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가는 길 황석영 29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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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있었다. 백화가 보퉁이를 들고 일어섰다.

삼포 가는 길 - 황석영(1회) “정말, 잊어버리지...... 않을께요.”


백화는 개찰구로 가다가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백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화는 눈이 젖은 채 웃고 있었다.
㉡“내 이름 백화가 아니예요. 본명은요......이점례예
요.”
그들은 장터 모퉁이에서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
여자는 개찰구로 뛰어나갔다. 잠시 후에 기차가 떠
있는 팥시루떡을 사 먹었다. 백화가 자기 몫에서 절반
났다.
을 떼어 영달에게 내밀었다.
그들은 나무 의자에 기대어 한 시간쯤 잤다. 깨어
“더 드세요. 날 업구 왔으니 기운이 배나 들었을 텐
보니 대합실 바깥에 다시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기
데.”
차는 연착이었다. 밤차를 타려는 시골 사람들이 의자마
역으로 가면서 백화가 말했다.
다 가득 차 있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담배를 나눠 피
“어차피 갈 곳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우리 고향에 함
웠다. 먼 길을 걷고 나서 잠깐 눈을 붙였더니 더욱 피
께 가요. 내 일자리를 주선해 드릴께.”
로해졌던 것이다. 영달이가 혼잣말로
“내야 삼포루 가는 길이지만, 그렇게 하지?”
“쳇, 며칠이나 견디나.......”
정씨도 영달이에게 권유했다. 영달이는 흙이 덕지덕
“뭐라구?”
지 달라붙은 신발 끝을 내려다보며 아무 말이 없었다.
“아뇨, 백화란 여자 말요. 저런 애들...... 한 사날두
대합실에서 정씨가 영달이를 한쪽으로 끌고 가서 속삭
시골 생활 못 배겨나요.”
였다.
“사람 나름이지만 하긴 그럴 거요. 요즘 세상에 일
“여비 있소?”
이 년 안으루 인정이 휙 변해 가는 판인데......”
“빠듯이 됩니다. 비상금이 한 천 원쯤 있으니까.”
정씨 옆에 앉았던 노인이 두 사람의 행색과 무릎 위
“어디루 가려우?”
의 배낭을 눈 여겨 살피더니 말을 걸어 왔다.
“일자리 있는 데면 어디든지......”
“어디 일들 가슈?”
스피커에서 안내하는 소리가 웅얼대고 있었다. 정씨
“아뇨, 고향에 갑니다.”
는 대합실 나무 의자에 피곤하게 기대어 앉은 백화 쪽
“고향이 어딘데.......”
을 힐끗 보고 나서 말했다.
“삼포라구 아십니까?”
“같이 가시지. 내 보기엔 좋은 여자 같군.”
“어 알지, 우리 아들놈이 거기서 도자를 끄는데......”
“그런 거 같아요.”
“삼포에서요? 거 어디 공사 벌릴 데나 됩니까. 고작
“또 알우? 인연이 닿아서 말뚝 박구 살게 될지. 이
해야 고기잡이나 하구 감자나 매는데요.”
런 때 아주 뜨내기 신셀 청산해야지.”
“어허! 몇 년 만에 가는 거요?”
영달이는 시무룩해져서 역사 밖을 멍하니 내다보았
“십 년.”
다. 백화는 뭔가 쑤군대고 있는 두 사내를 불안한 듯이
노인은 그렇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켜보고 있었다. 영달이가 말했다.
㉢“말두 말우 거긴 지금 육지야. 바다에 방둑을 쌓
( ㉠ )
아 놓구, 추럭이 수십 대씩 돌을 실어 나른다구.”
“삼포엘 같이 가실라우?”
“뭣땜에요?”
“어쨌든.......”
“낸들 아나, 뭐 관광 호텔을 여러 채 짓는담서 복잡
영달이가 뒷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오백 원짜리 두
하기가 말할 수 없데.”
장을 꺼냈다.
“동네는 그대루 있을까요?”
“저 여잘 보냅시다.”
“그대루가 뭐요. 맨 천지에 공사판 사람들에다 장까
영달이는 표를 사고 삼립빵 두 개와 찐 달걀을 샀
지 들어섰는 걸.”
다. 백화에게 그는 말했다.
“그럼 나룻배두 없어졌겠네요.”
“우린 뒷 차를 탈 텐데...... 잘 가슈.”
“바다 위로 신작로가 났는데, 나룻배는 뭐에 쓰오.
영달이가 내민 것들을 받아 쥔 백화의 눈이 붉게 충
허허 사람이 많아지니 변고지, 사람이 많아지면 하늘을
혈되었다.
잊는 법이거든.”
그 여자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작정하고 벼르다가 찾아가는 고향이었으나, 정씨에게
“아무도...... 안 가나요.”
는 풍문마저 낯설었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영달
“우린 삼포루 갑니다. 거긴 내 고향이오.”
이가 말했다.
영달이 대신 정씨가 말했다. 사람들이 개찰구로 나

- 1 -
“잘 됐군. 우리 거기서 공사판 일이나 잡읍시다.” “같이 가시지. 내 보기엔 좋은 여자 같군.”
그때에 기차가 도착했다. “그런 거 같아요.”
“또 알우? 인연이 닿아서 말뚝 박구 살게 될지. 이
런 때 아주 뜨내기 신셀 청산해야지.”
영달이는 시무룩해져서 역사 밖을 멍하니 내다보았
1. ‘정씨’에게 확인된 고향의 모습은? 다. 백화는 뭔가 쑤군대고 있는 두 사내를 불안한 듯이
① 착취와 수탈의 현장 ② 정서적 안식의 근거 지켜보고 있었다. 영달이가 말했다.
③ 경제적 자립의 토대 ④ 현실적 좌절의 대안 “어디 능력이 있어야죠.”
⑤ 기대에 대한 배신의 징표 “삼포엘 같이 가실라우?”
“어쨌든……”
영달이가 뒷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오백 원짜리 두
2. 윗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공통된 특징을 바르게 말한 것은? 장을 꺼냈다.
① 소외된 인물 ② 순종적인 인물 “저 여잘 보냅시다.”
③ 반체제적인 인물 ④ 성격 파탄적인 인물 영달이는 표를 사고 삼립빵 두 개와 찐 달걀을 샀다.
⑤ 현실을 관조하는 인물 백화에게 그는 말했다.
“우린 뒷 차를 탈 텐데…… 잘 가슈.”
영달이가 내민 것들을 받아 쥔 백화의 눈이 붉게 충
3. ㉠에 들어갈 말로 적절한 것은? 혈되었다.
① 저런 애들은 안돼요. 그 여자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② 어디 능력이 있어야죠. “아무도…… 안 가나요.”
③ 젊을 때 한 밑천 벌어야죠. “우린 삼포루 갑니다. 거긴 내 고향이오.”
④ 괜히 남의 마음 설레게 하지 마슈. 영달이 대신 정씨가 말했다. 사람들이 개찰구로 나가
⑤ 장가라는 게 곧 무덤 파는 것 아니겠수. 고 있었다. 백화가 보퉁이를 들고 일어섰다.
“정말, 잊어버리지…… 않을께요.”
백화는 개찰구로 가다가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백화
4. ㉡과 같이 자신의 본명을 밝힌 행동에 담긴 의미를 바르게 말 는 눈이 젖은 채 웃고 있었다.
한 것은? “내 이름 백화가 아니예요. 본명은요……이점례예
① 다시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는 기대감의 표현 요.”
② 두 사람이 베풀어 준 호의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 여자는 개찰구로 뛰어나갔다. 잠시 후에 기차가 떠났
③ 무사히 고향에 도착하게 되었다는 안도감의 표현 다. (중 략)
④ 동류 의식의 확인에서 오는 인간적 신뢰감의 표현 영달이가 혼잣말로
⑤ 자신의 존재를 오해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의 표현 “쳇, 며칠이나 견디나……”
“뭐라구?”
“아뇨, 백화란 여자 말요. 저런 애들…… 한 사날두
5. ㉢을 나타내기에 적절한 표현은?
① 풍비박산(風飛雹散) ② 상전벽해(桑田碧海)
시골 생활 못 배겨나요.”

③ 일취월장(日就月將) ④ 금시초문(今時初聞) “사람 나름이지만 하긴 그럴 거요. 요즘 세상에 일이

⑤ 사상누각(砂上樓閣) 년 안으루 인정이 휙 변해 가는 판인데……”


정씨 옆에 앉았던 노인이 두 사람의 행색과 무릎 위
의 배낭을 눈 여겨 살피더니 말을 걸어 왔다.
“어디 일들 가슈?”
“아뇨, 고향에 갑니다.”
“고향이 어딘데……”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삼포라구 아십니까?”


“어 알지, 우리 아들놈이 거기서 도자를 끄는데……”
“삼포에서요? 거 어디 공사 벌릴 데나 됩니까. 고작
스피커에서 안내하는 소리가 웅얼대고 있었다. 정씨
해야 고기잡이나 하구 감자나 매는데요.”
는 대합실 나무 의자에 피곤하게 기대어 앉은 백화 쪽
“어허! 몇 년 만에 가는 거요?”
을 힐끗 보고 나서 말했다.

- 2 -
“십 년.” 9. ⓐ에 들어갈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노인은 그렇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① 관심의 대상 ② 마음의 정처
“㉠말두 말우 거긴 지금 육지야. 바다에 방둑을 쌓아 ③ 고향의 추억 ④ 자신의 소망
놓구, 추럭이 수십 대씩 돌을 실어 나른다구.” ⑤ 존재의 의미
“뭣땜에요?”
“낸들 아나, 뭐 관광 호텔을 여러 채 짓는담서 복잡
하기가 말할 수 없데.”
“동네는 그대루 있을까요?”
“그대루가 뭐요. 맨 천지에 공사판 사람들에다 장까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지 들어섰는 걸.”
“그럼 나룻배두 없어졌겠네요.” 그들은 장터 모퉁이에서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
“바다 위로 신작로가 났는데, 나룻배는 뭐에 쓰오. 있는 팥시루떡을 사 먹었다. 백화가 자기 몫에서 절반
허허 사람이 많아지니 변고지, 사람이 많아지면 하늘을 을 떼어 영달에게 내밀었다.
잊는 법이거든.” “더 드세요. 날 업구 왔으니 기운이 배나 들었을 텐
작정하고 벼르다가 찾아가는 고향이었으나, 정씨에게 데.”
는 풍문마저 낯설었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영달 역으로 가면서 백화가 말했다.
이가 말했다. “어차피 갈 곳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우리 고향에 함
“잘 됐군. 우리 거기서 공사판 일이나 잡읍시다.” 께 가요. 내 일자리를 주선해 드릴께.”
그때에 기차가 도착했다. 정씨는 발걸음이 내키질 않 “내야 삼포루 가는 길이지만, 그렇게 하지?”
았다. 그는 ( ⓐ ) 잃어버렸던 때문이었다. 어느 정씨도 영달이에게 권유했다. 영달이는 흙이 덕지덕
결에 정씨는 영달이와 똑같은 입장이 되어 버렸다. 지 달라붙은 신발 끝을 내려다보며 아무 말이 없었다.
기차는 눈발이 날리는 어두운 들판을 향해서 달려갔 대합실에서 정씨가 ㉠영달이를 한쪽으로 끌고 가서
다. 속삭였다.
“여비 있소?”
“빠듯이 됩니다. 비상금이 한 천 원쯤 있으니까.”
6.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은 것은? “어디루 가려우?”
① 인물의 내면을 주로 그려내고 있다. “일자리 있는 데면 어디든지......”
②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드러나 있다. 스피커에서 안내하는 소리가 웅얼대고 있었다. 정씨
③ 계층간의 대립 의식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는 대합실 나무 의자에 피곤하게 기대어 앉은 백화
④ 인물간의 갈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쪽을 힐끗 보고 나서 말했다.
⑤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서술 시점이 변화하고 있다. “같이 가시지. 내 보기엔 좋은 여자 같군.”
“그런 거 같아요.”
“또 알우? 인연이 닿아서 말뚝 박구 살게 될지. 이
7. 윗글에 제시된 인물들의 성격을 잘 나타낸 것은? 런 때 아주 뜨내기 신셀 청산해야지.”
① 도시의 밑바닥에서 헤매는 사람들 영달이는 시무룩해져서 역사 밖을 멍하니 내다보았
② 분단의 비극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 다. 백화는 뭔가 쑤군대고 있는 두 사내를 불안한 듯
③ 새로운 세계를 향하여 떠나는 사람들 이 지켜보고 있었다. 영달이가 말했다.
④ 산업화 시대에 고향을 잃어 버린 사람들 “어디 능력이 있어야죠.”
⑤ 삶에 대한 의욕을 잃고 절망하는 사람들 “삼포엘 같이 가실라우?”
“어쨌든.......”
영달이가 뒷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오백 원짜리 두
8. ㉠의 상징적 의미로 알맞은 것은? 장을 꺼냈다.
① 파괴된 자연 ② 혼탁한 세상 “저 여잘 보냅시다.”
③ 삶의 보금자리 ④ 도시화의 물결 영달이는 표를 사고 삼립빵 두 개와 찐 달걀을 샀다.
⑤ 부조리한 현실 백화에게 그는 말했다.
“우린 뒷 차를 탈 텐데...... 잘 가슈.”
영달이가 내민 것들을 받아 쥔 백화의 눈이 붉게 충

- 3 -
혈되었다. 허허 사람이 많아지니 변고지, 사람이 많아지면 하늘
그 여자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을 잊는 법이거든.”
“아무도...... 안 가나요.” 작정하고 벼르다가 찾아가는 고향이었으나, 정씨에게
“우린 삼포루 갑니다. 거긴 내 고향이오.” 는 풍문마저 낯설었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영달
영달이 대신 정씨가 말했다. 사람들이 개찰구로 나가 이가 말했다.
고 있었다. 백화가 보퉁이를 들고 일어섰다. “잘 됐군. 우리 거기서 공사판 일이나 잡읍시다.”
“정말, 잊어버리지...... 않을께요.” 그때에 기차가 도착했다. 정씨는 발걸음이 내키질 않
백화는 개찰구로 가다가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백화 았다. 그는 마음의 정처를 잃어버렸던 때문이었다. 어
는 눈이 젖은 채 웃고 있었다. 느 결에 정씨는 영달이와 ㉡똑같은 입장이 되어 버렸
“내 이름 백화가 아니예요. 본명은요......이점례예 다.
요.” 기차는 눈발이 날리는 어두운 들판을 향해서 달려갔
여자는 개찰구로 뛰어나갔다. 잠시 후에 기차가 떠났 다.
다.
그들은 나무 의자에 기대어 한 시간쯤 잤다. 깨어 보
니 대합실 바깥에 다시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기차
는 연착이었다. 밤차를 타려는 시골 사람들이 의자마
다 가득 차 있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담배를 나눠 피 10. 등장 인물에 대한 설명으로 잘못된 것은?
웠다. 먼 길을 걷고 나서 잠깐 눈을 붙였더니 더욱 피 ① 영달은 백화의 처지를 동정하고 있다.
로해졌던 것이다. 영달이가 혼잣말로 ② 백화는 영달과 헤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쳇, 며칠이나 견디나.......” ③ 영달의 일행은 눈을 맞으면서 길을 걸어왔다.
“뭐라구?” ④ 백화는 자기 본명을 밝히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아뇨, 백화란 여자 말요. 저런 애들...... 한 사날두 ⑤ 정씨는 영달을 오래 사귀어 그의 형편을 자세히 알고 있다.
시골 생활 못 배겨나요.”
“사람 나름이지만 하긴 그럴 거요. 요즘 세상에 일이
년 안으루 인정이 휙 변해 가는 판인데......”
정씨 옆에 앉았던 노인이 두 사람의 행색과 무릎 위 11. 윗글의 표현상의 특징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의 배낭을 눈 여겨 살피더니 말을 걸어 왔다. ① 간결한 문장을 주로 사용하여 사건을 전개시키고 있다.
“어디 일들 가슈?” ② 말끝을 흐리는 방법으로 감정 표현에 여운을 두고 있다.
“아뇨, 고향에 갑니다.” ③ 주로 대화나 행동 묘사를 통해 극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고향이 어딘데.......” ④ 간단한 대화를 위주로 하여 내용을 압축하여 표현하고 있
“삼포라구 아십니까?” 다.
“어 알지, 우리 아들놈이 거기서 도자를 끄는데......” ⑤ 등장 인물인 정씨의 눈을 통하여 전체적인 사건을 서술하
“삼포에서요? 거 어디 공사 벌릴 데나 됩니까. 고작 고 있다.
해야 고기잡이나 하구 감자나 매는데요.”
“어허! 몇 년 만에 가는 거요?”
“십 년.”
노인은 그렇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12. 윗글의 배경인 ‘기차역’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말두 말우 거긴 지금 육지야. 바다에 방둑을 쌓아 ① 등장 인물들의 처지와 어울리는 장소이다.
놓구, 추럭이 수십 대씩 돌을 실어 나른다구.” ② 떠남으로 인한 이별이 항상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뭣땜에요?” ③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는 창구의 기능을 하고 있다.
“낸들 아나, 뭐 관광 호텔을 여러 채 짓는담서 복잡 ④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므로 사회의 축소판 구실을 한
하기가 말할 수 없데.” 다.
“동네는 그대루 있을까요?” ⑤ 근대 산업화의 상징으로 격변하는 세상을 잘 나타내고 있
“그대루가 뭐요. 맨 천지에 공사판 사람들에다 장까 다.
지 들어섰는 걸.”
“그럼 나룻배두 없어졌겠네요.”
“바다 위로 신작로가 났는데, 나룻배는 뭐에 쓰오.

- 4 -
13. 밑줄 친 ㉠처럼 행동한 이유로 가장 알맞은 것은? 정씨 옆에 앉았던 노인이 두 사람의 행색과 무릎 위
① 답답한 침묵 상태를 깨뜨리려고 의 배낭을 눈 여겨 살피더니 말을 걸어 왔다.
② 자신의 여비가 부족해서 여비를 빌리려고 “어디 일들 가슈?”
③ 백화 문제로 서먹해진 관계를 개선하려고 “아뇨, 고향에 갑니다.”
④ 영달이가 돈이 없으면 자신의 돈을 빌려 주려고 “고향이 어딘데.......”
⑤ 백화가 없는 곳에서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삼포라구 아십니까?”
“어 알지, 우리 아들놈이 거기서 도자를 끄는데......”
“삼포에서요? 거 어디 공사 벌릴 데나 됩니까. 고작
14. 밑줄 친 ㉡이 의미하는 것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해야 고기잡이나 하구 감자나 매는데요.”
① 사회의 낙오자 신세를 못 면하게 되었다. “어허! 몇 년 만에 가는 거요?”
② 돌아갈 곳이 없는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십 년.”
③ 고향을 찾아가도 가족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 노인은 그렇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④ 직업을 바꾸고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말두 말우 거긴 지금 육지야. 바다에 방둑을 쌓아
⑤ 남을 도와 주거나 걱정해 줄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놓구, 추럭이 수십 대씩 돌을 실어 나른다구.”
“뭣땜에요?”
“낸들 아나, 뭐 관광 호텔을 여러 채 짓는담서 복잡
하기가 말할 수 없데.”
“동네는 그대루 있을까요?”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그대루가 뭐요. 맨 천지에 공사판 사람들에다 장까
지 들어섰는 걸.”
“우린 뒷 차를 탈 텐데...... 잘 가슈.” “그럼 나룻배두 없어졌겠네요.”
영달이가 내민 것들을 받아 쥔 백화의 눈이 붉게 충 “바다 위로 신작로가 났는데, 나룻배는 뭐에 쓰오.
혈되었다. ㉡허허 사람이 많아지니 변고지, 사람이 많아지면 하늘
그 여자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을 잊는 법이거든.”
“아무도...... 안 가나요.” 작정하고 벼르다가 찾아가는 고향이었으나, 정씨에게
“우린 삼포루 갑니다. 거긴 내 고향이오.” 는 풍문마저 낯설었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영달
영달이 대신 정씨가 말했다. 사람들이 개찰구로 나가 이가 말했다.
고 있었다. 백화가 보퉁이를 들고 일어섰다. “잘 됐군. 우리 거기서 공사판 일이나 잡읍시다.”
“정말, 잊어버리지...... 않을께요.” 그때에 기차가 도착했다. 정씨는 발걸음이 내키질 않
백화는 개찰구로 가다가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백화 았다. 그는 마음의 정처를 잃어버렸던 때문이었다. 어
는 눈이 젖은 채 웃고 있었다. 느 결에 정씨는 영달이와 똑같은 입장이 되어 버렸다.
㉠“내 이름 백화가 아니예요. 본명은요......이점례예 기차는 눈발이 날리는 어두운 들판을 향해서 달려갔
요.” 다.
여자는 개찰구로 뛰어나갔다. 잠시 후에 기차가 떠났
다.
그들은 나무 의자에 기대어 한 시간쯤 잤다. 깨어 보
니 대합실 바깥에 다시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기차 15. 윗글의 서술상의 특징과 효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는 연착이었다. 밤차를 타려는 시골 사람들이 의자마다 ① 간결한 문체를 구사하여 상황의 변화를 적절하게 보여주고
가득 차 있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담배를 나눠 피웠 있다.
다. 먼 길을 걷고 나서 잠깐 눈을 붙였더니 더욱 피로 ② 상징적 사물을 통해 인물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잘 표현하
해졌던 것이다. 영달이가 혼잣말로 고 있다.
“쳇, 며칠이나 견디나.......” ③ 인물의 성격을 대비적으로 서술하여 주제를 다양하게 드러
“뭐라구?” 내고 있다.
“아뇨, 백화란 여자 말요. 저런 애들...... 한 사날두 ④ 짧막한 대화와 간결한 설명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되
시골 생활 못 배겨나요.” 고 있다.
“사람 나름이지만 하긴 그럴 거요. 요즘 세상에 일이 ⑤ 대화를 통해 실마리를 제공하고, 서술자가 인물의 내적 심
년 안으루 인정이 휙 변해 가는 판인데......” 리를 보충하고 있다.
- 5 -
16. 작중 인물 중 ‘백화’가 밑줄 친 ㉠에서 자신의 본명을 밝힌 이
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혈연 관계임을 밝히려고
② 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③ 자신의 참모습을 기억시키기 위해
④ 상대방이 붙잡아 주기를 기대해서
⑤ 이별의 순간이니만큼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고

17. 다음 중 밑줄 친 ㉡에 나타난 ‘노인’의 정서가 가장 잘 드러난


것은?
① 껍데기는 가라. /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 껍데기는 가라 //
껍데기는 가라 /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 껍데기
는 가라 /
② 풀이 눕는다 /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③ 포도는 달빛이 스며 고웁다. /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 순이, 포도 넝쿨 밑에 어린 잎새들이 / 달빛에 젖어 호젓하
구나
④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 포화에 이지러진 / 도룬시
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⑤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
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 새벽부터 돌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 가슴에 금이 갔다.

18. 윗글에서 세 인물의 공통된 심리를 가장 잘 나타낸 것은?


① 노심초사(勞心焦思) ② 동병상련(同病相憐)
③ 오월동주(吳越同舟) ④ 금의환향(錦衣還鄕)
⑤ 동상이몽(同床異夢)

19. 다음 중 함축적 의미가 가장 이질적인 것은?


① 배낭 ② 도자 ③ 방둑 ④ 관광 호텔 ⑤ 신작로

- 6 -
< 풀이 및 정답 > 삶을 상징하는 ‘호텔’이 들어선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도시
화의 물결이 섬에까지 미침을 알 수 있다.
1. ⑤ 정씨는 이곳 저곳 공사판을 전전하는 노동자이다. 이 9. ② ‘정씨’는 비록 고향을 떠나 있지만 ‘삼포가 내 고향이
제 그러한 뜨네기 삶을 청산하고 고향인 삼포에 돌아가 마음 오.’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정도로 고향에 대한 자부심과
의 안식을 얻고자 한다. 그러나 그에게 마음의 안식을 줄 것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도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고향이
이라 기대했던 고향마저도 개발 붐에 휩싸여 과거의 모습을 결국 사라지고 없으므로 발걸음이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잃고 만다. 그래도 고향만은 옛 모습을 잃지 않고 자기를 따 10. ⑤ 정씨가 영달에게 여비가 있는지 물어 보았다는 점에서
스히 맞이하여 주리라 믿었던 정씨에게 변모된 고향은 일종 ⑤는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정씨가 영달의 형편을 자세
의 배신자처럼 여겨졌으리라 볼 수 있다. 히 알고 있다면 여비가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2. ① ‘백화’, ‘정씨’, ‘영달’ 모두 삶의 뿌리를 뽑힌 상태에서 할 것이다. 차표를 끊어주고, ‘좋은 여자’라고 긍정하는 대목
사회 저층, 즉 사회의 주변에서 삶을 영위해 나가는 소외된 에서 ①의 사실을, ‘아무도 안 가나요?’하고 충혈된 눈으로 묻
인물들이다. 산업화라는 시대 추세에 의하여 사회 밑바닥으로 는 대목에서 ②의 사실을, ‘흙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신발’이나
밀려난 인물들인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 막아 낼 수 없는 거 눈이 내린다는 내용에서 ③의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백화
대한 힘에 의하여 밀려난 것이지, 주어진 운명을 그대로 받아 가 감추고 있던 자신의 본명을 밝힌다는 점에서 ④의 사실을
들이는 것은 아니므로 ②는 답이 될 수 없다. 알 수 있다.
3. ② ㉠이후에 나온 정씨의 대사를 살펴보면 일단 영달은 11. ⑤ 이 글의 서술은 등장 인물의 시각이 아니라 서술자의
백화와 같이 가지 않기로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시각에서 이루어지므로 ⑤가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
러고 나서 영달은 자신의 비상금으로 기차표와 떡을 사서 백 품에서는 뿌리를 잃고 떠도는 사람들의 처지가 주로 간단한
화에게 준다. 이는 백화에 대한 호감의 표시이다. 그렇다면 대화, 행동 등으로 제시되었고, 짧은 문장으로 표현되었다. 이
백화와의 동행을 포기한 것은 백화에게 문제가 있어서라기보 런 점에서①, ③, ④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말줄임표
다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의 사용을 통해 ②와 같은 여운을 느낄 수 있다.
4. ④ ㉡에서 백화가 돌아와 자기 본명을 밝힌 것은 무슨 의 12. ① 작품의 주제는 급속한 근대화로 인해 전통의 뿌리를
미일까? 단순히 가명과 본명이라는 차이뿐 아니라 그 이름이 잃어버리고 떠도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 낸 것이다. 가장 핵
지니는 내포적 의미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가명 ‘백화(白 심적인 것은 ‘떠도는 사람들’로 볼 수 있는데 이것과 가차역
花)’는 기생 분위기가 나는 이름으로 그의 사회적 이력을 말 과의 관련성을 생각해본다.
해 주는 이름이다. 본명 이점례는 시골 냄새가 물씬 나는 투 13. ⑤ 굳이 백화가 없는 곳으로 가서 대화를 나눈다는 점에
박한 이름이다. 그런 투박한 이름을 굳이 밝히게 된 것은 그 서 이야기가 백화와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문맥으로 보
들에 대한 신뢰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신뢰감은 아 정씨는 영달에게 백화와 함께 가기를 권유하는 말을 하려
일차적으로는 그들이 베풀어 준 친절함에서 연유한 것이지만, 고 영달이를 한쪽으로 끌고 간 것이다. 지문에서 정씨가 자신
그렇다고 자신의 본명까지 밝힐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자기도 의 여비를 꾸려고 했다거나, 자신이 영달에게 여비를 주려 했
역시 정씨와 영달처럼 시골 출신으로서 험난한 삶을 살아온 다거나 백화 문제로 관계가 서먹해졌는지를 알기 어렵고, 답
존재라는 인식, 즉 동류 의식의 확인에서 오는 유대감이 그 답한 침묵 상태를 깨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은 문맥과 어울리
바탕에 깔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지 않으므로 어색하다.
5. ② 바다였던 곳이 육지로 변했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가 14. ② 정씨는 고향으로 간다는 점에서 영달과 달리 목적지가
일어났음을 뜻하므로 ②가 ㉢을 나타내기에 적절한 표현이다. 있었다. 그러나 노인의 말을 통해 삼포가 더 이상 자신이 그
①은 사방으로 흩어진다는 뜻이고, ③은 날로 달로 진보한다 리던 고향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도
는 뜻이며, ④는 이제야 비로소 처음 듣는다는 뜻이고, ⑤는 영달과 마찬가지로 갈 곳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기초가 약하여 무너질 염려가 있거나 오래 유지 못 할 일이 15. ③ 이 글은 치밀한 묘사보다는 간결한 대화와 설명에 의해
라는 뜻이다. 전개되고 있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서술되어 인물의 심리
6. ② 이 글은 산업화 시대의 붕괴되어 가는 공동체 사회의 를 서술자가 보충하고 있으며 ‘배낭’, ‘신작로’ 등 상징적 사물
삶에 대하여 쓴 작품으로, 가고자 하던 고향-고기잡이나 하 을 적절히 사용하여 사건의 정황과 인물의 행적을 파악하는
고 감자나 매던 곳-이 그 모습조차 알아볼 수 없이 변해 버 데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작중 인물들은 산업화
린 사회적 배경이 잘 드러나 있다. 근대화에 밀려난 뜨내기들로서 근대화의 물결에 떠밀려 고향
7. ④ 이 글에 나타난 인물들(영달, 정씨, 백화)은 모두 근본 을 등진 채 떠돌고 있으며,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미래에
적으로 착한 사람들이나 산업화 시대에 갈 곳을 잃고 괴로워 대한 희망도 없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즉 영달, 정씨, 백화
하는 사람들이다. 이 세 사람은 본질적으로 같은 처지에 놓여 있고 동일한 심
8. ④ ‘파괴한 자연’이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 도시의 부박한 리 상태를 보여 주며 고향을 상실한 민중들의 연대 의식 형
- 7 -
성이라는 주제를 드러내므로 ③은 적절치 못하다.
16. ③ 백화는 영달과 정씨의 친절함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
임을 깨닫고 아무에게나 가르져 주지 않는 본명을 가르쳐 주
는 것은 타락하고 위선적이었던 속된 모습에서 벗어나 그녀
가 진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터놓고 있다는 증거이다.
17. ⑤ 삼포의 현 상황과 관련지어서 ㉡의 의미를 추리한다.
사람이 많아지면 하늘을 잊는다는 것은 사람이 많아지면 자
연에 대한 경외감을 잃고 자연을 파괴하게 된다는 뜻이다. 삼
포의 현 상황과 관련지어 생각하면 산업화로 인해 고향이 파
괴되는 것이며 따라서 문명에 의해 고향과 자연이 파괴되는
내용을 지닌 ⑤(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가 적절하다. ⑤는
현대 문명에 의한 자연 파괴와 인간성 상실, 소외의 문제를
경고하는 작품이다.
18. ② 일터를 찾아가는 막노동자 노영달, 감옥에서 갓 나와
귀향하는 정씨, 돈을 훔쳐 달아나는 술집 작부 백화, 이 세
사람은 떠돌이로 살아가는 같은 처지의 삶의 밑바닥에 깔린
슬픔의 근원을 확힝하게 되고 연대 의식을 느낀다. 따라서 처
지가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위로한다는 뜻을 지닌 ②가 이와
같은 상황에 적절하다.
19. ① ‘삼포’의 변모를 상징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①은
정처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아온 인생을 함축하는 소재
이다)을 구별한다.

- 8 -
가고 있었다. 백화가 보퉁이를 들고 일어섰다.

삼포 가는 길 - 황석영(2회) “정말, 잊어버리지...... 않을께요.”


백화는 개찰구로 가다가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백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화는 눈이 젖은 채 웃고 있었다.
㉡내 이름 백화가 아니예요. 본명은요......이점례예
요.”
그들은 장터 모퉁이에서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
여자는 개찰구로 뛰어나갔다. 잠시 후에 기차가 떠
있는 팥시루떡을 사 먹었다. 백화가 자기 몫에서 절반
났다.
을 떼어 영달에게 내밀었다.
그들은 나무 의자에 기대어 한 시간쯤 잤다. 깨어
“더 드세요. 날 업구 왔으니 기운이 배나 들었을 텐
보니 대합실 바깥에 다시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데.”
기차는 연착이었다. 밤차를 타려는 시골 사람들이 의자
역으로 가면서 백화가 말했다.
마다 가득 차 있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담배를 나눠
“어차피 갈 곳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우리 고향에 함
피웠다. 먼 길을 걷고 나서 잠깐 눈을 붙였더니 더욱
께 가요. 내 일자리를 주선해 드릴께.”
피로해졌던 것이다. 영달이가 혼잣말로
“내야 삼포루 가는 길이지만, 그렇게 하지?”
“쳇, 며칠이나 견디나.......”
정씨도 영달이에게 권유했다. ㉠영달이는 흙이 덕지
“뭐라구?”
덕지 달라붙은 신발 끝을 내려다보며 아무 말이 없었
“아뇨, 백화란 여자 말요. 저런 애들...... 한 사날두
다. 대합실에서 정씨가 영달이를 한쪽으로 끌고 가서
시골 생활 못 배겨나요.”
속삭였다.
“사람 나름이지만 하긴 그럴 거요. 요즘 세상에 일
“여비 있소?”
이 년 안으루 인정이 휙 변해 가는 판인데......”
“빠듯이 됩니다. 비상금이 한 천 원쯤 있으니까.”
정씨 옆에 앉았던 노인이 두 사람의 행색과 무릎 위
“어디루 가려우?”
의 ⓒ배낭을 눈 여겨 살피더니 말을 걸어 왔다.
“일자리 있는 데면 어디든지......”
“어디 일들 가슈?”
스피커에서 안내하는 소리가 웅얼대고 있었다. 정씨
“아뇨, 고향에 갑니다.”
는 ⓐ대합실 나무 의자에 피곤하게 기대어 앉은 백화
“고향이 어딘데.......”
쪽을 힐끗 보고 나서 말했다.
“삼포라구 아십니까?”
“같이 가시지. 내 보기엔 좋은 여자 같군.”
“어 알지, 우리 아들놈이 거기서 도자를 끄는데......”
“그런 거 같아요.”
“삼포에서요? 거 어디 공사 벌릴 데나 됩니까. 고작
“또 알우? 인연이 닿아서 말뚝 박구 살게 될지. 이
해야 고기잡이나 하구 감자나 매는데요.”
런 때 아주 뜨내기 신셀 청산해야지.”
“어허! 몇 년 만에 가는 거요?”
영달이는 시무룩해져서 역사 밖을 멍하니 내다보았
“십 년.”
다. 백화는 뭔가 쑤군대고 있는 두 사내를 불안한 듯이
노인은 그렇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켜보고 있었다. 영달이가 말했다.
“말두 말우 거긴 지금 육지야. 바다에 방둑을 쌓아
“어디 능력이 있어야죠.”
놓구, 추럭이 수십 대씩 돌을 실어 나른다구.”
“삼포엘 같이 가실라우?”
“뭣땜에요?”
“어쨌든.......”
“낸들 아나, 뭐 관광 호텔을 여러 채 짓는담서 복잡
영달이가 뒷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오백 원짜리 두
하기가 말할 수 없데.”
장을 꺼냈다.
“동네는 그대루 있을까요?”
“저 여잘 보냅시다.”
“그대루가 뭐요. 맨 천지에 공사판 사람들에다 장까
영달이는 표를 사고 삼립빵 두 개와 찐 달걀을 샀
지 들어섰는 걸.”
다. 백화에게 그는 말했다.
“그럼 ⓓ나룻배두 없어졌겠네요.”
“우린 뒷 차를 탈 텐데...... 잘 가슈.”
“바다 위로 신작로가 났는데, 나룻배는 뭐에 쓰오.
영달이가 내민 것들을 받아 쥔 백화의 눈이 붉게 충
허허 사람이 많아지니 변고지, 사람이 많아지면 하늘을
혈되었다.
잊는 법이거든.”
그 여자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작정하고 벼르다가 찾아가는 고향이었으나, 정씨에게
“아무도...... 안 가나요.”
는 풍문마저 낯설었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영달
“우린 삼포루 갑니다. 거긴 내 고향이오.”
이가 말했다.
영달이 대신 정씨가 말했다. 사람들이 개찰구로 나

- 9 -
“잘 됐군. 우리 거기서 공사판 일이나 잡읍시다.” 3. 윗글의 내용을 통해서 알 수 없는 것은?
그때에 기차가 도착했다. ① 백화는 술집에서 작부 생활을 했다.
㉢정씨는 발걸음이 내키질 않았다. 그는 마음의 정처 ② 백화는 정씨와 영달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다.
를 방급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어느 결에 정씨는 영 ③ 영달은 백화의 행선지로 함께 가고 싶어한다.
달이와 똑같은 입장이 되어 버렸다. ④ 정씨는 오랜 기간 동안 고향을 떠나 있었다.
㉣기차는 눈발이 날리는 ⓔ어두운 들판을 향하여 ⑤ 영달에게는 마음 속으로 그리는 고향이 없다.
달려갔다.
4. 윗글의 인물들에 대해 할 수 있는 말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영달과 백화는 빙탄지간(氷炭之間)이야.
1. <보기>를 바탕으로 주인공들의 미래에 대해 추리한 내용으로 ② 정씨는 백화가 작심삼일(作心三日) 하리라고 보고 있군.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③ 영달과 정씨는 동병상련(同病相憐)하는 처지가 되었군.
④ 영달은 노인으로 인해 격세지감(隔世之感)하고 있군.
19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농민은 뿌리를 잃고 도시의 밑바닥 생 ⑤ 백화는 영달과 정씨에게 결초보은(結草報恩)의 마음이군.
활을 하며 일용 노동자로 떠돈다. 이러한 상황의 황폐함과
궁핍함이 ‘영달’과 같은 부랑 노무자, ‘백화’와 같은 작부의 5. ㉠에서 추리할 수 있는 영달의 심리는?
모습으로 형상화되면서 시대적 전형성을 획득하고 있다. ① 백화의 태도를 믿을 수 없어서 잠시 망설인다.
‘정씨’는 고향을 찾지만 그곳은 그가 떠나고자 했던 도시 ② 정씨의 의도가 무엇일까 생각하며 궁금해한다.
와 다를바가 없는 산업화된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이런 관 ③ 어떤 일자리가 있을지 궁금해하며 판단을 미룬다.
점에서 보면 “기차가 눈발을 날리는 어두운 들판을 향해 ④ 아무런 준비도 없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서글퍼진다.
서 달려갔다.”는 끝 장면은 주인공들의 미래를 암시하는 ⑤ 자신의 속마음을 몰라 주는 백화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것이라고 볼 수 있다.
6. 다음 <보기>로 볼 때, ㉡과 같이 말한 의도를 바르게 설명한
① 영달과 정씨는 역동적인 상업 사회에 적응하게 될 것이다. 것은?
‘기차’는 산업 사회의 역동적인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다.
② 영달과 정씨는 예전처럼 떠돌이 생활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그래요. 밤마다 내일 아침엔 고향으로 출발하리라

‘눈발’과 ‘어두운 들판’은 이들의 기약없는 미래를 상징하는 작정했죠. 그런데 마음뿐이지, 몇 년이 흘러요. 막상

것이다. 작정하고 나서 집을 향해 가보는 적도 있어요. 나두

③ 영달과 정씨는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삼포에 정착할 것이 꼭 두 번 고향 근처까지 가봤던 적이 있어요. 한번은

다. ‘기차는 떠나갔다’는 것은 이들의 유랑이 끝났음을 상징하 동네 어른을 먼발치서 봤어요. 나 이름이 백화지만

는 것이다. 가명이에요. 본명은 ……아무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

④ 정씨는 삼포에 정착하고 영달은 백화를 찾아 떠날 것이다. 아.”

‘기차의 질주’는 현대인이 저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는 점


을 상징하는 것이다. ①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오해를 풀어준다.
⑤ 영달과 정씨는 한결같이 희망에 찬 나날을 보개게 될 것이 ② 고향에 정착하려는 의도를 전달한다.
다. ‘어둠’을 헤치고 달려가는 ‘기차’는 이들의 밝은 미래를 상 ③ 상대방에 대한 신뢰감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을 암시한다.
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④ 헤어지는 슬픔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을 암시한다.
⑤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유대 의식을 드러낸다.
2. 윗글의 서술상의 특징과 효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간결한 문체를 구사하여 상황의 변화를 적절하게 전달한다. 7. ㉢에 드러난 등장인물의 정서를 담고 있는 것은?
② 작가의 창작 의도가 등장인물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① 농암에 올라보니 노안(老眼)이 유명(猶明)이로다 / 인사(人
③ 상징적 사물을 통해 인물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잘 표현하 事)이 변한들 산천이야 가실까.
고 있다. 암전(巖前)에 모산모구(某山某丘)이 어제 본 듯 하여라.
④ 인물의 성격을 대비적으로 서술하여 주제를 다양하게 드러 ② 산촌에 눈이 오니 돌길이 묻혔에라. / 시비(柴屝)를 열지 마
내고 있다. 라 날 찾을 이 뉘 있으리,
⑤ 대화를 통해 실마리를 제공하고, 서술자가 인물의 내적 심리 밤중만 일편 명월(一便明月)이 긔 벗인가 하노라.
를 보충하고 있다. ③ 강산 좋은 경(景)을 힘센 이 다툴 양이면 / 내 힘과 분(分)으
로 어이하여 얻을쏘냐.
진실로 금(禁)할 이 없을새 나도 두고 노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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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 만중 운산(萬重 ② 70년대 산업화가 초래한 정신적 고향 상실의 가장 상징적인
雲山)에 어느 님 오리마는 단면을 형상화해 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귄가 하노라. ③ 70년대 이농과 도시화에 따른 인간성 상실의 비참한 상황을
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도라드니 / 산천은 의구(依舊)한데 잘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인걸은 간 데 없다. ④ 70년대 산업화 속에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며, 기본적인 생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했던 일용 노동자들의 삶을 잘 형상화
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8. 이 작품 부분인 ㉣에 대한 반응들이다. 윗글의 내용으로 볼 때 ⑤ 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황폐한 민중들의 삶의 모
적절하지 않은 것은? 습을 드러냄으로써 당대의 현실을 충실히 반영한 작품이라
① 어두운 여운을 남기는 표현이군. 할 수 있다.
② 고달픈 앞날이 이어질 것임을 암시하고 있어.
③ 인물의 내면 세계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④ 변했더라도 역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 수 없나 봐.
⑤ 삼포에서도 쉽게 정착하지 못할 것임을 함축하고 있어.
9. ⓐ~ⓔ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 ‘대합실’은 떠돌이 인생들의 이합집산을 효과적으로 보여
준다.
② ⓑ ‘눈발’은 등장 인물들의 험난한 인생 역정을 상징한다.
③ ⓒ ‘배낭’은 정씨의 지금까지의 삶을 단적으로 표상한다.
④ ⓓ ‘나룻배’는 낙후된 고향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⑤ ⓔ ‘어두운 들판’은 정씨의 쓸쓸한 내면세계를 상징한다.
10. 다음 <보기>는 윗글에 대한 해설이다. <보기>의 마지막 부분
에 들어갈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이 소설은 본격적인 산업화로 특징 지어지는
70년대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산업화의 과정에서 농민은 뿌리를 잃고 도시의
밑바닥 생활을 함 일용 노동자로 떠돈다. 이러한
상황의 황폐함과 궁핍함이 영달과 정씨 같은 부
랑 노동자, 백화 같은 작부의 모습으로 형상화되
면서 시대적 전형성을 획득하고 있다 정씨에게는
이제 그 옛날의 아름다운 삼포가 존재하지 않는
다. 이미 육지로 연결된 삼포는 그가 떠나고자
했던 도시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공간으로 전락
해 버린 것이다. 또한 삼포는 단순한 고향인 것
만은 아니다. 오랜 부랑 생활을 끝내며 안식할
수 있는 곳, 정씨에게 삼포는 곧 정신의 안식처
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삼포의 상실은 곧 정신적
고향의 상실을 의미한다.
의미에서 <삼포가는 길>은

① 70년대 산업화 속에서 경제적인 궁핍으로 고통받는 민주의


생활상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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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및 해설>

1. ②
2. ② 인물간의 대립이나 갈등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3. ③ 영달이는 자신의 가난한 처지를 생각하고 백화를 잡지
않고 고향으로 떠나 보내고 있다.
4. ① 영달과 백화는 동행하면서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다. 빙탄지간 - 숯과 얼음과 같이 서로 화합할 수 없는
사이를 이르는 말.
5. ④ 영달은 백화와 함게 가고 싶지만 백화와 함께 살 경제
적 여유(준비)가 없기 때문에 서글퍼 한 것으로 볼 수 있
다.
6. ⑤
7. ⑤ 고향을 상실한 정씨의 안타까운 심정
8. ④ 인물들의 고달픈 앞날을 예언하고 끝내 정착할 수 없음 암
시하고 있다.
9. ④
10.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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