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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들 궁금해 하시는 내용 !

1. 나라 선택 기준이 뭔가요?
: 저는 우선 유학을 고려할 때, 내가 유학을 끝내고 한국에 들어올 생각이 있는지, 아니면 유학을
간 김에 그 나라에서 자리잡고 아예 이민을 할건지부터 선택했어요. 저는 어릴때부터 한국보다는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유학을 고민할 때도 ‘내가 잘 살수있는 나라’ 에 가는 것을
가장 우선적인 기준으로 두었어요. 그렇게 고민하던 와중에 (당시 2학년 2학기 재학 중) 대학생이 되면
한번쯤은 해봐야지 하고 준비하던 파리 교환학생(2학기 파견)이 붙으면서 붕 뜨는 1학기를 의미있게 보낼
겸 파리에 가기 전에 처음해보는 유럽살이에 적응을 하기 위해 독일 방문학생을 급하게 신청하게 됐고,
운좋게 프랑스와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 (Saarbrücken) 에 있는 Universität des Saarlandes
에 합격해서 제가 부전공하던 불어불문학과 수업들을 독일에서 들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독일 소도시인 자르브뤼켄에서 반 년, 프랑스 파리에서 반 년을 거주하면서 점차 저의
라이프 스타일과 성향을 알게됐어요. 아무래도 독일에서는 언어적인 한계도 있었고, 저의 외향적인
성향상 전 좀더 convivial 한 분위기를 선호하는데 독일은 다소 조용하고 철학적인 곳인지라 저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혼자 사색하고 고민하기엔 좋았지만 날이 좋을 때 밖에 앉에
사람들과 활발하게 토론하고 대화하기에는 어려움이 큰 문화권이라고 느껴서 독일에서의 학기가 끝나고
파리로 온 뒤에 훨씬 많은 안심과 편안함을 느꼈던 것같아요. 그래서 그 때 ‘난 독일보다 프랑스가 더
잘맞는 사람이구나’ 하고 깨달아서 결론적으로 나라를 프랑스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나라를
선택하는 데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가장 큰 기준점이 된 것은 제 라이프 스타일과 그 나라의 문화나
사회분위기가 얼마나 잘 맞는지, 내가 그 나라에서 얼마나 편안함을 느끼는지였어요. 음악적 취향이나
교수진, 학교의 문제는 그 다음에 고려했습니다.
그런데 만일 여러분이 이민을 염두한 유학이 아닌, 정말 학업과 학위를 위한 유학을 꿈꾸신다면
(한국에 돌아가실 예정이라면) 학교와 교수진을 먼저 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프로필을 만드는
목적보다는 좋은 삶을 살아가려는 목적으로 프랑스에 온거지만, 어떤 분들은 좋은 학교에서 확실한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유학을 선택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a. 유학을 결정하게 된 시기와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 유학은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제대로 공부하려면 무조건 본고장에서 한 번
배워봐야한다는 생각이 아주 깊게 자리잡고 있었어요. 그래서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단
막연한 마음으로 ‘음악을 공부하다보면 언젠간 유학을 가게 되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와중에 지금 파리국립음악원에서 작곡 공부하고 계신 신성원선배 언니를
만나면서 프랑스 음악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방식에 대해 많이 듣게 되었고, 눈보다는 귀로
음악을 배우고 가르치는 커리큘럼과 교육관이 머리와 손으로만 음악을 공부하던 저에게 큰
충격과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한국에선 주로 책이나 악보를 보면서 음악을 공부하잖아요, 사실
음악은 듣는 예술인데! 그래서 프랑스가 좀 더 음악의 본질적인 측면을 간파해서 교육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프랑스로 유학을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게 또 하나의 이유였던 것
같아요.
b. 나라를 먼저 고르고 학교를 골라야 할까요? 아니면 학교를 먼저 봐야할까요?
: 저는 나라를 먼저 고르고 학교를 선택한 케이스예요. 왜냐하면, 처음에 프랑스 유학을
가야겠다고 다짐했을 때는 그냥 지금처럼 ‘기악음악 작곡; composition instrumentale’ 을
할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전자음악을 하게될 줄은 정말 몰랐을 때였어요.
저는 유학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기 때문에 나라를 먼저 고르고,
전공이 선택된 뒤에 해당 전공을 위한 과가 있는 학교를 고르는 순으로 결정을 내렸어요. 그런데
만약에 여러분이 이미 전공에 대한 결정을 끝낸 상태라면, 학교를 먼저 보거나 특정한 교수진을
먼저 보고 나라와 학교를 결정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만약 내가 영화음악을 하고 싶은데,
굳이 독일이 음악으로 유명하다는 이유로 독일에서 영화음악 관련 학교를 찾는건
비효율적이거든요 (독일은 실험음악, 현대음악 위주예요. 프랑스도 마찬가지이고요!). 끌리는
전공이 확실한 상황이라면 그 전공을 살릴 수있는 나라와 학교를 가는게 맞는 것같고, 아직 전공
선택을 못했다면 우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부터 진지하게 고민해보세요! 유학은 현실이기
때문에 단순히 가고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안타깝지만, 갈 수 없습니다.

2. 유학 관련한 정보는 어떻게 찾으셨나요? 그리고 학교 선택 기준도 궁금해요!


: 구글로 찾습니다! 너무 간단한 대답이라 여러분이 어떻게 느끼셨을 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구글에서 직접 하나하나 검색하면서 찾았어요. 이런 서치를 잘 하려면 우선 그 나라의 학제를 잘
알고있어야 하는데, 저는 프랑스로 가고 싶었기 때문에 우선 프랑스 내의 음악교육기관이 크게 봤을 때 총
4종류라는걸 알게됐어요 (학석박 학위를 줄수있는 établissement d’enseignement supérieur, 디플롬
형태로 전문 음악가 자격증을 주는 시립(CRR; conservatoire rayonnement régional)/구립 음악원(CRD;
conservatoire rayonnement departemental) 그리고 사립학교인 École normale).
그 뒤엔 각각의 학교 키워드와 제가 하고자하는 전공인 ‘전자음악; musique
électroacoustique/composition électroacoustique/création sonore(과마다 부르는 이름이 달라서 최대한
다양한 키워드를 알고있는게 좋아요)’ 을 검색해서 하나하나 입학요강을 살펴보며 골랐어요. 저는 파리가
그래도 가장 중심이기 때문에 공연 기회도 많고 다른 기관이나 학교들과 파트너쉽이 더 잘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해서 파리에 있는 시립음악원(CRR)을 선택했고 국립음악원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우선 입학이 어렵다는 것도 있지만 (입시에 시간투자를 해야함) 파리국립음악원은 작곡과가
전자음악과 기악작곡으로 세분화되어있지 않고 그냥 통틀어 작곡과로만 존재하기 때문이었어요.
리옹에 있는 국립음악원도 있지만, 그럼 저의 주 거주지 자체를 옮겨야 하는 문제(저는 배우자와
같이 살기 때문에 저 혼자만 이사결정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제가 리옹으로 옮기면 제 배우자도
직장부서를 리옹쪽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어야 했거든요)도 있었고 이 학교는 각 전공마다 매년 한 명만
뽑기 때문에 입학 확률이 너무 낮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리옹 학교는 입학시험을
4월-5월에 치르는데 이때는 제가 이대에서 학기중이라 애초에 시험을 보러 갈 수가 없었던 것도 큰
이유였어요. 그래서 이래저래 때문에 일이 복잡해지는게 싫어서 파리 시립음악원을 선택했습니다!
앞으로의 학업은 이 곳에서 공부를 하면서 그때그때 드는 생각과 고민들에 충실해서 결정할
생각이에요. 파리에서의 공부가 만족스러우면 이걸 토대로 내가 할 수있는 것들을 찾을 생각이고,
리옹에서 공부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땐 정말 실행에 옮겨볼 생각입니다!
a. 희망하는 학교 교수님과 미리 컨택을 해야하나요?
: 사실 저는 입시 시험에 등록을 해두고 교수님께 컨택을 시도하긴 했지만 교수님이 제
이메일을 읽지 않으셨어요! 하하. 학교이메일로 보냈는데, 보통 학교 이메일은 다들 안쓰고
개인이메일만 확인하는 것 같더라고요. 마치 이대에서도 ewha.ac.kr (맞는진 모르겠으나)
이메일은 아예 열어보지도 않는 교수님들이 많이 계신 것처럼요.
그래서 결국 컨택은 했으나 회신받지 못한 상태로 입학시험(저는 포트폴리오를 미리
제출하고, 면접만 보는 전형이었어요)을 치르게 됐고, 아무 문제 없었어요. 대신, 저의 경우엔
제가 가려는 음악원 교수님들 사운드 클라우드를 구독해놓고 자주 들었어서, 이런 점을 더
어필할 수는 있었습니다. ‘나 네 사운드클라우드 구독해놓고 들었는데, ~ 작품 되게 좋아해! 나도
이런걸 배우고 싶어서 지원하게 됐어!’ 라고 언급했는데, 반응도 되게 유쾌했고 (되게
부끄러워하셨으나) 좋아하시더라고요!

b. 유학을 위한 기본적인 정보들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어떤 것들을 찾아봐야 하는지


알고싶어요!
: 기본적인 정보들이라면 아마 학교나 교수진, 학과 종류와 같은 내용일거라고 생각하고
답변해볼게요! 우선 학교에 대한 정보는 구글에서 하나하나 다 직접 찾아봐야하는데, 만약
잘모르겠다면, 그리고 좋아하는 작곡가들이 있다면 그 작곡가들의 formations(학업이력)을
보면서 추려봐도 좋아요. 또는 좋아하는 동시대 작품들이 있다면 그 작품을 쓴 작곡가들의
이력을 보고, 어떤 학교에서 공부를 했는지 참고하면서 (그리고 누구에게 배웠는지) 그 사람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가는게 좋겠죠.
여러 사람들의 프로필과 작품을 보는 것이 가장 첫 걸음이고, 그 뒤엔 직접 교육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원하는 정보를 알아보면 됩니다. 가장 중요한건 아무래도 입시요강과 언제
신입생 선발을 하는지 등이 될텐데, 만약 홈페이지가 좀 불친절한 레이아웃이라 찾기 어렵다면,
학교 교육과정 관련해서 담당하는 사람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학교 공식 이메일을 통해
문의하고 답변을 받는 것도 확실하고 좋아요. 가장 추천하지 않는 방식은 말로 주변에 ‘그냥 조금
들어봐서 안다’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어줍잖게 준비하는 거예요. 모든 정보는 직접,
공식적인 방식으로 알아내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이메일 쓰는 일을
두려워하지마세요!

3. 포트폴리오와 면접은 어떻게 준비했나요?


: 포트폴리오와 면접 모두 혼자 준비했습니다. 딱히 전문적인 첨삭을 받거나 하진 않았어요.
포트폴리오에는 lettre de motivation (motivation letter) 가 함께 들어가야 하는데, 이 것만 프랑스에서
이력서 좀 써본 친구에게 한번 보여주고 별로인 내용 가지치기 하는 정도로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자잘한
문법 실수정도 교정했는데, 저는 문법 교정은 Chat GPT로 했어요 (아주 정확하게 교정해주거든요).
포트폴리오는 기악곡 2곡, 전자곡 3곡으로 총 5개 제출했어요. 프랑스에서는 악보보단 음원이
우선이기 때문에 연주를 올리지 못했던 걸 제외하고는 모두 음원으로 제출했습니다 (기악곡은 악보를
같이 첨부했어요). 저는 다소 많이 낸 편에 속하는데, 보통 자신있는 곡이자 퀄리티 높은 작품으로
3개정도 내는게 가장 좋습니다. 그래서 저도 제 주력인 전자곡은 3곡으로 추려서 제출했어요.
제출하는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과, 작곡할 때의 아이디어, 사용한 테크닉등을 자세히
서술했고 해당 작품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었고 추후에 이 작품을 다시 손보게 된다면 어떤
developpement을 하고 싶은지, 아쉬운 점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서술하거나 면접을 대비하여 할
말들을 미리 생각해두었어요.
면접은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여서 엄청 긴장을 하고 보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제가 제출했던
포트폴리오 위주의 질문들이 주였고, 특히나 제 작품 중 한국적인 작품이 있었는데, 그 작품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대답하기 어려운 추상적이거나 철학적인 질문들보단 제가 알고있는게 어느정도고
음악에 있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철학과 흥미를 가지고 작품을 만드는지를 물어보는게 주된
질문들이었어요!
면접보기 전에 준비도 혼자 했는데, 가끔 배우자(프랑스인)을 들들 볶아서 한시간정도
프리젠테이션하는 정도로 준비했어요.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면접을 보는거다 보니, 같은 내용을
말해도 더 장황하게 말하는 습관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간결하고 깔끔하게 중요한 핵심을 위주로
설명하는 발화방식을 많이 연습했습니다.

(다음 페이지에 면접 질문있어요!)


제가 면접 본 당일에 제 개인 블로그에 적어둔 내용들을 잠깐 첨부해둘게요 !

a. 포트폴리오에 수상이력이 필요한가요?


: 저는 교내 콩쿨만 나갔어서 그냥 교내 대회 상받은 작품을 포폴로 내는 김에
상받았다고 적었는데 딱히 물어보지 않았어요. 한국이나 미국에선 수상이력이 중요할지
모르지만 우선 프랑스에선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작품이 아무리 상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들(심사위원)에게 흥미롭지 않으면 끝이에요. 상을 받았냐 안받았냐보다는 (외부적인
평가보다는) 작곡가 본인이 그 작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왜 이런 작품을 쓰게 되었는지에
있어 어떤 확고한 생각과 철학이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내부적인 스토리가 더 중요해요).
그러니 여러분도 포트폴리오 만드실 때, 남들이 좋다고 했던 곡도 좋지만 (객관적으로
좋은 작품이라 외부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하니까요) 본인이 자신있는 곡을 내는 것도
중요하다는걸 꼭 기억하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신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이나 스스로가
더 개선해나가고 싶다고 느끼는 부분들도 오히려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그런 것들을
배우고 싶다고 어필하는 것도 좋은 면접 답변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b. 어떤 장르의 작품을 포트폴리오로 쓰는게 좋을까요?


: 동시대 작품이요! 지금 당장 작곡되는 수많은 작품들과 나란히 두고 봤을 때,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드뷔시의 인상주의적 어법, 바르톡의
민족주의적인 것들, 음렬기법 등은 전부 100년 이상 된 옛날의 스타일이라는 걸 꼭 아셨으면
좋겠어요. 한국에선 동시대 작곡가들이 아직도 이런 구시대적인 스타일로 곡을 쓰지만, (제가
함부로 확언하긴 어렵다하더라도) 프랑스에선 이런 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동시대 곡들을 많이 찾아 들으려면 유투브 보다는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작곡가를
직접 팔로우해두고 작품이 올라올 때마다 들어보는게 좋아요.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음악 취향을
알 수있고, 좋아하는 작곡가와 작품 리스트를 만들 수 있거든요.

c. 좋은 포트폴리오를 위한 팁은 뭔가요?
: 좋은 음악을 많이 듣고, 자신의 음악적 미학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내가
관심있어하는 것들, 나의 작법, 나의 음악적 담화와 구성을 촘촘하게 짜는 것이 결국
테크닉이니까요. 흥미로운 소리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작곡가는 흥미로운 소리 진행을 만들 수
있어야 하기도 해요!
작품을 많이 쓰는 것도 좋지만, 한 작품을 진득하게 오래 들여다보고, 공들여서 쓰는
것도 중요합니다. 뻔한 소리지만, 곡은 자주 써야 늘고, 피날레나 시벨리우스가 아니라 손으로
써야 늘어요. 곡을 써야겠다면서 컴퓨터 앞으로 가는건 하수입니다! 저 또한 전자음악을 하지만
곡은 전부 손으로 스케치한 뒤 스케치가 끝나야만 비로소 컴퓨터로 작업을 해요. 이런 과정을
거쳐야 결론적으로 짜임새가 있는 곡이 나오니 절대 컴퓨터로 바로 시작하지 마세요.
동시대 작품들을 자주 들으면서 요즘의 음악과 최신의 작품 동향에 대한 감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 그런 감이 있어야 본인이 곡을 쓰면서도 어떤 부분이 촌스러운지, 어떤 부분이
좋은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진행할 수 있어요. 듣는 귀를 여는 것이 좋은 포트폴리오, 좋은 작품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d. 어느정도 퀄리티의 작품을 포트폴리오로 제출할 수 있을까요?


: 위에서 답변한 것들을 종합하면 답이 나올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작곡되는 수많은
작품들과 나란히 두고 봤을 때,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만의
어법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곡이 포트폴리오로 가장 이상적인 퀄리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전공실기에서 A 또는 A+ 받았다고 해서 좋은 곡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연주심사가 아니라 악보심사를 하기 때문에,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들의 내청실력을 믿을 수가
없기도 하고요. 저만해도 A 받았던 나름 잘썼다고 믿은 곡이 첫 위클리 리허설때 무너지는
걸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으니까요. 내 곡이 내 상상처럼 소리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계속
들여다보고 소리적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야하는 것같아요. 동문서답인 것 같지만, 남들의 평가를
믿기보다는 자신의 판단과 자신이 쌓아놓은 세련된 동시대 음악에 대한 감을 믿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전공에 대한 이야기

4. 전공 선택 이유, 왜 전자음악을 선택하셨나요?


: 단도직입적으로는, 기악음악의 모호성이 싫어서(반대로 말하면 전자음악의 직관성이 좋아서)
전자음악을 선택했고 더 포괄적으로는, 앞으로의 음악은 무조건 기계와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동향이
느껴져서입니다. 저는 항상 동시대의 것을 탐구하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전자음악에 흥미가 많이
생겼어요. 그리고 작곡가가 작곡가이자 동시에 연주자가 될 수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고, 내가 아니면 내
곡이 연주될 수없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어요. 완전히 내가 주체가 되는 작품이 만들어지는거니까요!
특히 저는 구체음악 작업방식이 좋았는데, 전자음악 중에서도 가장 인간미가 느껴지는 장르라고
생각했어요. 독일계의 전자음악은 소리 자체를 기계가 만들기 때문에 좀더 인위적이고 industriel 한
느낌이 강한데, 프랑스의 구체음악은 자연 그대로의 자연적인 소리나, 인간이 의도적으로 만든 (어쨌든
인간의 손을 거친) 소리들을 녹음해서 이를 추후에 변형하고 작품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소리
자체에서 충분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전자음악을 하더라고 인간적인 음악을 하고자
하는 것이 저의 목표이기도 해서 더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것 같고 그래서 더 이걸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언어에 대한 이야기

5. 어학은 어느정도 수준으로 준비하셨고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 현재 실력은 C1-C2 정도이고 불어가 영어보다 훨씬 편해요. 준비는 딱히 과외나 학원을 다니기
보단 제가 맞닥뜨린 상황에 알맞게 그때그때 성실히 공부를 한 것같아요. 불어불문을 부전공하면서
들었던 문법 수업들로 초반에 문법을 공부하고, 그걸 가지고 혼자 문제집을 풀다가 독일에서 좀 더 난이도
있는 독해수업이나 토론 수업을 들으면서 귀를 열고 입을 트게 하는 등 굳이 사교육의 힘을 받지 않아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많으니, 전 가장 돈 안드는 방식을 늘 선택해왔던 것 같아요!
대신 발음은 초장에 잡아야 하기 때문에 저는 가능한 한 모든 강의는 프랑스인 교수님 수업을
들었고, 글을 읽을 때 소리내서 읽고 이를 녹음해서 다시 들어보고 교정하는 방식으로 연습했습니다.
발음을 신경쓰는 이유는, 실생활에서의 편리함(?)을 위해서인데, 안타깝게도 아직 동양인을 차별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발음이 어눌하거나 자기 나라 악센트가 강하면 무시받는 일도 많거든요. 이런
것들을 미리 예방하려고 발음을 엄청 신경써서 교정했어요.
만일 단시간에 빠르게 언어를 늘리고 싶다면 과외나 학원을 추천하지만 (그 중에서도 더
효과있는걸 꼽자면 과외인 것 같긴해요, C1 정도의 실력이 되고 나서 저도 프랑스어 과외를 하면서 언어
시험 준비하는 학생들을 많이 만났는데, 1:1 로 알려주고 자세히 설명해주고 교정해주는 건 과외가 가장
편할 것 같더라고요. 선생님의 입장에서도 그렇고 학생입장에서도 그럴 것 같고요!) 꼭 사교육이
있어야만 언어를 잘 하게 되는건 아닙니다! 제가 그 대표적인 예시이고요.
또한 한국에서 공부하는 거라면, 꼭 청취와 구술을 생각보다 더 어렵게 준비하셔야 돼요! 한국의
교육방식 특성상 독해나 작문이 잘되고 청취나 구술이 점수가 안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억지로라도
라디오나 듣기 파일을 계속 듣고, 혼잣말로라도 중얼중얼 배운 표현들을 쓰는 게 정말 너무 많은 차이를
만들거든요. 읽을 줄만 알고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면 실제로 그 나라에서 할 수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꼭 명심하면 좋겠어요!

그 외의 유학과 관련한 기본적이고 사소한 질문들

6. 생활비가 어느정도 드는지 알고싶어요!


: 집세에 따라 많이 달라져서 확실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집세를 제외하면 보통 교통비
(연간/월간 회원권 기준) 85유로, 휴대폰 통신비 20유로 정도로 100 유로(약 15만원)가 가장
기본값이고요, 식비가 사실 천차만별인데, 우선 저는 채식을 하기 때문에 별로 안듭니다. 일주일에
30-35유로 (약 5만원) 정도 장을 보면 매 끼니 식당수준의 맛있는 한상차림으로 일주일을 먹을 수있어요
(이것도 저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라 생선이나 유제품을 소비하기 때문에 많이 드는 거지, 순수
비건식단으로 짠다면 일주일에 2-3만원 밖에 안 듭니다). 그래서 제 기준으로 한달에 대략 150유로
(20만원)정도 드는 것같습니다. 이대로 계산해보면 한달에 약 250-300유로 (35만원-45만원) 정도가
고정지출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여기에 추가로 보험료나 개별적인 부가지출, 유투브 프리미엄이나
ott 구독, 가끔 사먹는 카페나 외식등이 들어가면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400 유로까지 올라가겠네요!
하지만 저는 이런 것들을 굳이 이용하지 않습니다. 아래에 이유가 나와요!)
그 외의 문화생활은 프랑스의 경우, 신분이 학생이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전부 무료이기 때문에
더 지출하게 되는 부분은 없어요. 가끔 보고싶은 유로 공연이 있거나 할때가 아닌 이상 대부분
무료입니다. 친구들과 만나서도 보통 공원이나 센강에서 수다떨고 쉬기 때문에 굳이 카페를 가지 않기도
하고요. (갈 필요가 없으니까요!) 외식은 유럽의 외식가격이 한국보다 2-3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친구들과
만나서도 (서로가 부담이기 때문에) 외식은 거의 하지 않는 문화고요. 가끔 할 때가 있지만 이건
고정지출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그때 그때 경제사정에 따라 조절할 수있어 크게 부담되진 않는 것
같아요.
여행을 계획하거나, 개인적인 이벤트가 있다거나 (결혼식참석이나 지인 생일 선물 챙기기 등)
한게 아니라면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한달에 250-400유로 정도면 괜찮아요. 대신 이 비용에 이제 집세가
추가된다는 점… 참고로 제가 살고있는 집은 한달에 1200 유로 + 관리비 별도 입니다. 배우자와 같이
살고 있어서 망정이지 혼자서는 학생신분으로는 절대 감당 못해요.. 하하
7.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듣고 싶어요!
: 저는 딱히 원대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닌데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지금 하고 있는 공부를
잘 마치고 (또는 공부하는 중에) GRM 석사과정에 입학해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나서 IRCAM 에
취업하는 겁니다! 다만 쉬운 길은 아니라고 생각하고는 있어서 이제 스트레스 받아가며 빡빡하게 계획을
짜고 그대로 살려고 하기보단, 그때 그때의 삶에 충실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저의 생각들과 계획들을
받아들이고, 프랑스에서 쌓아가는 경험들과 기회들을 토대로 진로계획을 잡아보려합니다!
이르캄을 갈 수도있고, 교수학 디플롬(Diplôme d’État 또는 더 상급 수준의 교육자를 위한
디플롬은 Certificat d'Aptitude 라고 해요)을 준비해서 음악원 교수 임용을 넣어볼 수도 있겠죠. 또는
음악과 관련된 일이 아닌 다른 일로 수입을 유지하면서 순수 작품활동만 하는 반 작곡가, 반
직장인(무슨일을 할진 모르지만 음향이나 사운드 엔지니어 쪽이 되겠죠?)으로 살지도.. 아직까진
이르캄에 취업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커서 그걸 기준으로 준비해보려고 해요. 교수학은 2순위 플랜이고
3순위는 아직 정해진게 없는 만큼 선택지가 많다면 많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하하.
어쨌든 저는 한국에 들어갈 생각이 없기 때문에, 더욱 더 이 곳에서의 생활과 경험을 토대로 미래
계획을 해나갈 것 같아요! 좀더 개인적인 계획이 있다면, 10년 내로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고 좀 더
안정적인 statut 에서 더 좋은 자리로의 취업이든 뭐든 준비하면 더 편하지 않을까 싶어서 국적 변경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프랑스에서 누군가를 채용할 때, 체류증 만료일이 있는 외국인보다는 평생
문제없이 거주할 수있는 프랑스국적자를 더 선호하기도 하고요.)
제가 한국에서의 커리어는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만약 유학 후에 한국에서의 계획에 대해
궁금하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도움이 되지 못한 답변일 것 같네요. 다만,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개의
삶이 있는 법이니 그냥 소소한 이야기 정도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작성자 : 노수진 Sujin NOH

글이 길어졌는데, 이게 여러분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길 바라면서 끝마치도록 할게요!


파일로 만들어 놓은 만큼 우려가 되어서, 외부에 유출되지 않게 개인소장/열람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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