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씬하고 멋지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 따라서 아름다운 아내를 맞이하지 못하였던 것이 미안하다 . 젊은 아빠가 아닌 것이 미안하다 . 보수적인 점이 있기 때문이다 . 기대가 커서 그것에 대한 의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미안하다 .
서영이는 내 책상 위에 ' 아빠 몸조심 ' 이라고 먹글씨로 예쁘게 써 붙였다 . 하루는
밖에 나갔다 들어오니 ' 아빠 몸조심 ' 이 ' 아빠 마음조심 ' 으로 바뀌었다 . 어떤 여인이 나를 사랑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랬다는 것이다 . 그 무렵 서영이는 안톤 슈낙의 "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 이라는 글을 읽고 공책에다 '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아빠에게 애인이 생겼을 때 ' 라고 써 놓은 것을 보았다 . 아무려나 서영이는 나의 방파제이다 . 아무리 거센 파도가 밀려온다 하더라도 그는 능히 막아낼 수 있으며 , 나의 마음속에 안정과 평화를 지킬 수 있다 .