니 어찌 칠우

의 공이라 하리오.”

하고 칠우를 밀치고 베개를 돋워 깊이 잠이 들었다.

척 부인이 탄식하며 말했다. 5

척 부인이 규중 부인에게 “매정한 것이 사람이고 공 모르는 것은 여자로다. 의복의 옷감을 자를 때


매정하고, 공을 모른다고 말
한 이유는 무엇인가? 는 먼저 찾고 이루어 내면 자기 공이라 한다. 게으른 종의 잠을 깨우는 막

대는 내가 아니면 못 칠 줄로 알고, 내 허리 부러지는 것도 모르니 어찌 야

속하고 화나지 않으리오.”

교두 각시 이어 말하였다. 10

“그대 말이 옳다. 옷을 마름질하여 베어 낼 때는 나 아니면 못하지마는 잘

드니 안 드니 하며 내던진다. 두 다리를 각각 잡아 흔들 때는 불쾌하고 노


내 안경은 나에게
여운 것을 어찌 측량하리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세요 각시 한숨짓고 말하였다.

“너는 물론이거니와 나 역시 일찍이 무슨 일로 사람의 손에 보채이며 요망 15

하고 간악한 말을 듣는가? 뼈에 사무치게 원한이 맺힌다. 나의 약한 허리

휘두르며 날랜 부리 돌려 힘껏 바느질을 돕는 줄을 모르고, 마음에 맞지 않

으면 나의 허리를 부러뜨려 화로에 넣으니 어찌 통탄하고 원통하지 않으리

오. 사람과는 극한 원수이지만 갚을 길이 없어 이따금 손톱 밑을 찔러 피를

내어 원한을 풀면 조금 시원하다. 그러나 간사하고 흉악한 감투 할미가 만 20

류하니 더욱 애달프고 못 견딜 일이로다.”

■돋워 밑을 괴거나 쌓아 올 인화가 눈물지어 말했다.


려 도드라지거나 높아지게
“그대는 아프다 어떻다 하지만 나는 무슨 죄로 불에 달구어지는 형벌을 받
하여.
■통탄(痛歎/痛嘆)하고 몹시 아 붉은 불기운에 낯을 지지고 굳은 것을 깨뜨리는 일을 나에게 다 시키니
분하고 억울하거나 뉘우치
는 일이 있어 한숨을 쉬고. 섧고 괴롭기는 측량하지 못하겠구나.” 25

■까불며 위아래로 흔들리


울 낭자 두려워하고 근심하며 말했다.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며. 또는 그렇게 하며.
■우격다짐 억지로 우겨서 “그대와 하는 일이 같고 욕되기는 마찬가지이다. 모든 옷을 문지르고 목을
남을 굴복시킴. 또는 그런
행위. 잡아 몹시 흔들어서 까불며 우격다짐으로 누르니 황천(皇天)이 덮치는 듯

126
심신이 아득하여 나의 목이 따로 떨어질 때가 몇 번인지 알리오.”

칠우가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탄식하니 자던 여자가 문득 깨어나 칠

우에게 말했다.

“칠우는 어찌 내 허물을 그토록 말하느냐?”


5 감투 할미가 머리를 조아려 사죄하며 말했다. 규중 부인의 말에도 탄식
하지 않고 갈등을 중재하려
“젊은 것들이 망령되게 헤아림이 없어서 만족하지 못합니다. 저희가 재주 한 벗은 누구인가?

가 있으나 공이 많음을 자랑하여 원망스러운 말을 하니 마땅히 곤장을 쳐

야 합니다. 그러나 평소 깊은 정과 저희의 조그만 공을 생각하여 용서하심

이 옳을까 합니다.”
10 여자가 답하였다.

“할미 말을 좇아 용서하겠다. 내 손부리 성함이 할미 공이니 꿰차고 다니

며 은혜를 잊지 아니하겠다. 비단 주머니를 지어 그 가운데 넣어 몸에 지녀

서로 떠나지 아니하겠다.”

할미는 머리를 조아려 인사를 하고 여러 벗은 부끄러워하며 물러났다.


- 작자 미상, 조선 문학 편집 위원실 엮음, 『우리 문학의 뿌리』


■망령(妄靈)되게 늙거나 정
⑶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신이 흐려서 말이나 행동이


정상을 벗어난 데가 있게.
■손부리 손가락의 끝을 비
유적으로 이르는 말.

127
나 피혁삼우(皮革三友)

오병훈(1947~ ) 허리띠
수필가이자 식물학자. 전국 일을 할 때면 제 꼬리를 물고 있어야 한다. 입이라고 해야 아래턱뿐이지만,
의 명산과 도서 벽지를 누비
며 자생 식물을 연구하는 동 가느다란 혀 하나와 턱을 의지하여 제 꼬리를 잘도 물고 있다. 종일 주인의
시에 수필을 쓰고 있다. 주요
허리를 껴안고 숨죽인 채 지내야 한다. 어쩌다 주인이 배에 힘이라도 주게 되 5
저서로 『솔잎차를 마시며』,
『꽃이 있는 삶』 등이 있다. 면 턱이 빠질까 걱정이다. 실제 녀석의 친구 중에는 가끔씩 금속제 목이 떨어

진 녀석도 있었다. 다행히도 솜씨 좋은 수선공이 다시 끼워 주었지만.

매일 이런 상태로 지내야 하니 긴장의 연속이다. 특히 주인이 허물없는 친


왠지 우리 아빠

생각나. 구에게 오찬이라도 초대된 날은 더욱 힘이 든다. 그런 날은 물고 있던 꼬리를

놓게 하여 잠시나마 녀석을 자유롭게 할 때도 있지만 아주 드문 일이다. 10

친구 중에는 별난 녀석도 있다. 그의 주인이 모임의 뒤풀이 같은 곳에서 취

하기라도 하면 허리를 꼭 껴안고 있어야 할 녀석의 머리를 잡고 꼬리까지 빼

낸다. 그러고는 모가지를 잡은 채 배를 훑어 내리면서 익살스럽게 외친다.

“이것이 무엇이냐. 배암이야 배암. 애들은 가. 어른들은 보짝보짝 다가와!”

취중 사람들의 배꼽이 빠질까 걱정이다. 배암이 무엇이기에 저리 재미있을까. 15

요즈음 녀석에게도 고민이 하나 있다. 주인의 허리가 점점 굵어지는 것을

느낀다. 지난해에 이미 사용하는 구멍이 한 칸 더 뒤로 밀려났다. 주인의 허


요즈음 ‘ 허리띠 ’의 고민 리가 굵어질수록 녀석은 입으로 꼬리를 잡기가 힘겹다. 이제 꼬리의 구멍이
은 무엇인가?
두 개밖에 남지 않았다. 마지막 구멍까지 턱이 닿을 수 있으면 녀석도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곤란하다. 주인이 크고 잘생긴 신참 녀석을 하나 데려 20

올까 염려된다. 시장에 가면 얼룩무늬 악어가죽이나 부드러운 양가죽까지 갖

가지 색깔과 모양을 한 예쁜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 나이를 먹는 것도 서러운

데 그들에게 밀려날 것을 생각하면 앞날이 서글퍼진다.

■오찬(午餐) 손님을 초대하


여 함께 먹는 점심 식사.
구두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신참(新參) 단체나 부류에


새로 참가하거나 들어옴. 이 녀석들은 쌍둥이이다. 얼굴이 같고 색깔이 같다고는 하지만, 두 녀석을 25
또는 그런 사람. ‘새내기’로
순화. 짝지어 놓으면 좌우가 대칭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쌍둥이 녀석들은 언제나

128
함께 지낸다. 주인이 외출할 때 한 녀석만 데리고 가는 법이 없으니까.

쌍둥이 녀석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인의 발을 감싸고 지낸다. 게다가

백 근이 넘는 주인을 온몸으로 떠받치고 어디든 헤집고 다녀야 한다. 아무리

몸이 고달파도 제 의지대로 그만둘 수 없는 숙명을 타고났다. 세상에 태


5 어나 죽을 때까지 주인을 위해 살다 청소차에 실려 쓰레기 더미에 버려

진다 해도 한 방울의 눈물마저 흘리지 못한다. 누구 하나 불쌍하게 생각

해 주는 이 없다.

주인이 무슨 행사장이라도 가는 날은 덩달아 신이 난다. 때 빼고

광내면 신수가 훤하고 콧등이 주인의 대머리처럼 반짝반짝 광이 난


10 다. 잘나가는 신참 녀석에게도 꿀리지 않는다.

녀석들은 비 오는 날을 싫어한다. 거리에 낙엽이라도 뒹구는 날 비

라도 내리면 지푸라기에 매단 해삼처럼 온몸이 풀어진다. 진흙탕 길도

싫다. 덧씌우기 한 여름날의 아스팔트 길은 진드기처럼 달라붙어서 더욱

싫다.
15 그렇다고 고달픈 날만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주인이 점심 식사 약속에 녀

석들을 데리고 갈 때가 있다. 현관에 녀석들을 남겨 두고 방으로 들어가고 나

면 종업원이 녀석들만의 자리로 잠시 옮겨 놓는다. 어느 날 녀석들은 그곳에

서 일생 동안 가슴에 묻어 둘 비밀 하나를 얻었다. 뺨에 닿는 순간 무어라 말

할 수 없는 전율을 느꼈다. 어느 땐가 강아지 꼬리를 밟았을 때의 놀라운 기


20 분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부드럽고 달콤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기까지.

그동안 주인댁 딸까지도 싫어하는 냄새를 잘도 참아 왔지. 솔직히 말해서

녀석도 처음에는 발 냄새가 싫었지만 이제는 운명이려니 하고 살아간다. 그래

서 얼마 전부터는 오히려 구수한 청국장 냄새쯤으로 여겨 왔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같은 처지이면서 어찌 이처럼 향기로울 수가 있을까. 쌍둥이 ‘구두’가 얻은 비


밀은 무엇인가?
25 녀석들의 옆에 다소곳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아가씨로부터 솜사탕처럼 부드

러운 향기가 스며 나왔다. 게다가 잘록한 허리 하며 죽 뻗은 각선미가 너무나


⑶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아름다웠다. 세상에 이처럼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을까. 향기는 그들만의 작 ■숙명(宿命) 날 때부터 타고
난 정해진 운명. 또는 피할
은 공간 전체로 퍼졌다. 녀석들은 아가씨와 함께 지냈던 짧은 시간을 영원히 수 없는 운명.

129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일이 있었던 뒤부터 녀석들은 비밀의 씨앗을 마

음 밭에 심은 채 살아간다. 주인이 다시 그 식당으로 가 아가씨를 만나게 해

주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지갑

가장 깊은 곳에 얌전히 숨어 있다. 언제나 주인의 심장 소리를 자장가처럼 5

들으며 잠이 든다. 딱히 무슨 거룩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할

일이 있다. 주인의 얼굴이 찍힌 주민 등록증이며, 신용 카드, 사진 한 장, 그

리고 이름을 적은 몇 장의 종잇조각 등을 보듬고 다닌다. 더 중요한 것은 돈

이라는 종이이다. 주인은 그 종이를 먹을 것으로 바꾼다. 꼭 있어야 할 것들

을 품고 있다 보니 녀석은 주인의 총애를 받으며 의기양양하게 지낸다. 10

‘지갑’이 겪은 아찔한 일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주인과 영원히 이별하는 줄 알았다. 주
은 무엇인가?
인은 녀석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 “사나이는 명예롭게 살다 그 명예를 위해

죽을 수 있어야 해.” 처음에는 그 말의 뜻을 잘 몰랐지만 세월이 가면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녀석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주인이 자신을 버

리지만 않는다면 영원히 함께하겠다고. 15

그 당시 주인은 만원 전철에서 시달리고 있었다. 그때 문득 누군가 주인의

어깨를 툭 쳐서 주인이 넘어질 뻔했다. 그 순간 누군가, “도둑이야! 소매치기

다!”라고 외쳤다. 주인의 손이 문득 가슴으로 갔다. 이쪽저쪽 주머니를 눌러

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속주머니가 예리한 칼에 찢겨 있는 것이 아닌가.


■총애(寵愛) 남달리 귀여워
주인은 마음속으로 빌었겠지, 사진만이라도 돌려주었으면 하고. 20
하고 사랑함.
■의기양양(意氣揚揚)하게 뜻 며칠 후, 녀석을 찾았다는 연락에 주인이 파출소로 달려갔다. 눈물겨운 상
한 바를 이루어 만족한 마
음이 얼굴에 나타나게. 봉이었다. 그때까지도 녀석은 빛바랜 사진 한 장을 꼭 껴안고 있었다. 돌아가

신 어머니를 잊지 못해 사진을 품고 다

니는 주인을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인

지 모른다. 겨울이면 맨손으로 어머니 25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무덤의 눈을 쓸어내리는 주인이다.


- 오병훈, 『초록빛 찾기』

130
1
글에 반영된 사회・문화적
관습 이해하기 가 「규중칠우쟁론기」의 중심 내용을 파악하고, 글을 통해 알 수 있는 당대의 사
회・문화적 관습과 독서 문화를 이해해 보자.

(1) 가에 나타난 일곱 가지 벗들의 논쟁을 정리해 보자.

척 부인 교두 각시

울 낭자 세요 각시
바느질을 할 때,
내가 있어야 구김이 없는 옷을 누구의 공이 가장 큰가? 옷감을 아무리 잘 잘라도 내가
입을 수 있다. 없으면 옷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화 부인 청홍흑백 각시

감투 할미

(2) 가는 조선 시대에 한글로 지어진 내간체 수필이다. 이를 참고하여 글 속에 반영된 당


대의 사회・문화적 관습과 독서 문화를 찾아보자.

자료실
당대의 사회・문화적 관습과 독서 문화 글에 반영된 내용
내간체(內簡體)
조선 시대 여성들이 사용했
가위, 자, 바늘 등 규중에서 바느질을 할 때
던 고전 문체로, 여성들이 주
고받던 한글 편지인 내간(內
사용하는 소재로 글을 씀.
簡)에 주로 사용되었다는 데
“글하는 선비는 필묵과 종이, 벼루로 문방사우
⑶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서 비롯되었다. 일상에서 사
용하는 말을 한글로 세련되게 를 삼았는데, 규중 여잔들 홀로 어찌 벗이 없으리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오.”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음.

131
글쓰기 관습 파악하기
2 나 「피혁삼우」의 중심 내용을 찾고, 글에 나타난 글쓰기 관습을 파악해 보자.

(1) 나 에서 세 벗의 외양 또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찾아보자.


도움말
세 가지 벗을 사람에 빗대
고 있음을 참고하여, 각각의
사물의 겉모양과 그들이 처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며
읽어 본다.

(2) 다음 글을 참고하여, 나 에 나타난 글쓰기 관습을 파악해 보자.

1950년대 이후 수필은 철학적인 사고나 통찰, 인생의 관조를 설득하는 경향의


사회적 수필과, 인생을 성찰하고 자연에 몰입하여 심성을 서정화하는 개인적 수
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러한 현대 수필의 주요 경향을 살펴보자.
첫째, 제재의 다양성과 수필의 접근성 확대를 들 수 있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
라 관심사가 다양해지고 시각이 넓어지면서 수필의 제재가 더욱 다양하게 나타
나고 있다. 수필은 제재의 구애를 받지 않는 장르이지만 현대 수필은 제재가 더
욱 다양해지고 글쓴이의 전문성에 제한을 두지 않아 누구나 쓸 수 있는 장르로
확대되었다.
둘째, 표현 기법의 다양성을 들 수 있다. 수필 형식의 자유로운 양상이나 무형
식성이 수필의 대표적인 특성으로 규정되어 있기는 하나, 소설의 서사성을 도입
한 사건 서술이나 시의 삽입, 극적 상황의 설정, 복합 구조 등 새롭고도 다양한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기법이 등장했다.
- 구인환, 현대 수필의 양상과 과제

132
글쓰기 관습 및 독서 문화의
변화 양상 이해하기 /
문화 향유 역량 기르기
3 다음 글을 읽고, 시대에 따른 글쓰기 관습 및 독서 문화의 변화 양상을 모둠별로
조사해 보자.

도움말 가 1920~1930년대 당시 사람들의 편지 쓰기는 가히 폭발적인 양상을 보였다.


어떤 글들이 어떤 맥락에서 편지는 생활에 밀착된, 신속・정확한 최신의 소통 방편이었기 때문이다. 1935년
생산되고 소비되는지 거시적
으로 조망하고, 이를 통해 바
한 해 동안 조선 내에서 오고 간 편지는 6억 2천 1백여 만장이라고 한다. 당시 인
람직하고 균형 잡힌 독서 태 구를 약 2천만으로 간주할 때 한 사람이 30통 이상 편지를 쓰거나 받은 셈이 되
도를 발전시킬 수 있다.
며, 식자율을 15~20%로 추정하면 한 사람이 연간 250~300통의 편지를 주고받
은 셈이다. 당시의 편지 주고받기는 현대인의 휴대 전화 사용처럼 문화 시설의
발달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또한 편지를 잘 쓰는 능력은 상업과 입신출
세에 필요한 요건일 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끎으로써 타인에게 존경을 받거나
사랑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었다.
나 근래 많은 사람이 미디어의 서평이나 광고에 의지하여 작품이나 책을 고르고
인터넷으로 책을 사고 읽는다. 이는 불과 몇 년 전부터 급격히 확산된 완전히 새
로운 읽기의 양상이다. 이러한 큰 변화는 지금까지 보편적이라고 여겨졌던 ‘서점
에서, 정해진 값을 지불하고, 활자로 인쇄된, 책을 사서, 집에서, 혼자, 눈으로 읽
는’ 책 읽기 방식이 보편적이지도 영원불변하지도 않다는 것을 새삼 가르쳐 준다.
그러한 책 읽기는 역사의 특정한 국면에서 양식화되고 유행한 일시적이며 특수
한 양식일 뿐이다. 너무 익숙해져서 당연하게 여겨진 책의 수용 방식은 사실 한
국에서는 19세기에서야 나타났고 20세기에 들어서고도 한참이나 지난 후 본격적
으로 일반화되었다.
- 천정환, 『근대의 책 읽기』

(1) 가 , 나 에서 알 수 있는 글쓰기 관습이나 독서 문화를 정리해 보자.

가 나

⑶ 다양한 시대의 글 읽기

(2) 앞으로 글쓰기 관습이나 독서 문화가 어떻게 변화할지 생각해 보자.

133
책 을 꿈꾸다
도서
하는 일은요? 독자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시장 조사를 하고, 작가를 선정합니다.
그 후에 원고의 분량과 내용의 흐름을 잡고, 작품 안팎으로 강조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개발자
정하죠. 그 후에는 기획 회의를 통해 책의 제목 및 주제를 설정합니다. 작가가 쓴 원고의
내용을 검토하고 원고의 교정, 교열, 윤문 작업을 합니다. 그 후에는 책의 내용에 맞는
판형, 글씨체, 디자인 등 편집 양식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원고의 내용을 편집합니다.
내용에 따라 적절한 사진이나 그림 등을 넣기도 합니다.
도서 개발의
어떤 자격이 필요한가요? 시장 분석에서 기획, 원고 수집, 인쇄 과정, 표지 및 제목
전 과정을
선정 등 출판 전반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합니다. 편집의 원리와 기술을 이해하고 프로
진두지휘한다.
그램을 다룰 줄 안다면 더욱 좋겠죠? 관련 학과는 국어국문학과나 출판 미디어학과이지
만, 필수 조건은 아닙니다.


하는 일은요? 표지를 비롯해 출판물의 내용 즉, 본문의 활자, 구성 및 그림 등을 편
집하고 디자인하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시장 조사를 거쳐 디자인의 방향을 설정, 기획합

디자이너
니다. 책이 만들어질 때까지 디자이너의 의도에 따라 색채, 배열 등이 나올 수 있도록 살
펴보는 일도 중요합니다.

어떤 자격이 필요한가요? 창의력, 색채 감각과 조형 감각이 있어야 하며, 디자인 관


련 학과에서 공부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관련 자격증으로는 시각 디자인 산업 기 무미건조한 책에
사, 시각 디자인 기사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책을 좋아해야 하며, 출판에 대한 생기를 불어넣는다.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기본적 지식과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꾸준히 출판업


계의 동향을 파악해서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134
작가
하는 일은요? 소설, 시, 동화, 수필 등 문학 작품을 창작하거나 영화 시나리오, 연극
대본, 드라마 극본 등 연극, 영화, 방송을 위한 작품을 창작합니다. 가장 먼저 작품의 주
제를 선택하고, 내용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 분석합니다. 그러고 나서 등장인물의 대사,
동작 등을 구상하여 작품을 창작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시나리오를 재구성하거나 문학
펜 끝에서
작품, 희곡, 방송극 등을 각색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세상이
어떤 자격이 필요한가요? 작가는 언어 감각과 문장력, 표현력, 창의력, 추리력을 갖
만들어진다.
추어야 하며, 역사나 사회 현상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해요. 글을 쓰는 직업
이므로 국어국문학과, 문예창작과 등의 전공을 선택하면 도움이 됩니다. 장시간 작업하
는 경우가 많으므로 인내력이 요구되며,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세밀한 관찰력과 호기심
이 필요하죠.

사서
하는 일은요? 사서는 대개 장서 관리, 신착 도서 분류, 도서관 관련 행사 기획 및 진
행, 서지 목록 작성 등 도서관에서 발생하는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합니다. 또한 주제 전
문 사서나 전산 사서 등 특화 분야를 담당하는 전문 사서도 있어요. 도서관과 자료실에서
도서 및 자료를 관리하며, 이용자가 자료를 편리하게 열람・대출할 수 있게 돕는 업무를
내가 그의 고유 번호를
합니다. 이 외에도 한 가지 이상의 주제 전공을 가지고 자료 발굴과 안내, 연구, 강의, 교
붙여 주었을 때,
육 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 저술 활동을 하는 교육자로서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는 나에게로 와서
어떤 자격이 필요한가요? 사서가 되려면 문헌정보학과나 도서관학과 등 관련 학과
책이 되었다.
를 졸업하거나 사서 교육원 등 지정된 교육 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하고 사서 자격증을 취
득해야 합니다. 또한 한문, 외국어, 컴퓨터 활용 능력 등이 필요하며, 이용자와의 상담이
나 프로그램 개발 등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합니다.
독서로 여는 진로

135
배운 내용 정리하기
제재 핵심 활동 내용

이 글은 진정한 ‘너’와의 관계 속에서 진정한 •인문학적 세계관 이해하기


(1) ‘나’가 누구인지 찾을 수 있다는 글쓴이의 주장을 •인간에 대해 성찰하기
인문 분야의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글 속에 담긴 글쓴이의 인 •삶의 문제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
글 읽기 문학적 세계관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자신에 파악하기
대해 성찰할 수 있다. •자아 성찰・계발 역량 기르기

이 글은 사진의 본질, 인물 사진과 풍경 사진을 •중심 내용 파악하기


(2)
찍는 방법을 설명하고, 일상 속 순간의 가치를 강 •예술을 대하는 태도 이해하기
예술 분야의
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예술에 대한 글쓴이의 태 •예술에 대한 가치관 세우기
글 읽기
도를 이해할 수 있다. •문화 향유 역량 기르기

•글에 반영된 사회・문화적 관습


가, 나 두 글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생활용품을
이해하기
(3) 소재로 삼고, 의인화하여 글을 전개하고 있다. 이
•글쓰기 관습 파악하기
다양한 시대의 를 통해 글이 쓰인 당시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글쓰기 관습 및 독서 문화의 변화
글 읽기 파악하고, 나아가 당대의 글쓰기 관습이나 독서
양상 이해하기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문화 향유 역량 기르기

배운 내용 점검하기

점검 내용 평가

인문 분야의 글을 읽으며 제재에 담긴 인문학적 세계관, 삶의 문제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 인간에 대한 성찰 등을 비판적으로 이해한다.

예술 분야의 글을 읽으며 제재에 담긴 예술의 문제를 대하는 인간의


학습 목표
태도, 인간에 대한 성찰 등을 비판적으로 이해한다.

시대의 사회・문화적 특성이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글에 반영되어


있음을 이해하고, 다양한 시대에서 생산된 가치 있는 글을 읽는다.

국어로 형성・계승되는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그 아름다움과 가치


를 내면화하여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생산할 수 있다.
역량
삶의 가치와 의미를 끊임없이 반성하고 탐색하며 변화하는 사회에서
필요한 재능과 자질을 계발하고 관리할 수 있다.
4. 가치를 내면화하는 독서

나는 이 단원의 독서 활동을 통해 을/를 알게 되었고,


앞으로 을/를 더 알아볼 것이다.

136
한 기 한

글쓴이에게 편지 쓰기
다음 물음에 답하며, 편지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계획해 보자.

자신이 읽은 책의 글쓴이에게 편지를 써 보자.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편지를 읽어 보자.

작가님께 .

드림 .
단원의 마무리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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