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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수(1972~/한국) Sky high pilgrimage(하늘 높이 순례 여행)

(캔버스에 아크릴/130×227cm/2011년)

우리는 흔히 문학 활동이라고 하면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온전한 의미의 문학 활동은
자신의 가치관과 삶의 체험에 따라 작품을 능동적으로 감상하는 활동뿐만 아니라, 작품을 재구성하거나 새롭게 창작하는 활동까
지를 포함합니다. 문학 작품에 담긴 삶의 진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이를 자신만의 언어를 사용하여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활동
까지 했을 때 비로소 완전한 문학 활동이 되는 것입니다.
이 단원을 통해 문학 활동이 주는 즐거움을 마음껏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대단원 설정의 이유 | 문학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활동과, 이
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작품을 창작하는 활동은 다양하고 복합적
인 사고 과정을 경험하게 할 뿐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의 생활 감정과 미
의식 등을 확인하고 공유하게 한다. 이 대단원은 작품을 공감적・비판
적・창의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발표한 뒤, 서로 평가해 보고 다양한 시
각과 방법으로 작품을 재구성하거나 창작해 보도록 하였다. 이러한 문
학의 수용과 생산 활동을 통하여 언어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고, 창의적
으로 사고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대단원 수업 계획안
차시 구분 쪽수
대단원 및 소단원 도입 78~81
1~2차시 허난설헌,
1. 문학의 82~87
「규원가」
수용과
재구성 채만식,
3~5차시 88~99
「논 이야기」

6~8차시
2. 문학 작품
의 창작
정호승, 「상처
는 스승이다」
박상률, 「세상
100~107
1
에 단 한 권뿐 108~118
9~12차시 인 시집」
대단원 마무리 119

문학의 수용과 재구성


작품을 공감적, 비판적, 창의적으로 수용
하고, 내용이나 형식, 맥락, 매체 등을 고
려하여 작품을 재구성해 봅니다.

감상 하나 허난설헌, 「규원가」

2 감상 둘 채만식, 「논 이야기」

문학 작품의 창작
다양한 시각과 방법으로 작품을 창작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과 가치를 존중하면서 작
품을 평가해 봅니다.

감상 하나 정호승, 「상처는 스승이다」


감상 둘 박상률,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
교육 과정 성취 기준
[12문학02-04] 작품을 공감적, 비판적, 창의적으로 수용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상호 소통한다.
- 작품을 수용하는 것은 작가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작품의 주제를 해석하고 평가하면서 수용하는 것을 뜻한다. 또한 주제
뿐 아니라 작품의 형식에 대해서도 평가하고 비판하면서 수용해야 한다. 작품을 평가하고 비판하면서 수용하는 활동을 통해서 개성 있는 안목을 갖게 되고 미적
가치를 찾아내는 능력을 기른다. 자신의 생각에만 갇히지 않고 이를 다른 사람과 교환하도록 함으로써 타자에 대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를 갖추도록 한다.
[12문학02-05] 작품을 읽고 다양한 시각에서 재구성하거나 주체적인 관점에서 창작한다.
- 문학 활동은 인간의 본질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과연 표현할 가치가 있는지 평가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자신이 상상하거나 체험한 내용 중에서 가치가 있
다고 판단되는 내용을 선별하고 이를 준거로 삼아 자신의 관점과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작품을 재구성하거나 새로운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 내용과 표현만이 아
니라 자신의 시각과 방법에 맞는 형식과 맥락, 매체 등을 선택하여 재구성하거나 창작하도록 한다.

문학의 수용과 재구성


이 단원에서는
•작품을 공감적, 비판적, 창의적으로 수용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상호 소통한다.
•내용, 형식, 맥락, 매체 등을 고려하여 작품을 재구성한다.
지도 방법 학생들에게 설화 속에 등장하는 도깨비의 모습과 특징을 자유롭게 말해 보게 한다. 그리고 드라마 속의 도깨
비와 비교해 보게 함으로써 작품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되어 나타나는 인물의 모습을 통해 이 소단원의 주요 학습 내용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생각
열기 자신이 알고 있는 도깨비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다음 텔레비전 드라마가 설화
속 도깨비를 어떻게 재창조하였는지 말해 보자.
예시 답안 설화 속의 도깨비는 무서운 형상을 하고 있으며,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다. 인간도 신
도 아니지만, 도깨비 방망이를 가지고 요술을 부리는 등 초능력을 가진 것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 「도깨비」에
도 이처럼 신묘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장난기가 있는 도깨비가 등장한다. 그러나 드라마 속 도깨비는 잘생긴 남자의 형
상으로 나타나며, 불멸의 삶을 사는 고통을 지닌 것으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설화 속 도깨비와 다르다. 드라마에서는 도깨
비를 비롯해 삼신할미, 저승사자 등을 통해 전래 동화나 설화 속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현대 사회에서 이들이
생활하며 생기는 재미있는 일들과 도깨비 신부와의 사랑 이야기 등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생각 열기’ 설정 의도 | 문학의 수용과 재구성을


학습하기에 앞서, 학생들이 잘 알고 있는 설화 속의 주
인공이 오늘날 드라마를 통해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하
였는지를 생각해 보게 하였다. ‘생각 열기’를 통해 어릴
때부터 자주 듣던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현대의 드라
마에서 변형되어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서 한 작품 속의
인물에 대한 인식과 해석이 독자의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개성 있는 모습으로 새롭게 해석될 수 있음
을 알게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은 문학에 더욱
흥미를 갖고 문학 작품을 창조적으로 수용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랑에 빠진
도깨비라…….

드라마 속의 ‘도깨비’는 고려 시대 장수였다가 간신의 모함으로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던 인물이다. 그는


심장에 검이 꽂힌 채 불멸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쓸쓸하게 9백 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던 어
느 날, 도깨비는 자신의 저주를 끝낼 도깨비 신부를 만난다. 하지만 도깨비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죽을 수
도 살 수도 없는 운명과 맞닥뜨린다. 결국 두 사람은 내세에서 사랑을 이룬다.

80 Ⅱ.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작품의 공감적・비판적・창의적 수용
우리는 문학 작품이라는 창을 통해 작가가 추구하는 가치나 세계관에 공감하며 세상에 대한 시
야를 넓혀 갈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는 데에서만 그치지 말고, 자신의 가치관과 경험, 자
작품의 주제
신이 처한 환경 등에 따라 작품을 해석하고 평가하면서 읽어야 한다.
비판적 읽기
한편 문학은 독자들의 창의적 해석을 기다리는 예술이기도 하다. 작품을 창의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상상력을 동원하여 작품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며 감상한다는 뜻이다. 창의적으로 작품을
창의적 읽기의 의미
읽으면 문학에 대한 개성적인 안목을 기를 수 있으며, 작품의 미적 가치를 찾아내는 능력도 갖출
창의적 읽기의 의의
수 있다.

작품의 재구성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 등에 따라 문학 작품을 받아들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시각으로
작품을 재구성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된다. 작품의 변형과 재구성은 작품이 담고 있는 삶의 진
실을 폭넓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
작품의 변형과 재구성의 의의
작품을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바꾸어 볼 수 있다. 소설의 경우 등장
「꽃」 (김춘수) →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장정일)
인물의 성격이나 사건의 전개 과정 등을 바꾸어 볼 수 있으며, 시의 경우라면 시구나 시어, 어조
등에 변화를 주어 그 내용이나 주제를 바꾸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갈래의 형
식 자체를 바꾸어 볼 수도 있다.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맥
시 「사평역에서」 (곽재구) → 소설 「사평역」 (임철우)
락, 특히 사회・문화적 배경을 바꾸는 것도 작품을 재구
고전 소설 「심청전」 → 소설 「심청」 (황석영)
성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고전 소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또한 작품이 소
통되는 측면을 고려하여 매체를 바꾸어 볼 수도 있다.
소설 「완득이」 (김려령) → 영화 「완득이」 (이한 감독)
영화, 인터넷,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는 저마다 미적인
특성이 다르다. 따라서 매체를 바꿀 때에는 매체의 특
성에 부합하는 창의적 표현 방식을 잘 활용해야 한다.

1. 문학의 수용과 재구성 81


감상

하나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읽/기/전/에

다음은 「미워도 사랑하니까」라는 제목의 대중가요이다. 노래를 듣고,


노래 듣기
가사 속의 주인공이 어떤 심정일지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자.

사랑을 선물했더니 이별을 주려 하다니. 이런 사람이었니.


너 왜 이렇게 못됐니. …… 꼭 돌아온단 약속만 해 줘.
미워도 사랑하니까. 미워도 사랑하니까. ……
예시 답안 가사 속의 주인공은 미움과 사랑의 복합적인
- 류재현 작사 / 다비치 노래, 「미워도 사랑하니까」 감정을 느끼고 있다. 자신과 헤어지려고 하는 상대방에 대해
실망했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감정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지도 방법 학생들이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대중가요를 통
해 노래 가사 속 주인공의 정서를 추측해 보도록 한다. 이렇
82 Ⅱ.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게 노래 가사 속에 나타난 정서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 다
른 사람의 정서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작│품│은
작품 선정 이유 | 이 작품은 조선 시대의 봉건적인 가부장
적 제도 속에서 가정을 돌보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홀로 지내 독수공방하는 여인의 외로움과 슬픔이 섬세하게 표현된 가사이다.
는 여인의 모습과 그 정한을 부드럽고 아름다운 문체로 노래한
규방 가사이다. 학생들은 이 작품을 읽으며 화자의 생각에 공감 작품을 감상하고, 자신의 경험을 담아 이를 재구성해 보자.
하고 자신의 가치관과 경험에 비추어 작품을 비판적이고 창의적 핵심 정리
으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나아가 자신의 시각 갈래 규방 가사 제재 규방 부인의 한 많은 삶
으로 작품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바탕이 된다.
성격 원망적, 체념적, 고백적 주제 독수공방하는 여인의 삶과 한(恨)
•과거와 현재 상황의 대비를 통해 화자의 현재 처지를 강조하고 있다.
『 •다양한 자연물을 활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엇그제 져멋더니 마 어이 다 늙거니 특징 •비유와 영탄 등 다양한 표현 방법과 고사를 활용하고 있다.
젊었더니 『 』: 늙음에 대한 한탄
•섬세한 여성의 문체로 높은 문학적 완성도를 보여 주며 사대부 중심
05 소년행락(少年行樂) 각 니 닐너도 쇽졀업다』 의 가사 작가층이 여성으로 확대되는 시초가 되었다.
말하여도 소용없다
늙거야 셜운 말 쟈 니 목이 몐다 마 벌써.
서러운
부생모육(父生母育) 신고(辛苦) 여 이 내 몸 길너 낼 제 소년행락(少年行樂) 젊었을 때
에 누리던 즐거움.
공후배필(公侯配匹) 못 라도 군자호구(君子好逑) 원(願) 더니 신고(辛苦) 여 몹시 고생하여.
『 공후배필(公侯配匹) 고귀한 사
삼생(三生)의 원업(怨業)이오 월하(月下)의 연분(緣分)으로
원망스러운 업보 람과 짝을 맺음.
10 장안유협(長安遊俠) 경박자(輕薄子)를 치 만나 이셔』 군자호구(君子好逑) 군자의 좋
『 』: 화자의 운명론적 태도가 나타남.
은 짝.
상시(常時)의 용심(用心) 기 살얼음 드듸 듯
월하(月下)의 연분(緣分) 월하
삼오이팔(三五二八) 겨유 지나 천연여질(天然麗質) 절노 이니 빙인(月下氷人)이 맺어 준 인연.
화자의 과거 모습 ‘월하빙인’은 월하노인(月下老
이 얼골 이 도로 백년기약(百年期約) 엿더니 人)과 빙상인(氷上人)으로, 중매
하는 사람을 이름.
연광(年光)이 숙홀(倏忽) 고 조물(造物)이 다시(多猜) 여
세월 장안유협(長安遊俠) 경박자(輕
15 봄 람 가을 이 뵈오리의 북 지나듯 薄子) 장안의 호탕하면서도 경
세월이 빠르게 지나감, 직유법 박한 사람.
설빈화안(雪鬢花顔) 어 가고 면목가증(面目可憎) 되거고나 상시(常時)의 용심 기 항상 마
화자의 과거 모습 화자의 현재 모습
내 얼골 내 보거니 어 님이 날 괼쇼냐 음을 쓰는 것이.

삼오이팔(三五二八) 삼오(三五)
스 로 참괴(慙愧) 니 누구를 원망(怨望) 랴 는 열다섯 살, 이팔(二八)은 열여
자신의 상황에 대한 한탄과 자책 ▶ 과거 회상과 현재 자신의 상황에 대한 한탄 [기]
섯 살.
삼삼오오(三三五五) 야유원(冶遊園)의 새 사 이 나단 말가
새로운 기생 천연여질(天然麗質) 타고난 아
20 곳 피고 날 져믄 제 정처(定處) 업시 나가 이셔 름다운 모습.

숙홀(倏忽) 세월이 빨리 지나감.


백마금편(白馬金鞭)으로 어 어 머므 고
집을 나간 후 소식이 없는 남편에 대한 원망 다시(多猜) 여 시기가 많아서.
원근(遠近)을 모 거니 소식(消息)이야 더옥 알냐 뵈오리 베의 실오리.

설빈화안(雪鬢花顔) 곱고 아름
인연(因緣)을 처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다운 얼굴.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로려믄 면목가증(面目可憎) 얼굴 생김
생김이 남에게 미움을 살 만한
25 열두 김도 길샤 셜흔 날 지난(支難) 다 데가 있음.
하루 한달 지루하다
옥창(玉窓)의 심근 매화(梅花) 몃 번이나 픠여 진고 괼쇼냐 사랑할 것이냐.
계절의 변화와 오지 않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 야유원(冶遊園) 기생이 있는 술
겨을밤 고 제 자최눈 섯거 치니 집.
△: 자연적 배경으로 화자의 쓸쓸하고 답답한 감정을 강조함.
녀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 일고 백마금편(白馬金鞭) 훌륭한 말
과 값 비싼 채찍. 호사스러운 행
삼춘화류(三春花柳) 호시절(好時節)의 경물(景物)이 시름일다 장.
봄날의 좋은 계절 아름다운 경치 아무 생각이 없다
1. 문학의 수용과 재구성 83
선생님 강의 Point

이 작품은 자연물과 같은 다양한 대


상을 활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효과적
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실솔( 率)’
과 ‘새소 ’는 화자의 감정이 이입된
을 방(房)의 들고 실솔( )이 상(床)의 올 제
화자의 외롭고 쓸쓸한 감정이 이입된 대상
대상으로, 화자의 외롭고 쓸쓸한 정서
가 투영되어 나타납니다. 한편 ‘자최
긴 한숨 지 눈물 쇽졀업시 혬만 만타
눈’과 ‘구 비’, ‘모운(暮雲)’은 객관적
상관물로서 궂은 날씨를 통해 화자의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올샤 ▶ 남편에 대한 원망과 화자의 애달픈 심정 [승]
쓸쓸하고 답답한 심정을 심화하고 있
으며, ‘지 닙’과 ‘우 즘 ’은 화자와 도 혀 플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임 사이의 방해물 역할을 함으로써 임 돌이켜 생각하니

에 대한 그리움을 심화하는 기능을 하 청등(靑燈)을 돌나노코 녹기금(綠綺琴) 빗기 안아 05

고 있습니다. 『 』: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행동


접연화(接蓮花) 곡조(曲調)를 시 조차 석거 니』
실솔( ) 귀뚜라미.

혬 헤아림. 걱정스런 생각. 소상야우(瀟湘夜雨)의 대 소 섯도 듯
섞어 도는 듯
녹기금(綠綺琴) 한(漢)나라의 사
화표천년(華表千年)의 별학(別鶴)이 우니 듯』
마상여(司馬相如)가 쓰던 거문 『 』: 녹기금 소리를 비유적으로 표현
고. 옥수(玉手)의 수단(手段) 녜 소 잇다마
소상야우(瀟湘夜雨) 소상(瀟湘) 아름다운 손으로 타는 솜씨(화자의 솜씨) 옛날 가락이 있다마는

은 중국 호남성 동정호 남쪽을


부용장(芙蓉帳) 적막(寂寞) 니 뉘 귀예 들닐소니 10

흐르는 소수(瀟水)와 상수(湘水).


간장(肝腸)이 구회(九回) 야 구 구 근처셔라 ▶ 거문고를 타며 외로움을 달래려 함. [전]
‘소상야우’는 소상팔경(瀟湘八 아홉 번 돌아
景)의 하나이다. 하리 을 드러 의나 보려 니
화표천년(華表千年) 묘 앞에 세
우는 망주석(望柱石)에 천 년 만
람의 지 닙과 플 속의 우 즘
화자와 임 사이의 방해물 역할을 함으로써 임에 대한 그리움을 심화함.
에 돌아와 앉음.
므슴 일 원수(怨讐)로셔 조차 오 다
부용장(芙蓉帳) 연꽃을 그리거 깨우는가
나 수놓은 휘장. 천상(天上)의 견우직녀(牽牛織女) 은하수(銀河水) 막혀셔도 15

화자의 처지와 대조되는 존재 장애물


일년일도(一年一度) 일 년에 한
칠월칠석(七月七夕) 일년일도(一年一度) 실기(失期)치 아니커든
번씩. 시기를 놓치지 아니하거든
약수(弱水) 신선이 사는 땅에 있 우리 님 가신 후(後) 므슴 약수(弱水) 렷관
다는 강 이름. 수질(水質)이 매우 장애물

약하여 기러기의 깃털조차 잠긴


오거니 가거니 소식(消息)조차 그첫 고
끊어졌는가
다고 함.
난간(欄干)의 비겨 셔셔 님 가신 라보니
초로(草露) 풀잎에 맺힌 이슬.

모운(暮雲) 날이 저물 무렵의 구
초로(草露) 쳐 잇고 모운(暮雲)이 지나갈 제 20

름.
죽림(竹林) 프른 곳의 새소 더옥 셟다
박명(薄命) 복이 없고 팔자가 화자의 외롭고 쓸쓸한 감정이 이입된 대상
사나운. 세상(世上)의 셜운 사 수(數) 업다 려니와
홍안(紅顔) 붉은 얼굴. 보통 여
박명(薄命) 홍안(紅顔)이야 날 니 이실가
자의 뜻으로 쓰임.
복이 없는 화자의 운명 나 같은 사람
지위 탓. 까닭. 아마도 이 임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 자신의 운명에 대한 한탄과 임에 대한 원망 [결]
선생님 강의 Point 살듯말듯
- 『고금가곡(古今歌曲)』 25

이 작품에서 화자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복합적인 태도를 보이며 다양한 정서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며 늙어가는 자신의 신세에 탄식하고 자조하면서 그리
움과 슬픔의 정서를 주로 드러내는 한편 방탕한 임에 대해 정면으로 비난하며 원망의 정서를 | 교사용 수업 자료 145쪽
표출하기도 하고 모든 것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체념적 정서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 「규원가」에 나타난 여성의 존재 인식

허난설헌(1563~1589) 시인. 본명은 초희(楚姬), 자는 경번(景樊)이며, 난설헌(蘭雪軒)은 호이다. 천재적인 시적 재능으로 여성의 섬세하고 독
특한 정서를 노래하였다. 유고집 『난설헌집』이 중국에서 간행되어 극찬을 받았다.
[주요 작품] 「규원가」, 「봉선화가」 등의 가사와 「빈녀음(貧女吟)」, 「곡자(哭子)」 등의 한시.

84 Ⅱ.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학습 활동

활동 화자의 과거와 현재의 처지를 드러내는 시어와 시구를 찾아 정리해 보자.


예시 답안
지도 방법 화자의 현재와
과거 현재
과거를 드러내는 시구를 찾아
보며 시적 화자의 처지를 파 자신의 외모 ( 천연여질 ), 설빈화안 면목가증
악해 보는 활동이다. 단편적
인 모습만이 아니라 과거와 장안유협
배우자 군자호구를 원함. ( 경박자 )을/를 만남.
현재의 대비를 통해 시적 화
자의 모습과 상황의 변화를
삶의 모습 소년행락 박명한 홍안
파악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톡톡! 강의 TIP
‘정서’란 시적 화자가 바라보는 대상이나 상황에 의해 나타나게 된 시적
화자의 감정으로, 기쁨, 즐거움, 행복, 사랑스러움, 슬픔, 미움, 원망, 분노,
두려움, 그리움, 기다림, 쓸쓸함, 안타까움, 아쉬움, 부끄러움, 자조, 외로
움, 고독감 등이 있다. 이러한 감정들은 직접적인 표현으로 드러나기도 하
지만, 시어들을 통해 추론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시의 주제는 보통 시의
활동 화자의 정서를 중심으로 활동을 해 보자. 정서에 의해 드러나는 만큼 시에서 정서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말 (1) 다음 시구에 나타나는 화자의 정서를 비교해 보자.
예시 답안
임에 대한 복합적인 감
정을 살펴본다. •장안유협(長安遊俠) 경박자(輕薄子)를
지도 방법 화자가 자신이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로려믄
치 만나 이셔
처한 상황에 대해 다양한 반 • 하리 을 드러 의나 보려 니
응을 보이며 복합적인 감정 •삼삼오오(三三五五) 야유원(冶遊園)의
을 드러내고 있음을 파악해
•난간(欄干)의 비겨 셔셔 님 가신 라
새 사 이 나단 말가
보는 활동이다. 또한 화자의 보니
정서를 표현하기 위하여 다 •아마도 이 임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양한 자연물이 활용되고 있
는데, 비유적 표현을 통해 이
러한 정서가 효과적으로 드
러나고 문학적 아름다움이
형상화됨을 이해할 수 있도 가정을 돌보지 않는 남편에 대한 원망의 마음을 드러내 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외로움, 남편에 대한 그리움
록 지도한다. 고 있다. 과 미련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자연물로
감정을 드러냈네.

(2) 이 작품에 등장하는 자연물들의 기능을 파악하고 서로 관련 있는 것들끼리 연결해 보자.


예시 답안

화자가 자신과 동일시된 다른 대상에 외롭고 서


실솔, 새소 • •
글픈 감정을 이입하여 표현함.

화자와 임 사이의 방해물 역할을 함으로써 임에


자최눈, 구 비, 모운 • •
대한 그리움을 심화함.

자연적 배경을 통해 화자의 쓸쓸하고 답답한 감


지 닙, 우 즘 • •
정을 강조함.

1. 문학의 수용과 재구성 85


핵심 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현실 비판적, 애상적
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삶에 대한 연민과 여성에게
제재 ‘구자명 씨’의 고달픈 삶 주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

학습 활동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가사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여성의 고달픈 삶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구체적인 개인의 모습에서 보편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시상을 확대하고 있다.
특징
•맞벌이를 하는 여성이 가사를 일방적으로 떠맡고 있는 현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양성 평등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 교사용 수업 자료 147쪽
목표 활동 모둠 활동
- 「우리 동네 구자명 씨」에 나타난 피해자로서의 여성에 대한 인식
활동 「규원가」와 「우리 동네 구자명 씨」에 나타난 여성의 삶을 비교해 보자. 그리고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여
성들의 삶에서 달라지지 않은 점을 생각해 보고 그 원인에 대해 토론해 보자.
지도 방법 주제, 정서 등
에서 관련성 있는 작품을 엮
어 읽으면서 문학에 반영된
시대의 현실을 살펴보는 활
맞벌이 부부 우리 동네 구자명 씨 간밤 시어머니 약시중 든 시간이고
동이다. 시대가 바뀌었음에 가사와 직장 일에 이중으로 시달리는 여성의 상징
도 여전히 차별받고 희생을 일곱 달 아기 엄마 구자명 씨는 그래그래 저 십 분은
강요당하는 여성의 삶의 모
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실 출근 버스에 오르기가 무섭게 새벽녘 만취해서 돌아온 남편을 위하
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해할
아침 햇살 속에서 졸기 시작한다 여 버린 시간일 거야』
수 있도록 지도한다.
▶ 구자명 씨가 버스에서 내내 졸아야 하는 이유
톡톡! 강의 TIP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집 직장
화자는 구자명 씨의 경적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고단한 일상의 고단한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모습을 단적으
모습을 관찰자적 입장에 옆으로 앞으로 꾸벅꾸벅 존다 로 보여 줌. 『집 속에 흔들리는 팬지꽃 아픔
서 이야기하다가 이 부분 ▶ 구자명 씨의 고단한 아침 출근 모습 『 』: 가정의 평안이 여성의 희생으로 이루어짐을 형상
에서는 가정에서 쉬지 못 식탁에 놓인 안개꽃 멍에』
하는 구자명 씨의 모습을
추측하며 연민에 찬 어조
차창 밖으론 사계절이 흐르고 그러나 부엌문이 여닫기는 지붕마다
로 말하고 있다. 이러한 진달래 피고 밤꽃 흐드러져도 꼭 『여자가 받쳐 든 한 식구의 안식이
어조의 변화는 독자들이 세월이 흘러도, 고단한 삶이 일상적으로 지속되고 있음. ‘구자명’이라는 개인이 한국 사회의 여성으로 일반화됨.
그녀의 고된 삶에 주목하 부처님처럼 졸고 있는 구자명 씨, 아무도 모르게
: 구자명 씨를 비유적으로 표현 『 』: 여성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
게 하며 연민의 정서를 『그래 저 십 분은
유발한다.
죽음의 잠을 향하여
『 』: 어조의 변화.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삶의 모습
간밤 아기에게 젖 물린 시간이고 거부의 화살을 당기고 있다』
▶ 한 식구의 안락을 떠받쳐야 하는 구자명 씨의 희생
또 저 십 분은 - 고정희, 「우리 동네 구자명 씨」
예시 답안 「규원가」에서는 가정을 돌보지 않는 남편 때문에 외롭고 쓸쓸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이, 「우리 동네 구자명 씨」
에서는 가정의 평화와 안식을 위해 희생하는 여성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를 통해 보면 조선 시대의 봉건적인 가부장제 속에서 고통
받던 여인의 모습이나 남녀평등의 시대라 불리는 현대 사회에서 고달프게 살아가는 여인의 모습이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대 사회는 산업화, 근대화를 거치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자유, 인권, 연대와 같은 가치가 부각되기는 하
였지만, 여전히 남성 중심적 이데올로기의 잔재가 남아 있고, 살림과 육아, 가사는 여성이 전담해야 한다는 인식은 사라지지 않고 있
다. 이는 과거부터 고착되어 온 성 역할의 고정 관념이 여전히 유효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으로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목표
하고,활동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어느 한 편이 일방적으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성 역할의 편견을
재구성과 창작
벗고 동등한 기회와 권리를 누리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도 방법 학생들이 일 「규원가」를 참고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가사 형식의 시를 창작해 보자.


상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엊그제 치른 시험
사건들 속에서 느끼는 정 (1) 다음 질문에 답을 하면서 시를 창작하기 위한 준비를 해 보자. 아니 벌써 또 왔구나…….
서를 시로 표현해 보는 활 예시 답안
동이다. 먼저 표현하고 싶
은 정서를 떠올린 후 이러 •내가 표현하고 싶은 정서는 무엇인가?
한 정서를 갖게 된 사건을 바쁜 일상에 쫓겨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나누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 늙어가는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사랑
정리해 보고 이를 드러낼 •그와 같은 정서가 형성된 구체적인 사건이나 경험은 무엇인가?
어느 날 저녁, 식사를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부쩍 늙어 보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수 있는 사물을 정해 보도
•나의 정서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사물은 무엇인가?
록 한다. 시를 쓸 때는 (1) 식탁의 빈 의자, 아버지의 주름살
의 활동의 결과가 4음보 연
예시 답안 늦은 저녁 / 엄마 언니 / 남은 하루 / 정리할 제 // 어김없이 / 늦게나마 / 함께 앉아 / 먹는 저녁
속체의 율격과 소재의 문
오랜만에 / 한자리에 / 마주하여 / 수저 드니 // 흰 밥에 / 국이건만 / 진수성찬 / 안 부럽다
학적 형상화 등의 시적인
어린 시절 / 한도 없이 / 크게만 / 느껴졌던 // 젊었던 / 그 시절의 / 아버지는 / 어디 가고
특성과 잘 어우러질 수 있 (2) 위의 (1)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4음보 연속체의 가사
어린 시절 / 끝도 없이 / 넓게만 / 보이었던 // 이 세상 / 보게 하신 / 그 어깨는 / 어디 가고
도록 지도한다.
형식으로 표현해 보자. 울 아버지 / 피발영관 / 나라 한들 / 못 뵀건만 // 세월아 / 너는 어찌 / 울 아비께 / 철썩 붙냐
거칠어진 / 얼굴에 / 투박해진 / 손에 발에 // 한가득한 / 주름살은 / 아버지의 / 일부 되어
세월이 / 새겼는가 / 피땀이 / 파냈는가 // 더 멀리 / 더 높은 / 눈을 주려 / 내놓으신
더 아래에 / 더 무거운 / 짐을 되려 / 메려 하신 // 당신보다 / 자식 일이 / 우선인 게 / 당연하다
86 Ⅱ.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아낌없이 / 희생하는 / 아버지의 / 등이거늘 // 그때는 / 나조차 / 헤아리지 / 못 하였네
못 다한 / 이야기꽃 / 피워 볼까 / 고민해도 // 자꾸만 / 나도 몰래 / 떨어지는 / 눈물방울
밥 삼키면 / 눈물도 / 감쪽같이 / 삼켜질까 // 괜스레 / 숟가락만 / 들었다가 / 놓았다가
아무 말 / 전하지 않고 / 맘속으로 / 하는 말
함께 읽으면 좋을 작품 | 교사용 수업 자료 147쪽
•허난설헌, 「염지봉선화가(染指鳳仙花歌)」 - 이 작품은 봉선화 꽃잎을 따서 손톱에 물
들이던 고유한 풍속을 소재로 하여 여인의 아름다운 정서를 노래하고 있다. 봉선화 물
들이기는 미용과도 관계가 있지만 벽사( 邪)의 의미도 있는 풍습으로 주로 어린 여자
아이 등 여성이 행하고 있었다. 봉선화 물을 들이는 과정이 전반부에 제시되어 있기는
하나, 그 뒤에 이어지는 봉선화 물을 들인 손톱 혹은 여인의 아름다움에 초점이 맞추어
감상 더하기 져 있다. 적절한 비유와 강렬한 색채 이미지로 봉선화 물을 들인 손톱의 아름다움을 생
생하게 묘사하였다. 허난설헌의 여느 작품과 달리 비교적 밝은 분위기로 여성 고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정서를 노래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 교사용 수업 자료 145쪽, 146쪽


규방 가사의 시작을 알리는 「규원가」 - 여성 가사의 시작과 전개
- 규방 가사의 전형과 변형
규방(閨房)은 전통 가옥에서 여성들의 생활 공간이 되는 안채의 방 또는 여성들의 거주 공간 자체를 의미
하는 말로, 규방 가사란 양반 부녀자층에 의해 향유된 가사(歌辭)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가사 문학은 영・정
조 이후부터 민간에도 널리 유행하게 되었다. 특히 여성들은 생활 속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가사 형
식에 섬세하고 진솔하게 담아내었다. 이렇게 조선 시대의 규방 가사는 여성들의 문학적 분출구 역할을 하면
서 조선 여류 문학의 한 전형을 이루었다.
「규원가」는 규방 가사의 시초가 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의 주된
내용은 봉건 사회 규중 여성의 슬픔과 원한이다. 하지만 화자의 정서는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화자는 소년
시절을 추억하며 늙음을 서러워하다가 ‘경박자’를 남편으로 만난 것을 한탄한다. 또한 기생집에 드나드는
남편을 원망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를 애절하게 그리워하기도 하고, 독수공방하는 자신의 신세에 대
한 자책과 체념도 드러낸다. 즉 화자는 자신의 복합적인 심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심
정은 4음보 연속체의 가락과 비유를 비롯한 다양한 표현 기교, 고사 등을 통해 우아하고 섬세하게 형상화되
고 있다.

문학으로 표출한 여성의 고뇌


김태준의 『조선 한문학사』에 의하면 허난설헌은 ‘세 가지 한’을 지니고 있었다 한다. 하나
는 자신이 여자로 태어난 것이요, 두 번째는 남편 김성립과 결혼한 것이며, 세 번째는 조선 땅
에 태어난 것이다. 이는 여성 문제, 결혼 문제, 조선의 사회적 모순의 문제를 표현한 것인
데 허난설헌은 자신의 문제를 개인적 차원의 ‘한’이 아닌 사회 구조적 차원의 문제로
인식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삶을 주제로 4백
여 년 전에 쓴 허난설헌의 시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으며, 다양한 주제로 자신의 내
면을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 문학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허
난설헌은 조선 봉건 시대에 여성의 주체 의식을 추구한 상징적인 인물이며, 그
녀의 시는 조선 봉건 사회라는 시대적 한계가 낳은 역사적 산물이다. 그녀의
시에는 시대를 앞서 살아갔던 여성의 인간적 고뇌와 좌절이 담겨 있으며,
강요된 봉건 윤리에 대한 반항과 억압된 자아 욕구에 대한 울분이 자유
를 향한 외침으로 드러나 있다.
▲ 허난설헌 영정

1. 문학의 수용과 재구성 87


감상

둘 논 이야기 채만식

이건 절대
양보 못 해!

읽/기/전/에

자신이 소유한 것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수 없는 것을 적어 보자.


예시 답안 소중한 추억이 담긴 사진, 친구들의 연락처 등이 있는 휴대 전화, 돌아가신 할머니
께서 초등학교 졸업식 때 선물로 주신 손목시계 등

지도 방법 학생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자유롭게


88 Ⅱ.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떠올려 보게 하고, 그것이 자신에게 가지는 의미를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게 유도한다.
작품 선정 이유 | 이 작품은 광복 직후의 과도기적 사회상을 채만식 특유의 해학적
문체로 그려 낸 풍자 소설이다. 구한말부터 광복 직후의 농촌 현실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
지만, 주인공 한덕문의 심정에 공감하거나 그를 비판하며 청소년들이 각자 국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다. 이처럼 과거의 문제를 다룬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활동
을 통해 미래를 위한 지침을 마련할 수 있고, 동시에 공감적, 비판적, 창의적으로 작품을 이│작│품│은
앞부분의 줄 거 리
수용하고, 재구성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구한말에서 해방에 이르는
『구한말 부지런한 농군이었던 한덕문의 아버지는 열서 마지기와 일곱 마지기의 두 자리 논을 장만한
『 』: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땅을 빼앗긴 아버지 때의 일 시기의 토지 문제를 중심으로 당
다. 그러나 고을 원은 한덕문의 아버지에게 동학 잔당에 가담하였다는 누명을 씌우고, 옥에서 풀어 준다
시의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며 국
는 조건을 내세워 열서 마지기의 논을 빼앗는다.』이후 경술년이 되자 일본은 조선의 국권을 침탈한다.
1910년 가의 존재 의의에 대한 질문을 던
지고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의 태도
를 평가해 보고, 소설을 재구성해
보자.
05 사람들이 나라 망한 것을 원통히 여길 때, 한 생원은,
“그깐 놈의 나라, 시언히 잘 망했지.”
억울하게 재산을 빼앗겼기 때문에 국가에 대한 거부감이 나타남.
하였다. 한 생원 같은 사람으로는 나라란 백성에게 고통이지 하나도 고마운 것이
‘나라’에 대한 한 생원의 인식
아니었다. 또 꼭 있어야 할 요긴한 것도 아니었다. 을 파악하며 읽어 보자.
예시 답안 구한말부터 일제 강점
그런 나라라는 것을, 도로 찾았다고 하여, 섬뻑 감격이 일지 아니한 것도 일변 기까지 살면서 한 생원에게 ‘나라’는
국가에 대한 오랜 불신으로 인해 광복이 되어도 새로운 기대감을 가지지 않음. 고통만 주는 존재였다. 한 생원은 해
10 의당한 노릇이라 할 것이었다. 방이 되어도 ‘나라’가 특별히 자신에
게 도움이 될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논 스무 마지기에서 열서 마지기를 빼앗기고 나니, 원통한 것도 원통한 것이지 핵심 정리
갈래 단편 소설, 풍자 소설
만, 앞으로 일이 딱하였다. 논이나 겨우 일곱 마지기를 가지고는 어림도 없었다.
성격 풍자적, 비판적
하릴없이 남의 세토를 얻어, 그 보충을 하여야 하였다. 그러나 남의 세토는 제재 농민과 땅, 국가의 관계
① 광복 직후의 국가의 토지 정책에
도지를 물어야 하는 것이라, 힘은 내 논을 지을 때와 마찬가지로 들면서도 가을 대한 비판
주제
② 국가보다는 개인의 이익만 추구
15 에 가서 차지를 하기는 절반이 못 되는 것이었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남의 세토 하는 소시민적 삶의 태도 비판
•시대 변화에 따른 인물의 내면 심
를 소작 아니할 수는 없었다. 리를 드러내고 있다.
•개인과 사회의 갈등을 상징적 소
이리하여 한 생원네는 나라 명색이 망하지 않고 내 나라로 있을 적부터 가난한 재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특징
•인물의 냉소적 어조를 통해 시대
소작농이었다. 현실을 풍자하며 비판하고 있다.
•시간의 역전적 구성을 통해 사건
경술년 나라가 망하고, 삼십육 년 동안 일본의 다스림 밑에서도 같은 가난한 소 을 입체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섬뻑 어떤 일이 행하여진 후 곧
20 작농이었다.
바로.
그리고 속담에, 남의 불에 게 잡기로 남의 덕에 나라를 도로 찾기는 하였다지만 문학 용례 동생은 아버지 말씀
남의 힘으로 일을 이룬다는 뜻. 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섬뻑 달
한국 말년의 나라만을 여겨 그 나라가 오죽할 리 없고, 여전히 남의 세토나 지어 려갔다. - 채만식, 「치숙」
나라를 되찾은 현재 상황이 한덕문의 아버지가 땅을 빼앗겼던 구한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
먹는 가난한 소작농이기는 일반일 것이라고 한 생원은 생각하던 것이었었다. 의당한 사물의 이치와 같이 그
러한.
일본이 항복을 하던 바로 전의 삼사 년에, 공출이야 징용이야 하면서 별안간 군 세토(稅土) 해마다 일정한 양의
벼를 주인에게 세(稅)로 바치고
25 색함과 불안이 생겼던 것이지, 그 밖에는 나라가 망하여 없어지고서 『일본의 속국
부치는 논밭.
백성으로 사는 것이, 경술년 이전 나라가 있어 가지고 조선 백성으로 살 적보다 도지(賭地) 남의 논밭을 빌려서
『 』: 탐관오리가 괴롭히던 구한말이나 일제의 수탈로 고통 받던 일제 강점기나 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므로 차이가 없다는 부치고 논밭을 빌린 대가로 해마
별양 못할 것이 한 생원에게는 없었다. 여전히 남의 세토를 지어, 절반 이상이나 다 내는 벼.
한덕문의 생각이 잘 드러남.
도지를 물고 그 나머지를 천신하는 가난한 소작인이요, 순사나 일인이나 면서기 천신하는(薦新--) 처음으로
또는 오랜만에 차례가 돌아와 얻
들의 교만과 압박보다 못할 것도 없거니와 더할 것도 없었다.』 을 수 있는.

1. 문학의 수용과 재구성 89


독립이 된 이 앞으로도, 그것이 천지개벽이 아닌 이상 가난한 농투성이가 느
닷없이 부자 장자 될 이치가 없는 것이요, 『원・아전・ 토반이나 일본 놈 대신에,
만만하고 가난한 농투성이를 핍박하는 ‘권세 있는 양반들’이 생겨날 것이요 할 것
『 』: 국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국가의 주인이 바뀌어도 가난한 자신의 처지는 달라질 것이 없음.
이매, 빼앗겼던 나라를 도로 찾아 다시금 조선 백성이 되었다는 것이 조금도 신통
하거나 반가울 것이 없었다.』 05

원과 토반과 아전이 있어, 토색질이나 하고 붙잡아다 때리기나 하고 교만이나


피우고, 하되 세미(稅米: 납세)는 국가의 이름으로 꼬박꼬박 받아 가면서 백성은
죽어야 모른 체를 하고 하는 나라의 백성으로도 살아 보았다.
천하 오랑캐, 애비와 자식이 맞담배질을 하고, 남매간에 혼인을 하고, 뱀을 먹
고 하는 왜인들이, 저희가 주인이랍시고서 교만을 부리고, 순사와 헌병은 칼바람 10

에 조선 사람을 개도야지 대접을 하고, 공출을 내어라 징용을 나가거라 야미를


하지 마라 하면서 볶아 대고, 또 일본이 우리나라다, 나는 일본 백성이다, 이런 도
무지 그럴 마음이 우러나지를 않는 억지 춘향이 노릇을 시키고 하는 나라의 백성
으로도 살아 보았다.
결국 그러고 보니『나라라고 하는 것은 내 나라였건 남의 나라였건 있었댔자 백 15

『 』: 한덕문의 국가관이 나타남.


성에게 고통이나 주자는 것이지, 유익하고 고마울 것은 조금도 없는 물건이었다.』
따라서 앞으로도 새 나라는 말고 더한 것이라도, 있어서 요긴할 것도, 없어서 아
쉬울 일도 없을 것이었다.
▶ 광복이 되었어도 자신의 처지는 일제 강점기 때와 달라질 것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한덕문

중간 부분의 줄 거 리
예시 답안 일본인들이 토지와 재
산을 버리고 쫓겨 가니 그들이 소유
한덕문은 일곱 마지기의 논으로는 살림이 어려운 데다 술과 노름까지 좋아하는 탓에 많은 빚을 지게 20
하고 있던 땅은 그전 소유자인 자신
이 도로 가지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 된다. 이에 시세의 갑절로 논을 산다는 일본인 길천이에게 남은 논을 판다. 한덕문은 빚을 갚고 남은 돈
각한 것이다. 일본인들이 쫓겨 가면 그 논이 도로 제 것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 길천이에게 논을 팜.
으로 새 논을 살 생각이었지만 이미 땅 시세는 높아져 있었고, 반년 만에 남은 돈마저 날려 버린다. 35년
한덕문은 길천이에게 팔았던
땅이 왜 도로 자신의 것이 될 것 이 지난 후 한덕문은 일본이 항복하고 일인들이 토지와 재산을 버리고 쫓겨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예상대로 되었다고 생각함.
이라고 기대할까? 일본인 길천이에게 팔았던 땅이 다시 자기 것이 되리라는 기대감에 들뜬다.
▶ 한덕문이 길천이에게 땅을 팔아넘김.

농투성이 농부를 낮잡아 이르


말은 혀 꼬부라진 소리로, 몸은 위태로이 비틀거리면서, 한 생원은 지팡이를 휘 25

는 말.
젓고 밖으로 나간다. 나가다 동네 젊은 사람과 마주쳤다.
토반(土班) 여러 대를 이어서 그 갈등을 유발하는 정보 제공자
지방에서 붙박이로 사는 양반. “아, 한 생원, 웬일이세요?”
토색질(討索-) 돈이나 물건 따
“논 보러 간다, 논. 흐흐흐, 너두 이 녀석,『한덕문이 길천이한테 논 팔아먹던 대
위를 억지로 달라고 하는 짓.

야미 ‘뒷거래’의 일본말. 났구나,』 그런 소리 더러 했었지? 인제두 그런 소리가 나오까?”


『 』: 일제 강점기에 한덕문이 머지 않아 일본이 망해서 자기 나라로 쫓겨 가면 그 논이 도로 그전 소유자의 것이 될 것이
90 Ⅱ.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라서 논을 팔았다고 한 데서 유래한 말. 엉뚱한 계획을 세우거나 허랑한 일을 시작해 놓고 성공을 자신하는 사람이 있을
때 사용하는 속담처럼 된 말임.
“취하였군요.”
“나, 외상술 먹었지. 논 찾았은깐 또 팔아서 술값 갚으면 고만이지. 그럼 한 서
자신의 예측이 맞았다는 생각에 행복감을 느끼고 있음.
른다섯 해 만에 또 내 것 되겠지, 흐흐흐. 그렇지만 인전 안 팔지, 안 팔아. 우리
용길이 놈 물려줘여지, 우리 용길이 놈.” ▶땅을 되찾으리라는 기대에 부푼 한덕문

05 “참, 용길이 요새 있죠?”


“있지. 길천이한테 팔아먹었을까?”
“저, 읍내 사는 영남이가 산판(山坂) 하날 나서 벌목(伐木)을 하는데, 이 동네
멧갓. 과거 한덕문이 길천이에게 판 것.
사람들더러 와 남구 비어 주구, 그 대신 우죽[ 지엽(枝葉)] 가져가라구 하니,
용길이두 며칠 보내서 땔나무나 좀 장만하시죠.”
한덕문의 가난한 처지를 동정함.
10 “걸 누가…… 논을 도루 찾았는데.”
“논만 찾으면 땔나문 없어두 사시나요?”
“논두 없어두 서른다섯 해나 살지 않었느냐?”
“허허 참, 그러지 마시구 며칠 보내세요. 어서서 다 비어 버려야 할 텐데, 도무
지 사람을 못 구해 그러니, 절더러 부디 그럭허두룩 서둘러 달라구, 영남이가
15 여간만 부탁을 해싸여죠. 아, 바루 동네서 가찹겠다, 져 나르기 수얼허구…….
요 위 가잿골 있는 길천 농장 멧갓이래요.”
“무어?”
한 생원이 별안간 정신이 번쩍
한 생원은 별안간 정신이 번쩍 나면서 대어든다. 든 이유가 무엇일까?
예시 답안 한 생원은 일본인인 길
“가잿골 있는 길천 농장 멧갓이라구?” 천이 도망갔으니 자신이 그에게 팔
았던 멧갓을 되찾으리라 생각하고
20 “네.” 있었는데, 누군가 이미 그 땅을 차지
했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든 것이다.
“네라니? 그 멧갓이…… 가마안 있자. 아니, 그 멧갓이 뉘 멧갓이길래?”
“길천 농장 멧갓 아녜요? 걸, 영남이가 일인들이 이번에 거들이 나는 바람에 농
길천이 일본으로 도망가며 위임장을 강 서방에게 넘겼고, 그것을 강 서방이 영남에게 팔았음.
장 산림 감독하던 강 서방한테 샀대요.”
“하, 이런 도적놈들. 이런 천하 불한당 놈들. 그래, 지끔두 벌목을 하구 있더냐?”
25 “오늘버틈 시작했다나 봐요.”
“하, 이런 천하 날불한당 놈들이.”
길천이 쫓겨 갔으므로 멧갓은 당연히 자신의 소유가 되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이 차지했다는 데에 대한 분노
한 생원은 천방지축으로 가잿골을 향하여 비틀걸음을 친다.
너무 급하여 허둥지둥 함부로 날뛰어 ▶ 자신이 도로 찾게 되리라 생각한 땅의 주인이 있음을 알게 됨. 산판(山坂) 나무를 함부로 베지
솔은 잘 자라지 않고, 개간하여 밭을 만들자 하니 힘이 부치고 하여, 이름만 멧 못하게 가꾸는 산.

남구 ‘나무’의 방언.
갓이지, 있으나마나 한 멧갓 한 자리가 있었다. 한 삼천 평 될까 말까, 그다지 크지
지엽(枝葉) 식물의 가지와 잎.
30 도 못한 것이었었다. 멧갓 ‘산판(山坂)’과 같은 말.

1. 문학의 수용과 재구성 91


이 멧갓을 한 생원은 길천이에게다 논을 팔던 이듬핸지 그 이듬핸지, 돈은 아쉽
고 한 판에 또한 어수룩히 비싼 값으로 팔아넘겼었다.
길천은 그 멧갓에다 낙엽송을 심어, 삼십여 년이 지난 지금 와서는 아주 헌다한
수준이나 실력 따위가 상당하다고 자처하거나 그렇게 인정받는
산림이 되었었다.
늙은이의 총기요, 논을 도로 찾게 되었다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깜빡 멧갓 생 05

각은 미처 아직 못 하였던 모양이었다.
마침 전신주 감의 쪽쪽 곧은 낙엽송이 총총들이 섰다. 베기에 아까워 보이는 나
무였다.
한 서넛이나가 한편에서부터 깡그리 베어 눕히고, 일변 우죽을 치고 한다.
“이놈, 이 불한당 놈들, 이 멧갓 벌목한다는 놈이 어떤 놈이냐?” 10

한덕문은 자기 땅에서 함부로 벌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함.


비틀거리면서 고함을 치고 쫓아오는 한 생원을,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일하던
손을 멈추고 뻐언히 바라다보고 섰다.
“이놈 너루구나?”
한 생원은 영남이라는 읍내 사람 벌목 주인 앞으로 달려들면서, 한 대 갈길 듯
자기 땅에서 함부로 벌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함.
이 지팡이를 둘러멘다. 15

명색이 읍 사람이라서, 촌 농투성이에게 무단히 해거를 당하면서 공수하거


나 늙은이 대접을 하려고는 않는다.
“아니, 이 늙은이가 환장을 했나? 왜 그러는 거야, 왜.”
“이놈, 네가 왜, 이 멧갓을 손을 대느냐?”
“무슨 상관여?” 20

“어째 이놈아, 상관이 없느냐?”


“뉘 멧갓이길래?”
“내 멧갓이다. 한덕문이 멧갓이다, 이놈아.”
우죽 나무나 대나무의 우두머
리에 있는 가지. “허허, 내 별꼴 다 보니.『괜시리 술잔 든질렀거들랑, 고히 삭히진 아녀구서, 나
해거(駭擧) 괴상하고 얄궂은 짓. 들이질렀거든 → 닥치는 대로 흉하게 많이 먹었거든
이깨 먹은 것이, 왜 남 일하는 데 와서 이 행악야, 행악이. 늙은인 다리 뼉다구 25
문학 용례 이놈들아, 상감께서
『 』: 한덕문의 행동이 술 때문이라고 생각함.
잡수실 수라다. 무엄하게 이게
부러지지 말란 법 있나?”』
무슨 해거란 말이냐!
- 박종화, 「임진왜란」 “오냐, 이놈, 날 죽여라. 너구 나구 죽자.”
공수(拱手) 두 손을 앞으로 모아
포개어 잡음.
“대체 내력을 말을 해요. 무엇 때문에 이 야룐지, 내력을 말을 해요.”
이유
야룐지 야료(惹鬧)인지. 까닭 없 “이 멧갓이 그새까진 길천이 것이라두, 조선이 독립됐은깐 인전 내 것이란 말
이 트집을 잡고 함부로 떠들어
대는지. 야, 이놈아.” 30

92 Ⅱ.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예시 답안 한덕문은 이미 값을 받
“조선이 독립이 됐는데, 어째 길천이 멧갓이 한덕문이 것이 되는구?” 고 길천에게 땅을 팔았으니 멧갓에
대한 권리가 없다. 벌목 주인은 돈을
“길천인, 일인들은, 땅을 죄다 내놓구 간깐, 그전 임자가 도루 차지하는 게 옳 지불하고 멧갓을 샀기 때문에 멧갓
한덕문 본인 은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한다. 그는
지, 무슨 말이냐?” 광복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본인
에게 팔았던 땅을 공짜로 차지하려
“오오, 이녁이 이 멧갓을 전에 길천이한테다 팔았다?” 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05 “그래서.” 벌목 주인 입장에서 한덕문의
주장이 타당한지 생각해 보자.
“그랬으니깐, 일인들이 땅을 다 내놓구 가니깐, 이녁은 팔았던 땅을 공짜루 도
한덕문의 생각에 나타난 문제점을 단적으로 나타냄. 이녁 듣는 이를 조금 낮추어 이
루 차지하겠다?” 르는 이인칭 대명사.

1. 문학의 수용과 재구성 93


“그래서.”
“그 개 뭣 같은 소리 인전 엔간치 해 두구, 어서 없어져 버려요. 난 뻐젓이 길천
정도껏
농장 산림 관리인 강태식이한테 시퍼런 돈 이천 환 주구서 계약서 받구 샀어요.
강태식인 길천이가 해 준 위임장 가지구 팔구. 돈 내구 산 사람이 임자지, 저,
영남의 논리
옛날 돈 받구 팔아먹은 사람이 임잘까?” 05

법률

8・15 직후, 낡은 법이 없어지고 새로운 영이 서기 전 혼란한 틈을 타서, 잇속에
『 』: 작가의 직접적 개입 - 당시 시대 상황을 요약적으로 제시하여 사건에 개연성을 부여함.
눈이 밝은 무리들이 일본인 농장이나 회사의 관리자와 부동이 되어 가지고, 일
인의 재산을 부당 처분하여 배를 불린 일이 허다하였다. 이 산판 사건도 그런 것
광복 직후의 부조리한 사회 현
실을 생각해 보자. 의 하나였다.』 ▶ 멧갓을 두고 영남과 다툼을 벌이는 한덕문
예시 답안 가난한 농민들은 광복
이 되어 국가가 새롭게 정비되면 자
신들의 삶도 좋아지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제에 아부를 일삼 그 뒤 훨씬 지나서. 10

던 친일파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욱 기승을 부 일인의 재산을 조선 사람에게 판다, 이런 소문이 들렸다.
렸다. 농민들에게 가장 민감한 토지 광복 이후, 무상 몰수 유상 분배라는 국가의 토지 정책으로 한덕문이 자신의 땅을 되찾게 될 거라는 기대가 물거품이 됨.
정책 역시 기존의 친일 기득권 세력 사실이라고 한다면 한 생원은 그 논 일곱 마지기를 돈을 내고 사지 않고서는 도
에게 유리한 무상 몰수 유상 분배의 길천에게 팔았던 논
방식으로 결정되어, 가난한 농민들 로 차지할 수가 없을 판이었다. 물론 한 생원에게는 그런 재력이 없거니와, 도대
은 더욱 큰 상실감만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체 전의 임자가 있는데 그것을 아무나에게 판다는 것이 한 생원으로 보기에는 불
합리한 처사였다. 15

한 생원은 분이 나서 두 주먹을 쥐고 구장에게로 쫓아갔다.


“그래 일인들이 죄다 내놓구 가는 것을, 백성들더러 돈을 내구 사라구 마련을
국가의 토지 정책에 대한 비판
했다면서?”
“아직 자세힌 모르겠어두, 아마 그렇게 되기가 쉬우리라구들 하드군요.”
해방 후에 새로 난 구장의 대답이었다. 20

“그런 놈의 법이 어딨단 말인가? 그래, 누가 그렇게 마련을 했는구?”


“나라에서 그랬을 테죠.”
“나라?”
“우리 조선 나라요.”
부동(符同) 그른 일에 어울려 한 『
“나라가 다 무어 말라비틀어진 거야? 나라 명색이 내게 무얼 해 준 게 있길래, 25
통속이 됨. 『 』: 국가의 토지 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국가에 대한 실망감으로 표출됨.
문학 용례 나잇살 먹은 것이 저 이번엔 일인이 내놓구 가는 내 땅을 저이가 팔아먹으려구 들어? 그게 나라야?”』
거하고 부동해서 집안 망할 짓
을 한단 말이냐.
“일인의 재산이 우리 조선 나라 재산이 되는 거야 당연한 일이죠.”
- 홍명희, 「임꺽정」
“당연?”
구장(區長) 예전에, 시골 동네의
우두머리를 이르던 말. “그렇죠.”
94 Ⅱ.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흥, 가만 둬 두면 저절루 백성의 것이 될 걸 나라 명색은 가만히 앉었다 어디서
식민지 치하에 국민이 고통받을 때는 국가의 역할도
툭 튀어나와 가지구, 걸 뺏어서 팔아먹어? 그따위 행사가 어딨다든가?”
못 하다가 광복이 되니 국가가 국민에게 오히려 피해를 주는 존재가 됨.
“한 생원은, 그 논이랑 멧갓이랑 길천이한테 돈을 받구 파섰으니깐 임자로 말
한덕문의 논리가 지닌 문제점을 지적함.
하면 길천이지 한 생원인가요?”
05 “암만 팔았어두, 길천이가 내놓구 쫓겨 갔은깐, 도루 내 것이 돼야 옳지, 무슨
아전인수(我田引水) - 노력하지 않고 허황된 꿈만 꾸는 한덕문의 태도
말야. 걸, 무슨 탁에 나라가 뺏을 영으루 들어?”
무슨 권리로 나라가 빼앗을 양으로 덤벼들어?
“한 생원한테 뺏는 게 아니라, 길천이한테 뺏는 거랍니다.”
“흥, 둘러다 대긴 잘들 허이. 공동묘지 가 보게나. 핑계 없는 무덤 있던가? 저,
병신년에 원 놈(군수) 김가가 우리 논 열두 마지기 뺏을 제두 핑곈 다 있었드라
한덕문에게 국가는 백성을 착취하는 존재일뿐임. 예시 답안 한덕문은 나라가 백성
10 네.” 에게 고마운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구한말부터 해방에 이
“좌우간, 아직 그렇게 지레 염렬 하실 게 아니라, 기대리구 있느라면 나라에서 르기까지 나라는 한덕문에게 별 도
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일제로부
다 억울치 않두룩 처단을 하겠죠.” 터 고통을 받을 때에는 나라가 제 역
할을 못하다가, 일제가 물러간 뒤에
는 백성들을 돕기는커녕 피해만 준
“일없네. 난 오늘버틈 도루 나라 없는 백성이네. 제길, 삼십육 년두 나라 없이 다고 생각한다. 결국 한덕문 자신의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므로 나라가 필요 없다는 한덕문의 국가관이 나타남.
이익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나
살아왔을려드냐. 아 ─ 니 글쎄,『나라가 있으면 백성한테 무얼 좀 고마운 노릇을 라는 없어도 그만인 존재인 것이다.
『 』: 한덕문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국가의 모습
15 해 주어야 백성두 나라를 믿구, 나라에다 마음을 붙이구 살지.』독립이 됐다면서 도로 ‘나라 없는 백성’이 되겠
다는 한덕문에게 ‘나라’란 어떤
고작 그래, 백성이 차지할 땅 뺏어서 팔아먹는 게 나라 명색야?” 존재일지 생각해 보자.

그러고는 털고 일어서면서 혼잣말로,


탁 ‘턱’의 방언. 마땅히 그리하여
“독립됐다구 했을 제, 내, 만세 안 부르기, 잘했지.” 야 할 까닭이나 이치.
광복 직후 시대 현실에 대한 풍자와 냉소적 태도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부분
▶ 나라의 농업 정책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는 한덕문 - 『해방 문학 선집』 (1946)

선생님 강의 Point

작가는 「논 이야기」의 주인공인 한덕문을 통해 구한말 지배층의 수탈과 일


제 강점기 당시 일제의 토지 수탈, 광복 직후 국가의 잘못된 토지 정책으로 인
한 농민들의 고통스러운 삶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국가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허황된 꿈만 꾸며 제대로 된
노력을 하지도 않을뿐더러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국가의 존재 자체
도 부정하는 이기적인 소시민의 삶도 함께 풍자하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채만식(1902~1950) 소설가. 1930년대 사실주의 소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일제 강점기 한국 사회


를 현실성 있게 묘사하였으며, 지식인 사회의 부조리와 갈등을 풍자적으로 보여 주는 작품을 다수 창작하였다.
[주요 작품] 「레디메이드 인생」, 「태평천하」, 「민족의 죄인」 등

1. 문학의 수용과 재구성 95


학습 활동

활동 한덕문(한 생원)의 처지를 중심으로 활동을 해 보자.

지도 방법 한덕문이 겪은 (1) 한덕문이 가지고 있던 땅의 소유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정리해 보자.


토지 수탈의 역사를 살펴보
면서 평범한 농민이 국가 권
력에 느껴야 했던 좌절감에 한덕문의 아버지가 열서 마지기와 일곱 마지기의 두 자리 논을 소유함.
대해 공감하고, 이를 바탕으
로 작품을 비판적으로 읽을
예시 답안
수 있도록 지도한다.

구한말 한덕문의 아버지가 고을 원에게 열서 마지기의 논을 빼앗김.

일제 강점기 한덕문이 일본인 길천에게 일곱 마지기의 논을 팔아넘김.

광복 직후 잇속에 밝은 무리들과 재력을 가진 이들이 땅을 차지함.

(2) 구한말에서 광복에 이르기까지 한덕문의 처지와 신분은 어떠했는지 말해 보자.


예시 답안 구한말에 논 열서 마지기를 빼앗기고 일제 강점기에 남은 논까지 팔아넘기면서, 한덕문은 줄곧 남의 세토를 얻어 농
사를 짓는 가난한 소작농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목표 활동

활동 한덕문과 영남의 대화를 중심으로 활동을 해 보자.

지도 방법 두 사람의 대화 (1) 한덕문과 영남이 언쟁을 벌이게 된 계기를 말해 보자.


를 살펴보고 각자의 주장과 예시 답안 한덕문은 일제 강점기에 길천에게 팔아넘겼던 땅을 광복이 되고 난 후 되찾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는
근거를 찾아 그 타당성을 평 사이에 영남이 이를 소유하게 되자 영남과 언쟁을 벌인다.
가해 보는 활동이다. 이 과정 (2) 한덕문과 영남이 내세우는 주장과 그 근거를 정리해 보고,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여
을 통해 작품을 비판적으로
감상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 각각의 타당성을 평가해 보자.
도록 지도한다. 예시 답안

한덕문 영남

주장: 산판의 주인은 한덕문 자신이다. 주장: 산판의 주인은 영남 자신이다.

근거: 일제 강점기에 길천에게 산판을 팔아넘겼으나 근거: 돈을 받고 길천에게 산판을 팔았으니 더 이상 한


해방이 되어 길천이 도망가고 없으니 예전의 주 덕문이 산판의 주인일 수 없다. 길천이 농장 산
인이었던 내가 도로 산판의 주인이 되는 것이 당 림 관리인 강태식에게 넘긴 산판을 내가 돈 이천
연하다. 환을 주고 샀으니 내가 산판의 주인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광복이 되어 주인이 없어졌으니 이전에 일본인에게 팔아넘긴 땅은 도로 자신의 것이 되어야 한다는 한덕문의 주장은
평가: 타당성이 없다. 영남의 경우 돈을 주고 매매 계약을 하기는 했으나, 이 계약은 광복 후의 혼란한 시대 상황 속에서 일인
의 재산을 부당하게 처분하며 이루어진 계약이기 때문에, 이 역시 정당한 행위라고 보기 힘들다.

96 Ⅱ.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예시 답안 구한말 탐관오리에게 땅을 빼앗겨 소작인이 된 한덕문은 일제 강점기에도 공출
과 징용에 고통 받는 소작인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다. 독립이 되어 소작인의 신세를 면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지만 일본인들이 소유했던 땅이 유상 분배라는 방식으로 친일 기회주의자
목표 활동
들에게 돌아가고 한덕문은 여전히 소작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됐다
활동 다음 글을 읽고 활동을 해 보자. 구 했을 제, 내, 만세 안 부르기, 잘했지.”라는 한덕문의 말은 국민의 희망을 짓밟아버린 국가
에 대한 풍자와 분노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개인의 이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국가라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한덕문의 사고방식 또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지도 방법 작가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인
물의 대사 등을 통해 정리해 ‘한덕문’은 구한말 이전의 사회 체제나 식민 지배하의 사회 체제나 농민에게는 하나도 득 될
보는 활동이다. 주어진 자료
를 바탕으로 이 작품의 주제 것이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 인식이 비록 피해를 본 입장에서 가지게 된 생각이라 할
를 생각해 보고, 대사가 부각
지라도 그 곤경을 치른 농민 개개인에게는 절실한 것이었음에는 틀림없다. …… 그러나 광복
시키고 있는 주제 의식을 자
유롭게 서술하도록 유도한다. 이 된 조국에서는 그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농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이루
어지지 않았다. 일본인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이나 기회를 포착하는 데 능숙한 사
람들이 일본인 소유의 토지와 재산을 모두 자기들의 것으로 만들어 버려도 사회적으로 아무

| 교사용 수업 자료 148쪽
런 통제가 가해지지 않는 풍토에서 농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었다.
- 「논 이야기」에 나타난 채만식의 문 - 최유찬, 『문학의 모험 - 채만식의 항일 투쟁과 문학적 실험』
제 인식

지도 방법 작품이 담고 있 (1) 한덕문이 “독립됐다구 했을 제, 내, 만세 안 부르기, 잘했지.”라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지 짐


는 의미를 지금의 현실 사회
작해 보고, 국가를 대하는 한덕문의 태도를 옹호 또는 비판해 보자.
에 적용해 보면서 작품을 보
다 폭넓게 감상해 보는 활동
이다. 우리 사회에서 국민들
이 기대하는 국가의 역할에 (2)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비판하려고 한 것이 무엇인지 말해 보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예시 답안 작가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하여 친일 세력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사회적 약자인 국민들이 더욱 절망할 수
수 있도록 지도한다. 밖에 없는 당시의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독립의 역사적 의미를 외면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
들의 태도도 함께 비판하고 있다.
활동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었던 사건 하나를 선정해 보자. 그리고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
로 국민에게 국가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말해 보자.
예시 답안 세월호가 침몰하여 안타까운 생명들이 차가운 바닷속에서 돌아오지 못한 끔찍한 사건 앞에서, 국가는 국민의 보호라는
자신의 역할을 다 하지 못했으며 아픈 국민의 상처도 제대로 어루만져 주지 못했다. 국가라면 이런 인재를 미연에 방지하여 국민이 안
심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안타깝게 사건이 벌어졌다 하더라도 이를 신속히 수습하여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
야 한다. 국민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국가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이다.
재구성과 창작 목표 활동

지도 방법 문학 작품을 다음 가상 뉴스를 보고 한덕문이 보일 반응을 추리해 보자. 그리고 한덕문을 1인칭 서술자로 설정하여
비판적, 창의적으로 수용하
그 반응을 서술해 보자.
는 능력을 바탕으로 재구성
과 창작 활동을 해 본다. 이
작품의 주제와 우리의 현실
세계를 연관시켜 생각해 볼
낙후된 도심이 개발되면서 원주민이 다른 곳으로 내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개발
수 있도록 지도한다. 된 지역으로 중산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임대료가 상승하고, 이를 감당하기 힘든 원주민들은 외
곽 지역으로 이사를 떠나고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 입장에서는 도
심 개발 사업이 재난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진행되어 온 주택 재개발 및 도심 재
정비 사업의 어두운 이면입니다. 제대로 된 국가의 정책이 절실한 때입니다.
예시 답안 광복이 되었을 때 이미 이 나라는 우리 민중을 위해 어떤 것도 해 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 이 일만 해도 그
렇다. 낙후된 도심이 개발되면서 자기 마을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에 부풀었던 원주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임대료 때문에 삶의 터전
을 잃어버리게 되어도 국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잖아. 가진 자들에게만 이 나라는 기회의 땅이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가
혹한 나라이다.
1. 문학의 수용과 재구성 97
함께 읽으면 좋을 작품 | 교사용 수업 자료 151쪽

감상 더하기 •채만식, 「태평천하」 - 「태평천하」는 「논 이야기」와 함께 채만식의 대표작으로 꼽


힌다.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로 이어지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일제 강점기 친
일 지주들의 전형적인 악행과 세대 간의 가치관 갈등과 대립으로 인해 한 집안이
몰락하는 과정을 해학적,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논 이야기」에 드러난 고달픈 농민들의 삶


땅을 근간으로 살아가는 농민들에게 ‘논’은 삶 그 자체이다. 「논 이야기」의 핵심은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를 살아가던 농민들이 그들의 생명과도 같은 논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던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비판과 고발
이다. 시대착오적이기는 하지만 당시로서는 평범한 농민이었던 주인공 한덕문은 구한말에는 고을 원에게
억울하게 논을 빼앗기면서 자작농에서 소작농으로 전락한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는 가난과 무지 때문에
조선의 땅을 무차별적으로 사들이는 일본인에게 얼마 남지 않은 논마저 팔아 버리고 만다. 광복이 되자 한덕
문을 비롯한 농민들이 간절히 원했던 것은 잃어버린 토지를 되찾는 것이었다. 소작 제도 아래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소작료를 내고 나면 먹을 양식조차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불합리한 제도의 고
통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그 어떠한 변화도 농민들에게 진정한 광복일 수 없었다. 농민들의 바람에도 불구
하고 광복이 되자 일본이 빼앗아 갔던 논에 대한 소유권은 친일파 세력에게 옮겨 가게 된다. 이런 상황 속에
서 「논 이야기」는 농민들의 가장 절박한 삶의 문제가 광복 이후에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신랄하게 비판
하고 있다.

| 교사용 수업 자료 148쪽, 149쪽


국가와 개인 모두를 향한 풍자 - 채만식의 풍자 정신과 방법론
- 반농민적 토지 정책에 대한 풍자
「논 이야기」는 광복이 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친일파들이 자신들의 기득
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욱 활개를 치는 시대 상황을 그리고 있다. 구한말부터 국가
는 농민들을 보호하거나 그들에게 도움을 준 적이 없었으며, 농민들은 오히려 국가로
부터 수탈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해 왔다. 이후 일제 강점하에서도 농민들은 일본인들
에게 여전히 논밭을 수탈당했으며, 광복이 되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시점에서도
그들은 소작농의 신세를 면하기 힘들었다. 이 작품은 바로 이러한 점을 파고들면
서 ‘민중에게 국가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제기하며, 정부의 잘못된 토지 개
혁 정책을 비판하고 풍자한다.
한편 개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국가의 독립도 의미가 없다는 한덕문의 사
고방식은 그의 게으름과 어리석은 욕심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이러
한 한덕문의 인식도 이 작품에서 풍자의 다른 한 축을 이
루고 있다.

98 Ⅱ.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소단원 마무리

정리 이 단원에서 배운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자.


하기

■ 작품의 공감적・비판적・창의적 수용
•문학 작품은 자신의 가치관과 경험, 자신이 처한 환경 등에 따라 작품을 해석하고 평가하면서 읽는
것이 좋다.
•문학 작품을 창의적으로 수용하면 문학에 대한 개성적인 안목을 기를 수 있으며, 작품의 미적 가치
를 찾아내는 능력도 갖출 수 있다.

■ 작품의 재구성
•작품의 변형과 재구성 활동은 작품이 담고 있는 진실을 깊이 있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고,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밑바탕이 된다.
•작품을 재구성하는 방법으로는 내용과 형식을 바꾸어 보거나 작품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달리하는
방법, 작품이 소통되는 매체를 바꾸는 방법 등이 있다.

확인 이 단원에서 감상한 작품의 내용을 확인해 보자.


하기

■ 다음 설명 중 옳은 것은 , 틀린 것은 ×에 표시해 보자.

(1) 「규원가」는 규방 여인의 한스러운 삶과 정서를 표현한 규방 가사이다. ×

(2) 「규원가」의 화자는 자연물에 의탁하여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

■( ) 안에 들어갈 알맞은 말을 골라 보자.


(1) 「논 이야기」는 광복 직후 과도기의 사회상을 ( 풍자, 반어 )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 「논 이야기」의 ( 한덕문, 영남 )은 어리석은 욕심으로 땅을 되찾으려는 인물로, 개인의 이익에 보탬
이 되지 않는다면 국가는 쓸모가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목표 점검
점검 학습 목표
하기 상 중 하
작품을 공감적, 비판적, 창의적으로 수용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상호 소
통한다.

내용, 형식, 맥락, 매체 등을 고려하여 작품을 재구성한다.

1. 문학의 수용과 재구성 99


교육 과정 성취 기준
[12문학02-05] 작품을 읽고 다양한 시각에서 재구성하거나 주체적인 관점에서 창작한다.
- 문학 활동은 인간의 본질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과연 표현할 가치가 있는지 평가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자신
이 상상하거나 체험한 내용 중에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내용을 선별하고 이를 준거로 삼아 자신의 관점과 방법으
로 다른 사람의 작품을 재구성하거나 새로운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 내용과 표현만이 아니라 자신의 시각과 방법에
맞는 형식과 맥락, 매체 등을 선택하여 재구성하거나 창작하도록 한다.

문학 작품의 창작
이 단원에서는
•다양한 시각과 방법으로 작품을 창작한다.
•다양한 관점과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다른 사람이 창작한 작품을 평가한다.

생각
열기 다음 두 작품은 창작의 소재를 어디에서 가져온 것일까? 그리고 이 작품들이 독특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 열기’ 설정 의도 | 예술은 전


문적인 창작 능력을 지닌 일부 작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대단한 작법만이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생각 열기’에 제시된 두 작
품을 창작한 허스크 밋나븐은 종이 한 장
과 펜 하나만으로도 여러 사람들에게 재미
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창작은 이처럼
우리 주변의 사소하거나 일상적인 것들에
서 시작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창작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
고 더욱 적극적으로 문학 작품 창작에 참
여하는 자세를 지닐 수 있게 된다.

일상의 재료가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구나. 예시 답안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거나 낚시를 하는 일상적인 상황을 재치 있게 표현한 작품이
다. 이 두 작품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종이와 펜을 사용하여 손으로 찢고 구멍을 내고 그림을 그
리는 방식으로 사소한 변화를 주었는데, 이처럼 고정 관념을 깨는 표현 방식이 무척 신선하고 재미
있게 와 닿는다.

지도 방법 창작이라는 것이 특정한 사람이나 특정한 방법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관심만 있다


면 누구나 창작에 참여할 수 있고 창작을 하는 사람이나 수용하는 사람 모두에게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삶의 주변을 새롭게 보고 의미를 부여하는 창작 활동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도록 유도한다.

100 Ⅱ.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시적 특성을 드러내는 요소
시어 일상적 의미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겉으로 드러나는 의미 이상의 뜻을 지니고 있음.
‘행’은 단어 또는 단어의 연결로 구성되고 ‘연’은 행 또는 행의 연결로 이루어짐. 행과 연의
연과 행
긴밀하고 유기적인 결합이 있어야 좋은 시가 될 수 있음.
말이 지니고 있는 음성적 요소의 규칙적 배열, 특정한 음보의 반복, 일정한 음절의 규칙적
운율
배열 등에 의해서 이루어짐.
화자의 상황, 정서적 반응과 긴밀하게 연관 되어 있고 이에 따라 시에서 선택하는 시어, 대
문학 창작의 의의 어조 상이나 독자에게 취하는 언어적 태도 등이 다르게 나타남.
남성적 어조, 여성적 어조, 풍자적 어조 등

많은 예술가들은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미술, 무용, 음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창작의 욕구는 비단 예술가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특히 문학 창작 행위는 우리
표현은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임.
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상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시나 소설과 같이 격식
을 갖춘 문학 갈래만이 창작 활동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기나 편지 또는 블로그나 누리소
통망(SNS)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행위들은 크게 보면 모두 문학적 활동에 포함된다.
문학 작품의 창작은 자신이 체험하거나 상상한 내용 가운데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을 자신
의 관점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는 문학 창작 활동을 통해 일상의 사소한 것들까지 살피면서
문학 작품 창작의 의의
사물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고, 나와 타인의 삶에 애정을 가질 수 있다.

문학 창작의 실제
문학 창작은 대개 계획하기, 표현하기, 고쳐쓰기의 기본적인 절차를 거친다.
모든 글쓰기의 기본
계획하기는 작품의 주제와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하고 작품의 전체적인
틀을 구성하는 과정이다. 소설이나 희곡이라면 주요 사건을 통해 이야기의 얼개를 잡을 수 있고,
사건들을 인과 관계에 따라 일관성과 통일성 있게 짜 맞춤.
시라면 구체적인 시상 전개를 생각하며 시의 전체적인 흐름을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시를 쓸 때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전략
표현하기는 자신이 선택한 갈래의 특징을 고려하며 실제로 작품을 써 보는 과정이다. 시를 쓰
는 경우[시어, 연과 행, 운율, 어조 등 시적인 특성을 드러낼 수 있는 요소들이
] 잘 어우러지도록 해
야 하며, 소설을 쓰는 경우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시점이나 서술 방식 등을 잘 활용해
작품 속 상황을 바라보고 독자에게 전달하는 서술자(화자)의 위치 직접적 제시(말하기), 간접적 제시(보여 주기)
야 한다. 또한 수필이라면 자신만의 개성적인
문체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쳐쓰기의 과정에서는 작품
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주제가 잘 형상화
되어 있는지, 표현 방식은 효과적인지, 불
필요하고 난해한 표현은 없는지 등을 잘
살펴야 한다.

2. 문학 작품의 창작 101
감상

하나 상처는 스승이다 정호승

읽/기/전/에

‘상처는 스승이다.’라는 문장의 의미를 자유롭게 상상해서 말해 보자.


예시 답안 •상처를 통해 배울 점이 있다. •상처가 나를 성장시킨다.
•상처는 괴롭고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기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지도 방법 성적이나 친구 관계, 가족 관계 등을 통해서 누구나 겪게 되는 ‘상처’의 경험을
떠올려 보며, 그것이 주는 느낌을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게 유도한다.

102 Ⅱ.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이│작│품│은
작품 선정 이유 | 이 시는 누구나 삶에서 겪는 ‘상처’를 회피
하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존해 해결하려 하지 말고 긍정적인 절벽에 뿌리를 내린 나무를 통해 상처 뒤에 숨겨진 고통과 인내를 노래한 작품이다.
자세로 수용함으로서 행복에 다다를 수 있음을 노래한 작품이다.
학생들은 이 작품의 작가가 들려주는 시 창작 과정을 바탕으로 일 시인이 들려주는 창작 방법을 참고하여 한 편의 시를 써 보자.
상의 소소한 경험을 포착하여 어떻게 시로 형상화할 수 있는지 살
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편의 시를 창작해 선생님 강의 Point
보도록 할 것이다.
화자는 인간이 ‘상처’라는 고통과 인내의 과정을 통해 비로소 성숙
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상처’는 회피해야 할 부정적인
상처는 스승이다 ‘-다’, ‘-라’의 반복 - 운율 형성, 주제 의식 강조 대상이 아닌 것이지요. 삶이라는 것 자체가 ‘절벽 위에 뿌리를 내’리는
나무와 같으며 상처를 담담히 수용할 때 행복은 찾아온다는 생각을
삶의 고통과 아픔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라는 주제 의식의 표현
표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에는 삶이 상처를 통해 고통과 인내
절벽 위에 뿌리를 내려라
를 배우는 과정이라는 시인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상처(시련과 고통)를 수용하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강조

뿌리 있는 쪽으로 나무는 잎을 떨군다
생명의 근원
핵심 정리
잎은 썩어 뿌리의 끝에 닿는다 』 『 』: 죽음과 생명이 닿아 있는 자연의 순환
상처가 성장의 밑거름이 됨. 갈래 자유시, 서정시
나의 뿌리는 나의 절벽이어니 성격 성찰적, 서정적, 의지적
상처가 내 삶의 성장과 성숙의 원천이 됨.
제재 삶과 상처
보라
주제 상처를 수용하는 삶의 태도

내가 뿌리를 내린 절벽 위에 •대상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
로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특징
노란 애기똥풀이 서로 마주 앉아 웃으며 •담담한 어조로 상대방을 설득
하듯이 이야기하고 있다.
똥을 누고 있다 』 『 』: 삶의 극한(절벽)에서도 기쁨과 평화가 내재되어 있음.

나도 그 옆에 가 똥을 누며 웃음을 나눈다
서로 위안을 주고받으며 치유됨. 선생님 강의 Point
너의 뿌리가 되기 위하여 화자는 ‘예수의 못자국’으로 표현되는 ‘희생을 통
뿌리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고자 하는 갈망
한 사랑’을 비록 우리가 느끼거나 보지 못하더라도,
예수의 못자국은 보이지 않으나 그 사랑은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오늘
희생, 고통과 인내(상처)를 통한 사랑 은 상처에서 흐른 피가 뿌리를 적신다’로 표현되는데,

오늘은 상처에서 흐른 피가 이는 희생과 사랑을 통해 상처와 고통이 치유됨을 말
희생과 고통 하는 것입니다.
뿌리를 적신다 』 『 』: 고통과 인내를 통해 삶의 성숙이 이루어짐.

- 『사랑하다가 죽어 버려라』 (1997)

선생님 강의 Point

절벽에서도 풀이 자라고 꽃이 핍니다. 고통 속에서도 우리는 인간적인


본질(똥을 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서로 마주보며 웃음으로
써 상처와 고통을 이겨 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나도 그 옆에 가서 똥을 누
며 웃음을 나눈다’라는 것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위로해 주며 함께 상처
를 치유하고 행복을 누리게 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호승(1950~ ) 시인. 1973년 등단한 이후, 우리 사회의 그늘진 면을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사랑을 맑고 아름다운 감성으로 그려 낸 작품을 주로 창작하였다.
[주요 작품]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 편지」 등

2. 문학 작품의 창작 103
학습 활동 정호승 작가와 시 창작하기 | 교사용 수업 자료 153쪽
- 정호승 시인과의 인터뷰 전문

학생 선생님, 안녕하세요. 먼저 선생님께 시를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여쭈어 보


1 고 싶습니다.
시 창작
준비하기
정호승 작가 ‘사람은 누구나 다 시인이다. 사람의 가슴속에는 누구나 다 시가 들어 있다. 그 시를 내
시 창작의 의미 ①
가 대신해서 쓸 뿐이다.’ 저는 시를 쓸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누구나 다 나와 똑같은
시인인데, 다른 사람들이 시를 쓰지 않기 때문에 내가 대신해서 쓴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요. 나는 내 삶의 분노보다 상처 때문에, 기쁨보다 슬픔 때문에 시를 쓴다고도 생각합니
다. 우리는 삶의 슬픔과 상처를 누군가에게 위로받기를 원하는데, 나는 시를 통해 위로받
시 창작의 의미 ②
습니다.
시는 영혼의 양식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육체의 건강뿐만 아니라 영혼의 건강을 위해
서도 노력해야 합니다. 나는 시라는 양식이 인간의 영혼을 건강하게 해 준다고 믿습니다.
시 창작의 의미 ③

학생 선생님, 시를 쓰기 위해서는 주제를 결정하고 이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해


2 야 할 텐데요, 주제와 소재는 어디에서 찾는 것이 좋을까요?
주제 및
소재 정호승 작가 시는 일상의 삶 속에 가득 차 있지요. 문제는 그것을 나만의 눈으로 발견하느냐 못하느
선택하기
냐입니다. 그래서 ‘시는 발견이다.’라고도 합니다. 저는 항상 시의 안테나를 가슴속에 높이
세우고 일상 속에서 시를 발견하려고 노력합니다.

학생 그렇다면 시 「상처는 스승이다」도 선생님의 삶의 체험이 바탕이 된 작품 같은데, 이


시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들려주시겠어요?

정호승 작가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이겠지만 저 역시 지금까지 수많은 상처를 받으며 살아왔습니


글쓴이의 경험
다. 그런데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은 가족, 친구, 이웃 등 대부분 내가 사랑하는 이들입
니다. 물론 여기에는 나 자신도 포함되지요.
저는 상처가 친밀함과 사랑을 먹고 자라는 속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처가 많다는
상처에 대한 생각 ①
것은 그만큼 사랑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도 죽음이라는 상처를 통해서 사랑을
완성했습니다. 상처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풀잎에도, 꽃잎에도 상처가 있습니다.
상처에 대한 생각 ②
상처 많은 나무는 아름다운 무늬를 남기기도 합니다. 우리가 보석이라고 일컫는 진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주는 진주조개의 고통과 상처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도 상처를
보석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상처를 그대로 두면 그것이 썩고 곪아서 우리를 고통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작은 상처에 크게 아파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지요. 상처는 우리의
상처에 대한 생각 ③
부모이고 스승인 것입니다. 상처를 통해 느꼈던 이런 생각들이 이 시를 창작하게 된 계기
상처에 대한 생각 ①~③ → 창작 계기
가 되었습니다.

104 Ⅱ.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 교사용 수업 자료 155쪽
- 관찰과 체험을 통한 시적 상상력 교육

•자신이 평소 시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정리해 보자.


활동 1
시 창작
예시 답안 •시는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준비하기

지도 방법 본격적인 시
•시는 평범한 말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 내면의 진솔함이 배어 있다.
창작에 앞서 시에 대한 관
심을 환기시키는 활동이
다. 시에 대해 가지고 있었
던 생각들을 정리하고 자
신이 평소 좋아하는 시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를 떠올려 보고 그 시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말해 보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예시 답안 •가장 좋아하는 시 - 윤동주, 「서시」

•좋아하게 된 이유 - 진솔한 자아 성찰과 통렬한 참회를 통해 양심 앞에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했던 시인의 의지


를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는 시이다.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일러 주는 작품이다.

•최근 자신에게 인상 깊었던 경험들을 생각나는 대로 떠올려 보자.


활동 2
주제 및
소재 예시 답안 •전생과 현생을 넘나드는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다.
선택하기 •평소 마음에 두고 있었던 이성 친구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서 보냈다.
•공부를 열심히 하였지만 기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속이 많이 상했다.
지도 방법 시를 창작하
기 위해 소재를 선택하는
활동이다. 최근 자신에게
인상 깊었던 경험들을 생
각해 보고 그중 하나를 선
택하여 시의 소재로 삼을
수 있도록 한다.

•위에서 정리한 내용 중 시를 쓰기 위해 필요한 소재를 하나 골라 보자.

예시 답안 전생과 현생을 넘나드는 영화 속 사랑 이야기

2. 문학 작품의 창작 105
학습 활동
학생 시의 주제와 소재를 선택했다면 그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3
연상 정호승 작가 무엇보다도 자기만의 고유한 생각의 재료를 시의 그릇에 담는 게 중요합니다. 남의 생
하기
각을 나의 그릇에 담으면 그것은 남의 것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가 새로워지기 위해서
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자기만의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
다.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은 좋은 시를 위한 재료가 되지 못합니다. 창조적인 상상
력과 개성적인 시각은 시 창작에서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학생 선생님께서 절벽에 뿌리 내린 나무를 소재로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하신 건 나무에서 어


떤 것을 떠올리셨기 때문인가요?

정호승 작가 나무는 바로 나라는 존재, 내 삶의 과정과 그 형태 등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나무가 뿌리


를 내린 곳은 바로 절벽이지요. 아마『나무는 절벽에 뿌리를 내리기까지 수많은 상처와 고통
『 』: 시의 소재로부터 연상한 내용
을 견뎠을 것입니다. 저는 절벽에 뿌리를 내린 나무를 보면서, 그 이면에 감춰진 나무의 노
력과 인내를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또한 참고
견디지 못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지요. 견딤은 미래의 우리를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견딤
이 있어야 귀하게 쓰이는 결과를 가져오지요. 바로 견딤이 쓰임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학생 이렇게 다양하게 연상한 내용들을 시로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4
시상 정호승 작가 시를 쓰기 위해서는 내 생각을 은유의 그릇에 담아야 합니다. 어떤 시적 발상이든 그것
전개하기 시상 전개의 방법 ①
에 어울리는 은유의 그릇은 다 따로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국을 조그마한 간장 종지에
담지 않듯이, 시를 쓸 때에도 그것에 맞는 은유의 그릇을 골라서 요리를 해야 합니다. 또
한 어떤 요리라도 재료에 따른 조리 순서가 있기 마련입니다. 시상을 전개할 때에도 시간
의 흐름이나 공간의 이동처럼 시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생각을 일정한 질서에 따라 구조화
시상 전개의 방법 ②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시를 구성하는 요소인 시어, 연과 행, 운율, 어조 등을 어떻게
시상 전개의 방법 ③
배열하고 전개할지 따져 봐야 합니다.

학생 그러면 이제 실제로 시를 써 보는 단계이겠네요.


5
표현 정호승 작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알아 두어야 할 사실은 시가 단지 아름다운 말들
하기
의 나열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모름지기 시라고 하면 그 속에 진실을 담고 있어야 하지요.
시는 은유적으로 표현하되 그 속에서 진솔함이 묻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시를 쓴 후에는 시를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고쳐 써 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습니다.
고쳐쓰기(퇴고)의 과정
주제가 잘 드러나는지, 행과 연의 구성은 적절한지, 군더더기 표현이나 어려운 표현은 없
는지 살펴보도록 합니다.

학생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106 Ⅱ.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활동 2’에서 선정한 소재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로부터 연상되는 내용들을 단
활동 3
연상 어나 문장 형태로 정리해 보자.
하기

지도 방법 앞서 선택한 예시 답안 •전생의 내가 현생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한 올 머리카락이 되고 싶다.


소재로부터 연상되는 내 •강물과 같이 흘러가는 세월을 뛰어넘어 사랑을 이루고 싶다.
용들을 정리해 보는 활동
이다. 다양하면서도 참신
한 내용들을 연상하여 적
어 볼 수 있도록 한다.

•‘활동 3’에서 연상한 내용을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할 것인지 정리해 보자.
활동 4
시상
전개하기 예시 답안 •첫 연을 끝 연에 다시 반복하는 수미상관 방식을 활용하여 화자의 절절한 마음을 강조한다.
•화자가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방식으로 시상을 전개해 나간다.
지도 방법 시 를 쓰 기
전에 시상 전개 방식을 정
해 보는 활동이다. 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
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
법을 생각해 보도록 한다.

•앞에서 했던 활동들을 바탕으로 한 편의 시를 써 보고 발표해 보자.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활동 5
표현 발표했던 시를 자신의 시와 비교해 보고 어떤 점이 좋은지 말해 보자.
하기 예시 답안 제목: 세상의 무엇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만일 내가 세상의 무엇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지도 방법 실제로 시를 당신의 한 올 머리카락으로 돌아오고 싶습니다
창작해 보는 활동이다. 시
시는 상처를 받으며
당신과 함께 세상에 태어나
를 쓸 때에는 ‘활동 1~4’ 살아가는 우리를
당신의 어깨를 비추는 햇살과 함께
의 결과가 연과 행, 운율,
어조 등의 시적인 특성과
위로합니다.
당신의 귓가에 앉아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한 이따금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과 함께
다.
세월의 강을 흘러가겠습니다
당신과 함께

만일 내가 세상의 무엇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당신의 한 올 머리카락으로 돌아오고 싶습니다
2. 문학 작품의 창작 107
감상

둘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 박상률

읽/기/전/에

지금 이 순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한 사람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그 사람에게 자신의


물건 중 하나를 선물한다면 어떤 것으로 하고 싶은지 그 이유와 함께 말해 보자.
예시 답안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가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을 선물하고 싶다. 그 책에서 느낀 감동과 깨달음을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지도 방법 학생들에게 자신의 진솔한 내면을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유형의 물건이 아니라 자신이 쓴 글이나
음악 같은 무형의 사물 역시 선물할 수 있으며, 선물에 담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 볼 수 있도록 지도한다.

108 Ⅱ.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작품 선정 이유 | 이 작품은 성장기 무렵에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첫사랑의 애틋한 감정을 잔잔하게 서
술하고 있는 성장 소설이다. 주인공의 청소년기 이야기가 중심이 되므로, 학생들이 주인공의 심리에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을 참고하여 우정, 사랑, 진로 등 학생들 자신의 관심사를 소재로, 한 편의 소설을 직접 써
볼 수 있게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문학이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앞부분의 줄 거 리 | 교사용 수업 자료 159쪽 이│작│품│은


- 교과서 109쪽 ‘앞부분의 줄거리’에 해당하는 원문
성장기 무렵 누구나 한 번쯤
소설가인 ‘나’는 어느 날 낯선 여자의 전화를 받고 그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 여자는 다름 아닌 고등학
겪게 되는 첫사랑의 애틋한 감정을
교 때 ‘나’가 좋아했던 현아였다. 현아는 스무 해 동안 갇혀 있었던 말들이라며, 당시 ‘나’가 친구를 통해
잔잔하게 서술하고 있는 성장 소설
현아에게 주었던 시집을 내놓는다. 그 시집은 현아를 위해 ‘나’가 직접 써서 만들었던 것이다. ‘나’는 그
이다. 이 소설을 참고하여 우정, 사
05 시집을 보고 친구의 하숙집에서 알게 된 뒤 좋아했던 현아와 시집에 대한 추억에 젖는다. 눈이 오는 어느
랑, 진로 등 자신의 관심사를 소재
날, ‘나’는 현아에게 시집을 전해 주러 갔지만 현아는 집에 없었다.
로 한 편의 소설을 써 보자.

핵심 정리
갈래 단편 소설, 성장 소설

“현아는 집에 없는가 봐.” 성격 회고적, 낭만적


친구의 말 제재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
내가 누구를 보러 왔는지 다 안다는 투였다. 나는 내 마음을 친구한테 들킨 것 •청소년기의 아름답고 순수한
현아를 좋아하는 마음 사랑
만 같아 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러든 저러든 일단 현아가 집에 없다는 게 무척 주제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삶의
방식을 발견하고 그것을 가꾸
10 다행으로 여겨졌다. 이렇게 분위기 좋은 날 친구랑 현아가 한집에 같이 있으면 안 어 나가는 자세
•어른이 된 서술자가 과거의
될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일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내용
특징 을 전개하고 있다.
“현아 없어도 돼. 그 대신 이것 좀 전해 주라…….”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역순
행적 방식을 취하고 있다.
내가 품에서 수제품 시집을 꺼내 친구 앞으로 내밀자 친구는 그걸 받아 물끄러
미 내려다보았다. 나는 친구가 그 시집을 계속 내려다보고 있는데도 서둘러 현아
15 집을 뛰쳐나왔다. 괜히 친구에게 속을 보인 것 같아 너무나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현아에 대한 마음 ▶ 현아에게 줄 시집을 친구에게 맡김.
눈길을 되짚어 나오며 보니 현아 집으로 이어진 발자국 위에 눈이 제법 두텁게
덮여 있었다. 발자국을 볼 때마다 웃음이 픽픽 새어 나왔다. 한순간이나마 여자
신발 발자국을 현아 것으로 생각한 게 우스워서였다.
“오빠!”
20 쏟아지는 눈을 피하느라 고개를 숙인 채 혼자서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골목길
을 빠져나오는데 현아가 나타난 것이다.

“어? 현아, 어디, 갔다, 와?”
『 』: ‘나’의 소극적인 성격을 간접적으로 제시함.
나는 뜻밖에 현아를 만나자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더듬거렸다.』현아는 온통
눈을 뒤집어쓴 채 두 손을 모아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반갑게 달려들 때처럼 손을
25 활짝 펼치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눈사람 만들래?”
현아는 벙어리장갑을 끼고 있었다. 나는 바지 호주머니에 두 손을 푹 찌른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일이었다. 나는 현아랑 눈사람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 그보다는 먼저 현아가 내 시집을 받아서 읽어
시집에 대한 현아의 반응이 궁금했기 때문에
2. 문학 작품의 창작 109
봤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아니, 어쩌면 장갑을
끼지 않은 내 맨손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엉뚱한 말을 내뱉고 말았다.
“응, 나도, 그러고 싶은데, 바쁜 일이 있어서,
그만 가야 돼…….” 05

아까와 마찬가지로 나는 더듬거렸다. 갑자기


내가 바보가 되어 버린 게 아닌가 싶었다. 현아랑
자연스럽게 어울려 눈사람도 만들고, 친구한
테 시집을 맡겼으니 받아 읽어 보라는 말도
하면 될 텐데 끝내 하지 못하고 말았다. 10

현아가 뭐라고 하는지 어떤지는 살펴볼


겨를도 없이 나는 마구 눈 속을 뛰었다. 뒤
통수가 근질근질했다.
▶ 시집을 친구에게 맡기고 돌아오는 길에 현아를 우연히 만남.
눈이 멈추고 며칠이 지났다. 나는 현아가
내 시집을 받고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궁금 15

해서 안달이 났다. 그러나 다른 때와 달리 현


현아에게서 ‘나’가 기대한 반응이 나오
아네 집에 가 보기가 망설여졌다. 학교는 이
지 않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에
미 겨울 방학이어서 친구를 학교에서 볼 일
현아의 소식을 전해 줄 수 있는 사람
도 없었다.
몇 번씩이나 현아네 집 골목에 들어섰다가 발길 20

을 돌리곤 했다. 오다가다 우연이라도 현아를 만나기


를 바랐지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현아에게서 아무런 반응을 못 받은 나는 더 이상 시를 쓸 수
‘나’가 느낀 실망감의 정도
없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현아네 집 쪽을 바라보며 얼마나 많
이 절망했는지 모른다. 25

방학 동안 아이들은 자기가 갈 대학을 정하고 입학 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시를 쓰는 동안 대학 같은 건 염두에 두지도 않았는
데, 시고 뭐고 쓸 일이 없어져 버리자 우습게도 다시 대학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난 몹시 추운 겨울을 보내야 했다. 30

▶ 현아가 시집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절망에 빠짐.


110 Ⅱ.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중간 부분의 줄 거 리 | 교사용 수업 자료 162쪽
- 교과서 111쪽 ‘중간 부분의 줄거리’에 해당하는 원문
‘나’는 대학 졸업 후 직장에 들어가 돈을 다루는 업무를 맡는다. 하지만 곧, 돈 세는 기계가 되어 버린

스스로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고향을 찾는다.

고향 집에서 며칠을 보내며 내 살아온 지난날들을 더듬다 보니 자연스레 공책


05
에다 뭔가를 끼적이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대단한 내
용을 담은 글은 아니었으나 글을 쓰다 보니 내 마음이 가라앉고 위안이 되었다.
고등학교 때 생각이 났다. 인생을 모르는 사람들의 영혼을 쓰다듬어 줄 시를 쓰자
며, 단 한 사람의 영혼이라도 쓰다듬어 줄 수 있는 시를 쓰자며 호기를 부리던 일
이 떠오른 것이다. 이어 현아로부터 마른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 줄 수 있는 시를
10
쓰라는 주문을 받았던 것도 떠올랐다. 어쩌면 나는 그 누구도 아닌 내 영혼을 쓰
‘나’가 지금 글을 쓰는 이유
다듬는 글과 내 마른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 주기 위해 글을 끼적이고 있는지도 몰
랐다. 비록 시는 아니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를 위한 글을…….
나는 더욱 글에 매달렸다. 때로는 내가 고등학교 때의 선생님이 되어 보기도 하 ‘나’가 글을 쓰는 모습과 그 글
다양한 종류의 화자를 설정하여 글을 쓰는 ‘나’ 의 내용을 상상하며 읽어 보자.
고, 직장의 상사가 되어 보기도 했다. 글이란 게 묘해서 화자가 누가 되었든 결국 예시 답안 ‘나’가 쓰는 글의 내용
은 일상의 평범한 이야기, 즉 자신이
15
쓰는 사람 얘기였다. 나는 그렇게 다시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고등학교 때는 살아온 이야기이자 이웃을 포함한
‘나’ 주변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나’는 이
공부 기계가 되기를 거부하다 보니 시를 쓰게 되었고,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엔 돈 러한 글을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썼
을 것이다.
세는 기계가 되기를 거부하다 보니 글을 쓰게 되었다.
휴가가 끝난 뒤에도 나는 직장에 다시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고 글에만 매달렸
다. 처음에는 넋두리도 있고 푸념도 있었지만 차츰 내 글의 방향과 형식이 잡혀
20
갔다. 인생이니 우주니 하는 거창한 것도 아니었고, 뜻도 모를 추상적인 것도 아
예시 답안 ‘나’는 돈 세는 기계가
니었다. 그저 나 자신이 살아온 얘기이자 내 이웃들의 얘기였다. 결국 글을 쓰다 되어버린 스스로의 모습에 환멸을
‘나’가 쓴 글의 방향 느끼고 있었으나 지금까지 살아온
보니 세상을 건지느니 인생을 풍요롭게 하느니 하는 것보다는 뭐니 뭐니 해도 내 날들을 돌이키며 그 이야기들을 글
로 쓰면서 마음이 안정되고 평화로
워지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스스로를 위해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얘기를 쓰는 것 같은데도 끝내
이유 ‘나’는 글을 쓰며 어떤 위로를
그 글을 통해 위로를 받는 이는 나 자신이었으니까. 받았을지 생각해 보자.
▶ 직장을 그만두고 스스로를 위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나’
25
그렇게 날마다 썼다. 한때는 시에 목숨을 건 적도 있지만 새로 쓰는 글은 시가
호기(豪氣) ① 씩씩하고 호방한
아니었다. 소설 쪽에 더 가까운 글이었다. 예전과 달리 내 글은 빳빳하지도 않고 기상. ② 꺼드럭거리는 기운.

문학 용례 인력거꾼은 채 끝에 달
젊음이니 사랑이니 하는, 풋풋하고 끈적끈적한 감정이 묻어나지도 않았다. 이미
린 벨을 울렸다. 찌르릉찌르릉 울
젊음의 감정이 다 물러가 버린 뒤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러한 감정은 고등학교 리면서 앞에 가로걸리는 사람도
현아에게서 시집에 대한 아무런 반응도 듣지 못한 이후 없는데 괜히 호기를 부렸다.
이후 애써 묻어 두고 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유주현, 「대한 제국」

2. 문학 작품의 창작 111
사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나는 현아가 어떻게 살았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친구
녀석과의 끈을 굳이 잇지 않은 데다 내가 애써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 들어
가서도 찾지 않았지만 직장 생활하면서도 찾지 않았다. 어쩌면 묘한 배신감이 무
‘나’의 고백을 받아 주지 않은 것에 대한 느낌
의식 속에 단단히 박혀 있어서 그랬는지도 몰랐다. 물론 엄밀히 따지자면 현아를
탓할 일은 아니었다. 어찌 보면 나의 일방적인 짝사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05

난 모든 잘못을 현아 탓으로 돌린 것이다. 그러기에 내 의식 속의 현아는 여고생


의 소녀 적 모습에서 성장이 멈춰진 것이다.
소설 쓰는 걸 업으로 삼은 뒤에도 옛날 생각은 더욱 하지 않았다. 다시 글을 쓰
게 되면서 나는 지난 세월 속의 나를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저 새로 태어나야 하
소설 쓰는 것을 업으로 삼은 ‘나’
는 나에게만 관심을 두었다. 그러한 때에 뜬금없이 현아가 나타난 것이다! 그것 10

현아가 시집을 가지고 나타난


이유를 추측해 보자. 도 이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수제품 시집을 들고서…….
▶ 소설 쓰는 것을 업으로 삼은 ‘나’와 뜬금없는 현아의 등장
예시 답안 이 세상에서 단 한 권
[기억의 저편을 한참 헤매고 있는데 현아가 나를 잡아끌었다.]
뿐인 시집을 ‘나’에게 되돌려 주기 위
해서이다. 과거 회상에서 현재의 상황으로 돌어옴.
“앉아서 차 한잔해요.”
그때에야 비로소 청소를 마친 찻집 주인이 건성으로 신문을 뒤적이면서 계속
선생님 강의 Point
우리를 힐끔힐끔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자리에 앉아서도 우리 둘은 한참 동안 침 15

이 소설의 사건은 ‘현재’ - ‘과거’ -


‘현재’의 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묵을 지켰다. 내 앞에는 다시 여고생 소녀 현아가 앉아 있었다. 눈앞의 현아가 사
‘나’가 현아의 전화를 받고 현아를 만
나는 현재의 장면부터 시작하여 현아
십 줄에 가까운 여인이라는 걸 인정할 수가 없었다.
가 건네주는 시집을 보면서 회상하게
된 과거의 장면, 다시 현재로 돌아와
시집에 얽힌 과거 상황을 알게 되는
나는 침묵을 견디기 힘들어 공책을 뒤적거렸다. 편마다 여고생 소녀 현아가 그
장면을 차례대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소설 속의 시간 구조 려져 있는데, 쑥스러울 정도로 그때의 나의 감정이 날것 그대로 한껏 드러나 있었
를 재배치하여 앞뒤 시간을 맞물리도 고등학교에 다닐 당시 현아에 대한 ‘나’의 마음
록 함으로써 성장기 무렵에 한 번쯤 다. 한참 뒤, 고개를 숙이고 있던 현아가 얼굴을 들었다. 눈가가 젖어 있었다. 젖 20

겪게 되는 첫사랑에 대한 애틋한 감
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은 눈빛으로 현아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동안 나 미워했지요?”
나는 아무런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현아를 미워했을까? 그러나 지난 세
월 동안 애써 잊으려고 한 게 꼭 미움 탓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내 생각과는 상관없이 현아가 단정적으로 말했다. 25

“많이 미웠을 거예요…….”


역시 나는 할 말이 없었다. 계속 공책을 뒤적거렸다. 시는 이제 눈에 들어오지
않고 시집을 가지고 현아네 집에 갔다 돌아올 때 만났던, 눈을 뒤집어쓰고 귀가하
던 현아 모습만이 공책의 장마다 어른거렸다.
현아가 더듬거렸다. 30

112 Ⅱ.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음, 남편이, 죽었어요.”
“어!”
나는 외마디 소리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현아 남편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05 현아가 다시 더듬거렸다.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다 보니…….”
나는 아직도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선생님 강의 Point
“남편이 죽고 나서야 이 시집이 나한테 전해진 거예요.”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세상에
현아가 ‘나’의 시집에 대해 어떤 반응도 보이지 못했던 이유
단 한 권뿐인 시집’은 이야기 전개에
“뭐라구?”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
습니다 ‘시집’은 성인이 된 ‘나’가 과거
10 남편이 죽고 나서라니? 그렇다면 그 친구 녀석이 현아 남편? 아, 그 녀석도 현 의 ‘나’와 ‘현아’를 추억하게 하는 매개
물 역할을 합니다. 서술자인 ‘나’는 현
아를 좋아했구나. 순간적으로 그때 상황이 재빠르게 재구성되었다. 내 수제품 시 아가 가져온 ‘시집’을 통해 과거를 회
‘나’가 친구를 통해 현아에게 시집을 전해 주던 상황 상할 뿐만 아니라 현재의 이야기를
집이 현아에게 전달 안 된 것은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풀어 낼 때에도 모두 ‘시집’을 중심으
친구 역시 현아를 좋아했기 때문에 ‘나’의 고백을 전할 수 없었음. 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집을 왜 내게 다시 돌려주지도 않고 없애 버리지도 않았을까?
“미안해요. 이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을 이제야 돌려 드리게 되어서. 그때 받
‘나’가 현아에게만 어울리도록 진심을 다해 쓴 시들이 담긴 시집
15 았으면 바로 돌려 드렸을 텐데……. 시집 속의 말들이 스무 해 동안이나 갇혀
현아에게 닿지 못한 고백의 말들
있느라 무척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돌려 드리려고……. 오빠가 글 쓰
는 작가가 된 건 알고 있었어요. 우연히 신문에서 오빠 이야기를 읽었거든요.
그래서 늦게라도 시집을 꼭 돌려 드리려고…….”
▶ 남편의 유품에서 시집을 발견하고, ‘나’에게 돌려주려는 현아
현아 입에서 ‘오빠’라는 소리가 자연스레 두 번씩이나 나왔다. 그 말을 듣자 마
여고생 시절의 현아가 ‘나’를 부를 때 사용하던 말
20 른침이 목으로 넘어갔다.
아, 그런데, 나는 무엇이, 아니 누가 이십 년 동안 갇혀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었
다. 나는 공책을 다시 현아 쪽으로 슬며시 내밀었다. 그런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직장을 그만둔 뒤엔 처음으로 이는 어지럼증을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 박상률(1959~ ) 소설가.
1990년에 연작시 「진도 아
“이건 현아 아니면 누구에게도 소용없는 시야. 여기 들어 있는 시는 현아한테 리랑」으로 문단에 나온 뒤,
시, 동화, 소설, 희곡 등 여러
25 만 어울리게 쓰인 것이거든. 현아 남편이 된 그 친구도 그걸 알았기 때문에 나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
한테 다시 되돌려 주지도 못하고 없애 버리지도 못한 거야. 그러니 시를 쓴 나 고 있다. 특히 청소년 성장
소설을 꾸준히 발표하여, 청
도 주인이 아니야. 그럼 이만 …….” 소년 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하였다.
밖에는 여전히 눈이 퍼붓고 있었다. 눈길 위에 발자국을 찍으며 발걸음을 뗄 때
[주요 작품] 「봄바람」, 「나
마다 ‘오빠’라는 소리가 밟히는 것만 같았다. ▶ 현아에게 시집을 되돌려 주는 ‘나’ 는 아름답다」, 「밥이 끓는
시간」 등
30 | 교사용 수업 자료 157쪽 - 『함께 여는 국어 교육』 (2005)
- 애틋한 첫사랑의 기억과 현재의 ‘나’를 이어 주는 매개체 ‘시집’
2. 문학 작품의 창작 113
학습 활동 박상률 작가와 소설 창작하기
학생 안녕하세요, 박상률 선생님.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해 질문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막상
1 소설을 쓰려고 하면 막막합니다. 소설 쓰기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주제
정하기
박상률 작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겠지요. 그리고 그 이
주제
야기가 사건을 통해 전개될 수 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이야기
는 자신의 경험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자기가 경험하지 않은 일이라도 얼마
든지 소설의 재료로 쓸 수 있습니다만, 이때에는 여러 가지 조사가 필요하지요.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은 고등학생일 때의 ‘나’가 현재의 ‘나’와 어떤 관련이 있을
까 하는 생각에서 이야기의 싹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통해서 『사람은 가장
관심이 가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면 거기에 맞는 사람이 되리라는 것과, 진정한 부
『 』: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의 주제
자는 추억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 말하고 싶었습니다.

학생 주제를 정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2
인물 박상률 작가 이야기 속에 등장할 인물들을 설정해야겠지요. 주인공을 비롯한 중심인물뿐만 아니라
설정하기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도 설정하는데,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꼭 필요한 사람만을 등
장시키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 인물들은 묘사를 통해 외모나 표정, 옷차림, 버릇 등을 도
인물의 외적 조건
드라지게 해 주고, 대화를 통해 그 사람만의 독특한 말투 따위를 보여 주어 성격이 저절로
심리적 성향, 가치관 등
드러나도록 해야 합니다.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에서는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나’와 고교 시절 ‘나’의 첫사
랑 현아, 그리고 현아의 남편이자 ‘나’와 현아를 만나게 해 준 친구, 이 세 사람을 중심인물
로 설정하고 이야기를 구성했습니다.

학생 주제와 등장인물까지 만들었다면, 이제 이를 부각할 배경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3
배경 박상률 작가 그렇지요. 일반적으로 소설에서의 배경은 사건과 관련된 시간과 공간을 말합니다. 시
설정하기
간적 배경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절이나 사건이 벌어지는 때이지요. 공간적 배경은 인물
들이 활동하는 장소로, 등장인물이 주로 머무르거나 사건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학생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에서는 눈 내리는 날의 배경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박상률 작가 소설에서 눈이 내리는 날이 배경이 되었다는 것은 눈이 사건과 매우 깊은 관련을 맺는


다는 것이지요. 저는 이 소설에서 눈 위에 찍은 발자국, 눈 오는 날의 낭만성 등이 이야기
의 중요 고리가 되게 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친구의 하숙집, 주인공의 고향, 약속 장소인
찻집 등을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하여 중심 사건이 더욱 효과적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하
배경 설정의 효과
였습니다.
톡톡! 강의 TIP
배경의 기능
•작품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114 Ⅱ.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인물의 심리 상태나 사건 전개를 암시한다.
•사건에 신빙성을 부여하고 현실감을 높인다.
•소설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자신의 경험 가운데 소설의 소재로 삼기에 적절한 것을 골라 써 보자.
활동 1
주제
예시 답안 환경 미화 문제로 반 친구들과 의견 대립을 겪다가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양보하여 갈등을 해결했던 경험
정하기

지도 방법 소설의 주제
를 정해 보는 활동이다.
자신의 경험에서 이야깃
거리가 될 만한 것을 찾은
후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
에게 말하고 싶은 바를 정
•위에서 떠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쓸 때 어떤 주제를 담고 싶은지 생각해 보자.
리해 보게 한다.
예시 답안 친구들과의 소중한 우정

•자신이 창작할 소설의 등장인물을 중심인물과 보조 인물로 나누어 설정해 보자.


활동 2
예시 답안 •중심인물: 박아람(주인공), 김윤지, 조민희
인물 •보조 인물: 담임 선생님, 아람이의 어머니, 윤지의 어머니
설정하기
•위에서 설정한 인물들과 관련하여 아래 항목들을 정리해 보자.
예시 답안
지도 방법 소설의 인물
을 설정해 보는 활동이다. 인물
항목 ( 박아람 ) ( 김윤지 ) ( 조민희 )
먼저 사건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중심인물’과 이 키가 크고 예쁘장하지만 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야무진 보통 키에 얼굴 피부가 유
들을 도울 ‘보조 인물’을 외모나 표정 집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다. 인상이다. 난히 희다.
설정한 후 이 인물들의 특
깔끔하고 단정하며 부유한 소박하면서도 다소 털털한 예쁘게 꾸며 입기를 좋아
성을 외모, 옷차림, 말투 옷차림 느낌이 난다. 옷차림이다. 해 옷차림이 다소 화려하다.
등의 항목으로 정리해 본
목소리가 톤이 높으면서 맑 말투가 다정하지는 않지만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말투
다. 버릇이나 말투 다. 자신감 있는 말투를 쓴다. 애정이 담겨 있다. 를 사용한다.

•자신이 창작할 소설의 배경을 만들어 보자.


활동 3 예시 답안
배경
설정하기 시간적
새 학기가 시작된 3월
배경
지도 방법 소설의 배경
을 설정하는 활동이다. 소
설에서 배경이 어떤 역할
공간적
을 하는지 이해하고 주제 학교 교실, 아람이의 집, 윤지의 집
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배경
있는 배경을 설정할 수 있
도록 한다.

2. 문학 작품의 창작 115
학습 활동
학생 배경을 설정했다면 이제는 사건을 만들어야겠네요?
4
사건 박상률 작가 그렇습니다. 우선 인물 간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일차적으로 생각하고 그런 다
정하기
음 등장인물 사이에 공통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따져 보면 그 관계 속에
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이 저절로 보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인물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을 생각해 보고 대략적인 이야기의 얼개를 만들어 봅니다.
구성 - 한 편의 소설로 완성하기 위해 사건을 인과 관계에 따라 유기적으로 배열함.

학생 그러면 이제 그 이야기를 풀어 놓기만 하면 되는군요.

박상률 작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단 이야기를 써 놓은 뒤 단계별로 어디가 약한지를 따져 보고 보


충할 부분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중요한 건 이야기의 자초지종이지요.
다만 결과를 먼저 이야기해야 하는지, 일이 일어난 순서대로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결정해
역행적, 역순행적 구성(입체적 구성) 순행적 구성(평면적 구성)
야 합니다. 기준은 ‘어떻게 해야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입니다.

학생 그러고 보니,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도 사건이 시간 순서대로 일어나지 않았어요.

박상률 작가 네. 이 소설에서는 소설가인 ‘나’가 현아의 전화를 받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현아가 건네주는 시집을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고, 마지막에는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구성
을 취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의 시간 구조를 재배치하여 앞뒤 시간을 맞물리도록 한 것이
현재 → 과거 → 현재(역순행적 구성)
지요. 성장기 무렵에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첫사랑의 애틋한 감정이나 누구나 가지는 특별
한 추억을 떠올리기에는 그와 같은 구성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구성임.

학생 주제, 인물, 배경, 사건까지 생각해 보았으니, 이제는 쓰는 일만 남았네요.


5
표현 박상률 작가 그렇습니다. 소설을 쓸 때에는 먼저 누구의 시점으로 서술해야 가장 효과적일까를 생
하기
각해 보고, 그에 따라 소설의 시점을 정해야 합니다. 서술자가 누구냐에 따라 소설의 전반
적인 분위기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 은 저 자신을 투영한 소
설이므로, 소설가인 ‘나’를 서술자로 설정하여 제 경험을 이야기하듯 표현하였지요. 소설
을 쓸 때에는 서술 시점뿐만 아니라 문체도 매우 중요합니다.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
글쓴이의 사상이나 개성이 글의 어구 등에 표현된 전체적인 특색 또는 글의 체제
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문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이를 소설에서 적절하게 활용해야겠지요. 그리고 고쳐쓰기를 할 때에는 세세한 부
분까지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겉보기엔 물 흐르듯 하지만 흐르는 물속에 있는 돌
멩이와 물풀이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불필요하고 난해한 표현

학생 네, 그렇군요. 이제 저도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소설을 써 봐야겠어요. 오늘 말


씀 감사합니다.

116 Ⅱ.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인물들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을 장면별로 정리해 보자.
활동 4 예시 답안
사건
정하기
반장 아람이, 부반장 윤지, 미화부장 민희가 아람이의 집에 모여 환경 미화를 위한 계획을
장면 1 세우다 비용 문제로 갈등을 겪는 장면
지도 방법 소설의 사건
을 장면별로 구성해 보는
활동이다. 개별 사건들이
개연성이 있어야 하며 서
로 인과관계를 가지고 하
나의 흐름으로 이어질 수 다음 날 세 사람이 다시 교실에 모여 회의를 하다 또 대립을 하게 되고, 참다못한 윤지가 교
장면 2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실 밖으로 나가는 장면

장면 3 아람이와 민희가 윤지네 집을 찾았다가 우연히 윤지네 집의 사정을 알게 되는 장면

다음 날 학교에서 아람이와 민희가 윤지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하고 그동안의 갈등을 해소


장면 4 하는 장면

•앞서 활동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편의 소설을 써 보고 다른 친구들과 바꾸어 읽어 보자.


활동 5 예시 답안 제목: 한 걸음씩 다가가기
표현 (줄거리) 아람이는 지난 해 1학년이 끝날 즈음 전학 온 학생이다. 원래 서울에서 계속 살다가 아버지의 회사가 이전하게 되어
하기 서울 주변의 도시로 나오게 되었다. 아람이는 처음부터 학생들에게 호감을 얻어 2학년 임원 선거에서 학급의 반장이 된다.
아람이는 1년 동안 잘 해 보자며 부반장이 된 윤지와 미화부장 민희를 자신의 집에 초대한다. 윤지는 아람이의 넓은 집을
지도 방법 소설 갈래의 보고 부러운 마음을 갖고 다음에는 자신의 집으로 놀러 가자는 아람이의 말을 못 들은 척 외면하고 화제를 돌린다. 이런 윤지
특징을 고려하여 소설을 의 마음을 모르는 민희는 아람이의 방과 옷, 책상 등 모든 것이 부럽다며 호들갑을 떤다. 셋은 다음 주까지 반장, 부반장, 미화
써 보는 활동이다. 주제를 부를 중심으로 학급의 환경 미화를 해 보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을 떠올리며 계획을 세운다.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 아람이는 환경 미화를 세련되고 멋있게 하기 위해 학급비를 더 걷어서 필요한 물품을 사자는 제안을 한다. 집안 사정이 어
는 시점이나 서술 방식 등 려운 윤지는 굳이 돈을 더 걷을 필요까지 있느냐며 반대한다. 그리고 그냥 소박하게 정성껏 꾸미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낸
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실 다. 그러나 아람이는 윤지에게 그까짓 얼마 안 되는 돈 때문에 구질구질하게 하는 것이 싫다고 하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
제로 한 편의 소설을 써 는다. 이에 윤지는 자존심이 상해서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고 분을 삭인다. 이때 아람이의 엄마가 과일을 들고 와 대화가 중
볼 수 있도록 지도한다. 단되고 셋은 내일 방과 후에 학교에서 다시 이야기를 하기로 의견을 모은다.
소설은
다음 날 방과 후 아람이와 윤지, 민희가 다시 교실에사람이
모였지만사는또 다시모습과
의견이 충돌한다. 셋의 분위기는 냉랭하지만 옆 반
에서 환경 미화를 하는 학생들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서로 관계를웃음소리가
맺는끊이지를
방식을 않는다. 분위기를 참다못한 윤지는 교실 밖으
로 나가버리고, 이 둘 사이에서 민희는 난감해 한다. 어찌 되었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민희는 아람이에게 윤지의
집으로 찾아가자고 한다. 아람이는 내키지이야기로 만들어
않지만, 민희를 내는
따라서 윤지의것입니다.
집으로 향한다. 윤지네 집 현관 앞에 도착한 아람이
와 민희는 우연히 윤지와 윤지 엄마의 대화를 듣게 된다. 윤지 엄마는 밀린 공과금과 집세 때문에 한탄을 하고 윤지는 자신이
아르바이트라도 하겠다고 하지만 윤지 엄마는 극구 말린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해결할테니, 윤지에게는 공부에
만 전념하라고 말한다. 밖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아람이와 민희는 조용히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 발길을 돌린다.
다음 날 학교에서 셋은 환경 미화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다시 모인다. 아람이는 윤지에게 학급비를 더 걷자는 이야기는 없
던 것으로 하고 대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만큼 정성을 들여 교실을 꾸미자고 말한다. 민희도 아람이의 의견에 동의한다. 윤
지는 갑자기 변한 아람이의 태도에 어리둥절해한다. 아람이는 자기주장만을 내세웠던 자신의 태도에 대해 윤지에게 사과를
하고, 윤지는 이를 받아들인다. 윤지는 자신의 어려운 사정 때문에 아람이의 의견에 반대했다는 것을 끝내 말하지 않는다. 그
리고 자신이 처한 환경은 꼭 이겨 내고 말 것이라고 다짐한다.

2. 문학 작품의 창작 117
소단원 마무리

정리 이 단원에서 배운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자.


하기

■ 문학 창작의 의의
•문학 작품의 창작은 자신이 체험하거나 상상한 내용 가운데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을 자신의 관
점과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문학 창작 활동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고, 나와 타인의 삶에 애정을 가질 수 있다.

■ 문학 창작의 실제
•문학 창작은 일반적으로 계획하기, 표현하기, 고쳐쓰기의 절차를 거친다.

확인 이 단원에서 감상한 작품의 내용을 확인해 보자.


하기

■ 다음 설명 중 옳은 것만 골라 보자.

(1)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시선에서 참신한 시적 발상이 나온다.


(2) 시는 은유적으로 표현하되 그 속에 진실이 담기도록 한다.
(3) 소설을 쓸 때에는 가급적 많은 인물을 등장시키는 것이 좋다.
(4) 작가의 개성이 잘 살아 있는 문체는 소설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든다.

→ (1), (2), (4)

■( ) 안에 들어갈 알맞은 말을 골라 보자.


(1) 「상처는 스승이다」의 화자는 ‘상처’를 삶에 ( 긍정적, 부정적 )인 작용을 하는 요소로 인식하고, 아
픔을 참고 이겨 내는 것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2)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은 소설 속의 시간 구조를 재배치하여 ( 첫사랑, 우정 )에 얽힌 애틋한
추억을 드러내고 있다.

목표 점검
점검 학습 목표
하기 상 중 하
다양한 시각과 방법으로 작품을 창작한다.

다양한 관점과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다른 사람이 창작한 작품을 평


가한다.

118 Ⅱ. 문학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대단원 마무리

우리는 이 단원에서 작품을 능동적으로 감상하고 다양한 시각과 방법으로 창작하는 활동을 해 보았습
니다. 앞서 밝혔다시피 문학 활동은 문학 작품을 수용하고 창작하는 활동을 포함합니다. 문학 작품을 수
용할 때에는 자신의 안목으로 작품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창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작품
을 재구성하고 창작하는 활동은 자신을 성찰하고 세상에 대한 인식의 폭을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문학 활동은 교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문학 활동이 일상에서 생활화될 때, 우리의 삶이
윤택해질 수 있음을 기억합시다.


읽을
거리
덴동 어미의 기구한 인생 역정–작자 미상, 「덴동 어미 화전가」
‘덴동 어미’의 비극적인 일생을 노래한 가사로, 조선 시대 서민 여성의 삶과 당시의 사회상을 생동감 있
게 그리고 있다.

혼탁한 현실의 고발과 풍자–채만식, 「탁류」


다양한 인물 군상을 바탕으로 일제 강점기 한국 사회의 타락한 세태를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소년에게 밟힌 달팽이의 사랑과 용서–정호승, 「달팽이」


작가의 삶의 체험이 창작 동기가 된 작품으로, 달팽이의 목소리를 통해 인간의 삶에서 사랑과 용서가 중
요함을 노래하였다.

대단원 마무리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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