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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2024 Joint Conference of Korean Research Groups for Academic Solidarity

다중위기 시대의 진보적 대안

○ 일 시 : 2024년 1월 25일(목) 13:00 ~ 18:00


○ 장 소 :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
○ 주관/주최 :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연구자의 집,
노나메기 민중사상연구소,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전국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기본소득정책연구소,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실,
정의정책연구소,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실,
진보정책연구원, 진보당 강성희 국회의원실
⎈ 목 차 ⎈

■ 인 사 말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오준호 (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
장석준 (정의정책연구소장)
정태흥 (진보정책연구원장)
정두호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지부장)

■ 패널 1 | 민주주의 위기와 진보정치의 대안 1


이승원(서울대) “21세기 민주화의 과제 : 과두정치에서 국민주권 정치로” 3
김종철(연세대) “법치의 퇴행과 민주공화정 복원의 과제” 23
김서중(성공회대) “언론 공공성 구축의 필요성” 35
이도흠(한양대) “6대 복합위기와 체제 전환” 59

■ 패널 2 | 경제교육 위기와 국제 분쟁의 해결 방안 99


정세은(충남대) “복합위기 한국경제 진단과 과제” 101
김선일(경희대) “대학 교육의 위기와 현 정부의 정책 대안 평가” 131
이성재(충북대) “이스라엘 정착민 식민주의, 이에 맞선 새로운 연대와 저항” 145
인 사 말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

안녕하십니까.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혜인입니다.

오늘 ‘다중위기 시대의 진보적 대안’을 논의하는 교수연구자 학술연대


단체 공동학술회의에 참여하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푸른 용의 해, 여러분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대격변의 시대에 모두가 위기를 이야기합니다.


디지털 전환, 기후 위기, 지역 소멸 등 전례 없던 다층적 위기가 우리
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전국에서 만나 뵌 국민 여러분께서도 민생 위기부터 민주
주의 위기에 이르기까지 대안과 개혁이 시급하다고 당부하셨습니다.

안타깝게도 다중적 위기의 시대에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대안과 비전에 대한 논의를 국회에서
찾아보기는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22대 국회를 민생 국회, 개혁 국회로 만들기 위한 논의보다
는 이합집산과 당리당략이 정치의 중심에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새로운 국가 전략과 사회 통합의 상을 구상하고 기획하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라고 믿습


니다. 다중위기의 시대에 개혁 과제를 중심으로 좋은 정책을 합의할 수 있는 정치세력들이 민
심의 갈증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제는 일하는 것을 넘어 개혁하는 국


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민심이 바라는 국회의 모습, 민생을 우선하는 국회의 모습이라
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오늘의 공동학술회의처럼 각계각층의 지혜를 모아내고 함께 보다 개혁적인 대안


을 토론하는 과정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오늘 이 자리가 새로운 시대에 더 좋은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그리는 자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도 22대 국회가 민생 국회, 개혁국회가 될
수 있도록 제가 가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합니다.

다시 한번 오늘 발제와 토론을 준비해주신 연구자학술연대 단체의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갑진년 새해가 비전과 대안을 발견하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저도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 사 말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

반갑습니다. 정의당 국회의원 강은미입니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지나간 이후 세계 경제는 위기가 몇 년째 지

속되고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

등 국제 사회는 요동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극단적 대결로 치닫고 있는 국내 정치 상황 등으로 민주

주의와 법치는 퇴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경제적 불평등은 더 심화됐고,

기후위기는 대비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대내외적으로 다중위기를 마주

하고 있습니다.

위기가 깊어질수록 국민의 고통도 하루하루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일 때, 진보적 대안

을 찾아 나가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큰 과제이고 책무입니다. 진보정당의 정치인 중 한 사람

인 저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복합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보적 대안은 꼭 필요합니다. 진


보적 대안을 마련하는 데는 다양한 분들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오늘 모여주신 각계 전문가가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통찰력 있는 진보적 대안을 다양하게 제안하고 논의되길 기대하

겠습니다. 오늘 토론회가 위기 속에서 대응 방안들을 마련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모든 관계자와 토론회에 직접 참여해 주신 많은 전문

가분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현장에 참석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인 사 말

진보당 강성희 국회의원

반갑습니다. 진보당 강성희입니다.

최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와 민주주의의 위기로 많은 국민들


이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국민을 위한 협치가 부재하
고, 대통령은 국회에서 어렵게 통과된 국민들의 뜻에 거부권으로 응
답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분쟁들도 국제 사회와 우리나라의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평화와 인권을 허
물어뜨리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의 상처를 아직 회복하지 못한 경제에 불안정을 가중시키
고 있습니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위기와 갈등은 국민들의 일상을 점점 더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길거리에서 오체투지를 했던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머리까지 깎아야 했고, 전
세사기 피해자들의 절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역 곳곳에서 뵌 주민들도 눈물을 흘
리고 있습니다. 손님이 한 사람도 없어 자리만 지키는 사장님, 위약금 때문에 밤새 일을 해야
만 하는 사장님, 하루에 12시간 일해도 먹고 살기 힘들다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
런 상황에도 정부는 부자감세 정책기조를 유지하며 서민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
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정치가 역할을 다 해야합니다.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 국민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정치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우리가 마주한 수많은
위기를 해결한 근본적 대안을 마련하고, 이를 현실로 만드는 길에 저와 진보당도 끝까지 최선
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토론회가 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시간이 되길 기원합니


다. 새로운 사회를 위한 진보적 대안과 담론을 수립하기 위해 힘써주시는 각계각층의 모든 분
들께 감사드립니다.
인 사 말

오준호 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

안녕하십니까?
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이자 기본소득당 공동대표 오준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의 현재만큼 ‘다중위기 시대’라는 말이 딱 맞는


시점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위기가 드러나고
있기에 이번 공동학술회의 주제 선정이 정말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주제인 “민주주의 위기와 진보정치의 대안”에서 말하는 위기


는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위기라고 느껴집니다. 그 위기 자체의 크기도 크지만
너무나도 우리 눈앞에 있기 때문에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
시된 ‘국민 주권 개헌’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보겠습니다.

두 번째 주제인 “경제·교육 위기와 국제 분쟁의 해결 방안”은 현재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축적된 결과라는 관점에서 ‘오래된 현재의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심해진 불평
등과 양극화의 해소가 꼭 필요한 상황인데 발표문에서 제시되고 있는 ‘커먼즈 사회’에 대해
함께 숙고했으면 합니다.

주제로 선정된 민주주의 위기, 경제·교육 위기, 국제 분쟁 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 복지 위기,


주거 위기 등 정말 많은 위기에 우리는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들은 한 분야만의 문
제가 아니라 서로가 얽히고설켜 대안을 제시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공동학술회의에 모인 우리들은 다중위기 시대의 진보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민주주의 위기와 진보정치의 대안’, ‘경제·교육 위기와 국제 분쟁의 해결
방안’ 두 주제로 사회, 발표, 토론을 맡아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기본소득정책연구
소에서도 오늘 발표 및 토론 내용을 적극 검토하여 정책 연구에 참고하겠습니다.

기본소득당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개혁과제 중심의 연합정치를 펼치고자 많은 고민을 하고 있


습니다. 다음 국회는 지난 촛불혁명 이후 미완으로 남은 개혁을 반드시 해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면한 기후위기·지경학적 위기·불평등 위기 등 복합적·다층적 위기를 해결
하기 위해 공동의 가치에 기반하는 정책 중심의 연합정치를 실천하려는 것이 우리의 고민이고
또 원칙입니다.

대한민국이 처한 복합적·다층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


고 있습니다. 여기 모인 분들 또한 거기에 포함될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다
중위기 시대를 극복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당도 노력하겠습니다.
인 사 말

장석준 정의정책연구소장

복합위기 시대라고 합니다. 다중재난 시대라고도 합니다. 기후가 급변


하고 있고, 세계 경제는 침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은 점입가경입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돌봄위기가
저출생, 초고령화라는 당황스러운 결과를 낳고 있으며, 수도권 초집중
화로 인해 지역이 붕괴하고 있습니다. 오늘 공동학술회의는 바로 이러
한 복합위기-다중재난 상황과 그 원인, 해법을 고민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더 암울한 문제가 있습니다. 복합위기-다중재난을 해결할 인간


사회의 제도적 장인 정치마저 위기라는 것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민주 정치가 기능장애 상태
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차 대전 사이에 등장했던 파시즘을 연상시키는 극우
포퓰리즘이 창궐하고 있고, 올해 말 미국 대선에서는 전 세계 극우 포퓰리즘의 상징과도 같은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승리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대혼돈은 더욱더 파국적인
양상을 띠게 될 것입니다.

정치 혼란을 말한다면, 한국 사회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록 작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복합위기’를 언급했지만, 더 많은 부분은 ‘공산전체주의와의 투쟁’에 할애
했습니다. 인류사 초유의 위기들이 물밀 듯이 닥치는데, 지난 세기의 철지난 낡은 상투어구만
되뇌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제1야당은 현 정부 출범 후 2년 내내 오직 자당 대표를 방어하
는 데만 골몰해왔고, 선거법 개정 같은 개혁 쟁점에 대해서는 퇴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아
마 자본주의 중심부 국가들의 정치 가운데 복합위기-다중재난에 대처할 능력에 가장 미달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오늘 이 자리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한국의 지식계, 시민사회, 사회운동은 주


류 정치가 전혀 진지하게 대응하지 않는 복합위기-다중재난에 대해 주도적으로 대안을 마련해
야 합니다. 주류 정치권이 허비한 시간을 이렇게라도 벌충해야 합니다. 한편 복합위기의 여러
흐름들은 서로 뗄 수 없이 얽혀 있으며, 그 중심에는 이미 퇴행과 파멸의 임계점을 넘은 자본
주의가 있습니다. 그럴수록 진보적 학자, 전문가, 지식인들의 앞선 탐색과 고민이 중요합니다.

더구나 이번 공동학술회의에서 복합위기-다중재난 극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민주주의의 위


기 극복, 정치의 위기 극복을 중요하게 다룬다는 점이 반갑습니다. 정치를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니만큼 정치 혁신의 폭과 깊이, 민주주의 재구성의 규모와 심도
역시 거대해야만 할 것입니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는 진지하고 풍성한 토의를 기대하며, 발표
와 토론에 참여하고 주최, 주관에 함께 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인 사 말

정태흥 진보정책연구원장

먼저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개최를 축하드립니다.

‘다중위기 시대의 진보적 대안’을 논의하는 장을 열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논의가 위기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 기초하여 새

로운 대안을 만들어 가는,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되길 기원합니다.

대전환, 대격변의 시기입니다.

국제적으로 미국 일극 패권 체제가 끝나고 미중 패권경쟁이 날로 격

화되고 있습니다. 안보에서는 신냉전과 다극화가 대결하며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고 있으며,

경제는 공급망 재편과 첨단기술 경쟁,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

다.

국내적으로 윤석열 정권의 검찰 독재로 민주주의 위기가 커지고 있습니다. 불평등, 기후위기,

저출생 고령화, 지방소멸 등 우리 사회 중대 문제에 대한 해결의 단서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과거로 퇴행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런 시기에 복합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은 한 시도 미룰 수 없는 시

급한 과제입니다. 오늘 공동학술회의에서 제시하는 통찰력 있는 대안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

는 나침반이 되고, 향후 더 큰 연대와 협력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다시 한번 오늘 발제와 토론을 준비해 주신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

다. 22대 국회가 복합위기를 해결하는 ‘진보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 사 말

정두호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지부장

안녕하십니까.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지부장 정두호입니다.

우리는 지난 1년 대학원생 연구노동자들의 죽음과 R&D 예산 삭감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

습니다. 불안정한 법적·사회적 지위에 놓인 우리는 감당하기 어려운 학비를 벌다가, 폭언과 갑

질에 내몰리다가, 미래가 없는 공부에 좌절하다가 스러져갔습니다. R&D 예산 삭감으로 인해

우리는 월급을 일방적으로 삭감당하고 해고당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부만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공허할 뿐입니다. 고등교육의 구조 변화와 대학원생 노동자에 대한 인

식의 변화 없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라이즈 사업·글로컬 사업·무전공 선발 확대 등, 정부는 대학 교육의 위기를 자초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비인기·순수학문은 설 자리를 잃었으며, 지역 대학은 학생들이 없습니다.

학문후속세대는 후속 연구를 할 수 없으며, 신진연구자는 진출할 곳이 없습니다. 지속가능한

학술장과 역량 있는 연구자의 배출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또한 윤석열 정권하에서 민주주의는 그 어느 때보다 퇴행했으며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는 오

염됐습니다. 게다가 물가 상승으로 인해 경제적 여건이 불안정한 대학원생 연구노동자들은 더

욱 힘든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다중위기의 시대입니다. 그 어느 것 하나 쉬

운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2024년은 달라야 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연대와 협력이 빛을 발할 때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오늘 다양한 주체들이 연구자라는 이름으로,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


체의 이름으로 모였습니다. 오늘 이 학술대회가 다중위기 시대에 대한 진보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토론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

제1부

민주주의 위기와
진보정치의 대안

- 1 -
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2

- 2 -
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3

21세기 민주화의 과제
: 과두정치에서 국민주권 정치로

이 승 원 (서울대학교)

- 3 -
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4

- 4 -
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5

21세기 민주화의 과제 - 과두정치에서 국민주권 정치로1)


이승원(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

1. 포스트 민주주의와 한국 정치의 과두제화 - ‘신관료적 권위주의 체제’


가. 포스트 민주주의
1) ‘어떤 민주주의인가?’에서 ‘굳이 민주주의여야 하는가?’로
21세기 민주주의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포스트 민주주의(post-democracy)’ 시대
로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크라우치, 2008; 무페, 2019). 이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가 더
이상 ‘어떤 민주주의인가’가 아니라, ‘굳이 민주주의여야 하는가’로 변질되고 있음을 포함한다.
‘어떤 민주주의인가’라는 질문이 사회가 발전하는 방식은 민주주의가 유일하며, 어떤 민주주의
인가에 따라 사회가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라면, ‘굳이 민주주의여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사회가 발전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민주주의든, 전체주의이든, 차별과 혐오이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신자유주의 시대 ‘사회발전’이 인간 개인의 생명과 사회적 존엄성
이 아니라, 자유를 누리는 정도가 사적 소유권과 부의 규모·지불 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소유
적 개인주의(possessive individualism)’를 중심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맥퍼슨, 2002; 이승
원, 2019).

2) 사적 영역의 팽창과 경제적 자유주의의 우위


이것은 민주주의의 정치제도적 결과가 지향하는 바가 더 이상 공적 영역을 토대로 ‘사회적
가치’나 ‘상호부조적인 공동체주의적 목표’가 아닌, 오히려 종획과 배제를 통해 사적 영역을
팽창하고 공고화하는데 기여하는 것으로 변질되었음을 의미한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들이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에 의해 제거되면서, 경제적 자유주의가 정치적 자유주의보다
우위에 있음을 의미하는 포스트 민주주의는 이러한 민주주의의 왜곡과 변형이 사회적으로 확
산하는 중요한 원인과 그 현상을 적절히 설명하고 있다. 샹탈 무페(Chantal Mouffe)에 따르
면, 포스트 민주주의는 주요하게 ‘탈정치’와 ‘과두제화’라는 두 가지 현상을 함의한다(무페,
2019).

나. 탈정치 – 좌우 경계가 흐릿한 신자유주의적 중도 합의


1) 좌우 경계의 흐릿함과 신자유주의적 중도 합의
탈정치(post-politics)란 기성 보수 양대 정당의 중도 합의 수준으로 모든 정치 공간과 민주
적 의사결정 과정이 제한되면서, 그 결과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과 사회운동의 의제가 정치
공간에서 배제되는 현상을 의미한다(무페, 2019: 32). 즉, 탈정치란 정치적 무관심이 아니라,
좌우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다양한 민주적 경합 공간이 축소되고, 그 결과 대표성이 대표하는
집단과 이해관계 또한 축소되면서 대중의 정치적 선택지가 줄어드는 민주주의 후퇴 현상을 의
미한다. 한국에서도 현 정당법과 선거법은 양당제를 고착화하고, 다양한 정치적 대표성이 의
회에 진출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 시민의 정치적 선택과 참여 수준을 매우 낮게 만
들고 있다.

1) 이 글은 졸고 “공공성과 신관료적 권위주의: 공공성과 정치의 민주적 회복을 위한 개념적 고


찰”(2023. 시민과 세계 43호. 참여사회연구소) 및 “정치개혁_과두제 청산 및 국민 주권 실현 개헌”
(2024. 보다 정의 10-11 통합호. 정의정책연구소)의 내용을 이번 토론회에 맞게 편집한 글입니다.

- 5 -
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6

2) 정치적 중재의 실종과 주권적 대응력의 위기


탈정치는 주요하게 ‘정치적 중재의 실종’과 ‘주권적 대응력의 위기’라는 두 가지 심각한 문
제를 초래한다. 정치, 혹은 정당의 최소한의 역할은 사회적 갈등이 사적 영역에서 임의로 다
뤄지지 않고, 공적·사회적 영역에서 제도적으로 다뤄지도록 하는 것이다((샤츠슈나이더, 2008).

(가) 정치적 중재의 실종


정치적 중재의 실종이란 사회적 갈등을 정치적으로 제도화해서 갈등을 완화하고, 합리적 해
결방안을 찾아야 하는 정당과 의회 정치가 중도 합의 수준으로 대단히 협소해지면서, 점차 다
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사회경제적 집단과 정체성 사이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정치제도적으로
중재·해결하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 갈등이 정치적 중재 없는 사회화되어, 광적 팬덤2), 진영
론, 반지성주의, 혐오 범죄 등이 갈등 해결의 방안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이승원, 2011;
2013).

(나) 주권적 대응력의 위기


주권적 대응력의 위기란 정치 공간과 힘이 보수 양당의 중도적 합의 수준으로 제한되고, 글
로벌 압력에 대한 주권적 대응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즉 탈정치 상황은 다양한 저항, 압력,
합의 방식의 선택지와 폭의 축소로 이어지면서, 전 세계 신자유주의 흐름을 주도하는 초국적
금융 자본주의 세력의 ‘강제적 (예를 들어, 한국의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 수용, 한미FTA 체
결, 미국 통화·금리 정책에 따른 경제적 충격, 글로벌 군산복합체의 압력에 의한 참전·무기 거
래와 같은 반평화적 태도를 강제하는) 명령’을 정부가 수동적으로 수용하고, 국내 비판과 저항
에 권위주의적으로 대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이승원, 2008).

다. 과두제화
1) ‘대중 주권’의 무력화 및 정당 정치에 의해 희생당하는 대중
과두제화(oligarchization)란 사회적 약자는 물론 일반 대중이 공공성의 위기 속에서 불안정
노동자나 실업자가 되거나, 심각한 부채 상태에 처하면서, 정치 주도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
참여 기회조차 없어져, 결국 상대적으로 부를 축적하고 사회적으로 특권적 지위를 점유한 엘
리트들에 의해 정치가 점차 과두제로 집중되어가는 현상을 의미한다(무페, 2019: 33).
오늘날 포스트 민주주의 차원에서 나타나는 과두제화는 ‘인민에 의한 통치’라는 민주주의의
전제조건인 ‘인민’의 정치적 주체화와 민주 공화국의 정수인 ‘인민주권’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
이고, 따라서 이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공통 세계를 스스로 만들어갈 힘도, 이 공통 세계를 공
적으로 향유하고 즐길 여력도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과두제화는 ‘인민’이 정치의
주체가 아니라 치안의 대상이 되거나, 정당 정치의 희생양이 되도록 한다(이승원, 2013;

2) 팬덤 자체가 바로 어떤 부정적인 것을 가리키진 않는다. 팬덤은 오히려 팬덤 대상의 일방적 추종보다,


그 대상과 소통하고, 나아가 그 대상을 넘어 새로운 서사와 활동을 생산·향유하는 생성적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정치 팬덤은 어떻게 활동하는가에 따라, 독재, 전체주의, 보스주의를 견제하고 대중과
정치 지도자(집단) 사이 민주적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문제는 정치 팬덤이 반지성주의와 결합되면
서, 팬덤이 생산하는 사회적 의미와 정치적 서사가 반민주적인 경향을 보이거나, 팬덤의 대상을 오히
려 반민주적으로 역규정하여 양자 사이 수평적·호혜적 정치 활동을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즉 팬덤 밖
시민·유권자가 정치 지도자(집단)을 향한 비판적 접근을 원천 차단하면서, 팬덤과 비팬덤·반팬덤·대항
팬덤 사이 호전적 관계를 사회적으로 형성하는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승원(2021)의
글을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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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7

2011).
정치의 과두제화는 탈정치에 따른 협소한 정치 공간을 더욱 공고화할 뿐만 아니라, 사회경
제적 불평등과 불안정 노동 현실을 해결보다는 이 과두제적 권력의 유지를 위해 우파 포퓰리
즘적 정책의 확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포스트 민주주의가 수반하는 과두제화는 공공성에 기초
한 공통 세계가 축소되면서 발생하는 정치적 결과이자 동시에, 공통 세계를 축소하고 공공성
이 부정당하는 정치적 원인이기도 하다.

2) 한국정치의 과두제화
포스트 민주주의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현상은 투기적이고 지대추구적인 신자유주의 금융 자
본주의 시스템에 기반한 ‘정치의 과두제화’, 즉 신자유주의 과두제의 공고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신자유주의 과두제에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사회 세력과 시
민들이 이 과두제화에 의해 정치 공간에서 배제되고, 정치 공간에서 배제된 만큼 공통 세계에
서 자신들의 몫을 박탈당해서, 그만큼 이 과두제의 경계를 깨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
과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가) 보수 정당이 독점하는 정치


한국의 경우, 한편으로 대기업 정규직 중심 노동운동의 헤게모니가 노동운동 진영 내에서
약해지고, 다른 한편으로 2000년대 이후 신공공 관리 차원에서 공공 서비스 제공 업무 관련
민관협치, 민간 위탁, 정부 보조금 사업 등에 참여하는 많은 사회운동 단체들이 정부의 행정
관료적 통제력에 강하게 영향을 받게 되면서, 보수 정당을 중심으로 하는 탈정치 현상이 점차
공고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탈정치 현상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확산 및 경제 침
체, 소위 진보정당 정치 세력의 내부 분열 및 노동·사회운동의 지지 기반 약화, 그리고 계속되
는 선거 패배에 따른 누적된 정치적, 심리적, 경제적 피로감과 맞물리면서, 보수 정당이 지배
하는 제도정치 공간에 들어갈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적지 않은 사회운동단체 지도자들이 관료 또는 의원직 출마로 보수 양당
에 들어가면서, 보수 양당이 제한한 정치 공간의 경계를 깰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
이 점차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대선, 총선, 지자체 선거 시기를 기점으로
반복되면서, 한국 사회에서 21세기 새로운 정치적 과두제가 점차 공고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 신자유주의적 규범의 중력


구체적인 자료 및 통계 분석을 통해 증명되어야 하겠지만, 과두제를 구축하는 보수 정당과
그 파생 정치 집단들이 각각 어떤 사회경제적 계급을 대변하든 간에, 기본적으로 글로벌 스텐
다드로서의 신자유주의 규범(탈규제, 노동 유연화, 공공 서비스 민영화, 감세 등)을 모두 자신
들의 중요 정책 기조로 삼으며, 한국의 맥락에서 각 정당이 어떤 특정 산업 분야를 정책적으
로 육성하든 간에 토건 및 금융투자 부문에 대한 정책에서는 핵심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고 할 수 있다.
또한, 보수 정당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국회의원 수 중 율사 출신(22대 국회의원 중 약
15%)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출신(22대 국회의원 중 거의 과반에 가
까운 143명)이다. 이것은 다른 무엇보다 명문대라는 것이 정치권력의 중요한 원천이 되고 있
는데, 문제는 명문대 입학이 점차 사교육비와 ‘좋은 학군’을 감당할 수 있는 지불 능력/자산
규모와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에, 이미 창당이나 선거 출마에 막대한 경제적 비용이 드는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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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8

당·의회 정치참여의 어려운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규범을 받아드리는


것은 물론, 신자유주의적 경쟁 구조가 초래하는 자산 규모가 교육 불평등은 물론 정치 참여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이런 맥락 속에서 현재 한국의 과두제화는 ‘신자유주의’ 과두제
라 할 수 있다.

라. 신관료적 권위주의 – 21세기 한국형 신자유주의 과두제


특히 이러한 21세기 한국 정치의 신자유주의 과두제화는 기술·행정관료 집단이 이 과두제화
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정치 엘리트-행정관료-대기업-유기적 지식인의 공생적 협력관계
가 특정 산업기반을 중심의 경제적 이익 추구로 이어지고,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을 이 이익
추구와 연결하는 ‘신관료적 권위주의(neo bureaucratic authoritarianism) 체제’로 묘사될
수 있다.

1) ‘관료적 권위주의’ - 정치권력, 기술관료, 자본가 3자 동맹 기반 권위주의적 지배


신관료적 권위주의는 1980년대 한국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1970년대 한국 유신정권 시대 분
석을 위해 도입한 ‘관료적 권위주의’ 개념을 신자유주의 사회의 특징에 맞게 필자가 재구성한
개념이다(Baeg 1987; Lee 2008). ‘관료적 권위주의론’은 정치학자 기에르모 오도넬(G.
O’Donnell)이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선순환 관계의 예외적인 상황, 즉 경제발전이 민주화를
촉발하는 ‘근대화론’과 달리, 경제발전이 권위주의 정권의 출현을 촉발할 수 있음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개념이다(O’Donnell 1976, 1978). 그에 따르면, 관료적 권위주의란 일반적으로
산업화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대중의 정치의식과 참여 수준이 향상되고, 이를 토대로 사회운
동이 활발해져, 산업화에 따른 여러 문제와 관련된 정치사회적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
에 대응으로 전통적 권위주의 방식이 아닌라, 산업화와 함께 고도화된 기술관료 집단이 지배
세력(당시에는 군부)과 연합하여 지식과 기술의 상대적 우위성으로 대중을 통치하는 방식이다
(O’Donnell, 1978).
관료적 권위주의는 독재자나 군부만이 아니라, 기술관료 집단과의 이해관계 속에서 정치권
력, 기술관료, 자본가 사이 3자 동맹에 의한 지배를 의미한다. 또한 관료적 권위주의는 대중의
정치적 참여를 배제하고, 경제적 부를 불평등하게 배분하면서, 3자 동맹에 기초해서 군부를
중심으로 한정된 정치세력 사이에서 권력을 재생산하는 과두제 형태를 보인다. 이러한 과두제
적 권력 재생산을 위해서는 필요시 경쟁적인 선거 제도를 폐지하고, 도전적인 정당을 해체하
고,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하는 반민주적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파시즘과 달리, 대중
을 정치적으로 동원하기보다 정치적 무관심을 조성하고, 주로 경제적 대외 의존성이 높은 경
제발전 정책을 취하기 때문에 민족주의를 적극적으로 고양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최진욱,
1994). 물론, 관료적 권위주의 이론이 제기되던 당시, 국내외적으로 이 개념이 정교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반화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오히려 오늘날 신자유주의
사회와 국가 통치 방식과 비교해 보면 중요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2) 카르텔을 넘어선 유기적으로 결합된 엘리트 집단에 의한 정치 독점


한국 정치의 과두제화를 신관료적 권위주의 차원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오도넬이 관료적
권위주의의 특징으로 제시하는 내용들이 한국 정치권력 집단에서도 대체로 겹치면서도(새로운
산업화의 성공과 그에 따른 분배적 갈등, 노동·시민사회 운동에 대한 탄압, 정치적 허무주의의
확산, 외교 및 경제 차원에서의 대외의존도를 높이는 가운데 민족주의에 대한 상대적 거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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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9

기 등), 군부가 아닌 민간 엘리트 집단이 관료 및 기업과 3자 동맹을 형성하고 있고, 집권 여


부와 정치 공학적 갈등을 떠나 보수 양당 구조 속에서 공통의 사회경제적 기반을 공유하며,
무엇보다 개인 간 경쟁, 성과, 능력주의 등 신자유주의적 자기 계발과 소비문화에 기초한 문
화윤리적 자기 통치 방식 펼치는 변형된 특징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IMF 위기 이후 회복기에 들어선 2000년대 초반부터 팬데믹 이전까지 한국은 OECD 회원
국 평균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이러한 양적 경제 성
장 추이는 부의 공정한 사회적 배분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앞서 언급한 불평등과 투기적 도
시화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 시민사회 운동 진영의 저항과 대중의 불만이 높아갔지만,
한편으로 집회 및 시위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 그리고 노동자 파업 또는 시위 주동자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및 가압류를 중심으로 하는 처벌(김정희원, 2023), 다른 한
편으로는 경제적 빈곤화에 따른 정치적 자원의 고갈과 정치적 피로도의 누적으로 인한 대안적
정치 운동의 쇠락이 겹치면서3), 대중이 새로운 정치적 주체로서 대의제 정치 공간을 확장하
고,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이 축소되고 정치적 기회에서 배제되어 갔다고 볼 수 있다.

3) 정치의 사유화
(가) 비판도, 교체도, 환대도 없는
보수 정당 세력에게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면서, 새로운 정당 또는 정치 세력의 제도적 진출
을 대단히 어렵게 하는 현행 한국 정당법과 선거법의 경우처럼, 과두제화는 현재 한국 대의제
정치가 공공성, 즉 공적 영역에서 ‘보이고’, ‘들리는’ 다양한 사람들을 대표/재현하려는 시도보
다는, 정치 영역에서 배제하면서, 공적 영역의 다양성과 차이 범위를 최소화하고, 동시에 정치
권력 재생산의 불확실성 또한 줄여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4)
이것은 한국 정치의 과두 세력이 정치를 점차 사유화하는 것이다. 주로 적대적 진영 논리와
반대 세력에 대한 혐오적 대상화가 주요 정치 논리인 광적 팬덤에 기반한 정치는 사실상 팬덤
의 대상인 정치 지도자 혹은 집단에 대한 비판이나 교체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지도자에 대한 지지 여부가 다른 중요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비판적 판단보다 우선시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 지도자가 외부로부터 정치적으로 공격받지 못하도록 철저히 방어하면서 지
도자를 중심으로 정치 공간을 차이와 다양성이 인정되고,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적 영역이 아
니라, 영토화하고 사유화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사유화된 정치는 공통 세계를 더욱 풍부하고 안전하게 하는 타자, 이방인, 난민, 소
수자 등에 대한 우정, 환대, 연대로 확장된 친밀성을 다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전통적인 가

3) 혹자는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2016년 촛불집회 현상을 앞세워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비판을 위해선, 먼저 촛불집회가 처음부터 ‘탄핵’을 목표로 했던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
구하고, ‘탄핵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정치적 주도력이 광장의 시민에서, 의회의 민주당으로, 대법원으
로 옮겨지면서, 시민들은 의회와 대법원을 압박 또는 요청하는 정치적 수준에 머물러졌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결국 마치 ‘혁명’으로까지 묘사되었던 촛불집회의 정치가 더 많은 참여와 비용
이 필요한 ‘대안 정치’로 나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제도적 견제 장치도 없이 민주당 후보
에 대한 투표를 유일한 정치적 선택지로 하면서 마무리된 것도 중요하게 상기할 지점이다. 어쩌면,
이미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나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정의당에 대한 민주당 2중대 또는 윤석열
당선 일등 공식과 같은 묘사가 회자되고, 점차 이념이나 정책보다는 선호하는 개별 정치인의 공천과
당선 여부를 위해 기존 보수 양당을 중심으로 정치 공학과 이에 대한 정치 평론이 만연하는 것은 이
미 한국의 신자유주의적 과두제화가 일종의 정치적 상식으로 시민들의 정치적 무의식 속에서도 어느
정도 자리잡은 것처럼 보이는 징후로 읽힐 수 있다.
4) ‘공공성’, ‘공통 세계’와 포스트 민주주의, 신관료적 권위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승원(2023)를 참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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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0

족이나 사적 영역에서의 친밀성으로 후퇴시키면서, 자유와 존엄성의 공동 기반인 공통 세계에


서 ‘나’와 ‘타자’의 ‘사이’를 점점 약하게 하고, 나와 타자를 고립시켜 간다.

(나) 국가의 사유화 – 공공 부문 민영화


특히, 우리 모두의 공통 자산이자 관리 체계로서의 res publica(republic)과
commonwealth 용어와 연결하면, 사유화된 정치는 국가를 사유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
를 사유화한다는 것은 공공 의료(예, 진주의료원), 공공 주택(예, LH 사태), 공공 교통, 에너지
등 누구도 양도·매각 불가능한 것을 마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매각이라는 민영화에
대한 일방적 추진을 가능하게 한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6월 16일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경제 운용의 주요
기조를 ‘자유로운 시장경제에 기반한 경제 운용’으로 제시했다(기획재정부 2022). 이 발표에는
윤석열 정부는 공공연금 개혁, 긴축재정 기조 확립, 강도 높은 공공기관 기능-인력 조정, 민영
화-영리화 추진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입법 등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후에도 윤석열
정부는 민간병원 지원을 통한 공공의료 영역의 민간 이월, 사회서비스의 민간 주도 확대를 비
롯, 전력, 철도, 언론 민영화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혀왔다(공공운수노조 2023).
이에 대해 노동조합 및 시민사회운동 단체들은 정부의 공공 서비스 민영화 정책이란 사실상
공공성을 후퇴시키고 시민들을 피해자로 만드는 것이라 비판하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대응으
로 한편으로는 2023년 3월 15일 ‘공공 서비스 민영화 금지 및 재공영화 기본법’을 정의당과
민주당의 협력으로 국회 발의를 했고, 다른 한편 8월 17일에는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단체연
합, 공적연금 국민행동 등 88개 시민단체가 모여 ‘민영화 저지 공공성 확대 시민사회 공동행
동(이하 ‘공동행동’)’을 출범한 후, 공공운수노조를 중심으로 9월부터 11월까지 총 3회에 걸친
파업 투쟁을 전개했다.5) 이들은 파업의 필요성을 ‘공공성-노동권 확대를 통해 국민의 삶을 지
키기 위한 것’에서 찾았으며, 민영화 중단 및 사회 공공성 확대, 임금 격차 축소 및 실질 임금
인상, 인력충원 및 공공 부문 좋은 일자리 확대를 주요 요구 사항으로 정부에 제시했다. 비록
이 투쟁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는데는 여러 담론적 한계, 투쟁의 주체들이 외치는 주장이 사회
적 주장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적어도 이 투쟁은 공공 서비스 민영화
중단만이 아니라, 정치와 국가의 사유화에 대한 저항이라는 차원에서 해석되고 확장될 수 있
다고 본다.

4) 국가의 신체화
(가) ‘사유화’를 넘어 ‘신체화’로
사유화한다는 것은 그 대상을 자신의 ‘재산(property)’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존 로
크(John Locke)에 따르면, 사실상 그 대상을 자신의 ‘속성(property)’, 자기 신체의 일부로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정치의 사유화는 결과적으로 국가의 신체화로 나아가게 된다. 국
가가 특정 정치권력 집단의 정치적 신체가 된다는 것은 비단 국가 기구 운용에 대한 수사학적
표현이 아니다. 즉, 국가의 신체화란 국가가 어떤 유기체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차원이기
보다는 마치 유럽 절대군주 시대에 군주가 ‘육화(incarnation)’ 차원에서 자신의 몸과 국가를
일치시켰던 것처럼, 정치 권력 집단, 즉 신관료적 권위주의 세력이 국가를 자신들의 신체/자
산/속성과 일치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5)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10955.html ;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047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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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1

(나) 국가의 손해 배상 청구 - ‘신자유주의 처벌국가’


국가의 신체화는 2008년 광우병 촛불 대책위, 2009년 쌍용차 노조, 2011년 한진중공업 희
망버스, 그리고 많은 개별 시위자들에게 정부가 형사처벌이 아닌, 신체의 상해나 재산 상 이
익의 손실과 관련된 민사상 ‘손해’(만일 이것을 국가적 법익 차원으로 확장한다면, 내란죄 적
용도 불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현실적인 상황
을 의미한다. ‘신자유주의 처벌국가(the neoliberal punitive state)’라는 차원에서 이러한 정
부의 손해배상 소송 실태와 규모, 그리고 파급 효과로서의 소송 대상자의 삶에 주목하면서,
국가 통치와 사회운동 전략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김정희원의 연구는 이 지점에서 매우 중요
하다.
김정희원의 연구에 기대어 보면, 노동운동에 대한 기업의 부당하고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는
2003년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 한진중공업 노동자 김주익과 곽재규, 2012년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의 자살로 어어지듯 심리적 공포와 압박을 동반한 잔인한 노동운동탄압 방식이
다. 2009년 쌍용차 노조 파업의 경우는, 기업과 정부, 즉 사측과 경찰이 쌍용차 노조에 손해
배상소송을 진행했고, 법원이 쌍용차 노조에게 사측에 33억원, 경찰에 13억원 총 46억원을 손
해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경우였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에서 국가가 노동운동과 시
민을 통제하고 처벌하는 방식이었던 것이고, 결국 이것은 지배 권력(신관료적 권위주의 세력)
이 국가를 그 신체로 이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정치사회적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김정희
원, 2023).
따라서, 과연 국가가 헌법 상 주권자인 자국의 국민을 대상으로 ‘손해’라는 명분과 표현으로
배상 소송을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깊은 법철학적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예
를 들어 쌍용차 파업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경우, 이에 대한 변론이 당
시 파업 노동자들이 정부에게 손해을 실제로 입혔는지, 정당방위였는지, 책임 제한이 어느 정
도인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넘어서, 정부가 주권자이자 헌법적 의무를 준수하는 국민을 상대로
‘손해’에 대한 배상 소송 주체가 될 수 있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 제기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6)

5) 공통 세계-시민사회의 야만화
(가) 자기만을 위한 정치가 방치한 결과 – 불안과 위험 세계
이렇듯 정치가 사유화되고 과두제화된다는 것은 정치가 공적인 것과 공통적인 것을 지속하
고 확장하기 위한 것과는 정반대로 작동한다는 것, 즉 사적 이익을 위해 공통 세계를 축소·파
괴한다는 것이다. 정치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 가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아닌 존재자들(인간-비인간) 사이 갈등을 조정


하고 상호협력의 조건과 기반을 설정하기 위해 마련된 합의된 정치제도와 기구가 갈등을 방치
하고, 그 조건과 기반을 침해한다면, 그 공통 세계는 자유롭고 안전한 세계와는 다른 상태가
될 수 있다. 즉, 공통 세계를 기반으로 자기 신체를 보호하고, 공동체적 삶을 유지해 나가는

6) 다음을 참조하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2019. 「논평: 쌍용차 파업노동자들에 대한 국가의 손
해배상청구소송 관련 국가인권위원회의 대법원 의견 제출을 환영한다」. 2019.12.18. 출처:
http://minbyun.or.kr/wp-content/uploads/2019/12/20191218_민변_논평_쌍용차-파업노동자들
에-대한-국가의-손해배상청구소송-관련-국가인권위원회의-대법원-의견제출을-환영한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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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삶이 그 기반이 약해지고 사라질수록 ‘만인 대 만인’ 투쟁이라는 약육강식의 세계로


적나라하게 방치되어가면서, 사회가 점차 반지성주의, 혐오, 차별, 폭력 등 불안하고 위험한
상태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나) 21세기 만인 대 만인 투쟁과 생존을 위한 반지성주의


공통 세계와 반대편에서 정치가 사유화될수록 기후위기, 불평등, 포스트 민주주의와 같은
공공성을 위협하는 징후들은 더욱 심해질 것이고, 이로 인해 공동체와 개인의 신체 모두의 안
전은 더욱 심각하게 위협받게 되고, ‘신체화된’ 국가로부터 방치된다. 국가라는 신체의 일부가
되지 못하는 존재들은 국가의 ‘잔재’, ‘찌꺼기’가 된다. 최근 정부가 우선 순위를 주장하는 ‘재
정 건전성 확보’란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사실은 국가의 건강한 재정 상태를 위해, 팬더믹 시
기를 지나면서 더욱 살기 힘들어진 취약계층, 영세 자영업자, 노인, 장애인, 비정규 노동자,
실업자, 여러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 소위 ‘명문대’ 혹은 대학을 나오지 못한 청년, 입시 경쟁
에 시달리는 아동·청소년, 각종 재난과 재해의 피해자들을 위한 시급한 지원, 보호와 안전 대
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국가의 건강 유지에 걸림돌될 뿐이라는 것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 뿐이다.
정치적 조정과 중재가 사라진 공통 세계, 아니 공통 세계를 잃어가는 상황은 ‘만인 대 만
인의 투쟁’이라는 홉스의 야만 세계가 되었고, 사람들은 여기에서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거침
없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증오 범죄, 생계형 자살, 존비속 살인, 마약, 투기,
광적 팬덤과 배타적 진영론을 중심으로 적개심은 물론 정치 테러도 서슴치 않는 반지성주의적
선택에 내몰릴 수 밖에 없다(호프스테터. 2017; 강준만. 2019; 한상원. 2023)

2. 국민 주권 개헌을 통한 과두제 청산 및 정치 공간의 민주적 재구성


가. 과두제의 자기 복제 정치 공학을 넘어 탈과두제로
2024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중심으로 정치 시계가 맞춰진 한국 제도정치 상황과 연결된
몇 가지 의견은 다음과 같다. 제한된 공천과 의석수를 중심으로 ‘자신의 당선’ 혹은 ‘다수당’
(그것이 현 정권에 강력한 힘을 싣든, 그와 정반대에서 대통령 탄핵도 가능한 의석수 확보이
든) 확보를 목표로 돌아가는 여의도 정당 정치의 현주소는 한국정치 과두제화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 현재 두 거대 정당은 총선을 통해 각각 발목 잡히지 않는 국정 영 동반자로서의
집권 여당 또는 대통령 탄핵소추 가능 의석수(200석 이상)의 야당이 되기 위해 ‘강력한 여당’
혹은 대통령에 맞설 수 있는 거대 야당의 시대적 역할과 이미지를 보여주려 하고 있다. 이것
은 판세에 따라 위성정당이 가능한 기존 선거방식으로서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또는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강조로 가고 있다. 물론 이것은 정치를 ‘정량적’으로만 계산하는 매우 공학
적인 판단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정성적 차원, 즉 유권자의 적대감과 분노, 불안, 욕망이
어떻게 상징적으로 재구성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2024년 1월 현재 국민의 힘과 더
불어민주당이 위성정당이나 병립형으로 갈지, 아니면 다른 파격적인 정동적 변화를 줄지는 예
측하기 어렵다.7)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이 두 정당이 자신들이 독점하고 있는 ‘입법권’을 사
용하여 정당법과 선거법 개정을 통제하면서, 자신들과는 다른 그래서 자신들의 정치적 파이
크기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주체·정당의 발흥과 이들의 대안적 실험을 억제하고 있다

7) 두 보수 정당에서 파생된 신당 움직임은 이념적으로든 자신들이 대표하고자 하는 대중 집단의 특징에


서 보든 큰 변별력이 없이 오로지 공천을 둘러싼 공학 차원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별도로 분류해서
다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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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3

는 것이다. 이것은 과두제를 시대적으로 고착화하는 것이라 볼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주목할 것은, 위 두 정당과 정의당에서 이탈하여 신당을 창당하려는 정치 세력들
이 한결같이 ‘양대 정당 구도 혁파’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에서 보수
양당 중심 과두제화를 비판하는 필자는 문자 그대로의 이 주장에 대해 매우 동의한다. 하지
만, 그 전제는 지금 발흥하는 신당이 정치의 외연을 넓히고, 그간 배제되고 소외되어 왔던 시
민들을 충실히 대표하고 있는가이다.
하지만, 최근 이미 공고화된 보수적 양당제와 자기 복제식으로 출현하는 신당 창당 움직임
은 새로운 의제와 정치 비전, 그리고 새로운 정치 주체의 출현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점차
기성 정당 내에서 활동하던 정치인들이 다른 무엇보다 ‘공천’과 당선 가능성을 중심으로 신당
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의제나 비전이 아닌 이미 자신이 소속되었던 정당에서 제시한
의제를 반복하거나, 당 내 경쟁과 대립 구도에서 상대 세력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했던 내용을
소환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즉, 현재 출현하는 신당들은 그것이 양당제이든 과두제
이든 현재 현재 한국 정치가 초래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치 개혁 과제나 그
동안 방치해온 중요한 사회경제 정책을 제시하는 모습이 두드러지지는 않다. 즉 이들은 기존
보수 양당 정치 세력들의 자기 복제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며, 여전히 과두제 틀안에서 정
치 공간을 제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정치 독점적이고 자기 정치 위주의 양당제를 근본적으로 타파하기 위해서는
각 당의 분화가 아니라, 공고화되어가는 과두제에 대응해야 한다. 즉, 제3정당의 세력화나 신
당 출현 등 다당제가 필요하지만, 자기 복제식 분화 현상을 본다면, 다당제 구도 그 자체가
탈과두제화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두제에 대응하는 보다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정
치 전략이 요구된다.
탈과두제화의 핵심은 새로운 정치 주체·정당의 발흥, 시민 대표성의 확장, 국민 주권 강화를
통한 대의제와 직접 민주주의 사이 정치적 균형 유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 힘
과 더불어민주당을 나와 창당하려는 신당 정치 세력들은 핵심적으로 ‘공천권’ 확보를 위해 기
존 양당과 갈라진 정치 공학적 자기 복제 정당이다.
이 세력들은 공천만 확보된다면 ‘어떤 민주주의인가’보다는 ‘굳이 민주주의이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사실상 기존 양당에서 갈라진 세력들이며, 충분히 기존 자당 내에서 혹은
기존 반대 정당으로 옮겨서 얼마든지 자신의 정책적 주장을 제시하고,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주장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 새로운 신당 정치 세력들은 국민의 힘, 더불어민주당, 그
리고 좀 더 크게 봐서 정의당이라는 2~3당 구도를 벗어나지 않은 구 정치 세력이며, 이들의
정책적 주장 또한 마찬가지다. 이것은 조금 거칠게 말하면, 새로운 이념과 사회 비전도, 새로
운 정치적 주체도 없는 상태에서 아메바식 자기 복제 그 이상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양당이
3, 4, 5개 다수당 구도로 혹은 영국 자민당(Liberal Democratic Party)의 출현처럼 제3지대
가 고착화된다는 것은 결코 탈과두제가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새로운 정치적 주체의 출현을
교묘히 차단하면서 과두제화를 더욱 정교하고 공고히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 선 국민 주권 개헌-후 사회 대개혁 개헌을 통한 정치 공간의 민주적 확장


1) 직접 민주주의 중심 최소주의적·수행적 개헌 추진
대한민국 헌법은 1987년 제9차 개헌 이후 제6공화국 체제가 37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빠르고 압축적인 사회적 변화 속에서 새롭고 다양한 권리 담론의 출현, 시대정신의 교체, 국
제 질서의 전환 흐름 속에서 영토조항에서부터 기본권, 권력의 구조 및 균형 장치, 경제,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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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4

자치에 관한 조항들의 수정 및 신설을 담은 개헌과 이에 기반한 제7공화국에 대한 요구가 다


양한 층위에서 오랫동안 제시되어 왔다(이태호, 2018; 이기우, 2018; 장석준, 2023). 하지만
문제는 여러 조항을 한 번의 개헌을 통해 수정·신설하려다 보니, 국회에서 작은 부분에서라도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 헌법개정안이 발의되기는커녕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개헌이 좌초되
어왔다. 개헌에 대한 이러한 최대주의적 접근 방식은 오히려 개헌의 가능성을 제로로 수렴하
게 하면서, 국회와 대통령의 어떠한 개헌 제안도 국민에게는 정치적 허풍처럼 느껴지도록 하
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것은 현재 불균형한 권력 구조와 과두제화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고 있
다.
개헌은 국민이 ‘개헌’을 각 정치세력이 자기 과시를 위해 던지는 과장된 허풍이 아니라, 실
제로 더 좋은 사회의 행복한 개인의 미래를 위해 주권적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개헌에 관심을
기울일 때, 그 힘을 통해 그 절차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수
정된 신헌법이 사회 대개혁 추진의 발판이자 동시에 대개혁의 진전만큼 민주적으로 계속해서
수정·발전되기 위해서는 최소주의적이면서 동시에 향후 발전을 추동할 수 있는 핵심을 개헌
내용으로 제안해야 한다.
그 핵심은 바로 직접 민주주의에 기반한 국민 주권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것은 국회, 대통령, 행정부가 독점해온 정치 공간을 개방·확장하여, 헌법상 주권자이면서
도 입법권을 직접 행사하지 못해 온 국민을 정치적 주체로 회복하는 것이다. 입법권 그리고
정치적 피위임자에 대한 소환권이 국민에게 부여되는 직접 민주주의 제도는 이후 과두제화되
어 불균형 상태에 처한 대한민국 정치 권력 구조의 균형을 민주적으로 회복하고, 이를 통해
여러 개헌 사안과 입법 과제를 활성화된 숙의 민주주의 제도와 공론장을 통해서 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2) 개헌을 통한 국민 주권 실현의 필요성


한국정치의 탈과두제화가 국민 주권을 실현하고, 정치가 더 많은 주체와 정체성을 대표하도
록 하여, 이들 사이 갈등을 제도적으로 다루는 정치적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치
적 주체의 출현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면서 대의제가 시민을 대표하는 공간이 계속해서 확
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법, 선거법,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원내교섭단체 제도
개선 등을 통해서 탈과두제화로서의 다당제를 촉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여전히 대의
제 정당과 의회 시스템에 정치를 제한하는 것이며, 이 대의제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경우,
그 문제를 해결할 첫 번째 주체가 정당과 국회의원 즉 당사자가 되기 때문에, 사실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가 어렵다.
탈과두제화가 다시 반동적으로 과두제로 퇴행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는 정당,
의회, 대의제 정치가 독점하고 있는 정치 공간을 직적 민주주의 제도와 결합하여 확장하고,
헌법상 명목적으로만 규정되어 있을 뿐 수행적 권한은 보장되지 않은 국민 주권을 헌법과 법
률 차원에서 실현하는 것이다. 직접 민주주의의 제도적 구현을 통한 헌법상 명시된 국민 주권
의 실현을 위한 시도는 현 정치 제도를 혼란스럽게 하는 과도한 정치적 주장이 아니라, 오히
려 대의제가 독점하면서 불안정성을 드러내온 정치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정치의 정상화라
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졌다시피, 우리의 대한민국 헌법(1987년 10월 29일 전부 개정)에 따르면, 제1조 2항
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주권
(sovereignity)의 특징은 국가의 절대적이며 영구적인 권력이자, ‘예외 상태’를 선포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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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5

는 권력이며, 주권은 사실상 국가를 수립할 수 있는, 구체적으로는 국가를 새롭게 창조하거나,
의 법적 질서를 재수립할 수 있는 창조적이고 제헌직인 구성권이다. 헌법의 영어식 표기가
‘구성’을 뜻하는 ‘Constitution’이고, 이 헌법의 절대적인 주체, 즉 주권자가 국민임이 헌법 제
1조에 명시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에 기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입법권
이 주권자로서의 국민에게 속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헌법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1조 2항에 국민이 모든 권력의 주권
자임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26조에 국민 청원권만을 명시하고 있을 뿐, 국민이 직
접 법률안을 제안하고, 결정할 수 있는 국민발의와 국민투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40조를 통해 입법권을 국회에 속하는 것으로, 제52조에서 국회의원과 정부만
이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국민투표는 제72조에서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그리고 국회나 대통령이 헌법개정안을 발의한 경우에만 인정되고 있다. 이러
한 상황은 주요하게 세 가지 문제를 야기시킨다.

3) 시민사회의 야만화
가) 이 상황은 국민 주권을 제한한다.
대한민국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제1조 제2항과 입법권을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40조는 상호충돌하는 것으로도 해석가능하다. 왜냐하면, 입법권을 국회에 한정 귀속시
키는 것은 주권자로서의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40조 이외에도 헌
법 제52조와 제128조 제1항은 각각 법률안 발의와 헌법개정의 권한을 국회의원과 정부 그리
고 대통령에게만 한정 귀속하고 있어서, 이 또한 헌법 제1조 제2항과 충돌하면서 국민 주권을
제한하는 것이로 볼 수 있다.

나) 이 상황은 정치의 과두제화를 공고하게 만든다.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과 대통령에게 과도한 정치 권력을 부여한 채, 이 두 대의제 기반
권력 주체를 능동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정치의 과두제화를 점점
공고해지고 고착화될 수 있다. 특히,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의 법적 부재는 국
회의원의 경우 최소 4년, 그리고 대통령의 경우 최소 5년을 법률을 위배하지 않는 한 배타적
권력을 보장하고 있어서 공고화된 과두제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다) 국민을 위한 법률안을 정치공학적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국민발의와 국민투표, 즉 주권적 국민입법권, 그리고 대통령과 주요 공직자에 대한 국민소
환제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 사회의 모든 정치사회적 갈등은 신관료적 권위주의의 특징을 드
러내고 있는 현재 과두제화된 정당-의회 정치와 대통령 중심의 행정부 체제를 중심으로 다뤄
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의회 정치가 파행되거나, 의회와 대통령·행정부 관계가 교착
국면에 빠지게 될 경우,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가계 부채와 부동산 투기 대책 마
련, 교육·주거·의료·이동권 불평등 해소, 국공유지 및 공공재의 민영화 방지 및 재국공유화, 차
별 없고 탄탄한 사회 안전망과 돌봄 체계 구축, 취약계층 및 사회적 약자 보호, 사법 개혁, 기
후 위기 대응, 노동권 강화, 경제 민주화, 지역의 균등하고 자립적인 발전, 초고령화 및 인구
감소 대응, 평화·안보 체제 강화, 퇴행 없는 민주주의 기반 구축 등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호
를 위해 시급하고 엄중하게 다뤄져야 할 주요 법률안이 정치공학적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국민이 사회적으로 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크게 희생되는 경우가 잦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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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6

지게 된다.
결국, 국민의 수많은 집회, 시위, 국민 청원은 물론, 특정 정당과 정치인 또는 정치 개혁에
대한 정치적 열망의 투여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수많은 난제가 해결되지 못하
거나 민주주의와 사회경제 시스템, 그리고 공동체주의적이고 공생공락적인 가치가 후퇴하고
있는 것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신관료적 권위주의로 표현되는 우리 정치의 신자유주의적 과두
제화, 즉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그만큼의 다양한 사회 집단과 정체성을 대표하지 않으면서,
사회를 방치한 채 자기 이익 중심으로 정치를 독점하고 사회에 대한 정치의 의무를 방기한 자
기 이익 중심의 대의제 정치와 관료제로부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과두제 정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지 정당법이나 선거법 개정과 같은 소
극적 정치개혁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대의제가 과두제로 기울어지지 않고, 국민의 대표로
서 그 의무적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국민의 주권적 정치를 제도적으로 구축하여, 정치
적 균형을 민주적으로 맞추는 것이다. 이것은 대의제 정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의제
정치가 과도한 정치적 역할을 수행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대의제의 고유한 영역에 자리
배치를 하고, 대의제가 과잉 대표한, 즉 침범한 직접 민주주의 정치 영역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정치 공간을 급진적으로, 다시 말해서 국민주권적 차원에서 확장하고, 민주
적으로 재구축하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다양한 주체들이 정치적 주체로 등장하고, 특정 정치
집단이 정치 권력을 장기적으로 독점하거나 권위주의적으로 경도되지 않도록 하는 여러 정치
적 주체들의 민주적 경합과 협력을 활성화할 수 있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
을 더욱 효과적이고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면서 더 나은 사회, 진보적 대안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정치사회적 실험과 도전을 펼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다. 위기를 넘어 국민이 원하는 나라를 위한 국민 주권 실현 개헌 - ‘국민 주권 개헌’


아래 제시하는 헌법 개정안의 주요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헌법이 명시한 국민 주권을 법률적·제도적으로 실현하여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
국의 헌법 정신을 구현하고,
둘째, 국회·정당과 대통령·행정부의 과두제화를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필요한 입법 및
행정 조치를 민주적이고 신속하게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셋째, 지구·국가·지역 차원에서 발생하는 여러 난제를 보다 더 효과적이고 민주적으로 대응
하기 위한 국민의 다양한 정치활동 및 공동체주의적 협력 활동을 활성화·지원하여 인간과 자
연이 함께 공생공락할 수 있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세계를 마련해 나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함
우선 ‘위기를 넘어 국민이 원하는 나라를 위한 국민 주권 실현 개헌’, 약칭 ‘국민 주권 개
헌’안은 다음과 같이 구상 초안 수준에서 제시될 수 있다. 이 구상 초안 다양한 전문가 및 이
해관계자와의 숙의 민주적 협의와 조정을 통해 수정·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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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7

<위기를 넘어 국민이 원하는 나라를 위한 국민 주권 실현 개헌안>


- 약칭 ‘국민 주권 개헌안’

현행 헌법 조항 개정안(제안 사항) 비고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가. 제1조 제1항과 제2항에
근거하여, 국민주권에 맞는
제26조①모든 국민은 법률이 제26조①입법권은 기본적으 입법권(국민발의 및 국민투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 로 국민의 주권적 권한이며, 표)과 국민소환제 실현
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모든 국민은 법률안을 발의
가진다. 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의결 나.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
할 권리가 있으며, 이에 관한 제와는 별도로 대통령이 그
②국가는 청원에 대하여 심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사할 의무를 진다. 법률을 위배한 경우에 관해
②모든 국민은 외교, 국방, 현행 헌법 제65조가 명시한
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및
중요 정책 및 조약의 체결·비 헌법 제111조 제1항 2호가
준에 대해 국민투표를 붙일 명시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
권리가 있으며, 이에 관한 사 판 권한 존치
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
다. 제3항의 경우, 국회 처리
③국회에서 의결 또는 부결 원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질
했거나, 대통령이 재의를 요 경우와, 국민발의에 의해 수
구한 후 국회가 의결 또는 정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질
부결한 법률안에 대하여 모 경우, 서로 다른 국민투표 절
든 국민은 최종적으로 국민 차를 거침. 수정안은 제1항
투표를 붙여 의결 또는 부결 에 규정하는 절차에 따라 처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사 리하고, 원안은 국민발의 절
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 차 없이 국민투표 제안 절차
를 통해 처리
④모든 국민은 대통령을 소
환할 권리를 가지며, 국민소 라. 개정안 제26조 제5항은
환의 투표 청구권자, 청구요 현행 제26조 제1항과 제2항
건, 절차 및 효력 등에 관한 을 묶은 것임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

⑤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


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지
며, 국가는 청원에 대하여 심
사할 의무를 진다.

제3장 국회 제3장 국회 가. 제1조 제1항과 제2항에


근거하여, 국민주권에 맞는
제40조 입법권은 국회에 속 제40조 입법권은 기본적으로 입법권 실현 및 국회의 권한
한다. 국민의 권한이며 국회에 위 조정
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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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조 국회의원과 정부는 제52조 국회의원, 정부, 국민 가. 제1조 제1항과 제2항에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다. 은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 근거하여, 국민주권에 맞는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다. 입법권(국민발의) 실현

※ 참고로, 국민 발의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지점 중 하나는
복수의 유권자 집단이 유사한
법안을 같은 시기에 발의할
경우, 이를 절차상 혼란스럽지
않고, 숙의 민주주의 과정이
적절히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마찬
가지로, 유사한 법안이 의원
발의와 국민 발의를 통해서
같은 시기에 제안된 경우에도
사전 조정하는 제도적 장치
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10장 헌법개정 제10장 헌법개정 가. 제1조 제1항과 제2항에
근거하여, 국민주권에 맞는
①제128조 1항 헌법개정은 ①제128조 1항 헌법개정은 입법권(국민발의) 실현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 대통령 또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국민의 발의로 제안된다.
제130조① 국회는 헌법개정 제130조① 국회는 헌법개정 가. 제1조 제1항과 제2항에
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근거하여, 국민주권에 맞는
이내에 의결하여야 하며, 국회의 이내에 의결하여야 하며, 국회의 입법권(국민발의 및 국민투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표) 실현
찬성을 얻어야 한다. 찬성을 얻어야 한다.
②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②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 붙여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
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찬성을 얻어야 한다.
③헌법개정안이 제2항의 찬 ③단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성을 얻은 때에는 헌법개정 국민의 발의로 제안된 헌법
은 확정되며, 대통령은 즉시 개정안은 국회 의결 없이 헌법
이를 공포하여야 한다.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
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④헌법개정안이 제2항 또는
제3항의 찬성을 얻은 때에는
헌법개정은 확정되며, 대통령은
즉시 이를 공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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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21세기 민주화를 위한 정치 과제
분명한 것은 최근 신당 창당 세력들이 주창하는 ‘양당 구도 혁파’는 그 양당에서 자기 복제
된 정치인들의 창당과 원내 진출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을 통한
과두제 청산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민의 눈물을 멈추게 하고, 평화, 안전, 돌봄, 민주주의, 자유와 평등, 모두의 지구 등에 관
한 현실의 행복과 미래의 희망을 모두가 차별 없이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 필요한 정책과 법․
제도의 혁신적 변화를 위해서는 그 동안 이 변화를 막아온 양대 정당 중심의 과두제와 신관료
적 권위주의의 청산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현 시기 정치 과제의 방향은 다음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첫째, 소위 부패한 양
당 정치 청산은 자기 복제로 만들어진 신당이 아닌 국민 발의와 국민 소환을 통한 ‘국민 주권
실현 개헌’에 의해서만 가능하며, 이것을 위해 민주/진보 정치 세력은 실현된 국민 주권을 중
심으로 해결할 과제와 정책, 그리고 불평등, 기후 재난, 돌봄 위기, 과두제화, 국공유재의 민
영화 등 국민이 처한 난제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진보적 사회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하면서,
국민 주권 개헌 및 진보적 사회 비전을 중심으로 선거 시기와 향후에도 정치적 공동행동을 위
한 동맹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일부 정치 집단이 주장하는 현 시기 개헌 내용의 경우, 현직 대통령 임기 단축이나
대통령 재의요구권 제한에 관한 것인데, 이는 신관료적 귄위주의 체제 아래에 있는 입법부와
행정부 사이 권력 다툼의 결과물에 불과하기 때문에 개헌은 국민주권을 실현하고, 국민이 입
법, 사법, 행정부의 균형을 조율하는 최종 조정자가 되도록 해야함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
셋째, 민주/진보세력은 국민 주권 개헌이 각 지역(광역, 기초, 그리고 마을)에서 주민 주권
을 실현하고, 지역의 고질적이고 토착화된 문제, 그리고 인구 감소·초고령화·투기적 도시화·지
역 경제 위기·생태위기·돌봄 및 이동권 문제 등 당면한 위기를 지역 스스로, 지역과 지역 및
지역과 중앙 정부의 협력을 촉진하고 이끌기 위해 지역정당 활동이 법적으로 보장되고 활성화
되도록 전력을 다할 것을 주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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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20

참고문헌

강준만. 2019. 「왜 대중은 반지성주의에 매료되는가?: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본 반지


성주의」. 『정치·정보연구』. 22(1). 2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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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의 퇴행과 민주공화제 복원의 과제

김 종 철 (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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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공공성 구축의 필요성

김 서 중 (성공회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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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공공성의 제도적 구축의 필요성

김서중(성공회대학교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

지금 대한민국의 언론은 심각한 위기 국면에 있다.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정권의 언론 장악


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언론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언론 장악은 심
각했고, 그런 엄혹한 정권의 탄압 아래 언론이 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언론이 겪고 있는 위기가 이전 어느 시기보다 심각한 위기라고 정의하는 이유는
탄압의 본질이 달라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정권의 탄압이 사라지면 즉 언론이 자유로워지면 언론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언
론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였다. 그 시절에는 언론의 영향력은 막강했고 정권의 탄압 때문
에 못하는 것이지, 자유만 주어지면 언론이 아니 억눌렸던 진정한 언론인들이 언론 기능을 회
복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1987년 민주화 이후 언론인들의 언론민주화 투
쟁이 있었고 그 결과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이어지는 언론 공공성 회복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절과 상황이 다르다. 전통적인 의미의 언론 매체는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고, 그 만큼 사회는 언론을 선호하지도, 신뢰하지도 않는 상황이 됐다. 시장에서 영향력이
약해져가는 언론 매체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저널리즘 기능을 다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
다. 이미 언론 매체의 위기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현 정권이 보이는 작금
의 탄압은 이전 탄압과 외형상 비슷해 보이지만 질적인 차이가 있다. 과거의 언론 탄압은 언
론을 장악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언론을 붕괴시키는 방향성을 띤다.
윤석열 정권이 지금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장악하고, 공영방송의 이사진을 교체하
거나 교체 시도를 하고, 교체한 이사진을 통해 사장을 교체하는 일련의 과정, 방송통신심의위
원회(이하 방심위)를 장악해서 심의와 제재라는 방식으로 비판적인 방송사를 탄압하는 행태
등이 이전과 비슷해 보이지만 이런 일련의 조치들이 겨냥하거나 초래할 결과는 공영방송 또는
공공성의 붕괴 또는 약화다.
이 글에서는 기존 정권들이 보였던 언론 탄압 특히 지금의 언론 환경을 초래한 이명박(근
혜) 정권의 언론 탄압의 상황과 의미를 복기하고 외형상 유사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현 정권
의 언론 탄압을 정리하여 그 본질을 이해해보고자 한다. 그 기반 위에서 여전히 언론의 기능
을 필요로 하는 민주주의 관점에서 언론의 공공성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그 방향성을 제시
해보고자 한다.

1. 공공성 약화와 시장의 강화


1) 언론 민주화 전후: 탄압과 저항
이승만 정부에서 박정희, 전두환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언론은 독재정권의 탄압을 받았
다. 장면 정부 시절 자유를 누리거나 자유를 되찾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진 적이 있다. 그러나
4·19 혁명으로 찾은 언론의 자유는 5·16 쿠데타로 사라졌다. 1970년 대 초반 유신 선포를 전
후해 기자들이 언론자유수호선언이나 언론자유실천선언을 하고 저항했지만 동아일보와 조선일
보가 언론인들을 대량 해직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1979년 10·26으로 민주화가 이루어질 것이
라 믿었던 시민들처럼 언론인들은 언론 자유를 회복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계엄에 따른 검열로
인해 언로가 막히는 경험을 다시 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협회를 중심으로 검열 거부와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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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를 결의했지만 5월 18일 전두환 신군부는 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광주를 희생양으로
삼아 권력을 장악하고 저항했던 언론인 중심으로 기자 강제 해직을 단행하고 언론 통폐합, 언
론기본법 등으로 언론 통제 체계를 구축하였다.(송건호 외, 2000)
신군부가 세운 5공 정권은 거의 매일 문공부 홍보조정실을 통해 소위 보도지침을 내려 보
내고 신문이나 방송의 주요 기사들은 그 제목이나 지면의 크기가 동일하거나 유사했다. 방송
은 언론통폐합의 결과 KBS와 MBC만 남았지만 KBS가 MBC의 주식 70%를 소유함으로써 사
실 상 KBS만 존재했다고 할 수도 있다. 권력에 장악된 명목상의 공영방송만이 존재했다. 신
문의 경우는 정권의 언론 통제 상황에서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전무했고 기존 사업자들은 신
문협회를 중심으로 카르텔 구조를 형성했다. 고도 경제 성장 국면에서 광고 수요는 증대했지
만 광고지면이나 방송 시간의 제공은 한정되어 있어서 언론 역시 경제적으로는 급격히 성장했
다. 하지만 언론은 방송의 경우 항상 대통령 관련 기사로 시작하여 땡전뉴스, 뚜뚜전 뉴스라
는 비판을 받았고, 신문은 천편일률적이었다.(김서중, 2010)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던 한국의 언론인들에게 1987년 민주화운동은 언론 자유를 쟁취할
좋은 기회였다. 각 사가 노조를 결성하고 방송사들은 직능 단위의 협회를 결성하였다. 1987년
10월 29일 한국일보에서 노조가 결성되고, 동아일보, 중앙일보, 서울MBC, 코리아 헤럴드 등
으로 이어졌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분위기에 힘입어 동아일보에서는 회사의 묵인 아래 노조
를 설립했다. 하지만 회사 몰래 진행시킨 곳들도 있다. 특히 중앙일보는 회사경영진이 매체정
리를 내세우며 설립을 반대했고, 목포MBC는 회사의 방해공작을 벗어나기 위해 양동작전을 펴
야만 했다. 노조 결성 그 자체가 사회적 파급효과를 일으켰던 서울MBC와 KBS에서의 노동조
합 결성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새언론포럼, 2008, 23~38; 새언론포럼, 2009, 21~22) 서울
MBC는 6월 항쟁 이후 기자 PD들이 성명으로 방송민주화를 주장하다 12월 기자협의회 총회
자리에서 전격적으로 노동조합 창립대회를 가졌다. 회사 측은 노조집행부를 부당 인사조치 하
는 등 탄압하였다. KBS는 1987년 7월 17일 PD협회 창립을 필두로 각종 직능협회를 우선 설
립하고 1988년 5월에서야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었다.
1987년 민주화운동 즉 6월 항쟁과 7,8월 노동자 투쟁이 중요한 이유는 언론민주화 운동이
민주화운동에 힘입은 바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결성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됐기 때문이
다. 한국의 언론노조는 언론민주화 과정에서 그 민주화를 거부하는 권력과 경영자를 동시에
비판하고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투쟁보다는 ‘편집’이라는 정신활동의 권리와 자유를 되
찾겠다는 정치투쟁을 전개한 것이다(방정배, 1990, 71~72) 언론사 노조로서 언론 본연의 공정
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을 벌였고 각 사의 언론노조가 이 최초의 자세를 유지하는
지 여부는 이후 언론의 성격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언론현실을 구성하는 또 한 축은 시민언론운동이었다. 유신정권이 쫓아냈던 동아, 조선의
언론인들은 1984년 민주언론운동협의회를 만들어 언론운동의 싹을 키웠으며, 보도지침 폭로로
정당성 없는 5공 정권의 독재 행태를 폭로내고 민주화에 기여했다. 동아투위와 조선투위, 198
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진보적인 출판 단체(금요회 등) 등은 1984년 12월 19일 제도언론을
감시, 비판하고 민중언론을 지향하는 민주언론운동협의회(언협)를 발족시켰다.(임동욱, 1995, 1
94쪽) 언협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고 제도 언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안언론으로서 잡지
말을 창간하였다. 그 말이 보도지침을 폭로한 것이다.
또 전두환 정권의 제도 언론 통제는 역으로 시민 언론운동의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를 주었
다. 그 중에서 86년 1월부터 시작하여 88년까지 지속된 시청료 거부운동이 일반 대중이 언론
문제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노태우 정권에 들어서서는 언협이 91년부터 언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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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39

를 개최하였고 이를 모태로 한 시민 모니터 활동이 활발해졌다. 이어 언협이 언론노동조합연


맹(언노련)과 연대하여 수행한 92년 선거보도감시운동 역시 매우 중요하다. (최민희, 1999, 12
2-124) 특히 시청료 거부운동으로 시작되어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시행된 대통령선거 당
시 조선일보의 왜곡편파보도를 경험한 시민운동단체들이 벌인 선거보도 감시운동이 중요하다.

2) 미완의 언론개혁-민주정부 10년


(1) 언론개혁의 요구
1987년 민주화운동은 호헌 철폐를 실현하고 직선제까지 쟁취했지만 5공 적자 민정당 노태
우 후보 당선으로 귀결됐다. 3당 야합으로 민자당 정권이 탄생하고 김영삼 정부로 이어졌다.
민주화 운동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좌절하게 된 것이다. 언론의 관점에서 보면 각 사에 노동
조합과 자율적 직능조직이 등장하면서 일시적으로 언론 자유를 향유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노
태우 정부는 물론 김영삼 정부 역시 언론을 통제하려 시도했다. 문민정부를 자처했던 김영삼
정권도 겉과 다르게 비공식적으로는 유형무형의 많은 통제를 가했다.(이효성, 1998, 255-256)
언론사나 그 모기업의 세무사찰, 빈번한 언론사 상대 명예훼손 소송, 청와대 정무수석의 전화
항의, 공보처 장관 언론사 간부 접대 협조 요청 등이 이루어졌다. 특히 언론이 김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의 국정개입을 비롯한 여러 비리들을 보도하지 못하게 철저히 막았다. 동시에
언론의 권력화, 보수화도 진행됐다. 김은규(2003)는 자본이 언론에 개입하는 방식을 광고주,
언론사 직접 소유와 더불어 언론의 기업화를 지적했다. 87년 이후 새로운 언론사들의 등장으
로 시장경쟁이 치열해졌지만, 곧바로 다시 과점 체제를 형성하면서 주요 언론기업의 자본 확
장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1)
한편 언론민주화 운동의 산물이자 언론자유 수호의 내부 동력이었던 노동조합은 시장 과점
신문들에서는 ‘기업의 생존 목표’를 앞세운 전략에 점차 그 힘을 잃어갔다. 권력화 되고 있었
던 거대과점 신문들은 내적 견제가 사라지자 주요 선거 때마다 더욱 쉽게 권력을 옹호하거나
우호적인 권력 창출을 위한 편파보도를 이어갔다.
이에 언론운동 진영은 언론(구조) 개혁운동을 펼쳤다. 언노련은 1997년 한국기자협회, 한국
방송프로듀서연합회(현 PD연합회) 등과 함께 공동의 언론개혁 과제로 ‘언론개혁 10대 과제’를
펴내서 언론개혁을 사회 쟁점으로 제시하려 노력했다. 이 중에는 개혁되었거나 그 현실적 시
효가 지난 사안들도 있지만 30 여년이 다 되가는 지금도 유효한 미해결의 개혁과제들이 포함
되어 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자율성 보장, 언론사 소유구조의 문제 그리고 방송규제기구의
독립성 확보 등이 그렇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지나면서 언론개혁의 시도가 있었고 일부
성과가 있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했으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지나면서는
오히려 역행하였기 때문이다.

(2) 사회조합주의적 해결과 언론사 세무조사 –김대중 정부


가. 사회조합주의적 해결 - 방송
김대중 정부는 정부의 결단으로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송개혁 과제부터 해결하고자
했다. 처음으로 선거에 의해 정권을 교체한 정부로서 민주적으로 해결을 시도했다. 상의하달

1) 시장 집중도를 나타내는 상위 3개사의 누적 점유율(Concentration Ratio 3, CR3)은 1987년 이후 20


년간 54.4%~70.3%였는데, 2000년도 기준으로 제조업의 평균 CR3가 52.5%였던 것을 생각하면 신
문시장의 집중도는 매우 높았다. 더군다나 일반 상품과 달리 신문시장의 집중도는 여론의 집중도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문제였다(이진영 외, 2010,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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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이 아닌 방송개혁위원회(방개위)를 구성하여 다양한 이해집단의 요구를 사회적 대타협과


조정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소위 사회조합주의적 모델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1998년 12월
부터 1999년 2월까지 짧은 기간이었지만 120 여건의 관련기관의 의견이나 정책 제안을 접수
하여 실행위원회가 검토하고 개혁위원들이 최종 확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방개위 부위원장
이었던 강대인(1994, 43)은 의견이 갈등을 보이는 부분에서는 이해당사자들을 직접 방문하여
의견도 교환하는 등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 노력했다고 자평하였다. MBC 민영화 방
안과 방송발전기금의 납부 비율을 둘러 싼 방송사 노조의 반발이 있기는 했지만 방개위 활동
과 이후 (통합)방송법 제정까지 사회적 갈등이 적었던 이유는 방개위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려
했던 노력이 평가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방개위 보고서에 따라서 진행한 김대중 정부의 방송
개혁은 이전 제도와 비교할 때 그 방향성에서는 개혁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방송규제기
구가 행정부처로부터 직무상 독립하여 정치권력이나 이해집단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하고, 그에
상응하여 방송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로서 권한을 확보하도록 제안했다. 특히 시청자의 권
익 증진이라는 이름으로 시청자위원회의 권한 강화와 퍼블릭 액세스(Public Access) 프로그
램 도입을 제안하였다.

나. 언론사 세무조사
무한경쟁 체제 속에서 과점 신문들이 경품제공이나 무료 구독 등을 제공하며 (가공의) 판매
부수를 앞세워 광고단가를 높게 유지하고 광고 수입을 늘리려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따라서
시민 언론운동단체들은 과점신문들의 불공정 경쟁을 막고 편집권의 독립을 위해 정간법(정기
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투명한 경영을 위해 언론사 세무조사를 촉구했다.
IMF 관리체제로 불안하게 출발했던 김대중 정부는 경제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 신문개
혁 요구가 높아지자 예정된 정기 언론사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세무조
사를 하고도 그 결과를 공표하지 않으면서 언론사를 제어하는 수단으로 활용했으나 시민단체
의 요구를 받은 김대중 정부는 언론사 경영투명성을 강조하며 세무조사 결과를 공표했다. 과
점신문과 방송을 포함해서 23곳의 언론사가 1조 3천594억원의 소득을 탈루한 혐의를 확인하
고 5천 56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기로 했다. 또 사기 등 부정한 방법에 의한 소득탈루 협의가
있는 중앙 언론사 6-7곳은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편집부, 2001, 57) 2
001년 대한매일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신문들의 편파 왜곡보도와 횡포에 불만을 느
끼고 세무조사 결과에 놀랐던 78.9%의 응답자들이 세무조사와 그 결과에 따른 조치를 지지했
다(유선영, 2004, 481).
반면 당사자인 과점신문들은 언론 탄압이라며 격렬히 반대했다. 특히 조선일보 기자들은 기
자 총회를 열어 세무조사가 비판언론 말살 기도라며 용납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무한
경쟁을 거치면서 민주화운동에 동참했던 노조 초기의 모습은 사라지고 자사 이기주의적으로
돌아 선 기자들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이들은 프레임을 언론개혁을 친김대중-반김대중 구
도로 전환시키고자 노력하였다. 그리고 과점신문들이 이 같이 지속적으로 언론개혁에 저항하
면서 언론개혁은 사실 상 실종됐다.(김연종, 2004, 233-4) 2001년 세무조사 결과 발표로 언론
개혁을 지지했던 여론은 신문들의 정치공세와 더불어 2002년 대선 국면에 들어서면서 돌아섰
다.
신문개혁은 미완으로 남았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시절 세무조사는 사회 제반을 비판 감시
해야 할 신문사들이 사실 상 세금 탈루라는 범법 행위를 하고 있음을 드러냄으로써 시민들이
언론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는데 기여했다. 5천 56억원의 세금 추징액에는 사주 개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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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7억이 들어 있다. 이는 언론의 사유화 결과이며 신문의 소유구조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


는 반증이었다. 둘째 신문시장의 불투명성과 기사의 질보다는 자본력이 좌우하는 신문시장의
실정을 정확히 알게 됐다. 마지막으로 여론을 호도하는데 성공한 편파 왜곡보도는 신문에서
편집권 독립이 매우 중요함을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됐다.(김서중, 2005, 44-45)

3) 언론개혁- 노무현 정부
노무현 정부는 우선 언론관행을 개선하는 세 가지 조치를 실시했다. 기자실 개방이 그 첫째
였다. 기자실 개방은 기존 출입기자들에게는 기득권을 뺏기는 문제였지만 인터넷 언론들에게
는 취재 보도의 민주화를 의미하는 정책이었다. 기자실 개방을 통해 취재원에 접근이 용이해
진 인터넷 언론들은 사회의 다양성을 보장했다. 다음으로 정부의 가판2) 구독을 금지시켰다.
언론의 감시 견제의 대상인 기득권 집단이 일반 수용자에게 신문이 도달하기 전에 신문기사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권언유착, 경언유착의 고리였다. 또 신문고시를 개정하
여 무분별한 경품제공, 무료구독의 한계를 정하고, 신문고시의 실행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포
상금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독과점 신문들에 의해 혼돈 상태였던 신문 시장에 민주적 질서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신문개혁의 정점으로 ‘정기간행물 등의 등록에 관한
법률’(정간법)을 폐지하고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을 제정했다.
참여정부의 언론개혁 정책은 기존의 관언유착 관행에 대한 개선과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신문개혁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그런데 신문법이 제정된 후 시민언론운동 진영이 이를 ‘절
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 평가했다. 참여정부의 언론개혁 정책은 일정정도 성과를 거두었지
만 언론개혁의 밑그림에 대한 부재 속에서 정치 논리를 배제하지 못하고 소유지분 및 편집자
율권 등 핵심조항을 삭제하거나 완화하는 등 그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김서중 2005)
반면 방송은 새로운 제도개혁보다는 정권이 공영방송 운영에 개입하지 않는 방식을 취했
다. 정권의 압박을 받지 않거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좋은’사장을 임명하였다. 정권이 임명
하였지만 정권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었던 양 공영방송사의 사장이 방송인들의 자율성을 보장
함으로써 공영방송들은 본연의 비판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었다. MBC는 참여정부
당시 정권이 신지식인 1호라 부르며 공을 들였던 황우석 논문 조작 폭로 보도를 했다. MBC
는 이로 인해 광고가 급감하여 경영 위기에 돌입하기 직전까지 내몰렸다. 하지만 대통령이 임
명한 사장이 정부로부터 그리고 광고주로부터 압박을 버텨주었다. 궁극적으로는 MBC가 신뢰
를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였다.
KBS는 KBS 스페셜을 비롯한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한미 FTA를 우
려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당시 한미 FTA는 참여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정책으로 대표
공영방송이 정책의 핵심을 비판하는 방송을 내보낸다는 것은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
으며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또한 외부의 압력을 내부 취재
제작진에게 전달하지 않은 사장의 결단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방송 민주화의 필요성을
상징하는 사례들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 아래 공영방송은 최대의 자
율성을 향유했다. 하지만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의 언론개혁 노력은 정권의 선택이었을
뿐 제도화되지 못했다.

2) 인쇄 시험을 위해 내놓는 초판이라서 판매가 불가한 것이기 때문에 신문사 앞에 놓고 배포한 것임.
정식판이 아니라는 의미로 가(假)판이라고도 하고, 신문사 앞 가판대에 놓았다고 해서 가(街)판이라고
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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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명박 정부의 공공성 약화와 시장성 강화 정책


이명박 정부는 정권에 순응하는 언론 환경을 만들려 했다. 일단 공영방송은 경영진을 통해
장악하고, 설사 정권이 넘어가더라도 보수적 정치세력에 우호적인 방송 환경을 만들고자 했
다. 전자는 편법 불법으로 공영방송의 경영진을 교체하고 장악하여 공영방송의 비판 감시 기
능을 억압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공영방송으로서 의제를 제시하고 사실과 진실에 기반을 둔
감시 견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었음은 물론 심지어 국정홍보방송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
게 됐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책임은 전적으로 이명박 정부에게 있지만 정권의 방송장악
에 저항할 수 있는 편성권의 독립과 자율성을 완성하지 못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불완전한
개혁에 간접적인 책임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후자는 종편의 도입으로 나타났다. 공영방송
의 장악에 그치지 않고 이명박 정권은 사영방송 영역에서도 우호적인 세력을 구축하여 방송
전반을 지배하고자 했다. 2009년 날치기로 통과시킨 방송법에 근거하여 당시 지배권력에 우호
적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가 대주주인 소위 조중동매 종편을 승인하였다.
이미 신문시장을 과점한 신문들의 엄호를 받고 있던 이명박 정권으로서는 방송까지 우호적인
지형으로 바꿔서 지배 권력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언론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을 형성한 것이다.

(1) 정권의 방송장악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은 끊임없이 ‘잃어버린 10년’을 강조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나 총
선에서 진 것을 방송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권을 교체하면 방송을 손보겠다는 말을 공공연
히 했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은 준비된 결과였다.
이명박 정권은 공영방송을 비롯한 공공미디어 시스템 해체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공영방송
사장 축출, 이명박 대통령 특보출신 사장 투입, 공공저널리즘 시스템 해체라는 수순으로 KBS
와 MBC 같은 공공미디어 시스템을 붕괴시키고자 했다. 우선 2008년 8월에는 임기가 보장되
어 있는 정연주 KBS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언론 장악을 위해 경찰, 검찰, 국세청, 법원, 방송
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같은 중립적 국가기관까지 총동원했고, 국내 공공미디어
시스템은 일정하게 무력화되었다.(최영묵 2012, 12).
정연주 사장의 해임 과정은 모든 공권력을 방송장악이라는 정파적 목적 달성을 위해 동원했
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였다. 검찰은 법원의 조정을 받은 세금환급 소송 결과를 배임이라고
수사했고, 감사원은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청원을 받아 감사를 진행하고 해임 요구 결론을 내
렸다. 감사원은 경영성과를 ‘당기순손익(각종 투자 및 재무의사결정에 따른 성과를 포괄하는)
으로 보지 않고 굳이 사업순익으로만 평가하는 새로운 회계기준을 적용했다.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더군다나 경영성과를 부실로 결론내리기 위해 경영평가 기간에서 흑자기간은 배제했
다. 즉 이명박 정권은 공영방송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공권력을 편법, 불법 행위에 동원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은 ‘특보사장단’ 체제라 불린다. 시민들이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시
위로 항의했던 광우병 촛불 정국은 대통령의 사과까지 이끌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사과하면
서 동시에 언론 장악의 고삐는 늦추지 않았다. YTN, 스카이라이프, 아리랑 TV 등 방송사는
물론 지상파 방송사의 재원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자리까지 특보
출신들을 앉혔다.
이명박 정권 초기인 2008년 7월 국내 유일의 뉴스전문 채널 YTN에도 특보출신 구본홍을
사장으로 투입하였다. YTN노조는 사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다 해직(6인), 정직(6인), 감
봉(8인), 경고(13인) 등 33명이 징계를 당했다. 하지만 군사정권 때도 사장의 출근을 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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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43

는 이유로 기자들을 대거 해고한 언론사는 없었다.(최영묵 2012, 13) 구본홍 사장은 사장의
지위를 유지하는 전제로 해직자의 복귀를 논의했지만, 정권은 이를 이유로 구본홍 사장을 퇴
진시키고 배석규 전무를 사장 직무대행으로 앉혔다.
MBC도 예외는 아니었다. 또 다시 불법과 편법으로 사장을 교체할 수 없었던 정부는 검찰을
이용했다. 검찰이 광우병 프로그램의 일부 오류를 빌미로 PD수첩을 수사했다. 물론 당시 수사
대상자들은 모두 재판결과 무죄를 받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2009년 8월 MBC의 대주주인 방
송문화진흥회의 이사를 방송의 전문성도 부족한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 중심으로 교체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결국 엄기영 사장이 압박을 못 이겨 자진 사퇴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방송을 장악한 정권은 비판적인 출연자들을 프로그램에서 퇴출시키기도
했다. KBS는 김제동을 「스타골든벨」에서 하차시키고, 「심야토론」 진행자 정관용, 「윤도현의
러브레터」 진행자 윤도현 등을 하차시켰다. MBC는 신경민 앵커에 이어 2011년 4월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 7월에는 손석희를 「100분토론」에서 퇴출시켰다. 이명박 정
권 당시도 다양한 분야에서 블랙리스트가 언급되고 있었고, 방송계도 예외는 아니었음이 증명
됐다.(정연우 2009, 176)
방송사 장악 특히 편법과 불법으로 YTN에 특보 사장을 내려 보내고, KBS 사장을 교체한
것 그리고 여론에 영향을 줄 만한 출연자를 퇴출시킨 것은 정권에 유리한 언론 구조 개편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였다. 언론 구조 개편은 국회 의결을 요하는 법 제도 변화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여론을 호의적으로 유도하여 국회의원들을 압박하자는 의도가 관철된 것이었다.

(2) 미디어 관련법 개악 강행의 의미


이명박 정권은 언론구조개편을 위해 2008년 12월 3일 방송산업에 대한 규제완화 내용을 담
은 신문법과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정부여당은 방송을 신산업성장동력
으로 활용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2009년 7월 여당 의원만 들어 간 본회의장에서 미디어
관련법들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한 방송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1인(특수관계인 포함) 소유지분
상한선 30% → 40% △방송뉴스채널(지상파방송,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소유 대기업
기준 폐지 △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소유 10%까지 허용 △신문과 대기업의 종합편성채
널/보도전문채널 소유 30%까지 허용 △외국자본의 지상파방송 소유 금지, 종합편성채널 2
0%, 보도전문채널 10% 소유 허용 △지상파방송과 케이블방송의 교차소유 및 겸영 허용 등이
다.(유영주 2011, 226) 법 개정으로 신문사나 대기업이 지분을 가질 수 있는 종합편성채널(종
편) 도입이 가능해졌다.(김서중 2010b, 3-4) 미디어 관련법 개정의 목표는 신문과 대기업이
뉴스를 할 수 있는 방송 영역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신문방송 겸영을 통해
신산업성장동력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신문사나 대기업이 뉴스를 할
수 있는 영역이외에는 이미 많이 진출해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상훈(2011)은
언론권력으로서, 때로는 정치적 기생세력으로 존속해 온 조선, 동아, 중앙일보 등 주요 인쇄매
체는 자본권력과 결탁하여 활로를 모색하게 되고 여기에 신자유주의가 방송시장 개방과 겸영
허용이라는 날개를 달아 준 것이 종합편성채널 설립이라고 평가한다. 더 심각한 것은 학계와
업계는 국내 방송시장의 규모를 감안할 때 추가로 1~2개사 정도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4개사를 승인했다. 결국 종편 승인 과정에 정치적 셈법이 작용한 것이다.
종편 4사는 초기 오랜 동안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종편채널 4사의 2012년 당기 순손
실액은 2,760억원에 달해, 2011년 459억원 손실에 비해 6배가량 증가했다.(정인숙 2013,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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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측면에서만 보면 종편은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마땅한 사업자다. 그런데도 시장에서 잔


존하고 있는 것은 시장 외적인 측면 즉 신문산업의 강자가 대주주인 측면과 무관하지 않다.
소위 1/n 광고니 약탈적 광고3)니 하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이 그런 이유다.
시장의 논리와 무관하게 생존하는 종편이 가능한 이유는 결국 비경제적인 측면 즉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언론 구조 재편의 구도 속에서 종편의 존재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중
심의 지상파 방송 시장은 정권을 잡았을 시에는 조절 가능한 통제의 대상이지만 정권을 상실
할 경우 또 다른 정권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작동했을 것이다. 소위 ‘잃어버린 10년’
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언론구조가 공공의 논리보다는 (대)자본에 유리한 상업 논리로 작동하
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는 결국 광고주로서 자본이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킬 수 있는 기
제이기 때문이다. 즉 자본권력-정치권력-언론권력의 삼각동맹구도가 이념과 행동원리를 일치
시켜 지배구도를 영속화 하고자 했다고 봐야 한다.

(3)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언론 장악의 의미


1987년 민주화운동의 영향으로 각 언론사 언론인들은 노조 결성이나 직능단체 결성을 통해
언론 민주화 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노태우, 김영삼 정권 시절에도 공영방송에 반민주적 성향
의 사장을 낙하산 방식으로 내려 보냈고, 구성원들이 저항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신문은
무한경쟁의 여파로 내부 구성원들의 민주화 의지도 약해지고 신문 권력의 정파적 행위는 더욱
심해졌다. 1987년 민주화 체제는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제도적 보장이 아니라 정권의 성격과 선택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이는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지 역행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공영방송이나 연합뉴스 등 공영미디어를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 그
리고 언론이 충분히 반민주적 행태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명박 정권의 등장은 단지 민주정권이 보수정권으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
잃어버린 10년을 외친 보수정권은 정권의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기획했고 실행했다.
공영미디어 장악에 이어 무리하게 종편을 도입한 이유다. 보수 정권이 보기에 과점 신문은 이
미 1990년대 무한경쟁으로 불리는 과정을 통해 보수적 노선4)을 확립했으며, 노선에 따라 ‘대
통령 만들기’에 적극 나섰다. 생존을 앞세운 무한경쟁의 압박 속에 구성원들이 저항하지도 않
았다. 따라서 공영언론을 장악한 정치권력, 이미 신문시장을 과점한 보수신문권력, 방송뉴스를
할 수 있는 즉 언론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종편에 진출한 보수적인 신문권력과 대자본 등의 구
도는 자본-정치-언론의 기득권 삼각동맹구도를 완성하는 일이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언론 상황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이르는 동안 불완전하나마 강화되
었던 언론 공공성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직접 탄압과 신문시장 강자의 방송뉴스 영역 진출로
약화되고, 시장의 영향력이 강화되었음을 의미한다.

2. 공공성 약화? 붕괴?


윤석열 정부의 대 언론 정책을 보기 위해서는 과거 정권의 언론 정책과 그로 인한 언론의
현실을 비교 대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했다. 독재정권 당시 엄혹한 현실 속에서 언론 또는

3) 1/n 광고는 광고주인 기업들이 한 종편에만 광고를 주기는 곤란하여 종편 전체 광고비를 책정해놓고
시청율과 무관하게 동등하게 광고비를 나눠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약탈적 광고는 정상적인 광고 영업
이 아니라 언론의 우위를 이용해 광고를 요구하는 제 관행을 의미한다.
4) 1990년 대 들어서 동아일보가 보수지로 확실한 선회를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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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는 언론에게도 큰 계기였고, 노동


조합과 직능단체를 결성하여 집단화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득권 세력의 지속적인 탄압
으로 언론 현장이 완전히 언론 자유를 찾거나 언론민주화를 이루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198
7년 민주화투쟁을 경험했던 언론인들의 저항으로 정권의 간섭이 줄어들고 김대중, 노무현 정
부 들어서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일정정도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10년의 변화는 이명박 정권의 공영 언론 탄압과 방송법을 비롯한 미디어 관련법의 개악
으로 후퇴했다. 이명박 정권 당시 언론의 탄압은 방송 규제 기구를 통해 공영방송 경영진을
교체하여 친정부 언론으로 변화시키고, 저항하는 언론인들에게 불이익(해고 포함)을 주는 방식
으로 이루어졌다.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과 일견 형식 상
유사해 보인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과 윤석열 정부의 그것은 질적으로 차이가 있
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은 공영방송을 장악하여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것이지만 공영방송
그 자체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려 하지는 않았다. 공영방송을 통한 의제를 장악하는 것이 필요
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윤석열 정부가 보여주는 행태는 단순히 공공성을 약화
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과정이 좀 더 복합적
인 의도를 깔고 있다. 장악과 동시에 공영방송의 공공성 자체를 붕괴시키려는 시도로 읽을 수
밖에 없다. 특히 공영방송 KBS의 기본 재원인 수신료 체계를 붕괴시키는 것에서 정부의 의도
를 읽을 수 있다. 공영방송 장악 선두에 선 낙하산 사장의 행태가 정권의 이런 의도를 반증한
다. 방통위나 방심위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파괴적인 언론 탄압 행위는 단지 비판적 언론을 침
묵시키는 것에 멈추지 않는다. 이미 새로운 미디어와 경쟁 속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방송 산
업의 존립 기반 자체를 부정하는 방향성을 보인다. 다음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언론을 공격하
여 언론을 장악하는 일련의 사례를 정리하고 그것이 갖는 의미를 해석해보고자 한다.
그 전에 시기상으로 보면 문재인 정부의 대언론정책을 고찰하는 것이 순리처럼 보인다. 하
지만 문재인 정부는 독특한 위치를 지닌다. 문재인 정부의 언론 정책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사실 상 없었기 때문이다.(김서중, 2021, 409) 언론 정책은 언론 탄압이라는 오해와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설득력 있는 명분과 아주 정교한 대안 그리고 꾸준한 설득 과정이 필요
하다. 현 정부는 오해받을 언론정책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을 수도 있고, 설득력 있는
미디어 정책의 그림을 그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법 제도적으로 큰 변화
는 없었지만 공영방송의 독립성 보장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사장 선임에
개입하지 않고, 이전 정부처럼 압력도 행사하지 않았다. 공영방송이 국정 홍보기능을 수행해
야 한다는 인식으로 경영진 선임을 통해 실질적으로 장악했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과 비
교하면 큰 진전이다. KBS나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사장 후보들이 시민들에게 정책발표회
를 하고, KBS사장 선임에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가 생기면서 공영방송이 정치권으로
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문재인 정권의 치적이다. 문제는 이것이 선의를 가진 현 정권의 선택일
뿐 제도화로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 있다. 최근 윤석열 정권의 공영
방송 침탈에서 보듯, 공영방송의 독립성은 정권의 선의가 아닌 제도적 보장을 필요로 하기 때
문이다.

1) 방송 관련 기구의 장악과 그 영향
(1) 방송통신위원회 장악
윤석열 정권만이 아니라 방통위가 설치된 이명박 정부 이후 공영방송 장악의 통로는 방통위
다. 방통위는 대통령에게 KBS 이사를 추천한 권리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공영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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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와 EBS의 이사를 임명할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서는 방통위 장악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은 임기가 보장되어 있다. 따라서 임기
가 남은 방통위원을 해임하지 않고는 이전 정부에서 구성한 방통위의 구조가 바뀔 수 없는 것
이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는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에 부정행위가 있었고, 방통위원장의
경우 이 모든 사실을 알고도 TV조선을 조건부 승인해서 직권 남용했다고 구속 기소하려 했으
나 구속 영장은 기각됐다. 혐의 소명이 부족하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다. 범죄 혐의에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한 판결을 감안하면 검찰이 기소했더라도 재판을 통해서 확정되기 전까
지는 무죄로 추정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5월 30일 기소됐다는 이유
만으로 정무직 공무원인 위원장을 면직 처분했다. 검찰권력의 남용 사례다.(김서중, 2023, 35
6-357)
그 후임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 탄압을 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
별보좌관을 후임으로 임명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언론 탄압과 아들 학폭 의혹5) 등으로 국
회의 탄핵 움직임을 앞두고 전격 사퇴했다. 그리고 그 후임으로 김홍일 당시 국민권익위원장
을 지명하고 결국 임명했다. 지명 당시 김홍일 후보는 7월에 임명된 국민권익위원장이었다.6)
그리고 김홍일 신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특수부 검사 시절 직속 선배인 부장이었다. 방송
을 전혀 경험하지 않은 검찰 인사가 방송 정책 기구의 수장이 되었다. 무엇을 의미할까?
그러나 이런 과정 못지않게 중요한 사실은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당 3월 말 추천한 방통위
원 후보 최민희 전 국회의원을 끝내 임명하지 않고 11월 결국 자진 사퇴할 때까지 기다렸다.
최민희 후보가 SKT, KT, LGuplus 등 통신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정보산업연합회의 상근
부회장 경력이 있어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10조에 규정된 위원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방송통신 사업에 종사하였다는 것이다. 국민의 힘은 연합회를
사업자로 확대 해석한 것이다. 더군다나 법제처는 방통위가 최민희 후보의 경력이 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 4월에 법제처에 유권 해석을 의뢰했지만 사퇴 시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법제처도
동원된 것이다. 검찰, 법제처 등을 동원해 해임하고, 임명 거부하면서 얻고자 한 목표는 무엇
이었을까? 지금 2024년에 1월 현재 5인의 위원으로 구성해야 하는 방통위는 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다. 그리고 둘 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위원이다. 공공성을 수호해
야 할 방통위를 형해화하고 일방 독주체제를 만들었다. 공공성 약화 정도가 아니라 공공성 부
정이고 붕괴의 신호다.

(2) 공영방송 경영진 흔들기


파행적으로 운영된 방통위는 무엇을 했을까? TV 조선 재승인 심사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년 KBS 이사, EBS 정미정 이사를 해임했다. 그리고 그 후임으로 여권 성향의 인물
을 임명했다. 또 8월 14일 KBS의 남영진 이사장, 8월 20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를 해임했다. 물론 후임은 여권 성향의 이사를 임명했다. 임기가
있는 이사진을 해임하고,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을 여권 성향 우위로 개조했다. 이사
진 구조를 바꾸려 한 것은 당연히 경영진 교체에 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다. 여권성향으로 바
뀐 KBS 이사회는 8월 30일 사장해임안을 제청했고, 9월 12일 방통위가 해임 제청안을 의결
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즉각 재가하여 KBS 사장은 해임됐다. 그리고 박민 사장을 임명했다.
방송문화진흥회의 권태선, 김기중 이사를 해임한 것도 MBC 사장 교체를 위한 절차였을 것이

5) https://v.daum.net/v/20230730140005546
6) https://v.daum.net/v/2023120611551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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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47

다. 그런데 MBC의 경우는 사법부가 제동을 걸어 그 시기가 미뤄졌다.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


중 이사의 해임 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따라서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
까지 MBC 사장 해임 시도가 어려워졌다.(김서중, 2023, 358) 최소한 대표 공영방송 KBS의
최고 경영진을 교체한 것이다. 박민 사장은 방송 유관 경력이 없고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이던 2019년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지냈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서울대 정치학과 동문
(후배)이다. 검찰 커넥션이 또 작용했다.
KBS의 김의철 사장 해임은 정당한 명분이 있었을까? 감사원은 국민청구 감사는 60일 이내
에 결론 내려야 한다는 규정을 어겨가면서 KBS 장기 감사를 실시했지만 징계 사유를 찾지 못
했다. 그럼에도 여권 우위로 바뀐 이사회는 ‘대규모 적자로 인한 경영 악화’, ‘직원들의 퇴진
요구로 인한 리더십 상실’, ‘불공정 편향 방송으로 인한 대국민 신뢰 추락’,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직무유기 및 무대책 일관’, ‘고용안정 관련 노사합의 시 사전에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해임 제청했다. 그리고 해임됐다. 김 사장은 대응하여 법원에 해임 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김 사장이 사장직을 지속할 경우 KBS 공정성과 사회적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어 임기가 보장된 김 사장이 입게 될지 모를 손해와 사회 공익을 비교할 때 공익이
우선이라는 판결을 했다 한다. 하지만 법원이 KBS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판단한 근거가 합리
적이지는 않다. 법원은 KBS 통합뉴스룸(보도국) 국장 2명이 연이어 KBS 본부노조 출신이라
편파적이었다 한다. 또 주요 간부 임명동의제가 사장의 고유권한을 규정한 인사규정 위반이라
고 보았다. 그런데 단협을 통해 주요 간부 임명동의제의 대상을 기존 3명(보도국장·시사제작국
장·시사교양2국장)에서 5명(보도국장·시사제작국장·시사교양2국장·라디오제작국장·시사교양1국
장)으로 확대 시행한 것도 편파성이 강화된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판사는 KBS에 있는 노조
중 KBS 본부 노조가 절대다수이고, 임명동의제 대상이 되는 기자·PD의 절대다수가 본부 노조
소속임을 몰랐을까? 또한 1987년 이후 방송 민주화의 가장 중요한 성과가 제작 현장 최고 책
임자의 임명에 다수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되는 국장 임명 동의제 또는 중간평가제임을 몰랐을
까? 이 제도들은 구성원의 내적 자유를 보장하는 중요한 제도다. 더군다나 5명으로 확대한 것
은 이미 있었던 제도의 취지를 잘 살려 확대한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또한 단협으로 협상
한 결과다. 권력이 일방적으로 강제한 것이 아니다. 법원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
는 제도의 취지와 이것이 구현된 현실을 부정했다. 사법부도 사법부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했
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3)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장악
규제기관인 방심위, 방통위 모두 미디어가 성장해야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다(심미선, 202
3, 6). 그래서 이들 규제기관들은 건강한 상식이 통하는 그런 미디어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
력해야 한다. 하지만 역으로 텔레비전 매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저널리
즘이 위기라고 하고, 수치로도 뉴스 및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하락하고 있는데 전술
한 바와 같이 정권에 장악된 공영방송의 신뢰도와 시청률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명박
근혜 정부 시절 한국 언론의 자유도와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했던 것이 재연되는 중이다. 방심
위 역시 공공성 붕괴에 한 몫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방심위도 장악하고 정권의 특명을 처리하는 기관으로 전락시켰다. 방심위는
행정, 법정 제제 의결을 하지만 민간독립기구이다. 방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을 하는
기구이기 때문에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위상이다. 그런데 정부는 정부 비판 언론
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방심위를 장악했다. 방통위는 방심위 회계 검사를 하고 근태 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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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48

과 업무추진비 부적절 사용을 이유로 정연주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을 해촉 건의하고 8월


17일 대통령은 재가했다. 하지만 이 결정에 합리성은 없어 보인다. △방통위 회계검사 결과
‘경고’ ‘주의’ 등 조치 수위가 높지 않았는데도 해촉을 결정했고 △같은 문제가 적발됐음에도
야권 추천 위원들만 해촉한 반면 국민의힘 추천 황성욱 상임위원은 해촉하지 않았고 △정연주
위원장 해촉 결정 다음날 류희림 미디어연대 대표를 후임으로 임명하는 등 인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됐기 때문이다.7) 그리고 8월 27일에는 사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도 해임했다. 이해충돌을
이유로 정민영 위원도 해촉했다. 이로써 여당 성향의 위원이 4명으로 다수를 점하게 됐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류희림 위원장도 법조언론인클럽 회장 출신이라는 점이다. 검찰 커넥션?
그리고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 시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검사가 봐주기 부실 수사
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주요 방송사들에게 무더기
로 최상의 중징계인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렸다. KBS는 이 보도로 3천만원의 과징금을 부
과받았고 MBC는 45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이 두 방송사 외에도 JTBC, YTN도 과징금 중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의결서는 보도의 내용을 녹취록 형태로 제시할 뿐 왜 과징금 결정을
해야만 하는지 그 이유를 명시하지 않았다.(심미선, 2023, 7) 대통령 관련 사안이라 신속 심의
를 하고 최고의 중징계를 의결했다는 의혹이 나올 만하다.

(4) 청부민원과 위원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그런데 뉴스타파 인용 보도를 했던 방송사를 심의하게 된 계기가 여당이 국기문란 등을 주
장하며 뉴스타파의 보도를 가짜 뉴스로 공격한 날 저녁부터 시작된 집단 민원이었고 그 집단
민원에 청부 의혹이 제기됐다.8) 뉴스타파에 따르면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 중 최소 6명이 민원
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류 위원장 지인과 주변 인물도 대거 동원됐다. 뉴스타파를 인용
보도한 방송을 심의해달라는 민원은 9월 4일부터 18일까지 2백 70여 건이 들어왔는데, 이 가
운데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최소 127 건이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 혹은 관련 단체 관
계자가 낸 민원이었다. 동생을 비롯한 가족도 있고, 동생이 운영하는 대구 모 수련원 관계자
들, 류 위원장이 대표를 맡았던 경주엑스포 관계자들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여러 방송사를 대
상으로 하는 민원 내용들 중 다수가 내용이 같았고, 심지어 오탈자까지 똑같았다고 한다. 청
부민원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류희림 위원장은 이해 충돌 회피 노력을 하지 않고 심의 및 징계 관련 회의에 직접
참여했다. 청부민원에 이해당사자 민원에 회피하지 않음으로써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
이에 권익위원회엔 민원 사주한 의혹이 있다는 공익 신고가 들어갔고, 공익 신고자는 류 위원
장이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방심위 임직원 이해충돌 방지 규칙’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을
했다고 주장했다. 위원장은 공익제보자 색출에 나섰다. 야당 추천 위원들은 청부 민원 의혹과
공익제보자 색출 중지 논의 안건을 제기했다. 위원장과 여당 추천위원들은 회의 비공개 결정
을 주장했고, 야당 추천 위원들은 이해 당사자인 위원장에게 의결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립
과정에 옥시찬 위원이 위원장 자격이 없다며 욕을 했다. 김유진 위원은 무산된 안건을 다음
전체 회의에서 다시 제기하겠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위원장은 이를 이유로 1월 12일 두
위원을 대통령에게 해촉 건의했다. 욕한 게 과도할 수 있지만, 원인제공을 배제하고 판단할
수는 없다. 더 기막힌 것은 이미 홈페이지에 공지됐던 안건을 다시 올리겠다고 설명한 게 안
건 유출이고 비밀유지 위반이라는 주장이다.9)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적반하장 식 해촉

7)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2091
8) https://newstapa.org/article/O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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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49

건의를 수용하여 1월 17일 재가했다. 추천자와 임명자의 성향에 따라 분류하면 이제 방심위는


4:1의 구조가 됐다. 4:3인 상태에서도 일방통행을 했던 그동안의 행태가 더욱 관철되는 것이
다. 문제는 방심위는 법적으로 9인의 위원회 체제여야 한다는 점이다. 반대편이라 생각하는
위원장, 부위원장을 회계 검사의 사소한 이유를 들어 해촉하고, 또 해촉하고 또 해촉해서 위
원회를 특정성향의 위원들로 형해화하고 일방독주를 하겠다는 의미다. 공공성 약화일까? 붕괴
일까? 아니 파괴다.

2) 수신료 제도 흔들어 공영방송 붕괴시키기


윤석열 정부의 공공성 파괴의 또 다른 대표적 사례는 수신료 분리 징수 강제 건이다. 정부
는 수신료 분리 징수를 강제하는 방향으로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원 방송법 시행령은 수
신료 징수 위탁을 받은 자는 고유 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당사자 간의 선택 사항이다. 하지만 이를 결합해서는 안 된다고 강제한 것이다. 그
명분은 대통령실의 국민 제안 홈페이지에서 이루어진 국민 참여 토론의 결과, 분리징수를 찬
성하는 사람이 96.5%였다는 이유다. 이것이 통계학적으로 전혀 국민 여론을 대표할 수 없음
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이를 근거로 국민 편익을 위해 긴급히 진행하겠다고 하고 강행했다.
원래의 40일 간의 입법예고 기간도 ‘신속한 국민 권리 보호’를 위해 10일로 단축하고, 비 규
제 사안으로 분류하여 규제 심사도 생략했다. 국민 권리 보호를 위해서라 했지만 보수 성향
‘한국방송(KBS) 노동조합’은 “경영진이 교체되면 수신료 분리징수를 할 필요 없다”는 메시지
를 정부와 여당이 계속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이는 여권이 티브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공영방
송 길들이기’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야당과 언론단체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었다.10) 정권
은 자신들에게 충성 서약(?) 하지 않은 공영방송 사장의 용퇴시킬 목적으로 공영방송 존립의
가장 큰 기반을 뒤흔든 것이다.
한전에 위탁 운영하던 수신료 통합 징수 방식을 분리 징수하도록 강제하면 어떤 상황이 전
개될까? KBS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BS의 월별 수신료 수입은 분리징수 시행령이
공포된 다음달부터 감소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2023년 8월 -23억6000만 원, 9월 -33억3
000만 원, 10월, -26억6000만 원, 11월 -14억3000만 원 등 4개월 연속 고지액 대비 적은 수
입액이 징수되어왔다고 한다. 이 기간 누적된 수입 감소분은 총 97억8000만 원에 달한다는
얘기다.11) 문제는 한전이 분리 고지하고 징수하기 위한 방안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요청하
여 분리 징수를 강제한 시행령을 유보한 기간에 발생한 적자라는 것이다. KBS는 2024년 수신
료 수입 결손액을 30% 비율에 해당하는 2627억 원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공영방송의 근간
이 흔들린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성 약화가 아니라 붕괴를 겨냥하고 있다고 봐야할까?

3) 공적 재산의 사영(유)화
공영언론의 가치에 따른 독립적인 비판 감시를 불편해 하는 보수 기득권 세력은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MBC의 사영화를 꾸준히 주장·추진해왔다. 2012년에는 MBC 김재철 사장과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이 최필립 정수장학재단 이사장을 만나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와 부산일보
의 주식을 매각하려는 방식으로 MBC 사영화를 시도하다 발각된 사실이 있다. 그 전후 MBC
사영화는 보수 정당은 단골 의제다. 심지어는 KBS2 채널 사영화론도 심심찮게 나온다. 하지

9)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1142018005
10)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086994.html
11)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4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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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50

만 MBC의 자산가치와 단순치 않은 주주 구성으로 인해 현실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못지않


게 언급되는 것이 YTN이다. YTN은 애초 연합통신이 설립한 24시간 뉴스전문 채널이었지만
경영상의 이유로 철수하고 이 지분을 인수한 공기업이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등이다. 이 두
공기업의 지분을 매각하라는 기재부의 요구에 따라 매각 절차가 이루어져 거의 완료 단계다.
기재부는 공기업 자산 효율화 원칙을 정하고 350개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고유·핵심 기능
과 거리가 먼 자산은 매각토록 요구했다. 각 공공기관의 사정이 다르겠지만, YTN이라는 공적
자산인 언론을 매각해서 사유화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자산 효율화 차원만 고려하여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YTN 구성원과 언론계 반응이었다.
그러나 결국 2023년 10월23일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YTN 지분 30.95%의 인수
자로 유진그룹이 최종 결정됐다. 유진그룹이 언론과 무관한 기업이기도 하지만, 계열사 편법
지원, 부당노동행위, 뇌물 공여(그룹 회장이 서울 고검 검사에게) 등의 비난을 받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공적 성격의 언론을 인수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하지만 적절성 판단을 해
야 하는 방통위는 유석열 대통령 몫의 위원장, 부위원장 2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기재부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진 매각 절차를 무화시키는 결정을 하리라 예상할 수 없다. 단순 공공성의
약화가 아니라 공공영역 일부를 지워버리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시장) 자유주의에 적합
한 귀결이다.
위에 언급한 몇 가지는 윤석열 정부가 언론을 탄압하는 다양한 사례의 일부다. 바이든-날리
면 사태,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 도어스테핑 일방 중단, MBC 보도에 집중된 방심위의 신
속(긴급) 심의 등등. 그 중에서 앞에서 언급한 것들은 대표적인 공공성 파괴 사례들이다. 독재
정권 시기나 민주화 시기 기득권 세력들의 언론 탄압이 존재했지만 언론의 영향력도 컸고, 언
론이외의 다른 소통 수단이 불비한 상황이라, 언론을 향한 탄압이 줄고 자유로워지면 언론이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했다. 하지만 미디어 기술이 급격히 변하는 상황에서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기회를 놓쳤던 이명박, 박근혜 시기의 공영언론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자유로웠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공공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온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언론
환경이 변한 것이다. 그런데 외려 윤석열 정부는 언론의 공공 영역을 장악해가면서 공공 영역
의 붕괴를 재촉하는 일련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것이 이전 정권의 언론 탄압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다. 또한 정권의 언론 탄압을 위해 이전에도 검찰이 동원되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검
사를 비롯한 검찰카르텔(법조언론인 집단)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이전과 매우 다른 양태다.
언론 공공성의 약화는 공론장의 약화로 이어지고, 공론장의 약화는 사회가 공공적 가치를
논의할 기회를 줄인다. 공공적 가치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중심으로 한 논의가 확산되고, 다
양한 의견의 존재와 소통을 배척한다. 결국 민주주의 체계를 허약하게 만든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공공성 파괴는 막아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제에서 폭주하는 권력을 현실적으로 중단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 정비가
정말 중요했다. 문재인 정부는 적어도 언론 영역에서 부작위의 잘못을 범했다.

3. 언론 공공성의 제도적 구축을 위한 노력


1) 언론 공공성의 제도적 구축의 필요성과 현실의 한계
(1) 언론 공공성의 제도적 구축의 필요성
윤석열 정부는 언론 공공성을 파괴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행태가 없다고 해서 우
리 언론에서 공공성이 충분히 구현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가 유지되기 위한 중요
한 요소는 민주적 소통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형식적 민주주의의 확대와 다르게 실질적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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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51

주화가 진행되지 못한 현실이 존재한다.12) 2016년 우리는 현직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시민의


저력을 경험하였다. 그것도 평화적인 의사표현을 통해서 가능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혹자
는 촛불 혁명이라고까지 칭한다. 이 촛불 혁명의 가장 큰 소득은 대통령 파면이 아니라 직접
민주주의의 경험이다. 대의 민주주의가 불가피한 점이 있지만 소수 정치인들이 다수의 주권자
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군림13)하는 맹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고 종다수로 결정하는 다수결
원칙의 폐해를 줄이려면 수평적 시민 토론을 통한 집단적 의사결정을 제도화해야 한다(이진순
외 2016, 17). 직접 민주주의적 소통과 의사결정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공성이 배제된 사적 소통이 구조화되면서 오히려 형식적 민주적 소통은 민주주의
에 역행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지금 우리사회가 보여주는 부정적 소통의 모습들이
다. 그 첫째가 갈등의 극대화다. 갈등의 해법 추구가 부재한 상태에서 갈등이 극대화 되는 현
실은 사회를 퇴행적으로 이끌 위험이 있다. 이러한 갈등의 극대화는 민주주의적 논의가 상실
된 결과다. 따라서 민주주의적 논의가 가능한 공론장의 구축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과제이다.
민주주의적 논의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은 허위조작 정보의 생산이 늘어나고 유포 확산이
매우 쉬워지는 기술적 조건의 발생으로 그 피해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용 가능한 해법
을 이끌어내는 합리적 논의는 사실과 진실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판
단하기 힘든 탈 진실(Post-Truth)의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사실과 진실을 전달 신뢰
를 주는 매체의 회복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런 당위와 반대로 현실은 확증 편향의 소비 증대와 정치 과잉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쌍방형 소통이나 선택 가능성을 높인 새로운 매체 이용의 증대는 직접 민주적 소통을 증대시
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소비만을 강화시키는 위험성을 높였왔다. 수용
자(소비자) 중심주의를 내세운 추천 알고리즘은 소비자의 협애화된 소비를 조장, 확증 편향의
경향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둘째는 이런 소통과 결부된 중요한 현상은 분절·파편화된 콘텐츠 소비가 보편화되어가고 있
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종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시민의 적극적 참여로 완성되는 체제
다. 시민의 종합적 사고능력은 신뢰할 수 있고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을 통해 형성
유지 발전하는 시민의 덕성이다. 즉 언론의 공공성 구현을 통해 실현된다. 따라서 반민주세력
이 언론의 공공성 약화를 추구하는 것, 윤석열 정부가 공공성 약화를 넘어 파괴로 나아가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공공성을 구현하는 언론이 궁극적으로 사회 민주화의 기본이고 반민주세
력에게는 가장 큰 위협이기 때문이다.
셋째, 소수자의 소외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양극화는 사회적 자원의 편중을 초래한다.
사실 모든 시민은 특정한 분야에서 다수에 속하면서 동시에 다른 분야에서는 소수자이기도 하
다. 따라서 소수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것은 소수를 향한 배려가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전체 다수의 이익과 직결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특정 집단의 개별 이익이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호도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반대 세력을 카르텔이라 호명하며 척결 대상
으로 몰아세우고 있지만,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검찰 카르텔, 기득권 카르텔을 유지하며 특정
세력의 이익을 전체 사회의 이익으로 호도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공공성의 숙명을 지
닌 공영 언론을 최소화하고 윤석열의 시장 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정파적·사적 언론을 확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 전반에서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공공성 구현을 책무로 하는 공영

12) KBS(2020). 공영미디어 KBS의 미래를 위한 혁신. 2-3쪽 참조


13) 대의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대표(representative)를 뽑는 것인데 대중은 지도자(leader)를 선출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런 인식은 대중 독재의 가능성을 예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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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기반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다.

(2) 제도적 한계
정치 사회적 요인 이외에도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고려할 때 법·제도의 개혁이 필요하지
만 방송법·제도 체계를 이루는 2000년 (통합)방송법 이후 신문 관련법이나 방송법 개정 역시
기술, 시장, 이용자 등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했다. 법·제도가 보장해야 할 공공적 가치, 공익
등을 점검하고 제도에 반영하지 못하고 시장의 변화만 관망하고 있거나 제도적 미비로 시장
주도 세력의 이익 추구를 용이하게 하고 있다.
통신의 확장과 새로운 플랫폼 등장은 기존 미디어 환경을 급격히 변화시키지만 새로운 영역
에서 공공적 가치를 구현하려는 사회적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되어 사
실 상 법 제도 영역 밖에 있는 최근의 강자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고려한 법 개정
안이 나왔지만 OTT를 법제도영역으로 흡수하려는 시도에 비해 OTT의 공익적 책무를 고민한
흔적은 없는 현실이다.
단위 사안에 대응하는 법 제도 개선으로 짜깁기 된 법체계, 시민의 권익이 고려되지 않는
법 제도 변화가 가져올 위험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의 노력을 기
울이지 않은 문재인 정부 시절 있었던 그나마의 법 제도 논의들도 미디어 공공성보다는 시장
변화에 추종하는 산업 논리 속에서 이루어지는 측면이 강함14). 미디어는 개별 기업으로 보면
시장의 행위자이지만 이들이 행하는 미디어의 콘텐츠 생산에서 유통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민주주의의 필수 수단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미디어 논의에서 공공성의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법제도 논의들 속에서 가시적 성과 창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산업의 논리에 밀려, 단기간
에 구현하기 어려운 공공성의 가치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언론 관련 정책을
내놓지 않고 언론 장악에 몰두하는 윤석열 정부가 단위 사안별로 내놓을 것으로 예측되는 시
장 지향적 정책에 우려가 없을 수 없다.
공공성의 중심에 있어야 할 시민의 권익은 시혜적 차원의 공공성 구현의 명분으로 이용되
어 온 측면이 있다. 국가적 공공성에서 비국가적 공공성으로, 사업자 중심의 공공성에서 시민
중심의 공공성으로 인식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 미디어 속에서 공공성 구현이 민주주의의 근
간인 미디어 공론장 형성의 출발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2) 언론 공공성 제도적 구축을 위한 몇 가지 의제


(1) 공영방송의 공공성 기반 구축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개인적 소통(모바일 중심의)이 주를 이루는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방송의 개념 정의와 범주
를 다시 설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방송의 개념과 범주 재설정은 기술적 산업적 속성뿐 아
니라, 사회적 기대와 역할, 미디어 공론장의 사회 문화적 제도 구현, 공공재, 편재성, 보편성,
사회적 영향력 등 기본 속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방송은 일련의
편집시스템과 게이트키핑 등 절차적 체계를 갖추고 있는 전문 조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유튜
브나 1인 미디어 등 새로운 시청각미디어와 관련 서비스로 인해 분절 파편화된 주장의 각축전
이 확산되는 것을 제어하고 ‘건강한 공론장’재건이라는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제
도이자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14) 2020년 정부 7개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은 하나의 사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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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공영방송 재원 안정성 제도화


윤석열 정부가 수신료로 KBS를 위기에 빠트리고 있다. 재정 위기에 빠진 KBS의 박민 사장
은 구조조정으로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박민 사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경영이 정상화 될 때
까지 임원들의 임금 30%를 삭감하고, 명예퇴직을 통해 역삼각형 구조의 조직을 개편할 것이
며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구조조정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원 안정성
방안 마련이 공영방송 축소의 방향으로 나타날 것을 암시하는 발언이었다.15) 윤석열 정부에
우려하는 바를 그대로 대변한 발언이었다. 그리고 그런 대책은 결국 공공성의 약화로 현실화
했다. KBS 지역정책실은 업무보고에서 9개 총국에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자체 제작해 온
7시 뉴스를 40분에서 10분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 효과는 예산 40억
절감이라는 것이다.16)
따라서 공영방송의 재원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공영방송 재원으로 수신료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은 오래된 정설이지만 공영방송이 있는 각 국가들은 공영방송의 재원을 안정
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 중이거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국제적 대안은 해당 업종
부담금 신설(프랑스, 스페인), 스트리밍 서비스 부담금 신설(독일, 프랑스), 수신료를 조세제도
에 기반을 둔 공공서비스미디어부담금으로 전환(덴마크, 독일, 스웨덴, 핀란드), 개별소득수준
(예, 소득의 1% 납부 및 상한선 제한)을 고려한 보편적 공공서비스세 도입(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도 검토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이미 도입한 디지털서비스세(Digital Service
Tax)를 SVoD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심영섭, 2023, 25)
한국언론정보학회와 시민단체들의 정책보고서(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 2020)에서는 시청자
시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독립기구 “수신료 산정위원회(가칭)”을 제시한 바 있다. 학계에서
오래된 제안인 (공영)방송재정수요조사위원회(KEF)와 같은 기구를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수신료는 수신여부에 따라 내는 유료방송 수신료와 달리 ‘공영방송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소요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특별부담금’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윤석열 정
부의 정파적 이해관계로 흔들 사안이 아닌 것이다.

나. 공영방송 경영진 선임의 권한을 시민에게로


공영방송과 관련한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치적은 전술한 대로 경영진 선임에 관여하지 않
았다는 것이다. 정부의 불간섭 덕분에 2017년 KBS는 시민사장선출자문위원단을 꾸려 사장 선
임에 시민들의 의견을 40% 반영하였다. 이 방식은 관행화되었다, 박민 사장을 선출하기 전까
지. 공영방송은 시청자의 것이라는 구호가 현실화된 모습이다. 즉 시민의 공영방송 운영 참여
가 실질화 된 것이다. 당시 MBC 후보자 정책토론회를 공개했다. 이후 시민평가단 제도를 도
입하여 운영했다. 이사회가 3인의 후보로 압축하면 시민평가단의 평가 결과로 2인의 후보로
압축하는 제도다. 연합뉴스도 시민평가단의 의견을 20% 반영하는 사장 선출 방식을 운영했
다. 시민 권한을 확대하는 긍정적인 변화가 공적 성격을 띠는 언론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확산
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잘못인 제도화 미이행으로 이 제도는 KBS에서 한 때의
실험으로 전락했고, 여타 언론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방안은 MBC 해직 기자 이용마의 발상으로 제안됐고, KBS에서 시험적으로 적용됐고, 민
주언론시민연합의 제안으로 이재정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정권이 교체
되고 민주당이 주도하여 방송법 개정안에 포함하여 통과시킨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

15) https://v.daum.net/v/20231114124706611
16)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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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12월 1일 노란봉투법(노동법 2조)과 함께 전술한 내용을 포함한 방송3법 개정안에 거부권


을 행사했다. 공영방송 장악의 걸림돌이기도 하지만 공영방송의 독립성 즉 공공성을 강화하는
법이기에 공공 영역을 축소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방치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17)

(2) 편집·편성권의 독립성과 언론인의 자율성 확보


편집‧편성성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란 언론/미디어 종사자들이 안팎의 부당한 압력으로부
터 독립해 자율적으로 언론/미디어 콘텐트를 생산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
권(공영언론) 또는 소유주(사영언론)가 선임한 경영진이 상명하달 식 의사 결정‧집행을 통해
정권‧소유주의 이익만을 위한 언론/미디어 콘텐트 생산을 강제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종
사자들에게 일정한 견제의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언론/미디어 콘텐트 왜곡으로 인한 시민(이용
자)의 알권리 침해를 제도적으로 방지할 필요가 있다.(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 2020, 69-71)
권력의 장악에 취약한 공영미디어만이 아니라 사영방송·사영신문 등 대부분의 언론은 소유
주의 편집, 편성 개입에 취약하다. 2021년 호반건설이 인수한 서울신문에서 호반건설에 불리
한 기사 57건이 삭제됐다. 소유주에 취약한 사영 언론의 현실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공영미
디어에서도 권력의 장악이 일어나지만 공영미디더는 일정한 저항이 발생한다. 하지만 사영미
디어에서 공영미디어 같은 대응력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우리 현실이다. 방송은 방송법에 따
라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편성규약과 편성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강제 조항이지만 신문은 이
것이 권고 조항이다. 따라서 권력과 소유주의 내용 개입에 대응하여 미디어 종사자가 편집 편
성에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은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 요소다.

(3) 방송 정책·규제 기구의 독립성 확보


가. 방송통신위원회를 헌법적 독립 기구로
방송통신 융합 기구로서 방통위가 시대적으로 요구받았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익성 강화
즉 공익적, 보편적 서비스의 확대와 (시청자)이용자 권익보호였다. 그러나 방통위는 산업 활성
화를 앞세운 정책 추진으로 시청자 권익에 반하는 정책(과도한 종편PP 허용, 소유 제한완화,
방송광고 규제완화, 무료보편적서비스 축소 등)이 우선순위에 배치하였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
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에서 더욱 강화될 것이다. 지금은 2인 체제라서 정책
결정을 하기 힘들고 하명 사항 처리하기도 바쁘기 때문에 정책 자체가 나오지 않지만 안정화
되면 더욱 시장 중심적인 정책을 내놀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시청자 이용자 권리보장은 주변
화 될 것이다.
현재 문제점의 하나는 방송통신 정책의 경우, 규제 정책으로 추진한 것이 어느 사업자에게
는 진흥 정책이 되는 경우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규제와 진흥정책을 명확하게 구분해
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방통위와 과기정통부로 분리되어 있다. 방통위와 과기부의 업무
중복 및 매체별 구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서 간 갈등, 조정이 잘 이뤄지지 못해 효율적 정책
추진이 안되거나 과기정통부 주도로 정책이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미디어정책 기
구의 통합은 중요한 의제이다.
동시에 방송정책규제기구의 독립성 확보가 중요하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보여주듯이 방통
위가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경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17) https://v.daum.net/v/2023120116345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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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의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

① 기구 독립성 보장 방안
② 합의제와 독임제
③ 규제와 진흥(공공성과 산업활성화)의 통합과 분리
④ 시민 참여 강화

① 기구 독립성 보장 방안: 2018년 1월 국회헌법개정 특별위원회는 가칭 언론통신위원회


즉 미디어정책기구(거버넌스)는 헌법상 혹은 법률상 독립기관으로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② 합의제와 독임제: 합의제라서 제대로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방
통위원이 전문성을 갖춘 정책 결정보다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추천권자의 의중에 맞춰 정파적
태도를 보이는 태도의 문제가 더 크다. 그래서 독립성 확보가 중요하며 이를 전제로 합의제
를 유지하는것이 바람직하다.
③ 규제와 진흥(공공성과 산업활성화)의 통합과 분리: 규제와 진흥을 구분했다고 하지만 기
능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와 규제와 진흥이 함께 어우러져 유관성을 갖고 정책이
추진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박근혜 정부 방송통신 정부조직 개편의 불완전성
에 대한 원상 회복의 필요성의 대두와 합리적 정책 추진을 위해 통합 미디어정책기구의 필요
성이 적극 제기되고 있다.
④ 시민 참여 강화 : 특정 정책 추진으로 인해 사업자간 이해충돌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시민을 중심에 놓고 정책이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추진한다면 사업자간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조정할 명분도 생기는 것이다. 공동체미디어 및 시민제작참여, 시민대의기관의
실효성 있는 운영, 정책결정 및 평가과정에의 참여, 미디어교육 지원 등 다양한 방식의 시민
참여 방안을 발굴하여 정책화가 필요하다.

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명실상부한 민간독립기구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민간독립기구라는 설립 취지가 있다. 하지만 심의를 통해 제재를 방
통위에 요청할 권한이 부여되면서 정치적 도구화가 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방송 뿐만 아니라
통신심의 역시 과도한 규제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위헌성 시비가 있었다. 하지만 시
민의 권익 보장을 위해 영향력이 큰 방송·통신 콘텐츠의 적적한 사회적 규제는 불가피한 측면
이 있다.
따라서 최근 벌어지는 방심위의 정파적 결정과 정권의 위원회 장악 상황은 오래 전부터 예
견된 것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전 정권에도 불공정 심의 논란은 항상 있어왔다. 심
의 결정의 독립성, 공정성, 다양성 확보, 논란의 핵심인 방송 공정성 심의 폐지 여부, 통신심
의 대상으로서의 불법정보에 대한 범위 적정성, 허위조작정보 심의 등의 문제 해법을 위한 사
회적 논의가 시급하다.

(4) 사회적 논의 기구를 통한 미디어정책의 사회적 합의 필요성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1998년 방송개혁위원회(방개위)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관련 이해당
사자들이 협의했던 모범적 기구로 평가받는다. 지금 부딪히고 있는 언론 공공성의 위기 또한
특정 권력, 정파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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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56

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현재 상태로 지속할 수 없는 현실을 상호 직시


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논의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는 당사자들의 숙의가 필요하다.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사회적 가치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에 합의해야 한다. 그래
서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는 독립적 사회적 논의기구로서 (가칭) 미디어개혁위원회를 제안한
바 있다. 명칭이 무엇이 되든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정책 제안 요약>

○ 공영방송의 공공성 기반 구축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 공영방송 재원 안정성 제도화
- 공영방송 경영진 선임의 권한을 시민에게로

○ 편집·편성권의 독립성과 언론인의 자율성 확보

○ 방송 정책·규제 기구의 독립성 확보


- 방송통신위원회를 헌법적 독립기구로
-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명실상부한 민간독립기구로

○ 사회적 논의 기구를 통한 미디어정책의 사회적 합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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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59

6대 복합위기와 체제전환

이 도 흠 (한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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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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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61

6대 복합위기와 체제전환

이도흠(한양대)

1. 머리글

한국은 8위의 무역대국에 이르렀지만, 서민과 노동자들의 삶은 팍팍하다. 불평등은 미국 다


음으로 높고 멕시코 다음의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25년부터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노인의 빈곤율은 OECD 최고인 40.4%에 이른다. 1,100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같은 일을
하고도 절반의 임금밖에 받지 못하는데 더 열악한 플랫폼노동이 날로 증가하고 있고 로봇과
인공지능이 압도적인 세계 1위의 속도로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하루 평균 6명이 산업재해
로 사망한다. 얼마나 살기 어려우면 10만 명 당 25.2명이 자살하고 남녀 둘이 합쳐서 0.78명
만 아이를 낳겠는가. 설상가상으로 윤석열 정권이 정치, 경제, 사회문화, 외교,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역주행을 하는 바람에 서민과 노동자들은 더욱 막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기는 하지만, 서민과 노동자의 삶이나 사회경제적 토대
는 이미 오래 전부터 위기적 상황에 있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이 심화하면
서 21세기에 들어 전 세계적으로 복합위기(poly-crisis)를 맞고 있으며, 한국 사회는 이 위기
가 세계에서 가장 첨예하게 작동하는 국가다. 인류는 홀로세(Holocene)를 넘어 인간이 지구의
역사에 관여하는 인류세(Anthropocene)/자본세(Capitalocene)로 이행하였다.1) 지금 지구촌
사회는 자본주의 축적의 위기와 불평등의 극대화, 기후위기와 환경위기, 4차 산업혁명과 AI로
인한 노동과 정체성의 위기, 패권의 변화와 전쟁의 위기, 공론장의 붕괴와 민주주의 위기, 간
헐적 팬데믹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들 위기는 서로 얽히며 모순을 더욱 심화하고 있다. 위기
로 인한 파멸이 먼 미래가 아니기에 더욱 절박하다. 기후위기 한 가지만 하더라도 현재 지구
대기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24ppm에 달하는데 파국인 450ppm에 달하는 시점이 2024
년 1월 25일 현재 5년 178일밖에 남지 않았다.2)
복합위기를 간과하면 우리가 맞고 있는 현실을 낡은 이론으로 분석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
으며, 원인을 찾아 지금 당장 처방하지 않으면 우리 자식 세대의 미래는 파국이다. 이에 6대
복합위기의 양상에 대해 살피고 원인을 분석한 후에 진보적 대안의 길을 모색한다. 그 길이
자본주의를 넘어 새로운 사회로 이행하는 것이라면, 그 주체들의 역량이 한 줌도 안 되는 여
건에서 구체적으로 가능한 방안이 있는가?

2. 6대 복합 위기의 양상
2.1.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와 불평등의 극대화
자본주의는 아직 번영을 구가하고 있으나 여러 변인에 의하여 점점 붕괴하고 있다. 맑스가

1) 인류세는 주체가 인류 전체인 것으로 착각하게 하고 기후위기의 원인을 인류 전체에게 전가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와 긴밀하게 얽혀있는 불평등 등 경제적이고 계급적인 모순을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반면에 자본세는 이를 야기한 주체가 바로 자본임을 명확히 하고 경제적이고 계급적인 모순을 인식하게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머지않아 주변화하거나 종언을 고할 것이고, 그 후에도 인류세는 지속될 것이
다. 이에 두 용어를 병기한다. J.W. Moore, Anthropocene or Capitalocene? Nature, History, and
the Crisis of Capitalism(Oakland: PM Press, 2016), pp.1∼11. 참고함.
2) (https://climateclock.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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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한 대로, 평균율의 경향적 저하의 법칙대로 평균이윤율은 7∼8%대에 머물고 있고 자본의


평균 축적율은 이미 2% 이하에 이르렀다. 금세기 안에 거의 0%에 근접할 수도 있다. 이윤이
없는 곳에 자본은 존재하지 못한다. 화석연료보다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의 생산단가가
더 저렴해질 것이고 이를 사물인터넷을 활용하여 전 세계를 초연결하여 공유하는 것이 점점
더 영역을 넓힐 것이다. 에어비앤비나 우버와 같은 사이비 공유경제 형식이 아니라 위키피디
아 형식의 공유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을 경우 자본주의 체제는 임계점에 이를 것
이다.3) 이 체제는 선과 악, 이타심과 이기심이 공존하는 인간을 물신(物神)의 포로로 만들면서
더 탐욕적이고 이기적이고 경쟁적이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도록 이끈다. 이것이 확대재생산의
원리와 결합하여 기업의 번영과 경제발전의 동력이 되었지만, 이로 인하여 심화된 불평등과
계급갈등, 소외는 저항의 불을 지피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자본주의 체제가 경제적으로는 번창하고 있는 것은 이 체제가 기술개발, 새
로운 시장의 창출, 비정규직을 비롯한 노동의 유연성 강화, 금융사기를 통한 합법적 수탈, 공
간의 재조정, 대중조작, 이데올로기 강화, 국가와 야합 등의 상쇄요인을 총동원하여 맞불을 놓
고 있기 때문이다.4)
특히 신자유주의 체제는 규제를 해제하고 노동의 유연성을 강화하고 공공영역을 사영화하고
금융에 의한 강탈을 합법화하면서 자본주의적 발전을 유지하는 동시에 모순을 극대화하고 있
다. 무엇보다 국가가 자본과 시민사회 사이의 균형자로서 자본의 야만을 규제하기는커녕, 자
본과 카르텔을 구성하면서 정당성을 상실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평균이윤율과 자본 축적율이 빠른 속도로 0%로 수렴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마르크스의 분석대로 자본이 더 많은 이윤
을 얻기 위하여 자본을 유기적으로 구성하면서 평균이윤율은 ‘경향적으로’ 저하했다. 1869년
에 46%에 달하던 이윤율은 세계대전의 시기에 일시적으로 반등이 있기는 했지만 이후 지속적
으로 하락하고 있다.

<그래프1> 중심국가의 평균이윤율 변동 추이(1869-2010)5)

3) 우버와 에어비앤비 식의 공유경제는 반(反)공유적이다.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플랫폼을 매개로 남는 자동


차, 여분의 방, 쉬고 있는 노동력 등 자투리의 가치를 모아 지대(地代)로 전환하고 여기에 노동을 결합하여
잉여가치를 착취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공유경제 안에서 노동은 산 노동이 아니라 죽은 노동이고 해방
의 노동이 아니라 철저하게 착취당하는 노동이다.
4) 이도흠, 「자본주의 체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한 탐색」, 이동연 외, 『좌파가 미래를 설계하는 방법』, 문화과
학사, 2016, 224∼251쪽을 요약함. 자본주의 체제의 붕괴요인과 상쇄요인에 대한 상세하고 구체적인 논
증은 이를 참고하기 바람.
5) Esteban Ezequiel Maito, “The Historical Transience of Capital-The downward trend in the rate
of profit since XIX century,” MPRA paper 55894(Munich: University Library of Munich, 2014),
p.9. 중심 국가는 독일, 미국, 영국, 네덜란드, 일본, 스웨덴이다. 주변 국가는 이보다 위쪽에 형성되는데
아르헨티나, 호주, 중국, 한국, 브라질, 칠레, 스페인, 멕시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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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63

미국 기업의 경우 평균이윤율은 2008-2018년의 기간에 1930년대 대공황 때보다 낮은


8.15%까지 떨어졌다. 규제 자본주의의 1단계(1948∼1973년)와 2단계(1974년∼1979년)의 평
균이윤율은 각각 연간 7.98%와 7.34%였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1단계(1980년∼2007년)의
평균 이윤율은 연 7.52%, 2단계(2008년∼2018년)는 8.15%였다. 규제 자본주의 1단계와 2단
계의 평균 축적률은 각각 연간 3.70%와 3.74%였다. 반면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1단계와 2단
계의 평균 축적률은 각각 연 2.86%, 1.89%였다.6) 신자유주의 체제가 대량해고, 비정규직 등
으로 노동의 유연성을 강화하여 당장 이윤율을 올리기는 하였지만 자본의 축적율은 오히려
1.89%로 악화한 것이다.
여기서 기업이 금융자본으로부터 빌린 대부자본의 이자를 빼면 실제 기업의 이윤은 5% 이
하일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등장한 핵심 요인도 이윤율 저하이고, 자본은 신자유주의 체
제 동안에 이윤율을 올리기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일시적으로 반등시켰으나 결국 10%
이하로 하락하는 것을 막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축적율을 2% 이하로 떨어트렸다. 이는 이
윤율 저하를 상쇄할 수 있는 요인이나 대안이 그리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작동한다
하더라도 자본의 축적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가계부채를 포함한 2022년의 전 세계의 부채 총액은 235조 달러로 GDP의 238%에 달한
다.7) 2024년 1월 19일 현재 세계의 정부 부채는 86조 871억 달러에 달한다.8) 이는 세계총생
산(GWP) 93조 8600억 달러의 91.17%에 달한다.9) 이 부채는 줄기는커녕 시간당 500만 달러
이상 늘고 있어 부채가 GDP나 GW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급속히 늘고 있다. 문제는 금융위
기 이후에는 개도국이 아니라 G7과 같은 선진국의 부채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
융위기에 따른 공적 자금 투자와 복지확대로 정부 부채가 대폭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GDP 대비 2% 수준이던 이자 상환 비용이 2030년대에는 10%에 다가갈 것이다.
자본은 이 위기를 합법적 금융사기로 미봉하며 ‘탈취에 의한 축적’을 하고 있다. 맑스의 분
석대로, 산업자본가든, 대부자본가든 그들이 차지한 소득의 원천은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
에서 비롯된 것, 곧 기업과 대부자본의 이윤은 실은 노동자가 생산한 것을 빼앗은 것이다. 하
지만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착취는 생산 부문에 그치지 않는다. 자본가의 소비대출은 자본가
소득, 다시 말해 잉여가치 중 재생산에 투여되고 남은 소득이므로 잉여가치에서 보전되지만,
노동자의 소비대출은 노동자 임금에서 이자가 보전된다. 대출금으로 일반적인 상품 구매가 아
닌 주식이나 펀드 같은 자산 시장에 참여하는 경우에도 투자 수익이나 손실과 무관하게 대출
이자의 원천은 임금이다. 이처럼 이자의 원천이 잉여가치의 일부일 뿐만 아니라 노동자 임금
의 일부이기도 하다는 것은 이자를 통한 ‘수탈’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10) 이 때문에
“이자는 자본의 확대재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윤(잉여가치)의 일부를 분배받는 기능을 넘어

6) David M. Kotz, “Stagnation and social structures of accumulation,” in (ed)., L. Randall Wray
and Flavia Dantas, Handbook of Economic Stagnation(London: Academic Press, 2022), p.73.
7) IMF, 2023 Global Dept Monitor, Fiscal Affairs Department. 2023.
8) https://commodity.com/data/debt-clock/
9) https://statisticstimes.com/economy/world-gdp.php
10) 착취(exploitation)는 자본이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를 생산과정에서 빼앗는 것을 의미한다. 수탈
(expropriation)은 생산과정 밖의 시공간에서 노동자와 사회 전체 성원의 생활수단 및 생산수단을 빼앗는
것을 총괄하는 개념이다. 식민화, 민영화, 사유화로 물이나 전기, 교통 등 공공영역을 가로채는 행위, 금융
상품이나 투기로 노동자의 소득을 가로채는 행위, 부당한 독점가격을 설정하여 노동자가 다른 생산과정에
서 생산한 잉여가치를 가로채는 행위 등이 수탈이다.[곽노완, 「착취 및 수탈의 시공간과 기본소득 ― 맑스
의 착취 및 수탈 개념의 재구성」(『시대와 철학』 21권 3호, 2010, 149-179쪽)을 참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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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노동 소득(임금)에 대한 수탈 구조로 확장될 수 있다.”11)


이 전에는 잉여가치의 착취와 노동력의 통제가 노조와 국가의 견제로 어느 정도 타협적 평
형을 이루었지만, 신자유주의 체제 이후 국가와 자본이 연합하여 극도로 ‘강탈에 의한 축적(a
ccumulation by dispossession)’을 하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아니라 극단의 이익을 위
하여 노동자를 정리해고하기에 대다수 노동자가 생존 위기에 놓였다. 민영화, 상품화, 금융화,
위기의 관리와 조작, 국가의 재분배라는 네 가지 양상을 포함하여 특허 및 지적소유권으로부
터의 지대 추출, 한 세대 이상의 계급투쟁으로 획득한 다양한 형태의 공적 소유권의 완화 또
는 제거, 국가의 모든 연금 수급권의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 메커니즘에서 일반화된 축적 상품
화, 사유화, 식민지 자원의 수탈, 노예화, 신용을 통한 수탈 등을 행하고 있다.’12)
한 사례로, “MB 정부 3년간 고환율 정책으로 무려 174조 원의 돈이 서민의 주머니에서 빠
져나갔다. 그 결과 국민의 97%인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실질소득은 무려 15.3% 이상 감
소했다.”13) “이명박 정권은 출범 당시 947원이었던 환율을 1년여 만에 1,276원으로 35%를
끌어올렸으며, 이는 대부분 수출 대기업의 이익으로 들어갔으며, 대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도
고용을 증가시키지도 않았으므로 서민에게 이익이 된 것은 하나도 없다.”14) 단순화해서 설명
하면, 하루 100달러어치의 석유를 사용하는 국민은 9만 4천여 원만 지불하면 될 것을 12만 7
천 원이나 지불한 것이고, 대신 100달러짜리 전자제품을 파는 삼성은 그 반대로 9만 4천여
원만 벌 것인데 12만 7천여 원을 벌어들인 셈이 된다. 이렇게 자본과 국가가 동맹관계를 맺고
합법적으로 금융사기를 행하여 자본의 이윤을 보장해주었다. 대신 자본과 국가 모두 정당성의
위기를 맞았다.15) 이처럼 ”상위 10%가 부동산 양도차익 63%, 주식 양도차익 90%, 배당소득
94%, 이자소득 91%를 독식하였다.”16)
평균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는 자본을 유기적으로 구성한 것이고, 그럴수록 전체 자본에서 노
동자의 임금으로 가는 자본의 비율은 떨어지기에 이는 불평등을 심화한다. 여기에 앞에서 하
비가 말한 탈취에 의한 축적이 진행된다. 더불어, 피케티가 잘 통찰한 대로, “부의 분배의 역
사는 언제나 매우 정치적인 것이었으며, 순전히 경제적인 메커니즘으로 환원될 수는 없다.”17)
“근본적으로 자본의 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늘 크기 때문에(r>g), 소득 수준별로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를 획기적으로 증대하여 부과하는 등 이를 상쇄할 공공정책이나 제도를 집행하
지 않는 한 불평등은 심화한다.”18) 쉽게 말하여, 노동을 해서 돈을 버는 속도(경제성장률)보다
돈이 돈을 버는 속도(자본수익률)가 더 빠르기에, 노동자가 버는 것보다 자본이 착취하는 것이
늘 더 많기에 자본이 큰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여러 요인들의 결과는 불평등의 극대화다. “상위 10%가 전 세계 전체 소득의 절반인
52%를 차지하는 반면에 하위 50%는 8.5%만 차지한다. 자산 불평등은 더욱 격차가 심하다.

11) 홍석만, 「소비신용과 이자 그리고 신자유주의 축적체제」, 『참세상』, 2013년 10월 20일.
12) 데이비드 하비, 최병두 역,『신자유주의 ― 간략한 역사』(서울; 한울, 2007), 194-201쪽.
13) 송기균, 『고환율의 음모』(서울; 21세기북스, 2012), 175쪽.
14) 송기균, 같은 책, 178쪽.
15) 이도흠,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1-의미로 읽는 인류사와 인공지능』(서울; 특별한 서재, 2020), 183
∼205쪽 요약함.
16) 김유리, “부동산·금융자산 불로소득 136조…상위 10% 독식 실업률은 4.2%에 달한다,” <한국세정신문>,
2019년 10월 8일.
17) 토마 피케티, 장경덕 역,『21세기자본』(서울; 글항아리, 2014), 32쪽.
18) 피케티, 같은 책, 39-40쪽. 여기서 r은 연평균 자본수익률을 뜻하며, 자본에서 얻는 이윤, 배당금, 이자,
임대료, 기타 소득을 자본 총액에 대한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그리고 g는 경제성장률, 즉 소득이나 생산
의 연간 증가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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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0%가 전 세계 자산의 76%를 차지하는데 하위 50%는 단지 2%만 점유한다. 상위 10%


는 평균 77만 1,300달러의 자산을 보유하는 반면에 하위 50%는 평균 4,100달러의 자산을 보
유한다.”19) 슈퍼 갑부 8인의 재산이 세계 절반인 36억 명과 동등하고,20)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 억만장자 2,153명이 46억 명보다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21)
“한국의 경우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6.5%를 차지하는 반면에 하위 50%는 16%만 차지
한다. 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58.5%를 차지하는데 하위 50%는 단지 5.6%만 점유한다. 상
위 10%는 평균 77만 1,300달러의 자산을 보유한다. 하위 50%가 평균 1,232만 6,845원을 버
는 반면에 상위 10%는 그 14배인 1억 7850만 8,110원을 번다.”22) 한국의 200대 기업의 최
고경영인(CEO)급 임원 1인당 평균 보수는 6억 8783만 원으로 최저 연봉(2094만 원)과 비교
하면 32.8배에 달한다.23) “2021년 기준으로 종합소득 상위 0.1% 구간 소득자 9,399명이 벌
어들인 소득은 총 31조 1,285억 원이었다. 상위 0.1% 소득자의 1인당 평균 소득은 33억 3,3
17만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하위 20% 소득자 186만 7,893명이 올린 소득은 4조 4,505억 원
으로, 1인당 평균 소득은 238만 원에 그쳤다. 상위 0.1%와 하위 20%의 소득 차이는 1,400배
에 달했다.24)
경제적 불평등은 비단 빈부격차로 인한 부자와 빈자의 갈등과 대립, 투쟁, 서민과 노동자,
빈민의 고통으로 그치지 않는다. 경제적 불평등은 교육격차, 젠더격차, 세대격차를 심화하며,
이 격차가 경제적 불평등보다 미약하지만 거꾸로 불평등을 심화한다.25) 불평등은 개인의 몸과
마음을 파괴하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해치고 사회를 오염시킨다. “불평등이 심할수록 사람
들은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 대신 경쟁과 힘에 의해 해결하는 전략을 선호하게 된
다.”26) “불평등이 심해지면,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사회통합이 줄어들며 사회적 관
계의 질은 내려가고, 범죄와 폭력은 증가하고, 스트레스가 증가하여 건강은 나빠지고 평균 기
대수명이 떨어지며, 사람들 사이의 신뢰수준은 내려간다.”27) “소득 불평등이 높을수록, 적대
감, 인종적 편견이 심하고 여성의 지위도 낮다.”28) “불평등사회는 더욱 폭력적인 성향을 띠고,
수감자의 수가 더욱 많으며, 정신질환과 비만 수준 역시 훨씬 높고, 기대수명과 신뢰도가 낮
다. (…) 당연한 결과로 평균소득을 조절한 후 더욱 평등해진 사회에서는 아동 복지가 좋아졌
고 스트레스와 약물 사용이 줄어들었으며 유아사망률 또한 낮아졌다.”29)

19) World Inequality Lab, World Inequality Report 2022, p.10.


20) 이윤정, “슈퍼 갑부 8명의 재산, 세계인구 절반의 재산과 비슷,” <경향신문>, 2017년 1월 16일.
21) <옥스팜 보고서>, 2020년 1월, 2쪽.
22) World Inequality Lab, ibid., p.219.
23) 김종민, “CEO 평균 보수 6억8783만원..직원 평균보다 8.7배,” <뉴시스>, 2020년 5월 7일.
24) 홍예지, "당신이 200만원 벌 때 상위 0.1%는 30억 번다," <파이낸셜뉴스>, 2023년 3월 21일.
25) 신광영이 「세대, 계급과 불평등」(『경제와 사회』, 비판사회학회, 2009. 35∼60쪽.)에서 실증적으로 분석한
대로, 세대 사이의 불평등이 존재하지만 이는 아직 미약한 수준이고 계급에 따른 불평등과 갈등이 이를
압도한다. 세대담론은 사회과학적으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세대담론은 계급갈등을 세대갈등으로 대체하는 ‘모순의 전위(displacement)’를 일으켜 자본주의와 신자
유주의 체제가 야기한 주요모순인 극단적인 불평등과 계급갈등, 이를 인식하는 데서 비롯된 계급의식,
이에 기반한 노동운동과 진보운동을 거세하는 지배담론으로 기능을 한다.
26) 리처드 윌킨슨, 김홍수 역,『평등해야 건강하다』(서울; 후마니타스, 2008), 321쪽.
27) 같은 책, 315쪽.
28) 같은 책, 68쪽.
29) 리처드 윌킨슨, 케이트 피킷, 『평등이 답이다』(서울; 이후, 2012); 클라우스 슈밥, 『클라우스 슈밥의 제4
차 산업혁명』, 송경진 역(서울; 새로운 현재, 2016), 150쪽.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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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패권의 변화와 지경학적 전쟁의 위기


19세기 이후 세계는 자본주의적 발전의 경쟁이 첨예해지면서 여러 국지전과 두 차례의 세
계대전을 치렀다. 이와 더불어 극(polar)의 변화는 전쟁의 확률을 높인다. 미국의 이라크와 동
유럽의 신자유주의화가 러시아와 중동국가와 맞부딪치고 미국의 1극체제가 무너지고 다극체제
로 변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전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일어났다. 미국은 1979년 이후
신자유주의를 추진하며, 이를 미국의 군사적/정치적/경제적 패권을 이용하여 세계화하였다.
특히 1990년대부터 점령지와 동유럽의 신자유주의화를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한 예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점령지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추진했고, 국가 역량을 해
체하고 이라크를 부패와 종파주의에 빠뜨렸다. ‘탈바트화’라는 미명 아래 수천 명의 공무원과
공공 부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국가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으며, 종파적 긴장은 더
욱 심화되었다.”30) 그럼에도 미국의 헤게모니를 기반으로 한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2008년에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생산성과 이윤율이 대폭 하락한 채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자본은 장기불황의 위기를 노동의 유연성 강화, 규제 철폐, 공공영역의 민영화, 합법
을 가장한 금융수탈로 미봉하였다. 이에 더하여 미국 중심의 세계체제를 이용하여 국제 분업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제조업)의 생산성이 저하하자 미국은 이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의 저가 상품으로 메우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막대한 무역적자를 면하지 못한 채 유출한 달
러를 자국의 금융시장으로 재유입하는 달러환류정책을 펴고 있다.”31) 미국은 제조업의 생산성
을 올리는 데 투자하는 것보다 이를 중국과 아시아 저가 제품의 수입으로 메우고 대신 부가가
치가 높고 기술을 지속적으로 선도할 수 있는 반도체, 컴퓨터 공학, 정보공학, 나노공학, 로봇
공학, 생명공학, 뇌/신경과학, 양자역학, 우주항공공학 등의 최첨단, 혹은 4차 산업혁명의 기
술에 투자하여 자본을 축적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 세계적 분업체계에서 관건은 미국이 첨단
기술을 독점하거나 선도하고 중국과 아시아로 빠져나간 달러를 금융패권을 유지하여 재유입하
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첨단 산업과 AI에서도 미국의 기술을 따라잡기 시작하자 미국은 이를 강력하
게 견제하며 치열한 경제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비
약적인 발전으로 경제의 중심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이동하였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태평
양을 내해(內海)로 간주하고 전략을 구성한다. 이 토대 위에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소련 대신 새로운 적과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상실한 정당성을 회복하고 군사적이고 정치적인
패권을 유지하고 무기 수출로 적자를 메우기 위하여 중국 포위 전략을 강행하고 있다. 미국은
타이완을 매개로 군사적 갈등관계를 증진시키면서 한국, 일본, 호주, 인도 등과 동맹, 혹은 이
에 준하는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에게 중국은 정치적/군사적/경제적 경쟁국이지만,
중요한 제품과 원료의 공급처이자 가장 큰 시장이다. 이에 미국은 견제를 강화하다가 최근에
디커플링(미중 협력관계 해소)보다 디리스킹(중국의 추격 지연)에 가까운 경쟁적 협력관계로
전환하였다.
BRICS가 점점 정치적/경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이슬람 국가들이 이에 연합하고 달러 패권에
서 일탈하자 미국의 1극체제가 무너지고 세계는 다극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이
후 미국은 동맹국의 신뢰를 잃었고 전 세계적으로도 도덕적/문화적 헤게모니를 현저하게 상실
하였다. 우크라이나전을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가 더욱 가까워졌다. 미국의 러시아 경제 제재

30) Luke Cooper, “Ukraine’s Neoliberal War Mobilization”, The American Prospect, Jan 30, 2023.
31) 한지원,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마르크스주의적 접근법」,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코로나19와 노동운
동 자료모음』, 2020, 132~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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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세계 인구의 87%가 참여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즉각적인 “인도주의 휴전”을


요구하는 유엔총회 결의안에 미국과 이스라엘 등 14개 국가를 제외한 120개국이 찬성했으며,
유럽과 미국의 시민들도 네타야후 정권의 학살과 전쟁수행을 비판하는 집회를 꾸준히 진행하
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헤게모니가 급속히 전락하고 있고 미국은 두 곳에서 대리전쟁을 수행
하면서 막대한 군비를 지출하면서도 예전과 같은 긍정적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은 이미 1970년대부터 예고되고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우크라이나는 ‘심
장지대’로 예전부터 이곳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했고,32) 브레진스키 이후 미국
의 대외전략에서 우크라이나 지역을 지배해야 미국이 일등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으며 그
반대로 최악의 경우는 러시아와 중국이 이곳에 영향력을 발휘하며 연합하여 미국에 대항하는
것이라는 세계 전략이 세워졌다.33) 여기에 더해 미국은 티토 사망 이후 동유럽의 신자유주의
화를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는 미국이 이미 1990년과 1991년에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통합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말했다. 서유럽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
시장, 투자 기회 및 이윤 기회, 값싼 노동력과 값싼 자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세계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지속적으로 개방하는 것이다.”34) 페트로 포로셴코(2014-2019) 전 대통령은 세계
의 곡창지대인 흑토대의 농토, 국영기업 등을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에 매각하기 시작하였고
젤렌스키는 이를 더욱 강화하였다. 젤렌스키는 전쟁을 이용하여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해고를 완화하고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하고 주당 최대 근로
시간을 60시간으로 늘리는 노동악법인 ‘5371’을 통과시키고 국가의 공공자산의 민영화 절차를
간소화하고 현재까지 약 420개의 국영 기업을 매물로 제시했다.35)
그 결과는 전쟁과 파탄이다. 미국의 동진정책은 러시아의 대유럽전략 및 종심전략과 바로
맞부딪쳤다. 미국은 세계의 곡창을 신자유주의 시장에 포섭하고 지정학적으로 심장지대를 점
령하고 러시아를 코앞에서 군사적으로 위협하고 전 세계를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구도
를 유지하여 패권을 강화하고자 했다. 서유럽도 러시아가 큰 시장인 동시에 자유주의와 대립
되는 잠재적 위협이기에 미국의 동진에 동조하였다. 러시아는 서유럽에 값싸게 에너지를 공급
하고 유럽과 경제적/문화적 교류를 활발히 하여 한 편에서는 러시아의 번영을 창출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미국을 견제하였다. 소련의 위성국이었던 동유럽 국가 대부분이 미국의 패권 아
래 들어가고 신자유주의화하고 폴란드까지 나토에 가입하였다. 이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마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은 러시아를 유럽으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이자 유럽의 국경에서 모스크바까
지의 거리가 먼 관계로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침략을 격퇴할 시간을 벌고 대응하여 승리하였던
종심전략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소련의 위성국이자
오랜 동안 러시아의 영토였던 곳이며 동부 지역은 러시아민족이 더 많이 거주한다. 우크라이
나를 중립국으로 남기자는 제안을 미국이 거푸 거부하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다.
러시아는 빠른 시간 내에 점령하리라 생각했지만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은 채 아직 진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경제적 파탄을 맞았음에도 신자유주의화를 서두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경제
는 1989년의 GDP를 100으로 했을 때 2019년에 중국이 1480, 폴란드가 251.7에 이르렀음에

32) 해퍼드 매킨더, 임정관, 최용환 역,『심장지대: 매킨더의 지정학과 지리의 결정력』(파주; 글항아리, 2022).
33)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김명섭 역, 『거대한 체스판 : 21세기 미국의 세계 전략과 유라시아』(서울; 삼인,
2017).
34) Radhika Desai, Michael Hudson, Mick Dunford, “Ukraine’s neoliberalism on steroids,
Europe’s economic suicide,” Geo Political Economy Report, May 15, 2023.
35) Luke Cooper, “Ukraine’s Neoliberal War Mobilization”, The American Prospect, Jan 3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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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56.8에 지나지 않는다.”36) “우크라이나는 현재 전쟁으로 인한 경제 침체의 늪에 빠져 있으


며, 구직자의 3분의 1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약 절반이 임금을 삭감했으며,
경우에 따라 50%까지 삭감한 경우도 있다. 인플레이션은 약 20-25% 에이른다. 2022년에 주
정부는 275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37)
이처럼 우크라이나전은 미국의 패권 유지와 신자유주의 체제 확산책으로 우크라이나 네오콘
을 통해 러시아의 종심전략과 맞부딪친 대리전이다. 미국의 목표는 러시아의 약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과 미국의 지원이 점점 한계에 달하고 있다. 서방은 전비를 부담할 뿐
만 아니라 러시아에 대해 식량과 에너지 의존이 높은데 러시아 제재로 인하여 7배 비싼 미국
에너지를 수입해야 한다. 이는 ‘동맹의 궁핍화’를 야기하고 있다.38) “서방의 러시아의 자산 차
압은 달러 패권 약화의 자해행위다. 그동안 막대한 재정 및 무역 적자에도 미국 경제가 건재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외국 정부가 외환 준비금을 미국 국채 같은 달러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
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대국에 대한 달러 압류는 미국의 경제 패권을 가능하게 했던 달러
본위제라는 황금거위를 죽이는 일이다. 실제로 유럽 고물가, 인플레이션, 마이너스 성장을 겪
고 있다.39) “해결책은 우크라이나의 중립화, 크림의 인정, 돈바스에 자치권 부여하는 국민투표
인데 이는 미국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인이 죽도록 싸워서 러
시아를 약화시키는 것이다.”40) 러시아가 전투만이 아니라 전쟁에서 승리하여 러시아는 BRICS
와 더욱 가까운 연대를 맺을 것이고 반면에 미국의 패권은 더욱 악화할 것이다.
미국의 1극체제가 무너지고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친미국가들이 이란과 관계를 개선하고
친러, 친중국 행보를 취하면서 중동정세에 커다란 틈이 생겼다. 역사가 아닌 구약에 근거하고
유태인 대학살에 대한 공감과 보상 심리를 이용하여 미국과 서유럽은 중동에 이슬람 세력을
견제하는 서방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유전을 안정적으로 점유하기 위하여 2천 년 동안 거주하
던 팔레스타인을 강제로 내쫓고 이스라엘을 건국하였다. 이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에 대해 이
스라엘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고문, 투옥, 학살, 전쟁으로 가차 없이 대응하였다. 가자지구 전
체를 ‘지붕 없는 대형 감옥’으로 만들 정도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강압통치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통치하던 하마스가 네타야후가 극우 유대교
정당과 연합하여 정권을 잡고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는 법을 통과시키려 하면서 이에 대한
이스라엘 시민들의 반대 집회가 일어나는 국면의 틈을 이용하여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하고 인
질을 잡았다. 이의 직접적 이유는 패권 변화의 국면에서 이스라엘의 야만적 탄압에 저항하는
동시에 인질을 잡아 투옥된 팔레스타인인 6,000명과 맞교환하려는 것이지만, 국제적으로 이스
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연합을 방해하여 중동에서 친미구도가 강화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었
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섬멸을 목적으로 전쟁을 수행했다. 10월 7일 개전 이후 누적 사망자
2만 5,105명과 방치 시신 약 8,000구를 합하면 3만 3,000여 명, 가자 지구 총인구 225만 명
의 1.47%가 사망하였으며, 사망자의 70% 가량이 18세 미만 미성년자와 여성이다. 부상자는
6만 2,681명에 달한다. 이스라엘은 총 1,400명 정도 사망하였다.41) 네타야후 정권은 하마스의
박멸을 선언하며 가자지구에서 2만 명 이상의 민간인을 살상하는 전쟁을 멈추지 않을 뿐만 아

36) ibid.
37) Luke Cooper, ibid.
38) 이해영,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파주; 사계절출판사, 2023), 299쪽.
39) 같은책, 199∼200쪽 참고함.
40) 같은 책, 16쪽.
41) 김재영, “가자, 24시간 178명 사망해 누적 2만 5105명…하루 평균 237명,” <뉴시스> 2024년 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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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라 레바논, 시리아 등의 폭격으로 확전을 불사하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는 조직인 동시에 이데올로기이고 네트워크다.”42) 하마스의 궤멸은 불가능하
다. 헤즈볼라와 후티반군이 이스라엘군이나 서방의 선적을 공격하고 이에 이스라엘이 대응하
면서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결책은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과 포로의 맞교
환, 더 나아가 가자지구와 요르단 서안에서 정착촌 철거와 팔레스타인 국가의 독립과 인정이
지만 이는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이 원하는 답이 아니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모두 해결책을 미국이 거부하기에 전쟁의 장기
화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의 침체 또한 심화할 것이다. 그럴수록 러시아와 브릭스,
이슬람 세력, 글로벌 사우스의 연대가 강해지고 달러를 자국화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질
것이다. 미국과 달러의 패권은 동시에 더욱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 상황에서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이 더욱 첨예하게 마주칠 것이다. 이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은 북한 핵 제거를 명분으로 「작전계획 5015(Operational Plan 5015)」
에 따라 언제든 북한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무실, 영변 핵시설, 주요 북한군
지휘부 시설 등 700여곳을 선제 타격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권이 적폐의 핵심인 미국에 너무나도 굴종적인 외교를 추진하는 바람에 남북관계는
다시 악화하였다. 이런 토대 위에서 출범한 윤석열 정권은 극우 드라이브로 남북 대립을 격화
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친미/친일 일변도 정책으로 4강국을 통한 균형외교로 미국을 견제
할 수 있는 힘과 카드를 상실하였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을 비
롯한 제5 항모강습단의 부산항 입항과 훈련으로 미국은 대 한반도 핵무기 사용이 구체화할 수
있는 문을 열어버렸다. 북한은 군사위성 발사로 맞서자 윤석열 정권은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
한 최소한의 장치인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한민국은
주적' 개념을 법제화하고 핵무기를 동원한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표명하였다.
다극체제에서 미국의 패권 유지와 G2의 대립 격화, 패권의 변화의 틈을 노린 국지전의 가
능성이 높아지고 윤석열의 극우적 행태와 북한 압박, 9.19 군사합의의 사실상 파기로 언제든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당장 시급한 대안은 핵과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을 맞바
꾸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성공단 재개, 국보법 폐지, 공동의 교과
서, 물자와 사람과 정보의 자유로운 교류와 협력 등의 경로를 통하고 남북연합과 연방제를 매
개로 하여 완전한 통일의 길로 가야 한다.

2.3. 빈틈이 사라진 시대에서 기후위기와 환경위기


지금 시대는 한 마디로 말해 ‘빈틈이 사라진 시대’다. 강은 흐르면서 이온 작용, 미생물과
식물의 물질대사로 인하여 스스로 정화한다. 강은 흐르는 한 아랫물이 윗물보다 맑다. 하루에
100톤을 자연정화할 수 있는 강이라면, 99톤의 폐수가 버려진다 하더라도 1톤의 빈틈으로 인
하여 이 강은 1급수를 유지한다. 반대로 오염물질이 100톤이 넘게 버려져 1톤의 빈틈이 사라
지는 순간 강은 빠른 속도로 생명의 강에서 죽음의 강으로 변한다. 이처럼 도가 사상에서 자
연(自然)과 유사한 개념인 무위(無爲)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빈틈[虛]’을 만드는
것이다. 이 빈틈이 있는 한 자연은 스스로 정화를 하고 순환을 하며, 이름 그대로 그리 모든
생명과 상호작용하며 그렇게 존재하면서 생태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세계 단위, 국가 단위, 지역 단위, 마을 단위에서 빈틈이 거의 사라졌다. 숲을 파괴

42) Richard Haass, “Israel’s war must distinguish between Hamas and the people of Gaza,”
Financial Times, Oct 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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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70

하고 강을 댐이나 보로 막고 개펄과 맹그로브를 개발하였다. 이에 따라 자연과 인간, 숲과 마


을, 공존과 개발 사이의 균형은 무너졌다.
대지, 대기, 해양 모두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곳곳에서 막힌 데 따른 문제들이 야기되
고 있다. 자연 안에서 계절과 밤낮에 따라 햇볕이 변하고, 비의 양이 달라지고, 바람과 조류의
방향이 바뀌고, 땅과 대기와 바다의 온도와 습도가 변한다. 이에 맞추어 식물들은 싹을 내고
잎을 키우며 광합성과 증산작용을 하고, 이어서 꽃가루받이를 하고 열매를 익힌다. 동물들은
자연과 식물의 변화에 따라 먹이활동과 교미를 하고 새끼를 낳고 길렀다. 환경파괴, 이산화탄
소 배출로 인한 온난화와 기후위기로 지구상의 모든 동물의 서식과 번식이 위험한 상태에 놓
였다. 임계점을 넘어선 자연 파괴로 빈틈이 사라지자 이 영향은 전 지구차원의 환경위기(the
global environmental crisis)와 기후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지구촌은 2022년에 368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였고,”43) “2023년 5월 현재 지구 대
기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24ppm에 달한다.”44) 1만 년 동안 4도 가량 오른 지구의 평균
기온이 최근 1백년 만에 1도가 상승하였다.”45) 시속 4㎞의 속도로 걷던 인간이 시속 100㎞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로 가는 것처럼, 25배에 이르는 빠른 속도로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 “20
23년 지구 연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수준(1850-1900)보다 1.45± 0.12°C 높았다.”46)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와 이로 인한 온난화와 기후위기만으로도 엄청난 재앙이 발생하는데,
인류는 중금속과 화학약품, 매연 등 셀 수 없는 독성물질과 플라스틱을 생산하여 땅과 하늘과
바다를 모두 오염시키고 있다. “세계는 연간 3억 8,10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생산하며,
이 중 50%는 일회용 플라스틱이고 9%만 재활용된다. 매일 약 800만 개의 플라스틱 조각, 매
년 800~14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간다. 현재 바다에는 5조 2,500억 개의 매크로
및 마이크로 플라스틱 조각이 있으며, 바다 1제곱마일 당 46,000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있으며
무게는 최대 269,000톤에 달한다. 바다 표면의 88%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염되어 있다.”47)
현재 전 세계의 바다에 5개의 대형 쓰레기 섬이 있으며 그 중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에
있는 태평양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의 크기는 프랑스의 3배, 남한의 16배
에 달한다.48) “모든 새끼 바다거북(100%) 뱃속에 플라스틱이 있다. 매년 100만 마리 이상의
바닷새와 10만 마리의 해양 동물이 플라스틱 오염으로 죽어가고 있다.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
는 주변 해수보다 100만 배 더 독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인간이 식용으로 먹는 물고기
세 마리 가운데 한 마리는 플라스틱에 오염된 것이다.”49)
사람들이 쓰고 버린 쓰레기와 공장과 가정에서 버린 오염물질로 세계의 강들은 심각한 상태
로 오염되었다.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모든 강의 약 1/2에서 2/3 정도가 낮은 수준
이지만 병균에 오염되었으며, 4분의 3 이상의 강이 낮은 수준의 유기물질 오염인 것으로 나타
났으며, 10분의 9 정도의 강이 낮게나마 염분에도 오염되었다.”50) 그로 인한 인간의 질병도

43) IEA, CO2 Emissions in 2022, March 2023, p.5.


44) “Atmospheric CO2 concentrations reach 424 ppm,” Diselnet, 5 June 2023,,
(https://dieselnet.com/news/2023/06noaa.php)
45) 이근영·박기용·최우리, “한국 온난화 속도, 전 세계 평균보다 2배 넘게 빠르다,” <한겨레신문>. 2020년
7월 29일.
46) WMO, “WMO confirms that 2023 smashes global temperature record,” Press Release, 12
January 2024.
47) (https://www.condorferries.co.uk/)
48) Scott Snowden, “300-Mile Swim Through The Great Pacific Garbage Patch Will Collect Data
On Plastic Pollution,” Forbes, May 30, 2019.
49) (https://www.condorferries.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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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하다. “2013년에 전 세계적으로 4천만 명 이상이 주혈흡충병(schistosomiasis)의 치료를


받았으며, 무려 15억 명이 토양 전달 장내 기생충에 감염됐다. 이 모든 질병들은 대부분 배설
물과 관련이 있으며, 이 또한 대다수는 물에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있기 때문이다.”51)
여기에 더하여 농경지, 목장, 공장을 건설하거나 목재를 얻기 위하여 숲을 파괴하고 있다.
“지구 전체의 육지 가운데 이제 31%만 숲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매년 벨기에 크기의 면적인
1,500만~1,800만 헥타르의 숲을 파괴하고 1분에 평균 2,400그루의 나무를 베고 있다.”52) 숲
이 파괴되면, 토양과 대기의 이산화탄소가 증가하고, 생명들의 서식지가 파괴되며, 토지가 빠
른 속도로 침식당하고 토양의 산성화가 촉진되며 농업생산력이 저하하고 사막이 확대되며, 강
이 마르고 강우량이 줄어들며, 감염병이 늘어난다.53) 숲 파괴와 기후위기, 화학비료 사용 등의
이유로 토양침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54)
환경파괴는 생명과 인간에게 되돌려지고 있다. 온난화와 인간의 환경파괴로 인하여 지금 1
초 동안 0.6헥타르의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하루에만 100여 종의 생물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진다.55) “국제자연보존연맹(The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은
전 세계 과학자 1,700명이 참가하여 조사한 44,838종의 대상 동식물 가운데 38%인 16,928종
이 멸종위기에 놓였다고 발표하였다.”56)
이제 장기 대형 산불, 역대 급의 홍수와 가뭄, 폭염과 폭설, 태풍, 빙하의 소멸, 미세먼지가
지구촌의 일상이 되었다. 빙하가 녹고, “바다의 수면은 매년 평균 3.4밀리미터가 높아지고 있
다.”57) “지금 상태에서 획기적인 전환이 없을 경우 3∼4℃만 기온이 상승해도 2080년까지 18
억 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당하고, 해수면 상승 등으로 3억 3천만 명이 홍수를 피해 이주해
야 하고, 2억 2천만 명에서 4억 명이 말라리아에 걸릴 것이라고 한다.”58) 제레미 리프킨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2000년 수준에서 밀 생산량은 50퍼센트, 쌀 생산량은 17퍼센트, 옥수
수 생산량은 6퍼센트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59)라고 전망한 데 반하여, NASA의 연구팀은
“옥수수의 생산량은 24% 감소하고, 반면 밀은 18% 증가할 것으로”60) 예측하였다.
호주 산불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2019∼2020년 사이에 일어난 호주산불로
1,860만 헥타르가 불타고 34명이 죽고 10억 마리의 동물이 죽었고 몇몇 종은 멸종위기에 처
했다.”61) 6개월에 걸쳐서 서울시 면적의 307배나 되는 광대한 지역에 화재가 발생하였다. 호

50) UNEP. A Snapshot of the World’'s Water Quality: Towards a global assessment, 2016, p.xxxi.
51) ibid., p.17.
52) European Investment Bank. 13 October 2020.; Wikipedia, “deforestation” 재인용.
53) (https://www.theworldcounts.com/)
54) 토양의 16%는 100년 미만의 수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밖의 토양은 천천히 침식되고
있다. 절반은 1000년 이상이고, 1/3은 5000년 이상에 이른다. 경작지 최소화, 무경작, 등고선 경작 등으
로 토양을 보호하고 수명을 늘릴 수 있다.(Hannah Ritchie, “Do we only have 60 harvests left?”
Our world in data, January 14, 2021.(https://ourworldindata.org/soil-lifespans)
55) 앨 고어, 이창주 역, 『위기의 지구』(서울; 삶과꿈, 1994), 128쪽.
56) Jean-Christophe Vié et al., Wildlife in a Changing World, an analysis of the 2008 IUCN Red
List of Threatened Species(Gland, Switzerland: The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2008), p. 16.
57) (https://sealevel.nasa.gov/)
58) UNDP, Human Development Report 2007/2008-Fighting climate change: Human solidarity in
a divided world(New York;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2007), pp.9∼10.
59) 제러미 리프킨, 안진환 역,『한계비용 제로 사회―사물인터넷과 공유경제의 부상』(서울; 민음사, 2014),
466쪽.
60) Jonas Jägermeyr & Christoph Müller, “Climate impacts on global agriculture emerge earlier
in new generation of climate and crop models” Nature Food, vol.2. 2021, pp.873–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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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기상청(BOM)의 수석 연구 과학자 크리스 루카스(Chris Lucas)와 국가소방국의 연구원인


사라 해리스(Sarah Harris)가 44년 동안 39개 기상관측소의 기후변동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
면, “직접 원인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엘니뇨 현상, 이의 연장인 (인도양 양쪽의 온도 격차가
심해져 동아프리카에서는 홍수가 나고 호주는 더욱 건조해진) ‘인도양 쌍극자(Indian Ocean
Dipole)’ 현상 때문이다.”62)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에 따르면,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2019년에만 8만 9,178건의
산불이 발생하였으며, 2020년 7월 한 달 동안만 6,091건의 산불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2019
년 7월의 5,318건보다 14.5% 늘어난 것이다.63) 아마존의 산불은 건기에 자연발생적으로 일어
나는 것도 있지만, 농경지 개발, 목장을 위한 목초지 확보, 광산 개발을 위하여 인간이 인위적
으로 발화하는 것이 더 많다. 학자들과 환경단체는 이에 대한 강력한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강우량이 줄어들면서 아마존의 열대우림 지역이 초원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2020년 1월에서 7월 사이에 발생한 러시아 산불/들불로만 한반도 면적의 2배에 이르는 1,
900만 ha가 불탔다. 북극권의 영구 동토층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64) 북극권의 영구동토
층에 갇혀있던 1조 6천억 톤의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짧은 시간에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과 같은 임계연쇄반응(criticality chain reaction)이 발생한다면, 인간의 의지로 자연을 되
돌리는 작업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기후위기는 인간의 건강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면서 경제에도 막대한 손실을 끼친다. 기
후위기의 “경제적 손실이 연간 27조 달러에 이른다.”65) 세계기상기구(WMO)에 의하면, “1970
년에서 2019년 사이에 기준 기록을 충족하는 재해만 2만 2천 326건이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4,60만 7,671명이 사망하고 4조 9,20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였다. 그 가운데 기후
로 인한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가 1만 1천 72건이며, 자연재해로 인하여 총 206만 명이 숨
졌고, 경제적 손실은 3조 6,400억 달러에 달하였다. … 지난 50년 동안 기록된 모든 재해의 5
0%, 관련 사망의 45%, 관련된 경제적 손실의 74%가 날씨, 기후 및 물 위험으로 인해 발생했
다.”66) “자연재해로 지난 50년 동안 하루 평균 2억 200만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으며,
이는 1970년대에 비하여 7배나 늘어날 것이기에 앞으로 피해는 더 막대할 것이다.”67) “2015
년 스탠퍼드대의 한 연구는 기후 변화가 GDP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려고 시도했고, 그들은
기후 변화가 세계의 GDP를 20% 이상 감소시킬 가능성이 51%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GDP
가 -26.7%로 떨어졌던 대공황과 견줄 만한 수치다. 유일한 차이점은 기후변화 영향의 경우 G
DP 감소는 영구적이라는 것이다.”68)
기후위기는 노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30도가 넘는 기온에서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은 치명
적이다. 한 예로, “카타르에서 2022 월드컵 축구대회의 건설공사에서 10년 동안 남아시아 이

61) Wikipedia, ‘2019–20 Australian bushfire season’


62) Frank Gaglioti, "Australia: Climate change and the bushfire crisis," World Socialist Website.
(https://www.wsws.org/en/articles/2020/01/04/clim-j04.html)
63) 박민철, “아마존 열대우림 산불, 7월에만 6091건…작년 14.5%↑,” <문화일보>, 2020년 8월 2일.
64) 윤신영, “코로나에 몰두하는 사이 심상찮은 지구 기후…북극권 빙하·영구동토층 위기,” <동아사이언스>,
2020년 8월 21일.
65) 사이토 코헤이, 김영현 역,『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서울; 다다서재, 2021), 22쪽.
66) WMO, WMO Atlas of Mortality and Economic Losses from Weather, Climte and Water
Extremes(1979-2019), Geneva, 2021, p.8.
67) WMO, ibid., p.16.
68) Kimberly Amadeo, “Climate Change Facts and Effect on the Economy,” The Balance, April
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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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73

주노동자 6,500여 명 이상(실제 6,750명)이 사망했다. … 이들 중 69%가 자연사로 분류되었


는데 … 카타르의 강렬한 여름 더위가 많은 노동자 사망의 중요한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 …
가디언과 국제노동기구(ILO)의 연구는 노동자들이 일 년 중 적어도 4개월 동안 밖에서 일할
때 상당한 열 스트레스에 직면했음을 밝혔다.”69) 기후위기는 화석연료 관련 산업에서 일자리
를 없애는 반면에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
으로 노동자 · 농민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산업재해를 증대할 것이다.
중심국가인 글로벌 노스는 제국적 생활양식에 기반한 풍요를 유지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외
부를 만들어 온갖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중심부는 주변부의 자원을 약탈하는 동시에 경제
발전의 이면에 숨은 대가와 부담들을 주변부에 떠넘기고 있다.”70) “저소득 국가가 연간 1인당
약 2톤의 물자만을 소비하는 데 비하여 고소득 국가는 평균 28톤, 미국은 35톤을 소비한다.
합리적으로 지속가능한 물질 발자국은 8톤 정도다.”71) “이산화탄소 배출의 경우 인도인이 1인
당 1.9톤을 배출하고 중국인이 8톤을 배출하는데 미국인이 16톤을 배출한다.”72) ”이산화탄소
의 국가별 공정 분담량을 초과한 배출량의 경우 92%가 유럽과 미국 등 북반구 국가에 책임이
있고 … 남반구 국가에 8%만 책임이 있는 반면에 …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의 비용은 남반부
가 82%를 부담했으며, 사망자의 98%는 남반구에서 발생했다.”73) 한 마디로 말해 고소득 국
가와 상층계급이 기후위기를 야기하고 있는데 그 비용과 피해는 저소득 국가와 하층계급이 받
고 있는 것이다.
“『산업화 이전의 수준인 1.5℃의 지구 온난화 영향에 관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IPCC)의 보고서(2018)』는 우리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지 않으려면 금세기 말까지 지구
온난화를 1.5℃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030년까지 약 4
5%를 감축하고 2050년에는 순 영점에 도달해야 함을 의미한다. IPCC는 이 목표를 달성하려
면 시급하고 전례 없는 사회 경제적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74)

2.4. 3차/4차 산업혁명과 노동과 정체성의 위기


슈밥을 비롯한 시중에서 거론하는 4차 산업혁명은 실은 3차 디지털 혁명의 연장이다. 필자
가 정의하는 4차 산업혁명이란 “컴퓨터 공학, 정보공학, 나노공학, 로봇공학, 생명공학, 뇌/신
경과학, 양자역학, 우주항공공학 등을 융합해 이룩한 기술을 기반으로 생명을 조작하고 창조
하는 신의 지위에 오르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근대인과 다른 능력을 가진 포스트휴먼이
모든 사물들과 초연결된 네트워킹을 통해 소통하고 실제 현실/증강현실/가상현실에서 매트릭
스적 실존을 하면서 인간처럼 말하고 사고하고 행동하는 기계나 생명을 만나 인류 역사 이래
전혀 다른 조건, 정체성, 세계관과 패러다임, 삶, 사회를 구성하는 대변화”를 뜻한다.75)
인간은 생명을 창조하고 조작하는 호모 데우스의 지위에 올랐다.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으로
인하여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대중화하고 있는데, 이는 330만 년 전에 인간이 도구를 사용
한 이후 처음으로 도구와 인간 사이의 관계를 전복시키고 있다. 기존의 도구는 인간이 자연을

69) “Revealed: 6,500 migrant workers have died in Qatar since World Cup awarded,” The
Guardian, Feb 23, 2021.
70) 코헤이, 앞의 책, 31쪽.
71) 제이슨 히켈, 김현우·민정희 역,『적을수록 풍요롭다』(파주; 창비, 2021), 154쪽.
72) 히켈, 같은 책, 159쪽.
73) 히켈, 같은 책, 160-163쪽.
74) Climate Summit 2019, Report of the Secretary-General on the 2019 Climate Action Summit
and the Way Forward in 2020,” 11 December 2019. p.3.
75) 이도흠, 앞의 책, 23∼24쪽을 요약하며 약간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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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74

자신의 의도대로 개조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편으로서 연장에 지나지 않았으며 주체
는 늘 인간이었다. 하지만 목적지만 누르고는 길도우미(네비게이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운전
자처럼, 도구가 우리의 주인이 되고, 우리는 초기 입력이 끝나는 순간 이를 보조하는 노예나
행위자(agent)로 전락하고 있다. 물론, 큰 틀에서는 도구와 인간의 관계가 전복되지만, 라투르
가 지적하는 대로, 기술이 단순한 도구로서 기능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사회의 맥락에
서 행위자(actor)로 기능을 하면서 끊임없이 각본화(in-scription)와 재각본화(re-scription)를
되풀이하며 주인과 도구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며 사회의 변화를 유도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과학자들은 설계 당시에 자신들이 인간과 인공지능에 대해 기대하고 상상하고 계획한 대로 인
공지능을 제작하여 도구나 보조자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각본화]. 하지만 인공지능에 다른 인
공지능과 사람, 기계, 기술, 사회와 제도와 문화 등이 관련을 맺고 영향을 미치면서 처음의 각
본에 어긋나는 의외의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주체성의 문제, 가치와 책임배분을 생성하
고 이를 반영한 인공지능의 제작을 하게 된다[재각본화]. 이 과정 속에서 인간의 정체성, 인간
과 인공지능의 관계, 노동, 제도, 윤리 등에서 여러 변화가 나타난다. 결국 도구가 행위자가
되고, 도구와 인간은 뒤섞인다.76)
딥러닝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인간의 뇌신경세포를 모방한 뉴로모픽칩(neuromorphic chip)
기술을 활용하면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초지능(super intelligence)을 달성
할 수 있다. 초지능이 문제가 아니라 인공지능이 자유의지(free will)를 달성하느냐가 관건이
다. 이 경우 인공지능이 인간이 장착한 알고리즘대로 행동하지 않고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
서 행동하고 자신이 다른 알고리즘과 다른 인공지능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불가
능한 영역이지만 앞으로 인간의 자유의지와 유사한 자유의지의 알고리즘을 가진 인공지능의
제작이 가능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윤리를 정립하는 것을 넘어서서 법적이고 사회적인
통제가 필요하다.77)
현재 기술로도 생명체의 DNA와 로봇을 결합하여 생물학적 로봇인 바이옷(Biot, BIological
robOT)을 제작할 수 있다. “2020년 1월에 터프트대학의 앨런디스커버리센터(Tuffts Universi
ty’s Allen Discovery Center)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아프리카 발톱개구리(Xenopus Laev
is)의 줄기세포를 배양하여 슈퍼컴퓨터가 설계한 기계 몸체에 결합시켰다. ‘Xenobots’라 명명
된 이것은 헤엄치고 걷고 먹이를 먹지 않고도 몇 주 동안 살아남았다.”78)
지금 현재 1,100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같은 일을 하고도 절반의 임금밖에 받지 못하
는데 더 열악한 플랫폼노동이 날로 증가하고 있고, 로봇과 인공지능이 압도적인 세계 1위로
제조업 종사자 1만 명당 1,012대 비율로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79)

76) Bruno Latour, “The Sociology of a Few Mundane Artifacts,” in Shaping Techonology/Building
Society: Studies in Sociotechnical Change. eds. Wiebe E. Bijker and John Law(Cambridge,
Massachussetts: The MIT Press, 1992), pp.225~259; 브뤼노 라투르, 장하원·홍성욱 역, 『판도라의
희망 – 과학기술학의 참모습에 관한 에세이』(서울; 휴머니스트, 2018), 279~336쪽 참고함.
77) 이 단락은 이도흠, 앞의 책, 165∼365쪽에서 6장에 걸쳐서 쟁점별로 논증한 것을 간단히 요약함.
78) Joshua E. Brown, “Team Builds the First Living Robots-Tiny 'xenobots' assembled from cells
promise advances from drug delivery to toxic waste clean-up”, in th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January 14 2020.
(https://www.uvm.edu/uvmnews/news/team-builds-first-living-robots)
79) IFR, “Global Robotics Race: Korea, Singapore and Germany in the Lead,” Robot Density Data,
Jan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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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75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다. 현재 고스트 워크(Ghost work)가 새로운


노동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로봇이 활성화하면 인간의 상당수가 이에 종사할 것이다. 이미 인
터넷과 온라인 기업이 대형화하면서 법적 지위도, 조합도 없이 임시직으로 보조 역할을 하는
고스트 워크가 발생했다. “이들은 지금 조앤이란 여성이 아마존닷컴이 운영하는 엠터크에서
음경 사진을 거르는 일을 매일 10시간씩 수행하고 40달러를 버는 것처럼,”80) 인공지능이 작
업을 하다가 알고리즘의 한계나 작업상 결함으로 놓치거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부수적인
일들을 처리하는 보조 노동을 할 것이다. “이대로 방치될 경우 수억 명의 노동자들을 눈에 안
보이는 존재로 만들 수도 있다.”81)
가장 심각한 것은 이로 인한 불평등의 극대화와 노동운동의 무력화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
하는 과학기술을 다루거나 알고리즘을 제작/관리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노동자 사이의 차이
는 더욱 현격하게 벌어질 것이다. 로봇의 노동 대체가 극대화하면, 노동거부로 자본에 대하여
저항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들이 노동거부로 맞서면 이제까지는 자본이 마지못하
여 협상에 나서거나 양보했지만, 앞으로는 그 자리를 로봇으로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
자 대다수가 ‘쓸모없는 자’로 전락한 데 더하여 파편화하기에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은 더욱
어려워지고 그들을 무시해도 자본의 이윤 창출에는 별다른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배
달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 새롭게 조직하여 단결투쟁을 진행하는 데서
잘 나타나듯, 노동자는 변화된 조건에서 다른 방식으로 끊임없이 저항할 것이다.
지금부터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인류 사회가 로봇봉건제 사회로 퇴행할 수도 있다. 21세
기에는 로봇이 숙련 노동자와 반복 작업을 거의 모두 대체할 것인데, 로봇의 생산성은 인간보
다 수십에서 수천 배에 이를 것이다. 로봇을 매개로 생산한 가치는 로봇 소유주가 독점한다.
이는 노동시장을 전면적으로 파괴할 뿐만 아니라 노동을 기계의 작동으로 대체하며 노동의 종
말을 부르고, 0.0001%의 로봇 소유주와 플랫폼 기업 소유자가 거의 모든 가치를 독점할 것이
다. 이 경우 ‘영주-기사-농노’의 관계처럼 ‘로봇소유주-로봇-노동자’의 관계가 성립되고, 노동
자는 로봇을 보조하는 자로, 로봇의 매개를 통해 로봇 소유주에게 철저히 착취당하고 자유를
통제당하는 노예로 전락할 수 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정체성 상실의 문제다.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고 사람
처럼 의식하고 감정도 표현하고 사람보다 특정한 일을 훨씬 더 잘 수행하는 인공지능은 인간
의 본성과 정체성, 생명성에 근본적인 혼란과 파국을 가져올 것이다. 영국 드라마 <Humans>

80) 메리 그레이 외, 신동숙 역,『고스트 워크』(서울; 한스미디어, 2019), 13~14쪽.


81) 그레이 외, 같은 책,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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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76

를 보면, 한 가정에 가정부로 들어온 젊고 아름다운 인공지능 로봇 아니타는 요리에서 가사에


이르기까지 못하는 것이 없는, 더 좋은 엄마와 아내 역할을 한다. 이에 존재감의 상실을 느끼
는 아내에게 아니타는 “나는 당신보다 아이를 더 잘 돌보고 화를 내지 않고 기억을 잊지도 않
고 술이나 마약을 하지도 않는다”라고 말한다. 노동은 진정한 자기실현이자 자신의 본성을 구
현하는 적극적 실천행위다. 소설가보다 더 훌륭한 서사를 완성하는 인공지능, 화가보다 그림
을 더 잘 그리는 인공지능, 교수보다 논문을 더 잘 쓰는 인공지능은 소설가, 화가, 교수에게
정체성의 상실하게 만든다. 드라마와 같은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의 일자리를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인간보다 더 나은 예술작품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를 해체하고 인간의 정체성에 혼란
을 야기할 것이다.

<모형1: 인공지능 시대에서 기계와 차이를 갖는 인간성의 기호학적 사변형>

인간: S1 S2: 기계

사이보그/trans-human:-S2 -S1:안드로이드/post-human

인공지능 시대에서 기계와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그레마스(A.J. Greimas)의 기호학적 사


변형(Semiotic Square)으로 분석해보자. 인공지능 시대에서 근대에 존재했던 인간 대 기계의
대립은 사이보그와 안드로이드로 확대된다. 위 기호학적 사변형에서 인간과 기계, 사이보그와
안드로이드는 대립관계이다. 순수한 인간이 빅데이터, 만국어 회화칩, 나노로봇을 몸에 장착하
거나 인터페이스하면 사이보그로 변한다. 인간과 사이보그, 기계와 안드로이드는 보완관계이
다. 안드로이드는 생김에서 말하기와 쓰기, 생각과 감정조차 인간을 닮았지만 엄연한 기계이
다. 반면에 사이보그는 뇌를 제외한 전체 몸이 기계일지라도 분명히 인간이다. 인간과 안드로
이드, 기계와 사이보그는 모순관계이다.82) 물론, “인간/비인간의 구분이 선명해지면, 역으로
그 틈에서 수많은 잡종들이 증식한다”83)라는 브뤼노 라투르의 주장처럼, 기계형 인간, 안드로
이드형 인간 등 허다한 잡종들도 존재할 것이다.

2.5. 간헐적 팬데믹의 위기


영웅도, 촛불을 든 시민도 아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이 지구촌에 대변혁을 초래하였
다. 코로나 바이러스 19는 일상에서부터 국가, 세계체제에 변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빈틈’의 숲마저 파괴하자 그 숲에서 수천 만 년에서 수억 년
에 걸쳐서 숲 속의 동물들과 공존하던 바이러스가 인수(人獸) 공통의 바이러스로 변형을 하고,
그 중의 하나가 세계화의 고속도로를 타고 퍼지며 5∼7년 주기로 팬데믹을 일으키고 있다. 앞

82) A.J. Greimas, (tr.) Paul Perron and Frank H. Collins, On Meaning, Selected Writings in
Semiotic Theory(Minneapoli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87), pp.49~53.
83) Bruno Latour, (tr,) Catherine Porter, We Have Never Been Modern(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93), pp.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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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말한 대로, 여기에 6대 위기가 서로 조건과 인과로 얽혀있는 현 상황은 ‘간헐적 팬데믹


시대(The Age of Intermittent Pandemic)’다.
“메르스는 27개국에 걸쳐 2,494명을 감염시키고 858명을 사망으로 몰고 갔으며, 사스는 26
개국에서 8,096명을 감염시키고 774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84)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20
24년 1월 21일 현재 전 세계 7억 211만 5,249명을 감염시키고 그 가운데 697만 1,872명(치
명율 1.00%)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85) “대한민국의 경우 2023년 8월까지 13,443만 6,586
명을 감염시켰고 3만 5,812명(0.10%의 치명율)을 사망시켰다.86)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쉽게 변형을 하고 면역항체가 형성되어도 그 유효기간이 짧고 변형
에 따라 면역효과가 다양할 것이기에 완전 종식은 어렵다. 설혹 백신으로 퇴치한다 하더라도
또 다른 불청객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그만큼 인간과 바이러스 사이의 경계나 완충지대는
무너졌다. 이 모두가 인간이 좀 더 많은 이윤과 이익을 얻기 위하여 마구잡이로 바이러스와
모든 생명체들이 공존하던 숲을 파괴하고 오염물질을 배출하여 자연의 순환을 담보해 줄 빈틈
마저 개발한 업보다.
의료장비와 물품의 국제적 협업과 공유는 붕괴되고, 각국이 자국 생산과 소비에 초점을 맞
추고 있다. 검역과 방역을 빌미로 각국 정부는 빅브라더식의 통제와 감시를 강화하고, 시민을
격리시키고 있으며, 대신 포퓰리즘으로 이를 보완하고 있다. 이 와중에 생명권력은 주권권력,
데이터권력과 동맹을 맺으며 막대한 권력과 자본을 획득하고 있고, 기존의 주권권력과 훈육권
력의 동맹에 생명권력, 데이터권력이 가세한 거시권력은 공포를 기반으로 더욱 강력하게 시민
을 통제하고 감시하고 훈육할 수 있는 헤게모니를 얻고 있다. 국가는 한편에서는 자본과 연합
하여 원격의료, 원격강의, 생명관련 사업의 시장을 확대하고, 한편에서는 탈출구를 모색하면서
디지털 혁명, 그린뉴딜, 초연결사회를 서두르고 있다.
코로나는 불평등을 더욱 극대화하였다. 역성장에서 대량해고가 발생하면서, 불평등은 더욱
극대화하였으며, 남성보다 여성이, 백인보다 유색인이 더 큰 피해를 입었다. 확진자 수가 30
만 명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총 2,28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는데, (2020년) 3월 넷째 주(22∼28일)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665만 건, 그
1주일 전 328만 3,000건으로 불과 2주 만에 약 1,0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87)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억만장자의 부는 2020년 3월 18일에서 11월 30일 사이에 놀랍게도 3.9조 달
러가 증가했다.”88) “상위 억만장자 1,000명이 전염병 이전 최고치로 재산을 회복하는 데 불과
9개월이면 가능했지만, 전 세계 극빈층은 회복까지 10년 이상(14 배) 더 걸릴 수 있다.”89)
이런 상황에서 노동의 경우 온라인 서비스, 배달앱이 활성화하고 임시직과 프리랜서가 증가
하며 ‘프레카리아트’, 곧 불안정노동(precariat: precarious+proletariat)이 늘어나며 더욱 열
악해지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에 더하여 재택근무와 비재택 근무, 숙련노동과 비
숙련노동 사이의 격차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로봇자동화가 가속화하면서 노동자의 일자리를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고스트워크는 급속히 확대할 것이다.
각 국가는 바깥으로는 고립주의를 강화하면서 내적으로는 검역과 방역에 주력하면서 국민을

84) (https://coronaboard.kr/)
85) (https://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
86) (https://coronaboard.kr/)
87) 배정원, “코로나19, 대공황 수준 경제 위기…세계 질서 영원히 바꿔놓을 것,” <중앙일보>, 2020년 4월
5일.
88) Oxfam, The Inequality Virus. Oxfam GB, Jan. 2021, p.12.
89) Oxfam, ibid.,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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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78

통제하고 관리하는 대신 포퓰리즘 정책으로 정당성을 확보하였다. 대다수 국가가 빅브라더와


빅마더(the big mother)를 혼합한 전체주의적 통치에 기울었다. 국가는 방역을 빌미로 빅데
이터와 스마트폰, 여러 도청이나 감시 프로그램을 연결하고 활용하여 국민에 대한 감시와 사
찰, 통제를 강화하였다. 시민의 무의식과 욕망을 엿보고 이를 SNS와 미디어를 통하여 조작하
여 더욱 부드럽게 관리하고 조정하였다.
반면에, 시민사회에는 공포의 유령이 지배했다. 그럼에도 저항은 쉽지 않았다. 거시권력의
헤게모니는 더욱 강화하였는데, 공론장이 붕괴되고 가짜뉴스가 진실을 대체하고 페스트 시대
나 통할 주술적 담론이 난무하였다. 어렵게 노동자와 시민과 연대하여 집회를 행한다 하더라
도 공포에 휘둘린 대중으로부터 참여와 헤게모니를 획득하는 일은 난망하였다. 선진국을 자처
하던 유럽과 미국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와 인종차별이 만연하였다.
전문가의 조언을 듣지 않고 독선과 독단을 행하는 미국과 브라질, 러시아에서는 확진자와 사
망이 급증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견제나 비판은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면에 개인들은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 재택근무, 온라인 회의와 수업, 종교의례와 모임이
일상화하였다. 오랫동안 거리두기를 하자 시민들은 집에서 묵상하면서 여기저기 여행하고 비
싼 것들을 소비하며 부와 권력을 과시하는 것보다 ‘지금 여기의’ 삶에 행복해 하면서 자신과
가족에 충실한 것이 소중하다는 인식을 하였다. 그 중 상당수는 약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
대하는 것이 가장 인간답게 사는 길임을 깨달았다. 적게 욕망하면서도 행복할 줄 아는 소욕지
족(少欲知足)의 삶이 단지 석 달 만에 석유 값을 반토막내고, 전 세계의 대기를 청정하게 하
고 사라졌던 동물들이 돌아오게 하였으며,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을 해야만 유지되는 자본주의
체제도 휘청거리게 하였다.90)
이처럼 간헐적 팬데믹은 정치적으로는 감시국가와 각자도생의 세계체제, 경제적으로는 세계
의 역성장, 사회문화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촉진하고 온라인, 재택근무를 활성화하면서 숙
련노동과 비숙련 노동, 재택근무와 비재택근무 사이의 불평등을 심화하고 프레카리아트를 증
대시켰다.

2.6. 공론장의 붕괴와 민주주의의 위기


페스트에 대한 성찰, 르네상스 이후의 과학혁명과 계몽사상, 산업화와 도시화, 보통교육, 금
속인쇄와 출판의 대중화 등이 어우러지면서 의식의 각성을 한 시민들이 주술의 정원에서 탈출
하여 교회 바깥에 시민사회를 구성하였다. 시민들은 책을 읽고 신문을 보며 살롱 등에 모여
모든 사람들이 원칙적으로 동등한 기회와 권력을 갖고서 과학과 이성에 근거하여 의견을 피력
하고 토론을 하고 여론(public opinion)을 형성하고 때로는 합의(consensus)에 이르며 부르
주아의 공론장(public sphere)을 형성하였다.
공중(public)은 공론장에서 합리적으로 토론을 하며 신의 죽음을 선언하고 흑사병, 연금술,
면죄부로 대표되는 어두운 주술의 정원에서 탈출하여 계몽의 빛이 환하게 비추는 세계로 나아
갔으며 이것이 과학발전과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하지만 “언론이 ‘제조된 공론장’을 만들
고 복지국가가 정착되며 사적 부문과 공적 부문이 상호침투하고 관료체계와 엘리트주의가 평
등한 토론을 방해하고 대중 또한 문화산업과 엔터테인멘트에 휘둘리면서 공론장은 쇠퇴하였
다.”91)

90) 지금까지의 이 절의 논의는 이도흠,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2-4차 산업혁명과 간헐적 팬데믹 시
대』, 특별한 서재, 2020, 504∼507쪽을 발췌 요약함.
91) 위르겐 하버마스, 한승원 역, 『공론장의 구조변동』(서울; 나남. 201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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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79

최근에 들어 이는 거의 해체 수준으로 붕괴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지속되면서 자본


과 국가와 거리를 두고 제4부의 역할을 하던 언론들이 자본에 포섭되거나 잠식되기 시작하였
다. 제4부로서 정부를 견제하던 언론의 역할은 현저하게 저락하였다. 디지털사회가 되면서 S
NS에서는 매일 엄청난 양의 가짜뉴스가 생산된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국가의 감시와 사찰
이 강화하고 여기에 시민들의 공포가 결합하면서 민주주의의 토대인 공론장은 심각한 상황으
로 붕괴되었다. SNS로 인하여 영향력이 줄고 이 영역으로 광고가 흐르면서 언론사는 점점 경
영위기에 놓였다. 이에 언론사는 정론보다 선정적인 보도에 기울어지거나 자본에 투항하였다.
주술적 담론과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반향실효과(echo chamber effect)가 증대하였다. 언론,
SNS, 교육, 종교, 지식인의 장에까지 올바르고 정확한 공론을 조성하는 것이 심각하게 공격을
받거나 배제되었고, 공론장의 적인 주술과 광기, 공포, 반지성이 언론을 압도하고 있다. 미래
는 더욱 어둡다. 밀레니엄 세대하고도 확연히 구분되는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 세대들
은 140자(한글 70자)가 넘으면 읽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여 문자를 통한 인식과 사고, 성찰
을 거의 하지 못한 채 이미지와 정감에 휘둘려 사고하고 행동한다.
우리는 어떤가. 18세기에 상공업의 발전을 토대로 성장한 중인(中人)들은 양반이 독점하던
한문으로 읽기와 쓰기와 생산수단을 분점하면서 한문 정전에 담겨 있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
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실학자들과 일부 여성들이 가담하고, 민중들은 두레공동체를 바탕으로
민회를 조직하면서 공론장이 싹텄다. 이후 공론장은 각 두레를 장시로 연결하면서 확대되고
심화한다. 유럽의 공론장이 부르주아가 중심이었던 것과 달리 두레와 장시를 중심으로 형성된
공론장은 민중들이 서로 시시콜콜한 개인사에서 시국과 상황에 대한 의견에 이르기까지 정보
와 지식을 공유하며 서로를 의식화하는 장이었다. 근대 시기의 민란과 항쟁, 독립투쟁의 근거
지가 두레와 장시였다. 여기에 더하여 근대 신문과 방송의 출현, 보통교육, 시민과 민중의 성
장을 바탕으로 약간의 발전을 보이지만, 일제와 미군정, 군사독재정권 하에서는 강한 억압 아
래 미미한 저항을 하는 형태로 지속하였다. 그러다가 공론장은 87년을 기점으로 국가와 시민
사회 사이에서 양자를 매개할 정도로, 2016년에는 정권을 교체하는 바탕을 형성할 정도로 비
약적인 발전을 하였다.
하지만 한국의 공론장 또한 디지털 사회와 팬데믹을 맞아 빠르게 붕괴하고 있고 이제는 거
의 해체 수준에 놓였다. 인테넷 강국은 SNS와 유튜브에 의한 공론장 형성과 파괴가 가장 빠
르게 진행되는 토대가 되었다. 촛불항쟁 시에 SNS는 기존 언론이나 출판 바깥에 공론장을 형
성하였으며, 이는 주권자로 인식한 시민들이 박근혜 정권의 모순과 비리를 인식하고 분노를
분출하고 서로 실천을 고무하는 장(場)이었다. 지금도 일정 정도 이 역할을 유지하지만, 가짜
뉴스와 편 가르기, 언론 윤리나 대의는 전혀 없이 오로지 이익을 위하여 선동과 조작을 일삼
는 유튜버들에 의해 무참하게 파괴되었다.
좌파 종이 신문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중도 정론지를 유지하던 <한겨레신문>과 <경향신
문>은 노동과 좌파 운동에 대해서는 다분히 보수적인 입장에 기울어 보도하고 있으며, 경영위
기 속에서 점점 대중의 취향에 영합하고 있다. 전국 규모의 온라인 매체 가운데 <오마이뉴스>
와 <프레시안>은 중도지를 견지하고 있고, <참세상>, <민플러스>, <레디앙> 등은 진보적 관점
을 유지하고 있지만 심각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각 언론이 관여하고 있는 조직이나 정
당 바깥의 독자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관련 조직과 정당을 넘어서서 전국적이고 대중적
인 영향력을 갖는 좌파 언론이 단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보수언론과 종편은 객관적 사실까지
왜곡하며 기득권층의 이해관계에 입각한 선전전과 여론조작, 프레임 형성에 몰두하고 있다.
수구보수 세력은 코로나 바이러스 19에 맞서서 과학적, 의학적으로 분석하고 합리적 대응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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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80

식을 제시하는 대신 정부를 무조건 비판하고 공포를 조장하였다. 심지어 ‘일베’에 오른 음모론


을 버젓이 기사화하는 언론도 있었다. 보수적 의료인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이 ‘중국으로부터
의 입국금지론’과 ‘정부 방역 실패론’만 되풀이하였다. 특히 이 상황에서 등장한 신천지 집단
은 주술적 사고로 무장한 채 위법과 거짓, 은폐와 조작을 남발하였다. 상당수의 목사들은 마
치 페스트 대유행 때의 채찍질 고행단처럼 과학과 의학을 부정하고 주술과 광기를 고집하였
다.
지난 조국 정국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자유주의자들은 지식인이건 대중이건 정치인이건 할
것 없이 조국 장관이 울타리 안 기득권자의 편법을 답습하며 범한 명백한 잘못에 대해서도 궤
변까지 동원하며 무조건 두둔하였다. 검찰의 과잉대응과 정치적 행위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판해야 마땅하지만, 정권의 권력 수호를 위한 검찰압박까지 감싸고, 진정한 검찰개혁의 길,
곧 공수처를 넘어 시민검찰제, 검찰 수장의 직선제, 사인소추제 등 검찰을 권력이 아니라 시
민이 견제할 수 있는 합리적 논의 자체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수구보수 세력과 박근혜 정권
에 반대하던 지식인들조차 절반 이상이 무조건적으로 조국을 옹호하고, 이를 비판하는 진보
세력에 대해서는 인신공격과 폭언이 담긴 문자폭탄도 불사하였다. 이들은 대선 이후 개딸들로
이어져 민주당의 쇄신과 당내 민주주의에 심대한 걸림돌로 작동하고 있다.
대중들은 SNS에서 보고 싶고 읽고 싶은 것만 접하면서 확증편향을 강화하고 있다. 이로 폐
쇄된 공간에서 비슷한 정보와 생각이 돌고 돌면서 강화되고 악순환을 일으키는 반향실효과(ec
ho chamber effect)는 더욱 증대하고 있다. 그동안 진영의 선을 넘나드는 사람들이 꽤 있었
지만, 조국 사태 이후 진보와 보수만이 아니라 민주당 지지자인 자유주의 세력과 진보진영 사
이의 벽은 더욱 공고해졌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SNS에는 가짜뉴스가 매일 난무한다. 어느 정도 합리적
이고 과학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전문가나 지식인조차 가짜뉴스를 전파하고 있는데 그 가짜
뉴스조차 읽어보면 진영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필자가 들어가 있는 카톡방이나 텔레그램 방에
가짜뉴스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비판한 글을 올려놓아도 그와 똑같거나 유사한 가짜뉴스가
또 올라온다. 그 정도로 지금 공론장의 붕괴는 심각한 수준이다. 공론장이 붕괴한 곳에 민주
주의의 꽃은 피어나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은 민주주의를 더욱 위기로 몰아놓고 실제 코로나 계엄상황을 만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19사태를 빌미로 패킷 감청 등 첨단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개인의 사
적인 정보가 감시되고 털리고 있다. 주권권력과 훈육권력, 생명권력, 데이터 권력으로 이루어
진 거시권력의 유착은 더욱 심화하고, 이들은 빅브라더에 더하여 빅마더를 구성하여 시민의
무의식마저 조종하고 있다. 무엇보다 헌법이 보장한 집회를 원천봉쇄하며 ‘코로나 계엄’ 상황
을 만들었다. 독감 때문에 집회의 자유를 제한한 나라는 없다. 독감의 치명율과 야외에서 마
스크를 썼을 경우 치명율은 0.1%로 같다. 방역을 준수해야 하지만, 이 정권은 방역을 빌미로
방역의 한도를 넘어서서 집회의 자유마저 원천 봉쇄하였다. 이는 분명히 집회의 자유를 보장
한 헌법을 위반한 위헌행위다.

3. 복합위기의 원인
복합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기후위기와 환경위기의 원인부터 따져본다. 첫째, 산업화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추진된 산업화로 화석연료를 에너지로 삼으면서 연소하고 남은 막대
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방출하였으며, 수많은 상품을 생산하며 중금속과 독성물질을 대
기와 땅, 강과 호수, 바다로 배출하였다. 아울러, 플라스틱이 썩지 않은 채 나노 상태로 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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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81

되어 해양을 오염시키고 있다.


둘째, 도시화 때문이다. 지구촌은 2008년을 기점으로 도시 인구가 절반을 넘어섰다. 이는
세계 인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순환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감을 의미한다. 이들은 날마다 자연
을 파괴하고 소비에 치중하면서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다.
셋째, 인구의 급증 때문이다. 2024년 1월 21일 현재 세계 인구는 80억 8,641만 명에 달한
다.92) 80억 명의 인구가 매일 호흡하고 먹고 사용하면서 수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넷째, 제국주의와 제국의 착취와 폭력, 중심이 주변부를 착취하는 세계체계(world system)
때문이다. 제3세게는 “서구적 산업모델 및 서구식 근대화와 농법, 대형농장체제의 수용 → 생
산 및 인구의 증가 → 산림의 개발과 비료와 농약의 과다 사용 → 산림 파괴, 토양의 사막화
→ 강수량 저하와 지하수 및 하천수 감소, 토양오염, 지하수 오염 → 가뭄과 식수 고갈 → 농
촌공동체 파괴와 흉년, 기근, 혹은 내전과 전염병 → 독재 및 서구 종속 심화”의 악순환을 겪
고 있다.
다섯째, 국가와 자본의 동맹의 심화, 특히 토건카르텔 때문이다. 후기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체제의 모순이 결합된 토대 위에서 토건 카르텔이 더욱 강화하였다. 국가는 장기침체의 국면
에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로 국토개발을 선호한다. 이는 자본과 기득권 동맹
은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큰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방편이다. 나라마다 공사마다 차이는 있
지만, 대략 전체 공사비용의 10%에서 40%에 이르는 자금이 정치인-관료-자본-토호 세력으로
이루어진 토건카르텔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그들은 홍수 예방, 수자원과 에너지 확보, 농지 및
공업용지 조성, 고용 창출 등 국가발전이나 국민적 필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비용 대비
효과를 산출하면 대규모 토목사업은 마이너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토건카르텔은
효과를 부풀리며 주민과 시민 및 환경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를 강행한다. 대규모 개발사
업들은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고 무수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던 원주민이나 마을 공동체를 파괴한다. 이 사업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지만 그 열
매는 토건카르텔이 따먹으며, 이로 야기되는 기후변동, 홍수와 가뭄, 바이러스의 전파 등은 지
역주민과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여섯째, 과학기술의 도구화와 자본과 유착이다. 후기 자본주의 체제에 와서 과학기술과 산
업생산이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게 되었다. 과학기술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도구화하였다. 자본
은 재정을 과학기술에 투여하는 대가로 독점권을 행사하여 이 기술로 파생된 상품의 판매로
막대한 이윤을 회득하며, 국가는 국가의 부를 늘리고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과학기술에
지원한다. 과학기술의 종사자들은 높은 연봉과 기술료, 보상을 받기 위하여 이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일곱째, 기계론적 세계관 때문이다. 뉴턴의 기계론적 물질관과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心身
二元論)은 세계를 이분법으로 나누고 환원주의적으로 바라보면서 자연에 대한 착취와 개발을
정당화한다.
여덟째, 인간중심주의 때문이다. 인간중심주의는 인간이 전 지구의 중심에 서서 자연을 착
취하고 개발하며 다른 생명을 마음대로 지배하고 학살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이렇게 기후위기의 원인을 여덟 가지로 분석했지만 근본 원인을 분석하면 자본주의 체제다.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었으면 산업화나 도시화가 자연과 공존하는 범위에서 지속가능하게 이루
어졌고 세계체제도 중심이 주변부를 착취하는 방향으로 구성되지 않았다. 경제가 탈성장을 지
향하였기에 인구의 급증도 일어나지 않았다. 과학기술의 도구화나 과학기술이 자본과 유착을

92) www.populationmatter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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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은 것도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인간중심주의 또한 자본주의 체제를 옹호하기 위한 이데올로


기로 개발된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었으면 토지는 커먼즈를 유지하였기에 토건카르텔
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각각의 복합위기의 원인을 분석해 보자. 불평등의 원인은 자본의 유기적 구성,
탈취에 의한 축적, r>g 때문이지만, 이 모두 자본주의의 모순에서 비롯된 요인이다. 패권의
변화와 지경학적 전쟁의 위기 또한 자본주의 체제가 일국의 발전으로 한계에 다다라 제국주의
의 형태를 취한 것 때문이다. 자본주의 이전의 중세 사회에도 전쟁이 있었지 않느냐고 반문하
겠지만 그들 전쟁은 양식과 자원, 그 기반인 땅을 얻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을 양식
이 80억 명이 먹고 남을 정도로 생산되고 활발하게 교역이 이루어지고 공유되는 사회에서는
전쟁이 일어날 필요가 없다. 3차/4차 산업혁명 또한 관건은 컴퓨터공학, 로봇공학 등 첨단산
업과 인공지능이 자본주의 체제와 결합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자본주의 체제와 결합하면 첨
단산업과 인공지능은 디스토피아를 가져올 것이지만 자본주의 체제와 분리되면 오히려 유토피
아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는 첨단산업과 인공지능이 이윤을 증대하
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사용될 수밖에 없다. 로봇화와 인공지능에 의한 인류공멸을 막을 방법
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사회화, 곧 이의 사회적 공유와 시민사회의 통제밖에 없다. 그렇게 하
면 인간은 생산의 상당 부분을 로봇과 인공지능에 맡기고 인간은 여유롭게 여가를 즐기면서
놀이와 예술이 일치하는 진정한 자기실현으로서 노동을 할 수 있다. 자본과 국가, 언론 사이
의 카르텔이 붕괴되고 SNS의 가짜뉴스도 거의 대부분이 돈을 벌기 위해 생산되는 것이기에
거의 사라지고 공론장이 복원될 것이다. 숲을 파괴하는 목장과 광산 개발도 자연과 공존하는
범위 안에서만 이루어지고 숲이 복원될 것이기에 팬데믹도 사라질 것이다.
문제는 생산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있다. 세계 식량 생산은 80억 명이 먹고도 남
을 정도로 생산되는데, 8억여 명이 기아에 허덕이고 매년 210만 명이 굶어 죽는다. 더 야만적
인 것은 이들 8억 명이 충분히 먹고도 남는 양, 4,000억 달러(약 439조 원)어치의 음식물 쓰
레기를 매년 버린다는 점이다.93)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102.3%인데 자가주
택비율은 56.8%에 지나지 않는다.94) 자본주의 체제가 커먼즈를 희소성으로 해체하여 사유화
하였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는 모든 생산수단은 물론 인류와 생명의 공동자산인 땅, 숲,
바다마저 사유화하며 자연을 마구 개발하고 착취하여 불임의 체계로 전락시켰다. “고작 100개
기업이 산업시대부터 지금까지 배출된 온실가스 총량의 71%에 책임이 있다.”95) 자연 자체는
물질대사를 하며 순환하는 생태계인 것인데, 이 순환이 파괴되어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까닭은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가 이 순환을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 자
체가 확대재생산의 원리에 의하여 움직이는 것이기에 자본의 탐욕은 끝없이 증식되기 마련인
데, 자본이 증식되면 될수록 자연은 착취당한다. 자본주의는 선과 악, 이타와 이기의 혼합체인
인간이 후자에 더욱 기울어지도록 유혹하고, 개인이 신과 인간보다 돈을 더 섬기면서 서로 경
쟁하고 욕망을 증식하며 더 많은 소비를 하도록 조장한다. 이 체제는 탐욕과 이기심, 경쟁심
을 견제해야 할 이성마저 도구화하면서 모든 시스템과 과학기술을 계산이 가능한 목적에 종속
시킨다. 자본은 이윤을 위해서하면 살인, 쿠데타, 인간과 생명의 대량학살, 전쟁도 불사하며

93) http://www.wrap.org.uk/content/benefits-reducing-global-food-waste.(2015년 8월 27일) ‘폐


기물·자원 행동 프로그램(Wrap)’에 의하면, 인류는 1년에 1/3이나 되는 음식물을 쓰레기로 버리며, 이의
가치는 4천억 달러(438조 원)에 달하며, 이는 기아에 허덕이는 전 세계 8억 5백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막대한 규모다.
94) www.index.go.kr
95) 장호종 · 마틴 엠슨 외, 『기후위기, 불평등, 재앙』(서울; 책갈피, 2021), 5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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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83

이를 수행하기 위하여 국가와 동맹을 맺는다. 자본은 물질계에 이어서 정신과 무의식의 영역
까지 시장으로 전환하고, 사물·자연·인간의 가치를 배제하면서 이를 교환가치로 대체하여 물화
(物化)와 소외를 심화하고 공동체를 파괴하였다. 모든 생산수단은 물론 인류와 생명의 공동자
산인 땅, 숲, 바다마저 사유화하며 자연을 마구 개발하고 착취하여 불임의 체계로 전락시켰다.

4. 진보적 대안의 길
대안은 무엇인가. 이제 자본주의와 결별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우리는 이제 400년
자본주의와 다른 사회를 상상하고 구성해야 한다. 이것은 좌파적 이념도, 도덕적 당위도 아니
다. 인류의 멸망을 야기하고 있는 원인과 구조적 모순에 대한 통찰에서 비롯된 과학적이고 변
증법적인 인식이다. 앞 장에서 보았듯 모든 위기의 근본 원인이 모두 자본주의 체제이기 때문
이다. 지난 30년을 통해서 보았듯이, 탄소세 등 모든 대안이나 혁신적이고 참신한 개혁책조차
자본주의는 결국 이윤과 탐욕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한 가지만
하더라도 파국에 이르는 시점이 5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노동중심의 생태적이고 평
등한 참여민주주의 커먼즈 사회로 담대하게 이행해야 한다. 문제는 이 목표와 현실 사이의 괴
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겨우 3% 남짓의 헤게모니를 갖는 진보세력으로 어떻게 이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

4.1. 진보의 성찰
진보-좌파 진영은 우선 다음 사항을 통렬하게 성찰해야 한다.
첫째, 자본주의 해체와 대안의 사회를 목표로 설정하고, 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아젠다와
정책, 담론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하였다. “87년 대투쟁 이후 정립된 한국 민주노조운동의
이념(정체성)은 자주성, 민주성, 투쟁성, 연대성, 변혁성이다. 그러나 민주노조운동의 이념은
신자유주의 전면화 이후 발전적으로 재구성되기보다는 퇴보하였다. 사회적 합의주의 · 실리주
의 · 조합주의의 확산이 그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자본주의를 포함한 세계자본주의의 구조적·
장기적 침체기에 맞선 운동, 노동의 위계화된 분할공세를 뚫어나가는 운동으로 발전해나가지
못하고 있다.”96)
둘째, 정파로 분열된 채 통합하지 못하여 노동자 민중의 생존위기와 고통에 제대로 대응하
지 못하였으며, 신자유주의 체제와 기득권 동맹, 두 보수 정당의 헤게모니에 전혀 균열을 가
하지 못하였다.
셋째, 진보-좌파 운동의 관건은 노동자 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인데 이 운동이 현장에서
거의 실종되었으며 정의당이나 진보당, 녹색당도 이를 간과하고 있다.
넷째, 스스로 신자유주의적 탐욕과 이기심을 내면화하였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오랜 동안
지속되면서 대다수 노동자들도 화폐 욕망 증식의 포로가 되었다. 그 가운데 증권, 부동산 등
재테크(財tech)에 가담한 노동자들은 자본가적 노동자(capitalist worker)로 전락하여 계급의
식을 상실한 채 성장 정책 옹호, 보수 양당 지지 등 부르주아적 성향을 나타낸다.
넷째, 조직과 진영 내의 민주주의를 무시하였다. 노동조합, 진보정당, 진보 단체들은 관료화
하였고, 안에서 나이, 직책, 젠더 등이 권력이나 권위로 작용하면서 아래로부터 민주적으로
숙의하여 합의하는 문화가 취약하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마초 콤플렉스가 강하고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극복하지 못했거나 성인지 감수성이 낮아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이 바람에

96) 다시 민주노조, 『2022년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평가와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의 과제』, 「노동당 대선
평가 토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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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84

여성과 젊은이들이 진보에 대해 혐오감을 갖게 하였고, 스스로는 미투운동에 쉽게 헤게모니를


상실하였다.
다섯째, ‘한 발 떼기’(백기완)를 더할 수 있음에도 투쟁하지 않은 채 타협 노선을 걷거나 쉽
게 투항하고, 자본이나 기득권 동맹과 야합하였다.
여섯째, 안보/종북 이데올로기, 성장이데올로기 등 지배이데올로기에 포섭되거나 조작되어
투쟁하지 않은 채 침묵하거나 이에 대항하여 대항 이데올로기나 담론을 만들지 못하였다.
일곱째, 민주당/자유주의 세력/기득권과 야합하여, 결과적으로 보수 양당 체제를 공고히 하
였다.
여덟째, 진보는 공부를 별로 하지 않는다. 시대는 코로나 이후사회이고 기후위기가 인류문
명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고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데, 노동운동 진영의 대다수가 7,80
년대 산업사회 패러다임과 의식에 머물고 있다.

4.2. 생태적이고 평등한 참여 민주주의 커먼즈 사회 이행의 길


ㅇ 담대한 목표를 향한 한발떼기
성찰을 바탕으로 진보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체제의 해체 내지 극복과 대안 사회, 곧 노
동중심의 생태적이고 평등한 참여 민주주의 커먼즈 사회로 이행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
고 모든 운동과 정책을 이 목표에 맞추어야 한다. 현재 진보의 주체적 역량은 너무도 미약하
여 이 목표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너무도 크지만 기후위기나 간헐적 팬데믹 사태를 잘 활용하
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버마스의 말대로, “유토피아의 오아시스가 말라 버리면 진
부함과 무력함의 사막이 펼쳐지며,”97) 이 목표를 설정할 때만 진보는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력감과 진부함에 빠진 노동자와 대중들을 선동하여 운동을 활성화하고, 설혹
실패하더라도 역사적으로 승리로 귀결되는 운동을 꾸려낼 수 있으며, 체제에 수렴되지 않고
담대한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또 한 걸음 나아가는 정책을 제시할 수 있다.

ㅇ 패러다임의 전환
가장 우선할 것은 자본주의 해체와 새로운 사회주의 의제를 전면화하고 패러다임을 전환하
는 것이다. 진보정치는 사회주의로 이행이라는 비전 아래 노동자의 계급성과 변혁성을 강화하
는 방향으로 혁신해야 한다. 모든 정책은 이에 이르기 위한 경로로 한정해야 한다. 이에 맞추
어 노동운동은 실리주의, 조합주의와 결별하고 반자본/반신자유주의를 지향하면서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고취하는 가운데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도모해야 한다.
패러다임 전환을 위하여 먼저 교환가치보다 사용가치를 더 중시하는 것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가치관과 패러다임과 함께 물적 토대와 제도의 혁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시장과 국가 정책에서 자연의 본래 가치를 교환가치로 대체하여 평가하고 이에 따라 정책을
추진한다. 예를 들어, 쌀 한 가마의 가치에 대해 지대, 비료와 농약의 값, 농부가 노동한 가
치, 종자 값 등만 가치로 따졌다. 햇빛, 물, 꽃가루받이를 한 바람이 없으면 쌀 생산이 원천적
으로 불가능함에도 이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들을 만드는 데 인간이 전혀 관여하지 못할 뿐
만 아니라 이의 가치를 형성하는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
공태양을 써서 쌀을 자라게 한다면, 인공태양의 빛은 교환가치를 갖는다. 그렇다면, 햇빛의 교

97) Jürgen Habermas, edited and translated by Shiery Weber Nicholsen, New
Conservatism-Cultural Criticism and the Historians' Debate(Cambridge; Polity Press, 19890,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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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85

환가치를 인공 태양을 매개로 추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보편화하면, 나라나 지역의 경제


도 GDP나 무역량 등 경제적인 가치만이 아니라 자연의 내재적 가치도 포함하여 평가하고 경
제개발 계획이나 정책을 입안하게 될 것이다.98) 또, 돌봄 노동과 가사노동 등의 사회적 필요
노동에 대한 가치 평가가 달라진다.
다가오는 시대는 “GDP보다 그 나라의 강과 숲에 얼마나 다양한 생명들이 살고 있는지, 국
력보다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이 얼마나 미소를 짓고 있는지, 국부를 늘리기보다 얼마나 가난
한 이들에게 공평하게 분배되고 있는지, 기업 이윤을 늘리기보다 얼마나 노동자들이 행복하게
자기실현으로서 노동을 하는 지, 뛰어난 인재를 길러내기보다 못난 놈들이 얼마나 자신의 숨
은 능력을 드러내는지, 내기하고 겨루기보다 여러 인종과 종교와 이념을 가진 사람과 인공지
능이 함께 모여 얼마나 신나게 마당에서 노는 지에 초점을 맞추어 국가를 경영하고 정책을 구
사해야 한다.”99)

ㅇ 주체
이의 주체는 이 체제에 가장 희생당한 노동빈이다. 이들이 주체로 나서되 사회적 약자, 여
성, 청년과 적녹보 연대를 한다. 이들과 함께 투쟁하면서, 새로운 사회를 향한 담론과 정책을
공유하고 소통하고 교육하면서 아래로부터 민중층과 시민사회의 조직화를 이루어내야 한다.

ㅇ 전략적 목표와 전술
전략적 목표는 촛불항쟁의 3단계 완성이다. 필자가 이미 2016년에 천명한 대로, 현재 촛불
이 1단계 탄핵, 2단계 정권교체로 나아갔지만, 3단계 사회대개혁이나 4단계 새로운 민주공화
국 건설을 향한 진전은 없다.(이도흠, <한겨레 신문>, 2016년 11월 7일. 박근혜 퇴진 운동의
진로) 국정농단이 도화선이 되었지만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분노의 바탕에는 불평등과 불공
정함에 대한 울분이 깔려 있었으며, 촛불의 명령 중 핵심은 불평등의 완화와 공정한 대한민국
의 건설이었다.
이를 위한 전제는 노동자 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우선 현장에서부터
이를 복원하고 진보 정당도 이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하며, 이 목표 아래 민족모순/젠더
모순/지역모순과 기후위기의 극복을 결합하고 플랫폼 노동자, 청년, 여성, 소수자와 연대한다.
현장과 지역에서부터 풀뿌리 대중조직을 건설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갈등이나 사회 문제에 대
해 헤게모니 투쟁과 담론 투쟁을 전개하면서 대중 속에 뿌리를 내리는 가운데 사회자본과 문
화자본을 축적하면서 권력을 쟁취한다. 민주노총은 이를 위한 조직화, 선전, 담론투쟁에 앞장
선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목숨을 걸고 견결하게 함에도 별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섬’
이 되었기 때문이고 현장의 노동운동이 사회변혁과 결합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구조적 침체기로 인한 자본의 노동자공세 강화와 노동자 내 분할의 고착화는 민주노조운동의
‘급진화’와 ‘연대성’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제기한다. 곧, 단위사업장 차원에서 물량과 고용을
연계시키는 분배투쟁을 넘어서 자본의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투쟁, 한국경제의 변혁을 위한

98) Jean-Marie Harribey, “Ecological Marxism or Marxian Political Ecology?,” in Jacques Bidet
and Stathis Kouvelakis (eds.), Critical Companion to Contemporary Marxism(Leiden/Boston;
Brill, 2008), p.202.
99) 이도흠, 「새로운 정치세력의 가치와 노선」, 국민모임, 『야권 교체 없이 정권교체 없다―국민모임 서울
대토론회』,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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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86

투쟁, 노동자 내 분할전략을 뚫고나가는 연대투쟁, 기후 등 중요의제에 대한 투쟁의 주체로


나아가야 한다. 즉 성장에 근거한 ‘분배의 정치’(회사·자본의 성장에 기초한 노동분배 몫의 확
대)를 넘어 ‘생산의 정치’(생산수단의 사회화와 노동자통제를 위한 투쟁)으로 진전해나가야 한
다.”100)
노동자 비합법적 투쟁과 제도권의 정치가 변증법적으로 종합되어야 한다. 의회를 활용하면
서도 의회에 매몰되어 변혁 운동을 약화해서는 안 되며, 운동의 이상과 의제를 의회를 통하여
제도화하고 의회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진보적 이상과 의제를 의회 밖에서 운동으로 구현해야
하는데, 외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각 진보 정당이 국회의원의 의석확보에 매몰되
어 광장의 정치, 현장 투쟁과 괴리를 빚었으며 노동진영이 민주당이나 을지로 연구소를 기웃
거리면서 노동운동을 순화하고 제도적으로 수렴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앞으로 체제 내의 개혁
과 체제 밖의 혁명적 해방운동, 합법투쟁과 비합적 투쟁, 광장의 정치와 의회 정치를 변증법
적으로 종합하고, 정당의 진보-좌파 정치와 노동운동, 사회운동, 지역운동을 결합하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개발해야 한다.
진보-좌파는 지선에서 한 지역을 연합하여 당선시킨 후 그 지역을 대안의 꼬뮨으로 만들어
다른 사회가 더 행복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보수양당 체제에 균열을 가하
지 못하는 한 진보의 확장은 불가하다. 한국에서 진보적인 담론/의제/정책은 레드컴플렉스의
그물을 통과할 때만 살아남는다. 양자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베네수엘라의 토레스 시가 100%
주민 참여 예산제로 하여 많은 변화를 야기한 것처럼 대안의 사회 모델을 진보정당이 권력을
획득한 곳에서 보여주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진보의 각자의 독자성이나 다양성을 인정한 바탕 하에서의 통합이나
선거연합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 연대연합정치가 가능할 수 있
는 정치형식과 정치과정을, … 진영 논리가 아니라 계급에 의한 선택이 가능할 수 있는 정치
적 공간을 창출해야 한다.”101) 필자가 진보대통합을 제안하고 회의의 사회를 보며 물밑교섭도
해 보았는데 문제는 정당 사이의 정강과 정책의 차이 때문이 아니었다. 신뢰, 패권, 감정적 앙
금으로 인하여 실패로 귀결되었다.102) 진보 통합이나 연합 없이 민주노총이 단일 대오를 형성
하기 어렵다. 그 결과는 연대의 상실과 진보의 괴멸과 우경화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정파로
갈라져 민주노총조차도 잘 연대하지 못하는 조직이 됐다.
분열이 창조적인 분화로 가려면 크게 다섯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민
주적이고 생태적인 사회주의로 전환과 노동중심을 바탕으로 한 계급정당을 목표로 하되, 그
안에서 민족모순, 세대모순, 젠더모순, 지역모순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며 사회주의로 이행하
는 다양한 경로와 분화를 인정한다. 둘째, 진보는 투쟁을 통해 하나가 될 수밖에 없기에 투쟁
을 통하여 차이를 소멸시키거나 상호 인정한다. 셋째, 지도부 몇 명이 합의 본다고 되는 게
아니다. 현장의 노동자와 조직구성원이 공감하고 판단의 공유를 하는, 합리적 토론과 민주주

100) 「노동당 대선 지선 평가 토론문」.


101) 고민택·김동성·김장민·배성인,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진보-좌파 정치』(서울; 해방터, 2021), 16∼18
쪽.
102) 필자가 2012년 9월에 민교협 상임의장으로서 ‘노동자·민중 후보 추대를 위한 사회단체·인사 연석회의를
제안하고, 2012년 12월까지 그 회의의 사회를 보며 진보 정당 및 사회 및 노동단체를 망라한 후보 추대
및 이를 통한 진보의 통합을 추진하였다. 그 최소 공배수로 지금의 진보당 진영에는 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에 대한 사과를, 지금의 정의당 진영에는 유시민 및 국참당 계열과 단계적 분리를 요청했으나 둘 다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두 세력이 이탈하였다. 이에 민주노총이 대의원대회, 중집 등을 열어 새벽까지 토론
하였지만 결국 민주노총이 참관단체에서 참여단체로 전환하지 못하면서 동력과 원심력을 모두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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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87

의적 토론과 합의가 가능한 시스템과 공공 영역을 확보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아래로부터 의


견을 수렴하는 민주적인 상향식 거버넌스를 조직한다. 넷째, 노동자들이 자본가적 노동자나 1
차원적 인간으로 전락하고 탈정치화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반공이데올로기, 세대
론, 자유주의,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의식화와 학습을 진행하여 노동자를 정치적 주체로 길러
낸다. 여섯째, 반신자유주의 반자본 전선의 깃발 아래 이를 지향하되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기후위기 극복, 무상의료 무상주택, 교육개혁 등의 정책과 담론 투쟁을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2024 총선에서는 당장 선거연합을 해야 한다. 경로는 민주노총이 플랫
폼 정당을 만들고 민중경선을 통해 진보연합후보를 내고 공동선대본부를 구성하고 자본주의를
오히려 강화하고 불평등 완화 효과가 없는 기본소득제가 아니라 사회공유소득제와 같은 시대
정신을 담은 정책으로 프레임을 구성하는 것이다. 전략적 목표는 이를 통하여 진보적 담론과
정책을 공론화하고, 지자체와 총선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동시에 진보 연합이나 통합의 기틀을
마련한다. 이를 통해 양 보수 정당에 대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화하고 시민사회와 함
께 위성정당을 금지하는 것을 제도화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다음 총선에서 원내교
섭단체를 이루어내고 진보-좌파의 집권이라는 다음 목표를 지향한다.

4.3. 정거장 점유하기


ㅇ 커먼즈 사회 실현이라는 목표를 향해 정거장에 해당하는 정책 추진하기
주체의 역량이 3.5%-5% 정도의 헤게모니밖에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커먼즈사회로
이행할 수 있는 전략은 목표를 수정하지 말고 이 목표를 향한 정거장을 하나씩 점유하는 것이
다. 예를 들어 무상주택을 목표로 한다면 LH 소유의 토지에 아파트를 지을 경우 25%가 아니
라 100%를 공공임대주택으로 하며, 무상의료가 목표라면 5세 이하, 80세 이상에 대해 100%
무상의료를 실시한다.
실질적으로 소득분배 효과가 없는 기본소득이 아니라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사회공유소득을
추진한다. 기본소득은 소득분배효과가 거의 없고 자본주의 체제를 강화한다. “능력에 따른 노
동과 필요에 따른 분배”의 면에서 볼 때 기본소득은 고용상태 차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개인적인 성향의 게으름을 차치하면, 이는 노동이 진정한 자기실현이 아니라 소외의
양식이 된 자본주의 체제에서 사람들이 능력에 따라 일하지 않고 원하는 만큼만 일하려는 경
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단지 기본소득이 고용효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만이 아
니라 사회 전체로 볼 때 게으른 자에 의한 부지런한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는 모순을
야기한다. “일자리에 대한 권리를 노동의지가 없는 게으른 사람에게도 개방하고 게으른 사람
들이 노동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이를 경매를 통해 대여하거나 파는 대가로 세금으로 환수한
고용지대를 기본소득으로 분배한다면, 이는 … ‘독립적인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것이며 착취의
일종인 ‘찬탈(usurpation)’ 내지 ‘부당이득(usury)’을 제도화하는 것이다.”103) 이의 대안은
“‘능력에 따라 노동하고, 성과와 필요에 따른 분배원리”로 변형하는 것이며, 이를 담은 정책이
사회공유소득제다. 사회공유소득은 기존의 모든 지대 및 디지털 사회의 플랫폼이 창출한 새로
운 지대 등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20세 청년에게 기본자산으로 균등 분배하고, 나머지 일정비
율은 축적분을 제외하곤 기업별․개인별 사업성과에 따라 분배한다. 기존의 기본소득 또한 기
후위기, 환경과 생명의 위기 등에 대한 대안이 되려면, 기본소득의 세원(稅源)을 모든 상품에

103) Van Donselaar, 2009, pp.148-149; 곽노완, 「기본소득은 착취인가 정의인가? 판 돈젤라의 기본소득
반대론에 대한 반비판과 마르크스주의 기본소득론의 재구성」, 『마르크스주의 연구』, 8(2), 2011, 52쪽.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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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88

부여하여, 소비와 탄소배출을 감소시키고 부의 재분배는 증가시켜 기존의 성장 위주의 경제학


에서 생태적인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입시철폐와 대학평준화 없이는 어떤 교육개혁책도 미봉책이다. 재정지원 강화와 지역의 문
화와 산업을 연계하여 대학 특성화를 추진한다. 예를 들어 대구의 섬유 및 디자인 산업과 연
계하여 경북대 섬유공학과와 디자인을 융합한 학과를 1년에 100억씩 10년 간 지원하여 1류
대학으로 만든 후 이를 매개로 국립대학 네트워크 구축하고, 이후 사립대학의 대학네트워크를
참여시킨 후 대학평준화를 추진하며 일정 단계에서 입시를 철폐한다.

ㅇ 직접민주제와 숙의민주제의 결합
만인 민회(국회를 양원제로 하여 정당정치에 기반한 현재의 국회는 독일식비례대표제로 하
여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을 강화하여 상원으로 두고, 하원의 자리에 만인민회를 둠.
만인민회란 만인 당 1인의 국회의원을 내되 직능대표제로 함. 예를 들어, 선거인이 4천 5백만
이고 그 중 노동자가 2천만이라면 전체 민회의원을 4천 5백 명으로 하고 그 중 노동자 의원
이 2천 명이 되도록 안배함.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 추첨을 하
는 것. 선출을 할 경우 물적 자본, 상징 자본, 사회자본이 많은 자, 곧 기득권이 의원이 되기
때문. 무작위추첨을 할 경우 전문성을 의심할 수 있는데 아일란드 의회, 마크롱의 시민의회
등에서 숙의민주제를 결합할 경우 전문성과 공정성이 더욱 높았음. 물론, 국회만이 아니라 지
방의회도 사실상 토호세력이나 토건카르텔이 지배하고 있는 것을 지양하려면 천인 민회 등으
로 전환한다.

ㅇ 국가기관의 참여 민주주의적 통제
감사원, 국정원, 국세청, 기획예산청(기재부에서 기획예산처의 독립)을 국회에 소속시키거나
시민위원회를 두어 통제하고 그 대표를 국민이 직접 선출한다. 검찰의 권력은 기소독점에서
나오므로 공수처나 검수완박은 거의 효과가 없다. 검찰의 시민통제, 곧 검찰총장과 지검장의
직선제, 사소제, 부대공소제를 추진하고 검찰에 시민위원회를 두어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것은 시민위원회에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104)

4.4. 꼬뮨의 건설
지역에 꼬뮨을 건설하고 일터에 꼬뮨형식의 ‘희망공장’을 건설한다. 자본주의 내부에 잉여가
치의 착취가 없고 노동자가 자주관리하는 커먼즈로서 희망공장을 건설한다. 스페인의 몬드라
곤과 댄 프라이스의 사례를 결합한다. 2015년 4월 그래비티 페이먼츠(Gravity Payments)'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댄 프라이스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커네만이 7만 5천 달러가 행
복한 연봉이고 그 이하도 불행하다고 말을 듣고서 자신의 연봉을 90% 삭감하여 3년에 걸쳐서
직원 120명 전원의 최저 연봉을 프라이스의 연봉 110만 달러를 포함해 평균 4만 8000달러에
서 7만 달러로 인상하였다. 3년 후에 120명 직원이 200명으로, 매출은 2.68배, 출산율은 20
배 증가하였으며 평균연봉은 10만 달러에 이르렀다.

104) 지금까지 3장과 4장은 이도흠,「새로운 정치세력의 가치와 노선」, 국민모임, 『야권 교체 없이 정권교체
없다―국민모임 서울 대토론회』; “조국 사태 이후 시민사회 · 민중 운동의 방향과 전략,” 『촛불3년, 제
단체 토론회』, 2019, :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1권과 2권, 특별한 서재, 2020을 중심으로 몇몇
자료를 통해 보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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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89

5. 정책 제안
5.1.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한 평등한 커먼즈 사회
▢ 제안 배경 및 필요성
○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불평등으로, 공정한 분배구조의 왜
곡과 기회구조의 불평등, 경쟁 규칙의 불평등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음. 또한 불평등과 양극화
는 동전의 양면으로 소득, 자산, 교육, 성별, 세대 간 등 곳곳에서 발생하며,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
○ 소득불평등(income inequality)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상위 1% 소득 점유율은 12.2
3%로 OECD 19개국 중 3위이며, 상위 10% 소득점유율은 44.87%로 OECD 19개국 중 2위
임. 상위 10%의 소득이 나머지 90%를 합친 것보다 더 많게 된 것임.
○ 자산불평등도 심각한데, 대한민국 총자산 기준으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
년 42.54%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음. 옥스팜은 한국의 경우 16명의 부자가 국가소득 하위계
층 30%와 비슷한 수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함.
○ 불평등과 양극화는 지나친 사교육비 지출, 성형수술, 사치품 같은 과시적 소비, 영끌과
같은 주식과 부동산 투기 등의 부작용을 만들고, 사회심리적 측면에서는 협력보다 경쟁을 선
호하게 하여 사회적 응집력과 소속감을 떨어뜨리며, 이로 인한 좌절과 박탈감, 증오와 수치심
등을 불러일으켜 결국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주된 요인이 됨.
○ 따라서 ‘왜 평등인가’와 ‘무엇에 대한 평등인가’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공정한 분배,
기회구조의 평등과 경쟁규칙을 공정하게 바로잡아야 함.

▢ 정책 제안(☆ 표시는 정거장 점유하기의 정책)


☆ 지대와 토지 및 주택 초과이익 등 불로소득의 환수를 바탕으로 한 사회공유소득제 도입
☆ 만 20세 이상의 청년에게 일정 금액의 보편적 기본자산 지급
☆ LH 소유 토지의 100% 공공임대주택 등 사회주택 공급 활성화
○ 비정규직 차별 해소, 교육 및 직업훈련과 사회 투자 강화를 통한 취업 및 재취업 지원
정책 강화
○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최고임금을 중위임금의 10배 이내로 제한하는 ‘최고임금법‘(소위
’살찐 고양이법’) 제정
☆ 미국에서 제안된 ‘초부유세(Ultra-Millionaire)’ 과세법과 같이 부동산·주식·금융 등 자산
에 대해서도 보유자산 규모나 이를 통한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단계별로 누진세를 강화
하는 조세 개혁 실시
○ 기본소득

5.2. 기후위기 극복 및 생명중심의 생태적 커먼즈 사회


▢ 제안 배경 및 필요성
○ 기후위기는 가뭄, 산불, 극단적인 폭우와 치명적인 홍수 등 전 세계적으로 일상화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6차 대멸종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으로, 2021년 8월 IPC
C 보고서에는 1.5℃ 지구온난화 도달 시점이 6년밖에 남지 않음.
○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50년 동안 기후재앙으로 인해 200만 명 이상의 사망과 3조
640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하였다고 하며, 기후위기로 인해 물과 식량 문제, 기후난민을 양산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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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중금속과 화학약품, 매연 등 셀 수 없는 독성물질과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파괴


로 피해가 인간에게 다시 돌아오고 있는데, 막대한 경제 손실뿐만 아니라, 생명을 잃는 등 인
간 생존을 위협하고 있음.
○ 유엔보고서에 의하면, 전체 생물종의 8분의 1에 해당하는 100만 종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했고, 코로나19와 같이 면역력이 없는 질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음.
○ 그 결과 인간 중심적 세계관으로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를 초래하고 여섯 번째 대멸종의
경고를 받고 있음. 시공간적으로 무수히 연결된 존재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새로운 생
명 중심 윤리관을 바탕으로 법과 제도를 재구성해야 함.

▢ 정책 제안
☆ 마을, 지역, 국가 단위로 순환적으로 자연정화를 할 수 있는 ‘빈틈’을 조성함.
- 예: 안양천이 이온작용, 미생물과 식물의 물질대사로 흐르면서 자연정화를 하는 양이 100
톤이라면 늘 10톤의 빈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오염물질 배출을 관리하고 곡선화하고 물가에
나무를 심음.
☆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폐기와 대체 입법으로 ‘기후정의법’ 제정
☆ 탄소세 신설
☆ 동물권을 헌법에 명시함
○ 헌법에 미래세대의 권리와 자연권 명시와 이를 뒷받침할 법률 제정
○ 4대강 보에 따라 수문 상시개방과 해체
○ 2030 NDC와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탄소예산 개념과 기후정의의 원칙에 따라 국
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재)상향
○ 식량 자급률 상향 법제화와 생태유기농업으로의 과감한 전환
○ 현재 일방적으로 추진 중인 고준위핵폐기물 저장 기본 계획 철회
○ 국립공원 내에서 케이블카, 산악열차 설치 등 각종 무분별한 개발의 원천적 금지
○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및 가덕도, 새만금, 제주 2공항 등 신공항 중단
○ 탄소흡수림 조성과 도시 내 많은 유휴지에 식목
○ 일회용품 비닐플라스틱에 대한 강력한 사용 규제, 불법 매립장에 대한 규제
○ 바다쓰레기에 대한 대대적인 정화와 오염방지정책 강화
○ 살처분에서 백신으로 가축 전염병 예방정책 전환

5.3. 노동과 민생의 위기를 극복한 노동중심 사회


▢ 제안 배경 및 필요성
○ 부자와 기득권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은 생존위기에 놓였다. 한국의 불평등이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가운데 2번째로 빠르게 심화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재벌과 부자들에게는 법인
세, 상속세, 종부세를 줄여주고 서민들의 복지예산은 대폭 축소함. 이에 더하여 전기, 가스,
교통 등 공공요금을 인상하여 생활고를 가중시킴.
○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전면부정하고 노동조합을 매도하고 반노동정책으로 일관하면서
강경하게 탄압하여 양회동 열사를 끝내 죽음으로 내몰음.
○ 자영업자의 부채는 1,020조 원에 이르고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데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상환 유예조치를 올해 9월에 종료한다고 발표함.
○ 농민 또한 45년만의 쌀값 최대 폭락으로 절망의 상황인데 양곡관리법에 대해 거부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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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91

행사하였고, 노점 삼진 아웃제를 도입하여 도시빈민들의 유일한 생계수단마저 삭제함.


○ 전세사기피해로 곳곳에서 국민들이 고귀한 목숨을 내던지고 있음에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음.
○ 장기침체임에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이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
ation) 상태에서 에너지 가격은 오르고 기업의 투자와 수출, 일자리가 줄어드는 '초대형 위기
(perfect storm)'가 닥치고 있음에도 거꾸로 가고 있다. 복지를 축소하고 임금인상을 억제하
여 소비 진작을 통한 경제 활성화의 길을 봉쇄하였다. 10대 재벌의 독점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자산의 84%, 매출의 63%를 차지할 정도로 극에 달하였는데 재벌 퍼주기로 일관한 탓에
기업부채와 한계기업이 급증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음.
○ 일방적이고 종속적인 친미 행보로 러시아와 중국만이 아니라 인도, 브라질 등 러시아 제
재에 가담하지 않은 인구로 따져 87%에 이르는 세계 시장과 멀어지고 있음.
○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로 인한 자금경색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와 유사한 금융
위기를 야기할 수준에 이르렀다.
○ 이에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인 108.1%(전세대
금을 포함하면 156.8%), 작년의 무역적자는 사상 최고인 472억 달러, 실업률은 1주일에 한두
시간 일하는 이를 제하고도 3.6%임.
○ 2023년 10월 현재 실업률은 2.1%, 실업자는 97만 9천만 명으로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
임.(https://www.index.go.kr/unity/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063)
총 노동자는 2,173만명, 그 중 정규직은 1,196만 명, 비정규직은 900만 명임. 시간당 임금
은 정규직이 1만 9,715원, 비정규직은 1만 2,989원으로 시간당 임금 격차는 63.6%임. 월 임
금은 정규직 356만원, 비정규직은 191만원으로 월 임금 격차는 53.7%.(김유선, 「비정규직 규
모와 실태-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22.8)결과」, 2022년 12월 1일.)
-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자동화/로봇화는 노동자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고, 유령노동(ghost
worker)이 증가시키고 있음.
○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들은 1,020조 원에 달하는 빚을 떠안고 있고, 하루 평균
1000여개 매장이 폐업하는 실정임.
○ 우리나라 청년(15~29세) 고용률은 42.2%로 OECD 평균 50.8%보다 낮으며, 38개국 중
31위임. 2020년 기준 청년 4명 중 1명은 실업 상태였으며, 청년 구직단념자도 21만 9188명
으로 2019년(20만4753명)보다 7.04% 늘어남.
○ 특히 대학 입학부터 학자금 대출 빚으로 시작하는 청년들의 삶은 자립이 불가능 하며,
연애, 결혼, 출산을 모두 포기하는 미래가 없는 세대임. 설령 어렵게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과
육아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출산을 포기하고 있음.

▢ 정책 제안
☆ 노동3권 완전한 보장과 노동법 개정
☆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완전 비준
☆ 로봇과 인공지능 윤리 관련 법 개정 및 로봇세 신설
☆ 희망공장 건설
○ 비정규직 단계적 철폐
○ 노동시간 단축 및 노동시간 상한제
○ 법인세의 대폭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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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92

○ 노조법 2.3조 개정
○ 중대재해기업처별특별법 개정(50인 미만과 5인 미만 기업에도 적용, 업주의 형사처벌 강화)
○ 주4일근무제 실시
○ 청년 신용회복(부채탕감) 및 청년자립주택 제공
○ 청년 공공 일자리 창출
○ 불법·탈법 경영세습 금지법 제정
○ 대리점/프랜차이즈 등 재벌 모기업의 갑질 근절
○ 유통재벌의 골목상권 침해 규제
○ 위험의 외주화 원천적 금지 및 원청의 책임강화
○ 투기자본과 범죄 수익 환수 특별법 제정

5.4. 패권의 변화에 따른 전쟁의 위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 제안 배경 및 필요성
○ 다극체제에서 미국의 패권 유지와 G2의 대립 격화, 패권의 변화의 틈을 노린 국지전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윤석열의 극우적 행태와 북한 압박, 9.19 군사합의의 사실상 파기로 언제
든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상황에 놓임.
○ 한반도의 평화 구현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물론이고, 한반도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일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긴장 해소와 평화의 지름길이기도 함. 한반도를 중심으
로 동북아시아가 패권경쟁의 도구로 이용되지 않고, 오히려 세계평화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
도록 주도적으로 주변국과의 동반자 관계를 새롭게 설정해야 함.
○ 이를 위해 남북문제는 문명전환의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하며, 무엇보다도 신뢰 구축이
중요함. 현재 교착 상태인 남북관계에서 종교교류 등 남북간 민간교류 활성화, 인도적 지원
확대 등 꾸준한 교류와 만남은 중요하며, 남북이 체결한 상호협정의 이행을 바탕으로 지속적
인 협력과 교류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함.

▢ 정책 제안
☆ 평화협정 체결 및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 국보법 폐지
☆ 불평등한 한미관계 개선 및 SOFA등 관련법 개정
○ 사드 해체
○ 남북 평화 증진을 위한 문화교류 확대 및 민간교류 활성화
○ 불교문화유산의 남북 상호 교류 전시
○ 북한 문화재 보존을 위한 공동조사 및 북한 문화유산 복원 지원
○ 한반도 기후위기 극복과 녹색평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녹색 한반도의 비전 수립
○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 조건 없는 대화 재개와 남북 간 합의 재확인 및 이행
○ 조림사업을 통한 북한의 산림녹화 지원
○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 복원
○ 코로나 백신 등 인도적 지원 확대
○ 금강산 옛길 복원 및 남북철도 연결
○ 한반도 비핵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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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93

○ 민주시민 양성과 국민 행복을 지향하는 학습자 중심의 평화·통일교육 전환

5.5. 민주주의와 공론장의 위기 해소 통한 참여민주주의 사회


▢ 제안 배경 및 필요성
○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는 ‘대의민주주의’로 권력을 위임받은 대표자들과 주권자의 괴리
가 갈수록 커지는데 그 원인이 있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숙의, 직접/참여가 시대적 요구가
되고 있음.
○ 한국 사회는 진영에 갇혀 서로를 구별하고 갈라치기 하면서 혐오와 폭력이 확산되고 있
고, 갈등과 대립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주시민의식이 중요함.
○ 디지털 혁명 이후 주술적 담론과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반향실효과(echo chamber effec
t)가 증대함. 언론, SNS, 교육, 종교, 지식인의 장에까지 올바르고 정확한 공론을 조성하는 것
이 심각하게 공격을 받거나 배제되었고, 공론장의 적인 주술과 광기, 공포, 반지성, 부족주의
가 압도하고 있어 그 폐해가 심각함.
○ 계급과 당파적 이념을 뛰어넘어 화쟁을 통해 보다 큰 이념의 체계 안에서 포용되고 긍정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함.

▢ 정책 제안
☆ 만인민회
☆ 국민발안제(대만이 민주화 지수에서 우리보다 앞서게 된 결정적 제도임)
☆ 선거제도의 개혁 - 독일식 연동비례대표제, 결선투표제 등 도입
☆ 국회와 지방의회에 만인/천인 민회의 설치.
☆ 검찰, 국정원, 국세청 등 국가 권력 기관에 시민위원회 설치 통한 시민통제와 대표자 직접 선출.
☆ 국민소환제
○ 읍면동에 주민자치위원회 설치
○ 주요 공직자의 직접 선출과 소환제 강화
○ 가짜 뉴스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법적 처벌 강화
○ 언론 사주의 독단적 의사결정 차단 등 언론 사유화를 막기 위한 법․제도 강화
○ 언론장악방지 4법 개정
○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 방송의 편성과 신문의 편집권 독립 보장 제도화
○ 양심수 전원 석방
○ 법적 구속력을 지닌 국민참여 재판 강화
○ 정부나 지자체에서 홍보비 일부를 국민에게 바우처로 지급하고, 시민이 직접 언론사에
정기적으로 후원하게 하는 언론 바우처 제도(미디어 바우처) 도입

5.6. 안전하고 차별 없는 사회
▢ 제안 배경 및 필요성
○ 윤석열 정권이 지난 해 10월에 이태원에서 국가의 태만과 직무유기로 159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갔음에도 성찰은커녕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모르쇠로 일관한 채 대비와 개선
에 소홀히 하여 제2의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음.
○ COVID-19로 2023년 11월 27일 전 세계적으로 6억 9,831만 9,905명 감염, 694만 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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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94

5명 사망, 치명율 1.00%, 대한민국 3,443만 6,586명 감염, 3,5812명 사망, 치명율 0.10%임.
사회적 약자 중심으로 피해 발생이 증가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환경에서 우리 사회
의 사회적 안전망이 허술하다는 것이 드러났음. 또한 코로나 블루 등 심리적 고통이 증가하면
서 자살이 늘어나고 있음.
○ 극단적인 저출산과 초고령사회의 진입, 2022년 혼인 건수 19.2만 명, 합계출산율 0.778
명. '22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01만 8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17.5%이며 '25년에는 20.6%
로 초고령사회로 진입. '21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은 34.9% 실업률은 3.8%.(이상 통계
청 자료), 자살률, 산재 사망률, 저임금노동자 비율, 노인 빈곤율, 남녀 간 임금격차는 세계최
고이며, 어린이와 청년의 행복지수, 출산율, 공공사회 복지지출, 고등교육 국가 부담률은 세계
최저임. → 저출산과 고령화 가속화로 생산성 저하, 저성장과 장기침체, 보건과 연금 문제 등
의 극대화
○ 특히 한국사회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향약, 두레, 계, 품앗이 등 협동과 상호부조의
문화와 조직이 대다수 지역에서 사라지고 있는 반면, 학연, 지역, 혈연 등과 같은 연고주의가
여전히 판을 치고 있음. 여기에 다문화, 다양성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혐오가 증가하고 있음. 따라서 공동선 추구를 위한 상생의 윤리가 필요함.

▢ 정책 제안
☆ 헌법에 안전권 신설하고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적 집단 돌봄 시스템의 구축
☆ 공공병원 확충 및 민간병원과 네트워크로 공공의료체계 구축
☆ 5세 이하, 80세 이상 100% 무상의료
○ 삶 자체의 피폐에서 오는 정서적, 심리적 고통 해결을 기본행복 중심 정책 수립
○ 코로나 바이러스의 백신과 치료제의 공유자원화
○ 국공립어린이집, 국공립요양시설 등 공공인프라 확충
○ 희귀병 치료비 국가 지원 및 건강보험 대상 확대
○ 전국민 고용보험제의 도입
○ 농민기본소득 시행 및 쌀값 보장
○ 모든 먹을거리에 탄소발자국 표시제, GMO원료기반 표시제
○ 종자 보전을 위한 특별법 제정
○ 돌봄노동의 국가책임 강화
○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등에 대한 모든 차별 해소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 대중교통의 안전성 강화: 철도 지하철 2인 승무 의무화

5.7. 다양성, 다문화 존중의 사회


▢ 제안 배경 및 필요성
○ 2022년 12월 현재 체류외국인은 2,245,912명으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19년 4.87%
에서 2021년 3.79%까지 감소하였다가 2022년 4.37%로 증가함. 한국사회는 다문화사회임에
도 곳곳에서 이주노동자를 착취하고, 국적과 인종,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곳곳에서 차별과
혐오가 발생하고 있음.
○ 정부 또한 이주민들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보기보다는 생산수
단으로 보고 한국사회 통합에 비용을 들이지 않기 위해 차별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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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95

○ 이주민들의 유입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이들이 인권을 보호하고, 이들이 한국사회에 적


응하고 구성원으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주민 정책이 필요함.
○ 우리나라의 다문화 정책은 다문화가족 지원법 제3조의4에 따라 설치된 다문화가족 정책
위원회를 통해 결정되지만, 정책의 실현은 각 부처에서 시행되면서 시스템이 효율성이나 적합
성 등에서 여러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을 받고 있음.

▢ 정책 제안
☆ 동일성의 다문화정책에서 차이의 다문화정책으로 전환 및 이주노동자 기본권 보장 및 차
별금지법 제정
○ 국제기준에 맞는 난민신청자의 절차적 권리 및 인권 보장
○ 난민법 제39조 개정을 통한 인도적 체류자의 처우 보장
○ 단기순환 노동이주정책에서 이주노동자의 정주형 거주를 위한 체류로 정책 개선
○ 미등록 이주아동 체류 대책 및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도입
○ 사업주의 고용변동신고(사업장이탈신고)에 대한 구제조항 법제화
○ 이주민 복지사각지대 해소 및 다문화가족 포용 사회안전망 구축
○ 다문화 정책을 총괄하는 독립부처로서의 이민청 설립
○ 해외동포 3세대까지 교육절차를 거쳐 영주권 부여

5.8. 교육불평등 해소
▢ 제안 배경 및 필요성
○ 한국사회의 교육 문제는 입시 위주 교육, 학벌중심 문화, 학교(대학) 서열구조 및 이윤
중심의 학교 운영, 교육 양극화, 보수적인 교육조직 문화, 그리고 교실 붕괴와 사교육시장의
무한 팽창으로 요약할 수 있음. 현재 교육은 경제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특
히 ‘능력주의’를 내세워 순응적인 산업인력을 키워내고 선별해 내는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작
동하고 있음.
○ 한국의 교육은 지위상승의 주요 통로, 가구소득의 차이는 사교육의 차이로, 사교육의 차
이는 다시 학업성취도 차이로 연결되고, 이 차이는 또다시 진학과 사회진출의 차이로 연결되
고 있음. 한국 교육제도의 ‘특권 대물림’ 문제 공감 여부에 대해 국민의 84.2%가 공감, 한국
교육제도의 ‘특권 대물림’ 문제 심각성 인식 정도는 89.8%가 심각하다고 응답하고 있음.
○ 전인교육으로의 교육체계의 개편이 필요한 바, 다른 생명체와의 연대성, 생명에 대한 존
중을 중시하는 지속가능한 교육을 추진하고, 교육과정은 인간의 상호 의존성에 대한 인식, 다
양한 재능과 흥미에 대한 존중, 비판적 사고와 의사소통, 미적 감수성, 자아에 대한 앎과 서로
간의 협력과 연대, 사회정의를 추동하는 변혁적 역량, 지구적 시민성의 획득과 결합 추진 등
이 요구됨.

▢ 정책 제안
☆ 재정지원 강화와 지역의 문화와 산업연계, 대학 특성화를 매개로 대학 네트워크 구축,
대학평준화와 입시철폐. 이를 위하여 국회 직속으로 교사/교수/학생/학부모를 주체로 한 교육
위원회 설립하고 교육부는 관리에 초점을 맞추어 축소개편함.
○ 정형화된 주입식 학습에서 토론과 문제해결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 잠재력을 끌어내는
학습, 공감협력 교육으로 전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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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96

○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사회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한 공동선 교육 강화


○ 공감 협력 교육
○ 학력차별 철폐
○ 학생 중심의 학생 주도성 교육으로의 전환
○ 집단지성 활용과 교육 자원 공유를 통한 집단 교육 경쟁력 강화
○ 디지털 시대에 맞는 디지털 문해력과 데이터 활용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학습 토대 구축
및 그에 맞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정 구성
○ 유‧초‧중등교육의 국가책무성 강화 및 돌봄교육과의 연계성 확보
○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습격차를 줄이기 위해 학교와 마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학습복지
돌봄 생태계 구축
○ 국가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 역할 재정립
○ 비정규직 교원의 축소 및 교사 정원의 적정성 확보

5.9. 성평등 실현
▢ 제안 배경 및 필요성
○ 미투 등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지만 아직 가부장적 폭력과 남성독점이 강하
게 상존함.
○ 종교인의 성폭력과 범죄도 증대함.
○ 아울러 탈성장을 통한 돌봄 중심 사회로 나아가야 하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성인지 정책으로 공적 영역에 여성 진입을 강화해서 모든 여성이 시민적 권리로서 복지를 누
릴 수 있고, 일가정 양립이 보장되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어야 함.

▢ 정책 제안
○ 스토킹, 데이트폭력 피해자 보호법 제정 추진
○ 관리직에서 여성할당제
○ 정규직, 특히 비정규직에서 성별 임금 격차, 고용 격차 및 차별 철폐법
○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과 피해자 지원체계 강화
○ 사이버 상에서의 아동 청소년 안전망 강화
○ 남성-생계부양자라는 가족 모델에 근거한 복지체계를 성평등하게 개편
○ 남성 육아 휴직 활용 의무화
○ 출산 및 육아로 인한 고용단절 대책 수립
○ 공적 의료서비스를 통해 안전하고 보편적인 임신 중지권 보장
○ 국가의 정책 입안 및 결정 과정에 여성 진입 확대
○ 성범죄로 실형을 받은 종교인은 단체나 법인의 대표가 될 수 없도록 법제화
○ 각 종교 교단 내 젠더 폭력 예방을 위한 기구 설립 법제화
○ 각 종교인 지도자의 교육과정에 성평등 교육 이수 의무화
○ 각 종교 내 단체 및 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평등 교재 개발 및 배포

5.10. 종교간 차별의 금지 및 종교의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


▢ 제안 배경 및 필요성
○ 탈근대사회로 이행하면서 시민사회가 붕괴됨. 이로 인하여 재주술화가 진행되고 국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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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97

종교의 균형이 무너지고 양자의 유착이 강화함.


○ 현재의 종교인과세법은 종교의 다양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일부 종교이익집단의 요구만
받아 반영하여 종교 내에서도 그 불공정성으로 인해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고, 내용이 조세법
의 근간과도 맞지 않아 전문가들의 비판과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으로 과세하고 있는 해외 선진
국의 종교인 과세 현황과 비교해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은 제도임. 종교인과세법을 폐
지하고 일반세법으로 과세해야 함.
○ 공익법인의 관리의무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고, 정부는 공익법인에 관련된
법률을 정비하고 회계투명성을 강화하는 일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 현재 공익법인들은 출연재
산보고, 세무확인, 외부회계감사, 결산서류 공시 등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으나, 종교법인들은
공익법인의 과반수를 차지하는데도 의무대상에서 제외되는 특혜를 누리고 있음. 종교법인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예외 조항을 삭제해야 함.
○ 지방세특례제한법에는 교육, 의료, 복지, 문화 등의 다양한 공익적 활동을 하는 단체에게
취득세나 재산세 등을 감면하는 혜택을 주면서 동시에 일몰기한을 주고 있으나, 종교법인은
일몰기한은 없음. 지방세의 특례를 제한하고 관리하는 것이 지방세특례제한법을 운용하는 기
본취지이기에 종교법인에 대한 일몰기한을 규정해야 함.
○ 특정 종교의 행사나 활동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종교간 이해증진이나 평화정착
이 아닌 대립과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으며, 종교단체에 지출되는 예산은 해당 종교의 배타적
영향력확대를 꾀하는 경우들이 많고, 종교시설에 지출되는 예산은 다른 용도로의 전용의 위험
성도 존재함. 예산 지원 결정에 다양한 종교적 이해를 가진 외부전문가 풀을 이용하여 종교간
관계 개선을 주요 지표로 삼아 종교예산수립 과정에서부터 논의하고 평가하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함.
○ 한국 사회는 우세 종교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이며, 종교간 갈등과 대립이 심하지 않은
국가임에도 오히려 정부 정책으로 인해 종교간 갈등과 대립을 양산하는 경우가 존재함. 대표
적인 사례가 2021년 캐럴 보급에 예산을 배정하거나, 국공립 합창단에서 특정 종교 편향 연
주회가 거의 일상화되고 있고, 서소문 역사문화공원이나 해미읍성과 같이 여러 종교와 역사가
공존하고 있는 곳을 특정 종교의 성지화에 예산을 배정하는 것 등이라 할 수 있음.
○ 이는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정책 수립 및 집행에 있어 종교중립의무를 위반하는
사례가 중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엄중한 조치가 따르지 않는 것도 중요한 원인임.
○ 앞선 사례와 같이 종교간 갈등과 대립을 정부가 나서서 조장하지 않도록 종교간 화합과
평화를 위해 정부의 종교 정책은 합리적 기준과 종교간 형평성을 고려하여 인사, 법, 제도, 예
산 지원 등이 이루어져야 하며, 지나친 지원과 간섭을 배제해야 함.

▢ 정책 제안
○ 종교인 과세법 폐지
○ 공익법인의 회계공시의무 부여
○ 종교단체에 지방세 감면의 일몰 부여
○ 개방직 감사관제도 도입하여 예산 지원의 적절성 평가
○ 공직자 종교 차별(편향) 처벌 조항 입법화(국가공무원법 제59조의 2, 지방공무원법 제51
조의 2에 처벌조항 신설)
○ 국회의원의 종교 차별(편향) 행위 금지 입법화
○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 주관 부서를 국무총리실로 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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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98

○ 정부와 지자체 단위별로 종교평화 상설기구 신설


○ 대통령 재임기간 중 청와대 내 특정 종교행사 금지
○ 정부부처 내각 구성 및 공공기관장 임면 특정종교 편중 인선 금지
○ 정부 및 지자체의 위원회 구성 시 특정종교 인사 위주 인선 금지
○ 정부산하기관 및 지자체에서의 종교 차별(편향) 사업 지원 금지
○ 공공시설의 특정종교 위주 대여 금지
○ 공영방송사에서의 종교방송 금지 및 종교 차별(편향) 금지
○ 교도소의 ‘1인 1종교 갖기 운동’ 폐지 및 종교행위 강요 금지

5.11. 전통문화 계승 및 민족문화 창달


▢ 제안 배경 및 필요성
○ 헌법 제9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국가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기에, 명실상부한 헌법정신의 실현을 위해 문화정책의 대대적인 전
환이 요구됨.
○ 최근 대한민국은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음. ‘K-Culture'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문
화현상이 되고 있음. 이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임. 한국문화의 고유성과 정체성에 기반 한 한류문화는 경제적 가치의 기여뿐만 아니라 국
제적 위상을 제고하고 있음. 따라서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대한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
○ 문화적 삶의 질을 보장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과 제도, 적절한 시설, 인력과 예산의
조달 등을 지속적으로 확대 개선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임. 특히 전통문화유산의 체계적인 보
전 관리 및 지원은 문화 향유에 필요한 콘텐츠 생산과 생태계 조성에 필수적임.

▢ 정책 제안
○ 전통문화유산의 보전 및 육성과 디지털콘텐츠 지원 강화
○ 무형문화유산의 전승 및 발굴 확대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확대 추진
○ 국외 반출 문화재 환수 활동 강화
○ 전통문화원형 현황 조사 확대
○ 전통사찰의 복합문화유산(자연, 역사, 문화, 종교 등) 특성화
○ 문화재의 개념 다변화(점, 선, 면, 경관) 및 정책 개선
○ 사회통합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문화 생태계 조성 및 민간영역 지원 강화
○ 지역 기반 문화 생태계 강화

<정책 제안 요약>

○ 불로소득의 환수를 바탕으로 한 사회공유소득제


○ 살찐 고양이법
○ LH 소유 토지의 100% 공공임대주택 건설
○ 기후정의법 제정
○ 로봇과 인공지능 윤리 관련 법 개정 및 로봇세 신설
○ 희망공장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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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경제·교육의 위기와
국제 분쟁의 해결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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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01

복합위기 한국경제 진단과 과제

정 세 은 (충남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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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육의 위기와
현 정부의 정책 대한 평가

김 선 일 (경희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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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착민 식민주의,


이에 맞선 새로운 연대와 저항

이 성 재 (충북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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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정착민 식민주의, 이에 맞선 새로운 연대와 저항

이성재(충북대)

“이것은 그들이 우리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곳에 우리가 종속된 독특한 식민주의입니다.


그들에게 가장 좋은 팔레스타인인은 죽거나 사라진 팔레스타인인이지요. 그들은 우리를 착취
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알제리나 남아공의 방식처럼 우리를 하위계급으로 묶어 둘 필요
가 있는 것도 아니예요.” - 에드워드 사이드1)

I. 서론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가자 보건
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이후 이스라엘은 1만 명 이상의 어린이를 포함해 2만 3천여 명을 살
해했고, 190만 명의 국내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이 지역 주택의 약 70퍼센트와 건물의 50퍼
센트가 파괴되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Yoav Galant)는 “우리는 인간 동물들
과 싸우고 있다. 대상에 걸맞게 행동할 것이다”라는 발언 이후 가자지구의 모든 전기와 물을
끊고, 연료와 음식을 차단하며 가자지구를 완전히 봉쇄했다. 미국 백악관 대변인 존 커비(Joh
n Kirby) 또한 이스라엘이 얼마나 많은 민간인을 학살할 수 있는지에 대해 “미국은 이에 여
전히 제한선은 없다”며, 스스로 가자지구의 대량학살 당사자이자 전쟁 범죄자임을 여실히 드
러냈다.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총리는 자신의 SNS 계정에 “이것
은 빛의 아이들 대 어둠의 아이들 간의 투쟁이다. 인간성 대 정글의 법칙 간의 투쟁이다”라고
작성한 후 비난이 이어지자 곧장 삭제한 바 있다.
가자지구는 서안지구와 함께 팔레스타인의 영토로 국제적 승인을 받은 지역이다. 다만 서안
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가자지구는 하마스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
인의 두 영토에 대해 ‘복속’ 정책을 펼쳐왔다.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 민간인들의 정착촌이
잇따라 건설되며 팔레스타인의 영토를 침범하고 있다. 하마스가 지배하는 가자지구에서는 이
스라엘인 정착촌을 철거하는 대신 이 지역을 완전 봉쇄하면서 스스로 말라죽기를 기대해 왔
다.
가자지구는 지붕 없는 감옥이자 거대한 수용소로 불린다. 1987년 팔레스타인인들은 1차 인
티파다(민중봉기)를 통해 군사점령에 맞섰고, 그 결과 1993년 오슬로 협정이 체결되었으나 상
황은 오히려 더 악화되어 2000년 2차 인티파다가 일어났다. 이후 이스라엘은 2007년 가자 지
구의 육해공을 전면 봉쇄하는 조치를 실시하는데, 이는 국제법이 금지하는 것 중 하나다. 이
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수시로 폭격하고, 대규모 공습을 자행해 수만 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인
을 살해했으며, 여기서 사망자 대다수는 민간인과 아동이다.2)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대리하는 이스라엘을 미국이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
스라엘은 잘 알고 있다.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이스라엘은 MNNA(Major non-NATO ally, 나
토가 아닌 미국의 우방)의 원조 멤버일 정도로 미국의 최우선 우방이다. 미국의 전 공화당 상
원의원 제시 헬름스(Jesse Helms)는 “이스라엘은 중동에 있는 미국의 항공모함”이라고 표현

1) 라시드 할리디, 유강은 역,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 정착민 식민주의와 저항의 역사, 1917-2017,
열린책들, 2021, p.299 재인용.
2) 젬마,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은 해방되리라,” 가톨릭평론, 42호(2023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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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게 매년 군사원조로 약 30억 달러를 지원한다.


2024년 1월 19일 사상자 집계를 보면 다음과 같다. 가지 지구에서는 사망이 최소 24,762명
(이중 어린이 최소 9,600명, 여성 6,750명)이고, 부상이 최소 62,108명(이중 어린이 최소 8,66
3명, 여성 6,327명)이며, 실종은 최소 8,000명이다. 서안 점령 지구에서는 사망이 최소 368명
(이중 어린이 최소 95명), 부상이 4,000명 이상이다. 이에 비해 이스라엘에서는 사망이 약 1,1
39명, 부상이 최소 8,730명이다.3)
가자 지구 주택의 절반 이상인 359,000채 주택과 교육시설 374곳이 파괴되었으며, 35개 병
원 중 30개 병원 가동 중단, 구급차 121대 파손, 예배소 221곳이 피해를 입었다.4) 언론인 살
해도 심각해서 2023년 10월 7일부터 2024년 1월 18일까지 최소 94명의 언론인이 살해되었
다.5)
이처럼 상황이 심각하지만 어느새 팔레스타인 지역에서의 사망에 사람들은 서서히 익숙해져
가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불법 정착촌 점령민에게 살해당하거나 점령군에게 학살과 괴롭
힘을 당해도 “그곳에서 원래 일어나는 평범하고도 안타까운 일”로 치부된다. 다양한 논의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까지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어느새 그것은 담론
의 영역에서, 혹은 학문의 영역에서 이 지역에 대해 아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 글에서는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인종 청소를 막기 위한 활동들을 고찰함으로써 202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2장에서는 간략하
게 이스라엘의 인종 청소와 점령의 역사, 그리고 그 배경으로서 이스라엘의 시온주의를 언급
할 것이다. 그리고 3장과 4장에서는 각각 이스라엘에 맞선 국제 사회의 활동과 시민사회 운동
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II. 이스라엘의 인종청소와 군사점령


1.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
팔레스타인 지역을 유대인 국가와 아랍 국가로 나누는 유엔 분할안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민중을 무시하며 1948년 이스라엘은 일방적으로 건국을 선포했다. 이후 이스라엘군은 팔레스
타인인 약 75만 명을 추방했다. 난민으로 내몰린 이 사건을 그들은 ‘나크바’(대재앙)라고 부른
다. 이스라엘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1967년 팔레스타인 동예루살렘, 서안지구, 가자지구, 시리
아 골란고원, 이집트 시나이반도(1979년 반환)를 군사점령한 뒤 1980년 동예루살렘, 1981년
골란고원을 불법 병합했다. 이스라엘은 7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종청소와 민족말살을 해왔
고,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에 저항할 때마 다 끔찍한 잔혹 행위를 겪었다. 요르단 강 서안과 가
자가 이스라엘에게 군사 점령된 지 반세기 이상 흘렀고, 가자가 완전 봉쇄된 지 올해로 17년
째이다.
1948년 이전부터 살아온 원주민인 팔레스타인인의 땅이나 건물에 대해 이스라엘은 계속해
서 이들의 집과 이슬람 사원, 농경지를 계속 파괴해 군사훈련구역을 만들거나 불법 정착촌을
짓고 있다. 또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는 지역의 올리브 나무에 불을 지르고, 오폐수를 팔
레스타인 거주지역에 무단 방류하는 일도 자행되고 있다. 특히 식수 등 물에 대한 통제가 심

3) https://www.aljazeera.com/wp-content/uploads/2024/01/INTERACTIVE-LIVE-TRACKER-GA
ZA-JAN19-2023-1100GMT_1080x1080-1705662774.jpg?w=770&quality=80
4) https://www.aljazeera.com/wp-content/uploads/2024/01/INTERACTIVE_HUMANITARIAN_JA
N15_2023-1705320928.png?resize=770,770&quality=80
5) https://www.aljazeera.com/wp-content/uploads/2023/10/INTERACTIVE_Journalists_killed_G
aza_Jan_18-1705595045.png?w=770&quality=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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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49

각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물을 얻기 위해 유태인 정착촌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정당한 법 절차를 생략한 체포와 구금도 심각하다. 6개월 단위의 구류 상태가 무한
히 연장될 수 있다. ‘나크바’는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이 아니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
다.

그림 1 팔레스타인 영토의 변천.


주황색이 팔레스타인, 베이지색이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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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50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폭력은 10월 7일에 하마스 주도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것이 아


니다. 지금까지의 오랜 점령과 아파르트헤이트가 배경에 있다. 봉쇄에 의해 가자의 경제기반
이 무너지고, 50퍼센트 이상이 빈곤 라인 이하의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다. 자살을 최대 금기
로 삼는 이슬람 사회인 가자에서, 지금 특히 젊은이들의 자살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100만
명 이상이나 되는 사람을 좁은 가자에 가둔 채, 살아남는 것조차 힘겨운 상황으로 만들고 대
규모 살육을 반복하고 있다. 세계는 이스라엘을 제지하지 않으며, 정전을 하면 금방 잊어버린
다. 지금 필요한 것은 즉각 정전, 이스라엘의 가자 점령과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시키고, 팔레
스타인 난민의 귀환을 실현하는 정치적 해결이다.6)
2. 시온주의 국가 이스라엘
1993년 오슬로 협정 이후 이스라엘은 협정의 기본정신인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
타인 독립 국가의 평화적 분립)에 따른 평화 정착을 방해하고 후퇴시키는 방향에서 움직였다.
협정에 서명한 이츠하크 라빈(Yitzhak Rabin) 총리가 암살당했고, 서안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
이 건설됐을 뿐만 아니라, 베냐민 네타냐후 현 총리를 중심으로 정치권 전반이 오른쪽으로 기
울었다.
건국 당시 마파이당(이스라엘 땅의 노동자당)과 마팜당(통합노동자당)이라는 두 좌파정당이
정계를 양분했었던 것을 기억하면 지금의 이스라엘 정치는 놀라울 정도로 우경화되어 보인다.
하지만 이스라엘 좌파에게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이념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것이 바로 시오니즘이다.7)
2000여 년간 팔레스타인 바깥에서 디아스포라를 이루며 살아가던 유대인의 국가를 팔레스
타인 옛 땅에 다시 세운다는 이 이념은 소위 이스라엘의 ‘좌파’ 시오니즘에게도 핵심이었다.
이산의 역사 속에서 유대인은 근대적 민족 정체성을 구성할 어떠한 지리적, 언어적, 문화적
공통 요소도 갖출 수 없었기에 국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공통의 무언가를 찾아야만 했다. 그것
이 바로 유대교였다. 원래 좌파 시오니스트들은 대개 유대교 리버럴파에 속하거나 아니면 아
예 유대교 신앙이 없는 이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세운 신생국은 ‘유대인의 국가’, 즉 ‘유
대교 국가’일 수밖에 없었다. 제1차 중동전쟁 와중이던 1948년에 선포한 독립선언은 이스라엘
이 모든 종교를 포용하는 근대 국가임을 천명했지만, 또한 신생국의 성격을 ‘유대인 국가’(Jew
ish State)로 규정했다. 종교에 구애받지 않는, 유대교 국가. 누가 보더라도 불안한 모순어법
이었다.
좌파 시오니스트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성문헌법 없이 독립선
언과 기본법으로 헌법을 대체했는데, 1985년에 기본법 일부 조항을 수정하면서 ‘이스라엘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당시에 이미 목소리를 높이고 있던 유대교 근본주의

6) 오카 마리(岡真理) 강연, 시미즈 사츠키 정리, 〈일다〉와 제휴한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
(women's democratic journal) 제공. 2023.12.12.
7) 시오니즘은 유대인 지식인들 주도로 1897년 스위스 바젤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원래 이 운동의 중심
에 섰던 인물은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언론인 테오도르 헤르츨(Theodor Herzl)이다. 원래 동화정책을
지지했던 그는 1894년 파리에서 드레퓌스 사건을 취재하고, 1897년에는 반유대주의자 카를 뤼거
(Karl Lueger)가 기독사회당 후보로 빈 시장 선거에 출마해 선출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생각을 바
꿨다. 그때부터 헤르츨은 동화정책이 해결책이 아닌 위협이며, 유대인을 물리적으로 말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정 러시아에서 일어난, 유대인에 대한 조직적인 탄압과 학살이 그 직접적인 사례였다. 유
럽 사회에 통합되려는 의지는, 종교와의 분리와 공동체의 와해로 이어질 것이 자명해 보였다. 또한
유럽 통합주의 전략은 반유대주의가 확산해 유대인들이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막지 못했다. 따라서
헤르츨은 유대인이 중심이 돼 안전하게 살아갈 정치적 집합체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즉 유대인 국가
의 건설이었다. 토마 베스코비, 「막을 수 없는 좌파 시온주의의 쇠락」,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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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51

세력에 맞서 좌파가 주도한 개정이었다. 좌파는 ‘유대인 국가’라는 규정에 ‘민주주의 국가’(De
mocratic State)라는 규정을 더함으로써 ‘유대인 국가’가 내포한 위험을 방지해 보려 했다.
이로써 이스라엘의 공식적인 자기 규정은 ‘유대인-민주 국가’(Jewish and Democratic State)
가 되었다.
그러나 이는 전혀 방지책이 될 수 없었다. '유대인-민주 국가'는 다른 '민주 국가'와 달리
결혼을 비롯한 여러 사회 제도를 민법을 통해 운영하지 않는다. 유대교 랍비가, 그것도 국가
가 공인한 유대교 정통파에 속한 랍비에 한해, 민사재판이나 가사재판의 역할을 떠맡는다. 물
론 리버럴 혹은 좌파 이스라엘인들은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가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특이성을 증명한
다. 이스라엘은 태생적으로 '근대' 국가에 미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특이성 탓에 이스라엘 건국 주역이었던 좌파 시오니스트들은 쇠퇴했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충돌은 악화하기만 했다. 건국 당시 주류였던 유럽-북미 출신 인구가 상대적으로
줄고 중동 출신 그리고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출신이 늘어나면서 이스라엘 사회에 대한 유
대교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극우 유대교 근본주의 세력들의 지분은 늘
어났다. 또한 그럴수록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 정책은 더 잔인하고 가혹해졌다.8) 억압을 벗
어나고자 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억압을 하는 사람들이 되어버린 것이다.
복스(Vox)의 2023년 11월 9일 기사에 따르면, 서안(국제법적으로는 팔레스타인의 영토)에
는 현재 150개 넘는 유대인 정착촌과 128개 전초기지가 건설되어 있다. 유대인 약 50만명이
이스라엘 군의 비호를 받으며 거주 중이다. 유대인 정착민 중 상당수는 국수주의 시오니스트
다. 이들이 부근의 팔레스타인 마을을 공격하는 사건이 자주 일어난다. 유엔에 따르면, 2023
년 10월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11월 초까지 한 달여 동안 서안에서는 팔레스타인인 130명
이상이 유대인에게 살해되었다.

III. 팔레스타인을 위한 국제 사회의 움직임


1.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이후 국제 사회가 움직이고 있다. 남아공 집권 정당인 아프리카국민
회의(ANC)는 이스라엘 대사관 폐쇄와 모든 외교 관계 단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미 남아
공은 지난해 11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벌
인 범죄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한 바가 있다. 이어 12월 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집단살해를 저지른다고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동시에
이스라엘의 집단살해를 막기 위해 즉각적인 군사행동 중단을 비롯한 9개항에 이르는 법적 구
속력이 있는 ‘잠정조치’(일종의 가처분)를 내려주도록 재판소에 요구했다. ICC는 전쟁 범죄 및

8) 노동당 소속 라빈 총리의 암살 이후 리쿠드당과 유대교 근본주의 세력들의 극우 연합이 정계를 주도


한 탓이다. 노동당, 메레츠당 같은 좌파 시오니스트들은 이 분위기에 끌려다니며 평화 정책을 스스로
후퇴시켰다. 지지 기반도 줄어들고 이념-노선도 흔들린 좌파정당들은 반극우연합의 주도권을 중도우
파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급기야 작년 11월 총선에서 노동당은 3.69%만을 득표하며 의석이 4석(크네
세트 총 의석은 120석)으로 쪼그라들었다. 3.16%를 얻은 메레츠당은 아예 원외정당으로 밀려났다. 주
목할 것은 이스라엘 공산당이다. 이들은 이스라엘 내 아랍계 시민을 대변하는 정치세력들과 함께 하
다쉬(‘평화와 평등을 위한 민주전선’의 약칭)라는 정당연합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하다쉬는 작년
총선에서 노동당보다 많은 3.75%를 득표해 5석을 확보했다. 공산당은 다른 좌파정당들과 달리 오랫
동안 ‘유대인 국가’라는 규정에 반대해 왔고, 하다쉬는 현재 이스라엘 안에서 한 국가 해법에 가장 가
까운 대안을 주창하는 정치세력이다. 유대계와 아랍계가 내부에서 공존하며 협력하는 하다쉬 자체가
미래의 통합 세속-민주 국가를 예시한다. 장석준, 「탈시오니즘화 없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사슬 풀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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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52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기소하고 재판하며, ICJ는 국가 간 분쟁을 심리한다. 국제사회
의 압박에 ICC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쌍방 범죄 행위를 모두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러나 이스라엘은 ICC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카림 칸(Karim Khan) ICC
검사장은 지난달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가족 방문을 위해 이스라엘을 찾은 뒤 “이스라엘이 IC
C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도 관련 수사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9)
ICJ가 1월 11일 이스라엘에 대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집단학살 사건에 대한 변론을 시작하
면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국제 사회의 움직임이 가시화되었다. ‘가자지구에 대
한 집단살해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 적용’ 문제를 두고 2024년 1월 11일과 12일 이틀
간 공개심리가 이루어졌다. 이른바 ‘남아공 대 이스라엘’ 사건이다. 1월 11일 오전 10시, 네덜
란드 헤이그 평화궁에 자리한 재판소에서 첫 심리가 시작됐다. 먼저 발언에 나선 부시무지 마
돈셀라(Vusimuzi Madonsela) 네덜란드 주재 남아공 대사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이스
라엘의 제도화한 차별을 아파르트헤이트라고 규정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광범위하고 제도
화한 인권유린이 자행됐음에도 처벌받지 않으면서, 이스라엘은 더욱 대담해졌다. 팔레스타인
땅에서 이스라엘이 벌이는 국제적 범죄행위의 빈도와 강도도 더욱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후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는 장기간 벌여온 불법행위의 연장선에 있다”며 “(1948년 이스라엘 건
국 이후) 75년에 걸친 인종분리,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56년 동안 이어진 점령, (200
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이후) 16년에 걸친 봉쇄를 두고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
구(UNRWA) 가자지구 담당 국장은 이를 ‘침묵의 살인자’라고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가자지
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력과 파괴 행위는 2023년 10월7일 시작된 게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어 로널드 라몰라(Ronald Lamola) 남아공 법무장관이 증언대에 올랐다. 그는 아파르트헤
이트를 끝장낸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가 1997년 12월4일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의 날’에 한 연설을 인용해, “저 멀리 떨어져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우리가 하나인 인류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라몰라 장관은 이어서 말
했다: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하고 인질을 붙잡아간 행위
를 단호하게 비난한다. 하지만 특정 국가의 영토에 대한 무장공격이 아무리 심각해도, 또 잔
혹한 범죄행위를 동반했더라도,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협정 위반을 정당화할 수 없다. 10
월 7일 사건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은 선을 넘은 것으로, 제노사이드에 해당한다.” 재판소가
최종 판결을 내릴 때까지 여러 해가 걸리기에 심리의 핵심은 이르면 1월 안에 결정을 낼 수
도 있는 잠정조치로 모아졌다.
남아공 쪽은 ICJ가 로힝야 난민 집단살해 제소 건에서 내린 잠정조치 사례를 언급하며, “이
스라엘의 행위가 제노사이드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최종 결론에 도달할 필요가 없다. 혐의 내
용의 일부만이라도 협약 위반 소지가 있다면 잠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벌이는 행태를 분석한 결과, 최소한 일부 행위는 협약 위반에 해당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1월 12일 심리에서 이스라엘 쪽 대응은 예상가능한 것이었다. 첫 발언에 나선 탈 베커(Tal
Becker) 변호사는 유대인 600만 명이 학살당한 홀로코스트의 참혹한 경험부터 입에 올렸다.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이 입은 피해 상황도 길고 자세하게 거론했다. 또 가자지구에서 이
스라엘은 “하마스와 이슬람지하드 등 팔레스타인 테러조직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스라엘 쪽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 통계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믿을 수

9) 「“가자 민간인 피해 커” 멕시코·칠레도 ICC에 ‘이스라엘 전쟁범죄’ 수사 요구」, 경향신문,


202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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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53

없는 출처에서 나온 정보”라고 반박했다. “가자지구 사망자의 상당수는 무장세력이며, 하마스


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도 많고, 민간인 사망자 가운데 직접 교전에 가담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이어 “가자지구에서 전투행위를 중단하면 이스라엘은 더는 자기방어를 할 수 없게 된
다. 결국 하마스만 보호하는 꼴이다”라고 주장했다. 남아공의 잠정조치 요청을 기각하고 심리
를 중단할 것을 재판소 쪽에 요구한 것은 당연한 결론이었다.10)
국제 인도주의 법에 따라 제노사이드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남아공이
이스라엘의 학살 사실을 입증하거나 학살 선동죄로 기소하거나 학살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더라도 ICJ 결정이 반드시 집행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초기 논쟁은 아직까지
는 그렇게 복잡한 영역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 대신 ICJ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공습을 즉
각 중단하라는 예비 명령을 내릴지 여부가 쟁점이며, 법원은 목요일과 금요일에 남아공과 이
스라엘의 주장을 들은 후 이 문제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이 판결이 내려
지면 이를 무시할 수 있지만, 이스라엘의 동맹국들이 전쟁을 지지하는 데는 어려움이 발생한다.
남호주대학의 법학 강사 줄리엣 매킨타이어(Juliette McIntyre)는 복스(Vox)와의 인터뷰에
서 “이 소송은 다른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군사 활동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는 근거
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공이 제출한 84페이지 분량의 신청서에는 이스라엘의 행위
와 부작위는 팔레스타인 국가, 인종, 민족 집단의 상당 부분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에 제노사
이드적 성격이 있으며 현재 제노사이드 범죄의 예방과 처벌에 관한 협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럿거스 대학교의 국제법 교수인 아딜 하케(Adil Haque)는 복스와의 인터뷰
에서 "법적 논증 측면에서 이스라엘 변호사들이 몇 가지 중요한 주장을 펼쳤다고 생각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ICJ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남아공에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11)
남아공의 제소가 전쟁의 결과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남아공 흑인들의 해
방 투쟁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해방 투쟁 사이의 오랜 유대는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남아공은 아프리카와 비서구권의 이익에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도
전하고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기구를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ICC가 10월 7일 공격으로 인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범죄 혐의를 이미 조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아공이 ICJ에 제소하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제 남아공은
ICJ 소송을 통해 공식적으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제적 지원이 있으며, 지난 3개월 동안의 무
자비한 폭격과 생활필수품에 대한 접근 거부는 긴급한 국제적 관심사라는 점을 분명히 밝힐
수 있게 되었다.
남아공의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깊은 관계를 맺어
왔다. 그 역사는 남아공 최초의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까지 거슬러 올라
간다. 만델라가 감옥에 있는 동안 ANC는 PLO 및 기타 혁명적 대의에 동조했고, 출소 후 만
델라는 1990년 “우리처럼 자결권을 위해 싸우고 있는 PLO와 야세르 아라파트 지도자를 지지
한다”고 말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공 정부와 국민들은 식민주의와 아파르트헤이트
에 맞선 자신들의 투쟁을 팔레스타인의 곤경과 수십 년에 걸친 자결권 투쟁과 관련지어 바라
보고 있다.12)

10)「‘가자 집단살해’ 국제재판, 인류 양심이 걸렸다」, 한겨레 21, 2024.01.19.


11) Ellen Ioanes and Nicole Narea, “South Africa’s genocide case against Israel, explained,”
Vox, Jan 12, 2024.
https://www.vox.com/world-politics/24019720/south-africa-israel-genocide-case-gaza-hamas-
palestinians
12) 물론 남아공의 국내외 문제도 이런 활동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남아공은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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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54

문제는 유엔이 ICJ 판결을 이행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매우 취약하며, 판결은 법적 구속력


이 있지만 국가들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ICJ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대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째 접어들고 있
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론적으로 사건 당사국이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국가는 안보리가 내리는 모든 조치에 대해 거부권
을 행사할 수 있다. 5개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미국은 이스라엘의 확고한 동맹국이며 이스라
엘에 대한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예비 판결은 미국을 포함한 각국이 이스라
엘에 적대 행위를 중단하거나 최소한 제한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력한 외교적 근거
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ICJ가 휴전을 촉구하는 데까지 나아갈 필요는 없으며, 남아공의 나머
지 잠정적 요청인 대량학살 방지, 증거 인멸 방지,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적절한 인도적 지
원 허용을 승인하는 등 다른 대안 중에서 양측이 휴전을 협상하도록 명령할 가능성도 있다.13)

2. 라틴 아메리카
라틴 아메리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은 거세다. 콜롬비아 최초의 좌파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의 글은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국제법은 강제수용소를 금지하며
강제수용소를 건설하는 이들을 반인도적 범죄자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인간의 탈을 쓴 짐승과 싸우고 있으며 그에 상응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말에 대
해 “나치가 유대인에 대해 한 발언들과 같다. 민주주의 국민은 나치즘이 국제 정치에 다시 자
리 잡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은 똑같이 국제법의 적용을 받는 인
간이다. 이런 혐오 발언이 계속된다면 홀로코스트로 이어질 뿐”이라고 반박했다.
갈리 다간(Gali Dagan) 콜롬비아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페트로 대통령에게 아우슈비츠 강
제수용소를 방문해 볼 것을 제안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미 가본 적이 있으며 (
...) 이 수용소가 가자지구에 다시 재현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응수했다. 페트로 대
통령은 11월 10일 콜롬비아 정부 법무 부처가 이스라엘을 모든 국제 법원에 고소하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으며 11월 13일에는 “팔레스타인을 정식 회원국으로 인정하도록 유엔
(UN)에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3년 10월 31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의 자발리아 난민캠프를 공습했다. 이후 이스
라엘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는 콜롬비아만이 아니었다. 벨리즈와 칠레도
자국 대사를 소환했으며 볼리비아는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기까지 했다. 이틀 뒤인
11월 2일 온두라스 역시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만약 이미 오래전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단절하지 않았다면 쿠바와 베네수엘라 역시 그 뒤를 따랐을 것이다. 사회주의 국
가인 쿠바와 베네수엘라는 가장 강한 어조로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있다. 미겔 디아스카넬(Mig
uel Diaz Canel) 쿠바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해 “필요하다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단절할 것이며, 역사는 방관자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높이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2023년 브릭스 의장국으로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
미리트(UAE), 에티오피아의 가입을 끌어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을 중재하는 ‘아프리카 평
화이니셔티브’를 주도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다른 한편으로는 올해 총선을 앞둔 국내 정치적 상
황도 남아공 정부와 ANC의 또 다른 동기가 될 수 있다고 AFP 통신은 짚었다. 사상 최악의 전력난과
높은 실업률, 갈수록 커지는 빈부 격차 등으로 ANC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오는 5월 총선에서 사상 처음으로 50% 미만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13) Ellen Ioanes and Nicole Narea, “South Africa’s genocide case against Israel, explained,”
Vox, Jan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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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55

유대인 인구의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유지했던 아르헨티나 역시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자국민 9명이 사망하고 21명이 인질로 붙잡혔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공습을 규탄했다. 페루와 멕시코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콜롬비아,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는 가자지구를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여전히 극심한 경제 위기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역시 팔레스타인에 30톤의 구호품을 지원했다.
라틴아메리카 대륙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은 60만-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칠레에
는 중동지역 외 최대 규모의 팔레스타인인 공동체(35만-40만 명)가 존재한다. 파나마를 제외
한 모든 라틴아메리카 국가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 독특한 경우에 속하는 멕시코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멕시코에는 모하메드 사다트 팔레스타인 대사가 주재
중이며, 요르단강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행정수도인 라말라에는 멕시코 대표부가 있다. 멕시코
외무부는 1월 18일 “오늘 멕시코와 칠레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범죄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위해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에게 관련 수사를 해줄 것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칠레 외교부도 ICC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히며 “칠레는 가능한 모든 전쟁 범죄에 대한 수사
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이번 조치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과정에서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며 전쟁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
진 데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14)
이스라엘과의 단교도 확산되고 있다. 이번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대다수의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유지했다. 과거 쿠바는 팔레스타인 탄압을 기탄없이 규탄하
면서도 역사적으로 유대인이 겪은 고통을 감안해 이스라엘의 존재를 합법으로 인정한 적이 있
다. 하지만 10년 이상 고심한 끝에15), 쿠바는 1973년 이스라엘과 단교했으며 제4차 중동전쟁
당시 시리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골란 고원에 군대를 파견하기도 했다.
사회주의 혁명세력이 집권하기 전부터 쿠바는 이미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일하게 1947년에
수립된 팔레스타인 분할안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 침탈에 항의한 국가였다. 1992년 이후 미
국의 편에 선 이스라엘은 쿠바에 대한 미국의 금수 조치를 규탄하는 유엔 총회 결의안 표결에
서 매번 반대표를 던졌다. 가장 최근인 2023년 11월 2일 개최된 유엔 총회에서는 31회 연속
으로 절대다수인 187개국이 대(對)쿠바 금수 조치 해제에 찬성했다. 표결에 기권한 우크라이
나를 제외하면 반대표를 던진 국가는 미국과 이스라엘뿐이었다.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 시절인 2009년 이스라엘과 단교했다. 당시 가자지구에서
는 1년간 전쟁이 이어졌고 1,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한편으
로는 베네수엘라가 테러를 지원한다고 비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스라엘의 테러를 지원하
는 미국 정치의 ‘이중성’을 규탄했다. 그는 또한 이스라엘 대외정보국 모사드(MOSSAD)가 자
신의 암살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이 베네수엘라 야당을 지원 한다고 비난했다. 10년 후
인 2019년, 야당 출신 후안 과이도가 자신이 임시 대통령이라 선언하자, 이스라엘은 자국 내
베네수엘라 대사관 개설을 승인했다. 같은 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스라엘의 테러리스트” 단
체가 니콜라스 마두로 현 베네수엘라 대통령 암살계획에 가담했다고 비난했다.

3. 기타 국가
아일랜드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이스라엘 대사 추방을 요구하고 있고, 튀르키예 정부를

14) 「“가자 민간인 피해 커” 멕시코·칠레도 ICC에 ‘이스라엘 전쟁범죄’ 수사 요구」, 경향신문,


2024.01.19.
15) Éric Rouleau “L’attitude de Cuba à l’égard du problème palestinien diffère de celle des
pays arabes “progressistes,” Le Monde diplomatique, 1968.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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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56

비롯한 여러 정부들은 자국 대사를 이스라엘에서 소환했다. 비동맹운동(NAM)이 1월 19일 가


자지구 전쟁과 관련, 이스라엘을 비판하면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비동맹운동 120개 회
원국 대표는 이날 우간다 캄팔라에서 열린 제19차 NAM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팔레
스타인 주민에 대한 부당한 전쟁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NAM은 과거 냉전 시대 두 주요 강대국 블록 중 하나에 속하는 것을 거부하는 국가로 이뤄
진 국제조직으로 1961년 유고슬라비아에서 발족했다. 유엔 회원국의 3분의 2에 달하는 120개
회원국으로 구성됐다. 지역별로는 아프리카 53개국, 아시아 36개국, 중남미 26개국, 오세아니
아 3개국, 유럽 2개국이다. 앞서 17-18일 열린 NAM 각료회의에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가자
지구 휴전과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고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남아공의 이스라엘 제소를 지지
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16)
아시아에서는 극히 일부만 이스라엘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
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모디 총리는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이며 자국
내 반무슬림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국가 지도자들은 대부분 가자지구에 대한 보
복과 폭격을 거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17) 예를 들어 일본은 양측의 희생자들에 대해 안타까
움을 표하면서도, 서방동맹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이스라엘에 대한 합동지원을 약속하는 공동성명을 발표(10월 9일)”하기를 거부했다.18) 중국은
먼저 “긴장과 폭력이 고조되는 상황”을 비판한 후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행위”를 비난하며
“분쟁을 악화시키고 해당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는 조치에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사우디아라
비아와 이란을 화해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중국은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을 우려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한, 중동에서 화해의 물결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말레이시아와 북한이 공개적으로 하마스를 지지
하고 있다.

IV. 팔레스타인을 위한 시민 연대 운동
1. BDS 운동
1) 목표와 활동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14년 3월 1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내 친이
스라엘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공공업무위원회(AIPAC)의 총회에서 ‘BDS’(Boycott, Divestm
ent, Sanctions, 보이콧, 투자철회, 제재)에 대해 18회나 언급했고, 연설의 마지막을 모두 BD
S를 비난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은 ‘강대국’이며 그래서 ‘BDS’는 실패
할 것이고 오히려 평화를 해칠 것”이라며 주장했다.
BDS 운동은 아파르트헤이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투쟁 경험에서 배운 전술로, 팔레스타인에
대해 이스라엘이 저지르는 범죄를 지원하는 기업에 책임을 묻기 위한 활동이다. 이 운동은 20
05년 7월 9일, 즉 국제사법재판소가 권고 의견으로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에 세워진 분리장벽
을 불법이라 선언한 지 1년이 지났을 때 팔레스타인 관련 단체 연합회의 주도로 시작됐다.
팔레스타인 민간단체 172개가 연합해있으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의 자치권이라는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할 의무를 지키고 국제적 의무원칙을 완전히 준수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16) 「비동맹운동, 이스라엘 비판하며 즉각휴전 촉구」, 연합뉴스, 2024-01-20


17) Antoine Bondaz, “Israël et le Hamas en Asie : alignement indopacifique en question face
à la guerre de Soukkot,” Le Grand Continent, 2023년 10월 21일.
18) Koya Jibiki, Rimi Inomata, Ryo Nemoto, “Japan tries for balanced diplomatic response to
Israel-Hamas war,” Nikkei Asia, 2023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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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57

BDS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1) 이스라엘의 아랍인 토지에 대한 점령과 정착을 종식시키고, 분
리장벽을 해체하는 것. 2) 이스라엘과 아랍인의 기본적 권리와 완전한 평등을 인정하는 것. 3)
유엔 총회 결의안 194호에 명시된 대로 팔레스타인 난민은 원래의 주거지로 돌아가고 재산을
되찾을 권리를 보장받는 것. 이를 위해 BDS는 이스라엘 경제 및 기관 보이콧, 이스라엘에 대
한 해외 투자의 철회, 이스라엘 국가와 지도부에 대한 제재의 세 가지 활동을 전개한다.19)
먼저 보이코트는 불매운동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소비자들에게 이스라엘에서(국내 기업이나
외국 기업에 의해), 또 점령당한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BDS는 상품 목록(과일과 채소, 과일주스, 생화, 통조림, 포도주, 비스킷, 일반 의약
품, 화장품 등)과 해당 상품의 바코드를 공개됐다. 불매운동을 널리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면
서, 상점 관리자들에게 해당 상품을 진열장에서 철수해주기를 요구했고, 수입상들에게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했다. 또한 슈퍼마켓에서 게릴라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수출 기업의 21%가 불매운동 때문에 상품 가격을 낮춰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불매운동은 소비자에게 상품의 선택 여부를 결정할 자유를 주지만, 불매운동이 집단
운동을 선동하는 운동으로 변질되면 법에 저촉될 수 있다. 예컨대 2004년 3월 9일 수정된 프
랑스 형법 225조 2항은 ‘경제적 행위의 정상적 행사를 방해’하려는 모든 차별 행위는 3년형과
4만 5천 유로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누구나 어떤 물건을 살 것인지 자유롭
게 선택할 수 있고, 그 선택을 공개하는 행위는 개인적인 행위로 판단되지만, 불매운동을 촉
구하는 행위는 이 조항에 위배될 수 있다.
2009년 7월 16일에 있었던 ‘빌렘 대 프랑스’ 사건의 판결에서 보듯이, 유럽인권재판소(CED
H)의 판단도 다르지 않다. 릴 근처에 있는 세클랭의 장클로드 빌렘 시장은 2002년 10월 3일
시의회에서 세클랭의 식당업자들에게 이스라엘 제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시청 공식
인터넷 사이트에도 그런 내용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섰다. 그리고 2003년 9월 11일 1
천 유로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빌렘은 표현의 자유를 거론하며 이 사건을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유럽인권재판소는 선출직 공무원인 빌렘의 행위는 ‘차별적 행위
에 해당되며, 따라서 유죄’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불매운동은 정부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
정을 시행하거나, 혹은 강압적 조처의 일환으로 정부의 이름으로 시행할 때는 합법적이다.20)
언론에서 가장 자주 언급하는 것은 불매운동이지만,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하며 국제 무대에
서 고립시키기 위한 다른 전략들도 구사되고 있다. 문화·학술·외교 및 스포츠의 보이콧도 상당
한 결실을 맺었다.21) 2009년 파리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스라엘 관광 박람회가 무산됐고, 같은
해 5월에는 런던 지하철에서 이스라엘 관광 포스터가 사라졌다. 렌터카 업체인 허츠(Hertz)는
이스라엘 항공사가 제안한 합작 사업을 거절했다. 스웨덴은 이스라엘이 참여한다는 이유로 국
제 공군훈련 참가를 거부하기도 했다. BDS 운동은 최근 다른 분야, 특히 학술 및 기관 분야
에서 상징적 승리 이상의 승리를 거뒀다. 2014년 2월 초, 미국 지식인 5000명이 모인 학술단
체 아메리카학회(American Studies Association, ASA)는 66%의 찬성을 얻어 이스라엘 학
계와의 교류를 단절하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영어권 학계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 사건
은, 2013년 5월 저명한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이스라엘에서 개최된 회의에서 퇴장한
사건의 뒤를 잇는 것이다. BDS 운동의 설립자 중 한 명인 오마르 바르구티(Omar Barghout

19) 줄리앙 살랭그, 「이스라엘 고립시키는 팔레스타인 BDS 운동」,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4.07.02
20) 윌리 잭슨, 「국제사회 ‘보이콧’ 직면한 이스라엘의 반격」,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10.06
21) 텔아비브 공연을 취소한 로저 워터스, 작가인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와 나오미 클라인, 아룬다티 로이,
영화감독인 켄 로치와 장뤼크 고다르도 이 운동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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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58

i)는 이런 성공이 경제 영역에서 거둔 성공만큼, 아니면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평가한다. 그는


“아메리카학회와 같은 중요 학회와 학계의 이스라엘 보이콧의 영향은 대학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고, 미디어에서도 BDS 운동을 정당한 토론주제로 삼기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22) 스포
츠 분야에서도 이런 보이콧 운동은 확산되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06년 7월 이스라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여자 테니스 대표팀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의 표시로 참가를 철회했다.
인도네시아 테니스 연맹과 체육부 및 외무부 정부 대표들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침략에 대한 대응으로 경기 보이콧을 선언했다.
노동조합의 지지도 이어졌다. 노르웨이에서는 기관차 운전사 노조가 1월 8일 모든 열차, 트
램, 지하철 운행을 2분간 중단하고 시위를 벌였으며, 이 기간 동안 모든 승객들에게 '팔레스타
인 영토에서 모든 이스라엘 군대의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남아프리
카공화국 더반의 부두 노동자들은 남아프리카 운송 및 동맹 노동조합(SATAWU) 소속으로 20
09년 2월 8일 이스라엘 선박의 입항을 앞두고 하역을 거부했다. 2011년 7월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노동조합연맹(COSATU)은 BDS 운동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고, 2014년 가자지
구 침공 기간 동안 COSATU는 BDS 운동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울워스
(Woolworths)사의 이스라엘산 제품 재고에 대한 피켓 시위를 벌였다. 2013년 4월에는 아일
랜드 교원연합(TUI, 회원 1만4000명)이 이스라엘을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라 비난하며 BDS
운동 지지 발의를 가결했다. 2014년 4월에는 EU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영국 전국교원연합이 이
스라엘에 대한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같은 해 7월, 영국 최대 노동조합
인 유니트(Unite the Union)도 BDS 운동에 참여하기로 의결했다. 2015년 4월, 캐나다 퀘벡
주의 전국노동조합연맹은 약 2000개 노조가 소속된 325,000명의 노동자를 대표해 BDS 운동
참여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금수조치 지지를 선언했다.
투자 철회(Divestment)는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유린하는 데 공범인 회사들을 대상으로 하
거나 해당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중동에서 사업하는 기업체를 상대로
한 투자 철회 캠페인은 상당한 결실을 거두었다. 예컨대 벨기에에서는 ‘이스라엘에서 덱시아
(Dexia) 철수시키기’ 작전이 벌어졌고, 이 작전에 14개 자치단체가 참여하며, 이스라엘 자회사
를 통해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의 협동조합에 돈을 빌려준 프랑스·벨기에 합작 금융기관인 덱
시아에 출자한 돈을 회수했다.
스웨덴 연금기금이 2009년의 자금 운영계획에서 프랑스 운송기업인 알스톰을 배제하면서,
알스톰도 똑같은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 결정은 2006년 네덜란드계 금융기관 더치 ASN은행
이 프랑스의 또 다른 운송기업 베올리아(Veolia) 운송회사에 내린 결정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다국적기업인 알스톰과 베올리아는 예루살렘의 전철 건설사업에 참여한 대가로 다른 사업들의
입찰에 참여할 자격을 상실했다. 프랑스 보르도시는 도시 쓰레기 처리와 관련된 7억5천만 유
로 상당의 계약에 참여할 권리를 베올리아에 주지 않았고, 영국의 샌드웰 시의회는 쓰레기 수
거와 재활용에 관련된 계약에서 베올리아를 배제했다. 스톡홀름 시의회도 지하철 운영에 관련
된 35억 유로 상당의 계약에서 베올리아에 참여할 자격을 주지 않았다. 반면 ‘사회적으로 책
임 있는’ 투자라는 조건에 맞추기 위해 자진해 앞장서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네덜란드의 하

22) BDS 운동의 저명한 지지자로는 핑크 플로이드의 뮤지션 로저 워터스, 성공회 대주교 데스몬드 투
투, 작가이자 페미니스트인 앨리스 워커 등이 있다. 2014년에는 국제적인 유대인 단체인 ‘팔레스타인
의 귀환권을 지지하는 유대인’이 미국연구협회(ASA)의 이스라엘에 대한 학술적 보이콧을 지지하는 서
명자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인 활동가 단체인 ‘보이콧 프롬 위즈덤’(Boycott From
Wisdom)도 BDS 운동을 지지하고 있다. 이 단체는 이스라엘에서 예정된 콘서트 등을 취소할 것을
뮤지션들에게 촉구하는 성명을 정기적으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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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59

이네켄이 대표적인 예다. 하이네켄의 자회사 템포(Tempo)는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국경 안


으로 이전했다. 전기기계 안전시스템에서 선두기업인 스웨덴의 아사 아블로이(Assa Abloy)도
서안지구에 있던 제조공장을 이전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2014년 1월 말, 현재 투자자산 6290
억 유로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펀드 중 하나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예루살렘 정착촌
건설에 관계했다는 이유로 아프리카 이스라엘 투자회사(Africa Israel Investments)와 아프리
카 이스라엘 합자회사인 다냐 세부스(Danya Cebus)를 ‘블랙 리스트’에 추가했다. PGGM(투자
자산 1500억 유로) 또한 같은 이유로 수천만 유로에 달하는 5개 이스라엘 은행에 대한 투자
금을 회수했다. 역시 1월에 독일 정부는 이스라엘 첨단기술회사들이 예루살렘 정착촌이나 요
르단강 서안 정착촌에 위치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지원금을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2
014년 7월 21일에는 몰디브 정부가 이스라엘과 맺은 3건의 양자간 무역협정을 파기하고 모든
이스라엘산 제품을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2016년 2월에는 콜롬비아의 레스토랑 체인점인 크
레페 앤 와플(Crepe and Waffles)이 영국계 기업 G4S와 맺은 안전 운송 계약을 파기했다.제
재(Sanction)의 예로는 남미의 여러 나라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국교를 단절한 것을 들 수 있
다.
네타냐후가 AIPAC 회의에서 한 연설과는 달리 이스라엘 당국은 BDS를 ‘전략적 위협’으로
간주한다. 2013년 6월, 이스라엘 총리는 BDS 문제를 다루기 위한 특별회의를 주최했다. 당시
총리는 이 사건을 ‘이스라엘을 불법화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했고, 향후 대책을 전략정보부 장
관에게 일임했다. 전략정보부는 이란 핵과 같은 ‘전략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안보, 첩보,
외교 기관과의 협력을 담당하는 부처다. 2015년 6월, 미국 랜드연구소는 BDS의 영향력에 대
해 분석했다. 보고서는 BDS 운동이 10년 동안 지속될 경우 이스라엘 경제에 잠재적으로 470
억 달러 규모의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BDS에 부정적인 입장에서는 BDS가 팔레스타인인의 고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
다. 이들에 따르면, 정착촌에 존재하는 기업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한다.
그런 기업들은 노동자들에게 팔레스타인계 공장 등보다 더 나은 임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팔레
스타인 사람들은 만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BDS 지지자들은 2011년 당시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무허가로 정착촌에서 일하면서 이스라엘의 최저임금 이하, 경우에 따라서는
절반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예루살렘 대학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들이 정착촌에서 일하는 것은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며, 정착촌에서
일하는 팔레스타인인의 82%는 다른 일자리가 있다면 (정착촌에서) 일을 그만두겠다고 한다.
우마르 알-바루구시(Umar al-Bargouzieh)는 실제로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정착촌
에서 일하는 것은 이스라엘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수십 년 동안 이스
라엘은 “팔레스타인 산업과 농업을 체계적으로 파괴하고 우리가 소유한 가장 비옥한 땅과 풍
부한 수자원을 몰수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일터에 갈 수 없도록 극도로 엄격한 행동 제한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거의 모든 팔레스타인계 노동조합은 물론, 정당을 포함한 거의
모든 시민사회단체가 BDS 운동의 보이콧, 투자 철회, 제재 요구를 지지하고 있다.

2) 가자 전쟁 이후의 BDS
가자 전쟁이 시작된 이후 서안지구의 수많은 포스터, 스티커, 전단지에서 팔레스타인 사람
들에게 이스라엘 제품을 보이콧하고 현지 제품을 구매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에 의해,
우리를 위해“라는 새 캠페인의 슬로건은 최근 몇 주 동안 도시 전역으로 확산됐다. 물, 우유,
화장지와 같은 “메이드 인 팔레스타인“ 제품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여 있는 유명 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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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체인점에 가면 이런 슬로건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안지구 라말라 지점의 오마르 바와트


네 매니저는 “모든 것이 팔레스타인 제품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체인점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자사 매장의 이스라엘 제품 판매가 30% 감소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23)
현재 캠페인은 크게 다음 네 가지 범주로 나뉜다.
소비자 보이콧: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학대에 공모한 기록이 있는 브랜드에 대한 보이콧.
투자 철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땅 점령을 가능하게 하는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하도록 정
부 및 기관에 압력을 가하는 것.
압력: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학대에 공모한 브랜드와 서비스에 압력을 가해 이를 중단하도록
개인과 기관에 촉구하기.
유기적 보이콧: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브랜드에 대한
풀뿌리 보이콧.24)
이 운동은 이스라엘과 미국에 의해 반유대주의라는 비난을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 그러나
공동 창립자인 오마르 바르구티는 “BDS 운동은 이슬람 혐오와 반유대주의를 포함한 모든 형
태의 인종차별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맥도날드, 버거킹, 피자헛, 파파존스
및 기타 기업에 대한 전 세계의 불매 운동은 BDS 운동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유기적인 풀뿌
리 캠페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불매 운동의 주된 이유 중 하나
는 이스라엘에 있는 해당 기업의 지점이나 프랜차이즈가 이스라엘군의 공세 기간 동안 공개적
으로 이스라엘 군을 지지하고 아낌없는 현물 기부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25)

23) 김다원,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들, 이스라엘 제품 '보이콧'」, 연합뉴스, 2023.12.27.


24) https://www.aljazeera.com/wp-content/uploads/2023/12/Interactive_Boycott_movement_5-
02-1702662391.jpg?w=770&resize=770%2C770&quality=80
25) 비노바, 「보이콧과 시위 - 전 세계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어떻게 저항하고 있는가?」,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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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61

이스라엘에 대한 기업을 압박하는 운동은 비단 BDS만은 아니다. 2020년 유엔 인권 사무소


(United Nations Human Rights Office)는 BDS의 대상 목록 외에도 국제법상 불법으로 간
주되는 이스라엘 정착촌과 연계된 112개의 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제4차 제네바 협약 제49조
는 다음과 같이 명시한다. “점령국은 자국의 민간인 일부를 점령 중인 영토로 추방하거나 이
전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이는 “점령지에서 보호 대상자를 추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별적 또
는 집단적 강제 이송”도 금지한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전쟁 범죄 공모는 기업 이사와 관
리자를 포함한 개인이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는 범죄이다. 명단에 오른 기업 중 94개는 이스라
엘에 본사를 둔 기업이다. 나머지 18개 기업은 미국,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룩셈부르크, 태
국 등 다른 국가에 있다.​26)
예일대학의 조셉 소넨펠드(Jooseph Sonnenfled) 교수는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표명한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을 추적하고 있다. 포위된 가자 지구를 지원하는 국제 구호 단체
에 기부한 기업도 많고, 지지만 표명한 기업도 있으며, 이스라엘 및/또는 가자 지구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표명한 기업도 있다. 알자지라는 이 목록에서 212개 기업을 다음 기준에 따
라 분류했다.

●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을 비난(184개 기업)


● “이스라엘 편에 선다”(62개 기업)
● 이스라엘 또는 이스라엘 단체에 기부금을 약속(35개 기업)
● 팔레스타인 구호 단체에 기부금을 약속(3개 기업)
● 국제 구호 단체에 기부금을 약속(26개 기업)

소넨펠트의 명단에 오른 212개 기업 중 최소 30개 기업이 이스라엘 및 관련 단체에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가장 큰 규모의 기부금은 다음과 같다. 마이클 블룸버그(2,500만 달러), 제
프리스(1,300만 달러), 블랙스톤(700만 달러), 세일즈포스(240만 달러), 보잉(200만 달러), 디
즈니(200만 달러), 존슨앤존슨(200만 달러) 등 여러 회사가 직원 기부금에 매칭* 기부하기로
약속했다​(*직원이 기부한 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회사가 추가로 기부한다는 의미)​.​

3) BDS를 둘러싼 논쟁
BDS 운동에 대한 반응은 지리적, 정치적 배경의 차이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특히 미국에
서의 BDS 운동에 대한 대응은 특히 양극화되어 왔다. 지금까지 미국 연방의회와 주의회에서
BDS에 반대하는 의도를 가진 여러 법안과 결의안이 발의되었다. 2011년 이스라엘 국가안보
연구소가 발간한 『이스라엘 전략조사』는 BDS 운동이 이스라엘을 인종차별적이고 파시즘적이
며, 더 나아가 전체주의적인 국가로 규정했다고 비판했다.
명예훼손방지동맹(ADL)과 이스라엘 정부의 공식 견해로 BDS 운동은 반유대주의로 분류된
다. 이와 관련해 ADL의 최고 책임자인 에이브러햄 폭스만(Abraham Foxman)은 뉴욕 타임
즈에 뉴욕시립대 브루클린 캠퍼스 정치학과가 BDS 운동을 촉진하기 위한 회의를 후원하는 것
을 비판하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에서 폭스만은 BDS 운동이 반유대주의적이고 ‘그
중심에 있다’고 언급했다.

26) https://www.aljazeera.com/wp-content/uploads/2023/12/INTERACTIVE-UN-LIST-ILLEGAL-
SETTLEMENTS-DEC14-2023-1702556698.png?w=770&resize=770%2C770&quality=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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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수연구자학술연대단체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62

주디스 버틀러는 BDS 운동이 요구하는 것은 국제 인권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며, 그러한
가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버틀러는 BDS 운동과 반유대주의를 동일시하는 것
은 그러한 가치를 반유대주의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결론지었다. 주디스 버틀러는 또한 B
DS 운동을 반유대주의라고 보는 생각은 필연적으로 “유대인은 모두 같은 정치적 참여를 하고
있다”는 가정에 기반한 것으로 “전체 유대인에 대한 일반화”는 오류라고 지적했다. 버틀러는
BDS 운동은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스라엘에 대
한 비판적인 시각을 무화하려는 시도이다. 우마르 알-발구시(Umar al-Bargouzi)도 비슷한 논
리를 펼쳤는데, 그는 BDS 운동을 전체 유대인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전체 유
대인을 이스라엘과 동일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히브리대학교에서 홀로코스트와 대량학살에 관한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다니엘 브래트만 교
수도 이를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반유대주의적 동기에 의해 행해지는 불매운동과 오늘날의
대이스라엘 불매운동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둘을 동일시하
는 현상은 우파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3. 직접 행동 단체
1) ISM
국제 연대 운동(The International Solidarity Movement, ISM)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
쟁에서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둔 팔레스타인 주도의 운동이다. 이 단체는
전 세계 시민들이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군에 대항하는 비폭력 시위에 참여할 것
을 촉구하고 있다. 2001년 팔레스타인 활동가인 가산 안도니(Ghassan Andoni), 이스라엘 3
세대 활동가인 네타 골란(Neta Golan),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후와이다 아라프(Huwaida Arra
f), 팔레스타인 활동가인 조지 N. 리쉬마위(George N. Rishmawi)에 의해 창립된 이래 ISM은
수백 명의 국제 활동가들을 끌어 모았으며, 이 중 4분의 1이 유대인 출신으로 추정된다. ISM
은 이스라엘군이 이 조직을 급습하고 관련 활동가들을 단속한 결과, 많은 활동가들이 추방되
었고 입국이 금지되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실린 한 기사는 ISM의 사명 선언문이 ‘무장 투쟁’을 팔
레스타인의 권리로 인정하기 때문에 ISM을 “폭력을 포용하는 ‘평화’ 단체”라고 불렀다. ISM
의 선언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국제법과 유엔 결의안에 명시된 바와 같이, 우리는
팔레스타인이 합법적인 무장 투쟁을 통해 이스라엘의 폭력과 점령에 저항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 그러나 비폭력이 억압에 맞서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믿으며, 비폭력 저항
의 원칙에 전념하고 있다.” ISM은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이에 관해 더 자세히 설명했다: “ISM
은 합법적인 무장 투쟁이 아닌 어떠한 테러 행위도 지지하거나 묵인하지 않는다. ISM은 점령
에 대한 무장 또는 폭력적 저항과 연관되거나 이를 지원하거나 이와 관련된 어떠한 행위도 하
지 않는다. ISM은 어떤 형태로든 어떤 종류의 무장 저항도 지원하거나 관여하지 않는다. 과거
ISM 캠페인은 다음과 같은 전술을 사용했다:

- 군사 작전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 일부 ISM 자원봉사자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설명할 때 인


간 방패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반대한다. 다만 이들은 국제사회의 대응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때, IDF가 백인 서구인 활동가보다 피부색이 어두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총으로 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주장한다. 이 전술은 구어체로 ‘백인 얼굴 방어’(White-face defense)
라고 부른다. ISM의 조지 리쉬마위(George Rishmawi)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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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 군인에게 총을 맞으면 아무도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인 자원봉사자 중 일부가 총에 맞거나 심지어 살해당하면 국제 언론이 주
목한다.”
- 이스라엘 정착민이나 군인에 의해 지속되는 괴롭힘을 최소화하기 위한 활동. 팔레스타인 사
람들과 함께 이스라엘 검문소의 대기열이 효율적으로 처리되도록 하고, 정착민과 경찰에 의해
종종 방해를 받는 연례 올리브 수확 기간 동안 증인과 중개자를 제공하는 일.
- 장애물 제거. 장애물은 서안 지구 전역의 도로에 있는 대형 무인 흙과 콘크리트 더미로, 때
때로 IDF가 팔레스타인 마을 입구에 배치하여 교통을 차단하여 해당 마을의 주민들을 고립시
킨다.
- 탱크나 불도저와 같은 군용 차량을 막으려는 시도.
- 이스라엘의 통행금지 명령을 위반하는 행위. 이것은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감시하거나,
팔레스타인 가정에 식량과 의약품을 전달하거나, 의료진의 원활한 활동을 돕기 위해 팔레스타
인 지역에 시행되고 있는 통해금지를 거부하는 것이다.
- 서안지역 장벽 건설을 방해하고 장벽에 정치적 낙서를 하는 행위.
- 이스라엘 군이 ‘폐쇄 군사 구역’으로 지정한 지역에 들어가는 행위. 이는 실제로 전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ISM이 활동하는 지역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폐쇄 군사 구역’으로 지정되되는
데, 위의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들어갈 수밖에 없다.
-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해상 봉쇄를 뚫고 선박을 가자지구로 들여보내려는 계획을 지
원함으로써 가자지구 봉쇄를 깨뜨리려고 시도한다.

ISM 회원들은 활동 중에 많은 사상을 입었다. 특히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것은 레이첼 코


리와 토마스 헌달 사망 사건이다. 먼저 레이첼 코리의 사망 사건을 보자. 2003년 3월 16일
가자지구 라파(Rafah)에서 군사 작전을 수행하던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불도저를 막으려다
ISM 자원봉사자 레이첼 코리가 사망했다. IDF 내부 조사는 코리의 죽음이 사고였다고 결론
내렸지만, ISM 목격자들은 불도저 운전사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항의하던 코리를 고의로
치었다고 주장했다. IDF는 사건 당시의 테이프를 보면 코리가 운전자의 눈높이 아래에 있으
며, 소음 수준이 너무 커서 코리가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코리가 막고 있던 불도저의 활
동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ISM은 불도저가 팔레스타인 약사의 집을 철거할 준비를 하
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설명은 불도저가 집 근처가 아니라 무기 밀수 터널로 사용될 수
있는 구조물을 덮고 있는 관목을 제거하거나 IDF를 향해 총격을 가하는 테러리스트를 은폐하
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코리의 부모는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소송을 제기했지만 두 곳 모두 패소했다. 2012년 8월
이스라엘 법원은 코리가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스라엘이 코리의 사망
에 대해 잘못이 없으며 고의나 과실도 없다고 판결했다. 판사는 또한 이스라엘의 조사가 적절
했으며 실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볼 것은 토마스 헌달 사망 사건이다. 2003년 4월 11일, IDF 병사 테이시르 헤이
브(Taysir Hayb) 하사가 ISM 자원봉사자 헌달의 머리에 총을 쐈다.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돕고 있던 헌달은 2004년 1월 부상으로 사망했다. 그는 비무장 상태였고, ISM의 밝
은 주황색 재킷을 입고 두 명의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이스라엘 탱크에 장착된 기관총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리고 있었다. 헤이브는 접근 금지 구역에서 권총으로 군인들에게 총을 쏘던 군복
을 입은 남성을 총으로 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진 증거로 확인된 ISM의 주장과는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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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이었다. 그 후 헤이브는 사건에 대한 자신의 설명을 조작했다고 인정했다. 2004년 5월


10일, 헤이브의 재판은 헌달의 사망에 대한 과실치사 1건, 사법방해 2건, 허위 증언 제출, 허
위 증언 취득, 부적절한 행동 각각 1건으로 시작되었다. 헌달의 가족은 이스라엘 법원에 헤이
브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2005년 8월, 헤이브는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총 8년의 징
역형, 즉 헌달 살인죄로 7년, 사법 방해죄로 1년을 선고받았다.

그림 2 캐터필라 D9
불도저 앞에 서 있는 레
이첼 코리 그림 3 2007년 AATW가 국경에서 철조망을 파괴하는 모습

2) ICAHD
이스라엘 주택 철거 반대 위원회(Israeli Committee Against House Demolitions, ICAH
D)는 1997년 설립된 단체로 이스라엘 정착촌에 반대하며, 스스로를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을
종식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정의로운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헌신하는 이스라엘 평
화 및 인권 단체”라고 소개한다.27) ICAHD는 점령지 내 팔레스타인 주택을 철거하는 이스라
엘의 정책을 종식시키기 위해 비폭력, 직접 행동의 저항 수단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ICAHD는
8명의 활동가가 설립했으며, 그중에는 오랜 인권 옹호 활동가이자 인류학 교수인 제프 하퍼(J
eff Haalper)가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하퍼는 ICAHD를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단일 민주
국가를 꿈꾸는 비판적, ‘급진적’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하퍼는 미국,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
세 나라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이 나라들은 모두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경험은 ‘정치적 인간’이 되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1960년대 미국의 히피문화,
마틴 루터킹 목사가 이끄는 흑인 인권 운동, 베트남 전쟁 반전운동 등 혁명적인 분위기가 저
를 정치적 인간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은 그를 평화운동으로 이끌었
다.28)
비폭력 직접 행동을 기반으로하는 ICAHD의 활동에는 전시회, 영화, 워크숍, 점령지 견학,
이스라엘의 서안 지구, 동 예루살렘 및 가자 지구 점령에 관한 책과 기사 출판, 국제 옹호가
있다. 또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및 국제 자원 봉사자 네트워크를 사용하여 철거된 팔레스타
인 주택 재건을 조직한다. 2012년 4월 창립 멤버인 메이어 마르갈릿(Meir Margalit)은 이 단

27) Samantha Shapiro, “The Unsettlers,” The New York Times, 2003-02-16.
28) 「‘두 조국’ 전선 넘나드는 평화의 외침, 중동평화 다리놓는 이스라엘인, 제프 하퍼 박사」, 한겨레신
문, 2009-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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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가 동예루살렘에 있는 주택 200채를 포함하여 대략 1,000여채의 주택을 재건했다고 추정했


다. 파괴된 팔레스타인 주택을 재건하는 것 외에도 ICAHD는 종종 주택이 철거되었거나 철거
위협을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인을 대신하여 법적 조치를 취한다.
팔레스타인 주택 철거를 막으려는 이들은 이스라엘 군대와 경찰과 종종 충돌했다. 2008년
4월 3일 제프 하퍼가 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지역에 있는 함단(Hamdan) 가족의 집(이미 이
스라엘 당국에 의해 한 번 철거되었고 ICAHD에 의해 재건된 집)에 대한 불도저에 비폭력 항
의하다가 체포되었다. 2012년 4월, 마르갈릿은 이스라엘 내무부의 심문을 받았다. 200채가 넘
는 주택 재건축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한 마르갈릿은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느냐는 질문
을 받자, 점령지이자 이스라엘 법이 적용되지 않는 동예루살렘에서의 활동에 대해 이스라엘
내무부가 질문할 권리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내무부 대변인은 “메이어 마르갈릿은 허
가없이 건축한 혐의로 소환되어 심문을 받았으며, 이는 범죄 행위”라고 밝혔다.29)
점령에 반대하고 주택 철거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나란히 서고자 하는 ICAHD의
노력은 팔레스타인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불도저를 앞세워 주택 철거에 물리적으로
저항하는 활동가부터 건축 허가를 신청하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법률 자문과 정신적 지
원을 제공하는 것, 주택 철거에 반대하는 소송을 하는 팔레스타인 청구인에 대한 민사 행정청
의 잘못된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까지 이 단체의 활동은 그 이름과는 달리 범위가 매우
넓다. 2011년부터는 활동 범위를 넓혀 이스라엘과 점령지 내 철거 실태에 대한 법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네게브/나카브(Negev/Naqab)의 베두인 마을 철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ICAHD의 조사 결과는 유럽연합의 국제인권위원회와 유엔의 국제인권위원회에 정기적으
로 제출된다. 또한 ICAHD는 영국, 미국 , 핀란드, 독일에 자매 조직을 두고 있으며, 대부분의
회원은 지역, 국가 및 지역 차원의 정치인 로비 활동에 경험이 있는 노련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가들이다.
ICAHD의 역할은 팔레스타인민중과의 풀뿌리 연대에 더 중점을 두고 국제적 옹호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ICAHD의 평화센터 베이트 아라비야(Beit Arabiya)는 이스라엘 군대에 의
해 여러 차례 철거되었다. 2011년부터 ICAHD는 서안지구의 주택 철거와 이스라엘의 국경 내
팔레스타인 시민에 대한 주택 철거를 명시적으로 연결하여 그들의 생각과 활동을 탈식민지화
담론에 더 가깝게 만들었다. 그러나 자금 부족과 이스라엘에서 건설 현장을 운영하는 데 드는
상당한 비용 때문에 매년 서안지구에서 개최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국제 재건 캠프를 개최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팔레스타인-이스라엘에서의 실질적인 저항 활동과 함께 I
CAHD는 국제 정치인, 의사 결정권자, 변호사들에게 점령지 상황을 정기적으로 브리핑하는 등
국제적인 옹호 활동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인권 유린 및 침해에 대한 기업의 공모는 보이콧 및 투자철회 운동의 주요 표적
이 되어왔다. ICAHD는 2005년 팔레스타인 시민사회가 BDS를 요구하기 전에 이스라엘 점령
에 대한 보이콧을 촉구한 최초의 이스라엘 단체 중 하나였다. ICAHD의 최초 보이콧 성명서
는 (i) 점령지에서 사용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판매되는 무기에 대한 무기 금수, (ii) 정착촌 상
품 및 기업에 대한 보이콧, (iii) 서안지구 상품을 ‘메이드 인 이스라엘’로 표시하여 EU 협정을
위반한 이스라엘에 대한 무역 제재, (iv) 점령지에서 이익을 얻는 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 (v)
정치인과 고위 군인 등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개인을 국제 법정에서 재판함으로써 책임을
묻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29) Melanie LIDMAN, “J'lem councilman says Interior Ministry wants to remove him,”
Jerusalem Post. 201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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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도 이어졌다. 2007년 당시 미국 주요 유대인 단체 회장 협의회 부회장이었던 말콤 호


엔라인(Malcolm Hoenlein)은 ICAHD가 “철거의 이유나 진실을 제시하지 않고 철거를 방해하
고 있다고 하면서 그들이 비록 온건한 용어로 포장하고 있지만 반이스라엘 목적이 분명하다”
고 비판했다. 친이스라엘 성향의 NGO 모니터는 ICAHD가 취한 여러 가지 논란의 여지가 있
는 입장을 지적했다. 이 단체의 의장인 제럴드 스타인버그(Gerald Steinberg)는 “급진적인 친
팔레스타인(및 반이스라엘) 입장을 지지하는 11개의 NGO” 목록에 ICAHD를 포함시켰다.

3) AATW
‘벽에 반대하는 아나키스트’(Anarchists Against the Wall, AATW)는 ‘게토에 반대하는 유
대인’으로 불리며, 가자-이스라엘 장벽과 이스라엘 서안 장벽 건설에 반대하는 이스라엘 아나
키스트로 구성된 직접 행동 단체이다.
AATW의 한 회원은 장벽 건설을 인종청소 전략의 일환으로 설명하며, “지난 세기 동안 팔
레스타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끔찍하게 만
들어서 그들이 떠나는 것, 즉 한 가지 선택만 남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30)
2004년 국제사법재판소가 분리장벽 건설이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린 이후, 이스라엘 고등법
원에 법적 청원을 제기하여 분리장벽이 일부 마을 땅에서 벗어나도록 경로를 변경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군의 폭력적인 탄압이 심화되면서 다른 마을에서는 항의 시위가
법적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들의 활동은 쉽지 않았다. 2003년 12월 26일, 마스하(Mas’ha) 마을 근처에서 AATW가
시위를 벌이는 동안 이스라엘 방위군은 아나키스트이자 전 낙하산 부대원이었던 길 나아마티
(Gil Na’amati)에게 총격을 가해 부상을 입혔다. 시위대가 철조망의 잠긴 문을 흔들기 시작한
후 총격이 가해졌다. 2004년 3월 12일, 카르바사 마을에서 장벽 반대 시위를 벌이던 이타이
레빈스키가 고무탄에 눈을 맞았다. 4월 3일 조나단 폴락(Jonathan Pollak)은 웨스트뱅크 빌인
마을에서 열린 장벽 반대 시위에서 약 30미터 거리에서 M16 소총의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뇌출혈과 23바늘을 꿰매야 하는 상처를 입었다. 그들의 활동은 장벽에 맞선 아나키스트들이
라는 이름으로 2013년에 AK 프레스를 통해 출판되었다.31)

V. 결론 – 식민주의, 아파르트헤이트, 제노사이드


팔레스타인 문제는 단순히 영토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정의와 불공정에 대한 문제이다. 이
스라엘 건국은 유대인의 유럽 식민주의 극복이었다고 볼 수 있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식민지의 구축이었다. 이미 다른 곳에서는 사라졌거나 사라져가고 있는 식민주의를 팔
레스타인인들은 점령당한 영토에서 지금도 일상에서 매일 겪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은 이스라엘의 우방이었던 미국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절대 할 수 없
는 유일한 얘기이자 마지막 금기였던 것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이스라
엘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2024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
할 것이라는 의견을 자주 볼 수 있고,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이스라엘을 ‘아파르트헤이트’ 국가
로 지칭하는 것이 어느 정도 주류적 인식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심지

30) We Are Anarchists Against the Wall: On the non-violent resistance of the Israeli
anarchist movement and the Palestinian popular committees against the Apartheid Wall,
Federazione Dei Comunisti Anarchici. 2004.
31) Uri Gordon and Ohal Grietzer, Anarchists Against the Wall: Direct Action and Solidarity
with the Palestinian Popular Struggle, AK Press,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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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미국의 유대계 시민들도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살육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지 말라. 그것은 홀로코스트로 죽은 자들에 대한 모독이다”라며 항의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저지르는 인권 침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아지는 관심과 비판
의식은 팔레스타인에 희망적이다. 이스라엘을 겨냥한 운동은 단순히 시위를 넘어 더욱 적극적
인 형태로 실시되고 있다. 이글에서 언급한 BDS 운동 역시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 가운데 하
나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식민주의의 희생자였기에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그러한 이유
로 시민단체와 지식인 단체를 중심으로 성명서 발표와 시위 행동들이 이어졌다. 문제는 아직
도 한국 기업 중에는 이스라엘에 군사점령 및 불법 정착촌 건설에 필요한 상품을 수출하고,
불법 정착촌에서 생산된 상품을 수입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이스라
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식민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공모하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한국
정부는 1991년 유엔에 가입한 뒤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핵심 사안에서 ‘기권’함으로써 암
묵적으로 이스라엘의 점령에 공모해왔다. 이제 한국 사회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감상적 인도주
의를 넘어 좀 더 적극적이고 자주적인 행동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책 제안 요약>

○ 이스라엘 정치 및 군사 지도자들을 전쟁범죄로 재판에 회부하라


○ 지금 당장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을 멈춰라.
○ 가자 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에 국제사회는 적극 나서라.
○ 모든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정치범을 석방하라.
○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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