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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초점 이 작품은 고대의 설화 갈래를 대표하는 건국 신화 중 하나이다.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와 사건


을 중심으로 건국 신화의 특징을 생각하며 읽어 보자.
고대 국가가 형성된 후 국가의 통치 기반을 공고히 하고 정복과 지배의 과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건국 신화가 등장하였다. <단군 신화>는 전형적인 천신하강(天神下降)형 설화로 삼대기
(三代記)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천상의 존재인 환인과, 천상의 존재이지만 지상에 내려와
지상의 존재인 웅녀와 결합하는 환웅, 환웅과 웅녀 사이에서 천손의 혈통으로 태어난 단군의
이야기가 나타나 있다. 이러한 인물들 사이의 사건과 이에 반영되어 있는 당시의 사회상을
생각하며 읽도록 한다.

(1) 단군 신화 작자 미상

《고기(古記)》에 말한다. 옛날에 환인(제석을 이른다.)의 서자(庶子) 환웅이 늘 등장인물을 천상계에 속한 인물


일연이 《삼국유사》를 집필할 때 참조한 책으로, 지금은 전하지 않는 책 이름 과 지상계에 속한 인물로 나누어
5 천하에 뜻을 두고 인간 세상을 탐내었다.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 태백 보자.
예시 답안 | 천상계에 속하는
산을 내려다보니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할 만한지라, 이에 천부인 3개를 주며 가서 인물은 환인, 환웅, 풍백, 우사,
홍익인간-고조선의 건국 이념, 인본주의 정신이 드러남. 운사이고, 지상계에 속하는 인
다스리게 하였다. 환웅이 무리 3천을 이끌고 태백산(태백산은 지금의 묘향산이다.) 물은 곰(웅녀), 범, 단군이다.

정상에 있는 신단수 아래 내려와 이곳을 신시라 이르니 이분을 환웅 천왕이라고


천상계와 지상계를 이어 주는 지점
한다. 그는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곡식, 생명, 질병, 형
각각 바람, 비, 구름을 관장하는 신
10 벌, 선악 등 무릇 인간의 360여 가지 일을 주관하여 세상을 다스려 변화하게 하
고기 일연이 《삼국유사》를 집필
였다. ▶ 환웅이 세상을 다스려 변화하게 함.
할 때 참조한 책으로, 지금은 전
이때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같은 굴에 살며, 항상 신 환웅에게 “변화하 하지 않는 책 이름.
서자 맏아들 이외의 모든 아들.
여 인간이 되기를 원합니다.”라고 빌었다. 신 환웅은 신령스런 쑥 한 줌과 마늘 천부인 환인이 제왕의 지위를 나
타내는 표지로 준 귀한 도장.
20개를 주며 “너희가 이것을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곧 인간의 모 풍백, 우사, 운사 각각 바람, 비,
금기. 사람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통과 의례적 요소 구름을 관장하는 신.
15 습을 얻으리라.”라고 하였다. 곰과 범이 이것을 받아먹었다. 곰은 삼칠일 동안 금 삼칠일 스무하루가 되는 날.

제재 개관 작품 구성

갈래 설화, 신화(건국 신화) 성격 신화적, 서사적, 민족적 환웅이 지상으로 하강하여



제재 단군의 탄생과 고조선의 건국 인간 세계를 교화(敎化)함.

단군의 신성한 탄생과 홍익인간을 바탕으로 한 고조선의 건 환웅과 웅녀의 결합으로 단


주제 승
국 군이 탄생함.

•우리 민족이 천손(天孫)의 혈통이라는 민족적 긍지를 반 홍익인간 이념을 바탕으로



영함. 고조선을 건국함.
특징
•홍익인간이라는 고조선의 건국 이념이 나타남. 단군이 고조선을 다스리다

•단군에 관한 삼대기 구조가 드러남. 산신(山神)이 됨.
출전 《삼국유사》

1. 고려 시대까지의 문학 157
범과 함께 금기를 시작하였으나 기하여 여인의 몸을 얻었으나 범은 금기하지 못하여 인간의 몸을 얻지 못하였다.
홀로 여인의 몸을 얻게 된 웅녀의
심정을 짐작해 보자. 웅녀는 더불어 혼인할 이가 없으므로 매번 신단수 아래서 아이를 잉태하고 싶다
예시 답안 | ‘웅녀는 더불어 혼
인할 이가 없으므로’로 미루어 고 빌었다. 환웅이 이에 잠시 변화하여 웅녀와 혼인하였다. 웅녀가 잉태하여 아
웅녀는 ‘외로움, 고독’ 등의 심
정을 느꼈을 것이다. 이를 낳으니 이름을 단군왕검이라 하였다. ▶ 환웅과 웅녀의 결합으로 단군이 태어남.

요임금이 즉위한 지 50년인 경인년(당의 요임금 즉위 원년은 무진년인즉 50년은 5


상고 시대의 대표적인 성군(聖君)으로 꼽히는 중국의 신화 속 임금
정사년이요 경인년이 아니다. 아마도 사실이 아닐 것이다.)에 단군왕검은 평양성(지금

의 서경이다.)을 도읍으로 정하고 조선이라 부르기 시작하였다. 또 도읍을 백악산

아사달로 옮겼는데, 궁홀산(혹은 방홀산이라고 한다.) 또는 금미달이라고 부르기

도 한다. 그 후 1,500년 동안 나라를 다스렸다. 주나라의 무왕이 즉위한 기묘년


▶ 단군이 평양성에 도읍을 정하고 조선이라 부름.
에 기자를 조선의 제후로 삼으니 단군은 장당경 지역으로 옮겼다가 훗날 아사달 10

로 돌아와 숨어 산신이 되었다. 그때 나이가 1,908세였다.


▶ 단군이 나라를 다스리다가 1,908세에 산신이 됨.

내용 정리 <단군 신화>의 신성성 내용 정리 <단군 신화>에 나타난 고조선의 건국 이념

단군은 천상계(天上界)의 존재인 환웅이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기 위해, 천부인


천상(天上)의
환인의 손자로 천손(天孫)의 혈통 (天符印) 세 개와 삼천 무리를 이끌고 지상에 내려
혈통
을 지닌 고귀한 혈통임. 와 정착함.
단군은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과 홍익인간(弘益人間):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함.
신이(神異)한
지상의 존재인 웅녀가 결합하여
출생
탄생함.
환웅의 아들인 단군이 평양성에 도읍을 정하고
환웅은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리 1,500여 년간 다스림.
고 곡식, 수명, 질병, 선악 등을 주
초월적 능력
관하여 인간 세상의 삼백예순 가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을 널리 이롭게 하는 것이 건국
지 일을 맡아 다스림.
과 통치의 기본이라는 인본주의적 가치와 인간 중
단군은 평양성에 도읍을 정하고 심의 가치를 엿볼 수 있음.
국가의 시조
고조선을 건국함.

내용 정리 주요 인물과 삼대기(三代記) 구조

하늘나라의 제석(帝釋), 환웅을 지상으로


환인
내려보냄.
•지상에 내려와 웅녀와의 혼인으로 단
군을 낳음으로써 천상계(天上界)와 지
상계(地上界)를 매개하는 역할을 함.
환웅
•환웅이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기
위하여 정착한 땅은 하늘의 선택을 받
은 땅임을 드러냄.
천상계와 지상계의 결합으로 탄생한 신
단군
성한 존재로 고조선을 건국함.

e-Book 158쪽 e-Book 158쪽


제재 제재
핵심 정리 활동지
158 III. 한국 문학의 흐름
읽기의 초점 이 작품은 신라 시대의 서정 갈래인 향가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시적 상황을 대하는 화자의
태도와 향가 갈래의 구조 및 특징을 생각하며 읽어 보자.

향가 중에 가장 발전된 형식인 10구체 향가는 주로 ‘4구+4구+2구’로 나눌 수 있다. 이 작품의 처음 4구에서는


누이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이, 두 번째 4구에서는 누이의 죽음에서 느끼는 인생의 무상함이, 마지막 2구에서
는 누이의 죽음을 종교적으로 승화시키려는 화자의 태도가 나타나 있다. 이러한 시상의 흐름과 10구체 향가의
형식을 고려하며 작품을 감상하도록 한다.

월명사 e-Book 162쪽


?~? (2) 제망매가 월명사 / 김완진 해독
시 동영상

生死路隱 생사(生死) 길흔
향가는 향찰로 기록되어 전 삶과 죽음의 길
하고 있다. 왼쪽은 《삼국유 此矣有阿米次 伊遣 이에 이샤매 머믓그리고,
사》에 실려 있는 원문(향찰 이 세상. 이승
표기)이고, 가운데는 그것 吾隱去內如辭叱都 나 가 다 말ㅅ도
을 해독한 것이고, 오른쪽 죽은 누이
은 현대어로 풀이한 것이다. 毛如云遣去內尼叱古 몯다 니르고 가 닛고.
▶ 1~4행: 누이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안타까움
於內秋察早隱風未 어느 이른 매
누이의 요절을 암시함.
此矣彼矣浮良落尸葉如 이에 뎌에 러딜 닙 .
一等隱枝良出古 가지라 나고
같은 부모
去奴隱處毛冬乎丁 가논 곧 모 론뎌. ▶ 5~8행: 누이의 죽음으로
제망매가 배경 설화에 월명사가 인해 느끼는 허무와 무상감
죽은 누이동생을 제사 지내며 부 阿也彌 刹良逢乎吾 아야 미타찰(彌 刹)아 맛보올 나
른 노래라고 전한다. 부처가 있는 극락세계 화자
미타찰 부처가 있는 극락세계. 道修良待是古如 도(道) 닷가 기드리고다.
▶ 9~10행: 불교적 신앙심을 통한 슬픔의 극복

제재 개관 작품 구성

갈래 향가 성격 서정적, 애상적, 추모적 1~4행 누이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안타까움


제재 누이의 죽음 5~8행 누이의 죽음에서 느끼는 인생의 무상함
주제 누이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극복 의지 9~10행 불교적 믿음을 통한 슬픔의 극복
•누이와의 사별을 자연 현상에 비유함.
•10구체 향가의 정제된 형식미와 서정성이 드러
특징 남.
•불교의 윤회 사상을 바탕으로 슬픔을 종교적으
로 승화함.
출전 《삼국유사》

162 III. 한국 문학의 흐름


내용 정리 화자의 정서 변화 내용 정리 비유적 표현의 의미

기(1~4행) ‘가을’은 일반적으로 쇠락의 이미


지를 나타낸다. 또한 ‘바람’은 잎이
비극적 상황 제시
떨어지도록 하는 것이므로 누이의
죽은 누이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음. 어느 가을
죽음의 원인을 비유한 것으로 볼
이른 바람
수 있다. 또한 ‘이른’이라는 수식어
서(5~8행) 로 볼 때 누이가 젊은 나이에 죽었
다는 것을 의미한다.
혈육의 정 구체화
‘잎’은 같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
혈육의 죽음에서 인생의 무상함을 느낌.
다가도 바람에 의해 떨어지고 나
이에 저에 면 서로 만날 수 없다. 이와 같이
결(9~10행) 떨어질 잎 화자와 누이도 더 이상 만날 수 없
슬픔의 종교적 승화 는 상황이라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누이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종교적으로 극복하고
재회를 소망함. 동기간(同氣間), 즉 같은 부모에게
한 가지
서 태어난 것을 의미한다.

생사(生死) 길은
예 있으매 머뭇거리고, 내용 정리 감탄사 ‘아아’의 기능
이 작품의 화자는 ‘한 가지’로 상징되듯 혈연 관계였
나는 간다는 말도 던 누이가 죽자 서로 오간 데를 모르게 된 상황 앞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매우 격앙된 모습을 보인다. 이후
몯다 이르고 어찌 갑니까. 낙구의 첫 구 감탄사 ‘아아’를 통해 급변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데, 동기(同氣)간의 사별로 인해 우울했던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분위기가 미타찰에서 서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종
교적 신념과 재회에 대한 소망을 노래하는 것으로 변
이에 저에 떨어질 잎처럼, 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1행에서 8행까지는 누이동
생을 대상으로 한 내용이었던 것이, ‘아아’를 기준으로
한 가지에 나고 ‘나’의 생각을 노래하는 내용으로 바뀌고 있다.

가는 곳 모르온저.
아아, 미타찰(彌 刹)에서 만날 나
도(道) 닦아 기다리겠노라.

향찰의 표기, 미타(彌陀) 신앙 글쓴이 소개 월명사(?~?) 월명사는 신라 경


•향찰의 표기 - 향가가 창작되던 시기에는 우리말을 표기할 문자가 없었으므로 한자를 빌 덕왕 때 경주 사천왕사에 속해 있던 승려로 <제망매
려 표기하였다. 향찰은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 어순에 맞게 표기하는 방식으로, 우 가>와 <도솔가>를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국선
리말의 조사나 어미까지도 전면적으로 표기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우리말에서 실질적 의미 도(國仙徒)에 속해 있었으며, 피리를 잘 불어 달을 멈
를 가지는 부분은 한자의 뜻을 빌려 쓰는 훈차(訓借) 방식으로, 형식적 의미를 가지는 부분 추게 하였다고도 전해지는데, 그때 그가 지나던 길을
은 한자의 음을 빌려 쓰는 음차(音借) 방식으로 표기하였는데, 이를 훈주 음종(訓主音從)의 ‘월명리’라고 하였다.
원리라고 한다. 예를 들어 <제망매가>의 첫 구 ‘생사로은(生死路隱)’에서 ‘로은(路隱)’을 보
면 ‘로(路)’는 실질 형태소이므로 훈차 방식으로, ‘은(隱)’은 형식 형태소이므로 음차 방식으
로 표기하는 것으로 이해하여 ‘길은’으로 읽는 것이다. 향찰은 훈민정음 창제 이전 시기에
한자를 빌려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 조상들이 고안해 낸 가장 정밀하고 종합적인
표기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타찰(彌陀刹) - 불교적 이상 세계인 서방 정토(西方淨土)에 있는 사찰로, 아무런 괴로움
이 없고 기쁨과 즐거움, 편안함만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미타(彌陀) 신앙은 현실에서 누구
든지 불도(佛道)를 닦으면 극락왕생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당대 신라인들의 세
계관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다른 향가 작품인 광덕의 〈원왕생가(願往生歌)〉에서도 미타 신앙
과 관련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e-Book 163쪽 e-Book 163쪽


제재 제재
핵심 정리 활동지
1. 고려 시대까지의 문학 163
읽기의 초점 이 작품들은 조선 시대의 서정 갈래에 속하는 시조의 대표작들이다. 시조가 지닌 우리말 노래
의 속성과 시상의 전개 과정에 주목하고, 시조의 구조와 특징을 생각하며 읽어 보자.
시조는 3장 6구의 짧은 형식에, 4음보의 율격으로 노래한 우리 문학의 대표적인 서정 갈래
중 하나이다. 특히 시조는 평시조와 연시조, 사설시조 등 다양한 형식이 있는데, 이는 작가층
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동지(冬至)ㅅ 기나긴 밤을>과 <어부사시사>, <나모도 돌도 바히 제재 개관
업슨>을 통해 시조의 다양한 작가층과 형식을 생각하며 감상하도록 한다.
갈래 평시조 성격 낭만적, 감상적
작품 구성 제재 동짓달 밤, 연정(戀情)
(1) 시조 세 편 초장
임과 함께 있지 못하는 기나긴 겨
울밤을 잘라 내고 싶음.
주제 임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추상적인 개념인 시간을 구체
기나긴 겨울밤의 시간을 이불 속 적인 사물로 표현함.
중장 특징
에 넣어 놓고 싶음. •음성 상징어를 사용하여 우리
말의 묘미를 잘 살려 냄.
임이 오는 날 밤 그 시간을 펴서
종장 출전 《진본 청구영언(眞本靑丘永言)》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음.

e-Book 175쪽 동지(冬至)ㅅ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황진이


추상적 개념인 시간을 구체화한 표현 ?~?
시 동영상 춘풍(春風) 니불 아 서리서리 너헛다가
따뜻한 이불 실이나 새끼 등을 둥그렇게 포개어 감아 놓은 모양
어론 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사랑하는 임 여러 굽이로 구부러져 있는 모양
- 황진이
글쓴이 소개 황진이(?~?) 조선 중기 개성 출신의 기생으로 본명은 황진(黃眞),
기명(妓名)은 명월(明月)이며, 정확한 생존 연대는 미상이다. 서경덕, 박연 폭포와 더불어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불리웠으며 한시와 시조에 능통하였다. 대표작으로는 <청산리 벽
계수야>, <내 언제 신(信)이 없어>, <어져 내일이야> 등이 있다.

e-Book 175쪽 우 거시 벅구기가 프른 거시 버들숩가 윤선도


뻐꾸기 버드나무 숲 1587~1671
시 동영상 이어라 이어라
노를 저어라
어촌(漁村) 두어 집이 속의 나락들락
속 안개 속.
지국총 노를 저을 때 나는 마찰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 와(於思臥)
음.
말가 기픈 소희 온갇 고기 뛰노 다 어사와 배 저으면서 사공이 내는
맑은 감탄사.
- 윤선도, <어부사시사>[춘(春)-4] 소희 연못에.

제재 개관 작품 구성
글쓴이 소개 윤선도(1587~1671) 조선 중기의
자연 친화적, 춘사 자연 속에서 한가롭게 살아가는 문신이자 시인으로, 호는 고산(孤山)으로 송강 정철과 더
갈래 연시조 성격
풍류적 (春詞) 어부의 삶 [교과서 수록 부분] 불어 조선 시대 시가의 쌍벽을 이루었다. 정치, 학문, 예
제재 자연, 어부의 삶 하사 한가한 어부 생활과 물아일체 술 전반에 걸쳐 조예가 깊었으며 특히 자연 속의 생활을
(夏詞) (物我一體) 예찬하는 강호가도(江湖歌道)의 작품을 많이 창작하였
어부의 생활에서 느끼는 한가
주제 다. 대표작으로는 <견회요(遣懷謠)>, <만흥(漫興)>, <오우
로움과 즐거움 추사 자연 속에 사는 즐거움과 연군
가(五友歌)> 등이 있다.
•배가 출항해서 귀항하기까 (秋詞) 지정
지의 과정을 계절의 흐름에 동사 속세를 떠나 자연 속에 사는 삶
따라 서술함. (冬詞) 의 만족감
•초장과 중장, 중장과 종장
특징
사이에 고려 가요처럼 여음
강호가도(江湖歌道)
(후렴구)이 있음.
강호가도는 조선 시대 시가 문학에서 나타나는 자연 예찬의 풍조이
•대구법, 은유법 등 다양한
다. 자연을 예찬하고 자연에 돌아가서 생활하는 것을 노래한 이 작
표현법을 사용함.
품들은 조선 시대 사대부들의 삶의 방식과 연관이 있다. 사대부들은
출전 《고산유고(孤山遺稿)》 지방에서 경제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권력 다툼으로
혼란한 벼슬길에 나서기보다는 고향의 자연에 귀의하여 한가한 생
활을 하는, 안전한 삶의 방식을 선택한 것이 강호가도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2. 조선 시대의 문학 175
e-Book 176쪽

시 동영상

가토리와 도사공, 화자가 처한 상 나모도 돌도 바히 업슨 뫼헤 매게 조친 가토리 안과


황을 파악해 보자. 매에게 쫓기는데 숨을 곳이 전혀 없어 위급한 상황에 놓인 까투리
예시 답안 | •가토리: 매에게 쫓기고 있는 대천(大川) 바다 한가온 일천 석(一千石) 시른 에 노도 일코 닷도 일코
상황. •도사공: 배가 망가졌는데 날씨와 바 넓은 바다
다 상태도 좋지 않은 데다가 수적까지 만난 뇽춍도 근코 돗대도 것고 치도 지고 부러 물결치고 안 뒤셧거
상황. •화자: 임과 이별한 상황. 돛대에 매어 놓은 굵은 줄 배의 방향을 조정하는 장치 저녁이 되어 사방이 검고 어두워짐
진 날에 갈 길은 천리만리(千里萬里) 남고 사면(四面)이 거머어득 져믓 천지
바히 전혀.
가치노을 사나운 파도. 적막(天地寂寞) 가치노을 수적(水賊) 만난 도사공(都沙工)의 안과
도사공(都沙工) 사공의 우두머리.
을 리오 비교하겠는가. 엇그제 님 여흰 내 안이야 엇다가 을 리오
님을 여읜 자신의 마음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함.
- 작자 미상

제재 개관

갈래 사설시조 성격 점층적, 절망적 사설시조


제재 임과의 이별 고려 후기에 발생한 시조 갈래는 조선 후기로 올수록 작자
주제 임과의 이별로 인한 절망적 슬픔 층이 확대되었고, 형식도 자유로워지면서 평민들의 솔직한
심정을 담아내기 위해 사설시조가 많이 창작되었다. 일반
•열거법, 비교법, 과장법, 점층법 등 다
적으로 중장이 길어진 형태가 대부분이지만, 초장이나 종
양한 표현법을 통해 화자의 감정을 드
장이 길어진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용이 길어지더라도 ‘초
특징 러냄.
장-중장-종장’으로 구분되는 내용 전개 방식과, 종장에서
•화자의 심정을 다른 대상과 비교하여
정서를 고양하고 시상을 마무리하는 특성은 사설시조에도
생생하게 드러냄.
그대로 유지되었다.
출전 《병와가곡집》 •사설시조의 내용: 현실을 풍자하거나 서민들의 생활 감
정을 진솔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등 생활과 밀착된
작품 구성 현실 감각을 주로 다루었다. 구체적인 이야기와 비유를
대담하게 도입하고, 강렬한 애정과 자기 폭로가 들어 있
산에서 매에게 쫓기는 까투리의 절망
초장 는 등 소재와 주제 면에서 다양성을 띤다.
적인 상황
•사설시조의 형식: 평시조의 기준형(3장 6구)에서 6구 중
바다에서 풍랑과 해적을 만나 위기에 어느 두 구 이상이 10자 이상으로 길어지는데, 대체로 중
중장
처한 도사공의 상황 장이 길어지며 초장이 길어진 것도 나타난다.
임과 이별해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종장
없을 만큼 절망적인 ‘나’의 상황
현대어 풀이
<동지(冬至)ㅅ 기나긴 밤을>
동짓달 긴 밤의 한가운데를 베어 내어
봄바람처럼 따뜻한 이불 아래에 서리서리 넣어 두었다가
정든 임이 오시는 날 밤이면 굽이굽이 펴리라.(그 밤을 임과 함께 오래도록 보내리라.)

<어부사시사>[춘(春) - 4]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드나무 숲인가
노 저어라 노 저어라
어촌의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하는구나.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맑고 깊은 못에 온갖 고기가 뛰노는구나.

<나모도 돌도 바히 업슨>
나무도 바위도 없는 산에 매에게 쫓긴 까투리의 마음과
넓은 바다 한가운데 일천 석 실은 배에 노도 잃고, 닻도 잃고, 돛 줄도 끊어지고, 돛대도 꺾어지
고, 키도 빠지고, 바람 불어 물결치고, 안개 뒤섞여 자욱한 날에 갈 길은 천리만리 남았는데, 사
방은 깜깜하고 어둑어둑 저물어서 천지는 적막하고 사나운 파도는 이는데 수적을 만난 도사공의
마음과 / 엊그제 임을 이별한 나의 마음이야 어디다 비교하리오.

e-Book 176쪽 e-Book 176쪽


제재 제재
핵심 정리 활동지
176 III. 한국 문학의 흐름
읽기의 초점 이 작품은 조선 시대 서사 갈래에 속하는 고전 소설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등장인물의 생각과 제재 개관
행동에 반영된 당시 사회의 모습을 파악하고 고전 소설 갈래의 특징을 생각하며 읽어 보자.
여성 영웅
한국 문학에서 서사 갈래는 설화에서 출발하여 가전체를 거쳐 고전 소설로 발전한 것으로 볼 전기적(傳奇
갈래 소설, 군담 성격
수 있다. 특히 고전 소설은 조선 후기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향유되었는데, 독자들의 흥미를 的), 영웅적
소설
자극하거나 당시 사람들의 소망이 반영된 작품이 많았다. <홍계월전>에 반영되어 있는 당시
제재 홍계월의 일대기와 영웅적 면모
사회의 모습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전 소설의 특징을 생각해 보도록 한다.
주제 홍계월의 영웅적 면모와 고난 극복
e-Book 181쪽
•영웅의 일대기 구조를 취하고
(2) 홍계월전 작자 미상
작품
줄거리 영상
있음.
특징 •남성보다 우월한 능력을 지닌
여성을 영웅으로 설정함.
•남장 모티프를 확인할 수 있음.
출전 <홍계월전>(신구서림 간행, 1913)

고귀한 혈통
앞부분의 줄거리 중국 명나라 헌종 시절 형주 구계촌의 명문가 자손 홍무(위국공)와 부인 양 씨는 옥
비정상적인 출생
5 황상제의 시녀가 자신을 찾아오는 태몽을 꾼 후 뒤늦게 홍계월을 낳는다. 계월이 다섯 살이 되던 해에
장 사랑의 난이 일어나 계월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여공에게 구원된 계월은 ‘평국’이라는 새 이름
시련 조력자의 도움
을 얻고 남장을 한 채 살아가게 된다. 여공의 아들 보국과 함께 수학한 후, 과거에 장원 급제한 평국은
계월의 뛰어난 능력
서달의 난이 일어나자 대원수로 전쟁에 출전하고, 도망친 서달의 뒤를 쫓아 들어간 벽파도에서 친부모
작품 구성
와 재회한다. 천자는 전투에서 공로를 세운 평국에게 높은 벼슬을 내린다.
홍무와 양 씨 사이에 태어난 계
발단 월은 도적의 난을 피하려다 부모
님과 헤어진다.
10 이때 평국이 전쟁터에 다녀온 후 몸이 피곤해 병이 드니, 집안사람들이 놀라 계월은 여공의 도움을 받아 ‘평
계월이 남장을 한 후의 이름 국’이라는 이름으로 성장하여 장
밤낮으로 약을 대며 치료했다. 천자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명의를 급히 보냈 원 급제를 하고, 여공의 아들 보
전개
국은 부장원으로 급제한다. 계월
다. 은 전쟁에 출전하여 큰 공을 세
우고 부모를 다시 만나게 된다.
“병세를 자세히 보고 오라. 만일 병이 중하면, 짐이 친히 가 볼 것이다.” 어의(御醫)가 계월을 치료하다가
계월이 여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천자가 어의(御醫)를 보내시니, 어의가 황명을 받고 평국의 침소에 와서 병세를 위기 게 되는데, 천자가 이러한 사실을
용서하고 도리어 보국과 계월이
15 진맥했으나 병세가 깊지 않았다. 그리하여 어의는 속히 쓸 약을 가르쳐 주고 돌 혼인할 것을 명한다.
계월은 천자의 명으로 보국과 혼
아와 천자에게 아뢰었다. 인하게 되지만, 계월이 보국의 애
절정
첩을 죽인 일로 서로 불화를 겪
“병세를 보니 깊지 않아서 속히 쓸 약을 가르쳐 주고 왔습니다. 그런데 괴이한 는다.

일이 있어서 수상쩍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하여 위기를 극복


평국에게서 여자의 맥이 잡히는 것을 수상히 여김. 한 계월은 대사마 대장군의 작위
결말
를 받고 보국과 함께 나라에 충
천자가 놀라서 물었다.
성하며 부귀영화를 누린다.
20 “무슨 연고가 있느냐?”

어의가 엎드려 말했다.

“평국의 맥을 보니, 남자의 맥이 아니라 이상합니다.”

천자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어의 궁궐 내에서, 임금이나 왕족


평국이 전쟁터에서 세운 공을 생각해 볼 때, 평국이 여자라는 사실을 섣불리 믿지 못하고 있음. 의 병을 치료하던 의원.
“평국이 여자라면 어떻게 전쟁터에 나아가 적진 십만 군을 싹 쓸어 없애고 왔 침소 사람이 잠을 자는 곳.
연고 일의 까닭.
25 겠는가? 평국의 얼굴이 복숭앗빛이고 몸이 잔약하니, 혹 미심쩍긴 하나 아직 잔약하다 가냘프고 약하다.

2. 조선 시대의 문학 181
누설하지는 마라.”

천자가 내시를 시켜 자주 문병했다. ▶ 남장(男裝)을 한 사실을 천자에게 들킬 위기에 처한 평국


평국이 진짜 여자인지 확인해 보려 함.
병세가 차차 좋아지자 평국은 생각했다.

‘어의가 내 맥을 보았으니, 본색이 드러났을 것이다. 이제는 할 수 없이 여자 옷

차림을 하고 규중에 몸을 감추어 세월을 보내는 것이 옳다.’ 5


사회적 역할과는 단절된 공간
그러고는 즉시 남자 옷을 벗고 여자 옷으로 갈아입은 뒤 부모를 뵙고 흐느끼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넘기 위해 남장(男裝)을 하였음.
니, 두 뺨에 두 줄기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내렸다. 부모도 눈물을 흘리며 위로했

다. 계월이 슬퍼하며 우는 모습이 가을철 구월 연꽃이 가랑비를 머금은 듯하고,

초승달이 비단 같은 구름에 잠긴 듯하며, 젊고 아름다우면서도 침착한 태도

는 당대 제일이었다. 10

이때 계월이 천자에게 상소를 올렸는데, 다음과 같았다.

한림학사 겸 대원수 좌승상 청주후 평국은 손을 머리 위


평국(계월)은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워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었음.
로 조아리며 백 번 절하고 아룁니다. 제가 다섯 살이 채 되지 않

아 장 사랑의 난 때 부모를 잃고, 도적 맹길의 환란을 만나 물속에 빠


영웅의 일대기 구조에서 ‘시련’에 해당함.
져 외로운 넋이 될 뻔했으나 여공의 덕으로 살아났습니다. 오로지 한 가지만 15
조력자의 도움으로 시련을 극복함.
생각하되, 여자의 행색을 하고서는 집 안에서 늙어 부모의 해골을 찾지 못할
평국이 남장을 한 이유를 밝힘.
것 같아, 여자의 행실을 버리고 남자의 복색을 하여 폐하를 속이고 조정에 들

어왔습니다. 제 죄가 만 번 죽어도 애석하지 않기에 처벌을 기다리고 유지(諭

旨)와 인수(印緩)를 올립니다. 폐하를 속인 죄를 저질렀으니 속히 처벌해 주십

시오. ▶ 평국이 천자에게 상소를 올려 남장을 한 사실을 털어놓음. 20

계월이 여성임을 알고 난 후 계월을


천자가 이 글을 보고 용상(龍床)을 치며 말했다.
대하는 천자의 반응을 말해 보자. 임금이 정무를 볼 때 앉던 평상
예시 답안 | 계월의 능력(문재 “누가 평국을 여자로 보았겠는가? 고금에 없는 일이로다. 비록 천하가 드넓다
와 무재)을 인정하고 충효를 칭
찬하며 계월의 벼슬을 그대로 하나, 문재와 무재를 겸비하고 충성을 다해 나라의 은혜를 갚은 충효가 빼어
유지시킴. 글을 짓거나 글씨를 쓰는 재주 갈충보국(竭忠報國)
난 상등급 장수의 재주는 남자라도 지니지 못할 것이로다. 비록 여자일지라도

어찌 벼슬을 거두겠는가?” 25
유지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던 글.
인수 인(印)과 인끈. 벼슬아치로 임 천자는 내시에게 명하여 유지와 인수를 돌려보내고 답서를 내렸다. 이에 계월
명되어 임금으로부터 받는 표장.
무재 무예에 관한 재주. 이 황공히 감사해하며 받아 보았다.

182 III. 한국 문학의 흐름


그대의 상소를 보니, 한편으로 놀랍고 한편으로 장하기도 하다. 충효를 겸비 여성 영웅 소설에서 ‘남
장(男裝)’의 의미
해 반역의 무리를 소탕하고 나라와 조정을 안전하게 지킨 것은 다 그대의 바다 전통적 여성관 아래에서는
여성이 자신의 이상을 실
와 같이 넓은 덕이라. 짐이 어찌 여자라고 탓하겠는가? 유지와 인수를 도로 보 현하고 사회적 목적을 달
성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내니 털끝만큼도 염려하지 말고 그대는 충성을 다해 짐을 도와 나라의 은혜를 리하여 여성 영웅 소설에
평국이 여자임이 드러났지만, 천자는 계속하여 평국을 신뢰하고 있음. 서는 여성이 남장(男裝)을
5 갚으라. 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
하고 자아실현을 하는 경
우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즉, 남장(男裝)은 남성 중
계월이 사양하지 못하고 여자 옷차림을 한 위에 조복(朝服)을 입고 부리던 장 심 사회에 진출하기 위한
도구로써, 남장을 하고 있
수 백여 명과 군사 천여 명에게 갑주를 갖추어 입게 하고 승상부 문밖에 진을 치 는 동안에는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넘어 남성과 동등
고 있게 하니, 그 위의가 엄숙했다. 하게 경쟁하고 활약할 수
▶ 평국이 여자인 사실을 알았지만 천자는 계속하여 평국의 능력을 인정함.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
한 남장은 일시적 해결책
에 불과하다. 남장을 탈피
하루는 천자가 위국공을 대궐로 들어오라 하여 말했다. 하는 순간 다시 기존의 사
계월의 아버지 회 질서와 갈등을 겪는 경
10 “짐이 원수의 상소를 본 후 많은 생각을 했다. 평국이 규중에서 홀로 늙으면 우가 많기 때문이다.

홍무의 혼백이 의지할 곳이 없을 것이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또한 평국이


홍무의 제사를 챙겨줄 사람이 없음.
규중에서 늙는 것이 불쌍하니, 평국의 혼인을 위해 짐이 중매를 서고자 하는

데, 그대의 뜻은 어떠한가?” 조복 관원이 조정에 나아가 하례


할 때 입던 예복.
위국공이 엎드려 말했다. 갑주 갑옷과 투구를 아울러 이르
는 말.
15 “제 뜻도 그러합니다. 제가 나아가 의논하겠습니다만, 평국의 배필을 누구로 위의 위엄이 있고 엄숙한 태도나
차림새.
정하려 하십니까?” 배필 부부로서의 짝.

2. 조선 시대의 문학 183
내용 정리
천자가 말했다.
등장인물의
특징
“평국과 함께 공부하던 보국으로 정하고자 하는데,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비범한 능력을 지
닌 영웅적 인물로 위국공이 말했다.
전쟁터에 나가 큰
공을 세움. “가르침을 베푸심이 마땅하십니다. 평국의 죽을 목숨이 여공의 덕으로 살아
•남장을 하고 평국 평국의 배필을 보국으로 정하려는 천자의 제안을 수용함. 보국의 아버지

이라는 이름으로 났고, 여공이 평국을 친자식같이 길러 영화를 누리고 이별했던 부모를 만나게 5

과거에 응시하여

장원 급제함. 했습니다. 또한 평국이 보국과 함께 공부하고 함께 과거에 급제하여 폐하의 성
•자존심이 강하고,
결단력이 뛰어나
덕으로 작록을 받아 만 리 전쟁터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하고 돌아와 한집에 거
며, 공과 사를 명확
히 구분함.
처하오니, 천생연분인가 합니다.”
•뛰어난 능력을 지
니고 있지만, 남존 위국공이 물러 나와 계월을 불러 앉히고, 천자가 하교하신 말을 자세히 전하
여비 사상을 가지
고 있어 계월과 갈 니, 계월이 여쭈었다. 10

등을 겪음.

•전쟁터에서 계월에
“제 마음은 평생 홀로 늙어 부모 슬하에 있다가 죽은 후에 다시 남자가 되어
게 큰 도움을 받고,
계월의 능력을 인
공자와 맹자가 가르친 행실을 배우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근본이 밝혀져 천자
정함.
•보 국 의 아 버 지 로 의 지시가 이러하시고, 부모님도 슬하에 다른 자식이 없어 슬프게도 조상의 제
인정이 많고 너그
여 러운 성격을 지님. 사를 전할 곳이 없으니, 자식이 되어 부모의 명령을 어찌 거역하며, 천자의 하
공 •계월을 데려다 키 보국과 혼인하라는 천자의 제안을 수용함.
웠으며, 계월의 능 교를 어찌 배반하겠습니까? 지시대로 보국을 섬겨 여공의 은혜를 만분의 일이 15
력을 인정해 줌.
남성 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함.
나마 갚을까 하오니, 부친은 이 사연을 천자께 올리십시오.”

평국이 눈물을 흘리고, 남자가 되지 못함을 한스럽게 여겼다.


남자가 되지 못하고 보국과 혼인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함.
▶ 평국은 보국과 혼인하라는 천자의 제안을 받아들임.

천자의 명령으로 혼인하게 된 계월 중간 부분의 줄거리 홍계월과 보국이 혼인을 올린 후 보국의 애첩인 영춘이 무례를 범하자 홍계월이 군
과 보국의 심정을 생각해 보자.
법으로 영춘을 처형한다. 그때 오왕과 초왕이 반역을 일으키자 천자는 반란을 다스리기 위하여 홍계월
예시 답안 | •계월: 남자가 되 [절정] 계월은 보국과 혼인을 하지만 불화를 겪음. 20
을 대원수로 다시 임명한다.
지 못함을 한스럽게 여김.
•보국: 보국이 계월의 부하로
명령을 받기를 거부하는 마
음은 185쪽에 드러나지만, 평국은 집 안에서 홀로 지내면서 날마다 시녀들을 데리고 장기와 바둑을 두며
보국이 혼인을 대하는 자세
평국과 보국이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음.
와 태도는 본문에 드러나 있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이때 사관이 와서 천자가 부르는 명령을 전하자, 평국이
지 않기에 다양한 추측이 가
능함.
깜짝 놀라 곧바로 여자 옷을 벗고 조복으로 갈아입은 뒤 사관을 따라가 천자 앞

에 엎드렸다. 천자가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그대가 집 안에 머문 후로 오랫동안 보지 못해 밤낮으로 보고 싶었는데, 이제 25

그대를 보니 기쁘기 한이 없도다. 짐이 덕이 없어 지금 오나라와 초나라 양국

이 반역하여, 호주 북쪽 지방을 쳐서 항복을 받고 남관을 열어젖히고 황성을


작록 관직과 작위, 녹봉을 아울
러 이르는 말. 침범하려 한다고 하니, 그대는 나아가 나라와 조정을 편안하게 지키도록 하라.”
평국에게 출정하여 반란을 평정할 것을 명령함.

184 III. 한국 문학의 흐름


평국이 엎드려 아뢰었다.

“제가 외람되게 폐하를 속이고 높은 관직에 올라 영화롭게 지내기가 황공했는


남장(男裝)을 한 일
데, 저의 죄를 용서하시고 이처럼 사랑하시니, 제가 비록 어리석으나 힘을 다

해 성은을 만분의 일이나마 갚고자 합니다. 폐하는 근심하지 마옵소서.”


▶ 천자가 평국에게 반란을 평정하기 위해 출정하라고 명함.
5 천자가 매우 기뻐하며 즉시 천병만마를 뽑아 모으도록 했다. 삼남원에 진을

치고 홍 원수가 친히 붓을 잡아 보국에게 명령을 내렸다.

적병이 급하니 중군장은 급히 대령하여 군령을 어기지 마라.


윗사람의 지시나 명령을 기다림.

보국이 이 명령을 보고 분함을 이기지 못해 부모께 여쭈었다. 계월의 명령에 보국이 분노하고
불평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말해
“계월이 또 저를 중군장으로 부리려 하니, 이런 일이 어디 있습니까?” 보자.
아내인 계월이 남편인 자신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에 분노하고 있음-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보국 예시 답안 | 계월이 자신의 아
10 여공이 말했다. 내가 된 이후 보국은 더 이상
계월을 자신의 상관으로 인정
“전날 내가 너에게 뭐라고 이르더냐? 계월을 괄시하다가 이런 일을 당하니, 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국이 평소에 계월을 멀리하고 무시해 온 것을 알 수 있음.
찌 그르다 하겠느냐? 나랏일이 매우 중하니,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
개인 사정보다 국가의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함.
여공은 보국에게 가라고 재촉했다. 보국은 할 수 없이 바삐 갑주를 갖추고 진

중에 나아가 홍 원수 앞에 엎드리니, 홍 원수가 분부했다.


15 “만일 명령을 거역하는 자가 있으면, 군법을 시행할 것이다.” 천병만마 천군만마와 같은 뜻.
보국과 달리 공과 사를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음. 천 명의 군사와 만 마리의 군마라
보국이 두려워하며 처소로 돌아와 명령 내리기를 기다렸다. 홍 원수가 장수들 는 뜻으로 아주 많은 수의 군사와
군마를 이르는 말.
에게 각각의 임무를 정해 주고 가을날 구월 갑자일에 행군을 시작했다. 십일월 진중 군대나 부대의 안.

2. 조선 시대의 문학 185
내용 정리 <홍계월전>에 나타난
영웅의 일대기 구조 초하룻날 남관에 당도해 삼 일 동안 군사를 머물게 하고, 즉시 떠나 오일에 천촉
귀족 가문인 이부 시 산을 지나 영경루에 다다랐다. 적병이 평원광야에 진을 치고 철통같이 지키고 있
고귀한
랑 홍무의 딸로 태어
혈통
남. 었다.
어머니 양 부인이 옥황
비정상
적인
상제의 시녀가 몸속으 홍 원수가 적진 가까이 진을 치고 명령했다.
로 들어오는 꿈을 꾼
출생
다음 계월을 잉태함. “명령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세워 두고 벨 것이다.” 5

비범한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평국의 위엄과 용맹스러운 모습


능력 능력을 보임. 호령이 서릿발 같아,모든 장수와 군졸들이 두려워하며 어찌할 줄 몰라 했다.
어렸을
장 사랑의 반란으로 보국 또한 매우 조심했다. ▶ 보국이 아내인 평국의 명령을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음.
때의
부모와 헤어짐.
위기
이튿날 홍 원수가 보국에게 분부했다.
•여공의 도움으로 위
기에서 구출됨.
구출과
•평국이란 이름으로
“오늘은 중군장이 나가 싸워라.”
양육
여공의 아들 보국과
함께 양육됨.
보국이 명령에 순종해 말에 올라 삼척장검을 들고, 적진을 향해 외쳤다. 10
길고 큰 칼
•남장(男裝) 사실을
“나는 명나라 중군장 보국이다. 대원수의 명을 받아 너희 머리를 베려 하니,
천자에게 들킴.
•남편인 보국과 갈등
너희는 빨리 나와 칼을 받아라.”
성장 후 을 겪음.
의 위기 •서달의 난과 오왕,
초왕의 반란을 진
적장 운평이 이 소리를 듣고 크게 화를 내며 말을 몰고 나와 싸웠다.
압하기 위한 전쟁에 『세
나감.
번도 채 겨루지 않아 보국의 칼이 빛나더니, 순간 운평의 머리가 말 아래로
『 』: 보국이 적장과의 싸움에서 계속 승리를 거둠.
전쟁에서 승리하여 높 떨어졌다. 적장 운경이 운평의 죽음을 보고 크게 화를 내며 말을 몰아 달려들자, 15
행복한
은 벼슬에 올라 부귀
결말
영화를 누림.
보국이 승리의 기세가 등등해 창검을 높이 들고 서로 싸웠다. 두어 차례 겨루지

도 못해, 보국이 칼을 날려 칼을 들고 있는 운경의 팔을 치니, 운경이 미처 손을


여성 영웅 소설의 등장 배경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는 동안, 권력자의 위
치에 있던 남성 사대부들

이 국난의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남

성 사대부들의 능력을 의
심하는 계기가 됨.

•신분제를 비판하고 남녀

평등을 주장한 실학이 유
행하며, 여성들의 의식이
점차 성장함.
•조선 후기 문학 담당층이
크게 확대되며 소설을 비
롯한 서사 문학이 점차 발
달함.
문 •여성들이 소설의 주요 독
학 자층으로 자리잡으면서
적 여성들이 대리 만족할 수
있는 여성 영웅 소설이 늘
배 어남.
경 •세책가(貰冊家)나 전기수
(傳奇 )가 늘어나고 방각
본이 유행하는 등 소설의
상품화와 통속화가 이루
어짐.

186 III. 한국 문학의 흐름


놀리지 못하고, 칼을 든 채 말 아래로 떨어졌다.』 여성 영웅 소설로서의
<홍계월전>
보국은 운경의 머리를 베어 들고 본진으로 돌아왔다. 그때 적장 구덕지가 크게
일반적인 영웅 소설과의
노해 장검을 높이 들고 말을 몰아 큰 소리로 고함치며 달려들고, 난데없이 적병 공통점
주인공이 어려움을 극복
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보국이 매우 다급해 피하려 했으나, 한순간에 적들 하고 최종 승리를 거두
보국이 위기에 처함. 는 내용으로, 영웅의 일
5 이 함성을 지르며 보국을 천여 겹이나 에워쌌다. 대기 구조를 취함.

사세가 위급하자 보국이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다. 이때 홍 원수가 장대에서 일반적인 영웅 소설과의
차이점
북을 치다가 보국의 위급함을 보고 재빨리 말을 몰아, 장검을 높이 들고 좌충우 •남성보다 우월한 능력
을 지닌 여성 영웅이
돌하여 적진을 헤치고 들어가, 구덕지의 머리를 베어 들고 보국을 구해 낸 후, 몸 주인공임.
•혼인이 갈등의 원인이
을 날려 적진 속을 헤집고 다녔다. 동에 번쩍하더니 어느새 서쪽에 있는 적장을 되고 있음.

10 베고, 남쪽으로 가는 듯하더니 어느새 북쪽에 있는 장수를 베고, 좌충우돌하여

적장 오십여 명과 군사 천여 명을 한칼로 쓸어버리고 본진으로 돌아왔다. 보국

이 홍 원수 보기를 부끄러워하자, 홍 원수가 보국을 꾸짖었다.


계월의 영웅적 능력과 보국의 무능함이 대비됨.
“저리하고 어찌 남자라 칭하리오? 나를 업신여기더니 이제도 그러할까?” 당시 독자들이 이 장면을 읽고 어
남편과 아내와의 관계에서 자신을 무시해 왔던 보국에 대한 조롱 떤 반응을 보였을지 짐작해 보자.
그러고는 여러 차례 조롱했다. ▶ 계월이 전쟁에서 위기에 처한 보국을 구출해 냄. 예시 답안 | 남성 독자와 여성
독자들의 반응이 다를 수 있음.
여성 독자들은 계월을 통해 현
실에서는 불가능한 대리 만족
15 뒷부분의 줄거리 사태가 불리해진 오왕과 초왕의 신하 맹길이 천자가 있는 황성을 공격하여 천자에 을 했으리라 추론할 수 있음.
게 항복 문서를 강요하였으나, 홍계월이 하룻밤 사이 황성에 다다라 적군을 격파하고 천자를 구한다.
전쟁 이후에도 천자와 홍계월은 임금과 신하의 의리를 유지하였으며 보국과 홍계월은 3남 1녀를 두고
태평성대를 누린다. 사세 일이 되어 가는 형세.

e-Book 187쪽 e-Book 187쪽


제재 제재
핵심 정리 활동지
2. 조선 시대의 문학 187
읽기의 초점 이 작품은 조선 후기 민속극 갈래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을 통해 민속극
가면극에서의 ‘가면(탈)’의 기능
가면극에서 등장인물이 쓰고 있는 가면은 의 특징을 파악하고, 조선 후기 사회에서 민속극이 담당했을 기능을 생각하며 읽어 보자.
양면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가면 조선 후기로 오면서 문학의 향유층은 양반뿐만 아니라 일반 평민까지로 확대되었다. 특히 전
은 풍자의 대상인 양반의 부정적인 면모 통 가면극의 경우 무능하고 타락한 지배층에 대한 서민들의 비판 의식을 드러내고 있어, 조
를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도구이다. 대 선 후기 서민들의 세계관을 잘 살펴볼 수 있다. 서민층을 대표하는 ‘말뚝이’와 ‘쇠뚝이’가 양
부분의 가면극에서 양반들의 가면은 눈이 반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장면을 통해 조선 후기 전통 민속극의 특징과 의의를 파악해 보도
삐뚤어져 있거나 신체적인 결함을 가지고 록 한다.
있는데, 이는 양반들의 부정적인 면모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또 ‘말뚝이’와 ‘쇠
뚝이’와 같이 서민들의 가면의 경우 풍자
(3) 양주 별산대놀이 작자 미상
주체의 정체를 숨길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가면을 씀으로써 노골적이고 직설적으로
양반들을 조롱하고 풍자할 수 있는 것이
다. 그리고 극 중에서의 가면은 인물의 전
환을 쉽게 해 주는 기능이 있다. 가면을
쓰기 때문에, 한 연희자가 다른 가면을 쓰
고 다른 역할을 하기가 쉬워지는 것이다.
제7과장 샌님 놀이 — 제1경 의막 사령(依幕使令) 놀이

◀ 말뚝이 탈

▼ 도령님 탈

▲ 샌님 탈

▲ 서방님 탈

◀ 쇠뚝이(혹은 취발이) 탈

『(말뚝이가 샌님, 서방님, 도령님을 데리고 등장한다. 샌님은 붉은 탈을 쓰고 도포를 입 5


『 』: 양반 삼 형제의 외양을 묘사하고 있음.
었으며, 손에는 꽃무늬 부채를 들고 머리에는 검은 베로 만든 유건을 썼다. 서방님은 흰
탈을 쓰고 도포를 입었으며, 역시 꽃무늬 부채를 들고 머리에는 관을 썼다. 도령님은 흰
탈을 쓰고 어린아이들이 명절에 입는 전복을 입고 손에는 꽃무늬 부채를 들었다.』 말뚝
의막(依幕) 막사로 쓰는 천막이
나 장막으로, 임시로 거처하게 된
이는 패랭이를 쓰고 대나무로 만든 채찍을 들었다. 이때 취발이는 양반들이 임시로 거
서민의 신분에 맞는 옷차림과 외양
곳을 이르는 말. 처할 곳을 준비하는 의막 사령인 쇠뚝이 역할을 한다.) 10
사령 조선 시대 관아에서 심부름
따위의 미천한 일을 맡아 하는 사
람을 이르던 말. (말뚝이와 양반 일행이 과거를 보러 가던 중 양주 땅에서 해가 넘어가는 줄도 모르고
유건(儒巾) 조선 시대 유생들이
산대 탈놀이를 구경하다가, 객지에서 거처할 곳을 구하지 못하였다.)
쓰던 실내용 두건의 하나.
극 중 공간과 실제 연희 공간이 일치함. ▶ 등장인물의 외양과 극 중 상황에 대한 해설
패랭이 대나무를 잘게 잘라 엮은
갓.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주로
썼다. [전략]

192 III. 한국 문학의 흐름


말뚝이: 얘, 그러나저러나 내게 좀 곤란한 일이 생겼다. 각 등장인물의 탈을 떠올리면서
양반들의 의막을 정해야 하는 일 읽어 보자.
쇠뚝이: 무슨 곤란한 일이 생겼단 말이냐? 예시 답안 | 생략

말뚝이: 다름이 아니라 내가 우리 댁의 샌님, 서방님, 도령님을 데리고 과거를 보러 제재 개관

갈래 민속극, 가면극
가는 도중에 산대놀이 구경을 하다가 하루해가 저물었는데, 하룻밤 묵을 의
탈을 쓰고 큰길가나 빈터에 만든 무대에서 하는 복합적인 구성의 탈놀이 성격 골계적, 풍자적, 해학적
5 막을 정하지 못하였다. 나는 여기 아는 친척도 없고, 아는 친구도 없어 곤란하 제재 양반들의 의막 정하기
양반들의 허위와 무능
주제
던 차에 너를 만나서 다행이다. 얘, 나를 봐서 우리 댁 양반들이 임시로 거처 에 대한 조롱과 비판
•전체 8과장으로 구
할 의막을 정해다오. 성되어 있음(교과서
수록 부분은 제7과
쇠뚝이: 옳지, 구경을 하다가 의막을 정하지 못하였구나. 그래라, 의막을 하나 정해 장의 제1경 의막 사
령 부분임.).
주마. (놀이판을 여러 번 돌고 나서 말뚝이 앞으로 다가간다.) 얘, 말뚝아, 양반 특징 •과장되고 해학적인
표현, 비속어 등이
10 들이 임시로 거처할 의막을 지었다. 얘, 보아하니 거기 담배도 먹을 듯하여, 방 자주 사용됨.
담배를 피울 때마저도 신분을 따지는 양반들에 대한 풍자 •양반들을 비판하고
하나 가지고 쓸 수 없어 안팎 사랑이 있는 집을 지었다. 바깥사랑에는 동그랗 풍자하는 의도가 잘
드러남.
게 말뚝을 돼지우리같이 박고, 안은 동그랗게 담을 쌓고, 문은 하늘로 냈다. 출전 《산대도감극 각본》

이만하면 되겠지.
작품 구성
말뚝이: 그럼 고래담 같은 기와집이로구나. 그 방에 들어가자면 물구나무를 서야겠
반어적 표현 말뚝이가 쇠뚝이에게
15 구나. 발단 양반들의 의막을 정해
달라고 부탁함.
쇠뚝이: 암, 그렇고말고. ▶ 쇠뚝이가 양반들의 의막을 돼지우리 같은 곳으로 정해 줌. 쇠뚝이가 지어 준 돼
전개 지우리와 같은 의막에
말뚝이: 얘, 너하고 나하고 말하는 게 불찰이지. 미안하지만 우리 양반들을 안으로 양반들이 들어감.
쇠뚝이가 양반들에게
모셔야겠다. 절정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
르도록 조롱함.
쇠뚝이: 야, 이놈아, 내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대관절 그 댁의 누구란 말이냐?
샌님이 말뚝이에게 벌
20 말뚝이: 나는 그 댁의 하인이다. 결말 을 주려다가 뇌물을
받고 풀어 줌.
쇠뚝이: 그러면, 그 양반들이 어디에 있느냐?

말뚝이: 저 밖에 있다. 우리 어서 안으로 모시자.

쇠뚝이: (쇠뚝이는 앞에 서고 말뚝이는 뒤에 서서, 양반을 의막 안으로 모는 소리를 한


쇠뚝이와 말뚝이가 각각 앞뒤에 서서 돼지를 몰 듯이 양반들을 대하고 있음.
다.) 고이 고이 고이.

25 말뚝이: (쇠뚝이 뒤에서 채찍을 들고 돼지를 쫓듯이 소리를 친다.) 두우 두우 두우.


▶ 쇠뚝이와 말뚝이가 양반들을 의막 안으로 몰고 감.
샌님: (의막 안에 들어가서 앉으며) 얘, 말뚝아.

말뚝이: 네이—.

샌님: 이 의막을 네가 정하였느냐? 누가 정해 주었느냐?

말뚝이: (쇠뚝이를 보고) 얘, 우리 댁 샌님께서, “우리가 거처할 이 의막을 누가 잡았

2. 조선 시대의 문학 193
느냐? 네가 얻었느냐, 누가 다른 사람이 얻었느냐?” 하고 말씀하시

기에 “이 동네 아는 친구 쇠뚝이가 얻었습니다.” 하고 말씀드리니,

“그럼 걔 좀 보자꾸나.” 하시는데, 들어가서 네가 샌님을 한번 뵙

는 게 좋겠다.

쇠뚝이: 내가 그런 양반들을 왜 뵙느냐? 5

말뚝이: 너, 그렇지 않다. 나중에 벼슬을 하려면 꼭


부패한 시대 상황을 알 수 있음.
뵈어야 한다.

쇠뚝이: 그러면 네 말대로 보고 오마.

말뚝이: 어서 갔다 오너라.
▶ 말뚝이가 쇠뚝이에게 양반들을 보고 올 것을 청함.
쇠뚝이: 쳐라. (악사들이 타령 장단을 연주하면, 쇠 10

뚝이가 춤을 추면서 양반 일행 앞뒤를 돈다. 연주를 중지


관객의 흥을 돋우며 분위기를 고조시킴.
하면, 말뚝이 앞으로 와서) 얘, 내가 가서 양반들을 자세히 보니 그놈들
양반들이 격식에 맞지 않는 옷차림을 하고 있음.
은 양반의 자식들이 아니더라. 샌님을 보니 도포는 입었으나 전대띠를 두
구식 군복에 두르던 남색 띠
르고, ‘두부 보자기’를 쓰고 꽃 그림이 그려진 부채를 들었는데, 그게 무슨

양반의 자식이냐? 한량의 자식이지. 또 서방님이란 자를 보니 관은 썼으 15

나 그놈도 꽃 그림이 그려진 부채를 들고 있으니, 그게 무슨 양반의 자식이


쇠뚝이가 양반들을 직접적으로 비판함.
냐? 잡종이더라. 또 도령님이란 놈은 전복에 전대띠를 매고 ‘사당 보

자기’를 썼으니, 그놈도 양반의 자식이 아니더라.

말뚝이: 아니다, 그 댁이 무척 가난하여 세물전에서 빌려 입고 와서, 구색을 맞추어

의관을 입지 않아서 그렇다. 20

쇠뚝이: 옳거니, 세물전에서 빌려 입고 와서 구색이 맞지 않아서 그렇다고.


▶ 양반들을 보고 온 쇠뚝이가 양반들의 외양을 말하며 조롱하고 있음.
[중략]

두부 보자기 선비들이 머리에 쓰


샌님: (앞에 꿇어앉아 있는 쇠뚝이를 향하여) 여봐라— 이놈—.
는 유건의 생김이 두부 보자기와
쇠뚝이: 내 이름이 버젓이 있는데, 어떤 놈이 나더러 ‘이놈’이래?
유사하게 생겼으므로, 이렇게 표
쇠뚝이가 양반들에게 직접 대들고 있음.
현하며 양반을 모욕하고 있다.
샌님: 네 이름이 무엇이란 말이냐? 25
한량 일정한 일이 없이 놀고먹던
말단 양반 계층. 쇠뚝이: 내 이름은 아첨 아 자(字), 번개 번 자요. 샌님이 부르시기에 아주 적당한 이
사당 보자기 도령이 머리에 쓴 복 언어유희를 통해 양반의 무지함을 폭로
건을 사당패가 사용하는 보자기 름이오. 한번 불러 보시오.
에 견주어 양반을 모욕하고 있다.
세물전(貰物廛) 예전에, 일정한 샌님: 얘, 이놈의 이름이 왜 이리 평평하냐? 번아—.
삯을 받고 혼인이나 장사 때 쓰는
물건을 빌려주던 가게. 쇠뚝이: 샌님은 글을 배우셨으니, 붙여서 불러 보시오.

194 III. 한국 문학의 흐름


샌님: (이름을 불러 보지도 못하고 쩔쩔매면서) 아—. 이놈의 이름이 왜 이리 팽팽하

냐? 번아—.

쇠뚝이: 아니라니까요, 그러지 말고 어서 불러요. 글을 배우셨으니 바로 붙여서 불러

요. 어서, 빨리, 왜 질질 매세요?


5 샌님: 아 자, 번 자야—.

쇠뚝이: 이것 보게? 아 자, 번 자가 무엇이오? 도대체 샌님이 글을 배웠소? 어서 그러

지 말고 붙여 불러요.

샌님: (붙여서 불러 보지 못하고 쩔쩔매며) 아—.

쇠뚝이: 어서 붙여서 불러 봐요.

10 샌님: 아, 이상한 이름도 다 보았다. 왜 이리 팽팽하냐? 아—. 아번(아버지)—. 샌님이 쇠뚝이의 이름을 부르지
쇠뚝이의 의도에 따라 쇠뚝이를 ‘아번(아버지)’이라 부르고 있음. 못하고 당황한 이유는 무엇인지
말뚝이: (샌님이 ‘아버지’라고 부르자 샌님을 향하여 대답한다.) 왜 그러느냐? 말해 보자.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른 양반에게 반말로 답함으로써 양반을 모욕하고 있음. 예시 답안 | 쇠뚝이가 알려 준
샌님: (놀림을 당한 것이 분하여) 이놈들아, 남의 집 종 쇠뚝이는 용서하여 주고, 우 쇠뚝이의 이름을 붙여서 부르
면 ‘아번’, 즉 ‘아버지’가 되기
리 집 종 말뚝이를 잡아들여라.▶ 샌님이 쇠뚝이의 의도에 따라 쇠뚝이를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음. 때문에 쇠뚝이가 자신을 놀리
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당황
쇠뚝이: 네이—. (신이 나서 말뚝이에게) 너 이놈, 큰일 났다. 너— 양반 댁 다닌다고 함.

15 허세를 함부로 부리더니 잘 걸려들었다, 이놈. 권세는 10년을 가지 못하고 꽃


권불십년(權不十年)
은 열흘을 피어 있지 못한다더라. 어서 가자, 지체하지 말고 빨리 들어가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말뚝이의 패랭이를 벗겨서 쓰고 채찍을 빼앗으려고 한다.) 내용 정리 <양주 별산대놀이>의 전체 구성

말뚝이: 너 미쳤느냐. 내가 양반 댁 다닌다고 무슨 허세를 부렸느냐? 제1과장 상좌 2명이 나와 벽사(闢邪)의 의식


상좌춤 무를 춤.
쇠뚝이: 이놈아, 잔소리 말고 빨리 들어가자. 제2과장 옴에 걸려 고생하는 중이 자신의 상
옴중과 상좌 좌를 몰아내고 춤을 춤.
20 말뚝이: 얘—. 너 술 취했느냐. 제3과장 옴중이 자신의 지체를 높이려다가
옴중과 목중 정체가 발각됨.
쇠뚝이: 양반께서 너를 잡아들이라고 분부를 하 제4과장 초월적 능력을 지닌 고승 연잎과 보
연잎과 눈끔 좌승 눈끔적이가 나타나 파계승 옴
셨다. 어서 들어가자. (샌님을 향하여) 샌님 적이 중과 목중을 벌함.
염불 놀이, 침 놀이, 북 놀이로 구성
—. 말뚝이를 잡아들여 왔습니다. 제5과장
▶ 쇠뚝이가 말뚝이를 잡아들임. 되며, 파계승을 풍자하고 말뚝이 가
팔목중 놀이
족에 대한 이야기를 함.
샌님: 그놈을 엎어 놓고 대매에 물고를 올려라.
매로 엄하게 다스려라. 파계승 놀이, 신장수 놀이, 취발이 놀
제6과장
25 쇠뚝이: 네이—. 지당한 분부십니다. (말뚝이를 이로 구성되며, 노장의 파계상을 보
노장
아직까지 양반의 권위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음. 여 줌.
엎어 놓는다.) (말뚝이에게) 너, 양반 앞 의막 사령 놀이와 포도부장 놀이로
제7과장
구성되며, 양반의 무능과 수탈을 보
샌님
에서 매를 맞아 죽을 모양이니, 어떻게 여 줌.
제8과장
하려느냐? 남성과 여성 간의 갈등 및 서민들의
신할아비와
생활상을 보여 줌.
미얄 할미
말뚝이: 얘, 가만히 때려 다오.

2. 조선 시대의 문학 195
샌님: (말뚝이와 쇠뚝이의 말을 듣고) 아, 이놈들아, 무슨 의논들을 하느냐?
가면극의 특징
각 지방에 따라 다르나 음력 쇠뚝이: 다름이 아니오라, 이놈이 샌님 앞에서 매를 맞으면 죽을 것 같으니까, 형량
정초, 대보름날, 4월 초파일,
공연 5월 단오, 8월 추석 등의 명절 을 줄여 달라고 애걸을 합니다.
시기 과 그 밖의 경사 때나 가뭄 때
의 기우제에서도 수시로 공연 샌님: 여봐라, 이놈—. 아니다.
되었음.
일반적으로 공연 시간에는 제 쇠뚝이: 얘, 말뚝아. 큰일 났다. 이 일을 어떻게 하느냐? 5
한이 없이 보통 밤 10시경에
공연 시작하면 새벽까지 모닥불을 샌님: 이놈들아 또 무슨 공론이냐? 어서 바른대로 말해라.
시간 피워 놓고 계속되었으며, 동
틀 무렵에 끝나는 경우가 많 쇠뚝이: 네이—. 소인이 샌님을 속일 리가 있겠습니까? 말뚝이가 댓 냥을 준다고 합
았음.
야외극으로 특별한 무대 장치 니다.
공연 없이 비탈진 언덕 아래 평지
장소 나 넓은 들판, 시장 공터 등에 샌님: 안 된다.
서 주로 공연되었음.
파계승과 몰락 양반, 무당, 사 쇠뚝이: (말뚝이에게) 큰일 났다. (샌님을 보며) 열 냥을 준다고 합니다. 10

당패, 거사와 기타 서민들의


등장을 통하여, 주로 파계승 샌님: 안 된다.
주제 놀이와 양반놀이, 서민 생활
의식 등을 소재로 함. 권선징악의 쇠뚝이: 이거 큰일 났네. (샌님을 보며) 열다섯 냥 준다고 합니다.
큰 전제 하에 양반들의 호색
과 부조리, 허위의식 등을 조 샌님: (좋아하며) 이놈들아, 들어 봐라. 저기 끝에 계신 종가댁 도령님은 집이 어려워
롱하고 풍자함. 조선 후기 양반들의 경제적 몰락을 보여 줌.
몇 개의 과장(科場)으로 이루 서 세금을 이때까지 내지 못하였다고 하니, 그 돈 열넉 냥 아홉 돈 구 푼 오 리
어져 있는데, 서양의 근대극 조선 후기 부패한 시대 상황을 보여 줌.
처럼 하나의 주제로 일관성 는 집으로 보내고 그 나머지는 술 한 사발 사다가 먹어라. 15
구성
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서
로 인과 관계가 없는 옴니버
스 식 구성임. (샌님은 악사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고, 쇠뚝이와 말뚝이는 퇴장한다.)

<양주 별산대놀이>를 통해 살펴본 가면극의 특징


쇠뚝이: 옳지, 구경을 하다가 의막을 정하지 못하였구나. 그래라, 의막을
하나 정해 주마. (놀이판을 여러 번 돌고 나서 말뚝이 앞으로 다가간다.)
얘, 말뚝아, 양반들이 임시로 거처할 의막을 지었다. 얘, 보아하니 거기
무대 담배도 먹을 듯하여, 방 하나 가지고 쓸 수 없어 안팎 사랑이 있는 집을
장치 지었다. 바깥사랑에는 동그랗게 말뚝을 돼지우리같이 박고, 안은 동그랗
게 담을 쌓고, 문은 하늘로 냈다. 이만하면 되겠지.
시장의 넓은 공터에서 주로 공연을 했으므로 특별한 무대 장치 없이 인
물의 말이나 행동만으로 공간과 무대 장치를 설정한다.
쇠뚝이: 쳐라. (악사들이 타령 장단을 연주하면, 쇠뚝이가 춤을 추면서
소통 양반 일행 앞뒤를 돈다. 연주를 중지하면, 말뚝이 앞으로 와서)
구조 무대 공간과 객석, 배우와 악사들의 공간이 구분되어 있지 않아 자유롭
게 소통할 수 있다.
웃음을 샌님: (이름을 불러 보지도 못하고 쩔쩔매면서) 아—. 이놈의 이름이 왜
유발하는 이리 팽팽하냐? 번아—.
방식 언어유희를 통하여 양반들을 조롱하고 희화화한다.
쇠뚝이: 네이—. (신이 나서 말뚝이에게) 너 이놈, 큰일 났다. 너— 양반
댁 다닌다고 허세를 함부로 부리더니 잘 걸려들었다, 이놈. 권세는 10년
언어의 을 가지 못하고 꽃은 열흘을 피어 있지 못한다더라.
이중성
가면극에서는 서민층이 주로 사용하는 비속어(이놈)와 양반들이 주로 사
용하는 한자 어휘들이 혼재되어 나타난다.

e-Book 196쪽 e-Book 196쪽


제재 제재
핵심 정리 활동지
196 III. 한국 문학의 흐름
읽기의 초점 이 작품은 조선 시대의 대표적 교술 갈래에 속하는 한문 산문이다. 글쓴이가 경험한 바가 무엇
이며, 경험을 통해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며 읽어 보자.
조선 시대 사대부들이 쓴 한문 산문 양식은 대상이나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서술한 ‘설
(說)’, 특정한 주제에 대해 글쓴이의 주장과 견해를 담은 ‘논(論)’, 글쓴이의 여행담이나 사건
의 진행 과정을 서술한 ‘기(記)’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상기(象記)>는 글쓴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글쓴이의 견해를 제시한 ‘기(記)’에 해당한다. 따라서
글쓴이가 코끼리를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며, 작품
박지원 을 감상해 보도록 한다.
1737~1805 (4) 상기(象記) 박지원

괴상하고 신기하며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기이하다 싶은 커다란 구경거리를 보

려거든 무엇보다도 북경 선무문 안 코끼리 우리인 상방(象房)을 보면 좋겠다. 내 5


자금성의 남서쪽에 위치한 북경의 사대문 중의 하나 코끼리 우리
가 북경에서 본 코끼리 열여섯 마리는 모두 발이 쇠사슬로 묶여 있었기에 움직이

는 모습까지는 보지 못하였었다. 이번에 열하(熱河) 행궁 서쪽에서도 코끼리 두

마리를 보았는데, 온 몸뚱이를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듯 굉장하였다. ▶ 움직이는 코끼리를 보고 느낀 경이로움


열하 행궁 박지원은 사신단을 따
라 청나라 북경을 거쳐 쉽게 다녀 내가 언젠가 새벽에 동해에 나갔던 적이 있다. 파도 위에 말이 서 있는 듯한 모 10
올 수 없었던 열하 지역의 행궁까
지 방문한 뒤 귀국하였다. 습을 수없이 보았는데, 모두 집채같이 커서 그게 물고기인지 산짐승인지 알지 못

제재 개관 작품 구성

갈래 고전 수필, 기(記) 성격 묘사적, 교훈적 기 움직이는 코끼리를 처음 보고 느낀 충격과 경이로움


제재 코끼리를 본 경험 승 코끼리의 외양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묘사
주제 열린 시각으로 만물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함. 모든 사물에 하늘의 이치가 반영되어 있다는 통념

•비유와 묘사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개성적 (通念)에 대한 비판
으로 표현함. 결 다양한 관점에서 만물을 인식해야 하는 이유
•묻고 답하는 방식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강
특징
조하고 있음.
•논리적인 근거를 들어 사회 통념을 반박하
고 있음.
출전 《열하일기(熱河日記)》(1780)

200 III. 한국 문학의 흐름


했다. 해가 뜨기를 기다려 제대로 보려고 했는데 해가 막 수면 위로 솟아오르자

물결 위에 말처럼 섰던 것들은 바닷속으로 이미 숨어 버렸었다.


▶ 동해에서 코끼리와 비슷한 물체를 봤던 경험을 회상함.
이번에 코끼리를 열 걸음 밖에서 보았는데 그때 동해에서의 일을 떠올리게 하 글쓴이가 묘사한 코끼리의 모습
코끼리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며 과거 동해에서의 경험을 떠올림. 을 상상하며 읽어 보자.
였다. 코끼리는 소의 몸뚱이에 당나귀 꼬리요, 낙타의 무릎에 호랑이 발굽이요, 예시 답안 | 생략

5 털은 짧고 잿빛이었다. 어질어 보이는 외모에 슬픈 소리를 냈으며, 귀는 드리워진

구름 같았고, 눈은 초승달 같았다. 두 엄니는 크기가 두 아름쯤이요, 길이는 한

발 남짓이었다. 코는 엄니보다 길었는데, 구부리고 펴는 모습이 자벌레 같고 둥글

게 마는 모습은 굼벵이 같았다. 코의 끝은 누에 꽁무니 같은데 물건을 족집게처

럼 끼어 돌돌 말아 입에 집어넣었다. ▶코끼리의 외양을 상세히 묘사함.

10 어떤 이는 코를 주둥이로 생각하여 코끼리 코가 있는 곳을 다시 찾아보기도

하는데, 코가 이렇게 생겼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해서이다. 어떤 이는 코끼리의 다

리가 다섯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코끼리의 눈이 쥐 같다고도 하는데, 대부분 코

끼리의 코와 엄니 사이에 정신을 빼앗겨서 그런 것이다. 코끼리 전체 몸뚱이에서

가장 작은 것을 가지고 보면 이렇게 엉터리 비교가 나오게 된다. 대개 코끼리 눈


코끼리의 일부분만 보고 코끼리 전체를 판단함으로써 대상을 왜곡하여 인식함.
15 은 매우 가늘어서 마치 간사한 사람이 아양을 떨며 눈부터 먼저 웃는 것처럼 보

일 수 있으나, 코끼리의 어질어 보이는 성품은 바로 눈에서 드러난다.


▶ 코끼리의 외양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인식
강희(康熙) 시대 남해자에 사나운 호랑이가 두 마리 있었는데, 오랫동안 길들 글쓴이가 비판하고자 하는 주장
청나라 제4대 황제 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이지 못했다. 황제가 노하여 호랑이를 코끼리 우리에 몰아넣으라고 명하였다. 코 예시 답안 | 글쓴이는 세상 만
물이 생성되거나 만물이 행동
끼리가 몹시 겁을 내며 코를 한번 휘두르자 호랑이 두 마리가 서 있던 자리에서 하는 데 반드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통념을 비판하고자
20 쓰러져 죽었다고 한다. 코끼리가 호랑이를 죽이려는 의도 없이 호랑이의 냄새가 한다.
코끼리가 호랑이를 죽인 것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우연한 일임.
싫어 코를 휘둘렀는데 잘못 부딪쳤던 것이다.

아하! 세상의 사물 중 작은 것, 겨우 털끝 같은 것이라도 하늘의 뜻에 부합하


세상 모든 일이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는 당시 사람들의 보편적 인식이었음.
지 않는 것이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하늘이 어떻게 사물 하나하나에 다 명령을
세상 만물이 모두 하늘의 의도라는 인식에 문제를 제기함.
하였겠는가? 하늘이란 생긴 모양을 중심으로 말하면 천(天)이요, 타고난 본성을
25 중심으로 말하면 건(乾)이요, 일을 주재하는 측면을 중심으로 말하면 제(帝)요,

신묘한 작용을 중심으로 말하면 신(神)이라 하니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다. 좀 심


엄니 위턱에 나서 입 밖으로 뿔처
하게 말하는 경우에는 하늘이 이(理)와 기(氣)를 화로와 풀무로 삼아 사물을 만 럼 길게 뻗어 있는 상아.
물건을 만드는 도구 남해자(南海子) 북경 숭문문(崇
들고 사물의 성질을 부여하는 조물(造物)이라고도 하니, 이는 하늘을 솜씨 좋은 文門) 남쪽에 있는 동산.
풀무 불을 피울 때에 바람을 일
기술자로 보고서 망치질, 끌질, 도끼질, 칼질에 조금도 쉴 사이가 없다고 하는 으키는 기구.

2. 조선 시대의 문학 201
예시 답안 | 글쓴이는 하늘을 솜씨 좋은 기술자로 여기며 하늘이 ‘뜻(의도)을 가지
고’ 초매를 만들었다는 관점을 비판하고자 한다. 이를 비판하기 위해 글쓴이는 초
매의 상태를 살핀다. 초매란 어두컴컴하게 뿌옇고 흐릿한 상황으로 사람도 물건
도 똑똑히 구별할 수 없는 상태를 가리키며, 그러한 상황에서 하늘이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지개벽의 처음, 곧 거칠고 어두운 세상
말이다. 따라서 《주역》에서는 “하늘이 초매(草昧)를 만들었다.”라고 하였다.
유학 오경(五經) 중의 하나 ▶ 사람들은 세상 만물이 모두 하늘의 뜻이라고 인식함.
글쓴이가 “하늘이 초매를 만들었 초매란 빛은 어두컴컴하고 형태는 뿌옇고 흐릿하여, 비유하자면 동이 틀 듯 말
다.”라는 주장을 비판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듯한 때와 같아서 사람도 물건도 똑똑히 구별할 수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나는

알 수가 없다. 하늘이 어두컴컴하게 뿌옇고 흐릿한 상황에서 과연 무엇을 만들어


초매와 같은 상황에서 하늘이 만물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의문
냈다는 말인가? 국숫집에서 밀을 맷돌에 갈 때, 작고 크고 가늘고 굵은 가루가 5

뒤섞여 바닥에 흩어진다. 맷돌의 작용이란 도는 것뿐이다. 처음부터 맷돌이 가늘


특별한 의도 없이 우연히 발생한 것
고 굵은 가루를 만들겠다고 의도를 가졌겠는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주장하 그런데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뿔이 있는 놈에게는 이빨을 주지 않았다.”
는 바를 말해 보자. 세상 만물이 하늘의 의도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생각
예시 답안 | ‘말하기 좋아하는 라고 하여 하늘이 만물을 만들 때 결함을 갖도록 의도한 것처럼 생각한다. 이것
사람’의 주장은 하늘이 의도에
따라 세상 만물의 형상 혹은 현 은 잘못된 생각이다. ▶ 세상 만물이 모두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비판 10
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감히 묻는다. “이빨을 준 자는 누구인가?”
내용 정리 글쓴이와 사람들의 문답(問
答) 과정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하늘이 주었다.”
하늘이 날짐승과 산짐승에게 다시 묻는다. “하늘이 이빨을 준 까닭은 무엇 때문인가?”
이빨을 준 것은 부리나 주둥이
사람들
를 땅에 닿도록 숙여 이빨로 사람들은 답할 것이다. “하늘이 이빨로 물건을 씹게 한 것이다.”
물건을 씹게 하기 위한 이치임.
또다시 묻겠다. “이빨로 물건을 씹게 함은 무엇 때문인가?” 15
코끼리는 입을 땅에 대려고 하
글쓴이 면 어금니가 먼저 땅에 부딪혀 사람들은 대답할 것이다. “이는 하늘이 낸 이치이다. 날짐승과 산짐승은 손이
물건을 씹는 데 방해가 됨. 모든 것은 하늘의 의도대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생각
없으므로 반드시 부리와 주둥이를 땅에 닿도록 숙여 먹이를 구하는 것이다. 그
하늘이 코끼리에게 긴 어금니
사람들 러므로 학 다리가 이미 높고 보니 학의 목이 길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 그래도 혹
를 준 이유는 코가 있기 때문임.

시 땅에 닿지 않을까 염려하여 또 부리가 길어진 것이다. 만약 닭의 다리가 학의


어금니가 길어 코를 활용하는
글쓴이 것보다 차라리 코를 짧게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함.
다리를 본떠 길었다면 닭은 마당에서 굶어 죽었을 것이다.” 20

나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대들이 말하는 이치는 소, 말, 닭, 개에게나 해당


자신의 주장을 더 내세우지 못 모든 것이 하늘의 의도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이치는 일부의 경우만 적용할 수 있음.
사람들
하고, 조금 누그러뜨림. 할 따름이다. 만약 하늘이 이빨을 준 것이 반드시 구부려 먹이를 씹게 하기 위해

서라고 가정해 보자. 지금 저 코끼리는 쓸데없는 엄니가 곧추세워져 있어서 입을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코끼리의 엄니를 예로 들어 반박하고 있음.
땅에 대려고 하면 엄니가 먼저 땅에 부딪힐 것이니 물건을 씹는 데는 도리어 방

해가 되지 않을까?” 25

어떤 사람은 말할 것이다. “코를 활용하면 된다.”


‘나’의 반박에 대한 사람들의 재반박
나는 “엄니가 길어 코를 활용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엄니를 없애고 코를 짧게
사람들의 생각에 대한 ‘나’의 재반박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고 답하겠다.

이에 말하던 자는 처음의 주장을 더 내세우지 못하고 자신이 배웠던 내용을

202 III. 한국 문학의 흐름


조금 누그러뜨릴 것이다. 이는 생각이 겨우 말, 소, 닭, 개에 미칠 뿐이요, 용, 봉
사람들의 생각은 일부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임.
황, 거북, 기린 같은 것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 문답법의 과정을 통해 모든 사물은 하늘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생각을 비판함.
코끼리가 호랑이를 만나면 코로 때려눕히니, 그 코야말로 천하무적이라 할 것

이다. 그런데 코끼리가 쥐를 만나면 코를 댈 자리도 없어, 하늘을 쳐다본 채 서


5 있을 뿐이라 한다. 그렇다고 쥐가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말하는 것은 앞서 말한
고정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비판함.
하늘이 낸 이치에 맞지 않는다.

코끼리는 눈에 보이는데도 그 이치를 모르는 것이 이와 같다. 하물며 코끼리보 글쓴이가 코끼리를 예로 들어 주


장하는 바가 무엇인지 말해 보자.
다 만 배나 더 복잡한 천하의 사물은 어떠할까? 그러므로 성인이 《주역》을 지을 예시 답안 | 글쓴이의 주장은
《주역》은 태양(太陽)・소양(少陽)・태음(太陰)・소음(少陰) 즉, 사상(四象)으로 우주의 이치를 설명하고 있음. 다음과 같다. “눈에 보이는 코
때 ‘코끼리 상(象)’ 자를 취하여 저술한 것도 코끼리 같은 형상을 보고 세상 만물 끼리의 이치를 모두 알기 어려
운데 하물며 눈에 보이지 않는
10 의 변화를 깊이 파고들어 연구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천하 사물의 이치는 더욱 알기
▶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것을 강조함. 어렵다. 따라서 천하 만물의 이
치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사람들은 그것이 하늘
의 뜻(의도)이라고 치부하고 탐
내용 정리 표현 방식과 효과 내용 정리 코끼리를 본 경험을 통한 깨달음 구하지 않는다.”
코끼리는 소의 몸뚱이에 당나귀 꼬리요, 낙타의 무 당시 사회의 하늘의 이치를 절대화하여 인간의
릎에 호랑이 발굽이요, 털은 짧고 잿빛이었다. 어질 보편적인 행동 양식과 자연 현상 모두를 하
어 보이는 외모에 슬픈 소리를 냈으며, 귀는 드리워 생각 늘의 이치와 결부시킴.
진 구름 같았고, 눈은 초승달 같았다. 두 엄니는 크
기가 두 아름쯤이요, 길이는 한 발 남짓이었다. 코 열하 행궁 움직이는 코끼리를
는 엄니보다 길었는데, 구부리고 펴는 모습이 자벌 서쪽에서 처음 보고 충격과
레 같고 둥글게 마는 모습은 굼벵이 같았다. 코의 코끼리를 봄. 경이로움을 느낌.
끝은 누에 꽁무니 같은데 물건을 족집게처럼 끼어
돌돌 말아 입에 집어넣었다. 세상 사람들은 코
끼리의 눈을 간사
☞ 코끼리의 외양과 코가 움직이는 모습을 다른 대 코끼리의 한 웃음으로 인식
상에 빗대어서 설명함으로써 코끼리의 모습을 훨씬 글쓴이가
눈에 대한 하는 반면 글쓴이
더 감각적이고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보고
새로운 인식 는 코끼리의 눈에
들은 것
서 어진 성품이 나
감히 묻는다. “이빨을 준 자는 누구인가?”
온다고 생각함.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하늘이 주었다.”
다시 묻는다. “하늘이 이빨을 준 까닭은 무엇 때문 코끼리가 코를 휘
코끼리가
인가?” 둘러 범을 죽인 것
범을 죽인
사람들은 답할 것이다. “하늘이 이빨로 물건을 씹게 은 우연한 일에 불
이야기
한 것이다.” 과함.
또다시 묻겠다. “이빨로 물건을 씹게 함은 무엇 때
문인가?” 모든 것을 하늘의 이치와 결부시
☞ 상대에게 묻고 상대의 반응을 가정하여 다시 반 켜 이해하는 당시의 획일적 시각을
깨달음
박하는 문답 형식을 통해 자신의 주장에 대한 타당 경계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만물을
성을 높이고 있다.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깨달음.

글쓴이 소개 박지원(1737~1805) 서울 출생. 본관은 반남(潘南). 자는 미중(美仲) 또는 중미(仲美), 호는 연


암(燕巖). 1765년에 과거에서 낙방한 후 오직 학문과 저술에만 전념하다가 1786년에 음사(蔭仕)로 선공감 감역에
제수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관직에 올랐다. 시간이 흘러 1910년(순종 4)에 좌찬성에 추증되고, 문도공(文度公)의
시호를 받았다.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실학을 강조하였으며 여러 편의 한문 소설을 창작하였다. 1780년(정조 4) 친
족형 박명원(朴明源)이 진하사 겸 사은사(進賀使兼謝恩使)가 되어 청나라에 갈 때 동행하여 청나라의 실생활과 기
술을 보고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저술하였다.

e-Book 203쪽 e-Book 203쪽


제재 제재
핵심 정리 활동지
2. 조선 시대의 문학 203
읽기의 초점 이 작품은 조선 시대의 대표적 교술 갈래에 속하는 한문 산문이다. 글쓴이가 경험한 바가 무엇
이며, 경험을 통해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며 읽어 보자.
조선 시대 사대부들이 쓴 한문 산문 양식은 대상이나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서술한 ‘설
(說)’, 특정한 주제에 대해 글쓴이의 주장과 견해를 담은 ‘논(論)’, 글쓴이의 여행담이나 사건
의 진행 과정을 서술한 ‘기(記)’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상기(象記)>는 글쓴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글쓴이의 견해를 제시한 ‘기(記)’에 해당한다. 따라서
글쓴이가 코끼리를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며, 작품
박지원 을 감상해 보도록 한다.
1737~1805 (4) 상기(象記) 박지원

괴상하고 신기하며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기이하다 싶은 커다란 구경거리를 보

려거든 무엇보다도 북경 선무문 안 코끼리 우리인 상방(象房)을 보면 좋겠다. 내 5


자금성의 남서쪽에 위치한 북경의 사대문 중의 하나 코끼리 우리
가 북경에서 본 코끼리 열여섯 마리는 모두 발이 쇠사슬로 묶여 있었기에 움직이

는 모습까지는 보지 못하였었다. 이번에 열하(熱河) 행궁 서쪽에서도 코끼리 두

마리를 보았는데, 온 몸뚱이를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듯 굉장하였다. ▶ 움직이는 코끼리를 보고 느낀 경이로움


열하 행궁 박지원은 사신단을 따
라 청나라 북경을 거쳐 쉽게 다녀 내가 언젠가 새벽에 동해에 나갔던 적이 있다. 파도 위에 말이 서 있는 듯한 모 10
올 수 없었던 열하 지역의 행궁까
지 방문한 뒤 귀국하였다. 습을 수없이 보았는데, 모두 집채같이 커서 그게 물고기인지 산짐승인지 알지 못

제재 개관 작품 구성

갈래 고전 수필, 기(記) 성격 묘사적, 교훈적 기 움직이는 코끼리를 처음 보고 느낀 충격과 경이로움


제재 코끼리를 본 경험 승 코끼리의 외양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묘사
주제 열린 시각으로 만물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함. 모든 사물에 하늘의 이치가 반영되어 있다는 통념

•비유와 묘사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개성적 (通念)에 대한 비판
으로 표현함. 결 다양한 관점에서 만물을 인식해야 하는 이유
•묻고 답하는 방식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강
특징
조하고 있음.
•논리적인 근거를 들어 사회 통념을 반박하
고 있음.
출전 《열하일기(熱河日記)》(1780)

200 III. 한국 문학의 흐름


했다. 해가 뜨기를 기다려 제대로 보려고 했는데 해가 막 수면 위로 솟아오르자

물결 위에 말처럼 섰던 것들은 바닷속으로 이미 숨어 버렸었다.


▶ 동해에서 코끼리와 비슷한 물체를 봤던 경험을 회상함.
이번에 코끼리를 열 걸음 밖에서 보았는데 그때 동해에서의 일을 떠올리게 하 글쓴이가 묘사한 코끼리의 모습
코끼리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며 과거 동해에서의 경험을 떠올림. 을 상상하며 읽어 보자.
였다. 코끼리는 소의 몸뚱이에 당나귀 꼬리요, 낙타의 무릎에 호랑이 발굽이요, 예시 답안 | 생략

5 털은 짧고 잿빛이었다. 어질어 보이는 외모에 슬픈 소리를 냈으며, 귀는 드리워진

구름 같았고, 눈은 초승달 같았다. 두 엄니는 크기가 두 아름쯤이요, 길이는 한

발 남짓이었다. 코는 엄니보다 길었는데, 구부리고 펴는 모습이 자벌레 같고 둥글

게 마는 모습은 굼벵이 같았다. 코의 끝은 누에 꽁무니 같은데 물건을 족집게처

럼 끼어 돌돌 말아 입에 집어넣었다. ▶코끼리의 외양을 상세히 묘사함.

10 어떤 이는 코를 주둥이로 생각하여 코끼리 코가 있는 곳을 다시 찾아보기도

하는데, 코가 이렇게 생겼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해서이다. 어떤 이는 코끼리의 다

리가 다섯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코끼리의 눈이 쥐 같다고도 하는데, 대부분 코

끼리의 코와 엄니 사이에 정신을 빼앗겨서 그런 것이다. 코끼리 전체 몸뚱이에서

가장 작은 것을 가지고 보면 이렇게 엉터리 비교가 나오게 된다. 대개 코끼리 눈


코끼리의 일부분만 보고 코끼리 전체를 판단함으로써 대상을 왜곡하여 인식함.
15 은 매우 가늘어서 마치 간사한 사람이 아양을 떨며 눈부터 먼저 웃는 것처럼 보

일 수 있으나, 코끼리의 어질어 보이는 성품은 바로 눈에서 드러난다.


▶ 코끼리의 외양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인식
강희(康熙) 시대 남해자에 사나운 호랑이가 두 마리 있었는데, 오랫동안 길들 글쓴이가 비판하고자 하는 주장
청나라 제4대 황제 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이지 못했다. 황제가 노하여 호랑이를 코끼리 우리에 몰아넣으라고 명하였다. 코 예시 답안 | 글쓴이는 세상 만
물이 생성되거나 만물이 행동
끼리가 몹시 겁을 내며 코를 한번 휘두르자 호랑이 두 마리가 서 있던 자리에서 하는 데 반드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통념을 비판하고자
20 쓰러져 죽었다고 한다. 코끼리가 호랑이를 죽이려는 의도 없이 호랑이의 냄새가 한다.
코끼리가 호랑이를 죽인 것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우연한 일임.
싫어 코를 휘둘렀는데 잘못 부딪쳤던 것이다.

아하! 세상의 사물 중 작은 것, 겨우 털끝 같은 것이라도 하늘의 뜻에 부합하


세상 모든 일이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는 당시 사람들의 보편적 인식이었음.
지 않는 것이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하늘이 어떻게 사물 하나하나에 다 명령을
세상 만물이 모두 하늘의 의도라는 인식에 문제를 제기함.
하였겠는가? 하늘이란 생긴 모양을 중심으로 말하면 천(天)이요, 타고난 본성을
25 중심으로 말하면 건(乾)이요, 일을 주재하는 측면을 중심으로 말하면 제(帝)요,

신묘한 작용을 중심으로 말하면 신(神)이라 하니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다. 좀 심


엄니 위턱에 나서 입 밖으로 뿔처
하게 말하는 경우에는 하늘이 이(理)와 기(氣)를 화로와 풀무로 삼아 사물을 만 럼 길게 뻗어 있는 상아.
물건을 만드는 도구 남해자(南海子) 북경 숭문문(崇
들고 사물의 성질을 부여하는 조물(造物)이라고도 하니, 이는 하늘을 솜씨 좋은 文門) 남쪽에 있는 동산.
풀무 불을 피울 때에 바람을 일
기술자로 보고서 망치질, 끌질, 도끼질, 칼질에 조금도 쉴 사이가 없다고 하는 으키는 기구.

2. 조선 시대의 문학 201
예시 답안 | 글쓴이는 하늘을 솜씨 좋은 기술자로 여기며 하늘이 ‘뜻(의도)을 가지
고’ 초매를 만들었다는 관점을 비판하고자 한다. 이를 비판하기 위해 글쓴이는 초
매의 상태를 살핀다. 초매란 어두컴컴하게 뿌옇고 흐릿한 상황으로 사람도 물건
도 똑똑히 구별할 수 없는 상태를 가리키며, 그러한 상황에서 하늘이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지개벽의 처음, 곧 거칠고 어두운 세상
말이다. 따라서 《주역》에서는 “하늘이 초매(草昧)를 만들었다.”라고 하였다.
유학 오경(五經) 중의 하나 ▶ 사람들은 세상 만물이 모두 하늘의 뜻이라고 인식함.
글쓴이가 “하늘이 초매를 만들었 초매란 빛은 어두컴컴하고 형태는 뿌옇고 흐릿하여, 비유하자면 동이 틀 듯 말
다.”라는 주장을 비판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듯한 때와 같아서 사람도 물건도 똑똑히 구별할 수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나는

알 수가 없다. 하늘이 어두컴컴하게 뿌옇고 흐릿한 상황에서 과연 무엇을 만들어


초매와 같은 상황에서 하늘이 만물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의문
냈다는 말인가? 국숫집에서 밀을 맷돌에 갈 때, 작고 크고 가늘고 굵은 가루가 5

뒤섞여 바닥에 흩어진다. 맷돌의 작용이란 도는 것뿐이다. 처음부터 맷돌이 가늘


특별한 의도 없이 우연히 발생한 것
고 굵은 가루를 만들겠다고 의도를 가졌겠는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주장하 그런데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뿔이 있는 놈에게는 이빨을 주지 않았다.”
는 바를 말해 보자. 세상 만물이 하늘의 의도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생각
예시 답안 | ‘말하기 좋아하는 라고 하여 하늘이 만물을 만들 때 결함을 갖도록 의도한 것처럼 생각한다. 이것
사람’의 주장은 하늘이 의도에
따라 세상 만물의 형상 혹은 현 은 잘못된 생각이다. ▶ 세상 만물이 모두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비판 10
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감히 묻는다. “이빨을 준 자는 누구인가?”
내용 정리 글쓴이와 사람들의 문답(問
答) 과정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하늘이 주었다.”
하늘이 날짐승과 산짐승에게 다시 묻는다. “하늘이 이빨을 준 까닭은 무엇 때문인가?”
이빨을 준 것은 부리나 주둥이
사람들
를 땅에 닿도록 숙여 이빨로 사람들은 답할 것이다. “하늘이 이빨로 물건을 씹게 한 것이다.”
물건을 씹게 하기 위한 이치임.
또다시 묻겠다. “이빨로 물건을 씹게 함은 무엇 때문인가?” 15
코끼리는 입을 땅에 대려고 하
글쓴이 면 어금니가 먼저 땅에 부딪혀 사람들은 대답할 것이다. “이는 하늘이 낸 이치이다. 날짐승과 산짐승은 손이
물건을 씹는 데 방해가 됨. 모든 것은 하늘의 의도대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생각
없으므로 반드시 부리와 주둥이를 땅에 닿도록 숙여 먹이를 구하는 것이다. 그
하늘이 코끼리에게 긴 어금니
사람들 러므로 학 다리가 이미 높고 보니 학의 목이 길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 그래도 혹
를 준 이유는 코가 있기 때문임.

시 땅에 닿지 않을까 염려하여 또 부리가 길어진 것이다. 만약 닭의 다리가 학의


어금니가 길어 코를 활용하는
글쓴이 것보다 차라리 코를 짧게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함.
다리를 본떠 길었다면 닭은 마당에서 굶어 죽었을 것이다.” 20

나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대들이 말하는 이치는 소, 말, 닭, 개에게나 해당


자신의 주장을 더 내세우지 못 모든 것이 하늘의 의도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이치는 일부의 경우만 적용할 수 있음.
사람들
하고, 조금 누그러뜨림. 할 따름이다. 만약 하늘이 이빨을 준 것이 반드시 구부려 먹이를 씹게 하기 위해

서라고 가정해 보자. 지금 저 코끼리는 쓸데없는 엄니가 곧추세워져 있어서 입을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코끼리의 엄니를 예로 들어 반박하고 있음.
땅에 대려고 하면 엄니가 먼저 땅에 부딪힐 것이니 물건을 씹는 데는 도리어 방

해가 되지 않을까?” 25

어떤 사람은 말할 것이다. “코를 활용하면 된다.”


‘나’의 반박에 대한 사람들의 재반박
나는 “엄니가 길어 코를 활용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엄니를 없애고 코를 짧게
사람들의 생각에 대한 ‘나’의 재반박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고 답하겠다.

이에 말하던 자는 처음의 주장을 더 내세우지 못하고 자신이 배웠던 내용을

202 III. 한국 문학의 흐름


조금 누그러뜨릴 것이다. 이는 생각이 겨우 말, 소, 닭, 개에 미칠 뿐이요, 용, 봉
사람들의 생각은 일부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임.
황, 거북, 기린 같은 것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 문답법의 과정을 통해 모든 사물은 하늘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생각을 비판함.
코끼리가 호랑이를 만나면 코로 때려눕히니, 그 코야말로 천하무적이라 할 것

이다. 그런데 코끼리가 쥐를 만나면 코를 댈 자리도 없어, 하늘을 쳐다본 채 서


5 있을 뿐이라 한다. 그렇다고 쥐가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말하는 것은 앞서 말한
고정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비판함.
하늘이 낸 이치에 맞지 않는다.

코끼리는 눈에 보이는데도 그 이치를 모르는 것이 이와 같다. 하물며 코끼리보 글쓴이가 코끼리를 예로 들어 주


장하는 바가 무엇인지 말해 보자.
다 만 배나 더 복잡한 천하의 사물은 어떠할까? 그러므로 성인이 《주역》을 지을 예시 답안 | 글쓴이의 주장은
《주역》은 태양(太陽)・소양(少陽)・태음(太陰)・소음(少陰) 즉, 사상(四象)으로 우주의 이치를 설명하고 있음. 다음과 같다. “눈에 보이는 코
때 ‘코끼리 상(象)’ 자를 취하여 저술한 것도 코끼리 같은 형상을 보고 세상 만물 끼리의 이치를 모두 알기 어려
운데 하물며 눈에 보이지 않는
10 의 변화를 깊이 파고들어 연구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천하 사물의 이치는 더욱 알기
▶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것을 강조함. 어렵다. 따라서 천하 만물의 이
치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사람들은 그것이 하늘
의 뜻(의도)이라고 치부하고 탐
내용 정리 표현 방식과 효과 내용 정리 코끼리를 본 경험을 통한 깨달음 구하지 않는다.”
코끼리는 소의 몸뚱이에 당나귀 꼬리요, 낙타의 무 당시 사회의 하늘의 이치를 절대화하여 인간의
릎에 호랑이 발굽이요, 털은 짧고 잿빛이었다. 어질 보편적인 행동 양식과 자연 현상 모두를 하
어 보이는 외모에 슬픈 소리를 냈으며, 귀는 드리워 생각 늘의 이치와 결부시킴.
진 구름 같았고, 눈은 초승달 같았다. 두 엄니는 크
기가 두 아름쯤이요, 길이는 한 발 남짓이었다. 코 열하 행궁 움직이는 코끼리를
는 엄니보다 길었는데, 구부리고 펴는 모습이 자벌 서쪽에서 처음 보고 충격과
레 같고 둥글게 마는 모습은 굼벵이 같았다. 코의 코끼리를 봄. 경이로움을 느낌.
끝은 누에 꽁무니 같은데 물건을 족집게처럼 끼어
돌돌 말아 입에 집어넣었다. 세상 사람들은 코
끼리의 눈을 간사
☞ 코끼리의 외양과 코가 움직이는 모습을 다른 대 코끼리의 한 웃음으로 인식
상에 빗대어서 설명함으로써 코끼리의 모습을 훨씬 글쓴이가
눈에 대한 하는 반면 글쓴이
더 감각적이고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보고
새로운 인식 는 코끼리의 눈에
들은 것
서 어진 성품이 나
감히 묻는다. “이빨을 준 자는 누구인가?”
온다고 생각함.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하늘이 주었다.”
다시 묻는다. “하늘이 이빨을 준 까닭은 무엇 때문 코끼리가 코를 휘
코끼리가
인가?” 둘러 범을 죽인 것
범을 죽인
사람들은 답할 것이다. “하늘이 이빨로 물건을 씹게 은 우연한 일에 불
이야기
한 것이다.” 과함.
또다시 묻겠다. “이빨로 물건을 씹게 함은 무엇 때
문인가?” 모든 것을 하늘의 이치와 결부시
☞ 상대에게 묻고 상대의 반응을 가정하여 다시 반 켜 이해하는 당시의 획일적 시각을
깨달음
박하는 문답 형식을 통해 자신의 주장에 대한 타당 경계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만물을
성을 높이고 있다.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깨달음.

글쓴이 소개 박지원(1737~1805) 서울 출생. 본관은 반남(潘南). 자는 미중(美仲) 또는 중미(仲美), 호는 연


암(燕巖). 1765년에 과거에서 낙방한 후 오직 학문과 저술에만 전념하다가 1786년에 음사(蔭仕)로 선공감 감역에
제수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관직에 올랐다. 시간이 흘러 1910년(순종 4)에 좌찬성에 추증되고, 문도공(文度公)의
시호를 받았다.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실학을 강조하였으며 여러 편의 한문 소설을 창작하였다. 1780년(정조 4) 친
족형 박명원(朴明源)이 진하사 겸 사은사(進賀使兼謝恩使)가 되어 청나라에 갈 때 동행하여 청나라의 실생활과 기
술을 보고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저술하였다.

e-Book 203쪽 e-Book 203쪽


제재 제재
핵심 정리 활동지
2. 조선 시대의 문학 203
읽기의 초점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 현실이 반영된 우리 시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시인의 현실 인식과 의
지, 시대와 문학의 상호 관계에 유의하며 읽어 보자.

이 작품에는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현실이 잘 반영되어 있고, 그러한 현실에 대한 시인이자 화


자인 작가의 인식, 심리, 태도 또한 잘 드러나 있다. 일제 강점기라는 어둡고 암울한 현실이 반영
된 부분이나 그것을 상징하는 시어 및 시구 등을 찾으면서 화자가 그러한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
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며 작품을 감상한다.

e-Book 209쪽 윤동주


(1)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시 동영상
1917~1945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시간적 배경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조금 수다스럽게 자꾸 가만가만 이야기하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 1연: 암담하고 쓸쓸한 이국에서의 밤(시적 상황 제시)
일본식 다다미방, 공간적 배경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화자가 왜 시인을 두고 ‘슬픈 천


명’이라고 하였을지 생각해 보자.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 2연: 시인으로서의 소명 의식과 슬픔
예시 답안 | 화자는 시인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소명 의식
을 느끼고 있지만, 암울한 시대
땀내와 사랑 내 포근히 품긴 적 상황과 현실 앞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단지 글(시)만
후각적 심상, 가족의 사랑
쓰며 저항해야 하는 것이 무기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력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제재 개관
대학 노—트를 끼고 자유시, 반성적, 저항적,
갈래 성격
서정시 미래 지향적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 3~4연: 일제 강점기의 현실과 무관한 일상적 삶의 모습
부끄러운 현재의 삶(시가 쉽게 써
현실과 거리가 먼 낡은 지식 제재
지는 삶)
어두운 시대 현실 속에서 치열하
주제
게 성찰하는 삶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행복했던 유년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소재 •구체적 배경(시간과 공간)을 제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시하여 현장성을 얻음.
•고백적 어조로 화자의 내면을
특징 잘 표출함.
•상징적 시어로 현실과 이상의
나는 무얼 바라 두 자아의 대립과 화해를 형상
현실적 자아 화함.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 5~6연: 외롭고 무기력한 삶의 모습에 대한 성찰 출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육첩방(六疊房) 일본식 가옥에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있는 방의 형태로, 다다미 6장을
깐 방.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천명(天命) 타고난 운명.
침전하는 기분 따위가 가라앉는.
부끄러운 일이다. ▶ 7연: 현실의 어려움과 괴리되는 삶을 사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씌어지는 써지는.
성찰의 결과

3. 일제 강점기의 문학 209
작품 구성 육첩방은 남의 나라
1연의 반복, 변주
이국에서 맞이하는 밤비 내리
1연
는 시간(시적 배경의 제시)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 8연: 현실의 상황에 대한 재인식

2연 시인의 천명(天命)에 대한 자각
현실에 안주하는 현재의 삶에
3~4연
대한 회의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자아의 상실감과 외로움, 무기 희망, 저항 의지 암울한 현실(일제 강점기)
5~6연
력함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반드시 도래하게 될 새로운 시대(조국 광복, 독립) 현실 극복 의지를 지닌 자아
7연
무기력한 삶에 대한 부끄러움
8연 내면의 각성과 현실의 재인식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9~10 내적 갈등의 해소와 미래의 삶 내면적 자아 현실적 자아
연 에 대한 희망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현실적 자아와 내면적 자아의 화해, 화합 ▶ 9~10연: 두 자아 간의 화해를 통한 내적 갈등의 해소
1942. 6. 3.

내용 정리 화자의 심정과 태도의 내용 정리 시적 배경 속에서 발견하는 시대적 상황


변화 일제 강점기는 국권을 상실한 1910년부터 광복이 되던 1945년까지의 시기이다. 이 시기에 우리 국민들은 나라 잃
시적 배경의 제시(시상의 은 백성으로서 느끼는 설움뿐 아니라 인권도 유린당하고 민족정신마저 말살시키려는 잔혹한 행위를 목도했다. 뜻
1연 있는 사람들은 항일 무장 투쟁에 나섰고, 문인들은 문학을 통해 저항했다. <쉽게 씌어진 시>에서 화자는 시인으로
촉발)
서 시대적 상황을 철저히 인식하고 그 속에서의 자신의 역할과 존재를 깊이 성찰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
는 자신을 책망한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는 화자가 현재 위치한 곳이 타국 땅임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밤비가
•슬픈 천명에 대한 인식 속살거려’는 화자의 어둡고 우울한 심리를 암시한다. 이 시어들은 문학 속에 반영된 역사 현실을 여실히 보여 주며,
과 현재 삶에 대한 회의 문학과 역사의 상호 영향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2~7연 •상실감, 외로움
•무기력한 삶에 대한 부
끄러움
글쓴이 소개 윤동주(1917~1945) 1917년 12월 30일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났다. 기독교 장로인 할아버지
의 영향을 받고 성장하였으며, 같은 해에 태어나 함께 자란 고종사촌 송몽규도 독립운동가이자 문인이다. 용정에
시적 배경의 반복 제시(1 서 중학교에 다닐 때 《가톨릭소년》에 몇 편의 동시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세상에 글로 생각을 드러내기 시작했
연과 달리 위아래 행을 바 다. 1948년 유고 30편을 모은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간행되었다. <서시>, <별 헤는 밤>, <또 다른 고향>,
8연
꾸어 배치하며 배경을 통 <십자가> 등이 그의 대표작들이다.
한 태도 전환을 보임.)

•어둠을 내몲.(아침을 기
다리는 현실 극복의 의
9~10
지)

•갈등하던 두 자아의 합

e-Book 210쪽 e-Book 210쪽


제재 제재
핵심 정리 활동지
210 III. 한국 문학의 흐름
읽기의 초점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 농촌 현실을 잘 보여 주고 있는 장편 소설이다. 당시 현실을 반영하고
형상화한 방법 등에 유의하며 읽어 보자.
소설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인물, 사건, 배경이다. 그러므로 인물들이 특정한 시간과 공
간적 배경 또는 시대(역사, 사회)적 배경 속에서 벌이는 일들에 주목해야 한다. 사건과 배경
이 요약적으로 제시된 [앞부분 줄거리]를 먼저 읽게 한 뒤 유학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
온 김희준이 선택하는 일들의 의미를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찾게 한다. 인물들의 내・
외적 갈등 속에서 당대의 현실을 파악하고 궁핍한 농촌 공간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낸 방법도
함께 살피며 감상한다.
(2) 고향 이기영
e-Book 215쪽
작품
이기영
1895 ~1984

줄거리 영상

소설의 주인공, 동경 유학생 출신의 지식인


앞부분의 줄거리 김희준은 5년간의 동경 유학 생활을 마치고 고향인 원터 마을로 돌아온다. 그 사이
5 마을 주위에는 철로가 놓이고 제사 공장이 들어섰으나 원터 마을 사람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마
근대화는 이루어졌
대도회지 을 사람들은 유학까지 다녀온 희준이 고향에서 다시 소작농을 하는 것에 실망하지만, 희준은 개의치 지만 농민의 삶은
로 발전한 않고 직접 농사를 지으며 농촌을 바꾸어 나가기로 결심한다. 희준은 야학을 운영하는 한편 농민들의 더욱 힘들어짐.
마을 읍내
단결을 위해 두레를 결성하는 데 앞장선다.
모습

저녁때 — 마을 사람은 집집이 저녁을 치르고 나왔다. 여자들도 싸리문 밖으


10 로 바람을 쐬러 하나둘씩 나온다. 한낮에 쩔쩔 끓던 불볕은 저녁이 되어도 땅이
계절적 배경
식지 않았다.

북소리가 둥둥 울리자 그들은 신이 나서 모두들 정자나무 밑으로 몰키었다.


농악 놀이의 시작을 알리며 사람들을 모으는 소리
풍물이 제각기 소리를 내니 마을에는 별안간 명절 기분이 떠돌았다. 어린애들은
마을 사람들이 느끼는 즐거운 기분
함성을 올리며 돌아다닌다. ▶ 두레 전날 정자나무 밑으로 모인 흥겨운 마을 사람들

15 내일부터 두레를 나서게 되었는데 안승학이도 저녁을 먹고 나와서 구경을 하 제사 고치나 솜 따위로 실을 만
김희준과 대립 관계를 이루는 인물 듦.
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자기 논부터 매달라는 부탁을 자청해서 말하였다. 몰키다 한곳에 빽빽하게 모이다.
발론(發論) 제안이나 의논거리를
그래 희준이의 발론으로 그를 ‘좌상’으로 추켜올리고 희준이는 ‘공원’이 되었다. 말하여 드러냄.
▶ 마을 두레의 시작을 자기 논으로 부탁하는 안승학
좌상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농악을 자진가락으로 볶아치자 구경꾼들은 쇠잡이들을 몇 겹으로 둘러쌌다. 가장 나이가 많거나 으뜸인 사람.
농악에서, 꽹과리나 징 따위를 잡고 치는 일
공원 조합의 실무를 맡아보는 사
막동이, 인동이 등 소동 축들은 버꾸재비 놀음을 하고 뛰놀았다. 람.
자진가락 빠르고 잦게 넘어가는
20 덕칠이, 박 서방, 월성이, 백룡이 들은 패랭이 위로 상모를 돌리며 소고를 들고
가락.

곤댓짓을 하면서 개구리뜀을 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 가운데로 쇠득이는 검은 버꾸재비 농악에서 버꾸를 맡아
치는 사람. ‘버꾸’는 농악기의 하
장삼을 입고 너울거리며 춤을 추었다. 나로, 자루가 달린 작은북.
곤댓짓 뽐내며 우쭐거리는 고갯
“좋다! 버꾸야!……” 짓.
장삼 길이가 길고, 품과 소매가
희준이는 잡이손 속에서 징을 치며 돌아다녔다. 이 바람에 김 선달도 신명이 넓은 승려의 웃옷.
농악의 풍물이나 농기구 같은 것을 잡는 부분

3. 일제 강점기의 문학 215
내용 정리
나서 ‘부쇠’ 앞에 마주 돌아서서 발을 굴러가며 자진가락을 넘겼다.
갈등 양상의 전개
▶ 두레의 시작을 알리는 흥겨운 풍물놀이
이 작품에서 갈등은 김희준의 내적
이튿날 아침에 집집마다 한 명씩 나선 두레꾼들은 농기를 앞세우고 안승학의
갈등과 외적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
다. 내적 갈등은 농촌을 어떻게 변화
시킬지에 대한 내적 고민으로 나타나
구레논부터 김을 맸다.
고, 외적 갈등은 향후 전개될 안승학
과의 대립 관계로 나타난다. 주변 인
“깽무갱깽, 깽무갱깽, 깽무갱, 깽무갱, 깽무갱깽…….”
두레 풍물 소리
물들인 일부 마을 사람들 사이에 있
던 다툼은 두레 활동을 통해 해소되 아침 해가 쀼주름히 솟을 무렵에 이슬은 함함하게 풀 끝에 맺히고 시원한 바 5

지만 안승학과 딸(안갑숙)과의 관계
등은 좀 더 깊은 갈등으로 전개된다. 람이 산들산들 내 건너 저편으로 불어온다. 깃발이 펄펄 날린다. 장잎을 내뽑은
두레 일터를 알리는 깃발
예시 답안 | 두레는 농사일이 벼 포기 위로는 일면으로 퍼렇게 푸른 물결이 굼실거린다.
바쁠 때에 서로 도와서 함께 일 성장한 벼가 익기 전의 논의 모습에 대한 비유
을 하기 위하여 만든 마을 단위 그들은 머리에 수건을 질끈 동이고 꽁무니에는 일제히 호미를 찼다. 쇠코잠방
조직이다. 이와 같은 조직 결성
과 실천적 활동을 통해 마을 사 이 위에 등거리만 걸치고 허벅다리까지 드러난 장딴지가 개구리를 잡아먹은 뱀의
람들은 상부상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배처럼 불쑥 나온 다리로 이슬 엉긴 논두렁 사이를 일렬로 늘어서서 걸어간다. 10
싹트게 된다. 또한 묵은 갈등의
감정들도 풀어 나가고 있다. 그중에는 희준이의 하얀 다리도 섞여서 따라갔다. ▶ 안승학의 논부터 시작된 두레
농민들의 다리와 대조를 이루는 동경 유학생 희준의 다리
두레를 통해 마을 사람들의 마음 두레가 난 뒤로 마을 사람들의 기분은 통일되었다. 백룡이 모친과 쇠득이 모
에 어떤 긍정적 변화가 일어났는 마을의 젊은 과부와 늙은 과부
지 생각해 보자. 친도 두레 바람에 화해를 하게 되었다. 인동이와 막동이 사이도 옹매듭이 풀어
방개를 가운데 두고 경쟁하는 사이 ‘인물 간 갈등’의 비유
졌다.
부쇠 두레패에서 상쇠 다음으로
놀이를 이끌어 가는 사람. 중쇠.
백룡이 모친은 밤저녁으로 두레 노는 것을 보고 오는 길에 쇠득이 집에로 들 15
그다지 늦지 않은 밤
구레논 바닥이 깊고 물길이 좋아
어가서
기름진 논.
함함하다 소담하고 탐스럽다.
“형님, 쇠득이가 어짜면 춤을 그렇게 잘 춘다우?”
장잎 볏과에 딸린 곡식의 가장 두레 풍물 놀이패에서 장삼을 입고 춤추던 쇠득의 모습을 말하는 것
나중에 나오는 잎. 하고 다정한 목소리를 꺼내었다.
쇠코잠방이 여름에 농부가 일할
때에 입는 잠방이. “들어와. 담배 한 대 자시고 가.”
등거리 등만 덮을 만하게 걸쳐
입는 홑옷. 백룡이 모친은 쇠득이 모친이 권하는 대로 뜰 위로 올라앉으며 다정스러이

216 III. 한국 문학의 흐름


“형님, 그전 일로 조금도 어찌 알지 마소! 나도 그때 분지도에 그랬으니.” 제재 개관

사실적(리얼리즘
“서로 그렇지. 우리가 무슨 원수질 것 있는가베.” 갈래
장편
성격 적), 계몽적, 사회
있겠느냐. 소설
주의적
“그러기에 말이지우. 자네도 조금도 어성버성하게 생각하지 말게. 싸움 끝에
일제 강점기하 농민들의 삶, 농촌
제재
으로 뛰어든 지식인의 삶
정이 붙는다고 그럴수록 잘 지내세.”
일제 강점기(1920년대), 농촌 마
배경
5 “그다 이를 말씀이여유.” 을(원터)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쇠득이 처도 상냥한 표정을 보였다. 참으로 그들은 언제 싸웠더냐 싶게 오곤도 궁핍한 현실 속에서 고난을 극복
주제
해 나가는 농민들의 모습
곤 이야기를 하였다. ▶ 화해하는 백룡이 모친과 쇠득이 모친
•농촌 공간에 대한 배경 묘사가
매우 현실적이고 사실적임.
오늘 논을 매고 쉬는 참에 덕칠이는 인동이와 막동이를 노렸다. 특징 •등장인물의 성격이 개성적이고
인동이와 막동이의 갈등을 풀어 주려 함.
서사 구성과 전개가 짜임새가
“이놈들아, 그래 싸움해서 누가 졌니? 두 놈이 다 냇물 속으로 물구나무를 섰 있음.
•김희준: 동경 유학생 출신으로
10 다더니.”
농촌에 뛰어들어 농촌을 개척
하는 인물로 안승학과 대결을
“막동이가 졌대유.”
벌임.
•안승학: 서울 민 판서 댁의 마
수동이가 맞장구를 치니까 좌중은 와 — 하고 홍소를 내뿜는다. 등장 름으로, 신흥 세력가의 대표.
인물 농민 착취에 앞장섬.
“에이 그래, 지고서 밥을 먹니, 나 같으면 송편으로 목을 따 죽겠다.” •안갑숙: 안승학의 딸로, 실을
어처구니없는 일로 억울함을 당하여 몹시 화가 나고 원통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만드는 공장에 가명으로 위장
“아니유, 그 애가 퍽 쨍쨍해졌던데유.” 취업하여 농민을 돕는 인물. 김
희준에게 느낀 사랑을 동지애
15 막동이는 낯을 붉히며 웃는다. 인동이도 부끄러웠다. 로 승화함.
출전 《조선일보》(1933~1934)(연재)
그러나 막동이는 방개가 보는 데서는 신명이 나게 더 잘 뛰노는 것 같았다.
인동이와 막동이가 동시에 좋아하는 인물 ▶ 화해하는 인동이와 막동이
분지도 분김. 분한 마음이 왈칵
일어난 바람.
백룡이네 논을 매러 와서 두레는 한바탕 들판에서 놀고 저녁때의 쉴 참이 되 어성버성하다 분위기가 어색하
거나 사람을 대하는 것이 부자연
었다. 농군들은 논두렁에 앉아서 담배를 피운다. 스럽고 사이가 서먹서먹하다.
홍소 입을 크게 벌리고 웃거나 떠
술을 많이 먹으면 논을 거칠게 맨다고 그들은 누구에게나 한 번에는 한 사발 들썩하게 웃음.

3. 일제 강점기의 문학 217
작품 구성 이상을 더 먹이지 않았다.
궁핍한 농민의 노동과
이들을 착취하는 입장 지금 그들은 담배 연기에 싸여서 이야기의 꽃이 피었을 때, 희준이도 그들의
발단
에 놓인 마름 안승학
(대립 구도) 틈에 끼여 앉아서 한 추렴을 들었다.
유학에서 돌아와 농촌
으로 뛰어든 김희준의
“아니 희준이는 그러다가 농군이 되기 쉽겠네. 풍물 치는 것은 어디서 그렇게
전개
활동과 안갑숙의 공장
취직
배웠나.” 5

수재를 당해 농사를 김 선달은 앞니 빠진 말상 같은 얼굴을 흔들며 허허 웃는다.


위기
망친 마을 사람들
마을 사람들의 소작료 “글쎄 말이지. 논두 매면 곧잘 매겠는데.”
탕감을 위한 노력과
절정 안승학의 반대, 안갑숙 “왜 농군이 되면 못쓰나요?”
의 공장 노동 쟁의를
돕는 김희준 희준이는 그들을 쳐다보며 따라 웃는다.
장래에 대한 희망 및
결말 암시, 싹트는 갑숙과 “자네 같은 사람이야 농군이 안 되더래도 잘살 수가 있을 터인데. 참 저 사람 10
희준의 동지애
은 별일이여!…… 왜 월급 생활은 않는다나?”

하고 조 첨지는 참으로 의심스러운 듯이 희준이를 노려본다.

“월급 생활보다도, 이런 일 하는 것이 제일 좋아요.”


농사 짓는 일
“그래도 무슨 주의가 다르기에 그렇지 않은가. 우리 같은 무지한 백성이야 여

북해서 땅을 파먹느냐 싶은데? 원 참.” ▶ 희준이와 김 선달, 조 첨지의 대화 15

조 첨지는 다시 의심스러운 눈을 희준에게로 돌리는데 그러나 희준이는 잠자

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 그들은’으로 시작하는 문단과 — 그들은 오히려 원시적인 우매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인간의 생산력이
같이 등장인물의 생각이 직접 드
러나도록 서술한 효과를 생각해 유치하였을 때 자연에게 압박을 당하고 사회 환경의 지배를 받을 때 그들은 이
보자. 유치하다. 수준이 낮거나 세련되지 못하다.
예시 답안 | 등장인물의 생각을 것을 불가항력으로 돌리는 동시에 인간을 무력하게 보고 따라서 ‘숙명적’ 인생관 20

통해 작가가 독자에게 전하려


는 생각을 간접적으로 전달하 을 갖게 되지 않았던가? 지금 이들에게 노동은 신성하다. 사람은 누구나 노동을
고 있다. 희준의 노동에 관한 생각
해서 먹고사는 것이 가장 옳은 일이라고, 농사짓는 것과 석탄 캐는 것과 고기 잡

는 것과 길쌈하는 것 같은 생산적 노동은 그것들이 우리 생활에 직접으로 필요

한 것인 만큼 더욱 귀중한 일이라고 설명을 한댔자, 잘 알아듣지 못한다. 그들은

놀고서도 잘사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놀면서 잘사는 까닭이 웬일인지는 몰라도 25


농민들의 노동에 관한 생각 놀면서도 잘사는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함.
사실이 그런 것만은 거짓말이 아니다. ▶ 노동에 대한 희준의 생각

희준이는 올봄에 뒷산에 올라서 떡갈나무 잎을 보고 느끼던 것이 생각난다.


추렴을 들다 남들이 말하는 데
한몫 끼어 말하다. 지금 이들은 마치 떡갈나무의 묵은 잎새와 같이 낡은 생각이 붙어 있지 않은가.
여북하다 정도가 매우 심하거나 ‘낡은 생각’의 비유 ‘묵은 잎새’의 원관념
상황이 좋지 않다. 햇잎새가 길게 싹터 나오는데도 묵은 잎새는 그대로 그 밑에 붙어 있다. 그들은
‘새 시대’의 비유

218 III. 한국 문학의 흐름


새 시대를 맞으면서도 오히려 묵은 사상에 사로잡혀 있지 않으냐? 봄이 — 인간
‘햇잎새’의 원관념
의 봄이 무르녹아야만 그들의 묵은 잎새도 떨어지려는가?……
▶ 새 시대와 낡은 사상에 대한 희준의 생각
저녁때였다.

한참을 다시 논을 맬 무렵에 희준이도 호미를 들고 논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5 제일 거머리에 뜯기는 것이 징그럽고 둘째로는 허리가 아픈 것이 견디기 어려웠

다. 다른 사람들은 그가 그저 따라다니는 것을 미안하게 여겨서 그러는 줄만 알

고 공원은 논을 매지 않아도 좋다고 만류한다. 그러나 희준이는 그런 생각이 아


지식인으로서 농민을 지도하려는 생각
닌 만큼 논매는 것을 배워 본다고 참참이 대들어서 매 보았다.

처음에는 호미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떡 덩이 같은 — 지심이 잔뜩 낀 흙덩이


김매기의 과정
10 를 잡아 파내서 엎지르며 벼 포기 사이로 기어 나가기란 여간 힘이 들지 않는다.

장잎은 좌우로 얼굴을 스쳐서 까딱하면 눈을 찌르기 쉬운데 등허리에서는 불볕 1920년대 사회상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이 내리쪼인다. 발밑에는 뜨거운 물이 부글부글 끓는다. 1920년대 중반은 일제의
토지 조사 사업과 산미 증
산 계획의 여파가 농촌을
그러는 대로 숨이 콱콱 막히며 얼굴에서는 땀방울이 철철 흐른다. 내 살을 꼬
황폐화시킨 시기이다. 소
지주와 자작농이 몰락하고
집어서 남의 아픈 사정을 알랬다고 자기가 직접으로 육체적 노동의 고통을 당하 소작농이 급증하며, 급격한
농민의 삶
계급 분화 현상을 보이던
15 고 보니 그전에 놀고먹던 허물이 뉘우쳐진다. 때이다. 곡가는 폭락하고,
지식인으로서의 삶
이에 따라 기승하는 고리
이들의 피땀의 결정인 곡식을 거저 앉아 먹은 것이 황송하다. 대금업, 가혹한 소작료 등
▶ 농민들과 함께 육체 노동을 하며 깨달음을 얻는 희준
이 농민을 극심한 기아와
해 질 무렵까지 백룡이네 논을 다 매고 나서 깃대를 들고 그들은 마을로 들어왔 유랑으로 내몰았다. 이 작
품에는 이러한 농촌의 가
다. 그 집 마당에서 또 한바탕을 뛰며 놀았다. 백룡이 모친은 술을 한 동이를 사 혹한 현실이 생생하게 묘
사되어 있으며, 농민들의
다가 일꾼들을 먹였다. 그도 술이 취해서 얼근한 바람에 달려들더니만 치맛자락 단결과 저항을 통해 이를
타개하자는 주제가 담겨
20 을 걷어들고 쇠득이와 마주 서서 엉덩춤을 덩실덩실 춘다. 그리고 지화자를 불렀 있다.

다. 구경꾼들은 그들이 똥을 끼얹고 싸우던 엊그제 일이 생각나서 속으로 웃었다.

그날 밤에 희준이는 밤새도록 허리를 끙끙 앓았다. ▶일꾼들은 김매기가 끝나 마을로 참참이 일정한 동안을 두고 이따
희준이 육체노동에 익숙하지 않은 인물임을 보여 줌. 돌아오고 희준은 밤새 앓음. 금.
[후략] 지심 ‘김’의 방언. 논밭에 난 잡풀.

글쓴이 소개 이기영(1895~1984)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작가는 농촌에서 목도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농촌 현실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이에 그의 작품들은 다수가 일제 강점기 조선의 농촌 현실을 공간으로 설정하여
농촌의 피폐한 현실과 모순 극복의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관념적으로 농촌 공간을 설정하고 계몽의 대상으로만
보던 시각이 아니라, 1920~1930년대 농촌의 곤궁한 살림, 피폐한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 내면서 그렇게 된 구조적
원인에도 관심을 보여 모순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e-Book 219쪽 e-Book 219쪽


제재 제재
핵심 정리 활동지
3. 일제 강점기의 문학 219
읽기의 초점 이 작품은 피에로가 등장하여 일제 강점기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며 비판하거나 풍자
하는 내용의 희곡이다. 일제 강점기 희곡의 특징과 풍자성에 주목하며 읽어 보자.
이 작품은 공원을 무대 배경으로 설정해 놓고, 피에로가 등장하여 사람들을 관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공원은 그 특성상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소년, 신사, 전문
학교 학생, 이주민 가족, 룸펜(실업자) 등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무대 설정 외에 일제 강점기 희곡의 어떤 특징이 드러나는지, 피에로
가 인물들을 어떻게 관찰하고 풍자하는지 등에 주목하며 읽는다.
채만식 e-Book 224쪽
1902~1950 (3) 영웅 모집 채만식 작품
줄거리 영상

무대

파고다 공원의 일부를 모사한 것. 풍경은 여름철. 사리탑(舍利塔)을 배경으로 하고 군 5


공간적 배경 계절적 배경
데군데 정원수가 들어서 있다. 관객석에서 잘 보이도록 세 개의 벤치가 후면에 두 개 전

면에 한 개 해서 삼각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밤. 막이 열리면 피에로가 관객석을 등지고


피에로 관객과 같이 대상을 바라보는 효과가 있음.
이 작품이 창작되었던 시기 서서 사리탑을 바라본다. 입은 옷은 모닝인데 저고리는 몹시 작고 바지는 굉장하게 크
에 발간된 《모던 조선 외래
어 사전》(1936)에서는 ‘피 다. 넥타이는 새빨갛고 모자는 헌팅이다. 표정은 줄곧 무섭게 엄숙하다.
에로’를 ‘이면(裏面)의 비애 현실을 냉철하게 비판하려는 태도
를 감추고 표면만 웃는 사
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앞부분의 줄거리 시대는 1930년대, 공간은 서울 파고다 공원이다.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한 피에로가 10

있고 이어 차례로 소년 A와 B, 전문학교 학생 A와 B, 거리의 여자와 어떤 남자, 신사 A와 B, 젊은 과부


와 과부의 옛 친구, 병든 노동자와 순사, 룸펜과 행인 A와 B가 각각 등장하여 대화를 주고받고 사라진
당대의 사회상을 축소해서 보여 주
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삽화적 다. 피에로는 그 대화들을 지켜보는데, 하나같이 일제 강점기 조선의 궁핍하고 열악한 삶의 면면들을
으로 구성함. 보여 주는 대화들이다. 피에로는 그 대화를 들을 때마다 한숨을 쉬거나, 탄식을 하거나, 분노한다.부정적 현실

이주민 가족: (무대 왼편 전면으로 등장. 제가끔 유랑해 가는 사람들에게 알맞은 보꾸러 15
작품에서 유일하게 긍정적 인물들임.
미들을 이고 들고 지고 했다. 전면 중앙에서 관객석을 등지고 머물러 선다.)

딸: (사리탑을 가리키며) 아버지 저건 무엇이오?


모닝 모닝코트(morning coat). 앞
피에로: (주의해서 바라본다.)
단이 비스듬하고 뒤가 긴 남성용
예복.
아버지: 오냐, 저건 사리탑이라는 탑이란다. 예전에는 여기가 절터였더란다. 그런데
헌팅 차양이 아주 짧고 둥글넓
적하며 끝이 뾰족하게 만든 모자. 불이 나서 절은 없어지고 탑만 남었다가 시방은 공원이 되었느니라. (사이) 모 20
사냥할 때 많이 쓴다.
룸펜 부랑자 또는 실업자를 이르 다 잘들 보아 두어라. 인제 마주막으로 간도로 떠나면 언제 다시 와서 서울 구
는 말.
시방 지금. 경들을 하겠니!
간도 북간도, 두만강과 마주한
간도 지방의 동부. 어머니: (불평스럽게) 영감두 원! 북간도로 떠둥구러 가는 팔자에 서울 구경을 해서

224 III. 한국 문학의 흐름


무얼 하겠다고 가든 길품을 메이고 예서 하루를 묵는단 말이요!

아버지: 마누라도 원 딱한 소리 마우. 우리는 늙었으니 그런 것 저런 것 상관없지만

저것들이야 어대 그렇소? 조선서 태어나서 조선서 저만큼씩이나 자라 가지고


이주민 가족이 파고다 공원을 방문한 이유
아무리 살 수가 없어 만리타국으로 떠나기는 할망정 그래도 조선 종자들인데
5 서울 구경 한 번 못한대서야 저이도 인제 원이 아니 되겠소!

아들: 아버지 그런 걱정은 마세요. 인제 잘되면 돌아와서 보아란 듯이 살 텐데.

아버지: 아므렴 그래야지. 만리타국의 호지에 가서 영영 뿌리가 백혀서야 쓰겠니. (사

이) 다들 보았니? 다행히 다시 돌아오거든 시방 하든 말 일르고 잘들 살어라.

(눈물이 눈에 고인다. 목멘 소리로) 가자 인젠.


조선을 지키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는 비애와 울분
10 일동: (무대 오른쪽 전면으로 퇴장)

피에로: (방금 울듯이 그들의 뒤를 바라본다.) 조선을 죽도록 지키잖구!


▶ 조선을 떠나며 마지막에 파고다 공원을 구경한 이주민 가족
주정꾼 A와 B: (비틀거리며 마주 잡고 무대 왼쪽 후면으로 등장)

피에로: (이마를 찌푸린다.)

A: 어, 튀튀.

15 B: 아 여보 박 상!
호지 오랑캐가 사는 땅. 흔히 중
피에로: (흘겨본다.) 국 동북 지방을 이른다.

제재 개관 작품 구성

사실적(리얼리즘적), 희극 카스텔라 한 쪽으로 벌이는 두 소년의 싸움(피


갈래 희곡 성격 1
적, 실험적 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삶)
일제 강점기의 여러 삶의 군상(10여 명의 인물 취직도 못하고 고등 실업자를 산출하는 전문학
제재 2
군) 교의 실태
•시간적 배경: 일제 강점기(1930년대) 3 병든 삶을 근근이 영위해 나가는 거리의 여자
배경
•공간적 배경: 서울 파고다 공원 공원을 유흥지로 변모시키려는 역사의식이 부
4
조선의 궁핍하고 열악한 삶에 대한 비판과 희 재한 신사의 대화
주제
망을 줄 수 있는 진정한 영웅에 대한 기대 혼자 아이를 키울 수 없어 첩살이를 했으나 다
5
관찰자적 시선을 가진 사람(피에로)이 공원 한 시 과부가 된 이와 옛 친구의 대화
곳에 서서 지나가는 여러 대상을 번갈아 관찰 미래가 보이지 않는 병든 노동자(순사와 노동
특징 6
하는 형식을 취함(여러 장면이 목격되지만 궁 자의 대화 장면)
극적으로 하나의 공통적 요소로 연결됨).
7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자들과 룸펜들
•피에로: 극중 관찰자이면서 서사(이야기)를
온전한 세계관을 가졌으나 이 땅에서 살 수 없
풀어 나가는 인물. 관찰과 평가를 동시에 하 8
어 떠나는 이주민 가족(교과서 수록 부분)
는 인물로, 예리하고 정확한 듯해 보이나 극
등장 후반부 영웅 모집을 외치는 대목에서는 소년 9 주정꾼들의 한심한 작태(교과서 수록 부분)
인물 들의 관찰에 의해 그의 허구가 드러나면서 영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피에
풍자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함. 로(제대로 된 현실 인식)와 영웅을 모집한다며
•이주민 가족: 서울을 거쳐 고국을 떠나 간도 10
외치는 피에로(잘못된 현실 인식)를 조롱하는
로 이주하기 위해 떠나는 이들 소년들(교과서 수록 부분)
출전 《중앙》 8월호(1934)

3. 일제 강점기의 문학 225
내용 정리 극의 구성상 특성
B: 게 우리가 오랜만에 만나서……. 관찰자 및 장소 관찰 장면들

A: 오랜만이구 말구 응 긴 상! 등장인물에 따른 사건
피에로, 파고다 공원
(삽화적 구성)
B: 아하하하하…… 누—따 주우쿠나. 이 작품에서 관찰자는 피에로이며, 많은 부류의 사람들을
관찰하기에 적절한 공간으로 공원이 선정되어 있다. 피에로
A: 노들강변 비둘기 한 쌍. 는 여러 삶의 군상들을 목격하면서 그들을 관찰하는 시선을
방아 타령의 한 구절 계속 유지한다. 또한 이 작품은 사건과 사건 사이에 논리적
B: 허허허허, 이런 제길. 연관성이 없어서 자연히 삽화적 구성을 취하게 된다. 5

두 사람 : (여전히 비틀거리며 무대 오른쪽 전면으로 퇴장)


▶ 술에 취해 파고다 공원을 지나가는 주정꾼들
피에로: (흘겨보며) 망할 자식들! (고개를 숙이고 뒷짐을 지고 뚜벅뚜벅 무대 전면을 왔
주정꾼들에 대한 피에로의 부정적 판단
다 갔다 거닐면서 골똘히 생각한다. 가끔가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큰일 났어

큰일 났어. 아무래도 큰일 났어. (사이) 영웅이 영웅이! 위대한 영웅이 나야만


영웅의 필요성에 대한 피에로의 깨달음
해.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래 영웅이 나야 해, 영웅이 영웅이! (갑자기 무대 왼 10

쪽 전면으로 뛰어들어 간다.) ▶ 영웅이 등장해야 할 필요성을 깨달은 피에로의 외침

─ 무대 잠시 빈다.
피에로가 사라짐. 장면을 구분하고 관객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효과

피에로가 열거하는 영웅들의 국 피에로: (영웅 대모집(英雄大募集)이라고 쓴 아직 먹이 마르지 아니한 선 간판을 손에


적이 모두 잘못되어 있다. 피에로
가 이렇게 이야기하게 한 작가의 들고 또 한 손에는 조그마한 종을 들고 허둥지둥 뛰어나온다. 휘휘 둘러보다가 전
의도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
예시 답안 | 피에로가 영웅이 필요하다고 면 벤치에 간판을 기대어 세워 놓고 관객석을 향하여 서서 종을 흔들며 부르짖는 15

외치는 대목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인


식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그런데 영웅 다.) 자, 영웅이 나와야 합니다, 영웅. 이태리의 히틀러 같은 영웅, 독일의 뭇솔
을 모집하자며 외치는 대목에서는 영웅들 히틀러는 독일의 독재자. 뭇솔리니는 이태리의 독재자
의 국적을 잘못 말하며 엉터리가 되고 만 리니 같은 위대한 영웅, 와싱톤 같은 거룩한 영웅! 나폴레옹 같은 위대한 영웅.
다. 이는 당시의 영웅이라고는 하지만 이
들 역시 부족한 점이 많아 믿지 못할 대상 보시요 와싱톤은 불란서의 오늘날의 영화를 끼치었고 나폴레옹은 미국의 아
이라는 점을 풍자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 와싱톤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 나폴레옹은 프랑스의 황제
가 내재해 있다. 버지가 되지 아니하였습니까? 우리에게도 영웅이 있어야 됩니다. 자, 영웅.

소년들: (여기저기서 모여들어 차츰차츰 피에로를 둘러싸고 구경을 한다.) 20

피에로: 자, 우리 조선에도 영웅이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 누구나 다 응모하십시오.


영웅은 응모를 통해 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님. 영웅에 대한 왜곡된 설정
자 누구나 다 응모하십시오. 영웅은 참으로 좋은 것입니다. 민족을 구하여 그

일홈이 영원히 남으니 좋고 또 영웅에게는 여러 가지 특전이 있습니다. 좋은

집에서 살 수가 있고 맘대로 술을 먹을 수가 있고 호색도 할 수가 있습니다. 약

간의 허물은 모다 덮어 줍니다. 자, 누구든지 와서 영웅이 되십시오. 시기는 지 25

금입니다.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자. ▶ 영웅 모집에 나선 피에로

소년 갑: 여보세요?

피에로: 왜 그러니?

226 III. 한국 문학의 흐름


소년 갑: 그게 무슨 약이요?

피에로: (흥이 깨져서) 약? 예끼 놈!

소년 을: 나는 빈대 약 파는 줄 알았지.
종을 흔들며 이루어진 피에로의 영웅 모집 광고에 대한 소년의 인상
피에로: (기가 막혀) 이놈아 약이 아니야 조선의 큰 일꾼 영웅을 모집하는 게야.

5 소년 갑: 영웅이 무어유?
영웅의 개념을 질문함.
피에로: 우리 조선을 위해서 일할 사람이다.

소년 갑: (까막까막 생각하다가) 그럼 저 우리 집 옆에 김 서방 오라구 해요? 일 시키

면 품삯 주지요? 전에는 생선 장수 했지만 지금은…….


영웅에 대한 소년의 오해 ①
피에로: (기가 막혀) 예끼 녀석! 내용 정리 이중 풍자의 효과

비판자 비판 대상자
10 소년 병: 그럼 영웅은 어떤 사람이래야 해요?
피에로 피에로
피에로: 위대해야 한다. 큰사람이래야 된다. 관찰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영웅이 필요한 시대라
고 비판적 관점을 유지하던 피에로이지만, 뒤이어 자리를
소년 갑: 큰 사람요? 떠났다가 다시 무대에 나타나서 그가 하는 언행들은 관객들
의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즉 비판하던 자가 다시 비판받
피에로: 아므렴 큰사람이래야지. 는, 이른바 이중 풍자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
며, 비판하는 시선 자체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효과를 준다.
소년 갑: 그러면 저 우리 집 행랑아범이 키가 퍽 큰데.
영웅에 대한 소년의 오해 ②
15 피에로: 예끼 녀석! (그리려 한다.)

소년 갑: (피하며) 괜히 그래요! 까막까막 작은 눈을 잇따라 가볍


게 감았다 떴다 하는 모양.
피에로: (다시 종을 흔들며) 자, 영웅이야 영웅! 어서 바삐 나오십시오. 이대로 가다가 행랑아범 남의 행랑에 살면서 심
부름이나 궂은일을 하는 나이 든
는 큰일 납니다, 어서 영웅이 나오시오. 남자 하인.

소년 을: (저희끼리) 이애 그럼 영웅이 무어냐.

20 소년 갑: 몰라.

소년 병: 아마 저 사람이 미친놈인가부다.
풍자의 주체였던 피에로가 풍자의 대상으로 전락함.
소년 정: 오라 미친놈이야. (물러서며) 야 미친놈 봐라.

소년들: (사방으로 헤어지며 일제히) 야, 미친놈 봐라.

피에로: (눈이 둥그랬다가 성이 나서 이리

25 저리 날뛰며) 이놈의 자식들!


글쓴이 소개 채만식(1902~1950) 전북 옥구군에서 태어났으며
소년들: 야, 미치괭이다. 중앙고보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 예과에서 공부한 그는 1924년 《조
선문단》에 단편 <세 길로>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했다. 초기에는 프롤
레타리아 문학에 동조한 동반자(同伴者) 작가의 면모를 보인다. 본격적
피에로: (눈을 뒤집어쓰고 이리저리 소년들을 쫓는다.)
인 창작에 들어선 1930년대에 <레디메이드 인생>, <탁류>, <태평천하> 등
을 발표한다. 1940년대 독서회 사건으로 인해 일제의 압력과 회유에 친
소년들: (더욱이 소리를 지른다.) (급히 막이 내린다.)
일 소설과 시를 발표한다. 이후 <민족의 죄인>, <미스터방>, <논 이야기>
▶ 소년들에게 미친놈으로 몰리는 피에로 에서 드러나듯이 친일 부역을 한 것에 대한 오명을 씻기 위해 노력한다.

e-Book 227쪽 e-Book 227쪽


제재 제재
핵심 정리 활동지
3. 일제 강점기의 문학 227
읽기의 초점 이 작품은 당시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 김수영의 대표적인 시이다. 시에 담긴 역사적 사건이
나 당시의 현실을 생각하며 읽어 보자.
이 작품은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이 한 행은 화자의
문제적 인식을 압축해서 보여 주는 것으로, 시의 첫 출발점이 됨을 학생들에게 환기시킨다.
또 시의 중・후반부에서는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는 자신을 비겁하다며 반성하고 있다. 당
면한 시대의 문제를 비판하면서 모래나 먼지보다 작은 자신을 통렬하게 꾸짖는 이 시의 특성
을 두루 살피며 감상해 보도록 한다. e-Book 233쪽
김수영
(1)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시 동영상 1921~1968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비본질적인 것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권력자들의 부정과 부도덕성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비본질적이고 사소한 일 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
비속어 사용 – 자신의 속된 모습을 드러내기 위함.
옹졸하게 욕을 하고 ▶ 1연: 조그만 일에 분개하는 ‘나’
옹졸하게 분개하고 욕을 하는 행위에 대한 인식은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음을 의미함.

『한 번 정정당당하게
『 』: 본질적이고 중요한 일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소시민적인 모습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비본질적이고 사소한 일 ② - 갈등을 벌이지 않아야 할 일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 2연: 중요한 일을 실천하지 못하는 ‘나’의 소시민적 모습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옹졸한 언행이 체질화되었음을 보여 줌(무기력한 소시민적 삶).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싸움터에서 생기는 부상병을 일시적으로 수용하고 치료하기 위하여 전투 지역에서 가까운 후방에 설치하는 병원.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 야전 병원에 있을 때
『 』: 옹졸한 태도가 과거 포로수용소에
서 놀림당한 체험으로부터 지속된 것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임을 밝히기 위한 일화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 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야경꾼 밤사이에 화재나 범죄가


없도록 살피고 지키는 사람.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옹졸한 성품이 너그럽지 못하고
생각이 좁은.
너스들 옆에서』 ▶ 3연: 포로수용소 시절부터 몸에 밴 ‘나’의 옹졸한 삶 너스 간호사.

4. 광복 이후의 문학 233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비본질적이고 사소한 일에 분개하고 욕을 하는 행위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일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일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 』: 개의 울음소리와 어린애의 투정에도 지는 무기력한 화자의 모습
작품 구성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문제적 현실에 대항하지 못하고 사소한
1연
일에만 분개하는 자신에 대한 반성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자유를 부르짖지도 못하면서 사소한 일 왜소한 자신을 강조하는 표현 – 사소한 일상도 견디기 어려운 고통으로 느껴짐.
2연 ▶ 4연: 무기력하고 왜소한 자신에 대한 인식
에 증오하는 자신에 대한 반성
3연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온 옹졸함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4연 사소하고 무가치한 일들에 대한 반성 불의에 대응하지 못하는 소시민의 모습 비판과 저항의 한복판

5연
현실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비켜서 있는 모습에 대한 반성적 고백 ‘절정’의 삶에서 벗어나 있음.
6연 약자들에게 반항하는 자신에 대한 반성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작고 미미한 존재보다 못한 왜소한 자신
7연
에 대한 부끄러움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 5연: 절정에서 비켜서 있는 ‘나’의 삶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강하게 항거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반성
이발쟁이에게
땅 주인에게는 못 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 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 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 6연: 옹졸하게 반항하는 현재의 삶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 7연: 자조적인 자기반성
말줄임표로 시상을 마무리하여 반성과 지조 의식의 지속성을 표현함.

제재 개관

현실 참여적, 글쓴이 소개 김수영(1921~1968) 서울에서 태어난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반성적, 자조적 작가는 1941년에 선린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
제재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사회 현실 을 떠났으나 1943년 귀국했고, 이듬해 바로 만주 길림성으
부당한 권력과 부조리한 사회에 저항하 로 이주하여 교원 생활을 하다가 광복 후에는 연희전문학교
주제 지 못하는 소시민적 삶에 대한 부끄러움 영문과에 편입했으나 곧 중퇴하였다. 1950년 전쟁 때에 북
과 반성 한군에 징집되었다가 포로로 잡혀 거제도 포로수용소 생활
을 하다 석방된 바 있다. 이후에는 신문사 등 직장을 전전하
•대조적 상황 제시(큰일과 작은 일, 절
다 1956년부터 시작에 전념하였지만 1968년 교통사고로 세
정과 주변, 강자와 약자 등)로 화자의
상을 떴다.
소시민적 삶을 부각함.
•고백적이면서도 자조적인 어조로 성찰
특징
을 보여 줌(독자에게도 반성적 성찰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음.).
•일상어를 주로 사용하고 비속어를 부
분적으로 사용함. e-Book 234쪽 e-Book 234쪽
출전 《문학춘추》(1965) 제재 제재
핵심 정리 활동지
234 III. 한국 문학의 흐름
읽기의 초점 이 작품은 산업화 사회에 진입한 1970년대 우리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그려 낸 대표작이다.
소설이 현실을 형상화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에 유의하며 읽어 보자.
소설 구성의 3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을 각각 확인하게 한다. 우선 작중 인물로 등장하는
1인칭 서술자인 ‘영수’가 경험한 사건들이 무엇인지 구성 단계별로 정리한다. 그리고 배경이
된 ‘은강’이 ‘모든 생명체가 고통받는 곳’의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찾아내게 한다. 이
를 통해 소설이 현실의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조세희
(2)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조세희 1942~

영희의 이야기를 나는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영희는 독일 하스트로 호수 근처


5 에 있다는 릴리푸트읍 이야기를 했다. 자세히 듣지 않아도 슬픈 이야기였다. 돌
난쟁이 아버지의 슬픈 삶이 생각나기 때문에 연작 소설집 《난장이가 쏘
아간 아버지를 생각하면 언제나 눈물이 나려고 했다. 릴리푸트읍은 국제 난쟁이 아 올린 작은 공》
상상의 공간 이 연작 소설집에는 독립적
마을이다. 여러 나라의 난쟁이들이 그곳에 모여 살고 있다. 키가 칠십팔 센티미터 이면서도 서로 연결된 열두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로 세계에서 제일 작은 사나이인 터키인 난쟁이도 최근에 그곳으로 이주했다. 릴 <뫼비우스의 띠>
<칼날>
리푸트읍의 난쟁이 인구는 늘어만 간다. 릴리푸트읍을 제외한 곳은 난쟁이들이 <우주여행>
난쟁이들이 살기에 적합하기 때문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10 살기에 모든 것의 규모가 너무 커서 불편하고 또 위험하다. <육교 위에서>
▶ 국제 난쟁이 마을인 릴리푸트읍을 이야기하는 영희
<궤도 회전>
난쟁이들에게 릴리푸트읍처럼 안전한 곳은 없다. 집과 가구는 물론이고, 일상
<기계 도시>
힘없고 약한 사람들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생활용품의 크기가 난쟁이들에게 맞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곳에는 난쟁이의 생활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클라인 씨의 병>
을 위협하는 어떤 종류의 억압・공포・불공평・폭력도 없다. 권력을 추종자에게 조
난쟁이 아버지가 살았던 삶의 조건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금씩 나누어 주고 무서운 법을 만드는 사람도 없다. 릴리푸트읍에는 전제자가 없 <에필로그>

15 다. 큰 기업도 없고, 공장도 없고, 경영자도 없다. 여러 나라에서 모인 난쟁이들


열거법 - 릴리푸트읍에 없는 것을 통해 현실의 문제점을 제시함.
은 세계를 자기들에게 맞도록 축소시켰다. 그들은 투표를 했다. 그들은 국적 따
민주적인 방식
위는 무시했다. 모두 열심히 투표에 참가하여 마리안느 사르를 읍장으로 뽑았다.

여자 읍장의 키는 일 미터이다. 독자적인 마을을 열망한 작은 힘들이 난쟁이 마

을을 세웠다. 영희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곳 난쟁이들은 혁명가라


20 고 생각했다. 그들은 이제 자녀들의 출산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는다. 거인들이
자녀들이 난쟁이로 태어날 수도 있다는 걱정 권력자들, 약자를 억압하는 세력
사는 곳에서는 너무 불행했었다.

지금 릴리푸트읍의 난쟁이들은 자기들의 특수 의료 문제, 사회 심리적인 문제, 릴리푸트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


난쟁이의 삶에서 중요한 문제들 는 소인국의 이름.
그리고 재정 문제 등을 토의하고 있다. 해결해야 될 몇 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우 전제자 국가의 권력을 장악하고
자신의 의사에 따라 모든 일을 처
리는 극히 행복하다.”라고 마리안느 사르 읍장은 말했다. 리하는 사람.
▶ 릴리푸트읍의 난쟁이들의 생활 모습

4. 광복 이후의 문학 239
연작 소설집의 다른 소설에서 아 ‘행복’이라고 영희는 썼다. 영희는 돌아간 아버지를 생각했다. 나는 영희의 눈
버지가 자살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도 영호가 ‘타살당한 아버 에 눈물이 괴는 것을 보았다. 릴리푸트읍 같은 곳에서 아버지는 살았어야 했다.
지’라고 한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 삶의 행복을 누리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회한과 안타까움.
해 보자. 아무도 “난쟁이가 간다.”라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스트로 호수 근처에 살았
예시 답안 | 영호는 아버지가
자살한 근본 원인이 이 사회의 다면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타살당한 아버지’라는 말을 영호
억압, 불평등, 착취에 있다고 아버지의 죽음의 책임이 타인에게 있다는 의미
보고 있다. 이런 요인을 견디 가 했었다. 나는 영호의 말을 막을 수 없었다. 깊고 캄캄한 벽돌 공장 굴뚝 안 5

기 어려워 자살했기에 아버지 영호의 말에 공감했기 때문임. 릴리푸트읍과 대조되는 아버지의 생활 공간


의 죽음은 타살이나 다름없다 을 생각하면 숨이 막혔다. 아버지의 몸은 작았지만 아버지의 고통은 컸었다. 아
고 보는 것이다. 육체와 심리 상태의 대조로 고통을 강조함.
버지의 키는 백십칠 센티미터, 몸무게는 삼십이 킬로그램이었다. 은강 생활 초기
왜소한 아버지 육체의 구체적 형상화. 왜소한 육체는 약하고 힘없는 계층을 상징함.
에 나는 아버지의 꿈을 자주 꾸었다. 아버지의 키는 오십 센티미터밖에 안 되어

보였다. 작은 아버지가 아주 큰 수저를 끌어 가고 있었다. 푸른 녹이 낀 놋수저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
를 아버지는 끌고 갔다. 머리 위에서는 해가 불볕을 내렸다. 아버지에게 그 놋수 10
육체적 노동의 고통을 심화시키는 배경
저는 너무 무거웠다. 그래서 불볕 속에서 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지친 아

버지는 키보다 큰 수저를 놓고 쉬었다. 쉬다가 그 수저 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아


아버지가 감당할 수 없는 삶의 책임과 고통
버지는 불볕을 받아 뜨거워진 놋수저 안에 누워 잠을 잤다. 나는 수저 끝을 들

어 아버지를 흔들었다. 아버지는 눈을 뜨지 않았다. 아버지의 몸은 놋수저 안에


고통스러운 환경 속에서 죽음을 맞게 되는 아버지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함.
서 오므라들었다. 나는 울면서 아버지의 놋수저를 잡아 흔들었다. 15

어머니는 나에게 말했다. ▶ 삶의 고통과 무게를 짊어진 채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

“걱정할 것 없다.”

어머니는 나의 머리숱에 손가락을 넣었다.

“가장이라는 생각을 하지 마라. 그러면 꿈을 꾸지 않을 거다. 아버지가 돌아가

셔서 네 책임이 무거워졌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마라.” 20

“전 한 번도 가장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내가 말했다. 제재 개관

갈래 단편 소설, 연작 소설 성격 사회 고발적, 비판적, 상징적


“아니다.”
제재 도시 빈민 노동자 가족의 삶
주제 도시 근로 노동자 가족의 궁핍과 좌절되고 짓밟힌 꿈
•대조적 인물군(유력자와 무력자)을 통해 갈등과 긴장을 유
지함.
특징
•대비되는 공간(독일의 한 마을과 은강)을 통해 은강이 처한
현실을 부각함.
•나(영수): 소설의 서술자. 은강 자동차에서 근로자로 일하다
과다한 노동 시간과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며 불만을 제기
함. 나중에 은강 방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인물
•영호: ‘나’의 남동생으로, 은강 제일공장에서 근로자로 일하
등장 는 인물
인물 •영희: ‘나’의 여동생으로, 은강 방직에서 근로자로 일함. 돌
아간 난쟁이 아버지가 살았어야 할 공간이라며 독일의 릴
리푸트읍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는 인물
•어머니: 세 아이들이 벌어 오는 생존 비용으로 빠듯하게 살
240 III. 한국 문학의 흐름 림을 살아가는 인물
어머니가 말했다.
아버지 대신 집안의 가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너도 모르는 일이다. 네 마음속 어디에 그런 생각이 들어 있는 거야.”
▶ ‘나’의 꿈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이라고 여기는 어머니
어머니의 말대로 나의 마음속 어느 구석에 그런 생각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항상 나에게 말했었다.


5 “얘야, 너는 장남이다.”

아버지는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네가 집안의 기둥이다.”

“영수야.”

어머니는 말했다.
10 “나도 아직 일을 할 수 있고, 영호와 영희도 자랄 만큼 자랐다. 네가 어떤 결정
‘나’(영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태도
을 내리면 우리는 너를 믿고 따라갈 거야.” ▶ 아버지 대신 집안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나’(영수)
‘나’(영수)를 집안의 결정권자로 여기는 태도
은강은 릴리푸트읍과는 전혀 다른 도시였다. 영희는 그것을 가슴 아파했다. 모

든 생명체가 고통을 받는 땅이었다. 우리는 살기 위해 은강에 왔다. 아버지가 돌

아가고, 얼마 동안 정지했던 생명 활동을 우리는 은강에서 다시 시작했다.


생존을 위한 활동
15 나는 생명처럼 추상적인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는 했다. 그것은 만질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버지가 우리에게 준 것이었다. 중학교 때의 생


아버지와 우리의 관계 ①: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아버지
물책 용어를 빌려 쓴다면 아버지는 자기와 똑같은 것을 복제하여 종족을 늘려
아버지와 우리의 관계 ②: 아버지와 똑같은 우리
놓고 돌아갔다. 어머니에 의하면 아버지는 생명의 다른 모임터로 돌아갔다. 아버

지의 몸은 화장터에서 반 줌의 재로 분해되었다. 그 반 줌의 재를 받아 들고도


완전히 사라진 아버지의 육체
20 어머니는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누구나 죽으면 완전히 없어져 버린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우리는 반 줌의 재를 흐르는 물 위에 뿌려 넣었다. 영호와 나는 눈

물을 주먹으로 씻어 내리며 울었다. ▶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가족들의 모습

“숙제 다 했니?”
내용 정리 소설 속 대비되는 두 공간의 설정과 그 효과
아버지가 물었었다.
릴리푸트읍 은강
25 “아뇨.” 모든 생명체가 고통을 받는 곳
억압・공포・불공평・폭력이 없어
(‘나’의 가족들이 고통스럽게 연
난쟁이들이 살기에 매우 좋은 곳
나는 자를 대고 끝이 뾰족한 삼각형을 그렸다. 명해 나가는 삶의 현장)
‘릴리푸트읍’은 다른 문학 작품(<걸리버 여행기>)에서 가져온 공간이지만, 이
“숙제를 해.” 곳이 소설에서 상징하는 것은 멸시와 차별, 불평등이 없는 공간으로서 인간
(난쟁이)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유토피아 같은 곳이다. ‘릴리푸트읍’은 ‘은
“이게 숙제야요.” 강’과 대비를 이루면서 은강이 얼마나 살기에 열악한 곳인지 더욱더 부각시
키는 효과가 있다.
아버지는 내가 그린 그림을 들여다보았다.

4. 광복 이후의 문학 241
‘먹이 피라미드’의 상징적 의미가 “먹이 피라미드야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생태계 안에서 먹이 사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생물의 수와 양을 표시하는 피라미드 모양의 관계.
예시 답안 | 생태계의 먹이 피 내가 말했다.
라미드와 같이 인간 사회에서
도 소수의 강자들이 아래층에 “그 효용이 뭐냐?”
있는 다수의 약자들을 착취하
고 있음을 상징한다. “생태계를 설명하는 그림야요.”

“설명을 해 봐라.” 5

“이 맨 밑이 녹색식물로 일 단계야요. 이 식물들을 먹는 동물이 이 단계이고,

식물을 먹는 동물을 잡아먹는 작은 육식 동물이 삼 단계, 또 이것을 잡아먹는

큰 육식 동물이 맨 위의 사 단계야요.”

“영호야.”

아버지는 말했었다. 10

“너도 형처럼 설명할 수 있겠니?”

“못 해요.”

영호가 말했다.

“형처럼은 못 해요. 그래도 전 알아요. 우리는 이 맨 밑야요. 우리에겐 잡아먹


사회의 피라미드 계층 구조
을 게 없어요. 그런데, 우리 위에는 우리를 잡으려는 무엇이 세 층이나 있어요.” 15

▶ 아버지와의 대화 - 먹이 피라미드와 사회 구조의 유사성


“아버지도 쉬셔야지!”

어머니가 말했다.

“그동안 힘든 일을 너무 많이 하셨어. 이제는 편히 쉬실 수 있을 게다.”


죽음을 통해 비로소 얻게 되는 편안함.
“쉬셔야 할 분은 어머니예요.”

내가 말했다. 어머니는 반 줌의 재를 쌌던 흰 종이를 물 위에 띄웠다. 우 20

리는 물가에 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없어졌다. 바람이 불


죽음으로 쉼을 얻은 아버지의 평화로운 상태에 어울리는 편안하고 따뜻한 배경
었다. 햇볕이 따뜻했다. 몇 마리의 새가 어머니 옆에서 날았다.
▶ 죽음을 통해 비로소 편안한 쉼을 얻은 아버지
[후략]
작품 구성
글쓴이 소개 조세희(1942~ ) 경기도 가평
난쟁이 아버지가 세상을 뜬 후 세 자식들(영 에서 태어난 작가는 1960년대 등단한 이후 1970년대
발단
수, 영호, 영희)은 공장에서 노동함. 들어서 <칼날>, <뫼비우스의 띠> 등으로 이어지는 ‘난
공장 노동자들은 생산 공헌도에도 미치지 못 쟁이’ 연작을 발표하면서부터 문단의 큰 관심을 받기
전개 하는 월급을 받고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 나 시작한다. 작가는 소설이 현실이나 세태를 단순히 반
감. 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모순을 정면으로 들추
어내는 역할을 소설가가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
공장 조립 라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보
위기 라서 빈과 부, 노와 사의 이분법적 대결 국면을 극적
조 기계나 부품처럼 느껴짐.
으로 제시하여 상생하지 못했던 당시의 현실을 드러
나는 회장네 일가가 거액을 사회 복지 기부로 내고 있다.
절정
내는 현실을 개탄하며 항의하다 공장을 옮김.
‘나’와 영희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릴리푸트
결말 e-Book 242쪽 e-Book 242쪽
읍’에 대해 생각함.
제재 제재
핵심 정리 활동지
242 III. 한국 문학의 흐름
읽기의 초점 이 작품은 부품처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여러 상징적 장치들을 통해 비판적으로 그려 내
고 있다. 극 갈래에서 문학이 현실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 주목하고, 연극 무대를 상상하면서
읽어 보자.
희곡 작품을 무대에서 상연한다고 할 때 등장인물의 배역을 맡기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이들이 연행하는 무대를 어떻게 설정하느냐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 작품의 주요 무대는 수많은 상
자가 쌓여 있는 창고인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보게 한다. 아울러 창고지기인 두 인
물의 성격을 대조적으로 설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작품의 주제와 연관 지어 이해하도록 지도한다.
이강백
1947~ (3) 북어 대가리 이강백
e-Book 248쪽
작품
줄거리 영상

나오는 사람들 5

자앙 창고지기
기임 창고지기
트럭 운전수 노름꾼
미스 다링 트럭 운전수의 딸

앞부분의 줄거리 자앙과 기임은 창고지기다. 트럭에서 상자들을 내려 정리하여 보관하고, 또 필요한 10

상자들은 실어 보내는 일을 반복한다. 자앙은 꼼꼼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반면, 기임은 그런 자앙을 못마
땅하게 생각하고 다른 창고지기들처럼 적당히 일하면서 지내기를 바란다. 상자를 대충 쌓아 두고 그것이
섞이더라도 아무 일 없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진 기임은 상자 중 하나를 다른 상자와 바꿔치기하여 자앙
몰래 트럭에 실어 보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자앙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상자를 모두 대조하여 잘못된 상
자를 찾아내고, 그 사실을 주인에게 편지로 알리고자 한다. 15

운전수: 그건 미친 짓이야! 일부러 잘못했다고 편지를 보낼 필요는 없어!


기임이 일부러 바꿔 버린 상자의 주인에게 보내려는 편지
자앙: (편지를 운전수에게 내밀며) 제발 보내야 해요!
철저한 분업 사회에서 노동의 가 운전수: 여봐, 내가 상자들을 운반하고 다니니깐 상자 주인과 통할 수 있다고 생각
치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고, 운전
수가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해 보 한 모양인데, 그건 큰 착각이야. 난 말이야,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싣고 왔
자. 자신이 하는 일에서 소외되고 있는 현대인
예시 답안 | 자앙은 부속품처 다가 그냥 실어 가는 거라구. 실제로 내가 아는 건, 정거장에서 여러 트럭들이 20

럼 창고지기로서의 자기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배송이 잘못 상자를 나눠 받을 때 만나는 분배 반장 딸기코하고, 창고에 보관했다가 다시
된 사실을 주인에게 편지로 알
리려고 한다. 이를 통해 노동을 나눠 싣고 정거장에 가서 만나는 접수 반장 외눈깔, 그 둘뿐이라구. 딸기코와
가치 있게 대하는 자앙의 관점 신체적 특징을 가리키는 별명으로 인물들을 부름.
을 알 수 있다. 이와 달리 운전 외눈깔은 내가 붙인 별명인데, 물론 진짜 이름이야 있겠지. 하지만 그들이 내
수는 분업 사회의 부속품으로
서 자기의 역할만을 수행하면 이름을 부르지 않고 노름꾼이라 하듯이 나도 그들을 별명으로만 불러. 어쨌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별명을 통해 인물의 습성을 파악할 수 있음.
든 딸기코가 상자를 분배하는 곳은 정거장의 왼쪽이고, 외눈깔이 상자를 접 25

수하는 곳은 정거장의 오른쪽이야. 그래서 그들은 같은 정거장에서 둘 다 상


현대 사회의 소통 단절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 줌.

248 III. 한국 문학의 흐름


자를 취급하면서도 서로 얼굴 한 번 볼 수조차 없어.

자앙: 별명이든 이름이든 상관없어요. (편지를 억지로 운전수 손에 쥐여 준다.) 상자를

싣고 가는 곳에 내 편지를 갖다 주면서, 다음 사람에게 전달하라고 하면 되거

든요.
5 운전수: 내가 자네 편지를 외눈깔에게 주면, 외눈깔은 그다음 사람에게 전달하고,

그다음 사람은 또 다음 사람에게…… 계속해서 운반되는 상자들을 따라가 맨


자앙은 운반 상자가 완성품을 조립하는 곳에서 다 모이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음.
나중엔 주인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거지?

자앙: 네, 바로 그겁니다.

운전수: 그게 또 큰 착각이라구. 부속품이 든 상자들은 말야, 중간중간에서 여러 갈

10 래로 수없이 나눠지거든.

자앙: 부속품 상자들은 결국 한 군데로 모아지는 것이 아닙니까?

운전수: 물론, 모아지는 곳도 있겠지. 상자들이 한 군데에서 나와 여러 군데로 흩어

지느냐, 여러 군데에서 나와 한 군데로 모아지느냐……. 그건 그럴 수도 있구,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어쨌든 중간에 있는 우리가 어떻다고 확실하게 알 수


분업화된 사회의 소통 단절 현상
15 는 없지. ▶ 잘못 보낸 상자의 주인에게 편지를 전달하려는 자앙
제재 개관

갈래 단막극, 세태극, 부조리극 성격 상징적, 풍자적, 비판적


제재 두 창고지기의 삶, 북어 대가리 배경 시간-현대, 공간-창고
주제 현대 산업 사회에 매몰되어 방향성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에 대한 풍자
•대비되는 인물을 통해 갈등을 유발하고 긴장을 유지해 나감.
특징
•창고라는 한정된 공간을 통해 현대 사회의 특성을 압축해서 보여 줌.
•자앙: 성실하면서 책임감이 강한 인물. 작업 지시서를 보고 상자에 적힌 일련번호까지 헤아려 상자의 입출
고를 점검할 정도로 꼼꼼한 성격을 갖고 있음.
•기임: 일을 대충 끝내고 남는 시간은 여자 친구인 다링과 함께 데이트를 즐기며 창고 밖의 욕망의 세계를
등장 늘 지향하는 인물
인물 •트럭 운전수: 다링의 아버지로서 트럭 운전을 하며 여러 인물들과 접촉하는 인물. 노름도 하는 세속적이고
현실적인 인물
•다링: 트럭 운전수의 딸. 쾌락을 추구하는 인물로 근처 모든 창고지기와 사귈 정도로 바람둥이임. 처음에는
근처 창고지기들과 다른 자앙에게 관심을 갖지만 그의 태도에 실망하고 기임과 떠남.

작품 구성

창고지기 자앙은 매사에 꼼꼼해서 상자를 철두철미하게 관리하지만, 동료인 기임은 일을 대충해 놓고 남는
발단
시간은 놀기를 바라면서 둘 사이에 충돌이 생김.
전개 트럭 운전수 딸인 다링과 만난 기임은 술에 취해 돌아오고, 다링은 자앙을 유혹하지만 그에게서 거절당함.
창고지기 생활에 염증을 느낀 기임은 상자 하나를 고의로 바꿔 트럭에 실어 보내고, 이 사실을 안 자앙은
절정
분노하며 상자 주인에게 편지를 써서 배송이 잘못된 사실을 알리려고 노력함.
트럭 운전수는 자신의 딸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고 기임과 다링의 결혼을
하강 서두르면서 기임에게 함께 떠날 것을 권함. 또한 바뀐 상자 때문에 편지를 보내려는 자앙에게 쓸데없는 짓
이라고 말하며 편지를 찢음.
기임은 트럭 운전수, 다링과 함께 창고를 떠나며 북어 대가리 하나를 자앙에게 건넴. 북어 대가리를 바라보
대단원
면서 자앙은 일을 접지 않고 지금까지와 같은 삶을 지속할 것임을 다짐함.

4. 광복 이후의 문학 249
자앙: 그래도 상자 주인에게는 반드시 알려 줘야죠. 엉뚱하게 바뀐 상자 하나 때문
자앙이 편지를 상자 주인에게 보내려는 이유
에 뭔가 잘못 만들어지면 안 되잖아요.

운전수: 잘못 만들어진다니……. 그게 뭔데?

다링: (멀리서 듣고 있다가 큰 소리로 외친다.) 어떤 굉장한 기계래요! 이 세상 모든 사

람들을 즐겁고 기쁘게 해 주는 신기한 기계죠! 5

운전수: (다링에게 외친다.) 무슨 기계라구?

다링: (큰 소리로) 기계가 아니라 폭탄이래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한꺼번에 죽여


일관성 없는 답변을 하는 다링
요!

운전수: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 (자앙에게) 어쨌든 상자 속의 부속품으로

뭘 만드는지 알 수는 없어. 만약 폭탄을 만든다면 오히려 상자가 바뀐 것이 사 10

람들의 목숨을 살릴 테니깐 잘된 일이잖아? (자앙의 편지를 허공에 들고 두 조

각으로 찢으며) 여봐, 자넨 너무 배짱이 약해. 이 조그만 창고 속에서 모든 걸


가치관의 혼란에 빠진 현대인의 상황
성실하게 잘했다는 것이, 창고 밖에서는 매우 큰 잘못이 된다고 생각해 봐. 그

럼 상자 하나쯤 틀렸다고 안절부절하진 않을 거야. (두 조각으로 찢은 편지를

자앙의 바지 양쪽 호주머니에 쑤셔 넣는다.) 무슨 일이 생겨도 창고 밖으로 알릴 15


획일화, 분업화된 현대 산업 사회를 상징함.
필요는 없어. 그게 잘한 일인지 못한 일인지 모를 바에야 그냥 덮어 두라구. 창

고 속의 자네한테는, 그게 배짱 편한 거야.

자앙: (손에 들고 있는 서류를 가리키며) 그렇다면 이런 서류들은 뭡니까? 누군가 이

서류들을 보면, 상자가 잘못된 것을 알 수 있을 텐데요?


서류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생각 운전수: 서류가 완전하다고 믿는 건 바보들뿐이지! 좋은 예가 있어. 내 아내는 옛날 20
해 보자.
예시 답안 | 서류는 우리가 살 에 죽었는데 사망 신고를 안 했거든. 그래서 구청에서 호적을 떼어 보면 지금
아가면서 만들어 내는 각종 기 신뢰를 잃은 사회 제도의 예
록이나 사무에 관한 문서들로 도 서류상으로는 버젓하게 살아 있는 것으로 나온다구. 자, 굼벵이 양반, 꾸물
우리들의 공적, 사적인 다양한
삶들을 압축해서 보여 준다. 대지 말고 어서 상자들이나 옮겨! ▶ 상자 주인에게 편지 보내려는 자앙을 말리는 운전수

자앙과 트럭 운전수, 핸드카에 실은 상자들을 창고 밖으로 운반해 간다. 침대에 앉아


있던 기임은 일어나서 자신의 담요를 둘둘 말아 걷는다. 그리고 침대맡의 낡은 트렁크를 25
떠날 준비를 하는 기임
꺼내 물건을 주워 담는다. 미스 다링, 기임의 곁으로 다가온다.

다링: 마침내 결정한 거예요?

기임: 그래, 함께 가서 살기로 했어.


기임이 다링과 함께 살기로 결정함.

250 III. 한국 문학의 흐름


다링: (살림 도구들이 있는 곳에서 접시, 그릇, 찻잔들을 가져와 낡은 트렁크에 담으며)

무조건 다 가져가요.
살림 도구에 욕심을 부리는 속물적인 모습
기임: (다링이 담은 것들을 다시 꺼내 놓으며) 아냐, 절반만 내 것인걸!
자앙을 존중하는 기임의 태도
다링: 둘이서 함께 쓰던 물건은 어쩌려구요? 반절로 나눌 수도 없잖아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기임을 설득하려는 다링

5 자앙과 운전수, 핸드카에 상자를 싣고 창고 안으로 들어온다.

운전수: 우린 트럭에 상자들을 다 옮겼어. 그런데 너희는 짐도 안 싸고 뭘 했지?


운전수는 기임이 떠날 예정임을 알고 있었음.
자앙: 짐이라니……?
자앙은 기임이 떠날 것을 예상하지 못했음.
기임: 으음, 그렇게 됐어. 오늘 나는 이 창고 속을 떠난다구! 기임이 자앙에게 창고 속을 떠난
다고 미리 말하지 않은 이유는 무
자앙: 정말 가는 거야? 이렇게 갑자기……? 엇일지 생각해 보자.
예시 답안 | 기임이 자앙에게
10 기임: 미안해! 그런데 막상 떠나려니까 조금은 서운하군. (창고 안을 둘러보며) 너하 미리 알리지 않은 이유는 오랜
창고지기 친구인 자앙에게 미
고 여기서 얼마나 살았더라…… 몇십 년은 훨씬 더 될 거야, 아마……. 리 충격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
도 있을 것이고, 본인 스스로도
자앙: 그래…… 우린 철부지 시절부터 이 창고지기였어. 창고를 벗어나는 것을 쉽게 결
자앙과 기임의 신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임: 언제나 너는 나를 고맙게도 보살펴 줬지.

자앙: 날 의붓어미라고 미워했으면서 뭘…….

15 기임: 진짜로 미워한 건 아니잖아?

자앙: 나도 알아. (기임을 껴안는다.) 제발 가지 마! 이 창고도, 나도, 전혀 달라진 게

없잖아?

4. 광복 이후의 문학 251
기임: 그건 안 돼. 이 창고는 더 이상 내가 살 곳이 아냐. ▶ 창고를 떠나기로 결심한 기임
창고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기임
운전수: 남자들끼리 헤어지면서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창고 밖으로 나가며) 시간
운전수의 퇴장
없어! 나 먼저 트럭에 가서 있을 테니까 너희는 어서 짐 싸 들고나와!

다링: (놋쇠 국자로 소리 나게 두드리며) 그만하고, 서로 자기 물건들이나 골라 봐요.

기임: (자앙의 포옹을 풀며) 난 내 물건을 잘 모르겠어. 굼벵아, 네가 골라 줘. 5


기임이 자앙을 부르는 별명
자앙: 아냐, 쓸 만한 게 있거든 모두 네가 가져.

기임: 너는 이 창고 속에서 혼자 살 텐데…….


혼자 남을 자앙을 걱정하는 기임
선물을 통해 자앙과 기임의 관계 자앙: 내 걱정은 말고 어서 먼저 골라 봐. 그리고 내가 너한테 줄 게 있어. (침대 밑의
를 파악해 보자.
예시 답안 | 두 사람은 평소 대 상자들 중에서 화려한 색깔의 스웨터를 찾아낸다.) 너의 생일날 주려고 두었던
조적인 성격 탓으로 티격태격
해 왔다. 하지만 기임의 생일날 건데, 헤어지는 날 선물이 됐군. 10
주려고 자앙이 미리 준비해 둔
스웨터 선물을 통해 두 사람이 기임: (자앙에게서 스웨터를 받아 몸에 대본다.) 근사한데!
우정이 있는 친구 관계임을 알
수 있다. 다링: (자앙의 침대 밑을 바라보며) 좋은 건 이 속에 다 있잖아요! 이걸 가져가도 돼
물건에 욕심을 부리는 속물적인 다링의 태도
요?

기임: 안 돼, 그건 손대지 마.
자앙의 물건을 소중히 대하는 기임
자앙: 가져가요. 15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자앙의 태도
다링: (자앙의 침대 밑에서 상자 하나를 꺼낸다.) 이건 뭐죠?

내용 정리 창고 안과 자앙: 북어 대가리죠. 그건 가져가세요. 꼭 필요할 겁니다.


밖, 두 공간의 설정과 그 효과 자앙을 상징하는 소재
다링: 북어 대가리……?
창고 안 창고 밖
현재의 기임: 이게 왜 필요한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상자를 열어서 북어 대가리를 하나
창고와
같은 또 꺼내 자앙에게 준다.) 난 너한테 이것밖에 줄 게 없군. 내 생각이 날 거야, 항상 20
다른 창
성실하 고가 있
곁에 두고 보라구.
게 살아 을 뿐이
자앙
가는 삶 라고 믿
자앙: (북어 대가리를 받으며) 그래, 언제나 내 곁에 두고 볼게.
의 터전 는 공간
(현재의
공간과
다를 바 창고 밖에서 트럭의 재촉하는 경음기가 울린다. 미스 다링은 서둘러서 물건들을 담요
없는 곳)
에 담는다.
욕망을
욕망하
억누르
는 공간
고 일하
기임 는 곳(탈
(탈출해 다링: 아버지가 재촉해요. (상자와 담요를 들며) 어서 들고 나가요. 25
서 가고
출하고
싶은 공
자 하는 기임: (트렁크를 들고, 자앙에게) 그럼 잘 있어.
공간)
간)
자앙: (마지못해 대답한다.) 잘 가…… 가서 행복해.

252 III. 한국 문학의 흐름


기임과 미스 다링, 창고 밖으로 나간다. 자앙은 북어 대가리를 식탁 위에 놓고, 떠나는
혼자 남겨진 자앙
기임을 바라본다. 창고 문 앞에서 기임의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기임: (소리) 이 창고 앞의 상자들은 어쩔 거야? 내가 좀 창고 안에 옮겨 주고 갈까?

자앙: 괜찮아!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 ▶ 창고 밖으로 떠나는 기임

창고 밖의 삶에 대한 기대감
5 창고 밖으로 떠나는 것이 즐겁다는 기임의 환호성이 들린다. 트럭 운전수와 다링의 웃
음소리도 들린다. 잠시 후, 트럭이 경음기를 울리며 떠나는 소리가 들린다. 창고는 조용
주의를 촉구하기 위하여 소리를 낼 수 있게 만든 장치
해진다. 자앙, 식탁 앞에 힘없이 주저앉는다. 늙고 허약해진 모습이다. 그는 식탁 위에 놓
여 있는 북어 대가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자앙: 그래, 나도 너처럼 머리만 남았군. 그저 쓸쓸하고…… 허무한 생으로 가득 자앙이 자신도 북어처럼 머리만
남았다고 말한 이유가 무엇일지
10 찬…… 머리만…… 덜렁…… 남은 거야. (두 손으로 북어 대가리를 집어서 얼굴 생각해 보자.
예시 답안 | 몸뚱이 없이 대가
가까이 마주 바라보며) 말해 보렴, 네 눈엔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그토록 오 리만 남은 북어는, 주체적인 삶
을 살지 못하는 현대인의 삶을
랜 나날…… 나는 이 어둡고 조그만 창고 속에서…… 행복했었다. 상자들을 옮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자앙은
기임이 떠나고 홀로 남은 상황
겨 오고…… 내보내며…… 내가 맡고 있는 일을 성실하게 잘하고 있다는 뿌듯 에서 북어 대가리를 바라보며
자앙을 지탱해 온 가치관 자신이 지금까지 믿어 왔던 신
한…… 그게 내 삶을 지탱해 왔었는데…… 그러나 만약에…… 세상이 엉뚱하 념과 가치에 대해 의문을 드러
내고 있다. 따라서 자앙은 자신
15 게 잘못되고 있는 것이라면…… 이 창고 속에서의 성실함이…… 무슨 소용 있 도 북어처럼 머리만 남았다고
가치관의 혼란에 빠진 자앙 말한 것이다.
는 거지? (사이) 북어 대가리야, 왜 말이 없냐? 멀뚱멀뚱 바라만 볼 뿐 왜 대답

이 없어? (북어 대가리를 식탁 위에 내려놓는다.) 아냐, 내 의심은 틀린 거야. 덜

렁 남은 머릿속의 생각만으로 세상을 잘못됐다고 판단해선 안 돼. (핸드카에

실린 상자를 서류와 대조하며 혼자서 쌓기 시작한다.) 제자리에 상자들을 옮겨


20 놓아라! 정확하게 쌓아! 틀리면 안 돼! 단 하나의 착오도 없게, 절대로 틀려서
혼란을 느끼던 자앙이 원래의 삶으로 회귀함.
는 안 된다!

자앙, 느릿느릿 정성을 다해 상자들을 쌓는다. 무대 조명, 서서히 자앙에게 압축되면


서 암전한다. ▶ 혼자 남겨진 자앙의 모습

글쓴이 소개 이강백(1947~ ) 극작 내용 정리 ‘북어 대가리’의 상징성


가. 1971년 <다섯>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 -막- 술에 취한 기임에게 자앙이 끓여 주는 북어
선되어 등단하였다. 주로 현대 사회의 모순 대가리는 쓸모 있는 몸뚱이를 상실하고 그저
을 비판하는 우화적인 희곡을 많이 썼다. 주 쓸쓸하고 허무한 생각으로 가득 찬, 머리만
요 작품으로 <파수꾼>, <느낌, 극락 같은> 등 덜렁 남은 현대인의 모습을 의미한다. 즉 북
이 있다. 어 대가리는 생각이 너무 많은 자앙의 모습이
자 방향성을 잃은 우리 사회 및 그 속에서 가
치관의 혼란과 부재를 겪는 현대인의 모습을
e-Book 253쪽 e-Book 253쪽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재 제재
핵심 정리 활동지
4. 광복 이후의 문학 253
읽기의 초점 이 작품은 생활 속 작은 일들에서 이끌어 낸 삶의 지혜를 다루고 있다. 자유로운 형식으로 의
미 있는 통찰을 전하는 교술 갈래의 수용 방안을 생각하며 읽어 보자.
수필은 무형식의 형식이라고 한다. 시, 소설, 극과 같은 갈래와는 다르게 일정한 형식적인 특
성이 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정한 형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경
험적 사실에서 얻은 주제나 관점이 들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사실의 서술과 교
훈 제시라는 교술 갈래의 특성을 작품에서 발견하도록 유도하면서 이 작품이 지닌 역설적인
의미의 주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박완서
1931~2011 (4) 내리막길의 어려움 박완서

숙부의 회갑 때였으니까 아마 60년대 초였을 것이다. 숙부하고 숙모하고 회갑


시대적 배경
여행을 간 데가 속리산이었다. 그때만 해도 법주사까지 가는 길이 버스로도 어찌 5

나 꼬불꼬불 험하던지 두 분은 자주 간이 콩알만 해졌노라고 했다. 첫날은 법주


사고의 위험성에 대한 두려움
사 구경을 하고 다음 날은 숙부가 앞장서서 문장대까지 올랐다. 나는 문장대라
속리산의 한 봉우리
는 데를 올라본 적이 없지만, 회갑이라고 자식들이 모양내 준 신사복에 새 구두
산을 오르는 데 적합하지 않은 차림새
신은 숙부와 긴 치마에 고무신 신은 숙모가 정상까지 올랐으니 그다지 높은 산

은 아니었다 싶다. ▶ 회갑 여행으로 문장대에 오른 숙부와 숙모 10

그런데 내리막길에 문제가 생겼다. 앞장서서 건강을 과시하던 숙부가 내리막길

에서는 갑자기 다리에 뼈가 없는 것처럼 흐느적대더니 도저히 못 내

려가겠다고 주저앉은 것이다. 하필 거기서 중풍이 온 줄로만 안

숙모는 어쩔 줄을 몰라 그냥 큰 소리로 도움을 청했다. 그때


1960년대
만 해도 요새처럼 등산객이 많지 않을 때였고, 또 평일이어
제재 개관

갈래 현대 수필 성격 사색적, 성찰적, 관조적


제재 숙부의 회갑 여행 배경 1960년대, 속리산 여행지
주제 인생의 내리막길에서 품위 있게 내려오는 일의 어려움
•등산과 하산이라는 경험을 통해 교훈을 이끌어 냄.
특징 •하산 경험에서 인생의 내리막으로 확장하여 유추적
방법으로 주제를 전달함.
•숙부: 회갑 여행 때 속리산 문장대에 올랐다가 내리
막길에서 못 내려와 주위 젊은이들의 도움으로 내려
등장
온이
인물
•나: 글쓴이. 숙부의 회갑 여행과 자신의 경험을 성찰
하는 이

작품 구성

•1960년대 초 숙부 회갑 여행 때 숙부 내외가 속리산 문장대로 등산을 하였는데 내리막길에서 숙


전반부 부가 주저앉아 주위 젊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업혀서 겨우 내려옴.
•숙부가 다음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자 숙모는 엄살을 부렸다며 질책함.
•회갑을 넘긴 ‘나’(글쓴이)는 등산을 하면서 그때 숙부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함.
후반부
•등산뿐 아니라 권력, 명예, 인기를 누리다가도 내리막길에서 품위를 지키기가 어려움을 깨달음
258 III. 한국 문학의 흐름
서 주위에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죽자구나 울부짖자 하나둘 사람

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숙모는 그때 얘기를 할 때마다 “야야, 그 산꼭대기도 사람 사는 세상이더구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존재가 반가웠다는 의미의 말
나.”라는 소리를 잊지 않았다. 사람들 중에도 젊은 학생들이 서로 힘을 합해 번
숙부의 하산 경로 ①
5 갈아 가며 숙부를 업고 어느 만큼 내려오니까 매점이 나오고 매점까지 상품을
숙부의 하산 경로 ②
운반하는 차가 있어 그걸 얻어 타고 여관까지 돌아올 수가 있었다. 아마 요새 같

으면 119를 부를 만한 사건이었지만 그 시절에는 여관까지 돌아오는 게 고작이었

고 자식들한테 급히 연락을 하려고 해도 전화를 놓고 사는 자식이 없어서 다음


1960년대의 시대적 상황
날 직장으로 전화할 작정으로, 그날은 고단도 하고 긴장도 풀려 잘 주무셨다고
10 한다.

숙모가 깨 보니 숙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바깥을 산책하고 있었다. 숙


걸을 수 없었던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었음.
모는 안심도 되었지만 화도 나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엄살을 부렸느냐고

숙부를 다그쳤다. 숙부는 절대로 엄살이나 꾀병이 아니라 그때는 정말 두 다리의


숙부의 말에 대한 숙모의 불신
뼈가 지느러미가 된 것처럼 흐느적대 한 발자국도 뗄 수가 없었다고 우기더란다.
▶ 내리막길에 다리가 풀린 숙부
15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었는지 나도 회갑을 넘기면서 비로소 이해하게 되 ‘그런 일’이 어떤 일인지 구체적으
숙부와 같은 연령에 이르러서야 이해하게 됨. 로 말해 보자.
었다. 나이 들수록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이 더 어렵고 발목이나 무릎에도 부담 예시 답안 | 숙부가 내리막길에
나이든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의 차이점 서 다리가 풀려 내려오기 힘들
이 더 간다. 가끔 나보다 젊은 사람들하고 산에 갈 적이 있는데 그들한테 지지 어했던 과거 일을 가리킨다.
젊은 사람들에 대한 승부욕
않으려고 오르막길에 기운을 다 써 버리면 내려올 때 다리가 휘청거려 누군가의
글쓴이의 실제 경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제힘으로 당당하게 걸어 내려오려면 올라갈 때 힘을 다 써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
20 버리지 말고 남겨 놓아야 한다. 등산에 있어서만 아니라 권력이나 명예, 인기에
등산에서 얻은 깨달음을 삶의 깨달음으로 확장함.
있어서도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에 품위 있기가 더 어렵다는 걸 전직 권력자들의

언행을 보면서 곰곰이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 오르막길보다 어려운 내리막길

글쓴이 소개 박완서(1931~2011) 소설가. 1970년 《여성동아》에 <나목>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6・25 전쟁


과 분단 문제, 여성 억압적 사회 구조 문제 등에 대해 날카롭게 문제를 제기하고, 인간적 입장에서 해결책을 담은
작품들을 창작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엄마의 말뚝> 등이 있다.

e-Book 259쪽 e-Book 259쪽


제재 제재
핵심 정리 활동지
4. 광복 이후의 문학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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