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1

Night
 There were only Tibi and Yossi in front of me.
They passed. I had time to notice that Mengele
had not written their numbers down. Someone
pushed me. It was my turn. I ran without looking
back. My head was spinning: you’re too thin,
you’re too weak, you’re too thin, you’re good
for the furnace…. The race seemed interminable.
I thought I had been running for years….
You’re too thin, you’re too weak…. At last I had
arrived exhausted. When I regained my breath, I
questioned Yossi and Tibi:
“Was I written down?”
“No,” said Yossi. He added, smiling: “In
any case, he couldn’t have written you down,
you were running too fast….”
I began to laugh. I was glad. I would have liked
to kiss him. At that moment, what did the other
matter! I hadn’t been written down.
Those whose numbers had been noted stood
apart, abandoned by the whole world. Some
were weeping in silence.
The SS officers went away. The head of the
block appeared, his face reflecting the general
weariness.
“Everything went off all right. Don’t worry.
Nothing is going to happen to anyone. To
anyone.”
Again he tried to smile. A poor, emaciated,
dried-up Jew questioned him avidly in a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이제 티비와 요시뿐이었
다. 둘 다 통과했다. 멩겔레 박사가 번호를 적지 않
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 나를 떠밀었다. 내 차례였
다.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머리가 빙빙 돌았
다: 넌 피골이 상접했어. 너무 허약해. 넌 피골이 상
접했어. 용광로에 들어가기 안성맞춤이군. 끝이 보
이지 않았다. 몇 년간 줄곧 달린 것 같았다. 넌 피골
이 상접했어. 너무 허약해.... 마침내 나는 기진맥진
한 채로 도착했다. 기진맥진해서 숨을 몰아쉬었다.
숨을 다시 고르고 있을 때, 나는 요시와 티비에게 물
었다:
“내 번호 적혔어?”
“아니.” 요시가 말했다. 그는 웃으면서 덧
붙였다: “어쨌든, 적지 못했어. 네가 너무 빨리 달려
서...”
웃음이 나왔다. 행복했다. 요시에게 키스해주고 싶
었다. 그 순간만큼은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
내 번호는 적히지 않았다.
번호가 적힌 사람은 세상에서 버림받은 채 따로 서
있었다. 말없이 흐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친위대 장교들이 떠났다. 블록 책임자가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곧 우리 모두의 지친 얼굴이었다.
“다 잘됐어요. 걱정할 것 없습니다. 누구에게도 어
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누구에게도.”
그는 애써 웃어 보였다. 불쌍하고, 수척하고, 말라
버린 유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열심히 물
trembling voice:
“But… but, Blockaelteste, they did write me
down!”
The head of the block let his anger break out.
What! Did someone refuse to believe him!
“What’s the matter now? Am I telling lies then?
I tell you once and for all, nothing’s going to
happen to you! To anyone! You’re wallowing in
your own despair, you fool!”
The bell rang, a signal that the selection had
been completed throughout the camp.
With all my might I began to run to Block 36. I
met my father on the way. He came up to me;
“Well? So you passed?”
“Yes. And you?”
“Me too.”
How we breathed again, now! My father had
brought me a present―half a ration of bread
obtained in exchange for a piece of rubber, found
at the warehouse, which would do to sole a shoe.
The bell. Already we must separate, go to bed.
Everything was regulated by the bell. It gave me
orders, and I automatically obeyed them. I hated
it. Whenever I dreamed of a better world, I could
only imagine a universe with no bells.
Several days had elapsed. We no longer
thought about the selection. We went to work as
usual, loading heavy stones into railway wagons.
Rations had become more meager: this was the
었다:
“하... 하지만, 책임자님, 그들이 제 번호를 적었는
데요!”
블록 책임자가 분노를 터트렸다. 뭐라고! 누군가
그를 믿지 않는다고?
“문제가 뭡니까?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거요? 다시 한번 말하는데 당신들은 괜찮아요.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그 누구한테도요! 스스로 절망에
빠지려고 하네요, 바보 같으니라고!”
종이 울렸다. 수용소 전체의 선별 작업이 끝났다는
소리였다.
나는 전력을 다해 36블록을 향해 달렸다. 도중에 아
버지와 마주쳤다. 아버지가 내게 다가왔다.
“그래서? 통과했니?”
“네. 아버지는요?”
“나도 통과했어.”
우리는 비로소 숨을 돌렸다. 아버지가 선물을 주었
다. 창고에서 신발을 수선할 때 쓰는 고무 조각과 맞
바꿔서 얻게 된 빵 반 조각을 말이다. 종이 울렸다.
이제 뿔뿔이 흩어져 자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종은
모든 것을 통제했다. 종은 나에게 명령했고, 나는 그
명령에 자동적으로 복종했다. 나는 그 종을 미워했
다. 더 나은 세상을 꿈꿀 때마다 종이 없는 세상을
상상했다.
며칠이 지났다. 이제 선별 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여느 때처럼 작업하러 가서 무거운
돌을 화물열차에 실었다. 식사 배급량이 줄었다: 달
라진 것이라곤 그것뿐이었다.
only change.
We had risen before dawn, as on every day.
We had received the black coffee, the ration of
bread. We were about to set out for the yard as
usual. The head of the block arrived, running.
“Silence for a moment. I have a list of
numbers here. I’m going to read them to you.
Those whose numbers I call won’t be going to
work this morning; they’ll stay behind in the
camp.” And in a soft voice, he read out about
ten numbers. We had understood. These were
numbers chosen at the selection. Dr. Mengele
had not forgotten.
The head of the block went toward his room.
Ten prisoners surrounded him, hanging onto his
clothes: “Save us! You promised...! We want to
go to the yard. We’re strong enough to work as
good workers. We can...we will...”
He tried to calm them to reassure them about
their fate, to explain to them that the fact that
they were staying behind in the camp did not
mean much, had no tragic significance.
“After all, I stay here myself everyday”, he
added.
It was a somewhat feeble argument. He realized
it, and without another word went and shut
himself up in his room.
The bell had just rung.
“Form up!”
It scarcely mattered now that the work was hard.
The essential thing was to be as far as possible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우리는 새벽에 일어났다.
블랙커피와 빵을 배급받았다. 여느 때처럼 막 작업
장으로 가려고 했다. 블록 책임자가 달려왔다.
“잠시만 조용히 하십시오. 명단을 가지고 왔습니
다. 지금부터 부르겠습니다. 호명된 사람은 오늘 아
침에는 작업하러 가지 않아도 됩니다: 수용소에 남
아 있어야 해요.” 그리고 나서 그는 나직한 소리로
번호 열 개를 불렀다. 말하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알
고 있었다. 선별된 번호들이었다. 멩겔레 박사가 잊
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블록 책임자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수감자
열 명이 그를 둘러싸고 옷자락에 매달렸다. “살려주
세요! 약속했잖아요...! 작업장에 가고 싶어요. 우리
일 잘하는 사람 만큼 일하기에 충분히 튼튼해요. 할
수 있어요... 할게요...”
블록 책임자는 그들의 운명에 대해서 그들을 진정
시키고 안심시키려 했다. 수용소에 남으라는 사실
이 큰 의미를 띄지 않고, 비극적인 중요성을 지닌 것
이 아님을 설명하면서.
”보세요 결국, 나도 여기 매일 있잖소,” 그는 덧붙
였다.
그것은 다소 약한 논리였다. 블록 책임자는 그 사실
을 깨닫고,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종이 울렸다.
“정렬!”
이제 작업이 고된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정말
로 중요한 것은 블록, 죽음의 도가니, 지옥에서 가능
from the block, from the crucial death, from the
center of hell. I saw my father running toward
me. I looked frightened all of a sudden.
“What’s the matter?”
Out of breath, he could hardly open his mouth.
“Me, too…me, too…! They told me to stay
behind in the camp.”
They had written down his number without his
being aware of it.
“What will happen?” I asked in anguish.
But it was he who tried to comfort me.
“It isn’t certain yet. There’s still a chance of
escape. They’re going to do another selection
today…a decisive selection.”
I was silent.
He felt that his time was short. He spoke quickly.
He would have liked to say so many things. His
speech grew confused; his voice choked. He
knew that I would have to go in a few moments.
He would have to stay behind alone, so very
alone.
“Look, take this knife,” he said to me. “I don’t
need it any longer. It might be useful to you.
And take this spoon as well. Don’t sell them.
Quickly! Go on. Take what I’m giving you!”
The inheritance.
“Don’t talk like that, Father.” (I felt that I
would break into sobs.) “I don’t want you to say
that. Keep the spoon and knife. You need them
as much as I do. We shall see each other again
this evening, after work.”
한 한 멀어지는 것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내쪽으로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덜컥 겁이 났다.
“무슨 일이에요?”
아버지는 숨이 차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나도... 걸렸어, 나도...! 나도 수용소에 남아 있으라
고 했어.”
그들이 아버지 몰래 아버지의 번호를 적었다.
“어떻게 된대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
러나 나를 안심시키려고 하는 것은 아버지였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야. 도망의 기회가 여전히 있
어. 오늘 놈들은 또 선별을 할 거야... 최종 선별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꼈
다. 아버지는 빠르게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많은 것
들을 말하고 싶어 하셨다. 아버지의 말은 혼란스러
워졌고; 목소리는 쉽게 막혔다. 아버지는 내가 곧 떠
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 혼자 남아 있
어야 했다. 아주 외롭게 말이다.
아버지가 내게 말했다. “이 칼 받아라.” “나한테는
이제 필요 없어. 네겐 쓸모가 있을 거다. 이 스푼도
받아라. 팔면 안 돼. 빨리! 가거라! 내가 준 걸 챙겨!”
유산과 같았다.
“그런 말씀 마세요, 아버지.”(눈물이 왈칵 쏟아지
려 했다.) “그런 말 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스푼이랑
칼을 도로 가져가세요. 저만큼이나 아버지에게도
필요하세요. 작업이 끝난 후 밤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He looked at me with his tired eyes, veiled with
despair. He went on: “I’m asking this of you….
Take them. Do as I ask, my son. We have no
time…. Do as your father asks.”
Our Kapo yelled that we should start.
The unit set out toward the camp gate. Left,
right! I bit my lips. My father had stayed by
the block, leaning against wall. Then he began
to run, to catch up with us. Perhaps he had
forgotten something he wanted to say to me...
But we were marching too quickly...left, right!
We were already at the gate. They counted us,
to din of military music. We were outside. The
whole day, I wandered about as if sleepwalking.
Now and then Tibi and Yossi would throw me a
brotherly word. The Kapo, too, tried to reassure
me. He had given me easier work today. I felt
sick at heart.
How well they were treating me! Like an
orphan! I thought: even now, my father is still
helping me.
I did not know myself what I wanted — for
the day to pass quickly or not. I was afraid of
finding myself alone that night. How good it
would be to die here!
At last we began the return journey. How I
longed for orders to run!
The military march. The gate. The camp.
I ran to Block 36.
Were there still miracles on this earth? He was
alive. He had escaped the second selection. He
아버지는 절망감을 감춘 지친 눈빛으로 나를 보았
다.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부탁이다.... 이걸
가져가거라. 시키는 대로 해다오, 아들아. 시간 없
다....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해라.”
우리 카포가 시작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작업반은 수용소 정문을 향해 갔다. 왼발, 오른발!
나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아버지는 블록에 남아 벽
에 기대어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우리를 따라잡
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아버지는 내게 하
고 싶었던 말을 잊어버리셨던 것 같다. 그러나 우리
는 너무 빨리 걷고 있었다. 왼발, 오른발!
우리는 이미 문 앞에 있었다. 군악대의 소리가 요란
한 가운데 우리를 세었다. 우리는 어느새 수용소 밖
에 나와 있었다. 그날 나는 몽유병 환자처럼 비칠비
칠 걸어 다녔다. 가끔씩 티비와 요시는 나에게 형제
처럼 따뜻한 말을 건네주었다. 카포도 나를 안심시
키려고 노력했다. 그는 오늘 나에게 더 쉬운 일을 주
었다. 가슴이 먹먹했다.
그들은 나를 얼마나 잘 대해주었는지! 마치 고아처
럼! 심지어 지금 이 순간에도 아버지는 나를 도와주
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도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다 — 하루가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지, 아니면 그렇지 않길 바라는지.
저녁에는 혼자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 두려웠다.
이 자리에서 바로 죽어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침내 수용소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뛰라는 명령
을 얼마나 고대했던가.
우리는 행진했다. 정문. 수용소.
나는 36블록으로 달려갔다.
세상에 기적이라는 것이 아직 남아 있던가? 아버
지는 살아 있었다. 최종 선별을 통과한 것이다. 자신
had been able to prove that he was still useful....I 이 쓸모 있음을 증명해냈다. 나는 아버지에게 칼과
gave him back his knife and spoon. 스푼을 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