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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볼 문제 1.

에 대한 답변
철학과 2022-10776 우정민
노직은 공리주의를 겨냥해 ‘경험 기계’라는 사고실험을 제안한다. 경험 기계란 우리에게 원
하는 그 어떤 경험이든 그것을 마치 실제로 하고 있는 듯이 느끼게끔 해주는 기계인데, 공리
주의가 옳다면 우리는 모두 경험기계 속에 들어가 여생을 보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
라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노직에 따르면 이는 참이 아니며, 이러한 사실은 쾌락 이외에도
우리가 인생에서 추구하는 다른 무언가가 있음을 함축한다.
노직은 그의 논변을 강화하기 위하여 경험 기계와는 다른 종류의 기계들에 관해서도 소개한
다. 첫 번째로 소개된 것은 ‘변형 기계’이다. 이 기계는 내가 원하는 그 어떤 모습으로도 나를
탈바꿈해준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기계 속에서도 여전히 좋은 삶을 살 수 없는데, 인생에
는 내가 어떤 경험을 하는지(경험기계가 충족시켜주는 가치), 그리고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변
형 기계가 충족시켜주는 가치) 그 이상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결과 기계’이다.
이 기계는 우리가 원하는 그 어떤 결과도 현실 세계에서 실현시켜준다. 하지만 이러한 기계
속이더라도 인간은 좋은 삶을 살 수 없다. 결국 우리가 정말로 욕망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실
제로써 온전히 살아가는 것이라고 노직은 결론짓는다.
노직은 경험기계 사고실험을 통해 인생에는 쾌락 말고도 가치있는 것이 있으며, 이는 즉 우
리의 삶을 실제로 살아가는 것 그 자체라고 주장한다. 그의 논증은 일견 타당한 것으로 보일
지 모르나, 노직의 논증은 그가 본래 의도한 결론이 아니라 공리주의의 다른 허점을 짚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사람들이 경험 기계에 들어가는 것을 꺼려할 것이라는 그의 직관에는
다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인들은, 적어도 한국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삶에 큰 피
로감을 느끼며 휴식을 절실히 바란다. 만일 우리에게 경험기계(혹은 필요에 따라 변형기계와
결과 기계의 기능까지 접합한 ‘종합형 인생대리 기계’와 같은 것을 상정해도 좋다)에 들어가
아무 노동이나 활동 없이 쾌락을 느낄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를 단칼에 거부할 수 있는 사람
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만약 경험기계를 통하여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보편화된 혹은 유
행하는 세계에 우리가 살고 있다면, 경험기계의 유혹을 뿌리치고 노직이 말하는 것과 같은
‘삶을 실제로 살아가는 것의 가치’를 지키고자 노력할 사람은 얼마나 될 것인가? 경험기계에
대한 우리의 거부감은 실제적 삶의 가치에 대한 우리의 욕망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경험기계라는 우리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문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후자가 참이라면, 경험기계에 대한 우리의 거부감이 노직의 주장을 뒷받침
해준다고 보기는 다소 어려울 것이다.
위와 같은 검토는 경험기계를 통해 쾌락을 즐기는 삶을 더 좋은 삶이라 평가할 여지가 열려
있음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공리주의의 참을 보이지는 않는다. 노직의 경험기계 사고실험
은 사회적 수준의 이익, 즉 공리가 개개인의 쾌락의 합으로 계산될 수 없음을 보임을 통해 공
리주의를 논박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삶을 실제로 살아가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
지 않는 어떤 개인들은 경험 기계 속에서 최고의 쾌락을 누리는 삶을 살 것이다. 만약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 사회 구성원의 상당수 혹은 전부가 경
험기계 속에서의 삶을 선택한다고 해보자. 이러한 사회는 개개인에게는 최고의 쾌락을 제공해
줄지언정, 노동자 부족으로 인한 사회적 시스템 마비와 도덕적 가치의 붕괴 등으로 인해 사회
전체적으로는 손해를 일으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즉, 경험기계가 보편화되면 사회적 차
원에서는 큰 손해와 장애가 유발될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개개인의 쾌락의 합이 곧 사회
적 이익이라는 공리주의의 중요한 전제를 논박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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