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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 시대 인간의 조건이란?

*
-사이언스 픽션 영화에 재현된 복제인간의 정체성 문제

천현순 (경상대)

Ⅰ. 들어가는 말

21세기는 새로운 유전자 시대로 인식되고 있다. 1900년 멘델의 유전법칙이 새롭게
재발견되면서 유전학이 새로운 학문영역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후 1953년 미국의 생
물학자들인 제임스 왓슨 James Watson과 프랜시스 크릭 Francis Crick에 의해 유전자
구조가 밝혀지고,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면서 유
전자에 대한 관심은 해마다 더욱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2016년에는 일군의 과
학자들이 인간의 유전자를 화학적으로 합성하여 새로운 인공 유전체를 만들겠다는 실
험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1) 향후 인공 유전체가 성공할 경우 우월한 유전
자를 소유한 ‘맞춤형 아이’는 물론이고, 아예 생물학적인 부모가 없는 아이를 실험실에
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될 전망이다. 21세기는 이처럼
유전공학 및 생명공학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더불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과학적 수
단을 이용하여 인간의 유전자를 원하는 바대로 조작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인
공 유전체를 이용하여 실험실에서 인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써 21세기 포스트휴먼 시대 인간은 이제 더 이상 자연적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새
로운 유전자 기술을 이용하여 원하는 바대로 디자인되고 재창조되는 이른바 ‘지적 설
계’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점에서 포스트휴먼 시대 인간의 조건이란 자연적 발생에서
인위적 설계로, 태어나는 것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우연에서 선택으로, 유성생식에서
무성생식으로 변화되었음을 의미한다.

* 이 논문은 2016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6S1A5B5A07920623)
1) 2016년 6월 2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실린 기고문에 따르면, 일군의 과학자들이 인간의 유전체
를 10년 안에 인공적으로 합성하여 인공 유전체를 만들겠다는 실험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고
한다.
166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오늘날 새로운 유전학은 유전자가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이른바 유전자 결


정론을 지지하고 있다. 유전자 결정론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 성격, 지능, 재능, 인격
등 인간의 모든 특성들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
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는 그의 저서 뺷이기적 유전자뺸에서 인간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의 몸속에 들어있는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여 영구히 보존하는 데
에 있으며, 이런 점에서 인간은 유전자의 전달과 보존을 위해 존재하는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금까지 인간은 생식활동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남녀 사이의 성관계를 통해 일어나는 유성생식은 남녀 각각의 유전자를 섞
는 방식으로서 한 개체의 유전자를 완전히 전달하기에는 제약이 따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새롭게 등장한 생식복제기술은 이제 머지않아 인간 복제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시사해 준다. 생식복제기술은 유성생식이 아닌 무성생식을 통해 핵을
제공한 기증자와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또 단순히 아
이를 갖는다는 차원을 넘어서서 천재 과학자, 뛰어난 예술가, 유명인사 등 최고의 능력
을 가진 인간을 영구화하거나 대량화하는 것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특정한 인간의
유전자를 임의적으로 선택하여 복제한다는 점에서 생식복제기술은 근본적으로 유전자
결정론적 사고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아인슈타인, 모차르트, 슈
바이처, 간디 등과 같은 뛰어난 인물의 유전자를 완벽하게 복제하여 만들어진 아이는
성장한 후에도 이들과 똑같은 인물이 될 수 있을까? 한 인간을 복제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과 연관해서 본고는 복제인간의 문제를 첨예하게 보여주는 독일의 영화
감독 롤프 슈벨 Rolf Schübel의 사이언스 픽션 영화 <블루프린트 Blueprint>(2003)와
미국의 영화감독 프랭클린 샤프너 Franklin J. Schaffner의 사이언스 픽션 영화 <브라질
에서 온 소년들 The Boys from Brazil>(1978)을 중심으로 유전자 결정론이 복제인간에
게 얼마나 유효한 담론이 될 수 있는지를 탐색해 보고자 한다. 슈벨의 영화와 샤프너
의 영화는 복제인간의 문제를 첨예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이언스 픽션 영화에 속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국내에서 복제인간의 문제와 연관해서 이 두 영화
를 비교분석한 연구는 진행된 바가 없다. 구체적인 작품분석에 앞서 본고는 다음 장에
서 복제인간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는 생식복제기술의 등장배경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
보도록 하겠다.
포스트휴먼 시대 인간의 조건이란? 167

Ⅱ. 과학기술의 진화: 생식복제기술의 등장

인류의 발달사를 역사적으로 추적해 볼 때, 인간은 자신을 닮은 개체를 보존하려는


욕구를 끊임없이 시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을 닮은 개체를 보존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후손을 통해 계속해서 자신의 유전자를 계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써 후
손을 남기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는 오히려 성적 욕구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
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인간은 생식활동을 통해 자신을 닮은 개체를 보존해 왔다.
남녀 사이의 성관계를 통해 일어나는 생식활동은 그러나 19세기 후반 생식의학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되었다. 이른바 보조생식기술을 통해 남녀 사이의
성관계 없이도 개체를 보존할 수 있는 새로운 생식기술이 발전하게 되었다. 일반적으
로 보조생식기술에는 인공 수정, 시험관 수정, 대리모 출산 등이 있다. 새로운 생식의
학기술이 기존의 생식방식과 다른 점은 남녀 사이의 자연스런 성관계를 통한 출산 대
신 인간의 인위적인 개입에 의해 출산이 이루어지며, 정자와 난자의 우연적인 결합 대
신 기술에 의한 인공적인 결합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성생식은 그러나 1990년대 생식복제기술이 도입되면서 정자와 난자의 결
합 없이도 생식이 이루어지는 이른바 무성생식으로 대체가 가능해졌다. 생식복제기술
은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이 뛰어난 유전형질을 가진 동물을 효과적으로 번식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고안되었다. 원래 식물에서 시작된 복제기술은 과학기술
의 발달과 더불어 양서류를 거쳐 포유동물로까지 그 대상 범위가 점차 확대되었다. 현
대에 들어와서 복제기술이 성공한 최초의 사례는 1952년 미국의 과학자들인 로버트
윌리엄 브리그스 Robert William Briggs와 토머스 킹 Thomas King이 개구리를 복제한
경우로 전해진다. 이들은 배아기의 개구리 세포에서 세포핵을 채취하여 핵을 제거한
개구리 난자에 이식함으로써 개구리 배아를 복제하는데 최초로 성공하였다(모건 2017,
28 이하). 개구리를 이용한 양서류 복제에 이어 1970년대 초반에는 영국의 발생학자
데릭 브롬홀 Derek Bromhall에 의해 토끼를 이용한 포유류 복제가 처음으로 시도되었
다. 브롬홀은 핵이 제거된 수정란에 토끼의 세포핵을 이식하여 복제를 시도하였지만,
그의 복제실험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가센/미놀 2007, 339). 또 1983년에는 미
국의 생물학자들인 제임스 맥그래스 James McGrath와 데버 솔트 Davor Solte가 체세
포 복제기술을 이용하여 생쥐를 복제하려고 시도하였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전해
진다(모건 2017, 39). 이후 1996년 영국의 로슬린 연구소의 이안 윌머트 Ian Wilmut와
168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그의 동료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이들은 핵을


제거한 성숙한 양의 난자에 또 다른 성숙한 양에서 축출한 체세포 핵을 융합시켜 핵을
제공한 양과 동일한 복제양을 탄생시켰다(모건 2017, 65 이하). 이러한 복제기술을 이
용하여 1997년에는 미국에서 복제원숭이가, 1998년에는 일본에서 복제소가 각각 탄생
되었다. 이로써 포유동물을 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생식복제기술이 개발되었으며, 이
는 머지않아 인간 복제도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해 준다.
본고에서 탐색하고자 하는 롤프 슈벨의 SF 영화 <블루프린트>와 프랭클린 샤프너
의 SF 영화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1970년대와 1990년대에 일어
났던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서 생식복제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복제인간의 문제를 보여
준다. 1978년에 제작된 샤프너의 영화는 1970년대 토끼를 이용한 포유류 복제실험에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은 영화에서 브루크너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에 의해 흰색 토끼가 복제에 성공하여 검정색 토끼를 낳는 장면을 통해 제시되
고 있다. 또 2003년에 제작된 슈벨의 영화는 1990년대 복제양 돌리의 탄생에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영화에서 마틴 피셔 박사가 복제양 돌리와 유사하게 체
세포 복제기술을 이용하여 복제인간을 탄생시키는 장면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 다른
보조생식기술과 비교해 볼 때, 생식복제기술은 정자와 난자의 결합 없이도 인간을 만
들어낼 수 있으며, 또 핵을 제공한 기증자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생식복제기술은 특정한 개체의 유전자를 복제하는
방식으로서 단순히 아이를 갖는다는 차원을 넘어서서 천재 과학자, 뛰어난 예술가, 유
명인사 등 최고의 능력을 가진 인간을 영구화하거나 대량화하는 것과 밀접히 연관되
어 있다. 이런 점에서 생식복제기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가히 특별하다고 볼
수 있다.

Ⅲ. 유전자 vs 환경 논쟁: 인간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 인간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지금까지 인간의 정체성을 결정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와 환경 사이의 대립은 자연적으로 태어
난 인간의 경우에만 국한하여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논의가 생식복제기술을
포스트휴먼 시대 인간의 조건이란? 169

통해 만들어질 복제인간에게는 얼마나 유효한 담론이 될 수 있을까? 과연 복제인간의


정체성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복제인간은 핵을 제
공한 기증자와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개체를 말한다. 이처럼 어떤 특정한 인간과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개체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생식복제기술 속에는 무엇보다
도 유전자가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이른바 유전자 결정론이 함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과연 복제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유전자가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을까? 유전자는 과연 복제인간에게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복제인간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현시점에서 복제인간에 대한 유전자의 영향력은 쌍둥
이 연구를 통해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여기서 쌍둥이와 복제인간의 차이점은, 쌍
둥이가 자연적으로 생성되는데 반해, 복제인간은 인위적인 기술의 개입을 통해 생성된
다는 데에 있다.
쌍둥이는 기본적으로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로 나뉜다. 일란성 쌍둥이는
난자 하나와 정자 하나가 수정하여 생긴 수정란이 두 개의 수정란으로 분리되어 발생
하는 것으로서 100%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한다. 이와 달리 이란성 쌍둥이는 난자 두
개와 정자 두 개가 동일한 자궁 내에서 수정하여 발생하는 것으로서 50% 동일한 유전
자를 공유한다. 여기서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개체들로서 원본인
간과 복제인간의 관계와 동일한 조건을 갖는다. 쌍둥이에 대한 연구는 영국의 인류학
자이자 우생학의 창시자인 프랜시스 골턴 Francis Galton에 의해 처음으로 시행되었다.
골턴은 1875년에 발표한 그의 논문 「쌍둥이의 역사, 본성과 양육의 상대적 영향력 기
준 The history of twins, as a criterion of the relative powers of nature and nurture」에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인간에게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를 쌍둥이 연구를
통해 밝혀내고자 하였다. 즉 그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가 유전적으로 서
로 다른 이란성 쌍둥이보다 더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면 유전자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
을 입증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그는 35쌍의 일란성 쌍둥이와 23쌍의 이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유사성과 차이점을 비교분석하였다(리들리 2015, 112). 이러한 분
석결과 그는 어떤 일란성 쌍둥이는 같은 해, 같은 치아에 심한 치통을 앓았으며, 또 어
떤 일란성 쌍둥이는 서로에게 줄 선물로 똑같은 삼패인 잔을 고른다는 사실을 발견하
였다(리들리 2015, 112). 이를 통해 골턴은 일란성 쌍둥이는 이란성 쌍둥이에 비해 외
모뿐 아니라 질병, 성격, 취향 등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밝혀내었으며, 이로써 유
전자의 영향이 환경보다 우세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내었다(리들리 2015, 112).
170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1950년대에 접어들면서 쌍둥이 연구는 나치의 인종말살정


책에 이용되었다는 이유 때문에 잠시 주춤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오면서 쌍둥
이 연구는 미국을 중심으로 다시 활발히 연구되기 시작하였다. 미국의 경우 1979년에
심리학자이자 유전학자인 토마스 부처드 Thomas Bouchard가 태어난지 몇 주 만에 서
로 다른 가정에 입양된 짐 스프링거와 짐 루이스라는 일란성 쌍둥이를 조사하였다. 이
들 쌍둥이는 헤어스타일은 비록 달랐지만 얼굴과 목소리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유
사하였다(리들리 2015, 119). 또한 이들은 고혈압, 치질수술, 편두통, 사팔눈, 줄담배,
손톱 물어뜯기, 같은 나이에 체중 증가 등 병력, 습관, 체중 등이 매우 비슷하였을 뿐
아니라, 두 사람 모두 목공소를 운영하고, 플로리다의 똑같은 해변으로 휴가를 떠나고,
자동차 경주를 즐기고, 야구는 싫어하는 등 직업, 취미, 취향까지도 거의 동일하였다
(리들리 2015, 119). 이러한 조사를 바탕으로 토마스 부처드가 이끄는 미네소타 연구팀
은 어린 시절에 서로 헤어져 다른 가정에서 양육된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유전자와 환
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관찰하였다. 그 결과 유전자가 지능에 60%, 인성에
60%, 운동기능에 40∼60%, 창의성에 21%로 각각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솅크 2011,
96).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토마스 부처드 연구팀은 거의 모든 면에서 환경보다
유전자의 영향이 더 크다는 사실을 이끌어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쌍둥이 연구를 통해 드러나는 사실은 어떤 일란성 쌍둥
이도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서 유전자가
동일하다고 해서 똑같은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의미해 준다. 100% 동일
한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란성 쌍둥이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점
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미국의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 Steven Pinker는 그의 저서
뺷빈 서판뺸에서 행동유전학의 법칙을 들어 일란성 쌍둥이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저서
에서 핑커는 행동유전학의 세 가지 법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제1법칙: 인간의 모든 행동 특성은 유전적이다.


제2법칙: 한 가족 내에서 양육되는 것의 효과는 유전자의 영향보다 작다.
제3법칙: 복잡한 행동 특성들의 편차 중 상당 부분은 유전자나 가족의 영향으로 설명되지 않
는다(핑커 2004, 652).
포스트휴먼 시대 인간의 조건이란? 171

스티븐 핑커에 따르면, 행동유전학의 세 가지 법칙은 서로 헤어져 다른 가정에서 양


육된 일란성 쌍둥이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으며, 이러한 행동유전학의 법
칙을 통해 유전자와 환경이 한 인간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이다. 즉 그에 따르면, 행동유전학의 제1법칙 “인간의 모든 행동 특성은 유전적이다.”
는 지금까지 수많은 일란성 쌍둥이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증명되는 사실이라는 것이
다. 태어난 직후 떨어져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들 사이의 유사성을 서로 비교해 볼 때,
재능, 기질, 지능, 성격 등은 유전적이며, 또 니코틴이나 알코올 의존성, 텔레비전 시청
시간, 이혼 가능성 등과 같은 구체적인 특성들도 모두 유전적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
다(핑커 2004, 656). 또한 떨어져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들의 유사성을 서로 비교해 볼
때, 행동유전학의 제2법칙 “한 가족 내에서 양육되는 것의 효과는 유전자의 영향보다
작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한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모
의 양육이나 가족의 영향보다는 유전자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핑커에 따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자나 가족의 영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
란성 쌍둥이들 사이의 차이점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행동유전학의 제3법칙
에 해당하는 “복잡한 행동 특성들의 편차 중 상당 부분은 유전자나 가족의 영향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일한 유전자와 동일한 가족의 영향을 받고 자란 일란
성 쌍둥이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핑커는 이
를 “단독 unique 환경”으로 설명한다(핑커 2004, 663). 여기서 “단독 환경”이란 일란성
쌍둥이 가운데 한 명에게만 영향을 미치고 나머지 쌍둥이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모든 개별적이고 우연적인 사건을 말한다. 예를 들어 쌍둥이 한 명이 불량배에게 얻어
맞을 때 다른 한 명은 아파서 집에 있거나, 한 명은 세균을 흡입하고 다른 한 명은 흡
입하지 않는 것 등과 같이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일어나는 우연적인 사건이나 개별
적인 경험 등이 “단독 환경”에 포함된다는 것이다(핑커 2004, 693). 핑커에 따르면, 이
러한 “단독 환경”은 유전적인 것도 아니고 가족의 영향도 아니면서 일란성 쌍둥이들을
서로 다르게 만들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모든 사람들을 제각기 다르게 만드는 원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핑커 2004, 666). 지금까지의 일란성 쌍둥이들에 대한 연구를 바탕
으로 스티븐 핑커는 우리를 현재의 모습으로 만드는데 있어서 유전자가 50%, “단독
환경”이 50%로 각각 영향을 미치며, 이로써 한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인은 유전자와 “단독 환경”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일란성 쌍둥이와 동일한 조건에 놓여 있는 복제인간의 경우 유전자와 환
172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경의 영향은 어떻게 나타날까? 이와 연관해서 본고는 다음 장에서 복제인간의 경우 유


전자와 환경의 문제가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롤프 슈벨의 SF 영화 <블
루프린트>와 프랭클린 샤프너의 SF 영화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을 중심으로 좀 더
자세히 고찰해 보고자 한다.

Ⅳ. 복제인간과 영화적 상상력

IV.1. 사이언스 픽션 영화 <블루프린트>

현대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더불어 미래에는 인간 복제도 가능할 것이라는


인간의 상상력은 특히 사이언스 픽션 장르에서 끊임없이 다루어져 왔던 주제이다. 독
일의 경우 복제인간에 관한 소재는 샤를로테 케르너 Charlotte Kerner의 사이언스 픽션
소설 뺷블루프린트 blueprint - blaupause뺸에서 가장 첨예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이 소설
은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독일어권 문학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작품에 해당하며, 독
일에서는 수업용 교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케르너의 소설 뺷블루프린트뺸는 2003년 롤프
슈벨 감독에 의해 동명의 제목으로 다시 영화화되었다. 슈벨의 영화 <블루프린트>는
그러나 전체적인 구성방식에 있어서 소설과는 다른 편집방식을 보인다. 소설은 복제인
간 시리의 탄생, 유년기, 청소년기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반해, 영화는 시리의 현재시점에서 과거에 대한 회상으로, 다시 과거시점에서 현재시
점으로 이어지는 현재와 과거의 교차적 편집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2)
롤프 슈벨의 SF 영화 <블루프린트>에서 천재 피아니스트인 이리스 셀린은 불치병
으로 인해 더 이상 피아노를 연주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자신을 완벽하게
닮은 딸을 복제하기로 결심한다. 즉 그녀는 자신의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그녀의 복
제딸을 통해 계속해서 보존하고 싶어 한다. 영화에서 이리스의 복제과정은 체세포 복
제학자인 마틴 피셔 박사에 의해 주도되는데, 그는 핵이 제거된 이리스의 난자에 그녀

2) 샤를로테 케르너의 SF 소설과 롤프 슈벨의 SF 영화 <블루프린트>에 관한 좀 더 자세한 연구는 다


음 논문을 참조하기 바란다. 천현순(2016): 문학과 영화 속 복제인간 – 샤를로테 케르너의 소설과
롤프 슈벨의 영화 <블루프린트>를 중심으로. 카프카연구 31, 113-132.
포스트휴먼 시대 인간의 조건이란? 173

의 유전자 정보를 주입시키는 이른바 체세포 복제기술을 통해 복제딸 시리를 탄생시


킨다. 어머니 이리스의 유전자 정보를 그대로 갖고 태어난 복제딸 시리는 어린 시절부
터 탁월한 피아노 연주능력을 보이는데, 이러한 그녀의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은 급기
야 이리스의 매니저에게는 ‘기괴한 것’으로까지 간주된다. 일란성 쌍둥이처럼 복제딸
시리는 어머니 이리스와 100% 동일한 유전자 정보를 지닐 뿐 아니라, 그녀의 외모, 얼
굴에 난 점, 목소리, 머리카락을 옆으로 치켜 올리는 습관, 동일한 남자에게 애정을 느
끼는 성향 등 어머니와 매우 유사한 특징을 지닌다. 영화에서 어머니와 복제딸의 일치
정도는 특히 손가락의 지문을 통해 시각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손가락의 지문 모양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나’의 동일성을 보장해 주는 신체의 표식이라 할 수 있
다. 이 때문에 지문검사는 내가 ‘나’임을 증명해 주는 유일한 증거수단이 된다. 그러나
영화에서 어머니와 복제딸은 지문까지도 완벽하게 일치하기 때문에 ‘나’를 ‘나’라고 말
할 수 있는 ‘나’에 대한 동일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나’에 대한 동일
성의 상실은 시리가 병든 어머니를 보기 위해 독일에 도착하여 공항에서 지문검사를
받을 때 컴퓨터 화면에 에러로 표시되는 장면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리스와 시리의 관계는 시리가 13세 때 우연히 복제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어머
니와 딸이라는 ‘모녀관계’에서 원본인간과 복제인간이라는 ‘주종관계’로 변화된다. 영
화에서 복제인간으로서 시리가 느끼는 수치스러운 감정은 피아노 연주회가 끝난 후
그녀가 가슴에 부착한 흰색 별로 시각화되고 있다. 여기서 ‘복제인간 Klon’이라고 쓰
여 진 흰색 별은 나치시대 유대인들이 상의에 부착한 ‘유대인 Jude’이라고 쓰여 진 노
란색 별을 연상시킨다. 일명 ‘유대인의 별’이라고 불렸던 노란색 별은 나치시대 모든
유대인들이 의무적으로 옷에 부착해야만 했던 표식이다. 이러한 표식은 독일인과 유대
인을 차별화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유대인들로 하여금 제2의 인간이라는 굴욕감을 느끼
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제2의 인간으로서 복제인간 시리가 느끼는 감정은 나치시
대 유대인들이 느꼈던 감정처럼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운 것임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생식복제기술과 연관해서 영화에서 나타나는 핵심적인 문제는 어머니 이리스의 유
전자 정보를 그대로 갖고 태어난 시리는 어머니와 똑같이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성장
하게 되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즉 영화에서 핵심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복제인간은
원본인간과 동일한 인물이 되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어머니 이리스와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복제딸 시리는 어머니처럼 유전적으로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아니스트가 되는 길을 포기하고 캐나다로 도피한 후 사진작가로
174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활동한다. 이는 곧 자신의 탁월한 음악적 재능을 복제딸을 통해 영구히 보존하고자 했


던 이리스의 복제계획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시리가 어머니
이리스와 다른 삶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는 외부의 환경적 요인을 들 수
있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시리는 우연히 취재기자들로부터 그녀가 복제되었다는 사실
을 깨닫고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될 뿐 아니라, 끊임없이 몰려드는 취재기자들로
인해 정신적 괴로움을 겪는다. 이로 인해 시리는 어머니 이리스와 완전히 다른 환경에
놓이게 된다. 시리는 이리스와 마찬가지로 유전적으로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소유하고
있지만, 그녀가 복제되었다는 사실로 인해 겪게 되는 정신적 충격과 외부의 환경적 요
인은 그녀를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데 방해요인으로 작용한다. 시리가 겪는 이러한 개
별적인 경험은 복제인간으로서 그녀만이 겪는 고유한 경험으로서 스티븐 핑커가 앞장
에서 언급한 “단독 환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복제되었다는 사실은 시리로 하여금 어머니 이리스에게 반항하도록 만든
다. 시리는 어머니 이리스에게 반항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라고 말하면서 이리스의 복제딸임을 보여주는 증표인 얼굴에 난 점을 칼로 도려내는
행위를 취한다. 이러한 시리의 반항의식은 어머니와 다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시리의
내면의지를 강하게 보여준다. 영화에서 어머니와 다른 삶을 살겠다는 시리의 내면의지
는 독일을 떠나 캐나다로 도피하고, 피아니스트가 아닌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명예보
다는 순수한 사랑을 추구하고, 자신의 죽음이기도 한 어머니의 죽음을 극복하는 것 등
으로 표출된다.
영화에서 유전자와 환경이 복제인간에게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볼 때,
외모, 습관, 재능 등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요소들은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그려
지는데 반해, 정신, 의지, 마음 등 내면적인 요소들은 외부 환경 및 “단독 환경”의 영
향을 받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를 통해 슈벨의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복제인간
은 원본인간과 동일한 인물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유전적으로 동일한 복제인간
이라 하더라도 주어진 외부 환경 및 개별적으로 경험하는 “단독 환경”이 다를 경우에
는 원본인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시리는 어머니 이리
스와 동일한 유전자 정보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자라온 환경과는
다른 환경에 놓이게 되며, 이처럼 어머니와 다른 환경은 그녀로 하여금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한다.
포스트휴먼 시대 인간의 조건이란? 175

IV.2. 사이언스 픽션 영화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롤프 슈벨의 SF 영화 <블루프린트>가 탁월한 음악적 재능을 지닌 피아니스트를 복


제함으로써 원본인간과 복제인간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주고 있다면, 프랭클린
샤프너의 SF 영화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은 이미 죽은 역사적 인물인 아돌프 히틀러
의 복제소년들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샤프너의 영화는 1976년에 발표되어 커다
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미국의 대중작가 아이라 레빈 Ira Levin의 사이언스 픽션
소설 뺷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The Boys from Brazil뺸을 영화로 제작한 작품이다. 아이
라 레빈의 SF 소설은 1970년대 당시 과학 분야에서도 여전히 신의 영역으로 알려진
복제인간의 문제를 최초로 다룬 소설로서 출판과 더불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
으며 복제기술을 둘러싼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프랭클린 샤프너의 SF 영화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에서 유대인이자 ‘나치 사냥꾼’
으로 알려진 에즈라 리버만은 어느 날 우연히 한 미국 청년으로부터 파라과이에서 요
제프 멩겔레와 그의 나치 일당이 잔인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제보를 받는다. 그의
제보에 따르면, 요제프 멩겔레는 그의 나치 부하들에게 아리안족의 민족적 사명을 위
해 2년 6개월 안에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94명의 남자들을 이들이 65세가 되는 날에
죽이라고 명령했다는 것이다. 왜 요제프 멩겔레가 94명의 남자들을 65세가 되는 날에
죽이라고 명령했을까를 연구하던 중에 에즈라 리버만은 빈대학의 브루크너 박사로부
터 토끼 복제실험을 듣게 된다. 이를 통해 그는 요제프 멩겔레가 히틀러의 유전자를
복제한 아이들을 전 세계로 입양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이들 복제소년들의 양아버
지들을 찾아 나선다.
영화에서 에즈라 리버만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지몬 비젠탈
Simon Wiesenthal3)을 모델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Köhne 2013, 58). 오스트리아 출

3) 지몬 비젠탈은 1908년 당시 폴란드 영토에 속했던 부카츠에서 도매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비젠


탈은 1932년 프라하에 있는 기술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였고, 이어 1936년에 렘베르크에 건축사
무실을 개업하였다. 그러나 그는 1939년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사무실을 폐쇄해야만 했으며, 1941
년에는 마찬가지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체포되어 집단수용소에 감금되었다. 1945년 5월 비젠탈은
미국 군대의 도움을 받아 수용소에서 해방되었다. 해방 직후 그는 미국 관청에 91명의 나치 전범
자들의 이름이 적힌 명단을 제출하는 등 나치 잔당을 색출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비
젠탈은 1947년 오스트리아 린츠에 ‘유대인 역사기록소 Jüdische Historische Dokumentation’를 설립
하였으나 재정적인 이유로 1954년에 문을 닫았고, 이후 1961년에 빈에 ‘유대인 기록센터 Jüdische
Dokumentationszentrum’을 다시 설립하였다. 나치시절 비젠탈과 그의 아내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176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신의 유대인이었던 지몬 비젠탈은 나치시절 집단수용소에서 죄수로 생활하였으며,


1945년 수용소에서 해방된 후 “무죄하게 살해된 수백만 명을 위한 정의 찾기 Suche
nach Gerechtigkeit für Millionen unschuldig Ermordeter”를 자신의 일생의 과제로 삼으
면서 나치 잔당을 색출하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펼쳐 일명 “나치 사냥꾼 Nazijäger”으
로 불려졌다(Simon Wiesenthal). 실제로 지몬 비젠탈은 생존 당시 나치 전범자인 요제
프 멩겔레 Josef Mengele를 색출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그를 붙잡지
는 못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영화에서 실제 이름으로 등장하는 요제프 멩겔레는 역사
적으로 실존했던 나치의사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나치의사로서 멩겔레는 아우슈비츠
집단수용소에 수감된 죄수들을 상대로 골수이식 실험, 불임 연구, 유전학 및 우생학 연
구 등을 시행하였을 뿐 아니라, 그의 다양한 의학적 실험들을 위해 수많은 죄수들을
살해하여 일명 “죽음의 천사 Todesengel”로 불려졌다. 멩겔레는 나치시절 특히 어린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쌍둥이 연구를 행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우슈비츠 집단수
용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멩겔레는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
이 간의 차이를 조사하기 위해 설문조사, 사진 및 엑스레이 촬영, 인체측정 검사, 소변
및 피검사 등을 실시하였다고 한다(Josef Mengele). 또한 그는 병에 대한 반응과 유전
과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쌍둥이 한 명에게 독, 박테리아, 그밖에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고의적으로 주입한 후 병의 진행과정을 기록하였을 뿐 아니라, 실험대상인
쌍둥이 한 명이 죽으면 인체구조를 서로 비교하기 위해 나머지 쌍둥이도 죽인 후 해부
하였다고 한다(Abé/Kormaier/Sarovici). 샤프너의 영화는 지몬 비젠탈, 요제프 멩겔레
등 실제로 생존했던 역사적 인물들뿐 아니라, 토끼 복제실험 등과 같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여 있을 법한 가능한 세계를 영화적 상상력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생생한 현장
감과 사실감을 더욱 강화시켜 주고 있다.
샤프너의 영화는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인 요제프 멩겔레의 전기에 근거해서 새로운
허구적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는데4), 영화에서 그는 1943년 5월 23일 히틀러가 죽기

89명의 친척들을 모두 잃었다고 한다. 지몬 비젠탈은 2005년 오스트리아 대통령 하인츠 피셔


Heinz Fischer로부터 ‘황금 명예훈장’을 받았으며, 같은 해 96세의 나이로 빈에서 사망하였다.
4) 요제프 멩겔레는 1911년 3월 16일 독일 귄츠부르크에서 농기구운영업자인 칼 멩겔레 Karl Mengele
와 발부르가 멩겔레 Walburga Mengela 사이에서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멩겔레는 1935년 뮌헨대학
인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36년에는 의사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하여 라이프치히 대학 소
아과에서 4개월간 실습을 하였다. 이어서 그는 1938년에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의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박사학위 취득 후 독일의 유전학자이자 우생학자인 오트마 폰 페르슈어 Otmar von
Verschuer가 이끄는 ‘유전학 및 인종우생학 연구소 Institut für Erbbiologie und Rassenhygiene’에서
포스트휴먼 시대 인간의 조건이란? 177

전에 그로부터 얻은 혈액샘플과 피부세포를 이용하여 94명의 히틀러의 복제소년들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아돌프 히틀러는 당시 52세 세관 공무원이었던 아롤이스 히틀
러 Alois Hitler와 당시 29세였던 클라라 푈츨 Klara Pölzl 사이에서 1889년에 태어났
다. 히틀러는 어린 시절 학교교육보다는 그림을 그리는데 더 많은 소질을 갖고 있었으
며, 이 때문에 그를 공무원으로 교육시키고자 했던 아버지로부터 잦은 학대를 받고 성
장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14세가 되던 해 그의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사망하였으
며, 이로 인해 히틀러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에서 히틀러
의 복제소년들은 일란성 쌍둥이들처럼 모두 히틀러와 동일한 유전자 정보뿐 아니라,
목소리, 검은 머리, 아리안족의 혈통을 상징하는 파란 눈 등을 지니고 있다. 이들 가운
데 어떤 복제소년은 히틀러와 유사하게 그림을 그리는데 남다른 재능을 지니고 있는
데 반해, 어떤 복제소년은 히틀러와는 달리 플루트를 연주하는 음악적 재능을 지니고
있다. 이들 복제소년들은 목소리, 검은 머리, 파란 눈, 창백한 얼굴 등 외부적으로 드러
나는 외모는 매우 비슷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모두 똑같은 재능을 지닌 것
은 아니다.
영화에서 94명의 히틀러의 복제소년들은 나치의사 멩겔레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브
라질에서 은밀히 복제된 후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캐나다, 영국, 미국 등 전 세계
로 입양되어진다. 이때 이들 복제소년들은 실제 역사적 인물인 아돌프 히틀러와 유사
한 성장과정을 거치도록 히틀러의 부모와 유사한 나이와 직업, 그리고 북유럽 기독교
적인 배경을 지닌 가정으로 입양된다. 영화 <블루프린트>에서 천재 피아니스트인 이
리스 셀린이 자신의 복제딸을 통해 자신의 탁월한 음악적 재능을 영구히 보존하려고
하였다면, 영화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에서 나치의사 멩겔레는 전 세계를 히틀러의
지배하에 두고자 히틀러의 유전자를 대량으로 복제한다. 즉 영화 <블루프린트>에서
복제의 핵심이 예술적 탁월함을 영구화하는데 있다면, 영화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에서 복제의 핵심은 정치적 탁월함을 대량화하는데 있다.
더 나아가 멩겔레는 미래에 존재하게 될 ‘완벽한’ 히틀러의 재탄생을 위해 히틀러의
유전자 정보뿐 아니라 히틀러가 경험했던 양육과정의 유사성도 극대화하고자 한다. 이

조교로 활동하였다. 이후 멩겔레는 1943년부터 1945년까지 아우슈비츠 집단수용소에서 나치의사로


활동하면서 이곳에 포로로 잡혀온 죄수들을 상대로 다양한 의학적 실험들을 시행하였다. 1959년
나치 전범자로서 그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멩겔레는 파라과이로 도주한 후 1960년에 다시 브
라질로 도주하였다. 1979년 요제프 멩겔레는 수영하던 중 뇌졸중 발작으로 사망하였다고 전해진다.
178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를 위해 그는 복제소년들이 14세가 되는 해에 히틀러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똑같은 경


험을 체험하도록 이들의 양아버지들을 고의로 살해하는 은밀한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샤프너의 영화에서 히틀러의 복제소년들 가운데 과연 어떤 소년이 히틀러와 똑같은
인물로 성장하게 될지는 불분명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들 복제소년들 가운데 바비는
자신에게 역사적으로 가장 훌륭한 사람인 히틀러의 복제인간이라고 말하는 요제프 멩
겔레를 미쳤다고 비난한다. 영화 <블루프린트>에서 복제인간 시리가 어머니의 복제품
이라는 사실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것처럼, 샤프너의 영화에서 복제소년 바비는 자신
이 히틀러의 복제품이라는 사실을 혐오스럽게 생각한다. 또한 복제소년 바비는 어린
시절 히틀러와는 달리5) 그의 양아버지의 죽음에 슬퍼하면서 눈물을 흘릴 뿐 아니라,
그의 양아버지를 죽인 요제프 멩겔레를 ‘악마’라고 말하면서 사냥개들을 풀어 그를 죽
이도록 한다. 여기서 샤프너의 영화는 이들 복제소년들의 다양한 모습, 즉 어떤 소년은
음악적 재능을 지니고, 어떤 소년은 장난기가 많고, 어떤 소년은 감기에 걸려 의사의
치료를 받고 있으며, 또 어떤 소년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촬영을 하는 등 이들 복제
소년들이 개별적으로 겪는 경험, 즉 “단독 환경”을 통해 이들이 히틀러와 동일한 유전
자와 비슷한 양육과정에도 불구하고 히틀러와 똑같은 인물로 성장하지는 않을 것임을
암시해 준다.
생식복제기술과 연관해서 영화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에서 핵심적으로 제기되는
문제 중에 하나는 히틀러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복제소년들을 과연 히틀러라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즉 샤프너의 영화에서 제기되는 핵심적인 문제는 유전자
의 동일성이 개체의 동일성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영화에서 히틀러의 복제소
년들은 크게 두 가지 서로 다른 입장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하나는 이들 복제소년들을
히틀러와 동일시하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 복제소년들을 히틀러와 동일시하지
않는 입장이다. 요제프 멩겔레는 히틀러의 복제소년 바비를 히틀러와 동일시하면서 언
젠가는 실제 역사적 인물인 히틀러처럼 권력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유대인

5) 어린 시절 히틀러는 화가를 직업으로 선택하고자 하였으나 그를 공무원으로 키우고자 했던 아버지


때문에 잦은 말다툼과 폭력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14세가 되던 해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더 이상 아버지와 직업문제로 다툴 필요가 없어졌다고 한다. 이에 대해 히틀러는 그의 저
서 뺷나의 투쟁 Mein Kampf뺸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 나의 직업문제는 생각했던 것
보다 일찍 결정되었다. 13세 때 돌연 아버지를 잃었다. 평소 매우 건강했던 아버지에게 갑자기 뇌
일혈이 일어났던 것이다”(히틀러 2001, 44).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은 어
린 히틀러에게 아버지의 폭력과 억압에서 벗어나는 일종의 ‘해방감’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휴먼 시대 인간의 조건이란? 179

비밀단체에 소속된 청년 데이비드는 복제소년들을 히틀러와 동일시하면서 이들을 죽


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달리, 에즈라 리버만은 이들 복제소년들은 단순히 죄 없는
순수한 어린 아이들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한다. 샤프너의 영화는 주인공 에즈라 리버
만의 입을 통해 히틀러의 복제소년들을 수백만 명의 유대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실제 역사적 인물인 히틀러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화 <블루프린트>에서 복제딸 시리는 어머니와 동일한 유전자 정보를 갖고 있음
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와 다른 환경 및 그녀의 내면의지에 따라 어머니와 똑같은 피아
니스트가 되지 않았다면, 영화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에서 히틀러의 복제소년들은
히틀러와 동일한 유전자와 비슷한 양육과정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히틀러와 똑같은 인
물로 성장하지는 않을 것임을 암시해 준다. 이를 통해 샤프너의 영화는 복제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유전자와 부모의 양육이외에도 또 다른 복잡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 Stephen Jay Gould
는 ‘완벽한’ 복제인간을 얻기 위해서는 원본인간과 똑같은 유전자와 양육뿐 아니라, 똑
같은 자궁, 똑같은 부모, 똑같은 역사적 시간대와 똑같은 지리학적 장소 등이 필요하다
고 언급한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조건들이 현실적으로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이
러한 맥락에서 샤프너의 영화는 ‘완벽한’ 히틀러의 복제소년들을 탄생시키는 것은 불
가능하며, 이는 나치의사 멩겔레의 허무맹랑한 야욕에서 비롯된 ‘광기’라는 것을 간접
적으로 보여준다.

Ⅴ. 결론을 대신하여

지금까지 고찰한 두 편의 사이언스 픽션 영화를 통해 특정한 인간을 복제하고자 하


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롤프 슈벨의 SF 영화 <블루
프린트>에서처럼 복제딸을 통해 자신의 탁월한 음악적 재능을 영구히 보존하고자 하
는 개인적인 욕망에서 비롯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프랭클린 샤프너의 SF 영화 <브
라질에서 온 소년들>에서처럼 이미 죽은 역사적 인물인 아돌프 히틀러를 복제하여 아
리안족이 지배하는 미래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정치적인 욕망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슈벨의 영화와 샤프너의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부각되는
180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사실은 유전자의 동일성이 개체의 동일성을 말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원본인간


과 동일한 유전자 정보를 지닌 복제인간이라 하더라도 원본인간과 똑같은 인물은 되
지 않는다는 것이다. 슈벨의 영화에서 복제딸 시리는 어머니 이리스처럼 유전적으로
탁월한 음악적 재능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어머니와는 달리 피아니스
트가 아닌 사진작가의 길을 선택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샤프너의 영화에서 히틀러의
복제소년들은 모두 동일한 유전자 정보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이들이 히틀러와 똑같은 인물로 성장하지는 않을 것임을 암시해 준다. 이
를 통해 두 영화는 모두 공통적으로 21세기 새로운 유전학에서 주장하는 유전자 결정
론은 한계가 있음을 영화적 상상력을 통해 보여준다. 즉 복제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
는데 있어서 유전자가 결정적인 요인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유전자와 더불어 개별적
인 경험이나 우연적인 사건에 해당하는 “단독 환경”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슈벨과 샤프너의 영화는 모두 공통적으로 복제기술이 지니는
한계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즉 복제기술은 외모, 습관, 재능 등 인간의 외향적인
특징은 복제할 수 있지만, 마음, 정신, 의지 등 인간의 내면적인 특징은 여전히 복제하
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서 ‘몸’을 복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뇌’를 복제
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해 준다(존슨 2010, 31). 슈벨의 영화와 샤프
너의 영화가 보여주는 또 다른 공통점은 복제된 인간에게 있어서 자신이 복제되었다
는 사실은 수치스러움과 혐오감만을 줄 뿐이라는 것이다.
어떤 특정한 인간의 유전자,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인간이 자라온 비슷한 양육과정에
도 불구하고 복제인간이 원본인간과 동일한 인물이 되지 못한다면, 과연 한 인간을 복
제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탁월한 피아니스트를 복제한 아이가 피아
니스트가 되지 않고, 정치가를 복제한 아이가 정치가가 되지 않는다면, 또 복제인간에
게 있어서 자신이 복제되었다는 사실이 단지 수치스러움과 혐오감만을 줄 뿐이라면,
복제는 왜 필요한 것일까? ‘유능한’ 인간과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와 똑같은 인물이 되지 않는다면, 복제기술을 통한 인위적인 무성생식이 남녀 사이에
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유성생식보다 더 나은 점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이와 연관해
서 심각하게 제기되는 문제는 인간 복제는 과연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
이라 할 수 있다.
포스트휴먼 시대 인간의 조건이란?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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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schliches Klonen und Ethik im Science-Fiction-Film The Boys from
Brazil(1978). ÖZG 24, 55-78.
The Boys from Brazil(2007): DVD. Concorde Video.

인터넷 자료
Abé, Nicola/Kormaier, Veronika/Sarovici, Alexander: Jagd auf Josef Mengele. “Dus is er!
182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Mir haben ihm gefunen, dem kleinen Dreck! “Aus:


http://www.spiegel.de/einestages/josef-mengele-wie-der-mossad-den-kz-arzt-von-ausc
hwitz-jagte-a-1166539.html.(2017년 12월 26일 검색)
Josef Mengele. https://de.wikipedia.org/wiki/Josef_Mengele(2017년 12월 26일 검색)
Simon Wiesenthal. https://de.wikipedia.org/wiki/Simon_Wiesenthal(2017년 12월 26일 검색)

Zusammenfassung

Bedeutung des Menschen im posthumanen Zeitalter


- Die Identitätsproblematik des Klons in Science-Fiction-Filmen

CHEON Hyun Soon (Gyeongsang National-Uni)

Das 21. Jahrhundert bestimmt man als ein Zeitalter der neuen Genetik. Durch die
wissenschaftlichen Erfolge der Genomforschung am Beginn des 21. Jahrhunderts
verbreitete sich der Glaube, dass es die Gene seien, die uns zu dem machen, was wir
sind. Dem Humangenomprojekt lag daher die Hypothese zugrunde, dass unsere gesamte
Existenz von einem genetischen Programm gesteuert bzw. determiniert werde. Dazu
verstärkten die technischen Erfolge des reproduktiven Klonens den Glauben an den
genetischen Determinismus. Der Begriff Klonen bezeichnet in der Reproduktionsmedizin
die künstliche Erzeugung eines genetisch identischen Individuums von einem Lebewesen.
Wie aber wirken die Gene bei der Identitätsbildung des Klons? Wird der Klon im Laufe
der Zeit tatsächlich gleich sein wie das Original?
Die vorliegende Arbeit richtet in Bezug darauf ihr Augenmerk auf die
Wirkungsproblematik der Gene bei der Identitätsbildung des Klons in
Science-Fiction-Filmen. Die Arbeit gliedert sich insgesamt auf in drei Teile: Im ersten
포스트휴먼 시대 인간의 조건이란? 183

Teil betrachtet die Arbeit die technische Entwicklungsgeschichte des reproduktiven


Klonens. Im zweiten Teil untersucht die Arbeit den Gene-Umwelt-Diskurs spezifisch
durch die Zwillingsforschung. Im dritten Teil versucht die Arbeit, die
Wirkungsproblematik von Genen und Umwelt bei der Identitätsbildung des Klons
beispielsweise in den Science-Fiction-Filmen Blueprint(2003) und The Boys from
Brazil(1978) hervorzuheben. Durch die vergleichende Untersuchung der beiden Filme ist
es ersichtlich, dass sowohl die Gene, als auch die Umwelt auf die Identitätsbildung des
Klons maßgeblich mit einwirken.

Keyword 복제인간 유전자와 환경 쌍둥이 연구 사이언스 픽션 영화


(한글/독일어) Klon Gene und Umwelt Zwillingsforschung Science-Fiction-Film

∙ 필자 E-Mail: hscheon@gnu.ac.kr (천현순)


∙ 투고일: 2017년 12월 30일 / 논문심사일: 2018년 1월 31일 / 게재확정일: 2018년 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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