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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x.doi.org/10.17007/klaj.2019.68.2.

009 연구논문 ▮
법조 제68권 제2호(통권 제734호) 281~308면
법조협회 2019. 4. 28.

4차 산업혁명과 의료기술의 특허법적 문제*

1)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曺 永 善

논문요약

현재의 특허법 패러다임은 제약이나 의료장치 등 물건은 특허의 대상으로 하면서도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에 일률적으로 특허 대상성을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술의 발달로 물건과 방법의
경계가 모호해 짐에 따라 이런 기준은 점점 더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있다. 특히 AI나 유전공학 등
첨단분야가 의료에 활용되는 4차 산업혁명 환경에서 종래의 패러다임은 다양한 이유로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면을 드러내고 있다. 이 글은 의료기술의 특허 대상성에 대한 종래의 패러다임을 재검토한다. 즉,
첫째, 의료기술의 특허 대상성 여부에 관한 세계 각국의 입장을 간단하게 분류ㆍ비교하고, 둘째, 의료기술
에 특허 대상성을 일률적으로 부인하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점검한다. 셋째, 종래 패러다임
의 전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원칙과 현실이 어떤 부조화를 일으키고 있는 구체적으
로 살펴보고, 넷째, 의료기술에 특허를 부여하는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인도적ㆍ윤리적 어려움이나 심사의
곤란 등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나아가 기술적 요소를 포함하는 의료방법에
원칙상 특허 대상성을 인정해야 하는 당위성과 그 한계,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변화된 제도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착안점 등을 제안한다.

[주제어] 의료기술, 물건, 방법, 4차 산업혁명, 특허 대상성, 용도발명, 강제실시


medical technology, product, method, 4th Industrial Revolution, patent eligibility, new
use invention, compulsory license

* 이 글은, 필자가 싱가포르 국립대학 아시아법 연구소(Asian Law Institute)의 방문학자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
용을 단서로, 자료와 논의를 더 해 논문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필자를 초청하여 연구의 기회를 제공해 준
ASLI에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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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 제68권 제2호(통권 제734호) 연구논문

목 차

Ⅰ. 들어가면서
Ⅱ. 의료기술의 특허성에 대한 각국의 태도 Ⅳ. 4차 산업혁명 환경과 의료기술 여건의 변화
1. 특허성을 인정하지 않는 입법례 1. 바이오 의료분야

2. 특허성을 인정하는 입법례 2. 로봇 등 첨단장비를 이용한 수술방법

3. 주목할 점 3. AI 등 의료용 소프트웨어의 취급 문제


4. 원격진료 등
Ⅲ. 종전 패러다임에서 비롯되는 문제들
1. 의료장비의 사용방법과 의료기술 구별 기준
Ⅴ. 대안의 검토
의 불명확 1. 최근의 논의들

2. 의약ㆍ의료장비와 의료기술 사이의 취급 불 2. 제 언

균형 Ⅵ. 결 론
3. 의약의 용도발명에 대한 취급의 불일치

* 논문접수: 2019. 3. 20. * 심사개시: 2019. 4. 5. * 게재확정: 2019. 4. 24.

I. 들어가면서

세계적으로 의료분야의 기술은 특허출원에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WIPO


의 2017년 발간 통계에 의하면, 2015년 현재 의료분야 기술은 전 세계 특허출원 순위에
서 5위(110,100건)이다.1) 유럽의 경우, 지난 20년간 EPO에 출원된 기술 가운데 의료분야
기술이 가장 비중이 높다고 한다.2) 우리나라도 비슷한 양상으로서, 2017년 기술별 특허
출원 동향을 보면 의약분야의 출원이 4,625건, 의료분야의 출원이 8,110건 등 합계
12,735건에 이르는데 이는 15,234건으로 1위인 전기기계ㆍ에너지 분야에 이어 2위에 해
당하는 수치이다.3) 이런 통계치는 의료분야에서 기술발전의 에너지가 급격히 축적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역설적으로 이 분야에서 특허에 관련된 규범이나 실무기준이 현실에 잘
맞지 않는다면 그 부조화로 인한 규범적 스트레스가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1) 컴퓨터(187,000건), 전자기계(176,400건), 계측(124,000건), 디지털 통신(123,300건)의 뒤를 잇는 순위이다(WIPO,


World Intellectual Property Indicators 2017 (Patent) (2019. 3. 4. 방문) - <https://www.wipo.int/edocs/pubdo
cs/en/wipo_pub_941_2017-chapter2.pdf>.
2) 2016년 기준, 총 의료기술의 출원 수는 12,263건으로서 전체 출원 기술 가운데 가장 높다. EPO, The Future o
f Medicine (2019. 3. 4. 방문) - <https://www.epo.org/news-issues/technology/medical-technologies.html>.
3) 특허청, 2017 지식재산통계연보(2018), 10면(한편, 바이오 기술의 출원 수는 4,432건인데, 그 가운데 의료기술
로 편입할 수 있는 것들을 위 수치에 추가한다면 출원 수치가 1위에 이를 가능성마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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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의료기술의 특허법적 문제 ▮

TRIPs 협정 Art. 27(3)(a)는, “회원국은 인간이나 동물의 질병의 진단, 치료 및 수술방


법을 특허의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회원국인 우리나라는 인간을
수술하거나 치료하거나 진단하는 방법에 대해 산업 상 이용가능성을 부정해 오고 있
다.4) 그러나 의료기술에5) 특허를 부여할지 여부는 처음부터 의료기술의 발달 촉진과 공
중보건이라는 상충하는 가치는 물론, 의료기술의 독점보호를 둘러싼 선진국과 개발도상
국 간 이해대립이 절충ㆍ반영된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6) 실제로 TRIPs 회원국 가운데
는 의료기술에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 입법례가 다수이지만, 호주나 미국처럼 의료기술에
특허성7)을 인정하는 나라들도 있다. 아울러, 의료기술에 특허를 부여하지 않는 나라들도
유전공학 등 첨단 기술이 구현되는 진단이나 의료기기의 사용 등 기술발전 의존성이 크
고 국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델에 대해서는 특허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실무를 운
영해 오는 상황이다.8) 한편, 이처럼 의료기술에 특허를 부여하지 않는 데는 대체로 다음
과 같은 인식이 배경이 되고 있다. 첫째, 인간의 질병치료 방법에 특허권을 부여하면 의
사들의 자유로운 치료활동에 장애가 되는 등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여 인도적ㆍ
윤리적 가치에 반한다는 점이다.9) 둘째는 의료기술의 발전은 독점권 보장이라는 인센티
브 보다는 의학분야 종사자들의 직업의식ㆍ사명감, 혹은 학문적 성취동기 등에 기인하는
바가 크고, 의료기술은 이를 구현하는 의사 개개인의 경험이나 역량에 좌우되는 면이 강
하다는 인식이다.10) 셋째는 의료기술 분야에서 ‘물건’ 발명과 ‘방법’ 발명의 구분이 비교

4) 특허청, 특허ㆍ실용신안 심사기준(2018), 제3부 제1장 5.1; 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5후1936 판결 등.
5) 환자의 진단ㆍ수술ㆍ치료방법 등 의사에 의해 수행되는 기술을 ‘좁은 의미의 의료기술’로, 그 외에 의약이나
의료장비를 포함하여 의료 목적을 가지는 기술 전반을 ‘넓은 의미의 의료기술’로 부를 수 있다. 아래에서 의료
기술이라 함은 ‘좁은 의미의 의료기술’을 지칭한다.
6) Kevin J. Nowak, Staying Within the Negotiated Framework: Abiding by the Non-Discrimination Clause in
Trips Article 27, Michigan Journal of International Law Vol. 26(2005), p. 900; WTO, Fact Sheet-Philosoph
y: TRIPS attempts to strike a balance (2019. 3. 4. 방문) - < https://www.wto.org/english/tratop_e/trips_e/f
actsheet_pharm01_e.htm>.
7) 아래에서 ‘특허성’이라는 용어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특허 대상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한다. 이는 용어
상, 해당 기술이 발명으로 성립하는 것인지 혹은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있는 것인지와도 관계되나, 특히 우리
판례가 발명의 성립성과 산업상 이용가능성을 명확히 구별하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하면(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7후494 판결 등). 실익이 큰 구별로는 보이지 않는다.
8) 조영선, 『특허법 2.0』, 박영사(2018), 92∼95면.
9) Bently & Sherman, Intellectual Property Law, 4th edn. Oxford Univ. Press (2014), p.444; 中山信弘ㆍ小泉直
樹, 『注解 特許法[第2版][上]』, 靑林書院(2017), 255면.
10) 조영선, 앞의 책, 96∼97면; 熊谷健一, “醫療關聯發明の特許適格性に關する檢討の槪要”, 『IIP研究論集 醫療と
特許』, 創英社(2017),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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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 제68권 제2호(통권 제734호) 연구논문

적 명확하다는 인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약이나 의료장비 등 ‘물건’의 카테고리에 속하


는 발명들은 비록 그것이 넓은 의미에서는 의료기술에 속하지만, 그 개발에 상업적 인센
티브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종래부터 특허를 부여해 온 반면, ‘방법’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것들 가운데 환자의 치료ㆍ수술ㆍ진단방법에 대해서는 특허를 부여
하지 않아 온 것이다.11) 그러나 인공지능, 로봇기술과 생명공학 기술로 대표되는 4차 산
업혁명의 도래와 더불어, 유전공학 기술, 인공지능을 포함한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환자
의 진단 및 치료에 활용되고 있고, 정밀한 수술이나 진단용 로봇이 등장하고 그를 운용
하는 방법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으며, 3D 프린팅을 통한 인공장기의 제조 및 그
이식을 통한 의료 기법 등도 시도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기술에 대해 일반적
으로 특허성을 부인하는 것은, 기업이 대학 등 전문 연구기관에 막대한 투자를 하여 첨
단 의료기술을 개발하는 예가 많은 현실에 비추어 기술발전의 인센티브 확보에 어려움
을 낳고, 그 결과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를 제공할 기회를 박탈하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생명이나 건강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12) 최근 들어 의료기술은 의사 개개인
의 경험이나 역량에 좌우되는 면보다 첨단 장비나 소프트웨어와 그를 운용하는 객관적
능력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의료분야에서 물건과 방법의 구별이
모호하거나 무의미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의료기술에 일률
적으로 특허성을 부정하는 기존의 패러다임은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된
다. 그런 재검토를 위해서는 먼저 ① 의료기술의 특허성 여부에 관한 세계 각국의 입장
을 간단하게나마 분류ㆍ비교해 볼 필요가 있고, ② 의료기술에 특허성을 일률적으로 부
인해 온 종래 패러다임의 운용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무엇인지 점검되어야 한다. ③
그런 다음, 종래 패러다임의 기반이 되는 요소들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원칙과 현실이 어떤 부조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④ 그와 더불
어 의료기술에 특허를 부여하는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인도적ㆍ윤리적 문제나 심사의 곤
란 등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도 제시되어야 한다. 아래에서는 ① 내지 ④를
차례로 수행한 뒤 의료기술에도 원칙상 특허를 인정해야 하는 시의적(時宜的) 당위성과
그 한계,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변화된 제도를 연착륙시키기 위
한 착안점 등을 제안해 보기로 한다.

11) 中山信弘, 『特許法[第3版]』, 弘文堂(2017), 117~118면.


12) 熊谷健一, 앞의 논문,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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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의료기술의 특허법적 문제 ▮

II. 의료기술의 특허성에 대한 각국의 태도

현재까지는 대다수의 나라들이 의료기술에 특허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13)


의료기술의 특허성에 관한 각국의 구체적 태도는 다양하고 의약의 용도발명이라든지 유
전자 관련 발명의 인정 여부와 그 범위, 가능한 청구항의 양상까지 고려하면 스펙트럼은
한층 넓어지지만, 단순하게는 아래처럼 원칙상 의료기술에 특허성을 인정하지 않는 예와
인정하는 예로 대별할 수 있을 것이다.

1. 특허성을 인정하지 않는 입법례

가. 우리나라・일본・중국

우리나라와 일본 특허법에는 의료기술의 특허성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으며 심사기준


이 인간의 질병을 수술ㆍ치료ㆍ진단하는 방법은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취급
한다.14) 재판실무도 마찬가지이다.15) 다만 혈액, 소변, 세포 등 사람으로부터 유래된 것
을 처리하는 방법이나 이를 분석하여 각종 데이터를 얻는 방법은 의료행위와는 분리 가
능한 별개의 단계로 이루어지는 한, 산업상 이용 가능한 것으로 취급한다.16) 아울러, 혈
액제재, 유전자 변환제재, 백신 등 인간으로부터 채취한 것을 원재료로 하는 의약품이나,
인간으로부터 채취한 것을 원료로 인공뼈, 배양 피부시트 등 인체 부위의 대체물 또는
그 중간단계 생성물을 제조하는 방법은, 치료를 위해 동일인에 되돌리는 것을 전제로 하
더라도 인간을 수술, 치료 또는 진단하는 방법으로 보지 않는다.17) 신규한 의료기기의
발명에 병행하는 의료기기의 작동방법 또는 의료기기를 이용한 측정방법 발명은 산업상

13) 실제로, 미국과 호주를 제외한 대부분 나라들이 의료기술에 특허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K. Stenvik, Patent Protection of Medical Methods-A Comparative Analysis of European and US
Law, Master thesis, University of Oslo(2016), p. 22).
14) 특허청, 특허․실용신안 심사기준(2018), 제3 부 제1 장 5.1.; 日本 特許廳 特許․実用新案審査基準(2015)
第Ⅲ部 第1 章 3.1.1.
15) 대표적 판례로, 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5후1936 판결(우리나라); 東京高裁 平14年(2002) 4. 11. 判
決 判時1828号 99면(일본).
16) 특허청, 특허․실용신안 심사기준(2018), 제3 부 제1 장 5.1.(2); 日本 特許廳 特許· 実用新案審査基準(2015)
第Ⅲ部 第1 章 3.2.1.⑷.
17) 다만, 혈액 투석 방법처럼, 채취한 것을 치료를 위해 동일인에 되돌리는 것을 전제로 처리하는 방법은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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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취급되며,18) 이는 의료기기 자체에 갖춰지는 기능을 방법으


로 표현한 것이어서 인간을 수술, 치료 또는 진단하는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다.19) 중국의 경우, 인간이나 동물에 적용하는 수술ㆍ치료ㆍ진단방법은 산업상 이용가능
성이 없다고 보지만, 인체나 동물체로부터 중간적 결과로 정보를 얻는 방법, 분리된 조
직이나 배설물 등을 처리하여 외부에서 결과를 얻는 방법, 획득한 정보의 처리방법 등은
비 특허대상인 진단행위가 아니라고 한다. 나아가 의료에 사용되는 물질, 조성물, 물건
등은 특허의 대상으로 취급한다.20)

나. EPC, 영국, 독일

유럽 특허협약(EPC) 제53조 (c)에 따르면, 수술ㆍ치료를21) 통해 인간이나 동물을 건


강한 상태를 회복ㆍ유지하도록 처치하는 방법 및 인간이나 동물의 신체를 대상으로 한
진단방법은 특허의 대상이 아니다.22) 유럽의 실무는 비특허 대상인 의료기술 판단에 일
관된 입장을 보이지는 않지만, 비특허 대상을 가급적 좁게 다루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
다.23) 비특허 대상인 의료기술은 기본적으로 환자의 신체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
야 하며, 체외에서 이루어지는 기술은 치료목적이더라도 특허대상이 된다. 이는 진단기
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서 의사의 최종 판단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는데 불과한 방법
역시 그 한도에서는 특허대상이다. 첨단기술과 의료가 융합하는 현실을 반영하여 비특허
대상인 의료기술의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려 시도하는 사례는 유럽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24) 영국과 독일은 입법과 실무에 EPC의 관련 규율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종래 인간이나 동물에 대한 의료기술에 대해 윤리적ㆍ사회정책적 목적 때문
에 특허성을 인정하지 않아 왔으나 2000년 이후 EPC 제53조(c)를 반영하여 인간이나 동

18) 특허청, 특허․실용신안 심사기준(2018), 제3 부 제1 장 5.1.(2).


19) 日本 特許廳 特許· 実用新案審査基準(2015) 第Ⅲ部 第1 章 3.2.1.⑵.
20) 尹新天, 허호신(譯), 『중국특허법 상세해설』, 세창출판사(2017), 399∼402면.
21) 질병의 ‘예방’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T 24/91).
22) 그러나 위와 같은 방법에 사용되는 물건이나 물질은 특허의 대상이 된다.
23) Derk Visser, The annotated European Patent Convention (25th. Revised edn), Wolters Kluwer (2017), p. 71.
24) 예컨대, 광선을 이용해 생체 샘플의 파라미터를 측정하는 방법은 특허 대상이고(T 330/03), 엑스레이 단층촬
영기 내의 데이터 프로세싱 방법 역시 마찬가지이며(T 504/03), 인체에 자기파를 쏘여 필요한 부위의 체온
이나 PH 도수를 측정하는 진단방법 역시 오로지 신체에서만 진단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고 신체를 거쳐 얻
어진 데이터가 신체 외에서 기계장치에 의해 분석, 재조합되어 진단의 자료가 산출되므로 특허대상이라고
한다(T 38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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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의료기술의 특허법적 문제 ▮

물에 대한 수술, 치료, 진단 등의 방법은 특허대상이 아니지만, 그에 관련되는 장치나 물


질은 특허대상이 된다고 법문에 명시하였다(영국 특허법 제4조 A). 독일 특허법도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다(독일 특허법 제2조 a). 아울러, 독일 특허법은 알려진 물질의 새로운
약리적 용도가 독립적으로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음도 규정하고 있다.25)

2. 특허성을 인정하는 입법례

가. 미 국

미국의 경우, 의료기술을 특허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으며 원칙적으로
모든 유형의 의료행위에 특허성이 인정된다. 예컨대, 유전자 치료방법에 관한 미국 특허
출원 US 2004072775(A1) 사건은 의료기술 특허에 대해 유럽과 대비되는 미국의 입장을
잘 보여준다. 미국 출원의 청구항 1.은, “암 치료 효과를 향상시키는 방법으로서, 야생의
치료 민감성 유전자 활성을 그런 활성이 상실된 종양에 전달하여, 활성 상실된 종양이
치료 대상이 되도록 만드는 방법”이었다. 이는 동일한 청구항으로 유럽에서도 특허출원
되었는데(No. 95918867.3), 유럽 특허심판소는 위 출원이 비특허 대상인 의료기술이라는
이유로 등록을 거절한26) 반면, 미국 특허청은 출원발명의 특허 대상성은 인정하고 진보
성 부재를 이유로 등록을 거절한 바 있다.27) 미국은 이처럼 의료기술에 대해서도 특허
를 인정하는 한편, 특허법 제287조 ⒞항을 통해 의료인이나28) 의료기관이29) 행하는 의
료행위에 대하여는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함으로써, TRIPs 제27조 제3항의
취지를 우회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① 특허 된 기계, 장치, 화합물 등을 이용
하는 치료행위, ② 화합물에 관해 특허 된 사용방법30)을 이용하는 치료행위, ③ 생명공
학 특허를 이용하는 치료행위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침해책임을 인정한다. 미국 특허법이

25) 독일 특허법 제3조: 이에 대한 설명은, Haedicke Timmann, Handbuch des Patentrechts, C.H. Beck(2012),
§2, 376.
26) T 800/99.
27) 경위의 상세는, K.Stenvik, 앞의 논문, pp. 42∼43.
28) medical practitioner: 면허 의사 또는 그의 지시에 따라 일하는 자를 말한다(35 U.S.C. §287(c)(2)(B)).
29) related health care entity: 병원, 대학 등 의료인이 전문적 의료행위를 행하는 곳을 말한다(35 U.S.C.
§287(c)(2)(C)).
30) 결국 용도발명 특허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미국은 의료 방법을 특허대상으로 하는데 문제가 없으므로 기존 의
약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는 경우, 이를 의약을 이용한 ‘질병의 치료방법’으로 청구항을 구성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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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 제68권 제2호(통권 제734호) 연구논문

이처럼 광범위하게 면책의 예외를 인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특허법 제287조 ⒞의 의료인


면책규정은 사실상 상징적 의미뿐이라고 설명되기도 한다.31)

나. 호 주

호주는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에 특허 대상성을 인정해 오고 있는 대표적인 나


라이다. 법원은 1994년 Anaesthetic Supplies Pty Ltd. v. Rescare Ltd. 사건32)에서 ‘수면
무호흡증의 치료방법’이 특허대상이라고 한 바 있고, 2000년 Bristol-Myers Squibb
Company v. FH Faulding & Co. Ltd. 사건에서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이 특허대
상임을 재확인하였다.33) 2013년 호주 고등법원은 Apotex Pty Ltd. v. Sanofi-Aventis
Australia Pty Ltd. 사건에서 인간의 질병치료를 위한 투약방법이 특허의 대상이라고 판
시하였다.34) 호주 특허청 역시 이와 같은 판례의 태도를 반영하여 의료기술에 원칙상
특허 대상성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심사기준을 개정한 바 있다.35) 다만 위 Apotex Pty
Ltd. 판결은 질병치료를 위한 의약의 투여방법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서, 고등법원 수
준에서 인체의 수술 등 의료기술 일체에까지 특허 대상성을 인정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위 판결은 방론에서, “인간의 신체에 대한 수술방법은 사안에 따라 이와
달리 취급될 여지가 있지만, 이 사건에서 그 문제는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기로 한다”고
설시하고 있다.36)

3. 주목할 점

미국처럼 의료기술에 일반적으로 특허성을 인정하는 나라는 물론 그에 대해 특허성을


인정하지 않는 법제에서도 위 1.의 가, 나.에서 언급한 것처럼 질병의 진단기술이나 치료
에 활용되는 생명공학 기술 등에 대해서는 이미 유연하고 광범위하게 특허를 부여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질병의 진단방법과 관련하여 유럽특허청은 이를 ① 검사단계(자료를

31) Janice M. Mueller, Patent Law(4th edn.), Wolters Kluwer(2013), p. 390.


32) [1994] 50 FCR 1.
33) [2000] FCA 316. 이 판결에 따르면 상업적 이용가능성 여부가 의료기술의 특허대상성 여부를 좌우한다는 설
명으로는, Ben McEniery, Physicality in Australian Patent Law, Deakin L. Rev. Vol.16, No.2(2011), p. 16.
34) [2013] HCA 50.
35) APO Manual of Practice and Procedure(2013) 2.9.2.13 (Treatment of Human Beings).
36) 위 판결문 para,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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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의료기술의 특허법적 문제 ▮

수집하는 단계), ② 비교단계(수집한 자료를 일반적인 기준과 대비하는 단계), ③ 확인단


계(위 비교의 결과 정상적인 기준이나 수치와의 의미 있는 차이점을 확인하여 특정하는
단계), ④ 진단단계(의료 전문가가 치료의 목적으로 위 각 단계의 결과 및 전문지식에
기초하여 판단을 내리는 단계)로 구분하고, 그 가운데 ④가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만 이
를 특허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진단’으로 파악하며 단지 ① 내지 ③에만 관계되는 방법
이나 기술은 특허의 대상으로 삼는다.37) 아울러, 의료과정에서 처치란 사람이나 동물의
신체에 직접적으로 행하여지는 것만을 의미하기 때문에, 진단이나 실험을 위한 혈액의
추출 ․ 저장, 세포의 분리 ․ 배양 등과 같이 체외에서 이루어지는 기술은 특허의 대상으
로 보고 있다.38) 예컨대, 유럽특허 No. EP3004337은 RNA에 의해 유도되는 핵산 내부
가수분해 효소(endonuclease)를 이용해 폐암 등의 면역치료에 활용되는 T 세포를 조작
ㆍ생성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고,39) 미국 특허 No. 9,290,740은 심장병, 당뇨병 또는 중증
외상의 치료를 위해 인간 피부 섬유아세포(fibroblast)를 새로운 방법으로 생육ㆍ복제하
는 기술이며,40) 일본 특허 No. 5733894는 조혈기능 장애 등의 치료에 쓰일 수 있도록
태반세포나 지방세포를 3차원적으로 확장하는 기술에 대한 것이다.41) 이처럼 진단의료
나 생명공학 관련 의료 부문은 시장가치가 막대하여 국부(國富) 창출에 크게 기여하므로
각국이 정책적으로 이를 특허 대상에 포함시켜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있다.42)

III. 종전 패러다임에서 비롯되는 문제들

의료기술에 특허를 부여하지 않는 종래의 패러다임은 그 이념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37) EPO Guideline(2018) Part G Chapter II 4.2.1.3.


38) Harvard/Onco-mouse[2003] OJ EPO 473, 491.
39) Cellectis wins European patent for CRISPR use in T-cells (2019. 3. 20. 방문) - <https://www.news-medi
cal.net/news/20170724/Cellectis-wins-European-patent-for-CRISPR-use-in-T-cells.aspx>.
40) WPI receives patent for novel method of reprogramming human skin cells (2019. 3. 20. 방문) -
<https://www.news-medical.net/news/20160525/WPI-receives-patent-for-novel-method-of-reprogramming
-human-skin-cells.aspx>.
41) Pluristem granted two key cell therapy patents in Japan (2019. 3. 20. 방문) - <https://www.news-medica
l.net/news/20160414/Pluristem-granted-two-key-cell-therapy-patents-in-Japan.aspx>.
42) 조영선, 앞의 책, 93면; 中山信弘, 앞의 책, 117∼1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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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 제68권 제2호(통권 제734호) 연구논문

1. 의료장비의 사용방법과 의료기술 구별 기준의 불명확

종래 패러다임에 따르면 의료용 장비는 특허대상이고, 인간에 대한 수술ㆍ진단ㆍ치료


방법은 비 특허대상이다. 한편, 의료용 장비를 수술ㆍ진단ㆍ치료에 이용하는 방법은 사
안에 따라 장비의 사용방법에 불과하여 특허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인간의 치료방법에
해당하여 비 특허대상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아래 유럽특허청의 심결례들은 그런 모호성
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43)
① T245/87 (1989): 이 발명의 청구항은, 특정 장치를 통해 인슐린 등 소량의 약물을
인체에 주입하는 과정에서, 내장된 펌프의 가동능력을 외부에 표시함으로써 약물을 효과
적으로 주입할 수 있게 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유럽 특허심판소는 해당 방법에 환
자의 치료와 기능적 연결(functional link)이 인정되지 않고, 의료분야에서 사용되는 일반
적 기계장치의 작동방법에 가까우므로 특허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② T82/93 (1995): 이 발명의 청구항은 체내에 설치되는 인공심장의 작동에 관한 것으
로서, 인공심장이 환자의 심장에서 나온 피의 압력을 측정하여 적절한 박동 메커니즘을
조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였다. 유럽 특허심판소는 이번에는 해당 발명이 인간의 심장
병 치료에 기능적으로 연결된(functional link) 방법 청구항이어서 의료기술에 해당하므
로 특허받을 수 없다고 하였다.
③ G1/07 (2010): 이 발명의 청구항은 수술과정에서 환자의 심장에 조영제를 주입하여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함으로써 의사가 다음 단계의 조치를 즉각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유럽 특허심판소는 해당 발명이 환자의 수술과정에서 이루
어지는 데이터 수집방법이긴 하지만, 의사가 그를 참고하여 자신의 수술행위를 자유롭게
결정할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으므로 환자의 신체에 대해 기능적 연결을 갖거나 환자의
신체와 불가분적 인과관계(physical casuality)를 가지는 치료 방법이 아니어서 특허대상
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방론을 통해, “반면, 해당 방법이 예컨대 로봇수술에 이용되어,
로봇이 수집된 데이터에 따라 자동적으로 수술을 진행한다면 해당 방법은 환자의 신체
에 기능적 연결이나 불가분적 인과관계를 가지게 되어 특허받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의료장비의 사용방법이 특허대상인지를 결정하는 신체와의 ‘기능적 연결’이
나 ‘불가분적 인과관계’라는 개념은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이어서, 개별 사안에 따라

43) 유럽특허협약은 의료기술에 특허성을 인정하지 않는 대표적 입법례로서 유럽 각국은 물론 사실상 우리나라
의 실무기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이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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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의료기술의 특허법적 문제 ▮

판단되는 수밖에 없다.44) 실제로, 앞서 든 ①, ② 심판례에서 문제가 되었던 방법들을


모두 의료장비의 사용방법으로 본다든지, 반대로 넓은 의미에서 질병의 치료방법으로 보
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③은 환자의 수술과정에 불가분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임에도 의사가 그 자료를 근거로 독립적 판단을 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의
료기술이 아니라고 하는 한편, 오히려 수집된 데이터에 따라 로봇이 자동적으로 수술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특허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정밀 수술에서 로
봇이 의사와 협업하고 있는 현실이나 심지어 장차 의사를 대체해 갈 미래의 상황과 맞
지 않는다. 의료기술과 장비의 사용방법에 대한 구별의 이런 모호함은 결국 특허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려 투자와 연구개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대체로 의료장비와
그 운용기술은 불가분하게 결합되어 있고 고도화된 의료장비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하며 그 개발에 막대한 연구와 투자가 소요된다. 그런 연구투자의 결과가 특허과정에
서 모호한 기준에 따라 신규성ㆍ진보성 등 나머지 요건에 대한 판단조차 받아보지 못한
채 퇴출된다면 그로 인한 위축효과가 클 것이다. 이런 부작용은 로봇이나 AI가 의료분
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증대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앞으로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2. 의약ㆍ의료장비와 의료기술 사이의 취급 불균형

의약이나 의료장비 분야는 첨단과학의 주도 아래 급속히 발전하고 있으며 모두 특허


라는 인센티브에 의해 견인과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의약 분야에서는 AI와 빅테이터
를 이용해 신약을 생산하거나 재창출45)하며, 생체분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신약 제조
(biomolecular-network based drug design)가 이루어지기도 한다.46) 반면, 그 못지않게
의료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의료기술에 대해서는 AI나 유전공학, 로봇 등을 이

44) Bently & Sherman, 앞의 책, p. 451. 위 G1/07 (2010) 심결문도 스스로 이런 언급을 하고 있다.
45) Drug Repositioning: 임상에서 실패한 약물을 이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 재활용하는 것.
46) ‘아톰넷’이라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하면 서로 다른 후보물질들의 상호작용을 분석해 물질별 분자들의 행동
과 결합가능성을 학습하고 예측하여 하루에 100만개의 화합물을 선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News1 뉴
스 2017. 5. 31.자 “인공지능 시스템 아톰넷, 신약개발 최초 소프트웨어”(2019. 3. 20. 방문) - <http://news1.k
r/articles/?3007944)>. 또, 미국에서는 ‘투사’라는 인공지능 시스템 아래 단백질의 상호작용과 진료기록, 유전
자발현 등 방대한 생의학 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듬을 이용한 신약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디지털 타임스,
2017. 4. 10.자 “인공지능(AI) 신약개발”(2019. 3. 20. 방문)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
017041102101876788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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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 제68권 제2호(통권 제734호) 연구논문

용한 첨단 치료방법이 개발되더라도 특허를 받을 수 없고 연구개발의 인센티브가 오로


지 의사들의 사명감이나 직업적 윤리 또는 학문적 성취나 명예 욕구에 맡겨진다면 이는
균형을 잃은 것이다. 이제는 인간의 치료방법에도 특허라는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기
술의 개발을 한층 장려하고 공개와 검증을 유도하여 기술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편이 궁
극적으로 의료수준을 높여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봉사하는 길일지 모른다.

3. 의약의 용도발명에 대한 취급의 불일치

의약에 대한 용도발명은 제약업체들에게 막대한 이해가 걸려 있고 국가적으로는 자국


제약산업의 보호나 국제 경쟁력과 관계되기 때문에 나라마다 이에 대한 태도가 통일되
어 있지 않다. 가령 알려진 물질(X)에 대하여 질병(Y)를 치료하는 용도가 발견되었다
면,47) 용도발명의 청구항은 다양한 형태로 구성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권리범위도 달라
지지만48) 크게 분류하면 3가지의 가능한 유형이 있다. 즉, ① 물질 X를 이용하여 질병
Y를 치료하는 방법 (방법 청구항), ② 질병 Y에 대한 치료제로서의 물질 X (물건 청구
항) 그리고 ③ 질병 Y에 대한 치료제의 제조에 물질 X를 사용하는 방법 (이른바 ‘스위
스 클레임’ 형태의 방법 청구항)이 그것이다.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에 특허를 인
정하지 않는 입법례에서는 원칙상 ①과 같은 청구항은 인정되지 않고, 산업 상황과 정책
의 여건에 따라 ② 유형을 인정하거나49) ③ 유형을 인정하고 있다.50) 반면, 의료기술에
일반적으로 특허성을 인정하는 미국에서는 ①과 같은 청구항 유형이 허용되며, 오히려
이것이 원칙적인 청구항 유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51) 한편, 캐나다는 의료기술에 대

47) 이른바 ‘제2 의약용도 발명’을 말한다. 그 밖에 신물질 혹은 기존물질의 의약적 용도를 최초로 규명한 발명
(제1 의약용도 발명)의 청구항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느 범위의 권리범위를 허용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이
다. 그러나 이는 발명의 설명에 의한 청구항 뒷받침 문제와 연결되어 복잡한 문제를 낳고, 나라에 따라 허용
되는 청구항 유형도 보다 다양하므로 언급에서 제외한다.
48) 용도발명의 청구항 유형 및 그에 따른 권리범위, 국가별 허용 유형 등에 대한 상세는, 안소영, “의약 용도발
명의 청구범위 기재형식에 관한 연구”, 특허청(2008), 52면 이하; 재단법인 범부처 신약개발사업단, “의약 용
도발명의 특허요건” (2019. 3. 20. 방문) - <http://www.kddf.org/bbs/bbs.asp?no=71&mode=view&IDX=1158
&p=1&cateId=39>.
49) 유럽(EPC 2000에 의해 Art.54(5)가 신설되어 제 2의약용도에 대해서도 치료용도를 한정하여 물질 형태로 청
구항을 작성할 수 있게 됨), 우리나라, 일본 등이 이에 속한다.
50) 중국이 이에 해당한다. 중국이 이처럼 좁은 권리범위를 가지는 스위스 클레임 청구항을 인정하는 이유가 다
국적 제약업체의 특허 영향력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으로는, 尹新天, 앞의 책,
407면.
51) 안소영, 앞의 논문, 15∼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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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의료기술의 특허법적 문제 ▮

한 특허성을 부인하는 입법례에 속하지만 의약 용도발명에 대한 청구항으로 위 ②, ③은


물론 “질병 Y를 치료하기 위해 물질 X를 사용하는 것”이라는 형태의 ‘제한적 ① 유형’
청구항도 허용된다.52)
이처럼 의약의 용도발명 영역에서 나라마다 허용되는 청구항의 유형이 다르다는 것은
같은 발명에 대해서 자국의 이해에 따라 서로 다른 특허법적 취급을 한다는 의미이므로
특허제도의 국제적 통일이라는 방향성과 상반된다. 무엇보다 이는 동일한 실질의 발명을
청구항에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권리의 운명이 갈리는 것이어서 부당한 면이 있
다.53) 또한, 의약의 2차 용도발명에 대해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② 유형의 청구항은,
이미 존재하는 물건의 새로운 용도를 규명하였다는 이유로 마치 새로운 ‘물건’을 발명한
양 취급하는 것인바, 이는 실무상 오래되고 부득이 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설득력이 있
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인간의 치료방법에 대하여 특허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이런 문제들
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IV. 4차 산업혁명 환경과 의료기술 여건의 변화

4차 산업혁명 관련 의료분야의 특징은 ‘다양한 기술과 의료의 결합’ 내지 ‘물건과 방법


의 융합’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물건과 방법의 준별(峻別)이 가능함을 전제로, 의료
장비 등 물건에 대해서는 특허성을 인정하고 의료 방법에 대해서는 특허성을 부정한다
든지,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방법인지 인체 외에서 이루어지는 방법인지를 도식적으로
구분하여 특허성 여부를 결정하는 태도는 다음과 같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는 기
존의 규범이 점점 현실을 효과적으로 규율하기 어려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52) AIPPI, “Second Medical Use or Indication Claims (Canada)” (2019. 3. 20. 방문) - <http://aippi.org/wp-co
ntent/uploads/committees/238/GR238canada.pdf>.
53) 이미 알려진 제약의 신규 용도를 발견한 것을 두고, “∼약을 이용하여 ∼을 치료하는 방법”이라는 청구항은
특허 받을 수 없고, “∼의 치료용도를 가지는 ∼약”이라고 청구항을 적으면 특허대상이 된다는 것이 대표적
예이다. 이런 점은 의료장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심계항진 제어용 제세동기의 작동방법”을 청구항으
로 한 특허출원이 의료기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등록거절되었다가 “심계항진을 제어하기 위해 프로그램된
제세동기”로 청구항을 보정하여 등록에 이른 예가 그러하다(T 42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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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 제68권 제2호(통권 제734호) 연구논문

1. 바이오 의료분야

바이오 의료분야에서는 인체 이식을 전제로 한 이종(異種)장기(Bioviscera)의 육성방법


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며,54) 육성방법 자체는 체외(in vitro)에서 구현되기 때문에 특허
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육성된 이종장기를 인간에게 효과적으로 이식하는
방법은 현재의 기준에 의하면 특허받기 어렵다. 인간의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수술방법
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특허와 관련하여 이처럼 양자를 분리하여 취급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는 의문이다. 이종장기의 육성은 종국적으로 인체에의 이식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그 효과적인 이식방법과 함께 연구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그것이 합당하
다. 만약 그 이종장기의 육성방법에만 특허를 부여하고 이식방법은 특허의 대상이 아니
라고 한다면 육성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들은 영업비밀로 감추어질 것인데 이
는 막대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뿐더러, 그런 이식기술의 안전성 등을 검증할 기회를 상
실하여 불필요한 위험이나 시행착오를 강요하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점은 3D 프린팅을
이용한 유사장기(organoid)의 제작ㆍ이식이라든지55) 줄기세포를 활용한 질병치료 방법
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3D 프린팅을 이용해 의료용으로 인체조직을 제작하는 기술
이나 줄기세포를 인체 외부에서 분화시켜 필요한 장기 등을 얻는 기술은 모두 종국적으
로는 인체에의 이식이나 적용을 목적으로 하는바,56) 그런 종국적 기술에 대해 특허를
받을 수 없다면 해당 3D 프린팅이나 줄기세포 관련 기술의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는 감
소될 수 밖에 없다.57) 그 개발과정에서 얻은 인체 적용 관련 데이터가 영업비밀로 감추

54) 이종장기의 이식은 인공장기 및 줄기세포 분화기술을 이용한 장기이식에 비해 빠르게 임상에 적용할 수 있
는 기술이며 최근 영장류 실험에서 이식된 이종장기가 거부반응 없이 장시간 기능이 유지되고, 피 이식 동
물의 생존기간이 연장되는 것이 확인되는 등, 향후 인간의 질병에 대해 유력한 치료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
다고 한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2017 생명공학백서』, (2017), 491면].
55) 3D 바이오프린팅의 내용 및 의료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설명으로는, 이현재, “3D 바이오 프린팅 기
술 동향 및 전망”, 주간 기술동향(제1798호),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2017. 5.), 14면 이하 - <http://www.itfin
d.or.kr/WZIN/jugidong/1798/file9099200549137053905-1798.pdf>.
56) 3D 바이오 프린팅과 관련된 그런 기술의 하나로, ‘제자리 바이오 프린팅(In-situ bio printing)을 들 수 있는
데, 이는 이식대상 환자의 생체와 거부반응 등을 모니터링 하면서 이식효과를 최적화하기 위해 실제로 화상
이나 열상 등 환부에 직접 바이오 프린팅을 수행하는 기술이다(이현재, 앞의 글, 21면).
57) 의료기술 전체에 특허 대상성을 인정하면서, 의료인에 대해서는 면책규정을 운용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비슷
한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면책의 예외를 구성하는 ‘생명공학 관련 특허’의 범위를 법원이
합리적으로 획정하여 3D 프린팅 등 바이오 의료 분야의 인센티브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되기도 한다(Davi
d S. Forman, Patent Difficulties For 3-D Printed Medical Implants (2019. 3. 20. 방문) -<https://www.law
360.com/articles/797305/patent-difficulties-for-3-d-printed-medical-impl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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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의료기술의 특허법적 문제 ▮

어짐에 따르는 부작용 역시 앞서 언급한 대로이다. 아울러, 앞으로 인간을 치료하는 물


질은 제약 화합물보다는 유전자 공학을 이용한 물질로 그 중심이 옮겨갈 것이 예상된
다.58) 나아가 유전적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유전체 편집 기술 등을 통해 비정상적인 유
전자를 보완ㆍ교정하는 방법이나, 이를 바이러스 등 유전자 운반체를 이용해 인간 세포
속으로 전달한다든지, 환자에게서 추출한 골수나 줄기세포에 유전자 조작을 가한 뒤 그
세포들을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법 등 유전자를 이용한 난치병의 치료법이 활발하
게 개발되고 있는 실정이다.59) 그런데 이를 인간에게 적용하는 과정을 치료의 ‘방법’으
로 취급하여 특허의 영역에서 배제한다면 이는 해당 분야의 기술발전 동력을 크게 약화
시킬 것이다.

2. 로봇 등 첨단장비를 이용한 수술방법

종래의 의료기술은, 특히 수술의 경우, 장비보다는 의사 개인의 역량이나 숙련도 등에


그 질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재는 진단이나 수술에 사용되는 장비의 첨단
성과 그를 활용하는 의사의 능력이 함께 결정적 역할을 하는 패러다임으로 변해 가고
있다. 예컨대 의사가 다빈치(da Vinci)와 같은 외과 로봇의 도움을 받아 정교한 수술을
하는 것은 이미 흔한 일이 되었으며, 의료분야에서 로봇의 활용 방법 역시 날로 다양해
지고 있다.60) 그런 이유로 특정한 수술을 위한 로봇이 개발되면 그 로봇의 작동방법 자
체가 하나의 수술 기법이 되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 경우 로봇
(장비)은 특허의 대상이 되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은 특허받을 수 없다면, 우선 그런
수술방법의 개발에 대한 유인이 줄어들 것이며 이는 곧 수술용 장비의 개발 동력을 약
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고도화된 의료용 로봇을 개발하는 경우, 로봇 자체는 물론 그 특
수한 활용방법까지 함께 특허를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산업계와 의료계의 협업을 장
려하고, 그 결과 더욱 정교하고 활용성 높은 의료장비의 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장비의 작동방법 자체가 별도로 특허의 대상이 되어야 할 당위

58) 小野新次郞, “ライフサインス分野での技術革新と特許保護”, 知財管理 Vol.67, No.4(2017), 514∼515면.


59) The Science Times, (2018. 12. 25. 기사), “유전자 치료의 현주소는?”, (2019. 3. 20 방문) - <https://www.s
ciencetimes.co.kr/?news=%EC%9C%A0%EC%A0%84%EC%9E%90-%EC%B9%98%EB%A3%8C%EC%9D%
98-%ED%98%84%EC%A3%BC%EC%86%8C%EB%8A%94>.
60) 예컨대, 동아일보 인터넷판, (2018. 9. 3.자): “피부 흉터 없이 위벽 뚫어 췌장 치료…수술로봇의 진화. 식도ㆍ
대장으로 장비 넣어 수술…복강경보다 회복 빨라. 국내 연구진 개발한 ‘유연로봇’ 차세대 ‘무흉터 수술로봇’
기대”, (2019. 3. 20. 방문) - <http://news.donga.com/list/3/0801/20180902/91805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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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 제68권 제2호(통권 제734호) 연구논문

가 증가할 것인데. 장비의 사용이 인체와 ‘기능적 관련’이 있다든지 ‘불가분적 인과관계’
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되면 비 특허 대상인 수술ㆍ치료ㆍ진단방법으로, 그렇지 않다고
평가되면 특허대상인 장비의 사용방법으로 취급하는 것은 더 이상 합당하지 않다.

3. AI 등 의료용 소프트웨어의 취급 문제

의료분야에서 이미 AI를 비롯한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개발, 활용되고 있으며 향후 그


런 경향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IBM의 인공지능 WATSON이 각종 의학문헌과 질병에
관한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정확한 진단 및 치료방법을 제시하기 시작하였고,61) 고성능
카메라로 세포핵을 촬영하고 그 화상을 AI가 분석하여 정상세포와 악성변이를 보이고
있는 세포를 분류ㆍ디스플레이 하는 진단방법이나,62) 딥러닝을 거친 AI가 탑재된 확대
내시경을 용종에 접촉하는 것만으로 악성과 양성 신생물의 비율을 화상으로 보여주는
진단방법63) 등이 그런 예이다. 아울러, 인간에 의한 수술의 정교함을 높여주는 정도를
넘어 스스로 초정밀도의 수술을 할 수 있는 로봇 역시 개발되고 있는 실정이다.64) 그
밖에 의료분야별로 고유한 소프트웨어가 의사의 치료행위에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VR
을 이용하여 환자의 수술부위를 3D 가상화면으로 띄워 정교하게 수술하는 방법이라든
지, 정신과에서 불안, 공포,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자폐 등 장애유발 환경을 체계

61) 인터넷 한국일보, (2017. 12. 7.자): “AI 의사 왓슨 도입 1년… 의료진과 암 치료법 56% 일치. 왓슨은 환자
데이터를 입력하면 과거 임상사례를 비롯해 선진 의료기관의 자체 제작문헌과 290종의 의학저널, 200종의
교과서, 1,200만 쪽에 다하는 전문자료를 바탕으로 ‘강력추천’ ‘추천’ ‘비추천’으로 나눠 치료방법을 7초 만에
제시한다. 왓슨과 의료진의 의견 일치율이 높아진 것은 왓슨 도입 후 의료진이 왓슨이 제공한 치료방법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결과라고 평가된다. 암의 종류별로는 ‘강력추천’과 ‘추천’을 포함한 의견 일치율이 대
장암(결장암)이 78.8%로 가장 높았고, 직장암(77.8%) 위암(72.7%) 순이었다.”, (2019. 3. 20. 방문) - <http://
www.hankookilbo.com/News/Read/201712051851524443>.
62) 山本陽一朗, “人工知能が醫療にもたらすもの-人工知能の醫療應用への取組み” 醫學のあゆみ Vol.263, No.8(201

7. 11). 639면. ( 각 막대그래프는 변이를 보이고 있는 세포군과 그 정도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며, 200만개 이상의 세포에 대한 시험을 거쳐 95.9%의 정확성으로 진단해 내었다고 한다).
63) 沖山 翔, “人工知能と醫療は共存できるかーAIの進展と醫療現場への影響”, 醫療白書, AIが創造する次世代型醫
療, 日本醫療企劃(2017∼2018年版), 44면(화상처리장치 및 화상처리방법으로 2017년 일본에서 특허등록 되었
다고 한다).
64) 구글의 Alphabet과 Johnson&Johnson이 합작한 벤처인 Verb Surgical이 개발 중인 자율형 수술로봇이 그 예
이다. - <https://www.cnbc.com/2018/03/15/alphabet-verily-joint-venture-verb-health-tech.html; http://ww
w.verbsurgical.com/media/> (각 2019. 3. 20. 방문).

- 296 -
4차 산업혁명과 의료기술의 특허법적 문제 ▮

적으로 간접체험하게 함으로써 증상을 완화시키는 ‘노출치료(Exposure Therapy) 방법,


통증관리를 위해 VR 비디오게임을 활용하는 주의분산치료 등이 그 예이다.65)
그런데 소프트웨어는 발명의 카테고리로는 ‘방법(method)’에 속한다.66) 그렇다고 하면
의료분야에서 사용되는 이런 AI나 소프트웨어는 인간의 질병을 진단ㆍ수술ㆍ치료하는
방법의 한 가지에 해당하게 되어 당장 그 특허성에 의문이 따르게 된다. 이런 결과는 현
재와 미래의 의료기술 발달을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다. 주목할 점
은, 의료목적 소프트웨어를 ‘물건’으로 취급하기 시작한 유럽과 미국의 태도이다. 유럽의
회는 2017. 4. ‘의료장비에 관한 규정(Medical Device Regulation)’을 개정67)하여 2020. 5.
26. 발효를 앞두고 있는데,68) 새로운 규정의 가장 큰 특징은 질병을 진단하거나 예후를
예측하는 의료목적 소프트웨어를 ‘의료장비(medical device)’라고 함으로써 AI를 의료장
비로 포섭한 데 있다.69) 아울러 2017. 12. 7. 유럽사법재판소(CJEU)는 C 329/16 사건에
서, 특화된 데이터를 활용해 정확한 처방이나 투약을 돕는 소프트웨어는 의료장비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미국은 2016년 12월 ‘the 21st Century Cures Act’를 제정하였는
데, Sec. 3060에 따르면, 의료적 판단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CDSS: Clinical Decision
Support Software) 가운데, 의료진이 진단ㆍ처치 등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의학적
정보나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한다든지 조언을 하는 정도의 소프트웨어는 의료장비
로 취급되지 않는다. 그러나 치료 관련 정보를 취득하거나 처리하거나 분석하여 체외에
서 진행되는 진단을 위한 이미지나 신호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는 의료장비로 취급하고
있으며, 의료진의 독립된 판단을 단순 보조하는 데서 나아가 소프트웨어 스스로 상당 정

65) 과학기술정보통신부,『2017 생명공학백서』, (2017), 498면.


66) EPO, Patents for software? European law and practice (2019. 3. 20. 방문) - <https://www.epo.org/news-i
ssues/issues/software.html>; Alice Corp. v. CLS Bank International, 573 U.S. 208, 134 S. Ct. 2347 (2014).
물론, 컴퓨터프로그램을 그런 프로그램이 담긴 매체나 저장장치 등 물건의 형태로 청구항을 구성할 수도 있
고, 일본은 아예 입법을 통해 컴퓨터프로그램을 ‘물건’으로 보기도 하지만(일본 특허법 제2조 제3, 4항), 이는
어디까지나 컴퓨터프로그램 발명을 장려하고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수단 내지 정책적 결단에 가까우며,
산업적 쓰임새가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연산 명령과 그에 대한 시 계열적(時 系列的)적 수행이라는 프
로그램의 본질은 ‘방법’이라 해야 할 것이다.
67) Regulatin(EU) 2017/745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April 5, 2017 on medical
devices.
68) 이를 통해, 의료장비의 법적 취급에 관한 종래의 입법지침들(Directive 2001/83 EC, Regulation(EC) No.178/2
002; Regulation (EC) No 1223/2009)은 수정되거나, 폐기된다(Council Directives 90/385 EEC와 93/42/EEC).
69) Lincolm Tsang et al., The Impact of Intelligence on Medical Innovation in the European Union and
United States, Intellectaul Property & Technology Law Journal(2017. 8.), p.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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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 제68권 제2호(통권 제734호) 연구논문

도의 독자적 진단이나 처방을 내놓는 수준에 이른다면 이를 의료장비로 취급할 여지가


생기게 되었다.70) 그러나 이처럼 의료용 소프트웨어를 물건으로 취급한다고 해서 문제
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물건을 구현해서 실제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행위가 결합하여 전체로서 의료방법을 구성하기 때문이며, 이에 대한 해결 필요는 여전
히 남는다.

4. 원격진료 등

사물인터넷과 네트워크의 발달과 더불어 다양한 형태의 원격진료가 시도되고 있다.71)


이런 환경에서 ① 환자의 신체 상태를 모니터링 하는 사물인터넷 장치와, ② 이를 체계
적으로 전달하는 네트워크 시스템과, ③ 그를 통해 확인된 정보를 바탕으로 진단 내지
처치를 수행하는 의사의 행위는 유기적 일체로 작동하기 마련이다. 이를 작위적으로 분
리하여 ①, ②는 특허대상에 포함시키고 ③은 비특허 대상이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
며 자칫 원격진료 시스템의 개발 자체의 인센티브를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V. 대안의 검토

1. 최근의 논의들

위에서 본 것처럼 의료기술을 일률적으로 특허대상에서 배제하는 기존의 원칙은 많은


경우 이미 현실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4차 산업혁명 환경에서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 의료분야의 발전은 의료당국, 공공기관, 환자 그리고 산업 종사자 등 복수
주체가 얼마나 효과적이고도 개방적 협력하느냐에 좌우될 것인데, 그 과정에서 영업비밀
이 바람직하지 않은 정보의 병목현상을 야기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특허는 명세서 기재
요건을 통해 기술의 전수(傳授)를 일정 수준 강제함으로써 이러한 개방적 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72) 특히 의료기술에 대한 특허에서 명세서 기재요건은 분산된

70) Lincolm Tsang et al, 위의 논문, p. 6.


71) 인터넷 동아일보 2019. 2. 21.자: “집에서 신부전 환자가 투석하면 병원에서 주치의가 실시간 상태 확인. 환
자가 집에서 측정한 질환 관련 데이터가 병원에 실시간으로 전달돼 해당 주치의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원
격모니터링’ 시스템을 서울대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한다. 하지만 현재 원격모니터링에 대한 법적 규
정이 없어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2019. 3. 20. 방문) - <http://news.donga.com/Main
/3/all/20190221/942179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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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의료기술의 특허법적 문제 ▮

임상자료의 통합ㆍ정리ㆍ제공자로서의 역할을 맡게 되며 이는 이 분야에서 새롭게 주목


되어야 할 특허의 기능이라는 견해가 있다.73) 따라서 장래 의료분야에서는 지금보다 특
허가 차지하는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고, 어느 분야보다 막대한 자본과 노력이 투자되는
의료 분야에서 특허를 통한 기술개발과 공개의 인센티브가 적절히 보장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인간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며,74) 이런 각도에서 세계 각국이 의
료기술의 특허성 문제를 보다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하다는 견해가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75) 아울러, 세계 각국이 재생의료나 유전자 치료 등 인간에 대한 적용 직전 단계에
있는 첨단 기술에 관하여는 특허를 인정하면서 극도의 개발경쟁을 벌이고 있으면서도
굳이 인간의 치료에 이를 적용하는데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특허성을 부정하는 것은 기
이한 일로서,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도 유력하다.76)

2. 제 언

의료기술이 4차 산업혁명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과 인센


티브를 마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를 통해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키는 기술의 개발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의료기술에 특허성을 인
정하지 않아 온 이념적 배경과 그 제도적 효용성을 도외 시 할 수는 없다. 의료기술이
특허로 독점됨에 따라 환자의 효과적 치료 가능성이 과도하게 제약되거나, 상류에 속하
는 의료기술을 특정인이 독점함으로써 후속 의료기술의 개발을 차단하는 것은 인간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여 부당하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이런 대립
하는 두 가치를 어느 선에서 절충할 것이며, 그를 위한 합리적 방법은 무엇인가로 귀결
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72) Timo Minssen, Robert M. Schwartz, Separating Sheep From Goats: A European View on the Patent
Eligibility of Biomedical Diagnostic Methods, Journal of Law and Biosciences Vol.3, Issue2, p. 3.
73) Dan L. Burk, Patents As DaTa Aggregators In Personalized Medicine, Boston Univ. Journal of Science
and Technology Law Vol.21(2015), pp. 242∼243.
74) Rachel E. Sachs, Innovation Law and Policy: Preserving the Future of Personalized Medicine, U.C.D.L.
Rev. Vol.49(2016), pp. 1936∼1937.
75) Timo Minssen, Robert M. Schwartz, 앞의 논문, p. 4.
76) 中山信弘, 앞의 책, 1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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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 제68권 제2호(통권 제734호) 연구논문

가. 비특허 대상 의료기술의 범위 축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의료가 ‘기술’과 융합하여 발전하는 특징을 감안하여, 원칙적으


로, ① ‘기술(technology)’이 결합된 질병의 치료방법은 산업상 이용가능성을 인정하여
특허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② 기술적 요소의 개재가 없거나 미약한 치료방법 즉, 전
통적 의미의 의료기술처럼 주로 의사의 경험이나 숙련도, 직업적 지식에 기반하는 것들
은 여전히 비 특허의 영역에 두는 것이다. 여기서 기술적 요소란, 약품, 장치, 기계, 소프
트웨어, 유전자 메커니즘 등 인간의 개별적 숙련도에 좌우되지 않고 반복적으로 예측가
능한 결과 재현을 가능하게 하는 일체의 수단을 의미한다. ②를 달리 취급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 그런 기술의 진전은 특허에 기한 인센티브 보다는 학문적 성취욕구
나 직업의식 또는 의사 개인 간 기량의 전수와 같은 고유의 특징에 힘입는 바가 크며,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런 의료기술은
특허를 인정하더라도 객관적 반복가능성을 충분히 보장하기 어렵고, 실험을 통해 효과를
확인하기가 곤란하며, 인간의 신체에 대한 침습(侵襲)을 산업으로 취급하는 것은 윤리적
거부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77) 이처럼 기술적 요소가 포함된 의료방법을
모두 특허의 대상으로 함으로써, ‘다양한 기술과 의료의 결합’ 내지 ‘물건과 방법의 융합’
이라는 방향성에 부응할 수 있다. 그 결과 위 Ⅲ. 1.에서 본 것처럼 특허대상성을 판단하
기 위해 신체와의 ‘기능적 연결’이라든지 ‘불가분적 인과관계’와 같은 모호한 기준을 적
용할 필요가 없다. 이에 따르면 위 심결례에서 문제 되었던 인슐린 투여장치, 인공심장
장치, 혈관 조영제를 투여해 수집한 실시간 데이터는 모두 환자의 치료과정에 일정한 기
술적 요소를 가지는 장치나 소프트웨어가 개재된 바이고, 그를 운용하는 의사의 행위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이상, 일체로서 특허대상인 의료기술이라고 평가하면 될 것이
다. 반면에, 예를 들어, 안과 의사가 환자의 백내장 치료를 위해 안구의 일부를 절개하는
과정에서 특정 부위를 특정한 방법으로 절개ㆍ봉합하면 시력의 감소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음을 알아내고(수술기법 A) 이를 특허출원78) 한다고 해도 이는 특허 대상이 될 수 없
다. 기술적 요소의 개재가 미약하고 의사에 의해 수행되는 수술의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방법으로서, 위 ②유형에 속하는 대표적 예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은 종전처럼 비특허

77) 이 부분에 대해 같은 취지로는, 東崎賢治, “医療行為及び医薬「第二特許」の特許法上の扱いについての考え


方”, 『IIP研究論集 医療と特許』, 創英社(2017), 78∼79면.
78) 편의상, 의료기술에 대한 특허성 여부가 문제된 대표적 사건이었던 미국의 Pallin v. Singer, 36USPQ 2d
1050(1995)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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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의료기술의 특허법적 문제 ▮

대상으로 취급하면 된다. 그러나 만약 위 백내장 수술기법을 구현하기 위해서 B라고 하


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고, 장치 B를 이용하여 A와 같이 백내장 수술을 하는 방법을
전체로 특허출원 한다면 이는 인체의 수술방법이지만 이제는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제약의 용도발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본디 발명이라기보다는 ‘발견’의 속
성을 가지며, 본질적으로는 인간의 치료방법에 속하는 용도발명을 굳이 물건 청구항으로
구성할 필요 없이, 예컨대 미국처럼 제약을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 자체로 특허
받을 수도 있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용도발명을 둘러싼 국제적 부조화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처럼 기술적 요소가 개재된 의료방법을 특허의 대상으로 취급하고,
의료에 사용되는 물건과 의료방법의 엄격한 구별을 폐지함으로써 Ⅳ.에서 살펴본 대로,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이종장기, 3D 프린팅이나 줄기세포 육성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조
직이나 장기를 환자에 효과적으로 이식하는 방법, 각종 유전자 치료를 환자에게 직접 적
응하는 방법, 로봇 등 첨단 장비를 이용한 수술, AI 등 의료용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활
용,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원격진료 등 4차 산업혁명 환경에서의 의료기술의 발달을 특허
법적으로 포용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다. 아울러, 인간을 치료하는 방법과 기술의
결합을 일체로서 특허의 대상으로 삼게 되면 영리목적으로 그런 치료방법에 사용되는
장치나 소프트웨어 등을 공급하는 제3자를 간접침해자로 규율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실
질적으로 특허권자의 이해에 가장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상에 적절한 통제수단을 부
여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나. 의료에 특허성을 인정하는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들

‘기술’이 결합된 의료 전반에 특허성을 인정함에 따라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 즉, 환


자의 효과적 치료 가능성이 과도하게 차단되거나 상류 의료기술의 독점으로 인간의 생
명과 건강이 위협될 수 있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이 함께 도모되어
야 할 것이다.

(1) 의료특허에 대한 강제실시권 내지 법정실시권의 보장

우선, 특허된 의료기술의 실시가 공중의 보건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강제실시를


할 수 있도록 기본 원칙을 마련해 두는 것이 합당하다.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 제도는 파
리협약 제5조와 TRIPs 협정 제30조, 제31조에 이미 근거가 마련되어 있으며 우리 특허
법 제106조 및 제107조는 일정한 요건 아래 특허의 강제실시를 보장하고 있다. 의료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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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 제68권 제2호(통권 제734호) 연구논문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를 특허법 제107조 제1항 제3호79)로 포섭할 수도 있겠지만, 의료


특허에 관하여 별도의 강제실시 규정을 마련하고 그 대상과 요건을 정책적으로 설정하
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입법 기술상으로는 특허법 제138조(통상실시권 허락심판)
를 참고하여 이를 재정이 아닌 심판을 통한 법정실시권의 형태로 구성해 볼 수도 있으
며,80)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실시는 가능하나 기술의 개량을 목적으로 하는 실시는 특
허권자의 이익 보호를 위해 허락하지 않는 등 기준을 유연하게 설정하거나 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특허법 제96조처럼 의료 특허에 대하여는 일정한 요건과 범위 내에
서 그 실시에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구성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구체적 요건과 제한의 범위에 대해서는 앞으로 정책적, 이론적, 법경제학적 관점에서
충분한 논의와 협업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상류에 속하는 의료기술 등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필수적인 의료기술에 대해서는 마치 표준특허에서와 마찬가지로 FRAND를 특허
요건으로 하거나 실시권 설정청구에 응할 의무를 입법화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2) 독점규제법의 적극적 적용

예컨대 유전자 치료라든지 진단 관련 필수 소프트웨어에 관한 핵심기술을 선점한 특


허권자가 그와 같이 상류에 있는 특허권을 반경쟁적으로 행사하거나 후속 기술의 개발
에 과도한 장애를 가져오는 방법으로 사용하거나, 해당 특허권의 행사로 인해 의료수준
의 심각한 저하 또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중요한 장애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이를 독
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독점규제법) 제59조에 따라 특허권의 부당한 행사로 취
급하여 규제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나아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예규로 제정, 운용하
고 있는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지침’에 의료 관련 특허권의 부당한 행
사 유형을 열거하여 규제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제고한 뒤 적극적으로 집행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3) 권리남용 판단

특허권의 행사가 드물게 민법상 권리남용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라든지,81) 무효사유

79) ‘특허발명의 실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특히 필요한 경우’.


80) 의료기술에 특허성을 인정하는 한편, 법정실시권 제도에 의해 그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
안의 예로는, 中山信弘, 앞의 책, 119면.
81) 우리나라에서 특허권의 행사를 민법상 권리남용으로 다룬 판례는 아직 발견되지 않으나, 특허권도 민법의
적용을 받는 사권(私權)의 성질을 가지는 이상 이런 법리의 적용이 가능함은 물론이다.

- 302 -
4차 산업혁명과 의료기술의 특허법적 문제 ▮

가 명백한 특허권의 행사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해당 특허권의 행사를 권리남용


으로 취급할 수 있다.82) 그와 아울러, 앞서 본대로 문제가 된 의료기술에 대한 특허가
법정실시의 요건을 충족한다든지, 해당 특허권의 행사가 독점규제법 제59조에 해당하는
부당한 권리행사에 이른 정도라면 법원으로서는 강제실시권 발동이나 독점규제법에 근
거한 행정적 처분이 있기 전이라도 그런 특허권의 행사를 권리남용으로 취급하여 협조
를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83)

(4) 금지권 없는 손해배상

특허된 의료기술이 환자의 효과적 치료를 위해 또는 의료기술의 개량을 위해 실시 필


요한 경우, 법원이 그 침해행위에 대한 구제수단으로 금지권의 행사를 인정할 것인지 여
부는 엄밀히 말하면 법원의 재량에 달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실무는 특허
침해가 성립하면 자동적으로 금지권을 인정해 오고 있지만, 사실 특허법 제126조 제1항
은 “특허권자는 … 침해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만 하고 있을 뿐 침해
가 인정되는 경우 금지권이 자동발령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지 않고 있다. 특허권은 소유
권과 달리 본질적으로 그 내용과 한계가 법 목적에 의해 결정될 수 있는 권리이고 법원
으로서는 침해를 둘러싼 여러 국면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금지권의 발동 시 그 내용에
합리적 재량을 발휘할 여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84) 침해로 인한 금지권의 상대화 문
제는 eBay 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유효한 재판준칙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EU 역시 특
허권을 대세적 절대권으로 파악하고 침해에 대하여 금지권을 자동 발령하던 종래의 태
도에서 벗어나, 2004년 지적재산권 집행지침이나 최근의 유럽 통합특허법원의 설치에 관
한 협약 등을 통해 금지권의 발동과 그 내용에 법원의 합리적 재량권을 인정하는 방향
으로 움직이고 있다.85) 이런 시각은 의료특허권의 침해에 대한 구제에서 법원으로 하여
금 정책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한다. 즉, 의료 관련 특허권의 행사로 인해 환자의 효
과적 치료에 대한 가능성이 과도하게 차단되거나 상류 의료기술의 독점으로 인간의 생

82)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83) 법정실시권의 대상이 되거나 독점규제법 위반에 해당하는 특허권의 행사를 권리남용으로 취급할 수 있는 근
거와 필요성에 대한 분석으로는, 조영선, “특허권 남용 법리의 재구성”, 저스티스(통권 제135호), (2013. 4.),
150∼155면.
84) 이 점에 대한 상세한 검토는, 조영선, “특허침해로 인한 금지권의 상대화에 대하여”, 경영법률(제25권 제4호),
(2015. 7.), 426∼429, 440∼452면.
85) 조영선, 위의 논문, 433∼4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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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 제68권 제2호(통권 제734호) 연구논문

명과 건강이 위협될 수 있는 경우, 권리범위의 해석과 관련하여 침해자의 고의를 인정하


기 어렵거나 개별 사안에서 의료진의 무단 실시행위를 정당화할 사유가 존재하는 등 침
해의 위법성이 가벼운 경우, 법원은 특허권자의 이익 및 기술개발의 인센티브와, 공중
보건 및 환자의 생명ㆍ건강 등 상충하는 이해를 종합 고려하여, 금지명령을 배제하고 손
해배상만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때 손해액을 실시료 상당액으로 책정한다면 사실
상 법원이 강제실시권을 설정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5) 심사의 곤란 등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

의료기술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여서 적정한 심사를 행할 수 있는 인력을 확


보하기 곤란하고 등록 후에도 권리범위 해석 등을 둘러싸고 분쟁이 양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생각건대, 출원단계에서 심사 역량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해결방법
으로 이해관계인에 의한 특허 이의신청이나 특허취소신청, 등록무효심판 등 사후적 교정
수단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의료분야와 같이 선행기술 검색이나 명세서 기재요건
의 판단 등에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근래 각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집단지성
에 의한 심사보완’ 이나 ‘Peer to Patent’ 시스템을 적극적 개발ㆍ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
일 것이다.86) 즉 심사 단계에서 해당 의료분야의 전문가들이나 이해관계인에게 출원의
내용을 공개하여 명세서의 적정이나 특허를 거절할 수 있는 선행기술을 제시받고 등록
에 대한 의견이나 상호 비판을 유도함으로써 그 결과를 심사에 참고하는 것이다.87)

VI. 결 론

의료기술에 특허를 부정하는 종래의 패러다임은 그 기준의 모호함으로 인해 법적 불


안정성이 증가함은 물론, 첨단 의료기술의 발전 방향과 부조화도 심해지고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환경에서 의료기술에 대한 특허성 문제는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
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할 최상의 가치임에 틀림없지만, 이를 달

86) NewYork 대학이 미국 연방 특허상표청 (USPTO)과의 연계 하에 운용하고 있는 Peer to Patent의 제2기


Pilot Program의 내용에 대해서는, - <https://www.peertopatent.org/> (2019. 3. 20. 방문).
87) 의료와 같은 전문적 기술분야에서 Patent Peer Review 등 집단지성을 심사에 활용할 필요성, 장점, 제도의
성공에 필요한 요건 등에 대한 상세한 언급으로는 예컨대, Lisa Larrimore Ouellette, Pierson, Peer Review,
and Patent Law, Vanderbilt L. Rev. Vol. 69. No.6(2016), pp. 1842∼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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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의료기술의 특허법적 문제 ▮

성하기 위해 지금처럼 모든 의료기술의 특허 대상성을 일률적으로 부인하는 것은 더 이


상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태도는 의료기술의 발전 인센티브를 저해함으로
써 궁극적으로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허제도와
관련하여, 인간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가치는 법정실시권, 독점규제법, 권리남용 법리 내
지 금지권 없는 손해배상 등 다른 보완책들을 통해 달성되는 것이 가능하고 또한 바람
직해 보인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의료기술이라 하더라도 ‘기술(technology)’과 불가분적
으로 결합된 것들에는 전향적으로 특허성을 인정하되, 권리의 제한가능성을 다양하게 열
어둠으로써 기술과 의료환경의 변화에 합리적ㆍ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함이 상당하
다. 우리 특허법에는 의료기술의 특허성에 대한 명문의 규정이 없고 실무를 통해 이를
부정해 오고 있지만, 종래의 패러다임이 드러내는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장차 특허
실무와 관련 법률을 합리적으로 변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의료기술 경
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높다고 하기는 어려운 현실에서, 의료기술의 특허성에 개방적 입
장을 취하면 단기적으로 국내 의료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염려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 5대 특허 강국(World’s IP 5)의 하나인 우리나라가 당장의 타산에
얽매여 이미 현실이 되었거나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될 이 문제를 도외시 하거나 논의
조차 기피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오히려 지금부터 이에 대해 적
극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응책의 모색을 시작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 논문은 그에 관
한 총론적ㆍ시도적 제언이며, 이를 계기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의료기술의 특허성 문
제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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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 제68권 제2호(통권 제734호) 연구논문

❙abstract❙

4th Industrial Revolution and The Patent Law Issue


of Medical Method Invention

88) Cho, Young Sun*

Present legal paradigm denies patent eligibility for medical method to treat human
disease, while recognizing patent eligibility for medical drug and medical devices.
However, legal instability is sharply increasing as the distinction between product and
method is getting more uncertain along with the development of medical technology.
Especially in the circumstance of 4th industrial revolution, old paradigm reveals its
incongruity with medical practice in various facets. This article reviews the old paradigm
with regard to patent eligibility of medical method. This article performs, firstly, brief
overview about the attitudes of major jurisdictions; secondly, the problem caused by
uniform denial of patent eligibility for medical method; thirdly, how the circumstantial
conditions of old paradigm is changing and what kind of incongruity between principle
and practice is being caused by such change; fourthly, what is the plausible measures
to overcome humanitarian and ethical hazards led by patent of medical method. Further,
This paper asserts the appropriateness to recognize patent eligibility for medical method
in which technological element is included as with its limit. In final, this article proposes
the way to minimize possible side effects and guide soft landing in regime change.

* Professor, Korea University School of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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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의료기술의 특허법적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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