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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숩밤] 두 사람 그냥 계속 만나면 안 되는 걸까? 05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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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9 · 조회 1.9천

D+201
헤어졌다. 이번에야 말로 완전 끝이다.

D+202
아.....

D+203
최범규 님이 프로필 사진을 변경 했습니다.

좆같아

D+204
생각해보면 그 형은 나 첨부터 별로 안 좋아했던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면 덜 아픈 것 같기도.... 사실 거짓말이야. 아프다... 그래 그냥 첨부터 매달리지 말
걸...

D+205

[이지은 : 범규야 니네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예를 들면 늬 둘이 자취방에서 굴러먹다가 부모님한테 들켜서 둘 다 머리 깎여 군대갔다거나? 오후


3:52]
[이지은 : 아님 죽어서 지옥갔니? 오후 3:53]
[이지은 : 설마 니네 또 싸웠냐??????????? 오후 3:57]
[이지은 : 학교 좀 와 미친놈들아... 개강한지 일주일 째다 오후 5:05]
[이지은 : 아니 근데 진짜 헤어졌어?그런겨? 오후 6:01]

최범규 님이 프로필 사진을 변경 했습니다.


[이지은 : 옘병 오후 8:44]

D+206
최범규는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헤어진지 일주일 째, 세상 모든 노래가 내 노래 같다.헤어진다는 게 뭔지 사실 잘 모르겠다... 번호를 지웠지만 아직 손 끝에는 형의 휴대폰 번호가 남아있
고, 그래서 조금만 노력하면 언제든지 형에게 전화를 걸 수 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 왜냐면 우리는 헤어졌으니까....다른 건 다 괜찮은데... 이제 그 말랑
한 볼을 만질 수 없다는 거랑, 웃을 때 특히 귀여웠던 입매랑... 밥 먹을 때도 쑥 들어갔던 예쁜 보조개를 더 볼 수 없다는 게 슬프다. 그리고 형이 쓰던 섬유유
연제 향이 참 좋았는데... 그 향 뭔지 물어볼 걸... 맨날 물어본다 해놓고 여태 물어보지 못한 게 후회된다. 생각해보면 난 그 형을 참 좋아했다.... 그 형 때문에
살면서 먹기 싫어하던 토마토도 못이긴 척 먹었고... 그 형 아니면 도전해볼 수 없었을 곱창, 닭발, 막창도 먹어보았다. 후회 없이 사랑했다고 후련하다고 말
하고 싶지만, 아직 난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는 어린 바보인가보다....그렇지만 이제는 형을 놓아주려 한다. 곰곰이 내가 왜 형이랑 헤어지고 싶나
생각해보았더니 결론은 하나다. 내가 너무 사랑해서... (뒤는 눈물로 젖어 알아볼 수 없음)

최범규 님이 프로필 사진을 변경 했습니다.


D+206

개강 2주차. 학교에 가자마자 누나에게 곧장 뒷덜미가 붙잡혔다. 여기서 누나라 함은, 그 동안 내가 최수빈이랑 일이 있을 때마다 전화해서 지랄염병을 떨
었던 바로 그 누나. 우리 학과에서, 아니 우리 학교에서 최수빈과 나와의 관계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을 말 한다.

누나가 우리 관계를 알게 된 건 우리가 사귄 지 백일 째 되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최수빈과 누나는 같은 강의를 들었고 같은 조였다. 매번 강의가 끝나면
조별로 모여 앉아 다음 주에 어느 요일에 만날 지를 정하곤 했는데, 평소엔 아무 날이다 다 괜찮다고 하던 최수빈이 그날 따라 모두가 강의 다음 날인 화요일
이 괜찮다고 할 때, 혼자서만 계속 난감해 했더란다. 딱 봐도 똥 마려운 강쥐처럼 안절부절 못하길래,

-화요일에 무슨 일 있어?

누나가 물었더니 최수빈이 한참 주저하고 망설이다가 귀끝이 빨개져서는 그랬다고.

-저... 애인이랑 백 일이라서...

그래서 누나가 다른 것도 아니고 애인이랑 백 일인데 어쩌겠냐, 다른 요일에 만나자 정리 해놓고는, 수요일 아침, 아무 생각없이 최수빈한테 전화를 걸었
단다. 왜냐면 중요한 자료를 최수빈이 갖고 있었거든.

-....여브세여...

근데 하필이면 그 전화를 잠결에 내가 받은 거지... 수화기 너머 최범규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처음엔 그저 의아했다고. 화요일에 애인이랑 백 일이라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아침부터 울 과 귀염둥이 최범규랑 같이 있나? 첨엔 그런 응큼한 쪽(?) 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그 다음 날 조모임을 했을 때 끝나고
최수빈한테 킥킥 웃으며,

-넌 백일이라면서 범규랑 있었냐? 이 새끼들이 아주 둘이서 밤새...

게임 했냐고 물으려 했는데, 왜냐면 요새 맨날 둘이 물고기방 간다고 붙어다니길래- 그 순간 최수빈이 들고 있던 텀블러를 바닥에 와장창창창 떨구며 영락
없이 궁지에 몰린 토끼처럼 눈알을 크게 뜨고 누나를 쳐다봤단다.

-... 어떻게 아셨어요....?

딱히 캐물어 알아낼 심산은 아니었지만, 살살 긁으면 지가 알아서 다 말할 것 같아서... 덩달아 심각한 얼굴로다,

-야... 너 그렇게 허술해서 어떡할래?

했더니 최수빈이가 아 누나 제가 다 설명할게요 그랬단다. 그래서 다 설명한 거지 뭐. 자기 범규랑 사귄지 백일 됐고 비밀로 해달라. 무튼 그렇게 알게 된
뒤로 각종 연애상담이란 연애상담은 다 이 누나에게 했고, 며칠 전까지 밤새 울며불며 전화해서 말한 상대도 바로 이 누나고.

남들보다 일주일 늦은 개강 기념으로다가 학교 식당에서 돈가스를 잘라 먹다 누나가 물었다.

"아니 같이 200일 기념으로 둘이 속초까지 가놓고 왜 헤어져??? 그 날 아침까지만 해도 아무 일 없었잖아? 대체 뭔데 또??????????"

끝까지 말 안 할라다 그랬다간 멱살이라도 잡힐 기세여서 결국 털어놓고야 말았다.

이하 최범규의 이번엔 진짜 이별 회고록. 기억을 더듬어 서술한 것으로 사건이 다소 왜곡되어 있으며 최범규의 주관이 상당히 개입해있을 수 있음.
바야흐로 일주일 전. 최수빈과 속초에서. 오션뷰지만 오션은 뭣도 못 보고 암막 커텐 쳐놓고 세 번인가 네 번 연속 하고 그대로 기절하듯 최수빈 품에서 잠
들었고,

"....여브세여....."

해가 중천에 뜨도록 쳐자다 잠결에 최수빈 전화를 갖다 받았다.

-....?

왜 니가 거기서 나와?

"...메..?"

우리 아드님(최수빈) 속초 간다더니 꼬박 하루를 연락이 두절 돼 바다에 빠져 죽었나 싶어 전화를 걸었다는 누나는 누가 들어도 이 녀석들 아주 대단한 밤
을 보냈나 본데.... 싶은 최범규의 목소리를 듣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져 전화를 끊었다. 행복해라 이 게이새끼들아... 이때까지만 해도 누나는 이 속초 여행의
끝이 이별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겠지. 나도 그랬으니까.

그렇게 해피 섹스라이프를 다 들키고 나서도 한 점 부끄럼없이 다시 쳐잤고 눈을 떴을 땐 퇴실시간 한 시간 전이었다. 한 시간이면 애를 셋은 더 만들 수 있


는 시간이렸다.... 여태 죽어있는 최수빈의 가슴이며 고추를 쭈물거리며 달싹 달라붙어있을 때까지만해도 우리 둘 분위기 참 좋았더랬지.... 최수빈의 가슴을
빨다 말고 갑자기 정력이 불타올라 최수빈의 탄탄한 허벅다리에 올라앉았고, 허리를 움직여서는 최수빈의 탄탄한 허벅지에다 내껄 비벼댔다. 제 허벅지에 느
껴지는 음란한 기운에 눈을 뜬 최수빈은 지 허벅다리와 바쁜 아침을 보내고 있는 날 좀 황당하게 쳐다봤고... 그러거나 말거나 수빈이 너는 좀 더 자... 나는 허
벅지랑 좀 더 사랑을 나눌게... 라며 최수빈을 내리 깔아보며 허벅다리랑 몇 번 더 사랑을 나누다, 갑자기 불붙은 최수빈한테 두 손이 붙들린 채 아침부터 참
뜨겁게 보냈더란다.

그렇게 퇴실 직전까지 서로를 따먹다 결국 프론트에 전화해 레이트 체크아웃까지 요청하고 허겁지겁 호텔을 빠져나왔을 때가 두 시. 근처 분식 집에서 대
충 라면이랑 김밥 쌔려먹고, 터미널 근처를 돌아다니다 다시 버스에 올라탄 게 네 시. 그리고 서울에 내린 게 일곱 시. 그 사이 최수빈이랑 두 번 정도 싸웠지
만 이별을 운운할 수준은 아니었다. 뭐 우리 사이 아주 사소한 일들인데.... 아니다. 이런 일들이 있었다.

최수빈이 호텔이며 밥을 샀으니 내가 커피를 사겠다고 형 뭐 마실래? 의젓하게 묻고 카운터에서 주문하고 돌아왔는데...

"어움.. 여기가 어디지.."

최수빈이 앉은 테이블을 한껏 꾸미고 온 여자애 둘셋이 둘러싸고 까르르르 대고 있었다. 이 근처 맛집이 있다는데 어딘지 잘 모르겠다며, 최수빈한테 지도
를 들이밀었단다. 뭐임? 존나 황당. 최수빈 니도 시발 여기 관광객이면서 뭘 또 어딘지 같이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고민하고 앉아있음? 제정신이삼? 순간 열
이 뻗쳐 쟁반을 때려부술 기세로 테이블 위에 집어던지면 콩알 주먹을 쥐고 파들짝 놀란 최수빈이 날 쳐다봤고,

"최수빈 니가 여기 사는 사람이냐고 시발. 그걸 니가 왜 알려주고 지랄이세요? 걸어다니는 구글맵이세요?"


"나한테 물어보는데 어떡해."
"여기 사람 아니라 모른다고 하면 되지 뭔 둘러싸여서 까르르 웃고 처자빠졌어??? 아주 손 붙잡고 데려다주지 왜???"
"초코스무디 먹어 범규야."
"초코스무디가 뭔데 씨발. 아주 손 붙잡고 데려다주지 그랬냐고요."
"형이 왜 데려다 줘... 빨리 진정하고 초코스무디 먹어. 맛있다."
"지금 초코스무디가 문제냐고. 하... 진짜 최수빈 존나 싫다."
"잉... 형은 범규 좋아."
"어쩌라고."
"초코스무디 먹어."

성숙한 대화를 통해 잘 풀었다. 그러다 초 단순한 두 사람, 맛있는 초코스무디 먹고 다시 사이가 좋아져 프리미엄고속버스_안에서_두_남대딩이.mp4 영상
한 편 찍을 뻔했으나,
한 편 찍을 뻔했으나,

"형 나 이거 한 입 먹어줘."
".... 와아아압."

휴게소에서 소떡소떡 잘 처먹다가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아 진짝! 아 왜 떡이랑 같이 먹는데!!!!!"


".... 엥?"

사건 경위. 소떡소떡 먹던 입 짧은 최범규. 소세지는 먹기 싫고 떡만 먹고 싶어짐. 최수빈에게 한 입만(소세지만) 먹어달라 함. 최수빈이 소세지랑 떡을 한
입에 다 먹음. 왜냐 최범규가 한 입 먹어달랬고 소세지 플러스 떡이 최수빈 한 입이었음. 그래서 최범규 뿔 남.

이런 사소하고 허접한 이유들로 사랑의 아웅다웅을 했으나 이 일로 헤어진 건 당근 아니고. 문제는 내가 최수빈의 자취방에 가면서 벌어졌다. 그러길래 터
미널 도착하자마자 오늘은 열라 피곤하니까 역에서 내리자마자 해산하자... 먼저 제안했으나, 최수빈이가 또 그날 따라 지하철 타고 가는 내내 자꾸 자기 집
에서 자라고 붙잡는 거다.

"형 집 가자 범규야.“
"왜?"
"우리 오래 못 봤잖어..."
"어제 하루종일 봤는데?"
"그래두. 오늘 오래 못 봤잖어."
"그럼 지금 실컷 봐!"
"사실 형 어제 무서운 꿈 꿔서 오늘 혼자 못 자겠어서 그래."
"잠들 때까지 영상통화 해줄게."
"사실 형 오늘 저녁에 치킨에 떡볶이 먹고 싶어서 그래. 혼자서는 다 못 먹어."
"미안, 울 엄마가 잘생겼는데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한 사람 따라가지 말랬어."
"형은 된대."
"형이 뭔데?"
"야아."

나도 물론 최수빈 집에 가서 최수빈이랑 밤새 쭈뿌쭈뿌 하고 싶었지만 덜컥 가겠다고 하면 넘 쉬운 사람처럼 느껴질까봐 새침하게 튕겼다. 안 그럴 것 같이


생긴 최수빈이 이런 걸로 어린 애 같은 표정을 하고 나를 졸라대는 게 귀여워서 한참을 골려주다,

"아씨 우리 집 가서 같이 자자고."
"지금 나한테 짜증냈어?"
"형이 언제."
"방금 언성이 좀 높아진 것 같은데?"
"아니라고."
"살짝 인상 쓴 거 같은데?"
"아 최범규! 진짜 아니라고."

못이긴 척 최수빈 집에 따라갔다. 집 깨끗한 거 봐. 이 형이 이렇게 사는 형이 아닌데. 첨부터 나 속초에서 납치해올 생각이었지? 역시 엄마 말 들었어야
돼. 엄마가 멀끔하게 잘생겼는데 먹을 거 사준다는 사람 의심해야 된댔는데!

"속초에서부터 나 여기 데리고 올 생각이었지?"


"아니거든?"

새침하게 답한 최수빈과는 목덜미 붙잡아 키스부터하고, 넓지도 않은 자취방 바닥을 여기저기 굴러다니며 섹 떴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몸을 섞었던지 둘
새침하게 답한 최수빈과는 목덜미 붙잡아 키스부터하고, 넓지도 않은 자취방 바닥을 여기저기 굴러다니며 섹 떴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몸을 섞었던지 둘
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까무룩 잠들었고,

띠링-

경쾌한 알림 소리에 잠에서 깬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뻗어 휴대폰을 가져와 확인했고,

[골키퍼 없다고 골 안들어가는 거 아닙니다... 농담이구요. 서로 부담없이 친구로라도 지내면 안 될까요?]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로 온 문자였다.

최수빈 말로는 자긴 절대 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단다. 이후로도 매장에 찾아왔길래, 그때 애인이 있다고 딱 잘라 말했고 알아듣게 설명했단다. 자기 번호
를 어떻게 알고 연락을 해왔는지는 자기도 모르는 일이란다. 누군가한테 느닷없이 뺨을 세차게 얻어맞은 사람처럼 얼이 빠졌다. 억울함을 토로하는 최수빈을
보다 더 할 말이 없어 옷을 챙겨 입었다. 할 말이 없었다.

"야 최범규! 이렇게 가면 어떡하는데!"


"내가... 여기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
"뭐라도 말이라도 좀 하던가!"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 형이 번호 알려준 거 아니라며. 형은 딱 잘라 거절했다며. 억울하다며. 알았다고."
"알았다는 얼굴이 아니잖아 지금."
"그럼 내가 여기서 어떤 얼굴을 해야 하는데?"

몰라서 그래. 첫 연애라서. 뭐가 맞는지 모르겠어서. 내가 여기서 전처럼 화를 내도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학교를 여태 다녔어도, 스물한 살이 됐는데도
아무도 나한테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알려준 적이 없어서. 나이만 스물한 살이지 아직 어른이 못 돼서. 이런 어른스러운 일에는 대체 어떻게 어른
스럽게 대처해야 될지를 모르겠어서.

"내가 형이면, 나한테 누가 그랬으면, 난 그냥 무시했을 것 같아. 애초에 그 사람한테 마음 한 톨도 안 줬을 것 같아. 근데 생각해보니까 형은 나한테도 그랬
잖아. 내가 좋아한다고 고백했을 때도, 난 애인있어서 안 돼. 나한테 그렇게 말 했잖아. 형이 헤어지고 내가 고백했을 때도, 난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 됐어. 나
한테 그렇게 말하면서 거절했잖아. 그냥 형 스타일인 거잖아. 내가 이해해야 되는 거잖아."
"...."
"근데 나는... 나는 형이 원래 그런 사람이라, 그런 사람인 걸 알아서 나 더 화 나. 형이 나한테 그런 이유들로 거절했을 때, 난, 그래 내가 가질 수 없는 사람
이구나.. 포기 해야 되는 거구나.. 생각 안 했고, 못 했고, 난 그냥 형을 더 갖고 싶었어. 그래서 그 사람도 그 말을 들었을 때 형이 더 갖고 싶어졌겠구나.. 더 탐
났겠구나. 그런 생각밖에 안 들어."
"나는,"
"알아. 너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 거. 근데 나는 솔직히..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형, 나는 그냥 무섭고 불안해."

최수빈이 나를 붙들고 사랑한다고, 왜 자기를 안 믿어주냐고 말 했지만 그런 말은 들리지 않았다. 내가 최수빈을 열렬히 꼬실 때도, 최수빈은 그 형을 사랑
하고 있었으니까.

-형 이제 그냥 나랑 사귀면 안 돼요?
-형 애인 있다.
-그 새끼가 그렇게 좋아요?
-너 취했다.
-그 새끼가 그렇게 좋냐고요... 형이 그 새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내가 그 새끼보다 더 형 좋아하는데 그럼 나 만나면 안 돼?
-너가 나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그 형 더 좋아하면 어쩔 건데?
-개새끼... 그럼 나한테 잘해주지 말라고요.
-잘해준 적 없그든.
-나 취했다고 데리러 오지도 말라고요.
-나 취했다고 데리러 오지도 말라고요.
-그럼 취했다고 전화하지 마 나한테.
-나 취했다고 업어주지도 말라고요.
-그럼 취했다고 못 걷는다고 도로에 자빠져있지를 말던가.
-내가 차에 치여 죽든 니가 무슨 상관인데.
-알았어. 앞으론 그냥 도로 위에 둘게. 됐냐?
-사랑해요.
-.... 어쩌라는 거야 진짜.
-어쩌라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한다고요.

나한테 마지못해 넘어올 때도 최수빈은 남은 그 형의 사랑에 아파하고 있었으니까.

-형 이제 그냥 나랑 사귀면 안 돼요?
-지금은 안 돼.
-왜 안 되는데?
-....
-왜 우는데. 진짜 병신인가. 아 진짜 존나 짜증나. 그니까 나랑 사귀자고요.
-지금은 안 된다고.
-그럼 내 앞에서 쳐울지 말라고... 아 형. 안아도 돼요? 사귀자고 안 할 테니까 한 번 안게만 해줘요.

어렸을 때 어떤 잘못을 저질렀건 간에 늘 사랑으로 안아주고 보듬어주던 엄마한테 딱 한 번 호되게 혼난 적이 있다. 갖고 싶었다는 이유 만으로 친구의 장
난감을 덜컥 집에 들고 온 날이었다. 엄마 손에 끌려 그 친구 집에 가 엄마가 시키는 대로 울며 사과하면서도 실은 내 잘못이 뭔지 이해하지 못 했다. 갖고 싶
었고, 비슷한 장난감이 있다는 이유로 엄마가 안 사줄 것 같았고, 친구는 어차피 잘 갖고 놀지도 않았고, 그래서 내가 갖겠다는 건데 왜?

"그냥 다 나한테 말하지 그랬어... 이런 일이 있었다고. 알려주지 그랬어."


"... 너가 신경 쓸까봐 말 못 했어."
"그럼 나한테 들키지 말았어야지... 개자식아."

결국 최수빈한테 헤어지자고 했다. 몇 번을 붙잡는 최수빈에게 결국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남의 걸 함부로 탐해서는 안 된다]
는 엄마의 말을 하필이면 지금 이해하게 됐거든.

누나... 나 이렇게 어른이 되어 가는 걸까? 돈까스를 열심히 썰어놓고 한 입도 입에 넣지 못한 채, 결국 쟁반을 들고 일어났다. 먼저 갈게 누나... 누나는 행
복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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