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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영문학21

제28권 2호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에 나타난


닫힌 의식세계와 열린 의식세계의 대비

손동철

카버(Raymond Carver, 1938-1988)는 오리건 주 북부의 소도시 클랫스캐니


(Clatskanie)에서 태어났지만 세 살 때 가족이 워싱턴 주 남부의 야키마(Yakima)로
이주한 뒤, 청소년기를 그곳에서 보냈다. 10대의 카버는 학교보다는 영화, 텔레비전,
잡지나 소설책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 한편, 다른 한편으로 낚시나 사냥 같은 야외
활동을 즐긴 것은 일상의 좌절이나 분노, 가족의 불화를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Sklenicka 23-30). 사냥과 낚시에 열광했던 그의 경험은 초기 단편인 「분노의 계절」
(“Furious Seasons”)이나 「전원시」(“Pastoral”), 「누구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Nobody Said Anything”)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1957년, 19세의 카버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6세의 매리엔(Maryann Burk)과
결혼한 뒤, 그해 야키마 2년제 대학(Yakima Junior College)에 등록하고 문학클럽에
가입했다. 다음 해는 캘리포니아 주로 이주한 뒤, 1959년에는 치코주립대(Chico
State College)에서, 1960년에는 유레카(Eureka)의 험볼트주립대(Humboldt State
196 손 동 철

College)에서, 1963년에는 아이오와 대학의 작가 워크숍 프로그램(University of


Iowa Writer's Workshop)에 참가하며 작가 수습의 길을 걸었다. 카버는 바쁜 문학
공부 속에서도 배달부, 잡역부, 도서관 보조원, 제재소 일꾼으로, 매리엔은 두 아이
를 키우며 행정 보조원, 고등학교 영어 교사, 세일즈인, 웨이트리스로 일했다. 두 부
부의 임시직과 그들이 거주했던 중소도시의 생활환경이 시사하듯 카버의 단편소설
은 미국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람들과 소재를 다룬다. 대표적인 소
재와 주제는 사랑의 상실, 이혼, 실직, 알콜 중독 등 인생 여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로부터 비롯된 가족이나 부부 간의 불화와 갈등의 상황으로 대변된다. 예를 들
어, 「그들은 네 남편이 아냐」(“They're Not Your Husband”)에서는 살찐 웨이트리스
아내의 뒤태를 바라보는 남편의 의식에 작품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제발 조
용히 좀 해 줄래, 제발」(“Will You Please Be Quiet, Please”)에서는 고등학교 교사
부부의 성적 갈등이, 「열병」(“Fever”)에서는 새 삶을 위해 남편의 동료 교사를 따라
가정을 떠난 아내와 뒤에 남겨진 남편의 정신적 상황이 제시된다. 또한, 「셰프의 집
」(“Chef's House”)이나 「내가 전화를 걸고 있는 곳」(“Where I'm Calling From”)에
서는, 작가 자신의 알콜 중독이 첫 결혼생활을 파경으로 몰았던 주요 요인으로 작
용했듯이 카버는 알콜 의존성의 문제점을 진단한다.
이러한 문제나 상황의 제시는 카버의 작품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경향이지만, 삶
의 문제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에 변화가 옴으로써 작품의 방향이 크게 바뀌었다.
그 변화의 분수령은 1983년에 발간된 󰡔대성당󰡕(Cathedral)이다. 1976년에서 1981년
까지 출간된 세 권의 단편집에서는 삶의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상실감이나 좌절감
으로 표출되는 등장인물의 ‘닫힌 의식’이 작품의 초점으로 드러나는 반면, 네 번째
단편집 󰡔대성당󰡕에서는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로 대변되는 등장인물의 ‘열린 의식’
이 작품의 초점으로 제시된다. 따라서 이 논문은 카버의 단편소설에 나타난 닫힌
의식세계와 열린 의식세계에 대한 비교분석을 두 단계로 나누어 제시한다. 첫째, 󰡔대
성당󰡕 이전에 출간된 3권의 단편집, 󰡔제발 조용히 좀 해 줄래, 제발?󰡕(Will You
Please Be Quiet, Please, 1976), 󰡔분노의 계절󰡕(Furious Seasons and Other Stories,
1977),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말하는 것󰡕(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 1981)에 수록된 4개의 단편과 󰡔대성당󰡕에 실린 3개의 단편에 반
영된 작가적 시선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닫힌 의식과 열린 의식을 대조한다. 둘째,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에 나타난 닫힌 의식세계와 열린 의식세계의 대비 197

󰡔대성당󰡕에 수록된 「깃털」에서 두 쌍의 부부가 각기 드러내는 현재에 갇힌 삶과


미래에 투영된 삶을 통해 그들의 닫힌 의식세계와 열린 의식세계를 비교하여 카버
의 창작의도를 밝히는 데 중점을 둔다.

II

이 섹션에서는 카버의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삶을 바라보는 상이한 의식을


비교하기 위해 7개의 단편이 분석의 대상이 된다. 1976년에서 1981년까지 출간된
단편집 세 권에서 선별한 4개의 단편소설은, 󰡔분노의 계절󰡕에서 「전원시」, 󰡔제발
조용히 좀 해 줄래, 제발?󰡕에서 같은 제목의 단편,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말
하는 것󰡕에서 같은 제목의 단편과 「목욕」(“Bath”)이다. 그리고 단편집 󰡔대성당󰡕에
서 택한 3개의 단편은 「조그마한 좋은 것」(“A Small Good Thing”), 「셰프의 집」,
「대성당」(“Cathedral”)이다. 이 두 그룹 간의 대조는 닫힌 의식세계의 예로 논의할
초기 단편인 「전원시」와 열린 의식세계의 예로 다룰 후기 단편인 「셰프의 집」이
제시하는 비전으로 요약할 수 있다. 1963년에 발표된 「전원시」의 서두에서 묘사된
낚시여행에 대한 낭만적 시각과 1981년에 발표된 「셰프의 집」에서 다루는 알콜 중
독의 주제로 볼 때는 열린 의식에서 바라본 긍정적인 삶에서 닫힌 의식이 반영된
음울한 비전으로 전이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 두 작품이 제시하는 것은 정
반대의 방향이다. 「전원시」에서는 환멸과 상실감으로 표현된 등장인물의 닫힌 의식
을, 「셰프의 집」에서는 극복의 가능성을 추구하는 열린 의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섹션의 초점은 삶에서 의미와 방향을 잃어버린 채 혼란을 대면하는 닫힌
의식과 현재의 조건을 극복하려는 열린 의식을 비교하는 데 있다.
1977년에 출간된 단편집 󰡔분노의 계절󰡕에 실린 「전원시」는 1962년에 쓰여 그
다음해 󰡔웨스턴 휴매니티즈 리뷰󰡕(Western Humanities Review)에 발표되었다
(Sklenicka 313). ‘전원시’라는 제목이 호젓한 자연환경 속의 목가적 생활을 연상시
키지만, 작품의 초점은 낚시여행의 의도와 그 결과가 빚어내는 아이러니를 제시하
는 데 있다. 「전원시」의 아이러니는 키츠(John Keats)의 「그리스 항아리에 부치는
송시」(“Ode to an Grecian Urn”)에서 표출된 서정적인 전원풍경의 아이러니와 흡사
198 손 동 철

하다. 키츠는 고대 그리스 항아리에 그려진 목가적 사랑의 세계에서 폭력성의 불길


한 분위기를 보며 연인들의 목가적 배경을 “차가운 전원풍경!”(Cold Pastoral!)이라
부른다(손동철 99-100). 카버의 「전원시」에서도 자연에 대한 낭만적 기대감은 의미
없는 살생행위로 산산이 부서진다.
「전원시」의 중심인물 해럴드(Harold)는 강에서 낚시를 즐기기 위해 산중 휴양
지를 찾아갈 때 눈에 덮인 자연 경관과 예전에 아내와 함께 방문했던 기억에 마음
이 설렜다. 해럴드는 다음날 아침 일찍 강가에서 좋은 터를 찾아 플라이 낚시를 시
작하지만, 그가 마주한 것은 기다리던 물고기가 아니라 뒷다리에 총상을 입은 암사
슴이었다. 암사슴이 덜렁거리는 다리를 끌며 코로 하얀 점액을 흘리는 모습은 목가
적 전원풍경과는 전혀 다른 형국이었다. 사슴이 사라진 뒤 해럴드가 대면하는 것은
총을 들고 사냥감을 쫓는 십대들이었다. 산장 여주인의 설명대로, 그들은 인근 댐
건설 노동자들의 자식들로 재미로 돌을 던져 산장 건물의 유리창을 깨는 것처럼,
재미로 살생을 즐기는 부류였다. 해럴드는 그들의 잘못된 행태에 분개해서 “파렴치
한 개자식들”이라고 비난했지만, 막상 사슴이 간 방향을 추궁하는 그들의 사냥총
앞에서는 잔뜩 겁에 질렸다(Carver 201. 이후 쪽수만 표기함). 쏘지 말라고 애원하
는 해럴드의 태도에서는 자연에 대한 올바른 자세를 가르치려던 이전의 당당한 모
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해럴드’라는 이름이 정복왕 윌리엄(William the Conqueror)
에 맞서 싸우다 장렬한 최후를 맞은 앵글로색슨계의 마지막 왕인 해럴드 왕(King
Harold)을 연상시키지만(Campbell 6), 이와는 달리 카버의 해럴드는 십대의 총기 앞
에서 쓰라린 굴욕감과 패배감을 맛볼 뿐이었다. “영웅적 태도”를 포기한 해럴드가
산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낚싯대를 잃어버린 것은 자연에 대한 낭만적 비전이 상실
된 그의 세계를 대변한다(204). 그래서 눈발이 날리는 길을 걷는 해럴드의 시야에
비친 것이 온통 “일그러진 사물들”이라는 것은 그의 의식적 변화를 시사한다(204).
그의 의식적 변화는 도덕적 원칙의 상실로 인한 삶에 대한 절망감을 설명한다. 해
럴드의 절망감은 삶에 대한 닫힌 의식의 한 예이다.
「전원시」에서 드러난 현실세계와 이상적 열망의 괴리는 1976년 출간된 단편집
󰡔제발 조용히 좀 해 줄래, 제발?󰡕에 수록된 같은 제목의 단편에서도 되풀이되는 주
제이다. 그러나 「제발 조용히 좀 해 줄래, 제발?」에서 중심인물의 닫힌 의식은 부부
간의 성적 갈등으로 표출된다. 이 단편에서 중심인물인 랄프(Ralph Wyman)가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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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을 앞두었을 때, 초등학교 교장인 아버지는 아들에게 인생 조언을 한다. 이제


부모의 곁을 떠나 자신의 삶을 시작하는 젊은이에게 인생이란 “강인성과 목표”를
요구하는 사업이며, 힘은 들어도 “보답”이 따를 것이라는 믿음을 전한다(171). 그러
나 랄프의 대학생활은 그 교훈의 시험대가 되었다. 처음에는 의사나 변호사의 길에
목표를 두었지만 그에 맞는 감성과 능력의 부족으로 포기하고, 다시 철학과 문학
수업에서 삶의 의미에 대한 “엄청난 발견”을 했다고 여겼지만 종국에는 매일 술집
을 찾게 되어 단골술집 바텐더의 이름이 그의 닉네임이 되었다(171). 그러나 삶의
목표 없이 술로 점철된 랄프의 대학생활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생활습관을 바꿈으
로써 시작되었다. 술을 끊고 학업에 충실하며, 교내의 영어클럽과 실내악단 회원이
되고 4학년 때는 영문학 수업에서 만난 매리엔(Marian Ross)과 데이트를 시작했다.
졸업 후 같은 고등학교에서 함께 교사로 일하며, “결혼의 흥분과 신비”를 영원히 간
직하자는 맹세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172).
그러나 랄프의 결혼생활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아내가 2년 전 파티에서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저지른 부정행위를 토로하면서 비롯되었다. 랄프가 아내의 고백에
서 새롭게 발견한 것은 그녀의 억제된 성적 충동이었다. 5년 전 멕시코에서 신혼여
행을 즐길 때 랄프는 길거리 시장의 “불결함과 노골적인 욕정”에 혐오감을 느꼈던
반면, 그 당시 신부의 하얀 블라우스를 “밀치고 나오려는” 젖가슴이 강렬한 성적 충
동의 표징이라는 것은 5년 뒤에서야 이해하게 되었다(172). 그러나 랄프를 더욱 놀
라게 한 것은 자신의 성적 충동을 발견한 일이었다. 아내에 대한 배신감에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그녀의 스커트 밑에서 움직이는 엉덩이를 바라볼 때나 그녀가 딴 남
자와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상상할 때 랄프는 “몸의 변화”를 느꼈기 때문이다(178).
따라서 아내의 부정행위에 대한 격정적 반응은 부분적으로는 자신의 성적 흥분을
숨기기 위한 구실이었다.
자신의 모순된 태도와 행동을 자각하면서도 아내의 배신에 대한 격정을 누르지
못한 랄프는, 대학시절 초반에 겪었던 방황을 밤거리에서 재연한다. 술에 취한 랄프
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통제력을 상실한 결과,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 손에다
오줌을 묻히고 뒷골목에서 구타를 당해 의식을 잃었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간신히
깨어났지만 대학시절 방황과 타락에서 정신적 재탄생을 맞이했던 것과는 달리, 이
제는 랄프에게 의식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랄프가 상처 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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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화장실로 숨었을 때 걱정에 싸인 아내가 문을 열라


고 하자 “제발 조용히 좀 해 줄래, 제발”하고 소리치는 것도 전날 밤 집을 나설 때
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188). 화장실 거울에 비친 랄프의 모습은 “이 세상을 살아가
며 매일 매일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자의 모습
이었다(187). 아내의 성적 문제에 집착함으로써 대화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그의
닫힌 의식은 아내의 성적 유혹에 대한 그의 반응에서 다시 드러난다. 그것은 샤워
를 하고 침대에 누웠을 때 아내의 적극적인 성적 자극에 순응하는 자신의 태도였다.
랄프는 자신의 반응이 “있을 수 없는 변화”라고 놀라지만 그것은 자신의 성적 충동
에 굴복하는, 자제력을 잃은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었다(189).
「제발 조용히 좀 해 줄래, 제발?」에서 닫힌 의식의 예가 성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소통의 물꼬를 찾지 못한 채 성적 자극에 대한 남편의 굴욕적 반응으로 제시
되었다면,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말하는 것」에서 닫힌 의식은 결혼생활의
현실적, 육체적 사랑을 불신하며 이상적, 정신적 사랑을 신봉하는 남편의 의식적 상
황으로 표현된다. 사랑에 대한 갈등은 심장전문의인 멜(Mel McGinnis)과 그의 두
번째 아내 테리(Terry)가 벌이는 사랑의 논쟁 속에서 드러나며 아직 재혼의 단꿈에
젖어 있는 로라(Laura)와 닉(Nick) 부부가 논쟁의 청중이 된다.
심장전문의인 멜이 정신적 사랑을 추구하는 것은 여러 모로 아이러니컬하다. 첫
번째 아이러니는 멜에게 심장은 영혼과 사랑의 징표이지만 기능 이상의 심장을 새
심장으로 대체하는 심장이식수술이 영원한 사랑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
래서 심장을 치료하고 새 심장을 이식하는 자신은 단순한 “기술자”일 뿐이라며 자
신의 의료행위에 “회의적” 태도를 보인다(318). 정신적 사랑에 대한 그의 믿음은 의
술 공부를 하기 전, 신학교 시절에 수행한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 헌신적 사랑에 기
반을 두고 있다. 절대적인, 정신적 사랑을 신앙하는 멜이 결혼생활에 대해 냉소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혼이 가변적이며 육체적인 사랑에 의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멜이 벌침 알레르기가 있는 첫 번째 아내 마조리(Marjorie)에게 “벌통”을 보내고 싶
다고 격분의 감정을 토로하는 것은, 전처가 이혼 후 다시 결혼을 하지 않고 남자친
구와 동거를 하며 지속적으로 생활비와 아이들 양육비를 요구함으로써 자신을 파산
시키려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321). 결혼 당시의 맹세가 변질된 경우 그것을 사랑
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맬은 회의를 품는다. 현실적 사랑에 대한 의구심은 그의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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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째 결혼에 대한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이상적인 정신적 사랑을 설파하는 멜과는 달리, 두 번째 아내 테리는 현실적인
사랑에 역점을 둔다. 테리는, 전 남편이 헤어지려는 자신의 발목을 잡고 끌고 다니
며 사랑한다는 말을 되뇌던 행동이나 자신을 죽이려 했고 또한 자살을 시도했던 그
의 행위를 사랑의 한 방식으로 인정하는 반면, 멜은 사랑의 이름으로 죽음을 불사
하는 행위는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멜과 테리가 사랑의 의미에 대해
해결의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두 부부는 두 번째 결혼생활에서 “기계적인 키
스”만 나누는 관계로 남았다(317). 멜은 닉과 로라 부부의 관계에 대해서도 같은 전
망적 태도를 보인다. 닉과 로라도 첫 결혼 상대를 사랑했고 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
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자신들처럼 무덤덤해질 것이라고 두 부부에게 경각
심을 일깨운다(315). 두 번째 결혼에서도 멜이 육체적 사랑에 대한 아내의 견해를
묵살하며 정신적 사랑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견지하려 드는 모습은 현실적인 결혼
생활에 대한 그의 닫힌 의식을 보여준다.
앞에서 논의된 세 개의 단편이 의미의 상실과 혼란 속에서 삶의 방향을 잃어버
린 등장인물들의 닫힌 의식을 보여주는 것처럼 이 작품들이 수록된 세 개의 단편집
은 대체로 등장인물들의 닫힌 의식적 상황을 제시한다. 그러나 1983년에 출간된 단
편집 󰡔대성당󰡕에서 새로운 작가적 시각은 등장인물의 열린 의식세계로 표출된다.
등장인물의 닫힌 의식과 열린 의식을 비교할 때 좋은 예가 단편집 󰡔사랑에 대해 말
할 때 우리가 말하는 것󰡕에 수록된 「목욕」과 󰡔대성당󰡕에 수록된 「조그마한 좋은
것」이다. 1980년에 쓰인 「조그마한 좋은 것」은 원래 11,000 단어의 분량이었으나
출판사 편집장이 길이를 2500 단어 이하로 줄이고 제목을 「목욕」으로 바꾸어 1981
년의 단편집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말하는 것󰡕에 수록하였다(Stull &
Carroll 983-84). 그러나 카버는 그 다음 해에 1980년의 원래 원고를 일부 개정하여
문학잡지 󰡔플라우셰어즈󰡕(Ploughshares)에 발표한 뒤, 다시 수정을 거쳐 단편집 󰡔대
성당󰡕에 수록하였다. 「목욕」과 개작된 「조그마한 좋은 것」의 차이점은 작품의 초
점이 등장인물의 전혀 다른 정신적 상황을 제시하는 데 있다. 「목욕」의 초점이 교
통사고를 당한 아들이 의식을 되찾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불안 심리를 부각하는
데 있다면, 「조그마한 좋은 것」에서 어머니는 제빵사와 대화를 통해 인생에 대한
상실감을 극복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두 작품의 이야기의 전개는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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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으로 시작한다.
앤(Ann)은 아들 스카티(Scotty)의 8번째 생일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제과점에서
케이크를 주문하고서 생일날 아침에 찾아가겠다고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겼
다. 그러나 불운은 생일 아침에 발생했다. 스카티는 자동차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각종 검사에서 별다른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아이의 의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생사가 불투명한 아들을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지켜보던 부
모는 잠시 집에 들러 목욕으로 심신을 달래려고 했다. 처음에 아이의 아버지가 집
으로 왔을 때 전화가 걸려와 “찾아가지 않은” 16달러짜리 케이크가 준비되어 있다
고 전하고는 끊어졌다(“Bath” 252, “A Small Good Thing” 404). 이후에, 아이의 어
머니가 집에 들렀을 때 다시 걸려온 전화에서 낯선 남자가 “스카티에 관한 일”이라
는 말을 전하며, 「목욕」은 끝난다(“Bath” 257, “A Small Good Thing” 414). 「목욕」
의 결말이 아들의 생사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 있는 어머니의 심경에 의문의 전화에
서 들려오는 아들의 이름이 불러일으키는 “위협적” 파문을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
추어져 있다면(McCaffery and Gregory 102), 「조그마한 좋은 것」의 결말은 앤의 의
식적 변화에 의미를 둔다.
「조그마한 좋은 것」의 후반부는 「목욕」이 끝난 부분에서 시작된다. 전화가 다
시 두 번 더 걸려오며, 그때는 이미 스카티가 사망한 뒤였다. 세 번째 전화가 “스카
티를 잊어버렸나요?”라는 말을 남기고 끊어진 뒤(420), 다시 자정 무렵에 걸려온 네
번째 전화가 아무 말 없이 끊어졌을 때 앤은 주문한 케이크를 찾아가라는 독촉 전
화라고 확신한다. 분을 참지 못한 앤은 남편과 함께 제과점을 찾아가 무례한 전화
질을 따질 때, 제과점 주인은 3일이 지나도록 생일케이크를 찾아가지 않은 무심한
부모를 나무란다. 그러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스카티의 이야기를 듣고는 진심어린
사과의 말을 전하며, 조그만 제과점을 운영하면서 살기에 바빠 “악질적인 인간”으
로 변해버린 자신의 인간성에 대해 사죄를 하고 용서를 빈다(424). 그는 심신이 지
친 부부에게 커피와 따끈한 시나몬 롤빵을 권하며 중년 남자가 갖는 회의감과 한계
는 “아이가 없는 외로움과 같다”고 토로한다(425). 생일케이크나 웨딩케이크를 만들
어 사람들에게 조그만 기쁨을 주는 것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제빵사의 이
야기를 경청하며, 갓 구워낸 빵을 냄새 맡고 맛보는 부부는 먼동이 터도 자리를 뜨
지 않는다(425). 작품의 결말에서 따뜻하고 구수한 빵에 곁들인 대화는 서로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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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대한 이해와 포용으로 이끄는 ‘조그맣고 좋은’ 활력소로 작용한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와 세상에 작은 기쁨을 선사하려는 제빵사의 흉금을 펴는 대화가 보여주는
것은 두 등장인물의 열린 의식이다. 이들의 열린 의식은 인생에서 불행이 발생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가슴에 담긴 아픔을 나누고 극복함으로써 삶을 새롭
게 시작하려는 인간적 의지를 전한다.
카버가 「목욕」과 「조그마한 좋은 것」, 두 단편은 “전혀 다른” 작품임을 강조하
며 나중에 발표된 작품이 “훨씬 더 낙관적”이라고 지적하듯(McCaffery and Gregory
102), 󰡔대성당󰡕에 수록된 단편들의 특징은,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삶에
대한 긍정적인 비전을 보여주는 데 있다. 긍정적 비전은 등장인물의 새로운 자각에
서 비롯된다. 그 좋은 예가 알콜 중독의 문제를 다루는 「내가 전화를 걸고 있는 곳」
과 「셰프의 집」, 두 단편이다.
「내가 전화를 걸고 있는 곳」의 주인공 내레이터는 처음으로 입원한 알콜 중독
치료소에서 환자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예고없이 찾아오는 발작이나 재발의 위험
성을 곁에서 지켜보며 자신이 그들과 같은 심각한 중독 증세에 빠질 수 있으며 알
콜 중독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 병이라는 자각에 이른다. 「셰프의 집」에서 주인공
웨스(Wes)는 알콜 중독증이 삶에 미치는 위협에 대한 자각을 넘어, 별거 중이었던
아내 에드나(Edna)와 행복했던 과거를 재현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알콜 중독 치료
를 받은 뒤 술을 끓은 웨스는, 그동안 소원했던 아내에게 동거를 제안하기 위해 한
때 알콜 중독자였던 셰프의 바닷가 집을 빌렸다. 웨스의 끈질긴 설득에 에드나는
남자친구와 헤어지고서 웨스의 계획에 동참했다. 웨스는 정원에 핀 데이지로 아내
를 위한 꽃다발을 만들고 금주 모임에 참가하는 노력을 보일 때, 에드나는 2년 동안
빼두었던 결혼반지를 다시 끼고, 두 부부는 바닷가의 목가적 풍경과 낚시를 즐기며
축복의 나날을 지냈다. 그러나 집주인의 사정으로 인해 집을 비워주게 되었을 때
그들의 문제는 다시 불거졌다. 에드나는 불행했던 지난날을 잊고 바닷가의 행복을
결혼생활의 출발점으로 “가정하여” 다른 집을 얻어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하지만,
웨스는 지난날의 알콜 중독이 단순히 “가정”만으로 잊히고 치유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지적한다(381). 비록 두 부부는 행복의 시간에 끝이 찾아와 불투명한 앞날을
다시 대면하지만, 새로운 삶을 위한 웨스의 시도와 노력 그리고 자신의 상황에 대
한 강한 자의식은 열린 의식의 양상을 대변한다.
204 손 동 철

앞의 두 단편에서 묘사된 알콜 중독자의 새로운 인식과 노력은 작가의 실제 삶


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카버는 시인 갤러거(Tess Gallagher)를 만나 함께 생활함
으로써 알콜 중독으로 혼란에 빠졌던 자신의 삶에 “정연한 질서와 건전성”을 부여
하게 되었고, 자신의 암울한 과거를 차분히 되돌아보며 새 출발을 하는 기회를 가
졌던 것으로 보인다(Sklenicka 399). 인생에 대한 카버의 긍정적인 태도가 반영된
것이 단편집 󰡔대성당󰡕의 전체적인 흐름이라면, 그 대표적인 예가 「대성당」이다. 그
것은 「대성당」의 긍정적 비전은 주인공의 새로운 의식세계에 대한 경험으로 나타
나기 때문이다.
「대성당」에서 내레이터인 주인공은 저녁식사 후 마리화나를 피지만 그것은 단
순히 습관적 행위일 뿐, 60년대 미국에서 새로운 의식세계를 경험하려던 의도나 시
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세상을 보는 내레이터의 의식은 사물의 표면에 머물러 있어
그 아래에 묻힌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삶에 대한 통찰력도 없었으며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한 이해도, 자의식도 없었다. 내레이터가 아내의 오랜 지
기인 장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질투심과 경멸적 태도를 드러낸 것은 자신의
아내에 대한 이해 결여와 장님에 대한 선입견을 말해준다. 내레이터는 사물의 겉모
습만을 보는, 눈 뜬 장님이었다. 그러나 그의 의식적 변화는 아내의 친구인 장님이
방문하면서 비롯되었다.
아내의 친구는, 내레이터가 영화에서 본 것처럼 맹도견에 이끌려 다니는 까만
안경을 쓴 그런 장님이 아니었다. 앞을 볼 수 없음에도 전혀 실수 없이 접시에 담긴
음식을 나이프로 썰어 포크로 집어 먹는 모습이며, 컬러텔레비전인지 흑백텔레비전
인지 구별하는 능력은 내레이터를 놀라게 했다. 장님에 대한 선입견이 하나둘씩 깨
져가는 가운데 장님의 엉뚱한 제안이 내레이터의 닫힌 의식의 눈을 뜨게 한다. 장
님이 텔레비전에서 해설하는 대성당의 외관을 묘사해 달라고 요청하자 내레이터는
말로 설명하려고 시도하다 이내 포기를 했다. 그때, 장님은 함께 그림을 그리자고
제안했다. 제안된 방법은, 내레이터가 눈을 감고 펜으로 두툼한 종이 위에 성당을
그릴 때 장님은 내레이터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어 손의 움직임을 통해 그림의
모양을 이해하고, 그런 다음 두툼한 종이 표면에 생긴, 펜 끝에 눌린 자국을 손으로
더듬어 모양을 다시 확인하는 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을 되풀이하며 성당과 성당에
온 사람을 그려 나갈 때, 내레이터는 성당의 의미를 이해하며 자신이 “어떤 것의 내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에 나타난 닫힌 의식세계와 열린 의식세계의 대비 205

부에” 갇혀 있다는 느낌에서 벗어난다(529). 눈을 감은 채 작업을 계속하는 내레이


터는 자신의 의식세계가 확장되는 희열의 순간을 경험한다.
「대성당」의 초점이 닫힌 의식에서 벗어나 열린 의식세계를 경험하는 주인공의
정신적 초월에 있다면, 이와 대조적으로 단편집 󰡔대성당󰡕 이전의 다른 단편집에 포
함된 작품에서는 닫힌 의식 속에서 닫힌 삶의 벽을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
었다. 따라서 다음 섹션에서는 「깃털」에 등장하는 두 쌍의 부부가 드러내는 서로
다른 삶의 형태를 제시함으로써 닫힌 의식세계와 열린 의식세계를 대비한다.

III

「깃털」에서 비교 대상이 되는 두 쌍의 부부는 잭(Jack)과 프랜(Fran) 부부 그리


고 버드(Bud)와 올라(Olla) 부부이다. 두 쌍의 부부의 상황은 일견 크게 달라 보이
지 않는다. 잭과 버드는 직장 동료이며, 잭의 아내 프랜은 유제품 제조공장에서 일
을 하고, 버드의 아내 올라는 어린 아들을 키우는 주부이다. 그러나 두 쌍의 부부에
게서 보이는 커다란 차이점은 그들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에 있다. 그들의 차이점
은, 내레이터인 잭이 친구의 저녁식사 초대를 회상하며 자신의 결혼생활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왜 실망과 부부간의 침묵으로 이어졌는지 이해하려는 관점에서 서
로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가운데 서서히 드러난다.
잭과 프랜의 결혼생활의 문제점은 그들의 닫힌 의식에서 비롯되었다. 닫힌 의식
속에서 영위되는 그들의 결혼생활은 첫째, 목표와 미래가 없는 현재에 안주하는 삶으
로 대변된다. 그들은 현재의 결혼생활에 자족하며, 때로는 갖지 못한 “새 자동차”나
“2주간의 캐나다 여행” 같은 소망에 대해 말을 주고받기는 하지만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한 실질적인 계획이나 노력은 없다(360). 잭은 버드의 초대를 받아 시골 변두리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아갈 때 전원풍경을 보며 “이런 곳에 집을 가졌으면” 하고 소망을
피력하지만, 그 또한 “그저 막연한 생각”일 뿐, 간절한 욕망의 표현은 아니다(361).
잭과 프랜의 여가 활용이란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간혹 영화관을 찾는 것
이 전부이듯, 그들의 결혼생활은 서로의 시선 내에 한정되고 고립된 삶이다. 잭이
직장 친구인 버드의 초대를 받았다고 말하자, 프랜이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이 필요
206 손 동 철

하지?”라고 묻는 듯한 태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360). 프랜이 두 사람 간의 유대


감에서 결혼의 충족감을 얻는다면, 잭의 충족감은 프랜의 늘씬한 몸매에 어울리는
긴 금발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다. 잭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말아 냄새를 맡으며
애정을 표시하지만, 유제품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프랜에게는 긴 머리가 “골칫거리”
일 뿐이다(360). 아침에 일하러 갈 때는 머리를 올리고 밤에는 매일 감고 빗어야 하
는 번거로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랜은 머리를 자르겠다고 으름장을 놓지
만, 잭이 그녀를 사랑한 것은 긴 금발 때문이었다며 만일 자른다면 사랑도 따라 끊
어질 거라고 말하는 터라 감히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그녀를 “스웨덴
여자”라고 부르며 애정을 표시하는 것은 북유럽 여자에 대한 잭의 환상을 반영한다
(360). 결국, 늘씬한 키에 긴 금발을 가진 프랜이 스웨덴 여자의 대체물이라는 것은
그들의 결혼생활 내면에 숨겨진 위태로운 관계를 시사한다. 또한, 프랜의 긴 금발에
대한 잭의 “미친 듯한” 반응은 성적 욕망의 표현이지만 그들은 아이를 원치 않으며
“언제가”라고만 기약할 뿐이다(360). 그것은 아이가 생긴다면 그들이 현재 유지하고
있는 무사안일한 생활의 틀을 흐트러뜨릴 골칫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잭과 프랜 부부는 서로만으로 충분한 결혼생활의 틀을 지키려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생활반경은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 그들의 고립된 삶은 잭의 친구 관계에서
도 드러난다. 버드는, 잭이 아내와 대화할 때 화제로 등장하는 “유일한” 직장 친구
임에도 불구하고(363), 그에 대한 잭의 태도에서 특별한 친밀감이 보이지 않는다.
버드가 아들의 출생 후 직장 동료들에게 돌리던 시가가 고급품이 아닌 “드러그스토
어”(drugstore)에서 파는 시가라는 언급은 그의 취향을 업신여기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359). 또한 버드의 아이가 태어난 이후 저녁식사에 초대 받기까지 지난 8개
월 동안 잭이 기억하는 것은 심심하던 차에 버드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그의 아내가
받자 그냥 전화를 끊어버린 사건이 전부이다. 또한 그가 전화를 끊어버린 이유가
친구의 아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데 있다는 것도 하나뿐인 친구에 대한 무심한
태도를 설명한다. 저녁 식사에 초대 받아 갈 때 잔뜩 멋을 내느라 “차려 입은” 자신
의 복장이 버드가 입은 평상복과 비교될 때 잭이 멋쩍어하는 것 또한 상황을 제대
로 파악하지 못하는 그의 통찰력 부족을 시사한다(363).
자신들만의 안일한 생활공간에 대한 프랜의 집착은 외부 접촉에 대한 거부감으
로 나타난다. 프랜에게는 저녁식사 초대 자체가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다. 그것은 자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에 나타난 닫힌 의식세계와 열린 의식세계의 대비 207

신들의 생활영역 밖의 사람들과 교류를 할 때는 사소한 일에까지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랜이 저녁식사 초대에 가져갈 물건을 정할 때 와인에서 컵케이
크까지 여러 가지를 들먹이며 옥신각신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에 대한 반감의 표현
이다. 버드네가 혹시 자기네들이 싫어하는 젤로(Jell-O)를 디저트로 내놓을지도 모
른다는 생각에 진저리를 치더니 프랜은 결국 빵 한 덩이를 만들어 가기로 결정했다.
마지못해 초대에 응한 프랜의 시큰둥한 태도와 그녀에게서 빵을 받은 버드가 “생전
처음으로 빵을 보는 듯” 냄새를 맡아보며 고마움을 표시하는 태도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363).
프랜 부부가 현재의 거주 지역에서 3년을 살았지만 단 한 번도 도심을 떠나 본
적이 없다는 것도 그들의 좁은 경험과 활동 반경을 설명한다. 그래서 버드네가 사
는 낯선 “외딴 시골”이 프랜에게는 탐탁치가 않다(362). 버드네 앞마당에 열린 야구
공만한 초록색 열매가 무엇인지 알지 못할 때, 프랜이 자신의 무지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녀의 성격을 드러낸다. 더구나,
살아 있는 공작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프랜은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 다가오는 커
다란 새를 보고 기겁을 하여 감히 자동차 밖으로 나올 엄두를 못 낸다. “사납고 위
험한 것”에 대한 프랜의 거부 반응은 새로운 변화나 모험이 배제된 안락하고 단조
로운 생활에 길들여져 있음을 뜻한다(363). 그래서 자신의 다리에 몸을 비벼대는 공
작이나 텔레비전 위에 놓인 올라의 치아를 본뜬 흉측한 모양의 석고모형 등 기괴한
환경에 대한 경험이 이어지자 프랜은 그날 하루는 완전히 “망쳤다”고 여겼다(365).
그러나 버드 부부의 낯선 생활환경에 대한 프랜의 부정적 태도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난 것은 저녁식사 중에 그들의 아들 해럴드가 등장하면서 비롯되었다.
그 변화는 프랜과 잭의 결혼생활에 최고로 행복한 시간을 선사했지만, 그동안 간과
됐던 그들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계기를 제공했다. 잠에서 깬 해럴드를 올라가 데리
고 나왔을 때, 프랜 부부는 경악과 충격의 순간을 맞이했다. 버드는 아들이 “미인
대회”에서 상을 받으리라고 생각지 않으며 앞으로 자려면 자기처럼 되리라고 말하
지만, 너무도 못생겨서 잭은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내지 못했고, 프랜은 “아!”하고
탄식을 내뱉으며 창밖의 박쥐를 본 것 같다고 둘러댔다(373). 아기는 붉고 큼직한
얼굴에다 퉁방울 눈, 넓은 이마와 두툼한 입술 그리고 목이라 할 것도 없고 턱은 서
너 겹으로 접힌 생김새였다. 귀는 머리에서 삐죽 튀어나왔고, 팔과 손목, 손가락에
208 손 동 철

살이 통통하게 붙어 못생겼다고 말하는 것도 “과분하다”고 여길 지경이었다(372).


그러나 잭을 더 놀라게 한 것은 못생긴 아이에 대한 프랜의 관심이었다. 그녀는 아
이를 안아보고 무릎 위에서 데리고 놀며 귓속말을 속삭였다. 그러나 프랜을 억제할
수 없는 흥분 속으로 몰아넣은 것은 집안에 들여놓은 공작과 놀이를 시작했을 때
아이의 반응이었다. 공작이 긴 목으로 아이의 다리를 비벼대고 부리로 배를 누르자
아이가 다리를 흔들고 깔깔거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프랜에게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375). 생김새에는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아이라는 데에 의미를 부
여하며 흐뭇하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버드 부부를 보며 잭은 평소 아이에 대해 무
심했던 생각을 바꾸었다. 프랜 또한 버드네 집에서 보낸 저녁을 “특별하게” 여겨 집
으로 돌아온 즉시 남편에게 “당신의 씨”를 뿌려달라고 요청했다(376).
그러나 프랜이 아기를 출산한 이후 찾아온 변화는 행복의 절정에서 내리막길을
달리는 과정이었다. 프랜은 유제품 공장 일을 그만두었고 긴 머리를 잘랐으며 살이
붙었다. 잭이 그토록 열정을 바쳐 사랑하던 스웨덴 여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프랜은
“변화의 시작”이 버드의 저녁식사 초대에서 비롯되었다고 우기며 “역한 냄새가 나
는 새” 탓을 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공작 깃털을 받은 그날 저녁이 아니라 “이후
에” 시작되었다(376). 그것은 아이가 생긴 이후 프랜 부부에게 닥친 변화란 그들만
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일어났던 종류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376). 근본적인 문제는 삶을 대면하는 프랜 부부의 태도이다. 결혼생활에서 현재의
안락만을 원했던 그들은 행위에 대한 결과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못생긴 아이
와 날짐승의 기이한 행동이 자아낸 행복의 단면을 보고서 자신들에게도 아이가 생
긴다면 같은 행복감을 누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들의
관심은 아이가 주는 행복감이었지, 육아에 수반되는 부모의 역할과 책임감이 아니
었기 때문이다. 육아의 고난이 기대했던 행복감을 압도했을 때, 아이의 몸에 생긴
공작 깃털 모양의 “줄무늬”는 그들에게 불운의 상징으로 비쳤다(377).
결혼생활에서 삶을 바라보는 잭과 프랜의 시선은 늘 현재에 머물렀다. 그것은
그들의 닫힌 의식세계를 설명한다. 그들의 삶은 현재의 안락 이외에 다른 목표가
없었기에 미래에 투영된 삶이 아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버드와 올라는 열린 의식
으로 삶을 바라보며 늘 목적을 갖고 목표를 세운다. 해럴드가 태어나자 “아들이야!”
라는 스티커가 붙은 시가를 버드의 직장 동료들에게 돌리기로 한 것은 올라의 생각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에 나타난 닫힌 의식세계와 열린 의식세계의 대비 209

이었다(359). 친구들에게 시가를 돌리는 관례는 자식의 출생이라는 경사에 대한 축


복의 예식이었기 때문이다. 올라 부부는 저녁식사 초대를 준비할 때도 계획을 세웠
다. 버드가 잭 내외를 초대하면서 시간을 7시로 정한 것은, 올라가 아기의 저녁을 6
시에 먹이고 재운 뒤, 7시에 차분히 저녁식사를 하기 위한 의도였다. 또한 버드가
잭에게 준 시골집의 약도에는 동서남북을 표시하는 화살표에 간선도로와 지선도로,
샛길 등 온갖 도로가 그려져 있었고, 집 위치를 엑스(X)표로 표시하여 쉽게 집을 찾
도록 했다. 친구 내외를 저녁식사에 초대하면서 사소한 일에도 세심한 배려를 아끼
지 않는 태도는 올라 부부의 사고방식을 설명한다. 특히, 미래에 현재의 염원을 투
영하는 올라의 목표의식은 현재의 조건에 안주하는 프랜의 닫힌 의식과 뚜렷하게
대조를 이룬다. 올라의 목표의식을 보여주는 첫 번째 예는 공작을 갖게 된 사연에
서 볼 수 있다.
올라에게 공작은 단순히 집을 지키는 “파수꾼”이 아니다(371). 올라는 어릴 적,
잡지에서 공작 그림을 보고 아름다움에 반하여 그림을 침대 머리맡에 붙여두고 쳐
다보며 공작을 갖고 싶은 꿈을 키웠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얻게 되었을 때 오랫동
안 바랐던 공작에 대한 마음을 버드에게 털어놓자, 남편은 수소문 끝에 공작을 키
우는 농가를 찾아 100불을 주고 가져왔다. 농장 주인이 그 새를 “극락조”(bird of
paradise)라고 불렀듯이 공작은 올라에게 행복의 상징이었다(371). 저녁 초대가 끝나
고 귀가하는 프랜에게 올라가 공작 깃털을 준 것은 그들 부부의 염원을 이루어 행
복을 누리라는 기원의 의미였을 것이다. 그러나 올라가 오랜 세월을 기다린 끝에
남편의 호의로 공작에 대한 꿈을 이룰 수 있었던 반면, 아이에 대한 프랜의 꿈은,
평소의 안일한 생활 태도와 무계획적인 즉흥적 욕심에서 비롯되었기에 애초의 기대
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했다. 프랜이 올라의 공작이 시사하는 의미를 깨닫지 못했듯
이, 못생긴 해럴드가 주는 행복의 의미도, 자신의 아이가 주는 행복의 의미도 알지
못했다.
올라의 목표의식을 보여주는 또 다른 품목이 그녀가 교정하기 전의 치아를 본
뜬 석고모형이다. 프랜은 올라의 설명을 듣고서도 그녀의 치아 모형을 기괴한 형체
로만 볼 뿐 그것에 담긴 깊은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올라가 프랜과 처음 인사를 나
눌 때 그녀의 “아름다운 치아”를 단박에 알아차린 것은, 어릴 적부터 비뚤고 들쭉날
쭉 제멋대로 자란 치아가 창피스러워 웃을 때는 손으로 입을 가리는 습관이 있었기
210 손 동 철

때문이다(367). 그녀의 부모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탓에 교정 비용을 감당할 수 없


었고, 첫 남편은 술 이외에는 관심이 없었던 터라 올라의 못생긴 치아는 그대로 방
치되었다. 그러나 버드가 올라를 만났을 때 제일 먼저 아내를 위해 한 일이 치아 교
정이었다. 치과의사는 교정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보기 드물게 기괴한 치아의 사진
을 치의학 잡지에 싣기 위해 석고모형을 만들었고, 올라는 그 모형을 가져다 텔레
비전 위에 올려놓았다. 남들에게 혐오감을 줄 치아모형을 눈에 잘 띄게 텔레비전
위에 올려놓은 것은 그것이 버드에 대한 고마움을 “일깨워주는” 표징이기 때문이다
(367). 못생긴 이 때문에 웃을 때는 늘 입을 가렸던 올라가 이제는 손으로 가리지
않고 마음껏 웃을 수 있게 되었고, 또한 “엉망진창”이었던 첫 결혼생활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사는 기회를 갖게 된 데 대한 고마움을 간직하려는 삶의 지혜였다(367). 그
것은 텔레비전이 일상생활에서 매일 접하는 물건이므로 그 위에 놓인 치아모형을
매일 바라보며 감사하는 마음을 상기할 때 결혼생활의 난관을 감내하고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고마움을 아는 올라의 진정성에 대해 버드가 다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 이들 부부의 방식이다.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지 않은 버드
가 올라 아버지의 사고 보험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올라의 어머니에게 매달 생활
보조비를 보내는 것은 아내에 대한 그의 마음가짐을 설명한다.
인생 설계를 위한 올라의 목표설정은 그녀의 아버지에게서 배운 교훈이었다. 올
라의 아버지는 16세에 백과사전의 첫 장을 읽기 시작해서 20세가 되던 해에 마지막
장을 끝낸 뒤, 올라의 어머니를 만나 결혼했다. 백과사전의 에피소드에서 중요성은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 “A”부터 “Z”까지 읽으려는 장대한 목표의식
에 있다(374). 해럴드가 “할아버지를 닮았다”고 버드가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인생에
서 목표를 설정하는 지혜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할아버지의 의지력을 닮기를 바
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374). 그래서 버드의 목표의식 또한 미래에 현재의 조건
을 투영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에게 해럴드의 못난 생김새는 인생의 긴 과정에
서 “한 단계”일 뿐이며, 또래에 비해 큰 몸집의 아들이 성장하는 가운데 한 단계씩
“다음 단계”를 거쳐 종국에 풋볼 팀의 “라인배커”(linebacker)가 될 수 있으리라는
바람은, 아들의 삶을 조망하는 버드의 사고방식을 보여준다(375-77).
버드나 올라가 삶에서 갖는 목표의식은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Janus)의 시선과
흡사하다.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야누스의 두 시선이 과거에서 미래로, 한 상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에 나타난 닫힌 의식세계와 열린 의식세계의 대비 211

황에서 다른 상황으로, 한 비전에서 다른 비전으로 옮겨가는 변화의 과정을 포괄하


듯이, 치아모형을 바라보는 올라와 버드는 과거를 바라보며 현재에 행복을 느낄 때
다시 현재의 조건을 미래에 투영하는 삶을 살아간다. 이러한 삶이 두 부부의 ‘열린’
삶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잭과 프랜의 삶에는 올라와 같은 야누스적인 시선이 결
여되어 있다. 그들의 삶은 현재의 무사안일에 초점이 맞춰져 미래가 상실된 ‘갇힌’
삶이다. 따라서 행복을 보장해줄 것 같았던 미래가 불행의 모습으로 다가왔을 때
잭은 행복의 정점이었던 그날의 저녁식사 초대를 반추하고, 프랜은 못생긴 아기와
냄새 나는 새를 탓하며 현재의 불행을 되씹을 뿐이다. 카버가 「깃털」에서 두 쌍의
부부의 삶을 대비시킨 의도는, 잭과 프랜 부부처럼 많은 시간 텔레비전을 보며 아
무 생각 없이 갇힌 삶을 살아가는 현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열린 삶을 위해 과거와
미래를 조망하는 야누스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데 있다.

IV

이 논문의 목적은 카버의 단편소설에 나타난 등장인물들의 닫힌 의식세계와 열


린 의식세계를 비교하는 데 있었다. 그 첫 단계는, 1976년부터 1981년 사이에 출간
된 세 권의 단편집에서 선별한 4개의 단편과 1983년에 발간된 󰡔대성당󰡕에 포함된
3개의 단편을 중심으로 두 그룹 간의 비교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삶에 대한 서로 다
른 의식적 상황을 분석하였다. 첫 번째 그룹의 「전원시」에서는 폭력의 위협 앞에
도덕적 원칙을 저버린 데 대한 절망감이 닫힌 의식의 예로, 「제발 조용히 좀 해 줄
래, 제발?」에서는 성적 충동 앞에 굴복하는 의지의 나약성이,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말하는 것」에서는 결혼생활에서 현실적 사랑을 배제하고 정신적, 이상적 사
랑만을 고수하려는 정신적 불균형이 닫힌 의식의 예로 제시되었다. 이와는 대조적
으로, 󰡔대성당󰡕에 수록된 작품들 중에서 「조그마한 좋은 것」에서는 제빵사의 흉금
없는 인생 이야기 속에서 아들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을 극복하며 삶의 의미를 되
찾는 어머니의 의식적 변화를 열린 의식의 예로, 「셰프의 집」에서는 술을 끊고서
아내와의 재회를 통해 이전의 행복을 재현하려는 남편의 시도와 알콜 의존성의 문
제에 대한 자의식을, 「대성당」에서는 사물의 표면만을 보던 닫힌 의식에서 가리어
212 손 동 철

진 의미를 이해하게 된 내레이터의 초월적 경험을 열린 의식세계의 예로 제시했다.


두 그룹의 단편들이 각기 서로 다른 유형의 의식세계를 제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단편집 󰡔대성당󰡕에 수록된 「깃털」은 앞에서 제시한 두 유형의 의식세계가
병행된 작품이다. 이 단편에서 두 쌍의 부부의 상이한 의식세계는 서로 다른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으로 표출되었다. 두 쌍의 부부에 대한 대비의 초점은 삶을 바라보
는 그들의 상이한 시각에 있었다. 프랜과 잭의 시선은 현재에 고착되어 있었고, 그
들의 주요 관심사는 아무런 목표도 없는 현재의 무사안일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
로, 올라 부부의 삶의 방향은 과거를 현재의 행복을 위한 초석으로 삼고, 현재의 조
건을 미래에 투영하는 목표의식에 근거했다. 「깃털」에서 두 쌍의 부부의 삶을 대비
한 작가적 의도는, 삶의 의미와 방향을 잃은 내레이터가 자신의 결혼생활이 어디서
부터 잘못되었는지 그 근원을 찾기 위해 목표의식을 가진 올라 부부의 열린 삶을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서술 방식에서 찾았다.
<단국대학교>

인용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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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에 나타난 닫힌 의식세계와 열린 의식세계의 대비 213

Abstract

Two Contrasting Types of Consciousness


in Carver’s Short Stories

Dongchul Son (Dankook University)

This paper aims at examining Carver's short stories in terms of two contrasting
attitudes to life, represented by closed consciousness and open consciousness.
Characters with closed consciousness in Carver's earlier stories reveal a gloomy
outlook on life; characters with open consciousness in his later stories show a
positive attitude to life. The study also discusses the short story of “Feathers,”
focusing on contrasting character traits of two married couples.
Closed consciousness is bespoken by Carver's main characters who feel lost and
frustrated, as in the short stories “Pastoral,” “Will You Please Be Quiet, Please?”
and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 However, an example of
open consciousness is best shown in the contrast between “Bath” and its revised
lengthy version, “A Small Good Thing”; the shorter version vocalizes the mental
state of a panic-stricken mother contemplating her son's impending death, whereas
the revised one stresses the positive attitude of a mother who gets ready to start life
without her son, overcoming her grief.
An analysis of “Feathers” focuses on the contrasting lifestyles and thinking of
two couples: Jack and Fan, and Bud and Olla. Jack and Fran with their closed
consciousness are most interested in enjoying their present comfort, neither wanting
any nuisance in their marriage nor attempting to achieve anything. Nevertheless, this
couple decides to have a baby when they get seduced by the happy life of Bud and
Olla despite their indescribably ugly son and his intimidating playmate peacock.
Ultimately Fran and Jack, who have never been aware of parental roles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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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ponsibility, get perplexed and lose their way in child-raising. By contrast, Olla
and Bud with their open consciousness are characterized by their future-oriented
goal setting. The life stories of Olla's childhood as well as her first and second
marriages are recapitulated by her peacock (an emblem of her pursuit of happiness)
and by her old plaster-of-Paris cast of crooked and jagged teeth (a reminder of what
she was then and what she is thankful for now). Unlike Fran and Jack, Olla and
Bud take lessons from the past and project their present conditions into the future.
In “Feathers” Carver uses the unhappy couple with no perspective on life as a foil
for the happy couple who plans their life and sets goals for a better life.

▸Key Words: Raymond Carver, “Feathers,” closed consciousness, open


consciousness, gloomy outlook, positive attitude to life, goal setting

논문투고일 : 2015년 4월 16일


심사완료일 : 2015년 5월 10일
게재확정일 : 2015년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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